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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는 수백 명에서 천 수백 명의 관객에게 들려주기 위해 400년 이상 진화된 장르다. 관객 1만 명을 넘보거나 이를 넘는 대형 공간에서 공연되는 오페라가 20세기에 개발됐지만 이 경우 음악과 무대의 디테일을 일부 희생하고 규모가 주는 압도감으로 감동을 대신하는 일이 흔하다. 12일 서울 송파구 KSPO돔에서 개막한 ‘2024 오페라 투란도트 아레나 베로나 디 오리지널’은 이런 평범한 생각을 뒤집었다. 고 프랑코 체피렐리가 설계한 무대는 눈에 띄지 않는 군중 한 사람까지 시종일관 숨 쉬듯 움직이게 만들었다. 밀도 높은 조명부터 화려한 무용과 의상까지 볼거리가 넘쳤다. 40년 동안 이탈리아 아레나 디 베로나 페스티벌에서 지휘해온 지휘자 다니엘 오렌도 이에 상응하듯 푸치니 음악의 세부까지 완벽히 장악했다. 직관적으로 이해되는 오렌의 지휘 동작은 열 개 손가락으로 오디오 믹싱 장치를 조종하는 듯했다. ‘푸치니가 가진 색감을 중간 정도만 연주한다면 그의 음악을 파괴하는 것’이라는 그의 자신감은 과장이 아니었다. 그는 템포를 약간 당겨 잡고 선이 굵은 ‘투란도트’를 이끌어 냈다. 1막, 조명이 켜지기 전부터 무대 위 ‘베이징의 백성들’은 바쁘게, 한가롭게, 무심하게 각자 다른 거동으로 움직여 다녔다. 합창단에 일부 무용단이 가세한 이 ‘백성들’은 음악이 시작되면서 유기적인 표정을 갖추기 시작했다. 거대한 호수 위에 바람이 물결을 만들 듯 이들은 칼라프 왕자의 도전을 응원하고, 관리들의 폭력에 한숨을 내뱉고, 때로는 지배자의 폭력에 영합해 희생자를 겁박하는 수많은 ‘익명’들에게 적절한 밑바탕을 제공했다. 주역 가수들은 공연 일자에 따라 세 개의 팀으로 나뉜다. 개막일 공연에서 가장 큰 갈채를 끌어낸 주인공은 시녀 류 역의 소프라노 마리안젤라 시칠리아였다. 1막 아리아 ‘주인님 들으소서’에서부터 그의 호소력 있는 음색과 여린 탄원의 피아니시모는 객석을 사로잡았다. 극 초반의 이 아리아부터 예상을 뛰어넘는 갈채가 터졌다. 그의 탁월한 음성 연기는 류가 자신을 희생하는 3막 아리아 ‘얼음의 마음을 지닌 공주여’에서 깊이 가라앉는 비극적 분위기를 넘어 다시 한 번 큰 갈채를 이끌어 냈다. 공연 뒤의 커튼콜에서 가장 큰 박수를 받은 사람도 류 역의 시칠리아였다. 목숨을 건 수수께끼에 도전해 사랑을 쟁취하는 칼라프 왕자 역은 독일 테너 마르틴 뮐레가 맡았다. 노래의 프레이즈(분절)를 자신에게 편한 호흡에 맞춰 빠르게 끌고 가는 인상이 있었지만 서정적인 표현과 칼칼한 표정을 함께 갖춘 결을 가진 그의 영웅적 음색은 이 ‘막무가내 도전자’ 역에 제격이었다. 2막의 ‘공주여, 그대의 열렬한 사랑을 원할 뿐이오’ 장면에서 그는 남녀 영웅의 팽팽한 대결에 걸맞은 강렬한 높은 C(도)음을 뽑아냈다. 이날의 투란도트인 소프라노 옥사나 디카의 ‘현실적’인 음색은 초월적인 투란도트 공주와 결이 다른 면이 있었다. 칼라프의 부왕(父王)인 티무르 역 베이스 페루초 푸를라네토는 약하고 탄식만 하는 노인에서 벗어나 적극적으로 감정을 표현하는 티무르의 모습을 선보였다. 뉴서울필하모닉오케스트라와 위너오페라합창단은 큰 갈채를 받을 만했다. 오렌의 지휘가 세부까지 빛을 발한 데는 그 섬세함에 치밀하게 반응한 이들의 공이 컸다. ‘2024 오페라 투란도트 아레나 베로나 디 오리지널’은 19일까지 이어진다(14일 공연 없음).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지난 24시간 동안 무엇을 먹었습니까?” 옆의 주방에서 조리된 음식이면 오케이. 포장을 벗겨 그대로 또는 가열만 해서 먹을 수 있게 만들어진 음식이라면 포장을 살펴보자. 비닐이나 플라스틱을 씌운, ‘공장 냄새’가 느껴지는가. 성분표에 유화제, 향미증진제, 식용색소, 변성전분처럼 부엌에서 보기 힘든 성분이 표시돼 있는가. 그렇다면 십중팔구 초가공식품을 먹은 것이다. “알았어, 당분과 포화지방이 많고 열량이 높으니 몸에 좋을 리 없다는 거지….” 저자가 말하려는 주장의 핵심은 아니다. “설탕과 지방을 같은 양으로 제한해도 비(非)가공 식단을 양껏 먹은 사람들은 체중이 줄었다. 어떤 성분이 많아서가 아니라 가공 방식 때문에 초가공식품이 해로운 것이다.” 영국의 의사인 저자는 일란성 쌍둥이로 역시 의사인 잰드와 함께 TV 다큐멘터리나 리얼리티쇼에 출연해 왔다. 유전자가 같기 때문에 동일한 기간 다른 음식을 먹는 등 ‘생체실험’에 동원되는 일이 많다. 주로 저자 크리스가 ‘착하게’, 잰드가 ‘잘못’ 먹는 쪽을 맡는다. 이 책에도 둘이 함께 진행한 식이(食餌) 실험이 반영됐다. 왜 초가공이 문제인가. 이런 식품들은 자연의 식재료를 정제유, 단백질, 전분 등의 성분들로 분해한 뒤 열이나 화학처리로 변성시킨 다음 성형이나 압출 기술을 이용해 생산해낸다. 어떤 공산품 못잖은 공업 기술의 산물이다. 오랜 인류 역사에 걸쳐서 ‘공장에서 생산한 음식’은 낯선 개념이었다. 1930년대 나치 독일에서 석탄에서 나온 파라핀으로 먹을 수 있는 기름을 생산하는 기술이 개발됐다. 그 뒤 수많은 보지도 듣지도 못하던 물질들이 식품 속에 투하됐다. 마트에 가보자. 주방에서 조리할 수 있는 식재료보다 바로 가져가서 데워 먹을 수 있는 음식들이 훨씬 넓은 코너를 차지한다. 인간의 뇌에서 ‘그만 먹으라’고 알려주는 시스템은 초가공식품처럼 부드럽고 소화하기 쉬운 음식을 감당하도록 진화하지 않았다. 저자에 의하면 이 음식들은 ‘미리 씹어 나온 것’이나 마찬가지다. 빠른 속도로 집어 먹게 되고 빨리 흡수되며 칼로리 밀도가 높아 혈당과 인슐린 수치를 급속히 치솟게 만든다. 물론 성분 자체도 문제가 많다. 초가공식품에 들어 있는 팜핵유나 유화제, 변성전분은 우유, 크림, 계란 같은 비싼 재료들을 흉내만 내거나 대체한다. 이런 음식에 첨가된 향미료는 맛과 영양을 연관 짓는 감각 시스템을 망가뜨린다. 뇌에 폭식을 유도하는 합성식품일수록 더 잘 팔리고 시장을 지배한다. 유화제나 방부제 같은 첨가물이 장내 미생물 생태계에 영향을 주기도 한다. “먹기 전에 스스로에게 물어보라. 이것은 당신에게 영양을 공급하기 위해 만든 식품인가, 아니면 당신의 건강을 희생시켜 누군가의 호주머니를 채우기 위해 생산된 식품인가?” 매번 이런 질문을 던진다면 많은 간편식과 간식이 예전처럼 ‘달짝지근’하지 않을 것이다. 원제 ‘Ultra-Processed People(초가공된 인간·2023)’.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삶이 부조리하다고 해도 인간은 각자의 방향을 가지고 선택을 하죠. 그런 ‘선택’의 관점에서 운명을 바라보고자 합니다.”오페라 연출가 이회수가 대전예술의전당이 제작한 베르디 오페라 ‘운명의 힘’ 연출에 나선다. 10월 16~19일 공연되는 이 작품은 베르디가 완숙기인 49세 때(1862년) 발표한 오페라로 거부할 수 없는 운명에 휘말린 세 남녀의 비극을 그렸다. 이회수는 이탈리아 로마 국립예술원에서 무대디자인과 연출을 전공했고 한국과 유럽에서 수십 편의 오페라를 연출했다. 2013년 대한민국 오페라대상에서 창작부분 ‘손양원’으로 작품대상과 연출대상을 최연소 수상했다.“이 작품을 의뢰받고 나서 ‘과연 나는 운명을 믿나’라고 자문해봤어요. 저는 운명론자는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살아가는 데 있어서 우리가 알지 못하는 힘은 존재한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짜여진 운명을 믿고 그대로만 살아간다면 인간은 너무나 나약한 존재 아닐까라고 생각했습니다.”오페라에서 여주인공 레오노라의 연인인 돈 알바로는 바닥에 떨어뜨린 권총에서 총알이 발사되는 바람에 레오노라의 아버지를 죽게 만든다. 레오노라의 오빠인 돈 카를로는 복수를 위해 돈 알바로를 찾아다니다가 상대의 정체를 알지 못한 채 우연히 위기에 처한 돈 카를로를 구해주게 된다. 두 사람은 친구가 되는데….“운명에 대해 생각하던 중 신화 속의 시지프스가 생각났어요. 신의 노여움을 사서 계속 바위를 굴려 올리지만 다시 굴러 떨어지고 또 떨어지고 하죠. 작가 카뮈도 ‘시지프스의 선택’에서 부조리 속의 반항을 표현했지만 우리도 부조리 속에서 어떤 선택이라는 게 가능하지 않을까. 기쁘게 자신만의 방향성을 가지고 선택할 수 있는 존재가 인간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운명의 힘’의 이탈리아어 원제는 ‘La forza del destino’다. “영어로 ‘운명’을 표현할 때 ‘fate’는 거부할 수 없는 숙명, ‘destiny’는 자기가 선택한 결과에 대한 운명에 가깝죠. 저는 방향성을 가진 ‘destiny’로 운명을 표현하고자 합니다.”처음 작품을 바라볼 때는 극에 묘사된 인물들의 행동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왜 알바로는 ‘이건 운명이다’라며 피해 다니기만 했을까. 왜 카를로는 다른 일에 앞서 원수를 찾아다니다가 결국 자기 동생까지 죽이게 될까. 레오노라도 왜 알바로를 잊지 못하고 수녀원에 들어갔을까. 어떤 면에서는 한심하게 보였죠. 연습을 시작하면서 강조하는 부분이 ‘주인공들이 한심하게 보이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것입니다.” 그는 등장인물들의 감정선을 세심하게 표현해 이들의 행동이 관객에게 합리적으로 느껴지도록 하는 데 신경을 쓰고 있다고 밝혔다.운명에 대해 나름대로 방향성을 가지고 합리적으로 행동하려 하는 주인공들은 구체적으로 무대 위에 어떤 방식으로 표현될까. 그는 극이 대략 세 개의 부분으로 나뉜다고 말했다. 시지프스적인 부분, 인간이 신의 뜻을 해석하는 데 필요한 종교적인 부분(교회), 전쟁 부분이다. “견고한 듯하면서 무너지기도 하고 버려지기도 했지만, 인간이 가장 소중하고 빛나게 가져온 것이 신앙이 아닐까 합니다. 제가 표현한 교회는 온전하지 않은, 허물어진 모습이에요. 하지만 회전 무대를 돌렸을 때 교회안의 모습은 빛나고 화려한 모습이 되죠.”오페라 ‘운명의 힘’에서 가장 알려진 부분은 극적 긴박감이 넘치는 서곡과 레오노라가 신에게 간구하는 아리아 ‘신이여 평화를 주소서’다. 극의 하이라이트와는 엇갈린다. 연출 면에서 어떻게 음악과 함께 극의 긴장을 쌓아나가게 될까.“이 오페라는 길죠. 끊임없이 재미를 주는 부분들이 이어지기 보다는 주인공들이 구구절절 자기 이야기를 풀어갑니다. 알바로의 아리아를 통해서는 자신의 혈통에 대한 부분을 감성적인 면으로 집중시켜 긴장감을 만들려 해요. 카를로의 경우는 자신의 원수를 알 수 있는 상자를 열어보기 전에 ‘이 속에 내 운명이 있다’는 아리아를 부릅니다. 열지 말지 오랜 시간 고민을 하는 거죠. 전쟁터라는 특수한 상황, 상대가 동료 아니면 적이 되는 긴박한 상황에서 빠르게 믿음을 주거나 돌아서야 하는 감정을 잘 표현해보려 합니다.”그는 특정 부분을 하이라이트로 강조하기 보다는 중창이 표현하는 대립 등 각각의 부분을 잘 연결시킬 때 이 오페라가 힘을 가지게 된다고 말했다. “이 곡은 사람이 숨 쉴 시간을 많이 주지 않아요. 오케스트라가 전체 합주로 휘몰아치는 부분은 삶의 역경을 표현하는 것 같고, 아리아들을 보면 그 속에서 인간이 한없이 작아 보이고 그들의 좌절이 연약하게 드러나지만 좌절 속에서도 잃어버리지 않는 긍정적인 자세들을 베르디가 잘 그려냈기에 그 모두를 다 잘 표현해내려 하고 있습니다.”연출가 이회수 자신에 대한 부분으로 질문을 옮겨보았다. 그는 고등학교 졸업 후 이탈리아에 성악 전공으로 유학을 떠났다가 연출로 삶의 방향을 옮겼다. 운명의 힘이었을까. ‘기쁘게 방향성을 가지고 선택을 할 수 있는 게 인간’이라는 그의 말이 떠올랐다.“일찍 유학을 갔고 조급한 마음에 ‘빨리 큰 성악가가 될 거야’만 생각했죠. 스스로를 많이 괴롭혔고, 지쳤던 것 같아요. 오페라를 자주 보면서 조금씩 시야가 넓어지는 시간이 있었죠. 무대 디자인도 전공했거든요. 조금씩 무대 위부터 아래, 옆까지 전체가 보이기 시작했고, ‘저기서는 어떤 일이 일어나지’라며 관심을 가지게 됐던 것 같아요.” 그는 “연출가가 되는 과정에 드라마 같은 일은 없었다”며 웃음을 지었다.그를 괴롭힐만한 질문을 던져봤다. 그가 연출한 수많은 작품을 관통하는, ‘이회수표 연출 특징’ 같은 것이 있을까.“저는 뭔가 이론이나 사상, 관념을 작품에 대입하기를 좋아하는 것 같아요. 그러기 위해서는 여러 관념을 상징화해서 무대에 입혀야 하죠. 조명 같은 걸 쓰는 데는 겁이 없는 것 같아요. 전환을 길게 끌어가기 보다는 빨리 컬러를 변화시키고, 얼마간 뮤지컬스럽기도 한 것 같고. 어쩌면 ‘과감한 조명과 상징적인 무대’로 표현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계획 중인 일을 묻자 그는 치마로사의 오페라 ‘교회 지휘자’를 직접 번안 각색해 공연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예술 교육에 관심이 많아요. 어린이들이 예술 작품에 많이 노출되어야 한다고 늘 얘기하죠. 큰 작품은 아니지만 지속적인 교육 사업으로 뿌리를 내려야 하겠다는 생각에 공을 들이고 있습니다.”대전예술의전당이 제작해 10월 16~19일 공연하는 베르디 ‘운명의 힘’은 여주인공 레오노라 역에 소프라노 조선형 정소영, 그의 연인 돈 알바로 역에 테너 국윤종 박성규, 그의 원수이자 레오노라의 오빠인 돈 카를로 역에 바리톤 길경호 김광현이 출연한다. 홍석원 부산시향 예술감독이 지휘하고 한경필하모닉오케스트라가 반주를 맡는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아레나 디 베로나는 세상에서 가장 마법 같은 장소입니다. 그 마법을 한국에 가져오게 되어 큰 기쁨과 자부심을 느낍니다.”대형 오페라 공연의 대명사인 ‘아레나 디 베로나 페스티벌’ 음악감독을 2019년부터 맡고 있는 이스라엘 출신 지휘자 다니엘 오렌(69)은 자신의 지휘로 12∼19일 서울 잠실 올림픽체조경기장 KSPO돔에서 아레나 디 베로나 프로덕션의 푸치니 오페라 ‘투란도트’를 선보이게 된 것에 대해 이렇게 감회를 밝혔다. 6일 입국한 그를 7일 숙소인 경기 성남시 분당구의 호텔에서 만났다. 다음은 일문일답. ―1984년 푸치니 ‘토스카’로 아레나 디 베로나에서 처음 지휘하신 지 40년이 흘렀고 그동안 이곳에서 500회 넘는 공연을 지휘했습니다. 이런 대형 오페라의 장점은 무엇입니까. “큰 공간에서는 훨씬 큰 스케일의 연출이 가능합니다. 실내에서 불가능한 온갖 일이 가능하죠. 이 점을 가장 잘 다룰 줄 알았던 사람이 이번 공연의 오리지널 연출을 맡았던 거장 프랑코 체피렐리였습니다. 그는 특히 군중 장면을 다루는 방식이 남달랐습니다. 많은 연출가들이 군중을 단지 왼쪽 오른쪽으로 움직이게만 하지만 그는 군중으로 출연하는 한 사람 한 사람의 이름을 외우며 각각을 중요한 인물처럼 취급했죠.” ―대형 오페라 지휘에는 어려운 점도 많은 것으로 압니다. 2005년 베로나에서 만났을 때는 ‘긴장을 유지할 수 있는 적정한 템포로 무대를 강력히 끌어가는 데 특히 주의를 기울인다’고 하셨는데…. “아레나 디 베로나의 경우 가수와 지휘자 사이의 거리는 30m가 넘고 때로 50m가 될 때도 있습니다. 합창단과 성악진, 오케스트라 사이의 색깔을 맞추는 게 매우 복잡해집니다. 하루아침에 지휘대에 올라서 할 수 있는 일은 아닙니다. 나는 큰 공간에서 음악으로 놀이를 한다고 생각하며 지휘합니다.” ―열세 살 때 레너드 번스타인이 지휘한 자신의 곡 ‘치체스터 시편’에서 솔로로 노래했는데…. “제 어머니는 음악을 인생의 사명으로 생각하는 아들을 원하셨죠. 제가 열 살이 되자 노래 공부를 시작하도록 하셨습니다. ‘치체스터 시편’의 오디션을 보러 갔는데 나이 때문에 거부됐지만 어머니는 번스타인과의 오디션을 요청하셨습니다. 그리고 합격했죠.” ―그 7년 뒤인 1975년 제1회 카라얀 지휘 콩쿠르에서 우승하면서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당시까지 한 번도 오케스트라를 지휘해본 일이 없었죠. 카라얀과 번스타인을 비교한다면, 번스타인은 리허설 중 휴식시간에도 단원들과 얘기를 나누고 가족에 관한 일들까지 물어봤습니다. 큰 마음을 지닌 사람이었죠. 반면 카라얀은 차가운 사람이었습니다. 물론 그는 매혹적인 음색을 가진 훌륭한 음악들을 만들어 냈습니다.” ―아레나 디 베로나 프로덕션의 오페라가 해외에서 공연되는 것은 드문 일입니다. 어떤 의미를 부여하고 계십니까. “아레나 디 베로나가 한국의 음악적 발전에 기여하고 있는 점이 기쁩니다. 어제 처음 연습에 임했습니다만, 한국의 음악가들은 정말로 뛰어난 소리를 지니고 있습니다. 당신들의 나라는 세계의 보물을 가지고 있습니다.” KSPO돔 아레나 디 베로나 프로덕션 ‘투란도트’ 공연은 소프라노 올가 마슬로바, 옥사나 디카, 전여진이 타이틀롤인 투란도트 공주 역을, 테너 마르틴 뮐레와 아르투로 차콘 크루스가 칼라프 왕자 역을 노래한다.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아레나 디 베로나는 세상에서 가장 마법 같은 장소입니다. 그 마법을 한국에 가져오게 되어 큰 기쁨과 자부심을 느낍니다.”대형 오페라 공연의 대명사인 ‘아레나 디 베로나 페스티벌’ 음악감독을 2019년부터 맡고 있는 이스라엘 출신 지휘자 다니엘 오렌(69)은 자신의 지휘로 12~19일 잠실 올림픽체조경기장 KSPO돔에서 아레나 디 베로나 프로덕션의 푸치니 오페라 ‘투란도트’를 선보이게 된 것에 대해 이렇게 감회를 밝혔다. 6일 입국한 그를 7일 숙소인 경기 성남시 분당구의 호텔에서 만났다.오렌 감독은 “거장 프랑코 체피렐리 감독이 형상화한 작품 속 ‘군중’을 통해 특별한 감동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다음은 일문일답.―1984년 푸치니 ‘토스카’로 아레나 디 베로나에서 처음 지휘하신 지 40년이 흘렀고 그동안 이곳에서 500회 넘는 공연을 지휘하며 아레나 디 베로나의 ‘얼굴’로 활약해 오셨습니다. 이런 대형 오페라의 장점은 무엇입니까.“큰 공간에서는 훨씬 더 큰 스케일의 연출이 가능합니다. 실내에서 불가능한 온갖 놀라운 일이 가능하죠. 이 점을 가장 잘 다룰 둘 알았던 사람이 이번 공연의 오리지널 연출을 맡았던 거장 프랑코 체피렐리였습니다. 그는 처음에 아레나 디 베로나에 오지 않으려 했지만, 우리는 결국 그를 설득했습니다.체피렐리는 베로나에서 비제 ‘카르멘’, 베르디 ‘일 트로바토레’ 등 수많은 작품을 연출했는데 특히 군중 장면을 다루는 방식이 남달랐습니다. 많은 연출가들이 군중을 단지 왼쪽 오른쪽으로 움직이게만 하지만 그는 군중으로 출연하는 한사람 한사람의 이름을 외우며 각각을 중요한 인물처럼 취급했죠. ‘투란도트’에서는 공연이 시작되자마자 이미 ‘중국이 움직이고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물론 체피렐리는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에서도 ‘투란도트’를 연출했지만 이런 느낌은 큰 공간에서 가능한 것입니다.”―대형 오페라 지휘에는 어려운 점도 많은 것으로 압니다. 2005년 베로나에서 만났을 때는 ‘긴장을 유지할 수 있는 적정한 템포로 무대를 강력히 끌어가는 데 특히 주의를 기울인다’고 하셨는데.“아레나 디 베로나의 경우 가수와 지휘자 사이의 거리는 30m가 넘고 때로 50m가 될 때도 있습니다. 대형 공간의 오페라는 합창단과 성악진, 오케스트라 사이의 색깔을 맞추는 게 매우 복잡해집니다. 경험이 필요하죠. 하루아침에 지휘대에 올라서 할 수 있는 일은 아닙니다. 나는 큰 공간에서 음악으로 놀이를 한다고 생각하며 지휘합니다.예전 나폴리 부근의 큰 야외 공간에서 테너 루치아노 파바로티와 베르디 ‘레퀴엠’을 공연했던 때 기억이 납니다. 파바로티는 공연 분위기에 감동한 나머지 ‘오늘 개런티는 받지 않겠다. 극장장이 좋은 일에 쓰세요’라고 했죠. 나는 로마 올림픽 경기장에서 ‘투란도트’와 베르디 ‘아이다’ 공연을 지휘하기도 했는데 그때도 정말 멋졌습니다. 어떤 장소에서 하느냐보다 어떤 마음으로 공연하느냐가 감동을 이끌어내는 데 더 중요합니다.”―올해 서거 100주년을 맞은 푸치니의 오페라가 오늘날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요.“푸치니는 일본(나비부인)이나 캘리포니아(서부의 아가씨), 중국(투란도트)을 방문하지 않고도 그곳 사람들의 정신에 깊이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그는 현실적이라기보다는 꿈꾸는 듯한 무대를 상정합니다. ‘투란도트’에서 우리는 얼음 같은 공주를 만나게 되자만 그 차가운 세상에서도 우리는 푸치니의 방식으로 사랑을 꿈꾸게 됩니다. 이게 푸치니의 위대한 점입니다.내가 처음 지휘한 오페라는 푸치니 ‘마농 레스코’였습니다. 그때 푸치니와 사랑에 빠졌습니다. 집에 와서도 이 오페라의 모든 부분을 미친 사람처럼 불렀습니다.푸치니는 자신이 원한 모든 것을 악보에 지시했습니다. 그래서 그의 오페라를 지휘하는 게 쉬워 보이지만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그의 음악은 모든 박자마다 변화가 있습니다. 그의 음악이 가진 수많은 색감을 중간 정도로만 연주한다면 그것은 그의 음악을 파괴하는 것입니다.”―개인적인 부분을 여쭤보겠습니다. 열세 살 때 레너드 번스타인이 지휘한 자신의 곡 ‘치체스터 시편’에서 솔로로 노래했는데….“어머니는 저를 낳은 뒤 제가 음악가가 되기를 바라며 이를 신께 기도하셨다고 늘 말씀하셨습니다. 음악을 인생의 사명으로 생각하는 아들을 원하셨죠. 그 바람은 실현된 것 같습니다. 열 살이 되자 어머니는 제가 노래 공부를 시작하도록 하셨습니다. ‘치체스터 시편’의 오디션을 보러갔는데 관계자들은 나이가 어리다며 저를 막았지만 어머니는 절망하지 않고 번스타인과의 오디션을 요청하셨습니다. 그리고 합격했죠.”―그 7년 뒤인 1975년 제1회 카라얀 지휘콩쿠르에서 우승하면서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습니다.“너는 피아니스트나 첼리스트엔 맞지 않는다, 지휘자가 되어야 한다고 정해주신 분도, 불과 20살에 카라얀 콩쿠르에 나가야 한다고 하신 분도 어머니였습니다. 당시까지 한 번도 오케스트라를 지휘해본 일이 없었죠.카라얀과 번스타인을 비교한다면, 번스타인은 발끝부터 얼굴표정까지 온몸으로 음악을 지시했습니다. 리허설 중 휴식시간에도 단원들과 얘기를 나누고 가족에 관한 일들까지 물어봤습니다. 커다란 마음을 지닌 사람이었죠. 반면 카라얀은 차가운 사람이었습니다. 그를 만나려면 비서들을 먼저 만나면서 방 네 개를 지나가야 했습니다. 물론 카라얀은 매우 매혹적인 음색을 가진 훌륭한 음악들을 만들어 냈습니다.”―아레나 디 베로나 프로덕션의 오페라가 해외에서 공연되는 것은 드문 일입니다. 어떤 의미를 부여하고 계십니까.“이탈리아인들과 함께 오페라를 만드는 것은 오페라의 역사를 함께하는 것입니다. 나는 아레나 디 베로나가 한국의 음악적 발전에 기여하고 있는 점이 기쁩니다. 어제 처음 연습에 임했습니다만, 한국의 음악가들은 정말로 뛰어난 소리를 지니고 있습니다. 당신들의 나라는 세계의 보물을 가지고 있습니다.”KSPO돔 아레나 디 베로나 프로덕션 ‘투란도트’ 공연은 소프라노 올가 마슬로바, 옥사나 디카, 전여진이 타이틀롤인 투란도트 공주 역을, 테너 마르틴 뮐레와 아르투로 차콘 크루스가 칼라프 왕자 역을 노래한다.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류재준 감독님의 협주곡은 화성을 혁신적으로 사용하는데도 신기하게 귀에는 편하게 들립니다. 악기에 대한 작곡가의 깊은 이해가 들어 있죠. 관객들이 쉽게 공감하실 것 같습니다.” 클라리네티스트 김한(28)이 26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리는 서울국제음악제(SIMF) 폐막 연주회에서 작곡가 류재준(54·SIMF 예술감독)의 클라리넷 협주곡을 만프레드 호네크가 지휘하는 SIMF 오케스트라 협연으로 세계 초연한다. 김한이 류재준의 클라리넷 곡 초연에 참여하는 것은 2013년 클라리넷 소나타, 2015년 클라리넷 5중주곡에 이어 세 번째이자 9년 만이다. 류재준은 김한의 5촌 외당숙(어머니의 4촌)이다. 핀란드 헬싱키 방송교향악단 클라리넷 부수석을 거쳐 올해부터 파리 오페라 클라리넷 수석으로 자리를 옮긴 김한을 전화로 만났다. 그는 작곡가 당숙을 ‘감독님’으로 불렀다. “처음 클라리넷 소나타를 연주하고 12년이 흐르는 동안 감독님의 스타일도 바뀌었어요. 바뀌지 않는 것은 자신이 의도한 것을 관객이 더 편하게 들을 수 있게 잘 풀어서 전달하려고 노력한다는 점이죠.” 그는 과거 연주한 류재준의 작품들이 화음의 변화를 많이 준 작품이라면 요즘은 조(調)가 없는데도 조성음악처럼 편하게 들리는 음악이 나온다고 말했다. “다른 특징이라면 선율이 굉장히 길어요.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선율의 흐름을 잘 살리는 데 신경 쓰며 연습하고 있습니다.” 그에게 올해 시작된 파리 생활이 어떤지 물어보았다. “예술의 도시인 만큼 예술적으로 받는 영감이 많아요. 준공무원 신분이니 박물관이나 미술관에 무료로 들어갈 수 있거든요. 스스로를 위해 시간을 보낼 선택지가 많아 만족합니다.” 오페라에서 오케스트라 단원은 무대 앞의 낮은 ‘피트’에 들어가 관객의 시선을 받지 못한 채 연주한다. 섭섭하지 않을까. “음악적으로 매력을 발산할 수 있는 기회는 오히려 더 많은 것 같아요. 성악가의 선율을 함께 연주하거나 성악가와 2중창처럼 연주할 때도 많거든요. 리허설 횟수도 많아서 한 가지 음악을 깊이 탐구할 수 있어요. 오히려 더 큰 재미를 느낍니다.” 그에게 오페라는 어린 시절부터 친숙한 세계다. 그의 할머니가 원로 소프라노 박노경(89·서울대 명예교수)이다. 그의 집안은 이름난 클래식 명문가다. 클라리넷도 그가 리코더를 잘 부는 걸 눈여겨본 큰아버지 김승근(서울대 국악과 교수)의 추천으로 시작했다. 통화를 마친 후 작곡가 류재준에게 전화를 했다. 그는 “김한은 작품의 호흡을 굉장히 잘 읽어내는 연주가다. 그에게 연주를 맡기면 안정된 느낌이 들어서 편하다”고 말했다. 2024 서울국제음악제는 18일 개막 음악회 ‘바르샤바의 가을’로 시작해 19일 ‘비엔나의 여름’, 20일 ‘프라하의 봄’, 21일 ‘서울의 정경’, 23일 ‘부다페스트의 겨울’, 25일 테너 이언 보스트리지와 피아니스트 랄프 고토니의 슈베르트 ‘겨울나그네’, 26일 폐막 음악회로 이어진다. 폐막 음악회와 서울 용산구 일신홀에서 열리는 ‘서울의 정경’ 이외 연주회는 서울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열린다. 김한은 폐막 연주회 외 19일 콘서트 쇤베르크 ‘정화된 밤’ 연주와 한국 창작곡이 연주되는 21일 콘서트에도 참여한다. 폐막 연주회는 류재준의 클라리넷 협주곡에 이어 올해 탄생 200주년을 맞은 브루크너의 교향곡 7번이 연주된다.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류 감독님의 협주곡은 화성을 혁신적으로 사용하는데도 신기하게 귀에는 편하게 들립니다. 악기에 대한 작곡가의 깊은 이해가 들어 있죠. 관객들이 쉽게 공감하실 것 같습니다.” 클라리네티스트 김한(28)이 26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리는 서울국제음악제(SIMF) 폐막연주회에서 작곡가 류재준(54//SIMF 예술감독)의 클라리넷 협주곡을 만프레드 호네크 지휘 SIMF 오케스트라 협연으로 세계 초연한다. 김한이 류재준의 클라리넷 곡 초연에 참여하는 것은 2013년 클라리넷 소나타, 2015년 클라리넷 5중주곡에 이어 세 번째이자 9년 만이다. 류재준은 김한의 5촌 외당숙(어머니의 4촌)이다. 핀란드 헬싱키 방송교향악단 클라리넷 부수석을 거쳐 올해부터 파리 오페라 클라리넷 수석으로 자리를 옮긴 김한을 전화로 만났다. 그는 작곡가 당숙을 ‘감독님’으로 불렀다. “처음 클라리넷 소나타를 연주하고 12년이 흐르는 동안 감독님의 스타일도 바뀌었어요. 바뀌지 않는 것은 자신이 의도한 것을 관객이 더 편하게 들을 수 있게 잘 풀어서 전달하려고 노력한다는 점이죠.” 그는 과거 연주한 류재준의 작품들이 화음의 변화를 많이 준 작품이라면 요즘은 조(調)가 없는데도 조성음악처럼 편하게 들리는 음악이 나온다고 말했다. “다른 특징이라면 선율이 굉장히 길어요.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선율의 흐름을 잘 살리는 데 신경 쓰며 연습하고 있습니다.” 그에게 올해 시작된 파리 생활이 어떤지 물어보았다. “예술의 도시인만큼 예술적으로 받는 영감이 많아요. 준공무원 신분이니 박물관이나 미술관에 무료로 들어갈 수 있거든요. 스스로를 위해 시간을 보낼 선택지가 많아 만족합니다.” 오페라에서 오케스트라 단원은 무대 앞의 낮은 ‘피트’에 들어가 관객의 시선을 받지 못한 채 연주한다. 섭섭하지 않을까. “음악적으로 매력을 발산할 수 있는 기회는 오히려 더 많은 것 같아요. 성악가의 선율을 함께 연주하거나 성악가와 2중창처럼 연주할 때도 많거든요. 리허설 횟수도 많아서 한 가지 음악을 깊이 탐구할 수 있어요. 오히려 더 큰 재미를 느낍니다.” 그에게 오페라는 어린 시절부터 친숙한 세계다. 그의 할머니가 원로 소프라노 박노경(89·서울대 명예교수)다. 그의 집안은 이름난 클래식 명문가다. 클라리넷도 그가 리코더를 잘 부는 걸 눈여겨본 큰아버지 김승근(서울대 국악과 교수)의 추천으로 시작했다. 통화를 마친 후 작곡가 류재준에게 전화를 했다. 그는 “김한은 작품의 호흡을 굉장히 잘 읽어내는 연주가다. 그에게 연주를 맡기면 안정된 느낌이 들어서 편하다”고 말했다. 2024 서울국제음악제는 18일 개막음악회 ‘바르샤바의 가을’로 시작해 19일 ‘비엔나의 여름’, 20일 ‘프라하의 봄’, 21일 ‘서울의 정경’, 23일 ‘부다페스트의 겨울’, 25일 테너 이안 보스트리지와 피아니스트 랄프 고토니의 슈베르트 ‘겨울나그네’, 26일 폐막음악회로 이어진다. 폐막음악회와 서울 용산구 일신홀에서 열리는 ‘서울의 정경’ 이외 연주회는 서울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열린다. 김한은 폐막연주회 외 19일 콘서트 쇤베르크 ‘정화된 밤’ 연주와 한국 창작곡이 연주되는 21일 콘서트에도 참여한다. 폐막 연주회는 류재준의 클라리넷 협주곡에 이어 올해 탄생 200주년을 맞은 브루크너의 교향곡 7번이 연주된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피아니스트 임윤찬(20)이 2일 저녁(현지 시간) 영국 런던에서 열린 그래머폰 클래식 음악상(그래머폰상) 시상식에서 피아노 부문상과 젊은 예술가상 등 2개 부문을 수상했다. 한국 피아니스트가 그래머폰상을 수상한 것은 처음이며 한국인이 그래머폰상 두 개 부문을 동시 수상한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그래머폰상은 영국 클래식 음반 전문지 그래머폰이 1977년부터 매년 시상하고 있으며 클래식 음반상 중 세계 최고 권위의 상으로 꼽힌다. 현재 피아노, 피아노 외 기악, 관현악, 오페라 등 11개 부문을 시상한다. 피아노 부문 최종 후보에 오른 3개 음반 중 임윤찬은 쇼팽 연습곡집 음반으로 상을 받았으며 이 외 임윤찬이 연주한 리스트 초절기교 연습곡집도 최종 후보에 올랐다. 그래머폰상에서 피아니스트 한 사람이 두 개 음반을 최종 후보에 올린 것 역시 임윤찬이 처음이다. 쇼팽 연습곡집은 초절기교 연습곡집을 한 표 차로 앞서 이 부문은 상위 두 앨범이 임윤찬에게 돌아갔다. 최종 후보에 오른 다른 한 장은 피오트르 안데르셰프스키가 연주한 버르토크, 야나체크, 시마노프스키 피아노 작품집이다. 역대 그래머폰상 수상자 중 한국인으로는 1990년 정경화가 레스피기 등의 바이올린 소나타 음반으로 실내악 부문상을 수상했으며 1993년 장영주(사라 장)가 젊은 예술가상을 받았다. 1994년 정경화가 버르토크 바이올린 협주곡 앨범으로 협주곡 부문상을 받아 두 번째 그래머폰상을 수상했으며 2003년 장한나가 프로코피예프의 합주협주곡 음반으로 협주곡 부문상을 받은 바 있다. 2일 시상식에서 임윤찬은 리스트의 ‘페트라르카 소네트 104번’을 연주해 큰 갈채를 받았다. 온라인으로 공개된 피아노 부문상 심사평에서 평론가 롭 코언은 “임윤찬은 자기만의 개성을 가진 연주자이지만 폴리니의 기교, 코르토의 말하는 듯한 톤 등 선배들이 가진 최고의 특징들을 갖추고 있다. 이 곡의 다른 녹음이 더 많은 것을 줄 수는 없다”고 극찬했다. ‘젊은 예술가상’ 심사평에서 평론가 팀 패리는 “임윤찬은 테크닉뿐 아니라 상상력과 풍부한 터치, 그것을 표현할 완벽한 수단을 갖춘 피아니스트”라고 평했다. 시상식 후 임윤찬은 “부모님의 말투부터 내가 눈으로 보고 느끼고 배운 모든 것이 내 음악에 녹아 있다. 나와 내 음악은 주변 사람들에게 크게 감사해야 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올해 그래머폰상 대상 격인 올해의 음반상은 미국 바이올리니스트 힐러리 한이 연주한 이자이 무반주 바이올린 소나타 앨범이 받았다. 이 앨범은 그래머폰상 기악부문상도 받았다. 임윤찬은 12월 17∼22일 다섯 차례 열리는 파보 예르비 지휘 도이체 카머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내한공연에서 쇼팽 피아노 협주곡 2번을 협연할 예정이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피아니스트 임윤찬(20)이 2일 저녁(현지시간) 영국 런던에서 열린 그라머폰 클래식 음악상(이하 그라머폰상) 시상식에서 피아노 부문상과 젊은 예술가상 등 두개 부분을 수상했다. 한국 피아니스트가 그라머폰 상을 수상한 것은 처음이며 한국인이 그라머폰상 두 개 부분을 동시 수상한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그라머폰상은 영국 클래식 음반 전문지 그라머폰이 1977년부터 매년 시상하고 있으며 클래식 음반상 중 세계 최고 권위의 음반상으로 꼽힌다. 현재 피아노, 피아노 외 기악, 관현악, 오페라 등 11개 부문을 시상한다. 피아노 부분 최종 후보에 오른 3개 음반 중 임윤찬은 쇼팽 연습곡집 음반으로 상을 받았으며 이외 임윤찬이 연주한 리스트 초절기교 연습곡집도 최종 후보에 올랐다. 그라머폰상에서 피아니스트 한 사람이 두 개 음반을 최종 후보에 올린 것 역시 임윤찬이 처음이다. 쇼팽 연습곡집은 초절기교 연습곡집을 한 표 차로 앞서 이 부문은 상위 두 앨범이 임윤찬에게 돌아갔다. 최종 후보에 오른 다른 한 장은 표트르 안데르제프스키가 연주한 버르토크, 야나체크, 시마노프스키 피아노 작품집이다. 역대 그라머폰상 수상자 중 한국인으로는 1990년 정경화가 레스피기 등의 바이올린 소나타 음반으로 실내악 부문상을 수상했으며 1993년 장영주(사라 장)가 젊은 예술가상을 받았다. 1994년 정경화가 버르토크 바이올린 협주곡 앨범으로 협주곡 부문상을 받아 두 번째 그라머폰상을 수상했으며 2003년 장한나가 프로코피예프의 합주협주곡 음반으로 협주곡 부문상을 받은 바 있다. 2일 시상식에서 임윤찬은 리스트의 ‘페트라르카 소네트 104번’을 연주해 큰 갈채를 받았다. 온라인으로 공개된 피아노 부문상 심사평에서 평론가 롭 코원은 “임윤찬은 자기만의 개성을 가진 연주자이지만 폴리니의 기교, 코르토의 말하는 듯한 톤 등 선배들이 가진 최고의 특징들을 갖추고 있다. 이 곡의 다른 녹음이 더 많은 것을 줄 수는 없다”고 극찬했다. ‘젊은 예술가상’ 심사평에서 평론가 팀 패리는 “임윤찬은 테크닉 뿐 아니라 상상력과 풍부한 터치, 그것을 표현할 완벽한 수단을 갖춘 피아니스트”라고 평했다. 시상식 후 임윤찬은 “부모님의 말투부터 내가 눈으로 보고 느끼고 배운 모든 것이 내 음악에 녹아있다. 나와 내 음악은 주변 사람들에게 크게 감사해야 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올해 그라머폰상 대상 격인 올해의 음반상은 미국 바이올리니스트 힐러리 한이 연주한 이자이 무반주 바이올린 소나타 앨범이 받았다. 이 앨범은 그라머폰상 기악부문 상도 받았다.임윤찬은 12월 17~22일 다섯 차례 열리는 파보 예르비 지휘 도이치 캄머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내한공연에서 쇼팽 피아노 협주곡 2번을 협연할 예정이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연주자들이 마스크를 쓰고 널찍한 녹음실 전체에 퍼져 앉았습니다. 마스크도 쓸 수 없는 관악 연주자들이 가장 멀리 앉았는데, 소리가 늦게 전달되는 게 느껴질 정도였죠.” 피아니스트 겸 오르가니스트, 하프시코드 연주자인 조재혁이 9월 내놓은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0·23번 앨범은 코로나19 시대의 산물이다. 오키드 레이블로 나온 이 앨범의 녹음은 대역병의 거친 기세가 유럽을 한 차례 휩쓴 뒤 조금 잦아든 2020년 8월 런던의 헨리 우드 홀에서 이뤄졌다. 그와 오래 호흡을 맞춰 온 지휘자 한스 그라프와 로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함께했다. “저와 오케스트라 모두 프로 음악가니까 어떻게든 적응해야 했죠. 다음 날이라도 녹음이 취소될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모두 서로의 소리에 비상하게 집중하며 녹음을 마쳤습니다. 바그너가 말했던 뜻과는 조금 다르지만 ‘종합예술’이란 말이 떠올랐어요.” 다행히 여러 차례 그래미상 후보에 오른 앨범 프로듀서 애나 배리와 최고의 엔지니어들이 현장에 함께했다. 결과물인 앨범에서 악기 사이의 소리 지연 같은 것은 느껴지지 않는다. 그 대신 악조건을 극복하고자 하는 집중력이 앨범에 담긴 시공간을 채운다. 조재혁에게 올해는 ‘모차르트의 해’다. 7월 6일을 시작으로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네 차례 모차르트 피아노 소나타 18곡 전곡을 연주한다. 11월 1, 2일 두 차례가 남았다. 시리즈를 준비하면서 그는 “아름답고 옅은 색채로 연주하는 게 정석이었던 모차르트 피아노 음악의 테두리를 넘어 오페라처럼 강렬하고 어두울 수 있는 모차르트 음악을 표현하려 한다”고 밝혔다. 이번 앨범에도 그는 때로 오페라를 연상시키는 강렬함과 어두움을 담아냈다.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중 유난히 깊고 어두운 20번 D단조 협주곡 1악장 전개부에서 긴 프레이즈(악절의 연결)로 무거운 화음의 층을 쌓아 올리거나 큰 강약의 대조를 선보인다. 지휘자 그라프와의 호흡은 이런 색깔에 대한 모차르트 전문가의 ‘추인’처럼 느껴진다. 그라프는 잘츠부르크 모차르테움 음대 지휘과 교수와 모차르테움 오케스트라 음악감독을 지냈다. 현 싱가포르 심포니 오케스트라 수석지휘자인 그는 러시아 국립 오케스트라를 지휘한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3번(2021년), 쇼스타코비치 피아노 협주곡 1번(2022년) 앨범 등에서 조재혁과 호흡을 맞췄다. 조재혁은 피아노 녹음 외에도 2019년 바흐, 리스트, 비도르의 오르간 작품집 앨범을 발매하는 등 활발한 앨범 활동을 펼쳐 왔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바흐의 교회음악을 대표하는 명곡인 ‘마태 수난곡’ 전곡 연주가 2일 오후 7시 서울 종로구 연동교회 본당에서 열린다. 앙상블 원 리더인 장미경이 피아노와 해설을 맡고 복음사가 역을 테너 계봉원, 예수 역을 바리톤 이문기가 노래한다. 소프라노 송영옥, 메조 소프라노 최미란, 바리톤 이정희가 출연한다.마태 수난곡은 신약성경의 마태복음을 바탕으로 예수의 수난을 그린 곡이며 바흐가 1729년 라이프치히 토마스 교회에서 초연한 뒤 잊혔다가 멘델스존이 100년 만인 1829년 재발견 연주에 성공한 뒤 바로크 미학을 대표하는 교회음악으로 사랑받고 있다.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로마 중심가에서 테베레강을 따라 남쪽으로 걷다 보면 왼쪽으로 높이 50m 정도의 언덕 몬테 테스타치오가 눈에 들어온다. 19세기 초 이곳을 방문한 작가 스탕달은 일요일마다 와인과 춤이 함께하는 유쾌한 축제에 대해 썼다. 이 언덕의 기원은 서울 월드컵공원과 비슷하다. 몬테 테스타치오는 고대 로마인들의 쓰레기장이었던 것이다. 독일 경제사회사학자인 저자에 따르면 인류의 역사는 곧 쓰레기의 역사와 다름없다. 이 책은 문명이 발생한 후 오늘날까지 인간이 지구에 배출해온 쓰레기의 역사와 인간에게 쓰레기가 되돌려준 영향들을 추적한다. 몬테 테스타치오를 이룬 쓰레기는 대부분 도자기 파편이다. 나무를 비롯한 유기물은 거의 모두 썩어 없어졌다. 이와 달리 먼 훗날의 문명은 현재 오늘날의 우리가 남긴 지층을 ‘플라스틱층’이라고 부를지 모른다. 인류가 내놓는 플라스틱 쓰레기는 매일 에펠탑 100개 무게에 달한다. 이 쓰레기는 도시 외곽으로, 나아가 쓰레기 수출을 통해 저개발 국가로 ‘밀쳐진다’. 플라스틱 더미가 태평양 위에 만든 쓰레기 섬의 면적도 해마다 넓어진다. 근대 이전에는 자원의 재활용률이 높아 쓰레기도 적었다. 음식 쓰레기는 퇴비로 활용됐고 입을 수 없는 옷은 천이 들어가는 모든 종류의 물건으로 재사용되다가 종이 원료가 됐다. 산업혁명은 상품의 수와 양만 늘린 게 아니라 물자의 재활용도 크게 줄였다.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늘어난 쓰레기는 해충과 쥐를 비롯한 위생 문제를 일으켰고, 특히 19세기 유럽에서 콜레라의 대유행은 쓰레기 수거 형태에 대대적인 변화를 불러왔다. 개인들이 알아서 배출하던 쓰레기를 1880년대경에는 도시 정부, ‘시청’이 수거해 가기 시작했다. 1890년대엔 곳곳에 매립지가 건설됐고 많은 곳이 움푹 파인 채석장 부지였다. 식민 제국의 정부들은 쓰레기 수거로 인한 위생 개선을 침략의 정당성으로 포장했다. 제2차 세계대전 뒤에는 쓰레기 더미를 흙으로 덮고 중장비로 누르는 ‘위생 매립’이 대세가 되었다. 해충 같은 문제는 줄었지만 어떤 지역도 매립지를 반기지 않는다. 도시에서 멀고 인구가 적은 곳일수록 반발을 줄일 수 있었지만 너무 먼 곳에 둘 수는 없었다. 1960년대부터는 캔과 비닐 포장이 급증했다. 1990년대까지 30년간 미국 가정 쓰레기 중 플라스틱의 무게는 0.5%에서 8.5%로 늘었고 부피는 25%를 차지하게 되었다. 일회용 기저귀 같은 새 상품이 계속 등장하면서 인간이 내놓는 쓰레기의 양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1980년대 말부터 위성에서는 대양 위 거대한 쓰레기 섬이 포착되기 시작했다. 이 쓰레기들을 처리할 방안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저자는 인류가 쓰레기를 떨쳐 버릴 수는 없다고 말한다. “소각해도, 매립해도, 재가공해도 결국 오염이라는 형태로 다시 돌아온다. 우리는 쓰레기를 밀어만 내고 있는 것이다.” 물건을 택배로 받고 패스트푸드를 먹으면서 우리는 거대 국제 쓰레기 공장의 공범이 된다. 인류가 사는 방식 자체를 다시 검토하는 수밖에 없다. “물자 부족이라는 문제가 해소되면서 새로운 부족이 드러났다. 파괴되지 않은 건강한 자연의 부족이다. 쓰레기 양을 감소시키는 것은 일상을 비싸고 불편하고 느리게 만든다. 하지만 과거의 방법으로는 쓰레기를 감소시킬 수 없다. 이러한 깨달음만으로도 큰 걸음을 내딛는 것이다.” 이 문제에 대한 저자의 유일한 권고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아레나 디 베로나 오페라 축제에선 2년마다 ‘투란도트’를 공연하는데 항상 체피렐리 연출판을 무대에 올립니다. 늘 ‘다른 연출의 투란도트라면 무슨 의미가 있나’라는 결론에 이르기 때문이죠.”10월 12∼19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체조경기장(KSPO돔)에서 공연되는 푸치니 오페라 ‘투란도트’ 현장 연출을 맡은 오페라 연출가 스테파노 트레스피디는 이렇게 전했다. 26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투란도트’ 제작발표회에는 그와 이번 공연 제작을 맡은 솔오페라단의 이소영 단장, 에밀리 가토 주한 이탈리아 대사, 미켈라 린다 마그리 주한 이탈리아 문화원장, 투란도트 역으로 출연하는 소프라노 전여진이 참석했다. 2019년부터 아레나 디 베로나 축제 부예술감독으로 재직 중인 트레스피디 연출은 “내가 집보다 더 많은 시간을 보낸 아레나 디 베로나의 오페라를 한국에 가져오는 게 첫 번째 뜻깊은 일이지만 전설적 연출가 프랑코 체피렐리(1923∼2019)의 작품을 공연하는 것도 내게 뜻깊은 일”이라고 말했다. “변호사로 살던 내 인생을 바꾼 게 1995년 아레나 디 베로나에서 그를 만난 일이었죠. 한국 관객들도 이번 공연을 ‘입을 벌린 채’ 감동해서 보시게 될 겁니다.” 영화감독 겸 오페라 연출가였던 체피렐리는 1987년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의 의뢰로 무대 바닥의 십자 장식과 주인공 투란도트의 푸른 옷이 특징인 ‘투란도트’를 선보였다. 이 체피렐리판 투란도트는 첫 공연부터 격찬을 받은 뒤 베로나 아레나 오페라를 비롯한 전 세계에서 공연되고 있다. 1988년 서울 올림픽 기념 문화행사로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된 이탈리아 스칼라 오페라 극장의 ‘투란도트’도 체피렐리 연출판을 사용했다. 트레스피디 연출은 “체피렐리는 연출가에 그치지 않고 무대 미술과 조명 등 무대 전체를 진행하고 운영했다”고 전했다. “아레나 디 베로나에서 그가 비제 ‘카르멘’ 무대를 설치하는 걸 봤는데, 다리가 불편했던 체피렐리는 45m 높이의 꼭대기를 올려다보다 ‘나를 저기 올려달라’고 말하는 거예요. 결국 올라가서 모든 무대를 하나하나 칠하셨죠.” 이번 공연은 아레나 디 베로나 축제 음악감독인 다니엘 오렌이 지휘를 맡고 소프라노 올가 마슬로바, 옥사나 디카, 전여진이 타이틀롤인 투란도트 공주로, 테너 마르틴 뮐레와 아르투로 차콘 크루스가 칼라프 왕자 역을 노래한다. 전여진은 “올해 아레나 디 베로나 축제에서 ‘투란도트’를 노래하기로 캐스팅되어 6월까지 연습을 마쳤는데 몸에 이상이 생겨 출연하지 못했다. 아쉬웠는데 이번 뜻깊은 아레나 디 베로나의 한국 합작 공연에 출연하게 되어 너무나 감사하다”고 전했다. 가토 대사와 마그리 문화원장은 “올해는 푸치니 서거 100주년이자 한국-이탈리아 수교 140주년이 되는 해다. 이런 뜻깊은 행사를 통해 양국 국민이 서로의 문화를 깊이 이해하게 되길 바라며 한국의 오페라도 이탈리아를 비롯한 해외에서 자주 공연되었으면 한다”고 밝혔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아레나 디 베로나 오페라 축제에선 2년마다 ‘투란도트’를 공연하는데 항상 체피렐리 연출판을 무대에 올립니다. 늘 ‘다른 연출의 투란도트라면 무슨 의미가 있나’라는 결론에 이르기 때문이죠.”10월 12~19일 서울 잠실 올림픽체조경기장(KSPO돔)에서 공연되는 푸치니 오페라 ‘투란도트’ 현장 연출을 맡은 오페라 연출가 스테파노 트레스피디는 이렇게 전했다. 26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투란도트’ 제작발표회에는 그와 이번 공연 제작을 맡은 솔오페라단의 이소영 단장, 에밀리 가토 주한 이탈리아 대사, 미켈라 린다 마그리 주한 이탈리아 문화원장, 투란도트 역으로 출연하는 소프라노 전여진이 참석했다.2019년부터 아레나 디 베로나 축제 부예술감독으로 재직 중인 트레스피디 연출은 “내가 집보다 더 많은 시간을 보낸 아레나 디 베로나의 오페라를 한국에 가져오는 게 첫 번째 뜻 깊은 일이지만 전설적 연출가 프랑코 체피렐리(1923~2019)의 작품을 공연하는 것도 내게 뜻 깊은 일”이라고 말했다. “변호사로 살던 내 인생을 바꾼 게 1995년 아레나 디 베로나에서 그를 만난 일이었죠. 한국 관객들도 이번 공연을 ‘입을 벌린 채’ 감동해서 보시게 될 겁니다.”영화감독 겸 오페라 연출가였던 프랑코 체피렐리는 1987년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의 의뢰로 무대 바닥의 십자 장식과 주인공 투란도트의 푸른 옷이 특징인 ‘투란도트’를 선보였다. 이 체피렐리판 투란도트는 첫 공연부터 격찬을 받은 뒤 베로나 아레나 오페라를 비롯한 전세계에서 공연되고 있다. 1988년 서울 올림픽 기념 문화행사로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된 이탈리아 스칼라 오페라 극장의 ‘투란도트’도 체피렐리 연출판을 사용했다.트레스피디 연출은 “체피렐리는 연출가에 그치지 않고 무대 미술과 조명 등 무대 전체를 진행하고 운영했다”고 전했다. “아레나 디 베로나에서 그가 비제 ‘카르멘’ 무대를 설치하는 걸 봤는데, 다리가 불편했던 체피렐리는 45m 높이의 꼭대기를 올려다보다 ‘나를 저기 올려달라’고 말하는 거예요. 결국 올라가서 모든 무대를 하나하나 칠하셨죠.”이번 공연은 아레나 디 베로나 축제 음악감독인 다니엘 오렌이 지휘를 맡고 소프라노 올가 마슬로바, 옥사나 디카, 전여진이 타이틀롤인 투란도트 공주로, 테너 마틴 뮐레와 아르투로 차콘 크루즈가 칼라프 왕자 역을 노래한다. 전여진은 “올해 아레나 디 베로나 축제에서 ‘투란도트’를 노래하기로 캐스팅되어 6월까지 연습을 마쳤는데 몸에 이상이 생겨 출연하지 못했다. 아쉬웠는데 이번 뜻 깊은 아레나 디 베로나의 한국 합작 공연에 출연하게 되어 너무나 감사하다”고 전했다. 가토 대사와 마그리 문화원장은 “올해는 푸치니 서거 100주년이자 한국-이탈리아 수교 140주년이 되는 해다. 이런 뜻 깊은 행사를 통해 양국 국민이 서로의 문화를 깊이 이해하는 계기가 되기 바라며 한국의 오페라도 이탈리아를 비롯한 해외에서 자주 공연되었으면 한다”고 밝혔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올해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LSO) 수석지휘자로 취임한 이탈리아계 영국 지휘자 안토니오 파파노 경이 LSO를 이끌고 내한한다. LSO는 경쟁이 치열한 영국 오케스트라 가운데서도 영국을 넘어 베를린 필, 로열 콘세트르헤바우 오케스트라 등과 함께 세계에서 가장 실력을 인정받는 악단으로 꼽힌다. 파파노 경은 2002년부터 올해까지 런던 로열오페라 음악감독으로, 2005∼2023년 산타 체칠리아 오케스트라 음악감독으로 재직한 바 있다. 그를 e메일로 인터뷰했다. ―한 인터뷰에서 LSO에는 일종의 ‘감정지능’이 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이 악단의 특징을 소개하신다면…. “1996년 푸치니 오페라 ‘제비’를 녹음하면서 처음 LSO를 만났죠. 비트를 주자 오케스트라가 활력과 위풍당당함으로 폭발하던 모습을 잊지 못해요. 페라리를 타고 가속 페달을 밟은 느낌이었습니다. LSO는 연습 중 몇 마디 말만으로도 복잡하고 깊고 인간적인 음악이 탄생합니다. 앞으로 LSO의 교육 활동에도 힘을 쏟고자 합니다. 영상과 소리를 결합하는 새로운 기술들을 활용해 더 큰 영향력을 끼칠 수 있습니다.” 파파노 경은 2018년 당시 음악감독을 맡고 있던 로마 산타 체칠리아 오케스트라를 이끌고 내한한 바 있다. 이번 내한에서 그는 10월 1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피아니스트 유자 왕과 쇼팽 피아노협주곡 2번을 협연하고 말러 교향곡 1번을 메인곡으로 들려준다. 3일 롯데콘서트홀 공연에서는 유자 왕이 라흐마니노프 피아노협주곡 1번을 협연하며 파이프오르간과 오케스트라가 호흡을 맞추는 생상스 교향곡 3번 ‘오르간’이 메인곡이다. ―피아니스트 유자 왕에 대한 생각을 여쭙고 싶습니다. “유자 왕은 특별한 아우라와 개성을 갖고 있죠. 화려한 의상으로 유명하지만 외적인 모습으로만 봐서는 안 됩니다. 그는 음악에 헌신적이고, 철저히 준비하며 풍부한 감정을 가진 음악가예요. 스스로를 끊임없이 시험해왔다는 점에서 동료 음악가로서 존경심을 갖고 있습니다.” ―9월에 발간된 자서전 ‘음악 속의 나의 삶(My life in music)’에서 클래식은 새로운 청중을 사로잡을 수 있다는 생각을 밝혔습니다. “콘서트는 감각적으로 체험돼야 합니다. 감정적으로 깊숙이 와 닿는 경험을 제공해야 하죠. 클래식 음악에 익숙하지 않은 젊은 청중이 ‘이런 엄청난 음악을 더 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도록 하는 것이 나의 목표이고, 그것은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한편 이번 공연에는 올해 1월 한국인 최초 LSO 종신 단원이자 아시아인 최초 LSO 더블베이스 종신 단원으로 임용된 더블베이스 연주자 임채문(28)이 참여한다. 그는 “LSO는 뜨겁게 끓어오르는 강렬한 사운드와 모두가 하나 되는 호흡이 큰 장점”이라고 밝히며 “파파노 경은 오랫동안 오페라를 지휘한 경험 때문인지 노래하듯 연주하는 걸 중시한다. 한계를 뛰어넘는 숨 막히는 사운드를 만들어 낼 때는 감탄이 나온다”고 말했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가톨릭평화방송 ‘장일범의 유쾌한 클래식’(사회 장일범·연출 김민영)이 방송 4주년을 맞아 26일 오후7시 서울 마포아트센터 아트홀맥에서 기념음악회를 연다.1부에서는 피아노 듀오와 첼로 앙상블 등을 연주하고 2부에서는 탱고음악과 우리 가곡, 오페라 아리아 등 친근한 클래식 곡을 들려줄 예정이다. 피아니스트 박종해 김재원, 소프라노 김순영 이해원, 테너 김현수, 베이스바리톤 길병민, 탱고 4중주단인 고상지 콰르텟, 타악기 합주단인 퍼커션 플러스, 첼로 합주단 조이풀 첼로스가 출연한다.2020년 8월 방송을 시작한 ‘장일범의 유쾌한 클래식’(월~토요일 오전 10시~12시)은 다양한 형태의 클래식 음악을 소개하는 한편 한국을 대표하는 아티스트와 공연 전문가들을 출연시키면서 친근하고 전문적인 해설로 인기를 끌어 왔다. 전석 무료. 02-2270-2306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음악가라면 그런 생각을 하죠. ‘세상에 음악가가 많은데 내 음악의 의미는 뭘까’라는. 슈베르트조차 ‘베토벤을 넘을 수 없을 것 같은데 음악을 하는 게 맞나’라고 말했다고 해요. 그런 슈베르트가 제 마음에 들어왔습니다.” 피아니스트 원재연(36)에게 올가을의 선택은 슈베르트다. 28일 서울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열리는 리사이틀 메인곡으로 그는 슈베르트의 유작인 마지막 3대 피아노소나타 중 두 번째인 20번 D.959를 택했다. 전반부에는 미뉴엣 A장조와 ‘세 개의 피아노 소품’ D 946 등 비교적 알려지지 않은 곡들을 연주한다. “베토벤을 뛰어넘지 못한다고 고민한 슈베르트였지만 베토벤에게 묻히지 않고 연주되는 데는 자기만의 순수함이나 단순함 같은 매력이 있기 때문이죠. 한 음악학자는 ‘슈베르트가 베토벤을 넘는 곳이 있다면 20번 소나타 4악장 론도’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이 곡은 원재연이 어린 시절부터 끌린 곡이었다. “이 곡을 중심으로 슈베르트의 성격이나 인생을 언젠가 풀어보려 해요. 피아니스트 아르카디 볼로도스도 이 곡을 오랫동안 연주했고 저도 실황 연주로 네 번 정도 봤거든요. 이 곡에 대한 꿈 같은 게 늘 있었어요.” ‘세 개의 피아노 소품’도 슈베르트의 순수함을 잘 보여주는 곡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그냥 들을 때는 이런 쉬운 곡이 있나 싶어요. 오스트리아 알프스 지역의 민요를 그냥 옮긴 듯한 느낌이죠. 그런데 악보를 보면 단순하지 않거든요.” 그에 따르면 슈베르트는 연주자가 해석해야 하는 부분이 많은 작곡가다. “음표를 잇는 법이나 셈여림 같은 지시가 악보에 많이 있지 않기 때문에 연주자가 재창조하며 관객들을 설득시켜야 하는 면이 베토벤보다 많고, 그만큼 어렵습니다.” 원재연은 최근 지휘라는 새 영역에 도전했다. 지난달 서울 대학로 ‘예술가의 집’에서 열린 콘서트에서 그는 모차르트 피아노협주곡 12번과 23번을 직접 지휘하고 피아노 독주도 했다. 그는 “계속 도전할 수 있는 것, 새로운 걸 찾아 할 수 있는 건 어렵지만 축복받은 일”이라며 “솔직히 말해 피아노 연주보다 훨씬 재미있고 행복했다. (지휘에) 중독돼 있는 상태”라고 고백했다. 음반 소식도 있다. 그는 “베를린의 텔덱스 스튜디오에서 유명 엔지니어 마틴 자우어의 엔지니어링으로 앨범을 녹음했다”고 귀띔했다. 새 음반은 내년 오닉스 레이블로 발매될 예정이다. 레퍼토리에 대해서 그는 “나오면 알게 될 것”이라며 웃음을 지었다.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음악가라면 그런 생각을 하죠. ‘세상에 음악가가 많은데 내 음악의 의미는 뭘까’라는. 슈베르트조차 ‘베토벤을 넘을 수 없을 것 같은데 음악을 하는 게 맞나’라고 말했다고 해요. 그런 슈베르트가 제 마음에 들어왔습니다.”피아니스트 원재연(36)에게 올 가을의 선택은 슈베르트다. 28일 서울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열리는 리사이틀 메인곡으로 그는 슈베르트의 유작인 마지막 3대 피아노소나타 중 두 번째인 20번 D.959를 택했다. 전반부에는 미뉴엣 A장조와 ‘세 개의 피아노 소품’ D 946 등 비교적 알려지지 않은 곡들을 연주한다.“베토벤을 뛰어넘지 못한다고 고민한 슈베르트였지만 베토벤에 묻히지 않고 연주되는 데는 자기만의 순수함이나 단순함 같은 매력이 있기 때문이죠. 한 음악학자는 ‘슈베르트가 베토벤을 넘는 곳이 있다면 20번 소나타 4악장 론도’라고 말했다고 합니다.”이 곡은 원재연이 어린 시절부터 끌린 곡이었다. “이 곡을 중심으로 슈베르트의 성격이나 인생을 언젠가 풀어보려 해요. 피아니스트 아르카디 볼로도스도 이 곡을 오랫동안 연주했고 저도 실황 연주로 네 번 정도 봤거든요. 이 곡에 대한 꿈같은 게 늘 있었어요.”‘세 개의 피아노 소품’도 슈베르트의 순수함을 잘 보여주는 곡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그냥 들을 때는 이런 쉬운 곡이 있나 싶어요. 오스트리아 알프스 지역의 민요를 그냥 옮긴 듯한 느낌이죠. 그런데 악보를 보면 단순하지 않거든요.” 그에 따르면 슈베르트는 연주자가 해석해야 하는 부분이 많은 작곡가다. “음표를 잇는 법이나 셈여림 같은 지시가 악보에 많이 있지 않기 때문에 연주자가 재창조하며 관객들을 설득시켜야 하는 면이 베토벤보다 많고, 그만큼 어렵습니다.”원재연은 최근 지휘라는 새 영역에 도전했다. 지난달 서울 대학로 ‘예술가의 집’에서 열린 콘서트에서 그는 모차르트 피아노협주곡 12번과 23번을 직접 지휘하고 피아노 독주도 했다. 그는 “계속 도전할 수 있는 것, 새로운 걸 찾아 할 수 있는 건 어렵지만 축복받은 일”이라며 “솔직히 말해 피아노 연주보다 훨씬 재미있고 행복했다. (지휘에) 중독돼 있는 상태”라고 고백했다.음반 소식도 있다. 그는 “베를린의 텔덱스 스튜디오에서 유명 엔지니어 마틴 자우어의 엔지니어링으로 앨범을 녹음했다”고 귀띔했다. 새 음반은 내년 오닉스 레이블로 발매될 예정이다. 레퍼토리에 대해서는 그는 “나오면 알게 될 것”이라며 웃음을 지었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올해 우리는 기록적인 여름을 경험했다. 한국만이 아니다. 8월 초 찾은 이탈리아와 오스트리아도 35도를 넘는 더위에 몸살을 앓고 있었다. 한밤중 열리는 야외 오페라에서도 많은 관객들이 부채를 손에서 놓지 못했다. ‘이런 형태의 여름밤 야외 행사가 미래에도 계속될 수 있을까’라는 염려가 들었다. 오스트리아를 비롯한 중부 유럽은 유례없는 가뭄에 이어 9월 들어 폭풍 ‘보리스’로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위기에 처한 지구를 위해 음악가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없을까. 연주자들이 전 세계를 다니면서 화석 연료를 쓰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일이다. 바이올리니스트 파트리치아 코파친스카야는 2018년 ‘변화의 오케스트라’와 함께 기후위기 문제를 담은 콘서트를 열었고 수익금은 환경단체에 기부했다. 그는 대륙 내 이동에서는 가능한 한 비행기를 타지 않고 열차로만 다닐 수 있도록 일정을 짠다.미국 워싱턴의 내셔널 심포니 오케스트라는 미국 산림 보존 단체 ‘아메리칸 포리스트’와 파트너십을 맺고 2020년 화재로 황폐화한 오리건주의 숲 복원 자금을 지원했다. 악단 측은 “숲 복원 자금을 지원함으로써 나무가 자라면서 대기에서 이산화탄소를 제거해 투어가 기후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 악단은 투어 중 화물량을 20% 줄이고 가능한 경우 기차로 운송하며 음악가들이 재사용 가능한 물병을 사용하도록 권장한다.미국 오케스트라 연맹은 야생 동식물의 국제 거래에 관한 협약(CITES) 회의에 참여하고 있다. 이 연맹의 부회장 헤더 누난은 “지구 온난화로 멸종 위기에 처한 동식물 종을 보전하는 데 협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에는 현악기 활에 사용되는 아마존 페르남부쿠 목재의 멸종 위기를 상기시키는 ‘노 유어 보(Know Your Bow)’ 캠페인을벌였다.유니버설뮤직, 소니뮤직, 워너뮤직 등 음반 업계의 주요 기업들은 2021년 ‘음악 기후 협정’에 서명하고 2년 뒤인 2023년에는 음악산업 기후 단체(MICC·Music Industry Climate Collective)를 공동 설립했다. 참여 기업들은 2030년까지 음반 등 제품 제조, 유통, 라이선스 등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을 50% 이하로 줄이고 2050년에는 온실가스 배출 0%를 달성하는 것이 목표다. 우리나라에서 눈에 띄는 움직임은 없을까. 작곡가 이승규는 재활용 쓰레기로 만든 악기로 ‘업사이클 뮤직’이라는 새 장르를 열고 있다. 2022년 그는 버려진 농약 분무기로 만든 ‘유니크 첼로’와 레고 블록으로 만든 바이올린 등 업사이클(재생) 현악기를 공개했다. 그는 재두루미, 쇠똥구리, 북극곰 등 멸종위기 동물을 표현한 ‘잃어버린 동물의 사육제’를 작곡했으며 첼리스트 4명으로 모인 ‘유니크 첼로 콰르텟’을 구성해 업사이클 악기로 전국에서 공연하고 있다.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음악으로 경고하는 것은 이미 낯익은 일이다. ‘사계 2050’은 디지털 마케팅 회사 아카(AKQA)가 2021년 시작한 글로벌 프로젝트다. 세계 지역별 기후변화 데이터를 비발디의 ‘사계’ 원곡에 적용해 인공지능(AI)이 편곡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개발했으며 우리나라의 서울 대전을 비롯해 6개 대륙 14개 도시에서 공연됐다.존 루서 애덤스의 관현악곡 ‘비컴 오션(Become Ocean·2013년)’과 키런 브런트의 ‘떠오르는 바다 교향곡’(2020년)은 지구 온난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을 경고한 작품들이다. 첼리스트 겸 작곡가 대니얼 크로퍼드는 2013년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지구 표면 온도 데이터를 첼로의 세 옥타브 음역에 적용했다. 각각의 음표는 1880년부터 2012년까지의 연도를 나타내고, 기온이 0.03도 오를수록 반음이 높아진다. 이렇게 만든 악보는 첼로곡 ‘온난화하는 행성의 노래’가 됐다.이탈리아 작곡가 루도비코 에이나우디는 2016년 6월 17일 노르웨이 스발바르 제도 부근의 빙하 위에 그랜드 피아노를 설치해 ‘북극을 위한 비가’를 연주했다. 공연하는 동안 빙하에서 갈라진 큰 얼음덩어리가 바다로 떨어지는 장면이 포착되기도 했다. 이는 800만 명의 지지를 이끌어 낸 그린피스의 북극 보호 운동을 환기한 행사로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빌딩 숲 사이의 바쁜 일상 속에서 하늘 한 번 쳐다볼 여유가 없었던가. 타는 햇살과 빗줄기에 시달려 하늘 한 번 쳐다보기 싫었던가. 올 것 같지 않던 가을이 한 발짝 더 곁으로 다가왔다. 모처럼 여유를 갖고 일상을 돌아볼 수 있는 연휴도 찾아왔다. 탁 트인 곳으로 나가 고개를 들고 하늘을 보자. 머리 위에 어떤 구름이 있을까? 가장 친근하고 ‘인기 있는’ 구름은 쌘구름(적운)이다. 솜뭉치 같은 구름이 하나하나 떨어진 상태로 떠 있다. 밑면은 펑퍼짐하고 위쪽은 꽃양배추처럼 볼록 솟아 있다. 초현실주의 화가 르네 마그리트의 그림에서 자주 볼 수 있는 태평스러운 구름이다. 새털구름(권운)도 사람들이 좋아하는 구름이다. 구름으로서는 가장 높은 곳, 항공기 비행 고도에 있는 이 구름은 헝클어진 하얀 머리카락 다발을 길게 빗어 넘긴 것 같다. 쌘비구름(적란운)은 ‘구름계의 록스타’다. 키가 가장 크고, 엄청난 비를 내린다. 커지면 수영장 1만 개 분량의 물을 머금는다. 우박을 내리기도, 번개와 천둥을 터뜨리기도 한다. 그래도 멀리서 보면 거대한 버섯처럼 예쁘다. 구름을 분류하고 이름을 붙이기 시작한 사람은 19세기 영국의 약사이자 기상학자인 루크 하워드였다. 오늘날 구름은 그의 아이디어를 발전시킨 열 가지 운형(雲形)에 따라 분류된다. 구름의 입자가 물방울일 때는 뭉게뭉게 피어오르고 얼음일 때는 매끈하다. 여기 소개하는 두 책 모두 열 가지 운형의 특징과 삿갓구름, 물결구름, 벌집구름 등 특별한 경우에 생기는 구름들을 상세히 설명하는 점은 같다. ‘구름관찰자를 위한 그림책’은 자기 전 아이에게 읽어주기 위한 그림책만은 아니다. 어른들도 충분히 도움을 받을 만한 상세한 ‘구름 정보’들을 담았다. 파스텔화로 표현한 구름들이 사진보다 더 생생하게 각 구름의 성격들을 나타내 보인다.‘다 읽은 순간 하늘이 아름답게 보이는 구름 이야기’의 저자는 일본 기상청 기상연구소의 연구관이다. 구름과 날씨만 생각하는 그의 일상은 때로 웃음을 머금게 한다. 아침 식탁에 오른 된장국부터 그에게는 예사롭지 않다. 국물에서 수증기가 공급되고, 수증기가 포화 상태가 되고 응결하면 물방울이 형성되면서 흰빛을 띤다. 국에서 올라오는 김이다. “보세요, 구름이 형성되는 것과 똑같죠.” 된장국을 그릇에 부은 뒤 들여다보면 아래에서 위로, 위에서 아래로 이동하는 흐름이 보인다. “온도 차 때문에 열대류가 발생하는 거죠. 된장국은 하늘의 모형입니다.” 그에게 하늘은 ‘누구든, 언제 어디서든 즐길 수 있는 최고의 엔터테인먼트’다. 기상학을 알면 그 즐거움을 더 선명히 즐길 수 있다. 아이스라테를 마시면서는 적란운의 하강 기류를 발견하고, 뜨거운 라테를 마실 때는 엘니뇨의 소용돌이 원리를 알 수 있다. ‘비행기에서 즐길 수 있는 구름 종류’ 등 ‘하늘 마니아’를 위한 정보들도 쏠쏠하게 제공한다. 평생 기상을 연구해 온 저자도 알 수 없는 것들이 있다. 구름은 대기 중의 미립자인 에어로졸을 핵으로 해서 발생한다. 그런데 에어로졸이 구름의 형성에 미치는 명확한 과정도, 에어로졸이 어디에 얼마나 존재하고 어떻게 변동하는지도 정확히 알 수 없다고 그는 말한다. 자신이 평생 몸담아 온 일기예보의 불확실성에 대한 변명까지 담은 얘기다. 저런, 옆 나라 기상청도 ‘자주 틀린다’는 눈총을 받기는 우리와 매한가지인가 보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