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종엽

조종엽 차장

동아일보 문화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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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조종엽 차장입니다.

jjj@donga.com

취재분야

2026-02-28~2026-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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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선 왕실 기록 창고 ‘장서각’ 100주년 맞아

    조선 왕실 서고로 시작해 오늘날 한국학중앙연구원에 속하며 한국학 자료의 보고(寶庫)로 자리 잡은 장서각이 ‘藏書閣(장서각)’이라는 현판을 내건 지 올해로 100주년을 맞았다. 장서각의 역사에는 격동의 현대사가 그대로 담겨 있다. 윤진영 장서각 왕실문헌연구실장에 따르면 장서각의 기원은 고종이 건립하려 했던 대한제국 황실도서관이다. 고종은 홍문관, 집옥재 등에 흩어져 있던 서적을 1908년 인수관(仁壽館)으로 옮기고, 이듬해 ‘제실(帝室)도서’라는 이름으로 황실도서관을 세우려 했지만 경술국치로 끝내 이를 이루지 못했다. 왕실 도서는 일제강점기에도 꿋꿋이 보존됐다. 1911년 6월 ‘이왕직도서고’가 설립돼 적상산사고본(赤裳山史庫本) 조선왕조실록 등을 인수하며 왕실서고의 명맥이 이어졌다. 1915년 창경궁의 명정전 뒤편에 4층 서고건물을 지었고, 1918년에야 장서각 현판이 내걸렸다. 현판 글씨는 고종이 쓴 것으로 추정된다. 광복과 6·25전쟁으로 우여곡절을 겪었다. 장서각 도서는 광복 뒤 미 군정하에서 구(舊) 왕궁사무청이 관리를 맡았다. 6·25전쟁 당시 적상산사고본 실록이 북한군에 의해 북으로 반출됐고, 적지 않은 전적(典籍)이 부산 피란 중 화재로 소실되는 비운을 겪기도 했다. 장서각은 1950년 낙선재의 한글소설류, 1964년 칠궁(七宮·임금을 낳은 후궁 7명의 신주를 모신 사당) 소장 자료, 1969년 봉모당(奉謨堂·정조가 역대 임금의 어필 등을 보관토록 한 곳)과 보각(譜閣)의 자료를 인수하면서 명실상부한 왕실도서 자료관으로서 위상을 갖게 됐다. 윤진영 실장은 “오늘날 장서각은 왕실 고문서 5300여 점을 비롯해 국보 3점, 보물 29종,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2종 등 약 16만 책의 고문헌을 소장하고 있다”며 “조선 건국까지 멀게는 600년 거슬러 올라가는 우리 기록문화의 정수”라고 말했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 2018-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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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화예술계 여성 58% “성폭력 피해”

    문화예술계 여성 종사자 10명 가운데 6명이 성희롱이나 성폭력을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문화예술계 성희롱·성폭력 특별조사단’은 19일 “문화예술계 종사자 설문조사 결과 여성 응답자(2478명)의 57.7%(1429명)는 ‘성희롱·성폭력을 직접 경험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남성은 1240명 가운데 84명(6.8%)이 그렇다고 답했다. 특별조사단은 문화체육관광부와 국가인권위원회가 함께 만들어 3월 12일부터 100일간 운영됐으며 이날 활동 결과를 발표했다. 가해 유형으로는 ‘음란한 이야기·성적 농담을 하는 것’(41.4%)과 ‘외모에 대한 성적 비유·평가’(38.9%) 등 언어적 폭력이 많았지만, ‘예술 활동과 상관없이 신체접촉을 하거나 요구’(34.7%), ‘특정 신체 부위를 만지는 행위’(21.5%) 등 신체적 폭력도 상당했다. 가해자로는 선배 예술가, 기획자·감독 등 상급자, 대학교수, 강사 등이 지목됐다. 조사단은 특별 신고·상담센터에 175건의 피해 사례가 접수됐으며, 총 36건을 조사해 그 중 일부를 가해자 소속 기관에 징계를 권고하거나 수사를 의뢰했다고 밝혔다. 학생에게 키스를 해 성추행 논란이 인 대학교수, 직원이나 배우 지망생을 상습 성추행했다고 지목된 대표이사·광고감독·단역배우 등이 수사 의뢰 대상이다. 직원을 상습 성추행한 한 영화배급사 이사에게는 손해배상 및 특별 인권교육 수강이 권고됐다. 사건 발생 뒤 재발 방지 대책이 미흡한 한 예술계 대학은 감독기관에 감사를 의뢰했다. 조영선 조사단 단장은 “피해 신고 건수가 예상보다 적고, 법적 시효가 지난 사건의 신고가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하는 건 문화예술계가 여전히 피해자가 바로 신고에 나서기 어려운 구조라는 걸 보여 준다”고 설명했다. 조사단은 성희롱·성폭력 행위자에 대한 공적 지원 배제, 표준계약서에 예방조치 포함 등을 정책 과제로 제시했다. 이우성 문체부 문화예술정책실장은 “문체부 내 전담 기구 신설과 예술가의 지위·권리 보호에 관한 법률 제정 등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조종엽 기자 jjj@donga.com}

    • 2018-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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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 동네 여가 천국” 구청 문화센터의 재발견

    정보기술(IT) 업계에 근무하는 30대 직장인 김정석 씨는 최근 “의무적으로 정시에 퇴근하라”는 회사의 방침이 떨어지자 가장 먼저 구청 문화센터를 찾았다. 그는 “우선 수영 강습에 등록했고, 앞으로 중국어 교실과 미술 수업에도 도전해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을 앞두고 도서관이나 각종 문화원, 복지관, 수련관, 주민자치센터, 체육관 등 공공시설의 프로그램을 눈여겨보는 사람도 늘어났다. 적은 비용으로 취미생활을 즐길 수 있는 공공 문화시설은 그동안에는 노인, 주부 등이 주로 이용했지만 앞으로는 퇴근이 빨라진 직장인들의 활용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문화체육관광부도 최근 발표한 국민여가활성화 기본계획에서 “생활밀착형 지역 여가 공간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평일 야간이나 주말에도 활용할 수 있도록 공공시설의 개장 시간을 늘리는 것은 해결해야 할 과제다. 또한 사회적 약자를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확충하는 것도 정부와 지자체가 ‘주 52시간 시대’를 맞아 앞장서 준비해야 할 일이다. 해외 여러 나라에서는 소외된 사회적 약자의 여가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자원봉사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도 한다. 프랑스의 ‘예술을 통한 자원봉사협회(VSArt)’는 공연장, 박물관, 극장에 가기 어려운 장애인, 노인들의 외출을 돕는 ‘오늘밤 외출합니다’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도움이 필요한 회원들에게는 정기적으로 작품에 대한 정보가 발송되고, 예산과 취향을 고려해 볼 작품이 결정되면 할인된 가격으로 예약을 대신 해준다. 자원봉사자는 자신의 차량으로 회원을 극장 등에 데려다줬다가 공연이 끝난 후 집까지 데리고 온다. 2012년에만 6만7000명이 이 서비스의 도움을 받았다. 미국 뉴욕시에는 ‘웃음 의사’ 제도가 있다. 공인된 교육을 받은 ‘병원 광대’가 병원에 오래 머무르는 어린이나 노인들에게 여가 성격의 문화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장훈 한국문화관광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이러한 서비스는 한국에서는 공공 일자리와 연계해 추진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문체부는 “취약계층의 여행 전문 인력을 양성하고 성별, 연령, 장애에 관계없이 이용할 수 있도록 무장애 여가 서비스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 2018-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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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콘텐츠 창작-창업, 글로벌진출 날개 달아드립니다”

    ‘헬로키티’를 탄생시킨 기업 ‘산리오’의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팀장, 세계적 공유 오피스·커뮤니티 플랫폼 ‘위워크’의 한국지사장…. 평소 만나기 쉽지 않은 글로벌 기업의 연사로부터 글로벌 진출 성공 사례와 조언을 직접 들을 수 있는 행사가 열린다. 한국콘텐츠진흥원(원장 김영준)은 19일 서울 중구 청계천로 CKL스테이지에서 ‘2018 창창한 콘페스타’를 연다. 슬로건 ‘창작과 창업, INSIGHT의 창을 열다’처럼 콘텐츠 창작과 창업을 하려는 이들에게 새로운 시야를 던져주기 위한 행사다. 행사는 릴레이 강연과 토크 콘서트, 다양한 현장 프로그램으로 진행된다. 이날 오후 4시 40분부터 시작되는 강연은 영화 ‘부라더’ ‘김종욱 찾기’와 ‘2018 평창 겨울올림픽 폐회식’을 연출한 장유정 감독이 문을 연다. 장 감독은 ‘발상의 시작부터 콘텐츠의 완성까지’를 주제로 강연한다. 뒤이어 크리에이터들을 위한 세계적 플랫폼 기업 ‘위워크’의 매슈 샴파인 한국지사장이 연사로 선다. 샴파인 지사장은 위워크의 창업 초기 맴버로 한국뿐 아니라 중국, 홍콩, 호주 등의 시장 진출을 담당하고 있다. 그는 위워크의 경험을 바탕으로 스타트업 기업이 글로벌 확장을 할 때 준비할 점에 대해 조언할 예정이다. 고영하 한국엔젤투자협회 회장의 강연(‘누구나 한 번은 창업하는 시대’)에 이어 마지막 연사로 마사후미 산리오 해외사업본부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팀장이 나선다. 그는 ‘세계 최대 캐릭터 기업, 비즈니스로 날개를 달다’를 주제로 캐릭터 콘텐츠를 살린 비즈니스 모델에 대해 강연한다. 오후 7시부터 열리는 ‘콘텐츠 토크 콘서트’도 영화 ‘1987’ ‘화이’의 장준환 감독을 비롯해 출연진의 면면이 화려하다. 드라마 작가 백미경 씨, 영화배우 최희서 씨, 김태훈 팝칼럼니스트가 함께 진행한다. 행사는 일러스트레이터 노상호 씨가 드로잉을 시연하는 ‘콘텐츠 라이브 박스’(오후 8시), 염동균 작가의 가상현실(VR)을 이용한 드로잉 라이브 퍼포먼스와 바닐라어쿠스틱의 라이브 공연(오후 8시 반)으로 이어진다. 앞서 이날 오후 2시부터 열리는 ‘창창한 워크숍’에서는 YG엔터테인먼트의 신상훈 MD디자이너가 ‘갖고 싶은 디자인, 사고 싶은 디자인’를 주제로 강연한다. 콘진원은 이번 행사에 대해 “창업에서 글로벌 확장과 연결의 중요성을 알리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콘진원은 이미 2월부터 10회에 걸쳐 각 분야 전문가가 출연하는 ‘창창한 콘서트’를 열어왔다. 총 870여 명이 참석한 이 행사에서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플랫폼, 인공지능(AI), 모바일 동영상, 캐릭터, 웹툰, 블록체인, 패션 등 7가지 주제로 콘텐츠 분야의 트렌드를 짚었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 2018-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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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달빛 조깅-수제맥주 만들기… “길어진 저녁, 취미 공유”

    “저녁‘만’ 있는 삶 되는 거 아냐?” 다음 달부터 단계적으로 시행되는 주 52시간 근무제를 앞두고 여가시간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남는 시간은 많아지는 반면 연장근로 수당이 줄어들어 호주머니는 가벼워질 것이기 때문이다. 여가비는 소득 변화에 따른 변화 탄력성이 매우 크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국민 10명 중 3명은 “재정 악화 시 문화·여가비 지출을 줄일 계획”(2015년 통계청 사회조사)이라고 했다. 실제로 국민여가활동 조사 결과 가구당 월평균 여가비 지출은 2006년 14만2000원에서 2016년 13만6000원으로 오히려 줄어들었다. 그렇다고 일찍 퇴근해 집에서 TV만 봐야 할까? 주머니가 가벼우면 그에 맞게 알차게 보내는 방법을 찾기 마련. 최근 변화하고 있는 여가 문화의 키워드를 살펴봤다.○ 여가의 공유경제 컨설팅 회사에 근무하는 전상면 씨(31)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애플리케이션 ‘프립’을 활용해 사람들을 모아 자신의 취미인 서핑과 스노보드를 함께 즐긴다. 초보자들에게 가르쳐 주기도 하지만 따로 강습비를 받지는 않는다. 전 씨는 “단체로 하면 혼자 할 때보다 교통, 숙박, 식음료 비용을 20% 이상 아낄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젊은 층에서는 ‘나만 아는 서울 명소 함께 즐기기’ ‘달빛 아래 함께 조깅하기’ ‘수제 맥주 만들어 마시기’ 등 저렴하게 할 수 있는 ‘취미 공유’가 유행이다. 프로그램 참가자들은 실비 정도만 내고, 자신이 가진 기술과 유용한 정보를 다른 이들과 공유한다. 가르치는 이들도 그것을 ‘부업’이나 ‘아르바이트’라고 생각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함께 여가 활동을 할 사람들을 인터넷으로 이어주는 소셜 액티비티 플랫폼은 이용자가 꾸준히 늘고 있다. 숙박에 더해 여행자에게 여러 체험을 제공하는 ‘에어비앤비 트립’은 2016년 11월 서울을 시작으로 제주까지 전국에 약 200개가 운영 중이다. 에어비앤비 트립에서 시할머니와 함께 동양화 그리기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이은비 씨(32)도 “직업이라기보다 할머니가 평소 좋아하시던 그림을 계속 그리며 자존감이 높아지는 게 좋다”고 말했다.○ 여가 산업의 롱테일 경제학 오래 한 우물을 파는 취미 활동보다는 저렴한 1회성 체험을 다양하게 즐기는 사람도 늘고 있다. 만들기를 좋아하는 권민지 씨(27)가 최근 서울 성동구에 연 지하 작업실에는 손님이 매번 바뀐다. 권 씨는 ‘3개월에 얼마’ 같은 식으로 수강료를 책정하지는 않는다. 손님들은 그때그때 일정 비용을 내고 3시간 동안 ‘아무거나’ 만들면서 놀다 간다. 마카롱 만들기, 플라워박스 만들기 등을 해봤다는 직장인 김다예 씨(33)는 “학원에 등록하면 한 번에 30여만 원이 나가는데 막상 끝까지 다니기도 힘들다”며 “이런 활동들은 경제적 부담이 덜한 데다 이것저것 해 볼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여가 산업에서 소규모 사업자들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롱테일’ 경제가 등장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문체부에 따르면 여가 산업 규모는 약 226조 원으로 우리 경제의 11%를 차지하지만 대부분 외식, 영화, 게임 등 엔터테인먼트에 집중돼 있다(2013년 여가백서). 그러나 인터넷과 SNS의 발전으로 사람 사이의 연결 비용이 ‘0’에 가까워지면서 예전 같으면 수요자를 찾기 힘들었을 특이한 취미 산업도 힘을 얻을 수 있다. 2004년부터 주 5일 근무가 시행됐지만 국민들의 여가 경험이 기대한 만큼 다양해지지는 않았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가족 단위의 여행 비용이 만만치 않고 ‘여가 경력’, 즉 놀아본 경험이 적었던 탓이다. 윤소영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10여 년 동안 ‘워라밸’을 중시하는 청년 1인 가구의 비율이 급속히 증가했다는 점 등에서 비싼 비용이 들지 않더라도 다양한 여가 활동을 즐길 수 있는 아이디어가 끊임없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조윤경 yunique@donga.com·조종엽 기자}

    • 2018-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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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녁만 있는 삶?’…주머니 가벼워진 직장인들의 여가 활용법

    “저녁‘만’ 있는 삶 되는 거 아냐?” 다음달부터 단계적으로 시행되는 주 52시간 근무제를 앞두고 여가시간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남는 시간은 많아지는 반면 연장근로 수당이 줄어들기 때문에 호주머니는 가벼워질 것이기 때문이다. 여가비는 소득변화에 따른 변화 탄력성이 매우 크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국민 열 명 중 세 명은 “재정 악화 시 문화·여가비 지출을 줄일 계획”(2015년 통계청 사회조사)이라고 했다. 실제로 국민여가활동 조사 결과 가구당 월 평균 여가비 지출은 2006년 14만2000원에서 2016년 13만6000원으로 오히려 줄어들었다. 그렇다고 일찍 퇴근해 집에서 TV만 봐야 할까? 주머니가 가벼우면 그에 맞게 알차게 보내는 방법을 찾기 마련. 최근 변화하고 있는 여가 문화의 키워드를 살펴봤다. ●여가의 공유 경제 컨설팅 회사에 근무하는 전상면 씨(31)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어플리케이션 ‘프립’을 활용해 사람들을 모아 자신의 취미인 서핑과 스노보드를 함께 즐긴다. 초보자들에게 가르쳐주기도 하지만 따로 강습비를 받지는 않는다. 전 씨는 “단체로 하면 혼자 할 때보다 교통, 숙박, 식음료 비용을 20%이상 아낄 수 있다.”이라고 말했다. 최근 젊은 층에서는 ‘나만 아는 서울 명소 함께 즐기기’ ‘달빛 아래 함께 조깅하기’ ‘수제 맥주 만들어 마시기’ 등 저렴하게 할 수 있는 ‘취미 공유’가 유행이다. 프로그램 참가자들은 실비 정도만 내고, 다시 자신이 가진 기술과 유용한 정보를 다른 이들과 공유한다. 가르치는 이들도 그것이 ‘부업’이나 ‘아르바이트’이라고 생각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함께 여가 활동할 사람들을 인터넷으로 이어주는 소셜 액티비티 플랫폼은 이용자가 꾸준히 늘고 있다. 숙박에 더해 여행자에게 여러 체험을 제공하는 ‘에어비앤비 트립’은 2016년 11월 서울을 시작으로 제주까지 전국에 약 200개가 운영 중이다. 에어비앤비 ‘트립’에서 시할머니와 함께 동양화 그리기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이은비 씨(32)도 “직업이라기보다 할머니가 평소 좋아하시던 그림을 계속 그리며 자존감이 높아지는 게 좋다”고 말했다. ●여가 산업의 롱테일 경제학 오래 한 우물을 파는 취미 활동보다는 저렴한 1회성 체험을 다양하게 즐기는 사람도 늘고 있다. 만들기를 좋아하는 권민지 씨(27)가 최근 서울 성동구에 연 지하 작업실에는 손님이 매번 바뀐다. 권 씨는 ‘3개월에 얼마’ 같은 식으로 수강료를 책정하지는 않는다. 손님들은 그때그때 일정 비용을 내고 3시간 동안 ‘아무거나’ 만들면서 놀다 간다. 마카롱 만들기, 플라워박스 만들기 등을 해봤다는 직장인 김다예 씨(33)는 “학원에 등록하면 한번에 30여 만 원이 나가는데 막상 끝까지 다니기도 힘들다”며 “이런 활동들은 경제적 부담이 덜한데다 이것저것 해 볼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여가 산업에서 소규모 사업자들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롱테일’ 경제가 등장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문체부에 따르면 여가 산업 규모는 약 226조 원으로 우리 경제의 11%를 차지하지만 대부분 외식, 영화, 게임 등 엔터테인먼트에 집중돼 있다(2013년 여가백서). 그러나 인터넷과 SNS의 발전으로 사람 사이의 연결 비용이 ‘0’에 가까워지면서 예전 같으면 수요자를 찾기 힘들었을 특이한 취미 산업도 힘을 얻을 수 있다. 2004년부터 주5일 근무가 시행됐지만 국민들의 여가 경험이 기대한 만큼 다양해지지는 않았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가족단위의 여행비용이 만만치 않고, ‘여가 경력’ 즉 놀아본 경험이 적었던 탓이다. 윤소영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10여 년 동안 ‘워라밸’을 중시하는 청년 1인가구의 비율이 급속히 증가했다는 점 등에서, 비싼 비용이 들지 않더라도 다양한 여가 활동을 즐길 수 있는 아이디어가 끊임없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 2018-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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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두 번의 정상회담… 그리고 냉전이 시작됐다

    모든 일은 여기서 시작됐다. 북-미 정상회담의 합의문에 구체적 북핵 폐기 일정과 방법이 빠지면서 북핵 문제라는 ‘고르디우스의 매듭’을 단칼에 자른다는 게 결코 쉽지 않음을 다시금 알려줬다. 이 매듭의 시작은 일제의 한반도 강점이지만 복잡하게 얽혀 버린 건 1945년 제2차 세계대전 종전을 둘러싼 연합국의 협상이다. ‘20세기를 뒤흔든 제2차 세계대전의 마지막 6개월’이라는 부제처럼 얄타회담과 포츠담회담을 비롯해 1945년 2∼8월의 긴박한 순간을 다룬 책이다. 1980년 미국 워싱턴포스트에 입사해 동유럽, 파리, 모스크바 지국장을 지낸 저자는 소련 붕괴와 냉전의 종식을 다룬 ‘빅브러더를 타도하자’(1997년), 쿠바 미사일 위기를 다룬 ‘0시 1분 전’(2008년)을 출간했다. 2012년 출간된 이 책은 냉전의 기원이 소재다. 건강이 매우 나쁜 미국 대통령(루스벨트)과 영국의 고집쟁이 총리(처칠), 소련의 독재자(스탈린)가 1945년 2월 4일 크림반도의 얄타에 모이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이들은 최종 승전 뒤 유럽의 국경과 전후 배상 문제를 논의한다. 협상을 주도한 건 전쟁에서 가장 피를 많이 흘린 소련의 스탈린이다. 책에는 수백만, 수천만 명의 운명을 결정하는 사안이 얼마나 경박하게 결정되는지 그대로 드러난다. 1944년 처칠은 모스크바에서 스탈린을 만나 발칸 지역에서 소련과 영국이 행사할 영향력의 퍼센트를 휘갈겨 적은 메모를 스탈린에게 건넸고, 스탈린은 몇 초 동안 이를 살펴본 뒤 승인한다. 얄타회담에서 처칠은 폴란드의 서쪽 국경을 논의하면서 독일 동부의 나이세강 서쪽 지류와 동쪽 지류의 차이를 몰랐다. 두 지류 사이에는 미국 매사추세츠주 정도 크기의 땅에 독일계 주민 270만 명이 살고 있었다. 상황을 모르는 건 보고서를 제대로 읽지 않은 루스벨트도 마찬가지였다. 결국 독일계 주민들은 모두 추방됐다. 한반도 문제는 협상의 지렛대로만 등장한다. 루스벨트는 얄타회담에서 처칠을 뺀 채 스탈린과 단독 회담을 갖고 영국을 제외한 미국, 소련, 중국이 한반도를 신탁통치하는 가능성을 제시한다. 만찬장의 코스 요리부터 정상들의 썰렁한 농담까지 꼼꼼하게 재현했다. 의전과 관련된 이야기도 흥미롭다. 회담 숙소에 큰 침대를 원하는 처칠 총리를 위해 영국 선발대는 “미국 대통령도 더블베드를 받았으니 대영제국의 지도자가 더 작은 침대에서 잘 수 없다”며 소련을 설득한다. 승전을 앞두고 벌인 협상은 동맹이 냉전의 라이벌로 바뀌는 과정이었다. 미국과 소련은 일본에 먼저 결정타를 날리려고 경쟁한다. 미국이 히로시마에 핵폭탄을 투하하자 스탈린은 대일본전 참전을 서두르고 1945년 8월 9일 2차대전의 마지막 대규모 군사작전을 펼친다. 극동으로 진격한 소련군은 한반도까지 내려오다 미국과의 합의에 따라 38선 이북에서 멈춘다. 소련의 참전이 조금 늦었더라면, 미 육군 대령 두 명이 미소 점령의 경계선을 38선 대신 압록강, 두만강으로 제안했더라면 오늘날 역사는 어떻게 달라졌을까.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 2018-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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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자유와 정의는 과학과 함께 성장했다”

    피고인을 묶어 물에 빠뜨린다. 그가 물에 가라앉으면 죄가 없다는 뜻이다. 만약 물 위로 떠오르면 ‘물의 순수한 원소들이 악을 밀어내는 것’이기에 마녀가 틀림없다. 화형에 처해야 마땅하다. ‘익사 아니면 화형’으로 끝나는 중세 마녀재판 얘기다. 이 책은 부제처럼 ‘과학과 이성은 어떻게 인류를 진리, 정의, 자유로 이끌었는가’를 조명했다. 중세에는 흉년이나 전염병, 자연재해와 같은 불행이 생기는 진짜 이유를 알지 못했기에 마법과 미신이 성행했다. 그러나 점차 이성과 과학이 그를 대체했다. “천문학이 점성술을 대체했고, 화학이 연금술을 이어받았다. 확률 이론이 운과 운명을 밀어냈고, 보험이 불안을 누그러뜨렸다. …도시 계획은 화재 위험을 줄였고, 사회적 위생과 세균 설은 질병을 몰아냈다. 이로써 예측 불가능한 인생은 한층 선명해졌다.” 노예제 역시 계몽주의 철학자들이 부도덕함을 주장한 뒤 서서히 폐지됐다. 여성을 남성과 동등한 자격을 갖춘, 완전한 권리를 지닌 인격체로 볼 이성적 근거를 마련한 것도 출발은 과학이었다. 책은 오늘날 동성애자의 권리 이슈도 과학적 합리주의를 바탕으로 진보해 왔으며 진보할 것이라고 본다. 1973년 미국 정신의학협회가 동성애를 정신질환에서 제외한 뒤 동성애 혐오는 감소하기 시작했다. “8주 된 배아는 신경세포들 사이에 시냅스 연결이 생기지 않아 생각이나 감정과 엇비슷한 것조차 불가능하다” 등의 연구는 여성의 낙태 권리를 지지한다. 특히 동물의 인지능력과 감정에 대한 연구는 동물의 권리를 옹호하도록 이끌었다. 영국 철학자 제러미 벤담은 1789년 “중요한 건 그들이 고통을 느낄 수 있는가이다”라며 도덕의 시선을 동물에게까지 확대했다. 저자 역시 인간은 물론 동물까지 포함한 ‘감응(感應)적 존재’의 생존과 번성이 도덕의 근본 원리가 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감응적 존재의 착취를 금지하는 법을 제정해 대형 유인원과 해양 포유류까지 도덕의 영향권을 확장해야 한다.” 무신론자인 저자는 사이비 과학을 비판하는 잡지 ‘스켑틱’의 발행인 겸 편집장이다. 말하자면 강연과 저술로 창조과학이나 ‘잃어버린 초 고대 문명론’ 등과 싸움을 하는 게 업(業)이니 이런 논리가 자연스럽다. 하지만 너무 ‘과학만능주의’에 기울어 있다는 점도 부인하기 어렵다. 여러 약자의 권리 신장은 당사자들의 운동(노력)이 결정적이었다. 저자 역시 “이성만 있으면 해결된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인정한다. 더구나 우생학이 나치즘을 뒷받침했던 역사를 보라. 엇나간 과학이 도덕의 궤적을 정의와 진리, 자유의 반대 방향으로 이끈 사례 역시 엄연히 존재한다. “전쟁을 끝내고 살인을 멈추었을 뿐 아니라, 일본인과 미국인 양쪽에서 족히 수백만 명에 이를 목숨을 구했다. …모든 것을 고려할 때 원자폭탄 투하는 당시 취할 수 있는 조치들 가운데 가장 덜 파괴적인 것이었다. …그나마 덜 부도덕한 행위였다.” 제2차 세계대전 말 미국이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핵폭탄을 투하한 데 대해 저자는 이렇게 썼다. 당시 현장에 있던 무고한 한국인을 포함해 원폭에 희생된 일반 시민과 후손들은 과연 이 시각에 동의할까. 더구나 핵폭탄 투하는 무기 실험에 가까웠고, 불필요했다는 견해도 많다. 과학적 사고 역시 특정한 역사적 맥락과 이데올로기의 영향 속에 존재하고 작동할 수밖에 없다. 저자 스스로가 책의 한계를 보여주는 셈이다.조종엽 기자 jjj@donga.com}

    • 2018-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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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 목가구의 멋’ 12일부터 전시

    나무의 특성을 살린 전통가구의 단아한 조형미를 볼 수 있는 전시가 열린다. ‘목야회(木也會)’는 문갑, 책장, 반닫이, 탁자를 비롯해 전통 목가구 50여 점을 선보이는 전시 ‘우리 목가구의 멋과 아름다움’을 12∼19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제7전시실)에서 연다고 밝혔다. 목야회는 한국문화재보호재단 전통공예건축학교 소목과정을 졸업한 학생들이 주축을 이뤄 1994년 만든 모임이다. 국가무형문화재 소목장 박명배 씨의 지도 아래 제작한 작품을 전시하고 있으며 이번이 열세 번째 전시다. 목야회는 “전통 목가구는 인위적 표현을 최대한 절제하고 선과 면의 비례미, 여백과의 조화를 추구한다”며 “현대 주거 환경과 조화를 이루는 작품을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관람은 무료. 010-9276-7511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 2018-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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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태균 교수, ‘역사비평’ 기고 “한반도 종전선언에 中 참여 권리… 평화협정엔 배제 가능”

    한반도 정세의 ‘상수’인 중국은 종전선언과 향후 평화협정에서 어떤 위치를 차지하게 될까. 12일 북-미 정상회담이 다가오는 가운데 여러 학술지와 문예지가 북-미 회담 ‘이후’를 전망하는 특집이나 논평을 잇달아 내놨다. 한미관계사 전문가인 박태균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역사비평’ 여름호에 기고한 ‘정전협정과 종전선언’에서 “전쟁의 완전한 종식을 위해 중국의 종전선언 참여는 필요하지만 평화협정 참여 여부는 또 다른 문제”라고 밝혔다. 박 교수는 이 글에서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을 통해 한반도 평화를 정착시킬 때 유의할 요소를 살폈다. 그에 따르면 중국이 평화협정에까지 참여할 필요는 없다. 박 교수는 “‘신속기동군’으로 전환된 주한미군이 중국의 분쟁 지역에 개입하는 등의 미중 간 갈등 소지가 상존하는 이상 중국의 평화협정 참여를 중국도 미국도 원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미중 양국의 평화협정 참여는 가장 이상적이지만 양국의 이해관계 충돌이 평화협정의 지속 가능성을 낮춘다는 얘기다. 박 교수는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을 이원화하면서 △남북 간 평화 협정에 미국과 중국이 옵서버로 들어오는 방안 △평화협정보다 한 단계 낮은 불가침조약을 맺는 방안 △정전협정을 전면 수정해 평화협정의 디딤돌로 삼는 방안 등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어떤 것이든 “가장 빠르게 처리될 수 있는 방안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다만 박 교수는 정전협정은 수정·무효화될 때 협정 사인 당사자들의 합의가 있어야 한다는 규정이 있기에 6·25전쟁의 중요한 당사국인 중국은 종전선언에도 주요국으로 참여해야 할 권리가 있다고 봤다. 계간 ‘창작과 비평’도 최근 여름호 논단에 이정철 숭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의 ‘흔들리는 판문점 그리고 평화로의 병진’을 실었다. 이 교수는 북-미 비핵화 협상의 역사를 되짚어보면서 이번 협상 낙관론의 근거를 소개했다. 그는 “비핵화―평화협정 병행론은 미국이 과거 북한과 협상하고자 했던 안이며, 중국의 중재안이고, 한국 정부가 동의하는 안”이라며 “북한이 비핵화보다 평화협정이 먼저라는 지난 주장을 포기하고 병행론을 수용한 이상 남북미중 4개국이 모두 ‘호랑이 등에 올라탄 모양새’”라고 밝혔다. 호랑이 등(협상)에서 내리는 나라는 실패의 모든 책임을 짊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월간 ‘문학사상’은 4·27 판문점 선언에서 평화지대로 만들기로 합의한 비무장지대(DMZ)의 보존을 특집으로 다뤘다. 고상두 연세대 지역학협동과정 교수는 “비무장지대 중에서도 야생의 특성을 가진 동부전선, 곧 강원지역에서 생태평화공원의 후보지를 찾아야 한다”며 “금강산 육로 관광을 위해 개발됐던 동해안 통로를 활용하면 공원 조성에 따른 안보 우려와 생태 파괴를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손기웅 한국DMZ학회장도 동해선 철도와 도로가 연결될 고성 DMZ에 ‘동북아 대기·수질오염 등을 관장하는 유엔 환경기구 사무국’을 유치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한편 이기훈 연세대 국학연구원 교수는 ‘역사비평’에서 내년 3·1운동 100주년을 소재로 남북한 학문 교류를 제안했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 2018-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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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종전선언 당사자지만 평화협정은 또 다른 문제”

    한반도 정세의 ‘상수’인 중국은 종전 선언과 향후 평화협정에서 어떤 위치를 차지하게 될까. 12일 북미정상회담이 다가오는 가운데 여러 학술지와 문예지가 북미회담 ‘이후’를 전망하는 특집이나 논평을 잇따라 내놨다. 한미관계사 전문가인 박태균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역사비평’ 여름호에 기고한 ‘정전협정과 종전선언’에서 “전쟁의 완전한 종식을 위해 중국의 종전선언 참여는 필요하지만 평화협정 참여 여부는 또 다른 문제”라고 밝혔다. 박 교수는 이 글에서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을 통해 한반도 평화를 정착시킬 때 유의할 요소를 살폈다. 그에 따르면 중국이 평화협정까지 참여할 필요는 없다. 박 교수는 “‘신속기동군’으로 전환된 주한미군이 중국의 분쟁 지역에 개입하는 등의 미·중간 갈등 소지가 상존하는 이상 중국의 평화협정 참여를 중국도 미국도 원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미중 양국의 평화협정 참여는 가장 이상적이지만 양국의 이해관계 충돌이 평화협정의 지속 가능성을 낮춘다는 얘기다. 박 교수는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을 이원화하면서 △남북 간 평화 협정에 미국과 중국이 옵저버로 들어오는 방안 △평화협정보다 한 단계 낮은 불가침조약을 맺는 방안 △정전협정을 전면 수정해 평화협정의 디딤돌로 삼는 방안 등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어떤 것이든 “가장 빠르게 처리될 수 있는 방안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다만 박 교수는 정전협정은 수정·무효화될 때 협정 사인 당사자들의 합의가 있어야 한다는 규정이 있기에 6·25전쟁의 중요한 당사국인 중국은 종전 선언에도 주요국으로 참여해야 할 권리가 있다고 봤다. 계간 ‘창작과 비평’도 최근 여름호 논단에 이정철 숭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의 ‘흔들리는 판문점 그리고 평화로의 병진’을 실었다. 이 교수는 북미 비핵화 협상의 역사를 되짚어보면서 이번 협상 낙관론의 근거를 소개했다. 그는 “비핵화―평화협정 병행론은 미국이 과거 북한과 협상하고자 했던 안이며, 중국의 중재안이고, 한국정부가 동의하는 안”이라며 “북한이 비핵화보다 평화협정이 먼저라는 지난 주장을 포기하고 병행론을 수용한 이상 남북미중 4개국이 모두 ‘호랑이 등에 올라탄 모양새’”라고 밝혔다. 호랑이 등(협상)에서 내리는 나라는 실패의 모든 책임을 짊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월간 ‘문학사상’은 4·27 판문점 선언에서 평화지대로 만들기로 합의한 비무장지대(DMZ)의 보존을 특집으로 다뤘다. 고상두 연세대 지역학협동과정 교수는 “비무장지대 중에서도 야생의 특성을 가진 동부전선, 곧 강원지역에서 생태평화공원의 후보지를 찾아야 한다”며 “금강산 육로 관광을 위해 개발됐던 동해안 통로를 활용하면 공원 조성에 따른 안보 우려와 생태 파괴를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손기옹 한국DMZ학회장도 동해선 철도와 도로가 연결될 고성 DMZ에 ‘동북아 대기·수질오염 등을 관장하는 유엔 환경기구 사무국’을 유치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한편 이기훈 연세대 국학연구원 교수는 ‘역사비평’에서 내년 3·1운동 100주년을 소재로 남북한 학문 교류를 제안했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 2018-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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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최초 달 궤도 진입 아폴로 8호의 도전

    우주비행사인 프랭크 보먼, 윌리엄 앤더스, 짐 러벨 등 비행사 3명은 1968년 12월 21일 발사된 아폴로 8호를 타고 68시간을 날아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달 궤도에 진입했다. 달 뒤쪽은 통신마저 두절되니 ‘지구와 완전한 단절’을 처음으로 경험했다고 할 만하다. 그중에서도 윌리엄 앤더스는 달의 뒷면을 처음으로 목격한 인간이 됐다. 아폴로 8호는 달 궤도를 20시간 동안 공전하며 8개월 뒤 인간을 달에 착륙시킨 아폴로 11호의 성공을 뒷받침했다. 달의 지평선 위로 지구가 떠오르는 장면을 처음으로 촬영한 것도 아폴로 8호다. 아폴로 11호에 가려진 아폴로 8호의 도전과 성공을 방대한 기록을 바탕으로 재구성했다. 치밀한 묘사가 마치 잘 만든 영화 한 편을 보는 듯하다. 달의 중력으로 속도가 높아진 우주선이 달 궤도에 안정적으로 진입하려면 엔진이 진행 방향 반대쪽으로 정확히 점화돼 브레이크 역할을 해야 했다. 책에 따르면 허용되는 오차 범위는 0.0296%. 속도가 지나치게 떨어지면 우주선은 달로 자유낙하하고, 반대로 속도가 충분히 떨어지지 않으면 궤도 밖으로 튀어 나간다. 사실 아폴로 8호의 발사는 ‘무모한 도전’에 가까웠다. 1967년 아폴로 1호의 사망 사고라는 악재, 우주 진출 경쟁에서 소련에 뒤진다는 압박, 달 탐사는 예산 낭비라는 비판 속에서 우주선조차 완성되지 않은 채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준비 기간도 짧았다. 미국 주간지 타임의 과학 에디터인 저자는 긴박한 과정을 촘촘한 취재로 되살려냈다. 저자는 ‘그래비티’ ‘인터스텔라’ 등 우주 탐사 소재로 흥행한 영화의 원조 격인 ‘아폴로 13’의 원작을 짐 러벨과 함께 썼던 이다. 미국항공우주국(NASA) 비행임무 기록에서 발췌한 비행사들의 대화는 현장감이 살아 있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 2018-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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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환자의 고통 앞에서 의사도 공포를 느낀다

    주변이 고통으로 가득하다면 점차 그에 무감각해지는 게 인지상정이다. 병원에서 다소 냉정해 보이는 의사들이 적지 않은 것도 어쩌면 피할 수 없는 일일 테다. 그러나 미국 뉴욕대 의과대 교수이자 저소득층 주민들이 주로 치료받는 뉴욕 벨뷰병원의 내과의사인 저자는 의사들이 사실 그 어느 집단보다 더 감정에 흔들릴 수 있는 인간임을 여실히 드러낸다. 자신의 판단으로 사람이 죽을 수 있다는 생각은 의사를 두려움으로 내몬다. 저자도 마찬가지다. 환자가 생사를 넘나드는 급박한 상황에서 머릿속이 하얘지기도 하고, 숨어 있는 폐색전증을 바로 발견하지 못해 환자가 평생 혈전 용해제를 먹어야 하는 처지가 된 뒤에는 죄책감에 시달린다. 문제는 의사의 슬픔과 같은 감정이 치료에 영향을 준다는 것. 책에 따르면 어떤 의사는 환자가 죽고 치료에 실패했다는 느낌을 받고 난 뒤 이전보다 공격적으로 치료하게 된다고 보고했다. 역으로 치료 과정에서 환자가 불필요한 고통을 받게 됐다고 느낀 뒤 적극적으로 치료해야 할 때도 소극적으로 물러선 경우가 있다고 보고한 의사도 있다. 그러나 슬픔은 의료의 일부분이고, 의사가 환자에게 갖는 감정적 유대는 여전히 중요하다고 저자는 말한다. 한 조사에서 환자에게 공감하는 정도가 높은 의사에게 진료를 받은 이들의 당뇨병 합병증 발생률은 그렇지 않은 집단보다 40%나 낮았다는 것이다. 체험이 진솔하게 담긴 책이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 2018-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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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6·13 투표후 ‘아드만 애니展’ 보면 선물 드려요

    6·13지방선거에 투표하고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디자인전시관에서 열리는 ‘아드만 애니메이션전: 월레스&그로밋과 친구들’을 관람하면 선물을 받을 수 있다. 13일 선거에 참여한 뒤 인증 사진을 본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에 ‘아드만전시회’, ‘월레스와그로밋’, ‘bais_korea’ 해시태그를 달아 올리면 된다. 사전투표(8, 9일)를 하고 인증해도 된다. 투표 사진을 전시장 매표소에 제시하는 것도 가능하다. 인증한 관람객 613명(선착순)에게 13일 전시 현장에서 상품을 증정한다. 호국 보훈의 달인 이달에 군인은 신분 확인 증명서를 제시하면 무료 관람할 수 있다. ‘월레스와 그로밋’, ‘치킨런’으로 유명한 영국 아드만 스튜디오의 작품으로 구성된 이 전시는 7월 12일까지 열린다. 02-577-8415조종엽 기자 jjj@donga.com}

    • 2018-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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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 세계기록유산 지식센터 개소… 국학진흥원, 1일 기념학술대회

    한국국학진흥원(원장 이용두)은 ‘한국 세계기록유산 지식센터’를 부설 조직으로 1일 개소하고 기념 국제학술대회를 개최한다. 이 센터는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자문기구인 ‘국제자문위원회(IAC)’의 프로그램에 따라 설립됐으며 등재 유산의 가치 발굴과 보존, 연구, 활용을 맡는다. 국학진흥원은 2015년 ‘유교책판’(6만4226점)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2016년과 최근에는 각각 ‘한국의 편액’(550점)과 ‘만인의 청원, 만인소’(2점)를 아시아태평양 기록유산으로 등재시켰다. 기념 학술대회에는 IAC 교육연구소위원회 로타어 요르단 교수와 IAC 부의장이자 전 세네갈 국가기록원장인 파파 모마르 디오프 등 세계적 기록유산 전문가들이 참석한다. 유네스코 아시아태평양 기록유산 총회 의장인 리밍화 중국 국가당안국(한국의 국가기록원과 같은 부처) 국장, 총회 부의장인 부이티민홍 전 베트남 국가기록원장 등도 참가한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 2018-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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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99세 청년’ 위해… 老교수 27명이 모였다

    서너 명도 모이기 쉽지 않은 16개 대학의 철학과 명예교수 27명이 한자리에 둘러앉는 진풍경이 30일 펼쳐졌다. 대부분 80대인 이들은 원로 철학자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98)가 지난달 맞은 백수(白壽·우리 나이 99세)를 축하하기 위해 이날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 모였다. 1985년 퇴임한 김 교수는 지금도 활발한 강연과 저술로 ‘100세 시대’의 롤 모델이 되고 있다. “우리 세대는 일제강점기를 살아서 그런지 ‘사회에 도움을 주지 못하고 우리끼리만 즐기는 철학은 의미가 없지 않느냐’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글도 많이 쓰고 강연도 많이 했지요. 철학과 사회를 연결짓는 철학의 사회 참여라고 할까요. 살면서 그건 남기지 않았나 싶습니다.” 김 교수는 이날 1920년생 동갑으로 우정을 나누며 함께 대중적 철학 저술에도 힘썼던 고(故) 안병욱 김태길 교수 이야기를 꺼냈다. 김 교수는 “결국 무엇을 버리고 찾을 것인가 하는 가치관이 중요하다”며 “여러분도 학교를 떠나 시간의 여유도 있으니 책을 내거나 사회에 대해 발언하는 일을 해 달라”고 당부했다. 사회를 맡은 박순영 연세대 명예교수(75)는 “김형석 교수님이 ‘나처럼 백수까지 일 좀 하라’고 후학들에게 강조하시고 싶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모인 원로 철학자 중에는 ‘영원과 사랑의 대화’를 비롯해 김 교수의 책이나 강연에서 영향을 받아 철학의 길을 걷게 된 이도 적지 않았다. 이삼열 숭실대 명예교수(77)는 “원래 목사가 되려 했는데 1958년 고교 졸업을 앞두고 흥사단에서 회의하며 반성하게 만드는 김 교수님의 강의를 들은 게 철학과를 지망한 큰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축하 행사 뒤 ‘한국적 상황을 생각한다’는 간담회가 이어졌다. 김형석 교수의 아들인 김성진 한림대 명예교수(72)의 발표를 시작으로 철학자들의 대화가 진행됐다. 손봉호 서울대 명예교수(80)는 “김형석 교수님의 강의를 최근 듣고 ‘최소 수혜자가 최대 이익을 얻어야 한다’는 롤스의 정의론을 떠올렸다”며 “가장 불행한 사람의 고통을 덜어주는 것이 휴머니즘이고, 한국 사회가 할 일”이라고 말했다. 이삼열 교수는 “남북관계의 변화로 남남 갈등이 심각한데 철학계가 상처를 치유하고 다름을 이해하는 한마당을 여는 데 이바지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 김 교수의 아호를 따 만든 ‘송촌(松村) 문화모임’이 이날 행사를 열었다. 제31회 인촌상 수상자인 김형석 교수는 상금 1억 원등을 이 모임에 모두 기부했다. 이 모임은 독서문화운동 단체 ‘한우리’의 발기인과 초대 회장으로 일했던 김 교수의 뜻에 따라 중고교생의 독서를 장려하는 운동을 펼칠 예정이다. 철학계가 사회를 위해 할 수 있는 일도 찾고 있다. 이날 현직 교수로는 안병욱 교수의 아들인 안동규 한림대 부총장(61)이 참석해 돌아가신 아버지 ‘절친’의 백수를 축하했다. 강원 양구군에 2012년 만들어진 ‘김형석 안병욱 철학의 집’은 새 단장을 마치고 다음 달 하순경 재개관할 예정이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 2018-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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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야시대엔 등대 대신 봉화로 뱃길 밝혔네

    삼국유사에는 수로왕의 명을 받은 유천간(留天干)이 아유타국의 공주 허황옥을 영접할 때 불을 피워 배를 인도했다고 나온다. 1123년 북송의 사신 서긍이 고려를 방문하고 쓴 ‘고려도경’에도 봉화가 항로표지(운항하는 배가 위치를 파악하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해 설치한 시설)의 역할을 했다고 나온다. 봉화가 오늘날의 등대와 비슷한 기능을 했던 셈이다. 국내외 등대 관련 유물을 볼 수 있는 ‘세계등대유물전시회’가 28일부터 인천 연수구 송도국제도시 전시장 송도컨벤시아에서 열렸다. 전시는 먼저 세계 최초의 등대인 파로스 등대, 1903년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만든 등대인 인천 팔미도 등대 등 관련 역사를 소개한다. 대한제국 세관공사부 등대국이 1908년 발행한 ‘한국등대국 제3연보’에 실린 등대 6곳의 도면도 볼 수 있다. 등대의 빛이 퍼지지 않고 멀리까지 갈 수 있도록 하는 프레넬 렌즈의 원리를 비롯해 등대에 담긴 과학도 배울 수 있다. 전구와 등명기, 렌즈, 등대를 지키는 사람들의 일상과 관련된 유물, 등대가 담긴 사진과 시화, 등대가 그려진 세계의 우표와 주화 등도 소개된다. 이번 전시는 항로표지 분야 국제회의인 ‘2018 세계 등대총회’를 계기로 열렸다. 다음 달 2일까지. 관람은 무료.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 2018-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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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퇴계-율곡 선생처럼 ‘한글 詩쓰기’로 수양의 기반 삼았죠”

    “‘주책도 가지가지’라는 힐난이 나올 걸 생각하니 민망하고 부끄럽기 짝이 없네요.” 최근 시집 ‘길벗’(유림플러스)을 낸 원로 철학자인 윤사순 고려대 명예교수(82)는 멋쩍은 듯 이렇게 말했다. 윤 교수는 국내 철학계의 거목이다. 그는 개별 유학자 중심이던 한국유학계의 연구를 철학적 문제 중심으로 옮기며 한 단계 수준을 격상시킨 주인공으로 평가받는다. 한국 유학에 담긴 철학적 사유를 객관적이고 정합적인 형식으로 정리하는 한편 오늘날 한국 유학이 지닌 가치를 찾아내는데 힘썼다. 그런 윤 교수가 전공도 아닌 문학으로 ‘외도’를 했으니 스스로도 꽤 망설였던 눈치다. 그러나 옛 선비들은 누구나 철학자이자 시인이었던 것을 떠올려보면, 이는 꽤 자연스러운 일이기도 하다. 시집 역시 철학자다운 성찰이 담긴 작품이 상당수다. ‘전기 줄에 달린 물방울!/ 맑은 눈의 너/ 순하고 여리고 착할지라도/ 시냇물 강물 되어 바다로 통함/ 안다 해도/ 잠시 뒤 머문 그 자리서/ 너 하늘로 곧 증발하는 건/ 알고 있느냐/ 그거 모른다면/ 그런 거 모르는 사실마저 아는/ 나만큼 걱정은 없겠구나”(‘빗물방울’에서) 윤 교수는 지난날 성리학자들처럼 시 쓰기를 수양의 기반으로 삼고자 했다고 말했다. 처음 몇 해 동안은 한시를 쓰고자 했지만, 운(韻)과 성조를 맞추는 게 만만치 않았다. “사실 퇴계나 율곡 선생도 한글 가사문학을 했었지요. ‘한국인인 내가 무엇 때문에 한글 시를 쓰지 않고 있나’ 생각이 들어 방향을 틀었습니다.” 그의 시들은 첫 시집다운 투박함을 비집고 묵직한 진솔함이 배어 나온다. 윤 교수는 “시 쓰기는 낡은 흑백의 철학 노트 갈피에 오색이 화사한 컬러 사진 한 장을 끼우는 듯한 체험이었다”며 “물론 서투르지만, 서투른 노력이나마 기울이지 않는 태도보다는 낫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근래에도 해마다 논문을 1, 2편씩 내 온 그는 지난해 시를 쓰느라 미뤄놨던 ‘수상록’ 쓰는 일을 시작하려고 한다. “통일을 지향하는 철학을 제시해야 한다는 것이 제 최대의 과제고 숙제입니다. 자유와 평등이 공존하는 인본 사상이 아닐까 고민은 하지만 성과를 낼 수가 있을까요. 재주가 영 없어서….”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 2018-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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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뮤지컬 관람은 그저 꿈” 문화빈곤에 우는 흙수저 청춘

    “대략 8만 원 정도?” 연기자 지망생인 김상미(가명·20) 씨. 그가 어렵사리 짜낼 수 있는 ‘1개월 문화생활비’는 딱 그 정도뿐이다. 서울에서 자취를 하는 김 씨는 ‘알바’(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유지한다. 8만 원은 그에겐 꽤 거금이지만 책 몇 권 구입하고 영화 두세 편 보고 나면 먼지처럼 사라진다. 김 씨는 “꼭 보고픈 공연은 먹고 입는 걸 줄이며 돈을 모아야 한다”면서 “지난해 뮤지컬을 보고 큰 감동을 받았지만 올해는 알바도 바쁘고 예산도 빠듯해 한 번도 보질 못했다”며 한숨지었다. 장기적 취업난에 허덕이는 20, 30대 청년들이 ‘컬처 푸어(문화 빈곤) 세대’가 되어가고 있다. 최근엔 영화 관람료 등도 잇따라 오르며 ‘문화 흙수저’ 분위기는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김 씨는 컬처 푸어 세대의 그림자를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다. 연기자를 꿈꾸지만 작품을 볼 돈이 없다. 지난달 그는 하루 종일 커피전문점 알바에, 떡가게 파트타임까지 뛰어 150만 원을 손에 쥐었다. 하지만 이는 ‘운수 좋은 달’일 경우다. 떡가게는 이미 ‘그만 나와도 된다’는 통보를 받은 상태. 평균 월수입은 70만∼80만 원이 고작이다. 8만 원도 기본적인 생활비를 줄여 겨우 마련한 돈이다. “그래도 부모님이 월세를 내주셔서 형편이 나은 거예요. 함께 알바 뛰는 친구는 미술학원 보조교사와 만화작가 어시스턴트까지 세 개씩 일을 해요. 미술가를 꿈꾸는데 돈도 시간도 없어 한 달에 한 번 미술전시 보러 가기 벅차다고 하소연했어요.” 김 씨나 친구의 상황이 특별한 게 아니다. 2016년 서울시의 미취업 청년 조사에서도 한 달 생활비(약 58만 원) 가운데 여가·문화생활비는 9만8600원(17%) 안팎. 여가비를 합친 금액이 이 정도니, 문화생활비는 더 적을 수밖에 없다. 물론 공연장이나 국공립박물관은 그 나름대로 할인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웬만한 티켓 한 장에 10만 원을 훌쩍 넘는 뮤지컬이나 오페라는 할인해도 여전히 고가다. 게다가 대부분 ‘대학생’ 할인이다. 고졸인 김상미 씨 같은 청년들은 혜택을 받을 수 없다. 그나마 대중적이던 영화도 갈수록 부담스럽다. 최근 멀티플렉스는 관람료를 1만 원 이상으로 인상했다. 3차원(3D) 대형 화면으로 보려면 2만 원 가까이 한다. 최근 취업한 유동권 씨(29)는 “비싼 공연은 생각도 못 하고 그나마 만만한 게 영화였는데, 한 번에 10% 이상 관람료를 올리면 어떡하느냐”고 항변했다. 그러나 정부의 정책은 아쉽기 그지없다. 최근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문화비전 2030’엔 생애주기·계층별 문화 여가활동 지원 대상으로 유·아동 부모와 직장인, 중장년, 장애인만 거론돼 있다. 고강섭 한국청년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36)은 “정부의 청년 정책은 일자리와 빈곤 청년의 자립 등 경제에만 초점이 맞춰졌을 뿐, 문화생활을 비롯한 청년 삶의 질에 관한 논의는 거의 없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청년의 문화 향유 지원을 차세대 한류(韓流)를 이끌고 뒷받침할 청년층에 대한 ‘문화적 투자’ 차원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청년실업으로 골머리를 앓긴 마찬가지인 서구사회는 어떨까.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나 영국 런던 웨스트엔드 등은 할인이나 추첨 등 다양한 방식으로 청년층에 저렴한 공연 티켓을 제공하는 제도가 정착돼 있다. 문화소외계층을 뮤지컬 공연 때마다 초청한다는 제작자 신춘수 오디컴퍼니 대표는 “브로드웨이에서는 아무리 인기 있는 고가의 공연이라도 좋은 위치의 객석을 추첨을 통해 저가에 제공하는 ‘로터리’ 제도를 운영한다”며 “40만 원가량 하는 티켓을 2만5000원에 볼 수도 있어 청년층이 많이 이용한다”고 말했다. 상당수 영국 뮤지컬도 한 달에 1, 2회씩 낮 공연의 R, S석을 80∼90% 저렴한 가격으로 젊은층에 제공한다. 조종엽 jjj@donga.com·조윤경 기자}

    • 2018-0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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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때 일제 경관이 청년들을 쏴…” 전기공이 쓴 역사

    “적기(赤旗)를 쥔 조선인 군중이 경찰의 경비구역을 돌파하려고 하였고 … 일본 특별경비대와 충돌했다. 그때 특별경비대원이 발포하여서 조선인 보안대원 2명이 즉사하고….” 1945년 9월 8일 미군이 인천항에 상륙하는 걸 환영하러 나온 한국인에게 일경(日警)이 발포해 2명이 숨지고 여러 명이 다치는 사건이 벌어졌다. 이 사건을 일본 측 자료는 인천경찰서장 등의 얘기에 근거해 이렇게 전했다. 군중에게 잘못이 있으며, 일본인 경찰의 발포는 합법적이었다고 주장하려는 의도가 보인다. 과연 이게 진실일까. 18일 열린 국사편찬위원회 학술대회 ‘일기로 역사를 읽다’에서 소개한 당시 인천 전기공 I 씨가 목격하고 일기에 남긴 상황은 사뭇 다르다. “오후 2시경 나는 인천재판소 옥상에서 상륙 광경을 보는데, 도로에는 조선청년들이 연합군 국기들을 모두 들고 약 1000명가량 행렬을 하였다. 기에는 조선독립만세니 기타의 문구를 써서 가진 사람도 있다. 이 행렬이 재판소 앞을 갈 제 인천경찰서에서 (일제) 경관이 나와 피스톨 권총으로 쏘아 부상자가 나고 환영이 중지가 되어 풍비박산이 되었다.” 이 일기에 따르면 사건에 앞선 충돌도 없었고, 군중은 적기가 아니라 연합국 국기들을 들고 있었다. 정병욱 고려대 민족문화연구원 교수는 이 일기를 소개하면서 “미군이나 일본경찰은 환영 행위를 금지했다고 하는데 한국인들에게 전달되었는지부터 의문”이라며 “과연 일본 측 기록과 노동자의 일기 중 어느 쪽이 진실에 가까울까”라고 되물었다. 이날 학술대회에서는 식민지시대 전화교환수 H 씨의 일기와 1950, 60년대 인천지역 노동자의 일기에 관한 연구 등도 발표됐다. 조광 국사편찬위원장은 “국가 정책이나 제도 변화 등 거시적으로 접근한 역사 연구는 변화의 소용돌이 안에서 산 사람들의 생각과 행동을 포착하기 어렵다는 한계를 갖기도 한다”며 “이를 규명하는 데 중요한 사료 가운데 하나가 바로 개인의 일기”라고 설명했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 2018-0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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