유윤종

유윤종 기자

동아일보 문화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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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음악 분야를 전담하고 있습니다. '푸치니:토스카나의 새벽을 무대에 올린 오페라의 제왕' '클래식, 비밀과 거짓말' 등의 책을 썼습니다.

gustav@donga.com

취재분야

2024-04-23~2024-05-23
음악57%
인사일반17%
문학/출판13%
칼럼10%
문화 일반3%
  • 이름조차 갖지 못한 병… 공감 없는 세상이 더 아프다

    “그 친구, 모임에 안 나오잖아, 아프대. 늘 피곤하고, 여기저기 통증을 달고 살고. 이유도 몰라서 더 답답하대.” 종종 듣는 얘기다. 20대 초반부터 정체불명의 증상들에 시달린 시인이자 저널리스트, 문학 편집자인 저자도 그랬다. “헤밍웨이 소설에서 파산한 이야기를 하듯 아팠다. 서서히, 그러나 갑자기.” 언젠가부터 전기 충격 같은 통증이 찾아왔다. 두드러기, 몸 곳곳의 통증, 발진, 극심한 피로, 머리에 안개가 낀 듯 멍한 상태가 찾아왔다가는 지나가기를 거듭했다. 의사마다 자신의 전문 분야에 따라 다른 진단과 처방을 내렸다. 그러면서 병은 어렴풋한 윤곽을 갖추기 시작했다. 상세한 병명은 갖가지지만 대체로 ‘자가면역질환’이라는 범주에 모였다. 면역계가 자기 세포를 공격하는 병이다. 비교적 익숙한 루푸스, 류머티즘성 관절염, 치료후라임병증후군(만성 라임병)이나 그 밖의 수많은 생소한 질환이 여기에 묶인다. 대부분의 환자들이 여러 증상을 동시에, 또는 시간을 두고 겪는다. 문제는 이 병들이 서로 연관된다는 점만 알려졌을 뿐, 확실한 이유나 뚜렷한 치료 방법을 모른다는 점이다. 미국에서만 2400만∼5000만 명이 자가면역질환을 앓고 있지만 암이나 전염병 같은 ‘분명한’ 병에 비해 파악한 것은 너무도 부족하다. 일할 시간의 4분의 1을 빼앗기며 병원을 전전하던 저자는 현대 의료체계의 한계를 읽는다. 의사들은 각 분야의 전문가여야 하고 환자는 고장이 난 기계처럼 다뤄진다. 고장 난 ‘부품’이 확실하면 바로 해결책이 나오지만 몸의 전체 시스템에 이상이 있을 경우 통합된 진단과 관리가 힘들다. 저자를 더욱 힘들게 한 건 의사의 공감 능력 부족이었다. “늘 아픈데 자꾸 바뀐다, 항상 피곤하다”고 말하면 이른바 건강염려증 환자 취급을 받기 일쑤다. 환자가 여성일 경우 ‘엄살 환자’라는 의심은 더 커지기 마련이다. 책에 따르면 실제로 자가면역질환은 여성 환자가 압도적으로 많다고 한다. 면역계가 잘 기능하지 못해 죽는 남성 환자가 더 많은 데서 보듯 여성의 면역계가 더 활발하기 때문이다. 그뿐만 아니라 면역계는 심리적 요인에 영향을 받으므로, 해결책이 안 보이는 환자를 성가셔하는 의사는 병의 진행에 악영향을 주기 일쑤다. 저자는 검증되지 않은 이른바 ‘대체 의학’ 의사도 적잖이 찾아다녔다. 저자의 눈에 이들이 인기를 끄는 이유는 분명했다. “대체 의학은 마음을 달래주는 돌봄과 집중적 관심을 제공했다. 이들은 몸을 하나의 생태계로, 전체로서 돌봐야 하는 대상으로 설명한다. 대부분의 현대 의학이 해주지 못하는 일이다.” 물론 그 한계도 보였다. “그들이 환자를 믿어 주므로 돈을 번다는 사실도 알았다. 현대 의학이 15분 진찰을 경영 모델로 삼듯 말이다.” 저자가 원하는 것은 ‘특정한 질병을 확실한 해결책으로 고친다’는 의학 모델에 변화를 주는 것이다. 얼핏 혼란스럽게 들리는 만성병 환자의 얘기를 참고 들어줄 곳이 많아질 때 자가면역질환자들은 희망을 얻게 될 것이다. 저자는 통합적 치료를 제공하는 이스라엘의 시바(Sheba) 병원을 바람직한 모델의 하나로 꼽는다. 저자는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놀랍게도 두 번이나 출산에 성공했다. 책에 자랑하지는 않았지만 그의 시집과 어머니를 그린 회고록은 평단의 찬사를 받았다. “언제 병이 사라졌다는 식의 서사는 없다. 지금도 관절이 아프고 피곤하다. 그러나 글을 쓸 수 있고 아이들에게 점심을 만들어주며 삶을 즐길 수 있다. 나는 현실에 존재한다.”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3-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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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믹-동화-참여형… ‘3色’ 작은 오페라

    21회째를 맞이한 한국소극장오페라축제가 8일부터 16일까지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열린다. 올해 축제는 작품성과 흥행성이 검증된 오페라 세 편을 각각 네 차례씩 모두 12회 공연한다. 8일부터 무대에 오르는 리음아트앤컴퍼니의 이건용 대본·작곡 ‘봄봄’은 2001년 초연 후 전국에서 공연되며 관객과 평단의 반응을 바탕으로 여러 차례 다듬어진 작품이다. 김유정의 동명 단편소설을 바탕으로 순박한 시골 청년과 결혼을 미끼로 그를 부려먹는 오 영감의 갈등을 코믹하게 그렸다. 9일부터 공연하는 오페라팩토리의 세이모어 바랍 곡 ‘버섯피자’는 20세기 미국 동화적 오페라의 붐을 몰고 온 바랍의 대표작이다. 2003년 한국소극장오페라축제에서 공연되는 등 국내외에서 인기를 끌어왔다. 네 남녀의 불륜을 유머 넘치는 진행과 재치 있는 대사로 풀어냈다. 13일 막이 오르는 라벨라오페라단의 ‘푸푸게노! 똥 밟았네?’(김혜연 작·편곡)는 모차르트의 유명한 선율에 창작곡들을 가미해 어린이용 오페라로 각색한 작품이다. 어린이와 가족 관객이 출연진을 따라 노래 부르고 춤추는 참여형 어린이 오페라다. 2020년 이 축제에서 선보인 ‘푸푸 아일랜드’를 업그레이드했다. 새 버전으로 지난해 서울 강북구 북서울 꿈의 숲에서 공연돼 호평을 받았다. 각각의 참여 작품을 2회 공연한 뒤 출연자들과 연출진이 관객과 소통하는 ‘관객과의 대화’(GV)를 갖는다. GV는 8일 오후 8시 반(봄봄), 9일 오후 8시 반(버섯피자), 13일 오후 6시(푸푸게노! 똥 밟았네?)에 열린다. ‘봄봄’과 ‘버섯피자’는 7세 이상, ‘푸푸게노! 똥 밟았네?’는 36개월 이상 관람 가능하다. 전석 5만 원.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3-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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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합창엔 사람을 묶는 힘, 분쟁국도 함께 노래를”

    “한번 함께 노래한 사람끼리는 총을 겨누지 않는다는 말이 있습니다. 합창은 인간을 한데 묶어주는 힘이고, 때로는 정치의 영역이 못 하는 일을 합니다.” 강릉 세계합창대회에 참석한 귄터 티치 인터쿨투르 총재(77·세계합창대회 위원장)가 4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인터쿨투르는 2년마다 대륙을 돌아가며 세계합창대회를 주최하는 ‘합창의 국제올림픽위원회(IOC)’ 격인 조직이다. 강릉 세계합창대회는 강원 강릉시 강릉아레나에서 3일 개막했다. 체코에서 태어난 독일인인 티치 총재는 동구권 붕괴 이전인 1988년 헝가리에서 국제 합창 콩쿠르를 개최해 동서 화합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1990년 인터쿨투르를 설립했고 1990년 오스트리아 린츠에서 첫 세계합창대회를 열었다. 이번 대회는 12회째다. 티치 총재는 “2010년 중국 사오싱 대회 등에서 남북한 합창단이 화음을 맞춘 일이 있다. 이번 대회도 독일 주재 북한대사관을 통해 북한에 참가 의사를 타진했지만 긍정적인 응답 대신 성을 내는 반응이었다. 언젠가는 다시 합창이 남북 간 긴장을 해소하는 역할을 맡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예전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합창단도 함께 화음을 맞췄죠. 전쟁이 벌어져도 보통 사람들에게는 잘못이 없습니다. 올해는 러시아 팀이 오지 않았지만, 분쟁 속에서도 사람들이 함께 노래하며 마음을 가깝게 하는 게 우리의 사명입니다.” 그는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에게 이번 대회 개최지에 대한 의견을 구했더니 평창 겨울올림픽에 참여한 바 있는 강릉을 추천했다. 적당한 도시 규모와 아름다운 풍경을 봤을 때 성공적인 선택이었다”고 말했다. 또 개막식에 대해 “이렇게 잘 조직되고 프로페셔널한 개막식은 처음이다. 한국 문화와 세계 문화를 성공적으로 결합해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 합창단이 특히 실력이 좋다고 들었다”며 이번 대회가 한국 합창의 실력도 널리 알리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고 기대를 표했다. 올해 참가 팀 수가 예상보다 줄어든 데 대한 아쉬움도 드러냈다. 그는 “중국의 경우 통상 80개 팀 이상이 참석하는데, 올해는 중국과 홍콩, 마카오, 대만을 포함해 30개 팀에 그쳤다. 그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 여파로 합창단마다 연습 시간 등 준비할 여건이 충분치 않았던 게 큰 이유”라고 말했다. “이 대회에 참가한 합창단에게는 상을 받는 것만이 목표가 아니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우정과 추억을 쌓고 음악을 공유하는 데서 더욱 큰 즐거움을 발견하시기를 기대합니다.”강릉=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3-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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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올 가을, 베르디 오페라 보러 이탈리아로!

    올해 탄생 210주년을 맞은 오페라의 대명사 주세페 베르디를 만난다. 이탈리아에서 손꼽히는 파르마의 레지오 극장에서 2023 베르디 페스티벌이 소개하는 두 편의 베르디 오페라를 감상하고, 성악가와 오페라팬에게 꿈의 무대로 꼽히는 밀라노 라 스칼라 극장과 베네치아 라 페니체 극장에서도 전막 오페라를 감상한다. 동아일보가 10월에 마련한 ‘2023 베르디 축제와 이탈리아 북부 클래식 탐방’ 여행이다. 유윤종 동아일보 문화전문기자가 전 일정을 동행하며 친절하고 상세한 해설을 들려준다.여정은 10월 4일(수) 인천국제공항에서 시작돼 12일(목) 귀국까지 이어지는 8박 9일의 일정이다. 밀라노 국제공항까지 직항편을 이용한다. 베르디의 고향인 론콜레와 그가 성장한 부세토를 돌아본다. 이 지역 최대 도시이자 대지휘자 토스카니니의 고향인 파르마의 레지오 극장 주최 2023 베르디 페스티벌에서 베르디 중기의 대작 ‘일 트로바토레’와 초기 대표작 중 하나인 ‘십자군의 롬바르디아인’을 관람한다.낮 시간에는 이 일대 에밀리아로마냐 주의 풍요로운 주변 문화와 자연 체험이 이어진다. 유서 깊은 중세 역사문화도시 볼로냐와 사비오네타, 테너 루치아노 파바로티의 고향 모데나를 돌아보고 인접한 롬바르디아 주에 있는 베르디 ‘리골레토’의 무대 만토바, 세계 현악기의 수도인 크레모나도 찾아간다.이어지는 일정은 세계 관광지 인기 순위에서 늘 1위를 다투는 물의 도시 베네치아로 향한다. 수많은 화마를 극복한 유서 깊은 ‘불사조 극장’ 라 페니체에서 베르디 오페라 ‘포스카리 가문의 두 사람’을 관람하고 베네치아 본섬과 근교의 유명 관광지도 꼼꼼히 돌아본 뒤 비발디가 활동한 피에타 교회에서 ‘사계’ 콘서트를 관람한다.롬바르디아로 돌아와 이탈리아 벨칸토 시대의 대표 작곡가 도니체티의 고향 베르가모에서 아름다운 풍경을 돌아보고 이탈리아 북부 중심도시 밀라노에서 세계 최고의 오페라 무대로 꼽히는 라 스칼라 극장이 공연하는 모차르트 ‘피가로의 결혼’에 푹 빠져본다. 유럽의 대부호가 모여드는 코모 호숫가에서 아름다운 시간을 가진 뒤 꿈같은 여정을 뒤로 하고 밀라노에서 귀국 비행기에 오른다. 음악팬에게도, 자연과 도시를 사랑하는 평범한 여행 애호가에게도 잊을 수 없는 시간이 될 것이다.유윤종 기자 gustav@donga.com}

    • 2023-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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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차이콥스키콩쿠르 한국인 3명 1위… 기악 첫 우승

    러시아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지난달 29일(현지 시간) 폐막한 제17회 차이콥스키 국제콩쿠르에서 김계희(29)가 바이올린 부문 1위, 이영은(26)이 첼로 부문 1위, 테너 손지훈(32)이 남자 성악 부문 1위를 차지했다. 이 콩쿠르에서 한국인이 기악 부문 1위를 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또 베이스 정인호가 남자 성악 부문 2위, 박상혁이 첼로 부문 3위, 김예성(플루트)이 목관 부문 공동 3위, 예수아가 피아노 부문 공동 4위, 이동열이 첼로 부문 5위에 오르는 등 한국인 8명이 입상했다. 차이콥스키 국제콩쿠르는 러시아 문화부의 후원을 받고 있으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인 지난해 4월 국제음악콩쿠르연맹(WFIMC) 회원에서 제명됐다. 이 여파로 올해 콩쿠르는 서유럽 음악인들의 참가가 대폭 줄었다. 예비심사를 거쳐 바이올린 부문 본선에 진출한 25명 중 서유럽권 출신은 슬로베니아인 1명뿐이었고, 첼로 부문 25명 중에는 한 명도 없었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3-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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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차이콥스키 콩쿠르서 한국인 3명 1위…기악 첫 우승

    러시아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29일(현지 시간) 폐막한 제17회 차이콥스키 국제콩쿠르에서 김계희(29)가 바이올린 부문 1위, 이영은(26)이 첼로 부문 1위, 테너 손지훈(32)이 남자 성악 부문 1위를 차지했다. 베이스 정인호는 남자 성악 부문 2위, 박상혁은 첼로 부문 3위, 김예성(플루트)은 목관 부문 공동 3위, 예수아는 피아노 부문 공동 4위, 이동열은 첼로 부문 5위에 오르는 등 한국인 8명이 입상했다.김계희는 서울대 음대와 뮌헨 국립음대 석사과정을 졸업했으며 에네스쿠 콩쿠르, 안드레아 포스타치니 콩쿠르 등에서 우승했다. 이영은은 서울대 졸업후 톈진 줄리어드 음악원에 재학 중이다. 손지훈은 한국예술종합학교를 졸업한 뒤 독일 바이에른 극음악 아카데미에서 수학했고 몬세라트 카바예 국제콩쿠르와 비오티 국제콩쿠르에서 우승했다.이 콩쿠르 역대 한국인 우승자로는 1990년 남자 성악 부문 바리톤 최현수, 2011년 남자 성악 부문 베이스 박종민, 같은 해 여자 성악 부문 서선영이 있으며 기악 부문 1위는 올해가 처음이다. 1958년 창립된 차이콥스키 국제콩쿠르는 러시아 문화부의 후원을 받고 있으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인 지난해 4월 국제음악콩쿠르연맹(WFIMC)의 결의로 WFIMC 회원에서 제명됐다. 올해 1월에는 우리 병무청의 예술 체육 요원 편입(병역특례) 대상에서도 제외됐다. 올해 이 콩쿠르는 WFIMC 제명 및 서방의 반(反) 러시아 기류 여파로 서유럽 음악인들의 참가가 대폭 줄었다. 예비심사를 거쳐 바이올린 부문 본선에 진출한 25명 중 러시아 국적 12명, 중국 5명, 일본 5명이었고 한국 카자흐스탄이 각각 1명이며 서유럽권 출신은 슬로베니아인 1명 뿐이었다. 첼로 부문 본선 진출자 25명 중에는 러시아가 15명, 한국 6명, 미국 2명, 호주와 중국이 각각 1명이었으며 서유럽 참가자는 없었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3-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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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이올리니스트 김응수 “세상 떠난 피아니스트 아내 대신 무대 섭니다”

    “안녕하세요, 김응수입니다. 30일 서울 예술의전당 리사이틀홀에서 제 이야기를 풀어가고자 합니다. 이번 연주는 제 인생과 예술의 동반자였던 피아니스트 고(故) 채문영의 독주회로 예정되어 있던 연주였습니다.” 바이올리니스트 김응수 씨(47)의 지인들은 25일 이렇게 시작되는 문자를 받았다. 깜짝 놀란 사람도 적지 않았다. 피아니스트 채문영 씨는 올해 4월 9일 암투병 끝에 향년 45세로 세상을 떠났다.김 씨는 2021년 아내 채 씨의 반주로 앨범 ‘다스 레벤(삶)’을 발매하면서 당시까지의 이야기를 털어놓은 바 있다. 서울예고 선후배인 두 사람은 유학 중이던 2003년 결혼했다. 김 씨가 2004년 스페인 마리아 카날스 듀오 소나타 부문에 갓 결혼한 아내와 함께 나간 건 생활비가 모자라 상금이 절실했기 때문이었다. 1등 상금을 손에 쥐었지만 김 씨는 안면 마비로 유럽 일정을 포기했다. 2012년 한양대 교수가 돼 안정된 삶을 찾았지만 채 씨에게 암이 찾아왔다. ‘다스 레벤’ 발매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남편을 반주했던 채 씨는 당시까지는 비교적 건강한 모습이었다. 이들의 지인들은 “두 사람은 어려운 가운데서도 삶과 예술에서 서로를 버텨왔다”며 안타까워했다. 채 씨의 타계로 예정됐던 독주회 대관은 취소됐지만 김응수는 수시대관을 신청해 같은 날 자신과 아내의 팬들을 만나게 됐다. 김 씨는 “누구나 다 겪을 일이겠지만 저에겐 너무 이르게 찾아왔습니다. 연주 수익금과 모든 후원금은 장학금으로 기부될 예정입니다”라고 문자에 남긴 글을 맺었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3-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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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게 베토벤은 혁명이자 인간적 작곡가”

    “60회째 완주라고 해서 ‘완성’이란 의미는 전혀 없습니다. 베토벤은 늘 새로우니까요.” 현존 베토벤 피아노 음악 해석의 1인자로 불리는 오스트리아 피아니스트 루돌프 부흐빈더(77)는 28일 서울 강남구 오드포트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32곡 전곡을 7월 9일까지 7회의 콘서트로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펼쳐놓는다. 해외 아티스트가 이처럼 장기간에 걸쳐 특정 작곡가의 소나타 전곡을 연주하는 일은 국내 공연 사상 유례 없는 일이다. 구약성서 격인 바흐의 평균율 클라비어곡집과 대비해 ‘피아노의 신약성서’로 불리는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곡은 전체 길이만 10시간에 달하고 각각의 작품이 뚜렷한 개성을 갖고 있어 단기간의 집중 연주는 해외에서도 드문 일로 꼽힌다. 부흐빈더는 1970년 이후 지금까지 세계 각지에서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곡 시리즈를 59회 선보여 왔다.● “베토벤 소나타는 인생 각 단계의 감정 반영”콘서트 첫날인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부흐빈더는 “내게 베토벤은 혁명이자 인간적인 면을 지닌 작곡가”라고 말했다. “어릴 때 자란 방에는 작은 피아노가 있었고 그 위에 라디오, 그 위에 베토벤의 얼굴을 담은 장식품이 있었습니다. 그 방의 기억이 평생 저를 따라다녔죠.” 상상일지라도 꼭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24시간 동안 베토벤의 방에 안 보이는 채 앉아서 베토벤이 뭘 하는지 관찰하고 싶다”고 했다. “베토벤의 모든 소나타가 인생 각 단계의 감정을 담고 있습니다. 사랑과 분노, 유머도 있죠.” 그는 베토벤이 극단적인 표현을 사용한 작곡가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소나타 27번에선 한 악장에 여덟 번이나 템포를 바꾸기도 했어요. 만약 그의 작품을 평면적으로 연주한다면 가장 나쁜 일이 될 겁니다.”● 내한 공연 여덟 번, 내년 협주곡 전곡 연주부흐빈더는 2012년 서울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월광’ ‘비창’ ‘열정’ 등 베토벤 유명 피아노소나타로 첫 내한공연을 연 이후 지난해까지 10년 동안 일곱 차례나 한국 무대에 섰다. 그는 “한국에 오는 건 즐거운 경험이다. 젊고 열정적인 청중에 늘 감탄한다”고 말했다. 베토벤에 대한 그의 열정은 ‘꼼꼼한 연구’가 동반되기로 유명하다. 베토벤 피아노소나타 전곡의 서로 다른 편집 악보 39가지를 소장하고 있는 그는 “리스트의 판본이 가장 완벽하다. 아무 실수 없이 베토벤 그대로를 악보에 옮겼다”고 말했다. 그는 베토벤과의 정신적 유대를 담은 ‘나의 베토벤-거장과의 삶’, 디아벨리 변주곡에 대한 이야기 등을 담은 ‘마지막 왈츠’ 등의 책을 발간하기도 했다. 이번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곡 리사이틀은 28일에 이어 30일, 7월 1, 6, 7, 8, 9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다. 이번 공연을 주최한 공연기획사 빈체로는 내년에 부흐빈더가 직접 지휘하고 피아노 솔로도 맡는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5곡 전곡 공연을 해외 오케스트라 협연으로 개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3-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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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색다른 쇼팽과 차이콥스키가 온다… “듣는 재미가 있을 것”

    “쇼팽 피아노협주곡 2번인데 현악 대신 클라리넷 독주로 시작하네?” “차이콥스키 ‘백조의 호수’ 모음곡인데 ‘어린 백조들의 춤’이 없다고?” 러시아 지휘자 미하일 플레트뇨프의 손길로 새롭게 탄생한 명곡들이 서울시립교향악단 정기연주회에서 선을 보인다.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29, 30일 열리는 ‘미하일 플레트뇨프와 선우예권’ 콘서트다. 1990년 러시아 최초의 민간 교향악단인 ‘러시안 내셔널 오케스트라’를 창단해 세계 정상급 오케스트라로 성장시킨 플레트뇨프가 지휘봉을 들고, 2017년 밴 클라이번 콩쿠르 우승자인 선우예권이 쇼팽 피아노협주곡 2번을 협연한다.● 관현악을 새롭게 바꾼 쇼팽 피아노협주곡 2번쇼팽의 피아노협주곡 2번은 그가 폴란드 바르샤바 음악원에 재학 중이던 19세 때 작곡한 곡이다. 당시 쇼팽은 이미 피아노 연주와 작곡에서 달인의 경지에 올랐지만 오케스트라 파트를 쓰는 데는 능통하지 못해 이후 ‘반주부가 매끄럽지 못하다’는 지적이 자주 나왔다. 피아니스트 알프레드 코르토가 1935년 협주곡 2번의 관현악 파트를 새롭게 써서 선보이기도 했다. 피아니스트 또는 지휘자로 쇼팽의 두 협주곡을 연주해 온 플레트뇨프는 2017년 말러 체임버 오케스트라를 지휘하고 피아니스트 다닐 트리포노프 협연으로 새 앨범을 녹음하면서 두 곡의 관현악 파트를 새롭게 편곡했다. 플레트뇨프는 최근 서울시립교향악단과의 인터뷰에서 “쇼팽의 원곡과 연주를 더욱 놀랍고 빛나게 하기 위해 노력했다. 원곡과 다른 점을 찾아보며 듣는 재미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2017년 앨범에서 피아노를 연주한 트리포노프는 “오케스트라와 피아노의 대화가 오리지널 버전보다 효과적이다”라고 말했다.● 새로 선곡한 차이콥스키 ‘백조의 호수’ 모음곡콘서트 메인 곡인 차이콥스키 ‘백조의 호수’ 모음곡은 원래 차이콥스키가 오리지널 발레 공연에서 연주된 하이라이트 6곡을 직접 발췌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번에 연주되는 모음곡은 플레트뇨프가 새로 구성한 ‘플레트뇨프 특별 편집판’이다. 차이콥스키가 뽑은 모음곡과 같이 6곡으로 되어 있지만 극의 전개와 관련이 적은 ‘어린 백조들의 춤’ ‘헝가리 춤’ 등을 제외하고 원작 발레의 줄거리 전개에 초점을 맞췄다. 플레트뇨프는 “무대용 발레를 요약한 버전으로 보면 된다. 작품에서 묘사되는 드라마를 기대해 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차이콥스키에 애정이 깊은 플레트뇨프는 차이콥스키의 다른 발레인 ‘호두까기 인형’ 모음곡을 피아노용으로 편곡해 세계 곳곳에서 연주하기도 했다. 한편 이번 콘서트 첫 곡은 쇼팽의 피아노곡 네 곡을 러시아 작곡가 알렉산드르 글라주노프가 관현악곡으로 편곡한 ‘쇼피니아나’ 모음곡이다. 이 곡은 전설적 안무가 세르게이 댜길레프가 1909년 파리에서 발표한 발레 ‘레 실피드’의 모체가 됐지만 ‘쇼피니아나’에 있던 여러 곡들이 ‘레 실피드’에서는 다른 작곡가가 편곡한 다른 곡으로 교체됐고 원작 격인 ‘쇼피니아나’는 오히려 생소한 편이다. 플레트뇨프가 손본 것은 아니지만 콘서트 중반 이후 연주될 두 곡과 함께 ‘알려진 명곡의 새로운 면모’를 전달하는 점에서 공통점을 지닌다. 이번 콘서트는 지휘자 플레트뇨프의 지명도와 ‘알려진 곡들의 새로운 모습’이라는 호기심 때문에 합창석까지 전석 매진된 상태다. 서울시향 관계자는 “기존 티켓 구입자가 표를 취소할 가능성도 있기에 취소 표를 기대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3-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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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조의 호수 모음곡, 쇼팽 협주곡… 새로운 색깔로 듣는다

    “쇼팽 피아노협주곡 2번인데 현악 대신 클라리넷 독주로 시작하네?”“차이콥스키 ‘백조의 호수’ 모음곡인데 ‘어린 백조들의 춤’이 없다고?” 러시아 지휘자 미하일 플레트뇨프의 손길로 새롭게 탄생한 명곡들이 서울시립교향악단 정기연주회에서 선을 보인다. 29, 30일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리는 ‘미하일 플레트뇨프와 선우예권’ 콘서트다. 1990년 러시아 최초의 민간 교향악단인 ‘러시안 내셔널 오케스트라’를 창단해 세계 정상급 오케스트라로 성장시킨 플레트뇨프가 지휘봉을 들고, 2017년 밴 클라이번 콩쿠르 우승자인 선우예권이 쇼팽 피아노 협주곡 2번을 협연한다. ●관현악을 새롭게 바꾼 쇼팽 피아노협주곡 2번 쇼팽의 피아노협주곡 2번은 쇼팽이 폴란드 바르샤바 음악원 재학 중이던 19세에 작곡한 작품이다. 당시 쇼팽은 이미 피아노 연주와 작곡에 달인적인 모습을 보였지만 오케스트라 파트를 쓰는 데는 능통하지 못해 이후 ‘반주부가 매끄럽지 못하다’는 지적이 자주 나왔다. 피아니스트 알프레드 코르토가 1935년 협주곡 2번의 관현악 파트를 새롭게 써서 선보이기도 했다. 피아니스트 또는 지휘자로 쇼팽의 두 협주곡을 연주해 온 플레트뇨프는 2017년 말러 체임버 오케스트라를 지휘하고 피아니스트 다닐 트리포노프 협연으로 새 앨범을 녹음하면서 두 곡의 관현악 파트를 새롭게 편곡했다. 플레트뇨프는 최근 서울시립교향악단과의 인터뷰에서 “쇼팽의 원곡과 연주를 더욱 놀랍고 빛나게 하기 위해 노력했다. 원곡과 다른 점을 찾아보며 듣는 재미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2017년 앨범에서 피아노를 연주한 트리포노프는 “오케스트라와 피아노의 대화가 오리지널 버전보다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새로 선곡한 차이콥스키 ‘백조의 호수’ 모음곡 콘서트 메인곡인 차이콥스키 ‘백조의 호수’ 모음곡은 차이콥스키 자신이 오리지널 발레에서 하이라이트 6곡을 발췌한 곡이 알려져 있다. 이번에 연주되는 모음곡은 플레트뇨프가 새로 구성한 ‘플레트뇨프 특별 편집판’이다. 차이콥스키가 뽑은 모음곡과 같이 6곡으로 되어있지만 극의 전개와 관련이 적은 ‘어린 백조들의 춤’ ‘헝가리 춤’ 등을 제외하고 원작 발레의 줄거리 전개에 초점을 맞췄다. 플레트뇨프는 “무대용 발레를 요약한 버전으로 보면 된다. 작품에서 묘사되는 드라마를 기대해 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차이콥스키에 애정이 깊은 플레트뇨프는 차이콥스키의 다른 발레인 ‘호두까기 인형’ 모음곡을 피아노용으로 편곡해 세계 곳곳에서 연주하기도 했다. 한편 이번 콘서트 첫 곡은 쇼팽의 피아노곡 네 곡을 러시아 작곡가 글라주노프가 관현악곡으로 편곡한 ‘쇼피니아나’ 모음곡이다. 이 곡은 전설적 안무가 디아길레프가 1909년 파리에서 발표한 발레 ‘레 실피드’의 모체가 됐지만 ‘쇼피니아나’에 있던 여러 곡들이 ‘레 실피드’에서는 다른 작곡가가 편곡한 다른 곡으로 교체됐고 원작 격인 ‘쇼피니아나’는 오히려 생소한 편이다. 플레트뇨프가 손본 것은 아니지만 콘서트 중반 이후 연주될 두 곡과 함께 ‘알려진 명곡의 새로운 면모’를 전달하는 점에서 공통된다. 서울시향은 이번 콘서트가 지휘자 플레트뇨프의 지명도와 ‘알려진 곡들의 새로운 모습’이라는 호기심 때문에 합창석까지 전석 매진됐지만 기존 티켓 구입자가 반환한 표를 기대할 수 있다고 밝혔다.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3-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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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독립 영웅 벤저민 프랭클린도 ‘가짜뉴스’ 퍼뜨렸다

    “왜 내가 가짜뉴스 얘기를 하는지 알아요? 당신네 모두를 불신하게 해서, 내게 부정적인 기사가 나와도 아무도 믿지 않게 만들기 위해서입니다.” 2016년 미국 공화당 대통령 선거 후보 도널드 트럼프가 TV 시사 프로그램 ‘60분’ 기자와 인터뷰하면서 한 말이다. 설마 그렇게 속 보이는 얘기를 털어놓았을까, 가짜뉴스 아닐까? 아니, 미국 중앙정보국(CIA)에서 정보 분석가로 일한 저자의 말이니 믿어도 좋다. 트럼프는 결국 대통령에 취임했고 자기에게 불리한 기사는 모조리 ‘가짜뉴스’로 몰아붙였다. 나치가 자신들에게 비판적인 매체를 ‘뤼겐프레세(거짓말 언론)’라며 공격한 일을 상기시킨다. 1부에서는 가짜뉴스의 역사를 다룬다. 33세기 전인 기원전 1274년 람세스 2세는 히타이트 군대를 무찌른 승전기를 이집트 전역에 배포하도록 했다. 그러나 히타이트 왕이 보내온 편지에는 다른 내용이 적혀 있다. “왜 거짓말만 치냐?” 실제로는 양쪽 모두 엄청난 희생자가 나왔고 협상으로 전쟁을 끝냈지만 파라오는 백성들을 ‘대체 진실’로 달랜 것이다. 미국 건국의 아버지인 벤저민 프랭클린도 가짜뉴스 생산자였다. 인쇄공 출신으로 청년기에 신문사를 경영했던 그는 독립전쟁 중인 1782년 가짜 신문을 인쇄해 배포했다. 보스턴에서 발행되는 진짜 신문과 똑같은 디자인과 서체를 사용해 ‘원주민 부족들이 식민지인(독립 전 미국인)을 공격하고 살해당한 이의 머리 가죽을 영국 왕에게 바쳤다’며 선동에 나섰다. 오늘날 가짜 뉴스 웹사이트들이 진짜 언론사 웹사이트의 디자인을 베끼고 인터넷 사이트 주소(URL)까지 비슷하게 만드는 것과 비슷하다. 과학자도 때로 가짜뉴스에 가담한다. 1990년대 미국의 웨이크필드라는 의사는 ‘홍역 등을 예방하는 MMR 백신이 자폐증의 원인’이라는 보고서를 내놓았다. 돈을 받고 조작한 연구였고, 진실이 밝혀지자 웨이크필드는 의사 면허를 박탈당했다. 그러나 지금도 많은 세계인이 ‘백신이 자폐증과 관련 있다’고 믿는다. 1980년대 소련은 인도 신문에 자금을 지원해 ‘미국 정부의 과학자들이 에이즈 바이러스를 만들었다’는 가짜 뉴스를 싣게 했다. 뉴스는 퍼져 나갔고, 2005년 여론조사에서 미국 흑인 응답자 중 15%가 ‘에이즈 바이러스는 흑인을 겨냥해 정부가 만들어낸 것’이라고 답했다. 2부에서는 실전 응용편 격인 ‘가짜 뉴스와 싸우는 방법’을 정리했다. 사실과 의견 구분하기, 자신의 편견을 확인하기, 뉴스 미디어의 편향 이해하기 등 8개의 장을 통해 가짜 뉴스를 구별하는 방법을 알려주고 각 장 끝에 ‘연습문제’를 붙였다. “뉴스가 제시하는 증거를 확인하고 이야기의 다른 측면을 살펴보라, 다른 뉴스 업체들도 같은 뉴스를 보도하는지 확인하라, 긴급 속보라면 숨을 고르고 찬찬히 들여다보라”고 조언한다. “가짜 뉴스를 근절할 방법은 없다. 하지만 가짜 뉴스에 속지 않을 수는 있다.” 최소한 가짜 뉴스를 퍼뜨리는 바보는 되지 말라며 저자가 내놓는 결론이다.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3-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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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4개국 323개 합창단의 하모니 경연… 세계합창대회, 내달 3일 강릉서 개막

    세계 34개국에서 온 323개 팀의 합창단 8000여 명이 강원 강릉시에서 세계 합창 축제를 펼친다. 2023 강릉 세계합창대회 조직위원회(조직위원장 허용수 GS에너지 대표이사)는 21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올해 12회를 맞는 세계합창대회(World Choir Games)를 7월 3∼13일 강릉아레나를 비롯한 강릉 일대에서 연다고 밝혔다. 세계합창대회는 2000년 오스트리아 린츠에서 시작돼 2년마다 열리는 ‘합창의 올림픽’이다. 강릉시는 2020년 36개국이 경쟁한 끝에 대회를 유치했다. 당초 지난해 대회가 열릴 예정이었지만 코로나19로 연기됐다. 간담회에서 허 조직위원장은 “평창 겨울올림픽의 메시지를 계승해 평화와 화합의 메시지를 전하는 대회로 만들겠다. 오시는 분들이 국가와 성별, 세대를 뛰어넘어 음악으로 소통하고 아름다운 강원의 자연을 즐기기 바란다”고 밝혔다. 올해 대회에는 직전 대회인 2021년 벨기에 플랑드르 대회에서 최고점을 받은 벨기에 ‘아마란스’ 합창단과 2014년 라트비아 리가 대회 금메달 수상팀인 홍콩 청소년 합창단 ‘디오션 보이스 스쿨 콰이어’ 등이 출연한다. 전쟁으로 고통을 겪고 있는 우크라이나의 보흐니크 소녀 합창단도 참가한다. 보흐니크 소녀 합창단 지휘자 올레나 솔로베이는 “세계 유일의 분단국이자 전쟁을 딛고 일어난 한국에서 평화의 노래로 세계인의 마음을 울리고 싶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심상복 운영추진단장은 “코로나19와 우크라이나 전쟁, 인플레이션 등의 영향으로 해외 합창단 참가 규모가 당초 예상한 2만5000명보다 줄어 아쉬움이 크다”고 했다. 대회 기간 동안 28개 종목으로 펼쳐지는 합창 경연과 개·폐막식 외 세계합창총회, 워크숍, 합창단 개별 코칭 등이 강릉아트센터를 비롯한 곳곳에서 펼쳐진다. 각 나라 합창단이 참여하는 거리 퍼레이드와 다섯 차례의 축하 콘서트, 참가 합창단의 버스킹 공연도 열린다. 개막식은 7월 3일 오후 7시 반 강릉아레나에서 열린다. 오프닝 세리머니와 참가국 입장, 주제가 제창과 타종 퍼포먼스에 이어 ‘평화의 하모니’를 전하는 주제 공연이 펼쳐진다. 오장환 예술감독은 “볼거리보다 들을 거리 위주의 개막식을 구상했다”고 말했다. 강릉시립합창단, 원주시립합창단, 춘천시립합창단과 소리꾼 고영열, 카운터테너 이동규, 소프라노 박혜상, 가수 규현, 거미 등이 출연한다. 7월 13일 강릉아레나에서 열리는 폐막식에서는 합창을 통해 평화를 염원하고 차기 개최국을 발표한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3-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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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를 있게 해준 어머니의 나라 韓서 연주, 각별해”

    “어머니는 내 가장 큰 영감의 원천이자 원동력이죠. 나를 있게 해준 나라에서 연주하는 일이 각별하게 느껴집니다.” 랜들 구스비(27)는 세계 바이올린계에서 새로운 영역을 개척해온 바이올리니스트다. 흑인 미국인 아버지와 재일교포 3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그는 2018년 영 콘서트 아티스트 국제 오디션에서 우승한 뒤 2020년 명문 음반레이블 데카와 전속계약을 맺었다. 이듬해 데뷔 음반 ‘뿌리(Roots)’에서 여성 작곡가 플로렌스 프라이스 등 잘 알려지지 않았던 흑인 작곡가들을 다뤄 각별한 조명을 받았다. 그가 22일 어머니의 나라 한국에서 첫 리사이틀을 갖는다. 줄리아드음악원 재학 시절부터 호흡을 맞춘 피아니스트 주 왕과 함께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 무대에 선다. 서울 용산구 리움미술관에서 19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구스비는 “미국 흑인음악뿐 아니라 한국이나 일본 작곡가의 곡 등 클래식 사회가 낯설게 여겨 온 음악에 계속 관심을 가질 것”이라고 밝혔다. 첫 내한 리사이틀 프로그램 구성에서도 그는 ‘흑인의 정체성’을 중시했다. “라벨 소나타에 이어 흑인 작곡가 윌리엄 그랜트 스틸의 모음곡을 연주하는데, 라벨 곡의 2악장에는 미국 음악에서 영향을 받은 블루스가 담겼죠. 스틸의 작품은 블루스의 색깔이 더 명확히 담겨 있습니다.” 메인 곡인 베토벤 바이올린 소나타 9번 ‘크로이처’는 베토벤이 흑인 바이올리니스트 브리지타워를 위해 썼지만 사이가 나빠져 다른 바이올리니스트인 크로이처에게 헌정한 곡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구스비는 “흑인 작곡가들의 작품은 잘 연주되지 않았기에 독창성을 발휘하기 좋다. 한국이나 일본 작곡가들의 작품으로는 현재의 내 삶과 연관된 작품들을 찾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콘서트에서는 올해 1월 삼성문화재단으로부터 후원받은 ‘스트라디바리 엑스 스트라우스’ 악기를 사용한다. 이름은 타이거 우즈에서 딴 ‘타이거’라고 지었다. “제가 골프를 좋아하거든요.(웃음) 골프 클럽도 챙겨왔어요.” 이전에 쓰던 ‘과르네리 델 제수’ 바이올린과 달리 밝으면서도 풍성하고 초콜릿 같은 질감을 가진 악기라고 그는 설명했다. “처음엔 현의 장력이 세서 소리가 약간 날카로웠어요. 브리지(현을 받치는 나무 부품) 같은 작은 부분들을 바꿔서 소리를 파스텔 색감처럼 풍성하게 만들었죠.” 그의 스승은 미국 바이올린계의 전설 이츠하크 펄먼이다. “제가 기교적인 부분에 대한 질문만 계속 했는데, 어느 날 ‘너는 이 음악이 갖는 의미가 뭐라고 생각하니?’ 하시더군요. 음악적으로 뭘 얘기할지 모르면 테크닉은 의미가 없다는 걸 깨우쳐 주셨어요.” 어머니에게서 받은 영향을 묻자 “저를 연습하게 해 주셨죠”라고 말해 폭소가 터졌다. “처음엔 바이올린을 좋아서 했는데 열여섯 살쯤 되자 연습하기 싫어졌어요. 그때 어머니께서 타이머를 갖다 놓고 연습을 마치지 못하면 방에서 나오지 못하게 하셨죠. 하지만 다른 부분에 대해서는 충분한 자율권을 주셨습니다.” 5만∼9만 원.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3-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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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서 첫 리사이틀 여는 랜들 구스비 “어머니의 나라에서 연주, 의미 있어”

    “어머니는 내 가장 큰 영감의 원천이자 원동력이죠. 나를 있게 해준 나라에서 연주하는 일이 각별하게 느껴집니다.”랜들 구스비(27)는 세계 바이올린계서 새로운 영역을 개척해온 바이올리니스트다. 흑인 미국인 아버지와 재일교포 3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그는 2018년 영 콘서트 아티스트 국제 오디션에서 우승한 뒤 2020년 명문 음반레이블 데카와 전속계약을 맺었다. 이듬해 데뷔 음반 ‘뿌리(Roots)’에서 여성 작곡가 플로렌스 프라이스 등 잘 알려지지 않았던 흑인 작곡가들을 다뤄 각별한 조명을 받았다. 그가 22일 어머니의 나라 한국에서 첫 리사이틀을 갖는다. 줄리어드 음악원 재학 시절부터 호흡을 맞춘 피아니스트 주 왕과 함께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 무대에 선다.19일 서울 한남동 리움미술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구스비는 “미국 흑인음악 뿐 아니라 한국이나 일본 작곡가의 곡 등 클래식 사회가 낯설게 여겨 온 음악들에 계속 관심을 가질 것”이라고 밝혔다.첫 내한 리사이틀 프로그램 구성에서도 그는 ‘흑인의 정체성’을 중시했다. “라벨 소나타에 이어 흑인 작곡가 윌리엄 그랜트 스틸의 모음곡을 연주하는데, 라벨 곡의 2악장에는 미국 음악에서 영향 받은 블루스가 담겼죠. 그랜트 스틸의 작품은 더 명확한 블루스의 색깔을 표현합니다.” 메인 곡인 베토벤 바이올린 소나타 9번 ‘크로이처’는 베토벤이 흑인 바이올리니스트 브리지타워를 위해 썼지만 사이가 나빠져 다른 바이올리니스트 크로이처에게 헌정한 곡이라고 그는 설명했다.구스비는 “흑인 작곡가들의 작품은 연주되지 않아온 경우가 많아 독창성을 발휘하기 좋다. 한국이나 일본 작곡가들의 작품으로는 현재의 내 삶과 연관된 작품들을 찾아보고 있다”고 말했다.이번 콘서트에서는 올해 1월 삼성문화재단으로부터 후원받은 ‘스트라디바리 엑스 스트라우스’ 악기를 사용한다. 이름은 타이거 우즈에서 딴 ‘타이거’라고 지었다. “제가 골프를 좋아하거든요.(웃음) 골프 클럽도 챙겨왔어요.” 이전에 쓰던 ‘과르네리 델 게수’ 바이올린과 달리 밝으면서도 풍성하고 초컬릿 같은 질감을 가진 악기라고 그는 설명했다. “처음엔 현의 장력이 세서 소리가 약간 날카로웠어요. 브리지(현을 받치는 나무 부품) 같은 작은 부분들을 바꿔서 소리를 파스텔 색감처럼 풍성하게 만들었죠.”그의 스승은 미국 바이올린계의 전설 이츠하크 펄만이다. “제가 기교적인 부분에 대한 질문만 계속 했는데, 어느 날 ‘너는 이 음악이 갖는 의미가 뭐라고 생각하니?’ 하시더군요. 음악적으로 뭘 얘기할지 모르면 테크닉은 의미가 없다는 걸 깨우쳐주셨어요.”어머니에게서 받은 영향을 묻자 “저를 연습하게 해 주셨죠”라고 말해 폭소가 터졌다. “처음엔 바이올린을 좋아서 했는데 16살 쯤 되자 연습하기 싫어지더군요. 그때 어머니께서 타이머를 갖다놓고 연습 마치지 못하면 나오지 못하게 하셨죠. 하지만 다른 부분에 대해서는 충분한 자율권을 주셨습니다.”구스비는 아홉 살 때 처음 오케스트라와 협연했고 열세 살 때는 뉴욕 링컨센터에서 열린 청소년 음악회에서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호흡을 맞췄다. 줄리어드 음악원을 졸업한 뒤 이 학교 최고연주자 과정에 다니고 있다. 2022년 유망한 젊은 연주자에게 주는 ‘에이버리 피셔 커리어 그랜트’를 수상했다. 관람료는 5만~9만원이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3-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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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물의 요정 루살카, 숲의 정령 빌리… 한을 품은 존재들[유윤종의 클래식感]

    서울 예술의전당 교향악축제 둘째 날인 2일, 김건 지휘 창원시립교향악단은 체코 작곡가 스메타나의 연작 교향시 ‘나의 조국’ 6곡 전곡을 선보였다. 유명한 두 번째 곡 ‘블타바(몰다우)강’ 중간부에는 현의 여린 선율 위에 플루트를 비롯한 목관이 꿈꾸는 듯한 장식음을 수놓는다. 스메타나는 이 부분을 ‘달빛 아래 루살카의 춤’이라고 설명했다. 공교롭다 싶었다. 체코에서 6월 초는 ‘루살카 주간’이기 때문이다. 이 기간에 사람들은 강이나 호수에 들어가기를 피한다. 루살카란 슬라브 전설에 나오는 물의 요정이다. 본디 물의 생명력을 들판에 전달해 농사를 도와주는 은혜로운 존재로 여겨졌다. 그런데 19세기 들어 무서운 존재라는 새 의미가 덧씌워졌다. 애인이나 남편에게 버림받은 여인들이 루살카가 되어 남자들을 물로 유인한 뒤 익사시킨다. 스메타나의 후배인 체코 음악가 드보르자크의 가장 유명한 오페라도 ‘루살카’다. 물의 요정 루살카는 인간 왕자와 사랑에 빠진다. 그가 달님에게 자신의 사랑을 전해 달라고 부르는 아리아가 유명한 ‘달의 노래’다. 루살카는 마녀를 찾아가 자신이 인간이 되도록 도와 달라고 말한다. 마녀는 루살카가 인간이 되면 말을 잃을 것이며 왕자와의 사랑을 이루지 못하면 죽어 영원히 저주받을 것이라고 말한다. 매우 익숙한 이야기처럼 들릴 것이다. 디즈니 영화의 원작인 안데르센의 동화 ‘인어공주’는 1837년, 오페라 ‘루살카’는 1901년 세상에 나왔다. 오페라 루살카가 안데르센의 동화를 모방했다는 설은 여러 차례 제기됐지만 체코 학계는 이를 부정하고 있다. 반대로 안데르센이 슬라브 설화에서 영향을 받았는지에 대해서도 확인된 바는 없다. 당초 인간에게 도움을 주는 존재였던 루살카가 불행의 아이콘이 된 것은 슬라브 숲의 정령 ‘빌리’에서 영향을 받은 것으로 여겨진다. 빌리 역시 19세기 이후의 루살카처럼 버림받은 여성들이 유령으로 변한 존재다. 서유럽으로 먼저 퍼져 나가기는 빌리 쪽이 먼저다. 프랑스 작곡가 아당의 발레 ‘지젤’(1841년)이 빌리 설화에 기초하고 있다. 숲에 사는 소녀 지젤은 연인에게 배신당하고 죽은 뒤 빌리가 된다. 내년 서거 100주년을 맞는 이탈리아 근대 오페라의 아이콘 자코모 푸치니가 26세 때 발표한 첫 오페라도 ‘빌리’다. 작은 마을 처녀 안나와 청년 로베르토는 영원한 사랑을 맹세하지만 친척의 유산을 상속받으러 떠난 로베르토는 돌아오지를 않고, 절망 속에 죽은 안나는 빌리가 되어 뒤늦게 돌아온 로베르토에게 보복한다. 푸치니의 오페라는 전 세계 오페라 프로덕션의 4분의 1을 차지하지만 유독 이 데뷔작은 공연되는 일이 적다. 음악이 미숙해서는 아니다. 음악원을 갓 졸업한 시기의 작품임에도 달콤한 선율과 생생한 관현악이 살아 숨쉰다. 베르디의 흥행사였던 줄리오 리코르디는 이 작품의 시범 연주를 들은 뒤 푸치니에게 완전히 매료돼 평생 그를 후원했다. 특히 이후 ‘라보엠’ ‘나비부인’에서 세계인의 마음을 울리게 되는 ‘푸치니 공식’이 바로 이 작품에서 시작된다. 첫 장면에서 주인공 남녀는 달콤한 사랑을 노래한다. 중간에 남자의 무책임 또는 무능으로 긴 이별이 이어지고, 마지막 장면은 첫 장면과 같은 곳에서 전개되지만 두 사람은 더 이상 사랑을 이어갈 수 없는 서글픈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첫 장면의 선율들이 잇따라 회상되며 슬픔을 극적으로 고조시킨다. 이 매력적인 작품이 잘 공연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한 시간 남짓한 짧은 길이 때문이다. 이 작품은 손초뇨 출판사가 제정한 단막 오페라 작곡 콩쿠르에 응모하기 위해 짧게 쓰였다. 콩쿠르에는 떨어졌는데, 이는 라이벌 손초뇨의 손에 이 작품이 넘어갈 것을 염려한 리코르디의 공작 때문이라는 설이 나온다. 푸치니가 음악원 시절 하숙집을 같이 썼던 피에트로 마스카니는 4년 뒤 이 콩쿠르에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로 당선했고, 오늘날 이 짧은 오페라는 같은 콩쿠르에서 실격당한 레온카발로의 ‘팔리아치’와 함께 무대에 오르고 있다. 내년에는 ‘팔리아치’를 잠시 잊고 하숙집 친구였던 푸치니와 마스카니의 두 단막 오페라를 하룻밤에 만나볼 기회가 생긴다면 어떨까. ‘푸치니 광팬’의 달콤한 상상에 불과한 얘기지만.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3-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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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베토벤 협주곡, 나를 바이올리니스트로 이끌어”

    바이올리니스트 아우구스틴 하델리히(39)는 지난해 서울시립교향악단 ‘올해의 음악가’로 활동해 한국 음악팬들에게 친숙한 이름이다. 그가 1806년 설립된 스위스 최고(最古)의 명문 악단 루체른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바이올린 협주곡의 제왕’으로 불리는 베토벤 바이올린 협주곡을 협연한다. 27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2006년 인디애나폴리스 국제콩쿠르에서 우승하며 세계 무대에 나왔고, 워너뮤직 등에서 수많은 음반을 내놓으며 전성기를 누리고 있는 하델리히를 e메일로 만났다. ―베토벤 바이올린 협주곡은 지난해 핀란드 방송교향악단과 협연하는 등 자주 무대에서 연주했지만 아직 음반으로 녹음하진 않았습니다. 이 곡의 어떤 면을 보여주고 싶은지요. “베토벤 협주곡은 제가 여덟 살 때 처음 연주했습니다. 저를 바이올리니스트로 이끈 작품이어서 특별히 좋아하는 곡이기도 하죠. 오케스트라가 반주 이상의 위치를 차지하기 때문에 바이올린 레퍼토리에서는 특이한 곡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독주 바이올린은 악보에서 단지 하나의 목소리일 뿐이고, 주제를 연주하는 오케스트라와 많은 순간을 동행합니다. 마치 실내악 작품처럼요. 이 곡의 느린 악장을 연주할 때마다 얼마나 완벽하고 단순하며, 친밀하고 인간적인 곡인지 경이를 느낍니다. 인간의 존재에 대한 깊은 통찰과, 그 너머에 있는 어떤 찰나를 보여주는 거겠죠.” ―지금 사용하고 있는 악기 ‘레두크 엑스 셰링’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전설적인 바이올린 연주가 헨리크 셰링이 소유했던 악기입니다. 그의 음반을 들으며 자란 팬으로서 이 악기를 연주하게 된 건 믿기 힘든 일이었어요. 코로나19 직전에 이 악기를 갖게 됐는데, 팬데믹 기간에 많은 연습을 하며 악기의 여러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어요. ‘레두크’의 풍부한 색채와 따스한 광채는 특별합니다. 셰링도 말했듯이 연주하기 쉬운 악기는 아니지만 정말 아름다운 소리로 보상받고 있습니다.” ―지난해 서울시향 ‘올해의 음악가’ 활동을 비롯해 한국과 인연이 깊어졌습니다. “열정적이고 따뜻하고 친절한 관객들이 특히 기억에 남아요. 제가 몇 년 동안 한국에 대해 품었던 다른 연결고리는 스타크래프트입니다. 온라인으로 한국에서 열리는 스타크래프트 대회를 자주 봤거든요. 한국 음식을 좋아해서 뉴욕에 있는 한인타운에도 자주 갔었는데, 이번 여행에서도 기대하고 있습니다.” 루체른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서울 공연은 2018년 이후 5년 만이다. 2019년에는 통영국제음악제 개막 공연 등에 출연했다. 이번 공연에서는 2021년부터 수석지휘자를 맡고 있는 미하엘 잔데를링이 지휘봉을 들고 베토벤 바이올린 협주곡 외 20세기 초 독일 작곡가 슈레커의 ‘간주곡’과 베토벤 교향곡 5번을 들려준다. 잔데를링은 2013, 2015, 2019년 드레스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함께 내한해 한국 음악팬들에게 친숙한 이름이다. 7만∼20만 원.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3-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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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연예술계 ‘연결’ 통해 활로 찾는다… “새로운 시장 개척”

    이 시대 공연예술계를 관통하는 핵심 주제어는 ‘연결’이었다. 제주 서귀포시 해비치호텔앤드리조트에서 12일 열린 제주해비치아트페스티벌 개막포럼 ‘국내외 공연장 간 공연예술 교류 및 새로운 시장 개척’에서 발표자들은 “공연자들과 기획자, 공공지원의 연결 및 국내외 공연계 연결을 통해 공연시장의 활로를 찾을 수 있다”고 밝혔다. 올해 16회째 열리는 제주해비치아트페스티벌은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와 제주특별자치도 주최로 전국 문예회관 종사자와 예술단체, 공연기획자들이 만나 시범공연과 레퍼토리 설명회, 부스 전시 등을 통해 교류하는 행사다. 12일 저녁 개막 행사에는 예술 관련 종사자 3000여 명이 참여했다. 발표자 중 정병국 한국문화예술위원장은 “한국의 문화예술시장 규모는 세계 7위로, 사회통합과 공공외교에 있어 문화예술은 그 중심에 놓인다”고 말했다. 정 위원장은 “어느 지역에서나 양질의 문화 콘텐츠를 향유할 수 있도록 하면 지역소멸을 막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공공자원과 공연계를 연결하는 데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적극 나서겠다”고 덧붙였다. 윌리엄 버뎃쿠츠 에든버러 어셈블리 페스티벌 예술감독은 “에든버러 페스티벌 주변행사 ‘프린지’에서 출발한 에든버러 어셈블리 페스티벌은 다양한 국제교류 협력의 장으로 발돋움했으며, 2013년부터 매년 ‘코리안 시즌’을 개최해 관객들을 매료시켜왔다”고 말했다. 왕시우친 중국공연극장연맹 부총관리자는 “중국은 인구 2000만 명 이상 도시가 4곳, 1000만 명 이상 도시도 14개에 달하지만 공연장 수가 상대적으로 적어 공연 수요의 성장이 크게 기대된다”고 밝혔다. 이어 “‘미아 파밀리아’ 등 중국에 진출한 한국 뮤지컬이 흥행에 성공해 앞으로의 전망도 고무적이다”라고 밝혔다. 질 도레 캐나다 시나르 비엔날레 총감독은 “공연계에서는 에이전트의 역할이 중요하다. 홍보를 전담하고 관객에게 집중할 수 있도록 한다. 국가별 문화에 대한 전문지식이 필요한 분야”라고 말했다. 올해 제주해비치아트페스티벌은 공연 쇼케이스와 교류협력 네트워킹 세션, 문화예술상 시상식 등으로 15일까지 이어진다.서귀포=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3-0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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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좋은 악단은 엄청난 단합력 지녀… 작곡가의 의도를 탁월하게 표현”

    라하브 샤니(34)는 클라우스 메켈레(27)와 함께 세계 지휘계의 청년 파워를 대표하는 이름이다. 2018년 29세로 네덜란드 로테르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수석지휘자가 된 그는 2020년 고국 이스라엘을 대표하는 이스라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음악 감독으로 취임했다. 올해 2월 남부 독일을 대표하는 뮌헨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는 그가 로테르담 필의 임기를 마치는 2026년부터 이 악단의 수석지휘자를 맡게 된다고 발표했다. 샤니가 로테르담 필을 이끌고 서울을 찾는다. 자신의 악단을 이끌고 서울에 오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19일 차이콥스키 교향곡 6번 ‘비창’과 김봄소리가 협연하는 브람스 바이올린 협주곡을 연주한다. 지휘뿐 아니라 피아니스트로서도 최고의 무대에 서 온 그를 e메일로 만났다. ―지난해 3월 뮌헨 필을 처음 객원 지휘했는데 1년도 안 돼 뮌헨 필의 차기 수석지휘자로 지명돼 음악계를 놀라게 했습니다. 로테르담 필과 이스라엘 필, 뮌헨 필의 특징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이번에 함께 오는 로테르담 필만 얘기하면 에너지가 넘치는 활기찬 연주로 유명하죠. 물론 부드럽고 섬세한 연주에도 능합니다. 세 악단 모두 처음부터 엄청난 단합력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합이 잘 맞는다는 것은 결국 작곡가의 의도를 탁월하게 표현하는 능력으로 이어지죠.” ―이스라엘 필의 음악고문과 음악감독으로 50년이나 재임한 주빈 메타의 뒤를 이어 이 악단을 맡았습니다. 이 악단에서 메타의 조력지휘자로 일하기도 했고, 베를린에서는 다니엘 바렌보임이 멘토였죠. “젊은 시절 이스라엘 필에서 더블베이스를 연주하며 지휘에 관심을 가졌을 때부터 메타는 저를 응원해주셨습니다. 2009년 베를린 한스 아이슬러 음대에서 바렌보임에게 이론을 배우며 매주 그의 베를린 국립오페라 리허설을 보러 갔습니다. 두 분을 보며 많은 것을 배웠죠.” ―2015, 2016년 두 차례 서울시립교향악단을 객원 지휘해 한국 관객들과도 친해진 편인데요. “한국은 관객들이 젊고 열정적입니다. 그런 관객들을 위해 공연하는 것은 큰 기쁨을 줍니다.” ―로테르담 필을 처음 만나 객원 지휘한 게 2016년 6월 19일, 이번 내한 연주로부터 딱 7년 전입니다. 메인곡도 이번과 같은 차이콥스키 교향곡 6번 ‘비창’이었고요. “비창 교향곡은 수많은 연주 후에도 매번 새로운 발견을 하게 됩니다. 무한한 에너지와 영감을 주죠. 저와 이 오케스트라가 함께 발견한 마법을 이 곡만큼 여러분에게 보여줄 수 있는 음악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2021년 베를린 송년 콘서트에서 건강 문제가 있었던 베를린 필 수석지휘자 키릴 페트렌코를 대신해 지휘대에 섰습니다. “당시 리허설을 하기 불과 몇 시간 전에 연락을 받았습니다. 그 전에도 베를린 필을 지휘한 경험이 있고, 14년 동안 베를린에서 공부했기 때문에 매우 기쁜 일이었습니다.” ―젊은 후배 음악가들에게 하고 싶은 조언이 있나요. “악보를 잘 공부하세요. 한 곡의 악보 속에도 배울 수 있는 것들이 끝없이 많습니다.” 6만∼22만 원.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3-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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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라흐마니노프 첫 오페라 ‘알레코’ 16년만에 공연한다

    러시아 작곡가 세르게이 라흐마니노프의 첫 오페라 ‘알레코’가 콘서트 형식으로 공연된다. 올해 창립 33주년을 맞은 삶과꿈 챔버오페라 싱어즈(대표 신갑순)가 라흐마니노프 탄생 150주년을 맞아 16년 만에 공연하는 작품이다. 15일 오후 7시 반 서울 용산구 일신홀.라흐마니노프는 19세 때 모스크바 음악원 작곡과를 졸업하면서 푸시킨의 시 ‘집시들’에 곡을 붙인 1막짜리 오페라 알레코를 졸업 작품으로 제출했다. 차이콥스키가 참여한 심사에서 라흐마니노프는 만점을 받았고, 이 오페라는 차이콥스키의 주선으로 모스크바 볼쇼이 극장에서 1893년 초연됐다. 이후 라흐마니노프는 오페라 두 작품을 더 썼지만 첫 작품인 ‘알레코’가 가장 사랑을 받고 있다. 집시노인 알레코가 부르는 ‘알레코의 카바티나’ 등이 유명하다.알레코 역에 베이스 이연성, 여주인공 젬피라 역에 소프라노 이혜정, 젊은 집시 역에 테너 이사야가 출연한다. 피아니스트 김가람이 반주를 맡는다. 전석 5만 원.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3-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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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마음 한 편 빛나는 기억… 당신의 이야기를 청해 듣습니다

    사람들의 이야기가 모여 세계를 이룬다. 이야기들은 꿈속에 나를 찾아오고, 힘들 때 나를 잡아 일으키고, 복잡한 사념 속을 비척비척 비집고 들어온다. 그 속에는 나만큼 젊었던 부모님과 그들의 신산했던 삶이 있고, 나를 이끌어준 스승이 있고, 소식을 알고 싶은 벗들과 입 밖으로 꺼내기 힘들 만큼 그리운 사랑이 있다. 시인인 엮은이는 평소 알고 지내던 이들에게 “누구나 마음속에 저장해둔 뭉클한 이야기가 있을 것이다. 하나씩만 꺼내 달라”고 ‘떼를 쓰듯이’ 졸랐다. 모두 아흔 명이 가슴속에 담아두었던 이야기를 한 보자기씩 펼쳐주었다. 20대에서 70대까지, 누구나 이름을 대면 알 만한 유명인도 있고, 평범한 학생도 있다. 보내온 글에는 여행기도, 고향의 문화재나 어려운 이웃들의 삶에 대한 사뭇 학술적인 글도 있지만 대개는 언젠가 ‘사랑하고 싶은’ ‘뭉클한 날’을 마련해 주었던 그리운 사람에 대한 기록이다. 대략 절반을 차지하는 부모와 스승에 대한 추억은 ‘뭉클했던 날들의 기록’(앞권)으로, 그 외의 글들은 ‘사랑하고 싶은 순간들’(뒷권)로 묶였다. 교실에서 수업을 진행했던 은사만 내 삶의 스승은 아니었다. 교사였던 한 필자는 자신이 재직하던 학교의 주사(학교 건물 등의 관리를 맡은 사람)를 떠올린다. 학교 창문 전체를 뜯어 닦고 운동장의 잡초를 죄다 솎아낼 정도로 업무에 열성이었던 그는 퇴직 후 “배움에 목이 말랐던 나머지 학교에서 근무하는 것이 꿈이었다”고 고백한다.(앞권·‘닳아서 빛나는 어떤 생’) 어느 필자는 대하소설로 유명한 작가가 ‘선물이 있다’며 불러낸 날을 떠올린다. 그가 받은 선물은 가격과 무게가 있는 물건이 아니라 이정표와 거리(距離)에 대한 통찰, 문학의 의미에 대한 지혜였다.(앞권·‘소설가 최명희의 선물’) 필자 자신이 스승의 눈길로 써내려간 회상기도 있다. 정서장애가 있는 영철은 걸핏하면 뛰어내리겠다며 창틀에 올라가는 학생이었다. 교장이었던 필자는 그에게 ‘교장실 자유 출입 허가’를 내주었다. 어느 날 찾아온 영철은 아이들을 대표해서 “체험학습에 사복을 입고 갈 수 있도록 해 달라”고 요청했고, 이미 회의에서 결정된 일이었지만 필자는 학생들의 건의를 들어준 것인 양 이를 발표한다. 영철은 아이들의 영웅이 되었고, 그 뒤 말썽을 부리는 일은 없었다.(앞권·‘영철이가 건넨 음료수’) 이유가 뭘까, 부모님과 그 세대에 대한 추억은 유독 가슴 시린 회상들이다. 아픈 추억일수록 오래가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그 시대 자체의 각박함이 컸음도 대부분의 글에서 읽힌다. 어느 날 집에 찾아온 선녀처럼 예쁜 손님은 집을 나간 아빠와 함께 사는 여인이었다. 필자는 그에게 발길질을 하지만, 그 예쁜 손님은 하늘로 떠나가기 전에 당부할 게 있어 찾아온 것이었다.(뒷권·‘작은 엄마’) “필자들의 어조는 대부분 차분하고 담담하다. 하지만 그 목소리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 페이지를 넘기다가 반드시 한 번은 왈칵 눈물을 쏟을지도 모른다.”(엮은이)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3-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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