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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고졸에 거지라서 미군밖에 답이 없습니다. 헬프 미.” 최고참 병장이 윗옷을 벗은 채 외친다. 맨몸 상체에도 같은 말이 적혀 있다. 이를 낄낄대며 지켜보는 건 후임 병사들. 병장은 울음을 삼키며 같은 말을 반복하다 고개를 숙인다. 영화 ‘가치캅시다’의 한 장면이다. 영화 주인공은 카투사(KATUSA·미군에 배속된 한국군)로 복무 중인 추혜진 병장(김기현). 카투사엔 명문대생, 고위급 자제가 많지만 추 병장은 고졸에 흙수저다. 계획 없이 사업에 손댔다가 번번이 실패하는 부모는 그를 현금자동입출금기(ATM) 취급한다. 휴가나 외박을 나와 아르바이트로 번 돈을 모두 내놓으라고 닦달하기 일쑤. 부대에서도 든든한 사회적 배경을 가진 후임들은 별 볼일 없는 최고참을 무시하고 조롱한다. 가진 것 없는 추 병장은 후임에게 굽신거려야 한다. 공고해야 할 군대 내 계급마저 사회적 계급에 따라 역전된다. 지옥에서 벗어나기 위해 추 병장이 생각한 방법은 하나다. 미군이 되는 것. 영화 제목 ‘가치캅시다’는 주한미군이 한미동맹을 강조할 때 주로 쓰는 구호인 ‘같이 갑시다(we go together)’를 미국인 발음으로 표기한 것. 온갖 차별의 벽에 막힌 한국을 떠나 미국인이 되려는 그의 의지를 담았다. 그는 주한미군 고위급 인사의 추천을 받아 미군이 되려 애쓰지만 후임들의 거짓 신고로 미군 군용품을 훔쳤다는 누명을 쓴다. 누명을 벗어야 미군이 될 수 있는 그는 탄원서 서명을 받으려고 후임을 등에 태우고 말 흉내를 내는 등 고군분투한다. 영화는 4월 열린 휴스턴 국제영화제에서 학생 장편 부문 은상을 받았다. 카투사에서 2012∼2014년 고졸로 복무한 조승원 감독(30)의 장편 데뷔작이자 뒤늦게 한국영상대에 간 그의 졸업 작품이다. ‘미군이 되는 것’이라는 해결법이 극단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돈 많은 부모도, 학벌도 없는 청년에게 별다른 방법이 없는 것도 현실이다. 저학력 흙수저 청년이 겪는 좌절과 비루함을 담담하게 담아낸 이 영화는 윤종빈 감독의 ‘용서받지 못한 자’,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D.P.’에 이어 ‘군대 수작’이 될 것이란 평가도 나온다. 20대 청년과 군대 이야기를 다루지만 대다수가 한 번씩은 겪어본 차별이라는 보편적인 문제를 아우르고 있어 공감을 이끌어낸다. 조 감독은 19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군대 이야기 자체보다 2030세대가 각자의 배경에 따라 상대에게 가지는 혐오를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추 병장은 갖은 굴욕을 버텨내고 미군이 되는 데 성공할 수 있을까. 28일 개봉.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오징어게임’ 공개 약 한 달 만에 새로 선보인 또 다른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마이네임’이 세계적인 인기를 모으고 있다. 18일 기준 넷플릭스 TV쇼 부문 톱10 안에 한국 드라마가 3개나 포진하는 등 ‘K드라마’는 세계 시장에서 탄탄하게 자리매김하고 있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순위 집계 사이트인 플릭스패트롤에 따르면 15일 공개된 마이네임은 18일 현재 TV쇼 부문(영화 제외) 스트리밍 세계 4위에 올랐다. 16일 6위에 오른 뒤 17일부터 4위다. 국내 1위를 비롯해 미국 5위, 캐나다·브라질 4위, 일본 3위, 필리핀 2위 등 각국 차트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K드라마의 힘을 보여주는 건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뿐만이 아니다. 넷플릭스로 볼 수 있는 tvN 드라마 ‘갯마을 차차차’(17일 종영)도 18일 현재 세계 7위에 올라 있다. 두 드라마의 글로벌 흥행 요인 중 하나는 오징어게임이 세계적인 신드롬을 불러일으킨 후 K드라마에 대한 관심이 커진 것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마이네임의 김진민 감독도 18일 화상 인터뷰에서 “오징어게임이 깔아준 판에 제가 살짝 올라간 느낌”이라며 “(오징어게임에 바로 이어진 작품인 데 대해) 부담이 없었다면 거짓말이지만 한편으론 오징어게임이 한국 콘텐츠가 세계에서 크게 인정받은 데 큰 역할을 해줘서 고맙다”고 했다. 오징어게임, 마이네임, 갯마을 차차차의 공통점은 전형적인 설정들 탓에 이야기의 흐름을 상당 부분 예측할 수 있다는 것. 이는 한국 시청자들에게는 상투적이라는 반응을 얻을 수 있는 측면이지만 글로벌 시장 공략에는 오히려 유리하다는 진단이 있다. 클리셰를 과도하게 배제하면 이야기가 너무 새로워져 보편적인 정서에 반할 수 있기 때문이다. K드라마 창작자들이 이를 전략적으로 활용하면서도 일부 파격적인 설정을 넣어 클리셰와 파격을 적절하게 배합해 내는 점이 작품을 성공으로 이끈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김 감독 역시 마이네임에서 위장 잠입하는 내용을 다룬 언더커버물의 공식을 거의 그대로 따라가면서도 여성 단독 주인공(한소희)을 내세우는 파격 설정을 택했다. 김 감독은 클리셰에 대한 지적이 나오는 것에 대해 “언더커버물이라는 게 갈 수 있는 이야기 구조가 한정돼 있어 클래식한 부분에 집중해야 된다고 생각했다. 클리셰를 굳이 배제해 엄청 새로운 걸 하고자 하는 생각은 애초부터 없었다. 클리셰는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좋은 드라마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오징어게임과 마이네임의 잇따른 성공은 넷플릭스의 K드라마에 대한 집중적인 마케팅의 결과물이라는 평가도 있다. 앞서 16일 블룸버그 통신은 넷플릭스가 오징어게임의 가치를 투자비용인 2140만 달러(약 252억 원) 대비 40배가 넘는 8억9110만 달러(약 1조 원)로 평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회당 제작비 역시 오징어게임은 28억 원으로 기존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인 ‘기묘한 이야기’(95억 원)와 ‘더 크라운’(119억 원)에 비해 매우 적은 편이다. K드라마의 가성비와 경쟁력이 입증되고 있는 만큼 넷플릭스가 마케팅 역량을 여기에 집중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지욱 영화평론가는 “K콘텐츠 붐을 넷플릭스가 주도해서 일으키려는 분위기가 읽힌다”며 “영미권 콘텐츠를 식상해하는 이들에게 넷플릭스가 K콘텐츠를 발굴해 세계 시장 점유율 확대의 발판으로 삼고 있고, 그간 마케팅에서 밀리던 K콘텐츠도 넷플릭스라는 거대 플랫폼을 만나 제대로 빛을 보기 시작한 것”이라고 했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오징어게임’에 앞서 세계적 열풍을 일으킨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종이의 집’ 시즌3에는 이목을 끄는 캐릭터가 등장한다. 스페인 중앙은행에 침입한 강도 일당을 소탕하는 작전을 지휘하는 시에라 경감이다. 그는 만삭의 임신부다. 비록 드라마지만 만삭인 여성이 중대 사건 대응을 총괄하는 장면은 시대의 변화를 보여줬다. 미국 하버드대 경제학과의 첫 여성 테뉴어(정년 보장) 교수인 저자 클라우디아 골딘은 임신과 육아 때문에 여성이 일 자체를 포기하던 시대는 지났다고 말한다. 저자는 미국 대졸 여성들을 태어난 시기별로 5개 그룹으로 나눈다. 그룹1은 1878∼1897년에 태어난 이들. 이 중 성공적인 커리어를 가진 여성들은 결혼과 출산을 하지 않았다. 세월이 흘러 1958∼1978년에 태어난 그룹5는 일과 가정의 양립을 일군 여성들이 다수다. 저자는 이 ‘양립’의 이면은 여전히 어둡다고 지적한다. 여성들 상당수는 임신하거나 아이를 낳은 뒤 같은 직장에서도 승진에서 남성 동료에게 밀리고 있다고 느낀다. 부부 중 아이에게 비상 상황이 생겼을 때 사무실을 뛰쳐나올 수 있는 ‘온콜(on-call·비상대기)’ 임무를 맡는 건 대체로 여성이다. 그러려면 직장 내 업무 중에서도 근무시간에 유연성이 허용되는 비핵심 업무를 택할 수밖에 없다. 대개 이런 업무는 소득이 적다. 성별 소득격차가 벌어지는 이유다. 워킹맘이나 임신부가 더 강도 높은 업무를 하겠다고 요구해도 조직이 모성보호를 내세워 이를 수용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 시에라 경감과 같은 사례가 현실세계에선 소수에 그치는 이유다. 게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학교와 어린이집이 셧다운된 지난해 워킹맘들은 일과 가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쫓다 뒤통수를 맞는 상황에 봉착했다. 저자는 “사회적 차원에서 아동 돌봄 서비스를 더 많이 제공해야 한다”거나 노동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식의 다소 뻔한 해법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노벨 경제학상 후보로 꾸준히 거론돼온 저자가 짚어본 여성들의 성평등을 향한 100여 년의 여정과 성별 소득격차의 원인을 밝히는 과정을 따라가 보는 것만으로도 이 책을 읽을 이유는 충분하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111 million. 한국 드라마가 세계 드라마의 새 역사를 썼음을 알리는 기념비적 숫자다. 넷플릭스는 13일 트위터를 통해 “‘오징어게임’이 1억1100만 팬들에게 도달했다. 넷플릭스 출시 이후 가장 큰 작품이 됐다”고 밝혔다. 넷플릭스는 오징어게임이 지난달 17일 190여 개국에 동시 공개된 후 이달 3일까지 17일간 2억900만 개의 가입 계정 중 절반이 넘는 1억1100만 계정이 이를 시청했다고 발표했다. 계정 1개당 최대 4명까지 시청 가능한 것을 고려하면 실제 오징어게임을 본 이는 1억1100만 명을 크게 웃돌 것으로 보인다. 넷플릭스는 “한국 창작자의 이야기가 세계 1억 이상 구독 가구에 울려 퍼졌다”고 전했다. ○ 압도적 세계 1위…경쟁자가 없다넷플릭스는 그간 오리지널 콘텐츠는 공개 후 28일(4주)간의 시청 추이를 종합한 뒤 유의미한 수치만 발표했다. 이 수치는 통상 기업 실적과 함께 밝혔지만 이번엔 이례적으로 실적 발표 일정과 무관하게 공개했다. 넷플릭스는 “오징어게임은 세계 팬들로부터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큰 사랑을 받은 만큼 시청 계정 수를 먼저 공개한 것”이라고 했다. 앞서 넷플릭스 드라마 중 시청 계정 수 1위는 지난해 공개된 미국 드라마 ‘브리저튼’이었다. 19세기 영국 사교계를 다룬 로맨스물로, 28일간 8200만 계정이 시청했다. 오징어게임은 17일째 1억1100만 계정을 기록해, 공개 28일째가 되는 14일이 되면 같은 기간 브리저튼의 기록을 배 이상 넘어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넷플릭스는 이날 “오징어게임은 94개국에서 넷플릭스 ‘오늘의 톱10’ 1위에 올랐다”며 이례적으로 1위 국가 수도 공개했다. 별도의 ‘축하 영상’도 만들어 각국 넷플릭스 인스타그램에 게재했다. 여러 언어 자막이 달린 이 영상은 오징어게임 속 장면을 편집해 제작됐다. 드라마 속 게임 진행 성우가 “전 세계 1위를 차지한 오징어게임에 함께해주신 여러분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여러분들은 1억1100만 VIP 중 한 분이십니다”라고 한국어로 말하는 내레이션이 담겼다. 김민영 넷플릭스 아시아태평양 콘텐츠 총괄 VP(부사장)는 “넷플릭스가 한국에 투자하기 시작한 2015년 당시 목표는 세계적인 수준의 한국 콘텐츠를 선보이는 것이었다”며 “상상만 했던 일을 오징어게임이 현실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할리우드와 경쟁할 수 있는 한국” 외신의 호평도 이어졌다. 미국 CNN은 13일 “오징어게임은 의미 있는 방식으로 시대정신(zeitgeist)을 강타했고, 문화현상이 됐다”고 보도했다. 영국 로이터통신은 “이 스릴러물은 공개 한 달도 안 돼 세계적인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한국 문화와 언어에 대한 새로운 관심을 불러일으켰다”고 평가했다. 블룸버그통신은 10일 “지난 몇 주간 대중문화 흐름을 요약해 달라고 한다면 여섯 단어를 고를 것”이라며 ‘오징어 게임 오징어 게임 오징어 게임’이라고 전했다. 이 통신은 지난달 오징어게임을 예로 들면서 “한국 창작자들은 할리우드와 경쟁할 수 있는 콘텐츠 제작 능력을 입증했다”며 호평했다. 넷플릭스가 국내 영상 제작에 더 공격적으로 투자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앞서 넷플릭스는 올 한 해만 5500억 원을 한국 콘텐츠 제작에 투자하겠다고 밝히는 등 2016∼2020년 연평균 1540억 원이던 투자액을 대폭 늘렸다. 정지은 문화평론가는 “한국은 넷플릭스에 투자금 대비 최고의 콘텐츠가 나오는 가성비 좋은 시장이고, 창작자에게도 넷플릭스는 창작의 자유를 보장해주는 데다 세계로 나갈 길을 열어주는 매력적인 투자자”라고 말했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제작비가) 입금되지는 않았지만 ‘D.P.’ 시즌2를 쓰고 있습니다. (원작 웹툰 작가인) 김보통 작가님과 얘기하면서요. 준비는 해놓아야 (제작하러) 가자고 할 때 갈 수 있지 않을까 해서요.”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D.P.’를 연출한 한준희 감독이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가 열리고 있는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에서 13일 진행된 ‘영화 만들기와 드라마 만들기’ 오픈토크에서 말했다. D.P.는 한국 군대 문제를 날것 그대로 담아낸 수작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흥행에 성공해 시즌2 제작에 대한 관심이 높다. 이날 행사에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킹덤’을 연출한 김성훈 감독, 장항준 감독도 참석했다. 이들은 넷플릭스를 비롯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를 통해 한국 콘텐츠가 세계로 나아가게 됐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오징어게임이 세계적으로 회자되는 것에 대해 동료 감독으로서 자랑스럽다”며 “언어적 한계라는 족쇄를 OTT가 풀어주니 한국 작품들이 마음껏 날아다니고 있다. 많은 한국 작품이 세계인에게 사랑받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킹덤1이 2019년에 공개됐는데 넷플릭스는 단 한 컷도 이래라저래라 한 것이 없었다”고 했다. 투자자들의 영향을 받았던 창작자들이 환영할 수밖에 없는 시스템이라는 것. 한 감독도 “극장용 상업영화였다면 ‘넣어도 되나’ 싶은 장면들을 D.P.에 모두 넣을 수 있었다”고 했다. OTT를 통해 러닝타임 제한에 대한 부담도 덜었다고 했다. 김 감독은 “2시간짜리 영화를 만들다 보면 돈도 많이 들이고 공들여 찍은 장면을 편집해야 했다. 하지만 드라마에서는 길게 이야기할 수 있다. 시청자에게 전달할 때도 유리한 점이 있었다”고 말했다. 한 감독은 “D.P.는 총 290분이다. 펼쳐서 보여주는 재미가 있다. 흥미로운 이야기를 할 수 있다면 영화든 시리즈든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시즌 1, 2가 인기를 끈 킹덤은 시즌3 제작에 대한 관심이 높은 상황. 김 감독은 “입금되는 거 봐서…”라고 농담하며 시즌3에 대한 구체적인 답은 하지 않았다. 최근 OTT가 빠르게 성장하면서 영화와 드라마의 경계가 무너지고 있다. 부산국제영화제가 올해 최초로 넷플릭스의 드라마 ‘지옥’과 ‘마이네임’을 초청한 것도 이런 분위기를 반영한 것. 장 감독은 “오징어게임처럼 한국 창작자들이 세계 시장으로 나가는 데 있어 온전한 기회를 갖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장 감독은 독립 장편 영화 촬영과 내년 2월 촬영 예정인 농구 영화 ‘리바운드’를 준비 중이라고 했다. 김 감독은 올해 말부터 하정우와 함께 ‘피랍’ 촬영에 나설 예정이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오징어게임’이 넷플릭스 역사상 가장 많은 가입자가 시청한 드라마라는 대기록을 세웠다. 넷플릭스가 지난달 17일 190여 개국에 동시 공개된 이후 이달 3일까지 17일간 세계 1억1100만 넷플릭스 가입 계정이 오징어게임을 시청했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넷플릭스 계정, 즉 아이디 1개당 4명까지 시청 가능한 것을 고려하면 실제로 오징어게임을 본 전 세계인 수는 1억 1100만 명을 크게 웃돌 것으로 보인다. 넷플릭스는 13일 인스타그램을 통해 “오징어게임이 공식적으로 1억 1100만 팬들에게 도달했다(reached). 넷플릭스 출시 이후 가장 큰 작품이 됐다”고 밝혔다. 넷플릭스는 이날 보도자료에서도 “한국 창작자의 이야기가 전 세계 1억 이상 넷플릭스 구독 가구에 울려퍼졌다”고 전했다. 넷플릭스는 그간 자사가 투자한 드라마 등 오리지널 콘텐츠의 경우 공개 첫날을 포함한 28일간의 시청 추이를 종합한 뒤 유의미한 수치에 한해 이를 발표해왔다. 시청 계정 수치 는 통상 기업 실적 발표와 함께 밝혔지만 이번엔 이례적으로 실적과 무관하게 공개했다. 넷플릭스 관계자는 “오징어게임은 전 세계 팬들로부터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큰 사랑을 받은 만큼 시청 계정 수를 먼저 공개한 것”이라고 했다. 앞서 넷플릭스 드라마 중 시청 계정 수 1위를 차지한 건 지난해 공개된 미국 드라마 ‘브리저튼’이었다. 이 드라마는 공개 후 28일간 8200만 계정이 시청했다. ‘오징어게임’은 17일만에 이를 훌쩍 넘어 1억 1100만 계정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기존 기록을 갈아 치운 수준이 아니라 압도한 수준. 일각에선 공개 28일째가 되는 14일이 되면 같은 기간 브리저튼이 세운 기록을 두 배 이상 넘어설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김민영 넷플릭스 아시아 태평양 콘텐츠 총괄 VP는 “넷플릭스가 한국에 투자하기 시작한 2015년 당시 목표는 전 세계 팬들을 위한 세계적인 수준의 한국 콘텐츠를 선보이는 것이었다”며 “상상만 했던 일을 ‘오징어게임’이 현실로 만들어줬다”고 말했다. 넷플릭스는 이날 “오징어게임은 (공개 이후) 총 94개국에서 넷플릭스 ‘오늘의 톱10’ 1위에 올랐다”며 이례적으로 1위 국가 수도 공개했다. 그간 넷플릭스는 콘텐츠 순위를 공개할 경우 과도한 경쟁을 유발해 다양한 콘텐츠를 만들려는 창작자의 의지가 꺾일 수 있다는 이유 등으로 공개를 최소화해왔다. 넷플릭스는 이날 ‘축하 영상’도 만들어 세계 각국 넷플릭스 인스타그램에 게재했다. 한국어로 제작돼 세계 각국 언어 자막이 달린 이 영상은 오징어게임 속 일부 장면을 편집해 만들어졌다. 영상엔 오징어게임의 게임 진행 성우가 “전 세계 1위를 차지한 오징어게임에 함께해주신 여러분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여러분들은 오징어게임 열풍을 일으킨 1억1100만 VIP 중 한 분이십니다”라고 말하는 내레이션도 담겼다. 외신의 호평도 이어지고 있다. CNN 방송은 13일 이 같은 소식을 전하며 “오징어게임은 시대정신을 의미 있는 방식으로 (세계를) 강타했다. 오징어게임은 문화 현상이 됐다. 오징어게임의 성공은 세계적인 히트작을 만드는 넷플릭스의 능력을 보여준다”고 보도했다. 앞서 블룸버그통신도 10일(현지시간) “지난 몇 주간의 대중문화 흐름을 요약해 달라고 한다면 여섯 단어를 고를 것”이라며 ‘오징어 게임’ ‘오징어 게임’ 오징어 게임‘이라고 보도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지난달에는 콘텐츠 산업 전문가의 말을 인용해 오징어게임의 흥행을 예로 들며 “한국 창작자들은 할리우드와 경쟁할 수 있는 콘텐츠 제작 능력을 입증했다”며 호평한 바 있다. 강성률 광운대 동북아문화산업학부 교수는 “오징어게임은 단순하고 노골적인 설정을 했지만 그 안엔 음악과 미술, 이야기, 철학이 고도로 치밀하게 설계돼있다”며 “단순함과 심오함이 절묘하게 조화돼 세계인의 관심은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손효주기자 hjson@donga.com}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오징어게임’의 열풍으로 글로벌 스타 반열에 오른 이는 이정재, 박해수 등 주연 배우만이 아니다. 게임에 참가한 이주노동자 알리로 등장하는 인도 출신 배우 아누팜 트리파티(33)도 세계인이 주목하는 배우로 우뚝 섰다. 그는 오징어게임으로 한국에 온 지 11년 만에 한국은 물론 세계에 이름을 알렸다. 그의 인스타그램 팔로어는 4일 200만 명을 넘었고 12일 현재 340만 명에 이른다. 트리파티는 최근 동아일보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알리가 이런 반응을 얻을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며 “축복받은 기분”이라고 밝혔다. 그가 한국에 온 건 2010년. 한국예술종합학교 장학생으로 선발돼 한국 땅을 밟았다. 2006년 인도에서 연극 ‘스파르타쿠스’의 검투사 역할로 데뷔한 뒤 5년가량 배우 생활을 이어가던 그는 2011년 한예종에 입학하며 본격적으로 연기 공부를 시작했다. 처음 데뷔한 한국 작품은 2014년 개봉한 영화 ‘국제시장’이었다. 당시 스리랑카남을 맡은 이후 영화 ‘아수라’ ‘럭키’ ‘승리호’, 드라마 ‘태양의 후예’를 비롯한 여러 작품에 단역으로 등장하며 연기 내공을 다졌다. 그에게 비중 있는 조연을 맡을 기회가 온 건 오징어게임 오디션이 있던 지난해 2월. 그는 “황동혁 감독님이 알리는 덩치가 큰 인물이라고 하셨는데 나는 마른 편이어서 걱정이 컸다. 합격 통보를 받고 하루 종일 춤을 췄다. 하늘에 떠 있는 기분이었다”고 했다. 199번 참가자 알리 캐릭터를 분석하면서는 고민을 거듭했다. “190여 개국 사람들 대부분이 알리를 통해 ‘한국 사회의 이주노동자’를 처음 접하게 되는 거잖아요. 상투적인 설정을 따라가지 않으면서 최대한 많은 사람들의 마음에 닿을 수 있는 캐릭터를 만들어내려고 고민했습니다.” 그에게 지금까지 주어진 역할은 이주노동자가 대부분이어서 다양한 캐릭터를 맡아 연기의 폭을 넓힐 기회가 부족했다. 그는 “비슷한 역할 같지만 작품 맥락에 따라 한 명 한 명이 분명 다른 캐릭터인 만큼 모두 다르게 연기하려고 노력했다”면서도 “앞으로 액션, 로맨틱코미디, 사극 등 다양한 장르의 다양한 배역에 도전해보고 싶다”고 했다. 일각에선 알리 캐릭터를 두고 논란이 일기도 했다. 미국의 한 대학교수가 최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알리가 게임 참가자들을 ‘Sir(사장님)’라고 부르는 등 복종하는 이미지로 묘사됐다며 인종차별 문제를 제기한 것. 이에 반박 글이 오가며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이 같은 논란에 그는 “사장님이라는 표현은 한국에서 흔히 사용하는 존칭이며 상우(박해수) 등에게 사장님이라고 하는 건 감사의 표현이다. 알리는 다양한 사람들 속에서 주체적으로 관계를 맺는 캐릭터”라며 인종차별 지적을 일축했다. 한국 드라마 속 특정 인물 묘사 방식이 미국에서까지 논란이 되는 건 그만큼 K콘텐츠의 인기가 높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그는 “한국 콘텐츠는 영상, 연출 등 분야를 막론하고 상상을 뛰어넘는 성장을 보이고 있다”며 “많은 분들이 자신의 작품에 전력을 다하고 있는 것이 느껴진다”고 했다. “이런 분들(한국 배우, 제작자 등)과 같은 공간에서 작업을 한다는 게 자랑스러워요. 매일매일이 기대됩니다. 저는 한국어, 힌디어, 영어 등 3가지 언어가 가능한 만큼 앞으로 3배 더 많은 역할에 도전하고 싶어요. 저 자신보다 참여한 작품들과 연기한 배역들로 기억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배우 문근영(34)이 영화감독으로 데뷔한다. 문근영은 최근 인스타그램을 통해 자신이 연출한 작품 ‘바치―꿈에 와줘’의 촬영이 마무리된 사실을 알렸다. 그는 스태프에게 “덕분에 세 번째 작업까지 행복하게 마칠 수 있었다”며 감사를 표시했다. 그의 인스타그램에는 ‘감독 문근영’ 문구가 적힌 슬레이트와 노트북 모니터에 띄운 콘티 등 연출 작업과 관련된 사진들이 올라와 있다. 문근영이 촬영 현장에서 모니터를 보고 장면을 분석하는 모습을 담은 사진도 있다. 그는 11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라이브 방송을 통해 “영화 촬영을 마치고 후반 작업을 하고 있다. 빠르면 올해 안에 작품을 공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바치―꿈에 와줘’는 3부작으로 연기를 주제로 한 작품이다. 2019년 방영된 tvN 드라마 ‘유령을 잡아라’에서 문근영과 함께 출연한 배우 안승균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문근영도 직접 출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근영은 “뭔가 새로운 일을 하니 설레고 행복했다. 다양한 아티스트와 협업하면서 나도 성장하는 느낌이었다”며 “자랑하고 싶을 정도로 빨리 보여드리고 싶다”고 했다. 앞서 문근영은 지난해 9월 10년 넘게 몸담은 소속사 나무엑터스와 전속계약을 끝내 새로운 행보를 예고했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스크린 한가운데 빨간색 알파벳 ‘N’이 효과음과 함께 떠올랐다. 8일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하늘연극장.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지옥’이 상영된 이날 관객들은 방역 수칙에 따라 허용된 극장 좌석(전체의 절반)을 꽉 채웠다. 영화 ‘부산행’, ‘반도’의 연상호 감독이 연출한 ‘지옥’은 다음 달 19일 190여 개국에 동시 공개된다. 이에 앞서 부산국제영화제(6∼15일)에서 세계 최초로 총 6회 중 3회까지만 상영됐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시리즈물이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OTT가 고속 성장하고 영화와 드라마의 경계가 모호해지자 영화제 측이 OTT 시리즈물을 초청한 것. 넷플릭스 상징 ‘N’이 떠오르는 모습, 시리즈물이 중간까지만 상영되고 불이 켜지는 모습은 시대의 변화와 OTT의 높아진 위상을 동시에 보여줬다. ○ 속도감 볼거리 갖춘 대작 ‘지옥’ ‘지옥’은 지난달 예고편이 공개되자마자 “‘오징어게임’의 바통을 이어받을 것”, “예고편만 봐도 대박”이라는 등 폭발적인 반응이 쏟아졌다. 지옥은 ‘예고편 못지않은 본편’이었다. 1화에선 도입부 5, 6분간 몰입감 넘치는 장면만 응축해 속도감 있게 내달렸다. 악마 형상을 한 존재로부터 지옥에 갈 날짜와 시간을 통보받은 한 남성은 카페에 있다 지옥의 사자들을 맞닥뜨린다. 도망가는 남성과 이를 쫓는 사자들이 펼치는 도심 추격전, 사자들이 남성에게 지옥의 고통을 시연한 뒤 불태우는 장면은 한시도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다만 원작 웹툰과 달리 컴퓨터그래픽(CG)으로 만든 지옥의 사자가 킹콩에 가까워 괴수 영화처럼 느껴지는 건 아쉽다. 종교연구단체라고 주장하는 새진리회의 의장 정진수(유아인)는 ‘지옥행 고지’는 죄인에 한해 이뤄지고 이는 “인간은 더 정의로워야 한다”는 신의 메시지라고 주장하며 추앙받는다. 정진수는 악인인가 선인인가, 시연이 죄인에게만 일어나는 것이 맞는지 회를 거듭할수록 궁금증이 커진다. 선인인지 악인인지 판단할 수 없게 하는 유아인의 연기는 감탄을 자아낸다. 연 감독의 동명 웹툰을 자신이 직접 극화해 주인공이나 극 중 공간은 웹툰에서 튀어나온 듯하다. 설정 자체가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고 ‘지옥의 사자’ 등 볼거리가 많은 데다 정의라는 보편적인 주제를 다뤄 세계적 열풍이 일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 다만 3화부터 정의와 죄에 대한 철학적 사유를 담은 장면이 본격적으로 나오면서 참신한 설정이 주는 매력이 조금씩 줄어든다. 연 감독이 이 어려운 주제들을 그러모아 마지막 화에서 명료하게 결론을 냈는지 여부에 관심이 모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수준급 액션, 궁금증 자극하는 ‘마이네임’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마이네임’도 15일 공개를 앞두고 부산국제영화제에서 8화 중 3화까지 먼저 상영됐다. 여배우 한소희(윤지우·오혜진 역)를 단독 주연으로 내세운 이 작품은 아버지를 죽인 진범을 찾으려는 복수극을 그린 액션 누아르. 한소희는 아버지가 생전 몸담은 조직에 들어가 오랜 훈련을 거쳐 남자 조직원들과의 대결에서 모두 이긴다. 이후 아버지를 죽인 이가 경찰이라는 말을 듣고 경찰에 잠입한다. 한소희의 액션은 오랜 기간 수련한 전문 격투기 선수로 여겨질 정도로 자연스러웠다. 특히 경찰 삼단봉으로 복도에서 건장한 마약 조직원들을 차례로 제압하는 장면은 영화 ‘올드보이’ 속 최민식의 ‘망치 액션’을 방불케 하는 명장면이었다. 동천파 보스 최무진 역을 맡은 박희순도 속내를 알 수 없는 절제된 연기를 펼친다. 동천파 조직원들의 체육관 내 단체 대결 등 실감나게 세공해낸 액션 장면이 가득하다. 진범이 누구인지 궁금증을 자극하는 김바다 작가의 집필 실력도 수준급이다.부산=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6일 막을 올렸다. 코로나19로 지난해 생략됐던 레드카펫 행사와 야외 개막식도 열렸다.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에서 개최된 개막식은 12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배우 송중기 박소담의 사회로 진행됐다. 송중기는 “서로의 진짜 모습을 오랜만에 보게 돼 감격스럽다. 소중한 일상이 더욱더 고맙게 느껴지는 순간이다”라고 말했다. 이날 시상식에서 ‘한국영화공로상’은 고 이춘연 제작사 씨네2000 대표에게, ‘올해의 아시아영화인상’은 임권택 감독에게 각각 돌아갔다. 임 감독에 대한 시상은 봉준호 임상수 감독이 맡았다. 후배 영화인들의 기립 속에 무대에 오른 임 감독은 “아직도 저 스스로가 완성도가 어지간하다고 할 만한 영화를 찍어보질 못했다”고 말했다. 개막작으로는 임상수 감독이 6년 만에 선보인 신작 ‘행복의 나라로’가 상영됐다. 시한부 인생을 사는 탈옥수 203(최민식)과 돈이 없어 약을 훔쳐 연명하는 희귀병 환자 남식(박해일)이 동행하며 벌어지는 일을 담았다. 윤여정이 거액의 검은돈을 만지는 윤 여사 역으로 등장한다. 올해 상영되는 작품은 70개국 223편. 지난해 68개국 192편에 비해 늘었지만 예년 300여 편에 비해선 적은 수준이다. 영화제 측은 편수는 적지만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준비하며 열리는 행사인 만큼 작품을 모두 극장에서 상영하기로 했다. 지난해에는 작품을 1회 상영하는 데 그쳤지만 올해는 작품당 2, 3회로 상영 횟수를 늘렸다. 봉준호 감독과 올해 칸 영화제에서 각본상을 받은 영화 ‘드라이브 마이카’를 연출한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은 7일 대담을 가진다. 올해 베를린 국제영화제에서 ‘우연과 상상’으로 심사위원대상도 받은 하마구치 감독은 평소 봉 감독의 팬임을 자처해왔다. 올해 칸 영화제에서 ‘아네트’로 감독상을 받은 프랑스의 레오스 카락스 감독은 갈라 프레젠테이션에 참석한다. 올해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인 쥘리아 뒤쿠르노 감독의 ‘티탄’ 등 유명 국제 영화제 수상작도 대거 상영된다. 넷플릭스가 15일 공개하는 김진민 감독의 드라마 ‘마이네임’과 다음 달 공개할 연상호 감독의 드라마 ‘지옥’도 먼저 만날 수 있다. 부산국제영화제에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의 시리즈물이 초청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영화제 마지막 날인 15일, 홍콩 유명 가수이자 배우인 매염방의 일대기를 다룬 렁록만 감독의 ‘매염방’이 폐막작으로 상영된다. 코로나19로 영화관은 전체 좌석의 50%만 운영한다. 개막식 참석자와 스태프, 취재진은 백신 2차 접종 완료 후 2주가 지났거나 코로나19 음성 결과가 있어야만 참석할 수 있도록 했다.부산=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1회를) 열면 끝까지 보게 될 겁니다.” 5일 유튜브를 통해 생중계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마이네임’ 제작발표회에서 김진민 감독은 이렇게 말했다. 지난해 4월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인간수업’을 통해 국내 스트리밍 1위를 차지했던 김 감독의 말이기에 주목을 받았다. 190여 개국에서 15일 동시에 공개되는 마이네임은 ‘오징어게임’의 세계적 열풍으로 ‘K드라마’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은 가운데 공개되는 만큼 돌풍을 이어나갈 수 있을지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오징어게임은 지난달 17일 190여 개국에서 동시에 공개됐다. 특히 전작에서 성매매 알선 등 범죄의 세계에 빠져든 청소년의 이야기를 다뤄 작품성과 흥행성을 인정받은 김 감독의 작품이라 ‘제2의 오징어게임’이 될 것이라는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인간수업은 지난해 5월 글로벌 데이터 분석 업체 패럿애널리틱스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의 언급 및 추천 횟수 등을 종합해 바이럴 부문 상승률 5위 시리즈물로 꼽는 등 해외에서도 입소문이 났던 콘텐츠다. 배우 한소희 박희순 안보현이 출연하는 마이네임은 지우(한소희)가 자신의 아버지를 죽인 범인을 찾기 위해 아버지가 몸담았던 마약 조직 ‘동천파’의 조직원으로 들어가는 내용으로 시작하는 액션 누아르물. 지우는 아버지의 친구이자 동천파 보스인 무진(박희순)에게서 아버지를 죽인 사람이 경찰이라는 이야기를 들은 뒤 다시 경찰 마약수사대에 잠입하는 방식으로 복수에 나선다. 한소희는 이날 “지우는 복수를 위해 미래와 이름을 다 버린 캐릭터”라며 “목숨을 건 처절한 액션 신이 많다”고 했다. 박희순은 “기존 누아르물은 거친 마초들이 등장하는 차가운 느낌이 많았는데 마이네임은 여성이 단독 주연이고 등장인물들의 복합적인 감정을 뜨겁게 풀어낸 점이 신선했다”고 말했다. 경찰이 범죄 조직에 위장 잠입하는 설정이 대부분이었던 기존 누아르물과 반대로 범죄 조직원이 경찰에 잠입하는 설정도 호기심을 자극한다. 배우들은 실감 나는 액션 장면을 위해 촬영 2, 3개월 전부터 액션스쿨에서 연습했다. 8부작인 드라마에 나오는 액션 장면 대부분은 와이어나 컴퓨터그래픽의 도움 없이 배우들이 맨몸으로 소화해냈다. 한소희는 액션 장면을 위해 몸무게를 10kg 늘렸다. 작품에 대한 기대를 반영하듯 마이네임 제작사인 스튜디오산타클로스의 주가는 이날 13.85% 급등한 3700원에 거래를 마쳤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국내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이 넷플릭스 순위가 집계되는 83개국 모두에서 한 번씩 1위를 차지하는 신기록을 세웠다. 자국 콘텐츠가 강세인 인도에서도 이례적으로 1위에 올랐다. 넷플릭스 콘텐츠 중 83개국에서 1위에 오른 건 오징어게임이 처음이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콘텐츠 순위 집계 사이트인 ‘플릭스 패트롤’에 따르면 2일 기준으로 오징어게임은 덴마크와 터키를 제외한 미국, 인도 등 81개국에서 TV 프로그램 부문 1위를 차지했다. 오징어게임은 덴마크와 터키에서 지난달 30일까지 1위를 달리다 이달 1일부터 2위가 됐다. 인도에서는 지난달 30일까지 자국 드라마 ‘코타 팩토리’에 이어 2위였다가 이달 1일부터 1위로 올라섰다. 앞서 오징어게임이 한동안 인도에서 1위에 오르지 못하자 온라인에서는 “오징어게임에는 발리우드 영화 특유의 집단 군무 장면이 없어 인도에서 1위를 못 한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세계적 열풍을 반영하듯 해외 유명 인사들도 오징어게임을 언급하고 있다. 아마존 창업자인 제프 베이조스는 3일 자신의 트위터에 오징어게임 스틸 컷을 올리고 “넷플릭스의 국제화 전략은 쉽지 않지만 성공하고 있다”며 “인상적이고 고무적이다. 오징어게임을 빨리 보고 싶다”고 썼다. 외신들도 연일 관련 기사를 내놓고 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일(현지 시간) “오징어게임은 넷플릭스의 사상 최대 히트작이 될 수도 있다”며 “오징어게임은 디스토피아적인 히트작”이라고 소개했다. 미국 경제잡지 포천은 같은 날 시청률 조사기관인 닐슨 자료를 인용해 “이 드라마는 (지난달 17일 공개 후) 28일간 전 세계에서 8200만 명 이상이 시청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2일(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에서는 넷플릭스가 조성한 오징어게임 체험관에 들어가려는 인파가 몰리면서 소동이 일어나기도 했다. 딱지치기 등 극 중 게임 체험과 진행요원인 ‘가면남’들과의 사진 촬영이 가능한 이곳에 대기 줄이 이어지면서 6시간 이상 기다리는 이들이 속출했다. 국내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동영상에는 파리 체험관이 폐장할 시간이 되자, 일부 시민들이 단체로 “문을 닫지 말라”는 구호를 외치는 장면이 담겼다. 오징어게임 열풍에 힘입어 출연진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드라마에 출연한 이정재 등 주요 배우들이 미국의 유명 토크쇼인 NBC TV의 ‘지미 팰런쇼’에 6일(현지 시간) 출연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올 7월 방탄소년단이 이 프로그램에 출연했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당연히 유부남들인 줄 알았다. 아내에게 등 떠밀려 아이 중고 장난감을 거래하러 나가본 경험이 수없이 많을 거라고 확신했다. 그만큼 2분 남짓한 유튜브 영상 속 그들은 유부남 그 자체였다. “다들 저희를 유부남이라고 생각하시는데 둘 다 20대고 미혼이에요.” 최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입소문이 나면서 유명해진 유튜브 영상 ‘당근이세요?’의 주인공 유현규(29), 전상협 씨(27)는 지난달 27일 전화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하며 웃었다. 이들이 제작하고 직접 출연한 이 영상은 올 8월 14일 업로드 후 보름 만에 조회수 150만 회를 넘겼다. 3일 현재 198만 회로 200만 회 돌파가 코앞이다. ‘당근마켓 남편들’로 알려진 영상은 특히 기혼자들 사이에서 “저건 내 얘긴데?”라는 공감을 이끌어냈다. “연기도 연출도 완벽” “특히 연기가 압권” 등의 반응이 담긴 댓글 4300개가 달렸다. 유 씨는 “올 초 채널명 ‘너덜트(nerdult)’로 유튜브를 시작한 후 두 번째로 올린 영상인데 화제가 돼 행복하다”고 말했다. 이들은 영상에서 당근마켓을 하는 아내를 대신해 장난감 양궁세트를 ‘대리 거래’하러 현장에 나온 남편들로 등장한다. 초점 없는 눈, 목이 늘어난 티셔츠 등 아무렇게나 입은 옷, 우물우물하며 끝을 흐린 의욕 없는 말투, 그 와중에 여러 차례 목례하며 예의를 차리는 모습, 시시콜콜한 내용까지 아내에게 전화로 일일이 묻는 모습 등 현실의 ‘당근마켓 남편들’을 폐쇄회로(CC)TV로 들여다본 것처럼 재현했다. 거래 품목에 있던 과녁을 빠뜨리는 바람에 거래 불발의 위기로 치닫는 장면도 나온다. 2분 6초짜리 영상에 재미와 공감을 끌어내는 동시에 긴장감까지 담아낸 것. 유 씨는 “광고감독 출신이라 연기를 배워본 적이 없는데 연기 칭찬이 많아 감사하다”며 “억지로 현장에 나온 걸 표현하려고 힘을 최대한 뺐다”고 말했다. 단역배우 경험이 있는 전 씨는 “중고거래를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어 지인들에게 들은 내용을 토대로 연기했다”며 “너무 어려 보이고 연기도 어색해 보일까 걱정했는데 반응이 좋아 즐겁다”고 했다. 영상이 화제가 되면서 이들은 당근마켓은 물론이고 유명 스타트업들로부터 협업 제안을 받았다. 유 씨는 “광고 제작을 의뢰하는 러브콜을 많이 받았지만 거절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당분간 너덜트 채널 자체 콘텐츠를 만드는 데 집중할 계획이다. 2주에 하나씩 새로운 영상을 만들어 올리는 게 자신들의 영상에 열광한 이들에 대한 도리라는 것. 전 씨는 “너덜트 채널을 시작한 이후로 아이디어 회의를 하느라 제대로 쉬어본 적이 없다”며 “일상의 공감 포인트를 담은 짧고 속도감 있는 영상을 더 많이 만들어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너덜트는 ‘너드(nerd·괴짜)’에 ‘어덜트(adult)’를 결합한 말이거든요. 2∼4분 내 재미와 공감을 모두 끌어내는 ‘코믹 숏무비’ 장르를 제대로 개척한 ‘괴짜 같은 어른’이 되는 게 저희 꿈입니다.”(유현규)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작품에서 제가) 확실히 오징어가 되긴 했죠.(웃음) 반응이 너무 좋아서 이게 현실인가 싶어요.”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오징어게임’으로 글로벌 스타가 된 배우 이정재(49)는 29일 화상으로 진행된 언론 공동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완성된 영상을) 처음 보고 한참 웃었다”며 “되게 많은 걸 벗어던진 느낌이었다”고 했다. 또 다른 주인공인 박해수(40)도 이날 화상으로 만났다. ‘오징어게임’은 23일부터 엿새 연속으로 넷플릭스 TV쇼 부문 세계 스트리밍 순위 1위 자리를 지키는 등 한국 드라마의 역사를 새로 쓰고 있다. 세계적인 열풍이 부는 만큼 주인공 성기훈 역의 이정재와 조상우 역의 박해수에 대한 세계인들의 관심도 뜨겁다. 실직 후 이혼하고 도박장을 전전하는 등 인생의 바닥까지 추락한 중년 남성 기훈을 완벽하게 소화해낸 이정재에겐 “이정재가 제대로 망가졌다”는 평가가 쏟아지고 있다. 영화 ‘암살’ ‘관상’ ‘신세계’ 등에서 무게감 있고 강한 캐릭터를 도맡아 해 온 만큼 180도 변신이 놀랍다는 반응이다. 그는 “생활연기를 한 것이지 망가졌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나이를 먹다 보니 악역이나 강한 역할밖에 안 들어오더라고요. 풀어진 듯한 캐릭터를 할 시기가 되지 않았나 생각하던 차에 황동혁 감독님이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남자 역할을 제안해주신 거죠.” 그는 시나리오를 보자마자 작품 설정에 매료됐다. “어른들이 어린 시절 하던 게임으로 서바이벌 게임을 한다는 설정 자체가 그로테스크해 공포감이 크게 느껴졌다”고 했다. 드라마 속 6개 게임 중 가장 어려웠던 게임은 ‘징검다리 건너기’. 그는 “1.5∼2m 정도 되는 높이에 강화유리로 징검다리를 만들어놓고 ‘마음껏 뛰라’고 하는데 잘 안되더라”며 “발에 땀이 나서 자꾸 미끄러졌고 초반엔 징검다리 간격이 넓어서 뛰기 어려웠다”고 했다. 명장면 중 하나로 꼽히는 ‘달고나 핥는 장면’을 두고는 “감독님은 ‘막 핥아 달라’고 하시는데 ‘이렇게까지 해야 되나’ 싶었다. 그래도 목숨을 걸고 하는 거니까”라며 웃었다. 기훈을 연기하며 슬픈 점도 있었다. 기훈은 황 감독이 쌍용차 해고자를 참고해 설정한 인물. 그는 “마음이 많이 무겁고 아팠다”고 거듭 말했다. 그는 “이러면 안 되는 거잖아”라는 기훈의 대사를 언급하며 “우리 사회에 이러면 안 되는 이들이 너무 많다”고 했다. 작품의 대성공을 두고는 “이런 내용이 공감을 살 수 있는 시대라는 게 중요한 거 같다. 시기가 잘 맞았다”고 했다. 박해수도 “시나리오 안에 인간이 공감할 수 있는 많은 것들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여기에) 극단적인 게임이라는 소재가 더해져 있어 굉장히 잘될 거라고 생각하긴 했는데 이렇게까지 엄청나게 될 거라는 생각은 못 했다”고 했다. 그가 연기한 상우는 극중에서 서울대 경영학과를 수석 입학한 ‘쌍문동의 자랑’이지만 고객 돈으로 선물 등에 투자했다가 거액의 빚을 지고 한순간에 추락한다. 실제 자신과 많이 다른 상우 역을 위해 그는 명문대 출신들을 직접 만나 인터뷰했다. 그들이 갖는 자격지심과 박탈감에 대해 알아보고 싶었기 때문. 박해수는 “그들에게도 경쟁사회에서 대다수가 갖는 일반적인 박탈감이 있더라. 그걸 표현해내려고 노력했다”고 밝혔다. 박해수는 6개 게임 중에선 줄다리기가 체력적으로 가장 힘들었다고 했다. 그는 “줄다리기를 하는 반대쪽은 지게차로 묶어놓고 촬영했는데 그렇게 힘들지 몰랐다”고 했다. “편집이 마무리된 후 황 감독님이 ‘해수 아니면 안 되는 캐릭터’라고 해주셔서 큰 힘이 됐어요. 많은 분들에게 연기에 대한 피드백을 받았는데 ‘잘하고 있다. 네 연기가 틀리지 않았다’는 느낌이어서 너무 감사해요. 삶에 대해서도 많이 배운 것 같아요.”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작품에서 제가) 확실히 오징어가 되긴 했죠(웃음). 열심히 찍었는데 반응이 너무 좋아서 이게 현실인가 싶어요. ”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오징어게임’으로 글로벌 스타가 된 배우 이정재는 29일 화상으로 진행된 언론 공동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완성된 영상을) 처음 봤을 때 한참 웃었다”며 “되게 많은 걸 벗어던졌다는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오징어게임’은 23일부터 엿새 연속으로 넷플릭스 TV쇼 부문 세계 스트리밍 순위 1위 자리를 지키는 등 한국 드라마의 역사를 새로 쓰고 있다. 세계적으로 열풍이 부는 만큼 주인공 성기훈 역의 이정재에 대한 세계인들의 관심도 뜨겁다. 그는 실직 후 이혼하고 도박장을 전전하는 등 인생의 바닥까지 추락한 중년 남성 성기훈을 연기했다. 기훈 역할을 완벽하게 소화해내면서 ‘이정재가 제대로 망가졌다’는 평가가 나오는 것에 대해 그는 “연기자 입장에선 망가졌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생활연기를 한 것이지 망가진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강한 캐릭터 연기에 비해 생활연기는 좀 더 자연스러워야 해서 오히려 힘든 부분이 많거든요. 게임들을 거치며 변하는 감정도 잘 표현해야 하고…. 연기를 하며 고민을 많이 했죠.” 그는 처음 기훈 역을 제안을 받았을 때 “반가웠다”고 했다. 영화 ‘암살’ ‘관상’ ‘신세계’ 등에서 강한 캐릭터를 도맡아온 만큼 연기 변신을 해보고 싶었다는 것. 그는 “나이를 먹다보니 악역이나 강한 역할 밖에 안들어오더라”라며 “고민하던 찰나에 황동혁 감독님이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남자 역할을 제안해줘서 흔쾌히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그는 시나리오를 봤을 때부터 작품 설정이 좋았다고 밝혔다. “어른들이 어린시절 하던 게임으로 서바이벌 게임을 한다는 설정 자체가 그로테스크해 공포감이 크게 느껴졌었다”라며 “각 캐릭터들의 애환을 꼼꼼하게 담은 점이 다른 서바이벌 게임 소재 드라마들과 다르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극중 6개 게임에 대한 뒷이야도 밝혔다. 그가 꼽은 가장 어려웠던 게임은 ‘징검다리 건너기’. 그는 “1.5~2m 정도 되는 높이에 강화유리로 징검다리를 만들어놓고 ‘안전하니까 마음껏 뛰라’고 하는데 잘 안되더라”라며 “발에 땀이 나서 자꾸 미끄러졌고 초반엔 징검다리 간 간격이 넓어서 뛰기 어려웠다”고 했다. ‘오징어게임’의 명장면 중 하나로 꼽히는 달고나 핥는 장면에 대해선 “감독님은 ‘막 핥아달라’고 하시는데 ‘이렇게까지 해야 되나’ 싶었다. 그래도 목숨을 걸고 하는 거니까…”라며 웃었다. 이정재는 6개 게임 세트장에 대한 찬사도 아끼지 않았다. 그는 “시나리오만 봤을 때 그 정도 규모의 세트장일 거라고는 생각을 못했다. 실제 세트장이 너무 잘 만들어져 있어서 촬영 가면 사진 찍기 바빴다”고 했다. 특히 달고나 뽑기 게임에서 등장한 ‘놀이터 세트장’을 두고는 “그 공간에 들어가면 현대미술 전시를 보러온 것 같을 정도로 미술적으로 뛰어난 세트장이었다”고 말했다. 기훈을 연기하며 슬픈 점도 있었다. 기훈은 황 감독이 쌍용차 해고자를 참고해 설정한 인물. 그는 “마음이 많이 무겁고 아팠다”고 거듭 말했다. 그는 “이러면 안되는 거잖아”라는 기훈의 극중 대사를 언급하며 “우리 사회에 이러면 안되는 이들이 너무 많다”고 했다. 작품의 대성공을 두고는 “이런 내용이 공감을 살 수 있는 시대라는 게 중요한 거 같다. 시기가 잘 맞았다”고 말했다. “시나리오를 처음 읽었을 때 앞으로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더 펼쳐질 수 있을 것 같은 결말이 마음에 들었어요. ‘이건 잘못된 것’이라며 무시무시한 세계로 다시 뛰어들어가는 듯한 기훈의 그 용감한 정의가 좋더라고요. 모르죠. 2편에선 어떻게 될지(웃음).”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오징어게임을 만들면서 너무 힘들어서 이가 6개나 빠졌어요. 애들 게임을 (어른들이) 목숨 걸고 한다는 콘셉트가 말이 될까? 비웃지 않을까? 두려움에 한시도 긴장을 놓지 못했죠.” 전 세계를 강타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오징어게임’의 황동혁 감독(50)은 28일 언론 공동 인터뷰에서 “전 세계적인 열풍은 예상치 못해 얼떨떨하다”고 했다. 스스로 오징어게임이 “망작 아니면 걸작”이 될 거라 생각했었다고. 결말은 ‘초특급 걸작’이 됐다. 한국 드라마 최초로 넷플릭스 세계 스트리밍 순위 1위에 오르며 전 세계에서 패러디 열풍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넷플릭스 공동 최고경영자(CEO)인 테드 서랜도스는 27일(현지 시간) “오징어게임은 넷플릭스가 선보인 모든 작품 중 가장 큰 작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황 감독도 이날 “넷플릭스 역사상 가장 인기 있는 작품이 됐으면 하는 욕심도 생긴다”고 했다. ○ 세계인 사로잡은 단순함 황 감독이 꼽은 인기 비결은 단순함이다. 기존 게임 장르물들은 게임이 어려웠던 것과 달리 전 세계 누구나 30초면 규칙을 이해할 있는 단순한 게임들로 구성했다. 인물에 대한 서사가 자세해서 이들에게 감정을 이입할 수 있는 점도 비결로 꼽았다. 황 감독은 “진정한 승자도, 영웅도 없는 루저들 이야기라는 점, 게임 자체보다 사람에 주목했다는 점이 1인의 영웅이 존재하는 기존 작품들과의 차별점”이라고 했다. “게임물은 자칫하면 말도 안 되는 이야기가 되고 소수 마니아만을 위한 작품이 될 가능성이 크거든요. 저는 굉장히 현실적인 이야기로 만들고 싶었어요. 판타지적 요소와 현실적인 요소의 균형을 맞추는 데 공을 들였죠.” 황 감독이 처음 이 작품을 구상한 건 2008년. 당시엔 소재가 낯설다는 평가가 많았다. 그는 “슬프게도 이제는 살벌한 서바이벌이 잘 어울리는 세상이 돼 오히려 현실감 있다는 평가를 많이 듣는다”며 “전 세계가 주식과 코인 등으로 일확천금을 노리고 있는 만큼 소재가 공감을 끌어낸 것 같다”고 했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등 극중 게임 6개를 선택한 이유에 대한 관심도 높다. 일각에선 줄다리기, 구슬치기 등은 여성에게 불리하다며 ‘여성 차별’이라는 주장까지 나왔다. 황 감독은 “공기놀이나 고무줄놀이도 생각해봤지만 긴장감 면에서 아쉬웠고 룰도 어려웠다”며 “전 세계를 목표로 가장 단순한 게임을 찾다 보니 빠진 게임들이 좀 있다”고 했다. 패러디 열풍을 불러온 딱지치기에 대해선 “실뜨기로 해볼까 하는 생각도 했었다. 두 남자가 실뜨기하는 광경이 웃길 것 같았다”며 “그런데 역시 룰이 어려웠다”고 했다. 황 감독이 꼽은 ‘오징어게임’의 주제에 가장 부합하는 게임은 뭘까. 그는 ‘징검다리 건너기’를 꼽았다. “앞사람이 희생해야 뒷사람이 끝까지 가 이길 수 있는 게임이잖아요. 이 사회의 승자인 사람들은 결국 패자들의 시체 위에 서있는 것이고, 그 패자들을 기억해야 한다는 의미를 담은 거죠.” ○ ‘한국판 일확천금’ 456억 원게임 참가자는 왜 456명일까. 우승상금은 왜 456억 원일까. 황 감독이 처음 작품을 구상할 당시엔 참가자 1000명, 우승상금 100억 원을 생각했다. 그런데 10여 년이 지나면서 100억 원이 상대적으로 적은 금액이 돼버리자 황 감독은 로또 역대 최고 당첨금이 407억 원이라는 데 주목했다. 황 감독은 “400억 원대에서도 기억하기 좋은 숫자로 설정하다 보니 456억 원에 456명이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인공 성기훈(이정재)은 자동차회사 ‘드래곤모터스’에서 일하다 해고된 뒤 바닥까지 추락하는 인물로 나온다. 2009년 쌍용차 대량 해고 사태를 연상시키는 설정이다. 황 감독 역시 쌍용차 사태를 참고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누구나 기훈과 같은 입장이 될 수 있죠. 잘 다니던 직장이 도산할 수도 있고, 지금도 자영업자들이 위기에 몰리고 있고요. 그런 이들을 대표하는 인물로 그려보고 싶었습니다.” 오징어게임의 인기에 편승해 정치권 등에서는 연일 이 단어를 언급하고 있고, 논란의 대상이 된 인사가 자신을 작품 속 인물에 빗대는 경우도 있다. 이런 상황에 대해 황 감독은 “창작자가 어떤 작품을 내놓으면 그 작품은 창작자의 손을 떠난 것”이라며 “수용자들이 작품을 다루는 문제에 대해 내가 입장을 가지는 건 적절한 태도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이제 전 세계인들의 관심은 시즌2 제작 여부다. 작품 결말엔 다음 시즌의 여지를 남기는 듯한 장면이나 대사가 많다. 황 감독은 “시즌2를 안 만들면 난리가 날 것 같은 분위기”라고 웃으면서도 확답은 하지 않았다. “시즌1을 만들면서 매일 밤 잠을 못 자 스트레스 지수가 100이었죠. 시즌2를 하면 아예 틀니를 해야 되지 않을까 싶어 고민입니다.(웃음) 머릿속에 떠오르는 그림이 몇 가지 있는데 우선 영화 한 편을 만들고 그 뒤에 좀 더 얘기를 해봐야 할 것 같아요.”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애들이 하는 게임을 (어른들이) 목숨 걸고 한다는 콘셉트 자체가 말이 될까? 비웃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에 작품을 만들며 한시도 긴장의 끈을 놓지 못했다. 전세계적인 열풍은 예상을 못해서 얼떨떨하다.” 전세계를 휩쓸고 있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오징어게임’의 황동혁 감독이 28일 진행된 언론사 공동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황 감독은 ‘오징어게임’을 두고 ‘망작 아니면 걸작’이 될 것이라 생각했다. 100점 만점의 모험지수가 있다면 100점에 가깝다고 자평했을 정도. 그러나 이 작품은 전세계에서 게임 패러디 열풍을 불러일으키는 등 공개(17일)된지 일주일도 되지 않아 세계인의 드라마로 자리 잡았다. 27일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콘텐츠 순위 집계 사이트인 ‘플릭스 패트롤’에 따르면 오징어게임은 23일 세계 1위에 오른 뒤 닷새 연속 1위 자리를 지켰다. 이날 넷플릭스 공동 CEO인 테드 서랜도스는 한 대담에서 “오징어게임은 넷플릭스가 선보인 모든 작품 중 가장 큰 작품이 될 가능성도 있다”고 언급하는 등 오징어게임이 한국 드라마의 역사는 물론 넷플릭스의 역사까지 다시 쓸 가능성을 제기했다. 영상물 창작자로서 최고의 영광을 누리고 있는 황 감독의 인터뷰 내용을 일문일답 형태로 정리했다.-넷플릭스 CEO가 직접 언급할 정도로 인기다. 전세계적인 인기 비결은 뭐라고 생각하나.“다른 게임장르물과 다르게 룰이 매우 단순한 게임들로 구성된 점, 인물에 대한 서사가 비교적 자세해 인물들에게 몰입할 수 있는 점이 비결 아닐까 한다. 가장 한국적이고 가장 단순한 게임이 세계적인 소구력을 가질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했었다. 남녀노소 세대불문 전세계인들이 최대한 좋아할 수 있는 작품을 만들어보겠다는 야심을 가지고 만들었는데 이 정도까지 열풍이 불 거라고는 생각을 못했다. 넷플릭스 역사상 가장 인기 있는 작품이 됐으면 하는 욕심도 생긴다.”-기존 데스게임을 다룬 작품들을 표절했다는 논란도 일고 있다. 이들과 비교할 때 오징어게임만의 차별점은 무엇인가.“기존 게임장르물의 게임이 어렵고 복잡했던 것과 달리 ‘오징어게임’ 속 게임은 전세계 남녀노소 누구나 30초면 그 룰을 이해할 수 있을 만큼 단순하다. 1인의 영웅이 존재하는 기존 작품들과 이번 작품은 승자도, 영웅도 없는 루저들 이야기다. 게임의 승자도 진정한 승자가 아니라 남의 도움을 받아 한 단계 한 단계 나아가지 않나. 게임이 아니라 사람에 주목한 작품이라는 점이 다르다.”-작품 연출에 있어 어떤 부분에 가장 많은 신경을 썼나.“게임물은 자칫 잘못하면 말도 안 되는 이야기가 되고 소수 마니아들만을 위한 작품이 된다. 저는 굉장히 현실적인 이야기로 만들고 싶었다. 판타지적 요소와 현실적인 요소를 어느 한쪽에도 치우치지 않고 구현해내는 것에 공을 들였다.”-극중 어떤 요소가 세계인들의 공감을 끌어냈을까.“2008년에 처음 이 작품을 구상했을 때 낯설다는 평가가 많았다. 그런데 지금은 오히려 현실감 있다는 얘기를 많이 듣는다. 10여 년이 지나면서 슬프게도 살벌한 서바이벌이 잘 어울리는 세상이 된 거다. 주식과 코인 열풍이 부는 등 현시점에 일확천금 노리는 게임이라는 소재 자체가 전세계인들의 공감을 끌어낸 것 같다.”-왜 하필 게임 참가자는 456명이고 우승상금은 456억 원인가. “처음 작품을 구상했을 당시엔 1000명이 참가하고 우승상금은 100억 원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10여 년이 지나면서 100억 원이 상대적으로 적은 금액이 돼버려서 상금을 올려야겠다고 생각했다. 로또 역대 최고 당청금(407억 원)으로 해야겠다 싶어서 400억 원대로 설정했고, 400억 원 대에서도 가장 기억하기 좋은 숫자로 설정하다보니 456억 원에 456명이 된 것이다.”-극중엔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를 비롯해 6개 게임이 나온다. 어떻게 선정한 건가? 이중 가장 상징적인 게임은 뭔가.“여성들에게 유리한 게임인 공기놀이나 고무줄놀이도 생각해봤지만 긴장감 측면에서 아쉬움이 있었고 룰도 다소 어려웠다. 전세계를 목표로 가장 단순한 룰의 게임으로 정하다 보니 뺀 게임들이 좀 있다. 6개 게임은 아니지만 딱지치기는 실뜨기로 해볼까 하는 생각도 했었다. 두 남자가 앉아서 실뜨기를 하는 광경이 웃길 것 같았다(웃음). 그런데 역시 룰이 어려웠다. 가장 상징적인 게임은 징검다리 건너기다. 앞사람이 희생해야 뒷사람이 끝까지 가서 이길 수 있는 게임이다. 이 사회의 승자인 사람들은 결국 패자들의 시체 위에 서있는 것이니 패자들을 기억해야한다는 의미를 담았다.”-극중 성기훈(이정재)은 ‘드래곤모터스’라는 자동차회사에서 일하다 해고된 인물로 나온다. 과거 쌍용차 사태를 염두에 둔건가. “쌍용차 사태를 참고한 건 맞다. 누구나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한순간에 기훈과 같은 입장이 될 수 있다. 잘 다니던 직장이 어느 날 도산할 수도 있고… 지금도 자영업자들이 위기에 몰리고 있지 않나. 그런 사람들을 대표하는 인물로 그려보고 싶었다.”-정치권에서도 유행처럼 ‘오징어게임’을 언급하고 있다. ‘화천대유’에서 퇴직금 명목으로 50억 원을 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곽상도 국민의힘 의원 아들은 자신을 ‘오징어게임 속 말’이라고 표현했는데.“창작자가 어떤 작품을 내놓으면 그 작품은 창작자의 손을 떠난 것이다. 수용자들이 제 작품을 다루는 문제에 대해 제가 입장을 가지는 건 적절한 태도가 아닌 것 같다.”-드라마 결말에 여러 여지를 남겨둬 시즌2가 나올 것이란 관측이 많다.“시즌1을 만들면서 제작하고 연출하고 각본 쓰고 하는 과정이 너무너무 힘들었다. 매일밤 잠을 못자 스트레스 지수가 100이었다. 이가 6개나 빠졌다. 시즌2를 하면 틀니를 해야되지 않을까 싶어 고민 중이다(웃음). 시즌2를 안하면 난리가 날 거 같은 분위기이고 머릿속에 떠오르는 그림도 몇가지 있는데 우선 영화 한 편을 먼저 하고 그 뒤에 시즌2는 좀 더 얘기를 해봐야 할 것 같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오징어게임’이 주말 내내 전 세계를 휩쓸며 ‘세계인의 게임’이 됐다. 넷플릭스 TV쇼 부문에서 한국 드라마 중 처음으로 세계 1위를 차지하면서 각국에서 복장 따라하기, 장면 패러디, 관련 물품 구입 등 열풍이 불고 있다. 26일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콘텐츠 순위 집계 사이트인 ‘플릭스 패트롤’에 따르면 오징어게임은 23일(미국 시간 기준) 세계 스트리밍 1위에 오른 뒤 사흘 연속 1위 자리를 지켰다. 25일 현재 미국, 브라질, 프랑스, 독일, 일본 등 66개 국가에서 1위를 기록했다. 딱지 치고 달고나 만들고오징어게임은 넷플릭스를 넘어 현실 세계와 타 플랫폼에서도 맹위를 떨치고 있다. 동영상 소셜미디어 틱톡엔 오징어게임에 나오는 지하철 승강장 내 딱지치기 장면이나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게임 장면을 각 나라에서 패러디한 영상들이 올라왔다. 넷플릭스가 작품 홍보를 위해 필리핀 등에 설치한 일명 ‘영희 로봇’ 인증샷 역시 줄줄이 올라오고 있다. 오징어게임에 등장하는 물건들도 인기다. 온라인 경매 사이트 ‘이베이’엔 생존게임 6개 중 하나로 나오는 달고나 만들기 세트가 23.99달러(약 2만8300원)에, 게임 참가자들이 입은 트레이닝복이 39.95달러에 나오는 등 ‘비공식 굿즈’가 다수 등장했다. 달고나를 만들고 모양에 맞춰 잘라내는 챌린지 영상도 인기다. 핼러윈데이(10월 31일)가 한 달 이상 남았지만 영미권 온라인에는 핼러윈데이에 오징어게임 의상을 입겠다는 글이 많다. 특히 게임 진행요원인 ‘가면남’들의 마스크까지 갖춘 분홍 의상은 ‘코로나 시대에 가장 적합한 코스튬’이라는 우스개 섞인 반응도 나온다. 유명인들도 속속 인증샷을 공유하고 있다. 영화 ‘미션 임파서블7’의 주연 배우 사이먼 페그는 게임 참가자 트레이닝복을 입은 채 영희 로봇을 들고 찍은 사진을 공개했다. 넷플릭스는 자사 CEO 리드 헤이스팅스가 트레이닝복을 입은 사진을 SNS에 게재하며 ‘457번 참가자’라고 소개했다.넷플릭스 없는 중국에서도 인기넷플릭스가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 중국에서도 오징어게임의 반응은 폭발적이다.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에는 26일 오후 6시 기준으로 오징어게임을 언급한 해시태그가 23만2000건에 달하고, 11억9000만 명이 관련 게시물을 읽은 것으로 표시돼 있다. 한때 인기 검색어 9위까지 오르기도 했다. 오징어게임이 국경을 넘어 돌풍을 일으키는 것을 두고 현대사회와 현대인들의 모습을 단순한 게임의 룰로 은유해낸 점이 세계인의 공감을 이끌어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알록달록한 거대 세트, 영희 로봇 등 다양한 볼거리로 오락성을 잡은 동시에 곳곳에 깔린 풍자로 작품성도 잡았다는 것.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극중엔 게임을 중단할 수 있는 다수결이라는 민주사회의 의사결정 장치가 분명히 있지만 실제론 죽거나 1등이 되지 않으면 탈출하지 못한다”며 “현대인들 역시 조직 안에서 울며 게임을 할 수밖에 없는 처지가 대부분인데, 이 점에 세계인들이 공감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실직 후 하수관 설치 현장에서 일하게 된 선길에게 희한한 임무가 주어진다. 현장 식재료 비닐하우스를 멧돼지로부터 밤새 지키는 것. 그는 한 달간 살을 에는 추위와 고립의 공포에 떨며 보초 근무를 선다. 문제는 멧돼지가 없다는 것. 현장 소장은 이를 알면서도 보초를 계속하게 한다. 현장 관리자인 소장에게 선길은 같은 인격체가 아니라 누구든 선길 같은 신세가 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한 인부 관리 수단에 불과한 듯하다. 선길은 수모를 이겨내고 현장에 돌아와 일취월장한다. 인부들이 몰래 술을 마실 때도 일에 집중한다. 현장 반장 자리에 오르게 될 것이란 소식을 전해들은 그는 “정말 (반장) 되면, 잘해 보고 싶기는 해요”라며 희망에 차 있다. 그날 선길은 안전사고로 목숨을 잃는다. 안전 설비 공사도 생략한 채 일을 몰아붙인 소장 등 관리자 모두에게 책임이 있다. 그러나 소장과 반장들, 인부들의 입맞춤으로 성실함과 원칙 준수의 표본이던 선길은 술을 먹다가 사고를 당한 몹쓸 사람이 된다. “산 사람은 살고 봐야지”라는 말은 죽은 이에 대한 온갖 명예훼손을 정당화한다. 소설 속 이야기는 건설 현장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책임은 지는 게 아니라 지우는 것”이라는 말을 관리자의 미덕처럼 내뱉는 소장은 살아남기 위해 부하 직원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여느 조직 관리자 모습과 다르지 않다. 소장은 반장들을 관리자라고 추켜세우고 특정 반장의 성과를 과대평가해 경쟁을 유발하는 식으로 심리를 조종한다. 소설 내용처럼 “줄을 세우고 편을 갈라서 저희끼리 알아서 치고받도록, 그러느라 뭐가 중요하고 누가 이득을 보는지 생각도 못 하도록 하는 것”은 많은 조직 관리에 적용되는 불편한 진실이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물 ‘D.P.’나 ‘오징어게임’과도 닮았다. 내가 살기 위해 남의 피해를 방관하는 이들의 모습이 그렇다. 정작 모든 비극을 불러온 최고 관리자는 한 달 내내 나타나지 않는 멧돼지처럼 정체를 드러내지 않는 것도 비슷하다. 다만 작가가 희망의 끈을 완전히 놓는 건 아니다. 마지막까지 사람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는 평범한 영웅의 존재는 아직은 버텨볼 만하다는 희망을 미약하게나마 살려놓는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올가을 극장가에 공포영화 풍년이 들었다. 추석 연휴 마지막 날인 22일 미국 영화 ‘캔디맨’ 개봉을 시작으로 한국 영화 ‘화이트데이: 부서진 결계’, 영국 영화 ‘경고’, 캐나다 영화 ‘디스트릭트 666: 영혼의 구역’(가제)이 줄줄이 개봉을 앞두고 있다. 첫 테이프를 끊은 ‘캔디맨’은 영화 ‘겟아웃’ ‘어스’로 흑인 차별 문제를 다루며 공포영화의 새로운 지평을 연 조던 필 감독이 공동 각본과 제작을 맡은 작품. 거울을 보고 ‘캔디맨’이라고 다섯 번 부르면 나타나는 흑인 남성 살인마 ‘캔디맨’ 이야기를 다룬다. 1993년 개봉한 동명의 영화에서 소재를 가져왔다. 영화 속 시대 배경은 현재 시점에 맞게 재구성했지만 흑인에 대한 차별과 폭력 문제를 중점적으로 다루는 점은 같다. 영화는 죽음을 부르는 사나이 캔디맨이 세상에 나타나게 된 원인은 흑인 차별이라는 메시지를 던진다. 공포라는 장르를 빌려 뿌리 깊은 사회 문제를 은유해내는 필 감독의 특기가 빛을 발한 것. 다음 달 6일엔 ‘화이트데이: 부서진 결계’가 개봉한다. 영화는 올해 발매 20주년을 맞은 국산 PC 패키지 공포 게임 ‘화이트데이: 학교라는 이름의 미궁’을 원작으로 한다. ‘사일런트 힐’ ‘수퍼소닉’ ‘몬스터 헌터’ 등 게임이 원작인 해외 영화는 많았지만 한국 영화로는 이례적이다. 이 작품은 기이한 현상을 일으키는 악령으로부터 친구들을 구하기 위한 사투를 그린 공포 판타지물로 고등학교가 배경이다. 10, 20대를 겨냥한 학원물이 귀해진 시기여서 이들의 관심을 얼마나 이끌어낼지가 흥행의 관건이다. ‘밀실 공포물’을 표방한 ‘경고’는 친구의 부탁으로 고액을 받고 친구의 조카를 돌봐주기로 한 남자가 신경쇠약에 걸린 소녀와 외딴섬의 미로 같은 집에 살며 일어나는 일을 다룬다. 개봉일은 다음 달 20일로 잠정 결정됐다. 다음 달 말∼11월 초 선보일 ‘디스트릭트 666: 영혼의 구역’은 코마 상태로 발견된 엄마의 뇌에 자녀가 접속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루는 SF공포물이다. ‘공포영화=여름영화’라는 통념과 달리 공포영화가 가을에 연이어 개봉하는 이유로 여름 영화시장엔 저예산 B급 영화가 다수인 공포영화가 설 자리가 없다는 점이 꼽힌다. 실제 올여름엔 텐트폴(많은 제작비와 유명 배우 출연 등으로 큰 흥행을 기대하는 작품)로 분류되는 ‘모가디슈’ ‘블랙 위도우’ ‘싱크홀’ ‘인질’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 등 국내외 대작들이 개봉하면서 공포영화가 경쟁 대열에 끼기 어려웠다. 이 때문에 상대적으로 비수기인 추석 연휴 이후에 개봉하는 방식을 택해 ‘비수기 잭팟’을 노린다. 특히 개봉일을 10월 중순 이후로 잡은 작품들은 공포영화의 주 관객층인 중고교생과 대학생의 중간고사가 끝나는 점을 고려했다. 10, 20대 관객들의 입소문 효과가 극대화될 수 있는 시점을 겨냥한 것이다. 정지욱 영화평론가는 “‘공포영화는 여름’이라는 공식은 여름 영화시장이 블록버스터 영화로 포화되면서 더 이상 성립하지 않게 됐다”며 “향후 블록버스터 개봉이 덜 집중되는 시기인 봄이나 가을을 노린 ’공포영화 틈새 개봉’이라는 새로운 공식이 굳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