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윤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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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정윤철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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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1-07~2025-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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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죽음만 생각할때 만난 휠체어컬링, 내 삶 통째로 바꿔”

    스스로 삶을 포기하려 한 것만 세 번이다. 좌절에 빠져 죽음만을 떠올리던 그때 기적처럼 찾아온 희망은 휠체어컬링이었다.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긴 그는 하루 6시간의 맹훈련을 참아낸 끝에 국가대표가 됐다. 죽음을 극복하게 한 컬링과 함께한 ‘제2의 인생’. 이 때문에 2018 평창 겨울패럴림픽을 앞둔 그의 의지는 단단하다. “‘필사즉생(必死則生)’의 각오다.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서 한없이 애국가를 부르고 싶다. 그래서 하늘이 정해준 운명이 다하는 날 여한이 없었으면 좋겠다.” 패럴림픽에 출전하는 한국 선수 중 최고령인 휠체어컬링 대표팀 서드 정승원(60)의 얘기다. 대표팀 맏형인 그는 “큰형으로서 가장 큰 목소리로 ‘아악!’이라고 기합을 불어넣으며 올림픽을 준비하고 있다. 피눈물을 흘렸던 과거를 패럴림픽을 통해 씻어내고 싶다”고 말했다. 정승원의 ‘제1의 인생’은 불의의 사고로 막을 내렸다. 1980년대 건설사에 취직해 10년 넘게 해외 근무를 했던 그는 개인 사업을 하기 위해 1994년 귀국했다. 그때 회사에서 ‘고속도로 건설 현장에 잠깐 나와 일손을 보태 달라’는 연락이 왔다. 이 요청을 받아들이면서 인생은 송두리째 흔들렸다. 공사 현장에서 떨어진 2t 무게의 자재에 깔리면서 하반신이 마비됐다. 정승원은 “사람들이 제가 죽은 줄 알고 가마니로 덮어 놓은 걸 어머니가 와서 맥을 짚어보고는 살았다고 해서 병원으로 옮겨졌다”고 말했다. 사고 이후 그는 3년간 병원에 누워만 있었다. 엉덩이에 욕창이 생겨 살을 거의 다 떼어냈다. 정승원은 “너무 고통스러워서…. 스스로 삶을 포기하려고 세 번이나 시도했었다”고 말했다. 정승원을 다시 일으켜 세운 것은 지인의 한마디였다. “형님 인생을 왜 포기하려고 하세요. 병원 밖에 더 넓은 세상이 있어요. 장애인이 국가대표도 될 수 있는 세상이에요.” 병원을 나온 그는 용기를 내 장애인스포츠에 도전했다. 처음에는 론볼(잔디에서 정해진 표적 공에 가깝게 공을 굴리는 경기)을 했다가 휠체어컬링으로 종목을 바꿨다. 정승원은 “컬링을 하면서 인생이 바뀌었다. 하반신 마비 장애인이 휠체어에 앉아만 있으면 장기가 밑으로 처져 오래 살지 못한다고 들었다. 하지만 운동을 꾸준히 한 덕분에 건강도 좋아졌고, 삶에 대한 긍정적 생각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올해까지 정승원의 컬링 경력은 14년. 하지만 패럴림픽 출전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승원은 “패럴림픽 선발전에서는 세 번이나 고배를 마셨다. 그때마다 6개월 정도 잠을 제대로 못 잤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체력 관리를 한 덕분에 평창 패럴림픽 대표팀에 합류했다. 정승원은 “올해 말이면 환갑이기 때문에 이제 선수 생활을 마무리할 때가 된 것 같다. 이번 패럴림픽이 마지막 기회였던 셈이다”고 말했다. 그는 “안방에서 패럴림픽이 열린다. 우리 팀을 제외한 11개 팀은 손님이라고 생각한다. 손님에게 금메달을 내줄 순 없다”고 덧붙였다. 휠체어컬링 대표팀은 경기 전에 “아리아리”라는 구호를 외친다. 이는 ‘없는 길을 찾아가거나 길이 없을 때 길을 낸다’는 뜻의 순우리말이다. 정승원은 “내가 휠체어컬링을 통해 새로운 희망을 발견했듯이 앞길이 보이지 않는 캄캄한 통로에 서 있는 장애인들이 패럴림픽에서 선전하는 우리의 모습을 보고 새로운 길을 찾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세계 7위 한국은 10일 강릉컬링센터에서 미국(세계 6위)과 예선 첫 경기를 치른다.  정윤철 trigger@donga.com·김재형 기자}

    • 2018-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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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퇴근길 스포츠]“삶 포기하려한 것만 세 번” 기적처럼 찾아온 컬링…

    스스로 삶을 포기하려한 것만 세 번 이다. 좌절에 빠져 죽음만을 떠올리던 그때 기적처럼 찾아온 희망은 휠체어컬링이었다.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긴 그는 하루 6시간의 맹훈련을 참아낸 끝에 국가대표가 됐다. 죽음을 극복하게 한 컬링과 함께한 ‘제2의 인생’. 이 때문에 2018 평창 겨울패럴림픽을 앞둔 그의 의지는 단단하다. “‘필사즉생(必死卽生)’의 각오다.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서 한없이 애국가를 부르고 싶다. 그래서 하늘이 정해준 운명이 다하는 날 여한이 없었으면 좋겠다.” 패럴림픽에 출전하는 한국 선수 중 최고령인 휠체어컬링 대표팀 서드 정승원(60)의 얘기다. 대표팀 맏형인 그는 “큰 형으로서 가장 큰 목소리로 ‘아악!’이라고 기합을 불어넣으며 올림픽을 준비하고 있다. 피눈물을 흘렸던 과거를 패럴림픽을 통해 씻어내고 싶다”고 말했다. 정승원의 ‘제 1의 인생’은 불의의 사고로 막을 내렸다. 1980년대 건설사에 취직해 10년 넘게 해외 근무를 했던 그는 개인 사업을 하기 위해 1994년 귀국했다. 그때 회사에서 ‘고속도로 건설 현장에 잠깐 나와 일손을 보태달라’는 연락이 왔다. 이 요청을 받아들이면서 인생은 송두리째 흔들렸다. 공사 현장에서 떨어진 2톤 무게의 자재에 깔리면서 하반신이 마비됐다. 정승원은 “사람들이 제가 죽은 줄 알고 가마니로 덮어 놓은걸 어머니가 와서 맥을 짚어보고는 살았다고 해서 병원으로 옮겨졌다”고 말했다. 사고 이후 그는 3년간 병원에 누워만 있었다. 엉덩이에 욕창이 생겨 살을 거의 다 떼어냈다. 정승원은 “너무 고통스러워서…. 스스로 삶을 포기하려고 세 번이나 시도했었다”고 말했다. 정승원을 다시 일으켜 세운 것은 지인의 한 마디였다. “형님 인생을 왜 포기하려고 하세요. 병원 밖에 더 넓은 세상이 있어요. 장애인이 국가대표도 될 수 있는 세상이에요.” 병원을 나온 그는 용기를 내 장애인스포츠에 도전했다. 처음에는 론볼(잔디에서 정해진 표적공에 가깝게 공을 굴리는 경기)을 했다가 휠체어컬링으로 종목을 바꿨다. 정승원은 “컬링을 하면서 인생이 바뀌었다. 하반신 마비 장애인이 휠체어에 앉아만 있으면 장기가 밑으로 처져 오래 살지 못한다고 들었다. 하지만 운동을 꾸준히 한 덕분에 건강도 좋아졌고, 삶에 대한 긍정적 생각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올해까지 정승원의 컬링 경력은 14년. 하지만 패럴림픽 출전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승원은 “패럴림픽 선발전에서는 세 번이나 고배를 마셨다. 그때마다 6개월 정도 잠을 제대로 못잤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체력 관리를 한 덕분에 평창 패럴림픽 대표팀에 합류했다. 정승원은 “올해 말이면 환갑이기 때문에 이제 선수생활을 마무리할 때가 된 것 같다. 이번 패럴림픽이 마지막 기회였던 셈이다”고 말했다. 그는 “안방에서 패럴림픽이 열린다. 우리 팀을 제외한 11개 팀은 손님이라고 생각한다. 손님에게 금메달을 내줄 순 없다”고 덧붙였다. 휠체어컬링 대표팀은 경기 전에 “아리아리”라는 구호를 외친다. 이는 ‘없는 길을 찾아가거나 길이 없을 때 길을 낸다’는 뜻의 순우리말이다. 정승원은 “내가 휠체어컬링을 통해 새로운 희망을 발견했듯이 앞길이 보이지 않는 캄캄한 통로에 서 있는 장애인들이 패럴림픽에서 선전하는 우리의 모습을 보고 새로운 길을 찾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세계 7위 한국은 10일 강릉컬링센터에서 미국(세계 6위)과 예선 첫 경기를 치른다.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

    • 2018-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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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를 봐라, 너희도 할 수 있다… 장애인들에게 희망 주고 싶어”

    “제가 다리를 절뚝거리며 시상자로 나서는 모습만으로도 많은 걸 전할 수 있습니다. 장애인들에게는 ‘나를 봐라. 너희도 할 수 있다’는 희망을, 장애인에게 무관심했던 비장애인들에게는 인식의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30년 만에 안방에서 열리는 패럴림픽에서 자신의 이름을 딴 ‘황연대 성취상’의 시상자로 나서는 황연대 대한장애인체육회 고문(80)의 말이다. 황 고문은 7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는 말을 인생철학으로 삼아 장애인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바꾸기 위해 노력해왔다. 지속적으로 이 상에 대한 시상식이 열리도록 이끌고 왔다는 것에 뿌듯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황연대 성취상은 한국 소아마비 여성 중 처음으로 의사가 된 황 고문이 1988 서울 패럴림픽 때 “좋은 곳에 써 달라”며 약 200만 원을 국제패럴림픽위원회(IPC)에 기부한 데서 유래했다. 3세 때 소아마비를 앓아 다리가 불편한 황 고문은 20대부터 장애인 권익운동을 펼쳐왔다. 처음엔 ‘황연대 극복상’이었다. 그러나 장애인들이 장애 극복을 넘어 당당한 사회구성원으로서 더 큰 성취를 이루자는 뜻을 담아 ‘황연대 성취상’으로 바뀌었다. 이화여대 의대를 졸업한 그는 28세에 소아마비아동특수보육협회를 만들었고, 37세에 국내 최초 장애인 이용시설인 정립회관을 개관했다. 장애인 재활 등을 위해 이용할 수 있는 시설이다. 한국 장애인 스포츠의 ‘대모’로 불리는 황 고문의 이름을 딴 성취상은 패럴림픽 출전 선수 중 성적, 이념, 종교, 성별, 인종, 국적과 관계없이 장애 극복과 도전 정신을 가장 훌륭하게 실천한 남녀 선수 각 1명에게 수여된다. 최우수선수(MVP)상 격이다. 황 고문은 패럴림픽이 열릴 때마다 현장을 찾아 시상자로 나섰다. 2018 평창 패럴림픽 시상식은 18일 오후 8시부터 평창 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리는 폐회식 공식행사 때 진행된다. 황 고문에 따르면 1988 서울 패럴림픽에서 첫 시상을 마친 이후 상이 사라질 뻔한 위기도 있었다. 두 번째 시상이었던 1992 바르셀로나 패럴림픽 때 선정 기준이 모호하다는 이의 제기가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황연대 개인이 아닌 장애인 권익 활동을 강조한 사람들의 도움으로 상은 이어졌다. 황 고문은 “황연대 성취상을 통해 많은 장애인이 더는 외로운 존재가 아니며, 대외적인 무대에 당당히 설 수 있는 존재라는 것을 느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황 고문은 4년 전 소치 올림픽이 끝나고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패럴림픽에 북한 사람들이 꼭 왔으면 좋겠다”고 했는데 이번 패럴림픽에 북한 선수들이 참가하면서 그 바람도 이루어졌다.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 2018-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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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 컬링 발전 절호의 기회인데… 연맹이 문제”

    “현역 시절 많이 유명하지는 않았던 그가 올해 특별한 지위를 얻었다. 올림픽에서 위대한 역사를 쓴 ‘갈릭 걸스’(마늘 소녀·한국 여자 컬링대표팀 별명)의 코치라는 것이다.” 캐나다 언론 ‘몬트리올 가제트’는 7일 평창 겨울올림픽에서 여자 컬링 대표팀과 함께 은메달을 합작한 피터 갤런트 코치(60·캐나다)가 현역 시절에는 주목받지 못했지만 ‘팀 킴’의 지도자로 유명해졌다고 전했다. 그는 2016년부터 3년간 ‘팀 킴’을 지도했다. 대표팀 관계자는 “대한체육회의 지원으로 이뤄진 대표팀과 갤런트 코치의 계약은 지난달 28일로 종료됐다. 갤런트 코치도 당분간 휴식을 원했다”고 말했다. 갤런트 코치는 한국이 아닌 다른 국가에서 대표팀 코치 제안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몬트리올 가제트를 통해 “평창 올림픽을 계기로 한국 컬링은 발전할 절호의 기회를 맞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갤런트 코치는 “연맹은 컬링을 잘 모르는 군인 출신 인사들이 이끌고 있다. 컬링을 잘 모르는 사람들이 그 자리에 있다면 상황은 좋아지지 않을 것이다”라고 우려했다. 그는 “그들은 내게 ‘고맙다’는 말도 하지 않았다”며 서운한 감정도 드러냈다. 연맹은 지난해 8월 집행부 내분으로 인해 관리단체로 지정됐다. 관리단체로 지정되면 대한체육회가 관리단체위원을 보내 운영을 맡긴다. 관리단체위원 핵심 인사가 군인 출신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관리단체위원이 군인 출신이라는 점보다는 연맹이 관리단체로 지정됐다는 점이 더 문제다. 정상적인 상태가 아닌 것이다. 현재 연맹 회장 자리가 비어 있다. 관리단체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새 회장을 뽑고 새 집행부를 구성해야 한다. 내홍을 일으킨 연맹 내부의 단합과 문제 해결이 필요하다. 갤런트 코치는 대표팀 선수들에 대해서는 “나의 딸과 같았다”면서 깊은 애정을 드러냈다. 그는 “일각에서는 한국이 어쩌다 한 번 좋은 성과를 낸 것으로 생각하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 대표팀은 세계 1위 캐나다의 레이철 호먼 팀과 치른 최근 3경기에서 2승을 챙겼다. 올림픽에서 맞붙은 상대들과의 최근 전적에서 뒤처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갤런트 코치는 “선수들이 ‘마늘 소녀들’이라는 별명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 듯했지만 그들의 고향은 마늘로 유명하다”고 말했다.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 2018-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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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미∼’는 없지만… 휠체어컬링 ‘오성 어벤저스’ 뜬다

    한국 휠체어컬링 대표팀 스킵(주장) 서순석(47)이 투구한 스톤이 느린 속도로 하우스를 향해 굴러간다. “웨이트!”(스톤 속도가 빨라져야 한다는 뜻)라는 소리가 쩌렁쩌렁 울려 퍼진다. 두 번째로 투구한 스톤의 속도가 다소 빨라 보이면 대표팀 선수들은 “워∼”(스톤 속도가 느려져야 한다는 뜻)라고 외친다. 어쩌면 허공에 외치는 소리 같다. 지시에 맞춰 스위핑을 하는 선수가 없기 때문이다. 휠체어컬링에서는 휠체어를 탄 선수들의 안전을 고려해 선수들이 얼음을 문지르는 스위핑(비질)이 허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평창 겨울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목에 건 여자 컬링 대표팀의 최고 유행어 “영미!”(주장 김은정이 리드 김영미에게 스위핑을 지시하는 말)처럼 특정 선수의 이름을 휠체어컬링 경기에서 들을 수 없는 이유다. 지시를 이행할 선수가 없음에도 선수들은 구호를 목청껏 외친다. 마음껏 큰 소리를 내기 위해 목이 쉬거나 부었을 때를 대비한 약을 잔뜩 구해 놓기도 했다. 2018 평창 겨울패럴림픽 출전을 앞둔 대표팀 선수들은 “우리가 구호를 외치는 것은 다음 투구를 위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서다”라고 말했다. 스톤이 나아가는 상황을 큰 소리로 전하면서 빙질의 상태나 스톤의 속도에 대한 느낌을 공유한다는 것이다. 비장애인 컬링 선수들은 투구 실수가 있어도 스위핑으로 스톤의 방향과 속도를 바꿀 수 있다. 하지만 스위핑이 없는 휠체어컬링에서는 한 번 투구할 때의 힘과 각도가 그만큼 더 중요하다. 세컨드 차재관(46)은 6일 “스톤 속도에 대한 구호를 하면서 동료들에게 아이스 상태를 전달한다. 다음 투구자는 이를 통해 얻은 정보를 바탕으로 스톤을 놓을 때의 힘을 조절한다”고 말했다. 휠체어에 앉은 선수들이 허리를 숙이기 어렵기 때문에 대부분 투구 보조기구(딜리버리 스틱, 익스텐더 큐라고 불리는 장대)를 써 스톤을 밀어 보낸다. 서드 이동하(45)는 “휠체어컬링은 투구 한 방에 승부가 갈릴 수 있다”고 했다. 이 때문에 스톤을 던지는 팔의 근육과 손 감각이 중요하다. 팔의 근력을 늘리기 위해 하루에 두 시간씩 웨이트트레이닝을 하고 작은 공을 만지면서 손가락의 미세한 근육과 감각을 기르기 위해 노력했다. 대표팀 선수들은 경기 이천훈련원에서 하루 6시간씩 훈련해왔다. 선수마다 스톤을 하루 100개씩 투구하며 맹훈련했다. 차재관은 “모두가 함께 구호를 외치면서 스톤이 원하는 방향으로 가도록 함께 기원하고, 큰 목소리로 상대 팀의 기를 죽인다”고 말했다. 그는 “만약 우리가 경기 중에 조용하다면 크게 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보면 된다”며 웃었다. 백종철 감독(43)은 “이천훈련원 컬링장에 관중의 모습이 담긴 그림을 붙여놓기도 했고, 비장애인 선수들의 실제 경기 육성과 응원 소리 등을 녹음해 훈련 때마다 틀면서 실전과 같은 훈련을 진행했다”고 말했다. 척수 장애인 선수들로 구성된 휠체어컬링 대표팀(세계 7위)은 금메달이 목표다. 한국 휠체어컬링은 2010년 밴쿠버 패럴림픽에서 은메달을 딴 것이 최고 성적이다. 대표팀은 지난달 브리티시오픈에서 전승 우승을 차지하며 상승세를 타고 있다. 국제패럴림픽위원회(IPC)는 “한국 휠체어컬링은 밴쿠버 겨울올림픽 은메달보다 업그레이드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드 정승원(60)은 “평창 겨울올림픽 여자 컬링 대표팀이 금메달 자리를 비워 놨다. 우리가 금메달을 따서 컬링 열풍을 완벽하게 마무리하고 싶다”고 말했다. 패럴림픽 휠체어컬링은 12개 팀이 참가해 예선을 치른 뒤 상위 4개 팀이 플레이오프에 나선다. 대표팀 선수들은 자신들을 ‘오성(五姓) 어벤저스’로 불러 달라고 했다. 평창 겨울올림픽에 출전한 여자 컬링 대표팀 ‘팀 킴’의 성은 모두 김씨였다. 또한 영화 ‘어벤저스’에서 따온 ‘컬벤저스(컬링+어벤저스)’로 불러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반면 휠체어컬링 선수 5명은 성이 모두 다르다고 해서 ‘오성 어벤저스’란다. 휠체어컬링 팀에는 여성 한 명이 포함돼 있어야 한다. 한국팀은 스킵 서순석, 세컨드 차재관, 서드 정승원 이동하에 리드 방민자(56)가 여성 멤버로 참가한다.  정윤철 trigger@donga.com·김재형 기자}

    • 2018-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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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평창, 올림픽 감동 이어 ‘희망의 성화’ 타오른다

    “장애인 선수들은 노력과 열정으로 희망을 만들어 낸 사람들입니다. 그들이 보여주는 희망이 패럴림픽의 진정한 매력입니다.”(이명호 대한장애인체육회장) 장애를 극복한 선수들이 뜨거운 땀과 감동의 열정을 펼칠 패럴림픽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2018 평창 동계패럴림픽 조직위원회에 따르면 9일 개막하는 평창 겨울패럴림픽 입장권 판매는 이미 목표치를 넘어섰다. 4일 조직위 관계자는 “당초 총 입장권의 80%(약 22만 장)를 판매 목표치로 했지만 3일에 이미 25만2000장을 판매했다. 목표치 기준으로 판매율 114.5%를 달성했다”고 말했다. 평창 올림픽의 성공이 패럴림픽에 대한 기대를 높이고 있다. 박경신 씨(32)는 “올림픽에서 비인기 종목의 설움을 이겨낸 선수들의 스토리에 감동을 받았다”면서 “패럴림픽에서 더 큰 역경을 이겨낸 선수들의 감동 스토리를 현장에서 직접 보고 듣고 싶기 때문에 ‘직관(직접 관람)’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평창 패럴림픽은 18일까지 열흘간 강원 평창과 강릉, 정선에서 개최된다. 이번 대회에는 역대 최대 규모인 49개국 570명의 선수가 참가해 6개 종목(세부 종목 80개)에서 메달을 두고 열띤 경쟁을 펼친다. 선수 및 임원, 대회 관계자, 미디어 인력 등을 포함하면 모두 2만5000여 명이 참가한다. 올림픽 때는 평창과 강릉 선수촌을 이용했지만 패럴림픽 때는 선수단이 모두 평창 선수촌을 사용한다. 패럴림픽 개회식은 9일 오후 8시 평창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열린다. 개회식 슬로건은 ‘열정이 우리를 움직이게 한다(Passion Moves Us)’다. 열정이 장애와 비장애를 떠나 우리 모두를 움직이게 하는 힘이라는 뜻이다. 이문태 패럴림픽 개·폐회식 총감독은 “패럴림픽은 인간 존중의 무대가 돼야 한다. 햇빛과 달빛이 모두의 머리 위로 쏟아지는 것처럼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공존하는 무대를 만들어낼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감독에 따르면 스타디움 객석에 설치된 발광다이오드(LED)를 활용한 화려한 불빛쇼, 강원도 아이들 100명 이상의 공연 등을 통해 인간 존중의 뜻을 담은 무대가 펼쳐진다. 기상청에 따르면 개회식 전날인 8일 평창 지역에 눈이 내릴 것으로 보이며 개회식 당일 밤 최저 온도는 영하 4도로 예상된다. 평창 겨울올림픽 개회식 때는 오후 8시 기온이 영하 2.7도였다. 기상청 관계자는 “봄옷을 입고 가면 추위에 떨 수 있다. 패딩 등 따듯한 옷을 챙겨 가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조직위 관계자는 “개회식장 곳곳에 난로를 비치할 계획이며 방한 대책도 마련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북한은 장애인 노르딕스키 선수 마유철(27)과 김정현(18)이 와일드카드 형식으로 패럴림픽에 참가한다. 북한이 패럴림픽에 참가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국제패럴림픽위원회(IPC)는 “남북이 패럴림픽 개회식과 폐회식에 공동 입장할 것이다”라고 밝힌 바 있다. 대한장애인체육회 관계자는 “북한 선수단이 한국에 오면 공동 입장 등에 대한 구체적 협의를 진행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한국은 역대 최초로 열리는 안방 대회에서 금 1, 은 1, 동메달 2개 이상을 목에 걸며 종합 10위권에 진입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노르딕스키 간판 신의현(38)은 금메달 후보로 주목받고 있다. 그는 지난해 1월 월드컵 대회에서 2관왕을 차지하며 이 종목 강자로 우뚝 섰다. 신의현은 “국가대표다운 파이팅 넘치는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다짐했다. ‘로켓맨’ 정승환(32)을 앞세운 아이스하키는 결승 진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서광석 아이스하키 대표팀 감독은 “강릉 하키센터를 한국의 무대로 만들겠다. 우리가 감동과 희망, 열정을 보여준다면 국민들도 뜨거운 응원과 관심을 보내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배동현 한국 선수단장은 “한국은 겨울이 짧기 때문에 선수들이 해외에서 전지훈련을 하면서 오랫동안 구슬땀을 흘려왔다”면서 “평창 패럴림픽에서 좋은 성적을 거뒀으면 좋겠다. 이번 대회가 한국 장애인 겨울스포츠 발전의 토대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윤철 trigger@donga.com·강홍구 기자}

    • 2018-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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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스크 써도 ‘영미’ 알아봐 깜짝”

    “감기 걸려 마스크 쓰고 외출했는데 누가 다가오더니 ‘김영미 선수 아니에요’라고 물어 깜짝 놀랐어요. 눈썹 모양 보고 알아보셨다는 거예요. 내 눈썹이 그렇게 특이한가요.”(김영미) “부모님, 고모를 모시고 쇠고기 먹으러 갔는데 외국인 종업원이 알아보더라고요. 목욕탕 가서 안경을 벗고 있었는데도 한 분이 계속 쳐다보더니 ‘김선영 맞네’라며 엄청 반가워하셨어요.”(김선영) 평창 겨울올림픽에서 최고 인기 스타로 떠오른 여자 컬링 대표팀 선수들은 자신들에 대한 폭발적인 인기가 여전히 신기한 듯했다. 평창 올림픽에서 값진 은메달을 딴 ‘팀 킴’(여자 컬링 대표팀)은 2일 경북 경산 경북체고에서 열린 미디어데이에서 자신들을 향한 식을 줄 모르는 컬링 열풍을 소개했다. 선수들은 마치 유명 연예인이라도 된 듯 가는 곳마다 사인 공세를 받을 만큼 인기를 실감하고 있다. 대표팀은 끈끈한 팀워크와 경기 중 독특한 용어 사용 등으로 인기를 끌었다. 특히 스킵(주장) 김은정이 스위핑을 지시할 때 “영미!”라며 김영미의 이름을 외친 것이 대회 최고 유행어가 됐다. 김은정은 “좋은 샷을 만들어야 한다는 급박한 마음에 영미의 이름을 더 간절히 외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김영미는 “‘정말 힘든데 더 (얼음을) 닦아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웃었다. 마늘로 유명한 의성 출신이라 대표팀 선수들은 ‘갈릭 걸스’라는 애칭이 붙기도 했다. 실제로 마늘을 많이 먹느냐는 질문에 김경애는 “우리 팀은 먹는 것을 정말 좋아한다. 마늘뿐만 아니라 몸에 좋은 음식, 마늘과 같이 먹는 고기, 풀도 다 잘 먹는다”고 말했다. 갖고 싶은 별명에 대해 김선영은 “마늘 소녀보다는 영화 ‘어벤져스’에서 따온 ‘컬벤져스’라는 이름이 좋다. 감독님이 아이언맨, 은정이는 호크아이, 영미가 캡틴 코리아, 나는 스파이더맨, 경애는 토르, 초희는 헐크를 하기로 했다”고 소개했다. 대표팀은 올림픽 이후 광고, 인터뷰 섭외 등과 관련된 전화만 150통 이상 받았다. 또한 프로야구 삼성의 팬인 이들은 시구자로 초청도 받았다. 김민정 대표팀 감독은 “광고는 사회적으로 공익성을 띤 광고를 찍고 싶다”고 말했다. 김은정은 “시구는 정말 꿈같은 일이다. 우리가 팀으로 주목받았기 때문에 각자의 포지션을 살려 시구를 해보면 어떨까 싶다”고 말했다. 대표팀의 인기 속에 최근 일부 시도에서 컬링 팀 창단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대표팀 선수들은 컬링의 인기가 ‘반짝 인기’로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김은정은 “컬링 대중화로 선수가 늘어나고 팀도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 감독도 “많은 팀이 생기는 동시에 국내에서 세계적 팀들이 참가하는 투어 대회가 열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대표팀은 국제 경쟁력 강화를 위해 1년에 12개의 해외 투어 대회에 출전해 왔다. 김 감독은 “국내 투어를 통해 경쟁 상대인 많은 팀들이 함께 성장했으면 좋겠다. 그래야 우리도 긴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대표팀은 17일부터 캐나다에서 열리는 2018 세계여자컬링선수권에 출전한다. 김선영은 “성적 부담감은 있지만 이겨내겠다. 경기에만 집중해 좋은 결과로 대회를 마무리하고 싶다”고 말했다.경산=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 2018-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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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퇴근길 스포츠] 다시 뭉친 ‘팀킴’…스킵의 “영미…영미” 호통인가, 격려인가?

    2018 평창 겨울올림픽에서 값진 은메달을 획득한 여자 컬링대표팀 ‘팀 킴’이 모처럼 한 자리에 모였다. 올림픽을 마친 뒤 가족,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며 달콤한 휴식을 취했던 대표팀 선수들(김은정 김영미 김선영 김경애 김초희)은 2일 경북 경산시 경북체육고등학교에서 열린 미디어데이에 참석해 올림픽을 치르며 느꼈던 감정과 향후 계획 등에 대해 밝혔다. 다음은 선수들과의 일문일답. ―대회를 마친 소감은? 김민정 감독 “컬링에 많은 관심 가져 주셔서 감사하게 생각한다. 한국 컬링의 새 역사를 쓴다는 사명감으로 대회에 임했다. 완벽히 부합하는 결과는 아니지만 선수, 지도자, 그리고 우리를 이끌어 주신 분들과 함께 이런 결과를 만들어 내 기쁘게 생각한다.” 김은정 “올림픽 기간동안 너무나 많은 응원을 받아서 이 부분에 대해 감사드린다. 이렇게까지 응원을 많이 해주신데 대해 보답하는 결과가 나왔다고 생각한다. 지금껏 이끌어주신 김경두 교수님과 감독님 모두가 함께 노력한 덕분에 이런 결과가 나온 것 같다.” 김영미 “많은 분들께서 도와주셨다. 좋은 결과로 조금이나마 보답한 것 같아 기쁘게 생각한다. 올림픽 기간 동안 많은 응원해주셔서 감사드리고 앞으로도 많은 응원 부탁드린다.” 김선영 “앞으로도 우리가 조금 더 잘하는 모습을 항상 보여드릴 테니 응원 많이 해주셨으면 한다.” 김경애 “저의 첫 올림픽은 많은 관심과 사랑 속에 잘 마무리 된 것 같다. 앞으로도 열심히 할 테니 많은 응원과 관심 부탁드린다.” 김초희 “생각보다 많은 관심과 응원으로 좋은 결과를 낸 것 같다. 이런 자리에서 인사를 드리게 돼 영광이다.”―세계선수권과 베이징 올림픽에 대한 각오는? 프로야구 삼성 팬이라고 들었는데 시구 제의가 들어오면 어떤 시구 보여줄 생각인가?. 김민정 감독 “이번 달 세계선수권은 올림픽 직후여서 선수들에게 부담을 주기보다는 가벼운 마음으로 참가할 것이다. 현재 경기력을 다듬어서 경기치를 것이다. 베이징 올림픽은 4년이 남았다. 하지만 평창 올림픽에서 우리가 원했던 소망했던 가장 높은 자리에 서지 못했기 때문에 도전자의 자세로 어떤 대회든 최선을 다 해서 열심히 할 생각이다.” 김은정 “시구는 우리끼리 한 번 해보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다. 꿈같은 일이다. 시구를 한다면 뜻 깊고 영광일 것 같다. 우리가 팀으로 주목받았기 때문에 사랑을 받는 것 같다. 시구도 각자의 포지션을 잡아서 야구를 하는 것처럼 모션을 취해보면 어떨까 생각한다.” 김영미 “시구 제안 받아서 영광스럽게 생각한다. 컬링처럼 해보면 어떨까 생각은 해봤는데….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일본 선수들이 컬링처럼 (시구)해서 안 좋은 소리를 들었더라. 그래서 다른 방법을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 ―각종 프로그램 TV, 예능, 뉴스, CF 출연 요청이 쇄도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어떤 프로그램, 어떤 CF에 나오고 싶은지? 김민정 감독 “일단 굉장히 많은 요청이 들어온다고 전해 들었다. 우리 본업이 운동선수이기 때문에 예능이나 TV출연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김영미가 얘기한 것처럼 우리가 김경두 교수에게 배워오기를 ‘우리가 받은 만큼 베풀 수 있어야 한다’고 배웠다. 광고라고 말씀하시면 사회적으로 공익성을 띤 광고를 하고 싶다. 프로그램은 간단하게 우리를 알려드리고 우리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줄 프로그램으로 생각한다.”―여자 컬링 대표팀의 활약 발판 삼아서 각 시·도에서 팀 창단 얘기도 많이 나온다. 컬링 팀 창단과 관련해 시·도가 고려해야 할 점은 무엇이 있다고 보는가? 김은정 “어떤 시·도에서 만들어지는지 몰라서 생각이 정리는 잘 안된다. 예전부터 생각했을 때 선수로서 느낀 점은 컬링이 많이 알려져서 컬링 선수가 늘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선수들이 갈 수 있는 팀이 늘어나서 활성화가 됐으면 좋겠다. 우리가 컬링을 알리면서 그런 창단 계획이 생긴다는 것은 선수로서 한국 컬링에 좋은 일을 했다는 생각이 든다. 선수가 컬링에 집중하고, 선수가 편하게 운동을 할 수 있는 분위기가 됐으면 좋겠다. 컬링이라는 것 자체가 딱딱하고 다른 느낌보다는 즐기는 스포츠인데 우리나라 안에서도 즐기면서 하는 스포츠라는 문화가 생겨나면 선수에게도 좋을 것이고 한국 컬링의 발전에도 도움이 될 것 같다.” ―베이징 올림픽을 위해 대표팀의 훈련법은 어떻게 변화시켜나갈 것인가? 김민정 감독 “한국 내에서 컬링 훈련하기까지는 어려운 과정이 많았다. 앞으로의 계획을 묻는다면 프로그램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한국에서 훈련하면서 올림픽 성과를 낸 것은 훈련 프로그램의 도움이 컸다고 생각한다. 이런 부분에 있어서 재정적 지원이 가능하다면 선수들이 가진 기술을 가지고 실전에서 응용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중요할 것으로 생각한다. 한국에서도 투어 대회를 많이 만들어서 한국에 있는 컬링 팀이 다수 참여하면 한 단계 성장하는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면 우리뿐만 아니라 모든 컬링 선수들이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 같다.”―세계선수권에 성적에 대해 부담이 없는지? 김선영 “부담감이 없지는 않지만 이겨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세계선수권에서도 지금까지 한 것처럼 게임에만 집중해서 좋은 결과로 마무리하고 싶다.”―국내 실력 있는 팀들이 많을 텐데. 앞으로 국내 경쟁에 대한 부담은 없는지? 김경애 “모든 시도가 열심히 하고 있다. 부담은 되지만 저희가 더 열심히 하고 노력하면 더 좋은 결과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김은정은 김영미와 언제 호흡이 잘 맞는다고 생각했는지? 김은정 “워낙 오래 같이 있어서…. 장난칠 때는 죽이 척척 맞는다. 어렸을 때보다는 나이가 들면서는 서로 진지한 얘기도 많이 하게 됐다. 어렸을 때는 혼자 판단하고 각자 판단하는 게 있었다면 요즘에는 이런 부분에 대해 ‘나는 이렇게 생각하는데 너는 어떻게 생각하니’라고 묻는다. 내가 얘기를 많이 하는 편인데 영미가 항상 맞다고 얘기해준다. 게임 중에도 승부에 집중하면 나도 모르게 억양이 세게 나갈 때가 있다. 이때 영미 눈빛을 보면서 내 감정을 콘트롤 한다.” ―김영미는 대회 기간 중 선수들을 어떻게 이끌었나? 김영미 “팀 내에서 감독님께서 항상 부탁하신 게 있다. 제가 언니고, 친구고 이렇다보니 중간에서 다리 역할을 부탁을 많이 하셨다. 잘 해냈는지는 모르겠지만 서로를 중화시키는 그런 역할에 최선을 다했다. 일각에서는 제 중심으로 팀이 짜여졌다고 말씀하시는데 올림픽 전에는 영미 동생, 영미 친구로 구성됐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올림픽을 치르면서 신기하게 느껴졌다.”―컬링에 매력에 빠지게 했는데 선수들이 말하는 컬링의 매력은 무엇인지? 김민정 감독 “올림픽의 가장 큰 목표는 한국에 컬링을 알리고 싶다는 것이었다. 선수 4명이 누구 하나도 실수를 하면 좋은 샷 만들어질 수 없는 것이 컬링이다. 김은정이 머리라고 한다면 스위핑하는 선수가 팔, 다리 역할을 한다. 대회 중에 주고받는 대화와 눈빛들…. 여러 가지가 모두 하나로 연결된다는 것이 컬링의 매력이다. 또 컬링은 훈수두기에 굉장히 좋은 스포츠다. 컬링에 정답은 없다. 함께 한다는 것이 가장 큰 매력인 것 같다.”―‘학연·지연·혈연의 끝판왕’으로 불리는데 서로가 서로를 잘 알아서 안 좋았던 점은? 김영미 “좋은 점과 나쁜 점이 같다. 서로를 너무 잘 알아서 좋고. 또 서로를 너무 잘 알아서 조심하는 경향이 있다.” 김은정 “학연, 지연, 혈연이 다른 일에서는 나쁜 예가 많은데. 우리에게는 좋은 예라고들 한다. 우리는 학교를 같이 나왔다고 해서 같이 다니거나, 영미와 경애가 자매라고 둘이만 뭉친다거나 이러지 않고 서로 포기할 것은 포기하고 이해할 것은 이해한다. 이런 과정으로 여러 문제를 잘 헤쳐 나가다보니 세월이 흘러서 이런 좋은 말을 듣는 것 같다.”―의성하면 마늘인데 실제로 마늘을 좋아하는지? 김경애 “우리 팀은 먹는 것을 정말 좋아한다. 마늘뿐만 아니라 몸에 좋은 음식은 다 잘 먹는다. 마늘과 같이 먹는 고기, 풀 다 잘 먹는다.”―소치 올림픽 대표 선발전 탈락 이후 다시 일어선 계기는? 김은정 “소치 올림픽 선발전 이후 잠깐 힘들었다. 컬링을 그만둬야 하나라는 생각도 잠깐 했지만 결국에는 컬링을 포기할 수 없다는 생각을 했다. 내가 약한 부분과 팀이 노력해야 하는 부분에 대해 생각을 많이 했다. 약점을 알았다면 이제는 늦추지 말고 고쳐 나가야 4년 후 평창 올림픽을 우리 것으로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었다. 소치 올림픽 선발전 이후 우리 팀에서 많은 훈련 프로그램에 대해 고민했다. 덕분에 세계 정상급 남자 팀과의 교류도 있었고 이런 부분이 쌓여서 평창에서 좋은 결과를 얻은 것 같다. 팀원들, 감독님도 힘든 순간이었지만 우리 모두 다 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에 포기하지 않고 똘똘 뭉칠 수 있었다.”―김은정이 “영미”라고 외치는 것이 호통인가, 격려인가? 김은정 “좋은 샷을 만들고 싶다는 급박한 마음에서 비롯된 신호다. 그냥 ‘영미~’라고 하면 준비하라는 뜻이다. ‘영미’를 많이 외치면 좀 더 힘을 내서 스위핑을 하라는 것이다. 결국 힘내서 잘해달라는 뜻이다.”―영미가 너무 떠서 김영미가 부담을 가지지 않는지? 김영미 “매일 훈련할 때마다 저와 선영이 이름이 많이 불려서…. 그냥 경기 때 ‘정말 힘든데 더 닦아야 하나’라는 생각도 했다.”―‘반짝 인기’로 사라질 수도 있는데. 컬링의 지속적인 발전을 하려면 무엇이 필요한지? 김민정 감독 “요구 사항은 필요에 의해서 추후에 요청을 드려야 할 부분은 요청 드리면 된다고 생각한다. 컬링이 관심을 받기 위해서는 선수들은 경기력 향상을 이뤄내야 한다. 프로그램은 선수의 경기를 보여줄 수 있는 대회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 혼자 독주하기보다는 경쟁할 수 있는 팀들과 함께 성장하고 싶다. 그래야 우리도 긴장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높아진 인기를 언제 가장 실감하는지? 김선영 “제일 처음 인기 실감한 것은 선수촌 안이었다. 선수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구나라고 생각했다. 휴대전화를 켠 뒤에 깜짝 놀랐다. 카카오톡 메시지 등이 쏟아졌다. 첫 날에는 국민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구나 생각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SNS를 통해 친구 추가 요청이 계속 오고. 기사도 온라인에 떠 있고. 하루하루 지날 수록 인기를 실감하고 있다.”―김은정 ‘안경 선배’라는 별명에 대한 생각은 어떤지? 김은정 “안경은 컬링을 할 때는 더 선명하게 보려고 쓰는데 일상생활에서는 쓰지 않는다. 무겁기도 하고…. 이런 자리(기자 회견)에 쓰지 않다보니 ‘왜 안경을 벗었느냐’고 물으시는데. 평소에는 제가 안경을 안쓴다. ‘안경 선배’라는 별명은 처음에는 만화 슬램덩크 캐릭터라는 것은 잘 몰랐고. 제가 팀에서 주장 역할을 하고 있고 표정도 딱딱하고 그러다보니 선배라는 별명이 붙었다고 생각했다.”―동네 마트에 가거나 하면 많이 알아보시고 사인 요청도 오는지? 김초희 “제가 후보 역할이라 사람들이 몰라보실 줄 알았는데 집에 가는 지하철에서 많이 알아봐 주셨다. 페이스북으로 메시지도 많이 왔다.” 김경애 “운동할 때랑 밖에 나올 때 얼굴이 많이 다르다고 생각했는데…. 그래서 화장을 더 열심히 하고 다니는데도 알아보시고 사진찍자고 하시는 분들도 있다. 음식을 사주시는 분들도 계셔서 인기를 실감했다.” 김선영 “집에 돌아가서 부모님, 고모를 모시고 소고기를 사먹으러 갔는데 거기서 사인을 해달라고 했다. 종업원이 외국인인데도 알아보셨다. 목욕탕을 갔는데 안경 벗고 있으니 아무도 못 알아볼 줄 알았다. 머리를 말리는데 한 분이 옆에서 계속 쳐다보시다가 밑에 내려 놓은 안경을 보고 ”김선영 맞네“하며 엄청 반가워하셨다.” 김영미 “아직 감기에 걸려서 마스크를 끼고 밖을 나갔다. 마스크를 끼면 나를 못 알아볼 줄 알았는데 어떤 분이 옆에 오셔서 컬링 선수 아니냐고 하셔서 ‘어떻게 아셨느냐’고 물었더니 ‘눈썹 모양 보고 알았다’고 하시더라. 내 눈썹 모양이 그렇게 특이했나라고 생각했다.” 김은정 “친구와 양초 파는 곳을 갔는데 종업원 한명이라 알아보셨다. 유명하신 분 아니냐고 하셨다. 그 뒤로는 집에만 있었다.”―팀이 가지고 싶은 별명은?김선영 “마늘소녀 보다는 ‘컬벤져스’라는 이름이 좋다. 영화 어벤져스에서 따온 이름이다. 어벤져스도 각각의 사람이 팀을 만들어서 위기를 이겨냈듯이 우리도 모두가 모여서 경기를 이긴다. 감독님은 아이언맨이다. 은정이는 호크아이, 영미가 캡틴 코리아, 저는 스파이더맨이다. 경애는 토르, 초희는 헐크로 하기로 했다. 우리끼리 장난으로 지었다.”―영미 이름을 대면 공짜로 밥을 먹을 수 있는 곳도 있다.김영미 “친구들이 연락 와서 ‘네 이름 있으면 술, 음료수 공짜다. 같이 가자’고 했는데 아직 밖을 못나가서 공짜로 음식을 먹은 적은 없다.”경산=정윤철 trigger@donga.com}

    • 2018-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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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손-황 ‘멀티골’…크게 웃는 신태용

    “손흥민(26·토트넘)과 황희찬(22·잘츠부르크)은 해외 진출을 꿈꾸는 선수들의 ‘롤 모델’이 되는 선수이다. 둘 다 스피드와 골 결정력이 좋기 때문에 유럽 무대에서 경쟁력을 보여주고 있다.” 신태용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48)은 애제자인 손흥민과 황희찬을 이렇게 평가한다.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대표팀 사령탑 시절부터 두 공격수 간의 호흡을 실험해 왔던 신 감독은 국가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뒤에도 두 선수에 대한 두터운 믿음을 보여주고 있다. 대표팀의 ‘다이내믹 듀오’ 손흥민과 황희찬이 나란히 멀티 골을 작성하면서 2018 러시아 월드컵 본선을 준비 중인 대표팀에 희소식을 전했다. 손흥민은 1일 영국 런던에서 열린 로치데일과의 잉글랜드 축구협회(FA)컵 16강전 안방경기에서 67분을 뛰며 2골 1도움을 기록했다. 지난달 로치데일과 2-2로 비겨 이날 16강전 재경기를 치른 토트넘은 6-1 대승을 거뒀다. 손흥민은 올해 1월 14일 에버턴과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경기에서 골맛을 본 후 46일 만에 시즌 12, 13호 골을 작성했다. 그는 이날 전반 28분 페널티킥을 성공시켰지만 득점이 인정되지 않아 해트트릭 작성에는 실패했다.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는 “페널티킥 키커가 슈팅을 하러 달려가다가 멈추는 속임 동작은 반스포츠적 행위로 분류된다. 심판이 손흥민이 킥을 하기 직전에 멈칫한 것을 속임 동작으로 판단해 골을 무효화하고 손흥민에게 경고를 줬다”고 말했다. 이날 경기는 손흥민의 페널티킥 동작과 골 상황 등에 대해 여러 차례 비디오 판독이 이뤄졌다. 잦은 비디오 판독으로 경기 흐름이 끊기자 관중석에서 야유가 쏟아지기도 했다. 해트트릭 작성에는 실패했지만 유럽 축구 통계 사이트 ‘후스코어드닷컴’은 손흥민에게 팀 내에서 두 번째로 높은 평점 9.7점을 줬다.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토트넘 감독은 “손흥민은 우리에게 중요한 선수다”라고 말했다. 토트넘은 기성용(29)이 뛰고 있는 스완지시티와 17일 FA컵 8강전을 치른다. 황희찬은 같은 날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에서 열린 SK 아우스트리아 클라겐푸르트와의 오스트리아컵 8강전에서 2골을 터뜨리며 팀의 7-0 대승을 이끌었다. 황희찬은 지난해 11월 27일 라피트 빈과의 경기(1골) 이후 94일 만에 득점포를 가동했다. 시즌 10, 11호 골을 기록한 황희찬은 3시즌 연속 두 자릿수 득점에 성공했다. 황희찬은 평소 “손흥민과는 공격 전술에 대해 많은 대화를 나눈다. 서로가 어떤 공격 방식이 편한가에 대해 얘기한다”고 말했었다. 손흥민과 황희찬은 북아일랜드(24일), 폴란드(28일)와의 평가전을 앞둔 대표팀에 소집될 것으로 전망된다. 협회 관계자는 “현재 신 감독은 해외에서 유럽파들의 컨디션을 점검 중이다. 황희찬의 경기 등을 더 지켜본 뒤에 귀국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북아일랜드, 폴란드와의 경기에 나설 대표팀 명단은 12일 발표될 예정이다.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 2018-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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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흥유라 “후원은 이제 마음만 받을게요”

    “그동안 성원해주신 국민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이제는 그 성원을 마음으로만 받겠습니다.” 2018 평창 겨울올림픽에서 가수 소향의 ‘홀로 아리랑’ 음악에 맞춰 감동적인 연기를 펼쳐 주목받았던 피겨스케이팅 아이스댄스 국가대표 민유라(23)-겜린 알렉산더(25) 조가 후원금 모금을 중단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민유라는 27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부모님께서 후원금이 너무 많으면 게을러지고 처음 피겨를 시작할 때의 마음이 없어진다고 걱정하신다”면서 “초심을 잃지 않기 위해 (후원을) 마음으로만 받겠다”고 말했다. 민유라와 겜린이 평창 올림픽에 출전하기까지는 어려움이 많았다. 연간 1인당 1억 원에 달하는 훈련비용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부모님과 대한빙상경기연맹의 지원만으로 비용을 모두 감당할 수 없었던 이들은 2016년 12월부터 미국 온라인 모금 사이트인 ‘고 펀드 미’에 사연을 올려 ‘민겜린코리아’라는 이름으로 후원금을 받아왔다. 또한 민유라는 강아지 돌보기 아르바이트, 겜린은 피겨 레슨을 통해 부족한 훈련비용을 마련했다. 이들의 어려움이 알려지면서 모금 사이트를 통한 후원자가 늘어났고 27일 기준으로 후원금이 12만 달러(약 1억2855만 원)를 돌파했다. 20일 아이스댄스 경기 전만 해도 이들의 모금액은 5000달러(약 535만 원)에 불과했다. 겜린은 대회 후 본보 인터뷰에서 “과거에는 누군가가 기금을 냈다는 e메일이 가끔 왔다. 그런데 개인전 프리댄스가 끝난 이후에는 매일 수십 명이 우리를 도와주고 있다.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렀다”고 말했었다. 하지만 민유라와 겜린은 갑자기 많이 몰린 후원금과 인기 때문에 피겨스케이팅에 대한 간절함이 흔들릴 것을 경계하고 있다. 겜린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올림픽에 참가했던 이 순간을 떠나기 싫다. 하지만 훈련을 다시 시작해야 한다. 여러분 너무 감사합니다”라는 글을 남겼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 내외도 민유라와 겜린에게 사비로 각각 500달러씩 총 1000달러를 후원했다. 앞서 문 대통령은 페이스북에 “민유라 선수와 겜린 알렉산더 선수가 보여준 아리랑 선율은 언어와 문화의 장벽을 감싸며 뜨거운 감동을 주었다”며 “자비를 들여 훈련해 온 것을 뒤늦게 알았다. 많은 분이 함께 해주실 것이다”는 글을 남겼다. 민유라는 트위터를 통해 “대통령님 감사합니다. 성원해주신 분들 눈물겹게 감사합니다”라고 밝혔다.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 2018-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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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자컬링, 이젠 캐나다서 “영미∼”

    “휴대전화를 켜보니 응원 메시지가 가득하더라고요. 정말 감동했습니다.” 26일 강릉선수촌에서 열린 대한민국선수단 해단식에 참가한 한국 여자 컬링대표팀의 김선영(25)은 놀라워했다. 평창 겨울올림픽에서 은메달을 획득하며 ‘팀 킴(여자 컬링대표팀) 열풍’을 몰고 온 대표팀. 하지만 이들은 대회 기간에 집중력 유지를 위해 휴대전화 전원을 꺼뒀다. 이 때문에 대회가 끝난 후 휴대전화를 켠 뒤에야 인기를 실감했다. 해단식에서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앞으로 건배사는 ‘영미’로 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영미!”는 스킵(주장) 김은정(28)이 스위핑을 지시할 때 리드 김영미(27)의 이름을 외친 것으로 대회 최고 유행어가 됐다. 김은정의 취미가 건담(일본 로봇 만화 캐릭터) 플라모델 조립하기로 알려지면서 판매량이 늘어나는 등 컬링 열풍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경북체육회 소속인 대표팀은 다음 달 17일부터 캐나다에서 열리는 2018 세계여자컬링선수권에서 또다시 인기몰이에 나선다. 대표팀 관계자는 “당분간 휴식을 취한 뒤 세계선수권을 대비해 경북컬링훈련원에서 훈련을 재개할 것이다”고 말했다. 올해 세계선수권에서는 올림픽 결승 상대였던 스웨덴 팀과의 재대결이 예정돼 있다. 대표팀은 지난해 성적(6위·4강 진출 실패)을 뛰어넘어 보겠다는 각오다. 김은정은 “세계선수권 등에서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도록 끝까지 도전하겠다”고 말했다. 선수들의 부모님들은 자랑스러운 자녀와의 재회에 기쁨을 드러냈다. 김선영의 아버지 김원구 씨(64)는 “농사일로 바빠서 많이 뒷바라지를 못 해줬는데…. 딸이 좋은 성과를 내고 돌아와 너무 고맙다”고 말했다. 김은정의 아버지 김광원 씨(59)는 “딸이 몸이 약하다고 생각해서 항상 걱정했다. 앞으로 더 잘 먹고 세계선수권에서도 더 잘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강릉=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 2018-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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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힐링 컬링… 세계 강호들 쓸고 亞 최초 은메달

    ‘팀 킴’의 행진은 멈췄다. 하지만 2주 동안 온 국민을 열광케 했던 팀 킴의 ‘행복 신드롬’ 여운은 길게 남았다. 친자매와 친구들로 이루어진 무명의 시골 소녀들이 세계 강호들을 잇달아 격파하며 써내려갔던 겨울동화 같은 이야기는 마침내 한국 스포츠에 새 역사를 기록하며 마무리됐다. 고향의 친인척은 물론이고 대통령부터 일반 국민에 이르기까지 한마음으로 그들을 격려했다. 스웨덴과의 컬링 결승전이 열린 25일. 2500석 규모의 강릉컬링센터 표는 전날 이미 매진됐지만 이른 오전부터 취소된 표를 구하려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선수들 고향인 경북 의성실내체육관에는 23일 일본과의 준결승 때보다 2배 많은 1200여 명의 주민이 경기 시작 약 2시간 전인 오전 7시부터 모여들었다. ‘의성 마늘 와사비(일본)를 이겼고 바이킹(스웨덴)을 넘자’ 등의 손팻말이 등장했다. 경기는 한국팀의 3-8 패배로 끝났다. 한국은 9엔드까지 점수 차가 크게 벌어지자 상의 끝에 패배를 인정하고 스웨덴에 축하의 악수를 청했다. 하지만 팀 킴은 한국 컬링 최초의 올림픽 메달을 은메달로 장식했다. 지나온 시절에 대한 온갖 감정이 북받친 듯 눈물을 쏟는 선수들에게 관중들은 “괜찮아요” “행복했어요”라고 외쳤다. 팀 킴의 활약은 돌풍 그 자체였다. 세계랭킹 8위 한국은 세계 1위 캐나다와 2위 스위스, 4위 영국은 물론 결승 상대였던 스웨덴까지 격파하며 파죽지세로 예선 1위를 차지했다. 준결승에서 숙적 일본마저 연장 승부 끝에 극적으로 격파하며 대회 최대 하이라이트를 연출했다. 이 과정에서 국민들은 열광했다. ‘안경선배’ 김은정의 무표정한 얼굴과 그가 자주 부르던 이름 ‘영미∼’ 등은 온갖 애정 어린 패러디물로 재등장했다. 가정에서 갖가지 모습으로 컬링 흉내를 내는 동영상들이 나타났고, 편의점에서는 이들의 고향인 ‘의성’과 특산품 ‘마늘’이 들어가는 제품의 매출이 급신장하는 현상까지 일어났다. 외신들도 큰 관심을 보였다. 미국 타임지는 “린지 본(미국의 스키 스타)은 잊어라. 평창 올림픽의 진정한 록 스타는 한국 여자 컬링 대표팀이다”고 표현했다. 누리꾼들은 “대한민국에 기쁨과 감동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등 격려의 글을 쏟아냈다. TV로 경기를 본 박성욱 씨(32)는 “잘 알려지지 않았던 선수들의 활약을 보면서 누구든 노력하면 목표를 이룰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페이스북에 “여자 컬링, 예기치 못한 기쁨을 올림픽 기간 내내 주셨다. 이름을 부르는 것의 의미를 가르쳐 주셨다”고 썼다. 문재인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정말 온 국민을 컬링의 매력에 푹 빠지게 만들었다. 컬링이 이렇게 재미있는 종목인 줄 몰랐다”고 했다. 이름으로 화제가 됐던 김영미는 “옛날 사람 이름 같아서 바꾸고 싶다는 생각도 했다. 하지만 할아버지가 지어주신 내 이름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게 됐다”고 속내를 밝혔다. 거수경례로 눈길을 끌었던 주장 김은정은 “아빠와 함께 거수경례 각도를 매일 연습했다. 관중석에 계신 분이 거수경례를 하길래 답례로 했다가 계속하게 됐다”고 뒷얘기를 풀어놨다. 김영미, 경애 자매의 어머니 조순희 씨(61)는 “딸들이 이렇게 유명해질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착하고 예쁘게 자란 딸들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조 씨는 남편과 사별한 뒤 시어머니를 모시며 두 딸을 뒷바라지했다. 전봇대 제조 공장에서 일하던 그는 형편이 어려워지면 이웃의 농사일을 돕기도 했다. 자매는 상금을 모아 어머니를 위해 아파트를 마련해 드린 것으로 알려졌다. 조 씨는 “딸들이 좋아하는 잡채를 해주고 싶다”며 웃었다. 선수들을 열렬히 응원했던 의성군은 카퍼레이드 등 대규모 환영행사를 열기로 했다.강릉=정윤철 trigger@donga.com·박은서 / 의성=신규진 기자}

    • 2018-0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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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본도 꺾었다… 영미! 결승이야

    스킵(주장) 김은정(28)의 손을 떠난 마지막 스톤이 하우스 중앙으로 향했다. 이 스톤은 상대 스톤을 살짝 스친 뒤 하우스 중앙에서 가장 가까운 1번 스톤이 됐다. 승부를 결정짓는 결승점이 나오자 관중석에서는 엄청난 환호성이 터졌다. 한국이 라이벌 일본을 꺾고 한국 컬링 사상 최초의 올림픽 메달 획득에 성공했다. 한국은 23일 강릉 컬링센터에서 열린 평창 겨울올림픽 여자 컬링 준결승에서 일본을 연장 접전 끝에 8-7로 꺾고 결승에 오르며 은메달을 확보했다. 아시아 팀이 올림픽 컬링 결승에 오른 것은 한국이 처음이다. 또한 한국은 예선에서 유일하게 패했던 일본을 상대로 설욕에 성공했다. 끝까지 승부를 알 수 없었던 명승부였다. 한국은 8엔드까지 7-4로 앞섰다. 하지만 일본은 9, 10엔드에 각각 2점, 1점을 획득하며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한국은 연장인 11엔드에서 ‘안경 선배’ 김은정이 침착한 마지막 투구로 결승점을 뽑아 값진 승리를 낚았다. 관중 2398명은 경기장을 빠져나가는 대표팀에게 “금메달을 향해 가자”고 외치며 응원했다. 세계 8위 한국은 25일 오전 9시 5분 스웨덴(세계 5위)과 결승전을 치른다. 한국은 김태윤(24·서울시청)이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1000m에서 동메달을 추가했다.강릉=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 2018-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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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경선배’ 연장 마지막샷 성공하자 전국이 “만세”

    근엄한 표정으로 ‘안경 선배’로 불렸던 주장 김은정(28)은 승리 직후 안경을 벗은 채 관중석을 향해 손키스를 날렸다. 그리고 힘차게 거수경례를 했다. 강릉 컬링센터에서 “대한민국∼”을 연호하다 긴장감에 숨죽였던 관중석에서 기쁨의 함성이 터져 나오던 그 순간, 전국이 만세 소리에 휩싸였다. 김은정의 고향 경북 의성은 함성과 눈물로 가득했다. ‘일본 넘고 결승 가즈아∼’ ‘의성의 딸 은정아 金길만 걷자’. 각종 손팻말을 든 할머니 아저씨 오빠 동생들이 가득한 의성여고 체육관. 600여 명의 주민과 학생들은 경기 내내 ‘헐(서둘러)’과 ‘업(스위핑을 멈추고 기다려)’ 그리고 ‘영미’를 외쳤다. 김은정이 마지막 던진 스톤이 하우스 중앙에 안착하며 연장 승부를 끝내는 순간 주민들은 일제히 무대 앞으로 뛰쳐나와 덩실덩실 춤을 추며 서로를 끌어안았다. 자리에 앉아 손을 맞잡고 눈물을 흘리는 사람들도 있었다. 김선영(25)의 고모 김순자 씨(60)는 “우리의 영웅 앞에는 이제 금메달뿐입니다. 대한민국 만세”라고 외치며 눈물을 훔쳤다. 의성군 토박이 김경재 씨(60)는 “2002년 한일 월드컵 때도 이렇게 많이 모여 응원한 적이 없었다”며 혀를 내둘렀다. 경기 내내 체육관에서는 ‘희로애락’이 반복됐다. 10엔드에 승리를 손에 잡은 듯했지만 경기가 연장전으로 접어들자 “아” 하는 탄성이 여기저기서 흘러나왔다. 일부 학생은 스톤이 하우스를 향할 때마다 손으로 눈을 가렸다. TV에서 김경애 선수의 “쨀까요?”(스톤을 쳐서 밖으로 보낸다는 뜻의 경상도 사투리)라는 목소리가 들리자 주민들은 “째뿌라! 째뿌라!”를 목이 터져라 외쳤다. 오전부터 의성에서는 일터마다 경기를 앞두고 흥분과 기대감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경기 3시간 전부터 주민 100여 명이 태극기와 피켓 등을 들고 체육관을 찾기 시작했다. 10대부터 80대까지 체육관 한쪽에 마련된 ‘플로어(floor) 컬링장’에서 “자, 세게 던져” “영미야!” 등을 외치면서 스톤을 날렸다. 의성의 특산물인 마늘로 만든 소시지와 과자 등을 먹으며 노래에 맞춰 춤을 추는 주민들도 있었다. 경기가 열리는 강원 강릉에 가지 않고 의성에 머물고 있는 선수 가족들은 TV를 지켜보며 선수들과의 추억을 떠올렸다. 김은정의 친척 한월선 씨(67·여)는 “은정이가 개울물에서 물놀이하던 때가 생각난다. 잘 커줘서 고마울 뿐이다”라고 말했다. 김영미(27), 김경애(24) 자매의 큰어머니 배경숙 씨(65)는 “집에서 훈련장이 가까워 (두 선수가) 훈련이 끝나고 먹고 싶은 음식을 만들어 달라고 했었다. 돌아오면 기쁜 마음으로 푸짐하게 한 상 차려주겠다”고 말했다. 의성여고 총동창회 회원 50여 명은 후배들을 격려하기 위한 현수막과 피켓을 제작해 모교를 찾았다. 경북 지역뿐 아니라 서울과 대구 등 다른 지역에서 온 회원도 있었다. 정희옥 의성여고 총동창회 부회장은 “‘팀 킴’의 선전으로 동창회도 다시 부흥하고 있다. 의성여고를 위한 큰 축제를 만들어준 후배들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팀 킴의 후배인 의성여고 학생들도 방학 중이지만 50명 가까이 학교를 찾았다. 이세나 의성여고 학생회장은 “일요일 결승 때는 전교생을 모아 선배들에게 힘을 불어넣겠다”고 말했다. 전 국민이 지켜보며 열렬한 응원을 보냈지만 쉽지 않았던 승리였다. 한국은 6-4로 앞서던 7엔드 마지막 스톤을 던져 1점을 딸 수도 있었다. 하지만 우리 스톤을 일본 쪽 스톤과 같이 내보내며 0-0 승부를 선택하는 전략을 구사했다. 그래야 8엔드 그리고 10엔드에 ‘후공’으로 임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컬링은 나중에 스톤을 굴리는 후공이 득점에 유리한 종목이다. 한국은 2, 3점 차를 유지하며 앞서 나갔다. 한국과 일본의 컴퓨터처럼 정교한 투구가 이어지며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승부가 이어졌다. 하지만 7-6으로 앞서 있던 10엔드 마지막 스톤 처리 과정이 문제였다. 김은정이 보낸 스톤은 하우스 중심에 있던 일본 스톤을 밀어내는 데는 성공했지만 이 스톤보다 먼 위치에 멈췄다. 결국 두 팀은 ‘엑스트라 엔드’(연장전)에 돌입했다. 연장전 분위기가 넘어온 건 서드 김경애가 6번째 투구를 통해 더블테이크아웃(상대 스톤 두 개를 한꺼번에 쳐내는 일)에 성공하면서부터. 일본은 작전타임을 부른 뒤 가드를 놓아 길을 가로막는 전술을 구사했지만 한국 스킵 김은정이 하우스 중심에 있던 일본 스톤을 밀어내며 승기를 굳혔고, 마지막 스톤을 중심에 놓으며 그대로 경기를 끝냈다.의성=신규진 newjin@donga.com·정현우 / 강릉=정윤철 기자}

    • 2018-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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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물살 헤치고… 산길 헤집고… ‘팀 킴’의 10년 담금질

    2012년 6월 대구 두류수영장. 경북컬링훈련원에서 미래의 올림피안을 꿈꾸던 ‘팀 킴(한국 여자 컬링대표팀)’ 선수들(2015년 합류한 김초희 제외)은 자신의 눈을 의심해야 했다. 익숙한 빙판이 아닌 낯선 수중 훈련이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 이날 선수들은 수상인명구조요원 자격증 획득을 향한 첫발을 뗐다. 자격증을 취득하기 위해선 8일 동안 48시간 교육을 받아야 했다. 하루 5시간 이상 수영을 하고 20m 이상의 잠영과 입영 테스트 등을 통과해야 하기 때문에 물속에서도 땀이 날 정도로 체력 소모가 극심했다. 대표팀 관계자는 “스킵(주장) 김은정(28) 등 전문적으로 수영을 하지 않았던 선수들이 많이 힘들어했다. 하지만 이 과정을 통해 (물에 대한) 공포를 극복하고 위기를 헤쳐 나가는 힘이 생겼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선수들이 구조자와 물에 빠진 사람의 역할을 나눠 반복적으로 훈련하면서 탄탄한 신뢰를 쌓았다”고 말했다. 당시 훈련을 제안한 김경두 경북컬링훈련센터장(전 대한컬링경기연맹 부회장)은 “함께 교육에 참가한 모든 선수가 자격증을 따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참아내지 못한다면 10년 이상이 걸리는 컬링 인생을 견뎌낼 수 없기 때문”이라고 회고했다. 한국 컬링 사상 최초의 올림픽 4강을 달성한 팀 킴의 강한 투지와 근성은 이 같은 ‘원 팀 스피릿’을 통해 단단해졌다. 김민정 대표팀 감독이 “우리 팀은 10년 이상 준비된 팀”이라고 말하는 이유다. 대표팀은 난관을 함께 극복하며 더 강인해졌다. 대표팀(경북체육회)은 2014 소치 올림픽을 앞두고 국가대표 선발전 결승에서 경기도청에 패해 올림픽 출전이 좌절됐다. ‘카리스마 안경 선배’로 불리는 김은정은 “내 실수로 떨어졌다는 생각 때문에 목표 의식이 크게 흔들렸다. 하지만 건담을 조립하며 마음을 다잡았다”고 말했다. 대표팀은 다양한 멘털 트레이닝을 통해 스스로 위기를 극복하는 방식도 터득했다. 김 감독은 “건담이나 레고를 조립하는 활동을 하거나 미술 치료 등을 통해 서로 마음을 다독인다”고 말했다. 김 센터장은 독서도 강조했다. 그는 “선수들이 스스로에게 ‘할 수 있다’는 주문을 걸도록 하기 위해 심리학책을 추천했다. 요점 정리와 필사도 시켰다”고 말했다. 대표팀은 올림픽을 앞두고 ‘닥터 도티의 삶을 바꾸는 마술가게’ 등을 읽었다. 정신력의 완성이 물에서 시작됐다면 강한 체력은 산에서 만들어졌다. 김 센터장은 “지리산 팔공산 등 많은 산을 다녔다. 낙오자 없이 함께 등산을 하면서 기초체력을 키웠다”고 말했다. 국제대회가 많지 않은 비시즌에 대표팀은 훈련원에서 하루 4∼6시간의 체력훈련을 실시했다. 반구 위에서 균형 잡기, 짐볼 들어 올리기 등의 종목을 번갈아 하며 체력을 다졌다. 대표팀 관계자는 “샷을 할 때 신체 균형을 잡고, 스위핑한 뒤 샷을 할 때의 호흡 회복을 위한 훈련이었다. 조정 선수들이 사용하는 에르고미터를 사용해 근력도 키웠다”고 말했다. 힘든 훈련이었지만 선수들은 불평하지 않았다. 김영미(27)는 “훈련이 아무리 힘들어도 훈련장에는 가족과 같은 친구들이 있기 때문에 견뎌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대표팀은 안방에서 열리는 평창 올림픽 출전을 앞둔 중압감 탈출에도 공을 들였다. 이를 위해 대표팀은 세계적 컬링 선수인 케빈 마틴(캐나다)의 도움을 받았다. 2010 밴쿠버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마틴은 세계 컬링 명예의 전당에 입회한 거물이다. 대표팀은 두 차례(지난해 9월, 올해 1월) 캐나다에서 마틴과 ‘비밀 훈련’을 진행했다. 마틴은 “내 경험을 바탕으로 ‘관중이 내는 자그마한 소리에 예민하게 반응하지 말고 축제를 즐기라’고 했다”고 말했다. 체계적으로 평창을 향해 다가간 팀 킴은 경기장에서는 냉철한 모습을 보여준다. 하지만 경기장 밖에서의 모습은 다르다. 김경애는 대구의 한 대학에 입학한 뒤 막창과 삼겹살 치맥 등 ‘맛집 투어’를 즐기는 발랄한 여대생이다. 특히 치킨을 좋아해 친구들은 김경애를 부를 때 ‘닭고기야’라고 애칭처럼 불렀다. 김은정은 집안일도 곧잘 도왔다. 농사일이 바쁘면 쏟아지는 비를 맞으며 무거운 모판을 날랐다. 아버지가 운영했던 식당 주방에 드나드는 일도 마다하지 않은 효녀다. 강릉=정윤철 trigger@donga.com·김정훈 / 의성=정현우 기자}

    • 2018-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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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일한 패배 안겼던 日 23일은 ‘싹싹’

    2018 평창 겨울올림픽에서 한국 컬링의 새 역사를 쓰고 있는 ‘팀 킴’(여자 컬링국가대표팀). 숙명의 라이벌 일본과의 ‘외나무다리 승부’를 앞둔 대표팀이지만 표정은 밝았다. 실전처럼 진지하게 훈련을 했지만 원하는 곳으로 스톤이 향했을 때는 하이파이브를 하며 서로를 격려했다. 22일 강릉컬링센터에서 열린 공식훈련을 마친 대표팀 스킵(주장) 김은정(28)은 “잘하겠습니다”라며 웃음을 보였다. 대표팀은 ‘한일전’이란 표현을 쓰지 않는다. 김민정 여자대표팀 감독은 “상대를 의식해 집중력이 흐트러지는 것을 막기 위해 ‘내일 일정이 있다’고만 얘기한다”고 했다. 일본을 꼭 이겨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에 상승세가 끊기는 걸 막기 위한 것이다. 한국은 예선에서 세계적 강호를 연파하고 1위(8승 1패)를 차지했다. 대표팀은 23일 오후 8시 5분 강릉컬링센터에서 일본(예선 4위·5승 4패)과 준결승을 치른다. 준결승부터 토너먼트로 진행되기 때문에 승자는 금메달 결정전(25일)에 진출하고, 패자는 동메달 결정전(24일)으로 떨어진다. 세계 6위 일본은 예선에서 한국(세계 8위)에 유일한 패배를 안긴 팀이다. 하지만 최근 7경기에서 한국이 7승을 거둔 반면 일본은 3승 4패(2연패 중)로 부진하다. 김 감독은 “일본에 패한 것이 약이 됐다. 다시 시작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대표팀이 예선 2차전에서 일본에 5-7로 패한 뒤부터 7연승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김 감독은 “일본과는 같은 아시아권이라서 경기를 많이 해봤다. 서로가 서로를 잘 알고 있다. 상대 전적에서도 우리가 11승 8패(평창 올림픽 예선 포함)로 앞서 있다”고 말했다. 양 팀의 승부는 한국의 ‘안경 선배’ 김은정과 일본의 후지사와 사쓰키(27) 두 스킵의 활약에 따라 갈릴 것으로 전망된다. 스킵은 팀의 전체 작전을 총괄하고, 승부를 결정짓는 마지막 7, 8번 스톤을 투구한다. 세계컬링연맹(WCF)에 따르면 이번 대회에서 샷 성공률은 김은정이 78%로 후지사와(73%)를 앞서고 있다. 샷 성공률은 경기 관측원들이 투구한 스톤의 움직임과 결과(작전 성공 여부)에 점수를 부여한 뒤 계측 프로그램을 통해 측정한 것이다. 선수의 작전 수행 능력을 파악할 수 있는 자료로 볼 수 있다. 김 감독은 “후지사와 등 일본 팀은 상대 스톤을 쳐내는 것에 능한 팀이다. 상대가 스톤을 쳐내지 못하는 위치에 우리 스톤을 보내야 한다. 결국 정확도 싸움이다”고 말했다. 후지사와는 “한일전이 다시 성사돼 기대된다. 우리 팀은 그 어떤 팀보다 의욕이 넘친다”고 각오를 밝혔다. 예선 당시 대표팀은 일본전에 대한 부담을 느꼈다. 일본전 후 김선영은 “한일전에서는 꼭 이기려는 마음 때문에 힘들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대표팀은 이날 선수들이 안정감을 찾을 수 있도록 심리 프로그램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은 일본을 꺾으면 한국 컬링 최초로 올림픽 메달 획득에 성공한다. 김 감독은 “지금까지 동산만 넘어왔다면 이제부터는 태산 2개를 넘어야 한다”면서 “한국 컬링의 새 역사를 써야 한다는 사명감이 큰 만큼 마음가짐을 재정비해 준결승에 나서겠다”고 말했다.강릉=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 2018-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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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라 ‘부상 트라우마’ 심해 함께 서커스 배우며 극복”

    《 한국 피겨스케이팅 아이스댄스의 ‘아리랑 커플’ 민유라(23)-겜린 알렉산더(25). 이들은 2018 평창 겨울올림픽에서 개량 한복을 입고 가수 소향의 ‘홀로 아리랑’ 배경음악에 맞춰 아름다운 연기를 펼쳤다. 두 선수가 연출한 가슴 뭉클한 무대는 현장 관중은 물론 수많은 시청자의 눈시울을 붉게 만들었다. 하지만 특별귀화로 한국 국적을 취득한 겜린과 재미교포 민유라가 아리랑 프로그램을 완성하기까지는 많은 어려움을 극복해야 했다. 22일 강릉의 한 커피숍에서 민유라와 겜린을 만나 올림픽을 마친 소감과 숨겨진 뒷얘기들을 들어봤다. 》  ―민유라-겜린의 ‘아리랑’을 보고 눈물을 보였다는 사람들이 많다. 민유라 “경기 중에도 관중이 아리랑을 부르는 소리가 들려 뭉클했다. 사실 나도 노래를 흥얼거리면서 연기했다. 경기 후 한국 심판도 눈물을 흘렸다는 말을 들었다. 한국적 감성을 살리기 위해 미국에 거주하는 한국 무용 전문가를 초빙해 6차례 수업을 받은 것이 큰 도움이 된 것 같다.” ―한국인의 ‘한(恨)’이 담긴 곡을 희망적으로 재해석했다는 평가가 있다. 민유라 “아리랑은 슬픈 곡이지만 연기가 끝났을 때 관중이 느끼는 감정은 희망이기를 바랐다. 과거에 러시아 선수가 영화 ‘쉰들러 리스트’ 음악을 사용했는데 마지막에 총소리가 나면서 죽음에 이르는 것을 표현해 부정적인 여론이 있었다. 이 때문에 슬픔보다는 행복과 희망의 메시지를 주자고 생각했다. 머릿속으로 계속 ‘희망’이라는 단어를 떠올리며 연기했고 슬픈 표정보다는 밝은 표정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했다.” ―아리랑을 올림픽에서 한 번 더 보여줄 기회가 있었다고 들었다. 민유라 “갈라쇼에서 ‘깜짝 선물’을 준비는 했는데…. 국제빙상경기연맹(ISU)으로부터 갈라쇼 초청장을 받지 못해 아쉽다. 사실 가수 소향이 직접 강릉 아이스아레나에 와서 라이브로 노래를 부르면 우리가 거기에 맞춰 연기를 하려고 했다. 한복도 개인전 때와 다른 것을 준비했는데….” 겜린 “한국 관중에게 또 (아리랑 연기를) 보여줄 기회가 있을 것이다. 아이스쇼가 있으면 당장 달려오겠다.” ―팀 이벤트 경기 때 민유라 의상의 어깨 끈이 풀리는 ‘사고’가 있었는데…. 민유라 “‘첫 올림픽 무대에서 하필 옷이 벗겨지다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갑자기 등 쪽에 바람이 느껴져 ‘이건 뭐지’라고 생각했다. 겜린에게 ‘계속 (연기를) 해야 돼?’라고 묻자 겜린이 ‘내가 (옷을) 잡아줄게. 계속 가자’고 했다.” 겜린 “둘이 근접해서 연기를 할 때는 내가 떨어진 옷 부위를 잡아줬다. 하지만 떨어져 연기를 할 때는 속으로 옷 상단부가 붙어 있길 바라며 ‘제발 떨어지지 마라’고 수십 번 빌었다. 하하.” ―올림픽 무대에 서기까지 어려움이 많았다고 들었다. 민유라 “1년 훈련비용이 개인당 1억 원 정도다. 둘이 합치면 2억 원이다. 과거에는 돈이 없어서 코치 없이 경기에 출전하기도 했다. 너무 힘들었다. 훈련비 마련을 위해 겜린은 어린아이들을 대상으로 피겨 레슨을 했고, 나는 강아지를 돌보는 아르바이트를 했다.” 겜린 “나는 부모님의 노후 자금까지 지원받았다. 올림픽 경기가 끝나자 어머니가 펑펑 울면서 자랑스럽다고 하셨다. 반드시 성공해 부모님의 노후 자금을 돌려드리고 싶다.” ―훈련비용 모금 운동은 잘되고 있나(민유라와 겜린은 미국 온라인 모금 사이트인 ‘고 펀드 미’에 사연을 올려 ‘민겜린코리아’라는 이름으로 2016년 12월부터 후원을 받고 있다). 겜린 “사실 이번 시즌이 끝나고 우리가 계속 팀을 유지해 나갈 수 있을지가 불투명했다. 모금이 잘되지 않으면 팀이 해체될 수도 있었다. 그런데 올림픽을 치르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과거에는 누군가가 기금을 냈다는 e메일이 가끔 왔다. 그런데 개인전 프리댄스가 끝난 이후에는 매일 수십 명이 우리를 도와주고 있다.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렀다. 현재 6만 달러 정도가 모였다.” ―흥이 넘치는 모습으로 인기가 많은데 광고를 찍어볼 생각은 없나. 민유라 “정말 잘할 수 있을 것 같다. ‘흥유라’ 성격에 맞는 광고면 좋겠다. 사실 우리끼리는 매일 식당에서 장난을 치면서 ‘○○커피’라고 외치며 커피 광고 흉내를 낸다.” 겜린 “많은 광고에 출연한 김연아가 롤모델이다. 하하. 농담이다. 사실 부럽기는 하다.” ―훈련비용 외에 어려움은 없었나. 민유라 “과거 겜린이 아닌 다른 파트너와 리프트(남자 선수가 여자 선수를 들어 올리는 것) 동작을 하다가 부상을 당한 적이 많아 공포심이 있었다. 부상으로 앞니 두 개가 부러진 적도 있다. 의치를 한 상태인데 한 개는 다시 빠져서 새로 해야 한다. 그런데 한 번 바꾸는 데 1000달러가 필요하다고 해서 포기했다.” ―겜린이 민유라의 ‘리프트 공포’를 사라지게 했다고 들었다. 겜린 “민유라는 내 인생의 터닝 포인트가 된 올림픽 무대에 서게 도와준 파트너다. 민유라를 위해 그가 넘어질 때는 내가 앞으로 빠르게 몸을 던져 쿠션 역할을 할 수 있게 하고 있다. 공포심을 극복시키기 위해 함께 서커스 훈련을 받기도 했다.” ―겜린은 이제 한국 사람이 다 된 것 같다. 겜린 “아직 한국말을 잘 못하기 때문에…. 20% 한국인으로 볼 수 있을 것 같다. 베이징 올림픽 때 다시 만나면 그때는 한국말로 인터뷰하겠다.” ―겜린이 한국 이름을 짓는다면…. 겜린 “이름은 ‘유진(eugene)’이 좋을 것 같다. ‘천재(genius)’와 비슷해 똑똑한 느낌이 드는 이름이기 때문이다. 성은… 겜린과 비슷한 감으로 하겠다.” 민유라 “딱 좋은 것 같다. 감유진!” ―둘이 사이가 너무 좋아서 팬들은 연인 관계로 의심하는데…. 민유라 “아이스댄스팀 중에 연인 관계로 발전했다가 헤어진 뒤 파트너십이 깨지는 것을 너무 많이 봤다. 우리는 그저 친구이고 ‘비즈니스 파트너’로 서로를 믿는 사이다.” 겜린 “우리는 그냥 오빠와 여동생 같은 사이일 뿐이다.” ―먼 훗날 은퇴를 하게 되면 무엇을 할 생각인가. 민유라 “겜린과 같이 한국에서 주니어 아이스댄스팀들을 지도할 것이다. 이번 올림픽을 통해 한국에도 아이스댄스팀이 있다는 것을 알렸다. 이것을 출발로 해서 한국 아이스댄스가 더 발전할 수 있도록 하고 싶다(현재 민유라-겜린 조는 한국의 유일한 시니어 아이스댄스팀이다). 인터뷰가 진행되는 동안 우연히 커피숍을 찾았다가 민유라-겜린 조를 알아본 손님들은 “민유라 씨, 아리랑 잘 봤어요” 등 저마다의 응원 메시지를 보냈다. 평창 올림픽을 통해 ‘인기 스타’로 거듭난 민유라는 “4년 동안 꾸준히 실력을 향상시켜 더 당당한 모습으로 다시 올림픽 무대에 서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겜린은 한국말로 강렬하게 올림픽 출전 소감을 밝혔다. “대박!” 강릉=정윤철 trigger@donga.com·김동욱 기자}

    • 2018-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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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미!” “영미∼” 목소리 톤만으로 손발 척척

    “영미!” “영미∼.” 한국 여자 컬링대표팀 ‘팀 킴’의 스킵(주장) 김은정(28)은 목소리 톤의 강약을 조절해 가며 리드 김영미(27)의 이름을 외쳤다. 손목 보호를 위해 왼쪽 팔목에 붕대를 한 김영미는 캡틴의 지시에 따라 열심히 스위핑을 했다. 한국의 샷이 성공하면 관중도 “영미! 파이팅!”을 외쳤다. 21일 대표팀의 오전 경기가 열린 강릉 컬링센터는 온통 김영미의 이름으로 가득했다. 대표팀은 이날 ‘러시아에서 온 올림픽 선수(OAR)’와의 예선 8차전에서 11-2로 완승을 거두면서 평창 겨울올림픽 여자 컬링 예선 1위를 확정했다. 세계 1위 캐나다를 시작으로 스위스(2위), OAR(3위), 영국(4위), 스웨덴(5위)까지 격파한 대표팀은 오후 경기인 9차전에서 덴마크를 9-3으로 꺾고 8승 1패를 기록했다. 오후 경기는 체력 안배를 위해 김영미 대신 김초희(22)가 출전했다. 일부 관중은 경기장을 빠져나가는 김은정에게 선수들의 얼굴을 담은 패러디 그림을 선물했다. 한국은 준결승에서 예선 4위 일본과 ‘한일전’을 치르게 됐다. 일본은 예선에서 한국에 유일한 패배를 안긴 팀이다. 의성여고 동창인 김영미와 김은정은 단단한 팀워크로 팀을 4강으로 이끌었다. 경기 중 김영미에게 스위핑 강도를 지시하는 김은정의 목소리가 인상적이어서 팬들은 김영미를 ‘국민 영미’로 부르고 있다. 온라인에는 “영미야” 소리의 강도에 따른 작전을 설명한 게시물도 있다. 누리꾼들은 “하루 종일 귀에서 ‘영미’ 소리가 떠나질 않는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정작 김영미는 자신의 인기를 실감하지 못하고 있었다. 대회 기간 중 집중력 유지를 위해 휴대전화를 사용하지 않고 있기 때문. 김영미는 “관중석에 제 이름의 플래카드가 조금 보여서 (인기를) 조금 느꼈다”고 말했다. 김영미는 ‘김은정의 김영미 사용설명서’에 대해 직접 소개했다. 그는 “(김은정이) 내 이름을 빨리 부르면 빠르게 끝까지 스위핑을 하라는 것(스톤 속도를 높이는 것)이고, 부드럽게 부르면 스위핑 할 준비를 하라는 것이다. 내 이름을 안 부르면 김선영(세컨드)이 스위핑을 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며 웃었다. 컬링은 스위핑 강도에 따라 스톤의 활주 거리와 속도가 달라진다. 스위핑을 강하게 하면 활주 거리를 3∼5m가량 연장시킬 수 있다. 통상 컬링 팀에서 가장 주목을 받는 선수는 작전을 총괄하는 스킵이다. 각 팀의 이름도 스킵의 성을 따라 지어진다. 김영미의 포지션은 리드로 팀에서 스톤을 가장 먼저 던지는 역할을 한다. 2개의 스톤을 던지고 난 뒤부터는 다른 선수들이 스톤을 던질 때 얼음 바닥을 닦는 스위핑을 하기 때문에 김은정에게 많은 지시를 받는다. 김민정 대표팀 감독은 “상대적으로 관심을 덜 받는 리드인 영미가 주목 받고 있다. 아무래도 영미가 열심히 하는 데다 팀 동료들의 가교 역할을 잘하고 있기 때문에 관심이 집중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영미는 김은정의 친구이자 김경애(24·서드)의 친언니다. 이 때문에 선수들 사이에 의견 조율을 담당하고 있다. 김영미는 “불꽃 튀는 성격이 아니기 때문에 의견을 조율할 때는 부드럽게 타이르는 방식으로 하고 있다”며 수줍게 웃었다. 대표팀은 일본과의 준결승을 철저히 준비하겠다는 각오다. 김 감독은 “일본과는 경기를 많이 해봐서 장단점을 알고 있다. 평창 올림픽 예선을 포함해 일본과의 상대 전적은 11승 8패인 만큼 최선을 다해 준결승에 대비하겠다”고 말했다.강릉=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박은서 기자}

    • 2018-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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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은정 “냉탕 온탕 오가는 목욕탕”… 김초희 “설레면서 걱정되는 썸”

    “우리는 하늘에서 뚝 떨어진 팀이 아니다. 10년 동안 만들어진 팀이다.” 김민정 한국 여자 컬링대표팀 감독(37)은 2018 평창 겨울올림픽의 ‘신데렐라’로 떠오른 ‘팀 킴’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경북 의성여중·고 동문인 김은정(28·스킵) 김영미(27·리드) 김경애(24·서드) 김선영(25·세컨드)과 서울 출신 김초희(22·후보)는 경북컬링훈련원에서 한솥밥을 먹으며 올림픽을 준비해왔다. 대표팀 멤버들이 말하는 ‘내게 있어서 컬링이 가지는 의미’에 대해 들어봤다. 팀의 주장인 김은정은 냉철한 승부사다. 스톤을 투구하거나 지시를 내릴 때 김은정의 근엄하고 진지한 표정은 연일 화제가 되고 있다. 온라인에는 어떤 상황에서도 냉철한 표정을 짓는 김은정의 얼굴 모음 사진도 나왔다. 김은정은 7, 8번째 스톤을 투구해 승부를 결정짓는 역할을 한다. 김은정은 컬링에서 느끼는 느낌을 “목욕탕”에 비유했다. 경기에서 일어나는 숨 막히는 반전의 연속을 “냉탕과 온탕을 오가는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컬링을 하다 보면 좋을 때도 있고 안 좋을 때도 있지만 그래도 계속 컬링을 하게 된다”면서 “내 인생에서 가장 설레는 도박이 컬링이다. 올림픽에서 ‘잭팟’이 터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영미와 김경애는 친자매다. 둘 모두 호탕한 웃음소리가 인상적이다. 자매는 컬링을 “하나뿐인 소중한 인생과 같다”고 할 만큼 중요하게 여긴다. 김영미는 “컬링은 다양한 작전이 많기 때문에 바둑, 체스와 같다고도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자매는 경기 전에 엄격한 ‘루틴’(반복 동작)을 지킨다. 김경애는 “경기 전에는 항상 머리를 같은 모양으로 묶는다. 샷을 하기 직전에는 빙판에 손을 대고 그런 다음 바지에 손을 닦는 루틴이 있다”고 말했다. 김영미는 “경기 전에는 교회를 다녀올 때가 많다. 또한 연습 때부터 경기할 때까지 같은 노래를 듣고 경기장의 화장실도 같은 칸만 쓴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김선영을 ‘김 비서’라고 부른다. 똑 부러지는 말투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김선영은 “컬링은 삶이다. 컬링을 할 때 살아 있음을 느낀다”고 말했다. 빙판 위에서 가장 활동적인 모습을 보이는 선수 중 하나가 김선영이다. 땀을 뻘뻘 흘리며 스위핑을 하기 때문이다. 그는 “포지션 특성상 항상 어깨에 가장 많이 신경 쓴다. 경기를 앞두고는 근육이 뭉치지 않도록 열심히 어깨를 푼다”고 말했다. 김초희는 “컬링은 내게 ‘썸’과 같다”고 했다. 그는 “(이성과) 썸을 타면 설레기도 하고, 걱정도 된다. 경기장에 나설 때의 설렘과 경기에 대한 걱정이 공존한다”고 덧붙였다.강릉=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 2018-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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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기력 메드베데바냐, 체력 자기토바냐

    김연아(28)가 떠난 은반의 새 여왕을 꿈꾸는 ‘꽃들의 전쟁’이 시작된다. 평창 겨울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경기가 21일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막을 올린다. 메달 후보들이 팀 이벤트(단체전)를 통해 빙질 적응을 마쳤기에 쇼트프로그램부터 뜨거운 경쟁이 예상된다. 금메달에 가장 근접한 후보는 ‘러시아에서 온 올림픽 선수(OAR)’ 자격으로 참가한 예브게니야 메드베데바(19)와 알리나 자기토바(16)다. 두 선수 모두 다양한 트리플(3회전) 점프를 실수 없이 소화해내 고득점에 유리하다는 장점이 있다. 1월 유럽선수권에서 자기토바는 쇼트프로그램과 프리스케이팅을 합쳐 3회전 점프 8개를, 메드베데바는 7개를 뛰었다. 대한빙상경기연맹 관계자는 “메드베데바와 자기토바는 점프를 한 뒤에 공중에서의 회전력이 탁월하다. 이 때문에 3회전 점프의 성공률이 높다”고 말했다. 그 덕분에 메드베데바가 역대 총점 순위 1위(241.31점)를, 자기토바가 2위(238.24점)를 차지하고 있다. 연맹 관계자는 “같은 코치에게 지도를 받는 두 선수의 특징은 비슷하다. 하지만 연기력은 메드베데바가 앞선다. 시니어 첫 시즌인 자기토바는 강한 체력을 바탕으로 연기 후반부에 강점을 보인다”고 말했다. 유럽선수권에서 예술점수(PCS)는 쇼트프로그램과 프리스케이팅 모두 메드베데바가 우위에 있었다. 하지만 자기토바는 모든 점프를 가산점이 있는 후반부에 배치하는 전략으로 높은 기술점수(TES)를 얻어 메드베데바를 꺾고 정상에 올랐다. 두 선수는 한솥밥을 먹는 사이지만 빙판에서는 철저한 라이벌 관계다. 메드베데바는 “자기토바와 함께 훈련을 하지만 나는 언제나 ‘내 길만 똑바로 걸어가면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피겨는 개인 운동이다”라고 말했다. 자기토바는 ‘의상이 메드베데바가 과거에 사용한 것과 비슷하다’는 말에 “메드베데바의 의상과 비슷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나는 분명히 나만의 특징을 살릴 수 있는 요소를 더했다”며 불편한 심기를 내비쳤다. 두 선수를 견제할 선수로는 세계 2위 케이틀린 오즈먼드(23·캐나다)가 꼽힌다. 김연아를 롤 모델 중 하나로 꼽는 오즈먼드는 첫 점프를 잘 성공시키느냐가 관건이다. 안소영 빙상연맹 부회장은 “오즈먼드는 점프 후 비거리와 체공 시간이 탁월한 선수다. 특히 첫 점프인 3회전 플립-3회전 토루프(기본 점수 9.6점)를 성공시키면 최고 가산점(3점)을 받으면서 고득점에 성공한다. 하지만 이 점프를 실패하면 급속도로 무너지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오즈먼드는 팀 이벤트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에서도 첫 점프를 실수하면서 3위에 그쳤다. 오즈먼드는 “한 번의 실수가 있어도 그것으로 연기가 끝난 것은 아니라는 생각을 가지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노장 카롤리나 코스트너(31·이탈리아)는 ‘복병’으로 꼽힌다. 코스트너는 2014 소치 올림픽에서는 동메달을 땄다. 서른 살이 넘은 나이에 따른 체력 문제로 3회전 점프 3개를 경기 전반부(프리스케이팅 기준)에 뛰기 때문에 많은 가산점을 받지 못한다. 점프의 질은 떨어졌지만 표현력과 감성은 어린 선수들을 능가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코스트너는 “나는 모든 대회를 새로운 경험이라고 생각한다. 피겨를 그만두기 전까지 모든 순간을 최대한 즐기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연맹 관계자는 “코스트너가 체력을 적절하게 안배하고 곡 해석 능력 등 예술 요소의 강점을 살린다면 이변을 노려 볼 만하다”고 평가했다. 강릉=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 2018-0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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