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소연

이소연 기자

동아일보 스포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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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이소연 기자입니다.

always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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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투명인간 하은이’의 죽음, 재판 통해 진실 밝혀지기를… [현장에서/이소연]

    “이거 무전유죄 유전무죄 아닙니까?” 5일 서울남부지법 306호 법정 앞. 생후 2개월 된 딸 하은이(가명)를 학대해 숨지게 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하은이 아버지 김모 씨(42)가 변호사에게 무릎을 꿇은 채 울먹이며 말했다. 변호사가 김 씨를 일으켜 세우며 “감정적으로 나오지 말라”고 하자 김 씨는 “거짓말을 하는 게 아니다. 작가도 그렇게 지어내지 못한다”며 오열했다. 재판이 끝나고 법정을 나온 뒤로 그는 계속 억울함을 주장했다. 김 씨는 이날 열린 ‘하은이 유기치사 사건’ 1차 공판에서 “절대 그런 일 없었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검사가 “피고인은 2010년 당시 동거하던 조모 씨가 외도를 해 낳은 아이라고 의심해 하은이에게 예방접종을 하지 않고 방치해 사망에 이르게 했고 이 사실을 숨기려 시신을 유기했다”고 말하자 김 씨는 두 손을 흔들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판사에게 수차례 요구한 끝에 발언 기회를 얻은 김 씨는 셔츠 소매를 걷고 오른손으로 가슴을 내리치며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토로했다. 재판부가 “감정을 과장할 필요는 없다. 우리는 공정하게 재판할 것”이라고 말할 정도였다. 공범으로 재판에 넘겨진 하은이 친모 조 씨(40)가 모든 혐의를 인정한 것과는 상반된 모습이었다. 조 씨는 하은이가 숨진 지 7년 만인 2017년 3월 경찰서를 찾아 자신의 죄를 자백했다. 조 씨에 따르면 이들은 2010년 12월경 고열에 시달리는 하은이를 방치해 숨지게 했다. 검찰 조사에서 조 씨는 “아이 아빠가 하은이를 때렸다. 숨질 당시 하은이의 몸 곳곳이 멍들어 있었다”고 진술했다. 하은이의 시신은 나무상자에 밀봉한 뒤 집에 유기했다고 했다. 그러나 김 씨는 “하은이가 어느 날 사라졌다는 것만 알고 있을 뿐 학대한 적도 유기한 적도 없다”며 “아이 엄마가 하은이를 버렸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사건은 로 세상에 알려졌다. 하은이는 태어난 지 2개월 만에 숨을 거뒀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하은이의 죽음을 알아채지 못했다. 하은이의 친부모가 출생신고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본보는 출생신고 의무를 부모에게만 한정한 현행 가족관계등록법의 허점을 지적했다. 이후 정부는 의료기관도 아이의 출생 사실을 국가기관에 통보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아 가족관계등록법을 개정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김 씨는 재판 내내 억울함을 호소했다. 하지만 가장 억울한 건 자신의 출생과 사망을 어느 누구도 알지 못했던 하은이일 것이다. 재판부가 사건의 실체 규명을 통해 진실을 밝혀 생후 두 달 만에 눈을 감은 하은이의 억울함을 조금이라도 풀어주기를 바란다. 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 2019-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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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C방 살인’ 김성수 징역30년… 동생은 무죄

    ‘강서 PC방 살인사건’으로 구속 기소돼 재판을 받아온 김성수(30)에게 징역 30년이 선고됐다. 형의 범행을 도운 혐의(공동 폭행)로 기소된 김성수의 동생(28)에게는 무죄가 선고됐다. 1심 법원인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1부(부장판사 이환승)는 4일 김성수에게 징역 30년을 선고했다. 재판부가 선고 형량을 말하는 순간 김성수는 숨을 몰아쉬며 어깨를 들썩였다. 무죄를 선고받은 동생은 재판 내내 무덤덤한 표정이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피해자를 흉기로 80차례 이상 공격하는 등 잔혹하게 살해해 사회에 커다란 충격을 불러일으켰고 재범의 우려가 있어 사회로부터 영원히 격리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피고인이 범행을 인정했고 반성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는 점, 가정폭력과 학교폭력으로 인한 우울감이 일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감안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김성수의 동생은) 다툼의 당사자가 아니고 살인을 도운 혐의를 입증할 만한 증거가 없다”고 덧붙였다. 검찰은 지난달 16일 열린 결심공판에서 “피고인이 사회에 복귀하면 또 다른 피해자가 나올 수 있다. 영원히 격리해야 한다”며 사형을 구형했다. 하지만 법원이 징역 30년을 선고하자 검찰은 바로 항소 의사를 밝혔다. 피해자 유족 측도 “이해할 수 없는 판결”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남부지법 관계자는 “재판부는 이 사건이 대법원이 설명하는 ‘사형을 선고할 만한 사건’에는 해당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며 “재판부가 피고인에 대한 무기징역과 유기징역을 놓고 굉장히 오래 고민했다”고 밝혔다. 징역 30년은 유기징역의 최상한이다. 김성수는 지난해 10월 서울 강서구 PC방에서 자신과 말다툼을 한 아르바이트생 신모 씨(20)를 흉기로 살해한 혐의로 재판을 받아왔다.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 2019-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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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류현진 모델료 가로챈 전 에이전트 기소

    류현진의 에이전트를 지냈던 전모 씨가 류현진의 광고모델 계약금 일부를 가로챈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는 것으로 31일 확인됐다. 전 씨는 류현진이 2013년부터 2년 정도 모델로 활동한 모 식품업체와의 광고 계약을 대행하면서 실제보다 낮은 금액에 계약했다고 류현진을 속인 혐의를 받고 있다. 광고모델 계약금 가운데 1억여 원을 전 씨가 가져간 것으로 전해졌다. 류현진은 사기 등의 혐의로 전 씨를 고소했고 전 씨는 지난해 말 불구속 기소됐다.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 2019-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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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접대 의혹’ 아시아경제 최상주 회장 사임

    경제일간지 아시아경제의 사주인 최상주 KMH아경그룹 회장(59)이 한 사업가로부터 수십 차례 성접대를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최 회장은 28일 아시아경제 회장직에서 물러났다. 이날 KBS 보도에 따르면 최 회장과 사업 파트너 관계였던 A 씨는 “2014년부터 5년간 최 회장에게 31번에 걸쳐 여성들을 소개했다. 최 회장이 이 여성들과 성관계를 하면 내가 대가를 지불했다”고 주장했다. A 씨는 “최 회장하고 여자하고 자고 나면 가격을 정한다. 여자가 ‘200(만 원)이다, 300(만 원)이다’ ‘적다 많다’ 이렇게 싸우기도 했다”고 말했다. 보도에 따르면 A 씨가 문자메시지로 최 회장에게 여성들의 직업과 연령, 신체적 특성 등을 설명하면 최 회장이 만날지를 결정했다. 최 회장은 만날 여성의 사진을 주고받으며 성적으로 비하하는 발언도 했다고 한다. 최 회장은 자신의 성접대 의혹이 보도되기 전 서울남부지법에 방송금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하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원은 “제보자의 주장이 직접 경험하지 않고는 언급하기 어려울 정도로 구체적이고, 최 회장과 A 씨가 여성들의 몸매 등을 평가하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수차례 주고받은 점 등을 볼 때 진술에 신빙성이 있다”고 밝혔다. 최 회장은 입장문을 통해 “제 인생을 항상 돌아보고 더 절제하는 삶을 몸소 실행에 옮겨야 하는데 아직까지 저는 제 스스로를 이기지 못한 것 같다”고 밝혔다. 최 회장은 또 “최근 M&A 과정에서 불거진 일련의 사태가 아시아경제의 독립적인 미디어 정체성을 혹시나 훼손하지 않을까 고민하며 이같이 결심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 2019-0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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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 한복판 호텔서 12만명분 필로폰 제조

    서울 시내 호텔방에서 12만 명이 투약할 수 있는 양의 필로폰을 몰래 제조한 외국인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들이 2주간 호텔방에 머물며 시가 120억 원 상당의 필로폰 3.6kg을 만드는 동안 주변 어느 누구도 이 같은 사실을 알아채지 못했다. 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서울의 한 호텔에서 필로폰을 제조한 혐의로 중국인 A 씨와 대만인 B 씨를 구속했다고 28일 밝혔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은 지난달 14일 관광비자로 입국한 뒤 ‘상선’의 지시에 따라 역할을 분담해 필로폰을 제조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B 씨가 필로폰 주 원료인 에페드린을 우편으로 보내주면 A 씨가 이 원료를 가공해 필로폰을 만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마약 제조업자들은 필로폰을 만들 때 특유의 역한 냄새가 나기 때문에 농촌이나 산골의 비닐하우스 등을 이용하는 게 보통이다. 하지만 이들은 호텔방에서 필로폰을 제조하면서 냄새를 거의 풍기지 않았다. 필로폰을 만들 때 전력 소모가 많다 보니 호텔방이 전기 과부하로 한 차례 정전된 적이 있을 뿐이다. 범행 현장에서 발견된 도구 역시 전기레인지와 비커 등 간소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이들의 필로폰 제조 기법을 조사하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감정을 의뢰했다. 경찰 관계자는 “A 씨와 B 씨가 입국 전부터 메신저를 통해 연락을 주고받으며 치밀하게 필로폰 제조를 준비했다. 작업을 주도한 배후가 있을 것으로 보고 조사 중”이라고 말했다.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 2019-0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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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경이 아니라 경찰… 범인 검거엔 완력만큼 끈기도 필요”

    《“음란행위자 있습니다. 대로변으로 이동합니다.” 19일 오전 6시 30분. 새벽 교대 근무를 위해 사복 차림으로 파출소로 향하던 A 순경이 다급한 목소리로 112에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빠른 걸음으로 남성의 뒤를 300m가량 따라붙었다. 그러면서도 휴대전화는 계속 켜놓았다. 경찰에게 남성의 도주 방향을 알리기 위해서였다. A 순경의 전화를 받은 지 10분 만에 현장에 도착한 경찰이 음란행위를 한 남자를 붙잡았다. 20대 후반인 A 순경은 ‘예비 여성 경찰’이다. 지난해 순경 공채 시험에 합격한 그는 중앙경찰학교 학생 신분으로 4월 29일부터 서울 금천경찰서 금천파출소에서 실습교육을 받고 있다. 8월이면 실습생 딱지를 떼고 당당히 ‘여성 경찰관’이 된다. 광복 이듬해인 1946년 79명으로 출발했던 여자 경찰관은 올해 3월 말 현재 1만3594명까지 늘었다. 전체 경찰관의 11.3%다. 1990년대까지 내근직이 대부분이었던 여자 경찰관은 이제 파출소와 지구대, 수사 분야에서만 7000명 가까이 일하고 있다. 이른바 ‘대림동 여자 경찰관’ 사건으로 최근 여자 경찰관의 현장 대응 능력이 도마에 오르면서 ‘여경 무용론’까지 제기되는 논란이 빚어졌다. 이런 가운데 동아일보가 마약반과 강력계, 파출소 등에서 자신의 역할을 해내고 있는 여자 경찰들을 만났다.》 “힘 쓰지 마세요. 다칩니다.” 서울 강서경찰서 형사팀 마약반 소속 공자영 경장(34·여)은 건장한 체격의 50대 남성 팔을 뒤로 꺾은 뒤 이렇게 말했다. 공 경장은 새벽 시간 도로가의 포장마차에 잠복해 있다 이 남성이 나타나자 다가가 단번에 제압했다. 다른 곳에 잠복해 있다 달려온 동료 남자 경찰관은 팔이 꺾인 남성에게 “움직이지 말고 가만히 있으세요. 기술 들어가면 다칠지도 모릅니다”라고 했다. 23일 본보 기자와 만난 공 경장은 아홉 달 전 전과 10범의 마약사범을 잠복 끝에 검거할 당시의 상황을 별일 아니라는 듯 담담하게 설명했다. 붙잡힌 마약사범은 고개를 돌려 자신의 팔을 꺾은 경찰이 여자라는 걸 확인하고는 멍한 표정이었다고 한다. 공 경장은 2017년 2월 경찰관으로 임용됐다. 무도(武道) 특기자로 채용된 공 경장은 유도 선수 출신이다. 2006년 도하 아시아경기에 국가대표로 출전해 은메달을 땄고, 2010년 광저우 아시아경기에서는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순경으로 임용된 그는 검거 실적이 뛰어나 1계급 특진을 하면서 2년 만에 경장이 됐다. 최근 한 여성 경찰관이 술에 취한 남성을 제압하는 과정에서 시민의 도움을 요청하는 모습이 담긴 이른바 ‘대림동 여자 경찰관 사건’ 동영상이 인터넷을 통해 공개됐다. 이 때문에 ‘여경 무용론’까지 제기되면서 한바탕 논란이 일었다. 술 취한 남자 한 명도 제대로 제압하지 못하는 여자 경찰관은 뽑을 필요가 없다는 식이었다. 하지만 민갑룡 경찰청장은 ‘대림동 여자 경찰관’의 현장 대응은 “나무랄 데 없이 침착했다”며 문제 삼을 일이 아니라고 했다. ○ “나약한 여경? 근성의 여경” 올해 3월 말 현재 1만3594명의 여자 경찰관이 전국 곳곳에서 임무를 수행 중이다. 광복 후인 1946년부터 등장한 여자 경찰은 1990년대 들어서야 수사와 정보, 강력계 등의 분야로 진출하기 시작했다. 그 이전까지는 대부분 내근직이었다. 아이를 낳은 뒤에도 강력계 형사로 일하는 ‘워킹맘 형사’들이 있다. 서울 중랑경찰서 강력계 박애화 경사(37·여)는 올해로 강력계 생활 6년째다. 박 경사의 별명은 ‘악바리’다. 용의자를 한번 쫓기 시작하면 검거할 때까지 집에도 들어가지 않고 일을 한다고 해서 동료 남자 경찰관들이 붙여준 별명이다. 박 경사는 검도 4단, 태권도 3단, 유도 2단 등 무술 단수가 총 12단이다. 초등학생 딸을 둔 박 경사는 이달 10일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하루를 보냈다. 박 경사는 오전 7시 초등학생 딸에게 아침 식사를 챙겨준 뒤 경찰서로 출근해 10시간 가까이 폐쇄회로(CC)TV 분석 작업에 매달렸다. 박 경사가 속한 강력계는 70대 노인을 보이스피싱으로 속여 2000만 원을 챙긴 사기범을 검거하기 위해 중랑구 일대 CCTV를 전부 뒤지던 중이었다. CCTV 분석으로 용의자를 특정했다. 박 경사는 용의자가 지내는 것으로 추정되는 모텔 인근에서 잠복에 들어갔다. 운이 좋았다. 자정을 넘긴 무렵 용의자를 붙잡았다. 잠복이 길어질 때는 며칠씩 걸리기도 한다. 박 경사의 초등학생 딸아이는 “밤인데도 엄마는 왜 안 오느냐”며 울며 보챌 때가 있다. 박 경사는 딸을 위해 일을 그만둬야 하나 고민을 할 때도 종종 있었다. 박 경사는 “남자 경찰은 일을 잘하든 못하든 개인으로 평가를 받는데 여자 경찰은 ‘여경’이라는 집단으로 묶어 평가를 하는 것 같다”며 “‘애 엄마 되더니 별수 없네’ 하는 얘기 듣기 싫어서 이 악물고 일하고 있다”고 했다. 중랑서 강력팀장 전윤숙 경감(42·여)은 “아무래도 아이 엄마는 외근이나 당직이 많은 강력계와 형사팀을 선뜻 택하기엔 아직까지는 어려움이 많은 실정”이라고 했다. 남자 경찰의 영역으로만 여겨졌던 분야에 뛰어들어 두각을 나타내는 여자 경찰도 있다. 서울지방경찰청 교통순찰대 소속 김수진 경사(40)는 오토바이를 몰면서 VIP(대통령) 근접 경호를 하는 유일한 여성이다. 교통순찰대 근무 9년 차인 김 경사는 ‘삼공열둘’로 불린다. 삼공열둘은 김 경사가 모는 300kg 무게의 대형 순찰 오토바이에 매겨진 번호다. 김 경사가 교통순찰대 근무를 시작하면서부터 바로 오토바이를 몰 수 있었던 건 아니다. 당시 여자 경찰은 오토바이를 몰 수 없었다. 남자 경찰들이 모는 오토바이 옆에 붙어있는 바퀴 세 개짜리 ‘사이드카’에 앉아야 했다. 김 경사는 “여자도 ‘사이드카’가 아닌 오토바이를 몰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며 “무언의 시위를 하듯 매일 아침 대형 오토바이를 몰고 출근했다”고 말했다. 그렇게 몇 개월을 보내자 선배들이 김 경사에게 ‘오토바이를 한번 타보겠느냐’는 제안을 했다. 김 경사가 첫 테이프를 끊은 이후로 교통순찰대로 발령받은 후배 여자 경찰은 사이드카가 아닌 오토바이를 타게 됐다. 사이드카는 없어졌다. 1만3594명의 여자 경찰관 중 파출소와 지구대에 근무하는 지역 경찰이 4137명으로 가장 많다. 경찰 생활 16년 차에 접어들었지만 여전히 지구대에서 ‘최고령 여성 순찰 요원’으로 일하는 대구 달서경찰서 월배지구대의 최인복 경사(42·여)는 “지구대에서 일하다 보면 밤늦게 술 취한 사람들을 제압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건 민원인들의 얘기를 들어주고 설득하는 것”이라고 했다. 최 경사는 지난해 3월 자살하겠다며 스스로 신고를 했던 50대 여성을 설득해 목숨을 구했다. 한 달 전에는 자해를 시도한 50대 초반의 여성과 대화를 나눈 끝에 인근 병원으로 보냈다. 최 경사는 “내가 한 것은 ‘많이 외로우셨겠어요’ ‘뭐가 필요하세요’라고 대화를 시도한 것뿐”이라며 “자살을 시도하는 민원인 대부분은 이야기를 차근차근 들어주면 스스로 어떻게 해야 할지 결론을 내리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 “여경, 없어서 못 써요” 여성 마약 사범이 경찰서 문턱을 넘는 순간, 일선 경찰서에선 ‘여경 구하기’ 전쟁이 벌어진다. 여성 마약 사범의 몸을 수색하거나 소변검사를 진행할 때면 이 과정을 대신해 줄 여성 경찰이 꼭 필요하기 때문이다. 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에 근무하는 김소정 경사(37·여)는 2014년 일선 경찰서에서 일할 때 ‘마약 검사’에 여러 차례 동원됐다. 김 경사는 이 경찰서 형사당직팀 경찰관 80명 중 ‘홍일점’이었다. 하루는 마약 수사팀 경찰관이 “여경 빨리 와달라”며 사색이 돼서 달려왔다. 조사실에는 한 여성 마약 사범이 다리를 꼬고 앉아 있었다. 눈썹, 다리털 등 눈에 보이는 곳의 체모를 모두 왁싱한 상태라 모발을 통한 마약 검사가 불가능해 보였다. 김 경사는 여성 사범을 여자 화장실로 데려갔다. 그러고는 체모를 채취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감정해 달라고 맡겼다. 검사 결과 이 여성은 필로폰을 투약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기 평택경찰서 마약수사팀에서 여성 마약 사범의 소변검사를 할 때면, 마약수사팀 소속 이승아 경장(33·여)이 밀착 감시에 나선다. 여성 마약 사범들이 소변검사를 받으면서 미리 준비해온 다른 사람 소변으로 바꿔치기 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마약 사범의 집을 급습할 때도 이 경장이 현관문을 두드리는 ‘선봉’에 서곤 한다. 현장에서 옷을 벗고 있는 여성을 마주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 경장이 집 안에 들어가 여성이 옷을 갈아입도록 하고 내부를 수색한다. 성폭력과 가정폭력 등 여성을 상대로 한 범죄가 발생하면 피해자들이 먼저 여경을 찾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 때문에 여성을 상대로 한 범죄는 여성 경찰관들의 전문 영역이 된 지 오래다. 대구지방경찰청 곽미경 경감(51·여)은 일선 경찰서 여성청소년 수사팀에서 일하던 2017년 4월 새벽의 경험을 잊지 못한다. 새벽녘 20대 여성이 ‘강제추행을 당했다’고 신고했다. 숙직 당번이었던 남성 경찰관과 곽 경감이 함께 출동했다. 그런데 이 여성은 신고 내용과는 달리 두 경찰관에게 “이 남자가 싸우다가 가슴을 쳤다”고 말했다. 여성의 말대로라면 추행이 아닌 폭행을 당한 것이었다. 한참 뒤 여성은 곽 경감과 둘이 있는 자리에서 성추행을 당했을 당시의 상황을 자세히 설명하면서 “남자 경찰한테는 차마 말을 못했다”라며 울먹였다. 곽 경감은 “수치스러운 경험을 한 피해자가 남성 경찰 앞에선 입을 다무는 경우가 많다”며 “그럴 때면 여경들이 피해자 조사를 맡는다”고 했다. 여성가족부 산하 해바라기센터에도 여성 경찰관들이 근무하며 성폭력 피해자 등의 진술을 받는다. 성폭력이나 아동학대 피해자들이 이곳에서 여경에게 피해 사실을 털어놓으면, 여경은 진술 내용을 종합해 일선 경찰서로 보낸다. 서울 노원구, 동대문구 등 6개 지역을 관할하는 서울 북부해바라기센터의 장연심 경감(51·여)은 “여성들이 수치스러웠던 경험을 남성 경찰관이나 국선변호사에게 털어놓기 힘들어하는 경우도 있다”며 “그래서 센터에 여성 경찰관들을 배치하고 편안한 분위기에서 진술을 받으려 한다”고 했다. ○ “여성 경찰 위한 실전 교육 있어야” “경찰관의 힘은 ‘완력’만 있는 게 아니에요.” 서울지방경찰청 과학수사과의 ‘프로파일러’ 한상아 경장(28·여)의 말이다. 한 경장은 “프로파일러는 사건의 논리 구조를 만드는 힘을 가져야 한다”며 “범인을 끝까지 추적하는 끈기도 경찰관의 힘”이라고 강조했다. 강서경찰서의 공 경장도 “경찰이 되기 전에는 나도 경찰관이 범인 잡는 일만 하는 줄 알았다”며 “여성 경찰관들이 여러 분야에서 제 역할을 다하고 있다”고 했다. 여성 경찰들 사이에서는 현장에서 저항하는 상대를 제대로 제압할 수 있도록 실무 체포 교육이 강화돼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서울 홍익지구대 A 경사는 “경찰이 되고 나서 체포 훈련을 받을 때 남성과 여성 구분 없이 체포술을 배운다. 하지만 남자 경찰과 여자 경찰의 힘이나 덩치는 완전히 다르다. 여경이 상대를 제압할 수 있도록 맞춤형 교육을 해야 한다”고 했다. 같은 지구대 B 경사는 “현장에서 저항하는 상대를 제압할 수 있는 실전 무술을 가르쳐 줬으면 좋겠다”며 “지금은 여자 경찰들이 개인적으로 체육관에서 주짓수나 복싱을 배우는 수준”이라고 했다. 여성 경찰의 체력 검증 기준을 지금보다 높여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최인복 경사는 “일부 누리꾼들 주장처럼 남성과 같은 잣대로 여성의 체력을 평가할 수는 없다. 그 대신 여성 경찰이 땅바닥에 무릎을 대고 팔굽혀펴기 시험을 보는 현실은 바꿔야 한다. 팔굽혀펴기 개수는 남성과 달리 평가하더라도 행위 기준은 같아야 한다”고 말했다.고도예 yea@donga.com·이소연·한성희 기자}

    • 2019-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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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경 없어서 못써요” 범인 잡을때까지 집에 안가는 ‘악바리’ 워킹맘 형사도

    “힘쓰지 마세요. 다칩니다.” 서울 강서경찰서 형사팀 마약반 소속 공자영 경장(34·여)은 건장한 체격의 50대 남성 팔을 뒤로 꺾은 뒤 이렇게 말했다. 공 경장은 새벽 시간 도로가의 포장마차에 잠복해 있다 이 남성이 나타나자 다가가 단 번에 제압했다. 다른 곳에 잠복해 있다 달려 온 동료 남자 경찰관은 팔이 꺾인 남성에게 “움직이지 말고 가만히 있으세요. 기술 들어가면 다칠지도 모릅니다”라고 했다. 23일 본보 기자와 만난 공 경장은 아홉 달 전 전과 10범의 마약사범을 잠복 끝에 검거할 당시의 상황을 별일 아니라는 듯 담담하게 설명했다. 붙잡힌 마약사범은 고개를 돌려 자신의 팔을 꺾은 경찰이 여자라는 걸 확인하고는 멍한 표정이었다고 한다. 공 경장은 2017년 2월 경찰관으로 임용됐다. 무도(武道) 특기자로 채용된 공 경장은 유도 선수 출신이다. 2006년 도하 아시아경기에 국가대표로 출전해 은메달을 땄고, 2010년 광저우 아시아경기에서는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순경으로 임용된 그는 검거 실적이 뛰어나 1계급 특진을 하면서 2년 만에 경장이 됐다. 최근 한 여성 경찰관이 술에 취한 남성을 제압하는 과정에서 시민의 도움을 요청하는 모습이 담긴 이른바 ‘대림동 여자 경찰관 사건’ 동영상이 인터넷을 통해 공개됐다. 이 때문에 ‘여경 무용론’까지 제기되면서 한바탕 논란이 일었다. 술 취한 남자 한 명도 제대로 제압하지 못 하는 여자 경찰관은 뽑을 필요가 없다는 식이었다. 하지만 민갑룡 경찰청장은 ‘대림동 여자 경찰관’의 현장 대응은 “나무랄 데 없이 침착했다”며 문제 삼을 일이 아니라고 했다. ●“나약한 여경? 근성의 여경” 올해 3월 현재 1만3594명의 여자 경찰관들이 전국 곳곳에서 임무를 수행 중이다. 광복 후인 1946년부터 등장한 여자 경찰은 1990년대 들어서야 수사와 정보, 강력계 등의 분야로 진출하기 시작했다. 그 이전까지는 대부분 내근직이었다. 아이를 낳은 뒤에도 강력계 형사로 일하는 ‘워킹맘 형사’들이 있다. 서울 중랑경찰서 강력계 박애화 경사(37·여)는 올해로 강력계 생활 6년째다. 박 경사의 별병은 ‘악바리’다. 용의자를 한 번 쫓기 시작하면 검거할 때까지 집에도 들어가지 않고 일을 한다고 해서 동료 남자 경찰관들이 붙여준 별명이다. 박 경사는 검도 4단, 태권도 3단, 유도 2단 등 무술 단수가 총 12단이다. 초등학생 딸을 둔 박 경사는 이달 10일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하루를 보냈다. 박 경사는 오전 7시 초등학생 딸에게 아침 식사를 챙겨준 뒤 경찰서로 출근해 10시간 가까이 폐쇄회로(CC)TV 분석 작업에 매달렸다. 박 경사가 속한 강력계는 70대 노인을 보이스피싱으로 속여 2000만 원을 챙긴 사기범을 검거하기 위해 중랑구 일대 CCTV를 전부 뒤지던 중이었다. CCTV 분석으로 용의자를 특정했다. 박 경사는 용의자가 지내는 것으로 추정되는 모텔 인근에서 잠복에 들어갔다. 운이 좋았다. 자정을 넘긴 무렵 용의자를 붙잡았다. 잠복이 길어질 때는 며칠 씩 걸리기도 한다. 박 경사의 초등학생 딸 아이는 “밤인데도 엄마는 왜 안 오느냐”며 울며 보챌 때가 있다. 박 경사는 딸을 위해 일을 그만둬야 하나 하고 고민을 할 때도 종종 있었다. 박 경사는 “남자 경찰은 일을 잘하든 못하든 개인으로 평가를 받는데 여자 경찰은 ‘여경’이라는 집단으로 묶어 평가를 하는 것 같다”며 “‘애 엄마 되더니 별 수 없네’ 하는 얘기 듣기 싫어서 이 악물고 일하고 있다”고 했다. 중랑서 강력팀장 전윤숙 경감(42)은 “아무래도 아이 엄마는 외근이나 당직이 많은 강력계와 형사팀을 선뜻 택하기엔 아직까지는 어려움이 많은 실정”이라고 했다. 남자 경찰의 영역으로만 여겨졌던 분야에 뛰어들어 두각을 나타내는 여자 경찰도 있다. 서울지방경찰청 교통순찰대 소속 김수진 경사(40)는 오토바이를 몰면서 VIP(대통령) 근접 경호를 하는 유일한 여성이다. 교통순찰대 근무 9년차인 김 경사는 ‘삼공열둘’로 불린다. 삼공열둘은 김 경사가 모는 300kg 무게의 대형 순찰 오토바이에 매겨진 번호다. 김 경사가 교통순찰대 근무를 시작하면서부터 바로 오토바이를 몰 수 있었던 건 아니다. 당시 여자 경찰은 오토바이를 몰 수 없었다. 남자 경찰들이 모는 오토바이 옆에 바퀴 세 개가 달린 ‘사이드카’가 붙어있었다. 여자 경찰은 이 ‘사이드 카’에 앉아야 했다. 김 경사는 “여자도 ‘사이드카’가 아닌 오토바이를 몰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며 “무언의 시위를 하듯 매일 아침 대형 오토바이를 몰고 출근했다”고 말했다. 그렇게 몇 개월을 보내자 선배들이 김 경사에게 ‘오토바이를 한번 타보겠느냐’는 제안을 했다. 김 경사가 첫 테이프를 끊은 이후로 교통순찰대로 발령받은 후배 여자 경찰은 사이드카가 아닌 오토바이를 타게 됐다. 사이드카는 없어졌다. 1만3594명의 여자 경찰관 중 파출소와 지구대에 근무하는 지역경찰이 4137명으로 가장 많다. 경찰 생활 16년차에 접어들었지만 여전히 지구대에서 ‘최고령 여성 순찰 요원’으로 일하는 대구 달서경찰서 월배지구대의 최인복 경사(42·여)는 “지구대에서 일하다보면 밤늦게 술취한 사람들을 제압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건 민원인들의 얘기를 들어주고 설득하는 것”이라고 했다. 최 경사는 지난해 3월 자살하겠다며 스스로 신고를 했던 50대 여성을 설득해 목숨을 구했다. 한달 전에는 자해를 시도한 50대 초반의 여성과 대화를 나눈 끝에 인근 병원으로 보냈다. 최 경사는 “내가 한 것은 ‘많이 외로우셨겠어요’ ‘뭐가 필요하세요’라고 대화를 시도한 것 뿐”이라며 “자살을 시도하는 민원인 대부분은 이야기를 차근차근 들어주면 스스로 어떻게 해야할지 결론을 내리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여경 없어서 못써요” 여성 마약 사범이 경찰서 문턱을 넘는 순간, 일선 경찰서에선 ‘여경 구하기’ 전쟁이 벌어진다. 여성 마약 사범의 몸을 수색하거나 소변검사를 진행할 때면 이 과정을 대신해줄 여성 경찰이 꼭 필요하기 때문이다. 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에 근무하는 김소정 경사(37·여)는 지난해 일선 경찰서에서 일할 때 ‘마약 검사’에 여러 차례 동원됐다. 김 경사는 이 경찰서 형사당직팀 경찰관 80명 중 ‘홍일점’이었다. 하루는 마약 수사팀 경찰관이 “여경 빨리 와달라”며 사색이 돼서 달려왔다. 조사실에는 한 여성 마약 사범이 다리를 꼬고 앉아있었다. 눈썹, 다리털 등 눈에 보이는 곳의 체모를 모두 왁싱한 상태라 모발을 통한 마약 검사가 불가능해 보였다. 김 경사는 여성 사범을 여자 화장실로 데려갔다. 그리곤 체모를 채취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감정해달라고 맡겼다. 검사 결과 이 여성은 필로폰을 투약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기 평택경찰서 마약수사팀에서 여성 마약 사범의 소변검사를 할 때면, 마약수사팀 소속 이승아 경장(33)이 밀착 감시에 나선다. 여성 마약 사범들이 소변검사를 받으면서 미리 준비해온 다른 사람 소변으로 바꿔치기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마약 사범의 집을 급습할 때도 이 경장이 현관문을 두드리는 ‘선봉’에 서곤 한다. 현장에서 옷을 벗고 있는 여성을 마주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 경장이 집 안에 들어가 여성이 옷을 갈아입도록 하고 내부를 수색한다. 성폭력과 가정폭력 등 여성을 상대로 한 범죄가 발생하면 피해자들이 먼저 여경을 찾는 경우도 적지 않다. 때문에 여성을 상대로 한 범죄는 여성 경찰관들의 전문 영역이 된지 오래다. 대구지방경찰청 곽미경 경감(51·여)은 일선 경찰서 여성청소년 수사팀에서 일하던 2017년 4월 새벽의 경험을 잊지 못한다. 새벽녘 20대 여성이 ‘강제추행을 당했다’고 신고했다. 숙직 당번이었던 남성 경찰관과 곽 경감이 함께 출동했다. 그런데 이 여성은 신고 내용과는 달리 두 경찰관에게 “이 남자가 싸우다가 가슴을 쳤어요”라고 말했다. 여성의 말대로라면 추행이 아닌 폭행을 당한 것이었다. 한참 뒤 여성은 곽 경감과 둘이 있는 자리에서 성추행을 당했을 당시의 상황을 자세히 설명하면서 “남자 경찰한테는 차마 말을 못했어요”라고 울먹였다. 곽 경감은 “수치스러운 경험을 한 피해자가 남성 경찰 앞에선 입을 다무는 경우가 많다”며 “그럴때면 여경들이 피해자 조사를 맡는다”고 했다. 여성가족부 산하 해바라기센터에도 여성 경찰관들이 근무하며 성폭력 피해자 등의 진술을 받는다. 성폭력이나 아동학대 피해자들이 이곳에서 여경에게 피해 사실을 털어놓으면, 여경은 진술 내용을 종합해 일선 경찰서로 보낸다. 서울 노원구, 동대문구 등 6개 지역을 관할하는 서울 북부해바라기센터의 장연심 경감(51·여)은 “여성들이 수치스러웠던 경험을 남성 경찰관이나 국선변호사에게 털어놓기 힘들어하는 경우도 있다”며 “그래서 센터에 여성 경찰관들을 배치하고 편안한 분위기에서 진술을 받으려 한다”고 했다. ●“여성 경찰 위한 실전 교육 있어야” “경찰관의 힘은 ‘완력’만 있는게 아니예요.” 서울지방경찰청 과학수사과의 ‘프로파일러’ 한상아 경장(28·여)의 말이다. 한 경장은 “프로파일러는 사건의 논리구조를 만드는 힘을 가져야 한다”며 “범인을 끝까지 추적하는 끈기도 경찰관의 힘”이라고 강조했다. 강서경찰서의 공 경장도 “경찰이 되기 전에는 나도 경찰관이 범인 잡는 일만 하는 줄 알았다”며 “여성 경찰관들이 여러 분야에서 제 역할을 다 하고 있다”고 했다. 여성 경찰들 사이에서는 현장에서 저항하는 상대를 제대로 제압할 수 있도록 실무 체포 교육이 강화돼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서울 홍익지구대 A 경사는 “경찰이 되고 나서 체포 훈련을 받을 때 남성과 여성 구분 없이 체포술을 배운다. 하지만 남자 경찰과 여자 경찰의 힘이나 덩치는 완전히 다르다. 여경이 상대를 제압할 수 있도록 맞춤형 교육을 해야 한다”고 했다. 같은 지구대 B 경사는 “현장에서 저항하는 상대를 제압할 수 있는 실전무술을 가르쳐줬으면 좋겠다”며 “지금은 여자 경찰들이 개인적으로 체육관에서 주짓수나 복싱을 배우는 수준”이라고 했다. 여성 경찰의 체력 검증 기준을 지금보다 높여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최인복 경사는 “일부 누리꾼들 주장처럼 남성과 같은 잣대로 여성의 체력을 평가할 수는 없다. 대신 여성경찰이 땅바닥에 무릎을 대고 팔굽혀펴기 시험을 보는 현실은 바꿔야 한다. 팔굽혀펴기 개수는 남성과 달리 평가하더라도 행위 기준은 같아야 한다”고 말했다. 고도예 기자 yea@donga.com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 2019-0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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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화지에 그린 ‘공존의 바다’… 어린 화가들 꿈 활짝

    청소년들은 참신한 아이디어와 기발한 상상력을 동원해 평소 꿈꾸던 바다의 모습을 하얀 도화지에 맘껏 담았다. 동아일보와 채널A가 주최한 2019 ‘제5회 생명의 바다 그림대회’가 18일 인천과 부산, 울산, 경남 거제, 충남 서천, 전북 부안, 경북 포항 등 전국 9개 대회장에서 유치원생과 초중고교생 4500여 명을 비롯해 가족, 교사 등 모두 1만여 명이 참가한 가운데 열렸다. 수도권에서는 인천 송도국제도시 솔찬공원과 중구 월미도 문화의 거리, 서구 정서진의 경인아라뱃길 인천터미널 앞 아라빛섬 등 3곳에서 진행됐다. 유치원생과 초중고교생 등 2000여 명과 학부모 등 4000여 명이 몰렸다. 솔찬공원에는 오전 9시부터 대회장을 찾은 학생과 학부모들이 햇볕을 피해 나무 그늘 아래 형형색색의 텐트를 쳐 대회장이 마치 캠핑장 같았다. 이날 오전 9시 반경 솔찬공원 앞바다에 때마침 바닷물이 빠지면서 갯벌이 드러나 장관을 이뤘다. 대회 참가 학생들은 물이 빠진 갯벌과 조개 등 어패류를 잡으려는 어민들의 모습을 즉석에서 자신이 화폭에 담을 그림 주제로 정하기도 했다. 부모의 권유로 대회에 참가했다는 인천 부곡초교 임지후 군(10·4학년)과 인천 마장초교 곽효주 양(12·6학년)은 뿔이 달린 ‘일각 돌고래’의 모습과 해파리를 각각 도화지에 그렸다. 부천에서 아버지와 함께 대회장을 찾은 박지한 군(10·부천 상인초교 4학년)은 “바다 생물과 사람이 함께 살아가는 바다의 모습을 그렸다. 내년에는 더욱 실력을 갈고 닦아 대회에 참가하겠다”고 다짐했다. 가족 단위로 나들이를 나온 참가자들도 곳곳에서 목격됐다. 할아버지, 할머니, 부모와 함께 대회장을 찾은 김아인 양(6)이 그림을 그리는 동안 온 가족이 나무 그늘 아래 돗자리에서 이 모습을 지켜봤다. 김 양의 할머니 황광자 씨(63·여)는 “손녀는 창의력을 길러서 좋고, 우리는 손녀 덕분에 바람을 쐐서 좋다”며 활짝 웃었다. 학교 친구들이 손을 잡고 대회에 참여해 그림 실력을 마음껏 발휘했다. 인천 공항초교 6학년 친구인 홍준선 군(13)과 홍다희 양(13)은 “나중에 커서 화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홍 양의 아버지 홍순의 씨(45)는 “딸과 친구의 꿈을 이뤄 주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해 대회에 참가했다”고 했다. 다른 대회장인 인천 서구 정서진에도 다양한 색의 텐트 60여 개가 나란히 놓여 장관을 이뤘다. 텐트 안에서 딸 정소정 양(8)에게 크레파스를 건네주던 정택근 씨(40)는 “오늘은 제가 딸 조수”라고 말하며 활짝 웃었다. 정 양은 아버지가 건네주는 크레파스로 바닷속을 여행하는 인어 공주의 모습을 도화지에 그렸다. 학원생 70여 명을 이끌고 정서진 대회장을 찾은 검단 C&C 미술학원 김현정 원장(41)은 “입시 위주의 딱딱한 그림을 그리다가 밖에 나와 바다를 주제로 그림을 그리니 아이들이 더 창의적인 그림을 그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를 적극 후원한 인하대 조명우 총장과 신수봉 교학부총장, 이장현 대외협력처장이 행사장을 찾아 학생들을 격려했다. 서상호 인천시 문화예술과장을 비롯해 인천경제청, 포스코건설 관계자도 함께했다. 인천 중부·서부·연수경찰서 직원들은 현장에서 안전한 대회를 도왔다. 동아일보와 채널A는 다음 달 7일 수상작을 발표하며, 전체 수상자는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한다. 시상식은 6월 28일 열릴 예정이다.인천=차준호 run-juno@donga.com / 이소연 기자}

    • 2019-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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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가 꿈꾸는 바다는…” 도화지에 푸른물결, 생명의 바다 그림대회

    청소년들은 참신한 아이디어와 기발한 상상력을 동원해 평소 꿈꾸던 바다의 모습을 하얀 도화지에 맘껏 담았다. 동아일보와 채널A가 주최한 2019 ‘제5회 생명의 바다 그림대회’가 18일 인천과 부산, 울산, 경남 거제, 충남 서천, 전북 부안, 경북 포항 등 전국 9개 대회장에서 유치원생과 초중고교생 4500여 명을 비롯해 가족, 교사 등 모두 1만여 명이 참가한 가운데 열렸다. 수도권에서는 인천 송도국제도시 솔찬공원과 중구 월미도 문화의 거리, 서구 정서진의 경인아라뱃길 인천터미널 앞 아라빛섬 등 3곳에서 진행됐다. 유치원생과 초중고교생 등 2000여 명과 학부모 등 4000여 명이 몰렸다. 솔찬공원에는 오전 9시부터 대회장을 찾은 학생과 학부모들이 햇볕을 피해 나무 그늘 아래 형형색색의 텐트를 쳐 대회장이 마치 캠핑장 같았다. 이날 오전 9시 반경 솔찬공원 앞바다에 때마침 바닷물이 빠지면서 갯벌이 드러나 장관을 이뤘다. 대회 참가 학생들은 물이 빠진 갯벌과 조개 등 어패류를 잡으려는 어민들의 모습을 즉석에서 자신이 화폭에 담을 그림주제로 정하기도 했다. 부모의 권유로 대회에 참가했다는 인천 부곡초교 임지후 군(10·4학년)과 인천 마장초교 곽효주 양(12·6학년)은 뿔이 달린 ‘일각 돌고래’의 모습과 해파리를 각각 도화지에 그렸다. 부천에서 아버지와 함께 대회장을 찾은 박지한 군(10·부천 상인초교 4학년)은 “바다 생물과 사람이 함께 살아가는 바다의 모습을 그렸다. 내년에는 더욱 실력을 갈고 닦아 대회에 참가하겠다”고 다짐했다. 가족 단위로 나들이를 나온 참가자들도 곳곳에서 목격됐다. 할아버지, 할머니, 부모와 함께 대회장을 찾은 김아인 양(6)이 그림을 그리는 동안 온 가족이 나무 그늘 아래 돗자리에서 이 모습을 지켜봤다. 김 양의 할머니 황광자 씨(63·여)는 “손녀는 창의력을 길러서 좋고, 우리는 손녀 덕분에 바람을 쐐서 좋다”며 활짝 웃었다. 학교 친구들이 손을 잡고 대회에 참여해 그림 실력을 마음껏 발휘했다. 인천 공항초교 6학년 친구인 홍준선 군(13)과 홍다희 양(13)은 “나중에 커서 화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홍 양의 아버지 홍순의 씨(45)는 “딸과 친구의 꿈을 이뤄주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해 대회에 참가했다”고 했다. 다른 대회장인 인천 서구 정서진에도 다양한 색의 텐트 60여 개가 나란히 놓여 장관을 이뤘다. 텐트 안에서 딸 정소정 양(8)에게 크레파스를 건네주던 정택근 씨(40)는 “오늘은 제가 딸 조수”라고 말하며 활짝 웃었다. 정 양은 아버지가 건네주는 크레파스로 바다 속을 여행하는 인어 공주의 모습을 도화지에 그렸다. 학원생 70여 명이 이끌고 정서진 대회장을 찾은 검단 C&C 미술학원 김현정 원장(41)은 “입시 위주의 딱딱한 그림을 그리다가 밖에 나와 바다를 주제로 그림을 그리니 아이들이 더 창의적인 그림을 그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를 적극 후원한 인하대 조명우 총장과 신수봉 교학부총장, 이장현 대외협력처장이 행사장을 찾아 학생들을 격려했다. 서상호 인천시 문화예술과장을 비롯해 인천경제청, 포스코건설 관계자도 함께 했다. 인천 중부·서부·연수경찰서 직원들은 현장에서 안전한 대회를 도왔다. 동아일보와 채널A는 다음달 7일 수상작을 발표하며, 전체 수상자는 홈페이지(www.solcontest.co.kr)를 통해 공개한다. 시상식은 6월 28일 열릴 예정이다. 인천=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 2019-0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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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C방 살인’ 김성수에 사형 구형… 檢 “영원히 격리”

    “사회에 복귀하면 또 다른 피해자가 나올 겁니다. 영원히 격리해야 합니다.” 16일 서울남부지법 406호 법정. 검사는 이렇게 말하고 법정 최고형인 사형을 구형했다. 순간 법정 안이 고요해졌다. 피고인석에 앉아 있던 김성수(30)는 고개를 떨어뜨렸다. 김성수는 지난해 10월 서울 강서구 PC방에서 아르바이트생을 흉기로 수십 차례 찔러 살해한 혐의로 구속 기소돼 1심 재판을 받아 왔다. 검찰은 이날 결심공판에서 30여 분에 걸쳐 김성수에게 중형을 선고해야 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검사는 “사소한 말다툼으로 피해자를 살해한 납득할 수 없는 행동”이라며 “만약 사형을 선고할 수 없다면 형을 산 뒤 10년 동안 위치추적 장치를 붙이거나 5년 동안 보호관찰을 받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성수가 피해자를 폭행할 수 있도록 피해자를 등 뒤에서 붙잡은 혐의(공동폭행)로 불구속 기소된 김성수의 동생(28)에게는 징역 1년 6개월이 구형됐다. 김성수는 법정에서 “유족에게 사죄드리고 싶은데 아무도 (법정에) 없으시다”며 “허락해 주시면 찾아뵙고 정식으로 사죄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또 피고인석 옆자리에 앉은 동생을 바라보며 “형 때문에 네게 많이 피해가 간 것 같아 미안하다”며 울먹였다. 이들 형제에 대한 선고공판은 6월 4일 열린다.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 2019-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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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서구 PC방 살인’ 김성수에 사형 구형…검찰 “영원히 격리 필요”

    “사회에 복귀하면 또 다른 피해자가 나올 겁니다. 영원히 격리해야 합니다.” 16일 서울남부지법 406호 법정. 검사는 이렇게 말하고 법정 최고형인 사형을 구형했다. 순간 법정 안이 고요해졌다. 피고인석에 앉아 있던 김성수(30)는 고개를 떨어뜨렸다. 김성수는 지난해 10월 서울 강서구 PC방에서 아르바이트생을 흉기로 수십 차례 찔러 살해한 혐의로 구속 기소돼 1심 재판을 받아왔다. 검찰은 이날 결심공판에서 30여 분에 걸쳐 김성수에게 중형을 선고해야 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검사는 “사소한 말다툼으로 피해자를 살해한 납득할 수 없는 행동”이라며 “만약 사형을 선고할 수 없다면 형을 산 뒤 10년 동안 위치추적 장치를 붙이거나 5년 동안 보호관찰을 받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성수가 피해자를 폭행할 수 있도록 피해자를 등 뒤에서 붙잡은 혐의(공동폭행)로 불구속 기소된 김성수의 동생(28)에게는 징역 1년 6개월이 구형됐다. 김성수는 법정에서 “유족에게 사죄드리고 싶은데 아무도 (법정에) 없으시다”며 “허락해주시면 찾아뵙고 정식으로 사죄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또 피고인석 옆자리에 앉은 동생을 바라보며 “형 때문에 네게 많이 피해가 간 것 같아 미안하다”며 울먹였다. 이들 형제에 대한 선고공판은 6월 4일 열린다. 고도예기자 yea@donga.com이소연기자 always99@donga.com}

    • 2019-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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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천장서 돌 떨어지는 소리” 갈곳 없는 영세민들 목숨 건 일상

    건축물 안전진단에서 D·E등급을 받아 재난 위험시설로 분류된 아파트는 서울 시내 곳곳에 있다. 지방자치단체가 긴급한 보수·보강공사가 필요하다고 판정한 D등급 아파트 중에는 당장 입주민을 대피시켜야 할 만큼 위태로워 보이는 곳들도 있다. 6일 본보 기자가 찾은 서울 관악구의 B아파트는 4개 동 중 1개 동이 2006년 D등급 판정을 받았다. D등급을 받은 건물 외벽 곳곳은 콘크리트가 떨어져 나가 철근이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 아파트 화단은 벽에서 떨어진 콘크리트로 수북하게 덮여 있었다. 이 아파트를 함께 둘러본 안형준 한국초고층도시건축학회연구원장은 “외부 충격이 있으면 바로 무너질지도 모르는 사실상 E등급 아파트”라고 진단했다. 건물 벽에 난 큰 균열마다 ‘균열 계측기’가 설치돼 있었지만 전부 고장 난 상태였다. 역시 D등급을 받은 서울 용산구의 J아파트 외벽 곳곳에서도 균열이 발견됐다. 금이 가면서 생긴 틈 사이가 3cm 이상 벌어진 부분도 있었다. 금 간 틈 사이로 물이 들어갔는지 건물 벽은 울퉁불퉁했다. 인테리어 공사 중인 이 아파트의 한 가구를 방문해 보니 뜯긴 벽지 사이로 가로 2m 길이 균열이 보였다. 이 아파트 주민 강모 씨(63·여)는 “천장에서 돌 떨어지는 소리가 난다”고 말했다. 붕괴 위험이 있는 아파트에 살던 주민 중 그나마 사정이 좀 나은 주민들은 하나둘씩 이사를 떠났다. 그 자리에 중국동포나 홀몸노인 등 영세민들이 입주해 목숨을 건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중국동포 B 씨(49) 부부는 지난해 6월 E등급 판정을 받은 영등포구 신길동 아파트에 입주했다. 2005년 한국에 온 뒤 고시원과 월세방을 전전하다가 처음으로 마련한 집이었다. 부부는 부동산중개소에서 건물이 낡았다는 설명은 들었지만 붕괴 위험이 있다는 건 알지 못했다. 외환위기 당시 사업에 실패하고 월세방을 옮겨 다니던 문모 씨(49) 부부도 올 2월 같은 아파트에 전세를 얻었다. 문 씨는 “돈 있으면 이렇게 목숨 내놓고 살겠느냐”며 “여러 사람이 살고 있으니까 설마 죽기야 하겠나 하는 마음으로 살고 있다”고 했다. 사업성이 낮은 지역의 아파트 단지는 재난 위험시설로 지정되더라도 재건축 시공사가 정해지지 않은 채 방치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서울 강남 등 일부 지역 노후 아파트가 즉각 재건축사업이 진행되고 집값이 고공 행진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876가구 규모인 관악구 신림동의 한 아파트는 1996년 D등급으로 진단받은 뒤 20여 년 동안 재건축 사업이 표류했다. 사업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시공사만 수차례 바뀌었다. 결국 2017년 서울주택도시공사(SH)가 공동사업 시행자로 참여해 뉴스테이(기업형 임대주택)를 연계한 방식으로 사업성을 확보하면서 재건축이 가시화됐다. 구가 재건축에 실패한 붕괴 위험 아파트를 강제 철거하고 주민들을 이주시킬 수는 있다. 하지만 이 경우 주민들과 이주비 등을 협의하는 과정이 녹록지 않아 구나 시가 쉽게 나설 수 없다는 게 구청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무너질 위험이 크고 재건축이 어려운 아파트에 대해서는 구나 시가 예산을 들여 철거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서울시와 성북구가 2017년 1월 이주민들에게 임대주택과 주거이전비 등을 제공하는 조건으로 ‘E등급’ 판정을 받은 성북구 정릉 스카이아파트 4개 동을 철거한 전례도 있다. 박주경 한국시설물안전진단협회장은 “정부나 지자체가 E등급 건축물에 대해서는 예산을 들여 강제 철거하고 이주를 도와야 한다”며 “장기적으로는 일본처럼 아파트 관리주체가 건물에 대해 보험을 들고 보험금으로 건물 철거비나 공사비를 충당하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고도예 yea@donga.com·이소연 기자}

    • 2019-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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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붕괴위험 아파트 속, 오늘도 불안한 삶

    6일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의 A아파트. 복도 벽면을 손바닥으로 쓸자 어른 손바닥 크기 반만 한 콘크리트가 ‘툭’ 하고 떨어졌다. 벽 곳곳엔 금이 가 있었다. 금을 메우기 위해 여기저기 시멘트가 덧발라져 있었다. 하지만 시멘트 위로 또 굵은 금이 가 있었다. 이 아파트에 사는 문영란 씨(62·여)는 “새벽이면 집 안에서 모래가 쏟아지는 것 같은 소리가 들린다”고 했다. 본보 기자와 함께 아파트를 둘러본 안형준 한국초고층도시건축학회 연구원장은 “건물 내부에서 균열이 생기는 소리”라며 “붕괴의 전조 현상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1980년 지어진 3층 높이의 이 아파트는 배관이 녹슬고 합판으로 덮인 복도 천장은 아래로 내려앉아 있었다. 이 아파트는 2017년 지방자치단체의 안전진단에서 E등급을 받았다. 시설물안전관리특별법에서는 건축물 안전 등급을 A∼E 5개 등급으로 나눈다. D·E등급을 받은 건물은 붕괴 위험이 큰 재난 위험시설로 분류한다. 특히 E등급 판정이 내려지면 자치단체는 주민들을 대피시키고 건물 사용을 금지해야 한다. 하지만 이 아파트에는 6일 현재 빈집 없이 54가구가 살고 있다. 영등포구는 주민 대피명령을 내린 적이 없다. 사유 재산이어서 함부로 철거할 수도 없다는 게 구청 측의 설명이다. A아파트처럼 재난 위험시설로 분류된 아파트가 서울에만 53개 동이 있다. 고도예 yea@donga.com·이소연 기자}

    • 2019-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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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주여성, 가정폭력 피해 숨어도… 검색 한번에 쉼터 노출

    서귀포시는 홈페이지 공개자료실에 게시돼 있던 ‘2015년도 외국인주민 지원기관 현황’ 자료를 지난달 23일 삭제했다. 이 자료에는 전국의 폭력 피해 이주여성 보호시설 위치 정보가 담겨 있었다. 전국에 28곳이 있는 이 시설은 남편의 폭력을 견디지 못해 가정을 떠날 수밖에 없었던 이주여성들을 보호하는 곳으로 길게는 2년까지 머물 수 있다. ‘가정폭력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피해자의 신변 노출을 방지해야 할 의무가 있다. 이에 따라 가정폭력 피해 이주여성들을 보호하는 시설의 위치 관련 정보를 공개하면 안 된다. 이런 내용을 모르고 있다가 뒤늦게 알게 된 서귀포시 측이 관련 자료를 최근 삭제한 것이다. 서귀포시 측은 “담당 직원이 이주여성 보호시설 위치와 관련된 정보는 공개하면 안 된다는 걸 몰랐다”고 해명했다. 서귀포시가 자료를 삭제하기는 했지만 이주여성 보호시설 관련 정보가 4년 동안 노출돼 피해를 본 여성도 있다. 문제의 자료는 2015년 서귀포시의 한 동사무소 직원이 시 홈페이지에 올렸다. 지난해 8월 경북지역의 한 보호시설에 머물던 베트남 출신 이주여성 A 씨는 현관문 앞에서 들리는 목소리에 방문을 걸어 잠갔다. 남편의 목소리였기 때문이다. A 씨는 결혼 후 3년 동안 이어진 남편의 폭력을 견디지 못해 지난해 7월 이 보호시설로 왔다. 그런데 남편이 한 달 만에 A 씨가 있는 곳을 찾아낸 것이다. 남편은 인터넷 검색을 통해 A 씨가 있는 곳을 찾아냈다. 인터넷 검색창에 ‘이주여성 쉼터’라고 입력하자 서귀포시가 홈페이지에 올려놓았던 ‘외국인주민 지원기관 현황’ 자료가 뜬 것이다. 남편은 자신이 거주하던 경북지역 내 보호시설을 일일이 찾아다녔다. 남편이 찾아오자 A 씨는 일주일 뒤 다른 보호시설로 거처를 옮겼다. 이주여성 보호시설 관계자들은 “보호시설이 사실상 공개된 시설이나 다름없다”고 토로한다. 보호시설 위치 정보가 공개된 사례는 또 있다. 행정안전부는 2016년 홈페이지 공개자료실에 외국인주민 지원기관 현황 자료를 올렸다. 2016년 3월 보호시설에 입소한 베트남 출신 이주여성 B 씨는 2주 만에 다른 보호시설로 옮겨야 했다. 남편이 찾아왔기 때문이다. 남편의 휴대전화에는 외국인주민 지원기관 현황 자료가 저장돼 있었다. 보호시설 관계자는 “당시 ‘어떻게 알고 찾았냐고 물었더니 휴대전화에 저장된 자료를 보여줬는데 자료에는 행정안전부라는 글자가 찍혀 있었다”고 말했다. 남편은 다른 시설로 옮긴 B 씨를 한 달 만에 또 찾아냈다. 대구의 한 이주여성 보호시설 관계자는 “공공기관이 폭력피해 이주여성 보호시설의 위치 관련 정보를 공개해서는 안 된다는 인식을 철저히 하고 피해자 보호를 위한 안전망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가정폭력을 피해 보호시설에 입소한 이주여성은 2018년 기준 877명이다. 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 2019-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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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인득, 병원 진단 거부에… ‘강제입원 3종’ 무용지물

    5명의 희생자를 낸 경남 진주 방화·살인 사건 피의자 안인득(42·구속)의 가족이 사건 발생 약 2주 전부터 안인득을 정신의료기관에 입원시키려 했지만 제도의 벽에 막혀 모두 무산됐던 것으로 드러났다. 안인득이 2011년 1월부터 2017년 7월까지 진주의 한 정신병원에서 68차례에 걸쳐 조현병 치료를 받은 사실도 확인됐다. 안인득은 2010년 행인에게 시비를 걸고 흉기를 휘두른 혐의로 넘겨진 재판에서 ‘편집형 정신분열증(조현병)’ 진단을 받은 이후 5년 6개월간 정신질환 진료를 받은 것이다. 경찰은 안인득이 병원 진료를 중단한 이유에 대해 조사 중이다. 정신질환자를 정신의료기관에 강제로 입원시킬 수 있는 제도로는 보호입원, 행정입원, 응급입원이 있다. 하지만 안인득은 세 가지를 모두 비켜 갔다. 일각에서는 정신질환자의 입원에 수사기관이 강제로 개입할 수 있는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안인득은 지난달 10일 도로에서 행인을 흉기로 위협하고 폭행한 혐의로 진주경찰서에 피의자로 입건됐다. 안인득의 조현병 증세가 심각해졌다고 판단한 가족은 안인득을 강제 입원시키기로 했다. 정신건강복지법상 보호의무자 2명의 동의가 있고,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2명이 입원치료가 필요하다고 진단하면 환자 본인의 동의 없이도 ‘보호입원’이 가능하다. 하지만 안인득의 형이 찾은 정신의료기관에서는 안인득을 받아주지 않았다. 입원치료가 필요하다는 전문의 2명의 진단서가 없었기 때문이다. 전문의 진단을 받으려면 환자가 병원을 직접 방문해 대면 진료를 받아야 하는데 안인득은 ‘병원에 가자’는 형의 말을 따르지 않았다. 19일 본보와 만난 안인득의 남동생은 “형은 ‘엄마가 밥에 독을 탔다. 가족들이 날 해코지하고 감시한다’며 의심했다. 가족들을 향해 흉기를 들기도 했다. 병원에 가서 진단받자고 하는 설득이 통하지 않았다”고 했다. 형은 이달 4일 진주서를 방문해 안인득을 강제 입원시킬 방법을 문의했다. 자신이나 타인에게 해를 가할 위험이 큰 사람에 대해 의사 1명과 경찰관 1명의 동의가 있으면 정신의료기관에 3일간 입원시킬 수 있는 ‘응급입원’ 제도가 있다. 그러나 경찰에서도 “응급입원을 시킬 수 없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안인득이 ‘자신이나 타인을 해칠 위협이 큰 상태’라고 판단하기 어려웠다는 게 이유다. 경찰에 따르면 안인득은 지난해 9월 이후 세 차례 경찰에 입건돼 조사를 받았지만 이때마다 “잘못했습니다. 다시는 안 그러겠습니다”라며 모든 혐의를 인정하는 태도를 보였다고 한다. 진주서 관계자는 “9번의 미미한 범죄를 저지른 사람이 10번째에 살인을 저지를지 경찰이 어떻게 알 수 있겠느냐”며 “인권침해 논란으로 옷을 벗어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안인득의 가족은 마지막으로 ‘행정입원’ 권한을 가진 지방자치단체의 힘을 빌려 보려 했지만 이때도 ‘전문의 진단’ 문턱을 넘지 못했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나 정신건강전문요원은 타인을 해치거나 자해 위험이 높은 정신질환자가 발견됐을 때 자치단체에 환자에 대한 진단과 보호를 신청할 수 있다. 신청이 접수되면 지자체는 입원이 필요하다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의 진단을 근거로 지정 정신의료기관에 입원을 의뢰한다. 행정입원을 위해서도 전문의 2명의 진단이 필요한데 안인득이 병원에 가기를 거부했기 때문에 진단을 받을 수 없었다. 일각에서는 수사기관이 강제입원을 위한 이송에 적극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 권한이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최준호 대한신경정신의학회 법제이사는 “수사기관, 특히 경찰이 강제입원을 위한 이송에 적극적으로 개입해 환자가 전문의 진단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진주=이소연 always99@donga.com·김재희 기자}

    • 2019-0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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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4년전엔 굴착기 자격증 따… 의사 바뀌며 치료 중단해 비극”

    “안 씨라고 해서 설마 했는데 맞나 보네요….” 경남 진주시 아파트 묻지 마 방화살인범 안인득 씨의 조현병 주치의였던 A 씨는 18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안타까운 탄식을 내뱉었다. A 씨는 2011년부터 진주의 정신건강의학병원에서 5년 넘게 안 씨의 조현병을 치료했다. 주치의였던 A 씨가 2016년 6월 다른 지역으로 옮겨가자 안 씨는 그 다음 달부터 병원에 발길을 끊었고 증세가 악화돼 방화살인까지 저질렀다. A 씨와 병원 측에 따르면 안 씨는 2011년 1월 병원에 보호입원해 10개월간 입원 치료를 받았다. 당시 안 씨 형제 2명이 안 씨의 입원을 요청했고 의료진이 타인을 해치거나 자해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해 보호입원이 이뤄졌다. 안 씨가 2010년 5월 진주 시내에서 20대 남성을 흉기로 위협하고 다치게 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가 재판에서 조현병에 따른 심신미약을 인정받아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고 출소한 지 8개월 만이다. 안 씨는 출소 후 가족과 지냈지만 조현병이 계속 심해졌다고 한다. 안 씨 동생은 18일 본보와 만나 “형이 19년 전에 공장에서 일하다 허리를 다친 이후부터 쭉 피해망상 증세를 보였다”며 “출소한 후에는 ‘가족이 나를 죽이려 한다’는 헛소리를 하고 어머니를 물리적으로 위협해 병원에 입원시켰다”고 말했다. 안 씨는 2010년 범행 전 경남 창원의 대기업 공장에서 일했는데 회사에서 자기를 조직적으로 괴롭히고 위협한다는 피해망상을 A 씨에게 자주 호소했다. A 씨는 “안 씨가 회사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았고 2010년 사건도 조작된 거라며 자주 화를 내는 등 공격적 성향을 보였다”고 말했다. 안 씨는 2011년 10월 퇴원한 후에도 계속 통원 치료를 받았다. 당시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공감이나 이해 능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상태였다. 안 씨는 진료 중 “나를 따라붙는 사람이 있는 것 같다” “모여서 괴롭히는 사람들이 있기는 한데 전보다 줄었다”며 피해망상을 호소했다. 2015년 3월에는 굴착기 기사 자격증을 따서 일하고 싶다며 사회 복귀 의지를 보였다. 안 씨는 자격증을 따 현장에서 굴착기 기사 일을 배우기도 했다. A 씨가 2016년 6월 충청권의 다른 병원으로 옮겨가자 안 씨는 그해 7월 28일을 끝으로 병원에 오지 않았다. 마지막 진료 당시 안 씨는 바뀐 담당의에게 “약을 끊고 싶다”고 했다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왜 내 맘대로 약도 못 끊게 하느냐”며 자리를 박차고 나갔다고 한다. A 씨는 “안 씨 상태가 잘 유지됐으면 망상은 있었을지 몰라도 이렇게까지 되진 않았을 텐데…”라며 안타까워했다. 경찰은 안 씨가 범행 두세 달 전부터 흉기를 준비한 점으로 볼 때 치밀한 계획범죄라고 보고 있다. 안 씨는 18일 창원지법 진주지원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전에 “10년 동안 기업체와 사회에서 여러 불이익을 당하다가 화가 많이 나서 그랬다”며 “내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조사 좀 해 달라”고 외쳤다. 안 씨가 이날 구속되자 경찰은 신상공개위원회를 열고 얼굴과 이름 등 신상공개를 결정했다.진주=박상준 speakup@donga.com·이소연·강정훈 기자}

    • 2019-0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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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기같은 장애인 돕는 복지사 되겠다고 했는데…”

    “자기처럼 몸 불편한 사람들을 돕고 싶어서 사회복지사가 되겠다고 했는데….” 경남 진주시 경상대병원 응급실에서 A 씨(31·여)는 이렇게 말하며 울먹였다. A 씨는 17일 오전 진주시 가좌동의 한 아파트에서 발생한 묻지 마 살인사건으로 목숨을 잃은 최모 양(19)의 사촌언니다. 1급 시각장애와 뇌병변 장애를 갖고 있던 최 양은 한쪽 눈이 거의 보이지 않았다. 뇌병변으로 몸의 반쪽은 제대로 움직일 수 없었다. A 씨는 “노래와 그림을 좋아하던 아이였다. 최근에는 자기처럼 아픈 사람을 돕는 사회복지사가 되겠다고 했다. 꿈도 많고 욕심도 많은 아이였는데…”라며 눈물을 흘렸다. 최 양은 몸은 불편했지만 ‘아픈 게 전혀 티가 나지 않는 밝은 친구’였다고 유가족과 지인들은 입을 모았다. 초등학교 6학년 때인 2013년에는 전국장애학생체육대회에 나가 육상 종목에서 금메달을 두 개나 땄을 만큼 활동적이었다. A 씨에 따르면 당시 최 양은 대회가 있기 며칠 전부터 아파트 단지를 돌면서 훈련도 했다고 한다. 최 양은 숙모인 강모 씨(54)와 둘이 이 아파트에서 4세 때부터 함께 살았다. 부모가 이혼하면서 최 양을 보살필 사람이 마땅치 않게 되자 강 씨가 최 양을 거뒀다. 10년 넘게 회사 구내식당에서 일하며 혼자 최 양을 돌봤다. 한글을 쓰는 법부터 신호등을 보고 횡단보도 건너는 방법까지 가르쳤다. 강 씨도 이날 머리와 목, 등허리, 손 등을 흉기에 공격당해 중상을 입었다. 강 씨는 사고 직후 가족들이 부르는 소리에 ‘응’이라는 대답도 겨우 할 정도로 의사소통이 힘들었지만 정신을 차리자마자 최 양부터 찾았다고 한다. 강 씨의 언니(57)는 “눈 뜨자마자 ‘많이 다쳤는데 괜찮아?’라고 조카를 걱정하더라”며 “친자식도 그렇게 키우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2명이 숨지고 2명이 부상을 입은 일가족도 있었다. 흉기로 공격당해 중상을 입은 차모 씨(41·여)의 딸 금모 양(12)과 시어머니 김모 씨(65)가 이날 목숨을 잃었다. 차 씨의 조카 염모 양(18)은 연기를 흡입해 경상을 입었다. 차 씨의 언니는 “(동생이) 지금 살고 있는 아파트보다 더 넓은 아파트에 당첨됐다며 좋아했다. 나와 같이 그 집을 보러 갔다 오기도 했는데 이렇게 딸을 보내다니 믿을 수가 없다”며 허망해했다. 차 씨의 오빠는 “조카가 곧 수학여행을 간다며 들떴었다”며 착잡해했다.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 올해 3월부터 일한 수습사원 정모 씨(29)는 자신도 흉기에 공격당한 상황에서 주민들의 대피를 먼저 도왔다. 야간 당직이던 정 씨는 화재 직후 관리사무소에 울린 비상벨 소리를 듣고 아파트 단지로 달려갔다가 살인 피의자 안모 씨가 흉기 난동을 부리는 것을 보고 112에 신고했다. 정 씨는 안 씨가 휘두른 흉기에 얼굴을 다쳤지만 더 심한 부상을 입은 주민들을 구급차로 옮기는 것을 도왔다.진주=김재희 jetti@donga.com·이소연·강동웅 기자}

    • 2019-0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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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참사일에 열린 재판… “특조위 방해 기억 안난다”

    “3, 4년 전 일이라 기억나지 않는다. 홍남기 전 정책조정수석실 기획비서관이 기록했으니 홍 전 비서관에게 확인하라.”(이병기 전 대통령비서실장) “기억이 나지 않는다.”(안종범 전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 “회의록을 챙겨본 적이 없다.”(조윤선 전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 세월호 참사 5주기인 16일 서울동부지법에서 열린 ‘4·16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 활동 방해 사건’ 재판에서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기소된 이 전 비서실장과 안 전 경제수석, 조 전 정무수석 등 주요 피고인들은 증인신문을 통해 모두 혐의를 부인했다. 이날 재판에는 특조위 가동 3개월 뒤인 2015년 11월 홍 전 비서관이 작성한 ‘청와대 비서실장 주재 수석비서관(실수비) 회의 결과 보고서’와 강용석 전 청와대 해양수산비서관실 선임행정관의 업무수첩 등이 증거로 제시됐다. 이들 자료에는 ‘세월호 특조위에서 사고 당일 VIP(박근혜 대통령) 행적을 전원위원회에 조사 안건으로 상정·채택하려고 시도하고 있는데 이에 대해 해수부가 책임지고 대응, 제어할 것’ 등 청와대가 특조위 활동을 방해하려 한 정황이 담겨 있다. 또 ‘세월호 특조위가 청와대 대응 5개 사항(VIP 7시간 행적 포함)을 조사하는 내용의 안건을 전원위원회에 상정하는 것은 명백한 일탈, 월권 행위인 만큼 해수부를 중심으로 강력한 대응 조치를 취할 것(경제수석)’ 등의 표현도 있다. 이 전 실장은 이날 첫 증인으로 나와 “오늘이 4월 16일이다. 유명을 달리하신 분들의 명복을 빌고 유가족에게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고 했다. 지난해 3월 시작된 이 재판은 35차례 공판을 거치며 1년 넘게 이어져 왔다. 김은지 eunji@donga.com·이소연 기자}

    • 2019-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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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집안 CCTV 감시 숨막혀” vs “아이 걱정돼 어쩔수 없어”

    지난달 출산한 김모 씨(38)는 이달 초 서울의 자택에 폐쇄회로(CC)TV를 설치했다. 김 씨는 수유 때문에 새벽에도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해 피곤한 날이 많지만 틈틈이 CCTV 영상을 돌려본다. 아이를 봐주는 산후조리사가 혹시 아이에게 해코지를 하지는 않을까 걱정이 돼서다. 충남 홍성군에서 출장 산후조리사로 일하는 임모 씨(58·여)는 3일 산모의 집 안 곳곳에 CCTV가 설치된 사실을 알게 됐다. 이 집에서 일한 지 일주일이 지난 임 씨가 처음 왔을 땐 CCTV가 없었다. CCTV는 부엌과 거실, 방 안에 설치돼 있었다. 임 씨는 자신을 감시하기 위해 CCTV를 설치해 놓은 것 같아 기분이 나빴다. 하지만 고용이 된 입장이라 따지지는 못했다. 14개월 된 남아를 폭행하는 영상이 1일 공개된 정부 아이돌보미 김모 씨(59·여)가 8일 구속됐다. 이른바 ‘금천구 아이돌보미 폭행사건’으로 알려진 이 사건 이후 베이비시터를 믿지 못하겠다는 부모들이 집 안 곳곳에 CCTV를 설치하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 이로 인해 감시의 대상이 된 베이비시터들은 섭섭함과 불편함을 호소하기도 한다. 인천에 거주하는 이모 씨(31·여)는 금천구 사건 이후 불안한 마음에 일이 손에 잘 잡히지 않는다. 이 씨는 28개월 된 남자 아이의 엄마다. 이 씨는 집 안에 CCTV를 달고 싶어 한다. 하지만 일한 지 1년이 넘은 베이비시터가 기분 나빠 할까 봐 신경이 쓰인다. 이 씨는 “이제 와서 CCTV를 달겠다고 말하려니 미안하고 그렇다고 몰래 설치할 수도 없어 고민”이라며 “일단은 아이 몸에 상처나 이상 징후가 없는지 매일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20개월 된 아이를 둔 이모 씨(32·여)는 금천구 사건이 알려진 이틀 뒤인 3일 집 안에 CCTV를 설치했다. 아이가 태어난 직후부터 돌봐준 베이비시터와는 각별한 사이지만 말 못하는 아이가 혹시라도 해코지를 당하지 않을까 불안해서다. 이 씨는 “(베이비시터) 얼굴을 보고는 말할 용기가 나지 않아 CCTV를 달았다는 말을 못 했다. 마음이 너무 불편하다”고 했다. 감시와 의심의 대상이 된 베이비시터들은 몸도 마음도 모두 불편하다. 서울 강남구의 한 가정에서 입주 베이비시터로 일하는 최모 씨(62·여)는 최근 일을 그만둬야 할지를 고민 중이다. 아이 부모가 집 안 곳곳에 CCTV를 설치하면서 최 씨의 침실에도 카메라를 단 것이다. 최 씨는 “방에서 옷을 갈아입을 때도 수건으로 몸을 가리고 갈아입는다”며 “‘내가 이 나이에 왜 이런 대접을 받아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어 짐 싸들고 나가고 싶은 마음”이라고 말했다. 서울 마포구에서 출장 베이비시터로 일하는 이모 씨(53·여)는 5일 퇴근 후 귀가한 아이 어머니에게서 핀잔을 들었다. 낮잠 자는 아이 옆에서 1시간 동안 눈을 붙였다는 게 이유다. 이 씨는 “1년간 일하면서 이런 적이 없었는데 ‘CCTV를 통해 감시하고 있다’는 걸 나에게 알리려고 그런 것 같다”며 “죄송하다고 사과하기는 했지만 서운해서 눈물이 났다”고 했다.김은지 eunji@donga.com·이소연 기자}

    • 2019-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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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감시의 대상 된 베이비시터들…“이런 대접 섭섭해”

    지난달 출산한 김모 씨(38)는 이달 초 서울의 자택에 폐쇄회로(CC)TV를 설치했다. 김 씨는 수유 때문에 새벽에도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해 피곤한 날이 많지만 틈틈이 CCTV 영상을 돌려본다. 아이를 봐주는 산후조리사가 혹시 아이에게 해코지를 하지는 않을까 걱정이 돼서다. 충남 홍성군에서 출장 산후조리사로 일하는 임모 씨(58·여)는 3일 산모의 집 안 곳곳에 CCTV가 설치된 사실을 알게 됐다. 이 집에서 일한 지 한 달가량 되는 임 씨가 처음 왔을 땐 CCTV가 없었다. CCTV는 부엌과 거실 방안에 설치돼 있었다. 임 씨는 자신을 감시하기 위해 CCTV를 설치해 놓은 것 같아 기분이 나빴다. 하지만 고용이 된 입장이라 따지지는 못했다. 14개월 된 남아를 폭행하는 영상이 1일 공개된 정부 아이돌보미 김모 씨(59·여)가 8일 구속됐다. 이른바 ‘금천구 아이돌보미 폭행사건’으로 알려진 이 사건 이후 베이비시터를 믿지 못 하겠다는 부모들이 집 안 곳곳에 CCTV를 설치하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 이로 인해 감시의 대상이 된 베이비시터들은 섭섭함과 불편함을 호소하기도 한다. 인천에 거주하는 이모 씨(31·여)는 금천구 사건 이후 불안한 마음에 일이 손에 잘 잡히지 않는다. 이 씨는 28개월 된 남자 아이의 엄마다. 이 씨는 집 안에 CCTV를 달고 싶어 한다. 하지만 일한 지 1년이 넘은 베이비시터가 기분 나빠할까 봐 신경이 쓰인다. 이 씨는 “이제 와서 CCTV를 달겠다고 말하려니 미안하고 그렇다고 몰래 설치할 수도 없어 고민”이라며 “일단은 아이 몸에 상처나 이상 징후가 없는지 매일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20개월 된 아이를 둔 이모 씨(32·여)는 금천구 사건이 알려진 이틀 뒤인 3일 집 안에 CCTV를 설치했다. 아이가 태어난 직후부터 돌봐준 베이비시터와는 각별한 사이지만 말 못하는 아이가 혹시라도 해코지를 당하지 않을까 불안해서다. 이 씨는 “(베이비시터) 얼굴을 보고는 말할 용기가 나지 않아 CCTV를 달았다는 말을 못 했다. 마음이 너무 불편하다”고 했다. 감시와 의심의 대상이 된 베이비시터들은 몸도 마음도 모두 불편하다. 서울 강남구의 한 가정에서 입주 베이비시터로 일하는 최모 씨(62·여)는 최근 일을 그만둬야 할 지를 고민 중이다. 아이 부모가 집 안 곳곳에 CCTV를 설치하면서 최 씨의 침실에도 카메라를 단 것이다. 최 씨는 “방에서 옷을 갈아입을 때도 수건으로 몸을 가리고 갈아입는다”며 “‘내가 이 나이에 왜 이런 대접을 받아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어 짐 싸들고 나가고 싶은 마음”이라고 말했다. 서울 마포구에서 출장 베이비시터로 일하는 이모 씨(53·여)는 5일 퇴근 후 귀가한 아이 어머니한테서 핀잔을 들었다. 낮잠 자는 아이 옆에서 1시간 동안 눈을 부쳤다는 게 이유다. 이 씨는 “1년간 일하면서 이런 적이 없었는데 ‘CCTV를 통해 감시하고 있다’는 걸 나한테 알리려고 그런 것 같다”며 “죄송하다고 사과하기는 했지만 서운해서 눈물이 났다”고 했다. 김은지 기자 eunji@donga.com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 2019-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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