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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다 살아난 한 해였습니다. 내년은 저를 포함해 모두에게 건강한 한 해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24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 타임스스퀘어 광장의 ‘소망의 벽(The Wishing Wall)’. 시민들이 새해 소망을 적는 이곳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걸렸다 가까스로 회복했다는 중년 남성 로버트 코르테스 씨를 만났다. 그는 올봄 뉴욕에서 코로나19가 창궐할 때 감염됐다. 코르테스 씨는 “한 달 정도 끔찍할 만큼 아팠다. 나는 운 좋게 살아남았지만 동료 40여 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토로했다. 브루클린 주민 케일라 씨 역시 “올 한 해는 정말 힘든 해였다. 가족 중 코로나19 고위험군이 있어서 걱정이 많다”며 “가족 건강을 소원으로 적었다”고 밝혔다. 실제 이날 벽에 걸린 소망의 절반 이상이 ‘건강’에 대한 내용이었다. 이 종이 조각은 이달 31일 밤 타임스스퀘어에서 열리는 새해맞이 행사에서 색종이 조각(컨페티)으로 뿌려진다. 뉴욕은 올해 초 한때 미 50개주 중 코로나19 확진자와 사망자가 가장 많았다. 여름부터 환자가 급감해 전염병 대유행(팬데믹) 극복의 사례로 호평을 받았지만 최근 날씨가 추워지면서 확진자가 급증해 우려가 높다. 현재까지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은 뉴욕 시민은 전체 830만 명의 4.8%인 40만 명. 이 중 2만5000명이 숨졌다. 가족, 친구, 동료를 잃은 사람이 워낙 많아 많은 시민이 ‘나도 걸릴 수 있다’는 공포와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슬픔을 동시에 느끼고 있다. 이 여파로 뉴욕의 연말연시 풍경 또한 대폭 달라졌다. 세계 각국에서 몰려온 관광객, 화려한 퍼레이드, 흥겨운 이벤트, 감미로운 캐럴 등을 찾아볼 수 없다. 각종 행사가 줄줄이 취소됐고 인파가 붐비던 주요 명소에도 적막함만 감돌고 있다. ○ 트리 점등식도 온라인으로“5분 안에 다 찍으세요. 다음 사람이 기다립니다.” 26일 저녁 기자가 방문한 맨해튼 다운타운의 랜드마크 록펠러센터 앞에는 200m가 넘는 긴 줄이 형성돼 있었다. 이곳에 세워진 대형 크리스마스트리에서 가족사진을 찍으려고 모여든 사람들이다. 20m 이상의 높이를 자랑하는 대형 트리의 위용은 예년과 같지만 올해는 거리 두기를 위해 한 그룹당 5분씩의 사진 촬영 시간만 허용했다. 뒤에서 기다리는 사람들은 일정 간격을 두고 그려진 동그란 지점에서 대기해야 한다. 안내 요원들은 “사회적 거리를 준수하고 마스크를 벗지 말라”고 거듭 외쳤다. 이달 초 열린 이 트리의 점등식도 일반인 접근을 제한한 채 TV로만 볼 수 있었다. 인근 성패트릭 성당의 성탄절 자정 미사 역시 대폭 달라졌다. 예년 같으면 미사 시작 1, 2시간 전부터 성당 입장권을 받으려는 수천 명의 사람들로 가득했지만 올해는 미리 선발된 500명의 신자들만 미사에 참여할 수 있었다. 평소 10여 명씩 앉을 수 있는 긴 의자에 한두 명씩 떨어져 앉은 신자들은 코로나19 종식과 세계 평화 등을 기도했다. 성당 측은 참가하지 못하는 신도들을 위해 이날 미사를 온라인으로 생중계했다. ○ 산타 없는 성탄절, 문 닫은 기념품 가게유명 백화점과 쇼핑몰의 연말 행사 역시 대부분 원격으로 열리고 있다. 이로 인해 성탄절의 상징 ‘산타’도 실종됐다. 과거에는 주요 유통업체의 입구와 로비 등에서 산타 분장을 한 직원이 어린이를 포함한 많은 고객을 맞았지만 감염 우려가 높아지자 이런 행사 자체가 취소된 탓이다. 일부 산타는 화상 앱 ‘줌’으로 어린이 고객과 만나고 있다. 뉴욕의 간판 메이시스 백화점은 1861년 이후 처음으로 오프라인 산타 행사를 취소하고 온라인 행사로 대신했다. 퀸스의 한 쇼핑몰 역시 마스크를 쓴 산타가 사회적 거리를 유지한 채 어린이 손님을 맞았다. ‘아이러브 뉴욕’ 티셔츠 등 뉴욕을 상징하는 굿즈를 판매하는 상당수 기념품 가게는 코로나19 직격탄을 맞고 문을 닫았다. 식당 역시 연말 대목을 놓쳐서 울상이다. 일부 식당 업주들은 15일 타임스스퀘어 광장에서 집회를 열고 실내 영업을 불허한 앤드루 쿠오모 주지사에게 항의했다. 무료 스케이팅을 즐길 수 있어 ‘겨울 명소’로 꼽히는 맨해튼 브라이언트파크도 올해 입장 인원을 제한하고 있다. 간이 노점 ‘홀리데이 숍’ 숫자 역시 줄였다. 연말연시 인기 행사인 브롱크스 뉴욕보태니컬가든의 ‘홀리데이 트레인 쇼’ 역시 올해는 회원에게만 개방하고 있다. 특히 1907년부터 매년 타임스스퀘어에서 열리는 새해 전야 행사 ‘크리스털 볼드롭’은 113년 만에 최초로 무관중으로 진행된다. 매년 1월 1일 코니아일랜드의 추운 겨울바다에 수영복만 입고 맨몸으로 뛰어드는 ‘폴라 베어 플런지’ 행사도 취소됐다.○ 관광객 없어도 화려하게 장식된 다이커하이츠일부 시민은 전대미문의 코로나19 사태를 반드시 극복하겠다는 의지와 희망을 드러내며 다른 사람들을 위로하고 있다. 앞서 이달 18일 저녁 뉴욕시 브루클린 남부의 ‘크리스마스 마을’로 불리는 다이커하이츠를 찾았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이곳은 주민들이 형형색색 장식과 불빛으로 자신의 집을 꾸며놓은 동네로 유명하다. 1980년대 한 주민이 장식을 시작한 후 이웃으로 퍼졌고 동네 전통으로 자리 잡았다. 매년 겨울 약 10만 명의 여행객이 찾아올 정도로 뉴욕의 숨은 명소로 꼽힌다. 대형 관광버스를 대절해 가이드투어를 하는 단체 관광객도 많다. 이날 다이커하이츠는 매우 한산했다. 몰려들던 관광객의 발길이 뚝 끊긴 탓이다. 하지만 많은 주민들은 올해도 변함없이 자신의 집을 예쁘게 장식했다. 혹시라도 찾아올 사람들의 기분을 밝게 해주고 싶다는 의도였다. 집 마당과 계단을 눈부신 장식으로 수놓은 프랭크 맹가노 씨는 기자에게 “매년 장식에 최소 수천 달러의 비용이 들어간다”면서도 “팬데믹으로 유난히 어두운 올 한 해는 특별히 평소보다 훨씬 더 많은 불빛으로 장식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앞으로 더 밝은 미래가 올 것임을 사람들이 믿어줬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집 장식에 지갑 열어다이커하이츠 주민처럼 많은 시민들은 화려한 성탄절 실내 장식을 하며 스스로를 격려하고 위로하고 있다. 뉴욕 맨해튼에서 북쪽으로 차로 2시간 거리에 있는 ‘벨스 농장’은 크리스마스트리로 사용할 수 있는 살아있는 나무를 잘라서 판매하는 곳이다. 고객이 농장에서 원하는 나무를 고른 뒤 톱으로 베어 자신의 차에 싣고 가는 형식이다. 한 그루당 가격이 보통 60달러(약 6만6000원)여서 많은 시민이 즐겨 찾는다. 올해는 유난히 나무를 찾는 사람이 많아 주인은 이달 8일 “아쉽지만 올해 장사를 끝낸다”는 공지문을 걸었다. 예년보다 매진 시점이 약 2주 빨랐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은 코스트코, 월마트 등 대형마트의 성탄절 장식용품 매출이 예년보다 증가했고 일부는 재고까지 완전히 동났다고 보도했다. 시장조사업체 ‘1010데이터’에 따르면 이미 올해 10월 장식용 조명 판매량이 지난해 10월에 비해 194% 늘었다. 뉴욕타임스(NYT)는 “보통은 11월 말 추수감사절 이후부터 일반 미국 가정의 연말 장식이 시작되는데 올해는 10월로 앞당겨졌다. 사람들이 예년보다 집 장식에 많은 돈과 시간을 쓰고 있다”고 분석했다. 집이나 집 주변에서 할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연말 이벤트를 즐기는 사람도 많다. 롱아일랜드시티의 한 아파트에서는 주민이 각자 자기소개서를 작성하면 관리사무소에서 어울리는 이웃을 짝지어서 서로 선물을 교환하도록 하는 행사를 열었다. 맨해튼의 한 호화 아파트는 입주민을 위해 로비에서 연말 재즈 콘서트를 열기도 했다. 뉴요커의 ‘코로나19 블루’는 언제쯤 끝날 수 있을까. 팬데믹의 정확한 종식 시점은 아무도 알 수 없지만 시민들의 노력과 의지가 이어진다면 화려한 행사가 수놓는 뉴욕의 예전 풍경은 머지않은 시점에 다시 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유재동 뉴욕 특파원 jarrett@donga.com}

미국의 ‘방역 사령탑’인 앤서니 파우치 국립보건원 산하 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장(사진)이 24일(현지 시간) 집에서 조용히 80세 생일을 보내면서 스스로 방역 모범을 보였다고 워싱턴포스트(WP)와 가디언 등이 보도했다. 파우치 소장은 크리스마스이브와 겹치는 자신의 생일을 보통은 버지니아주에 있는 여동생 집에서 가족들과 함께 보냈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터진 올해는 계획을 바꿔서 워싱턴에 있는 집에서 아내와 함께 머물기로 했다. 또 미 전역에 흩어져 있는 세 딸 등 다른 가족들과는 화상으로 인사를 나눴다. 파우치 소장은 언론에 “내가 미국인들에게 여행을 제한해달라고 말하고 있는 와중에, 정작 나 자신은 밖에 나가 파티를 즐기는 공무원이 되고 싶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파우치 소장이 비록 근사한 레스토랑에서 성대한 생일 파티를 하지는 못했지만 부인 크리스틴 그레이디는 그를 위해 깜짝 파티를 준비했다. 파우치 소장 몰래 가족과 친구 15명을 화상회의 애플리케이션인 줌으로 초청해 최근 온라인 파티를 열어준 것. 23일에는 코로나19로 올 한 해 그와 함께 사투를 벌였던 응급 의료요원들이 파우치 소장을 즐겁게 했다. 이들은 이날 오후 메릴랜드주 베세즈다에 있는 국립보건원 앞에 모여 있다가 퇴근하는 파우치 소장에게 깜짝 생일 축하 노래를 불러줬다. 24일에는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과 질 여사 부부가 파우치 소장의 80세 생일을 기념해 직접 함께 부른 축하 노래를 트위터에 올렸다. 바이든 당선인은 노래가 끝난 뒤 “생일 축하합니다. 질과 조 바이든으로부터”라고 말했다. 뮤리얼 바우저 워싱턴 시장은 “파우치는 우리 공동체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 헌신한 워싱턴 주민”이라면서 24일을 ‘닥터 앤서니 파우치의 날’로 선포한다고 23일 밝혔다. 지금까지 모두 6명의 미국 대통령에게 감염병 관련 조언을 해온 파우치 소장은 코로나19의 심각성을 경시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잘못을 공개적으로 지적하는 등 잇단 소신 발언 등으로 국민들의 신뢰감을 얻었다. 백신의 안전성을 우려하는 국민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22일에는 직접 백신을 맞았다. 그의 공로와 전문성을 높이 산 바이든 당선인도 차기 행정부에서 파우치 소장에게 계속 코로나19 대응을 맡기기로 했다. 앞서 11일 미국의 시사잡지 타임은 파우치 소장과 전 세계 의료진을 ‘올해의 수호자(Guardians of the year)’로 선정한 바 있다.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영국에서 확인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가 독일에서도 발견되며 확산세가 이어지고 있다. 미국은 영국발 입국자에 대해 무증상 여부를 확인하기로 하는 등 변이 바이러스에 대한 경계감도 커지고 있다. 24일(현지 시간) 독일 바덴 뷔르템베르크주 보건당국은 “20일 영국 런던발 항공기를 타고 독일 프랑크푸르트 공항에 들어온 입국자가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해당 감염자는 공항 검사서 양성을 받아 자택 격리 중 재검사를 받았는데, 2차 검사서 변이 바이러스 감염 사실이 확인됐다. 독일에서 변이 바이러스 감염자가 나온 건 이번이 처음이다. 기존 코로나19 바이러스보다 전파력이 70% 더 높은 것으로 알려진 변이 바이러스는 영국 외에도 네덜란드와 덴마크, 이탈리아 등 유럽지역과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홍콩 등 아시아권을 포함해 10여 개국에서 발견됐다. 미국은 28일부터 미국으로 오는 영국발 항공편에 탄 탑승객 전원을 대상으로 코로나19 음성 여부를 확인하기로 했다. 이미 50여 개 국가들이 영국발 입국에 대한 금지 및 제한조치에 나섰다. 이런 가운데 미국 제약회사 화이자의 앨버트 불라 최고경영자(CEO)는 24일 미국 나바호 자치구가 주최한 온라인 간담회에서 화이자 백신이 영국발 변이 바이러스에 효과가 있을 것인지에 대해 “조심스럽게 낙관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이미 이 변종이 백신에 똑같이 반응한다는 자료들을 갖고 있다면서 ”이 변이 바이러스가 백신에 무력화되는지를 알아보는 테스트를 하는 중이고 열흘에서 2주일 이내에 연구가 완료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파리=김윤종 특파원zozo@donga.com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기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바이러스보다 전파력이 높은 변이 바이러스가 세계 10여 개국에서 발생하면서 전 세계에 비상이 걸렸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싱가포르 보건부는 24일 “영국을 방문했다가 귀국한 17세 소녀가 영국발 변이 바이러스에 감염됐다”고 발표했다. 최근 1개월간 유럽에서 들어온 입국자 11명 또한 이 바이러스에 예비 양성 반응을 보여 추가 확진자가 늘어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23일 홍콩에서도 영국발 변이 바이러스 의심 사례가 발견됐다. 중동 이스라엘에서도 영국발 변이 바이러스 감염자 3명이 발견돼 격리됐다. 이들은 모두 최근 영국을 방문했다. 영국 인접국인 아일랜드에서도 이 변이 바이러스가 등장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발견된 변이 바이러스(501.V2)도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맷 행콕 영국 보건장관은 23일 기자회견에서 “최근 남아공을 방문한 2명이 이 변이 바이러스에 감염됐다”며 “남아공에서 온 바이러스는 영국에서 처음 발견된 변이 바이러스보다 전염성이 더 강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영국, 남아공 변이 바이러스 모두 ‘N501YU’란 공통 돌연변이를 지녔으며 이것이 바이러스의 인체 침투를 용이하게 해 감염력을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남아공 감염병 전문가 리처드 레셀스 박사는 “남아공 변이 바이러스가 영국 변이 바이러스에 비해 더 빨리 전파되고 백신에 대한 내성도 높을 수 있다”고 밝혔다. 기존 코로나19 백신을 무력화할 정도는 아니라도 백신 효과를 떨어뜨릴 수는 있다는 의미다. 변이 바이러스 2개가 동시에 확산되자 영국 정부는 서식스, 서퍽, 햄프셔 등 잉글랜드 동부에 최고 수준인 4단계 경보를 발령했다. 이미 4단계가 발령된 런던 등을 포함해 잉글랜드 인구의 약 42%인 2400만 명이 사실상 외출이 불가능한 4단계 봉쇄 아래 놓였다. 화이자 백신을 접종 중인 영국에서 당분간 2회 차 백신 접종을 중단하고 최대한 1회 차 접종을 늘려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1회 차 접종만으로도 90% 이상의 예방 효과가 생기기 때문이다. 영국은 또 남아공 여행을 제한하고, 최근 14일 이내 남아공을 다녀오거나 접촉한 사람들은 즉시 자가 격리하도록 했다. 이미 영국을 포함해 독일, 이스라엘 등 최소 5개국이 변이 바이러스 확산 우려로 남아공과의 왕래를 중단한 상태다. 영국발 입국을 제한하거나 금지하는 국가 역시 50개국이 넘는다. 진원지인 영국과 남아공을 비롯해 이탈리아, 호주, 덴마크, 네덜란드, 아일랜드, 북아일랜드, 이스라엘, 말레이시아, 홍콩, 싱가포르 등 10여 개국에서 변이 바이러스가 발견됐다. 다른 국가에서도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가 나타나고 있다. 말레이시아, 나이지리아, 브라질에서는 영국, 남아공발 변이와는 다른 변이 바이러스가 각각 발견됐다. 바이러스 전문가 데이비드 로버트슨 영국 글래스고대 교수는 “독감처럼 코로나 백신을 주기적으로 업데이트해야 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백신과 치료제를 신속히 확보하려는 각국의 움직임 또한 빨라지고 있다. 영국과 미국에서 아스트라제네카-옥스퍼드대의 백신 승인이 예상보다 앞당겨질 것으로 보인다. 영국 정부 자문관인 존 벨 옥스퍼드대 의대 교수는 “성탄절 직후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사용 승인이 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당초 내년 중반쯤 아스트라제네카 사용 승인이 날 것으로 예상됐던 미국에서도 보건당국이 낙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미 백신 개발 프로젝트 ‘초고속 작전’의 몬시프 슬라우이 최고책임자는 역시 “내년 2월 말이나 3월 초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승인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며 “존슨앤드존슨(얀센)의 백신도 내년 2월 안에 승인될 수 있다”고 밝혔다. 23일 캐나다 보건당국은 미국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모더나 백신 사용을 승인했다. 이달 9일 화이자 백신을 승인한 후 두 번째 백신이 공급되는 셈이다. 이미 백신을 대규모로 확보한 미국은 치료제 선점에 나섰다. 미 정부는 제약회사 머크와 내년 6월까지 최대 10만 개의 코로나 치료제를 공급받는 계약도 맺었다.파리=김윤종 zozo@donga.com / 카이로=임현석 / 뉴욕=유재동 특파원}
임기를 한 달도 남겨 놓지 않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몽니’가 절정으로 치닫고 있다. 의회가 압도적 찬성으로 통과시킨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하는 것도 모자라 유죄 판결을 받은 사돈과 측근에게 사면을 남발해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자신이 아직 대통령이라는 점을 대외에 각인하면서 정치적 영향력을 부각하려는 의도란 분석이 제기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23일 주한미군 감축에 제한을 두는 내용 등이 포함된 국방수권법(NDAA)에 거부권을 행사했다. 그는 의회에 보낸 성명에서 “한국, 독일, 아프가니스탄 등에서 미군 철수를 제한한 이 법은 나쁜 정책일 뿐만 아니라 위헌”이라며 “얼마나 많은 군대를 배치하고 어디에 배치할지에 관한 결정은 대통령에게 달려 있다”고 주장했다. 이 법은 주한미군 병력을 현재의 2만8500명 이하로 줄이기 어렵도록 하고 있다. 또 그는 이 법이 중국과 러시아에 대한 선물이라며 “현 행정부가 추구하는 미국 우선주의와 일치하지 않는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달 초 하원은 이 법을 전체 435석 중 찬성 335 대 반대 78, 상원은 100석 중 84 대 13으로 통과시켰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도 상하원이 다시 투표를 실시해 각각 재적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얻으면 법안의 효력이 발생한다. 미 언론은 하원이 28일, 상원이 29일 각각 재의결 절차를 진행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거부권을 행사한 후에는 별장이 있는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로 성탄절 휴가를 떠났다. 트럼프 대통령은 의회가 21일 통과시킨 9000억 달러의 경기부양안 및 내년도 연방정부 예산안에도 거부권 행사를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그는 재원 마련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도 밝히지 않은 채 부양안의 핵심 내용인 국민 1인당 재난지원금 600달러 지급을 무조건 “2000달러로 올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가 끝내 이 법안에 서명하지 않으면 연방정부 예산이 고갈돼 다음 주초부터 정부업무 일시정지(셧다운)가 불가피하다. 무엇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배포 및 접종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8년에도 예산안 거부권을 행사해 35일간 연방정부가 문을 닫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한 2016년 미 대선에 러시아가 개입해 자신의 당선을 배후에서 도왔다는 ‘러시아 스캔들’ 의혹 등에 연루된 측근들을 줄줄이 사면했다. 그는 23일 맏사위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보좌관의 부친 찰스(66), 비선 참모 로저 스톤(68), 2016년 대선 당시 트럼프 캠프 선대본부장을 지낸 폴 매너포트(71) 등 26명을, 22일에는 조지 파파도풀로스 전 대선캠프 외교정책 고문(33) 등 15명을 사면했다. 특히 매너포트는 러시아 스캔들을 수사한 로버트 뮬러 특검팀이 가장 먼저 기소한 인물이어서 스캔들 흔적 지우기용 사면이란 평가가 나온다. ‘사돈 사면’ 역시 여론의 호된 비판을 받고 있다. 뉴저지주 부동산 중개업자인 찰스는 탈세, 불법 선거자금 모금, 위증 등으로 2004년 유죄 판결을 받고 2년간 복역했다. 당시 주 법무장관 자격으로 찰스를 기소한 공화당 소속의 크리스 크리스티 전 뉴저지 주지사가 “내가 기소한 범죄 중 가장 역겹다”고 할 정도로 죄질이 좋지 않다는 평을 받았다. 뉴욕타임스(NYT), CNN 등은 대통령이 집권 내내 찰스의 사면을 검토해 왔으며 측근과 충성파를 위해 사면을 남발하고 있다고 질타했다.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임기를 한 달도 남겨놓지 않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몽니’가 절정에 치닫고 있다. 의회가 압도적 찬성으로 통과시킨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하는 것도 모자라 유죄 판결을 받은 사돈과 측근에게 사면을 남발해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자신이 아직 대통령이라는 점을 대외에 각인하면서 정치적 영향력을 부각하려는 의도란 분석이 제기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23일 주한미군 감축에 제한을 두는 내용 등이 포함된 국방수권법(NDAA)에 거부권을 행사했다. 그는 의회에 보낸 성명에서 “한국, 독일, 아프가니스탄 등에서 미군 철수를 제한한 이 법은 나쁜 정책일 뿐 아니라 위헌”이라며 “얼마나 많은 군대를 배치하고 어디에 배치할지에 관한 결정은 대통령에게 달려 있다”고 주장했다. 이 법은 주한미군 병력을 현재의 2만8500명 이하로 줄이기 어렵도록 하고 있다. 또 그는 이 법이 중국과 러시아에 대한 선물이라며 “현 행정부가 추구하는 미국 우선주의와 일치하지 않는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달 초 하원은 이 법을 전체 435석 중 찬성 335 대 반대 78, 상원은 100석 중 84 대 13으로 통과시켰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도 상하원이 다시 투표를 실시해 각각 재적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얻으면 법안의 효력이 발생한다. 미 언론은 하원이 28일, 상원이 29일 각각 재의결 절차를 진행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거부권을 행사한 후에는 별장이 있는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로 성탄절 휴가를 떠났다. 트럼프 대통령은 의회가 21일 통과시킨 9000억 달러의 경기부양안 및 내년도 연방정부 예산안에도 거부권 행사를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그는 재원 마련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도 밝히지 않은 채 부양안의 핵심 내용인 국민 1인당 재난지원금 600달러 지급을 무조건 “2000달러로 올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가 끝내 이 법안에 서명하지 않으면 연방정부 예산이 고갈돼 다음주 초부터 정부업무 일시정지(셧다운)가 불가피하다. 무엇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배포 및 접종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8년에도 예산안 거부권을 행사해 35일간 연방정부가 문을 닫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한 2016년 미 대선에 러시아가 개입해 자신의 당선을 배후에서 도왔다는 ‘러시아 스캔들’ 의혹 등에 연루된 측근들을 줄줄이 사면했다. 그는 23일 맏사위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보좌관의 부친 찰스(66), 비선참모 로저 스톤(68), 2016년 대선 당시 트럼프 캠프 선대본부장을 지낸 폴 매너포트(71) 등 26명, 22일에는 조지 파파도풀로스 전 대선캠프 외교정책 고문(33) 등 15명을 사면했다. 특히 매너포트는 러시아 스캔들을 수사한 로버트 뮬러 특검팀이 가장 먼저 기소한 인물이어서 스캔들 흔적 지우기용 사면이란 평가가 나온다. ‘사돈 사면’ 역시 여론의 호된 비판을 받고 있다. 뉴저지주 부동산 중개업자인 찰스는 탈세, 불법 선거자금 모금, 위증 등으로 2004년 유죄 판결을 받고 2년 복역했다. 당시 주 법무장관 자격으로 찰스를 기소한 공화당 소속의 크리스 크리스티 전 뉴저지 주지사가 “내가 기소한 범죄 중 가장 역겹다”고 할 정도로 죄질이 좋지 않다는 평을 받았다. 뉴욕타임스(NYT), CNN 등은 대통령이 집권 내내 찰스의 사면을 검토해왔으며 측근과 충성파를 위해 사면을 남발하고 있다고 질타했다.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한국 정부와 미국 화이자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최종 계약이 임박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백신 도입 시기를 앞당기는 것을 놓고 양측이 여전히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계약서 초안에는 백신 공급 시기가 ‘내년 3, 4분기’로 명시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관계자는 22일 “화이자 백신은 당초 내년 3, 4분기 도입이었던 걸 상반기로, 나아가 최대한 1분기로 당겨 보려는 것”이라며 “총력전을 펼치고 있지만 (최종) 결과는 아직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도입 시기를 제외한 계약 사항은 대부분 검토가 끝났다. 또 다른 정부 관계자는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의 최종 서명만 남았다. 금명간 발표할 수 있을 것”이라며 “아직 서명 전이기 때문에 (도입 시기와 관련해) 추가로 설득할 여지는 있다”고 전했다. 화이자와 함께 미국 얀센(존슨앤드존슨 제약부문 계열사)의 백신 계약 검토도 마무리 단계이지만 역시 도입 시기를 앞당기는 게 쉽지 않은 상황으로 전해졌다. 현재로선 화이자나 얀센 백신의 1분기 도입은 불가능해 보인다. 다만 막바지 협상에 따라 2분기 도입 가능성은 남아있다. 하지만 상반기에 백신이 도입돼도 유통망과 인력 등을 준비해야 해 실제 접종은 하반기에 시작될 수 있다. 화이자와 얀센의 계약 물량은 합쳐서 1400만 명분이다. 국내 백신 도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악재’도 이어지고 있다. 화이자는 내년 7월까지 미국에 백신 1억 회분을 추가 공급하기로 계약했다고 23일 밝혔다. 이미지 image@donga.com·황형준 기자 / 뉴욕=유재동 특파원}

이미 9억 회분 이상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확보한 미국이 제약업체 화이자와 1억 회분의 백신을 추가 계약했다. 이에 따라 미국은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 계약 물량만으로도 내년 상반기까지 집단 면역 달성에 필요한 백신을 갖게 된다. 미국은 다른 종류의 백신에 대한 추가 승인도 검토 중이다. 인도는 아스트라제네카, 유럽은 모더나 백신 승인을 검토하고 있다. 코로나19 변이 확산 등 향후 전망이 불투명해지자 각국이 백신을 최대한 확보하기 위해 전력을 기울이는 상황이다. 화이자는 내년 7월까지 미국에 1억 회분의 백신을 추가 공급하되 이 중 7000만 회분 이상을 6월까지 공급하기로 했다고 로이터통신이 23일 전했다. 전날 뉴욕타임스(NYT) 보도에 따르면 당초 미국 정부는 내년 4∼6월 중에 백신 1억 회분 추가 공급을 요청했고, 화이자는 최소 7000만 회분은 공급할 수 있다는 입장이었는데 양측이 공급량과 시기를 조율한 것으로 보인다. 이와 별도로 이미 미국은 화이자(1억 회)와 모더나(2억 회), 아스트라제네카-옥스퍼드대(3억 회), 존슨앤드존슨(1억 회) 등 총 9억 회분 이상의 백신 공급 계약을 맺은 상태다. 이미 당국의 승인을 받은 화이자와 모더나의 계약 물량은 내년 6월까지 총 3억 회분이다. 만약 화이자와 1억 회분을 추가 공급하는 계약이 성사되면 두 제약사의 백신 공급 물량은 총 4억 회분으로 늘어난다. 1명당 2회 접종이 필요하다는 것을 감안하면 미국 국민 2억 명이 접종받을 수 있는 분량이다. 뉴욕타임스는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의 접종 대상이 각각 16세, 18세 이상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미국에서 접종 대상은 약 2억6000만 명”이라고 추산했다. 이 중 2억 명이 접종을 받으면 77%에 해당한다. 현재 개발 중인 다른 백신들의 임상 시험에 문제가 생겨 추가 백신 공급이 끊기더라도 집단 면역이 가능한 수준이다. 미 행정부는 화이자와 추가 공급 계약을 위해 국방물자생산법(DPA)을 동원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DPA는 국가 안보를 위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물품을 미 행정부가 민간기업에 생산을 지시 또는 지원해 우선 조달할 수 있도록 규정한 절차다. 트럼프 행정부는 DPA를 적용해 화이자가 백신을 만드는 데 필요한 재료를 더 많이 확보할 수 있도록 돕기로 한 것이다. 당초 6·25전쟁 지원을 위해 제정된 것으로, 트럼프 행정부는 코로나19가 확산한 올 4월에도 이를 발동해 마스크와 인공호흡기 생산량을 끌어올린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8일 “미국인들의 백신 공급에 문제가 생기면 DPA를 발동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유럽연합(EU) 역시 21일 화이자 백신을 승인하면서 유럽 국가들이 이르면 이번 주말부터 접종에 나설 계획이다. EU는 원래 화이자 백신의 승인 여부를 다음 주에 결정할 예정이었지만 일정을 앞당겼다. EU는 다음 달 초 모더나 백신의 승인 여부도 결정할 계획이다. 백신 접종 국가는 확대되고 있다. 멕시코는 24일부터, 중동의 오만은 27일부터, 쿠웨이트는 다음 주 중 화이자 백신 접종에 돌입할 예정이다. 또 인도는 이르면 다음 주 영국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의 백신을 승인하고 조만간 접종을 시작할 예정이다. 영국도 25일 이후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승인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 이설 기자}

이미 9억 회분 이상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확보한 미국이 제약업체 화이자와 백신 최대 1억 회분을 추가 계약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미국은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 계약 물량만으로도 미국은 내년 상반기까지 집단면역 달성에 필요한 백신을 갖게 된다. 미국은 다른 종류의 백신에 대한 추가 승인도 검토 중이다. 인도는 아스트라제네카, 유럽은 모더나 백신 승인을 검토하고 있다. 코로나19 변이 확산 등 향후 전망이 불투명해지자 각국이 백신을 최대한 확보하기 위해 전력을 기울이는 상황이다. 뉴욕타임스(NYT)는 22일(현지 시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와 화이자가 이 같은 내용으로 논의를 진행하고 있으며 곧 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미 행정부는 내년 4~6월 중에 화이자 백신 1억 회분을 추가로 요청했고, 화이자는 최소 7000만 회분은 공급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미국은 화이자(1억)와 모더나(2억), 아스트라제네카-옥스퍼드대(3억), 존슨앤드존슨(1억) 등 총 9억 회분 이상의 백신 공급 계약을 맺은 상태다. 이미 당국의 승인을 받은 화이자와 모더나의 계약 물량은 내년 6월까지 총 3억 회분이다. 만약 화이자와 1억 회분을 추가 공급하는 계약이 성사되면 두 제약사의 백신 공급 물량은 총 4억 회분으로 늘어난다. 1명 당 2회 접종이 필요하다는 것을 감안하면 미국 국민 2억 명이 접종받을 수 있는 분량이다. 뉴욕타임스는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의 접종 대상이 각각 16세, 18세 이상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미국에서 접종 대상은 약 2억6000만 명”이라고 추산했다. 이 중 2억 명이 접종을 받으면 77%에 해당한다. 현재 개발 중인 다른 백신들의 임상 시험에 문제가 생겨 추가 백신 공급이 끊기더라도 집단 면역이 가능한 수준이다. 미 행정부는 화이자와 추가 공급 계약을 위해 국방물자생산법(DPA)을 동원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DPA는 국가 안보를 위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물품을 미 행정부가 민간기업에 생산을 지시 또는 지원해 우선 조달할 수 있도록 규정한 절차다. 트럼프 행정부는 DPA를 적용해 화이자가 백신을 만드는 데 필요한 재료를 더 많이 확보할 수 있도록 돕기로 한 것이다. 당초 6·25 전쟁 지원을 위해 제정된 것으로, 트럼프 행정부는 코로나19가 확산한 올 4월에도 이를 발동해 마스크와 인공호흡기 생산량을 끌어올린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8일 ‘백신 최고회의’에서도 “미국인들의 백신 공급에 문제가 생기면 DPA를 발동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바 있다. 또 인도는 이르면 다음주 영국 제약사 아스트로제네카의 백신을 승인하고 다음달 접종을 시작할 예정이라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인도가 이 백신의 승인 결정을 내리면 세계에서 처음이다. 국제 통계사이트 월드오미터에 따르면 인도의 코로나19 확진자는 최근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1000만 명을 넘었다. 앞서 유럽연합(EU) 역시 21일 화이자 백신을 승인하면서 유럽 국가들이 이르면 이번 주말부터 접종에 나설 계획이다. EU는 원래 화이자 백신의 승인 여부를 다음주에 결정할 예정이었지만 일정을 앞당겼다. 코로나19 확산에 신음하는 회원국들이 백신 공급을 더 서둘러야 한다는 의견을 개진했기 때문이다. EU는 다음달 초 모더나 백신의 승인 여부도 결정할 계획이다. 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더불어민주당이 국회에서 강행 처리한 대북전단금지법(남북관계발전법 개정안) 시행을 재고하라는 국제사회의 비판이 확산되면서 ‘글로벌 역풍’을 맞는 상황에서도 정부가 22일 국무회의를 열고 이 법안을 의결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재가를 거쳐 관보에 게재돼 공포되면 내년 3월 말부터 접경지역에서의 대북전단 살포를 금지하는 이 법이 시행된다. 하지만 미국 의회에 이어 국무부가 대북전단금지법에 배치되는 공식 입장을 이례적으로 밝히고 나서는 등 국제사회의 비판은 오히려 확산되고 있다. 국내 북한인권 단체들도 법안이 공포되는 대로 헌법소원을 제기하겠다고 예고해 법안을 둘러싼 국내외 논란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통일부는 정세균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에서 대북전단금지법을 의결한 직후 보도자료를 내고 “정 총리는 이인영 통일부 장관에게 법률에 관해 다양한 의견이 제기되는 만큼 관련 단체들과 긴밀히 소통하면서 개정 목적에 부합하게 법이 이행될 수 있도록 철저히 준비해줄 것을 당부했다”고 밝혔다. 이 장관은 “법안 내용에 대해 불필요한 오해가 없도록 국민과 소통을 강화해 법안 내용에 대한 이해를 제고하겠다”고 밝혔다. “법 시행 전까지 ‘전단 등 살포 규정 해석지침’을 제정해 당초 입법 취지대로 제3국에서 전단 등을 살포하는 행위는 법 적용 대상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하겠다”고도 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국무위원들이 모두 법안을 결재한 뒤 대통령이 전자결재하는 것이라 재가까지 하루 이틀 걸릴 것”이라며 “다른 법안들도 보통 그렇게 한다”고 밝혔다. 국회에서 의결된 법안은 정부에 이송된 뒤 15일 이내에 공포하도록 돼 있다. 14일 국회를 통과한 대북전단금지법은 29일 관보를 통해 공포될 예정이고 그로부터 3개월 뒤에 시행될 것이라고 정부는 설명하고 있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 태영호 의원은 페이스북에 “법이 통과되자마자 해석지침을 내놓아야 한다는 것은 통일부 스스로 해석의 논란을 일으킬 수 있는 불완전한 법임을 시인하는 것”이라며 “여당이 의석수로 강행 통과시킨 ‘공수처법’이나 ‘임대차 3법’에 해석지침이 없는 것을 생각해 보면 이 법은 김여정 하명에 따라 졸속 처리된 법임이 자명하다”고 주장했다. 정부 여당은 국제사회에서 대북전단금지법을 둘러싼 반대 여론이 거세지자 전방위적인 해명에 나서고 있다.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인 송영길 민주당 의원은 미국의 북한 전문 매체 38노스에 기고한 글에서 “군사분계선의 풍선 날리기는 사실상 북한 정권 타도를 목표로 한 군사적 심리전”이라며 “법률적으로 전시 상황인 한반도에서 심리전 수행을 방치하며 북한에 핵무기 개발 포기를 설득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주장했다. “한국에서는 헌법에 의해 표현의 자유가 완벽하게 보장된다”고도 했다. 그동안 대북전단금지법에 대해 “언급할 것이 없다”고 해온 미 국무부는 21일(현지 시간) 미국의소리(VOA)에 “북한으로 자유로운 정보 유입을 증대시키는 것은 미국의 우선순위 사안”이라고 밝혔다. ‘한국 국회가 통과시킨 대북전단금지법이 미국의 대북 정보 유입 노력을 저하시키는 데 대한 우려가 없냐’는 질문에 대한 답이었다. 미 국무부 관계자는 “북한 주민들이 정권에 의해 통제된 정보가 아닌 사실에 근거한 정보에 접근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며 “우리는 인권과 기본적 자유에 대한 보호를 지지한다”고 강조했다. 대북 정보 유입과 인권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대북전단금지법에 대한 부정적 시각을 드러낸 것이다.최지선 aurinko@donga.com·권오혁 기자 / 뉴욕=유재동 특파원}

영국에서 급속도로 확산 중인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가 기존 바이러스보다 어린이를 더 쉽게 감염시킬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그간 12세 이하 어린이는 성인에 비해 코로나19 감염률이 낮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 변이 바이러스의 감염 위험은 어른 못지않게 높다는 것이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영국 정부 산하 자문그룹 소속 과학자들은 21일(현지 시간) 기자회견에서 “변이 바이러스가 어린이를 더 쉽게 감염시키는 것으로 보이는 정황이 있다. 인간 세포로 들어가는 방식에 변화가 나타난 만큼 어린이의 감염 또한 쉬워졌을 수 있다”고 밝혔다. 코로나바이러스는 표면에 붙은 돌기, 즉 스파이크 단백질이 인체 세포의 수용체(ACE2)와 결합하는 방식으로 침투한다. 의료계에선 그간 어린이는 성인에 비해 수용체 수가 적어 감염이 잘 이뤄지지 않는다고 분석해 왔다. 하지만 변이 바이러스는 개수에 상관없이 수용체와 잘 결합해 어린이 또한 성인만큼 위험하다고 추정했다. 기존 바이러스보다 전파력이 최대 70% 높은 것으로 알려진 이 변이 바이러스를 막기 위해 스페인, 파키스탄, 파라과이 등도 영국발 항공기의 입국을 막으면서 전 세계에서 영국발 항공기 입국을 금지한 나라는 40여 개국으로 늘어났다. 유럽연합(EU)은 영국발 변이 바이러스에 대한 공동 대응을 논의하기로 했다. 일본도 24일 이후 영국에서 오는 외국인 입국을 일시 중단할 방침이라고 NHK가 22일 보도했다. 미국 뉴욕주 역시 영국발 항공편으로 입국하는 미국 시민권자에 대한 제한을 강화하기로 했다. 뉴욕주는 영국 브리티시항공, 버진애틀랜틱항공 및 미 델타항공의 영국발 뉴욕행 항공편 탑승자에게 반드시 코로나19 음성 확인서를 요구하기로 했다. 브리티시항공 탑승자는 22일부터, 나머지 두 항공사에 대해서는 이번 주 중 시행된다. 다만 세계보건기구(WHO)는 아직 변이 바이러스가 통제 불능 상태로 번지지는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마이클 라이언 WHO 긴급대응팀장은 21일 기자회견에서 “변이 바이러스가 기존 코로나19 백신을 무력화할 가능성은 낮다. 각국의 방역 조치를 통해 전파 통제가 가능하다”며 지속적인 방역을 주문했다. 파리=김윤종 zozo@donga.com / 뉴욕=유재동 특파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78)이 21일 미 제약사 화이자와 독일 바이오엔테크가 공동 개발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공개 접종했다. 백신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이어지자 ‘차기 대통령도 맞는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접종 장면을 생중계했다. 고령이어서 코로나19 고위험군에 해당하는 바이든 당선인은 이날 오후 델라웨어주 뉴어크의 한 병원에서 왼쪽 팔에 1차 주사를 맞은 후 “접종을 걱정하지 말라. 두 번째 주사가 벌써부터 기대된다”고 말했다. 화이자 백신은 3주 간격으로 2차례 접종해야 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그는 내년 1월 20일 대통령 취임식 전인 1월 11일경 2차 주사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그는 백신 개발자와 의료진 등의 노고를 치하하며 “엄청난 빚을 지고 있다”고 감사를 표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백신 개발 프로젝트인 ‘초고속작전’을 거론하며 “트럼프 행정부가 백신 개발에 역할을 했고, 어느 정도 공로가 있다”고도 언급했다. 당선인의 부인 질 여사(69)는 21일 오전 먼저 접종을 받았다.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당선인(56) 역시 성탄절 이후 공개 접종을 받기로 했다. 현재 미 권력서열 2, 3위인 마이크 펜스 부통령과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 등 주요 인사도 이미 공개 접종을 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언제 백신을 맞을지 밝히지 않고 있다. 이날 미국에서는 세계 최초로 또 다른 미 제약사 모더나가 개발한 코로나19 백신의 접종이 시작됐다. 동부 코네티컷주 하트퍼드 한 병원의 중환자실 간호사인 맨디 델가도 씨가 1호 모더나 백신 접종자가 됐다. 앤서니 파우치 국립 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 앨릭스 에이자 보건복지부 장관, 국립보건원 간부들도 22일 모더나 백신을 맞기로 했다. 화이자-바이오엔테크 백신이 민간 기업의 자체 자본으로 개발된 것과 달리 모더나 백신은 NIAID의 상급 기관인 국립보건원의 지원 속에 개발됐다. 24일 80세 생일을 맞는 파우치 소장 역시 코로나19 고위험군이며, 그는 줄곧 “국민들의 백신 신뢰를 높이기 위해 공개 접종을 하겠다”고 밝혀왔다. 모더나 백신은 화이자 백신과 같은 ‘mRNA(메신저 리보핵산)’ 방식으로 만들어졌다. 하지만 영하 75도의 극저온 보관이 필요한 화이자 백신과 달리 영하 20도의 일반 냉동고 온도에서 보관이 가능해 유통이 용이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뉴욕타임스(NYT)는 “극저온 보관 장비를 갖추지 못한 미 시골지역 병원에 모더나 백신이 희망이 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화이자와 모더나 모두 자사 백신이 최근 영국에서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는 변이 코로나 바이러스에도 효과적이라고 밝혔다. 바이오엔테크의 우우르 샤힌 최고경영자(CEO)는 21일 독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며칠 내에 변이 코로나 분석을 진행할 것”이라며 “변이 코로나에도 우리 백신이 통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밝혔다. 22일 모더나 역시 비슷한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다만 백신 접종 본격화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확진자 증가세는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22일 국제 통계사이트 월드오미터 기준 미국의 누적 확진자와 사망자는 각각 1840만 명, 32만 명을 돌파했다. 미국 의회는 21일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한 8920억 달러(약 989조 원) 규모의 경기 부양 법안을 상·하원 모두 압도적 찬성으로 통과시켰다. 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 조유라 기자}

영국에서 급속도로 확산 중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가 기존 바이러스보다 어린이를 더 쉽게 감염시킬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그간 12세 이하 어린이는 성인에 비해 코로나19 감염률이 낮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 변이 바이러스의 감염 위험은 어른 못지않게 높다는 것이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영국 정부 산하 자문그룹 소속 과학자들은 21일(현지 시간) 기자회견에서 “변이 바이러스가 어린이를 더 쉽게 감염시키는 것으로 보이는 정황이 있다. 인간 세포로 들어가는 방식에 변화가 나타난 만큼 어린이의 감염 또한 쉬워졌을 수 있다”고 밝혔다. 이미 더 많은 나라에서 변이 바이러스가 확산되고 있을 수도 있으나 검사 기술 문제 등으로 아직 확인되지 않았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표면에 붙은 돌기 즉 스파이크 단백질이 인체 세포의 수용체(ACE2)와 결합하는 방식으로 침투한다. 의료계에선 그간 어린이가 성인에 비해 수용체 숫자가 적어 감염이 잘 이뤄지지 않는다고 분석해왔다. 하지만 변이 바이러스는 숫자에 상관없이 수용체와 잘 결합해 어린이 또한 성인만큼 위험하다고 추정했다. 기존 바이러스보다 전파력이 최대 70% 높은 것으로 알려진 이 변이 바이러스를 막기 위해 태국, 스페인, 파키스탄 등도 영국발 항공기의 입국을 막으면서 전세계에서 영국발 항공기 입국을 금지한 나라는 40여 개국으로 늘어났다. 유럽연합(EU)은 영국발 변이 바이러스에 대한 공동 대응을 논의하기로 했다. 미국 뉴욕주 역시 영국발 항공편으로 입국하는 미국 시민권자에 대한 제한을 강화하기로 했다. 뉴욕주는 영국 브리티시항공, 버진애틀랜틱항공 및 미 델타항공의 영국발 뉴욕행 항공편 탑승자에게 반드시 코로나19 음성 확인서를 요구하기로 했다. 브리티시항공 탑승자는 22일부터, 나머지 두 항공사에 대해서는 이번 주 중 시행된다. 다만 세계보건기구(WHO)는 아직 변이 바이러스가 통제 불능 상태로 번지지는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마이클 라이언 WHO 긴급대응팀장은 21일 기자회견에서 “변이 바이러스가 기존 코로나19 백신을 무력화할 가능성은 낮다. 각국의 방역 조치를 통해 전파 통제가 가능하다”며 지속적인 방역을 주문했다. 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배신자’, ‘거짓말쟁이’ 같은 비난은 예사였다. 이대로는 자녀들이 위험할 수 있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하지만 결국 자신의 소신을 지키는 길을 택했다. 미국 위스콘신주의 브라이언 헤이지던 대법관의 얘기다. 평소 보수성향의 대법관으로 분류되는 그는 이번 대선에서 위스콘신주의 선거 결과를 뒤집으려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잇달아 불리한 판결을 내리면서 트럼프 지지자들의 표적이 됐다. 헤어지던 대법관은 21일 뉴욕타임스(NYT) 인터뷰에서 “사람들이 옳다고 믿는 일을 할 수 있을 때 미국의 힘이 나온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헤이지던 대법관은 지난해 공화당의 적극적인 지지를 받아 10년 임기의 주 대법관 선거에서 승리했다. 그는 2011년 공화당 소속 위스콘신 주지사의 법률 자문을 지냈고 공공부문 노조의 단체교섭권을 박탈하는 법 제정에 나선 바 있다. 또 우파 성향의 법조인 단체에서 활동하는 등 보수적인 색채를 명확히 드러내왔다. 그런데 그는 이번 대선을 계기로 오히려 보수파들의 공격 대상으로 지목되고 있다. 대선 패배에 불복하며 위스콘신주에서 트럼프 대통령 측이 제기한 소송에서 계속 기각 판결을 내렸기 때문이다. 위스콘신주 대법원은 4대 3으로 보수파가 우위지만 헤이지던 대법관이 계속 진보파에 가세하면서 결과가 뒤바뀌었다. 그는 유권자 명단에서 13만 명을 제외해 달라는 트럼프 캠프의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또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의 표를 분산시킬 것으로 예측됐던 제3후보들의 뒤늦은 후보 등록 요구도 기각했다. 그는 “그들(트럼프 대통령 측)은 선거 결과를 취소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이를 뒷받침할 만한 어떤 법규와 증거도 제시하지 못 했다”며 판결 이유를 밝혔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은 경합주로 분류됐던 위스콘신주에서 선거인단을 얻는 데 실패했고 이는 전체 대선 패배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헤이지던 대법관은 자신의 판결 때문에 많은 비난과 협박에 시달렸다. 그는 “보수 성향의 라디오 프로그램을 듣다가 내가 얼마나 끔찍한 사람인지를 듣게 됐다”며 “나를 배신자, 거짓말쟁이, 사기꾼이라고 욕하고 심지어는 중국 공산당에서 돈을 받고 일한다는 비난도 했다”고 말했다. 또 5명의 자녀들이 (사람들에 노출된) 집 앞마당에서 놀아도 되는지 불안함을 느낀다고도 했다. 그는 “내 지지자들을 화나게 만드는 결정을 하는 것이 가장 어렵고 용기 있는 행위”라며 “사람들이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일을 할 수 있을 때 우리 나라의 힘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에 표를 줬느냐는 질문에는 “누구에 투표했느냐가 내 판결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데다 판사가 이를 드러내는 것도 옳지 않다고 생각하기에 밝힐 수 없다”며 “나는 보수층의 지지를 받아 대법관에 뽑혔지만, ‘공화당 판사’는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번 대선 과정에서 공화당 인사들이 당파를 떠나 소신 있는 행동에 나서는 것은 헤이지던 대법관 뿐이 아니다. 또 다른 경합주 조지아주의 브래드 래펜스퍼거 국무장관도 한 때 트럼프 지지자들에게 살해 협박까지 받았지만 선거 결과를 뒤집어야 한다는 트럼프 대통령 측의 요구를 끝내 일축했다. 필라델피아의 선거관리위원인 공화당원 알 슈미트 역시 “이번 선거에 부정행위 증거가 없다”고 했다가 지지자들의 표적이 됐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충복’이었던 윌리엄 바 법무장관도 퇴임을 앞두고 잇단 소신 발언을 쏟아내며 주목을 받고 있다. 바 장관은 21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밀어붙이고 있는 대선 부정선거 및 바이든 당선인의 차남 의혹 수사를 위한 특검 임명에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그는 “이번 대선에서 선거 결과를 바꿀 정도의 조직적이고 광범위한 사기의 증거는 보지 못 했다”며 “지금 단계에서 특검이 적절하다고 생각하면 하겠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답했다. 또 바이든 당선인의 차남 헌터의 의혹에 대해서도 “이 수사는 법무부 검사들에 의해 책임감 있고 전문적으로 잘 진행되고 있다”면서 “지금까지는 특검을 임명할 이유를 찾지 못 했다”고 잘라 말했다. 바 장관은 이달 초 언론 인터뷰에서 대선 사기 가능성을 부정하는 발언을 해 트럼프 대통령의 눈 밖에 났고 결국 ‘트윗 경질’을 당해 23일 자리에서 물러날 예정이다.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영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가 확산되면서 전 세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각국은 신속히 이동 제한 조치에 나섰지만 이미 네덜란드, 덴마크, 벨기에, 이탈리아, 호주 등에서 변이 바이러스가 발견되면서 코로나19 확산세를 더욱 부채질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프랑스는 21일 0시부터(현지 시간) 48시간 동안 영국과의 모든 교통로를 끊었다. 올리비에 베랑 프랑스 보건장관은 유럽1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아직 프랑스에서 영국발 변이 바이러스는 발견되지 않았지만 프랑스에 퍼지고 있을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우려했다. 네덜란드, 독일 등 유럽 14개국은 영국발 항공편 이동 제한에 나섰다. 아시아에서는 홍콩이 21일, 인도가 23일부터 영국발 항공편 입국을 금지하기로 했다. 또 이스라엘은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가 발견된 영국과 덴마크, 남아프리카공화국발 항공편 입국을 금지하기로 했다. 콜롬비아, 엘살바도르 등 중남미 국가들과 북미의 캐나다도 영국발 항공편을 차단하기로 했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변이되는 자체는 드문 것이 아니다. 그러나 영국 정부는 이번 변이는 기존 바이러스 대비 70%나 높은 전파력을 갖고 있다고 밝혀 확산 우려가 커지고 있다. 영국 정부는 변이 바이러스가 감염재생산지수(한 명이 몇 명에게 감염시키는지 나타낸 지수)를 0.4 이상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감염재생산지수가 1보다 높으면 바이러스 감염이 확산세, 낮으면 감소세에 들어간 것으로 본다. 영국에서 한동안 1 이하였던 감염재생산지수는 이달 들어 1.1∼1.2로 치솟았다. 20일 영국에선 하루 3만5928명이 새로 확진되면서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영국 정부는 확진 증가가 변이 바이러스의 영향이라고 보고 있다. 9∼16일 런던에서 확인된 감염자 62%가량이 변이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으로 분석했다. 가디언 등 외신들은 영국 당국이 해당 변이 바이러스를 9월 켄트 지역에서 확인한 뒤 감염 양상을 분석해 왔고, 기존과는 전파 양상이 다르다는 점을 확인한 뒤 14일 세계보건기구(WHO) 등에 이를 보고했다고 전했다. 다만 바이러스의 단백질 구조가 근본적으로 변한 것은 아니어서 현재까지 개발된 백신이 무력화되거나 치명률을 높일 가능성은 적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정부의 코로나19 백신 개발 프로그램의 최고책임자인 몬시프 슬라우이는 20일 CNN방송에 출연해 “현재 승인된 백신들이 변종 코로나19에 효과가 없을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밝혔다. 옌스 슈판 독일 보건장관도 “지금까지 파악된 바로는 바이러스가 변이됐어도 백신은 효과가 있다는 게 유럽 전문가들의 견해”라고 밝혔다. 미국 시애틀 프레드 허치슨 암연구센터의 진화생물학자 제시 블룸 박사는 뉴욕타임스에 “면역체계가 무력화되려면 수년이 걸리고 많은 변종이 축적돼야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반면 이번 변이에 대한 정보가 충분치 않은 만큼 판단하기에는 이르다는 신중론도 나온다. WHO 유럽사무소는 20일 “코로나19 바이러스 변이가 병을 더 심각하게 만든다는 근거는 없지만, 이 또한 조사 대상”이라고 밝혔다. 미국 스크립스연구소의 유전학과 책임자인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은 “현재 개발된 코로나19 백신이 변이 바이러스에도 효과가 있다는 보도들이 나오고 있는데 그건 옳지 않다”면서 “지금으로서는 우리도 정확히 알 수 없다. 앞으로 몇 주 안에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파리=김윤종 zozo@donga.com / 카이로=임현석 / 뉴욕=유재동 특파원}
최근 미국 정부기관을 대상으로 벌어진 대규모 해킹 사건의 배후로 러시아가 지목되고 있는 가운데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 측도 강경 대응 방침을 천명했다. 론 클레인 차기 백악관 비서실장 지명자는 20일 CBS방송에서 이번 해킹 사건에 대한 차기 행정부의 대응 방안에 대해 “단순히 제재 정도는 아닐 것”이라며 “이런 종류의 공격을 하는 외국 행위자의 능력을 저하시킬 수 있는 일들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로이터통신은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바이든 행정부가 러시아에 취할 수 있는 방안으로 금융 불이익이나 러시아 인프라에 대한 보복 해킹이 거론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번 해킹 대상에는 미국 재무부와 상무부, 국무부, 국토안보부 등 정부기관을 비롯해 핵무기를 관리하는 핵안보국까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러시아가 해킹의 배후가 확실하다”고 말했으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 배후설을 “가짜 뉴스”라고 일축해 논란이 일었다. 이처럼 러시아를 두둔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양당에서는 비판 발언이 쏟아졌다. 공화당의 밋 롬니 상원의원은 이날 NBC방송에 출연해 “대통령의 발언이 실망스럽다”면서 “트럼프는 러시아에 관한 한 맹점을 갖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번 해킹을 러시아의 ‘침공’이라고 규정하면서 “우리 시스템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이해하는 전문가들은 이 공격이 러시아에서 왔다고 결론을 내리고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 소속인 애덤 시프 하원 정보위원장도 MSNBC와의 인터뷰에서 “내가 본 바로는 배후가 러시아라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미국에서 화이자, 모더나에 이어 세 번째로 존슨앤드존슨의 자회사 얀센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이 다음 달 사용 승인 절차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브렛 지어와 미 보건복지부 차관보는 20일(현지 시간) ABC방송에 출연해 “존슨앤드존슨이 소유한 제약업체 얀센이 개발하고 있는 백신후보 물질이 내년 1월 긴급사용 승인을 신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결과는 모르지만 정해진 절차를 모두 투명하게 거칠 것”이라며 “내년 1월까지 백신을 최소한 3종류 갖게 될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고 했다. 그는 또 얀센 외에도 다른 백신후보들이 심사를 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이날 모더나 백신을 미국인에게 접종하라는 자문기관 예방접종자문위원회(ACIP)의 권고를 수용해 사용을 승인했다. 승인 절차가 완료됨에 따라 모더나 백신은 21일부터 첫 접종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얀센 백신까지 사용 승인을 받게 되면 내년 초 미국의 백신 접종에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은 얀센의 백신 2억 회분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어와 차관보는 “내년 6월 전에는 미국에서 희망하는 사람은 누구든지 백신을 접종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했다. 미국의 백신 접종 우선순위도 구체화됐다. 1순위 접종 대상인 의료진과 요양시설 거주자들의 접종이 마무리되면 75세 이상 고령층과 경찰관 소방관 교사 등 필수업종 근로자가 백신을 맞게 되는 것. 노인들이 우선순위에 포함된 것은 급증하는 코로나19 사망자 추세를 낮추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미국 ACIP는 20일 회의를 열고 이런 내용의 접종 가이드라인을 확정했다. 이에 따르면 교사와 공장 근로자, 경찰관, 소방관, 마트 직원, 대중교통 운전자, 교정시설 근로자 등 필수업종 근로자 약 3000만 명이 2순위 백신 접종 대상이 됐다. 이들은 원격근무가 불가능한 고위험군인 데다 국민 생활에 필수적인 역할을 하는 집단이라고 CDC는 설명했다. 이와 함께 1900만 명에 이르는 75세 이상 고령자들도 다음 접종 대상이다. 이후 3순위 접종 대상자로는 65∼74세 고령자, 16세 이상 성인 중 기저질환자, 물류, 식품 등 기타 필수업종 종사자 등 약 1억2900만 명이 해당된다. 백신을 먼저 접종받기 위한 기업들의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아마존, 우버 등 대기업들은 ‘우리도 필수 업종’이라면서 소속 운전기사 등의 우선 접종을 연방정부와 주정부에 요청하고 있다. 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 조종엽 기자}

드디어 끝의 시작인가. 요즘 온 미국이 들떠 있다. 14일 새벽, 작은 손마디 크기의 약병들에 드라이아이스를 듬뿍 담은 특수용기가 뉴욕 롱아일랜드의 한 병원에 도착했다. 병원은 곧이어 내외신 언론에 역사적인 기자회견이 열릴 것임을 알렸다. 그날 기자를 태운 우버 기사는 “미국에서 첫 백신을 접종하는 그 병원 아니냐. 정말 오늘은 대단한 날”이라고 외쳤다. 51년 전 달 착륙 소식에 미국인들이 느꼈던 감정이 이와 비슷했을까 하는 생각이 잠시 스쳤다. 회견장에는 미국의 ‘1호 접종자’인 간호사 샌드라 린지 씨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기자들에게 “현장에서 많은 아픔과 죽음을 지켜봤다. 나의 접종이 그 고통스러운 시간을 끝내는 시작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다른 의료진도 카메라 앞에서 즉석으로 백신을 맞았다. 접종이 끝날 때마다 주위의 환호성이 쏟아졌다. 다 큰 어른이 주사를 맞는 걸 보고 사람들이 박수를 치는 낯선 광경이 눈앞에서 펼쳐졌다. 병원 대표는 “역사적인 날이다. 그것도 우리 병원이 처음이라니 너무나 좋다”며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미국에선 하루 약 3000명이 코로나로 목숨을 잃는다. 9·11테러 때만큼의 희생자가 매일같이 발생하고 있다. 그러니 미국인들이 지금을 전시 상황이라 생각하는 것도 전혀 이상할 게 없다. 올 5월 시작된 미 정부의 백신 개발 프로젝트에는 ‘워프 스피드(Warp Speed)’라는 별칭이 붙었다. ‘워프’는 공상과학 영화 ‘스타트렉’에서 빛보다 빠르게 날아가는 항법을 말한다. 이 작전의 운영을 책임지는 4성 장군은 전국 각지에 백신을 이송하는 작업을 2차 세계대전의 노르망디 상륙작전에 비유했다. 한 편의 전쟁 영화를 보는 느낌이다. 바이러스가 가장 무섭게 확산되는 시기에 백신이 나왔다는 점도 극적이다. 미국은 내년 3월까지 1억 명에게 백신을 접종하고 적어도 6월엔 집단 면역을 이루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계획대로만 된다면 전 세계에서 가장 먼저 코로나 악몽에서 탈출하는 국가가 될 수도 있다. 백신이 ‘게임 체인저’가 되는 것이다. 그동안 바이러스에 가장 큰 피해를 입으며 각국의 조롱거리가 됐던 것을 생각하면 큰 반전이다. 물론 코로나 종식까지는 아직 긴 시간이 남아있고 백신의 안전성에 대한 우려도 여전하지만 현재로서는 고통스러운 터널의 출구를 어느 나라보다 일찍 찾았다는 사실은 부인하기 힘들다. 지난 주말 미국 주요 일간지에는 마이크 펜스 부통령과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이 백신을 맞는 사진이 나란히 실렸다.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과 3명의 전직 대통령도 곧 접종할 계획이라고 한다. 평소엔 여야 간에 서로 죽일 듯이 물고 뜯는 미국 정치인들이지만 국가의 명운이 달려 있는 백신 앞에서는 모든 갈등을 덮어두고 결국 하나가 됐다. 이 사태가 나라를 완전히 집어삼킬 수 있다는 위기감, 그리고 백신이 유일한 탈출구가 될 수 있다는 상황 판단을 공유한 덕분이다. 지금 우리가 겪는 백신 사태는 그런 리더십도, 절실함도, 판단력도 없었던 데 따른 대가라는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는다. 유재동 뉴욕 특파원 jarrett@donga.com}

미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접종 우선순위가 구체화됐다. 1순위 접종 대상인 의료진과 요양시설 거주자들의 접종이 마무리되면 75세 이상 고령층과 경찰관 소방관 교사 등 필수업종 근로자가 백신을 맞게 되는 것. 노인들이 우선순위에 포함된 것은 급증하는 코로나19 사망자 추세를 낮추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자문기관인 예방접종자문위원회(ACIP)는 20일 회의를 열고 이런 내용의 접종 가이드라인을 확정했다. 이에 따르면 교사와 공장 근로자, 경찰관, 소방관, 마트 직원, 대중교통 운전자, 교정시설 근로자 등 필수업종 근로자 약 3000만 명이 2순위 백신 접종 대상이 됐다. 이들은 원격근무가 불가능한 고위험군인데다, 국민 생활에 필수적인 역할을 하는 집단이라고 CDC는 설명했다. 이와 함께 1900만 명에 이르는 75세 이상 고령자들도 다음 접종 대상이다. 이후 3순위 접종 대상자로는 65~74세 고령자, 16세 이상 성인 중 기저질환자, 물류, 식품 등 기타 필수업종 종사자 등 약 1억2900만 명이 해당된다. 백신을 먼저 접종하기 위한 기업들의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아마존, 우버 등 대기업들은 ‘우리는 필수 업종’이라고 주장하면서 연방정부와 주정부를 상대로 설득 작업을 벌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CDC는 20일 모더나 백신을 미국인에게 접종하라는 ACIP의 권고를 수용했다. 이에 따라 모더나 백신은 21일부터 미국 내 병원에서 첫 접종이 이뤄질 전망이다. 화이자 백신에 이어 모더나 접종이 시작되며 미국 접종 속도가 한층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미국 정부가 러시아 내 미국 영사관 두 곳의 업무를 중단시키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이 최근 정부기관에 대한 대규모 해킹 배후로 러시아를 지목하면서 고조된 양국 갈등이 더 격화할 가능성이 커졌다. 19일 AP통신 등에 따르면 미 국무부는 10일 의회에 보낸 서한에서 “미 외교사절의 안전을 보장하고 업무를 간소화하기 위해 러시아 극동의 블라디보스토크 영사관을 폐쇄하고 중부 예카테린부르크의 영사관 업무를 일시 중지하겠다”며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이 사안을 존 설리번 주러시아 미국대사와 논의했다”고 밝혔다. 국무부가 구체적인 폐쇄 시점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조만간 이뤄질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계획대로 진행되면 러시아 내 미 외교공관은 모스크바의 대사관 한 곳만 남게 된다. 국무부는 두 곳의 영사관에서 일하던 미 외교관 10명은 모스크바 대사관으로 이동하고 현지 채용 직원 30여 명은 해고할 방침이다. 양국은 과거에도 갈등을 빚을 때마다 외교 공관을 폐쇄하고 외교관을 추방했다. 미국은 2016년 12월 러시아가 전월 실시된 미 대선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이유로 미국 내 러시아 외교관 35명을 추방했다. 러시아 역시 다음 해 7월 자국 내 미 외교관을 맞추방했다. 미국은 영국으로 망명한 전직 러시아 스파이 세르게이 스크리팔 부녀에 대한 2018년의 독살 시도 배후에 러시아가 있다며 당시 서부 시애틀의 러시아 영사관을 폐쇄했다. 러시아 역시 상트페테르부르크의 미 영사관 문을 닫았다. 최근 미 언론은 러시아 정부 소속 해커들이 백악관, 국무부, 재무부, 국토안보부, 에너지부, 국립보건원(NIH), 핵안보국(NNSA) 등 미 주요 정부부처는 물론이고 대표 정보기술(IT) 기업 마이크로소프트(MS) 등에 모조리 침투했다고 보도했다. 이로 인한 양국 갈등이 상당한 가운데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18일 라디오 방송에서 “러시아가 해킹 공격에 연루됐다고 분명히 말할 수 있다”고 했다. 미 정부 고위 인사가 해킹 배후를 러시아로 지목한 것은 처음이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19일 트위터를 통해 ‘충복’ 폼페이오 장관과 다른 태도를 취했다. 그는 “무슨 일이 일어날 때마다 러시아가 등장한다. 주류 언론은 중국이 했을 가능성을 거론하는 것을 두려워한다”며 러시아를 두둔하고 중국으로 화살을 돌렸다. CNN 등은 18일 백악관이 이번 대규모 해킹의 배후로 러시아를 지목하는 성명을 준비했다가 돌연 철회했으며 배후에 트럼프 대통령이 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결국 해킹 사건에 대한 미국의 직접적인 대응은 차기 행정부의 몫으로 넘어갈 공산이 커졌다. 줄곧 러시아에 비판적 태도를 취해 온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은 최근 성명을 통해 “사이버 공격의 배후에 있는 적으로 하여금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라며 러시아에 대한 강경 대응을 천명했다.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