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훈

이지훈 기자

동아일보 디지털랩 전략영상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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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뮤지컬, 무용 등 공연업계를 취재합니다.

easyhoon@donga.com

취재분야

2026-01-08~2026-02-07
문화 일반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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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일반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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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17%
  • [단독]최영미 “고은 시인, 술집서 바지 지퍼 내리고 만져달라고…”

    작품을 통해 고은 시인(85)의 성추문을 처음 세상에 알린 최영미 시인(57·사진)이 다시 글을 썼다. 17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내 입이 더러워질까봐 차마 말하지 못하겠다”고 한 사건을 마침내 폭로한 것이다. 최 시인은 27일 동아일보에 직접 작성한 글을 보냈다. 약 1000자 분량이다. 그는 ‘그때’ 자신이 목격한 장면을 상세히 적었다. 그는 “반성은커녕 여전히 괴물을 비호하는 문학인들을 보고 이 글을 쓴다”고 이유를 밝혔다. 최 시인에 따르면 사건은 1992년 겨울에서 1994년 봄 사이 일어났다. 장소는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근처의 한 술집이었다. 문인들이 자주 찾던 곳이라고 한다. 최 시인은 선후배 문인과 술자리에 참석했다. 그때 ‘원로시인 En(고은)’이 들어왔다. 그가 의자 위에 등을 대고 누웠다. 그리고 갑자기 바지 지퍼를 내리고 자신의 아랫도리를 손으로 만졌다. 잠시 후 그는 최 시인과 다른 젊은 여성시인을 향해 “니들이 여기 좀 만져줘”라고 명령하듯 말했다. 하지만 동석한 문인 중 아무도 그의 행동을 제지하지 않았다고 한다. 술집에 일행 말고 다른 손님도 있었지만 함께한 남성 문인들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오히려 재미있다는 듯 웃었다. 최 시인은 당시를 떠올리며 ‘누워서 황홀경에 빠진 괴물’이라고 표현했다. 최 시인은 “20년도 더 된 일이지만 그때를 떠올리면 지금도 처치 곤란한 민망함이 가슴에 차오른다. 나도 한때 꿈 많은 문학소녀였는데, 내게 문단과 문학인에 대한 불신과 배반감을 심어준 원로시인은 그 뒤 승승장구 온갖 권력과 명예를 누리고 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현 상황에 침묵하고 오히려 가해자를 비호하는 사람들을 향해 “공개된 장소에서, 사람들 앞에서 자신의 ‘물건’을 주무르는 게 그의 예술혼과 무슨 상관이 있는지 나는 묻고 싶다. ‘돌출적 존재’인 그 뛰어난(?) 시인을 위해, 그보다 덜 뛰어난 여성들의 인격과 존엄이 무시되어도 좋은지”라고 반문하며 글을 마무리했다. 새로운 성추문 폭로도 이어졌다. 불과 6년 전에도 고 시인이 자신의 신체를 노출하고 여성을 성추행했다는 내용이다. 작가지망생 이모 씨(28)에 따르면 2012년 5월 광주에서 시인들이 참석한 행사가 열렸다. 고 시인은 초대시인으로 참석했다. 그는 노래방에서 술에 취한 채 테이블 위에 올라가 바지를 내렸다. 주최 측이 항의하자 고 시인은 도중에 서울로 돌아갔다고 한다. 이 씨는 “고 시인을 조금만 가까운 거리에서 봤던 사람은 그의 행태를 몰랐을 리가 없다. 이제 와서 불거진 게 이상하다. 문인들이 여태껏 숨겨왔다는 게 가슴 아픈 일”이라고 말했다.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 최영미 시인 원고 전문 ▼ 내 입이 더러워질까봐 내가 목격한 괴물선생의 최악의 추태는 널리 공개하지 않으려 했는데, 반성은커녕 여전히 괴물을 비호하는 문학인들을 보고 이 글을 쓴다. 내가 앞으로 서술할 사건이 일어난 때는 내가 등단한 뒤, 1992년 겨울에서 1994년 봄 사이의 어느날 저녁이었다. 장소는 당시 문인들이 자주 드나들던 종로 탑골공원 근처의 술집이었다. 홀의 테이블에 선후배 문인들과 어울려 앉아 술과 안주를 먹고 있는데 원로시인 En이 술집에 들어왔다. 주위를 휙 둘러보더니 그는 의자들이 서너개 이어진 위에 등을 대고 누웠다. 천정을 보고 누운 그는 바지의 지퍼를 열고 자신의 손으로 아랫도리를 주무르기 시작했다. 난생 처음 보는 놀라운 광경에 충격을 받은 나는 시선을 돌려 그의 얼굴을 보았다. 황홀에 찬 그의 주름진 얼굴이 지금도 잊히지 않는다. “아- ” 흥분한 그의 입에서 신음소리가 들렸다. 한참 자위를 즐기던 그는 우리들을 향해 명령하듯,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다. “야 니들이 여기 좀 만져줘.” ‘니들’ 중에는 나와 또 다른 젊은 여성시인 한명도 있었다. 주위의 문인 중 아무도 괴물 선생의 일탈행동을 제어하지 않았다. 남자들은 재미난 광경을 보듯 히죽 웃고….술꾼들이 몰려드는 깊은 밤이 아니었기에 빈자리가 보였으나, 그래도 우리 일행 외에 예닐곱 명은 더 있었다. 누워서 황홀경에 빠진 괴물을 위에서 내려다보더니 술집여자가 묘한 웃음을 지으며 한마디 했다. “아유 선생님두-” 이십 년도 더 된 옛날 일이지만, 그때를 떠올리면 지금도 처치하기 곤란한 민망함이 가슴에 차오른다. 나도 한때 꿈 많은 문학소녀였는데, 내게 문단과 문학인에 대한 불신과 배반감을 심어준 원로시인은 그 뒤 승승장구 온갖 권력과 명예를 누리고 있다. 공개된 장소에서, 사람들 앞에서 자신의 ‘물건’을 주무르는 게 그의 예술혼과 무슨 상관이 있는지…. 나는 묻고 싶다. “돌출적 존재”인 그 뛰어난(?) 시인을 위해, 그보다 덜 뛰어난 여성들의 인격과 존엄이 무시되어도 좋은지. -시인 최영미}

    • 2018-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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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례집’ 낼 정도로 성폭력 만연한 만화계

    웹툰작가 이태경 씨(39)가 시사만화가 박재동 씨(66)에게 성추행 당했다고 밝히면서 ‘미투(#MeToo·나도 당했다)’ 운동이 만화계까지 확산될 조짐이다. 이 씨는 2011년 결혼을 앞두고 박 씨에게 주례를 부탁하러 간 자리에서 성추행을 당했다고 밝혀 충격을 줬다.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인 박 씨는 1988년 한겨레신문 만평을 그리기 시작하면서 시사만화계 거물로 자리 잡았다. 27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와 자신의 글에 따르면 이 씨는 2011년 8월 17일 부천국제만화축제 개막일에 경기 부천의 한 식당에서 박 씨와 점심을 같이했다. 주례를 부탁하기 위해서였다. 바를 앞에 두고 나란히 앉은 박 씨는 갑자기 이 씨의 허벅지를 쓰다듬고 치마 안으로 손을 집어넣었다. 이 씨가 제지하자 “너는 한 번에 두 명의 남자를 사귄 적 있느냐. 둘을 만나면 둘 모두와 섹스했니” 등을 물으며 성희롱했다. 또 “남녀 관계는 혼외 관계를 통해 이해가 깊어진다” “나는 네가 맛있게 생겼다고 생각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성추행 당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은 이 씨는 자칫 와전이라도 되면 결혼이 위태로워질까 봐 그 자리에서는 말도 못했다. 그는 “예비 시부모님들이 어떻게 생각할지 걱정이 앞섰다”고 말했다. 만화계는 “터질 게 터졌다”는 반응이다. 기성 작가의 집이나 화실에서 문하생으로 일하는 도제(徒弟)식 구조에서 박 씨 말고도 성폭력이 적지 않게 자행돼 왔다는 얘기다. 자신의 만화가 데뷔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작가에게 ‘볼모 잡힌’ 문하생이나 어시스턴트들은 성폭력 피해를 밝히기 어렵다는 것이다. 한국만화가협회는 2016년 11월 고질적 위계구조에서 발생한 성폭력 사례를 담은 ‘불공정 노동행위 및 성폭력 사례집’을 발간했다. 피해자는 대부분 20대 안팎 여성이었다. 사례집에 따르면 유명 40대 남성 작가 A 씨는 화실에서 일하는 20대 초반 여성 어시스턴트 3명의 허벅지와 엉덩이를 툭하면 손으로 때렸다. 작업이 미숙하다는 이유였다. 치마를 입을 때는 성적 수치심이 더 컸다. 40대 유부남 B 작가는 여성 어시스턴트를 차에 태우고는 “우리 단둘뿐이다. 저 산으로 널 끌고 가서 어떻게 할까?”라고도 했다. 동아일보는 이날 박 씨에게 5번 넘게 휴대전화를 걸고 “해명을 듣고 싶다”는 문자메시지를 남겼으나 답이 없었다.구특교 kootg@donga.com·이지훈·조유라 기자}

    • 2018-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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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 최영미 시인의 ‘고은 성추행’ 목격담

    고은 시인(85)의 성추문을 처음 폭로했던 최영미 시인(57)이 27일 본보에 한 편의 원고를 보내왔습니다. 최 시인이 1993년경 서울 탑골공원 인근의 한 술집에서 직접 목격한 고 시인의 충격적인 성추행 행태를 1000여 자 분량으로 정리한 글입니다. 앞서 최 시인이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제 입이 더러워질까봐 말하지 못하지만 때가 되면 제가 목격한 괴물선생의 성추행 상황을 세상에 알리겠다”고 했던 바로 그 내용입니다. 성추행 악습에 대한 문단의 반성을 촉구하는 최 시인의 의사를 존중해 원고 전문을 공개합니다. ▼최영미 시인 원고 전문▼내 입이 더러워질까봐 내가 목격한 괴물선생의 최악의 추태는 널리 공개하지 않으려 했는데, 반성은커녕 여전히 괴물을 비호하는 문학인들을 보고 이 글을 쓴다. 내가 앞으로 서술할 사건이 일어난 때는 내가 등단한 뒤, 1992년 겨울에서 1994년 봄 사이의 어느날 저녁이었다. 장소는 당시 문인들이 자주 드나들던 종로 탑골공원 근처의 술집이었다. 홀의 테이블에 선후배 문인들과 어울려 앉아 술과 안주를 먹고 있는데 원로시인 En이 술집에 들어왔다. 주위를 휙 둘러보더니 그는 의자들이 서너개 이어진 위에 등을 대고 누웠다. 천정을 보고 누운 그는 바지의 지퍼를 열고 자신의 손으로 아랫도리를 주무르기 시작했다. 난생 처음 보는 놀라운 광경에 충격을 받은 나는 시선을 돌려 그의 얼굴을 보았다. 황홀에 찬 그의 주름진 얼굴이 지금도 잊히지 않는다. “아- ” 흥분한 그의 입에서 신음소리가 들렸다. 한참 자위를 즐기던 그는 우리들을 향해 명령하듯,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다.“야 니들이 여기 좀 만져줘.” ‘니들’ 중에는 나와 또 다른 젊은 여성시인 한명도 있었다. 주위의 문인 중 아무도 괴물 선생의 일탈행동을 제어하지 않았다. 남자들은 재미난 광경을 보듯 히죽 웃고….술꾼들이 몰려드는 깊은 밤이 아니었기에 빈자리가 보였으나, 그래도 우리 일행 외에 예닐곱 명은 더 있었다. 누워서 황홀경에 빠진 괴물을 위에서 내려다보더니 술집여자가 묘한 웃음을 지으며 한마디 했다. “아유 선생님두-”이십 년도 더 된 옛날 일이지만, 그때를 떠올리면 지금도 처치하기 곤란한 민망함이 가슴에 차오른다. 나도 한때 꿈 많은 문학소녀였는데, 내게 문단과 문학인에 대한 불신과 배반감을 심어준 원로시인은 그 뒤 승승장구 온갖 권력과 명예를 누리고 있다. 공개된 장소에서, 사람들 앞에서 자신의 ‘물건’을 주무르는 게 그의 예술혼과 무슨 상관이 있는지…. 나는 묻고 싶다. “돌출적 존재”인 그 뛰어난(?) 시인을 위해, 그보다 덜 뛰어난 여성들의 인격과 존엄이 무시되어도 좋은지. -시인 최영미 이지훈기자 easyhoon@donga.com}

    • 2018-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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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자 성폭행 극단대표 첫 체포… 사법처리 빨라진 ‘미투’

    온라인 폭로로 번지던 ‘미투(#MeToo·나도 당했다)’가 경찰 수사로 이어지고 있다. 경찰은 지금까지 제기된 폭로뿐 아니라 드러나지 않은 피해까지 샅샅이 확인할 방침이다. 첫 대상은 미성년 여제자 성폭행 및 성추행 혐의를 받고 있는 조증윤 극단 번작이 대표(50)다. 경찰은 미투에 연루된 문화예술계 인사 중 처음으로 26일 조 대표를 체포했다. 경찰은 2013년 6월 이전 성폭력 의혹만 제기된 인사라도 최근 사례를 확인해 처벌키로 하고 광범위한 피해자 조사에 나섰다. 문화예술계에서는 하루가 멀다 하고 새로운 폭로가 이어지고 있다. 이날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미투! 김석만 선생, 당신도 이제 멈출 시간이야’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김석만 한국예술종합학교(한예종) 명예교수(67)를 지목한 게시물이다. 이 여성은 “21년 전 서울 성북구 북악스카이웨이로 향하는 택시 안에서 김 교수가 갑자기 강제로 입을 맞췄다. 이후 택시는 종로구의 한 여관으로 향했다”고 말했다. 사건 직후 여성은 학교 측에 문제를 제기했다. 하지만 김 교수는 미국으로 연수를 떠났다. 김 교수는 이날 오후 “저의 잘못으로 인해 피해자가 오랫동안 느꼈을 고통과 피해에 대해 뼈아프게 사죄한다. 남은 일생 동안 잘못을 빌며 용서를 구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극단 연우무대 대표와 서울시극단 단장, 세종문화회관 이사장을 지냈다. 지난해 말 국립극장장 최종 후보자에 올랐다. 유력 후보로 사실상 ‘내정자’였다는 평가였다. 하지만 문화체육관광부는 그의 후보자 지위를 박탈했다. 문체부는 “마땅한 후보자가 없어 새로 모집 공고를 내기로 했을 뿐 이번 일과는 무관하다”고 말했다. 유명 시사만화가인 박재동 화백도 후배 작가를 성추행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현직 웹툰 작가인 이태경 씨는 “2011년 결혼식 주례를 부탁하러 갔다가 성추행을 당했다. 박 화백의 손이 치마 속으로 들어와 허벅지를 만졌고 성희롱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고 폭로했다. 본보 기자가 박 화백에게 연락했지만 전화기가 꺼져 있었다. 한국연극배우협회 이사장인 배우 최일화 씨(59)는 스스로 과거 성추행 사실을 털어놓았다. 피해자 폭로에 앞서 가해 사실을 고백한 건 최 씨가 처음이다. 최 씨는 한국연극배우협회 이사장직에서 사퇴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피해 여성은 26일 “최 씨는 25년 전 제가 연극배우 지망생일 때 연기를 못한다고 한 번, 며칠 뒤 주먹으로 얼굴을 때려 기절시킨 뒤 성폭행했다”고 폭로했다. 성폭력 가해자로 지목된 밀양연극촌장인 인간문화재 하용부 씨(63)는 뒤늦게 “공인으로서 못할 일이 벌어졌으며 법적인 처벌도 받겠다”며 인간문화재를 반납하겠다고 밝혔다. 시인 감태준 씨(71)도 이날 한국시인협회 회장직에서 사퇴했다. 그는 2007년 중앙대 교수로 재직할 당시 제자를 성추행한 혐의로 고발돼 교수직에서 해임됐다. 경찰의 인권침해 사건 조사를 맡아온 김덕진 천주교인권위원회 사무국장(43)도 최근 성추행 전력이 폭로되면서 위원직에서 물러났다. 김 국장은 이날 경찰청 인권침해 사건 진상조사위원회 위원직에 이어 서울시 인권위원직에서도 사임했다. 천주교인권위원회에서는 정직 6개월 처분을 받았다. 성폭행 시도 의혹을 받고 있는 한모 신부가 주임신부로 있던 경기 수원시의 성당은 3월 2일까지 미사를 중단했다. 하지만 24일 신자들에게 “사흘 정도만 보도거리가 없으면 잠잠해진다”는 문자를 보낸 것으로 드러났다. 천주교 수원교구는 한 신부에 대해 정직을 내린 가운데 면직(免職·사제직 박탈) 등 추가 징계를 검토 중이다.김동혁 hack@donga.com·이지훈·유원모 기자}

    • 2018-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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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고은, 女대학원생 성추행하며 신체 주요부위 노출”

    성추문에 휩싸인 고은 시인(85)의 침묵이 계속되는 가운데 불과 10년 전에도 그가 공개적인 자리에서 성폭력을 일삼았다는 구체적인 증언이 나오고 있다. 최영미 시인(57)의 최초 폭로 직후 고 시인은 “30년 전 일이다. 격려 차원에서 손목을 잡았으나 나쁜 의도는 없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복수의 문학계 인사에 따르면 고 시인의 성추행은 오랜 기간 이어졌다. 26일 40대 문인 A 씨에 따르면 2008년 4월 고 시인은 지방의 한 대학 초청 강연회에 참석했다. 행사 후 뒤풀이 성격의 술자리가 열렸다. 고 시인과 문인 출신인 다른 대학의 교수(60), 여성 대학원생 3명 그리고 A 씨가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고 시인은 옆에 앉은 20대 여성 대학원생에게 “이름이 뭐냐” “손 좀 줘봐라”고 말하며 손과 팔, 허벅지 등 신체 부위를 만졌다. 누구도 이를 말리지 못했다. 급기야 술에 취한 고 시인은 노래를 부르다 바지를 내리고 신체 주요 부위까지 노출했다고 한다. 한 여성은 놀라 울음을 터뜨렸다. A 씨는 “그는 이 세계의 왕이자 불가침의 영역, 추앙받는 존재였다. 그런 추태를 보고도 제지할 수 없어 무력함을 느꼈다”고 말했다. 고 시인이 자신의 시집 출판 계약을 논의하는 자리에서 중소 출판사 여직원을 성추행한 사건도 있었다. 50대 문인 B 씨에 따르면 사건은 2000년 서울 종로구 인사동의 한 술집에서 일어났다. 고 시인은 여성의 손과 팔, 허벅지 등 신체 일부를 더듬었다. B 씨와 출판사 대표 등 함께 있던 사람들은 이를 보고도 침묵했다. B 씨는 “여직원은 출판 계약이 잘못될까 봐 저항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저 자리를 피해 눈을 감아버리는 것 외에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그 후로 나는 고은의 시를 읽지 않는다”고 말했다. 앞서 최영미 시인은 17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에 “1993년 제가 목격한 괴물 선생의 최악의 추태는 따로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문인들은 고 시인의 성폭력을 보고 어쩔 수 없이 침묵했다고 털어놨다. 더 나아가 일부 문인은 사실상 고 시인의 추태를 간접적으로 돕는 역할도 했다. “고은을 볼 수 있는 기회” “고은과 술 마실 수 있다”고 말하며 술자리에 자신의 여성 제자를 부른 것이다. 40대 문인 C 씨는 “그들은 고은과의 술자리에 여성 제자만 불렀다. 여성을 같은 문인이 아니라 접대부로 취급하는 저급한 문화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 50대 시인은 “술과 도박, 여자는 남성 문인에게 ‘낭만’으로 치부되는 문단 내 분위기가 있었다. 성추행을 범죄로 느끼지 못하는 남성 문인이 많은 게 문제”라고 말했다. 수십 년을 이어온 추태가 드러나지 않은 건 고 시인의 위상 때문이었다. 민족문학작가회의 상임고문이고 매년 노벨 문학상 후보로 거론된 그는 ‘문단 권력’의 정점에 있었다. 고 시인의 추태를 오히려 ‘시인다움’으로 떠받들고 그의 치부를 숨기기 위해 작품성을 과도하게 치켜세우는 문단 내 ‘카르텔’이 공고했다. 50대 여성 시인 D 씨는 “여성 문인 사이에선 ‘고은 옆자리에 가지 마라’ ‘손이 치마 안으로 들어갔다 윗도리로 나온다’는 말이 퍼져 있었다. 그의 기행을 ‘시인다움’ ‘천재성’으로 합리화하는 이가 많았다”고 말했다. 이어 “(그가) 문인이라면 한평생 돌아보고 자기로 인해 고통받은 여성들에게 진심으로 사과해야 한다”고 말했다.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 2018-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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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런 값진 봉사 언제 또 해볼까요” 연휴 잊고도 싱글벙글

    주부 김재영 씨(55)는 이번 설날에 차례상을 차리지 않았다. 아예 시댁에도 가지 않았다. 30년 넘은 결혼생활 중 처음이다. 그 대신 김 씨는 설 연휴 내내 올림픽이 열리고 있는 평창에 있었다. 썰매 경기가 열리는 슬라이딩센터에서 관람객 안내를 맡았다. 그는 평창 겨울올림픽 자원봉사자 1만5656명 중 한 명이다. 평창 올림픽이 반환점을 돌면서 자원봉사자들이 주목받고 있다. 이번 올림픽이 여러 우려를 불식시키고 순항하는 배경에 이들의 역할이 크다는 평가가 있다. 부실한 처우와 노로바이러스 확산, 일부 인사의 폭언 막말 등 어려움도 있었지만 설 연휴까지 희생한 자원봉사자의 활약이 한파를 녹였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 더욱 풍요로운 ‘명절 올림픽’ 매년 설날 음식 만들기에 바빴던 김 씨는 이번에 제대로 대접을 받았다. 16일 오전 평창 올림픽 직원식당에서 떡국과 전을 먹은 것이다. 김 씨는 “직접 음식 차리다 처음으로 남이 차려준 설음식을 먹었다. 동료 모두 ‘명절 올림픽 할 만하다’며 웃었다”고 말했다. 김 씨는 대학 4학년 때 자원봉사자로 일했다. 1986년 서울 아시아경기에서 태릉볼링장 관람객 안내를 맡았다. 결혼하고 아이들 키우느라 엄두를 내지 못하다 32년 만에 평창에서 자원봉사 유니폼을 다시 입었다. 그는 “한 달 넘게 집을 비워야 해 남편이 처음에 못마땅하게 여겼다. 그런데 지금은 매일 전화 걸어서 ‘옷 따뜻하게 입어라’고 챙긴다”며 활짝 웃었다. 설날 오전 김 씨는 양가 부모에게 안부 전화를 드렸다. 김 씨는 “설날에도 찾아뵙지 못한 불효자식에게 ‘추운데 감기 조심하라’며 격려해주셔서 너무 감사했다. 차례 지낼 때 내 몫까지 고생하신 형님들에게 가장 미안하다”고 말했다. 이번 설 연휴 때 왕종배 씨(66)는 강릉 집에서 잔치를 열었다. 시집 간 딸 가족이 친정에 오면서 서울에 사는 시부모까지 모시고 온 것이다. 왕 씨는 아내 전배자 씨(63)와 부부 자원봉사자로 일하고 있다. 가족들이 왕 씨 부부를 응원하기 위해 모두 강릉으로 향한 것이다. 이 덕분에 손주 돌잔치 후 1년 만에 양가 가족이 모두 모였다. 왕 씨는 “아무래도 경조사 때 아니면 사돈끼리 보기가 쉽지 않은데 평창 올림픽 덕분에 더욱 풍요로운 설 명절을 보냈다”며 웃었다. 강릉시의원을 지낸 왕 씨는 현역 의원 시절인 2003, 2007년 열린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에 유치 위원 중 한 명으로 참석했다. 그는 “나는 비록 금의환향하지 못했지만 삼고초려 끝에 열리는 올림픽에서 이렇게 자원봉사라도 할 수 있어서 너무 감사하다”고 말했다. ○ 평창은 새로운 기회의 무대 선수촌에는 각국 선수단을 전담해 지원하는 자원봉사자가 있다. 김다빈 씨(24)와 신종호 씨(23), 신예지 씨(23·여)는 파키스탄 선수들의 ‘수호신’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복학과 졸업을 앞둔 ‘말년 대학생’이라는 점이다. 또래들은 취업 준비에 학원과 도서관에 파묻혀 있지만 이들은 한 달 넘게 평창을 지키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평창에서의 생활을 시간 낭비가 아닌 새로운 기회의 장으로 활용하고 있었다. 봄에 교환학생을 갈 예정인 신종호 씨는 “하루 종일 선수들과 영어로 대화를 하다 보면 마치 어학연수를 온 것 같은 느낌”이라고 말했다. 김 씨도 “꿈이 스포츠 마케터이다. 이곳에서 세계 최고의 스포츠 스타와 이들을 지원하는 스태프를 보면서 ‘취업연수’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달 졸업을 앞둔 신예지 씨는 “솔직히 아직 내 적성을 찾지 못했다. 평창에서 많은 사람을 만나고 다양한 경험을 하면서 내가 진짜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찾고 있다”고 말했다. 세 사람 곁에는 미국 시카고에서 온 이성길 씨(77)가 ‘파트너’로 함께 일하고 있다. 목사 출신인 이 씨는 3000달러(약 320만 원)를 들여 아내와 같이 자원봉사에 참가했다. 이 씨는 “나이 많은 사람이 함께 있으면 힘들 법도 한데 청년들이 배려를 잘해 준다. 자원봉사 태도와 에티켓 모두 훌륭하다”고 말했다. 주예린 씨(34·여)의 일터는 강릉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 내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이다. 선수들이 경기를 막 끝내고 가쁜 숨을 몰아쉬며 인터뷰하는 곳이다. 주 씨는 “결과에 상관없이 벅찬 감정에 눈물을 글썽이는 선수들을 보면 자연스럽게 카메라 불이 꺼진 뒤 내 모습이 떠오른다”고 했다. 그는 자신을 ‘무명 여배우’라고 소개했다. 주 씨는 대학 졸업 후 대기업에 입사했다가 2년 만에 그만뒀다. 연기에 대한 꿈 때문이다. 영화 ‘굿모닝 프레지던트’(2009년), ‘캠퍼스의 봄’(2012년) 등에서 크고 작은 역할을 맡으며 꿈을 키웠다. 2012년 부산국제영화제 ‘7인의 신예’로 선정되기도 했다. 10년 차 배우이지만 아직 대중에게는 생소하다. 작은 역할의 오디션 기회도 아쉬운 주 씨가 30일 넘게 올림픽 현장에 머무는 건 쉽지 않은 선택이다. 하지만 그는 “한국에서 언제 다시 열릴지 모르는 올림픽이잖아요. 솔직히 오디션 놓칠까 걱정도 있지만 설날에 결혼하라는 잔소리 안 들어서 좋아요”라며 웃었다. 평창·강릉=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 2018-0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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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설 연휴 반납’ 당연한 거 아닌가요?” 올림픽에 푹 빠진 자원봉사자들

    주부 김재영 씨(55)는 이번 설날에 차례상을 차리지 않았다. 아예 시댁도 가지 않았다. 30년 넘은 결혼생활 중 처음이다. 대신 김 씨는 설 연휴 내내 올림픽이 열리는 평창에 있었다. 썰매 경기가 열리는 슬라이딩센터에서 관람객 안내를 맡았다. 그는 평창 겨울올림픽 자원봉사자 1만5656명 중 한 명이다. 평창올림픽이 반환점을 돌면서 자원봉사자들이 주목받고 있다. 이번 올림픽이 여러 우려를 불식시키고 순항하는 배경에 이들의 역할이 크다는 평가다. 부실한 처우와 노로바이러스 확산, 일부 인사의 폭언 막말 등 어려움도 있었지만 설 연휴까지 희생한 자원봉사자의 활약이 한파를 녹였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 더욱 풍요로운 ‘명절 올림픽’ 매년 설날 음식 만들기에 바빴던 김 씨는 이번에 제대로 대접을 받았다. 16일 오전 평창올림픽 직원식당에서 떡국과 전을 먹은 것이다. 김 씨는 “직접 음식 차리다 처음으로 남이 차려준 설음식을 먹었다. 동료들 모두 ‘명절 올림픽 할만하다’ 며 웃었다”고 말했다. 김 씨는 대학교 4학년 때 자원봉사자로 일했다. 1986년 서울 아시아경기에서 태릉볼링장 관람객 안내를 맡았다. 결혼하고 아이들 키우느라 엄두를 내지 못하다 32년 만에 평창에서 자원봉사 유니폼을 다시 입었다. 그는 “한 달 넘게 집을 비워야 해 남편이 처음에 못마땅하게 여겼다. 그런데 지금은 매일 전화 걸어서 ‘옷 따뜻하게 입으라’고 챙긴다”며 활짝 웃었다. 설날 오전 김 씨는 양가 부모에게 안부 전화를 드렸다. 김 씨는 “설날에도 찾아뵙지 못한 불효자식에게 ‘추운데 감기 조심하라’며 격려해주셔서 너무 감사했다. 차례 지낼 때 내 몫까지 고생하신 형님들에게 가장 미안하다”고 말했다. 이번 설 연휴 때 왕종배 씨(66)는 강릉 집에서 잔치를 열었다. 시집 간 딸 가족이 친정에 오면서 서울에 사는 시부모까지 모시고 온 것이다. 왕 씨는 아내 전배자 씨(63)와 부부 자원봉사자로 일하고 있다. 가족들이 왕 씨 부부를 응원하기 위해 모두 강릉으로 향한 것이다. 덕분에 손주 돌잔치 후 1년 만에 양가 가족이 모두 모였다. 왕 씨는 “아무래도 경조사 때 아니면 사돈끼리 보기가 쉽지 않은데 평창올림픽 덕분에 더 풍요로운 설 명절을 보냈다”며 웃었다. 강릉시의원을 지낸 왕 씨는 현역 의원 시절인 2003년과 2007년 열린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에 유치위원 중 한 명으로 참석했다. 그는 “나는 비록 금의환향하지 못했지만 삼고초려 끝에 열리는 올림픽에서 이렇게 자원봉사라도 할 수 있어서 너무 감사하다”고 말했다. ● 평창은 새로운 기회의 무대 선수촌에는 각국 선수단을 전담해 지원하는 자원봉사자가 있다. 김다빈 씨(24)와 신종호 씨(23), 신예지 씨(23·여)는 파키스탄 선수들의 ‘수호신’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복학과 졸업을 앞둔 ‘말년 대학생’이라는 점이다. 또래들이 취업 준비에 학원과 도서관에 파묻혀 있지만 이들은 한 달 넘게 평창을 지키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평창에서의 생활을 시간 낭비가 아닌 새로운 기회의 장으로 활용하고 있었다. 봄에 교환학생을 갈 예정인 종호 씨는 “하루 종일 선수들과 영어를 쓰다보면 마치 어학연수를 온 것 같은 느낌이다”라고 말했다. 김 씨도 “꿈이 스포츠 마케터이다. 이곳에서 세계 최고의 스포츠 스타와 이들을 지원하는 스태프를 보면서 취업연수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달 졸업을 앞둔 예지 씨는 “솔직히 아직 내 적성을 찾지 못했다. 평창에서 많은 사람을 만나고 다양한 경험을 하면서 내가 진짜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찾고 있다”고 말했다. 세 사람 곁에는 미국 시카고에서 온 이성길 씨(77)가 ‘파트너’로 함께 일하고 있다. 목사 출신인 이 씨는 3000달러(약 320만 원)를 들여 아내와 같이 자원봉사에 참가했다. 이 씨는 “나이 많은 사람이 함께 있으면 힘들 법도 한데 청년들이 배려를 잘해 준다. 자원봉사 태도와 에티켓 모두 훌륭하다”고 말했다. 주예린 씨(34·여)의 일터는 강릉 스피드스케이팅경기장 내 ‘믹스드존(공동취재구역)’이다. 선수들이 경기를 막 끝내고 가쁜 숨을 몰아쉬며 인터뷰하는 곳이다. 주 씨는 “결과에 상관없이 벅찬 감정에 눈물을 글썽이는 선수들을 보면 자연스럽게 카메라 불이 꺼진 뒤 내 모습이 떠오른다”고 했다. 그는 자신을 ‘무명 여배우’라고 소개했다. 주 씨는 대학 졸업 후 대기업에 입사했다가 2년 만에 그만뒀다. 연기에 대한 꿈 때문이다. 영화 ‘굿모닝 프레지던트’(2009), ‘캠퍼스의 봄’(2012) 등에서 크고 작은 역할을 맡으며 꿈을 키웠다. 2012년 부산국제영화제 ‘7인의 신예’로 선정되기도 했다. 10년차 배우이지만 아직 대중에게는 생소하다. 작은 역할의 오디션 기회도 아쉬운 주 씨가 30일 넘게 올림픽 현장에 머무는 건 쉽지 않은 선택이다. 하지만 그는 “한국에서 언제 다시 열릴지 모르는 올림픽이잖아요. 솔직히 오디션 놓칠까 걱정도 있지만 설날에 결혼하라는 잔소리 안 들어서 좋아요”라며 웃었다.평창.강릉=이지훈기자 easyhoon@donga.com}

    • 2018-0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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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2년 ‘자원봉사 인생’… 설에도 평창 지켜야죠”

    설상 경기가 열리는 강원 평창의 바이애슬론센터 동문 근처 초소. 영하 10도의 기온에 매서운 칼바람이 더해져 추위가 뼛속까지 스며들었다. “이리로 가세요!” 평창 올림픽 유니폼에 주황색 조끼를 입은 한 자원봉사자가 초소 입구에서 차량들을 안내하고 있었다. 쾌활하고 힘찬 목소리에 강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평창 올림픽 자원봉사자 최고령 황승현 씨(85). “그러고 보니 벌써 30년이 넘었네. 내 나이 쉰다섯일 때 처음 아시아경기에서 일했으니…. 그때는 먹고살기도 어려워서 다들 나한테 돈도 안 받는 거 왜 하냐고 그랬어.” 서울 아시아경기가 열린 1986년. 황 씨는 15년간 일한 회사에서 막 은퇴하고 쉬고 있을 때다. 그는 송파구 올림픽공원에서 자원봉사자로 경기 관람객 안내를 도왔다. 그것이 30여 년 자원봉사 인생의 시작이다. 2년 뒤 서울 올림픽에서는 각종 영상 상영을 알리는 자원봉사를 맡았다. “시골 잔치만 해도 동네 사람들 다 가서 도와주잖아. 올림픽은 우리나라의 가장 큰 잔치이니까 국민이라면 당연히 가서 일해주고 함께 즐겨야지.” 아시아경기를 시작으로 그는 한국에서 열린 국제행사 10여 개에 자원봉사자로 참여했다. 황 씨의 목에 걸려 있는 자원봉사자 카드 줄에는 30여 년의 삶을 보여주는 배지가 달려 있다. 대전 엑스포(1993년), 한일 월드컵(2002년), 부산 아시아경기(2002년), 대구 유니버시아드(2003년), 여수 세계박람회(2012년) 등이다. 그 공로를 인정받아 2007년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은퇴하고 나면 나 같은 늙은이들은 할 게 마땅치 않은데 이렇게 나라의 큰 축제에 불러주니 고마울 뿐이지.” 황 씨는 바이애슬론과 크로스컨트리, 스키점프 등 설상 경기가 펼쳐지는 바이애슬론센터에서 약 20일간 머물고 있다. 숙소가 있는 속초와 평창을 오가며 1시간 교대로 일하고 있다. “자식들이 처음에는 병난다며 못 하게 했는데 이제는 그러려니 해. 이틀에 한 번꼴로 안부 전화도 오고. 마누라? 마누라는 옛날에 포기했지. 허허.” 설 연휴 때 서울에 있는 자신의 집에 자녀와 손자들이 찾을 예정이다. 하지만 황 씨는 평창을 지킬 계획이다. 그는 “돌아가신 조상 제사 모시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금 내가 맡은 일을 저버릴 순 없다”고 말했다. 지금도 찬물로 목욕한다는 황 씨는 25일 올림픽 자원봉사가 끝나면 집에 갔다가 3월 초 패럴림픽 개막에 맞춰 다시 평창을 찾을 예정이다. 평창=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 2018-0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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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檢, ‘채용비리 의혹’ KEB하나-부산-광주銀 압수수색

    검찰이 8일 ‘채용비리 의혹’을 받고 있는 3개 시중은행을 동시에 압수수색했다. 서울 서부지검 형사5부(부장검사 정영학)는 서울 중구 KEB하나은행 을지로신사옥 행장실과 인사부 등 사무실과 전산 서버를 압수수색했다. 검사와 수사관 16명이 투입돼 채용 관련 자료를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KEB하나은행은 2016년 사외이사의 자녀와 하나카드 전 사장의 지인 등 55명의 명단, 이른바 ‘VIP 리스트’를 만들어 특혜 채용을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당시 공채에서 모두 서류 전형을 통과했고, 이 중 6명이 필기시험과 임원 면접을 거쳐 최종 합격했다. 부산지검 특수부(부장검사 김도균)는 부산 남구 문현동 부산은행 본점을 압수수색해 인사 관련 서류와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을 확보했다. 부산은행은 2015년 신입사원을 채용하면서 예정에 없던 여성 합격 인원을 늘려 전직 국회의원 딸과 전직 부산은행 고위 간부의 딸을 특혜 채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부산은행 고위 임원들은 인사 담당자가 1차 면접 전 지원자를 비공식 면담한 결과를 보고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또 광주지검 특수부는 광주은행 본점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전직 광주은행 부행장이 신입사원 채용 과정에서 자신의 딸 2차 면접을 직접 본 정황을 포착해 수사 중이다. 앞서 서울남부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김종오)는 6일 KB국민은행 본점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의 개인 휴대전화를 확보했다. 국민은행은 2015년 20명의 ‘VIP 리스트’를 만들어 윤 회장의 종손녀 등 3명을 특혜 합격시킨 혐의를 받고 있다.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 2018-0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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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술 취해 호텔 기물 부수고…20대女 성추행…미군 장병 잇달아 체포

    술에 취해 호텔 기물을 부수거나 20대 여성을 성추행하는 등 난동을 부린 미군 장병들이 잇달아 경찰에 체포됐다. 3일 오전 11시 45분경 서울 마포구 서교동의 한 호텔 객실에서 유리창 깨지는 소리가 났다. 옆방 투숙객의 신고를 받은 호텔 직원이 객실 방문을 열자 젊은 외국인 남성 2명이 술에 취한 채 소주병을 들고 서 있었다. 이들은 화장실 거울과 유리창을 부수고 객실 내 비치된 노트북을 집어 던졌다. 직원은 해당 장면을 촬영해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은 미 육군 2사단 소속 장병 A 씨(21)와 B 씨(20)로 확인됐다. 경찰은 이들을 특수재물손괴 혐의로 입건했다. 성추행 사건도 발생했다. 4일 오전 3시 50분 마포구 서교동의 한 클럽에서 112신고가 접수됐다. 한 외국인 남성이 20대 여성의 뒤로 다가가 신체 일부를 만졌다는 것. 출동한 경찰은 C 씨(19)를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C 씨 역시 주한미군이었다. 5일 마포경찰서는 해당 사건을 모두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앞으로 주한미군이 법무부에 재판권 포기 요청서를 보내오면 사건은 미군 당국으로 인계된다. 미군의 강력범죄 불기소율은 2014년 63%에서 지난해 81.3%(7월 기준)으로 증가했다. 미군 10명 중 8명은 국내에서 범죄를 저질렀지만 형사처벌을 받지 않고 풀려났다. 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 2018-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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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사]한동대·안양대

    ◇한동대 △학사부총장 김대식 △행정부총장 강신익 △IT융합대학장 용환기 △일반대학원장·통역번역대학원장·교육대학원장 정상모 △국제경영대학원장·국제경영대학원 글로벌비즈니스학과 주임교수 유기선 △국제법률대학원장 에릭 엔로우 △학생처장·학생생활관장 조원철 △입학처장 박영춘 △국제어문학부장 윤상헌 △상담심리사회복지학부장·휴먼서비스연구소장 강병덕 △ICT창업학부장·취창업지원실장·현장실습지원센터장 김학주 △한동교육개발원장·한동교육개발센터장 이은실 △언어교육원장·실무영어 주임교수 알렉산더 뱅크스 △국제처 국제기구협력실장 박원곤 △국제법률대학원 교학실장 제임스 데이비스 △국제법률대학원 대외담당실장 박종수 △어린이급식관리지원센터장·환동해해양수산연구소장 도형기 △그린적정기술연구협력센터장 한윤식 △상담센터장·일반대학원 심리학과 주임교수 신성만 △토레이 칼리지 헤드마스터 전명희 △손양원 칼리지 헤드마스터 주재원 △열송학사 칼리지 헤드마스터 이혜규 △장기려 칼리지 헤드마스터 조이수 △카이퍼 칼리지 헤드마스터 방청록 △통번역연구소장 박혜경 △원자력안전연구소장 장순흥 △환동해경제문화연구소장 구자문 △공학교육혁신추진실 부센터장 이종선 △경북 동해안 지속가능 에너지·환경 융합인재 양성 사업단 부단장 이대준 △국제법률대학원 경력개발주임교수 데이비드 콜리어 △국제개발협력대학원 국제개발협력학과 주임교수·테크노융합학과 주임교수 김윤선 △기초과학 주임교수 황철원 △기초인문사회 주임교수 김종록 △상담대학원 주임교수 황혜리 △대학출판부장 이재영 △공학교육혁신센터 전자공학심화 PD·공학혁신센터 전문교양 주임교수 황성수 △통역번역대학원 한영통역번역학과 주임교수 허명수◇안양대 △학생지원처장 조성윤 △교목실장 신현광 △신학대학원장 김창대 △도시정보공학과 대학원 주임교수 정일훈 △전기전자공학과 대학원 주임교수 유재택 △교육역량강화센터-학습지원부 주임교수 한명숙 △인문예술대학 언어문화학부장 문성원 △인문예술대학 예술학부장 김정수 △스마트창의융합대학 ICT융합공학부장 서삼준 △스마트창의융합대학 도시환경바이오공학부장 서정범 △스마트창의융합대학 디자인발명창업학부장 양진식}

    • 2018-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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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여중생 살해 이영학 “1심에선 사형 피하고 2심서 싸울것”

    “명랑하고 쾌활했습니다. 그리고 정말 착한 딸이었습니다.” 세상을 떠난 지 4개월이 지났지만 아버지의 가슴에는 여전히 사랑스러운 딸이었다. 하지만 이제 눈으로 볼 수도, 손으로 만질 수도 없었다. 그 대신 아버지의 눈앞에는 사랑하는 딸을 추행하고 살해한 이영학(35)이 서 있었다. 아버지가 이영학을 바라보며 말했다. “죽이고 싶습니다.”○ “이영학 부녀 모두 사형시켜 달라” 30일 오후 3시 서울북부지법 702호 법정. ‘어금니 아빠’ 이영학 사건의 결심공판이 열렸다. 지난해 9월 이영학에게 희생된 여중생(당시 14세)의 아버지 김모 씨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김 씨가 이영학 재판에 참석한 건 처음이다. 증인석에 선 김 씨 오른쪽으로 하늘색 수의를 입은 이영학과 옅은 녹색 수의를 입은 딸 이모 양(15)이 변호인과 함께 피고인석에 앉아 있었다. 김 씨가 말하는 동안 두 사람은 내내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김 씨는 딸을 떠올리며 울먹였다. “저희 부부는 금방이라도 활짝 웃으며 들어오는 딸을 볼 수 있을 것 같은데…. 너무 고통스러워 당장이라도 집을 떠나고 싶습니다. 죽어서 돌아온 딸아이가 얼마나 아팠을까…, 엄마 아빠를 얼마나 찾았을지 생각하면 마음이 찢어집니다.” 이어 김 씨의 어조가 강해졌다. “억울하게 죽은 제 딸을 위해 이영학과 이○○에게 법정 최고형인 사형을 선고해 주십시오. 사형을 꼭 집행해 주십시오. 이영학 부녀는 죽음으로 제 딸에게 사죄해야 합니다.” 검찰은 “범행하는 피고인 모습을 떠올리면 치가 떨린다. 피고인이 죽는다고 해서 여중생이 살아날 수 없지만 더 큰 범죄를 막고 사회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며 이영학에게 사형을 구형했다. 딸 이 양에게는 “미성년자이지만 모든 걸 판단할 수 있는 나이”라며 장기 7년에 단기 4년형을 구형했다. 소년법에 따라 미성년자는 장기와 단기로 나눠 형기의 상·하한을 두는 부정기형을 선고한다. 검찰이 사형을 구형하자 이영학은 한숨을 쉬며 고개를 더 깊숙이 숙였다. 표정 변화는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최후진술 순서가 되자 분위기가 급변했다. 이영학은 먼저 여중생 가족에게 용서를 구했다. 한편으로 재판장에게 선처를 호소했다. 이영학은 “이 못난 아비가 딸을 위해 살고 싶다. 다시 살고 싶다. 법의 엄중한 심판하에 품어 달라”고 말했다. 황당한 주장도 내놓았다. 그는 “검찰이 협박했다. 때리려고 했다. 폐쇄회로(CC)TV 공개하면 나온다. 한 사람의 장애인이 죽어가는 걸 막아 달라. 너무 억울하다”고 말했다. 검찰은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여중생 아버지는 표정이 일그러진 채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쳤다. 방청석에선 “완전히 미친놈이다”라는 말이 나왔다. 이영학의 딸 이 양은 유족에게 “정말 죄송하다”고 말했다. 이 양의 변호인은 “이영학의 지시를 거부할 수 없어 소극적으로 거부하다 범행했다. 참회할 수 있도록 선처 바란다”고 말했다.○ 이영학의 편지·반성문 살펴보니 이날 최후진술에서 알 수 있듯이 이영학은 출소 의지가 강했다. 동아일보는 이영학이 옥중에서 가족과 법조인 등에게 쓴 약 100장 분량의 편지 20여 통과 청와대에 보낸 탄원서 반성문 등을 입수했다. 이영학은 감형을 위해 자신과 딸이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하는지 정확하게 아는 듯했다. 편지 등에 따르면 이영학은 매일 10시간씩 반성문을 썼다. 1심 재판 중 반성문 300장을 쓰는 게 목표였다고 한다. 이영학은 딸에게 “○○이가 아빠 살려줘야 돼. 아가, 재판 때 우리 판사님한테 빌어야 해. (그래야) 우리 조금이라도 빨리 본다”고 적었다. 또 “1심 무기징역 받고 2심에서 싸우겠다. 1월에 1심 선고하고 3월에 2심 들어가니 항소 준비해 달라…. 1심 선고 후 일주일 뒤 전 항소심 갑니다”라는 내용도 있었다. 심신 미약이 인정되면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할 계획도 덧붙였다. 경찰과 검찰이 무리하게 수사했기에 국가에 손해배상 청구를 하겠다는 것이다. 심지어 ‘감형 전략’을 9개로 나눠 정리하는 치밀함도 보였다. 이영학은 시종일관 심신미약을 주장하고 있지만 모친에게 보낸 편지에서는 ‘알고 한 행위’임을 분명히 했다. 이영학은 편지에서 “약 먹고 했어도 알아. 나중에 (피해 여중생 가족과) 합의도 해야 된다”고 적었다. 또 장애인 단체와 연계할 계획도 밝혔다. 심신이 미약한 장애인이 저지른 범행임을 강조해 감형 받으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영학은 ‘옥살이 이후 삶’도 계획하고 있었다. 출소 후 푸드트럭을 운영할 것이고, 딸에게는 가명을 지어주며 새 삶을 살라고 조언하기도 했다. 이영학은 딸에게 “너무 걱정하지마. 소년부 송치가 된다더라. 오히려 그곳은 메이크업, 미용 등을 배울 수 있는 곳이야. 걱정 말고 기회로 생각해”라고 적었다. 이어 “구치소는 다시 시작하고 싶은 우리 같은 사람들이 준비하는 곳이야. ○○이 나오면 할머니가 법원에서 이름 변경해 줄거야”라고 적었다. 이뿐만 아니라 이영학은 자신의 삶을 망라한 자서전 집필 계획도 갖고 있었다. 편지에 따르면 이영학은 ‘나는 살인범이다’라는 제목의 책을 쓰고 있다고 한다. 딸에게 “아빠가 이곳에서 책 쓰니까 출판 계약되면 삼촌이 집이랑 학원 보내줄 거야. 1년 정도 기다려. 우리가 복수해야지”라고 전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이지훈 easyhoon@donga.com·배준우·김예윤 기자}

    • 2018-0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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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얼까봐 잠근 소화전에…아파트 화재 세식구 참변

    서울의 한 아파트에서 불이 났다. 소방차는 ‘골든타임’을 지켰다. 하지만 초진에만 한 시간가량 걸렸다. 물이 나오지 않는 ‘깡통 소화전’ 탓이다. 소화전 스위치가 ‘수동’으로 돼 있어 전체 소화전 배관이 비어 있었던 것이다. 28일 오후 7시경 서울 은평구 불광동의 한 아파트 14층에서 불이 났다. 창문을 통해 시꺼먼 연기가 뿜어져 나왔다. 불길이 거세지기 시작했다. 소방차는 신고 4분 만에 도착했다. 소방대원들은 14층으로 올라갔다. 소화전에 호스를 연결했다. 물이 나오지 않았다. 원인을 따질 시간이 없었다. 대원들은 1층 소방차에 호스를 연결했다. 20kg 넘는 장비를 짊어진 대원들은 소방호스를 이중삼중 연결하며 뛰어올랐다. 불은 약 1시간 20분 만에 완전히 꺼졌다. 아파트에 있던 구모 씨(64)와 아내 나모 씨(63), 구 씨의 어머니 김모 씨(91) 등 3명은 결국 숨졌다. 소방당국의 조사 결과 화재 당시 소화전 배관 스위치는 수동으로 돼 있었다. 스위치가 ‘자동’으로 돼 있어야 중앙펌프가 작동해 소화전을 쓸 수 있다. 결국 이날 아파트 건물 11개 동 전체의 소화전 배관은 비어 있었다. 은평소방서 관계자는 “동파를 우려해 아파트 관리사무소 직원이 일시적으로 소화전 스위치를 ‘수동’으로 바꿔 놓은 걸로 보인다”고 말했다. 관리사무소 측은 처음에 부인하다가 입장을 바꿔 ‘현장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는 의견을 소방당국에 전했다. 경찰 등 관계기관은 30일 합동 정밀감식을 진행한다. 깡통 소화전은 이 아파트만의 문제가 아니다. 겨울철에 동파를 우려해 소화전을 잠그는 건 공공연한 관행이다. 오래된 낡은 아파트는 배관 보온이 잘되지 않아 동파 가능성이 크다. 지은 지 30년 된 서울 송파구 A아파트 관계자(54)는 “한파가 몰아쳤던 지난주에 소화전 배관이 얼까봐 몇 차례 잠갔다 열었다를 반복했다”고 말했다. 완공 30년이 넘은 송파구 B아파트 관리사무소장은 “영하 15도까지 떨어지면 배관이 얼 수도 있어서 잠가 둔다. 배관이 얼면 아예 파손되기에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각 시도소방본부가 매년 특별점검을 하지만 사전 공지 후 방문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사실상 적발이 어렵다. 소방청은 지난해 충북 제천시 스포츠센터 화재 후속 대책 중 하나로 특별점검을 ‘불시단속’으로 바꿨다. 또 각 지방자치단체는 소화전 폐쇄를 신고한 이들에게 포상금을 지급하고 있다. 공익신고제를 통해 안전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신고 대상은 백화점과 영화관 같은 다중이용시설이다. 서울소방재난본부 관계자는 “소화전 사용을 방해한 행위가 적발되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는 등 처벌이 강력하다. 하지만 아파트 등 공동주택은 공익신고 대상에서 빠져 있어 사각지대에 있다”고 말했다.이지훈 easyhoon@donga.com·배준우·서형석 기자}

    • 2018-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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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골든타임 지켰지만 참사 피해 컸던 6가지 이유

    경남 밀양 화재에 맞서 소방 당국은 발 빠르게 대처했다. 최초 신고 시점인 오전 7시 32분으로부터 약 3분 만에 현장에 도착했다. 환자 구조를 위한 병원 내부 진입은 도착 직후 곧바로 이뤄졌다. ‘골든타임’ 5분을 지킨 것이다. 소방대원들은 화염 탓에 1층 진입에 실패하자 병원 건물 창문에 사다리를 놓고 내부로 진입해 구조에 나섰다. 2층을 시작으로 3, 4층에서 차례로 환자들이 구조대원에게 업혀 건물 바깥으로 나왔다. 지난해 12월 충북 제천 화재 참사 당시 최초 신고 후 7분 만에 현장에 도착하고, 도착 후 16분 만에 건물 내부에 진입했던 것과는 달랐다. 그런데 왜 이렇게 많은 사람이 죽었을까. 당시 병원에 있던 90여 명 중 37명이 죽음에 이를 정도로 사망률이 높았다. 정부의 ‘안전, 대한민국’ 업무보고 후 사흘 만에 일어난 참사다.○ 고령자와 위독한 중환자 많아 사망자가 급격히 늘어난 첫 번째 이유로는 당시 병원에 입원한 환자들 가운데 나이가 많은 노인들이나 건강이 위독한 중환자가 많았다는 점이 꼽힌다. 이번 화재로 사망한 사람의 81%(34명)는 60대 이상 노인으로 집계됐다. 사망자 37명 중 40대 이하는 3명에 불과했다. 숨진 환자 대부분은 거동이 어려워 침상에 의지해온 장기요양 환자였다. 중환자 중 몇몇은 병원을 급히 탈출하는 과정에서 산소호흡기를 떼는 바람에 숨진 경우도 있었다. 화재 당시 일부 사망 환자는 침대에 결박된 상태였던 사실도 확인됐다. 경남도소방본부 간부는 “병원에 진입했을 당시 환자 10여 명이 결박돼 있었다. 끈을 풀고 구조한 후 이송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위법성 유무를 조사할 예정이다. 고령자와 중환자를 돌보기 위해선 많은 의료진이 필요한 상황이었지만 화재 당시 병원 의료진은 턱없이 부족한 상태였다. 화재 당시 세종병원에는 83명이 입원해 있었지만 이들을 책임지는 야간 당직 의료진은 의사 1명과 간호사 등 9명이 전부였다. 의료진 1명이 거동이 불편한 환자를 10명 이상씩 대피시켰어야 했던 것이다. 생존 환자 등에 따르면 화재 발생 후 비상벨이 10분 동안 울리는데 아무런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고 대피하라고 안내하는 사람도 없었다. 병원 내 좁은 공간에 침상을 많이 두는 바람에 대피로가 확보되지 않아 피해가 커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생존 환자들은 이 병원에 13인실과 16인실도 있었다고 증언했다. 6인실 공간인데 침상 1개를 더 끼워 넣어 사실상 7인실로 운영해 왔다는 주장도 나왔다. 세종병원이 이렇게 한 것은 현행법상 의원, 병원급 진료기관은 병실당 환자 수 제한이 없어서다. 세종병원 생존 환자들은 침상 간 거리가 60∼70cm로 좁아 평소에도 불편했다고 입을 모았다. 생존 환자 이모 씨(74·여)는 “병실에 침상이 워낙 빽빽이 놓여 있어 화장실을 가려면 게처럼 옆으로 걸어야 했다. 통로가 너무 좁아서 스탠드(링거 걸이)를 끌고 나가기도 어려웠다”고 말했다. 세종병원도 이런 문제점을 알고 건물 옆 터에 병원을 새로 짓는 공사를 하던 중이었다.영상출처 : 동아일보 독자 제공○ 스프링클러 없고, 가연성 소재 많아 불이 나 정전이 되면 작동하게 돼 있는 비상발전기도 기능을 못 해 피해가 커졌다. 정전으로 어두컴컴한 상황이 이어지면서 환자들은 대피로를 찾지 못하고 헤매다 연기를 들이마신 경우가 많았다. 구조에 나선 병원 관계자들도 어두워 병실 출입문을 찾지 못해 애를 먹었다. 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있지 않았던 점도 피해를 키웠다. 현행법상 세종병원은 스프링클러 설치의무 대상이 아니지만 스프링클러가 없다 보니 1층 응급실에서 발생한 불을 제때 끄지 못했고, 연기가 건물 내부를 완전히 삼키면서 유독가스에 질식돼 숨진 사람이 급격히 늘어났다. ‘화재예방, 소방시설 설치·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 따르면 스프링클러 설비를 설치해야 하는 의료시설은 바닥면적 합계 600m² 이상 정신의료기관, 요양병원 등이다.밀양=조동주 djc@donga.com / 이지훈·서형석 기자}

    • 2018-0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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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휴지통]남친과 말다툼 홧김에 헤어드라이어 던졌다 불내

    24일 오전 3시경 서울 강서구 한 호텔 투숙객 96명이 가벼운 옷만 걸친 채 허겁지겁 영하 15도의 밖으로 뛰쳐나왔다. 화재경보가 울린 탓이었다. 불은 이 호텔 7층 한 객실에서 났다. 소방차 14대와 소방관 45명이 출동했다. 객실 한쪽 벽면만 태운 불은 13분 만에 진압됐다. 발단은 이 방에 투숙한 20대 여성 A 씨가 홧김에 내던진 헤어드라이어였다. 머리를 말리던 A 씨는 남자친구와 말다툼을 벌였다. 말싸움이 격해지면서 화가 난 A 씨는 남자친구를 향해 사용하던 드라이어를 던졌다. 계속 열기를 내뿜던 드라이어가 바닥에 부딪혔다. 얼마 후 바닥 장판에 불이 붙고 이어 벽으로 번졌다. 그러자 화재경보기가 이를 감지하고 경보를 울린 것이다. 이 불로 투숙객 2명이 연기를 마셔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강서경찰서는 객실 밖 계단참에 앉아 있던 A 씨를 붙잡아 현주건조물 방화 혐의로 입건했다. 경찰은 드라이어 내부 코일이 과열돼 불이 붙은 상태에서 장판으로 옮겨붙은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발화 지점으로 추정되는 드라이어를 감정하고 있다. 실화인지 방화인지 결과가 나오면 혐의가 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 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 2018-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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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송월 서울역 도착하자 인공기 화형식… 경찰 수사

    조원진 대한애국당 대표와 보수단체 회원 50여 명은 22일 오전 11시 서울역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평창 겨울올림픽이 북한 체제를 선전하는 ‘평양 올림픽’으로 전락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조 대표는 이날 “여론조사에서 국민의 72.2%가 ‘무리한 단일팀을 구성할 필요가 없다’고 답했다. 죽은 햇볕정책의 망령이 되살아났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좌파 정권의 광란의 굿판이 벌어지고 있다. 정반대로 대한민국을 몰고 가고 있는 정권을 몰아내자”고 주장했다. 참석자들은 또 “국적 불명의 한반도기를 등장시키고 마식령스키장에서 공동 훈련하는 것은 강원도민과 평창 주민의 땀과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드는 것이다”라고 외쳤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인공기와 김정은 사진, 한반도기를 짓밟은 뒤 불을 붙였다. 경찰은 오전 11시 15분경 소화기를 가져와 인공기 등에 붙은 불을 껐다. 그러자 참가자들은 “경찰이 인민군이냐” “간첩, 빨갱이나 잡아가라” “경찰이 국민을 보호해야지, 빨갱이를 보호하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비슷한 시간 강원 강릉에서 도착한 현송월 일행이 기자회견장 수십 m 옆으로 지나쳐 오찬이 예정된 송파구 롯데월드호텔로 향하는 버스에 올랐다. 경찰 관계자는 “현 단장이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불을 보지는 못했을 테지만 사람들이 외치는 소리는 들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남대문경찰서는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피켓을 드는 행위가 미신고 불법집회에 해당할 소지가 있어 수사에 착수했다.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 2018-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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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의 눈/이지훈]일자리 뺏고 뺏기고…노동 약자끼리의 ‘밥그릇 전쟁’

    “기사 잘 써서 저 사람들 좀 쫓아내주소.” 16일 서울 은평구의 공사현장에서 벌어진 ‘외국인 불법 고용 반대’ 시위에 참가한 일용직 근로자 박모 씨(57)는 반대쪽 외국인들을 가리키며 이렇게 말했다. 열흘째 일을 얻지 못했다는 박 씨는 “저 사람들은 쉬지도 않고 싼 값에 시키는 대로 다 한다”고 하소연했다. 시위현장뿐 아니라 경기 성남과 안산, 서울 구로의 새벽 인력시장에서 만난 한국인 근로자들의 분노는 외국인을 향했다. 외국인끼리도 갈등한다. 8년 전 합법체류 자격을 얻어 한국에 왔다는 중국동포 박모 씨(33)는 “불법체류 외국인이 일당 5만 원에도 일하겠다고 하는 바람에 일자리를 뺏기고 있다”고 말했다. 눈 가리고 아웅 식의 불법 감추기도 판을 친다. 불법체류 외국인 근로자가 합법 동료 근로자 이름을 ‘데스라’(출근기록부를 가리키는 말)에 적고 지장을 찍는 방식이 횡행한다. ‘오야지’(일본어로 책임자)라 불리는 불법 재하청 인력업자까지 끼어들어 더욱 혼탁해졌다. 하지만 일자리를 뺏고 뺏기는 이들의 처지는 비슷했다. 하루 일해 하루 먹고 산다. 불법체류 외국인은 불가촉천민 취급을 받는다. 일당을 떼이고 산재를 당하고 휴식을 못해도 살아남기 위해 참아야 한다. 불법체류 외국인 L씨(46)는 “같은 처지의 동료 10여 명이 두 달간 수수료 1200만 원을 뜯기고 임금도 4400만 원이나 밀렸지만 아무 말 못하고 있다”면서도 “잘리지 않으려면 어쩔 수 없다”고 털어놨다. 2016년 말 현재 한국산업인력공단에 따르면 외국인 건설 근로자 약 27만5000명의 81.4%인 22만4000명이 불법 고용 근로자다. 16~18일 본보 취재진이 찾은 건설현장과 새벽 인력시장에서도 이를 쉽게 확인할 수 있었다. 건설사와 하청업체는 불법체류 외국인을 고용해 인건비를 줄이고 국토교통부와 법무부, 고용노동부는 이를 알면서도 외면한 셈이다. 그 결과 노동시장의 가장 하층으로 밀려난 약자(弱者) 사이에 ‘밥그릇 전쟁’이 벌어지는 것 아닌가. 최근에야 국토부는 건설현장의 외국인 근로자 불법 고용 단속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하지만 단속만이 능사는 아니다. 불법체류 외국인을 모두 받아주기는 어렵지만 상생(相生)을 모색해야 한다. 노동시장의 세계화와 힘든 노동을 기피해 생기는 ‘일자리 밀어내기’ 현상은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니다. 한국인과 외국인 사이에서 벌어지는 일자리 다툼도 대도시에서만 발생한다. 도서나 산간지역에서는 불법 체류 외국인마저 고용하기 힘들다. 나경연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기피 지역에서 일정 기간 일하면 체류 자격을 부여하거나 얼마간 체류 기간을 늘려주는 방법과 근로조건의 하향평준화를 막기 위해 일정 금액 이상을 무조건 지급하게 하는 적정임금제를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 2018-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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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포츠토토’로 돈 벌었다더라” 소문에…지인 납치해 10억 뜯으려다 덜미

    지인이 ‘스포츠토토’로 돈을 벌었다는 헛소문을 듣고 그를 납치해 폭행한 일당 4명이 경찰에 붙잡혔다. 오모 씨(31) 등 4명은 평소 알고 지내던 김모 씨(31)가 스포츠토토에 당첨됐다고 술자리에서 말하는 것을 우연히 듣고는 거액을 뜯어낼 기회로 여겨 김 씨를 납치하기로 모의했다. 오 씨 등은 16일 서울 강남의 한 아파트 주차장에서 김 씨를 차량으로 납치한 뒤 경기 광주시의 한 펜션에 감금했다. 범인들은 야구방망이로 위협하고 때리며 10억 원을 요구했고, 다급해진 김 씨는 여자친구에게 연락해 “얼마라도 돈을 보내 달라”고 했다. 하지만 김 씨의 여자친구는 돈을 보내지 않고 경찰에 바로 신고했다. 범행 당일 아파트 주차장에서 김 씨가 누군가에게 끌려가는 듯한 모습을 우연히 봤던 것을 떠올려 기지를 발휘한 것. 즉각 수사에 나선 경찰은 폐쇄회로(CC)TV를 추적해 서울 중구 약수동과 경기 광주시 펜션 등에서 피의자 4명을 모두 검거했다. 경찰 관계자는 “피해자는 무직으로 복권에 당첨된 적도 없는데 자기가 돈을 벌었다는 이야기를 하고 다녀 헛소문이 났다”고 말했다. 서울 중부경찰서는 특수강도상해 혐의로 오 씨 등 4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 2018-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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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외국인 불법고용 주무르는 ‘오야지’

    외국인 근로자는 건설 현장 일자리를 선호한다. 힘들고 위험하지만 임금 수준이 높아서다. 건설업 취업이 불가능한 외국인까지 몰리는 이유다. 허가받은 인력사무소들은 이 같은 외국인의 불법 고용을 꺼린다. 이 틈을 파고든 것이 인력 공급업자인 이른바 ‘오야지’다. 건설사 하청업체와 계약해 불법 근로자를 대량 공급하는 사람들이다. 오야지는 일을 구하지 못해 시장 근처를 떠도는 무자격 근로자를 노린다. 먼저 “일이 필요하냐”는 말로 접근한 뒤 적당한 조건에 일자리를 소개한다. 그렇게 한 번 끈이 닿으면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계속 연락하며 일자리를 알선한다. 경기지역의 한 인력업체 대표 정모 씨는 “공급업자와 근로자 모두 불법이니 이해관계가 딱 맞아떨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에는 온라인 인력시장이 인기다. 대표적인 것이 ‘위챗(WeChat)’이다. 위챗은 중국의 모바일 메신저다. 단속도 없지만 하더라도 적발될 가능성이 거의 없다. 위챗을 통한 ‘인력시장’은 오후 6∼7시경 열린다. 조선족 출신 오야지 A 씨는 “채팅 대화명에 ‘사람 구함/초보자/비자 상관없음’이라고 적어두면 알아서 연락이 온다. 10명 중 9명은 이렇게 구한다”고 말했다. 같은 시간 불법 근로자를 많이 고용하는 한 온라인 모임에 접속하자 420명이 몰려 있었다. 불법 근로자들은 대부분 팀을 짜서 활동한다. 이들은 근무시간이 아니라 업무량을 기준으로 일하는 ‘물량 떼기’ 방식으로 일한다. 위험한 일을 마다하지 않고 일만 빨리 끝내면 보다 많은 돈을 벌 수 있다. 임금은 오야지가 한번에 받아 개인에게 나눠준다. 이 과정에서 오야지들은 통상 10%보다 높은 수수료를 챙긴다. 업계에서는 ‘벤츠 타고 다니는 오야지’ ‘한 달에 수천만 원 버는 오야지’ 같은 소문이 성공담처럼 돈다. 문제는 오야지가 불법 근로자를 데리고 다니며 낮은 임금을 받아 인력시장에 혼란을 빚고 있는 점이다. 서대문구의 한 건설사 직원인 박모 씨(49)는 “원청업체도 문제를 알고 있지만 효율성 때문에 묵인한다. 결국 내국인 근로자만 설 자리가 없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신영철 건설경제연구소장은 “원청업체는 효율과 경제적 이익만 생각해 사실상 이들을 방치하고 있는 것이다. 더 심각한 상황이 되기 전에 관리 감독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이지훈 easyhoon@donga.com·정다은 기자}

    • 2018-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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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불법 근로자 뒤에는 ‘오야지’, “일 필요하나” 접근하더니…

    외국인 근로자는 건설 현장 일자리를 선호한다. 힘들고 위험하지만 임금 수준이 높아서다. 건설업 취업이 불가능한 외국인까지 몰리는 이유다. 허가받은 인력사무소들은 이 같은 외국인의 불법 고용을 꺼린다. 이 틈을 파고든 것이 인력 공급업자인 이른바 ‘오야지’다. 건설사 하청업체와 계약해 불법 근로자를 대량 공급하는 사람들이다. 오야지는 일을 구하지 못해 시장 근처를 떠도는 무자격 근로자를 노린다. 먼저 “일이 필요하냐”는 말로 접근한 뒤 적당한 조건에 일자리를 소개한다. 그렇게 한 번 끈이 닿으면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계속 연락하며 일자리를 알선한다. 경기지역의 한 인력업체 대표 정모 씨는 “공급업자와 근로자 모두 불법이니 이해관계가 딱 맞아떨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에는 온라인 인력시장이 인기다. 대표적인 것이 ‘위챗(WeChat)’이다. 위챗은 중국의 모바일 메신저다. 단속도 없지만 하더라도 적발될 가능성이 거의 없다. 위챗을 통한 ‘인력시장’은 오후 6~7시경 열린다. 조선족 출신 오야지 A 씨는 “채팅 대화명에 ‘사람 구함/초보자/비자 상관없음’이라고 적어두면 알아서 연락이 온다. 10명 중 9명은 이렇게 구한다”고 말했다. 같은 시간 불법 근로자를 많이 고용하는 한 온라인 모임에 접속하자 420명이 몰려 있었다. 불법 근로자들은 대부분 팀을 짜서 활동한다. 이들은 근무시간이 아니라 업무량을 기준으로 일하는 ‘물량 떼기’ 방식으로 일한다. 위험한 일을 마다하지 않고 일만 빨리 끝내면 보다 많은 돈을 벌 수 있다. 임금은 오야지가 한번에 받아 개인에게 나눠준다. 이 과정에서 오야지들은 통상 10%보다 높은 수수료를 챙긴다. 업계에서는 ‘벤츠 타고 다니는 오야지’ ‘한 달에 수천만 원 버는 오야지’ 같은 소문이 성공담처럼 돈다. 문제는 오야지가 불법 근로자를 데리고 다니며 낮은 임금을 받아 인력시장에 혼란을 빚고 있는 점이다. 서대문구의 한 건설사 직원인 박모 씨(39)는 “원청업체도 문제를 알고 있지만 효율성 때문에 묵인한다. 결국 내국인 근로자만 설 자리가 없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신영철 건설경제연구소장은 “원청업체는 효율과 경제적 이익만 생각해 사실상 이들을 방치하고 있는 것이다. 더 심각한 상황이 되기 전에 관리 감독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권기범 기자 kaki@donga.com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김은지 기자 eunji@donga.com정다은 기자 dec@donga.com}

    • 2018-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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