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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서방의 제재를 받아온 러시아가 맞불 작전으로 천연가스 공급을 끊는 ‘가스 전쟁’을 일으키자 유럽 최대 경제대국인 독일이 ‘0% 성장’을 하는 등 유럽 내 경기침체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에너지난이 특히 심각한 독일에선 가구당 가스요금이 연 최대 132만 원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러시아는 이 와중에 러시아산 가스 의존도가 93%에 달하는 라트비아를 상대로 “루블화로 결제하지 않아 가스를 끊겠다”고 발표하는 등 전선을 넓히고 있다.○ 獨, 2분기 경제 ‘제로 성장’독일 연방통계청은 지난달 29일 독일 2분기(4∼6월) 국내총생산(GDP) 예상치 증가율이 전 분기 대비 0%라고 밝혔다. 1분기(1∼3월) 성장률 확정치가 0.8%였던 점을 고려하면 성장세가 급격히 위축된 셈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에너지 위기, 물가 급등, 공급망 혼란 등으로 타격이 컸다고 통계청은 설명했다. 유럽연합(EU) 통계기구 유로스타트에 따르면 통계가 집계된 11개국 중 7개국의 2분기 경제성장률(전 분기 대비) 예상치가 1분기에 비해 모두 하락했다. 특히 라트비아(―1.4%), 리투아니아(―0.4%) 등 발트 국가는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독일은 러시아 가스 전쟁의 직격탄을 맞은 국가다. 러시아 국영 에너지기업 가스프롬은 지난달 11일부터 열흘간 러시아에서 독일을 통해 유럽 국가들로 흐르는 ‘노르트스트림1’ 가스관을 잠갔다가 21일부터 기존의 40%가량만 공급을 재개했다. 그러다 27일부터는 이 공급량마저 절반으로 줄였다. 가스 공급 감소로 가스 값이 급등하면서 독일 가구의 가스요금은 4인 가구 평균 사용량 기준(2만 kWh)으로 연간 최대 1000유로(약 133만 원) 인상될 것이라고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가 지난달 29일 보도했다. 앞서 독일 정부는 에너지기업과 가스 사용 장기계약을 맺은 소비자에게 10월 1일부터 가스요금을 추가 부과하는 내용의 법안 초안을 공개했다. 로베르트 하베크 경제장관은 지난달 28일 이 방안의 필요성을 설명하며 “독일은 사상 최대 에너지 위기에 직면해 있다”고 강조했다.○ 러, 라트비아에도 가스 공급 중단유럽 국가들의 가스 수급 위기가 심화되는 가운데 가스프롬은 라트비아에 가스 공급을 중단하기로 했다. 가스프롬은 지난달 30일 자사 트위터 계정을 통해 “라트비아는 가스 구매 조건을 위반했다”며 공급 중단 계획을 밝혔다. 라트비아 측이 러시아산 가스를 루블화 대신 유로화로 구입하고 있다고 밝힌 지 하루 만에 이 같은 조치가 이뤄진 것이다. 라트비아는 천연가스 수입량의 93%를 러시아에 의존하고 있다. 하지만 라트비아 재무부의 에디이스 사이칸스 에너지 정책 국무차관보는 “가스프롬의 가스 공급 중단이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고 이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아르투르스 크리슈야니스 카린시 라트비아 총리는 이미 6월에 러시아산 가스 수입을 지속할 의사가 없다고 공표한 바 있다. 내년부터 러시아산 가스 수입을 원천 금지한다는 계획도 공개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2020년 기준 라트비아 에너지 공급원 중 천연가스의 비중은 21.9%다. 러시아는 서방의 제재로 루블화 결제가 막히자 3월 유럽 수입국들에 “가스 결제 대금을 루블화로 지급하지 않으면 가스 공급을 중단하겠다”고 통보했다. 이어 루블화 지급 요구를 거절한 폴란드, 불가리아, 핀란드, 네덜란드, 덴마크 등에 가스 공급을 줄줄이 중단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러시아가 27일 독일을 통해 유럽 국가들로 공급되는 천연가스를 절반으로 줄이자 세계 가스 가격이 급등했다. 유럽에선 하루 만에 15%, 미국에선 이달 들어 66% 치솟았다. 가스값 직격탄을 맞은 유럽 기업들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었다”고 호소한다. 특히 제조업 활동이 위축돼 유럽 경기가 침체될 것이란 분석이 곳곳에서 나온다. 세계 가스 가격이 전체적으로 상승하며 글로벌 인플레이션 추세를 더 가파르게 할 것으로 우려된다.○ “러, 이렇게 빨리 가스값 올릴 줄이야”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 유럽판에 따르면 유럽 천연가스 기준가로 삼는 네덜란드 TTF 천연가스 현물 가격(8월물)이 이날 오전 9시 22분 메가와트시(MWh)당 228유로(약 30만3000원)로 6일 연속 상승했다. 전날 종가(199유로) 대비 15%가량 올랐다. 1년 전(22.97유로)보다는 약 10배로 뛰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전날 독일 벤치마크 에너지 가격도 가스값 급등 영향으로 MWh당 370유로를 기록해 최고치를 경신했다. 미 뉴욕상업거래소(NYMEX) 천연가스 가격(8월 만기 기준)도 같은 날 장중 한때 11% 이상 급등해 MMBTU(열량단위)당 9.75달러를 기록했다고 CNBC방송이 보도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8년 7월 이후 14년 만의 최고치다. 11일부터 열흘간 유럽에 대한 가스 공급을 축소한 러시아가 27일 추가 중단을 예고했는데도 가격이 치솟는 건 가스 공급 축소가 예상보다 더 빨랐기 때문이다. 제임스 헉스텝 S&P글로벌 코모디티 인사이츠 매니저는 FT에 “모두가 러시아의 가스 공급이 줄 것으로 예상은 했지만 이렇게 빨리 줄어들진 몰랐다”고 말했다. 로베르트 하베크 독일 경제장관은 현지 언론에 “심각한 상황”이라면서 “독일이 가스 소비를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프랑스 정부는 여차하면 독일에 가스 소비량의 2%인 20테라와트시(TWh)를 지원할 수 있다고 밝혔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독일처럼 러시아산 가스 의존도가 높은 이탈리아도 비상이 걸렸다. 로베르토 친골라니 이탈리아 생태전환부 장관은 이날 올해 말 러시아가 가스 공급을 완전히 중단한다면 내년 2월쯤 가스 부족 현상을 겪게 될 것으로 예상했다.○ “유럽, 경기 침체에 들어갈 것”가스값 급등은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경제에 암운을 드리우고 있다. 26일 유로화 가치는 전 거래일보다 0.9% 떨어진 1.012달러였다. 에너지 컨설팅기업 리스태드의 카슈알 라메시 수석 연구원은 FT 인터뷰에서 “(가스값은) 많은 기업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 곧 경기 침체 경보가 울리는 걸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CNBC에 따르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유로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2021년 5.4%에서 올해 2.5%로, 내년에는 1.2%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투자은행 JP모건도 가스 공급 중단으로 유럽연합(EU) 국가들이 완만한 경기 침체에 들어가 유럽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을 제한할 것으로 전망했다. 가스 가격 급등이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유럽에서도 물가 급등세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영국에선 맥도널드가 대표 메뉴 치즈버거 가격을 14년 만에 20% 인상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지난주 프랑스 파리에서 타고 가던 지하철이 갑자기 콩코르드역에서 멈췄다. 순간 모든 객차 불이 꺼지자 승객들은 당황하며 웅성거렸다. 정전인가, 테러라도 터졌나, 불안해하던 찰나 ‘차량을 갈아타라’는 안내방송이 나왔다. 앞서 가던 차량에서 연기가 나 점검이 필요하다는 설명이었다. 주변 사람들은 “정전이 되려나 보다”라며 서둘러 전철을 벗어났다. 비슷한 때 들른 파리 한 레스토랑에서도 저녁 영업이 시작되기 직전 전기가 나가 버렸다. 식당 사장은 “미안하지만 오늘 음식을 할 수 없다”며 문을 닫았다. 폭염에 크고 작은 전기 사고가 잇따르자 프랑스인도 에너지의 중요성을 체감하고 있다. 이 와중에 러시아 국영 에너지기업 가스프롬은 11일부터 열흘간 독일을 통해 유럽 국가들로 흐르는 가스를 전체 용량의 40%로 줄이더니, 27일부턴 추가로 20%까지 감축했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가 서방의 제재를 당하자 가스를 틀어쥐고 역공한 셈이다. 이 때문에 유럽에서는 올겨울 ‘러시안 윈터’가 온다는 공포가 커지고 있다. 러시안 윈터는 원래 러시아를 침략한 프랑스 나폴레옹이나 나치 독일 히틀러를 실질적으로 퇴진시킨 러시아 동장군(冬將軍)을 말한다. 요즘에는 러시아가 야기한 유럽의 강추위란 의미로 불린다. 러시아가 가스관을 잠가 올겨울 유럽을 혹독한 추위에 뼈가 시리도록 만들 것이라는 얘기다. 위기감이 고조된 유럽연합(EU)은 회원국들에 ‘가스 소비량을 15%까지 줄이자’고 제안하는 초강수를 뒀다. 유럽 국가들은 EU 제안에 바삐 움직이기 시작했다. 프랑스 정부는 전국 모든 상점에 “에어컨이나 난방을 가동할 때는 꼭 문을 닫고 영업하라”고 통보했다. 이를 어긴 자영업자는 최대 750유로(약 100만 원) 벌금을 내야 한다. 자영업자 사이에선 ‘올겨울 정전이 발생하면 일정 시간대 영업을 중단해야 할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가구 소득의 10% 이상을 에너지에 쓰는 ‘에너지 빈곤층’ 비중이 전체 가구의 25%로 급증한 독일의 지방정부는 취약계층을 위한 공동 난방구역을 지정하고 있다. 벌써 마트에는 정전에 대비해 목재나 석탄을 사들이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고 한다. 유럽 국가들도 이런 대책이 근본적인 해법이 아니란 것을 안다. 아무리 에너지 소비를 줄여도 한계가 있다. 발 빠른 국가는 장기적으로 에너지 안보를 지키려 중동 아프리카 자원대국에서 천연가스나 이를 대체할 원유 공급을 약속받고 있다. 18일 아랍에미리트(UAE)와 에너지 관련 협의를 이끌어 낸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경유 공급을 요청했다고 한다. 이때 안와르 가르가시 UAE 대통령외교보좌관이 기자들에게 한 말이 예사롭지 않다. “40년간 극동 지역에 석유를 팔아 왔는데 위기 국면인 지금은 석유를 유럽으로 돌리고 있다.” 한국의 5위 원유 수입국 UAE가 아시아로 공급하던 원유를 유럽 국가들로 돌리면 국내 원유 수급이 불안해질 수 있다. 유럽 대국은 오랜 유대를 맺어온 아프리카 국가들로부터 각종 자원을 사들이고 있어 자원 수급이 비교적 안정적이다. 그런데도 대통령까지 나서 ‘에너지 영업’을 뛰어 자원 대국의 판매망을 바꾼다. 이런 유럽에 비하면 ‘자원 빈국’ 한국은 얼마나 절박하게 에너지난에 대비하고 있을까. 경쟁국의 공격적인 에너지 외교에 밀리지 않도록 우리 정부도 힘써야 할 때다. 조은아 파리 특파원 achim@donga.com}

《“요즘 물가는 오르고 폭염도 심해서 멀리 못 가요.” 24일(현지 시간) 오후 3시경 프랑스 파리 센강 퐁뇌프다리 아래서 만난 대학생 마테오 씨가 말했다. 친구들과 바캉스 기분을 느끼려 이곳에 들렀다는 그는 “프랑스 남부로 휴가를 가려 했는데 폭염 때문에 포기하고 대신 가까운 북부 노르망디 여행을 다녀왔다”며 “하루 80유로(9만3000원) 정도이던 노르망디 호텔 숙박료가 140유로(약 18만6000원)나 했다”고 말했다. 그는 계획만큼 누리지 못한 여름 여행의 아쉬움을 파리에서 달랬다.》이날 센강을 따라 ‘파리 플라주’가 열리고 있었다. 파리 플라주는 매년 여름 센강 변에 인공 모래사장과 다양한 즐길거리를 갖춰놓고 즐기는 축제로 다음 달 21일까지 열린다. 강변에 줄줄이 늘어선 파라솔 밑 선베드에서는 수영복 입은 시민들이 뜨거운 햇볕을 만끽하고 있었다. 최근 최고기온이 섭씨 40도를 넘은 파리에는 거리 곳곳에 찬물을 뿜어내는 분무기가 등장해 행인들이 반가워하며 몰려들고 있다. ‘바캉스 민족’ 프랑스인은 휴가철 여행에 목숨을 걸다시피 한다. 바캉스(vacance)의 라틴어 어원 바카티오(vacatio)가 자유로워짐을 뜻하듯 가급적 먼 곳으로 한 달이든 두 달이든 일상에서 벗어난다. 하지만 올해는 달라졌다. 고(高)물가와 폭염에 여행을 포기하거나 가까운 곳에서 짧게 머물다 오는 이들이 많아졌다.“인플레이션으로 휴가 재설계” 이날 파리 플라주에서 만난 대학생 사샤 씨는 “요즘 물가가 워낙 비싸다 보니 친구들은 여행을 떠나기보다 파리에 남아 있거나 비용을 줄일 수 있는 부모님 댁에서 그냥 쉰다”고 했다. 파리 대학생들이 고물가 속에 허리띠를 졸라매는 ‘짠물 바캉스’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주말 오후 더 화려한 곳을 찾을 법한 청년들도 파리 플라주를 많이 찾았다. 드러누워 일광욕을 즐기거나 행사 기간 임시로 설치된 레스토랑에서 맥주를 마셨다. 파리 플라주뿐만이 아니다. 파리 15구 워터파크 ‘아쿠아불바르’는 이달 들어 주말마다 인산인해다. 해변을 찾을 엄두를 내지 못한 시민들이 도심 물놀이로 아쉬움을 달래고 있다. 프랑스인은 2020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이후 2년여 포기했던 여행을 올해 재개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여행 경비는 줄이고 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이포프에 따르면 올해 여름휴가를 떠날 계획인 프랑스인은 55%로 지난해(47%)보다 늘었다. 그러나 응답자 4분의 1가량은 ‘작년보다 여행 예산을 줄이겠다’고 답했다. 심각하게 치솟고 있는 물가 때문이다. 지난달 프랑스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5.8% 올라 1985년 1월(6.1%) 이후 37년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유럽중앙은행(ECB)이 사용하는 지표(HICP)로 환산하면 6.5%다. 프랑스가 유로화를 사용하기 시작한 이래 사상 최고치라고 블룸버그통신은 분석했다. 특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서방의 러시아산 에너지 제재의 여파로 유류비를 비롯한 교통비 부담이 상당하다. 프랑스 일간 르피가로는 물가 압박 속에 휴가를 떠나는 사람을 위해 여행지별 교통비를 이달 초 분석해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휘발유 차량으로 리옹에서 툴롱까지 378km를 달리려면 예년보다 12.5유로(약 1만6000원)를 더 부담해야 한다. 리옹∼피니스테르, 파리∼리비에라 등은 휘발유값 30유로(약 3만9900원)가 추가로 발생한다. 사회학자인 장 비아르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원(CNRS) 연구국장은 최근 일간 르몽드 인터뷰에서 “코로나19 이후 2년이 지난 지금 사람들은 휴가를 매우 강렬하게 갈망하고 있는데 인플레이션 때문에 휴가를 재설계했다”며 “우리는 덜 먼 곳으로 가서 더 적은 시간을 보내고, 더 조금 소비한다”고 말했다.빚내서라도 휴가! 파리 시민들은 돈이 들더라도 귀한 휴가에 여행을 꼭 가겠다는 집념을 보였다. 그렇다면 파리지앵은 인플레이션 시대 바캉스를 어떻게 준비하고 있을까. 발 빠른 청년들은 ‘바캉스 예산’을 미리 준비해 뒀다. 파리 플라주에서 만난 모하메드 씨는 “휴가를 떠나면 여러 곳에서 지출을 많이 하게 돼 미리 예산을 확보해 둬야 한다”며 “휴가에 앞서 분야별 지출을 나눠 보고 불필요한 비용은 줄이고 있다”고 노하우를 소개했다. 어떻게든 여행을 가고 말겠다며 빚을 내는 이도 있다. 문화기관에서 일하는 니콜라 씨는 라디오매체 ‘프랑스앵포’ 인터뷰에서 “여행 자금을 마련하려고 3500유로(약 465만 원)를 대출받았다”며 “이번 휴가 비용을 앞으로 4년간 갚을 생각을 하니 기분이 이상하다”고 털어놨다. 돈 쓰기도 부담되는데 더위까지 극성이라 집 가까운 곳에서 휴가를 보내는 ‘스테이케이션(스테이+베케이션·홈캉스)’도 인기다. 파리 여행 스타트업 ‘스테이케이션’은 파리, 보르도, 리옹 거주자에게 거주지 인근 고급 호텔을 소개한다. 이 스타트업은 파리에서 좋은 반응을 얻자 설립 5년 만인 올해 영국 런던까지 진출할 정도로 성장했다. 파리 근처에서 휴가를 보내려는 수요가 몰리자 파리 근교 에어비앤비도 활성화되고 있다. 르몽드는 에어비앤비 통계를 인용해 올 3월 프랑스에서 나온 에어비앤비 광고의 35%가 교외 숙소 광고였으며 이는 5년 전에 비해 8%포인트 오른 것이라고 보도했다. 프랑스보다 물가가 저렴한 유럽 다른 국가를 찾기도 한다. 파리 인근 도시에 사는 기욤 르사주 씨는 숙박비, 식료품비가 더 싼 스페인에 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르사주 씨는 “프랑스에서 여행하긴 너무 비싸서 아예 스페인 남부로 떠날 것”이라며 “그곳에선 파리보다 더 넓고 저렴한 아파트를 빌릴 수 있어 해외의 친척과 함께 머물다 올 예정”이라고 했다.심화하는 ‘휴가 양극화’ 프랑스인의 ‘바캉스 사수’ 노력은 절박해지고 있지만 인플레이션으로 ‘바캉스 양극화’가 심해졌다는 얘기도 나온다. 고소득층은 해외여행을 떠나는 등 휴가에 아낌없이 투자하는데 빚을 내기조차 어려운 저소득층은 휴가를 포기해야 한다는 것이다. 휴가철 이처럼 흉흉해진 민심을 고려한 듯 프랑스 하원은 물가 상승에 고통받는 저소득층을 지원하는 ‘구매력 보호법안’을 22일 통과시켰다. 이 법에 따라 서민 생활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200억 유로(약 27조 원)가 투입될 것으로 추산된다. 기업이 직원에게 지급하는 비과세 보너스는 3배로 늘고 각종 연금과 지원금도 오를 예정이다. 임대료 인상 상한선을 설정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영국과 이탈리아처럼 고유가로 수익이 급증한 에너지기업의 초과이윤에 ‘횡재세(windfall profits tax)’를 부과하자는 논의가 있었으나 관련 법안은 하원을 통과하지 못했다. 다만 정치권과 여론의 물가 억제 압박이 거세지자 프랑스 에너지 대기업 토탈에너지는 9∼11월 주유소 기름값을 L당 0.20유로, 그 이후 연말까지는 0.10유로 내리기로 했다. 조은아 파리 특파원 achim@donga.com}

서방의 경제 제재에 대한 반발로 유럽에 대한 가스 공급을 열흘간 끊었다가 기존의 40%만 공급을 재개한 러시아가 나흘 만에 현재의 공급량을 절반으로 줄이겠다고 25일 선언했다. 가스 공급을 끊기 전과 비교하면 기존의 20%만 공급하겠다는 뜻이다. 러시아의 노골적인 에너지 무기화 위협에 하루 뒤 유럽연합(EU) 또한 ‘에너지 소비 15% 감축’으로 맞섰다. EU 에너지장관들은 26일 벨기에 브뤼셀 EU 본부에서 “다음 달부터 내년 3월까지 8개월간 천연가스 소비를 15% 감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가스 사용량의 절반을 러시아에 의존하는 독일은 취약계층을 위해 관리비 등을 체납하는 월세 계약자라 해도 최소 6개월간 계약 해지를 금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러, 공급 재개 나흘 만에 절반으로 감축25일 러시아 국영 에너지기업 가스프롬은 모스크바 시간 기준 27일 오전 7시(한국 시간 27일 오후 2시)부터 포르토바야 가압기지의 일일 운송량을 현 6700만 m³에서 3300만 m³로 줄이겠다고 밝혔다. 이 기지는 독일을 통해 유럽 각국으로 러시아산 가스를 공급하는 ‘노르트스트림1’ 가스관과 이어져 있다. 3300만 m³는 이 가스관 전체 용량의 20%에 불과하다. 앞서 러시아는 11일부터 20일까지 시설 보수라는 석연치 않은 이유를 들어 가스관을 잠갔다. 21일 기존의 40%만 공급을 재개했으나 이날 또 공급량을 현재의 절반으로 줄이겠다고 밝혔다. 노르트스트림을 관리하는 독일 지멘스는 캐나다에서 제조한 가스관 터빈 엔진의 유지 보수를 캐나다 기업에 맡겼다. 러시아 제재에 동참하는 캐나다 정부가 엔진 반환을 미루자 발끈한 러시아 또한 본격적으로 에너지를 무기화했다. 에너지 위기가 심각해진 독일의 요청으로 캐나다가 반환을 약속했지만 재설치에 상당한 시간이 걸리고 러시아 또한 가스 공급 중단 및 축소를 거듭해 에너지 가격이 치솟고 있다. 26일 유럽 액화천연가스(LNG) 가격의 기준인 네덜란드 TTF 천연가스 선물은 전일 대비 12% 오른 메가와트시(MWh)당 197유로에 거래됐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 역시 미국이 상반기(1∼6월) 세계 최대 LNG 수출국이 됐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에너지 위기에 직면한 유럽이 미국산 LNG 수입을 대거 늘린 여파로 풀이된다. ○ 유럽, 내년 3월까지 가스 사용 15% 감축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26일 가스 사용 감축 합의 직후 성명을 통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전면적인 가스 위협에 맞서기 위해 결정적인 조치를 취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또한 러시아의 에너지 위협은 “또 다른 형태의 테러”라며 EU의 추가 제재, 캐나다에 있는 노르트스트림1 가스관 터빈의 반환 금지 등을 촉구했다. 다만 27개 회원국 중 러시아 가스관과 연결되지 않은 아일랜드와 몰타 등에는 15%보다 낮은 규모의 감축 의무가 부과된다. 제강산업에 쓰이는 천연가스 또한 예외로 인정된다. 또한 독일 네덜란드 등 북유럽에 비해 경제 발전이 더디고 러시아산 에너지의 의존도 또한 높은 헝가리 등 동유럽 일부 국가의 불만이 심해 실제 적용 과정에서의 난항도 예상된다. 국제통화기금(IMF)은 러시아가 가스 공급을 중단하면 헝가리, 이탈리아, 체코, 슬로바키아 경제 등이 심각한 타격을 입을 것으로 내다봤다. 독일 집권 사회민주당은 에너지 가격 급등에 따라 관리비를 제대로 납부하지 못하는 세입자의 계약 해지를 6개월간 금하고, 관리비를 제때 받지 못하는 집주인에게도 무이자 대출 및 대출 기간 연장 등을 해주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

유럽의 대표적 극우 국가수반인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사진)가 “유럽인과 비(非)유럽인이 섞인 국가는 국가가 아니다”라고 말해 인종주의 논란이 일고 있다. 24일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오르반 총리는 전날 루마니아를 방문해 한 연설에서 “우리는 혼혈민족이 아니며 혼혈민족이 되기를 원하지 않는다”며 이같이 말했다. 오르반 총리는 난민 유입 문제 등에 관해 노골적으로 인종주의를 암시하는 표현을 해왔지만 이번 발언은 특히 수위가 높아 헝가리 안팎에서 반발이 거세다. 헝가리 야당 ‘모멘툼’의 체흐 커털린 의원은 “오르반 총리 연설은 우리 모두가 잊고 싶어 하는 시대(나치 독일 시대를 의미)를 떠올리게 해 경악했다”며 “이 정권의 진정한 색깔을 보여줬다”고 비판했다. 루마니아에서도 격앙된 반응이 나왔다. 알린 미투차 의원은 트위터에 “유럽 중동부처럼 (여러 민족이) 섞인 지역에선 민족이나 인종의 ‘순도’를 논하는 건 망상이고 위험하다”며 “오르반 총리 또한 그렇다”고 지적했다. 오르반 총리는 올 4월 헝가리 총선에서 승리하며 4연임에 성공해 2026년까지 집권한다. 난민 유입을 거부하는 등 반(反)이민 정책을 폈다. 헝가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이지만 오르반 총리는 친러시아 성향이 뚜렷하다. 올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기 직전 모스크바를 방문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회담하기도 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사진)이 “우크라이나 국민이 현 정권으로부터 해방되도록 도울 것”이라며 정권 교체 목표를 공식화했다. 침공 후 줄곧 ‘친러 세력이 많은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를 해방시키겠다’고 주장했던 것과 달리 우크라이나 전체를 장악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몰아내겠다는 뜻을 노골적으로 밝힌 셈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결코 독립을 포기하지 않겠다”고 맞섰다. 알자지라 등에 따르면 라브로프 장관은 24일 아프리카 4개국 순방의 첫 일정으로 이집트 카이로를 방문한 자리에서 “우리는 우크라이나 국민이 역사에 적대적인 정권으로부터 해방되도록 분명히 도울 것”이라며 “러시아인과 우크라이나인은 앞으로 같이 살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더 나은 삶을 누려야 할 우크라이나 국민을 동정한다”며 젤렌스키 정권의 선동으로 인해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영원한 적이 되기를 바라는 것을 지지하는 이들이 많아 안타깝다고도 했다. 이는 과거 자신의 발언과 배치된다. 라브로프 장관은 침공 직후 “우크라이나 국민이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결정하길 바란다”며 정권 교체 의지가 없다고 밝혔다. 4월 인도 매체와의 인터뷰에서도 “우크라이나인이 어떤 지도자와 살 것인가는 그들에게 달려 있다”고 했지만 말을 바꿨다. 라브로프 장관은 또한 평화회담 결렬의 책임은 우크라이나에 있으며 우크라이나, 튀르키예(터키), 유엔과 합의한 곡물 수출 재개 협약을 이행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러시아는 수출 재개를 위한 4자 협상을 진행한 지 하루 만인 23일 수출 통로인 오데사항을 포함해 우크라이나 전역에 대규모 미사일 공격을 가해 비판받고 있다. 라브로프 장관의 아프리카 순방 목적 역시 현 사태로 극심한 식량난을 겪고 있는 아프리카를 달래고 지지를 얻기 위해서란 분석이 나온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28일 ‘건국의 날’ 첫 선포를 나흘 앞둔 24일 대국민 영상 메시지를 통해 “우크라이나인들은 결코 독립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러시아가 점령 중인 남부 헤르손 또한 되찾을 뜻을 보였다. 미 워싱턴포스트(WP)는 우크라이나가 미국에 ‘고속기동포병로켓시스템(HIMARS)’ 등 더 많은 군사 지원을 요청하고 있다고 전했다. HIMARS는 다연장로켓시스템(MLRS)을 장갑 트럭에 올린 형태로 한 번에 정밀 유도 로켓 6발을 발사할 수 있다. 우크라이나 측은 HIMARS를 이용해 동부 하르키우에 있는 러시아 탄약고를 포격한 후 러시아군의 포격이 이전보다 10분의 1로 줄었다고 밝혔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이 “우크라이나 국민이 현 정권으로부터 해방되도록 도울 것”이라며 정권 교체 목표를 공식화했다. 침공 후 줄곧 ‘친러 세력이 많은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를 해방시키겠다’고 주장했던 것과 달리 우크라이나 전체를 장악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몰아내겠다는 뜻을 노골적으로 밝힌 셈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결코 독립을 포기하지 않겠다”고 맞섰다. 알자지라 등에 따르면 라브로프 장관은 24일 아프리카 4개국 순방의 첫 일정으로 이집트 카이로를 방문한 자리에서 “우리는 우크라이나 국민이 역사에 적대적인 정권으로부터 해방되도록 분명히 도울 것”이라며 “러시아인과 우크라이나인은 앞으로 같이 살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더 나은 삶을 누려야 할 우크라이나 국민을 동정한다”며 젤렌스키 정권의 선동으로 인해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영원한 적이 되기를 바라는 것을 지지하는 이들이 많아 안타깝다고도 했다. 이는 과거 자신의 발언과 배치된다. 라브로프 장관은 침공 직후 “우크라이나 국민이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결정하길 바란다”며 정권 교체 의지가 없다고 밝혔다. 4월 인도 매체와의 인터뷰에서도 “우크라이나인이 어떤 지도자와 살 것인가는 그들에게 달려 있다”고 했지만 말을 바꿨다. 라브로프 장관은 또한 평화회담 결렬의 책임은 우크라이나에 있으며 우크라이나, 튀르키예(터키), 유엔과 합의한 곡물 수출 재개 협약을 이행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러시아는 수출 재개를 위한 4자 협상을 진행한지 하루 만인 23일 수출 통로인 오데사항을 포함해 우크라이나 전역에 대규모 미사일 공격을 가해 비판받고 있다. 라브로프 장관의 아프리카 순방 목적 역시 현 사태로 극심한 식량난을 겪고 있는 아프리카를 달래고 지지를 얻기 위해서란 목적이 나온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28일 ‘건국의 날’ 첫 선포를 나흘 앞둔 24일 대국민 영상 메시지를 통해 “우크라이나인들은 결코 독립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러시아가 점령 중인 남부 헤르손 또한 되찾을 뜻을 보였다. 미 워싱턴포스트(WP)는 우크라이나가 미국에 ‘고속기동포병로켓시스템(HIMARS)’ 등 더 많은 군사 지원을 요청하고 있다고 전했다. HIMARS는 다연장로켓시스템(MLRS)을 장갑 트럭에 올린 형태로 한 번에 정밀 유도 로켓 6발을 발사할 수 있다. 우크라이나 측은 HIMARS를 이용해 동부 하르키우에 있는 러시아 탄약고를 포격한 후 러시아군의 포격이 이전보다 10분이 1로 줄었다고 밝혔다.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유럽의 대표적 극우 국가수반인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가 “유럽인과 비(非)유럽인이 섞인 국가는 국가가 아니다”라고 말해 인종주의 논란이 일고 있다. 24일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오르반 총리는 전날 루마니아를 방문해 한 연설에서 “우리는 혼혈민족이 아니며 혼혈민족이 되기를 원하지 않는다”며 이같이 말했다. 오르반 총리는 난민 유입 문제 등에 관해 노골적으로 인종주의를 암시하는 표현을 해왔지만 이번 발언은 특히 수위가 높아 헝가리 안팎에서 반발이 거세다. 헝가리 야당 ‘모멘텀당’ 카탈린 체크 의원은 “오르반 총리 연설은 우리 모두가 잊고 싶어 하는 시대(나치 독일 시대를 의미)를 떠올리게 해 경악했다”며 “이 정권의 진정한 색깔을 보여줬다”고 비판했다. 루마니아에서도 격양된 반응이 나왔다. 알린 미투타 의원은 트위터에 “유럽 중동부처럼 (여러 민족이) 섞인 지역에선 민족이나 인종의 ‘순도’를 논하는 건 망상이고 위험하다”며 “오르반 총리 또한 그렇다”고 지적했다. 오르반 총리는 올 4월 헝가리 총선에서 승리하며 4연임에 성공해 2026년까지 집권한다. 난민 유입을 거부하는 등 반(反)이민 정책을 폈다. 헝가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이지만 오르반 총리는 친러시아 성향이 뚜렷하다. 올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기 직전 모스크바를 방문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회담하기도 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선거 공약이던 ‘공영방송 수신료 폐지’ 법안이 프랑스 하원에서 통과됐다. 이와 관련해 국민의힘은 “우리나라도 수신료 자율납부를 포함해 근본적인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밝혔다. 프랑스 하원은 23일 찬성 170표, 반대 57표로 정부의 공영방송 수신료 폐지 법안을 통과시켜 상원으로 넘겼다고 프랑스 일간 르몽드가 보도했다. 이 법안이 최종 확정되면 프랑스 텔레비지옹, 라디오 프랑스, 아르테, TV5 몽드, 프랑스 메디아 몽드 등 공영 방송사는 수신료가 없어지는 대신 이듬해 예산으로 37억 유로(약 5조 원)를 확보하게 된다. 다만 정부가 다른 부문의 부가가치세 수입으로 방송사들의 예산을 조달해주는 방식은 2025년까지만 유효하다. 앞으로 3년 안에 공영 방송사들은 다른 자금 조달 방안을 마련해야 하는 것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고물가에 따른 시청자 부담 완화를 위해 TV 수신료 폐지를 추진해왔다. 영국도 앞서 1월 가구당 159파운드(약 25만 원)인 방송 수신료를 2028년부터 폐지하는 방안을 밝힌 바 있다. 국민의힘 미디어특별위원회는 24일 논평을 통해 “프랑스의 공영방송 수신료 폐지 법안 하원 통과는 우리 공영방송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며 “공영방송 전통이 강한 영국과 프랑스의 수신료 폐지 움직임 사유는 우리나라의 상황과 겹친다. TV 보유 가구 수가 줄고 있고 공영방송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KBS가 공정하게 제 역할을 다한다고 생각하는 시청자들만 수신료를 내게 하는 수신료 자율납부를 포함해 근본적인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

우크라이나 곡물을 흑해를 통해 안전하게 수출하자는 4자 협상이 타결된 다음 날인 23일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의 최대 물류 거점 항구를 미사일로 공격했다. 전쟁 속에 극적으로 타결된 식량 수출 합의가 이행될지 불투명해지면서 세계적인 식량난과 함께 식량 가격을 중심으로 인플레이션이 더욱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남부 작전사령부는 이날 텔레그램을 통해 “러시아군 칼리브르 순항미사일 2발이 우크라이나 항구인 오데사의 기반 시설을 타격했다. 다른 2발은 방공망에 격추됐다”고 밝혔다. 올레그 니콜렌코 우크라이나 외교부 대변인은 텔레그램에서 “러시아 전쟁 범죄자들이 우리 항구를 열기로 합의한 게 바로 어제였는데 오늘 오데사 항구를 공격했다”며 “러시아가 합의를 충실히 이행하지 않으면 세계 식량난을 전적으로 책임져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교부 대변인은 24일 텔레그램에 올린 글에서 “칼리브르 (순항)미사일들이 오데사항의 군사 기반시설을 파괴했다”며 포격 사실을 인정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유엔, 튀르키예(터키)는 22일 튀르키예 이스탄불에서 흑해를 통한 곡물 수출 협상안에 서명했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해군 침입에 대비해 기뢰를 깔아놓은 흑해에 안전 항로를 마련해 곡물 수출 길을 열어주기로 한 것이다. 흑해 주변에 묶인 우크라이나산 밀만 2000만∼2500만 t에 달한다. 이번 협상 타결을 두고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전 세계의 식량난이 심각하다는 공감대 속에서 어렵게 이끌어낸 값진 합의라는 평가가 많았다. 세계식량계획(WFP)은 4700만 명이 전쟁 이후 굶주리고 있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번 합의가 이행되면 우크라이나에 묶여 있는 곡물을 오데사, 초르노모르스크, 유지네 등 항구를 통해 다른 국가로 수월하게 수출할 것으로 기대됐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매달 500만 t가량의 곡물을 수출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러시아의 오데사항 공격에도 우크라이나는 곡물 수출을 진행할 방침이다. 올레그 우스텐코 우크라이나 대통령 경제고문은 “러시아의 공격으로 쉽진 않겠지만 곡물 6000만 t을 8, 9개월에 거쳐 수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24일 로이터통신에 밝혔다. 미콜라 솔스키 우크라이나 농업장관도 “(곡물 수출) 합의는 러시아가 아닌 유엔 및 튀르키예와 했다”며 곡물 수출 추진 의지를 나타냈다고 미 뉴욕타임스(NYT)가 전했다. 국제사회는 일제히 러시아를 규탄했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23일 “러시아가 약속을 충실히 이행할지 심각하게 의심된다”고 비판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도 성명에서 “식량난에 처한 세계 수백만 명의 고통을 덜어주려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튀르키예의 완전한 약속 이행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리투아니아는 22일 러시아에 화물 운송 길을 열어줬다. 리투아니아는 러시아 역외 영토인 칼리닌그라드주(州)로의 철도 화물 운송 차단 조치를 해제했다고 로이터통신이 현지 언론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는 지난주 유럽연합(EU)이 완화한 대러 제재 지침을 반영한 조치다. EU는 화물 제재의 대상을 도로로만 한정해 러시아가 리투아니아 철도를 이용해 칼리닌그라드에 콘크리트, 목재, 술 등의 화물을 운송할 수 있도록 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김민 기자 kimmin@donga.com}

1995년 영국 다이애나 왕세자빈(1961∼1997·사진) 인터뷰를 성사시키기 위해 은행 입출금 명세서 등을 조작한 사실이 지난해 드러나 물의를 빚은 공영방송 BBC가 당시 찰스 왕세자와 유모의 불륜, 낙태 소문도 조작한 것으로 밝혀졌다. BBC는 이 유모에게 공식 사과하고 배상하기로 했다. BBC는 21일(현지 시간) 전 왕실 유모 알렉산드라 프티퍼 측 변호인이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BBC는 프티퍼 씨에게 심각하고 지속적인 해를 끼쳐 매우 죄송하다”며 “프티퍼 씨가 당시 찰스 왕세자와 불륜 관계였으며 임신 후 낙태했다는 주장은 완전히(totally) 근거 없으며 조작됐다”고 밝혔다. 프티퍼 측 변호인은 “BBC 취재진이 인터뷰를 성사시키기 위한 과정에서 이런 소문이 났다”고 말했다. 프티퍼 씨는 BBC 인터뷰 한 달 전인 1995년 10월 자신과 찰스 왕세자의 불륜 및 낙태 소문을 알게 된 다이애나빈에게 의료 기록까지 보여주며 사실이 아님을 호소했지만 허사였다고 한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의 뒤를 잇는 차기 총리 후보가 영국 옥스퍼드대 출신의 40대 2명으로 압축됐다. 인도계인 리시 수낵 전 재무장관(42)과 워킹맘인 리즈 트러스 외교장관(46)이다. 영국 보수당은 차기 총리가 될 당 대표 경선에서 두 사람이 최종 후보가 됐다고 20일 발표했다. 이날 보수당 하원의원 투표에서 수낵 전 장관은 137표로 1위를 굳혔다. 기존 경선에서 3위였던 트러스 장관은 113표를 얻어 2위를 지켜온 페니 모돈트 국제통상부 부장관에게 막판에 역전했다. 최종 승자는 의회가 다시 열리는 9월 5일 발표된다. ‘첫 비(非)백인 총리냐’, ‘세 번째 여성 총리냐’를 결정하게 될 이번 경선 결과는 예측하기 어렵다. 여론조사에선 트러스 장관이 앞서고 있다.○ 인도계 엘리트, 코로나19 대응 두각 수낵 전 장관은 아프리카에서 영국으로 이주한 인도인 가정에서 태어났다. 의사인 아버지는 케냐 출신, 약사인 어머니는 탄자니아 태생이다. 부모가 1960년대 영국으로 건너와 수낵 전 장관을 낳았다. 그는 옥스퍼드대와 미국 스탠퍼드대 경영학 석사(MBA)를 거쳐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 애널리스트와 헤지펀드 매니저로 일했다. 2015년 총선에서 의회에 입성해 2020년 존슨 총리 재무부 장관으로 발탁되며 인지도가 높아졌다. 덕분에 ‘존슨의 남자’로 통했지만 존슨 총리의 연이은 거짓말과 부적절한 인사로 내각이 위기에 처하자 가장 먼저 장관직을 던지며 존슨 총리의 사임을 주도적으로 압박했다. 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재정을 풀어 신속하게 대응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올 초부터는 코로나19 봉쇄가 완화되자 재정 보수주의로 돌아서 풀었던 돈을 회수하는 정책을 추진했다. 경선 과정에선 증세를 강조해 경쟁자들의 공격을 받았다. 부인은 인도 IT 대기업 인포시스 창업자 나라야나 무르티의 딸이다. 비거주 비자를 활용해 해외소득 관련 세금을 내지 않아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마거릿 대처 2세’ 자처 워킹맘트러스 장관은 2014년 환경장관을 시작으로 재무부, 국제통상부, 평등담당, 외교부 장관 등 관가의 요직을 두루 거쳤다. 영국 에너지기업 셸의 회계사로 일하는 등 민간에서 경력을 쌓았다. 25세 때부터 의회 진출에 도전했지만 실패하다가 2005년 데이비드 캐머런 당시 영국 총리에게 발탁돼 정계에 발을 디뎠다. 국회에는 2020년 총선에서 하원 의원으로 입성했다. 트러스 장관은 ‘철의 여인’ 마거릿 대처 전 총리를 롤 모델로 삼고 있다. 말하는 톤과 속도가 대처 전 총리와 비슷하다는 평가도 있다. 올 2월 러시아를 방문했을 때 모피코트와 털모자를 착용해 1987년 대처 전 총리가 러시아에서 입은 복장과 비슷하다는 얘기도 나왔다. 이 때문에 대처 전 총리를 너무 따라 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증세파’인 수낵 전 장관과 달리 트러스 장관은 감세를 통한 경제 활성화를 주장하고 있다. 그는 자유시장 경제 옹호론자이지만 어머니가 핵무기 반대 활동을 하는 등 좌파 성향 부모 밑에서 자랐다. 트러스 장관도 옥스퍼드대 재학 시절 진보민주당 클럽 회장을 맡았다. 영국 군주제 폐지를 주장하는 진보민주당 활동 이력과 함께, 한때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에 반대했던 점이 약점으로 꼽힌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지지하고 이란에 억류됐던 영국과 이란 이중국적의 활동가 석방을 주도한 점은 성과로 꼽힌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전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탈북 어민의 강제 북송 문제가 큰 논란이 된 한국처럼 최근 영국에서 불법 이민자를 사실상 강제로 아프리카 르완다로 추방하는 ‘르완다 이송 정책’이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지난달 14일(현지 시간) 르완다로 향하는 첫 추방 비행기에 오를 예정이었던 이라크 수단 시리아 알바니아 등의 불법 이민자 7명은 르완다로 추방되기 직전 법적 절차를 밟을 기회를 얻어 추방이 일시 유예됐다. 영국 정부의 의지가 워낙 강해 추방을 면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9월부터 이 정책의 합법성을 따지는 공판이 시작된다.○ 英 ‘르완다 이송 정책’ 논란 보리스 존슨 총리는 4월 불법 이민자가 많이 몰려오는 남동부 도버를 찾아 앞으로 5년간 불법 이민자나 난민 신청자를 6500km 떨어진 르완다로 추방하겠다는 정책을 발표했다. 불법 이민자로 인한 사회 갈등을 줄이기 위해 영국 정부가 르완다에 불법 이민자를 보내는 대신 르완다에 1억2000만 파운드(약 1894억 원)를 주겠다는 논리다. 19일 영국 일간 가디언은 정부 내부에서 르완다 이송 정책에 대한 우려가 거듭 제기됐지만 내무부가 이를 강행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가디언에 따르면 존슨 총리가 도버를 방문해 이 정책을 발표하기 전인 지난해부터 르완다가 난민을 악용할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왔지만 내무부는 밀어붙였다. 존슨 내각은 “난민들이 허술한 선박에 의지해 목숨을 걸고 도버해협을 건너는 사례를 막기 위한 조치”라며 이 정책이 오히려 난민을 보호한다고 주장했다. 또 르완다에 도착한 사람들이 현지에서 영구 난민 지위를 얻어 살거나 다른 나라에 다시 망명을 신청할 수 있다고도 했다. 하지만 안전이 보장되지 않는 머나먼 아프리카로 난민을 보내는 건 엄연한 국제규약 위반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르완다의 열악한 인권 상황에 대한 검증 없이 무작정 사람들을 추방하면 더 큰 위험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난민을 돈을 주고 버릴 수 있는 물품처럼 취급했다’는 비판도 커졌다.○ 추방 합법성 따지는 공판 9월 시작존슨 내각의 발표 때부터 이 정책을 비판했던 시민단체 ‘케어포칼레’ ‘디텐션액션’ 등은 지난달 법원에 “정책의 적법성을 판단해 달라”는 소송을 제기하며 불법 이민자 7명의 르완다 추방을 금지해 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냈다. 고등법원은 추방 하루 전인 지난달 13일 신청을 기각했다. 하루 뒤 대법원은 시민단체가 낸 상고를 각하했다. 하지만 유럽인권재판소가 난민 신청자의 긴급 임시 조치 요청을 받아들여 추방이 극적으로 취소됐다. 영국은 2019년 유럽연합(EU)에서 탈퇴했지만 EU와 별도의 유럽 통합기구인 ‘유럽평의회(COE)’에는 아직 속해 있다. 사법 결정은 여전히 유럽인권재판소의 지침을 따르고 있다. 유럽인권재판소는 “본안 소송 판결이 나기 전까지 이들을 추방하면 안 된다. 이들이 불가역적 피해를 입을 위험이 있다”고 했다. 대법원이 이 정책이 적법하지 않다고 최종 판결하면 정부가 난민을 르완다로 추방하더라도 영국으로 돌아올 수 있다.르완다 이송 정책영국에 온 불법 이주민들을 아프리카 르완다로 추방하는 정책이다. 불법 이민자들이 르완다에서 영구 난민 지위를 얻어 살거나 다른 나라에 다시 망명을 신청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들을 오히려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는 비판에 따라 일시 중단됐다.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유럽 남서부 국가마다 섭씨 40도 이상의 사상 최고기온을 기록하는 뜨거운 날씨에 산불까지 잡히지 않고 있다. 폭염은 북서부 섬나라 영국마저 덮쳐 363년 만의 최고기온을 기록했다. 유럽에 ‘폭염 대재앙(heat apocalypse)’이 닥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이날 독일에서 열린 페터스베르크 기후회담에 보낸 영상 메시지에서 “세계적인 기후위기에 직면했는데도 다자공동체로서 대응을 못 하고 있다”며 “공동대응이냐 집단자살이냐, 선택은 우리에게 달려 있다”고 경고했다. 프랑스 일간 르몽드에 따르면 서부 낭트는 18일 최고기온 42도를 기록해 종전 최고인 1949년의 40.3도를 넘었다. 선선하던 북서부 대서양 연안 브레스트에서도 20년 전 35.1도를 넘는 사상 최고기온인 39.3도를 찍었다. 이날 영국 BBC에 따르면 스페인과 포르투갈의 폭염으로 인한 사망자는 1000명을 넘어섰다. 와인으로 유명한 보르도를 비롯한 지롱드 지역과 프랑스 전역에서 관광객과 주민 약 3만2000명이 불을 피해 응급 피난처로 대피했다. 18일 사상 처음으로 국가 비상사태에 준하는 ‘폭염 적색경보’가 발령된 영국에서는 19일 런던 히스로 공항 기온이 40.2도까지 올랐다. 영국 기온이 40도를 넘은 것은 처음이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영국이 날씨를 관측해 신뢰할 수 있는 통계를 내기 시작한 1659년 이래 36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전했다. 유례없는 폭염은 영국에 혼란을 불러왔다. 최근 이틀간 5명 이상이 물가에서 숨졌다고 BBC는 전했다. 로이터통신은 영국 루턴 공항 활주로 일부 구간이 부풀어 올라 항공기 운항이 일시 중단됐다가 2시간 만에 재개됐다고 보도했다. 또 폭염으로 약 200개 학교가 휴교하거나 조기 하교했으며 정부는 기업에 재택근무를 권고했다. 평소 영국은 날씨가 선선해 에어컨 같은 냉방시설을 제대로 갖추지 않아 주민의 고통은 더 심하다. 지난해 영국 기업에너지전략부(BEIS) 보고서에 따르면 냉방시설을 갖춘 가정용 건물은 전체의 3∼5%에 불과했다. 폭염과 산불로 가뭄 문제까지 심각하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이날 발표한 보고서에서 EU 영토의 46%가 주의보 수준, 11%가 경보 수준의 가뭄에 노출돼 있다고 분석했다.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탈(脫)원자력발전을 선도해온 독일 정부가 “원전 가동을 연장할 수 있다”는 입장을 처음 밝혔다. 그동안 독일 연립 정권 일각에서 원전 가동을 연장해야 한다고 주장하긴 했지만 정부 차원의 입장 표명은 처음이다. 프랑스는 13조 원을 들여 최대 원전 기업의 완전한 국영화를 추진하고 나섰다.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인한 에너지 가격 폭등에 에너지 무기화에 나선 러시아의 가스 공급 중단 우려가 더해지며 유럽 에너지 위기가 증폭되고 있다. 러시아 국영 정유사 가스프롬은 유럽 일부 국가에 대한 가스 공급 중단을 뜻하는 ‘불가항력 선언’을 발표해 위기에 기름을 부었다.○ 가스 공급으로 유럽 목 죄는 러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18일 독일 정부가 올해 말까지 폐쇄하겠다고 밝힌 원전 3기의 수명 연장 가능성을 내비쳤다고 보도했다. 독일 경제·기후보호부 부대변인은 “올겨울 러시아의 가스 공급 중단에도 독일 전력이 충분할지를 예측하는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가 원전 가동 연장을 정당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 전력 부족이 예상되면 원전 3기 가동을 연장할 수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21일 크리스티안 린드너 재무장관이 “원전 3기 수명 연장에 반대하지 않는다”고 말한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간 것이다. 독일에 천연가스를 제공하는 ‘노르트스트림1’ 가스관 운영의 영구 중단 가능성을 시사해온 가스프롬은 이날 유럽 일부 고객사에 대해 가스 공급을 보장할 수 없다며 불가항력 선언을 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가스프롬은 14일 고객사 최소 3곳에 이를 통보하는 서한을 보냈다. 불가항력 선언은 기업 간 무역거래에서 천재지변 같은 예기치 못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계약 이행 의무를 피할 수 있도록 한 조치다. 지난달 중순부터 독일 등에 대한 가스 공급을 축소한 가스프롬은 21일 이를 풀 예정이었지만 이번 조치로 공급 축소의 무기 연장 가능성을 예고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국제통화기금(IMF)은 19일 러시아가 유럽에 가스 공급을 중단하면 이탈리아 체코 헝가리 슬로바키아의 내년 경제성장률이 5% 이상 줄 것으로 추산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가 전했다.○ 佛, 원전의 완전 국영화 추진 서방 제재에 맞서 러시아가 가스 공급을 아예 중단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지자 유럽 주요국 정상은 중동과 아프리카 등지에서 에너지 확보 전쟁에 뛰어들었다. 프랑스는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위해 원전의 완전 국영화를 추진한다. 19일 프랑스 정부는 최대 원자력발전 기업 프랑스전기(EDF)의 공식 인수가로 97억 유로(약 13조 원)를 제시했다. 또 일간 르몽드에 따르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18일 아랍에미리트(UAE)와 수소, 신재생에너지, 원전 분야에 대한 양국 공동 투자 합의문에 서명했다. 경유 공급 관련 새 계약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마리오 드라기 이탈리아 총리도 이날 아프리카 최대 천연가스 수출국인 알제리를 방문해 가스 수송량을 20%가량 늘리는 협정에 서명했다고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유럽 국가들이 중동 에너지 추가 확보에 나서면서 한국 같은 동아시아 국가의 원유 수급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안와르 가르가시 UAE 대통령 외교보좌관은 이날 기자들을 만나 “우리는 40년간 극동 지역에 석유를 팔아왔는데 위기 국면인 지금은 석유를 유럽으로 돌리고 있다”고 밝혔다. UAE는 한국의 5위 원유 수입국이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유럽 지역 폭염이 심각해지는 가운데 영국의 노동조합이 “폭염에는 일하기 힘들다”며 근무가 가능한 ‘직장 내 최고 온도’를 법으로 정해달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차기 총리 후보자들도 직장 최고 온도를 27∼30도로 정하자며 호응하고 있다. 17일 BBC에 따르면 영국 일반노동조합(GMB)은 “25도를 넘으면 일하지 않도록 직장 내 최고 기온을 법으로 규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근로자들이 더위를 덜 느끼도록 캐주얼 차림을 허용하는 내용으로 기업들의 복장 규정을 완화하고, 생수와 선크림을 배포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일부 총리 후보자들은 대부분의 직장에서 근무가 가능한 최고 온도를 30도(과격한 업무는 27도)로 제한하자는 캠페인을 지지하고 있다. 이는 영국 기상청이 18, 19일 런던, 맨체스터, 요크 등에서 최고 기온이 기록될 것으로 전망하는 등 폭염이 심각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기온이 40도를 넘어선 스페인과 포르투갈에선 폭염 사망자가 대거 발생한 만큼 폭염 속 근로자 보호가 필요한 상황이다. 하지만 영국 보건당국은 업무 성격에 따라 허용 온도가 달라질 수 있어 일률적으로 기온 제한을 두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프랑스에서도 폭염 속 근로자들 건강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프랑스 최대 노조 CFDT는 최근 홈페이지에 “폭염기 근로자 권리에 대해 많은 질문이 들어오고 있다”며 “법에 (노동이 가능한) 최고 기온이 정해져 있진 않지만 심각하고 임박한 위험이 있다고 판단하면 근무를 취소할 권리가 있다”고 밝혔다.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사진)이 ‘절친’인 자국 정보기관 수장과 러시아 전범 대응을 맡던 검찰총장을 전격 해임했다고 로이터통신이 17일 보도했다. 러시아와의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우크라이나 정부 내부가 분열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이반 바카노우 국가보안국(SBU) 국장과 이리나 베네딕토바 검찰총장을 해임하는 행정명령을 발동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텔레그램을 통해 SBU와 검찰 관료들이 러시아와 협력한 혐의가 대거 드러났고, 이들의 반역 행위는 두 기관을 이끄는 지도자에 대한 심각한 의문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두 기관 직원들이 반역·부역죄 혐의로 651건에 연루되어 있으며 이들 사건에 대한 형사소송이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또 SBU와 검찰 직원 60여 명이 러시아 점령 지역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반역 활동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바카노우 국장은 젤렌스키 대통령과 죽마고우 사이다. 두 사람은 젤렌스키 대통령의 인지도를 높이고 정계 입문의 발판이 된 TV쇼 ‘국민의 종’의 제작사를 함께 설립했다. 베네딕토바 총장은 2020년 임명돼 러시아 전범 처벌 업무를 맡아 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그를 검찰총장에 앉힐 당시 “우크라이나 보안당국에 이처럼 정직한 수장은 없었다”며 치켜세웠다고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올레그 쿨리니치 전 SBU 크림반도 수장도 전날 반역 혐의로 구금했다고 밝혔다. 쿨리니치 전 수장은 이날 해임된 바카노우 국장의 고문으로 알려졌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전방위 작전 강화를 지시해 한동안 소강 상태였던 전투가 다시 격렬해질 것으로 보인다. 친러 세력이 많은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를 거의 장악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체를 손에 넣으려 한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BBC 등에 따르면 쇼이구 장관은 16일 성명을 통해 “우크라이나의 대규모 로켓 및 포격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모든 지역에서의 작전을 강화하라”고 지시했다. 바딤 스키비츠키 러시아군 정보부 대변인은 “확실히 다음 단계의 공격 준비가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미 싱크탱크 전쟁연구소 역시 러시아가 사흘 안에 공세를 확대할 것으로 내다봤다. 러시아군은 15, 16일 양일간 동부 도네츠크주, 북동부 하르키우주와 수미주, 남부 미콜라이우와 오데사 등에 대규모 미사일 및 대포 공격을 가했다. 미 국방부는 최근 2주 동안에만 러시아 미사일 공격으로 우크라이나 민간인이 100명 넘게 희생됐다고 추산했다. 우크라이나 국방부 역시 14일 폭격으로 숨진 4세 여아 리사의 어머니가 폭격 직전 촬영한 것으로 추정되는 영상을 공개하며 러시아의 민간인 살상을 규탄했다. 유럽연합(EU)은 18일 러시아산 금의 수입을 금지하는 제재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이 와중에 중국은 러시아에 대한 반도체 수출 등을 대폭 늘리며 서방의 제재를 무력화하고 있다. 15일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이 올 1∼5월 러시아에 수출한 반도체 규모가 지난해 동기 대비 배 이상 증가한 약 5000만 달러(약 662억 원)였다고 전했다. 무기 및 항공우주 제품의 핵심 재료인 산화알루미늄 수출 역시 지난해 5월 227t에서 올해 5월 15만3000t으로 급증했다.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당국이 불을 잡을 줄 알았는데 집 쪽으로 번져서 정말 놀랐어요.” 은퇴 후 스페인 남부 말라가에 거주해 온 윌리엄 씨는 16일 로이터통신에 최근 스페인을 강타한 산불로 집을 떠나 급히 선선한 곳으로 대피하는 바람에 중요한 물건을 다 두고 왔다고 털어놨다. 최근 1주일간 폭염으로만 최소 360명이 숨질 정도로 폭염이 기승을 부리자 스페인 곳곳에서 ‘폭염 난민’이 속출하고 있다. 말라가 인근 미하스에서는 산불로 주민 3000여 명이 대피했다. 프랑스 포르투갈 그리스 벨기에 등 유럽 각국에서도 며칠째 이어진 폭염으로 사망자가 속출했다. 이 와중에 일부 지역에서는 폭염과 강풍에 따른 대형 산불까지 발발해 인명 및 재산 피해가 커지고 있다. 영국은 기록적인 폭염에 국가 비상사태에 준하는 적색 폭염경보를 사상 최초로 발령했다.○ 佛 지롱드, 여의도 넓이 34배 불타16일 프랑스 남서부 지롱드주 당국에 따르면 최근 주내 랑디라스에서 발생한 후 빠르게 번진 산불로 서울 여의도 넓이의 34배인 1만 ha가 불탔다. 최소 1만2200명의 주민이 대피했다. 당국은 1000명이 넘는 소방관을 동원해 진화에 나서고 있지만 폭염이 워낙 심각해 진화가 쉽지 않은 상태다. 앞서 12일 지롱드의 최고기온은 40도에 달했다. 지롱드는 와인 산지로 유명한 보르도가 있는 지역이다. 스페인 역시 섭씨 45.7도에 달하는 이례적인 폭염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16일 수도 마드리드 당국은 청소 노동자가 폭염으로 숨졌다고 밝혔다. 중부 카스티유와 레온, 서부 에스트레마두라 등에서도 산불이 발생해 주요 유적지, 국립공원 등이 위협받고 있다. 역시 섭씨 40도를 웃도는 무더위가 이어지는 포르투갈에서도 이달 7∼13일 1주일간 238명의 초과 사망자가 발생했다. 초과 사망은 특정 시기에 통상적으로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사망 건수를 넘어선 수치를 말한다. 238명의 초과 사망자 대부분이 폭염에 따른 사망자일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포르투갈에서도 곳곳에서 산불이 발생해 3만 ha가 넘는 면적이 탔고 300명 이상이 대피했다. 당국은 비상사태를 선포한 후 소방관 3000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펼치고 있지만 역시 진화가 쉽지 않다. 스페인 접경지대인 서부 포스코아에서는 진화 작업을 하던 소방기가 추락해 조종사가 숨졌다.○ 英, 최초로 폭염경보 발령유럽 각국은 서둘러 긴급 대책을 내놓고 있다. 영국 기상청은 18, 19일 수도 런던을 비롯한 여러 지역에 처음으로 적색 폭염경보를 발령했다. 국가 비상사태에 준하는 수준의 경보다. 교통당국은 “꼭 필요한 상황이 아니면 대중교통 이용을 피해 달라”고 당부했다. 폭염으로 철로가 늘어나 휘어지는 등 각종 대중교통 기반시설이 손상될 우려를 대비한 조치다. 영국 기상청은 조만간 최고기온이 사상 처음으로 섭씨 40도를 넘을 것으로 예측했다. 전선과 신호 장비의 점검도 강화하기로 했다. 벨기에 정부 역시 기온이 섭씨 28도를 넘을 때 즉시 가동하게 돼 있는 폭염 대책을 17일 발령했다. 폭염에 따른 취약계층을 주기적으로 관리하고 생수 등을 서둘러 배급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