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형

김도형 기자

동아일보 AD1팀

구독 51

추천

2011년 동아일보에 입사해 경찰, 교육, 외교통일, 정치, 스포츠 분야를 취재했습니다. 2018년부터는 산업 현장을 누비고 있습니다. 중후장대 산업을 취재한 경험 위에서 IT 기업들과 그 속에 담길 한국의 미래를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dodo@donga.com

취재분야

2025-11-06~2025-12-06
경제일반36%
자동차20%
기업8%
건강8%
문화 일반8%
사회일반4%
교육4%
검찰-법원판결4%
유통4%
인공지능4%
  • 100년 역사의 차 브랜드 흔드는 전기차[김도형 기자의 일편車심]

    전통적인 완성차 기업의 전기차 경쟁이 뜨겁다. 일본 도요타는 전기차 전환이 느린 기업으로 꼽혔다. 이런 도요타도 최근 파나소닉과 손잡고 전기차 배터리 생산 규모 확대에 나서기로 했다. 독일 폭스바겐은 이미 2019년에 첫 전용 전기차를 공개했고 현대차·기아도 올해 새로운 내·외장 디자인을 내세운 전용 전기차를 내놓았다. 미국에서도 포드가 SK이노베이션과, 제너럴모터스(GM)가 LG화학과 협력해 배터리 확보에 나서면서 속력을 내고 있다. 전기차 전환에 내연기관차 시대의 공룡 기업이 모두 올라타는 모양새다. 지금 전기차 시장의 최대 화두는 한 번 충전해서 갈 수 있는 최대 주행거리와 충전을 둘러싼 불편을 줄이는 문제다. 하지만 최대 주행거리 같은 성능은 배터리가 좌우한다. 배터리 기업의 손에 쥐인 역량이다. 충전소를 늘리는 것도 국가적·사회적 인프라 문제에 가깝다. 그렇다면 앞으로 완성차 기업의 전기차 경쟁은 무엇을 놓고 전개될까. 전기차도 결국은 차다. 그동안 차를 사는 사람들은 디자인과 성능, 가격을 놓고 저울질했다. 내연기관차보다 훨씬 자유로워진 내·외장 디자인으로 고객을 사로잡고 성능과 가격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 우선이다. 그걸로 충분할까. 아니다. 전기차 시대의 자동차는 소프트웨어라는 새로운 가치를 담아야 한다. 올해 초 한국과 일본 주요 완성차 업체의 주가를 들었다 놨다 했던 애플카 논란이 이를 분명하게 보여줬다. 애플카에 대한 기대는 차에 쓰이는 사용자 인터페이스, 곧 소프트웨어가 얼마나 달라질 것이냐가 핵심이다. ‘아이폰-아이패드-맥북’으로 보여준 애플의 편의성·연결성·신뢰성·보안성이 자동차에 구현되면 얼마나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낼 수 있을까 하는 기대감이다. 디자인·성능·가격 경쟁력에 새로운 소프트웨어, 이 모두는 결국 브랜드로 수렴된다. 차를 고르는 소비자들의 마음 가장 밑바닥에 깔리는 요소도 실은 브랜드다. 같은 독일차여도 폭스바겐의 ‘VW’ 로고와 메르세데스벤츠의 삼각별 로고에 치를 수 있는 돈은 다르다. 같은 기업이 만들어도 현대 브랜드 로고의 차와 제네시스 브랜드 로고의 차는 가격이 판이하다. 독일의 카를 벤츠는 1886년 내연기관 자동차의 첫 특허를 받았다. 그렇게 태동된 자동차는 미국의 대량생산체제와 결합해 인간의 동반자로 자리 잡았다. 그리고 100년이 넘는 내연기관차 시대에 구축된 완성차 브랜드는 내연기관을 중심으로 하는 차의 기계적 성능에 뿌리를 두고 있었다. 전기차는 흔들릴 것 같지 않던 이 구도를 뒤흔들고 있다. 전기차 기술은 물론이고 소프트웨어 기술까지 선도하고 있는 테슬라의 상징은 전기모터의 단면을 형상화한 ‘T’자 로고다. 테슬라의 이 로고는 오랫동안 고급차의 대명사였던 삼각별 로고보다 훨씬 강력해졌다. 전기차 격변기에는 어떤 브랜드가 떠오르고 가라앉을까. 앞으로 몇 년간의 전기차 경쟁에 많은 것이 달려 있다.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 2021-06-04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직접 배터리 만들겠다는 완성차 기업과 그들 앞의 난제 [김도형 기자의 휴일車담]

    요즘 차와 차 업계를 이야기하는 [김도형 기자의 휴일차(車)담] 오늘은 전기차 배터리 직접 생산을 선언하고 있는 완성차 기업을 살펴보려고 합니다.지난해 테슬라에 이어 최근에는 폭스바겐이 배터리 ‘내재화’ 계획을 공개했습니다. 전기차 배터리를 직접 생산해서 자신들이 제조하는 차량에 적용하겠다는 것입니다.전기차에 쓰이는 고전압 배터리는 전기차 원가의 30~40%를 차지하는 말 그대로의 핵심 부품입니다.내연기관차에서는 엔진과 변속기를 포함해서 이 정도 비중을 차지하는 부품 자체가 없습니다.전기차의 성능과 가격, 경쟁력을 좌우하는 배터리 기술을 보유하고 또 대량 생산해 보려는 것은 완성차 기업의 입장에서는 당연한 노력일 수 있겠습니다.하지만 전기차에 쓸 수 있는 수준의 배터리를 대량 생산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지난해 배터리 내재화 계획을 공개한 테슬라는 이와 관련해 눈에 띄는 행보를 아직 보여주지 못하고 있습니다.이런 상황에서 완성차 기업의 배터리 내재화 계획이 어떤 식으로 실현될 수 있을지를 지금 선명하게 점치기는 쉽지 않습니다.완성차 업체들이 왜 이런 계획을 내놓을 수밖에 없는지와 배터리 업계에서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얘기하는 이유를 짚어보겠습니다.‘기아’로 기업명을 바꾸고 여러 측면에서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는 기아의 상황을 살펴본 지난 휴일차담에 보내주신 관심과 성원에도 깊이 감사드립니다. ● 폭스바겐 “유럽에서 배터리 내재화”폭스바겐의 배터리 내재화 계획은 올 3월 독일 볼프스부르크에서 열린 파워 데이(Power Day) 행사에서 공개됐습니다.지난해 열렸던 테슬라의 ‘배터리 데이’와 이름이 좀 비슷한 느낌입니다만 아무튼.이날 헤르베르트 디스(Herbert Diess) 폭스바겐그룹 회장은 “폭스바겐그룹은 유럽 전역에 각각 40GWh의 생산능력을 보유한 기가팩토리 6곳을 자체적으로, 그리고 파트너와의 협력을 통해 가동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2023년부터 통합 셀을 활용해 배터리 가격을 획기적으로 떨어뜨리겠다는 계획과 함께 배터리 내재화에 대한 의지를 밝힌 것입니다.폭스바겐그룹은 폭스바겐 브랜드 뿐만 아니라 아우디, 포르쉐 등을 거느리고 연간 1000만 대의 차를 제조하는 공룡 자동차 기업입니다.2019년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첫 전용 플랫폼 기반 전기차 ‘ID.3’를 내놓은데 이어 이번에는 파워데이를 통해서 전기차의 핵심인 배터리에 대한 미래 청사진을 내놓은 것으로 볼 수 있겠습니다.● 지난해에는 테슬라도 내재화 계획 공개배터리 내재화라는 이슈는 지난해 테슬라가 먼저 던진 화두입니다.지난해 9월 ‘배터리 데이’ 행사를 연 테슬라는 대규모의 배터리 자체 생산 계획을 공개했습니다.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인 일론 머스크가 2022년 100GWh(기가와트시) 규모의 배터리 자체 생산 계획을 내놓았습니다.당시 그는 니켈 비중을 높인 배터리를 통해 배터리 생산 비용을 크게 줄이겠다는 목표도 제시했습니다.테슬라가 기존에 적용하던 원통형 배터리보다 용량은 5배, 출력은 6배 늘리고 비용은 14% 절감한 신제품 원통형 배터리를 도입하겠다는 계획 등이었습니다.● 내재화 외치지만 세부 계획은 ‘흐릿’완성차 기업에서 이런 내재화 선언이 이어지고 있지만 세부적인 계획과 실행 가능성은 흐릿해 보입니다.테슬라부터 살펴보자면, 테슬라가 연간 100GWh 규모의 배터리 자체 생산 목표로 얘기한 시점이 내년입니다.테슬라는 자체 개발 중인 이른바 ‘4680 배터리셀’ 생산 라인을 영상 등을 통해 공개하기도 했는데 문제는 생산 규모입니다.100GWh라는 수치는 고성능 전기차 기준으로 백만 대를 넘게 생산할 수 있는 규모입니다.그리고 가장 경쟁력 있는 배터리 기업 중 하나인 LG에너지솔루션이 가진 글로벌 생산능력에 버금가는 수준입니다.테슬라가 내년까지, 그러니까 1년 반 정도 안에 실제로 저 정도의 배터리 생산 능력을 갖추는 것은 쉽지 않아 보입니다.테슬라의 기가팩토리에 상당한 규모의 배터리 제조 능력이 갖춰지는 상황을 가정하더라도 문제는 남습니다.테슬라와 협력 중인 배터리 제조사가 아니라 테슬라 스스로가 배터리 개발과 생산에 대한 핵심 역량을 갖고 있느냐는 것입니다.내재화를 주장하더라도 실제 ‘내재화’로 볼 수 있느냐하는 문제입니다.● “완성차 제조와는 전혀 다른 일… 결코 쉽지 않을 것”완성차 기업이 잇따라 배터리 내재화 계획을 내놓는 상황에서 세계 최고 수준으로 꼽히는 한국 배터리 기업들의 반응은 어떨까요.최근 1분기 실적 발표를 한 삼성SDI를 비롯한 배터리 기업의 시각은 “쉽지 않을 것”으로 요약됩니다.삼성SDI의 경우 글로벌 전기차 업체가 자체적으로 배터리를 생산하더라도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고 한계 또한 분명해 보인다는 입장입니다.LG에너지솔루션 역시 전지 사업은 신규 업체가 진입하기엔 여러 진입 장벽이 있고 다수의 핵심 기술 특허 양산 노하우가 축적돼야 한다고 밝혔습니다.폭스바겐이 배터리를 내재화할 경우 일정 수준의 수주 감소는 있을 수 있겠지만 전체 물량을 내재화하기는 힘들 것이라는 예측입니다.● “배터리 기업, 긴 시간 동안 기술과 생산 능력 축적”이런 점은 현재 세계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배터리 기업들의 위상이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는 점을 감안하면 당연해 보입니다.최고 품질의 배터리를 개발할 수 있는 능력, 이런 능력을 바탕으로 배터리를 생산할 수 있는 능력 그리고 안정적인 대량 생산 능력.어느 것 하나도 쉽게 얻을 수가 없는 것들입니다.현재 한국을 대표하는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 등의 배터리 기업은 2000년 무렵 소형 배터리부터 사업을 시작했습니다.일본이 장악하고 있던 소형 2차 전지 시장에서 이 무렵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해 10년가량 노력한 끝에 일본을 넘어섰습니다.그리고 일본을 누르던 그 시점을 전후해 시작한 전기차 배터리 사업에서 또다시 10년 가량 피땀을 흘렸기에 지금의 자리까지 와 있습니다.배터리 셀 제조는 화학 공정에 대한 깊은 이해를 필요로 하고 공정의 정밀도 역시 자동차 조립과는 근본적으로 다릅니다.폭스바겐이 내재화와 관련해 “자체적으로, 그리고 파트너와의 협력을 통해”라고 밝힌 대목을 눈여겨 볼만합니다.결국 대부분의 일을 혼자서는 할 수 없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저렴하고 안정적으로 배터리 수급해야”이런 어려움을 완성차 기업들 역시 모를 리 없습니다.하지만 계속 내재화를 외치는 것에는 분명 이유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이런 이유 역시 배터리 관련 행사를 잘 살펴보면 충분히 느낄 수 있습니다.‘배터리 데이’든 ‘파워 데이’든 간에 완성차 업체들은 배터리 내재화를 얘기하면서 배터리의 가격은 떨어뜨리고 공급량은 늘리겠다는 지향점을 제시하고 있습니다.결국 저렴한 가격에 안정적으로 배터리를 수급해야 한다는 과제가 가장 핵심에 놓여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관련 업계에서는 2023년쯤부터 2025년 무렵까지 배터리 수요가 공급을 크게 초과하는 ‘물량 부족’ 발생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습니다.전기차 시장의 주도권을 놓고 치열한 싸움을 벌여야 하는 주요 완성차 기업들로서는, 안정적인 공급선을 확보하면서 납품 받는 배터리에 대한 가격 협상력을 가지기 위해 ‘자력갱생’이라는 무기를 꺼내들어야만 하는 상황일 수도 있습니다.테슬라의 경우 지난해 배터리 데이 행사에서 일론 머스크 CEO가 배터리에 대해 꽤나 많은 것을 알고 있음을 보여줬습니다.물론, 노출된 수준이 배터리 대량 생산까지 가능한 기술을 확보했는지를 보여주진 못했다는 평가가 많습니다.그래도 테슬라가 배터리와 배터리 생산에 대해 많이 안다고 배터리 기업들이 느꼈다면, 앞으로 테슬라에 납품할 배터리의 가격을 제시할 때 얼마 정도를 써내야 납득해 줄지 조금은 더 고민될 수밖에 없습니다.● “전기차 핵심 경쟁력은 결국 배터리”전기차의 핵심 경쟁력을 결국 배터리가 좌우한다는 점은 완성차 기업이 언제, 어떤 방식이로든 배터리 내재화가 필요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일 수 있습니다.배터리가 전기차 원가의 30~40%를 차지한다는 점만 봐도 누구나 쉽게 배터리의 중요성을 알 수 있습니다.부피가 작고 가벼우면서 많은 전기 에너지를 저장할 수 있고 순간적으로 큰 힘을 뽑아 쓸 수 있는 안정적인 배터리.많은 완성차 기업이 공통적으로 원하는 전기차 배터리입니다. 그리고 전기차의 경쟁력은 사실 이 부분에서 판가름이 납니다.배터리는 내연기관차에서 엔진이 하던 역할을 상당 부분 넘겨받았습니다.이런 제품을 계속 외부에서 사오는 상황을 방치하고 있으면 완성차 기업은 자동차를 그냥 조립만 하는 곳으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장기로 치자면 차(車) 떼고 하는 경기를 언제까지 계속할 수 있느냐는 의문입니다.이런저런 측면을 고려했을 때 완성차 기업들은 배터리 기술을 확보하고 어느 정도는 직접 생산에 나서야 하는 상황에 내몰린 것일 수 있습니다.배터리와 관련한 핵심 경쟁력을 갖추면서 배터리 수급에서의 물량·가격 경쟁력 혹은 협상력을 갖추기 위한 길이라는 것입니다. ● 산업 경쟁력은 국력이자 안보라는 측면도이런 이유들에 또 한 가지 요소를 덧붙여 볼 수도 있습니다.현재까지는 유독 미국과 독일 자동차 기업이 내재화 계획을 내놓고 있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주요국의 산업 전략이라는 관점도 생각해 볼 수 있다는 것인데요.현재 배터리 산업의 주도권은 한국, 중국, 일본 등 동아시아 국가들이 완전히 틀어쥔 상황입니다.급격히 팽창하는 산업을 일부 지역·국가가 독식하고 있다는 생각을 한다면 다른 국가에서는 지금이라도 스스로를 대항마로 키워야 한다는 생각을 충분히 해 볼 수 있습니다.앞으로 마진의 폭은 작아질 수도 있겠지만 갈수록 생산·판매량이 늘어나는 배터리 산업 자체의 중요성은 기본입니다.여기에 배터리를 필요로 하는 자동차, 전자 등 다양한 산업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한 장치로서도 필요한 부분입니다.세계 경제는 자유무역을 기반으로 돌아가고 있지만 바이오나 반도체 등의 산업이 때로는 ‘안보’와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상황을 세계는 지금 직접 경험하고 있습니다.● “차세대 배터리까지 복잡한 변수”이런 가운데 현대차그룹이 앞으로 어떤 전략을 취할 것인지를 포함해서 배터리 내재화와 관련해 많은 부분이 아직 불확실합니다.전고체 배터리, 리튬황 배터리를 비롯한 차세대 배터리의 등장 가능성을 생각하면 셈법은 더 복잡합니다.액체 전해질을 이용하는 현재의 고성능 리튬이온 배터리 개발과 생산 능력을 힘들여 갖췄는데 그 노력의 결실을 제대로 누리기도 전에 배터리의 패러다임이 바뀔 우려도 상존하고 있습니다.수년 간의 배터리 물량 부족이 우려되지만 적절히 밀고 당기면서 납품 받아 전기차 만들고 차세대 배터리로 직행하는 전략 등이 유효할 수 있습니다.일본 기업들이 소니의 소형 카테트 플레이어 ‘워크맨’에 들어가던 이른바 ‘껌전지’를 생산하던 시절에 현재의 전기차를 상상한 사람은 얼마나 있었을까요.껌전지의 기술과는 다소 다르지만 2차 전지는 계속 발전해 왔고 전기차 시대의 주인공으로 떠올랐습니다.각 국가와 기업이 이런 배터리에 대해 어떤 전략을 펼치는 지를 계속 살펴보면 향후 전기차 시장의 주도권을 쥐려는 치열한 경쟁의 또다른 측면을 함께 느껴볼 수 있을 듯 합니다.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 2021-05-15
    • 좋아요
    • 코멘트
  • [김도형 기자의 일편車심]자동차 회사가 배터리를 만들려는 이유

    거리에 연료통 없는 자동차가 늘어나고 있다. 전기차들이다. 전기차는 연료통 대신 무거운 배터리를 밑에 깔고 있다. 주유소에서 휘발유나 경유를 채우는 대신 충전기를 꽂아서 저장한 전기 에너지의 힘으로 달린다. 전기차의 배터리는 내연기관차의 연료통을 대체하는 것일까. 운전자 눈에는 그럴 수 있겠다. 하지만 차를 만드는 입장에서는 그렇지 않다. 전기차에 쓰이는 고전압 배터리는 연료통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중요한 일을 한다. 전기차 경쟁력은 배터리가 좌우한다. 부피와 중량은 줄이되 더 오래 달릴 수 있고 순간적으로 큰 힘을 뽑아 쓸 수 있는 배터리 시스템이 필요하다. 전기차 원가에서 배터리가 차지하는 비중은 30∼40%에 이른다. 얌전히 기름 잘 담고 있으면 되는 연료통과는 비교 불가다. 배터리는 내연기관차에서 엔진이 하던 역할의 상당 부분을 이미 넘겨받았다. 한국과 중국 기업이 만든 배터리가 세계 시장을 양분하고 있다. 여기에 끼어들겠다는 선언이 미국과 독일에서 잇따라 나왔다. 지난해와 올해, 테슬라와 폭스바겐이 배터리를 직접 만들어 자신들이 생산하는 차에 넣는 이른바 ‘내재화’ 계획을 밝혔다. 전기차 배터리 생산은 결코 쉽지 않다. 지금 전기차 배터리의 대세인 리튬이온 배터리는 리튬이온과 전자가 이동하면서 충·방전된다. 이런 화학원리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때때로 화재까지 일으키는 불안정한 물질을 활용하는 고전압 배터리를 안정적으로 대량 생산해야 하는 힘든 작업이다. 요구되는 공정의 정밀도도 자동차 생산과는 차원이 다르다. 이걸 모를 리 없는 자동차 기업들이 내재화를 외치는 이유는 “안 할 수 없다”에 가까워 보인다. 전기차 원가의 30∼40%에 이르는 배터리는 내연기관차의 엔진·변속기보다 훨씬 비중이 크다. 이걸 모두 사와야 하는 완성차 기업은 차(車) 떼고 장기 둬야 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들 만하다. 배터리 가격은 갈수록 떨어지겠지만 가장 비싼 부품을 밖에서 사오면서 가격 경쟁력을 갖추기는 쉽지 않다. 모든 완성차 기업의 처지가 같다면 견뎌볼 수도 있겠다. 하지만 배터리를 직접 만드는 기업이 나온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배터리 제조 마진을 확 줄이면서 가격 싸움을 걸 수 있는 기업이 나타난다면 그때는 경쟁이 어려워질 수 있다. 완성차 기업은 배터리 직접 생산이나 최소한의 기술 확보에 등 떠밀리고 있는 상황일 수 있다. 사실, 배터리만의 얘기가 아니다. 기계 공학의 결정체였던 자동차는 지금 첨단 산업의 복합체로 변모하는 길 어디쯤을 굴러가고 있다. 실내 공간에서 비중이 커지는 첨단 디스플레이 장치, 자율주행을 위한 센서와 카메라, 각종 소프트웨어·인공지능(AI) 역량이 모두 자동차라는 플랫폼에 올라타고 있다. 이걸 안 태울 수가 없는데 무턱대고 태우다가 자칫 껍데기 조립하는 역할만 남는 건 아닐까. 전기차를 앞세운 미래차 물결이 완성차 기업을 고민 속으로 몰아넣고 있다.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 2021-05-14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마이웨이’ 걷는 기아…로고·이름 바꾸고 공장 대신 ‘오토랜드’ [김도형 기자의 휴일차(車)담]

    요즘 차와 차 업계를 이야기하는 [김도형 기자의 휴일차(車)담] 오늘은 올해 기업명과 로고, 슬로건을 모두 바꾼 자동차 기업 ‘기아’를 살펴보려고 합니다.기아는 1944년 ‘경성정공’으로 출발한 기업입니다. 1952년 ‘기아산업’, 1990년 ‘기아자동차’로 이름을 바꿨고 1998년 IMF 위기 속에 현대차그룹에 합병됐습니다.두 바퀴로 달리는 자전거에서 시작해 삼륜차를 거쳐 다양한 종류의 자동차까지.생산하는 제품의 바퀴 숫자를 늘려온 것처럼 빠르게 위상을 높여온 기아는 최근 매년 국내·외에서 260만 대 이상의 차를 판매하면서 현대차와 더불어 한국을 대표하는 자동차 기업이 됐습니다.현대차그룹에 합류하면서도 기업명을 바꾸지 않았던 기아가 자동차 산업이 격변하고 있는 2021년에 큰 변화를 시도하는 모습은 여러 측면에서 의미가 클 수 있습니다. 그 의미를 한번 짚어보겠습니다.외부에 쉽게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V2L 기술을 적용한 전기차 출시를 계기로 ‘에너지 운반체’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준 전기차를 살펴본 지난 휴일차담에 보내주신 관심에도 깊이 감사드립니다.● ‘기아자동차’에서 ‘기아’로기아자동차가 올해 기업명을 ‘기아’로 이름을 바꿨습니다.연초에 새로운 사명과 로고 등을 공개했고 3월 주주총회에서 관련된 정관 변경을 확정지었습니다.공시를 살펴보면 국문명 ‘기아자동차주식회사’, 영문명 ‘KIA MOTORS CORPORATION(약호 KMC)’이었던 상호가 ‘기아 주식회사’, ‘KIA CORPORATION(약호 KIA CORP.)’이 됐습니다.붉은색 타원 안에 ‘KIA’라는 굵직한 글자가 적혀 있던 로고를 역동적으로 바꿨고 회사의 슬로건도 ‘무브먼트 댓 인스파이어스(Movement that inspires)’로 새로 설정했습니다.새로운 슬로건에 대해 기아는 새로운 생각이 시작되는 공간과 시간을 만들고 싶다는 의지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인간이라는 존재는 이동을 통해서 새로운 생각과 영감을 만들어 내는 경우가 많다는 것입니다.사명 변경과도 연결되는 부분입니다만, 이 슬로건에도 이동과 관련한 다양한 서비스 그리고 가치 모두를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뜻이 담겨있습니다.● 31년 만에 ‘자동차’를 뺀 이유는…이처럼 다양한 변화 속에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역시 사명에서 ‘자동차’를 뺀 것입니다.자동차라는 틀에 갇히지 않는 ‘종합 모빌리티 기업’으로 변신해 나가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해석입니다.멀리 갈 것이 없습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2019년 타운홀 미팅에서 밝힌 장기 계획이 바로 ‘자동차 50%, 도심항공 모빌리티(UAM) 30%, 로보틱스 20%’였습니다.UAM과 로보틱스 분야에서 일단 현대차가 앞장을 서는 모습이지만 기아도 상당한 비중으로 UAM·로보틱스는 물론 수소전기차까지 포함된 미래 신사업 투자를 진행하고 있습니다.이들 사업이 본격화되면 기아 역시 큰 역할을 맡을 수밖에 없습니다.전기차의 급격한 확산과 더불어 모빌리티 서비스 분야 역시 앞으로 중요한 사업이 될 것이라는 점을 글로벌 자동차 기업이 모두 확인한 상황입니다.저는 지난해 휴일차담을 통해 친환경차 시대를 맞아 현대차와 일종의 역할 나누기에 나선 기아를 살펴본 적이 있는데요.수소전기차에 큰 힘을 싣고 있는 현대차와 비교하자면 전기차 분야에서 더 빠르게 속도를 내고 있다는 것이 핵심이었습니다.그리고 기아는 올해 다양한 미래 신사업에서 자동차 생산이라는 영역에 갇히지 않겠다는 뜻을 확실히 드러낸 셈입니다.기아가 이번에 사명에서 덜어낸 ‘MOTORS’라는 단어가 아무래도 전통적인 형태의 차량 그리고 그런 차량의 생산 활동에 방점을 찍은 단어로 느껴진다는 점에서 그렇습니다.● ‘기아차 소하리 공장’ 대신 ‘기아 오토랜드 광명’으로이런 기아에서 올해 제가 가장 재미있게 본 모습은 전국 각지의 공장에 ‘오토랜드’라는 이름을 붙인 일입니다.기아차 시절의 소하리·화성·광주 공장이 오토랜드 광명·화성·광주로 거듭났습니다.○○랜드 혹은 ○○월드. 약간 놀이공원 느낌도 납니다만…‘자동차의 땅’이라니 간단명료하면서도 확실한 작명입니다.자동차 업계를 출입하는 입장에서는 이런 변화가 신선한 충격이면서 ‘이제서야…’라는 생각도 드는 일이었습니다.소하리에 있는 기아차의 생산기지이니 기아차 소하리 공장이고 울산에 있는 현대차의 생산기지이니까 현대차 울산공장인 것이 그동안의 현실이었습니다.공장이니까 공장으로 이름 붙인 것은 너무 당연해 보이는 일입니다만…국내·외의 자동차 업계를 살펴보다보면 너무나도 뿌리 깊은 ‘공급자 중심의 생각’이 여기서도 보인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좀 과하게 말하자면 시대가 바뀌고 있는데 기업은 행동을 바꿀 의지가 전혀 없는 것 아니냐는 생각까지 들었습니다.● 글로벌 자동차 기업은 공장도 마케팅에 활용독일 폭스바겐의 경우 여러 공장을 일종의 마케팅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습니다.츠비카우 공장의 경우 오랜 기간 내연기관차 생산의 전초 기지였던 곳에서 내연기관차 생산이 중단된다는 점, 전기차 전용 플랫폼(MEB) 차량을 생산하는 스마트 팩토리가 구축됐다는 점 등이 모두 홍보 대상이었습니다.폭스바겐의 드레스덴 공장은 유명 레스토랑의 ‘오픈 키친’과도 같은 투명 유리 공장으로 관심을 모은 바 있습니다.‘기가 팩토리’라는 이름으로 세계 각지로 생산기지를 넓히고 있는 테슬라는 말할 것도 없겠습니다.반면에 현대차가 그렇게 자랑하는 제네시스 브랜드의 세단 차량을 생산하는 곳은 여전히 ‘울산5공장’입니다.현대차 울산공장은 세계적으로 봐도 가장 큰 자동차 생산기지입니다. 그리고 불모지에서 시작해 세계무대에서 당당하게 자리를 잡은 한국 자동차 산업의 역사를 대표하는 곳입니다.이 역사를 감안하면 과거의 유산을 지켜내는 것도 의미가 클 수 있습니다만 때로는 발전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귀족노조’라고 비판받긴 하지만 그와는 별개로 수십 년의 세월 동안 ‘공장’에서 일하면서 한국 자동차 산업을 이끌어온 근로자들에게는 조금 새로운 이름이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그들이 일하는 공간에 새로운 의미도 부여해보고 엔지니어로 대접하려는 노력은 결국 기업 전체의 가치를 높일 수 있습니다.내가 타는 차가 ‘익명의 근로자가 일하는 공장’이 아니라 ‘투명하게 공개된 스마트 팩토리’에서 생산된다는 것이 고객들에게 중요한 가치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공장도 고객 경험을 제공하는 공간으로”얘기가 현대차 울산공장으로 흘러갔습니다만… 이런 이유들 때문에 저는 ‘오토랜드’라는 새로운 작명을 시도한 기아에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큰 틀에서 보자면 공장이 생산·제조에 치우친 느낌을 주기보다는 고객 경험을 제공하는 공간 가운데 하나로 자리잡아야 한다는 생각을 반영한 것이기 때문입니다.사실 현대차그룹 역시 ‘이-포레스트(E-FOREST)’란 이름으로 스마트 팩토리 브랜딩에 속력을 내고 있는 상황입니다.공장에 새로운 이름을 붙인 기아의 시도와 더불어서 현대차그룹 전반이 이런 분야에서도 새로운 변화를 만들어 내지 않을까 싶습니다.● “기아가 현대차그룹의 변화를 먼저 보여주는 것일 수도”올해 기아의 시도를 보면서 저는 기아가 현대차그룹에서 일종의 전위부대 혹은 선봉부대와 같은 역할을 하는 것 아닐까하는 생각도 해봤습니다.현대차라는 덩치 큰 본진이 한번에 바꿀 수 없는 것들을 기아가 먼저 시도해보면서 새로운 길을 열어가는 것 아닐까하는 생각입니다.현대차와 현대차그룹의 경우 ‘차’라는 글자 하나를 빼는 것만해도 생각보다 쉽지 않을 수 있습니다.현대차가 직접 움직이는 일의 무게감이 클뿐더러 고(故) 정주영 창업주로부터 시작된 현대가(現代家) 내부의 관계를 생각했을 때 더 그렇습니다.그러하기에, 기아가 보여주는 새로운 방향성은 현대차그룹 전체가 앞으로 추구하려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일 수 있습니다.물론, 전기차 등에서 새로운 길을 가는 상황이라면 ‘기아’라는 브랜드의 힘을 얼마나 키울 수 있을 것이냐 등의 문제가 앞으로의 기아에게 현실적이고 또 중대한 과제이겠습니다.올해 기아의 변신을 계기로, 앞으로는 현대차와 기아가 서로 어떤 전략으로 미래차 시대에 대응하는지를 살펴보시는 것도 자동차 산업을 바라보는 재미있는 관전 포인트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관련된 소식들을 종종 추가로 업데이트해 보겠습니다.참고로, 기아에서는 기존 고객들이 이용하고 있는 차량의 구형 로고를 신형 로고로 교체하는 서비스를 진행할 수 있는지를 검토해 봤지만 ‘어렵다’고 결론 낸 것으로 보입니다.로고라는 것이 스티커처럼 외장 강판 위에 붙이는 것이 아니고 상황에 따라서는 구조적인 변화가 필요할 수 있다는 등의 문제 때문이라고 합니다.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 2021-04-24
    • 좋아요
    • 코멘트
  • [김도형 기자의 일편車심]테슬라의 ‘유사’ 자율주행 기술

    17일 밤(현지 시간) 미국 텍사스주에서 테슬라 모델S 차량 사고가 났다. 이 작은 교통사고가 세계의 이목을 끌었다. 충돌과 화재로 차 안에서 2명이 사망했는데 운전석에 사람이 없었다는 보도 때문이다. 사망자들은 운전자 없이 차가 주행할 수 있는지를 시험하려 했다는 현지 경찰 얘기도 전해졌다. 전기차 브랜드 테슬라는 첨단 자율주행 기술을 강조하고 있다. 기본 설치되는 ‘오토파일럿(Autopilot)’과 추가비용을 내고 쓸 수 있는 ‘FSD(Full Self Driving)’. 크게 두 종류다. 많은 사람이 테슬라에 열광하게 만든 두 기술의 이름만 보면 탁월한 자율주행 기술처럼 보인다. 사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총 6단계(레벨0∼레벨5)로 나뉘는 자율주행 기술에서 3단계(레벨2)에 해당한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운전대에서 손을 뗄 수 있지만(Hands Off) 전방과 주변에서 눈을 떼지 않고 돌발사태에 즉각 대응해야 하는 수준이다. 이는 자율주행에 해당하지 않는다. 사고의 진실은 아직 불분명하다.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는 FSD를 구매하지 않은 차량이었고 사고 시점에 오토파일럿이 켜져 있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렇지만 과거 유사한 사고에 이어서 다시 한번 자율주행 기술 때문에 논란을 일으킨 테슬라를 보면서 얻어야 할 교훈은 명백해 보인다. ‘비슷하지만 아닌’ 유사(類似) 자율주행 기술에 속으면 안 된다는 점이다. 테슬라를 포함한 많은 브랜드가 대중화시킨 ‘유사 자율주행 기술’을 정확하게 가리키는 단어는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이다. 센서와 카메라를 이용해 앞차와의 거리를 자동으로 조절하면서 설정된 속력에 맞춰 차선을 지키며 달리는 능력이 핵심이다. 자율주행 기술로 분류되는 것은 이 다음인 4단계(레벨3)부터다. 전방을 보지 않아도 되는 단계(Eyes Off·레벨3)와 운전에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단계(Mind Off·레벨4)가 그다음이다. 최종 목표는 운전자가 없어도 되는 단계(Driver Off·레벨5)다. 도로 위의 다양한 변수와 인공지능(AI) 오류 가능성까지. 자율주행 기술의 완성은 쉽지 않은 과제다. 하지만 언젠가는 실현될 것이다. 기술 발전의 역사는 상상을 현실로 만드는 과정이었다. 하지만 아직은 아니다. ‘오토’나 ‘셀프 드라이빙’ 같은 말은 아직 사실이 아니다. 많은 자동차 브랜드는 테슬라와 비슷한 기술에 오토파일럿 같은 말을 쓰지 않는다. 그 대신 파일럿 어시스트, 드라이빙 어시스턴트 같은 단어를 쓴다. 운전자를 돕는 기술이라는 뜻이다. 어떤 브랜드는 이런 기술을 홍보할 때 ‘반자율주행’이라는 표현도 강하게 배제한다. ‘어시스트’와 ‘오토’의 차이를 운전자가 오해했을 때 벌어질 수 있는 일이 끔찍하다는 것이다. 테슬라는 자동차 산업의 역사를 바꾸고 있는 기업이지만 작명에서는 낙제다.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 2021-04-23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차 한 대 완충하면 가정용 전기 10일치… 생활 바꾸는 전기차 [김도형 기자의 휴일차(車)담]

    요즘 차와 차 업계를 이야기하는 [김도형 기자의 휴일차(車)담] 오늘은 새로운 전력 공급원으로 주목 받고 있는 전기차 배터리를 살펴보려고 합니다.현대차와 기아가 최근 공개한 전기차 ‘아이오닉5’와 ‘EV6’는 모두 전기차를 구동하는 고용량 배터리의 전력을 차량 밖에서 손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면서 관심을 모으고 있습니다.한번 충전으로 수백 킬로미터를 주행할 수 있는 전기차에 장착되는 배터리는 상당한 양의 전력을 저장할 수 있습니다.손쉽게 충전하고 활용할 수 있는 대용량의 배터리가 자동차에 실려서 공간적 제약 없이 활용될 수 있다는 측면에서 바라보면, 전기차의 보급은 많은 사람들의 생활을 바꿔놓을 수도 있을 듯 합니다.전기차 배터리가 얼마나 의미 있는 수준의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지를 가볍게 한번 살펴보겠습니다.타이거 우즈의 교통사고를 계기로 자동차 안전 이슈 전반을 짚어본 지난번 휴일차담에 보내주신 관심에도 깊이 감사드립니다.● 자유롭게 전기 뽑아 쓰는 아이오닉5·EV6현대차와 기아는 최근 첫 전용 전기차인 아이오닉5와 EV6를 공개했습니다. 이 두 차에 적용돼 관심을 모으고 있는 기술이 바로 ‘V2L’입니다. V2L은 비히클 투 로드(Vehicle to Load)를 줄인 말로 자동차에서 야외 등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전기차의 고전압 배터리에 저장된 전력을 220V 콘센트를 활용해서 자유롭게 차량 주변에서 활용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현재 아이오닉5의 경우 현대차 임직원들이 시험 주행을 해보고 있는 상황이라 제가 직접 V2L을 이용해 보지는 못했는데요.차량을 구매할 때 기본 제공되는 컨버터를 외부의 충전구에 충전기 대신 꽂으면 220V 콘센트를 여기에 꽂아서 전기를 쓸 수 있는 방식이라고 합니다.이런 전력 공급 방식은 기본으로 적용되고 차량 실내 뒷좌석 하단의 220V 콘센트는 옵션 형태로 선택할 수 있습니다.● 아이오닉5 한 대 완충 = 일반 가정 열흘치 전력량기존의 내연기관차에서도 일부 차량은 콘센트를 꽂아서 전기를 쓸 수 있는 기능을 채택해 왔습니다.하지만 사용할 수 있는 전력의 양과 전압 등을 감안하면 전기차의 고전압 배터리의 실용성이 훨씬 더 크다고 볼 수 있습니다.아이오닉5 롱레인지 모델의 경우 고전압 배터리의 용량이 72.6kWh입니다.지난해 12월 서울시의 가구당 평균 전력 사용량인 7.3kWh를 기준으로 보면 완충된 배터리로 겨울 가정의 열흘 치 전력을 감당할 수 있는 셈입니다. 물론 완충된 차의 배터리를 모두 외부 전력 공급에 쓸 수는 없겠습니다만 전기차 배터리의 용량이 상당하다는 점은 충분히 느낄 수 있습니다.멀티탭을 이용해 여러 개의 전기기구를 연결할 수 있고 이런 경우 3.6kW의 전력을 쓸 수 있다는 점도 눈여겨 볼만합니다.3.6kW는 전력 소모가 꽤 큰 편인 가정용 전열기구 한, 두개 정도는 동시에 감당할 수 있는 수준입니다.● 차 배터리에서 도로 위, 집, 전력망으로 송전전기차에 장착된 배터리는 용량이 상당합니다. 그래서 앞으로 그 용도가 V2L에만 그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미 V2H, V2G라는 개념까지 제시가 된 상황인데요.V2H는 비히클 투 홈(Vehicle to Home)을 줄인 말입니다. 정전 등의 상황에서 일정 시간 동안 가정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다는 개념입니다.재난 상황에서 각 가정에 비상 전력을 공급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도 의미가 있는 개념입니다. 지진을 비롯한 재난이 잦은 편인 일본에서는 전기차는 물론이고 수소로 전기를 만들어서 차를 구동하는 수소전기차를 활용한 V2H의 개념까지 많이 논의돼 왔습니다.V2G는 비히클 투 그리드(Vehicle to Grid)를 뜻합니다. 전기차의 배터리와 전력망을 연결해서 유동적으로 이용하고 효율성을 높이려는 활용 방법입니다.V2G의 경우 저장이 쉽지 않다는 전기 에너지의 단점을 보완해 줄 있다는 측면에서도 바라볼 수 있겠습니다.● 야외에서 쓰는 전기… 캠핑·레저 넘어 ‘생활’을 바꿀까아이오닉5와 EV6가 앞으로 계속 고객들에게 인도되면 일단은 V2L이 일상 속의 기술로 자리 잡을 것으로 보입니다. 현대차그룹은 그동안 V2L을 기술을 이용하면 야외 활동이나 캠핑의 개념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적극적으로 홍보해 왔습니다.야외에서 고성능 오디오와 스피커를 이용해 음악을 듣거나 숲 속에서 런닝 머신을 이용해 운동하는 모습 등을 부각했습니다.야외에서 전기를 자유롭게 쓸 수 있게 됐을 때 상상해볼 수 있는 일은 다양합니다.현대차의 홍보 영상에 달린 한 댓글은 전기차를 가져가면 한강변에서 비디오 게임을 할 수 있겠다고 얘기하기도 합니다.TV와 비디오 게임기 정도는 꽤 장시간 가동할 수 있는 전력량이기에 충분히 실현 가능한 시나리오이겠습니다.● “집 밖에서 반려동물 털 말리겠다”… 이용법기업은 제품을 만들지만 제품과 기술을 이용하는 것은 고객입니다.저는 비디오 게임뿐만이 아니라 야외에서 반려동물의 털을 말릴 수 있겠다거나, 커다란 튜브에 공기를 채우기가 훨씬 편해지겠다는 등의 의견에도 눈길이 갔습니다.많은 전자 기기가 자체적으로 배터리를 장착해 ‘포터블’해지고 있지만 여전히 전기 콘센트가 필요한 경우도 많습니다.V2L이라는 기술은 이용자들이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서 많은 사람들의 생활을 바꿀 수도 있을 듯합니다.그리고 때로는 새로운 사업을 만들어 낼 수도 있습니다. 차량을 이용해 일종의 이동식 점포를 운영하려는 자영업자들에게는 기존보다 훨씬 싼 비용으로 공간적인 제약 없이 전기를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새로운 사업 아이템을 제시해 줄 수도 있겠습니다.● V2L 대중화에 이어 에너지 운반체로 지금은 아이오닉5와 EV6로 인해 주목 받고 있지만 V2L 기술 자체는 특정 기업의 기술이 아닙니다.고객들의 호응이 크다면 자연스레 다른 전기차에서도 이런 기술이 적용될 수밖에 없습니다.V2L 기술이 전기차 시대의 ‘기본옵션’이 되고, 저장할 수 있는 에너지의 양이 앞으로 더 커질 수 있다면 전기차가 일종의 ‘에너지 운반체’로 대접 받는 시기가 올 수도 있겠습니다.실제로 V2L 기술을 활용해 어떤 일들을 할 수 있을지는 저도 실제로 한번 경험해 보고 또 이야기해 보겠습니다.야외에서 자유롭게 전기를 쓸 수 있다면 어떤 일을 해보면 좋을지, 독자 여러분들도 한번 상상해 보시면 재미있을 듯 합니다.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 2021-04-10
    • 좋아요
    • 코멘트
  • [김도형 기자의 일편車심]디자인 기준을 바꾸는 전기차

    기아가 첫 전용 전기차 ‘EV6’를 공개했다. 전용 전기차는 전기차만을 위해 설계한 기본 뼈대 위에 디자인한 차다. 내연기관차에서 엔진을 빼고 모터와 배터리를 넣는 방식으로 만들던 기존 전기차와는 출발점부터 다르다. 현대차도 최근 첫 전용 전기차 ‘아이오닉5’를 내놓았다. 두 전용 전기차에서 주목할 만한 공통분모는 세단이 아니라는 점이다. 두 차 모두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혹은 크로스오버유틸리티차량(CUV)에 가까운 모습이다. 세단은 앞뒤로 길게 튀어나온 엔진룸과 짐칸, 낮은 차체가 특징이다. 반면 SUV와 CUV는 세단보다 차체가 높다. 짐칸이 승객 공간과 완전히 분리되지 않고 빵빵하게 부풀어 올라 차의 부피감을 키운다. 현대차의 쏘나타 같은 세단은 오랫동안 자가용 자동차를 대표해 왔다. 한국에서 특히 그랬다. 하지만 전기차는 이제 자동차 디자인의 기준을 바꾸려는 참이다. 두 종류의 전용 전기차를 공개한 독일 폭스바겐도 세단 대신 해치백과 SUV 디자인을 채택했다. 변화의 이유는 “형태는 기능을 따른다”는 건축계의 유명한 격언으로 수렴된다. 전기차에는 내연기관차의 핵심 부품인 엔진이 없다. 금속 실린더 안에서 연료를 폭발시켜 동력을 만드는 엔진은 크고 무겁다. 엔진 과열을 막고 원활한 작동을 돕는 냉각, 윤활 기능을 위해 필요한 부품도 많다. 이런 부품이 모두 사라진 전기차는 ‘엔진 없는 엔진룸’을 갖게 됐다. 이 엔진룸은 과거보다 훨씬 짧아도 된다. 그만큼 차의 실내 공간은 커질 수 있다. 옆에서 보는 차를 한번 떠올려 보자. 양옆으로 돌출된 엔진룸과 짐칸 때문에 챙 넓은 중절모를 닮은 세단의 디자인은 전기차와는 덜 어울린다. 엔진룸이 짧아지고 승객 공간은 커지는 차의 디자인이 반드시 SUV가 될 필요는 없겠지만 납작한 세단 디자인은 아무래도 비례가 어색하다. 게다가 전기차에서는 대용량 배터리가 핵심 부품이 됐다. 부피가 큰 배터리는 차 바닥에 넓게 배치하는 것이 최선이다. 세단보다 차체가 높은 SUV나 CUV 같은 디자인이 설득력을 얻는 이유다. 세단보다 SUV를 선호하는 세계적인 흐름도 이런 변화를 뒤에서 밀고 있다. SUV는 비슷한 길이의 세단에 비해 무겁다. 차체가 높으니 공기 저항이 크고 연료소비효율도 떨어진다. 그렇지만 실내 공간은 더 넓다. 사람들은 더 넓은 공간을 차에 요구하고 있다. SUV에 큰 짐을 싣고 여행에 나서던 사람들은 이제 뒷좌석이 짐칸과 이어지게 접어놓고 잠을 자는 차박까지 시도한다. 실용성을 중시하는 유럽 사람들은 일찍부터 SUV나 해치백, 왜건처럼 짐칸을 키운 차를 선호해 왔다. 전기차 시대가 본격화되면 납작한 세단은 도로에서 완전히 사라지는 것일까. 물론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찾는 사람만 있다면 날렵하고 역동적인 세단도 함께 만들어질 수 있다. 형태는 기능을 따르고, 기업은 고객의 요구를 따른다.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 2021-04-02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성과급 그리고 로봇…정의선 회장이 얘기한 현대차의 과제 [김도형 기자의 휴일차(車)담]

    요즘 차와 차 업계를 이야기하는 [김도형 기자의 휴일차(車)담] 오늘은 현대자동차그룹의 정의선 회장이 최근에 연 타운홀미팅 행사와 그 자리에서 얘기된 ‘로보틱스’ 사업을 살펴보려고 합니다.현대차그룹은 세계 자동차 산업에서 폭스바겐, 도요타, 제너럴모터스(GM) 등과 더불어 손에 꼽히는 기업입니다.이런 기업의 최고경영자(CEO)가 어떤 얘기를 하는지를 통해 우리는 자동차 산업은 물론 글로벌 산업계의 현재와 미래를 살펴볼 수 있습니다.지난 2019년 10월 이후 1년 반 만에 열린 타운홀미팅에서 정의선 회장은 많은 얘기를 했고 곰곰이 들여다볼만한 대목이 많습니다.사업적인 측면에서 재미있게 본 부분은 현대차그룹의 미래 사업에서 20%를 차지할 것이라고 1년 반 전에 공언했던 로보틱스 사업에 대해 정 회장이 자신의 생각을 직접 밝혔다는 점인데요.이날 타운홀미팅에서 어떤 얘기가 나왔는지 살펴보고, 치열한 경쟁 속에서 글로벌 시장을 지향하는 기업들이 어떤 고민을 하고 있는지를 가볍게 짚어보겠습니다.타이거 우즈의 교통사고를 계기로 차량의 안전성과 운전자 리스크라는 문제를 짚어본 지난번 휴일차담에 보내주신 관심과 성원에도 깊이 감사드립니다.● 1년 반 만에 다시 열린 현대차그룹 ‘타운홀미팅’ 지난 16일 현대차그룹에서는 정의선 회장이 임직원들과 대화를 나누는 타운홀미팅 행사가 열렸습니다.정 회장이 수석부회장이었던 2019년 10월에 열었던 행사 이후 두 번째 타운홀미팅이었는데요.2019년의 첫 행사는 서울 서초구 양재동 사옥 2층 강당에서 오프라인 행사가 진행되면서 동시에 그룹 계열사에 생중계되는 방식이었습니다.그리고 이번에는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전면적인 온라인 생중계 방식으로 열렸습니다.자동차, 건설, 제철, 금융 등의 사업을 거느리고 있는 현대차그룹은 사실 상명하복의 군대식 조직문화로 유명합니다.정몽구 명예회장이 그룹을 진두지휘하던 시절에도 소통을 위한 노력은 있었겠습니다만…일사불란한 지휘 체계를 바탕으로 세계무대에서 공격적으로 시장을 넓히는 것이 지상 과제였던 시대였던 터라 임직원들의 목소리를 듣는 것이 아주 중요한 과제는 아니었을 것 같습니다.하지만 시대는 빠르게 바뀌고 있습니다. 기업을 구성하는 임직원들의 생각과 태도도 많이 달라졌습니다.첫 타운홀미팅에서 정 회장은 수석부회장을 줄인 ‘수부’ ‘수부님’이라는 친근한 호칭을 강조하고 직원들과 단체로 셀카를 찍었습니다.아직 회장에 취임하기 전이었지만 CEO가 바뀌고 회사가 얼마나 달라졌는지를 안팎으로 보여주는 자리였습니다.밖에 많이 알려지진 않았지만, 그 행사 이후에 현대차그룹 내부의 주요 사업 부문 곳곳에서도 비슷한 행사가 열렸습니다.고위급 임원들 각자가 임직원들의 의견을 듣겠다고 마련한 자리였고 어떤 곳에서는 고위 임원이 화려한 복장에 가발까지 쓰고 등장해서 편하게 얘기하자고 나서기도 했습니다. 비판적으로 볼 여지도 있겠지만, “바뀌어야 한다”는 CEO 뜻을 확인하자 신속하는 즉시 각자의 방식으로 변화를 시도한다는 점에서 현대차그룹이 가진 원래의 ‘일사분란’한 모습이 그대로 살아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임직원의 최대 관심사는 ‘성과급’이번에 열린 두 번째 타운홀미팅 행사와 관련해 현대차그룹 내부적으로는 아무래도 성과급이 가장 큰 관심사였던 듯 합니다.행사를 위해 사전에 질문을 모을 때도 성과급과 관련한 질의가 압도적이었다는 후문입니다.성과와 보상 문제는 어느 기업할 것 없이 최대의 관심사이니 당연한 일이겠습니다.회사의 성과를 직원들에게 금전적인 보상으로 돌려주는 성과급을 어떻게 분배할 것이냐 하는 문제는 최근 국내의 다른 주요 대기업에서도 큰 논란을 불러일으킨 바 있습니다.다만, 현대차나 기아의 경우 성과급이라는 장치가 다른 기업들과 다소 다르게 작동해 왔다는 특징이 있습니다.현대차와 기아에서는 막강한 힘을 가진 노동조합을 상대로 회사가 임금협상을 벌일 때 영업이익의 크기를 감안해 성과급의 규모를 일괄적으로 결정하는 흐름이었다고 보면 크게 틀리지 않습니다.회사의 입장에서 보자면 탄력성이 낮은 기본급의 상승은 억제하면서 매년 탄력적으로 근로자들의 임금 총액을 조절하는 장치에 가까웠습니다.그리고 워낙에 강력한 노조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내부 사업부문 간의 성과 혹은 임직원 개인의 성과를 아주 크게 반영하는 제도도 아니었습니다.임직원들 역시 이런 구조를 모르지 않겠습니다만, 시대는 바뀌었습니다.현대차그룹은 이제 차가 잘 팔렸을 때 특정 사업 부문이나 개인에게 이득을 몰아주어야 하는지 그리고 그렇게 한다면 누가 그 이득을 누릴 것인지 같은 문제까지 고민해야 할 상황이 된 것일 수 있습니다.조직 안에서 숫자상으로 대다수를 차지하는 생산직 근로자의 입장과 양재동 본사, 남양연구소, 판매 조직 등 서로 다른 영역에서 일 하는 근로자들 간의 이해관계를 조정해야 하는 복잡한 작업이기도 합니다.● 최고경영자가 직접 대외 메시지 발신하는 통로 이런 이슈가 중요하게 다뤄지는 것이 보여주듯이 타운홀미팅은 내부 소통용이라는 것이 현대차그룹의 설명입니다.정의선 회장이 내부 임직원들과 직접 소통하고 대화하기 위해 이런 자리를 마련했다는 것입니다.하지만 현대차그룹을 밖에서 취재하는 입장에서는 이런 타운홀미팅은 CEO인 정의선 회장을 간접적으로 인터뷰하는 자리 같은 역할을 할 수도 있습니다.정의선 회장 같은 재계 주요 인사는 특정한 매체와 언론 인터뷰를 하기가 어렵습니다.모두가 인터뷰하기를 원하기 때문에 특정 매체만을 만나기가 쉽지 않은데 그렇다고 문을 활짝 열면 너무 많은 매체를 마주해야 합니다.언론 간담회를 열거나 일부 매체와 인터뷰 하는 대신 타운홀미팅 같은 행사를 열면 자연스럽게 공개되는 대화를 통해 자신의 생각을 전할 수 있습니다.내부 행사니까 노출하고 싶은 부분까지만 적절하게 보여줄 수 있다는 장점도 있겠습니다.● 로보틱스에 대한 생각 직접 밝힌 정의선 회장 이런 관점에서 봤을 때, 저는 이번 타운홀 미팅에서 로보틱스에 대해 정의선 회장이 직접 밝힌 내용들이 가장 눈에 띄었습니다.2019년 10월의 첫 타운홀미팅에서 정 회장은 현대차그룹이 미래에 자동차 50%, 도심항공모빌리티(UAM) 30%, 로보틱스 20%의 비중으로 사업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당시에 현대차그룹 양재동 사옥에서 모니터로 생중계되는 영상을 보고 있던 기자들은 물론이고 현대차 직원들도 처음 듣는 얘기였습니다.정 회장이 무슨 취지로 말하는 것인지를 몰라서 직원들마저도 약간 당황해 하던 장면도 기억이 나는데요.현대차그룹의 미래에 대해 상당히 중요한 메시지를 임직원들 앞에서 먼저 꺼내놓은 일이었던 것입니다.이 가운데 UAM과 관련한 계획들은 여러 차례 청사진이 제시됐습니다.지난해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0’에서는 현대차가 미국의 우버와 협력한다는 점 그리고 UAM 사업의 핵심이 될 비행체의 모형까지 공개가 됐습니다.CES 행사장에서는 정의선 회장이 직접 발표자로 나서기도 했습니다.하지만 로보틱스에 대해서는 정 회장이 자신의 생각을 직접적으로 드러낸 것이 별로 없습니다.● 정의선 회장 “로봇이 비서 역할하고 물리력도 보조”이런 가운데 이날 정 회장이 로보틱스에 대해 밝힌 내용을 그대로 옮겨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일단 로보틱스 부분이 산업이나 개인이나 의료 여러 부분에 적용될 거예요. 예를 들면 저는 폰이 없어지고 로보틱스를 항상 데리고 다닐 것 같구요. 로보트든 휴먼노이드든 어떤 형태로든 그리고 비서역할을 할 것 같습니다. 그래서 무거운 것을 다 들어주고 그리고 집에 오면, 만약 고령자라면 차에서 침대까지 다 안아서 데려가고, 그리고 우리가 이렇게 얘기하고 있는 동안에는 알아서 충전을 하고 있을거고. 그리고 스케줄 관리부터 모든 걸 다하고 우리는 더 생산적이고 머리를 많이 쓰는 다른 일을 할 것이고. 그렇게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어떤 미래가 그려지시나요?로봇이 사람을 따라다니며 비서 역할도 하고 사람이 해야 할 물리적인 작업을 도와주는 모습. 어찌보면 그동안 만화와 영화 속에서 보던 로봇의 모습과 별로 다르지 않습니다.그런데 이걸 작가와 감독이 영화 속에 구현하는 것과 글로벌 기업의 CEO가 직접 얘기하는 것은 많은 차이가 있을 수 있겠습니다.아직 구체적인 사업모델로 드러나진 않고 있지만 현대차그룹의 로보틱스 사업이 미래에는 자동차 사업의 5분의 2 정도를 차지하게 될 것이라는 지향점을 내놓은 이상 정의선 회장이 직접 얘기하는 로봇의 역할은 앞으로 내놓을 제품의 예시라고 봐도 될 듯 합니다.공장 등에서 사람을 대신해서 생산 활동에 활용되는 ‘산업용 로봇’ 뿐만이 아니라 사람 가까운 곳에서 사람의 일을 대신하거나 보조하는 서비스 로봇 그리고 휴머노이드 로봇이 현대차그룹의 지향점이라고 분명히 말을 한 것입니다.현대차그룹은 세계 곳곳의 생산 시설에서 많은 산업용 로봇을 사용하고 있습니다.그리고 현장의 근로자들에게는 근골격계 질환을 예방해주고 작업 편의를 높여주는 웨어러블 로봇도 제공하고 있습니다.이런 산업적인 수요뿐만이 아니라 일상 속의 개인들에게 어떤 로봇을 제공하고 싶은지를 정 회장은 이번에 얘기를 했습니다.물론,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말 세계적인 로봇 기업 ‘보스턴 다이내믹스’를 인수하기로 하면서 이와 비슷한 미래 계획을 어느 정도 공개했습니다.시장 수요가 큰 물류 로봇을 시작으로 사람을 안내 및 지원하는 로봇, 인간형 로봇인 휴머노이드 로봇 등이 주요한 목표라는 것이었습니다.이런 계획에 정 회장이 구체적인 얘기를 더하면서 현대차그룹의 로보틱스 사업은 조금씩 구체화하는 모습입니다.● 자동차 공급 과잉의 시대 현대차 뿐만이 아니라 도요타나 혼다 같은 해외 자동차 기업들도 일찌감치 로봇 사업에 힘을 쏟고 있습니다.왜 이런 새로운 사업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해답은 정의선 회장 본인이 2019년 타운홀미팅에서 내놓았습니다.당시 정 회장은 자동차 산업이 세계적으로 2500만 대 가량 공급 과잉 상태라고 진단했습니다.세계 자동차 시장은 코로나19 사태 같은 변수가 없을 때 9000만 대 안팎의 시장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정 회장의 진단은 30% 가까운 과잉 공급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분석인 셈입니다.과잉 공급 상태는 완성차 제조사들 간의 치열한 경쟁을 만들어내고 결과적으로 고객들에게는 싼 값에 좋은 차를 살 수 있는 기회를 줄 수 있습니다.하지만 제조사의 입장에서는 생존 경쟁에 내몰리면서 수익성 낮은 사업을 계속 이어가야 하는 불리한 상황을 만들어냅니다.이러니 자동차 기업들이 자신들의 역량을 잘 활용할 수 있는 새로운 사업에서 더 높은 수익성을 찾으려는 것은 당연한 움직임입니다.2020년 444억 달러(약 50조 원) 규모로 추산되는 글로벌 로봇 시장은 연평균 32%씩 성장해 2025년에는 1772억 달러(약 200조 원) 시장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습니다.자동차 산업의 급변기에 어떤 기획 혹은 위기를 맞이할지 모른다는 불확실성 그리고 이미 자동차 산업 자체의 경쟁이 너무 치열하다는 점 등이 자연스레 현대차그룹을 포함한 자동차 기업을 로보틱스의 세계로 이끌고 있는 셈입니다.● 자동차 기업이 로봇 사업에 손 뻗는 이유는…어떤 형태가 됐던 실용적인 로봇을 현실 속에서 구현하는 것은 결국 기업일 수밖에 없습니다.그렇다면 다양한 영역의 기존 기업들이 경쟁하게 될 수 있습니다.기존의 로보틱스 기업은 말할 것도 없고 중장비 기업, 전자 기업, 정보통신(IT) 기업 등 다양한 산업군의 기업들이 여기에 도전할 수 있겠습니다.이 가운데서 자동차 기업이 가진 장점은 뭘까요.일단 많은 로봇이 기본적으로 이동하는 기능을 갖고 있습니다.전기를 중심으로 동력을 이용해 이동하고 물리적인 힘을 쓴다는 점은 자동차, 특히 전기차와 비슷한 특징을 보여줍니다.자동차 업계가 심혈을 기울여 개발하고 있는 자율주행 기술 역시 이동성을 가진 로봇이 갖춰야할 능력과 유사합니다.주변을 최대한 정확하게 감지하면서 스스로 목적지로 이동하고 위험한 상황은 회피해야 하는 능력이기 때문입니다.정의선 회장이 말한 ‘쉴 때는 알아서 충전하는 로봇’이라는 개념을 들여다보면 자율주행 전기차가 추구하는 개념과 그리 다르지 않아 보입니다.미래의 자율주행차를 ‘사람을 태우고 고속으로 이동할 수 있는 로봇’으로 정의해 본다면 어떨까요?다양한 종류의 로봇을 ‘사람을 직접 태우지는 않지만 사람들의 곁에서 필요에 따라 이동하며 아주 다양한 일을 물리적으로 처리해 주는 기계 장치’라고 볼 수도 있을 듯 합니다.산업 전반적인 측면에서도 강점이 있습니다.자동차 산업은 제조업 분야에서 ‘종합예술’이라고 불릴 정도로 복잡한 산업입니다.부품 수급, 생산, 판매, 운송, 재고 관리 등 다양한 영역에서 종합적인 역량을 잘 조화시켜야 하는 산업이고 주요 기업들의 경우 몸집 자체도 큽니다.로봇 산업 역시 산업용 로봇, 물류 로봇, 서비스 로봇, 휴머노이드 로봇 등 다양한 영역에서 첨단 기술을 기반으로 정밀한 제조 기술까지 갖춰야 하는 첨단 산업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로봇을 ‘대량 생산’해야 하는 상황이 왔을 때, 자동차 산업의 주요 기업들은 가장 적합한 능력을 갖춘 곳 중 하나일 수 있습니다.로봇은 자동차에 비해서는 작고 가벼울 수 있지만 스마트폰이나 TV에 비해서는 훨씬 크고 무거울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해도 비슷한 부분을 찾을 수 있습니다.● 2021년 한국 기업의 고민, 인재 확보와 신사업일부러 타운홀미팅 같은 행사를 열어서 성과급 같은 민감한 주제에 대해 개선책을 내놓겠다고 약속하고 로보틱스처럼 아직 불확실한 미래 사업에 대한 청사진을 제시하고…저는 이번 타운홀미팅 행사를 보면서 현대차그룹뿐만이 아니라 한국 주요 기업들이 2021년에 가진 고민을 잘 보여주는 자리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권위주의 시대가 저물고 CEO가 직접 나서서 새로운 세대의 임직원과 소통하고 적절한 보상까지 약속해야 하는 시대가 됐습니다.사업은 고객을 바라보며 하지만 제품을 사줄 고객뿐만이 아니라 고객을 만족시킬 수 있는 제품을 만들어내는 회사 내부의 고객, 곧 임직원들부터 만족시켜야 하는 이유는 간단합니다.좋은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어내는 주체가 바로 그들이기 때문입니다.그리고 많은 기업이 수십 년 동안 빠르게 성장해 온 결과, 이제는 글로벌 기업들에 뒤지지 않는 혹은 더 앞선 제품을 만들면서 새로운 사업에 도전해 성공시켜야 현재의 기업 규모와 수익을 유지·발전시킬 수 있는 입장에 서 있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현대차그룹을 포함해 한국의 많은 기업이 처한 상황입니다.전기차와 수소차 같은 친환경차와 자율주행차에 대응하는 투자. 그리고 UAM에 로보틱스까지.현대차그룹의 경우 관심과 투자가 너무 넓게 퍼져 있는 것 아니냐는 걱정의 시선도 있습니다.전기차를 비롯한 친환경차 관련 사업이 상당 기간 동안 기업에 수익을 주기보다는 추가적인 투자를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도 이런 우려에는 상당한 타당성이 있습니다.이런 상황 속에서 로보틱스를 포함한 현대차그룹의 새로운 시도는 앞으로 어떤 결과를 보여줄까요?정의선 회장과 임직원들이 만난 자리에서 오고간 많은 얘기와 약속들이 어떤 결과를 만들어내는지에 따라 성공과 실패 사이에서 다양한 미래가 만들어질 수도 있을 듯 합니다.현대차그룹 뿐만 아니라 많은 한국 기업들이 비슷한 고민 속에 다양한 시도를 이어가고 있는 2021년입니다.자동차 업계를 중심으로 산업계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앞으로도 계속 전해드리겠습니다.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 2021-03-27
    • 좋아요
    • 코멘트
  • 우즈와 차의 악연, ‘사람 리스크’ 극복이 과제인 차량 안전 [김도형 기자의 휴일차(車)담]

    요즘 차와 차 업계를 이야기하는 [김도형 기자의 휴일차(車)담] 오늘은 타이거 우즈의 교통사고 그리고 도로 위의 주인공인 사람이 사실은 안전 문제에서 가장 큰 리스크라는 점을 살펴보겠습니다.지난달 타이거 우즈의 교통사고 소식은 세계적인 조명을 받았습니다. 사고 원인은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습니다.섣부르게 개별 사고의 원인에 대해 얘기하기보다는, 자동차 제조사들이 첨단 기술을 활용해 사고 자체를 막으려고 노력하는 모습들과 함께 보편적으로 명심해야 할 자동차 안전에 대한 상식을 짚어 보겠습니다.온라인 콘텐츠인 ‘휴일차담’을 많은 독자분들께서 성원해주시는 가운데 동아일보 신문 지면에도 3주에 한 번씩 금요일마다 ‘일편차심’이라는 글을 연재할 수 있게 됐습니다.하루 앞서 게재된 저 글의 주제가 오늘 이야기의 ‘요약’일 수도 있습니다만, 짧은 글에 미처 담지 못한 새로운 내용을 담아서 어제와는 다른 오늘의 이야기를 풀어보겠습니다.올해부터 본격화하고 있는 전기차 경쟁의 초반 상황을 가볍게 짚어본 지난주 휴일차담에 보내주신 큰 관심에도 깊이 감사드립니다.●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 자동차와는 여러 차례 악연타이거 우즈의 첫 메이저 대회 우승이었던 1997년 마스터즈는 골프계 전체에 큰 충격을 던졌습니다.2위와 무려 12타 차이가 나는 18언더파 우승. 콧대 높기로 유명한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이 호랑이(타이거)의 습격에 철저하게 유린당했다는 평가가 나왔습니다.충격의 여파는 거대했습니다.프로 대회를 치러야 하는 골프장은 전장을 더 늘리고 페어웨이는 좁혀야 했습니다.그리고 어린 선수들은 장타 없이 우승도 없다는 철학을 뼈에 새기기 시작했습니다.우즈가 골프라는 스포츠의 패러다임을 바꾼 것입니다.이제는 골프계에서 전설의 반열에 올라선 우즈이지만 자동차와의 인연은 악연에 가까워 보입니다.2009년 터진 섹스 스캔들에서는 당시의 아내와 다투고 집을 나온 뒤에 낸 교통사고가 사태를 악화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됐습니다.2017년에는 허리 부상 치료로 인한 약물 중독 상태로 운전한 사실이 적발되기도 했습니다.음주 운전은 아니었지만 약물 양성 반응을 받았던 이 일 때문에 우즈는 영화 속 범죄자나 찍는 것으로 생각되던 ‘머그샷’이 온 세계에 공개되는 일을 겪어야 했습니다.● 충돌 이후에 드러나는 ‘수동적 안전’명확한 원인이 드러나지 않은 현재 시점에서, 우즈의 이번 사고를 바라봤을 때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이른바 ‘수동적 안전’입니다.사고가 일어났을 때 탑승객을 얼마나 안전하게 지킬 수 있느냐는 개념인데, 이 문제는 과거 휴일차담으로도 자세히 소개해 드린 바 있습니다.▶이번에 우즈가 운전했던 제네시스 GV80는 이른 아침 한적한 도로의 내리막 곡선 구간을 달리다 중앙분리대와 건너편 2개 차선을 가로질러 도로변을 굴렀습니다.건너편에 다른 차와 충돌하지 않은 것이 다행인 큰 사고인데 이런 사고 상황과 결과를 수동적 안전 측면에서 보자면, 차는 우즈가 생명을 잃지 않도록 했습니다.우즈가 오른쪽 다리의 골절상으로 수술을 받아야 했으니 결과적으로 하반신을 완전히 보호하는 데는 실패했습니다.안전띠와 에어백 같은 요소도 이런 수동적 안전 측면에서 상당히 중요한 요소입니다.안전한 차는, 사고 시에 받는 충격을 차량이 잘 흡수하면서 승객 공간(캐빈룸)은 최대한 지켜내고 안전띠와 에어백 같은 장치가 정확하게 작동해 승객이 입을 상해의 가능성을 최대한 줄여줘야 합니다.● 최근 떠오르는 것은 사고 방지하는 ‘능동적 안전’하지만 최근 차량 안전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로 떠오르는 것은 ‘능동적 안전’이라는 개념입니다.차를 얼마나 단단하게 만들었느냐가 아니라 사고 자체를 피하는 기술을 많이, 잘 적용했느냐는 개념입니다.주행 중에 앞차와의 추돌 가능성이 감지되거나 보행자를 발견하면 차가 스스로 제동하는 기능(전방충돌 방지기능)이 대표적인데요.이런 기능에 수십만 원을 더 쓴다고 가정하고 경제적으로만 보더라도 충분히 선택할 가치가 있다는 평가가 많습니다.차를 몰면서 몇 년에 한 번만 제대로 작동해도 이득이라는 것입니다.돈이 아니라 생명을 지켜줄 수 있다는 관점에서 보자면 계산할 수 없는 가치를 가진 기술일 수도 있겠습니다.이런 기능이 적용된 차는 보험사에서도 자동차 보험료를 할인해 주는 식으로 우대합니다.전방충돌 방지 기능의 경우 실제로 경험보면 ‘든든하다’는 느낌을 주는 경우가 많습니다.늘 앞을 잘 주시해야 하고, 뒤에서 예상하지 못한 이슈로 앞차가 갑자기 제동해 후미의 브레이크등에 불이 켜지면서 앞차와의 거리가 급격히 짧아지는 순간이 생긴다면 재빨리 반응을 해야 하는 것이 정상적인 운전의 기본 요건인데요.어느 브랜드의 차에서 이 기술을 경험해 봐도 이런 상황에서 운전자인 제가 반응하는 시점과 거의 차이가 나지 않는 시점에 차가 위험 상황을 인지하고 경고하면서 제동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스스로 차선 유지하고 주변 차량 감지해 제동능동적 안전으로 눈을 돌리면 훨씬 다양한 기술들을 볼 수 있습니다.일정한 속도 이상으로 주행할 때 차량이 차선을 감지해서 차선 이탈을 경고하거나 스스로 차선을 유지하도록 하는 기능도 일종의 능동적 안전 기술입니다.아무래도 시야가 제한적인 후진 상황에서 뒤쪽 좌우에서 다가오는 차량이나 자전거, 사람 등을 감지해주는 기술도 많이 적용돼 있습니다.이런 기술을 실제로 경험해보면 상당히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물론, 안전한 상황이라고 판단을 하고 후진을 하고 있는데 차와 충돌할 가능성이 거의 없는 다른 차량을 감지하고 좀 ‘오버해서’ 차가 스스로 제동하는 경우도 있습니다.워낙 강하게 제동을 하니 무슨 일인가 싶어서 놀라기도 하는데요.그래도 후진 상황에서 급제동한다고 크게 문제가 생길 일은 거의 없으니 내가 놓치는 위험을 차가 감지해 줄 수 있다는 생각과 함께 든든한 마음이 드는 기능입니다.중앙선을 넘어서 다른 차와 정면으로 충돌할 가능성 등 상당히 급박한 위험 상황에서는 차가 운전대에 직접 개입하는 기술을 적용하는 브랜드나 차량도 있습니다.● 교통안전 최대의 적은 ‘부주의’ 혹은 ‘무모한’ 인간아직 완전한 자율주행 기술이 상용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런 기술들은 조금씩 더 안전한 도로 환경을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자동차 제조사들의 경험과 역사가 보여주듯, 최대한 안전이 확보되는 기능을 최종적으로 적용하고 또 실질적으로 안전에 도움이 되는 기술들이기에 그런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입니다.그리고 이런 기술들이 발전할수록 결국 도로를 위험하게 만드는 최대의 요소는 ‘사람’이라는 리스크란 생각도 듭니다.자동차는 예기치 못한 사고를 막기 위해 첨단 기능을 늘리고 있는데 정작 사람은 변하지 않고 있는 것 아닌가하는 반성입니다.졸음이나 음주, 약물 중독 등으로 인해 운전에 정상적인 주의를 기울이지 못하는 상황은 가장 위험한 요소입니다.그리고 실제로 우리 주변에서 치명적인 사고가 일어날 때 결정적인 요소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한국교통안전공단과 한국도로공사가 2017~2019년 3년 동안의 주요 고속도로 사망사고의 원인을 조사한 결과 사망자의 70%가 졸음과 주시태만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최근 고속도로에서 졸음쉼터가 늘어나고 졸음운전에 대한 강력한 경고문도 많아지는 이유입니다.스마트폰을 쳐다보느라 순간적으로 주의력을 상실하는 상황, 과속으로 차를 제대로 통제할 수 없는 상태로 몰아넣는 것 등도 운전자 본인의 무모하고 위험한 행동이라고 봐야하겠습니다.● 최고 시속 제한하고 음주 운전 가려내려는 시도도이런 상황은 결국 자동차 제조사가 사람이라는 위험 요소를 통제하려는 시도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안전 기술로 유명한 볼보의 경우 앞으로 생산하는 모든 차량의 최고 시속을 180km로 제한하기로 했습니다.분석 결과 심각한 수준의 과속만 안 해도 치명적인 사고의 위험이 많이 줄어드니까 자신들의 차로는 아예 시도할 수조차 없게 하겠다는 것입니다.음주운전이나 명백하게 주의가 산만해진 상황(졸음 등)을 감지해 차가 개입하려는 기술도 개발 중입니다.차 내부의 카메라나 센서를 활용하는 개념입니다.볼보뿐만이 아닙니다. 많은 브랜드들이 다양한 접근법으로 운전자가 스스로 위험을 초래하는 상황을 제어하려고 하고 있습니다.현대차에서는 미숙한 운전이나 졸음운전 등의 부주의로 차가 차선을 이탈할 경우 운전자에게 경보해 안전운행을 도와주는 LDWS(Lane Departure Warning System)라는 기술을 이미 선보인바 있습니다.우즈의 과거 사례를 살펴보면 이런 기술들의 필요성을 다시금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특히 약물에 중독된 상태로 차에서 적발된 2017년의 일이 그렇습니다.적발 당시 주차된 차에서 자고 있었지만 우즈의 주의력은 정상이 아니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자신의 한 몸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음주 상태의 사람도, 편안한 좌석에 앉아서 발끝으로 페달을 밟는 동작만으로 2톤 안팎의 중량물을 시속 수십 킬로미터에서 시속 200킬로미터 이상까지 가속할 수 있다는 것.현재의 자동차가 가진 치명적인 문제 가운데 하나입니다.비용이 수반되겠지만, 기술적인 해법이 마련될 수 있다면 이제는 적극적인 변화를 시도해봐야 하는 것 아닐까하는 생각이 드는 이유이기도 합니다.스캔들 그리고 부상. 스포츠 스타가 경험할 수 있는 최대의 악재입니다.2009년 이후 우즈가 여러 차례 이 두 가지에 발목이 잡히면서 많은 사람들은 그의 재기 가능성을 의심했습니다.하지만 우즈는 자신의 전성기를 직접 눈으로 보지 못했던 아들에게 2019년 마스터즈 우승을 선물했습니다.타이거는 지난해 역시 골프 선수의 길을 걷고 있는 아들 찰리와 함께 대회에 나서면서 팬들을 즐겁게 해주기도 했는데요.아버지 타이거보다 먼저, 더 앞 쪽에서 티샷을 날린 찰리가 ‘아빠, 내 공 잘 나갔어요. 아빠는 티샷 안 하고 내 공으로 치면 되니까 그냥 와요’라며 손짓하던 모습, 그리고 타이거 우즈가 정말로 기뻐하던 모습이 많은 팬들의 기억 속에 남아 있습니다.한 명의 스포츠 팬으로서, 우즈가 이번에도 또 한번 시련을 이겨내고 골프 대회 마지막날 18번홀 그린에서 포효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를, 그리고 다시는 자동차와 관련해서만큼은 힘든 상황에 처하지 않기를 바래봅니다.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 2021-03-13
    • 좋아요
    • 코멘트
  • [김도형 기자의 일편車심]안전한 차는 어떻게 만들어지나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가 많이 다쳤다. 교통사고였다. 우즈는 제네시스 브랜드가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연 골프대회의 주최자로 나섰다. 대회 이틀 뒤 아침 제네시스 GV80 차량을 운전하다 도로를 크게 벗어나는 전복 사고를 냈다. 오른쪽 다리가 골절돼 수술을 받았다. 다른 곳은 별로 안 다쳤다는 소식과 앞뒤가 거의 완파된 사고 차량의 모습이 함께 전해졌다. 차량 안전 문제가 조명 받았다. 사고가 난 뒤에 알게 되는 건 ‘수동적 안전’이다. 차가 탑승객을 보호하는 기술이다. 차량 앞의 엔진룸과 뒤쪽 짐칸은 사고 시 충격을 잘 흡수하도록 설계한다. ‘크럼블 존’이란 개념이다. 잘 찌그러지는 소재를 적절히 활용한다. 승객 공간인 ‘캐빈룸’은 무너지지 않고 원래 형태를 최대한 지켜야 한다. 강도 높은 철강재가 많이 쓰인다. 안전띠와 에어백도 중요한 장치다. GV80는 우즈의 상반신을 잘 보호했다. 다만 하반신을 완전히 보호하는 데는 실패했다. 다른 차였다면 어땠을까. 점치기 힘들다. 조건이 동일한 사고 상황을 만드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차의 안전성은 국내외 안전도 평가로 가늠할 수 있다. 시판하는 차를 다양한 각도로 충돌시키며 실험한다. 인체 부위별 부상 위험도까지 측정해 공개한다. 승객 공간만 잘 지켜낸다고 안전한 차는 아니다. 요즘은 ‘능동적 안전’이 주목받고 있다. 사고 자체를 막으려는 기술이다. 앞차를 추돌할 가능성을 감지해 차량 스스로 제동하는 전방추돌 방지 기술이 대표적이다. 보행자나 중앙선을 넘어온 차와 충돌할 위험이 있으면 차가 알아서 운전대를 돌리는 기술도 조금씩 적용 중이다. 하지만 이런 기술을 잘 갖춘다고 안전한 차가 완성되는 것일까. 가장 중요한 요소가 남아있다. 사람이다. 안전한 차를 완성하는 것은 결국 운전자다. 음주, 졸음, 부주의, 과속. 전문가들이 한목소리로 지목하는 위험 요소다. 맨정신으로 운전에 집중하고 과속만 하지 않아도 치명적인 사고 위험이 급감한다. 국내 고속도로 교통사고 사망자의 70%는 졸음과 주시 태만 때문에 발생한다는 조사도 있다. 이번 사고의 원인은 아직 불분명하다. 확실한 것은 한적한 도로의 내리막 곡선 구간을 달리던 차가 중앙분리대와 건너편 2개 차선을 가로질러 도로변을 굴렀다는 사실이다. 어떤 이유에서인지 우즈는 차를 정상적으로 통제하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기술은 사람이라는 변수마저도 통제하려 하고 있다. 볼보는 생산하는 차량의 최고 시속을 180km로 제한하기로 했다. 과속을 막으려는 노력이다. 카메라와 센서로 음주나 부주의한 상태를 가려내 운전을 막으려는 시도도 있다. 이는 아무리 안전하게 만들어도 차가 ‘위험을 자초하는 인간’을 이겨낼 수는 없다는 고백이라 할 수 있다. 미래에는 자율주행 기술이 더 안전한 도로를 만들지도 모른다. 기술은 술에 취하거나 졸지 않고 스마트폰에 한눈팔거나 통제를 벗어날 정도로 과속하지도 않기 때문이다.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 2021-03-12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600달러 밑이 된 테슬라 주가, 치열해지는 전기차 경쟁 [김도형 기자의 휴일차(車)담]

    요즘 차와 차 업계를 이야기하는 [김도형 기자의 휴일차(車)담] 오늘은 올해 들어 불을 뿜고 있는 전기차 경쟁을 조금 큰 틀에서 살펴보려고 합니다.현대자동차가 최근 전기차 전용 플랫폼 기반의 첫 전기차 ‘아이오닉5’를 내놓은 가운데 기존의 글로벌 완성차 업체가 전기차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고 있습니다.폭스바겐은 전기차 전용 플랫폼 기반의 모델을 이미 2종류나 내놓았습니다.미국, 유럽을 중심으로 하는 세계의 주요 완성차 기업들이 최대한 빠르게 전기차로 전환하겠다는 계획을 잇따라 내놓고 있습니다.전기차 시장의 ‘톱픽’ 테슬라의 주가가 900달러에 가까이로 치솟았다가 600달러 밑까지 내려온 상황을 먼저 살펴보고 흥미진진한 전기차 대전의 초반 상황, 치열한 경쟁이 가져다 줄 수 있는 이점을 가볍게 짚어보겠습니다.전기차의 달라지는 디자인과 여전히 바뀔 수 없는 디자인 요소를 함께 살펴본 지난주 휴일차담에 보내주신 큰 관심에도 깊이 감사드립니다.● 600달러 밑으로 내려온 테슬라 주가3월 5일(현지 시간) 마감한 미국 주식시장에서 테슬라 주식의 종가는 주당 597.95달러였습니다.4거래일 연속으로 하락하면서 700달러 선에 이어 600달러 선을 내준 하향 곡선이 눈에 띕니다.테슬라는 지난해 8월 주식 1주를 5주로 쪼개는 액면분할을 진행했습니다.이 액면분할 이전에 ‘천슬라’, ‘이천슬라’를 얘기했던 점을 감안해서 보자면 현재는 ‘삼천슬라’에 조금 못 미치는 주가인인데요.종가 기준으로 주가 추이를 살펴보니 테슬라의 주가는 액면분할 이후 지난해 11월 중순까지도 주당 400달러대였습니다.그러다 지난해 11월부터 올 1월까지 500달러를 지나 600달러, 700달러를 돌파한 다음 800달러 후반(883.09달러)까지 가파르게 치고 올라갔습니다.그랬던 주가가 지난달 800달러 밑으로 내려왔고 700달러 선을 내주더니 3월 초에 600달러 아래로 떨어진 것입니다.● 주가 점치긴 힘들지만… 전기차 시장 경쟁은 치열해지는 중코로나19 확산으로 지난해 초 폭락했다가 순식간에 반등하더니 뜨겁게 달아올랐고 여전히 식지 않고 있는 글로벌 증시입니다.주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소는 대단히 많습니다.미국 국채 금리, 인플레이션 우려 같은 거시적인 요소들이 전체적인 영향을 끼치는 것은 물론입니다.각종 ETF(상장지수펀드)나 대형 펀드들의 움직임이 개별 기업 주가의 상승과 하락의 변동폭을 크게 부풀릴 수도 있습니다.전문가들도 쉽사리 점치기 힘들고 결과적으로 맞는 예측보다 틀린 예측이 더 많을 수도 있는 것이 주가입니다.테슬라의 주가는 늘 예상을 빗겨가는 움직임을 보여오기도 했습니다. 그러니 앞으로 또 어떤 모습을 보여줄 지를 예측하는 것은 힘든 일입니다.다만, 자동차 업계의 눈에서 봤을 때 확실한 점은 있습니다.전기차는 올해 들어 바야흐로 춘추전국시대와 같은 대격전에 돌입했고 그런 변화가 일반 소비자들에게도 조금씩 느껴지는 시점이라는 것입니다.테슬라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하고 여전히 가장 큰 전기차 브랜드 가운데 하나입니다.그리고 사용자들에게 제공하는 새로운 경험이라는 측면에서 기존의 완성차 업체들을 확실히 뛰어넘는 면모를 보여줬습니다.이런 모습이 전기차가 가진 가능성, 변화의 폭을 느낄 수 있게 해주기도 했습니다.하지만 어찌됐건 테슬라가 만드는 것도 본질적으로는 ‘자동차’인데, 이 시장의 기존 플레이어들이 이제 본격적으로 시동을 걸고 레이스에 나서고 있는 상황입니다.● 유럽, 미국 등 곳곳에서 도전받는 테슬라유럽은 현재 세계적으로 가장 중요한 전기차 시장으로 꼽힙니다.이런 유럽 시장에서 지난해 테슬라의 전기차 시장 점유율은 3위로 떨어졌습니다.전기차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폭스바겐과 르노-닛산-미쓰비시 얼라이언스에 밀린 것입니다.유럽에서 르노의 전기차 ‘조에’는 테슬라의 ‘모델3’을 누르면서 선전하기도 했습니다. 최근 테슬라는 미국 시장에서도 거센 도전을 받고 있습니다. 외신에 따르면 모건스탠리는 지난달 미국 전기차 시장에서 테슬라의 점유율이 69%로 지난해 같은 달의 81%보다 크게 하락한 것으로 분석했습니다.모건스탠리는 지난달 미국 자동차 시장에서 내연기관차 판매량이 5.4% 줄어든 반면 전기차 판매량은 34% 늘면서 전기차 시장 규모가 커졌다고 밝혔습니다.이런 가운데 테슬라의 판매량은 늘었지만 점유율은 하락했다는 것입니다.특히 올 1월말에 출시된 포드의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머스탱 마하-E가 지난달 3739대 팔려 테슬라의 점유율 하락을 이끌었다는 진단이 눈에 띕니다.이런 차량의 인기는 포드와 제너럴모터스(GM) 같은 기존 미국 완성차 기업도 빠르게 전기차로 전환하고 있고 조금씩 성과를 보여주고 있다는 점을 보여줍니다.물론, 테슬라는 각 지역별로 수요에 대응하는 물량을 제때에 공급하지 못하는 상황을 겪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테슬라가 베를린 등에 기가팩토리를 건립하면서 생산 능력을 키우는 이유이기도 합니다.하지만 전기차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 질수록 이런 생산능력 같은 요소가 기업에서 얼마나 중요한 능력인지가 자연스레 드러날 수도 있습니다.원활한 부품 수급 능력을 갖추고 지역별 수요에 최적화된 생산 설비를 구축하는 것은 기존의 완성차 기업들이 수십년, 수백년에 걸쳐 축적해 온 핵심 경쟁력입니다.지역별로 때때로 과잉으로 평가되는 이런 생산 능력은 기존 완성차 업체의 입장에서 테슬라 같은 새로운 기업과 경쟁할 때 경쟁력을 깎아먹는 요소로 꼽히기도 했습니다.하지만 전기차 시장이 급격히 커지는 상황에서 기존의 능력과 인력을 활용해 발 빠르게 생산에 대응할 수 있는 장점으로 활용될 수도 있겠습니다.● 매년 급격하게 늘어날 전기차 선택지기존 업체들이 ‘다수의 신형 전기차’를 쏟아내려는 계획 역시 경쟁에서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어 보입니다.앞으로 다양한 모델을 출시하겠다는 목표는 사실 너무 당연한 말처럼 들립니다.판매·점유율 경쟁에 나서려고 하니 새로운 모델이 자연스레 많이 필요할 수 밖에 없습니다.그런데 테슬라의 기존 제품 라인업을 떠올려보면 조금 다른 생각이 들 수도 있겠습니다.지난해 전 세계에서 50만 대의 전기차를 판매한 테슬라가 현재 판매에 나서고 있는 모델은 모델S, 모델X, 모델3, 모델Y 등 4종류에 불과합니다.그런데 그동안 전세계의 자동차 고객들은 주요 완성차 브랜드마다 각기 적어도 10여종, 많게는 수십 종에 이르는 모델이라는 선택지를 제공받아 왔습니다.이런 기존의 브랜드들이 대략적으로 세우고 있는 미래 계획은 다음과 같습니다.폭스바겐. 2030년까지 전 차종을 전기차로 대체하고 70종류의 모델 출시.GM. 2025년까지 30종류의 전기차 출시.현대차. 2025년까지 12종류 이상의 전기차 출시.기아. 2025년까지 11종류의 전기차 출시.전기차 시장의 변화에 따라 앞으로 계속 변화할 수 있는 목표이겠습니다만 기존 완성차 업체들은 저 정도의 모델들이 각기 어느 정도의 판매 목표는 달성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에 출시를 계획할 수 밖에 없습니다.다수의 글로벌 브랜드가 제공하는 다양한 차급의 차량과 다채로운 디자인들.전기차 시장에서도 이런 옵션들이 늘어나면 결과적으로 ‘어느 누구도 모든 것을 지배하지는 못했던’ 기존의 자동차 시장과 비슷한 양상이 빚어질 수 있습니다.앞서 얘기된 포드의 머스탱 마하-E의 경우 엔진 사운드를 주요 차별화 포인트 가운데 하나로 내세웠다는 점도 눈여겨 볼만합니다.포드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면 다양한 머스탱 모델들과 경주를 벌이는 역동적인 영상과 소리로 구성된 홍보 영상을 볼 수 있는데요.‘저런 식으로 운전할거면 뭐 하러 친환경차라는 전기차를 타나…’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시장이 커지면 다양한 수요들이 생기기 마련일 수 있겠습니다.머스탱 마하-E는 그러면서도 실내에서는 테슬라와 비슷한 대형 스크린을 활용하고 있는데요.기존 완성차 업체들이 테슬라의 뒤를 어떤 방식으로 쫓으면서 각자의 길을 개척하는 지 살펴볼 수 있는 좋은 사례일 수도 있겠습니다.● 각국 정부의 보조금과 가격 경쟁력까지 고려해야 하는 제품 한국 시장에서 최근 테슬라가 보여준 모습도 의미 있는 시사점을 줍니다.테슬라는 최근 한국에서 모델3 롱레인지 모델의 가격을 이전보다 400만 원 넘게 내리면서 5999만 원으로 설정했습니다.기준이 달라지는 국내 전기차 보조금을 100% 받을 수 있도록 턱밑까지 채우는 가격 책정입니다.홈쇼핑 가격이냐는 냉소적인 시각도 있었지만 가격 내려준다는데 굳이 그럴 일은 아니지 않나 싶기도 합니다.중요한 부분은 당분간 전기차는 각국의 ‘전기차 보조금’이라는 기준에 맞춰서 가격대가 형성될 수밖에 없다는 측면일 수 있습니다.그리고 이런 문제에서 테슬라 같은 선도적인 브랜드도 결코 예외가 아니라는 점을 보여주는 일이기도 합니다.조금 더 본질적인 부분을 살펴보자면 자동차라는 제품에서 가격의 중요성이라는 측면도 생각해 볼 수 있겠습니다.자동차는 애플과 삼성전자 등이 경쟁하는 스마트폰과는 여러 측면에서 다른데 가장 큰 부분 중 하나가 가격일 수 있습니다.제품군으로 봤을 때 두 제품은 가격의 체급 자체가 다르다는 것입니다.자동차는 기본적으로 대당 수천만 원의 가격표가 붙어있습니다.선진국의 중산층 고객을 가정해도 수 개월치의 임금이나 연간 임금 혹은 그 이상을 지불해야 살 수 있는 재화입니다.비율로 봤을 때는 총 구매 가격의 몇 %에 불과한 가격 차이가 수백만 원 이상의 차이를 만들어내면서 실제 구매에 상당한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나는 이 브랜드, 이 디자인이 더 좋으니 다른 제품보다 10~20% 더 비싸도 살 수 있다는 논리가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쉽게 가능할 수 있지만 자동차 구매에서는 좀 어려울 수 있는 것입니다.기본 가격이 워낙 비싸다보니, 가격 대비 만족이라는 기준에서 ‘절대적 만족감’보다 ‘가격’의 비중이 중요하게 작용할 수 있는 제품이라고 바라볼 수도 있겠습니다.테슬라가 가진 브랜드 가치와 팬덤이 정말로 절대적인 것이라면 테슬라는 가격 경쟁에 나서지 않아도 될 수 있습니다.그런데 테슬라가 국내뿐만 아니라 일본을 비롯한 해외 곳곳에서 가격을 낮추고 있다는 소식들이 전해지고 있습니다.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차원일 수 있겠지만 치열한 가격 경쟁에 나서야 한다는 것은 결국 개별 기업에게는 수익성 측면에서 상당한 타격이 될 수 있습니다.● 치열한 경쟁의 성과는 결국 소비자에게흑묘백묘론.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그만이라는 유명한 이야기인데요. 어느 국가의 어떤 브랜드이든 간에 고객들에게 만족을 줄 수 있는 차량이 늘어나면 그만이라는 측면에서 보자면…현재의 상황은 아무래도 반가운 쪽일 수밖에 없습니다.기업의 수익성은 기업이 알아서 챙길 일이고 고객들은 싼값에 다양한 제품을 선택할 수 있는 상황이 가장 이상적이기 때문입니다.고가이고, 개인에게는 평생에 걸쳐서도 구매 경험이 아예 없거나 몇 차례밖에 되지 않을 수 있는 재화라는 측면에서 자동차는 집(주택)과도 비슷한 측면이 있는데요.두 재화의 결정적인 차이점을 찾아보자면 자동차는 글로벌 규모의 경쟁이 펼쳐질 수 있고, 수요를 감안한 기업의 의지에 따라 자유로운 공급량 증가가 가능하다는 점이겠습니다.자동차 산업의 긴 역사는 주요 기업들이 저마다 생존하고 또 한발 앞서 나가기 위해서 치열하게 싸워온 과정의 연속이었습니다.그 과정에서 다수의 기업은 사라지거나 흡수됐습니다.그리고 자동차 산업계 전체는 글로벌 소싱과 기업 간의 역할 분담, 자동화 등을 통해 생산 체계를 효율화하는 산업 발전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기도 했습니다.그 결과 현재의 고객들은 과거의 자동차 고객들에 비해 많은 것들을 누리고 있습니다.치열한 경쟁의 결과로, 과거에 비해 가격이 크게 높아지지 않으면서도 다양한 첨단 기능을 더한 차들을 아주 다양한 선택지 가운데서 골라 살 수 있는 시대를 맞이하지 않았나 하는 것이 저의 생각입니다.자동차는 여전히 비싼 제품이지만, 물가 상승률 등과 비교하면 가격이 별로 오르지 않은 제품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테슬라는 테슬라대로, 기존의 완성차 업체들은 완성차 업체들대로. 그리고 전기차 시대를 계기로 새롭게 이 시장에 진입하려는 다양한 업체들은 또 그들 나름대로.저마다의 강점을 살리면서 전기차 시장에서의 점유율을 키우고 수익성을 높여가려는 경쟁이 본격화하고 있습니다.테슬라가 가진 소프트웨어 측면에서의 강점, 기존 완성차 업체들이 가진 높은 차량 완성도, 프리미엄 브랜드들이 갖고 있던 고급감, 대중차 브랜드가 가진 가성비…여기에 다양한 완성차 업체들이 저마다 보유한 브랜드 이미지와 고객의 눈길을 사로잡는 다양한 디자인 등등.많은 요소들이 앞으로의 경쟁 속에서 결국 발전적으로 뒤섞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그 과정에서 빚어지는 다양한 모습들을 앞으로도 잘 살펴서 또 전해 드리겠습니다.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 2021-03-06
    • 좋아요
    • 코멘트
  • 전기차 시대, 달라지는 자동차 디자인과 변하지 않는 요소들 [김도형 기자의 휴일차(車)담]

    요즘 차와 차 업계를 이야기하는 [김도형 기자의 휴일차(車)담] 오늘은 전기차 시대를 맞이해 달라지는 차 디자인을 살펴보겠습니다.최근 공개된 현대자동차의 ‘아이오닉5’는 전기차에 대한 고객 경험을 완전히 바꿔놓겠다는 점을 가장 중요한 홍보 포인트로 앞세웠습니다.그 배경에는 엔진이 없어도 되는 전기차의 장점을 살린 새로운 공간 설계가 놓여 있습니다.하지만 아이오닉5에서도 일반적으로 상상하는 자동차 겉모습의 기본 틀은 여전히 유지되고 있는 것이 사실인데요.전기차 시대의 차량 디자인은 어떤 점들이 달라지고 있고 또 어떤 점들은 여전히 유지되고 있는지 찬찬히 뜯어보겠습니다.수소를 계기로 새로운 협력 시대에 접어든 현대차그룹과 포스코그룹의 상황을 짚어본 지난주 휴일차담에 보내주신 큰 관심과 호응에도 깊이 감사드립니다.● 마침내 공개된 아이오닉5… 컨셉트카 디자인 그대로 활용지난 23일 현대차의 ‘아이오닉5’가 마침내 베일을 벗었습니다.현대차그룹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를 기반으로 한 첫 모델. 전기차 시대를 본격 공략하는 현대차그룹의 야심작으로도 큰 관심을 모은 차량입니다.공개 행사가 온라인으로 진행되면서 아직 실물이 전면 공개 되진 않은 상황인데요.현대차의 서울 양재동 본사 사옥에 2대가 전시 돼 있는데 직원들 사이에서도 관심이 매우 크다고 합니다.양재동 사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외부인 출입이 금지돼 있어서 아직 실물을 직접 보기는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차량에서는 우선 겉모습이 가장 눈길을 끌기 마련입니다.아이오닉5에 컬럼식 변속레버와 디지털 사이드 미러, 랙 마운트 방식 조향 시스템이 적용된다는 소식을 한발 앞서 전해 드리면서 겉모습을 함께 알아보면 늘 “컨셉트 카와 거의 똑같다”는 답이 돌아왔던 기억입니다.그리고 실제로 아이오닉5는 컨셉트카 ‘45’와 거의 비슷한 외관을 보여주고 있습니다.과거 포니의 실루엣이 연상되도록 디자인했다는 아이오닉5는 직선을 강조한 겉모습이 특징입니다.● 엔진 사라지면서 넓어지는 전기차의 실내 공간이런 아이오닉5가 현대차의 첫 전용 전기차로서 달라진 점은 어떤 것들일까요.온라인 공개 행사와 사진을 통해 모습을 드러낸 아이오닉5는 실내 공간 혁신을 전면에 내세웠습니다.전기차에는 엔진이 없습니다. 대부분의 내연기관차에서 차량 전면부에 놓이던(아주 일부는 후면부에 배치) 엔진은 부피가 큽니다.이런 엔진이 없는 전기차는 전면부 부피를 확 줄일 수 있습니다.아이오닉5는 차량 전체 길이(전장)가 4.635m입니다. 그리고 앞바퀴 축과 뒷바퀴 축 사이의 거리를 말하는 축거(휠베이스)는 3.0m입니다.자동차에서는 이 축거를 실내 공간의 크기를 가늠하는 대표 지표로 보는데요.전장이 4.63m로 아이오닉5와 거의 동일한 현대차의 SUV 투싼은 축거가 2.755m에 그칩니다.아이오닉의 축거가 거의 30cm 더 긴 셈입니다.투싼보다 한 체급 높은 SUV의 싼타페의 축거는 2.765m(전장은 4.785m 혹은 4.8m)이고 대형 SUV인 팰리세이드의 축거도 2.9m에 그칩니다.결국 아이오닉5는 전장은 투싼급인데 축거는 팰리세이드보다 더 긴 차량이 됐습니다.엔진이 사라진 차량의 전면부를 압축해 앞바퀴를 앞으로 밀어서 전면 오버행을 짧게 줄이고 실내 공간을 키운 셈입니다.계산해보니 전장 대비 축거의 비율이 이들 내연기관 SUV에서는 57~59%대에 그치는 반면에 아이오닉5는 65%에 육박합니다.● 전기차에서 역할 달라지는 라디에이터 그릴엔진이 사라지면서 바뀌는 것은 또 있습니다.말 그대로 실린더 내부에서의 연소(폭발)를 통해 동력을 생성하는 것이 내연기관입니다.엔진 내부에서 폭발하는 휘발유나 경유는 필연적으로 고열을 발생시킵니다. 이 엔진의 열을 식히는 냉각계통 역시 차량 전면부에서 필수적이었습니다.냉각수를 식히기 위해 라디에이터를 설치하면서 그 앞에 배치하는 커다란 라디에이터 그릴은 다양한 브랜드에서 차량 디자인의 핵심 요소로 활용돼 왔는데요.전기차에서도 여전히 냉각은 필요하고 차량 전반의 열 관리는 오히려 중요성이 커지고 있습니다.하지만 이를 위해 차량 내부로 유입시켜야 하는 공기의 양은 달라지기 때문에 아이오닉5의 경우 전면 범퍼 하단에 ‘지능형 공기유동 제어기’를 활용하는 방식이 됐습니다.자동차의 전면 디자인은 흡사 사람의 얼굴과 같은 형상을 보여줍니다.헤드라이트가 두 눈이라면 라디에이터 그릴은 코 혹은 입과 같은 모습으로 전면 디자인에서 가장 핵심적인 요소로 기능해 왔습니다.이 요소에 어떤 변화를 줄지도 각 브랜드의 선택이 되고 있습니다. 커다란 라디에이터 그릴이 사라진 전면 디자인을 채택한 테슬라가 있는 반면에 오히려 키드니 그릴의 크기를 키우는 BMW도 있습니다.또 메르세데스벤츠에서는 전기차에서 발광다이오드(LED)를 이용한 전면 디자인 컨셉트를 보여주기도 했는데요.라디에이터 그릴이 차량 디자인에서 워낙 중요한 비중을 차지해 왔고 여전히 차의 인상을 좌우한다는 측면에서 보자면 앞으로의 전기차가 어떤 방식을 채택할지도 궁금한 대목입니다.● 전기차 내부는 평평한 바닥으로 자유롭게 공간 구성전기차의 실내 공간은 넓어지는 것만이 전부가 아닙니다.차량 밑에 깔린 배터리 위에서 완전히 평평한 실내 공간을 연출할 수 있습니다.내연기관은 폭발로 다량의 배기가스를 만들어 냅니다. 기존의 내연기관차에서는 이 배기가스를 뒤로 배출하는 배기관 등이 차량 하부에 배치돼 있었습니다. 4륜 구동차라면 구동력을 전달하는 축도 앞·뒤로 연결돼 있어야 했습니다.대부분의 내연기관차 실내 공간에 가운데를 가로지르는 일종의 언덕(센터 터널)이 존재해야 하는 이유였습니다.이제 이런 요소들을 없앨 수 있게 되면서 전기차의 실내 공간은 평평하게 설계될 수 있습니다.아이오닉5의 경우 ‘플랫 플로어’에 ‘유니버셜 아일랜드’라고 이름 붙인 콘솔을 설치했다고 홍보하고 있는데요.이 ‘유니버셜 아일랜드’는 2열 좌석 바로 앞까지도 이동이 가능하다고 하는데 사실 저런 장치를 아예 없애버리고 회전식 좌석 등을 설치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전기차에서도 기존 자동차 디자인의 기본 틀은 유지살펴본 것처럼 아이오닉5는 상당한 변화를 보여주는 전기차입니다.그렇지만, 아이오닉5를 자동차 좋아하는 5살 남자 아이의 눈으로 쳐다보면 어떨까요?제가 보기엔 한 눈에 “자동차다”라고 할 것 같습니다.기존의 자동차, 특히 일반적인 승용차 혹은 SUV가 가진 기본적인 디자인 문법이 여전히 유지되고 있는 것 아닌가하는 생각인데요.헤드라이트를 앞세우고 그 뒤에 높이가 낮은 엔진룸, 그 뒤에 비스듬하게 경사진 전면 유리, 뒤쪽으로 승객 공간(캐빈 룸)이 자리 잡는 그런 방식에는 변화가 없습니다.이 승객 공간에는 앞 열에 2개, 뒷 열에 2~3개의 좌석이 배치되고 그 뒤쪽으로는 짐칸이 놓인다는 것 역시 동일합니다.아이오닉5와 같은 전기차 역시 내연기관차와 동일한 바탕 위에서 어느 정도의 조정이 이루어진 정도 아니냐는 것입니다.● 자동차 디자인의 뿌리에는 여전히 ‘안전’이런 구조가 그대로 유지되는 이유는 여러 가지일 수 있겠습니다.전기차가 주는 자유로움을 이용해 혁신만을 앞세운 디자인을 적용했을 때는 고객들이 너무 생소해 할 수 있겠습니다.도로나 주차 공간의 규격을 감안했을 때 승용차나 SUV의 기본적인 규격이 크게 변화하기 힘들 수도 있겠습니다.그리고 무엇보다 안전이라는 문제가 중요하게 작용하는 것 아닐까 싶습니다.대형 버스, 트럭 등이 함께 달리는 고속도로를 생각해보면 승용차와 SUV는 사실 작고 약한 존재입니다.이런 승용차가 다양한 형태의 사고에서 승객을 보호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요소 중의 하나가 바로 차량 전면부 그리고 후면부의 공간입니다.‘엔진룸’이라고 부르는 공간이, 사고·충돌 상황에서는 ‘충돌존(Crumple Zone)’으로 활용될 수 있습니다.차량 전방의 엔진룸과 후방의 트렁크 룸 등을 충돌 에너지를 흡수하면서 잘 찌그러지는 공간으로 설계하는 것입니다.테슬라의 차량이 그런 것처럼, 아이오닉5에도 전면 짐칸이 있습니다.더 줄일 수 있는 공간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줄이지 않았다는 뜻이겠습니다.사고가 났을 때 운전자와 승객이 입는 신체적 피해를 없애거나 줄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정한 공간.이런 공간을 운전자의 시야를 가리지는 않는 높이로 차량 앞·뒤에 배치하고 그 사이에 운전석을 포함한 승객 공간을 배치하는 것이 오랫동안 유지돼 온 승용차·SUV 디자인인 셈입니다.실내 공간은 승용차와 SUV의 경우 일반적인 공간 수요를 반영해서(기본적으로 5인 안팎이 탈 수 있는 공간) 마련한다는 것 역시 대부분의 차량에 적용되고 있습니다.● 사고 위험 없는 자율주행차 시대에는 완전히 달라질 수도승용차·SUV의 이런 디자인 문법은 영영 바꿀 수 없는 것일까요?어느 시점에서건 전혀 새로운 방식의 자동차 디자인이 등장할 가능성은 배제하기가 힘든데요.최근에 제시된 개념으로는 기아의 PBV(Purpose Built Vehicle, 목적 기반 모빌리티)와 도요타의 ‘e-팔렛트(e-Palette)’가 눈에 띕니다.두 ‘탈 것’ 모두 곡선을 활용하지만 전체적으로는 하나의 박스와 같은 차량들입니다.엔진룸이나 트렁크 룸 같은 앞·뒤 공간이 없습니다.이 차량들은 모두 ‘운전자와 승객’이라는 개념보다는 ‘다양한 목적에 이용되는 탈 것’이라는 개념이 강조되고 있는데요.바퀴로 이동하는 것은 동일하지만 그 위의 공간이 식당, 영화관, 병원은 물론 숙박공간도 될 수 있는 그런 개념입니다.그래서 사실은 하나의 비즈니스 모델이라고 볼 수 있는데요.아직 현실화하지는 않았습니다만… 이들이 지금의 자동차와 전혀 다른 모습을 가질 수 있는 가장 핵심적인 이유는 바로 자율주행 기술을 활용한 탈 것들이라는 점입니다.충격을 흡수할 수 있는 공간이 없는 이런 차들은 결국 사고 가능성이 제로에 수렴하는 자율주행차를 기반으로 디자인됐다는 것입니다.그리고 기아는 PBV를 도심항공 모빌리티(UAM)가 실현될 때 도시 내에서의 이동 수단으로 제시한 바 있습니다.또 도요타가 2018년 공개한 e-팔렛트는 지난해 CES에서 공개된 도요타의 새로운 주거 공간 설계인 ‘우븐 시티’ 내부에 적용됐는데요.물론 다른 곳에도 적용될 수 있겠습니다만, 고속 주행과 충격이 큰 사고 가능성은 배제한 차량들이라는 인상을 줍니다.앞으로의 전기차, 그리고 자율주행을 비롯한 신기술은 얼마나 더 새로운 모습의 차들을 만들어 낼 수 있을까요?독자 여러분들은 어떠한 방식의 변화가 필요 혹은 가능하다고 생각하시는지요?미래차가 바꾸는 디자인의 세계는 다음 기회에도 계속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 2021-02-27
    • 좋아요
    • 코멘트
  • 수소가 뭐길래…현대제철 가진 현대차가 포스코 찾아간 이유 [김도형 기자의 휴일차(車)담]

    요즘 차와 차 업계를 이야기하는 [김도형 기자의 휴일차(車)담] 오늘은 ‘수소’를 계기로 현대자동차그룹과 포스코그룹이 협력하려는 움직임을 살펴보겠습니다.지난 16일, 경북 포항시 포스코 청송대에서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이 직접 만나 ‘수소 사업 협력에 관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는데요.국내 재계서열 2, 6위인 두 그룹이 사업 협력을 위해 손을 잡는 것은 자연스러운 모습일 수 있습니다.그런데 현대차그룹은 포스코에 이어 국내 2위 철강사인 현대제철을 핵심 계열사로 거느리고 있는 기업집단입니다.‘쇳물에서 자동차까지’라는 구호가 누대의 염원이었던 현대차그룹입니다.그런 현대차그룹의 정의선 회장은 왜 직접 포항을 찾아가서 최정우 회장의 손을 잡은 것일까요.포스코그룹은 이번 협약을 계기로 앞으로 포항·광양제철소에서 운행 중인 1500대의 차량·트럭을 현대차의 수소전기차로 바꾸겠다고 했습니다.1500대. 적지 않은 숫자이지만 수소차 공급하자고 두 회사의 수뇌부가 모인 것은 아니지 않을까 싶습니다.국내·외에서 수소경제가 구축되는 과정에서 포스코가 앞으로 하겠다고 한 일들의 의미가 상당히 크다는 점을 눈여겨봐야 하지 않을까 하는 것이 저의 생각입니다.오늘 차담은, 자동차보다는 산업에 대한 이야기가 될 듯 합니다.세계적인 전기차 보급 전망을 살펴본 지난주 휴일차담에 보내주신 호응에도 깊이 감사드립니다.● 정몽구 명예회장, 현대제철 완공하며 ‘쇳물에서 자동차까지’ 완성현대차그룹과 포스코그룹을 얘기하려니 철강을 둘러싼 두 회사를 ‘과거사’를 먼저 살펴보는 것이 맞을 듯 합니다.지난 2010년 1월 6일자 동아일보 기사를 한번 가져와 봅니다.“5일 충남 당진군 현대제철 당진공장. 섭씨 영하 5도를 밑도는 추위에 눈발도 흩날렸다. 전날 폭설로 공장 지붕과 마당이 온통 눈밭이었고 110m 높이의 고로(高爐) 공장에는 쌀쌀한 한기가 서려 있었다.하지만 정몽구 현대·기아자동차그룹 회장은 시종 상기된 모습이었다. 그는 현대제철 임직원의 ‘하나, 둘, 셋’ 구호에 맞춰 고로 아래쪽 풍구(風口)로 횃불을 밀어 넣었다. 축포가 터지면서 정 회장의 얼굴에 엷은 미소가 번졌다.현대제철은 이날 연생산량 400만 t 규모의 제1기 고로 화입(火入)식을 가졌다. 화입식은 철광석과 코크스가 들어 있는 고로 하단부에 처음 불씨를 넣는 행사다. 고로의 본격 가동을 알리는 신호탄인 셈이다. 2006년 10월 27일 착공식 이후 3년여만의 일이다.”한보철강을 인수한 현대차그룹이 현대제철 당진제철소에 첫 번째 고로를 완공하고 불을 넣던 바로 그 날의 모습입니다.저 날 행사를 앞두고 내렸던 기록적인 폭설에 대해서는 요즘도 가끔 현대차그룹 직원들에게 들어볼 수 있습니다.현대차그룹 역사에서 손꼽히는 중요 행사였는데 상당도 못했던 폭설로 준비가 너무 힘들었다는 하소연입니다….기사는 다음과 같이 이어집니다.“일관제철소 건설은 정 회장의 부친인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 시절부터 현대가(家)의 꿈이었다. 1977년 고 정 창업주가 일관제철소 설립을 추진했다가 사업자 선정에서 탈락하는 등 네 차례나 좌절을 겪었다.‘4전5기’에 도전하는 만큼 고로에 대한 정 회장의 관심과 애정은 남달랐다. 아버지의 유지를 완성한다는 사명감도 컸다고 알려졌다.매주 두세 차례 당진을 찾아 직원들을 독려했고 주말에도 수시로 현장을 찾았다. 정 회장은 이날 화입식에서 ”고로사업을 통해 제2의 도약을 시작할 것“이라며 각오를 다졌다.”지나간 기사만으로도 철강업에 대한 현대차그룹 그리고 정몽구 명예회장의 강력한 의지가 전해지는 듯 합니다.기사 속의 ‘일관제철소’는 철광석에서 뽑은 쇳물부터 최종 철강 제품까지 모두를 만들 수 있는 제철소라는 의미입니다.● 자동차, 조선, 건설… 모두 ‘철’ 없이는 불가능현대차그룹은 왜 직접 철강업을 하고 싶었을까요.간단합니다. 범현대가 전체에서 철강은 너무 중요한 소재였습니다.자동차 생산에서는 고품질의 철강재를 안정적으로 공급받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과제 중 하나입니다.단순히 확보하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필요에 따라 다양한 종류의 철강재가 필요합니다.매끈한 표면으로 외장재로 쓰일 수 있는 아연도금강판.차량의 강성을 확보하기 위해 별도의 열처리를 한 핫스탬핑 강재.주요 부품에 쓰이는 다양한 종류의 특수강 등등…차량의 기계적인 성능, 경량화는 물론 디자인적인 요소까지 좌우하는 것이 철강재입니다.현대중공업그룹의 선박 제조는 두꺼운 철강 제품인 ‘후판’ 없이는 아예 불가능합니다.후판은 조선소의 선박 제조 원가를 좌우할 정도입니다.현대건설이 영위하는 건설업에서도 철강은 기초, 핵심 소재입니다.자동차, 조선, 건설 등의 산업이 국내에서 꽃을 피우면서 필요한 쇠는 갈수록 늘어나는데, 국내 철강업에서 포스코의 독점 구조는 오랫동안 강력했습니다.포항제철소에 이어 광양제철소가 만들어지는 역사 속에서 고로에서 쇳물을 만들어 내는 곳이 포스코 뿐이었으니 당연한 일이었습니다.철강과 관련된 산업계에서는, 철강재를 만들기만 하면 서로 가져가겠다는 곳이 줄을 서 있었던 시절이 길었다는 얘기를, 지금도 쉽게 들을 수 있습니다.안정된 수급과 가격 경쟁력 확보를 위해 직접 철강업을 하겠다는 것은 현대차그룹으로서는 당연한 노력이었을 수 있을 듯합니다.● 현대제철, 고로·전기로 양대 축으로 2400만 톤 규모바로 이웃인 중국의 철강 생산 능력이 급속도로 커지면서 철강은 과잉 공급 시대로 접어들었습니다만…어쨌든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국내 1, 2위 철강사로 다양한 산업에 철강재를 공급하고 있습니다.철강사의 생산 능력을 대표하는 지표는 조강생산입니다. 제품 단계가 아니라 쇳물 기준의 생산량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포스코는 올해 3780만 톤의 조강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최근 공시했습니다.포스코는 파이넥스 등의 설비도 갖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포항·광양 2곳에 고로를 가진 글로벌 철강사입니다.포스코는 포항에 4기, 광양에 5기, 총 9기의 고로를 보유하고 있습니다.2위 철강사인 현대제철의 조강 생산 능력은 2400만 톤가량입니다.현대제철의 생산 능력은 절반은 고로, 절반은 전기로 기반입니다.건설용 철근 같은 제품은 전기로에서 고철(스크랩)을 녹여서 만든 쇳물로 제조하면 됩니다.그리고 당진제철소의 고로 3기에서 철광석을 녹여서 만든 쇳물로는 자동차용 강판 등을 만들면 됩니다.● 수소 협력 위해 포항제철소 찾아간 정의선 회장승용차 1대에는 평균 1톤의 철강재가 쓰인다고 계산합니다.현대차그룹의 차량이라고 해서 현대제철의 철강재만 쓰이는 것은 아닙니다.한 대의 차량에는 상당히 다양한 철강사의 철강재가 쓰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한 종류의 부품에는 한 철강사의 소재만 쓰이는 것이 원칙이지만 서로 다른 부품에는 다른 철강사가 공급한 소재가 들어가는 식입니다.그렇지만 아무래도 현대제철의 존재가 있다보니 현대차그룹과 포스코의 협력 관계는 과거보다는 줄어들었을 가능성이 큽니다.수년 전에는 포스코가 신임 임원들에게 제공하는 차량으로 한국GM, 르노삼성차의 차량을 선택했다는 것이 관심을 끌기도 했습니다.현대차그룹은 좋든 싫든 간에 포스코의 철강재에 크게 의존할 수밖에 없었던 긴 세월을 지나서 자체적으로 철강사를 가진 기업으로 자리를 잡았습니다.그런 현대차그룹에서 지난해 회장으로 취임한 정의선 회장이 직접 포항제철소를 찾아간 장면. 제가 보기에는 상징성이 큽니다.두 회사가 철강을 둘러싼 미묘한 알력 관계를 넘어서 새로운 협력을 여는 시대가 됐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일 수 있습니다.● 포스코, 2차전지 소재 이어서 수소로 영역 확장 중여전히 많은 국민들에게는 ‘포철’ 혹은 ‘포항제철’이라는 이름이 각인돼 있을 포스코는 2차전지 소재사업을 이미 본궤도에 올려놓았습니다.포스코켐텍과 포스코ESM이 합병해 새롭게 출범한 포스코케미칼이 대표 계열사인데요.전기차용 배터리로 각광받고 있는 2차전지 소재 영역에서 음극재와 양극재를 모두 생산하면서 LG에너지솔루션의 파트너사로 자리를 잡았습니다.포스코가 보유한 아르헨티나의 염호 등을 기반으로 직접 리튬 사업에도 나서는 가운데 니켈, 흑연 등 2차 전지소재 밸류체인 전반을 공략하는 상황입니다.그런 포스코가 최근 공식화한 신사업이 바로 수소 관련 사업입니다.수소가 관심을 받으니 한번 시도해 보는 것 아니냐고 보기에는 포스코가 밝힌 숫자의 단위가 좀 큽니다.2050년에 연간 500만 톤의 수소 생산체계를 구축하고 매출 30조 원을 달성하겠다는 계획입니다.장기계획이긴 합니다만, 30조 원은 포스코의 매출에 버금가는 수준입니다.그리고 우리 정부가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을 내놓을 때 밝힌 2018년 국내의 수소 공급 규모가 18만 톤 정도였습니다.이 공급 규모를 2040년 526만 톤으로 늘리겠다는 것이 정부의 계획인데 포스코가 2050년에 이 정도를 생산하겠다는 것입니다. 참고로, 현대차의 수소전기차 넥쏘는 수소 1킬로그램으로 100킬로미터 정도를 주행할 수 있습니다.연간 500만 톤이면 1년에 1만 킬로미터를 주행하는 넥쏘를 5000만 대 굴릴 수 있는 셈인데요.사실 저 정도의 수소는 운송용을 넘어서 발전 등 다양한 영역에서 수소가 활발하게 쓰인다는 것을 가정해야 필요한 양이겠습니다.● 포스코, 자원 개발·에너지 사업 등에서 경쟁력이른바 ‘오너 기업’도 아닌 포스코의 30년 뒤 계획을 얼마나 신뢰할 수 있을 것이냐… 는 의문이 남는 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하지만 세계적으로 수소경제 구축이 중대한 변화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받아들인다면 포스코그룹이 이미 가진 능력으로 벌일 수 있는 사업을 생각해 보는 것은 의미가 있어 보입니다.포스코그룹은 해외에서 자원 개발에 나서고 액화천연가스(LNG) 등의 에너지 사업을 직접 펼치고 있습니다.수소경제라는 것은 본질적으로 ‘에너지 대전환’입니다.수소가 하나의 에너지 자원이 되어서 국제적으로 거래되는 재화가 되어야 합니다.지금처럼 기체로 운송해서는 경제성 확보가 힘들 것이고 액상화 혹은 액화시킨 수소가 LNG처럼 거대한 선박에 실려서 국가 간에 거래되는 상황이 펼쳐져야 합니다.이런 측면에서 포스코그룹이 지난해 말에 내놓은 다음과 같은 설명은 눈여겨 볼만합니다.“그룹사의 역량을 집중해 ‘생산-운송-저장-활용’ 전 주기에 걸친 가치사슬도 함께 마련한다.포스코인터내셔널은 해외네트워크를 활용해 정부의 수소 도입 사업과 해외 수소 프로젝트에 참여하며, 포스코에너지는 수소 전용 터미널을 구축함과 동시에 현재의 LNG터빈 발전을 30년부터 단계적으로 수소터빈 발전으로 전환한다.포스코건설은 수소 도시 개발 프로젝트는 물론 수소 저장과 이송에 필요한 프로젝트 시공을 담당하게 된다.”이런 내용인데요.포스코인터내셔널은 미얀마 가스전 사업을 성공시키면서 해외 에너지 자원 개발에서 의미가 큰 성과를 거두고 추가적인 가스전 개발에 나서고 있습니다.현대차그룹은 수소차 그리고 수소연료전지라는 제품 측면에서 경쟁력을 갖고 있지만 자원 개발, 에너지 사업 등과는 거리가 먼 기업입니다.자원, 에너지 사업 등에서의 이미 확보한 능력을 기반으로 수소 사업을 본격적으로 전개하겠다고 밝힌 포스코그룹과의 협력은 두 회사 모두에게 필요한 부분일 수 있겠습니다.포스코그룹과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각기 호주의 철광석 생산업체 FMG(Fortescue Metal Group)와 수소 생산에 대한 협력 체계를 구축하기도 했습니다.● 현대차·포스코, 환경의 도전 앞에서 맞잡은 손환경 문제는 한국 전통 제조업의 상징 같은 두 기업 현대차그룹과 포스코그룹이 마주한 가장 강력한 도전 가운데 하나입니다.포항·광양제철소의 ‘고로’는 근본적으로 대량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할 수밖에 없는 시설입니다.철광석에서 쇳물을 만들어내는 화학 반응 과정에서 다량의 이산화탄소가 발생하는 것입니다.포스코 뿐만 아니라 모든 제철소의 고로가 안고 있는 문제입니다.여전히 철기시대를 살아가는 인류가 그동안 축적해 온 이 철강 생산의 방법론 자체를, ‘수소환원제철’로 바꿀 수 있느냐를 실험해보라는 과제가 포스코 그리고 글로벌 철강업계 전체에 주어진 상황입니다.포스코가 계획하는 500만 톤의 수소는 상당한 양이 자체적으로 소비될 수도 있겠습니다.현대차그룹이 마주한 현실은 최근의 전기차 물결이 보여주는 그대로입니다.완성차 공장에서 생산한 제품이 세계 구석구석의 도로를 달리면서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는 점. 글로벌 자동차 업계가 해결해야 할 문제입니다.현대차그룹으로서는 전기차 확산에 적극 대응하면서 기술적 우위를 확보한 수소전기차를 비장의 무기로 만들어야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수소가 두 회사에게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을까요.성패를 점치는 것은 어려운 문제이지만 앞으로 계속 지켜봐야 할 이슈라는 점만큼은 분명해 보입니다.조금 더 디테일한 이슈들은 다음 기회에 또 다뤄보도록 하겠습니다.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 2021-02-20
    • 좋아요
    • 코멘트
  • 현대차 - 포스코, ‘수소 생태계 구축’ 손잡았다

    현대자동차그룹과 포스코그룹이 수소전기차와 수소연료전지 발전 사업 등 수소 사업에서 다양하게 협력하기로 했다. 재계 2위, 6위 기업이 신사업을 위해 손을 맞잡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두 기업의 협력은 친환경적으로 생산한 수소를 대량으로 확보하고 적재적소에 활용하는 방안을 구축한다는 점에서 양사 모두 ‘윈윈’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수소차 공급으로 시작해 해외 공동 진출까지 현대차그룹과 포스코그룹은 16일 경북 포항시 포스코 청송대에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이 직접 참석한 가운데 ‘수소 사업 협력에 관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두 회사는 “지속 가능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는 수소 생태계 구축을 통한 탄소중립 달성이 필요하다는 데 뜻을 같이하고 협력할 수 있는 분야를 모색해 온 끝에 이날 협약을 체결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협약에 따라 포스코는 포항·광양제철소에서 운영 중인 트럭 등 차량 1500대를 단계적으로 현대차 수소전기차로 전환하기로 했다. 현대차는 철강 물류 특성을 고려해 수소 상용 트럭 등을 개발하고 포스코는 제철소에서 생산되는 부생수소를 수소 트럭의 에너지원으로 사용할 계획이다. 두 회사는 제철소 내 수소 트럭용 수소충전소 구축에도 협력하기로 했다. 포스코그룹은 암모니아를 활용한 그린수소 제조 기술을 개발하고, 현대차그룹은 포스코그룹의 그린수소를 사용하는 연료전지 발전사업을 추진한다. 그린수소 생산·이용 관련 기술 개발, 수소전기차에 적용 가능한 차세대 소재 개발 등 수소에너지 활용 확대를 위한 공동 연구 개발에도 양사는 힘을 모으기로 했다. 이와 함께 공동으로 해외에서 진행되는 그린수소 생산 프로젝트 기술 개발 사업에 참여하는 등 해외에서의 수소 관련 사업 기회도 적극 모색하기로 했다. 현대차는 해당 국가와 인근 지역 수소전기차 등 수요도 발굴한다. 그린수소는 화석연료가 아니라 친환경 에너지를 기반으로 생산한 수소를 말한다. ○ ‘그린수소’ 기반 수소 생태계 구축에서 최적의 파트너 재계에서는 두 회사의 협력이 단순히 서로 수소와 수소차를 공급해 활용하는 수준을 뛰어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 수소를 이용하는 분야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진 현대차그룹과 에너지 자원 개발에서 축적된 경험을 바탕으로 수소 사업을 펼치겠다고 선언한 포스코가 손을 잡았다는 점 때문이다. 세계 최초로 수소전기차를 상용화한 현대차그룹은 2030년까지 수소전기차 50만 대, 수소연료전지 시스템 70만 기를 생산하는 것이 목표다. 수소가 산소와 반응해 전기를 만들어내는 수소연료전지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갖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포스코그룹은 지난해 12월 ‘수소경제를 견인하는 그린수소 선도기업’이라는 비전 아래 2050년까지 수소 생산 500만 t 체제를 구축하고 수소 사업에서 매출 30조 원을 달성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자원 개발, 에너지 개발 등에서 쌓아온 경쟁력을 기반으로 수소 생산 분야에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포스코는 장기적으로 온실가스 배출 없이 쇳물을 생산하는 수소환원 제철을 위해서도 대량의 수소가 필요한 상황이다. 최 회장은 이날 “포스코그룹이 수소를 생산, 공급하고 현대차그룹이 이를 활용하는 관점에서 다양한 협력 기회를 찾아 수소경제 이니셔티브를 확보하겠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수소경제로의 패러다임 전환은 전 산업 분야와 모든 기업이 당면한 과제이자 지속가능한 미래 구현을 위한 필수적인 요소”라며 “포스코그룹과의 협력을 통해 실질적인 성과를 도출해 강건한 수소 산업생태계 조성에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김도형 dodo@donga.com·변종국 기자}

    • 2021-02-17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시속 200km 달리는데 편안… 다부진 소형 SUV

    시속 205km 주행이 편안하게 느껴지는 탄탄한 기본기와 그에 걸맞은 다부진 겉모습. 폭스바겐이 최근 국내에 출시한 콤팩트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티록’에서 가장 눈에 띈 점들이다. 티록의 고속 주행 성능을 느껴본 것은 2019년 말 독일에서 시승할 때였다. 아우토반 속도 무제한 구간에서 가속 페달을 힘껏 밟자 부드럽지만 꾸준하게 속력이 붙었다. 국내에서는 느껴보기 힘든 시속 205km 정도까지 속력을 내는 것이 편안하고 즐겁게 느껴졌다. 콤팩트 SUV로 분류되는 작은 차인데도 초고속 주행에서 운전자를 전혀 불안하지 않게 하는 주행 능력이 인상적이었다. 국내 출시가 폭스바겐코리아의 당초 계획보다 다소 늦춰진 가운데 지난달 29일 국내에 출시된 모델은 디젤이다. 2.0 TDI 엔진과 7단 DSG 변속기의 조합으로 150마력의 최고 출력, 34.7kg·m의 최대 토크를 낸다. 16일 국내 도심 주행에서도 티록의 역동성은 여전한 느낌이었다. 가속 페달을 밟는 대로 힘차게 반응했다. 다만 디젤 모델 특유의 소음이 작지 않은 편이다. 이런 역동성은 외관에서도 잘 느껴진다. 넓게 배치한 라디에이터 그릴과 비교적 낮은 루프 라인, 넓은 전폭, 측면에 볼록하게 도드라진 주름 등이 단단한 인상을 준다. 인테리어는 고급스럽다고 보기 어렵지만 전체적으로 깔끔한 모습이었다. 국내 출시 전 모델에 스마트폰 무선 충전 기능과 레인센서 등이 적용됐다는 점은 편의성 측면에서 눈에 띈다. 이날 시승한 차도 흩날리는 눈발을 감지해 자동으로 와이퍼를 작동시켰다. 스타일 트림을 제외한 2개의 트림에 앞차와의 거리를 조절하면서 정해진 속도로 주행하는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기능이 적용됐지만 차선 유지 기능은 들어가지 않았다. 시승한 프레스티지 모델의 경우 전동식 파워 트렁크도 적용됐다. 하지만 전 모델에서 운전석에도 전동식 시트를 적용하지 않았다는 점은 다소 뜻밖이다. 인하된 개별소비세를 적용한 판매 가격은 스타일 3599만2000원, 프리미엄 3934만3000원, 프레스티지 4032만8000원이다. 국내 공인 복합 연료소비효율은 L당 15.1km다.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 2021-02-17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현대차-포스코, ‘수소 사업’ 협력 손잡았다

    현대자동차그룹과 포스코그룹이 수소전기차와 수소연료전지 발전사업 등 수소 사업에서 다양하게 협력하기로 했다. 과거 자동차용 철강 공급을 놓고 갈등을 빚었던 재계 2위-6위 기업이 신사업을 위해 손을 맞잡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두 기업의 협력은 친환경적으로 생산한 수소를 대량으로 확보하고 적재적소에 활용하는 방안을 구축한다는 점에서 양사 모두 ‘윈-윈’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수소차 공급으로 시작해 해외 공동진출까지 현대차그룹과 포스코그룹은 16일 경북 포항시 포스코 청송대에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이 직접 참석한 가운데 ‘수소 사업 협력에 관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두 회사는 “지속 가능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는 수소 생태계 구축을 통한 탄소중립 달성이 필요하다는 데 뜻을 같이하고 협력할 수 있는 분야를 모색해 온 끝에 이날 협약을 체결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협약에 따라 포스코는 포항·광양제철소에서 운영 중인 트럭 등 차량 1500대를 단계적으로 현대차 수소전기차로 전환하기로 했다. 현대차는 철강 물류 특성을 고려해 수소 상용 트럭 등을 개발하고 포스코는 제철소에서 생산되는 부생수소를 수소 트럭의 에너지원으로 사용할 계획이다. 두 회사는 제철소 내 수소 트럭용 수소충전소 구축에도 협력하기로 했다. 포스코그룹은 암모니아를 활용한 그린수소 제조 기술을 개발하고, 현대차그룹은 포스코그룹의 그린수소를 사용하는 연료전지 발전사업을 추진한다. 그린수소 생산·이용 관련 기술 개발, 수소전기차에 적용 가능한 차세대 소재 개발 등 수소에너지 활용 확대를 위한 공동 연구 개발에도 양사는 힘을 모으기로 했다. 이와 함께 공동으로 해외에서 진행되는 그린수소 생산 프로젝트 기술 개발 사업에 참여하는 등 해외에서의 수소 관련 사업 기회도 적극 모색하기로 했다. 현대차는 해당 국가와 인근 지역 수소전기차 등 수요도 발굴한다. 그린수소는 화석연료가 아니라 친환경 에너지를 기반으로 생산한 수소를 말한다. ● ‘그린수소’ 기반 수소 생태계 구축에서 최적의 파트너 재계에서는 두 회사 협력이 단순히 서로 수소와 수소차를 공급해 활용하는 수준을 뛰어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 수소를 이용하는 분야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진 현대차그룹과 에너지 자원 개발에서 축적된 경험을 바탕으로 수소사업을 펼치겠다고 선언한 포스코와 손을 잡았다는 점 때문이다. 세계 최초로 수소전기차를 상용화한 현대차그룹은 2030년까지 수소전기차 50만 대, 수소연료전지 시스템 70만 기를 생산하는 것이 목표다. 수소가 산소와 반응해 전기를 만들어내는 수소연료전지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갖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포스코그룹은 지난해 12월 ‘수소경제를 견인하는 그린수소 선도기업’이라는 비전 아래 2050년까지 수소 생산 500만t 체제를 구축하고 수소 사업에서 매출 30조 원을 달성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자원 개발, 에너지 개발 등에서 쌓아온 경쟁력을 기반으로 수소 생산 분야에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포스코는 장기적으로 온실가스 배출 없이 쇳물을 생산하는 수소환원 제철을 위해서도 대량의 수소가 필요한 상황이다. 최 회장은 이날 “포스코그룹이 수소를 생산, 공급하고 현대차그룹이 이를 활용하는 관점에서 다양한 협력 기회를 찾아 수소 경제 이니셔티브를 확보하겠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수소경제로의 패러다임 전환은 전 산업 분야와 모든 기업이 당면한 과제이자 지속가능한 미래 구현을 위한 필수적인 요소”라며 “포스코그룹과의 협력을 통해 실질적인 성과를 도출해 강건한 수소 산업생태계 조성에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김도형 기자 dodo@donga.com변종국 기자 bjk@donga.com}

    • 2021-02-16
    • 좋아요
    • 코멘트
  • 평평한 바닥-널찍한 실내… 현대차 ‘아이오닉 혁신’

    “기존에 없던 실내 공간을 구현한 미래차.” 현대자동차가 15일 새 전기차 ‘아이오닉5’ 내부 티저 이미지를 공개하면서 내놓은 설명이다. 아이오닉5는 현대차가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Electric-Global Modular Platform)를 적용한 첫 번째 차다. 현대차 관계자는 “내연기관차에서는 상상할 수 없던 내부 디자인을 경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단순한 미래 전기차가 아니라 기존의 자동차 공간 개념을 완전히 바꾸며 혁신을 꾀했다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공간 활용을 극대화하는 기술, 디자인 등을 얼마나 잘 구현할지가 미래 전기차 경쟁 판도를 좌우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차는 이날 공개한 아이오닉5 내부 디자인에 ‘거주공간(Living Space)’이라는 테마를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편안한 좌석의 차원을 넘어 자동차를 하나의 생활공간으로 보고 공간 활용을 최대화하는 것에 디자인의 방점을 찍었다는 것이다. 아이오닉5 전장 길이는 현대차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투싼과 싼타페 사이다. 하지만 실내공간 너비를 결정하는 휠베이스(앞뒤 바퀴 축 간격)는 대형 SUV 팰리세이드와 비슷하다. 중형급 차체로 대형급 실내공간을 뽑을 수 있게 된 건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적용했기 때문이다.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적용하면 내연기관차의 엔진, 변속기, 추진축, 연료·배기라인 등이 없어도 된다. 전기차 모터, 감속기 등은 내연기관 부품보다 작게 만들 수 있다. 예를 들어 기존 승용차는 차량 가운데가 세로로 불룩 올라와 있다. 배기관 등이 지나가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기차는 평평한 바닥을 쉽게 만들 수 있다. 아이오닉5는 이를 활용해 운전석과 조수석 사이를 갈라놓던 실내 터널부를 없앴다. 운전석 옆 ‘콘솔’도 운전석 시트처럼 앞뒤로 움직일 수 있게 했다. 콘솔과 앞좌석을 최대한 뒤로 밀면 앞자리에 짐을 적재할 수도 있다. 넓어진 레그룸(다리공간)을 활용해 좌석을 180도 가까이 눕히는 것도 가능하다. 운전석 대시보드는 부피를 작게 해 최대한 공간을 살렸다. 운전석 옆 기어봉을 없애고 전자식 변속레버를 적용한 것도 특징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이게 차가 맞나 싶을 정도로 휑한 느낌이 들 것”이라고 말했다. 폭스바겐, GM, 도요타, 다임러 등 주요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도 자체 개발한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적용한 차량을 선보이고 있다. 그러나 초기 차량들의 내부 디자인은 기존 내연기관차와 별로 다르지 않다. 한 수입차 업체 관계자는 “과도기로 봐야 한다. 갑자기 새로운 걸 내놨을 때 시장 반응에서 리스크가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현대차가 전기차 시장 선점을 위해 승부수를 띄운 것으로 보고 있다. 전용 플랫폼만으로는 경쟁력을 갖기 어려울 수 있으니 혁신적인 내부 디자인을 더해 시장성을 높이는 전략을 쓴 것이라는 의미다. 미래 전기차의 경쟁력은 눈길을 끌면서도 실용적인 디자인을 어떻게 만들지, 이를 어떤 기술로 구현할지에 달려 있다. 잡다한 부품을 없애거나 축소해 내부공간을 넓게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인공지능(AI), 디스플레이 기술 등을 활용해 차량 내부를 필요에 따라 영화관, 캠핑공간으로 바꾸고, 주행 중에도 개인 사무실이나 학습공간 등으로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호중 한국자동차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전기차 배터리 전력을 외부로 송출하는 기술을 탑재하면 전열기구를 작동시킬 수 있어 캠핑이나 간이 영화관을 만드는 데 차를 활용할 수도 있을 것”이라며 “미래에는 이동수단으로서뿐만 아니라 나만의 사적공간으로 자동차의 가치가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변종국 bjk@donga.com·김도형 기자}

    • 2021-02-16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편안함 넘어 생활공간으로…현대車, 새 전기차 ‘아이오닉 5’ 내부 티저 공개

    “기존에 없던 실내 공간을 구현한 미래차” 현대자동차가 15일 새 전기차 ‘아이오닉5’ 내부 티저 이미지를 공개하면서 내놓은 설명이다. 아이오닉5는 현대차가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Electric-Global Modular Platform)를 적용한 첫 번째 차다. 현대차 관계자는 “내연 기관차에서는 상상할 수 없던 내부 디자인을 경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단순한 미래 전기차가 아니라 기존의 자동차 공간 개념을 완전히 바꾸며 혁신을 꾀했다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공간 활용을 극대화하는 기술, 디자인 등을 얼마나 잘 구현할지에 미래 전기차 경쟁 판도가 좌우될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차는 이날 공개한 아이오닉 5 내부 디자인에 ‘거주 공간(Living Space)’이라는 테마를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편안한 좌석의 차원을 넘어 자동차를 하나의 생활 공간으로 보고 공간 활용을 최대화하는 것에 디자인 방점을 찍었다는 것이다. 아이오닉5 전장 길이는 현대차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투싼과 싼타페 사이다. 하지만 실내 공간 너비를 결정하는 휠베이스는 대형 SUV 펠리세이드와 비슷하다. 중형급 차체로 대형급 실내공간을 뽑을 수 있게 된 건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적용했기 때문이다.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적용하면 내연기관차의 엔진, 변속기, 추진축, 연료·배기라인 등이 없어도 된다. 전기차 모터, 감속기 등은 내연기관 부품보다 작게 만들 수 있다. 예를 들어 기존 승용차는 차 가운데가 세로로 불룩 올라와 있다. 배기관 등이 지나가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기차는 평평한 바닥을 쉽게 만들 수 있다. 아이오닉 5는 이를 활용해 운전석과 조수석 사이를 갈라 놓던 실내 터널부를 없앴다. 운전석 옆 ‘콘솔’도 운전석 시트처럼 앞뒤로 움직일 수 있게 했다. 콘솔과 앞좌석을 최대한 뒤로 밀면 앞자리에 짐을 적재할 수도 있다. 넓어진 레그룸(다리공간)을 활용해 좌석을 180도 가까이 눕히는 것도 가능하다. 운전석 대시보드는 부피를 작게 해 최대한 공간을 살렸다. 운전석 옆 기어봉을 없애고 전자식 변속레버를 적용한 것도 특징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이게 차가 맞나 싶을 정도로 휑한 느낌이 들 것”이라고 말했다. 폭스바겐, GM, 도요타, 다임러 등 주요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도 자체 개발한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적용한 차량을 선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들 회사 전기차의 내부 디자인은 기존 내연 기관차와 별로 다르지 않다. 한 수입차 업체 관계자는 “테슬라, 폭스바겐 등도 혁신적인 플랫폼을 썼지만 내부 디자인은 기존과 비슷했다. 과도기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현대차가 전기차 시장 선점을 위해 승부수를 띄운 것으로 보고 있다. 갑자기 새로운 디자인을 내세웠을 때 소비자들이 어색해 할 수 있다는 리스크를 감수했다는 것이다. 미래 전기차의 경쟁력은 눈길을 끌면서도 실용적인 디자인을 어떻게 만들지, 이를 어떤 기술로 구현할 지에 달려있다. 잡다한 부품을 없애거나 축소해 내부 공간을 넓게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인공지능(AI), 디스플레이 기술 등을 활용해 차 내부를 필요에 따라 영화관, 캠핑 공간으로 바꾸고, 주행 중에도 개인 사무실이나 학습 공간 등으로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호중 한국자동차연구원 책임 연구원은 “전기차 배터리 전력을 외부로 송출하는 기술을 탑재하면 전열 기구를 작동 시킬 수 있어 캠핑이나 간이 영화관을 만드는데 차를 활용할 수도 있을 것”이라며 “미래에는 이동수단으로서 뿐 아니라 나만의 사적 공간으로 자동차의 가치가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변종국 기자 bjk@donga.com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 2021-02-15
    • 좋아요
    • 코멘트
  • 대형차-수입차 더 잘 팔렸다

    지난해 국내에서 국산차와 수입차 판매량이 모두 역대 최대치를 기록한 가운데 차량 한 대당 평균 판매 가격도 크게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크고 비싼 차를 선호하는 유행이 이어지는 가운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억눌린 소비 심리가 고급차 구매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14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의 신차 등록은 190만5972대로 집계됐다. 2019년(179만5134대)에 비해 6.2% 늘면서 사상 최초로 190만 대를 돌파했다. 국산차 등록대수는 160만3400여 대로 2019년(152만 대)보다 5.5% 늘었다. 수입차 등록대수(30만2500여 대)는 2019년(27만5100여 대)보다 10.0% 늘면서 처음으로 30만 대 선을 넘어섰다. 지난해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대형 차급과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중심으로 판매가 늘어난 점이다. 국산차와 수입차 모두 판매량보다 매출액 증가 폭이 더 컸다. 국산차는 내수 판매금액이 49조1930억 원으로 집계돼 2019년에 비해 15.8% 늘었다. 판매금액 증가 폭이 판매량 증가 폭의 3배를 넘어서면서 국산차 평균 판매금액은 2019년 2800만 원대에서 2020년 3000만 원대로 높아졌다. 대형 승용차 판매 증가, 고급 브랜드(제네시스 등) 판매 확대, 고급 옵션 선택률 상승 등이 이유로 꼽힌다. 실제로 승용 모델에서는 경·소형(―14.1%)과 중형(―4.0%) 차급 판매는 줄어든 반면 대형 차급 판매는 18.9% 늘었다. SUV에서도 대형 차급의 판매 증가율이 58.4%에 이르렀다. 고급차 구매 심리는 수입차 판매에도 영향을 미쳤다. 수입차 판매 금액이 19조2350억 원으로 2019년에 비해 16.3% 늘어나면서 평균 판매 금액이 2019년 6000만 원대에서 지난해 6300만 원대로 상승했다. 수입 승용차는 3000만∼4000만 원대 판매 비중이 2018년 40.9%에 이르렀지만 지난해 31.8%로 줄었다. 반면 5000만 원대 모델 판매 비중은 같은 기간 18.9%에서 24.7%로 늘어났다.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 2021-02-15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자동차 판매 늘었는데…크고 비싼 차만 더 팔렸다

    지난해 국내에서 국산차와 수입차 판매량이 모두 역대 최대치를 기록한 가운데 차량 한 대당 평균 판매 가격도 크게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크고 비싼 차를 선호하는 유행이 이어지는 가운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억눌린 소비 심리가 고급차 구매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14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의 신차 등록은 190만5972대로 집계됐다. 2019년(179만5134대)에 비해 6.2% 늘면서 사상 최초로 190만 대를 돌파했다. 국산차 등록대수는 160만3400여 대로 2019년(152만 대)보다 5.5% 늘었다. 수입차 등록대수(30만2500여 대)는 2019년(27만5100여 대)보다 10.0% 늘면서 처음으로 30만 대 선을 넘어섰다. 지난해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대형 차급과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중심으로 판매가 늘어난 점이다. 국산차·수입차 모두 판매량보다 매출액 증가 폭이 더 컸다. 국산차는 내수 판매금액이 49조1930억 원으로 집계돼 2019년에 비해 15.8% 늘었다. 판매금액 증가 폭이 판매량 증가 폭의 3배를 넘어서면서 국산차 평균 판매금액은 2019년 2800만 원대에서 2020년 3000만 원대로 높아졌다. 대형 승용차 판매 증가, 고급 브랜드(제네시스 등) 판매 확대, 고급 옵션 선택율 상승 등이 이유로 꼽힌다. 실제로 승용 모델에서는 경·소형(-14.1%)과 중형(-4.0%) 차급 판매는 줄어든 반면 대형 차급 판매는 18.9% 늘었다. SUV에서도 대형 차급의 판매 증가율이 58.4%에 이르렀다. 고급차 구매 심리는 수입차 판매에도 영향을 미쳤다. 수입차 판매 금액이 19조2350억 원으로 2019년에 비해 16.3% 늘어나면서 평균 판매금액이 2019년 6000만 원대에서 지난해 6300만 원대로 상승했다. 수입 승용차는 3000만~4000만 원대 판매 비중이 2018년 40.9%에 이르렀지만 지난해 31.8%로 줄었다. 반면 5000만 원대 모델 판매 비중은 같은 기간 18.9%에서 24.7%로 늘어났다.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 2021-02-14
    • 좋아요
    • 코멘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