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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일(在日)경제인들을 중심으로 한 재일교포들이 정부의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해법을 환영하며 피해자들의 제3자 변제를 맡은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에 기여하겠다고 10일 밝혔다. ‘자이니치(재일 한국인)’ 차원에서 일본의 미쓰비시중공업과 일본제철 대신 배상금을 변제하는 재단의 기금조성에 참여하겠다고 밝히는 것은 처음이다. 이들은 17일 한일정상회담 후 일본 도쿄(東京) 모처에서 기여 의사를 공식 발표할 계획이다. 재일교포 2세인 김덕길 카네다(金田)홀딩스 회장(77)은 10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신오쿠보(도쿄 내 코리아타운)에서 사업하는 재일동포들이 ‘한일관계가 개선되는 것에 대해 우리도 기부하고 움직여야 하지 않겠냐’고 뜻을 모았다”고 말했다. 현재 여건이 재일본대한민국민단(민단) 회장이 집계한 바에 따르면 11~12명이 참여 의사를 밝혔고 17일 공식 발표 후 그 규모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김 회장은 “2018년 대법원에서 강제징용 배상 판결이 난 이후 한일관계가 악화돼서 많은 기업인들과 교민들이 고생을 많이 했다”면서 “해법 발표로 양국 관계가 좋아지면 혜택도 입게 될 텐데 배상 문제에 기여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했다. 이어 “한국 내 일부 여론이 좋지 않은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며 “당초 27일쯤 발표하려고 했는데 한일 관계 개선에 보탬이 돼야 한다고 생각해 날짜를 앞당겼다”고 전했다. 앞서 민단은 7일 정부가 피해자들에게 재단이 대신 판결금을 지급한다는 해법을 발표한 데 대해 담화문을 내고 환영의 뜻을 밝힌 바 있다. 민단은 “양국 최대의 현안이 된 강제징용 배상 문제를 한국 주도로 해결하겠다는 결단으로 악화한 한일 관계 개선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일본 정부도 이에 호응해 미래지향적 한일 관계 구축에 성의 있는 대응에 나서달라고 주문했다. 최근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에 이어 재일교포들까지 나서 재단에 기여 의사를 밝히면서 재단의 변제금 마련에도 속도가 붙을지 주목된다. 특히 국내 기업들의 자발적인 참여 여부에도 이목이 집중된다. 1965년 한일 청구권협정의 수혜기업들이 기금 마련의 주체로 꼽히고 있지만 기업들은 “정부의 설명이 있으면 따르겠다”며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외교부 고위당국자는 10일 외신기자클럽 브리핑에서 “지난 정부에서 기업들을 소집해 회의도 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가급적 이른 시간에 기업들이 자발적 의사로 참여해주길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위당국자는 이날 브리핑에서 “양국 경제계에서 논의되고 있는 ‘미래기금’(가칭)에 일본 피고 기업의 참여가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재단에 대한 참여는 단기간 내 예상하지 않고 있지만 한일관계가 진전됨으로써 기여할 가능성을 닫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정부가 대법원 확정판결을 받은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측에게 배상금 외에 소송비용도 ‘제3자 변제’를 통해 지급할 방침인 것으로 확인됐다. 2018년 10월, 11월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는 대법원 판결에 따라 미쓰비시중공업과 신일철주금이 부담해야 할 각 원고들의 소송비용 또한 정부 산하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 재원을 마련해 해결하겠다는 취지다.9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재단은 포스코를 비롯한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의 수혜기업들로부터 기금이 조성되면 피해자 및 유족들에게 배상금 및 지연이자 외에 소송비용 일부도 함께 지원할 예정이다. 외교부는 신일철주금 소송과 히로시마 미쓰비시 사건, 나고야 근로정신대 사건 등 3건의 판결 속 원고들의 소송비용을 1인당 1000만 원 안팎으로 추산해 총 원고 15명에게 약 1억5000만 원 내외가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이러한 결정은 일부 유족들이 지난달부터 정부와의 개별 면담시 소송비용을 문의하면서 검토 끝에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배상금과 지연이자 뿐 아니라 소송비용도 미쓰비시중공업 등 피고 몫으로 보고 제3자 변제로 책임지고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다만, 소송비용이 정확히 산정되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하면 향후 피해자 측과 재단, 정부의 추가 협의가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9일 현재 세 사건 모두 피해자 측이 법원에 소송비용 확정을 신청하지 않은 상황이다. 통상 소송비용은 대법원 규칙인 ‘변호사 보수의 소송비용 산입 규칙’에 따른 변호사 보수와 인지대, 송달료 등을 합해 계산된다. 본보는 소송 수수료인 ‘인지대’와 재판 과정에서 납부해야 하는 문서 ‘송달료’, 예상 변호사 보수를 합산하는 방식으로 소송 비용을 계산했다. 대법원 ‘나의 사건검색’ 서비스에 공개된 1~3심 심급별 인지액을 합산했고, 각 심급별 소가를 기준으로 문서 송달료를 계산했다. 변호사보수는 이를 바탕으로 ‘변호사보수의 소송비용 산입에 관한 규칙’에 근거해 추정했다.일례로 나고야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대법원에서 승소한 양금덕 할머니 등 5명은 ‘변호사보수의 소송비용 산입 규칙’에 따른 변호사 보수를 포함해 인당 소송비용이 1090만 원 수준, 피해자 기준 6명으로 하면 인당 908만여 원 수준인 것으로 추정된다. 일본제철을 상대로 승소 확정된 피해자와 유족 10명의 인당 소송비용은 450여 만 원, 히로시마 미쓰비시중공업 상대로 승소 확정된 유족 23명의 소송비용은 인당 약 210만 원 수준으로 집계됐다. 유족이 많아질수록 액수는 줄어든다.다만 법원 관계자는 “대법원 나의 사건검색 서비스에 공개된 ‘인지액’은 실제 인지대 액수와 차이가 나는 경우도 있다”며 “소송 진행 과정에서 인지대 액수가 늘거나, 일부 당사자에게 환급해주는 경우도 있는데 이런 부분이 전산에 반영이 안 된 경우”라고 설명했다.여기에 피해자 및 유족들이 대리인들과 변호사 성공보수를 약정했다면 추가로 비용을 부담해야 할 수도 있다. 피고 기업들이 부담해야 하는 비용은 아니지만 원고 입장에서는 재단으로부터 변제금을 받으면 이 중 일부를 지급해야 할 수 있다.피해자측 법률대리인인 장완익 변호사는 이날 본보와의 통화에서 “재단이 원고들한테 주는 비용 중 일부로 변호사비도 있겠지만 인지대나 송달료 등 그런 비용 전체에 대해 아직 논의된 바 없다”며 “재단과 대리인, 원고 사이에 소송비용 문제도 논의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정부는 8일부터 피해자 및 유족들과 만나 배상금 변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피해자측 대리인단이 “정부 해법에 찬성한 원고는 4명”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더 많다는 관측도 나온다. 임수석 외교부 대변인은 9일 정례브리핑에서 “아직까지 피해자 전체의 의사를 확인하지 못한 상태에서 저희가 먼저 피해자들의 입장을 밝히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정부 입장 발표 이후 직접 한 분 한분 찾아 뵙고 정부 입장을 소상히 설명드리고 그분들의 입장을 경청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 나가고 있다”고 밝혔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고도예 기자 yea@donga.com}

한일 우호 증진에 공감하는 일본 대기업들이 한국 정부 산하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지원재단)이 조성하는 재원에 참여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우리 정부가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일본 정부는 6일 일본 기업들이 재단 등에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것을 막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날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한일 정부는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해법과 관련해 배상 책임이 있는 일본 피고기업인 미쓰비시중공업과 일본제철이 아닌 일반 일본 기업들의 지원재단 재원 참여 방안을 협의 중이다. 정부 핵심 관계자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일본 일반 기업들에 한해 (지원)재단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피고기업의 지원재단 참여는 무산됐지만 일반 기업들의 참여 가능성은 크다는 것이다. 일본 소식통에 따르면 일본 일반 기업들의 최고경영자(CEO)가 개인 차원에서 지원재단에 참여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양국 정부는 피고기업의 경우 지원재단 참여 대신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와 일본 경단련(經團聯)이 공동으로 조성하는 ‘미래청년기금’(가칭)에 참여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상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일본 정부는) 민간의 자발적 기부 활동에 대해 특별한 입장을 취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일본 교도통신은 하야시 외상의 발언과 관련해 “일본 기업이 피고기업의 배상금을 대신 부담하는 한국 재단에 자발적으로 기부하는 것을 사실상 용인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일본 외무성 고위 당국자는 “다른 국내외 재단과 마찬가지로 (기부금을) 내고 싶은 기업이 있다면 일본 정부로서는 하지 말라고 하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본 기업이 지원재단에 참여하는 길을 열어둔 것으로 해석된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일본의 사죄와 관련해 “일본 정부는 1998년 10월 발표된 한일 공동선언(김대중-오부치 선언)을 포함해 역사 인식에 관한 역대 내각의 입장을 전체적으로 계승하고 있다고 확인한다”고 밝혔다. 박진 외교부 장관은 이날 이에 앞서 2018년 대법원으로부터 배상 확정 판결을 받은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지원재단이 일본 피고기업을 대신해 배상금을 변제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1965년 한일 청구권협정으로 혜택을 입은 포스코 등 한국 기업들이 우선 참여한다. 박 장관은 “한일 관계의 미래 지향적인 발전을 위해 양국 경제계가 자발적으로 기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일본 정부도 (일본) 민간의 자발적인 기여에는 반대하지 않는 입장인 것으로 이해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강제징용 배상 확정 판결 피해자 지원단체와 대리인단은 “일본의 사과도, 강제동원 문제에 대한 일본의 그 어떤 재정적 부담도 없는 굴욕적인 해법”이라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도 논평에서 “친일 정권의 본질을 보여준 최악의 굴종 외교”라고 했다.‘日피고기업 이달중 미래기금 참여’ 조율… 무산땐 ‘한일 역풍’ 징용해법 공식발표징용배상, 피고기업 빠져 반쪽 논란미래기금 참여가 관계 개선 변수로정부 “日에 구상권 안쓸것” 논란 여지한일 정부는 이달 중순으로 조율 중인 한일 정상회담 즈음 일본 피고 기업이 한일 재계가 조성한 미래청년기금 참여를 공식화하는 방향으로 조율 중인 것으로 6일 확인됐다. 피고 기업의 배상 참여는 한일 정부 간 강제징용 피해자 해법 협상의 최대 쟁점이었다. 피고 기업이 기금 참여를 발표하는 성의를 보여야 윤석열 대통령의 방일과 한일 정상회담 분위기가 무르익고 국민을 설득할 수 있다는 정부의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반대로 한일 간 후속 협의가 삐걱거려 피고 기업의 기금 참여가 늦어지거나 무산될 경우 한국 정부가 “한일관계를 위한 결단”이라며 해법을 발표한 취지가 퇴색되고 피고 기업으로부터 최소한의 참여를 이끌어내지 못한 ‘반쪽짜리 해법’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미래청년기금은 일본 정부와 피고 기업이 지원재단을 통한 배상금 변제에는 참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해 마련된 대안이다. 일본 교도통신에 따르면 한국 정부의 ‘제3자 변제’ 해법에 대해 미쓰비시중공업은 6일 “청구권 협정으로 완전하고 최종적으로 해결됐다는 것이 당사 입장이며 언급할 입장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일본제철은 “한국 정부의 국내 조치에 언급할 입장이 아니고 이 문제에 대해 계속 적절히 대응하겠다”라고만 했다. 당장 정부가 6일 피고 기업 참여를 전혀 언급하지 않은 채 정부 산하 지원재단을 통해 피해자들에게 배상금을 변제하겠다고 발표하면서 ‘반쪽 해법’이란 비판이 큰 상황이다. 정부는 피고 기업이 지원재단을 통한 배상금 변제에 참여하지 않더라도 기금 참여가 이뤄져야 이런 논란을 어느 정도 잠재울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박진 외교부 장관은 기자회견에서 “물컵에 물이 절반 이상은 찼다고 생각한다”며 “앞으로 이어질 일본의 성의 있는 호응에 따라 물컵은 더 채워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전경련은 이날 오후 “경단련과 강제징용 문제에 대한 양국 정부 간 합의를 계기로 미래지향적 한일관계 구축 방안에 대해 보다 구체적인 논의를 시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기금에 관한 논의도 포함해 모든 방안을 제로(0) 베이스에서 검토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이후 피고 기업들이 윤 대통령의 방일에 맞춰 기금 참여를 공식화하는 수순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아직 피고 기업의 기금 참여가 공식화되진 않은 만큼 변수는 있다. 일본 정부가 국내 정치적인 이유 등을 들어 기금 참여를 무산시키거나 참여 시점을 무작정 미루면 한국 정부의 부담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기금이 출범하더라도 형식적인 수준에 머물 경우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 현재 전경련에는 4대 그룹이 탈퇴한 상태다. 주요 기업들이 빠진 채 기금이 운용되면 피고 기업이 참여 의사를 밝히더라도 그 실효성에 의문이 생길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이날 구상권을 행사하지 않겠다고 밝혀 피고 기업 면책과 관련한 불씨도 남겼다. 외교부 고위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구상권 행사에 대해 상정하지 않고 있다”며 “구상권의 민법상 소멸시효는 10년”이라고 말했다. 지원재단이 대신 피해자들에게 변제한 뒤 피고 기업들에 청구하지 않겠다는 취지다.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해법과 관련해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와 일본 경단련(經團連)이 ‘미래청년기금’(가칭)을 공동 조성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배상 책임이 있는 일본 피고 기업인 미쓰비시중공업, 일본제철이 이 기금에 참여하는 방향으로 양국 정부가 가닥을 잡은 것으로 확인됐다. 한일 우호 증진에 공감하는 일본의 대기업 등 일반 기업들의 경우 양국 재계가 조성하는 공동 기금뿐만 아니라 한국 정부 산하 재단이 조성하는 기금에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방안도 열어놓고 양국 정부가 협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6일 한국 차원의 강제징용 배상 해법을 발표한다. 행정안전부 산하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지원재단)이 포스코 등 한일 청구권 협정으로 혜택을 입은 국내 기업 16곳이 출연한 자금을 활용해 피해자들에게 대신 배상하는 ‘제3자 변제’ 방안 등이 포함된다. 한국 정부가 해법을 발표하면 일본 정부도 같은 날 “일본 기업들이 (공동 기금 등에)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것에 열려 있다”는 입장을 밝힐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식민 지배에 대한 통절한 반성이 담긴 기존 일본 정부의 입장을 계승하겠다고 표명할 것이라고 정부 소식통이 전했다. 5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양국 간 핵심 쟁점이었던 ‘피고 기업의 배상 참여’ 문제는 한일 청소년 교류나 장학금 사업 등에 사용하는 미래청년기금에 피고 기업들이 참여하는 방향으로 가닥이 잡혔다. 김성한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은 “한일 청년과 미래 세대들이 양국 관계의 새로운 시대를 열기 위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에 관해 양국 경제계가 기여할 수 있는 방안을 협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는 일본 정부가 강제징용 문제는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으로 해결됐다며, 피고 기업이 지원재단을 통한 배상금 변제에 참여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떠오른 대안이다. 정부 핵심 관계자는 “어떤 방식이든 피고 기업이 돈을 내야 한다는 한국 입장과 지원재단을 통해선 돈을 낼 수 없다는 일본 입장이 절충된 해법”이라고 밝혔다.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한 사죄와 관련해선 기시다 총리가 1998년 당시 김대중 대통령과 오부치 게이조(小淵惠三) 일본 총리가 발표한 ‘21세기 새로운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에 포함된 “과거 식민 지배에 대해 통절한 반성과 진심 어린 사죄 표명” 입장을 계승하겠다고 밝힐 것으로 알려졌다.日 피고기업, 韓징용재단 참여 대신 ‘한일 미래기금’으로 우회 징용배상 해법 오늘 발표 한일 정부 ‘간접 기여’ 방식 공감대‘日 일반기업, 韓재단 참여’도 협의日, 피고기업 기금참여 언급 안할듯韓 피해자측 이해-국민 공감 미지수 “양국 정부가 나름 한발씩 양보했다. (정부로서는) 최선의 결과는 아니지만, 소기의 성과는 달성했다.” 정부 핵심 당국자는 5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이번에 합의가 안 됐다면 5월 이후로 협상이 길어졌을 것”이라며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해법의 최대 쟁점이었던 일본 피고 기업의 기여 방식을 둘러싼 양국 간 협의 결과에 대해 이렇게 자평했다. 6일 해법 발표를 앞두고 한일 정부는 피고 기업이 정부 산하 지원재단이 아니라 한일 양국 재계가 조성하는 미래청년기금을 통해 기여하는 방향으로 공감대를 이룬 것으로 확인됐다. 피고 기업의 지원재단 참여를 거부하는 일본 정부 입장을 고려한 동시에 법적 책임을 인정하지 않는 피고 기업이 지원재단을 통한 제3자 변제 방식으로 참여할 경우 생길 논란 등까지 염두에 둔 우회 방안으로 평가된다. 다만 일본 정부는 6일 미래기금 등에 대한 일본 기업들의 ‘자발적 참여’를 용인하는 방침을 밝히되 피고 기업의 기금 참여 여부는 언급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고 기업이 기금 조성에 기여한다 해도 ‘피해자에 대한 배상’ 성격이 옅은 만큼 피해자와 야당을 중심으로 비판이 거셀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日, 피고 기업의 지원재단 기금 참여 거부 복수의 일본 소식통에 따르면 미쓰비시중공업 등 피고 기업은 지난해 11월경만 해도 피해자에 대한 직접 배상이 “가능하지 않겠느냐”는 취지로 내부 검토를 진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는 한일 정부가 배상 문제와 관련해 본격 협상에 들어간 시점이었다. 하지만 얼마 뒤 배상 명목으로 피해자들에게 돈을 지급하는 게 배임이라는 등 이유로 피고 기업 내 주주들이 기업 측에 거부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고 한다. 이후 일본 정부와 기업들은 지원재단을 통해 배상에 기여하는 방안에도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특히 정부가 1월 국회에서 개최한 공개토론회에서 지원재단을 통한 ‘제3자 변제안’ 윤곽을 발표했을 당시 일본 정부는 피고 기업이 ‘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 이름으론 변제에 참여할 수 없다는 의사를 강하게 전달했다고 한다. 한국 정부 산하 지원재단을 거치는 자체가 다시 ‘배상’하는 모양새로 비칠 수 있어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주장한 것. 피고 기업이 아닌 일본 일반 기업들 내부에선 자신들이 재판 당사자도 아닌데 지원재단을 통한 배상에 왜 참여해야 하느냐는 불만이 나왔다고 한다.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사죄 등에 대한 합의가 잘돼 순탄하게 진행되던 양국 간 협의가 이 시점에 교착 상태에 빠졌던 것으로 전해졌다. 제3자 변제안 자체의 법적 쟁점들도 걸림돌이 됐다. 제3자 변제가 성립하려면 채무자, 즉 일본 피고 기업이 피해자들에게 돈을 줘야 한다는 채무를 우선 인정해야 한다. 하지만 한일 청구권협정으로 배상 문제가 해결됐다는 일본은 2018년 대법원 확정 판결도 수용하지 않았다. 일본 측이 기본 입장을 바꾸지 않는 한 재단이 변제를 할 상황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주장이 나온 이유다. 아울러 지원재단이 법적 변제 자격을 얻으려면 ‘이해관계가 있는 제3자’임을 입증해야 하는데, 이 요건이 성립되느냐는 지적도 나왔다.● 피고 기업 참여해도 “배상 아니다” 논란 일 듯 이런 문제들을 우회하기 위해 피고 기업이 미래청년기금을 통해 기여하는 방식이 거론됐다는 것. 정부 당국자는 “우리 정부의 협상 마지노선은 피고 기업의 참여를 어떻게든 이끌어내는 것이었다”며 “다만 지원재단을 거치진 않겠다는 일본 측 의사가 워낙 강했다”고 밝혔다. 다만 미래청년기금을 활용하는 방식이 피해자 측 이해를 얻어내고 국민의 공감을 얻을 수 있을진 미지수다. 피해자 단체 관계자는 이날 제3자 변제 해법 등과 관련해 “피해자들에게 정부가 선택을 강요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 박성준 대변인은 “일본의 과거사 책임을 덮어주고 면해주는 합의”라며 “대한민국 외교사에 최악의 굴욕외교로 기록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문제의 또 다른 축인 일본 측의 ‘사죄’ 부분은 6일 한국 정부가 배상 해법을 발표하면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역사의 반성이 담긴 과거 담화를 계승하겠다고 밝힐 것으로 알려졌다. 5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기시다 총리는 1998년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 등을 계승하는 방식으로 일제 강제동원 피해에 대한 사죄 의사를 표명할 방침이다. 당시 공동선언에서 오부치 총리는 “과거 식민 지배에 대해 통절한 반성과 마음으로부터의 사죄”를 밝힌 바 있다. 다만 일본 정부는 기시다 총리가 언제, 어떻게 계승 입장을 재확인할지 고심하고 있다. 기시다 총리가 6일 약식회견(도어스테핑)을 통해 언급하는 방안을 저울질하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이날 일본 국회에 출석해 국회의원의 질의에 답변하는 방식도 제기된다. 아사히신문은 “기시다 총리가 윤석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면서 반성과 사죄를 계승하고 있다고 표명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기시다 총리 측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과거 담화를 다시 확인하는 방식이 가능하다고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지난해 11월부터 한일 정부는 사죄와 관련해서는 공감대를 확인하며 협상을 이어왔다고 한다. 소식통은 “이미 사죄와 반성은 더 할 것이 없다는 게 아베 신조 전 총리의 유지였기 때문에 이를 뒤집는 것만으로도 기시다 총리는 결단을 했다는 입장”이라면서 “일본 자민당 내부에서도 반발이 적지 않았지만 총리가 과거 담화를 유지하겠다며 그 허들을 넘은 것”이라고 전했다.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법률대리인인 임재성 변호사는 5일 페이스북에 “사과가 아닌 걸 사과라고 하면 안 된다”며 “피해자에게 ‘이건 사과야’라고 강요하거나, ‘우리가 사과를 받아냈어’ (하고) 거짓말 하면 안 된다”고 밝혔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감사원이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가 MBC의 방만 경영에 대한 관리·감독을 소홀히 했다는 감사청구를 받아들여 감사를 실시하기로 결정했다. 방문진은 정부 출연기관으로 감사원법상 회계검사 및 직무감찰 대상이다. 감사원은 2일 “국민감사청구심사위원회가 지난달 22일 국민감사청구를 심의한 결과, 일부에 대해 청구사항이 규정상 청구요건에 해당하고 감사를 통해 확인과 검토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감사원은 시민단체 공정언론국민연대 등이 지난해 11월 청구한 9개 감사청구 요지 중 △미국 리조트 개발 투자로 인한 105억 원 손실 △울트라뮤직페스티벌(UMF) 수익금 지급 지연 △미국프로야구(MLB) 월드투어 선지급 투자금 회수 난항 △MBC플러스의 무리한 사업으로 100억 원 이상 손실 △MBC아트의 적자경영 방치 관련 △대구MBC의 사내근로복지기금 과잉 출연 논란 방치 관련 등 6건에 대해 감사를 진행하기로 했다. 감사 대상에서 제외된 ‘프로그램 제작비 삭감 등 방치’와 ‘지역MBC 적자 누적 방치’ 등의 주장에 대해선 “방문진이 해당 사항을 방치했다고 보기 곤란하다”고 감사원은 판단했다. 이어 MBC 손자회사인 MBCNET이 특정 종교 행사 방송 논란을 방치했다는 청구인의 주장에 대해서도 “규정상 방문진의 관리·감독 대상에 포함된다고 보기 곤란하다”며 감사하지 않기로 했다. 감사원은 이달 중 방문진 등 청구사항 관련 기관을 대상으로 자료를 수집해 본 감사에 착수할 예정이다. 감사원은 지난해 12월 방문진에 국민감사 개시 청구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사전 현장 조사를 요청했지만 방문진은 “법률적 근거가 없다”며 거부했다. 이후 방문진으로부터 서면 자료 등을 받은 뒤 감사 필요성이 있다고 보고 감사를 결정했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감사원이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가 MBC의 방만 경영에 대한 관리·감독을 소홀히 했다는 감사청구를 받아들여 감사를 실시하기로 결정했다. 방문진은 정부 출연기관으로 감사원법상 회계검사 및 직무감찰 대상이다. 감사원은 2일 “국민감사청구심사위원회가 지난달 22일 국민감사청구를 심의한 결과, 일부에 대해 청구사항이 규정상 청구요건에 해당하고 감사를 통해 확인과 검토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감사원은 시민단체 공정언론국민연대 등이 지난해 11월 청구한 9개 감사청구 요지 중 △미국 리조트 개발 투자로 인한 105억 원 손실 △울트라뮤직페스티벌(UMF) 수익금 지급 지연 △미국프로야구(MLB) 월드투어 선지급 투자금 회수 난항 △MBC플러스의 무리한 사업으로 100억원 이상 손실 △MBC아트의 적자경영 방치 관련 △대구MBC의 사내근로복지기금 과잉 출연 논란 방치 관련 등 6건에 대해 감사를 진행하기로 했다. 감사 대상에서 제외된 ‘프로그램 제작비 삭감 등 방치’와 ‘지역MBC 적자 누적 방치’ 등 주장에 대해선 “방문진이 해당 사항을 방치했다고 보기 곤란하다”고 감사원은 판단했다. 이어 MBC 손자회사인 MBCNET이 특정 종교 행사 방송 논란을 방치했다는 청구인 주장에 대해서도 “규정상 방문진의 관리·감독 대상에 포함된다고 보기 곤란하다”며 감사하지 않기로 했다. 감사원은 이달 중 방문진 등 청구사항 관련 기관을 대상으로 자료를 수집해 본 감사에 착수할 예정이다. 감사원은 지난해 12월 방문진에 국민감사개시 청구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사전 현장 조사를 요청했지만 방문진은 “법률적 근거가 없다”며 거부했다. 이후 방문진으로부터 서면 자료 등을 받은 뒤 감사 필요성이 있다고 보고 감사를 결정했다. 신나리기자 journari@donga.com}
정부가 전임 문재인 정부 시절 남북 교류협력의 상징이던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관련 조직을 대북 연락 기능만 남기고 대폭 축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와 함께 문재인 정부 때 신설됐던 교류지원과를 폐지하는 등 통일부 조직 개편이 이르면 이달 중 단행될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의 핵·미사일 고도화와 도발 국면이 계속되면서 통일부가 정부의 국정 기조에 맞게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조직을 재정비하겠다는 것이다. 28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대통령실과 통일부, 행정안전부는 통일부 조직 개편을 위한 검토 작업을 진행 중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필요한 기능을 강화하고 상대적으로 잘 안되는 기능은 효율화할 필요성이 있어 선택과 집중의 차원에서 여러 조직을 들여다보고 있다.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개편 대상이 될 조직으로는 통일부 교류협력실 아래 교류지원과와 통일부 소속 기관인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사무처 등이 검토되고 있다. 통일부는 2018년 4·27판문점 선언 이후 그해 9월 개성에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개소하고 서울에 사무처를 설치했다.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사무처는 2020년 6월 북한이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한 이후 기존 판문점 연락채널을 대신해 북한과의 하루 두 차례 개시·마감 통화를 담당하고 있다. 대북 연락 외 교류 협력 기능들이 유명무실화된 만큼 조직을 통폐합 등 축소해 효율적으로 운영하겠다는 것이다. 폐지가 검토되는 교류지원과는 2020년 남북 교류협력 과정에 필요한 통계관리, 물자관리 등 교류협력 절차와 제도를 지원, 보강하기 위해 신설됐다.北, 이산가족협력 등 외면… 통일부 ‘北인권업무’ 강화 남북연락사무소 대폭 축소 北, 3년전 개성사무소 일방 폭파尹, 올초 통일부 재조직화 지시정부 “남북협력 여지 닫는건 아냐” 정부가 통일부의 조직 개편을 검토하고 나선 건 전임 문재인 정부에서 강조됐던 남북 교류협력 분야의 실현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진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최근 남북이 ‘강 대 강’ 대치를 이어가는 상황에서 남북회담·교류협력 등 기능이 약화된 조직을 재정비하겠다는 것. 이와 동시에 윤석열 정부가 강조하는 중·장기 통일전략 구상, 정세 분석, 북한 인권 분야 조직을 강화하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 “최소한 대북연락 기능 남기고 축소 가닥”현재 운영교류부와 연락협력부 등 두 개 부서로 이뤄진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사무처는 대북연락 외에도 평화 정착 협의나 남북 당국 간 정치·군사, 경제·사회·문화예술 등 분야의 협의 및 합의사항 이행을 지원하는 업무도 담당하고 있다. 다만 2020년 1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여파로 개성 연락사무소 인력을 철수한 뒤 그해 6월 북한이 연락사무소를 폭파하면서 조직 기능이 상당 부분 약화됐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사무처는 2021년 7월 북한이 연락선을 복원한 뒤론 매일 두 차례 대북 정기 연락을 현재까지도 해오고 있다. 하지만 북한은 우리 정부의 방역, 수해, 이산가족 협력 등 제안엔 계속 무응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지난해 말 부서 세 개를 두 개로 바꾸는 등 사무처 인원을 계속 줄이고 있다”면서 “최소한의 대북연락 기능만 남기고 조직을 축소하는 방향으로 (개편) 가닥이 잡힌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또 이 관계자는 “아예 연락 기능을 다른 조직으로 옮기고 조직을 폐지하는 수순을 밟을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폐지가 검토되는 교류지원과 역시 2020년 당시 문재인 정부가 남북 관계 개선에 박차를 가하던 시기에 교류협력국을 교류협력실로 확대 개편하면서 분야별 교류협력 조직들을 지원하기 위해 신설됐다. 다만 이 같은 개편 방향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교류협력 등에 대한 중요도가 낮아진 건 아니고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차원”이라면서 “남북 관계 개선에 대한 여지마저 닫는 것도 아니다”라고 했다.● 북한인권-중장기 통일전략 관련 조직 강화될 듯이번 조직 개편 방향은 올해 1월 말 통일부 업무보고 당시 윤석열 대통령의 마무리 발언에 잘 드러나 있다. 당시 윤 대통령은 “전체 직원이 600여 명 된다는데 업무가 좀 바뀌면 유연하게 과제 중심으로 재조직화해서 일을 해주기 바란다”고 했다. 이어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에 북한 인권 문제의 실상을 알리는 게 중요하고, 냉철한 판단에 기반한 통일 준비에 관심을 기울여 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통일부의 대북정책 구상 분야도 강화되고 있다. 통일부는 28일 자유·인권·소통·개방 등 ‘자유민주적 평화통일’ 기반을 구축하겠다는 ‘신(新)통일미래구상’ 자문을 담당할 통일미래위원회를 발족했다. 지난해 12월엔 북한이 비핵화 의지를 보일 경우 대규모 경제 지원에 나선다는 비핵화 로드맵 ‘담대한 구상’ 등을 기획, 수립하는 통일미래전략기획단을 장관 직속으로 설치하기도 했다. 아울러 통일정책실 밑에 대북·통일정책과 관련한 남남(南南)갈등 해소, 통일에 대한 인식 제고를 위해 참여소통과를 신설한 바 있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국내 대표적인 외교안보·통일 연구재단인 세종연구소가 고위 국가공무원을 대상으로 진행해온 ‘세종 국가전략 연수 과정’ 사업비를 부풀려 계상하고, 일부를 남겨 재단 운영에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외교부가 감사에 착수한 가운데 문재인 전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별보좌관을 지낸 문정인 세종연구소 이사장(사진)은 지난달 27일 연구소 측에 사의를 밝혔다.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외교부는 지난달 21일부터 세종연구소 실지 감사를 실시해 연구소가 연수사업비 집행 잔액을 재단 간접비(재단 운영비)로 사용한 정황을 포착했다. 연구소는 1995년부터 연간 100명 안팎의 고위공무원을 대상으로 약 1년간 국가전략 연수 과정을 각 부처 지자체로부터 위탁받아 운영해 왔다. 연구소는 각 소속 기관으로부터 2018년부터 2021년까지 해마다 1인당 1900만∼2200만 원을 수령한 뒤 총 수령액의 9∼13.8%, 최대 2억5300만 원까지 남긴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각 연수생 소속 기관에 보고하거나 반납하지 않고 간접비(재단 운영비) 형태로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연수사업비 성격이 명확히 규정돼 있지 않아 통상의 예산처럼 ‘불용(不用)’ 처리 후 반납하지 않은 것이다. 연구소는 2021년 사업비에선 집기 비품비로 700만 원을 쓰겠다고 예산서를 제출했지만 실제 결산서상으로는 33배가 넘는 2억3560여만 원을 쓰기도 했다. 세종연구소 고위 관계자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교육에 필요한 일부 집기나 시설이 낡아서 손을 보는 데 쓰였다”고 해명했다. 문 이사장은 외교부의 예산 감사 직후인 지난달 27일 연구소 임직원들에게 사임 의사를 밝혔다. 2021년 2월 임명된 문 이사장은 3년의 임기를 약 1년 남겨둔 상황이다. 연구소는 이달 중순쯤 이사회를 소집해 문 이사장의 거취와 후임 이사장을 최종 결정할 방침이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외교부가 홍현익 국립외교원장(사진)에 대한 해임 절차에 착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홍 원장은 문재인 정부 임기 말기인 2021년 8월 임명돼 임기를 6개월 정도 남겨둔 상황이다. 국립외교원은 외교부 직속 국책연구기관으로 원장은 차관급 고위공무원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28일 “지난해 12월부터 홍 원장 등에 대해 감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외교부는 운영 현황에 대한 문제점 등과 관련해 제보를 받고 외교원을 감사하는 과정에서 내부 인사들의 청탁금지법 위반 및 외부활동 신고 누락 등을 적발했고, 이에 기관에 대한 주의 조치까지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는 홍 원장에겐 운영 및 관리 소홀 책임을 물어 업무에 일부 제한을 둔 것으로 전해졌다. 일단 홍 원장은 직무는 수행 중이지만 지난주 당사자 의견을 듣는 청문이 진행되는 등 홍 원장을 대상으로 고위공무원 면직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외교부는 홍 원장이 지난해 추계 공관장 대상 교육 등에서 윤석열 정부의 외교정책에 반하는 발언을 지속한 부분 등도 업무를 수행하기 부적절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홍 원장은 문재인 정부의 종전선언 및 한미 연합훈련 중단을 통한 한반도 평화 노력이 바람직했다는 점을 강조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국내 대표적인 외교안보·통일 연구 재단인 세종연구소가 약 30년간 고위 국가공무원을 대상으로 진행해온 ‘세종국가전략연수 과정’ 사업비를 부풀려 계상하거나 일부 남겨 재단 운영에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연구소는 항목별로 예산서보다 최대 30배 이상을 지출하는 등 각 중앙부처와 지방자치단체로부터 교육사업비 명목으로 받은 예산을 방만하게 집행하고 전용(轉用)한 의혹을 받고 있다.그런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 당시 통일외교안보 특별보좌관을 지낸 문정인 세종연구소 이사장은 27일 연구소 임원진과 평연구원들을 모아 회의를 연 뒤 사임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세종연구소 실지 감사 착수28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외교부는 21일부터 24일까지 세종연구소 실지 감사에 착수해 연구소가 연수사업비 집행 잔액을 재단 간접비(재단 운영비)에 사용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확인됐다. 세종연구소는 민간연구기관이지만 재단법인의 설립목적과 취지에 따라 해당 주무관청인 외교부의 회계 감사를 받아야 한다. 전년도 11월에 예산서를 제출하고, 다음 해 3월 경 집행내역이 담긴 결산서를 제출하게 돼 있다. 외교부 감사관실은 최근 연구소의 연수 과정 예산 집행 관련 의혹이 제기되자 연구소의 2018년~2021년 최근 4년간 예·결산서를 들여다본 것으로 알려졌다. 세종연구소는 1995년부터 고위공무원들을 대상으로 약 1년간 국가전략연수 과정을 각 부처 지자체로부터 위탁운영해왔다. 연간 100명 안팎의 공무원들이 인사혁신처와 행정안전부로부터 발탁돼 연구소로 파견되면 국정 전반의 전문지식과 폭넓은 국제정세 이해를 쌓으며 중장기 정책연구를 진행하고 자기계발을 해온 교육프로그램이다.외교부에 따르면 연구소는 이 연수경비로 2018년부터 2021년까지 각 부처로부터 인당 1900만 원(2018, 2019년), 2200만 원(2020, 2021년)을 수령한 뒤 적게는 1억3131만 원에서 많게는 2억5378만 원까지 남긴 것으로 조사됐다. 연구소는 연수과정 정산 결과 집행 잔액을 각 연수생 소속기관에 보고하거나 반납하지 않고 약 9%에서 13.8% 정도를 재단 운영비라는 간접비 형태로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당초 계획했던 것보다 연수비가 남는데도 2023년에는 교육사업비를 1인당 2500만 원으로 인상해 각 부처에 청구하기도 했다.세종국가전략연수과정 연수비연도연수경비 수입연수경비 사용 잔액202326억2500만 원(2500만 원*105명) 202218억3600만 원(1800만 원*102명) 202122억 원(2200만 원*100명)2억5378만 원202019억3600만 원(1900만 원*85명)1억3132만 원201916억1500만 원(1900만 원*85명)2억5337만 원201815억5800만 원(1900만 원*82명)1억5391만 원 연구소는 연수사업비 집행 잔액을 차기년도 수입으로 포함시켜 이사회 승인 후 재단 운영예산(공통경비)으로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연수과정은 보조금 사업이 아니어서 집행 잔액에 대한 사후 정산과 반환 의무가 없다는 허점을 이용한 것으로 보인다. 통상의 세금이라면 ‘불용(不用)’처리를 한 후 반납하기 마련인데 연수사업비의 성격이 명확히 규정돼 있지 않은 탓에 세종연구소 수입으로 흘러가도 막을 방법이 없었던 것이다. 외교부는 해당 연수사업비로 교육연수실 직원 외에 행정실 직원 6명의 인건비를 집행한 의혹도 조사하고 있다. 외교부는 해당 예산이 보조금 성격이 맞는지 기획재정부에 해석을 의뢰한 상태다. 만약 연구사업비 잔액이 불용예산이라는 해석이 나올 경우, 세종연구소는 해당 기관에 연구비용 잔액을 반납해야 한다.연구소는 또 2021년 집기비품으로 700만 원을 쓰겠다고 예산서를 제출했으나 실제 결산서에는 33배가 넘는 2억3560여만 원을 쓴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2020년에도 연수비를 과다청구했을 우려가 있어 구체적인 실제 집행 내역을 확인해야 한다고 외교부는 보고 있다.연구소의 한 관계자는 “연구소가 늘 재정난에 허덕인다면서 직원들 월급도 올려주지 않으면서 무슨 돈으로 새 연구센터(사이버안보연구센터)도 만들고 이례적으로 특임연구위원도 채용하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연구소는 정미애 전 주니가타총영사를 특임연구원으로 3월부터 채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세종연구소 고위관계자는 “회계상 과다하게 지출을 하더라도 남는 걸 반납하지 않고 연구소가 쓰느냐는 지적이지만 이런 저런 비용 속에 남는 게 없다”며 “일부 집기나 시설이 낙후돼 있어 손보는 데 쓰였고 여러 가지 비용이 상승된 측면이 있어서 연구비용도 올해 인상해 청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정인 이사장 사의 표명 외교부 감사 직후 문정인 세종연구소 이사장은 27일 돌연 연구소 임원진과 평연구원들을 모아 회의를 연 뒤 사임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소 관계자는 “이사장께서 어제까지만 근무하시고 자리에서 물러나시겠다고 하셨다”며 “3월 중순 이사회를 소집해 문 이사장의 거취와 후임을 최종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딸 김주애가 이번엔 건설현장에 김 위원장과 함께 등장했다. 군 관련 행사가 아닌 김 위원장의 시찰 현장에 동행한 것은 17일 내각과 국방성 직원들 간 체육경기 관련에 이어 두 번째다. 김주애는 앞으로 군 관련 행사뿐 아니라 다양한 행사에 모습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조선중앙통신은 26일 김 위원장과 김주애가 평양 서포지구 새거리 건설 착공식에 참석했다고 전했다. 통신은 전날 개최된 착공식에 나타난 김주애를 “사랑하는 자제분”이라고 지칭했다. 김주애가 김 위원장 옆에서 첫 삽을 뜨는 모습도 사진으로 공개했다. 금장 버튼이 달린 검은색 더플코트 차림의 김주애는 이날 검은색 장갑을 착용하고 김 위원장 옆에서 당 간부들과 함께 손뼉을 치기도 했다. 북한은 지난해 11월 김주애를 처음 소개할 당시 “사랑하는 자제분”이라고 가리킨 이후 “존귀하신” “존경하는” 등의 표현을 혼용하고 있다. 김주애가 공식 석상에 등장한 것은 이번이 7번째다. 김주애는 8일 북한군 창건 75주년 열병식 때 주석단 중앙에 등장해 높아진 위상을 과시했다. 김주애는 이달에만 약 열흘 간격으로 세 번째 공개석상에 나타났다. 거듭된 김주애의 등장은 이른바 ‘백두혈통’ 4대 세습을 현실화하고 정통성을 강화하려는 북한 선전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24일(현지 시간) “한국산 무기가 지원된다면 긍정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이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 지원에 활용하기 위해 한국산 포탄 추가 구매를 요청했고, 우리 정부가 미국에 155mm 포탄 수만 발을 추가로 수출하기로 가닥을 잡은 가운데 젤렌스키 대통령이 이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낸 것으로 풀이된다. 세계은행이 우크라이나 전후 재건 비용을 3490억 달러(약 457조 원)로 추산하는 상황에서 우리 정부는 재건 사업에 참여하는 방안도 조심스럽게 고려하고 있다.● 젤렌스키 “韓 지도부 초청도 논의 중”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우크라이나 전쟁 1년을 맞아 연 기자회견에서 한국산 무기 지원 가능성과 관련해 “이 훌륭한 나라에 관해 다른 나라들과 의논 중인 세부 사항들이 있다”며 “이를 통해 (한국이) 우크라이나를 지원할 기회를 찾을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최근 옌스 스톨텐베르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이 한국 정부를 상대로 무기 지원을 요청한 것에 대한 질문을 받고 이같이 답한 것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의 발언을 두고 최근 한미 간 진행 중인 포탄 수출 협의를 언급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우리 정부는 미국 정부 요청으로 포탄을 추가 수출하기로 사실상 방침을 정하고 미국과 협의를 벌이고 있다. 한미 간 포탄 수출 합의 시 미군의 기존 포탄을 우크라이나에 제공한 뒤 한국산 포탄으로 미군의 부족분을 채우는 방식이 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일종의 ‘우회 지원’인 셈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회견에서 “한국 지도부를 우크라이나에 초청할 수 있도록 논의를 진행 중”이라며 “우크라이나 국무총리의 한국 방문도 추진 중”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양국 관계에 굉장히 관심이 크다”며 한국과의 협력 강화 의지를 강조했다. 다만 우리 정부는 고위급 인사의 양국 방문과 관련된 젤렌스키 대통령의 발언에는 조심스러워하는 분위기다. 외교부 관계자는 “양국 간 논의에 대해서는 공개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軍-우크라군, 민군작전 콘퍼런스 개최우리 정부가 종전 후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을 지원하는 방안도 계속해서 논의되고 있다. 26일 한미연합사에 따르면 캠프 험프리스(경기 평택 미군기지)에서 우크라이나대사관과 한미 군 당국, 유관기관이 참석한 가운데 우크라이나군과 전시 민군작전을 토론하는 화상 콘퍼런스가 열렸다. 민군작전이란 전·평시에 군이 민간인을 상대로 펼치는 인도주의 활동 등 대민작전을 뜻한다. 우크라이나군은 화상으로 연결해 콘퍼런스에 참여했다. 이와 관련해 연합사 측은 “우크라이나 측으로부터 현지 민군작전 환경을 이해하고 그로부터 전시 민군작전의 교훈을 얻고자 마련된 세미나였다”며 한국군이나 주한미군이 당장 우크라이나 현지 민군작전을 지원하거나 관여할 가능성을 일축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이날 콘퍼런스가 종전 후 우크라이나 재건 지원을 위한 파병 가능성 등을 고려한 자리가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우리 정부가 우크라이나 지원을 위한 포탄을 미국에 수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점 역시 전후 재건 사업 참여에 대한 고려가 깔린 것으로 알려졌다. 복수의 정부 관계자는 “우크라이나와 서방 국가들의 참여 요청에 따라 우리 정부도 우크라이나 재건과 관련된 국제회의에 참석하고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현재로선 전쟁이 끝날 때까지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젤렌스키 대통령의 부인인 올레나 젤렌스카 여사는 13일 동아일보와 채널A 공동 인터뷰에서 “6·25전쟁 이후 한국의 재건 경험은 우크라이나에 아주 소중한 경험이 될 것”이라며 “전쟁 이후 빠르게 경제 성장을 이룬 경험을 나누고 싶다”고 말한 바 있다.카이로=강성휘 특파원 yolo@donga.com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딸 김주애가 이번엔 건설현장에 김 위원장과 함께 등장했다. 군 관련 행사가 아닌 김 위원장의 현장에 동행한 것은 17일 내각과 국방성 직원들 간 체육경기 관련에 이어 두 번째다. 김주애는 앞으로 군 관련 행사뿐 아니라 다양한 행사에 모습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조선중앙통신은 26일 김 위원장과 김주애가 평양 서포지구 새거리 건설 착공식에 참석했다고 전했다. 통신은 전날 개최된 착공식에 나타난 김주애를 “사랑하는 자제분”이라고 지칭했다. 김주애가 김 위원장 옆에서 첫 삽을 뜨는 모습도 사진으로 공개했다. 금장 버튼이 달린 검정색 더플코트 차림의 김주애는 이날 검정색 장갑을 착용하고 김 위원장 옆에서 당 간부들과 함께 손뼉을 치기도 했다. 북한은 지난해 11월 김주애를 처음 소개할 당시 “사랑하는 자제분”이라고 가리킨 뒤 이후 “존귀하신” “존경하는” 등의 표현을 혼용하고 있다.김주애가 공식 석상에 등장한 것은 이번이 7번째다. 김주애는 8일 북한군 창건 75주년 열병식 때 주석단 중앙에 등장해 높아진 위상을 과시했다. 김주애는 이달에만 약 열흘 간격으로 세 번째 공개석상에 나타났다. 거듭된 김주애의 등장은 이른바 ‘백두혈통’ 4대 세습을 현실화하고 정통성을 강화하려는 북한 선전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김 위원장은 착공식 연설에서 공사에 동원된 청년들을 향해 “2023년도 평양시 1만 세대 살림집 건설과 별도로 수도 평양의 북쪽관문구역에 4000여 세대의 살림집을 일떠 세워 옹근 하나의 특색있는 거리를 형성하는 중요한 대상건설을 사회주의애국청년동맹과 백두산영웅청년돌격대에 통째로 맡기기로 했다”고 말했다.신나리기자 journari@donga.com}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24일(현지 시간) “한국산 무기가 지원된다면 긍정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이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 지원에 활용하기 위해 한국산 포탄 추가 구매를 요청했고, 우리 정부가 미국에 155mm 포탄 수만 발을 추가로 수출하기로 가닥을 잡은 가운데 젤렌스키 대통령이 이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낸 것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전후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에 우리 정부가 참여하는 방안을 두고도 국제사회의 관심이 커져가고 있다.● 젤렌스키 “韓 지도부 초청도 논의 중”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우크라이나 전쟁 1년을 맞아 연 기자회견에서 한국산 무기 지원 가능성과 관련해 “이 훌륭한 나라에 관해 다른 나라들과 의논 중인 세부사항들이 있다”며 “이를 통해 (한국이) 우크라이나를 지원할 기회를 찾을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최근 옌스 스톨텐베르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이 한국 정부를 상대로 무기 지원을 요청한 것에 대한 질문을 받고 이같이 답한 것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의 발언을 두고 최근 한미 간 진행 중인 포탄 수출 협의를 언급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우리 정부는 미국 정부 요청으로 포탄을 추가 수출하기로 사실상 방침을 정하고 미국과 협의를 벌이고 있다. 포탄 수출 합의 시, 포탄을 곧바로 우크라이나에 보내지 않고 미군의 기존 포탄을 우크라이나에 제공한 뒤 한국산 포탄으로 미군의 부족분을 채우는 방식이 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일종의 ‘우회 지원’인 셈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회견에서 “한국 지도부를 우크라이나에 초청할 수 있도록 논의를 진행 중”이라며 “우크라이나 국무총리의 한국 방문도 추진 중”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양국 관계에 굉장히 관심이 크다”며 한국과의 협력 강화 의지를 강조했다. 다만 우리 정부는 한국 지도부를 우크라이나에 초청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는 젤렌스키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운 분위기다. 외교부 관계자는 “양국 간 논의에 대해서는 공개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 軍-우크라군, 민군작전 컨퍼런스 개최 종전 후 우리 정부가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을 지원하는 방안도 계속해서 논의되고 있다. 26일 한미연합사에 따르면 캠프 험프리스(평택 미군기지)에서 우크라이나 대사관과 한미 군 당국, 유관기관이 참석한 가운데 우크라이나군과 전시 민군작전을 토론하는 화상 콘퍼런스가 열렸다. 민군작전이란 전·평시에 군이 민간인을 상대로 펼치는 인도주의 활동 등 대민작전을 뜻한다. 우크라이나군은 화상으로 연결해 컨퍼런스에 참여했다. 이와 관련해 연합사 측은 “우크라이나 측으로부터 현지 민군작전 환경을 이해하고 그로부터 전시 민군작전의 교훈을 얻고자 마련된 세미나였다”며 한국군이나 주한미군이 당장 우크라이나 현지 민군작전을 지원하거나 관여할 가능성을 일축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이날 컨퍼런스가 종전 후 우크라이나 재건 지원을 위한 파병 가능성 등을 고려한 자리가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우리 정부가 우크라이나 지원을 위한 포탄을 미국에 수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 역시 전후 재건 사업 참여에 대한 고려가 깔린 것으로 알려졌다. 복수의 정부 관계자는 “우크라이나와 서방국가들의 참여 요청에 따라 우리 정부도 우크라이나 재건과 관련된 국제회의에 참석하고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현재로선 전쟁이 끝날 때까지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젤렌스키 대통령의 부인인 올레나 젤렌스카 여사는 13일 동아일보와 채널A 공동 인터뷰에서 “6·24 전쟁 이후 한국의 재건 경험은 우크라이나에 아주 소중한 경험이 될 것”이라며 “전쟁 이후 빠르게 경제 성장을 이룬 경험을 나누고 싶다”고 말한 바 있다.카이로=강성휘 특파원 yolo@donga.com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신나리기자 journari@donga.com}

미국 정부가 우리 정부에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 지원에 활용하기 위해 한국산 포탄 추가 구매를 요청해 한미 간 협의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 1년이 지나며 우크라이나군 포탄이 소진되고,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제공하던 포탄 재고도 감소하자 지난해에 이어 포탄 추가 구매 의사를 밝힌 것. 정부는 한미 관계 등을 고려해 포탄 수출 가능성을 열어 두면서도 “한-러 관계 파탄”을 경고한 러시아의 강한 반발을 고려해 수출 여부를 고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23일 복수의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미 정부는 최근 우리 정부에 포탄 수만 발 구매를 요청했다고 한다. 요청한 포탄은 155mm 포탄으로 견인포, 자주포 등에 들어가는 가장 기본적인 탄약이다. 정부 소식통은 “미군은 지난해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155mm 포탄 100만 발 이상을 우크라이나에 제공했다”며 “전쟁이 끝날 조짐을 보이지 않고 포탄 재고가 빠른 속도로 감소하자 한국 정부에 추가 구매를 요청한 것”이라고 밝혔다. 동아일보 취재에 따르면 미 정부는 지난해 한국 정부로부터 155mm 포탄 10만 발을 1차로 구매했다. 다만 미국은 당시 이 포탄을 곧바로 우크라이나에 보내지 않고 미군의 기존 포탄을 우크라이나에 제공한 뒤 한국산 포탄으로 미군의 부족분을 채운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 정부가 전쟁 개입 논란을 피하기 위해 이런 우회 방식을 요청한 것이다. 이번에도 한미 정부는 추가 수출 성사 시 지난해와 같은 방식을 택할지, 미국이 한국산 포탄을 구매해 곧바로 우크라이나로 보낼지 등을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정부, 포탄 수출 가능성 열어놔… 푸틴 “관계 파탄” 반발은 부담 美, 한국산 포탄 요청 한미 관계-우크라 재건참여 등 고려일부 ‘선제적 수출’ 주장까지 나와러 교민 안전-경협 차질 등엔 우려 정부는 한미 관계와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 참여 등을 고려해 미국 측에 포탄을 추가 수출할 가능성을 열어두면서도 한-러 관계에 미칠 수도 있는 파장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의 공식 입장은 우크라이나에 살상 무기를 지원할 계획이 없다는 것이다. ● 美 “우크라 포탄 재고 감소” 韓에 수출 요청정부 고위 관계자는 “정부 일각에선 우크라이나에 계속 인도적 지원만 하기 힘든 상황이라면 미국이나 우크라이나 등과 얼굴을 붉힌 뒤 지원에 나서는 모습보다는 선제적으로 미국에 포탄을 수출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게 사실”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1차로 10만 발 수출을 결정할 당시처럼 미국을 수출용 포탄의 최종 사용자로 한다는 단서만 달면 이를 내세워 우회적 지원에 나설 수도 있지 않겠느냐”고도 했다. 정부가 미국의 요청에 응해 얻을 수 있는 동맹 밀착 효과가 요청을 거부할 때 발생할 손실 등과 비교해 더 크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한미가 동맹 70주년을 맞아 4월 말 미국에서 정상회담을 조율 중인 상황도 정부가 포탄 판매에 나설 가능성을 높이는 배경으로 꼽힌다. 우크라이나가 자국 재건에 필요한 비용을 7500억 달러(약 962조 원)로 추산한 가운데 한국 정부는 전쟁 후 진행될 재건 사업에 참여할 준비를 시작했다. 이 역시 포탄 수출의 명분이 될 수 있다. 정부 소식통은 “미국 수출을 통해 간접적으로라도 우크라이나에 군사적 지원을 어느 정도 해줘야 재건 사업에서 우선순위에 나설 자격이 생길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다만 러시아가 강력히 반발할 가능성을 정부는 부담스러워하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제공하면 한국과 러시아 관계가 파탄 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최근 러시아가 서방의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에 크게 반발하고 있어 정부가 미국에 포탄을 수출하는 방식이라 해도 또다시 한-러 관계 파장을 위협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지난해처럼 미군의 기존 포탄을 우크라이나에 제공하고, 미국이 추가 구매한 한국산 포탄을 미군용으로 보충해 놓는 방법을 택해도 러시아가 이를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지원한 것으로 주장하며 보복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 정부, 한-러 관계 파장 부담러시아에 거주하는 교민들이 입을 수 있는 불이익도 부담이다. 외교부 관계자는 “러시아에 주재하는 기업인들의 교역 활동에 불이익이 가거나 교민 안전 문제가 발생할까 우려해 다자회의 계기 등 틈나는 대로 러시아 측에 배려를 당부하고 있다”고 했다. 교민 안전 문제는 정부가 국제사회와 함께 러시아 정부의 침공에 반대 입장을 밝히고 대러 제재에 보조를 맞추면서도 우크라이나에 대한 직접 무기 지원에 난색을 표한 이유이기도 하다. 전쟁이 끝날 경우 에너지, 자동차 산업 등에서 러시아와의 경제협력 관계를 계속 이어가야 하는 점도 우리가 러시아의 반응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이유로 꼽힌다. 전쟁이 발발하기 직전인 2021년 한-러 교역액은 265억 달러(약 34조 원)로 사상 최대치였다. 이번 포탄 판매가 ‘군사적 지원’의 신호탄처럼 보일 수 있는 것도 정부로선 부담이다. 지난달 한국을 방문한 옌스 스톨텐베르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은 한국이 군사적 지원에 나서 달라고 공개적으로 촉구했다. 우크라이나도 한국에 무기 지원을 요청하고 있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박진 외교부 장관이 20일 한일 간 막바지 협상 중인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문제 해법을 두고 “우리가 양보할 가능성을 상정하고 있진 않다”고 밝혔다. 박 장관은 독일 뮌헨안보회의(MSC) 참석 후 이날 귀국길에 기내 등에서 가진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남은 쟁점들에 대해 양국의 정치적 결단을 표명할 시기가 됐다고 해서 한국이 먼저 입장을 바꿀 가능성은 없다”고 말했다. 박 장관은 “끝까지 진정성을 갖고 각급에서 최선의 노력을 기울인다는 게 우리 정부의 입장”이라고도 말했다. 일본 피고 기업(미쓰비시중공업, 일본제철)의 배상 기여가 이뤄져야 한다는 우리 입장을 계속 일본 측에 설득해나가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문제에서 한일 외교 당국이 막판까지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는 핵심 쟁점은 일본 피고 기업의 금전적 기여 여부다. 피해자 또는 그 유족에게 직접 배상하는 길이 최선이지만, 피고 기업들이 거부하고 있는 만큼 정부가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을 통해 조성한 기금으로 대신 변제할 때 여기에 참여하는 방식 등이 현실적인 대안으로 거론된다. 정부는 피해자들의 입장을 고려해 일본 기업이 돈을 내야 한다고 일본 정부를 설득하고 있다. 박 장관의 발언은 가급적 빨리 강제징용 문제를 해결해 한일 관계를 정상화하겠다는 게 정부 방침이지만, 일본 기업들이 어떤 식으로든 돈을 내야 한다는 입장을 굽힐 생각이 없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또 박 장관은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는 본인 스스로 ‘결단과 소신의 정치인’이라고 말한다”고 강조했다. 외교 당국 간 충분히 협의를 한 만큼 이젠 기시다 총리가 정치적으로 풀어야 할 단계라고 재차 강조한 것이다. 박 장관은 전날 하야시 요시마사(林芳正) 일본 외상과 한일 외교장관 회담 후 “일본 측에 성의 있는 호응을 위한 정치적 결단을 촉구했다”면서 공개적으로 기시다 총리가 판단해야 한다는 입장을 전했다. 박 장관은 인터뷰에서 “(한일이) 상대방 입장에 대해서 잘 알고 있는 만큼 한일 관계 마지막 고비를 넘기 위한 정치적 결단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정치적 결단이 반드시 정상회담을 통한 해결은 아니다”라고도 했다. 이번 장관 회담에서도 일본 측과 정상회담 관련해선 “전혀 논의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그 대신 “한일 정상이 서로 신뢰 관계를 갖고 있기에 이를 바탕으로 풀어나가면 (정치적 결단은)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강제징용 문제가 풀리면 정상회담은 자연스럽게 성사될 수 있는 만큼, 한일 정상 간 입장을 조율해 정치적으로 푸는 게 우선이란 의미로 풀이된다. 박 장관은 “MSC에서 많은 국가들이 한일 관계 개선에 지대한 관심을 갖고 있었다”며 토론 중간에 박수를 받은 일화도 소개했다. 18일(현지 시간) 인도태평양지역 안보 관련 토론 세션에서 박 장관은 “일본과는 민주주의, 시장경제, 인권, 법치라는 공통 가치를 갖고 있다”면서 “일본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서 노력하고 있고, 이 회의가 끝나면 바로 하야시 외상과 양자 회담을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어 “한일 관계를 단순히 양자 관계로만, 제로섬 게임으로 볼 게 아니라 뮌헨회의의 화두인 ‘시대전환기(Zeitenwende)’에 어떤 관계로 만들어 갈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밝혀 캐나다 외교장관 등 참석자들이 큰 박수로 응원했다고 했다. 강제징용 피해자 등과의 면담과 관련해선 “(피해자들의) 의견을 경청해 이를 바탕으로 당연히 문제를 풀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이분들(피해자들)의 의견을 존중해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일본 측에도 설명했다”고 덧붙였다. 일본도 회담에서 이러한 피해자들의 의견을 이미 알고 있고 매우 큰 관심을 보였다고도 전했다. 박 장관은 이날 귀국길에 공항에선 “주요 20개국(G20) 외교장관 회담이 3월 초에 인도에서 열린다”면서 “거기에 한일 외교장관이 참석하게 되면 또 자연스럽게 만날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박진 외교부 장관이 18일(현지 시간) 독일 뮌헨에서 열린 한일 외교장관 회담 후 “일본 측에 성의 있는 호응을 위한 정치적 결단을 촉구했다”며 “(일본 측이)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총리에게 입장을 전하고 거기서 판단을 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 문제 해법 관련 한일 간 막판 최대 쟁점인 일본 피고 기업(미쓰비시중공업, 일본제철)의 배상 변제금 참여에 대해 기시다 총리가 결단해야 한다고 한국 정부가 공개적으로 밝힌 것은 처음이다. 외교 당국 간 고위급 연쇄 회담을 통해 이 쟁점에 대해 집중 협의했음에도 견해차를 완전히 좁히지 못한 만큼 이제 이 문제를 한일 정상 간에 정치적으로 풀어야 하는 단계가 됐다는 것이다. 제59차 뮌헨안보회의(MSC)에 참석한 박 장관과 하야시 요시마사(林芳正) 외상은 이날 35분간의 회담에서 강제징용 문제를 집중 논의했다. 박 장관은 회담 직후 취재진과 만나 “주요 쟁점에 대해 할 수 있는 이야기는 다 했다. 서로 입장을 이해했기 때문에 이제 서로 정치적 결단만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회담에 배석한 외교부 당국자는 “핵심 쟁점(해결에 대한)에 대해 솔직하고 진지한 의견을 교환했고 (문제 해결에 대한) 양국의 정치적 결단, 정치적 의지를 표명해야 하는 시기인 만큼 우리 관심사에 대해 일본 측의 정치적 결단을 촉구하는 내용을 무게감 있게 전달했다”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장관이 한 번 만나 끝나는 회담이 아니라 회담 결과가 본국에 보고된 뒤 지침을 토대로 최종 결론이 날 때까지 계속 각급에서 협의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이날 “징용공(강제동원 피해자의 일본식 표현) 문제 논의를 정치적 레벨로 끌어올리는 협의를 했다”고 전했다.日 징용배상, 전범기업 참여가 관건… 韓日정상 결단에 달려 “日에 정치적 결단 촉구” 당국 협의만으론 징용 해결 한계“최고위층 결단 없인 진전 어려워”기시다, 낮은 지지율에 결단 힘들어韓은 日기업 배상불참땐 여론 부담 박 장관이 이날 하야시 외상에게 기시다 총리의 정치적 결단을 촉구한 배경에는 한국 정부가 윤석열 정부 취임 이후 9개월 동안 강제징용 피해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할 만큼 했으니 ‘일본도 관계 개선에 생각이 있다면 응당 답을 할 차례’라는 단호한 메시지가 깔려 있다. 정부는 그간 한일 외교당국 간 협의 외에도 해법 마련을 위한 4차례의 민관협의회 개최, 피해자들을 대상으로 한 정부 해법안 공개토론회, 피해자와 가족들의 직접 면담 등 국내 여론 수렴을 진행해왔다.● “기시다 말고 최대 쟁점 해결 어렵다” 특히 한일 외교당국 간 협의만으로는 한국 정부 산하 재단이 조성하는 배상 변제금을 위한 기금에 일본 피고 기업이 참여하는 문제를 둘러싼 핵심 쟁점을 해결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실무급 차원에서 견해차를 좁힌 부분을 토대로 차관급에 이어 장관급 고위급 담판으로 합의를 이끌어내려 했지만 일본이 양보안을 내놓기를 꺼리면서 기시다 총리의 태도 변화 없이는 진전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본 것이다. 일본에서도 강제징용 문제는 양국 최고위층의 결단이 필요하다고 본다. 일본이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으로 강제징용 배상 문제는 모두 해결됐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는 만큼, 기시다 총리 말고는 일본 내부에서 이 문제를 뒤집거나 손댈 수가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 힘입어 피고 기업들은 배상 문제가 ‘국가 간 문제’라고 규정하며 배상 변제를 위한 기금 참여에 고개를 젓고 있다. 기시다 총리의 결심이 없는 한 먼저 움직이는 일은 없다는 의미다. 하지만 일본 전문가들은 기시다 총리의 결단도 쉽지 않은 문제라고 본다. 일본 국내적인 요인 때문이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20∼30%대의 낮은 지지율에 머물러 있는 기시다 총리가 정치적 부담을 지고 한국의 요구를 수용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것이다. 기시다 총리는 2015년 박근혜 정부 시절 외상으로 한일 위안부 합의를 이끌어냈다가 자민당 내부에서 정치적 비난을 받은 경험이 있다. 이런 기시다 총리로선 피고 기업의 배상 참여라는 극도로 민감한 문제에 손댔다가는 자칫 정치 생명에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 또 의원내각제인 일본에서 총리가 책임 있는 결단을 내리기에는 한계가 있다. 집권 자민당에서도 소수 파벌인 기시다 총리로서는 당내 다수인 보수 강경파의 반발을 딛고 한국에 양보를 했다는 인식을 줄 수 있는 결단을 내리기 쉽지 않다. 지난해 7월 사망한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는 회고록에서 “한국 대법원 판결은 국제법 위반이었다. 외무성은 싸우지 않았지만 내가 정권을 잡으면서 많이 바꿨다”며 한국에 정면으로 맞서 싸웠다고 밝혔다. 이런 기조는 현 자민당 보수 강경 세력에서 사실상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韓, 피고 기업 배상 불참 거부 정서 부담한국 정부도 일본 피고 기업이 배상에 전혀 참여하지 않는 데 대한 국내 여론과 피해자들의 거부감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 한국 정부가 자의적으로 피고 기업의 배상을 선뜻 포기하거나 양보하는 인상을 주면 여론의 역풍이 불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일본의 태도 변화만큼 강제징용 피해자와 유족들을 설득하는 것도 큰 과제다. 피해자뿐만 아니라 유족들의 고령화도 무시할 수 없는 요소다. 최대한 많은 유족을 만나 의견을 경청하고 청취하려는 것도 이들의 협조 없이는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는 판단에서 비롯된다. 유족들마다 배상에 대해 입장이 다르다는 점도 변수로 꼽힌다. 일본 측은 최근 이러한 피해자와 유족 입장 등 동향에 많은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은 일부 피해자가 빠른 문제 해결을 강조하며 한국 정부나 청구권 협정의 수혜 기업, 일본 일반 기업 등 배상금 재원의 주체에 대해 열린 모습을 보이자 피고 기업의 배상 책임을 덜 수 있다는 신호로 받아들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뮌헨=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박진 외교부 장관이 18일(현지 시간) 독일 뮌헨에서 하야시 요시마사(林芳正) 일본 외무상과 한일외교장관 회담을 열고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문제에 대한 일본의 정치적 결단을 촉구했다. 배상 책임이 있는 일본 전범 기업(미쓰비시중공업과 일본제철)의 기여와 사죄 부분 등에서 일본이 ‘성의 있는 호응 조치’를 내놓으라고 강력히 주문한 것이다. 양국이 고위급 연쇄회담에도 좀처럼 접점을 찾지 못하면서 상반기 내에 현안 해결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박진 “기시다 총리가 판단해야” 뮌헨안보회의(MSC)에 참석한 박 장관과 하야시 외무상은 이날 오후 회의장에 마련된 별도 공간에서 약 35분간 회담을 개최했다. 회담에 배석한 외교부 당국자는 “모두발언 없이 곧바로 강제징용 문제만 집중적으로 논의했다”며 “핵심 쟁점에 대해서 솔직하고 진지한 의견을 교환했고 (문제 해결에 대한) 양국의 정치적 결단, 정치적 의지를 표명해야 하는 시기인 만큼 우리 관심사에 대해서 일측 정치적 결단 촉구하는 내용을 무게감 있게 전달했다”고 말했다.박 장관도 회담 직후 취재진과 만나 “솔직한 대화를 통해 입장을 서로 이해했기 때문에 이제 정치적 결단만 필요한 상황”이라며 “(일본 측은)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총리에게 입장을 전하고 거기서 판단을 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장관이 이처럼 직접 상대국에 정치적 결단을 내리라고 압박하는 배경에는 우리 정부가 강제징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각도로 노력할 만큼 하고 있다는 메시지가 깔려 있다. 또한 합의에 이르기까지 국장급, 고위급 대화가 수시로 이뤄져야 하지만 회담이 별다른 성과 없이 마냥 공전(空轉)하도록 둘 순 없다는 단호한 의지도 엿보인다. 박 장관이 일본 정상을 최종 판단자로 지목한 것도 속도감 있는 문제 해결을 위한 정면돌파성 발언으로 읽힌다. 하지만 말처럼 결단을 내리기는 여러모로 쉽지 않다. 지지율이 낮은 기시다 총리가 정치적 부담을 안고 한국의 요구를 100% 수용할 가능성이 적고, 한국 역시 국내 여론과 피해자들의 반응을 염두에 두면 정부가 자의적으로 전범 기업의 배상을 선뜻 포기하거나 양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정부가 ‘조속한 문제 해결’을 내세우면서도 일종의 타임라인이 있느냐는 질문에 거듭 “시한을 정해두고 협상에 임하지 않는다”고 강조하는 것도 비슷한 맥락에서다.● 각급 대화로 ‘핑퐁’에 피로도 높아질 수도 지난해 9월 유엔에서 만난 지 5개월 만에 이뤄진 이번 장관 대면회담은 정부가 ‘제3자 변제안’을 공개하고 해법 모색을 위한 고위급 대화방침을 밝힌 이래 13일 미국 워싱턴 한일차관회담에 이어 두 번째로 열린 고위급 회담이다. 제3자 변제안은 정부 산하 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 기금을 조성해 피해자들의 배상금을 대신 변제하는 방식이다. 우리 정부는 이러한 방식과 함께 전범 기업들이 금전적으로 기여할 수 있도록 촉구하고 있지만 일본은 선뜻 응하지 않고 있다. 그나마 양국이 1998년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의 과거 반성 의지를 재확인하는 방향으로 이견을 좁힌 것으로 알려졌지만 일본 측이 사과 주체와 방식을 밝힌 바는 없다. 외교부 당국자는 “그동안 국장급을 비롯한 실무급과 차관급 회담에서 좁혀진 부분들과 현재 상황을 확인하는 자리였다”며 “여전히 남은 쟁점이 있는 게 사실이지만 오늘은 외교수장이 우리 측 입장을 솔직하게 전달한 데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장관이 한 번 만나 끝나는 회담이 아니라 회담 결과가 본국에 보고된 뒤 지침을 토대로 최종 결론이 날 때까지 계속 각급에서 협의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조만간 실무급 대화를 개최할 수 있다는 뜻이다. 공을 각급으로 넘기는 일이 잦아지면 대화를 위한 대화가 계속돼 문제 자체에 대한 피로도를 높일 수 있어 또 다른 우려를 자아낸다.● 일본도 피해자, 가족 입장 보도에 관심 일본의 태도 변화만큼 정부는 강제징용 피해자와 유족들을 설득하는 큰 산도 넘어야 한다. 피해자 뿐 아니라 유족들의 고령화도 무시할 수 없는 요소다. 최대한 많은 유족을 만나 의견을 경청하고 청취하려는 것도 이들의 협조 없이는 문제가 수월하게 해결될 수 없다는 판단에서 비롯된다. 유족들마다 배상에 대해 조금씩 입장이 다르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정부는 1:1 설득에 더울 매진하고 있다. 이번 장관급 회담을 전후로 일본 측도 피해자나 유족 입장 등 한국 내 동향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는 점을 정부가 감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양한 목소리가 나올 경우 일본도 배상 문제를 풀어가는 데 있어 운신의 폭을 넓힐 수 있어 주목하는 것으로 보인다. 뮌헨=신나리기자 journari@donga.com}

독일 뮌헨안보회의(MSC)에 참석 중인 한미일 외교장관이 18일(현지시간)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에 대해 “국제사회 규범 및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제재 결의를 위반했다”고 규탄한 뒤 북한의 도발에 대응하기 위한 한미일 3국 간 협력 의지를 다졌다. 박진 외교부 장관과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상은 이날 오후 뮌헨안보회의가 열리는 독일 뮌헨 바이어리셔 호프 호텔에서 5분간 긴급 회동을 통해 이번 북한의 탄도미사일 도발이 한반도와 역내 긴장을 야기했다고 지적했다. 블링컨 장관은 “북한이 또다시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며 “오늘 아침 주요 7개국(G7) 동료 외교장관들과 모여 하루 종일 논의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가까운 동맹국이자 파트너인 한국과 일본의 안보에 대한 우리의 약속이 확고하다는 것을 매우 명확히 하는 것 외에도 억지력과 방어 능력을 더욱 강화하기 위한 적절한 조치를 취하기 위해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야시 일본 외무상은 “오늘 북한이 발사한 ICBM은 미국 본토 전체를 타격할 수 있는 사거리 지점에 낙하했다”며 “이것은 명백한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이며 국제사회는 반드시 주요 7개국(G7) 회의에서 집중적으로 논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유엔 안보리를 포함한 대응과 함께 한미일 세 나라가 북한의 도발에 대응하기 위해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장관은 “한국 정부는 발사된 북한의 장거리 탄도미사일을 가장 강력하게 규탄한다”며 “한반도의 평화는 강력한 억지력과 단호한 의지를 통해서만 유지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한미일 3국은 고조되는 북한의 위협 앞에 더욱 단합하고 확고한 결의를 보여줄 것”이라며 “북한은 국제사회의 더 강력한 제재에 직면하게 될 것이며 도발로는 아무것도 얻을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김정은이 즉각 모든 도발을 중단하고 비핵화 대화에 복귀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박 장관은 긴급회동 후 취재진과 만나 “뮌헨 안보회의에 모두 참석 중인 한미일 외교장관들이 빨리 모여서 북한에 대해 강력한 메시지를 발신하고 국제사회가 단합된 모습을 보여주자고 서로 의기투합해서 바로 모였다”며 회동 배경을 설명했다. 뮌헨=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