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숨기고 싶었지만 서로의 ‘에이스 카드’를 감출 수는 없었다. 한국의 손흥민은 등번호를 계속 바꿔왔다. 7번, 19번, 13번으로 바뀌는 그의 번호에 대해 스웨덴 관계자는 “속을 줄 알았겠지만 우리는 바보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스웨덴은 한국의 비밀 훈련을 몰래 촬영해 ‘도둑 촬영’ 논란까지 일었다. 스웨덴의 신경은 손흥민에게 집중돼 있다. 스웨덴도 자신들의 에이스인 에밀 포르스베리(27·RB라이프치히)를 한국 관계자나 취재진의 눈앞에 드러내놓지 않고 있다. 포르스베리는 대부분의 선수가 지나다니는 공동 취재구역에도 좀처럼 나타나지 않는다. 그러나 한국 역시 포르스베리 분석에 집중해왔다. 서로를 첫 1승의 상대로 여기는 2018 러시아 월드컵 한국과 스웨덴의 대결은 손흥민과 포르스베리를 둘러싸고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 두 팀은 18일 오후 9시(한국 시간) 러시아 니즈니노브고로드 스타디움에서 맞붙는다. 월드컵이 32개국 체제로 바뀐 1998년 이후 16강에 진출한 80개 팀 중 1차전에서 승리했던 팀이 51개에 이른다. 한국도 16강 진출에 성공한 2002 한일 월드컵과 2010 남아공 월드컵에서 모두 1차전을 승리로 장식했다. 신태용 대표팀 감독(48)은 “스웨덴전에 ‘올인’한다는 각오로 나서겠다”고 말했다.○ ‘예리한 칼’ 손흥민 vs ‘마법사’ 포르스베리 신 감독이 스웨덴전에 사용할 포메이션은 베일에 싸여 있다. 플랜A로 생각해왔던 4-4-2 전형 혹은 스웨덴의 투톱을 겨냥해 중앙수비수 3명을 둔 3-5-2 전형이 사용될 수 있다. 이때 손흥민은 투톱 공격수 중 한 자리를 차지한다. 한국은 손흥민을 중심으로 한 역습으로 골을 노린다. 스웨덴 수비진은 평균 신장이 186.6cm에 달하지만 민첩성은 떨어진다. 손흥민은 한국 공격의 시작이다. 그는 투톱 파트너로 유력한 황희찬(22·잘츠부르크)과 패스를 주고받으며 상대 수비 뒤 공간으로 파고드는 방식을 연습했다. 오른발 감아차기 프리킥과 코너킥을 통해 세트피스 키커로 나설 준비도 마쳤다. 손흥민은 “잠들기 전마다 ‘우리는 할 수 있다’며 이미지 트레이닝을 했다”고 말했다. 4년 전 브라질 월드컵(조별리그 탈락)에서 굵은 눈물을 흘렸던 그의 각오는 이번 월드컵을 앞두고 남다르다. “내가 (여러분을) 웃게 해준다고 했지!” 한국은 첫 경기에서 흰색, 스웨덴은 노란색 유니폼(상의 기준)을 입는다. 손흥민은 ‘노란색 킬러’로 불린다. 2017∼2018시즌 손흥민은 토트넘에서 터뜨린 18골 중 6골을 노란색 유니폼을 입은 팀으로부터 뽑아냈다. 그는 “스웨덴의 노란 유니폼이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도록 도와줬으면 좋겠다”며 웃었다. ‘바이킹의 후예’ 스웨덴의 공격은 ‘마법사’ 포르스베리의 발끝에서 시작된다. 2016∼2017시즌 19도움(8골)으로 독일 분데스리가 도움왕에 오른 그는 폭발적인 스피드와 정교한 패스 능력을 가졌다. 플레이메이커로서의 능력을 인정받은 그는 아스널(잉글랜드), AC밀란(이탈리아) 등 명문 구단들이 영입을 노리고 있다. 포르스베리의 주 포지션은 왼쪽 미드필더. 한국의 오른쪽 측면 수비수 이용(전북)과 맞붙는 자리다. 하지만 측면에만 있지 않고 중앙으로 파고드는 성향이 있다. 신 감독은 “포르스베리는 경기의 80분가량을 중앙에서 뛴다”고 말했다. 포르스베리가 중앙으로 볼을 운반하면 마르쿠스 베리(183cm), 올라 토이보넨(192cm) 두 명의 장신 공격수가 헤딩으로 마무리한다. 베리와 토이보넨이 헤딩으로 떨어뜨린 볼(세컨드 볼)을 포르스베리가 슈팅으로 마무리하는 방식도 선호한다. 한국 중앙 수비수인 김영권(광저우 에버그란데)과 장현수(FC도쿄)의 집중력이 필요하다. 김영권은 “상대의 세컨드 볼을 이용한 득점 상황에 대해 코칭스태프와 함께 철저히 분석했다”고 말했다. ○ ‘득점 골든타임’을 깨워내라 이영표 KBS 해설위원은 “한국이 스웨덴을 상대로 0-0으로 70분(후반 25분)까지 버티면 스웨덴이 먼저 흔들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는 ‘신태용호’의 ‘득점 골든타임’과도 연관이 있다. 신 감독 체제에서 치른 18경기에서 한국은 23골을 터뜨렸다. 득점 시간대별로 가장 많은 골이 나온 것은 후반 16∼30분(8골)이다. 역대 한국의 월드컵 기록을 살펴봤을 때도 31골 중 최다인 10골이 후반 16∼30분에 터졌다. 상대의 집중력이 떨어진 이 시기에 세트피스 등을 활용한 득점을 노릴 수도 있다. 한편 24골을 내준 대표팀이 가장 많은 실점을 한 시간대는 후반 31∼45분(추가시간 포함·7골)이다. 수비진의 리더 장현수는 “경기 시작과 끝나기 전 5∼15분에 실점하지 않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니즈니노브고로드=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스웨덴은 숨기고 싶어도 숨길 것이 없을 것이다. 어떤 선수가 경기에 나올지 다 알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끝까지 전력을 노출시키지 않겠다.”(신태용 한국 감독) “우리는 우리가 해야 할 것들만 잘 수행하면 된다. 스웨덴만의 기초와 강점에 집중할 것이다.”(얀네 안데르손 스웨덴 감독) 양 팀 사령탑은 평소 자신이 추구해온 스타일대로 한판 승부를 벌일 것이라고 예고했다. 신 감독(48)과 안데르손 감독(56)은 17일(한국 시간 18일 오후 9시) 러시아 니즈니노브고로드 스타디움에서 월드컵 본선 첫 경기에 나서는 각오를 밝혔다. 신 감독은 탄탄한 수비를 통해 스웨덴을 꺾겠다고 했다. 그는 “스웨덴을 이기기 위해 몸부림치고 있다. 팬들의 응원까지 더해진다면 아르헨티나와 비긴 아이슬란드 이상의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날도 베스트 11 등 대표팀 전술에 대한 어떠한 정보도 공개하지 않았다. 신 감독은 “우리의 선발 라인업은 경기가 시작해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평가전에서 선수들의 등번호를 바꾼 이유는 무엇인가’라는 스웨덴 기자의 질문에 신 감독은 “짧은 식견이지만 유럽 사람들이 동양인의 얼굴을 잘 구별하지 못한다고 알고 있다. 스웨덴 팀에 조금이라도 더 혼란을 주기 위해서였다”라고 답했다. 경기 당일 스웨덴 팬 3만 명 이상이 오는 데 비해 한국 팬은 1500명 정도로 예상되고 있다. 이에 대해 신 감독과 주장으로서 기자회견 함께 나선 기성용은 “우리 선수들도 해외 리그에서 활동하고 큰 경기 경험이 많아 별문제는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안데르손 감독은 사실상 4-4-2 전형의 사용을 예고했다. 스웨덴은 이날 15분간 공개된 훈련에서 그라운드 위에 선수들의 조끼를 4-4-2 전형으로 내려놓았다. 안데르손 감독은 “최종 라인업은 결정됐다. 부상도 별로 없고 첫 경기 준비는 완벽하다. 우리가 숨겨놓은 트릭은 없다. 평가전에서는 수비에 집중해 득점이 적었지만 한국전에서는 공격에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이 스웨덴 에이스인 에밀 포르스베리의 수비에만 집중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이 스웨덴 전체의 조직력을 대비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국 선수 중에는 “기성용 손흥민 등 빠르고 기술적인 선수들이 있다”면서 “특정 선수에 집중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스웨덴은 한국이 오스트리아 레오강에서 전지훈련을 할 때 전력분석관을 파견해 비공개 훈련을 관찰했다. 안데르손 감독은 “훈련이 비공개인 줄은 몰랐다. 오해가 있었다면 사과 드린다”고 말했다. 신 감독은 크게 신경 쓰지 않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편 스웨덴의 슈퍼스타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가 빠진 데 대해 신 감독은 “그가 빠지면서 스웨덴 조직력이 더 좋아졌다”고 분석했다. 안데르손 감독은 “그는 이미 은퇴했으며 국가대표팀과는 관계없다”고 말했다. 니즈니노브고로드=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월드컵이라는 소중한 기회를 허투루 보낼 수는 없다. 나와 동료들 모두 경기장 안에서 자기 자신의 강점을 표현해야 한다.” 한국 축구대표팀의 주장 기성용(29)은 스웨덴과의 2018 러시아 월드컵 본선 첫 경기(18일 오후 9시·한국 시간) 승리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그는 말수가 많지는 않다. 하지만 강력한 메시지로 동료들의 투지를 끌어올린다. 기성용은 “월드컵 무대에 대한 부담감도 있고, 결과가 잘못됐을 때 발생하는 어려움도 있다. 하지만 (동료들이) 한 번쯤은 영광스러운 월드컵 무대를 밟는 것에 대한 자부심을 생각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기성용은 스웨덴전 준비는 90% 정도 끝났다고 했다. 나머지 10%는 정신력과 컨디션 관리라고 했다. 그는 “진짜 중요한 것은 본선 첫 경기다. 자신 있다. 우리는 잘할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기성용에게 스웨덴과의 첫 경기가 남다르게 여겨지는 이유는 또 있다. 지난 시즌까지 클럽 팀에서 한솥밥을 먹은 ‘어제의 동지’와 적으로 만나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2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러시아 월드컵 조 추첨식이 열렸을 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스완지시티의 기성용과 마르틴 올손(30·스웨덴)은 영국에서 함께 조 추첨식을 보고 있었다. 기성용이 올손에게 말했다. “아마도…. 우리가 같은 조에 편성되지 않을까?” 예감은 적중했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57위 한국이 월드컵 본선 F조에 스웨덴(FIFA 랭킹 24위)과 함께 속하게 된 것. 올손에 따르면 조 편성이 끝난 뒤 기성용은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우리는 더는 얘기를 나누면 안 돼. 이제 우리는 적이야.” 스완지시티의 측면 수비수인 올손은 EPL 경기에서 수비형 미드필더인 기성용과 유기적인 움직임을 보여주며 함께 수비진을 이끌었다. 기성용은 현재 스완지시티와의 결별을 선언하고 새 팀을 물색 중이다. 다음 시즌부터 적으로 만나게 될 수도 있는 기성용과 올손은 월드컵 무대에서 먼저 적으로 만나게 됐다. 올손(A매치 43경기 5골)은 스웨덴의 왼쪽 측면 수비수다. 빠른 스피드로 상대 수비 진영의 빈 공간에 침투해 날카로운 크로스를 올린다. 강력한 왼발 중거리 슛 능력도 갖췄다. 한준희 KBS 해설위원은 “과감한 오버래핑을 즐기는 올손은 스웨덴의 에이스인 미드필더 에밀 포르스베리(RB라이프치히)의 움직임을 더욱 다양하게 만들어 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15일 올손은 스웨덴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스웨덴은 기성용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성용은 양발로 정확도 높은 패스를 한다. 그가 볼을 잡고 있는 모습은 정말 편안해 보인다”고 말했다. 평소 휴대전화로 메시지를 자주 주고받을 정도로 친한 둘이지만 맞대결을 앞둔 최근에는 연락을 끊었다. 올손은 “한국과의 경기가 끝난 후에 기성용과 연락하겠다”고 말했다. 올손은 한국 에이스 손흥민(26·토트넘)과의 일화도 소개했다. 그는 “토트넘과 경기를 할 때 손흥민이 내게 말을 걸어 왔다. 그가 내게 ‘여름(월드컵 기간)을 기다리고 있어라. 우리가 쉽게 승리할 것이다’고 말했다. 나는 그냥 웃어넘겼다”고 말했다.상트페테르부르크=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한달간 둥근 꿈… 러 월드컵 개막, 한국 18일 스웨덴과 첫 경기 단일 종목 세계 최대 축제인 2018 러시아 월드컵의 막이 올랐다. 대륙별 예선을 거쳐 32개국 736명의 선수가 출전하는 이번 대회는 15일 0시(한국 시간) 러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의 개막전과 함께 32일간의 열전에 들어갔다. 결승전은 7월 16일 열린다. 9회 연속 월드컵 본선에 진출한 한국은 18일 오후 9시 스웨덴과 F조 조별리그 1차전을 치른 뒤 멕시코(24일), 독일(27일)을 잇달아 상대한다. 16강 진출을 목표로 하고 있는 한국은 첫 경기 스웨덴전 승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 ‘특급 조커(joker)’를 찾아라. 스웨덴과의 2018 러시아 월드컵 본선 첫 경기를 앞두고 있는 신태용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48)은 13일 교체 투입을 대기 중인 선수들의 마음가짐을 특히 강조했다. “어느 누가 나가더라도 100% 이상의 실력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한국과 스웨덴의 경기를 앞두고 조커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조커의 사전적 의미는 ‘대신 쓸 수 있는 카드’다. 하지만 축구에서의 조커는 교체 투입돼 경기 흐름을 바꿀 히든카드의 의미로도 쓰인다. ○ ‘스웨덴통’ 문선민 ‘고공폭격기’ 김신욱 한국의 첫 상대 스웨덴은 월드컵 예선에서 후반전에 체력이 떨어지는 모습을 보였다. 전반 평균 점유율은 48%였지만 후반전은 44%였다. 또한 체격 좋은 수비수가 많지만 후반에 체력이 떨어졌을 때 집중력이 떨어진다는 약점이 있다. 예선에서 9실점을 한 스웨덴은 이 중 3골을 후반 16분 이후에 내줬다. 후반 조커 투입을 노려볼 만한 이유다. 한국의 ‘조커 1순위’로는 문선민(26·인천)이 꼽힌다. 문선민은 “조커로 나서게 된다면 전방 압박과 민첩한 움직임으로 활력을 불어넣겠다. 스피드는 자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올 시즌 K리그1에서 돌파력을 앞세워 6골(개인 득점 5위)을 기록 중이다. ‘스웨덴통’으로 불리는 문선민은 인천 입단 전에 스웨덴 리그에서 뛴 경험이 있다. 그는 “대표팀 동료와 코칭스태프가 모두 모인 자리에서 스웨덴의 특징 등에 대해 설명했다”고 말했다. 활발하고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여주는 그가 조커로 투입되면 순간적으로 팀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 A매치 데뷔전인 온두라스전에서 골을 넣으며 강렬한 인상을 남긴 그였다. 하지만 긴 볼 터치 등 실수도 많아 우려의 목소리도 들렸다. 문선민은 “(평가전에서) 긴장을 하다 보니 실수가 나왔다. 하지만 본선에서는 여유를 가지고 경기하겠다. 감독님도 경기 때마다 ‘여유 있게 네 장점을 모두 보여주고 와’라고 말씀하신다”고 말했다. 장신 공격수 김신욱(196cm·전북)도 조커로 주목받고 있다. 스웨덴의 월드컵 예선 실점 패턴을 보면 9골 중 3골을 헤딩으로 내줬다. 김신욱은 국제축구연맹(FIFA)과의 인터뷰에서 “헤딩은 나의 전문 분야다”라고 말했다. 김신욱의 소속 팀인 전북의 최강희 감독은 ‘김신욱 사용법’에 대해 조언했다. 김신욱의 헤딩을 바라고 무조건 공을 올리면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점을 지적했다. 최 감독은 “측면에서 중앙으로 정확한 크로스를 올리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먼저 측면에서 경기를 풀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승점 안긴 역대 특급 조커들 한국은 역대 월드컵에서 조커의 활약으로 값진 승점을 챙기곤 했다. 월드컵 사상 첫 승점을 챙긴 1986 멕시코 월드컵 불가리아전에서는 후반 시작과 동시에 투입된 김종부가 후반 26분 동점골을 넣었다. 1994 미국 월드컵에서는 서정원이 스페인과의 경기에서 후반 14분 교체 투입됐다. 무더위 속에 급격한 체력 저하를 보인 스페인의 수비진을 휘저은 그는 후반 45분 극적인 동점골을 터뜨린 뒤 포효했다. 안정환은 2002 한일 월드컵 미국전과 2006 독일 월드컵 토고전에서 교체 투입돼 골을 터뜨렸다. 4년 전 브라질 월드컵에서는 러시아와의 조별리그 첫 경기에 후반 11분 투입된 이근호(강원)가 중거리 슛으로 선제골을 낚았다. 역대 월드컵에서 한국은 조커가 골을 터뜨린 경기에서 1승 4무를 기록했다. 서정원 수원 감독은 “조커로 나서서 성공을 거둔 비결은 선발로 나서지 못해 아쉬워하기보다 ‘(출전 시) 뭔가 제대로 보여주고 오겠다. 내 능력을 모두 발휘하자’는 마음이 있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상트페테르부르크=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2018 월드컵 개최국 러시아가 개막전을 대승으로 장식했다. 러시아는 15일 오전 0시(한국시간) 러시아 모스크바에 위치한 루즈니키 스타디움에서 열린 사우디아라비아와의 A조 조별리그 1차전에서 5-0으로 이겼다. 4-2-3-1 포메이션을 들고 나온 러시아는 스몰로프를 원톱으로 내세웠고 사우디는 4-5-1 포메이션 최전방에 알 살라위를 배치했다. 초반 탐색전을 펼치던 두 팀의 분위기는 전반 12분 러시아의 선제골이 터지면서 급격하게 러시아 쪽으로 기울었다. 러시아가 날린 코너킥이 사우디아라비아 골대 정면에서 볼 경합 도중 왼쪽 측면으로 흘러 나왔고 러시아가 이를 다시 대각선 방향으로 띄워 올렸다. 페널티박스 오른쪽에 있던 가진스키가 솟구치며 이를 헤딩으로 연결해 골망을 흔들었다. 사우디아라비아 수비진은 밀집 수비를 펼쳤지만 대인수비에 허점을 보였다. 헤딩 슛 순간 가진스키를 마크하는 수비수가 없어 손쉽게 골을 내줬다. 러시아는 이어 전반 43분 체리세프가 강력한 왼발 슛을 터뜨리며 두 번째 득점했다. 후방에서 길게 찔러준 볼을 사우디아라비아 수비가 놓치면서 러시아의 오른쪽 측면 돌파를 허용했다. 오른쪽에서 반대편으로 넘어온 공을 받은 체리세프는 간결한 볼터치로 수비수 두 명을 제친 뒤 자신의 주 특기인 왼발슛을 날리며 추가골을 터뜨렸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좀처럼 러시아의 수비를 뚫지 못했다. 선수들의 투지도 빈약했다. 후반으로 갈수록 패스미스도 잦았고 무기력한 모습이었다. 일방적인 경기를 펼친 러시아는 후반 16분 주바가 세 번째 골을 터뜨린데 이어 후반 추가시간에 체리세프와 골로빈이 각각 골을 더하며 5-0 완승을 거두었다.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끝까지 해봐! 더 해봐!” 쩌렁쩌렁한 목소리가 한국 축구대표팀의 훈련장에 울려 퍼진다. 날카로운 눈빛으로 선수들의 움직임을 관찰한다. 말수는 적지만 힘껏 박수를 치며 후배들이 고된 훈련을 마무리할 수 있게 한다. 선수들의 분위기를 조율하는 대표팀의 ‘빠따(몽둥이) 코치’ 김남일 코치(41)다. 그는 대표팀 합류 당시 “마음 같아서는 (분위기를 다잡기 위해) ‘빠따’라도 치고 싶다”고 말해 이런 별명을 얻었다. “준비하는 과정을 되돌아보면 굉장히 고단했고 부담감도 많았다. 언론에 기사 하나만 나와도 선수들이 받아들이는 느낌은 굉장히 컸던 것 같다.” 카리스마 넘치는 김 코치지만 그가 가장 신경 쓰고 있는 부분은 선수들의 예민한 심리상태다. 사실 훈련장을 벗어나면 부드러운 ‘빠다(버터) 코치’로 변한다는 것이 선수들의 설명이다. 그는 “굉장히 예민한 시기다. 모든 게 다 받아들이기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선수들의 부담감이 크기 때문에 아무래도 러시아에서 첫 경기 할 때는 심리적인 문제가 클 것 같다. 선수들이 이를 잘 이겨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2002년, 2006년, 2010년을 되돌아보면 굉장히 힘들었지만 그런 힘든 과정이 있었기 때문에 결실을 맺을 수 있었다. 결국은 본인들이 짊어지고 가야 할 문제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있다. 그러나 혼자만 부담을 갖는 것보다는 동료 선후배와 그런 것을 좀 나누고, 또 동료 선후배들이 그런 점을 이해해 준다면 좀 더 편안한 심리상태로 경기장에 나갈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좀 더 시간을 투자해서 내가 경험한 것을 이야기해 주고 싶다”고 했다. 최선의 결과를 이끌어내기를 바라기는 신태용 감독 및 선수뿐만 아니라 코치들도 마찬가지다. 코치들의 지도 스타일은 다르지만 결전을 눈앞에 둔 선수들에 대한 배려와 격려 및 진솔한 당부는 한결같다. 차두리 코치(38)는 김 코치와는 좀 다른 색깔을 보여주고 있다. 선수들과 코치들이 훈련을 겸해 함께 족구를 할 때 차 코치는 오버헤드킥을 날리며 현역 선수 못지않은 운동신경을 과시했다. 선수들에게 다가가 농담도 툭툭 던진다. 함께 운동하는 동료 혹은 형 같다. ‘요즘 기성용 표정이 안 좋다’는 말에 차 코치는 “폼 잡는 것이다. 주장은 무게감이 있어야 한다”며 웃었다. A매치 데뷔전(세르비아전·지난해 11월)을 앞둔 골키퍼 조현우(대구)에게 다가가 “앞으로 100번은 더 A매치를 뛸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데뷔전을 잘 치러라”라고 말하며 긴장을 풀어준 것도 그였다. 최근까지 대표팀과 프로팀에서 함께 뛰어본 선수들이 있다 보니 선수들이 편하게 다가가서 걱정을 얘기하는 대상이 차 코치다. 이런 차 코치 역시 선수들의 긴장을 풀어주는 데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 김 코치와 차 코치 등 한국인 코치들이 선수들의 긴장 완화 및 자신감 심어주기 등 심리적인 면에 주력하고 있을 때 외국인 코치들은 선수들의 체력 문제에 신경을 쓰고 있다. 이들은 한편 좀 더 거친 플레이가 필요하다는 지론을 펼쳤다.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명문 레알 마드리드와 스페인 대표팀의 코치였던 토니 그란데 코치(71·스페인)는 선수들이 훈련할 때면 뒷짐을 지고 묵묵히 지켜본다. 말이 없지만 풍부한 경험과 경기 데이터를 지니고 있는 그는 대표팀의 ‘브레인’ 역할을 한다. 상대의 약점을 찾고, 상대 주축 선수를 막을 우리 선수를 찾는 일도 한다. 그는 얼마 전 스페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국 선수들이 배우려는 자세가 좋고 장점도 많지만 ‘악바리 근성’이 부족하다는 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그는 러시아에 입성하기 직전 한국 기자들에게 “축구는 물론 신사적인 스포츠여야 하고 상대를 존중해야 한다. 하지만 모든 경기가 그렇지는 않다. 상대가 거칠게 나오고 비신사적으로 나오는 때도 있는데 그럴 때면 우리 선수들도 더 강하게 거칠게 플레이를 해야 한다”고 다시 한번 자신의 발언 취지를 설명했다. 그란데 코치는 “첫 경기를 이기려면 어떻게 싸워야 하나?”라는 질문에 “몇 달째 스웨덴의 경기 진행 방식을 충분히 파악했고, 그런 부분을 감독, 코치에게 보고했다. 그것을 토대로 훈련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물론 첫 경기를 이기지 못한다고 16강 진출 꿈이 없어지는 건 아니다. 하지만 첫 경기가 굉장히 중요하다. 스웨덴을 깰 비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상트페테르부르크=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2018 러시아 월드컵 본선 F조에서 우리는 최약체다. 하지만 어떻게든 첫 경기 상대인 스웨덴을 잡기 위해 몸부림을 치고 있다. 상대에게 밀려도 결과(승리)를 가져올 수 있는 방법을 고민 중이다.” 신태용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48)은 평가전과 전지훈련은 월드컵 본선을 위해 팀을 만들어가는 과정이며, 모든 초점은 월드컵 조별리그 1차전 스웨덴전(18일 오후 9시)에 맞춰져 있다고 강조했다. 12일 그는 오스트리아 레오강에서 오스트리아 전지훈련 결산 기자회견을 가졌다. 여러 논란에도 신 감독은 “전지훈련 성과에 만족하며 90점 정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대표팀은 이날 끝난 세네갈과의 비공개 평가전에서 0-2로 졌다. 월드컵 본선을 앞둔 대표팀의 마지막 평가전이었다. 이로써 대표팀은 오스트리아에서 치른 두 차례 평가전(볼리비아, 세네갈)에서 1무 1패의 부진한 성적을 기록했다. 월드컵 본선 H조에 속한 세네갈은 사디오 마네(리버풀) 등 정예 멤버를 출전시켰다. 대표팀은 상대 프리킥 상황에서의 자책골(김신욱)과 페널티킥 골을 내줬다. 신 감독은 “개인기가 좋은 세네갈 선수를 일대일로 마크하는 데 힘든 부분이 있었다. 하지만 세네갈의 측면 돌파를 막는 과정이 스웨덴전을 준비 중인 수비진에 도움이 됐다고 본다”고 말했다. 2경기 연속 무득점에 그친 공격력은 러시아 베이스캠프인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입성해 보완할 방침이다. 이날 대표팀은 주전 공격수 황희찬(잘츠부르크)이 허벅지 근육통으로 인해 결장했다. 신 감독은 “러시아에서도 스웨덴전을 준비할 시간이 있다. 득점 루트를 잘 만들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대표팀은 전술이 노출될 것을 우려해 평가전에 ‘위장 선발’을 내세우거나, 세트피스를 적극적으로 시도하지 않아 논란을 빚었다. 신 감독은 세네갈전에서도 세트피스 전술을 모두 사용하지 않았다. 그는 “비공개 평가전이지만 경기 정보가 유출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기본적인 세트피스만 시도했다”고 했다. 그는 “세트피스는 틈틈이 훈련을 하고 있다. 장신 수비수가 많은 스웨덴을 상대로 어떤 세트피스를 사용해야 할지를 생각 중이다”고 덧붙였다. ‘평가전을 실험으로 낭비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월드컵 조별리그 3경기를 대비해 상대에게 맞춘 선수 활용과 선수별 최적의 출전시간, 교체 타이밍 등을 확인했다. 실험이 아닌 팀을 만들어 가는 과정이다”고 반박했다. 세네갈전에서 측면 수비수 이용(전북)은 부상으로 전반 37분 만에 교체 아웃됐다. 이날 이용은 상대 선수의 팔꿈치에 가격을 당해 이마가 찢어져 7cm를 꿰맸다. 이용은 왕성한 활동량과 날카로운 크로스가 장점이다. 신 감독은 “이용의 월드컵 출전에는 문제가 없다. 길면 4일, 짧으면 2, 3일 정도 무리하지 않고 치료와 운동을 병행하면 된다”고 말했다. 신 감독과 선수들은 이날 밤 상트페테르부르크에 도착해 본격적인 스웨덴전 준비에 들어갔다. 신 감독은 “스웨덴의 경기 영상을 10경기 정도 보면서 상대의 공격 패턴 등을 머릿속에 입력했다. 그들이 잘하는 플레이를 못하게 만들겠다”고 말했다. 스웨덴의 에이스는 창의적 패스 능력을 갖춘 미드필더 에밀 포르스베리(RB라이프치히)다. 그는 측면과 중앙을 오가며 플레이메이커 역할을 한다. 신 감독은 “90분 경기에서 포르스베리가 측면에 있는 것은 10분도 되지 않는다. 나머지 80분은 중앙에서 경기를 하는 만큼 효율적인 수비가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레오강=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 손흥민, 월드컵 빛낼 스타 37위 ▼ 한국 축구 대표팀 에이스 손흥민(26·토트넘)이 미국 스포츠전문 매체 ESPN이 선정한 2018 러시아 월드컵 톱50에 아시아 선수로는 유일하게 이름을 올렸다. ESPN은 손흥민을 37위로 꼽으며 “한국이 독일, 멕시코, 스웨덴이 속한 F조에서 조별리그를 통과하려면 손흥민의 골 결정력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ESPN은 또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 눈물을 흘리며 떠난 손흥민이 이번에는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1위는 리오넬 메시(아르헨티나)가 차지했고 크리스티아누 호날두(포르투갈)가 2위, 네이마르(브라질)가 3위에 올랐다.}

“우리 집처럼 편안한 곳이다. 세밀한 훈련과 휴식을 병행할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이다.” 신태용 한국축구대표팀 감독은 2018 러시아 월드컵 베이스캠프인 상트페테르부르크에 대한 만족감을 드러냈다. 오스트리아 레오강에서의 전지훈련을 마친 대표팀은 12일부터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월드컵 본선에 대비한 최종 준비에 돌입한다. 러시아 제2의 도시인 상트페테르부르크는 표트르 대제가 서구화를 앞당기기 위해 1703년부터 네바강 하구의 늪지대에 짓기 시작한 도시다. 200년 동안 제정 러시아 수도였고 1917년 사회주의 혁명이 일어난 ‘혁명의 도시’다. 소련 정권은 수도를 모스크바로 옮겼고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이름도 혁명 지도자 블라디미르 레닌의 이름을 따 레닌그라드(레닌의 도시)로 바꿨으나, 1991년 소련 붕괴와 함께 옛 이름을 되찾았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고향이 상트페테르부르크다. ○ 훈련 집중도 향상+전력 노출 차단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선수단이 사용할 숙소인 ‘뉴 페테르고프 호텔’은 도시 외곽에 있어 조용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훈련에 집중할 수 있다. 대표팀 관계자는 “호텔 구조가 선수 숙소와 관광객 숙소가 분리돼 있어 선수들이 독립적 공간에서 생활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호텔에는 미팅룸, 치료실, 휴게실 등이 있다. 호텔 측은 채소, 고기 등의 식재료를 준비한다. 대표팀 관계자는 “김치는 상트페테르부르크 한식당을 통해 조달한다”고 전했다. 숙소 옆에 호수와 공원이 있어 산책으로 컨디션을 회복할 수 있다. 신 감독은 “단기전에서는 호텔에서만 생활해도 큰 문제가 없다. 하지만 월드컵은 장기전이다 보니 선수들이 산책도 하면서 부담감을 떨쳐내야 한다”고 말했다. 보안이 철저한 훈련장 환경도 베이스캠프 선정에 영향을 끼쳤다. 대표팀이 사용할 스파르타크 연습장은 주위에 고층 건물이 없고, 군사 시설로 둘러싸여 있어 일반인의 출입이 어렵다. 대표팀 관계자는 “전력 노출의 위험이 낮아 세부 전술 훈련에 적합하다. 숙소에서 훈련장까지의 이동 시간도 차로 15분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상트페테르부르크는 모스크바와의 경합 끝에 베이스캠프로 낙점됐다. 모스크바는 숙소가 공항 인근 비즈니스호텔이어서 산만한 분위기가 감점 요소로 꼽혔다. ○ 모스크바보다 먼 비행 거리? 상트페테르부르크 공항에서 경기 도시까지의 비행시간은 니즈니노브고로드(1차전)가 1시간 30분, 로스토프나도누(2차전)가 2시간 15분, 카잔(3차전)이 1시간 50분이다. 모스크바에서 출발할 때보다 30∼40분 더 걸린다.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는 “모스크바는 교통체증으로 인해 공항까지 이동 시간이 1시간 넘게 걸린다. 이 때문에 전체 이동 시간은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김대업 협회 국가대표지원실장은 “경기 이틀 전에 이동한다고 가정했을 때 비행시간 30∼40분은 컨디션 유지에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고 말했다 상트페테르부르크의 또 다른 이름은 ‘백야(白夜)의 도시’다. 월드컵이 열리는 6, 7월 상트페테르부르크는 오후 11시에도 해가 지지 않는다. 숙면을 위해 대표팀은 오스트리아에서부터 ‘예행연습’을 해왔다. 대표팀 관계자는 “오스트리아도 저녁이 밝은 경우가 많아 선수들의 숙소 커튼을 암막 커튼으로 모두 바꿨다.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사용할 숙소에도 모두 암막 커튼이 설치돼 있다”고 설명했다. 레오강=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한국 축구대표팀 선수들은 A매치(국가대표팀 간 경기) 시작에 앞서 경기장에 애국가가 울려 퍼지면 어깨동무를 하거나 오른손을 펴 왼쪽 가슴에 댄다. 하지만 2018 러시아 월드컵 본선을 준비 중인 ‘신태용호’에는 거수경례를 하는 세 명의 선수가 있다. 군 복무 중인 28세 동갑내기 홍철, 김민우와 주세종이다. 홍철과 김민우는 상주 상무(국군체육부대) 소속이며, 의무경찰로 복무 중인 주세종은 경찰 팀인 아산 무궁화FC에서 뛰고 있다. 한국은 역대 월드컵에서 군 복무 중인 선수들의 활약이 빛났던 경우가 많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 때는 상주에서 뛰던 이근호가 러시아와의 조별리그 1차전(1-1 무)에서 중거리 슛으로 선제골을 터뜨렸다. 당시 소속 팀 상주가 “병장인 이근호의 월급은 14만9000원”이라고 밝혀 ‘14만 원의 사나이’라는 수식어가 붙기도 했다. 11일 현재 병장인 홍철의 월급은 40만5700원이며, 일병인 김민우와 일경인 주세종의 월급은 33만1300원이다.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때는 상무 소속 수비형 미드필더 김정우가 탁월한 압박 능력 등을 바탕으로 한국의 사상 첫 원정 월드컵 16강 진출을 도왔다. 군대 선후임 관계인 홍철과 김민우는 왼쪽 측면 수비수 자리에서 불꽃 튀는 경쟁을 펼치고 있다. 홍철의 장점은 예리한 왼발 킥이다. 경기 파주 축구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에서 국내 소집 훈련을 할 당시 홍철은 미드필더 이재성(전북)과 왼발 프리킥 대결을 벌이기도 했다. 홍철은 “재성아, 내가 킥을 하면 네 자신감이 줄어들 것 같다”면서 바나나처럼 휘어 들어가는 강력한 킥을 선보였다. 이에 이재성은 “강력한 상대가 나타났다”며 혀를 내둘렀다. 홍철은 ‘군인 정신’을 바탕으로 대표팀의 측면을 지켜내겠다고 했다. 그는 “그동안 상무 선수로 월드컵에서 좋은 모습을 보인 선배들이 많이 있다. 그 계보가 이어지도록 국위 선양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군인이 전쟁에 나갈 때의 정신력으로 경기에 나서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김민우는 재치 있는 돌파와 스피드가 강점이다. 공격력을 갖춘 수비수인 그는 군 입대 전인 2017년 K리그1 수원에서 30경기에 출전해 6골 5도움을 기록했다. 대표팀이 월드컵 본선에서 스리백 전형을 사용할 경우 김민우는 왼쪽 윙백으로 출전할 가능성이 있다. 그는 “월드컵에서 골을 넣으면 당당히 거수경례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홍철과는 주전 자리를 놓고 선의의 경쟁을 펼치겠다고 했다. 김민우는 “경쟁이 있어야 팀도 발전한다. 오직 팀 승리를 위한 경쟁이라고 생각하겠다”고 말했다. 미드필더 주세종은 월드컵에 나서는 최초의 한국 의무경찰 선수다. 그는 “(이)근호 형이 러시아 월드컵에서 골을 넣었을 때 ‘군 복무 시절에 축구한 이야기’ 중 최고 자리에 올랐다는 얘기를 들었다. 아직 경찰은 그런 경우가 없기 때문에 ‘최초’라는 타이틀에 대한 욕심이 난다”고 말했다. 주세종은 왕성한 활동량과 기습적인 중거리 슛이 장점이다. 상대가 자신의 문전 근처에서 밀집 수비를 펼칠 때 주세종의 중거리포가 수비를 분산시키는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주세종은 “월드컵은 어렸을 때부터 꿈꿔 왔던 무대다. 선발 혹은 교체로 출전 기회가 주어진다면 몸을 사리지 않고 팀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레오강=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한국 축구대표팀이 2018 러시아 월드컵 본선을 앞두고 열린 마지막 평가전에서 세네갈에 패했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12일 오스트리아 그뢰디히에서 열린 세네갈과의 비공개 평가전에서 후반에만 두 골을 내주며 0-2로 졌다. 대표팀은 전지 훈련지인 오스트리아에서 열린 두 차례 평가전을 1무 1패로 마쳤다. 한국은 장신 공격수 김신욱(196cm·전북)과 에이스 손흥민(토트넘)을 최전방에 내세웠다. 좌우 측면에는 이승우(베로나)와 이재성(전북)이 배치됐다. 기성용(스완지시티)과 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이 중앙 미드필더로 나섰다. 포백 수비라인은 김민우(상주) 김영권(광저우 에버그란데) 장현수(FC도쿄) 이용(전북)이 선발로 나섰다. 골키퍼 장갑은 조현우(대구)가 꼈다. 한국은 전반을 0-0으로 마쳤지만 후반전에 개인기를 앞세운 세네갈에 무너졌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27위인 세네갈은 한국(FIFA랭킹 57위)을 압도했다. 후반 10분 세네갈에 선제골을 내준 대표팀은 후반 42분 코나테에게 페널티킥으로 한 골을 더 내줬다. 오스트리아 전지훈련을 마무리한 대표팀은 12일 밤 러시아 베이스캠프인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입성한다. 레오강=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졌다, 졌어.” 페널티킥 연습에서 주장 기성용(스완지시티)에게 수차례 골을 내준 골키퍼 김진현(세레소 오사카)은 고개를 흔들었다. 9일 한국 축구대표팀의 훈련이 끝난 뒤 기성용은 그라운드에 남아 페널티킥을 반복했다. 기성용의 킥은 ‘페널티킥 쇼’와 같았다. 골대 구석에 꽂히는 강력한 슈팅, 파넨카 킥(골키퍼의 타이밍을 뺏는 킥) 등 다양한 방식으로 골을 성공시켰다. 킥 파워가 좋고 정확성이 높은 기성용은 2018 러시아 월드컵 본선에서 대표팀의 페널티킥 키커로 나설 가능성이 크다. 이날 김진현과 번갈아 골문을 지킨 골키퍼 김승규(빗셀 고베)는 “기성용의 킥을 많이 봤기 때문에 슈팅 코스를 예측해 미리 몸을 날려봤다. 막을 수 없을 만큼 예리했다”고 말했다. 역대 월드컵에서 한국은 31골을 넣었지만 페널티킥 골은 없다. 2002 한일월드컵에서 이을용(미국전)과 안정환(이탈리아전)이 페널티킥을 실축했다. 안정환 MBC 해설위원은 “실축했을 때는 ‘이민을 가야 하나’ 하고 생각했다. 태어나서 가장 힘든 순간이었다”고 말했다. 러시아 월드컵에서는 페널티킥으로 승패가 갈릴 가능성이 크다. 중압감에 시달리는 수비수들이 다급한 마음에 반칙을 하는 경우가 생기는 데다 성인 월드컵 최초로 비디오 판독(VAR)이 도입되기 때문. 대표팀 관계자는 “수비수들의 교묘한 반칙 등이 모두 카메라에 포착되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페널티킥은 일반적으로 키커가 골키퍼보다 유리하다. 키커와 골대까지의 거리는 11m. 키커가 시속 90∼100km(성인 남자 선수의 평균 슈팅 속도)로 공을 차면 골라인 통과 시간은 0.4∼0.5초인 반면에 골키퍼의 반응 속도는 0.6초다. 수치상 골키퍼의 방어가 불가능하지만 미국 폭스스포츠에 따르면 통계적으로 키커가 페널티킥을 성공시킬 확률은 80%다. 키커와 골키퍼의 심리 싸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공의 방향을 예측해 미리 몸을 던지는 골키퍼의 모습에 당황한 키커가 골대 밖으로 공을 날려버리는 경우도 발생한다. 영국 엑스터대 연구팀은 “키커는 골키퍼의 동작을 무시하고 공을 어디로 보낼 것인지에만 집중해야 한다. 키커의 눈 움직임을 추적한 결과 골키퍼를 오래 바라볼수록 불안감이 높아져 킥 정확도가 떨어졌다”고 분석했다. 영국 스카이스포츠에 따르면 리버풀 존무어대 연구진은 첨단 카메라를 이용한 기법을 통해 페널티킥을 성공할 수 있는 조건을 제시했다. 키커는 5, 6발자국의 도움닫기에 이어 신체 중심을 기준으로 20∼30도 각도로 슈팅을 날리는 것이 좋다. 공의 속도는 시속 105km 이상이 좋다. 이 경우 공은 크로스바와 골포스트에서 각각 50cm 안쪽 지점으로 향해 골키퍼가 막을 수 없다. 골키퍼가 페널티킥을 막기 위한 비법은 없을까. 독일 일간지 디벨트는 “키커의 발 모양은 공의 방향이다. 차기 직전 지면에서 킥을 지탱하는 쪽 발의 발끝은 80% 정도 공이 나갈 방향을 가리킨다”고 보도했다. 한편 대표팀은 11일 오후 10시 30분 오스트리아 그뢰디히에서 세네갈과 비공개 평가전을 치른다. 월드컵 본선 전에 치러지는 마지막 평가전이다. 한국이 국제축구연맹(FIFA) 승인하에 치러지는 공식 A매치를 비공개로 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표팀은 세네갈전에서 베스트 11과 세트피스를 점검할 것으로 전망된다. 월드컵 본선 H조에 속한 세네갈은 FIFA 랭킹 27위(한국 57위)로 개인기와 스피드가 뛰어난 팀이다. 신태용 감독이 월드컵 대표팀을 소집한 후 월드컵 본선 진출국과 평가전을 치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레오강=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기대해 달라’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해 왔는데 어느새 내가 거짓말쟁이가 된 것 같아 힘들다. ‘잘하겠다’는 말을 더는 하지 않겠지만 100%로 준비하고 있으니 팀이 하나가 될 수 있게 도와줬으면 좋겠다.” 7일 졸전 끝에 볼리비아와 0-0으로 비긴 뒤 주장 기성용(스완지시티)은 결과에 대한 아쉬움을 전했다. 그만큼 경기 내용은 기대에 못 미쳤다. 한국 축구대표팀은 월드컵 남미 예선에서 38골(18경기)을 내주고 탈락한 볼리비아를 상대로 무득점에 그쳤다. ‘깜짝 선발’로 나선 선수가 많다 보니 패스 미스가 잦았고, 강력한 압박도 실종됐다. 실망스러운 경기 결과에 대해 신태용 감독은 두 가지 설명을 내놓았다. 하나는 ‘체력 훈련 후유증’이고 다른 하나는 ‘위장 선발’이다. 강도 높은 체력 훈련 결과 선수들의 몸이 무거웠다는 점, 정보 노출을 꺼려 베스트 멤버를 내세우지 않았던 점이 이날 부진의 이유라는 것이다. 이날 선수 구성은 일종의 ‘트릭(속임수)’이라는 표현도 썼다. 이에 대해 “언제까지 계속 실험만 할 것인가”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체력 훈련과 위장 선발에 대한 시각도 엇갈리고 있다.○ 고강도 체력 훈련의 효율성 “선수들이 ‘파워 프로그램(고강도 체력 훈련)’을 하다 보니 몸이 무거웠다.” 신 감독 스스로 밝힌 내용이다. 대표팀은 볼리비아전 이틀 전인 5일 100분 넘게 체력훈련을 했다. 공중 볼 다투기, 왕복 달리기 등 격렬한 훈련을 한 뒤 대(大)자로 누워버린 선수도 있었다. 수비수 홍철(상주)은 파워 프로그램 이후 허리 통증을 호소했다. 신 감독은 오스트리아 도착 첫날(4일) “선수들의 체력 수치가 만족스럽지는 않다. 하지만 파워 프로그램을 하려면 한 달 정도 합숙해야 하는데 어렵다”고 했다. 그러나 그는 4일 밤 코칭스태프와 회의 끝에 전격적으로 파워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신 감독은 두 차례 더 파워 프로그램을 실시할 계획이다. 본선 첫 경기(18일)가 2주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실시한 체력 훈련이 효과를 볼 수 있을까. 선수들은 체력적 어려움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겨내야 한다는 반응이다. 이재성(전북)은 “90분 동안 편하게 공을 찰 수 있는 시간은 아주 짧다. 반면 경합은 계속되기 때문에 몸싸움을 이겨내려면 체력 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프로그램의 도입은 전적으로 선수들의 몸 상태를 가장 잘 아는 코칭스태프의 판단 영역이라면서도 ‘과부하’가 걸리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성봉주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 박사는 “운동생리학적으로는 트레이닝의 효과가 나타나려면 통상 8주 정도가 걸린다. 경기가 얼마 안 남은 지금 시점에는 체력 훈련을 줄이고 전술 훈련에 집중해야 한다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운동 효과 외에도 투지나 팀 분위기를 끌어올리는 부차적 효과도 있다. 다만 이 시기에 강한 체력 훈련을 병행한다면 강약 조절을 잘하고, 훈련 중간에 휴식을 적절히 배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 반복된 실험… 위장? 낭비? 신 감독은 볼리비아전에서도 또다시 실험적 선수 구성을 들고나와 논란이 일었다. 베스트11을 가동해 조직력을 다져도 부족한 시간에 또다시 실험을 반복해 실전 경험을 쌓을 기회를 놓쳤다는 것이다. 볼리비아전에서는 손흥민(토트넘) 등 주전이 유력한 선수들 대신 김신욱(전북), 문선민(인천) 등이 선발로 나와 호흡이 맞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신 감독은 정예 멤버의 조직력을 가다듬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오스트리아에서 훈련을 할 때마다 1시간 정도 가상의 스웨덴을 만들어 놓고 비공개로 조직 훈련을 한다. 그런 모습을 공개하지 않다 보니 시간이 부족한데도 준비를 하지 않고 있다고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신 감독은 볼리비아전에서 전력 노출을 꺼려 위장 선발을 내세웠다고 밝혔지만 이에 대해서도 평가가 엇갈린다. 장지현 SBS 해설위원은 “이승우(베로나), 문선민 등 조커가 유력한 선수를 선발로 내세워 조커끼리 손발을 맞출 시간을 준 것으로 볼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반면 김대길 KBSN 해설위원은 “볼리비아전은 팀의 밑그림을 보여줘야 하는 경기였다. 본선 첫 경기 스웨덴전에 대비한 상황 대처 연습이 이뤄지지 못하면서 로드맵이 약간 틀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손흥민 “정우영과 진짜 안 싸웠다”▼ 한편 볼리비아전이 끝난 후 손흥민과 정우영(빗셀 고베)이 말다툼을 하는 듯한 장면이 포착돼 불화설이 불거졌다. 대한축구협회는 “프리킥 장면에서 정우영이 손흥민에게 패스하기로 했는데 타이밍이 잘 맞지 않았다. 이에 손흥민이 정우영에게 ‘조금 늦게 찼다면 좋았겠다’고 웃으면서 말하고 지나간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협회는 “정우영은 ‘내가 킥 하는 동시에 네가 스타트하는 줄 알았다’라고 말했다. 표정이 일그러졌던 건 체력적으로 힘들었기 때문이다”라고 밝혔다. 8일 훈련이 끝난 후 손흥민은 “나 때문에 팀 분위기가 흐트러진 것 같아 선수들에게 미안하다. 진짜 안 싸웠다. 이걸로 거짓말해서 뭐하나”라고 말했다. 대표팀은 세네갈전(11일·비공개)에서 베스트 11을 가동한다.레오강=정윤철 trigger@donga.com / 김재형 기자}

‘2018 러시아 월드컵 남미 예선 10개 팀 중 9위(탈락), 선발 선수 가운데 A매치 10회 미만 선수 6명.’ 7일 오스트리아 인스브루크의 티볼리 스타디움에서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57위 한국과 맞붙은 볼리비아(FIFA 랭킹 59위)의 프로필이다. 월드컵 예선 18경기에서 허술한 수비로 38골(16득점)을 내주며 탈락해 세대교체(선발 선수 평균 연령 26.8세)를 단행 중인 젊은 팀이다. 하지만 월드컵 본선을 앞둔 한국축구대표팀은 이런 볼리비아를 상대로 답답한 경기를 펼쳤다. 5일 실시한 강한 체력 훈련 탓에 몸이 무거웠을 수 있지만 잦은 패스 미스와 느린 공격 전개 등은 시급한 해결 과제로 지적됐다. 대표팀은 무기력한 경기 끝에 0-0으로 비겼다. 신태용 대표팀 감독은 황희찬(잘츠부르크)과 김신욱(전북)을 최전방에 내세운 4-4-2 전형을 가동했다. 에이스 손흥민(토트넘)은 부상은 없지만 선발로 나서지 않았다. 포백 수비라인은 왼쪽부터 박주호(울산) 김영권(광저우 에버그란데) 장현수(FC도쿄) 이용(전북)으로 구성했다. 김신욱(196cm)과 황희찬(177cm)의 ‘빅 앤드 스몰 콤비’는 조화롭지 못했다. 김신욱이 측면에서 올라온 크로스를 헤딩슛으로 연결하는 장면은 위협적이었다. 하지만 황희찬이 침투 패스를 시도했을 때 민첩하게 볼을 따라가지 못하면서 공격이 무산됐다. 양쪽 측면 미드필더로 테스트를 받은 이승우(베로나)와 문선민(인천)의 희비는 엇갈렸다. 이승우는 전반 2분 개인기로 페널티 박스 근처에서 프리킥을 얻어내는 등 활기찬 모습이었다. 안정환 MBC 해설위원은 “공격수는 수비 한 명 정도는 제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수비수들을 자신에게 끌고 와 동료에게 슛 기회를 만들어줄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문선민은 잦은 패스 미스와 부정확한 크로스로 공격의 흐름을 끊는 경우가 많았다. 문선민은 후반 시작과 동시에 이재성(전북)으로 교체됐다. 신 감독은 후반 15분 손흥민을 투입하고 수비 라인을 전진시켜 득점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하지만 대표팀은 느린 공격 템포로 인해 역습에 능한 손흥민의 장점을 살리지 못했다. 안 해설위원은 “패스 타이밍이 늦어 공격 전개가 느린 것은 체력과는 관계가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당초 신 감독은 볼리비아전에서 공격보다는 수비를 집중 점검하겠다고 했다. 이 때문에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와의 평가전(1일)처럼 공격수부터 적극적인 압박을 시도하기보다 선수들 간의 촘촘한 간격으로 상대의 공격을 막고자 했다. 하지만 이날 볼리비아는 ‘선수비 후역습’ 전략을 시도하면서 좀처럼 공격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대표팀의 수비력을 평가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는 얘기다. 대표팀은 11일 오스트리아 그뢰디히에서 세네갈과 비공개 평가전을 치른다. 인스부르크=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5일 오스트리아 레오강의 슈타인베르크 훈련장. 축구 국가대표팀 에이스 손흥민(토트넘)은 발을 ‘쑥’ 하고 축구화에 밀어 넣었다. 간편하게 축구화 착용을 마친 손흥민은 축구화 끈을 매고 있는 몇몇 동료보다 일찍 벤치에서 일어나 몸을 풀기 시작했다. 축구 선수들은 경기나 훈련에 앞서 축구화 끈을 질끈 맨다. 격렬한 돌파를 할 때 축구화 끈이 풀리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하지만 손흥민은 이런 걱정이 없다. 그의 축구화에는 끈이 없기 때문이다. 손흥민은 아디다스의 ‘X18+’를 착용한다. 이 축구화는 빠른 드리블로 상대 수비를 제친 뒤 슈팅을 시도하는 선수를 위해 제작됐다. 아디다스 관계자는 “드리블을 할 때 끈에 공이 닿아 공이 불규칙하게 움직이는 것을 막기 위해 끈이 없는 구조로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끈이 없기 때문에 축구화가 잘 벗겨지지는 않을까. 아디다스 측은 “발목 근처 등 축구화 위쪽 부위에 쫀쫀한 소재를 사용했다. 신발을 신을 때는 늘어났다가, 착용 완료 후 다시 발에 완벽히 고정되도록 복원된다”고 말했다. 손흥민은 “X18+는 맨발에 가깝게 만들어져 볼을 터치할 때의 감각이 아주 좋고 미세한 컨트롤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통일된 유니폼을 입는 선수들이 각자의 개성을 드러낼 수 있는 아이템이 축구화다. 대표팀은 후원 업체인 나이키가 각종 용품을 제공하지만 축구화는 예외다. 대표팀 관계자는 “훈련복과 슬리퍼 등 대부분을 나이키가 제공한다. 하지만 축구화는 선수별 계약을 인정한다”고 말했다. 그는 “어떤 축구화를 신느냐에 따라 경기력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선수가 제품을 선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신태용호’의 축구화 분포를 조사해본 결과 나이키(11명), 미즈노(6명), 아디다스(5명), 푸마(1명) 순으로 나타났다. 축구화는 착용하는 선수의 플레이 특성과도 연관이 있다. 미드필더 기성용(스완지시티)은 나이키의 ‘마지스타 오브라 II 엘리트’를 착용한다. 킥이 정확한 기성용의 축구화는 공이 많이 닿는 부위에 둥근 홈과 쿠션이 있다. 나이키 관계자는 “쿠션은 선수가 공을 차는 힘이 효율적으로 공에 전달되도록 한다. 패스 거리 조절과 볼 터치의 정확성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마지스타 시리즈는 스페인의 ‘패스마스터’ 안드레스 이니에스타가 애용하는 축구화로 유명하다. 이니에스타는 “마지스타는 공을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빠르고 정확하게 보낼 수 있도록 해준다”고 말했다. ‘날쌘돌이’ 측면 수비수 고요한(FC서울)은 미즈노의 ‘모렐리아 네오 2’를 착용한다. 선수들의 열정을 상징하는 빨간색 표면이 인상적인 축구화다. 미즈노는 축구화 무게를 가볍게 만들어 선수들의 스피드에 도움을 줄 수 있게 만들었다. 미즈노 관계자는 “축구화 소재로 캥거루 가죽을 사용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골키퍼 김진현이 착용하는 푸마 ‘퓨처(FUTURE 2.1 NETFIT)’는 포지션에 따라 끈의 위치를 조정할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레오강=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대표팀에는 악바리 정신과 ‘깡’이 중요하다. 상대 공격수에게 쉽게 제압당하지 않겠다.” 한국 축구대표팀의 중앙 수비수 장현수(FC도쿄)는 볼리비아와의 평가전을 앞둔 각오를 이렇게 밝혔다. 한국은 7일 오후 9시 10분 오스트리아 인스브루크에서 볼리비아와 맞붙는다. 한국은 스리백을 가동한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와의 평가전(1일)에서 1-3으로 패했다. 왼쪽 윙백 김민우(상주)와 중앙 수비수들 간의 호흡이 맞지 않아 3골을 내줬다. 신태용 감독과 선수들이 오스트리아 전지훈련에서 수비 조직력 강화에 집중한 이유다. 6일 신 감독은 볼리비아전에서는 포백(중앙 수비수 2명, 측면 수비수 2명)을 가동할 것이라고 밝혔다. 포백을 중심으로 한 4-4-2 전형은 당초 대표팀이 ‘플랜A’로 생각했던 전술이다. 신 감독은 “월드컵 1차전 상대인 스웨덴에 대비해 수비를 점검하는 데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볼리비아전을 보는 사람들이 평소 ‘공격적 축구’를 좋아하는 신 감독이 왜 수비적으로 경기할까라는 의문을 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은 수비를 단단히 만드는 게 최우선 과제다”라고 덧붙였다. 장현수는 선발 중앙 수비수로 확정됐다. 그는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전에서는 선수들 간의 간격이 넓어 실점을 허용했다. 상대가 볼을 잡았을 때 곧바로 2, 3명이 에워쌀 수 있는 간격을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민우가 부진했던 왼쪽 측면에는 수비력이 뛰어난 박주호(울산)가 기용될 것으로 보인다. 볼리비아의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은 57위(한국 61위)다. 수비에 중점을 두다 역습으로 골을 노리는 방식이 스웨덴과 유사하다. 신 감독은 “평가전에서는 월드컵 본선에서 사용할 전략의 60∼70%만 보여줄 것이다. 숨길 것은 숨겨야 한다”고 말했다. 레오강=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저 머리를 어떻게 하지?” 196cm의 장신 공격수 김신욱(전북)이 족구를 하면서 헤딩으로 공을 내리꽂자 김영권(광저우 에버그란데)은 혀를 내둘렀다. 4일(현지 시간)부터 오스트리아 레오강에서 2018 러시아 월드컵 본선 준비에 돌입한 한국 축구대표팀. 훈련 첫날은 컨디션 회복 차원에서 족구 등 놀이에 가까운 운동을 했다. 하지만 밝은 분위기는 오래가지 않았다. 훈련이 끝난 뒤 주장 기성용(스완지시티)은 선수들을 소집해 10분 이상 자체 미팅을 했다. 순식간에 선수들의 분위기는 진지해졌다. 기성용은 “구체적 내용은 비밀이다. 월드컵을 준비하는 마음가짐 등에 대한 얘기다”라고 말했다. 기성용이 ‘군기 반장’으로 나선 것은 선수들의 집중력을 높이기 위해서다. 대표팀은 5일 오후 훈련부터 초반 15분만 언론에 공개했다. 스웨덴과의 본선 첫 경기에 초점을 맞춘 세부적 전술 훈련은 비공개로 진행했다. 대표팀이 꽁꽁 감춰둔 훈련 중 하나는 세트피스. 신태용 감독은 “우리가 본선 무대에서 선보이려는 전술을 숨기기 위해 비공개를 결심했다”고 말했다. ○ 손흥민과 정우영의 무회전 킥 세트피스는 프리킥이나 코너킥처럼 상대 수비를 떨어뜨려 놓은 상태에서 선수들 간의 약속된 움직임(작전)을 통해 득점을 시도하는 것이기 때문에 작전이 미리 노출되면 곤란하다. 신 감독은 경기 파주 축구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에서 국내 소집 훈련을 할 때도 세트피스 훈련은 공개하지 않았다. 세트피스는 약팀이 강팀을 무너뜨릴 수 있는 공격 옵션이다. 스웨덴, 멕시코, 독일 등에 비해 객관적 전력에서 열세인 한국으로서는 상대 반칙 등으로 얻을 수 있는 세트피스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 스웨덴은 월드컵 최종예선에서 세트피스로 2골을 내줬다. 멕시코와 독일은 나란히 세트피스로 1실점을 했다. 첫 경기 상대인 스웨덴은 키가 190cm 이상인 장신 수비수만 3명이다. 이 때문에 파워와 조직력을 겸비한 상대 수비진을 무너뜨리기 위해서는 세밀한 세트피스 공격이 필요하다. 국내 평가전에서 프리킥은 손흥민(토트넘)과 정우영(빗셀 고베)이 담당했다. 둘은 ‘무회전 프리킥’을 찰 수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세계적 축구스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포르투갈)가 즐겨 시도하는 무회전 프리킥은 공의 중앙에서 밑 부분을 발로 강하게 밀어 차는 것이다. 야구의 너클볼처럼 회전 없이 날아가는 반면 공기 저항 등에 민감해 공의 진동이 심하다. 이 때문에 골키퍼의 눈앞에서 공이 흔들리거나 갑자기 뚝 떨어지기도 해 골로 연결되는 경우가 많다. 한준희 KBS 해설위원은 “코너킥 키커로는 킥력이 좋은 손흥민과 이재성(전북)을 예상한다”고 말했다.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와의 국내 평가전(1일)에는 손흥민이 오른발, 이재성이 왼발 코너킥을 담당했다. 김대길 KBSN 해설위원은 “장신인 김신욱이 들어오면 세트피스 상황에서 상대에게 위협이 될 수 있다. 김신욱에게 상대 수비수가 몰리는 것을 활용해 다른 선수들이 수비가 없는 공간으로 달려들어 골을 노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16강 진출의 핵심인 세트피스 한국은 월드컵에서 세트피스로 골을 많이 잡아냈다. 역대 월드컵에서 기록한 전체 31골 중 11골(35.5%)이 세트피스에서 나왔다. 1986년 멕시코 대회부터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회까지 한 번도 거르지 않고 세트피스 득점을 기록했다. ‘4강 신화’를 기록한 2002 한일 월드컵에서는 세트피스로 2골을 넣었고, 사상 첫 원정 월드컵 16강을 기록한 남아공 월드컵에서는 세트피스로만 4골을 넣었다. 1무 2패로 16강 진출에 실패한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는 세트피스 득점이 없었다. 신 감독이 대표팀 사령탑을 잡은 이후 세트피스로 골을 터뜨린 것은 23골 중 4골에 불과하다. 특히 오스트리아 전지훈련 출발 전에 국내에서 치러진 두 차례 평가전(온두라스,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에서는 세트피스로 골을 넣지 못했다. 신 감독은 “국내 평가전에서는 세트피스를 일부러 보여주지 않았다. 훈련을 통해 세트피스를 만들어가고 있는 만큼 세네갈전(11일·비공개 평가전)에서 실전에 적용해볼 것이다”라고 말했다. 레오강=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이재성은 외박을 줘도 집(울산)에 가지 않고 전북 클럽하우스에 남아 있어요. 한번 집에 갔다 오면 피곤하니까 숙소에서 쉬면서 몸 관리를 하겠다고 하더군요. 요즘 젊은 선수에게서 보기 힘든 ‘축구 바보’ 정신이 지금의 이재성을 만든 동력이에요.” 최강희 전북 감독(59)은 애제자인 미드필더 이재성(26·전북)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2015년 K리그 영플레이어상(신인상)을 받은 그는 2년 뒤인 지난해 8골 10도움을 기록하며 최우수선수(MVP)에 등극했다. 선수층이 두꺼워 ‘신인의 무덤’으로 불리는 전북에서 주전을 꿰차며 성장한 그는 국가대표팀에서도 핵심 존재가 됐다. 2018 러시아 월드컵 최종 엔트리에 당당히 이름을 올린 그는 세계무대에서도 자신의 가치를 입증할 기회를 얻었다. 이재성은 “러시아 월드컵이 끝났을 때 반드시 웃으면서 한국으로 돌아오고 싶다. 오스트리아 레오강 전지훈련(4∼11일)부터 부상 없이 철저히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이재성은 대표팀에서 측면 미드필더와 중앙 미드필더로 기용될 수 있다. 김대길 KBSN 해설위원은 “이재성은 패스를 통해 경기를 풀어 나가는 역할뿐만 아니라 적극적 침투를 통해 골을 노릴 수 있는 선수다”라고 평가했다. 이재성은 국내에서 열린 마지막 평가전(1일)에서 공격형 미드필더로 출전해 환상적인 왼발 칩슛으로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의 골망을 흔들었다. 최 감독은 “이재성의 팀 공헌도는 단순히 공격 포인트로 평가할 수 없다. 그는 좌우, 중앙을 가리지 않고 상대를 압박해 실수를 유발하는 능력이 탁월하다”고 말했다. 공격수와 미드필더의 압박 능력은 신태용 대표팀 감독이 강조하는 부분이다. 신 감독은 “월드컵 본선에서 강팀을 꺾기 위해서는 상대보다 한 발 더 뛰는 압박 축구를 해야 한다”고 말한다. ‘공수 만능 미드필더’ 이재성은 투철한 자기 관리를 통해 성장했다. 그는 아마추어 시절부터 꾸준히 ‘축구 일지’를 써왔다. 일지에는 훈련 내용과 개선점 등이 적혀 있다. 전북 관계자는 “성실함으로 무장한 이재성은 어떤 악조건에서도 자기 기량의 90% 이상을 발휘한다”고 말했다. 180cm, 70kg으로 다소 호리호리한 체격의 이재성은 ‘오(O)자형 다리’라는 신체적 약점이 있다. 다리가 휘어 벌어진 탓에 경기를 뛸 때마다 다리 바깥쪽으로 체중이 몰려 이 부위의 피로 해소가 쉽지 않다고 한다. 이재성은 “어렸을 때는 교정을 시도하기도 했지만 교정을 받아도 축구를 하면 다시 다리가 벌어졌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끊임없는 드리블, 볼 터치 훈련을 통해 약점을 극복했다. 이재성은 “다리가 휘었기 때문에 공을 다리 사이에 두면 상대가 발을 뻗어도 내가 가진 공을 쉽게 뺏을 수 없다. 또한 휜 다리를 갈고리처럼 이용해 상대 볼을 빼앗기도 좋다”고 말했다. 대표팀이 월드컵에서 스웨덴, 멕시코, 독일 등 강호를 상대로 승리하려면 코너킥과 프리킥 등 세트피스를 잘 활용해야 한다. 대표팀은 권창훈(디종), 염기훈(수원) 등 왼발을 잘 쓰는 선수들이 부상으로 낙마한 상태다. 이 때문에 이재성의 예리한 왼발 킥이 한국의 새로운 세트피스 무기가 될 수 있다. 최 감독은 “지난 시즌부터 이재성이 프리킥과 코너킥 등의 연습 횟수를 늘렸다. 팀 훈련이 끝나고도 동료 몇 명과 훈련장에 남아 킥을 반복했다”고 말했다. 특히 장신 공격수 김신욱(전북·196cm)이 투입되면 소속팀에서부터 반복적으로 훈련해온 이재성의 킥과 김신욱의 움직임으로 골을 합작할 수 있다. 이재성은 “대표팀의 월드컵 성적에 대한 부정적 시선도 있지만 동료들과 다 함께 뭉쳐서 최선을 다해 보겠다. 공격수 등 전방에 있는 선수가 상대 공격을 막는 첫 번째 수비수라는 생각으로 본선 경기에 임하겠다”고 말했다.레오강=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사상 두 번째 원정 월드컵 16강을 노리는 ‘신태용호’가 오스트리아에서 최종 전지훈련에 돌입한다. 축구 국가대표팀이 2018 러시아 월드컵에 앞서 마무리 훈련을 할 오스트리아 레오강은 모차르트의 고향인 잘츠부르크에서 차량으로 1시간 30분 거리에 있는 인구 3000여 명의 시골 마을이다. 알프스 산맥에 위치한 이곳은 스키, 산악자전거 마니아들을 위한 리조트가 있는 휴양지로 유명하다. 대표팀 관계자는 “레오강은 러시아와 기온이 비슷하고 환경이 쾌적해 선수들이 훈련에 집중하는 동시에 정신적 힐링 효과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식재료 등 짐 무게 4t…음식은 호텔과 협회 합작 대표팀이 레오강을 전지훈련지로 정한 이유는 월드컵 조별리그를 치르는 3개 도시와 기온이 비슷하고 시차가 크지 않기 때문이다. 대표팀 관계자는 “레오강의 6월 평균 기온은 17도로 러시아 니즈니노브고로드(1차전·18도), 로스토프나도누(2차전·21도), 카잔(3차전·18도)의 6월 평균 기온과 큰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러시아와 오스트리아의 시차는 1시간이다. 대표팀 숙소인 크랄러호프 호텔에서 훈련장까지 거리는 차량으로 3∼4분 정도에 불과하다. 음식은 호텔과 대한축구협회 합작으로 제공된다. 협회 관계자는 “호텔 측에서 식당과 조리 공간을 제공하고, 요리는 한국에서부터 동행한 2명의 조리장이 담당한다. 야채와 고기 등은 호텔 측이 대표팀의 주문을 받아 준비하고, 우리는 고추장, 된장 등 한식에 필요한 양념 등을 가져간다”고 말했다. 식재료와 의료기기, 훈련복 등 대표팀이 월드컵에 가져가는 짐의 무게만 약 4t에 달한다.○ 히딩크도 선택한 전지훈련 명소 레오강은 오래전부터 유럽 팀들의 인기 전지훈련지로 꼽혀 왔다. 대표팀 공격수 황희찬(22)의 소속팀인 잘츠부르크(오스트리아)도 비시즌 캠프를 레오강에 차린다. 2008 유럽축구선수권대회 때는 거스 히딩크 감독이 러시아를 이끌고 레오강에서 훈련을 한 뒤 대회 본선 4강에 오르기도 했다. 사상 첫 원정 월드컵 16강을 달성했던 2010 남아공 월드컵 때도 한국은 오스트리아에서 전지훈련을 했다. 당시에는 월드컵 본선이 열리는 남아공의 고지대 경기장에 대비해 해발고도가 1200m에 달하는 노이슈티프트에서 훈련을 했다. ‘신태용호’의 전지훈련지 선정은 고지대와는 관계가 없다. 미국 폭스스포츠에 따르면 한국이 월드컵 본선 경기를 치르는 경기장들의 해발고도는 100∼200m 정도다. 대표팀 관계자는 “레오강 훈련장의 해발고도는 780m로 특별히 고지대 훈련의 효과를 얻을 수 있는 곳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월드컵 열기에 휩싸인 오스트리아 오스트리아는 월드컵 본선 진출에 실패했지만 개최지인 러시아보다 먼저 월드컵 열기에 휩싸였다. 영국 스카이스포츠는 “본선 진출국들이 훈련을 위해 모여들고 있는 오스트리아는 월드컵 시작 전부터 축구 열기가 뜨겁다”고 보도했다. 스카이스포츠에 따르면 한국과 세르비아, 일본, 페루, 호주, 나이지리아, 러시아가 오스트리아에서 월드컵 본선에 대비한 전지훈련 및 평가전을 치른다. 눈길을 끄는 것은 개최국 러시아가 오스트리아에서 전지훈련을 했다는 것. 러시아는 지난달 20일부터 31일까지 노이슈티프트에서 훈련했다. 스타니슬라프 체르체소프 러시아 감독은 자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집중적인 관심을 받는 러시아에서 잠시 벗어나 평화롭고 침착하게 월드컵 본선을 준비할 필요가 있다고 느꼈다. 오스트리아는 러시아와 기후가 비슷하기 때문에 현명하게 월드컵 대책을 마련할 최적의 장소다”라고 말했다. 레오강=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2018 러시아 월드컵 본선에서 한국과 만나는 F조 국가들도 평가전 등을 통해 본격적인 전력 다지기에 돌입했다. 한국의 조별리그 2차전 상대인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5위 멕시코는 29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패서디나에서 웨일스(FIFA 랭킹 21위)와 평가전을 치렀다. 멕시코는 ‘치차리토’(작은 완두콩)로 불리는 간판 공격수 하비에르 에르난데스를 최전방에 배치시킨 4-3-3 전형을 사용했다. 멕시코는 높은 점유율(65%)과 빠른 공수 전환을 바탕으로 경기 내내 웨일스를 압도했다. 하지만 골 결정력에서 아쉬움을 남겼다. 멕시코는 22개의 슈팅을 시도했지만 무득점에 그치면서 0-0으로 비겼다. 멕시코는 이날 부상에서 회복 중인 미드필더 안드레스 과르다도와 주전 수비수 엑토르 모레노 등을 출전시키지 않았기 때문에 100% 전력은 아니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준희 KBS해설위원은 “웨일스전에 선발로 나온 멕시코 선수 중 확실한 주전급은 에르난데스 등 3명 정도다”고 말했다. 경기 후 후안 카를로스 오소리오 감독은 “부상 선수가 발생할 수도 있어서 조심스러운 경기 운영을 했다”면서 “독일 한국 등 월드컵에서 맞붙을 국가의 다양한 스타일에 맞춰 유연하게 팀이 대처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본선 3차전 상대인 독일은 주전 수문장인 마누엘 노이어가 비공개 연습 경기를 통해 복귀했다. 2014 브라질 월드컵 당시 주전 골키퍼로 독일의 우승을 이끈 노이어는 지난해 9월 왼쪽 발등뼈가 골절되는 큰 부상을 입어 그동안 재활에 전념해왔다. 미국 스포츠 전문매체 ESPN에 따르면 노이어는 29일 20세 이하 독일 대표팀과의 평가전에 30분간 출전했고, 독일 성인 대표팀이 7-1로 승리했다. 한국의 본선 첫 상대인 스웨덴은 한국과 온두라스의 평가전(28일) 분석에 집중했다. 스웨덴축구협회는 인스타그램에 얀네 안데르손 스웨덴 감독 등 코칭스태프가 한자리에 모여 한국의 평가전 중계 화면을 시청하는 모습을 올렸다. 스웨덴 대표팀 관계자는 자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온두라스전에 나선 한국 선수 중에는 이승우가 인상적이었다. 팀에 활기를 불어넣었다”고 평가했다.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후반 15분. 상대 골문을 향해 질주하던 이승우(베로나)의 패스를 받은 손흥민(토트넘)은 숨을 한 번 고른 뒤에 강력한 왼발 중거리 슛을 시도했다. 그의 발을 떠난 공은 빨랫줄처럼 날아가 골 망을 흔들었다. 기성용의 결장으로 그 대신 생애 첫 주장 완장을 찬 손흥민과 생애 첫 성인 대표팀 경기에 출전한 이승우는 나란히 공격 포인트를 기록한 뒤 서로 얼싸안으며 기쁨을 만끽했다. 3만3252명의 관중은 둘의 이름을 번갈아 연호했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은 28일 대구스타디움에서 열린 온두라스와의 평가전에서 손흥민의 결승골에 힘입어 2-0으로 이겼다. 북중미 팀인 온두라스는 한국이 2018 러시아 월드컵 본선 두 번째 경기를 치를 멕시코를 대비한 상대다. 손흥민의 ‘한 방’은 대표팀이 월드컵에서 기대하는 공격 장면이었다. 압박으로 상대 볼을 빼앗아 역습으로 전환한 뒤 골 결정력이 탁월한 최전방 공격수가 득점으로 마무리하는 모습이다. 한국은 독일, 멕시코, 스웨덴 등 강호들과의 월드컵 맞대결에서 수비를 두껍게 한 뒤 역습으로 나서 골을 노릴 가능성이 크다. 4-4-2 전형을 가동한 신 감독은 대표팀에 새롭게 발탁된 선수 등 검증이 필요한 선수들을 기용했다. 막내 이승우와 소속팀에서 주전을 꿰차지 못해 경기력 저하 논란이 일고 있는 이청용(크리스털팰리스)이 양쪽 측면 미드필더로 선발 출전했다. 신 감독은 “온두라스전을 통해 선수들이 코칭스태프의 주문 사항을 얼마나 철저히 수행하는지 살펴보고자 했다”고 말했다. 손흥민의 골에 도움을 기록한 이승우는 투톱(손흥민, 황희찬)과의 유기적인 움직임을 보여줬다. 반면에 이청용은 킥의 거리 조절에 실패하는 등 실전 감각이 크게 떨어진 모습이었다. 게다가 그는 후반 11분 부상으로 문선민(인천)과 교체됐다. 상대 선수에게 밀려 넘어진 이청용은 절뚝이면서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신 감독은 “이청용은 큰 부상은 아닐 것으로 보이지만 내일이 돼야 정확한 부상 정도 파악이 가능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청용을 대신해 투입된 문선민이 후반 28분 팀 승리를 확정짓는 쐐기 골을 터뜨리면서 대표팀의 측면 경쟁은 불이 붙었다. 기성용이 빠지고 정우영 주세종 등이 가담한 미드필더들은 적극적인 압박을 펼쳤지만 킬패스로 무장한 기성용에 비하면 공격 전개의 날카로움은 덜했다. 이날 대표팀 전체의 압박 수비는 안정적이었다. 신 감독은 경기 중에 자주 “좀 더 올라가!”라고 외치며 공격수와 미드필더들이 상대를 강하게 압박하도록 주문했다. 손흥민과 황희찬(잘츠부르크) 등 투톱부터 적극적 압박을 보여준 대표팀은 경기 내내 주도권을 쥐었다. 신 감독은 “멕시코 등 북중미 팀을 상대할 때는 상대를 거칠게 다뤄 흐름을 타지 못하게 해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하지만 포백 수비진의 잦은 백패스는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한준희 KBS 해설위원은 “백패스를 줄이면서 상대의 압박을 벗어날 방법을 연구해야 한다. 멕시코 등 움직임이 재빠른 팀에 패스를 차단당하면 실점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평가했다. 대표팀은 다음 달 1일 전주에서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와 평가전을 치른다.대구=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