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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학원 학생인지 저도 몰라요….” 서울 양천구 목동 한 수학학원의 직원은 4일 수화기에 대고 머뭇거렸다. 이날만 학부모로부터 걸려온 100번째 전화였다. 전날 목동의 한 학부모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 코로나) 12번째 확진자 옆자리에서 영화를 봤다고 자가 격리된 사실이 알려진 뒤였다. 그 학부모의 자녀들이 이 학원에 다녔느냐는 문의가 끝없이 이어졌다. 실제로 목동 학원가에는 비상이 걸렸다. 학원 수천 곳이 몰린 이 일대는 서울은 물론 여러 지역 학생들이 모여든다. 시민들은 신종 코로나가 어린 학생들을 통해 여러 지역으로 퍼져 나갈지 모른다고 우려한다. 자가 격리된 학부모 자녀들이 다니던 목동 학원은 모두 6곳이었다. 그중 4곳은 이날 오후 운영을 중단했다. 서울시교육청이 목동 일대 학원 48곳에 이날 휴원을 권고한 데 따른 것이다. 교육청은 격리 대상인 학부모의 자녀들이 다닌 학원과 같은 건물에 있는 학원에 휴원을 권고했다. 이날 정상 운영한 목동의 다른 학원들도 혼란스러운 모습이었다. 이날 동아일보가 둘러본 목동 학원 8곳은 마스크를 쓴 직원들이 쉴 틈 없이 전화 응대를 하고 있었다. 한 학원 관계자는 “업무가 마비될 정도다. 우리도 어떤 학생이 해당 자녀인지 몰라 답답하고 혼란스럽다”고 했다. 학원마다 결석생도 많았다. 한 대형 어학원은 이날 정원 1000명 가운데 10%가 넘는 학생이 “전염이 걱정된다”며 출석하지 않았다. 한 영어학원에는 강의실마다 책상이 5∼15개씩 비어 있었다. 이 학원 특목고 준비반은 결석이 많아 수업을 취소했다. 학부모 김명아 씨(36·여)는 “시민들은 접촉자 자녀가 어느 학원에 다녔는지 알 수 없어 안심하고 학원에 보낼 수가 없다”고 했다. 자가 격리된 학부모 자녀가 다닌다는 이유로 휴업한 목운초 인근에서도 오가는 사람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바로 옆 목운중도 이날 수업 시간을 단축했다. 2학년 정모 군(15)은 “동네에서 접촉자가 나왔다는 소식이 알려진 뒤 급식을 먹지 않고 도시락을 싸오는 학생이 늘었다”며 “기침만 해도 친구들이 놀라서 째려본다”고 했다. 인근 중학교와 시의회 의원이 ‘가짜뉴스’를 퍼뜨리는 일도 있었다. 목운중은 이날 오전 학교장 명의로 학부모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목운초 학부모는 보건소 검사 결과 음성으로 판명됐다고 한다”고 알렸다. 하지만 양천구 등은 이 학부모가 발열 등을 호소하지 않아 검사를 받지 않았다고 밝혔다. 목운중 관계자는 “시의회 의원이 해당 학부모가 음성 판정을 받았다고 알려줘 긴급하게 안내 문자를 보냈다. 나중에야 허위 정보였다는 걸 알았다”고 해명했다.고도예 yea@donga.com·이청아·김태성 기자}
3일 오후 서울 양천구 오목교역 인근 목운초. 학교 앞은 오가는 사람 한 명도 없이 썰렁했다. 수업을 마치고 나온 학생과 데리러 온 학부모로 붐비던 평상시와 완전히 달랐다. 굳게 닫힌 학교 건물 앞에는 ‘방역을 위해 휴교한다’는 안내문만 붙어 있었다. 목운초는 4일부터 8일까지 수업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이 기간 동안 학교 건물 전체를 방역할 계획이다. 학부모 A 씨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 코로나) 12번째 확진자와 접촉했던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중국인 남성(49)이 1일 12번째 확진자로 양성 판정을 받은 뒤 이 남성과 접촉한 사람들이 전국 곳곳에서 쏟아지고 있다. 특히 12번째 확진자가 11일 동안 서울 중구와 강원 강릉시, 경기 수원시, 군포시 곳곳의 다중이용시설을 돌아다닌 것으로 확인되면서 여러 곳에서 이 남성과 접촉한 사람이 나오고 있다. 목운초에 다니는 자녀를 둔 A 씨는 지난달 26일 경기 부천역 인근에 있는 CGV부천역점에서 영화 ‘남산의 부장들’을 관람했다. A 씨는 이때 12번째 확진자의 옆 좌석에 앉아 있었다. 12번 환자는 이 당시 근육통 등 신종 코로나 초기 증상이 나타났다. A 씨는 자녀가 3명으로, 유치원과 초등학교에 다니는 것으로 알려졌다. A 씨의 자녀가 다니던 양천구 목동의 한 어학원도 학부모들에게 “잠시 영업을 중단하겠다”는 안내 문자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목동의 또 다른 수학학원도 같은 이유로 문을 닫았다. A 씨의 막내가 다니던 유치원도 휴업했다. 목동 일대 학원들은 상당수가 목운초 학생들의 등원을 이번 주 금지할 방침이다. 목동의 한 입시학원 관계자는 동아일보에 “학원 전 층을 방역할 것”이라며 “직원을 포함해 원생들 모두 마스크를 착용하도록 하고 있다”고 했다. 목동의 또 다른 어학원도 “휴교령이 해제되는 날까지 목운초 학생들은 학원을 쉬는 것으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A 씨의 자녀들이 여러 입시생이 모이는 목동 지역의 학교와 학원을 오갔다는 얘기가 퍼지면서 바이러스가 삽시간에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소셜미디어 등에서 퍼져나가고 있다. 목동 지역 학부모라고 자신을 소개한 한 누리꾼은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목운초와 목운중은 울타리도 없이 사실상 같은 학교”라며 “목운중도 휴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목동의 주부라는 또 다른 누리꾼도 “전국에서 목동의 학원을 오가는 학생들이 가장 많은데 바이러스가 학생들을 통해 전국적으로 퍼질까 우려된다”고 썼다. 12번째 확진자는 군으로도 파장을 퍼뜨렸다. 확진자가 지난달 23일 강원 강릉시의 한 리조트에 방문했을 때 육군 모 부대 소속 최모 일병이 같은 엘리베이터에 탑승했던 것으로 뒤늦게 밝혀졌기 때문이다. 국방부에 따르면 최 일병은 휴가 때 부모와 함께 12번째 확진자와 같은 엘리베이터에 탑승한 뒤 같은 날 부대로 복귀했다. 이런 사실은 이달 2일 오후 4시경 질병관리본부로부터 연락을 받은 최 일병의 부모가 부대로 알리면서 확인됐다. 군은 이에 따라 최 일병을 포함한 생활관 인원 8명을 모두 부대 의무실에 격리시켰다. 최 일병은 곧 음압격리 병상이 있는 국군대전병원으로 옮겨간다. 군은 3일 오후 군 중앙역학조사반을 통해 현장 조사에 착수했고, 최 일병은 검사 결과 음성으로 판정됐다. 동료 군인들의 검체는 국군의학연구소에 보낼 예정이다. 이 부대는 전 장병에게 마스크 착용을 지시하고 건물 외부 이동을 금지시켰으며 6일까지 휴가와 외출, 외박 등을 통제하기로 했다.고도예 yea@donga.com·신규진·이청아 기자}

3일 오전 9시 반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3층 출국장. 중국 상하이행 항공사 카운터에서는 길게 줄을 선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평소 중국으로 떠나는 한국인과 여행을 마치고 돌아가는 중국인들로 북새통을 이루던 곳이다. 출국장에서 만난 한 여행사 직원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 코로나) 확산으로 항공권 예약 취소가 잇따르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주요 도시를 연결하는 여객기 노선 운항이 잠정 중단되거나 감편돼 국제공항 이용객이 크게 줄고 있다. 지난해 하루 평균 19만4985명(출발과 도착 포함)이 다녀간 인천국제공항은 2일 이용객이 17만4485명으로 약 10.5% 줄었다. 인천국제공항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을 오가는 40개 노선에서 하루 평균 3만7104명이 이용했으나 2일 현재 28개 노선, 2만609명으로 줄었다. 3일에는 공항 이용객이 1만8645명으로 떨어졌다. 보건당국 등에 따르면 4일 0시부터 시작되는 ‘후베이(湖北)성 방문 외국인 입국 제한’ 대책에 따라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A, F입국장과 제2터미널 A입국장 등 3곳에는 중국 전용 입국장이 설치됐다. 검역 관계자들은 여행객들이 적어 낸 연락처로 일일이 전화를 걸어 확인한다. 이를 위해 입국장 3곳에 전화기 90여 대가 설치됐다. 이후 승객들은 입국심사를 받는다. 낮 12시 반경 서울 김포국제공항의 중국둥팡항공 카운터는 아예 불이 꺼져 있었다. 매일 낮 12시 상하이행 항공편을 운항하는 중국둥팡항공은 승객이 크게 줄어 이날부터 7일까지 운항을 잠정 중단했다. 김포와 베이징을 오가는 중국난팡항공 노선도 8일까지 중단된다. 오후 1시 55분경 베이징에서 출발한 아시아나항공 여객기가 김포국제공항에 착륙했지만 출구에는 중국인 관광객을 기다리는 관광 가이드가 단 한 명도 보이지 않았다. 아시아나항공 승무원 A 씨는 “예약 취소율이 50%가 넘는다”고 말했다. 공항 직원 김모 씨(48)는 “평소 입국장은 항상 중국인으로 북적였다. 요샌 중국어가 거의 들리지 않는다”고 말했다.인천=황금천 kchwang@donga.com / 이청아 기자}
“한국행 비행기가 뜨는 순간 긴장이 탁 풀렸습니다. 악몽이 끝났구나 싶었어요.” 중국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시에서 31일 전세기로 귀국한 안모 씨(33)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이렇게 말했다. 안 씨는 이날 충남 아산의 경찰인재개발원에 격리됐다. 이곳에서 2주 동안 감염 증세를 보이지 않으면 집으로 돌아갈 수 있다. 안 씨는 “우한에선 기한 없이 호텔에만 갇혀 있었다”며 “지금은 비록 격리돼 있지만 2주 후 건강하게 집에 돌아갈 수 있다는 생각에 기쁘다”고 했다.○ ‘안내방송’ ‘통지문’ 활용해 철저히 격리 안 씨를 포함한 한국인 368명은 이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발생지인 우한시와 인근 지역에서 전세기로 귀국했다. 이 가운데 18명이 발열 등 감염 의심 증상을 보여 공항에서 곧바로 병원(국립중앙의료원 14명, 중앙대병원 4명)으로 옮겨졌다. 이상 증세를 보이지 않은 350명은 충남 아산 경찰인재개발원과 충북 진천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으로 나뉘어 이동했다. 아산과 진천에 각각 200명과 150명이 남겨졌다. 격리 시설에 입소한 교민들은 사실상 방 안에서 혼자 생활하게 된다. 방마다 샤워 시설을 갖춘 화장실이 딸려 있다. 방 밖으로 나서려면 당국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2주간 건물 밖을 나갈 수 없는 건 물론 가족과 면회도 할 수 없다. 시설에선 상주 지원단과 교민들의 접촉을 줄이기 위해 ‘안내 방송’을 주로 활용한다. 지원단은 방 앞에 도시락을 갖다 놓고 “도시락이 준비됐다”고 방송으로 안내한다. 교민들이 방문을 열고 나와 도시락을 챙겨 방 안에서 먹는다. 안 씨는 “거의 사람을 만날 일이 없다”며 “2주간 독방 생활이 걱정되지만 주민들에게 폐를 끼친 미안함이 더 크다”고 했다.○ 착륙 후 6시간 ‘긴장’ 속에서 비상수송 작전 이날 오전 6시 5분경 우한을 출발한 전세기는 7시 58분경 김포공항 활주로에 착륙했다. 교민들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단체 메신저방에서 ‘고맙다’ ‘고생 많았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그 순간부터 김포공항에는 긴장감이 감돌기 시작했다. 교민들은 이날 오전 8시 40분경 방역용 N95 마스크를 쓴 채 전세기 계단을 내려왔다. 당국은 곧장 차량으로 교민들을 김포공항 청사에서 600m 떨어진 비즈니스항공센터(SGBAC)로 이동시켰다. 교민들은 이곳에서 입국 수속을 밟고 검역을 받았다. 방호복을 입고 마스크를 쓴 공무원과 경찰관들이 교민들을 안내했다. 센터의 출입구는 봉쇄됐다. 교민들이 이용할 이동식 화장실 차량과 구급차량만 센터 안팎을 오갔다. 정부 당국의 2차례 검역 절차에서 교민 18명이 유증상자(우한 폐렴 증상과 유사한 사람)으로 분류됐다. 전세기 안에서 이뤄진 1차 검역에서 교민 12명이 검역 기준인 37.5도보다 체온이 높은 것으로 측정됐다. 간이 검역소에서 진행된 2차 검역에선 6명이 감염 의심자로 추가됐다.○ “우한 폐렴 옮길라” 침묵의 귀국길 고국으로 돌아온 교민들은 우한 공항에서 격리시설까지 이르는 과정을 ‘침묵의 귀국길’이라고 표현했다. 전날인 30일 오후 9시 우한 공항에 모인 교민들은 공항에 대기하는 8시간 동안 거의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혹시나 우한 폐렴을 옮길까 조심스러운 마음이 컸다. 전세기 탑승 후에도 침묵은 계속됐다. 방호복을 입은 승무원들은 입국심사 서류와 생수를 미리 자리에 갖다 뒀다. 당국과 항공사는 승무원과 교민들의 대면 접촉을 줄이기 위해 기내식을 제공하지 않았다. 교민들은 전세기에 탄 다른 교민에게 자리를 비켜 달라고 할 때도 말 대신 눈짓, 손짓으로 소통했다고 한다. 이날 아산 경찰인재개발원에 격리된 한 20대 남성 유학생은 본보와의 통화에서 착륙 순간을 떠올리며 “드디어 살았다는 생각에 감격스러웠다”며 “감사한 마음뿐이고 내가 폐가 되지 않도록 격리 생활을 잘 마치겠다”고 했다.고도예 yea@donga.com·이청아 기자·이소연 기자}

“굉장히 감격스러웠고, 고국의 하늘이 예뻤습니다.” 중국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시에 거주하는 20대 교민은 자신을 태운 전세기가 31일 서울국제김포공항에 도착한 직후 채널A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교민들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단체방에는 ‘고맙다’, ‘고생 많았다’는 메시지가 줄지어 올라왔다. 전세기 탑승객 안종현 씨(33)는 동아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몇 달이 걸릴지 모르는 상황에서 벗어나 2주 격리를 끝내고 집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생각에 기쁘다”고 말했다. ● “독방 생활보다 주민들에게 미안함 더 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발생지인 우한시와 인근 지역에 고립됐던 한국인 368명이 전세기로 이날 귀국했다. 이 가운데 18명은 발열 등 우한 폐렴 의심증상을 보여 공항에서 곧바로 병원으로 이송됐다. 이상 증세를 보이지 않은 교민 350명은 서울 김포국제공항에서 오전 10시 45분부터 버스 36대를 나눠 타고 충남 아산 경찰인재개발원과 충북 진천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으로 이동했다. 아산과 진천에 각각 200명과 150명이 격리됐다. 교민들은 1인 1실을 사용한다. 각 방에는 샤워 시설을 갖춘 화장실이 딸려 있다. 교민들은 마스크와 체온계, 손세정제, 속옷, 수건, 생수 그림책 등을 지급받았다. 각방에는 TV와 달력, 거울도 비치돼 있다. 2주간 외부로부터 외출은 물론 가족과 면회도 할 수 없다. 식사동 방 안에서 도시락으로 해결해야 하고, 방밖을 나설 때도 허가를 받아야 한다. 안 씨는 “2주간 독방 생활이 걱정되지만 주민들에게 폐를 끼친 미안함이 더 크다”고 했다.● ‘감염 의심자’ 발견에 긴장감 커져 이날 오전 6시경(한국 시간) 우한시를 출발한 대한항공 전세기는 7시 58분경 공항 활주로에 착륙했다. 두꺼운 외투 차림의 교민들은 방역용 N95 마스크를 쓴 채 전세기 계단을 내려왔다. 곧장 버스를 타고 자가용 비행기 터미널인 비즈니스항공센터(SGBAC) 인근으로 이동했다. 항공센터 격납고에 마려된 간이 검역소에서 검역을 했다. 정부 당국은 교민을 대상으로 2차례 검역 절차를 진행해 18명을 유증상자(우한 폐렴 증상과 유사한 사람)로 분류했다. 전세기 안에서 이뤄진 1차 검역 과정에서 12명이 발열 증상을 보였다. 간이 검역소에서 진행된 검사에서 6명이 추가됐다. 당국은 이들 18명을 소방 구급차를 이용해 국립중앙의료원(14명)과 중앙대병원(4명)으로 옮겼다. 비즈니스항공센터는 개인용 전세기 이용객들이 입출국하는 시설로 국제선 청사에서 약 800m 떨어져 있다. 경찰은 일반 이용객과 접촉을 막기 위해 교민들이 이동하는 통로마다 폴리스라인을 설치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흰색 방호복을 입은 경찰관이 교민들을 안내했다.● 검역 또 검역, 고된 귀국길 교민들은 한국 시간으로 전날 오후 9시경 공항에 집결했다. 8시간가량 공항을 머무는 동안 침묵이이어졌다. 혹시나 우한 폐렴을 옮길까 교민 가족이나 지인도 서로 조심스러운지 대화를 나누는 사람이 없었다고 한다. 전세기 탑승 후에도 침묵은 계속됐다. 방호복을 입은 승무원들도 교민과의 접촉을 최소화하기 위해 입국 서류와 생수를 미리 자리에 비치했다. 기내식도 접촉 우려 때문에 준비되지 않았다. 우한 폐렴 감염 우려 때문에 다른 교민에게 자리를 비켜 달라고 할 때도 말 대신 눈짓, 손짓으로 의사를 소통했다. 전세기가 당초 2대에서 1대로 줄면서 교민들은 지그재그로 자리에 앉았다. 정부는 당초 교민 철수 과정에서 기내 감염을 막기 위해 탑승객의 앞, 뒤, 양옆을 모두 띄우고 앉힐 계획이었다. 그런데 이날 운항하기로 했던 전세기가 당초 계획했던 2대에서 1대로 줄면서 교민들은 간격없이 붙어앉은 것으로 전해졌다. 전세기에 탑승했던 한 승무원은 “교민이 전세기에 내리며 고생했다, 고맙다는 말을 해주어 뿌듯했다. 교민의 수송에 힘이 되고자 전세기 탑승을 지원했다”고 말했다. 고도예 기자 yea@donga.com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25일 가스 폭발로 일가족 6명이 숨진 강원 동해시 ‘미신고 펜션’의 반경 5km 안에 있는 숙박업소들이 대부분 당국에 신고하지 않고 불법으로 영업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전문가들은 이런 업소들이 강원도뿐만 아니라 전국에 퍼져 있다며 대책을 촉구했다. 동아일보가 사고가 난 토바펜션 반경 5km 안에 있는 펜션을 포털사이트에서 검색한 결과 펜션이란 상호를 단 업소는 모두 74곳이었다. 이 업소들의 건축물 대장을 확인해 보니 숙박업소나 농어촌 민박으로 시에 신고한 업소는 10곳뿐이다. 나머지 64개 업소(86.4%)는 사고가 난 펜션처럼 다가구주택으로 등록했거나 일반음식점으로 신고했다. 현행법에 따르면 상업지구에서 펜션을 운영하려는 업주는 반드시 시에 ‘숙박시설’로 신고해야 한다. 그런데 토바펜션 인근 상업지구에 있는 펜션 13곳 가운데 숙박시설로 신고한 곳은 7곳에 불과했다. ‘농어촌 민박’으로 등록된 펜션도 5곳뿐이었다. 숙박시설이나 농어촌 민박으로 신고하지 않은 업소는 지방자치단체 등에서 실시하는 각종 안전점검을 피해갈 수 있다. 가스 폭발 사고가 난 토바펜션도 9년 동안 불법으로 영업하면서 한 차례도 한국가스안전공사의 점검을 받지 않았다. 이러한 미신고 펜션은 사고가 난 동해시는 물론이고 전국에 산재해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해 6월 온라인 숙박중개 사이트 등을 확인한 결과 미신고 숙박업소가 최소 1000곳에 이른다고 밝혔다. ▼ 비상구 막히고 소화기 없어… 즐비한 불법 펜션, 안전은 나몰라라 ▼전국 관광지 미신고 펜션 난립28일 오전 8시 강원 동해시 A펜션. 건물에 들어가 초록색 비상구 표시를 찾으려 한참을 돌아다녔지만 눈에 띄질 않았다. 객실 10개가 붙어 있는 복도는 폭이 1m도 되지 않았다. 복도엔 물건이 쌓여 있어 유일한 비상구인 건물 입구까지 가는 데 3분 넘게 걸렸다. 천장엔 스프링클러도 없었다. 창고에는 녹슨 소화기 3대만 놓여 있었다. A펜션은 당국에 신고하지 않은 불법 숙박업소다. 25일 가스 폭발 사고가 일어난 토바펜션도 미신고 불법 숙박업소였다. A펜션 업주는 2001년 12월 이 건물을 다가구주택으로 시에 알렸다. 그리고 20년 가까이 객실 10개를 둔 펜션으로 운영해 왔다. 실제론 숙박업소를 운영하면서 신고는 주택으로 한 ‘꼼수 영업’은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동아일보가 28일 포털사이트에서 검색한 결과, 토바펜션 반경 5km 안에 있는 펜션은 모두 74곳이었다. 이 펜션들의 건축물대장을 확인해 보니 64곳이 숙박업소나 민박으로 신고하지 않고 불법으로 영업하고 있었다.○ ‘미신고 불법 펜션’은 안전 사각지대 꼼수 영업을 하는 미신고 펜션들은 당국의 안전 점검이나 위생 검사도 받지 않는다. 소방 당국은 호텔이나 모텔 같은 숙박시설을 1년에 한 번씩, 농어촌 민박을 6개월에 한 번씩 점검한다. 하지만 미신고 펜션들은 점검을 받지 않는 데다 스프링클러 등 설비를 갖출 법적 의무도 지지 않는다. 한국가스안전공사의 정기 점검 대상에서도 빠져 있다. ‘다가구주택’으로 신고한 동해시 B펜션의 비상구는 빨래 더미와 화분에 가로막혀 있었다. ‘음식점’으로 분류된 C펜션은 폭이 약 50cm인 복도가 미로처럼 설계돼 있었다. 불이 나면 탈출이 어려운 구조였다. 객실엔 피복이 벗겨진 전선이 엉켜 있었다. 소화기도 스프링클러도 없었다. ‘미신고 펜션’에 대한 시의 단속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 시의 단속 공무원이 직접 방문해 불법 행위를 적발해야만 업주를 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장 적발이 어려워 단속은 거의 손을 놨다는 게 담당 공무원들의 해명이다. 속초시 위생과 관계자는 “단속 대상인 업소가 숙박업을 한다는 증거자료를 확보해야 업주를 고발할 수 있다”며 “단속을 나갔다가 업주가 문을 열어주지 않아 투숙객에게 영수증을 달라고 애원한 적도 있다”고 했다.○ 펜션 업주 “비현실적 규제 탓 불법 양산” 일부 펜션 업주들은 당국이 농어촌 민박업에 너무 높은 기준을 적용해 불법 영업을 할 수밖에 없다고 호소했다. 농어촌 녹지지역에서 펜션을 운영하려면 시에 ‘농어촌 민박’으로 등록해야 한다. 그런데 현행법상 연면적 230m²(약 69.57평) 이하 건물만 ‘농어촌 민박’으로 등록할 수 있다. 본보가 건축물대장을 확인한 펜션 74곳 가운데 ‘농어촌 민박’ 등록이 가능한 지역에 있는 업소는 모두 20곳이었다. 그런데 15곳은 건물 크기가 230m²를 넘었다. 이 펜션들은 ‘농어촌 민박’으로 등록하지 않은 채 불법 영업을 하고 있었다. ‘다가구주택’으로 신고하고 펜션을 운영하는 D펜션 업주는 “농어촌 민박으로 등록하려고 해도 건물이 커서 안 된다는 답변만 들었다”며 “불법인 줄 알지만 생계가 걸려 있다 보니 어쩔 수 없이 펜션을 운영하고 있다”고 했다. 숙박업소로 신고했다가 시에서 까다로운 안전 기준을 제시해 불법 영업으로 돌아선 업주들도 있었다. 바닷가 주변 상업지역에서 이른바 ‘오션뷰 펜션’을 운영하는 업주들이 대체로 그랬다. 토바펜션 업주 남모 씨도 지난해 11월 “건물 용도를 주택에서 숙박업소로 바꾸겠다”고 시에 신고했다가 반려 통보를 받았다. 1973년 지어진 이 건물은 내진 설계가 제대로 돼 있지 않아 숙박업소로 운영하기엔 적절치 않다는 게 시의 판단이었다. 이삼열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는 “미신고 펜션을 단속하지 않는 건 공무원들의 명백한 직무유기”라며 “숙박업소로 신고하지 않고 불법 영업하는 펜션들을 철저히 단속해야 이용자들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다”고 했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연면적 230m²가 넘는 건물을 ‘농어촌 민박’으로 신고할 수 없게 제한하면 안 된다. 규모에 따라 영업 조건을 다르게 정하는 탄력적인 규제를 고민해야 한다”며 “더 많은 영업장을 정부의 관리 영역으로 끌어들여야 ‘제2의 토바펜션 참사’를 막을 수 있다”고 했다.고도예 yea@donga.com·한성희·동해=박종민·이청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