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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고율 관세 정책에 따른 유가 하락으로 미국과 러시아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물가 상승 억제가 관건인 미국은 유가 하락을 반기는 반면, 원유 수출로 우크라이나 전쟁 비용을 충당하고 있는 러시아에는 악재여서다. 7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유가는 정부 예산 조달의 핵심이기 때문에 현 상황을 매우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현 상황은 극도로 불안정하고 긴장돼 있으며 감정적으로도 과열돼 있다”며 “우리는 국제 경제 폭풍이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처를 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했다. 관세 폭풍이 불면서 최근 국제 유가는 줄줄이 급락세다. 국제 벤치마크인 브렌트유 선물은 전날에 비해 배럴당 1.61달러(2.5%) 하락한 63.97달러로 내려앉았다. 브렌트유는 4거래일 동안 15% 급락했다. 러시아산 우랄 원유 가격도 배럴당 약 53달러로 하락하며 50달러 선 붕괴를 위협받고 있다. 우크라이나 매체 키이우인디펜던트는 “러시아의 내년도 예산 계획의 기준이 된 배럴당 70달러보다 훨씬 낮다”고 전했다. 유가 하락이 러시아의 재정 건전성에 위협이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1∼2월 러시아 예산 수입의 약 30%가 석유 및 가스 수입이다. 유가가 하락하면 상당한 재정 타격이 불가피하다. 키이우인디펜던트는 “우랄유 가격이 배럴당 50달러 이하로 떨어지면 러시아의 주요 석유 수출량이 최근 2년 새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러시아 매체 모스크바타임스에 따르면 지난달 러시아의 석유 및 가스 수입이 전년 대비 17% 감소한 1조800억 루블(약 18조5000억 원)이었다. 러시아의 원유 수입 감소는 전쟁에도 큰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 휴전에 합의하지 않으면 러시아산 원유에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고 경고한 이유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이날 휴전 협상이 진전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우크라이나 정권의 통제 불능 상태 때문”이라며 책임을 돌렸다. 반면 로이터통신은 국제 유가 하락이 러시아의 휴전 협상에 어떤 영향을 줄지는 아직 불분명하다고 전망했다. 한편 원유를 다루는 미국 에너지부의 크리스 라이트 장관이 9일부터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 카타르 등 중동 산유국들을 방문한다고 이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러시아, 이란, 베네수엘라의 원유 수출에 대한 제재를 유지하면서도 유가를 안정시키기 위한 증산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목적으로 분석된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유럽연합(EU)이 도널드 트럼프 2기 미국 행정부의 철강·알루미늄 관세에 대한 보복 방안을 7일 발표한다. 중국, 캐나다에 이어 EU 또한 미국에 보복 관세로 맞설 뜻을 밝혀 글로벌 통상 전쟁이 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가디언 등에 따르면 EU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는 이날 룩셈부르크 수도 룩셈부르크에서 27개 회원국의 무역 담당 장관회의를 열었다. 미국의 관세로 인한 피해 규모에 비례해 260억 유로(약 42조 원) 상당의 미국산 제품에 최고 5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구체적으로 미국산 육류, 곡물, 와인, 목재, 의류, 껌, 치실, 진공청소기, 화장지 등을 관세 부과 목록으로 확정할 가능성이 높다. 마로시 셰프초비치 EU 무역·경제안보 집행위원은 회의에 앞서 트럼프발(發) 관세 폭탄으로 “세계 무역 체제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고 우려했다. 로랑 생마르탱 프랑스 통상장관 또한 미국의 ‘공격적이고 임의적인’ 관세 부과에 대응하려면 “EU의 단합된 대응이 필요하다”며 보복 관세가 불가피하다는 뜻을 강조했다. 이에 대한 회원국 표결은 9일에 진행하기로 했다. 앞서 EU는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공격에 따라 이달 1일과 13일로 나눠 보복 관세를 매기겠다고 지난달 12일 발표했다. 이후 두 차례 부과 계획을 연기하며 미국과의 관세 협상 여지를 열어놨지만 미국이 관세 부과를 강행하자 EU 또한 맞보복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25% 자동차 관세 부과에 직면한 일본에선 세계 최대 자동차 기업인 도요타의 ‘연간 국내 300만 대’ 생산 원칙이 무너질 위기다. 도요타는 국내 고용, 공급망 및 제조기술을 유지하기 위해 1978년 연간 300만 대를 위한 생산 시설을 확립했다. 이후 1980년부터 300만 대 이상을 생산해 왔다. 코로나19가 한창일 때도 이 정책을 고수했지만 이 원칙이 흔들리고 있다. 7일 니혼게이자이(닛케이)신문에 따르면 도요타 임원은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이 됐다”고 우려했다. 도요타는 당분간 비용 절감을 통해 관세 인상분을 대체할 계획이지만 미국의 고율 관세가 오래 유지되면 미국 내 판매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다. 미국 자동차 업체와의 경쟁에서 매우 불리해진다. 이를 타개하려면 미국 내 생산을 늘릴 수밖에 없어 ‘일본 내 300만 대 생산’ 원칙을 유지하기 어려워진다. 이때 도요타와 연계된 약 6만 개의 부품 제조사 등에도 악영향을 미쳐 일본 경제 전체에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닛케이는 “트럼프의 관세정책이 일본의 중소 공급망에까지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한 도요타는 2027년까지 전기차(EV) 생산 거점을 기존 일본과 중국 등 2곳에서 미국, 태국, 아르헨티나 등 5곳으로 늘리기로 했다고 닛케이가 보도했다. 이에 따라 도요타는 올 10월부터 태국에서 EV 픽업 트럭을 생산하기로 했다. 미국 켄터키주와 인디애나주에서는 내년부터 다목적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의 생산에 돌입한다. 미국의 관세 위협과 환율 변동 등에 대처하려면 공급망 다변화가 필수적이라는 데 따른 조치로 풀이된다.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일본 총리는 같은 날 국회에서 미국의 관세를 두고 “‘국난(國難)’이라고 말할 만한 사태다. 가능한 한 빨리 미국을 방문하겠다”며 “‘일본이 불공정한 일은 하지 않았다’고 (미국 측에) 확실하게 말해야 한다”고 밝혔다. 일본은 줄곧 미국에 ‘관세 적용 대상에서 제외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24%의 상호 관세를 부과받았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도쿄=황인찬 특파원 hic@donga.com}

2일(현지 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상호 관세 부과 발표 후 각국은 대응책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미국산 제품에 34% 보복 관세 부과를 천명한 중국은 강도 높은 대미 비판을 이어가며 강경한 자세를 보이고 있다. 반면 영국과 일본, 대만 등은 보복 조치보다는 협상을 통해 미국을 설득하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5일 성명을 통해 “미국이 무분별한 관세를 통해 현 국제 무역 질서를 전복하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중국은 이미 앞으로도 계속 단호한 조치를 통해 자국의 주권과 안보·발전 이익을 수호할 것”이라고 했다. 4일 미국산 제품에 대한 34% 보복 관세와 중국산 희토류 7종의 수출 통제를 발표한 중국이 미국의 압박에 쉽게 물러서지 않겠다는 걸 분명히 한 것이다. 그러면서 대미 선전전을 병행하고 있다. 궈자쿤(郭嘉昆)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미 증시 3대 지수가 5% 넘게 급락한 사진을 올리며 “증시가 말해준다”고 적었다. 관영 중국국제텔레비전(CGTV)은 SNS 계정에 미국 소비자 관점에서 자국의 인플레이션을 비판하는 내용의 영상을 공개했다. CGTV는 뮤직비디오 형태의 해당 영상을 인공지능(AI)으로 제작했다면서 “(미국) 부채 위기는 100% 인간이 만든 것”이라고 비꼬았다. 프랑스도 상호 관세에 맞대응하는 차원에서 구글 등 미국 빅테크들에 대한 데이터 사용 규제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이날 전했다. 반면, 유럽연합(EU) 상호 관세율(20%)의 절반만 부과받은 영국은 키어 스타머 총리의 ‘부드러운 대응’이 빛을 발했다고 자평하며 미국과의 추가 협상에 공을 들이고 있다. 스타머 총리는 올여름 트럼프 대통령을 스코틀랜드에 초청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영국 텔레그래프가 전했다.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일본 총리도 5일 TV에 출연해 “다음 주 중 트럼프 대통령과 (관세와 관련해) 전화 협의를 하고 싶다”고 밝혔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 등이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럼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과 통화한 사실을 공개하며 “(베트남이) 대미 관세를 ‘0’으로 낮추고 싶다고 했다”고 4일 밝혔다. 한국(25%), 일본(24%)보다 더 높은 34% 상호 관세를 부과받은 대만은 5일 라이칭더(賴淸德) 총통이 폭스콘, TSMC 등 주요 정보통신기술(ICT) 기업 대표들을 불러 긴급 좌담회를 열었다. 이날 대만 정부는 기업들에 880억 대만달러(약 3조8800억 원)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베이징=김철중 특파원 tnf@donga.com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산불 진화 지름길 ‘임도’지난달 25일 울산 울주군 화장산 산불은 20여 시간 만에 꺼진 반면 바로 옆 대운산 산불은 진화에 닷새가 걸렸다. 두 산의 운명을 가른 건 폭 3.5m의 산불진화 임도 유무였다. 영남권을 덮친 산불로 31명이 숨지고 4만여 ha(헥타르)의 산야가 불탄 가운데 산을 바꾸고 진화 역량을 높여 대형 산불에 대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동아일보는 영남권 산불 현장을 찾아 진화 과정의 문제를 분석하고 개선책을 살펴봤다.》“불도깨비가 고마 코앞까지 가첩게(가깝게) 온다 아인교. 인제 마 끝이구나 싶었는데, 그때 기적같이 산불진화차가 숲길(임도)을 타고 올라오는 거라.” 지난달 30일 오전 11시경 울산 울주군 언양읍 화장산에서 만난 김모 씨(68)는 이번 산불에서 “죽다 살았다”며 연거푸 가슴을 쓸어내렸다. 지난달 22일 시작된 울주 산불은 25일 화장산에 이르렀다. 하지만 산불은 하루도 안 돼 진화됐다. 폭 3.5m 이상으로, 진화 차량 두 대가 동시에 오갈 수 있는 ‘산불진화 임도(林道)’ 덕이었다. 영남권에 발생한 역대 최악의 산불로 31명이 사망하고 4만여 ha(헥타르) 산야가 잿더미가 됐다. 기후변화로 산불이 더 커지고 잦아질 것으로 예측되는 가운데 산을 바꾸고 산불 진화 역량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동아일보는 3일 대형 산불이 발생한 숲을 찾아 진화 과정의 문제점을 분석하고 개선책을 짚어 봤다.● 폭 3.5m 이상 산불진화 임도 만들어야 지난달 31일 기자가 차를 타고 임도를 달려 화장산 정상까지 오르는 데 걸린 시간은 5분에 불과했다. 일반 산길로 걸으면 3시간은 올라야 하는 거리였다. 한국산림휴양학회에 따르면 산림 2km 거리를 차(시속 30km)로 오르면 4분, 도보(시속 2.51km)로 오르면 48분이 걸린다. 임도가 있으면 산불 진화 시간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국내 임도는 턱없이 부족하다. 전체 산림에 설치된 임도의 총길이는 2만6785km(2024년 말 기준)로 1ha당 길이는 4.25m다. 독일 54m, 오스트리아 50.5m, 일본 24.1m와 비교하면 현저히 짧다. 임도가 있어야 진화장비와 인력이 숲 깊이 들어가 불을 끌 수 있다. 국립산림과학원 분석 결과 임도로부터 1m씩 멀어질수록 산불 피해 면적이 1.55m²씩 늘어났다. 하지만 마냥 길을 낸다고 다 좋은 건 아니다. 화장산 바로 옆 대운산에도 임도가 있었지만, 대운산 산불은 진화에 닷새가 걸렸다. 화장산 진화 시간의 5배다. 기자가 대운산 임도를 살펴본 결과 폭이 좁아 차 한 대도 겨우 지나갈 너비였다. 산림자원의 조성 및 관리에 관한 법률(산림자원법)에 따르면 임도는 간선 임도, 지선 임도, 작업 임도, 산불예방진화 임도로 돼 있다. 이 중 산불진화 임도는 차량이 교행할 수 있도록 도로 폭을 3.5m 이상으로 닦아야 하고 취수장과 ‘불방패’ 역할을 하는 내화수림대를 갖춰야 한다. 전문가들은 규정에 맞는 산불진화 임도를 제대로 지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문현철 한국재난학회 부회장(호남대 교수)은 “역대 최악의 산불로 임도를 설치해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가 커졌는데, 규격에 맞춰 제대로 설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산지 기상관측장비 보완해야 산불 방향을 특정하기 위해서는 기상 관측도 중요하다. 동아일보가 역대 최장 시간을 기록한 경남 산청 산불 지역(산청, 하동군)을 살펴본 결과 기상청 자동기상관측장비(AWS) 총 8개가 설치돼 있었다. 이 중 산지에 설치된 것은 1개(지리산 872지점)에 불과했다. 사실상 화재 지역의 정확한 풍향과 풍량을 확인하는 게 불가능했던 셈이다. 산림청 관계자는 “AWS 시설을 늘리거나 산불진화차량에 이동식 관측 장비를 달면 기상 관측 정확도를 높일 수 있다”며 “산불을 키우는 바람의 속도, 방향 등을 정확히 예측해 산불 진화를 정교화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산불에서 헬기는 산불 진화 판도를 바꾸는 ‘게임 체인저’라 불릴 정도로 중요하다. 하지만 산림청 산림항공본부 소속 산불 진화용 헬기 50대 중 담수량 8000L 대형 헬기는 7대뿐이다. 그나마 2대는 부품 문제로 운항 중지 상태다. 나머지는 담수량 3000L 중형, 600∼800L 소형이다. 중형으로 따져도 대형 헬기가 한 번에 옮길 수 있는 물을 나르려면 최소 3번을 오가야 하는 셈이다. 채희문 강원대 산림과학부 교수는 “대형 산불은 강풍이 최대 변수인데 지금 헬기 체계로는 강풍에 운항할 수 있는 게 부족하다. 강풍에 견디는 대형 헬기가 필요하다”고 했다.● 진화예방대원 60대 이상 74% 산림청 소속 산불 전문 인력으로는 산불재난특수진화대와 공중진화대가 있다. 그리고 각 지역에 한시적으로 고용되는 산불예방진화대원들이 활동한다. 산림청에 따르면 현재 전체 공중진화대 103명 가운데 20대는 4명뿐이다. 산불재난특수진화대도 전체 410명 가운데 50대(110명) 및 60대 이상(19명)이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한다. 전체 산불진화대(9959명)의 94%(9446명)를 차지하는 산불예방진화대는 더욱 심각하다. 주로 주민으로 이뤄지는 탓에 60대 이상이 74%(7071명)다. 강원 강릉시는 2017년 산불예방진화대원 급여를 20만 원가량 올렸는데(250만→270만 원) 20∼40대 젊은 인력이 대거 지원했다. 김동선 강릉시 산불예방진화대장은 “젊은 인력 유입을 위해 진화대원들의 처우를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특별취재팀▽팀장 이미지 사회부 차장 image@donga.com▽황인찬 임우선 조은아 특파원(이상 국제부)김태영 이소정 임재혁 기자(이상 사회부)}
역대 최악의 산불로 31명이 숨진 가운데 산불과 산사태, 병해충 등 산림 3대 재난을 아우르는 ‘산림재난방지법’이 내년 2월부터 시행된다. 하지만 산림 인근 화재 위험 시설에 대해 시정 조치를 강제할 수 없는 점 등은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산림재난방지법은 산불 등 재난에 대한 대응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올해 1월 제정됐다. 핵심 내용은 산림 관리와 재난 대응의 최고 책임자인 산림청장을 중심으로 5년마다 산림재난 방지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산림재난정보시스템을 구축해 산불의 위험도를 사전 예보하거나 확산 경로를 예측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기후변화로 인해 대형 산불과 병해충, 산사태 발생 위험이 갈수록 커지는 상황에서 산림재난 전반을 포괄하는 법이 마련된 건 의미 있는 성과로 평가된다. 그동안 3가지 재난은 서로 다른 기관에서 조사·대응해 통합적인 정책 수립과 현장 조율이 어려웠다. 그러나 새 법이 시행돼도 아쉬운 점은 남아 있다. 산림재난방지법에 따라 산림청장은 전국을 대상으로 ‘산림재난 위험도 평가’를 실시해야 한다. 불에 잘 타는 침엽수나 소나무 분포 현황, 지역별 기후 특성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반영한다. 하지만 문제가 확인된 시설이나 토지에 위험 요소 제거나 시정 조치를 강제할 법적 권한은 없어 실효성에 한계가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산림청에 따르면 건물 등 시설물에서 시작된 화재가 산불로 번진 사례는 2000년대 연평균 7.5건에서 2020년대에는 연평균 36건으로 크게 늘었다. 문현철 한국재난학회 부회장(호남대 교수)은 “단순히 위험도를 평가하는 데 그칠 것이 아니라, 가연성 물질을 다량 보유한 건축물 등 위험 요소에 대해 행정기관이 강제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시행령 등을 통해 보완이 필요하다”고 했다. 실화자에 대한 형량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산림재난안전법에 명시된 형량은 현행과 동일하다. 고의로 불을 질러 큰 피해를 내도 1∼15년 징역형이 내려지는 게 전부다. 실수로 냈다면 3년 이하의 징역, 3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이 부과된다. 새 법에 산림재난방지 교육 이수 대상자가 정확히 명시되지 않은 것도 문제다. 재난 현장을 총괄 지휘하는 지방자치단체장 등을 교육 대상으로 명시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제언했다.특별취재팀▽팀장 이미지 사회부 차장 image@donga.com▽황인찬 임우선 조은아 특파원(이상 국제부)김태영 이소정 임재혁 기자(이상 사회부)}

“미국의 일방적인 괴롭힘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 ‘모든 중국산 수입품에 34%의 상호 관세를 부과한다’고 밝히자 중국은 3일 즉각 반격을 예고했다. 중국 상무부는 이날 “미국은 오랫동안 (스스로) 국제 무역에서 막대한 이익을 얻고 있다는 사실도 무시하고 있다”며 “반격 조치를 취해 국익을 수호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미국과 중국의 본격적인 통상 전쟁이 격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도 같은 날 미국이 EU에 20% 관세를 부과하자 “세계 경제는 엄청난 고통을 겪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무토 요지(武藤容治) 일본 경제산업상 또한 “지극히 유감”이라고 밝혔다. 세계 각국이 미국의 상호 관세에 대한 긴급 대책 마련에 나선 가운데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을 중심으로 구축됐던 ‘자유무역 시대’가 막을 내리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관세 전쟁으로 대공황이 심화된 1930년대로 돌아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EU “다양한 보복 준비”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이날 “미국의 철강 관세에 대응하기 위한 첫 번째 보복 조치 패키지를 마무리 중”이라며 “이 협상이 결렬되면 우리 이익과 기업을 보호하는 추가 조치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EU는 이달 중순까지 협상이 무산되면 13일경부터 260억 유로(약 42조 원) 상당의 미국산 상품에 보복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이미 예고했다. 또 상호 관세 및 자동차 관세에 대응하기 위한 두 번째 조치도 마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3일 미국의 관세 공격 영향을 받을 산업의 기업인들을 파리 대통령실(엘리제궁)로 불러 대책을 논의한다고 밝혔다. 유럽의회 제1당 격인 유럽국민당(EPP)의 만프레트 베버 대표는 트럼프 대통령이 상호 관세 부과 날을 ‘미국 해방의 날’이라고 거론한 것을 문제 삼아 “오늘은 해방의 날이 아닌 분노의 날”이라고 비판했다. 유럽이 미국의 서비스 수출을 집중 공격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뉴욕타임스(NYT)는 유럽이 금융 서비스, 문화 콘텐츠, 클라우드 등을 미국에 디지털로 수출해 미국의 서비스 산업을 공략할 것으로 전망했다.● 베선트 “보복에 나서지 말라” 경고 24%의 상호 관세를 부과받은 일본의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총리는 3일 외무성, 경제산업성 등 관련 부처들과 긴급 대응 방안을 협의했다. 그는 이날 오후 총리 관저에서 기자들에게 “극히 유감스럽다”면서 “미국 측에 (관세) 조치의 재검토를 강력히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과 직접 대화하는 것이 적절하다면 가장 적절한 시기, 가장 적절한 방법으로 접근하는 것을 전혀 주저하지 않겠다”고도 했다. 공영 NHK는 “각국 정부, 금융시장 관계자 사이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를 ‘협상 카드’로 삼아 실제로 실행하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도 있었지만 오늘 연설로 완전히 배신당한 모양새가 됐다”고 진단했다.주요국들이 미국의 조치에 반발하며 보복을 예고하자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은 미국이 더 강경한 보복에 나설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2일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모든 국가에 보내는 충고는 ‘보복에 나서지 말라’는 것”이라며 “(미국의 상호 관세를) 순순히 받아들인 뒤 어떻게 상황이 전개되는지 지켜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관세의 세계적 여파가 1930년대 악명 높았던 미국의 ‘스무트-홀리 관세법’ 시행 당시보다 강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리드 스무트 당시 상원의원과 윌리스 홀리 당시 하원의원이 미국 경제를 보호하겠다며 만든 이 법은 세계적으로 관세 전쟁을 촉발시키며 대공황을 심화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도쿄=황인찬 특파원 hic@donga.com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미국의 일방적인 괴롭힘이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 ‘모든 중국산 수입품에 34%의 상호 관세를 부과한다’고 밝히자 중국은 3일 즉각 반격을 예고했다. 중국 상무부는 이날 “미국은 오랫동안 (스스로) 국제 무역에서 막대한 이익을 얻고 있다는 사실도 무시하고 있다”며 “반격 조치를 취해 국익을 수호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미국과 중국의 본격적인 통상 전쟁이 격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도 같은 날 미국이 EU에 20% 관세를 부과하자 “세계 경제는 엄청난 고통을 겪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무토 요지(武藤容治) 일본 경제산업상 또한 “지극히 유감”이라고 밝혔다.세계 각국이 미국의 상호 관세에 대한 긴급 대책 마련에 나선 가운데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을 중심으로 구축됐던 ‘자유무역 시대’가 막을 내리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관세 전쟁으로 대공황이 심화된 1930년대로 돌아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EU “다양한 보복 준비”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이날 “미국의 철강 관세에 대응하기 위한 첫 번째 보복 조치 패키지를 마무리 중”이라며 “이 협상이 결렬되면 우리 이익과 기업을 보호하는 추가 조치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EU는 이달 중순까지 협상이 무산되면 13일경부터 260억 유로(약 42조 원) 상당의 미국산 상품에 보복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이미 예고했다. 또 상호 관세 및 자동차 관세에 대응하기 위한 두 번째 조치도 마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3일 미국의 관세 공격 영향을 받을 산업의 기업인들을 파리 대통령실(엘리제궁)로 불러 대책을 논의한다고 밝혔다. 유럽의회 제1당 격인 유럽국민당(EPP)의 만프레트 베버 대표는 트럼프 대통령이 상호 관세 부과 날을 ‘미국 해방의 날’이라고 거론한 것을 문제 삼아 “오늘은 해방의 날이 아닌 분노의 날”이라고 비판했다.유럽이 미국의 서비스 수출을 집중 공격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뉴욕타임스(NYT)는 유럽이 금융 서비스, 문화 콘텐츠, 클라우드 등을 미국에 디지털로 수출해 미국의 서비스 산업을 공략할 것으로 전망했다.● 베선트 “보복에 나서지 말라” 경고24%의 상호 관세를 부과받은 일본의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총리는 3일 외무성, 경제산업성 등 관련 부처들과 긴급 대응 방안을 협의했다. 그는 이날 오후 총리관저에서 기자들에게 “극히 유감스럽다”면서 “미국 측에 (관세) 조치의 재검토를 강력히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과 직접 대화하는 것이 적절하다면 가장 적절한 시기, 가장 적절한 방법으로 접근하는 것을 전혀 주저하지 않겠다”고도 했다. 공영 NHK는 “각국 정부, 금융시장 관계자 사이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를 ‘협상 카드’로 삼아 실제로 실행하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도 있었지만 오늘 연설로 완전히 배신당한 모양새가 됐다”고 진단했다.주요국들이 미국의 조치에 반발하며 보복을 예고하자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은 미국이 더 강경한 보복에 나설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2일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모든 국가에 보내는 충고는 ‘보복에 나서지 말라’는 것”이라며 “(미국의 상호 관세를) 순순히 받아들인 뒤 어떻게 상황이 전개되는지 지켜보라”고 했다.전문가들은 이번 관세의 세계적 여파가 1930년대 악명 높았던 미국의 ‘스무트-홀리 관세법’ 시행 당시보다 강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리드 스무트 당시 상원의원과 윌리스 홀리 당시 하원의원이 미국 경제를 보호하겠다며 만든 이 법은 세계적으로 관세 전쟁을 촉발시키며 대공황을 심화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도쿄=황인찬 특파원 hic@donga.com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국내 기업들과 관계 당국은 산불 진화에 첨단 정보통신기술(ICT)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산불의 예방, 감시, 진화 등 전 영역에 걸쳐 인공지능(AI), 열화상 카메라, 드론 등을 접목해 대응하고 있는 것이다. 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은 AI 산불 관리 솔루션인 ‘T 라이브 캐스터’ 서비스를 최근 서울 노원구와 구로구 등의 지자체에 추가 보급하기로 했다. 현재 130여 개 지자체에서 이를 활용하고 있다. T 라이브 캐스터 서비스는 산불 감시 드론에서 보내온 영상을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AI가 이를 분석해 산불 발생을 감지하자마자 사전 지정된 휴대전화로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기술이다. 올 2월 서울 구로구에서 발생한 산불을 초기에 탐지했고, 초기 진화가 마무리된 뒤 오후 11시쯤 다시 드론의 열화상 카메라를 통해 잔불을 발견하는 성과를 냈다. SK텔레콤은 또 산불로 인해 통신망이 소실된 산악지역에서 저궤도 위성통신을 활용해 통신할 수 있는 기술도 개발했다. 향후 국내에 저궤도 위성이 상용화되면 실제 활용이 가능하다. SK그룹의 계열사인 SK임업은 저전력 무선 산불감지 시스템을 친환경 정보기술(IT) 업체인 테크나인과 2023년 공동 개발했다. 현재는 일부 산불 위험 지역에 시범 설치하고 있다. 이는 연기 발생 여부를 센서를 통해 AI가 감지하는 기술이다. 해당 산불 감지 시스템에는 배터리를 두 개 장착해 한쪽이 태양광과 풍력으로 충전되는 동안 나머지 배터리의 에너지로 구동되도록 하고 있다. 배터리 교체 없이 오랜 기간 상시적으로 산불 상황을 감지하고 문제가 발견되면 이를 통신으로 전파할 수 있다. AI 업체인 스피어AX는 산불 감시 시스템인 ‘파이어워처’를 2022년에 개발해 현재 16개 시군구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파이어워처는 폐쇄회로(CC)TV 영상에서 AI가 연기를 감지해 산불이 발생했는지 여부를 조기에 알리는 시스템이다. AI가 학습을 통해 화재로 인한 연기를 구름, 안개 등과 구별할 수 있다. 회사에 따르면 감지 정확도가 93.4%에 이른다. 올해 1월 25일 대구 동구 야산에서 산불이 발생했을 때 해당 시스템을 적용한 대구시가 빠르게 발화 위치를 파악해 조기 진압했다. 산불 확산 예측에도 첨단 기술이 접목되어 있다. 국립산림과학원은 산불이 발생했을 경우 일몰 후 드론을 띄워 정찰 비행을 실시한다. 낮에는 진화가 우선이기 때문에 저녁 시간에 열화상 센서를 장착한 드론을 통해 산불이 어느 방향으로 확산할지 예측 정보를 취득하는 것이다. 수천 장의 사진을 커다란 사진으로 합친 뒤 이를 지도로 만들어서 재난 대응 유관 기관에 실시간으로 공유하기도 한다.특별취재팀▽팀장 이미지 사회부 차장 image@donga.com▽황인찬 임우선 조은아 특파원(이상 국제부)김태영 이소정 임재혁 기자(이상 사회부)한재희 기자(산업1부)}

“로봇이 산불 발생 시 불쏘시개가 될 나무들의 부피를 측정하는 중이에요. 그냥 놔두면 대형 산불의 연료가 되거든요.”지난달 22일(현지 시간) 미국 오리건주 코밸리스시(市)에 위치한 맥도널드던 숲에서 오리건주립대 산림학과 소속 연구원 맷 슈만 씨가 연구실에서 개발한 산림 다목적 로봇을 가리키며 말했다. 약 1m 높이에 측정 장치와 컴퓨터, 트랙 바퀴가 달린 로봇이 움직이자 슈만 씨 손에 들린 스마트 패드에 주변 숲이 3차원으로 구현되기 시작했다. 슈만 씨는 “로봇이 숲을 돌아다니며 벌채 후 남아 있는 목재 등 산불 위험 요소를 찾고 임도 형태나 숲의 모양을 3차원으로 구현한다”며 “이 데이터로 산불을 조기 발견하고 나무의 쓰러짐 등으로 산사태 발생 여부도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숲이 주의 절반인 1173만5883ha를 차지하는 오리건주는 여름철 극도로 고온 건조해져 매년 대형 산불에 시달렸다. 이에 산불 예방에 많은 자원을 투입해 왔지만 산림 관련 업종이 궂은일에 속하는 탓에 인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다. 오리건주립대 등 지역 학교와 연구기관들이 산림 로봇 등 기술 개발에 몰두하게 된 이유다.美도 깊은숲 관리 기피, 인력 못구해… 로봇 투입 ‘산불지도’ 만들어〈2〉 美, 산림기술 개발 집중이동형 ‘계획적 불놓기’ 로봇 개발… “마른 풀-나무 미리 태워 산불 예방”번개 떨어진 지점 추적해 조기 대응… 드론 활용해 묘목 자동식재 기술도州-美정부, 수백억원 예산 적극 지원“산불 예방 로봇을 활용하면 사람이 들어가기 어려운 숲 구석구석까지 확인할 수 있어요. 숲의 구조나 위험 요소도 사람보다 더 정확히 파악할 수 있죠.”슈먼 씨가 스마트패드로 로봇을 원격 조작하며 말했다. 슈먼 씨가 소속된 오리건주립대 포레스트리 연구실은 지난해 델루카 학장이 로봇 전문가인 우희성 교수를 영입하며 산림 관리 로봇들을 개발해오고 있다. 이 개발 중인 산림 기술은 이뿐만이 아니다. 드론을 이용해 원하는 목표 지점에 나무를 심는 기술도 개발하고 있다. 단일 수종으로 이뤄진 숲은 산불 발생 시 불이 빠르게 번진다. 혼합림을 조성하거나 불에 강한 나무들을 심어야 하지만, 넓은 산림에 사람이 직접 들어가 묘목을 일일이 심기란 쉽지 않다. 슈먼 씨는 “흙에서 썩는 상자에 묘목을 담아 드론으로 숲까지 운반한 뒤 목표 지점에 투하해 자동으로 나무를 심는 기술을 시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산불 커지는데 인력 감소… 기술 개발 불가피미국에서는 2012~2021년 10년간 연평균 6만1225건의 산불이 발생했다. 이 산불로 총 297만7776ha(헥타르) 산야가 잿더미가 됐다. 경기도의 약 3배에 이르는 면적이다.기후 변화로 산불은 더욱 커지고 잦아질 전망이지만, 미국에서도 산림 관련 업종은 힘든 일로 여겨져 인력 유입이 점차 줄고 있다. 21일 오리건주 임업회사 스타커에서 임도 개발 업무를 담당하는 제니퍼 비스는 “산림대학에서 꾸준히 젊은 산림 전문가들을 양성하고 있지만 숲에 자주 가거나 벌목을 하는 것이 어렵거나 위험한 일이라는 생각 때문에 새 인력을 구하기 어려워졌다”며 “산불 관리, 나무 식재 업무의 경우 주로 멕시코 이민자들을 채용하고 있다”고 말했다.이에 미국은 대형 산불을 예방하고 부족한 인력을 대체하기 위해 산림 기술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미 항공우주국(NASA) 등과 협력해 위성 이미지, 기상 자료를 활용한 ‘산불 연료 지도’를 구축했다. 산불이 발생했을 때 연료가 될 만한 수종, 목재 잔재, 마른풀 등이 어디에 많은지 확인해 산불 위험 정도를 표시한 지도다. 지금은 측정 기술과 데이터가 보강돼 산불 발생 시 확산 속도와 화염 정도를 추정할 수 있는 모델로 고도화됐다.● 산불 위험 마른나무 소각하는 로봇도학교와 연구기관뿐 아니라 민간 기업들도 다양한 산림 기술을 시도하고 있다. 숲을 통한 이윤을 창출하기 위해서는 산불 예방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오리건주와 함께 미 서부에서 가장 산불이 많이 나는 캘리포니아주에서 로봇을 개발 중인 스타트업 ‘번봇’은 계획적 불놓기를 위한 이동형 로봇을 2023년 개발했다. 계획적 불놓기란 산불을 일으키거나 산불 발생 시 불쏘시개 역할을 하는 나무 잔재, 마른풀을 미리 소각해 대형 산불을 예방하는 산림 관리법이다.트레일러가 달린 대형 트럭처럼 생긴 이 로봇은 숲을 돌다 산불의 연료가 될 만한 마른나무, 풀을 발견하면 트레일러 하단에서 불이 나와 이를 소각한다. 인력을 대체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트레일러가 불의 확산을 막고 연기를 흡수하기 때문에 환경 피해도 최소화할 수 있다. 26일 번봇 직원인 로릴아이 노어비 씨는 “기존에 계획적 불놓기는 날씨, 장소 제약이 심했는데 이 기기를 활용하면 연중 불놓기로 산불 위험을 제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이 같은 기술은 단지 개별 기관의 노력으로만 만들어지는 게 아니다. 정부가 기술 개발을 적극적으로 지원한다. 번봇의 계획적 불놓기 기기도 미국 산림청이 약 2970만 달러(약 436억8276만 원)를 지원한 덕에 빠르게 개발될 수 있었다. 2025~2026년 캘리포니아 주정부 예산안에 따르면 캘리포니아는 화재 감지 카메라와 위성 기술 매핑 등 산불 예방 첨단 기술 개발에만 1040만 달러(약 152억9000만 원)를 투자할 계획이다.● 번개도 추적해 산불 선제 대응미국에서는 전체 산불의 약 46%가 번개 때문에 발생한다. 실제로 오리건주에서는 2022년 발생한 산불 889건 중 216건이 번개로 인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에 위성 및 고해상 카메라 등을 이용해 번개가 떨어진 지점을 추적하는 기술을 개발하는 곳도 많다. 리스 도브마이어 스타커 산불예방 담당자는 21일 “번개가 내리친 지점을 빠르게 확인하면 산불에 조기 대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인공지능(AI)을 활용한 병충해 관리 기술도 개발되고 있다. 기존에는 연구진이 일일이 나무를 확인해 병충해 진행 정도를 파악했다면, AI 기술은 기존 데이터를 학습해 나뭇잎의 병충해 정도를 자동으로 분석한다. 이 기술을 드론에 탑재하면 광범위한 산림의 병충해 상황을 빠르게 진단할 수 있다. 토머스 델루카 오리건주립대 산림대학장은 “병충해 피해로 죽은 나무는 불에 더 잘 탄다”며 “기술을 이용하면 더 안전하고 정확하게 숲을 관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특별취재팀▽팀장 이미지 사회부 차장 image@donga.com▽황인찬 임우선 조은아 특파원(이상 국제부)김태영 이소정 임재혁 기자(이상 사회부)한재희 기자(산업1부)}

러시아가 미국의 우크라이나 전쟁 휴전안이 ‘근본 원인’을 해결할 방법을 다루지 않았다며 “모든 것을 그대로 수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미국의 대러 밀착 기조에도 러시아가 휴전안 수용에 부정적 반응을 보이면서 전쟁이 장기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러시아 관영매체 타스 통신에 따르면 세르게이 랴브코프 러시아 외무차관은 1일 러시아 잡지 ‘국제문제’와의 인터뷰에서 “러시아는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대해 제안한 모델과 해결책을 매우 진지하게 받아들이지만 이 모든 것을 그대로 수용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그 이유로 러시아의 요구 사항인 ‘분쟁의 근본 원인’을 해결하는 내용이 전혀 없다는 점을 들었다. 러시아는 휴전 조건으로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 포기, 러시아 점령지 내 우크라이나군 철수 등을 요구하고 있다. 랴브코프 차관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전쟁을 끝내라는 명확한 신호를 보내는 것을 듣지 못했다”고 비판했다.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달 30일 NBC방송 인터뷰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과도정부 수립을 요구한 데 대해 “화가 났다”며 러시아의 비협조로 휴전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 모든 러시아산 원유에 ‘2차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압박했다.휴전 논의가 지지부진하면서 트럼프 행정부에서도 평화 협정이 몇 달 내 성사되기는 힘들다는 견해가 공감을 얻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통신은 1일 “트럼프 행정부 고위직들이 최근 며칠 간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에 휴전을 압박하는 새 계획을 논의했다”며 “관계자들은 만 3년을 넘긴 전쟁이 더 장기화 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이런 가운데 푸틴 대통령의 해외투자·경제협력 특사인 키릴 드미트리예프 러시아직접투자펀드(RDIF) 대표가 이번주 미국에서 스티브 위트코프 중동 특사와 만나기로 해 주목된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2월 23일(현지 시간) 독일 총선에서 반(反)이민, 국가주의를 내세우는 ‘독일을 위한 대안(AfD)’이 사상 처음 2위를 차지하는 등 유럽 전역이 강경 보수의 부상으로 시끄럽다. 다양한 유럽 국가에서 강경 보수 정당이 영향력을 확대하자 긴장한 진보 성향 정당들도 최근 비판 목소리를 높이며 정치적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유럽 정치권을 중심으로 세계적으로 강경 보수 성향의 정당 혹은 정치인이 부상하게 된 배경과 향후 전망 등을 파스칼 라르들리에 프랑스 부르고뉴대 정보 커뮤니케이션학 교수(사진)에게 서면 인터뷰를 통해 들어봤다. 그는 의례 및 정치제도 등에 대한 이론서 25권을 저술한 석학이다. 한국 대학에서도 특강을 한 경험이 있다. 다음은 일문일답.―최근 독일 총선에서 볼수 있듯 유럽에서 강경 보수가 부상하고 있다.“중요하고 민감한 얘기다. 그렇다. 유럽 전역에서 소위 포퓰리즘(대중 인기영합주의) 또는 강경 보수 움직임이 증가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이는 문화 및 경제의 중대한 문제들을 해결할 능력이 없는 현재 정치 시스템의 실패를 보여준다. 강경 보수의 움직임이 강해지는 건 인구학적, 문화적, 인류학적 격변, 특히 무슬림(이슬람 신자)들의 이민이 매우 많이 늘어난 것에 대한 두려움이나 불안감으로 볼 수도 있다. 매우 심각한 정치적 문제다.”―강경 보수의 부상에 대한 우려가 크다.“우리는 강경 보수의 정치를 도덕적 시각으로 접근해선 안 된다. 불신하면서 다뤄선 안 된다. 도덕성의 문제를 넘어서 접근해야 한다. 또 ‘히스테리적 대응’에 머물러선 안 된다. 그리고 강경 보수의 부상은 하나의 현상이란 점도 고려해야 한다. 내가 그렇다고 강경 보수나 포퓰리즘 정당이 제안하는 대안이 올바르다고 말하는 건 아니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이른바 강경 보수 성향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큰 격차로 당선됐다. 당선 비결은 무엇일까.“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인들에게 어떻게 말을 해야 하는지 알고 있었다. 유권자들의 두려움과 불안에 (호소하기 위해) 어떻게 말해야 하는지, 유권자들이 자존심을 되찾고자 하는 욕구를 어떻게 대할지 알고 있었다. 자신만의 수사(修辭)와 스타일로 대응해 그에 충실한 지지자들의 표를 받아 당선됐다. 또 (트럼프가 당선된 건) 카멀라 해리스 당시 민주당 대선 후보 겸 부통령이 매우 형편없는 캠페인을 펼친 영향도 있다. 해리스는 사람들을 결집시키는 메시지 없이 소수자에게만 호소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결점이 무엇이든 간에 사람들을 결집하는 데 성공했다.” ―요즘 정치인들 소통방식의 특징은 무엇인가.“요즘 정치인들은 ‘짧은 문구(petites phrases)’와 ‘스토리텔링(storytelling)’을 사용한다. 많은 정치인들은 이를 남용하기도 한다. 그들은 소셜 네트워크를 활용해 실시간으로 시사 논평을 한다. 자극적인 방식으로 대중들에게 접근하고, 이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이다.”―스토리텔링을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스토리텔링은 정치인에 대한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전파하는 것이다. 이런 이야기는 현실을 매혹적으로 꾸민다. 정치인의 과거, 열정, 가치관, 사생활 등을 결합해 대중이 정치인을 달리 보고 호감을 갖도록 해준다. 스토리텔링은 미디어, 소셜 네트워크, 언론인, 책, 보고서 등을 통해 확산된다.”―정치인들의 스토리텔링은 어떤 문제가 있나.“요즘 정치인들이 소통을 할 때 실제 이념을 구축하기 보다는 ‘스토리(récits)와 연설(discours) 전쟁’에 더 많이 참여한다. 진정한 이념이 구축되지 않은 정치적 수사는 의미가 없다. 오늘날 우리는 그날그날 닥치는 일들 처리하느라 바빠 정치적 이념과 제도를 발전시키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린다. 그런데 현실에선 위기를 관리하는 소통을 해야 할 때가 많다. 이러한 소통은 즉각적으로 나오는 뉴스 속보처럼 대응해야 한다. 그러다 보니 점점 더 짧고 강렬한 용어로 표현되는 ‘폴리 트윗(Poli-tweet)’의 시대가 됐다.”―폴리 트윗은 어떤 문제가 있나.“폴리 트윗은 알렉상드르 아이리스(같은 대 커뮤니케이션학 교수)가 제시한 표현이다. 부정적 측면은 소셜 네트워크를 통해 정치적 소통이 가속화되며 메시지의 형식이 내용, 즉 사상의 문제보다 우선적으로 여겨진다는 점이다. 또 정치적 소통도 관습을 벗어나게 된다.”―대중과의 소통에 성공적이었던 정치인을 꼽는다면….“버락 오바마(전 미국 대통령)와 니콜라 사르코지(전 프랑스 대통령)는 선거운동과 재임 중에 스토리텔링을 광범위하게 활용했다. 하지만 이들에게는 진정한 카리스마, 즉 존재감을 강하게 드러내는 능력이 있었다. 카리스마는 일종의 ‘자기력(magnétisme)’ 같다. 청중을 매료시키고 상대방을 설득한다. 에마뉘엘 마크롱(현 프랑스 대통령)과 빌 클린턴(전 미국 대통령)도 이러한 카리스마를 가졌다. 하지만 이들은 대통령직의 신성함을 훼손하는 정치적, 도덕적 실수로 카리스마를 잃었다.”―최근 전세계적으로 정치 유튜버들이 주목 받고 있다. 이들의 표현 방식은 어떻게 보는가.“정치 인플루언서는 특정 규칙에 따라 지속적으로 정치 콘텐츠를 생산하는 오피니언 멀티플라이어다. 오피니언 리더가 아니다. 이들은 정치나 주요 사회 이슈에 관심이 있지만 항상 투표에 참여하지는 않는 젊은층에 접근하려 한다. 이러한 젊은층은 많은 정당이 우선적으로 공략하는 대상이 됐다.”―정치 유튜브 콘텐츠를 시청할 때 어떤 점을 주의해야 할까. “정치 콘텐츠를 제작하는 유튜버가 완전히 중립적일 수는 없다. 그들의 콘텐츠가 정당으로부터 직접 자금을 지원받지 않는지, 여러 정당에서 직접 정파적 아이디어를 전달받는지 우리는 알 수 없다. 그러니 대중은 그들을 경계해야 한다. 정치 커뮤니케이터는 점점 더 전문화되고 있다. 디지털 소통 암호를 마스터한 젊은 괴짜들로 둘러싸여 있다. 소셜 네트워크 등 기술과 사회의 발전은 이러한 소셜 디지털 네트워크의 정치적 사용자들을 더욱 초세분화했다. 정치뿐 아니라 정보 및 문화적 측면의 이러한 ‘디지털 격차’는 교육으로 해소될 수 있다.”―독자들에게 올바른 소통을 위한 조언을 부탁한다.“특별한 날을 기다리지 말고 가족 및 가까운 친구들과 교류 횟수를 늘리라고 조언하고 싶다. 소통은 사회적 관계를 하나로 묶어주는 접착제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외로움은 엄청난 재앙적 결과를 초래하는 사회적 전염병이다. 소통이 없으면 사회적 유대감이 사라지고 사회는 분열돼 공동체 의식과 공동 운명을 잃게 된다. 국가는 공동 운명에 대한 자각과 자부심을 상실하면 쇠퇴할 수 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전쟁의 휴전에 미온적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화가 났으며 러시아 원유에 ‘2차 관세’ 또한 부과할 가능성이 있다는 미국 NBC방송의 보도가 나오자 러시아 측이 곧바로 진화에 나섰다.지난달 31일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대통령실(크렘린궁) 대변인은 “푸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접촉에 완전히 열려 있다”고 밝히며 미국과의 정면 충돌을 피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나타냈다. 러시아 관영 타스통신에 따르면 페스코프 대변인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필요하다면 (미국과의) 대화를 매우 신속하게 준비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현재로서는 두 정상의 전화 통화가 예정되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페스코프 대변인은 또 NBC 인터뷰에 언급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중 일부는 “의역됐고 따옴표가 없었다”고 했다.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에 대한 감정이 최근 좋지 않다는 증거는 속속 나타나고 있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과 미국 플로리다주에서 골프를 즐긴 후 영국을 찾은 알렉산데르 스투브 핀란드 대통령은 같은 날 영국 스카이뉴스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 측에 “인내심을 잃고 짜증난(impatient) 것은 확실하다”고 밝혔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재집권 3개월을 맞는 이달 20일 이전에 반드시 휴전을 성사시키려는 의도를 가졌다고도 공개했다.한편 푸틴 정권은 지난달 31일 16만 명의 정례 춘계 징병을 명령했다. 최근 AP통신은 러시아가 지난달 우크라이나와 흑해에서의 휴전을 합의했지만 당장은 전쟁을 멈추지 않고 봄철 대공세를 준비하고 있다고 보도했는데 이와 무관하지 않은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러시아 국방부는 이번 징병이 우크라이나 전쟁과는 관계가 없다며 “징병으로 소집된 병력을 (우크라이나) 전선에 투입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유럽 주요국들도 휴전에 소극적인 러시아를 압박했다. 영국, 프랑스, 독일, 스페인, 이탈리아, 폴란드 등 6개국 및 유럽연합(EU) 외교수장은 같은 날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회동한 뒤 공동성명을 내고 “명확한 시한 내에 진전이 이뤄져야 한다”며 러시아에 휴전 이행을 촉구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오른쪽은 나무 위까지 탔는데, 왼쪽은 밑동만 그을렸죠. 나무 사이 빈 공간이 숲의 생사를 갈랐습니다.” 지난달 24일(현지 시간) 미국 서북부 오리건주 유진시 벅(Buck)산의 숲에서 존 베일리 오리건주립대 산림학과 교수가 말했다. 지난해 7월 이 지역에 산불이 났지만 간벌(間伐·나무 솎아내기) 작업으로 숲 사이 공간을 만든 덕에 불길은 더 나아가지 못했다.영남권을 할퀸 대형 산불로 30명이 숨지고, 4만8239ha의 산림이 잿더미가 된 가운데 대형 산불을 막기 위해 우리 숲의 체질을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토 대비 산림 비율이 63%나 되지만, 숲을 계획적으로 관리하지 않아 산불에 취약하기 때문이다. 나무들이 지나치게 빽빽한 남부 산림은 강풍을 맞자 불을 빠르게 확산시켰다. 국내 산불 피해 면적은 최근 10년(2014~2023년) 연평균 4003.7ha로 2004~2013년(775.8ha)의 5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숲을 변화시켜 산불에 강한 숲을 만들고 경제적 가치를 높이는 ‘그린 시프트(green shift)’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본보 특별취재팀은 해법을 찾고자 지난달 21일부터 국내외 주요 숲을 심층 취재했다.집 500채 태운 벅산 산불, 나무 솎아낸 뒤엔 큰 피해없이 진화나무 솎아내기로 산속에 ‘완충지대’… “불길 확산 막고 건강한 숲에도 도움” 한국 면적 절반 태운 2020년 산불후 美, ‘간벌 효과’ 공감대 전역 확산 혼합식재로 불에 강한 숲 조성도“주황색 표시가 그려진 나무들 보이죠? 이곳은 이미 간벌 작업을 거쳤으니 ‘이 나무들은 자르지 않아도 된다’는 표시입니다.”지난달 24일(현지 시간) 미국 서북부 오리건주 유진시 벅(Buck)산 숲. 존 베일리 오리건주립대 산림학과 교수가 가리킨 나무 기둥에는 오리건주 산림부(Department for Forestry)가 간벌 작업 후 남겨놓은 주황색 일(一) 자 선이 그려져 있었다. 간벌은 숲의 나무를 솎아내 산불이 발생했을 때 빠르게 번지지 않도록 완충지대를 조성하는 것이다. 아무 나무나 자르는 것은 아니다. 산림당국이 위치와 나무 생육 상태 등을 조사해 간벌 장소와 정도를 정한다. 자연 훼손을 최소화하면서 산불을 예방하기 위해서다. 베일리 교수는 “불이 나면 나뭇잎에서 나뭇잎으로 불이 옮겨붙는다”며 “나무를 잘라 공간을 만들면 재해를 막을 뿐 아니라 다른 나무들도 더 건강하게 생장한다. 숲을 지속 가능하게 만드는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빽빽한 숲… 오리건주 산불로 12조 원 이상 피해이날 베일리 교수와 함께 방문한 벅산(고도 약 1466m)은 오리건주 서부에 위치한 주 최대 숲 윌라멧 국유림(약 6880㎢ 넓이)의 일부다. 오리건주와 캘리포니아주는 지중해성 기후로 여름철이 되면 극도로 고온건조해지고 강풍이 불어 산불 위험이 커진다.2020년 미 서부를 휩쓴 기록적 산불 당시 이곳도 피해를 당했다. 7월 시작된 산불은 수개월 지속되며 총 404만6856ha의 산야를 태웠다. 남한 국토 절반 크기다. 오리건주에서만 2020년 한 해 2027건 화재로 49만4252ha가 불타고 최소 11명 이상이 사망했다. 그해 9월 발생한 12건의 대형 화재만 따져도 피해액이 84억8800만 달러(약 12조4820억 원)에 이르렀다.벅산 숲도 인근에서도 큰 화재가 발생했다. 빽빽하게 붙어 있던 나무들이 불의 전달체가 되었다. 실제 기자가 방문한 지난달 24일 벅산 입구에서 당시 화재로 불에 탄 고사목들이 빽빽히 선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혼합식재로 불에 강한 숲 조성화재 후 오리건주는 직접 간벌하거나 사유림 소유자들에게 혜택을 주는 방식으로 숲에 완충지대를 만들었다. 그 결과 지난해 7월 16일 인근에서 ‘오레(Ore) 산불’이 발생했는데, 간벌을 시행한 벅산 숲은 큰 피해를 입지 않았다. 불은 완충지대 경계선에 선 나무 일부를 태웠지만 더는 나아가지 못했다. 베일리 교수는 “나무를 벤다는 것에 거부감을 가질 수 있지만 통상 산불은 나뭇잎에서 나뭇잎으로 불이 번지며 걷잡을 수 없게 커지는 것”이라며 “관리하지 않으면 더 큰 재앙이 닥친다”고 설명했다. 간벌의 효과가 널리 알려지면서 최근에는 주민이 직접 인근 숲을 간벌하기 위한 기금을 모금하는 경우도 생겼다.간벌만으로 산불을 막을 수는 없다. 오리건주 산림당국은 혼합식재를 통한 내화수림(불에 내성이 강한 숲) 구성에도 힘쓰고 있다. 한 종류의 나무로 숲을 구성할 경우 화재는 물론 병충해에도 취약하다. 산불과 병충해로 나무들이 고사하면 산사태가 일어나기 쉽다. 세 가지 산림 재난은 모두 연결돼 있다.이런 문제를 알기에 오리건주에서는 일반 기업들도 혼합림과 내화수림 조성에 힘쓰고 있었다. 21일 코밸리스시의 한 숲에서 만난 임업기업 스타커사 조림 담당자 스티븐 코스키 씨는 “일반적으로 한 구역에 최대 4개의 다른 종을 심는데 건조한 지역인지, 특정한 병해충 등이 발생하는 지역인지를 고려해 조림한다”고 말했다. 스타커사는 회사가 소유하고 있는 약 3만8400ha 숲에 85%는 더글라스 전나무, 나머지 15%는 내화성이 뛰어난 자이언트 세쿼이아 등 13개 종을 심고 있다.● 산 정상까지 숲길로… “환경영향 최소화해 건설”이런 숲 관리는 차로 이동 가능한 숲길(임도)가 잘 마련된 덕에 가능했다. 지난달 24일 기자가 방문한 벅산도 산 정상까지 숲길이 나 있었다. 숲길이 있으면 산불 발생 시 신속한 진화가 가능하다. 이날 차를 타고 지난해 산불 피해를 입은 고도 400m 지점까지 6.9km를 이동하는 데 차로 6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프레스턴 그린 밀러 팀버 부사장은 “숲길은 숲을 가꾸기 위해서 필수적인 요건”이라며 “미국의 경우 산림 공학자들이 지향을 살피고 환경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향으로 도로를 설계해 임도 건설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린 시프트(Green Shift) ::산불 등 재해에 강하고 임산물과 일자리를 창출해 지역에 기여하는 숲으로 전환함으로써 숲에 대한 인식과 관리 방식의 패러다임을 바꾸자는 의미.특별취재팀▽팀장 이미지 사회부 차장 image@donga.com▽황인찬 임우선 조은아 특파원(이상 국제부)김태영 이소정 임재혁 기자(이상 사회부)이미지 사회부 차장 image@donga.com도쿄=황인찬 특파원 hic@donga.com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김태영 기자 live@donga.com유진=이소정 기자 sojee@donga.com임재혁 기자 heok@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극권 광물 자원의 보고로 꼽히는 덴마크령 그린란드에 대해 “우리(미국)가 100% 가져올 것”이라며 군사 수단도 배제하지 않겠다고 29일 밝혔다. 하루 전 J D 밴스 미국 부통령 또한 그린란드의 피투피크 미 공군 기지를 찾아 “그린란드 안보에 대한 덴마크의 투자가 부족했다”고 비판했다. 그린란드를 미국 땅으로 만들겠다는 트럼프 2기 행정부 주요 인사의 발언 수위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NBC방송 인터뷰에서 “우리는 그린란드를 가져올 것이다. (그럴 가능성이) 100%”라며 “우리의 군사력 없이도 가능하겠지만 (군사력 동원 가능성을) 배제하진 않겠다”고 밝혔다.그는 같은 날 트루스소셜을 통해 플로리다주 팜비치카운티의 ‘트럼프 인터내셔널 골프 클럽’에서 알렉산데르 스투브 핀란드 대통령과 골프를 즐긴 사실도 공개했다. 두 정상은 골프뿐 아니라 조찬과 오찬도 함께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스투브 대통령과 나는 미국과 핀란드의 파트너십 강화를 기대하고 있다”며 쇄빙선 개발을 양국 협력 사업 중 하나로 거론했다.세계 쇄빙선의 상당수는 핀란드 기업이 설계하고 핀란드 내 조선소에서 건조된다. 이에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쇄빙선 강국’ 핀란드와 협력해 그린란드 확보에 속도를 내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북극권에서 패권 갈등을 벌이고 있는 러시아와 중국에 맞서 그린란드를 통제하려면 쇄빙선 확보가 급선무라는 판단 때문으로 풀이된다.하루 전 밴스 부통령 또한 덴마크를 향해 “당신들은 그린란드 사람들을 위한 투자가 부족했다. 이 놀랍고 아름다운 땅덩어리의 안보에도 투자가 부족했다”며 그 여파로 그린란드가 러시아와 중국 등의 위협에 노출됐다고 주장했다.그러자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는 “우린 수년간 매우 어려운 상황일 때 미국과 나란히 서 있었다. 밴스 부통령이 덴마크를 언급하는 건 정확한 방법이 아니다”라고 반발했다. 그는 다음 달 2∼4일 그린란드를 찾아 차기 그린란드 총리인 옌스프레데리크 닐센 민주당 대표와 회동하기로 했다.프레데릭센 총리는 “그린란드인과 정치인들이 (미국의) 엄청난 압박에 대응하는 방식에 깊은 존경을 갖고 있다”며 협력 의지를 강조했다. 라르스 뢰케 라스무센 덴마크 외교장관 또한 “가까운 동맹에게 그런 식으로 말하진 않는다”며 밴스 부통령에게 불만을 표했다.제2차 세계대전 중인 1940년 나치 독일은 덴마크를 점령했다. 그러자 미국은 당시 덴마크 식민지였던 그린란드가 나치의 군사 기지로 활용될 것을 우려해 이듬해부터 이곳에 군대를 주둔시켰다. 미국은 1949년 덴마크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가입하며 이곳의 지정학적 가치가 더 커지자 1951년 덴마크와 ‘그린란드 방위 협정’을 체결해 그린란드 내 군사기지 운영권을 확보했다. 그린란드는 1953년 자치권을 얻었지만 사실상 재정을 덴마크에 의존하고 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올해 1월 취임한 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다져진 미국과 유럽의 ‘대서양 동맹’이 흔들리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이 러시아와 급속도로 밀착하고, 유럽과는 거리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진행되고 있는 우크라이나 전쟁의 종전 협상에선 유럽이 사실상 배제된 모양새다. 당연히 유럽 국가들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이제 유럽 국가들 사이에선 ‘미국 없는 안보’를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진다. 영국과 프랑스를 중심으로 러시아 침공에 대비할 평화유지군 신설까지 논의되고 있다. 각국은 국방비를 대폭 증액하며 군비 증강에 속도를 낸다. 유럽의 대표적 핵보유국인 프랑스의 핵 억지력을 다른 유럽 국가들과 공유해야 한다는 ‘핵우산론’이 지지를 받고 있다.》급박해진 유럽의 자강(自强) 경쟁 속에 유럽연합(EU) 1위 방위산업체 탈레스그룹의 파트리스 켄 회장(55) 겸 최고경영자(CEO)를 26일(현지 시간) 서면으로 인터뷰했다. 세계 68개국에 진출한 글로벌 방산 기업 탈레스는 이탈리아 레오나르도, 독일 라인메탈과 함께 대표적인 방산 기업으로 꼽힌다. 러시아로부터 우크라이나 영공을 보호하는 ‘그라운드마스터(GM) 200’ 레이더, 한국 영해를 보호하는 기뢰(해상지뢰) 무력화 시스템 등을 지원한다. 켄 회장은 프랑스 정부와 민간을 넘나들며 방위 분야 전문성을 쌓은 11년 차 CEO다. ―최근 유럽에서 방위산업의 중요성이 크게 부각되고 있다.“유럽에서 국방비 지출은 최근 크게 증가하고 있다. 이런 변화는 현재 일어나고 있는 불행한 분쟁과 전반적인 지정학적 불안정성 때문에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유럽에서 방위산업은 이제 국가 주권을 확보하고 전쟁 발발을 막는 필수 요소로 인식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유럽이 완전한 방어력을 갖추려면 10년이 걸린다는 관측도 있다.“유럽 국가들이 국방에 더 많은 투자를 하겠다고 발표하고 있다. 이는 자체 역량을 키운다는 점에서 고무적인 일이지만 시간이 걸리는 일이다. 우선 유럽 국가들은 재정 적자 문제를 해결하고, 제대로 예산을 확보해 군수 주문에 투입해야 한다. 그런데 이는 (재정 적자가 심한) 대부분 국가에 쉽지 않은 일이다. 각국 국방부를 살펴보면 (국방비가 집행되는) 메커니즘 자체가 복잡해 계약에 긴 시간이 걸리기도 한다. 또 기업들이 생산량을 늘리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 일부 국가들은 군수 공급망을 중소기업에 많이 의존한다. 이들이 빨리 성장하도록 도와야 한다.” ―유럽에서 ‘미국 없는 안보’에 대비하자는 목소리가 커졌다.“이를 위해선 무엇보다 유럽 군대 간의 ‘상호운용성(interoperability)’을 발전시켜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 전장에서 (군 시설이) 호환될 수 있게 상호운용성을 향상시켜야 한다는 말이다. 예를 들어 탈레스는 EU가 자금을 지원하는 ‘EISNET’란 컨소시엄을 이끌고 있다. 각국 방공 시스템이 서로 잘 호환되도록 ‘개방형 표준’을 마련하려는 취지다. 무인기(드론)부터 극초음속 미사일까지 다양한 위협으로부터 EU 회원국을 보호하려면 개방형 표준이 중요하다.” ―미국이 안보 지원을 줄이면 유럽에 큰 위협이 될까.“지정학적 상황에 대해 언급하긴 힘들다. 다만 유럽인들은 현실을 재인식하고 있는 것 같다. 우리는 유럽에 ‘경종(wake-up call)’이 울리고 있는 걸 목격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유럽 국가들은 얼마나 적극적으로 무기를 도입하고 있나.“작년에 탈레스는 6년째 ‘1억 유로(약 1593억 원) 이상인 계약’ 27건을 포함해 147억2300만 유로(약 23조4605억 원) 규모의 방위 분야 수주를 달성했다. 이는 기록적인 실적이었다. 유럽에서만 수주가 는 것이 아니다. 아시아, 중동 등에서도 수요가 수년 전부터 증가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어떤 분야에서 수요가 많이 느나.“유럽에선 전자전(戰), 방공 시스템, 탄약에 대한 수요가 상당히 늘고 있다. 일부 국가에선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를 지원한 뒤 남은 재고를 보충해야 한다. 예컨대 영국은 (우크라이나에 미사일을 많이 지원해) 미사일이 많이 필요하다.” ―방산 기업으로서 최근 어떤 점에 신경을 많이 쓰나.“우리는 군인의 목숨이 달린 매우 민감한 장비를 제조한다. 그래서 항상 무결점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 점에서 우리 제품은 성능이 뛰어나고 신뢰성이 입증됐다. 그 덕에 생산량이 많이 늘었다. 프랑스 리무르의 공장에서 레이더 생산량은 2023년 10대였지만 1년 만인 작년에 3배로 늘어 30대가 됐다. 올해에는 연간 40대까지 늘릴 예정이다. 영국 벨파스트 공장은 내년까지 생산 능력을 2배로 늘린 뒤 2028년까지 추가로 2배로 늘릴 계획이다.” ―EU는 방산 분야에 1500억 유로(약 239조190억 원)를 대출한다고 발표했다.“확실히 신규 투자가 필요하긴 하다. 우린 방산 지원에 집중하는 대출 펀드나 저축 상품 등 새로운 자금 조달 방법을 환영한다. 이제 이런 투자가 주문으로 이어져 생산량을 늘리고 혁신을 지속시킬지 지켜봐야 한다.” ―미래 방산에서 어떤 분야가 더 중요해질까.“세계가 점점 더 디지털화되고 있다. 이 때문에 탈레스는 방위, 항공전자, 사이버 보안 및 디지털 부문에서 10년간 계속 성장했다. 이 과정에서 탈레스는 인공지능(AI) 액셀러레이터인 ‘cortAIx’에 투자할 수 있었다. 또 프랑스, 북미, 영국, 싱가포르에서 강점이 돋보이는 세계 AI 연구 센터를 지속적으로 발전시키고 있다.” ―방산에서도 AI가 중요해졌다.“탈레스는 AI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다. AI 시스템과 장비는 기술 우위를 갖고 있어 주권을 지키는 데 큰 역할을 한다. 예를 들어 AI는 일반적인 레이더로 잡기 매우 어려운 초소형 드론을 탐지할 수 있다. AI가 군에서 제대로 기능하도록 신뢰성을 엄격히 관리하고 안전 요구 사항을 철저히 충족해야 한다.” 켄 회장은 한국의 방산 기업들에도 상당한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또 한국과 탈레스가 꾸준히 협력을 진행해 왔다는 점을 강조했다. 특히 한국 방산 기업들의 역량을 높게 평가하며 파트너십을 강화할 것을 권했다. ―한국 방산 기업들도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한국 방산 기업들은 국가의 국방 정책을 잘 지원하는 매우 포괄적인 솔루션을 내놓는 능력을 입증했다. 이를 통해 많은 양을 빠른 속도로 납품할 수 있는 매우 강력한 제조 역량을 갖췄다. 이는 긴급한 무기 수요에 대응해야 하는 국가들에 매우 매력적인 요소다. 지금 재무장을 추진하는 유럽이 지향해야 할 바이기도 하다. 한국은 다양한 지역에 진출한 만큼 현지의 지원으로 입지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일부 분야에선 유럽의 기술력이 우위를 점하고 있으니 우리 같은 글로벌 기업과 파트너십을 강화해 현지에서 입지를 강화할 수 있다고 본다.” ―한국과의 협력 계획이 궁금하다.“탈레스는 20년 이상 한국 우주 산업과 협력하고 있다. 탈레스 알레니아 스페이스는 4개의 군용 관측 위성을 포함하는 ‘K425 프로젝트’ 개발을 위해 한국과 협업해 왔다. 특히 우리는 유럽, 호주, 미국, 중동 등 여러 지역에서 탄탄한 입지를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한국 방산의) 재수출에 강력한 파트너가 될 수 있다. 최근 파리에서 열린 ‘AI 행동 정상회의’와 작년 서울에서 열린 ‘글로벌 AI 정상회의’에서 보여줬듯 양국 모두 신뢰할 수 있고 책임감 있는 AI 개발에 집중하는 점이 비슷하다.” ―방산 분야도 인재가 중요할 텐데 어떻게 전문 인력을 육성하나.“탈레스는 운이 좋게도 작년에만 전 세계에서 총 100만 건의 입사 지원서를 받았다. 우리의 주요 목표 중 하나는 엔지니어링 분야에서 더 많은 여성을 채용하는 것이다. 탈레스는 청년들, 그중에서도 여학생들에게 과학과 수학을 장려하려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이를 위해 올해에는 ‘기술 아카데미’, ‘스템4올(STEM 4 All)’과 파트너십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채용은 동전의 한쪽 면일 뿐이다. 이들이 필요한 기술을 개발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하는데 이 기술이란 게 매우 구체적이고 고도의 분야다. 이 때문에 ‘진정한 학습 기업이 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학습 기업으로 키우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나.“세계 최고 수준의 전문성을 유지하려면 지식의 순환이 필수적이다. 지식의 순환은 직원 개인의 발전에도 도움을 준다. 이를 위해 ‘사내 아카데미’를 세웠다. 2021년엔 사내 아카데미 17개를 운영했다. 올해 말까지는 40개 운영을 목표로 하고 있다. 작년엔 탈레스그룹 직원의 90%가 이런 회사 내부의 교육을 받았다.”파트리스 켄 탈레스그룹 회장△1970년 프랑스 파리 출생△1989년 프랑스 에콜 폴리테크니크 졸업△1992년 프랑스 파리 에콜 데 민(국립광업학교) 졸업△2000∼2002년 프랑스 경제·재정·산업장관실 에너지기술고문△2013년 2월 탈레스그룹 수석부회장·최고운영책임자(COO)·최고성과책임자(CPO)△2014년 12월∼현재 탈레스그룹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2015년∼현재 프랑스 항공우주산업협회(GIFAS) 부회장△2019년∼현재 프랑스 국립연구기술협회 회장△2020년 프랑스 국가산업위원회 집행위원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흑해 휴전’을 중재하며 러시아에 대한 서방의 경제 제재를 완화시키는 것을 돕겠다는 뜻을 밝힌 도널드 트럼프 2기 미국 행정부가 러시아를 국제금융 결제망 ‘SWIFT(국제은행간통신협회)’에 복귀시키는 방안 또한 검토하고 있다. 반면 2022년 2월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후 미국과 함께 대(對)러시아 제재를 주도해 온 유럽연합(EU)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완전 철수가 제재 완화의 전제 조건”이라며 대립각을 세워 갈등이 예상된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은 26일 폭스뉴스에 출연해 “러시아를 국제 경제 체제에 복귀시키는 적절한 방법에 대한 길고 많은 논의가 있을 것”이라며 친(親)러시아 행보를 보였다. 다만 그는 “거래를 하기 전에 거래 조건을 논의하는 건 시기상조”라며 휴전 실행 후 제재 완화에 나설 뜻도 밝혔다. SWIFT는 세계 각국 금융사가 거래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는 체제다. 조 바이든 전 미국 행정부는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직후 러시아를 SWIFT에서 제외하는 일을 주도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25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흑해 휴전 합의’를 중재하며 러시아에 대한 농업·비료 수출 제재 완화도 지원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같은 날 트럼프 대통령은 각국 주재 미국대사 후보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대러 제재 완화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에 더해 베선트 장관까지 제재 완화의 구체적인 방안을 거론한 것이다. 반면 아니타 히퍼 EU 외교안보담당 수석 대변인은 26일 “우크라이나에 대한 부당한 침략이 끝나고 우크라이나 전 지역에서 (러시아가) 조건 없이 철수하는 것이 대러 제재를 개정·해제하는 주요 전제 조건이라고 말했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당장은 제재 완화에 협조할 뜻이 없다는 뜻을 미국과 러시아에 분명히 한 셈이다.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반발했다. 같은 날 그는 “가장 위험한 순간 중 하나”라며 트럼프 행정부가 휴전 성사를 위해 일방적으로 러시아만 두둔하고 있다는 불만을 비쳤다. 전쟁 장기화, 서방의 계속된 제재에도 러시아 경제는 성장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러시아 관영 타스통신 등에 따르면 미하일 미슈스틴 러시아 총리는 이날 하원(국가두마)에서 “2024년 명목 국내총생산(GDP)이 처음으로 200조 루블(약 3500조 원)을 넘겼다. 2020년 이후 거의 배가 됐다”고 발표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러-우크라 ‘흑해 휴전’ 합의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흑해에서의 휴전에 원칙적으로 합의했다. 30일간의 ‘에너지 시설’ 공격 중단 조치에 이은 또 다른 휴전 조치다. 미국의 중재 아래 휴전이 확대되고 있는 모양새다. 하지만 휴전 발효 시점과 조건 등을 둘러싼 입장 차가 커 실효성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전쟁 발발 3년 1개월 만인 25일(현지 시간) 미국의 중재로 흑해에서 무력 사용 중단에 원칙적으로 합의했다. 앞서 18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30일간 ‘에너지 시설’에 대한 공격 중단에 합의한 지 일주일 만에 ‘부분 휴전안’이 확대된 것이다. 흑해 휴전이 이뤄지면 세계적인 곡물 생산국인 우크라이나는 곡물을 대규모로 수출할 수 있게 된다.다만, 정확히 언제부터 흑해에서의 무력 사용이 중단되는지 등이 명확하지 않아 실질적인 휴전으로 이어지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특히 이번 합의에선 미국이 러시아가 요구한 농업·비료 수출 제재 완화를 돕기로 해 대러 제재 완화의 물꼬를 텄다. 하지만 우크라이나와 유럽 국가들은 그간 대러 제재의 필요성을 강조해 와 반발이 예상된다.● 흑해 휴전과 30일간 에너지 시설 공격 중단 합의미국 백악관은 23∼25일 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야드에서 열린 러시아와의 휴전 실무협상 종료 뒤 보도자료를 통해 “미국과 러시아는 흑해에서 안전한 항해를 보장하고, 무력 사용을 배제하며, 군사 목적으로 상업 선박을 사용하지 않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러시아 크렘린궁도 성명에서 같은 내용을 언급하며 “흑해 협정 이행을 보장하기로 합의했다”고 했다. 우크라이나 국방부 역시 X에서 “모든 당사국은 흑해에서의 안전한 항해를 보장하고 무력 사용을 배제하며 상선이 군사적 목적으로 사용되지 않도록 하자는 데 동의했다”며 미-러의 합의안을 수용했음을 밝혔다. 백악관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에너지 시설에 대한 30일간의 공격 중단을 이행할 조치도 마련키로 했다고 설명했다.● “러 소원 목록 美가 리본으로 포장”휴전 발효 시점과 대러 제재 완화를 둘러싼 이견이 불거지는 모양새다. 우크라이나 매체인 키이우인디펜던트에 따르면 이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러시아가 다시 거짓말을 하고 있다”며 “흑해 휴전이 제재 완화 여부에 달려 있다는 주장과 에너지 부문 휴전 시작 날짜가 3월 18일이란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흑해와 에너지 시설에 대한 부분 휴전이 25일에 발효되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또 앞서 그는 “우리는 이것(대러 제재 완화)이 (휴전) 공동 문서에 포함되지 않기를 원했다”며 “왜냐하면 이것은 (우리의) 입지와 제재를 약화시키는 것이기 때문”이라고도 했다.하지만 대러 제재 해제와 관련해 백악관은 “미국은 농업(농산물) 및 비료 수출을 위한 러시아의 세계 시장 접근을 복원하고, 해상 보험 비용을 낮추며, 이러한 거래를 위한 항구 및 결제 시스템에 대한 접근성을 강화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밝혔다. 백악관이 이대로 시행하면 이는 전쟁 발발 뒤 러시아에 대한 최초의 의미 있는 제재 철회라고 영국 가디언은 이날 평가했다.러시아는 자국 국영 농업은행과 선박, 식품 생산·수출업자 등에 대한 제재가 해제되고 식품·비료 관련 금융기관이 국제결제시스템(SWIFT)에 다시 연결돼야 합의를 이행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은 이날 러시아 채널1 인터뷰에서 흑해 휴전과 관련해 “미국이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명령해 이를 보증해야 한다”며 압박했다.우크라이나뿐 아니라 유럽 국가들도 미국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대러 제재 완화에 반대할 가능성이 높다. 영국, 프랑스 등 유럽 주요국들도 그간 러시아 제재가 필요하단 입장을 유지해 왔다.외신들은 이번 합의안에 대해 미국이 러시아에 맞춰 주는 모양새라고 지적했다. 가디언은 “우크라이나 부분 휴전 합의는 러시아의 소원 목록을 미국이 리본으로 그럴듯하게 포장해 준 것처럼 보인다”고 꼬집었다.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프랑스 파리의 관광 명소 몽마르트르 언덕을 13일(현지 시간) 찾았다. 몽마르트르의 상징인 사크레쾨르 대성당 주변을 중심으로 기존에 주차장이었던 공간엔 철제 구조물이 들어서 있었다. 운전자들이 주차하지 못하게 아예 막아버린 것. 그러다 보니 성당 주변에서 열리는 행사 차량 등만 오갈 뿐 일반 차량은 눈에 띄게 줄었다. 주차 공간이 확 줄다 보니 차량 없이 무거운 짐을 손수 들고 언덕을 오르는 인부들도 보였다.》파리시는 최근 몽마르트르 언덕 진입 차량을 줄이려 주차장 약 300곳을 없애고 대신 그 자리에 나무를 심어 녹지화를 진행하고 있다. 이른바 ‘차 없는 도로 만들기’, ‘녹지화’ 사업의 일환이다. 관광객들은 차가 없으니 통행하기 편해졌다며 환영한다. 프랑스인 관광객 다니엘 보조 씨는 “매일 수백만 명의 방문객들이 하루 종일 찾아오니 차가 계속 들어온다면 우리가 제대로 구경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하지만 언덕 위 주민들이 사는 건물 곳곳엔 ‘몽마르트르는 분노한다’, ‘파리시는 우리를 속이고 있다’란 문구가 새겨진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몽마르트르 언덕에서 태어나 40년을 살았다는 장 베즈마르 씨는 “나무를 심어 환경을 가꾸는 건 좋지만 주민들은 차 없이 출퇴근하기가 너무 힘들다”며 “지하철은 언덕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 이용하기 힘들고, 비싼 택시를 부르기엔 경제적으로 부담이 너무 크다”고 하소연했다. ● 10년 넘는 ‘자동차와의 전쟁’ 파리시의 차 없는 거리 정책은 몽마르트르 언덕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파리시는 이미 몽마르트르 언덕을 포함해 약 300곳에 차 없는 거리를 조성했다. 앞으로 추가로 500곳을 더 신설한다는 방침이다. 도심 내 교통량을 줄여 대기오염을 해소하고 시민들이 통행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겠다는 취지다. 파리시가 교통 체증으로 골머리를 앓는 이유는 워낙 관광객이 많은 데다 노후한 건물 공사로 도로 통행이 제한되는 곳이 많기 때문이다. 파리에선 좁은 골목에 관광객, 차량, 공사 자재들이 뒤섞인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교통정보 분석 기업 인릭스에 따르면 지난해 파리 교통 체증 시간은 97시간으로 추산됐다. 튀르키예의 이스탄불(105시간), 미국의 뉴욕(102시간), 시카고(102시간), 영국의 런던(101시간) 등에 이어 6위였다. 이 때문에 중도 좌파인 사회당 소속 안 이달고 파리 시장은 2014년 취임 뒤 10년 넘게 ‘안티(anti) 자동차’ 정책을 내놨다. 센강 주변 일부를 보행자 전용 도로로 바꿨다. 파리시 도로 대부분의 차량 통행 제한 속도를 시속 30km로 낮췄다. 도심 내 진입 차량을 막으려 카풀 운전자를 위한 차선도 추가했다. 지난해엔 도심 일부 구역의 교통을 아예 제한했다. 이달고 시장의 끊임없는 ‘자동차와의 전쟁’은 어느 정도 효과를 거뒀다는 평가도 받았다. 대기 질 평가 기관인 에어파리프에 따르면 2013∼2023년 파리의 미세먼지 농도는 45% 감소했다. 특히 파리 주변인 일드프랑스보다 파리 도심에서 더 큰 감소세를 보였다. 시민들의 자동차 보유도 줄었다. 프랑스 일간 라크루아에 따르면 파리에서 자동차를 보유한 가구는 1990년 46%였지만 최근에는 3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시민들은 자동차 대신 지하철, 버스 등 대중교통을 자주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 66% “차 없는 거리 찬성” vs “시민들, 파리시 홍보에 참여 안 할 것” 몽마르트르 언덕 주변 주민들 사이에선 반감이 크지만 파리 도심에 거주하는 시민들일수록 교통 억제 정책에는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파리시청 앞에서 만난 주민 카트리넬 불리쇼타 씨는 “파리 내에선 주차 공간을 찾기도 쉽지 않고 공영 주차장을 이용하려 해도 비용이 너무 비싸다”고 말했다. 쥐스틴 로스 씨는 “차를 없애고 도심을 녹지화하면 파리를 돌아다니기 훨씬 수월해질 것”이라며 정책에 찬성한다고 했다. 하지만 파리시는 정책에 대한 비판도 의식했고, 23일 차 없는 거리 정책에 대한 주민투표를 실시했다. 이달고 시장은 소셜미디어에 “이번 투표를 통해 파리 시민들은 기후 변화에 대한 파리의 대응과 오염과의 싸움, 집 인근 생활환경 개선을 추진할지를 선택할 수 있다”며 시민들의 투표를 독려했다. 파리시가 발표한 투표 결과에 따르면 투표에 참여한 시민의 약 66%가 차 없는 거리 500곳 신설에 찬성표를 던졌다. 이에 따라 파리시는 다음 달부터 구별로 차 없는 거리로 적합한 도로 5∼8곳을 찾는 작업을 시작한다. 앞으로 3∼4년에 걸쳐 완성한다는 목표다. 거리당 조성 비용은 약 50만 유로(약 8억 원)로 추산된다. 일각에선 이번 투표가 보여주기식 행정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주민들은 필요성을 못 느끼고 무심하기만 한 정책을 파리시가 밀어붙이려 투표에 부쳤다는 것이다. 프랑스 일간 르몽드에 따르면 등록 유권자 139만1000명 가운데 겨우 4%인 5만6500명만 투표에 참여했다. 이는 파리시가 이전에 실시했던 주민투표에 비해 현저히 낮은 투표율이다. 지난해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주차요금 3배 인상에 대한 투표율은 5.68%였고, 개인 전기 스쿠터 이용 금지에 대한 투표율은 7.45%였다. 파리시 의회의 우파 정치그룹인 ‘샹주 파리’의 넬리 가르니에 의원은 AFP통신에 “파리 시민들은 파리시의 홍보 캠페인에 참여하고 싶어 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투표 과정에서 어떤 거리가 차 없는 거리로 바뀌는지 등 자세한 정보가 제공되지 않은 점도 도마에 올랐다. 투표가 끝난 뒤에야 시가 타당성 조사를 진행해 적합한 도로를 결정하게 된다. 그러다 보니 유권자들은 본인이 사는 지역의 도로가 영향을 받을지 알 수 없는 채로 투표를 해야 했다. ● 파리 시장도 정치적으로 타격받아 자동차 줄이기 정책이 추진되는 과정에서 논란이 계속되다 보니 이달고 시장도 정치적으로 타격을 받았다. 사실 이달고 시장은 해외에선 인기가 많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해 12월 이달고 시장을 그해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25명 중 한 명으로 선정한 바 있다. 이 명단엔 가수 테일러 스위프트, 메달을 여러 개 딴 체조 선수 시몬 바일스 등이 있었다. 하지만 국제적 평판과 달리 국내에선 인기가 떨어지고 있다. 르몽드는 “이달고 시장은 프랑스에서 인기가 없다”며 “지난해 12월 발표된 정치인 지지율 순위에서 이달고 시장은 최하위를 차지했다”고 짚었다. 자동차 억제 일변도 정책 탓에 이달고 시장은 ‘독불장군’ 이미지를 확고히 했다. 프랑스 시장조사기관 입소스의 브리스 탱튀리에 부소장은 르몽드에 “이달고 시장은 파리 시민들의 감정을 무시하고 동정심조차 갖지 않은 채 결정을 내린다는 이미지가 굳어졌다”며 “엄청난 수준의 적대감을 낳았다”고 평했다. 이미 2선을 달성한 이달고 시장은 내년에 열릴 시장 선거에서 3선에 도전하지 않겠다고 지난해 11월 말 선언했다. 하지만 그 이후에도 친환경 정책을 중시하는 ‘녹색 정치’는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라디오프랑스는 “이달고 시장은 라파엘 글뤽스만 유럽의회 의원과 함께 사회적, 민주적, 생태적 세력을 만드는 데 기여하고 싶어 한다”고 소개했다.조은아 파리 특파원 achim@donga.com}

미국과 러시아가 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야드에서 24일 오후 10시(한국 시간 24일 오후 4시)부터 우크라이나 전쟁의 휴전을 위한 고위급 협상을 가졌다. 미국 측에서는 마이클 왈츠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키스 켈로그 우크라이나 특사, 마이클 앤턴 국무부 정책기획국장, 러시아에서는 그리고리 카라신 연방평의회 국제문제위원회 위원장, 세르게이 베세다 연방보안국(FSB) 국장 등이 참석했다. 양측은 회담 전부터 이견을 노출했다. 스티브 윗코프 백악관 중동특사는 23일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이번 회담에서 실질적 진전이 있을 것”이라고 낙관했다. 미-러 회담이 열리기 하루 전 미국 측과 회담한 우크라이나의 루스템 우메로우 국방장관도 소셜미디어에 “논의가 생산적이었다”고 밝혔다. 반면 러시아 대통령실(크렘린궁)의 드미트리 페스코프 대변인은 미국과의 협상을 앞두고 “어려운 협상”이라며 각종 쟁점에 대한 입장 차가 커 타결이 쉽지 않다고 주장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교전 또한 계속되고 있다. 일각에선 24일 회담이 휴전 확대와 전쟁 재개의 갈림길이 될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우크라이나 정부 관계자는 뉴욕타임스(NYT)에 “이날 회담의 진행 상황에 따라 미국 관계자들과 23일에 이은 추가 논의를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윗코프-페스코프 “흑해 휴전 논의할 것” 윗코프 특사는 23일 인터뷰에서 러시아와의 회담에서 양측이 앞서 19일 합의한 ‘에너지&인프라’ 부문의 ‘30일 휴전’을 이행할 세부 사항을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흑해의 해상 운송 문제도 다룰 것이라고 강조했다. 페스코프 대변인도 24일 러시아 국영 TV 인터뷰에서 “흑해 곡물 거래 재개 의제를 논의할 것”이라고 했다. 우크라이나는 세계적 곡물 수출국이며 흑해는 핵심 수송 통로다. 2022년 2월 전쟁 발발 5개월 후인 같은 해 7월 튀르키예와 유엔의 중재로 흑해 곡물 협정이 타결돼 한동안 수송이 이뤄졌다. 하지만 러시아는 서방의 거듭된 제재 등에 불만을 제기하며 2023년 7월 협정에서 탈퇴했다. 윗코프 특사는 21일 터커 칼슨 전 폭스뉴스 앵커와의 인터뷰에서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두둔하며 이번 협상을 타결시키려는 의지를 보였다. 그는 “푸틴을 나쁜 사람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매우 똑똑하다”고 호평했다. 또 지난해 7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 유세 도중 총에 맞았을 때 푸틴 대통령이 러시아 정교회 사제를 만나 트럼프 대통령의 쾌유를 기도했다는 점도 소개했다. 하지만 페스코프 대변인은 “우리는 이 길(협상 타결)의 시작에 있을 뿐”이라며 성급한 낙관을 경계했다. ● 교전 격화 속 ‘부차의 마녀들’ 주목 휴전 논의가 진행되는 중에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교전은 격화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측은 러시아가 23일 무인기(드론) 147대를 수도 키이우, 동부 도네츠크 등을 포함한 우크라이나 전역에 발사했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최소 7명 이상이 숨졌다. 또 러시아는 동부 도네츠크 지역에서도 공습 강도를 높이고 있다. 교전이 격해지며 많은 수의 우크라이나 여성들이 자발적으로 전투에 참여하고 있다. 특히 전쟁 초 러시아가 민간인을 대거 학살한 우크라이나 북동부 부차의 여성들이 주목받는다고 영국 더타임스가 23일 보도했다. ‘부차의 마녀들(Witches of Bucha)’로 불리는 이 지역 방공부대 병사 150명 중 130명이 여성이다. 야간에 날아오는 러시아 드론과 미사일을 요격하는 게 주 임무다. ‘마녀’란 이름은 야간 작전을 주로 수행해 붙여졌다. 전쟁 전 식당 매니저로 일했던 소대장 칼립소 씨(32)는 “부차에서만 수백 건의 (민간인) 처형, 강간, 고문이 발생했다”며 이를 묵과할 수 없어 직접 총을 들고 나섰다고 밝혔다. 전직 수의사로 ‘발키리’란 콜사인(호출부호)을 지닌 52세 여성 부대원도 “무기를 들고 있으면 가족을 보호할 수 있다는 느낌이 든다”고 참전 이유를 설명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유럽연합(EU)이 19일 미국 빅테크 구글의 모회사인 알파벳이 빅테크의 시장 지배력 남용을 막는 ‘디지털시장법(DMA)’을 위반했다며 과징금 부과를 경고했다. 향후 법 위반 사실이 최종 확정되면 구글은 세계 매출의 최대 10% 수준인 과징금을 내야 한다. EU는 지난해 3월 DMA를 시행한 지 1년 만에 알파벳을 상대로 첫 과징금 부과 결정을 내놓았다. EU는 같은 날 미국 애플에도 아이폰, 아이패드 등 애플 기기가 다른 브랜드의 스마트 워치, 헤드폰, TV 등과 호환되도록 ‘아이폰 생태계’를 개방하라고 명령했다. EU가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뒤 미국 대표 빅테크를 대상으로 ‘과징금 공격’에 나서면서 미국과 EU의 통상 전쟁이 더욱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그간 EU가 미국산 자동차와 농산물을 충분히 수입하지 않는다고 불만을 표했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사전 녹화를 거쳐 19일 공개된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미국은 EU에 강간당하고 약탈당했다(raped and pillaged)”며 원색적으로 비판했다. ● 구글, 약 51조 원 벌금 낼 수도 EU 집행위원회는 19일 알파벳의 구글 검색 및 구글 플레이가 DMA를 위반했다는 예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알파벳은 반론을 제기할 수 있고 집행위도 알파벳과 시정조치를 협의할 예정이다. 하지만 집행위는 “최종 판단에서 법 위반 사실이 확정되면 비준수 결정문(Non-Compliance Decision)을 채택할 것”이라고 밝혔다. 비준수 결정문에는 구글이 DMA를 위반했음을 밝히는 조사 결과와 그에 따른 제재가 명시된다. 알파벳 공시에 따르면 2024년 알파벳의 전 세계 매출은 3500억1800만 달러(약 508조 원)이다. 최대 10%인 50조8000억 원을 벌금으로 내야 할 수 있다. EU는 구글 검색이 ‘자사 서비스 우대’ 행위로 DMA를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항공권, 호텔 예약 등 검색 결과에 구글 자체 서비스를 더 유리하게 노출시켰다는 것이다. 또 앱스토어인 구글 플레이가 외부 앱 개발자들이 사용자들에게 더 저렴한 구매 방식이나 대체 결제 수단을 안내하지 못하도록 기술적으로 제한하고 있다고도 했다. 애플에도 아이폰, 아이패드의 ‘상호운용성’을 개선하라고 촉구했다. 아이폰, 아이패드가 다른 브랜드의 스마트 워치 등 다양한 기기와 쉽게 호환되도록 조치하란 뜻이다. 당장 과징금을 내야 하는 건 아니나 애플도 향후 집행위 지시를 따르지 않으면 구글처럼 DMA 위반 여부 조사 대상에 오를 수 있다. 애플은 “집행위 결정은 우리가 개발한 새로운 기능을 규제 적용을 받지 않는 경쟁사에 공짜로 넘겨주도록 강요하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DMA는 구글, 애플 등 빅테크의 시장 지배력 남용을 방지하기 위해 지난해 3월부터 시행된 규제다. 전 세계 빅테크 7개 기업을 ‘게이트 키퍼’로 지정해 규제한다. 7곳 중 중국 바이트댄스와 네덜란드 부킹닷컴을 제외한 알파벳, 애플, 아마존, 메타, 마이크로소프트 등 5곳이 미국 기업이다.● 트럼프 “상호관세 시행, 미국 해방일” 트럼프 2기 행정부는 그간 EU가 미국 빅테크를 집중적으로 겨냥한 규제를 가한다며 거듭 불만을 표했다. 백악관은 지난달 21일 “해외 강탈로부터 미국 기업과 혁신가를 보호하는 각서에 서명했다”며 “외국 정부가 미 기업에 부과하는 디지털 서비스 세금, 벌금 등에 대응하기 위해 관세 같은 대응 조치를 고려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EU가 미국 빅테크를 규제하면 미국도 EU에 관세로 맞서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9일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상호관세 발표일로 예고한 다음 달 2일을 “미국 해방일”이라고 규정하며 관세 부과 의지를 거듭 강조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전 세계를 대상으로 철강·알루미늄에 25% 관세를 부과한 것에 따른 후폭풍도 불고 있다. 스테판 세주르네 EU 번영·산업전략담당 수석 부집행위원장은 19일 “다음 달부터 철강 수입 물량을 최대 15% 줄이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미국의 철강·알루미늄에 대한 관세 부과로 EU의 철강업계가 어려움을 겪는 것에 따른 대응이다. EU에 3번째로 많은 철강 제품을 수출하는 한국도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김윤진 기자 ky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