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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 머물면서 국내 남성들을 대상으로 불법적인 ‘출장 마사지’를 제공하겠다며 돈을 뜯어낸 조직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들은 2월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되자 제 발로 한국에 들어오다 덜미가 잡혔다. 경기북부지방경찰청은 “범죄단체조직죄 등의 혐의로 32명을 검거해 자금관리를 맡은 윤모 씨 등 10명을 구속했다”고 22일 밝혔다. 윤 씨 등은 지난해 3월부터 출장 마사지 사이트를 운영하며 310명으로부터 약 43억 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모두 35개의 출장 마사지 사이트를 개설해 고객을 모집했다. 마사지 예약금이나 보증금 명목으로 돈을 입금하면 불법 마사지를 제공하겠다고 유혹했다. 하지만 이 사이트들은 처음부터 가짜였다. 해당 사이트에 올라온 사진들도 모두 인터넷에 떠도는 걸 짜깁기해 만든 것이었다. 하지만 여기에 속아 돈을 입금한 남성들은 의외로 많았다. 게다가 환불을 요구했다가도 “예약금을 돌려받으려면 추가 입금이 필요하다”고 하면 돈을 더 보내기도 했다. “제대로 이름을 표기하지 않아 오류가 발생했다”거나 “띄어쓰기가 틀려 전산이 꼬였다”는 억지 주장을 펴도 먹혔다고 한다. 한 피해자는 256회에 걸쳐 4억3000만 원을 입금하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피해자들이 금액이 커질수록 돈을 돌려받아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판단이 흐려져 더 시키는 대로 끌려 다닌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일당은 이렇게 가로챈 돈을 대포통장과 중국 환전상 등을 통해 세탁하는 방식으로 경찰의 추적을 피해왔다. 지난해 11월 첫 신고를 접수한 경찰은 약 3개월간 추적한 끝에 피의자들을 특정했다. 하지만 중국에 머물고 있어 검거가 어려웠던 일당은 현지에서 코로나19가 거세지자 스스로 국내로 입국하기 시작했다. 경찰은 2월부터 순차적으로 조직원 32명을 검거했고, 나머지 조직원도 추적하고 있다. 경찰은 수사 과정에서 파악한 일당의 차명 부동산과 현금 등 범죄수익금 12억여 원을 10일 추징보전 신청했다. 법원은 같은 날 이를 받아들였다. 추정보전이란 범죄로 얻은 불법 재산을 형이 확정되기 전 빼돌리지 못하도록 묶어두는 조치다. 경찰 관계자는 “최근 일반적인 온라인 거래에서도 입금자명이 틀렸다는 핑계를 대고 추가 입금을 요구하는 수법의 범죄가 늘어나고 있다”며 “이런 경우엔 곱다로 수사기관에 신고하는 게 현명하다”고 말했다.김태성 기자 kts5710@donga.com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탓에 추석만 바라보고 있었는데….” 21일 오전 서울 동대문구에 있는 청량리청과물시장. 과일도매상 ‘광영농산’의 이준식 사장(57)은 검게 그을린 채 무너져 내린 저장고 앞에서 속절없이 줄담배를 피웠다. 10평 남짓한 저온저장고에는 포도와 사과 등이 가득했지만 이젠 형체도 알아볼 수 없었다. 이 사장은 “아내와 아들까지 온 가족이 매달려 꾸려왔다. 5월에 결혼한 아들 살림에 보탬이 되고 싶었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소방에 따르면 추석을 불과 열흘 앞둔 이날 오전 4시 33분경 “청과물시장 2번 출입구 부근의 한 창고에서 불이 났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소방은 인력을 300명 가까이 투입했으나 밀집한 가게들로 번진 불은 7시간이 걸려서야 진압됐다. 그 사이 점포 19개와 창고 1개가 소실됐다. 청과물시장 상인회의 동영화 회장은 “대략 50억 원에서 60억 원의 재산 피해를 입은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명절 대목을 앞뒀던 시점이라 피해는 더 크고 치명적이었다. 상인회에 따르면 설날이나 추석에 입고되는 과일 수량은 평소보다 평균 10배가량 많다. ‘광성상회’의 오모 사장(64)도 “추석을 맞아 기존 물량의 5배 정도 들어왔다. 피해액이 8000만 원을 넘는다”며 눈물지었다. 상인들의 억장이 더 무너져 내린 건 이번 추석에 건 기대가 워낙 컸기 때문이다. 상인 박모 씨(65·여)는 “올해 코로나19 여파로 장사다운 장사도 못 해봤다”며 “추석을 잘 넘겨 손자들 용돈이라도 쥐여줘야지 했는데 허탈하다”고 말했다. 동북상회의 고모 사장(54)은 “이번 여름 장마에 태풍까지 겹쳐 농산물 값이 40% 이상 올랐다. 금전적 피해가 더 커졌다”고 한숨지었다. 직접 화마를 당하지 않았다고 피해가 없는 건 아니다. 가까스로 불길을 피한 과일도 화재 진압용 물에 젖거나 연기가 배면 폐기 처분해야 한다. 40년간 과일 장사를 해온 A 씨(64)는 “과일은 의외로 민감해 불길의 냄새만 배도 상품으로 팔리지 않는다”고 전했다. 피해 가게들이 과일 등 신선식품을 취급하는 곳이 많은 점도 근심거리다. 청과물 보관용 냉동·냉장시설을 갖춘 대형 창고가 불에 탔기 때문이다. 사과 3500만 원어치를 잃었다는 상인 김모 씨(30)는 “저온창고가 없으면 과일 보관이 안 돼 장사 자체를 할 수 없다”며 “추석은 물론 연말 장사까지 어려워졌다”고 막막해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형석 의원실에 따르면 해당 시장의 화재 안전 등급은 일선 소방서가 관리하는 ‘C등급’이다. 소방청은 노후 건축물 등 화재 위험이 큰 전통시장을 대상으로 화재 안전등급(A∼E)을 분류하고 있다. 소방청이 관리하는 E등급이 아니면 특별점검이나 전문가 화재 안전컨설팅 대상은 아니다. 소방의 1차 현장조사 결과, 이날 화재는 청과물시장과 맞닿은 전통시장의 한 통닭집에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소방당국 관계자는 “합동 감식은 22일 오전 11시부터 서울소방본부 서울지방경찰청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 등이 참여해 진행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동대문구에 따르면 화재가 발생한 점포들에는 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있지 않았다고 한다. 다만 발화 당시 화재 알림 장치가 작동해 인명 피해는 피할 수 있었다. 구 관계자는 “피해 상인들의 화재보험 가입 여부를 파악하고 있다. 관련 법령을 검토해 지원 방안을 마련하려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 유채연 인턴기자 연세대 철학과 4학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탓에 추석만 바라보고 있었는데….” 21일 오전 서울 동대문구에 있는 청량리청과물시장. 과일도매상 ‘광영농산’의 이준식 사장(57)은 검게 그을린 채 무너져 내린 저장고 앞에서 속절없이 줄담배를 피웠다. 10평 남짓한 저온저장고에는 포도와 사과 등이 가득했지만, 이젠 형체도 알아볼 수 없었다. 이 사장은 “아내와 아들까지 온 가족이 매달려 꾸려왔다. 5월에 결혼한 아들 살림에 보탬이 되고 싶었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소방에 따르면 추석을 불과 열흘 앞둔 이날 오전 4시 33분경 “청과물시장 2번 출입구 부근 한 창고에서 불이 났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소방은 인력을 300명 가까이 투입했으나 밀집한 가게들로 번진 불은 7시간이 걸려서야 진압됐다. 그 사이 19개 점포와 창고 1개가 소실됐다. 청과물시장 상인회의 동영화 회장은 “대략 50억에서 60억 원의 재산 피해를 입은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명절 대목을 앞뒀던 시점이라 피해는 더 크고 치명적이었다. 상인회에 따르면 설날이나 추석에 입고되는 과일 수량은 평소보다 평균 10배가량 많다. ‘광성상회’의 오모 사장(64)도 “추석을 맞아 기존 물량의 5배 정도 들어왔다. 피해액이 8000만 원을 넘는다”며 눈물지었다. 상인들의 억장이 더 무너져 내린 건 이번 추석에 건 기대가 워낙 컸기 때문이다. 상인 박모 씨(65)는 “올해 코로나19 여파로 장사다운 장사도 못 해봤다”며 “추석을 잘 넘겨 손자들 용돈이라도 쥐여줘야지 했는데 허탈하다”고 말했다. 동북상회의 고모 사장(54)은 “이번 여름 장마에 태풍까지 겹쳐 농산물 값이 40%이상 올랐다. 금전적 피해가 더 커졌다”고 한숨지었다. 직접 화마를 당하지 않았다고 피해가 없는 건 아니다. 가까스로 불길을 피한 과일도 화재 진압용 물에 젖거나 연기가 배이면 폐기처분해야 한다. 40년간 과일장사를 해온 A 씨(64)는 “과일은 의외로 민감해 불길의 냄새만 배도 상품으로 팔리지 않는다”고 전했다. 피해 가게들이 과일 등 신선식품을 취급하는 곳이 많은 점도 근심거리다. 청과물 보관용 냉동 냉장 시설을 갖춘 대형 창고가 불에 탔기 때문이다. 사과 3500만 원어치를 잃었다는 상인 김모 씨(30)는 “저온창고가 없으면 과일 보관이 안 돼 장사 자체를 할 수 없다”며 “추석은 물론 연말 장사까지 어려워졌다”고 막막해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형석 의원실에 따르면 해당 시장의 화재 안전 등급은 일선소방서가 관리하는 ‘C등급’이다. 소방청은 노후건축물 등 화재위험이 큰 전통시장을 대상으로 화재 안전등급(A~E)을 분류하고 있다. 소방청이 관리하는 E등급이 아니면 특별점검이나 전문가 화재 안전컨설팅 대상은 아니다. 소방의 1차 현장조사 결과, 이날 화재는 청과물시장과 맞닿은 전통시장의 한 통닭집에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소방당국 관계자는 “합동 감식은 22일 오전 11시부터 서울소방본부·서울경찰청·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 등이 참여해 진행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동대문구청에 따르면 화재가 발생한 점포들에는 스프링클러는 설치돼있지 않았다고 한다. 다만 발화 당시 화재알림장치가 작동해 인명 피해는 피할 수 있었다. 구 관계자는 “피해 상인들의 화재보험 가입 여부를 파악 중이다. 관련 법령을 검토해 지원 방안을 마련하려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유채연 인턴기자·연세대 철학과 4학년}

“대문 앞에 자꾸 우유와 신문이 쌓여가네요. 행여 잘못되신 건 아닌지 걱정됩니다.” 그의 사망을 늦게라도 처음 눈치 챈 건 우유배달원이었다. 처음엔 어디 여행이라도 가셨나 보다 했단다. 하지만 일주일째 신문과 우유들이 어지러이 쌓여갔다. 배달원은 혹시나 했다. 아니면 다행이지만, 아파트 관리사무소에 얘기는 하는 게 낫겠다 싶었다. 서울 강서구의 한 임대아파트에서 홀로 세상을 떠난 A 씨(67)의 소식은 그렇게 세상에 알려졌다. 소방에 따르면 발견 당시 A 씨는 이미 숨을 거둔 지 오래였다. 소방 관계자는 “18일 오전 10시 47분경 A 씨가 사망한 것 같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했다”며 “대략 1주일쯤 전에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파악된다”고 설명했다. 일주일에 3번 우유를 갖고 왔던 배달원의 눈썰미와 선의가 아니었다면 시신은 더 오래 방치됐을지도 모를 일이다. 안타깝게도 A 씨는 기초생활수급자였다고 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이 아니었다면, 정부기관이 그의 건강 상태를 확인할 기회가 있었을 거란 얘기다. 담당 사회복지사는 “코로나19 여파로 직접 방문이 어려워져 한 달에 1, 2번 정도 연락해 건강을 확인해왔다”며 안타까워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도시락을 제공해왔던 해당 사회복지관도 연락이 닿지 않아 전전긍긍하던 차였다. 코로나19는 단순히 복지시스템의 사각만 만든 게 아니었다. 수도권에서 코로나19가 급속도로 퍼지면서 A 씨는 여느 어르신들처럼 세상과 단절됐다. 삶의 낙이었던 경로당은 문을 닫은 지 오래. 바깥 활동이 조심스럽다 보니 이웃 간의 왕래 역시 사라졌다.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A 씨는 아들과도 한 달에 1번 정도 왕래를 하던 사이였다. 하지만 부지불식간에 찾아오는 죽음은 그 틈새를 조용히 파고들었다. 경찰에 따르면 A 씨는 특별한 유서를 남기지 않았다. 외부에서 침입한 흔적도 없고 상해를 입지도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A 씨가 평소 고혈압과 협심증 등을 앓아왔다고 한다. 지병이 악화돼 갑작스레 세상을 떠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요즘 같은 시대에 홀몸노인의 사망은 뉴스거리도 되지 않는다. 그 정도로 흔한 일이 돼버렸다. 하지만 ‘코로나19만 아니었다면 A 씨도 이런 헛헛한 결말은 피해 갈 수 있지 않았을까’란 가정만으로도 그의 죽음은 허투루 여길 수가 없다. 물론 코로나19로 힘든 게 취약계층만은 아니다. 전 국민, 전 세계의 일상이 뒤죽박죽이 됐다. 그렇다고 이런 대전염병에 가장 고통받는 이들이 사회적 약자란 사실은 변치 않는다. A 씨의 사망 소식에 코로나19로 학교에 못 간 채 집에서 라면을 끓여 먹다 화마를 당한 아이들이 겹쳐 보인다면 너무 과장일까. 이런 참상들이 여기서 멈출 것 같지 않아 더 마음을 무겁게 짓누른다. 김태언 사회부 기자 beborn@donga.com}

6년 동안 지속적으로 어머니를 잔인하게 폭행해온 30대 아들에게 법원이 징역 1년형을 선고했다. 아들이 두려워 법정에도 들어가지 못했던 어머니는 선고 직후 “1년이라도 숨 쉬면서 살 수 있겠다”며 울음을 터뜨렸다. 서울북부지법 형사3단독(홍주현 판사)은 11일 존속상해 및 존속폭행 등 혐의로 기소된 A 씨(34)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해자는 2014년부터 지난해 8월까지 상당히 오랜 기간 큰 육체적·정신적 고통을 입었을 것으로 보이고 현재까지 피고인에 대한 엄벌을 탄원하고 있다”면서도 “피고인이 어머니를 위해 600만 원을 공탁하고 반성하는 태도를 감안했다”며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A 씨 측은 법정에서 “어머니와 다투면서 몸을 밀치고 입을 막은 적은 있지만 폭행한 적은 없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피해자가 상해를 입은 사실이 명확하다”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어머니 B 씨가 아들의 폭행으로 입은 온몸의 멍 자국 사진이 증거였다. 재판부에 따르면 학원 강사로 일했던 B 씨는 번 돈을 모두 투자해 2011년 아들의 명의로 인터넷 쇼핑몰을 차렸다. B 씨는 주문 전화를 받는 등 아들과 함께 사업을 운영하기도 했다. 아들 A 씨의 폭행이 시작된 건 2014년 7월. A 씨는 쇼핑몰 사업 주문량이 떨어지거나 어머니가 잠시 주문 전화를 놓칠 때마다 주먹을 휘둘렀다고 한다. 163㎝에 39㎏의 왜소한 체구인 어머니는 183㎝에 90㎏의 거구인 아들의 무자비한 폭행에 척추가 부서지고 방광이 파열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충격으로 B 씨는 현재까지 뇌경색을 앓고 있다고 한다. B 씨는 지난해 8월 3일 아들을 경찰에 신고한 뒤 임시생활시설을 전전했다. 불구속 상태로 수사를 받던 아들이 올 6월까지 수십여 차례 B 씨를 찾아왔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에는 서울가정법원이 A 씨에게 ‘접근금지 처분’을 내렸는데도 협박은 이어졌다고 한다. 이에 수사기관은 A 씨에게 가정폭력 처벌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도 적용했다. 수년간 아들에게 폭행을 당해왔던 B 씨는 아들과 눈을 마주치는 것도 무서워 법정에 들어가지도 못했다고 한다. 11일 아들의 1심 선고 결과를 전해들은 B 씨는 동아일보와 통화에서 “그나마 다행이긴 한데, 1년 뒤 아들이 다시 찾아와 보복할까봐 벌써부터 두렵다”며 눈물을 흘렸다.김태언 기자beborn@donga.com}
성범죄자 등의 신상정보를 임의로 공개하는 웹사이트 ‘디지털 교도소’가 경찰의 수사망이 좁혀오자 8일 폐쇄했다가 사흘 만에 운영을 재개했다. “디지털 교도소를 이어받은 2대 운영자”라 밝힌 A 씨는 11일 오전 폐쇄됐던 해당 웹사이트에 입장문을 올리고 “사적 제재 논란으로 많은 비판에 직면해 있지만, 이대로 사라지기엔 아까운 웹사이트다. 고심 끝에 운영을 맡았다”고 밝혔다. 그는 “1기 운영진들은 경찰에 신원이 특정됐고 인터폴 적색수배도 내려진 상황이다. 운영이 어렵다고 생각해 잠적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충분한 검증 없이 업로드한 1기 운영진에 피해를 입으신 채정호 교수님과 김도윤님께 사죄드린다”고 했다. 신상 공개 뒤 5일 극단적 선택을 한 대학생은 언급하지 않았다. 그는 “앞으로는 누가 보기에도 확실한 증거들이 존재하는 경우에만 신상 공개를 할 것을 약속한다”며 “일부 게시 글은 증거 보완 뒤 다시 업로드하겠다”고도 했다. 7월부터 디지털 교도소 관련 수사를 진행해온 대구지방경찰청 관계자는 “기존 페이지와 계정을 재운영하는 대신 서버 관리 주체를 변경한 걸로 보인다”며 “1기와 마찬가지로 이들도 수사 대상에 포함된다”고 말했다. 경찰은 현재 1기 운영진 상당수의 신원을 파악하고 검거에 나섰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법원이 광복절 서울 광화문 집회를 주도한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담임목사의 보석을 취소하고 재수감 결정을 내렸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4부(부장판사 허선아)는 7일 “피고인(전 목사)에 대한 보석을 취소한다”며 “보석 보증금 중 3000만 원을 몰취(沒取·국고에 귀속)한다”고 밝혔다.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부장검사 김태은)의 수감 지휘에 따라 경찰은 이날 오후 3시 35분경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 사택에 머물던 전 목사의 신병을 확보한 후 서울구치소로 이송시켰다. 전 목사는 140일 만에 재수감됐다. 재판부는 전 목사가 불법 집회에 참여하는 등 보석 조건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올해 4월 전 목사의 보석을 허가하며 사건과 관련될 수 있거나 위법한 집회·시위 참가 금지 등을 조건으로 내걸었다. 전 목사가 이끄는 ‘대한민국 바로세우기 국민운동본부’는 지난달 15일 광복절 집회 신고를 했다가 금지당한 뒤 다른 보수단체 집회에 참석했다. 경찰은 해당 집회에 당초 신고 내용과 달리 신고 인원(100명)의 수십 배에 달하는 참가자가 몰리자 불법 집회로 규정하고 해산명령을 내렸지만 전 목사 등 시위대는 이에 불응했다. 법원은 전 목사의 이 같은 행위가 위법 집회 참가에 해당한다고 봤다. 재판부는 당사자인 전 목사를 불러 심문하는 절차를 거치지 않고 직권으로 보석 취소를 결정했다. 보석으로 풀려난 피고인의 경우 취소 사유가 충분히 입증됐거나 시급히 구속할 사유가 있다고 판단되면 심문 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된다. 전 목사의 경우 광화문 집회 참석,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과 이달 2일 퇴원 사실 등이 수차례 보도돼 행보가 널리 알려져 있던 상태다. 검찰은 지난달 16일 전 목사의 보석을 취소해달라는 신청서를 법원에 제출한 후에도 6차례에 걸쳐 의견서와 추가 자료 등을 제출했다. 전 목사의 변호인 측도 의견서를 2차례 제출했다. 전 목사 측은 보석 취소 결정에 불복해 이날 바로 법원에 항고장을 제출하고 구속집행정지도 함께 신청했다. 전 목사는 이날 경찰 호송차량에 탑승하기 전 “대통령의 말 한마디로 사람을 이렇게 구속시킨다면 이건 국가라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전 목사의 보석 취소 여부는 서울고법에서 다시 판단하게 된다.유원모 onemore@donga.com·김태언 기자}

《코로나19 발발 후 처음 맞는 민족 대명절 추석이 다음 달 1일로 다가왔다. ‘언택트 한가위’에 맞게 ‘슬기로운 추석 생활’을 모색하는 움직임이 분주하다. 고향에 모일 수는 없어도 얼굴은 보자며 부모님 스마트폰에 화상회의 프로그램을 깔아주거나 노모를 홀로 둘 수 없어 형제끼리 나눠서 방문하자는 묘안이 나온다. 추석 선물도 손세정제와 물비누, 마스크 등 ‘위생세트’가 인기다. 방역 수칙을 지키면서도 마음까지 넉넉한 명절을 보내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결혼하고 23년 만에 처음이에요. ‘차례상 없는 한가위’는요.” 전남 나주에 사는 간호사 김현주 씨(44)는 요즘 마음이 하루에도 몇 번씩 싱숭생숭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으로 이래저래 분위기가 안 좋아졌는데 추석은 한 달도 남지 않았기 때문. 서울과 광주 등에 흩어져 사는 가족들은 며칠 전 긴 논의 끝에 결국 올해 추석은 모이지 않기로 했다. 요즘 같은 상황에 장 보는 게 조심스럽고 음식재료 값도 천정부지로 뛰어 차례도 생략하기로 했다. 김 씨는 “함께 얼굴 보기 쉽지 않은데 명절조차 가족이 모이지 못해 아쉽고 막막하다”며 “보건소에서 일해 올 초부터 힘들었는데 재충전의 시간을 갖는 걸로 위안을 삼겠다”고 했다. 그런 부인이 안쓰러웠는지 남편 홍경필 씨(48)는 “고생한 와이프가 평소 좋아하는 ‘스파게티’라도 만들어 대접하겠다”며 다독거렸다. 코로나19 발발 뒤 처음 맞는 민족 대(大)명절. 다음 달 1일로 다가온 2020년 한가위는 너무나 생경한 풍경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 두기가 강화되며 벌써부터 지금껏 겪어본 적 없는 상황에 어떻게 대처할지 시름이 깊다. 가족 모임부터 차례와 성묘, 때마다 주고받는 선물도 고민이다. 한편에선 이럴 때일수록 ‘슬기로운 추석 생활’을 통해 코로나19를 잘 극복해보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 “서울 사는 큰딸은 안 오는 게…” 특히 가족 중에 고령자나 환자가 있는 집안은 추석이 반갑지만은 않다. 수도권에서 내려올 가족이 있을 경우엔 더 생각이 많아진다. 김 씨 가족도 추석 따로 나기를 결심한 결정적인 이유가 폐질환을 앓고 있는 시아버지 때문이었다. 친지들도 “요새 서울이 난리인데 서울에서 대학을 다니는 큰딸은 안 오는 게 낫지 않겠느냐”고 조심스레 의견을 냈다. 강원 속초가 고향인 박예슬 씨(26) 가족도 올해는 차례를 생략하기로 했다. 평소 박 씨 가족은 설날 추석이면 할아버지 댁에 30명이 넘는 가족, 친척이 모였다. 하지만 전국에 퍼져 있다가 한데 모이는 게 아무래도 위험해 보였다. 결국 최소 인원만 모이되 차례는 지내지 말고 조상 산소만 찾아 성묘하기로 했다. 박 씨는 “수도권에서 사회적 거리 두기 2.5단계가 발령되자 할아버지가 먼저 차례를 건너뛰자고 제안하셨다”며 “가족끼리 모이더라도 마스크 착용 등에 신경 쓰자는 얘기도 미리 나눴다”고 했다. 설날이나 추석이면 가장 관심이 집중되는 고향 가는 표 예매도 올 추석은 색다른 상황을 맞이했다. 일단 기차표 구하기가 평소보다 몇 갑절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된다. 코로나19 탓에 100% 비대면 예매만 가능해 전화나 온라인으로만 표를 구할 수 있다. 게다가 코레일은 2, 3일로 예정됐던 승차권 예매 일정을 8, 9일로 한 주씩 늦췄다. 코레일 관계자는 “원래 입석표를 제외한 좌석은 모두 판매하려다가, 사회적 거리 두기를 위해 창가 좌석만 발매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고속버스 승차권 예매를 총괄하는 전국고속버스운송사업조합도 “승차권 판매에는 제한을 두지 않되, 가급적 통로나 운전기사 뒷자리는 피하고 창가 좌석만 구매해 달라”고 권고하고 있다. 기차나 버스 모두 차편을 증설한다고 해도 자리가 줄어들어 경쟁이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비행기는 통상적으로 명절 티켓은 약 1년 전부터 예약하는 경우가 많아 이제 와서 좌석 수를 조절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한 항공사 관계자는 “기내에서 마스크 착용을 필수로 하고 방역에 만전을 기해 코로나19 확산을 차단하도록 노력하겠다”고 설명했다. 고속도로 상황도 예상하기가 쉽지 않다. 코로나19로 모이지 않는 가족도 적지 않다지만, 귀향을 결정한 가족은 안전을 위해 자차를 이용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경북 안동이 고향인 서울 직장인 배모 씨(36)는 “가뜩이나 와이프가 임신해 버스나 기차를 타긴 께름칙하다. 부모님은 오지 말라지만, 1년에 겨우 한두 번 얼굴 보는데…”라며 답답해했다. 한국도로공사 관계자도 “평소 같으면 정부도 대중교통을 이용하라고 권하는데, 코로나19 상황에서 그렇게 권고하기도 난감하다”고 했다. 어떤 가족들에겐 이런 고민조차 부럽기도 하다. 해외에서 살고 있는 가족들은 진즉에 추석 귀향을 포기했기 때문이다. 일본에서 직장생활을 하는 최성림 씨(28)는 일찌감치 가족들에게 일본에 남겠다는 의사를 전했다. 한국에 오려면 최소 2주 동안의 자가 격리까지 고려해야 하는데, 직장 다니는 처지에서 현실적으로 쉽지 않기 때문이다. 최 씨는 “우리는 추석이면 친가, 외가를 다 찾아뵙는데 최소한으로 꼽아 봐도 접촉자가 15명이 넘는다. 차라리 만나러 가지 않는 게 도리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위생제품을 추석 선물로… 벌초 대행도 인기 손수 해오던 벌초 작업을 올해만큼은 대행업체에 맡기려는 시민도 많다. 전북 전주에서 벌초 대행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이현석 씨는 “지난해 추석보다 이미 예약 건수가 25% 정도 늘어났다”며 “아무래도 벌초를 가면 인근 산소에 모인 다른 가족과 접촉이 생길 수 있으니 대행업체를 이용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대전에 있는 A벌초대행업체도 지난해 대비 예약 건수가 30% 정도 늘었다고 한다. 업체 대표는 “코로나19로 경기가 어려워진 점을 감안해 평소보다 저렴한 가격에 벌초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모 등에게 영상통화와 화상회의 등을 알려주는 집도 많아졌다. 사정상 고향에 가기 어려워졌지만 얼굴이라도 보여드리고 싶은 마음에서다. 경남 사천이 고향인 김모 씨(49)는 “부모님이 코로나19로 가지 못한다는 걸 충분히 이해하시면서도 굉장히 쓸쓸해하시는 게 느껴졌다”며 “손자들 얼굴이라도 보여드려야겠단 생각에 화상회의 프로그램 까는 걸 알려드렸다. 많이 어려워하셨지만 그래도 잘한 것 같다”고 전했다. 코로나19는 한가위 선물 풍속도도 바꾸고 있다. 그간 명절 선물은 과일이나 고기 등 식품이 인기를 끌었지만, 올해는 마스크나 손세정제 같은 위생용품이나 건강기능식품에 대한 관심이 크게 올랐다. 이마트에 따르면 지난달 13일 선물용으로 내놓은 ‘위생 세트’는 28일까지 800세트 이상이 팔리며 인기를 끌었다. 이 세트는 손세정제와 핸드워시, KF94 마스크 등으로 꾸려졌다. 애경산업과 AK플라자가 추석 선물세트로 기획한 위생용품 꾸러미도 지난달 21일부터 1200세트 이상이 팔렸다. AK 관계자는 “예상보다 반응이 뜨거워서 내부에서도 놀란 분위기”라고 했다. 오모 씨(53)도 올 추석 과일 바구니에 마스크 30장을 얹어 어머니 댁을 찾을 계획이다. 82세인 어머니가 홀로 추석을 보내게 할 순 없어 형제끼리 추석 전후로 나눠서 방문하자는 묘안도 냈다. 코로나19에다 수해, 태풍까지 연달아 고초를 겪는 농어민을 돕겠다는 ‘착한 선물’도 최근 눈길을 끌고 있다. 서울에 사는 조모 씨(55)는 평소 선택하던 참기름, 가공육 등으로 구성된 선물세트 대신 황태와 전복 등 수산물을 한가득 구매했다. 조 씨는 “고향이 전남이라 그런지 지역 어민들 피해 소식에 마음이 아팠다”며 “주변 지인들에게 완도산 전복을 선물해 ‘고향의 맛’이라도 나누려 한다”고 했다.전채은 chan2@donga.com·김태언 기자}
“하루 4시간만 장사해서라도 어떻게든 버텨야죠. 8일간 국민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지침을 잘 지켜서 확산세가 잡히는 것이 우선이니까요.” 서울 서초구 방배동 먹자골목에서 곱창집을 운영하는 유효필 씨(51)는 28일 깊은 걱정과 함께 자구책 찾기에 나섰다. 유 씨는 “배달거리를 늘리는 방법으로 이번 조치를 버텨야겠다”고 말했다. 유 씨의 곱창집은 오후 5시부터 다음 날 오전 2시까지 영업한다. 정부가 수도권의 사회적 거리 두기 2단계에서 2.5단계로 격상하면서 30일부터 다음 달 6일까지 8일간 음식점은 오후 9시까지만 정상 영업하고 다음 날 오전 5시까진 포장·배달 영업만 가능하다. 음식점과 카페, 학원, 독서실, 체육시설 등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은 불황의 끝이 보이지 않는다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한식당을 운영하는 이근재 한국외식업중앙회 종로구지회장은 “가게 내에서도 최소 1m 거리를 유지하고 역학조사 때문에 출입 명부까지 작성해야 한다. 바쁜 점심시간에 명단 받기엔 일손도 부족하고 모처럼 손님이 왔는데 거리 유지가 안 된다고 돌려보내는 것이 가능하냐”고 말했다. 야간에 문을 열고 포장과 배달이 어려운 호프집 등은 직격탄을 맞았다. 종로의 한 호프집 사장은 “9시에 문을 닫으란 것은 아예 문을 열지 말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동네 카페와 달리 매장 내 음식과 음료 섭취가 금지된 프랜차이즈형 커피전문점 점주들은 “같은 자영업자인데 프랜차이즈 영업만 제한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도리어 강화된 방역 조치를 기회로 삼겠다는 자영업자도 있다. 서울 동작구에서 횟집을 운영하는 방모 씨(33)는 “긴 장마와 태풍으로 원래도 손님이 확 줄어든 상황이어서 고민이 많았다. 이번 정부 조치를 계기로 배달주문 메뉴를 늘리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한 이벤트와 마케팅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집합금지 명령이 내려져 문을 닫아야 하는 학원과 헬스장 당구장 등 실내체육시설도 비상이 걸렸다. 서울 노원구의 학원에서 중고교생을 가르치는 김모 씨는 “수업료를 이월해달라는 학부모 문의 전화가 계속 오고 있다. 온라인 수업을 준비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고위험시설로 지정돼 19일부터 문을 닫은 PC방과 노래방 업주들은 8일간 더 문을 닫게 됐다. 서울 중랑구의 PC방 업주 30대 김모 씨는 “눈앞이 깜깜하다. 확산세가 이번에는 잡히길 바란다”며 하소연했다.이청아 clearlee@donga.com·김태언·황태호 기자}
허인회 녹색정보통신 대표(56)가 도청 탐지 장비 외에도 생태계 보전 협력금이나 음식물쓰레기 업체 등에 대해 국회와 지방자치단체에 청탁해 3억9000만 원을 불법 수수한 것으로 밝혀졌다. 서울북부지검 형사5부(부장검사 서인선)는 27일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허 대표를 구속 기소했다고 28일 밝혔다. 허 대표는 2014년 9월∼2017년 12월 G사의 무선 탐지 장비가 공공기관에 설치될 수 있도록 국회의원들이 자료 요청을 하거나 회의 때 질의하게 하고, 그 청탁 대가로 수차례에 걸쳐 1억700만 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허 대표는 2016년 2월∼2018년 12월 생태계 보전 협력금 반환 사업에도 관여해 그 대가로 2억5000만 원을 받았다. 협력금은 환경보전 사업을 시행하면 50%를 돌려받을 수 있다. 허 대표는 2018년 5월 음식물쓰레기 처리업체로부터 인천에 위치한 침출수처리장을 서울로 변경해달라는 청탁을 받고 3000만 원을 수수한 혐의도 받고 있다. 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경기 구리시의 한 아파트 단지 앞 도로에 대형 싱크홀이 발생해 주민이 대피하는 등 불안에 떨었다. 소방당국과 구리시 등에 따르면 26일 오후 3시 45분경 구리시 교문동 장자2사거리 한 아파트 단지 앞 도로가 꺼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도로 부분에서 시작된 땅꺼짐 현상이 지름과 깊이가 각각 최대 20m까지 커지면서 왕복 4차선 도로 중 2개 차로와 인도, 횡단보도 일부가 움푹 꺼졌다. 아파트 단지 내 땅까지 꺼지면서 아파트 가로수도 거꾸러지듯 싱크홀로 빠져 들어갔다. 사고 당시 주변을 이동하던 사람이나 차량이 없어 인명 피해는 없었으나 인근 아파트 내 전기와 가스, 상수도 등이 모두 끊겼다. 구리시는 사고 직후 인근 아파트 주민에게 대피 문자를 보내고 복구 작업에 나섰다. 구리시는 도로 아래 매설된 상수도관이 파열돼 사고가 난 것으로 보고 있다. 싱크홀은 상수도관에서 쏟아진 물로 거대한 물웅덩이가 됐다. 구리시 관계자는 “지름 35cm 크기의 상수도관에서 흘러나온 대량의 물로 인해 땅이 무너졌을 가능성이 크다”며 “누수로 인해 상수도관이 조금씩 파열된 흔적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일부 주민은 사고 지점 30m 아래에서 진행 중인 지하철 8호선 별내선 연장 공사를 사고 원인으로 지목하기도 했다. 구리시 관계자는 “현장 지하철 공사는 발파 방식이 아닌 기계를 이용한 굴착식이라 싱크홀 발생과 연관성이 낮다”고 설명했다. 김태언 beborn@donga.com·박종민 기자}

경기 구리시의 한 아파트 단지 앞 도로에 대형 싱크홀이 발생해 주민이 대피하는 등 불안에 떨었다. 소방당국과 구리시 등에 따르면 26일 오후 3시 45분경 구리시 교문동 장자2사거리 한 아파트 단지 앞 도로가 꺼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도로 부분에서 시작된 땅꺼짐 현상이 지름과 깊이가 각각 최대 20m까지 커지면서 왕복 4차선 도로 중 2개 차로와 인도, 횡단보도 일부가 움푹 꺼졌다. 아파트 단지 내 땅까지 꺼지면서 아파트 가로수도 거꾸러지듯 싱크홀로 빠져 들어갔다.신호등과 아파트 단지 내 가로수 등도 쓰러졌다. 이 사고로 인명피해는 없었으나 인근 아파트 내 전기와 가스, 상수도 등이 모두 끊겼다. 인근에서 태권도장을 운영하는 A 씨는 “사고가 발생하자 학부모들이 부랴부랴 도장을 찾아와 아이들을 데려갔다”고 말했다. 싱크홀이 발생한 도로 아래는 암사역과 별내역을 잇는 지하철 8호선 연장 ‘별내선’ 공사 구간이다. 대형 싱크홀 발생 지점 지하 30m에는 지하철 공사 현장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하철 공사는 기계를 이용한 굴착식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한다. 인근에서 부동산을 운영하는 서모 씨(56)는 “장자사거리에서 지하철 8호선 연장 공사가 진행되고 있었다”고 말했다. 소방당국은 복구 작업에 나섰다. 구리시는 만일의 상황에 대비해 인근 아파트 주민에게 재난 문자를 보내고 안전하게 대피할 것을 당부했다. 구리시 관계자는 “상수도관이 터지며 싱크홀이 발생했는지, 사고 현장 지하의 지하철 공사 때문인지 정확한 사고 원인을 조사 중”이라고 말했다.김태언 기자beborn@donga.com}
25일 오후 서울 강남구와 양천구 일대 학원가는 초중고교 학생들로 가득했다. 대부분 운영 제한을 받지 않는 소규모 교과학원에 다니는 학생들이다. 고교 2학년 자녀를 둔 학부모 이모 씨(43·여)는 “전면 원격수업이 안전을 위한 조치라지만 공교육의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우니 사교육을 찾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학원을 통해서라도 수업 결손을 최소화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수도권 유치원과 초중고교가 전면 원격수업으로 전환됐지만 이른바 ‘학업 동선’을 통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가능성은 여전하다. 300명 이상 대형학원과 달리 중소규모 학원은 계속 운영 중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1학기와 달리 입시가 임박한 시점인 데다 장기화된 수업 결손에 따른 사교육 수요 등을 감안할 때 모든 학원의 운영을 막는 것은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다. 앞서 교육부는 19일부터 수도권의 사회적 거리 두기를 2단계로 격상하면서 300인 이상 대형학원들의 운영을 전면 중단토록 했다. 25일 발표한 추가 대책에는 이들 학원이 실제로 운영을 멈추고 있는지 전수조사하고, 명령을 어기고 교습하다가 확진자가 발생하면 구상권을 청구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경기도교육청에 따르면 관내 300인 이상 기숙학원 22곳 중 20곳은 학생 전원을 퇴소시켰거나 퇴소 예정이다. 반면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고 열악한 중소학원에 대해선 운영 제재 없이 방역점검만 하고 있다. 이는 방역당국이 1학기 때 적극적으로 중소학원의 운영을 막았던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일각에선 당국이 300인 이상 학원만 중단시킨 조치가 오히려 ‘300인 미만 학원은 마음 놓고 가도 된다’는 사인으로 받아들여진다는 반응도 있다. 하지만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100일 앞으로 다가온 데다 각종 입시가 대부분 하반기에 몰려 교육당국도 이번에는 1학기와 달리 대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1학기에 학업 공백을 절감한 학부모들 사이에선 ‘학교는 못 가도 학원은 계속 보내야 한다’는 인식도 커진 상태다. 코로나19로 경제가 직격탄을 맞은 상황에 중소규모 학원 운영자들의 어려움도 간과할 수 없는 요소다. 중소학원 중 상당수가 방역 대책을 잘 준수하고, 관리 노하우가 쌓인 측면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서울에서 수학 학원을 운영하는 A 씨는 “매일 체온 측정과 손 소독, 출입기록 관리를 철저히 하고 있고, 외부인은 학부모조차 출입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며 “학원의 생사가 달린 문제이기에 소규모 학원들도 방역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중소학원에서 마스크 착용과 거리 두기 등 핵심 방역수칙을 따르지 않는 게 확인된다면 벌금 부과 등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시는 방역수칙을 준수하지 않는 학원들에 대해 단 한 번만 적발되더라도 집합금지 명령을 내리는 ‘원 스트라이크 아웃’ 원칙을 적용하기로 했다.김수연 sykim@donga.com·김태언 기자}

현재 수도권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은 n차 감염과 소규모 집단 감염, 경로 불명 ‘깜깜이 환자’라는 세 가지 위험 요소가 한꺼번에 나타나는 양상이다. 어느 한 가지만 증가해도 발생 속도를 방역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방역당국과 전문가들이 가장 우려하는 상황이다. 방역당국은 “수도권에선 대유행을 대비하고, 비수도권에선 유행 증가를 염두에 둬야 할 최악의 상황”이라고 경고했다.○ 일상 공간서 잇달아 소규모 집단 감염 20일 중앙방역대책본부와 지방자치단체에 따르면 이날 경기 안양시 동안구의 한 분식집에서 최소 14명의 집단 감염이 확인됐다. 앞서 20대 아르바이트생 A 씨가 12일 증상이 나타난 뒤 16일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후 그의 동료와 가족, 지인 등 13명이 추가로 확진됐다. A 씨와 함께 일하는 40대 여성 B 씨와 50대 C 씨는 각각 18, 19일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들은 함께 식사를 한 것으로 파악됐다. A 씨와 함께 사는 가족 3명, 이 가족들의 직장 동료 및 지인까지 확진되면서 감염 규모가 커졌다. 인천 남동구 열매맺는교회에선 교인 15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전날 확진된 교인이 다른 교인 16명과 장시간 소모임을 가진 것으로 조사됐다. 당시 이들은 마스크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새로 확진된 교인 중에는 서울의 한 고교 교사도 포함됐다. 아직까지 첫 확진자의 감염 경로는 파악되지 않았다. 강원 원주시에선 체조교실의 20대 강사와 10대 학생 등 6명이 확진됐다. 소규모 회원제로 운영되는 이 체조교실의 등록 회원은 41명. 앞서 18일 확진 판정을 받은 고교생이 12일 이곳을 다녀갔다. 경북 지역 고교에 다니는 이 학생은 방학을 맞아 15일 부모가 운영하는 원주의 가게를 찾았다. 16일에는 강릉으로 여행을 갔다. 학생의 아버지도 확진됐다. 경기 파주시 스타벅스 파주야당역점 관련 확진자는 계속 늘고 있다. 이날도 3명이 추가돼 58명이 됐다. 매장 2층에 머물렀다가 감염된 고객 25명을 통해 가족 지인 등 29명에게 전파됐다. 부산 지역에서도 최소 4건의 소규모 감염이 계속 확산 중이다. 사적인 모임이나 직장 등에서 가족 지인 동료 사이에 전파가 이뤄지고 있다.○ 깜깜이 환자도 ‘위험 수위’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 관련 확진자는 20일 낮 12시 현재 676명으로 늘었다. 수도권을 비롯해 11개 시도, 150개 시설에서 확진자가 나왔다. 이 중 13개 시설에서 n차 감염이 확인됐다. 콜센터 4곳, 교회 3곳, 요양시설 3곳, 의료기관 2곳, 금융기관 1곳 등이다. 여기서 발생한 2차 이상 확진자는 최소 67명이다. 집단 감염이 n차 감염을 반복하면서 확산 규모를 키우고 있다. 이에 따라 최근 2주간 발생한 깜깜이 환자는 처음으로 200명을 넘어섰다. 7∼20일 발생한 확진자 1847명 중 272명(14.7%)이나 된다. 방역당국이 생활방역 전환 기준으로 제시한 5%의 3배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이는 기존 집단 감염과의 연관성이 확인되지 않은 ‘조용한 전파’가 지역 사회에서 계속 일어나고 있다는 뜻이다. 방역당국은 사랑제일교회발 집단 감염의 향후 확산세를 가늠할 잣대로 깜깜이 환자 수에 주목하고 있다.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 부본부장은 “사랑제일교회와 무관한 깜깜이 확진자가 증가 폭을 키운다면 또 다른 집단 유행으로 가는 단계일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검사나 역학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서울 광화문 집회 참가자의 감염 여파가 관건이다. 이미 관련 확진자 중 최소 18명이 사랑제일교회와 관련이 없었다. 이들의 감염 원인은 명확하지 않다. 불특정 다수가 몰린 대규모 집회는 접촉자 추적에 한계가 있기에 깜깜이 환자가 쏟아질 가능성이 있다.○ 70대 확진자, 입원 직전 사망 확진 판정을 받은 70대 여성이 입원 전 자택에서 숨지는 일도 발생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격리 치료를 받기 전 사망한 건 대구경북 대유행 이후 처음이다. 당시 대구경북에서 확진자 여러 명이 입원을 기다리다 숨졌다. 방대본에 따르면 경기 남양주시에 사는 78세 여성이 19일 보건소에서 코로나19 진단검사를 받았고, 20일 오전 11시 반 확진 판정이 내려졌다. 보건소가 이송을 위해 전화를 걸었지만 연결이 되지 않았다. 119 구급차가 출동해 현장을 확인한 결과, 이미 숨진 상태였다. 숨진 여성은 최근 경기 구리시 원진녹색병원에서 남편 장례를 치렀다. 방역당국은 병원 빈소에서 감염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권 부본부장은 “병상 배정이 안 됐다거나 병상 준비의 문제는 일단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방역당국에 따르면 18일 기준 중증환자 치료병상은 전국 542개 중 129개(23.8%)만 비어 있다. 이 중 경기 지역 병상은 10%(69개 중 7개)만 남았다.김상운 sukim@donga.com·김태언 / 인천=차준호 기자}

탈북여성 이송월(가명) 씨는 지난해 중순경 수도권 모처에서 남자친구가 성관계 장면을 몰래 촬영했다. 역시 탈북민인 남자친구는 휴대전화로 촬영한 동영상을 빌미로 헤어진 뒤부터 금전을 요구하는 등 이 씨를 협박했다. 주변의 지인들에게 이 씨가 문란한 성생활을 한다며 소셜미디어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지속적으로 시달리던 이 씨의 상황은 최근 관리당국에 우연히 알려졌다. 이 씨는 “한국에서 탈북민 커뮤니티가 좁다 보니 같은 탈북민인 전 남자친구를 신고하는 게 쉽지 않다”고 털어놨다. 지난달 한 탈북여성이 자신의 신변보호 업무를 담당했던 서울의 한 경찰을 성폭행 혐의로 고소한 뒤 탈북여성을 둘러싼 성폭력 문제가 다시 수면으로 떠오르고 있다. 통일부에 따르면 3월 기준 우리나라에 입국해 있는 탈북민 3만3658명 가운데 여성(2만4256명)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72.1%. 1998년 12.2%(116명)에서 크게 늘어났다. 그런데 여성가족부가 2017년 조사한 결과, 한국에 정착한 뒤 성폭력 피해를 경험한 여성은 25.2%나 된다. 4명 가운데 1명꼴로 성폭력을 경험한 셈이다. 동아일보가 만난 탈북여성 6명은 “한국에서 겪었던 위험들은 단순히 성폭력이란 단어로는 다 표현할 수가 없다”고 입을 모았다. 탈북 과정에서도 다수의 성적 위협을 겪었다는 이들은 대부분 혈혈단신으로 낯선 한국 땅에 있다 보니 여러 유형의 폭력을 일상적으로 경험했다고 한다. 2014년 홀로 탈북한 A 씨(40)는 “남한에 온 동향 여성들이 의지할 곳을 찾기 힘들다 보니 연인이나 남편에게 쉽게 의존하는 경향이 있다”며 “이런 약점을 노려 사람을 더 괴롭히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자유 찾아 떠났는데 자유롭지 못한 여성들 문제는 탈북여성 입장에선 범죄 피해를 입고도 경찰 등 바깥에 도움을 요청하기가 쉽지 않단 점이다. 여성가족부 조사에 따르면 성폭력 피해를 입은 탈북여성 가운데 ‘주위에 도움을 요청했다’고 대답한 경우는 9.7%뿐이었다. 심지어 ‘그냥 당하고 있었다’(12.9%)거나 ‘무조건 빌고 애원했다’(11.3%) 등 소극적 태도를 보인 사례가 훨씬 많았다. 배우자의 폭력을 경험한 탈북여성들도 ‘주위에 도움을 요청한다’고 답한 경우가 7.7%에 그쳤다. 탈북여성들이 각종 피해를 당하고도 외부로 사실을 알려 도움을 요청하거나 신고하길 주저하는 이유는 오랫동안 몸에 밴 ‘북한식 사고방식’ 탓이 크다고 한다. B 씨(38)는 “북한에선 한국의 112처럼 피해를 당했을 때 신소(신고)하는 시스템 자체가 아예 없다. 북한에선 성폭행이 유죄로 판결나도 징역 3년이 최고형인 데다 성추행 등은 처벌 대상도 아니다”라고 전했다. 그 역시 2016년 12월 자신이 살던 서울 은평구 빌라에서 사실혼 관계이던 남성에게 거의 초주검이 되도록 폭행을 당한 경험이 있다. 당시에도 사실을 눈치챈 이웃 주민의 신고로 겨우 구조될 수 있었다고 한다. 북한은 전근대적인 남성우월주의가 여전히 깊게 뿌리내려 있어 남성이 여성보다 지위가 높다는 인식이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성폭력이나 가정폭력 문제가 발생해도 피해자인 여성을 탓하는 풍조가 강하다. 굿로이어스 공익제보센터의 전수미 변호사는 “북한은 거주·이전의 자유가 없어 태어난 곳에서 살다가 죽는 걸 당연하게 여긴다”며 “옆집 남성으로부터 성폭행을 당해도 주변에선 ‘여자가 문란해서 그렇다’고 반응할 게 뻔하니 말을 못 한다고 한다. 한국에 와서도 이런 정서가 그대로 이어진 것”이라 지적했다. 한국에 정착한 뒤에도 이런 북한식 가치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는 뭘까. 관계자들은 여기서도 견고히 유지되는 ‘탈북민 커뮤니티’의 영향이 크다고 보고 있다. 익숙지 않은 남한사회에서 서로 돕고 관계를 맺는 건 나쁜 게 아니지만, 북한 체제의 습성까지 이어지는 면이 있다. C 씨(38)는 “피해를 알리는 걸 망신스럽게 생각하는 동향 지인들이 주변에 많다 보니 신고를 하려 해도 ‘왜 탈북민 이미지를 더 망치려 하느냐’며 오히려 핀잔을 주는 경우도 봤다”고 했다. 그는 “사실상 피해 사실을 숨기는 여성들이 많아 정부기관의 통계도 정확하지 않을 것”이라고도 했다. 남북하나재단의 ‘2019 북한이탈주민 사회통합조사’에서 남성 탈북민의 배우자는 88.6%가 탈북여성이다. 탈북여성이 탈북남성보다 3배 이상 많은 점을 감안하면, 탈북민끼리 형성한 폐쇄적인 관계가 한국에 정착한 뒤에도 계속 이어지고 있음을 추정할 수 있다.○ 탈북여성 폭력, 대부분 생활고와 맞물려 “헤어진 남자친구가 매일같이 찾아와 ‘죽여버리겠다’며 협박하고 때려요. 한국에서 더 이상 살아갈 자신이 없습니다. 차라리 다시 북으로 돌아가고 싶어요.” 지난달 수도권에 거주하는 탈북여성 이향월(가명·49) 씨는 지인인 다른 탈북민에게 이런 속내를 털어놨다. 관리당국은 이 씨가 재입북 의사를 내비친 사실을 전해 듣고 조사에 나선 뒤에야 이 씨가 지속적인 데이트폭력에 시달려온 사정을 알게 됐다. 이 씨는 결별을 거부하는 한국인 남자친구의 협박과 폭행을 견디다 못해 112에 신고한 적도 있다. 하지만 남자친구의 폭력은 형사처벌을 받은 뒤 더 심해졌다. “네가 감히 나를 신고했냐”며 이 씨가 사는 임대아파트와 비정규직인 직장을 찾아와 협박하고 손찌검하는 일이 더 늘어났다고 한다. 경찰 조사 결과 이 씨의 데이트폭력은 생활고와도 깊게 맞물려 있다. 이 씨는 북한에 있을 때부터 앓아온 만성 위궤양과 담석증 등 지병 탓에 한국에 와서도 여러 해 동안 불안정한 생활을 이어왔다. 남자친구 역시 입원했던 병원에서 처음 만났다고 한다. 치료 과정에서 생활고가 심했던 이 씨는 상대적으로 형편이 나은 남자친구에게 의존했다가 폭력에 시달리게 됐다. 이 씨처럼 생활고에 시달리다가 폭력의 굴레에 갇히는 경우는 적지 않다. 여성가족부 조사에서도 성폭력 피해를 경험한 탈북여성 가운데 월평균 가구소득이 150만 원 미만인 경우가 56.3%였다. 탈북여성을 대상으로 결혼정보업체를 운영하는 D 씨(38·여)는 “북한에서 지녔던 자격 등을 인정받지 못하다 보니 한국에서 번듯한 직업을 가지기 어렵다. 빚을 갚으려 유흥업소 등에 내몰렸다가 폭력적인 남성을 만나게 되는 사례가 흔하다”고 했다. “탈북여성분들이 겉으론 억센 척을 해도, 정(情)에 휘둘리는 경우가 굉장히 많아요.” 수년간 피해를 입은 탈북여성들을 상대해온 한 상담센터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한번 마음을 준 이에게 쉽게 상처를 받아 자살 기도를 하거나, 감정을 속인 채 접근하는 이들의 범행 표적이 되기 쉽단 얘기다. 5월 16일 오후 1시경 경기 용인에서는 탈북여성 E 씨(23)가 교제하던 탈북민 남자친구(33)에게 이별 통보를 받은 뒤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다. E 씨는 직전에 소셜미디어에 극단적 선택을 암시하는 글을 남겼고, 이를 발견한 친구가 112에 신고해 다행히 목숨을 건졌다. 온라인상에서 친분을 형성한 뒤 돈을 요구하는 사기 수법인 ‘로맨스 스캠’의 표적이 되는 이도 많다. 2월 6일 경기 하남에선 탈북여성(49)이 한 달여간 소셜미디어를 통해 자신이 유엔 비밀요원이라는 상대와 연락을 주고받다가 800달러(약 94만 원)를 해외 송금했다.○ 하나원 범죄피해 예방교육 2시간뿐 탈북여성들은 이처럼 여러 범죄에 노출되기 쉬운 처지지만, 통일부 산하 북한이탈주민정착지원사무소(하나원)에선 관련 교육이 충분치 않다. 탈북민들은 정착 초기 12주 동안 하나원에 입소해 기초 교육을 받는데, 성폭력 등과 관련된 수업은 모두 합쳐 7시간에 불과하다. 그것도 ‘여성 인권과 양성 평등’ 3시간과 ‘신변보호담당관 안내’ 2시간을 빼면 실제 ‘범죄피해 예방교육’은 2시간에 그친다. “여성가족부나 통일부에서 탈북민들을 위한 상담센터를 운영한다고 하죠. 하지만 여성부에 가니 ‘통일부나 남북하나재단에 가셔야 하지 않냐’며 돌려보냈어요. 탈북민 사이에서 통일부에서 소개해주는 공익변호사는 제 일처럼 챙겨주지 않아 ‘가봤자 소용없다’는 얘기가 파다해요. 솔직히 신변보호 경찰도 못 미덥긴 마찬가지고요.” 탈북여성 김모 씨(44)는 19일 동아일보와 통화하며 어느 순간 냉소적인 목소리로 바뀌었다. 이렇게 얘기해도 별로 바뀔 게 없다는 투였다. 다른 탈북여성들의 태도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들은 “하나원 교육부터 신변보호, 상담까지 그럴듯하게 형식적인 절차만 갖추지 말고 정말 현실적인 도움과 대안을 마련해주면 좋겠다”고 부탁했다. 한국사회는 2016년 탈북민 3만 명 시대를 맞았다. 자유와 인권을 찾아 목숨을 걸고 이곳에 온 여성들에게 한국은 어떤 세상으로 비치고 있을까. 한성희 chef@donga.com·김태언 기자}

정부와 서울시가 사랑제일교회 전광훈 담임 목사(64·사진)를 16일 경찰에 각각 고발했다. 보건복지부는 이날 “서울시가 15일 오후 2시경 전 목사에 대한 자가 격리 통지서를 전달하고 (전 목사가) 이를 인지했음에도 같은 날 오후 3시 10분경 광화문 집회에 참석했다”고 고발 이유를 설명했다. 서울시도 “전 목사는 자가 격리를 위반하고 허위 사실을 유포해 신도들의 진단검사를 고의로 지연시켰다”고 말했다. 사랑제일교회 목회자 3명이 양성 판정을 받았지만 전 목사는 검사를 받지 않고 있다. 고발장을 접수한 서울지방경찰청은 즉시 출석을 요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전 목사는 16일 유튜브 예배에서 “(우리 교인들이) 보건소에 검사 받으러 가면 절반 가까이는 증상도 없는데 그냥 양성이라고 해서 병원에 막 때려넣고 있다. 나는 숫자를 조작한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전 목사는 전날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문재인 퇴진 국민대회’ 집회에 참석해 “저를 이 자리에 못 나오게 하려고 ‘중국 우한 바이러스’를 우리들에게 테러했다”고 주장하는 등 마스크를 벗고 17분간 발언을 이어갔다. 전 목사 측은 “연설이 끝나고 자가 격리 통지서를 수령했다”며 “방역당국의 자료 제출에도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전 목사는 올 4월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광화문광장 등에서 특정 정당의 지지를 호소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로 2월 24일 구속 수감됐다. 구속 56일 만인 4월 20일 서울중앙지법은 “위법한 일체의 집회나 시위에 참가해서는 안 된다”는 단서를 달아 전 목사에 대한 조건부 보석을 허가했다. 보석 조건을 어긴 전 목사는 보석 취소로 재수감될 수 있다. 서울중앙지검은 16일 법원에 전 목사에 대한 보석 취소를 청구했다. 김태언 beborn@donga.com·위은지 기자}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 교인들을 통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 감염이 전국으로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12일 교인 2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이후 13일 3명, 14일 14명, 15일 40명이 추가로 확진됐다. 교인들이 8·15집회에 참여한 다음 날인 16일에는 신규 확진자가 190명으로 폭증해 이날 기준 사랑제일교회 관련 누적 확진자는 249명에 달한다.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는 교인과 방문자 4066명 가운데 소재가 파악되는 3397명을 상대로 진단검사를 진행 중이다. 16일 현재 조사가 이뤄진 800여 명 가운데 200여 명에게서 양성 반응이 나와 4명 중 1명꼴로 확진되는 높은 감염률을 보이고 있다.○ 4명 중 1명 감염되는데 669명 소재 불명 사랑제일교회에서 시작된 코로나19 감염은 수도권, 강원, 충남, 대전 등으로 빠르게 번지고 있다. 13일 사랑제일교회를 방문한 뒤 15일 확진된 성북구 주민 A 씨가 14, 15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전국의사총파업 궐기대회’에 음향장치를 설치하러 갔던 것으로 조사되면서 추가 감염의 우려가 나온다. 2일 사랑제일교회를 방문한 뒤 확진 판정을 받은 중랑구 주민은 3일부터 14일까지 중랑노인복지관을 이용해 중랑구가 동선이 겹치는 주민과 직원 320명에 대해 전수조사에 나섰다. 강원 춘천시에서는 10, 11일 사랑제일교회 방문자를 만난 부부가 감염됐다. 인천 연수구에 사는 60대 여성도 사랑제일교회를 방문한 뒤 확진됐다. 충남도에 따르면 사랑제일교회를 방문했던 천안시 거주 80대 여성과 40대 남성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대전 중구에 거주하는 60대 여성도 9∼12일 사랑제일교회를 방문한 뒤 확진 판정을 받았다. 방대본은 사랑제일교회가 9일 비가 와 실내 밀집도가 높아진 가운데 예배를 진행하면서 교인 간 거리가 1m 이내로 가까웠고 찬송가를 부르는 행위 등이 위험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유튜브 계정에 올라온 해당 예배 영상을 보면 이 교회 담임목사인 전광훈 목사(64)가 “토요일(15일 집회)에 다 나와야 한다. 한 사람이 100명씩 동원하기로 약속하라”고 말하기도 했다. 교회 측은 8일 서울 경복궁 인근에서 집회를 열었고 11, 12일 경기 고양시 화정역 부근에서 서명 부스를 운영했다. 방역당국은 해당 집회에 참여했거나 서명 부스를 방문한 사람들을 통한 전파 가능성도 의심하고 있다. 서울시는 7∼13일 교인 명단 등을 토대로 진단검사 대상자 4066명을 추렸지만 이 중 669명의 소재는 아직 파악되지 않고 있다. 하지만 교회 측이 제출한 교회 출입자 명단에 전 목사가 누락되는 등 내용이 부정확해 소재 파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서울시는 경찰청과 함께 소재 불명자들의 연락처와 주소를 파악하고 있다.○ 우산 못 펼 정도로 붙은 채 마스크 벗고 구호 방역당국은 15일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과 인근 을지로입구역 주변에서 열린 보수단체 집회에 사랑제일교회 교인들이 참여해 집단 감염 우려가 큰 것으로 보고 있다. 박능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차장(보건복지부 장관)은 “사랑제일교회 교인 중 15일 집회에 참석한 인원이 파악되지 않아 접촉자들로 인한 n차 전파를 야기할 수 있는 심각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날 보수단체 집회에는 1만5000여 명이 몰렸다. 비가 내렸지만 우산을 펼치지 못할 정도로 참여자들은 다닥다닥 붙어 있었다. 마스크를 내리고 있거나 구호를 외칠 때 마스크를 벗는 등 방역수칙을 어기는 모습이 자주 눈에 띄었다. 김밥과 주먹밥 등을 꺼내 먹으며 콜라와 물 등을 서로 돌려 마시기도 했다. 사랑제일교회 관계자는 “교인 중 첫 확진자가 나온 12일 이후에는 15일 집회에 참석하지 말라고 수차례 안내했다. 앞으로 방역당국에 적극 협조할 것”이라고 말했다.김소영 ksy@donga.com·이지훈·김태언 기자}

제75주년 광복절인 15일 서울 도심 곳곳에서 보수성향 단체와 진보성향 단체들이 각각 집회를 열었다. 보수성향 단체인 ‘일파만파’와 ‘주권회복운동본부’는 이날 낮 12시경부터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등을 규탄하는 집회를 열었다. 참가자들은 부동산 정책과 더불어민주당 소속 지방자치단체장들의 잇따른 성추행 의혹 등을 지적하며 ‘대통령 퇴진’ 등의 구호를 외쳤다. 집회에는 1만5000여 명이 참가했다. 이날 집회에 참석한 박찬종 전 국회의원은 단상에 올라 “(정부가) 집값 잡는다고 스물세 차례나 정책을 내놨다. 정책 실패를 반복하는데, 단 한 사람도 책임을 인정하려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경복궁역 주변 등에 집회 신고를 했던 보수단체들에 집회금지 행정명령을 내렸지만 일파만파 등 10개 단체는 이에 반발하며 서울행정법원에 집행정지 신청을 냈다. 법원은 14일 보수단체 측이 제기한 집행정지 신청 가운데 2건에 대해선 신청을 받아들여 서울 동화면세점 앞과 을지로입구역 주변에선 집회가 허용됐다. 이에 따라 집회를 금지당한 다른 보수단체 회원들이 15일 이들 단체의 집회 장소로 모이면서 오후 한때 세종대로 코리아나호텔에서부터 정부서울청사까지 약 1km 구간이 시위 참가자들로 가득 찼다. 진보성향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은 전국노동자대회를 열고 한미 연합 군사훈련 중단 등을 요구했다. 민노총은 이날 오후 3시경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8·15 전국노동자대회’를 열었다. 주최 측 추산 소속 조합원 2000여 명은 ‘한미 연합 군사훈련 중단하라’ ‘남북 합의 이행, 모든 해고 금지’ 등의 글귀가 적힌 손팻말을 들고 한미 연합 군사훈련 중단과 노동자 해고 중단 등을 요구했다. 민노총 역시 서울시의 집회금지 행정명령을 받았지만 당초 서울지하철 3호선 안국역 사거리였던 집회 장소를 보신각으로 옮겨 기자회견 형식으로 집회를 강행했다. 서울 종로경찰서는 집회 도중 경찰에 폭력을 행사하거나 해산 명령에 불응한 혐의로 보수단체 집회 참가자 30명을 현장에서 체포했다고 16일 밝혔다. 이들 중 한 남성은 이날 오후 8시 30분경 종로구 경복궁역 인근 사거리에서 차량을 몰아 경찰에 돌진하는 등 위협 운전을 한 혐의(특수공무집행방해)를 받고 있다. 현장에 있던 경찰들이 대피하며 인명 피해는 없었다. 경찰은 이들이 받는 혐의의 경중, 도주 우려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형사처벌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경찰은 서울지방경찰청 수사부장을 팀장으로 하는 29명 규모의 전담 수사팀을 꾸려 집회의 위법성에 대해서도 수사에 나선다. 경찰 관계자는 “집회 주최자 및 주요 참가자 등 4명에 대해 16일 우선 출석을 요구했다. 도로 점거 등 불법 행위 가담자를 특정하기 위해 채증 자료를 분석하고 있다”고 밝혔다.김태언 beborn@donga.com·박종민 기자}

13일 오후 2시 전남 곡성군 곡성읍의 한 셀프빨래방. 왼쪽 다리를 깁스한 주인 정주희 씨(35)가 이불 세탁이 한창이다. 목발에 의지한 채 뒤뚱뒤뚱 걸으며 이불을 ‘팡팡’ 털어내는 모습이 신기한 지 동네 꼬마들이 멀뚱멀뚱 쳐다본다. 주인 정 씨는 원래 21일 빨래방을 개업할 예정이었다. 두 달 전 출입문에 다리가 끼면서 근육이 찢어지는 상처를 입었다. 하지만 개업 날이 얼마남지 않아 대형 세탁기도 들이고 차근차근 준비하고 있었다. 그런데 8일 곡성에 갑작스런 폭우가 쏟아지면서 이재민이 속출했다. 정 씨도 비 피해를 입었지만 불편한 몸으로 이웃들의 빨래를 해주고 있다. 정 씨는 흙탕물에 젖어 색이 변한 이불이며 옷가지를 가져디가 초벌 빨래를 한 다음 세탁기에 넣어 한참을 돌린다. 건조까지 하면 누랬던 빨래는 금새 새것처럼 뽀송뽀송해 진다 하루 평균 6~7가구의 빨래를 이렇게 빨아준다. 주민들에겐 여간 고마운 일이 아니다. 읍내에서 7㎞ 정도 떨어진 신리에서 트럭 째 옷을 싣고 온 50대 주부는 “집에서 물로 옷을 먼저 씻어 흙을 빼고 왔다”며 “무료 세탁을 해줘서 복구 작업에만 전념할 수 있어 고마울 따름”이라고 마음을 전했다. 정 씨도 힘은 두 배로 들지만 마음만은 편하다고 했다. “남원에 사는 아버지도 침수 피해를 입었는데 빨래 할 곳이 없어 어려움을 겪었다”며 “빨래방을 하는 입장에서 차마 못 본 척 할 수 없어 무료로 세탁을 해주고 있다”고 했다. 섬진강이 넘치면서 구례군과 곡성군에 2300여 명의 이재민이 생겼다. 일부지역은 수돗물이 공급되지 않아 당장 먹을 물도 부족한 상황이다. 흙더미에 빠져있던 가재도구는 대충 씻어서 햇빛에 말리고 있다. 구례군에서 가구당 식수 1상자씩을 줬지만 당장 입을 옷이나 이불을 빤다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다. 전국 4개 자원봉사단체에서 이동세탁차량 9대와 급식차량 1대를 투입해 구례군 주민들을 돕고 있다. 피아골에서 펜션을 하는 김유진 씨(43·여)는 “순식간에 집이 물에 잠기면서 옷가지 하나도 제대로 챙기지 못했다. 이동빨래방 차량이 큰 힘이 됐다”고 밝혔다. 부산적십자 관계자는 “침수된 이불과 옷은 흙을 발로 밟아 제거한 뒤 세탁기에 넣어야 한다. 시장 상인들이 아침에는 세탁을 위해 줄을 서기도 했다”고 말했다.곡성=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지금의 시련을 이겨내라’는 어머니의 뜻으로 알고 희망을 갖겠습니다.” 경남 하동군에서 찻집을 하는 김영철 씨(59)는 12년 전 고이 간직하고 있던 어머니의 유품(사진)을 잃어버렸다. 직접 쓴 손편지와 옛날 지폐, 그리고 사진까지. 김 씨에게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물건이었다. 정말 하늘이 원망스러웠다. 8일 하동군 일대가 폭우로 물에 잠겼고 김 씨가 사는 집과 가게에도 물이 찼다. 다음 날, 육군 39사단 장병들이 김 씨의 집에 지원을 나왔다. 쓰레기 더미를 치우고 집 안에 어지럽게 널려 있는 가재도구를 정리하던 중 서재에 있던 박기수 중사(26)가 비닐팩 하나를 발견했다. 편지와 사진을 보고 예사롭지 않다고 생각한 박 중사는 곧바로 김 씨에게 건넸다. 김 씨는 비닐팩을 손에 꼭 쥐고 “단칸방에 가족 8명이 살았을 때 어머니가 힘들게 남겨주신 유품”이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한참 말을 잇지 못하다 김 씨는 “장사가 안돼 끼니를 굶을 때도 ‘이 돈만은 쓰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며 울먹였다. 박 중사는 “당연히 할 일을 했을 뿐인데 소중한 물건을 찾았다니 마음이 한결 가볍다”고 말했다. 12일 기자를 만난 김 씨는 조심스레 비닐팩을 열고는 잠시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에 잠겼다. 아직 편지와 유품은 젖어 있었다. 글자는 번져 있었고 찢어질까 봐 제대로 펼쳐 보지도 못했다. 김 씨는 “편지에 적힌 ‘열심히 또 성실히 살아라’라는 어머니의 마지막 말은 또렷이 생각난다”며 “앞으로 좋은 일 하며 열심히 살겠다”고 말했다.하동=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