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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정부가 유엔 등 국제기구에 낸 분담금이 자난해만 7800억 원에 달했지만 국제기구에서 일하는 우리 직원은 분담금 대비 턱없이 부족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가 위상 제고를 위해 국민 혈세로 매년 분담금을 늘리고 있지만 그에 맞춰 인력 파견 등 정책적 지원은 부재해 ‘비용 대비 효과’를 제대로 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6일 국민의당 이태규 의원이 외교부 등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 정부는 33개 정부 부처에서 7800억 원의 분담금을 국제기구에 냈다. 2019년(6407억원)과 비교해 20.8% 늘어난 것. 문재인 정부는 “국제사회 일원으로 책임을 다하고 국가 이미지 제고를 위해 분담금을 늘리겠다”는 기조를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문제는 분담금 액수는 늘었지만 기구에서 일하는 우리 국민의 수는 제자리걸음이라는 것. 이번에 한국의 분담률 및 직원 비율이 모두 공개된 주요 국제기구 10곳 가운데 9곳에서 직원 비율이 분담률보다 낮았다. 분담금 액수 1, 2위인 유엔사무국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경우 분담률은 각각 2.3%(2073억 원), 3.5%(146억)였지만 직원 비율은 1.0%(129명), 1.2%(46명)에 그쳤다. 유엔사무국의 경우 분담률 순위 11위인 우리나라(129명)보다 12위 호주(235명), 13위 스페인(448명)의 직원 수가 훨씬 많았다. ‘무역 전장’ 세계무역기구(WTO)는 상황이 더 심각했다. 우리 분담률은 2.9%(74억 원)였음에도 직원은 4명(0.6%)에 불과했다. 10개 기구 중 국제해사기구(IMO)만이 분담률(1.0%)보다 직원 비율(2.6%)이 높았다. 우리 정부는 그동안 국제기구에서 근무하는 공무원을 늘리는 방안을 만들고 관련 예산을 증액하는 등 기구 내 위상 제고 계획을 거듭 내놨다. 그러나 세부 정책이 부재하고 관리·집행을 총괄하는 컨트롤타워도 없어 실제 그럴 의지가 있느냐는 비판이 제기돼 왔다. 외교부 주관으로 열리는 ‘국제기구분담금 관계부처 협의회’의 경우 2017년 이후 지금까지 연 1회 수준으로만 진행돼 분담금 관리 문제 역시 꾸준히 지적됐다. 이 의원은 “분담금 증액보다 더 중요한 게 실제 우리 국민이 기구에서 얼마나 의미 있게 일하고 있느냐”라며 “정부가 지금이라도 적극적으로 우리 국민의 기구 진출을 지원하고 판을 깔아주기 위해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북한이 지난달 30일 신형 지대공미사일을 발사했다고 밝혔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0월 초 남북통신선을 복원하겠다”고 밝힌 지 하루 만에 다시 도발에 나선 것으로, 극초음속 미사일로 추정되는 미사일을 쏘아 올린 지 이틀 만이다. 북한은 9월 한 달 동안 4차례의 미사일 도발과 3차례의 담화를 번갈아 내며 한반도 정세를 뒤흔들고 있다. 그러나 1일 청와대는 북한의 신형 지대공미사일 발사에도 불구하고 유감 표명 없이 반응을 자제했다. ‘도발’도 언급하지 않았고,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국군의날 기념식에서 북한을 언급하지 않고 다시 한 번 종전선언을 꺼내 들었다. ○ 北, 기동성·안정성 높인 지대공미사일 개발 조선중앙통신은 1일 “국방과학원은 9월 30일 새로 개발한 반항공(反航空·지대공) 미사일의 종합적 전투 성능과 함께 발사대, 탐지기, 전투종합지휘차의 운용 실용성을 확증하는 데 목적을 두고 시험 발사를 진행했다”고 보도했다. 시험 발사 현장에 김 위원장은 불참했다. 북한이 공개한 미사일은 지난해 10월과 올해 1월 열병식에서 등장한 신형 지대공미사일로 추정된다. 발사관 4개가 탑재된 이동식발사차량(TEL)도 열병식 때 선보인 것과 동일하다. 특히 이번에 공개된 미사일은 요격미사일의 상단과 하단에 조종 날개가 달려 기동성과 자세 제어 등 안정성을 강화한 것으로 보인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전문연구위원은 “미사일이 2단으로 분리돼 있고 장거리 지대공 미사일의 특징인 추진로켓(부스터)을 사용해 속도와 사거리가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북한은 이번 발사 등 올해 7차례 미사일 도발에 나섰는데 그중 4차례를 지난달에 집중했다. 그러면서도 9월 한 달 동안 김 위원장 시정연설,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 담화 등을 통해 △통신선 복원 △연락사무소 재설치 △종전선언 △남북 정상회담 등을 언급했다. 강온 전략을 번갈아 쓰며 한국과 미국의 향후 한반도 전략을 시험해보는 ‘떠보기 전략’이라는 분석이다. 외교가에서는 “향후 대화 국면으로 접어들기에 앞서 주도권을 쥐려는 속셈”이라는 관측도 있다. ○ 文, 북한 언급 없이 “종전선언 국제사회에 제안”북한의 이런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북한을 자극하지 않는 신중한 기조를 이어갔다. 문 대통령은 이날 해병대 주관으로 경북 포항에서 열린 국군의날 기념식에서 “나는 우리의 든든한 안보태세에 자부심을 갖고 있다”며 “이러한 신뢰와 자부심을 바탕으로 ‘한반도 종전선언’과 ‘화해와 협력의 새로운 시대’를 국제사회에 제안한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제안한 종전선언을 재차 강조한 것. 문 대통령은 연설에서 ‘북한’을 한 번도 언급하지 않았다. 그 대신 “국군 최고통수권자의 가장 큰 책무는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를 만들고 지키는 것”이라며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그 어떤 행위에 대해서도 정부와 군은 단호히 대응할 것”이라고만 했다. 청와대 역시 이날 북한 미사일 발사와 관련해 공식 입장을 내지 않았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만 했다. 통일부도 “남북 간 대화 재개를 통해 한반도 정세가 안정적으로 유지되도록 노력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특히 정부는 지난달 25일 김여정이 담화에서 남북 정상회담 등 가능성을 내비치며 “우리 자위권 차원의 행동을 모두 위협적인 ‘도발’로 매도하지 말라”고 노골적으로 요구한 뒤 더욱 북한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모습이 역력하다. 한 외교 소식통은 “임기 말 남북 관계 회복을 절실하게 바라는 문재인 정부에 북한이 ‘당근’을 수시로 던지며 도발에 눈감으라고 한 의도에 말려든 것”이라고 지적했다. 탈북 외교관 출신인 국민의힘 태영호 의원도 “북한 입장에선 정치적 선언에 불과한 종전선언 등을 할 수 있다는 제스처만으로도 자신들의 국방 시나리오를 전개할 명분이 생긴 것”이라며 “동시에 남측에 미국을 상대로 대북제재 완화를 받아내라고 주장할 수 있으니 일석이조”라고 말했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강경화 전 외교부 장관이 국제노동기구(ILO) 사무총장에 입후보했다. 외교부는 1일 스위스 제네바에 위치한 ILO 사무국에 강 전 장관의 등록서류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차기 ILO 사무총장은 ‘입후보 등록→선거운동 및 공식 청문회→투표’ 등 절차를 거쳐 내년 3월 이사회에서 결정된다. 당선 시 내년 10월 1일부터 임기를 시작한다. 후보자 등록기간 마지막 날인 이날 현재 강 전 장관을 포함해 5명(한국, 남아프리카공화국, 토고, 프랑스, 호주)이 입후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만약 강 전 장관이 당선된다면 아시아 최초이자 여성 최초로 ILO 사무총장 자리에 오르게 된다. 정부 관계자는 “강 전 장관의 이력이 워낙 좋은 데다 여성이란 상징성도 있는 만큼 기대하는 건 사실”이라면서도 “선거라는 것 자체가 워낙 변수가 많은 만큼 결과를 예단하긴 힘들다”고 전했다. ILO는 세계보건기구(WHO), 유엔교육과학문화기구(UNESCO)처럼 유엔 산하기구 중 하나로 노동 분야에선 세계적인 권위를 인정받고 있다. 1919년 창설됐고 스위스 제네바에 본부를 두고 있다. ‘자유롭고 평등하고 안전하게’ 인간의 존엄성을 유지할 수 있는 노동 보장을 목표로 한다. 강 전 장관은 2017년 6월 여성 최초이자 문재인 정부 초대 외교부 수장으로 취임해 3년 8개월 재직하고 올해 2월 퇴임했다. 이후 이화여대 석좌교수로 재직 중이다. 강 전 장관은 외교부 장관 부임 전 외교부 장관 보좌관 및 국제기구정책관을 거쳐 2006년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 부판무관이 됐다. 이후 2013년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 사무차장보·부조정관, 2016년 유엔 사무총장 인수위원장과 정책특보 등 유엔 고위직을 두루 거쳤다.신진우기자 niceshin@donga.com}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29일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일단 10월 초부터 관계 악화로 단절시킨 북남 통신연락선들을 다시 복원하겠다”고 밝혔다고 조선중앙통신이 30일 보도했다. 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남북 정상회담 가능성을 언급한 지 4일 만에 김 위원장이 직접 남북관계 개선 의지를 드러낸 것. 북한은 7월 전격 복원한 통신선을 한미 연합훈련 등을 이유로 8월 10일 일방적으로 끊었다. 하지만 김 위원장은 한국 정부가 “대결적인 자세를 버려야 한다”며 “종전선언에 앞서 불공정한 이중적인 태도, 적대시 관점과 정책들부터 철회돼야 한다는 게 불변한 요구”라고 조건을 내걸었다. 김 위원장은 미국을 겨냥해선 “우리에 대한 미국의 군사적 위협과 적대시 정책은 조금도 달라진 것이 없다”며 “그 표현 형태와 수법은 더욱 교활해지고 있다”고 비난했다. 미 국무부는 동아일보에 “미국은 북한에 적대적 의도를 품고 있지 않다”며 “우리는 전제조건 없이 북한과 만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워싱턴=유승진 특파원 promotion@donga.com}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남북 통신선 복원 의사를 밝히는 등 직접 관계 개선 의지를 드러내자 정부는 “대화의 물꼬가 터졌다”는 반응이다. 여권에서는 실무회담 등 수순을 밟아 문재인 정부 임기 내인 올해 말 또는 내년 초 남북 정상회담이 성사될 가능성을 거론하고 있다. 다만 김 위원장이 관계 개선과 종전선언의 조건으로 대북 적대시 정책 철회를 내걸고 한국 정부에 태도를 바꾸라며 공을 넘긴 만큼 실제 정상회담 성사 여부는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론도 정부에서 나온다. 대북 적대시 정책에는 한미 연합훈련과 미군의 한반도 전략자산 전개 중단 등 한미동맹을 흔드는 사안이 포함된다. 김 위원장은 북한이 요구하는 대북제재 완화 카드를 만지지 않는 조 바이든 미 행정부에는 “‘외교적 관여’와 ‘전제조건 없는 대화’를 주장하지만 국제사회를 기만하고 적대행위를 가리기 위한 허울”이라며 강경한 비난을 쏟아냈다. 한미 간 갈라치기를 시도한 것. 청와대는 대화 재개 가능성이 높아졌다면서도 북-미 협상이 시작되지 않는 상황에서 남북 정상회담이 먼저 이뤄지기는 어렵다는 속내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남북 실무회담→정상회담 기대김 위원장은 통신선 복원을 언급해 이틀 전인 지난달 27일 “남북 통신선부터 우선 복원하라”고 한 청와대에 화답하는 형식을 취했다. “남조선(한국)에 도발할 목적도 이유도 없으며 위해를 가할 생각이 없다”고도 했다. 하지만 “북남(남북)관계가 회복되고 새로운 단계로 발전해 나가는가 아니면 계속 지금과 같은 악화 상태가 지속되는가 하는 것은 남조선 당국의 태도 여하에 달려 있다”고 했다. 청와대와 정부는 일단 공식적으로는 신중한 입장을 유지했다. 하지만 내부적으로는 김 위원장의 연설 직후 통신선 복원을 전제로 다음 남북 대화 프로세스까지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다른 관계자는 “김 위원장이 직접 나선 만큼 통신선 재개 후 남북 영상 실무회담까진 무난한 수순으로 본다”고 기대했다. 일각에선 내년 2월 베이징 겨울올림픽 등에서 남북 정상이 만나는 시나리오도 거론된다. ‘통신선 복원→고위급 실무회담→정상 간 핫라인 연결’ 등 과정에 속도가 붙으면 정상회담까지 가지 않겠느냐는 것. ○ “한미동맹 흔들 조건 걸고 韓에 美 설득 압박”다만 청와대와 정부는 남북이 통신선 복원 이상의 관계 개선으로 나아가려면 결국 북한이 조건으로 내건 ‘대북 적대시 정책 철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미 간 협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김 위원장이 정부에 “미국을 설득해 대화 조건을 만들라”고 압박한 셈이기 때문이다. 실제 김 위원장은 미국의 대북정책을 겨냥해 “적대시 정책이 달라진 게 없다” “교활하다”는 표현까지 쓰며 백악관을 비난했다. 특히 김 위원장은 “미국과 남조선이 도를 넘는 무력증강, 동맹군사활동을 벌이며 조선반도(한반도) 주변의 안정과 균형을 파괴시키고 있다”며 “남조선 당국은 우리에 대한 대결적 자세부터 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남조선은 도발을 억제해야 한다는 망상과 위기의식·피해의식에서 빨리 벗어나야 한다”고도 했다. 한미 훈련 중단 등 우리 안보와 직결된 조건들을 줄줄이 내세워 한미동맹 자체를 흔들려는 의도를 드러낸 것이다. 외교부 1차관을 지낸 조태용 국민의힘 의원은 “북한이 미국 대신 남측에 먼저 손을 내민 건 이례적”이라면서 “그만큼 바이든 행정부의 원칙 기조에 부담을 느끼는 것”이라고 했다.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박효목 기자 tree624@donga.com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북한의 우라늄 농축 시설은 탐지나 감시가 힘들어 더 어려운 문제다.” 이달부터 1년간 국제원자력기구(IAEA) 이사회 신임 의장을 맡는 신재현 주오스트리아 대사(사진)는 28일 동아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최근 영변 핵시설 재가동 등에 나선 북핵 문제에 대해 우려를 표시했다. 특히 신 대사는 우라늄 농축 시설에 주목했다. “원자로에서 나온 폐연료봉을 재처리해 플루토늄을 생산하는 것도 문제지만 우라늄 농축을 통해 고농축우라늄(HEU)을 생산하면 IAEA조차 감시나 검증이 어렵다”는 것. 플루토늄과 HEU는 모두 핵무기 원료다. 신 대사는 “북한이 우선 핵시설 신고를 해야 한다”며 “이후 하루빨리 IAEA가 현장에서 핵사찰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그에 앞서 남북미 등 핵협상 주요국들이 대화를 통해 정치적 합의부터 해야 한다”고도 했다.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출과 관련해 신 대사는 “세계 인류의 건강과 안전 보호 측면에서 접근해야 하는 사안”이라며 “IAEA가 감시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향후 안전성 검증 과정 등에 한국 등 이해당사자의 적극적인 참여가 보장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국이 이사회 의장을 배출한 건 1957년 IAEA 창설 회원국으로 가입한 후 처음이다. IAEA는 각국의 핵 검증·사찰과 원자력 안전 등을 논의·심의하는 핵 관련 최고 권위의 국제기구다. IAEA 의장국은 전 세계 8개 지역에서 돌아가며 맡는 것이 관례인데 우리가 속한 극동 지역에서는 그동안 일본만 7차례 중 6차례를 독점했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2015년 한일 간 일본군 위안부 합의의 당사자인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전 외무상이 다음달 초 일본 총리로 취임하면서 한일관계에 미칠 영향이 주목된다. 청와대는 29일 일본 집권 자민당 총재로 기시다 전 외무상이 선출된 것과 관련해 한일 관계 발전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우리 정부는 새로 출범하게 될 일본 내각과 한일 간 미래지향적 관계 발전을 위해 계속해서 협력해 나가고자 한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기시다 총재가 일본 총리로 공식 취임하는 다음달 4일에 맞춰 문재인 대통령의 축전을 보낼 예정이다. 또 다른 청와대 참모는 “한일관계를 아직 예단하기는 이르다”며 “한일 관계의 발전을 위해 계속 노력해 나간다는 입장은 변함이 없다”고 했다. 외교부는 이날 “새로 출범하게 될 일본 내각과 한일 간 미래지향적 관계 발전을 위해 계속해서 협력해 나가고자 한다”는 공식 입장을 내놓았다. 다만 내부적으로는 한일관계의 획기적 개선으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정부 관계자는 “기시다는 온건파에 속하지만 2015년 당시 외무상으로 한일 위안부 합의를 이끌어낸 주역”이라며 “자신의 유산을 번복하면서까지 과거사 문제에 대한 한국 요청을 들어주긴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문재인 정부가 위안부 합의를 사실상 파기했다고 일본 정부가 보고 있는 만큼 기시다 총리도 앙금이 남아 있을 것이라는 의미다. 박철희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도 “위안부 합의와 관련해 현 정부에 감정이 좋진 않을 것”이라며 “기시다 입장에선 한일 관계 개선이 가져다줄 정치적 인센티브도 없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한일 양국이 과거사 문제를 풀 구체적 해법을 내놓지 않는 한일 관계도 평행선을 달릴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기시다는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문제에 대해 “한국이 국제법 및 국제 합의부터 준수해야 한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 주일대사를 지낸 신각수 전 외교통상부 차관은 “강제징용 문제로 일본 사회는 과거사 문제에 상당히 경직돼 있다”며 “우리 정부가 먼저 물밑에서 강제 징용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이 없는 이상 기시다가 현재의 보수 노선을 쉽게 틀긴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일각에선 기시다의 온건적 성향이 한일 관계 개선에 도움을 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신 전 차관은 “기시다 내각이 다가올 중의원 선거 등에서 좋은 결과를 거둔다면 아베 전 총리나 아소 다로 부총리 등의 그늘에서 벗어나 한일 관계에서 반전을 꾀할 여지는 있다”고 했다.신진우기자 niceshin@donga.com박효목기자 tree624@donga.com}

“북한의 우라늄 농축 시설은 탐지나 감시가 힘들어 더 어려운 문제다.” 이달부터 1년간 국제원자력기구(IAEA) 이사회 신임 의장을 맡는 신재현 주오스트리아 대사는 28일 밤 동아일보와 인터뷰에서 최근 영변 핵시설 재가동 등에 나선 북핵 문제에 대해 우려를 표시했다. 특히 신 의장은 우라늄 농축 시설에 주목했다. “원자로에서 나온 폐연료봉을 재처리해 플루토늄을 생산하는 것도 문제지만 우라늄 농축을 통해 고농축우라늄(HEU) 생산 시 IAEA조차 제대로 감시나 검증이 어렵다”고 지적한 것. 플루토늄과 HEU는 모두 핵무기 원료다. 우라늄 농축 시설의 경우 플루토늄 생산처럼 원자로 가동이 필요 없는 데다 은폐도 쉬워 운용 여부를 파악하기 힘들다. 신 의장도 이러한 측면에서 고충을 토로한 것이다. 최근 미국 미들베리 국제학연구소는 위성사진 분석 결과 북한이 영변 핵시설에서 HEU를 25%가량 더 생산할 수 있는 규모로 시설을 확충했다고 밝혔다. 신 의장은 “북한 내 핵시설을 10년 넘게 직접 들여다보지 못해 갑갑한 상황”이라고도 했다. 이어 “북한이 우선 핵시설 신고를 해야 한다”며 “이후 하루 빨리 IAEA가 현장에서 핵사찰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그에 앞서 남북미 등 핵협상 주요국들이 대화를 통해 정치적 합의부터 해야 한다”고도 했다. 신 의장은 최근 라파엘 그로시 IAEA 사무총장이 “북한이 전속력으로 핵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힌 것과 관련해선 “제가 직접 사무총장에게 발언의 의미를 확인했더니 ‘북한의 어느 활동을 특정한 건 아니고 우라늄 농축 등 여러 징후를 동시에 지칭한 것’이란 답을 들었다”고 전했다. 한국이 이사회 의장을 배출한 건 1957년 IAEA 창설 회원국으로 가입 후 처음이다. IAEA는 각국의 핵 검증·사찰과 원자력 안전 등을 논의·심의하는 핵 관련 최고 권위의 국제기구로 그 안에서 이사회는 35개국이 모여 주요 안건을 심의하고 총회에 권고하는 핵심 의사결정기구다. 유엔으로 치면 안전보장이사회와 비슷한 역할을 하는 것. IAEA 의장국은 전 세계 8개 지역에서 돌아가며 맡는 것이 관례인데 우리가 속한 극동 지역에서는 그동안 일본만 일곱 차례 중 여섯 차례를 독점했다. 신 의장은 “일단 원자력 볼모지에서 세계 6번째 원자력 강국이 된 힘을 국제사회가 인정해 준 것”이라며 “의장국이 되기 위해 저는 물론 외교부가 전방위적으로 나서서 회원국 하나하나 설득 작업도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취임 첫날인 어제 단상에 오르니 우리나라가 60년 넘게 외교 전쟁 속에서 가난과 어려움을 극복한 여정이 떠올라 뭉클했다”고도 했다. 외교부 북핵외교기획단장, 북미국장 등을 지낸 신 의장은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 청와대 외교정책비서관으로 발탁돼 남북, 북-미 정상회담 등에 깊숙이 관여했다. 신 의장은 “대한민국 외교관에게 북핵 문제는 하나의 숙명적인 과제”라고 말했다. 우리 국민의 주요 관심사 중 하나인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관련해 신 의장은 단호한 입장을 전달했다. 그는 “이건 한일 간 문제가 아닌 지역을 넘어 세계 인류의 건강과 안전 보호 측면에서 접근해야 하는 사안”이라며 “IAEA가 감시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향후 안전성 검증 과정 등에 한국 등 이해당사자의 적극적인 참여가 보장돼야 한다는 게 저는 물론 IAEA의 기조”라고 덧붙였다. 신 의장은 아르헨티나 출신인 그로시 사무총장과의 호흡도 자신했다. 그는 “그로시 사무총장이 2019년 취임하기 전 대사로 있을 때부터 저와는 주말에도 수시로 통화하는 등 각별한 관계였다”며 “북한, 이란 문제 등 다양한 이슈에서 서로 존중하고 말이 잘 통하는 사이”라고 했다.신진우기자 niceshin@donga.com}
북한이 28일 ‘초음속 미사일’로 추정되는 미사일을 발사했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미사일 발사를 도발이라 부르지 않으면 남북 정상회담도 가능하다’고 한 지 사흘 만이자, 이번 달 들어 세 번째 미사일 발사다. 13일 전 북한의 열차 발사 탄도미사일을 “도발”이라고 했던 청와대는 이번엔 도발이나 규탄 대신에 “유감”이라는 표현만 썼다.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오전 6시 40분경 북한 자강도 무평리 일대에서 동쪽으로 단거리 미사일로 추정되는 발사체 1발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무평리는 2017년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인 ‘화성-14형’ 시험발사를 실시한 곳이다. 청와대는 이날 오전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연 뒤 “한반도의 정세 안정이 매우 긴요한 시기에 이뤄진 발사에 대해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국방부도 북한이 발사한 미사일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 제재 결의안 위반인 탄도미사일인지 밝히지 않았다. 김성 유엔 주재 북한대사는 이날 미사일 발사 20분 뒤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엔총회에서 미국을 겨냥해 “(종전을 원하면) 우리를 겨냥한 합동군사연습과 각종 전략무기 투입을 영구 중지하라”고 요구했다. 반면 미 국무부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규탄한다”면서도 “우리는 북한과 외교적 접근에 전념하고 있고, 북한이 대화에 관여하길 촉구한다”고 밝혔다.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28일 단거리미사일을 발사한 북한은 이달에만 미사일 발사와 한미를 겨냥한 담화 발표를 3차례씩 집중하며 한반도 정세를 뒤흔들고 있다. 무력시위에 나서는 동시에 조건부 대화 가능성을 주면서 ‘강온 양면 전술’을 노골화하고 있는 것. 향후 대화 재개를 둘러싸고 남북미 간 치열한 수싸움이 벌어질 때 자신들이 판의 주도권을 쥐고 흔들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특히 전문가들은 북한의 이번 발사를 종전 선언과 남북 정상회담을 원하는 한국이 자신들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미사일 발사를 도발로 부르는지 떠보기 위한 계산된 전략으로 봤다. 한국은 “도발” 표현을 피했지만 미국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 위반”이라며 불법으로 규정하고 “규탄”해 온도 차를 보였다.○ “도발로 부르지 말라” 뒤 미사일 발사 북한이 올해 6차례 발사한 미사일 중 절반이 이달에 집중됐다. 11∼12일, 15일 이후 13일 만인 28일 단거리미사일을 쏘아 올렸다. 그런 가운데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이달에만 3차례 입장을 내며 종전 선언과 남북 공동연락사무소 설치, 남북 정상회담의 조건으로 “우리를 향해 ‘도발’이라는 막돼먹은 평을 하지 말라”며 대북 적대시 정책 철회를 조건으로 내걸었다. 불과 사흘 뒤 미사일을 발사해 한미가 어떻게 반응하는지 시험대에 올린 것. 김성 유엔 주재 북한대사는 27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진행된 유엔총회 연설에서 “한반도에 전개된 전략자산 철수와 한미 훈련의 영구 중단”을 종전 선언 조건으로 내걸며 허들을 높였다. 김성은 “미국이 우리에 대한 위협을 그만둔다면 조미(북-미) 관계와 북남(남북) 관계에서 밝은 전망이 열릴 것으로 확신한다”고 했다. 하지만 “현 단계에서 미국이 대조선 적대시 정책을 실지로 포기할 전망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우리의 판단”이라고 했다. 김성은 특히 “(북한에는) 외국 군대가 없다. 남조선(한국)엔 3만 명의 미군이 수많은 군사기지에 주둔하며 언제든지 우리에 반대하는 군사행동을 취할 수 있는 항시적 전쟁 준비 태세를 갖추고 있다”고 했다. 주한미군 철수 요구도 내비친 것이다.○ 韓 ‘도발’ 표현 자제, 美는 “결의 위반 규탄” 북한이 ‘조건부 남북 관계 복원’ 제안 사흘 만에 미사일을 발사한 건 결국 한미가 어떻게 나오는지 보려는 ‘떠보기’라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 관계자는 “한미가 저자세로 나오면 그 자체로 이득이고, 반대로 강경하게 나오면 향후 추가 미사일 도발 등의 명분으로 삼을 수 있다”며 “북한 입장에선 잃을 게 없는 ‘꽃놀이패’”라고 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도 “미사일 시험 자체보다 한국이 (도발로 부르지 말라는) 이중 기준 철회 요구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보려는 의도”라고 말했다. 한미가 반응 수위를 조절해주면 이를 명분 삼아 북한이 대화 국면으로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청와대는 이날 미사일 발사를 ‘도발’로 규정하지 않고 ‘유감’만 표명했다. 외교부, 통일부도 같은 입장을 되풀이했다. 국방부는 미사일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 제재 결의 위반인 탄도미사일인지 밝히지 않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최근 북한의 담화와 미사일 발사 상황을 종합적으로 면밀히 분석해 대응 방안을 마련하라”고만 했다. 미 국무부는 대화를 언급하면서도 미사일 발사가 “안보리 결의 위반이고 위협”이라고 했다. 일각에선 “우리 정부가 저자세로 나갈수록 북한이 남북 관계를 쥐고 흔들려고 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박효목 기자 tree624@donga.com}

28일 단거리 미사일을 발사한 북한은 이번 달에만 미사일 발사와 한미를 겨냥한 담화 발표를 각각 3차례씩 집중하며 한반도 정세를 뒤흔들고 있다. 무력시위에 나서는 동시에 조건부 대화 가능성을 여지를 제공하면서 강온 양면 전술을 노골화하고 있는 것. 향후 대화 재개를 둘러싸고 남북미 간 치열한 수 싸움이 벌어질 때 자신들이 판의 주도권을 쥐고 흔들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종전선언과 남북 정상회담을 원하는 한국이 자신들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미사일 발사를 도발로 부르는지 떠보기 위한 계산된 전략으로 봤다. 북한은 미국에는 유엔에서 “한반도에 전개된 전략 자산 철수와 한미 훈련의 영구 중단”을 종전선언 조건으로 내걸며 허들을 높였다. ● 北, 9월에만 미사일·담화 3차례 씩 집중 북한은 올해 6차례 미사일 발사에 나섰다. 그 중 절반이 이번 달에 집중됐다. 11일과 12일 신형 장거리순항미사일 발사에 이어 나흘 뒤 탄도미사일로 수위를 끌어올렸고, 다시 13일 만인 28일 단거리미사일을 쏘아 올렸다. 그런 가운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이번 달에만 3차례 입장을 냈다. 25일에는 “종전선언은 물론이고 남북 공동연락사무소 재설치, 남북 정상회담 등도 빠른 시일 내 해결될 수 있다”고 밝힌 것. 그러나 “우리를 향해 ‘도발’이라는 막돼먹은 평을 하지 말라”며 대북 적대시정책 철회를 조건으로 내걸었다. 미군의 전략자산 철수, 한미 연합훈련 중단, 대북 제재 해제 등이 포함는 개념으로 한미동맹과 직결되는 민감한 사안들이다. 김성 유엔주재 북한 대사도 27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유엔총회 연설에서 김여정의 주장과 궤를 같이 했다. 김 대사는 “미국이 우리에 대한 위협을 그만둔다면 조미(북-미) 관계와 북남(남북) 관계에서 밝은 전망이 열릴 것으로 확신한다”며 “미국이 행동으로 적대시 정책을 철회할 용단을 보여준다면 우리도 언제든지 기꺼이 화답할 준비가 돼 있다”고 했다. 하지만 “현 단계에서 미국이 대조선 적대시 정책을 실지로 포기할 전망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우리의 판단”이라고 했다. 김성은 특히 “(북한에는) 외국 군대가 없다. 남조선(한국)엔 3만 명의 미군이 수많은 군사기지에 주둔하며 언제든지 우리에 반대하는 군사행동을 취할 수 있는 항시적 전쟁준비태세를 갖추고 있다”고 했다. 주한미군 철수 요구도 내비친 것이다.● 정부, 북 요구대로 ‘도발’ 표현 자제 북한이 ‘조건부 남북관계 복원’ 제안 사흘 만에 미사일을 발사한 건 결국 한미가 어떻게 나오는지 보려는 ‘떠보기’라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 관계자는 “한미가 저자세로 나오면 그 자체로 이득이고, 반대로 강경하게 나오면 향후 추가 미사일 도발 등 명분으로 삼을 수 있다”며 “북한 입장에선 잃을 게 없는 ‘꽃놀이패’”라고 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도 “미사일 시험 자체보다 한국이 (도발로 부르지 말라는) 이중기준 철회 요구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보려는 의도”라고 말했다. 한미가 반응 수위를 조절해주면 이를 명분삼아 북한이 대화 국면으로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청와대는 이날 미사일 발사를 ‘도발’로 규정하지 않고 ‘유감’만 표명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으로부터 NSC 상임위 긴급회의 결과를 보고 받고 “최근 북한의 담화와 미사일 발사 상황을 종합적으로 면밀히 분석해 대응 방안을 마련하라”고만 했다. 일각에선 “우리 정부가 저자세로 나갈수록 북한이 남북 관계를 쥐고 흔들려고 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청와대는 27일 남북 관계 개선을 위해 북한이 지난달 단절한 남북통신연락선을 우선 복원해야 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남북 공동연락사무소 재설치, 정상회담 개최를 언급한 상황에서 통신선 복원을 통한 남북 간 소통부터 시작하자는 우리 측의 선결 조건을 내민 것. 하지만 북한은 이날 오전에도 남측의 통화 시도에 응답하지 않았다. 박수현 대통령국민소통수석비서관은 이날 CBS 라디오에서 “통신선 복원에 대한 북한의 응답을 통해 북한의 (남북 관계 개선) 의지를 확인할 수 있지 않겠느냐”며 “통일부의 제안에 따라 북한이 우리의 호출에 응답하고, 서로 그런 채널을 통해 각급 단위의 대화를 하는 등 이렇게 1단계로 나아가는 것이 남북 관계 개선에서 최소한의 시나리오인 것 같다”고 했다. 박 수석은 김여정이 24, 25일 이틀 연속 내놓은 입장문에서 ‘적대시 정책 철회’ ‘상호존중’ 등의 조건을 제시한 데 대해 “두루뭉술한 표현으로 요구사항을 과거처럼 구체적으로 제시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종합적으로 보면 북한이 대화의 여지를 과거보다 능동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해석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여정이 제시한 조건들은 결국 미국의 전략자산 철수, 한미 훈련 중단, 대북제재 해제 등과 직결되는 것으로 백악관과 청와대 모두 선뜻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박 수석은 또 문재인 대통령이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제안한 종전선언에 대해 “미국은 긍정적인 반응을 발신하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며 “중국도 좋은 반응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남북 관계와 북-미 관계는 함수 관계에 있다”며 “남북 관계 개선만 갖고 급하게 정상회담을 거론하는 것보다는 북-미 관계 등을 신중하고 면밀하게 보고 있다”고 밝혔다. 박효목 기자 tree624@donga.com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북한이 영변 핵시설 내 50MW 원자로 건물의 폐연료봉 보관 시설의 지붕과 벽을 해체했다고 미국의 북한 전문매체 38노스가 보도했다. 북한이 영변 내 핵 연료봉 제조 시설을 우라늄 농축 공장으로 개조하기 위한 작업일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38노스는 상업용 인공위성 사진을 분석한 결과 북한이 5월 22일경에서 6월 6일 사이 폐연료봉 보관 시설의 지붕 해체를 시작했고, 8월 25일에는 벽까지 해체를 완료했다고 24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매체는 “영변의 다른 원자로에서 나온 폐연료봉을 보관하기 위해 재정비하는 것이거나, 우라늄 농축을 하기 위해 시설을 개조하는 것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은 27일(현지 시간) 1957년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가입한 지 64년 만에 처음으로 차기 이사회 의장국으로 선출됐다. 외교부는 이날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IAEA 이사회에서 한국이 만장일치로 의장국에 선출됐다고 밝혔다. 신재현 주오스트리아 한국대사가 내년 9월까지 1년 동안 의장직을 맡게 된다. IAEA 이사회는 회원국 중 35개국이 모여 북한 및 이란의 핵 문제와 검증, 사찰, 핵안보 문제 등을 심의하고 총회에 권고하는 IAEA 핵심 의사 결정기구다. IAEA에서 유엔의 안전보장이사회와 비슷한 역할을 한다. 정부는 IAEA 사무국과 긴밀히 협의해 북핵 문제와 관련한 미국 중국 러시아 등 핵심 이사국의 입장을 미리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의장국 수임은 일본의 독점 관행을 깨고 따낸 것이라 의미가 크다고 정부는 설명했다. 한국은 IAEA 내에서 일본 중국 등이 포함된 ‘극동그룹’에 속해 있다. 8개 그룹이 1년씩 돌아가며 의장국을 선출한다. 하지만 앞서 극동그룹에 돌아온 기회 7번 가운데 원자력 강국인 일본이 6번, 베트남이 1번 의장국을 맡았다. 이번에는 우리 정부가 일본의 의장국 독식에 형평성 문제를 제기했다. 의장국 입후보 의사를 사전에 알린 뒤 일본 등 모든 극동그룹 국가의 동의를 얻었다. 청와대는 최근 “북한이 전속력으로 플루토늄 분리, 우라늄 농축을 진행하고 있다”는 IAEA의 평가에 “별도 의견이 없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IAEA는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방출 문제도 다룬다. 다만 외교부 당국자는 “이사회 의장은 중립성 객관성을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의장국이 됐다고 해서 특정 국가의 입장을 요구할 수 없다”고 했다.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청와대는 27일 남북 관계 개선을 위해 북한이 지난달 단절한 남북통신연락선을 우선 복원해야 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남북 공동연락사무소 재설치, 정상회담 개최를 언급한 상황에서 통신선 복원을 통한 남북 간 소통부터 시작하자는 우리 측의 선결 조건을 내민 것. 하지만 북한은 이날 오전에도 남측의 통화시도에 응답하지 않았다.박수현 대통령국민소통수석비서관은 이날 CBS라디오에서 “통신선 복원에 대한 북한의 응답을 통해 북한의 (남북관계 개선) 의지를 확인할 수 있지 않겠느냐”며 “통일부의 제안에 따라 북한이 우리의 호출에 응답하고, 서로 그런 채널을 통해 각급 단위의 대화를 하는 등 이렇게 1단계로 나아가는 것이 남북관계 개선에서 최소한의 시나리오인 것 같다”고 했다. 박 수석은 김여정이 24, 25일 이틀 연속 내놓은 입장문에서 ‘적대시 정책 철회’ ‘상호존중’ 등의 조건을 제시한데 대해 “두루뭉술한 표현으로 요구사항을 과거처럼 구체적으로 제시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종합적으로 보면 북한이 대화의 여지를 과거보다 능동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해석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여정이 제시한 조건들은 결국 미국의 전략자산 철수, 한미 훈련 중단, 대북제재 해제 등과 직결되는 것으로 백악관과 청와대 모두 선뜻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박 수석은 또 문재인 대통령이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제안한 종전선언에 대해 “미국은 긍정적인 반응을 발신하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며 “중국도 좋은 반응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남북 관계와 북-미 관계는 함수 관계에 있다”며 “남북 관계 개선만 갖고 급하게 정상회담을 거론하는 것보다는 북-미 관계 등을 신중하고 면밀하게 보고 있다”고 밝혔다. 박효목 기자 tree624@donga.com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사진)이 남북 정상회담 가능성을 언급했다. 미국 국무부도 “남북 대화와 관여, 협력을 지지한다”고 밝혀 남북 정상회담이 문재인 대통령 임기 말 한반도 정책의 변수가 될 가능성이 커졌다. 김여정은 25일 “종전이 때를 잃지 않고 선언되는 것은 물론 북남 공동연락사무소 재설치, 북남 수뇌 상봉(정상회담) 등 관계 개선의 여러 문제도 건설적인 논의를 거쳐 이른 시일 내 해결될 수 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의 종전선언 제안에 24일 “흥미 있는 제안”이라고 한 데 이어 다음 날 정상회담을 꺼내 든 것. 북한이 남북 정상회담 가능성을 언급한 건 2019년 남북미 정상의 판문점 회동 이후 처음이다. 다만 북한은 대북 적대시 정책 철회 등 민감한 사항들을 조건으로 내걸었다. 김여정은 “우리의 자위권 차원의 행동이 모두 위협적인 ‘도발’로 매도되고 있다”며 “미국·남조선식 대북 이중 기준은 비논리적”이라고 비난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2019년 북-미 하노이 ‘노딜’ 이후 끊어진 신뢰가 회복되는 중”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김여정의 제안에 대해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북한이 남북 공동연락사무소 건물을 폭파한 데 대해 사과도 못 받고 (우리 정부가) 다시 지어주면 자존심도 없는 것”이라고 비판했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북한이 2019년 6월 이후 2년 3개월여 만에 남북 정상회담 가능성을 언급하고 나섰다. 문재인 대통령이 유엔총회에서 종전선언을 제안하자 북한이 대화 재개 신호까지 내비치고 나선 것. 이런 북한의 움직임은 내년 3월 한국의 차기 대선, 11월 미국 중간선거가 연이어 다가오는 상황에서 올해 말 또는 내년 초에 제재 완화 등의 돌파구를 열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북한이 대북 적대시 정책 철회 등 민감한 조건들을 명시적으로 제기하면서 남북미 간 수 싸움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김여정 “남북 정상회담 해결 가능”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은 25일 “공정성과 서로에 대한 존중의 자세가 유지될 때 비로소 북남 사이 원활한 소통이 이뤄질 것”이라며 종전선언은 물론이고 남북 공동연락사무소 재설치, 남북 정상회담 등도 빠른 시일 내 해결될 수 있다고 밝혔다. 24일 “종전선언은 나쁘지 않다”고 한 김여정이 재차 나서 공동연락사무소 재설치, 정상회담까지 거론하며 남북 관계 개선 의지를 드러낸 것. 특히 청와대와 여권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동생인 김여정이 직접 남북 정상회담을 언급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북한은 2019년 6월 남북미 정상이 판문점에서 만난 이후 정상회담과 관련해 우호적 발언을 내놓지 않았다. 오히려 지난달 김여정은 한미 연합훈련과 관련해 “청와대가 바라는 임기 말 남북 정상회담은 없을 것”이라고 압박한 바 있다. 2018년 남북 해빙 국면에서 활동했던 김여정의 정상회담 언급에 통일부는 “의미 있게 평가한다”고 밝혔고, 청와대도 “좋은 시그널인 건 사실”이라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역시 “멈춰 있던 남북 대화의 재개를 알리는 파란불”이라고 환영했다. 여권 일각에서는 내년 2월 베이징 겨울올림픽 등 남북 정상회담의 구체적인 시점에 대한 예측까지 고개를 들고 있다. 김여정 역시 “북과 남이 서로 트집 잡고 설전하며 시간 낭비 할 필요가 없다”며 남북 대화에 속도를 내자는 뜻을 밝혔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중국이 판을 깔아주고 (남북미 간) 명분만 맞는다면 베이징 정상회담도 불가능하지 않다”고 했다. 베이징 겨울올림픽은 차기 대선을 한 달가량 앞둔 시점에 열린다. 북한은 2007년 노무현 정부 당시 대선을 두 달여 앞둔 10월에 전격적으로 남북 정상회담에 나선 바 있다. 北, 조건도 더 선명하게 제시그러나 전문가들은 김여정의 남북 관계 복원 손짓이 실제 관계 정상화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라고 평가했다. 김여정이 상호 존중 및 대북 적대시 정책·이중 기준 철회 등을 조건으로 내걸었기 때문이다. 이는 미국의 전략자산 철수, 한미 훈련 중단, 대북제재 해제 등과 직결되는 것으로 백악관과 청와대 모두 선뜻 받아들이기 힘든 사안들이다. 특히 김여정은 “우리의 자위권 차원의 행동은 모두 위협적인 ‘도발’로 매도되고, 자기들의 군비 증강 활동은 ‘대북 억제력 확보’로 미화하는 미국과 남조선식 대조선(대북) 이중 기준은 비논리적”이라고 했다.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등 최근 우리 군의 자주국방 강화 움직임에 대한 노골적인 불만이다. 이에 대해 탈북 외교관 출신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은 “정치적 선언에 불과한 종전선언을 위해 ‘상호 존중’ 원칙에 합의해 주는 순간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해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신범철 경제사회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도 “북한은 도발을 도발이라고 부르지 못하게 만드는 게 사실상 핵보유로 가는 길이란 걸 알고 있다”고 했다. 여기에 북한이 먼저 비핵화에 나서지 않는 이상 대북 제재 완화 등은 없다는 방침을 유지하고 있는 백악관의 태도도 핵심 변수다. 청와대 관계자도 “문 대통령이 전달한 공이 이제 미국으로 넘어갔다”며 “백악관이 이제 어떻게 북한에 그 공을 넘길지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이 움직이지 않는 이상 남북 정상회담을 포함한 남북 관계 복원은 쉽지 않다는 의미다.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유성열 기자 ryu@donga.com}

북한이 2019년 6월 이후 2년 3개월여 만에 남북 정상회담 가능성을 언급하고 나섰다. 문재인 대통령이 유엔총회에서 종전선언을 제안하자 북한이 대화 재개 신호까지 내비치고 나선 것. 이런 북한의 움직임은 내년 3월 한국의 차기 대선, 11월 미국 중간선거가 연이어 다가오는 상황에서 올해 말, 또는 내년 초에 제재 완화 등의 돌파구를 열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북한이 대북 적대시 정책 철회 등 민감한 조건들을 명시적으로 제기하면서 남북미 간 수 싸움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 김여정 “남북 정상회담 해결 가능”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은 25일 “공정성과 서로에 대한 존중의 자세가 유지될 때 비로소 북남 사이 원활한 소통이 이뤄질 것”이라며 종전선언은 물론 남북 공동연락사무소 재설치, 남북 정상회담 등도 빠른 시일 내 해결될 수 있다고 밝혔다. 24일 “종전선언은 나쁘지 않다”고 한 김여정이 재차 나서 공동연락사무소 재설치, 정상회담까지 거론하며 남북 관계 개선 의지를 드러낸 것. 특히 청와대와 여권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동생인 김여정이 직접 남북 정상회담을 언급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북한은 2019년 6월 남북미 정상이 판문점에서 만난 이후 정상회담과 관련해 우호적 발언을 내놓지 않았다. 오히려 지난달 김여정은 한미 연합훈련과 관련해 “청와대가 바라는 임기 말 남북 정상회담은 없을 것”이라고 압박한 바 있다. 2018년 남북 해빙 국면에서 활동했던 김여정의 정상회담 언급에 통일부는 “의미 있게 평가한다”고 밝혔고, 청와대도 “좋은 시그널인 건 사실”이라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역시 “멈춰있던 남북 대화의 재개를 알리는 파란불”이라고 환영했다. 여권 일각에서는 내년 2월 베이징겨울올림픽 등 남북 정상회담의 구체적인 시점에 대한 예측까지 고개를 들고 있다. 김여정 역시 “북과 남이 서로 트집 잡고 설전하며 시간 낭비 할 필요가 없다”며 남북 대화에 속도를 내자는 뜻을 밝혔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중국이 판을 깔아주고 (남북미 간) 명분만 맞는다면 베이징 정상회담도 불가능하지 않다”고 했다. 베이징겨울올림픽은 차기 대선을 한 달 가량 앞둔 시점에 열린다. 북한은 2007년 노무현 정부 당시 대선을 두 달여 앞둔 10월에 전격적으로 남북 정상회담에 나선 바 있다. ● 北, 조건도 더 선명하게 제시그러나 전문가들은 김여정의 남북 관계 복원 손짓이 실제 관계 정상화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라고 평가했다. 김여정이 상호 존중 및 대북 적대시 정책·이중기준 철회 등을 조건으로 내걸었기 때문이다. 이는 미국의 전략자산 철수, 한미 훈련 중단, 대북제제 해제 등과 직결되는 것으로 백악관과 청와대 모두 선뜻 받아들이기 힘든 사안들이다. 특히 김여정은 “우리의 자위권 차원의 행동은 모두 위협적인 ‘도발’로 매도되고, 자기들의 군비증강활동은 ‘대북억제력확보’로 미화하는 미국과 남조선식 대조선(대북) 이중 기준은 비논리적”이라고 했다.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등 최근 우리 군의 자주국방 강화 움직임에 대한 노골적인 불만이다. 이에 대해 탈북 외교관 출신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은 “정치적 선언에 불과한 종전선언을 위해 ‘상호 존중’ 원칙에 합의해주는 순간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해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신범철 경제사회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도 “북한은 도발을 도발이라고 부르지 못하게 만드는 게 사실상 핵보유로 가는 길이란 걸 알고 있다”고 했다. 여기에 북한이 먼저 비핵화에 나서지 않는 이상 대북 제재 완화 등은 없다는 방침을 유지하고 있는 백악관의 태도도 핵심 변수다. 청와대 관계자도 “문 대통령이 전달한 공이 이제 미국으로 넘어갔다”며 “백악관이 이제 어떻게 북한에게 그 공을 넘길지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이 움직이지 않는 이상 남북 정상회담을 포함한 남북 관계 복원은 쉽지 않다는 의미다. 신진우기자 niceshin@donga.com유성열기자 ryu@donga.com}

북한이 영변 핵시설에서 우라늄 농축 시설을 크게 늘리려는 징후가 포착됐다. 원심분리기 1000개가 들어갈 만한 시설 확충에 들어간 흔적이 위성사진을 통해 포착된 것. 원심분리기 1000개는 영변에서만 핵무기 원료인 고농축우라늄(HEU)을 25%가량 더 생산할 수 있는 규모다. 북한이 최근 순항미사일, 탄도미사일 시험발사에 이어 핵시설 가동 움직임까지 본격화하면서 한반도를 둘러싼 긴장감이 더 높아지는 양상이다. 16일(현지 시간) CNN 방송 등에 따르면 미들베리 국제학연구소는 ‘맥사테크놀로지’가 최근 영변 핵시설을 촬영한 위성사진들을 비교 분석했다. 위성사진에 따르면 우라늄 농축 시설로 알려진 건물은 알파벳 ‘U’자 모양으로 돼 있는데, 지난달 3일까지만 해도 이 건물의 가운데 부분은 나무가 있고 잔디까지 깔린 공터였다. 그러나 이번 달 1일 촬영 사진에선 나무가 잘려 있었다. 또 2주가 지난 14일에는 가운데 빈 공간의 바깥쪽 부분에 외벽이 생겨 양쪽 건물과 연결됐고, 기존 공터에는 건축자재 등으로 보이는 물체들이 들어섰다. 연구소는 이렇게 확장된 지역이 1000m²에 달하고, 이는 원심분리기 1000개가 추가로 들어서기에 충분한 공간으로 봤다. 미들베리 국제학연구소의 제프리 루이스 동아시아 비확산센터 소장은 “이는 HEU 생산을 25%가량 증가시킬 수 있는 규모”라고 전했다. 올리 헤이노넨 전 IAEA 사무차장은 최근 미국의소리(VOA)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원자로를 통한) 플루토늄 생산은 대미(對美) 압박의 성격이 강하다”면서 “북한 핵물질 생산의 핵심은 우라늄 농축”이라고 밝혔다.김정은, 열차 미사일 이어 핵탄두용 우라늄 농축 시위 우라늄 농축 시설 확장북한 영변 내 우라늄 농축 시설은 북한이 2010년 미국의 핵물리학자인 시그프리드 헤커 박사를 초청하면서 외부에 처음 공개됐다. 당시 헤커 박사는 “영변에 설치된 2000개의 원심분리기에서 연간 40kg 정도의 고농축우라늄(HEU) 생산이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후 2013년 북한이 영변 우라늄 농축 시설 규모를 두 배가량 확장하는 정황이 포착되면서 영변에서만 최소 4000개의 원심분리기 가동이 가능할 것으로 추정됐다. 여기에 최근 미들베리 국제학연구소는 위성사진 분석을 토대로 기존 원심분리기 4000개에 추가로 1000개가량을 들일 만한 공간까지 북한이 확보했을 가능성을 제기한 것이다. 북한이 5000개의 원심분리기를 가동한다면 영변 우라늄 농축 시설에서만 매년 핵폭탄 4개 분량인 90kg가량의 HEU 생산이 가능하다. 한미 정보당국은 영변이 아닌 강선 등 다른 지역에도 우라늄 농축 시설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우라늄 농축 시설은 감시가 쉽지 않다는 것이 한미 정보당국의 고민이다. 정부 관계자는 “우라늄 농축은 플루토늄 생산처럼 원자로 가동이 필요 없고 은폐도 쉬워 북한이 선호할 가능성이 큰 생산 방식”이라고 밝혔다. 북한의 이번 우라늄 농축 시설 확충 움직임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밝힌 ‘초대형 핵탄두’ 개발과 관련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 위원장은 1월 제8차 당 대회에서 전략적 과업으로 소형·경량화한 전술핵무기 개발, 초대형 핵탄두 개발 등을 언급했다. 미들베리 국제학연구소의 제프리 루이스 동아시아 비확산센터 소장은 “이런 목표를 달성하려면 일단 핵무기로 사용 가능한 플루토늄과 우라늄 양부터 늘려야 한다”고 했다. 일각에선 북한이 향후 대미(對美) 협상 등에서 유리한 자리를 점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핵시설 가동 징후를 노출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신범철 경제사회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은 “이미 노출된 영변 핵시설의 가동 가능성을 보여줄수록 향후 협상 카드로 영변 핵시설의 몸값도 높아진다”고 말했다.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북한이 영변 핵시설에서 우라늄 농축 시설을 크게 늘리려는 징후가 포착됐다. 원심분리기 1000개가 들어갈 만한 시설 확충에 들어간 흔적이 위성 사진을 통해 포착된 것. 원심분리기 1000개는 영변에서만 핵무기 원료인 고농축 우라늄(HEU)을 25% 가량 더 생산할 수 있는 규모다. 북한이 최근 순항, 탄도 미사일 시험발사에 이어 핵 시설 가동 움직임까지 본격화하면서 한반도를 둘러싼 긴장감이 더 높아지는 양상이다. 16일(현지시간) CNN 방송 등에 따르면 미들베리 국제학연구소는 ‘맥사테크놀로지’가 최근 영변 핵시설을 촬영한 위성사진들을 비교 분석했다. 위성사진에 따르면 우라늄 농축시설로 알려진 건물은 알파벳 ‘U’자 모양으로 돼 있는데, 지난달 3일까지만 해도 이 건물의 가운데 부분은 나무가 있고 잔디까지 깔린 공터였다. 그러나 이번 달 1일 촬영 사진에선 나무가 잘려져 있었다. 또 2주 가량 지난 14일에는 가운데 빈 공간의 바깥쪽 부분에 외벽이 생겨 양쪽 건물과 연결됐고, 기존 공터에는 건축자재 등으로 보이는 물체들이 들어섰다. 연구소는 이렇게 확장된 지역이 1000㎡에 달하고, 이는 원심분리기 1000개가 추가로 들어서기에 충분한 공간으로 봤다. 미들베리 국제학연구소의 제프리 루이스 동아시아 비확산센터 소장은 “이는 HEU 생산을 25%가량 증가시킬 수 있는 규모”라고 전했다. 북한은 영변의 5MW 원자로를 7월 초부터 2년 반 만에 재가동한 것이 최근 국제원자력기구(IAEA) 보고서 등을 통해 드러났다. 이번에는 우라늄 농축시설에서 HEU 생산량을 늘리려는 징후까지 포착된 것. 올리 헤이노넨 전 IAEA 사무차장은 최근 미국의소리(VOA)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원자로를 통한) 플루토늄 생산은 대미(對美) 압박의 성격이 강하다”면서 “북한 핵물질 생산의 핵심은 우라늄 농축”이라고 밝혔다. 북한 영변 내 우라늄 농축시설은 북한이 2010년 미국의 핵물리학자인 시그프리드 헤커 박사를 초청하면서 외부에 처음 공개됐다. 당시 헤커 박사는 “영변에 설치된 2000개의 원심분리기에서 연간 40kg 정도의 고농축우라늄(HEU) 생산이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후 2013년 북한이 영변 우라늄 농축 시설 규모를 두 배가량 확장하는 정황이 포착되면서 영변에서만 최소 4000개의 원심분리기 가동이 가능할 것으로 추정됐다. 여기에 최근 미들베리 국제학연구소는 위성사진 분석을 토대로 기존 원심분리기 4000개에 추가로 1000개 가량을 들일만한 공간까지 북한이 확보했을 가능성을 제기한 것이다. 북한이 5000개의 원심분리기를 가동한다면 영변 우라늄 농축시설에서만 매년 핵폭탄 4개 분량인 90kg가량의 HEU 생산이 가능하다. 한미 정보당국은 영변이 아닌 강선 등 다른 지역에서도 우라늄 농축시설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북한의 HEU 생산량이 크게 늘어날 가능성이 있지만, 문제는 우라늄 농축시설은 감시가 쉽지 않다는 것이 한미 정보당국의 고민이다. 정부 관계자는 “우라늄 농축은 플루토늄 생산처럼 원자로 가동이 필요 없고 은폐도 쉬워 북한이 선호할 가능성이 큰 생산 방식”이라고 밝혔다. 북한의 이번 우라늄 농축시설 확충 움직임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밝힌 ‘초대형 핵탄두’ 개발과 관련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 위원장은 1월 제8차 당대회에서 전략적 과업으로 소형·경량화한 전술핵무기 개발, 초대형 핵탄두 개발 등을 언급했다. 미들베리 국제학연구소의 제프리 루이스 동아시아 비확산센터 소장은 “이런 목표를 달성하려면 일단 핵무기로 사용 가능한 플루토늄과 우라늄 양부터 늘려야 한다”고 했다. 일각에선 북한이 향후 대미(對美) 협상 등에서 유리한 자리를 점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핵시설 가동 징후를 노출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신범철 경제사회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은 “이미 노출된 영변 핵 시설의 가동 가능성을 보여줄수록 향후 협상 카드로 영변 핵시설의 몸값도 높아진다”고 말했다.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9·19 남북 평양공동선언 3주년, 남북한 유엔 동시가입 30주년(17일) 등 역사적 모멘텀을 계기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재가동하려던 청와대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7월 27일 남북 통신선이 복원될 때만 해도 청와대는 추석 화상 이산가족 상봉을 포함한 남북 관계 진전에 기대를 걸었지만, 이번 도발로 무위로 돌아갈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특히 15일에는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에 해당하는 탄도미사일을 쏘고, 같은 날 곧바로 문재인 대통령을 “우몽(愚蒙·어리석고 사리에 어두움)하다”고 직격한 것에 당황하는 모양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문 대통령을 겨냥한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의 담화에 대해 “특별히 언급하지 않겠다”고 했다. 문 대통령이 전날 국방과학연구소(ADD)에서 열린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시험 발사 참관 당시 “우리의 미사일 전력 증강이야말로 북한의 도발에 대한 확실한 억지력이 될 수 있다”고 이미 언급한 만큼 더 이상 북한과의 확전은 자제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그 대신 문 대통령의 복심으로 꼽히는 더불어민주당 윤건영 의원이 나섰다. 윤 의원은 이날 MBC 라디오에서 김여정 담화에 대해 “기본이 안 됐다”며 “(SLBM 시험 발사는) 당연히 정상적이고 자위권적인 조치를 한 것”이라고 했다. 윤 의원은 2018년 남북 대화 국면에서 김여정과 여러 차례 만난 바 있다. 청와대가 맞대응을 자제한 건 문 대통령의 임기가 8개월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남북 관계를 더 악화시킬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북한의 탄도미사일 도발은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 사항이라 대통령도 묵과할 수만은 없었던 것”이라며 “이와 별개로 남북 관계 개선을 위한 노력은 계속될 것”이라고 했다. 또 “남북 평양공동선언 3주년에, 추석까지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아쉬운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순항, 탄도미사일을 연이어 쏘아올린 북한이 추가 도발에 나설 경우 문 대통령의 임기 말 남북 관계 구상도 어그러질 가능성이 크다. 당장 북한이 탄도미사일을 기차에서 발사한 사실을 공개하면서 청와대가 남북 협력의 대표 분야로 공을 들여왔던 철도 협력도 운을 떼기가 쉽지 않게 됐다. 탈북 외교관 출신 국민의힘 태영호 의원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북한의 도발은 기계처럼 잘 짜인 각본에 의한 것”이라고 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월 제8차 당 대회를 통해 전술핵 등을 통한 전쟁 억제력 강화를 지시한 만큼 북한은 이에 따라 도발의 수위를 높여나갈 것이라는 얘기다. 신범철 경제사회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도 “북한이 무기체계 성능 테스트 의지를 이번에 보여준 만큼 앞으로도 무력 도발을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북한의 도발로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가 지속되면서 대북 인도적 지원도 계속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서일준 의원이 한국수출입은행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인도적 지원을 위해 집행된 남북 방역협력사업 지원금이 10억 원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에서 각각 219억 원, 146억 원이 집행된 데 비해 크게 감소한 수치다. 박효목 기자 tree624@donga.com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