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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에 귀가하는 여성을 몰래 뒤쫓아가 여성의 집 안으로 따라 들어가려 한 30대 남성이 29일 경찰에 붙잡혔다. 전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공개된 폐쇄회로(CC)TV 영상에는 여성이 집 안으로 들어간 직후 엘리베이터에서 내린 한 남성이 여성의 원룸 문 손잡이를 잡고 돌리는 장면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피해 여성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현장 확인을 제대로 하지 않고 3분 만에 철수해 부실 대응 논란이 일고 있다. 서울 관악경찰서 등에 따르면 회사원 조모 씨(30)는 28일 오전 6시 25분경 지하철 2호선 신림역을 나와 귀가하는 한 여성을 뒤따라 약 3분간 200m가량을 걸었다. 조 씨는 여성이 자신이 거주하는 빌라 1층 공동현관 앞에서 비밀번호를 누르고 들어가자 문이 닫히기 전 재빨리 건물 안으로 들어섰다. 조 씨는 이 여성을 따라 엘리베이터에 함께 탔다. 조 씨는 여성이 6층에서 내려 2m쯤 떨어진 원룸으로 들어가는 순간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재빨리 여성의 집 문을 열려고 했다. 간발의 차로 문이 먼저 잠겼다. 집 안에 있던 여성은 이날 오전 6시 36분경 “누가 자꾸 벨을 누른다”며 112에 신고했다. 경찰은 ‘코드1(신고사건 중 최우선 출동대상 사건)’ 지령을 받고 5분 만인 오전 6시 41분경 여성이 사는 빌라 앞에 도착했다. 하지만 출동한 경찰관 2명은 빌라 1층 주변을 서성이다 3분 만에 현장을 떠났다. 경찰 관계자는 “신고 내용이 ‘누군가 1층 출입구 벨을 계속 누른다’는 것으로 이해했다. 1층 주변에 수상한 사람이 없어 신고자에게 전화로 안내사항을 전달하고 철수했다”고 해명했다. 조 씨는 경찰이 도착하기 직전 빌라를 빠져나왔다. 만약 조 씨가 빌라 건물 안에 숨어 있다가 경찰이 떠난 뒤 다시 범행을 시도했다면 피해가 발생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조 씨는 자신의 범행이 담긴 CCTV 영상이 온라인에 퍼지고 경찰의 수사망이 좁혀오자 사건 다음 날인 29일 오전 7시경 경찰에 자수 의사를 밝혔고 경찰은 조 씨를 자택에서 긴급체포했다. 조 씨는 경찰 조사에서 “술에 취해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일단 조 씨를 주거침입 혐의로 입건했다. 경찰 관계자는 “조 씨가 피해 여성과는 모르는 사이였다”며 “추가 조사를 통해 강간미수 혐의를 적용할 수 있는지를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
서울대 학생들이 전체 학생총회를 열고 제자 성추행 의혹을 받고 있는 서어서문학과 A 교수에 대한 파면을 대학 본부에 요구하기로 결정했다. 서울대 총학생회는 27일 오후 서울대 중앙도서관 앞 ‘아크로폴리스’에서 전체 학생총회를 소집했다. 전체 학생총회는 학생회칙이 정한 최고 의사결정기구다. 오후 7시 40분경 총회 성사 기준인 전체 재학생의 10%(1649명) 이상이 모였다. 총회에는 세 가지 안건이 올라왔다. 첫 번째 안건인 ‘A 교수 파면 요구’는 총 투표수 1829표 중 과반인 1782표 찬성으로 가결됐다. 학생총회에서 가결된 안건이라고 해서 대학 본부 측이 반드시 받아들여야 하는 것은 아니다. 두 번째 안건인 ‘학생인권 보장을 위한 제도적 개선 요구’도 총 투표수 1698표 중 찬성 1680표로 가결됐다. 중앙잔디 점거와 동맹휴업 등의 행동방안을 담은 세 번째 안건은 학생들이 자리를 뜨면서 투표 정족수 미달로 표결이 이뤄지지 않았다. A 교수는 2017년 대학원생인 지도 제자를 성추행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서울대 인권센터는 징계위원회에 A 교수에 대해 정직 3개월 처분을 권고했다. 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

김정우 더불어민주당 의원(51·사진)의 성추행 혐의를 수사해 온 경찰이 김 의원을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넘기기로 했다. 이 사건을 수사해 온 서울 동작경찰서는 강제추행 혐의로 고소를 당한 김 의원에 대해 기소의견을 달아 23일 검찰에 송치하기로 했다. 경찰에 따르면 김 의원은 2017년 10월경 전 직장 동료인 30대 여성 A 씨와 함께 영화를 보면서 자신의 허벅지 위에 A 씨 손을 올리게 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A 씨는 올해 2월 김 의원을 고소했다. 김 의원은 고소를 당한 뒤 입장문을 내고 “2016년 국회에서 우연히 만나 조언을 해주다 친해졌고, 함께 영화를 보다가 우연히 손이 닿은 게 전부”라며 혐의를 부인했었다. 김 의원은 경찰 조사에서도 신체 접촉이 있었다는 사실은 인정했지만 고의가 아니라 실수였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김 의원과 A 씨의 진술이 엇갈리자 김 의원 보좌관을 포함한 주변인들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경찰은 김 의원의 강제추행 혐의 사건을 검찰로 넘기고 나면 김 의원이 A 씨를 명예훼손과 협박 혐의로 고소한 사건을 수사할 예정이다. 김 의원은 A 씨가 지난해 9월부터 올해 1월까지 전화와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자신을 협박했다며 2월 고소장을 제출했다. 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

“아임 프롬 홀트(I‘m from Holt·저는 홀트 출신입니다).” 사회복지법인 홀트아동복지회 말리 홀트 이사장(사진)은 생전 ‘어디 출신이냐’는 질문에 늘 이렇게 답했다. 미국에서 25년, 한국에서 약 60년 살았지만 자신의 정체성을 국적이 아닌 ‘고아와 장애인을 돌보는 일’에 둔 것이다. 홀트 이사장이 17일 별세했다. 홀트아동복지회는 이날 “강인한 정신력으로 골수암을 견뎌내며 열정적으로 봉사의 삶을 살아왔지만 오랜 투병으로 숨졌다”고 밝혔다. 향년 84세. 홀트 이사장은 홀트아동복지회 설립자 해리 홀트와 버사 홀트 부부의 딸이다. 홀트 부부는 1955년, 6·25전쟁이 남긴 한국 혼혈아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본 뒤 입양 사업을 시작했다. 6명의 자식이 있었지만 한국인 고아 8명을 미국으로 데려가 키웠다. 그리고 이듬해 한국에서 홀트아동복지회를 세웠다. 이런 부부의 딸인 홀트 이사장에게 가정을 잃은 아이를 돌보는 것은 운명이었다. 홀트 이사장은 간호전문대를 갓 졸업한 21세 때인 1956년 아버지의 권유로 한국에 왔다. 4년간 의료봉사활동을 하고 미국으로 돌아가 오리건대 간호학과를 졸업한 뒤 1967년 다시 한국에 와서 지금껏 아동 복지를 위한 한길을 걸었다. 홀트 이사장은 “가정이 없는 아이들에게 지상 최대의 선물은 마음껏 사랑받을 수 있는 가정을 만들어 주는 것”이라는 사명감으로 살았다. 그의 사명감은 새로 찾은 가정에서 훌륭하게 자란 아이들로 보답을 받았다. 경기 고양시 자신의 집 거실에 걸린 ‘백골난망’ 액자는 한 고아가 30년 뒤 찾아와 “버림받아 죽었을지도 모를 저를 거둬 자립할 수 있게 도와줬다. 큰 은혜를 입었다”며 준 선물이다. 한국이 고아 수출국이라는 오명을 쓰고 그 장본인이 홀트아동복지회인 양 비난을 받을 때나 입양에 대해 부정적인 말을 들을 때면 홀트 이사장은 대단히 아쉬워했고 서운해했다고 한다. 그렇지만 ‘세상에는 사랑이 참 많고 그 사랑을 알려줄 도구로 내가 쓰인다’고 생각하며 자신의 사명을 실천해 나갔다. 특히 장애아에게 마음이 더 갔던 그는 뇌성마비를 비롯해 특수재활운동이 필요한 이들을 위해 56세이던 1991년 미국 북콜로라도주립대 특수교육과에서 재활상담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팔순을 넘기면서도 고양시 홀트일산복지타운에서 중증장애인들과 생활하며 직접 돌봤다. 평생 독신이었지만 ‘장애아의 어머니’ ‘말리 언니’ ‘할머니’ ‘입양의 대모’로 불린 그의 빈소는 서울 신촌 세브란스병원에 마련됐다. 발인 21일 오전 7시. 02-2227-7550 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
검역 탐지견으로 활동한 복제견을 실험에 사용하고 학대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이병천 서울대 수의과대 교수가 자신의 논문에 공동저자로 아들의 이름을 올린 사실이 드러났다. 16일 서울대에 따르면 이 교수는 2012년 일본의 한 저명 학술지에 SCI급 논문을 발표하면서 아들을 제2저자로 등재했다. 해당 논문은 특정 화학물질을 주입하면 소의 복제 배아가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에 대한 연구다. 이 논문이 게재될 당시 이 교수의 아들은 고등학생이었다. 학계에서는 고등학생이 높은 전문성이 요구되는 SCI급 논문에 저자로 이름을 올리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로 보고 있다. 연구에 기여하지 않는 사람을 저자로 올리면 연구부정에 해당된다. 이 교수의 아들은 미국에서 대학을 다니던 2013년과 2015년에도 아버지의 개 복제 관련 논문에 이름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 교수의 아들은 올해 초 서울대 수의과대 석사과정에 입학했다. 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
지난해 서울대 중앙도서관에서 가장 많이 대출된 책은 조남주의 소설 ‘82년생 김지영’으로 나타났다. 13일 서울대에 따르면 지난해 3월부터 올 2월까지 도서관 대출 상위 20권을 꼽은 결과 ‘82년생 김지영’이 238회로 1위였다. 서울대 도서관에는 이 책이 19권 소장돼 있다. 이어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역사 경제 정치 사회 윤리 편’과 ‘호모데우스: 미래의 역사’가 각각 대출 횟수 149회로 공동 2위를 기록했다. 한강의 소설 ‘채식주의자’(148회), 김영하의 소설 ‘오직 두 사람’(147회)이 뒤를 이었다. 이 밖에 일본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133회), 정유정의 ‘7년의 밤’(119회), 김애란의 ‘바깥은 여름’(118회) 등 대출 상위 10위 안에 소설 6종이 포진했다. ‘채식주의자’와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82년생 김지영’은 2017년에도 대출 건수 1, 2, 3위를 기록했다. 서울대 학부생, 대학원생, 졸업생, 교직원과 다른 대학생 및 일반인도 연회비를 내고 회원 가입을 하면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볼 수 있다.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

포스텍(포항공대) A 교수는 2012년 농촌진흥청에서 연구비 지원을 받은 논문에 자신의 자녀를 공동 저자로 기재했다. 하지만 A 교수의 자녀는 개요 작성, 참고문헌 수집 및 요약정리 등을 한 게 전부였다. A 교수 자녀는 이 논문을 토대로 2013년 미국 대학에 진학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A 교수처럼 미성년 자녀를 논문 공동 저자로 부당하게 올린 교수들의 연구 부정행위가 대거 적발됐다. 교육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이런 내용의 미성년 자녀 공저자 논문 및 부실학회 참가 조사·조치 결과를 13일 발표했다. 연구윤리지침이 제정된 2007년 이후 발표된 논문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50개 대학의 전직, 현직 교수 87명이 139건의 논문에 미성년 자녀를 공저자로 올린 것으로 드러났다. 이 중 대학이 연구 부정으로 판단한 경우는 가톨릭대 경일대 서울대 청주대 포스텍 등 5개 대학 교수 7명의 논문 12건이었다. 미성년 자녀를 부정한 방법으로 등재한 논문 건수가 가장 많은 교수는 서울대 B 교수였다. B 교수는 자신의 논문 3건에 오타와 문법 수정 등을 수행한 자녀를 공저자로 올렸다. 논문 3건 중 2건은 보건복지부에서 연구비를 받은 국비 지원 연구였다. B 교수의 자녀는 2012년 해외 대학에 진학했다. 서울대는 B 교수에 대해 징계 등 후속 조치를 취할 예정이다. 교육부는 “연구 부정에 연루된 자녀는 총 8명으로 이 중 2명은 국내 대학에, 6명은 해외 대학에 진학했다”며 “조사는 2017년 말부터 약 1년 반 동안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교육부는 이날 2014년 7월 이후 4년제 대학 등을 대상으로 한 연구자들의 부실학회 참여 실태조사 결과도 발표했다. 부실학회는 돈을 받거나 적절한 심사 없이 학술지에 논문을 게재하고 가짜 학술대회를 개최하는 ‘사이비’ 학술단체다. 연구자들은 학위나 연구 실적 등을 인위적으로 높이기 위해 부실학회에 참가한다. 조사 결과 부실학회에 참여한 연구자는 90개 대학 574명으로 횟수로는 808회에 이르렀다. 7회 이상 참가자는 7명이나 됐고 2∼6회는 112명, 1회는 455명이었다. 7회 이상 참가자 중 5명은 면직, 정직 등 중징계를 받았다. 대다수 대학은 1∼6회 참가한 교수들에게 경징계만 하거나 아예 징계를 하지 않았다. 부실학회 참여 교수는 서울대가 42명으로 가장 많았으며 다음으로 경북대 23명, 전북대 22명 순이었다. 교육부는 미성년 자녀 공저자 등록과 부실학회 참여자가 많은 대학, 조사 결과가 부실하다고 의심되거나 징계 수위가 낮은 대학에 대해 특별 사안조사를 추가로 실시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서울대 서울시립대 성균관대 연세대 중앙대 등 15개 대학이 대상이다. 또 미성년 자녀가 저자로 등재된 논문 중 대학 자체검증 결과가 부적절하다고 판단된 85건에 대해 재조사를 벌일 계획이다. 부실학회 참여 교수 중 국가 연구비를 지원받은 473명에 대해서는 출장비 회수와 연구비 정산 절차가 진행 중이다.조유라 jyr0101@donga.com·김하경·강동웅 기자}

《올해로 교사가 된 지 3년 차를 맞습니다. 임용시험 준비 시절, 교사가 되면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을 줄 알았는데…. 요즘 전 매일이 갈등과 자괴감의 연속이에요. 꿈꿨던 교사가 되기에 현실이 너무나 가혹합니다. 매 수업시간, 교실에 들어가면 아이들의 3분의 2가 책상에 엎드려 잡니다. 제게 눈길조차 주지 않는 아이도 많죠. ‘내가 무섭지 않아서 그럴까’라고 고민도 했지만, 혼을 내보면 대부분 역효과만 나더군요. 학교폭력 업무, 생활기록부 작성, 수업준비 등 24시간이 부족하게 일하고 있지만 ‘좋은 선생님’이란 수식어는 제게 영영 붙지 않을 것 같습니다. 예전과는 달라도 너무 다른 교실 풍경…. 제가 언젠가 학생들에게 ‘좋은 스승’으로 기억될 날이 올까요?(서울의 한 중학교 교사)》 ‘내 아이라면 저렇게 컵라면으로 끼니 때우는 걸 보고만 있을까.’ 육지에서 배를 타고 40분을 가야 닿는 전남의 섬마을 조도. 그곳의 유일한 고교인 조도고에서 근무하던 조연주 교사(54·여)는 부임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아이들을 위해 밥을 짓기 시작했다. 부모님 대부분이 뱃일, 밭일을 나가 도시락을 제대로 못 챙겨온 학생들이 야간 자율학습 전에 컵라면과 과자만 먹는 것을 본 후부터였다. 처음엔 간단한 김밥을 만들었지만 나중엔 아예 저녁상을 차리기 시작했다. 식재료비가 만만치 않았지만 호주머니 속 돈을 아끼지 않았다. 섬마을 근무를 자원해 조도에 갔던 그가 훗날 ‘밥 짓는 선생님’으로 불린 이유다. 매일 ‘쌤(선생님)밥’을 먹은 아이들은 선생님과 한 팀이 됐다. 대학 진학의 길을 멀게만 생각하던 아이들이 어느덧 조 교사와 함께 뛰었다. 결과는 놀라웠다. 그의 지도 아래 개교 이래 최초로 서울대 합격생이 나왔고, 전남대 한국해양대 등 지역의 내로라하는 국립대와 교대에 붙어 떠나는 아이들이 이어졌다. 교육부와 한국교직원공제회가 매년 주관하는 ‘대한민국 스승상’에서 제1회 대상을 수상한 조 교사의 이야기다. 그는 “열악한 여건에서도 꿈을 이룬 학생들이야말로 나의 훈장”이라고 말했다. 교권 추락의 시대, 옛 고서에 나오는 ‘군사부일체(君師父一體)’라는 말은 이제 신화나 다름없다. 교사의 권위가 임금이나 부모에 버금갔던 시대에는 교사라는 것 자체만으로 권위가 인정됐지만 이제는 수십 년 교직경력을 가진 교사들조차 회의감과 무력감을 호소하며 길게 명예퇴직 줄을 서는 형편이다. 이런 시대에 ‘참스승’이 되기 위한 교사의 예(禮)는 무엇일까. 지난해 대한민국 스승상 수상자이자 ‘손편지 선생님’으로 불리는, 교직생활 30년 차 박경애 교사(55·여·경기 소하중)는 첫째로 ‘애정’을 꼽는다. 그는 제자들에게 받은 수백 통의 답장 가운데 몇 년 전 ‘문제아’로 불리던 A 양(당시 13세)에게서 받았던 편지를 잊지 못한다. 온몸에 문신을 한 친구들과 몰려다니며 마음이 딱딱하게 굳어져 눈도 마주치지 않던 그에게 박 씨는 평소처럼 손편지를 썼다. 어느 날 A 양의 답장엔 그가 매일 지각과 결석을 반복하는 이유가 적혀 있었다. “저는 엄마가 없고요. 아빠는 나를 돌봐주지 않아요.” 아이를 깨워줄 부모가 집에 없단 걸 알게 된 박 교사는 아이가 오지 않는 날이면 전화로 엄마처럼 잔소리를 했다. 그렇게 2학년을 보낸 A 양은 박 씨에게 편지를 남겼다. “모른 체하지 않고 매일 깨워주셔서 고마웠어요. 1년 365일 자퇴하는 날만 기다렸는데 이젠 잘 살아보고 싶어요.” 잘 가르치는 것, 이를 위해 자기 계발을 계속해 나가는 것 또한 이 시대에 필요한 스승의 조건이다. 22년 차 김진성 교사(48·충북 현도정보고)는 기초가 부족한 직업계고 학생들에게 영어를 잘 가르치는 선생님으로 유명하다. 그의 최대 관심사는 ‘교수법’. 팝송과 영화 속 표현을 가져와 지루하지 않은 수업을 하는 게 그의 주특기다. 그는 “영어성적이 8, 9등급이었다가 3등급 이상으로 오른 학생도 많다”며 “잠자는 학생들을 깨우려면 수업이 즐거워야 한다. 잘 가르치는 교사가 되는 것은 스스로의 권위를 세우는 길”이라고 말했다. 최근에 또 하나 교사들에게 강조되는 가치는 ‘소통’이다. 서울의 한 중학교에서 3학년 담임을 맡고 있는 김지연(가명·29·여) 교사는 5년 차에 접어든 지난해부터 학생들과 학급일기를 쓰고 있다. 단체 대화방을 만들어 소소한 이야기를 나누기도 한다. 그는 “기술적으로 뛰어난 교사도 좋겠지만, 제자의 가슴에 남는 교사가 되고 싶어서 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애정, 실력, 소통.’ 하지만 이 모든 가치를 추구하기에 2019년 교사들이 처한 현실은 녹록지 않다. 경제적으로 부족함을 모르는 아이들이 늘고, 학업은 이미 학원에서 더 많이 배워 오는 상황에서 교사들이 뚫고 들어갈 틈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중국의 고서 ‘예기(禮記)’에서 스승의 예를 분석한 정병섭 성균관대 초빙교수는 “전통적 개념의 스승과 제자는 24시간 동안 함께 생활하는, 학문과 인성을 둘 다 가르칠 수 있는 존재였지만 지금은 여건이 다르다”며 “교사에게 전통적 관념을 요구하는 것은 무리인 만큼 달라진 상황에 맞춰 교사의 가치가 실현되는 방향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김하경 whatsup@donga.com·김수연 기자}

올해로 교사가 된 지 3년 차를 맞습니다. 임용고시 준비 시절, 교사가 되면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을 줄 알았는데…. 요즘 전 매일이 갈등과 자괴감의 연속이에요. 꿈꿨던 교사가 되기에 현실이 너무나 가혹합니다. 매 수업시간, 교실에 들어가면 아이들의 3분의 2가 책상에 엎드려 잡니다. 제게 눈길조차 주지 않는 아이들도 많죠. ‘내가 무섭지 않아서 그럴까’라고 고민도 했지만, 혼을 내보면 대부분 역효과만 나더군요. 학교폭력 업무, 생활기록부 작성, 수업준비 등 24시간이 부족하게 일하고 있지만 ‘좋은 선생님’이란 수식어는 제게 영영 붙지 않을 것 같습니다. 예전과는 달라도 너무 다른 교실 풍경…. 제가 언젠가 학생들에게 ‘좋은 스승’으로 기억될 날이 올까요?‘내 아이라면 저렇게 컵라면으로 끼니 때우는 걸 보고만 있을까.’ 육지에서 배를 타고 40분을 가야 닿는 전남의 섬마을 조도. 그곳의 유일한 고교인 조도고에서 근무하던 조연주 교사(54·여)는 부임한지 얼마 지나지 않은 때부터 아이들을 위해 밥을 짓기 시작했다. 부모님 대부분이 뱃일, 밭일을 나가 도시락을 제대로 못 챙겨온 학생들이 야간 자율학습 전 컵라면과 과자 만 먹는 것을 보고서였다. 처음엔 간단한 김밥을 만들었지만 나중엔 아예 저녁상을 차리기 시작했다. 식재료비가 만만치 않았지만 호주머니 속 돈을 아끼지 않았다. 섬마을 근무를 자원해 조도에 갔던 그가 훗날 ‘밥 짓는 선생님’으로 불린 이유다. 매일 ‘쌤(선생님)밥’을 먹은 아이들은 선생님과 한 팀이 됐다. 대학진학의 길을 멀게만 생각하던 아이들이 어느 덧 조 교사와 함께 뛰었다. 결과는 놀라웠다. 그의 지도 아래 개교 이래 최초로 서울대 합격생이 나왔고, 전남대, 한국해양대 등 지역의 내로라하는 국립대와교대에 붙어 떠나는 아이들이 이어졌다. 교육부와 한국교직원공제회가 매년 주관하는 ‘대한민국 스승상’에서 제1회 대상을 수상한 조 교사의 이야기다. 그는 “열악한 여건에서도 꿈을 이룬 학생들이야말로 나의 훈장”이라고 말했다. 교권 추락의 시대, 옛 고서에 나오는 ‘군사부일체’(君師父一體)라는 말은 이제 신화나 다름없다. 교사의 권위가 임금이나 부모에 버금갔던 시대에는 교사라는 것 자체만으로 권위가 인정됐지만 이제는 수십 년 교직경력을 가진 교사들조차 회의감과 무력감을 호소하며 길게 명예퇴직 줄을 서는 형편이다. 이런 시대에 ‘참스승’이 되기 위한 교사의 예(禮)는 무엇일까. 지난해 대한민국 스승상 수상자이자 ‘손편지 선생님’으로 불리는, 교직생활 30년차 박경애 교사(55·여·경기 소하중)는 첫째로 ‘애정’을 꼽는다. 그는 제자들에게 받은 수백 통의 답장 가운데 몇 년 전 ‘문제아’로 불리던 A 양(당시 13세)에게 받았던 편지를 잊지 못한다. 온 몸에 문신을 한 친구들과 몰려다니며 마음이 딱딱하게 굳어져 눈도 마주치지 않던 그에게 박 씨는 평소처럼 손편지를 썼다. 어느 날 A 양의 답장엔 그가 매일 지각과 결석을 반복하는 이유가 적혀있었다. “저는 엄마가 없고요. 아빠는 나를 돌봐주지 않아요.” 아이를 깨워줄 부모가 집에 없단 걸 알게 된 박 교사는 아이가 오지 않는 날이면 전화로 엄마처럼 잔소리를 했다. 그렇게 2학년을 보낸 A 양은 박 씨에게 편지를 남겼다. “모른 체 하지 않고 매일 깨워주셔서 고마웠어요. 1년 365일 자퇴하는 날만 기다렸는데 이젠 잘 살아보고 싶어요.” 잘 가르치는 것, 이를 위해 자기 계발을 계속해 나가는 것 또한 이 시대에 필요한 스승의 조건이다. 22년차 김진성 교사(48·충북 현도정보고)는 기초가 부족한 직업계고 학생들에게 영어를 잘 가르치는 선생님으로 유명하다. 그의 최대 관심사는 ‘교수법’. 팝송과 영화 속 표현을 가져와 지루하지 않은 수업을 하는 게 그의 주특기다. 그는 “영어성적이 8, 9등급이었다가 3등급 이상으로 오른 학생도 많다”며 “잠자는 학생들을 깨우려면 수업이 즐거워야한다. 잘 가르치는 교사가 되기 것은 스스로의 권위를 세우는 길”이라고 말했다. 최근에 또 하나 교사들에게 강조되는 가치는 ‘소통’이다. 서울의 한 중학교에서 3학년 담임을 맡고 있는 김지연(가명·29) 교사는 5년차에 접어든 지난해부터 학생들과 학급일기를 쓰고 있다. 단체 대화방을 만들어 소소한 이야기를 나누기도 한다. 그는 “기술적으로 뛰어난 교사도 좋겠지만, 제자의 가슴에 남는 교사가 되고 싶어서 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애정, 실력, 소통.’ 하지만 이 모든 가치를 추구하기에 2019년 교사들이 처한 현실은 녹록치 않다. 경제적으로 부족함을 모르는 아이들이 늘고, 학업은 이미 학원에서 더 많이 배워 오는 상황에서 교사들이 뚫고 들어갈 틈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중국의 고서 ‘예기(禮記)’에서 스승의 예를 분석한 정병섭 성균관대 초빙교수는 “전통적 개념의 스승과 제자는 24시간동안 함께 생활하는, 학문과 인성을 둘 다 가르칠 수 있는 존재였지만 지금은 여건이 다르다”며 “교사에게 전통적 관념을 요구하는 것은 무리인 만큼 달라진 상황에 맞춰 교사의 가치가 실현되는 방향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김수연 기자 sykim@donga.com}
시속 170km로 달리던 KTX에서 뛰어내린 여성이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구했지만 수천만 원을 배상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10일 코레일에 따르면 A 씨(31)는 9일 오후 8시 45분경 KTX에서 탈출용 비상망치로 출입문 유리창을 깨고, 열차 밖으로 뛰어내렸다. 당시 오송역을 출발해 공주역으로 향하던 열차는 공주역으로부터 8.8km 지점으로 접근하면서 정차를 위해 속도를 시속 230km에서 170km로 늦춰서 운행했다. 달리는 열차에서 뛰어내리면 열차 밑으로 빨려 들어가면서 다리가 절단되는 사례들이 있었는데, A 씨는 강한 바람 때문에 선로 밖으로 밀려난 것으로 보인다고 코레일 측이 밝혔다. A 씨는 계룡터널 내 하행선 선로 위에서 구조됐다. 온몸에 골절상을 입은 A 씨는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으며,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상태다. 이 사고로 호남선 KTX 12편이 최대 1시간 24분가량 지연됐다. 코레일은 열차 지연에 따른 보상 규정에 따라 20분 이상 지연된 열차 6편 탑승객 1100여 명에게 지급할 금액을 3800만 원으로 추산하고 있다. 코레일은 승객에게 먼저 돈을 지급한 뒤 A 씨에게 손해배상을 요구할 계획이다.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

기자는 5일 서울 중구 명동에 있는 ‘야생동물 카페’를 찾았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라쿤, 제닛(사향고양잇과 동물) 같은 이색적인 야생동물들이 손님들 사이에서 뒤섞여 놀고 있었다. 새끼를 주머니에 넣은 캥거루과의 왈라비도 뛰어다녔다. 카페 직원은 손님들의 소지품을 동물들이 물어 삼킬 수 있으니 귀걸이 등 액세서리를 사물함에 보관하라고 안내했다. 사물함에는 ‘동물들에게 얼굴을 가까이 대면 안 된다’, ‘라쿤이 물 수도 있다’는 내용의 경고문이 붙어 있었다. 환경부에 따르면 이런 야생동물 카페가 전국에 84곳(2018년 6월 기준) 있다. 정확한 통계는 아니다. 야생동물 카페는 식품접객업으로 분류돼 있어 야생동물 전시에 관한 사항을 환경부에 신고할 의무가 없다. 10개 종 또는 50개체 이상의 동물을 전시하는 경우에만 동물원으로 등록하도록 해 놓았다. 환경부가 동물원이 아닌 곳에서의 야생동물 전시를 금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사람들이 야생동물과 무분별하게 접촉할 경우 감염병에 걸릴 우려가 있고 생태계가 교란될 위험도 커지기 때문이다. 특히 라쿤은 광견병 매개체여서 미국에서도 골칫덩어리로 꼽힌다. 이항 서울대 수의과대 교수는 “사람 성격이 제각각이듯 일부 개체는 순할 수 있지만 야생동물인 만큼 순식간에 공격성을 드러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야생동물 카페 운영자들은 환경부의 방침에 반발하고 있다. 카페를 차리느라 많은 돈을 투자했는데 환경부가 야생동물 전시를 금지하면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동물 카페 등 전국의 동물산업 관련 종사자들이 ‘한국동물문화산업협회(KACIA)’를 꾸려 집단적인 목소리를 내기로 한 이유이기도 하다. 이들은 8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동물산업 규제를 강화하겠다는 정부 방침에 항의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지효연 KACIA 회장은 “동물의 습성에 맞춰 모래와 은신처 등을 갖추고 손 소독을 의무화하는 등의 조치를 하면 되는데 동물 카페를 무조건 금지하겠다는 것은 부당하다”며 “정부는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이를 지키는 곳은 영업을 허가해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으로 야생동물 카페 운영자들이 생존권의 위협을 느낄 정도라면 보다 세심한 접근이 필요해 보인다. 하지만 정부가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이를 잘 지키기만 하면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동물산업 종사자들의 인식에도 빈틈은 있어 보인다. 기자가 찾았던 야생동물 카페 주인은 기자에게 사료를 건네며 “한번 먹이를 줘보라. 물지 않는다”고 했다. 하지만 10여 분 뒤 카페 직원이 짜증 섞인 목소리로 주인에게 말했다. “라쿤이 또 (나를) 물었어요.” 김하경 사회부 기자 whatsup@donga.com}
올해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신입생 10명 중 9명 이상은 이른바 ‘스카이(SKY·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출신인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대를 포함해 전국 21개 로스쿨의 신입생 절반가량이 스카이 졸업생인 만큼 다양한 배경과 경력을 가진 이들을 법조인으로 양성한다는 로스쿨 도입 취지가 퇴색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6일 사법시험준비생모임(사준모)에 따르면 올해 스카이 출신 신입생 비율이 가장 높은 곳은 서울대로 93.4%였다. 이는 사준모가 전국 25개 로스쿨 중 21개 로스쿨의 정보를 분석한 결과다. 건국대 경희대 인하대 중앙대 등 네 곳의 로스쿨은 출신 대학 정보 공개를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대에 이어 스카이 출신 신입생 비율이 높은 곳으로는 연세대(86.3%) 고려대(79.0%) 서강대·한양대(각각 68.1%) 순으로 나타났다. 서울 소재 로스쿨로 넓히면 71.1%가 스카이 출신이었고, 로스쿨 21곳을 종합해 분석하면 48.7%가 스카이 출신이었다. 특히 서울대와 고려대, 연세대 로스쿨은 올해 신입생의 절반 이상이 자교 출신이었다. 서울대가 63.8%로 자교 비율이 가장 높았고, 이어 고려대(55.6%) 연세대(52.2%) 순으로 나타났다. 권민식 사준모 대표는 “전국 21개 대학 신입생 중 로스쿨이 없는 대학 출신과 독학사 출신은 11.6%에 불과했다”며 “다양한 경험을 가진 법조인을 양성한다는 로스쿨의 도입 취지는 빛이 바랜 지 오래다”라고 지적했다. 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

현 고2 학생들이 대입을 치르는 2021학년도에도 수시 비중이 예년과 마찬가지로 70%대를 유지하게 된다. 교육당국이 2022년부터 수능 위주의 정시 전형을 30% 이상으로 늘릴 것을 권고하면서 2021학년도부터 정시 비중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됐으나 크게 달라지지 않는 것이다. 30일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취합해 발표한 전국 198개 4년제 일반대의 ‘2021학년도 대학입학전형시행계획’에 따르면 전체 선발 인원은 2020학년도보다 419명 줄어든 34만7447명이다. 이 중 수시모집 비중은 약 77.0%(26만7374명)다. 정시모집 비중은 지금보다 0.3%포인트 높아진 23.0%(8만73명)로 늘어난다.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등 서울 소재 15개 대학은 총 5만1692명을 모집한다. 이 중 수능 전형으로 뽑는 인원은 1만5236명(29.5%)으로, 전년(27.5%) 대비 2%포인트 늘어났다. 대학별로 보면 연세대(27.0%→30.7%), 이화여대(20.6%→30.7%), 동국대(27.1%→31.2%)가 2021학년도 수능 전형 비율을 30%대로 끌어올렸다. 서울대(20.4%→21.9%), 고려대(16.2%→18.4%), 한양대(29.4%→29.6%), 경희대(23.0%→25.2%)도 수능 전형 비중을 늘렸다. 지난해 학생부종합전형(학종) 확대를 경계한 대입제도 개편 공론화 결과를 반영한 것이다. 당시 교육부는 “대학들에 수능 위주의 정시 비율을 30% 이상으로 높이도록 권고하고, 이를 따르지 않을 경우 재정 지원을 제한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주요 대학 대부분은 학종을 줄이는 방식이 아닌 논술과 실기 등 전형을 줄이는 방법으로 정시 선발 비중을 늘렸다. 주요 15개 대학의 2021학년도 학종 비중은 전년 대비 0.3%포인트 늘어난 44.0%(2만2761명)로 집계됐다. 연세대(34.9%→48.9%)와 건국대(48.9%→59.3%)가 전년 대비 학종 비율을 10%포인트 이상 늘렸다. 고려대는 학종 비율을 62.3%에서 47.5%로 대폭 줄이고, 교과 내신성적 위주로 뽑는 학생부교과전형 비율을 9.6%에서 27.8%로 늘렸다. 반면 2021학년도 주요 15개 대학 입시에서 전년 대비 순감한 전형은 논술(441명)과 실기 등(1402명) 전형뿐이었다. 정시 확대를 통해 학종 축소를 유도하려던 정부 정책이 절반의 성공에 그친 셈이다. 입시정보업체 유웨이는 “대학들이 어쩔 수 없이 정시 비중을 늘렸지만 여전히 학종을 선호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서울대는 2021학년도 입시에서 수시 지역균형선발전형의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일부 완화하기로 했다. 기존에는 탐구영역 2개 과목 모두 2등급 이내여야 했지만 2021학년도에는 탐구영역 2개 과목 등급의 합이 4등급 이내면 된다.강동웅 leper@donga.com·김하경·김정훈 기자}
제자를 성추행한 의혹을 받고 있는 서울대 서어서문학과 A 교수에 대한 징계 및 재발방지 대책 마련과 관련해 서울대 본부 측의 대응이 미흡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서울대 A 교수 사건 대응을 위한 특별위원회’는 29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 행정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체 학생 차원에서 A 교수 사건에 대응하기로 했다. 그동안은 서울대 인문대 학생회장 이수빈 씨(22)와 서어서문학과 어울반 학생회장 신유림 씨(20·여), 특위 공동대표 윤민정 씨(23·여·정치외교학부)가 단식을 하면서 A 교수의 파면을 요구해 왔다. 윤 씨는 “(학교 측에) 구성원들이 민주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징계 절차를 마련해 달라고 요구했지만 학교 측은 논의하는 자리조차 만들지 않았다”며 “한 명씩 단식을 이어가는 것만으로는 문제 해결이 어렵다고 판단해 전체 학생들과 함께 요구안을 표출하는 방안에 대해 고민했다”고 말했다. 특위에 따르면 특위와 서울대 총학생회는 22일 오세정 총장에게 보낸 공문을 통해 새로 마련하는 교원징계 규정에 △징계상황을 피해자에게 알릴 것 △징계위원회에 학생을 참여시킬 것 △피해 회복을 위한 학교의 노력 의무를 규정에 명시할 것 등을 요구했다. 학교 측은 징계위원회에 학생이 참여하는 것에 대해 거부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특위는 A 교수에 대한 파면 요구가 학생 전체의 뜻이라는 점을 보여주기 위해 다음 달 27일 전체학생총회를 열기로 했다. 27일 오후부터 27시간 동안 학생 1078명이 총회 개최 찬성에 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총학생회 회칙상 총회 소집 기준은 500명이 찬성하면 된다.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
“일하는 엄마들의 꿈과 희망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아이를 위탁받아 양육하는 사람들의 아동학대 행위에 대한 처벌의 필요성은 매우 크다.” 26일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2부(부장판사 오상용)는 생후 15개월 여아를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아동학대치사 등)로 기소된 위탁모(베이비시터) 김모 씨(39·여)에게 징역 17년을 선고했다. 대법원의 양형 권고 기준을 넘어서는 중형이다. 재판부는 “아동학대치사죄의 양형 기준은 학대 정도가 중해도 징역 6∼10년에 해당해 국민의 법 감정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이 사건과 같은 참혹한 비극이 벌어져서는 안 된다는 사법부의 의지를 표명한다”고 밝혔다. 김 씨는 지난해 7월부터 생후 15개월 된 A 양을 돌보다 지난해 10월 육아스트레스가 크다며 주먹과 발로 A 양의 머리와 엉덩이 등을 수시로 때렸다. 식사도 제대로 챙겨 주지 않아 A 양의 체중은 크게 줄었다. 지속적 폭행과 학대를 당한 A 양은 그달 21일 온몸에 경련 증세를 보였지만 김 씨는 A 양을 32시간이나 방치했다. 자신의 학대 행위가 병원에서 발각될까 두려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A 양은 뒤늦게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이미 뇌의 80%가량이 손상된 상태였다. A 양은 2주간 연명치료를 받다 숨졌다. 수사 결과 학대는 A 양에게만 그치지 않았다. 김 씨는 자신이 돌보던 생후 6개월 된 B 양의 코와 입을 틀어막고 물이 가득 담긴 욕조에 얼굴을 담가 숨을 쉬지 못하게 하는 등 학대했다. 또 생후 18개월 된 C 군을 목욕시키다 일부러 뜨거운 물에 닿게 해 2도 화상을 입히기도 했다. 재판부는 “직장에서 일하는 엄마들이 공분을 느끼고 피고인을 엄벌해 달라고 탄원서를 내고 있다. 아이를 맡길 수밖에 없는 워킹맘과 워킹대디들이 깊은 좌절과 불안감을 느끼고 있는데 더 이상 일하는 엄마들이 죄책감을 갖지 않는 세상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날 재판 내내 눈물을 흘리던 A 양의 가족과 친척들은 재판부가 “이곳에서 아픈 기억을 잊고 부디 하늘에서 편히 쉴 수 있기를 조심스럽게 희망한다”며 판결을 내리자 오열했다. 한편 여성가족부는 이날 ‘안전한 아이돌봄 서비스를 위한 개선대책’을 발표했다. 이달 초 서울 금천구에서 한 아이돌보미가 생후 14개월 된 아이를 학대한 사건을 계기로 마련한 조치다. 개선대책에 따르면 다음 달부터는 아이돌보미를 선발할 때 인·적성 검사를 실시해 부적격자를 걸러낸다. 또 아이돌보미 면접 때 쓸 ‘표준매뉴얼’이 마련된다. 특히 돌보미 면접 시 아동학대 예방 관련 전문가 1명을 반드시 포함시킬 방침이다. 폐쇄회로(CC)TV 같은 감시용 카메라 설치에 동의하는 아이돌보미가 우선적으로 영아 대상 서비스에 배치된다. 다만 돌보미를 둔 가정에 카메라 설치를 지원하는 방안은 인권과 사생활 침해 등이 문제가 될 수 있어 이번 대책에는 담지 않았다. 아동학대 처분도 강화된다. 아동학대가 의심되는 행위를 적발했을 때 즉시 시행되던 ‘아이돌보미 활동 정지’ 기간이 기존 6개월에서 자격정지 여부가 결정될 때까지로 늘어난다. 또 아동학대 확인 시 내려지는 자격정지 기간도 6개월에서 2년으로 늘어난다. 아동학대로 벌금형이나 실형을 받을 경우 내리던 자격취소 처분은 기소유예나 보호처분을 받았을 때로 확대해 5년간 아이돌보미로 활동하지 못하게 할 방침이다. 아동학대 예방교육은 기존 2시간에서 4시간으로, 현장 실습 교육은 10시간에서 20시간으로 각각 두 배로 늘린다.김하경 whatsup@donga.com·강은지 기자}

“이 버섯들이 농장 철거 전에 보게 되는 마지막 버섯이네요.” 14일 경기 여주시의 우영농원 비닐하우스 안에서 이 농원 장춘순 이사(62·여)가 내부를 둘러보며 이렇게 말했다. 장 이사가 2010년부터 일궈온 이 농원은 올해 하반기 철거를 앞두고 있다. 장 이사와 남편 이상훈 우영농원 대표(66) 부부가 농원 부지를 푸르메재단에 기부하기로 지난달 26일 약정했기 때문이다. 총 1만1800m2(약 3570평) 규모로 30억 원에 달한다. 푸르메재단은 장애인의 재활과 자립을 지원하는 비영리법인이다. 그 대신 농원 부지에는 발달장애인을 위한 전용 농원이 들어설 예정이다. 이름은 ‘푸르메 스마트팜’. 스마트팜은 유리온실 속에서 온도와 습도가 자동으로 제어되는 시설이다. 날씨의 영향을 덜 받아 생산성도 높은 편이다. 발달장애인들이 농사일에 비교적 쉽게 적응할 수 있고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시설이다. 장 이사 부부는 올해 서른 살인 발달장애인 아들을 두고 있다. 이 부부 역시 발달장애인 자녀를 둔 다른 부모들처럼 ‘우리가 죽으면 내 아이가 어떻게 살아갈까’ 하는 고민을 안고 있다. 부부는 발달장애인이 받을 수 있는 직업교육 환경이 열악하고 일할 수 있는 사업장도 부족한 현실을 조금이라도 바꾸고 싶었다. 장 이사 부부는 고민 끝에 스마트팜을 만들자는 결론에 이르렀다. 부부는 2010년 농부의 삶을 시작했다. 우영농원 부지에 스마트팜을 만들고 수경인삼과 버섯 등을 재배하며 가능성을 실험했다. 하지만 이들 같은 초보 농업인에게 농업 기술을 익히고 판로를 개척하는 일은 만만치 않았다. 부부가 농원 부지를 발달장애인 전문기관에 기부해 좀 더 체계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해야겠다고 결심한 배경이다. 푸르메재단은 ‘넥슨어린이재활병원’ 등 장애 어린이 재활치료시설을 설립해 운영하는 등 관련 경험이 풍부한 기관이다. 장 이사는 “장애인의 일터와 생활시설이 하나의 마을을 이루는 벨기에의 모습을 본 적이 있다. 푸르메재단의 지향점이 우리가 생각하는 방향과 흡사해 기부를 결심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번 기부에 대해 부부의 딸(35)도 “너무 잘했다”며 응원했다고 한다. 재단은 기부받은 부지에 스마트팜을 만드는 데 그치지 않고 카페, 레스토랑 등을 결합해 지역사회와도 어울릴 수 있는 모델을 만들 계획이다. 장 이사는 “아들이 스스로 경제 활동을 하며 지역사회와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하고 싶었다”며 “발달장애가 있는 사람들이 자립할 수 있는 선례로 자리 잡아 장애인들에게 더욱 살기 좋은 사회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푸르메재단 백경학 상임이사는 “우리 사회가 발달장애인의 일자리 문제에 대해 구체적인 해법을 내놓지 못하고 있었는데, 장애 당사자 부모의 기부를 통해 현실적인 대안을 시도해볼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여주=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의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 난입해 연좌시위를 벌인 한국대학생진보연합 소속 대학생에게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14일 공동주거침입 혐의로 한국대학생진보연합 소속 대학생 A 씨와 B 씨에 대해 전날 오후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A 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B 씨의 영장 신청은 반려했다. A 씨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는 14일 오후 서울남부지법에서 열렸다. 경찰에 따르면 앞서 A 씨를 비롯한 대학생 등 22명은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4층 나 원내대표 의원실을 점거하고 바닥에 드러누워 “김학의 성접대 사건 은폐 황교안 사퇴하라” “반민특위 망언, 강원도산불진압 방해 나경원 사퇴하라” 등을 외쳤다. 국회 방호원들에 의해 한 명씩 의원회관 밖으로 끌려 나가서도 구호를 외치며 농성하다 경찰에 전원 연행됐다. 이들은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의원회관 2층 세미나실에서 개최한 ‘지방자치법 세미나’에 참여한다며 방문증을 발급받고는 나 원내대표 의원실로 향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

이달 초 서울 관악구 서울대 행정관 건물 앞에 ‘A 교수 파면하라’는 현수막이 붙은 천막이 세워졌다. 서울대 인문대 학생회장 이수빈 씨(22)는 11일 오후 수업을 마치고 여느 때처럼 이 천막으로 향했다. 이 씨는 지친 표정으로 천막에 들어가 테이블 앞에 앉았다. 테이블 위에는 물과 소금이 놓여 있었다. 그는 물과 소금에 의지해 9일째 단식을 이어오고 있다. 그 사이 몸무게가 7kg 줄었다. 현기증과 복통에 시달리는 몸으로 수업에 들어가고, 수업이 없을 땐 다시 천막으로 돌아가 허기와 싸우는 게 그의 일상이다. “힘들지만 단식밖에는 다른 방법이 없네요. 서어서문학과 A 교수가 파면될 때까지 계속할 겁니다.” A 교수는 2017년 제자를 성추행한 의혹을 받고 있다. A 교수가 해외 출장지에서 허벅지를 만지고 강제로 팔짱을 끼게 했다는 게 피해 학생의 주장이다. 또 특정 여학생에게 단둘이 등산을 가자고 강요하고 제자들이 술자리에서 일찍 떠나려고 하면 공개 비난을 했다는 증언도 여럿 나왔다. 서울대 인권센터는 A 교수가 성추행을 한 정황이 있다고 보고 학교 측에 정직 3개월 처분을 권고했다. 아직 징계 결과가 나오지 않았지만 학생들은 벌써부터 결사항전의 자세를 보이고 있다. 이 씨뿐 아니라 다른 단과대 학생 70여 명도 A 교수의 파면을 요구하며 길게는 사흘간 단식에 동참했다. 2일 학생 500여 명이 교내에서 시위를 했고 10일엔 인문대 학생 80여 명이 동맹휴업에 나서기도 했다. 학생들이 징계 결과가 나오기 전부터 집단행동에 나선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지난해 갑질과 성추행 의혹을 받았던 사회학과 B 교수에 대한 징계가 정직 3개월에 그치자 학생들은 충격에 빠졌다. 당시 총학생회장은 솜방망이 징계에 항의하며 13일간 단식을 했다. 성낙인 당시 총장까지 나서 “징계 수위가 낮다”는 의견을 밝혔지만 징계위원회 재심의에서도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서울대 A 교수 사건 대응을 위한 특별위원회 윤민정 공동대표(23·여·정치외교학부)는 “가해 교수가 교수직을 유지할 경우 학계에 지속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어 피해자나 피해자를 도왔던 학생들은 향후 진로에 불이익을 받는 등 2차 피해를 당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A 교수의 경우도 B 교수의 전례가 재현될 가능성이 높다. 서울대가 준용하는 사립학교법에 따르면 정직 3개월은 해임 바로 아래 단계의 징계 처분이다. 서울대는 해임까지 하는 게 너무 가혹할 경우 정직 3개월 외에는 다른 선택지가 없다는 입장이다. 그렇다면 피해자들이 납득할 수 있도록 성폭력 관련 자체 징계 규정을 만드는 등 대안을 찾아야 하는데 이마저 제대로 진행되지 않고 있다. ‘미투(#MeToo·나도 당했다)’ 열풍 이후 성폭력에 대한 우리 사회의 눈높이는 크게 높아졌다. 서울대는 이 같은 시대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선 제2, 제3의 A 교수가 계속 나와도 합당한 징계를 하기 어렵다. 이 씨의 단식이 부질없는 투쟁으로 끝나지 않도록 ‘정직 3개월’이라는 장애물을 이제는 없앨 때가 됐다. 김하경 사회부 기자 whatsup@donga.com}

마약 투약 혐의로 구속된 남양유업 창업주의 외손녀 황하나 씨(31)에게 마약을 권유한 인물로 소문이 돈 가수 겸 배우 박유천 씨(33)가 기자회견을 자청해 자신에게 쏠린 의혹을 강하게 부인했다. 박 씨는 10일 오후 6시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나는 마약을 한 적도 없고, (황 씨에게) 권유한 적은 더더욱 없다”고 밝혔다. 4일 체포된 황 씨가 6일 수원지법에서 구속영장실질심사를 받을 때 “알고 지내던 연예인의 권유로 마약을 했다”고 진술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박 씨가 마약 권유자로 의심을 받아왔다. 실제 경찰은 황 씨의 ‘권유자 진술’이 나온 뒤로 권유자로 지목된 인물에 대한 통신영장을 신청하는 등 강제 수사를 시작했다. 박 씨의 소속사인 씨제스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이날 “오늘 수사기관이 ‘황하나의 진술에서 박유천이 거론된 것이 맞다’고 (박유천) 어머니를 통해 알려와 자리를 마련하게 됐다”고 기자회견을 자청한 이유를 설명했다. 경찰은 “박 씨가 자진해 출석한다면 일정을 조율해 입장을 들어볼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 씨는 “나는 결단코 마약을 하지 않았다. 수사기관에서 조사를 받게 되더라도 (먼저) 모든 것을 직접 말씀을 드리는 것이 낫다고 생각했다”며 “경찰서에 가서 성실하게 조사를 받겠다”고 말했다. 박 씨는 “황하나가 마약을 권한 연예인을 지목했다는 보도를 보면서 내가 그 연예인으로 오해받을 수 있다는 생각에 너무 무서웠고 내가 마약을 하는 사람이 되는 건가 하는 두려움에도 휩싸였다”며 “이건 연예 활동 중단이나 은퇴하는 문제를 넘어 제 인생 모든 것이 부정당하는 것이기 때문에 절박한 마음으로 (이 자리에) 왔다”고도 했다. 박 씨와 황 씨는 2017년 4월 “결혼을 약속했다”고 발표한 연인 사이였으나 지난해 초 결별했다. 박 씨는 “결별 후 황하나의 협박에 시달렸지만 그래도 내가 힘들었던 2017년 그 시기에 곁에서 나를 좋아해 준 사람이기 때문에 미안한 마음이 컸다”고 말했다. 또 “(황하나가) 헤어진 후에도 집으로 찾아와 하소연을 하면 들어주려 했고 마음을 달래주려 했다”며 “황하나가 내 앞에서 불법적인 약을 복용한다는 말을 한 적이 없다”고도 했다. 박 씨는 2016년 성폭행 혐의로 4명의 여성에게 고소를 당해 경찰 수사를 받게 되면서 힘든 시기를 보냈다. 박 씨는 4건의 피소 사건에서 모두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경찰에 따르면 황 씨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일명 ‘던지기 수법’을 통해 마약을 구매한 것으로 드러났다. 던지기는 마약 구매자가 돈을 입금하면 판매자가 특정 장소에 마약을 숨겨 놓고 이를 구매자가 찾아가도록 장소를 알려주는 방법이다.김하경 whatsup@donga.com·김소영 기자}
여성가족부가 제공하는 아이돌봄서비스 소속 돌보미 김모 씨(58·여)가 지속적으로 영아를 학대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정부의 돌봄서비스 관리가 ‘부실하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아동학대가 발생해도 정부가 직접 관리하지 않는 데다 돌보미에 대한 교육도 부실하기 때문이다. 여가부는 뒤늦게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나섰다. 3일 여가부와 학부모들에 따르면 아이돌봄서비스에서 파견된 돌보미가 아이를 학대해 문제가 발생해도 신고나 상담은 경찰서나 지역센터에 해야 했다. 여가부가 만 12세 이하 아동의 가정에 아이돌보미를 파견해 돌봐주는 이 서비스의 운영 주체지만, 관리는 건강가정·다문화가족지원센터 등 222개 민간 위탁기관을 지정해 일임했기 때문이다. 아동학대를 민간 위탁기관에 신고해도 지자체를 통해야만 여가부에 보고된다. 여러 보고 단계를 거치면서 아이 팔에 든 멍 등은 사소한 일로 여겨지며 아동학대가 감춰지는 일이 발생한다. 돌보미들을 상대로 한 ‘학대예방 교육’도 부실하다. 여가부는 ‘아이돌보미 양성 및 보수 교육과정’ 고시를 통해 80시간 돌보미를 교육해야 한다. 이 중 아동학대 관련 교육은 2시간뿐이다. 아동학대로 자격정지 된 돌보미가 업무에 복귀하는 것도 어렵지 않다. 아이의 신체에 폭행을 가하거나 상해를 입히면 아이돌봄지원법에 따라 돌보미는 1년 이내 범위에서 자격이 정지된다. 하지만 정지 기간이 끝난 후 보수교육만 받으면 다시 돌보미로 활동할 수 있다. 송희경 자유한국당 의원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자격정지 된 아이돌보미 58명 중 15명이 다시 현업으로 복귀했다. 복귀를 할 수 없는 ‘자격 취소’는 돌보미가 아동보호법으로 처벌받거나 금고 이상의 형사처벌을 받아야 가능하다. 이에 여가부는 8일 아동학대 온라인 신고 창구를 개설하기로 했지만 2007년 돌보미 제도가 생긴 지 10여 년 만에 이뤄진 조치라 ‘뒷북대응’이란 지적이 나온다. 이를 의식한 듯 진선미 여가부 장관은 3일 서울 금천구 건강가정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간담회를 열고 “아이돌보미 서비스를 이용하는 모든 가정에서 발생하는 문제에 대해 전수조사를 진행해 재발을 막겠다”고 밝혔다. 한편 서울 금천경찰서는 오전부터 김 씨를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7시간여 동안 조사를 했다. 경찰은 폐쇄회로(CC)TV 조사 결과 김 씨가 2월 27일부터 3월 13일까지 34건의 아동학대를 저질렀으며, 많게는 하루에 10건 넘게 학대했다고 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김 씨가 자신이 한 행위가 학대라고 생각하지 못했다고 진술했다”며 “모든 혐의를 인정했다”고 말했다.사지원 4g1@donga.com·김하경·강동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