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헌

이승헌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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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이승헌 부국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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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분야

2025-11-06~2025-12-06
칼럼100%
  • ‘중남미의 그리스’ 푸에르토리코 모라토리엄 위기

    미국이 그리스발(發) 금융위기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중남미의 미국 자치령 푸에르토리코발 금융위기의 영향을 받을 상황에 처했다. 미국 달러화를 쓰는 푸에르토리코는 누적된 부채에도 지속적으로 차입을 해 언젠가는 금융위기가 터질 ‘중남미의 그리스’로 불렸다. 푸에르토리코 자치령의 알레한드로 가르시아 파디야 주지사는 6월 29일 방송 연설을 통해 “푸에르토리코의 재정 구조조정을 위해 수년간의 부채 상환 유예(모라토리엄)를 추진할 것이며 협상단이 8월 30일까지 채무 재조정 계획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푸에르토리코가 갚아야 할 공채 규모는 720억 달러(약 80조9000억 원)에 달하고 있다. 파디야 주지사는 “세입을 늘리고 경비를 줄여도 지금 같은 부채로는 아무 것도 해결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미국이 푸에르토리코의 모라토리엄 선언 가능성을 우려하는 것은 2014년 말 기준으로 미국 뮤추얼펀드 4개 가운데 3개가 푸에르토리코 공채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 미국 연방은 파산법에 따라 도시가 파산하면 그 도시의 채권 보유자가 투자금 일부를 회수할 수 있지만, 파산법 적용을 받지 않는 자치령 푸에르토리코가 모라토리엄을 선언하면 관련 뮤추얼펀드에 투자한 이들이 손해를 볼 수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푸에르토리코가 1일 6억2000만 달러(6916억 원) 부채 상환에 실패해 디폴트(채무불이행) 상황에 빠질 개연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관측했다. 푸에르토리코의 채무는 2012년 파산을 신청한 미국 미시간 주의 디트로이트보다 4배나 많다. 미국 정부는 푸에르토리코에 대한 긴급 구제금융을 고려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현재는 상황 전개를 가늠하기 어려워 섣불리 발을 담글 수 없기 때문. 조시 어니스트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미 행정부나 연방기관 내 그 어느 누구도 구제금융을 생각하지 않고 있다”며 “다만 미 정부가 푸에르토리코 정부 관리들과 이번 부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협력하겠다”고 말했다.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 2015-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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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 방문때 메르스 주의… 손 자주 씻으세요”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6월 29일부터 한국의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와 관련해 기존의 ‘통상적 주의’(1단계) 경고 상태를 유지한 채 한국 여행 시 주의 사항을 담은 디지털 포스터를 제작해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배포하기 시작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금까지는 주의 사항을 글로만 전달해 왔다. CDC는 영어와 한글로 제작한 ‘대한민국으로 여행을 떠나십니까?’라는 제목의 포스터에서 “대한민국에서 발생한 메르스는 의료 시설과 관련되어 있다. 여행객의 (감염) 위험은 낮지만 그래도 예방 수칙을 준수해야 한다”며 주의 사항을 그림과 함께 전달했다. 자가 보호책으로 비누와 물로 손을 자주 씻고, 메르스 환자와 가까이 접촉하지 말 것 등을 권고했다. 또 한국 내 의료 시설을 방문한 후 14일 내에 메르스 관련 증상이 나타나면 의사에게 연락하고, 진료를 받으러 가기 전에 의사에게 최근 여행 내용에 대해 이야기하라고 강조했다. 한국 메르스 사태가 진정세인데도 CDC가 이런 포스터를 제작한 것은 양국 간 교류가 늘어나는 여름 휴가철인 만큼 뒤늦게 미국으로 메르스가 퍼지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특히 포스터를 한글로도 제작한 것은 휴가철에 한국을 다녀올 수 있는 미국 내 한인들의 메르스 감염 가능성을 우려한 데 따른 결정이라고 워싱턴의 한 외교 소식통은 전했다.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 2015-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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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민이 감격의 눈물 흘리는… 美대통령의 ‘통합 메시지’

    “어메∼이징 그레이스, 하우 스위트 더 사∼운드…(놀라운 은총, 얼마나 감미로운가).” 26일(현지 시간) 오후 3시 반경,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 주 찰스턴 시 찰스턴대 실내경기장. 17일 백인 우월주의자 딜런 루프의 총기 난사로 희생된 찰스턴 이매뉴얼 아프리칸 감리교회 클레멘타 핑크니 목사의 영결식장에서 추모사를 하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잠시 고개를 숙이고 침묵하더니 갑자기 반주도 없이 찬송가 ‘어메이징 그레이스’를 부르기 시작했다. 영국 성공회 신부인 존 뉴턴이 1772년에 지은 이 찬송가는 흑인 노예무역에 종사했던 자신의 과거를 반성하고 죄를 사해 준 신의 은총에 감사한다는 내용이다. CNN 등으로 미 전역에 생중계된 대통령의 예상치 못한 노래에 박수가 터져 나왔고 이내 영결식장을 가득 채운 6000여 명의 참석자는 피부색에 상관없이 모두 일어나 대통령과 함께 찬송가를 불렀다. 영결식장의 오르간 주자가 뒤늦게 반주를 넣었지만 합창에 묻혀 거의 들리지 않았다. 일부 흑인 여성들은 두 손으로 대통령을 가리키며 기쁨과 슬픔이 뒤섞인 듯한 눈물을 흘렸다. 미리 준비된 연설문에는 어메이징 그레이스를 부르는 부분이 포함되지 않았지만, 오바마 대통령은 일부 참모들에게 “내가 부를 수도 있다”고 귀띔을 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전했다. 미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인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35분간의 추모사 내내 감정이 북받쳐 보였다. 하지만 그는 백인 주류 사회에 대한 성토보다는 신의 은총을 거론하며 이번 사건으로 충격을 받은 대다수 미국인의 마음을 위로하는 데 주력했다. 이처럼 위기의 순간에 감동적인 연설로 국민의 마음을 어루만지고 국민의 화합을 이뤄내는 것이 대통령의 역할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렇게 말했다. “국가는 희생자 가족들과 함께 고통을 나누겠습니다. 이번 사건이 교회에서 벌어졌다는 게 고통스럽습니다. 미국 역사에서 교회는 흑인들이 적대적인 현실 세계를 피해 인간으로서 살아 있음을, 중요한 존재임을 외치고 인정받을 수 있는 공간이었습니다. 그런 교회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습니다. 하지만 신은 이번에도 신묘한 방식으로 존재함을 보여줬습니다. 범인은 희생자 가족들이 오히려 자신을 용서할 것을 상상조차 못했을 것입니다. 이 역시 신의 은총입니다.” 그러면서 상처를 치유하고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단지 추모하는 데 그치지 말고 미국 사회 전체가 변화를 위한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신의 은총은 그냥 얻어지는 게 아닙니다. 노력하는 사람들에게만 주어집니다. 누구도 인권 문제, 흑백 갈등을 하룻밤 사이에 개선할 수는 없습니다. 말로만 해서는 안 됩니다. 만일 우리가 오늘 영결식 후 또다시 편안한 침묵에 빠져들고 안주한다면 이는 희생자들이 보여줬던 용서에 대한 배신입니다. 오래된 타성에 젖는다면 우리는 희생자들이 범인을 용서한 용기를 더럽히는 것이 됩니다.” 비극적 사건을 계기로 미국 사회가 바뀌어야 한다고 역설하며 영결식의 분위기가 절정에 오르자 오바마 대통령은 ‘어메이징 그레이스’를 불렀다. 그러고는 목소리를 높여 “핑크니 목사는 은총을 찾았다”는 말을 시작으로 희생자 9명의 이름을 하나씩 부르며 애도했다. 참석자들은 그때마다 “아멘” “그렇습니다” 등을 외치며 호응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희생자들이 일생을 통해 보여준 노력과 가치를 이제 우리가 계승해야 한다. 신의 은총이 미합중국에 계속되기를 바란다”며 추도사를 마쳤다. 미합중국(United States of America) 중 ‘United’ 단어에 유독 힘을 줘 미국 사회의 통합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미국 언론은 오바마 대통령의 추도사에 대해 “미국 내 흑인 지위를 변화시킨 촉발제된가 마틴 루서 킹 목사의 ‘나는 꿈이 있습니다’ 연설에 버금가는 기념비적인 연설”이라고 평가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오바마 대통령 퇴임 후에도 오래 기억될, 사회 통합에 대한 역대 대통령 최고 수준의 메시지”라고 전했다. 시민들도 “소름(goose bump)이 돋을 만한 명연설이었다” “오바마가 대통령이라 다행이다” 등 열렬한 반응을 보였다.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 2015-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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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태평양 지역에 전략 核 3종 세트 갖춰야”

    미국 정부 고위 인사들이 북한 중국 러시아의 핵 공격이 미국이 처한 유일한 위협이라며 태평양 지역에 전략 핵무기 3종 세트인 ‘트라이어드’ 능력을 갖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트라이어드는 미 핵전력의 핵심 수단으로, B-2 등 전략 핵폭격기, 미니트맨Ⅲ 등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핵미사일을 탑재한 핵추진 잠수함을 합친 무기 세트다. 미국의 ‘태평양 무장론’은 최근 워싱턴에서 제기되고 있는 북핵 억지를 위한 핵능력 강화론과 맞물려 주목된다. 앞서 워싱턴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23일 점증하는 북핵 저지를 위해 2025년 이후 한반도에 전술핵무기를 재배치할 것을 권고하는 보고서를 낸 바 있다. 로버트 워크 미 국방부 부장관은 25일(현지 시간) 의회 하원 군사위원회 주최로 열린 ‘21세기 핵 억지력 청문회’에 출석해 “핵 공격은 미국이 처한 유일한 외부 위협으로 미국이 보유한 핵무기의 기본적 역할은 이 같은 핵 공격을 단념하게 만드는 억지력”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미국에 핵 공격을 가할 수 있는 주체를 러시아와 중국, 북한 등 3개 국가로 규정했다. 제임스 위너펠드 합참 부의장도 청문회에서 “아시아에서도 유럽처럼 전진 배치 무기와 운반 수단의 결합인 트라이어드 능력을 시급하게 갖춰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미 국무부는 이날 ‘2014 국가별 인권보고서’를 내고 북한의 인권 상황이 세계 최악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국무부는 2009년 이후 북한 인권 실태에 대해 ‘열악하다(poor)’ ‘개탄스럽다(deplorable)’ ‘암울하다(grim)’ 등의 표현을 사용했지만 이번에는 ‘세계 최악(the worst in the world)’이라고 평가했다.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 2015-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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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中 “北의 핵-경제 병진노선 성공못해”

    미국과 중국이 24일 워싱턴에서 폐막된 제7차 미중 전략경제대화(S&ED)에서 핵무기 개발과 경제발전을 동시에 노리는 북한의 이른바 ‘병진노선’이 결코 성공할 수 없다는 데 의견을 함께했다. 미중이 최고위급 양자 외교협의체에서 북한 김정은 정권이 명운을 걸고 추진하는 병진노선의 문제점을 공식적으로 논의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전략경제대화 참석차 방미한 류옌둥(劉延東) 부총리를 비롯한 중국 대표단을 접견하고 “북한에 핵 개발과 경제 발전을 동시에 하려는 (병진) 노력이 성공할 수 없음을 보여주는 작업의 중요성을 논의했다”고 조시 어니스트 백악관이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과 중국 대표단은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약속도 재확인했다. 워싱턴의 한 외교소식통은 “중국이 미국과의 전략경제대화에서 북한의 병진노선이 문제가 있음을 논의한 것은 북한에 대한 적지 않은 압박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앞서 수전 라이스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양제츠(楊潔지)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은 2월 뉴욕에서 만나 북한의 병진노선이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한 바 있다. 이와 함께 오바마 대통령은 중국 대표단에 사이버 침해 행위와 남중국해 긴장 해소를 위한 구체적인 조치들을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 특히 최근 중국이 개입한 것으로 알려진 미 인사관리처(OPM)에 대한 대규모 해킹사건 등으로 양국의 사이버 갈등이 어느 때보다 고조된 것과 관련해 양국은 ‘사이버 행동강령(code of conduct)’을 만들기로 합의했다.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 2015-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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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中 “북한 핵무기 개발-경제발전 ‘병진노선’ 성공못해” 공감

    미국과 중국이 24일 워싱턴에서 폐막된 제7차 미중 전략경제대화(S&ED)에서 핵무기 개발과 경제발전을 동시에 노리는 북한의 이른바 ‘병진 노선’이 결코 성공할 수 없다는 데 의견을 함께 했다. 미중이 최고위급 양자 외교협의체에서 북한 김정은 정권이 명운을 걸고 추진하는 병진 노선의 문제점을 공식적으로 논의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전략경제대화 참석차 방미한 류옌둥(劉延東) 부총리를 비롯한 중국 대표단을 접견하고 “북한에 핵과 경제를 동시에 개발하려는 (병진) 노력이 성공할 수 없음을 보여주는 작업의 중요성을 논의했다”고 조시 어니스트 백악관이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과 중국 대표단은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약속도 재확인했다. 워싱턴의 한 외교 소식통은 “중국이 미국과의 전략경제대화에서 북한의 병진노선이 문제가 있음을 논의한 것은 북한에 대한 적지 않은 압박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앞서 수전 라이스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양제츠(楊¤¤)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은 지난 2월 뉴욕에서 만나 북한의 병진노선이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한 바 있다. 이와 함께 오바마 대통령은 중국 대표단에게 사이버 침해 행위와 남중국해 긴장 해소를 위한 구체적인 조치들을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 특히 최근 중국이 개입한 것으로 알려진 미 인사관리처(OPM)에 대한 대규모 해킹 사건 등으로 양국의 사이버 갈등이 어느 때보다 고조된 것과 관련해 양국은 ‘사이버 행동 강령(code of conduct)’을 만들기로 합의했다.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은 “사이버 침해가 안보 문제를 일으키고 미국 경제에도 악영향을 끼친다”며 “양국은 사이버 공간에서 벌어지는 불법 행위에 대한 인식을 공유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밖에 미중 양국은 6월 말로 시한이 다가온 이란 핵협상을 마무리해 이란 핵문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를 해소하고, 기후변화와 청정에너지 문제에 대한 미중의 협력을 확대하는 것에도 합의했다고 백악관이 밝혔다.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 2015-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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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반도에 美전술핵 재배치해야”

    미국의 유력 싱크탱크들이 북한 핵 공격에 대비해 한반도에 전술핵무기를 2025년 이후 전진 배치해야 한다고 미 정부에 권고하는 보고서를 내 파장이 일고 있다. 이 보고서는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주도하고 미국신안보센터(CNAS), 국립공공정책연구소(NIPP) 등이 공동 작성한 종합 보고서로 한반도 전술핵 배치 논의가 미국에서 본격적으로 제기되는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 보고서를 주도한 CSIS는 당초 박근혜 대통령의 미국 방문 때 북핵 문제 등에 대해 특별 연설을 하려고 했던 곳이기도 하다. 동아일보가 23일 발간 직후 입수한 158쪽 분량의 ‘핵 프로젝트(Project Atom)-2025∼2050년 미 핵 전략 및 준비태세 보고서’에 따르면 CSIS는 2025년 이후 핵 환경을 북한 시리아 등 적성국들이 미국의 재래식 공격에 대비하기 위해 핵무기를 가지려 더 노력하는 ‘악순환의 고리’로 규정했다. 특히 북한에 대해서는 “2025년 이후에도 김정은이나 이와 유사한 정치 파벌이 핵무기를 정권 생존의 보루로 삼을 것”이라며 “북한은 이미 미사일 탑재가 가능한 만큼 핵탄두 소형화에 성공했다”고 분석했다. 이에 CSIS는 북한의 핵개발을 억지하고 주요 우방국에 실효성 있는 핵우산을 제공하기 위해 한국 등에 전술핵무기(Tactical Nuclear Weapon) 같은 차별화된 핵 전력을 전진 배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전술핵무기의 전진 배치는 북한 등에 ‘핵으로 도발하면 즉각 대응한다’는 보다 분명한 메시지를 줄 수 있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한국이 차세대 전투기로 선정한 F-35를 이용한 전술핵 탑재를 제안했다. 소형 핵폭탄 등을 통칭하는 전술핵무기는 1958년부터 주한미군에 최대 950여 기가 배치됐다가 1991년 철수됐으며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전략핵무기(Strategic Nuclear Weapon)와 구분된다. CSIS가 한반도 전술핵 재배치를 제안한 보고서를 낸 것은 미국 정부가 한반도에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를 고려하는 것과도 일맥상통한다. 미 본토에서 날아가는 ICBM으로는 북한의 핵도발을 완전히 봉쇄하기 어려운 만큼 한반도에 사드를 배치해 핵공격 시 대응하고, 여기에 전술핵까지 배치하면 북핵 억지력을 더 강화할 수 있다는 워싱턴 일각의 흐름을 반영하고 있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이와 관련해 CSIS는 보고서에서 “전술핵 배치를 한국 등 우방국이 수용하느냐가 관건”이라고 밝혔다. 보고서가 발간되자 워싱턴 외교가는 전술핵 배치에 대한 찬반 양론이 뜨겁게 일고 있다. 보수 성향의 인터넷 매체 ‘워싱턴 프리비컨’은 “미국이 전 세계적으로 핵 억지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전술핵 활용을 늘리는, 지금과 다른 핵 전략이 필요하다”는 보고서의 핵심 내용을 소개했다. 반면 ‘싱크 프로그레스’라는 진보 성향 매체는 “미 정부는 천문학적인 돈이 드는 전술핵을 다시 배치할 만큼의 여유가 없다”고 비판했다. 미 국방부는 보고서에 대한 입장을 묻는 동아일보의 e메일 질의에 답변하지 않았다.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 2015-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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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BC 모범생’ 스피스, 미국의 새로운 영웅으로

    22세의 젊은 나이로 세계 4대 메이저 골프대회인 마스터스(4월)에 이어 21일 US오픈까지 평정한 미국 프로골퍼 조던 스피스(세계 랭킹 2위·사진)가 새로운 ‘아메리칸 히어로’로 부상하고 있다. 미국 사회는 텍사스 출신의 청년 골퍼가 보여주고 있는 영웅다운 덕목에 주목하며 그를 스포츠 스타를 넘어 사회적 아이콘으로 치켜세우는 분위기다. 폭스뉴스 등 미 언론은 22일 US오픈 기간 중 그가 보여준 모범적 언행을 ‘A(Attitude·성실한 태도) B(Behaviour·남을 배려하는 행동) C(Competence·압도적인 실력)’로 요약하며 높이 평가했다. 실제로 많은 선수들은 이번 US오픈이 열린 워싱턴 주 시애틀 인근 체임버스베이 골프장의 잔디가 지나치게 울퉁불퉁해 퍼팅을 하기 어렵다고 불평했지만, 스피스는 묵묵히 게임에 집중해 결국 승자가 됐다. 같은 대회에 출전했던 빌리 호셸은 잔디가 불규칙해 퍼팅이 들어가지 않자 골프채를 잔디에 내던지는 비신사적 자세를 보여 대조를 이루기도 했다. 스피스는 우승 후 다른 선수들을 배려하는 모습도 아끼지 않았다. 특히 마지막 라운드에서 아깝게 퍼팅을 놓쳐 공동 2위가 된 더스틴 존슨에 대해서는 우승 후 인터뷰에서 “그의 감정을 충분히 이해한다”며 위로의 말을 전하기도 했다. 또 마침 이날 ‘아버지의 날’을 맞아 “이번 우승은 오로지 아버지의 몫”이라고 말해 가정을 최우선으로 여기는 미국 사회에 잔잔한 감동을 전했다고 CNN은 전했다. 무엇보다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의 몰락을 틈타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 저스틴 로즈(잉글랜드) 등 유럽 선수들이 득세하고 있는 미 프로 골프계에서 스피스가 올해 미국에서 열린 두 메이저 대회를 잇달아 석권한 것 자체에 미국인들은 열광하는 분위기다. 뉴욕타임스는 “스피스가 미국 팬들의 기대를 짊어지고 7월 영국 스코틀랜드에서 열리는 브리티시 오픈 대회도 정복할지 주목된다”고 전했다.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 2015-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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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분석]美흑인교회 총격, 퍼거슨 소요사태와 다르게 전개되는 까닭은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 주 찰스턴 시 흑인 교회를 노린 백인 우월주의자의 총기 난사 사건이 지난해 미주리 주 퍼거슨 시 사태 등 기존의 흑인 사망 사건과는 다른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퍼거슨 사태가 경찰의 과도한 법집행 논란 등 백인 주도의 공권력에 문제의 초점이 맞춰졌다면 이번 사건은 미국에 엄존한 흑백 갈등의 역사적, 사회적 뿌리에 문제가 닿아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사건 발생지인 찰스턴이 갖는 역사적 위상과 무관치 않다. 찰스턴은 남북전쟁이 발발한 곳이자 링컨 전 대통령의 노예 해방정책에 반대한 남부연합군의 핵심 도시였다. 미국 흑인 노예들에게는 ‘영혼의 무덤’으로 인식돼 왔다. 찰스턴 시내에는 1800년대 후반까지 노예 시장이 번성했고 흑인 노예들은 찰스턴 인근 ‘매그놀리아 플랜테이션’ 등 대규모 농장에서 쌀농사에 동원돼 평생 일하다 죽어갔다. 반면 백인들에게는 과거 유럽의 지주처럼 대저택을 짓고 호사롭게 살았던 ‘과거의 영광’이 서린 곳이다. 이번 사건의 피의자 딜런 루프가 사건 전 자신의 자동차 번호판에 과거 남부연합군 깃발을 새겨 넣은 것도 이런 백인들의 정서를 반영한다. 찰스턴이 속한 사우스캐롤라이나를 비롯해 앨라배마, 조지아 등 미 남부 핵심 주가 백인 위주의 보수 세력과 흑인의 갈등이 여전한 ‘딥 사우스(deep south)’로 불리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때문에 워싱턴포스트 등 미 유력 언론은 이번 사건으로 흑백 갈등이 다시 한번 폭발하는 것 아니냐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로 이번 사건 자체에는 흑백 모두 애도하는 분위기지만, 정작 이번 사건을 계기로 사우스캐롤라이나 주 의회 청사에 아직 걸려 있는 남부연합군 깃발을 내려야 한다는 주장엔 흑백이 첨예하게 엇갈리고 있다. 지난해 말 찰스턴의 한 지역 매체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남북전쟁을 기억하자는 취지에서 걸린 이 깃발이 오히려 흑백 갈등을 조장하는 만큼 내려야 한다’는 지적에 흑인들의 61%는 찬성했지만, 백인들의 73%는 반대했다. 심지어 공화당 내부에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을 정도다. 밋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는 20일 “당장 주 의회 청사에서 남부연합군 깃발을 내려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보수파의 상징인 테드 크루즈 공화당 상원의원은 21일 CNN 인터뷰에서 “이는 역사적 전통과 사실에 대한 문제인 만큼 주민들이 결정할 문제”라고 말했다. 한편 총기 난사로 흑인 9명이 숨진 찰스턴 이매뉴얼 아프리칸 감리교회는 21일 다시 문을 열고 흑백 갈등을 치유하고 서로 용서하자는 취지의 예배를 올렸다. 총격으로 숨진 클레멘타 핑크니 목사 대신 연단에 오른 노블 고프 방문 목사는 시종 눈물을 흘리며 “많은 이들은 우리가 폭동을 일으킬 것으로 예상했지만 그것은 우리를 잘 모르는 것이며 우리는 희생자들의 피로 정의를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신자들은 처음엔 울었지만 점차 찬송가와 영가에 맞춰 춤추고 노래하면서 흑인 특유의 영적인 무대를 만들어냈다고 CNN은 전했다.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 2015-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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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파원 취재노트]“용서합니다”… 흑인유족의 참된 용기

    미국을 충격에 빠뜨린 사우스캐롤라이나 주 찰스턴 시 이매뉴얼 아프리칸 감리교회 총기 난사 사건의 피의자 딜런 루프(21)에 대한 약식 재판이 열린 19일 노스찰스턴 법원. 구치소에 수감 중인 루프가 화상을 통해 재판에 나서자, 이 사건으로 숨진 흑인 9명의 유족들은 방청석에서 피의자에게 직접 이야기할 기회를 얻었다. 팽팽한 긴장감을 깨고 희생자 미라 톰프슨의 남편인 앤서니 톰프슨이 먼저 입을 열었다. “나는 당신을 용서하고 우리 가족도 당신을 용서한다. 당신은 우리의 용서를 참회의 기회로 삼아 지금보다 더 나은 사람이 되기를 바란다.” 분노와 고함보다는 슬픔을 속으로 꾹꾹 눌러 용서의 메시지를 전하자 재판장은 술렁이기 시작했다. ‘용서 릴레이’는 계속됐다. 사고로 아들을 잃은 펠리시아 샌더스는 “당신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람들을 죽였다”면서도 “내 몸에 있는 살점 하나하나가 모두 아프고 나는 (사고) 이전처럼 살아가지 못하겠지만 하나님께서 당신에게 자비를 베풀기를 기도하겠다”며 힘겹게 말했다. 어머니가 숨진 네이딘 콜리어는 “엄마를 다시 안을 수 없고 함께 얘기를 할 수도 없다. 많은 이들이 당신 때문에 고통스럽지만 하나님은 당신을 용서할 것이고 나도 당신을 용서한다”고 했다. 루프는 잠시 고개를 끄덕거리며 반응했다. 범행 전 백인 우월주의를 조장하는 2400여 단어 분량의 ‘마지막 로디지아인’이라는 웹 문서까지 작성한 것으로 알려진 그는 유족들의 예상치 못한 용서 메시지에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다고 워싱턴포스트는 전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평범한 재판 현장이 화합과 치유의 생생한 증언장이 됐다”고 전했다. 루프의 가족은 관선 변호인을 통해 발표한 성명에서 “사태가 충격적이고 슬프고 믿기지 않는다”며 사죄하는 마음을 유족들에게 전했다. 사건 직후 “아직 미국에 인종차별이 존재한다”며 분노했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20일 자신의 트위터에 “희생자 가족의 반응에서 미국인의 선량함이 묻어나온다. 끔찍한 비극의 한가운데에서도 품위와 선량함이 빛난다”고 말했다. 슬픔에 대처하는 방식에서 한 사회의 수준이나 국격이 드러날 수 있다. 2013년 보스턴 마라톤 테러사건 후 시의 구호가 ‘보스턴은 강하다(Boston Strong)’가 된 것처럼, 오히려 슬픔을 통해 사회가 결속하고 한 단계 성숙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조지프 라일리 찰스턴 시장은 20일 “증오로 가득 찬 사람이 미친 생각을 품고 찾아왔지만 이 공동체는 분리되지 않은 채 오히려 더 단단하게 결속하고 사랑하고 있다”고 말했다. 동시에 과연 우리는 이 같은 사건이 발생하면 얼마나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지난해 ‘세월호 참사’나 현재 진행 중인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에서 보듯이 우리는 여전히 너무 쉽게 흥분하고 남을 비난하는 것은 아닌지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다.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 2015-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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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총기난사 사건 유족들 “당신을 용서합니다”…슬픔극복에서 국격을 보다

    미국을 충격에 빠뜨린 사우스캐롤라이나 주 찰스턴 시 이매뉴얼 아프리칸 감리교회 총기 난사 사건의 피의자 딜런 로프(21)에 대한 약식 재판이 열린 19일 노스찰스턴 법원. 구치소에 수감 중인 로프가 화상을 통해 재판에 나서자, 이 사건으로 숨진 흑인 9명의 유족들은 방청석에서 피의자에게 직접 이야기할 기회를 얻었다. 팽팽한 긴장감을 깨고 희생자 미라 톰슨의 남편인 앤서니 톰슨이 먼저 입을 열었다. “나는 당신을 용서하고 우리 가족도 당신을 용서한다. 당신은 우리의 용서를 참회의 기회로 삼아 지금보다 더 나은 사람이 되기를 바란다.” 분노와 고함보다는 슬픔을 속으로 꾹꾹 눌러 용서의 메시지를 전하자 재판장은 술렁이기 시작했다. ‘용서 릴레이’는 계속됐다. 사고로 아들을 잃은 펠리시아 샌더스는 “당신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람들을 죽였다”면서도 “내 몸에 있는 살점 하나하나가 모두 아프고 나는 (사고) 이전처럼 살아가지 못하겠지만 하나님께서 당신에게 자비를 베풀기를 기도하겠다”며 힘겹게 말했다. 어머니가 숨진 네이딘 콜리어는 “엄마를 다시 안을 수 없고 함께 얘기를 할 수도 없다. 많은 이들이 당신 때문에 고통스럽지만 하나님은 당신을 용서할 것이고 나도 당신을 용서한다”고 했다. 로프는 잠시 고개를 끄덕거리며 반응했다. 범행 전 백인 우월주의를 조장하는 2400여 단어 분량의 ‘마지막 로디지아인’이라는 웹 문서까지 작성한 것으로 알려진 그는 유족들의 예상치 못한 용서 메시지에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다고 워싱턴포스트는 전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평범한 재판 현장이 화합과 치유의 생생한 증언장이 됐다”고 전했다. 로프의 가족은 관선 변호인을 통해 발표한 성명에서 “사태가 충격적이고 슬프고 믿기지 않는다”며 사죄하는 마음을 유족들에게 전했다. 사건 직후 “아직 미국에 인종차별이 존재한다”며 분노했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20일 자신의 트위터에 “희생자 가족의 반응에서 미국인의 선량함이 묻어나온다. 끔찍한 비극의 한가운데에서도 품위와 선량함이 빛난다”고 말했다. 슬픔에 대처하는 방식에서 한 사회의 수준이나 국격이 드러날 수 있다. 2013년 보스턴 마라톤 테러사건 후 시의 구호가 ‘보스턴은 강하다(Boston Strong)’가 된 것처럼, 오히려 슬픔을 통해 사회가 결속하고 한 단계 성숙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조지프 라일리 찰스턴 시장은 20일 “증오로 가득 찬 사람이 미친 생각을 품고 찾아왔지만 이 공동체는 분리되지 않은 채 오히려 더 단단하게 결속하고 사랑하고 있다”고 말했다. 동시에 과연 우리는 이 같은 사건이 발생하면 얼마나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을까하는 생각도 들었다. 지난해 ‘세월호 참사’나 현재 진행 중인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에서 보듯이 우리는 여전히 너무 쉽게 흥분하고 남을 비난하는 것은 아닌지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다.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 2015-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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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토요판 커버스토리]질병관리본부 해부

    “늑장 대응으로 국민을 위험에 빠뜨리는 것보다는 과잉 대응으로 욕먹는 게 낫다. 지금 즉시 국방부에 군 병력 투입을 요청해 달라.” 신종 바이러스 발생을 보고받은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센터장의 행보엔 거침이 없다. 매뉴얼에 따라 군사작전에 버금갈 정도로 신속하게 역학조사관을 투입한다. 이때부터 모든 바이러스와 환자 정보는 미국 조지아 주 애틀랜타에 위치한 CDC 상황실로 모인다. 국방부 재무부 환경부 연방재난청 등 정부 각 부처는 협력 인원을 즉시 파견한다. 센터장은 전권을 가지고 방역작전을 진두지휘한다. 9·11테러 당시 뉴욕지역 소방대장이 작전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한 것과 흡사하다. 감염병 위기 단계를 격상하거나 군대 파견 및 지역 통제 여부를 판단하는 것도 센터장의 몫이다. 센터장이 대통령 또는 보건장관에게 보고하기 위해 상황실을 나서는 경우는 거의 없다. 국방장관이 펜타곤에서 전쟁을 지휘하듯 말이다. 상부 보고는 대개 ‘선(先)조치 후(後)보고’로 이뤄지고, 그것도 대면보고가 아니라 서면보고가 대부분이다. ‘특수 영역은 전문가에게 맡긴다’는 미국 사회의 인식이 고스란히 시스템에 녹아 있는 것이다. 국민들에게 정확한 상황을 알리기 위해 수차례 언론 브리핑에 나서는 것도 센터장의 몫이다. 반면 대한민국의 질병관리본부는 이번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에서 초라한 민낯을 그대로 드러냈다. 첫 환자 발생 후 수일간은 의사 출신 질병관리본부장 주도로 방역작전이 진행됐다. 하지만 보건복지부 장관이 해외 순방에서 돌아온 23일 이후에는 비전문가인 행정관료들을 이해시키고, 지원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쏟아야 했다. 충북 청주시 오송읍 질병관리본부 상황실보다는 서울 충정로의 장관 집무실, 세종시 복지부 청사, 국회에 머문 시간이 더 많았을 정도다. 급기야 환자가 급증한 이후에는 본부장이 주요 의사결정에서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민들과 대면하는 일일 브리핑에서도 본부장의 얼굴은 볼 수 없었다. 전문가가 껍데기 역할밖에 할 수 없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미국 CDC에서 6년 동안 근무했던 탁상우 미 국방부 수석역학조사관은 “톰 프리든 미국 CDC 센터장은 지난해 에볼라 환자가 늘면서 비난 여론에 시달렸지만, 미국 정부는 그에게 국민들의 신뢰를 되찾을 수 있는 기회를 줬다”며 “하지만 한국 정부는 질병관리본부장에게 충분한 권한을 주지도 않았다. 국민들이 정부를 불신하게 만든 원인 중 하나가 됐다”고 지적했다.   ▼ 지휘-인사권-예산-전문성 ‘4無 본부’… 수술없인 또 당한다 ▼“메르스가 종식되더라도, 현 조직 체계로는 다른 신종 감염병에 또 당할 수밖에 없다.” 메르스 사태는 한국 보건 시스템의 후진성을 그대로 드러냈다. 국내 1% 수재집단인 의료인들이 여러 벽에 막혀 전문성을 발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전문가를 중심으로 즉각대응팀을 만들어 전권을 부여하겠다”고 했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보건복지부 산하 중앙메르스대책본부, 청와대 내 메르스긴급대책반, 국민안전처 산하 범정부메르스대책지원본부 등 이미 행정관료 중심의 태스크포스(TF)가 양산돼 전문가가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수 없는 환경이 조성됐기 때문이다. 감염병 통제의 중심이 돼야 할 질병관리본부의 역할이 유명무실했다는 것이다.본부장 차관급 격상 없이는 문제 계속 현재 질병관리본부장은 1급(실장급)이다. 그 위치로는 각 부처의 역할을 조정하고 적재적소에 자원을 투입하면서 위기상황에 대응하기 어렵다. 예를 들어 질병관리본부장이 병원 봉쇄, 강제 격리 등 선제적 격리 조치에 나서야겠다는 판단을 해도 경찰, 지방자치단체의 협조 없이는 이행이 어렵다. 군의관, 간호장교 등 군 인력 차출이 필요할 때도 마찬가지다. 선제적 조치보다는 기존 매뉴얼을 수동적으로 따를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얘기다. 보건당국이 ‘환자와 2m 이내에서 1시간 이상 접촉해야 감염된다’는 세계보건기구(WHO)의 지침을 무비판적으로 따른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탁상우 미 국방부 수석역학조사관은 “신종 바이러스는 위험도를 정확히 알 수 없기 때문에 최고 수준의 대응을 준비해야 하는데, 한국의 질병관리본부장은 책임지지 못할 수준의 선제적 조치에 절대 나설 수 없는 상황이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질병관리본부가 메르스 통제의 중심에 서지 못한 것이 초기 역학조사 부실로 이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신종 감염병은 살인사건처럼 초기 역학조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하지만 질병관리본부장은 현장에 전념하기 어려웠다는 게 중론이다. 연금 전문가로 보건 분야가 생소한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 주로 사회복지 업무를 담당했던 장옥주 차관을 보좌하기 위해 대책반에 불려 들어오는 경우가 잦았기 때문이다. 대책반을 지휘하는 장차관을 이해시키고 설득하고 대응지침을 받는 데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리면서 상황이 지체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불려가서 보고를 하는데도 너무 많은 시간을 썼다는 지적도 나온다. 살인현장을 누비고 연구실에서 퍼즐을 맞추는 데 시간을 보내야 할 사람들이 현장보다는 과외 업무에 더 치중할 수밖에 없는 국내 시스템이 근본적인 문제다. 질병관리본부장을 차관급으로 격상해 청으로 독립시키거나, 보건복지부 내 보건2차관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보건 요직 행시 출신 장악 질병관리본부에 우수한 보건행정 인력이 모이지 않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감염병 발생 초기 데이터를 수집하고 조직해 문제 해결 방안을 제시하는 유능한 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질병관리본부장은 사실상 본부 인사권을 행사하지 못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인사과장을 지낸 한 고위 관료는 “보건복지부 장관이 인사를 하고, 남은 인원을 산하로 보낸다. 그래서 잘나가는 보건복지부 관료는 질병관리본부로 가기 어렵다”고 말했다. 질병관리본부를 지휘하는 보건복지부의 보건 분야 요직을 비전문가가 수행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현 보건복지부의 실장급(1급) 4명 중 의사 출신은 단 1명도 없다. 보건의료정책실 소속 국장(2급) 3명 중 보건 전문가는 공공보건정책관 1명뿐. 심지어 건강증진기금을 운영하는 건강정책국장도 비보건 전문가다. 질병정책과, 응급의료과 등 전문 분야도 비의료인 출신이 맡고 있다. 보건 없는 보건복지부라는 말은 이래서 나온다. 질병관리본부의 요직을 지낸 한 보건 전문가는 “의약분업 이후 이해당사자가 업무를 맡으면 안 된다는 논리로 의사 출신들을 전문 업무에서 배제시켰는데, 지금은 그 부작용이 심하다”며 “행시 출신 보건복지부 관료들은 병원에 대한 영향력, 보건소에 대한 예산권이 있는 보건 분야를 놓지 않으려 할 것이다”고 말했다.연구 역량, 비정규직에 의존 질병관리본부의 보건행정 능력뿐만 아니라 연구인력의 역량도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건복지부가 우수한 정규 인원을 충원해주지 않다 보니 질병관리본부는 연구비, 사업비로 비정규 연구원을 채용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그 결과 비정규 직원이 269명으로 정규직(156명)보다 많다. 더 큰 문제는 비정규직이 석·박사 학위를 가진 경우가 많아 정규직보다 능력과 스펙이 더 뛰어난 경우가 많다는 것. 이종구 서울대 의대 이종욱글로벌의학센터 소장은 “석·박사 출신 비정규직들이 자신보다 스펙은 떨어지는데 권한은 더 많은 정규직 직원들과 함께 생활하다 보니 조직이 불안정하다”며 “게다가 질병관리본부가 서울에서 충북 청주시 오송으로 이전하면서 우수한 정규직 확보가 더 어려워졌다”고 지적했다. 의사 인력을 보충하기 위해 특수 수당 등 유인장치가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전병률 연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박정희 대통령이 KAIST를 만들 때 선제적으로 외국 박사들을 스카우트했다. 질병관리본부의 역량을 키워 미래 감염병에 대처하려면 우수한 의사 인력을 끌어들이기 위한 특단의 대책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세계보건기구(WHO) 등 국제기구 파견인력이 부족해 세계적 감염병 추세에 대응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병원 내 감염 관리 조직 없어 질병관리본부에 ‘병원 내 감염’을 관리하는 전담 조직이 없는 것도 문제다. 2003년까지는 세균질환부 산하에 병원감염과가 있었지만 2004년 질병관리본부 출범 이후 사라졌다. 이종구 소장은 “당시 병원감염과의 명칭을 약제내성과로 바꿨다. 병원감염 관리를 하지 않고 항생제 내성만 관리하는 과로 축소시킨 것이다”며 “인력이 부족해도 의지를 가지고 해당 과를 발전시켰다면 메르스 사태를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는 감염병관리과가 존재하지만 급성전염병 관리, 곤충매개 전염병 관리에 치우쳐 있다. 그뿐만 아니라 감염병관리과장은 홍보 업무도 겸하고 있어 ‘병원 내 감염 관리’ 업무까지 집중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국내 메르스 확진환자의 대부분은 병원 안에서 나온 것을 감안하면 심각한 구조적 결함이 아닐 수 없다. 200병상 이상 병원은 감염관리실을 운영하게 돼 있지만 이 제도는 메르스 앞에서 사실상 유명무실했다. 보건당국의 병원 감염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은 셈이다. 실제로 전국병원감염감시체계(KONIS)에 따르면 2013년 7월부터 2014년 6월까지 400병상 이상의 94개 병원 166개 중환자실에서 총 2843건의 병원감염이 발생하기도 했다. 감염병 발생 후에야 뒷북 예비비 투입 땜질식 예산 처방도 신종 감염병을 막기 어려운 이유 중 하나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올해 보건복지부의 감염병 관련 예산은 총 4024억 원이지만 고정비 비중이 높아 신규 사업을 펼치기 어려운 실정이다. 신종 전염병 대응체계 강화 사업 예산은 2007년 153억 원에서 올해 34억 원으로 급감했다. 국가격리시설 운영사업비도 2013년 11억2900만 원에서 올해 9억1200만 원으로 줄었다. 이번 메르스 사태에서도 정부는 16일 505억 원을 예비비로 긴급 지원해야 했다. 큰 문제가 터지고 국가적인 이슈로 부상한 이후 부랴부랴 ‘예비비’ 등으로 뒷수습을 하는 행태가 재연된 것이다. 예산 부족은 신종 감염병이 발생했을 때 과감한 선제적 조치를 하기 어렵게 만들기도 한다. 강제 격리조치를 할 경우 생계비 등 피해보상 청구가 들어올 수 있기 때문이다. 보건당국으로선 향후 예산 마련의 어려움 때문에 강력한 격리 조치를 머뭇거리는 것이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재해를 대비해서 농산물 매입과 농가 보전 비용을 예산에 포함시키는 것과는 대조적이다.질병관리본부 어떤 일 하나‘질병 예보관.’ 질병관리본부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국내에서 발생하는 모든 질병 현황을 수집하고 분석해 위험도를 국민들에게 알리는 것이다. 마치 기상청이 매일 날씨 정보를 수집해 발표하는 것과 흡사한 역할이다. 뇌염모기 주의보 등을 발령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질병 예보는 예방접종 확대 등 후속 조치로 이어진다. 해외에서 발생하는 신종 감염병의 데이터를 수집하고 국내 유입에 대비하는 것도 질병관리본부 역할이다. 이 때문에 세계보건기구(WHO),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등 세계 각국의 보건당국과 직접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다. 또 하나의 중요한 업무는 전 세계에서 발생한 질병이 국내로 유입되는 것을 막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전국 13개 공항과 항구의 국립검역소에 330명의 검역관이 일하고 있다. 2012년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시작된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도 질병관리본부의 레이더망에 걸려 있었지만 끝내 국내 유입을 막지는 못했다. 이 밖에도 질병관리본부 산하 국립보건연구원에서는 다양한 생명 관련 연구개발(R&D)이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질병관리본부에서는 현실적인 제약으로 백신 개발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 美 센터장 아래 4각 편대… 부처 지휘-軍동원 요청권까지 ▼미국의 질병통제예방센터(CDC), 프랑스의 국립보건통제센터(INvS), 일본의 국립감염증연구소 등 외국의 기관들은 한국의 메르스 사태에 초긴장 상태다. 전염병이 돌 때 이 기관들은 탄탄한 조직력을 기반으로 신속한 의사 결정과 강력한 초동 대처를 해왔다.세계의 전염병 경찰, 미국의 CDC 미국 CDC는 2013년 7월부터 메르스가 미국에 상륙할 것에 대비해 의심환자를 처리하는 절차와 점검 사항을 매뉴얼로 만들어 미국 각지의 병원에 보냈다. 이 매뉴얼은 미국에서 메르스 환자가 발생했던 지난해 5월 위력을 발휘했다. 첫 메르스 의심환자가 들렀던 인디애나 주 먼스터의 한 지방 병원은 응급실이 아닌 격리 진료실에서 초동 진료를 하는 등 매뉴얼대로 처리했다. 확진 판정이 나온 즉시 의료진 50여 명도 격리됐다. 그 결과 2차 감염자가 나오지 않았다. 이처럼 기민한 병원의 대응은 CDC가 선도했다. 캐서린 대니얼 CDC 커뮤니케이션실장은 동아일보와의 e메일 인터뷰에서 “만일 메르스가 미국에서 또 발생한다면 ‘호흡기 질환 센터’를 축으로 신속대응팀을 구성하고 연방 정부 차원의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CDC의 신속대응팀은 전염병 대책본부를 주축으로 유관 조직들을 동원하는 태스크포스(TF)다. CDC는 전염병 대책본부를 포함해 보건위생본부, 비전염성 질병 대책본부, 보건대책 지원본부 등 크게 4개의 본부로 구성되어 있다. 4개 본부는 토머스 프리든 CDC 소장이 직접 지휘한다. 대니얼 실장은 “국가적 수준의 보건 위험 요소에 대응하도록 조직이 맞춰져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이 에볼라에 이어 메르스를 조기에 수습하기까지 CDC 인력은 중추 역할을 해왔다. 1946년 말라리아를 퇴치하기 위해 처음 설립된 CDC는 세계보건기구(WHO)보다도 2년 먼저 설립됐다. 세계 최초의 대규모 전염병 퇴치 기구인 셈이다. 계약직까지 합쳐 1만5000여 명이 근무하는 CDC에서 3000명은 각 분야의 전문성을 검증받은 의사 출신이다. 이들은 미국을 넘어 세계의 전염병 경찰로 활동하고 있다. 미국에서 전염병 환자가 발생하면 CDC는 24시간 안에 역학조사팀을 파견한다. 역학조사팀은 다른 나라에도 나간다. 메르스, 조류인플루엔자, 원숭이천연두 같은 새로운 질병이 발생하는 곳이면 당사국의 요청을 받아 24시간 내에 역학조사관을 보낸다. 세계 어디든 갈 수 있게 대기하고 있는 역학조사팀의 인력만 300명이 넘는다. 2004년 사스가 발병했을 때도 CDC는 사스를 정확히 진단할 수 있는 진단법을 완성해 세계의 병원에 배포하기도 했다. CDC는 전염병이 돌지 않는 평상시에도 24시간 가동하는 비상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이 센터는 메르스 의심환자를 진료하는 병원들로부터 비상 연락을 받는다. 또 메르스 같은 전염병 의심환자의 경우 CDC가 마련한 ‘감염 기준표’를 참고해 감염 여부를 판단해 달라는 당부를 수시로 병원에 전파한다. 한국의 메르스 사태와 관련해 CDC는 인터넷 홈페이지를 중심으로 각종 방역 대책과 매우 구체적인 대응 프로그램 및 매뉴얼을 공개하며 주의를 당부하고 있다. 이 같은 활동에는 보건 기구로는 천문학적인 예산이 투입된다. 올해 CDC 예산은 66억700만 달러(약 7조3300억 원)다. CDC 산하 기구인 독성물질·질병등록(ATSDR) 프로그램까지 합치면 전체 예산은 113억 달러(약 12조5000억 원) 선이다. 이는 WHO의 연간 예산(40억 달러)의 3배에 가깝다. 예산은 펀드 형식으로 모으기도 한다. 올해 예산 중 ‘질병예방 공중보건 펀드’로 8억1000만 달러를, ‘공중보건 서비스 평가 펀드’로 3억9700만 달러를 조성했다. 이런 예산을 쓰는 CDC에 미국은 질병 컨트롤타워의 임무를 계속 맡겨왔다. 지난해 10월 15일 에볼라 환자를 치료하던 간호사 2명이 양성 판정을 받자 프리든 소장은 “지금까지 주 정부와 보건기관에 일임했던 방역 대책을 이 순간부터 CDC 주도하에 국가 차원으로 격상시키겠다”고 밝혔다. CDC가 컨트롤타워가 되면서 미국은 에볼라 사태 발발 후 43일 만에 에볼라 사태 종료를 선언했다. 에볼라 감염 환자 11명 중 2명이 사망했지만 9명은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살아 나갈 수 있었다. 세계 주요국은 새로운 전염병 창궐에 대비해 CDC를 벤치마킹한 조직을 창설해왔다. 중국의 경우 2002년 CDC를 본떠 중국질병통제센터(CCDC)를 만들었다. CCDC에는 현재 4000여 명의 인력이 근무하고 있다. CDC는 2004년 CCDC와 공동으로 에이즈 발병률이 높은 허난, 안후이, 헤이룽장 성 등 중국 10개 지방에서 에이즈 감시와 환자치료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도 했다.신속 소통, 결정을 모토로 삼는 INvS 프랑스는 1998년 광우병 위기 이후에 INvS를 창설했다. 메르스, 광우병, 에볼라, 식품 오염, 열대성 질병에 대한 경보를 내리고 비상사태에 질병을 통제하며 바이러스를 추적하는 역할을 하는 정부기관이다. INvS의 상황실은 공무원이 아닌 전문 의료진이 모든 통제의 책임을 진다. 또한 전국 각지의 병원 의사들 및 감염 전문가들과 신속히 정보 교류를 하며, 응급구조대(SAMU)에서 올라오는 각종 정보도 즉각 전달된다. 상황실 근무자가 메르스 의심사례에 대한 신고를 접수하면 상황실의 전문가들은 짧은 토론을 거쳐 격리조치 같은 즉각적인 결정을 내린다. INvS는 지역의 감염예방 전문가 및 현장 의사들과 끊임없이 정보를 교환하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2013년 5월에 첫 메르스 환자가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체류하다가 귀국한 65세의 환자가 북부 도시 릴의 한 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던 도중 한 달 만에 숨졌다. 확진 판정을 받기 전에 병실을 같이 썼던 다른 50대 환자도 감염됐다. INvS는 즉시 확진환자를 격리하고, 이 병원에서 접촉했던 모든 사람을 추적했다. 이후 같은 해 10월까지 메르스 의심환자들을 추적하고 바이러스와의 전쟁을 벌여 결국 확진환자는 2명에 그쳤다. 첫 메르스 확진환자가 발생하자마자 INvS에는 위기대책상황실이 설치됐다. 24시간 가동되는 상황실에는 모든 포스트에 팀원을 2배로 늘렸다. 또한 수십 명의 감염 질병 관련 전문가가 소집돼 컴퓨터와 전화기를 앞에 두고 새로운 발생경로를 최대한 빨리 찾아내기 위한 합동 작전을 벌였다. 당시 소집된 전문가들에는 호흡기 감염뿐만 아니라 열대질병, 광우병 등을 연구해온 전문가들도 포함됐다. 전국적 비상상황이었기 때문이다. 프랑스 일간 르피가로는 당시 상황실의 현장을 생생하게 소개하는 기사를 실었다. INvS의 감염예방 책임자 브뤼노 쿠아냐르 박사는 당시 “상황실에서 전문가들이 의심 사례 분류에 대한 정보를 충분히 교환하고 의사 결정은 빠르게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전문가 아롤드 노엘 박사는 “전국의 병원과 투명하고 신속한 의사소통을 하는 것이 질병을 막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상황실 근무자들은 “열나는 아이를 집에서 돌봐도 되느냐”는 등 사소한 질문에도 응답했다.대책 수립 기관인 일본의 국립감염증연구소 일본에서 메르스 같은 질병이 발생하면 후생노동성이 국립감염증연구소와 함께 전면에 나선다. 후생노동성 산하 연구소인 국립감염증연구소는 1947년 설립된 국립예방위생연구소를 전신으로 하며 직원은 300명가량이다. 이 연구소는 결핵 장티푸스 일본뇌염 인플루엔자 등 각종 감염증 질환을 연구하고 항생제와 백신을 개발하고 관리하는 곳이다. 또 해당 질병이 일본 내에 들어오는지를 감시하고 후생노동성과 함께 예방 대책을 수립하기도 한다. 메르스의 경우에도 연구소는 약 2년 전부터 감염 사례를 분석해 어느 정도 위험하고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10여 차례에 걸쳐 자료를 공개하고 수정해왔다. 또 WHO와 같은 외국의 질병 정보를 제공하고 지방 위생연구소 등이 정보를 찾아볼 수 있도록 도와준다. 메르스 사태에서도 연구소는 중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후생노동성에서 발표한 메르스 대책에 따르면 의심환자 사례가 지역 보건소에 접수될 경우 즉시 지정 의료기관에 옮기고 채취한 검체를 지방 위생연구소에 보내도록 했다. 검체는 이후 국립감염증연구소 바이러스 제3부로 옮겨지고 연구소는 양성 여부를 후생노동성에 보고해야 한다. 오이시 가즈노리(大石和德) 국립감염증연구소 감염증역학센터장은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전염병 정보를 수집해 위험도를 평가하고 대책을 수립하는 것이 연구소의 역할”이라며 “메르스의 경우 국민들에게 어떤 상태이며 한국 여행을 해도 되는지 등의 정보를 적극 전달하고 있다”고 말했다.유근형 noel@donga.com·이샘물 / 이진한 기자·의사 / 워싱턴=이승헌 / 파리=전승훈 / 도쿄=장원재 특파원}

    • 2015-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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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윤병세 외교부 장관 “한미 정상회담 2015년내 성사될 것”

    한미 양국이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로 연기된 한미 정상회담을 올해 내 개최한다는 전제로 본격적인 일정 조율에 들어갔다. 방미 중인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15일(현지 시간) 오후 미국 워싱턴에서 수전 라이스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만나 박근혜 대통령의 방미 시기와 의제 등을 놓고 30여 분간 의견을 교환했다. 윤 장관은 라이스 보좌관을 만난 뒤 워싱턴 특파원들과 간담회를 갖고 “(우리는 물론이고) 미국 정부도 연내 가장 빠른 시기에 정상회담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며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실무진이 정상회담을 위한 일정 조율과 관련해 상당히 많은 검토를 하고 있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윤 장관은 이어 “머지않은 장래에 양측이 정상회담을 위해 편하다고 생각하는 시기들을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며 “미 측은 ‘한미 양국이 최상의 관계에 있다’고 말했으며 정상회담이 개최되면 양국 간 포괄적 문제를 논의해 그 결과가 구체적인 문서로 나올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워싱턴 외교 소식통은 “한미동맹을 확인하는 차원에서라도 예상보다 이른 시기에 정상회담 일정이 확정될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다만 9월 워싱턴에서 오바마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미중 정상회담이 열리는 만큼 9월은 피해 일정이 잡힐 것으로 안다”고 내다봤다. 정상회의 의제로는 북한 및 북핵 문제가 최우선으로 거론될 것으로 보인다. 윤 장관은 “한미 양국은 북한과 북핵 문제에 대해 일치된 메시지를 보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정상회담에서도 가장 중요한 의제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일 과거사 문제에 대해서는 “한미 정상회담 의제라기보다는 미국이 관심을 갖고 우리에게 (상황을) 물어보고 있고 우리도 나름의 입장과 한일 양국 관계 개선을 위한 노력을 설명하고 있다”고 말해 정상회담에서 비공식 의제로 논의될 것으로 전망했다. 박 대통령이 12일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위안부 문제에 상당한 진전이 있었다’고 언급한 데 대해서는 “문제를 해결하려면 현재 진행 중인 양국 간 국장급 협의 등 다양한 노력을 더욱 가속화해야 한다”며 지나친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이에 앞서 윤 장관은 이날 어니스트 모니즈 미국 에너지장관과 워싱턴 에너지부에서 개정된 한미원자력협정 서명식을 가졌다. 4월 22일 서울에서 협상 타결과 함께 가서명한 이후 양국 정부 차원의 절차를 마무리한 것. 주요 내용은 △우라늄 농축과 사용후핵연료 재처리의 부분적 연구(조사 후 시험, 전해환원) △원전 기술 수출의 포괄적 동의 △의료용 방사선 동위원소 생산 등이다. 협정문은 “이전된 핵물질과 장비, 구성품은 어떠한 군사적 목적을 위해서도 이용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어 원자력협정을 활용한 핵무기 개발 또는 핵실험 가능성을 원천 차단했다. 미 정부는 의회 심의를 받은 뒤 협정을 최종 발효할 계획이며 한국은 별도의 국회 승인 절차가 필요 없다.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 조숭호 기자}

    • 2015-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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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韓美 “20억원 펀드 조성해 기업R&D 지원”

    15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 인근 버지니아 주 알렉산드리아에서 개막한 ‘한미 제조업 혁신 포럼(AMIF·Advanced Manufacturing Innovation Forum)’에서는 양국 제조업 혁신 방안이 집중 논의됐다. 한국의 산업통상자원부와 미국 버지니아 주정부의 공동 주최로 사흘간 열리는 이번 포럼에는 산업부 이관섭 제1차관과 마크 워너 미 상원의원, 브루스 앤드루스 미 상무부 부장관, 그리고 한미 양국 기업 관계자 등 150여 명이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최근 미국의 경제성장을 이끄는 제조업 혁신의 현황과 전망을 공유했다. 또 한국의 ‘제조업 혁신 3.0 전략’과 양국 제조기업의 혁신 사례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특히 버락 오바마 미 행정부의 제조업 혁신 프로그램을 제안한 브루스 캐츠 브루킹스연구소 부원장은 “첨단 제조업은 서비스업 등 타 산업의 경쟁력을 향상시키고 고용 창출 및 지역 경제 활성화에 큰 영향을 미친다”며 제조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LS산전 이학성 부사장은 지능형 송배전 등 다양한 스마트 공장 시스템에 대한 사례를 발표했다. 한미 양국은 이번 포럼 기간에 제조업 혁신과 관련한 3건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키로 했다.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은 버지니아 주 첨단제조혁신센터(CCAM)와 연간 20억 원 규모의 매칭펀드를 조성해 한-버지니아 기업 간 공동 연구개발(R&D) 지원을 위한 MOU를 맺을 계획이다. 이 차관은 “경제 불확실성이 증가할수록 산업의 근간인 제조업의 혁신이 다른 경제 분야의 혁신을 이끌 수 있다는 점을 한미 양국이 재확인했다”고 밝혔다.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 2015-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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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윤병세 “한미 정상회담 연내 성사될 것…최대 의제는 북핵”

    한미 양국이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로 연기된 한미정상회담을 올해 내 개최한다는 전제로 본격적인 일정 조율에 들어갔다. 방미 중인 윤병세 외교부장관은 15일(현지시간) 오후 미 워싱턴에서 수전 라이스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만나 박근혜 대통령의 방미 시기와 의제 등을 놓고 30여분 간 의견을 교환했다. 윤 장관은 라이스 보좌관을 만난 뒤 워싱턴 특파원들과 간담회를 갖고 “(우리는 물론) 미국 정부도 연내 가장 빠른 시기에 정상회담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며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실무진이 정상회담을 위한 일정 조율을 위해 상당히 많은 검토를 하고 있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윤 장관은 이어 “멀지 않은 장래에 양측이 정상회담을 위해 편하다고 생각하는 시기들을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며 “미 측은 ‘한미 양국이 최상의 관계에 있다’고 말했으며 정상회담이 개최되면 양국 간 포괄적 문제를 논의해 그 결과가 구체적인 문서로 나올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워싱턴 외교 소식통은 “한미동맹을 확인하는 차원에서라도 예상보다 이른 시기에 정상회담 일정이 확정될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다만 9월 워싱턴에서 오바마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미중 정상회담이 열리는 만큼 그 시기 앞뒤를 피해 일정이 잡힐 것으로 안다”고 내다봤다. 정상회의 의제로는 북한 및 북핵 문제가 최우선으로 거론될 것으로 보인다. 윤 장관은 “한미 양국은 북한과 북핵문제에 대해 일치된 메시지를 보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정상회담에서도 가장 중요한 의제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라이스 보좌관과는 북한이 (김정은의 현영철 인민무력부장 처형 등) 최근 특이한 행동들을 취한 이유가 무엇인지에 대한 분석을 공유하고 이 같은 행동들이 앞으로 한반도와 동북아 안보에 미칠 영향과 함의를 논의했다”고 덧붙였다. 한일 과거사 문제에 대해서는 “한미 정상회담 의제라기보다는 미국이 관심을 갖고 우리에게 (상황을) 물어보고 있고 우리도 나름의 입장과 한일 양국 관계 개선을 위한 노력을 설명하고 있다”고 말해 정상회담에서 비공식 의제로 논의될 것으로 전망했다. 박 대통령이 12일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위안부 문제에 상당한 진전이 있었다”고 언급한 데 대해서는 “문제를 해결하려면 현재 진행 중인 양국 간 국장급 협의 등 다양한 노력을 더욱 가속화해야 한다”며 지나친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이에 앞서 윤 장관은 이날 어니스트 모니즈 미국 에너지부 장관과 워싱턴 에너지부에서 개정된 한미원자력협정 서명식을 가졌다. 4월22일 서울에서 협상 타결과 함께 가서명한 이후 양국 정부 차원의 절차를 마무리한 것. 주요 내용은 △우라늄 농축과 사용후핵연료 재처리의 부분적 연구(조사 후 시험, 전해환원) △원전 기술 수출의 포괄적 동의 △의료용 방사선 동위원소 생산 등이다. 협정문은 “이전된 핵물질과 장비, 구성품은 어떠한 군사적 목적을 위해서도 이용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어 원자력협정을 활용한 핵무기 개발 또는 핵실험 가능성을 원천 차단했다. 미 정부는 의회 심의를 받은 뒤 협정을 최종 발효할 계획이며 한국은 별도의 국회 승인 절차가 필요 없다. 모니즈 장관은 협정문에 서명한 뒤 “미국과 한국의 파트너십은 (동북아) 지역의 평화와 안정에 절대적인 지주”라고 밝혔다.워싱턴=이승헌 특파원ddr@donga.com조숭호기자 shcho@donga.com}

    • 2015-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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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모성’의 힐러리 vs ‘뉴 부시’ 젭

    ‘모성’의 힐러리냐, ‘새로운 부시’를 내세운 젭이냐.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가 15일 공화당 후보로 2016년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하면서 민주당 대선 후보 선두를 달리고 있는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과의 대결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미 양대 정치 명문가의 운명을 건 두 후보가 기존과 다른 이미지 구축을 시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부시 전 주지사는 15일 자신의 정치적 고향인 플로리다 주 마이애미의 커뮤니티대학인 데이드 칼리지에서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그는 출마 연설에서 “교육 개혁과 사회적 취약 계층에 대한 기회 확대를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고 밝혔다. 앞서 14일 ‘더 나은 세상’이라는 제목으로 트위터에 올린 3분짜리 동영상에서 1999∼2007년 플로리다 주지사 재직 시절 추진했던 개혁 정책을 소개한 뒤 “더 나은 삶을 바라는 사람들 앞에 놓인 장벽을 제거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전통적인 공화당 지지 기반인 백인을 넘어 내년 대선에서 캐스팅보트로 떠오르고 있는 히스패닉 유권자 등을 겨냥한 외연 넓히기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분석된다. 뉴욕타임스는 “부시 전 주지사가 사회적 약자와 소수그룹을 배려하는 전략을 펼치며 친형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과는 차별화된 ‘전혀 다른 새로운 부시’라는 이미지 구축에 나섰다”고 평가했다. 13일 정치적 고향인 뉴욕에서 첫 대중 집회를 열고 본격적인 대선 행보에 나선 클린턴 전 장관은 기존의 차갑고 도시적인 이미지에서 벗어나 ‘따뜻한 어머니’라는 새로운 이미지 쌓기에 주력하고 있다. 이날 집회에서도 자신을 ‘평범한 미국인의 옹호자’라고 강조한 그는 부모의 버림을 받아 14세 때부터 가정부로 일했던 자신의 어머니 이야기를 소개하는 등 부쩍 대중 친화적인 모습을 보이려 노력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개인 e메일 계정 스캔들, ‘클린턴 재단’ 후원금 모금 과정 의혹 등으로 상처를 받은 클린턴 전 장관이 ‘서민의 대변자’라는 새로운 정치적 이미지를 필요로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부시 전 주지사와 클린턴 전 장관의 이 같은 행보는 최근 지지율 반등에 애를 먹고 있는 데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폭스뉴스의 4일 여론조사에 따르면 부시 전 주지사는 스콧 워커 위스콘신 주지사와 나란히 지지율 12%로 동률 1위를 기록하는 등 다른 공화당 주자들과 거의 차이가 없는 상황이다. 클린턴 전 장관은 2일 ABC뉴스와 워싱턴포스트가 공동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신뢰하지 않는다’는 응답 비율이 56%에 달해 ‘신뢰한다’는 응답(38%)보다 18%포인트나 높았다.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 2015-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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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짜 천재소녀’ 부친 “모두 제 책임”

    미국 하버드대와 스탠퍼드대 동시 합격을 주장했다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난 미 버지니아 주 토머스제퍼슨 과학고 김정윤 양의 아버지가 11일 허위 사실을 인정하고 사과했다. 김 양의 아버지 김정욱 넥슨 전무는 이날 워싱턴 특파원들에게 e메일을 보내 “사실이 아닌 내용으로 큰 물의를 일으켜 진심으로 죄송하다. 관련된 모든 분들께도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중앙일보 워싱턴 특파원 출신인 김 전무는 “실제로 모든 것이 다 제 잘못이고 제 책임”이라며 “그동안 아이가 얼마나 아프고 힘든 상태였는지 제대로 살피지 못한 점, 오히려 아빠인 제가 아이의 아픔을 부추기고 더 크게 만든 점을 마음속 깊이 반성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앞으로 가족 모두 아이를 잘 치료하고 돌보는 데 전력하면서 조용히 살아가겠다. 상황 파악이 끝나지 않아 일일이 설명드리지 못하는 점 용서해 달라”고 덧붙였다. 김 양이 어디가 아프고 힘들었는지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지만 미 최고 명문고 중 하나로 꼽히는 토머스제퍼슨 과학고에 재학하며 대학 진학을 앞두고 심한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았을 것이라는 게 한인 사회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일각에선 “김 양의 허위 주장이 과시욕과 함께 지나친 교육열과 학벌 지상주의에서 비롯됐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날 어머니와 함께 한국에 귀국한 김 양은 당분간 외부 접촉을 피하고 심리 치료 등을 받을 것으로 알려졌다. 김 양이 재학 중인 토머스제퍼슨 과학고는 지금까지 이번 사건에 대한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으나, 김 양 가족이 허위 사실을 인정한 만큼 조만간 어떤 식으로든 입장을 표명하는 방침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 2015-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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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6월 셋째주초 신임 법무장관 발표할듯

    박근혜 대통령은 다음 주로 예정됐던 미국 방문을 연기함에 따라 후속 인사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또 방미를 연기한 만큼 국내에서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를 조기에 끝내고 정부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다양한 행보를 구상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황교안 국무총리 후보자의 국회 인준 투표가 끝나는 대로 황 총리를 공식 임명하고, 황 총리의 제청을 받아 공석인 법무부 장관을 내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11일 “다음 주초쯤 후임 법무부 장관을 발표하지 않겠느냐”고 전망했다. 후임 법무부 장관에는 길태기 전 서울고검장과 곽상욱 감사원 감사위원, 노환균 전 법무연수원장, 안창호 헌법재판관 등이 거론되고 있다. 문제는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이다. 당청 갈등이 좀처럼 풀리지 않는 상황에서 당청 간 중재 역할을 해야 할 정무수석은 11일로 25일째 공석이다. 후임 정무수석으로 거론되는 상당수 인사들은 내년 4월 국회의원 총선거 출마를 염두에 두고 있어 후보군 자체가 적다. 공무원연금 개혁을 둘러싼 여야 협상 과정에서 청와대의 의사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만큼 중진급 정무수석이 필요하다. 하지만 마땅한 인물이 안 보인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의 다음 주 행보를 두고도 청와대가 고심하고 있다. 청와대 내부에선 박 대통령이 좀 더 적극적으로 메르스 확진환자 치료 병원을 방문해야 한다는 건의가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또 메르스 사태로 외국인 관광객이 급격히 줄고, 유치원 및 학교 휴업 사태가 길어지면서 학부모들의 혼란이 커지고 있는 만큼 주무 장관들이 메르스 후폭풍 수습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한미 정상회담 일정을 다시 잡는 것도 과제다. 하지만 익명을 요청한 미국 행정부 관계자는 이날 동아일보 기자와의 통화에서 “연초에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한 해 일정을 짜기 때문에 연내 한미 정상회담 일정을 다시 잡는 게 대단히 어렵다”며 “행사 전 5, 6개월이 필요하다”고 말해 연내 회담 재추진 가능성을 낮게 봤다.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 /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 2015-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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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 메르스에 좀더 차분하게 대응을” 美지한파의 충고

    “자가 격리 대상이면 집 밖에 나가지 말라는 뜻인데 어떻게 골프장에 가고 그럴 수 있는지 좀 이해가 안 된다. 내가 아는 한국에서 이런 말도 안 되는(senseless) 일이 벌어져 솔직히 말해 좀 놀라고 있다.” 주한미국상공회의소(AMCHAM) 회장을 지낸 태미 오버비 미 상공회의소 아시아 담당 수석부회장은 10일 워싱턴 시내에서 기자와 만나 한국의 메르스 사태를 화제로 이야기를 나누던 중 이렇게 속내를 털어놓았다. 그는 20년 넘게 한국과의 통상 업무를 담당해 온 워싱턴의 대표적인 지한파 중 한 명이다. “지난해 미국인들도 에볼라 사태를 경험해 보았기 때문에 정체불명의 바이러스가 퍼지면 국민은 누구나 공포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잘 안다. 하지만 그럴 때일수록 정부와 보건 당국을 일단 믿는 것이 중요하다. 이번 일을 처리하는 한국을 바라보면 차분하다기보다 ‘비상사태’로 인한 무질서가 더 눈에 띄는 게 사실이다.” 그는 이어 “아무리 정부와 보건 당국의 대처 과정이 불신을 자초했다고 하지만 그렇다고 국민이 기본 수칙을 어기면서까지 제멋대로 행동하는 것은 한국 같은 선진 사회에선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여동생이 서울에 살고 있어 자주 통화한다는 오버비 부회장은 “조카가 얼마 전 아파 메르스 확진환자가 나왔다는 삼성서울병원에서 진료를 받았는데 병원 수칙을 잘 따랐더니 메르스에 걸리지 않고 멀쩡하다고 하더라”며 “사실 대부분 조심하면 괜찮은데 주변 사람들이 너무 관심을 갖고 떠는 것 같아 동생이 오히려 당황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처럼 한국의 메르스 사태는 한국을 잘 알고 애정을 갖고 있는 이른바 지한파 인사들에게도 관심이 높다. 또 다른 대표적인 지한파 인사로 국무부 한국과장을 지낸 데이비드 스트라우브 미 스탠퍼드아시아·태평양연구소 부소장은 10일 기자에게 먼저 e메일을 보내 이렇게 말했다. “한국의 메르스 사태 관련 뉴스를 보고 한마디 안 할 수 없어 적습니다. 저처럼 한 발짝 떨어진 입장에서 지금 한국을 바라보면 거의 패닉 상황으로 느껴집니다. 국민이 흥분한다 해도 정치권과 정부가 차분하게 대응했으면 하는데 그런 모습을 보기가 어렵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한국인 특유의 뜨거운 정서가 이번 사태에서도 드러나는 것 같아 보입니다.” 이들의 말을 듣다 보니 ‘메르스’가 단순히 국경을 넘나드는 바이러스라는 속성 때문에 ‘글로벌 이슈’가 된 게 아니라 ‘바이러스 확산’이라는 예기치 못한 위기가 닥쳤을 때 한국인들이 어떻게 대응하는가를 세계가 보고 있다는 점에서 ‘글로벌 이슈’가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 2015-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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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9세 한인학생 워싱턴大 수석 졸업

    대학에 입학할 나이인 19세에 대학을 수석 졸업하는 재미교포가 있어 화제를 모으고 있다. 미국 워싱턴 주 시애틀에 있는 워싱턴대(UW) 4학년인 김준식(미국명 조슈아 김·사진) 군은 13일(현지 시간) 이 대학의 ‘최고 졸업생(Top Undergraduate Student)’에 선정돼 사회과학대 학장상을 받는다. 이 대학은 단과대학별로 수석 졸업생에게 학장상을 수여한다. 김 군은 올해 발표한 경제학 관련 논문이 월스트리트저널 등 미 유명 언론에 소개되기도 했다. 정보기술(IT) 회사에 재직 중인 아버지와 음악가인 어머니 사이의 외아들인 김 군은 10학년(고교 1학년) 때인 15세에 월반해 워싱턴대에 입학했다.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 2015-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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