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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검찰의 국제축구연맹(FIFA) 비리 수사가 진행되는 가운데 제프 블라터 FIFA 회장(79)이 5선 연임에 성공했다. 유럽과 미국이 크게 반발한 반면 차기 월드컵 개최지인 러시아와 중동은 블라터 회장을 옹호하면서 국제축구계의 분열이 가속화하고 있다. 블라터 회장은 당선을 확정지은 뒤 미 검찰의 FIFA 간부 체포가 정치적 동기에 따른 것이라고 맹비난했다. 그는 지난달 30일 스위스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의 검찰이 선거 이틀 전에 FIFA 간부 7명의 체포작전을 벌이고 미셸 플라티니 유럽축구연맹(UEFA) 회장이 (나에 대한) 사퇴 요구에 가세한 것은 우연의 일치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은 2022년 월드컵 개최를 희망했지만 무산됐고 영국도 2018년 월드컵을 개최하지 못하게 됐다”며 거듭 음모론을 제기했다. 그러나 미국과 유럽은 블라터 회장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제임스 코미 미 연방수사국(FBI) 국장은 “기소된 14명 외에도 추가 기소가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의혹의 몸통’인 블라터에 대한 기소 가능성을 언급한 말로도 해석된다. 기소된 잭 워너 전 FIFA 부회장이 남아프리카공화국으로부터 월드컵 유치를 돕는 대가로 1000만 달러를 건네받는 과정에서 이 돈을 FIFA 계좌를 통해 전달되도록 승인한 사람이 블라터 회장이라는 의혹도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영국 축구협회(FA) 명예회장이자 영국 왕위 계승 서열 2위인 윌리엄 왕세손은 “FIFA는 부패와의 전쟁을 벌이고 스포츠에만 집중하라”는 이례적 성명을 발표했다. FIFA 신임 부회장에 지명된 데이비드 길 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사장은 블라터 재선에 반발해 사임을 발표했다. UEFA 측은 월드컵 보이콧은 물론이고 아예 UEFA를 FIFA로부터 분리시켜 독립 기구화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논의에 들어갔다. 반면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블라터 회장에게 5선을 축하한다는 전보를 보내 그를 지지했고, 쿠웨이트 출신의 셰이크 아흐마드 알파하드 알사바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 회장도 “FIFA 간부 전격 체포는 할리우드 스타일”이라며 미국을 비판했다. 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프랑스 국립통계청(INSEE)은 최근 1분기(1∼3월) 경제성장률 잠정치가 0.6%라고 발표했다. 2013년 2분기 이후 2년 만의 최고치이며 유로존 1위 경제대국인 독일(0.3%)보다도 앞선 것이다. 마뉘엘 발스 총리는 이달 18일 “연말까지 당초 잡았던 성장 전망치 1%를 넘어 1.5%까지 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유럽의 병자(病者)’ 프랑스가 깨어나고 있다. 프랑스의 약진으로 유로존 전체 평균 1분기 성장률까지 0.4%(전 분기 대비)로 끌어올려 미국(0.2%), 영국(0.3%)을 앞질렀다. 유로존이 미국과 영국을 앞선 것은 2011년 1분기 이후 4년 만이다. 외신들은 ‘유럽의 골칫거리였던 프랑스가 유로존 경제를 활력으로 이끄는 선봉에 섰다’(미국 월스트리트저널), ‘프랑스가 유로존의 르네상스(부흥)를 이끌고 있다’(영국 더 타임스)고 환호했다. 프랑스의 약진은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이 내건 각종 규제 완화 덕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그는 사회당을 이끄는 좌파 정부 수장답게 취임 초기에는 연소득 100만 유로(약 12억 1800만 원) 이상의 고소득자에 대해 최고 75% 세율을 부과하는 ‘부자세(Super tax)’를 도입하고 환경세와 법인세를 올리는 각종 증세 정책을 폈다. 그러나 경기침체와 실업률이 높아지면서 조세저항이 심해지자 과감하게 유턴해 부자세를 폐지하고 법인세를 내리고(현행 33.3%에서 2020년 28%) 복지를 축소하는 정책으로 노선을 바꿨다. 지난해 초 발표한 ‘책임 협약’이 대표적이다. 이 협약은 기업들이 2017년까지 50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하면 총 400억 유로에 달하는 세금을 깎아주겠다는 게 주요 골자다. 기업들이 부담하던 사회복지부담금도 줄여 자영업자 복지를 위한 재원으로 쓴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일자리 창출과 경쟁 촉진을 위한 과감한 규제개혁도 진행 중이다. 은행원 출신의 에마뉘엘 마크롱 경제장관이 입안한 ‘성장과 활동법’이 이달 12일 상원을 통과한 것이 대표적이다. 1년에 최대 5회까지만 허가할 수 있던 상점들의 일요일 영업을 연 12회로 늘리고 파리 샹젤리제 거리와 생제르맹 지구 등 국제관광지구로 지정된 지역의 백화점과 상점은 1년 내내 일요일에 문을 열 수 있게 됐다. 이와 함께 높은 진입 장벽으로 많은 보수를 받던 공증인과 경매인, 의사, 약사, 조종사 등 37개 업종의 진입 규제를 완화하는 법안도 통과됐다. 장거리 버스 노선을 경쟁에 부치고, 아스피린이나 진통제 등을 약국뿐 아니라 슈퍼마켓에서도 판매하는 방안이 추진될 계획이다. 감세정책은 사회복지비용의 대폭 축소를 불가피하게 만들었다. 발스 총리는 지난해 말 편성한 예산에서 연금과 보건·사회복지 분야에서 총 210억 유로를 삭감했다. 또 올해 7월부터 가족수당을 소득에 따라 차등 지급하기로 함에 따라 70년 만에 소득 구분 없이 모든 국민에게 복지서비스를 제공하는 ‘보편적 복지’ 시스템에도 칼을 대고 나섰다. 정치전문지 폴리티코는 “좌파를 표방한 영국 노동당이 총선에서 참패한 것을 비롯해 독일의 사민당, 스페인의 사회민주당 등 유럽 주요국들의 전통 좌파가 길을 잃었다”며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만이 친(親)시장주의 개혁으로 유턴하면서 좌파 대통령으로서는 외롭게 권력을 지키고 있다”고 평가했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좌파 프랑수아 올랑드 정부가 친(親)기업 정책으로 노선을 바꾼 결정적 보고서가 있으니 바로 ‘갈루아 보고서’이다. 증세 철폐와 규제 완화를 강력하게 주문하는 내용인 이 보고서를 쓴 사람은 루이 갈루아 프랑스 국가경쟁력강화위원장(75·사진)으로 현재 푸조 시트로엥(PSA) 이사회 회장이기도 하다. 파리 샹젤리제 거리에 있는 사무실에서 최근 그를 만났다. 머리카락이 없어 ‘수도승’이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그의 사무실은 작고 소박했다. 재무관료 출신인 그는 기업 최고경영자(CEO)로 변신해 탁월한 경영수완을 발휘한 것으로 유명하다. 적자에 시달리던 국영철도회사(SNCF)를 10년간 맡아 흑자로 전환시켰고 역시 적자에 허덕이던 항공·우주 전문기업 ‘에어버스’를 세계 항공기 시장 수주 1위 기업으로 키웠다. 3년간 적자에 허덕이며 공장 폐쇄와 직원 8000명 감원을 겪었던 푸조 시트로엥(PSA)도 취임 1년 만에 흑자로 돌려놓았다. “비결이 뭔가”라고 묻자 그는 지금 일하고 있는 푸조에 처음 왔을 때 이야기부터 꺼냈다. “문제가 한두 개가 아니었다. 중국 둥펑자동차와 프랑스 정부가 주식 지분을 인수하며 자금수혈을 하고 전임 CEO도 동분서주했지만 회사 정상화는 쉽지 않았다. 그동안 내가 맡았던 기업들은 대부분 프랑스를 대표하는 브랜드이며 이미 훌륭한 역량을 갖춘 직원들이 일하고 있는 기업이었다. 푸조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직원들이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을 갖게 해 자신들의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경영자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지난해 이 회사가 적자에서 흑자로 돌아선 것도 가격 절감, 재고 관리 개선 등에 따른 것이었지만 직원들이 자신의 능력을 다 쏟아 부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다.” 2012년 국가경쟁력강화위원장 겸 투자자문각료회의 상임고문으로 임명된 후 ‘갈루아 보고서’를 낸 배경을 물었다. “프랑스 산업이 과연 얼마나 국제경쟁력을 갖고 있는지 정면으로 묻고 싶었다. 지금까지 프랑스 정부가 산업 경쟁력 문제를 진지하게 논의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부(富)를 만들어내는 것은 기업인임에도 불구하고 기업인에 대한 적대감이 컸다. 이래서는 프랑스가 일어설 수 없다는 게 보고서의 핵심이다. 정부가 기업을 지원해야 하는 이유는 고용주를 위한 것이 아니라 국가의 부를 창조하기 위해서이다.” ―기업지원책의 핵심은 뭔가. “‘규제의 단순화’이다. 규제가 복잡하면 그만큼 이익 집단이 개입할 여지가 크다. 이 대목에서 한 가지 짚고 싶은 게 있다. 흔히 규제 철폐라고 하면 이를 위한 또 다른 법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기존 법에서 생각만 유연하게 가지면 단순화할 수 있다. 사람들은 프랑스가 현재와 같은 수준의 노동법이 있는 한 어떤 개혁도 못한다고들 하는데 그렇지 않다. 예를 들어 지난해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장 티롤 교수가 제안한 ‘단일 계약’ 제도는 처음엔 단기 비정규직(CDD)으로 고용 계약을 했다가 경력이 늘어나면서 장기 계약(CDI)으로 발전시켜 나가는 방법이다.” ―현재 법으로 정해져 있는 ‘주 35시간 노동시간’도 너무 짧다고 주장해 왔는데…. “실제로 일하는 프랑스 근로자들의 평균 노동시간은 주 38시간이어서 현실과 맞지 않다. 하지만 개혁에도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 나는 2000년부터 줄곧 ‘주 35시간 노동제’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지만 이건 일종의 금기를 건드리는 심각한 사회적 분열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 ―프랑스의 미래를 어떻게 보나. “비관적이지 않다. 디지털 기업들이 크고 있고 창업과 특허 신청 건수가 크게 늘고 있다. 산업 경쟁력은 1, 2년 안에 효과가 나지 않는다. 독일도 슈뢰더 정부가 한 노동시장 개혁조치가 효과를 내기까지 10년에 걸친 노력이 있었다. 어떻든 정부의 구조개혁 덕분에 기업들의 이윤이 점차 좋아지고 있다. 기업들은 그동안의 비관적 자세에서 벗어나 좀 더 투자에 대한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 ―가족수당과 주택수당 감소도 추진하고 있다. “무작정 줄이자는 것은 아니다. 형편이 나은 중산층 지원은 줄이되 지원이 필요한 저소득층에 대한 예산은 늘리는 방향으로 하고 있다. 가족수당 감소도 매우 신중하게 다루어야 한다. 출산율이 떨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산업 경쟁력을 위해서는 인구의 역동성을 유지해야 한다. 프랑스는 더 이상 낭만주의 문화국가가 아니다. 항공우주, 원자력, 바이오 테크, 디지털 강국으로 변신한 지 오래이다. 요즘 젊은이들의 스타트업(창업) 열풍도 뜨겁다. 프랑스의 신생 기업에서 많은 한국 젊은이들이 일할 수 있기를 바란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 조선인 강제동원 시설이 포함된 일본 근대 산업시설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 문제와 관련해 유네스코 산하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이코모스)가 일본에 부정적 역사까지 담으라는 권고를 넘어 신청한 시설물들이 세계문화유산이라는 근본적 취지에 맞지 않으니 충분히 내용을 보완하라는 권고까지 한 것으로 밝혀졌다. 》 이 같은 내용은 이코모스가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 홈페이지에 공개한 ‘세계문화유산 등재심사 평가보고서’(총 353쪽) 전문을 본보가 직접 분석해본 결과 확인됐다. 이 보고서는 94쪽에서 ‘일본이 제출한 서류에는 중공업, 조선, 탄광 등의 몇 가지 산업시설에서 서구로부터 받아들인 ‘기술적인 과정’만 반영하고 있지 산업기술이 가져온 복잡하고 광범위한 사회 정치적 변화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자료를 충분히 보완해야 한다’고 적고 있다. 유네스코는 ‘산업혁명 유산’에 대한 정의를 ‘사회 정치적 변동이라는 대전제(prerequisite) 아래 대학을 개설하고, 통신망과 철도, 해상 운송을 가능케 하는 등 사회 교육 의료 정치적 분야에서 낡은 봉건 시스템을 무너뜨리는 데 영향을 준 시설물’이라고 하고 있다. 따라서 ‘산업혁명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려면 해당 시설물들이 기술 진보뿐 아니라 사회 정치적 변화에 얼마나 기여했는지를 적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보고서는 ‘일본이 신청한 시설들은 산업혁명의 전체적인 범위(full scope of the Industrial Revolution)를 담고 있지 못하다고 판단된다’고 적시했다. 이런 내용들은 맨 말미에 일본 정부를 향해 ‘역사의 전모(full history)를 이해할 수 있게 하라’며 조선인 강제징용 등 부정적 역사를 담으라고 주문한 것을 넘어 해당 시설물들을 과연 세계문화유산으로 볼 수 있느냐 하는 근본적 의문점을 던졌다는 점에서 논란이 예상된다. 일본은 이 시설물들을 세계문화유산으로 올리기 위해 2001년부터 무려 14년간 공을 들여왔다. 치밀하기로 유명한 일본이 왜 이런 허점을 보인 것일까. 답은 태평양전쟁(1941∼1945년) 당시 벌어졌던 조선인 및 중국인의 전시 강제노동 사실을 숨기려는 데서 찾을 수 있다. 일본은 등재 신청한 23개 시설물에 대한 설명 자료에서 ‘1850년대부터 1910년까지 서양 기술을 전통 문화와 융합해 산업국가를 형성한 궤적을 보여 준다’면서 해당 시설물들이 산업혁명에 기여한 기간을 메이지시대(1890∼1910년)로만 한정했다. 시설물들에 대한 이름도 ‘메이지 일본 산업혁명 유산’이라는 제목을 붙였다. 이렇게 시대를 한정하다 보니 시설물들이 가진 역사적 기여를 제대로 담지 못하고 기술적 진보만 강조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시모무라 하쿠분(下村博文) 문부과학상은 이달 초 배경을 설명하면서 “우리가 신청한 23개 산업시설은 1910년 이전 이야기이다. 거기에 강제적으로 조선인의 노동이 행해진 것은 아니다. 시대가 완전히 다르다”고 했었다. 이코모스는 1965년 설립된 유네스코 산하의 자문기구로 세계유산 등재를 위한 전문가 심사를 맡고 있다. 144개국의 미술사학자, 역사학자, 건축학자 9500명이 회원으로 등록돼 있지만 일본의 영향력은 엄청난 것으로 알려졌다. 1999년 동양인 최초로 유네스코 사무총장에 오른 일본인 마쓰우라 고이치로(松浦晃一郞) 사무총장이 10년간 재임할 당시 일본 정부가 이코모스에 많은 자금을 지원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종 보고서에서 문화유산의 정체성 문제까지 거론하며 일본에 대한 권고를 담은 것은 강제징용 역사가 포함된 시설물이 어떻게 세계문화유산이 될 수 있느냐는 한국 정부의 주장이 설득력이 있다는 것을 인정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한국 정부는 일본과의 협상과는 별도로 국회 차원에서 대응하는 ‘외교전’에도 나설 예정이다.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인 새누리당 나경원 의원은 24일 “외통위 소속 여야 의원들이 다음 달 초쯤 유네스코 주요 위원국 6곳을 방문해 한국 정부의 입장을 전하고 설득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일본도 이달 초 총리관저가 직접 나서 외무성, 내각부, 문부과학성 등 3개 부처의 부대신(차관)과 정무관(차관급)에게 총리 특사자격을 주어 세계유산위원회 위원국을 방문해 설득하도록 지시했다. 파리=전승훈 raphy@donga.com / 도쿄=박형준 특파원 / 이현수 기자}

그리스 아테네에서 만난 람브로스 무스타키스 씨(53)는 3년 전에 호텔 도어맨으로 일하던 중 실직했다. 거리에서 살던 그는 요즘 그리스 시내에서 시티투어 가이드로 활동하고 있다. 아테네 곳곳에 있는 노숙인 쉼터, 무료 진료소, 배식소 등을 둘러보는 ‘뒷골목 투어’다. 화려한 관광지를 벗어나 그리스 경제위기의 현실을 생생히 보여주는 이 투어는 매주 한 번씩 열릴 때마다 외국인들이 30∼40명씩 몰려든다. 투어를 마친 후 마지막으로 그와 함께 커피숍으로 들어갔다. 카페에 들어가니 카운터 뒤 작은 칠판에 적힌 무수한 사선 표시가 눈에 띄었다. 손님이 자신의 커피값 외에 다른 사람을 위한 커피를 기부한 표시였다. 이 때문에 돈이 없는 실직자나 노숙인도 당당하게 카페에서 기부한 커피를 달라고 요구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카페 여주인은 “수년 동안 집에만 머물러 있는 실직자들이 커피숍에 나와 친구도 만나고 사회생활을 다시 시작할 수 있도록 배려해주는 운동”이라고 설명했다. 커피숍을 나오면서 기자도 다른 이를 위한 커피 두 잔 값을 기부하니 점원의 얼굴에는 환한 미소가 번졌다. 이렇듯 8년째 경제위기를 겪고 있는 그리스인들의 생존 노력은 눈물겨웠다. 재정난으로 공공서비스를 제대로 못하는 정부를 대신해 시민들이 집에서 먹다 남은 약을 기부해 무료 진료소를 만드는 등 공동체의식으로 위기를 헤쳐 나가는 모습이었다. 흔히들 그리스인은 ‘게으르다’고 비판하지만 실제로 본 아테네 시민들의 모습은 그렇지 않았다. 특히 집짓기 공사현장에서 인부들이 매일 오후 9시 넘어서까지 일하는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다. 대형마트가 오후 11시까지 영업을 하고, 커피숍과 빵집은 새벽 5시부터 문을 열었다. 오후 7시면 모든 상점이 문을 닫는 프랑스 파리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풍경이었다. 그리스 민간부문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2011년 6만7000유로로, 독일의 7만2000유로와 큰 차이가 없다고 한다. 민간 근로자들의 노동시간도 1년 평균 2037시간으로 유럽에서 가장 긴 수준이다. 그런데도 그리스가 위기에 빠진 이유는 거대한 공공부문의 비효율과 저생산성 탓이다. 그리스의 경제위기는 근본적으로 ‘정치의 위기’다. 그리스는 1974년 군부독재가 무너진 후 우파 신민당(ND)과 좌파 사회당(PASOK)이 번갈아 집권해왔는데 양당 모두 표를 얻기 위해 공공부문 일자리를 늘리는 전략을 유지해왔다. 이 때문에 1970년대 20만 명이던 공무원은 83만 명까지 늘어났다. 그리스 공무원들의 임금은 민간부문보다 평균 1.5배가 많고, 공무원연금의 소득대체율은 95%에 이른다. 그리스 경제위기 동안 민간부문에서는 150만 명의 실업자가 생겼지만 공무원들은 감원 무풍지대였다. 올해 3월 초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가 프랑스 파리에 있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본부를 방문했다. 강연장 로비에까지 빼곡히 가득 찬 청중이 휴대전화를 들고 사진을 찍어댔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을 무색하게 하는 ‘슈퍼스타’ 대접이었다. 치프라스의 행보가 세계 경제에 충격을 줄 수 있는 강도가 그만큼 크기 때문일 것이다. 올 1월 취임한 치프라스 정권이 채권단의 공공부문 구조개혁 요구에 맞서며 협상이 지지부진한 그리스에서는 매달 평균 59개의 중소기업이 도산으로 문을 닫고, 매일 613개의 일자리가 사라지고 있다. 공무원의 표를 의식해 ‘공무원연금 개혁’에 지지부진한 우리나라의 여야 정치권은 그리스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것이다.전승훈 파리 특파원 raphy@donga.com}
일본 아사히신문은 23일 자에서 “일본의 유네스코 위원국 임기가 올해까지이고 이후 6년간 입후보할 수 없어 이번에 등록되지 않으면 언제 다시 등록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강하다”고 정부 내부의 분위기를 전했다. 이병현 파리 유네스코 한국대표부 대사는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일본과의 협상에서 한국정부의 첫 번째 목표는 일본이 신청한 강제 노동 시설 8곳을 등재 목록에서 빼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 목표가 여의치 않을 경우 차선책으로 세계유산으로 등재는 하되 강제 노동 관련 내용을 함께 넣는 것을 협상하고 있는 상황이다. 6월 28일∼7월 8일 독일 본에서 열리는 제39회 세계유산위원회의 총회에서는 총 40여 건의 세계유산 등재 신청이 의결될 예정이다. 총회에서 투표권을 가진 21개 위원국은 아직까지는 대부분 말을 아끼고 있는 상황이다. 세계유산위원회 의장국인 독일도 이번 총회에서 40여 건의 세계유산 등재 의결을 평소처럼 ‘잔치 분위기’로 치렀으면 하는데, 한일 간에 심각한 이슈가 있어서 고민이 많은 상태다. 독일은 의장국으로서 일본의 메이지 시대 산업 시설 세계문화유산 등재 신청과 관련해 한국인 징용을 알리는 표지석을 세우는 중재 방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이 이를 거부하면 7월 초 총회에서 21개 위원국이 등재 찬반 투표를 벌이게 된다. 등재되기 위해서는 기권을 제외하고 찬반 투표를 한 이사국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한다. 아사히신문은 23일 자에서 일본 정부가 6월 말 열리는 유네스코 총회에서 이번 사안에 대한 최종 심의가 연기될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했다고 밝혔다. 이 신문은 익명을 요청한 문화청 간부를 통해 “총회에서 등재될 게 분명하다고 하지만 ‘심의 연기’ 가능성도 우려하고 있다”며 일본 정부 분위기를 보도했다. 이 신문은 이어 “이스라엘의 ‘3중 아치 문’은 이코모스의 ‘등록’ 권고에도 불구하고 국경문제가 있어 심의 연기 결정이 났다”고 전했다. 이스라엘은 2008년 이스라엘이 레바논과 시리아 국경 지역에 있는 ‘3중 아치 문’을 문화유산으로 신청했지만 아랍 국가들이 국경 문제를 강하게 제기하는 바람에 결국 2011년 유네스코 총회는 심의 연기를 결정했다. 일본 정부도 심의가 연기되는 사태를 우려하고 있다. 한국의 위원국 임기가 2017년까지 4년인 데 반해 일본은 올해로 위원국 임기가 끝나 심의가 연기되면 등재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일본 정부 관계자는 산케이신문에 “등록은 이번에 한해 가능한 단판 승부다”라고 말했다. 한편 위원국은 현재 일본과 한국을 포함해 총 21개국이다. 일본이 신청한 유산의 경우엔 당사국인 일본을 제외한 20개국이 심의한다. 아사히신문은 ‘한국의 협의 요청에 성실히 임하겠다’는 일본 외무성 간부의 말을 전하며 그 배경에 대해 “세계유산위원회의 위원국을 신경 쓰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일본이 한국과 성실히 협의하는 모습을 보여 주어 투표권을 가진 위원국들의 마음을 사려고 한다는 것이다.파리=전승훈 raphy@donga.com / 도쿄=박형준 특파원}
독일이 제2차 세계대전 기간 나치 정권에 포로로 붙잡혔던 구 소련군 생존자들에게 피해 보상을 하기로 했다. 독일 연방의회 예산위원회는 20일 올해 예산집행 계획을 조정하면서 관련 보상액으로 총 1000만 유로(122억 원)를 책정했다고 독일 현지 언론이 보도했다. 21일 연방의회에서 가결되면 독일 정부는 약 4000명으로 추정되는 소련 전쟁포로 생존자들에게 1인당 2500유로(304만 원)가량의 보상금을 지급할 계획이다. 이번 결정은 보상금 규모와 상관없이 독일이 나치 만행의 과거사를 직시하고 다시 한 번 진솔하게 사과하는 행위라는 점에서 상징성이 크다. 나치 독일의 소련 침략이 시작된 1941년부터 1945년 종전까지 나치에 붙잡힌 소련 전쟁포로는 약 600만 명에 이른다. 이 중 기아, 질병, 추위 등으로 전쟁 초반에만 200만 명 이상이 숨지는 등 전체의 57~60% 정도가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요아힘 가우크 독일 대통령은 지난 6일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 홀테-슈투켄브로크 지역의 옛 포로수용소에서 “소련 전쟁포로 530만 명 중 절반 이상이 사망했다”며 “홀로코스트(유대인 대학살)로 인해 나치의 다른 전쟁범죄들이 가려져 있지만 독일인들은 이를 직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독일은 1953년 전후 처리의 방향을 결정한 런던채무협정에 따라 국가배상(보상) 문제를 유보했지만, 이후 피해 당사국과의 협정을 통해 보상 행위를 확대해 왔다. 특히 2000년에는 정부와 2차대전 당시 강제노동 관련 기업들이 함께 100억 마르크(6조원) 재원의 ‘기억, 책임 그리고 미래 재단’을 만들어 각국의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개인 보상을 실시했다.파리=전승훈특파원 raphy@donga.com}
좌파 올랑드 정부가 친(親) 기업 정책으로 노선을 변경하게 된 결정적 계기가 있었으니 바로 ‘갈루아 보고서’이다. 보고서를 쓴 사람은 루이 갈루아(75) 국가경쟁력강화위원장. 현재 푸조 시트로앵(PSA) 이사회 회장이기도 하다. 파리 샹젤리제 거리에 있는 사무실에서 그를 만났다. 머리카락이 없는 헤어스타일 때문에 ‘수도승’이라는 별명으로 불린다는데 사무실도 작고 소박했다. 본래 재무관료 출신인 그는 기업 CEO로 변신해 탁월한 경영수완을 발휘한 것으로 유명하다. 적자에 시달리던 국영철도회사(SNCF)를 10년간 맡아 흑자로 전환시켰고 항공·우주 전문기업 ‘에어버스’를 세계 항공기 시장 수주 1위 기업으로 키웠다. 3년간 적자에 허덕이며 공장폐쇄와 직원 8000명 감원을 겪었던 푸조·시트로앵(PSA)도 취임 1년 만에 흑자로 돌려놓았다. “위기에 처한 기업들을 살려내는 비결이 뭔가”라고 묻자 그는 푸조에 처음 왔을 때 이야기를 꺼냈다. “해결해야할 문제들이 한 두 개가 아니었다. 중국 둥펑자동차와 프랑스 정부가 주식 지분을 인수하며 자금수혈을 했고 전임 CEO도 동분서주했지만 회사 정상화는 쉽지 않았다. 그동안 내가 맡았던 기업들은 대부분 프랑스를 대표하는 브랜드이며 이미 훌륭한 역량을 갖춘 직원들이 일하고 있는 기업들이었다. 푸조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직원들이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을 갖게 해 자신들의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경영자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지난해 이 회사가 적자에서 흑자로 돌아선 것도 가격절감, 재고관리 개선 등에 따른 것이었지만 직원들이 자신의 능력을 다 쏟아 부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다.” 2012년 국가경쟁력강화위원장 겸 투자자문각료회의 상임고문으로 임명된 후 증세정책을 포기하고 기업경쟁력 강화정책을 제안한 갈루아 보고서를 낸 배경을 물었다. “프랑스 산업의 경쟁력에 대한 이슈를 본격적으로 제기하고 싶었다. 이전까지만 해도 정부가 산업 경쟁력 문제를 진지하게 논의한 적이 한번도 없었다. 기업인에 대한 적대감이 컸던 프랑스에서 보고서를 계기로 ‘기업은 부(富)를 창조하는 곳’이라는 의견일치가 이뤄졌다. 정부가 기업을 지원해야 하는 이유는 고용주를 위한 것이 아니라 국가의 부를 창조하기 위해서이다.” -‘갈루아 보고서’의 핵심은 무엇인가. “‘규제의 단순화’이다. 규제가 복잡하다는 것은 그만큼 압력집단이 개입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최근 상원을 통과한 상점들의 일요일 영업제한 완화는 ‘노동시간 유연화’에 대한 것이다. 이제 기업과 노동자들은 소비자들의 변화나 풍습의 변화에 발맞춰 변해가야 한다. 요즘 올랑드 정부가 하고 있는 일련의 조치들은 프랑스가 개혁을 추진할 수 있다는 역량을 국내외에 보여줬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는 “법을 바꾸지 않고도 생각만 유연하게 가지면 개혁을 이뤄낼 수 있다”고 했다. “프랑스와 독일 합작사인 ‘에어버스’사를 맡았을 때 직원 해고나 감원이 독일이 프랑스보다 훨씬 더 어렵다는 것을 알게됐다. 사람들은 프랑스가 현 노동법이 있는 한 어떤 개혁도 못한다고들 했는데 그렇지 않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현 노동법 아래서도 얼마든지 유연한 사고로 개혁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예를 들어 지난해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장 티롤 교수가 제안한 ‘단일계약’ 제도는 처음엔 단기 비정규직(CDD)으로 계약하다가 경력이 늘어나면서 장기 계약(CDI)으로 발전시켜 나가는 방법이다. 복잡한 노동법을 단순화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주 35시간 노동제’ 폐기도 주장해왔는데 이유는? “현재 프랑스 근로자들의 평균노동시간은 주 38시간이어서 현실과 맞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개혁에도 속도조절이 필요하다. 나는 2000년부터 줄곧 이 제도를 폐지해야한다고 했지만 프랑스에서 ‘주 35시간 노동제 폐지’는 일종의 금기를 건드리는 심각한 사회적 분열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 현 제도 아래에서도 35시간 이상 노동할 수 있는 방법은 많다. -성장률은 다소 올랐어도 실업률이나 투자율은 좀처럼 오르지 않고 있다. ”나는 비관적이지 않다. 디지털 기업들이 크고 있고 창업과 특허신청 건수가 크게 늘고 있다. 산업 경쟁력은 1~2년 안에 효과가 나지 않는다. 독일도 슈뢰더 정부가 한 노동시장 개혁조치가 효과를 내기까지 10년간에 걸친 노력이 있었다. 어떻든 정부의 구조개혁 덕분에 프랑스 기업들의 이윤이 점차 좋아지고 있다. 기업들은 그동안의 비관적 자세에서 벗어나 좀더 투자에 대한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 -‘보편적 복지’의 대명사였던 가족수당과 주택수당 감소도 추진하고 있다. ”무작정 줄이는 것은 아니다. 형편이 나은 중산층 지원은 줄이되 지원이 필요한 저소득층에 대한 예산은 늘리는 방향으로 하고 있다. 가족수당 감소도 매우 신중하게 다루어야 한다. 출산률이 줄 것이기 때문이다. 산업 경쟁력을 위해서는 인구의 역동성을 유지해야 한다. 프랑스는 더 이상 낭만주의 문화국가가 아니다. 항공우주, 원자력, 바이오 테크, 디지털 강국으로 변신한 지 오래이다. 요즘 젊은이들의 스타트업(창업) 열풍도 뜨겁다. 프랑스의 신생 기업에 한국 젊은이들이 많이 일할 수 있기를 바란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유럽의 병자(病者)’로 불렸던 프랑스가 1분기(1~3월) 2년 만에 최고 성장률을 기록했다. 프랑스 국립통계청(INSEE)은 1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전기 대비) 잠정치가 0.6%라고 최근 발표했다. 2013년 2분기 이후 2년 만에 최고치다. 유로존 1위 경제대국 독일(0.3%)보다도 앞선 것이다. 마뉘엘 발스 총리는 18일 라디오 방송 인터뷰에서 “올 연말까지 당초 잡았던 성장 전망치 1%를 넘어 1.5%까지 이르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프랑스의 이같은 약진은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전체 성장률까지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 실제로 유로존 전체 평균 1분기 성장률은 0.4%(전분기 대비)로 미국(0.2%)영국(0.3%)을 앞섰다. 유로존이 미국과 영국을 앞선 것은 2011년 1분기 이후 4년 만이다. 외신들은 ‘더딘 개혁으로 유럽의 골칫거리였던 프랑스가 바야흐로 유로존 경제를 활력으로 이끄는 선봉에 섰다’(미국 월스트리트저널) ‘프랑스가 유로존의 르네상스(부흥)를 이끌고 있다’(영국 더 타임스)고 분석했다. 프랑스 경제의 약진은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의 각종 친 기업 규제완화정책 덕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그는 사회당을 이끄는 좌파 정부의 수장답게 취임 초기에는 연소득 100만 유로 이상의 고소득자에 대해 최고 75% 세율을 부과하는 ‘부자세’(Super tax)를 도입하고 환경세와 법인세를 올리는 각종 증세 정책을 폈었다. 그러나 경기침체와 실업률이 높아지면서 조세저항이 심해지자 과감하게 법인세를 내리고 복지를 축소하는 정책으로 노선을 바꿨다. 지난해 초 발표한 ‘책임 협약’이 대표적이다. 이 협약은 기업들이 2017년까지 50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하면 400억 유로의 세금을 줄여주겠다는 게 골자다. 기업들이 부담하던 사회복지부담금도 줄여 자영업자 복지를 위한 재원으로 쓴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부자세도 2년 만에 폐지했다. 일자리 창출과 경쟁을 촉진하기 위한 규제개혁도 차근차근 진행 중이다. 모든 상점들에게 적용되던 일요일 영업 제한을 푸는 법안이 지난 12일 상원을 통과한 것이 대표적이다. 프랑스 정부가 일자리 창출과 경기 활성화를 위해 지난해 마련한 이 법안은 지방정부가 그동안 연간 최다 5회까지만 허가할 수 있던 상점의 일요일 영업을 연 12회로 늘린다는 내용이다. 파리 샹젤리제거리와 생제르맹 지구 등 국제관광지구로 지정된 지역의 백화점과 상점은 1년 내내 일요일에 문을 열 수 있고, 칸이나 니스 등 지중해변 관광도시에도 국제관광지구를 지정해 주 7일 자정까지 영업할 수 있다. 또 높은 진입 장벽으로 많은 보수를 받는 공증인과 경매인 같은 직업군의 진입 규제를 완화해 경쟁을 촉진하는 내용도 담겼다. 향후 가족수당 및 실업자 복지혜택 축소, 기업 법인세 인하 등도 추진된다. 노동계와 시민단체는 거세게 반발하고 있지만 올랑드 대통령은 “프랑스는 모든 분야에서 변하고 전진할 것”이라며 개혁의지를 분명히 했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이슬람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가 이라크 서부 안바르 주의 주도(州都) 라마디를 완전 점령하는 데 성공했다. 이라크 정부군은 수도 바그다드에서 112km 떨어진 전략적 요충지를 IS에 빼앗김에 따라 수도 방어에 비상이 걸렸다. 지난해 미국 주도 연합군의 공습 지원을 받아 이라크군이 IS 점령지에 대한 탈환작전을 시작한 이래 최악의 패배를 당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반면 IS는 올해 3월 말 티크리트를 빼앗긴 이후 처음으로 승전보를 올리며 반전을 꾀할 수 있게 됐다. IS는 이날 성명에서 “알라의 가호로 칼리프국가 전사들이 라마디를 깨끗하게 정화했다”며 라마디 점령 사실을 알렸다. 라마디 남부 말라브에서 IS의 공세에 맞서 싸우던 이라크군은 탄약이 떨어지자 라마디 동쪽 칼리디야 기지로 철수했다. BBC는 이라크 군경이 대포, 탱크, 미사일발사기, 소총 등의 무기와 군용 차량 30여 대를 그대로 놔두고 떠났다고 전했다. 팔레흐 알잇사위 안바르 주의회 부의장은 “이틀간의 전투로 500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하고, 주민 8000여 명이 피란길에 올랐다”고 말했다. IS가 주민들의 탈출로를 막고 있어 대량 학살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IS는 라마디를 손에 넣은 그날 시리아의 고대 유적도시 팔미라는 점령 하루 만에 시리아군에 빼앗겼다. IS가 시리아와 이라크 2개 전선에서 일진일퇴의 혈전(血戰)을 벌이고 있는 셈이다. 팔미라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고대유적지가 즐비해 ‘사막의 베네치아’로 불리는 도시다. 전투기 공습과 지역 주민들의 저항까지 겹치는 바람에 IS는 100명 이상의 사망자를 내고 철수해야 했다. 4일에 걸친 시리아 정부군과 IS 간 치열한 전투로 인한 사망자는 민간인 희생자를 포함해 300명이 넘는다고 시리아인권관측소(SOHR)가 밝혔다. 라마디와 팔미라에서는 도시를 재탈환하려는 반격 공세도 거세다. 하이다르 압바디 이라크 총리는 무기와 차량을 버리고 도주하는 안바르 내 정부군에게 자신의 진지를 사수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압바디 총리는 유혈 종파분쟁이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를 무릅쓰고 주민 대다수가 수니파인 안바르 주에 시아파 민병대 투입 준비를 지시하는 등 강력한 탈환 의지를 보이고 있다. 시리아에서도 퇴각한 IS군이 팔미라에서 불과 1km 떨어진 곳에 진을 치고 있어 언제든 반격에 나설 가능성이 커 보인다. 미국 국방부는 IS가 라마디 전투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라마디가 완전히 함락됐다고 공식 인정하지는 않았다. 모린 슈먼 미 국방부 대변인은 “상황은 유동적이며 누가 완벽히 장악했다고 볼 수 없다”며 “미국은 전황을 예의주시하며 IS 격퇴를 위한 공습을 지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영국의 전통 깊은 좌파 정당 노동당이 7일 총선에서 참패를 한 이후 당내 이데올로기 싸움이 내전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민심을 무시하고 이념에 집착해 온 ‘올드(old) 좌파’ 정책을 버리고 중도로 돌아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번 선거를 지휘한 에드 밀리밴드 당 대표는 지난 세 차례 총선에서 노동당을 승리로 이끈 토니 블레어 전 총리의 ‘신(新)노동당’ 노선과 결별하고 노동계급과 노조 등 전통적인 ‘핵심 좌파’ 지지층에 호소하는 전략을 썼다. 그러나 선거 결과 보수당보다 100석 가까이 뒤지는, 1987년 이후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들자 바로 물러나야 했다. 선거가 끝나자 그의 노선에 대한 당내 중진들의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노동당의 피터 맨덜슨 의원(전 산업부 장관)은 “노동당에서 실종된 것은 경제 정책이었다”며 “당이 1980년대로 회귀하는 ‘끔찍한 실수’를 했다”고 비판했다. 블레어 전 총리도 “노동당이 약자에 대한 보살핌뿐 아니라 기업가들의 야망과 열망을 위한 당이 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밀리밴드는 이번 총선에서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가 이끄는 보수당과 싸우기보다는 ‘블레어의 신노동당’이라는 당내 인사들과 싸웠다”고 분석했다. 노동당 안에서는 그동안 친기업 중도노선의 ‘블레어주의자’와 전통적인 좌파 정책을 수호하려는 ‘브라운주의자’(고든 브라운 전 총리 노선) 간의 첨예한 갈등이 있어 왔다. 2010년 브라운 총리의 총선 패배 후 이 갈등이 최고조에 달했다. 대표적인 사건이 당내 경선 과정에서 벌어진 ‘형제의 난(亂)’이었다. 형인 데이비드 밀리밴드 외교장관(49)은 블레어주의자였고, 동생인 에드 밀리밴드(45)는 브라운주의자였다. 노동당 의원들은 세련된 말솜씨에 국제적으로 명망이 있는 형 데이비드를 지지했으나, 노동조합이 막판에 조합원들의 표를 동원해 동생을 미는 바람에 에드 밀리밴드가 당을 이끌게 됐다. 당시 노조 세력의 지지를 받았던 닐 키녹 전 노동당 대표는 “우리가 드디어 노동당을 되찾아왔다”는 유명한 말을 남기기도 했다. 에드 밀리밴드는 취임 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중산층이 무너지고 양극화가 커지고 있다며 친기업 중도노선인 블레어의 ‘신노동당’주의를 버리고 기업에 대한 규제 강화, 사회적 복지비용 증대 등 ‘평등주의’를 기반으로 한 정통 좌파 노선을 택했다. 이라크전쟁 참여, 국민건강보험(NHS)의 부분적 민영화 등 블레어 총리 시절 노동당이 했던 일을 모두 폐기했다. 이어 에너지 가격 동결에서부터 부동산 임대 시장, 주택 건설, 담배산업, 헤지펀드에 대한 규제와 개입을 공약으로 내걸어 기업인들의 비판을 받았다. 여기에 ‘부자 증세’까지 내놓자 기업인들은 밀리밴드를 좌파 성향이 농후하다는 뜻의 ‘붉은 에드(Red Ed)’라는 별명으로 불렀다. 13일 전국위원회를 열고 향후 당내 경선 일정을 잡고 새로운 얼굴 찾기에 나설 예정인 노동당은 현재 내분에 휩싸여 있다. 일부 좌파 인사들이 공공노조로부터 지지를 받아 조직력에서 앞선 앤디 버넘 전 보건부 장관(45)을 서둘러 옹립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중도파들은 “당 대표 경선을 가을 전당대회로 미뤄야 한다”고 반대하고 있다. 해리엇 하먼 임시 당 대표는 “2010년 대표 경선에 관여했던 노조의 영향력이 부당하게 남용되는 것을 더 이상 허용해선 안 된다”며 “당권은 노조가 아니라 노동당이 결정하는 방식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부 인사들은 미인대회식 경선 이전에 몇 개월이 걸리더라도 ‘좌파의 미래’에 대한 깊은 토론이 우선돼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놓고 있다. 블레어 총리 시절 연설문 작성가였던 필립 콜린스 씨는 “수렁에 빠진 노동당은 20년 만에 길고, 깊고, 고통스러운 자기반성과 대면해야 한다”며 “영국 좌파가 이번 참패의 상처를 치유하는 데는 5년 이상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런던정경대 토니 트래버스 교수(정치학)도 “영국의 리더는 여전히 중도 진영에서 결정되는 구조”라며 “노동당이 중도에서 멀어질수록 상처는 더 커진다”고 진단했다. 노동당 추카 우무나 의원은 일간 가디언에 기고한 글에서 “노동당을 지지하는 데는 너무 부자도, 너무 가난한 것도 걸림돌이 될 수 없다”며 “노동당이 사회적 정의와 개인적 성공을 원하는 중도 성향 유권자들에게 성장에 대한 야망과 열정에 대한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영국 총선 결과를 초박빙으로 예측했던 영국 여론조사 기관들이 결국 조사를 받게 됐다. 영국여론조사위원회(BPC)는 8일 여론조사 전문학자인 패트릭 스터지스 교수에게 독자적인 위원회를 구성해 엉터리 예측을 한 원인을 조사하도록 했다. BPC는 유거브, ICM, 콤레스, 포풀러스, 오피니엄 등 영국 여론조사업체들이 결성한 연합회다. 최근 수개월 동안 여론조사에 따르면 노동당과 보수당은 오차범위인 ±3%포인트 이상의 격차를 기록한 적이 한번도 없을 정도로 접전을 예고했다. 여론조사가 왜 틀렸는가에 대한 분석은 다양하다. 대표적인 것이 ‘수줍은 토리당원(Shy Tories)’이다. 보수당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속내를 잘 밝히지 않는다는 것. 피터 켈너 유거브 대표는 텔레그래프에 “사람들이 말한 것과 다르게 표를 던져 사달이 났다”고 말했다. ‘입소스모리’의 기디언 스키너 소장은 “여론조사가 정당의 지지율만 조사할 뿐 선거구에서 1등을 해야 당선되는 의석 수 예측과는 거리가 멀었다”고 자인했다. 톰 믈루진스키 콤레스 대표는 “선거 전날 밤에도 20%가 부동표였는데 보수당에 막판 민심이 쏠린 듯하다”고 말했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영국을 더욱 강하게 만들겠다. 일자리를 만들고 경제를 살리는 데 매진하겠다.” 영국 총선에서 예상을 깨고 압승한 보수당의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가 8일 총리관저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단독 정부 구성에 나섰다. 캐머런 총리는 이날 조지 오즈번 재무장관과 테레사 메이 내무장관, 필립 해먼드 외교장관, 마이클 팰런 국방장관 등 장관 4명의 유임을 발표했다. 이어 다음 날에는 지난해 교사 노조와의 갈등으로 교육장관에서 물러난 마이클 고브 의원을 신임 법무장관에 임명했다. 또 닉 모건 교육장관을 유임시켰다. 캐머런 총리가 주요 장관을 대거 유임시킨 것은 국정 연속성을 유지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그가 이끄는 보수당은 7일 총선거에서 당초 전체 659석 가운데 270석 정도를 확보할 것으로 관측됐으나 무려 331석을 얻어 단독으로 과반 의석을 차지했다. 영국 언론들과 외신들은 보수당 압승 배경에 대해 ‘경제와 민족주의’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결국은 ‘일자리’ 2010년 보수당이 노동당을 제치고 집권한 뒤 영국 경제는 뚜렷하게 개선됐다. 지난해 4분기 경제성장률은 0.6%로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의 0.3%를 두 배로 앞질렀다. 재정 적자 규모도 지속적으로 줄었다. 노동당이 집권하던 2009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11.3%에 이르렀던 재정 적자가 지난해 말에는 5.3%까지 떨어졌다. 보수당은 3년만 더 집권하면 현재 860억 파운드(약 145조 원)인 재정 적자를 2019년까지 70억 파운드 흑자로 돌려놓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보수당은 비록 인기는 얻지 못하더라도 당초 내세웠던 공약을 끈기 있게 추진하겠다는 전략을 폈다. 선진국 최저 수준인 법인세율(23%)을 21%로 낮췄고, 올해는 20%까지 더 인하하기로 했다. 캐머런 총리는 규제와의 전쟁을 선포해 1000여 개의 규제를 없앴다. 이번에도 기업의 각종 비용 부담을 해마다 8억5000만 파운드씩 줄이겠다고 공약했다. 반면 보수당에 맞선 에드 밀리밴드 노동당 당수는 정통 좌파적 공약을 그대로 밀고 나갔다. 노동당은 “보수당이 국민건강보험(NHS)을 위협하고 있으며, 생활물가 상승으로 서민들의 생활이 어렵게 됐다”며 국내 연료 가격 상한제, 더 높은 은행 과징금, 200만 파운드(약 34억 원)가 넘는 고급 주택에 ‘맨션세’ 부과 등의 공약을 내세웠다. 그러나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결국 경제면에서는 보수당의 메시지가 더 강했다”며 “이번 승리의 핵심에는 보수당이 경제에 강하다는 점이 있다”고 평가했다.○ 민족감정 자극 이번 총선 기간 내내 국내적으로는 스코틀랜드의 독립에 대한 염원이 다시 불붙었고, 밖으로는 유럽연합(EU)을 떠나려는 민족주의 여론이 지대했다. 2000년대 노동당 정부 시절 여러 장관직을 역임한 노동당 피터 맨덜슨 의원은 이번에 노동당이 진 이유에 대해 “스코틀랜드독립당(SNP)과 보수당이 내건 민족주의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우선 노동당의 전통적인 텃밭이라고 할 수 있는 스코틀랜드에서 분리독립을 추구하는 SNP가 59석 중 56석을 싹쓸이하면서 독립에 대한 재투표 기대를 불러일으켰다. 캐머런 총리도 선거운동 기간 내내 “노동당이 SNP와 연정을 구성해 집권하면 영국의 분열을 초래할 것”이라며 잉글랜드인들의 민족주의 감정을 자극했다. 캐머런 총리는 총선 승리 후 기자회견에서 “‘하나의 영국’이라는 원칙으로 국정을 운영하겠다”면서 국민 단합을 호소하고 스코틀랜드에 대한 자치권 확대를 약속했다. 이에 따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8일 소득세율, 부가가치세율 등을 정할 권한이 스코틀랜드 자치정부에 이양될 수도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영국의 EU 탈퇴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를 실시하겠다는 보수당의 공약으로 영국의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도 커지고 있다. 9일 런던 다우닝 가의 총리관저 앞에서는 보수당의 긴축정책에 반대하는 시위대가 경찰과 충돌하기도 했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영국을 더욱 강하게 만들겠다. 일자리를 만들고 경제를 살리는데 매진하겠다.” 영국 총선에서 예상을 깨고 압승한 보수당의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가 8일 총리 관저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단독정부 구성에 나섰다. 캐머런 총리는 이날 조지 오스본 재무장관과 테레사 메이 내무장관, 필립 해먼드 외무장관, 마이클 팰런 국방장관 등 4명의 장관의 유임을 발표하고 새로운 내각 구성에 착수했다. 그가 이끄는 보수당은 7일 총선거에서 당초 270여석 정도를 확보할 것으로 관측됐으나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650석 가운데 무려 331석을 얻어 단독으로 과반 의석을 차지한 것이다. 영국 언론들과 외신들은 보수당이 이렇게 압승을 거둔 배경에 대해 ‘경제와 민족주의’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결국은 ‘일자리’ 2010년 보수당이 노동당을 제치고 집권한 뒤 영국 경제는 뚜렷하게 개선됐다. 지난해 4분기 경제성장률은 0.6%로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의 0.3%를 두 배로 앞질렀다. 재정적자 규모도 지속적으로 줄었다. 노동당이 집권하던 2009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11.3%에 이르렀던 재정적자가 지난해 말에는 5.3%까지 떨어졌다. 보수당은 3년만 더 집권하면 현재 860억 파운드(약 145조원)인 재정적자를 2019년까지 70억 파운드 흑자로 돌려놓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보수당은 비록 인기는 얻지 못하더라도 당초 내세웠던 공약을 끈기 있게 추진하겠다는 전략을 폈다. 선진국 최저 수준인 법인세율(23%)을 21%로 낮췄고, 올해는 20%까지 더 인하하기로 했다. 캐머런 총리는 규제와의 전쟁을 선포해 1000여개의 규제를 없앴다. 이번에도 기업의 각종 비용 부담을 해마다 8억5000만 파운드 씩 줄이겠다고 공약했다. 반면 보수당에 맞선 에드 밀리밴드 노동당 당수는 정통 좌파적 공약을 그대로 밀고 나갔다. 노동당은 “보수당이 국민건강보험(NHS)을 위협하고 있으며, 생활물가 상승으로 서민들의 생활이 어렵게 됐다”며 국내 연료 가격 상한제, 더 높은 은행 과징금, 200만 파운드(약 34억원)가 넘는 고급주택에 ‘맨션세’ 부과 등의 공약을 내세웠다. 그러나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결국 경제면에서는 보수당의 메시지가 더 강했다”며 “이번 승리의 핵심에는 보수당이 경제에 강하다는 점이 있다”고 평가했다. 총선 직후 런던 증시인 FTSE 100지수는 2.3% 급등했는데 이는 보수당의 압승으로 친 기업 정책이 이어질 것이란 기대감 때문이었다. ○ 민족감정 자극 이번 총선 기간 내내 국내적으로는 스코틀랜드의 독립에 대한 염원이 다시 불붙었고, 밖으로는 유럽연합(EU)을 떠나려는 민족주의 여론이 지대했다. 2000년대 노동당 정부 시절 여러 장관을 역임한 노동당 피터 만델슨 의원은 이번에 노동당이 진 이유에 대해 “스코틀랜드독립당(SNP)과 보수당이 내건 민족주의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우선 노동당의 전통적인 텃밭이라고 할 수 있는 스코틀랜드에서 분리 독립을 추구하는 SNP가 59석 중 56석을 싹쓸이하면서 독립에 대한 재투표 기대를 불러일으켰다. 캐머런 총리도 선거운동 기간 내내 “노동당이 SNP와 연정을 구성해 집권하면 영국의 분열을 초래할 것”이라며 잉글랜드인들의 민족주의 감정을 자극했다. 캐머런 총리는 총선 승리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하나의 영국’이라는 원칙으로 국정을 운영하겠다”면서 국민단합을 호소하고 스코틀랜드에 대한 자치권 확대를 약속했다. 이에따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8일 소득세율, 부가가치세율 등을 정할 권한이 스코틀랜드 자치정부에 이양될 수도 있다고 전했다.그러나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여부를 묻는 국민투표를 실시하겠다는 보수당의 공약으로 영국의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도 커지고 있다. 9일 런던 다우닝가의 총리 관저 앞에서는 보수당의 긴축정책과 공공서비스 악화를 비판하는 시위대가 경찰과 충돌해 폭력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7일 실시된 영국 총선에서 당초 초박빙이 될 것이란 예상을 깨고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가 이끄는 집권 보수당이 과반 의석을 훨씬 뛰어넘는 압승을 거둬 연정 없이 단독 집권에 성공했다. 야당인 노동당이 집권했을 경우 분리 독립을 내건 스코틀랜드국민당(SNP)과의 연합정부를 우려하는 잉글랜드 지역의 부동표가 막판에 보수당 쪽으로 결집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보수당의 단독 집권으로 국제사회에서는 당장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우려가 나오고 있다. 캐머런 총리는 8일 다우닝가 10번지 총리 관저에서 한 선거 승리 연설에서 “2017년까지 유럽연합(EU) 탈퇴를 묻는 국민투표를 실시하겠다”고 확인했다. BBC방송은 8일 오후 3시(현지 시간) 650개 선거구 중 649개의 개표를 집계한 결과 보수당이 절반(325석)이 넘는 330석을 확보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BBC는 자체 예측 프로그램에서 보수당이 331석을 얻을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노동당은 보수당보다 98석이나 뒤지는 232석을 얻는 데 그쳐 ‘30년 만의 참패’를 기록했다. 보수당과 연립정부를 구성했던 자유민주당도 기존 57석에서 8석으로 의석 대부분을 잃었다. 총선 투표율은 66%로 1997년 이후 가장 높았다. 캐머런 총리는 “영국의 유권자들이 하나의 국가, 유나이티드 킹덤(United Kingdom)을 지켜 달라고 한 선택”이라며 “스코틀랜드에 더욱 큰 자치권을 부여하겠다”고 말했다. 캐머런 총리는 이날 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을 만날 것이라고 총리실이 밝혔다. 반면 선거에 참패한 에드 밀리밴드 노동당 당수, 자유민주당 닉 클레그 당수, 영국독립당(UKIP) 나이절 패라지 당수는 이날 사임했다. 캐머런 총리는 860억 파운드에 이르는 재정적자 축소와 국민건강보험(NHS) 예산 증액 등을 공약했으며, 5년간 소득세, 부가가치세 등에 대해 ‘증세는 없다’고 승부수를 던졌다. 유권자들은 EU 탈퇴, 이민자 제한, 재정건전화 등 보수당의 경제정책을 선택한 것으로 분석됐다. ‘부자 증세, 서민 감세, 최저임금 인상’ 등을 내걸었던 노동당의 참패 요인으로는 텃밭으로 여겼던 스코틀랜드에서의 SNP 돌풍이 꼽혔다. 스코틀랜드 분리독립 투표를 이끌었던 SNP는 스코틀랜드 지역 59개 의석 중 56석을 확보했다. 20세 여대생인 SNP 소속 마리 블랙이 노동당 외교 담당 대변인을 맡고 있는 중진의원인 더글러스 알렉산더 후보(47)를 꺾고 348년 만에 영국 정치 사상 최연소 하원으로 당선되는 파란도 일어났다. 한편 EU 탈퇴와 관련해서는 영국 내 여론조사에서는 2000년대 후반까지 탈퇴에 반대하는 여론이 높았으나 최근 들어 찬성과 반대 의견이 비슷한 추세를 보여 ‘브렉시트’를 점치는 관측도 있다. 영국 총선에서 보수당의 압승이 확실해지면서 이날 장중 파운드화 가치가 달러화 대비 2.4% 급등했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7일 실시된 영국 총선에서 당초 초박빙이 될 것이란 예상을 깨고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가 이끄는 집권 보수당이 과반 의석을 훨씬 뛰어넘는 압승을 거둬 연정없이 단독 집권에 성공했다. 야당인 노동당이 집권했을 경우 분리 독립을 내건 스코틀랜드국민당(SNP)과의 연합 정부를 우려하는 잉글랜드 지역의 부동표가 막판에 보수당 쪽으로 결집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보수당의 단독집권으로 국제사회에서는 당장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우려가 나오고 있다. 캐머런 총리는 8일 다우닝가 10번지 총리관저에서 선거승리 연설에서 “2017년까지 EU 탈퇴를 묻는 국민투표를 실시하겠다”고 확인했다. BBC방송은 8일 오후 3시(현지 시간) 650개 선거구 중 649개의 개표를 집계한 결과 보수당이 330석을 확보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BBC는 자체 예측 프로그램에서 보수당이 단독 과반수(326석)가 넘는 331석을 얻을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노동당은 보수당보다 98석이나 뒤지는 232석을 얻는 데 그쳐 ‘30년 만의 참패’를 기록했다. 보수당과 연립 정부를 구성했던 자유민주당도 기존 57석에서 8석으로 의석 대부분을 잃었다. 총선 투표율은 66%로 1997년 이후 가장 높았다. 캐머런 총리는 “영국의 유권자들이 하나의 국가, 유나이티드 킹덤(United Kingdom)을 지켜 달라고 한 선택”이라며 “스코틀랜드에 더욱 큰 자치권을 부여하겠다”고 말했다. 캐머런 총리는 이날 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을 만날 것이라고 총리실이 밝혔다. 반면 선거에 참패한 에드 밀리밴드 노동당 당수, 자유민주당 닉 클레그 당수, 영국독립당(UKIP) 나이젤 파라지 당수도 이날 사임했다. 캐머런 총리는 860억 파운드에 이르는 재정적자 축소와 국민건강보험(NHS) 예산 증액 등을 공약했으며, 5년간 소득세, 부가가치세 등에 대해 ‘증세는 없다’고 승부수를 던졌다. 유권자들은 EU 탈퇴, 이민자 제한, 재정건전화 등 보수당의 경제정책을 선택한 것으로 분석됐다. ‘부자 증세, 서민 감세, 최저임금 인상’ 등을 내걸었던 노동당의 참패 요인으로는 텃밭으로 여겼던 스코틀랜드에서의 SNP 돌풍이 꼽혔다. 스코틀랜드 분리독립 투표를 이끌었던 SNP는 스코틀랜드 지역 59개 의석 중 56석을 확보했다. 20세 여대생인 SNP 소속 마리 블랙이 노동당 외무 담당 대변인을 맡고 있는 중진의원인 더글러스 알렉산더 후보(47)를 꺾고 348년 만에 영국 정치사상 최연소 하원으로 당선되는 파란도 일어났다. 한편 EU 탈퇴와 관련해서는 영국 내 여론조사에서는 2000년대 후반까지 탈퇴에 반대하는 여론이 높았으나 최근 들어 찬성과 반대 의견이 비슷한 추세를 보여 ‘브렉시트’를 점치는 관측도 있다. 보수당은 또 한 해 60만 명에 달하는 이민자를 10만 명 수준으로 급격하게 줄이겠다고 하고 있어 사회적 갈등도 예상된다. 영국 총선에서 보수당의 압승이 확실해지면서 이날 장중 파운드화 가치가 달러화 대비 2.4% 급등했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남유럽 위기의 진원지 그리스 위기는 과도한 연금 지출 때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리스는 2008년 경제위기 당시 국가 재정적자의 50%를 연금 지출이 차지했다. 공적연금 소득대체율 역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고 수준인 95.7%다. 특히 문제가 되는 대상이 공무원이다. 이 나라는 노동가능 인구 5명 중 1명이 공무원(85만 명)이다. 1년에 12개월을 일하면서 14개월분 월급을 받고 최소 한 달간 유급 휴가를 즐긴다. 1981년 사회당 집권 초 30만 명에 불과하던 공무원 수는 10년 동안 10만 명이 더 늘어났다. 온갖 수당과 연금 혜택을 다 받아 챙기는 ‘공공의 적’으로 지목돼 왔지만 어느 정권도 인력을 줄이지 못했다. 2010년 구제금융 이후 민간부문에서는 150만 명의 실업자가 생겼지만 공무원들은 거의 그대로 자리를 지켰다. 그리스 국내총생산(GDP)에서 공공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50%를 넘는다. 현재 그리스에 돈을 빌려준 국제 채권단은 공무원연금 삭감과 이들에 대한 임금 삭감을 개혁 영순위로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그리스 정부는 이를 거부하고 있어 추가 구제금융 72억 유로를 받지 못하고 있다. 최근 파이낸셜타임스(FT)는 그리스 정부가 공무원들에게 임금과 연금을 주기 위해 국민들의 실업복지기금 같은 사회보장기금에까지 손을 대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탈리아의 경우도 1992∼2011년 다섯 차례에 걸쳐서 연금 개혁을 단행했지만 모두 미봉책에 그쳐 지금도 65세 이상 연금 지급액이 공공지출의 25%에 이른다. 이 나라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20여 년간 지속된 고도 성장기에 사회 각계에서 분출된 복지 욕구를 연금 인상으로 해결해왔다. 1990년대 들어 연금 지출액이 공공지출의 3분의 2를 차지하자 정부 재정 적자를 GDP의 3%로 제한하는 유럽통화동맹(EMU)에 가입하기 위해 연금 개혁에 나섰었다. 2000년대 들어서 연금 수급 연령을 57세에서 65세로 올리고 수령액도 월 소득의 80%에서 60%로 줄이는 안을 내놓았지만 노동자 수백만 명이 파업에 나서고 시민들까지 동참해 개혁은 좌초됐다. 스페인 정부도 2013년부터 2027년까지 단계적으로 연금을 받기 시작하는 나이를 65세에서 67세로 늦추는 내용의 개혁을 단행했지만 ‘언 발에 오줌 누기’라는 지적이 나온다. 최소 연금적립 기간 15년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연금 산정 기준을 ‘정년 이전 15년’에서 ‘정년 이전 25년’으로 10년 연장하는 데 그쳤을 뿐이다. 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저(低)성장, 저출산, 고령화를 맞은 유럽도 연금 개혁에 성공한 나라와 그렇지 못한 나라가 경쟁력 차이를 불렀다. 증세를 통한 복지예산 마련에는 한계가 있으니 결국 연금 개혁으로 지출을 줄여야 한다는 위기의식이 컸던 유럽 국가들 중 개혁에 성공한 나라들의 공통점은 오랜 시간이 걸리더라도 정치권이 국민적 대합의를 이끌어 냈다는 점이다.○ 철저한 자료조사와 토론으로 이념 대결 넘은 영국 영국의 연금 개혁은 1997년 토니 블레어 총리를 내세운 신노동당 정부가 집권하면서부터 시작됐다. 신노동당은 우선 초당적인 ‘연금위원회’를 구성하고 누구나 객관적으로 신뢰할 수 있는 자료 만들기에 나섰다. 위원회가 내세웠던 구호가 ‘사실, 사실, 사실(Fact, fact, fact)!’이었다는 점에서 알 수 있듯 위원들은 4년여에 걸친 긴 작업 끝에 연금 개혁 백서를 내놓았다. 연금 종류별, 연령별, 직업군별, 이해 당사자별 상황과 처우, 개혁에 따른 손익 등이 자세하게 담겼다. 정부는 이 백서의 내용과 정보를 국민들에게 지속적으로 알리고 이 자료를 토대로 2005년 6∼11월 전국 8개 지역에서 노사정의 모든 이해당사자가 참여한 ‘전 국민 연금토론’을 시작했다. 이듬해 3월에는 6개 거점도시에서 1000여 명의 시민이 동시에 참여하는 ‘전 국민 연금의 날’ 행사를 열기도 했다. 마침내 2008년 공적연금 강화를 목표로 한 새 연금법안이 마련되었으니 위원회 구성 6년 만이었다. 2010년 새로 권력을 잡은 보수-자민 연립 정부는 법안에 약간의 수정만 한 뒤 개혁안을 계승해 마무리 지었다. 진보, 보수를 뛰어넘는 국민적 공감대와 합의, 양보와 타협이 이뤄졌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는 2011년 발표한 공무원연금 개혁안에서 2026년까지 수급 연령을 65세에서 67세로 높이고 보험료율도 평균 3.2%포인트 인상해 연간 320억 파운드(약 56조6200억 원)를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조지 오즈번 재무장관도 2060년까지 연금 수령 연령을 70세로 늦춰 향후 50년간 5000억 파운드(약 862조6900억 원)를 절감하기로 했다.○ 정부 주도로 ‘신뢰의 위기’ 맞았던 프랑스 프랑스 연금개혁은 2007년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 때부터 시작됐다. 이 나라의 가장 큰 문제는 조기 퇴직자 수가 너무 많아 연금 지급 시기가 빠르다는 것이었다. 평균 퇴직연령이 58.7세로 독일 61.6세, 영국 63.2세, 스웨덴 69.2세와 비교해 너무 낮았다. 2020년이 되면 전체 공무원 중 연금을 받는 퇴직자와 재직자 수가 같아지고, 연금 지출액이 기존의 2배(600억 유로)를 넘을 것이라는 경고가 쏟아졌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정년을 60세에서 62세로 연장하고 만기퇴직 연금수령 연령도 65세에서 67세로 늘리는 개혁안 마련에 착수했다. 야당과 노동단체는 강하게 반발했다. 2010년 9월과 10월 전국 각지에서 벌어진 시위와 폭력 사태는 하도 격렬해 샤를 드골 전 대통령을 퇴진 위기로까지 몰고 갔던 1968년 5월 시위를 연상시킬 정도였다. 하지만 대통령과 집권 여당(국민운동연합·UMP)은 굴복하지 않았다. 결국 장기 파업으로 시민 불편이 가중되자 민심이 정부 편으로 돌아서 국회에서 큰 표 차로 법안이 통과되기에 이른다. 그러나 큰 사회적 비용이 따른 개혁이었다. 사르코지 대통령이 사회적 대타협보다는 국회의원 수 확보를 통한 정치공학적 방법으로 제도 개혁을 추진하다 보니 갈등이 커졌다. 연금 개혁을 담당했던 노동장관이 불법 대선 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도 악재였다. 사르코지 정권의 지지율은 30%대로 떨어졌고, 결국 대선에서 패배하는 결과로 나타났다. 현재 프랑스 정부는 ‘더 내고 덜 받는’ 장기적이고 점진적인 연금 개혁을 추진 중이다. 2020년까지 보험료율을 8.49%에서 10.8%로 올리고 지급률은 기존 2.0%에서 1.78%로 인하할 계획이다. 연금지급 개시 연령도 2022년까지 67세로 늦추는 개혁을 진행하고 있다. 연금 가입 기간도 현행 37년 6개월에서 2035년엔 국민연금 가입자와 같은 43년으로 늘리도록 했다. ○ 대타협으로 성공한 스웨덴, 독일, 오스트리아 스웨덴은 1984년 연금개혁위원회를 발족하고 15년간의 논의 끝에 연금제도 틀을 송두리째 바꿨다. 7개 정당의 실무진이 기업, 노조 등 이해 당사자의 의견을 모아 세세한 숫자까지 합의한 뒤 발표했다. 정부와 기업, 노조가 협상을 계속하면서 쌓은 신뢰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오스트리아 공무원연금 개혁도 1997년부터 8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추진됐다. 2005년까지 네 차례에 걸쳐 각종 경과 규정, 신규 규정, 구제도와 신제도의 공존에 따른 병행계산 등 ‘정글’처럼 복잡한 과정을 통해 점진적인 개혁을 이뤘다. 반대자들의 총파업 등 갈등이 있었지만 정치권이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냈다. 독일의 경우 2003년 사회민주당(SPD) 출신의 게르하르트 슈뢰더 총리가 공무원연금 개혁에 착수해 각종 이해집단의 갈등을 조정한 끝에 가입 기간을 연장하고 조기연금 신청 연령을 늦추며 지급률을 낮추는 개혁안을 통과시켰다. 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영국 총선(7일)이 하루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48)가 이끄는 보수당과 에드 밀리밴드 당수(45)가 이끄는 노동당이 초박빙 승부를 펼치고 있다. 5일 영국의 5개 여론조사 전문업체에 따르면 보수당과 노동당의 지지율은 34∼35%대로 1%포인트 격차를 두고 엎치락뒤치락하고 있다. 일간 가디언지 조사에서는 보수당 35%, 노동당 34%이며 BBC방송 조사에서도 보수당 34%, 노동당 33%로 비슷하다. 투표 결과 어떤 정당도 과반의석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복잡하고 긴 연정 구성 협상이 예고되고 있는 상황이다. 차기 총리 자리를 놓고 각축을 벌이고 있는 캐머런 총리와 밀리밴드 당수는 △재정적자 감축을 위한 긴축정책 △유럽연합(EU) 탈퇴 △국가의료시스템(NHS) 강화 △경기 부흥을 위한 최저임금 인상 등을 놓고 첨예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40대의 젊은 지도자인 두 사람은 보수당과 노동당의 선명한 색깔을 보여주고 있다”고 했다. 캐머런 총리는 작은 정부가 기업활동에 자유를 준다는 ‘대처리즘’을 신봉해 긴축정책을 강조하고 있으며 부의 불평등 문제에 무관심하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반면 밀리밴드 당수는 주택 및 금융시장 개입, 에너지기업 이윤 규제 등 좌파의 색깔을 분명히 드러내는 공약을 내걸어 언론으로부터 ‘붉은 에드(Red Ed)’라는 별명을 얻었다. 두 사람은 정책뿐 아니라 출생과 정치적 배경에서도 서로 대조적이다. 캐머런은 주식중개인 아버지를 둔 부유층 가정에서 태어나 명문 사립학교인 이튼스쿨을 졸업했다. 반면 밀리밴드는 나치의 박해 때문에 망명했던 유대인 중산층 가정 출신으로 아버지는 마르크스주의 사회학자다. 캐머런은 팀 래스본 보수당 의원 보좌관으로 정치에 첫걸음을 내디뎠지만 밀리밴드의 정치적 스승은 전국노조의 후원으로 노동당 당수에 올랐던 강성좌파 정치인 토니 벤이었다. 캐머런 총리는 상대방을 공격하기를 주저하는 ‘순둥이형’으로 불려 젠틀하지만 열정이 부족하다는 평을 듣고 있다. 밀리밴드 당수는 공격력은 강하지만 큰 이슈보다 지엽적인 문제에 너무 관심을 쏟고, 연설할 때 ‘프롬프터’에 너무 의지해 정치적 센스와 순발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그러나 두 사람 모두 영국 옥스퍼드대 출신의 엘리트로 초고속 출세 정치인에 달변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또 유권자들과 직접 접촉하기보다 TV나 인터넷을 통한 간접 접촉에 집중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선거 열기가 예년보다 못하다는 지적이 있다. 더타임스가 “영국 유권자들은 총선보다는 왕실의 갓 태어난 ‘로열 베이비’에 더 열광하고 있다”고 보도했을 정도이다. 반면 초긴장하고 있는 곳은 유럽연합(EU)이다. 이번 선거가 영국이 EU를 탈퇴하는 ‘브렉시트(Brexit)’로 이어지지 않을까 하는 걱정 때문이다. 캐머런 총리는 집권하면 2017년까지 EU 탈퇴를 묻는 국민투표를 실시하겠다고 약속했다. EU 탈퇴와 이민 제한을 내건 극우정당 ‘영국독립당(UKIP)’의 약진을 경계해서이다. 반면 밀리밴드가 이끄는 노동당은 스코틀랜드국민당(SNP)의 돌풍이 경계 대상이다. 이대로 가면 스코틀랜드 내 41개 의석 대부분을 SNP에 뺏길 것으로 보인다. 니콜라 스터전 SNP 당수는 영국 의회 선거에 출마하지 않았는데도 새 정부 연정협상에서 ‘킹 메이커’ ‘캐스팅보트’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텔레그래프지는 “영국의 미래 권력을 스코틀랜드가 정하게 됐다”고 분석했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25년 만에 영국 왕실에서 탄생한 새 공주(사진)의 이름은 샬럿 엘리자베스 다이애나(Charlotte Elizabeth Diana)로 결정됐다. 영국 왕실은 4일 윌리엄 왕세손 부부가 낳은 ‘로열 프린세스’의 이름을 공식 발표했다. 발표가 나오기 전 영국은 공주 이름 맞히기 베팅 열풍으로 집단흥분 상태였다. 가장 많은 사람들이 꼽은 이름은 ‘샬럿’과 ‘앨리스(Alice)’였다. 도박업체 래드브록스에 따르면 샬럿과 앨리스는 3 대 1의 배당률로 공동 1위였다. 샬럿은 할아버지의 이름인 찰스의 여성형 이름으로, 조지 3세 왕비의 이름이자 캐서린 세손빈 언니의 미들네임이기도 하다. 앨리스는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남편인 에든버러 공작의 어머니 이름이면서 빅토리아 여왕 딸의 이름이다. 이어 올리비아, 빅토리아, 엘리자베스 순으로 뒤를 이었다. 할머니의 이름인 다이애나로 정하자는 의견도 다수 나왔다. 결과적으로 새 공주의 이름은 다수가 원했던 이름 3개를 조합하는 형태로 결정됐다. 특히 비운의 주인공인 할머니 다이애나가 공주 이름에 들어간 점이 주목된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