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언

김태언 기자

동아일보 문화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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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김태언 기자입니다.

beborn@donga.com

취재분야

2026-01-09~2026-02-08
문화 일반73%
인사일반18%
문학/출판9%
  • 국립중앙박물관 ‘분청사기-백자실’ 통합해 공개

    국립중앙박물관이 기존 분청사기실과 백자실을 합쳐 1년 동안 리모델링한 ‘분청사기·백자실’을 18일 열었다. 분청사기(粉靑沙器)는 회청색 흙으로 만든 그릇에 백토를 입힌 뒤 장식한 도자기. 고려 말 상감청자(상감기법으로 무늬를 넣은 청자)에서 비롯됐다. 백자(白磁)는 1300도가 넘는 고온에서 구워낸 최고급 도자기로, 조선 백자는 절제되고 우아한 아름다움을 자랑한다. 박물관에 따르면 분청사기와 백자는 15세기부터 16세기 중반까지 함께 애용됐다. 그러다 1467년 국가가 운영하는 도자기 제작소인 ‘관요 체제’가 확립된 이후 백자가 주류로 부상했다. 전시에선 분청사기의 제작기법과 더불어 분청사기 표면에 백토를 씌워 백자로 이행하는 과정을 생생히 보여준다. 국보 제259호 ‘분청사기 구름 용무늬 항아리’와 보물 제1437호 ‘백자 달항아리’ 등 총 400여 점을 선보인다. 이 중 달항아리 백자는 독립 공간에서 감상할 수 있다. 박물관은 “백자에 새겨진 자연의 생명들과 분청사기에 보이는 흙의 질감을 관람자가 느낄 수 있도록 연출했다”며 “조선 도자기에 담긴 한국의 자연미를 부각했다”고 밝혔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 2021-0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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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간여행은 설렌다고… 왜?” “현실에선 불가능하니까”

    시간을 거슬러 누군가를 만날 수 있다면? 일반인들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질문이자, 많은 드라마들이 주제로 삼는 의문이기도 하다. OCN은 역대 최고 시청률을 기록한 드라마 ‘경이로운 소문’의 후속작으로 타임워프(과거나 미래의 일이 현재에 뒤섞여 나타나는 것)물을 선택했다. OCN의 올해 첫 작품인 12부작 드라마 ‘타임즈’는 2020년을 사는 기자인 서정인(이주영)과 2015년의 기자 이진우(이서진)가 전화로 연결되면서 시작된다. 이들은 2015년 대통령이자 서정인의 아버지인 서기태(김영철)가 암살된 사건을 파헤친다. 한국 드라마에서 시간을 주제로 한 작품들은 대체로 호평을 받았다. 타임즈와 설정이 비슷한 tvN 드라마 ‘시그널’(2016년)이 대표적이다. 시청률 조사기관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시그널은 최고 시청률 12.5%로 두꺼운 팬층을 확보했다. 무전을 통해 연결된 현재와 과거의 형사들이 오래된 미제 사건을 해결하는 내용. 방영 후 시즌2를 만들어 달라는 팬들의 요청이 적지 않았다. 이와 함께 OCN의 ‘터널’(2017년), ‘라이프 온 마스’(2018년)도 시간여행 드라마에서 수작으로 꼽힌다. 숱하게 쓰인 소재임에도 꾸준히 사랑받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시간을 넘나든다는 설정은 그 자체로 재밌다. 국내 첫 시간여행 드라마로 평가받는 ‘천년지애’(2003년)를 비롯해 ‘인현왕후의 남자’(2012년), ‘달의 연인-보보경심 려’(2016년), ‘명불허전’(2017년), ‘철인왕후’(2020년) 등은 사극 요소를 가미해 과거와 현재를 잇는다. 여기엔 서로 다른 시대의 언어와 생활습관이 빚는 코믹한 내용이 가미된다. 타임워프 혹은 시간여행 드라마는 판타지 요소만이 매력은 아니다. ‘현재에 충실해야 한다’는 단순하지만 어느 세대에나 통하는 명쾌한 주제를 전달하기에도 효과적이다. ‘나인: 아홉 번의 시간여행’(2013년), ‘고백부부’(2017년), ‘아는 와이프’(2018년) 등은 과거로 돌아가 현재를 바꾸는 게 능사는 아니라는 교훈을 준다. 20일부터 방영되는 ‘타임즈’의 제작진은 기존 작품과의 차별 요소로 ‘정치 미스터리’ 장르를 꼽았다. 제작진은 15일 보도자료에서 “선의든 악의든 이해관계가 강하게 상충하는 정치야말로 우리 인생을 가장 적나라하게 담은 곳”이라며 “아버지를 살리고 싶은 소망에서 시작한 이야기가 권력에 대한 욕망을 가진 군상의 이야기로 확장되면서 다양한 시각으로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고 밝혔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 2021-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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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삼국시대 ‘금동신발’ 국가 보물 지정 예고

    삼국시대 부장품인 5세기 백제의 금동신발 2점(사진)이 보물로 지정된다. 금동신발은 귀고리, 목걸이, 팔찌 등과 함께 고대 무덤에 부장된 대표적인 금속 공예품이다. 금동신발이 국가지정문화재로 지정 예고된 건 처음이다. 16일 문화재청은 “전북 고창 봉덕리 1호분과 전남 나주 정촌고분에서 각각 출토된 백제시대 금동신발 2건을 보물로 지정 예고한다”고 밝혔다. 문화재청에 따르면 백제 고구려 신라 고분에서 출토된 금동신발은 총 30여 점이다. 이 중 이번에 보물로 지정 예고된 2점은 완형에 가깝게 보존된 보기 드문 사례다. 고창 봉덕리 1호분에서 출토된 금동신발은 5세기 중반경 지배층의 장례에서 고인의 발에 신긴 의례용품이다. 이한상 대전대 역사문화학과 교수는 “백제 중앙에서 제작돼 지방 유력 지배층에 내려준 물품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전체 모양은 배와 유사하며, 용과 연꽃 등의 문양이 화려하게 장식돼 있다. 바닥에는 못(스파이크)이 박혀 있는 등 백제 금동신발의 전형적인 특성을 갖추고 있다. 나주 정촌고분 출토 금동신발은 봉덕리 1호분 것에 비해 늦은 5세기 후반에 제작된 걸로 추정된다. 특히 발등 부분에 부착된 용머리 장식은 현존하는 금동신발 중 유일한 사례다. 최근 국립나주문화재연구소는 이 신발의 주인공을 40대 여성으로 추정했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 2021-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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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제강점기 상업학교 한국인 학생들, 공부 잘해도 좋은 일자리 못 구했다”

    일제강점기 상업학교를 졸업한 조선인들은 조선은행, 조선식산은행, 조선저축은행 취업을 꿈꿨다. 그러나 이들이 처한 식민지 현실은 냉혹했다. 조선인 졸업생들은 성적이 우수해도 은행보다 상대적으로 처우가 떨어지는 금융조합 등에 취업하는 게 보통이었다. 최근 발간된 ‘식민지 민족차별의 일상사’(푸른역사)는 1920, 30년대 중 9개 연도에 걸쳐 충남 논산시 강경상업학교 졸업생 283명(조선인 161명, 일본인 122명)의 학업성적과 취업현황을 전수 분석했다. 이 가운데 조선·식산·저축은행에 취업한 조선인과 일본인은 각각 △졸업성적 상위 10% 이내 3명 △10∼30% 1명이다. 성적 상위 30% 이내 조선인 졸업생 수(59명)가 일본인(19명)보다 3배 이상으로 많은 걸 감안하면 민족차별이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이에 대해 저자인 정연태 가톨릭대 국사학과 교수는 민족 간 취업경쟁에서 성적 이외 변수가 영향을 끼친 걸로 봤다. 당시는 취업에서 학교장 추천이나 면접이 중요했다. 추천서에는 학적부에 적힌 학업성적, 담임교사가 작성한 행실 및 근태 평가, 학사징계 여부가 포함됐다. 행실 평가와 징계는 학교 당국의 주관적 판단에 달린 만큼 민족차별이 이뤄지기 쉬운 구조였다는 것이다. 저자는 광복 이전까지 총 25년 동안 강경상업학교 졸업생 977명과 중퇴생 512명의 학적부도 조사했다. 연구대상으로 이 학교를 선정한 이유에 대해 정 교수는 “강경상업학교는 당시 재학생의 한일 학생 비율이 엇비슷해 같은 조건 아래 민족차별이 얼마나 심했는지 파악하기가 적합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저자는 중퇴생 학적부와 취업현황이 담긴 동창회 회원명부를 분석해 입학부터 취업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과정에서 조선인이 차별받은 실태를 객관적으로 보여주고자 했다. 실제로 이 학교가 3년제에서 5년제로 승격된 1925년 일본인은 40여 명이 지원해 29명이 합격했지만 조선인은 120여 명의 지원자 중 21명만 합격했다. 학교생활도 마찬가지였다. 졸업생 1인당 평균 징계건수는 조선인이 0.25건이었지만 일본인은 0.13건이었다. 재학생들의 퇴학에도 민족차별 흐름이 엿보인다. 조선총독부 통계연보에 따르면 1942년까지 조선인 학생은 3100명 중 약 8%(240명)가 중퇴해 일본 학생들의 중퇴 비중(12%)과 비슷하다. 하지만 ‘비행’을 이유로 퇴학당한 조선인(14명)은 일본인(3명)의 4배가 넘었다. 더 눈여겨볼 점은 중퇴 사유다. 양측 모두 경제사정이나 사망으로 중퇴한 비중은 각각 24.3%, 26%로 비슷했지만 나머지에선 차이가 컸다. 조선인 학생은 결석(12.3%) 사상·운동(9.9%) 비중이 높은 반면에 일본 학생은 성적(23.1%) 질병(16%) 전학(13%)의 비중이 높았다. 1923∼1945년 1∼5학년에서 조선인 평균 성적이 일본인에 뒤진 경우가 단 2건에 그친 걸 감안하면 중퇴 사유에도 민족차별의 요소가 반영됐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 2021-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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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배우 윤정희, 방치된 채 투병” 靑청원, 백건우측 “사실무근… 법적 대응 검토”

    알츠하이머병으로 투병 중인 배우 윤정희 씨(77)가 프랑스에서 남편인 피아니스트 백건우 씨(75)와 딸 진희 씨로부터 방치됐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백 씨 측은 허위 사실 유포라며 법적 대응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5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외부와 단절된 채 하루하루 스러져가는 영화배우 윤정희를 구해주세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청원인은 “윤정희는 남편과 별거 상태로 배우자의 보살핌을 받지 못하고, 파리 외곽에 있는 한 아파트에서 홀로 알츠하이머와 당뇨와 투병 중에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근처에 딸이 살기는 하나 직업과 가정생활로 바빠서 엄마를 제대로 돌보지 못한다. 간병인도 따로 없고 외부와 단절된 채 거의 독방 감옥 생활을 하고 있다. 딸에게 형제들이 자유롭게 전화와 방문을 할 수 있도록 수차례 요청했으나 감옥의 죄수를 면회하듯이 전화는 한 달에 한 번 30분, 방문은 3개월에 한 번씩으로 정해줬다”고 주장했다. 청원 글에 있던 윤정희의 실명은 이후 ‘***’으로 지워졌다. 개인정보나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내용이 포함된 청원은 관리자가 삭제하거나 일부 내용을 숨김 처리할 수 있다. 백 씨의 국내 소속사 빈체로는 7일 입장문을 통해 “백건우와 딸에 대한 허위사실이 유포되고 있다. 해당 내용은 거짓이며 근거 없는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빈체로 측은 “윤정희는 가족과 멀리 떨어져 생활해야 하는 요양병원보다는 가족과 가까이서 지낼 수 있는 백진희의 아파트 바로 옆집에서, 백건우 가족과 법원이 지정한 간병인의 따뜻한 돌봄 아래 생활하고 있다”며 “주기적인 의사의 왕진 및 치료와 함께 편안하고 안정된 생활을 하고 있으며, 게시글에 언급된 제한된 전화 및 방문 약속은 모두 법원의 판결로 결정됐다”고 했다. 빈체로 관계자는 이날 본보와의 통화에서 “청원인이 누구인지 추측되지만 가족과 관계되는 내용이어서 밝히긴 어렵다”면서 “상황을 지켜본 뒤 법적 대응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앞서 윤 씨의 동생 3명은 2019년 프랑스 법원이 백 씨와 진희 씨를 윤 씨의 재산·신상 후견인으로 지정한 데 대해 이의를 제기하며 파리지방법원에 소송을 냈다. 지난해 11월 파리고등법원 항소심에서 윤 씨의 동생들이 최종 패소해 백 씨와 진희 씨가 후견인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한편 대표적인 ‘잉꼬 부부’로 불리던 윤 씨와 백 씨는 해외 연주와 행사에 늘 함께 다녔다. 그러다 2019년부터 윤 씨가 공식석상에 나타나지 않으면서 알츠하이머로 10년간 투병해 온 사실이 뒤늦게 알려진 바 있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 2021-0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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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오늘도 당신 참 열심히 살았네요”

    대기업 계열사 임원까지 지낸 65세의 다케와키 마사카즈. 정년퇴직 송별회를 마치고 집에 돌아오던 그가 지하철에서 뇌출혈로 쓰러지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의식을 잃은 채 집중치료실에 사흘간 누워 있던 그는 별안간 포근함을 느끼며 깨어난다. 다케와키를 찾아온 사람은 ‘마담 네즈’라는 정체불명의 여인. 그녀의 손에 이끌려 병원을 나온 다케와키는 기이하고도 아름다운 세계로 여행을 떠난다. 다케와키는 어느새 일본 도쿄(東京) 신주쿠 고층빌딩 안 고급 레스토랑에 와 있다. 취향에 꼭 맞는 음식을 먹으며 그는 자신의 월급쟁이 인생을 반추한다. 1951년 태어나 고도 경제성장기에 자랐고 입사 후에는 꿈이나 취미를 생각할 여유도 없이 일만 했다. 밤에는 녹초가 돼 지쳐 기절한 듯 잠들고, 아침에는 벌떡 일어나 직장으로 향한 지 44년. 그런데 직장에서의 정년퇴직이 ‘인생 정년퇴직’이라니. 아직은 죽을 수 없다고 생각한 순간, 마담 네즈는 “당신은 참 열심히 살았어요”라며 위로한다. 이후로도 여행은 끊임없이 이어진다. 그는 죽마고우를 만나거나, 젊어진 육체를 얻어 한여름 바닷가에 가기도 한다. 그러면서 부모에게 버려져 아동보호시설에서 자란 어린 시절을 떠올린다. 아들의 죽음을 놓고 아내와 서로를 탓하며 타인보다 못한 타인으로 지낸 때를 기억하고는 자신을 꾸짖는다. 주인공은 우리 곁의 누군가, 혹은 나 자신이다. 직장에서, 출퇴근길 지하철에서, 집으로 가는 골목 어귀에서 부대끼는 사람들 모두가 저마다의 고통과 상처를 감내하고 있다. 저자는 인터뷰에서 “주인공은 위대한 사람이다. 자기반성을 할 줄 아는 사람이야말로 위대한 사람 아닌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타인을 좀 더 관대한 시선으로 바라볼 것을 제안한다. 관대함이야말로 다케와키가 불행의 터널을 지나 ‘평범한 사람’이 되는 꿈을 이룬 것처럼, 우리에게 닥친 이 겨울을 버텨낼 수 있다는 용기를 불어넣는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 2021-0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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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뛰어다니는 조선 공주들… 바람의 옷, 한복의 美

    카메라에 처음 비춰진 건 조선왕조 공주와 옹주가 입던 정통 예복. 이윽고 화면은 경복궁 교태전에 앉아 창밖을 바라보는 공주로 옮겨간다. 이때 갑자기 그가 어디론가 뛰기 시작한다. 공주가 도착한 곳은 덕수궁 석조전. 여기서 체크무늬나 올 블랙의 현대식 한복을 입은 공주들을 만난다. 그리고 그가 경복궁으로 다시 돌아오면서 쇼는 끝이 난다. 2분 남짓한 이 영상은 문화재청과 한국문화재재단이 지난해 12월 개최한 비대면 패션쇼 ‘코리아 인 패션(KOREA IN FASHION)’의 홍보용으로 제작됐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온라인 전시 플랫폼인 카카오갤러리에서 볼 수 있는데 4일 오전 기준 누적 조회수는 약 93만 뷰에 이른다. 재단은 “문화유산의 전형적인 이미지를 감각적으로 바꾸고 문화유산으로서 한복의 의미를 재조명하기 위해 지난해 처음 기획했다”고 밝혔다. K드라마의 높은 인기로 한복을 입고 사진을 찍는 외국인들이 늘면서 경복궁 앞에는 한복 대여점이 잇달아 생기기도 했다. 코리아 인 패션쇼에 나오는 세련된 한복들은 김영진 디자이너(50·여)의 손을 거쳤다. 그는 드라마 ‘미스터 선샤인’의 고애신(김태리)이 입은 한복을 디자인하기도 했다. 3일 동아일보와 만난 그는 책 ‘조선공주실록(역사의아침)’부터 보여줬다. 5년 전 여행 중 우연히 이 책을 읽고서 역사 속 숨겨진 공주들을 위한 패션쇼를 열고 싶었다는 것이다. 조선시대 공주들은 정략혼을 강요받는 등 개인적인 삶을 희생당했다. 김 디자이너가 천진난만한 공주의 아름다운 시절이나 활쏘기, 서예를 즐기는 다양한 공주상을 그린 이유다. 재단이 “궁과 한복을 소재로 영상을 찍자”고 제안했을 때 그는 공주를 테마로 할 것을 요청했다. 공주를 콘셉트로 작업을 시작했지만 왕, 왕비, 세자빈에 비해 공주 의복에 대한 사료는 많지 않았다. 그는 국립고궁박물관 도록 등을 통해 순조 둘째 딸 복온공주의 활옷(조선 중·후기 공주와 옹주가 중요한 국가의식 때 입던 예복)과 셋째 딸 덕온공주의 녹원삼(조선시대 공주와 옹주의 예복)을 소재로 삼기로 결정했다. 그는 단순히 전통을 계승하는 데 그치지 않았다. ‘현대의 공주라면 어떤 궁중복을 입을까’를 궁리했다. 대표적인 게 분홍색 한복. 조선시대 분홍색은 정3품 이상 남성 관리들이 입던 복식이나 궁인들의 속옷 색상이었다. 김 디자이너는 “속옷을 겉옷으로 만들고 남자 옷을 여자 옷으로 만드는 등 남들이 시도하지 않은 패션을 창조하는 것에서 재미를 느낀다”고 했다. 공주들이 많이 입던 ‘당의(궁중 평상복)’도 각색했다. 특히 당의 앞뒤에 수놓은 ‘문자도’가 그의 관심을 끌었다. 조선시대 주요 덕목이던 삼강오륜을 나타내는 효(孝) 제(悌) 충(忠) 신(信) 예(禮) 의(義) 염(廉) 치(恥)의 8자를 썼다. 하지만 김 디자이너는 대신 아(我)와 애(愛)를 새겼다. 그는 “문자는 시대를 반영한다. 현대사회에선 충효보다 내가 중요한 세상인 만큼 글자를 바꿨다”고 설명했다. 고증과 변화의 사이에서 줄타기를 한 김 디자이너는 한복도 패션임을 강조했다. 공작털이 달린 티아라(작은 왕관)를 이번 패션쇼에서 선보였던 것도 이 때문이다. 그는 “고려시대, 삼국시대 한복이 달랐고, 조선시대만 보더라도 전기·후기 한복 모양이 다르다”며 “과거의 전통을 물려받는 것도 좋지만 나는 지금의 한복, 21세기의 전통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 2021-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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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더위-지진으로 마모… 에밀레종 보존위해 ‘디지털 건강검진’

    2019년 7월 경북 경주시 국립경주박물관. 박물관이 문을 닫을 때쯤 10여 명이 성덕대왕신종(에밀레종·국보 제29호) 앞에 모였다. 이들은 약 70cm 높이의 대형 스캐너를 에밀레종 표면 곳곳에 갖다댔다. 작업은 오후 10시까지 4시간 동안 이어졌다. 이들은 종 바깥에 쓰인 1000여 자의 명문(표면에 새긴 글)을 비롯해 당좌(종을 칠 때 망치가 닿는 자리), 비천상(여성 선인을 그린 그림) 등 각종 문양을 스캐닝했다. 종의 각 부위를 스캐닝한 이미지들을 합치면서 4시간 동안 이어진 작업이 마무리됐다. 신라시대 금속공예 대작이 디지털로 기록된 순간이었다. 에밀레종은 불국사, 석굴암과 함께 8세기 신라 불교문화를 대표하는 공예품으로 올해로 조성된 지 1250주년을 맞았다. 이 종은 국내에 완형으로 남아 있는 가장 큰 종이다. 국립경주박물관과 국립공주대는 2018년 기초조사를 시작으로 에밀레종에 대한 디지털 정밀기록 작업을 진행해 내년에 완성할 예정이다. 연구를 담당한 이승은 국립경주박물관 학예연구사는 “야외에 노출된 에밀레종의 전시 환경으로 인해 표면 문양 및 명문에서 부식과 마모가 함께 진행되고 있다”며 “외부 환경으로 인한 변화 양상을 비교 측정하기 위해 기준치를 세우는 작업”이라고 소개했다. 일각에선 훼손을 최소화하기 위해 에밀레종을 실내로 옮겨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물관은 실내 이전에 대해선 아직 정해진 방침이 없고 일단 보존 상태에 대한 판단 근거가 필요하기 때문에 디지털 작업이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앞서 1999, 2009, 2017년 총 세 차례 이뤄진 문화재청과 국립경주박물관의 디지털 기록사업은 3차원 스캐닝 해상도가 떨어지는 한계가 있었다. 이에 연구팀은 해상도를 최대 9배로 높여 에밀레종의 전체 형상은 물론 종을 둘러싼 종각 지붕과 주변 환경까지 종합적으로 촬영했다. 에밀레종 자체뿐만 아니라 주변 공간까지 촬영한 이유는 뭘까. 경주는 역사적으로 지진이 자주 일어난 곳이다. 2016년에는 리히터 규모 5.1과 5.8의 지진이 연달아 발생했다. 지진으로 인해 모양이 변형되거나 종과 종각 사이의 간격이 벌어지는 등 구조적 변형을 관측하려면 주변 공간에 대한 촬영이 필요하다. 연구팀은 전체 형상뿐만 아니라 에밀레종에 새겨진 세밀한 문양도 디지털로 기록했다. 정밀 스캐닝을 통해 기존 데이터만으로 보이지 않는 복잡한 문양이나 글자 명암, 음영 등을 강조해 보여줄 수 있다. 에밀레종에 새겨진 1000여 자의 명문 가운데 아직 판독되지 않은 글자가 다수인 만큼 디지털 기록은 향후 재판독을 위한 자료로 활용될 수 있다. 박물관은 에밀레종의 손상 정도를 알아보기 위해 지난해 10월 타음(打音) 조사도 진행했다. 기존 음향 데이터와 비교한 결과 종 소리에 영향을 줄 정도의 구조적 문제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박물관은 조사 당시 녹음한 음원을 바탕으로 ‘성덕대왕신종 소리 체험관’을 만들어 8일부터 일반에 공개한다. 약 50m² 규모의 체험관에선 에밀레종의 탄생신화를 각색한 13분짜리 영상과 더불어 잡음이 배제된 순수한 종소리를 들을 수 있다.경주=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 2021-0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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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월드 며느라기 작품들… 더 나은 소통방식 찾는 과정이죠”

    “나만 잘하면 며느라기(期·시댁에서 인정받고 싶어 하는 시기) 같은 거 슬기롭게 넘길 수 있을 줄 알았다.” 카카오TV 드라마 ‘며느라기’의 주인공 민사린의 대사다. 싹싹한 성격에 예쁨받는 며느리였던 그는 시댁으로 인한 고충에 조금씩 의문을 갖는다. “명절 때 시댁에 안 갔어요. 완벽한 명절을 보냈죠.” 2018년 상영된 다큐멘터리 영화 ‘B급 며느리’에서 김진영 씨(39)의 대사다. 자기감정을 표현하는 데 거침이 없던 김 씨는 시부모와 다투고 1년 2개월 동안 시댁을 방문하지 않았다. ‘B급 며느리’를 함께 만든 김 씨와 남편 선호빈 다큐멘터리 감독(40)은 ‘며느라기’를 보며 어떤 생각을 했을까. 1일 이 부부를 만나 감상을 들었다. #1화. 사린의 회사 선배가 ‘며느라기’에 대해 설명한다. 사춘기, 갱년기처럼 시집살이에서 인정받고 싶은 시기인 며느라기가 있단다. 김 씨도 2011년 결혼 후 1년간 며느라기 시절을 보냈다. 시어머니는 하루 평균 7통의 전화를 했다. 그래도 불쾌한 감정을 드러내지 않았다. 김 씨는 “드라마에서처럼 내 시댁 식구 중에도 도드라지게 못된 사람은 없다. 그걸 아니까 관심이라고 여기고 문제 삼지 말자고 생각했다”고 했다. #4화. 제사가 있던 날, 사린의 남편 구영은 거실에서 술을 마시고 사린과 시어머니만 제사 준비로 바쁘다. 시댁 집은 주방과 거실이 분리돼 있고, 주방도 식사 공간과 싱크대가 문턱으로 나뉘어 있다. 이 세트장은 며느리 시선에서 본 시댁의 갑갑함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선 감독도 영화를 촬영하며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고 한다. 그리 넓지 않은 집이지만 거실과 주방은 완전히 다른 세계였다는 것. “어머니와 아내는 부엌에서 싸워 대는데 거실에 있는 사람들은 상황을 모르는 듯 안부 인사를 나누더라고요. 마치 벽이 있는 것처럼 드라마틱하게 구분된 공간이었어요.” #6화. 사린에게 “먼저 밥 먹는다”는 남편의 문자가 왔다. 사린은 결혼 전 야근하는 자신을 위해 초밥을 사온 남편을 떠올린다. 색 보정으로 과거는 밝게, 현재는 빛바랜 느낌으로 연출됐다. ‘B급 며느리’ 말미에도 신혼 시절 김 씨 모습이 나온다. 김 씨는 이따금 마냥 밝던 그때가 그립단다. 살다보면 사랑이 마모된다는 것쯤은 안다. 하지만 자신이 원하는 방식과 속도가 있었다. 그런데 3년 만에, 그것도 고부갈등으로 남편과의 유대감이 사라졌다. 김 씨는 “잿빛으로 바뀌는 현실에 대한 느낌을 실감하며 살았다”고 말했다. #10화. 구영의 여동생인 미영은 시댁 김장을 위해 ‘엄마 찬스’를 쓴다. 힘겹게 배추를 절이며 엄마의 노고를 알게 된다. 선 감독은 명절을 쇠고 돌아오는 차 안에서 짜증을 내던 자신의 어머니를 오래도록 기억한다. 당시 어머니는 당신을 ‘선씨 집안의 A급 며느리’로 규정했다. 김 씨는 “우리 모두 어머니들의 양육에 빚지고 살았다. 시어머니의 삶을 존중하고, 저와 시어머니의 다툼을 보며 고통스러웠을 남편의 감정도 이해한다”고 했다. 그렇기에 김 씨는 1년 넘게 시부모와 다퉜음에도 이제는 서로가 어떤 사람인지 받아들이고 실망하지 않게 됐다고 한다. ‘며느라기’ 시청자들도 비슷한 처지에 공감하며 때론 자신의 엄마를 떠올렸다. 종영을 한 회 앞둔 지금 사린이 남편, 시댁과의 갈등을 두고 어떤 결론을 내릴지 궁금해하는 이유다. 김 씨 부부는 자신들의 선택이 정답은 아니라고 했다. 다만 소통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씨는 “서열화된 세대 간 소통 방식 탓에 누군가는 의견과 감정을 무시당하고 갈등 자체가 금기시됐다”면서 “최근 며느리 관련 작품들은 가부장제에 대한 고발을 넘어 더 나은 교감을 추구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 2021-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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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영웅이 필요한 나라는 불행하다”

    20세기를 대표하는 기호학자이자 베스트셀러 소설가인 움베르토 에코가 2016년 2월 세상을 떠나기 전 남긴 마지막 유작이다. 2000년부터 타계 전까지 쓴 55편의 에세이는 촌철살인 그 자체다. 에코는 이탈리아인이지만 책에서 몇 단어만 바꾸면 지금의 한국 사회에도 적용되는 이야기가 된다. 한 챕터로 들어간 ‘영웅이 필요한 나라는 불행하다’는 에세이가 특히 그렇다. 2014년 12월 그리스에서 출발해 이탈리아로 향하던 선박 노먼 애틀랜틱호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사망자가 나온 가운데 400명이 넘는 승객 대부분은 구조됐다. 언론은 구조 작전을 지휘한 뒤 마지막으로 배에서 내린 선장을 집중 조명하며 영웅이라는 찬사를 보냈다. 저자는 이 대목에서 의문을 제기한다. 사람들은 왜 자신의 의무를 다했을 뿐인 선장을 영웅이라고 부르는가. 영웅적인 인물을 찾아내는 데 급급한 나라는 불행하다. 뒤집어 생각하면 묵묵히 자신의 의무를 다하는 사람들이 적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쯤에서 많은 국내 독자들은 같은 해 벌어진 세월호 참사를 떠올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에코의 날카로운 시선은 사건 사고에만 머물지 않는다. 일상에서 사생활을 사수하려는 일반인들에게 또 하나의 의문을 던진다. 우리는 자신이 언제 무엇을 샀는지, 어떤 호텔에 묵었는지 타인이 아는 걸 원치 않는다. 이에 따라 사회 곳곳에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보장하는 장치들이 마련돼 있다. 그러나 사람들은 종종 TV 프로그램에 나와 자신의 내밀한 가정사를 털어놓는다. 심지어 범죄자들은 시골에 숨기보다 사람들 앞에 나타나길 좋아한다. 이에 대해 저자는 오늘날에는 사회적 인정을 받기 위한 유일한 방법이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자신을 드러내는 것이 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무시당하는 성실한 사람보다 세상 사람들이 모두 알아보는 도둑이 되고 싶은 것이다. 복잡한 세상 구석구석을 향한 저자의 일침은 냉철하지만 따뜻하다. 국가나 신, 이데올로기 같은 외부로부터의 구원에 대한 믿음이 사라진 현대 사회에서 개인들은 불안해한다. 저자는 그럴수록 현실로부터 도피하지 말고 무지에서 깨어나라고 말한다. 세상에는 여전히 희망이 있고, 위대한 책과 예술이 힘이 되어 줄 것이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 2021-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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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해엔 자기계발서? 재테크-예능 셀러 잘나가네

    #요즘읽는책 #나를부르는숲 #김은희 2008년 출간된 빌 브라이슨의 ‘나를 부르는 숲’ 리뷰가 블로그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다수 올라온 건 지난해 12월부터다. KBS 예능 ‘비움과 채움―북유럽’에 김은희 드라마 작가와 장항준 영화감독 부부가 출연한 직후였다. 김 작가는 자신의 힐링 도서라며 이 책을 추천했다. 10년 넘게 잠잠하던 이 책은 이후 4주째 여행 분야에서 많이 팔린 책 1위를 지키고 있다. 통상 새해에는 출판시장에서 자기계발서나 외국어학습서 등이 유행한다. 올해 1월엔 이런 흐름이 깨졌다. 예년과 달리 재테크 서적과 ‘예능 셀러’(TV 예능 프로그램에 소개돼 베스트셀러가 된 책들)가 서점가를 휩쓸고 있다. 코로나19 확산과 자산시장 급등의 여파로 주식, 부동산, 예능 관련 책들이 집중적으로 팔려나가는 것. 26일 교보문고에 따르면 최근 1년간(지난해 1월 26일∼올해 1월 25일) 주식과 부동산 등 재테크 분야 책은 전년 동기 대비 판매량이 115.9% 늘었다. 특히 이달 1∼25일에만 재테크 분야 책 판매량은 전년 대비 186.3% 증가했다. 온라인 서점 알라딘이 선정한 ‘이달 국내도서 종합 베스트 도서 20권’ 중 4분의 1 이상이 재테크 도서였다. 거센 주식투자 열풍은 출판 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실물경기가 가라앉은 반면 주가는 단기간에 폭등하자 주식 시장에 입문하려는 이들이 책을 찾기 시작한 영향이다. ‘주린이도 술술 읽는 친절한 주식책’ ‘주식투자 무작정 따라하기’처럼 주식 투자 입문자들을 위해 기본적인 투자원칙을 풀어쓴 책들이 많이 팔린다. 투자 전문 유튜버 염승환 씨가 쓴 ‘주린이가 가장 알고 싶은 최다 질문 TOP 77’은 이달 21일 출간하자마자 교보문고 종합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다. 주식투자 실용서가 교보문고 종합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른 건 처음이다. 올해 주식시장 전망을 다룬 ‘미스터마켓 2021’도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표정훈 출판평론가는 “주식 투자에 처음 나서는 사람들의 폭이 넓어지면서 주식 관련 유튜브 채널을 거쳐 출판계에서까지 관련 콘텐츠가 주목받고 있다”면서 “동영상은 휘발성이 강하기 때문에 재테크처럼 실용적인 분야에선 참고서처럼 여러 번 읽으면서 체득하고 실제로 활용하기 위해 책을 찾는 사람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판매량 상위권에 있는 ‘돈의 심리학’ ‘2030 축의 전환’의 경우 직접투자 노하우를 가르쳐주진 않아도 다양한 투자 스토리와 코로나19 사태 이후의 경제전망을 다루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집콕족’이 늘면서 예능 셀러 판매량도 증가하고 있다. tvN 예능 ‘유 퀴즈 온 더 블록’에 6일 주미자, 이유자 할머니가 출연한 이후 이들의 요리책 ‘요리는 감이여’는 요리 분야 서적 1위를 차지했다. 문학 분야도 마찬가지다. 같은 프로그램에 출연한 원태연 시인의 대표작 ‘그런 사람 또 없습니다’는 시 분야 1위에 올랐다. 정세랑 작가가 ‘겨울방학에 읽으면 좋을 책’으로 추천한 애거사 크리스티의 소설 ‘0시를 향하여’도 방송 전후를 비교할 때 판매량이 35배 늘었다. 이는 코로나19 사태가 길어지면서 집에서 온 식구가 함께 보는 예능의 영향력이 커진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교보문고 관계자는 “기존에도 영화, 드라마, 예능 등에 노출된 이후에 흥행하는 미디어셀러가 있었지만 집콕 생활이 길어지면서 부모와 자녀가 함께 볼 수 있는 예능 프로그램의 영향력이 더 커졌다”고 분석했다. 김성신 출판평론가는 “시청자들이 예능 프로그램을 자주 접하다 보면 나와 소통이 될 법한 패널들이 권하는 책에 자연스레 집중하게 되는 경향이 생긴다”고 말했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 2021-0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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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채플린은 슬랩스틱 배우? 영화로 세상을 바꾸려한 감독이었다

    #제시어1 60편 이상의 영화 제작, 미국감독조합상 명예상, 아카데미시상식 공로상, 베니스영화제 특별공로상 #제시어2 짧은 콧수염, 지팡이, 헐렁한 바지에 꽉 끼는 상의, 중절모, 뒤뚱거리는 발걸음 두 종류의 제시어를 보고 각각 떠오르는 사람이 있는가? 이는 모두 찰리 채플린(1889∼1977)을 설명하는 수식어다. 영화 팬이 아니라면 제시어1과 채플린을 연결짓기 어려울 것이다. 대개는 채플린을 과장된 동작이나 소리를 통해 웃음을 유발하는 ‘슬랩스틱’ 배우로 기억하기 때문이다. 채플린은 감독이기도 했다. 그는 88세에 눈을 감을 때까지 정식 개봉작 기준으로 67편의 영화를 만들었다. 그의 첫 장편 영화 ‘키드(Kid)’는 올해 개봉 100주년을 맞아 21일 국내에서 재개봉됐다. 영화는 채플린의 자전적 이야기로, 버려진 아이 존과 그를 사랑으로 품은 떠돌이 찰리에 대한 드라마다. 수입·배급사인 엣나인필름은 “감독으로서의 채플린의 세계에 문을 연 작품”이라고 말했다. 감독 채플린은 역사에 남을 만한 명작들을 쏟아냈다. 금을 찾아 몰려든 이들의 이야기 ‘황금광시대’(1925년)부터 소외된 방랑자를 그린 ‘서커스’(1928년), 눈이 먼 젊은 여인이 등장하는 ‘시티라이트’(1931년) 등 다양한 소재를 다뤘다. ‘살인광시대’(1947년)나 ‘뉴욕의 왕’(1957년)을 통해 자본주의와 매카시즘을 비판하기도 했다. 한국영상자료원에 따르면 ‘백작’(1916년), ‘어깨총’(1918년) 같은 그의 초기 단편 코미디는 국내에서 1918년부터 1930년대에 걸쳐 70회 이상 상영과 재상영을 거듭했다. 당시 그의 코미디를 번안한 연극들이 공연됐을 정도로 채플린은 우리에게도 유명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그의 인기는 1934년 변화를 맞는다. 일본이 ‘활동사진영화취체규칙’을 발표하고 할리우드 영화를 일본 영화로 대체했기 때문이다. 한상언 한상언영화연구소장은 “당시 일본은 불황이 시작되고 중일전쟁을 목전에 두면서 외환을 관리한다는 이유로 할리우드 영화에 대한 수입을 통제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한국학중앙연구원에 따르면 시행세칙에 따라 1937년까지 외국 영화의 극장 상영 비율은 절반 이하로 줄었고, 1941년 태평양 전쟁을 앞두고 미국 영화는 적성국가라는 이유로 상영이 금지됐다. 특히 근대화 속 인간 소외를 다룬 ‘모던타임즈’(1936년)와 전체주의를 풍자한 ‘위대한 독재자’(1940년)는 채플린의 대표작임에도 불구하고 1988년 서울 올림픽 이후에야 한국에 정식으로 개봉됐다. 그 전에 모던타임즈는 1938년 단 한 번 상영되는 데 그쳤고 위대한 독재자는 아예 개봉하지 못했다. 군부정권의 독재를 비판하고 인간의 존엄을 이야기하는 그의 영화는 당시 ‘불온한 콘텐츠’ 취급을 받았던 것이다. 박선영 부산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는 “채플린이 배우로서 개성이 강해 그 이미지만 부각됐을 수 있다”며 “그는 1910년대부터 사회에 대한 자신의 시선과 웃음에 대한 철학을 영화로 구현해내기 위해 연기뿐 아니라 감독, 시나리오, 음악 제작까지 병행한 1인 다역의 천재 감독”이라고 말했다. “나는 앞으로 영화를 몇 편 더 만들 생각이다. … (중략) … 나는 여전히 야망이 있다. 그리고 죽는 날까지 은퇴할 생각이 없다.” 그는 자서전 ‘찰리 채플린, 나의 자서전’을 마무리하며 이렇게 밝혔다. 채플린이 ‘영화 제작으로 세상을 바꾸려 한 감독’이었다는 정체성이 명확히 드러나는 대목이다. 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 2021-0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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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말 안 듣는 아이에게 통하는 대화법

    2007년 이라크전쟁 당시 이라크 바스라의 한 취조실. 영국군 위장 작업복을 입은 군인 두 명이 반란 혐의자 앞에 섰다. 신문을 맡은 군인들이 침을 뱉으며 이렇게 말했다. “이제 넌 망했다. 네 태도에 대해 죄송하다고 말해. 이 망할 살인마. 너희 중 한 녀석은 목이 매달릴 거야. 누가 될까, 너일까?” 영국 신문 가디언은 바스라 취조실의 대화 장면을 입수해 보도했다. 그런데 신문자들은 아무런 정보를 얻지 못했거나, 간신히 확보한 정보도 대부분 완벽한 거짓말이었음이 결국 드러났다. 저자는 정신적·신체적 압박과 고문은 정보를 얻는 데 전혀 효과가 없다고 설명한다. 그렇다고 따뜻한 차를 내밀며 회유하는 것도 설득력이 있진 않았다. 상대를 속여 말하고 싶지 않은 속내를 끌어내는 ‘거짓 소통’은 오래가지 못했다. 20여 년 동안 살인, 강간, 아동 성착취, 테러리즘 등을 연구한 저자가 대안으로 제시한 건 ‘라포르’(관계 맺기)다. 그렇다면 라포르를 잘 맺는 건 타고난 사교적인 성격에 힘입은 걸까. 아니다. 저자들은 라포르를 형성하는 요소인 솔직함과 공감, 자율성, 복기를 이해하면 된다고 말한다. 이 중 상대방에게 들은 키워드나 감정을 되짚는 복기는 대화의 주도권을 잡는 강력한 방법이기에 중요하다. 하지만 모든 대화의 상황이 똑같진 않은 법. 이때 이른바 ‘애니멀 서클’을 이용해 나와 타인의 성향을 파악하고 경우에 맞게 라포르를 형성해야 한다. 저자는 이해하기 쉽도록 인간의 주요 의사소통 방식인 대립, 순응, 통제, 협력을 이를 상징하는 동물에 대입해 도식화했다. 자칫 소재가 뻔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이 책은 풍부한 실제 사례로 강력 범죄자뿐 아니라 직장 상사, 말 안 듣는 아이 등에게도 통하는 대화법을 구체적으로 안내한다. 우리는 종종 아무 잘못 없는 냄비를 두드리고 한숨을 쉬면서 ‘독박 가사’에 대한 불만을 표출한다. 가족들은 청소를 돕더라도 형식적인 도움에 그칠 때가 적지 않다. 이때 어떻게 하면 갈등 없이 직설적으로 대화할 수 있는지 이 책이 알려줄 것이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 2021-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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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 주인공 안죽었다면”… 팬심 채워주는 ‘팬비드’

    지난해 방영한 tvN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 마지막 회에 구승준(김정현)이 예상치 못한 죽음을 맞자 많은 시청자가 안타까워했다. 그리고 곧 이런 상상에 빠졌다. ‘만약 구승준이 죽지 않았다면?’ 팬들의 상상은 현실(?)이 됐다. 드라마 종영 후 유튜브에는 ‘구승준×서단 커플이 해피엔딩이라면?’과 같은 제목으로 팬들이 맘껏 상상한 내용이 영상으로 올라왔다. 구승준과 서단(서지혜)이 드라이브하는 장면을 편집해 둘이 연인이 되는 결말로 재탄생시킨 것. 드라마나 영화 혹은 배우의 팬들이 다양한 영상을 각색하고 조합해 새로운 이야기를 만드는 ‘팬비드(Fanvid·Fan+Video)’가 1020세대의 놀이가 되고 있다. 이들은 여러 작품의 캐릭터를 가져다가 새로운 조합(케미)을 창조한다. 드라마 ‘호텔 델루나’의 장만월(이지은)과 ‘도깨비’의 김신(공유)이 친구라거나, ‘스카이캐슬’ 한서진(염정아)과 ‘펜트하우스’ 천서진(김소연)이 싸우는 영상이 그 예다. 기존 영상의 순서나 대사를 편집해 아예 다른 줄거리를 만들기도 한다. 이는 ‘상상플레이’나 ‘페이크드라마’라는 이름으로도 불린다. 팬비드 크리에이터들은 원작 드라마나 영화의 전개가 ‘고구마’처럼 답답하거나 줄거리에 아쉬운 점이 있으면 더 흥미로운 버전을 만들어 제시한다. ‘지선우의 딸이 강예서였다면?’이라는 영상이 대표적이다. 드라마 ‘부부의 세계’에서 지선우(김희애)의 아들 캐릭터가 답답하다는 평이 나오자 드라마 ‘SKY캐슬’에서 직설적인 캐릭터인 강예서(김혜윤)를 대입한 것. 해당 영상에는 “진짜 사이다다” “속이 다 시원하다” “대리만족하고 간다”는 댓글이 줄줄이 달렸다. 약 5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한 팬비드 전문 채널의 운영자 이모 씨(28)도 줄거리에 변화를 주는 걸 즐긴다. 이 씨는 2006년에 방영한 드라마 ‘궁’을 보고 팬비드에 빠졌다. 이 씨는 “내가 경험하지 못한 시대나 배경을 접하고 ‘내가 이 상황이라면 어떻게 할까? 이런 로맨스가 나에게도 일어날까?’ 상상하는 게 재밌었다”며 “좋아하는 드라마로 희소성 있는 나만의 영상을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팬비드 영상이 팬들의 일방적 판타지로 끝나지 않고 실제 작품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팬비드로 먼저 탄생했던 지창욱, 김지원 배우 커플은 카카오TV의 새 드라마 ‘도시남녀의 사랑법’에서 만났다. 팬비드가 작품 제작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팬비드는 콘텐츠 제작사에서도 활용하고 있다. 자사의 작품을 짜깁기 영상에 포함시켜 홍보하는 것이다. 넷플릭스는 10일 인스타그램을 통해 오리지널 시리즈인 ‘스위트홈’과 ‘좋아하면 울리는’을 조합한 영상을 올렸다. tvN의 유튜브 계정인 ‘Diggle’에서는 ‘디글페이크스튜디오’ 채널을 따로 운영하며 tvN 드라마를 홍보한다. 전문가들은 팬비드가 소비자 주권이 발현되는 콘텐츠의 대표작이라고 설명한다. 김성수 대중문화평론가는 “편집물로써 작품에 대한 자신의 해석과 느낌을 세상에 표출하는 것이 현 시대의 언어가 됐다”며 “노래 ‘강남스타일’ ‘깡’의 성공도 ‘원본 콘텐츠를 얼마나 많이 가지고 노느냐’가 관건이라는 걸 파악한 제작사들이 이를 활용한 것”이라고 말했다.김태언 beborn@donga.com·김기윤 기자}

    • 2021-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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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밀레니얼 세대 전유물?… 댓글놀이에 빠진 중년들

    “넌 돌잡이 때 그거 잡았다면서? 내 마음.” “당신, 유모차지? 나를 애태우잖아.” 유튜브 영상이나 밀레니얼 세대들이 이용하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보다 보면 이런 식의 댓글을 쉽게 볼 수 있다. 재치 있는 말장난을 통해 실소를 짓게 하는 이른바 ‘댓글 놀이’들이다. 밀레니얼 세대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댓글 놀이에 최근 중년층들이 뛰어들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중년층 또한 온라인 공간에 머무는 시간이 늘면서 새로운 놀이문화를 즐기게 된 것이다. 중년층은 밀레니얼 세대처럼 언어유희를 즐기기보다는 진지하고 적극적으로 댓글에 임한다. 중년층 댓글의 특징은 건강과 관련된 키워드가 많고 문장부호를 많이 쓴다는 것. 순정만화에 나올 법한 ‘하오’체를 사용하거나 휴대전화 키패드에 익숙하지 않아 이중모음을 틀리게 쓰거나 띄어쓰기가 안 된 댓글들도 있다. 한 트로트 영상에 올라온 “윽.노래소리에기절.왜계에서왔습니까.좋은노래많이불러줘서감사합니다.건강하세요.행복한아침” 같은 댓글이 대표적이다. 중년층의 댓글이 많이 보이는 곳은 주로 트로트, 주식, 경제, 아기 관련 영상이다. 100만 명 이상의 구독자를 보유한 한 경제 유튜브 채널에는 노후 파산에 대한 영상에 달린 댓글만 900개가 넘는다. 특히 자신을 5060세대라고 밝힌 댓글이 많다. 중년층 댓글의 또 다른 특징은 온라인에 그치지 않고 오프라인 소통을 원하거나 이용자들끼리 응원을 보내는 글이 많다는 점이다. 한 경제 채널에 올라온 “얼굴이라도 알면 마주쳤을 때 따뜻한 밥 한 끼 대접하련만.,다들 힘내소^^!” 같은 댓글이 이런 유형이다. 코로나19로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지난해부터 유튜브 경제 채널을 여러 개 구독한다는 윤모 씨(53·여)는 “제 댓글에 좋아요가 눌리거나 답글이 달리면 공감 받는 것 같아 신이 난다”고 말했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동아방송대 교수)는 “신세대는 과거에 유행했던 문체를 재미 삼아 댓글놀이에 재활용하고 있고, 이에 익숙함을 느끼는 동시에 트렌디함을 추구하는 중년들이 댓글에 가세하면서 전 세대로 댓글 놀이가 확산되고 있다”고 분석했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 2021-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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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윽.노래소리에기절” “힘내소^^!”…댓글놀이에 푹 빠진 중년층

    “넌 돌잡이 때 그거 잡았다면서? 내 마음.” “당신, 유모차지? 나를 애태우잖아.” 유튜브 영상이나 밀레니얼 세대들이 이용하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보다 보면 이런 식의 댓글을 쉽게 볼 수 있다. 재치 있는 말장난을 통해 실소를 짓게 하는 이른바 ‘댓글 놀이’들이다. 밀레니얼 세대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댓글 놀이에 최근 중년층들이 뛰어들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중년층 또한 온라인 공간에 머무는 시간이 늘면서 새로운 놀이문화를 즐기게 된 것이다. 중년층은 밀레니얼 세대처럼 언어유희를 즐기기 보다는 진지하고 적극적으로 댓글에 임한다. 중년층 댓글의 특징은 건강과 관련된 키워드가 많고, 문장부호를 많이 쓴다는 것. 순정만화에 나올 법한 ‘하오’체를 사용하거나, 휴대폰 키패드에 익숙하지 않아 이중모음을 틀리게 쓰거나 띄어쓰기가 안 된 댓글들도 있다. 한 트로트 영상에 올라온 “윽.노래소리에기절.왜계에서왔습니까.좋은노래많이불러줘서감사합니다.건강하세요.행복한아침” 같은 댓글이 대표적이다. 중년층의 댓글이 많이 보이는 곳은 주로 트로트, 주식, 경제, 아기 관련 영상이다. 100만 명 이상의 구독자를 보유한 한 경제 유튜브 채널에는 노후파산에 대한 영상에 달린 댓글만 900개가 넘는다. 특히 자신을 5060세대라고 밝힌 댓글이 많다. 중년층 댓글의 또다른 특징은 온라인에 그치지 않고 오프라인 소통을 원하거나, 이용자들끼리 응원을 보내는 글이 많다는 점이다. 한 경제 채널에 올라온 “얼굴이라도 알면 마주쳤을 때 따뜻한 밥 한 끼 대접하련만.,다들 힘내소^^!” 같은 댓글이 이런 유형이다. 코로나19로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지난해부터 유튜브 경제 채널을 여러 개 구독한다는 윤모 씨(53·여)는 “제 댓글에 좋아요가 눌리거나 답글이 달리면 공감 받는 것 같아 신이 난다”고 말했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동아방송대 교수)는 “신세대는 과거에 유행했던 문체를 재미 삼아 댓글놀이에 재활용하고 있고, 이에 익숙함을 느끼는 동시에 트렌디함을 추구하는 중년들이 댓글에 가세하면서 전 세대로 댓글 놀이가 확산되고 있다”고 분석했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 2021-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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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치킨에서 가장 맛있는 부위는?

    이 책을 읽기 전 준비해야 할 음식이 하나 있다면 대표 야식 메뉴 치킨일 거다. 저자는 치킨 한 마리를 앞에 놓고 조류의 진화사를 설명한다. 왜 하필 닭이냐고 묻는다면 정육코너 등에서 통째로 몸통을 구할 수 있는 유일한 조류이기 때문이다. 진화생물학 관점에서 닭의 기원은 공룡이다. 티라노사우루스나 벨로키랍토르처럼 사나운 이족 보행 공룡에서 나왔다. 그런데 근육질 꼬리와 무거운 몸으로 갑자기 하늘을 날 순 없는 법. 오랜 시간에 걸쳐 하늘을 나는 데 적합한 형태로 진화해 왔다. 특히 새의 몸은 하늘을 날 수 있도록 불필요한 부분을 제거해 경량화됐다. 비상과 관련 없는 부위는 최소한의 기능만 남기고 간결화돼 중력의 영향을 줄였다. 반면 추진력을 얻기 위해 날개 끝이나 안심 근육은 강화됐다. 치킨에서도 날기 위한 진화의 흔적을 엿볼 수 있다. 대표적인 부위가 가슴살이다. 새는 몸 대비 가슴근육의 비율이 30%로 다른 동물에 비해 유난히 높다. 닭의 가슴근육 덕분에 힘차게 날갯짓을 할 수 있다. 소나 돼지의 가슴살이 단독 부위로 판매되지 않는 건 포유류이기에 해당 부위가 발달하지 않은 데 따른 것이기도 하다. 닭발도 그렇다. 닭은 앞을 향하고 있는 세 개의 발가락과 뒤를 향하는 한 개의 엄지를 갖고 있다. 서로 반대 방향을 향하는 발가락 모양 덕에 조류는 나뭇가지를 쥐기가 수월해졌다. 조류가 비상 생활을 하기 시작하면서 얻은 유전 형질이다. 이 책은 일본의 유명 조류학자가 썼지만 조류의 진화만 다루지는 않는다. 알고 먹으면 더 재밌는 닭에 대한 상식을 소개한다. 저자는 육수 재료인 닭 뼈에 붙은 살을 추천한다. 특히 등 부위에 있는 목 주변 근육이 맛있다는 것. 부리로 먹이를 줍는 닭은 부지런히 목을 움직이는데, 이때 근육에 탄력이 생겨 씹을수록 깊은 맛을 낸다. 궁금하다면 오늘 치킨 한 마리를 주문해 보면 어떨지.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 2021-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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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천~신림동 11시간, 버스서 밤샜다” 공포의 퇴근길

    “버스 안에서 밤을 꼴딱 새웠어요. 서울에서 부산에 갔다가 다시 서울에 온 거랑 같은 시간이 걸렸어요.” 경기 이천에 있는 쿠팡물류센터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김모 씨(21)는 6일 저녁 퇴근길만 떠올리면 몸서리가 쳐졌다. 이날 오후 6시 10분경 직장에서 퇴근하며 셔틀버스에 올랐던 그는 다음 날인 7일 오전 5시경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 도착했다. 평소 1시간 반이면 도착하는 거리를 11시간가량이 걸린 셈이다. 이 셔틀버스는 원래 서울지하철 2호선 사당역과 서울대입구역을 거쳐 오후 7시 반쯤 신림역에 정차한다. 그런데 이날은 오후 9시 가까이 돼도 사당역조차 닿지 못했다. 결국 많은 직원들은 서초 나들목 인근에서 하차를 선택했다. 김 씨는 “집이 서초구에서 멀어 셔틀버스를 그대로 타는 게 낫다고 생각했는데 큰 오판이었다”며 “평소 출근을 준비하는 시간에 집에 도착해 7일 도저히 출근할 수가 없었다”고 전했다. 김 씨를 비롯한 수도권 시민 상당수는 6일 폭설로 최악의 퇴근길을 경험했다. 특히 강북에서 강남으로 넘어가는 버스를 이용하는 시민들이 큰 고초를 겪었다. 한남대교와 반포대교 남단 등에서 눈이 제때 치워지지 않아 큰 정체를 빚는 바람에 아예 회차를 결정한 버스들도 있었다. 폭설로 움직이지 못하는 버스를 시민들이 내려 밀기도 했다. 6일 오후 7시경 406번 시내버스는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으로 가는 길에 경사 길을 오르지 못해 서울고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하지만 이마저 얼마 못 가 멈춰서는 바람에 승객 5, 6명이 내려 밀기도 했다. 406번 등 6개 노선버스를 운영하는 도선여객 관계자는 “예상보다 이른 시간에 눈이 내리기 시작해 곳곳에서 차량이 멈추거나 지체됐다”며 “노선 한 바퀴를 도는 데 5시간 이상 걸려 오후 9시부터는 10대가 운행을 멈췄다”고 말했다. 눈에 막혀 차를 길에 세워 놓고 떠나는 시민들도 적지 않았다. 소셜미디어에는 이날 저녁 ‘서초구 올림픽대로 한복판에 스포츠카를 버려둔 채 운전자가 사라졌다’는 글들이 올라왔다. 강남대로에는 후륜구동이라 눈길에 약한 외제차들이 여러 곳에 세워져 있었다. ‘올림픽대로에서 차에 4시간 갇혀 있었다’ ‘7시에 퇴근했는데 집에 10시 넘어 도착했다’는 글들도 소셜미디어에 다수 올라왔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 2021-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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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시간반 거리를 11시간…버스에서 밤샜다” 최악의 퇴근길

    “버스 안에서 밤을 꼴딱 새웠어요. 서울에서 부산에 갔다가 다시 서울에 온 거랑 같은 시간이 걸렸어요.” 경기 이천에 있는 쿠팡물류센터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김모 씨(21)는 6일 저녁 퇴근길만 떠올리면 몸서리가 쳐졌다. 이날 오후 6시 10분경 직장에서 퇴근하며 셔틀버스에 올랐던 그는 다음날인 7일 오전 5시경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 도착했다. 평소 1시간 반이면 도착하는 거리를 11시간가량이 걸린 셈이다. 이 셔틀버스는 원래 서울 지하철2호선 사당역과 서울대입구역을 거쳐 오후 7시 반쯤 신림역에 정차한다. 그런데 이날은 저녁 9시 가까이 돼도 사당역조차 닿지 못했다. 결국 많은 직원들은 서초IC 인근에서 하차를 선택했다. 김 씨는 ”집이 서초구에서 멀어 셔틀버스를 그대로 타는 게 낫다고 생각했는데 큰 오판이었다“며 ”평소 출근을 준비하는 시간에 집에 도착해 7일 도저히 출근할 수가 없었다“고 전했다. 김 씨를 비롯한 수도권 시민 상당수는 6일 폭설로 최악의 퇴근길을 경험했다. 특히 강북에서 강남으로 넘어가는 버스를 이용하는 시민들이 큰 고초를 겪었다. 한남대교와 반포대교 남단 등이 눈에 제때 치워지지 않아 큰 정체를 빚는 바람에 아예 회항을 결정한 버스들도 있었다. 폭설로 움직이지 못하는 버스를 시민들이 내려 밀기도 했다. 6일 오후 7시경 406번 시내버스는 예술의전당으로 가는 길에 경사 길을 오르지 못해 서울고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하지만 이마저 얼마 못 가 멈춰서는 바람에 승객 5, 6명이 내려 밀기도 했다. 406번 등 6개 노선버스를 운영하는 도선여객 관계자는 ”예상보다 이른 시간에 눈이 내리기 시작해 곳곳에서 차량이 멈추거나 지체됐다“며 ”노선 한 바퀴를 도는데 5시간 이상 걸려 오후 9시부터는 10대가 운행을 멈췄다“고 말했다. 눈에 막혀 차를 길에 세워 놓고 떠나는 시민들도 적지 않았다. 소셜미디어에는 이날 저녁 ‘서초구 올림픽대로 한복판에 스포츠카를 버려둔 채 운전자가 사라졌다’는 글들이 올라왔다. 강남대로에는 후륜구동이라 눈길에 약한 외제차들이 여러 곳에 세워져 있었다. ‘올림픽대로에서 차에 4시간 갇혀 있었다’ ‘7시에 퇴근했는데 집에 10시 넘어 도착했다’는 글들도 소셜미디어에 다수 올라왔다. 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 2021-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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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2 정인이 없도록” 위탁가정 신청 늘었다

    “경찰도 기관도 믿을 수 없었어요. 나부터 나서야겠단 생각뿐이었습니다.” 전북 전주에 사는 김승희 씨(42·여)는 16개월 된 입양아 정인이의 학대 사망 소식을 들은 뒤 지난해 11월 전북위탁가정지원센터에 위탁가정 신청서를 냈다. 김 씨는 6일 “학대 피해를 입은 아이들이 맘 편히 기댈 수 있는 가정을 만들어주고 싶다”며 “그게 정인이를 위해 그나마 할 수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김 씨는 관련 교육을 이수한 뒤 가정방문 등을 거치며 위탁 준비 과정을 밟고 있다. 양부모의 학대로 세상을 떠난 정인이 사건 뒤 또 다른 정인이가 나오지 않도록 학대피해 아동을 보호하는 위탁가정이 되려는 시민이 늘어나고 있다. 위탁가정이란 친부모의 학대나 사망, 수감 등을 이유로 아동이 보호받기 어려울 때 일정 기간 다른 가정에서 보호받도록 지원하는 제도다. 경남가정위탁지원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정인이의 죽음이 알려진 뒤 지금까지 38명이 위탁가정이 되고 싶다며 신청서를 제출했다. 2019년 같은 기간 9명밖에 신청하지 않았던 것과 비교해 큰 폭으로 증가했다. 강원가정위탁지원센터 측은 “전년도 같은 기간 위탁가정 신청자는 1명뿐이었지만 올해는 9명으로 늘어났다”고 전했다. 부산가정위탁지원센터도 4일 하루에만 홈페이지에 위탁가정 신청서가 2건이나 접수됐다. 센터 관계자는 “한 달에 2건 있어도 많다고 했는데 하루에 2건이 들어와 직원 모두가 놀랐다”고 했다. 해당 신청서를 냈던 주부 A 씨는 “정인이 사건을 통해 버려지는 아이들과 학대받는 아이들을 위한 위탁가정의 필요성을 깨달았다. 초등학생 자녀를 키우는 사람으로서 피해 아이들에게 힘이 돼주고 싶다”는 메시지를 남겼다. 정인이 사건으로 향후 위탁가정 확보는 중요한 과제로 떠올랐다. 정부가 재발 방지 대책 가운데 하나로 가정학대 신고가 두 번 이상 접수되면 즉각 분리한다는 방침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선 해당 아동들을 보호할 거처 마련을 최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하지만 국내에서 위탁가정 수는 턱없이 부족한 형편이다. 2019년 기준 보호 조치가 내려진 아동 4047명 가운데 위탁가정으로 간 아이들은 1003명(24.3%)에 그쳤다. 게다가 위탁가정은 2015년 1만705가구에서 2019년 8354가구로 갈수록 줄어왔다. 아동권리보장원 측은 “위탁가정 등 피해 아동을 분리할 곳이 마땅찮아 학대가 발생한 가정에 그대로 머물다 다시 피해를 입은 아동이 2018년에만 1775명이나 된다”고 설명했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서울가정위탁지원센터의 심형래 관장은 “가정 아동학대가 발생하면 곧장 분리해야 하나 현재 위탁가정이 워낙 부족하다”며 “시민들의 참여가 아동들을 위한 안전망이 돼줄 수 있다”고 했다. 이소연 always99@donga.com·김태언 기자}

    • 2021-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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