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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앗! 이럴 수가….’ 24일 화성종합경기타운에서 열린 중국과의 2013 동아시안컵 2차전 한국 대표팀 선발명단을 접한 현장 기자들은 대부분 당황했다. 23일 경기 파주 축구대표팀트레이닝센터(NFC) 훈련을 지켜보고 20일 호주전(0-0 무승부)과 비교해 1∼2명 정도 바뀔 것으로 전망했으나 무려 9명이 새롭게 선발로 나온 것이다. 홍명보 감독이 “변화를 많이 줄 것”이라고 했지만 훈련 내용상 크게 바뀌지 않겠다는 게 전반적인 분위기였다. 호주전에 선발로 뛰었던 골키퍼 정성룡(수원)과 왼쪽 날개 윤일록(서울)만 다시 나왔고 최전방 공격수 서동현(제주)을 비롯해 좌우 날개 염기훈(경찰)과 조영철(오미야) 등 9명이 새롭게 등장했다. 골키퍼는 잘 바꾸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10명 중 9명, 90%를 바꾼 셈이다. 통상 변화를 주기 위해 최대 2∼3명 정도를 바꾸는 관례를 벗어난 과감한 용병술이다. 왜 그랬을까. 전문가들은 홍 감독이 두 가지 목적을 가진 것으로 보고 있다. 한준희 KBS 해설위원은 “홍 감독이 이번 대회를 통해 확실하게 옥석을 가리려는 뜻이다. 짧은 시간 안에 많은 선수의 능력을 테스트하는 가장 좋은 수단은 경기 출전”이라고 말했다. 신태용 전 성남 감독도 “홍 감독의 머릿속엔 2014년 브라질 월드컵을 향해 가고 있다. 경기를 통해 옥석을 확실하게 가리겠다는 생각”이라고 거들었다. 훈련을 하는 것과 경기에 출전하는 것은 천지 차이다. 특히 27연속 무패행진(16승 11무)으로 ‘공한증(恐韓症)’을 심어주다 2010년 2월 첫 패배를 0-3 완패로 당했던 중국은 꼭 다시 무너뜨려야 할 상대. 그만큼 부담 가는 경기지만 반대로 이런 부담을 떨쳐내고 잘 싸운 선수를 가려낼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한 위원은 “일본보다는 중국이 부담 없어 테스트의 장으로 활용한 것 같다. 이렇게 선수를 모두 평가하면 홍 감독으로선 28일 일본전에 더 집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홍 감독이 이번 선발명단 전면 교체로 ‘보장된 주전은 없다’는 것을 공공연히 보여줘 대표팀 내 무한경쟁을 유도했다는 분석도 있다. 한국은 이날 경기를 주도하고도 중국과 0-0으로 비기고 2연속 무승부에 그쳤지만 홍 감독은 만족한 표정으로 그라운드를 나섰다. 홍 감독은 “첫 골과 첫 승리보다는 미래가 더 중요하다. 이번 대회에서 가급적 많은 것을 얻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두 경기로 선수들을 봤으니 이젠 일본전에 총력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한국은 28일 오후 8시 잠실주경기장에서 일본과 최종전을 벌인다.한국 여자팀은 중국에 1-2로 패배 이에 앞서 열린 여자부 경기에서는 한국이 중국에 1-2로 져 21일 북한전 1-2 패배에 이어 2연패했다. 한국은 중국전 2승 4무 24패의 절대 열세를 보였다.화성=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골을 터뜨리기 위해서는 공격도 수비처럼 유기적인 조직력이 필요하다.” 홍명보 축구대표팀 감독은 23일 경기 파주 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에서 열린 인터뷰에서 ‘골 결정력 부재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개인 능력보다는 수비 라인과 같이 짜임새 있는 조직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다’는 질문에 “맞다”고 답했다. 골을 잡아내는 선수들의 개별 능력이 두드러지지 않기 때문에 협력 플레이로 골을 만들어 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최전방 골잡이만이 아니라 좌우 날개, 공격형 미드필더까지 한 발 더 뛰는 기동력과 짜임새 있는 조직력으로 골을 터뜨려 ‘첫 승’을 이루겠다는 뜻이다. 24일 오후 8시 화성종합경기타운에서 열리는 중국과의 2013 동아시안컵 남자부 2차전의 관전 포인트는 한국 공격 라인의 파괴력이다. 20일 호주와의 첫 경기에서 25개의 슈팅을 날리고 1골도 뽑아 내지 못한 한계를 조직력으로 넘어서겠다는 게 홍 감독의 계획이다. 홍 감독이 중국에 다시 ‘공한증(恐韓症)’을 불어넣기 위해 선택한 카드는 장신(196cm) 공격수 김신욱(울산). 중국전을 앞두고 이날 열린 마지막 훈련에서 김신욱은 선발을 상징하는 흰색 조끼를 입고 전술 훈련을 했다. 호주전 선발 김동섭(성남) 대신 최전방 원톱에 투입돼 골을 사냥하는 임무를 맡는다. 왼쪽 날개는 윤일록(서울) 대신 고무열(포항)이 투입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신욱은 올 시즌 K리그 클래식에서 12골(득점 2위)을 잡아 울산을 1위로 끌어올린 골잡이다. 고무열도 소속팀에서 탁월한 공간 침투로 올 시즌 5골을 터뜨려 국내파로만 이뤄진 포항 돌풍을 이끌고 있다. 홍 감독은 김신욱과 고무열에게 처진 스트라이커 이승기(전북), 오른쪽 날개 고요한(서울)과 서로 자리를 옮기며 골을 잡아내라는 ‘특명’을 내렸다. 홍 감독은 “호주전에서 우리 선수들은 페널티박스 안에서 볼을 처리한 뒤 2차 움직임이 없었다. 이번엔 슈팅이나 패스를 하고 다시 빈 공간을 파고들라고 강조했다. 그래야 더 많은 골 기회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홍 감독은 수비형 미드필더로 공수를 조율하는 하대성(서울)과 이명주(포항), 그리고 왼쪽부터 김진수(니가타)-김영권(광저우)-홍정호(제주)-김창수(가시와)로 이어지는 포백 라인은 흔들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호주전에서 강한 압박과 빠른 공수 전환을 잘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좌우 윙백 김진수와 김창수도 적극적인 오버래핑으로 골 사냥을 돕는다. 중국에 27연속 무패(16승 11무) 행진을 하다 2010년 0-3으로 패한 한국이 자존심을 회복할 방법은 오직 승리밖에 없다는 게 대표팀의 각오다.파주=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바꿔’, ‘뚫어’. 22일 경기 파주 축구대표팀트레이닝센터(NFC)에서 비가 간간이 내리는 가운데 진행된 한국 축구대표팀 훈련은 이 두 단어로 요약할 수 있다. 20일 열린 호주와의 2013 동아시안컵 남자부 1차전에서 25개의 슈팅을 날리고도 단 한 골도 넣지 못한 골 결정력 부재를 해결하고 테스트를 하기 위해 가급적 많은 선수를 투입하겠다는 홍명보 감독의 의중을 엿볼 수 있었다. 홍 감독은 선수들이 워밍업을 마치자 3개조로 나눠 볼 뺏기 훈련을 시킨 뒤 곧바로 전술훈련에 들어갔다. 원톱에 김신욱(울산)을 놓고 좌우 날개에 고무열(포항)과 고요한(서울), 그리고 좌우 윙백에 김진수(니가타)와 김창수(가시와)를 내세워 수비라인에서 공격라인으로 볼이 잘 연결되도록 짰다. 호주전 선발 원톱이었던 김동섭(성남) 대신 김신욱, 왼쪽 날개 윤일록(서울) 대신 고무열을 투입한 것이다. 이후 선수들을 골고루 바꿔가면서 훈련을 시켰다. 24일 오후 8시 화성종합경기타운에서 열리는 중국과의 2차전 땐 선수를 대폭 바꿀 수 있음을 암시하는 훈련이었다. 홍 감독은 공식 훈련이 끝난 뒤 수비수 황석호(히로시마)와 장현수(도쿄)에게 미드필드에서 오는 볼을 걷어내고 바로 좌우 날개로 길게 볼을 연결하는 ‘특별 훈련’도 시켰다. 황석호와 장현수는 호주전 중앙 수비수 김영권(광저우)과 홍정호(제주)의 대체 카드다. 전술훈련은 중앙 미드필드에서 볼을 잡으면 좌우 윙백으로 연결했다 다시 중앙 미드필더, 그리고 다시 좌우 날개로 연결해 중앙으로 볼을 띄워 주는 훈련에 집중했다. 김신욱과 김동섭, 서동현(제주) 등 스트라이커는 좌우에서 올라오는 볼을 바로 슛으로 연결했다. 중국이 밀집수비로 나올 것에 대비한 골 사냥 훈련이었다. 21일 열린 중국과 일본 경기(3-3 무승부)를 관전한 뒤 실시한 훈련이었다. 중국은 먼저 수비를 두껍게 한 뒤 좌우 날개는 물론이고 윙백까지 가담하는 역습 플레이를 주로 썼다. 홍 감독은 김신욱 등 골잡이에게도 ‘특별 슈팅 훈련’을 시켰다. 한국은 중국에 16승 11무의 절대 우세를 지키다 2010년 2월 동아시안컵 때 0-3으로 완패한 한을 이번에 갚아야 한다. 한준희 KBS 해설위원은 “중국은 호주와 달리 역습이 강하다. 한국으로선 골 사냥 능력과 함께 수비라인을 제대로 점검받는 장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파주=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한국 태권도가 종주국의 자존심을 되찾았다. 한국은 21일 멕시코 푸에블라 전시장에서 열린 제21회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에서 남자 63kg급 이대훈(21·용인대)과 여자 57kg급 김소희(21·한국체대)가 각각 금메달을 추가했다. 이로써 한국은 남자부에서 금 3개, 은 1개, 동 1개를, 여자부에서 금 3개, 은 1개를 획득해 대회 마지막 날 결과에 상관없이 남녀 동반 종합우승을 확정했다. 한국의 성적은 2001년 제주대회 이후 최고다. 남녀 동반 우승은 2007년 베이징 대회 이후 6년 만이다. 한국 남자태권도의 간판 이대훈은 결승에서 홈 코트의 아벨 멘도사(멕시코)를 3회 28초를 남기고 16-4로 제압해 ‘12점 차 승’을 거두며 2011년 경주대회에 이어 대회 2연패를 달성했다. 이대훈은 8-0으로 앞서던 2회전 초반 상대에게 얼굴 공격을 허용해 코뼈가 부러지는 부상을 입고도 포기하지 않는 투혼을 발휘했다. 이대훈은 8강전에서 2012년 런던 올림픽 결승에서 패한 호엘 곤살레스(스페인)에게 20-7(12점 차 승)로 이기는 등 이날 RSC(Referee Stop Contest)로 승리한 준결승을 제외하고 4경기에서 ‘12점 차 승’을 거두는 압도적인 기량을 과시했다. 이대훈은 “이번 대회 직전 결승 상대인 멘도사와 멕시코시티에서 열린 친선경기에서 겨뤄 본 게 큰 힘이 됐다. 당시 서든데스에서 이겼는데 체력훈련을 많이 해 끝까지 밀어붙일 수 있었던 게 승인”이라고 말했다. 김소희는 일본 여자선수로는 사상 처음으로 결승에 오른 하마다 마유를 15-8로 제압하고 국제대회 첫 우승의 감격을 맛봤다. 김소희는 그동안 국가대표로 세 차례 국제대회에 출전했지만 금메달은 획득하지 못했다.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가 열리는 멕시코 푸에블라는 지구촌 곳곳에서 태권도를 전파하고 있는 한국 사범들의 집합소다. 미국과 캐나다, 독일은 물론이고 아프리카, 중동 등에서 지도자 생활을 하며 각국 대표팀 감독까지 하는 한국인이 많다. 그런데 사범들은 공통적으로 “태권도가 해외에서 인기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종주국 한국을 닮아가 안타깝다”고 말한다. 멕시코시티에서 오랜 세월 지도자 생활을 하고 있는 박상권 씨는 “여기도 한국과 같이 태권도가 어린이 스포츠로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멕시코의 태권도 인구가 약 200만 명이지만 이 중 성인이 차지하는 비중이 줄고 있다는 얘기다. 박수남 독일태권도협회장도 “독일 태권도 인구가 5만 명인데 이 중 40세 이상은 4000∼5000명 수준이다. 일본 가라테의 경우 약 20만 명이 수련하고 있고, 이 중 6만여 명이 40세 이상이다”고 말했다. 사회 곳곳에서 힘을 발휘하고 있는 성인들의 비중이 많은 가라테의 미래가 더 밝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한국에서 태권도는 어느 순간 무도에서 스포츠가 됐고, 성인 스포츠가 아닌 어린이 스포츠가 된 지도 오래됐다. 과거 어른들이 몸과 마음을 수양하기 위해 도장을 다니던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이젠 어린이들이 영어, 수학 학원 다니듯 잠깐 도장에 다닌 뒤 커가면서 잊어가는 스포츠가 됐다. 이런 현상이 세계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니 우려를 낳고 있다. 요즘 스포츠는 올림픽 정식 종목이 아니면 살아남기 힘든 시대가 됐다. 태권도는 2월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집행위원회에서 2020년 올림픽 핵심 종목 25개에 포함됐다. 하지만 고대 올림픽부터 줄곧 명맥을 이어온 레슬링과 가라테 등의 거센 도전을 받고 있어 영구히 살아남는다는 보장이 없는 상태다. 어린이 스포츠가 아닌 대중 스포츠가 되지 않으면 인기는 떨어질 것이고 그렇다면 IOC도 버릴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하지만 태권도계는 ‘글로벌 스포츠’란 자부심에 빠져 이런 위기의식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태권도의 본산 국기원과 세계태권도연맹(WTF), 대한태권도협회는 늘 엇박자를 내고 있고, 태권도의 발전보다는 자신들의 이익만을 좇고 있는 형국이다. 4선에 성공한 조정원 WTF 총재가 “3개 단체와 태권도의 발전을 협의하겠다”고 말했듯 태권도인들은 한마음으로 ‘태권도의 대중화’를 꾀하는 노력을 해야 가라테의 전방위 공격을 막아 낼 수 있다. 무도와 스포츠를 분리해 국기원이 성인 대중에게 무도를 전수하고, WTF와 협회가 스포츠에 집중해야 한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푸에블라에서양종구 스포츠부 차장 yjongk@donga.com}

경기 종료 11초 전 8-9로 역전. 자칫 질 수도 있는 상황. 김소희(19·한국체대)는 비디오 판정을 신청한 박정우 코치(37)의 눈을 쳐다봤다. ‘넌 할 수 있어’란 메시지에 심호흡을 하며 마음을 다잡았다. 심판이 상대의 마지막 발차기 공격이 머리 부분에 맞지 않았다고 판단해 3점을 무효화했다. 8-6으로 정정돼 다시 시작된 경기에서 김소희는 1점을 허용했지만 8-7로 경기를 마쳤다. 김소희는 박 코치에게 달려가 끌어안고 기쁨을 함께했다. 김소희가 16일 멕시코 푸에블라 전시장에서 열린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 여자 46kg급 결승에서 아나스타샤 발루예바(러시아)를 극적으로 꺾고 대회 2연패에 성공했다. 김소희의 금메달은 박 코치와의 찰떡궁합이 만들어낸 합작품이다. 임태희 용인대 교수(38·스포츠심리학)는 “심리학적으로 경기력에 가장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요소가 선수와 지도자의 신뢰다. 서로 믿어야 흔들리지 않는 법이다. 김소희와 박 코치는 그런 점에서 가장 좋은 신뢰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소희는 서울체고 시절 3년간 박 코치의 지도를 받았다. 한국체대에 진학한 뒤 1년여 동안 떨어져 있다 박 코치가 올 4월 대표팀에 합류하며 다시 함께 땀을 흘렸다. 김소희는 “지난해 슬럼프가 찾아와 고생했는데 박 선생님을 다시 만나 조언을 받으며 좋아졌다. 오늘도 박 선생님 눈빛을 보고 점수가 인정돼도 다시 역전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졌다”고 말했다. 김소희는 대표팀 최고참 이인종(31·삼성에스원)처럼 오랫동안 꾸준하게 선수 생활을 하는 게 목표다.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 출전할지는 고민 중이다. 올림픽은 49kg급부터 있어 체중을 올려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스피드가 떨어져 어떤 결과를 낼지 미지수기 때문이다. 남자 58kg급 결승에서는 태극마크를 처음 단 차태문(22·나사렛대)이 모스테안 토론(이란)에게 9-8로 짜릿한 역전승을 거두고 처녀 출전한 국제대회에서 금메달을 획득했다. 차태문은 1라운드에서 돌려차기로 얼굴 공격을 당하는 등 1-4로 끌려다니다 2라운드에서 5-7로 격차를 좁혔다. 차태문은 3라운드에서 왼발 내려차기로 얼굴을 때리며 8-7로 뒤집어 승기를 잡았다. 한국은 대회 첫날 두 개의 금메달을 싹쓸이하며 명예회복의 첫 단추를 잘 끼웠다. 한국은 2011년 경주 대회에서 남자부가 20회 연속 종합 우승을 노리다 이란에 처음으로 종합우승을 내줬다. 여자부에서는 2009년 코펜하겐 대회에서 중국에 내준 종합 1위를 되찾았지만 금메달 수(금1 은2 동3)에서 중국(금2 은2)에 뒤져 종주국의 자존심을 구겼었다.푸에블라=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선수들이 금메달로 저의 컴백을 환영해주네요.” 한국이 16일 열린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 첫날 2개의 금메달을 싹쓸이하자 김영훈 대표팀 단장(54·사진)은 활짝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김 단장은 프로축구 전남 드래곤즈 단장 출신이다. 축구인에서 태권도인으로의 변신인 셈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태권도 선수 출신이다. 서울체고와 한국체대를 거친 엘리트 태권도 선수 출신이다. 김 단장은 선수생활을 은퇴하고 남제주고와 안양시청 코치를 잠시 거친 뒤 고향인 전남 광양에서 태권도장과 광양시 태권도협회장 등을 하며 체육회 일에 관여했다. 광양시 체육회 사무국장 등을 거치며 1994년 전남 창단을 적극적으로 돕는 등 축구 발전을 위해서도 열성적으로 일해 ‘축구인’으로 비치기도 했다. 그는 유명 축구 선수들의 100m 기록까지 외울 정도로 ‘축구광’이다. 광양시의원 등을 하다 2008년 전남의 단장을 하게 된 배경이다. 올 2월까지 4년여 동안 이천수(인천)의 계약 파문, 2011년 프로축구 승부조작 사건 등 힘든 사건을 모두 거치면서도 팀을 잘 지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사실 태권도를 밖에서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싶은 생각이 많았다. 10년여의 공백이 있지만 밖에 있으면서 태권도의 문제점을 많이 발견했다. 기회가 주어진다면 지금부터 태권도 발전을 위해 조금이나마 도움을 주고 싶다.” 대한태권도협회는 태권도인 출신으로 축구 등 스포츠 행정에 대한 다양한 경험을 한 김 단장을 중용해 태권도 발전을 꾀할 계획이다.푸에블라=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변화와 개혁을 계속 추진할 것이며 북한과도 함께 가도록 노력하겠다.” 15일 멕시코 푸에블라 전시장에서 열린 세계태권도연맹(WTF) 총회에서 만장일치로 4선에 성공한 조정원 총재(66)는 새로운 도전을 강조했다. 태권도는 공정성을 강화하고 박진감 넘치는 경기를 펼쳐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 성공을 거뒀고, 결과적으로 2020년 올림픽 핵심종목으로 살아남았다. 조 총재는 홍문종 새누리당 의원이 출마하려다 포기하는 바람에 단독 출마가 돼 투표 없이 박수로 재추대됐다. 2004년 6월 김운용 전 총재의 잔여 임기 10개월의 WTF 수장에 선출된 조 총재는 2005년과 2009년에 이어 4선에 성공했다. 임기는 4년이다. 조 총재는 지난 9년의 재임 기간 동안 판정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전자호구 시스템과 즉시 비디오 판독제 등을 도입했다. 또 태권도를 보다 재미있는 경기로 탈바꿈시키기 위해 차등점수제를 채택했고 규정을 손질하는 등 끊임없는 변화를 이끌어 왔다. 이런 노력의 결과로 올림픽 퇴출 종목 후보로 거론되던 태권도가 2020년 올림픽의 25개 핵심종목에 포함됐다. “레슬링이 올림픽에서 빠질지 누가 알았겠나. 변하지 않는 스포츠는 대중이 외면한다는 것을 레슬링이 증명했다. 태권도가 지구촌 대중이 원하는 스포츠가 되도록 박차를 가하겠다.” 조 총재는 “태권도는 한국문화를 세계에 전파하는 데 큰 역할을 한다. 전 세계에서 태권도를 하는 사람들은 한국을 잘 알고 있고 김치와 된장도 안다. 그만큼 대한민국의 발전을 위해 큰 도움을 주고 있는 스포츠다. 더욱 세계 속으로 나아가기 위해선 딸을 시집보내듯 태권도를 세계 속으로 내보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이 종주국이라고 한국 사람들이 독점하면 안 된다는 뜻이다. 조 총재는 WTF를 처음 맡으면서 “나는 이제 한국인이 아니라 국제인”이라고 강조했다. 전 세계 205개 가맹국과 가족같이 함께 가겠다는 의미다. 조 총재는 북한계 단체인 국제태권도연맹(ITF)과도 함께 갈 뜻을 밝혔다. 그는 3월 유럽에서 북한의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인 장웅 ITF 총재를 만나 이에 대해 협의했다. 조 총재는 “원래 하나이던 태권도가 둘로 갈라졌다. 다시 원상태로 돌려야 한다. IOC 총회에서 올림픽 정식 종목이 확정되는 9월 초 이후 WTF와 ITF가 하나 되는 방법에 대해 장 총재와 협의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조 총재는 “사퇴를 결심한 홍 의원에게 감사한다. 한국이 하나 되는 모습에 세계도 박수를 보냈다. 국기원 이사장을 맡은 홍 의원, 그리고 김태환 대한태권도협회 회장과 태권도가 더욱 발전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겠다”고 약속했다. 한편 1988년 서울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이자 세계선수권 4연패를 한 정국현 한국체대 교수(51)는 14명을 뽑는 선출직 집행위원에 당선됐다.푸에블라=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2012년 런던 올림픽 태권도 남자 58kg급 은메달리스트 이대훈(용인대)은 평상시나 훈련할 때 계속 주문 같은 것을 외우고 다닌다. 임태희 용인대 교수(스포츠심리학)가 런던 올림픽 때부터 실시한 심리 프로그램에 따라 마음을 안정시키고 흥분하지 않도록 자신만의 ‘혼잣말’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에게 혼잣말은 관중이 많거나 상대가 강할 때 마음을 안정시키기 위해 주문같이 외우는 일종의 ‘신경안정제’다. 한국 태권도대표팀이 15일(현지 시간) 멕시코 푸에블라에서 개막하는 2013 세계태권도선수권에서 스포츠 과학의 도움을 받아 종주국의 자존심 회복에 나선다. 한국은 2011년 경주 대회에서 남자부가 20회 연속 종합 우승을 노리다 금메달 2개, 은메달 2개에 그쳐 이란(금3, 은1, 동2)에 종합우승을 내줬다. 여자부에서는 금1, 은2, 동3개로 2009년 코펜하겐 대회에서 중국에 내준 종합 1위를 되찾았지만 금메달 수에서 중국(금2, 은2)에 뒤져 종주국의 자존심 회복이 필요한 상황이다. 대한태권도협회(회장 김태환)는 임 교수의 제안에 따라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을 목표로 스포츠 과학을 본격적으로 태권도에 접목하는 시도를 시작했다. 태권도의 전력이 크게 기술과 체력, 심리의 3가지 요소에 영향을 받는다고 판단해 해당 분야 전문가를 합류시켜 훈련을 체계적으로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마련한 것이다. 한국은 런던 올림픽 때 남녀 2체급씩 4체급에 나서 금메달 1개와 은메달 1개를 따는 데 그쳤다. 하지만 이때부터 스포츠 과학을 처음으로 태권도에 체계적으로 접목했으며 점점 발전시켜 나가는 중이다. 이번 대회에서도 스포츠 과학의 지원은 계속된다. 특히 최근에는 대표팀의 경기력에 영향을 미치는 심리 프로그램 개발 및 적용에 중점을 두고 있다. 대표팀은 지난달 17일 시작된 국내 훈련 때부터 임 교수와 함께 체계적으로 ‘마음 훈련’을 해왔다.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남녀 금메달 2개 이상씩을 획득해 각각 종합우승을 차지하는 게 목표다. 남자부에서는 2연패를 노리는 이대훈과 2011년 유니버시아드 금메달리스트 김훈(한국체대·68kg급)에게 기대를 걸고 있다. 여자부에서는 역시 대회 2연패를 노리는 김소희(한국체대·46kg)와 31세의 노장 이인종(삼성에스원·73kg)이 금메달 후보다. 지난해 런던 올림픽 때 남녀 8개의 금메달을 8개국이 가져가는 등 세계 태권도의 수준 평준화가 가속화돼 더이상 종주국의 위상을 지키기 힘든 상황이다. 그래서 2016년 브라질 올림픽을 겨냥한 태권도의 새로운 시도가 그 어느 때보다 의미 있게 다가온다.푸에블라=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2011년 프로축구에서 터진 승부조작에 연루돼 영구제명 징계를 받고 그라운드를 떠나 봉사활동에 전념하던 ‘리틀 마라도나’ 최성국(30·사진)이 국내 무대에서 다시 뛸 수 있게 됐다. 한국프로축구연맹(권오갑)은 11일 서울 종로구 센터마크호텔에서 정기 이사회를 열고 승부조작 영구제명 징계선수 중 일부 선수의 징계를 경감하기로 결정했다. 당초 영구제명 징계를 받았던 선수 중 일부는 보호관찰기간을 거쳐 그라운드로 복귀시킬지를 판단하기로 했었다. 연맹은 이번 이사회를 통해 영구제명 대상자였지만 보호관찰 3∼5년과 봉사활동 300∼500시간의 징계를 받은 선수 중 봉사활동을 50% 이상 성실히 이행하고 개전의 정이 뚜렷한 선수들의 남은 보호관찰 기간을 경감하고 국내 그라운드로 복귀할 길을 열어주기로 했다. 이에 따라 톱스타였던 최성국도 그라운드에 복귀할 가능성이 생겼다. 단, 이들에 대해 영구자격박탈 징계를 내렸던 대한축구협회가 연맹의 결정을 수용해야 한다. 협회는 이르면 이달 중으로 연맹의 결정을 검토해 최종 수용 여부를 논의할 예정이다. 최성국은 영구제명 및 보호관찰 5년 징계를 받은뒤 약 2년이 지난 상태였다. 협회가 최종 결정을 내리면 최성국은 원하는 팀이 있으면 갈 수 있다. 연맹은 “이사들이 징계 대상자들의 선수 생명이 사실상 끝날 위기에 처했다는 점을 고려했다. 죄를 뉘우친 선수들 위주로 다시 기회를 주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날 봉사활동을 가다 이 소식을 접한 최성국은 “정말 감사하다. 다시 뛸 기회가 온다면 최선을 다해 인생 최대의 실수를 꼭 만회하겠다”며 울먹였다. 이용수 KBS 해설위원(세종대 교수)은 “축구인의 한 사람으로서 반가운 소식이다. 큰 잘못을 했지만 축구밖에 할 수 없는 선수들이 축구를 하지 못하면 어떻게 되는지 뼈저리게 느꼈을 것이다”고 말했다. 최성국과 함께 박정혜 어경준 박병규 성경일 윤여산 김인호 안성민 이상덕 김바우 이상홍 김형호 박지용 황지윤 백승민 권집 장남석 염동균 등 18명이 이번 연맹의 보호관찰 경감 대상이 됐다. 또 이훈과 김수연 김범수 이중원 이명철은 영구 자격박탈에서 1년 보호관찰 대상자가 됐고 김지혁과 박상철 임인성 주광윤은 승부조작 무혐의 판결에 따라 영구 자격박탈에서 자격정지 2년으로 경감됐다.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알렉스 퍼거슨 감독이 떠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가 흔들리길 바란다.” 지난달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명문 구단 리버풀의 스티븐 제라드가 영국의 한 언론과 한 인터뷰다. 27년간 맨유를 최강으로 이끈 퍼거슨 감독이 은퇴하고 에버턴을 지도하던 데이비드 모예스 감독이 사령탑에 오르자 맨유를 넘어보지 못한 라이벌 구단의 선수로서 바람을 얘기한 것이다. “또 다른 월드클래스 사령탑을 영입해 여전히 강호이지만”이란 단서를 달았지만 퍼거슨의 공백 속에 리버풀이 치고 올라갔으면 하는 희망을 담고 있었다. 다음 달 막이 오르는 2013∼2014시즌 프리미어리그에서 사령탑 이동에 따른 파급효과가 어떻게 나타날지에 팬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퍼거슨의 추천으로 그의 빈자리를 채운 모예스 감독은 에버턴 시절 함께한 코칭스태프를 불러들여 ‘새판 짜기’에 들어갔다. 모예스 감독은 자신과 ‘법정 공방’까지 벌여 이적을 고민하고 있는 팀의 간판 웨인 루니에게 “떠나지 말라”고 설득하는 등 선수단 장악에도 본격적으로 나섰다. 퍼거슨과 같은 스코틀랜드 출신인 모예스 감독은 2002년부터 에버턴을 이끌면서 유망주를 발굴해 정상급 선수로 키워냈다. 퍼거슨이 1990년대 중반 라이언 긱스, 폴 스콜스 등 ‘퍼거슨의 아이들’로 불리는 어린 선수들을 발굴해 맨유의 황금기를 이뤘듯 모예스 감독도 유명 선수 영입보다는 유망주를 키우는 ‘저비용 고효율’ 지도력을 보여줬다. 과연 ‘모예스의 아이들’이 등장해 맨유의 명성을 이어갈지가 관심사다.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레알 마드리드에서 첼시로 돌아온 ‘스페셜 원’ 조제 모리뉴 감독도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모리뉴 감독은 2004년부터 4년간 첼시에 리그 우승 2차례, FA컵 1차례 우승을 안겨준 뒤 이탈리아 인터 밀란과 레알 마드리드를 거쳐 다시 돌아온 ‘우승 청부사’다. 첼시 팬들은 모리뉴 감독이 모예스 감독이 이어 받은 맨유의 아성을 무너뜨리길 기대하고 있다. 스페인 FC 바르셀로나를 세계 최강으로 이끌고 다음 시즌부터 독일 바이에른 뮌헨을 지도할 주제프 과르디올라 감독의 행보도 관심거리다. 섬세한 패싱 플레이의 스페인 축구를 어떻게 독일 축구에 접목할지 주목된다.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번개’ 우사인 볼트(27·자메이카)가 지켜온 스프린트 제왕 5년 아성이 무너질 것인가. 8월 10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개막하는 국제육상경기연맹(IAAF) 세계선수권대회를 앞두고 볼트와 타이슨 게이(31·미국)가 벌이는 ‘총알 탄 사나이’ 대결이 관심을 끌고 있다. 게이가 이번 시즌 들어 상승세를 타면서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단거리 3관왕(100m, 200m, 400m 계주)을 시작으로 5년간 올림픽과 세계선수권을 석권한 볼트의 입지가 흔들릴 조짐을 보이고 있다. 게이는 5월 자메이카 킹스턴에서 열린 대회 남자 100m에서 9초86을 끊은 데 이어 6월 21일 미국 아이오와 주 디모인 대회에서 9초75의 시즌 최고기록을 세웠다. 5일 스위스 로잔에서도 9초79를 찍었다. 반면 볼트는 6월 21일 킹스턴에서 세운 9초94가 100m 시즌 개인 최고기록이다. 2009년 베를린 세계선수권에서 세운 9초58의 세계기록에 한참 처진다. 200m에서는 볼트가 앞섰다. 볼트는 7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IAAF 다이아몬드리그에서 19초73을 기록해 게이가 6월 24일 디모인에서 찍은 시즌 최고기록 19초74를 0.01초 앞당기며 우승했다. 100m에서 잃은 자존심을 200m에서 되찾은 셈이다. 2009년 베를린에서 100m와 200m(19초19)에서 상상을 초월한 세계기록을 세워 ‘외계인’으로 불린 볼트는 “컨디션이 올라오는 중이다. 걱정 마라”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예년과 달리 상승세가 저조해 우려를 낳고 있다. 볼트 등장 이전에 스프린트 킹이었던 게이로서는 올해가 볼트를 넘어설 절호의 기회다. 게이는 2007년 오사카 세계선수권에서 스프린트 3관왕에 오르는 등 주가를 높이고 있었다. 그러나 베이징 올림픽 때 볼트가 단거리 3관왕을 차지하면서 판도는 완전히 바뀌었다. 2011년 대구 세계선수권 때 게이는 부상으로 출전도 못했고 지난해 런던 올림픽 때도 볼트에게 다시 스프린트 3관왕을 내줬다. 볼트는 사상 최초로 올림픽에서 단거리 3관왕 2연패를 차지했다. 하지만 올해 들어 게이는 어느 때보다 좋은 시즌을 보내고 있고 볼트는 런던 올림픽 제패 후 안일함에 부진을 보이고 있다. 과연 세계선수권에서는 누가 웃을까.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우리의 목표는 4강이다. 이라크를 꺾고 새 역사를 써야만 한다.”(7월 7일 카이세리) 한국 청소년 축구대표팀의 수비수 송주훈(건국대)은 8일 터키 카이세리에서 열린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 월드컵 이라크와의 8강전을 앞두고 자신의 일기장에 각오를 적었다. 16세 때부터 일기를 써 온 송주훈은 이번 대회에도 일기장을 가져갔다. 지난달 22일 쿠바와의 첫 경기(2-1·승)를 앞두고 쓴 일기에는 이렇게 적었다. “모든 준비를 끝냈다. 월드컵이 끝났을 때 나는 더이상 국가대표가 아니다. 잘하기보다 최선을 다하자.”(6월 21일 카이세리) 예선에서 1승 1무 1패를 거둔 한국은 조 3위로 16강에 진출했다. 4일 콜롬비아와의 16강전(8-7·승부차기 승)을 앞두고 호텔을 나서기 전 송주훈은 다시 일기장을 펼쳤다. “곧 경기장으로 간다. 경기를 이기고 방에 와 일기장을 펼치고 싶다. 한 줌의 후회도 남기지 말고 죽기 살기로 뛰자.”(7월 4일 트라브존) 한국은 이라크와의 8강전에서 연장 접전 끝에 3-3으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4-5로 져 4강 진출에 실패했다. 하지만 결과보다 과정이 빛난 경기였다. FIFA는 “20세 이하 월드컵 역사상 가장 놀라운 클라이맥스로 끝났다”며 이 경기를 극찬했다. 한국은 전반 21분 알리 파에즈에게 페널티킥 선제골을 허용하며 위기를 맞았다. 4분 뒤 오른쪽 터치라인에서 심상민(중앙대)이 골문 앞까지 길게 던진 공을 권창훈(수원)이 헤딩으로 방향을 바꿔 동점골을 터뜨렸다. 한국은 전반 42분 추가골을 허용했지만 전반 막판 교체 투입된 이광훈(포항)이 후반 5분 헤딩으로 다시 골망을 흔들며 경기의 균형을 맞췄다. 전후반을 2-2로 마친 뒤 연장전에 나선 한국은 연장 후반 13분 실점하며 패색이 짙었지만 연장 종료 직전 투입된 정현철(동국대)이 경기 종료 15초 전 극적인 중거리 슛으로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120분간 혈투를 벌이며 끈질긴 추격전을 계속한 한국의 모습은 투혼 그 자체였다. 고비마다 절묘한 선수 교체를 한 이광종 감독의 용병술도 빛났다. 이번 대표팀은 조직력을 바탕으로 한 강한 압박과 빠른 역습으로 2009년 이후 4년 만에 이 대회 8강에 진출하는 성과를 냈다. 30년 만의 4강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한국 축구의 앞날에 기대를 걸게 했다. 경기 뒤 송주훈은 터키에서의 마지막이 될 일기를 적었다. “정말 아쉽다. 하지만 후회하지는 않는다. 누구보다 최선을 다했다. 4강 역사를 다시 쓰지는 못했지만 후회 없이 최선을 다한 경기이기에 위안이 된다. 3년 동안 고생하고 추억도 많이 쌓았는데 이제 이런 친구들과 함께 훈련을 하지 못한다니 아쉽다. 그렇지만 3년 뒤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우리 모두 훌륭한 선수가 돼 다시 만나기로 하자. 얘들아 고맙다.”(7월 8일 카이세리)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 “제민 - 광훈 잘했어, 고개 들어” ▼승부차기 실축, 수많은 변수 중 하나… 한 대회 2번 이상 성공한 팀 드물어 승부차기 4-4 상황에서 이라크의 6번째 키커 파르한 샤코르가 골을 넣고 환호하는 사이 한국의 두 선수는 고개를 그라운드에 묻고 한동안 침통한 표정을 지었다. 두 번째 키커로 나서 볼을 하늘로 날려 보낸 연제민(수원)과 6번째 키커로 슛이 골키퍼에게 막힌 이광훈(포항). 패배의 순간은 너무 허망했다. 이들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팬들에게 죄송합니다”라는 글까지 남겼다. 김병준 인하대 교수(스포츠심리학)는 이에 대해 “절대 미안해할 필요가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승부차기 실축은 120분간 경기에 더해 나올 수 있는 수많은 변수 중 하나일 뿐이다. 전후반, 연장 전후반에 골을 더 넣었다면 승부차기 자체가 없었을 것이다. 마지막에 확연하게 드러난 현상이라고 실축한 선수를 비난해선 절대 안 된다”고 지적했다. 한준희 KBS 해설위원도 “한국 선수들 정말 잘했다. 한 대회에서 두 번 이상 승부차기에서 성공하는 팀은 드물다”고 말했다. 승부차기는 ‘공포의 게임’이다. 권총 탄창에 탄알을 하나만 넣고 돌린 뒤 돌아가며 머리에 쏘는 ‘러시안룰렛’으로 불린다. 러시안룰렛처럼 실력보다는 운에 좌우되며 항상 희생양이 나오게 돼 있다. 1994년 미국 월드컵 브라질과의 결승 승부차기에서 이탈리아의 영웅 로베르토 바조가 실축하는 등 슈퍼스타들도 숱하게 고개를 숙였다. 국제축구연맹(FIFA)도 이런 측면을 인식하고 승부차기는 승부를 가리는 것으로만 인정하고 공식 기록엔 무승부로 기록하고 있다.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역시 최강희 감독은 K리그 스타일….’ 축구대표팀 사령탑에서 K리그로 복귀한 최강희 감독이 전북에 다시 ‘닥공(닥치고 공격) 본능’을 심어주고 있다. 7일 포항전용구장에서 열린 K리그 클래식 17라운드. 전북은 경기 시작 3분 만에 터진 박희도의 벼락 중거리 슛과 전반 9분 이동국의 멋진 터닝슛을 앞세워 홈팀 포항을 2-0으로 제압했다. 최 감독이 복귀한 뒤 2승 1패. 전북은 이날 승리로 승점 27로 8위에서 5위로 뛰어 올랐다. 포항(승점 32)은 2위 울산이 수원과 0-0으로 비기며 승점 31에 그치는 바람에 1위를 유지했다. 요즘 K리그에선 최 감독이 연일 화제다. 대표팀 사령탑 시절 기성용(스완지시티)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린 비판성 글에 대해 최근 “비겁하게 직접 찾아와서 얘기해야지”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기성용이 5일 사과문을 발표하자 최 감독은 7일 “난 누구를 미워해본 적이 없다. 다 끝난 일이 지금 와서 논란이 돼 아쉽다. 기성용은 월드컵에서 한국축구를 위해 큰일을 해야 하기 때문에 열심히 하길 바란다”고 ‘제자’를 감쌌다. 보상 자살골도 신선한 감동을 줬다. 3일 당시 전북이 2-1로 앞선 가운데 부상 선수 때문에 성남 골키퍼가 사이드라인 밖으로 찬 볼을 경기를 재개하면서 전북 이동국이 골키퍼에게 다시 차준다는 게 골이 되는 어이없는 일이 벌어졌다. 최 감독은 “우리 골문에 골을 넣어라”며 골키퍼 최은성에게 자살골을 넣게 해 2-3의 패배를 감수했다. 한편 서울은 성남을 홈으로 불러들여 3-0으로 완파하고 2연패에서 벗어났다.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학창시절. 30년을 넘게 산 독수리가 예리하고 견고했던 부리와 발톱이 안으로 휘어들어 더는 사냥이 어렵게 되면 돌산으로 은둔해 부리와 발톱이 빠질 때까지 바위를 쪼아대고 바위를 간다는 얘기를 책으로 접했다. 처절한 사투 끝에 새 부리와 발톱이 자라면 독수리는 다시 낡은 깃털을 뽑아 새 깃털을 나게 한 뒤 30년간 ‘제2의 인생’을 더 살게 된다는 것이다. 자기와의 피나는 싸움을 통해 고난을 이겨 내고 새 삶을 산다는 것에 감명을 받았다. 그때부터 ‘나도 지금 삶에서 만족하지 못하면 새 인생을 개척하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고어텍스 코리아에서 이사로 잘나가다 2008년 사표를 내고 ‘신발 병원’ 슈클리닉을 차린 이민용 사장(54). 찾아온 고난을 이겨 낸 독수리와는 달리 인생 최고의 정점에서 내린 결정이지만 뭔가 새로운 일을 하지 않으면 삶 자체가 무의미하게 끝날 것 같았다. 10년 동안 1년의 3분의 1 이상을 해외 출장으로 보내며 회사 규모를 25배가량 성장시켰다. 업계에선 늘 ‘최고’란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진정한 내 인생’이 아닌 것같이 느껴졌다. 그래서 처음부터 시작하기로 맘을 먹었다. 다시 태어나는 마음으로 새로운 일에 도전했다. 그런데 왜 하필 신발 병원이었을까. 대학을 졸업하고 제화업계에서 일한 뒤 아웃도어 업체에 원단을 공급하면서 항상 ‘혼자 할 수 있는 사업’에 대해 시장 분석을 하고 있었다. 자본 투자가 적고 남들이 하지 않아야 한다는 게 최우선 사업 아이템이었다. 그러던 중 고객들이 수십만 원짜리 고가 등산화를 버리지 않고 보관하는 것을 지켜봤다. 창이 닳아 더 신을 수 없는 상태였는데 수년 동안 함께한 신발이라 쉽게 버리지 못하는 것이었다. 신발 판매 업체가 수선해 주지만 조금 신다 보면 역시나 못 신을 상태가 됐다. 밑창 위쪽 가죽이나 천은 그대로인데…. 이거다 싶었다. 이 사장은 정든 신발을 버리지 못하는 고객을 위해 신발을 고쳐 주는 사업을 구상하기 시작했다. 그동안 소위 ‘구둣방’ 등을 통해 많은 사람이 해 온 신발 수선의 개념이 아니라 병을 완전히 고쳐 주는 일종의 ‘착한 신발 병원’으로 생각하고 사업을 준비했다. 대학시절 교내에서 구두 수선 아르바이트를 한 경험도 신발 병원의 성공에 확신을 줬다. 용돈을 벌기 위해 교내 구두 수선 아저씨 밑에서 구두를 닦고 수선해 줬다. 교수들과 각 과의 학과장은 물론 총장까지도 구두를 애지중지하며 닦고 수선해서 신는다는 사실을 알았다. 새로운 신발을 하나 구입해도 되지만 수년간 함께한 신발에 대한 애정이 남아 있다는 것을 그때 몸으로 느낀 것이다. 특히 아웃도어 등산화의 경우 고가 브랜드가 많다. 최근 등산 열풍이 불면서 너도나도 고가 브랜드를 사고 있어 ‘수요’는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사표를 낸 뒤 부산으로 향했다. 한국이 수출산업에 집중하던 1970, 80년대 신발 장인들은 부산에 모여 있었다. 지금은 노동 집약형 산업이 중국과 동남아 등으로 나가는 바람에 수선공으로 전락했지만 한때 공장장까지 했던 ‘장인’들이 부산에 많이 살고 있었다. “아니 멀쩡한 직업 놔두고 왜 이런 힘든 일을 하려고 해”라는 반응이었지만 이 사장은 나이 지긋한 수선공들을 쫓아다니며 신발을 제대로 고치는 기술을 1년간 배웠다. 2009년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서 신발 병원을 개업했다. 생각은 좋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신발 병원이라고 내세웠지만 그저 신발 수선 가게 정도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았다. 처음엔 일할 사람도 구하지 못해 아내와 함께 신발을 고쳤다. 넥타이에 정장을 입고 사무실에서 일하던 때완 완전히 다른 삶이었다. 한마디로 막노동이었다. 고장 난 신발이 오면 상태를 점검하고 밑창을 떼어 낸다. 가죽과 천의 상태가 좋으면 바로 신발 크기에 맞는 발 모형을 삽입하고 맞는 밑창을 찾아 꼭 맞게 붙여 주는 작업을 한다. 모두 수작업이고 밑창을 결합할 때만 강하게 압박하는 기계를 사용한다. 일을 시작하고 74kg이던 몸무게가 64kg까지 줄었다. 왜 이 일을 시작했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 만했다. 하지만 애지중지하던 신발이 새롭게 태어난 것을 보고 즐거워하는 고객의 모습에서 즐거움을 찾았다. 신발 병원에 대한 입소문을 듣고 찾아오는 고객도 늘고 있다. 한 고객에 대한 일화다. 등산을 수십 년째 즐기면서 10여 개의 등산화를 신다가 아까워 버리지 못하고 있었단다. 왜 신지도 못하는 신발을 쌓아 두느냐는 아내의 원성에 다 버리고 가장 아끼는 것 하나 남았을 때 슈클리닉 소문을 들었단다. 그 애장 신발이 새롭게 태어난 것을 보고 “왜 이런 신발 병원이 있는 줄 몰랐는지 정말 아쉽다. 그럼 버리지 않아도 됐을 텐데…”라며 하소연을 했단다. 이젠 하루에 250∼300켤레의 ‘아픈’ 신발이 병원에 쇄도한다. 아직은 대부분 아웃도어 업체에서 고칠 신발을 보내 주는 것이다. 약 10%가 자발적으로 찾아오는 고객. 신발을 고치는 데 5∼10일 걸린다. 이 사장은 신발 고치는 일을 ‘외과수술’에 비유한다. 병원에서 아픈 사람을 치료하듯 신발도 수술을 통해 완전히 새롭게 만든다는 의미에서다. 이젠 신발 병원 식구도 늘어 창 분리, 세척, 미싱 및 바느질, 창 부착 및 압박 등을 10명이 분담해 하고 있다. 사장이라고 지시만 하진 않는다. 앞치마를 입고 직원들과 똑같이 일한다. 바쁠 땐 아내까지 불러 함께 일한다. 기존 큰 기업에서 일하던 기술자도 속속 합류했다. 아직 업체가 작지만 충분히 성장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10명이 형 동생, 누나, 오빠 하며 즐겁게 지내는 게 좋단다. 이 사장은 자신을 포함해 직원 10명을 ‘신발 병원 특공대’로 부른다. 이 사장은 아들 해진 씨(25)에게도 신발 분야에서 일하도록 유도했다. 고교시절 진로를 정하지 못하는 아들과 함께 산을 오르며 신발의 미래에 대해 얘기를 했다. ‘사람이 신발 없인 절대 살 수 없다. 일은 좀 힘들지만 전망은 밝다’는 게 요지. 30년간 제화 및 아웃도어 업계에서 일한 아버지를 지켜봐 와서인지 선뜻 국내 유일의 신발지식공학과(부산 동서대)를 택해 공부했다. 현재 군복무 중인 해진 씨는 아직 아버지와 함께 신발 병원에서 일할지, 제화업계에서 일할지 정하진 않았다. 하지만 장기적으론 아버지의 업을 잇겠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이 사장은 신발 병원을 열고 두 가지에서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 먼저 버려질 신발을 자신의 인생처럼 ‘다시 태어나게 해’ 고객들이 새롭게 신을 수 있는 것을 보며 이렇게도 경제적 이익을 창출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사실 고쳐서 신을 수 있는 신발이 1년에 수십만 켤레다. 경제적 손실이 그만큼 크다. 또 하나는 단순하게 신발 고치는 업이지만 자원의 재활용을 통해 환경을 보호하는 공익사업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인생철학도 바뀌었다. “신발을 고쳐 주다 보니 잘나갈 때 안 보이던 게 보이더라고요. 사람은 어느 순간 자만하게 되거든요. 아래는 잘 안 보입니다. 그런데 땀 흘려 일하는 게 인간의 본성이고 이렇게 땀 흘려 일하다 보니 겸손해집니다. 힘들게 버는 돈이라 더 소중하게 쓰려고 노력합니다. 어떻게 보면 하찮은 일처럼 보이지만 이 작은 일을 통해 서로가 즐거움을 찾을 수 있습니다. 아무도 생각지 못한 일을 하면서 도전 의식이 생기기도 합니다.” 이 사장은 장기적으로 신발 병원을 브랜드화할 계획이다. 아픈 신발을 새롭게 고쳐 신을 수 있는 병원을 전국에 만드는 게 목표다. 현재는 비용을 감안해야 하는 현실 탓에 고가의 등산화를 고쳐 주는 일에 집중하고 있지만 조깅화 축구화 등 스포츠 브랜드도 취급할 계획이다. 지금도 부탁이 오면 축구화 등도 고쳐 주는데 아직 수요가 많지는 않다. 등산화 하나 고치는 데 4만∼6만 원이 든다. 이 돈을 투자하면 새 신발 못지않게 된다. 상담은 홈페이지(www.shoeclinic.co.kr)나 070-4118-1163으로 하면 된다. 새 등산화는 사용 빈도에 따라 다르지만 약 5년에서 10년을 신는다. 최대 15년까지 신을 수도 있다. 고쳐 신을 경우 3년 이상 더 사용할 수 있다. 창 위 가죽이 상하지 않는다면 2, 3차례 더 고쳐 신을 수 있다. 한국같이 바위가 많은 산에선 밑창이 아주 중요하다. 미끄러지면 골절을 당할 수 있고 자칫 잘못하면 생명까지 위험할 수 있다. 신발은 신지 않아도 밑창이 부식될 수 있다. 오래된 신발은 밑창이 닳지 않았다고 해도 산에 오르면서 갑자기 손상될 수 있다. 그러니 상태를 꼼꼼히 확인해 보고 창을 갈아서 신는 게 안전하다. “사람도 아프면 병원에 가듯 신발도 아프면 병원에 보내세요. 그래야 그 신발을 신는 사람도 아프지 않습니다.”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그의 눈은 빨갛게 충혈됐고 눈가엔 눈물이 맺혔다. 4일 열린 20세 이하 청소년 월드컵 16강전에서 한국이 남미의 강호 콜롬비아를 승부차기 끝에 따돌리고 8강에 오르자 이광종 감독(49)은 지난 세월이 파노라마처럼 지나가는 듯했다. 2000년부터 대한축구협회 전임지도자를 시작해 청소년 전문가로 살아온 보람을 느끼는 순간이었다. 이 감독은 벤치를 떠나 잠시 혼자서 감정을 추스르고서야 선수들과 기쁨을 함께했다. 1-0으로 앞서다 종료 직전 1-1, 연장 혈전에 이은 승부차기 끝에 우승후보를 꺾어 감격은 더 컸다. 2000년대 축구협회에서 기술국장으로 한국 지도자 교육을 책임졌던 조영증 한국프로축구연맹 경기위원장은 이 감독에 대해 “잘 키운 자산”이라고 말했다. 사실 이 감독은 ‘한국 청소년 축구의 대부’ ‘국내 최고의 청소년 전담 스페셜리스트’로 불린다. 그의 경력이 이를 증명해 준다. 이 감독은 2002년 한일 월드컵을 앞두고 풀뿌리 축구를 키워야 한다는 방침에 따라 2000년 축구협회가 유소년(12∼15세) 육성 시스템을 출범시키면서 채용한 전임지도자 5명 중 한 명이었다. 이 감독은 2002년 15세 이하, 2005년 18세 이하 사령탑을 거쳐 2004년부터 4년간 축구협회 유소년 전임지도자 팀장을 맡았다. 2009년 17세 이하 월드컵 사령탑으로 처음 세계 대회에 출전해 한국을 22년 만에 8강에 올려놓기도 했다. 무엇보다 이 감독의 청소년 축구에 대한 열정이 오늘의 그를 만들었다. 지도자 자격 최고인 P(프로)자격증을 따고도 프로팀에 눈길을 돌리지 않았다. 2000년 함께한 지도자 중 유일하게 혼자 남았다. 조영증 위원장은 “솔직히 빛나지 않는 자리에 오래 남아있다는 것은 그만큼 유소년 축구에 대한 관심과 책임감이 컸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랫동안 어린 선수들을 지도하면서 이 감독은 자연스럽게 선수들의 심리를 꿰뚫어 볼 수 있게 됐다. 이 감독은 “선수들이 갓 10대를 지나온 청소년들이라 남들의 시선에 많이 흔들린다. 그래서 대회 내내 ‘남들이 약체라고 하는데 너희들은 자존심도 없냐’ ‘제대로 실력을 보여주자’고 자극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정말 잘했다. 져도 좋다. 자신감 있게 하라’고 격려해 준 게 주효했다”고 말했다. 콜롬비아전은 이 감독의 전문성을 유감없이 보여준 경기였다. 세계 청소년 축구의 흐름에 해박한 이 감독은 기술 좋고 스피드가 빠른 콜롬비아를 맞아 수비를 탄탄히 한 뒤 역습하는 전략을 세우고, 선수들에게 각자의 역할을 철저히 주입시켰다. 볼 소유에선 다소 밀렸지만 크게 흔들리지 않고 8강에 오를 수 있었던 비결이다.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3월 26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카타르와의 2014년 브라질 월드컵 최종예선을 앞두고 대표팀이 소집됐을 때 관심은 엉뚱하게도 축구가 아닌 ‘결혼 및 열애설’로 쏠렸다. 기성용(스완지시티)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트위터에 “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의 결혼을 축하한다”고 먼저 밝히면서 구자철의 결혼이 관심사로 떠오른 것이다. 얼마 뒤 기성용은 훈련장에 연예인 한혜진과 자신을 암시하는 영문 이니셜 ‘HJ SY24(스완지시티 등번호)’를 축구화에 새기고 나와 또다시 팬들의 억측을 자아냈다. 당시 인터넷엔 ‘HJ는 한혜진이다’ 등 기성용의 열애설에 대한 소식들로 가득했다. 훈련 인터뷰 때도 이에 대한 질문들이 나왔다. 한국이 경기 막판 터진 손흥민(당시 함부르크·현 바이엘 레버쿠젠)의 결승골로 카타르를 2-1로 이겼지만 대표팀 분위기는 엉망이었다. 대표팀의 한 관계자는 “기성용의 돌발 행동 때문에 팀 분위기가 흔들렸다. 기성용을 시기하고 불만을 품은 선수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후 최강희 당시 대표팀 감독(현 전북)은 6월 열릴 레바논과 우즈베키스탄, 이란 3연전을 준비하며 깊은 고민에 빠졌다. 기성용이 미드필더로 좋은 기량을 갖추고 있었지만 뽑을 경우 또다시 대표팀이 ‘결혼 분위기’로 갈 것 같았다. 구자철과 기성용 모두 최종예선이 끝난 뒤 결혼식을 잡았기 때문이다. 혈전을 벌여야 할 선수들이 결혼 분위기에 휩쓸리면 자칫 본선 티켓 획득이 어렵다는 협회 안팎의 의견도 있었다. 이런 가운데 구자철은 물론이고 기성용까지 부상으로 소속팀에서 출전하지 못하는 일이 벌어졌다. 최 감독은 “소속팀에서 뛰지 못한 선수는 도움이 안 된다”는 이유로 둘 모두 선발하지 않았다. 한준희 KBS 해설위원은 “결혼 및 연애설만 가지고 기성용을 뽑지 않은 게 아니다. 그동안 기성용이 대표팀에서 한 행동들이 누적돼 팀워크에 좋지 않다는 판단을 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대표팀 탈락에 불만을 품은 기성용은 지난달 1일 트위터에 최 감독에 대해 불만을 토로한 듯한 글을 띄워 파문을 일으켰다. 결과적으로 한국이 힘겹게 골 득실차로 월드컵 본선 티켓을 따내자 “왜 기성용을 뽑지 않았냐”는 불만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24세로 최근 한혜진과 결혼한 기성용에 대해 자신만 생각하는 과도한 이기주의에 빠져 있다고 지적한다. 축구는 아무리 잘해도 혼자 하는 게 아니라 11명이 하나가 돼야 한다. 기성용은 신임 홍명보 감독이 2012년 런던 올림픽 동메달 획득 때 강조한 “모두를 위한 하나, 하나를 위한 모두”를 벌써 잊은 듯하다. 홍 감독은 팀플레이를 해치는 선수는 중용하지 않는다. 기성용이 내년 브라질에 가고 싶다면 꼭 명심해야 할 사실이다.양종구 스포츠부 차장 yjongk@donga.com}

이광종 한국 청소년대표팀 감독은 4일 오전 3시 터키 트라브존에서 열리는 남미의 강호 콜롬비아와의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 월드컵 16강전을 앞두고 ‘선(先)수비 후(後)역습’을 필승전략으로 내세웠다. 객관적인 전력이 앞선 콜롬비아를 상대로 맞불을 놓을 경우 쉽지 않은 경기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콜롬비아는 올 초 남미축구연맹 20세 이하 선수권대회에서 통산 세 번째 정상에 오른 강호다. 본선 C조에서도 호주와 1-1로 비겼지만 개최국 터키와 엘살바도르를 각각 1-0, 3-0으로 꺾고 1위로 16강에 오르며 ‘우승후보’로 떠올랐다. 한국은 2011년 20세 이하 월드컵 때 홈팀 콜롬비아에 0-1로 졌고 이번 대회 직전인 5월 28일 프랑스 툴롱컵에서도 0-1로 패한 아픈 경험이 있다. 이 감독은 콜롬비아와의 이런 ‘악연’을 끊기 위해선 전력 열세를 인정하고 안정된 플레이를 해야 한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 감독은 “콜롬비아는 남미 특유의 개인기를 갖추고 빠른 템포의 축구를 구사하기 때문에 섣불리 덤비면 낭패를 볼 수 있다. 경기 초반 수비를 두껍게 해 실점하지 않고 역습하는 전략이 최선”이라고 말했다. 그는 “예선에서 쉽지 않은 경기를 치르고 이 자리까지 왔다. 드러난 문제점을 최소화하고 장점을 최대화해 이기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세밀한 패싱 축구로 선전하다 B조 마지막 경기에서 나이지리아에 0-1로 덜미를 잡혀 1승 1무 1패 조 3위로 힘겹게 16강에 오른 ‘리틀 태극전사들’은 “또 다른 실패는 없다”며 필승을 다짐하고 있다. 툴롱컵에서 맞붙어 본 경험이 있어 초반 실점만 하지 않는다면 충분히 넘을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한국은 콜롬비아를 잡으면 1983년 이후 30년 만에 ‘4강 신화’도 재현할 수도 있다는 평가다.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처음엔 장난인줄 알았어요. 잘 적응하고 있는데 갑자기 출전금지라니…. 현실로 느껴지니 참 황당했어요. 하지만 바르셀로나가 명문팀답게 잘 도와주고 있어요.”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FC 바르셀로나(바르사)의 유소년팀 카데테B(14∼15세)에서 잘나가는 이승우(15·사진)는 2월 국제축구연맹(FIFA)의 선수 이적에 관한 조항 19조에 걸려 리그를 뛸 수 없게 됐다. FIFA는 18세 미만 어린 선수의 경우 부모가 축구 이외의 직업으로 그 나라에 이민을 가거나 국경 인근에 거주하지 않으면 국제 이적을 금지하고 있다. 그동안 혼자 축구 유학을 하고 있는 이승우의 상황이 FIFA에 알려지지 않아 제재를 받지 않았지만 유소년 시스템이 잘 짜인 바르사를 시기하는 다른 구단들이 줄기차게 제보해 FIFA가 반응한 결과였다. 2011년 바르사로 이적해 2011∼2012시즌 38골, 18도움을 했고 2월까지 12경기에서 21골을 잡아내고 있던 이승우로선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었다. 시즌을 마치고 지난달 26일 귀국한 이승우는 “이제야 말도 통해 친구들하고 친해져 축구할 맛이 났는데 참 아쉽다. 팀에서 동요하지 말고 훈련에 집중하라고 하는데 사실 마음은 복잡하다”고 말했다. 이승우는 허를 찌르는 돌파와 짧게 주고받는 2 대 1 패스에 이은 감각적 슈팅으로 골을 잡아내 ‘제2의 리오넬 메시’란 평가를 받고 있다. 메시는 아르헨티나 출신으로 바르사가 유소년 때부터 키운 월드 스타라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바르사는 리그 출전을 못하는 이승우를 위해 각종 국제대회에 출전시키고 있다. 유럽은 각국이 모여 치르는 유소년 국제대회가 많은데 FIFA가 엄격하게 룰을 적용하지는 않는다. 이승우는 4월 마요르카에서 열린 국제대회에서 12골, 5월 이탈리아 산 보니파치오 국제대회에서 4골로 득점왕에 오르는 등 여전히 ‘킬러’의 면모를 과시했다. 이승우의 아버지 이영재 씨는 “바르사가 잘 도와주고 있지만 솔직히 매주 경기를 뛰는 것과 한 달에 1, 2차례 국제대회에 참가하는 것은 경기력에 큰 차이를 준다. 그래서 고민”이라며 아쉬워했다. 이승우는 친형 승준 씨(18)가 선수로 있는 명지대에서 함께 훈련할 예정이며 8월 강진 국제유소년축구대회에 바르사 유니폼을 입고 참가한 뒤 스페인으로 돌아간다.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최근 한국 축구의 화두는 홍명보 월드컵 대표팀 감독(44)이다. 월드컵을 4회 연속 출전했고 외국의 명장 밑에서 코치를 거쳐 2009년 이집트 20세 이하 청소년 월드컵, 2010년 광저우 아시아경기, 2012년 런던 올림픽 사령탑에 이어 24일 대표팀까지 맡았기 때문이다. 홍 감독은 2009년부터 짜임새 있는 조직력과 팀워크로 ‘홍명보표 축구’를 선보이며 사상 첫 올림픽 동메달을 획득했다. 터키에서 열리는 20세 이하 청소년 월드컵에 나간 이광종 감독(49)에게서도 ‘홍명보의 향기’가 난다. 2000년부터 대한축구협회 전임지도자로 15세 이하, 17세 이하를 지도한 뒤 2011년부터 20세 이하 대표팀을 맡아 지도하고 있다. 홍 감독과 비슷하게 축구협회 차원에서 계속 키우고 있는 지도자다. 이 감독은 각급 대표 중 현대 세계축구의 흐름에 가장 근접한 축구를 구사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준희 KBS 해설위원은 “수비와 미드필드, 공격 라인의 간격이 가장 세밀하게 유지되고 있다. 성인 대표팀보다도 좋다. 수비할 때나 공격할 때 이 간격이 유지돼 상대의 강한 압박에도 잘 견디고 강호들도 무너뜨릴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은 이번 대회 B조에서 쿠바를 2-1로 꺾었고 강호 포르투갈과는 2-2로 비겼다. 이 감독이 가장 강조하는 게 패싱 플레이다. 쿠바와 포르투갈 경기에서 봤듯 볼을 잡았을 경우 수비에서 미드필드, 공격으로 이어지는 짧고 정확한 패스가 일품이다. 포르투갈전에서 1-2로 뒤지던 후반 31분 왼쪽 윙백 심상민(중앙대)이 왼쪽을 돌파하며 한성규(광운대)와 2 대 1 패스를 주고받은 뒤 김현(성남)에게 연결해 골을 뽑아낸 패싱 플레이는 압권이었다. 포르투갈전에서 감각적인 트래핑에 이은 중거리 ‘캐넌 슛’으로 골을 터뜨린 공격형 미드필더 류승우(중앙대), 오른쪽 날개 강상우(경희대) 등 센스 있는 선수도 이 감독이 19세 때부터 발굴해 키우고 있다. 김선우(울산대)는 후반 플레이메이커로 위기의 팀을 조율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이 감독은 27일 오후 11시(한국 시간) ‘난적’ 나이지리아를 상대로 지도력을 제대로 검증받는다. 지난해 19세 대표를 이끌고 아시아선수권에서 8년 만에 정상에 섰지만 세계무대는 차원이 다르다. 한국은 1승 1무(승점 4, 골득실 +1)로 2위에 올라 있다. 나이지리아에 이기면 1위 포르투갈과 쿠바 경기 결과에 따라 조 1위까지 오를 수 있고 비기더라도 조 2위를 확보해 16강에 진출한다. 하지만 한국이 전통적으로 아프리카 축구에 약해 승리가 쉽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이 화끈하게 이긴다면 ‘이광종표 축구’도 한국 축구의 새로운 화두로 떠오를 것으로 전망된다.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