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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년병장 천우(고경표)가 갑자기 실성한 사람처럼 웃고 다닌다. 무표정한 얼굴로 만사를 귀찮아하던 모습과 딴판. 최전방 감시초소(GP) 위병소에서 주운 로또가 1등에 당첨돼서다. 당첨금은 무려 57억 원. 그러나 기쁨도 잠시, 로또가 바람을 타고 군사분계선(MDL)을 넘어 북쪽으로 날아가 버린다. 비무장지대(DMZ)에서 근무 중이던 북한군 용호(이이경)는 이를 줍고도 종이 쪼가리로 여긴다. 그러나 곧 어마어마한 종이임을 알게 되고 동료들과 당첨금을 찾을 방법을 궁리한다. 천우 등 한국군 3명과 용호 등 북한군 3명은 DMZ에서 당첨금 분배를 위한 ‘남북 회담’을 연다. 이들은 모두가 만족할 합의를 도출해 남북 공동의 번영을 이룰 수 있을까. 영화 ‘육사오’는 기발한 소재에, 여름 극장가에서 종적을 감췄던 코미디 영화여서 관심을 끌고 있다. 영화 ‘달마야 놀자’(2001년), ‘박수건달’(2003년)의 시나리오를 써 ‘웃기는 능력’을 검증받은 박규태 감독 작품이어서 더 크게 주목받는 분위기다. ‘육사오(6/45)’는 45개 숫자 중에 6개를 맞히면 1등이라는 의미다. 영화는 코미디라는 한 길만 보고 나아간다. 후반부 남북 군인들 사이에 싹트는 우정을 다루면서 신파로 흐를 조짐이 보이지만 감독은 이를 과감히 쳐내며 코미디에 집중한다. 고경표 이이경 음문석(강 대위 역) 등 배우들은 애써 웃기려 하지 않는다. 진지한 태도로 임하는 이들의 모습은 황당무계한 설정과 대비되며 관객을 피식피식 웃게 만든다. 2년 전 전역한 고경표는 말년병장이 생활관에서 TV를 보는 자세까지 재현하며 군필자들의 공감을 이끌어낸다. 한국군은 물론 북한군 역할을 맡은 배우들은 저마다 맛깔 나는 연기를 보여주면서도 한 팀처럼 어우러져 보는 재미를 더한다. MDL에 철조망이 줄처럼 설치돼 남북이 나뉘는 장면이 나오는 등 시각적·극적 효과를 높이기 위해 DMZ 풍경을 사실과 다르게 연출한 부분도 많다. 실제 MDL은 일정 간격을 두고 표지판이 세워져 있는 게 전부다. 남북 군인들이 GP 철책을 넘어 MDL까지 비교적 자유롭게 다니는 등 판타지에 가까운 설정도 있다. 그러나 영화가 애초에 말도 안 되는 상황을 다루는 만큼 ‘영화적 허용’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코믹 웹툰 보듯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영화로 복잡한 머리를 비우고 싶은 이들이 반길 만한 영화다. 24일 개봉.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3일 개봉한 항공 재난 블록버스터 ‘비상선언’에 대한 관객 평가 중엔 혹평이 많다. 전반부에선 긴장감 있는 전개로 관객을 몰입시키지만, 후반부는 과도한 신파와 전체주의 미화로 해석될 수 있는 장면 등으로 실망시켰다는 평가가 많이 나온다. 혹평 속에서도 이 배우에 대한 평가만큼은 호평 일색이다. 항공기 내에 치명적인 바이러스를 퍼뜨리는 테러범 진석을 연기한 배우 임시완(사진)이 그 주인공. 관객들과 평단은 그를 두고 “소름 끼치는 악역 연기를 완벽하게 소화해냈다”며 한목소리로 극찬하고 있다. 최근 화상 인터뷰에서 임시완은 “관객들 평가 중에 ‘임시완 눈빛이 돌아 있더라’는 평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캐릭터로서 칭찬해주신 거라 생각해 감사하다”고 말했다. 진석은 기존 재난영화 속 테러범과 달리 처음부터 자신의 정체를 밝히며 영화 시작부터 긴장감을 끌어올리는 데 큰 역할을 한다. 그러나 영화에선 정작 진석이 왜 승객 100여 명을 모두 죽이고 싶어 하는지, 그가 왜 그렇게 일면식도 없는 타인들을 혐오하고 하찮게 여기게 됐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서사가 나오지 않는다. 이처럼 별다른 명분이 없는 테러임에도 설득력이 부족하지 않은 데에는 광기 어린 진석을 밀도 있게 표현한 임시완의 연기력 영향이 컸다. 임시완은 극 중 피해의식에 사로잡히거나 정반대로 우월감에 취하는 등 종잡을 수 없는 모습으로 관객을 긴장시킨다. 그는 “당위성이 약하거나 없으면 연기하기가 어려운데 진석은 당위성이 아예 없더라. 그러다 보니 오히려 그 백지를 마음대로 채울 수 있는 자유로움이 있었다. 진석의 자세한 서사를 스스로 만들어가며 연기했다”고 말했다. 그간 작품에서 주로 선한 캐릭터를 맡아온 그는 악역에 대한 기대감이 컸다고 고백했다. 그는 “선한 역할은 뭔가를 지켜내야만 하는 등 악역에 비해 기대감이 크지 않나”며 “악역은 상대적으로 그런 게 덜하다 보니 연기할 때 마음껏 뛰어놀 수 있어 매력적이었다”고 말했다. ‘비상선언’을 연출한 한재림 감독은 최근 인터뷰에서 그를 두고 “혐오스럽지 않으면서도 어딘가 있을 것 같은 사람의 섬뜩한 면을 훌륭하게 보여줬다”며 칭찬했다. 극 중 형사팀장 인호 역으로 출연한 배우 송강호 역시 인터뷰에서 “영화 ‘범죄도시2’에 (악역) 손석구(강해상 역)가 있다면 ‘비상선언’에는 임시완이 있다”며 그의 연기를 극찬했다. 임시완은 “손석구 선배 연기를 봤는데 나와 비교 선상에 놓을 만한 수준이 아니었다”며 겸손한 태도를 보였다. 이어 “송강호 선배가 현장에서 내 연기를 칭찬해준 적이 있는데 큰 힘이 됐다. 연기 잘하기로 세계에서 손꼽히는 배우에게 칭찬을 받았다는 건 굉장히 의미 있는 일”이라고 답했다. “개봉 전에는 제가 연기를 정말 ‘연기처럼 한 것은 아닌가’ 싶어서 걱정했어요. 많은 분들이 좋게 얘기해 주셔서 정말 다행입니다. 다만 영화 속 캐릭터와 실제 제 성격은 다르다는 것, 다시 한번 말씀드리고 싶네요.(웃음)”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서울 관악구(구청장 박준희)의 관악문화재단이 1일 출범 3주년을 맞았다. 차민태 관악문화재단 대표는 “‘모두의 예술이 찬란한 문화로’를 비전으로 새롭고 창의적인 예술이 싹 트는 환경을 조성하는데 힘써 왔다”며 “주민과 직접 소통하는 ‘청책(聽策)’을 기본으로, 문화예술 기획에 주민의 요구를 적극 반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관악구는 청년인구비율이 높은 만큼 청년에 초점을 둔 프로젝트를 추진해왔다. 거리 문화를 현대 예술 관점에서 해석한 청년문화예술축제 ‘그루브 인 관악페스티벌(GIG)’이 대표적이다. 지난달 열린 ‘2022 GIG-스트리트 댄스 페스티벌’에는 전국 스트리트 댄서 및 청소년 댄서 지망생 등 600여 명이 참가했다. 현대무용가 김설진 씨가 연출한 이 행사는 5만여 명이 관람했다. 아동에서 노년층에 이르기까지 전 세대를 대상으로 하는 프로젝트도 마련했다. 관악구에 자리한 ‘관천로 문화플랫폼 S1472’에서는 가정의 달맞이 어린이주간 축제가 열렸고, 클래식 입문을 위한 ‘하우스콘서트’, ‘스트리트댄스 사진전’이 개최됐다. 관악구 내 여러 공원에서는 인디음악, 재즈, 국악 등 각 분야 예술인이 버스킹을 해 주민이 가까이에서 예술을 즐기고 있다. 도서관을 문화 교류 공간으로 바꾸기도 했다. 자녀가 있는 여성들이 소통하고 문화체험을 할 수 있는 ‘맘스타트’가 대표적이다. 글빛정보도서관은 인문학콘서트를 열어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와 청년들이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도 마련했다. 강감찬 장군을 새롭게 해석한 웹툰 ‘별을 품은 아이’를 연재하는 등 지역의 역사 콘텐츠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차 대표는 30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열리는 ‘2022 국민공감 캠페인 선정식’에서 고객만족경영부문 국민공감 경영대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차 대표는 올해 3월 ‘대한민국 창조경영 2022’의 ‘리더십경영’ 부문에 선정되기도 했다. 관악문화재단도 지난해 케이블TV 방송대상 SO 특별상 ‘지역 파트너스’ 수상자로 선정됐다. 차 대표는 “‘가장 개인적이며 지역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 될 수 있다’는 재단의 출범 신념을 적극적으로 실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변호사가 주인공인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화제인 가운데 자폐성 장애가 있는 음악가를 다룬 영화가 18일 개봉한다. 다큐멘터리 영화 ‘녹턴’이다. 주인공은 실내악 연주단체 ‘드림위드 앙상블’ 수석단원 은성호 씨(38). ‘녹턴’은 중증 자폐를 지녔지만 피아니스트와 클라리네티스트로 꾸준히 무대에 서고 있는 은 씨와 그의 어머니 손민서 씨(65), 동생 건기 씨(32)의 일상을 담았다. 2008년부터 11년간 촬영해 영화로 만들었다. 손 씨는 성호 씨가 유독 음악에 반응한다는 사실을 알고 초등학교 때부터 피아노 등 여러 악기를 가르쳤다. 건기 씨 역시 피아노를 공부했지만 손 씨는 아픈 아들에게 정성을 쏟았다. 건기 씨가 카메라 앞에서 엄마에게 오랫동안 가진 서운함과 분노를 여러 번 털어놓은 이유다. 형에게 밀려 늘 후순위였던 건기 씨는 음대를 다니다 중퇴했다. 건기 씨는 엄마가 형의 음악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것을 “부질없는 일”이라 여기고 형 연주를 듣기 싫어한다. 극 중 건기 씨가 “엄마는 나도 버리고 다 버리고 형한테 올인했다”고 말하듯 영화는 장애인 가족이 필연적으로 겪게 되는 갈등과 희생에 초점을 맞춘다. 장애인 가족으로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힘겨운 일인지 체감하게 한다. 시간이 흐르며 갈등도 완화될 조짐을 보인다. 카메라는 건기 씨가 형과 함께 러시아에서의 연주를 준비하며 형과 형의 음악을 대하던 태도가 조금이나마 바뀌는 듯한 순간들을 포착해낸다. 엄마는 형밖에 모르는 것 같지만 사실 건기 씨 음악이 더 좋다고 수차례 말해왔다. 제목 ‘녹턴’은 두 형제가 연주하는 쇼팽의 녹턴(야상곡)을 두고 엄마가 “건기 연주가 더 마음을 움직인다. 내가 죽으면 제삿날 들려 달라”고 말하던 것에서 착안했다. 정관조 감독은 9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성호 씨의 음악에는 감정이 없는데 오히려 그런 점이 사람이 마음을 비워내게 만들더라”며 “성호 씨의 음악이 좋아 영화로 만들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성호 씨의 어머니는 절망스러운 상황에서 음악을 통해 인생의 빛을 발견하고 싶어 했다. 관객들도 그 빛을 발견하게 된다면 이 영화는 제 역할을 한 것”이라고 했다. 서울 용산구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9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음악이 어떤 의미가 있느냐”는 질문에 성호 씨가 답했다. “피아노와 클라리넷이 좋아서 두 개 다 하는 겁니다. 음악은 시간의 예술입니다.” 손 씨에겐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어떻게 봤느냐”는 질문도 나왔다. 그는 “비슷한 부분도 있지만 우영우가 판타스틱하다면 우리는 현실이라고 할 정도로 차이가 크다”며 “성호는 음악을 제외한 다른 부분은 뼛속까지 자폐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정말 힘든 점이 많다”고 했다. “마라톤처럼 뭔가 해야 해서 출발한 게 음악이었어요. 오랜 세월 힘든 게 많았고 행복했던 순간은 강하고 짧았습니다. 성호에게 음악은 공기 같은 존재가 됐지만, 성호가 음악으로부터 자유로워지고 싶어 하지 않는지 늘 살펴보고 있습니다.”(손 씨)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프랑스 영화 ‘풀타임’은 잠 든 쥘리(로르 칼라미)의 숨소리를 들려주는 것으로 시작한다. 언제라도 일어날 것처럼 잠은 얕고 숨소리는 힘겹다. 쥘리는 싱글맘이자 워킹맘이다. 이혼한 전 남편은 연락두절에 양육비도 주지 않는다. 은행에선 대출금 상환이 밀렸다며 독촉 전화가 온다. 육아는 온전히 쥘리의 몫이다. 두 아이는 좀처럼 말을 듣지 않는다. 쥘리는 아이들을 베이비시터에게 맡겨놓고 파리의 한 호텔로 쫓기듯 출근해 하우스키퍼로 일하며 숨 가쁜 하루를 보낸다. 홀로 겨우 지탱해온 그의 일상은 대규모 교통 파업으로 최악의 상황이 된다. 대중교통이 끊기면서 쥘리는 차를 얻어 타는 등 갖은 방법을 동원했지만, 지각을 반복한다. 결국 직장에서 해고 위기에 처한다. 게다가 교통편이 없어 귀가 시간이 늦어지자, 베이비시터는 쥘리에게 화를 내며 일을 그만두겠다고 말한다. 출산 전 유통 등 시장 조사 업무를 했던 쥘리는 이 분야 회사에서 면접 볼 기회가 생기지만 누구도 그와 근무를 바꿔주지 않는다. 꿈을 되찾을 기회가 날아갈 판이다. 에리크 그라벨 감독은 교통 파업과 직장 면접이라는 변수가 생기며 힘겨움을 넘어 공포가 돼버린 쥘리의 일상을 빠른 편집과 일렉트로닉 사운드를 활용해 긴장감 넘치게 담아냈다. 덕분에 지루할 틈이 없다. 관객은 쥘리의 상황에 몰입하며 절박함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영화는 지난해 베니스 국제영화제에서 오리촌티(새로운 경향) 부문 감독상을 받았다. 한 여성의 일상을 스릴러처럼 담아낸 연출력이 돋보인다. 배우 로르 칼라미는 모두에게 죄인 취급을 받으면서도 버텨내는 쥘리의 모습을 절제력 있게 표현하며 공감을 끌어낸다. 바닥에 주저앉아 울거나 화를 내고 싶지만 꾹꾹 눌러내는 칼라미의 눈빛과 표정을 보면 그가 지난해 영화제 같은 부문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은 이유를 알 수 있다. 18일 개봉.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아 ×× 기훈이 형!” ‘오징어게임’에서 상우(박해수)가 기훈(이정재)을 향해 내지르는 이 유명한 욕설 대사가 나온 배경을 심리학적으로 분석해보자. 상우는 기훈이 징검다리 건너기 게임에서 상우가 앞사람을 밀어 죽인 것을 비난하자 “어차피 저 돈(상금 465억 원) 가지고 나가려면 다른 놈들 다 죽어야 돼”라며 자기 합리화에 나선다. 사람을 죽여선 안 된다는 신념과 실제 행동이 충돌하는 인지부조화가 발생하자 그럴 수밖에 없었던 명분을 내세워 죄책감을 씻으려 한 것. 그러나 기훈은 “넌 그냥 죄 없는 사람을 죽인 것”이라며 비난을 이어간다. 상우의 욕설은 빠른 자기합리화가 생존 전략이 될 수 있는 상황임에도 이를 방해하는 답답한 말만 해대는 기훈에 대한 분노의 일갈이었다. 저자는 프랑스의 심리학자이자 인문과학 저널리스트. 그는 상우가 보여준 다양한 행동을 제시하며 그를 “인지부조화 해소에 탁월한 인물”로 분석한다. 반면 기훈은 “게임에서 우승을 하고도 죄책감을 털어내지 못하는 등 인지부조화에 빠져 폐인이 된 인물”이다. 저자는 심리학의 다양한 이론을 가져와 ‘오징어게임’ 속 캐릭터들과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등 여러 게임에 대해 분석한다. 일남(오영수)이 정체를 숨기고 게임에 직접 참가한 이유 중 하나는 어린 시절 하던 놀이를 해보고 싶어서였다. 그가 구슬치기, 옛 골목 등 과거의 것에 집착하는 이유는 현재가 그만큼 허무하다는 반증. 과거 미화가 극에 달하는 시기는 50대인데, 그즈음 틈만 나면 “나 때는”으로 시작해 옛 시절을 소환하는 현상을 심리학에선 ‘회상의 정점’이라 부른다. 우승할 확률, 즉 살아남을 확률이 456분의 1로 매우 희박함에도 자신의 운을 과신하며 허세를 부리는 이들도 보인다. 덕수(허성태)가 대표적. 우연히 행운이 잇따른 것을 두고 다음에도 좋은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 믿는 것을 심리학에선 ‘핫 핸드 효과’라고 한다. 과거 게임 우승자였던 프런트맨(이병헌)이 게임 관리자로 돌아온 것은 인질이 인질범 편에 서는 ‘스톡홀름 증후군’으로 해석 가능한 대목이다. ‘오징어게임’의 심리적 허점을 분석한 대목도 눈길을 끈다. 게임 진행요원, 일명 ‘가면남’들이 대체 무슨 이유로 엄격한 위계질서와 규칙, 서로에 대한 밀착 감시를 아무런 불만 없이 받아들이는지를 설득할 대목이 부족하다는 것. 황동혁 감독이 올해 6월 시즌2 제작을 공식화하며 가면남들의 대장 격인 프런트맨 이야기가 공개될 것이라고 밝힌 만큼 가면남들의 사연도 일부나마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심리학적 분석 외에도 ‘오징어게임’에 세계인이 열광한 이유에 대한 분석과 드라마가 내던진 화두인 공정, 선과 악, 인간성, 경쟁 등에 대한 사회인문학적 분석까지 촘촘히 담겨 있다. 무엇보다 한국에 대해 거의 알지 못하던 프랑스의 석학이 ‘오징어게임’만을 심층 분석한 책을 썼다는 사실은 놀랍다. 이 드라마가 세계에 미친 영향이 얼마나 컸는지, 한국을 알리는 데 얼마나 큰 기여를 했는지를 다시 한 번 실감케 한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11일 개봉하는 일본 영화 ‘멋진 세계’가 그리는 세계는 멋지지 않다. 살인죄로 13년간 복역한 후 출소한 야쿠자 출신 미카미(야쿠쇼 고지)는 “이번엔 진짜 건실하게 살겠다”고 다짐한다. 그러나 세상은 좀처럼 기회를 주지 않는다. 전과 10범에 수감 생활만 총 28년을 한 그는 세상 사람들이 자신을 보는 눈빛을 두고 “쓰레기를 보는 눈빛”이라고 말한다. 그가 누군가 조금만 챙겨줘도 눈물이 터지는 마음 여리고 정에 굶주린 사람이라는 사실을 아는 이는 드물다. 몇몇 이웃만이 그를 편견 없이 대할 뿐. 환갑을 바라보는 나이로 고혈압 등 갖은 지병까지 안고 출소한 그는 취업에 성공해 뒤늦게나마 사회의 평범한 일원이 될 수 있을까. 영화의 원작은 1990년 출간된 사키 류조의 장편소설 ‘신분장(身分帳)’. 신분장은 교도소에서 재소자의 이력 등을 모아둔 장부로, 소설은 실제 인물 이야기를 바탕으로 했다. 니시카와 미와 감독(사진)은 최근 본보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사키 작가가 2015년 돌아가신 뒤 이 소설에 대해 알고 읽게 됐다”며 “특별한 보석을 찾아낸 기분이었다. 이 이야기의 매력으로 사람들 마음을 사로잡고 싶었다”고 말했다. 감독은 현 시대에 맞춰 일부 설정은 각색했다. 실제 이야기를 토대로 한 만큼 게이샤인 미혼모 아들로 태어나 보육원에서 자란 성장 과정, 각종 범죄에 가담하다 14세에 처음으로 소년원에 수감된 사연 등 미카미가 살아온 이야기는 매우 사실적이고 디테일하다. 그 덕분에 이야기에 더 몰입하게 된다. 니시카와 감독은 미카미의 사연을 세세하게 보여주면서도 그를 연민하거나 범죄를 정당화하지 않는다. 출소 후 삶을 담담하게 따라갈 뿐이다. 감독은 일본 거장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만든 영화제작사 ‘분복(分福)’에서 일하고 있고, 앞서 고레에다 감독의 스태프로 일하는 등 그의 영향을 많이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서인지 고레에다 감독 작품처럼 ‘멋진 세계’ 역시 현실에 대한 냉철한 직시가 돋보인다. 니시카와 감독은 “야쿠자는 조직을 떠나도 계좌를 만들 수 없고 본인 이름의 휴대전화를 개통할 수 없다. (여러 제한 탓에) 이들은 조직에도, 사회에도 속하지 못하게 된다”고 말했다. 전직 야쿠자들이 맞닥뜨리는 딜레마를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싶었다는 것. 그는 결코 멋지지 않은 세계를 담은 영화의 제목을 ‘멋진 세계’로 정했다. 그는 “이 영화는 함정과 기만으로 가득한 사회에서 살아가는 어려움을 그리지만 삶에는 아름다운 순간과 인연들이 존재하기에 이를 아우를 수 있는 제목을 택했다”고 설명했다. 봉준호 감독은 이 영화가 2021년 2월 일본에서 개봉할 당시 “냉정함 속에서도 동시에 미카미를 향한 강렬한 인간적 연민에 휩싸이게 된다. 이것이 어떻게 가능한가? 그저 이 영화의 불가해한 매력이라고 말할 도리밖에…”라며 극찬했다. 니시카와 감독은 “원작 ‘신분장’을 읽고 무의미한 인간은 없다는 생각을 했다”며 “한국 관객들도 흔히 사회에서 불필요하게 여겨지는 존재들에 대해 더 가까이 들여다보게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납득 가능한 수준인가 눈 뜨고 못 볼 수준인가. 3일 개봉한 영화 ‘비상선언’을 두고 신파 논란이 뜨겁다. 개봉 전 시사회로 영화를 접한 관객 상당수는 “신파가 과도하다”고 지적한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신파 수위가 대체 어느 정도냐”는 질문이 쏟아진다. “‘신과 함께’ ‘7번방의 선물’ 정도인가요?”라는 질문도 많다. ‘신과 함께’ 시리즈, ‘7번방의 선물’, ‘국제시장’, ‘해운대’는 ‘1000만 영화’라는 영예와 별개로 영화 마니아들 사이에서 한국 영화계에 억지·과잉 신파를 퍼뜨린 영화라는 불명예스러운 딱지가 붙어 있다. 신파와 ‘절친’인 클리셰와의 상승 작용까지 일으켰으니 “영화 좀 본다”는 이들의 욕받이가 될 만도 하다. ‘비상선언’은 그런 면에서 조금 억울할 듯하다. 이 영화는 하와이행 비행기 내에 치명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린 바이러스가 퍼지는 이야기를 다룬 재난영화다. 한재림 감독은 영화가 시작되자마자 테러범을 알려주는 등 항공 재난영화의 클리셰에 편승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낸다. 정부 각 부처 고위 관계자들은 각자 할 수 있는 대응을 신속하게 해낸다. 기존 재난영화처럼 무능한 모습을 부각해 분노를 유발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공식 깨기로만 일관하진 않는다. 그랬다가 상업영화의 미덕인 최대 다수의 공감을 얻는 대신 감독만의 독창적인 성에 갇혀 버리는 ‘영화적 재난’이 발생할 수 있다. 흥행 ‘안전장치’, 신파를 일정 부분 활용하는 등 재난영화의 공식을 일부 따라갈 수밖에 없는 이유다. 관객들이 신파로 꼽는 대표적인 장면은 승객들이 가족에게 그간 하지 못한 말을 영상통화로 전하는 장면. 관객에게 “울어라”라며 주문하는 장면 같지만 9·11테러 등 참사 당시 희생자들이 실제로 한 행동이다. 관객을 울리려고 억지로 만들어냈다기보다 현실을 충실히 반영한 것. 참사 희생자들의 마지막 메시지를 실제 들어보면 ‘비상선언’ 승객들 연기는 과하지 않다. 게다가 재난영화는 장르 특성상 사람 이야기가 반이다. 재난 발생 과정을 묘사하는 것이 한 축이라면 승객과 지상에 있는 가족의 고군분투 등 드라마를 보여주는 건 다른 한 축이다. 죽음을 목전에 둔 상황은 삶이 곧 신파가 되는 상황이다. 가족이 떠오르고 눈물이 쏟아지기 마련이다. 그럼에도 가족에게 인사를 남기는 장면 등을 들어내야 할까. 승객들의 연대 등 신파로 보일 만한 사람 이야기를 모두 배제했다면 정반대 평가가 나왔을지도 모른다. “재난만 있고 사람은 없는 반쪽짜리 재난영화”라는 혹평 말이다. 슬픈 장면이 실종되고 모두가 씩씩하거나 무반응한 재난영화는 오히려 괴작이 될 수 있다. 영화 ‘한산: 용의 출현’의 경우 전작 ‘명량’에서 지적이 쏟아진 과도한 신파와 ‘국뽕’을 절제하고 군사 전략을 생생하게 보여줬다는 호평이 나온다. 반대로 신파를 아낀 나머지 군사 다큐멘터리 같아 지루하다는 평도 있다. “명량이 더 좋았다”는 것. 김한민 감독 입에서 “어쩌라는 거야”라는 말이 나올 법하다. 상업영화가 성공하려면 가족 단위 관객을 모으기 위한 영화적 장치를 곳곳에 넣는 전략을 고민할 수밖에 없다. 영화 관람 경험이 많은 젊은 관객이 진부한 신파라며 혐오하는 장면이 노년층이나 어린 관객에게는 새롭거나 깊은 울림을 줄 수 있다. 영화 ‘부산행’과 드라마 ‘지옥’으로 세계적인 스타 감독이 된 연상호 감독은 영화 ‘반도’가 신파로 지탄받을 때 인터뷰에서 말했다. “사람들이 왜 신파를 싫어하는지도 알지만 영화에서 감정적인 장면은 필요하다. 연출자 입장에선 최대한 많은 사람들이 (감정을) 느낄 수 있는 방식으로 연출할 수밖에 없다.” ‘반도’ 역시 영화 마니아들 사이에선 신파의 대명사로 통한다. 그러나 팬데믹으로 바이러스 공포가 극에 달해 극장가가 텅 비다시피 했던 2020년 7월 개봉작임에도 380만 명 넘게 관람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한국에서는 비난받는 ‘K신파’가 해외에서는 “신선하다”는 반응을 얻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오징어게임’은 국내에선 신파로 호불호가 갈렸지만 해외에선 “신선하다”고 호평했다. 해외 시장을 노리는 한국 영화가 재발견된 ‘K신파’를 완전히 버릴 수 없는 이유다. 물론 ‘비상선언’은 신파적 요소를 제외한 모든 것이 완벽한 영화라고 보긴 어렵다. ‘뻔하되 뻔하지 않게’ 이끌어 가려 한 연출력과 뛰어난 기술적 완성도 등 장점이 있는 반면 후반부의 다소 늘어지는 전개, 정치적인 오해를 부를 장면 등 아쉬운 점도 있다. 그럼에도 영화의 일부분에 불과한 신파에 유독 관심과 비판이 집중되며 영화가 ‘신파 프레임’에 갇힌 이유는 뭘까. 역대 1000만 한국 영화 상당수가 보여준 억지·과잉 신파에 당하고 당한 나머지 관객들에게 개연성을 떠나 조금의 신파도 용납하지 못하는 ‘신파포비아’가 생겨버린 건 아닐지 생각해 볼 일이다. 물론 이는 관객 탓은 아니다. 손효주 문화부 기자 hjson@donga.com}

“새로운 영역의 액션 영화라고 자신 있게 말하고 싶다. 날것 그대로다.”(배우 주원) “거친 수묵화 같은 액션을 담았다.”(정병길 감독) 감독과 주연배우는 5일 전 세계에 공개되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카터’(사진)를 이같이 요약했다. 서울 종로구의 한 호텔에서 2일 열린 ‘카터’ 제작보고회 현장에서다. 영화는 비무장지대(DMZ)에서 발생한 바이러스가 퍼지면서 북한은 물론 미국까지 초토화된다는 설정으로 시작한다. 남북이 치료제 개발을 위해 협력에 나서는 가운데 서울의 한 모텔에서 모든 기억을 잃은 정체불명의 남성 카터(주원)가 깨어난다. 귓속 장치를 통해 누군가 카터에게 미 중앙정보국(CIA) 무장 요원 등 카터를 쫓는 이들을 제압하라는 지시를 연이어 내린다. 지시를 거부하면 입속에 설치한 폭탄을 터뜨리겠다는 협박에 그는 영문도 모른 채 시키는 대로 임무를 수행한다. 그의 임무는 치료제 개발의 핵심 인물인 한 북한 소녀를 찾아 신의주까지 데려가는 것. 영화는 도입부부터 액션 물량 공세를 펼친다. 카터가 티팬티 한 장만 걸친 채 낫을 들고 목욕탕에서 100여 명을 제압하는 장면을 포함해 다양한 공간을 활용한 액션 장면들은 난도가 매우 높다. 액션 장면은 몰입감을 끌어올리기 위해 한 번에 찍는 원테이크로 대부분 촬영됐다. 2017년 영화 ‘악녀’에서 독창적인 액션 장면을 선보이며 액션 영화 팬덤을 확보한 정 감독은 이날 원테이크 촬영을 두고 “한 번 틀리면 처음으로 돌아가야 했기 때문에 시간과 노력을 많이 썼다”며 “땀 냄새가 나는 영화”라고 설명했다. ‘인간병기’ 카터 역을 위해 주원은 4개월 가까이 액션 훈련을 받았다. 주원은 이날 “시나리오를 처음 보고 ‘이게 가능한 액션인가’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며 “촬영장에 갈 때마다 ‘오늘은 몇 명하고 싸울까. 몇 명을 다치게 할까’라는 마음으로 갔다”고 했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웹툰 ‘미래의 골동품가게’(사진)가 올해의 부천만화대상을 받았다.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은 “네이버웹툰으로 현재 연재하고 있는 구아진 작가의 ‘미래의 골동품가게’를 2022년 부천만화대상 수상작으로 선정했다”고 1일 밝혔다. ‘미래의 골동품가게’는 한 저주받은 섬에 사는 소녀가 그 저주를 풀고 세상의 소중한 것들을 지키기 위해 싸우는 얘기를 담았다. 이날 신인만화상은 좀비가 창궐한 뒤 건물에 갇혀 사는 이들의 모습을 코믹하게 그린 이명재 작가의 ‘위 아 더 좀비’가 수상했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개봉 닷새째인 지난달 31일까지 관객 227만 명을 모으며 흥행가도를 달리고 있는 영화 ‘한산: 용의 출현’(한산)에는 압도적인 해상 전투 장면 외에도 눈길을 사로잡은 부분이 있다. 해전이 본격화되는 영화 후반부, 조선 수군이 대사를 할 때 한글 자막이 나온 것. 이순신 장군 역의 배우 박해일이 “준비시켜 놓은 나머지 배들도 내보내거라”라고 말할 때 이 대사가 스크린 하단에 자막으로 뜨는 식이다. 한국어 대사를 한글 자막으로 처리한 전례 없는 장면에 대해 관객들은 대체로 호평을 쏟아냈다. 영화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김한민 감독의 세심함이 돋보이는 자막 덕에 대사를 놓치지 않을 수 있었다. 센스 있고 영리한 선택이다”, “그간 한국 영화를 볼 때 잘 안 들리는 대사에 집중하느라 중요한 장면을 놓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번엔 그럴 일이 없어 좋았다”는 의견이 다수다. 김 감독은 지난달 인터뷰에서 “전쟁의 밀도감을 높이려면 사운드의 힘이 필요한데, 대사를 잘 전달하려면 이 사운드를 눌러버려야 했다”며 “무슨 말인지 안 들린다는 원망도 듣기 싫었고, 전쟁을 생생하게 표현하기 위해 고민 끝에 자막을 쓰기로 했다”고 말했다. “(사운드가 큰) 전쟁 장면에서 시도해볼 필요가 있겠다 싶어 용기를 냈다”는 것. 실제 그의 전작 ‘명량’(2014년) 개봉 당시에도 전투 사운드 때문에 대사가 잘 안 들린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를 자막으로 보완하고 대사 외의 사운드를 살리는 데 집중한 덕에 화포 및 조총 발사 소리, 함선 격파 소리를 최대한으로 담아낸 ‘한산’의 해상전투 장면이 어느 영화보다 생생하고 웅장하다는 평가가 많다. 자막 활용은 ‘한산’이 여름 극장가에서 좋은 평가를 받은 이유 중 하나로도 꼽힌다. 최근 개봉한 ‘헤어질 결심’ ‘브로커’ ‘외계+인’ 등 한국영화 대작을 두고 관객들 사이에서 “대사가 잘 안 들린다”는 지적이 종종 나왔기 때문. 명확한 대사에 대한 갈증이 고조된 시점에 일부 장면에서나마 자막을 단 한국 영화가 나온 셈이다. 일부 관객들은 “‘한산’처럼 다른 한국 영화도 자막을 넣어주면 좋겠다”거나 해외 애니메이션을 더빙판, 자막판으로 분리 편성하듯이 한국 영화도 자막판을 따로 편성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대사가 잘 들리지 않는 건 김 감독 말대로 ‘선택의 딜레마’ 탓도 있다. 한 영화 제작사 대표는 “사운드 믹싱을 할 때 대사를 더 명확하게 처리할 수 있지만 그렇게 하면 효과음 등 나머지 사운드가 약해져 영화의 분위기가 죽는다”며 “국내외를 막론하고 영화 창작자들은 대사냐 사운드냐를 놓고 선택해야 하는 딜레마를 겪기 마련”이라고 설명했다. 팬데믹 기간 넷플릭스 등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이용이 확산된 영향도 있다. 넷플릭스 등은 자국 콘텐츠에도 자국어 자막을 넣어 감상할 수 있게 해 많은 관객들이 여기에 익숙해져버린 것. 일각에선 “OTT의 자막 서비스가 모국어 듣기 능력을 퇴화시켰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 영화 속 자막을 비판하는 의견도 없진 않다. ‘한산’의 자막에 대한 호평이 대다수인 가운데 “자막 때문에 몰입이 깨졌다”, “한국 영화에 한글 자막이 왜 필요하냐”는 의견도 나온다. 정지욱 영화평론가는 “자막은 편리하지만 외국 영화를 볼 때 자막을 읽느라 미장센 등 영화 자체에 몰입하지 못하는 것처럼 영화 감상에 있어 양날의 검”이라며 “‘한산’처럼 불가피한 경우에 한한 전략적 선택이 아니라면 자막 활용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개봉 닷새째인 지난달 31일까지 관객 227만 명을 모으며 흥행가도를 달리고 있는 영화 ‘한산: 용의 출현(이하 한산)’에는 압도적인 해상 전투 장면 외에도 눈길을 사로잡은 부분이 있다. 해전이 본격화되는 영화 후반부, 조선수군이 대사를 할 때 한글 자막이 나온 것. 이순신 장군 역의 배우 박해일이 “준비 시켜놓은 나머지 배들도 내보내거라”라고 말할 때 이 대사가 스크린 하단에 자막으로 뜨는 식이다. 한국어 대사를 한글 자막으로 처리한 전례 없는 장면에 대해 관객들은 대체로 호평을 쏟아냈다. 영화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김한민 감독의 세심함이 돋보이는 자막 덕에 대사를 놓치지 않을 수 있었다. 센스 있고 영리한 선택이다”, “그간 한국영화를 볼 때 잘 안 들리는 대사에 집중하느라 중요한 장면을 놓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번엔 그럴 일이 없어 좋았다”는 의견이 다수다. 김 감독은 지난달 인터뷰에서 “전쟁의 밀도감을 높이려면 사운드의 힘이 필요한데, 대사를 잘 전달하려면 이 사운드를 눌러버려야 했다”며 “무슨 말인지 안 들린다는 원망도 듣기 싫었고, 전쟁을 생생하게 표현하기 위해 고민 끝에 자막을 쓰기로 했다”고 말했다. “(사운드가 큰) 전쟁 장면에서 시도해볼 필요가 있겠다 싶어 용기를 냈다”는 것. 실제 그의 전작 ‘명량(2014년)’ 개봉 당시에도 전투 사운드 때문에 대사가 잘 안 들린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를 자막으로 보완하고 대사 외의 사운드를 살리는데 집중한 덕에 화포 및 조총 발사 소리, 함선 격파 소리를 최대한으로 담아낸 ‘한산’의 해상전투 장면이 어느 영화보다 생생하고 웅장하다는 평가가 많다. 자막 활용은 ‘한산’이 여름 극장가에서 좋은 평가를 받은 이유 중 하나로도 꼽힌다. 최근 개봉한 ‘헤어질 결심’ ‘브로커’ ‘외계+인’ 등 한국영화 대작을 두고 관객들 사이에서 “대사가 잘 안 들린다”는 지적이 종종 나왔기 때문. 명확한 대사에 대한 갈증이 고조된 시점에 일부 장면에서나마 자막을 단 한국영화가 나온 셈이다. 일부 관객들은 “‘한산’처럼 다른 한국영화도 자막을 넣어주면 좋겠다”거나 해외 애니메이션을 더빙판, 자막판으로 분리 편성하듯이 한국영화도 자막판을 따로 편성해야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대사가 잘 들리지 않는 건 김 감독 말대로 ‘선택의 딜레마’ 탓이 큰 부분이 있다. 한 영화 제작사 대표는 “사운드 믹싱을 할 때 대사를 더 명확하게 처리할 수 있지만 그렇게 하면 효과음 등 나머지 사운드가 약해져 영화의 분위기가 죽는다”며 “국내외를 막론하고 영화 창작자들은 대사냐 사운드냐를 놓고 선택해야 하는 딜레마를 겪기 마련”이라고 설명했다. 팬데믹 기간 넷플릭스 등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이용이 확산된 영향도 있다. 넷플릭스 등은 자국 콘텐츠에도 자국어 자막을 넣어 감상할 수 있게 해 많은 관객들이 여기에 익숙해져버린 것. 일각에선 “OTT의 자막 서비스가 모국어 듣기 능력을 퇴화시켰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영화 속 자막을 비판하는 의견도 없진 않다. ‘한산’의 자막에 대한 호평이 대다수인 가운데 “자막 때문에 몰입이 깨졌다”, “한국영화에 한글 자막이 왜 필요하냐”는 의견도 나온다. 정지욱 영화평론가는 “자막은 편리하지만 외국영화를 볼 때 자막을 읽느라 미장셴 등 영화 자체에 몰입하지 못하는 것처럼 영화 감상에 있어 양날의 검”이라며 “‘한산’처럼 불가피한 경우에 한한 전략적 선택이 아니라면 자막 활용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하와이행 비행기에서 치명적인 바이러스가 퍼지는 생화학 테러가 발생한다는 설정의 이 영화는 시작부터 범인이 누구인지 관객에게 알려준다. 김이 빠질 것도 같지만 오히려 범인을 알게 된 뒤 극의 긴장감은 배가된다. 140분에 달하는 러닝타임 대부분에 고도로 몰입하고 긴장하게 된다. 관객은 꼼짝없이 갇힌 승객이 된 듯 공포감에 짓눌리는 경험도 하게 된다. 3일 개봉하는 영화 ‘비상선언’ 얘기다. 영화는 칸 영화제 주연상 수상자인 송강호, 전도연은 물론이고 이병헌 김남길 등 한국 대표 배우들이 총출동해 화제가 된 작품이다. 하지만 배우들보다 더 주목하게 되는 건 이야기 자체와 한재림 감독의 연출력이다. 친구들과의 여행길이 즐거운 중년 여성들 등 승객 면면을 보면 과거 들뜬 마음으로 비행기에 탄 경험이 소환된다. 기내 세트장은 미국에서 가져온 비행기 본체와 부품으로 만든 만큼 진짜 비행기 같다. 이 세트장은 관객들이 도망칠 곳이 없다는 절망감과 공포감을 고스란히 느끼게 만드는 1등 공신. 기체 흔들림을 재현하기 위해 모든 장면은 시종일관 카메라를 손으로 들고 찍는 핸드헬드 기법으로 촬영했다. 비행기 추락 장면에선 세트를 360도로 회전시키고, 세트에 몸을 묶은 스태프들이 이를 촬영해 실제로 추락하는 것처럼 담아냈다. 영화는 딸 치료를 위해 비행기에 탄 재혁(이병헌) 등 승객 및 승무원들이 이끄는 기내 상황과 국토교통부 장관(전도연), 문제의 비행기에 아내가 탑승한 형사 인호(송강호) 등이 이끄는 지상의 재난 대응 상황을 번갈아 보여준다. 장면이 수차례 전환되지만 다큐멘터리처럼 담아낸 촬영 기법과 일관된 사운드 활용 덕에 이질감이 없다. 시나리오는 팬데믹 이전에 완성됐다. 그러나 팬데믹이 끝난 뒤 시나리오를 쓴 것처럼 바이러스 확진자에 대한 혐오, 각국의 봉쇄 조치가 부른 외교문제 등 팬데믹 국면을 꼼꼼하게 담아냈다. 주연 배우 이병헌은 28일 인터뷰에서 “시나리오를 처음 봤을 때는 팬데믹 전이었는데 영화가 현실을 앞서가는 상황이 생겼다”며 “영화를 봤을 땐 팬데믹을 겪고 나서인지 심하게 감정이입이 됐다”고 말했다. 임시완의 광기 어린 테러리스트 연기와 딱딱한 언론 브리핑 말투까지 그대로 살려낸 전도연의 섬세한 연기 등 배우들의 탄탄한 기량은 몰입도를 끌어올린다. 영화 ‘변호인’에서 임시완과 함께했던 송강호는 최근 인터뷰에서 “임시완이 너무 잘해줬다. 영화 ‘범죄도시2’에 손석구가 있다면 ‘비상선언’엔 임시완이 있다”고 극찬했다. 별다른 이유 없는 테러를 동기가 분명한 테러보다 더 설득력 있게 그려낸 시나리오, 기내라는 답답한 공간을 스펙터클하게 활용한 촬영 방법, 뻔한 재난 영화로 만들지 않기 위해 절제를 거듭한 연출이 버무려져 전에 없던 깊이 있는 재난 영화가 탄생했다. 한 감독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특정한 재난이 아니라 재난 자체의 속성을 더 들여다보면 영화에서 더 많은 함의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종교 지도자들이 이명박 전 대통령,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에 대한 특별사면을 촉구했다. 국내 7대 종단 지도자 모임인 한국종교지도자협의회(종지협)는 26일 윤석열 대통령에게 보내는 탄원서를 통해 “(정부가) 국민 통합이라는 시대적 과제에 부응하고자 검토하고 있는 8·15 특별대사면 조치 계획을 적극 지지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 전 대통령과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 (옛 통합진보당) 이석기 전 의원 등 정치인을 비롯해 이 부회장 등 경제인에 대한 사면복권으로 국가적 위기 상황을 극복하는 지혜를 모을 수 있도록 대통령의 통 큰 결단을 요청한다”고 강조했다. 조계종 총무원장 원행 스님이 공동대표 의장인 종지협에는 나상호 원불교 교정원장, 손진우 유교 성균관장, 박상종 천도교 교령, 김희중 한국천주교주교회의 대주교, 김령하 한국민족종교협의회 회장, 김현성 한국기독교총연합회 임시대표회장이 공동대표로 참여하고 있다. 앞서 20일 윤 대통령은 특별사면과 관련해 “사면 범위는 일절 언급하지 않는 게 원칙”이라고 밝힌 바 있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루마니아의 한 명문 학교에서 역사 교사로 일하는 에밀리아(카티아 파스카리우)에게 위기가 닥친다. 남편과 촬영한 성관계 동영상이 유출돼 성인 사이트에 올라온 것. 에밀리아는 급기야 학부모 회의에 불려간다. 고상한 척하는 학부모들과 동료 교사들의 온갖 희롱과 모욕이 쏟아진다. 그는 영상 유출 피해자임에도 마녀사냥을 당하며 궁지에 몰린다. 28일 개봉하는 ‘배드 럭 뱅잉’(사진)은 지난해 베를린 국제영화제에서 최고상인 황금곰상을 받은 영화다. 3부로 나뉜 영화 중 1부는 영상 유출로 난감해진 에밀리아가 거리를 오가는 모습을 추격하듯 촬영하는 식으로 그의 하루를 따라간다. 2부는 이야기 전개를 멈추고 루마니아의 악명 높은 독재자 차우셰스쿠, 인종 차별 등 70여 개 키워드와 이미지를 차례로 보여준 뒤 관련 내용을 자막으로 설명한다. 예를 들면 루마니아 민족시인 에미네스쿠를 키워드로 그의 얼굴이 들어간 지폐를 보여준 뒤 ‘우리의 양심’이라는 설명을 붙이는 식이다. 3부는 에밀리아가 학부모 회의에서 겪는 이야기를 담았다. 2부에서 소개된 키워드는 3부와 긴밀하게 연결된다. 3부에서 학부모들은 양심의 상징인 에미네스쿠를 칭송하지만 피해자인 에밀리아를 맹비난하고 자녀들의 성인 사이트 접속을 방치한 자신들에게는 관대한, ‘양심 없는 모습’으로 일관한다. 학부모들은 1989년 무너진 차우셰스쿠 독재정권을 비난하지만 이들이 하는 행동은 독재정권의 전체주의 그 자체다. 라두 주데 감독은 새로운 연출법으로 서사를 이끄는 한편 고국 루마니아에서 이뤄진 독재와 전체주의, 집시 차별, 현대인의 각종 위선을 블랙코미디 형식으로 유쾌하게 꼬집는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동유럽의 낯선 국가 우크라이나가 이웃 나라처럼 친숙해진 건 올해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부터다. 결사항전 중인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뉴스를 통해 숱하게 접한 덕분인지 지척인 일본의 기시다 후미오 총리보다 가깝게 느껴질 정도다. 그러나 이뿐이다. 전쟁과 젤렌스키 대통령 외에 정작 우크라이나에 대해 제대로 아는 사람은 드물다. 이 책은 친숙해진 듯하지만 여전히 낯선 나라, 우크라이나의 역사를 아우른다. 우크라이나 출신의 미국 하버드대 역사학과 석좌교수인 저자는 “역사는 현재에 대한 혜안을 제공해 미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고 책을 썼다”고 말한다. 전쟁은 물론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강제 합병 등으로 끝없는 고통을 겪고 있는 조국에 대한 깊은 애정이 묻어난다. 책은 우크라이나 땅인 흑해 북쪽 지역에 네안데르탈인이 정착했던 기원전 4만5000년경에서부터 출발해 우크라이나의 근원을 파고든다. 이란계 여러 부족이 혼합된 스키타이인이 거주했던 기원전 5세기∼기원전 4세기 이야기부터 소련시대 마침표를 찍었던 1991년 12월 우크라이나인의 독립투표, 2008년 우크라이나가 유럽연합(EU) 가입 희망을 선언하며 고조된 전쟁 위기, 2019년 5월 젤렌스키 대통령 선출, 최근의 전쟁에 이르기까지 총망라한다. 우크라이나의 위기가 왜 제3차 세계대전의 위기로 직결되는지, 복잡한 국제 정세에 대한 치열한 분석이 인상적이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국내 박스오피스 사상 최고 흥행(1761만 명 관람) 기록을 세운 영화 ‘명량’(2014년)의 김한민 감독. 그는 이번에도 한국 관객이 무엇을 원하는지를 정확히 짚어냈다. 영화는 8년 전보다 절제되고 세련돼졌다. ‘국뽕’은 적당할 만큼만 넣었고, ‘명량’에서 과도하다는 지적이 나온 신파와 비장함을 최대한 걷어냈다. 해상 전투를 구현한 장면은 한층 세밀하고 입체적으로 담겼다. 8년 만에 나온 ‘명량’ 후속편, ‘한산: 용의 출현’ 이야기다. 27일 개봉하는 영화는 임진왜란 당시인 1592년 7월 한산섬 앞바다에서 전라좌수사 이순신, 경상우수사 원균 등이 이끈 조선 수군이 왜군 주력 부대를 무찌른 한산대첩을 다룬다. ‘명량’이 다룬 명량대첩에서 5년을 거슬러 올라간 것. 압권은 판옥선이 주력인 조선 수군과 안택선이 주력인 왜군이 한산도 앞바다에서 정면대결을 펼치는 장면.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21일 진행된 인터뷰에서 김 감독은 “‘명량’ 때 겪은 시행착오가 이번 영화를 찍는 데 큰 힘이 됐다”며 “당시와 달리 물에 배를 띄워 찍지 않고 스케이트장에 세트를 만들어 촬영했다”고 했다. 이순신이 거듭 고심하며 그려낸 해상 작전지도 격인 ‘학익진도(鶴翼陣圖)’가 실전에서 구현되는 모습은 장관이다. 조선 수군의 전략무기격인 거북선이 등장할 때는 귀를 때리는 웅장한 사운드가 더해지면서 압도적인 위용을 과시하는 용이 출현하는 듯하다. 김 감독이 무엇보다 공을 들인 건 고증이다. 특히 거북선 고증을 위해 각종 사료를 섭렵했다. 그는 “거북선은 2층인지 3층인지, 각이 졌는지 아닌지 자료마다 달라 조사하면 할수록 헷갈리더라”며 “각종 사료를 기반으로 한 다음, 실제 전장에서 어떤 형태의 거북선이 효용성이 높을지를 추론해 가장 적합한 거북선을 탄생시켰다”고 했다. 사실과 추론을 더해 거북선을 세공해낸 다음 위엄 있는 방식으로 등장시킨 덕에 영화 주인공이 거북선으로 보일 정도다. 화포 등 무기 발사 음향과 긴장감을 더해줄 사운드가 뒤섞여 배우들 대사가 잘 안 들릴 수 있는 해전 장면에서 자막을 넣는 과감한 선택을 한 점도 눈에 띈다. 영화가 과도하게 비장해지지 않도록 수위를 조절한 일등공신은 이순신 역의 배우 박해일이다. ‘명량’의 최민식이 용맹스러운 이순신을 강조했다면 박해일은 지략가 면모를 부각한다. 김 감독은 박해일에게 촬영 전 “연기를 안 하는 듯 연기하되 에너지는 잃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자”는 고난도 제안을 했다. 실제로 박해일의 대사량은 주인공 치고는 매우 적은 편이지만 눈빛과 특유의 분위기로 절제된 위엄을 보여준다. 이날 인터뷰에서 박해일은 “가만히 서있는 것조차도 하나의 대사라고 생각하며 연기했다”고 했다. 왜군 수군 최고 사령관 와키자카 역의 변요한, 원균 역의 손현주, 수군향도 어영담 역의 안성기 등 배우들의 빈틈없는 연기와 긴장감 넘치는 호흡, 8년간 칼을 간 듯한 김 감독의 연출력이 버무려지며 전편을 뛰어넘는 명작이 완성됐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여름방학 극장가에 애니메이션 영화가 쏟아지고 있다. 이 영화들은 매주 한 편 이상 개봉하며 어린이들이 극장을 찾게 하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어린이 관객의 복귀는 극장가가 예년의 영광을 되찾는 마지막 관문으로 해석된다. 첫 테이프를 끊은 작품은 ‘미니언즈2’. 20일 개봉한 이 영화는 전날까지 사전 예매 관객 수 15만 명을 넘어서며 같은 날 개봉한 한국영화로 순제작비 330억 원이 투입된 여름 극장가 최대 기대작 ‘외계+인 1부’는 물론이고 할리우드 대작 ‘탑건: 매버릭’ 등을 누르고 실시간 예매율 1위에 올라섰다. ‘미니언즈2’는 어린이는 물론 미니언 캐릭터들이 조연으로 나온 ‘슈퍼배드1’(2010년)부터 미니언즈 팬이 된 어른까지 다양한 연령의 관객을 불러 모으는 분위기다. ‘미니언즈2’는 최고의 악당을 보스로 섬기는 것이 목표인 미니언들이 세계 최고 악당을 꿈꾸는 초등학생 그루와 함께 ‘6인의 악당’을 만나 벌이는 이야기를 다룬다. 각각의 개성을 가진 미니언들이 무국적어를 남발하며 보여주는 ‘병맛’스러운 모습은 관객을 시종일관 웃게 만든다. 극강의 귀여움을 간직한 이들 캐릭터는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된다. 올해 4월 그래미상에서 올해의 프로듀서상을 받은 잭 안토노프가 ‘Funky Town’ 등 1970년대 히트곡들을 재해석해 담아낸 사운드트랙은 어른들의 향수를 자극한다. 어린이와 어른이 모두 열광할 요소가 많은 만큼 세대를 아우르는 흥행작이 될 것이란 기대가 높다. 28일에는 ‘어린이들의 대통령’ 뽀로로가 돌아온다. ‘뽀로로 극장판 드래곤캐슬 대모험’은 꼬마가 돼버린 드래곤 왕국의 왕 아서가 뽀로로, 크롱 등과 함께 악당 마법사 게드에 맞서 싸우는 이야기를 다룬다. 뽀로로 시리즈 극장판으로는 6번째 영화. 2013년 첫 극장판 ‘뽀로로 극장판 슈퍼썰매 대모험’은 93만 명이 관람해 어린이영화로는 대박에 가까운 흥행을 기록하며 뽀로로의 저력을 보여줘 이번에도 흥행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극장판 도라에몽: 진구의 우주소전쟁’도 다음 달 3일 개봉한다. 국내에서 15번째로 개봉하는 도라에몽 시리즈로 진구가 주운 작은 로켓 안에서 작은 별 피리카의 대통령인 우주인 파피가 나타나고 도라에몽과 진구가 그와 친구가 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다. 다음 달 개봉하는 애니메이션 영화 중 가장 큰 관심을 모으는 건 ‘DC 리그 오브 슈퍼-펫’(8월 10일). 악당 렉스 루터와 기니피그 룰루의 계략으로 슈퍼맨 등 저스티스리그의 슈퍼 히어로들은 위험에 빠진다. 이에 강아지 시절 슈퍼맨과 함께 크립톤 행성에서 지구로 온 슈퍼도그 크립토와 초고속 거북이 머튼 등 초능력을 가진 동물들은 슈퍼 히어로 구하기에 나선다. 슈퍼맨, 배트맨 캐릭터가 중심인 ‘DC 유니버스’를 확장한 만큼 어린이 관객은 물론 기존 DC 팬도 극장을 찾을 것으로 보인다. 이 외에도 ‘바다 탐험대 옥토넛: 탐험선 대작전’(8월 11일) ‘극장판 살아남기 시리즈: 인체에서 살아남기’(8월 10일) ‘블레이드 퍼피 워리어’(8월 중)가 가족 관객 선점을 위한 치열한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롯데시네마를 운영하는 롯데컬처웍스의 이신영 커뮤니케이션팀장은 “팬데믹 기간 3명 이상 함께 온 관객이 크게 줄었는데 부모들이 감염병에 취약한 어린이들을 영화관에 보내길 꺼렸기 때문으로 보인다”며 “어린이 및 가족 단위 관객 복귀는 영화관을 안전한 공간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는 뜻인 만큼 애니메이션 영화 개봉을 계기로 극장가가 팬데믹 이전 상태로 돌아가길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여름방학 기간 극장가에는 애니메이션 영화가 쏟아지는 모습이다. 이들 영화는 매주 한 편 이상 개봉하며 엔데믹에도 여전한 감염 우려 탓에 극장가 복귀를 꺼리는 최후의 관객층, 어린이들이 극장을 찾게 하는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어린이 관객의 복귀는 극장가가 예년의 영광을 되찾는 마지막 관문으로 해석된다. 애니메이션 릴레이 개봉의 첫 테이프 끊은 작품은 ‘미니언즈2’. 20일 개봉한 이 영화는 이날 오후 1시 반 기준 예매 관객 수 13만 2000명을 넘어섰다. 같은 날 개봉한 한국영화로 순제작비 330억 원이 투입된 여름 극장가 최대 기대작 ‘외계+인 1부’는 물론 할리우드 대작 ‘탑건: 매버릭’ 등을 누르고 실시간 예매율 1위에 올라섰다. ‘미니언즈2’는 어린이들은 물론 미니언 캐릭터들이 조연으로 나온 ‘슈퍼배드1(2010년)’부터 미니언즈 팬이 된 어른들까지 다양한 연령층의 관객을 불러 모으는 분위기다. ‘미니언즈2’는 최고의 악당을 보스로 섬기는 것이 목표인 미니언들이 세계 최고의 악당을 꿈꾸는 초등학생 ‘그루’와 함께 ‘6인의 악당’을 만나 벌이는 이야기를 다룬다. 각각의 개성을 가진 미니언들이 무국적어를 남발하며 보여주는 ‘병맛’스러운 모습은 관객들을 시종일관 웃게 만든다. 극강의 귀여움을 간직한 이들 캐릭터는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된다. 올해 5월 그래미상에서 올해의 프로듀서상을 받은 잭 안토노프가 ‘Funky Town’ 등 1970년대 히트곡들을 재해석해 담아낸 사운드트랙은 어른들의 향수를 자극한다. 어린이와 어른들이 모두 열광할 요소가 많은 만큼 전 세대를 아우르는 흥행작이 될 것이란 기대가 높다. 28일에는 어린이들의 대통령, 뽀로로가 돌아온다. 이날 개봉하는 ‘뽀로로 극장판 드래곤캐슬 대모험’은 꼬마가 돼버린 드래곤 왕국의 왕 아서가 뽀로로, 크롱 등과 함께 악당 마법사 게드에 맞서 싸우는 이야기를 다룬다. 뽀로로 시리즈 극장판으로는 6번째 영화. 2013년 첫 극장판 ‘뽀로로 극장판 슈퍼썰매 대모험’이 관객 93만 명을 동원하는 등 어린이영화로는 대박에 가까운 흥행을 기록하며 뽀로로의 저력을 보여준 만큼 이번에도 흥행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극장판 도라에몽: 진구의 우주소전쟁’도 다음달 3일 개봉한다. 국내에서 15번째로 개봉하는 도라에몽 시리즈로 진구가 주운 작은 로켓 안에서 작은 별 ‘피리카’의 대통령인 우주인 ‘파피’가 나타나고 도라에몽과 진구가 그와 친구가 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다. 다음달 개봉하는 애니메이션 영화 중 가장 큰 관심을 모으는 건 ‘DC 리그 오브 슈퍼-펫(8월 10일)’. 악당 렉스 루터와 기니피그 룰루의 계략으로 슈퍼맨 등 저스티스 리그의 슈퍼 히어로들은 위험에 빠진다. 이에 강아지 시절 슈퍼맨과 함께 크립톤 행성에서 지구로 온 슈퍼독 ‘크립토’와 초고속 거북이 ‘머튼’ 등 초능력을 가진 동물들은 슈퍼 히어로 구하기에 나선다. 슈퍼맨, 배트맨 캐릭터가 중심인 ‘DC 유니버스’를 확장한 만큼 어린이 관객은 물론 기존 DC팬들도 극장을 찾을 것으로 보인다. 이 외에도 ‘바다 탐험대 옥토넛(8월 9일)’ ‘극장판 살아남기 시리즈: 인체에서 살아남기(8월 10일)’ ‘블레이드 퍼피 워리어(8월 중)’ 등이 어린이를 포함한 가족 단위 관객 선점을 위한 치열한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이신영 롯데컬쳐웍스(롯데시네마 운영) 커뮤니케이션팀장은 “팬데믹 기간 3인 이상 동반 관람 관객이 크게 줄었는데 감염병에 취약한 어린이들을 영화관에 보내길 꺼려하는 부모들이 늘었기 때문으로 보인다”며 “어린이 및 가족 단위 관객 복귀는 영화관을 안전한 공간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는 뜻인 만큼 애니메이션 영화 개봉을 계기로 극장가가 팬데믹 이전 상태로 완전히 돌아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사람에게 등급을 매기고 조건으로 사랑을 찾는다는 속물적이고 자극적인 소재가 해외에선 신선하고 호기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15일 전 세계에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블랙의 신부’에서 주인공 서혜승 역을 맡은 배우 김희선(사진)은 18일 언론과의 화상 인터뷰에서 드라마 출연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드라마는 사랑이 아닌 조건을 거래하는 상류층 결혼정보회사에서 펼쳐지는 복수와 욕망의 스캔들을 담아냈다. 공개 직후 시청자들 사이에선 ‘막장 드라마에 가깝다’는 평이 쏟아졌다. 이에 대해 김희선은 “문화가 달라도 욕망은 똑같지 않나. 세계에도 충분히 통할 소재라고 생각했다. 욕하면서 보는 드라마는 옛날부터 사람들이 좋아하는 장르”라며 “이 드라마는 반전에 반전이 있는 사이다 같은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블랙의 신부’ 극본은 ‘어머님은 내 며느리’ 등 지상파 일일 드라마를 주로 써온 이근영 작가가 맡았다. 드라마는 세계인들의 호기심을 어느 정도 자극하는 데 성공했다. 해외에선 ‘Remarriage & Desires(재혼과 욕망)’이라는 영어 제목으로 스트리밍 서비스 중인 이 드라마는 17일 현재 넷플릭스 드라마 중 세계 8위다. 김희선은 “‘오징어게임’이 세계적인 인기를 얻으면서 넷플릭스와 작업하고 싶다고 생각했다”며 “공개 이틀 만에 글로벌 8위에 오른 게 실감나지 않는다”고 했다. “1990년대 활동할 때보다 콘텐츠도, 소재도 다양해져서 아이를 낳은 40대 중반의 여배우가 할 수 있는 역할이 늘었어요. 시대가 변하면서 기회가 많아져 감사하죠. 다양한 연기를 하겠지만 앞으로도 ‘예쁜 배우’로 불리고 싶은 마음은 당연합니다.(웃음)”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