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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기적인지, 과학인지, 아니면 무엇인지 우리는 알 수가 없다.” 태국 해군 네이비실은 10일 유소년 축구팀 13명을 모두 구조한 직후 공식 페이스북 계정에 이렇게 적었다. 최장 4개월까지 걸릴 것으로 예상됐던 구조 작업이 일주일 안에 마무리된 것은 기적이었다. 그러나 온몸을 소년들을 위해 던졌던 수많은 이들의 희생이 없었다면 기적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위기 상황에서 침착하게 소년들을 이끈 에까뽄 찬따웡 코치(25), 전 세계에서 달려온 다국적 구조대 등이 이번에 화제를 모았던 대표적 인물이었다.○ 절망의 순간에 빛난 25세 리더십 소년들이 실종 열흘째인 2일 최초로 발견됐을 때 많은 이들이 놀랐다. 전원 무사한 데다 별다른 부상도 입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여기에는 에까뽄 코치의 노력이 절대적이었다. 그는 동굴에 갇힌 순간부터 아이들에게 극한의 공포와 불안을 극복하도록 정신적 지주 역할을 했다. 그는 ‘우리는 한 팀’이라는 의식을 계속 심어주었고 살아서 나갈 것이란 희망을 버리지 않도록 이끌었다. 소년들은 코치가 시키는 대로 같은 동작을 하고, 구호도 외쳤다. 에까뽄 코치는 소년들이 명상을 하게 해 체력을 비축시켰다. 또 소년들이 집에서 가져온 과자를 나눠서 먹게 했고 복통을 막기 위해 바닥에 고인 물을 피하고 천장에 맺힌 물만 마시게 했다. 덕분에 소년들은 구조대에 발견될 당시 다소 야위었으나 건강을 잃지는 않았다. 그 대신 코치는 아이들에게 먹을 것을 양보하고, 자신은 아무것도 먹지 않고 버틴 것으로 알려졌다. 에까뽄 코치는 아이들을 데리고 동굴로 들어간 죄책감 때문에 내내 괴로워했다. 그는 부모들에게 “제가 최선을 다해 아이들을 보살피겠다고 약속해요”라는 글을 남겼다. 그 약속을 지켜 그는 마지막으로 동굴을 빠져나왔다. 에까뽄 코치는 어린 시절 부모를 잃고 보육원에서 자랐고, 12세 때부터 사찰에 들어가 10년간 수도승 생활을 했다. 그의 헌신 리더십은 태국인들은 물론이고 전 세계인을 감동시켰다.○ 혁혁한 공을 세운 다국적 구조대 이번 구조에는 전 세계에서 날아온 구조대원들의 공이 컸다. 특히 영국인 다이버 리처드 스탠턴과 존 볼랜선은 열흘 동안 실종돼 있던 13명을 처음으로 찾아냈다. 전직 소방대원인 스탠턴은 2004년에 멕시코 동굴 속에서 영국인 6명을 구출하는 등 여러 공로로 2012년 대영제국훈장을 받았다. 현직 정보기술(IT) 컨설턴트인 볼랜선 역시 스탠턴과 함께 짝을 이뤄 활동하면서 2010년 프랑스에서 죽어가던 다이버를 구출한 적도 있다. 동굴 속에서 아이들과 함께 생활했던 ‘잠수하는 의사’ 리처드 해리스도 큰 활약을 했다. 동굴 잠수 분야에서 30년 경력을 가진 그는 호주 애들레이드에서 마취과 의사로 일하고 있다. 이번에 그는 현장에 들어가 소년들의 건강을 체크하고 구조 순위를 정했고, 매일같이 소년들과 헤엄치며 잠수법을 가르쳤다. 그는 10일 마지막 팀으로 동굴을 빠져나왔다. 태국에선 5일 산소 부족으로 사망한 태국 해군 특수부대 네이비실 출신의 사만 꾸난(37)에 대한 추모 열기도 뜨겁다. 그는 현직 공항 보안 직원으로 부인과 자식들도 있는 몸이지만 구조 작업 소식에 스스로 자원했다가 변을 당했다.주성하 zsh75@donga.com·전채은 기자}

왼손에 엽총을 든 여성이 죽은 기린 앞에서 오른손으로 하늘을 찌르는 자세를 취하고 있다. 선글라스를 낀 채 웃고 있는 모습이다. 사진 속 이 여성은 미국 켄터키주에 사는 테스 톰프슨 탤리(37). 그는 지난해 6월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트로피 헌팅(Trophy hunting)’으로 이 기린을 잡았다. 트로피 헌팅은 식용이나 상업적 목적이 아니라 오락을 위한 야생동물 사냥을 뜻한다. 탤리가 “일생일대의 꿈이 오늘 이뤄졌다”는 글과 함께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이 사진이 최근 남아공의 한 인터넷 매체 트위터에 오르면서 트로피 헌팅이 또다시 도마에 올랐다. 짐바브웨의 ‘국민 사자’로 통하던 ‘세실’이 2015년 트로피 헌팅으로 도륙된 지 3년 만에 다시 트로피 헌팅이 공분을 사고 있는 것이다. 당시 세실 사냥꾼으로 밝혀진 미국인 치과의사는 10만 명이 넘는 미국인이 처벌해야 한다는 청원서를 백악관에 제출하는 등 비난이 빗발치자 한때 병원 문을 닫기도 했다. 트로피 헌터의 90% 이상은 미국인이다. 미국 동물보호단체 ‘휴먼 소사이어티’에 따르면 2006년부터 10년간 사냥꾼들이 미국으로 들여온 ‘트로피’는 1200종 3만2500마리에 이른다. 트로피 헌팅은 사냥꾼들이 현지 가이드에게 돈을 주고 사냥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아프리카의 남아공, 짐바브웨, 나미비아가 대표적인 사냥터다. 사냥꾼들은 아프리카 사자를 잡는 데 1만3000∼4만9000달러(약 1400만∼5400만 원)를, 코끼리를 잡는 데는 최대 7만 달러(약 7800만 원)를 현지 가이드에게 지불한다. 미국의소리(VOA)에 따르면 아프리카 국가들은 트로피 헌팅으로 매년 7억4400만 달러(약 8300억 원)를 벌어들이고 있다. 트로피 헌팅이 ‘부자들만 즐기는 잔인한 놀이’라는 비판을 받는 이유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두 아들 트럼프 주니어와 에릭 트럼프도 트로피 헌팅 마니아로 알려져 있다. 전채은 기자 chan2@donga.com}
미국 전기자동차 업체 테슬라가 중국 상하이에 연간 50만 대의 차량을 생산할 수 있는 공장을 짓는다. 관세 전쟁의 여파를 피하기 위한 미국 기업들의 움직임이 빨라지는 모양새다. 10일(현지 시간) 미국 블룸버그통신 등은 테슬라가 2~3년 이내에 상하이 린강 개발특구에 연간 50만 대 생산 능력을 갖춘 공장을 짓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같은 날 상하이 시 정부도 테슬라의 생산 시설 투자 계획에 합의했다며 “테슬라의 자동차 생산과 판매를 최대한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에 테슬라가 상하이에 짓기로 한 공장은 외국에 짓는 공장 중에서는 가장 규모가 크다. 테슬라의 이번 결정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촉발한 미중 무역갈등이 주된 이유인 것으로 분석된다. 모든 차를 미국에서 만드는 테슬라는 무역갈등에 따른 관세 상승의 여파를 피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테슬라는 캘리포니아 주에 조립 공장을, 네바다 주에 배터리 공장을 두고 있다. 블룸버그는 중국에 공장을 세우면 테슬라는 운송비용과 부품 생산 비용을 낮출 수 있다고 분석했다. 관세를 둘러싼 갈등을 이유로 미국 이외의 지역으로 공장을 확장한 기업은 테슬라뿐만이 아니다. 지난달 25일 유명 미국 오토바이 제조업체인 할리데이비슨도 유럽연합(EU)의 보복관세를 이유로 미국 내 일부 생산시설을 해외로 이전하겠다고 밝혔다. 오토바이 제조사 인디언 모터사이클 역시 지난달 29일 미국 아이오와 주에 있는 공장 일부를 유럽 폴란드로 이전할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들 기업들에 대해 트위터 등을 통해 원색적인 비난을 퍼부은 바 있어, 테슬라의 결정에 대해서도 어떤 반응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전채은기자 chan2@donga.com}

《 지난달 23일 태국 북부 치앙라이에서 자연동굴 탐험 중 폭우로 갇혔던 유소년 축구팀 소속 소년 12명 중 4명이 고립 16일째인 8일(현지 시간) 극적으로 구조됐다. 몇몇은 건강상태가 좋지 않았지만 4명 모두 걸어서 동굴 밖으로 나왔다고 외신은 전했다. 나머지 소년 8명과 코치 1명도 이르면 9일 생환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국제축구연맹(FIFA)은 6일 소년들이 구조되면 15일 열리는 러시아 월드컵 결승전에 초대하겠다고 밝혔다. 깊은 땅 속에서 생사를 건 사투를 벌였던 소년들이 월드컵 축제에 인간 승리의 감동을 더할지 주목된다. 》 태국 동굴에 갇혔던 유소년 축구팀 소년 12명 중 4명이 고립 16일째인 8일 무사히 구출됐다고 로이터통신 등 외신들이 이날 보도했다. 태국 구조 당국은 이날 오전 10시부터 외국인 다이버 13명과 태국인 다이버 5명이 참가한 가운데 구조작업을 진행해 오후 5시 37분 첫 번째 소년을 밖으로 데리고 나왔다. 첫 번째로 구조된 소년은 몽꼰 분삐암(14)으로 알려졌다. 이어 5시 50분 두 번째 소년도 동굴을 무사히 빠져나왔다. 이들의 생환 직후 토사나텝 분통 치앙라이주 보건국장은 “2명의 아이가 나왔다. 이들은 동굴 옆 의료진 텐트에 있으며 우리가 몸 상태를 체크하고 있다”고 말했다. 생환한 소년 가운데 1명은 건강이 좋지 않은 상태로 알려졌지만, 4명 모두 걸어서 동굴을 빠져나왔다고 영국 텔레그래프가 전했다. 영국 BBC방송은 동굴 안에서 소년들과 함께 있는 호주 의사가 가장 건강이 안 좋은 소년을 먼저 구출하기로 결정했다고 전했다. 이 소년이 분삐암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태국 당국은 당초 구조 작업이 11시간 정도 걸려 오후 9시경 첫 번째 소년이 나올 것으로 예상했지만, 실제 구조 작업은 8시간도 채 안 돼 끝났다. 태국 언론들은 그동안 집중적으로 동굴 안의 물을 뽑아냈고 비도 줄어들어 동굴 내 수위가 낮아졌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덕분에 동굴 내 상당 구간을 걸어서 이동할 수 있었고, 결국 구조 시간이 예상보다 훨씬 단축됐다는 것이다. 구조된 소년들은 헬기를 타고 60km 정도 떨어진 치앙라이 병원으로 이송될 것이라고 외신들은 전했다. 앞서 태국 당국은 8일 오전부터 소년들에 대한 구조 작업을 전격 단행했다. 8일 오후부터 비구름이 태국 북부에서 관측되고 며칠 동안 비가 쏟아질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폭우가 쏟아지면 동굴 수위가 급격히 높아질 우려가 있다. 심지어 소년들이 현재 머물고 있는 장소까지 물이 더 차오를 수도 있다. 구조 현장을 지휘하는 나롱삭 오소따나꼰 전 치앙라이 지사는 이날 “오늘이 ‘디데이’다. 소년들이 어떤 도전도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다”며 구조 작업이 시작됐음을 알렸다. 구조 당국은 그동안 소년들이 이 구간을 무사히 빠져나올 수 있도록 사흘 이상 수영 및 잠수법을 가르쳤다. 구조 작업은 다이버 2명이 소년 1명을 데리고 나오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하지만 최대 난코스인 3번째 침수구역에는 공기통을 벗은 채 통과해야 하는 폭 60cm의 좁은 구간도 있어 구조가 쉽지 않았다. 이 구간은 소년들이 스스로 통과해야 했다. 태국 당국은 당초 13명의 생존자를 4개 그룹으로 나눠 구조하는 계획을 세웠다. 가장 먼저 동굴을 탈출할 첫 그룹에는 4명, 이후에 나올 3개 그룹에는 각각 3명이 포함됐다. 축구부를 인솔했던 25세 코치는 제일 마지막에 빠져나오게 된다. 하지만 동굴 안 상황이 예상보다 좋아 1차로 4명을 구출함으로써 동굴 안에 남은 9명에 대한 구조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1차 구조에 9시간 정도 소요된 점을 감안하면 남은 소년들도 빠르면 9일 전부 구조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6일 이 소년들을 15일 러시아에서 열리는 월드컵 결승전에 초대했다. 치앙라이의 ‘무 빠(야생 멧돼지)’ 축구 클럽에 소속된 선수 12명과 코치 1명은 지난달 23일 오후 훈련을 마치고 관광 목적으로 동굴에 들어갔다가 갑자기 내린 비로 동굴 내 수로의 수위가 높아지면서 고립됐다.주성하 zsh75@donga.com·전채은 기자}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사진)이 신을 부정하는 발언을 해 신성모독 논란에 휩싸였다. 8일 현지 일간 필리핀스타 등에 따르면 두테르테 대통령은 6일 남부 도시 다바오에서 열린 2018 국가 과학기술 주간 개막식 연설에서 “누구든지 천국에 있는 신과 대화를 하거나 셀카를 찍어 나에게 보여준다면 대통령직에서 지금 즉시 물러나겠다”며 도발적으로 발언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나는 무신론자는 아니다. 어딘가에 우주 전체를 관통하는 보편적인 마음이 있다고 믿는다”면서도 “단지 왜 세상에 이렇게 많은 고뇌와 고통, 불의가 존재하는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논리”라고 자신을 합리화했다. 이어 “왜 신은 완벽한 세상을 창조한 후 뱀과 사과로 그것을 망치고 인간이 한 번도 저지르기로 동의한 적 없는 원죄를 주었느냐”고 반문한 뒤 “신은 절대 답해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지난달 22일에도 정보통신 관련 행사 개막식에서 성경의 창세기를 언급하며 “기독교 교리의 명제는 바보 같다”는 발언을 해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성경에 따르면 인간은 어머니의 배 속에 있을 때부터 죄를 짓는 셈인데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이날도 “완벽한 어떤 것을 만들고 그것을 해치는 멍청한 신을 어떻게 믿을 수 있겠느냐”며 거듭 성경의 논리를 비판했다. 필리핀의 가톨릭 신자들은 일제히 반발하고 있다. 필리핀은 전체 인구의 80% 이상이 가톨릭 신자다. 아르투로 바스테스 주교는 “두테르테의 신성모독은 그가 문명화된 기독교 국가의 대통령으로 선출되지 말았어야 하는 사이코패스라는 것을 보여준다”고 비판했다. 루페르토 산토스 주교도 “대통령이 선을 넘었다”고 지적했다. 한 평신도 단체는 필리핀 가톨릭 주교 협회에 두테르테 대통령의 신성모독을 강하게 비판하는 성명을 발표해 달라고 요청했다.전채은 기자 chan2@donga.com}
뿌리 깊은 부패, 일상화한 강력범죄에 대한 멕시코 국민의 분노가 89년이나 이어진 우파 집권기를 끝냈다. 멕시코 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1일 치러진 대통령 선거에서 중도 좌파 성향의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후보(65)가 득표율 53.8%로 압승을 거뒀다. 집권당인 중도 우파 제도혁명당(PRI)의 호세 안토니오 미드 후보는 16%에 그쳤다. 2006년 이후 세 번째로 대권에 도전한 오브라도르는 당선 확실 소식을 전해들은 뒤 방송 인터뷰에서 “국민의 지지에 감사를 전한다. 나의 가장 중요한 공약은 국민 통합을 이루고 부패와 비리를 용납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멕시코에서 모든 비리를 추방하겠다”고 말했다. 경쟁에 나섰던 다른 후보들은 출구조사 발표 직후 패배를 인정했다. 엔리케 페냐 니에토 대통령도 정권 이양에 협조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2000∼2005년 멕시코시티 시장을 지낸 오브라도르는 모레나(MORENA·국가재건운동), 노동자당(PT) 등 중도 좌파 정당이 규합한 ‘함께 역사를 만들어 가자’ 연대가 내세운 후보다. 보수당 PRI는 1929년 창당 후 한 세기 가까이 집권당 자리를 지켜왔다. 2000∼2012년 집권한 국민행동당(PAN)도 우파 보수 정당이다. 그러나 마약범죄와 부패로 인한 폐해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면서 끓어오른 민심의 변혁 요구를 막아낼 수 없었다. 오브라도르는 부정부패 척결, 공공안전부 설립, 군대의 치안 기능 폐지, 독립 검찰청 설립,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 추진 등 ‘멕시코 국민의 이익’에 초점을 맞춘 공약을 내걸었다. 대통령에 당선되면 자신의 급여를 절반으로 줄이고 대통령궁 대신 자택에 거주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압도적인 지지를 얻은 오브라도르가 얼마만큼 실질적 성과를 낼지는 의문이라는 시각도 있다. 하급 공무원 급여 인상, 청년 교육 강화, 노인연금 증액 정책 등에 필요한 자금을 “부패 척결로 확보하게 될 수백억 달러의 예산에서 얻겠다”는 그의 장담을 비판하는 전문가가 적지 않다. 민족우선주의 성향과 거침없는 언사로 인해 ‘멕시코의 좌파 트럼프’로 불리는 오브라도르는 “미국과 대등한 관계를 정립하겠다”고 공언했다. 급한 성격에 정적(政敵)을 잔인하게 닦아세우길 즐기고 언론을 의심하는 성향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흡사하다. 무역, 이민, 국경 장벽 문제 등을 놓고 트럼프 대통령과 빈번히 충돌하리라는 전망이 나온다. 일단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함께 만나 일할 날을 고대한다. 양국의 이익을 위해 할 일이 많다”며 오브라도르의 당선을 축하했다. 한편 대선 총선 지방선거 등 멕시코 사상 최대 규모의 선거가 동시에 치러진 이날 야당 관계자가 괴한 총격에 살해되는 사건이 벌어져 불안한 민생과 치안 상황을 드러냈다. 중서부 미초아칸주 콘테펙에서 오전 6시경 PT 여성당원 플로라 레센디스 곤살레스가 자택에서 피살된 것. 현지 언론에 따르면 선거 후보 등록이 시작된 지난해 9월부터 정치인 133명이 살해됐다. 피살자 중 48명은 입후보자였다. 희생자 대부분이 자치단체장 후보자 또는 관련자인 까닭에 지역 통제권을 노린 마약범죄 조직의 소행인 것으로 추정된다.손택균 sohn@donga.com·전채은 기자}

북-미 정상회담 하루 전인 11일 늦은 밤, 회담 개최국 싱가포르의 비비안 발라크리슈난 외교장관 트위터 계정에 ‘어딘지 맞혀 보세요’라는 해시태그와 함께 사진 한 장이 올라오면서 세계 언론이 바빠졌다. 그가 한밤 투어 중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함께 유쾌하게 셀카를 찍어 올렸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이 등장한 셀카를 공개한 것도 이례적이지만 대사를 앞둔 깊은 밤 외출했다는 ‘깜짝 뉴스’에 트위터를 찾는 사람이 급증했다. 발라크리슈난 장관은 10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생일 케이크를 앞에 두고 멋쩍게 웃는 사진도 자신의 트위터에 올렸다. 싱가포르 관료들은 북-미 정상회담이란 큰 무대 뒤에 숨어 있는 장면들을 속속들이 촬영해 트위터에 부지런히 올렸다. 싱가포르가 약 162억 원을 쓰고 최대 6216억 원의 홍보 효과를 거뒀다는 평가가 나오는 데에는 트위터 홍보도 적지 않게 기여했다. 현지 언론 스트레이츠타임스에 따르면 싱가포르가 회담 개최지로 확정된 1일부터 회담 다음 날인 13일까지 회담 관련 트윗은 400만 건이나 됐다. 두 정상이 만난 오전 9시경(현지 시간)에는 1분당 5200건의 트윗이 쏟아졌다.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기’로 인식됐던 ‘트위플로머시(Twiplomacy·트위터와 외교의 합성어)’가 세계 외교가에서 빼놓을 수 없는 감초가 된 셈이다.○ ‘스트롱맨’의 장외 전쟁터 최근 스트롱맨 정상들이 외교·안보 이슈를 두고 첨예하게 맞서면서 트위터가 거친 외교의 장외 전쟁터가 되고 있다. 이들은 트위터로 농담과 진담을 미묘하게 오가는 외교적 메시지를 상대국을 향해 던진다. 편안한 수다가 오가는 트위터를 이용하면 공식적인 항의 서한을 보내지 않고도 상대국을 압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4일 트위터에 이스라엘을 ‘암’에 비유한 글을 적었다. 그러자 주미 이스라엘대사관은 다음 날 트위터에 할리우드 영화 ‘퀸카로 살아남는 법’에 나오는 움짤(움직이는 짧은 영상)을 올렸다. 영상은 여배우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나한테 왜 이렇게 집착하니”라고 말하는 장면이었다. 이란 최고지도자의 주장을 비웃은 셈이다. 미국 의회전문 매체 ‘더힐’은 11일 전문가들을 인용해 “이런 대응은 포퓰리스트적 수사가 증가하며 세계적으로 자주 활용된다. 이런 나라들은 다른 국가와 소통할 때 거만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란의 오래된 수사학적 무기에 맞서 이스라엘대사관은 가장 강력한 이미지로 대응했다”고 평가했다. 영국이 올 3월 러시아 외교관 23명을 추방한 직후 주영 러시아대사관은 트위터에 영하 23도를 가리키는 온도계 사진과 함께 “러시아와 영국의 관계는 영하 23도로 떨어졌지만 우리는 추운 날씨를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적었다. 추방한 외교관 수에 비례해 양국 관계가 냉전에 빠질 수 있다는 경고를 보낸 것이다. 당시 영국 일간 가디언은 “온도계 사진을 올린 트윗은 거의 1000번 공유됐다. 러시아는 괴짜 같은 방식으로 메시지를 더 효과적으로 확산시키고 있다”고 평했다. 이와 달리 영국 정부는 트위터에 ‘우리는 오늘 러시아 외교관들을 추방했다’는 건조하고 심각한 메시지만 올려 오히려 촌스럽다는 평가를 받았다. 러시아는 대외적으로는 “우리는 트위터 외교를 하지 않는다”며 ‘트위터광’ 트럼프 대통령을 은근히 비판하고 있지만 물밑에서 트위터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외교적인 클럽’이 대표적이다. 이 클럽에 가입한 영국의 트위터 이용자들은 러시아 정부로부터 외교 관련 뉴스를 수시로 제공받고, 러시아 뉴스를 트위터에 공유하는 대신 각종 행사에 초청받는다.○ 정상들, 전임자로부터 ‘트위터 계정 승계’ 트위플로머시의 달인은 누구일까. 글로벌 홍보기업 버슨마스텔러에 따르면 세계 지도자 중 팔로어가 가장 많은 사람은 프란치스코 교황(2017년 5월 현재)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 퇴임과 동시에 팔로어 1위 리더로 등극했다. 9개 언어의 계정을 합쳐 총 약 3370만 명이 프란치스코 교황의 트윗을 받아 봤다. 이 뒤를 바짝 쫓는 떠오르는 리더는 트럼프 대통령. 트럼프 대통령은 2016년 대선 기간에 팔로어 수를 기존의 3배로 늘리더니 지난해 1월부터는 평균 5.7%씩 매달 꾸준히 늘렸다. 조사 당시 약 3013만 명이던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 팔로어 수는 현재 5300만 명을 넘어섰다. 정치적으로 트위터의 힘이 커지다 보니 새롭게 선출된 정치지도자가 전임자에게서 트위터 계정을 물려받기도 한다. 거의 실시간으로 반응을 보이는 트위터 팔로어들은 인터넷 시대에 중요한 정치적 자산이기 때문이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2016년 7월 취임한 뒤 데이비드 캐머런 전 총리가 쓰던 계정(@Number10gov)을 물려받았다. 프로필 사진만 캐머런 전 총리의 얼굴에서 영국 총리의 관저가 있는 런던 다우닝가 10번지의 현관문으로 바꿔 사용했다. 트위터 외교는 많은 정보를 공개한다는 점에서 ‘밀실 외교’ 가능성을 낮추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일부 정치인들이 트위터에서 공과 사의 경계를 거침없이 넘나들며 신중하게 다뤄야 할 외교 사안마저 가볍게 다루는 점은 경계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CNN은 18일 “트럼프 대통령은 일요일인 17일 하루 만에 18개의 트윗을 올렸다. 대통령 취임 뒤 어느 때보다도 개인적이고 이상해졌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지나친 트윗 활동을 꼬집었다. 외교부 차관을 지낸 김성한 고려대 국제대학원장은 “트위터는 공공외교에 효과적이지만 공식 입장과 사견을 명확히 구분하는 안보·외교 현장에선 득보다 실이 많다”며 “트럼프 대통령처럼 안보 전문성이 부족한 사람이 트위터로 정제되지 않은 메시지를 던질 때 미국 국익은 물론 우방 이익도 해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조은아 achim@donga.com·전채은 기자}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불법 입국자 부모-자녀 격리 수용 지침’을 반대해 온 미국의 퍼스트레이디 멜라니아 여사가 21일(현지 시간) 미국 텍사스주의 멕시코 접경지역에 있는 불법 입국 청소년 수용시설 ‘업브링 뉴호프 청소년보호소’를 방문했다. 그런데 수용시설 방문길과 돌아오는 길에 입은 재킷이 논란이 되면서 구설에 올랐다. 그가 메릴랜드주 앤드루스 공군기지에서 텍사스주로 향하는 비행기에 오를 때 입은 재킷 뒷면에 ‘나는 정말 신경 안 써, 너는(I REALLY DON‘T CARE, DO U)?’이라는 문구가 큼지막하게 적혀 있었던 것이다. 이 같은 모습이 사진을 통해 공개되자 미국 언론에서는 ‘격리된 아이들을 만나러 가면서 그런 냉소적인 문구가 적힌 재킷을 입은 의도가 무엇이냐’ ‘아무런 의도가 없었다고 해도 (자신이 입고 다니는) 옷의 힘을 잘 아는 모델 출신 퍼스트레이디가 지나치게 둔감했던 것 아니냐’는 등의 지적이 쏟아졌다. 멜라니아는 텍사스주에 도착해 수용시설을 방문할 때는 다른 재킷으로 갈아입었지만 방문을 마치고 돌아가는 길엔 다시 문제의 재킷을 입어 논란은 쉽게 수그러들지 않았다. 워싱턴포스트의 에디터 캐런 어티아는 이번 논란을 ‘재킷 게이트’라고 이름 붙이고 강하게 비판했다. 어티아는 칼럼을 통해 “세계에서 가장 눈에 띄는 여성 중 한 명으로서 그런 메시지가 적힌 재킷을 선택한 것은 고통받는 아이들의 면전에서 완전한 둔감함, 혹은 잔인하고 계산된 냉담함을 보여준 것”이라고 몰아붙였다. 그러나 뉴욕타임스 패션 담당 기자 버네사 프리드먼은 “어쩌면 그 (재킷의) 문구는 그녀 남편의 (부모-자녀 격리) 정책을 향한 것일 수 있다. 또는 그녀 옷의 의미를 읽어내기 좋아하는 사람들을 향한 것일 수도 있다”는 추측을 내놨다. 멜라니아의 대변인 스테퍼니 그리셤은 “그것은 그냥 재킷이다. 숨겨진 메시지 같은 건 없다”며 멜라니아를 감쌌다. 트럼프 대통령은 “멜라니아가 입은 재킷에 쓰여 있는 글은 가짜 뉴스를 말하는 것”이라며 자신의 아내를 비난하는 언론을 향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전채은 기자 chan2@donga.com}
6·25전쟁 당시 영웅적인 활약으로 영국 최고 무공훈장 빅토리아 십자훈장(Victoria Cross·VC)을 받았던 윌리엄 스피크먼이 별세했다. 향년 91세. 22일(현지 시간) 더타임스 등 영국 현지 언론들은 스피크먼이 20일 오후 7시경 런던의 왕립첼시병원에서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눈을 감았다고 보도했다. 영국 체셔주에서 나고 자란 스피크먼은 1951년 근위 스코틀랜드 수비대 소속 이등병으로 6·25전쟁에 참전했다. 그의 나이 24세 때이다. 스피크먼은 같은 해 11월 임진강 유역 ‘후크 고지’에서 벌어진 전투에서 빛을 발했다. 당시 아군의 왼쪽 진영 병사들 대부분이 숨지거나 다친 상황에서 그는 동료 병사 6명을 모았다. 그리고 한 더미의 수류탄을 모아 병사 6명을 이끌고 적진으로 침투했다. 이때 스피크먼은 다리에 심한 부상을 당했지만 침투 부대가 철수할 때까지 쉬지 않고 공격해 적진에 큰 타격을 가했다. 수류탄이 모두 떨어지고 난 뒤엔 맥주병을 적에게 던지며 공격해 훗날 ‘맥주병 VC’라는 별명을 얻었다. 이 때 당한 부상으로 스피크먼은 이듬해 1월 영국으로 돌아갔지만 귀국한지 세 달 만에 한국행을 희망해 다시 전투에 나섰다. 스피크먼은 엘리자베스 2세 여왕으로부터 빅토리아 십자훈장을 받은 첫 번째 전쟁 영웅이다. 그의 고향 체셔주 알트린참에서는 그의 이름을 딴 다리를 짓기도 했다. 스피크먼은 2015년 국가보훈처가 주최한 영연방 4개국 6·25전쟁 참전용사 초청 행사에 참가해 “한국은 매우 감동적인 나라다. 이곳을 위해 싸웠다는 것이 자랑스럽다”며 “죽어서도 동료들이 산화한 임진강 유역에 묻히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전채은 기자 chan2@donga.com}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평양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처음 만났을 때 “여전히 당신을 암살하려고 시도하고 있다”라는 농담을 던져 두 사람이 폭소를 터뜨렸다고 미국 연예 잡지 배너티페어가 18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4월 1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특사 자격으로 방북해 김 위원장을 만났다. 폼페이오 장관은 당시 국무장관으로 지명되기는 했지만 의회 인준을 받지 않은 상태여서 중앙정보국(CIA) 국장 신분이었다. 폼페이오 장관의 전 보좌관에 따르면 김 위원장이 폼페이오 장관을 만나자마자 CIA가 자신을 암살하려는 것에 대해 물었다고 한다. 이 같은 기습적인 질문에도 폼페이오는 당황하지 않고 “나는 아직도 당신의 암살을 시도하고 있다”라는 농담성 발언을 했다고 배너티페어는 전했다. 폼페이오 장관의 전 보좌관은 “(폼페이오의 농담에) 김 위원장과 폼페이오 둘 모두 웃음을 터뜨렸다”고 말했다. 폼페이오는 CIA 국장이던 지난해 7월 “핵 개발 의도와 능력이 있는 인물(김 위원장)을 분리해야 한다”며 “북한 사람들도 그가 없어지는 것을 원할 것이다”라는 발언을 한 적이 있다. 김 위원장은 당시 방북한 폼페이오를 만나고 나서 “나와 배짱이 이렇게 잘 맞는 사람은 처음”이라는 반응을 보였다.전채은 기자 chan2@donga.com}

유럽에서 테러가 빈발하면서 부르카 논쟁이 다시 수면으로 떠오르고 있다. 온몸을 가리고 눈마저도 망사로 덮는 이슬람 전통 여성 복장 부르카가 테러리스트의 신원을 숨기는 용도로 쓰일 수 있다는 지적과 함께 부르카 착용을 금지하는 유럽 국가가 계속 늘고 있기 때문이다. 스위스 불가리아 모로코 등 최근 2년간 ‘부르카 금지’를 선언한 유럽 국가만 모두 5곳이다. 네덜란드와 노르웨이도 ‘부르카 금지법’ 통과를 눈앞에 두고 있다. 가장 최근 부르카 금지 법안을 통과시킨 나라는 덴마크다. 지난달 31일 ‘부르카 금지법’이 의회를 통과하면서 8월 1일부터 덴마크의 공공장소에서 부르카와 니깝을 포함해 얼굴 전체를 가리는 복장을 착용할 수 없게 된다. 얼굴 전체를 가리는 복장을 공공장소에 한해 금지하는 법안을 2년간 논의한 네덜란드는 이달 중 시행 여부를 최종 결정한다. 노르웨이도 학교와 유치원, 대학에서 부르카와 니깝 착용을 금지하는 법안을 최근 통과시켰고 국왕의 최종 승인만 남겨둔 상태다. 부르카 논란의 시작은 8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0년 벨기에 하원은 안전상의 이유로 공공장소에서 부르카를 비롯해 신원 확인을 어렵게 하는 옷과 두건 착용을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프랑스는 2011년 4월 공공장소에서 부르카와 니깝의 착용을 금지하는 법안을 시행했다. 그러나 2016년에는 무슬림 여성들이 입는 부르키니 착용을 금지했다가 프랑스 국가평의회의 ‘위법’ 판결을 받고 조치를 중단하기도 했다. 그 후 한동안 잠잠하던 부르카 논란은 2016년 7월 스위스의 티치노주가 ‘공공의 안전을 위협한다’는 이유로 부르카 착용을 금지하면서 다시 불거졌다. 이후 불가리아와 오스트리아 등도 비슷한 이유로 공공장소에서 부르카 착용을 금지하고 나섰다. 지난해 2월 오스트리아 빈에서는 이슬람 단체를 중심으로 시위대 3000여 명이 모여 정부 결정에 대한 항의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부르카 논란의 최대 피해자는 결국 무슬림 여성들이다. 부르카를 비롯한 이슬람 전통 여성 복장이 ‘모래바람을 피하기 위해서’라는 본래의 목적을 잃은 이후에도 무슬림 여성들은 사회적 억압에 의해 이 복장을 착용해야 했다. 이젠 부르카 논란으로 또다시 타인에 의해 평생토록 입어 왔던 전통 의상이자 문화를 박탈당할 처지에 놓였다. 이런 이유로 전통을 고집하려는 흐름과 거부하려는 움직임이 양분돼 나타나기도 한다. 세계 각국이 부르카 금지를 선언하고 나설 때마다 반발하는 시위가 벌어지지만, 올해 초 이란에서는 히잡 반대 릴레이 1인 시위인 ‘나의 은밀한 자유’ 시위가 등장했다. 의복으로 머리카락을 가리지 않은 여성들에게 징역 2개월 미만의 형을 살게 하는 이란 법률에 여성들이 반대하며 거리로 나선 이 시위는 ‘이란판 미투(#MeToo)’ 운동으로 주목을 받았다.전채은 기자 chan2@donga.com}

몸이 자라나는 게 두려운 어린 소녀들이 있다. 나이를 먹고 생리를 시작하면 이 소녀들은 생리기간 동안 ‘월경 오두막’으로 보내져야 하기 때문이다. 그곳에서 생리혈을 받는 천 위에 앉아 출혈이 멈추기만을 기다려야 한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15세부터 49세까지 세계적으로 8억 인구 여성이 생리를 한다. 하지만 이중 많은 이들이 생리 기간에 여성 위생용품을 사용하지 못한다. 구매할 돈이 없기 때문이다. 제3세계에 사는 이 여성들은 돈이 없어서 여성용품을 못 사고, 여성용품이 없어서 생리기간동안 경제활동 등을 못 하는 악순환에 빠져 있다. 이들을 위해 2015년 싱가포르에 사는 세 자매가 나섰다. 싱가포르 ‘스트레이트타임즈’는 그 주인공인 바네사 파란조티(29)와 그의 여동생 조앤(26), 레베카(21)를 취재했다. 이들은 생리컵을 판매하는 여성 위생용품 기업 ‘프리덤컵스(Freedom cups)’를 세웠다. 생리컵은 의료용 실리콘으로 만들어진 다회용 생리용품으로 생리기간에 자궁 경부에 삽입해 직접 생리혈을 받는다. 한번 구매하면 10년 간 쓸 수 있어서 일회용 생리대 5000개를 대신할 수 있다. 프리덤컵스의 판매 방식은 조금 독특하다. 한 명이 35 싱가포르달러(약 2만8000원)에 생리컵 한 개를 사면 또 다른 생리컵이 구매 능력이 없는 다른 누군가에게 무료로 보내진다. ‘제1세계(선진국) 여성과 제3세계 여성의 연결’, 이 지점이 파란조티 세 자매가 이뤄낸 혁신이다. 바네사는 “프리덤컵스는 제1세계 여성들의 생리용품 낭비를 줄이게 도와주고, 생리용품을 감당할 수 없는 제3세계 여성들에겐 큰 경제적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올해 임팩트 저널리즘 데이(IJD·Impact Journalism Day)에 참여한 세계 각국의 언론사들은 이렇게 세상을 바꾸는 기발한 아이디어를 찾아내 소개했다. 성폭력 고발 운동인 ‘미투’(#MeToo·‘나도 당했다’) 캠페인이 진원지인 미국땅 밖으로 퍼져나가고 아일랜드에선 35년 만에 사실상 낙태죄가 폐지되는 등 탄력 받은 페미니즘 바람을 각국의 보도를 통해서도 느낄 수 있었다. 프리덤컵스의 생리컵은 세계 각지로 배달된다. 3년 전 판매를 시작한 이후 지금까지 생리컵 3000개가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 캄보디아, 네팔 등 7개 국가로 퍼져 나갔다. 프리덤컵스에서 생리컵을 구매해 3년째 사용 중인 싱가포르 여성 인 페이 샨(22)은 “생리대에서 탐폰(체내형 일회용 생리대)으로, 그리고 다시 생리컵으로 생리용품을 바꾸는 게 처음엔 두려웠지만 결국 그런 변화가 내 삶을 행복하게 만들었다. 편리하기도 하지만 누군가를 도울 수 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세계의 주목을 받은 파란조티 자매는 2017 포브스 아시아 선정 ‘아시아에서 영향력 있는 30세 이하 30인’에 선정되기도 했다. 억압받아왔던 여성들이 직접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창구를 마련하려는 노력도 있었다. 아프가니스탄 매체 ‘하시테섭’은 억압적인 사회풍토에서 살아가는 아프가니스탄 여성들이 필진으로 나선 ‘프리 우먼 라이터스(Free Women Writers)’의 활동을 소개했다. 2013년 노르자한 아크바와 바툴 모라디가 설립한 이 비영리단체는 여성들이 아프가니스탄 사회에서 겪은 위협과 두려움에 대해 쓴 글을 엮어 출판한다. 유엔 아프가니스탄 지원단(UNAMA)에 따르면 아프가니스탄 여성들은 무슬림이 아니라는 이유로, 전통 관습에 어긋난다는 이유로, 혹은 그저 직업이 있다는 이유만으로도 살해당하곤 했다. 이들의 첫 책인 ‘라비아의 딸들(Daughters of labia)’은 총 1500부가 인쇄됐다. 아크바가 사비를 털어 출간한 이들의 첫 책은 한 달 만에 완판됐다. 아크바는 “책을 구매하기 위해 6개 지방에서 사람들이 카불로 왔고 책을 그들의 지방으로 가져갔다”고 말했다. 두 번째 책인 ‘당신은 혼자가 아니다(You are net alone)’는 보다 많은 이들이 볼 수 있게 소셜 미디어와 웹사이트에도 게시했다. 수익금은 아프가니스탄 여자 아이들의 장학금으로 쓰일 예정이다. ‘성평등도 수학이나 국어처럼 어릴 때부터 교육받아야 하는 것’이라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한 성평등 교육 프로그램도 조명 받았다. 미국의 ‘CS모니터’는 매디슨 메트로폴리탄 스쿨 지구의 아동 성평등 교육프로그램을 소개했다. 매디슨 메트로폴리탄 스쿨 지구는 미국 위스콘신 주 매디슨에 있는 학구를 말한다. 어린 아이들이 교육 대상이지만 내용은 간단치 않다. 프로그램에서 아이들은 남성과 여성, 두 개 성의 평등뿐만 아니라 성소수자의 권리까지도 함께 배운다. 크레스트우드 초등학교도 이중 하나다. 교육 방식은 아주 단순하다. 초등학교 2학년 정도 된 아이들에게 ‘빨강’이라는 이름의 파란색 크레용 이야기를 가르치는 식이다. 파란색 크레용을 빨강이라고 부르는 과정에서 아이들은 사람의 외형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는 점을 배운다. 이 학구 내 또 다른 학교인 누에스토 먼도 커뮤니티 학교장 조슈아 포핸드는 “이 아이들은 어릴 때부터 우리 사회에 권력의 불균형이 있다는 것을 배운다. 이 아이들이 자라서 그 불균형을 해체하게 될 것이다”고 말했다. 이 학교는 학생들이 성과 정체성에 대해서 토론할 수 있는 시간도 마련했다. 전채은 기자 chan2@donga.com}

“가벼운 데다 변형도 쉽고, 방수도 됩니다. 쉽게 부식되지도 않고 전기가 통하지도 않죠. 건축자재로 이상적인 특성을 갖고 있는데 왜 플라스틱은 제대로 평가받지 못할까요?” 2016년 TV를 보던 모로코의 20세 청년 사이프 에딘 라알레즈는 이 말을 듣는 순간 머릿속에 전구가 켜졌다. 일회용 비닐봉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모로코 정부가 내놓은 ‘제로 미카(Zero Mika)’ 사업의 시작을 앞두고 열린 TV토론에서 한 토론자가 내뱉은 말이었다.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하는 라알레즈는 이때부터 플라스틱 쓰레기를 활용한 창업 아이디어를 구상하기 시작했다. 올해 임팩트저널리즘데이에 참가한 세계 언론사들은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각국의 다양한 노력을 소개했다. 모로코 일간 레코노미스트가 소개한 젤리즈 인벤트(Zelij Invent)는 라알레즈가 2017년 7월 설립한 스타트업이다. 라알레즈는 화려한 색깔, 기하학적 무늬가 특징인 모로코 전통 장식타일 젤리즈에서 영감을 얻어 젤리즈의 미학적 특성을 담은 친환경 도로 포장용 돌을 만들기로 결심했다. 시멘트와 모래를 제외하곤 대부분의 재료를 폐플라스틱에서 조달하기로 하고 버려진 플라스틱 병과 병뚜껑, 플라스틱 용기 등을 끌어 모았다. 최대 걸림돌은 가연성 문제였다. 쉽게 불이 붙으면 상용화가 어렵기 때문이다. 임시 연구실로 삼은 아버지 차고에서 3개월간 실험을 거친 끝에 가연성을 줄이고 내구성은 높이는 최적의 제조법을 찾아냈다. 플라스틱 80%, 시멘트 및 모래 20%로 구성된 포장재 페이브코(Paveco)는 시중 포장재의 3분의 1 가격이면서도 콘크리트만큼 단단하다. 아직은 시제품만 제작하고 있지만 사업이 궤도에 오르면 한 달에 약 2520t의 플라스틱을 재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플라스틱 포장지를 아예 사용하지 않는 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면 쉽게 분해되는 ‘착한 포장지’를 만들면 어떨까. 이스라엘 일간 하아레츠가 소개한 포장지 제조사 티파(TIPA)는 식물성 포장지를 개발했다. 메라브 코렌 마케팅 이사는 “TIPA의 포장지는 플라스틱처럼 생겼지만 오렌지 껍질처럼 생을 마감한다”고 설명했다. 식물성 화합물을 엮어 만든 TIPA의 포장지는 땅속에 묻혀 적절히 수분을 공급받으면 180일 안에 퇴비가 된다. 쓰레기 매립장에 버려져도 스스로 썩어 없어져 흔적을 남기지 않는다. TIPA는 2012년 이 포장지를 개발해 2016년부터 유럽 시장에 판매하기 시작했다. 2017년 판매량은 전년 대비 4배 증가했다. 유명 디자이너 브랜드 스텔라 매카트니는 최근 포장지를 모두 TIPA의 제품으로 바꿨다. TIPA는 기술을 더 개발해 가격 경쟁력을 높여 시장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플라스틱 숟가락 대신 ‘먹을 수 있는 숟가락’을 만든 곳도 있다. 인도 일간 더힌두는 수수가루 밀가루 쌀가루로 숟가락을 만드는 기업 베이키스(Bakeys)를 소개했다. 나라야나 페사파티 베이키스 대표는 수수로 만든 로티(남아시아에서 주로 먹는 빵)에서 영감을 받았다. 딱딱하게 굳어버린 로티에 카레를 얹어 먹다가 로티 조각을 숟가락 모양으로 만들면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한 것이다. 쌀 밀 수수 등 3개 곡물로 만든 이 숟가락 1개의 생산 비용은 4루피(약 60원)에 불과하다. 생산을 시작한 2016년 6월부터 총 약 220만 개가 팔렸다. 120개국에서 주문이 들어오는 등 수요는 많지만 생산 설비가 부족해 인터넷 주문은 받고 있지 않다. 현재 직원 11명이 하루 1만 개의 숟가락을 생산하고 있다. 페사파티 대표는 “이제는 생산 기계를 판매해 그들이 스스로 숟가락을 만들어 팔도록 하고 싶다”고 계획을 밝혔다. 전채은 기자 chan2@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2일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당시 노광철 북한 인민무력상의 거수경례에 역시 거수경례로 답례한 것을 두고 미국 내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 CNN 등 미국 언론은 북한 조선중앙TV가 공개한 40여 분짜리 정상회담 다큐멘터리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군복 차림의 노 인민무력상에게 거수경례한 장면을 14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다큐멘터리 영상에서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함께 회담장인 카펠라 호텔로 들어선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측 인사들과 악수하면서 노 인민무력상에게도 손을 내민다. 하지만 노 인민무력상이 악수 대신 군대식 거수경례를 하자 당황한 트럼프 대통령이 손을 거두고 거수경례로 화답하는 장면이 이어진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제복을 입은 군인 등에게 종종 거수경례를 했다. 북-미 정상회담 기간에도 싱가포르 군인에게 거수경례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핵무기로 미국을 위협하는 적국인 북한군 인사에게까지 거수경례를 한 것은 부적절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당 크리스 밴 홀런 상원의원은 트위터에 “트럼프가 동맹국들에는 뻣뻣하게 굴더니 김정은의 장군들에게 거수경례를 하며 김정은을 칭송하는 걸 보니 메스껍다”고 쏘아붙였다. 한편 영국 시사주간 이코노미스트는 14일 ‘트럼프가 북한을 다루는 데 있어 쇼맨십을 우선시하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Kim Jong Won’이란 표현을 써 눈길을 끌었다. 김 위원장의 영문 이름 ‘Kim Jong Un’에서 ‘Un’을 ‘Won(이겼다)’으로 바꿔 표기한 것인데 이번 북-미 회담의 승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아닌 김 위원장이란 점을 강조한 것이다.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 전채은 기자}
무슬림이 이사 온다는 소식에 찾아가 “창문을 모두 깨뜨리고 집을 불태우겠다”고 협박한 미국 남성이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2016년 무슬림 카데르바이 알리 아스가르를 찾아가 협박한 플로리다주의 데이비드 하워드라는 남성이 징역 8개월과 벌금 3만 달러(약 3200만 원)를 선고받았다고 워싱턴포스트가 12일 보도했다. 아스가르는 인도 출신 무슬림으로 화학공학을 공부하기 위해 수년 전 미국을 찾았다. 미국에서 화학공학자로 성장하고자 했던 아스가르의 꿈은 현실이 되는 것 같았다. 하지만 플로리다주 서부에 있는 항구 도시인 탬파에 살다 2016년 11월 이사를 준비하면서 문제가 터졌다. 집을 계약하기 위해 방문한 데이비스섬에서 하워드를 만난 것이다. 하워드는 마지막으로 구매할 집을 검토하던 아스가르와 아스가르의 가족을 찾아가 “이 계약은 이뤄질 수 없다. 당신들은 환영받을 수 없다”고 소리쳤다. 이들이 둘러보던 집을 가리키며 “창문을 모두 깨뜨리고 이 집을 불태워 버리겠다”고 협박했다. 부동산 중개인을 향해서도 무슬림을 모욕하는 욕설을 함께 내뱉었다. 당시 아스가르는 무슬림들이 쓰는 모자인 토피를 쓰고 있었고 아스가르의 아내와 장모는 머리에 스카프를 두르고 있었다. 충격을 받은 아스가르 가족은 그곳이 안전하지 않다고 판단해 결국 계약을 포기했다. 미국의 증오범죄율은 2년째 증가세다. 연방수사국(FBI)이 집계한 2016년 증오 범죄 건수는 총 6100여 건으로 전년 5800여 건에 비해 5%가량 증가했다. 9·11테러가 있었던 2001년 이후 가장 증오범죄가 많이 발생한 해가 됐다. 유대인과 무슬림을 대상으로 한 종교 관련 증오범죄의 증가가 주요 요인이다. 이 중 무슬림을 상대로 발생한 범죄는 19% 늘었다. 전채은 기자 chan2@donga.com}
“바보 같은 소리 하지 마세요(Don‘t say silly things). 제발, 제발, 제발요. 그것(그 질문)은 생산적이지 않아요. 도움이 안 된다고요.”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 장관이 한국을 방문 중이던 13일 밤 서울의 한 호텔에서 수행 기자단과 간담회를 하던 중 ‘점잖은’ 그답지 않게 발끈했다. 기자들이 “북-미 정상회담 공동성명에 (폼페이오 장관이 그토록 강조하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라는 문구가 왜 담기지 않았느냐”라고 집요하게 묻자 “(그 질문 자체가) 바보 같은 소리”라고 반박한 것이다. “당신이 회담 전날(11일) ‘그것(CVID)이 우리(미국)의 유일한 목표’라고 말했어요. 그런데 그 CVID가 공동성명에는 없어요.” “흐-음(Mm-hmm), 공동성명 안에 있죠. 당신이 잘못 알고 있는 거예요.” “어디에 있다는 거죠?” “확실히 있어요.” “(검증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 뭘 논의한 거죠?” “그래요. 당신이 나한테 그렇게 물을 수는 있어요. (그런데) 난 그 질문이 모욕적이고 어리석고, 솔직히 터무니없다고 생각해요. 이런 심각한 문제를 갖고 (말)장난해선 안 돼요.” 폼페이오 장관은 이어 “협상 세부 원칙은 이제 막 진전되기 시작했다. 해야 할 일이 많을 것이다. 가야 할 길도 멀다”며 “(CVID) 질문이 당신(기자)의 독자나 시청자에게도 도움이 안 되고, 세상에도 (아무) 도움이 안 된다”고 거듭 말했다. 기자들도 물러서지 않았다. 폼페이오 장관의 핀잔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그래서 어떻게 검증한다는 것이냐. 검증 문제를 (북한과) 논의하기는 했느냐”는 질문을 이어갔다. 한 기자는 “(우리가 이 질문을 계속하는 건) 당신(폼페이오 장관)이 계속 (북한에) 요청해왔던 CVID가 (협상 결과에) 어떻게 반영됐는지를 알고 싶기 때문”이라고 말했다.전채은 기자 chan2@donga.com}
미국의 한 역사학자가 12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세기의 담판을 벌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당부의 말을 전했다. 미국 프린스턴대 역사학 교수이자 CNN 정치 전문 분석가인 줄리언 젤라이저는 10일(현지 시간) CNN 기고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에 앞서 명심해야 할 4가지를 제시했다. 젤라이저 교수가 첫 번째로 전한 당부는 ‘인내(Patience)’다. 오랜 기간 이어져 온 긴장을 한 번의 회담으로 해소하고 최종 합의를 이끌어내는 경우는 드물기 때문에 인내심을 가져야 한다는 얘기다. 그는 과거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과 미하일 고르바초프 옛 소련 공산당 서기장의 군축협상을 예로 들었다. 이들은 1985∼1987년 세 차례 만났는데 인내심을 잃지 않은 결과 세 번째 회담에서 협상을 성공시킬 수 있었다. 두 번째는 ‘명확한 목표(Clear Objectives)’다. 세 번째는 ‘전문지식(Expertise)’으로 성공한 대통령들은 회담장에 전문가와 함께 들어와 자신이 회담에서 무엇을 하려는지, 무엇을 원하는지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마지막은 ‘기밀 유지(Confidentiality)’로 일종의 입조심을 당부하는 내용이다. 젤라이저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은 깊은 생각 없이 트윗을 올리는 것을 참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전채은 기자 chan2@donga.com}

미국 국경을 넘다 붙잡힌 온두라스 출신 30대 남성이 구금시설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 남성은 함께 국경을 넘었던 아내와 세 살배기 아들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무관용 정책’에 따라 자신과 격리되면서 생이별을 하게 되자 이 같은 선택을 했다. 취임 이후 강력한 반(反)이민 정책을 추진해 온 트럼프 행정부는 18세 이하 미성년 자녀와 함께 밀입국하다 적발될 경우 부모는 처벌하고 자녀는 격리한다. 이른바 ‘무관용 정책’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10일(현지 시간) 텍사스주 스타 카운티의 구금시설에 갇혀 있던 온두라스 출신 마르코 안토니오 무노스(39·사진)가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고 보도했다. WP에 따르면 무노스는 지난달 아내, 세 살배기 아들과 함께 멕시코에서 리오그란데강을 건너 텍사스주 국경 마을 그랜저노로 넘어왔다. 그는 이곳에서 망명이나 난민 지위를 신청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국경을 넘은 지 이틀 만에 세관국경보호국(CBP) 단속 요원에게 붙잡혔다. 무노스는 구금시설로 압송되면서 아내, 어린 아들과 떨어지게 됐다. 구금시설에 갇힌 무노스는 가족을 찾아달라고 애원하며 난동을 부리다 독방에 갇힌 뒤 다음 날 숨진 채 발견됐다. 제프 세션스 미 법무장관은 4월 연방검사들에게 미국과 멕시코 사이 국경을 넘다 체포되는 불법 이민자들을 ‘실행 가능한 최대한도로 기소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하지만 뉴욕타임스(NYT)는 6일 “트럼프 행정부의 반이민 정책에도 밀입국 시도는 오히려 늘었다”며 “정책의 가혹함에 비해 실효성이 없다”는 분석을 내놨다. NYT에 따르면 5월 미 연방수사국(FBI)은 남서부 국경에서 불법 이민 혐의로 5만2000명을 체포했다. 3개월 연속 증가세다. 미국 인터넷매체 VOX에 따르면 2017년 6월부터 11월까지 불법 이민자 가족 수도 231가족에서 379가족으로 64% 증가했다. 취임 초기부터 반이민 정책을 시행하고 있지만 정책 효과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반이민 정책에 대한 미국 내 여론과 국제사회의 비판은 거세다. 밀입국 미성년 아동 1500명의 소재를 미 보건복지부가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 4월에 알려지면서 여론의 공분을 샀다. 미국 국민들은 트위터에 ‘#WhereAreTheChildrens(아이들은 어디에 있는가?)’ 해시태그를 다는 운동으로 정부를 비판했다. 이에 대해 정부 당국은 “단지 연락이 닿지 않을 뿐 이들 중 대다수가 미국에 와 있는 가족들과 재회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해명했지만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유엔도 나섰다. 라비나 샴다사니 유엔인권고등판무관실 대변인은 5일 “부모와 아이들을 격리하는 것은 심각한 어린이 인권침해”라며 밀입국 가족의 어린이들을 부모로부터 격리하는 정책을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이 같은 거센 비판 여론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반이민 정책을 강행하는 이유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백인 노동자 지지층을 탄탄하게 다질 방책이기 때문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2016년 대선에서 자신을 대통령으로 만들어준 계산법을 되풀이해 이번 선거에서도 승기를 잡으려 한다는 것이다. 로스앤젤레스타임스는 “만약 트럼프 행정부가 반이민 정책을 이슈화하는 데 성공한다면 그것은 백인 블루칼라 지지층을 결집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전채은 기자 chan2@donga.com}

인내심을 가질 것, 목표를 명확히 할 것, 전문지식을 갖출 것, 그리고 입조심할 것. 미국의 한 역사학자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세기의 담판을 앞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4가지 당부의 말을 전했다. 미국 프린스턴대 역사학 교수이자 CNN 정치 전문 분석가인 줄리안 젤라이저는 10일(현지 시간) CNN 기고를 통해 북-미 정상회담에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명심해야 할 4가지를 제시했다. 젤라이저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을 봤을 때 그는 자신의 전임자들은 해내지 못했던 일을 이번에 성사시켜 세계에 보여주겠다는 의지가 확고해 보인다”면서 “하지만 회담이 어떻게 진행될지를 예상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처럼 예측 불가능한 두 인물이 만났을 때는 더욱 그렇다”고 말했다. 젤라이저 교수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한 첫 번째 당부는 ‘인내(Patience)’다. 오랜 기간 이어져 온 긴장을 한 번의 회담으로 해소하고 최종 합의를 이끌어내는 경우는 드물기 때문에 인내심을 갖는 게 중요하다는 얘기다. 그러면서 젤라이저 교수는 과거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과 미하일 고르바초프 옛 소련 공산당 서기장의 군축협상을 예로 들었다. 이들은 1985년부터 1987년까지 세 차례 만남을 가졌고 이 중 두 번의 만남은 좌절 속에 끝났다. 하지만 인내심을 잃지 않은 결과 세 번째 회담에서 협상을 성공시킬 수 있었다. 젤라이저 교수는 “(북-미 정상회담이 열리는) 12일의 목표는 그저 협상의 다음 라운드를 위한 기초를 쌓는 데 맞춰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두 번째는 ‘명확한 목표(Clear Objectives)’다. 협상에 성공하기 위해 대통령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지속적이고 일관된 태도로 궁극적인 목표를 추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젤라이저 교수는 미국이 이스라엘과 이집트의 평화협상을 중재했던 ‘캠프데이비드 회담’ 당시의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을 예로 들며 “회담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언제든 걸어 나오겠다”고 한 트럼프 대통령의 태도에 경고를 보냈다. 카터 전 대통령은 당시 양국 정상들이 짐을 싸서 회담장을 떠나려고 할 때 이들을 적극적으로 만류했다. 세 번째는 ‘전문지식(Expertise)’이다. 성공한 대통령들은 회담장에 전문가와 함께 들어와 자신이 회담에서 무엇을 하려고 하는지, 그리고 무엇을 원하는지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젤라이저 교수는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여러 분야에서 자주 비교되곤 하지만 외교정책 전문지식에 대해서만큼은 그래선 안 된다”도 경고했다. 닉슨 전 대통령은 헨리 키신저라는 책사를 대동해 중국, 소련과의 협상을 성공으로 이끌었다. 마지막은 ‘기밀 유지(Confidentiality)로 트럼프 대통령에게 ’입조심‘을 당부하는 내용이다. 협상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절대 모든 카드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지 말아야 한다는 것. 젤라이저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은 깊이 생각하지 않고 트윗을 올리는 것을 자제해야 한다”고 했다.전채은기자 chan2@donga.com}

벤 버냉키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트럼프 행정부의 경기 부양정책에 경고를 보냈다. 이미 완전고용 상태인 미국 경제에 대대적인 경기 부양정책을 펼치다가는 정작 경기침체가 닥쳤을 때 대처하기 어렵다는 우려를 나타낸 것이다. 버냉키 전 의장은 7일(현지 시간) 워싱턴에 있는 싱크탱크 미국기업연구소(AEI)가 주최한 정책토론회에 참석해 트럼프 행정부의 경기 부양정책에 대해 “매우 잘못된 시점에서 이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경기 부양책이 올해와 내년 경제에 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겠지만 2020년에는 ‘와일 E. 코요테’가 절벽에서 떨어질 것”이라며 날선 비판을 던졌다. 와일 E. 코요테는 할리우드 영화 제작·배급사 워너브라더스의 애니메이션 ‘루니 툰’에 등장하는 캐릭터로, 다른 주인공인 로드 러너를 잡기 위해 앞만 보고 내달리다 절벽에서 추락한다. 트럼프 행정부의 경기 부양책을 분별없이 질주하는 애니메이션 캐릭터에 비유한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1조5000억 달러 규모의 개인·법인세를 감면하고 재정 지출을 3000억 달러 확대하는 등 대대적인 경기 부양정책을 펼치고 있다. 덕분에 미국 의회예산국(CBO)이 추산한 올해와 내년 경제성장률은 각각 3.3%와 2.9%로 점쳐진다. 실업률도 호조다. 미국의 5월 실업률은 3.8%로 지난 50년간 최저치를 기록했다. 실업률도 낮고 경기는 과열 조짐마저 보이는 상황에서 왜 대대적인 경기 부양정책을 쓰냐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버냉키는 미국 경제가 다시 침체기로 접어드는 2020년은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 도전에 나서는 해라는 점을 지적했다. CBO에 따르면 2020년 미국 경제성장률은 1.8%로 떨어진다. 그는 이 같은 미국 경제의 부진이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전채은 기자 chan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