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효주

손효주 기자

동아일보 정치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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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손효주 기자입니다.

hjs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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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정재 “달고나 핥을때 ‘이렇게까지 해야하나’ 싶었죠…확실히 오징어 됐다”

    “(작품에서 제가) 확실히 오징어가 되긴 했죠(웃음). 열심히 찍었는데 반응이 너무 좋아서 이게 현실인가 싶어요. ”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오징어게임’으로 글로벌 스타가 된 배우 이정재는 29일 화상으로 진행된 언론 공동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완성된 영상을) 처음 봤을 때 한참 웃었다”며 “되게 많은 걸 벗어던졌다는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오징어게임’은 23일부터 엿새 연속으로 넷플릭스 TV쇼 부문 세계 스트리밍 순위 1위 자리를 지키는 등 한국 드라마의 역사를 새로 쓰고 있다. 세계적으로 열풍이 부는 만큼 주인공 성기훈 역의 이정재에 대한 세계인들의 관심도 뜨겁다. 그는 실직 후 이혼하고 도박장을 전전하는 등 인생의 바닥까지 추락한 중년 남성 성기훈을 연기했다. 기훈 역할을 완벽하게 소화해내면서 ‘이정재가 제대로 망가졌다’는 평가가 나오는 것에 대해 그는 “연기자 입장에선 망가졌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생활연기를 한 것이지 망가진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강한 캐릭터 연기에 비해 생활연기는 좀 더 자연스러워야 해서 오히려 힘든 부분이 많거든요. 게임들을 거치며 변하는 감정도 잘 표현해야 하고…. 연기를 하며 고민을 많이 했죠.” 그는 처음 기훈 역을 제안을 받았을 때 “반가웠다”고 했다. 영화 ‘암살’ ‘관상’ ‘신세계’ 등에서 강한 캐릭터를 도맡아온 만큼 연기 변신을 해보고 싶었다는 것. 그는 “나이를 먹다보니 악역이나 강한 역할 밖에 안들어오더라”라며 “고민하던 찰나에 황동혁 감독님이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남자 역할을 제안해줘서 흔쾌히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그는 시나리오를 봤을 때부터 작품 설정이 좋았다고 밝혔다. “어른들이 어린시절 하던 게임으로 서바이벌 게임을 한다는 설정 자체가 그로테스크해 공포감이 크게 느껴졌었다”라며 “각 캐릭터들의 애환을 꼼꼼하게 담은 점이 다른 서바이벌 게임 소재 드라마들과 다르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극중 6개 게임에 대한 뒷이야도 밝혔다. 그가 꼽은 가장 어려웠던 게임은 ‘징검다리 건너기’. 그는 “1.5~2m 정도 되는 높이에 강화유리로 징검다리를 만들어놓고 ‘안전하니까 마음껏 뛰라’고 하는데 잘 안되더라”라며 “발에 땀이 나서 자꾸 미끄러졌고 초반엔 징검다리 간 간격이 넓어서 뛰기 어려웠다”고 했다. ‘오징어게임’의 명장면 중 하나로 꼽히는 달고나 핥는 장면에 대해선 “감독님은 ‘막 핥아달라’고 하시는데 ‘이렇게까지 해야 되나’ 싶었다. 그래도 목숨을 걸고 하는 거니까…”라며 웃었다. 이정재는 6개 게임 세트장에 대한 찬사도 아끼지 않았다. 그는 “시나리오만 봤을 때 그 정도 규모의 세트장일 거라고는 생각을 못했다. 실제 세트장이 너무 잘 만들어져 있어서 촬영 가면 사진 찍기 바빴다”고 했다. 특히 달고나 뽑기 게임에서 등장한 ‘놀이터 세트장’을 두고는 “그 공간에 들어가면 현대미술 전시를 보러온 것 같을 정도로 미술적으로 뛰어난 세트장이었다”고 말했다. 기훈을 연기하며 슬픈 점도 있었다. 기훈은 황 감독이 쌍용차 해고자를 참고해 설정한 인물. 그는 “마음이 많이 무겁고 아팠다”고 거듭 말했다. 그는 “이러면 안되는 거잖아”라는 기훈의 극중 대사를 언급하며 “우리 사회에 이러면 안되는 이들이 너무 많다”고 했다. 작품의 대성공을 두고는 “이런 내용이 공감을 살 수 있는 시대라는 게 중요한 거 같다. 시기가 잘 맞았다”고 말했다. “시나리오를 처음 읽었을 때 앞으로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더 펼쳐질 수 있을 것 같은 결말이 마음에 들었어요. ‘이건 잘못된 것’이라며 무시무시한 세계로 다시 뛰어들어가는 듯한 기훈의 그 용감한 정의가 좋더라고요. 모르죠. 2편에선 어떻게 될지(웃음).”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 2021-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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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징어게임, 망작 아니면 걸작 예상… 힘들어서 이 6개 빠졌다”

    “오징어게임을 만들면서 너무 힘들어서 이가 6개나 빠졌어요. 애들 게임을 (어른들이) 목숨 걸고 한다는 콘셉트가 말이 될까? 비웃지 않을까? 두려움에 한시도 긴장을 놓지 못했죠.” 전 세계를 강타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오징어게임’의 황동혁 감독(50)은 28일 언론 공동 인터뷰에서 “전 세계적인 열풍은 예상치 못해 얼떨떨하다”고 했다. 스스로 오징어게임이 “망작 아니면 걸작”이 될 거라 생각했었다고. 결말은 ‘초특급 걸작’이 됐다. 한국 드라마 최초로 넷플릭스 세계 스트리밍 순위 1위에 오르며 전 세계에서 패러디 열풍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넷플릭스 공동 최고경영자(CEO)인 테드 서랜도스는 27일(현지 시간) “오징어게임은 넷플릭스가 선보인 모든 작품 중 가장 큰 작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황 감독도 이날 “넷플릭스 역사상 가장 인기 있는 작품이 됐으면 하는 욕심도 생긴다”고 했다. ○ 세계인 사로잡은 단순함 황 감독이 꼽은 인기 비결은 단순함이다. 기존 게임 장르물들은 게임이 어려웠던 것과 달리 전 세계 누구나 30초면 규칙을 이해할 있는 단순한 게임들로 구성했다. 인물에 대한 서사가 자세해서 이들에게 감정을 이입할 수 있는 점도 비결로 꼽았다. 황 감독은 “진정한 승자도, 영웅도 없는 루저들 이야기라는 점, 게임 자체보다 사람에 주목했다는 점이 1인의 영웅이 존재하는 기존 작품들과의 차별점”이라고 했다. “게임물은 자칫하면 말도 안 되는 이야기가 되고 소수 마니아만을 위한 작품이 될 가능성이 크거든요. 저는 굉장히 현실적인 이야기로 만들고 싶었어요. 판타지적 요소와 현실적인 요소의 균형을 맞추는 데 공을 들였죠.” 황 감독이 처음 이 작품을 구상한 건 2008년. 당시엔 소재가 낯설다는 평가가 많았다. 그는 “슬프게도 이제는 살벌한 서바이벌이 잘 어울리는 세상이 돼 오히려 현실감 있다는 평가를 많이 듣는다”며 “전 세계가 주식과 코인 등으로 일확천금을 노리고 있는 만큼 소재가 공감을 끌어낸 것 같다”고 했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등 극중 게임 6개를 선택한 이유에 대한 관심도 높다. 일각에선 줄다리기, 구슬치기 등은 여성에게 불리하다며 ‘여성 차별’이라는 주장까지 나왔다. 황 감독은 “공기놀이나 고무줄놀이도 생각해봤지만 긴장감 면에서 아쉬웠고 룰도 어려웠다”며 “전 세계를 목표로 가장 단순한 게임을 찾다 보니 빠진 게임들이 좀 있다”고 했다. 패러디 열풍을 불러온 딱지치기에 대해선 “실뜨기로 해볼까 하는 생각도 했었다. 두 남자가 실뜨기하는 광경이 웃길 것 같았다”며 “그런데 역시 룰이 어려웠다”고 했다. 황 감독이 꼽은 ‘오징어게임’의 주제에 가장 부합하는 게임은 뭘까. 그는 ‘징검다리 건너기’를 꼽았다. “앞사람이 희생해야 뒷사람이 끝까지 가 이길 수 있는 게임이잖아요. 이 사회의 승자인 사람들은 결국 패자들의 시체 위에 서있는 것이고, 그 패자들을 기억해야 한다는 의미를 담은 거죠.” ○ ‘한국판 일확천금’ 456억 원게임 참가자는 왜 456명일까. 우승상금은 왜 456억 원일까. 황 감독이 처음 작품을 구상할 당시엔 참가자 1000명, 우승상금 100억 원을 생각했다. 그런데 10여 년이 지나면서 100억 원이 상대적으로 적은 금액이 돼버리자 황 감독은 로또 역대 최고 당첨금이 407억 원이라는 데 주목했다. 황 감독은 “400억 원대에서도 기억하기 좋은 숫자로 설정하다 보니 456억 원에 456명이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인공 성기훈(이정재)은 자동차회사 ‘드래곤모터스’에서 일하다 해고된 뒤 바닥까지 추락하는 인물로 나온다. 2009년 쌍용차 대량 해고 사태를 연상시키는 설정이다. 황 감독 역시 쌍용차 사태를 참고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누구나 기훈과 같은 입장이 될 수 있죠. 잘 다니던 직장이 도산할 수도 있고, 지금도 자영업자들이 위기에 몰리고 있고요. 그런 이들을 대표하는 인물로 그려보고 싶었습니다.” 오징어게임의 인기에 편승해 정치권 등에서는 연일 이 단어를 언급하고 있고, 논란의 대상이 된 인사가 자신을 작품 속 인물에 빗대는 경우도 있다. 이런 상황에 대해 황 감독은 “창작자가 어떤 작품을 내놓으면 그 작품은 창작자의 손을 떠난 것”이라며 “수용자들이 작품을 다루는 문제에 대해 내가 입장을 가지는 건 적절한 태도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이제 전 세계인들의 관심은 시즌2 제작 여부다. 작품 결말엔 다음 시즌의 여지를 남기는 듯한 장면이나 대사가 많다. 황 감독은 “시즌2를 안 만들면 난리가 날 것 같은 분위기”라고 웃으면서도 확답은 하지 않았다. “시즌1을 만들면서 매일 밤 잠을 못 자 스트레스 지수가 100이었죠. 시즌2를 하면 아예 틀니를 해야 되지 않을까 싶어 고민입니다.(웃음) 머릿속에 떠오르는 그림이 몇 가지 있는데 우선 영화 한 편을 만들고 그 뒤에 좀 더 얘기를 해봐야 할 것 같아요.”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 2021-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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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징어게임 만들며 치아 6개 빠져…‘망작 아니면 걸작’ 예상”

    “애들이 하는 게임을 (어른들이) 목숨 걸고 한다는 콘셉트 자체가 말이 될까? 비웃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에 작품을 만들며 한시도 긴장의 끈을 놓지 못했다. 전세계적인 열풍은 예상을 못해서 얼떨떨하다.” 전세계를 휩쓸고 있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오징어게임’의 황동혁 감독이 28일 진행된 언론사 공동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황 감독은 ‘오징어게임’을 두고 ‘망작 아니면 걸작’이 될 것이라 생각했다. 100점 만점의 모험지수가 있다면 100점에 가깝다고 자평했을 정도. 그러나 이 작품은 전세계에서 게임 패러디 열풍을 불러일으키는 등 공개(17일)된지 일주일도 되지 않아 세계인의 드라마로 자리 잡았다. 27일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콘텐츠 순위 집계 사이트인 ‘플릭스 패트롤’에 따르면 오징어게임은 23일 세계 1위에 오른 뒤 닷새 연속 1위 자리를 지켰다. 이날 넷플릭스 공동 CEO인 테드 서랜도스는 한 대담에서 “오징어게임은 넷플릭스가 선보인 모든 작품 중 가장 큰 작품이 될 가능성도 있다”고 언급하는 등 오징어게임이 한국 드라마의 역사는 물론 넷플릭스의 역사까지 다시 쓸 가능성을 제기했다. 영상물 창작자로서 최고의 영광을 누리고 있는 황 감독의 인터뷰 내용을 일문일답 형태로 정리했다.-넷플릭스 CEO가 직접 언급할 정도로 인기다. 전세계적인 인기 비결은 뭐라고 생각하나.“다른 게임장르물과 다르게 룰이 매우 단순한 게임들로 구성된 점, 인물에 대한 서사가 비교적 자세해 인물들에게 몰입할 수 있는 점이 비결 아닐까 한다. 가장 한국적이고 가장 단순한 게임이 세계적인 소구력을 가질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했었다. 남녀노소 세대불문 전세계인들이 최대한 좋아할 수 있는 작품을 만들어보겠다는 야심을 가지고 만들었는데 이 정도까지 열풍이 불 거라고는 생각을 못했다. 넷플릭스 역사상 가장 인기 있는 작품이 됐으면 하는 욕심도 생긴다.”-기존 데스게임을 다룬 작품들을 표절했다는 논란도 일고 있다. 이들과 비교할 때 오징어게임만의 차별점은 무엇인가.“기존 게임장르물의 게임이 어렵고 복잡했던 것과 달리 ‘오징어게임’ 속 게임은 전세계 남녀노소 누구나 30초면 그 룰을 이해할 수 있을 만큼 단순하다. 1인의 영웅이 존재하는 기존 작품들과 이번 작품은 승자도, 영웅도 없는 루저들 이야기다. 게임의 승자도 진정한 승자가 아니라 남의 도움을 받아 한 단계 한 단계 나아가지 않나. 게임이 아니라 사람에 주목한 작품이라는 점이 다르다.”-작품 연출에 있어 어떤 부분에 가장 많은 신경을 썼나.“게임물은 자칫 잘못하면 말도 안 되는 이야기가 되고 소수 마니아들만을 위한 작품이 된다. 저는 굉장히 현실적인 이야기로 만들고 싶었다. 판타지적 요소와 현실적인 요소를 어느 한쪽에도 치우치지 않고 구현해내는 것에 공을 들였다.”-극중 어떤 요소가 세계인들의 공감을 끌어냈을까.“2008년에 처음 이 작품을 구상했을 때 낯설다는 평가가 많았다. 그런데 지금은 오히려 현실감 있다는 얘기를 많이 듣는다. 10여 년이 지나면서 슬프게도 살벌한 서바이벌이 잘 어울리는 세상이 된 거다. 주식과 코인 열풍이 부는 등 현시점에 일확천금 노리는 게임이라는 소재 자체가 전세계인들의 공감을 끌어낸 것 같다.”-왜 하필 게임 참가자는 456명이고 우승상금은 456억 원인가. “처음 작품을 구상했을 당시엔 1000명이 참가하고 우승상금은 100억 원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10여 년이 지나면서 100억 원이 상대적으로 적은 금액이 돼버려서 상금을 올려야겠다고 생각했다. 로또 역대 최고 당청금(407억 원)으로 해야겠다 싶어서 400억 원대로 설정했고, 400억 원 대에서도 가장 기억하기 좋은 숫자로 설정하다보니 456억 원에 456명이 된 것이다.”-극중엔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를 비롯해 6개 게임이 나온다. 어떻게 선정한 건가? 이중 가장 상징적인 게임은 뭔가.“여성들에게 유리한 게임인 공기놀이나 고무줄놀이도 생각해봤지만 긴장감 측면에서 아쉬움이 있었고 룰도 다소 어려웠다. 전세계를 목표로 가장 단순한 룰의 게임으로 정하다 보니 뺀 게임들이 좀 있다. 6개 게임은 아니지만 딱지치기는 실뜨기로 해볼까 하는 생각도 했었다. 두 남자가 앉아서 실뜨기를 하는 광경이 웃길 것 같았다(웃음). 그런데 역시 룰이 어려웠다. 가장 상징적인 게임은 징검다리 건너기다. 앞사람이 희생해야 뒷사람이 끝까지 가서 이길 수 있는 게임이다. 이 사회의 승자인 사람들은 결국 패자들의 시체 위에 서있는 것이니 패자들을 기억해야한다는 의미를 담았다.”-극중 성기훈(이정재)은 ‘드래곤모터스’라는 자동차회사에서 일하다 해고된 인물로 나온다. 과거 쌍용차 사태를 염두에 둔건가. “쌍용차 사태를 참고한 건 맞다. 누구나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한순간에 기훈과 같은 입장이 될 수 있다. 잘 다니던 직장이 어느 날 도산할 수도 있고… 지금도 자영업자들이 위기에 몰리고 있지 않나. 그런 사람들을 대표하는 인물로 그려보고 싶었다.”-정치권에서도 유행처럼 ‘오징어게임’을 언급하고 있다. ‘화천대유’에서 퇴직금 명목으로 50억 원을 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곽상도 국민의힘 의원 아들은 자신을 ‘오징어게임 속 말’이라고 표현했는데.“창작자가 어떤 작품을 내놓으면 그 작품은 창작자의 손을 떠난 것이다. 수용자들이 제 작품을 다루는 문제에 대해 제가 입장을 가지는 건 적절한 태도가 아닌 것 같다.”-드라마 결말에 여러 여지를 남겨둬 시즌2가 나올 것이란 관측이 많다.“시즌1을 만들면서 제작하고 연출하고 각본 쓰고 하는 과정이 너무너무 힘들었다. 매일밤 잠을 못자 스트레스 지수가 100이었다. 이가 6개나 빠졌다. 시즌2를 하면 틀니를 해야되지 않을까 싶어 고민 중이다(웃음). 시즌2를 안하면 난리가 날 거 같은 분위기이고 머릿속에 떠오르는 그림도 몇가지 있는데 우선 영화 한 편을 먼저 하고 그 뒤에 시즌2는 좀 더 얘기를 해봐야 할 것 같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 2021-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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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계인 게임 된 ‘오징어게임’…달고나 만들고, 딱지치기 ‘인증샷’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오징어게임’이 주말 내내 전 세계를 휩쓸며 ‘세계인의 게임’이 됐다. 넷플릭스 TV쇼 부문에서 한국 드라마 중 처음으로 세계 1위를 차지하면서 각국에서 복장 따라하기, 장면 패러디, 관련 물품 구입 등 열풍이 불고 있다. 26일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콘텐츠 순위 집계 사이트인 ‘플릭스 패트롤’에 따르면 오징어게임은 23일(미국 시간 기준) 세계 스트리밍 1위에 오른 뒤 사흘 연속 1위 자리를 지켰다. 25일 현재 미국, 브라질, 프랑스, 독일, 일본 등 66개 국가에서 1위를 기록했다. 딱지 치고 달고나 만들고오징어게임은 넷플릭스를 넘어 현실 세계와 타 플랫폼에서도 맹위를 떨치고 있다. 동영상 소셜미디어 틱톡엔 오징어게임에 나오는 지하철 승강장 내 딱지치기 장면이나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게임 장면을 각 나라에서 패러디한 영상들이 올라왔다. 넷플릭스가 작품 홍보를 위해 필리핀 등에 설치한 일명 ‘영희 로봇’ 인증샷 역시 줄줄이 올라오고 있다. 오징어게임에 등장하는 물건들도 인기다. 온라인 경매 사이트 ‘이베이’엔 생존게임 6개 중 하나로 나오는 달고나 만들기 세트가 23.99달러(약 2만8300원)에, 게임 참가자들이 입은 트레이닝복이 39.95달러에 나오는 등 ‘비공식 굿즈’가 다수 등장했다. 달고나를 만들고 모양에 맞춰 잘라내는 챌린지 영상도 인기다. 핼러윈데이(10월 31일)가 한 달 이상 남았지만 영미권 온라인에는 핼러윈데이에 오징어게임 의상을 입겠다는 글이 많다. 특히 게임 진행요원인 ‘가면남’들의 마스크까지 갖춘 분홍 의상은 ‘코로나 시대에 가장 적합한 코스튬’이라는 우스개 섞인 반응도 나온다. 유명인들도 속속 인증샷을 공유하고 있다. 영화 ‘미션 임파서블7’의 주연 배우 사이먼 페그는 게임 참가자 트레이닝복을 입은 채 영희 로봇을 들고 찍은 사진을 공개했다. 넷플릭스는 자사 CEO 리드 헤이스팅스가 트레이닝복을 입은 사진을 SNS에 게재하며 ‘457번 참가자’라고 소개했다.넷플릭스 없는 중국에서도 인기넷플릭스가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 중국에서도 오징어게임의 반응은 폭발적이다.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에는 26일 오후 6시 기준으로 오징어게임을 언급한 해시태그가 23만2000건에 달하고, 11억9000만 명이 관련 게시물을 읽은 것으로 표시돼 있다. 한때 인기 검색어 9위까지 오르기도 했다. 오징어게임이 국경을 넘어 돌풍을 일으키는 것을 두고 현대사회와 현대인들의 모습을 단순한 게임의 룰로 은유해낸 점이 세계인의 공감을 이끌어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알록달록한 거대 세트, 영희 로봇 등 다양한 볼거리로 오락성을 잡은 동시에 곳곳에 깔린 풍자로 작품성도 잡았다는 것.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극중엔 게임을 중단할 수 있는 다수결이라는 민주사회의 의사결정 장치가 분명히 있지만 실제론 죽거나 1등이 되지 않으면 탈출하지 못한다”며 “현대인들 역시 조직 안에서 울며 게임을 할 수밖에 없는 처지가 대부분인데, 이 점에 세계인들이 공감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 2021-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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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책임 없는 책임자… 안전사고는 왜 반복되는가

    실직 후 하수관 설치 현장에서 일하게 된 선길에게 희한한 임무가 주어진다. 현장 식재료 비닐하우스를 멧돼지로부터 밤새 지키는 것. 그는 한 달간 살을 에는 추위와 고립의 공포에 떨며 보초 근무를 선다. 문제는 멧돼지가 없다는 것. 현장 소장은 이를 알면서도 보초를 계속하게 한다. 현장 관리자인 소장에게 선길은 같은 인격체가 아니라 누구든 선길 같은 신세가 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한 인부 관리 수단에 불과한 듯하다. 선길은 수모를 이겨내고 현장에 돌아와 일취월장한다. 인부들이 몰래 술을 마실 때도 일에 집중한다. 현장 반장 자리에 오르게 될 것이란 소식을 전해들은 그는 “정말 (반장) 되면, 잘해 보고 싶기는 해요”라며 희망에 차 있다. 그날 선길은 안전사고로 목숨을 잃는다. 안전 설비 공사도 생략한 채 일을 몰아붙인 소장 등 관리자 모두에게 책임이 있다. 그러나 소장과 반장들, 인부들의 입맞춤으로 성실함과 원칙 준수의 표본이던 선길은 술을 먹다가 사고를 당한 몹쓸 사람이 된다. “산 사람은 살고 봐야지”라는 말은 죽은 이에 대한 온갖 명예훼손을 정당화한다. 소설 속 이야기는 건설 현장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책임은 지는 게 아니라 지우는 것”이라는 말을 관리자의 미덕처럼 내뱉는 소장은 살아남기 위해 부하 직원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여느 조직 관리자 모습과 다르지 않다. 소장은 반장들을 관리자라고 추켜세우고 특정 반장의 성과를 과대평가해 경쟁을 유발하는 식으로 심리를 조종한다. 소설 내용처럼 “줄을 세우고 편을 갈라서 저희끼리 알아서 치고받도록, 그러느라 뭐가 중요하고 누가 이득을 보는지 생각도 못 하도록 하는 것”은 많은 조직 관리에 적용되는 불편한 진실이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물 ‘D.P.’나 ‘오징어게임’과도 닮았다. 내가 살기 위해 남의 피해를 방관하는 이들의 모습이 그렇다. 정작 모든 비극을 불러온 최고 관리자는 한 달 내내 나타나지 않는 멧돼지처럼 정체를 드러내지 않는 것도 비슷하다. 다만 작가가 희망의 끈을 완전히 놓는 건 아니다. 마지막까지 사람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는 평범한 영웅의 존재는 아직은 버텨볼 만하다는 희망을 미약하게나마 살려놓는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 2021-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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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을 극장가 ‘공포영화 풍년이오~’

    올가을 극장가에 공포영화 풍년이 들었다. 추석 연휴 마지막 날인 22일 미국 영화 ‘캔디맨’ 개봉을 시작으로 한국 영화 ‘화이트데이: 부서진 결계’, 영국 영화 ‘경고’, 캐나다 영화 ‘디스트릭트 666: 영혼의 구역’(가제)이 줄줄이 개봉을 앞두고 있다. 첫 테이프를 끊은 ‘캔디맨’은 영화 ‘겟아웃’ ‘어스’로 흑인 차별 문제를 다루며 공포영화의 새로운 지평을 연 조던 필 감독이 공동 각본과 제작을 맡은 작품. 거울을 보고 ‘캔디맨’이라고 다섯 번 부르면 나타나는 흑인 남성 살인마 ‘캔디맨’ 이야기를 다룬다. 1993년 개봉한 동명의 영화에서 소재를 가져왔다. 영화 속 시대 배경은 현재 시점에 맞게 재구성했지만 흑인에 대한 차별과 폭력 문제를 중점적으로 다루는 점은 같다. 영화는 죽음을 부르는 사나이 캔디맨이 세상에 나타나게 된 원인은 흑인 차별이라는 메시지를 던진다. 공포라는 장르를 빌려 뿌리 깊은 사회 문제를 은유해내는 필 감독의 특기가 빛을 발한 것. 다음 달 6일엔 ‘화이트데이: 부서진 결계’가 개봉한다. 영화는 올해 발매 20주년을 맞은 국산 PC 패키지 공포 게임 ‘화이트데이: 학교라는 이름의 미궁’을 원작으로 한다. ‘사일런트 힐’ ‘수퍼소닉’ ‘몬스터 헌터’ 등 게임이 원작인 해외 영화는 많았지만 한국 영화로는 이례적이다. 이 작품은 기이한 현상을 일으키는 악령으로부터 친구들을 구하기 위한 사투를 그린 공포 판타지물로 고등학교가 배경이다. 10, 20대를 겨냥한 학원물이 귀해진 시기여서 이들의 관심을 얼마나 이끌어낼지가 흥행의 관건이다. ‘밀실 공포물’을 표방한 ‘경고’는 친구의 부탁으로 고액을 받고 친구의 조카를 돌봐주기로 한 남자가 신경쇠약에 걸린 소녀와 외딴섬의 미로 같은 집에 살며 일어나는 일을 다룬다. 개봉일은 다음 달 20일로 잠정 결정됐다. 다음 달 말∼11월 초 선보일 ‘디스트릭트 666: 영혼의 구역’은 코마 상태로 발견된 엄마의 뇌에 자녀가 접속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루는 SF공포물이다. ‘공포영화=여름영화’라는 통념과 달리 공포영화가 가을에 연이어 개봉하는 이유로 여름 영화시장엔 저예산 B급 영화가 다수인 공포영화가 설 자리가 없다는 점이 꼽힌다. 실제 올여름엔 텐트폴(많은 제작비와 유명 배우 출연 등으로 큰 흥행을 기대하는 작품)로 분류되는 ‘모가디슈’ ‘블랙 위도우’ ‘싱크홀’ ‘인질’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 등 국내외 대작들이 개봉하면서 공포영화가 경쟁 대열에 끼기 어려웠다. 이 때문에 상대적으로 비수기인 추석 연휴 이후에 개봉하는 방식을 택해 ‘비수기 잭팟’을 노린다. 특히 개봉일을 10월 중순 이후로 잡은 작품들은 공포영화의 주 관객층인 중고교생과 대학생의 중간고사가 끝나는 점을 고려했다. 10, 20대 관객들의 입소문 효과가 극대화될 수 있는 시점을 겨냥한 것이다. 정지욱 영화평론가는 “‘공포영화는 여름’이라는 공식은 여름 영화시장이 블록버스터 영화로 포화되면서 더 이상 성립하지 않게 됐다”며 “향후 블록버스터 개봉이 덜 집중되는 시기인 봄이나 가을을 노린 ’공포영화 틈새 개봉’이라는 새로운 공식이 굳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 2021-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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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상처받는 일터에 ‘최애’ 공간 만드니… 즐거움 찾았죠”

    출입문에는 오메가3 등 각종 의약품 광고물과 약국 운영시간을 알리는 게시물이 걸렸다. 그런데 약 광고 주변으로 에세이, 소설 등 신간 소개가 줄줄이 붙어 있다. 문을 열고 들어가 보니 오른쪽에는 약이, 왼쪽에는 책이 가득하다. 이 수상한 공간은 서울 마포구에 있는 약국이자 ‘아직 독립 못한 책방’이라는 이름의 서점. 최근 이곳에서 만난 박훌륭 약사(40)는 “하루에도 여러 명이 ‘여기가 약국 맞냐?’고 묻는다”며 웃었다. 그가 ‘약국 안 서점’을 연 건 2018년 8월. 책을 읽는 것은 물론이고 사서 모으는 걸 즐기던 그는 좋아하는 일을 아예 자신의 일터에서 해보자는 생각으로 서점을 열었다. 그는 “약국을 하면서 ‘처방전 없이 살짝 약을 달라’는 등 들어줄 수 없는 요구를 하는 분들이 많아 스트레스가 컸다. 인사를 해도 받지 않는 사람들로부터 상처를 받으며 일이 적성에 안 맞다는 생각도 했다”며 “내가 좋아하는 걸 하면 약국 일도 더 즐거워지지 않을까 싶어 서점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잘 팔리지 않는 약국 판매용 화장품을 정리하고 그 자리에 책 100여 권을 진열했다. 서점이라고 하기는 애매한 규모. 그러나 작디작은 이곳을 찾아오는 손님이 점점 늘었다. 그는 “처음 책을 팔았을 때 ‘여기도 손님이 오네’ 싶어 얼떨떨하면서도 이게 작은 동네 책방만의 매력이구나 싶어 신났다”며 “나와 책 취향이 비슷한 이들과 친해지면서 사람 만나는 재미를 다시 느끼게 됐다”고 했다. 작은 서점의 매력을 알게 된 그는 이벤트에도 도전했다. 2019년 7월 김연수 작가와 독자들을 초청한 걸 시작으로 지난해 8월까지 20회 가까이 ‘약국 안 북토크’를 열었다. 지난해 5월 가정의달에는 추첨을 통해 구매자의 집으로 책을 배달해주는 이벤트도 했다. 그는 제주도까지 책 배달을 다녀왔다. 연필, 우산, 과일즙 등을 굿즈로 만들어 증정하는 행사도 진행했다. 그는 “책에 대한 접근이 너무 근엄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놀이처럼 책을 대할 수 있는 이벤트를 구상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달 초에 펴낸 에세이집 ‘약국 안 책방’(인디고)에서 끊임없이 이벤트를 벌이는 이유로 “작은 책방을 일부러 찾아주는 분들에게 무언가 돌려주고 싶은 마음, 좀처럼 웃을 수 없는 날들 속에 소소한 행복을 나누고 싶은 마음 때문”이라고 썼다. ‘좋아하는 책이나 모아야지’ 하는 생각으로 시작한 서점은 어느새 약 1500권 규모로 발전했다. 약품 진열대는 조금씩 서가에 자리를 앙보하는 중이다. 그는 “약국 안 서점이 우리 서점만의 정체성인 만큼 서점을 따로 낼 계획은 없다”며 “본업인 약사 일에 충실하면서 좋아하는 책을 읽고 책을 좋아하는 이들을 만나며 ‘아사장(아직 독립 못한 책방 사장)’으로 불리는 게 행복하다”고 했다. “저도 구체적인 생각을 안 하고 일단 서점을 시작했거든요. 책 몇 권 꽂아 놓는 걸로요. 좋아하는 일이 있다면 일단 시작하면 좋겠어요. 고민하느라 시작조차 못 하는 일이 없었으면 해요. 일단 시작하고 보면 어떤 식으로든 방향은 생길 겁니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 2021-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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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9년간 화 한번 안 낸 남편의 폭탄 제안

    평생 술 담배는 입에도 대지 않은 데다 식단까지 철저히 관리하며 살아온 자타 공인 ‘FM 남편’이 있다. 게다가 직업은 태권도 도장 관장. 건강이라면 누구보다 자신 있던 이 남자는 어느 날 청천벽력 같은 이야기를 듣는다. 대장암 3기 선고를 받은 것. 채널A와 SKY가 공동 제작하는 부부 토크쇼 ‘다시 뜨거워지고 싶은 애로부부’는 20일 방송에서 암 진단을 받은 뒤 비뚤어지기 시작하는 남편 이야기를 다룬다. 실제 사연을 바탕으로 제작된 드라마에서 아내는 남편을 살리기 위해 최선을 다해 간병한다. 그러나 헌신적인 아내에게 돌아오는 건 남편의 타박뿐. 남편은 “당신은 언제나 날 환자 취급한다. 그래서 기가 살 남자가 어디 있느냐”며 아내를 몰아붙이기 일쑤다. 실제 부부가 출연해 갈등을 터놓는 ‘속터뷰’에서는 30대 부부가 등장한다. 남편은 ‘예수’라는 별명으로 불릴 만큼 선량한 인상을 자랑한다. 9년간 아내에게 화 한 번 내지 않을 정도로 인자한 그는 어느 날 갑자기 아내에게 ‘폭탄 제안’을 한다. 아내는 ‘멘붕(멘털 붕괴)’에 빠졌다. 아내는 “일반인이 집에서?”라고 되묻는 등 당황해하는 모습. MC 이용진은 남편을 보며 “불나방 같은 삶을 살고 계신다”며 놀란다. 순하디순한 남편이 모두를 놀라게 한 ‘반전 제안’은 무엇일까. 이들의 사연은 20일 오후 10시 30분 채널A와 SKY에서 동시에 공개된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 2021-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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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80년대 후끈 달군 애마부인-변강쇠, 에로에 가린 해학-풍자 느껴보세요

    1980년대 한국 영화들에선 노출 경쟁이 일었다. 군부정권 시절 대중의 관심을 돌리기 위해 시행되던 ‘3S 정책’ 때문에 빚어진 현상이기도 했다. 이 때문에 당시에는 ‘영화 제작 의욕상실증’의 결과물이라거나 ‘얄팍한 흥미 영화’라는 비판을 샀다. 이런 에로영화 중에서도 상징적인 작품으로 꼽히는 ‘애마부인’(1982년)과 ‘변강쇠’(1986년)가 리마스터링 작업을 거쳐 29일 CGV에서 재개봉한다. CGV는 올해 3월부터 ‘시그니처K’ 상영관을 통해 한국영화를 재개봉하고 있다. ‘태극기 휘날리며’ ‘공동경비구역 JSA’ 등 과거 화제를 모았던 영화들을 다시 선보이고 있는 것. 다양한 테마를 잡아 재개봉작을 선보였지만 이번처럼 에로물을 재개봉하는 건 이례적이다. 황재현 CGV 커뮤니케이션팀장은 “한국영화의 역사를 이야기할 때 1980년대 에로영화는 빼놓을 수 없다”며 “시대를 대표하는 작품인 만큼 영화를 보는 동시에 그 시대 자체를 들여다보는 재미가 있을 것이라고 판단해 두 작품을 선정했다”고 말했다. ‘애마부인’과 ‘변강쇠’는 이른바 ‘벗는 영화’로 비판받았지만 당시 호평도 없진 않았다. 애마부인은 외도를 일삼다 범죄를 저지른 남편이 감옥에 가자 남편을 기다리던 끝에 자유롭게 연애를 하는 여성 이야기를 다룬다. 그러나 그 끝이 비극은 아니다. 이 때문에 ‘여성 해방의 기류’를 보여준 영화라거나 ‘여자에게만 강요되는 정조의 개념을 떨쳐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변강쇠’ 역시 엄격한 유교사회에서 억눌린 성에 대한 갈망을 해학적으로 보여준 토속 에로티시즘의 교과서 같은 작품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정지욱 영화평론가는 “에로물이지만 표현 부분에서는 예술적 요소도 많다”며 “영화 소재나 표현 방식에 온갖 제약을 받던 당시 영화인들이 영화에서 성을 어떤 방식으로 은유했는지를 보는 재미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두 영화엔 검열을 피하기 위해 성관계 장면을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로 어둡게 처리하는 등 정부가 에로물 양산 자체는 방관하면서도 세부 검열은 엄격하게 진행하던 당시 시대상을 엿볼 수 있는 장면들이 많다. 적나라한 묘사를 피하기 위해 표정과 소리, 음악을 최대한 활용하거나 돌이 굴러가는 모습, 새떼가 날아가는 모습 등 기발한 장면으로 은유한 부분도 관람 포인트다. 두 영화엔 당시로선 파격적인 수위의 노출 장면이 들어가지만, 요즘 기준으로 보면 에로물로 분류하기 힘든 수준. 그럼에도 두 영화는 재개봉을 앞두고 또다시 청소년 관람 불가 등급을 받았다. 두 영화의 리마스터링 작업을 진행한 김남희 콘텐츠존 이사는 “영화의 전반적인 분위기와 소재 탓에 영화 속 은유적 요소도 선정적이라고 판단한 것 같다”며 “1980년대에 극장에서 이 영화를 보고 싶었지만 나이 탓에 보지 못한 분들이 당시의 추억을 가지고 이 작품들을 보면 좋겠다”고 했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 2021-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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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목숨 건 오징어게임… “우린 왜 경쟁하는가”

    “대본을 처음 완성했던 2009년만 해도 내용이 낯설다는 평가가 많았다. 그런데 어느새 이 작품과 어울리는 세상이 돼있었다. 이제는 오히려 현실감 있다는 평가를 듣는다. 매일 살아가는 게 서바이벌(게임) 아닐까 한다.” 17일 공개를 앞둔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오징어게임’을 연출한 황동혁 감독(50)은 15일 열린 온라인 제작발표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오징어게임’은 육군 헌병대의 군무이탈자 체포전담조 이야기를 다룬 ‘D.P.’ 이후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중 가장 큰 기대를 모으고 있는 작품. 1970, 80년대 어린이들이 골목길에서 자주 하던 오징어게임에서 작품명을 따왔다. 오징어게임은 땅에 오징어 몸통 모양의 그림을 그린 뒤 공격자와 수비자로 나눠 서로를 넘어뜨리는 등 그림 안에서 몸싸움을 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드라마 ‘오징어게임’은 참가자 456명이 우승자 1인에게 돌아가는 상금 456억 원을 놓고 오징어게임을 비롯한 여섯 가지 게임을 하는 내용이다. 456명은 똑같은 트레이닝복을 입고 첫 게임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에 참가한다. 잔잔한 클래식 음악이 흐르고 알록달록한 색으로 꾸며진 게임 세트장은 동심에 절로 빠져들게 하는 평화로운 분위기다. 그러나 게임이 시작되자마자 이곳은 세상에서 가장 잔혹한 공간으로 돌변한다. 첨단 기기로 모든 움직임을 감지하고, 미세하게나마 움직인 이에겐 곧바로 총알이 날아든다. 게임의 룰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거나 패배한 참가자를 기다리는 건 죽음뿐이다. 인간을 극한의 경쟁으로 내모는 현대사회와 그 안에서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다 인간성을 잃은 사람들 모습을 은유적으로 표현했다. 주인공 성기훈 역을 맡은 배우 이정재는 이날 “시나리오 속 게임을 어떻게 실제로 구현해낼지에 대한 궁금증이 컸다”며 “세트장 가는 날이 굉장히 기대되고 재밌었던 작품”이라고 했다. 황 감독은 “오징어게임은 제가 어릴 적 골목에서 하던 놀이 중 가장 경쟁적이고 격렬했던 놀이”라며 “오징어게임이 현대 경쟁 사회를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게임인 거 같아 제목으로 정했다”고 했다. 잔혹성과 폭력성이 매우 높다는 지적에 대해선 “데스게임 형식이라 잔인한 요소를 뺄 순 없었다”며 “폭력과 잔인함을 과장하려 하지 않았고 경쟁 결과물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도록 하려고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드라마 속 인물들은 실직한 뒤 사채를 쓰고 도박에까지 손을 댄 성기훈과 서울대를 졸업한 뒤 대기업에 입사해 승승장구하지만 고객 돈을 유용해 투자를 하다 빚더미에 앉은 조상우(박해수) 등 벼랑 끝에 몰린 사람들. 소매치기를 하며 근근이 사는 새터민, 조직의 자금을 도박으로 탕진한 조직폭력배 등 사연은 다 다르지만 바닥까지 추락한 건 마찬가지인 사람들이 등장한다. 배우 박해수는 “인간 군상들의 섬세한 심리 변화와 성장 과정이 매우 매력적이었다”고 했다. 황 감독은 영화 ‘도가니’ ‘수상한 그녀’ ‘남한산성’ 등 장르를 넘나드는 작품을 통해 작품성과 대중성을 두루 갖췄다고 평가받는 대표적인 감독. 그런 그가 현대사회의 어두운 면을 통째로 은유한 이번 작품을 통해 전달하려는 메시지는 뭘까. 황 감독은 “‘우리는 왜 목숨을 걸다시피 하는 경쟁을 하며 살아야 하는가’ ‘경쟁은 어디서 시작됐고 어디로 가야 하는가’ 하는 근본적인 질문들을 던져볼 수 있는 작품이 됐으면 한다”고 했다. 이 작품에 절망과 분노, 공포만 있는 것은 아니다. 감독은 생사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서도 마지막까지 인간성을 잃지 않는 인물을 통해 실낱같지만 희망은 존재한다는 메시지도 전한다. 총 8부작. 청소년 관람 불가 등급.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 2021-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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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는 왜 경쟁하는가”…상금 456억 원을 위한 잔혹한 생존 게임

    “이 대본을 처음 완성했던 2009년만 해도 내용이 낯설다는 평가가 많았다. 그런데 어느새 이 작품과 어울리는 세상이 돼있었다. 이제는 오히려 현실감 있다는 평가를 많이 듣는다.” 17일 공개를 앞두고 있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오징어게임’을 연출한 황동혁 감독은 15일 열린 온라인 제작발표회에서 이 같이 밝혔다. ‘오징어게임’은 육군 헌병대(현 군사경찰대)의 군무이탈자 체포전담조 이야기를 다룬 D.P 이후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중 가장 큰 기대를 모으고 있는 작품. 1970년대, 80년대 어린이들이 자주 하던 추억의 놀이인 오징어게임에서 작품명을 따왔다. 오징어게임은 땅에 세모, 네모, 동그라미를 이용해 오징어와 유사한 그림을 그린 뒤 공격자와 수비자로 나눠 서로를 넘어뜨리는 등 그림 안에서 몸싸움을 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드라마 ‘오징어게임’은 참가자 456명이 우승자 1인에게 돌아가는 상금 456억 원을 놓고 오징어게임을 비롯한 여섯 가지 생존 게임을 벌이는 내용이다. 456명은 똑같은 트레이닝복을 입고 첫 게임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에 참가한다. 잔잔한 클래식 음악이 흐르고 분홍색, 노란색 등 알록달록한 색으로 꾸며진 게임 세트장은 동심에 절로 빠져들게 하는 평화로운 분위기다. 그러나 게임이 시작되자마자 이 세트장은 세상에서 가장 잔혹한 공간으로 돌변한다. 어린 시절처럼 “난 안 움직였어”라고 한 번 우겨보는 것조차 허락되지 않는다. 첨단 기기로 모든 움직임을 감지하고, 미세하게나마 움직인 참가자에겐 곧바로 총알이 날아든다. 게임의 룰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난 참가자를 기다리는 건 죽음뿐이다. 인간을 극단의 경쟁으로 내모는 현대사회와 그 안에서 살아남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으며 비인간화된 사람들 모습을 추억의 놀이를 내세워 은유적으로 보여준다. 기훈 역을 맡은 배우 이정재는 이날 “시나리오 속 게임을 어떻게 실제로 구현해낼지에 대한 궁금증이 컸다”며 “세트장 가는 날이 굉장히 기대되고 재밌었던 작품”이라고 말했다. 황 감독은 “오징어게임은 제가 어릴 적 골목에서 하던 놀이 중에 육체적으로 가장 격렬했던 놀이”라며 “오징어게임이 현대 경쟁 사회를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게임인 거 같아 제목으로 정했다”고 했다. 잔혹성과 폭력성이 매우 높다는 지적에 대해선 “ 데스게임 형식이라 잔인한 요소를 뺄 순 없었다”며 “대신 폭력과 잔인함을 의도적으로 과장하려하지 않았고 경쟁 결과물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도록 하려고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드라마 속 인물들은 실직한 뒤 사채를 쓰고 도박에까지 손을 댄 기훈과 서울대를 졸업한 뒤 대기업에 입사해 승승장구 하지만 고객 돈을 유용해 투자를 하다 실패해 빚더미에 앉은 상우(박해수) 등 벼랑 끝에 몰린 사람들. 뇌종양을 앓는데다 치매 증상까지 있는 노인, 소매치기를 하며 근근이 사는 새터민, 조직의 자금을 도박으로 모두 탕진한 조직폭력배 등 저마다 사연은 다르지만 벼랑 끝에 몰린 건 매한가지인 다양한 인간군상이 등장한다. 배우 박해수는 이날 “시나리오에 여러 인간군상이 나오는데 그들의 섬세한 심리 변화와 성장 과정이 매우 매력적이었다”고 했다. 황 감독은 영화 ‘도가니’ ‘수상한 그녀’ ‘남한산성’ 응 장르를 넘나드는 다양한 작품을 통해 작품성과 대중성을 두루 갖췄다고 평가받고 있는 대표적인 감독이다. 그런 그가 바닥까지 추락한 인간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현대사회의 어두운 면을 통째로 은유한 이번 작품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주려는 메시지는 뭘까. 황 감독은 “‘우리는 왜 목숨을 걸다시피 하는 경쟁을 하며 살아야 하는가’, ‘경쟁은 어디서 시작됐고 어디로 가야하는가’하는 근본적인 질문들을 던져볼 수 있는 작품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총 8부작. 청소년 관람 불가 등급.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 2021-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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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뜨는지 지는지 알 수 없어 더 간절한 청춘의 꿈

    ‘답도, 미래도 없는’ 것이 있다. “관객 생각은 하지 않고 ‘예술 뽕’만 차올라 만든 이기적인 것”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독립영화가 바로 그것이다. 단편 7개로 구성된 소설집의 표제작인 ‘0%를 향하여’는 독립영화를 제작하는 청춘들 이야기를 다룬다. 이들은 독립영화를 만들기 위해 ‘영화 과외’를 하고 막노동판을 전전하며 돈을 번다. 애증의 대상이 돼버린 독립영화를 더는 하지 않겠다며 고향으로 가지만 고향에서 하는 일은 다시 독립영화 만들기. ‘나’와 친구 석우는 차를 타고 달리며 해가 지는 모습을 본다. 이는 얼핏 해가 뜨는 모습처럼 보인다. 지는 해 같지만 뜨는 해 같기도 해서 포기할 수 없는 것. 청춘들의 꿈은 대체로 그렇다. 이 책은 2018년 문학과사회 신인문학상을 수상한 ‘셀룰로이드 필름을 위한 선’이 포함된 저자의 첫 소설집. 서울 노량진에서 경찰 시험을 준비하는 이들(‘사운드 클라우드’) 등 인생의 크고 작은 고비를 넘는 청년들이 주인공인 작품이 주로 담겼다. 다소 무거울 수 있는 주제지만 전개 방식과 문체는 무겁지만은 않다. 이광호 문학평론가는 소설집 해설에서 “서이제의 등장은 문제적”이라며 소설의 특징 중 하나로 ‘여성 작가의 내면적 정체성을 지운 병맛스러운 대화체’를 꼽았다. ‘사운드 클라우드’를 보면 ‘나’와 친구 수철의 대화는 인터넷 게시판의 댓글 대화를 보는 듯하다. ‘수철이는 (중략) 클럽에 가서 기분이나 풀고 올걸 그랬다고 했다. 풀긴 뭘 풀어. 문제나 풀어. 나는 말했고, 그는 내게 이제 그만 화를 푸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조언했다’는 식의 현실감 넘치는 대화가 대표적인 예. 의식의 흐름대로 마구 튀어버리는 대화를 읽고 있으면 웃음이 새어나온다. 소설은 ‘나도 예전부터 좀 알고 있었음. 쿨한 느낌’처럼 명사형으로 마무리하는 등 하나의 단편 내에서도 어미를 다채롭게 사용한다. 빨리 감기, 정지 등의 기호를 활용해 노래를 재생시키듯 서사를 전개한 부분도 눈에 띈다. 실험적 문체와 순서를 뒤섞어놓은 비선형적 전개 방식 등 젊은 작가의 파격적인 시도를 보는 재미가 있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 2021-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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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나리오 중에도 수법 진화… 보이스피싱의 백신 되길”

    전직 경찰 서준(변요한)은 그날따라 운수가 좋다. 건설현장 반장으로 고생한 끝에 현장감독으로 정식 계약하자는 제안을 받는다. 현장소장의 칭찬도 이어진다. 내 집 마련의 꿈도 눈앞까지 왔다. 운수 좋은 날은 곧 최악의 날이 된다. 서준의 아내가 변호사로부터 걸려온 전화를 받으면서다. 그는 자신이 서준의 친구라며 건설현장에서 인부가 사망해 서준이 조사를 받고 있다고 다급하게 전한다. 뒤이어 형사의 전화까지 릴레이처럼 이어지자 당황한 아내는 아파트 중도금 7000만 원을 보낸다. 남편은 그제야 통화가 된다. 이미 돈은 인출된 뒤. 같은 날 현장소장 역시 보이스피싱에 속아 인부들 개인정보를 넘긴다. 인부들이 딸 수술비 등으로 모아둔 돈 30억 원이 순식간에 사라진다. 서준은 경찰 대신 직접 나선다. 보이스피싱 본거지인 중국 선양 콜센터에 위장 취업하며 ‘원점 타격’을 시도한다. ‘보이스’는 보이스피싱 범죄를 주제로 다룬 영화. 보이스피싱이 형사물의 일부 소재로 등장한 적은 있었지만 보이스피싱만 다룬 영화는 처음이다. 영화는 도입부에서 보이스피싱 피해액이 2018년 4040억 원에서 지난해 7000억 원으로 늘었다는 수치를 제시하며 그 심각성을 알린다. 영화에 등장하는 보이스피싱 수법은 과장된 부분이 있지만 모두 실제 사례에 기초한 것. 제작진은 2016년 시나리오 기획 단계부터 금융감독원, 경찰청 관계자 등을 두루 만나 보이스피싱 실체에 파고들었다. ‘변작기’를 이용해 발신번호를 바꾸는 장면, 자신의 통장이 대포통장으로 사용되고 있다는 수사기관 전화를 받은 피해자가 은행에 확인 전화를 하면 전화에 이미 깔린 악성앱이 작동해 보이스피싱 콜센터의 ‘가짜 은행’으로 연결되는 장면 등 수법과 전체 과정은 그래서 매우 디테일하다. 영화는 제아무리 똑똑한 사람이라도 걸려들 수밖에 없게끔 지능적으로 설계된 수법들을 소개하며 경각심을 일깨운다. 과거 개그콘서트의 한 코너였던 ‘황해’에서 어설픈 서울말로 뻔한 대본을 읊으며 피해자를 낚던 시대는 오래전 막을 내렸다는 것. 보이스를 제작한 민진수 수필름 대표는 7일 동아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시나리오를 쓰는 중에도 수법이 계속 진화해 2019년 시나리오를 계속 수정했다”고 전했다. 보이스피싱의 본거지 곳곳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100명 안팎이 동시에 전화를 돌리며 하루 종일 덫을 놓는 콜센터 전경은 장관이다. 최신 트렌드에 맞춰 대본을 쓰는 기획실도 있다. 건강보험료 인상이 이슈라면 이를 다룬 대본을 만들어 돈을 노리는 식. 기획실 에이스 곽프로(김무열)와 서준의 몸을 사리지 않는 액션 신도 관람 포인트. 배우들이 다치지 않았을까 걱정될 정도로 현실감 넘친다. 다만 도입부를 10분만 보면 누구나 전개 방향과 결론을 예상할 수 있는 점은 아쉽다. 전직 경찰이나 정보기관 요원이 공권력을 대신해 적진에 뛰어들어 사건을 해결하는 내용의 범죄액션물 클리셰를 따라간 부분도 많다. 서준이 아내에게 윙크를 하며 웃는 부분에서 이 클리셰는 절정에 달한다. 변요한의 연기는 과도하게 비장하다. 민 대표는 “새로운 결론에 대한 욕구도 있었지만 피해자들에게 보이스피싱 사건도 해결된다는 희망을 주기 위해 예상 가능한 결론을 택했다”며 “이 영화로 관객들이 보이스피싱 수법을 제대로 인지해 피해가 줄길 바란다”고 했다. 15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 2021-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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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찰스 왕세자의 이 양복… 제 손으로, 한국인 옷솜씨, 전 세계인 로망되길”

    내년에 개봉할 영화 ‘더 배트맨’에서 주인공 브루스 웨인과 악당들은 양복을 여러 벌 바꿔 입는다. 지난주 개막한 제78회 베니스 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된 영화 ‘스펜서’에서도 찰스 왕세자 역을 맡은 배우 잭 파딩은 영국 정통 방식으로 제작된 정장들을 입는다. 이들 영화에 나오는 양복을 만든 사람이라면 으레 나이가 지긋한 백인 재단사를 떠올리기 쉽다. 그러나 이를 만든 이는 젊은 한국인이다. 영국 런던에서 테일러로 일하다 최근 귀국한 김동현 씨(32)가 주인공. 그는 ‘더 배트맨’ 의상 다섯 벌과 ‘스펜서’ 의상 세 벌을 만들었다. 김 씨는 5일 동아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한국인이 만든 영국 정통 양복을 세계인들이 보게 된다고 생각하니 설렌다. 한국인로서 자부심이 생긴다”고 말했다. 김 씨는 런던 새빌로 거리에서 올 3월까지 만 3년간 테일러로 일했다. 이곳은 영화 ‘킹스맨’에 나오는 양복점이 자리 잡은 곳으로 영국 왕족 등 상류층이 주로 찾는다. 세계적인 디자이너 알렉산더 매퀸도 이곳에서 인턴으로 일하며 경력을 쌓았다. 김 씨는 ‘맞춤 양복의 성지’로 불리는 새빌로 거리에서 유일한 한국인 테일러였다. 그는 새빌로 맞춤 협회(Savile Row bespoke association) 소속 양복점에서 일하며 기술을 배웠다. 손바느질 기준을 깐깐히 적용하는 영국 정통 양복 제작법을 고수하는 양복점만이 이 협회에 가입할 수 있다. 김 씨는 ‘스펜서’에서 찰스 왕세자가 입는 슈트 2벌과 코트 1벌을 만들었다. 앞서 지난해 11월 영화 제작사는 왕족의 품격과 영국 양복의 정통성을 한눈에 보여주는 정장을 2개월 안에 지어 달라고 요청했다. 김 씨는 “왕가의 복장을 제대로 재현하기 위해 왕족 사진집 등 관련 자료를 찾아보고 왕족들의 옷을 자주 제작한 원로들을 취재했다”고 설명했다. 김 씨는 2014년 런던행 비행기에 올랐다. 국내 대학 의류디자인학과에 다니던 그는 여성복 중심으로 진행되는 수업과 유행에 민감한 한국 패션계에 회의를 느꼈다고 한다. 그는 “유행에 흔들리지 않고 시간이 지날수록 더 빛을 발하는 옷은 없을까 고민하다 그것이 바로 영국 양복이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양복의 고향에서 제대로 된 기술을 배우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2014년 런던예술대에서 맞춤 양복(bespoke tailoring)을 전공하며 양복 기술과 문화를 폭넓게 공부했다. 2017년 새빌로 맞춤 협회가 2년에 한 번 양복을 공부하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여는 ‘황금 가위 경연’에서 최종 25인에 올랐다. 졸업 후 3년간 새빌로 거리 양복점에서 일하다 올 3월 귀국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재택근무가 늘어 영국 양복 시장이 침체된 탓도 있지만 한국에서 펼치고 싶은 꿈이 있어서였다. 그는 최근 자신의 브랜드를 만들었다. 조만간 영화 의상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옷을 편집숍 등을 통해 판매할 계획이다. 올해 말에는 자신의 가게를 연다. 김 씨는 “좋은 옷이란 입을수록 빛나고 몸에 잘 들어맞는 옷이라고 생각한다”며 “오래돼도 촌스럽지 않고 더 우아하게 느껴지는 영국 정통 양복 기술을 적용한 옷을 국내에 선보이고 싶다”고 했다. “한국에서 실력을 더 쌓은 뒤 영국으로 돌아가 김동현이라는 한국인이 만든 양복을 영국인들에게 입히는 게 최종 꿈입니다. 누구나 제 옷 한 벌을 갖는 게 꿈이 될 때까지 정진하려고 합니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 2021-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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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아파트 단지에서 찾은 친근한 생물학

    “과학 연구라고 해서 머나먼 정글이나 깊은 해저를 탐사해야만 놀라운 발견을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공학 박사이자 공상과학(SF) 소설가인 저자는 말한다. 평범하게 지나던 바로 내 곁, 내 집에서도 신기한 현상은 일어나고 있다고. 저자가 과학 연구 중에서도 생물학 연구를 위해 돌아볼 것을 권유하는 곳은 아파트와 그 주변이다. 그곳엔 소나무와 철쭉이 있다. 주차장 차 밑에는 길고양이가 살고 단지 내엔 황조롱이가 오간다. 아파트 안으로 들어와 보면 곰팡이와 집먼지 진드기가 있다.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아파트엔 탐구해 볼 만한 생물들이 널려 있다. 아파트 단지에서 흔한 철쭉에는 ‘로도덴드론 슐리펜바키 막심’이라는 러시아어 학명이 붙어 있다. 러시아 해군장교 바론 슐리펜바흐는 1854년 조선에서 발견한 철쭉을 러시아 식물학자 카를 막시모비치에게 보낸다. ‘붉은 나무’를 뜻하는 ‘로도덴드론’에 두 사람의 이름을 합쳐 탄생한 이름이 철쭉의 학명이 됐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길고양이에 주목하며 ‘고양이 지식 보따리’도 풀어낸다. 조선의 숙종은 자신이 기르던 고양이 금손을 아꼈고, 효종의 딸 숙명공주도 고양이를 좋아했다. 조상들이 고양이를 꺼림칙한 존재로 여긴 것만은 아니었다는 것. 한반도에 고양이가 전해진 건 삼국시대로 추정된다. 한반도에 불교를 전하려 배를 타고 오던 사람들이 배에 실은 불경을 쥐가 파먹지 못하도록 고양이를 태우고 온 것으로 전해진다. 저자는 이렇듯 내 주변의 흔한 것들에서 생물학 여행을 시작할 것을 권한다. 낯설고 어렵게 느껴졌던 생물학과의 거리를 좁혀 보자는 취지다. 저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도 아파트도 연결시킨다.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엘리베이터 등 공용 공간에서 마스크를 철저히 쓰게 되는 등 아파트 풍경이 바뀌었다는 것. 코로나19처럼 시의성 높은 주제나 아메바 등 저자의 기존 관심 주제를 설명하기 위해 이들 주제와 아파트의 연결 고리를 무리하게 만들어낸 부분은 이 책의 아쉬운 점이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 2021-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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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軍 가혹행위 묘사? CCTV 달고 촬영한 것 같지 말입니다∼

    “군 문제를 정면으로 다루는 것에 대한 부담감은 있었다. 더 좋은 군대가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이 이야기를 시작하게 됐다.” 지난달 27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D.P.’(디피)를 쓴 김보통 작가가 1일 동아일보와의 서면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최근 온·오프라인상에서는 온통 ‘D.P.’ 얘기다. 올해 공개된 국내 영상물을 통틀어 가장 큰 화제를 모으고 있는 작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드라마 속 군 부대 내 가혹행위 장면을 두고는 예비역 누리꾼들을 중심으로 “군대에 폐쇄회로(CC)TV를 달고 촬영한 것 같다”는 호평이 쏟아지고 있다. 이 드라마 작가이자 원작 웹툰 ‘D.P 개의 날’ 작가이기도 한 김 작가에 대한 관심도 뜨겁다. 드라마로는 처음으로 병영 내 가혹행위를 날것 그대로 다룬 데다 예비역들의 트라우마를 건드릴 정도로 실감나게 살려내서다. 김 작가는 “많은 남성이 군 생활을 하며 직접 보거나 경험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리얼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했다. ‘D.P.’는 육군 헌병대(현 군사경찰대)의 군무이탈자 체포전담조를 뜻하는 DP(Deserter Pursuit) 조원들의 활약을 다루는 과정에서 가혹행위를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듯 그려낸다. 코를 곤다는 이유로 방독면을 씌우는 건 약한 수준. 선임병은 후임병 뒤통수가 벽에 박힌 대못에 찔려 피가 날 때까지 폭행한다. 방독면에 물을 붓고, 침을 먹이는가 하면 각종 방법으로 성적 수치심을 준다. 드라마 속 군대는 분노를 참다 미치거나 탈영하지 않기 위해 온힘을 짜내 버텨내야 하는 지옥처럼 묘사된다. 민감한 주제를 다룬 탓에 군을 소재로 한 영상물로는 이례적으로 군 협조 없이 촬영이 진행됐다. 한 제작진은 “군 당국에 협조를 요청하지 않았다”고 했다. 드라마 속 생활관(내무반)은 실내 세트다. 연병장 등 주요 군 시설물이 등장하는 장면의 촬영은 경기 부천시의 폐쇄된 군부대에서 진행했다. 드라마의 시간적 배경은 현실 세계에서 군 사건사고 역사상 가장 심각한 해로 꼽히는 2014년. 윤 일병 구타 사망 사건과 임 병장 총기 난사 사건이 동시에 일어난 해다. 김 작가는 “2014년은 군도 사회도 변화해야 하는 큰 변곡점을 맞게 된 해”라고 시간 설정 배경을 설명하며 “(드라마 대본 집필에) 두 사건을 일부 참고했다”고 했다. 드라마 속 가혹행위를 두고는 반론도 나온다. A 장교는 “드라마가 그동안 전군에서 일어났던 극단적 사건을 골라 마치 한 부대에서 모조리 일어나는 일상적인 일처럼 묘사했다”며 “가혹행위 수준만 놓고 보면 (7년 전이 아닌) 20년 전 같다”고 했다. 군 수사기관의 또 다른 장교는 “지금은 병사들이 휴대전화를 쓸 수 있는 만큼 가혹행위 발생 시 곧바로 국방헬프콜에 신고하고 있어 드라마 수준의 가혹행위는 엄두도 못 낸다”고 했다. 실제로 드라마 대본에는 과거 DP로 활동한 김 작가의 경험이 깔려 있는데, 그는 2002년부터 군 복무를 했다. 군 관계자들은 휴대전화 사용이 가능해진 점, 이병부터 병장까지 함께 있던 생활관이 동기 생활관으로 바뀐 점, 소규모 독립부대를 제외하고 생활관이 침상형에서 사생활이 일부나마 보장되는 침대형으로 바뀐 점 등이 복무 스트레스를 줄이면서 과거 수준의 가혹행위는 줄어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드라마 배경인 2014년은 물론이고 최근까지도 가혹행위 사건은 잊을 만하면 터지고 있다. 2014년엔 윤 일병 사건을 계기로 후임병에게 파리를 먹이고 대검으로 찌른 사건, 냉장고에 가둔 사건 등이 줄줄이 드러났다. 2019년엔 육군 일병이 동기에게 대소변을 먹이는 등 가혹행위를 한 혐의로 구속됐다. 올해 7월엔 군인권센터가 한 공군부대 선임병들이 후임병을 용접가스보관창고에 가두고 불붙인 박스 조각을 던지는 등 가혹행위를 일삼았다고 폭로했다. 드라마 특성상 극적 효과를 위해 각종 가혹행위를 한 소대에 몰아넣은 측면이 없지는 않지만 엽기적 가혹행위가 현재 진행형임을 부인하긴 어렵다. 김 작가는 “(2014년 웹툰을 연재할 때부터) ‘언젯적 군대 얘기를 하느냐’는 사람들이 있었다. 많은 이들이 군내 부조리가 아직 존재한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는다”며 “강한 사람이 약한 사람을 괴롭히는 폭력은 모양만 바뀌었을 뿐 어디엔가 계속 존재할지도 모른다”고 했다. 그는 최근 자신의 인스타그램엔 이같이 썼다. “D.P.는 ‘이제는 좋아졌다’는 망각의 유령과 싸우기 위해 만들어졌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외로운 싸움을 계속해 나가는 분들에게 힘을 보탤 수 있기를.”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 2021-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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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군대에 CCTV 달고 촬영했나”…예비역들이 열광하는 이유

    “군 문제를 정면으로 다루는 것에 대한 부담감은 있었다. 더 좋은 군대가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이 이야기를 시작하게 됐다.” 지난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D.P.(디피)’를 쓴 김보통 작가가 1일 동아일보와의 서면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최근 온오프라인상에서는 온통 디피 얘기다. 올해 공개된 영화나 드라마 등 국내 영상물을 통틀어 가장 큰 화제를 모으고 있는 작품이라고 확언할 수 있을 정도. 특히 드라마 속 군 부대 내 가혹행위 장면을 두고는 예비역 네티즌들을 중심으로 “드라마가 아니라 군대에CCTV 달고 촬영한 것 같다”는 호평이 쏟아지고 있다. 이 드라마 작가이자 원작 웹툰 ‘D.P 개의 날’ 작가이기도 한 김보통 작가에 대한 관심도 뜨겁다. 드라마로는 처음으로 병영 내 가혹행위를 날것 그대로 다룬데다 예비역들의 트라우마를 건드릴 정도로 실감나게 살려내서다. 김 작가는 “많은 남성이 군 생활을 하며 직접 경험하거나 봤던 기억을 떠올리며 리얼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했다. ‘D.P.’는 육군 헌병대(현 군사경찰대)의 군무이탈자 체포전담조를 뜻하는 DP(Deserter Pursuit) 조원들의 활약을 다루는 과정에서 병영 내 가혹행위를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듯 묘사한다. 코를 곤다는 이유로 방독면을 씌우는 건 약한 수준. 선임병은 후임병 뒤통수가 벽에 박힌 대못에 찔려 피가 날 때까지 폭행한다. 방독면에 물을 붓고, 라이터를 켜 음모를 태우는가 하면 걸핏하면 성적 수치심을 준다. 드라마 속 소대는 온갖 엽기적인 가혹행위가 매일 일어나는 ‘가혹행위 종합세트’다. 분노를 참다 미치거나 탈영하지 않기 위해 온힘을 짜내 버텨내야 하는 지옥이다. 민감한 주제를 다룬 탓에 드라마는 제작 당시 군 당국 협조를 받지 못했다. 한 제작진은 “군 당국에 협조를 요청한 적이 없다”고 했다. 드라마 속 가혹행위의 주무대 중 하나인 생활관(내무반)은 실내 세트다. 연병장 등 주요 군 시설물이 등장하는 촬영은 경기 부천시의 폐쇄된 군부대에서 진행했다. ‘태양의 후예’나 ‘진짜 사나이’ 등 군 관련 기존 영상물이 군의 협조를 받은 것과는 대비된다. 드라마의 시간적 배경은 군 사건사고 역사상 가장 상징적인 해로 꼽히는 2014년. 윤일병 구타 사망 사건과 임 병장 총기 난사 사건이 동시에 일어난 해다. 임 병장이 부대원들의 따돌림과 가혹행위를 참다못해 총기를 난사했다고 주장하면서 “가혹행위를 참으면 윤 일병, 못 참으면 임 병장”이라는 얘기가 회자됐다. 김 작가는 “2014년은 군도 사회도 변화해야 하는 큰 변곡점을 맞게 된 해”라고 시간 설정 배경을 설명하며 “(드라마 집필에) 두 사건을 일부 참고했다”고 했다. 드라마가 묘사하는 가혹행위를 두고는 반론도 나온다. 장교 A는 “드라마가 극적 효과를 주기 위해 전군에서 일어나는 극단적 사건을 골라 마치 한 부대에서 모조리 일어나는 일상적인 일처럼 묘사한 것”이라며 “가혹행위 수준만 놓고 보면 20년 전 부대 같다”고 했다. 군 수사기관의 또 다른 장교는 “현재는 병사들이 휴대전화를 쓸 수 있어 가혹행위 발생 시 곧바로 국방헬프콜 등에 신고하고 있어 드라마 수준의 가혹행위는 엄두도 못 낸다”고 했다. 실제로 드라마 대본에는 과거 DP로 활동한 김 작가의 경험이 깔려있는데 그는 2002년부터 군 복무를 했다. 군 관계자들은 일부 독립부대를 제외하고 생활관이 침상형에서 사생활이 일부나마 보장되는 침대형으로 바뀐 점, 휴대전화 사용이 가능해진 점, 이병부터 병장까지 함께 모여 있던 생활관이 동기 생활관으로 바뀐 점 등이 복무 스트레스를 줄여 가혹행위의 잦은 발생을 막는데 기여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영화의 배경인 2014년을 전후는 물론 최근에도 가혹행위 사건은 잊을 만 하면 보도되고 있다. 2012년엔 심심하다는 이유로 선임병이 후임병의 발바닥을 20초간 지진 사건이 있었다. 2014년엔 윤 일병 사건을 계기로 후임병에게 파리를 먹이고 대검으로 찌른 사건, 냉장고에 가둔 사건 등 가혹행위가 릴레이식으로 드러났다. 2019년엔 육군 일병이 동기에게 대소변을 먹이는 등 가혹행위를 한 혐의로 구속됐다. 올해 7월엔 군인권센터가 한 공군부대에서 선임병들이 후임병을 부대 용접가스보관창고에 가두고 불을 붙인 박스 조각을 집어던지는 등 가혹행위를 일삼았다고 폭로했다. 드라마의 특성상 극적 효과를 위해 각종 가혹행위를 한 소대 안에 집중시킨 면이 없지 않지만 엽기적 가혹행위는 현재도 여전히 진행 중인 것. 김 작가는 인터뷰에서 “(2014년 웹툰을 연재할 때부터) ‘언젯적 군대 얘기를 하느냐’는 사람들이 있었다. 많은 이들이 군내 부조리가 아직까지 존재한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는다”며 “강한 사람이 약한 사람을 괴롭히는 폭력은 모양만 바뀌었을 뿐 어디엔가 계속 존재할지도 모른다”고 했다. 그는 최근 자신의 인스타그램엔 이같이 썼다. “D.P.는 ‘이제는 좋아졌다’는 망각의 유령과 싸우기 위해 만들어졌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외로운 싸움을 계속해 나가는 분들에게 힘을 보탤 수 있기를.”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 2021-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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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느날 가출 감행한 서로 다른 여고생 3인, 그 시절 불안한 선택… 그땐 그게 맞았는데

    고3 소녀 3명이 있다. 강이(방민아)는 복잡한 생각으로 가득한 표정을 하고 있지만 생각을 거의 드러내지 않는다. 2명의 의견이 부딪치면 “나는 상관없다”고 하는 게 그의 최선이다. 소영(한성민)은 자기애 충만한 인물로 이들 중 서열 1위다. 모든 상황을 주도하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아무리 친한 친구라도 잔인하게 굴복시킨다. 아람(심달기)은 목장갑, 길고양이 등 버려진 것들을 주워 오며 “다 아픈 애들”이라고 말한다. 단순하게 사는 엉뚱한 소녀 같지만 사실은 아빠의 무관심과 폭력에 노출된 ‘버려진 소녀’다. 서로 다른 소녀 3명은 어느 날 가출을 감행한다. 이들은 어떤 결말을 맞을까. 영화 ‘최선의 삶’이 1일 개봉했다. ‘체급 자체가 다른 소설’이라는 극찬을 받으며 2015년 제4회 문학동네 대학소설상을 수상한 임솔아 작가의 동명 소설이 원작이다. 원작은 2019년 가수 아이유가 한 방송에서 ‘인생 책’이라며 소개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영화는 시작부터 눈길을 끈다. 소설을 읽으며 떠올린 머릿속 장면들을 그대로 빼내 영상화한 듯하다. 소설에서 튀어나온 듯한 주인공들은 물론이고 학교, 동네 등 주요 장소까지 높은 싱크로율을 보여준다. 원작 속 “우리는 자꾸 다른 곳으로 가고 싶어 했다” 등의 주요 문장은 토씨까지 그대로 살려 강이의 내레이션으로 옮겼다. 여성 관객에게는 학창 시절로 돌아가는 경험도 선물한다. 그 시절 어설프고 불안한 선택이 낳은 결과를 후회하며 살지만 돌이켜보면 당시로선 그게 최선이었다는 사실을 느낄 수 있다. 이우정 감독은 1일 전화 인터뷰에서 “10대를 지나온 사람들이 이 영화를 보고 묻어두었던 그 시절의 감정들을 느낄 수 있다면 좋겠다”고 했다. 강이로 분한 걸그룹 ‘걸스데이’ 멤버 방민아의 연기력도 관람 포인트다. 강이가 엄마 앞에서 무서움과 분노, 후회 등 온갖 감정을 그러모아 오열하는 장면을 보고 나면 아이돌 출신에게 갖기 쉬운 선입견이 사라진다. 방민아는 강이 역으로 7월 뉴욕 아시안영화제에서 국제라이징스타상을 받기도 했다. 아쉬운 부분도 있다. 원작 속 주요 서사 일부가 생략돼 원작을 읽지 않은 사람이라면 함축이 거듭된 시를 읽는 것처럼 스토리를 이해하기 다소 어려울 수도 있다. 가출을 끝내고 일상으로 돌아온 주인공들의 관계는 어긋나기 시작한다. 소영은 강이를 따돌리고 괴롭힘을 주도한다. 원작은 소영과의 몸싸움 끝에 강이가 ‘최선의 선택’이라며 소영에게 무릎을 꿇는 장면, 이런 강이에게 소영이 폭력을 가하는 장면이 상당 부분 나온다. 결말 부분 소영에 대한 ‘강이의 선택’을 이해하게 하는 중요한 장면이다. 그런데 영화는 강이가 상처를 입은 채 공터에 주저앉아 울고 있는 장면으로 훌쩍 건너뛴다. 감독은 “해당 장면은 촬영은 했지만 우리에게 이미 익숙한 폭력 장면을 굳이 보여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 편집 과정에서 덜어냈다”며 “사건 자체보다는 10대 주인공 각자가 맞닥뜨리는 감정과 세밀한 변화를 표현하는 데 집중하고 싶었다”고 했다. 영화는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KTH상을, 서울독립영화제에서는 ‘새로운선택상’ 등을 수상했다. 15세 관람가.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 2021-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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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열대야 물러나니… 서울 도심 옥상에 ‘시네마 천국’ 열리네

    옥상을 밝히던 백열등이 꺼지자 200인치 대형 스크린이 빛을 쏟아냈다. 스크린 뒤편에선 경희궁 주위의 키 큰 나무들이 밤바람에 살랑였다. 8월 28일 저녁 서울 종로구 신문로2가의 주택가 언덕에 위치한 에무시네마 옥상. 30여 명이 빈백에 기대거나 의자에 앉아 헤드폰을 끼고 영화 ‘시네마 천국’에 집중하고 있었다. 기승을 부리던 열대야가 물러간 덕에 관객들은 초가을 밤공기를 느끼며 영화에 빠져들었다. 서계원 씨(34·회사원)는 “옥상에서 영화를 보면 가슴이 탁 트이는 기분이 든다”며 “실내 영화관과는 다른 매력이 있다”고 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야외에서 영화를 보려면 열대야와의 사투를 벌여야 했다. 그러나 8월 말부터 밤 기온이 20도 안팎(서울 기준)에 머물면서 야외, 특히 옥상에서 영화 보기에 가장 좋은 시기로 접어들었다. 복합문화공간 ‘에무’에 있는 에무시네마는 8월 19일 ‘라라랜드’ 상영을 시작으로 매주 목·금·토요일 저녁 옥상에서 ‘별빛영화제 시즌2’를 진행하고 있다. 월요일 오후 8시에 다음 주 티켓 예매가 시작되는데, 보통 5분도 되지 않아 32개 좌석 표가 매진된다. 날씨가 선선해진 데다 팬데믹으로 꽉 막힌 실내에서의 영화 관람을 꺼리는 이들이 늘면서 옥상 관람의 인기가 높아진 것. 양인모 에무시네마 프로그래머는 “캠핑 의자와 테이블 등을 제공해 관객들이 캠핑장에 온 기분을 느끼며 편하게 영화를 볼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했다. 영화 관람료는 1만2000원, 10월 말까지 옥상 상영을 진행한다. 서울 중구 퇴계로에 위치한 대한극장도 9월 중순부터 옥상 영화 상영을 시작한다. 대한극장이 젊은 관객들을 유치하기 위해 2019년 봄부터 시작한 옥상 상영관 ‘시네가든’에서의 영화 상영은 봄과 가을에만 진행된다. 올가을엔 영화 ‘호우시절’ ‘윤희에게’ ‘우리의 20세기’ 등 재개봉작들을 다음 달 말까지 상영할 예정이다. 배도현 대한극장 기획실 팀장은 “유명 멀티플렉스 영화관들과의 차별화 전략을 고민하다 옥상 상영을 기획하게 됐다”며 “주로 젊은 연인들이 찾고 있어 로맨스물 위주로 작품을 구성하고 있다”고 했다. 관람료는 음료와 영화 관련 굿즈, 영화 티켓을 묶어 1만4000원이다. 서울 동작구 동작대로의 예술영화관 아트나인도 8월 26일 영화 ‘이도공간’을 시작으로 ‘반옥상’ 격인 12층 ‘시네마 테라스’에서 상영을 시작했다. 무더위와 사회적 거리 두기 탓에 테라스 상영을 잠정 중단했다가 재개한 것. 아트나인은 카페를 겸한 레스토랑 중 일부 공간을 테라스 영화 상영에 활용하고 있다. 과거 50석을 운영했지만 사회적 거리 두기가 강화되면서 20석으로 줄였다. 소규모 인원이 모여 스크린 뒤 큰 창에 그림처럼 펼쳐진 하늘을 보며 영화를 감상할 수 있다. 9월엔 ‘해피 투게더 리마스터링’(9일), ‘패왕별희 디 오리지널’(16일) 등 ‘장국영 스페셜’을 진행할 예정이다. 음료를 묶어 1만6000원에 영화 티켓을 판매한다. 박혜진 아트나인 극장사업부 팀장은 “코로나19 탓에 일정을 장담할 순 없지만 난로를 틀고 운영하는 방식으로 한겨울 직전까지는 테라스 영화 상영을 이어갈 예정”이라고 말했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 2021-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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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로나 시대 집정리 “놀이처럼 재미나게, 최소비용-최대효과로”

    팬데믹으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집 안 곳곳 정리되지 않은 것들이 눈에 들어온다. 막상 정리하자니 시간도 시간이려니와 수납용품을 사는 데 드는 돈도 만만치 않을 것 같다. 시간과 비용을 덜 들이면서도 집을 깨끗하게 만드는 방법은 없을까. 최근 ‘오전의 살림 탐구’(라이프앤페이지)를 펴낸 17년 차 살림 전문가 정이숙 작가(43·사진)는 20일 동아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약간의 아이디어만 더하면 놀이처럼 즐기면서 집을 정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180가지 살림 아이디어가 담긴 그의 책은 교보문고의 취미·스포츠 분야 책 판매 순위에서 6주 연속 1위를 차지했다. 살림 책이 이 분야 1위를 차지한 건 이례적이다. 코로나 시대를 맞아 집 정리에 대한 독자들의 높은 관심이 반영된 것. ‘살림 천재’로 통하는 그에게 최소 비용으로 최대 효과를 낼 수 있는 집 정리 노하우를 들어봤다. 개는 게 귀찮아 빨래를 미루는 이들이 적지 않다. 그는 “개지 않는 빨래 종류를 늘리라”는 근원적인 해결책을 제시한다. 수건은 펴서, 양말은 같은 종류로 사서 모양만 맞춰 켜켜이 쌓아두는 식. 속옷도 편 채로 쌓으면 끝이다. 그날 쓸 개인수건은 개인별 수건걸이를 욕실 문밖에 달아 걸어두면 된다. “수건을 펴서 보관할 만한 공간이 없으면 어떻게 하느냐”는 질문에 그는 “우리 집은 안방 서랍 한 칸을 비워 수건 보관용으로 쓴다. 쓸데없는 물건을 비우면 어느 집이든 보관 장소는 충분하다”고 답했다. 책상 정리를 위한 수납용품으로는 플라스틱 우유통이 제격이다. 수납할 물건 높이에 맞게 우유통을 자른 뒤 책상이나 싱크대 서랍에 넣고 쓰면 된다. 그는 “잘 자른 우유통은 유명 브랜드 잡화점에서 파는 반투명 수납용품과 다를 게 없다”고 했다. 편의점에서 파는 검은색 도시락 용기는 볼펜이나 메모지 등을 크기별로 나눠 보관하기에 좋다. 텀블러의 경우 싱크대 상부 장에 여러 개를 세워 놓으면 꺼내다 쓰러뜨리기 일쑤. 이럴 땐 1000mL짜리 우유팩이 답이다. 윗부분을 제거한 우유팩 여러 개를 양면 테이프로 결합한 뒤 텀블러를 눕혀 넣는 방법. 그는 “우유팩 수납함은 상부 장에 밀어 넣어 쓰는 만큼 기존 상표가 눈에 잘 띄지 않아 좋다”고 말했다. 갑 티슈는 아래로 숨기자. 우선 티슈만 꺼내 과일 플라스틱 용기에 넣은 뒤 벨크로 테이프로 책상이나 식탁 아래에 거꾸로 붙인다. 이어 티슈가 나오는 갑 티슈 입구 부분은 오린 뒤 플라스틱 용기에 붙여 사용하면 된다. 그는 “티슈를 뽑을 때 먼지도 덜 나고 책상과 식탁도 넓게 쓸 수 있다. 티슈 커버도 필요 없다”고 설명했다. 바닥 곳곳에 놓인 물건들은 청소를 포기하게 만드는 원흉이다. 정 작가의 해법은 ‘물건 공중부양’으로 청소하기 쉬운 환경을 만드는 것. 멀티탭은 벨크로 테이프로 책상 주변의 켜고 끄기 편한 위치에 부착해 바닥으로부터 떼어 놓는다. 전선은 정리 클립을 이용해 책상이나 벽에 고정시킨다. 욕실도 마찬가지. 다용도 걸이와 집게, 끈을 활용해 치약, 샴푸 등을 최대한 매달아 놓는다. 욕실 청소는 극세사 수건 2장과 5분의 시간만 있으면 된다. 젖은 수건으로 거울, 세면대 등을 닦은 후 마른수건으로 한 번 더 닦으면 끝이다. 이렇게 하면 물청소는 일주일에 한 번만 해도 충분하다. 그는 “집은 화가 쌓이지 않는 공간이어야 한다”며 “처음부터 깨끗하게 만들기 쉬운 집을 목표를 하면 정리하기가 편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 2021-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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