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리

신나리 기자

동아일보 정치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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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신나리 기자입니다.

journari@donga.com

취재분야

2025-11-07~2025-12-07
대통령33%
외교17%
미국/북미17%
남북한 관계13%
정치일반7%
국방7%
사건·범죄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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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北미사일 발사 포착은 한국, 낙하땐 日… 실시간 공조 첫발

    한국과 미국, 일본은 13일(현지 시간)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3국 정상회담을 갖고 “북한 미사일 경보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하자”고 합의했다. 정보 협력을 강화해 북한에서 날아오는 미사일에 의한 위협을 탐지, 평가하는 능력을 향상시키자는 취지였다. 한미일은 사상 처음으로 3국 공동성명도 채택했다. 미국은 또 이 합의에 앞서선 한국과 일본에 대한 확장억제 강화를 약속했다. 3국 정상이 아시아정상회의(EAS)라는 다자 외교 무대에서 따로 만나 테이블에 둘러앉아 첫 포괄적 공동성명까지 낸 건 그만큼 북한의 위협이 심각하다는 판단에서다. 북한은 올해만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8차례를 포함해 63차례나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이는 이전까지 연간 최다 발사 기록(2019년 25차례)의 2.5배를 넘어서는 수치다. 미사일 정보 공유는 한미일 안보협력의 시작점이란 관측이 나온다. 7차 핵실험이 임박한 것으로 알려진 북한의 위협 속에서 한미일은 3국 관계 강화를 위한 충분한 공감대는 이미 형성했다. 특히 안보협력은 3국 관계를 지지하는 중심축이다. 윤석열 정부는 출범 후 안보협력을 중심으로 한 한미일 관계 강화를 핵심 외교안보 기조로 내세웠다. 이에 한미일 미사일 정보 공유가 어떻게 이뤄질지, 또 이러한 움직임이 어떻게 3국 안보협력 강화로 이어질지 등에 관심이 모아진다.○ 美 중개 없이 한일도 정보 공유 한미일이 합의한 미사일 경보 정보 공유의 핵심은 ‘비수기’ 없는 북한의 탄도미사일 도발에 3국이 함께 ‘실시간’으로 맞서겠다는 것이다. 공동성명 이전엔 3국이 실시간으로 공유할 고리가 없었다. 미사일 경보와 미사일 추적 자료 공유는 전적으로 미국을 축으로 한 양자 차원에서만 이뤄졌기 때문이다. 한미는 연합방위체계에 따라 주한미군, 미일은 주일미군이란 채널로만 미사일 경보를 감지해 왔다. 북한에서 탄도미사일이 발사될 경우 우리 군은 그린파인레이더와 이지스 구축함, 공중조기경보통제기(피스아이) 등 탐지자산으로 미사일 발사 지점, 궤적, 속도 등 세부 정보를 파악한다. 동시에 한미 간 정보 공유 시스템을 통해 미군이 정찰자산으로 파악한 미사일 정보들을 종합하는 과정을 거친다. 일본도 이와 유사하게 미 측과 실시간으로 미사일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군 관계자는 “미 정찰위성으로 파악한 정보의 경우 미사일 발사 이후 한미 간 평가회의 과정에서 미 측이 제공하지만 주한미군이 운용하는 정찰기 등 나머지 탐지자산으로 포착한 초기 미사일 데이터는 한미 간 실시간으로 공유한다”고 전했다. 한국과 일본은 2014년 한미일 정보공유약정(TISA·티사), 2016년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을 체결했다. 하지만 양국 간 실시간으로 정보를 직접 주고받진 않았다. 이에 북한의 갑작스러운 도발에 대한 공조는 어렵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티사는 국방부와 일본 방위성 간 정보 교환 시 미 국방부가 중개 역할을 하게 돼있어 실시간 공유가 어렵다. 지소미아 역시 미사일 발사 이후 양국이 제원과 관련한 정보를 교환하는 방식으로 운영돼 한계가 있다. 이는 그동안 북한이 쏜 미사일의 정체, 비행 고도 및 거리, 발사체 수 등을 놓고 한일이 종종 엇박자를 낸 이유이기도 하다. 실례로 2019년 10월 2일, 합동참모본부는 북한이 비행 고도 910km가량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1발 쐈다고 분석했지만, 일본은 2발의 발사체를 발사했다면서 비행 고도가 920km에 달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10월 19일에도 합참은 한미 정보자산이 포착한 결과 북한이 SLBM을 1발 발사했다고 밝혔지만, 일본은 관방장관이 “2발”이라고 발표했다.○ “매사를 훈련처럼 레이더 통합” 오차 줄여 실시간 대응미사일 경보를 공유하면 이러한 오차를 줄이고 보다 빨리, 정확하게 북한의 미사일을 탐지해 대응할 시간을 벌 수 있다. 정보 자산이 많아질수록 지구 곡면으로 인해 생기는 사각지대를 최소화할 수 있고, 미사일 초기 발사부터 비행 과정, 정점 고도, 하강한 뒤 낙하하는 지점 등 정밀한 데이터를 동시에 확보할 수 있게 된다. 군은 3국의 실시간 공유가 한일 양국 모두에 이익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일이 각각 파악한 북한 미사일 제원이 상이해 탐지 정보의 신뢰도에 의구심이 제기되는 문제점도 해소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군 관계자는 “북한이 동해로 미사일을 발사할 때 우리 군은 미사일 발사 직후와 상승 국면에선 일본보다 정확한 탐지가 가능하지만 미사일이 한반도에서 멀어질수록 하강 국면과 낙하지점에 대한 정보 수집 능력은 일본보다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이미 한미일은 2014년부터 최근까지 20여 차례에 걸쳐 3국 이지스함이 참가한 가운데 하와이 등에서 탄도미사일 탐지·추적 훈련과 미사일 경보 훈련을 실시하며 정보 교환을 진행해 봤다. 군 관계자는 “이지스함뿐만 아니라 여러 탐지자산의 정보들이 실시간으로 공유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철균 전 국방부 군비통제검증단장은 “미사일 경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한다는 것이 ‘퍼시픽드래건’(한미일 등이 참여하는 북한 탄도미사일 탐지·추적 연합훈련)과 같은 특정 훈련 시기에만 통합했던 3국 레이더를 상시적으로 통합한다는 의미라면 북한에 위협적인 억제 효과를 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우리가 보지 못하는 지점에서 일본이 위성이나 배를 통해 미사일을 먼저 감지하면 단 0.5초라도 주민들 대피를 위한 경보나 요격을 위한 준비를 앞당길 수 있지 않겠느냐”고도 했다. 패트릭 크로닌 허드슨연구소 아시아태평양 안보석좌도 14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북한 미사일 정보 실시간 공유는 그 어느 때보다 한국에 필요한 컨틴전시 플랜(비상대응 계획)의 일환”이라고 평가했다. 실시간 미사일 경보 공유라는 첫 단추를 잘 꿰면 정보 수집, 전략자산 배치, 군사 훈련, 작전 집행 등 후속 단계가 촘촘히 이뤄진다는 뜻이다. 다만 한미일 미사일 경보 실시간 공유는 아직 합의만 한 단계다. 실제 정보 공유까지는 기술적으로 검토해야 하는 문제들이 적지 않다. 이에 연내 가시적인 진전을 기대하긴 쉽지 않다는 게 국방당국의 평가다. 향후 군은 3국 정상회담 후속조치 차원에서 미사일 경보 정보의 실시간 공유 체계를 구성하기 위한 실무협의 등에 나설 방침이다. 군 관계자는 “실무협의는 각국이 생각하는 정보 공유 체계를 놓고 협의하는 방식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티사나 지소미아 등 기존의 파이프라인을 확대할지 새로운 정보 공유 체계를 만들지도 미정이다. 다만 일각에선 이번 실시간 공유 합의가 지소미아의 촉매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중국 반발, MD 편입 등 합의 둘러싼 우려도일각에선 한미일 미사일 경보 공유로 미국의 통합 미사일방어체계(MD)의 초석이 놓였다고 평가한다. 특히 미 조야는 환영하는 모습이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동아시아 국장을 지냈던 크리스토퍼 존스톤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일본석좌는 18일 미국의 소리(VOA)와의 대담에서 “미사일 경보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해 3국이 공동의 위협 상황도를 갖는 것은 미사일방어망을 구축하는 첫 단계이자 잠재적인 초기 조치”라고 강조했다. 미 태평양사령부(현 인도태평양사령부) 사령관을 지낸 해리 해리스 전 주한 미국대사도 “한미일이 동북아에 즉각적이고 지속적이며 자율적인 미사일 경보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믿으며 이번 합의는 (이를 위한) 필수적인 단계”라고 했다. 우리 국방부는 ‘확대 해석’이라고 선을 긋는 상황이다. MD 통합은 더 광범위하고 종합적으로 이뤄지는 데다 이번 경보 합의를 마중물로 보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미국 일부 전문가들의 긍정적인 평가와 별개로 중국과 갈등의 불씨가 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중국 입장에선 이번 합의가 자신들이 미사일을 발사할 경우 미국과 동맹국이 함께 대응할 수 있다는 신호를 보낸, 일종의 대중(對中) 압박 움직임으로 인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이 공개적으로 미사일 경보 공유에 대한 불만을 내비치진 않았지만 향후 미국의 확장억제 공약 이행 과정에서 얼마든지 반기를 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 2022-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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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정은, ICBM 과시에 9세 딸까지 동원… ‘代이어 핵 증강’ 메시지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 시험발사 과정과 함께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딸까지 처음 공개하면서 핵 무력 보유와 개발의 끈을 절대 놓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내놨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0일 글에서 “핵무기를 질량적으로 강화하겠다”고 세 차례나 언급하며 그 명분을 “후대들의 밝은 웃음을 위하여”라고 내세웠다. 북한 안보의 시작과 끝은 ‘핵’임을 거듭 확인한 셈이다.○ 딸 공개 이면엔 “핵 포기 절대 없다” 의지조선중앙통신은 19일 “(김 위원장이) 사랑하는 자제분과 여사(리설주)와 함께 몸소 나오셨다”고 전하면서 처음으로 딸의 모습이 담긴 사진 3장을 공개했다. 흰 패딩과 검은 바지 차림에 빨간 구두를 신은 소녀는 김 위원장의 손을 잡고 ICBM 발사장을 바라봤다. 조선중앙TV는 20일 김 위원장이 딸을 뒤에서 꼭 안아 발사 장면을 모니터하는 모습, 딸이 오른손에 회중시계를 쥔 채 무언가를 응시하는 모습, 김 위원장과 부인 리설주, 딸이 셋이서 나란히 걷는 모습 등이 담긴 사진도 공개했다. 이 딸은 2009년 결혼한 김 위원장과 리설주의 둘째 ‘김주애’로 추정된다. 미국의 농구스타 데니스 로드먼이 2013년 방북 후 언론에 “그들의 딸 ‘김주애’를 안았다”고 밝혀 알려졌다. 정보당국 분석 등에 따르면 김 위원장과 리설주는 2010년 득남한 뒤 2013년 이 딸을 낳았고, 2017년 막내아들을 얻었다고 한다. 딸이 동원된 배경으로는 후계 구도 시사보다는 ‘핵개발 지속화’에 무게가 실린다. 김 위원장이 2018년 4월 마이크 폼페이오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의 1차 방북 당시 “자녀들이 평생 핵을 지니고 살기를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알려졌지만 이를 뒤집고 비핵화는 협상 대상이 아니라는 메시지를 발신했다고도 볼 수 있다. 북한 전문매체 38노스의 제니 타운 편집장도 “북한의 핵무기 개발 프로그램이 대를 이어 계속될 것임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북한이 다시 협상에 참여할 수 있다는 생각이 틀릴 수 있음을 암시한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의 다정한 모습을 통해 이미지 반전을 꾀하면서 핵무기 시험의 일상화 및 정당화를 노린 다목적 포석으로도 볼 수 있다. 10월 연쇄 탄도미사일 도발에 처음 나타났던 리설주가 다시 등장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정부 당국자는 “딸과 부인을 데리고 미사일을 쏘게 되면 강성 이미지를 희석시킬 수 있고 주민들에게 후대의 안전까지 담보한다는 안심을 심어줄 수 있다”고 말했다. 남주홍 경기대 석좌교수는 “자상한 어버이 역할을 인민들에게 보여주려는 일종의 쇼맨십”이라며 “핵 외에는 대안이 없고 미래 세대의 안보도 핵으로 책임지겠다는 의지”라고 평가했다. ○ 北 “핵에는 핵, 정면 대결에는 정면 대결로”호전적인 미사일 발사 현장에 미성년자인 딸을 동행시킨 김 위원장의 의도도 새겨볼 대목이다. 세습 구도나 핵무장 강화의 선전도구로 딸을 일찌감치 등장시켜야 했을 만큼 다급한 구석이 있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북한이 화성-17형 발사에 ‘사변적인 날’이라며 대대적인 고무와 찬양에 나선 것도 핵 무력 강화에 대한 내부의 불만을 잠재우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달 초 하루 탄도미사일 발사 비용이 1년 치 쌀값에 달한다’는 미 랜드연구소의 분석이 의미하듯 김 위원장에게는 경제적 궁핍을 겪고 있는 북한 주민들의 민심 이반을 달래기 위한 핵 무력 정당화의 명분을 찾는 것도 과제다. 북한 매체들은 연일 ‘핵에는 핵으로, 정면 대결에는 정면 대결로’라는 구호를 앞세우며 “미국의 대조선(대북) 적대시 정책과 핵 위협이 근원적으로 청산되지 않는 한 우리는 그 어떤 경우에도 핵 무력 강화의 길에서 단 한 치도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2-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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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딸 손잡고 ‘괴물 ICBM’ 쏜 김정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8일 ‘괴물 ICBM(대륙간탄도미사일)’으로 불리는 화성-17형 시험발사 현장에 딸의 손을 잡고 나타났다. 북한은 발사 이튿날인 20일 “후대를 위해 핵병기를 양적으로 계속 늘리겠다”며 핵무기 개발과 증강 계획도 예고했다. 핵무력을 포기하지 않고 대를 이어 핵개발을 지속하겠다는 의지를 강력히 드러낸 것이다. ‘한미일 대 북-중-러’라는 신냉전 구도 속에 북한의 핵개발이 가속화되는 양상이다. 북한 노동신문은 20일 1면 ‘조선노동당의 엄숙한 선언’이라는 글에서 “행성 최강의 대륙간탄도미사일 보유국, 이 말이 안고 있는 무게는 실로 거대하다”며 “핵 선제타격권이 미국의 독점물이 아니라는 것을 세계 앞에 뚜렷이 실증하는 가슴 벅찬 호칭”이라고 강조했다. 9월 핵무력 정책 법제화에서 핵무기 선제 사용을 공식화한 이후 필요할 경우 핵무기로 선제 타격할 수 있다고 재확인한 것이다. 또 “우리는 평화수호의 위력한 보검인 핵병기들을 질량적으로 계속 강화할 것”이라며 핵무기 양적 팽창 의지도 피력했다. 김 위원장은 현지지도에서 “적들의 침략전쟁 연습 광기에 우리 당과 정부의 초강경 보복 의지를 똑똑히 보여주어야 한다”며 “적들이 핵타격 수단들을 뻔질나게 끌어들이며 계속 위협을 가해 온다면 우리 당과 공화국 정부는 단호히 핵에는 핵으로, 정면대결에는 정면대결로 대답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용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2017년처럼 군사적 긴장을 끌어올린 뒤 협상으로 전환하려는 레버리지가 아니라 ‘한미일 대 북-중-러’라는 냉전구도를 강화하는 게 도발의 목적이 됐다”며 “북한이 냉전적 갈등이 심화되면 북-중·북-러 관계 속에서 살길이 열린다고 판단한 것 같다. 어느 시점이 돼도 도발을 멈추지 않을 것 같아 우려스럽다”고 분석했다. 북한은 발사 이후인 19일과 20일 연일 사진들과 영상을 통해 ICBM의 이동과 발사 순간, 환호하는 김 위원장 일가의 모습을 공개했다. 한미 정보당국은 북한이 화성-17형의 단 분리와 정상 비행에는 성공했지만 정상 각도(30∼45도)가 아닌 고각으로 발사한 만큼 ICBM 핵심 기술인 대기권 재진입 기술력은 검증하지 못한 것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대기권 재진입은 물론 미 본토 동시 타격을 가능하게 할 다탄두 탑재 기술력 검증을 위한 추가 시험발사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발사 하루 뒤인 19일 미 전략폭격기 B-1B 2대가 한반도 상공에서 우리 공군의 F-35A 스텔스기 4대, 미 공군의 F-16 전투기 4대 등 8대와 함께 한미 연합 공중훈련을 실시했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 2022-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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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덕수 ‘2회차 총리’답게 큰 잡음 없었다…여야 교량역할은 매끄럽지 못해

    21일 취임 6개월을 맞는 한덕수 국무총리는 ‘2회차 총리’다운 면모로 취임 이후 국정 전반을 큰 잡음 없이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노무현 정부의 마지막 총리였다가 10년 만에 윤석열 정부의 초대 총리로 다시 돌아온 한 총리는 경제관료 출신답게 규제 혁신을 위한 드라이브에 사활을 걸고 있다. 한 총리는 윤석열 대통령으로부터 ‘책임총리제’ 실현 임무를 맡고 임명장을 받은 뒤 즉각 경제전략회의를 열었다. 기획재정부 장관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등을 일요일에 불러 모아 규제 혁신 틀을 다지는 데 힘썼다. 총리 주도 규제혁신추진단도 이 같은 회의의 결과물이다. 주미대사를 역임한 한 총리는 외교 사절로서의 역량도 한껏 발휘했다. 직접 2030 부산세계박람회 유치에 나서는 것은 물론 6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에 참석해 불어와 영어로 경쟁 발표(PT)를 진행해 눈길을 끌었다. 총리실 관계자는 “영어로 의사소통이 가능한 데다 외교무대에서 퍼포먼스가 뛰어나 많은 인사들이 총리와 이야기하고 싶어한다”며 “대사 시절에 알았던 미국 내 전현직 정부 인사들이 방한할 때마다 총리가 면담을 마다하지 않고 만나는 것도 큰 외교자산이 되고 있다”고 귀띔했다. 한 총리는 지난 17일부터 2박4일 일정으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참가해 정부가 주도한 ‘공급망을 위한 협력 강화 필요성’이라는 문구를 APEC 정상선언에 넣기도 했다. 9월에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일본 총리의 국장에 참석해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와 면담하는 등 한일 관계 개선 흐름에 물꼬를 트기도 했다. 다만 윤 대통령이 야당과의 ‘협치’를 염두에 두고 지명했다고 한 것과는 달리 한 총리가 여야 간 교량 역할을 매끄럽게 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일례로 6월 진행한 취임 1개월 기자간담회에서 한 홍장표 전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에 대해 “우리(윤석열 정부)하고 너무 안 맞다”, “소득주도성장 설계자가 앉아있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발언한 것과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에 대해 “정치를 너무 입에 올리는 것은 공무원으로서 자제하는 것이 좋다”고 한 것들이 대표적이다. 말실수 논란도 있었다. 9월 정기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영빈관 신축 예산 편성을 알고 있었느냐’는 질문에 “신문을 보고 알았다”고 답한 부분이나 윤 대통령의 영국 여왕 장례식 조문 당시 “박진 외교부 장관은 어디에 있었느냐”는 질문에도 한 총리는 “글쎄요, 대통령님을 모시는 걸로 생각하고 있었다”고 답했지만 박 장관은 미국에서 유엔 총회에 앞선 외교 일정을 소화하고 있었다. 이달 1일에는 이태원 핼러윈 참사와 관련해 열린 외신기자 브리핑에서 한 기자가 “한국 정부의 책임의 시작과 끝은 어디냐”고 묻자 웃으면서 “이렇게 잘 안 들리는 것에 책임져야 할 사람의 첫 번째와 마지막 책임은 뭐가요?”라고 농담조로 말해 비난을 사기도 했다. 당시 통역에 문제가 있어 죄송하다는 공지가 나간데 따른 농담이었다는 게 총리 측 설명이었지만 참사 분위기에 적절치 않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 2022-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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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ICBM 발사장서 딸 공개한 김정은…“핵 포기 없다” 대 이은 핵개발 암시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 시험발사 과정과 함께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딸까지 처음 공개하면서 핵무력 보유와 개발의 끈을 절대 놓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내놨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0일 글에서 “핵무기를 질량적으로 강화하겠다”고 세 차례나 언급하면서 그 명분을 “후대들의 밝은 웃음을 위하여”라고 내세웠다. 북한 안보의 시작과 끝은 ‘핵’임을 거듭 확인한 셈이다.●딸 공개 이면엔 “핵포기 절대 없다” 의지조선중앙통신은 19일 “(김 위원장이) 사랑하는 자제분과 여사(리설주)와 함께 몸소 나오셨다”고 전하면서 처음으로 딸의 모습이 담긴 사진 3장을 공개했다. 흰 패딩과 검은 바지 차림에 빨간 구두를 신은 소녀는 김 위원장의 손을 잡고 ICBM 발사장을 바라봤다. 조선중앙TV는 20일 김 위원장이 딸을 뒤에서 꼭 안아 발사장면을 모니터하는 모습, 딸이 오른손에 회중시계를 쥔 채 무언가를 응시하는 모습, 김 위원장과 부인 리설주, 딸이 셋이서 나란히 걷는 모습 등이 담긴 사진도 공개했다. 이 딸은 2009년 결혼한 김 위원장과 리설주의 둘째 ‘김주애’로 추정된다. 미국의 농구스타 데니스 로드먼이 2013년 방북 후 언론에 “그들의 딸 ‘김주애’를 안았다”고 밝혀 알려졌다. 정보당국 분석 등에 따르면 김 위원장과 리설주는 2010년 득남한 뒤 2013년 이 딸을 낳았고, 2017년 막내아들을 얻었다고 한다. 딸이 동원된 배경으로는 후계 구도 시사보다는 ‘핵개발 지속화’에 무게가 실린다. 김 위원장이 2018년 4월 마이크 폼페이오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의 1차 방북 당시 “자녀들이 평생 핵을 지니고 살기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알려졌지만 이를 뒤집고 비핵화는 협상 대상이 아니라는 메시지를 발신했다고도 볼 수 있다. 북한 전문매체 38노스의 제니 타운 편집장도 “북한의 핵무기 개발 프로그램이 대를 이어 계속될 것임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북한이 다시 협상에 참여할 수 있다는 생각이 틀릴 수 있음을 암시한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의 다정한 모습을 통해 이미지 반전을 꾀하면서 핵무기 시험의 일상화 및 정당화를 노린 다목적 포석으로도 볼 수 있다. 10월 연쇄 탄도미사일 도발에 처음 나타났던 리설주가 다시 등장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정부 당국자는 “딸과 부인을 데리고 미사일을 쏘게 되면 강성 이미지를 희석시킬 수 있고 주민들에게 후대의 안전까지 담보한다는 안심을 심어줄 수 있다”고 말했다. 남주홍 경기대 석좌교수는 “자상한 어버이 역할을 인민들에게 보여주려는 일종의 쇼맨십”이라며 “핵 외에는 대안이 없고 미래 세대의 안보도 핵으로 책임지겠다는 의지”라고 평가했다. ●北 “핵에는 핵, 정면 대결에는 정면 대결로”북한은 화성-17형이 발사된 18일을 ‘사변적인 날’이라며 연일 고무된 분위기를 이어갔다. 북한 매체들은 19일과 20일 ‘핵에는 핵으로 정면 대결에는 정면 대결로’라는 구호를 거듭 앞세우며 자위적 핵무력 강화의 정당성을 선전했다. 신문은 20일 “미국의 대조선(대북) 적대시 정책과 핵 위협이 근원적으로 청산되지 않는 한 우리는 그 어떤 경우에도 핵무력 강화의 길에서 단 한 치도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북한이 이처럼 ‘핵무기=핵억제’ 공식을 반복하는 것은 내부 결속을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달 초 하루 탄도미사일 발사 비용이 1년 치 쌀값에 달한다’는 미 랜드연구소의 분석처럼 경제적 궁핍을 겪고 있는 북한 주민들의 민심 이반을 달래려면 미사일 시험발사가 외력에 의해 어쩔 수 없이 자위력을 강화해야 하는 수단임을 강조해야 하기 때문이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2-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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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北 해킹 한번에 8300억, 상반기 미사일값 벌어”

    북한이 올해 3월 게임회사를 해킹해 8300억 원가량의 암호화폐를 탈취한 것으로 파악됐다. 해킹 한 건으로 상반기 탄도미사일 발사 비용을 충당할 만큼의 수익을 벌어들인 셈으로 한미를 중심으로 북한의 불법 사이버 활동에 대한 국제 공조가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김건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17일 ‘북한 암호화폐 탈취 대응 한미 공동 민관 심포지엄’에서 “북한이 올해 3월 ‘액시 인피니티’라는 게임 코인을 해킹해 6억2000만 달러(약 8300억 원) 상당의 암호화폐를 탈취했다”고 밝혔다. ‘액시 인피니티’는 게임을 통해 실제로 돈을 버는 P2E(Play to Earn) 게임이다. 김 본부장은 “북한은 올해 상반기에만 31발의 탄도미사일을 발사해 4억 달러에서 6억5000만 달러(약 8700억 원)를 탕진한 것으로 추산된다”고 덧붙였다. 미 국무부와 공동 개최한 이날 심포지엄에 참석한 정 박 미 국무부 대북특별부대표는 “암호화폐 거래소가 북한이 악의적 사이버 활동을 할 수 있는 수익을 제공한다”며 “국제 금융 시스템을 우회해 유엔 제재를 회피하고, 무기 프로그램에 자본을 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북한이 3월 훔친 6억2000만 달러어치의 암호화폐는 탄도미사일 재료 조달에 사용할 수 있는 많은 돈”이라고 강조했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 2022-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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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선희 한미일 맹비난 직후, 北 미사일 도발… 美, B-1B로 경고

    북한이 17일 한미일 3국 정상의 대북 확장억제 강화 합의를 맹비난하며 군사적 대응을 경고한 직후 동해상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SRBM)을 쐈다.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에선 대규모 공사 정황도 포착돼 한미일 3각 공조를 겨냥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등 고강도 도발이 임박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최선희 ‘말폭탄’ 1시간 40여 분 만에 SRBM 도발군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48분경 강원 원산의 이동식발사차량(TEL)에서 SRBM 1발이 동해로 발사됐다. 미사일은 마하 4(음속의 4배), 정점고도 47km로 약 240km를 날아가 함경북도 길주군 앞바다의 알섬(무인도)에 낙하한 것으로 알려졌다. 군은 고체연료를 사용하는 KN 계열의 SRBM으로 보고 있다. 이날 도발은 최선희 북한 외무상이 한미일 정상의 대북 확장억제 강화 합의에 군사적 대응을 경고한 지 1시간 40여 분 만에 이뤄졌다. 최 외무상은 6월 외무성 1부상에서 승진한 이후 첫 공개 담화에서 “미국이 동맹국들에 대한 ‘확장억제력 제공 강화’에 집념하면 할수록, 조선반도(한반도)와 지역에서 도발적이며 허세적인 군사적 활동들을 강화하면 할수록 그에 정비례하여 우리의 군사적 대응은 더욱 맹렬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13일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3자 회담을 갖고 “대북 확장억제 강화를 위해 협력할 것”이라며 공동성명을 채택한 바 있다. 최 외무상은 이에 대해 “필경 이번 3자 모의판은 조선반도 정세를 더욱 예측 불가능한 국면으로 몰아넣는 작용을 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 관계자는 “한미일 대북공조에 핵무력을 앞세워 ‘강 대 강’ 대치로 맞서겠다는 위협인 동시에 ‘말폭탄’을 즉각 행동으로 옮길 수 있다는 벼랑 끝 전술”이라고 전했다. 더 강도 높은 도발의 징후도 감지되고 있다. 최근 평안북도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에선 미사일 수직 엔진 시험대를 대대적으로 개·보수하는 정황이 민간 상업위성에 포착됐다고 미국의 북한 전문매체인 38노스가 16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동창리 발사장은 ‘사실상의 ICBM’인 장거리로켓을 개발·발사한 곳으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3월 방문해 현대화 작업을 지시한 바 있다. 군 소식통은 “고체연료 ICBM 엔진을 테스트하거나 미 본토까지 닿을 수 있는 신형 장거리미사일을 발사할 가능성을 한미 당국이 주시 중”이라고 말했다.○ B-1B 北 목전에서 급유훈련 등 확장억제 과시북한의 도발 위협이 거세질수록 미국은 대북 확장억제 태세를 과시하면서 ‘레드라인(금지선)’을 넘지 말라는 경고를 보내고 있다. B-1B 전략폭격기 1대가 최근 괌에서 일본 미사와 기지로 전개돼 신속급유훈련을 진행한 사실을 미 인도태평양사령부가 16일(현지 시간) 공개했다. 이번 훈련은 엔진을 켠 채로 재급유한 뒤 신속히 작전에 투입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고 한다. 출격 후 20여 분 거리의 북한 지척에서 미 전략자산의 즉각 출동 태세를 과시해 오판하지 말라고 경고한 것. 한미 이지스함은 이날 오전 북한 미사일 경보 훈련을 실시한 데 이어 북한의 SRBM 도발 직후엔 미 공군의 리벳조인트(RC-135V) 정찰기가 중부지방에 전개돼 대북 감시에 나섰다. 또 리처드 존슨 미 국방부 핵·대량살상무기(WMD) 대응부차관보가 17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를 방문해 최근 발표한 핵태세보고서(NPR)와 미사일방어검토보고서(MDR)를 우리 측에 브리핑한 뒤 북핵 위협에 대비한 다양한 확장억제 강화 방안을 추가로 논의했다고 군은 밝혔다.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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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北, 해킹 한 번으로 8300억 원 탈취”… 상반기 미사일 발사 비용 만큼 벌어

    북한이 올해 3월 게임회사를 해킹해 8300억 원 가량의 암호화폐를 탈취한 것으로 파악됐다. 해킹 한 건으로 상반기 탄도미사일 발사 비용을 충당할 만큼의 수익을 벌어들인 것. 한미를 중심으로 북한 불법사이버활동에 대한 국제 공조가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김건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17일 ‘북한 암호화폐 탈취 대응 한미 공동 민관 심포지엄’에서 “북한이 올해 3월 ‘엑시 인피니티’라는 게임 회사를 해킹해 6억2000만 달러(약 8300억 원) 상당의 암호화폐를 탈취했다”고 밝혔다. 이어 “북한은 올해 상반기에만 31발의 탄도 미사일을 발사해 4억 달러에서 6억5000만 달러(약 8700억 원)를 탕진한 것으로 추산 된다”고 덧붙였다. 미 국무부와 공동개최한 이날 심포지움에 참석한 정 박 미 국무부 대북특별부대표는 “암호화폐 거래소가 북한이 악의적 사이버 활동을 할 수 있는 수익을 제공한다”며 “국제 금융 시스템을 우회해 유엔 제재를 회피하고, 무기 프로그램에 자본을 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북한이 3월 훔친 6억2000만 달러의 암호화폐는 탄도미사일 재료 조달에 사용할 수 있는 많은 돈”이라고 강조했다. 조 바이든 미 행정부는 북한의 사이버범죄가 핵 및 탄도미사일 프로그램 개발 자금의 원천으로 지목하고 있다. 알레한드로 마요르카스 미 국토안보부장관은 15일(현지시간) 하원 국토위원회 청문회 서면 발언에서 “최근 2년 동안에만 북한은 10억 달러(약 1조3160억 원)가 넘는 암호화폐·달러 사이버 강탈로 대량살상무기(WMD) 프로그램 자금을 댔다”고 비판했다. 16일(현지시간) 자유아시아방송(RFA)은 미 법무부가 북한의 사이버 범죄 단체 등이 탈취한 암호화폐를 추적, 회수하는데 집중하고 있다고 전했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 2022-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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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 국정철학 맞게 자문위원 재편” 석동현 민주평통 사무처장 발언 논란

    석동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민주평통) 사무처장(사진)이 지난달 14일 취임사에서 새 정부 기조에 맞게 자문위원을 재편해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민주평통 유튜브 채널에 게시된 취임식 영상에서 석 사무처장은 “제20기 민주평통 임기가 시작된 지 1년이 지났다”며 “그사이 모두가 아는 바와 같이 정권 교체가 이루어졌고, 새 대통령이 취임했다”고 말했다. 이어 “새 대통령의 국정철학과 통일정책, 대북정책 등의 기조에 충실하게 따르고 또 그 자문에 응할 수 있는 분들로 민주평통 자문위원들을 재편해서 민주평통이 새 정부가 추구하는 자유의 가치와 평화통일 정책의 밑거름이 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해야 하겠다”고 강조했다. 새 정부 출범에 맞춰 민주평통 자문위원들에 대한 대대적 물갈이를 예고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민주평통은 ‘평화통일 정책 수립에 관한 대통령의 자문에 응하기 위해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를 둘 수 있다’는 헌법 92조에 근거해 설립됐다. 통일에 관한 국내외 여론 수렴, 통일에 관한 국민적 합의 도출, 통일에 관한 범민족적 의지와 역량 결집 등의 기능을 수행한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석 사무처장의 ‘재편’ 발언이 통일 관련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내야 하는 민주평통의 설립 취지에 반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 9월 위촉된 민주평통 제20기 자문위원은 국내(1만6100명), 해외(3900명)를 합쳐 2만 명이며, 2년 연임이 가능하지만 연임하지 않을 경우 내년 8월 말에 임기가 만료된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 2022-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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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尹-기시다 “징용 조속 해결” 공감… “소통 지속” 관계개선 속도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가 13일 오후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마주 앉아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문제가 조속히 해결돼야 한다고 뜻을 모았다. 9월 유엔 총회 기간에 가진 30분 약식 정상회담 이후 두 달 만에 첫 공식 정상회담을 한 두 정상은 정상 간 소통을 이어가자며 강제징용 문제 해결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이날 회담은 예정보다 20분 길게 50분간 진행됐다.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는 회담 전 이태원 핼러윈 참사 사망자에 대한 조의와 유족들에 대한 애도를 표명한 뒤 곧바로 북핵 대응을 논의했다. 이어 인도태평양 전략에 대한 공감대도 교환했다. 윤 대통령이 11일 발표한 ‘자유, 평화, 번영의 인도태평양 전략’을 설명하고, 기시다 총리도 내년 봄 일본의 새로운 인도태평양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히며 인도태평양 지역에 대한 연대 의지를 다졌다. 양국 간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문제도 긴밀히 논의됐다. 대통령실은 이날 회담 후 발표한 보도자료에서 “두 정상이 양국 간 현안과 관련해 외교 당국 간에 활발한 소통이 이뤄지고 있음을 평가하고, 조속한 해결을 위해 계속 협의해 나가자고 했다”고 간략히 밝혔다. 강제징용 문제를 ‘현안’이라고 에둘러 표현한 것이다. 기시다 총리도 회담 직후 도어스테핑(약식 기자회견)에서 “옛 한반도 출신 노동자(강제동원 피해자) 문제에 대해 뉴욕에서 저와 윤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외교 당국 간 협의가 가속화되고 있는 것을 감안해 현안을 조속히 해결하기로 재차 일치했다”고 말했다. 양국은 이번 회담에서 강제징용 문제 해법을 도출하진 못했지만 이견을 계속 좁히는 단계다. 외교 당국 간 협의를 통해 정부가 “긍정적인 흐름이 있다”고 여러 차례 이야기한 만큼 일본 측의 미묘한 변화도 감지된다. 일본은 회담 후 보도자료에서 대통령실과 달리 강제징용 문제 논의를 인도태평양 전략 논의보다 우선 언급해 중요성을 드러냈다. 회담 전 일본 언론들이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의 만남을 대대적으로 공개하며 ‘약 3년 만에 정상회담’이라고 분위기를 띄운 것도 주목할 만하다. 9월 정상회담 당시 일본 정부에서 의제를 정하지 않고 가볍게 만난 ‘간담’이라고 회담 자체의 격을 낮췄던 것과는 온도 차가 있다. 이 같은 배경에는 회담 의제의 변화도 관련이 있다. 9월에는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문제가 전면에 있었지만, 이번에는 북핵 대응이라는 안보협력 의제가 우선순위를 차지했기 때문이다. ‘한국의 책임하에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일본이었지만 북한의 탄도미사일 도발에 7차 핵실험 우려가 겹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한국과의 안보 협력 필요성을 주문하는 목소리가 높아지자 강제징용 문제 논의의 문턱도 낮아진 것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도 12일 브리핑에서 “한미일 안보 협력이 (한일 정상회담의) 일종의 추동 역할을 하지 않았나 생각한다”며 이러한 해석에 무게를 뒀다. 일본의 외교 소식통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이어지면서 동아시아 긴장감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한국과의 연계는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날 두 정상은 한일 간 인적 교류가 빠르게 회복되고 있다고 환영했다. 아울러 정상 간 소통을 이어 나가자고 해 향후 한일 정상의 교차 방문 가능성도 제기된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프놈펜=장관석 기자 jks@donga.com}

    • 2022-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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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석동현 “대통령 국정 철학 따르는 분들로”…민주평통 ‘재편’ 발언 논란

    석동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민주평통) 사무처장이 지난달 14일 취임사에서 새 정부 기조에 맞게 자문위원을 재편해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민주평통 유튜브 채널에 게시된 취임식 영상에서 석 사무처장은 “제20기 민주평통 임기가 시작된 지 1년이 지났다”며 “그사이 모두 아는 바와 같이 정권 교체가 이루어졌고, 새 대통령이 취임했다”고 말했다. 이어 “새 대통령의 국정철학과 통일정책, 대북정책 등 기조에 충실하게 따르고 또 그 자문에 응할 수 있는 분들로 민주평통 자문위원들을 재편해서 민주평통이 새 정부가 추구하는 자유의 가치와 평화통일 정책의 밑거름이 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해야 하겠다”고 강조했다. 새 정부 출범에 맞춰 민주평통 자문위원들에 대한 대대적 물갈이를 예고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민주평통은 ‘평화통일 정책 수립에 관한 대통령의 자문에 응하기 위해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를 둘 수 있다’는 헌법 92조에 근거해 설립됐다. 통일에 관한 국내외 여론수렴, 통일에 관한 국민적 합의 도출, 통일에 관한 범민족적 의지와 역량의 결집 등의 기능을 수행한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석 사무처장의 ‘재편’ 발언이 통일 관련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 내야하는 민주평통의 설립취지에 반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 9월 위촉된 민주평통 제20기 자문위원은 국내(1만6100명)·해외(3900명)를 합쳐 2만 명이며, 2년 연임이 가능하지만 연임하지 않을 경우 내년 8월 말에 임기가 만료된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 2022-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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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미일 정상, 13일 캄보디아서 회담… 北연쇄도발 대응 등 논의

    한미일 정상이 5개월여 만에 다시 만나 북한 핵·미사일 위협 등에 대한 공동대응에 나선다. 한미 정상회담도 열리는 가운데 한일 정상회담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다만 한일 정상 간 관계 개선 의지가 큰 만큼 개최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일 정상 5개월 만에 재회, 대북 공동대응윤석열 대통령은 10일 “한미일 정상회담은 확정이 됐다”면서 “몇 가지 양자회담도 확정됐거나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정상회의,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11일 출국하는 윤 대통령은 이날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말했다.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13일 열릴 한미일 정상회담은 한반도 안보 상황을 공유하고 대북 공조 체제를 실질적으로 강화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미 백악관도 이날 한미일 정상회담 개최 사실을 전하면서 “북한의 불법적인 대량살상무기 및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에 대한 대응책을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정상회의 기간 중 북한이 핵실험을 할 경우 윤 대통령은 현지에서 미일 정상과 함께 실시간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했다. 한미일 정상이 마주하는 건 6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이후 처음이다. 대통령실은 이날 이번 순방에서 한미 정상회담 개최 사실도 공지했다. 9월 유엔 총회를 계기로 30분 동안 약식 회담을 가진 한일 정상이 이번 순방을 계기로 다시 마주 앉을지도 관심사다. 일단 대통령실은 “확정된 게 없다”는 게 공식 입장이다. 다만 대통령실 관계자는 “회담 가능성이 닫힌 건 아니다”면서 “양국 관계 개선에 대한 정상 간 공감대는 이미 높은 수준에서 형성돼 있다”고 전했다. ○ 尹 “자유·평화·번영에 기초한 인태 전략 원칙 발표”윤 대통령이 이번 순방 중 발표할 인도태평양 전략에 어떤 내용이 담길지에도 관심이 모인다. 정부는 앞서 5월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독자적인 인태 전략을 수립한다는 계획을 세운 뒤 그동안 관련 작업을 해왔다. 이와 관련해 윤 대통령은 이날 “자유·평화·번영에 기초한 우리나라의 인태 전략 원칙을 발표하고 ‘아세안 국가 연대 구상’을 밝힌다”고 말했다. 정부의 인태 전략은 윤석열 정부의 가치 외교와 미일 우방국들과의 안보협력을 중심으로 대(對)아세안 정책을 재편하는 성격이 될 것으로 보인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날 “11일 윤 대통령이 직접 한국의 독자적인 인태 전략의 핵심 내용을 발표한 뒤 연말을 목표로 마무리 작업을 완료해 (세부) 전략까지 발표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의 인태 전략 방향에 대해선 “글로벌 중추국가를 지향하는 한국의 비전과 전략을 구현하려는 것으로, 제3국을 배제하거나 겨냥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이날 윤 대통령은 “이태원 참사의 충격과 슬픔에 힘들어하는 국민을 두고 외교 순방에 나서야 하는지 고민이 많았다”면서도 “국민 경제 활동과 이익이 걸린 중요한 행사라 불가피하게 가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아세안을 순방지역으로 택한 것을 두곤 “많은 국가가 ‘아세안의 중심성’이란 것을 받아들이며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장관석 기자 jks@donga.com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 2022-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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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상무부 “中수출통제, 韓기업 놀랄 일 없게 할것”

    “미국의 대(對)중국 반도체 수출 통제 조치와 관련해 이해관계가 걸려 있는 (한국) 기업들이 향후 1년 안에 놀랄 일(surprises)은 없도록 하겠다.” 방한 중인 테아 켄들러 미국 상무부 수출 통제 담당 차관보(사진)가 10일 한국 언론과의 간담회에서 “한미 간에 긴밀히 소통할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켄들러 차관의 발언은 지난달 7일 미 상무부가 중국 반도체 생산 기업을 대상으로 첨단 장비 수출을 금지하는 조치를 발표했다가 1년 유예 적용을 밝힌 것을 염두에 둔 것이다. 이 유예 조치로 중국 내 반도체 공장을 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한국 기업들은 장비 수입 예외를 허용받았다. 이날 차관보의 발언은 공장을 철수하지 않을 수 있도록 한미 당국 간 협의를 통한 추가 연장 가능성까지 열어둔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미 중간선거 결과와 상관없이 조 바이든 미 행정부의 대중국 수출 통제 입장은 유지될 것이라고도 했다. 그는 “현재로선 선거 결과를 예측할 수 없지만 국가 안보는 초당적 사안”이라며 “상무부 산업안보국(BIS)에서는 대중국 접근법이 크게 달라질 것으로 예측하지 않는다”고도 했다. 켄들러 차관보는 8일 문동민 산업통상자원부 무역투자실장과 ‘제1회 한미 수출 통제 워킹그룹’에서 수출 통제 법령 및 제도 정보를 교환하고 양자·다자 차원의 수출 통제 공조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 다만 한국 정부와 기업의 초미의 관심사인 미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수정안과 후속 협의에 대해서는 “산업부와 이번에 논의하지 않았다”며 선을 그었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 2022-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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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北, 아침엔 ‘괴물 ICBM’… 밤엔 “통제불능” 협박뒤 SRBM 3발

    북한이 사상 최초로 동해 북방한계선(NLL) 이남으로 미사일 도발을 강행한 지 하루 만에 미국 본토를 사정권에 둔 ‘괴물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17형을 쐈다. 이에 맞서 한미가 연합 공중훈련(비질런트 스톰) 기간의 연장을 결정하자 “현 상황을 통제 불능의 국면으로 떠밀고 있다”는 박정천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의 경고 담화 55분 만에 단거리탄도미사일(SRBM)로 야간 ‘맞불 도발’까지 했다. 핵무력을 앞세워 미국을 향한 무차별 ‘도발 본색’을 노골화하고 있는 것. 특히 SRBM 등 25발의 미사일을 무더기로 쏴 대남 전술핵 공격 훈련을 한 지 24시간도 채 지나지 않아 미 본토를 때릴 수 있는 ICBM까지 쏜 것은 한반도 유사시 대북 확장 억제 작동과 미 증원 전력의 개입 저지를 위해 대미 핵 도발까지 불사하겠다는 고강도 무력시위로 풀이된다. 한미 국방장관이 대북 확장 억제 강화를 논의하는 연례안보협의회의(SCM) 개최일을 택해서 뉴욕·워싱턴의 핵 타격 위협을 실증한 것도 전례가 없다.○ 실패 추정되지만 올 5차례 발사 중 가장 성공3일 오전 7시 40분경 평양 순안 일대의 이동식발사대(TEL)에서 발사된 화성-17형은 최대 고도 1920km, 최대 마하 15(음속의 15배)로 약 760km를 비행한 뒤 동해상에 떨어졌다. 발사 후 1·2단 추진체는 정상 분리됐지만 최종 탄두부가 비행 중 추력이 약해지면서 낙하한 것으로 추정된다. 한미 당국에 포착된 비행 제원을 볼 때 고각(高角) 발사를 시도한 것으로 보인다. 비행 속도도 통상적인 ICBM 수준(마하 20)에 크게 못 미쳤다. 정부 소식통은 “단 분리는 성공했지만 비행엔 실패한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북한이 단 분리 등 초기 비행 성능을 테스트하기 위해 사거리와 비행고도를 조절해서 쐈을 개연성도 제기된다. 군 관계자는 “실패든 의도적 조절이든 화성-17형의 발사 성능이 점차 개선되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올 2월 27일부터 이날까지 5차례에 걸친 북한의 화성-17형 도발 가운데 이번 발사가 가장 성공적인 것으로 평가된다. 이전까지는 발사 직후 고도 20km 미만에서 폭발하거나 비행고도도 600km 안팎이었다. 비행거리도 500km를 넘는 경우가 없었고 단 분리도 1단만 성공했다. 화성-17형 발사 1시간 뒤인 오전 8시 39분경 평남 개천에서 동해상 특정 지역으로 SRBM 2발도 쏴 한미를 겨냥한 ‘동시 핵 타격’ 위협 저의도 드러냈다. 이어 한미가 비질런트 스톰 연장을 결정하자 7시간 20여 분 뒤인 오후 9시 35분∼49분경 SRBM 3발을 동해에 추가로 쐈다.○ “화성-17형 도발, 핵보유국 지위 얻으려는 목적”북한이 대규모 한미 연합 공중훈련인 비질런트 스톰을 트집 잡아 이틀 연속 SRBM과 ICBM으로 대남·대미 도발을 몰아치는 것은 한미를 동시에 상대할 만큼 핵 무력을 증강했다는 자신감의 표출로 보인다. 한미 국방수장이 워싱턴에서 미 전략자산 전개 등 대북 확장 억제 강화 방안을 논의하는 날을 ‘괴물 ICBM’의 도발 타이밍으로 택한 것도 이런 관측을 뒷받침한다. 미국의 확장 억제를 두려워하지 않고 유사시 서울과 워싱턴·뉴욕을 동시에 핵 타격할 수 있음을 위협한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화성-17형 도발은 핵보유국 지위를 얻기 위한 목적이 다분하다”며 “강 대 강 대치를 최고조로 끌어올려 한미의 비핵화 의지를 꺾고 핵 군축을 목표로 협상 판도를 바꿔보려는 의도”라고 말했다.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 2022-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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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北도발에 한미 공중훈련 연장… ‘죽음의 백조’ 한반도 전개 추진

    북한이 3일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인 ‘화성-17형’ 도발에 나서는 등 무력시위를 펼치자 한미는 북한이 맹비난한 연합 공중훈련인 ‘비질런트 스톰’ 기간을 전격 연장하며 맞대응에 나섰다. 또 현 정부 출범 이후 한 번도 전개된 바 없는 B-1B 전략폭격기를 이르면 이번 주 한반도에 전개하는 방안도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죽음의 백조’로 불리는 B-1B는 미국의 대표적인 전략자산 중 하나다. 한미 국방장관은 3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제54차 한미 안보협의회의(SCM)를 갖고 북한의 고강도 도발에 대응해 확장억제 실행력 제고 방안도 집중 논의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찾아 “한미 확장억제 실행력을 더욱 강화하고 한미일 안보 협력도 확대하라”고 지시했다. 외교부는 추가 독자 제재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괌 배치 전략폭격기 한반도 날아올 듯당초 한미는 F-35B 스텔스전투기 등 군용기 240여 대를 동원한 비질런트 스톰을 지난달 31일부터 4일까지 진행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북한은 2일 25발가량의 미사일과 100여 발의 포를 무더기로 발사한 데 이어 3일 미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ICBM까지 쏘며 고강도 도발을 이어갔다. 3일 오전 7시 40분경 북한이 ICBM을 발사할 당시 미국 워싱턴에 있는 미 국방부(펜타곤)에선 한미 고위급 만찬이 진행되고 있었다. 이 자리에서 발사 소식을 전달받은 이종섭 국방부 장관은 관련 내용을 윤 대통령에게 보고한 뒤 추가 대응 지침을 받고 현장에 있던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과 마크 밀리 미 합참의장에게 훈련 기간 연장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훈련을 하루 더 하기로 전격 결정한 것. 아울러 한미는 B-1B를 한반도로 전개해 훈련을 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앞서 B-1B 4대는 지난달 18, 19일 미 본토에서 괌 앤더슨 공군기지로 전진 배치됐다. 비질런트 스톰에서 양국 전투기들은 전시를 상정해 북한 핵심 표적 수백 개를 일거에 타격 가능한 연합 작전계획을 적용해 고강도 훈련을 진행 중이다. 특히 북한 상공에 은밀하게 침투할 수 있는 최신예 스텔스기들이 이번에 대거 참가했다. 이에 북한은 외무성 대변인과 박정천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이 차례로 거칠게 비난 담화를 내며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한미가 비질런트 스톰을 하루 더 하기로 결정하자 북한은 박정천이 “매우 위험하고 잘못된 선택”이라며 추가 도발을 암시했다. 이후 불과 55분 뒤 실제 동해상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SRBM) 3발을 날려 말뿐이 아님을 입증했다. ○ SCM서 확장억제 제고 방안 협의북한의 야간 SRBM 도발 직후 한미 국방장관은 SCM을 열고 북한의 고강도 도발에 맞설 획기적인 확장억제 제고 방안을 협의했다.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 등 미국의 확장억제 공약 실효성을 담보하기 위한 차원이다. 양국 장관은 연합 방위태세 강화, 글로벌 안보협력 등 주요 동맹 현안도 집중 논의했다. 북한의 ICBM 도발이 있기 2시간 전 이 장관은 한국 국방장관으로선 처음으로 미 5대 정보기관 중 하나인 국가정보지리국(NGA)도 방문했다. ‘하늘 위의 중앙정보국(CIA)’으로 불리는 NGA는 이 자리에서 그간 북한의 탄도미사일 등 발사 원점들을 고해상도 이미지로 보여주는 등 대북 정보 역량을 이 장관에게 시연한 것으로 전해졌다.워싱턴=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 2022-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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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北, 울릉도 겨냥 SRBM 발사… 尹 “실질적인 영토 침해”

    북한이 2일 휴전 이후 처음으로 동해 북방한계선(NLL) 이남 한국 영해 인근 공해상으로 미사일을 쏜 것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시한 대남 핵타격 계획의 실증 차원이자 핵무력을 뒷배 삼아 ‘강 대 강’ 대치를 고조시키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5년 만에 재개된 대규모 한미 연합 공중훈련 ‘비질런트 스톰’을 빌미로 동·서해로 미사일을 무더기로 쏘고, 100여 발의 포격까지 한 것은 핵을 무기 삼아 고강도 무력 도발을 본격화하는 ‘신호탄’으로도 볼 수 있다.○ SRBM으로 울릉도, 지대공으로 ‘비질런트 스톰’ 겨냥북한은 이날 오전 6시 51분부터 10시간여 동안 4차례에 걸쳐 강원 원산과 평안북도 정주, 황해남도 과일 등 10곳에서 단거리탄도미사일(SRBM)과 지대공미사일 등 역대 최대치인 25발가량의 미사일을 동·서해로 쐈다. 모든 미사일은 20km 안팎의 낮은 고도로 비행했다. 유사시 한미 요격망의 회피 의도로 군은 보고 있다. 강원 고성군 일대에서 동해상 NLL 북방 해상완충구역 내로 100여 발의 포 사격도 실시했다. 군은 “명백한 9·19군사합의 위반”이라고 밝혔다. 북한이 이처럼 단시간에 미사일 소나기 도발을 한 것은 이례적이다. 더욱이 실질적 해상분계선인 NLL을 넘어서 우리 영토를 겨냥한 미사일 도발은 전례가 없다. 군에 따르면 NLL 이남의 미사일 낙탄 지점에서 속초와 울릉도는 각각 57km, 167km가량 떨어져 있다. SRBM의 최대 속도(음속의 5배·시속 약 6120km)를 고려할 때 울릉도나 속초를 정조준했다면 낙하지점에서 30초∼1분가량만 더 날아가도 직접 타격이 가능했다는 얘기다. 강릉에 패트리엇 요격미사일이 배치돼 있지만 북한 미사일은 공해상으로 날아가 요격 범위를 벗어났다고 군은 전했다. 군 관계자는 “지대공미사일을 다수 쏜 것은 비질런트 스톰을 정조준한 무력시위”라고 했다. 군 안팎에선 김 위원장이 이뤄낸 핵과 미사일의 질적·양적 고도화의 자신감을 표출하고, 한미에 북한의 핵을 더는 막을 수 없다는 경고장을 날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달 대표적 미 전략자산인 핵추진 항공모함 로널드레이건(CVN-76)이 북한의 화성-12형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도발에 회항까지 하면서 연합훈련에 거듭 참가한 데 이어 F-35 스텔스전투기 등 240여 대의 한미 군용기가 동원된 비질런트 스톰 훈련과 미 핵추진잠수함까지 전개된 시점을 ‘도발 타이밍’으로 잡은 것도 이런 관측을 뒷받침한다. 군 소식통은 “핵을 장착한 다종의 미사일을 실전 배치한 만큼 한미의 재래식 첨단 전력을 더는 겁내지 않는다는 메시지”라고 말했다.○ 核 앞세워 ‘강 대 강’ 벼랑 끝 도발 몰아칠 듯북한은 핵을 앞세워 더 대담하고 위험한 도발에 나설 공산이 크다. 도발 당일(2일) 0시를 기해 북한군 서열 1위인 박정천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비서가 “미국과 남조선이 우리에 대한 무력 사용을 기도한다면 무력의 특수한 수단들로 전략적 사명을 지체 없이 실행할 것이고, 미국과 남조선은 가장 끔찍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 것도 핵무력을 대남 도발 지렛대로 적극 활용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백령도와 연평도 등 서북도서나 군사분계선(MDL) 일대의 아군을 향해 미사일·포격 도발 등 고강도 국지도발을 시도한 뒤 우리 군이 맞대응을 하면 이를 트집 잡아 핵실험을 하거나 핵 초토화 협박 등 벼랑 끝 전술에 나설 개연성도 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최근 미국 일각에선 대북 핵군축 협상 얘기가 흘러나오는 점을 북한도 주목할 것”이라며 “이번 도발은 핵보유국으로 미국과 핵군축 담판을 짓겠다는 의도를 내비친 것”이라고 말했다.北도발 1시간여만에 전투기 출격초정밀 타격 미사일-폭탄 3발 발사“국가 애도기간 도발에 깊은 분노” 북한의 사상 첫 동해 북방한계선(NLL) 이남 미사일 도발 직후 우리 군은 전투기를 출격시켜 공대지미사일을 NLL 이북 북한 영해 인근으로 쏘는 무력시위에 나섰다. 우리 군이 NLL 이북으로 미사일을 발사한 것은 처음이다. 군은 2일 북한의 단거리탄도미사일(SRBM)이 NLL 이남 공해상에 낙탄한 지 1시간 뒤인 오전 10시 10분경 F-15K와 KF-16 전투기를 출격시켰다. 이어 오전 11시 10분∼낮 12시 21분경 전투기에서 슬램이아르(SLAM-ER·최대 사거리 280km) 공대지미사일과 스파이스-2000(최대 사거리 80km) 공대지 정밀유도폭탄 등 3발을 NLL 이북 해상으로 발사했다. 이 무기들은 반경 수 m 이내로 표적을 초정밀 타격할 수 있다. 군 관계자는 “교전규칙의 비례성 원칙에 따라 북한 미사일의 NLL 이남 낙탄 지역과 상응한 거리 해상의 북한 해역에 정밀사격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 국가위기관리센터에서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주재했다. 윤 대통령의 NSC 주재는 취임 후 2번째다. 윤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김승겸 합참의장으로부터 도발 관련 보고를 받은 뒤 “실질적 영토침해 행위”라며 “북한의 도발이 분명한 대가를 치르도록 엄정한 대응을 신속히 취하라”고 지시했다. 또 “군은 만반의 태세를 유지하고 향후 북한의 추가적인 고강도 도발 가능성에도 대비하라”고 당부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페이스북 메시지를 통해 “우리의 국가애도기간 중에 자행된 북한의 도발 행위에 깊은 분노를 느낀다”면서 “우리 정부는 북한의 어떠한 도발도 용납하지 않을 것이며, 모든 수단을 활용하여 단호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통령실은 북한이 핵을 앞세워 수시로 벼랑 끝 도발을 이어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날 브리핑에서 북한이 8일 미국 중간선거 전까지 7차 핵실험을 실시할 가능성이 높다는 국가정보원의 관측에 대해 “북한은 하시라도 핵실험을 할 수 있는 준비가 돼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면서 “어느 특정 기간에만 도발할 가능성이 높다는 가정을 세우지 않고 대비태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 2022-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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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NLL 넘은 北 미사일…10시간동안 25발 ‘소나기 도발’

    북한이 2일 사상 처음으로 동해 북방한계선(NLL) 이남 한국 영해 인근 공해상으로 미사일을 쏜 것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시한 대남 핵타격 계획의 실증 차원이자 핵무력을 뒷배삼아 ‘강 대 강’ 대치를 고조시키는 의도로 풀이된다. 5년 만에 재개된 대규모 한미 연합 공중훈련 ‘비질런트 스톰’을 빌미로 동·서해로 미사일을 무더기로 쏘고, 100여 발의 포격까지 한 것은 핵을 무기삼아 고강도 무력 도발을 본격화하는 ‘신호탄’으로도 볼수 있다.●SRBM으로 울릉도·지대공으로 ‘비질런트 스톰’ 겨냥북한은 이날 오전 6시 51분부터 10시간여 동안 4차례에 걸쳐 강원 원산과 평북 정주, 황해남도 과일 등 10곳에서 단거리탄도미사일(SRBM)과 지대공미사일 등 25발 가량의 미사일을 동·서해로 쐈다. 모든 미사일은 20km 안팎의 낮은 고도로 비행했다. 유사시 한미 요격망의 회피 의도로 군은 보고 있다. 강원도 고성군 일대에서 동해상 NLL 북방 해상 완충구역 내로 100여 발의 포 사격도 실시했다. 군은 “명백한 9·19군사합의 위반”이라고 밝혔다. 북한이 이처럼 단시간에 미사일 소나기 도발을 한 것은 이례적이다. 더욱이 실질적 해상분계선인 NLL을 넘어서 우리 영토를 겨냥한 미사일 도발은 전례가 없다. 군에 따르면 NLL 이남의 미사일 낙탄 지점에서 속초와 울릉도는 각각 57km, 167km 가량 떨어져있다. SRBM의 최대 속도(음속의 5배·시속 약 6120km)를 고려할 때 울릉도나 속초를 정조준했다면 낙하 지점에서 30초~1분 가량만 더 날아가면 직접 타격도 가능했다는 얘기다. 군 관계자는 “지대공미사일을 다수 쏜 것은 ‘비질런트 스톰’를 정조준한 무력시위”라고 했다. 군 안팎에선 김 위원장이 이뤄낸 핵과 미사일의 질적 양적 고도화의 자신감을 표출하고, 한미에 북한의 핵을 더는 막을수 없다는 경고장을 날렸다는 분석이다. 지난달 대표적 미 전략자산인 로널드레이건 핵추진 항공모함(CVN-76)이 북한의 화성-12형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도발에 회항까지 하면서 연합훈련에 거듭 참가한데 이어 F-35 스텔스전투기 등 240여대의 한미 군용기가 동원된 비질런트 스톰 훈련과 미 핵추진잠수함까지 전개된 시점을 ‘도발 타이밍’으로 잡은 것도 이런 관측을 뒷받침한다. 군 소식통은 “핵을 장착한 다종의 미사일을 실전배치한 만큼 한미의 재래식 첨단전력을 더는 겁내지 않는다는 메시지”라고 말했다.●核 앞세워 ‘강 대 강’ 벼랑끝 도발 몰아칠 듯북한은 핵을 앞세워 더 대담하고 위험한 도발에 나설 공산이 크다. 도발 당일(2일) 0시를 기해 북한군 서열 1위인 박정천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비서가 “미국과 남조선이 우리에 대한 무력사용을 기도한다면 무력의 특수한 수단들로 전략적 사명을 지체없이 실행할 것이고, 미국과 남조선은 가장 끔찍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는 경고한 것도 핵무력을 대남 도발 지렛대로 적극 활용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백령도·연평도 등 서북도서나 군사분계선(MDL) 일대의 아군을 향해 미사일·포격 도발 등 고강도 국지도발을 시도한 뒤 우리 군이 맞대응을 하면 이를 트집잡아 핵실험을 하거나 핵 초토화 협박 등 벼랑끝 전술에 나설 개연성도 있다. 북한이 핵전쟁 위기를 극대화한 뒤 모든 책임을 한미의 대북제재와 적대시 정책탓으로 떠 넘기면서 핵군축 협상이 불가피하다는 여론전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한과 교수는 “최근 미국 일각에선 대북 핵군축 협상 얘기가 흘러나오는 점을 북한도 주목할 것”이라며 “이번 도발은 핵보유국으로 미국과 핵군축 담판을 짓겠다는 의도를 내비친 것”이라고 말했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 2022-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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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실리콘밸리, 기후변화-젠더 등 ‘다양성’에 투자”

    “실리콘밸리 투자자들은 절대 이유 없이 투자하지 않습니다. 그들이 대규모로 기부해 ‘지속가능 대학’까지 만든 건 이 문제에 깃발을 꽂았다는 얘기죠.” 신기욱 미국 스탠퍼드대 사회학과 교수 겸 아시아태평양연구소장(61·사진)은 지난달 27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미국 산학이 ‘다양성’에 주목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반기문재단과 스탠퍼드대 아태연구소가 지난달 27∼28일에 개최한 ‘환태평양 지속가능성 대화’ 참석차 방한한 그는 “한국도 기후변화뿐 아니라 젠더 문제, 불평등 이슈 등 사회의 다양성에 대해 논의할 때”라고 강조했다. 신 소장은 미중 관계와 글로벌 리더십, 민주주의 위기 등에 정통한 재미 석학이다. 전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당시엔 북-미 정상회담 전후로 막후에서 한미 간 가교 역할도 담당했다. 그는 “그간 외교 안보나 북한 문제를 많이 다뤘지만 누군가는 팬데믹 이후 새로운 가치들에 대해 제언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미국은 기후변화와 에너지 위기, 지속가능한 발전, 사회적 불평등 등 다양성이라는 가치를 체계적으로 연구하기 위해 사회적 자원을 모으는 분위기다. 지난달 스탠퍼드대에 단과대학으로는 70년 만에 설립된 ‘지속가능 대학’도 그러한 노력의 일환이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홍서현 인턴기자 서울대 교육학과 4학년}

    • 2022-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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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韓, ‘긴장의 비대칭’ 활용…실용외교 해야” 신기욱 美스탠퍼드대 교수 인터뷰 

    “지금 워싱턴은 경제안보에 집중할 뿐 한국과 북핵문제에 큰 관심이 없습니다. 윤석열 정부가 자유를 강조하는 가치외교도 좋습니다. 하지만 미국에 얻어낼 것들은 ‘살라미’처럼 세분화해 실용 외교로 접근해야 합니다.” 신기욱 미국 스탠퍼드대 사회학과 교수·아시아태평양 연구소장(61·사진)은 27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정부가 실용 외교로 눈을 돌려 ‘실속 외교’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기문재단과 미국 스탠퍼드대 아태연구소가 이날부터 28일까지 처음 개최한 ‘환태평양 지속가능성 대화’(Trans-Pacific Sustainability Dialogue) 참석차 방한한 그는 “친구와 적을 이분법적으로 가르는 가치연대만으로는 현재의 미중 갈등을 현명하게 빠져나갈 수 없다”고 힘주어 말했다.스탠퍼드대에서 한국학 프로그램을 20년간 운영한 신 소장은 미중 관계와 글로벌 리더십·민주주의 위기 등에 정통한 전문가다. 한미 주요 언론에 자신의 견해를 활발하게 내놓는 유명 재미석학이기도 하다. 특히 전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당시엔 북-미 정상회담 전후로 막후에서 한미 간 가교역할도 담당했다. 또 미 정부 고위급 인사들에게 북핵 관련해 활발하게 조언한 인사로도 잘 알려져 있다.● “가치연대 좋지만 챙길 건 챙기는 실용외교 중요“ 신 소장은 “미중 관계의 판을 흔든 건 거친 언사로 무장한 트럼프 대통령이었다”면서도 “지금 조 바이든 행정부는 그걸 더 촘촘히, 꼼꼼하게 실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워싱턴이 한국에 관심이 있다면, 중국을 압박하기 위한 입법이나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나 ‘칩4회의’(반도체협력대화) 등 다자주의 프레임워크에 한국이 참여하길 바라는 정도”라고 했다. 대만해협 무력충돌 문제나 반도체 등과 같은 산업기술 분야에서 미중 간 경쟁이 격화하면서 한국이 미국의 시야에서 멀어지고 있는 현실을 경고한 것이다. 그는 인터뷰 내내 한국이 위기의식을 느낄 필요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대만 문제에 대한 심각성도 한국이 더 인지해야 한다고 재차 언급했다. 신 소장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3연임을 넘어 4연임, 나아가 종신 집권까지도 가능하다”면서 “5년 뒤 4연임을 하려고 할 때 대만문제에서 그 연임의 명분을 찾으려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한국으로선 그때가 되면 북한 문제보다 대만 문제가 더 힘들지 모른다”며 “미국이 어디까지 개입할지가 관건인데 주한미군을 빼가지 않을 거란 보장도 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신 소장은 “주한 미대사의 주한미군 차출은 걱정 말라는 ‘립 서비스’만 철석같이 믿는다면 순진한 생각”이라며 “심각하게 대응책을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앞서 필립 골드버그 주한 미국대사는 18일 관훈클럽 초청토론회에서 “주한미군과 미국의 의지는 한반도에 집중되어 있다”며 대만 무력 충돌 시 주한미군 차출 가능성에 선을 그은 바 있다. 아울러 다음달 7일 치러질 미국의 중간선거 이후 미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손질을 기대하고 있는 한국 정부와 기업에도 장밋빛 낙관만 하는 건 금물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공화당과 민주당 어느 쪽이 승리해도 “1년 유예 정도만 가능하지 전면 수정이나 한국이 원하는 것처럼 대폭 손질은 어렵다는 게 미 상·하원 분위기”라고 귀띔했다.신 소장은 IRA 전기차 세액공제가 한국 기업들에 대한 차별 논란으로 불거진 최근 상황 관련해 한국 국민들의 반감이 오히려 실용외교의 추진력이 될 수 있다고도 했다. 그는 “한국이 미국에 힘으론 안 되지만 ‘긴장의 비대칭’을 활용할 수 있다”며 “국민들이 배신감을 느끼고 문제제기 하는 반미 정서나 여론이 커지면 미국도 신경 쓸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미국한테 간다(붙는다)고 해서 미국이 막말로 챙겨주지 않는다”면서 “달라면 다 주는 게 아니라 얻을 건 스스로 챙기는 외교를 해야 당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 “尹정부, 인재 활용 리더십 부족, 인사에 감동 없어”윤석열 정부의 출범 6개월 총평을 부탁하자, 신 소장은 “지난 정부보다 민주주의가 더 발전했다고 보긴 어렵다”며 입을 열었다. 그는 “정부가 40%이상의 중도층, 젊은 지지자들을 끌어안으려면 이들이 투표 때 지지했던 가치들, 즉 공정과 상식에 현 정부가 부합하고 있는지 그 물음에 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 소장은 또 “현 정부는 경험 많고 전문성이 풍부한 개인들이 입각했지만 이들을 활용할 수 있는 시스템과 리더십이 부족하다”며 “(최고 지도부가) 아직 검찰 리더십에서 정치 리더십으로 전환이 안 됐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산업화 시대엔 일사불란한 움직임이 필요했지만 이제는 다양성이 중요하다”면서 “서울대·50대·남성 이른바 ‘서오남’ 일색인 인사에 감동이 있겠나”라고 반문했다. 이어 “다양성을 균형과 배려 차원으로만 접근하면 안 된다”고도 했다. ● “실리콘밸리도 달라져…한국도 다양한 가치 주목해야” 신 소장은 다양성에 대한 끝없는 학문적 연구가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과 손잡고 이번 ‘환태평양 지속가능성 대화’를 기획하게 한 배경이라고 했다. ‘한국에서는 기후변화나 지속가능성 발전과 같은 주제가 중요성에 비해 주목도가 떨어진다’고 하자 그는 “(미국 캘리포니아의) 나파밸리 와인을 떠올리면 어떠냐"고 되물었다. 이어 “나파밸리 포도는 품종이 굉장히 민감해서 온도가 1도만 올라가도 맛이 완전히 바뀐다”며 “기후 변화는 매우 민감한 문제인데 사람들이 잘 못 느낄 뿐”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보다 현실적인 방식으로 기후변화가 얼마나 우리 일상을 바꿔 놓을 수 있는지 대중들에게 설명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지난달 스탠퍼드대에는 70년 만에 ‘지속가능 대학(School of Sustainability)’이 문을 열었다. 미 벤처 투자가인 존 도어(71)가 기후변화 해결을 위해 대학에 11억 달러(1조4000억 원)를 쾌척한 것을 포함해 대학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기부금(16억9000만 달러·2조4053억 원)이 모였고, 학부 및 대학원 과정까지 설립된 것. 지속가능대학 내에는 △사회과학부 △지구시스템과학부 △지구물리학과 △지질학부 △에너지공학부 △해양학부 △토목환경공학부 등 7개 학위과정이 개설됐다.신 소장은 “실리콘밸리에서 이 문제를 얼마나 중요하게 보는지 보여준다”며 "그동안 외교안보나 북한 문제만 주로 다뤘지만 이제 새로운 다양한 가치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앞으로 환태평양 지속가능대화에서도 기후변화 뿐 아니라 여성이나 젠더, 불평등 문제 등까지 폭넓게 다룰 예정”이라고 덧붙였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홍서현 인턴기자 서울대 교육학과 4학년}

    • 2022-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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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킨타나 “韓 인권이사국 낙선, 文정부 정책 영향”

    토마스 오헤아 킨타나 전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사진)이 한국이 최근 유엔 인권이사국 연임에 실패한 원인을 두고 문재인 전 정부의 대북 정책 방향과 관련이 있다고 말했다. 킨타나 전 보고관은 27일 미국의소리(VOA) 인터뷰에서 “(한국이) 인권이사회에서 자리를 잃는 것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나쁜 소식”이라며 “문재인 정부의 북한인권 입장 또한 인권이사회에 부정적인 영향(negative impact)을 미쳤다”고 지적했다. 한국은 11일 유엔 인권이사국 선거에서 아시아 국가 이사국 자리 4곳을 놓고 벌어진 표결 끝에 5위에 그쳐 낙선했다. 2006년 유엔 인권이사회 창설 이후 5차례에 걸쳐 이사국을 지낸 이후 처음으로 연임에 실패한 데 대해 당시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낙선 직후 “금년 (여러) 선거에 (한국이) 과다한 입후보를 해서 선택과 집중을 하지 못한 것이 크게 작용했다고 본다”고 했다. 올해 한국이 예년보다 많은 14개 국제기구 선거에 입후보하면서 재외공관을 중심으로 한 교섭력이 분산됐다는 분석이었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 2022-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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