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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모빌리티가 일부 지역에서 운영 중인 전기자전거 서비스의 분당 이용 요금을 현재의 100원에서 최대 150원으로 올리기로 했다. 택시 호출을 포함해 다양한 모빌리티 사업을 벌이고 있는 카카오모빌리티가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수익성 확보에 나서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8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모빌리티는 다음 달 6일부터 카카오T 바이크 요금제에서 15분 기본요금을 없애고 분당 요금을 현재의 100원에서 140∼150원으로 올리기로 했다. 이에 따라 기본요금 1500원(15분 기준)에 이후 분당 100원을 부과했던 경기 성남시와 하남시 등에서는 다음 달 6일부터 기본요금 200원(0분)에 분당 150원을 받는다. 30분을 쓴다면 요금이 기존 3000원에서 4700원으로 오르는 셈이다. 카카오모빌리티는 2019년 3월 카카오T 바이크 서비스를 시작했다. 현재는 전국 12개 지역에서 1만여 대의 전기자전거를 운행 중이다. 사실상의 요금 인상으로 고객 부담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카카오모빌리티 관계자는 “고객들의 이용 형태를 분석한 결과 단거리 이용이 많은 상황을 감안해 요금제에 반영한 것”이라고 밝혔다. 택시·대리기사 호출, 퀵·택배 서비스 등 다양한 사업을 펼치고 있는 카카오모빌리티는 최근 택시 ‘스마트호출’ 서비스 요금을 기존의 1000원에서 최대 5000원까지의 탄력 요금제로 변경한 바 있다. 또 최근 신규 법인을 통해 대리운전업계 1위인 ‘1577 대리운전’ 서비스를 넘겨받고 전화 호출 시장에도 진입하면서 ‘골목상권 침해’라는 논란을 빚고 있다. IT 업계 관계자는 “모빌리티 시장에서의 지배력을 바탕으로 서비스 영역을 넓히면서 수익성 확보에도 나서는 상황으로 보인다”고 말했다.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카카오모빌리티가 일부 지역에서 운영 중인 전기자전거 서비스의 분당 이용 요금을 현재의 100원에서 최대 150원으로 올리기로 했다. 택시 호출을 포함해 다양한 모빌리티 사업을 벌이고 있는 카카오모빌리티가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수익성 확보에 나서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8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모빌리티는 다음달 6일부터 카카오T 바이크 요금제에서 15분 기본요금을 없애고 분당 요금을 현재의 100원에서 140~150원으로 올리기로 했다. 이에 따라 기본요금 1500원(15분 기준)에 이후 분당 100원을 부과했던 경기 성남시와 하남시 등에서는 다음달 6일부터 기본요금 200원(0분)에 분당 150원을 받는다. 30분을 쓴다면 요금이 기존 3000원에서 4700원으로 오르는 셈이다. 또 경기 안산시와 대구, 부산, 광주, 대전에서는 기본요금 300원(0분)에 1분당 요금 140원으로 바뀐다. 마찬가지로 30분을 이용을 기준으로 했을 때 이용요금이 기존 3000원에서 4500원으로 오르는 셈이다. 카카오모빌리티는 2019년 3월 카카오T 바이크 서비스를 시작했다. 현재는 전국 12개 지역에서 1만여 대의 전기자전거를 운행 중이다. 사실상의 요금 인상으로 고객 부담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카카오모빌리티 관계자는 “고객들의 이용 형태를 분석한 결과 단거리 이용이 많은 상황을 감안해 요금제에 반영한 것”이라고 밝혔다. 택시·대리기사 호출, 퀵·택배 서비스 등 다양한 사업을 펼치고 있는 카카오모빌리티는 최근 택시 ‘스마트호출’ 서비스 요금을 기존의 1000원에서 최대 5000원까지의 탄력 요금제로 변경한 바 있다. 또 최근 신규법인을 통해 대리운전업계 1위인 ‘1577 대리운전’ 서비스를 넘겨받고 전화 호출 시장에도 진입하면서 ‘골목상권 침해’라는 논란을 빚고 있다. IT 업계 관계자는 “모빌리티 시장에서의 지배력을 바탕으로 서비스 영역을 넓히면서 수익성 확보에도 나서는 상황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요즘 차와 차 업계를 이야기하는 [김도형 기자의 휴일차(車)담] 오늘은 제가 그동안 경험해 본 다양한 브랜드의 자동차에서 인상적이었던 부분을 이야기해 볼까 합니다.지난주부터 오래간만에 휴일차담을 재개했습니다만… 최근 저의 취재 영역이 자동차에서 IT분야로 바뀌면서 휴일차담은 이번 주와 다음 주 정도가 마지막 연재일 듯 합니다. 그래서 오늘은 2년 반 동안 자동차 업계를 출입하는 기자로 여러 종류의 차를 타본 경험을 편하게 한번 정리해 보려는 생각인데요.제 마음대로 여러 브랜드의 장점을 조합해 볼 수 있다면 이 브랜드의 이런 장점만은 꼭 쓰고 싶다는 것을 편하게 얘기해 보려고 합니다. 어떤 차의 주행 성능과 승차감이 뛰어난지, 어떤 브랜드의 내·외장 디자인이 가장 매력적인지… 이런 핵심적인 영역을 비교해 보려는 것은 아닙니다.이런 영역은 각 브랜드의 자존심이 걸린 문제이고 ‘가격’이라는 변수와 무관하지 않은 이슈이기 때문에 ‘단순히 어떤 차가 좋더라’고 쉽게 얘기하기 힘들기도 합니다.오늘의 이야기는 여러 종류의 자동차가 가진 특징에 대한 저의 개인적인 생각으로 편하게 봐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https://www.donga.com/news/Series/70010900000002● 파워트레인은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의 장점이 뚜렷차를 선택할 때 가장 중요한 요소 가운데 하나가 파워트레인입니다. 기존 내연기관차에서는 엔진과 변속기를 얘기하는 개념입니다.전기차가 급속히 확산되는 상황에서 보자면 어떻게 동력을 발생시켜서 구동계통으로 전달하느냐의 문제 전반으로 볼 수도 있겠습니다.내연기관차냐 전기차냐 하이브리드차 수소전기차냐… 내연기관차라면 몇 기통에 배기량이 얼마나 되는 엔진에 어떤 변속기를 물렸느냐는 문제 등이 있을 텐데요.제가 경험해 본 바로는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가 가진 장점이 가장 뚜렷해 보입니다.플러그인하이브리드는 내연기관차의 엔진과 배터리 전기차(BEV)의 배터리를 모두 가진 개념의 차인데요.내연기관과 배터리 각자의 능력만으로 주행이 가능하고 외부 전력을 이용해 배터리 충전도 할 수 있는 차입니다. 도심의 짧은 거리 주행 정도는 배터리만으로도 해결할 수 있으면서 내연기관을 자유롭게 쓸 수 있어서 주행거리 측면에서 제약이 없다는 장점이 있습니다.실제로 경험해 본 플러그인하이브리드 차량은 기존보다는 배기량과 출력을 줄인 내연기관에 배터리의 힘이 더해지는데 기대 이상의 힘을 보여준다는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내연기관차와 이질감이 별로 없으면서도 나름대로 친환경을 얘기할 수 있다는 점이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차량의 장점입니다.물론, 단점도 있습니다. 내연기관차, 전기차, 하이브리드차가 가진 특징을 모두 포함해야 하기 때문에 구조가 복잡합니다.그런 만큼 제조비용이 많이 들 수밖에 없고 차량 공간 측면에서도 조금 불리합니다.● 변속레버는 ‘컬럼식’에 한 표파워트레인을 얘기한 김에 변속레버 조작 방식을 이어서 얘기해보겠습니다.기계식·전자식 기어봉, 버튼식, 다이얼식 등 다양한 방식으로 변속기를 조작하는 차를 타봤습니다만…저는 메르세데스벤츠와 테슬라가 주로 선택하고 있는 칼럼식 변속레버의 장점이 확실하다고 느꼈습니다. 변속레버를 운전대 오른쪽에 방향지시등처럼 배치하는 방식인데요. 어차피 수동 변속기가 거의 사라진 시대에 운전가 선택할 변속 옵션은 전진(D), 후진(R), 주차(P) 정도가 거의 전부입니다.이런 변속을 위해서 매번 고개를 오른쪽 아래쪽으로 크게 돌릴 필요는 없다는 것을 이 칼럼식 변속레버를 써보면 알 수 있습니다.오른속으로 레버를 위로 치면 후진, 아래로 치면 전진, 엄지 손가락으로 버튼을 누르면 주차. 단순합니다.조금만 손에 익으면 시선을 돌릴 이유도 손을 멀리 가져갈 필요도 없이 변속이 가능합니다.후발주자인 테슬라도 이런 방식을 이용하고 있는데요. 메르세데스벤츠가 이용하는 방식을 그대로 따른 이유가 분명히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오토홀드 활성화 방법도 메르세데스벤츠의 장점메르세데스벤츠의 차를 시승하면서 편리했던 것이 또 있습니다. 바로 오토홀드 기능을 활성화시키는 방식입니다.오토홀드는 운전자가 브레이크 페달을 끝까지 밟아서 차를 정차시키고 난 뒤에 브레이크 페달에서 발을 떼도 차가 스스로 제동 상태를 유지하는 기능인데요.대부분의 브랜드는 버튼을 눌러서 이 기능을 켜놓으면 브레이크를 끝까지 밟았을때 이 기능이 자연스레 활성화되는 방식을 활용합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좀 다른 방식을 주로 이용하는데요. 끝까지 브레이크를 밟은 상태에서 브레이크 페달을 한번 더 꾹 밟아주면 오토홀드 상태로 전환됩니다.버튼을 눌러서 오토홀드 기능을 켜고 끄는 일반적인 방식이 가진 단점은 주행을 끝내고 주차장에 들어왔을 때 느낄 수 있습니다.전·후진을 반복해서 차를 주차해야 할 때 오토홀드 기능이 켜져 있으면 불편하기 때문에 버튼을 찾아서 기능을 따로 꺼줘야 합니다.또 오토홀드가 꺼진 상태로 도심 주행을 하다가 불편함을 느낄 때도 마찬가지로 버튼을 찾아서 다시 켜줘야 합니다.하지만 메르세데스벤츠의 방식은 발을 한 번 더 밟아주면 되기 때문에 이런 번거로움이 없다는 장점이 있습니다.메르세데스벤츠의 파워트레인이나 기본기 등에 대한 평가와는 별개로 실제로 시승을 해 볼 때마다 이런 오토홀드 방식과 칼럼식 변속레버의 편리함은 꽤 의미가 있어 보였습니다.참고로, 경찰에서는 오토홀드 기능이 도심 접촉사고의 주요한 원인 중 하나라고 얘기를 하니 독자 여러분들도 주의하시면 좋을 듯 합니다.오토홀드가 켜진 것으로 알고 브레이크 페달에서 발을 떼고 스마트폰을 보다가 앞차를 추돌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것입니다.●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은 볼보와 현대차저는 시승을 할 때마다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을 비롯한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을 최대한 충분하게 써보려고 많이 노력했습니다.실제 활용도가 높은 편이고 앞으로 더 중요해질 기능인데 브랜드별로 차이가 꽤 느껴지는 기술이었기 때문입니다.그리고 각 브랜드에 물어보면 어느 브랜드의 기술이 더 뛰어난지 보다는 각 브랜드의 원칙과 선택이라는 측면에서 그런 차이가 발생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아무튼, 저는 국내에서 운전을 한다면 볼보와 현대차의 ADAS를 적절히 섞어서 쓰는 것이 가장 좋지 않을까 싶었습니다.우선 ‘파일럿 어시스트’라는 개념을 적용하는 볼보는 운전대에서 손을 떼는 걸 거의 허용하지 않는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운전대에서 손을 떼면 그 직후부터 계속 경고하다가 기능을 꺼버립니다. 물론 어렵지 않게 다시 활성화시킬 수 있지만 성가실 정도로 경고하고 또 경고합니다.어떻게 보면 불편합니다. 하지만 운전의 가장 중요한 기본은 안전일 수밖에 없습니다.때로는 운전자 스스로 방심할 수 있다는 이유 때문에라도 볼보가 가진 “운전대 놓지 마세요”라는 원칙이 저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현대차그룹의 ADAS는 전반적으로 볼보에 비해 꽤 관대한 편인데요. 조금 느슨하게 경고하는 편이고 국내 고속도로 주행에 최적화된 느낌입니다.지도 정보와 연동해 속도 단속 구간에서는 스스로 속도를 줄이는 기술 등은 장거리 운전을 한결 편하게 만들어 줍니다.사실, 제가 경험해 본 거의 모든 브랜드가 상당히 믿을만한 ADAS로 안전하면서도 편리한 운전을 도와주는 것 같았습니다.운전자가 ADAS에 과도하게 의존하면서 운전대에서 손을 떼는 문제에 대해서도 볼보와는 다른 방식으로 엄격하게 대응하는 브랜드가 많았습니다.운전자가 차의 경고를 무시하면 해당 주행에서는 다시 기능을 켤 수 없도록 하는 등의 방식입니다.안전과 직결되는 기술이기 때문에 많은 브랜드가 공을 들이고 있고 기술적으로도 거의 편차가 없다는 생각입니다.사실, 테슬라가 ‘오토파일럿’ 혹은 ‘풀 셀프 드라이빙’이라고 이름 붙인 기능들도 자율주행이 아니라 이 ADAS에 해당하는데요.저는 테슬라의 방식은 종종 꽤 위험한 상황을 빚어낼 수 있다고 느꼈습니다.이런 기능에 대한 테슬라의 작명에 문제가 있다는 점은 제가 다른 칼럼(news.naver.com/main/read.naver?mode=LSD&mid=sec&sid1=110&oid=020&aid=0003353040)에서도 지적한 바 있으니 함께 보셔도 좋을 듯 합니다.● 차량용 소프트웨어는 ‘테슬라’가 압도적 테슬라 얘기를 시작했으니 ‘소프트웨어’를 한번 살펴보겠습니다.요즘 차는 빠르게 IT 기기로 변하고 있습니다. 정말로 달리는 스마트폰이 될 시점이 멀지 않아 보입니다.자동차에서 ‘소프트웨어’라는 개념이 갈수록 중요해지는 이유인데요.이런 측면에서 봤을 때, 테슬라의 강점은 말 그대로 압도적인 듯 합니다.테슬라의 모델S를 짧게 시승해 본 기간만으로도 충분히 느낄 수가 있었는데요.테슬라코리아에서 시승차를 인도받으면서 속도 제한을 푸는 걸 보면서부터 ‘다른 차들과는 전혀 다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차량용 소프트웨어를 통해서 원격으로 최고 속도를 포함해 차의 다양한 기능을 설정할 수 있다는 개념 자체가 기존의 자동차와는 차원이 다른 것입니다.여전히 차가 중심에 있고 그 위에 새로운 소프트웨어를 계속 추가하는 것 같은 기존의 브랜드와는 달리 잘 설계된 소프트웨어 위에 차를 올려놓았다는 것이 테슬라에서 받은 인상입니다.실제로 테슬라는 다양한 종류의 무선 업데이트를 통해서 이런 특징을 잘 보여주기도 합니다.차의 기계적인 성능까지도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로 조절을 할 수 있다는 개념은 기존의 브랜드에게는 충격에 가까운 개념입니다.주변을 지나가는 차가 승용차인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지, 트럭인지까지를 화면으로 보여주는 테슬라 차량의 놀라운 특징은 기존 휴일차담(news.naver.com/main/read.naver?mode=LSD&mid=sec&sid1=103&oid=020&aid=0003331362)을 통해 다시 보셔도 좋을 듯 합니다.● 마세라티의 배기음과 현대 고성능차 ‘NGS’ 버튼도 큰 재미 차를 타면서 톡톡 튀는 재미를 느끼는 경우도 있습니다. 특히 고성능을 앞세운 차들이 주는 재미가 적지 않은데요.배기음 측면에서는 마세라티라는 브랜드가 주는 강렬함이 실제로도 상당했습니다.마세라티 브랜드 안에서는 낮은 가격대인 스포츠 세단 ‘기블리’를 타보면서 중후한 배기음의 매력을 충분히 느껴볼 수 있었는데요.공회전 상태와 저속에서도 충분히 ‘크르릉’ 소리를 내고 속도를 높여도 과하게 커지지 않는 느낌이었는데 왜 마세라티라는 브랜드에서 그렇게 소리를 강조하는지 고개를 끄덕일 만했습니다.이 차에서는 작은 버튼으로 가속·브레이크 페달의 위치를 조절할 수 있는 ‘파워 풋 페달’ 기능도 눈에 띄었습니다.운전석 위치와 스티어링 휠 위치만이 아니라 페달의 위치까지 조절을 할 수 있다면 운전가가 원하는 자세로 운전을 즐길 수 있는 ‘옵션’이 늘어날 수 있습니다.고성능 브랜드로 ‘N’을 내세운 현대차에도 꽤 재미난 기능이 있었습니다. N 브랜드의 차량이 갖고 있는 NGS(N Grin Shift) 버튼인데요.제가 타본 벨로스터N의 경우 이 버튼을 누르면 20초 동안 추가적인 가속력을 쓸 수 있었습니다. 보통 도로에서 실제로 얼마나 활용성이 있겠습니까만…20초라는 한정된 시간이 점차 줄어드는 모습을 동그란 원으로 보여주는 이미지까지 만화영화 같은 재미를 주는 기능입니다.● AMG의 ‘원맨-원엔진’, 롤스로이스의 ‘에포트리스 도어’… 비싼 차들만의 ‘플렉스’상당히 비싼 차들을 시승할 때 느낄 수 있는 ‘그들만의 세계’도 있습니다.메르세데스벤츠의 고성능차 라인인 AMG의 경우 엔지니어 한 명이 AMG 엔진 하나의 조립을 처음부터 끝까지 전담하고 제작을 마치면 담당 엔지니어의 이름을 해당 엔진에 새기는 ‘원 맨-원 엔진’이라는 원칙을 지키고 있습니다.8기통 엔진을 눈으로 확인해보면 엔지니어의 이름이 쓰여 있는 배지를 눈으로 볼 수 있습니다. AMG 차량들은 가격이 상당한데, 그만큼 특별한 차를 타고 있다는 ‘감성’을 공략하는 부분이겠습니다.고급차의 대명사 같은 롤스로이스는 앞문과 반대 방향으로 열리는 ‘코치 도어’인 뒷문이 유명한데요.‘뉴 고스트’를 시승하면서는 문손잡이를 계속 당기고만 있어도 천천히 문이 열리고, 손으로 직접 문을 밀 때도 내부의 모터가 슬며시 힘을 보태주는 ‘에포트리스 도어’가 기억에 남습니다.문을 힘껏 닫지 않아서 조금 덜 닫혔을 때, 차가 알아서 문을 꽉 닫아주는 ‘소프트 클로징 도어’는 판매 가격이 1억 원이 안 되는 차량에 장착되는 경우도 있습니다.하지만 이런 ‘에포트리스 도어’와 같은 개념은 가장 싼 차의 가격도 수 억 원대인 롤스로이스이기에 적용 가능한 개념 아닐까 싶습니다.고속으로 주행해도 바퀴 한 가운데에서는 ‘RR’이라는 로고가 꼿꼿하게 자세를 유지하는 이른바 ‘스피닝 휠캡’ 같은 장치도 당연히 탐이 나는 기술입니다. ● 다양한 브랜드가 경쟁하며 만들어지는 ‘자동차의 세계’ 오늘의 휴일차담은 아무래도 저의 개인적인 인상이 많이 들어갔습니다. 당연히 저와 전혀 다르게 생각하는 분들이 많을 수 있습니다.변속 레버만 해도 여전히 기계식이든 전자식이든 기어봉의 감성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거나 다이얼 혹은 버튼 방식이 좋다고 느끼는 분들이 많을 수도 있습니다.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 문제에서도 테슬라의 도전적인 시도를 높이 평가하는 분이 있을 수 있겠습니다.실제로 정답이 있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다양한 브랜드들이 저마다 다른 철학으로 서로 다른 디자인과 성능의 차를 만들고 있는 것 아닐까 싶습니다.최근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는 수입차들의 공세가 더 거세지는 모양새인데요. 그만큼 다양한 브랜드들이 치열하게 경쟁하는 시장으로 변모하는 것이겠습니다.이런 경쟁으로 ‘자동차의 세계’가 넓어질수록 소비자들에게는 다양한 선택지가 제공될 수 있습니다.성능과 다양한 부가기능 그리고 가격 측면에서도 기업들이 치열하게 경쟁할수록 소비자에게는 유리한 상황이 펼쳐지겠지요.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주에 마지막 휴일차담으로 찾아뵙겠습니다.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전기차로 완전히 전환하겠다고 외치는 자동차 기업이 늘고 있다. 최근엔 메르세데스벤츠가 2025년부터 새 모델은 모두 전기차로 출시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볼보도 2030년까지 모든 차종을 100% 전기차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머지않은 미래에 전기차가 전 세계의 도로를 장악할 것 같은 움직임이다. 하지만 실제로 그렇게 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지금 전 세계에서 운행 중인 자동차는 15억 대쯤 된다. 지난해 순수 전기차 판매는 200만 대를 조금 넘겼다. 보급 속도가 더 빨라져도 전기차가 내연기관차를 모두 대체하려면 상당한 시일이 필요하다. 전환 속도만의 문제는 아니다. 전기차는 전기가 필요하다는 단순한 사실이 큰 제약이 될 수 있다. 전기차는 잘 갖춰진 전력 시스템을 요구한다. 한국 같은 나라라면 큰 문제가 없다. 2030년 전기차 300만 대 보급 계획을 세운 한국은 그에 걸맞은 전력 인프라를 준비할 능력과 자원이 있다. 하지만 개발도상국과 저개발국의 상황은 다르다. 전기차 충전을 위한 인프라와 정부의 보조금 지원 등이 모두 열악할 수밖에 없다. 전 세계 15억 대 자동차 가운데 7억 대 가까운 차량이 아시아와 남미, 중동 등 이른바 신흥시장 도로 위를 달리고 있다. 신흥시장에는 여전히 ‘가성비’ 좋은 내연기관차를 선호하는 지역이 많다. 충전 인프라도 부족한 이런 지역에 내연기관차보다 비싼 전기차를 보급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전기차가 결국 에너지를 소모한다는 점도 봐야 한다. 2030년 국내에 300만 대의 전기차가 보급됐을 때 충전을 위한 주발전원은 석탄화력과 원자력 순서일 것으로 분석된다. 탄소 배출 문제에서 전기차가 내연기관차보다 유리한 것은 틀림없다. 하지만 전기차 비중이 점차 커져 충전을 위한 전력 생산에 더 많은 화석연료가 필요한 상황을 마주한다면 어떻게 될까. 장기적으로는 전기차와 내연기관차, 하이브리드차, 수소전기차 등의 공존이 최적의 대안일 수 있다. 최근 주행거리 연장형 전기차(EREV)라는 기술이 주목받는 것도 눈여겨볼 만하다. 전기로 주행하지만 배터리 충전에 내연기관을 쓰는 기술이다. 충전 역할만 해주면 되기 때문에 회전수를 고정할 수 있는 엔진 기술로 에너지 효율을 높일 수 있고 충전 인프라로 인한 제약은 전기차보다 훨씬 작다. 볼보나 메르세데스벤츠처럼 비싼 차를 파는 자동차 기업이 완전한 전기차 전환을 외치고 있다는 점에도 힌트는 있다. 볼보는 연간 100만 대에 못 미치는 차를 판다. 메르세데스벤츠의 판매량도 200만 대를 조금 넘어서는 수준이다. 이들 브랜드의 주요 시장은 전기차 보급이 활발한 지역이다. 이들보다 훨씬 더 많은 차를 생산해 더욱 다양한 지역에서 판매하고 있는 현대·기아차, 도요타 같은 대중 브랜드는 꽤 먼 미래에도 여전히 많은 양의 내연기관차가 판매되리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전화 통화로 대리운전기사를 부르는 이른바 ‘전화콜’ 시장에 카카오가 본격 진입하려 하자 대리운전 업계가 ‘골목상권 침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4일 대리운전 업계 등에 따르면 카카오모빌리티의 자회사인 CMNP는 전화콜 업계 1위 ‘1577 대리운전’을 운영하는 코리아드라이브와 함께 신규 법인인 ‘케이드라이브’를 최근 설립하고 1577 대리운전 서비스를 넘겨받았다.카카오는 2016년 모바일 앱 대리호출 시장에 진출했다. 하지만 대리운전 업계의 반발은 크지 않았다. 하루 평균 30만 콜, 연간 3조 원 규모로 추산되는 대리운전 시장에서 모바일 앱의 비중은 20% 정도에 그친다. 전화로 대리운전을 이용하는 전화콜이 여전히 80%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그런데 카카오가 직접 전화콜 시장에 진입하기로 하면서 대리운전 업계의 반발이 커졌다. 이들은 전국 수천 곳의 소규모 대리운전회사 운영자와 전화콜 상담원 등이 생계를 위협받게 됐다고 주장한다. 장유진 한국대리운전총연합회 회장은 “카카오가 직접 전화콜 서비스를 운영하는 것은 ‘배달의민족’이나 ‘쿠팡이츠’가 배달콜 사업을 넘어서 우량 배달음식점을 직접 인수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플랫폼의 사업 혁신이 아니라 자본의 골목상권 침탈”이라고 주장했다. 대리운전총연합회는 5일 대리운전업의 중소기업적합업종 지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 계획이다. 이에 대해 카카오모빌리티 측은 “기존 서비스를 개선하고 전화콜 시장의 만족도를 대폭 끌어올리기 위해 힘을 보탤 것”이라고 밝혔다.김도형 기자 dodo@donga.com지민구 기자 warum@donga.com}

전화통화로 대리운전 기사를 부르는 이른바 ‘전화콜’ 시장에 카카오가 진입하려 하자 대리운전 업계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카카오가 모바일 앱으로 대리운전 기사를 부르는 기존 사업을 뛰어넘어 전화콜 사업까지 진입하는 것은 일종의 골목상권 침해라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4일 대리운전 업계 등에 따르면 카카오모빌리티의 자회사인 CMNP는 최근 ‘1577 대리운전’을 운영하는 코리아드라이브와 신규 법인인 ‘케이드라이브’를 설립하고 1577 대리운전 서비스를 넘겨받았다. ‘1577 대리운전’은 전화콜 업계 1위 서비스였기 때문에 기존 대리운전 업계는 카카오가 전화콜 시장에 직접 뛰어드는 것으로 보고 있다. 대리운전 업계는 2016년에 이미 ‘카카오T’를 통해 모바일 앱 대리호출 시장에 진출한 카카오가 전화콜 시장에 뛰어들지만 않으면 공존이 가능할 것으로 봐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 이전을 기준으로 국내 대리운전 시장은 하루 평균 30만 콜, 연간 3조 원 규모로 추산된다. 이 가운데 모바일 앱을 기반으로 하는 시장은 20% 정도에 그치고 전화로 대리운전을 이용하는 전화콜이 여전히 80% 시장을 차지하고 있다. 20·30대의 젊은 운전자와 여성 운전자는 카카오 모바일 콜에 대한 선호가 크지만 40대 이상에서는 여전히 전화콜을 주로 이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그런데 최근 카카오가 직접 전화콜 시장에 진입하기로 하면서 결국 전국 수천 곳의 소규모 대리운전회사 운영자와 전화콜 상담원 등이 생계를 위협받게 됐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SK텔레콤의 자회사 티맵모빌리티가 운영하는 내비게이션 앱 ‘T맵’에서 ‘1800-0030’이라는 전화번호를 이용해 전화콜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입하려는 움직임 역시 대리운전 업계가 반발하는 대목이다. 장유진 한국대리운전총연합회 회장은 “카카오가 직접 전화콜 서비스를 운영하는 것은 ‘배달의민족’이나 ‘쿠팡이츠’가 배달콜 사업을 넘어서 우량 배달음식점을 직접 인수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플랫폼의 사업 혁신이 아니라 자본의 골목상권 침탈”이라고 주장했다. 대리운전총연합회는 5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소상공인연합회 대회의실에서 대리운전업의 중소기업적합업종 지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 계획이다. 이에 대해 카카오모빌리티 측은 “전화 대리업체 코리아드라이브와 안정적인 협력 모델을 운영해보고자 새로운 법인을 설립하고 일부 지분에 참여하기로 한 것”이라며 “기존 서비스를 개선하고 전화콜 시장의 만족도를 대폭 끌어올리기 위해 힘을 보탤 것”이라고 밝혔다.김도형 dodo@donga.com·지민구 기자}
넷마블이 세계 3위의 모바일 소셜 카지노 게임 업체 ‘스핀엑스’를 21억9000만 달러(약 2조5000억 원)에 인수한다. 국내 게임업계 사상 최대 규모의 인수합병(M&A)이다. 2일 넷마블은 스핀엑스의 지주사 ‘레오나르도 인터랙티브 홀딩스’의 지분 100%를 인수한다고 공시했다. 소셜 카지노는 카지노에서 할 수 있는 슬롯머신, 포커 등을 온라인·모바일로 옮겨 사이버 머니로 즐길 수 있게 만든 게임을 말한다. ‘스리 매칭 퍼즐’ 장르와 함께 가장 많은 글로벌 이용자가 즐기는 캐주얼 게임 장르로 꼽힌다. 2014년 홍콩에서 설립된 ‘스핀엑스’는 모바일 소셜 카지노 장르 매출 기준 세계 3위 기업이다. ‘캐시 프렌지’ ‘랏처 슬롯’ 등의 게임으로 지난해 4970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승원 넷마블 대표는 “소셜 카지노 장르는 글로벌 시장에서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다”며 “기존 주력 장르인 역할수행게임(RPG)에 더해 캐주얼 게임 라인업을 확대하면서 게임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이루게 됐다”고 밝혔다.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요즘 차와 차 업계를 이야기하는 [김도형 기자의 휴일차(車)담]이 두 달여 만에 다시 독자 여러분께 인사드립니다. 2월 중순부터 자동차팀 대신 특별취재팀에 파견돼 일 하면서 5월 말부터는 휴일차담을 쓰지 못했습니다. 혹시라도 연재를 기다리셨던 독자분이 있다면 죄송할 따름입니다.이 기간에 저는 세계적인 문화 현상으로 떠오른 K팝 아이돌의 세계를 취재했습니다.자동차와 조선, 철강 같은 이른바 중후장대(重厚長大) 산업을 취재하다가 전혀 다른 세상처럼 보이는 ‘K팝’을 취재하면서 느꼈던 뜻밖의 사실을 오늘 휴일차담으로 풀어보려 합니다. 한국의 전통 제조업이 성장했던 방식과 K팝이 세계적인 산업으로 자리 잡은 과정이 놀라울 정도로 닮아 있다는 이야기입니다.▶https://www.donga.com/news/Series/70010900000002● K팝이 한국 전통 제조업과 닮았다?K팝 아이돌에 대한 취재는 2021년 바로 지금, 세계인들이 한국을 주목하게 만든 K팝에 대한 호기심에서 출발했습니다. 전 세계가 열광한다는 K팝, 방탄소년단(BTS)을 필두로 한 K팝 아이돌이 도대체 뭐길래 이렇게 난리인 것인지, 우리는 익숙해 보이는 아이돌이라는 세계를 얼마나 잘 알고 있는지, 이런 궁금증이 취재의 출발점이었습니다. 현장 취재가 쌓여가고 그 세계를 잘 이야기해 줄 수 있는 사람들을 만나면서 머릿속을 떠나지 않은 것은 ‘한국적이다’는 느낌이었습니다.너무 화려하고 글로벌해 보여서 ‘전혀 다른 세계’처럼 보이던 이 산업도 실은 한국의 현재를 일궈낸 전통 산업과 별로 다르지 않다는 생각입니다. 낮 기온이 섭씨 35℃를 넘나드는 요즘 날씨에도 ‘산업의 쌀’로 불리는 철을 만드는 제철소의 용광로에서는 두꺼운 방화복을 입은 직원들이 뜨거운 쇳물이 나오는 구멍인 출선구를 열고 닫는 일을 하고 있을 것입니다.한국의 이런 주요 제조업에서는, 서구의 기술이 직접 혹은 일본을 거쳐 한국에 전해졌지만 이를 따라잡으려는 치열한 노력으로 이들 못지않게 발전했거나 심지어는 넘어선 일이 적지 않았습니다. 국내 최대 철강사인 포스코가 대표적입니다. 포스코는 출발부터 신일본제철의 지원으로 첫 용광로를 지었습니다. 포스코에는 이 이후에도 일본의 제철소에 견학을 갔던 직원들이 각자 구역을 나누고, 눈으로 직접 본 모습을 화장실에 모여서 그려 맞추고 기록하는 방식으로 기술력을 키워 왔다는 이야기가 전설처럼 전해져옵니다. 그리고 이런 노력을 통해 11년 연속으로 세계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철강사로 뽑히는 지금의 자리에 이르렀습니다. 긴 침체기를 지나 최근 다시 떠오르고 있는 명실상부한 세계 1위 산업, 조선업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1972년 울산의 어촌마을에서 시작한 이 산업은 숨 막히는 여름에도 용접복과 귀마개, 방진마스크, 용접용 마스크까지 쓰고 두꺼운 철판을 용접 했던 수많은 근로자들의 피와 땀을 바탕으로 과거의 강자 일본을 조선업 변방으로 밀어내고 지금 자리까지 왔습니다. 무섭게 추격하는 것 같은 중국은 이런 용접의 손길 하나하나에서 한국에 뒤쳐진다고, 밖에서는 잘 보이지 않지만 용접된 자리를 보면 누구라도 알 수 있다는 것이 조선업의 심장인 울산과 거제도의 조선소에서 들을 수 있는 이야기입니다.● K팝을 우뚝 세운 것도 피·땀·눈물천연자원도 원천기술도 없이 교육열과 성실성으로 무장한 사람의 힘으로 산업화에 성공했던 한국의 역사는 사실 진부한 얘기입니다. 그리고 이제는 화려하고 멋져 보이는 K팝 같은 신산업이 한국을 세계의 중심으로 이끄는 것 같았는데, 실제로 현장에서 본 모습은 뜻밖이었습니다.잘 생기고 예쁜 사람들이 화려한 옷을 입고 현란하게 춤추고 노래하는 모습. 그리고 이런 모습으로 무대에 서기 위해 오디션에 나서서 열심히 자신의 매력을 어필하는 모습.이런 K팝 아이돌의 세계는 한국의 짠내 나는 과거와 전혀 다를 것 같았는데 그렇지만은 않았기 때문입니다.방탄소년단(BTS)의 노래 ‘피땀눈물’이 얘기한 것처럼 K팝의 무대 뒤에는 많은 이들의 보이지 않는 노력이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아이돌이 되겠다는 꿈을 안고 이 세계 뛰어드는 많은 10대들이 불확실성으로 가득한 데뷔에 이르기 위해 겪어야 하는 험난한 과정과 합숙훈련. 조금이라도 더 좋은 영상을 뽑아내기 위해 끝없이 군무를 반복하면서 밤을 새는 것이 일상화된 뮤직비디오 제작 현장. 국내·외 팬들과 직접 소통하기 위해 새벽잠마저 줄여가며 SNS 활동에 나서는 아이돌 그룹 멤버들. 앨범을 최대한 잘 팔리는 상품으로 만들기 위해 포토카드와 사진집이 중심이 되는 소장용 종합 선물세트로 엮어낸 연예 기획사. 주요 엔터테인먼트 기업의 아이돌 연습생이 되기 위해 초등학교 저학년 시절부터 강남에서 사교육을 받는 모습…스포트라이트 비치는 무대 뒤로 겨우 한발 더 들어가 봤을 뿐인데 어떻게든 버텨내기 위해 파스 냄새가 진동하는 그런 풍경이 펼쳐졌습니다. 모두가 그동안 한국에서 익숙하게 봐왔던 그런 모습이었습니다. 팝 음악이라는 장르는 당연히 한국에 본래 있었던 것이 아닙니다. 서구에서 직접 그리고 일본을 통해서도 전해진 이 음악도, 과거에는 일본의 J팝이 훨씬 더 영향력 있었지만 지금은 K팝의 위상과 견줄 수 없는 수준입니다.밖에서 가져온 것을 사람의 힘으로 발전시켜서 세계적인 산업으로 만들어냈다는 측면에서 기존의 한국 산업과 K팝이라는 산업이 비슷한 대목입니다.● “쉬지 않고 개선하고 경쟁하는 사람들”뒤늦게 시작해서 기존의 강자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자리에 이를 때까지 절박한 노력이 필요했다는 측면에서 보자면 자동차 산업도 다르지 않습니다. 현대차그룹으로 대표되는 한국 자동차 산업의 발전은 결국 해외의 선진 기술을 사람들의 성실한 노력으로 따라잡는 과정이었습니다. 이제는 명예회장으로 한발 물러난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의 일대기를 잘 다룬 책(정 명예회장은 자신의 이름으로 직접 쓴 자서전이 없습니다)으로 평가받는‘ 정몽구의 도전’에는 이런 구절이 등장합니다.1980년대 중반에는 미쓰비시 출신의 아라히 고문을 영입했다. 현대차 경영진은 아라히 고문에게 전권을 줬다. 아라히 고문은 울산공장에 내려가 이것저것 지적했다. 말을 잘 듣지 않는 간부들은 정강이까지 찼다. 신도철 기아차 부사장이 전하는 일화 하나. “일본 미쓰비시 본사에 기술을 배우기 위해 현대차 직원들이 파견됐다. 낮에 사무실에서 근무하면서 슬쩍슬쩍 훔쳐본 뒤 밤에 담당자들을 데리고 나와 술을 사줬다. 이 가운데 몇 명은 미쓰비시 본사로 들어가 낮에 눈여겨봤던 자료들을 복사하곤 했다.” 현대차의 스승이었던 미쓰비시는 2000년대 들어 쇠락의 길을 걸으면서 기술을 전수해줬던 현대차에 SOS를 요청했다. 역사의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미쓰비시는 아직 현대차 주식 100만 주 가량을 소유하고 있었다. 장낙용 부사장이 달려갔을 당시 미쓰비시는 현대정공에 파제로 신형 설계도를 주지 못하겠다고 버텼다. 미쓰비시는 한국의 RV수요를 감안할 때 1995년에 가서야 시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현대정공은 그래서 파제로 신형이 아닌 구형을 받아야 했다.1970년대부터 시작됐던 현대차와 일본 미쓰비시의 제휴 관계 그리고 정몽구 명예회장이 심혈을 기울였던 갤로퍼 생산과 관련한 얘기입니다.맨바닥에서 시작했던 한국 자동차 산업의 역사는 저런 설움을 겪으면서도 어떻게든 차 산업 선진국을 따라잡으려는 많은 사람들의 노력으로 현재까지 왔습니다.미쓰비시로부터의 종속에서 벗어나는 중요한 분기점이 됐던 첫 국내 개발 엔진, 알파 엔진의 아버지로 불리는 이현순 두산그룹 고문(전 현대차 부회장)은 미국 GM에서 근무하다가 1984년 현대차에 입사해 엔진 국산화 프로젝트에 몸을 던지기도 했습니다. 이현순 부회장 같은 분의 힘만은 아닙니다. 현대차그룹 연구개발(R&D)의 심장인 남양연구소에서 일하는 수많은 연구원들의 땀방울이 모여서 현재의 한국 자동차 산업을 만든 것일 수 있습니다. 독일 BMW 출신으로 현대차그룹의 연구개발을 총괄하고 있는 알버트 비어만 연구개발본부장(사장)도 일을 시키면 밤을 지새우는 한이 있더라도 비슷한 수준의 해답은 찾아오는 남양연구소 연구원들에게 깊은 인상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실제로 2019년 기자 간담회에서 비어만 사장은 한국의 엔지니어들에 대해 “쉬지 않고 개선하고 새로운 것을 시도하려고 하는 것이 장점”이라며 “독일과 비교해 경쟁심이 강하고 타인보다 잘 하려고 하는 욕구가 강하다”고 얘기한 바 있습니다. 글로벌 자동차 기업이지만 한국에서 생산 및 연구개발 기지를 운영하고 있는 GM(한국GM)이나 르노(르노삼성차) 같은 기업이 한국의 생산능력보다는 연구개발 능력에 대해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는 점은 공공연한 비밀입니다. 고등교육을 받은 연구 인력이 해외에 비해 훨씬 헌신적으로 일하는 문화가 있다는 것입니다. 누군가는 이런 모습을 비판할 수도 있겠지만 어찌됐건 한국의 많은 산업이 이런 노력을 통해서 ‘패스트 팔로우’할 수 있었다는 점만큼은 사실이겠습니다.K팝 산업 역시 아이돌 그룹 멤버 각자는 물론이고 연예기획사와 다양한 역할을 하는 스태프들이 최대한의 상품성·효율성을 위해 밤낮 없이 일하는 환경 속에서 성장했습니다. 그 뒤에는 성공이라는 목표만을 향해 달리는 일종의 벤처 문화가 자리잡고 있었습니다.● 좁은 내수 시장, 체질화된 글로벌 지향글로벌 시장 공략을 체질화했다는 점도 공통점으로 꼽을 수 있습니다. 현대차는 지난해 국내에서 78만여 대, 해외에서 295만여 대의 차를 판매했습니다. 해외 판매가 국내의 3배를 훌쩍 넘어섭니다. 이런 해외 판매를 기반으로 한국 자동차 기업들은 국내·외 자동차 생산량에서 세계 5위권을 차지하고 있는데요. 5000만 인구가 가지는 내수 시장의 한계를 해외 시장 공략으로 넘어선 셈입니다. 중국, 북미, 인도, 러시아, 남미, 유럽 등 전 세계가 공략 대상이었습니다. 현재의 글로벌 자동차 산업 지형은 한국 정도의 나라에서 내수 시장만을 공략하는 기업은 국내 시장을 독식한다고 가정하더라도 ‘규모의 경제’에서 경쟁에서 낙오할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도 합니다. K팝 역시 다르지 않습니다. ‘H.O.T.’의 등장 이후 끊임없이 글로벌 시장의 문을 두드린 결과가 현재 BTS의 성과로 이어진 것일 수 있습니다. 실제로 1996년 ‘H.O.T.’의 데뷔 이후 25년의 세월 동안 많은 아이돌 그룹이 저마다 일본, 중국, 동남아시아, 유럽, 북미 등의 문을 두드렸습니다. 때로는 큰 성과가 없었고 그래서 무모한 도전처럼 보이기도 했지만 그렇게 계속 도전해 왔기에 ‘유튜브 시대’에 국경 없이 팬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열렸을 때 K팝의 잠재력을 폭발시킬 수 있었던 것입니다. 유명 프로듀서(PD)인 신사동 호랭이는 “K팝은 음악과 가사, 앨범의 지향점 등 모든 부분에서 체질적으로 글로벌 시장을 지향한 지 오래됐다”고 이야기합니다.상당한 규모의 내수 시장을 우선시하는 일본과 중국의 엔터테인먼트 산업과는 체질적으로 다르다는 것입니다.● 후발주자 특유의 유연성, 앞으로도 힘 발휘할까지금 K팝은 글로벌 음악 시장에서 열풍에 가까운 현상으로 자리매김했습니다. 미래를 점치기는 어렵지만 현재의 기세가 대단하다는 점은 틀림이 없어 보입니다. 유니버셜뮤직이나 소니뮤직 같은 글로벌 음원·음반 유통기업도 한국의 연예기획사와 손을 잡고 K팝 아이돌 그룹을 육성하는 프로젝트에 나서는 상황입니다. 한국 자동차 산업은 어떨까요. K팝의 위상에 비하면 몇 발자국 뒤처진 것 같습니다. 내연기관의 완성도에서는 독일 자동차 기업에 밀릴 수밖에 없고 전기차의 혁신성에도 미국 테슬라를 뒤에서 쫓아가는 입장입니다. 이런 가운데 제가 K팝과 자동차 산업 양쪽에서 본 재미난 장점은 후발주자 특유의 유연성입니다. K팝 산업에서는 세계적인 팬덤을 구축한다는 것에만 집중하는 유연성이 눈에 띄었습니다. K팝은 ‘아티스트를 찍어내고 있다’는 비판에 직면해 있습니다. 하지만 K팝 산업 내부에서는 ‘보는 음악’ 시대에 아이돌 그룹 멤버들은 무대 위에서 최대한의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역할에 충실하고 다른 역할은 적절히 분담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라는 생각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호감 가는 외모의 멤버들이 아크로바틱한 수준의 칼군무를 선보이는 것이 핵심 경쟁력인 상황에서 과거 팝 음악의 밴드 같은 모습을 기대할 필요도 없고 그러기도 힘들다는 유연한 생각이겠습니다. 음악적으로는 특정한 장르에 구애받을 필요가 없고 대신에 노랫말에서는 누구로부터도 거부당할 이유가 없도록 지나치게 선정적인 표현이나 폭력, 마약 같은 소재를 철저히 피하는 전략도 눈에 띕니다.‘스스로를 사랑하라’는 건전한 메시지를 담은 음악이라면 어느 지역의 학부모들도 K팝을 듣지 말라고 할 이유가 없습니다. K팝이 보수적인 중동 지역에서마저도 각광받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SNS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영어뿐만이 아니라 일본어, 스페인어 등 다양한 언어의 콘텐츠를 처음부터 함께 만들어서 제공한다는 점도 K팝의 유연성, 적극성을 잘 보여줍니다. 한국의 자동차 산업 역시 최근의 산업 급변기에 꽤 유연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내연기관 기술을 열심히 따라잡는 동시에 하이브리드, 전기차, 수소전기차 기술을 모두 놓치지 않는 전략을 선택한 것이 대표적입니다. 독일 자동차 기업처럼 강력한 내연기관 경쟁력을 내세우거나 일본 도요타처럼 하이브리드기술을 선점했다는 강점에 기댈 수가 없기에 어쩔 수 없이 채택한 전략일 수 있겠습니다만… 결과적으로는 예상보다 일찍 밀어닥친 전기차 시대에 빠르게 적응하는 결과로 연결되는 모양새입니다. 도요타처럼 거대한 자동차 기업이 전기차 전환에 얼마나 느리게 대응하고 있는지를 보면 잘 느낄 수 있는 부분입니다. 차량 판매에서 가장 중요한 영역으로 꼽히는 디자인 부문에서는 해외의 검증된 인력을 스카우트해서라도 결과물로 보여주는 방식도 모두 과거와는 다른 유연성을 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다수의 고용을 책임지고 있는 한국의 전통 산업과 한국의 ‘소프트 파워’를 세계무대에서 증명하고 있는 K팝 산업 모두, 갈수록 치열해지는 경쟁 속에서 얼마나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을지 궁금한 시점입니다. 오늘 휴일차담의 내용과는 별개로, 2021년 K팝의 현재가 궁금하신 독자 분들은 동아일보 히어로콘텐츠팀이 장기간의 취재를 디지털 환경에 최적화해서 구현한 ‘99℃ : 한국산 아이돌’ 시리즈 보도(original.donga.com)를 일독해 보셔도 좋을 듯 합니다.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서울 강남구의 K팝 아카데미에서 만난 박지민 군과 햄버거를 먹던 5월 16일이었다. 초등학교 6학년이 진지한 눈빛으로 춤 동작을 반복하던 모습이 신기해 왜 K팝 아이돌이 되고 싶은지를 물었다. 대답은 뜻밖이었다. 뭘 그렇게 당연한 걸 물어보느냐는 표정과 함께 “세계 최고가 되고 싶어서”라는 말이 돌아왔다. 한국에는 이제 전혀 다른 세대가 자라나고 있다는 생각이 머리를 쳤다. 스마트폰으로 언제든 꺼내 볼 수 있는 방탄소년단(BTS)이 전 세계 팬의 열광을 받는 것을 보면서 자라나는 10대들.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 대학 가야 한다는 생각이 아니라 내가 좋아하는 것으로 최고의 자리에 설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진 10대들인 것이다. 동아일보 히어로콘텐츠팀은 올해 3월부터 넉 달 동안 K팝 아이돌과 연습생들의 세계를 취재했다. 이달 20일부터 5편으로 보도된 기사에는 지민이가 아이돌이라는 꿈을 향해 나아가는 과정에서 겪어야 할 힘든 일들이 담겨 있다. 밤 12시까지 뮤직비디오를 찍던 아이돌 그룹 멤버가 다리에 쥐가 나자 촬영 일정이 늦어지는 것이 미안하다며 눈물을 훔치는 장면에선 기자도 코끝이 찡했다. 이런 치열한 세계에 들어서는 문 자체도 아주 좁다. 올해 2월 데뷔한 그룹 트라이비의 리더 송선은 9년의 연습생 생활을 거쳐 스물네 살에야 비로소 데뷔에 성공할 수 있었다. 기나긴 연습생 생활은 노래 한 곡을 똑같이 따라 부르기 위해 두 달 내내 입 모양까지 흉내 내는 강도 높은 훈련을 동반한다. 이들의 모습을 담아낸 ‘99°C: 한국산 아이돌’ 시리즈에 많은 독자들이 격려를 보내주었다. 성공한 아이돌의 화려한 군무보다 아이돌이 되기 위한 연습생들의 고뇌와 땀방울에 더 큰 공감이 더해진 것 같다. BTS가 전 세계를 사로잡았던 노래 ‘피 땀 눈물’에서 외쳤던 것처럼, 어려움을 알면서도 도전에 나서고 자신의 도전에 책임지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진리가 K팝 세계만의 것일 리는 없다. 자신만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하루하루를 치열하게 살아가고 있다면 우리 모두가 결국 ‘K팝 아이돌’이라는 생각이다.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세계 최고가 되려고요.” 강남의 K팝 아카데미에서 춤과 노래를 배우는 초등학생 박지민 군은 “왜 아이돌이 되고 싶냐”는 질문에 태연한 표정으로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취재가 끝나고 맛있는 저녁을 먹자고 할 때마다 매번 햄버거를 고를 정도로 평범한 어린이였지만 꿈은 원대했습니다. 별 것 아닌 말 같지만, 초등학교 6학년 학생이 세계 최고를 아무렇지도 않게 말할 수 있다는 것이 놀라웠습니다. 어린 세대의 눈에 한국에서 세계 최고가 될 수 있는 길은 공부도 스포츠도 아닌 K팝 아이돌인 것입니다. 스마트폰을 통해 수시로 K팝과 BTS를 즐기면서 BTS의 성취를 자연스러운 일로 보고 자라나는 어린 세대는 10대 시절부터 세계 최고를 꿈꿀 수도 있음을 깨달았습니다.● 안정된 삶보다 세계 최고를 꿈꾸는 아이들셈 해보면 지민이는 저보다 26살이 어립니다. 제가 청소년이었던 시절에 한국은 문화적으로 세계는커녕 아시아의 중심이었던 적도 없었습니다. 적어도 제 기억 속에서는 그렇습니다. 서구의 팝 음악과 일본의 J팝이 한국과는 비교할 수 없는 자리에 있는 것처럼 느꼈던 세대. 저 역시 소니의 워크맨으로 비틀즈를 들으며 청소년 시절을 보냈습니다. ‘H.O.T.’를 필두로 한 아이돌 그룹이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기도 했지만 적어도 저희 세대에서는 국내에서의 현상이었습니다. 하지만 지민이가 경험하고 있는 세상은 전혀 다른 듯 합니다. 생각해보면 지민이가 경험하고 있는 한국은, 영화 ‘기생충’이 세계인들의 찬사를 받고 BTS와 블랙핑크에 전 세계의 팬들이 열광하는 그런 나라입니다. 그런 지민이를 보면서는 경제력을 키우는 것이 오랫동안 최대의 과제였던 ‘흙수저 국가’ 한국이 이제는 경제적으로 제법 살만한 나라가 된 결과일지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 대학을 가고 좋은 직장에 취업하는 것만이 목표인 것이 아니라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세계 최고’가 되겠다는 꿈꿀 수 있는 나라가 된 것일까, 하는 생각입니다.동아일보 히어로콘텐츠팀은 지난 넉 달 동안 지민이를 포함해 다양한 K팝 아이돌의 세계를 취재했습니다. K팝 아이돌과 그 옆의 사람들이 활동하는 현장을 직접 취재하고, 취재를 바탕으로 어떤 이야기를 전달할지 고민하고, 실제로 기사를 쓰는 작업이 네 달이라는 꽤 긴 시간 동안 이어졌습니다. 그 결과물은 지난 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동아일보 지면에 모두 5편에 걸쳐 보도됐습니다. 히어로콘텐츠팀이 디지털 저널리즘에 최적화된 보도를 위해 별도로 구축한 공간 ‘디오리지널’(original.donga.com)에서도 지면 보도와는 조금 다른 구조로 6편의 이야기를 보도했습니다. 팀장인 저를 포함하면 취재 기자만 해도 4명이 함께 한 이번 취재는 2021년 바로 지금, 세계인들이 한국을 주목하게 만든 K팝에 대한 호기심에서 시작됐습니다. 전 세계가 열광한다는 K팝, 방탄소년단(BTS)을 필두로 한 K팝 아이돌이 도대체 뭐길래 이렇게 난리인 것인지, 우리는 익숙해 보이는 아이돌이라는 세계를 얼마나 잘 알고 있는지, 하는 의문이 출발점이었습니다. 그렇게 시작된 취재는 결국 무대 위의 스포트라이트 뒤에 가려져 있는 K팝 아이돌의 이야기로 구현 됐습니다.● K팝 아이돌로 사는 사람의 이야기 그 중심에는 아이돌로 살고 있거나 살았던 사람, 살려는 사람의 이야기가 놓여졌습니다.이야기 사이사이에 거대한 산업으로 자리를 잡은 K팝의 상황이 섞여 들었지만 독자 여러분들의 호응이 컸던 것은 아무래도 사람의 이야기였습니다. 두 번째 이야기에 등장한 송선은 9년의 연습생 생활 끝에 데뷔한 ‘트라이비’의 리더입니다. 한국 나이로 올해 스물 다섯. 일부 K팝 팬 사이에서는 나이가 많다는 것으로 꽤 알려진 멤버입니다. 싱글 2집 앨범 활동 현장을 따라다니면서 기나긴 연습생 생활에 대한 질문과 취재가 이어졌지만 정신없는 활동 기간을 보내고 있는 여자 아이돌 그룹 멤버가 쉽사리 속내를 드러내지는 않았습니다.그에게서 미묘하지만 작지 않은 변화를 느낀 것은 실제 보도 직전이었습니다. 싱글 2집 활동 기간을 끝내고 사흘의 짧은 휴가까지 다녀온 송선의 얼굴에 비로소 웃음기가 흘렀습니다. 그렇게 기나긴 연습생 생활에서 겪었던 이런저런 일들과 자신의 개인적인 얘기를 새롭게 들을 수 있었습니다. 유튜브를 통해 공개하기도 했던 다이어리 꾸미기, 일명 ‘다꾸’가 유일한 취미 활동이라는 점도 이해가 됐습니다. 늘 연습실과 숙소만을 오고가면서 외부 활동을 할 수 없는 아이돌 그룹의 멤버나 연습생에게는 취미 활동에서도 선택지가 별로 많지 않을 수밖에 없습니다. 송선은 최고의 자리에 섰던 여자 아이돌 그룹 ‘소녀시대’의 멤버이자 배우인 유리(권유리)의 이종사촌입니다. ‘유리 언니’에 대한 송선의 얘기는 그리 길지 않았고 기사에 실리지도 않았습니다. “어렸을 때 왕래도 많았고 언니랑 실제로 많이 친해요. 그렇지만 나이 차이가 꽤 나기도 하고 일 얘기는 거의 안 하거든요. 그냥 가족인 거죠. 언니가 활동하던 때는 제가 어릴 때라 사실 잘 기억은 안 나요. 힘들겠지만 버텨야 한다는 얘기를 해준 건 맞는데, 언니를 통해서 제가 올라가는 걸 원하는 것도 아니니까…” 결국 자신의 일은 자신이 해결하겠다는 생각이, 어쩌면 송선이라는 사람을 여기까지 이끌어 왔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무대’라는 곳이 목적지인 사람들 돈 때문일까? 인기를 누리는 것이 그렇게 좋은 걸까? 익히 알던 것처럼, 아이돌로 성공하는 길은 너무도 멀고 험했습니다. 이런 사실을 모르지 않을텐데 이 세계에 뛰어드는 이유는 도대체 무엇일까요. 결국은 수많은 사람이 환호하는 무대에 대한 열망이 핵심에 놓여 있다는 생각입니다. K팝 세계의 사람들은 “천운이 따르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는 이 세계에는, 실패나 다른 것들을 걱정하기 보다는 무대에 서고 싶다는 마음으로 똘똘 뭉친 이들이 대부분”이라고 전했습니다. 기사에 소개되지 못했던 신민경 씨 같은 사람을 통해서도 이런 모습을 읽어볼 수 있습니다. 지난 2015년, 자신의 7번째 소속사에서 여자 아이돌 그룹으로 데뷔했던 그는 1집 활동으로 아이돌 그룹으로서의 활동을 끝냈습니다. 데뷔까지 8년의 시간이 걸렸지만 몇 차례의 음악방송을 마지막으로 자신의 꿈을 접어야 했습니다.아이돌 그룹으로 데뷔하는 이들이 늘어날수록 이런 좌절도 누적될 수밖에 없습니다. 모델 활동 등을 하기도 했던 신 씨는 최근 음원 사이트인 ‘소리바다’가 진행하는 ‘잊혀진 가수 발굴 프로젝트’(야매프로듀서)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잠시 그 막을 열어봤지만, 반짝이는 보석이 있다는 것을 맛만 보고 닫아야 했던, 무대에 대한 꿈을 버리지 못하겠기에 아이돌이 아니더라도 무대에서 노래하는 가수로서의 삶을 다시 꿈꾸고 있다는 것이 그의 이야기입니다.● 사람이 ‘상품’인 세계를 취재한다는 일 K팝 아이돌의 현재를 이야기기 위해 이번 취재는, 지금 현재의 아이돌을 직접 들여다보고 그 결과를 핵심에 놓으려 했습니다. 과거에 어떤 그룹에서 이런저런 일들이 있었다는 식의 이야기를 듣고 전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 활동 중인 아이돌 그룹의 모습과 생각을 그대로 전하려는 목표. 이런 목표를 위한 취재는 생각보다 혹은 생각했던 것처럼, 어려웠습니다. 저는 그 이유가 ‘사람이 곧 상품인’ 세계를 취재하는 일이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이른바 ‘빅4’로 부르는 대형 엔터테인먼트 기업에서는 아이돌 그룹을 직접 노출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은 물론이고 대외 활동을 하는 관계자와의 만남마저도 비보도 전제로 진행하겠다는 입장인 경우가 많았습니다. 힘든 과정 끝에 섭외된 아이돌 그룹은 ‘T1419’와 ‘트라이비’였습니다. 남자 아이돌 그룹과 여자 아이돌 그룹의 특징이 꽤 다른 상황에서 남녀 아이돌 그룹을 섭외한 셈입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우려까지 겹치는 상황에도 불구하고 장기간의 현장 취재에 협조해 준 두 팀과 소속사에는 다시 한번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습니다. 세계적인 관심을 받고 있는 K팝 아이돌의 세계를 생생하게 드러내 보자는 취재 의도에 공감해 줬기에 가능했던 일 아닐까하는 생각합니다.● 2021년 현재, K팝 아이돌의 기록히어로콘텐츠팀이 꾸린 다섯 편의 이야기는 앞서 말씀드린 초등학생 지민이와 송선, 성공의 문턱에서 좌절했지만 뮤지컬 배우로 새롭게 날고 있는 진태화 씨, 그리고 최고의 뮤직비디오를 만들고 팬과 직접 소통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신인 아이돌 그룹 ‘트라이비’와 ‘T1419’의 이야기로 구성돼 있습니다. 그리고 새롭게 떠오르는 산업으로서의 K팝, 원조 아이돌 그룹 ‘H.O.T.’ 출신 토니안과 유명 프로듀서(PD) 신사동 호랭이가 들려주는 K팝에 대한 이야기가 함께 덧붙었습니다. 5편의 이야기는 ‘99℃:한국산 아이돌’이라는 제목으로 묶였습니다. 뜨겁게 살고 있지만, 늘 마지막 1℃를 더 요구 받고 있는 지극히 한국적인 방식의 K팝 아티스트라는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해외 독자들이 K팝 아이돌을 많이 궁금해 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 완전한 버전의 영문 기사를 동시 보도했습니다. 해외의 K팝 팬들이 영어 외에도 다양한 언어로 이번 기사를 직접 추가 번역하는 모습을 SNS를 통해 볼 수 있었던 것도 값진 경험이었습니다. 기사에서 어떤 것을 보고 또 생각할 것인지는 결국 읽는 분들의 몫 아닐까 싶습니다. 긴 이야기가 보도되는 동안 큰 관심을 보여주신 독자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지난해 창간 100주년을 맞은 동아일보가 지속적으로 선보이고 있는 히어로콘텐츠는 동아일보가 지켜온 저널리즘의 가치와, 경계를 허무는 디지털 기술을 융합한 차별화된 보도를 지향합니다. 앞으로의 이야기도 계속 기대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자동차는 교통수단이다. 편리한 이동의 도구다. 하지만 어떤 사람은 차를 전혀 다른 목적에 쓴다. 굉음을 내면서 경주용 트랙을 도는 차를 떠올려 보자. 이 차의 운전자는 연료통을 다 비우고도 어딘가로 이동하지 않는다. 이런 차는 운전하는 일 자체에서 재미를 찾는 사람을 위한 기계다. 이런 차들에는 M, N, R, AMG 같은 글자가 붙기도 한다. BMW, 현대차, 폭스바겐, 메르세데스벤츠와 나란히 대응되는 알파벳들. 이들 브랜드가 자신들의 고성능차에 심어놓은 일종의 표시다. 재미를 주는 운전이나 모터스포츠를 위한 고성능차는 일반 차량과 겉모습이 비슷해도 전혀 다른 차다. 성능을 높인 엔진으로 차가 낼 수 있는 힘을 키우는 것이 출발점이다. 더 빠르게 달릴 수 있게 되면 그만큼 제동 능력을 강화해야 한다. 고속에서도 매끄럽게 코너를 돌 수 있는 조향 성능과 장시간 거친 운전을 버틸 수 있는 차량 뼈대 설계도 필요하다. 이런 차들은 운전자의 몸을 좌석으로 밀어붙이는 가속력, 격한 코너링 성능, 온몸을 두드리는 진동과 엔진 소리로 운전자를 자극한다. 만화에서처럼, 버튼을 누르면 짧은 시간 동안 더 폭발적인 가속력을 활용할 수 있게 해주는 차도 있다. 고성능차에는 자동차 기업의 자존심이 걸려 있다. 극한적인 여건에서도 운전자의 계산을 벗어나지 않는 차를 만드는 것이 오랫동안 자동차 기업의 핵심적인 연구개발 과제였다. 모터스포츠의 뿌리가 깊은 유럽에서는 ‘일요일 경주에서 우승하고 월요일에 차를 팔아라(Win on Sunday, Sell on Monday)’는 말이 유명하다. 차의 품질은 경주에서 증명하라는 얘기다. 한국 도로를 달리는 고성능차 앞에는 커다란 장애물이 있다. 가격 비싼 고성능차의 넘쳐나는 성능을 어디에서 뿜어낼 수 있느냐는 문제다. 유럽에는 일부 구간에서 속도 제한을 없앤 고속도로가 있지만 국내 고속도로의 제한 속도는 시속 110km가 고작이다. 그러니 지금으로서는 경기 용인과 강원 인제, 전남 영암 등에 자리 잡은 경주용 트랙이 고성능차 성능을 마음껏 즐길 수 있는 한정된 장소다. 그래도 자동차 기업들은 고성능차 개발 여정을 멈추지 않고 있다. 운전에서 재미와 스릴을 찾고 싶은 것은 인간의 본능이라는 점, 그리고 일반 차량의 성능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라도 주행 성능의 한계를 시험할 수 있는 고성능차 개발이 꼭 필요하다는 점 때문이다. 고성능차 브랜드로 N을 내세운 현대차는 14일 아반떼N을 공개했다. 이미 여러 종류의 N 모델이 있었는데 대표적인 준중형 고성능차를 내놨다는 게 꽤 상징적이다. 이 차가 내건 ‘일상의 스포츠카’라는 구호에서 차를 이동수단 그 이상으로 대하는 사람이 국내에서도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감이 읽힌다.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미래차는 연결성, 자율주행, 공유, 전동화를 가리키는 ‘CASE(Connectivity, Autonomous, Sharing Service, Electrification)’로 요약된다. 우버 같은 기업은 차량공유를 사업화했고 전기차는 큰 물결로 자리 잡았다. 차량 통신 기술도 이미 일반화됐다. 가장 더딘 것은 바로 자율주행이다. 차는 여전히 운전자가 필요하다. 제한된 조건에서의 자율주행은 많은 기업이 선보였다. 그럼에도 실제 생활에서의 자율주행차 등장은 왜 이렇게 더딘지, 언제쯤 가능할 것인지를 알려면 자율주행차 앞에 어떤 과제가 놓여 있는지를 생각해 보는 게 좋을 수 있다. “비행하는 자동차가 레벨5의 자율주행차보다 오히려 먼저 상용화될 수 있다.” 현대차그룹을 이끌고 있는 정의선 회장의 2년 전 얘기다. 레벨5 자율주행은 총 6단계(레벨0∼5)인 자율주행 기술의 최종 단계다. 운전자가 없어도 되는 수준. 도로 위엔 너무 많은 장애물과 변수가 있어서 도달하기 쉽지 않다는 말이었다. 수많은 돌발 상황을, 고속으로 이동하면서 마주칠 수 있다는 점은 자율주행 실현에서 가장 큰 장애물이다. 보행자와 차량이 뒤섞이는 인도 같은 나라의 도로 위는 하늘길과는 비교할 수 없이 복잡하다. 사고가 났을 때의 책임 문제, 차량이 운전자 상해와 보행자 상해 중에서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서의 딜레마도 익히 알려진 문제다. 제조사 입장에서는 사고 가능성을 제로화하는 방식으로 풀어가야 할 문제들이다. 비용과 효용의 문제도 있다. 승용차의 자율주행 기술은 얼마 정도의 가격이어야 받아들여질 수 있을까. 운전자도 이동하려고 차를 몰고 가는 것이라면, 그 시간을 자유롭게 쓰기 위해 쓸 수 있는 돈은 얼마 정도일까. 기술의 상용화에는 ‘가성비’도 필요하다. 자율주행에 쓰이는 라이다 같은 부품은 값이 비싸다. 그래서 자율주행은 상업주행 차량에서 먼저 실현될 것으로 예측된다. 컨테이너를 싣고 미국을 횡단하는 대형 트럭은 운전자라는 노동력을 필요로 한다. 이런 상황에서 선두 차량에만 사람이 타고 뒤따르는 차량에서는 운전자를 없애 비용을 절감하는 것이 바로 군집주행이다. 자율주행은 택시 서비스의 혁명을 부를 수도 있다. 이 대목에도 과제는 있다. 일자리를 잃을 수 있는 사람들의 반발이라는 사회적 이슈다. 최근 나오는 차의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은 3단계(레벨2) 자율주행 기술에 해당한다. 운전대에서 일시적으로 손을 뗄 수 있지만 전방에서 눈을 떼지 않고 돌발사태에 즉각 대응해야 하는 단계다. 운전자가 없어도 되는 최종 단계에 이를 수 있는 시점은, 전방을 보지 않아도 되는 단계(Eyes Off·레벨3)와 운전에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단계(Mind Off·레벨4)를 거치면서 조금씩 눈에 보일 듯하다. 전문가들은 ‘레벨3’에만 도달해도 자율주행의 문은 연 것으로 평가한다.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전통적인 완성차 기업의 전기차 경쟁이 뜨겁다. 일본 도요타는 전기차 전환이 느린 기업으로 꼽혔다. 이런 도요타도 최근 파나소닉과 손잡고 전기차 배터리 생산 규모 확대에 나서기로 했다. 독일 폭스바겐은 이미 2019년에 첫 전용 전기차를 공개했고 현대차·기아도 올해 새로운 내·외장 디자인을 내세운 전용 전기차를 내놓았다. 미국에서도 포드가 SK이노베이션과, 제너럴모터스(GM)가 LG화학과 협력해 배터리 확보에 나서면서 속력을 내고 있다. 전기차 전환에 내연기관차 시대의 공룡 기업이 모두 올라타는 모양새다. 지금 전기차 시장의 최대 화두는 한 번 충전해서 갈 수 있는 최대 주행거리와 충전을 둘러싼 불편을 줄이는 문제다. 하지만 최대 주행거리 같은 성능은 배터리가 좌우한다. 배터리 기업의 손에 쥐인 역량이다. 충전소를 늘리는 것도 국가적·사회적 인프라 문제에 가깝다. 그렇다면 앞으로 완성차 기업의 전기차 경쟁은 무엇을 놓고 전개될까. 전기차도 결국은 차다. 그동안 차를 사는 사람들은 디자인과 성능, 가격을 놓고 저울질했다. 내연기관차보다 훨씬 자유로워진 내·외장 디자인으로 고객을 사로잡고 성능과 가격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 우선이다. 그걸로 충분할까. 아니다. 전기차 시대의 자동차는 소프트웨어라는 새로운 가치를 담아야 한다. 올해 초 한국과 일본 주요 완성차 업체의 주가를 들었다 놨다 했던 애플카 논란이 이를 분명하게 보여줬다. 애플카에 대한 기대는 차에 쓰이는 사용자 인터페이스, 곧 소프트웨어가 얼마나 달라질 것이냐가 핵심이다. ‘아이폰-아이패드-맥북’으로 보여준 애플의 편의성·연결성·신뢰성·보안성이 자동차에 구현되면 얼마나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낼 수 있을까 하는 기대감이다. 디자인·성능·가격 경쟁력에 새로운 소프트웨어, 이 모두는 결국 브랜드로 수렴된다. 차를 고르는 소비자들의 마음 가장 밑바닥에 깔리는 요소도 실은 브랜드다. 같은 독일차여도 폭스바겐의 ‘VW’ 로고와 메르세데스벤츠의 삼각별 로고에 치를 수 있는 돈은 다르다. 같은 기업이 만들어도 현대 브랜드 로고의 차와 제네시스 브랜드 로고의 차는 가격이 판이하다. 독일의 카를 벤츠는 1886년 내연기관 자동차의 첫 특허를 받았다. 그렇게 태동된 자동차는 미국의 대량생산체제와 결합해 인간의 동반자로 자리 잡았다. 그리고 100년이 넘는 내연기관차 시대에 구축된 완성차 브랜드는 내연기관을 중심으로 하는 차의 기계적 성능에 뿌리를 두고 있었다. 전기차는 흔들릴 것 같지 않던 이 구도를 뒤흔들고 있다. 전기차 기술은 물론이고 소프트웨어 기술까지 선도하고 있는 테슬라의 상징은 전기모터의 단면을 형상화한 ‘T’자 로고다. 테슬라의 이 로고는 오랫동안 고급차의 대명사였던 삼각별 로고보다 훨씬 강력해졌다. 전기차 격변기에는 어떤 브랜드가 떠오르고 가라앉을까. 앞으로 몇 년간의 전기차 경쟁에 많은 것이 달려 있다.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요즘 차와 차 업계를 이야기하는 [김도형 기자의 휴일차(車)담] 오늘은 전기차 배터리 직접 생산을 선언하고 있는 완성차 기업을 살펴보려고 합니다.지난해 테슬라에 이어 최근에는 폭스바겐이 배터리 ‘내재화’ 계획을 공개했습니다. 전기차 배터리를 직접 생산해서 자신들이 제조하는 차량에 적용하겠다는 것입니다.전기차에 쓰이는 고전압 배터리는 전기차 원가의 30~40%를 차지하는 말 그대로의 핵심 부품입니다.내연기관차에서는 엔진과 변속기를 포함해서 이 정도 비중을 차지하는 부품 자체가 없습니다.전기차의 성능과 가격, 경쟁력을 좌우하는 배터리 기술을 보유하고 또 대량 생산해 보려는 것은 완성차 기업의 입장에서는 당연한 노력일 수 있겠습니다.하지만 전기차에 쓸 수 있는 수준의 배터리를 대량 생산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지난해 배터리 내재화 계획을 공개한 테슬라는 이와 관련해 눈에 띄는 행보를 아직 보여주지 못하고 있습니다.이런 상황에서 완성차 기업의 배터리 내재화 계획이 어떤 식으로 실현될 수 있을지를 지금 선명하게 점치기는 쉽지 않습니다.완성차 업체들이 왜 이런 계획을 내놓을 수밖에 없는지와 배터리 업계에서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얘기하는 이유를 짚어보겠습니다.‘기아’로 기업명을 바꾸고 여러 측면에서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는 기아의 상황을 살펴본 지난 휴일차담에 보내주신 관심과 성원에도 깊이 감사드립니다. ● 폭스바겐 “유럽에서 배터리 내재화”폭스바겐의 배터리 내재화 계획은 올 3월 독일 볼프스부르크에서 열린 파워 데이(Power Day) 행사에서 공개됐습니다.지난해 열렸던 테슬라의 ‘배터리 데이’와 이름이 좀 비슷한 느낌입니다만 아무튼.이날 헤르베르트 디스(Herbert Diess) 폭스바겐그룹 회장은 “폭스바겐그룹은 유럽 전역에 각각 40GWh의 생산능력을 보유한 기가팩토리 6곳을 자체적으로, 그리고 파트너와의 협력을 통해 가동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2023년부터 통합 셀을 활용해 배터리 가격을 획기적으로 떨어뜨리겠다는 계획과 함께 배터리 내재화에 대한 의지를 밝힌 것입니다.폭스바겐그룹은 폭스바겐 브랜드 뿐만 아니라 아우디, 포르쉐 등을 거느리고 연간 1000만 대의 차를 제조하는 공룡 자동차 기업입니다.2019년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첫 전용 플랫폼 기반 전기차 ‘ID.3’를 내놓은데 이어 이번에는 파워데이를 통해서 전기차의 핵심인 배터리에 대한 미래 청사진을 내놓은 것으로 볼 수 있겠습니다.● 지난해에는 테슬라도 내재화 계획 공개배터리 내재화라는 이슈는 지난해 테슬라가 먼저 던진 화두입니다.지난해 9월 ‘배터리 데이’ 행사를 연 테슬라는 대규모의 배터리 자체 생산 계획을 공개했습니다.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인 일론 머스크가 2022년 100GWh(기가와트시) 규모의 배터리 자체 생산 계획을 내놓았습니다.당시 그는 니켈 비중을 높인 배터리를 통해 배터리 생산 비용을 크게 줄이겠다는 목표도 제시했습니다.테슬라가 기존에 적용하던 원통형 배터리보다 용량은 5배, 출력은 6배 늘리고 비용은 14% 절감한 신제품 원통형 배터리를 도입하겠다는 계획 등이었습니다.● 내재화 외치지만 세부 계획은 ‘흐릿’완성차 기업에서 이런 내재화 선언이 이어지고 있지만 세부적인 계획과 실행 가능성은 흐릿해 보입니다.테슬라부터 살펴보자면, 테슬라가 연간 100GWh 규모의 배터리 자체 생산 목표로 얘기한 시점이 내년입니다.테슬라는 자체 개발 중인 이른바 ‘4680 배터리셀’ 생산 라인을 영상 등을 통해 공개하기도 했는데 문제는 생산 규모입니다.100GWh라는 수치는 고성능 전기차 기준으로 백만 대를 넘게 생산할 수 있는 규모입니다.그리고 가장 경쟁력 있는 배터리 기업 중 하나인 LG에너지솔루션이 가진 글로벌 생산능력에 버금가는 수준입니다.테슬라가 내년까지, 그러니까 1년 반 정도 안에 실제로 저 정도의 배터리 생산 능력을 갖추는 것은 쉽지 않아 보입니다.테슬라의 기가팩토리에 상당한 규모의 배터리 제조 능력이 갖춰지는 상황을 가정하더라도 문제는 남습니다.테슬라와 협력 중인 배터리 제조사가 아니라 테슬라 스스로가 배터리 개발과 생산에 대한 핵심 역량을 갖고 있느냐는 것입니다.내재화를 주장하더라도 실제 ‘내재화’로 볼 수 있느냐하는 문제입니다.● “완성차 제조와는 전혀 다른 일… 결코 쉽지 않을 것”완성차 기업이 잇따라 배터리 내재화 계획을 내놓는 상황에서 세계 최고 수준으로 꼽히는 한국 배터리 기업들의 반응은 어떨까요.최근 1분기 실적 발표를 한 삼성SDI를 비롯한 배터리 기업의 시각은 “쉽지 않을 것”으로 요약됩니다.삼성SDI의 경우 글로벌 전기차 업체가 자체적으로 배터리를 생산하더라도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고 한계 또한 분명해 보인다는 입장입니다.LG에너지솔루션 역시 전지 사업은 신규 업체가 진입하기엔 여러 진입 장벽이 있고 다수의 핵심 기술 특허 양산 노하우가 축적돼야 한다고 밝혔습니다.폭스바겐이 배터리를 내재화할 경우 일정 수준의 수주 감소는 있을 수 있겠지만 전체 물량을 내재화하기는 힘들 것이라는 예측입니다.● “배터리 기업, 긴 시간 동안 기술과 생산 능력 축적”이런 점은 현재 세계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배터리 기업들의 위상이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는 점을 감안하면 당연해 보입니다.최고 품질의 배터리를 개발할 수 있는 능력, 이런 능력을 바탕으로 배터리를 생산할 수 있는 능력 그리고 안정적인 대량 생산 능력.어느 것 하나도 쉽게 얻을 수가 없는 것들입니다.현재 한국을 대표하는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 등의 배터리 기업은 2000년 무렵 소형 배터리부터 사업을 시작했습니다.일본이 장악하고 있던 소형 2차 전지 시장에서 이 무렵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해 10년가량 노력한 끝에 일본을 넘어섰습니다.그리고 일본을 누르던 그 시점을 전후해 시작한 전기차 배터리 사업에서 또다시 10년 가량 피땀을 흘렸기에 지금의 자리까지 와 있습니다.배터리 셀 제조는 화학 공정에 대한 깊은 이해를 필요로 하고 공정의 정밀도 역시 자동차 조립과는 근본적으로 다릅니다.폭스바겐이 내재화와 관련해 “자체적으로, 그리고 파트너와의 협력을 통해”라고 밝힌 대목을 눈여겨 볼만합니다.결국 대부분의 일을 혼자서는 할 수 없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저렴하고 안정적으로 배터리 수급해야”이런 어려움을 완성차 기업들 역시 모를 리 없습니다.하지만 계속 내재화를 외치는 것에는 분명 이유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이런 이유 역시 배터리 관련 행사를 잘 살펴보면 충분히 느낄 수 있습니다.‘배터리 데이’든 ‘파워 데이’든 간에 완성차 업체들은 배터리 내재화를 얘기하면서 배터리의 가격은 떨어뜨리고 공급량은 늘리겠다는 지향점을 제시하고 있습니다.결국 저렴한 가격에 안정적으로 배터리를 수급해야 한다는 과제가 가장 핵심에 놓여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관련 업계에서는 2023년쯤부터 2025년 무렵까지 배터리 수요가 공급을 크게 초과하는 ‘물량 부족’ 발생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습니다.전기차 시장의 주도권을 놓고 치열한 싸움을 벌여야 하는 주요 완성차 기업들로서는, 안정적인 공급선을 확보하면서 납품 받는 배터리에 대한 가격 협상력을 가지기 위해 ‘자력갱생’이라는 무기를 꺼내들어야만 하는 상황일 수도 있습니다.테슬라의 경우 지난해 배터리 데이 행사에서 일론 머스크 CEO가 배터리에 대해 꽤나 많은 것을 알고 있음을 보여줬습니다.물론, 노출된 수준이 배터리 대량 생산까지 가능한 기술을 확보했는지를 보여주진 못했다는 평가가 많습니다.그래도 테슬라가 배터리와 배터리 생산에 대해 많이 안다고 배터리 기업들이 느꼈다면, 앞으로 테슬라에 납품할 배터리의 가격을 제시할 때 얼마 정도를 써내야 납득해 줄지 조금은 더 고민될 수밖에 없습니다.● “전기차 핵심 경쟁력은 결국 배터리”전기차의 핵심 경쟁력을 결국 배터리가 좌우한다는 점은 완성차 기업이 언제, 어떤 방식이로든 배터리 내재화가 필요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일 수 있습니다.배터리가 전기차 원가의 30~40%를 차지한다는 점만 봐도 누구나 쉽게 배터리의 중요성을 알 수 있습니다.부피가 작고 가벼우면서 많은 전기 에너지를 저장할 수 있고 순간적으로 큰 힘을 뽑아 쓸 수 있는 안정적인 배터리.많은 완성차 기업이 공통적으로 원하는 전기차 배터리입니다. 그리고 전기차의 경쟁력은 사실 이 부분에서 판가름이 납니다.배터리는 내연기관차에서 엔진이 하던 역할을 상당 부분 넘겨받았습니다.이런 제품을 계속 외부에서 사오는 상황을 방치하고 있으면 완성차 기업은 자동차를 그냥 조립만 하는 곳으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장기로 치자면 차(車) 떼고 하는 경기를 언제까지 계속할 수 있느냐는 의문입니다.이런저런 측면을 고려했을 때 완성차 기업들은 배터리 기술을 확보하고 어느 정도는 직접 생산에 나서야 하는 상황에 내몰린 것일 수 있습니다.배터리와 관련한 핵심 경쟁력을 갖추면서 배터리 수급에서의 물량·가격 경쟁력 혹은 협상력을 갖추기 위한 길이라는 것입니다. ● 산업 경쟁력은 국력이자 안보라는 측면도이런 이유들에 또 한 가지 요소를 덧붙여 볼 수도 있습니다.현재까지는 유독 미국과 독일 자동차 기업이 내재화 계획을 내놓고 있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주요국의 산업 전략이라는 관점도 생각해 볼 수 있다는 것인데요.현재 배터리 산업의 주도권은 한국, 중국, 일본 등 동아시아 국가들이 완전히 틀어쥔 상황입니다.급격히 팽창하는 산업을 일부 지역·국가가 독식하고 있다는 생각을 한다면 다른 국가에서는 지금이라도 스스로를 대항마로 키워야 한다는 생각을 충분히 해 볼 수 있습니다.앞으로 마진의 폭은 작아질 수도 있겠지만 갈수록 생산·판매량이 늘어나는 배터리 산업 자체의 중요성은 기본입니다.여기에 배터리를 필요로 하는 자동차, 전자 등 다양한 산업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한 장치로서도 필요한 부분입니다.세계 경제는 자유무역을 기반으로 돌아가고 있지만 바이오나 반도체 등의 산업이 때로는 ‘안보’와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상황을 세계는 지금 직접 경험하고 있습니다.● “차세대 배터리까지 복잡한 변수”이런 가운데 현대차그룹이 앞으로 어떤 전략을 취할 것인지를 포함해서 배터리 내재화와 관련해 많은 부분이 아직 불확실합니다.전고체 배터리, 리튬황 배터리를 비롯한 차세대 배터리의 등장 가능성을 생각하면 셈법은 더 복잡합니다.액체 전해질을 이용하는 현재의 고성능 리튬이온 배터리 개발과 생산 능력을 힘들여 갖췄는데 그 노력의 결실을 제대로 누리기도 전에 배터리의 패러다임이 바뀔 우려도 상존하고 있습니다.수년 간의 배터리 물량 부족이 우려되지만 적절히 밀고 당기면서 납품 받아 전기차 만들고 차세대 배터리로 직행하는 전략 등이 유효할 수 있습니다.일본 기업들이 소니의 소형 카테트 플레이어 ‘워크맨’에 들어가던 이른바 ‘껌전지’를 생산하던 시절에 현재의 전기차를 상상한 사람은 얼마나 있었을까요.껌전지의 기술과는 다소 다르지만 2차 전지는 계속 발전해 왔고 전기차 시대의 주인공으로 떠올랐습니다.각 국가와 기업이 이런 배터리에 대해 어떤 전략을 펼치는 지를 계속 살펴보면 향후 전기차 시장의 주도권을 쥐려는 치열한 경쟁의 또다른 측면을 함께 느껴볼 수 있을 듯 합니다.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거리에 연료통 없는 자동차가 늘어나고 있다. 전기차들이다. 전기차는 연료통 대신 무거운 배터리를 밑에 깔고 있다. 주유소에서 휘발유나 경유를 채우는 대신 충전기를 꽂아서 저장한 전기 에너지의 힘으로 달린다. 전기차의 배터리는 내연기관차의 연료통을 대체하는 것일까. 운전자 눈에는 그럴 수 있겠다. 하지만 차를 만드는 입장에서는 그렇지 않다. 전기차에 쓰이는 고전압 배터리는 연료통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중요한 일을 한다. 전기차 경쟁력은 배터리가 좌우한다. 부피와 중량은 줄이되 더 오래 달릴 수 있고 순간적으로 큰 힘을 뽑아 쓸 수 있는 배터리 시스템이 필요하다. 전기차 원가에서 배터리가 차지하는 비중은 30∼40%에 이른다. 얌전히 기름 잘 담고 있으면 되는 연료통과는 비교 불가다. 배터리는 내연기관차에서 엔진이 하던 역할의 상당 부분을 이미 넘겨받았다. 한국과 중국 기업이 만든 배터리가 세계 시장을 양분하고 있다. 여기에 끼어들겠다는 선언이 미국과 독일에서 잇따라 나왔다. 지난해와 올해, 테슬라와 폭스바겐이 배터리를 직접 만들어 자신들이 생산하는 차에 넣는 이른바 ‘내재화’ 계획을 밝혔다. 전기차 배터리 생산은 결코 쉽지 않다. 지금 전기차 배터리의 대세인 리튬이온 배터리는 리튬이온과 전자가 이동하면서 충·방전된다. 이런 화학원리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때때로 화재까지 일으키는 불안정한 물질을 활용하는 고전압 배터리를 안정적으로 대량 생산해야 하는 힘든 작업이다. 요구되는 공정의 정밀도도 자동차 생산과는 차원이 다르다. 이걸 모를 리 없는 자동차 기업들이 내재화를 외치는 이유는 “안 할 수 없다”에 가까워 보인다. 전기차 원가의 30∼40%에 이르는 배터리는 내연기관차의 엔진·변속기보다 훨씬 비중이 크다. 이걸 모두 사와야 하는 완성차 기업은 차(車) 떼고 장기 둬야 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들 만하다. 배터리 가격은 갈수록 떨어지겠지만 가장 비싼 부품을 밖에서 사오면서 가격 경쟁력을 갖추기는 쉽지 않다. 모든 완성차 기업의 처지가 같다면 견뎌볼 수도 있겠다. 하지만 배터리를 직접 만드는 기업이 나온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배터리 제조 마진을 확 줄이면서 가격 싸움을 걸 수 있는 기업이 나타난다면 그때는 경쟁이 어려워질 수 있다. 완성차 기업은 배터리 직접 생산이나 최소한의 기술 확보에 등 떠밀리고 있는 상황일 수 있다. 사실, 배터리만의 얘기가 아니다. 기계 공학의 결정체였던 자동차는 지금 첨단 산업의 복합체로 변모하는 길 어디쯤을 굴러가고 있다. 실내 공간에서 비중이 커지는 첨단 디스플레이 장치, 자율주행을 위한 센서와 카메라, 각종 소프트웨어·인공지능(AI) 역량이 모두 자동차라는 플랫폼에 올라타고 있다. 이걸 안 태울 수가 없는데 무턱대고 태우다가 자칫 껍데기 조립하는 역할만 남는 건 아닐까. 전기차를 앞세운 미래차 물결이 완성차 기업을 고민 속으로 몰아넣고 있다.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요즘 차와 차 업계를 이야기하는 [김도형 기자의 휴일차(車)담] 오늘은 올해 기업명과 로고, 슬로건을 모두 바꾼 자동차 기업 ‘기아’를 살펴보려고 합니다.기아는 1944년 ‘경성정공’으로 출발한 기업입니다. 1952년 ‘기아산업’, 1990년 ‘기아자동차’로 이름을 바꿨고 1998년 IMF 위기 속에 현대차그룹에 합병됐습니다.두 바퀴로 달리는 자전거에서 시작해 삼륜차를 거쳐 다양한 종류의 자동차까지.생산하는 제품의 바퀴 숫자를 늘려온 것처럼 빠르게 위상을 높여온 기아는 최근 매년 국내·외에서 260만 대 이상의 차를 판매하면서 현대차와 더불어 한국을 대표하는 자동차 기업이 됐습니다.현대차그룹에 합류하면서도 기업명을 바꾸지 않았던 기아가 자동차 산업이 격변하고 있는 2021년에 큰 변화를 시도하는 모습은 여러 측면에서 의미가 클 수 있습니다. 그 의미를 한번 짚어보겠습니다.외부에 쉽게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V2L 기술을 적용한 전기차 출시를 계기로 ‘에너지 운반체’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준 전기차를 살펴본 지난 휴일차담에 보내주신 관심에도 깊이 감사드립니다.● ‘기아자동차’에서 ‘기아’로기아자동차가 올해 기업명을 ‘기아’로 이름을 바꿨습니다.연초에 새로운 사명과 로고 등을 공개했고 3월 주주총회에서 관련된 정관 변경을 확정지었습니다.공시를 살펴보면 국문명 ‘기아자동차주식회사’, 영문명 ‘KIA MOTORS CORPORATION(약호 KMC)’이었던 상호가 ‘기아 주식회사’, ‘KIA CORPORATION(약호 KIA CORP.)’이 됐습니다.붉은색 타원 안에 ‘KIA’라는 굵직한 글자가 적혀 있던 로고를 역동적으로 바꿨고 회사의 슬로건도 ‘무브먼트 댓 인스파이어스(Movement that inspires)’로 새로 설정했습니다.새로운 슬로건에 대해 기아는 새로운 생각이 시작되는 공간과 시간을 만들고 싶다는 의지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인간이라는 존재는 이동을 통해서 새로운 생각과 영감을 만들어 내는 경우가 많다는 것입니다.사명 변경과도 연결되는 부분입니다만, 이 슬로건에도 이동과 관련한 다양한 서비스 그리고 가치 모두를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뜻이 담겨있습니다.● 31년 만에 ‘자동차’를 뺀 이유는…이처럼 다양한 변화 속에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역시 사명에서 ‘자동차’를 뺀 것입니다.자동차라는 틀에 갇히지 않는 ‘종합 모빌리티 기업’으로 변신해 나가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해석입니다.멀리 갈 것이 없습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2019년 타운홀 미팅에서 밝힌 장기 계획이 바로 ‘자동차 50%, 도심항공 모빌리티(UAM) 30%, 로보틱스 20%’였습니다.UAM과 로보틱스 분야에서 일단 현대차가 앞장을 서는 모습이지만 기아도 상당한 비중으로 UAM·로보틱스는 물론 수소전기차까지 포함된 미래 신사업 투자를 진행하고 있습니다.이들 사업이 본격화되면 기아 역시 큰 역할을 맡을 수밖에 없습니다.전기차의 급격한 확산과 더불어 모빌리티 서비스 분야 역시 앞으로 중요한 사업이 될 것이라는 점을 글로벌 자동차 기업이 모두 확인한 상황입니다.저는 지난해 휴일차담을 통해 친환경차 시대를 맞아 현대차와 일종의 역할 나누기에 나선 기아를 살펴본 적이 있는데요.수소전기차에 큰 힘을 싣고 있는 현대차와 비교하자면 전기차 분야에서 더 빠르게 속도를 내고 있다는 것이 핵심이었습니다.그리고 기아는 올해 다양한 미래 신사업에서 자동차 생산이라는 영역에 갇히지 않겠다는 뜻을 확실히 드러낸 셈입니다.기아가 이번에 사명에서 덜어낸 ‘MOTORS’라는 단어가 아무래도 전통적인 형태의 차량 그리고 그런 차량의 생산 활동에 방점을 찍은 단어로 느껴진다는 점에서 그렇습니다.● ‘기아차 소하리 공장’ 대신 ‘기아 오토랜드 광명’으로이런 기아에서 올해 제가 가장 재미있게 본 모습은 전국 각지의 공장에 ‘오토랜드’라는 이름을 붙인 일입니다.기아차 시절의 소하리·화성·광주 공장이 오토랜드 광명·화성·광주로 거듭났습니다.○○랜드 혹은 ○○월드. 약간 놀이공원 느낌도 납니다만…‘자동차의 땅’이라니 간단명료하면서도 확실한 작명입니다.자동차 업계를 출입하는 입장에서는 이런 변화가 신선한 충격이면서 ‘이제서야…’라는 생각도 드는 일이었습니다.소하리에 있는 기아차의 생산기지이니 기아차 소하리 공장이고 울산에 있는 현대차의 생산기지이니까 현대차 울산공장인 것이 그동안의 현실이었습니다.공장이니까 공장으로 이름 붙인 것은 너무 당연해 보이는 일입니다만…국내·외의 자동차 업계를 살펴보다보면 너무나도 뿌리 깊은 ‘공급자 중심의 생각’이 여기서도 보인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좀 과하게 말하자면 시대가 바뀌고 있는데 기업은 행동을 바꿀 의지가 전혀 없는 것 아니냐는 생각까지 들었습니다.● 글로벌 자동차 기업은 공장도 마케팅에 활용독일 폭스바겐의 경우 여러 공장을 일종의 마케팅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습니다.츠비카우 공장의 경우 오랜 기간 내연기관차 생산의 전초 기지였던 곳에서 내연기관차 생산이 중단된다는 점, 전기차 전용 플랫폼(MEB) 차량을 생산하는 스마트 팩토리가 구축됐다는 점 등이 모두 홍보 대상이었습니다.폭스바겐의 드레스덴 공장은 유명 레스토랑의 ‘오픈 키친’과도 같은 투명 유리 공장으로 관심을 모은 바 있습니다.‘기가 팩토리’라는 이름으로 세계 각지로 생산기지를 넓히고 있는 테슬라는 말할 것도 없겠습니다.반면에 현대차가 그렇게 자랑하는 제네시스 브랜드의 세단 차량을 생산하는 곳은 여전히 ‘울산5공장’입니다.현대차 울산공장은 세계적으로 봐도 가장 큰 자동차 생산기지입니다. 그리고 불모지에서 시작해 세계무대에서 당당하게 자리를 잡은 한국 자동차 산업의 역사를 대표하는 곳입니다.이 역사를 감안하면 과거의 유산을 지켜내는 것도 의미가 클 수 있습니다만 때로는 발전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귀족노조’라고 비판받긴 하지만 그와는 별개로 수십 년의 세월 동안 ‘공장’에서 일하면서 한국 자동차 산업을 이끌어온 근로자들에게는 조금 새로운 이름이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그들이 일하는 공간에 새로운 의미도 부여해보고 엔지니어로 대접하려는 노력은 결국 기업 전체의 가치를 높일 수 있습니다.내가 타는 차가 ‘익명의 근로자가 일하는 공장’이 아니라 ‘투명하게 공개된 스마트 팩토리’에서 생산된다는 것이 고객들에게 중요한 가치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공장도 고객 경험을 제공하는 공간으로”얘기가 현대차 울산공장으로 흘러갔습니다만… 이런 이유들 때문에 저는 ‘오토랜드’라는 새로운 작명을 시도한 기아에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큰 틀에서 보자면 공장이 생산·제조에 치우친 느낌을 주기보다는 고객 경험을 제공하는 공간 가운데 하나로 자리잡아야 한다는 생각을 반영한 것이기 때문입니다.사실 현대차그룹 역시 ‘이-포레스트(E-FOREST)’란 이름으로 스마트 팩토리 브랜딩에 속력을 내고 있는 상황입니다.공장에 새로운 이름을 붙인 기아의 시도와 더불어서 현대차그룹 전반이 이런 분야에서도 새로운 변화를 만들어 내지 않을까 싶습니다.● “기아가 현대차그룹의 변화를 먼저 보여주는 것일 수도”올해 기아의 시도를 보면서 저는 기아가 현대차그룹에서 일종의 전위부대 혹은 선봉부대와 같은 역할을 하는 것 아닐까하는 생각도 해봤습니다.현대차라는 덩치 큰 본진이 한번에 바꿀 수 없는 것들을 기아가 먼저 시도해보면서 새로운 길을 열어가는 것 아닐까하는 생각입니다.현대차와 현대차그룹의 경우 ‘차’라는 글자 하나를 빼는 것만해도 생각보다 쉽지 않을 수 있습니다.현대차가 직접 움직이는 일의 무게감이 클뿐더러 고(故) 정주영 창업주로부터 시작된 현대가(現代家) 내부의 관계를 생각했을 때 더 그렇습니다.그러하기에, 기아가 보여주는 새로운 방향성은 현대차그룹 전체가 앞으로 추구하려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일 수 있습니다.물론, 전기차 등에서 새로운 길을 가는 상황이라면 ‘기아’라는 브랜드의 힘을 얼마나 키울 수 있을 것이냐 등의 문제가 앞으로의 기아에게 현실적이고 또 중대한 과제이겠습니다.올해 기아의 변신을 계기로, 앞으로는 현대차와 기아가 서로 어떤 전략으로 미래차 시대에 대응하는지를 살펴보시는 것도 자동차 산업을 바라보는 재미있는 관전 포인트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관련된 소식들을 종종 추가로 업데이트해 보겠습니다.참고로, 기아에서는 기존 고객들이 이용하고 있는 차량의 구형 로고를 신형 로고로 교체하는 서비스를 진행할 수 있는지를 검토해 봤지만 ‘어렵다’고 결론 낸 것으로 보입니다.로고라는 것이 스티커처럼 외장 강판 위에 붙이는 것이 아니고 상황에 따라서는 구조적인 변화가 필요할 수 있다는 등의 문제 때문이라고 합니다.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17일 밤(현지 시간) 미국 텍사스주에서 테슬라 모델S 차량 사고가 났다. 이 작은 교통사고가 세계의 이목을 끌었다. 충돌과 화재로 차 안에서 2명이 사망했는데 운전석에 사람이 없었다는 보도 때문이다. 사망자들은 운전자 없이 차가 주행할 수 있는지를 시험하려 했다는 현지 경찰 얘기도 전해졌다. 전기차 브랜드 테슬라는 첨단 자율주행 기술을 강조하고 있다. 기본 설치되는 ‘오토파일럿(Autopilot)’과 추가비용을 내고 쓸 수 있는 ‘FSD(Full Self Driving)’. 크게 두 종류다. 많은 사람이 테슬라에 열광하게 만든 두 기술의 이름만 보면 탁월한 자율주행 기술처럼 보인다. 사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총 6단계(레벨0∼레벨5)로 나뉘는 자율주행 기술에서 3단계(레벨2)에 해당한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운전대에서 손을 뗄 수 있지만(Hands Off) 전방과 주변에서 눈을 떼지 않고 돌발사태에 즉각 대응해야 하는 수준이다. 이는 자율주행에 해당하지 않는다. 사고의 진실은 아직 불분명하다.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는 FSD를 구매하지 않은 차량이었고 사고 시점에 오토파일럿이 켜져 있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렇지만 과거 유사한 사고에 이어서 다시 한번 자율주행 기술 때문에 논란을 일으킨 테슬라를 보면서 얻어야 할 교훈은 명백해 보인다. ‘비슷하지만 아닌’ 유사(類似) 자율주행 기술에 속으면 안 된다는 점이다. 테슬라를 포함한 많은 브랜드가 대중화시킨 ‘유사 자율주행 기술’을 정확하게 가리키는 단어는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이다. 센서와 카메라를 이용해 앞차와의 거리를 자동으로 조절하면서 설정된 속력에 맞춰 차선을 지키며 달리는 능력이 핵심이다. 자율주행 기술로 분류되는 것은 이 다음인 4단계(레벨3)부터다. 전방을 보지 않아도 되는 단계(Eyes Off·레벨3)와 운전에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단계(Mind Off·레벨4)가 그다음이다. 최종 목표는 운전자가 없어도 되는 단계(Driver Off·레벨5)다. 도로 위의 다양한 변수와 인공지능(AI) 오류 가능성까지. 자율주행 기술의 완성은 쉽지 않은 과제다. 하지만 언젠가는 실현될 것이다. 기술 발전의 역사는 상상을 현실로 만드는 과정이었다. 하지만 아직은 아니다. ‘오토’나 ‘셀프 드라이빙’ 같은 말은 아직 사실이 아니다. 많은 자동차 브랜드는 테슬라와 비슷한 기술에 오토파일럿 같은 말을 쓰지 않는다. 그 대신 파일럿 어시스트, 드라이빙 어시스턴트 같은 단어를 쓴다. 운전자를 돕는 기술이라는 뜻이다. 어떤 브랜드는 이런 기술을 홍보할 때 ‘반자율주행’이라는 표현도 강하게 배제한다. ‘어시스트’와 ‘오토’의 차이를 운전자가 오해했을 때 벌어질 수 있는 일이 끔찍하다는 것이다. 테슬라는 자동차 산업의 역사를 바꾸고 있는 기업이지만 작명에서는 낙제다.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요즘 차와 차 업계를 이야기하는 [김도형 기자의 휴일차(車)담] 오늘은 새로운 전력 공급원으로 주목 받고 있는 전기차 배터리를 살펴보려고 합니다.현대차와 기아가 최근 공개한 전기차 ‘아이오닉5’와 ‘EV6’는 모두 전기차를 구동하는 고용량 배터리의 전력을 차량 밖에서 손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면서 관심을 모으고 있습니다.한번 충전으로 수백 킬로미터를 주행할 수 있는 전기차에 장착되는 배터리는 상당한 양의 전력을 저장할 수 있습니다.손쉽게 충전하고 활용할 수 있는 대용량의 배터리가 자동차에 실려서 공간적 제약 없이 활용될 수 있다는 측면에서 바라보면, 전기차의 보급은 많은 사람들의 생활을 바꿔놓을 수도 있을 듯 합니다.전기차 배터리가 얼마나 의미 있는 수준의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지를 가볍게 한번 살펴보겠습니다.타이거 우즈의 교통사고를 계기로 자동차 안전 이슈 전반을 짚어본 지난번 휴일차담에 보내주신 관심에도 깊이 감사드립니다.● 자유롭게 전기 뽑아 쓰는 아이오닉5·EV6현대차와 기아는 최근 첫 전용 전기차인 아이오닉5와 EV6를 공개했습니다. 이 두 차에 적용돼 관심을 모으고 있는 기술이 바로 ‘V2L’입니다. V2L은 비히클 투 로드(Vehicle to Load)를 줄인 말로 자동차에서 야외 등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전기차의 고전압 배터리에 저장된 전력을 220V 콘센트를 활용해서 자유롭게 차량 주변에서 활용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현재 아이오닉5의 경우 현대차 임직원들이 시험 주행을 해보고 있는 상황이라 제가 직접 V2L을 이용해 보지는 못했는데요.차량을 구매할 때 기본 제공되는 컨버터를 외부의 충전구에 충전기 대신 꽂으면 220V 콘센트를 여기에 꽂아서 전기를 쓸 수 있는 방식이라고 합니다.이런 전력 공급 방식은 기본으로 적용되고 차량 실내 뒷좌석 하단의 220V 콘센트는 옵션 형태로 선택할 수 있습니다.● 아이오닉5 한 대 완충 = 일반 가정 열흘치 전력량기존의 내연기관차에서도 일부 차량은 콘센트를 꽂아서 전기를 쓸 수 있는 기능을 채택해 왔습니다.하지만 사용할 수 있는 전력의 양과 전압 등을 감안하면 전기차의 고전압 배터리의 실용성이 훨씬 더 크다고 볼 수 있습니다.아이오닉5 롱레인지 모델의 경우 고전압 배터리의 용량이 72.6kWh입니다.지난해 12월 서울시의 가구당 평균 전력 사용량인 7.3kWh를 기준으로 보면 완충된 배터리로 겨울 가정의 열흘 치 전력을 감당할 수 있는 셈입니다. 물론 완충된 차의 배터리를 모두 외부 전력 공급에 쓸 수는 없겠습니다만 전기차 배터리의 용량이 상당하다는 점은 충분히 느낄 수 있습니다.멀티탭을 이용해 여러 개의 전기기구를 연결할 수 있고 이런 경우 3.6kW의 전력을 쓸 수 있다는 점도 눈여겨 볼만합니다.3.6kW는 전력 소모가 꽤 큰 편인 가정용 전열기구 한, 두개 정도는 동시에 감당할 수 있는 수준입니다.● 차 배터리에서 도로 위, 집, 전력망으로 송전전기차에 장착된 배터리는 용량이 상당합니다. 그래서 앞으로 그 용도가 V2L에만 그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미 V2H, V2G라는 개념까지 제시가 된 상황인데요.V2H는 비히클 투 홈(Vehicle to Home)을 줄인 말입니다. 정전 등의 상황에서 일정 시간 동안 가정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다는 개념입니다.재난 상황에서 각 가정에 비상 전력을 공급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도 의미가 있는 개념입니다. 지진을 비롯한 재난이 잦은 편인 일본에서는 전기차는 물론이고 수소로 전기를 만들어서 차를 구동하는 수소전기차를 활용한 V2H의 개념까지 많이 논의돼 왔습니다.V2G는 비히클 투 그리드(Vehicle to Grid)를 뜻합니다. 전기차의 배터리와 전력망을 연결해서 유동적으로 이용하고 효율성을 높이려는 활용 방법입니다.V2G의 경우 저장이 쉽지 않다는 전기 에너지의 단점을 보완해 줄 있다는 측면에서도 바라볼 수 있겠습니다.● 야외에서 쓰는 전기… 캠핑·레저 넘어 ‘생활’을 바꿀까아이오닉5와 EV6가 앞으로 계속 고객들에게 인도되면 일단은 V2L이 일상 속의 기술로 자리 잡을 것으로 보입니다. 현대차그룹은 그동안 V2L을 기술을 이용하면 야외 활동이나 캠핑의 개념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적극적으로 홍보해 왔습니다.야외에서 고성능 오디오와 스피커를 이용해 음악을 듣거나 숲 속에서 런닝 머신을 이용해 운동하는 모습 등을 부각했습니다.야외에서 전기를 자유롭게 쓸 수 있게 됐을 때 상상해볼 수 있는 일은 다양합니다.현대차의 홍보 영상에 달린 한 댓글은 전기차를 가져가면 한강변에서 비디오 게임을 할 수 있겠다고 얘기하기도 합니다.TV와 비디오 게임기 정도는 꽤 장시간 가동할 수 있는 전력량이기에 충분히 실현 가능한 시나리오이겠습니다.● “집 밖에서 반려동물 털 말리겠다”… 이용법기업은 제품을 만들지만 제품과 기술을 이용하는 것은 고객입니다.저는 비디오 게임뿐만이 아니라 야외에서 반려동물의 털을 말릴 수 있겠다거나, 커다란 튜브에 공기를 채우기가 훨씬 편해지겠다는 등의 의견에도 눈길이 갔습니다.많은 전자 기기가 자체적으로 배터리를 장착해 ‘포터블’해지고 있지만 여전히 전기 콘센트가 필요한 경우도 많습니다.V2L이라는 기술은 이용자들이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서 많은 사람들의 생활을 바꿀 수도 있을 듯합니다.그리고 때로는 새로운 사업을 만들어 낼 수도 있습니다. 차량을 이용해 일종의 이동식 점포를 운영하려는 자영업자들에게는 기존보다 훨씬 싼 비용으로 공간적인 제약 없이 전기를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새로운 사업 아이템을 제시해 줄 수도 있겠습니다.● V2L 대중화에 이어 에너지 운반체로 지금은 아이오닉5와 EV6로 인해 주목 받고 있지만 V2L 기술 자체는 특정 기업의 기술이 아닙니다.고객들의 호응이 크다면 자연스레 다른 전기차에서도 이런 기술이 적용될 수밖에 없습니다.V2L 기술이 전기차 시대의 ‘기본옵션’이 되고, 저장할 수 있는 에너지의 양이 앞으로 더 커질 수 있다면 전기차가 일종의 ‘에너지 운반체’로 대접 받는 시기가 올 수도 있겠습니다.실제로 V2L 기술을 활용해 어떤 일들을 할 수 있을지는 저도 실제로 한번 경험해 보고 또 이야기해 보겠습니다.야외에서 자유롭게 전기를 쓸 수 있다면 어떤 일을 해보면 좋을지, 독자 여러분들도 한번 상상해 보시면 재미있을 듯 합니다.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기아가 첫 전용 전기차 ‘EV6’를 공개했다. 전용 전기차는 전기차만을 위해 설계한 기본 뼈대 위에 디자인한 차다. 내연기관차에서 엔진을 빼고 모터와 배터리를 넣는 방식으로 만들던 기존 전기차와는 출발점부터 다르다. 현대차도 최근 첫 전용 전기차 ‘아이오닉5’를 내놓았다. 두 전용 전기차에서 주목할 만한 공통분모는 세단이 아니라는 점이다. 두 차 모두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혹은 크로스오버유틸리티차량(CUV)에 가까운 모습이다. 세단은 앞뒤로 길게 튀어나온 엔진룸과 짐칸, 낮은 차체가 특징이다. 반면 SUV와 CUV는 세단보다 차체가 높다. 짐칸이 승객 공간과 완전히 분리되지 않고 빵빵하게 부풀어 올라 차의 부피감을 키운다. 현대차의 쏘나타 같은 세단은 오랫동안 자가용 자동차를 대표해 왔다. 한국에서 특히 그랬다. 하지만 전기차는 이제 자동차 디자인의 기준을 바꾸려는 참이다. 두 종류의 전용 전기차를 공개한 독일 폭스바겐도 세단 대신 해치백과 SUV 디자인을 채택했다. 변화의 이유는 “형태는 기능을 따른다”는 건축계의 유명한 격언으로 수렴된다. 전기차에는 내연기관차의 핵심 부품인 엔진이 없다. 금속 실린더 안에서 연료를 폭발시켜 동력을 만드는 엔진은 크고 무겁다. 엔진 과열을 막고 원활한 작동을 돕는 냉각, 윤활 기능을 위해 필요한 부품도 많다. 이런 부품이 모두 사라진 전기차는 ‘엔진 없는 엔진룸’을 갖게 됐다. 이 엔진룸은 과거보다 훨씬 짧아도 된다. 그만큼 차의 실내 공간은 커질 수 있다. 옆에서 보는 차를 한번 떠올려 보자. 양옆으로 돌출된 엔진룸과 짐칸 때문에 챙 넓은 중절모를 닮은 세단의 디자인은 전기차와는 덜 어울린다. 엔진룸이 짧아지고 승객 공간은 커지는 차의 디자인이 반드시 SUV가 될 필요는 없겠지만 납작한 세단 디자인은 아무래도 비례가 어색하다. 게다가 전기차에서는 대용량 배터리가 핵심 부품이 됐다. 부피가 큰 배터리는 차 바닥에 넓게 배치하는 것이 최선이다. 세단보다 차체가 높은 SUV나 CUV 같은 디자인이 설득력을 얻는 이유다. 세단보다 SUV를 선호하는 세계적인 흐름도 이런 변화를 뒤에서 밀고 있다. SUV는 비슷한 길이의 세단에 비해 무겁다. 차체가 높으니 공기 저항이 크고 연료소비효율도 떨어진다. 그렇지만 실내 공간은 더 넓다. 사람들은 더 넓은 공간을 차에 요구하고 있다. SUV에 큰 짐을 싣고 여행에 나서던 사람들은 이제 뒷좌석이 짐칸과 이어지게 접어놓고 잠을 자는 차박까지 시도한다. 실용성을 중시하는 유럽 사람들은 일찍부터 SUV나 해치백, 왜건처럼 짐칸을 키운 차를 선호해 왔다. 전기차 시대가 본격화되면 납작한 세단은 도로에서 완전히 사라지는 것일까. 물론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찾는 사람만 있다면 날렵하고 역동적인 세단도 함께 만들어질 수 있다. 형태는 기능을 따르고, 기업은 고객의 요구를 따른다.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요즘 차와 차 업계를 이야기하는 [김도형 기자의 휴일차(車)담] 오늘은 현대자동차그룹의 정의선 회장이 최근에 연 타운홀미팅 행사와 그 자리에서 얘기된 ‘로보틱스’ 사업을 살펴보려고 합니다.현대차그룹은 세계 자동차 산업에서 폭스바겐, 도요타, 제너럴모터스(GM) 등과 더불어 손에 꼽히는 기업입니다.이런 기업의 최고경영자(CEO)가 어떤 얘기를 하는지를 통해 우리는 자동차 산업은 물론 글로벌 산업계의 현재와 미래를 살펴볼 수 있습니다.지난 2019년 10월 이후 1년 반 만에 열린 타운홀미팅에서 정의선 회장은 많은 얘기를 했고 곰곰이 들여다볼만한 대목이 많습니다.사업적인 측면에서 재미있게 본 부분은 현대차그룹의 미래 사업에서 20%를 차지할 것이라고 1년 반 전에 공언했던 로보틱스 사업에 대해 정 회장이 자신의 생각을 직접 밝혔다는 점인데요.이날 타운홀미팅에서 어떤 얘기가 나왔는지 살펴보고, 치열한 경쟁 속에서 글로벌 시장을 지향하는 기업들이 어떤 고민을 하고 있는지를 가볍게 짚어보겠습니다.타이거 우즈의 교통사고를 계기로 차량의 안전성과 운전자 리스크라는 문제를 짚어본 지난번 휴일차담에 보내주신 관심과 성원에도 깊이 감사드립니다.● 1년 반 만에 다시 열린 현대차그룹 ‘타운홀미팅’ 지난 16일 현대차그룹에서는 정의선 회장이 임직원들과 대화를 나누는 타운홀미팅 행사가 열렸습니다.정 회장이 수석부회장이었던 2019년 10월에 열었던 행사 이후 두 번째 타운홀미팅이었는데요.2019년의 첫 행사는 서울 서초구 양재동 사옥 2층 강당에서 오프라인 행사가 진행되면서 동시에 그룹 계열사에 생중계되는 방식이었습니다.그리고 이번에는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전면적인 온라인 생중계 방식으로 열렸습니다.자동차, 건설, 제철, 금융 등의 사업을 거느리고 있는 현대차그룹은 사실 상명하복의 군대식 조직문화로 유명합니다.정몽구 명예회장이 그룹을 진두지휘하던 시절에도 소통을 위한 노력은 있었겠습니다만…일사불란한 지휘 체계를 바탕으로 세계무대에서 공격적으로 시장을 넓히는 것이 지상 과제였던 시대였던 터라 임직원들의 목소리를 듣는 것이 아주 중요한 과제는 아니었을 것 같습니다.하지만 시대는 빠르게 바뀌고 있습니다. 기업을 구성하는 임직원들의 생각과 태도도 많이 달라졌습니다.첫 타운홀미팅에서 정 회장은 수석부회장을 줄인 ‘수부’ ‘수부님’이라는 친근한 호칭을 강조하고 직원들과 단체로 셀카를 찍었습니다.아직 회장에 취임하기 전이었지만 CEO가 바뀌고 회사가 얼마나 달라졌는지를 안팎으로 보여주는 자리였습니다.밖에 많이 알려지진 않았지만, 그 행사 이후에 현대차그룹 내부의 주요 사업 부문 곳곳에서도 비슷한 행사가 열렸습니다.고위급 임원들 각자가 임직원들의 의견을 듣겠다고 마련한 자리였고 어떤 곳에서는 고위 임원이 화려한 복장에 가발까지 쓰고 등장해서 편하게 얘기하자고 나서기도 했습니다. 비판적으로 볼 여지도 있겠지만, “바뀌어야 한다”는 CEO 뜻을 확인하자 신속하는 즉시 각자의 방식으로 변화를 시도한다는 점에서 현대차그룹이 가진 원래의 ‘일사분란’한 모습이 그대로 살아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임직원의 최대 관심사는 ‘성과급’이번에 열린 두 번째 타운홀미팅 행사와 관련해 현대차그룹 내부적으로는 아무래도 성과급이 가장 큰 관심사였던 듯 합니다.행사를 위해 사전에 질문을 모을 때도 성과급과 관련한 질의가 압도적이었다는 후문입니다.성과와 보상 문제는 어느 기업할 것 없이 최대의 관심사이니 당연한 일이겠습니다.회사의 성과를 직원들에게 금전적인 보상으로 돌려주는 성과급을 어떻게 분배할 것이냐 하는 문제는 최근 국내의 다른 주요 대기업에서도 큰 논란을 불러일으킨 바 있습니다.다만, 현대차나 기아의 경우 성과급이라는 장치가 다른 기업들과 다소 다르게 작동해 왔다는 특징이 있습니다.현대차와 기아에서는 막강한 힘을 가진 노동조합을 상대로 회사가 임금협상을 벌일 때 영업이익의 크기를 감안해 성과급의 규모를 일괄적으로 결정하는 흐름이었다고 보면 크게 틀리지 않습니다.회사의 입장에서 보자면 탄력성이 낮은 기본급의 상승은 억제하면서 매년 탄력적으로 근로자들의 임금 총액을 조절하는 장치에 가까웠습니다.그리고 워낙에 강력한 노조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내부 사업부문 간의 성과 혹은 임직원 개인의 성과를 아주 크게 반영하는 제도도 아니었습니다.임직원들 역시 이런 구조를 모르지 않겠습니다만, 시대는 바뀌었습니다.현대차그룹은 이제 차가 잘 팔렸을 때 특정 사업 부문이나 개인에게 이득을 몰아주어야 하는지 그리고 그렇게 한다면 누가 그 이득을 누릴 것인지 같은 문제까지 고민해야 할 상황이 된 것일 수 있습니다.조직 안에서 숫자상으로 대다수를 차지하는 생산직 근로자의 입장과 양재동 본사, 남양연구소, 판매 조직 등 서로 다른 영역에서 일 하는 근로자들 간의 이해관계를 조정해야 하는 복잡한 작업이기도 합니다.● 최고경영자가 직접 대외 메시지 발신하는 통로 이런 이슈가 중요하게 다뤄지는 것이 보여주듯이 타운홀미팅은 내부 소통용이라는 것이 현대차그룹의 설명입니다.정의선 회장이 내부 임직원들과 직접 소통하고 대화하기 위해 이런 자리를 마련했다는 것입니다.하지만 현대차그룹을 밖에서 취재하는 입장에서는 이런 타운홀미팅은 CEO인 정의선 회장을 간접적으로 인터뷰하는 자리 같은 역할을 할 수도 있습니다.정의선 회장 같은 재계 주요 인사는 특정한 매체와 언론 인터뷰를 하기가 어렵습니다.모두가 인터뷰하기를 원하기 때문에 특정 매체만을 만나기가 쉽지 않은데 그렇다고 문을 활짝 열면 너무 많은 매체를 마주해야 합니다.언론 간담회를 열거나 일부 매체와 인터뷰 하는 대신 타운홀미팅 같은 행사를 열면 자연스럽게 공개되는 대화를 통해 자신의 생각을 전할 수 있습니다.내부 행사니까 노출하고 싶은 부분까지만 적절하게 보여줄 수 있다는 장점도 있겠습니다.● 로보틱스에 대한 생각 직접 밝힌 정의선 회장 이런 관점에서 봤을 때, 저는 이번 타운홀 미팅에서 로보틱스에 대해 정의선 회장이 직접 밝힌 내용들이 가장 눈에 띄었습니다.2019년 10월의 첫 타운홀미팅에서 정 회장은 현대차그룹이 미래에 자동차 50%, 도심항공모빌리티(UAM) 30%, 로보틱스 20%의 비중으로 사업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당시에 현대차그룹 양재동 사옥에서 모니터로 생중계되는 영상을 보고 있던 기자들은 물론이고 현대차 직원들도 처음 듣는 얘기였습니다.정 회장이 무슨 취지로 말하는 것인지를 몰라서 직원들마저도 약간 당황해 하던 장면도 기억이 나는데요.현대차그룹의 미래에 대해 상당히 중요한 메시지를 임직원들 앞에서 먼저 꺼내놓은 일이었던 것입니다.이 가운데 UAM과 관련한 계획들은 여러 차례 청사진이 제시됐습니다.지난해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0’에서는 현대차가 미국의 우버와 협력한다는 점 그리고 UAM 사업의 핵심이 될 비행체의 모형까지 공개가 됐습니다.CES 행사장에서는 정의선 회장이 직접 발표자로 나서기도 했습니다.하지만 로보틱스에 대해서는 정 회장이 자신의 생각을 직접적으로 드러낸 것이 별로 없습니다.● 정의선 회장 “로봇이 비서 역할하고 물리력도 보조”이런 가운데 이날 정 회장이 로보틱스에 대해 밝힌 내용을 그대로 옮겨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일단 로보틱스 부분이 산업이나 개인이나 의료 여러 부분에 적용될 거예요. 예를 들면 저는 폰이 없어지고 로보틱스를 항상 데리고 다닐 것 같구요. 로보트든 휴먼노이드든 어떤 형태로든 그리고 비서역할을 할 것 같습니다. 그래서 무거운 것을 다 들어주고 그리고 집에 오면, 만약 고령자라면 차에서 침대까지 다 안아서 데려가고, 그리고 우리가 이렇게 얘기하고 있는 동안에는 알아서 충전을 하고 있을거고. 그리고 스케줄 관리부터 모든 걸 다하고 우리는 더 생산적이고 머리를 많이 쓰는 다른 일을 할 것이고. 그렇게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어떤 미래가 그려지시나요?로봇이 사람을 따라다니며 비서 역할도 하고 사람이 해야 할 물리적인 작업을 도와주는 모습. 어찌보면 그동안 만화와 영화 속에서 보던 로봇의 모습과 별로 다르지 않습니다.그런데 이걸 작가와 감독이 영화 속에 구현하는 것과 글로벌 기업의 CEO가 직접 얘기하는 것은 많은 차이가 있을 수 있겠습니다.아직 구체적인 사업모델로 드러나진 않고 있지만 현대차그룹의 로보틱스 사업이 미래에는 자동차 사업의 5분의 2 정도를 차지하게 될 것이라는 지향점을 내놓은 이상 정의선 회장이 직접 얘기하는 로봇의 역할은 앞으로 내놓을 제품의 예시라고 봐도 될 듯 합니다.공장 등에서 사람을 대신해서 생산 활동에 활용되는 ‘산업용 로봇’ 뿐만이 아니라 사람 가까운 곳에서 사람의 일을 대신하거나 보조하는 서비스 로봇 그리고 휴머노이드 로봇이 현대차그룹의 지향점이라고 분명히 말을 한 것입니다.현대차그룹은 세계 곳곳의 생산 시설에서 많은 산업용 로봇을 사용하고 있습니다.그리고 현장의 근로자들에게는 근골격계 질환을 예방해주고 작업 편의를 높여주는 웨어러블 로봇도 제공하고 있습니다.이런 산업적인 수요뿐만이 아니라 일상 속의 개인들에게 어떤 로봇을 제공하고 싶은지를 정 회장은 이번에 얘기를 했습니다.물론,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말 세계적인 로봇 기업 ‘보스턴 다이내믹스’를 인수하기로 하면서 이와 비슷한 미래 계획을 어느 정도 공개했습니다.시장 수요가 큰 물류 로봇을 시작으로 사람을 안내 및 지원하는 로봇, 인간형 로봇인 휴머노이드 로봇 등이 주요한 목표라는 것이었습니다.이런 계획에 정 회장이 구체적인 얘기를 더하면서 현대차그룹의 로보틱스 사업은 조금씩 구체화하는 모습입니다.● 자동차 공급 과잉의 시대 현대차 뿐만이 아니라 도요타나 혼다 같은 해외 자동차 기업들도 일찌감치 로봇 사업에 힘을 쏟고 있습니다.왜 이런 새로운 사업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해답은 정의선 회장 본인이 2019년 타운홀미팅에서 내놓았습니다.당시 정 회장은 자동차 산업이 세계적으로 2500만 대 가량 공급 과잉 상태라고 진단했습니다.세계 자동차 시장은 코로나19 사태 같은 변수가 없을 때 9000만 대 안팎의 시장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정 회장의 진단은 30% 가까운 과잉 공급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분석인 셈입니다.과잉 공급 상태는 완성차 제조사들 간의 치열한 경쟁을 만들어내고 결과적으로 고객들에게는 싼 값에 좋은 차를 살 수 있는 기회를 줄 수 있습니다.하지만 제조사의 입장에서는 생존 경쟁에 내몰리면서 수익성 낮은 사업을 계속 이어가야 하는 불리한 상황을 만들어냅니다.이러니 자동차 기업들이 자신들의 역량을 잘 활용할 수 있는 새로운 사업에서 더 높은 수익성을 찾으려는 것은 당연한 움직임입니다.2020년 444억 달러(약 50조 원) 규모로 추산되는 글로벌 로봇 시장은 연평균 32%씩 성장해 2025년에는 1772억 달러(약 200조 원) 시장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습니다.자동차 산업의 급변기에 어떤 기획 혹은 위기를 맞이할지 모른다는 불확실성 그리고 이미 자동차 산업 자체의 경쟁이 너무 치열하다는 점 등이 자연스레 현대차그룹을 포함한 자동차 기업을 로보틱스의 세계로 이끌고 있는 셈입니다.● 자동차 기업이 로봇 사업에 손 뻗는 이유는…어떤 형태가 됐던 실용적인 로봇을 현실 속에서 구현하는 것은 결국 기업일 수밖에 없습니다.그렇다면 다양한 영역의 기존 기업들이 경쟁하게 될 수 있습니다.기존의 로보틱스 기업은 말할 것도 없고 중장비 기업, 전자 기업, 정보통신(IT) 기업 등 다양한 산업군의 기업들이 여기에 도전할 수 있겠습니다.이 가운데서 자동차 기업이 가진 장점은 뭘까요.일단 많은 로봇이 기본적으로 이동하는 기능을 갖고 있습니다.전기를 중심으로 동력을 이용해 이동하고 물리적인 힘을 쓴다는 점은 자동차, 특히 전기차와 비슷한 특징을 보여줍니다.자동차 업계가 심혈을 기울여 개발하고 있는 자율주행 기술 역시 이동성을 가진 로봇이 갖춰야할 능력과 유사합니다.주변을 최대한 정확하게 감지하면서 스스로 목적지로 이동하고 위험한 상황은 회피해야 하는 능력이기 때문입니다.정의선 회장이 말한 ‘쉴 때는 알아서 충전하는 로봇’이라는 개념을 들여다보면 자율주행 전기차가 추구하는 개념과 그리 다르지 않아 보입니다.미래의 자율주행차를 ‘사람을 태우고 고속으로 이동할 수 있는 로봇’으로 정의해 본다면 어떨까요?다양한 종류의 로봇을 ‘사람을 직접 태우지는 않지만 사람들의 곁에서 필요에 따라 이동하며 아주 다양한 일을 물리적으로 처리해 주는 기계 장치’라고 볼 수도 있을 듯 합니다.산업 전반적인 측면에서도 강점이 있습니다.자동차 산업은 제조업 분야에서 ‘종합예술’이라고 불릴 정도로 복잡한 산업입니다.부품 수급, 생산, 판매, 운송, 재고 관리 등 다양한 영역에서 종합적인 역량을 잘 조화시켜야 하는 산업이고 주요 기업들의 경우 몸집 자체도 큽니다.로봇 산업 역시 산업용 로봇, 물류 로봇, 서비스 로봇, 휴머노이드 로봇 등 다양한 영역에서 첨단 기술을 기반으로 정밀한 제조 기술까지 갖춰야 하는 첨단 산업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로봇을 ‘대량 생산’해야 하는 상황이 왔을 때, 자동차 산업의 주요 기업들은 가장 적합한 능력을 갖춘 곳 중 하나일 수 있습니다.로봇은 자동차에 비해서는 작고 가벼울 수 있지만 스마트폰이나 TV에 비해서는 훨씬 크고 무거울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해도 비슷한 부분을 찾을 수 있습니다.● 2021년 한국 기업의 고민, 인재 확보와 신사업일부러 타운홀미팅 같은 행사를 열어서 성과급 같은 민감한 주제에 대해 개선책을 내놓겠다고 약속하고 로보틱스처럼 아직 불확실한 미래 사업에 대한 청사진을 제시하고…저는 이번 타운홀미팅 행사를 보면서 현대차그룹뿐만이 아니라 한국 주요 기업들이 2021년에 가진 고민을 잘 보여주는 자리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권위주의 시대가 저물고 CEO가 직접 나서서 새로운 세대의 임직원과 소통하고 적절한 보상까지 약속해야 하는 시대가 됐습니다.사업은 고객을 바라보며 하지만 제품을 사줄 고객뿐만이 아니라 고객을 만족시킬 수 있는 제품을 만들어내는 회사 내부의 고객, 곧 임직원들부터 만족시켜야 하는 이유는 간단합니다.좋은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어내는 주체가 바로 그들이기 때문입니다.그리고 많은 기업이 수십 년 동안 빠르게 성장해 온 결과, 이제는 글로벌 기업들에 뒤지지 않는 혹은 더 앞선 제품을 만들면서 새로운 사업에 도전해 성공시켜야 현재의 기업 규모와 수익을 유지·발전시킬 수 있는 입장에 서 있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현대차그룹을 포함해 한국의 많은 기업이 처한 상황입니다.전기차와 수소차 같은 친환경차와 자율주행차에 대응하는 투자. 그리고 UAM에 로보틱스까지.현대차그룹의 경우 관심과 투자가 너무 넓게 퍼져 있는 것 아니냐는 걱정의 시선도 있습니다.전기차를 비롯한 친환경차 관련 사업이 상당 기간 동안 기업에 수익을 주기보다는 추가적인 투자를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도 이런 우려에는 상당한 타당성이 있습니다.이런 상황 속에서 로보틱스를 포함한 현대차그룹의 새로운 시도는 앞으로 어떤 결과를 보여줄까요?정의선 회장과 임직원들이 만난 자리에서 오고간 많은 얘기와 약속들이 어떤 결과를 만들어내는지에 따라 성공과 실패 사이에서 다양한 미래가 만들어질 수도 있을 듯 합니다.현대차그룹 뿐만 아니라 많은 한국 기업들이 비슷한 고민 속에 다양한 시도를 이어가고 있는 2021년입니다.자동차 업계를 중심으로 산업계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앞으로도 계속 전해드리겠습니다.김도형 기자 dod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