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우선

임우선 기자

동아일보 해외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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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임우선 기자입니다.

ims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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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1-26~2025-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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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檢, 이대 압수수색… ‘정유라 특혜-정부지원’ 연관성 추적

     이화여대가 최순실 씨(60·구속 기소)의 딸 정유라 씨(20)를 입학시킨 뒤 정부 지원 사업과 연구 프로젝트를 무더기로 따낸 과정에 대해 검찰이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한 것으로 22일 확인됐다. 검찰은 정 씨의 부정 입학과 학사관리 특혜 비리에 대한 대대적인 수사를 이어가는 한편 정 씨를 둘러싼 다른 갈래의 의혹들도 수사를 시작했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이날 최경희 전 이화여대 총장 자택을 포함해 이화여대 총장실과 기획처, 입학처 등 사무실 20여 곳을 압수수색했다. 남궁곤 전 입학처장과 김경숙 전 신산업융합대학장의 주거지도 압수수색했다. 최 전 총장은 출국 금지돼 있다. 압수수색 결과 검찰은 이화여대의 교육부 지원 사업 관련 자료를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화여대는 박근혜 정부에서 신설된 교육부 재정 지원 사업에 모두 선정된 유일한 사립대다. 관련 사업은 특성화(CK), 프라임(PRIME·산업연계교육 활성화 선도대학), 코어(CORE·대학 인문역량 강화), 평생교육단과대학, 여성공학인재양성, 고교정상화기여대학 지원 사업 등 6개다. 이화여대는 올해 교육부의 주요 재정 지원 사업 9개 중 8개를 따냈다. 전국 대학 중 정부 지원 사업 수가 가장 많다. 올 한 해 지원 금액은 약 178억 원에 이른다. 검찰은 필요하면 교육부 관계자들도 조사할 계획이다. 이화여대 안팎에서는 대학이 정부 고위층과 연을 맺기 위해 이들의 자녀와 졸업생에게 학사 특혜를 제공해 왔다는 뒷말이 끊이지 않았다. 학부모 초청행사 때 부모의 명함을 확보해 만든 연락망을 가동해 유력 집안 자제들에게 특혜를 줬다는 의혹도 일각에서 제기한다. 이화여대 압수수색은 최순실 씨를 강하게 압박하기 위한 비장의 카드라는 분석이 있다. 최 씨의 ‘아킬레스건’인 딸과 관련한 수사를 본격화해 최 씨의 입을 열겠다는 것이다. 최 씨는 조사를 받는 중 딸에 대한 걱정을 자주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조만간 정유라 씨를 귀국시켜 조사받게 할 계획이다. 정 씨가 삼성에서 거액을 지원받아 독일에서 전지훈련을 하게 된 부분과 KEB하나은행에서 수억 원의 특혜 대출을 받은 의혹도 함께 수사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 씨는 고3 시절 총 6개 대학에 수시 지원을 했으며 이화여대와 한국체대에서만 합격 통보를 받은 사실도 확인됐다. 이날 정 씨의 고3 담임 정모 씨는 서울시의회 교육위원회의 청담고 행정감사장에 증인으로 참석해 “정 씨가 이화여대, 고려대, 연세대, 중앙대, 한양대, 한국체대에 지원했는데 이화여대와 한국체대만 합격했다”고 말했다. 앞서 교육부는 이화여대가 정 씨에게 입학 및 학사관리에서 특혜를 준 사실을 감사를 통해 밝혀냈다. 정 씨는 2014년 10월 18일 체육특기자 입학 면접에 금메달을 가져가 면접위원들에게 보이는가 하면, 일부 면접위원은 서류평가에서 정 씨보다 좋은 점수를 받았던 수험생 2명이 낮은 점수를 받도록 유도했다. 입학 후에는 이화여대 교수들이 정 씨의 과제물을 대신 해주고 학교에 나오지 않은 정 씨의 출석을 인정해 주며 조직적으로 부당한 학사관리를 해줬다. 정 씨에게 특혜를 제공하는 데 앞장선 두 명의 교수가 총 9건의 연구 과제를 따낸 것도 논란거리다. 교육부는 감사 결과 발표에서 연구 과제 선정 절차에서 비리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했지만 검찰은 이 의혹도 집중해 수사할 방침이다. 한편 검찰은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이 인사 검증을 위해 임명 이전에 송성각 전 한국콘텐츠진흥원장을 만난 걸로 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검찰은 차관급 인사 검증을 위해 대통령비서실장이 직접 나선 사실에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최 씨의 부탁을 받은 박근혜 대통령이 김 전 실장에게 각별히 지시했거나, 최 씨가 직접 김 전 실장에게 얘기했을 가능성이 있는 대목이기 때문이다. 검찰은 이날 현명관 한국마사회장(75)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했다. 마사회는 대한승마협회와 함께 2020년 도쿄 올림픽을 겨냥해 지난해 10월 중장기 로드맵을 작성했다. 회장사인 삼성그룹이 4년 동안 186억 원을 지원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는 이 로드맵은 정유라 씨를 단독으로 지원하기 위해 만들어진 계획이라는 의혹이 있다.김준일 jikim@donga.com·배석준·임우선 기자}

    • 2016-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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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교육계, 역사 국정교과서 28일 공개 강행 예고에 집단 반발

    교육부가 28일 역사 국정교과서 현장 검토본 공개 강행을 예고한 가운데 전국 시도교육청과 교육단체들을 중심으로 공개적인 반발이 일고 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22일 성명을 내고 "교육부는 국정교과서 검토본 공개 강행을 중지하라"며 "그렇지 않으면 서울시교육청은 국정화 시행에 협력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조 교육감은 "시대착오적인 역사교과서 국정화 정책을 폐기해야 마땅하지만, 교육부는 국정교과서 현장검토본을 예정대로 28일 공개하겠다고 발표했다"며 "현 정부의 정당성이 송두리째 뒤흔들린 시국도 아랑곳하지 않고 기계처럼 행정업무를 계속 수행하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앞서 이청연 인천교육감과 이재정 경기교육감, 김승환 전북교육감, 민병희 강원교육감, 김지철 충남교육감, 김병우 충북교육감, 최교진 세종교육감, 박종훈 경남교육감도 성명을 내고 국정교과서 중단을 촉구했다. 교사단체인 한국교총도 "친일·독재 미화, 건국절 제정 등에 대해 교육현장 여론과 배치되는 내용을 담은 역사교과서는 수용할 수 없다"는 의견을 내놨다. 교육부가 국정교과서 발표를 추진하자 교육계는 내년 3월 교육현장에서 극심한 혼란이 일 것을 우려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학교와 교사는 물론 학생과 학부모 누구도 이 교과서의 정당성을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며 "하지만 행정적 한계로 인해 교과서 배포 자체를 거부할 수는 없어 고민"이라고 말했다. 국정교과서 거부로 학생들의 학습권이 침해되거나, 추후 해당 내용이 수능에 나오면 교육청으로서는 상당한 부담이 된다는 설명이다. 국정교과서를 저지할 현실적 카드가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시교육청은 일단 교육부의 국정교과서 발표 강행을 자체를 최대한 막아보겠다는 생각이다. 교과서가 예정대로 공개되면 △서울시 교사들의 역사교과서 현장검토본 검토 참여를 거부하고 △12월 초 쯤 국정교과서를 사용하게 될 220여개 관내 학교 및 서울지역 교사, 학생, 학부모가 대거 참여하는 국정교과서 반대 심포지움을 개최할 계획이다. 또 역사교과서를 보완할 교사용 연구자료의 개발 및 배포도 준비 중이다. 조 교육감은 "국정교과서를 둘러싸고 교육현장에서 얼마나 큰 혼란이 일지 명약관화하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정화를 강행하겠다는 교육부의 태도는 지극히 비교육적"이라고 지적했다.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 2016-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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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시기관 대학별 합격선 들쭉날쭉… 중-하위권 정시모집 진학지도 비상

     예상을 뛰어넘은 대학수학능력시험의 ‘불수능’ 파장이 크다. 지난 주말 주요 대학 논술고사장은 수능 부진을 수시 합격으로 만회해 보려는 수험생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20일 대학가에 따르면 수능 뒤 첫 주말이었던 19일에는 서강대, 성균관대, 세종대, 숙명여대, 한양대, 경희대, 단국대, 서울여대, 숭실대, 한국항공대, 가톨릭대, 울산대 등 총 12개 대학에서 논술고사가 치러졌다. 이날은 수능 뒤 잇달아 예정된 논술고사 일정 중 가장 많은 대학이 몰려 있던 날이었다. 성균관대 논술에 응시한 이모 양은 “수능 점수가 기대만큼 나오지 않아 꼭 논술에서 승부를 봐야 한다는 각오”라며 “정시만 노리던 친구들도 뒤늦게 논술에 다걸기(올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성균관대 주변은 논술고사를 보러 온 학부모와 학생들로 크게 북적였다.  자녀가 세종대에서 논술고사를 치른 학부모 김모 씨는 “수능 가채점 점수가 등급 컷(수능 최저학력기준)을 맞추기에 아슬아슬한 상황이어서 더욱 긴장이 된다”며 “정시는 재수생이 강세일 듯해 남은 논술을 모두 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불수능으로 이번 수능의 변별력이 커지면서 뜻밖의 수능 고득점이 예상되는 상위권 학생들 중에서는 일명 ‘수시납치’를 피하기 위해 논술고사를 보지 않는 경향도 나타났다.  수험생 박모 양은 “안정권인 서울 중상위권 대학을 위주로 수시를 썼는데 수능 점수를 보니 ‘SKY’ 대학이 충분히 가능할 것 같아 수시가 안 되길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또 의·치의예과를 비롯한 일부 상위권 학과 논술고사장에는 수능 등급 컷을 맞추지 못할 것을 우려한 결시생이 늘어 빈자리가 속출했다. 주말을 전후해 주요 입시기관들이 내놓은 대학·학과별 정시 합격 예상 점수들 간의 편차가 크게는 10점에 달할 정도로 큰 것도 수험생들과 진학 지도를 하는 교사들에게 어려움을 주고 있다. 한 입시기관 관계자는 “특히 중·하위권 대학·학과의 경우 정확한 합격 컷 예측이 더욱 어렵다”며 “대학별 반영비율과 표준점수 백분위 등을 고려해 수험생 각자의 상황에 맞는 치밀한 전략을 짜야 한다”고 말했다. 내년부터 수능 영어영역에 절대평가가 도입되는 게 재수를 결심하는 데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이사는 “수시 선발인원이 전체의 70% 이상이라 요즘은 재수생도 수시에 많이 지원한다”며 “내년에 영어가 쉬워지면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맞추기가 쉬워지므로 심리적으로 재수를 만만하게 생각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임우선 imsun@donga.com·최예나 기자}

    • 2016-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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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카드뉴스]반찬가게집 막내, 세계 최고 셰프를 꿈꾸다

    #.1반찬가게집 막내,세계 최고 셰프를 꿈꾸다#.2제 이름은 민요한. 대한민국의 스무 살 청년입니다.작년 이맘때만 해도 서울 광양고 교복을 입고 다녔던 제가지금은 세계 3대 요리학교이자 '요리계의 하버드대'로 불리는CIA(The Culinary Institute of America)에 합격해 미국 땅을 밟고 있습니다.그럼 지금부터 제 이야기를 들려드릴게요.#.3유년 시절 우리 가족은 거실이라고 해봐야두 평 정도의 '방 같은 집'에서 살았습니다.부모님은 종일 반찬가게에서 손수 만든 반찬을 팔면서 일을 하셨어요.낮에 집에 있는 식구라곤 누나와 저 둘뿐이어서 제가 밥도 직접 해 먹었습니다.#.4전교생 300명 중 280등 언저리의 '꼴통' 고3이었던 저는다행이도 요리를 매우 좋아해서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꿈은 늘 요리사였죠.흔한 국영수 학원 한 번 안 다닌 저는학교에서 돌아온 뒤 긴 하루를 그렇게 요리 세계에 빠져 지냈어요.#.5부모님은 그런 저를 인정해주시고, 좋아하는 요리를 응원해 주셨습니다.중학교 때는 좁디좁은 집의 방 하나를 '요리방'으로 만들어 주셨어요.조리대를 만들어 주시고 조리도구를 챙겨 주시기도 했었죠.#.6제가 조리사 자격증에 도전한 건 중1 때였어요.음식을 만드는 건 누구보다 자신이 있었지만, 이론 공부는 정말 큰 난관이었죠.무려 7번이나 이론 시험에 떨어졌고, 8번째 도전에서야 실기 응시 자격이 주어졌습니다.중2 때 제 요리방 벽에 걸린 양식 조리사 자격증을 시작으로 총 5개의 자격증을 모두 획득했어요.#.7고3이 가까워질수록 마음속엔 말 못할 꿈이 커져갔어요.바로 세계 최고의 요리 명문 학교인 미국 CIA를 경험하고 싶다는'유학의 꿈'이 바로 그것이었죠.하지만 우리 집은 가난했고, 제 영어 성적은 항상 20점대일 때가 많았죠.#.8유학 결심을 굳힌 고2 때 처음으로 영어책이 책상에 놓였습니다.항상 제 손에는 늘 작은 영어 단어장이 쥐여 있었고,고3 1학기가 끝나갈 무렵 영어 성적표에는 80점대가 찍혀있었어요.내가 다닌 광양고의 영어선생님은"수시로 찾아와 물어봐주니 선생님이 더 좋다. 언제든 물어보고 꼭 원하는 셰프가 되도록 해라"라고 말씀해 주셨어요.#.92015년 여름 그간의 요리 경력과 자기소개서를 써서 CIA로 보냈습니다.정리하다 보니 뜻밖에 경력인 줄도 몰랐던 봉사활동이 취업과 동일한 경력으로 인정됐어요.중3 때부터 3년간 매주 구청 카페에서 지역아동센터 아이들에게제빵과 바리스타 기술을 가르쳐준 게 400시간이나 된 덕분이죠.#.10가을이 지나고 CIA로부터 한 통의 우편물이 왔습니다. 바로 합격통지서였죠.단, 영어실력이 부족하니 연말까지 회화과정을 이수해 학교가 요구하는 수준에이르러야 한다는 조건이었어요.어쨌든 그토록 갈망해온 CIA의 문이 진짜로 눈앞에 열렸던 것이죠.#.11기쁨도 잠시, 그해 겨울 나와 아버지는 인생에서 가장 어렵고 가슴 졸이는 관문을마주했어요. 바로 CIA 유학을 위한 미국 비자(F1) 취득이 그것이었죠.F1 비자를 따는 데 가장 중요한 건 '부모의 경제력'이라고 했어요.하지만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살아 온 부모님의 통장은 항상 넉넉한 적이 없었어요.#.12비자 서류를 준비하며 아버지는 "지금처럼 내 인생이 후회된 적이 없다"며 가슴을 치셨어요."요한아. 나 때문에 네가 미국에 못 가면 어떻게 하니.나의 가난으로 너의 꿈이 꺾이고 나의 가난이 너에게 대물림될까 봐 나는 너무 가슴이 아프다."이렇게 말씀하시며 아버지 눈에 눈물이 고였습니다.#.13미국대사관 비자 인터뷰 당일, 순서를 기다리는 내 두 손에는 땀이 고였습니다.드디어 내 차례가 됐을 때 나는 어눌한 영어지만 면접관에게 나의 마음을 전하기 시작했어요."우리 집은 가난해요.하지만 제겐 꿈과 비전이 있어요. 제가 미국에 가서 온 힘을 다해 공부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세요."#.14면접관은 이렇게 말했어요."축하합니다. 세계적인 셰프가 돼서 미국에서 만납시다."대사관에서 나와 곧바로 아버지에게 전화를 걸었죠.수화기 너머 아버지는 엉엉 울고 계셨습니다.#.154월 25일. 저는 미국 샌프란시스코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습니다.요즘 가장 행복한 순간은 샌프란시스코의 시장을 돌아볼 때입니다.CIA에 가면 요리사의 꿈을 가진 세계 여러 곳의 친구들을 만나여러 나라를 여행하고 새로운 요리에 계속 도전하고 싶습니다.#.16아버지의 반찬가게와 나의 주방에는오늘도 16시간의 시차를 두고 불이 켜집니다.나는 꿈을 위해, 아버지는 그런 나를 위해 오늘도 함께 불을 켭니다.원본: 임우선 기자 기획제작: 김재형 기자, 김수경 인턴}

    • 2016-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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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부 꼴찌’ 반찬가게집 막내, 세계 최고 셰프를 꿈꾸다

     서울 광진구 자양동 자양골목전통시장. 입구에 들어서면 구수한 참기름 냄새와 흥정하는 할머니들의 목소리가 시끌벅적한 곳이다. 그 시장 가장 안쪽 깊숙한 곳에 아버지의 조그마한 반찬가게가 있다. 5평 남짓한 그곳에서 아버지와 어머니는 종일 손님들에게 손수 만든 반찬을 판다. 김치, 나물, 조림 등 모두 맛깔스러운 반찬이지만 그중에서도 닭볶음탕과 매콤한 오징어채무침이 가게의 간판 메뉴다. 미국에 온 뒤 가장 생각나는 엄마표 반찬들…. 엄마 아빠 그리고 누나는 잘 지내고 있을까. 샌프란시스코의 바다를 보며 가게 풍경을 떠올릴 때면 이곳에 와 있다는 게 더 꿈처럼 느껴진다. 작년 이맘때만 해도 나는 서울 광양고 교복을 입고 학교와 사글세 집을 오갔다. 전교생 300명 중 280등 언저리의 ‘꼴통’ 고3이었던 내가, 한때 영어 점수가 20점에 불과했던 내가, 세계 3대 요리학교이자 ‘요리계의 하버드대’로 불리는 CIA(The Culinary Institute of America)에 합격해 이렇게 미국 땅을 밟다니. 지금부터 나의 오랜 꿈과 그 꿈이 이끈 삶, 그리고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가 시작된다.방 같은 집에서 키운 요리의 꿈 내 이름은 민요한. 대한민국의 스무 살 청년이다. 기억 속 유년 시절 우리 가족은 아버지가 하시던 식당 옆 작은 가건물에 살았다. 거실이라고 해봐야 두 평 정도 됐을까. 그 ‘방 같은 집’에서 네 식구가 살았다. 초등학생 시절 부모님은 늘 새벽 4시, 5시에 집을 나가 밤 10시, 11시가 돼야 돌아오셨다. 잘은 모르지만 돈을 벌기 위해 두 분이 하루 종일 이런저런 일을 하셨던 것 같다. 어머니는 늘 지쳐 보였다. 어린 눈에도 ‘우리 엄마가 너무 힘들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낮에 집에 있는 식구라곤 누나와 나 둘뿐이어서 5학년쯤부터는 밥도 직접 해 먹었다. 다행인 것은 내가 무엇보다 요리를 좋아했다는 거다. 왠지 모르지만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내 꿈은 늘 요리사였다. 다른 길은 생각조차 한 적이 없다. 라면과 인스턴트를 싫어했던 나는 한 끼를 먹어도 내 손으로 만들어 먹었다. 당시 막 태동하던 인터넷 요리 콘텐츠는 나를 요리의 세계로 이끌었다. 네이버의 유명 요리 블로그와 ‘키친’ 코너를 보면서 이런저런 요리를 따라했다. 머리털 나고 지금껏 그 흔한 국영수 학원 한 번 안 다닌 나는 학교에서 돌아온 뒤 긴 하루를 그렇게 요리 세계에 빠져 지냈다.   국영수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난 아주 어릴 적부터 공부에 흥미도, 소질도 없었다. 나는 내가 학업에 전혀 관심이 없다는 걸 일찍이 파악했다. 부모님도 그런 나를 인정하셨다. 그 대신 내가 잘하고 좋아하는 요리를 응원해 주셨다. 중학교 때는 좁디좁은 집의 방 하나를 ‘요리방’으로 만들어 주셨다. 아버지는 한 달 동안 청계천을 오가며 자재를 사다 직접 조리대를 만들어 주시고 조리도구를 챙겨 주시기도 했다. 내가 조리사 자격증에 도전한 건 중1 때다. 음식을 만드는 건 누구보다 자신 있었지만 이론 공부는 정말 큰 난관이었다. 자격증을 따려면 이론부터 통과해야 하는데, 아무리 책을 봐도 이론을 통과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한 번, 두 번, 세 번, 네 번, 다섯 번, 여섯 번, 일곱 번…. 매번 열심히 공부했는데도 무려 7번이나 이론 시험에 떨어졌다. 실기를 3, 4번 떨어졌다는 사람은 본 적이 있어도 이론 시험을 7번 떨어졌단 사람은 본 일이 없었다. 7cm 두께의 조리사 이론 책이 7000m 산보다 높게 느껴졌다. 실기 응시 자격은 8번째 도전에서야 주어졌다. 중2 때 내 요리방 벽에 걸린 양식 조리사 자격증을 시작으로, 중3에 한식, 고등학교에 들어와 중식, 일식, 바리스타 자격증까지 총 5개의 자격증을 모두 획득했다.여행과 함께 자란 미국 유학의 꿈 밤에 잠자리에 들면 가슴이 쿵쾅거렸다. 당장이라도 내 왼쪽 가슴에 ‘수석 셰프 민요한’이라는 명찰이 붙을 것 같아서였다. 하지만 고3이 가까워질수록 마음속엔 부모님께 말 못할 꿈이 커졌다. 셰프라고 불리기에 앞서 세계 최고의 요리 명문 학교인 미국 CIA를 경험하고 싶다는 ‘유학의 꿈’이 바로 그것이었다. 미국 유학? 누가 들어도 코웃음 칠 얘기였다. 첫째, 부모님 통장 잔액은 생활비 정도 말고 여윳돈이라곤 없었다. 둘째, 다른 과목도 그렇지만 내 영어 성적은 20점대일 때가 많았다. 하지만 나는 꼭 가고 싶었고 가서 잘할 자신이 있었다. 우리 집은 어릴 때부터 어려웠지만 나는 초등학교 4학년 때 캄보디아에 다녀온 적이 있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였던 부모님의 영향으로 교회 봉사단을 따라갔던 것이다. 그 후 봉사단을 따라 수차례 해외에 갔다. 중학교 2학년 때는 부모님께 선언했다. “혼자 여행을 가고 싶어요. 도와주세요.” 어머니는 가만히 나를 바라보시더니 이렇게 말씀하셨다. “그래. 요한아. 한 번쯤은 광야로 나가야지.” 그렇게 나는 태국을 시작으로 미국, 중국, 라오스, 필리핀 등 15번 정도를 홀로 여행했다. 어머니는 늘 “지금 당장은 돈이 없지만 네가 떠날 때까지 만들어 보마”라고 말씀하셨고 어떻게든 그 약속을 지키셨다. 유학 결심을 굳힌 고2 때 처음으로 영어책이 책상에 놓였다. 그리고 고2 때부터 고3 때까지, 1교시부터 7교시까지 하루 종일 오직 영어책만 팠다. 첫날 단어 300개를 외우고 그 다음 날 전날 단어를 합쳐 600개, 그 다음 날 다시 900개를 쌓아가는 식으로 어휘를 늘렸다. 쉬는 시간에도 등하굣길에도 내 손에는 늘 작은 영어 단어장이 쥐여 있었다. 내가 다닌 광양고의 영어선생님은 “수시로 찾아와 물어봐주니 선생님이 더 좋다. 언제든 물어보고 꼭 원하는 셰프가 되도록 해라”라고 말씀해 주셨다. 고3 1학기가 끝나갈 무렵 영어 성적표에는 80점대가 찍혔다. 내 인생에서 전에는 볼 수 없었던 점수였다. 영어선생님 권유로 요리대회에 출전해 1등을 하고 TV에 출연하는 행운도 얻었다. 선생님이 대회 광고를 보고 권한 보쌈 요리대회에 출전해 대상을 받은 후 EBS ‘학생 요리왕’ 선발대회를 비롯해 엉겁결에 케이블 요리채널이 주관하는 요리 서바이벌 ‘마스터 셰프’ 프로그램까지 출연했다.부자(父子)의 꿈을 모아 CIA로 세계적인 요리사가 되겠단 꿈은 날로 커졌다. 고3 때 그토록 만나고 싶던 스페인 출신의 미슐랭 3스타 셰프인 조르디 로카의 솔로 디너가 집에서 멀지 많은 쉐라톤워커힐 호텔에서 열린다는 소식을 들었다. 포스터에 적힌 입장료(식사 비용)는 60만 원. 한숨을 내쉬고 있을 때 아버지가 봉투를 내밀었다.  “요한아. 세어 봐. 아빠가 은행에 가서 찾아온 거야.” 1만 원권 60장이었다. 아버지는 말씀하셨다. “요한아. 이걸로 가고 싶은 거 예약해. 이 돈이 아빠에게 어떤 돈인 줄 알지?”  그날 밤 나는 그곳에서 아름답고 향기롭고 우아한 세계를 봤다. 같은 광진구인데 우리가 사는 곳과 전혀 다른 세상이 있었다. 그 세상을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2015년 여름 그간의 요리 경력과 자기소개서를 써서 CIA로 보냈다. 정리하다 보니 뜻밖에 경력인 줄도 몰랐던 봉사활동이 취업과 동일한 경력으로 인정됐다. 중3 때부터 3년간 매주 구청 카페에서 지역아동센터 아이들에게 제빵과 바리스타 기술을 가르쳐준 게 400시간이나 된 덕분이었다. 가을이 지나고 찬 바람이 불 무렵, CIA로부터 한 통의 우편물이 왔다. 합격통지서였다. 단, 영어실력이 아직은 부족하니 연말까지 회화과정을 이수해 학교가 요구하는 수준에 이르러야 한다는 조건이었다. 어쨌든 그토록 갈망해온 CIA의 문이 진짜로 눈앞에 열린 것이다.간절함이 열어준 미국 비자의 문 기쁨도 잠시, 그해 겨울 나와 아버지는 인생에서 가장 어렵고 가슴 졸이는 관문을 마주했다. 바로 CIA 유학을 위한 미국 비자(F1) 취득이 그것이었다. 사람들은 입을 모아 “F1 비자를 따는 데 가장 중요한 건 ‘부모의 경제력’”이라고 했다. 통장에 1년 이상 3000만 원이 넘는 잔액이 있어야 하고, 제때 착실히 세금을 내 왔다는 증명도 필요하다고 했다. 하지만 이 중 우리 부자가 가진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살아 온 아버지 통장에는 단 한 번도 3000만 원이 넘는 돈이 들어있은 적이 없다. 세금도 열에 아홉은 기한에 맞춰 내지 못했다. 장사가 안 되면 학교 급식비조차 제때 내지 못한 나였다. 비자 서류를 준비하며 아버지는 “지금처럼 내 인생이 후회된 적이 없다”며 가슴을 치셨다. “요한아. 나 때문에 네가 미국에 못 가면 어떻게 하니. 나의 가난으로 너의 꿈이 꺾이고 나의 가난이 너에게 대물림될까 봐 나는 너무 가슴이 아프다.” 아버지 눈에 눈물이 고였다. 아버지는 비자 심사를 앞두고 한 달 이상을 하루 종일 단내 나게 구청과 은행, 지인들을 찾아 뛰며 조건을 하나둘 맞춰 나갔다. 미국대사관 비자 인터뷰 당일, 순서를 기다리는 내 두 손에는 땀이 고였다. 앞서 인터뷰 한 12명이 줄줄이 비자 거부 통보를 받고 고개를 숙이며 나왔다. 심장이 요동쳤다. 나는 꼭 가야 하는데, 정말 가야 하는데…. 드디어 내 차례가 됐을 때 나는 어눌한 영어지만 면접관에게 나의 절실한 마음을 전하기 시작했다. “우리 집은 가난해요. 하지만 제겐 꿈과 비전이 있어요. 제가 미국에 가서 온 힘을 다해 공부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세요.” 면접관은 나의 눈을 응시하며 여러 질문을 던진 뒤 이렇게 말했다. “축하합니다. 세계적인 셰프가 돼서 미국에서 만납시다.” 대사관에서 나와 곧바로 아버지에게 전화를 걸었다. “아빠! 패스했어! 패스했어!” 수화기 너머 아버지는 엉엉 울고 계셨다.세계를 누비는 미래를 그리며 4월 25일. 나는 미국 샌프란시스코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내년 1월 시작하는 CIA 개강 전까지 외국인을 위한 영어교육과정(ESL·English as a Second Language) 수준을 12단계까지 끌어올려야 했다. 미국에 처음 왔을 땐 5단계 수준이었는데 요즘 나는 11단계 수업을 듣는다. 이달 평가 시험을 잘 보면 12월엔 최종 12단계 반 수업을 듣게 되고, 그러면 뉴욕 CIA 신입생이 된다. 요즘 가장 행복한 순간은 학원 수업을 마치고 샌프란시스코의 시장을 돌아볼 때다. 이곳엔 정말 전 세계의 모든 식재료가 다 모여 있다. 태국 요리 재료부터 이슬람 요리, 미국 가정식 재료에 이르기까지 태어나서 한 번도 보지 못한 재료를 맛보고 요리해 보는 건 정말 행복한 일이다. 혼자 살지만 숙소의 공용 주방에서 내가 매일 저녁 만들어내는 요리는 8인분. ESL을 함께 듣는 친구들로부터 매일 한 명당 5달러의 재료비를 받고 반 친구들을 위한 저녁을 만든다. 친구들은 사먹는 것보다 싼값에 맛좋은 요리를 먹을 수 있고, 나는 돈 한 푼 쓰지 않고 이런저런 식재료로 다양한 요리를 만들어 볼 수 있으니 일석이조다. 중국, 일본, 태국 등 세계 각지에서 온 친구들에게 맛 평가를 받을 수 있고, 1달러씩 팁도 챙길 수 있어 재미가 쏠쏠하다. CIA에 가면 요리사의 꿈을 가진 세계 여러 곳의 친구들을 만나 여러 나라를 여행하고 새로운 요리에 계속 도전하고 싶다. 아버지의 반찬가게와 나의 주방에는 오늘도 16시간의 시차를 두고 불이 켜진다. 나는 꿈을 위해, 아버지는 그런 나를 위해 오늘도 함께 불을 켠다.임우선기자 imsun@donga.com}

    • 2016-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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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시는 전략싸움… 영역별 가중치-가산점 꼼꼼히 분석을

    《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마친 수험생들은 이제 정확히 가채점을 해보고 이 점수를 고려해 본인에게 가장 유리한 입시 전략을 짜야 한다. 가채점 결과가 예상보다 높게 나와 정시모집으로 수시에서 쓴 대학보다 상위권 대학에 갈 수 있다고 판단되면 남은 수시전형은 진행하지 않는 게 낫다. 반대로 가채점 점수가 기대보다 낮으면 수능 점수가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정시에 도전하기보다 앞서 지원한 수시모집의 남은 전형에 최선을 다하는 게 좋다. 안연근 잠실여고 교사는 “이번 수능의 특징은 9월 모의평가와 비슷하다는 것”이라며 “9월 모의평가보다 아주 잘 봤다는 자신감이 들면 정시 지원을 위해 대학별 고사를 포기할 수 있지만 비슷한 수준이라고 생각되면 대학별 논술·면접고사에 응시하는 게 옳다고 본다”고 말했다. 》 ○ 9월 모의평가보다 ‘대박’이면 정시 도전 한국대학교육협의회에 따르면 2017학년도 정시모집에서는 전체 대입 모집 인원의 29.4%인 10만3145명을 선발한다. 지난해 정시 선발 비중이 전체의 32.5%였던 것과 비교하면 문이 다소 좁아졌다. 정시모집의 87.6%는 수능 위주 전형으로, 학생부 성적을 아예 반영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수능 고득점자에게 유리하다. 올해는 국어, 수학, 영어의 난도가 전체적으로 높았던 만큼 전 영역에서 골고루 득점한 학생이 정시에서 유리할 것으로 전망됐다. 안 교사는 “보통은 가채점 원점수를 기준으로 진학 상담을 하는데, 대입에서는 원점수를 쓰지 않는다”며 “12월 7일 발표될 표준점수 백분위 위주로 지원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가채점 점수를 활용해 이를 최소 주요 입시기관 3, 4곳의 등급컷 및 백분위 점수와 꼼꼼히 비교해 보고, 이를 다시 대학별 환산점수로 변환해 보면서 지원 가능한 대학을 찾아 목록을 만들어 두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수능 총점이 같더라도 대학에서 반영하는 영역별 가중치나 가산점, 활용 지표 등에 따라 최종 반영 점수가 달라진다. 이만기 유웨이중앙교육 평가연구소장은 “정시는 0.1점 차가 당락을 가르는 치밀한 싸움”이라며 “사실상 전략의 싸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만큼 냉정하게 자신의 점수를 분석하고 대학별 입시 요강을 꼼꼼히 분석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수시모집 합격자는 등록 의사와 관계없이 정시 및 추가 모집에 지원해서는 안 된다. 또 정시모집 지원은 모집군별로 1개 대학에만 지원할 수 있다. ○ 점수 낮다면 논술·면접 준비에 전력 정시보다 수시에 집중하겠다고 판단한 수험생은 수능 후 페이스를 잃지 않고 다음 전형을 준비하는 게 중요하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이사는 “수능을 본 날은 그냥 모의고사를 본 날이라고 생각해야 빨리 마음을 다잡고 논술과 면접을 준비할 수 있다”며 “설령 성적이 기대만큼 나오지 않았다고 해도 지나친 비관이나 음주는 금물”이라고 말했다. 당장 수능 직후인 19일부터 주요 대학의 수시 논술 및 면접전형이 잇달아 치러진다. 수시 논술 전형은 학생부의 실질 반영 비율이 낮고 논술의 영향력이 크기 때문에 학생부 성적이 낮은 재학생이나 재수생이 도전했을 때 유리한 전형이다. 각 대학의 홈페이지에는 △전년도 기출 문제 △2017학년도 논술 가이드북 △올해 실시된 논술 모의고사 문제 동영상 특강 등 각종 자료가 실려 있어 이를 챙겨 보는 것은 기본이다. 일반적으로 각 대학의 논술 가이드북에는 2017학년도 논술고사의 방향과 준비 방법, 2017학년도 논술 모의고사 문제의 출제 의도와 우수 답안 분석 등이 계열별로 정리돼 있어 유용하다. 특히 모의 논술고사 출제진이 실제 논술고사 출제진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모의고사 문제는 꼭 풀어봐야 한다. 이와 함께 수험생이 눈여겨볼 자료는 ‘2016학년도 대학별고사 선행학습 영향 평가서’다. 이 자료에는 △전년도 출제 문항에 대한 고교 교육과정 연계성 △출제 의도 및 특징 △문항 및 제시문 출제 근거 △예시 답안 및 답안 분석 등이 실려 있어 반드시 살펴봐야 한다. 김영일교육컨설팅의 조미정 교육연구소장은 “논술에 대비할 때는 논술 문항의 답안을 머릿속에서만 구상하지 말고 실제 시험을 보는 것처럼 대학별 시험 시간과 글자 수에 맞춰 꾸준히 답안 작성 연습을 반복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영덕 대성학력개발연구소장은 “수시에서도 많은 대학이 수능 성적의 9등급을 최저 학력 기준으로 활용한다”며 “논술과 면접 등 남은 전형이 모두 끝나는 날이 입시의 끝이기 때문에 끝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말고 끊임없이 전략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 2016-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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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Narrative Report]수능장 가는 IMF둥이… 너도 나도 대견하고 고맙구나

     대학수학능력시험일 아침이다. 올해 수능을 보는 고3은 1998년생 ‘IMF둥이’다.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로 나라가 가장 힘들었던 시기에 태어난, 팔뚝만 했던 아이들이 어느덧 어엿한 18세 청년이 돼 수험장으로 간다. 그해 당시 한국은 나라가 통째로 망할 것 같은 위기감이 팽배했다. 국가 부도의 고비가 지나간 후 기업들의 도산과 대량 실업 사태가 잇따랐고 거리에는 일자리를 잃은 아버지들이 넘쳐났다. 1998년 1월 1일 당시 동아일보 1면에는 ‘시련을 극복하자’란 제목의 연두제언이 실렸다. 새해 첫날 발표된 연중 주제가 ‘다시 일어서자’였다. 어디를 둘러봐도 불안과 절망만이 가득했던 시절, 가족의 눈물과 고통도 그 어느 때보다 크고 많았다.그런 시기 갓 태어난 아이를 바라보는 부모의 마음은 한없이 기쁘면서도 또 무거웠다. 이 아이를 잘 키워낼 수 있을까. 영유아기와 초중고교 12년의 긴 터널을 지나온 아이들과 함께, 이들이 수능을 보기까지 사랑과 희생으로 함께한 부모들 역시 이 시대의 고단한 수험생이었다. 다음은 올해 수험생 강지현(가명) 양의 어머니가 되돌아본 18년의 회상록(回想錄)이다. 1998년 12월 5일, 온정의 손길을 구하는 구세군 냄비의 종소리가 거리에 가득했던 겨울날 지현이가 태어났다. 단풍잎같이 곱고 예쁜 손, 옥수수 알처럼 작고 동그랗고 보드라웠던 발가락…. 지현이는 그렇게 나에게 왔다.○ 언제 잘릴지 모르는 불안감 하지만 시절이 시절인지라 기쁨이 컸던 만큼 한숨도 깊었다. 나라는 곧 무너질 듯했고 집안 사정도 마찬가지였다. 남편은 대학원을 마치고 일자리를 찾지 못해 결혼 후 4년째 비정규직 시간강사로 서울과 지방의 이런저런 학교를 오가며 ‘보따리장수’ 생활을 하고 있었다. 수업이 없어 수입도 없었던 방학 때는 학원 강의를 뛰면서 근근이 살았다. 나는 공공기관에서 일하는 준공무원 신분이었지만 여자여서 늘 불안했다. 한 공기업에서는 직원들에게 ‘회사를 떠나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을 각자 5명씩 적어 내라’는 비인간적인 지시가 내려오던 시절이었다. 당시 우리에게는 지현이보다 한 해 먼저 태어난 언니가 있었다. 아이를 키우며 회사를 다니는 것도 눈치가 보였던 상황에서 계획에 없던 지현이까지 생기자 눈앞이 캄캄했다. 한때 아이를 지울까 고민까지 했다.○ 가난이 만든 이산가족 그때는 ‘정말 힘들었다’는 말로밖에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참 많이 힘들었다. 나는 경제적으로도 가장 역할을 하며 아이를 키워야 했다. 게다가 칼바람이 부는 공공기관이었던 터라 아침에도 어김없이 제시간에 출근해 일을 해내야 했다. 서울엔 아이들을 부탁할 가족도, 친척도 없었다. 당연히 아이 둘은 내가 키울 수 없었다. 지현이의 언니는 갓난쟁이 때부터 어린이집에 보냈고, 지현이는 지방에 있는 이모에게 부탁했다. 아이들 생각에 매일 아침 울면서 회사로 뛰었다. 당시 어린이집은 지금처럼 시설이 좋지도 않았고, 공짜도 아니었다. 좋지도 않은 동네 어린이집에 한 달에 50만 원씩 주고 지현이 언니를 맡겼지만 아이는 매일 아침 어린이집에 갈 때마다 자지러지게 울었다. 다른 어린이집에 보내봐도 마찬가지였다. 일을 그만둘 수도, 아이를 제대로 키울 수도 없는 전전긍긍의 연속이었다. 지방에 두고 온 지현이를 생각해도 애가 닳았다. 하루에도 수천 번 보고 싶었지만 한 번 내려가려면 돈이 너무 많이 들어 자주 보지도 못했다. 엄마 아빠가 가난해서, 돈을 벌어야 한다는 핑계로 아이들을 떼어놓고 있다는 사실이 너무나 미안하고, 또 미안했다. 두 돌이 지나고 한국 나이로 네 살이 돼서야 집에 와 같이 살게 된 지현이는 한동안 엄마인 나를 몰라봤다. 밤만 되면 ‘아줌마, 제발 저 좀 보내주세요’라며 우는 아이를 안고 함께 엉엉 울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퇴근 후 아이들을 찾아와 씻기고 먹이고 나면 난 저녁밥을 차려 먹을 기운조차 없어 그냥 굶기 일쑤였다. 그래도 돌아보면 그때가 인생에서 제일 행복한 시절이 아니었을까. 경제 사정도, 여유 없는 일상도, 모든 게 힘들었지만 지현이까지 작은 집에서 넷이 함께 살게 됐을 때 정말로 행복했다. 지금은 애들이 다 크고 형편이 조금 나아져 각자 방을 쓰지만 그때는 침대도 없는 방 하나에 이불을 깔고 넷이 누워 잠을 잤다. 찬 바람이 기세 좋게 들어오는 창문에 비닐을 붙여 바람을 막고, 외풍을 이겨 보려 네 식구가 끌어안고 자던 시절이었다. 그래도 시간이 지나니 힘들었던 기억은 스러져가고 한 방에서 우르르 자던 그 따뜻함만 기억난다.○ 살 만해지니 아이 짓누르는 사교육 2005년 남편이 드디어 정규직으로 일할 자리를 찾으면서 집안 형편은 조금 나아지는 듯했다. 하지만 가족끼리 단란한 여행 한 번 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애들이 공부로 바빠졌기 때문이다. 당시 우리 집은 넉넉한 형편은 아니었지만 아이들에게 해줄 수 있는 건 최대한 해주려고 했다. 피아노부터 국영수 학원까지 이런저런 학원을 다니다 보니 아이들과 대화를 나눌 시간은 거의 없었다. 시험은 대체 또 왜 그렇게 자주 있는지. 중간고사 봤다 하면 금방 기말고사가 왔고, 기말고사를 봤다 하면 또 다음 학기 중간고사가 돌아왔다. 방학 때는 학원에서 특강을 들어야 했고, 두 아이의 시험과 학원 일정을 고려하다 보면 가족끼리 2박 3일 여행 갈 시간 한 번 빼기가 정말로 어려웠다. 우리 때와 달리 입시 걱정은 이미 중학교 때부터 시작됐다. 고등학교 3학년만 입시생인 게 아니라 중학교 1학년 때부터 6년이 입시였다. 학교, 학원, 독서실에서 1년 내내 시험만 준비하는 이 쳇바퀴는 대체 언제 끝나는지 기약조차 없었다.  두 딸은 모두 이과를 택했다. 내 학창시절 때는 문과생이 훨씬 많았는데 세상이 바뀌었다. 딸들도 성향은 문과가 더 맞았지만 사회적인 추세가 이과였고 공부 좀 한다 하면 이과를 가는 분위기라 반강제로 이과를 갔다. 내가 다니는 직장에는 강남엄마도 있고, 목동엄마도 있었다. 회사에서 얘기를 듣다 보면 학원은 역시 강남이나 목동 쪽으로 보내는 게 맞다 싶었다. 학교 교육만으로는 아무것도 안 됐다. 아이들은 “선생님은 학원에서 배우고 왔겠지 하고 안 가르친다. 실제로 학원 선생님이 더 잘 가르친다. 학교에선 잠을 자면서 체력 보충을 한다. 학원에 다니고 싶다”고 했다. 안 보내고 싶어도 안 보낼 수가 없었다. 고등학교에 들어가면서는 지현이와 언니에게 매달 평균 각각 100만 원이 넘는 학원비가 들어갔다. 방학은 더 무서웠다. ‘윈터스쿨’이다 뭐다 특강이 시작되면 수백만 원이 깨지기도 했다. 아이들이 쉴 곳은 없었다. 매일 밤 학원으로, 독서실로 다니는 아이들이 늘 안쓰러웠다.○ 이러나저러나 후회뿐인 입시 준비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 돈은 돈대로 썼지만 사실 올해 지현이의 입시 결과는 아직 그다지 만족스럽지 않다. 수시 지원 대학 6곳의 합격자 발표가 전부 난 것은 아니지만 아직 하향 지원한 한 곳에서만 합격 통보가 왔기 때문이다.  부모의 욕심이 끝없는 것이겠지만 그간의 노력에 비해서는 아쉬운 것이 사실이다. 수능 점수 최저 기준이 있는 학교라 수능에 마음을 놓을 수 없고, 논술시험도 아직 남아있어 여전히 갑갑한 느낌이다. 어릴 때부터 경제 사정이 좋았다면 지현이가 속상해하지 않을 결과가 나왔을까. 부잣집 애들이 다니던 영어유치원도 보냈다면 아이의 학교생활이 좀 더 편했을까. 일찍부터 좋은 교육을 시키지 못하고 그저 ‘밥만 주는’ 어린이집만 보냈던 게 미안하다.  사실 경기 광명으로 이사 올 때 목동으로 갈까 하는 생각이 있었다. 하지만 집값이 너무 많이 차이가 나서 포기했다. 요즘은 그때 목동으로 갔으면 결과가 달랐을까 하는 생각이 많이 든다. 그때만 해도 학군, 학군 해도 ‘무슨 학군이냐. 아이만 열심히 하면 되지’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돌아보니 그게 아니었다. 광명의 일반고에서는 줄곧 1등이 아니고서는 명문대에 가기가 힘들었다. 광명에 살면서 목동으로 학원을 다니려니 지현이가 얼마나 힘들었을까. 무리를 해서라도 갈걸. 나는 그렇게 해줄 수가 없었다. 아이가 속상한 결과를 얻은 건 결국 나 때문이 아닐까. 해줄 수 있는 건 다 해줬지만 미안하고 또 미안하다. 지현이는 재수를 하지 않을 것이다. 앞서 언니가 재수를 하며 차 한 대 값에 육박하는 비용을 들이고 온 식구가 고생했지만, 결국 좋은 결과를 얻지 못한 걸 봤기 때문이다. 논술이 남아있지만 논술학원도 안 보낼 것이다. 언니가 논술 준비를 할 때 너무 절박한 마음에 일주일에 100만 원짜리 대치동 학원을 다녔지만 큰 효과는 없었다. ‘인(in) 서울’이 이렇게 힘든 건지 정말 몰랐다.○ 입시 뒤에야 찾아온 인생의 여유 엄마가 바짝 붙어 있어 줄 수 없고, 좋은 학군에 살지 못하고, 형편이 넉넉지 않았던 지현이 같은 아이에게 지금의 대입제도는 너무나 힘든 것이다. 내신을 잘 받기 위해 학원을 다니며 너무나 많은 돈을 써야 했고, 선택해야 할 수시의 종류는 너무나 많다. 이제는 거의 다 끝났지만 대한민국의 평범한 학부모로서 나는 한국의 교육제도가 너무나 불만이고 또 속상하다. ‘정말 열심히 아등바등 살았는데 부족했구나. 아이들과 얼마 시간을 보내지도 못했는데 시간이 참 빨리 갔구나’ 하는 생각만 든다. 18년 동안 나를 위해선 뭘 했을까. 딱히 떠오르는 게 없다. 그러고 보니 지난 18년 동안 부부 둘이서만 여행을 간 적이 한 번도 없다. 수능이 끝나면 딸들과 함께 여행을 가고 싶다. 남은 삶 동안 애들하고 같이 많은 여행을 다니는 게 내 작은 소망이다. 아이들이 학교에 가기 전 그랬던 것처럼, 다시 웃고 이야기하고 함께 시간을 보낼 생각을 하니 가슴이 부풀어 오른다. 지현아, 오늘까지만 힘내라. 그동안 정말 고생했다. 어떤 결과가 나오든 엄마에게 넌 최고의 딸이다. 이젠 우리 같이 웃으며 여행 가자. 사랑한다.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 2016-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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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순실, 딸 대회출전 막은 교사에 “너 같은거 바꿔버릴것”

     2013년 5월 청담고 예체능부장교사였던 이모 교사는 당시 최순실 씨의 딸 정유라(당시 정유연) 씨를 맡고 있던 송모 체육교사(여)로부터 다급한 전화를 받았다. “부장 선생님, 빨리 좀 와주세요. 상의할 일이 있어요.” 이 교사가 달려가 보니 송 교사는 울고 있었다. 송 교사는 “정유연 학생의 경기 출전이 규정된 횟수를 초과해 문제를 제기했더니 어머니가 삿대질과 함께 폭언을 퍼붓고 갔다”며 “저분 얼굴만 보면 감정이 올라와서 도저히 못 맡겠으니 제발 담당을 바꿔 달라”고 호소했다. 이 교사는 “당시 주변 교사들이 ‘어르신, 이러지 마십시오’라며 몇 번을 말려도 최 씨가 ‘너 같은 건 교육부 장관에게 말해서 바꿔 버리겠다’고 폭언을 쏟았다더라”라며 “송 교사뿐 아니라 교사 전체에 대한 모욕이라고 생각했고 저도 상당히 자존심이 상했다”고 말했다. 14일 열린 서울시교육청 행정사무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한 이 교사의 증언이다. 이날 서울시의회는 서울시교육청에 대한 행정감사를 진행하며 정 씨의 청담고 재학 시절 특혜 논란과 관련해 교장, 교사 등 5명의 증인을 세웠다.  오경환 의원(더불어민주당)은 “2010년 고3 신분으로 정 씨처럼 아시아경기에 출전했던 다른 승마 선수의 출결 현황을 보니 이 학생의 공결 일수는 36일에 불과했다”며 “정 씨가 고3 시절 140일의 공결 처리를 받은 것은 전무후무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정 씨의 친구가 진술한 녹취파일을 보면 정 씨가 ‘나는 갈 대학이 다 정해져 있으니까 상관없다. 그러니까 학교에 안 나온다’고 말한 내용이 있다”고 말했다.  같은 당 김경자 의원은 “정 씨가 아시아경기가 끝난 뒤 아시아경기를 이유로 공결 공문을 들고 왔는데도 교장이 이를 받아들였다”며 “마음먹고 특혜를 준 것이며 ‘학사 농단’을 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에 당시 결재를 한 청담고 전 교장 박모 씨는 “행정착오일 뿐 절대 특혜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당시 대한승마협회와 서울시승마협회가 출석인정 공문을 청담고로 직접 보내지 않은 사실도 드러났다. 김 의원은 “청담고 팩스 번호는 앞자리가 ‘3496’으로 시작하는데 승마협회 공문을 수신한 팩스 번호는 ‘512’로 나온다”며 “학부모(최순실 씨)가 따로 받아서 학교로 들고 온 것”이라고 지적했다. 당시 체육부장교사는 “항상 정 씨나 최 씨가 직접 공문을 들고 와 학교에 제출했다”고 증언했다. 본보가 팩스번호 02-512-○○○○을 확인해 본 결과 소재지는 서울 강남 서초 지역이 유력하지만 회사나 법인 등의 번호는 아니어서 개인 사무실이나 가정집인 것으로 추정된다. 임우선 imsun@donga.com·노지원 기자}

    • 2016-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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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졸업후 美취업 물 건너간것 아니냐” 한국 유학생들 술렁

     미국 매사추세츠 주 보스턴 시에서 대학원에 다니는 유학생 김모 씨(28·여)는 9일 미국 대통령으로 이민자와 외국인에게 적대적인 모습을 보였던 도널드 트럼프가 당선되는 걸 보며 큰 충격과 고민에 빠졌다. 지금도 학위를 딴 뒤 미국에서 취업하는 게 쉽지 않은데, 앞으로 더욱 어려워지는 것은 물론이고 당장 일상생활에서도 차별받을까 걱정이 앞섰다. 김 씨는 “트럼프를 지지한 미국인이 그만큼 많다는 의미이니 모든 것이 이민자에게 불리하게 돌아가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술렁이는 한인 유학생들 트럼프의 당선 이후 미국 내 한인 유학생 및 유학준비생 사이에 불안과 공포가 커지고 있다. 한국 유학생의 절대 다수는 적법한 서류와 자격을 갖춘 유학생들임에도 ‘잘못하면 유학생도 쫓겨날 수 있다’ ‘인턴십이나 취업비자 취득이 몹시 어려워질 것이다’라는 염려가 나오고 있다. 특히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그간 해 온 모든 행정명령을 취소하겠다’고 말한 만큼 서류 미비 청소년 추방유예정책(DACA)이 폐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크다. DACA는 합법적인 체류 기간은 끝났지만 오랫동안 미국에서 유학한 청소년의 안정적인 미국 체류를 위해 추방 관련 절차를 일시중단해 주는 조치다. 이 행정명령 시행 이후 지난 4년간 현지에서 이 혜택을 누린 한국 청소년은 모든 국가 중 5번째로 많았다. 국내 한 인터넷 유학 커뮤니티에는 9일 이후 하루 만에 미국 유학을 고민하는 글이 100건도 넘게 올라왔다. 유학생들은 ‘조지 W 부시 정부 때도 입국심사가 까다로워져 비자 발급이 힘들었다’며 우려했다. ○ 이민사회 “비상사태”…캐나다 뉴질랜드까지 긴장 미국 이민사회의 긴장감은 더욱 높다. 9일(현지 시간) 한인단체 40여 곳은 현 상황을 비상사태로 바라보고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트럼프로 인한 걱정은 이민을 준비 중인 한국인들 사이에서도 나온다. 아이 교육문제로 뉴질랜드 이민을 고민해 온 주부 이모 씨(31)는 “트럼프 당선으로 미국 시민이 캐나다 뉴질랜드 이민에 몰린다고 들었다”며 “그 여파로 한국인의 뉴질랜드 이민 문만 좁아지는 건 아닐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실제 이번 대선 결과가 발표되면서 캐나다와 뉴질랜드의 공식 이민 사이트는 미국 이용자 접속이 폭주해 한때 마비되는 소동을 빚었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외교안보연구소 교수는 “트럼프의 기본 생각은 미국 내 외국인들이 미국인의 일자리를 뺏는 ‘잡 킬링(job killing)’을 한다는 것”이라며 “이를 막으려 기준을 까다롭게 하다 보면 한국인에게도 불이익이 생길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내 서점가는 트럼프 열풍 국내에선 트럼프 관련 책 판매가 급증하고 있다. 교보문고는 하루 평균 5권가량 판매되던 트럼프 책이 9, 10일 이틀간 630권 팔렸다고 10일 밝혔다. 예스24에서도 트럼프 책 판매량은 하루 평균 4권이었지만 9, 10일에는 456권이 팔렸다. 미국 연방 하원의원을 지낸 김창준 씨가 쓴 ‘트럼프 대통령에 대비하라’(라온북), 트럼프가 쓴 ‘거래의 기술’(살림) ‘불구가 된 미국’(이레미디어)이 특히 인기가 높다. ‘트럼프…’는 미국 사회의 보수화 현상이 국제 정세에 어떻게 작용하는지 진단하며 한국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했다. 예스24에 따르면 책을 구매한 독자는 남성이 62.9%를 차지해 압도적으로 많았다. 30대 남성(26.2%)이 가장 많이 샀고, 40대 남성(18.9%)이 뒤를 이었다. 여성 가운데는 20대(15.6%)가 관심이 높았다.노지원 zone@donga.com·임우선·손효림 기자}

    • 2016-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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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4년 기다린 특수학교, 지역반발에 신설 흔들

     자폐성 장애를 갖고 있는 김지원(가명·17) 양은 매일 아침 학교에 가기 위해 오전 6시에 눈을 뜬다. 김 양이 사는 곳은 서울 강서구 염창동이지만 그가 다니는 특수학교인 서울정진학교는 20km 떨어진 구로구에 있기 때문이다. 김 양의 어머니는 새벽부터 딸을 씻기고, 밥 먹이고, 옷 입히느라 한바탕 전쟁을 치른다. 모녀는 집에서 15분을 걸어 7시 25분까지 통학버스 정류장에 가야 한다. 통학버스는 김 양을 태운 뒤 강서구를 돌며 다른 학생들을 태운다. 원래는 8시 40분에 학교에 도착하지만 길이 막히면 한 시간 늦을 때도 있다. 자폐성 장애를 가진 김 양과 친구들에게 차 속에 꼼짝없이 머물러야 하는 2시간은 그야말로 ‘고문’이다. 스트레스를 제대로 표현하지 못해 울고 소리치고 자신을 때리기 일쑤다. 학교에 도착해 수업이 시작될 때면 녹초가 돼 잠이 든다. 엄마는 억장이 무너져도 다른 방법이 없다. 집 근처에 갈 수 있는 특수학교가 없기 때문이다.○ 일반학교 110개 생길 동안 특수학교는 ‘0’ 서울시교육청이 4일 강남·서초지역(옛 언남초등학교 부지)에 공립특수학교를 건립하겠다고 행정 예고를 했다. 8월 강서지역에 특수학교 건립 계획을 발표한 뒤 두 번째다. 시교육청은 내년 중 동부지역에도 부지를 확보해 2019년까지 특수학교 3개교 건립을 추진할 예정이다. 이는 서울의 특수학교가 태부족인 탓에 김 양 같은 학생이 셀 수 없이 많기 때문이다. 현재 서울에서 특수교육이 필요한 장애학생은 1만2929명에 달한다. 그러나 특수학교가 29곳에 불과한 탓에 이 중 4496명만 특수학교를 다니고 있다. 나머지는 일반학교의 특수학급에서 공부하거나 일반교실에서 통합수업을 받는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현재 일반학교에 다니는 장애학생 중 1700여 명이 특수학교 진학을 원하는 것으로 추정되지만 자리가 없다”며 “7명이 정원인 특수학교 교실에 10명, 11명씩 배정해도 도저히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장애학생 학부모 이모 씨는 “거리가 얼마나 멀든, 과밀 학급이든 아니든 지금으로서는 특수학교를 배정받았다는 사실만으로 감사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학습권이나 교육의 질 같은 건 아예 따질 수조차 없다”고 말했다. 2002년 이후 14년 동안 서울에 단 한 개의 특수학교도 신설되지 않았으니 이런 현상은 이미 오래전부터 예고된 셈이다. 반면 이 기간에 일반학교는 110개나 신설됐다. 유독 특수학교만 지역주민의 강한 반발에 부딪혀 번번이 신설이 무산된 것이다. ‘집값 떨어진다’ ‘동네 이미지 망친다’ ‘왜 하필 우리 동네냐’는 게 주된 반대 이유였다.○ 지역주민 반발에 두 번 우는 장애학생 시교육청이 최근 특수학교 건립을 속속 발표하면서 갈등은 또다시 불거지고 있다. 시교육청이 강서구의 옛 공진초등학교 부지에 특수학교 건립을 행정 예고한 뒤 해당 지역에서는 인근 아파트 주민을 중심으로 거센 반발이 일고 있다. 주민대표가 시교육청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는가 하면 아파트 주민 사이에 특수학교 건립에 반대하는 연판장이 돌기도 했다. 주민들은 “강서구엔 이미 특수학교가 있고 오히려 양천구는 한 곳도 없는데 왜 또 강서구에 짓느냐”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시교육청은 “강서구에 특수학교가 있지만 강서구 장애학생의 절반도 수용하지 못하고 있고, 양천구는 부지 확보가 어려운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장애학생 어머니 김모 씨는 “아무리 특정 지역에 학교가 있어도 학생이 많으면 또 짓는 게 상식인데 비장애 아이들이 다 떠나가고 남은 폐교에 들어가는 것도 안 된다 하니 참담한 심정”이라며 “매일 아침 집 근처 학교에 가는 평범한 일상조차 꿈꿀 수 없는 게 한국 장애아의 현실”이라고 말했다.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 2016-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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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유라 이화여대 입학 취소 가능성

     최순실 씨의 딸 정유라 씨의 이화여대 특혜 입학 및 부실 학사관리 의혹을 밝히기 위해 교육부가 31일 이화여대에 대한 특별감사에 돌입했다. 교육부는 감사요원 12명을 투입해 2주간 집중 감사를 벌일 계획이다. 의혹에 관련된 교수들은 물론이고 최경희 전 이화여대 총장에 대한 조사까지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교육부는 이번 감사를 통해 △2015학년도 체육특기생 대상 종목을 확대하면서 승마를 포함한 이유 △지원자 면접 과정에서 입학처장이 ‘금메달을 가져온 학생을 뽑으라’고 말했다는 의혹 △원서 마감일 이후에 획득한 금메달이 평가에 반영된 이유 등을 집중적으로 들여다 볼 예정이다. 또 이화여대가 올해 1학기 국제대회에 출전하는 학생이 증빙서류를 제출하면 출석으로 인정하도록 학칙을 개정한 것이 정 씨를 위한 조치였는지, 정 씨가 과제물을 제대로 내지 않고도 학점을 받았는지 등도 감사를 통해 확인하기로 했다. 이번 감사에서 각종 의혹이 사실로 확인되면 정 씨는 이화여대 입학이 취소되고, 소속팀이 없어지면서 대회에 참가할 수 없게 돼 선수 생명이 끝날 가능성이 크다. 만약 최 씨가 금전 등 이익을 제공하고 합격을 청탁했다면 배임수증재죄가 적용돼 함께 처벌될 수 있다. 또 입학 비리에 연루된 대학의 운동부 학생들은 대회 출전 금지 조치가 내려질 수 있다. 이 밖에 입학 비리 연루 대학은 입학정원의 최대 10%까지 모집 정지될 수 있다. 한편 정 씨가 이화여대 입학에 앞서 청담고 재학 중 승마 국가대표란 이유로 인정받은 ‘공결’(결석이지만 출석한 것으로 인정) 횟수는 쇼트트랙 국가대표이자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심석희 선수와 비슷한 수준인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시교육청은 앞서 지난달 27일 가진 ‘청담고 장학결과 중간발표’에서 “정 씨의 공결 횟수는 다른 국가대표 선수와 비슷한 수준”이라고 해명한 바 있다. 그러나 시교육청이 정 씨와 비교한 대상은 승마 선수가 아닌 심 선수인 것으로 31일 확인됐다. 심 선수는 세계 각지에서 열리는 국제 쇼트트랙 경기에서 지금까지 총 71개의 메달을 따낸 쇼트트랙 세계기록 보유자다. 반면, 정 씨의 국제대회 수상 기록은 인천 아시아경기 단체전 금메달이 유일하다. 선수의 위상과 종목이 전혀 다른 두 사람을 비교한 것은 황당하다는 지적에 대해 시교육청은 “승마 국가대표 명단을 확보해 재조사하겠다”고 해명했다.유덕영 firedy@donga.com·임우선 기자}

    • 2016-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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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정유라 ‘공결’ 횟수가 쇼트트랙 심석희 수준?…‘황당’

    최순실 씨의 딸 정유라 씨가 승마 국가대표란 이유로 인정받은 '공결(결석이지만 출석한 것으로 인정)' 횟수가 쇼트트랙 국가대표이자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심석희 선수와 비슷한 수준인 것으로 확인됐다. 심 선수는 세계 각지에서 열리는 국제 쇼트트랙 경기에서 지금까지 총 71개의 메달을 따낸 쇼트트랙 세계 신기록 보유자다. 31일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시교육청은 최근 정 씨의 공결 요구 횟수가 정당한지 여부를 알아보는 과정에서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 시교육청은 지난 27일 가진 '청담고 장학결과 중간발표' 자리에서 '정 씨의 공결 횟수가 정상적인 수준이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다른 국가대표 선수와 비슷한 수준으로 알고 있다'고 해명한 바 있다. 그러나 시교육청이 말한 '다른 국가대표 선수'는 정 씨와 같은 승마 국가대표 선수가 아닌, 쇼트트랙 국가대표 금메달리스트 심 선수인 것으로 확인됐다. 시교육청은 "승마 국가대표 명단은 대한승마협회가 관리하기 때문에 시교육청 차원에서 정 씨와 비교할 대상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며 "이 때문에 같은 국가대표 선수라는 점에서 심 선수의 출결 상황과 비교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정 씨와 심 선수는 선수의 위상과 경기 종목의 수준이 현격히 다르다는 점에서 시교육청 비교는 황당한 접근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해 시교육청은 "대한승마협회를 통해 당시 국가대표 명단을 파악한 뒤 정 씨와 같은 시기 승마 국가대표 선수들의 출결 상황을 다시 비교·확인해보겠다"고 해명했다. 한편, 국제빙상연맹 홈페이지에 등록된 심 선수의 공식 수상기록에 따르면 심 선수는 지금까지 세계 각지에서 열린 국제 쇼트트랙 대회에 참가해 △올림픽에서 금1·은1·동1 △월드챔피언십에서 금5·은2·동2 △월드주니어 챔피언십에서 금2 △월드컵에서 금38·은12·동7 등 총 71개의 메달을 수상한 것으로 집계됐다. 반면, 정 씨의 국제대회 수상기록은 인천 아시안게임 단체전 금메달이 유일하다. 이와 별도로 이날 국민의당 송기석 의원은 시교육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근거로 정 씨가 중학교(선화예중) 시절부터 학교를 제대로 다니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송 의원이 확보한 '정유연(정 씨의 개명 전 이름) 출결 상황(2009~2011학년도)'에 따르면, 정 씨는 선화예중 3학년에 재학 중이던 2011년 총 수업 일수 205일 가운데 86일만 제대로 출석했다. 나머지 119일은 △질병조퇴 46일 △공결 42일 △질병결석 22일 △질병지각 6일 △질병결과 3일 등을 한 것으로 파악됐다. 송 의원은 "정 씨는 청담고 재학 내내 연중 상시적으로 4교시 수업만하고 조퇴를 했는데 학교장 허가도 받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며 "모든 조퇴가 '출석인정조퇴'가 아닌 '출석'으로 처리되는 등 학사처리를 부당하게 한 정황도 추가 확인됐다"고 지적했다.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 2016-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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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카드뉴스]최순실 모녀에 뿔난 수험생들…“화나서 수능 망칠 것 같아요”

    #.1최순실 모녀에 뿔난 수험생들"화나서 수능을 망칠 것 같아요"#.2“수능이 코앞인데 정유라 사건 때문에 정말 화가 나고 의욕이 꺾여요. 인성은 바닥에 맞춤법도 틀리는 친구가 '엄마 빽'으로 명문대에 가는 게 공정한 사회인가요”- 수험생 김 모 양#.3 "결국 노력과 상관없이 금수저들이 흙수저들을 밀어내는 거 아닌가.뉴스를 보면 멘탈이 흐트러져 보고 싶지 않은데 시사 면접에 '최순실 사건'이 나올까봐 안 볼 수도 없다"- 한 수험생#.411월 17일 2016년 수능 시험을 앞두고전국 고3 수험생들까지 최순실 게이트에 분노를 표시하고 있습니다.최순실-정유라 모녀를 통해 권력자의 입시특혜 비리가 만천하에 드러났기 때문이죠.#.5고3들이 주축인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연일 분노, 실망감, 허탈함을 호소하는 글들이 올라오고 있습니다. "수능을 끝낸 후 정권 퇴진 시위에 참여하겠다"는 수험생도 많죠.#.6"힘들게 공부해도 대학에 갈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른다. 대학에 가도 학자금 대출을 받아야 하고, 취직을 못하면 빚만 남는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힘들게 사는데 이런 일이 생기나. 억울하다"-한 누리꾼"수시전형과 논술 모두 객관적 채점 기준이 없어 불안한데최순실 게이트로 불안감이 더 커졌다.이런 일이 또 없다고 누가 장담하나." -수험생 차 모 군- #.7젊은 층이 많이 이용하는 소셜미디어에서도 민심이반이 심각합니다.누리꾼들은 최씨를 순시리로 부릅니다.그의 이름 ‘순실’과 애플의 인공지능 음성인식 서비스 ‘시리(Siri)’ 발음이 비슷하기 때문인데요. 그가 대통령을 아바타처럼 조종했다는 조롱이 담겼죠.#.828일 공개 후 이틀 만에 5000건 이상의 내려받기 횟수를 기록한 ‘순실이 빨리와’ 게임.승마로 대학에 들어간 딸 정유라 씨를 포함해 말 타는 최 씨를 캐릭터로 표현했죠.“순siri(시리)가 말 타고 집을 나가서 안 들어와요! 언니가 큰일 나서 애타게 찾고 있으니 빨리 돌아와!"#.9또 다른 스마트폰 게임 ‘순실이 닭 키우기’ 역시최씨가 박근혜 대통령을 조종하듯국정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점을 비꼬고 있죠.#.10나라 꼴은 실망스럽지만 그래도 입시에 최선을 다하자는 학생들도 많습니다. "왜 공부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요?이런 세상을 갈아엎으려고, 이런 세상과 같이 몰락하지 않고 당당히 두발로 졸업하려고"-한 수험생#.11"화가 나지만 정유라가 부럽진 않다. 최순실 같은 엄마보다 고생하며 떳떳하게 살아오신 우리 엄마가 훨씬 좋다. 지금의 내가 더 행복하다"-또 다른 수험생#.12전 국민을 분노, 비탄, 침통함에 빠트린 최순실 게이트;하지만 분노와 냉소만으로는 아무 것도 바뀌지 않습니다.나라의 미래인 수험생들이 이번 사태에 휘둘리지 않고수능 시험에서 모두 좋은 성적 거두기를 응원합니다.원본 : 임우선·서형석·정동연 기자기획/제작 : 하정민 기자·이고은 인턴}

    • 2016-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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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유라 사태에 분노하는 수험생들 “수능 코앞인데 의욕 꺾인다”

    "수능이 코앞인데 정유라 사건을 보니 정말 화가 나고 의욕이 꺾인다. 인성은 바닥에, 맞춤법 하나 모르는 애가 '엄마빽' 하나로 명문대에 가는 게 공정한 사회인가." (수험생 김모 양) "수시나 논술이나 객관적인 채점기준이 없고 떨어져도 이유도 몰라 안 그래도 불안했는데 이번 사건을 보면서 불안감이 더 커졌다. 이런 일이 또 없으리라고 누가 장담하겠나." (수험생 차모 군) 수능 시험이 20여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대입을 앞둔 수험생들 사이에서 박탈감과 분노가 커지고 있다. 최근 전국을 뒤흔든 최순실-정유라 모녀의 사건을 통해 정당한 실력이나 노력과 무관한 입시특혜 구조가 드러났기 때문이다. 수험생들이 주축이 되는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연일 분노와 실망감, 허탈함을 호소하는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수능만 끝나면 정권 퇴진 시위에 참여하겠다는 수험생들도 나타나고 있다. 30일 교육계와 수험생 커뮤니티에 따르면 최근 수험생들은 최 씨 모녀의 국정농단 및 입시비리 사건에 대해 크게 반발하고 있다. 주요 포털 입시 커뮤니티에서는 수험생들의 분노가 고스란히 표출됐다. 한 누리꾼은 '평생 잠도 제대로 못자고 힘들게 공부해도 대학에 갈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른다. 대학에 가도 학자금 대출받아 공부해야 하고 취직 못하면 빚만 남는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힘들게 사는데 이런 일이 생기냐'고 토로했다. 또 다른 수험생은 '우리는 무엇을 위해 이렇게 고생하며 공부하는 걸까'라고 자조했다. 그는 '수능이 얼마 안 남은 시점에 이런 꼴을 보니 진짜 더 화가 난다. 결국 노력과 상관없이 금수저들이 흙수저들을 밀어내고 올라앉는 입시구조 아닌가'라고 분노했다. 이에 다른 수험생이 '뉴스를 보면 멘탈이 흐트러져 수능에 집중하기 위해 지금은 뉴스를 보지 않는다'고 적자 또 다른 수험생들은 '그러다 시사면접에 최순실이 나오면 어쩌냐'고 걱정하기도 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정성평가' 위주의 수시제도 문제점을 뜯어고쳐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수시제도를 없애버려야 한다는 의견부터 수시제도의 장점은 살리되 투명성이 보장되게 손봐야 한다는 의견까지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수험생 김모 양은 "대학 리포트에 '해도 해도 안 되는 망할 새끼들' 같은 표현을 쓰는 애가 명문대에 가는 게 말이나 되냐"며 "평소 이화여대 진학을 희망했는데 이렇게 돼서 실망했지만 그래도 학생들 힘으로 끝까지 부조리를 밝혀내는 모습을 보며 멋지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한편, 일부 수험생들은 수능만 끝나면 시위에 나서겠다는 움직임도 보였다. 한 고3 수험생은 "정유라 사건을 보며 가장 실망하고 가장 분노한 게 한창 입시로 고생 중인 현재의 고3들 아니겠느냐"며 "지금은 수능이 남아있어 움직이지 못하지만 며칠만 더 참고 수능이 끝나면 거리로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수험생 커뮤니티에는 시위 참가를 독려하는 글까지 올라오고 있다. 나라꼴은 실망스럽지만 그래도 입시에 최선을 다하자는 학생들 간에 위로도 눈에 띄었다. 수험생들은 '왜 공부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다른 수험생의 글에 '이런 세상을 갈아엎으려고', '이런 세상과 같이 몰락하지 않고 당당히 두발로 졸업하려고'라고 댓글을 달며 응원했다. 또 다른 수험생도 '화가 나긴 하지만 정유라가 부럽진 않다'며 '최순실 같은 엄마보다 떳떳하게 살아온 우리 엄마가 훨씬 좋고 지금의 내가 더 행복하다'고 말했다.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 2016-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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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교육청 “정유라 고교 3년중 1년이상 빠져…최순실, 교사에 폭언도”

    최순실 씨의 딸 정유라 씨가 승마특기생으로 청담고에 재학하던 시절, 3년 동안 '공결(출석하지 않았지만 출석으로 인정해주는 것)' 일수가 229일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상 고등학교의 1년 총 수업일 수가 193일인 것을 감안하면 3년 중에 1년 이상을 학교를 나오지 않고도 출석을 인정받은 셈이다. 또 정 씨가 실제 학교에 출석한 날 중 오전 오후 수업을 다 듣고 하교한 경우는 3년 동안 단 하루도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정 씨는 매번 오전 수업만 듣고 조퇴를 했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체육특기생 신분이라 출석으로 처리된 것으로 밝혀졌다. 이와 관련해 최 씨는 "딸의 출석을 인정해 달라"며 교사들에게 금품 제공을 시도하고, 잦은 결석을 제기한 교사에게 고성과 폭언을 쏟아 부은 사실도 확인됐다. 서울시교육청은 최근 정 씨에 대한 학사 특혜 의혹과 관련해 청담고를 장학 감사한 중간 결과를 27일 발표했다. 시교육청은 25일부터 장학관 3명과 감사실 직원 3명 등 총 6명을 청담고로 파견해 정 씨의 3년 동안 학교생활을 전방위적으로 조사해 왔다. 특히 시교육청은 정 씨에 대한 출석 인정 특혜 의혹을 비롯해 정 씨의 모친 최 씨가 교사들에게 금품을 전달하려 했다는 의혹도 집중적으로 들여다봤다. 시교육청은 정 씨의 3년간(2012~2014학년도) 출결 현황을 나이스시스템 전산상의 일일출결상황 및 승마협회 공문, 내부결제 현황 등과 비교해보고 관련 교사들을 대면 조사했다. 그 결과 정 씨는 △1학년 수업일수 194일 중 질병으로 12일을 결석했고 대회 및 훈련 참여를 이유로 48일을 결석했으나 승마협회 공문 덕에 출석을 인정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시교육청은 "실제 학교에 나온 날은 134일이었지만 134일 모두 오전 수업만 하고 조퇴했다"고 밝혔다. △2학년 때는 수업일수 195일 중 질병으로 3일을 결석했고 기타결석 2일, 대회 및 훈련 참여 41일을 결석(출석으로 인정)해 실제 출석일은 149일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정 씨가 국가대표로 선발된 △3학년 때에는 승마협회의 훈련 및 대회 참가 공문이 폭증해 140일을 결석하고도 출석을 인정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 시기 정 씨가 실제 학교에 출석한 일수는 50일에 불과했고 그나마 이 역시도 모두 오전수업만 한 후 조퇴한 것으로 확인됐다. 정 씨의 출석을 인정해주는 과정에서 당시 학교 관계자 및 담당 교사들의 업무 실수도 확인됐다. 정 씨에 대한 출결 관리 시 대회 참가 및 훈련으로 인한 결석은 '출석'이 아닌 '출석 인정'으로 처리해야 하지만 학생에 대한 공식 기록이 남는 나이스 전산 시스템에 출석인정이 아닌 출석으로 처리한 사실이 조사 결과 드러났다. 또 승마협회 공문을 접수한 후 공결 처리를 해야 함에도 일단 출석을 인정해 준 뒤 사후에 공문을 받아 처리하는 형식으로 관련 절차도 부적절하게 운용한 것이 확인됐다. 당시 교장 박 모 씨는 "훈련이 급하다고 해 일단 결석을 용인하고 이후 공문을 받아 공결 처리를 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서는 승마협회 공문이 과연 진짜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훈련을 하지 않고도 훈련을 했다고 공문을 보내 봐주기를 한 것이 아니냐는 것. 이에 대해 시교육청은 "서류상 문제는 없었고 훈련 진위여부는 승마협회를 조사해봐야 알 것"이라며 "그러나 승마협회에 대한 조사 권한이 없기 때문에 확인은 어렵다"고 말했다. 또 "공결 처리를 받으려면 보충학습 이행 계획서를 첨부해야 하는데 그런 서류는 잘 붙어있었다"며 "정 씨가 집에서 스스로 보충학습을 할 수 있도록 돕는 학습 도우미(동급생)도 매년 2명씩 배정돼 있었다"고 전했다. 단, 실제 정 씨가 이 계획서에 준해 스스로 수업 보충을 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한편, 이번 조사에서는 그간 언론을 통해 제기됐던 최 씨의 교사들에 대한 금품 제공 의혹 및 폭언 행위도 사실로 확인됐다. 시교육청이 당시 정 씨를 맡았던 청담고 교사들을 대면 조사한 결과 교사들은 "최 씨가 돈 봉투 전달을 시도했지만 거부했다"고 진술했다. 교사들에 따르면 최 씨는 2012년 가을 교장실을 찾아가 교장에게 돈봉투를 전달하려 시도했으나 실패했다. 같은 해 체육교사에게도 돈봉투 전달을 시도했으며 2014년에도 담임교사에게 돈봉투 전달을 시도했다. 또 2013년 5월 경 최 씨는 '시교육청 학교체육업무 매뉴얼에 따라 정 씨의 전국승마대회 출전이 연 4회로 제한된다'는 말을 듣고 학교에 찾아왔다. 이어 학교 체육관과 체육부 교무실을 찾아가 당시 정 씨를 담당하던 신규 임용 체육여교사를 찾아내고 고성을 지르며 폭언을 퍼부었다. 해당 교사는 정 씨에 대한 수업 어려움과 정신적 고통을 호소해 다음 학기에 교체됐다. 시교육청은 "지금까지의 감사는 본격감사라기보다는 기초조사로봐야 한다"며 "제대로 조사를 하려면 학부모인 최 씨를 소환해 조사해야 하지만 쉽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 2016-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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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성악 전공 정유라, 고입 앞두고 체육특기자로

     승마특기생 자격으로 서울 강남구 청담고에 재학하며 과도한 출결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을 사고 있는 최순실 씨의 딸 정유라 씨는 당초 성악 전공자였지만 대한승마협회가 주최한 승마대회에 3번 이상 출전했다는 이유로 체육특기생이 된 것으로 드러났다. 26일 서울시교육청 및 교육계에 따르면 정 씨는 2011년까지 선화예중(선화예술학교)에서 성악을 전공했다. 2010년 열린 선화음악영재아카데미 제1회 정기연주회에서 소개된 정 씨의 프로필에는 △2008년 재단법인 국가보훈문화예술협회 주최 성악부문 금상 △2009년 더 뮤직 콩쿠르 중등부 3등 △경복초 예술제 성악부 독창 △2009년 오페라 토스카 출연 △선화음악영재아카데미 졸업 등이 주요 경력으로 기재돼 있다. 하지만 정 씨는 2012년 고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돌연 체육특기자가 됐다. 시교육청의 2012학년도 고입 체육특기자 심사대장을 보면 정 씨는 △제23회 춘계전국승마대회 마장마술경기 C클래스 중고등부 △2011 춘계전국승마대회 마장마술경기 C클래스 학생부 △제6회 농림수산식품부장관배 전국승마대회 마장마술경기 B클래스 중고등부 출전을 근거로 체육특기자에 지원했다. 3개 대회는 모두 정 씨의 출석 인정을 요청하는 공문을 학교 측에 보낸 대한승마협회가 주최한 것이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대한체육회나 산하단체가 주관하는 대회에 3번 이상만 출전하면 체육특기생 신청 자격이 생긴다”며 “(초급 대회이긴 하지만) 서류상 문제는 없었다”고 말했다.  정 씨가 지원한 청담고는 당초 체육특기생이 지원할 수 있는 체육특기학교가 아니었지만 2011년 시교육청에 승마부문 체육특기학교 지정 신청을 해 2012년부터 승마특기생을 받을 수 있게 된 것으로 확인됐다. 시교육청 체육특기자 심사대장에 따르면 2012년(후기) 청담고가 모집한 승마특기생은 1명이었고, 그해 승마특기생으로 고입을 지원한 사람은 서울 전역에서 정 씨가 유일했다. 임우선 imsun@donga.com·노지원 기자}

    • 2016-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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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800억 모금에 최순실 영향력 행사 단서 포착

     검찰이 미르·K스포츠재단의 대기업 모금 경위와 자금 유용 의혹을 수사하기 위한 전담 수사팀을 24일 구성했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이날 “기존에 수사하던 형사8부에 검사 3명을 더 보강해 모두 7명 규모로 미르·K스포츠재단 사건 전담 수사팀을 구성했다”고 밝혔다. 추가로 투입된 검사는 서울중앙지검 3차장 산하 특별수사1부, 공정거래조세조사부, 첨단범죄수사2부 소속 검사 1명씩이다.  검찰은 재단 설립 과정과 대기업을 통한 800억 원대 모금에 최순실(최서원으로 개명·60) 씨가 영향력을 행사한 단서를 포착했다. 검찰은 최 씨 모녀의 귀국을 압박하기 위해 최 씨가 미르재단 자금을 해외로 은닉했거나 일가 자산을 해외로 도피시킨 정황이 있는지 수사할 방침이다. 검찰은 최 씨가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매입 자금을 마련해 독일로 송금했다면 탈세와 재산 도피, 외국환관리법 위반 혐의 등을 적용할 방침이다. 한편 최 씨의 딸 정유라 씨(20)는 서울 청담고에 다닐 때도 10일 중 7일꼴로 결석했지만 무사히 졸업한 것으로 드러났다. 24일 청담고와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정 씨는 2014년 3월부터 12월까지 총 133일간 학교에 나오지 않았지만 출석 처리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 학교의 연간 수업일수가 193일인 것을 감안하면 70%가량을 결석한 셈이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곧 담당자를 청담고에 보내 정 씨의 3년간 출결 등 학사 내용 전반을 점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 씨의 고3 담임교사는 동아일보에 “2014년 9월 인천 아시아경기대회가 열렸는데 정 씨는 3월 중순부터 학교에 빠졌고 이후에도 10월 말 전국체전 준비를 이유로 학교에 다시 잘 나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서울시교육청 학사관리 규정에 따르면 학교장의 허가를 받으면 학교를 대표한 경기나 경연대회 참가, 훈련 참가에 따른 결석은 출석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하지만 70% 가까이 결석하고도 ‘공결’(공적인 사유에 따른 결석)로 인정받은 건 지나친 혜택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와 관련해 더불어민주당 안민석 의원은 이날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딸이 고교에 거의 가지 않아 제적될 뻔하자 최 씨가 교사와 교장에게 아주 거칠게 항의했다”며 “이후 승마협회가 공문을 보냈고, 정 씨의 결석이 ‘공결’ 처리되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당시 청담고 교장이었던 박모 씨는 “연간 훈련계획서를 작성하게 하고, 수업 결손 보충학습도 계획해 놓는 등 규정대로 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해명했다. 또 정 씨가 국가대표 규정을 지키지 않았는데도 대한승마협회는 정 씨의 국가대표 신분을 유지시켜 주고, 정 씨에게 국가대표 훈련비와 수당까지 지급한 사실도 추가로 드러났다.장관석 jks@donga.com·최지연·임우선 기자}

    • 2016-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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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韓-佛 과학기술 협업 새 전기 만들자”

     한-프랑스 수교 130주년을 맞아 양국 간 대학 교류 및 과학기술 협력을 도모하는 ‘제1회 한불 고등교육·연구·혁신의 만남’ 행사가 17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개최됐다. 주한 프랑스대사관과 프랑스 교육진흥원 주최로 올해 처음 열린 이날 행사의 개막식에서 나자트 발로벨카셈 프랑스 교육연구장관은 파비앵 페논 주한 프랑스대사가 대독한 축사를 통해 “과학과 기술 분야에서 양국이 협업할 새로운 전기가 만들어지리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두 나라는 4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한불과학기술공동위원회 회의에서 앞으로 협력해 나갈 주요 분야로 △신소재·나노 △생명과학·생명공학 △보건·실버경제 △정보통신 △우주항공 △환경과학·기후·해양을 정했다.  페논 대사는 “현재 프랑스에는 6500명의 한국 학생이 있는데 70%는 어학과 인문학을 배우러 온 사람”이라며 “프랑스는 기초과학 분야에서도 강국인 만큼 앞으로는 생명공학과 소재공학 분야 등에서도 더 많은 학생이 오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에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은 “앞으로 과학기술뿐 아니라 스타트업 정책도 공유하면서 창조경제 발전을 이루자”고 화답했다. 개막식 후 3개 세션에 걸쳐 ‘4차 산업혁명 시대 교육연구 분야 협력’ ‘신소재와 나노 테크놀로지’ 등 11개 주제에 대한 양국 과학자들의 주제 발표가 이어졌다. 임우선기자 imsun@donga.com}

    • 2016-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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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Narrative Report]자습… 수면… 게임… 수업이 사라진 高3 교실

     11일 오전 7시 반 서울 강북의 한 일반고인 A고 정문. 대학수학능력시험을 한 달여 앞둔 가을 아침의 공기는 고3 학생의 마음만큼이나 스산했다. 교문을 들어서는 학생들의 얼굴은 모두 플라스틱 가면을 쓴 듯, 표정이 없고 푸석하다. 그런데 그 얼굴 중 하나에서 빨간 것이 흘러내린다. 코피다. 여학생은 잠시 멈춰 코를 더듬다 손에 묻은 것을 보고 깜짝 놀란다. 엉거주춤 고개를 젖힌 채 교문 바로 앞 지구대로 종종걸음을 옮긴 학생은 얼마 뒤 경찰관에게 얻은 하얀 휴지로 코를 막은 채 나왔다. 그리고 곧 학교 1층 검은 입구 속으로 사라졌다.○ 알바에 코피 흘리는 고3의 현실 얼마나 공부를 열심히 했으면 등굣길에 코피가 날까. 안타까워하는 기자에게 이 학교 교무부장은 이렇게 말했다. “공부도 공부지만 늦게까지 아르바이트를 해서 피곤했을 겁니다. 일반고에는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입시를 챙겨야 하는 학생들이 적지 않지요. 안타까워요.” 이맘때 매스컴을 장식하는 입시 풍경에는 중산층 미만의, 서민 학생들의 이야기는 없다. 언제나 전력을 다해 학업에 매진하며 학교와 집과 학원만을 오가는, 부모의 뜨거운 응원을 받으며 수능을 준비하는 고3의 이야기만 있을 뿐이다. 하지만 평범한 일반고 건물 안에는 그렇지 않은 아이들이 훨씬 더 많다. 입시철, 한국 사회에서 그들은 ‘있어도 없는’ 사람들이다. 아니, 입시철뿐 아니라 어쩌면 입시를 향해 가는 학교생활 내내 그랬을지 모른다. 강남도, 목동도 아닌 강북의 평범한 동네에 위치한 A고 주변에는 다세대주택이 많다. 그만큼 서민 가정의 아이들도 적지 않다. 10명 중 1명 정도가 기초생활수급자이거나 차상위계층이다 보니 가장 큰 벌은 ‘4시가 넘었는데도 집에 보내주지 않는 것’이다. 아르바이트에 늦기 때문이다. 과거 학교 주변이 단독주택 단지였을 때는 서울대 의대 동창회장까지 배출했던 학교지만, 큰 주택 주인들이 하나둘씩 집을 팔고 그 자리에 다세대주택들이 들어서면서 학교의 입시 성적도 함께 곤두박질쳤다. 이제는 전교생 800여 명 가운데 이른바 ‘SKY’를 포함해 서울 상위 10개 대학에 진학하는 학생 수가 재수생까지 꼽아도 다섯 남짓이다. 은퇴가 몇 년 남지 않은 교장은 평생 몸담아 온 교육계와 입시에 대해 울분을 토했다. “교육이 계층 상승의 사다리 역할을 못 하게 된 지 이미 오래죠. 우리나라 대학입시 제도가 이렇게 가면 학교 교육은 절대 정상화될 수가 없어요. 신도 풀 수 없는 실타래가 한국 교육이지요. 정책 한두 개로 풀려고 하지 말고 통째로 끊어내야 하는데….” 교장의 한탄은 분노로, 안타까움으로, 그리고 그 판을 바꾸지 못한 교육자인 스스로에 대한 자책으로 끝없이 이어졌다.○ 희망은 안 보여도 진학률은 70% 어려운 환경의 아이가 많은 A고이지만 이 학교의 대학 진학률은 놀라울 정도다. 10명 중 7명이 대학에 가는데 그중 3명은 4년제 대학에, 나머지는 전문대에 간다. 어떤 대학, 어떤 과에 갔느냐는 또 다른 차원의 문제다. 어쨌든 공식적인 학교의 대학 진학률이 ‘70%’라는 게 중요하다. 그렇다. 학생에게도, 학교에도 ‘대학에 갔다’는 사실이 중요한 것이다. 내년에 고3이 되는 임모 군 역시 같은 마음이다. 그에게 대학에 가고픈 이유를 묻자 배시시 웃으며 이렇게 답했다. “대학에 가야 지금보다 좀 더 삶이 나아질 것 같아서요.” 그러나 아이들이 대학에 간다고 지금보다 삶이 더 나아질지는 미지수다. “때론 아이들을 졸업시키며 죄의식이 들어요. 아이들도 대학에 가길 원하고 학부모들도 원하니 최대한 합격할 만한 학교를 찾아 권하지만 정말 이게 아이에게 도움이 될까 그런 생각이 들 때가 있죠. 이름 없는 지방 사립대의 배만 불리는 건 아닐까, 아이들이 빚내고, 아르바이트해서 번 돈을 받을 만큼 자격이 있는 대학일까. 아이는 이 학교에서 잘 적응하고 다닐 수 있을까 걱정이죠.” 지난해 고3 담임이었던 임모 교사의 말이다. 지난해 그의 반에서 대학을 간 아이 가운데 4명 중 1명은 빚을 내거나 스스로 돈을 벌어서 등록금을 해결해야 했던 아이들이었다. 그는 “종종 대입 진학지도를 하는 게 합격률을 높이기 위한 교사와 학교의 욕심이 아닌가 회의감이 들 때가 있다”며 “그럼에도 지금의 고등학교 목표는 대입이고 대입을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하는 게 교사의 숙명이자 딜레마”라고 말했다. A고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대학 진학률이 69.8%로 최고 수준인 한국의 대입 현실을 보여주는 축소판이다.○ 고3의 필수품은 담요와 베개 입시가 절대 유일의 목표인 고3 교실에서 수업이나 교육이 사라진 건 이미 오래다. 수능의 70%가량이 교육방송(EBS) 교재에서 나오면서부터 고3 수업시간은 자습 아니면 수능 대비 EBS 문제집 풀이가 전부가 돼 버렸다. 수능 최저점수가 필요한 중상위권 대학 지원자 두세 명을 제외하고는 교실의 모든 학생은 ‘자습’ 명령과 함께 일제히 책상에 엎드린다. 일반고 고3에게 엎드려 자는 행위란 공부가 필요한 친구들을 방해하지 않으면서 긴긴 하루를 견디기 위한 최선의 방법이다. A고 3학년 김영주 양(가명) 역시 하루하루를 엎드려 자며 보내고 있다. 영주는 문제아가 아닌, 서울과 경기 지역 6개 중하위권 대학에 원서를 낸 지극히 ‘평범한’ 일반고 학생이다. “공부를 잘하는 친구들은 수시 최저를 맞추거나, 정시에 응시하려고 수능을 파는데, 제가 지원한 학교들은 수능 점수가 필요하지 않거든요. 그래서 EBS를 풀거나 자습을 할 이유가 없어요. 그래서 자요.” 영주의 책상 위엔 베개와 담요가 항상 놓여 있다. 영주는 3학년이 된 후 교과서를 써 본 기억도 없다. 교과서는 새 책 그대로 집 책상 위에 꽂혀 있다. 3월부터 이미 수업은 ‘EBS 수능특강’으로 이뤄졌다. 중간·기말고사 시험 범위도 그 안에서 정해졌다. 영주는 수능을 포기했지만, 수업에 참여하고 내신을 따기 위해 EBS 교재를 샀다. 오늘도 8시 20분, 1교시 수업 종과 함께 들어온 교사는 “자, 오늘 진도 어디지?”라는 말 대신 “자습!”이라는 짧은 말로 수업을 마친다. 다른 교시도 마찬가지다. 어떤 날은 1교시부터 7교시까지 내내 자습이다. 영주는 자다자다 지치면 스마트폰으로 웹 서핑을 하거나 게임을 한다. 노트북을 꺼내 두드리거나, 책을 읽을 때도 있다. 앞머리에 헤어롤을 말고 눈 화장을 고치기도 한다. 교실 맨 뒤에 책상을 붙여놓고 친구 너덧 명과 소곤거리기도 한다. 그래도 떠들진 않는다. 좋은 대학을 가려는 친구들을 배려하는 최소한의 의리다. 30개가 조금 넘는 영주 반 책상에서 긴장감이 느껴지는 자리는 두세 자리뿐이다. 엎드려 자거나 게임을 하는 대부분의 반 친구들에게 고3 교실이란 그저 길고, 고요하고, 지루한 공간일 뿐이다. 가끔은 생각한다. 이 교실이 ‘학생’이라고 생각하는 건 좋은 대학을 지원하는 두세 명뿐이고, 그렇지 않은 우리들은 그냥 ‘나머지’ 같다고.○ 교사에게도 자괴감 주는 교육 이런 교실 상황에 자괴감과 소외감을 느끼는 건 교사들도 마찬가지다. 교탁 앞에 교사가 뻔히 서 있는데도 엎드려 자고, 잡담을 하고, 화장을 고치고 있는 아이들을 지켜봐야 하는 것은 여간 고역이 아니다. 하지만 학교 입장에서 중요한, 수능을 준비하는 아이들에게 대입을 준비시키려면 자습이나 EBS 문제집 풀이를 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A고의 한 교사는 “내가 EBS 문제풀이를 하려고 고교 교사가 된 것은 아닌데…. 교사로서 회의감이 들 때도 많다”고 말했다. 하지만 고등학교의 목표가 대입이 돼 버린 지금, 자습이란 말을 외치고 한 시간 동안 교실에 서서 허공을 바라보다 나오는 것 외엔 뾰족한 수가 없는 게 교사들이 처한 현실이다. 자습을 시킨다고 교사 생활이 딱히 편한 것도 아니다. 고등학교가 입시기관이 돼 버린 지금, 교사가 수업 외에도 해야 할 일이 너무나 많다. 특히 어느 누구도 맡고 싶어 하지 않는 고3 담임은 그야말로 ‘지옥’이다. “챙길 게 너무나 많지요. 입시제도와 요강은 매년 바뀌죠. 대학 가려는 아이들 봉사활동이나 독서활동, 창의적 체험활동도 다 적어서 관리해 줘야죠. 학생의 생각을 적어야 하니까 불러서 듣고 피드백하고…. 고3 담임은 저주예요. 지금의 입시는 일반고가 감당하기 너무 어려운 제도죠.” 사교육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아이들이 상대적으로 많은 일반고에서는 교사들의 어깨가 더욱 무겁다. 학생도, 학부모도 막연히 ‘인(in) 서울’을 희망할 뿐 어디가 나은지, 어떻게 갈지 방법도 모르고 판단도 못 하기 때문이다. 이들이 기댈 곳은 오로지 학교 선생님뿐이다. A고의 열정 있는 교사들이 방과후 모의면접 교실을 운영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A고 고3 부장교사는 “12명의 교사가 각 대학의 인재상과 과별 특성을 공부해 35명의 학생을 3인 1조로 3번씩 총 105회 모의면접하고 있다”며 “지난해 이렇게 해보니 합격률이 훨씬 좋아져 올해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끝까지 최선을 다하자.’ 고3 교실 앞 칠판 위 액자에는 스스로를 응원하는 급훈이 걸렸다. A고 3학년생들은 오늘도 대학을 꿈꾸며 자습을 한다. A고뿐 아니라 대한민국의 고3 교실 대부분이 그렇다. 우리의 아이들은 지금 어디로 가고 있을까.노지원 zone@donga.com·임우선 기자}

    • 2016-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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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일 임산부의 날… 한국 vs 해외 선진국, 출산교육 실태보니

     “‘임산부의 날’요? 그게 뭐죠?” 임산부를 독려하고 저출산을 극복하기 위해 보건복지부가 법정기념일로 제정한 ‘임산부의 날’(10월 10일)이 올해로 11회를 맞았다. 하지만 최근 연년생 아이를 출산한 김지윤 씨(35)는 “애를 둘이나 낳고도 그런 날이 있는 줄 몰랐다”며 “정말 임산부를 위한다면 이벤트성 행사보다는 실질적인 정책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독학으로 모으는 임신·출산 정보 현재 국내의 임신·출산 관련 지원 정책은 ‘임산부의 날’ 같은 일회성 행사나 진료비 등 금전적인 지원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나마 임산부 누구에게나 제공되는 금전적 지원은 50만 원의 진료비 혜택뿐이고, 나머지 지원금은 대부분 저소득층이나 고위험 임산부에게 제한적으로 제공된다. 평범한 임산부가 체감하는 임신·출산 관련 정책이 거의 없는 이유다. 국내 임산부는 임신·출산과 관련해 궁금한 점이나 걱정거리를 혼자 고민하고 답을 찾아야 한다. 보건 당국이 믿을 만한 임신·출산 관련 정보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에 돈을 지불하고 ‘임신 백과사전’ 같은 책을 사보거나 병원 검진 때 잠깐 짬을 내 의사에게 묻는 수밖에 없다. 그래도 해결되지 않는 궁금증은 인터넷 카페를 통해 해결한다. 정부 차원의 임산부 대상 교육이 전무하기 때문이다. 출산 후에는 많은 산모가 아이와 함께 생활하며 애착을 키우고 모유수유 성공률도 높일수 있는 병실(모자동실) 사용을 원하지만 이런 병실을 가진 병원은 전체의 6%에 불과하다. 회복기간엔 상당수가 수백만 원을 내고 산후조리원을 찾는다. 친정 등 마땅히 도움받을 곳이 없는 산모는 신생아 육아 과정에서 겪는 육체적, 심리적 어려움을 오롯이 혼자 감당해야 한다. 임산부에게 꼭 필요한 △믿을 만한 임신·출산 관련 정보 제공 △부모 되기 교육 △출산 후 관리가 정부 차원에서 거의 이뤄지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초보 부모 이끌어주는 선진국 한국과 달리 뉴질랜드, 호주, 영국 등은 정부가 주관하는 ‘출산 전 교실(antenatal classes)’을 중심으로 임산부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정보 제공과 교육, 복지 서비스를 구현하고 있다. 출산 전 교실은 임신 30주 전후에 받는 소그룹 형태의 강좌다. 이 시기가 되면 병원을 통해 교육 일정이 안내되고, 매주 한 번 2∼3시간씩, 3∼7회 차에 걸쳐 남편과 함께 교육을 받게 된다. 교육은 정부가 관리하는 조산사가 맡는데, 이들은 준산부인과 전문의 수준의 의료지식을 갖춘 출산 전문가다. 이들은 임신부와 그 가족이 알고 싶어 하고 걱정하는 거의 모든 주제에 대해 믿을 만한 정보를 제공한다. 임신 중 통증이나 이상 징후, 출산 징후뿐만 아니라 수중분만 등 다양한 분만법 및 고통을 줄여주는 출산 포즈를 소개한다. 분만 시 선택할 수 있는 무통주사 등 여러 의학적 처치와 관련해서도 임신부의 선택권에 대해 알기 쉽게 설명한다.  이와 함께 출산 전 교실에서 반드시 빠지지 않는 것은 ‘모유수유 교육’과 ‘부모 되기 교육’이다. 기저귀 가는 법, 신생아 목욕시키는 법, 돌연사를 막는 안전한 잠재우기 방법 등 기본적인 아기 돌보기법부터 부모의 자세 등 여러 주제에 대해 부부에게 생각할 기회를 제공한다. 참석자들은 토론을 통해 자신의 부모가 어땠었고 또 자신은 어떤 부모가 되고 싶은지를 이야기한다. ○ 출산 후에도 꾸준한 밀착 관리 정부의 임산부 지원은 출산 후에도 꾸준히 이어진다. 뉴질랜드의 경우 출산을 하고 집으로 돌아가도 정부가 관리하는 조산사가 6주간 수시로 가정을 방문해 아이의 건강과 산모의 심리 상태를 돌본다. 만약 아이에게 문제가 있거나 산모가 산후우울증 등 이상 증세를 보이면 즉시 클리닉과 연계해 진료를 받을 수 있게 한다. 정부가 자금을 지원하는 비영리단체 ‘플렁킷(Plunket)’의 간호사도 산후 관리 및 초보 부모의 육아에 큰 도움을 준다. 이들은 6주간의 조리사 관리가 끝나면 산모와 아기의 정보를 넘겨받아 수시로 가정을 방문하고 육아를 지원한다. 뉴질랜드 엄마들은 한밤중에 갑자기 아이가 울 때, 또 이유 없이 잠을 안 자고 보챌 때도 전문가의 조언을 받을 수 있다. 플렁킷의 간호사 상담 콜센터는 24시간 운영되기 때문이다. 모든 산모가 누릴 수 있는 이 모든 서비스는 무료다. 플렁킷의 밀착 관리 서비스는 아이가 만 5세가 될 때까지 꾸준히 제공된다. 구강 검사부터 인지발달 체크에 이르기까지 전문가는 아이의 상태를 면밀히 파악해 부모의 양육에 도움을 준다. 임우선 imsun@donga.com·김동혁 기자}

    • 2016-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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