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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민 ‘반장선거’긴장감 넘치는 선거 스릴러초5들의 ‘미니대선’ 방불케해 한 초등학교 5학년 2반에서 ‘미니 대선’이 열린다. 유력 후보는 기호 1번 유장원(강지석)과 2번 주선영(박효은). 진영 간 경쟁은 과열되고 욕설까지 주고받는 일촉즉발의 상황이 벌어진다. 그때 ‘제3지대’ 후보가 돌연 출사표를 낸다. 2반의 ‘동네북’ 정인호(김담호)다. 군소 후보의 등장에 아이들은 의문을 품지만 그것도 잠깐이다. 존재감이 없어 표 분산 우려가 없어서다. 게다가 공약조차 모양이 많이 빠진다. “친구들과 사이좋게 지낼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별다른 공약도, 의지도 없는 데다 평소 잘 나서지 않는 인호는 왜 출마한 걸까. 그는 양강 구도의 선거판에 미세한 파장이나마 일으킬 수 있을까. 배우 박정민(34)이 연출한 단편영화 ‘반장선거’의 줄거리다. 박정민을 포함해 30대 충무로 대세 배우 4인이 각각 감독한 단편 4편을 엮은 ‘언프레임드’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왓챠를 통해 8일 공개됐다. 손석구(38)의 ‘재방송’, 최희서(35)의 ‘반디’, 이제훈(37)의 ‘블루 해피니스’ 등 4인 4색의 영화가 선물세트처럼 담겼다. 각본도 이들이 직접 썼다. 배우들의 색깔이 뚜렷한 만큼 각 단편의 초반부만 보면 누가 연출했는지 금세 알 수 있다. ‘반장선거’는 대선 정국인 만큼 가장 눈길을 끈다. 초등학생들의 선거는 대선만큼 치열하다. 영화는 정인호가 왜 출마했는지, 그 결과는 어떻게 될지에 대한 궁금증을 증폭시키며 관객들을 몰입시킨다. ‘선거 스릴러’라는 장르를 개척했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미스터리하고 어두운 분위기로 긴장감을 높인다. 내내 어둡기만 한 건 아니다. 음악감독을 맡은 래퍼 마미손이 만든 리듬감 넘치는 힙합 음악을 중간에 삽입해 뮤직비디오처럼 연출하며 완급을 조절했다. 박정민은 6일 제작발표회에서 “아이들이 순수하다는 관념을 조금 비트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이제훈 ‘블루 해피니스’희망 잃은 채 주식에만 몰두…정해인이 대변한 ‘청춘의 얼굴’ ‘블루 해피니스’에는 청년들의 어두운 모습이 담겼다. 주식이나 코인 외에 희망을 찾을 수 없는 청년들이다. 아르바이트를 하며 취업을 준비하는 찬영(정해인)은 우연히 투자 전문가 친구(이동휘)를 만난 후 주식 투자를 시작한다. 친구가 찍어준 종목은 하루 만에 27% 넘게 오른다. 40만 원을 넣어 10만 원가량 벌었지만 그는 세상을 다 얻은 듯하다. 신용·미수거래로 종잣돈 규모만 키우면 부자가 되는 건 시간문제로 보인다. 하루 종일 주식창만 보느라 모든 일에 소홀해진 찬영의 인생은 한 방에 역전될 수 있을까. 이제훈은 “이 시대 청춘을 대변할 찬영 역에 정해인밖에 떠오르지 않았다”며 “(정해인에게) 시나리오를 보여줬는데 ‘하겠다’고 해 신이 났다. 감독 마음이 이렇구나 싶었다”고 했다.최희서 ‘반디’말 더듬는 9살 딸과 싱글맘담담하게 그린 연출력 돋보여 ‘반디’는 싱글맘 이야기다. 감독 최희서가 말을 더듬는 아홉 살 딸 반디(박소이)를 키우는 소영으로 나온다. 소영은 점점 커가는 딸의 얼굴에서 죽은 남편을 본다. 우는 듯 웃는 표정으로 딸을 바라보는 소영의 얼굴은 가슴을 먹먹하게 만든다. 남편이 살던 동네 뒷산을 거니는 모녀를 담담하게 담아낸 연출력이 돋보인다.손석구 ‘재방송’세상서 환영 못받는 이모-조카담백하고 애틋한 생활연기 일품 손석구의 ‘재방송’은 단역 배우이지만 ‘어딜 봐도 배우 같지 않은’ 외모를 가진 조카 수인(임성재)과 그의 연로한 이모(변중희)가 외손자 결혼식장에 함께 가는 과정을 그린 로드무비. 세상에서 별다른 환영을 받지 못하는 비슷한 처지의 이모와 조카 이야기는 자극적인 내용 없이도 관객을 스며들게 만든다. 무뚝뚝함 속 서로를 향한 애틋함을 표현한 두 배우의 생활연기는 이 영화를 봐야 할 이유로 충분하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5학년 2반에서 ‘미니 대선’이 열린다. ‘거대 양당’ 후보는 기호 1번 유장원(강지석), 2번 주선영(박효은). 양 진영의 경쟁은 과열되고 욕설까지 주고받는 등 일촉즉발의 상황이 여러 번 벌어진다. 그때 ‘제3지대’ 후보가 출사표를 던진다. 2반 ‘동네북’ 정인호(김담호)다. 군소후보의 등장에 아이들은 의문을 품어보지만 그것도 잠깐이다. 존재감이 없어 표 분산 우려가 없기 때문. 게다가 그의 공약은 모양이 많이 빠진다. “친구들과 사이좋게 지낼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별다른 공약도, 의지도 없어 보이는데다 평소 나서지도 않는 그는 왜 출마한 걸까. 그는 양강 구도의 선거판에 미세한 파동이나마 일으킬 수 있을까. 배우 박정민(34)이 연출한 단편영화 ‘반장선거’의 일부 내용이다. 박정민을 포함해 충무로 대세 30대 배우 4인이 감독으로 변신해 만든 단편 4편을 담은 ‘언프레임드’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왓챠를 통해 8일 공개됐다. ‘언프레임드’엔 손석구(38)의 ‘재방송’, 최희서(35)의 ‘반디’, 이제훈(37)의 ‘블루 해피니스’ 등 4인4색 영화 4편이 선물세트처럼 담겼다. 각본도 이들이 직접 썼다. 각 배우 색깔이 뚜렷한 만큼 각 단편 초반부만 보면 누가 감독인지 금세 알 수 있다. 이중에서도 ‘반장선거’는 대선 정국인 만큼 가장 눈길을 끈다. 초등학생들의 선거는 실제 대선 만큼이나 치열하다. 박정민은 정인호는 대체 왜 출마했는지, 그 결과는 어떻게 될지에 대한 궁금증을 증폭시키며 관객을 몰입시킨다. 박정민은 선거 스릴러물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했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미스터리하고 어두운 분위기를 연출하며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그러나 내내 어둡고 조용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음악감독 래퍼 마미손이 만든 리듬감 넘치는 힙합음악을 중간중간 삽입해 뮤직비디오처럼 연출하며 완급을 조절했다. 박정민은 6일 제작발표회에서 “아이들이 순수하다는 관념을 조금 비트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라고 했다. 이제훈의 ‘블루 해피니스’에는 이 시대 청년들 모습이 담겼다. 주식이나 코인 외에 별다른 희망을 찾을 수 없는 절망한 청년들 모습이다. 아르바이트를 하며 취업 준비를 하는 찬영(정해인)은 우연히 주식 투자 전문가인 친구(이동휘)를 만난 것을 계기로 주식 투자를 시작한다. 친구가 ‘찍어준 종목’은 하루만에 27%나 오른다. 40만 원을 넣어 10만 원 가량 번 게 전부지만 그는 세상을 다 얻은 듯하다. 신용거래와 미수거래로 종잣돈 규모를 키울 수만 있다면 부자가 되는 건 시간문제로 보인다. 하루종일 주식창만 보느라 아르바이트에도 여자친구에도 소홀해져버린 찬영의 인생은 한방에 행복해질 수 있을까. 아니면 한방에 나가떨어져버리는 인생이 될까. 이제훈은 “이 시대 청춘을 대변할 찬영으로 정해인 밖에 떠오르지 않았다”라며 “(정해인에게) 시나리오를 보여줬는데 ‘하겠다’고 해 정말 신이 났다. 이게 감독의 마음이구나 싶었다”라고 했다. 최희서의 ‘반디’는 싱글맘 이야기를 다룬다. 최 감독이 말을 더듬는 9세 딸 반디(박소이)를 홀로 키우는 소영으로 나온다. 소영은 점점 커가는 딸 얼굴에서 죽은 남편 얼굴을 본다. 딸을 우는 듯 웃는 표정으로 바라보는 소영의 얼굴은 가슴을 먹먹하게 만든다. 남편이 살던 동네 뒷산을 거니는 모녀의 모습을 담아낸 최희서의 담담하고 절제된 연출력이 돋보인다. 손석구는 ‘반디’를 두고 “아이 눈망울이 담긴 한 장면만으로도 영화를 볼 가치가 있다”라고 했다. 손석구의 ‘재방송’은 단역 배우이지만 ‘어딜 봐도 배우같지 않은’ 외모를 가진 조카 수인(임성재)과 그의 연로한 이모(변중희)가 이모의 외손자 결혼식장에 함께 가는 과정을 그린 ‘로드무비’. 세상에서 별다른 환영을 받지 못하는 비슷한 처지의 이모와 조카 이야기는 자극적인 내용 없이도 관객을 스며들게 만든다. 무뚝뚝함 속에 녹아든 서로를 향한 애틋함을 표현하는 두 배우의 생활 연기는 이 영화를 봐야할 이유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임기가 1년가량 남은 정권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사고를 친다. 화상회의 카메라가 켜진 줄 모르고 변태적인 사생활을 만천하에 노출한 것. 청와대는 수석·보좌관회의를 열고 후임 장관 물색에 나선다. 후보자 선정에 동원한 방법은 일명 ‘손병호 게임’. 다주택자 접고, 아들 군 면제, 탈세, 논문 표절, 장관 자리 주면 대선에 관심 가질 사람까지 접었다. 10여 명 중 남은 사람 0명. 대통령비서실장이 외친다. “다시 펴! 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웨이브 오리지널 드라마 ‘이렇게 된 이상 청와대로 간다’(사진)의 한 장면이다. 드라마는 ‘충격은 파격으로 덮는다’는 인사 전략 아래 신임 문체부 장관이 된 올림픽 사격 금메달리스트 이정은(김성령)이 대선 잠룡이 되는 이야기를 다룬다. 대선 잠룡을 다룬 드라마가 대선 정국을 만난 데다 당정청, 야당 등에 대한 풍자를 두고 ‘극사실주의’라는 호평이 이어지면서 지난달 12일 공개된 이 드라마는 뒤늦게 화제가 되고 있다. 각본을 공동 집필한 윤성호 감독(45)은 6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드라마 내용은 대부분 상상으로 만든 것이다. 정치 블랙코미디인 만큼 짓궂은 상상일수록 괜찮겠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이어 “다만 국회를 출입한 기자들을 취재하는 등 팩트 체크를 해 현실과 동떨어진 얘기를 하지 않으려 노력했다”고 했다. 드라마 속 세계는 국회, 정부 부처, 청와대, 언론의 현실을 길어 올린 다음 상상과 유머를 더해 재창조한 제2의 현실 같다. 디테일한 설정은 드라마 몰입에 큰 몫을 한다. ‘80년대 김연아’ 이정은은 위기를 겪던 야당(2016년 당시엔 여당)의 영입으로 20대 국회의원이 된다. 그러나 거수기 역할만 하다가 차기 공천에서 배제된다. 직업 없이 지내다가 진보 시사평론가와 결혼하고 보수 정당 출신의 진보 정권 장관으로 돌아온다. 윤 감독은 “이정은 캐릭터를 만드는 데 전 야당 의원과 전 장관 등 여러 인물을 참고하긴 했다”라며 “국회 내용은 국회의원 보좌관들이 주로 활동하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오가는 이야기를 참고했다”고 했다. 드라마는 OTT를 볼 때 유행하는 10초 건너뛰기가 어려울 정도로 대사와 스토리로 꽉 채워져 있다. 윤 감독은 “일단 보기 시작하면 멈출 수 없게 만들기 위해 각본의 밀도와 속도감에 공을 들였다”고 했다. 풍자라는 잽은 쉴 새 없이 날아든다. 여기에 현실감 넘치는 대사가 더해지면서 보는 내내 킥킥거리게 된다. 그 칼날은 특정 진영을 향하진 않는다. 진보 보수 모두 평등하게 풍자한다. 4선 야당 의원인 차정원(배해선)이 1.8%인 자신의 지지율을 나타낸 그래프를 보며 “이거 뭐 그래프야 볼펜똥이야”라며 자조하는 장면 등 감독을 ‘풍자의 신’이라 해도 될 만한 명대사도 많다. 그러나 정작 감독은 “누구도 풍자하고 싶지 않았다”고 했다. “폐부를 찔러 누군가를 아프게 할 생각은 없었어요. 재미가 최우선이었죠. 누군가를 가르치겠다는 생각은 더더욱 없었고요. 다만 ‘뭔가 아이러니하네’ 정도만 느끼실 수 있다면 블랙코미디로는 괜찮은 것 아닐까요.”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소니(축구선수 손흥민 별칭)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축구선수다. 그의 광팬이다.” 전 세계 국가 가운데 15일 한국에서 처음 개봉하는 영화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의 주인공 톰 홀랜드(스파이더맨·피터 파커 역)는 손흥민 얘기에 “그래(Yeah)!”라고 외쳤다. 7일 국내 언론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다. 홀랜드는 그간 손흥민 팬임을 여러 번 밝혔다. 손흥민은 홀랜드와 찍은 사진을 4일 인스타그램에 올렸고, 최근 경기에서는 거미줄을 쏘는 스파이더맨 세리머니를 잇달아 선보였다. 이날 홀랜드는 “얼마 전 소니를 만났는데 한 시간가량 내가 질문을 쏟아냈다. 그의 축구 스타일은 정말 우아하다”고 했다. 이어 “최근 봉준호 감독과 만나 소니 얘기만 했다”고 덧붙였다. 피터 파커의 연인 MJ 역의 여배우 젠데이아는 “‘오징어게임’의 배우 정호연을 최근 미국 행사장에서 만났다. 더 친하게 지내고 싶다”고 말했다. ‘노 웨이 홈’은 홀랜드가 스파이더맨 역을 맡으며 시작된 ‘홈커밍’ 시리즈의 완결판. 전작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2019년)에서 정체가 드러난 스파이더맨이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닥터 스트레인지’의 도움을 받던 중 다중우주(멀티버스)가 열리고, 그간 스파이더맨 시리즈에 등장한 빌런들이 나타나며 더 큰 위기를 맞는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홀랜드와 젠데이아, 피터 파커의 절친 네드 역의 제이컵 바털론은 1996년생 동갑. 2017년 홈커밍 당시부터 호흡을 맞추며 실제로도 가장 가까운 사이가 됐다. 홀랜드와 젠데이아는 연인이 됐다. 바털론은 “이 영화는 캐릭터와 팬이 함께 성장한 특별한 영화”라고 했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소니(손흥민 선수 별칭)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축구 선수다. 나는 그의 빅팬이다.” 15일 국내 개봉하는 영화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의 주인공 톰 홀랜드(스파이더맨·피터 파커 역)는 축구선수 손흥민 이야기가 나오자 신이 난 듯 “Yeah!”라며 감탄사를 연발했다. 7일 열린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 한국 언론 대상 온라인 기자간담회에 자리에서다. 그는 최근 손흥민과 직접 만났고, 손흥민과 함께 찍은 사진을 4일(현지시간)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올리기도 했다. 앞서 여러 차례 손흥민의 팬임을 밝힌 바 있다. 이날 한국 기자들에게서 “얼마 전 손 선수와 톰 홀렌드 배우의 만남이 큰 화제가 됐다. 당시 어땠나?”라는 질문을 받은 그는 “지금 기자간담회가 열리는 (영국 런던의) 이 호텔, 이 방에서 손 선수와 한 시간 정도 얘기했다. 내가 인터뷰하듯이 일방적으로 질문을 쏟아냈다. 그의 축구 스타일은 정말 우아하다”고 극찬했다. 손흥민에 대한 팬심을 드러내는 과정에서 최근 봉준호 감독과 만난 사실도 기습 공개했다. 홀랜드는 “며칠 전 봉 감독님과 만날 기회가 있었는데 그때도 영화 이야기는 하나도 안하고 손 선수 이야기만 잔뜩 했다. 그 정도로 팬이다”라고 했다. 이날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을 비롯한 ‘스파이더맨: 홍커밍’ 3부작 시리즈에서 피터 파커가 짝사랑하는 여성이자 조력자인 MJ 역을 맡은 젠데이아 콜먼은 ‘오징어게임’에 출연한 배우 정호연과의 인연을 강조했다. 최근 정호연은 ‘오징어게임’의 글로벌 히트 이후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팔로우한 해외 스타들을 언급하며 “콜먼이 나를 팔로우한 것이 가장 신기했다”라고 밝힌 바 있다. 두 사람은 최근 미국의 한 행사장에서 직접 만나기도 했다. 콜먼은 “나는 2017년 ‘스파이더맨: 홈커밍’으로 첫 장편 영화에 데뷔한 이후 굉장히 큰 변화를 겪었다”며 “정호연 역시 ‘오징어게임’ 이후 큰 변화를 겪고 있는 점이 비슷해서 공감이 많이 간다”고 했다. 이어 “정호연은 긍정적인 에너지가 넘치는 재능있는 배우”라며 “앞으로도 직접 보고 더 친하게 지내고 싶다”며 애정을 드러냈다.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은 전편인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에서 정체가 탄로난 스파이더맨이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닥터 스트레인지’의 도움을 받던 중 새로운 다중 세계(멀티버스)가 열리고, 이 과정에서 그간 스파이더맨 시리즈에 등장한 빌런들이 대거 나타나며 최악의 위기를 맞게 되는 이야기를 다룬다. 2017년 시작된 ‘스파이더맨: 홈커밍’ 시리즈의 완결판이다. 전 세계 국가 중 한국에서 가장 먼저 개봉한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얼핏 보면 ‘3시간 17분’ 같다. 그래도 주저하게 된다. 언제든 정지, 재생할 수 있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콘텐츠와 유튜브 쇼트폼 콘텐츠의 확산으로 멈추는 것이 불가능한 긴 영상은 제쳐놓는 이들이 많아진 요즘 3시간이 넘는 극장용 영화라니. 2시간만 넘어가도 표 구입을 망설이는 시대에 말이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3시간 17분도 아니다. 317분, 무려 5시간 17분이다. 시대를 역행하다 못해 비웃는 듯한 이 작품, ‘일본 봉준호’로 불리는 하마구치 류스케(濱口龍介·43) 감독의 ‘해피아워’다. ‘드라이브 마이카’로 칸 영화제 각본상을, ‘우연과 상상’으로 베를린 국제영화제 심사위원 대상을 수상하는 등 유명 국제 영화제를 휩쓸고 있는 젊은 거장의 작품이다. 세계 무대에 거장의 이름을 알린 시작점인 이 영화는 일본에서 개봉한 지 6년 만에 국내에서 9일 개봉한다. ‘해피아워’는 긴 러닝타임 탓에 보기로 결심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특이한 작품. 그러나 결심이 반이다. 정작 보기 시작하면 5시간 17분이 그리 길게 느껴지진 않는다. 영화는 30대 후반 절친 여성 4명의 우정과 일상을 다룬다. 함께 워크숍에 참가하고 온천 여행을 하는 이들에겐 각자의 고민이 있다. 남편의 외도로 ‘돌싱’이 된 아카리(다나카 사치에), 자신의 외도로 이혼소송 중인 준(가와무라 리라), 남편에게마저 사생활의 선을 긋는 후미(미하라 마이코), 남편과 아들에게 헌신하고 살다가 자기 자신을 잃은 사쿠라코(기쿠치 하즈키)까지 공감을 이끌어내는 4인 4색 캐릭터가 나온다. 영화는 내내 이들의 고민과 일상, 각자의 행복을 찾아가는 과정을 담담하게 그려낸다. 주인공들이 참가한 ‘중심’이란 주제의 워크숍 장면을 보여주는 데만 약 30분을 할애하기도 한다. 그 덕분인지 관객은 영화 속 워크숍에 함께 참가하고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질 수 있다. 워크숍 장면이 끝나면 주인공들과 마찬가지로 관객도 ‘자신이 중심을 찾아야 타인과의 균형도 유지할 수 있다’는 점을 깨달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주인공 4명이 전문 배우가 아니라는 걸 알고 보면 조금 더 재밌어진다. 하마구치 감독은 과거 ‘즉흥 연기 워크숍’을 열어 만난 이들 4인을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미하라의 속을 알 수 없는 연기와 가와무라의 텅 빈 눈빛 연기는 어쩌면 연기를 하지 않는 것이 최고의 연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이들 4명은 아마추어임에도 2015년 로카르노 영화제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영화 상영 중간에는 쉬는 시간 10분이 주어진다. 티켓은 1만8000원. 주말 기준 1만4000원(2D 영화 기준)인 일반 영화보다는 비싸다. 앞서 1997년 말 개봉한 호러 컬트 영화 ‘킹덤’은 4시간 39분에 달하는 러닝타임에도 전 회가 매진되며 큰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당시와 달리 미디어 환경이 급변한 데다 상영 시간 내내 잔잔하고 담담한 ‘해피아워’ 특성상 킹덤의 흥행을 재연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 영화를 수입한 이은경 영화사 조아 대표는 “짧은 영상, 10초 건너뛰기가 가능한 영상이 확산된 현 시대에 ‘해피아워’의 긴 러닝타임은 드물고 신선해 오히려 큰 장점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세계무대에 내놓으려면 유아인이 제격이지’라는 댓글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배우 유아인(35·사진)은 3일 언론사 공동 화상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하며 쑥스러운 듯 크게 웃었다. 국내 넷플릭스 드라마 ‘지옥’의 글로벌 흥행 이후 평가 중 가장 기분 좋았던 내용을 묻는 질문에 대한 답변이었다. 지난달 19일 공개된 ‘지옥’은 하루를 빼고 1일까지 세계 1위에 줄곧 올랐다. 극중 사이비 종교 새진리회 의장 정진수를 연기한 유아인도 세계에 이름을 알렸다. 그는 “세계 1등이라는 건 어떻게 소화해야 할지 모르는 개념이어서 고민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다”고 했다. 유아인은 ‘지옥’에서 선인인지 악인인지 짐작하기 힘든 미스터리한 연기를 펼친다. ‘최소한의 등장으로 최대의 긴장감을 만들어내야 하는 인물’ 정진수를 표현하기 위한 것. 이를 위해 텅 빈 눈빛을 보여주기에 적당한 눈꺼풀 높이까지 연구했다. ‘연기의 신’이라는 찬사가 쏟아졌다. 천사가 나타나 특정인에게 지옥행 날짜를 고지하고 예고된 시간에 지옥의 사자가 나타나는 내용이나 초자연 현상에 대한 새진리회의 해석을 믿지 않는 이들에 대한 혐오 등 ‘지옥’의 세계관은 얼핏 비현실적이다. 그러나 유아인은 ‘지옥’이 현실적인 작품이라고 평가했다. “‘지옥’이 인터넷에서 매일 벌어지는 전쟁이나 정치판을 풍자한 것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당장 마주하고 있는 현실도 (‘지옥’ 속 현실과) 다르지 않은 것 같아요. 어디서 주워들은 한 줄의 정보를 맹신하고, 자신의 믿음을 강요하고…. 현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혐오나 폭력, 집단 광기를 이 작품은 조금 다른 방식으로 표현하고 있는 거죠.”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초반부만 읽으면 ‘소설을 가장한 맛집 기행문’이라고 착각하기 쉽다. 대학 시절 먹던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단팥빵’을 먹어보고 죽겠다는 암 환자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전국의 단팥빵 맛집을 소개하는 기행문 말이다. 폐암 말기인 경희와 딸 미르는 미국에서 한국으로 날아온다. 경희가 그토록 먹고 싶어 하는 단팥빵을 파는 빵집이 대전에 있어서다. 그러나 빵집은 없어진 지 오래. 모녀는 전국 투어를 시작한다. 경희는 유명 단팥빵을 먹을 때마다 고개를 젓는다. 전국을 돌다 다다른 곳은 전남 목포의 빵집. ‘전설의 단팥빵’으로 유명한 곳이지만 단팥빵 빼고 다 판다. 초고수가 자신이 만든 단팥빵 맛이 변했다며 10년 전 사라지면서 단팥빵이 ‘영구 결번’이 된 것. 미르는 이 빵집 종업원으로 취직한다. 초고수의 흔적이라도 찾겠다면서. 소설 속 단팥빵 묘사를 읽고 있으면 이를 먹고 싶은 욕구가 커진다. 작가의 말을 통해 ‘빵이 너무 좋다’고 밝힌 저자가 소설 형식을 빌려 그간 하고 싶었던 빵 이야기를 다 풀어놓은 것 같다. 그러나 페이지를 넘길수록 빵 이야기이되 빵 이야기가 아니다. 저자는 빵으로 책을 가볍게 펴도록 한 뒤 심오한 인생 이야기를 풀어낸다. 경희가 찾으려고 한 건 단팥빵이 아니라 그 시절을 살던 자신인지 모른다. 남들이 최고의 맛이라고 칭찬해도 스스로 성에 차지 않아 절망한 단팥빵 초고수 정길에게선 자신의 글을 놓고 고민을 거듭하는 저자가 겹친다. 정길은 빵의 수준이 대중과 너무 멀어지면 자기만족의 허세에 갇힐 수 있다는 지적을 받고 고뇌한다. 저자 역시 과도하게 독특하거나 실험적인 문체로 자기만족만 추구하지는 않는다. ‘따갑지는 않으나 결만큼은 충분히 예리해진 6월의 햇살’처럼 공감을 자아내는 세밀한 묘사가 많다. 미르, 경희, 정길 등 세 사람의 시점에서 각각 쓰인 구성과 경희의 숨은 사연에 관한 단서를 하나둘 던지며 궁금증을 증폭시키는 모습을 보면 30여 년간 소설을 써온 저자의 내공이 느껴진다. 탄탄한 서사와 대중과 소통할 수 있는 문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작품을 읽고 나면 초반부만 보고 단팥빵을 사먹어 버린 게 민망해진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로봇 찌빠’ 등으로 1970, 80년대 큰 인기를 끈 ‘명랑만화의 전설’ 신문수 화백이 지난달 30일 별세했다. 향년 82세. 1일 유족에 따르면 고인은 지난해 7월 신장암 판정을 받은 뒤 투병 생활을 이어왔다. 올해 7월까지도 어린 시절 추억이 담긴 장면을 만화로 그리는 등 마지막까지 펜을 놓지 않았다. 고인은 1963년 동아일보에 보낸 독자투고 만화가 채택된 것을 계기로 창작 활동을 시작했다. 1965년 잡지 ‘로맨스’에 병영 생활 이야기 ‘카이젤 상사’를 연재하며 정식 데뷔했다. 고인은 1974년부터 연재한 ‘도깨비감투’로 명랑만화계에서 명성을 떨쳤다. 이어 1979년부터 대표작 ‘로봇 찌빠’를 14년간 소년중앙에 연재했다. 고인은 ‘로봇 찌빠’의 성공으로 ‘꺼벙이’의 길창덕 화백, ‘맹꽁이 서당’의 윤승운 화백과 더불어 명랑만화계 3인방으로 불렸다. 고인은 문화예술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2001년 대한민국 만화문화대상 공로상에 이어 2014년 보관문화훈장을 받았다. 2002∼2005년 한국만화가협회장을 지냈다. 유족으로는 부인 김정자 씨와 딸 소영 유라 혜라 주라 씨, 사위 조준우 배태희 씨가 있다. 빈소는 경기 성남시 분당서울대병원, 발인은 2일 오전 6시, 장지는 국립대전현충원.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도깨비감투’ ‘로봇 찌빠’등의 명랑만화로 1970, 80년대에 큰 인기를 끌었던 만화가 신문수 화백이 지난달 30일 별세했다. 향년 82세. 유족에 따르면 고인은 지난해 7월 신장암 판정을 받은 뒤 투병생활을 이어왔다. 고인은 병세가 악화되던 와중인 올해 7월까지도 자화상과 어린시절 추억이 담긴 장면을 만화로 그리는 등 마지막까지 창작 활동에서 손을 놓지 않았다. 고인은 1963년 동아일보 보낸 독자투고 형식의 만화가 채택된 것을 계기로 창작 활동을 본격화한 뒤 1964년 잡지 ‘로맨스’에 명랑만화 ‘너구리 형제’를 게재하며 직업 만화가의 길로 들어섰다. 이후 1965년 병영생활을 소재로 한 ‘카이젤 상사’를 연재하는 등 창작 활동에 매진하던 고인은 1975년 ‘도깨비감투’가 히트하면서 명랑만화계의 대표적인 만화가로 반열에 올랐다. 1979년부터는 대표작 ‘로봇 찌빠’를 14년간 ‘소년중앙’에 연재했다. 고인은 ‘로봇 찌빠’의 히트로 스타 만화가가 되면서 ‘꺼벙이’를 그린 길창덕 화백, ‘맹꽁이 서당’을 그린 윤승운 화백과 함께 한국 명랑만화의 대부 3인방으로 불렸다. 고인은 문화예술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2001년 대한민국 만화문화대상 공로상을 수상했고, 한국만화가협회 고문을 지내던 2014년엔 보관문화훈장을 받았다. 2002~2005년 한국만화가협회 회장을 역임하며 한국 만화계를 이끌었다. 유족으로는 부인 김정자 씨와 딸 소영·유라·혜라·주라 씨, 사위 조준우·배태희 씨가 있다. 빈소는 분당 서울대병원, 발인은 2일 오전 6시. 장지는 국립대전현충원. 031-787-1510.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채널A는 굵직한 특종과 균형 있는 시사 프로그램을 통해 정의를 밝혀왔다. 채널A는 개국 10주년을 맞아 새 단장을 한 오픈스튜디오에서 더 투명한 보도로 시청자들을 찾아간다. ○ 더 투명해진 뉴스 채널A는 개국 당시 서울 청계천로 동아미디어센터 1층에 만들었던 오픈스튜디오를 새로 단장해 1일부터 메인 뉴스인 ‘뉴스A’를 이곳에서 만든다. 뉴스 제작 현장을 모두에게 공개해 ‘더 투명한 뉴스, 시민들 곁으로 다가서는 뉴스’를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오픈스튜디오는 시민들에게 방송 현장을 더 많이 공개하기 위해 면적과 층고를 대폭 확장했다. 자료 영상 등을 띄우는 미디어월도 발광다이오드(LED) 패널이 장착된 첨단 장비로 2개를 설치했다. 이 중 높이 3.7m, 길이 7.2m의 초고화질 메인 미디어월은 화면이 시시각각 바뀌면서 역동적인 뉴스를 구현하게 된다. 오픈스튜디오에서는 1일부터 오후 7시에는 뉴스A가, 이에 앞서 오전 8시 50분부터는 ‘김진의 돌직구 쇼’가 진행된다. ○ 강하고 젊은 뉴스 채널A의 강한 특종은 사회를 바꿔왔다. 장기 미제였던 화성 연쇄살인사건의 용의자가 복역 중인 이춘재였음을 2019년 10월 단독 보도한 것이 대표적. 억울한 옥살이 피해자를 조명하고, 경찰이 다른 장기 미제사건까지 재수사에 나서게 하는 등 파급력이 컸다. 채널A는 개국 10주년을 맞아 1일부터 4주간 뉴스A의 ‘다시 간다’ 코너를 통해 특종 보도의 그 후 현장을 찾아갈 예정이다. 1일 이춘재 건을 시작으로 8일 탈북 모자 아사 사건(2019년 8월 보도), 15일 암호명 ‘킹크랩’(2018년 4월) 단독 보도의 뒷이야기를 다룬다. 올해 초부터는 ‘보수를 말한다’ ‘진보를 말한다’ ‘중도를 말한다’ 등 ‘말한다’ 시리즈로 고품격 정치토론 프로그램을 한 달에 한 번꼴로 선보이고 있다. 채널A는 젊은 뉴스를 지향한다. 2019년부터 뉴스A를 진행해 온 남녀 앵커 모두 30대에 발탁됐다. 뉴스A의 ‘여랑야랑’과 ‘팩트맨’ 코너도 이를 잘 보여준다. 여랑야랑은 여야 정치권의 뒷이야기를 가벼운 음악과 톡톡 튀는 내용으로 전달한다. 팩트맨은 사회적 논란이나 궁금증이 있는 사안을 꼼꼼히 따져줘 2030 시청자의 호응이 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둘러싼 의구심이 크던 5월 정확한 사실 확인으로 서울대 팩트체크센터가 주는 한국팩트체크대상 우수상을 수상했다. 대표 시사 프로그램으로 자리매김한 ‘김진의 돌직구 쇼’와 ‘뉴스 TOP10’은 오랜 기간 채널A 시청자들의 아침과 저녁을 책임지고 있다. 2013년 7월 시작한 ‘김진의 돌직구 쇼’는 조간신문을 바탕으로 다양한 뉴스를 다뤄 동시간대 종편 프로그램 시청률 1위를 지키고 있다. 같은 해 10월 시작한 ‘뉴스 TOP10’은 중요도, 파급력 등을 기준으로 뉴스 순위를 매기는 형식을 처음 만들었다. 유튜브 실시간 접속자 수가 경쟁 프로그램을 2, 3배 앞서는 등 인기를 자랑한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잔디밭에 누워 나무를 보고 있노라면 마음이 편해지더라고요. 그래서 나무를 그렸어요. 나뭇잎을 잘 표현할 방법을 고민하다 물감을 면봉에 묻혀 찍어봤어요. 잘했죠?” 한 여성이 노트북 카메라를 향해 캔버스를 들어 보이며 말했다. 캔버스 가장자리에는 ‘가끔 실수해도 괜찮아’라고 쓰인 문구가 붙어 있었다. 화면에 비친 다른 참가자들은 그림을 보고 박수를 보냈다. 최근 줌 화상회의로 진행된 예술치유 프로그램 ‘예술로 마음을 밝히다’의 한 장면이다. 이날 강의 주제는 ‘나를 힘나게 하는 것’을 물감으로 그려 보는 것이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우울감 등을 호소하는 이들을 위해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하 진흥원)이 마련했다. 문체부와 진흥원은 코로나19가 확산된 지난해부터 진행하고 있는 ‘찾아가는 예술처방전’ 사업에 예술치유 프로그램을 올해 포함시켰다. 미술, 음악, 무용 분야에서 다섯 종류의 치유 프로그램을 운영하는데, 올 9월부터 최근까지 프로그램별로 5회의 비대면 강의를 진행했다. 전국 260개 정신건강복지센터 중 15곳의 이용자들과 1곳의 직원들이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정신건강복지센터 이용자들은 대부분 우울감 등으로 상담을 받고 있는 이들이다. ‘예술로 마음을 밝히다’ 프로그램을 진행한 김태은 차의과대 미술치료대학원 교수는 “참여자들이 미술치료가 자존감 회복에 도움이 된다는 소감을 전해 왔다”며 “비대면 프로그램 덕에 면 단위 지역주민들도 만나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미술치료의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예술치유 프로그램은 코로나19로 업무가 폭증해 우울증에 빠질 우려가 있는 사회복지사나 간호사 등을 대상으로도 진행됐다. 하경진 남원시정신건강복지센터 정신건강전문요원은 “짧은 시간이었지만 마음이 편해졌다. (같은 일을 하는) 다른 분들도 잘 견디고 있는 모습을 보며 위로를 받았다”고 했다. ‘찾아가는 예술처방전’ 사업에는 ‘예술체험 키트’를 나눠주는 사업도 포함돼 있다. 지난해 5000개에 이어 올해 약 2000개의 키트를 배포했다. 올해는 각계 예술 전문가들이 참여한 워크숍을 통해 성취감을 높일 수 있는 5종의 키트를 새로 개발했다. 진흥원은 나무 조각 200여 개로 ‘나만의 나무’를 만들 수 있는 ‘아트 온 마인드(Art On Mind)’ 키트를 마련했다. 올해 키트 등 5종으로 만든 작품 중 약 100개를 선정해 26일부터 온라인 전시회를 열고 있다. 김인설 가톨릭대 공연예술문화학과 교수는 “예술치유는 정신적 회복을 돕는 데 상당한 역할을 해온 만큼 이번 사업도 코로나 블루를 극복하는 데 있어 적지 않은 효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대중을 만족시킬 수 있을 거란 생각은 안 했습니다. 이런 장르를 즐기는 분들이 좋아해주실 거라는 생각으로 만들었는데 많은 분들이 봐주셔서 신기합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지옥’의 세계 1위 등극으로 글로벌 스타 감독이 된 연상호 감독(43·사진). 그는 25일 화상 인터뷰에서 “자고 일어났더니 1위라고 해서 어리둥절했다”며 드라마가 공개 하루 만에 세계 1위를 차지한 소감을 밝혔다. 25일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콘텐츠 순위 집계 사이트 플릭스 패트롤에 따르면 ‘지옥’은 24일 기준 넷플릭스 TV쇼 부문 세계 1위다. 공개 하루 만인 20일 1위였다가 다음 날 2위로 내려간 뒤 22일부터 다시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한국 드라마로는 최단기간에 1위에 오른 데다 흥행세가 지속되면서 ‘지옥’은 ‘제2의 오징어게임’으로 불린다. 연 감독은 ‘지옥’을 포함한 한국 콘텐츠의 인기에 대해 “그간 한국 드라마와 영화가 세계시장에서 쌓아온 신뢰가 폭발한 결과물”이라고 했다. “저는 ‘결괴(決壞·방죽이나 둑이 물에 밀려 터져 무너지는 것)’라는 단어를 좋아해요. 10여 년 전부터 한국 콘텐츠가 세계시장이라는 벽에 균열을 냈고, 이 균열들이 모여서 둑이 무너진 거죠.” ‘지옥’은 장르물의 재미와 정의 등에 관한 철학적 심오함 사이의 균형을 잘 맞춘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연 감독은 “대학 때 정말 재밌게 본 (일본 만화) ‘20세기 소년’의 균형감을 어떻게 하면 구현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을 많이 하며 이 작품을 구상했다”고 했다. ‘지옥’은 천사가 특정인에게 지옥행 시간을 고지하고 예고된 시간에 지옥의 사자가 나타나 지옥의 고통을 시현한다는 설정이 핵심. 궁금증을 유발하는 설정 자체가 드라마를 끝까지 보게 만드는 원동력이지만 결말에도 지옥행 고지와 시현이 왜 일어나는지에 대한 답이 없어 아쉽다는 평가도 많다. 그는 “‘지옥’은 거대한 우주적 공포와 그것을 맞닥뜨린 인간의 모습을 다루는 코스믹(cosmic) 호러 장르”라며 “코스믹 호러는 미스터리한 상황은 미스터리한 대로 두고 그 상황을 맞닥뜨린 인간들의 모습을 현실성 있게 보여주는 것이 핵심”이라고 했다. ‘지옥’ 시즌2 제작에 대한 관심도 높다. 연 감독과 최규석 만화가가 함께 만든 동명 원작 웹툰과 달리 드라마의 결말 부분에 시즌2의 여지를 남기는 장면이 추가된 것도 시즌2에 대한 기대감을 높인다. 연 감독은 “내년 하반기에 후속 이야기를 우선 만화로 선보일 수 있을 것 같다”며 “영상화 여부는 논의해 봐야 한다”고 했다. 연 감독은 차기작으로 배우 강수연, 김현주 등이 출연하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SF영화 ‘정이’를 제작 중이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보편적인 대중을 만족시킬 수 있을 거란 생각은 안했다. 이런 장르를 좋아하는 분들이 좋아해주실 거라 생각으로 만들었는데 많은 분들이 봐주셔서 신기하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지옥’이 세계 1위에 오르면서 글로벌 스타 감독이 된 연상호 감독(43)은 25일 진행된 화상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자고 일어났더니 1위라고 해서 어리둥절하고 당황스러웠다”라며 드라마가 19일 전세계 공개 이후 하루 만에 세계 1위를 차지한 소감도 밝혔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콘텐츠 순위 집계 사이트 ‘플릭스 패트롤’에 따르면 ‘지옥’은 공개 다음날인 20일 넷플릭스 TV쇼 부문 세계 1위에 등극했고, 21일 2위로 내려갔다가 22일부터 1위 자리를 탈환한 뒤 3일 연속 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한국 드라마로는 최단기간 내에 1위에 오른데다 흥행세가 지속되면서 ‘지옥’에는 ‘제2의 오징어게임’이라는 별칭이 붙었다. 연 감독은 ‘지옥’을 포함한 한국 콘텐츠의 인기를 두고 “그간 한국 드라마와 영화가 세계시장에서 쌓아온 신뢰가 폭발한 결과물”이라고 말했다. “저는 ‘결괴(決壞·방죽이나 둑이 물에 밀려 무너지는 것)’라는 단어를 좋아해요. 10여 년 전부터 한국 드라마와 영화가 세계시장이라는 벽에 균열을 냈고, 이 균열들이 모여서 둑이 무너지듯 쏟아져나오기 시작한 거죠.” ‘지옥’을 두고는 장르물의 재미와 삶과 죽음, 정의 등에 관한 철학적 심오함의 균형을 잘 맞춘 작품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연 감독은 “대학 때 (일본 만화) ‘20세기 소년’을 보며 너무 재밌어서 놀랐던 기억이 있다”라며 “‘20세기 소년’의 균형감을 어떻게 하면 구현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을 많이 하며 이 작품을 구상했다”고 했다. ‘지옥’은 천사가 특정인에게 지옥행 시간을 고지하고 예고된 시간에 지옥의 사자가 나타나 지옥의 고통을 시현한다는 설정이 핵심. 궁금증을 유발하는 설정 자체가 드라마를 끝까지 보게 만드는 동력이지만 결말에도 지옥행 고지가 왜 일어나는지 등에 대한 해답이 없어 아쉽다는 평가도 많다. 연 감독은 “‘지옥’은 거대한 우주적 공포와 그것을 맞닥뜨린 인간의 모습을 다루는 코스믹 호러 장르”라며 “코스믹 호러는 미스터리한 상황은 미스터리한대로 두고 그 상황을 맞닥뜨린 인간들의 모습을 현실성 있고 설득력 있게 보여주는 것이 핵심”이라고 했다. ‘지옥’이 글로벌 신드롬을 일으키면서 시즌2 제작에 대한 관심도 높다. 원작 웹툰과 달리 결말 부분에 시즌2의 여지를 남기는 장면이 추가된 것도 시즌2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는 부분. 연 감독은 “(웹툰을 함께 만든) 최규석 작가와 올 여름부터 이어지는 이야기를 만화로 만들려고 논의하고 있다”라며 “내년 하반기에 후속 이야기를 만화로 선보일 수 있을 것 같고, 그것을 영상화할지는 추후 논의해봐야 한다”고 했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K팝이 어우러진 디즈니 애니메이션이 나온다면 정말 재미있게 작업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최영재(51), 윤나라(37) 디즈니 애니메이터가 디즈니의 60번째 장편 애니메이션 ‘엔칸토: 마법의 세계’(엔칸토·사진) 개봉일인 24일 진행된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입을 모았다. 엔칸토가 콜롬비아를 배경으로 하는 등 디즈니가 인종·지역적 다양성 반영에 공을 들이는 만큼 조만간 한국 문화를 소재로 한 애니메이션이 나오는 것 아니냐는 기대도 커지고 있다. 윤 애니메이터는 “디즈니는 아프리카계 프로젝트도 진행하는 등 다문화적인 IP(지식재산권)를 만들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며 향후 디즈니가 한국 문화를 다룰 수도 있다는 기대를 높였다. 두 사람은 디즈니에서만 각각 15년, 8년을 일하며 겨울왕국 1·2편, 주토피아 등 다수의 작품을 제작한 베테랑 애니메이터. 애니메이터는 컴퓨터그래픽(CG)으로 근육과 관절 등을 조절해 캐릭터가 자연스럽게 움직일 수 있도록 하는 작업을 한다. 이들은 엔칸토에서도 미라벨 등 주인공들의 움직임을 실감나게 구현해 내는 작업을 했다. 엔칸토는 콜롬비아 숲속 마을이 배경인 만큼 주인공들이 콜롬비아 전통춤을 추거나 콜롬비아인 특유의 제스처를 하는 장면이 많다. 최 애니메이터는 “디즈니는 특정 지역을 배경으로 한 애니메이션을 만들 때 지역 전문가들과 협업하는 등 많은 노력을 한다”며 “엔칸토에는 콜롬비아인들만 알 수 있는 제스처까지 반영됐다”고 했다. 애니메이션 제작은 실시간 소통을 통한 협업이 필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탓에 애니메이터들이 재택근무를 해야 해 엔칸토 제작에는 어려움이 많았다. 윤 애니메이터는 “함께 일하는 분위기를 내려고 다 함께 페이스타임 통화를 하는 등 최대한 많이 소통했다”며 “그 결과 엔칸토는 기존 디즈니 뮤지컬 애니메이션의 한계를 뛰어넘는 수준으로 잘 만들어졌다”고 했다. 이들은 애니메이터 지망생들에게 ‘꿈의 회사’로 통하는 디즈니에서 일하고 싶어 하는 한국 청년들을 위한 격려도 아끼지 않았다. “한민족은 끈기로 유명하잖아요. 차근차근 한 단계씩 밟고 올라오면 디즈니에 올 수 있는 한국인들은 굉장히 많을 거라고 생각합니다.(최영재)”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지옥’이 미국 애니메이션 ‘아케인(ARCANE)’에 내준 세계 1위 자리를 하루 만에 되찾았다. 23일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콘텐츠 순위 집계 사이트 ‘플릭스 패트롤’에 따르면 190여 개국에 동시 공개된 지 하루 만인 20일 세계 1위에 올랐던 지옥은 21일 2위로 내려갔다가 22일 다시 1위에 올랐다. 21일 1위에 올랐던 아케인은 22일 2위로 밀려났다. 지옥이 1위를 차지한 국가도 늘고 있다. 20일 1위 국가는 우리나라를 포함해 24개였지만 22일엔 일본, 인도, 프랑스, 브라질 등이 1위 대열에 합류하며 35개국으로 증가했다. 미국과 캐나다에선 지옥과 같은 날 공개된 미국 드라마 ‘카우보이 비밥’이 1위에 오른 가운데 지옥은 22일 기준 3위에 올라 있다. 넷플릭스 스트리밍 서비스가 이뤄지지 않는 중국에서도 지옥의 흥행세가 시작된 분위기다.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에는 23일 오후 3시 기준 지옥의 중국 내 불법 유통 작품명인 ‘지옥공사(地獄公使)’ 관련 게시물을 읽은 사람이 1억3000만 명을 넘었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전 세계가 지난 주말 ‘지옥의 문’을 열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지옥(hellbound·사진)’이 공개 하루 만에 세계 1위에 오른 것. ‘오징어게임’이 공개 6일 만에 세계 1위에 오른 것에 비해 1위 등극 속도가 압도적으로 빨라졌다. 한국 드라마가 세계인이 믿고 보는 콘텐츠가 됐음을 보여주는 성적표라는 평가가 나온다. 21일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콘텐츠 순위 집계 사이트 ‘플릭스 패트롤’에 따르면 19일 190여 개국에서 동시에 공개된 ‘지옥’은 20일 우리나라를 비롯해 싱가포르, 멕시코, 벨기에, 아랍에미리트 등 24개국에서 1위를 차지하며 전 세계 TV쇼 부문 스트리밍 순위 1위에 올랐다. 앞서 ‘오징어게임’은 9월 17일 공개 이후 같은 달 23일 세계 1위에 올랐다. ‘지옥’은 프랑스 브라질 인도 등에서 2위, 미국 캐나다 독일 등에서 3위에 올라 있어 1위 국가는 조만간 큰 폭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오징어게임’은 지금까지 94개국에서 1위를 차지했는데 ‘지옥’이 이 기록을 넘어설 수 있을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지옥’을 연출한 연상호 감독은 21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한국 드라마가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어 찬물을 끼얹으면 안 된다는 생각에 걱정이 많았다”며 “‘1위를 못하면 어떡하지’ 했는데 첫날부터 1위를 하니까 너무 놀랍다”고 말했다. 9월 23일부터 단 5일을 제외하고 세계 1위 자리를 지켜온 ‘오징어게임’은 또 다른 한국 드라마의 등장으로 2위 자리로 밀려났다. 세계 드라마 시장이 한국 드라마끼리 경쟁하는 ‘K콘텐츠 각축장’이 되고 있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오징어게임’이 한국 드라마에 대한 관심을 끌어올려준 영향이 컸다. 삶과 죽음, 죄와 벌, 어떻게 살아야 하나 등 ‘지옥’이 다루는 주제가 보편적이다 보니 인기가 있는 것 아닌가 한다.” 19일 공개 이후 하루 만에 세계 1위에 등극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지옥’의 연상호 감독은 21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지옥’의 글로벌 흥행 요인을 이같이 분석했다. ‘오징어게임’에 연이어 ‘지옥’까지, 누구나 관심 가질 요소를 기발하고 세련되게 풀어내는 힘이 한국 드라마를 세계인의 드라마로 만들고 있다.○ 강렬함과 몰입감 최고‘지옥’은 부산국제영화제 등을 통해 미리 공개됐을 당시부터 ‘제2의 오징어게임’이 될 것이란 기대를 모았다. 천사가 나타나 특정인에게 지옥에 갈 거라 고지하고, 실제로 예고된 시간에 ‘지옥의 사자’가 나타나 무자비하게 폭행한 뒤 불태운다는 설정이 참신해 세계인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는 평가였다. ‘지옥’의 흥행에는 강렬한 도입부의 효과가 컸다. 1화에서 타이틀이 나오기 전 5분여간 지옥행 선고를 받은 남자가 도심 도로에서 지옥의 사자들에게 쫓기다 지옥의 고통을 당한 뒤 불에 타는 장면을 보여준다. 컴퓨터그래픽(CG)으로 만든 지옥의 사자들은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문제의 남자가 처형당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지 알고 싶어서라도 관객들은 드라마를 끝까지 보게 된다. 연 감독은 “6화가 한꺼번에 공개되다 보니 한꺼번에 볼 수 있을 정도의 몰입력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초반부는 영화를 만들 듯 만들었다”고 했다. 선인인지 악인인지 판단할 수 없게 하는 배우들의 ‘줄타기 연기’도 호기심 자극에 한몫한다. 작품은 궁금증을 품은 시청자들을 끌어들인 뒤 여러 생각을 하게 한다. 죄인이라면 만인 앞에서 고통을 받는 것이 정당한지, 대세가 된 신념에 반하는 이들에게 가해지는 폭행은 정당한지 등 철학적 질문을 마구 던진다. 종교적·정치적 아집에 사로잡힌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전 세계 누구나 고심할 만한 문제들이다.○ 믿고 보는 ‘K드라마’‘오징어게임’으로 시작된 한국 드라마의 글로벌 열풍은 ‘지옥’의 1위 등극에 따라 장기적 현상으로 굳어지는 모양새다. 이는 넷플릭스를 통해 소재나 제작비에 구애받지 않는 제작 환경이 마련되면서 창작자들이 잠재력을 마음껏 펼쳐낸 결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웹툰, 웹소설 등 그간 축적된 다양한 장르의 지식재산권(IP) 역시 뛰어난 한국 영상 콘텐츠가 쏟아져 나오게 만드는 배경이다. 넷플릭스와 콘텐츠를 만들고 있는 한 제작사 관계자는 “넷플릭스는 특정 작품을 제작하겠다는 의사 결정 자체는 늦지만 한 번 결정하면 ‘네 꿈을 마음껏 펼쳐 봐’라는 식으로 창작의 자유를 보장해준다”며 “한국 창작자들은 처음 접하는 제작 환경에 신이 날 수밖에 없다”고 했다. 한국 장르물이 빈부격차, 죄와 벌 등 세계인 모두에게 소구할 만한 보편적 주제를 다루면서도 한국만의 정서적, 환경적 특이점을 가미해 차별화시킨 점도 인기 요인이다. 박기수 한양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는 “콘텐츠가 넘쳐나는 환경에서 사람들의 눈길이 먼저 가는 건 문법이 확실한 장르물”이라며 “한국 콘텐츠는 장르물 공식에 충실하면서도 한국적 독특함이 더해져 눈길을 끈다”고 말했다. 그는 “오징어게임 학습효과로 세계인의 신뢰도가 높아진 만큼 한국 콘텐츠의 세계 1위 등극은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전 세계가 ‘지옥의 문’을 열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지옥’이 공개 하루만에 세계 1위에 등극한 것. ‘오징어게임’이 공개 6일만에 세계 1위에 오른 것과 비교하면 한국 드라마의 1위 등극 속도가 눈에 띄게 빨라졌다. 21일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콘텐츠 순위 집계 사이트인 ‘플릭스 패트롤’에 따르면 19일 전세계 190여 개국에서 동시에 공개된 ‘지옥’은 20일 현재 한국, 말레이시아, 멕시코, 벨기에 등 24개국에서 1위를 차지하며 전세계 TV쇼 부문 스트리밍 순위 1위에 올랐다. 앞서 ‘오징어게임’은 9월 17일 공개 이후 6일만인 23일 세계 1위에 올랐다. ‘오징어게임’은 지금까지 90여 개국에서 한 번씩 세계 1위를 차지했는데, ‘지옥’이 이 기록을 따라잡는 건 시간문제라는 전망이 나온다. 영화 평점 사이트인 ‘로튼토마토’는 20일 오후 기준 ‘지옥’의 신선도를 100%로 평가하며 지옥의 흥행이 더 빠른 속도로 질주할 것이라는데 무게를 실었다. 9월 23일 이후 닷새를 제외하고 세계 1위 자리를 수성했던 ‘오징어게임’은 또다른 K드라마 ‘지옥’의 등장으로 2위 자리로 밀려났다. 세계 드라마 시장이 K드라마끼리의 경쟁장이 된 것. ‘지옥’은 공식 공개 전 부산국제영화제, 언론시사회 등을 통해 미리 공개될 당시부터 글로벌 흥행이 유력시되며 ‘제2의 오징어게임’으로 불린 작품. 그러나 공개 하루만에 세계 1위에 등극한 건 예상을 크게 웃도는 돌풍 수준이다. 이처럼 ‘지옥’이 전 세계인의 주목을 받게 된 힘 중 하나는 1화 도입부 6분 남짓한 장면에서 나온다는 분석도 있다. 도입부에는 천사로부터 지옥에 갈 날짜와 시간을 고지받은 한 남자가 서울 도심의 한 카페에 초조하게 앉아있는 모습이 나온다. ‘지옥의 사자’는 실제로 해당 시간에 이 남자를 찾아오고 도심 도로에서의 추격전 끝에 이 남자를 잔인하게 폭행하며 지옥의 고통을 시현한 끝에 불에 태우는 방식으로 처형한다. 도입부부터 관객을 압도하는 장면만 응축해 보여주며 “도대체 저 남자는 왜 지옥에 가게된 걸까”하는 호기심을 자극하는 것. 이처럼 “도대체 왜?”라는 궁금증이 지옥을 끝까지 보게 만드는 원동력이라는 분석이다. 여기에 가장 일상적이고 현실적인 공간에서 가장 비현실적인 사건이 벌어지는 설정이 봉준호 감독의 영화 ‘괴물’처럼 몰입도를 높이는 한편 공포감을 극대화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사이비 종교단체인 ‘새진리회’ 의장으로 분한 배우 유아인, 지옥행 고지를 받은 아이 엄마 박정자로 분한 배우 김신록 등 ‘연기의 신’이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배우들의 연기 역시 ‘지옥’에 빠져들게 만드는 요인 중 하나로 평가된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은은한 조명에 아기자기한 소품들까지. 완벽한 인테리어를 자랑하는 한 카페에 앉아 친구와 대화하려는 찰나, 댄스 음악이 귓전을 때린다. 볼륨은 대화가 불가능할 정도. 이런 카페를 두고 ‘소리를 디자인하는 사람’의 저자는 “공간 사운드 디자인에 완벽하게 실패한 장소”라고 지적한다. 그가 카페에서 금세 나가는 일이 잦은 것도 공간에 스며들지 못한 사운드가 귀를 괴롭혀서다. 저자는 주로 영상에 들어가는 음악이나 소리를 제작하고 편집하는 ‘사운드 디자이너’. 책엔 공간에 어울리는 사운드 디자인 등 우리가 24시간 노출되는 소리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가 담겼다. 세상에 좋은 소리를 입히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그는 “빠른 비트의 화려한 음악이 장소의 청춘을 보장해주는 것은 아니다”며 사운드에 무신경한 일부 공간 소유주에게 일침을 가한다. 이어폰을 끼고 음악을 튼 순간 회색도시가 낭만 넘치는 도시로 보였던 경험을 언급하며 ‘소리의 힘’도 강조한다. “더 많은 사람들이 분노하면 좋겠다. 세상이 좋은 소리로 가득 차도록.” 우리가 24시간 노출되는 건 빛도 마찬가지. 조명 디자이너인 ‘빛의 얼굴들’ 저자는 자연광과 인공조명 등 빛에 대한 전문 지식을 쉽게 풀어낸다. 회사만 가면 우울해지는 데는 조명이 한몫을 한다. 사무실 조명은 모든 공간에 균등한 조도를 주는 방식으로 배치되는데 이는 흐린 날의 자연광과 비슷하다. 직사광이 사라지고 하늘을 뒤덮는 균일한 빛인 천공광만 존재하는 우울한 분위기가 회사에서 그대로 재현되는 것. 저자가 소개하는 ‘빛 환경 개선법’ 중엔 실천에 옮기고 싶은 것들이 많다. 당장 집안 조명을 모조리 바꾸고 싶게 만드는 게 이 책의 단점이랄까.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