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효주

손효주 기자

동아일보 정치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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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손효주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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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1-08~2026-0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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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종교분쟁 영화를 보는데 왜 미소가 번지지?

    유혈의 종교분쟁을 다룬 영화를 보는데 관객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아홉 살 소년 버디(주드 힐)가 치아를 드러내고 웃을 때는 관객도 긴장을 풀고 환하게 웃게 된다. 23일 개봉하는 영화 ‘벨파스트’의 배경은 1969년 북아일랜드 수도 벨파스트. 버디는 벨파스트 골목에서 동네 아이들과 칼싸움을 하며 뛰어노느라 신이 났다. 늘 아이들 웃음이 넘치고 어른들은 매일 축제처럼 어우러진다. 서로의 사정을 속속들이 아는 벨파스트의 이웃들은 가족이나 다름없다. 그러나 평화는 이내 공포로 바뀐다. 개신교의 극단주의자들이 천주교 신자들의 집에 화염병을 던지는 등 테러를 저지르기 시작한 것. 마을에 무장병력이 배치되고 철조망을 두른 바리케이드가 쳐진다. 영화는 극단적인 대립으로 연일 사상자가 발생한 당시의 종교분쟁을 버디의 시선으로 되살려낸다. 버디는 테러가 이어지는 상황에서도 짝사랑하는 아이에게 어떻게 말을 붙일지 고민하는 등 순수한 아홉 살 일상을 이어나간다. 사랑하는 가족들은 버디가 순수함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힘의 원천이다. 하지만 버디는 분쟁이 심해질수록 벨파스트를 떠나는 문제를 놓고 더 자주 다투는 부모님을 보게 되고 불안을 느끼게 된다. 작품엔 영화를 연출한 케네스 브래너 감독의 유년 시절이 담겼다. 벨파스트 출신인 그가 위기 속에서도 가족들과 극장에서 영화를 보며 꿈을 키우던 모습도 그려진다. ‘벨파스트’는 흑백영화이지만 버디가 보는 스크린 속 영화는 컬러다. 감독의 어린 시절 총천연색 꿈을 컬러 영화로 은유한 듯하다. 영화에 빠진 버디의 반짝이는 눈빛은 꿈 그 자체다. 영화는 27일(현지 시간) 열리는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등 7개 부문 후보에 올라 있다. 흑백으로 재현한 1960년대 벨파스트는 컬러보다 더 생생하다. 벨파스트 출신 뮤지션 밴 모리슨이 만들어낸 음악과 다소 거칠게 담아낸 음향은 오래된 추억을 꺼내 보는 듯한 느낌을 배가시킨다.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후보에 오른 88세 노배우 주디 덴치의 절제된 연기도 관람 포인트. 오랜 세월의 질감을 살려 유년 시절을 되살려낸 덕에 영화를 보고 나면 어린 시절 살던 동네에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 2022-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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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혈 낭자한 종교분쟁… 소년은 그 속에서도 꿈을 꾼다

    유혈의 종교분쟁을 다룬 영화를 보는데 관객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아홉 살 소년 ‘버디’(주드 힐)가 치아를 드러내고 웃을 때는 관객도 긴장을 풀고 환하게 웃게 된다. 23일 개봉하는 영화 ‘벨파스트’의 배경은 1969년 북아일랜드 수도 벨파스트. 버디는 벨파스트 골목에서 동네아이들과 칼싸움을 하며 뛰어노느라 신이 났다. 늘 아이들 웃음이 넘치고 어른들은 매일 축제처럼 어우러진다. 서로의 사정을 속속들이 아는 벨파스트의 이웃들은 가족이나 다름없다. 그러나 평화는 이내 공포로 바뀐다. 개신교도 중 극단주의자들이 천주교도들 집에 화염병을 던지는 등 테러를 시작한 것. 마을엔 무장병력이 배치되고 철조망을 두른 바리케이드가 쳐진다. 영화는 극단적인 대립으로 연일 사상자가 발생한 당시의 종교분쟁을 버디의 시선으로 되살려낸다. 버디는 테러가 이어지는 상황에서도 짝사랑 하는 아이에게 어떻게 말을 붙일지 고민하는 등 순수한 아홉 살 일상을 이어나간다. 할머니 할아버지와 부모님 등 늘 그를 지지해주는 가족들은 버디가 순수함을 잃지 않게 하는 힘의 원천이다. 그러나 버디는 분쟁이 격화될수록 벨파스트를 떠나는 문제를 놓고 더 자주 다투는 부모님을 보게 되고 불안함을 느끼게 된다. 영화엔 영화를 연출한 케네스 브래너 감독의 유년시절이 담겼다. 벨파스트 출신인 그가 위기 속에서도 가족들과 극장에서 영화를 보며 꿈을 키우던 모습도 그려진다. ‘벨파스트’는 흑백영화이지만 버디가 보는 스크린 속 영화는 컬러다. 감독의 어린시절 총천연색 꿈을 컬러 영화로 은유한 듯하다. 영화에 빠진 버디의 반짝이는 눈빛은 꿈 그 자체다. 영화는 27일(현지시간) 열리는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등 7개 부문 후보에 올라있다. 흑백으로 재현한 1960년대 벨파스트는 컬러보다 더 생생하다. 벨파스트 출신 뮤지션 밴 모리슨이 만들어낸 음악과 다소 거칠게 담아낸 음향은 오래된 추억을 꺼내 보는 듯한 느낌을 배가시킨다.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후보에 오른 88세 노배우 주디 덴치가 가족애를 표현하는 절제된 연기도 관람 포인트. 오랜 세월의 질감을 살려 유년시절을 되살려낸 덕에 영화를 보고 나면 어린시절 살던 동네에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 2022-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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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논픽션’으로 그려낸 ‘SF 거장’의 일생

    한 남성이 욕실 문턱에서 전등 켜는 줄을 찾으려고 허우적댄다. 어둠 속에서 한참 손을 휘저어도 줄은 잡히지 않는다. 남성은 곧 애초에 줄이 없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는 존재하지도 않는 줄을 오랫동안 사용해 온 물건처럼 찾고 있었다. 그는 자문한다. ‘도대체 내가 언제부터 전등 줄 잡아당기는 습관을 갖게 된 걸까?’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미국 SF 문학의 거장으로 불리는 필립 K 딕(1928∼1982). 저자는 딕이 SF 작가로 유명해지기 전 일화를 소개한 뒤 말한다. “이런 일 앞에서 대부분은 ‘거참 이상하군’ 하고 지나쳐버린다. 하지만 그는 아무 의미도 없을 것 같은 일에서 어떤 의미와 대답을 찾는 사람이었다.” 별것 아닌 상황에 대한 딕의 집요한 질문과 상상은 창작의 밑거름이었다. 일상적인 상상에서 출발한 그의 작품은 사후 20세기 SF 영화의 전설 ‘블레이드 러너’는 물론이고 ‘토탈 리콜’ ‘마이너리티 리포트’ 등 수많은 명작 SF 영화의 원작이 됐다. 그가 ‘SF의 아버지’로 불리는 이유다. 프랑스 소설가이자 전기 작가인 저자는 이 평전에서 천재 작가가 태어난 순간부터 심장마비로 사망하던 순간까지의 일대기를 써내려간다. 전등 줄 찾기 에피소드처럼 딕이 일상의 평범한 일을 포착해 SF 소재로 키워가는 주요 장면들은 소설처럼 묘사한다. 핵전쟁으로 파괴된 지구 주위를 도는 우주비행사가 되는 상상 등 딕의 머릿속을 채웠던 수많은 이야기도 생생하게 펼쳐낸다. 강박증, 공황장애 등 각종 정신질환에 시달리며 평생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를 받아야 했던 사실, 다섯 번 결혼하고 모두 이혼하는 등 그의 작품 세계에 영향을 미친 이야기들이 빼곡히 담겼다. 장편소설 36편, 단편소설 100편 이상을 발표하고도 생활고를 겪어야 했던 천재 작가의 불운한 일생과 성격적 결함을 포함한 약점까지…. 별다른 미화 없이 담백하고 폭넓게 삶을 담아낸 솜씨가 돋보인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 2022-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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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英 부커상 후보에 소설가 박상영-정보라 올라

    소설가 박상영(34), 정보라(46)가 영국의 세계적인 문학상인 부커상(옛 맨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후보에 올랐다. 한국 작가 2명이 이 상의 후보에 오른 건 처음이다. 10일(현지시간) 부커재단에 따르면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1차 후보 13편에 박상영의 소설집 ‘대도시의 사랑법’과 정보라의 SF소설 ‘저주 토끼’가 이름을 올렸다. 13편엔 2018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폴란드 작가 올가 토카르추크의 ‘더 북스 오브 야곱’을 비롯해 세계적인 작가들의 작품이 포함됐다. 최종 후보 6편은 다음달 7일, 수상자는 5월 26일 각각 발표한다.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은 소설가 한강(52)이 2016년 ‘채식주의자’로 한국 작가 최초로 수상했다. 부커상은 노벨문학상, 프랑스 공쿠르상과 함께 세계 3대 문학상으로 꼽힌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 2022-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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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낙태금지 시절의 낙태’… 적나라한 묘사에 모두 얼어붙은 ‘체험’

    문학을 전공하는 대학생 ‘안’(아나마리아 바르톨로메이)은 같은 과 친구들이 “공부를 가르쳐 달라”고 할 정도로 똑똑하다.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할 것으로 예상되는 그는 부모와 교수 등 주변인의 기대를 받고 있다. 장밋빛 미래를 그리는 안에게 의사가 난감한 표정으로 말한다. “임신입니다.” 안이 벌떡 일어난다. “그럴 리 없어요.” 얼마 뒤 임신확인서가 기숙사로 날아온다. 10일 개봉한 프랑스 영화 ‘레벤느망’은 안이 의도치 않게 임신을 한 뒤 낙태하기까지의 과정을 다룬다. 영화의 배경인 1963년은 프랑스에서 낙태를 법으로 금지하고 여성을 처벌하던 시기다. 안은 확고하다. “계속 공부하고 싶어요. 언젠가 아이를 갖고 싶지만 인생과 바꾸긴 싫어요.” 영화는 ‘5주 차’ 등의 자막으로 시간의 경과를 알린다. 흐르는 시간에 비례해 안의 불안감은 고조된다. 친한 친구들마저 “감옥 가고 싶냐”며 그를 외면한다. 안은 고군분투한다. 그가 낙태를 시도하는 과정은 관객의 몸을 얼어붙게 할 정도로 사실적으로 묘사된다. 전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날것 그대로 담긴 탓에 관객들은 안처럼 초조해진다. 관객의 몰입을 끌어올리는 데는 촬영 기법이 큰 몫을 했다. 안을 중앙에 두고 주로 버스트숏(가슴 위를 촬영하는 기법)이나 클로즈업으로 담아내는 식으로 안의 표정과 눈빛에 온전히 집중하게 한 것. 카메라는 안과 한 몸처럼 움직인다. 고요한 가운데 안의 호흡만 담아낸 장면들은 그의 감정을 고스란히 느끼게 만든다. 영화는 지난해 9월 베니스영화제에서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최고 영예인 황금사자상을 받았다. 당시 심사위원장이었던 봉준호 감독은 “심사위원들이 이 영화를 정말 사랑한다”고 극찬했다. 원작은 현대 프랑스 문학의 거장 아니 에르노의 에세이 ‘사건’이다. 1960년대에 에르노가 목숨을 걸고 시도한 낙태 경험을 담은 책이다. 그는 영화사에 보낸 편지에서 “이 영화는 안의 시점에서 몸짓, 침묵 등을 통해 갑작스러운 비극을 그려낸다”고 평가했다. 충격적인 장면들에 대해선 “오드리 디완 감독은 잔혹한 현실을 보여줄 수 있는 용기를 가졌다”고 했다. 디완 감독은 영화에서 낙태에 대한 의견을 직접적으로 드러내지 않는다. 다만 한 여성에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를 보여주고 남녀 모두가 낙태 문제를 생각해 볼 수 있게 한다. 영화를 보고 나면 안처럼 고통스러워지는 동시에 심사위원들이 이 작품을 극찬한 이유를 알 수 있다. 감독은 영화사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장면을 설명하기보다 시대나 성별을 초월한 신체적 경험으로 바꾸고 싶었다. 영화가 관객에게 하나의 체험이 되길 바란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 2022-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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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막내린 한국영화, 다시 보니 월클”… 전세계서 리메이크 열풍

    지난달 26일부터 닷새간 넷플릭스 영화 부문 세계 1위를 차지한 프랑스 영화가 있다. ‘레스틀리스(Restless)’가 그 주인공.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인 이 작품은 지난달 25일 공개된 뒤 단숨에 1위에 오르며 관심을 모았다. 세계 1위 단골인 할리우드 영화들을 제치고 정상에 오른 이 프랑스 영화가 주목받은 또 다른 이유는 원작이 한국 영화란 점이다. ‘레스틀리스’는 2014년 개봉한 이선균 조진웅 주연의 영화 ‘끝까지 간다’를 리메이크한 작품. ‘끝까지 간다’는 비리 경찰 고건수(이선균)가 하필이면 어머니 장례식날 비리 관련 내사를 받게 되는 데다 실수로 사람을 치는 교통사고까지 내는 등 최악의 상황에서 벌어지는 일을 다룬다. ‘끝까지 간다’는 2017년 중국에서도 궈푸청(郭富城·곽부성) 주연의 영화 ‘파국’으로 리메이크된 바 있다. ‘레스틀리스’는 교통사고 은폐 장면의 카메라 앵글까지 거의 그대로 재현하는 등 마지막 장면 일부를 축약한 것을 제외하곤 원작을 충실히 옮겼다. 또 다른 비리 경찰 박창민(조진웅)이 관객의 예상을 깨고 기습 등장하며 긴장감을 최고조로 끌어올리는 장면을 프랑스판으로 보는 것도 관람 포인트. 조진웅 등장신은 영화 ‘관상’의 수양대군(이정재), 영화 ‘늑대의 유혹’의 정태성(강동원)과 함께 누리꾼들 사이에서 ‘한국 영화 3대 등장신’으로 회자되는 명장면이다. ‘오징어게임’을 비롯한 K콘텐츠의 글로벌 흥행에 더불어 ‘레스틀리스’와 같은 K콘텐츠 리메이크 작품 역시 좋은 성적을 내면서 K콘텐츠의 위상은 날로 높아지고 있다. ‘레스틀리스’ 외에도 세계 각국에서 K콘텐츠 리메이크가 속속 진행되며 K콘텐츠의 저력을 보여주는 데 한몫하고 있다. 2016년 개봉한 영화 ‘부산행’은 할리우드에서 ‘라스트 트레인 투 뉴욕(Last Train to New York)’이라는 이름으로 리메이크가 진행 중이다. 연예매체 버라이어티를 포함한 현지 언론은 지난해 말 이 영화가 2023년 4월 개봉할 예정이며 유명 공포영화 ‘쏘우’와 ‘컨저링’을 연출한 제임스 완 감독이 제작에 참여했다고 보도했다. 김옥빈 신하균 주연의 영화 ‘악녀’의 판권 역시 지난해 미국 아마존에 팔리면서 리메이크에 시동이 걸렸다. 이 외에도 지난해 영화 ‘7번방의 선물’과 ‘박수건달’ 판권이 각각 스페인과 인도에 판매됐고, ‘싱크홀’ 판권 역시 중국에 팔렸다. 리메이크 판권 판매가 잇따르며 지난해 한국 영화 리메이크 판권 수출액은 23억8000만 원으로 최근 5년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2020년(12억2300만 원)에 비해 2배 가까이로 늘었다. ‘오징어게임’ ‘지옥’ ‘지금 우리 학교는’ 등 K콘텐츠의 연이은 메가 히트로 K콘텐츠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아지면서 올해 한국 영화 리메이크 판권 수출액은 더욱 큰 폭으로 증가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과거 작품성과 대중성을 인정받았지만 글로벌 유통 플랫폼을 만나지 못해 내수용으로 묻혀버린 ‘끝까지 간다’와 같은 숨은 보석을 찾으려는 해외 제작사들의 경쟁 역시 더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박기수 한양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는 “K콘텐츠의 매력은 거칠고 독특한 소재를 다루면서도 세계인이 공감할 만한 보편성을 끌어내 균형을 잘 잡는다는 점”이라며 “K오리지널 콘텐츠가 주력이 되고 리메이크작이 이를 받쳐주는 구도가 굳어지면서 K콘텐츠가 세계 시장에서 갖는 브랜드 파워는 더 막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 2022-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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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재건축 이후… 그 많던 ‘아파트 고양이’들은 어디로 갔을까

    재건축을 앞두고 이주가 시작된 대단지 아파트. 낡은 아파트 곳곳에 설치된 사다리차의 사다리가 연신 이삿짐을 실어 내린다. 단지 내 길고양이들은 불안한 눈빛으로 이를 지켜본다. 각동 출입 현관에 빨간색 ‘×’자가 그려지고 불도저가 오가며 굉음을 내자 갈 곳 없어진 고양이들은 우왕좌왕하기 시작한다. 17일 개봉하는 다큐멘터리 영화 ‘고양이들의 아파트’의 주무대는 1980년 완공된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아파트다. 2017년 이주가 시작됐고 2020년 초 철거가 마무리된 곳으로 국내 최대 규모의 재건축 단지로 잘 알려져 있다. 영화는 이 아파트 이야기를 다루며 재건축으로 아파트를 떠나야 했던 또 다른 존재에 렌즈의 초점을 맞춘다. 대를 이어 이 아파트에서 살아온, 아파트 생태계의 일부가 된 고양이들이다. 자신들에게 이름을 붙여 불러주는 주민들과 어우러져 살며 단지 내 생활에 익숙하다. 길고양이와 집고양이 중간쯤에 있는 ‘아파트 고양이’들이다. 정재은 감독은 4일 기자간담회에서 “2016년 아파트를 방문했는데 고양이들이 도시 길고양이들과 달리 나를 굉장히 반갑게 맞이해줬다. 주민들 사랑을 받으며 살아온 게 보였다. 재건축이 시작되면 이 고양이들은 어떻게 되는 걸까 하는 질문이 생겨 영화를 만들게 됐다”고 말했다. 정 감독은 2001년 갓 스무 살이 된 청춘들의 일상과 고민을 깊이 있게 그려내 호평을 받은 영화 ‘고양이를 부탁해’로 이름을 알렸다. 당시 영화에서 고양이는 조연이었지만 이번에는 주연이다. 정 감독은 “20년 전엔 고양이가 한국 사회에서 굉장히 먼 존재였지만 지금은 고양이가 정말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영화에서 재건축으로 인해 이주해야 하는 ‘아파트 고양이’는 250마리 안팎. 밥을 챙겨주던 주민들도, 거처가 돼주던 건물과 수풀도 모두 사라져 황무지가 돼버린 광활한 공간은 더 이상 고양이들이 있을 곳이 못 된다. 캣맘을 비롯한 동네 주민들은 고양이들의 이주 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모임 ‘둔촌냥이’를 만든다. 고양이들은 사람들 계획대로 아파트 단지를 떠나 새 보금자리에서 안착할 수 있을까. 정 감독은 주민들 이주가 시작되기 직전인 2017년 5월부터 촬영을 시작해 아파트가 모두 허물어지기까지 2년 반 동안 촬영을 이어갔다. 동물보호 활동가들이 고양이들의 이주 과정과 이주 방법을 결정하기 위해 논의를 이어가는 등 동물과 인간이 공존으로 향하는 과정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서울 재건축 대장주라 불린 아파트의 재건축 과정을 고양이의 시선으로 담아낸 시도는 참신하다. 정 감독은 “고양이들의 이주를 기록하는 것과 더불어 아파트가 사라지는 과정에 연출의 중점을 뒀다”고 말했다. “영화는 특정 아파트에서 촬영했지만 특정 아파트에 국한된 이야기는 아닙니다. 재개발 재건축되는 도시 안에서 길고양이의 생존 문제는 가장 보편적인 이슈니까요. 영화는 고양이 이야기이지만 우리들 이야기로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하게 되네요.”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 2022-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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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당신만을 위한 특별한 영화관”… 프리미엄 상영관, 팬데믹-OTT 공격에도 선방

    박상준 씨(41)는 1일 영화 ‘더 배트맨’을 보려고 아내와 함께 서울 용산구 CGV 용산아이파크몰을 찾았다. 그가 선택한 상영관은 ‘스카이박스’. 일반 상영관과 스크린은 공유하지만 관람석은 상영관 최고층의 독립된 부스 안에 있는 형태로 프리미엄 상영관이다. 거실 또는 서재 콘셉트로 꾸민 부스 내엔 리클라이닝 소파와 스타일러 신발살균기 냉장고 안마의자 등이 설치돼 있다. 병음료와 집에 가져갈 수 있는 마카롱, 팝콘 같은 간식을 주는 등 각종 서비스도 제공한다. 최대 4인이 이용할 수 있는 이 상영관의 예매 비용은 20만원. 혼자 이용해도 20만 원을 내야 한다. 박 씨는 “팬데믹 이후부터는 스카이박스만 이용하고 있다”며 “7개월 된 아기를 키우는 만큼 안전이 중요해 독립된 관람석을 찾게 된다”고 했다. 이어 “팬데믹으로 영화관에 오는 횟수가 크게 줄어 한 번씩 스카이박스를 이용하더라도 연간 영화 관람비는 팬데믹 전과 큰 차이가 없다”고 했다.○ 팬데믹에도 프리미엄 관람은 선방3년째 이어지고 있는 팬데믹에 영화관 업계는 고사 위기에 처해 있다.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1인당 연평균 영화 관람 횟수는 지난해 기준 1.17회로 2019년 4.37회에 비해 크게 줄었다. 관객 발길이 끊긴 전례 없는 위기에도 ‘스카이박스’ 같은 프리미엄 상영관은 상대적으로 선방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국내 영화관의 좌석 판매율은 8.5%. 팬데믹 이전인 2019년 21.2%였던 것에 비하면 60% 가까이 급락했다. 반면 스카이박스 좌석판매율은 같은 기간 39.9%에서 38.5%로 줄어드는 데 그쳤다. 기존 매출을 거의 유지한 것이다. 침대에 누워 영화를 볼 수 있는 ‘템퍼시네마’(1인 4만5000원)를 비롯해 골드클래스(1인 3만5000원) 등 CGV 내 전체 프리미엄 상영관 좌석판매율 감소 폭 역시 같은 기간 36%로 전체 좌석판매율 감소 폭에 비해 비교적 양호한 편이었다. 일반관 좌석에 비해 넓은 공간을 확보할 수 있어 감염 우려가 덜한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2년 만에 극장을 찾았다는 장우진 씨(38) 부부가 택한 상영관 역시 서울 송파구 롯데시네마 월드타워점 내에 있는 프리미엄 상영관 ‘시네패밀리’였다. CGV의 스카이박스처럼 독립부스 형태인 이곳의 이용 비용은 4인 부스 기준 1∼4인 15만 원이다. 장 씨는 “팬데믹 이후 처음 영화관에 온 만큼 감염 우려가 덜한 안전한 환경에서 영화를 보고 싶어 프리미엄 상영관을 택했다”고 말했다. ○ 보다 안전하게 보다 특별하게‘더 배트맨’의 개봉으로 모처럼 영화관에 활기가 넘쳤던 1일 하루 CGV 용산아이파크몰의 전체 좌석판매율은 35.5%였지만 스카이박스는 90%, 템퍼시네마는 83%에 달했다. 이날 스카이박스와 템퍼시네마에서 상영된 영화가 ‘더 배트맨’이어서 높은 판매율을 기록한 것도 있지만 입장권이 고액인 점을 감안하면 놀라운 수준이다. 롯데시네마 월드타워점 역시 이날 전체 좌석판매율은 36%였지만 샤롯데는 70%, 샤롯데 프라이빗은 85%에 달해 프리미엄 관람석 판매율이 눈에 띄게 높았다. 이날 오후 CGV 용산아이파크몰 템퍼시네마를 찾은 관객들은 일반관에서 ‘더 배트맨’을 볼 수 있음에도 고액을 내고 해당 상영관을 찾은 이유로 ‘편안함’에 더해 ‘안전함’을 꼽았다. 프리미엄 관람석 선호 현상은 팬데믹의 영향은 물론이고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의 확산, 가정용 TV의 대형화로 영화관 방문이 과거 일상적인 일에서 연례행사처럼 바뀐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큰 스크린에서 볼 가치가 있는 영화가 개봉했을 때에 한해 영화관을 찾는 방식으로 방문 횟수를 줄이는 대신에 안전한 환경에서 프리미엄 서비스를 누리는 ‘특별한 경험’을 하기 위해 고액 지불도 주저하지 않는 ‘선택과 집중’ 관람으로 소비 형태가 달라지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팬데믹과 OTT의 전방위 공격에 노출된 영화관이 살아남으려면 프리미엄 전략을 확대해 영화관을 관객에게 좀 더 특별한 공간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고정민 홍익대 문화예술경영대학원 교수는 “코로나 시대를 거치면서 관객들은 영화관을 OTT에 없는 서비스를 누리고 고급 문화를 향유하는 복합 문화 공간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며 “영화관은 참신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프리미엄 상영관을 늘리는 등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해 생존 전략을 발 빠르게 수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 2022-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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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촬영하며 스스로 치유돼… 한국 관객도 그럴것”

    “이 영화가 한국에서 개봉할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어요. 제가 출연한 다른 작품들로 한국 관객들을 만날 수 있다는 건 뜻 깊은 일입니다.” 대만 여배우 커자옌(柯佳연·37·사진)은 최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출연한 영화 ‘유어 러브 송(Your Love Song)’이 16일 개봉하는 데 대해 “정말 기쁘고 소중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2019년 대만에서 방영된 타임슬립 로맨스 드라마 ‘상견니(想見니)’가 아시아 시장에서 크게 흥행하며 대만 대표 스타배우로 떠올랐다. 국내에서도 넷플릭스 등을 통해 인기를 끌며 한국 팬들이 생겼다. 한국판 리메이크도 진행 중이다. ‘유어 러브 송’에서 그는 결혼을 앞두고 바람을 피운 남자친구와 헤어진 뒤 대만 지방도시 화롄에서 피아노 교습소를 운영하며 사는 위징 역을 맡았다. 영화는 위징과 고교 기간제 교사 싱즈위안이 학생 리동숴가 이끄는 고교생 밴드의 오디션 참가를 함께 준비하며 음악을 통해 각자의 상처를 치유하는 이야기를 담았다. 그는 “위징 역할을 제안받았을 때만 해도 확신을 갖지 못했지만 영화를 촬영하며 내 삶을 돌아볼 수 있었고 삶의 탈출구도 찾았다”고 했다. “이 역할을 하며 스스로 많이 치유됐고 촬영 후 많이 밝아진 걸 느꼈다”고. 그는 이 작품이 ‘용기에 관한 영화’라고 했다. “자신이 상실한 것, 그리고 내면에 숨겨둔 감정과 마주할 용기에 대해 이야기하는 힐링 영화”라는 것. “누구에게나 눈을 감았을 때 떠오르는 ‘사랑 노래’가 있지 않나요? 이 영화가 다루는 이야기는 간단해 보이지만 영화를 보면 자신을 돌아보고 발견하고 치유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 2022-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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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종교계도 러시아 비판 동참… “증오는 결국 자신을 향하는 총칼”

    조계종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규탄하는 입장문과 발원문을 내는 등 종교계도 러시아 비판과 전쟁 종식 촉구에 속속 동참하고 있다. 조계종 총무원장 원행스님은 2일 입장문을 내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자신들의 이기심을 충족하기 위해 벌이고 있는 명분 없는 전쟁”이라며 “상대를 향한 적개심과 증오는 결국 자신을 향하는 총칼이 될 것으로 잔혹한 총칼을 즉시 거둬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하루속히 전쟁이 종식돼 평화로운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기를 간절히 기원한다”고 밝혔다. 조계종은 이날 ‘우크라이나 평화를 위한 발원문’을 통해 “중생의 아픔이 곧 부처님의 아픔이듯 우크라이나인들의 아픔은 우리 모두의 아픔”이라며 “모든 인류가 희망의 등불을 밝히고 진정한 생명평화의 길로 나아갈 수 있도록 간절히 바란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앞서 지난달 28일에는 종교 지도자 모임인 한국종교인평화회의(KCRP)가 성명을 내고 “전쟁과 총칼로는 어떤 문제도 해결할 수 없다”며 “대화를 통한 협상으로 우크라이나 사태가 극복되기를 희망한다”고 촉구했다. 원불교도 같은 날 나상호 원불교 교정원장 명의의 성명을 내고 전쟁 종식을 촉구했다. 나 교정원장은 “러시아 정부는 즉각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력 사용을 중지하고 대화와 협상으로 공포에 떨고 있는 우크라이나와 세계인들의 호소에 화답해야 한다”고 밝혔다. 지형은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 대표회장도 성명을 내고 “러시아의 침공은 기독교 신앙 가치관으로 볼 때 책망 받을 일이자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정신에 정면으로 배치된다”고 비판했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 2022-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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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울한 히어로 ‘배트맨’의 탐정 활약기

    영화 ‘더 배트맨’(사진)을 보려면 ‘중대 결심’이 필요하다. 러닝타임은 176분, 무려 3시간에 달한다. 하지만 일단 상영관에서 작품을 마주하면 걸작을 담아내기에 3시간은 다소 짧다는 생각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 1일 개봉하는 ‘더 배트맨’은 브루스 웨인이 부패한 도시 ‘고담시’에서 히어로로 활약한 지 2년이 된 시점에서 출발한다. 새로운 배트맨을 맡은 배우 로버트 패틴슨은 그간의 여러 배트맨 중 가장 우울하고 고독한 캐릭터로 나온다. 억만장자에 바람둥이인 웨인과 진지한 정의의 사도 배트맨이라는 완벽히 분리된 이중자아를 아직은 구축하지 못한 상태. 이 때문에 배트맨일 때나 웨인일 때나 매사에 진지하고 쓸쓸하다. 어린 시절 부모가 살해당한 트라우마와 범죄자에 대한 분노로 분노조절을 못하는 등 자신을 통제하지 못하는 모습도 보인다. 영화의 관람 포인트는 미완성 히어로 배트맨의 성장기를 들여다보는 것에 더해 탐정으로서의 배트맨 활약상을 보는 것에 있다. 1930년대 배트맨이 처음 만화에 등장할 당시 그의 역할은 탐정이었다. 영화 속 연쇄 살인마 ‘리들러’(폴 다노)는 고담시장을 살해한다. 뒤이어 경찰청장을 살해하고, 검사의 몸에 폭탄을 묶어 고담시장 장례식장으로 돌진하게 한다. 이들에겐 공통점이 있다. 부패한 권력층 엘리트라는 것. 리들러는 살해 현장마다 배트맨에게 단서를 남긴다. 배트맨이 범인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아직은 어리바리한 악당 ‘펭귄’(콜린 패럴)과 배트맨의 최대 조력자 ‘캣우먼’(조이 크래비츠) 등 배트맨 시리즈를 대표하는 인물도 등장한다. 패럴은 ‘펭귄’이 되기 위해 하루 4시간이 걸리는 특수분장을 받았다. 그의 본모습이 조금도 생각나지 않을 정도로 펭귄 그 자체가 된 패럴의 모습은 할리우드 특수분장 기술에 박수를 보내게 만든다. ‘혹성탈출’ 시리즈의 명감독 맷 리브스가 창조한 고담시도 관람 포인트다. 그가 만든 고담시는 그간 나온 배트맨 시리즈 중 가장 음울하다. 그러나 리브스 감독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다운 액션과 추격 신으로 영화의 무거움을 시시때때로 떨쳐낸다. 특히 펭귄이 탄 차를 추격하던 배트카가 화염을 뚫고 등장하는 모습은 압권이다. ‘다크나이트’ 시리즈로 히어로물 사상 최대 걸작을 탄생시켰다는 평가를 받는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무거운 바통을 이어받은 리브스 감독은 고담시와 초창기 배트맨을 가장 어둡게, 그러나 가장 세련되게 세공해냈다. 때로는 엄청난 부담감이 걸작을 만드는 긍정적인 동력이 된다는 말을 영화를 보고 나면 실감할 수 있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 2022-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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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겜’ 이정재-정호연 美무대 남녀주연상… K배우, 세계 호령

    “오오오 세상에….” 30년 차 배우 이정재가 신인배우처럼 얼어붙었다. 무대 위에 선 그의 표정은 굳었다가 풀어지길 반복했다. 지난달 27일(현지 시간) 오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타모니카에서 열린 제28회 미국배우조합(SAG)상 시상식 현장. 드라마 시리즈 부문 남자연기상 수상자로 ‘오징어게임’의 이정재가 호명됐다. 이정재는 입이 떡 벌어졌다. 이정재는 이날 ‘오징어게임’에 함께 출연한 정호연과 한국 배우 최초로 SAG 남녀주연상을 받았다. 1995년 SAG상 시상식이 시작된 이래 비영어 드라마에 출연한 배우가 이 부문 후보에 오른 것도, 상을 받은 것도 사상 처음이다. 오영수가 올해 1월 미국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TV드라마 부문 남우조연상을 받으며 골든글로브에서 수상한 첫 한국 배우가 된 데 이어 SAG상까지 ‘오징어게임’ 출연 배우가 수상하며 한국 드라마 역사를 다시 썼다. 이정재는 무대에 올라 방송 진행용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등 긴장감이 역력한 모습을 보였다. 그는 “너무 큰일이 벌어졌다”며 입을 열었다. 슈트 상의 안주머니에서 감사 인사 명단을 적어온 쪽지를 꺼낸 뒤 “많이 써왔는데 다 읽지를 못 하겠다”며 종이를 다시 넣자 객석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그는 “오징어게임을 사랑해주신 세계 관객 여러분에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정재와 경쟁한 후보는 골든글로브 시상식 당시 같은 부문에서 그를 제치고 남우주연상을 받은 ‘석세션 시즌3’의 제러미 스트롱을 포함해 브라이언 콕스 등 쟁쟁한 세계적 스타들이었다. 기적은 계속됐다. 뒤이어 드라마 시리즈 부문 여자연기상 수상자로 ‘오징어게임’의 정호연이 호명된 것. 정호연은 이름이 불린 뒤에도 어리둥절해하며 한참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다. 그와 경쟁한 배우는 ‘더 모닝 쇼’의 제니퍼 애니스턴, 같은 드라마의 리스 위더스푼 등 ‘스타들의 스타’였다. 그는 무대에 올라 “여기 계신 배우분들을 TV와 스크린에서 보며 배우가 되고 싶다는 꿈을 꿨다”며 울먹였다. “이 자리에 와 있다는 것 자체가 영광”이라고 말한 뒤 고개를 돌려 눈물을 훔치자 박수가 터져 나왔다. ‘오징어게임’이 후보에 올랐던 시상식 최고상인 드라마 시리즈 부문 ‘앙상블연기상’은 ‘석세션 시즌3’에 돌아갔다. 최고의 캐스팅과 연기 조합을 보여준 작품에 수여되는 상이다. 2020년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외국어영화 최초로 영화 부문 앙상블상인 최고의 캐스팅상을 수상했다. ‘오징어게임’팀은 시상식이 시작되기 전 한국 드라마 최초로 TV 시리즈 부문 ‘스턴트앙상블상’ 수상자로 선정되며 다관왕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 상은 최고의 액션 연기를 선보인 작품에 수여된다. ‘오징어게임’이 제친 작품들은 디즈니플러스의 ‘팔콘과 윈터 솔져’ ‘로키’ 등 할리우드 최고의 액션팀이 참여한 작품이었다. ‘오징어게임’은 3관왕을 차지하며 이날 시상식에서 가장 많은 상을 받은 작품이 됐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날 “이번 수상은 ‘석세션…’의 콕스와 스트롱 등을 제친 결과”라고 보도했다. SAG는 영화배우, 스턴트맨 등 16만 명이 가입된 미국 최대의 배우조합으로 영화와 TV에서 활약 중인 배우들을 대상으로 매년 시상식을 진행한다. 배우들이 직접 수상자를 뽑는 만큼 의미가 크다. 지난해에는 영화 ‘미나리’의 배우 윤여정이 영화 부문 여우조연상을 수상하며 아시아 배우 최초로 이 시상식 영화 부문 개인연기상 수상자가 되는 영예를 안았다. 문재인 대통령은 28일 페이스북을 통해 “이정재 정호연님의 수상을 매우 축하한다. 비영어권 드라마 배우로는 사상 최초라는 것이 더욱 자랑스럽다”고 밝혔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 2022-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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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정재 “오 세상에”-정호연 “진심 영광” 눈물…SAG 휩쓴 ‘오겜’

    “오오오 세상에…” 30년차 관록의 배우 이정재가 신인배우처럼 얼어붙었다. 표정은 굳었다가 풀어지길 반복했다. 27일(현지시간) 오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타모니카에서 열린 제28회 미국배우조합(SAG)상 시상식 현장. TV드라마 부문 남자연기상 수상자로 ‘오징어게임’의 이정재가 호명됐다. 이정재는 입이 떡 벌어졌다. 1995년 SAG상 시상식이 시작된 이래 비영어 드라마에 출연한 배우가 연기상을 수상한 건 사상 처음. ‘깐부 할아버지’ 오영수가 올해 1월 미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TV드라마 부문 남우조연상을 받으며 골든글로브에서 수상한 첫 한국 배우가 된 데 이어 SAG상까지 ‘오징어게임’ 출연 배우가 수상하며 한국드라마의 역사를 다시 쓴 것이다. 국내 시상식에선 여유 넘치는 모습을 보여온 이정재는 이날 무대에 올라 방송 진행용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등 긴장한 모습이 역력했다. 그는 “너무 큰 일이 저한테 벌어졌다”라고 입을 열었다. 슈트 상의 안주머니에서 감사 인사를 할 명단을 적어온 쪽지를 꺼낸 뒤 “뭐 예 뭐…많이 써왔는데 다 읽지를 못하겠다”라며 종이를 다시 넣었다. 객석에선 웃음이 터져나왔다. 그는 “오징어게임을 사랑해주신 세계 관객 여러분에게 감사하다”며 수상 소감을 마쳤다. 이정재와 경쟁한 후보는 골든글로브 시상식 당시 같은 부문에서 이정재를 제치고 남우주연상을 받은 ‘석세션 시즌3’의 제레미 스트롱을 포함해 같은 드라마의 브라이언 콕스 등 쟁쟁한 세계적 스타들이었다. 기적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이번엔 TV드라마 부문 여자연기상 수상자로 ‘오징어게임’의 정호연이 지목된 것. ‘오징어게임’이 시상식을 휩쓰는 분위기였다. 정호연은 이름이 불린 직후 어리둥절해하며 한참을 일어나지 못했다. 그가 제친 배우는 ‘더 모닝 쇼’의 제니퍼 애니스톤, ‘더 모닝 쇼’의 리즈 위더스푼 등 스타들의 스타로 손꼽히는 배우들이었다. 그는 무대에 올라 “여기 계신 많은 배우분들을 TV에서 스크린에서 보며 배우가 되고 싶다는 꿈을 꿨었다”라며 울먹였다. “이 자리에 와있다는 것 자체가 진심으로 영광이다”라고 말한 뒤 고개를 돌려 눈물을 훔쳤다. 관객석에서는 박수와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정호연의 수상 소감에 이날 영화부문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제시카 차스테인(‘디 아이즈 오브 타미 페이’)이 객석에서 눈물을 삼키는 모습도 포착됐다. ‘오징어게임’이 후보에 올랐던 시상식 최고상인 TV드라마 부문 ‘앙상블연기상’은 ‘석세션 시즌3’에 돌아갔다. 이 상은 최고의 캐스팅과 연기 조합을 보여준 작품에 수여된다. 2020년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이 시상식에서 외국어영화 최초로 영화 부문 앙상블상인 최고의 캐스팅상을 수상했다. 이날 ‘오징어게임’팀은 시상식이 시작되기 전 TV 시리즈 부문 ‘스턴트앙상블’ 수상자로 선정되며 ‘오징어게임’이 후보에 오른 4개 부문 중 다관왕에 오를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 상은 최고의 액션 연기를 선보인 팀에게 수여된다. ‘오징어게임’이 제친 작품들은 디즈니플러스의 ‘팔콘과 윈터 솔져’ ‘로키’ 등 할리우드 최고의 액션팀이 참여한 작품이었다. ‘오징어게임’은 3관왕을 차지하며 이날 시상식에서 가장 많은 상을 받은 작품이 됐다. 외신도 이같은 소식을 실시간으로 전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날 “이번 수상은 ‘석세션’의 브라이언 콕스와 제리미 스트롱 등을 제친 결과”라고 보도했다. SAG상은 영화배우, 스턴트맨 등 약 16만 명이 가입된 미국 최대의 배우조합으로 영화와 TV에서 활약 중인 배우들을 대상으로 매년 시상식을 진행한다. 배우들이 직접 수상자를 선정하는 만큼 의미가 크다. 지난해에는 영화 ‘미나리’의 배우 윤여정이 영화 부문 여우조연상을 수상하며 아시아 배우 최초로 이 시상식 영화 부문 수상자가 되는 영예를 안았다.손효주기자 hjson@donga.com}

    • 2022-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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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여성과 성소수자들이 겪는 차별과 아픔… 추리소설에 담다

    일본 대학에서 강의하는 연구자 설영에게 메일이 도착한다. 한때 함께 산 절친 ‘셜록’이 보낸 메일이다. 서울 강남 성형외과에 고용된 의사 연정에게도 셜록이 보낸 쪽지가 온다. 연정은 과거 셜록을 수술한 인연이 있다. 실종된 지 수년이 지나 생사를 알 수 없는 그가 메시지를 보낸 것. 그가 보낸 메일과 쪽지의 내용은 같다. ‘죽은 마녀’ 등 이해할 수 없는 문구가 암호문처럼 담겼다. 설영은 연정을 만나 셜록 찾기에 나선다. 얼핏 보면 이 책은 ‘사라진 셜록을 찾아라’라는 부제가 어울리는 추리소설 같다. 그러나 셜록을 찾는 서사는 부가 장치일 뿐이다. 저자는 셜록과 설영, 연정의 3인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가는 동시에 여성과 성소수자들이 겪고 있는 문제를 제기한다. 설영과 함께 사는 일본인 성소수자 남성 신바를 내세워 이들이 겪는 차별과 아픔을 이야기한다. 이들은 이용만 당하고 버려지기 일쑤다. 청소년 성소수자인 연정의 딸에겐 그의 성정체성을 조롱하는 또래 남성들의 잔인한 폭력이 가해진다. 과거 셜록은 박사과정을 밟던 중 논문을 쓰기 위해 설영과 함께 빨치산 여성 생존자들을 만난다. 생존자들이 당시 겪은 성폭력 이야기와 피해자이면서도 남녀 모두로부터 비난받은 세월, 가해자 남성들의 이율배반적 모습에 초점을 맞춘다. 마릴린 먼로 역시 비슷한 맥락에서 언급된다. ‘남성들이 가장 추앙했고, 가장 멸시했던’ 먼로는 권력자인 남성들이 만든 잘못된 프레임 탓에 남녀 모두에게 비난을 받은 인물로 묘사된다. 소설은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여성과 성소수자들에게 가해진 성폭력과 차별을 다루며 가해자로 남성을 지목한다. 소설 속 남성 대부분이 가해자 프레임에 묶여 있다. 여성과 성소수자는 선, 남성은 악으로 보는 듯한 단편적 구도는 아쉬운 대목이다. 다만 추리소설 형식을 빌려 약자의 이야기를 하는 발상은 참신하다. 주류 역사가 삭제한 이들을 발굴하고, 그들의 삶을 소설 서사에서 만나게 하겠다는 저자의 시도는 박수를 보낼 만하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 2022-0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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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랜만에 나온 ‘착한 영화’… 지친 삶 위로하다

    공부깨나 한다는 소리를 듣던 한지우(김동휘)는 명문 자율형사립고에 입학한 뒤로 기를 펴지 못한다. 대치동 사교육을 통해 고3 수학까지 학습하고 입학한 아이들과의 경쟁은 버겁기만 하다. 가정형편이 어려운 지우에게 대치동 사교육이란 다른 세계 이야기. ‘수학포기자(수포자)’에 이어 학습 부진아가 된 지우에게 담임선생님은 일반 고등학교로의 전학을 종용한다. 그런 지우가 신분을 숨긴 채 학교 경비로 일하고 있는 탈북자 출신 천재 수학자 리학성(최민식)을 만난다. 다음달 9일 개봉하는 영화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는 학창시절 수많은 이들을 절망케 한 수학을 소재로 다룬다. “수학을 가르쳐 달라”는 지우의 읍소에도 곁을 주지 않던 무뚝뚝한 학성은 지우의 사연을 안 뒤 마음을 연다. 영화 속 이야기는 ‘굿 윌 헌팅’ ‘뷰티풀 마인드’를 떠올리게 한다. 최민식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굿 윌 헌팅’을 볼 때마다 우리나라 학원 드라마도 학원에 국한되지 않고 세상이 표현됐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있었다”며 “그런 걸 늘 하고 싶었는데 이 영화를 만났다”고 말했다. 영화의 소재는 수학이지만 수학은 그저 거들뿐이다. “수학을 잘하려면 문제가 안 풀릴 때 ‘너 참 어렵구나. 내일 다시 풀어봐야지’ 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는 학성의 말은 인생의 고비에서 좌절하지 않기 위한 답이기도 하다. 학성은 지우에게 수학을 가르쳐 주는 것을 넘어 잘 살아내는 방법을 가르쳐 주는 ‘진짜 어른’이자 참스승이다. 두 사람이 수학수업을 하는 과학관 지하 공간은 동화 같은 분위기를 낸다. 곳곳에 배치된 탁상용 스탠드는 은은한 주황빛을 뿜으며 공간을 아늑한 기운으로 채운다. 각자의 상처를 치유하고 함께 성장하는 공간을 연출하기 위한 빛 활용이 돋보인다. 지우 역을 맡은 배우 김동휘는 올해 스물일곱이지만 인근 고등학교 학생을 데려온 듯 자연스럽게 역할을 소화해낸다. 서울말을 쓰려 노력하는 탈북자 말투를 포함해 세밀한 포인트까지 짚어낸 최민식의 연기 관록은 단편적인 악인 묘사 등 영화의 아쉬운 점을 상쇄한다. 자극적인 콘텐츠가 넘쳐나는 시대에 등장한 이 ‘착한 영화’는 결과와 정답만 중시하는 세상을 사느라 지친 이들을 열심히 위로한다. 그 덕분에 다소 뻔하고 기시감 강한 설정은 관대하게 넘기게 된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 2022-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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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답 대신 용기 가르치는…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

    공부 깨나 한다는 소리를 듣던 한지우(김동휘)는 명문 자율형사립고에 입학한 뒤로 기를 펴지 못한다. 대치동 사교육을 통해 고3 수학까지 모두 배운 뒤 입학한 아이들과 경쟁한다는 건 버겁다. 가정형편이 어려운 지우에게 대치동 사교육은 다른 세계 이야기. ‘수학포기자(수포자)’에 부진아가 된 지우에게 담임은 일반고로의 전학을 종용한다. 그런 지우가 신분을 숨긴 채 학교 경비로 일하는 탈북한 천재 수학자 리학성(최민식)을 만난다. 9일 개봉하는 영화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는 학창시절 수많은 이들을 절망케 했던 수학을 소재로 다룬다. “수학을 가르쳐달라”는 지우의 읍소에도 곁을 주지 않던 무뚝뚝한 학성은 지우의 사연을 안 뒤 마음을 연다. 영화 속 이야기는 ‘굿 윌 헌팅’ ‘뷰티풀 마인드’ 등 여러 영화를 떠올리게 한다. 최민식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굿 윌 헌팅’을 볼 때마다 우리나라 학원 드라마도 학원에 국한되지 않고 세상이 표현됐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있었다”라며 “그런 걸 늘 하고 싶었는데 이 영화를 만났다”라고 했다. 영화의 소재는 수학이지만 수학은 거들뿐이다. “수학을 잘하려면 문제가 안 풀릴 때 ‘너 참 어렵구나 내일 다시 풀어봐야지’ 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는 학성의 말은 인생의 고비에서 좌절하지 않기 위한 답이기도 하다. 학성은 지우에게 수학을 가르쳐주는 것을 넘어 잘 살아내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진짜 어른’이자 참스승이다. 두 사람이 수학 수업을 하는 과학관 지하 공간은 동화 같은 분위기를 낸다. 곳곳에 배치한 탁상용 스탠드가 내는 은은한 주황빛은 공간을 따스하고 아늑한 기운으로 채운다. 각자의 상처를 치유하고 함께 성장하는 공간을 연출하기 위한 빛 활용이 돋보인다. 김동휘는 올해 27세. 그러나 인근 고등학교 학생을 데려온 듯 역할을 자연스럽게 소화해낸다. 서울말을 쓰려 노력하는 탈북자 말투 등 세밀한 포인트까지 짚어낸 최민식의 연기 관록은 단편적인 악인 묘사 등 영화의 아쉬운 점을 상쇄한다. 자극적인 콘텐츠가 넘쳐나는 시대에 등장한 이 ‘착한 영화’는 결과와 정답만 중시하는 세상을 사느라 지친 이들을 열심히 위로한다. 그 덕분에 다소 뻔하고 기시감 강한 설정은 관대하게 넘기게 된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 2022-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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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년범죄에 대해 고민하는 계기 됐으면”

    “소년범죄라는 예민한 소재를 다루는 힘이 상당했다. 재미를 넘어 영상매체의 순기능을 지닌 작품이어서 배우로서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며 작업했다.” 배우 김혜수는 25일 전 세계에 공개되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소년심판’을 소개하며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는 듯했다. 22일 온라인으로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그는 “소년범죄에 대해 의미 있는 고민을 해보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작품에 임했다”고 말했다. ‘소년심판’은 한 지방법원에 판사 3인이 합의를 거쳐 형을 선고하는 가상의 합의부인 ‘소년형사합의부’가 있다는 설정을 바탕으로 소년범죄와 소년범 이야기를 다룬다. 김혜수는 소년범에게 어떤 자비도 베풀어선 안 된다는 생각을 가진 ‘소년범 혐오자’ 심은석 판사 역을 맡았다. 그를 비롯해 이정은 이성민 김무열이 소년범을 대하는 신념이 각기 다른 4인 4색 판사 역할을 맡았다. 이성민은 자신이 맡은 강원중 부장판사 역에 대해 “소년사건에 있어 피해자와 가해자 입장이나 처분의 결과도 중요하지만 사회 시스템부터 바꿔야 한다고 생각하는 인물”이라고 소개했다. 극중 판사들은 강력범죄를 포함해 여러 소년범죄를 두고 각자의 의견을 내세우며 첨예하게 대립한다. 한편으로 이 같은 대립은 판결의 균형을 맞추는 힘이 된다. ‘소년심판’ 대본을 쓴 김민석 작가는 “피해자 입장에만, 반대로 가해자 입장에만 몰입한 건 아닌지, 한쪽으로 치우치는 것을 끊임없이 경계하며 글을 썼다”고 했다. 홍종찬 감독 역시 “한쪽만 대변하거나 명확한 답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균형 잡힌 시각을 보여주려 노력했다”고 말했다. 배우들은 실제 소년범 재판을 여러 번 방청하고 소년부 판사들을 만나는 등 판사와 소년범의 세계에 깊숙이 들어가기 위해 노력했다. 소년범에게 기회를 줘야 한다는 생각을 가진 차태주 판사 역의 김무열은 “(소년범 재판 방청 당시) 재판정 내부 공기가 굉장히 무거웠다. 그런 무거움이 캐릭터를 구축하는 데 큰 영향을 줬다”고 했다. 김혜수는 “판사들 이야기를 듣고 소년범죄 사례를 접한 뒤, 소년범죄에 대한 내 생각이 얼마나 편협했는지 알게 됐다”며 “그동안은 소년범죄에 대해 감정적으로 접근했다면, 이번엔 현실을 제대로 들여다본 느낌이었다”고 했다. 강원중 부장판사에 이어 합의부에 부임한 나근희 부장판사 역을 맡은 이정은은 “우리가 살아가는 현재의 시대성을 보여주는 작품이라 굉장히 반가웠다”며 “(작품을 계기로 소년범죄 문제가) 공론화되면 좀 더 좋은 제안이 나올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 2022-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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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배트맨이 완벽해지는 여정 기대하세요”

    배트맨이 돌아온다. ‘트와일라잇’ 시리즈의 주역 로버트 패틴슨(사진)이 배트맨(브루스 웨인) 역을 맡으며 히어로의 세대교체를 알린 ‘더 배트맨’이 다음 달 1일 한국에서 세계 최초로 개봉한다. 배트맨을 원톱 히어로로 내세운 영화로는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다크 나이트 라이즈’(2012년) 이후 10년 만이다. 러닝타임은 176분으로 3시간 가까이 된다. 패틴슨은 18일 한국 기자들을 대상으로 열린 화상 간담회에서 “한국 팬들의 배트맨 사랑을 잘 안다”며 “한국에서 최초로 개봉하게 된 만큼 다른 나라에도 분명 큰 영향을 미칠 거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맷 리브스 감독과 악당 리들러 역의 폴 데이노, 캣우먼 역의 조이 크래비츠도 참석했다. ‘혹성탈출’ 시리즈의 리브스 감독이 연출한 ‘더 배트맨’은 ‘고담시’의 히어로로 산 지 2년이 된 시점의 초창기 배트맨 이야기를 다룬다. 배트맨은 시장 선거를 앞두고 의문의 살인마 리들러가 벌이는 고위층 대상 연쇄 살인 사건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불편한 진실을 알게 되고 복수와 정의 사이에서 갈등한다. 리브스 감독은 “80년이 넘은 이야기, 전설이 된 캐릭터로 새 영화를 만든다는 것은 큰 도전이었다”며 “배트맨의 슈퍼 히어로 모습과 현실적인 모습을 균형 있게 보여주는 데 주력했다”고 했다. 이어 “캐릭터를 흑백으로 명확하게 나누지 않았다”며 “(어린 시절 부모가 살해당한 뒤) 트라우마에 시달리며 강박 증세를 보이는 배트맨은 리들러와 거울 같은 캐릭터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패틴슨 역시 “배트맨은 자기 통제를 완벽하게 하는 인물인데 이번엔 완벽한 수준에 도달하지 못한 상태로 그려진다”며 “배트맨이 완벽해지기까지의 여정을 보여주는 영화”라고 말했다. 봉준호 감독의 차기작에 출연하는 것으로 알려진 패틴슨은 이날 ‘봉준호’라는 이름이 나오자마자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그는 “봉준호 감독의 영화는 정말 대단하다. 그와 함께 일하게 돼 정말 기쁘다”고 말했다. 영화 ‘옥자’에 출연하며 봉 감독과 인연을 맺은 데이노는 “한국에서 촬영한 적이 있다. 한국은 정말 아름다웠다. 한국에서 영화를 선보일 수 있게 돼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 2022-0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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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상수 감독, 3년 연속 베를린영화제 ‘은곰상’

    홍상수 감독이 영화 ‘소설가의 영화’로 제72회 베를린 국제영화제에서 은곰상 심사위원대상을 받았다. 이로써 홍 감독은 베를린 영화제에서만 3년 연속 수상하는 쾌거를 거뒀다. 16일(현지 시간) 베를린 영화제 홈페이지와 외신 등에 따르면 홍 감독은 최고상인 황금곰상에 이어 두 번째 상에 해당하는 은곰상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했다. 홍 감독은 지난해 제71회 베를린 영화제에선 ‘인트로덕션’으로 은곰상 각본상을, 제70회 영화제에선 ‘도망친 여자’로 은곰상 감독상을 수상했다. 앞서 2017년 홍 감독 작품 ‘밤의 해변에서 혼자’에 출연한 배우 김민희가 은곰상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것을 포함하면 홍 감독 작품이 베를린 영화제에서만 네번째로 은곰상을 받은 것이 된다. 홍 감독은 이날 시상식에서 “기대하지 않았는데 너무 놀랐다. 나는 내가 하던 것들을 계속하고 있을 뿐”이라며 수상 소감을 밝혔다. 그는 ‘소설가의 영화’에 주인공으로 출연한 연인 김민희를 무대 위로 부르기도 했다. 김민희는 “오늘 상영에서 관객분들이 진심으로 영화를 사랑해 주신다고 느꼈다. 감동적이었고 잊지 못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시상은 ‘드라이브 마이 카’로 아카데미 시상식 작품상 및 감독상 후보에 오른 일본 거장 하마구치 류스케가 진행해 눈길을 끌었다. 심사위원들은 ‘소설가의 영화’를 두고 “영화에 담긴 소박함과 미스터리는 편견을 깰 수 있다는 용기를 준다”고 평가했다. ‘소설가의 영화’는 홍 감독의 27번째 장편 영화로 지난해 3월 한국에서 촬영한 흑백 영화다. 지난해 10월 개봉한 전작인 ‘당신 얼굴 앞에서’에 출연한 배우 이혜영을 비롯해 김민희, 서영화 등이 참여했다. 소설가 준희(이혜영)가 잠적한 후배의 책방을 찾아 길을 떠나는 것으로 시작되는 이 영화는 준희가 영화감독 부부와 배우(김민희)를 만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다. 홍 감독은 이날 베를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저에겐 두 사람(이혜영과 김민희)이 있었고 (촬영) 준비를 하는데 소설가가 자신의 작품을 영화로 직접 만든다는 아이디어가 떠올랐다”며 소설가와 영화 제작을 주제로 영화를 만들게 된 이유를 밝혔다. 영화의 국내 개봉 일정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올해 상반기 안에 개봉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이날 최고상인 황금곰상은 스페인의 여성 감독인 카를라 시몬의 ‘알카라스’에, 은곰상 감독상은 ‘검의 양면(Both Sides of the Blade)’을 연출한 클레르 드니 감독(프랑스)에게 각각 돌아갔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 2022-0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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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비줌인/손효주]10초 건너뛰기 중독자에겐 죄가 없다

    지난해 10월 부산국제영화제 초청작이 상영 중인 한 영화관. 관객석에서 필자는 손톱을 만지작거렸다. 자세 고쳐 앉기를 거듭하는 등 몇 차례 안절부절못했다. 스크린에선 넷플릭스의 ‘마이네임’이 상영되고 있었다. 부산국제영화제가 열린 이래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시리즈가 초청된 건 처음. 스크린 한가운데 떠오른 넷플릭스의 ‘N’은 기성 영화계를 향해 “세상은 OTT가 점령했다”라고 선포하는 듯했다. 그러나 영화와 시리즈의 경계가 사라지는 순간을 목도하고 있다는 사실에 벅차오른 것도 잠시, 곧 초조해지고 말았다. 경찰 역할의 한소희가 차량을 운전해 경찰서로 돌아오는 장면이 문제였다. 운전 장면과 그가 경찰서 복도를 걷는 장면 등이 대사 없이 약 50초간 이어졌다. 10초, 20초…. 차오르는 시간과 함께 ‘이상한 욕구’가 턱 끝까지 차올랐으니, 그것은 마법의 버튼 ‘10초 건너뛰기’를 누르고 싶다는 욕구였다. 그렇다. ‘10초 건너뛰기’ 중독 증세다. 이런 증상을 겪는 이들은 OTT를 통한 콘텐츠 시청에 익숙한 MZ세대 사이에서 비교적 흔하다. ‘마이네임’의 50초처럼 스토리를 이해하는 데 문제가 되지 않는 장면에서 건너뛰기 욕구는 정점을 찍는다. OTT는 시청 편의를 제공하고 콘텐츠 소비를 촉진할 목적 등으로 10초 건너뛰기 기능을 도입했다. 이 기능은 고속재생 기능과 상승 효과를 내며 시청 형태의 혁명적인 변화를 불러왔다. 인터넷엔 8시간이 넘는 10부작 시리즈를 두 기능을 활용해 4시간 만에 주파했다는 식의 ‘속도전 무용담’이 넘친다. 이런 시청 형태가 병적이라는 지적도 있다. 단 몇 초의 지루함도 참지 못하는 증세는 강박증이 결합된 성인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와 유사하다는 것. 그러나 이를 빈 시간을 견디지 못하는 MZ세대의 ‘행위 중독’ 탓으로만 돌려야 할지는 생각해볼 문제다. 생각해 보면 필자도 이 기능에 거의 손대지 않고 본 작품들이 있다. 개인 취향에 따라 다르겠지만 ‘오징어게임’이다. 몰입도를 높이는 세트와 음악, 공감 가는 스토리, 배우들의 열연까지…. 대사 없이 흘러가는 여백도 밀도 있었다. 영화관에서 상영 중인 영화 ‘하우스 오브 구찌’도 그랬다. 러닝타임이 158분으로 길었지만 꼼꼼히 채운 서사와 레이디 가가, 알 파치노 등의 신들린 연기 덕에 건너뛰기를 못 누른다는 초조함을 느낄 새는 없었다. 실화가 바탕인 만큼 결말을 알고 봤음에도 아는 결말마저 궁금하게 만드는 거장 리들리 스콧 감독의 연출력은 감탄스러웠다. 반면 건너뛰기 중독을 중증(?)으로 악화시킨 작품도 있다. 지난달 말 공개하자마자 세계 1위에 오른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지금 우리 학교는’이다. 학교와 좀비의 결합은 참신했다. 그러나 이게 전부. 참신한 소재만 싱싱하게 파닥였다. 좀비 떼 액션은 행위예술을 방불케 했지만 공간만 달리해 반복을 거듭한 탓에 어느 순간부터는 굳이 안 봐도 되는 ‘피 튀기는 여백’이 됐다. 학생 9명이 모닥불 주위에 둘러앉아 사연을 늘어놓는 장면 등 ‘병렬식 사연 배틀 구조’는 드라마를 ‘신파 백화점’으로 만들어버렸다. 신파1 건너뛰기, 신파2 건너뛰기…. 마침내 12부작 마침표를 찍었을 때 밀려온 것은 ‘미션 클리어’의 성취감이었나, 피로감이었나. 긴장감 넘치는 전개와 꽉 찬 대사만이 ‘신기능’의 사용을 막는 건 아니다. 고전이 된 유지태 이영애 주연의 영화 ‘봄날은 간다’(2001년)는 뻔한 연애가 소재인 데다 천천히 흘러간다. 대사도 적고, 대나무 숲 같은 자연만 구도를 달리해 보여주는 장면도 많다. 그러나 남녀 주인공의 눈빛 등 섬세한 심리 묘사가 여백을 바닥부터 밀도 있게 채운다. 여백조차 몰입하게 되는 이유다. 일부 창작자들은 두 기능이 작품성을 훼손한다고 반발한다. 그러나 쓰라고 만든 기능을 창작자의 노고에 예우를 다하겠다며 쓰지 않을 이유는 없다. 사실 어떤 콘텐츠는 세계 상위권에 오르는 데 있어 만듦새보다는 참신한 소재와 더불어 신기능 덕을 봤다는 점을 부인하기 어렵다. 이 같은 기능이 있어 지루한 콘텐츠도 끝까지 보는 이들이 많다. 중요한 건 시청 자율성 과잉의 시대에도 자율성을 반납하게 만드는 양질의 콘텐츠는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MZ세대는 조금의 지루함도 못 참는 병을 앓고 있는 것이 아니라 각종 신기능의 영향으로 냉정해진 것일 뿐인지도 모른다. 영화관에서마저 OTT 시청 습관이 불쑥 튀어나오는 세상에서 신기능 사용 욕구를 잠재울 작품을 만드는 건 온전히 창작자의 몫이다. 분산되고 결핍된 주의력을 온전한 몰입으로 바꿔줄 콘텐츠가 더 많이 나오길 바라본다.손효주 문화부 기자 hjson@donga.com}

    • 2022-0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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