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효주

손효주 기자

동아일보 정치부

구독 150

추천

안녕하세요. 손효주 기자입니다.

hjson@donga.com

취재분야

2026-05-27~2026-06-26
국방63%
남북한 관계13%
인사일반9%
정치일반6%
기업3%
칼럼3%
외교3%
  • ‘탈모증 삭발’ 아내 조롱에… 윌 스미스, 시상자 뺨 때려

    쇼가 아니라 실제 상황이었다. 27일(현지 시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윌 스미스(54)가 시상자를 폭행한 것. 장편 다큐멘터리 시상자인 배우 크리스 록(57)의 농담이 화근이었다. 스미스의 아내 제이다 핑킷 스미스(51)의 삭발한 머리를 보고 “영화 ‘지. 아이. 제인 2’가 당신을 기다린다”고 한 것. ‘지. 아이. 제인’(1997년)은 데미 무어가 삭발하고 출연한 영화. 스미스의 아내는 탈모증 진단을 받은 뒤 삭발했다. 스미스는 무대로 올라와 록의 뺨을 가격했고 “아내 이름을 입에 올리지 말라”고 외쳤다. 스미스는 눈물을 글썽였고 생방송은 중단됐다. 덴절 워싱턴과 타일러 페리가 그를 진정시켰다. 이후 스미스는 ‘킹 리차드’에서 테니스 스타 윌리엄스 자매를 키운 아버지 역으로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그는 “사람들을 보호하는 것이 내 소명이다. 아카데미와 동료들에게 사과한다”고 했다. 아카데미는 트위터에 “어떤 형태의 폭력도 용납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에 그의 남우주연상이 취소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 2022-03-29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어미는 견디고 또 견뎠다… 내 새끼를 위해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인들은 견뎠다.” 25일 전체 8화 중 3화까지 공개된 애플TV플러스 드라마 ‘파친코’는 1화 도입부에 나오는 영어 문구처럼 견딤에 관한 대서사극이다. 견딤의 주체는 ‘선자’로 대표되는 여성과 그의 가족. 특히 내 새끼를 먹이고 살리겠다는 어미의 강인함은 그와 가족이 근현대사의 격동을 견뎌낸 힘의 원천이었다. 드라마는 일제강점기 부산 영도에서 시작된다. 바다에서 물질을 하는 가난한 하숙집 딸 어린 선자(전유나)의 얼굴은 절망의 시대에 떠오른 희망처럼 말갛다. 선자는 자신을 아끼던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자 좌절하지만 곧 일어선다. 선자는 열다섯 열여섯 남짓한 어린나이에 오사카에서 온 수산물 중개상 한수(이민호)를 만난다. 그와 사랑에 빠져 임신하지만 그가 유부남이라는 사실을 알고 충격을 받는다. 그러나 아직 소녀에 불과한 그는 아이를 배 속에 품은 채 단단한 얼굴을 드러낸다. “허리가 뽀사지는 한이 있어도 내 아는 부족한 거 하나 없이 키울 깁니다.” 드라마는 어린 선자, 젊은 선자(김민하), 오사카에 사는 노년의 선자(윤여정)까지 70년 넘는 세월을 담아낸다. 선자 부모부터 선자, 아들, 손자까지 일본에 정착한 한국인 이민자 가족의 4대에 걸친 삶을 그린다. 1910년대부터 1989년까지 시대는 물론이고 선자의 손자가 일하는 뉴욕부터 오사카, 부산까지 공간을 수시로 넘나든다. 이 같은 구성은 이야기 전개에 역동성을 더하는 데 큰 역할을 한다. 할리우드 제작진이 되살려낸 바다 갈대밭 등 일제강점기 조선의 풍경은 내셔널지오그래픽의 자연 다큐멘터리처럼 신비롭다. 활기 가득 찬 영도 어시장을 세공해 낸 제작진 솜씨는 박수를 보낼 만하다. 배우들 연기 역시 빼어나다. 선자 엄마 역의 정인지부터 김민하 윤여정까지…. 엄마 역을 맡은 세 배우는 절제에 절제를 거듭한 모성애를 보여준다. 일제의 만행은 노골적으로 보여주진 않는다. 선자가 오사카로 건너간 뒤 겪는 차별 등 일제강점기 한국인의 고초와 이방인의 한을 그리는 데 주력한다. 억압의 시대를 이겨내는 한국인의 모습은 담담할 뿐 비장하게 그리지 않는다. 그래서 더 와 닿는다. 10대 때나 노년이 돼서나 제 핏줄에게 열심히 밥을 지어 먹이고 그러느라 자신의 인생을 살지 못하는 선자는 모두의 어머니다. 역사 그 자체다. 한 어머니를 통해 한국의 민족사를 절제미를 살려 담아낸 미시사(微視史) 드라마의 걸작이라 할 만하다. 드라마가 공개되자 일본의 일부 누리꾼은 “한일합병은 한국 경제 성장에 큰 도움을 줬다”고 주장하는 등 파친코의 내용이 허구라며 비난을 쏟아냈다. 반면 외신은 극찬했다. 영국 텔레그래프는 “이 조용한 작품은 우리 TV드라마를 부끄럽게 한다”라고 평했다. 미국 CNN은 지난해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윤여정의 연기에 대해 “추가로 수상 논의를 해야 한다”며 찬사를 보냈다. 한편 10여 년 전 자신의 블로그에 한국 할머니들을 불법 촬영한 사진과 성희롱 글을 올려 논란이 된 솔로몬 역(선자의 손자)의 배우 진하는 26일 자신의 홈페이지를 통해 “내 행동을 후회하며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 2022-03-28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그럼에도 한국인들은 견뎠다”…담담하게 그려낸 억압의 시대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인들은 견뎠다. 가족들은 견뎠다.” 25일 전체 8화 중 3화까지 먼저 공개된 애플TV플러스 드라마 ‘파친코’는 첫 화 도입부에 나오는 자막의 영어 문구처럼 견딤에 관한 대서사극이다. 견딤의 주체는 ‘선자’로 대표되는 여성. 내 새끼들을 먹이고 살리겠다는 어미의 본능은 일제강점기부터 1989년에 이르기까지 근현대사의 격동을 온몸으로 견뎌낸 강인함의 원천이었다. 드라마의 시작은 1915년 일제강점기의 부산 영도. 아이 여럿을 돌도 되지 않아 잃은 양진(정인지)은 이번만큼은 아이가 살수 있게 해달라며 무당에게 굿을 부탁한다. 그렇게 태어난 아이가 선자다. 언청이에 다리를 절어 무시받기 일쑤지만 누구보다 사려 깊은 성품을 가진 아버지 밑에서 선자는 사랑받으며 자란다. 영도 앞바다에서 물질을 하고 갈대밭에서 잠자리를 잡는 어린 선자(전유나)의 말간 얼굴은 절망의 시대에 내비친 희망이다. “니 숨이 붙어 있는 동안에 내 뭔짓을 해서라도 이 세상 더럽은 것들이 니 건들지도 못하게 할끼다”라고 약속한 아버지가 결핵으로 세상을 떠나자 선자는 절망한다. 그러나 이내 일어선다. “선자 니는 할 수 있다. 니를 믿는다”라던 아버지 말을 되새기며 10대로 성장하고 한 남자를 만난다. 오사카에서 온 수산물 중개상 한수(이민호)다. 그와 사랑에 빠져 임신을 하지만 그가 유부남이라는 사실을 알고 충격을 받는다. 그러나 이 역시 선자를 완전한 절망을 몰아넣진 못한다. 아직 10대 소녀에 불과한 그는 아이를 뱃속에 품고서 “허리가 뽀사지는 한이 있어도 내 아는 부족한 거 하나 없이 키울 깁니다”라며 어미의 단단한 얼굴을 드러낸다. 드라마는 어린 선자, 1930년대를 사는 10~20대의 젊은 선자(김민하), 1989년 오사카에서 인생 말년을 보내는 노년의 선자(윤여정)에 이르기까지 80년에 가까운 세월을 담아낸다. 선자 부모부터 선자, 그의 아들, 손자에 이르기까지 한미일을 오간 4대에 걸친 격동의 가족사가 담겼다. 이를 담아내기 위해 1910년대부터 현재인 1989년까지 과거와 현재를 수시로 넘나든다. 선자의 손자가 일하는 뉴욕부터 선자와 그의 아들이 거주하는 오사카에 이어 도쿄 부산까지 공간 역시 3개국을 오간다. 배우 윤여정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시점과 공간 변환이 잦아 시청자들이 혼란스러워할 것을 우려했다. 그러나 우려와 달리 이는 이야기 전개에 역동성을 더해 시청자들이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데 큰 역할을 한다. 할리우드 제작진이 고증한 뒤 되살려낸 일제강점기 조선의 풍경은 드라마의 관전 포인트. 미국 드라마가 담아낸 부산의 선창과 바다, 해변 마을 등 자연 풍광은 “한국이 이토록 아름다웠나”라는 감탄이 절로 나오게 만든다. 내셔널지오그래픽의 자연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 이국적이고 신비롭다. 억압받는 일제강점기에도 사고파는 이들의 활기로 가득한 어시장을 되살려낸 제작진의 세공 솜씨는 박수를 보낼 만하다. 드라마의 백미는 배우들 연기에 있다. 양진부터 젊은 선자, 노년의 선자까지 엄마 역을 맡은 세 배우가 보여주는 모성애는 절제에 절제를 거듭한 흔적이 역력하다. 여러 번 삼켜낸 슬픔이 얼마나 큰 울림을 줄 수 있는지를 세 배우는 누구보다 잘 아는 듯하다. 선자의 손자로 일본에서 자란 뒤 10대 때 미국으로 건너가 교육을 받고 취업까지 한 손자 솔로몬 백을 연기한 배우 진 하는 경상도 억양과 일본어 억양이 절묘하게 섞인 어색한 한국어 연기를 실제 자이니치(在日·재일 한국인)처럼 소화해낸다. 그는 한국계 미국인이다. 드라마는 일제강점기를 다룬 그간의 한국 콘텐츠에서 고문 등 일제의 만행을 노골적으로 보여준 것과 달리 이를 거의 보여주지 않는다. 대신 선자가 오사카로 건너간 뒤 겪는 고초 등 당시 한국인들의 겪은 고초와 이들의 생존력, 한의 정서를 보여주는데 주력한다. 억압의 시대를 이겨내는 한국인들의 모습은 담담할 뿐 비장하게 그려지지 않아 오히려 가슴에 더 와닿는다. 10대 때나 노년이 돼서나 제 핏줄에게 열심히 밥을 지어먹이고 그러느라 온전히 자신의 인생을 살지 못하는 선자의 모습은 시대를 떠나 모두의 어머니를 떠올리게 한다. 드라마를 보는 내내 가슴 한 편이 먹먹해지는 이유다. 이 드라마는 선자라는 한 여성을 통해 한국의 민족사를 담아낸 미시사 드라마의 걸작이라 할만하다. 일제강점기를 담아낸 탓에 애플TV 트위터 등엔 일본 네티즌들의 항의글이 연이어 올라왔다. 이들은 “한일합병은 한국 경제 성장에 큰 도움을 줬다”라는 등 파친코의 내용이 허구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외신은 극찬을 쏟아냈다. 영국 텔레그래프는 “이 조용한 한국작품은 우리 TV드라마를 부끄럽게 만든다”라고 평가했다. 영국 BBC 역시 “눈부신 한국의 서사시”라고 극찬했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 2022-03-27
    • 좋아요
    • 코멘트
  • [책의 향기]날것 그대로 드러내는 속마음들

    중증 정신질환을 앓는 어머니의 증세가 급격히 악화돼 가는 와중에 딸은 정신없이 성(性)을 탐닉한다. 그것도 매춘이 이뤄지는 한 호텔에서 유부남과 말이다. 저자가 1998년 발표한 에세이인 표제작은 단순하게 요약하면 이런 내용이다. 문제의 딸인 저자는 해명한다. “쪼그라들어가는 어머니의 몸뚱이와 배설로 얼룩진 속옷의 이미지를 견뎌내려면 오르가슴이 필요했던 듯하다.” 갑자기 노인이 돼 버린 어머니의 모습은 강한 충격이었고, 이를 이겨내기 위해 더 강한 방어기제가 필요했다는 것이다. 2011년 생존 작가로는 최초로 프랑스 최고 작가들의 작품을 묶어 내놓는 ‘갈리마르 총서’에 편입된 저자는 프랑스 현대문학에서 독보적인 입지를 구축하고 있다. 이 책은 총서에 포함된 선집 ‘삶을 쓰다’ 중에서도 저자의 주제의식이 분명하게 드러난 작품 12편을 다시 추려낸 ‘선집의 선집’이다. 저자가 2002년 프랑스 일간 ‘르몽드’에 게재한 글 ‘슬픔’은 그해 별세한 사회학자 피에르 부르디외를 기리는 내용이다. 부르디외의 업적에 의례적인 찬사를 보내는 언론의 보도 행태를 비판하고 그의 글들이 자신의 집필 활동에 얼마나 큰 용기를 줬는지를 말한다. 지인의 결혼 전 축하연에 간 하루를 그려낸 단편소설 ‘축하연’은 특유의 직설적인 문체가 두드러진다. 직접 경험한 개인적이고 내밀한 사건을 통해 시대와 사회를 담아내는 저자의 작품 세계가 한 권에 응축돼 있다. 다만 자신의 경험을 폭로하는 수위가 매우 높고 감정 표현이 거침없어 일부 독자는 거부감이 들 수 있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 2022-03-26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파친코’ 출연배우, 女노인 성희롱 게시물 논란

    배우 윤여정 주연의 애플TV플러스 드라마 ‘파친코’에 출연한 한국계 미국인 배우 진 하가 한국 여성 노인들을 촬영한 사진과 더불어 성희롱 글을 인터넷에 올려 논란이 되고 있다. 진 하는 이 드라마의 주연 중 한 명으로 극중 선자(윤여정)의 손자 솔로몬 백을 연기했다. 드라마가 공개된 25일 더쿠 등 국내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진 하가 2010년부터 약 2년간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에 올린 여성 노인 사진과 영어로 쓴 글들이 올라왔다. 이에 따르면 그는 “한국의 나이든 여성들은 꽃무늬 옷을 매우 열심히 입는다”며 “한국의 매혹적인 패션 트렌드를 보여주기 위해 ‘만개한 꽃(flowers in bloom)’이라는 제목의 사진 시리즈를 시작하기로 했다”고 썼다. 그는 국내 지하철, 백화점 등에서 꽃무늬 옷을 입은 여성 노인들을 촬영한 뒤 일부 사진에 “욕정(concupiscence)을 통제하기 힘들었다”는 글을 남겼다. 또 다른 사진에는 “이제 우리에게는 그녀의 오른쪽 젖꼭지를 똑바로 쳐다볼 구실이 생겼다”라고 쓰는 등 성희롱 글을 덧붙였다. 이에 일부 누리꾼들은 “파친코를 보지 않겠다”며 시청 거부에 나설 조짐을 보이고 있다. ‘파친코’는 일제강점기 등 격동의 시대를 살아낸 여성 노인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어 논란이 더 커지는 분위기다. 진 하는 논란이 불거진 직후 자신의 SNS에서 해당 게시물을 모두 내렸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 2022-03-25
    • 좋아요
    • 코멘트
  • “100% 착한 사람 없지 않나, 누구라도 악한 면이 있죠”

    마블이 이번에 새로 선보이는 히어로는 어쩌면 인간 본성을 가장 잘 그려낸 캐릭터일지도 모른다. 무작정 정의롭지도, 밑도 끝도 없이 악하지도 않다. 완벽한 히어로로 분류하기도 애매해 정확히는 ‘안티 히어로’로 분류된다. 30일 개봉하는 영화 ‘모비우스’의 주인공 모비우스 이야기다. “이렇게 복잡하고 독특한 캐릭터를 연기하는 데 늘 목말라 있었다. 기회가 주어져 감사하다.” 모비우스 역의 배우 재러드 레토는 24일 열린 화상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모비우스’는 마블 원작 만화에서 ‘스파이더맨’과 대적하는 생화학자 모비우스 박사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첫 번째 실사영화다. 모비우스는 자신이 앓고 있는 희귀 혈액병을 치료하기 위해 동료 과학자 마르틴(아드리아 아르호나)과 함께 흡혈박쥐 연구에 나선다. 마침내 치료제 개발에 성공해 초인적인 힘을 얻는다. 세상을 구원할 힘을 갖게 된 것. 그러나 동시에 세상을 파괴하려는 본능으로 인해 예측불허의 히어로가 된다. 레토는 “100% 착한 사람은 없지 않나. 누구라도 악한 면이 있다. 모비우스의 이중적인 면에 매력을 느꼈다. 모비우스는 선과 악 사이의 흥미로운 회색지대에 있는 존재”라고 설명했다. 이어 “도전적인 작업을 좋아한다. 한 작품에서 이렇게 극단적인 변신을 보여줄 수 있는 건 굉장히 흥미로운 일이다. 내게는 완벽한 캐릭터”라고 덧붙였다. 레토는 앞서 영화 ‘잭 스나이더의 저스티스 리그’ ‘수어사이드 스쿼드’에서 DC 코믹스의 대표 빌런 조커를 연기하며 히어로물과 인연을 맺었다. 2014년 아카데미 남우조연상을 받는 등 탄탄한 연기력을 자랑하는 그는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천의 얼굴로 꼽힌다. 다니엘 에스피노사 감독은 이날 “마블 세계관의 진정한 아웃사이더 이야기를 스크린에 옮길 수 있게 돼 영광이다. 영화에 냉철하고 거친 리얼리즘을 담아내고 싶었다”고 말했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 2022-03-25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맹독성 가스테러 발생”… 日영화로 리메이크 된 ‘시그널’

    일본 내각정보조사실 고위 관료와 운전사가 차량 추락 사고로 사망한다. 그런데 단순 교통사고가 아니다. 누군가 차량에 맹독성 가스를 주입했던 것. 두 사람은 추락 전 이미 사망한 상태였다. 문제의 가스는 2001년 도쿄 도심에서 21명의 목숨을 앗아간 테러에 쓰인 독극물과 같은 것으로 밝혀졌다. 정부는 과거 테러 사건 당시 테러 조직을 모두 소탕했고, 가스도 전량 압수했다며 사건 종결을 선언했었다. 하지만 과거 발표와 달리 20년 만에 같은 가스를 사용한 테러가 발생했다. 일본 영화 ‘극장판 시그널’은 2016년 tvN에서 방영한 김은희 작가의 드라마 ‘시그널’을 2시간 분량으로 영화화한 것이다. 2018년 일본 드라마로 리메이크된 데 이어 이번엔 일본 드라마에 출연한 배우들이 나오는 영화로 제작됐다. 영화는 러닝타임 제약 탓에 드라마처럼 아동 유괴 사건, 연쇄 살인 사건 등 여러 미제 사건을 촘촘히 다루진 못한다. 그 대신 맹독성 가스를 사용한 고위 관료 연쇄 살인 사건의 실체를 밝히는 데 집중한다. 현재의 미제사건수사팀 형사 사에구사(사카구치 겐타로)와 2009년의 형사 오야마(기타무라 가즈키)는 무전기로 현재의 정보와 과거의 정보를 주고받으며 시간을 초월한 공조 수사를 벌인다. 원작인 드라마는 범죄 수사와 시공간을 초월한 선후배 형사들 간의 깊은 인연을 적절히 안배하며 전개된다. 하지만 영화에선 시간 제약상 주인공들의 인연이 거의 드러나지 않는다. 각기 다른 시공간에 있는 이들이 어떤 이유로 무전기로 연결돼 미제 사건을 공조 수사하게 됐는지에 대한 설명이 부족해 원작 드라마를 보지 않은 사람들이라면 각 캐릭터나 설정을 이해하기가 다소 어려울 수 있다. 영화는 버릴 건 버리는 대신 범죄 수사물과 오락물의 공식을 충실히 따른다. 사에구사의 몸을 사리지 않는 액션과 총격 신, 차량 추격 및 폭발 신 등 볼거리가 풍성하다. 액션에 방점을 찍고 한 사건에 집중해 원작을 변주한 만큼 드라마 팬들은 새로운 확장판을 보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방탄소년단 멤버 정국이 작곡에 참여한 영화 주제곡 ‘Film Out’도 또 다른 관람 포인트다. 31일 개봉.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 2022-03-25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액션-폭발신 등 볼거리 풍성…日영화로 리메이크 된 ‘시그널’

    일본 내각정보조사실(한국 국가정보원격) 고위관료와 운전기사가 차량 추락 사고로 사망한다. 그런데 단순 교통사고가 아니다. 누군가 차량에 맹독성 가스를 주입했던 것. 두 사람은 추락 전 이미 사망한 상태였다. 문제의 가스는 2001년 도쿄 도심에서 21명의 목숨을 앗아간 테러에 쓰인 것과 같은 독극물로 밝혀진다. 정부는 당시 테러 조직은 모두 소탕됐고 가스도 전량 압수했다며 사건이 완전히 종결됐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과거 발표와 달리 20년 만에 같은 가스를 사용한 테러가 발생한 것이다. 일본영화 ‘극장판 시그널’은 2016년 tvN에서 방영한 김은희 작가의 드라마 ‘시그널’을 2시간 분량으로 영화화한 것이다. 2018년 일본 드라마로 리메이크된 데 이어 이번엔 일본 드라마에 출연한 배우들이 나오는 영화로 제작됐다. 영화는 러닝타임 제약 탓에 드라마처럼 아동 유괴사건, 연쇄 살인사건 등 여러 미제사건을 촘촘히 다루진 못한다. 대신 맹독성 가스를 사용한 고위관료 연쇄 살인 사건의 실체를 밝히는데 온전히 집중한다. 현재의 미제사건수사팀 형사 사에구사(사카구치 켄타로)와 2009년의 형사 오야마(키타무라 카즈키)는 무전기로 현재의 정보와 과거의 정보를 주고받으며 시간을 초월한 공조수사를 벌인다. 드라마는 범죄 수사, 현재와 과거 형사들의 깊은 인연을 보여주는 드라마를 두 축으로 이를 적절히 안배하는 식으로 전개된다. 그러나 영화는 시간 제약으로 주인공들의 인연이 거의 드러나지 않는다. 각기 다른 시공간에 있는 이들이 어떤 이유로 무전기로 연결돼 미제 사건을 공조수사하게 됐는지에 대한 설명이 부족해 드라마를 보지 않은 사람들이라면 각각의 캐릭터나 설정을 이해하기가 다소 어려울 수 있다. 영화는 버릴 건 버리는 대신 범죄수사물과 오락물의 공식을 충실히 따른다. 사에구사의 몸을 사리지 않는 액션과 차량 추격신, 총격신, 차량 추락 및 폭발신 등 볼거리가 풍성하다. 액션에 방점을 찍고 한 사건에 집중해 원작을 변주한 만큼 드라마 팬들은 새로운 확장판을 보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방탄소년단 멤버 정국이 작곡에 참여한 영화 주제곡 ‘Film Out’도 또 다른 관람 포인트다. 31일 개봉.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 2022-03-24
    • 좋아요
    • 코멘트
  • ‘국적 모호’ 영화? “호기심 자극해 다국적 관객 노린다”

    빨간 벽돌집이 늘어선 주택가와 남대문시장, 서울 명동거리와 도심의 경찰서까지…. 영화 속 배경은 모두 한국이다. 주인공을 포함해 굵직한 배역 대부분을 유연석 예지원 최무성 등 한국배우들이 꿰찼다. 30일 개봉하는 영화 ‘배니싱: 미제사건(이하 배니싱)’은 언뜻 한국영화 같지만 한국영화가 아니다. 드니 데르쿠르 감독 작품으로 국내 영화사가 수입한 프랑스 영화다. 배니싱은 형사 진호(유연석)가 심하게 훼손된 변사체의 신원을 확인하기 위해 프랑스 법의학자 알리스(올가 쿠릴렌코)에게 자문을 구하면서 일어나는 일을 다룬다. 알리스는 심포지엄에 참석하려 한국에 왔다. 그 결과 잇달아 발견되는 변사체는 장기 밀매 조직과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두 사람은 사건 해결을 위해 의기투합한다. 영화는 100% 한국에서 촬영됐다. 서구권 영화가 모든 장면을 한국에서 촬영한 건 이례적이다. 데르쿠르 감독은 시나리오 작업 단계에서 한국 촬영과 한국배우 출연을 염두에 두고 ‘추격자’ ‘살인의 추억’ 등 한국의 대표 범죄스릴러 영화를 참고했다고 한다. 데르쿠르 감독은 “한국은 영화에 대한 인식이 높아 관객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곳”이라며 “한국 콘텐츠가 세계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는 만큼 한국에서 작업하는 건 모든 감독들이 꿈꾸는 일”이라고 밝혔다. 배니싱처럼 국적이 헷갈리는 영화는 또 있다. 현재 개봉시기를 저울 중인 ‘브로커’다. 일본 거장 고레에다 히로카즈가 감독을 맡아 일본영화라 생각하기 쉽지만 ‘베이비박스’를 둘러싼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한국영화다. 출연 배우도 송강호 배두나 강동원 이지은(아이유)으로 한국의 대표적인 스타들이다. 고레에다 감독은 “언어와 문화의 차이를 넘어 ‘무엇을 전달하고 공유할 수 있을 것인가’를 깊이 모색해 보고자 한다”며 연출 배경을 밝혔다. 과거엔 한국 스타 감독들이 해외로 진출해 현지 배우들과 현지 영화를 만드는 것이 대세였다. 박찬욱 감독의 ‘스토커’, 김지운 감독의 ‘라스트 스탠드’가 대표적이다. 두 영화는 모두 미국영화다. K콘텐츠의 위상이 높아지면서 이런 흐름은 조금씩 반대로 바뀌는 분위기다. 외국 감독이 한국에서 자국 영화를 찍거나 아예 한국영화를 만드는 식이다. 이에 따라 콘텐츠의 국적이 모호해지고 있다. 정지욱 영화평론가는 “한국배우들이나 한국 제작 환경이 그만큼 글로벌 시장에서 활용할 만한 가치가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배우 윤여정에게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수상의 영예를 안겨준 영화 ‘미나리’나 그의 차기작으로 25일 공개되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애플TV플러스 드라마 ‘파친코’ 역시 한국 콘텐츠로 여기게 만드는 미국 작품이다. 파친코에는 한국인 또는 한국계 배우들이 대거 나온다. 코고나다 감독과 저스틴 전 감독, 시나리오 작가 수 휴 모두 한국계 미국인이다. 콘텐츠의 모호한 국적은 다국적 관객의 호기심을 자극해 이들을 영화관 등으로 이끄는 유인책이 될 수 있다. 배니싱 배급사도 이 영화가 프랑스 국적임을 내세우는 대신 ‘글로벌 프로젝트’라는 점을 앞세워 마케팅 전략을 펴고 있다. 박기수 한양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는 “작품이 결국 한국 관객이나 시청자들과 얼마나 정서적인 교감을 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며 “정서적·문화적 장벽을 허물 수 있다면 ‘국적 모호’ 콘텐츠는 마케팅 측면에서 큰 화제를 불러일으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 2022-03-24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팬데믹 경영악화 속 새로 문 여는 영화관 증가, 왜?

    지난해 1월 서울 서대문구 연희로에 39석 규모의 작은 영화관 ‘라이카시네마’가 문을 열었다. 팬데믹으로 영화관 산업이 존폐 위기에 내몰린 상황에도 새로 영화관을 연 것. 이곳에선 주로 독립·예술영화가 상영된다. 서기분 라이카시네마 대표는 21일 “어려운 시기지만 청춘들의 창작 활동에 보탬이 됐으면 하는 마음에 문을 열었다”고 말했다. 팬데믹 이후 고강도 방역대책의 영향으로 다중이용시설인 영화관이 고사 직전에 내몰렸지만, 지난해 영화관 수는 오히려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영화관은 542개로 2020년(474개)에 비해 14.3% 증가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경영 악화로 영화관 수가 대폭 줄어들었을 것이란 예상이 빗나간 것이다. 지난해 늘어난 영화관 가운데 2020년 팬데믹 여파로 폐관했다가 사업 주체를 바꿔 재개관한 경우를 빼고 말 그대로 신규 개관한 곳이 39개나 된다. 경북 의성군의 ‘의성작은영화관’도 새로 문을 연 영화관 중 하나다. 작은영화관주식회사가 의성군으로부터 위탁받아 지난해 7월부터 운영 중이다. 작은영화관주식회사는 “영화 관람비가 7000원으로 저렴해 군민들 반응이 좋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면을 들여다보면 문화 향유 같은 대의를 갖고 개관한 일부 영화관들을 제외하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신규 개관한 경우가 상당수다. 지난해 전국 CGV 영화관 수는 190개로 전년 대비 11개 늘었다. 롯데시네마도 지난해 전년 대비 10개 늘어난 143개였다. 멀티플렉스 영화관은 팬데믹을 이유로 최대한 개관 시기를 미루다 건물 입점 계약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문을 연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이 때문에 극장 수만 늘었을 뿐 업계가 경영 악화로 인한 보릿고개를 넘고 있는 건 여전하단 분석이 나온다. 업체들이 영화관 수를 줄이는 건 팬데믹이 끝난 후 본격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한 영화관 업계 관계자는 “멀티플렉스 영화관도 중소 위탁 극장주가 운영하는 비율이 40%가량 된다”며 “방역지침 조정으로 인한 피해 보상금 같은 지원책이 마련되지 않으면 앞으로 영화관이 줄줄이 폐관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 2022-03-22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아카데미인지 오카데미인지… 난 그냥 윤여정”

    “달라진 거 하나도 없어요. 아카데미인지 오카데미인지를 30, 40대에 탔으면 둥둥 떠다녔겠죠. 내 나이에 감사해본 건 처음입니다.(웃음)” 지난해 영화 ‘미나리’로 한국 배우 사상 첫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받은 윤여정(75)은 18일 “상은 나를 변화시키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그냥 나로 살다가 죽을 거다”라며 웃었다. 세계적 배우로 우뚝 선 윤여정이 글로벌 드라마 ‘파친코’로 1년 만에 돌아온다. ‘미나리’에선 ‘순자’였는데 이번엔 ‘선자’다. 이날 미국 로스앤젤레스 현지에서 화상을 통해 한국 기자들과 만난 윤여정은 “이름은 비슷해도 순자와 선자의 이야기는 전혀 다르다”라고 말했다.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애플TV플러스에서 25일 공개되는 8부작 드라마 ‘파친코’는 한국계 미국인 작가 이민진의 동명 소설을 영상화한 작품이다. 일제강점기 부산에서 선자가 태어날 때부터 시작해 1989년에 이르기까지 약 80년에 걸친 이야기를 담았다. 선자를 중심으로 4대에 걸친 한국인 이민자 가족이 한국, 일본, 미국을 오가며 억척스럽게 생존한 과정을 다룬 대서사극이다. 윤여정은 또다시 이민자 이야기를 택한 것에 대해 한국계 미국인인 두 아들 이야기를 꺼냈다. “한국에 와도 이상하고 미국에서도 생김새가 다르니까…. 젊은 한국계 미국인들은 국제고아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미나리 때도 한국계 미국인인 정이삭 감독을 도와줘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다 우리 아들인데’ 하는 마음에 이런 프로젝트를 하는 것 같아요.” ‘파친코’의 코고나다 감독과 저스틴 전 감독, 선자의 손자로 나오는 배우 진하 역시 한국계 미국인이다. 이날 코고나다 감독은 “윤여정 얼굴은 한국의 역사가 담긴 지도 같다. 그의 표정과 연기에 정말 감탄했다”고 극찬했다. 윤여정은 “나이가 많아서 그런 것”이라며 웃었다. “자이니치(在日·재일 한국인)에 대해 잘 몰랐는데 이번에 제대로 알고 그분들에게 미안했어요. 이 작품으로 역사를 많이 배웠죠. 봉준호 감독 말처럼 자막이라는 1인치의 벽만 넘으면 더 많은 역사를 알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 2022-03-19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윤여정 “‘파친코’ 선자, ‘미나리’ 순자와 전혀 다른 이야기”

    “달라진 거 하나도 없어요. 아카데미인지 오카데미인지를 30, 40대에 탔으면 둥둥 떠다녔겠죠. 내 나이에 감사해본 건 처음입니다.(웃음)” 지난해 영화 ‘미나리’로 한국 배우 사상 첫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받은 윤여정(75)은 18일 “상은 나를 변화시키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그냥 나로 살다가 죽을 거다”라며 웃었다. 세계적 배우로 우뚝 선 윤여정이 글로벌 드라마 ‘파친코’로 1년 만에 돌아온다. ‘미나리’에선 ‘순자’였는데 이번엔 ‘선자’다. 이날 미국 로스앤젤레스 현지에서 화상을 통해 한국기자들과 만난 윤여정은 “이름은 비슷해도 순자와 선자의 이야기는 전혀 다르다”라고 말했다.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애플TV플러스에서 25일 공개되는 드라마 ‘파친코’는 한국계 미국인 작가 이민진의 동명소설을 영상화한 작품이다. 일제강점기 부산에서 선자가 태어날 때부터 시작해 1989년에 이르기까지 약 80년에 걸친 이야기를 담았다. 선자를 중심으로 4대에 걸친 한국인 이민자 가족이 한국, 일본, 미국을 오가며 억척스럽게 생존한 과정을 다룬 대서사극이다. 젊은 선자는 배우 김민하가, 노년의 선자는 윤여정이 연기한다. 윤여정은 또다시 이민자 이야기를 택한 것에 대해 한국계 미국인인 두 아들 이야기를 꺼냈다. “한국에 와도 이상하고 미국에서도 생김새가 다르니까…. 젊은 한국계 미국인들은 국제고아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미나리 때도 한국계 미국인인 정이삭 감독을 도와줘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다 우리 아들인데’ 하는 마음에 이런 프로젝트를 하는 것 같아요.” ‘파친코’의 코고나다 감독과 저스틴 전 감독, 선자의 손자로 나오는 배우 진하 역시 한국계 미국인이다. 이날 코고나다 감독은 “윤여정 얼굴은 한국의 역사가 담긴 지도 같다. 그의 표정과 연기에 정말 감탄했다”고 극찬했다. 윤여정은 “나이가 많아서 그런 것”이라며 웃었다. 스스로를 “노배우”라고 소개한 윤여정이 가장 우려하는 건 이 작품에 회상장면이 많다는 점이다. “내가 나이가 많아서 그런지, 그런 게 걱정”이라고 했다. 드라마는 1900년대 초반부터 1989년에 이르기까지 현재와 과거를 수시로 오간다. 그러나 그의 걱정과 달리 공간적 배경이 명확히 구분돼 시청자들이 헷갈려할 만한 부분은 없다. “자이니치(在日·재일 한국인)에 대해 잘 몰랐는데 이번에 제대로 알고 그분들에게 미안했어요. 이 작품으로 역사를 많이 배웠죠. 봉준호 감독 말처럼 자막이라는 1인치의 벽만 넘으면 더 많은 역사를 알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 2022-03-18
    • 좋아요
    • 코멘트
  • 소설가 천명관 영화감독 데뷔작… “똥밭서 투쟁하는 남자 이야기”

    약 30년 전, 서른 즈음에 충무로에 들어섰다. 연출을 해보겠다고 직접 써서 들고 다닌 시나리오는 10여 편. 그를 감독으로 받아주는 곳은 없었다. 거듭된 실패 끝에 충무로를 떠났다. 이후 20년 가까이 소설가로 살았다. “내가 소설가라고?” 스스로도 믿을 수 없었던 소설가의 인생을 살았더니 유명 작가가 됐다. 하지만 영화감독의 꿈은 청춘이 한참 지나서도 포기할 수 없었다. 환갑을 목전에 두고 마침내 그 꿈을 이뤘다. “함께 영화계에 있던 또래들은 거장이 되거나 은퇴했거든요. 제가 신인으로 영화를 만들었다는 게…. ‘인생 재밌다’ 싶어요.” ‘고래’, ‘고령화 가족’으로 잘 알려진 소설가 천명관(58·사진)이 영화감독이 됐다. 그의 첫 영화 ‘뜨거운 피’가 23일 개봉한다. 김언수 작가(50)가 2016년 출간한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천 감독은 17일 화상 인터뷰에서 “(김 작가 작품을 택한) 이유는 하나다. 이야기가 너무 재밌으니까. 영화로 만들면 근사하겠다고 생각했다”라고 했다. ‘뜨거운 피’의 무대는 부산 변두리 가상의 작은 포구 ‘구암’. 1993년을 배경으로 구암을 장악한 손영감(김갑수)과 그의 수족 희수(정우) 이야기가 주축이다. 건달 생활을 해온 희수는 빚에 시달리며 산동네 낡은 집에서 비루한 삶을 산다. 성인오락기 납품으로 큰돈을 번 뒤 구암을 떠나는 것이 그의 목표다. 그러나 영도파 건달들이 구암을 노리기 시작하면서 치열한 생존싸움이 시작되고 희수의 계획도 틀어진다. 언뜻 그간 숱하게 나온 조폭 영화들과 다를 게 없어 보인다. 천 감독은 “보통 조폭 영화에는 거대한 조직과 검은 양복을 입은 멋진 남자들이 나온다”며 “이 영화는 조직이랄 것도 없이 근근이 먹고사는, 똥밭 같은 곳에서 치열하게 투쟁하는 남자들의 이야기”라며 차별 점을 강조했다. 배우 정우 역시 “어깨에 힘을 주는 게 아니라 한 인간의 모습을 보여주려고 치열하게 고민했다”고 말했다. 천 감독이 영화 작업에서 가장 힘들었던 점은 2시간 내외의 제한된 시간에 이야기를 몰아넣는 일이었다. 천 감독은 “나는 길게 쓰는 편이니까 소설에선 하고 싶은 얘기를 다 할 수 있지만 영화는 시간이 정해진 장르더라. 그 점을 뼈저리게 깨달았다”라고 말했다. 폼이라고는 나지 않는 밑바닥 건달들의 세계를 날것 그대로 보여준 점은 호평할 만하다. 허름한 세탁공장을 운영하는 건달들 모습은 전에 없이 극사실적이다. 그러나 개연성 없이 튀는 카메라 앵글, 경상도 출신이 들어도 귀에 잘 들어오지 않는 부산 사투리는 아쉬움으로 남는다. 천 감독은 “이제 성적표를 받아들 시간만 남았다. 성적이 어떻든 내가 이 과정을 다 해냈구나 싶어서 기분이 좋다”라고 말했다. 영화감독의 삶은 계속된다. 그가 2016년 출간한 소설 ‘이것이 남자의 세상이다’를 원작으로 한 영화를 연출할 계획이다. 하지만 자신의 소설을 바탕으로 한 영화 작업을 더 할 생각은 없다. 그의 대표작 ‘나의 삼촌 브루스리’와 ‘고래’는 현재 각각 영화와 드라마로 제작 중이다. 그에게 연출과 각본을 맡아 달라는 제안이 왔지만 거절했다. “소설을 쓰느라 엄청 많은 시간을 들였는데 이걸 다시 영상화하겠다고 붙잡고 시간을 또 보내는 게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제 제 소설이 아닌 새로운 이야기로 영화를 만들고 싶습니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 2022-03-18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종교분쟁 영화를 보는데 왜 미소가 번지지?

    유혈의 종교분쟁을 다룬 영화를 보는데 관객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아홉 살 소년 버디(주드 힐)가 치아를 드러내고 웃을 때는 관객도 긴장을 풀고 환하게 웃게 된다. 23일 개봉하는 영화 ‘벨파스트’의 배경은 1969년 북아일랜드 수도 벨파스트. 버디는 벨파스트 골목에서 동네 아이들과 칼싸움을 하며 뛰어노느라 신이 났다. 늘 아이들 웃음이 넘치고 어른들은 매일 축제처럼 어우러진다. 서로의 사정을 속속들이 아는 벨파스트의 이웃들은 가족이나 다름없다. 그러나 평화는 이내 공포로 바뀐다. 개신교의 극단주의자들이 천주교 신자들의 집에 화염병을 던지는 등 테러를 저지르기 시작한 것. 마을에 무장병력이 배치되고 철조망을 두른 바리케이드가 쳐진다. 영화는 극단적인 대립으로 연일 사상자가 발생한 당시의 종교분쟁을 버디의 시선으로 되살려낸다. 버디는 테러가 이어지는 상황에서도 짝사랑하는 아이에게 어떻게 말을 붙일지 고민하는 등 순수한 아홉 살 일상을 이어나간다. 사랑하는 가족들은 버디가 순수함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힘의 원천이다. 하지만 버디는 분쟁이 심해질수록 벨파스트를 떠나는 문제를 놓고 더 자주 다투는 부모님을 보게 되고 불안을 느끼게 된다. 작품엔 영화를 연출한 케네스 브래너 감독의 유년 시절이 담겼다. 벨파스트 출신인 그가 위기 속에서도 가족들과 극장에서 영화를 보며 꿈을 키우던 모습도 그려진다. ‘벨파스트’는 흑백영화이지만 버디가 보는 스크린 속 영화는 컬러다. 감독의 어린 시절 총천연색 꿈을 컬러 영화로 은유한 듯하다. 영화에 빠진 버디의 반짝이는 눈빛은 꿈 그 자체다. 영화는 27일(현지 시간) 열리는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등 7개 부문 후보에 올라 있다. 흑백으로 재현한 1960년대 벨파스트는 컬러보다 더 생생하다. 벨파스트 출신 뮤지션 밴 모리슨이 만들어낸 음악과 다소 거칠게 담아낸 음향은 오래된 추억을 꺼내 보는 듯한 느낌을 배가시킨다.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후보에 오른 88세 노배우 주디 덴치의 절제된 연기도 관람 포인트. 오랜 세월의 질감을 살려 유년 시절을 되살려낸 덕에 영화를 보고 나면 어린 시절 살던 동네에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 2022-03-17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유혈 낭자한 종교분쟁… 소년은 그 속에서도 꿈을 꾼다

    유혈의 종교분쟁을 다룬 영화를 보는데 관객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아홉 살 소년 ‘버디’(주드 힐)가 치아를 드러내고 웃을 때는 관객도 긴장을 풀고 환하게 웃게 된다. 23일 개봉하는 영화 ‘벨파스트’의 배경은 1969년 북아일랜드 수도 벨파스트. 버디는 벨파스트 골목에서 동네아이들과 칼싸움을 하며 뛰어노느라 신이 났다. 늘 아이들 웃음이 넘치고 어른들은 매일 축제처럼 어우러진다. 서로의 사정을 속속들이 아는 벨파스트의 이웃들은 가족이나 다름없다. 그러나 평화는 이내 공포로 바뀐다. 개신교도 중 극단주의자들이 천주교도들 집에 화염병을 던지는 등 테러를 시작한 것. 마을엔 무장병력이 배치되고 철조망을 두른 바리케이드가 쳐진다. 영화는 극단적인 대립으로 연일 사상자가 발생한 당시의 종교분쟁을 버디의 시선으로 되살려낸다. 버디는 테러가 이어지는 상황에서도 짝사랑 하는 아이에게 어떻게 말을 붙일지 고민하는 등 순수한 아홉 살 일상을 이어나간다. 할머니 할아버지와 부모님 등 늘 그를 지지해주는 가족들은 버디가 순수함을 잃지 않게 하는 힘의 원천이다. 그러나 버디는 분쟁이 격화될수록 벨파스트를 떠나는 문제를 놓고 더 자주 다투는 부모님을 보게 되고 불안함을 느끼게 된다. 영화엔 영화를 연출한 케네스 브래너 감독의 유년시절이 담겼다. 벨파스트 출신인 그가 위기 속에서도 가족들과 극장에서 영화를 보며 꿈을 키우던 모습도 그려진다. ‘벨파스트’는 흑백영화이지만 버디가 보는 스크린 속 영화는 컬러다. 감독의 어린시절 총천연색 꿈을 컬러 영화로 은유한 듯하다. 영화에 빠진 버디의 반짝이는 눈빛은 꿈 그 자체다. 영화는 27일(현지시간) 열리는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등 7개 부문 후보에 올라있다. 흑백으로 재현한 1960년대 벨파스트는 컬러보다 더 생생하다. 벨파스트 출신 뮤지션 밴 모리슨이 만들어낸 음악과 다소 거칠게 담아낸 음향은 오래된 추억을 꺼내 보는 듯한 느낌을 배가시킨다.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후보에 오른 88세 노배우 주디 덴치가 가족애를 표현하는 절제된 연기도 관람 포인트. 오랜 세월의 질감을 살려 유년시절을 되살려낸 덕에 영화를 보고 나면 어린시절 살던 동네에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 2022-03-16
    • 좋아요
    • 코멘트
  • [책의 향기]‘논픽션’으로 그려낸 ‘SF 거장’의 일생

    한 남성이 욕실 문턱에서 전등 켜는 줄을 찾으려고 허우적댄다. 어둠 속에서 한참 손을 휘저어도 줄은 잡히지 않는다. 남성은 곧 애초에 줄이 없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는 존재하지도 않는 줄을 오랫동안 사용해 온 물건처럼 찾고 있었다. 그는 자문한다. ‘도대체 내가 언제부터 전등 줄 잡아당기는 습관을 갖게 된 걸까?’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미국 SF 문학의 거장으로 불리는 필립 K 딕(1928∼1982). 저자는 딕이 SF 작가로 유명해지기 전 일화를 소개한 뒤 말한다. “이런 일 앞에서 대부분은 ‘거참 이상하군’ 하고 지나쳐버린다. 하지만 그는 아무 의미도 없을 것 같은 일에서 어떤 의미와 대답을 찾는 사람이었다.” 별것 아닌 상황에 대한 딕의 집요한 질문과 상상은 창작의 밑거름이었다. 일상적인 상상에서 출발한 그의 작품은 사후 20세기 SF 영화의 전설 ‘블레이드 러너’는 물론이고 ‘토탈 리콜’ ‘마이너리티 리포트’ 등 수많은 명작 SF 영화의 원작이 됐다. 그가 ‘SF의 아버지’로 불리는 이유다. 프랑스 소설가이자 전기 작가인 저자는 이 평전에서 천재 작가가 태어난 순간부터 심장마비로 사망하던 순간까지의 일대기를 써내려간다. 전등 줄 찾기 에피소드처럼 딕이 일상의 평범한 일을 포착해 SF 소재로 키워가는 주요 장면들은 소설처럼 묘사한다. 핵전쟁으로 파괴된 지구 주위를 도는 우주비행사가 되는 상상 등 딕의 머릿속을 채웠던 수많은 이야기도 생생하게 펼쳐낸다. 강박증, 공황장애 등 각종 정신질환에 시달리며 평생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를 받아야 했던 사실, 다섯 번 결혼하고 모두 이혼하는 등 그의 작품 세계에 영향을 미친 이야기들이 빼곡히 담겼다. 장편소설 36편, 단편소설 100편 이상을 발표하고도 생활고를 겪어야 했던 천재 작가의 불운한 일생과 성격적 결함을 포함한 약점까지…. 별다른 미화 없이 담백하고 폭넓게 삶을 담아낸 솜씨가 돋보인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 2022-03-12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英 부커상 후보에 소설가 박상영-정보라 올라

    소설가 박상영(34), 정보라(46)가 영국의 세계적인 문학상인 부커상(옛 맨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후보에 올랐다. 한국 작가 2명이 이 상의 후보에 오른 건 처음이다. 10일(현지시간) 부커재단에 따르면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1차 후보 13편에 박상영의 소설집 ‘대도시의 사랑법’과 정보라의 SF소설 ‘저주 토끼’가 이름을 올렸다. 13편엔 2018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폴란드 작가 올가 토카르추크의 ‘더 북스 오브 야곱’을 비롯해 세계적인 작가들의 작품이 포함됐다. 최종 후보 6편은 다음달 7일, 수상자는 5월 26일 각각 발표한다.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은 소설가 한강(52)이 2016년 ‘채식주의자’로 한국 작가 최초로 수상했다. 부커상은 노벨문학상, 프랑스 공쿠르상과 함께 세계 3대 문학상으로 꼽힌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 2022-03-11
    • 좋아요
    • 코멘트
  • ‘낙태금지 시절의 낙태’… 적나라한 묘사에 모두 얼어붙은 ‘체험’

    문학을 전공하는 대학생 ‘안’(아나마리아 바르톨로메이)은 같은 과 친구들이 “공부를 가르쳐 달라”고 할 정도로 똑똑하다.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할 것으로 예상되는 그는 부모와 교수 등 주변인의 기대를 받고 있다. 장밋빛 미래를 그리는 안에게 의사가 난감한 표정으로 말한다. “임신입니다.” 안이 벌떡 일어난다. “그럴 리 없어요.” 얼마 뒤 임신확인서가 기숙사로 날아온다. 10일 개봉한 프랑스 영화 ‘레벤느망’은 안이 의도치 않게 임신을 한 뒤 낙태하기까지의 과정을 다룬다. 영화의 배경인 1963년은 프랑스에서 낙태를 법으로 금지하고 여성을 처벌하던 시기다. 안은 확고하다. “계속 공부하고 싶어요. 언젠가 아이를 갖고 싶지만 인생과 바꾸긴 싫어요.” 영화는 ‘5주 차’ 등의 자막으로 시간의 경과를 알린다. 흐르는 시간에 비례해 안의 불안감은 고조된다. 친한 친구들마저 “감옥 가고 싶냐”며 그를 외면한다. 안은 고군분투한다. 그가 낙태를 시도하는 과정은 관객의 몸을 얼어붙게 할 정도로 사실적으로 묘사된다. 전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날것 그대로 담긴 탓에 관객들은 안처럼 초조해진다. 관객의 몰입을 끌어올리는 데는 촬영 기법이 큰 몫을 했다. 안을 중앙에 두고 주로 버스트숏(가슴 위를 촬영하는 기법)이나 클로즈업으로 담아내는 식으로 안의 표정과 눈빛에 온전히 집중하게 한 것. 카메라는 안과 한 몸처럼 움직인다. 고요한 가운데 안의 호흡만 담아낸 장면들은 그의 감정을 고스란히 느끼게 만든다. 영화는 지난해 9월 베니스영화제에서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최고 영예인 황금사자상을 받았다. 당시 심사위원장이었던 봉준호 감독은 “심사위원들이 이 영화를 정말 사랑한다”고 극찬했다. 원작은 현대 프랑스 문학의 거장 아니 에르노의 에세이 ‘사건’이다. 1960년대에 에르노가 목숨을 걸고 시도한 낙태 경험을 담은 책이다. 그는 영화사에 보낸 편지에서 “이 영화는 안의 시점에서 몸짓, 침묵 등을 통해 갑작스러운 비극을 그려낸다”고 평가했다. 충격적인 장면들에 대해선 “오드리 디완 감독은 잔혹한 현실을 보여줄 수 있는 용기를 가졌다”고 했다. 디완 감독은 영화에서 낙태에 대한 의견을 직접적으로 드러내지 않는다. 다만 한 여성에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를 보여주고 남녀 모두가 낙태 문제를 생각해 볼 수 있게 한다. 영화를 보고 나면 안처럼 고통스러워지는 동시에 심사위원들이 이 작품을 극찬한 이유를 알 수 있다. 감독은 영화사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장면을 설명하기보다 시대나 성별을 초월한 신체적 경험으로 바꾸고 싶었다. 영화가 관객에게 하나의 체험이 되길 바란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 2022-03-10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막내린 한국영화, 다시 보니 월클”… 전세계서 리메이크 열풍

    지난달 26일부터 닷새간 넷플릭스 영화 부문 세계 1위를 차지한 프랑스 영화가 있다. ‘레스틀리스(Restless)’가 그 주인공.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인 이 작품은 지난달 25일 공개된 뒤 단숨에 1위에 오르며 관심을 모았다. 세계 1위 단골인 할리우드 영화들을 제치고 정상에 오른 이 프랑스 영화가 주목받은 또 다른 이유는 원작이 한국 영화란 점이다. ‘레스틀리스’는 2014년 개봉한 이선균 조진웅 주연의 영화 ‘끝까지 간다’를 리메이크한 작품. ‘끝까지 간다’는 비리 경찰 고건수(이선균)가 하필이면 어머니 장례식날 비리 관련 내사를 받게 되는 데다 실수로 사람을 치는 교통사고까지 내는 등 최악의 상황에서 벌어지는 일을 다룬다. ‘끝까지 간다’는 2017년 중국에서도 궈푸청(郭富城·곽부성) 주연의 영화 ‘파국’으로 리메이크된 바 있다. ‘레스틀리스’는 교통사고 은폐 장면의 카메라 앵글까지 거의 그대로 재현하는 등 마지막 장면 일부를 축약한 것을 제외하곤 원작을 충실히 옮겼다. 또 다른 비리 경찰 박창민(조진웅)이 관객의 예상을 깨고 기습 등장하며 긴장감을 최고조로 끌어올리는 장면을 프랑스판으로 보는 것도 관람 포인트. 조진웅 등장신은 영화 ‘관상’의 수양대군(이정재), 영화 ‘늑대의 유혹’의 정태성(강동원)과 함께 누리꾼들 사이에서 ‘한국 영화 3대 등장신’으로 회자되는 명장면이다. ‘오징어게임’을 비롯한 K콘텐츠의 글로벌 흥행에 더불어 ‘레스틀리스’와 같은 K콘텐츠 리메이크 작품 역시 좋은 성적을 내면서 K콘텐츠의 위상은 날로 높아지고 있다. ‘레스틀리스’ 외에도 세계 각국에서 K콘텐츠 리메이크가 속속 진행되며 K콘텐츠의 저력을 보여주는 데 한몫하고 있다. 2016년 개봉한 영화 ‘부산행’은 할리우드에서 ‘라스트 트레인 투 뉴욕(Last Train to New York)’이라는 이름으로 리메이크가 진행 중이다. 연예매체 버라이어티를 포함한 현지 언론은 지난해 말 이 영화가 2023년 4월 개봉할 예정이며 유명 공포영화 ‘쏘우’와 ‘컨저링’을 연출한 제임스 완 감독이 제작에 참여했다고 보도했다. 김옥빈 신하균 주연의 영화 ‘악녀’의 판권 역시 지난해 미국 아마존에 팔리면서 리메이크에 시동이 걸렸다. 이 외에도 지난해 영화 ‘7번방의 선물’과 ‘박수건달’ 판권이 각각 스페인과 인도에 판매됐고, ‘싱크홀’ 판권 역시 중국에 팔렸다. 리메이크 판권 판매가 잇따르며 지난해 한국 영화 리메이크 판권 수출액은 23억8000만 원으로 최근 5년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2020년(12억2300만 원)에 비해 2배 가까이로 늘었다. ‘오징어게임’ ‘지옥’ ‘지금 우리 학교는’ 등 K콘텐츠의 연이은 메가 히트로 K콘텐츠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아지면서 올해 한국 영화 리메이크 판권 수출액은 더욱 큰 폭으로 증가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과거 작품성과 대중성을 인정받았지만 글로벌 유통 플랫폼을 만나지 못해 내수용으로 묻혀버린 ‘끝까지 간다’와 같은 숨은 보석을 찾으려는 해외 제작사들의 경쟁 역시 더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박기수 한양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는 “K콘텐츠의 매력은 거칠고 독특한 소재를 다루면서도 세계인이 공감할 만한 보편성을 끌어내 균형을 잘 잡는다는 점”이라며 “K오리지널 콘텐츠가 주력이 되고 리메이크작이 이를 받쳐주는 구도가 굳어지면서 K콘텐츠가 세계 시장에서 갖는 브랜드 파워는 더 막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 2022-03-08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재건축 이후… 그 많던 ‘아파트 고양이’들은 어디로 갔을까

    재건축을 앞두고 이주가 시작된 대단지 아파트. 낡은 아파트 곳곳에 설치된 사다리차의 사다리가 연신 이삿짐을 실어 내린다. 단지 내 길고양이들은 불안한 눈빛으로 이를 지켜본다. 각동 출입 현관에 빨간색 ‘×’자가 그려지고 불도저가 오가며 굉음을 내자 갈 곳 없어진 고양이들은 우왕좌왕하기 시작한다. 17일 개봉하는 다큐멘터리 영화 ‘고양이들의 아파트’의 주무대는 1980년 완공된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아파트다. 2017년 이주가 시작됐고 2020년 초 철거가 마무리된 곳으로 국내 최대 규모의 재건축 단지로 잘 알려져 있다. 영화는 이 아파트 이야기를 다루며 재건축으로 아파트를 떠나야 했던 또 다른 존재에 렌즈의 초점을 맞춘다. 대를 이어 이 아파트에서 살아온, 아파트 생태계의 일부가 된 고양이들이다. 자신들에게 이름을 붙여 불러주는 주민들과 어우러져 살며 단지 내 생활에 익숙하다. 길고양이와 집고양이 중간쯤에 있는 ‘아파트 고양이’들이다. 정재은 감독은 4일 기자간담회에서 “2016년 아파트를 방문했는데 고양이들이 도시 길고양이들과 달리 나를 굉장히 반갑게 맞이해줬다. 주민들 사랑을 받으며 살아온 게 보였다. 재건축이 시작되면 이 고양이들은 어떻게 되는 걸까 하는 질문이 생겨 영화를 만들게 됐다”고 말했다. 정 감독은 2001년 갓 스무 살이 된 청춘들의 일상과 고민을 깊이 있게 그려내 호평을 받은 영화 ‘고양이를 부탁해’로 이름을 알렸다. 당시 영화에서 고양이는 조연이었지만 이번에는 주연이다. 정 감독은 “20년 전엔 고양이가 한국 사회에서 굉장히 먼 존재였지만 지금은 고양이가 정말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영화에서 재건축으로 인해 이주해야 하는 ‘아파트 고양이’는 250마리 안팎. 밥을 챙겨주던 주민들도, 거처가 돼주던 건물과 수풀도 모두 사라져 황무지가 돼버린 광활한 공간은 더 이상 고양이들이 있을 곳이 못 된다. 캣맘을 비롯한 동네 주민들은 고양이들의 이주 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모임 ‘둔촌냥이’를 만든다. 고양이들은 사람들 계획대로 아파트 단지를 떠나 새 보금자리에서 안착할 수 있을까. 정 감독은 주민들 이주가 시작되기 직전인 2017년 5월부터 촬영을 시작해 아파트가 모두 허물어지기까지 2년 반 동안 촬영을 이어갔다. 동물보호 활동가들이 고양이들의 이주 과정과 이주 방법을 결정하기 위해 논의를 이어가는 등 동물과 인간이 공존으로 향하는 과정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서울 재건축 대장주라 불린 아파트의 재건축 과정을 고양이의 시선으로 담아낸 시도는 참신하다. 정 감독은 “고양이들의 이주를 기록하는 것과 더불어 아파트가 사라지는 과정에 연출의 중점을 뒀다”고 말했다. “영화는 특정 아파트에서 촬영했지만 특정 아파트에 국한된 이야기는 아닙니다. 재개발 재건축되는 도시 안에서 길고양이의 생존 문제는 가장 보편적인 이슈니까요. 영화는 고양이 이야기이지만 우리들 이야기로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하게 되네요.”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 2022-03-07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