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윤

김기윤 기자

동아일보 문화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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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로 특파원

pep@donga.com

취재분야

2026-01-10~2026-02-09
문학/출판30%
인사일반22%
문화 일반11%
사회일반11%
음악7%
미술4%
교육4%
여행4%
만화4%
정당3%
  • 엄마 무시하는 사춘기 중1 아들… 오은영의 금쪽 처방은?

    엄마를 무시하는 사춘기 아들의 사연이 공개된다. 이날 스튜디오에는 예비 중학생, 예비 초등생 남매를 키우는 부부가 출연한다. 엄마는 “사춘기에 접어든 아들이 게임만 하고 대화를 거부한다. 돌이킬 수 없이 멀어질까 봐 걱정이다”라며 고민을 밝힌다. 이어진 영상에서는 게임 때문에 엄마와 충돌하는 금쪽이의 모습이 나타난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휴대전화, 컴퓨터 게임을 놓지 못하는 모습에 엄마는 화를 내며 경고하지만, 금쪽이도 결국 참지 못하고 폭발한다. 문제를 지켜보던 오은영 박사는 게임에 심하게 몰입하는 아이를 위한 해결책을 공개한다. 한편 사춘기 자녀와의 갈등은 부부 싸움으로도 이어진다. 육아 가치관 차이로 고충을 토로하는 아내에게 남편이 “솔직히 대화하기 싫다”고 말하자 그간 참아왔던 아내의 눈물이 터져버린다. 오 박사는 엄마의 상처를 보듬으며 사춘기 자녀를 둔 부모를 위한 대국민 금쪽 처방을 제시한다. 김기윤 기자 pep@donga.com}

    • 2021-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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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잘했어 잘 이겨냈어”… 따스한 위로를 전하는 특별한 눈맞춤

    아이콘택트에서 가장 화제를 모았던 특별한 인연들이 다시 시청자와 만난다. 첫 번째 인연은 추억의 시트콤 ‘똑바로 살아라’에서 부자(父子)로 만났던 배우 노주현과 노형욱. 10대 시절 배우로 활약하다가 한동안 TV에서 모습을 볼 수 없었던 노형욱은 “부모님이 돌아가신 뒤 ‘똑바로 살아라’에서 제 아버지 역할이셨던 노주현 선생님 생각이 많이 났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노주현은 “막막하겠지만 또 부딪치면 인생이 흘러가지 않냐”며 “잘했어. 잘 이겨냈어”라고 아버지 같은 따스한 위로를 건넸다. 두 번째 인연은 트로트 가수 진성과 50년 지기 고향 동생 ‘진현’의 만남. 진성은 할머니 슬하에서 어렵게 보낸 어린 시절을 회상하며 50년 전 애틋한 과거를 떠올린다. 두 사람은 “50년이란 세월이 참 길다. 친형, 친동생처럼 서로를 위로해주던 힘든 시절처럼 앞으로 평생 친형제처럼 지내고 싶다”며 눈물을 흘리는데…. 김기윤 기자 pep@donga.com}

    • 2021-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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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못 보는 남자-못 듣는 여자의 ‘마법같은 대화’

    청각장애인 여성과 시각장애인 남성. 우연히 지하철 같은 칸에 탄 두 사람은 갑작스러운 사고로 지하철이 멈추며 외부와 단절된다. “아무한테도 일어나지 않는 일이 왜 나한테만 일어나!”라고 자책하던 남자는 이내 같은 칸에 다른 이도 함께 있음을 깨닫는다. 수어를 쓰는 여자와 음성어를 쓰는 남자. 이들은 과연 소통이 가능할까. 그리고 서로를 도와 난관을 헤쳐 나갈 수 있을까. 참신한 줄거리와 연출로 무장한 연극 ‘브레이크: BREAK’는 배리어 프리(barrier free·장애인 친화적인) 공연의 새 장을 열었다. 지난달 27일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 유튜브 채널에 공개한 영상과 창작 과정을 담은 메이킹 필름은 연극계에 소소한 울림을 주고 있다. 현실에서는 불가능할 법한 시각장애인과 청각장애인의 소통은 무대 위에서 마법처럼 실현됐다. 작품이 갖는 차별성은 이해를 돕는 보조적 수단에 머물던 수어와 음성 해설을 극 내부로 깊숙이 끌어들였다는 점이다. 주연 배우인 시각장애인 이동우와 청각장애인 이소별은 각자 그들의 언어로 연기하며, 극 중 ‘코러스’ 역할인 배우 도희경 송윤 김명연은 둘 사이 가교 역할을 한다. 예컨대 이동우가 목소리로 대사를 뱉으면 이를 수어로 표현하고, 이소별이 손으로 말한 수어를 목소리로 크게 외치는 식이다. ‘틴틴파이브’ 출신 가수 겸 연기자로 활동하는 이동우는 선글라스를 쓰고 지팡이를 든 채 무대에 선다. “앞을 볼 수 없으니 미래도 없다”며 실의에 빠진 ‘남자’ 역할이지만, 상대와 소통하며 변하기 시작한다. “오늘 난 아무 역에서나 한번 내려 보겠다”며 용기를 얻는다. ‘여자’ 역할의 이소별은 세상이라는 벽이 두려워도, 누군가 이를 허물고 있다는 믿음으로 세상에 나서려 한다. 러닝타임 37분 내내 주연 곁을 지키는 코러스 배우도 극 전개에 필수적 존재다. 세 사람은 단순히 전달자로 머물지 않고 주변 상황이나 사물을 표현하는 연기도 선보인다. “남자가 일어선다” “지하철 불이 꺼진다” 같은 지문 내용까지도 크게 외친다. 주연의 눈과 귀인 동시에 해설자이자 조연 배우인 셈이다. 송윤 배우는 이전부터 수어를 배웠고, 도희경 김명연 배우는 연습 중 수어를 체득했다. 언뜻 생각하면 ‘제대로 연극이 될까?’라는 의문을 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들의 고된 연습과 치밀한 연출로 극은 일말의 시차나 어색함도 없이 유려하게 흘러간다. 여느 극과 마찬가지로 재미와 감동을 준다. 이날 서울 종로구 이음센터에서 만난 안경모 연출가는 “장애를 신체적 손상으로만 볼 게 아니라 사회적 차별로 인해 ‘장애화되는 것’으로 봤다. 수어와 음성 해설이 그간 극 바깥에 머무는 한계를 극복하고 싶었다”고 했다. 이동우는 “장애를 구체화한 이야기에 끌렸다. 대본을 음미하는 매일이 행복했다”고 했다. 세 차례 연극 무대에 오른 ‘신인’ 이소별은 “장애를 미화하지 않으며, 연극적으로 새로운 시도였기에 감흥이 컸다”고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이들은 연습 중 더욱 가혹한 파고와 맞섰다. 마스크 착용이 제일 큰 문제였다. 상대방의 입술을 보며 의중을 파악해야 하는 청각장애인에게는 특히 걸림돌이 됐다. ‘립뷰 마스크’를 착용해도 금세 차오른 입김이 입술을 가려 시간이 몇 배로 걸렸다. 텍스트-음성 변환 애플리케이션도 늘 끼고 다니는 필수품이 됐다. 하지만 이동우는 “이 정도로 어려운 게 없었나 싶을 정도로 연습부터 공연까지 우리에게 난관은 하나도 없었다”며 웃었다. 작품 제목 ‘브레이크’처럼 이들은 ‘장애의 벽’을 박살냈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

    • 2021-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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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성녀 “女배우 고정관념 깰 때 가장 즐거워요”

    인간계 모든 학문을 통달한 노(老)학자 파우스트. 우주를 꿰뚫는 진리를 얻으면 인간 세상도 바꿀 수 있을 것이라 자부했지만, 그는 이내 허무주의에 빠진다. 악마 메피스토는 부유하는 그의 영혼에 은밀히 접근해 속삭인다. 당신에게 열정을 줄 테니 내게 영혼을 팔라고. “계약할까요?”라는 제안에 파우스트는 답한다. “좋다!” 신은 과연 ‘김성녀 파우스트’에게 구원의 기회를 줄까. ‘마당놀이의 여왕’ 김성녀(71)가 26일 개막하는 국립극단의 신작 ‘파우스트 엔딩’에서 파우스트 박사로 돌아온다. 신작 무대는 약 4년 만이다.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파우스트 배역을 여성이 맡아 주목을 받고 있다. 8일 서울 용산구 국립극단에서 만난 그는 “여성 배우가 보기에 파우스트는 참 탐나는 역할이었다. 연기 인생 30여 년 만에 기회가 왔다”며 “‘여자 파우스트’ 말고 그냥 ‘김성녀 파우스트’로 봐 달라”고 강조했다. 작품은 당초 지난해 4월 개막할 예정이었지만 연습실에서 그가 어깨 부상을 당한 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 겹치며 무산됐다. 그는 “지난해에는 열정만 넘치던 상태였다면 지금은 차분히 작품을 들여다보고 있다. 결과적으로 ‘파우스트 박사’에겐 더 나은 상황”이라고 했다. 극은 조광화 연출가가 직접 각색했다. 큰 틀은 유지한 채 괴테의 원작을 115분 분량으로 압축하고 비틀었다. 파우스트 박사는 고뇌하는 장면 외에는 부드럽고 유쾌한 인물로, 메피스토(박완규)는 장난기 넘치는 귀여운 악마로 그렸다. 김성녀는 “고전의 본질만 전한다면 대중과 맞닿는 방법론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며 “조는 사람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이는 2012년부터 7년간 국립창극단 예술감독을 맡으며 창(唱)의 본질과 극의 대중성을 동시에 잡은 그의 예술 지론과도 맞닿아 있다. 남성 노학자로 분한 그의 모습이 다소 신기할지 모르지만 그는 사실 남자 배역에 일가견이 있다. “고정관념 깨는 걸 즐긴다”는 그는 과거 마당놀이 ‘홍길동전’에서는 ‘홍길동’을, ‘햄릿’에서는 ‘호레이쇼’를 맡았다. 배에서 우러나오는 발성은 장군의 호령소리 같다가도 이내 간드러지는 목소리로 돌변한다. 1인극에서는 홀로 30여 개 역을 소화하는 변신의 귀재다. 그는 “평생 롤 모델이 있다면 그건 사람이 아니라 판소리”라며 “한 작품에서 춘향부터 변 사또까지 모든 걸 소화해야 하는 국악이 제 단단한 연기와 소리의 토대”라고 했다. 이어 “연출가가 보기에 남자 분장이 은근히 잘 어울리는 영향도 있는 것 같다. 나도 무대 위 내 모습을 두 눈으로 확인해 보고 싶다”며 웃었다. 현실 세계에서도 그는 카멜레온처럼 늘 변신한다. 연극배우, 마당놀이 여왕, 예술행정가, 교수 등 수식어가 연기 인생만큼이나 쌓였다. 숱하게 변신하면서도 ‘완벽한 연기’라는 소망을 꿈꾸고 놓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연습 중 조금 변화도 생겼다. “파우스트 박사를 보니 꼭 제 인생 같다. 완벽함을 좇지만 결코 도달할 수 없는 게 인간 아니겠느냐”라고 했다. 원작 희곡과 작품의 가장 큰 차이는 결말이다. 원작에서 파우스트는 신으로부터 구원받지만, 이번 작품에선 신이 준 기회를 거절하고 스스로 책임지기 위해 지옥행을 택한다. 그는 “인간성이 말살된 오늘날, 작품은 자신의 책임을 다하지 않는 인간들에게 전하는 일갈”이라고 했다. 극의 마지막 장, 신과 메피스토 앞에 선 ‘김성녀 파우스트’는 외친다. “지옥으로 가겠습니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

    • 2021-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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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드.디.어 풀린 공연장 거리두기… 초록마녀와 돈키호테 만.난.다

    설 연휴를 앞두고 대형 뮤지컬들이 조심스레 기지개를 켜며 잇따라 무대에 오르고 있다. 방역당국이 공연장의 사회적 거리 두기 지침을 완화함에 따라 객석 가동률이 30%에서 50%까지 높아진 데 따른 것이다. 공연업계는 “고사 직전 가까스로 동력을 얻었다”는 반응이지만 여전히 손익분기점을 넘지 못하는 수준. 티켓 수량이 줄어든 상황에서 암표상까지 활개를 쳐 공연계의 고심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 다수의 뮤지컬 제작사들이 방역당국 발표 이후 공연 재개를 결정했다. 뮤지컬 ‘명성황후’ 제작사 에이콤은 2일 작품을 개막한 데 이어 폐막일을 다음 달 7일로 늦추고 공연을 열흘간 연장하기로 했다. 앞서 세 차례나 개막일을 미뤄 공연 횟수는 크게 줄었다. 방역지침이 완화된 이후 공연 회차를 한 회라도 더 늘리려는 고육책이다. 윤홍선 에이콤 대표는 “죽을 뻔하다가 심폐소생술을 받았다. 적자가 예상되지만 관객과의 약속을 위해 공연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는 지난해 12월 중순부터 개막을 미루다 2일이 돼서야 관객과 처음 만났다. 배우 조승우를 비롯해 류정한, 홍광호 등 티켓 파워를 가진 스타들이 무대에 오르며 공연계에 생기를 불어넣고 있다. 뮤지컬 ‘위키드’는 당초 16일 개막이 예정돼 있었지만 설 연휴인 12∼14일 사흘간 5회 공연을 추가했다. 사실상 공연 개막일을 앞당긴 것이다. 다음 달 초까지 티켓이 전석 매진되는 등 그간 억눌렸던 관객 수요가 몰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캣츠’ 40주년 앙코르 기념공연도 26일에서 28일로 폐막일을 늦췄으며, 뮤지컬 ‘몬테크리스토’ 역시 2일 다시 개막한 데 이어 폐막일을 다음 달 7일에서 28일로 미뤘다. 지난해 10월 개막 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중단과 재개를 숱하게 반복한 ‘고스트’를 비롯해 ‘호프’ ‘젠틀맨스 가이드’도 공연을 재개했다. 거리 두기 완화로 제작사들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지만, 대극장 손익분기점이 객석 가동률 70% 수준인 걸 감안하면 여전히 수익 실현은 쉽지 않다. 통상 객석 50%를 채웠을 때 제작비에 맞춰 적자를 겨우 면하는 수준으로 본다. 정부는 현재 ‘동반자 외 두 칸 띄어 앉기’ 혹은 ‘모든 객석 한 칸씩 띄어 앉기’ 중 하나를 택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예매 시스템의 혼선과 공연장에서 동반자를 확인하기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기에 사실상 모든 공연장이 ‘한 칸 띄어 앉기’를 유지하는 상황이다. 객석 가동률도 당분간 50%에 머물 것으로 예상된다. 고질적 병폐로 꼽혀온 암표도 넘어야 할 산이다. 공연 티켓 수량이 크게 줄어든 상황에서 티켓 오픈 주기는 짧아졌다. 예매 취소가 반복되는 상황에서 불법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한 암표상이 그 틈을 파고들었다. 한 공연 제작사 관계자는 “코로나 시국에 어렵게 발걸음 하는 실수요 관람객과 제작진 모두에게 암표는 악순환”이라고 토로했다. ‘위키드’ ‘맨 오브 라만차’의 제작사는 “사전 통보 없이 불법 거래 티켓을 취소할 수 있다”고 밝혔으나 최근 뮤지컬 ‘위키드’의 VIP석 가격(15만 원)은 3배까지 급등했다. ‘맨 오브 라만차’도 VIP석 가격(14만 원)이 2배 이상으로 치솟았다. ‘위키드’ 출연을 앞둔 옥주현은 최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작품을 사랑하는 분들만 함께할 수 있도록 도와 달라”고 호소했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

    • 2021-0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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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온가족 ‘줌’에 모여 차례… 정성 깃들이면 조상님도 ‘흐뭇’

    ‘줌’ 차례… 드라이브스루 성묘… 언택트 설, 마음은 한자리에다가오는 설에도 사회적 거리 두기를 지켜야 하는 마음은 안타깝고 쓸쓸하다. 특히 이번 설에는 직계 가족이라도 5명 이상 모일 수 없어서 더욱 그렇다. 그나마 불행 중 다행이라면 지난 추석에 사상 첫 ‘언택트 명절’을 경험하면서 비대면으로 정을 나눌 수 있는 노하우가 생겼다는 점이다. 온라인 차례부터 드라이브스루 성묘에 이르기까지, 비록 몸은 떨어져 있지만 마음은 함께할 수 있는 현명한 방법들을 찾아봤다. 부산에 사는 김지영 씨(40·여)는 지난달 시아버지 제사를 온라인으로 지냈다. 원래는 시어머니와 4남매 가족이 모여 제사를 지내는데, 시어머니가 모이지 말자고 하셨기 때문이다. 김 씨는 지난 추석에도 못 만나 서운해하는 가족들을 위해 ‘랜선 제사’를 제안했다. 다들 자녀의 온라인 수업으로 ‘줌’에 익숙해진 덕분에 순조롭게 진행됐다. 큰집에서 제사상을 차리되, 각자 집에서 원하는 대로 과일이나 술 등을 곁들였다. 김 씨의 세 자녀는 ‘할아버지 편히 주무세요’라고 쓴 밤하늘 그림을 그려 상에 함께 올렸다. 김 씨는 “지난 추석에는 아무것도 못 하고 지나갔는데 이번에는 이렇게라도 볼 수 있어 다들 웃음이 터졌다”면서 “서로 ‘제사에 이렇게 웃어도 되느냐’고 할 정도로 반갑고 좋았다”고 말했다. 지난해 추석에 이어 올해 설에도 가족들이 한자리에 모이지 못하게 된 데 따른 아쉬움은 크다. 그러나 지난 1년 동안 국민들의 방역 노하우가 쌓이고, 지난해 추석에 한 차례 ‘언택트 명절’을 경험한 게 큰 힘이 되고 있다. ‘온라인’ ‘드라이브스루’ ‘대리’ 등 슬기로운 방식으로 명절의 정을 나누는 ‘신예기(新禮記) 팁’을 알아봤다.○ 온라인으로 흐르는 예와 추모 경기 성남시에 사는 60대 A 씨는 지난 추석에 ‘줌(Zoom)’을 활용해 차례를 지냈다. 평소 명절이나 기일에는 서울에 사는 두 동생 가족이 A 씨 집으로 찾아오지만 언택트 명절을 위한 조치였다. 화면 너머 가족들이 “아버지 좋아하시던 보쌈 좀 많이 집어주세요” “술 한잔만 더 올려주세요”라고 말하면 A 씨는 젓가락으로 보쌈을 집고 술을 따르는 모습을 화면으로 보여줬다. A 씨는 “제사를 준비하는 정성과 마음가짐은 예전 방식이나 온라인 방식이나 똑같았다”며 이번 설 차례도 이렇게 지내겠다고 했다. 어른들을 위해 영상통화나 영상편지를 계획하는 집도 많다. 서울 강남구에 사는 류한나 씨(42·여)는 지난 추석에 강원도 시댁에 가려 했으나 시할아버지가 한사코 말려 종손인 남편만 갔다. 류 씨는 5세 된 아들과 무지개떡을 만들고 색동 한복을 입혀 영상편지를 찍었다. 아이가 “할아버지 다음에 갈게요. 왕할아버지 최고 사랑해요”라고 말하는 영상편지를 보고 시할아버지와 시부모는 한참을 웃고 또 웃었다고 한다. 류 씨는 이번 설에는 간단히 차례상도 차리고 설에 맞는 콘셉트를 잡아 아들과 함께 영상편지를 만들 예정이다. 온라인 성묘도 호응이 크다. 보건복지부가 지난 추석을 앞두고 마련한 ‘e하늘장사정보시스템’에는 9월 20일부터 10월 4일까지 약 23만 명이 몰렸다. 이 시스템을 통해 지난 추석 때 100곳 정도 이용할 수 있었던 온라인 추모공원은 1일 기준 346곳으로 늘었다. 인천가족공원이 선보인 가상현실(VR) 추모 서비스는 지난 추석에 이어 이번 설에도 8일부터 21일까지 운영된다. 공원 입구 도로부터 VR로 구현돼 있기 때문에 실제로 납골함이 안치된 장소에 찾아가 차례상을 차리는 듯한 모든 과정을 진행할 수 있다.○ ‘드라이브스루 문안’에 ‘대리 성묘’도 가능 외부인 출입이 금지된 지 오래인 요양병원들은 드라이브스루 방식으로 인사를 건네거나 음식을 전하게 하는 추세다. 울산 이손요양병원은 지난 추석 때 차를 타고 온 가족들이 차창으로 명절 음식을 건네면 병원 직원들이 건네받아 병동에 전달했다. 400명이 입원한 이곳에 추석 연휴 5일간 배달된 음식 꾸러미는 165개. 이모 씨(83)는 “아이들이 만든 음식을 받으니 나를 잊지 않았구나 싶어 좋았다”고 말했다. 성묘 문화도 달라지고 있다. 양재혁 씨(54)는 지난 추석 문중에 ‘드라이브스루 성묘’를 제안했다. 예년에는 차량 몇 대에 빽빽하게 타고 다같이 선산으로 이동한 것과 달리, 각 집마다 차를 따로 타고 차에서 내려 묘소를 찾는 사람도 최소화했다. 경남 밀양추모공원도 지난 추석에 드라이브스루 성묘를 선보였다. 경기 양평군 국립하늘숲수목원에 아버지와 장인을 수목장으로 모신 김동주 씨(59)는 지난 추석 때 ‘대리 성묘’를 했다. 코로나19로 방문 자제를 권한 수목원 측의 제안에 따른 것. 수목원 측이 나무의 문패, 수목 주변 정리, 헌화 장면 등을 사진과 영상으로 보내줘 큰 위안을 얻었다. 울산 남구의 정토사는 사찰에 위패를 모신 200여 명의 추석 합동차례를 대리 진행하고 유튜브로 전달했다. 유족들은 이를 실시간으로 보면서 채팅창을 통해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평생 치르던 차례나 성묘를 생략하기에는 여전히 마음 한 구석이 불편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조상을 생각하는 마음가짐만 같다면 표현 방식은 다를 수 있다고 조언한다. 신규탁 연세대 철학과 교수는 “논어에 따르면 조상을 감사히 여기고 애도하는 마음이 본질이며, 그 본질을 표현하는 방식은 처한 환경과 시대마다 달라진다고 했다”면서 “제사 형식이 대면인지 비대면인지 따지는 것보다 상황에 맞는 예법을 만드는 정신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김기윤 pep@donga.com·이소정·이지윤 기자}

    • 2021-0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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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누울 공간만 있으면 소형차도 차박 OK… 레그룸 활용하면 더 넓게 쓸수 있죠”[덕후의 비밀노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시대 가장 마음 편한 여행 ‘차박(車泊)’이 뜨고 있다. 차박은 여행지를 찾아 차에서 먹고 자며 머무는 여행을 말한다. 주로 혼자 또는 2인이 인적 드문 곳에서 머물기 때문에 대면 접촉의 위험도 적다. 차를 몰고 야외나 캠핑장에서 야영하는 ‘오토캠핑’과는 다른 개념이다. 대형 캠핑카가 있어야만 가능하다는 오해도 있지만, 발 뻗고 누울 공간만 있다면 소형차도 충분하다. 차박 덕후 홍유진 씨(47)는 1년 중 6개월 이상은 차에서 잠을 청한다. 한 달 동안 차로 전국을 누비기도 했다. 3일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이날도 강설 일기예보를 듣고는 강원 인제군으로 홀로 떠날 채비를 마친 상태였다. 그는 “집 창밖으로 보는 눈과 차에서 감상하는 눈의 질감, 설렘은 차원이 다르다”고 했다. ―언제부터 차박에 빠졌나. “2019년 한일 관계 악화로 일본 여행기를 쓰려던 계획이 틀어졌다. 귀국해 지인으로부터 ‘차박’을 처음 들었다. 해보고 싶다 했는데 ‘네 소형차(미니 쿠퍼)로는 안 된다’고 했다. 오기가 생겨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2년간의 차박 노하우를 모아 책 ‘오늘부터 차박캠핑’을 냈다.” ―소형차에서 차박하는 방법이 궁금하다. “차량 1열 좌석을 앞으로 당기고, 2열 좌석을 반으로 접은 상태로 위에 매트를 깐다. 발 뻗고 누웠을 때 트렁크 문만 닫히면 어떤 차든 가능하다. 해치백(뒷좌석과 트렁크의 구분이 없는 차량), 왜건,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 용이하다. 쏘나타 같은 세단 차종에서 차박하는 분도 있다. 당연히 개인 체형, 키에 따라 조건은 달라지는데 제 남편은 확실히 저보다 불편해했다(웃음).” ―준비할 건 무엇인가. “침낭, 베개, 이불, 간단한 식기 등 최대한 집에서 쓰던 물건을 활용한다. 뒷좌석 ‘레그룸’(다리 공간)에 옷가지를 넣거나 아동 보호대를 깔면 바닥이 평탄해져 더 넓게 공간을 쓸 수 있다. 겨울철에는 보조 배터리로 작동하는 전기장판이나 소형 히터도 좋다. 차창 가리개는 종이상자를 잘라 만들었다.” ―식사는 어떻게 해결하나. “현지 음식을 주로 사 먹거나 간단히 장을 봐서 해결한다. 또는 집에서 조리를 마친 재료, 간편식을 가져와 소형밥솥, 전기 인덕션으로 데운다. 음식물 쓰레기를 남기지 않는 게 중요하며 소형 가스레인지 등 화기류는 안전상 쓰지 않는다.” ―홀로 즐겨 찾는 여행지는 어디인가. “겨울에는 강원 춘천시 소양호 인근, 강원 인제군 원대리 인근 설경을 즐긴다. 정선군 동강 유역이나 경북 군위군 화산산성 주변도 자주 찾는다. 봄, 여름에는 강원 홍천군 밤벌유원지 경치가 최고다.” ―입문자가 유의할 점은 무엇인가. “주차가 가능한지, 안전한지, 사유지는 아닌지 따져봐야 한다. 저는 주로 동네 이장님을 찾아가 차박 가능지를 여쭤본다. 당일 차박 피크닉을 다녀오는 연습도 좋다. 머문 곳에 쓰레기를 남기지 않는 건 기본이다.” ―차박의 가장 큰 매력이 궁금하다. “떠나고 싶은 순간, 바로 떠날 수 있다. 어디든 발길 닿는 곳이 여행지다. 차창 밖 밤하늘 은하수를 본 사람은 차박을 멈출 수 없다. 나중엔 차박 유럽 횡단을 꿈꾼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

    • 2021-0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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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보기 싫어도 또 본다며 우리 개그를 ‘지옥맛’이래요”

    “정말 꼴도 보기 싫은데, 제가 이 영상을 왜 자꾸 보는지 모르겠네요.” 최근 유튜브 채널 ‘피식대학’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댓글이다. 채널 속 여러 콩트 시리즈에는 우리가 살면서 본 씁쓸한 인간 군상이 소름 돋을 정도로 비슷하게 녹아 있다. 후배에게 인사를 강요하는 ‘꼰대’ 복학생, 사랑에 도취된 ‘느끼남’, 등산하다가 추하게 싸워 민폐를 끼치는 산악회원…. 사람들은 보기 싫은데 또 보게 되는 ‘지옥맛’ 개그에 환호했다. 누적 조회수는 8300만 회, 구독자는 약 50만 명에 달한다. 자아를 잊고 캐릭터에 잡아먹힌 듯 연기하는 ‘피식대학’ 3인방, 개그맨 이용주(35) 정재형(33) 김민수(30)의 ‘본체’를 27일 서울 마포구 홍익대 인근 사무실에서 만났다. 이들은 “피식대학엔 ‘배꼽냄새’처럼 맡기 싫어도 자꾸 맡게 되는 중독성이 있나 보다. 여러 인물을 하이퍼리얼리즘(극사실주의)으로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채널의 매력은 시리즈별로 익살스러운 여러 캐릭터를 등장시킨 점. 맏형 이용주는 “우리가 소화하는 캐릭터들을 ‘부캐’라고 생각한다. 요즘 ‘멀티 페르소나’ ‘부캐 열풍’이라던데 우리가 하던 게 부캐 연기다”라고 했다. 최근 가장 인기를 끄는 시리즈는 ‘B대면데이트’다. 코로나19로 대면 데이트가 어려우니 남성 네 명이 비대면 영상통화로 데이트를 한다는 주제다. ‘B급’을 지향해 ‘B대면’이다. 이용주는 중고차 딜러, 정재형은 다단계 회사 영업사원, 김민수는 연하남 힙합 래퍼 역을 연기한다. 이들 외에 개그맨 김해준(본명 김민호)이 카페 사장으로 출연하며, 동료 이창호도 조만간 ‘미래전략실장’ 역으로 합류한다. 이들은 “TV에는 고시 합격자, 금수저처럼 실제 주변에 많지 않은 능력자만 출연해 현실과 괴리감이 있다”며 “채널A ‘하트시그널’이 천국맛이라면 ‘B대면데이트’는 지옥맛”이라고 했다. 정재형은 “특정 직업군을 희화화하기보다 현실에서 꺼릴 법한 남성상을 모았다”고 했다. 이 콩트로 여성 구독자 비율은 40%까지 늘었다. 반응은 뜨겁다. 광고, TV 출연, 패션화보 촬영부터 박막례 할머니 등 유명인과의 협업도 늘었다. 아이돌 영상에나 있을 법한 ‘리액션 영상’도 끊임없이 제작된다. 산악회 중년 남성들의 모습을 빼다 박은 ‘한사랑 산악회’, 05학번 시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대학 선배들을 그린 ‘05학번이즈백’도 대표 콘텐츠다. 과거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이 코너별로 완전히 다른 내용을 그리는 것처럼 이들 시리즈도 신맛부터 쓴맛까지 보는 맛이 쏠쏠하다. 그간 유튜브에서 비슷한 콩트물이 없던 건 아니다. 세 사람의 성공 요인은 현실을 빼다 박은 듯한 관찰력이다. 김민수는 “‘놀다 보니 영감 받았다’며 천재처럼 허세도 부리고 싶지만, 미친 듯 회의한 끝에 나온 산물이다. 결국 엉덩이 싸움”이라고 했다. 정재형은 “준비는 철저히 하되 촬영 순간부터 연기를 각자에게 믿고 맡기는 봉준호 감독 스타일”이라고 했다. 이용주도 “공식 퇴근시간은 오후 6시지만 정시 퇴근은 생각해본 적이 없다”며 웃었다. 3인방은 지상파 방송사 공채 개그맨이다. 이용주 김민수는 SBS 입사 동기로 ‘웃찾사’에서 활약했고, 정재형은 KBS ‘개그콘서트’에 출연했다. 무대에 대한 갈증을 해소하려 스탠딩 코미디도 해봤고 2019년부터 영상을 만들었다. 처음엔 환호하는 이가 없었지만 이내 변곡점이 찾아왔다. 몇몇 성대모사 영상이 그야말로 ‘터졌고’ 이들의 진가를 알아본 팬들도 움직였다. 세 사람은 개그 프로그램 폐지로 인한 실직자가 유튜브에서 성공했다는 동정 어린 시각에는 고개를 저었다. 이들은 “원래 개그맨들은 매주, 매일 새 아이디어로 도전한다. 많은 아이디어를 넣을 수 있는 유튜브로 플랫폼이 바뀐 것뿐”이라고 했다. 향후 채널의 방향성을 묻자 정재형은 다단계 영업사원 캐릭터로 변신했다. “채널을 발전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세 사람의 단단한 가치관을 공유하고, 비전을 제시하며….”김기윤 기자 pep@donga.com}

    • 2021-0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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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초연땐 메르스, 올핸 코로나 뚫고… ‘유령’이 돌아왔다

    기구한(?) 운명 속에서도 살아남은 뮤지컬계 유령이 돌아왔다. 뮤지컬 ‘팬텀’은 국내 초연인 2015년에는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로 직격탄을 맞아 일부 지방공연을 취소해야 했다. 큰 파고를 겪고도 흥행에 힘입어 2016년, 2018년 공연을 이어갔지만 올해는 개막(3월 17일 서울 샤롯데씨어터)을 앞두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싸우고 있다. 이전보다 더 거센 파고 앞에서도 유령은 ‘내 고향(Home)’을 부르며 자신의 고향, 무대로 돌아갈 준비에 매달리고 있다. 배우와 제작진이 담담한 듯 치열하게 연습 중인 서울 중구 충무아트센터 연습실 풍경을 들여다봤다. 25일 낮 12시 반이 되자 앙상블 배우들이 하나둘씩 도착했다. 여느 때 같으면 배우들끼리 근황도 묻고 노래도 하며 목을 풀겠지만 이날은 이런 모습을 보기 힘들었다. “체온 36.1도입니다. 명부에 서명해주세요”라는 방역 담당 무대팀 직원의 소리만 들릴 뿐 묘한 적막이 감도는 공간. 한 배우는 “절차가 많아졌지만 연습이라도 할 수 있어 감사하다”고 했다. 무대팀, 제작팀은 일거리가 크게 늘었다. 출연진이 도착하기 한 시간 전부터 장비 점검은 기본이고 환기와 사전 방역작업도 마쳐야 한다. 오전, 오후, 저녁 때마다 세 차례 출입자들의 체온을 점검한다. 무대팀 조감독은 매일 출입인원 명부, 체온 점검 여부, 연습실 창문 환기 횟수 등 방역일지를 작성한다. 연습 시작 10분을 앞두고 모두 도착했다. 배우들이 역할별, 파트별로 다닥다닥 모여 앉던 풍경도 바뀌었다. “옆으로 나란히 팔 벌린 간격으로 띄어 앉으세요.” 방역 담당 직원이 말하자 앙상블 배우들이 각자 의자를 들고 간격을 벌린다. 전동선 제작팀 PD는 “2015년 초연 때는 손소독제를 비치하고 몸에 이상이 있는 일부 배우만 마스크를 썼다. 지금은 아예 차원이 다를 정도로 신경 쓸 일이 늘었다”고 했다. 오후 1시가 되자 김문정 음악감독의 지휘에 맞춰 조심스레 배우들이 입을 뗐다. 감독의 지시, 서로의 노랫소리가 잘 들리지 않아 답답하련만 별다른 방법은 없다. 서로의 연주 소리와 목소리에 더 귀 기울일 뿐. 틈날 때마다 무대팀은 창문을 열고 환기 시스템을 가동한다. 끓어오르는 감정과 흥을 조금은 억누르며 ‘차분한 합창’을 끝냈다. 오후 4시가 되자 주역인 ‘에릭(팬텀)’ ‘크리스틴’ 역 배우들이 도착했다. 같은 시간 ‘필립’ 배역의 배우들은 다른 연습실에 있었다. 연습 내용과 중점을 둬야 할 부분이 다르기도 하지만 감염 위험을 최소화하려는 조치다. 초연 때부터 ‘에릭(팬텀)’을 맡았던 배우 카이는 “공연예술이 대화와 교류가 필요한 협동 작업임에도 방역수칙을 지키느라 보이지 않는 거리감이 생긴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세계적인 소프라노인 ‘크리스틴’ 역의 임선혜 배우 역시 초연 멤버다. 그는 해외 일정 때문에 코로나19 이후 자가 격리를 세 번 했다. 그는 “초연 때 관객들이 마스크를 쓰고 있는 모습을 보고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일까’라며 공연이 끝난 뒤 배우들이 함께 울었던 기억이 있다”며 “올해는 빈자리가 더 많겠지만 ‘무너진 세상에 너의 음악이 되리라’란 문구처럼 힘을 주고 싶다”고 했다. 오후 6시가 되자 공식연습이 끝났다. 불이 꺼져도 방역작업은 끝나지 않았다. 작성한 방역일지를 제작사, 출연진에게 발송하는 게 최종 업무. 몇 시간 동안 침묵을 지키며 연습실 안팎을 드나들던 강은미 무대감독은 “이젠 이런 일들도 다 익숙해졌다”며 웃었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

    • 2021-0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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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완벽주의자와 몽상가가 만났다

    닮은 듯 다른 빛깔을 가진 두 발레리노가 더 높게 비상할 날개를 얻었다. 완벽주의자 허서명(31)과 몽상가 박종석(30)이 올해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로 승급했다. 허서명이 모든 무대마다 ‘흔들리지 않는 편안한’ 춤으로 열정적인 오렌지색 에너지를 내뿜는다면, 남다른 태를 뽐내는 박종석은 몽환적이고 짙은 연기로 보랏빛을 떠올리게 하는 무용수다. 향후 발레단을 이끌 두 또래 주역을 20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만났다. 이들이 수석무용수 타이틀을 단 건 2주가 채 되지 않았다. 휴가 중 기사로 승급 소식을 접하고 먼저 느낀 감정은 얼떨떨함이었다. 늦잠을 자느라 발레단 관계자나 지인의 축하 전화도 못 받았다. “그날따라 부재중 전화가 많아 이상했다”던 이들은 “누구 한 명이 승급했더라도 이상하지 않았을 것이다. 기쁘면서도 마음이 무겁다”고 입을 모았다. 최근 몇 년 동안 국립발레단은 매년 한 명만 수석무용수로 승급했다. 게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지난해는 무대에 설 일이 적었던 텅 빈 한 해였던 터라 기대감도 적었다. 발표가 있기 전 두 사람도 ‘누군가는 되겠거니’ 하는 편안한 마음이었다고. 강수진 국립발레단장은 “안정적이고 흐트러짐 없는 연기”를 선보이는 허서명과 “테크닉과 연기력 모든 방면에서 최고의 기량을 선보일” 박종석의 가능성을 보고 승급을 결정했다.선화예중 시절부터 함께 놀고 연습하던 이들은 서로 “형” “종석아”라고 부르는 막역한 사이다. “곧 보는데 굳이 축하는…”이라며 발표 후 축하 인사도 생략했다. 진지한 발레 얘기는 꺼리는 ‘상남자’들. 상대의 장점을 꼽아 달라는 질문에 “부끄럽다” “뭐, 다 닮고 싶다”며 얼버무리다가도 곧 속내를 드러냈다. 허서명은 “종석이는 언제나 늘 주인공 같은 느낌이다. 라인, 분위기가 정말 좋다”고 했다. 박종석은 “안정적 연기, 유연성, 점프력, 떨지 않는 정신력까지 정말 많이 닮고 싶다”고 했다. 두 사람이 걸어온 길과 스타일도 사뭇 다르다. 세종대 졸업 후 2013년 입단한 허서명은 탄탄한 기본기로 최근 몇 년간 주역으로 활약해 왔다. 그는 “주변 사람을 전부 피곤하게 할 정도로 분장, 의상 착용, 연습 시간 등 지켜야 할 개인적 징크스와 루틴이 많다. 다 지켜서라도 항상 완벽한 무대를 꿈꾼다. 그 대신 무대에선 절대 떨지 않는다”고 했다. 2016년 입단한 박종석은 미국 워싱턴발레단, 펜실베이니아발레단과 한국 유니버설발레단(UBC)을 거쳐 2016년 국립발레단에 입단했다. 그는 “외국 발레단을 경험하며 한국 발레단도 전혀 작거나 부족하다고 생각지 않았다”며 “캐릭터의 마음을 늘 고민하면서 예술적 영감을 받으려 한다”고 했다. 잠시 쉴 때면 홀로 훌쩍 낚시를 떠나 머릿속을 비운다. 두 사람은 지난해 처음 선보였던 ‘해적’ 연습에 한창이다. 3월 개막을 앞두고 땀 냄새 나는 작품을 보여주려 애쓰고 있다. 이들은 “몇 달간 ‘경력 단절’ 상태로 쉬다가 오랜만에 무대에 서려니 심장이 뛴다. 국립발레단이라는 브랜드를 위해 더 뛰어오르겠다”고 밝혔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

    • 2021-0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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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로나로 공연 못한 연극인들에게 주는 응원”

    “트랜스젠더 작가로서 농담 같은 일들, 농담이 될 수 없는 일들이 있다는 걸 말할 수 있어 기쁩니다. 힘든 시기 무대를 만든 ‘미아리고개예술극장’에 감사한 마음입니다.”(이은용 ‘우리는 농담이(아니)야’ 작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올라가지 못한 공연이 많습니다. 이 상은 지금도 애쓰는 연극인들에게 주는 응원이라 생각합니다.”(이준우 ‘왕서개 이야기’ 연출가)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에서 25일 열린 ‘KT와 함께하는 제57회 동아연극상’ 시상식에서 두 작품상 수상작의 작가와 연출가는 이같이 말했다. 작품상을 받은 ‘우리는 농담이(아니)야’와 ‘왕서개 이야기’는 각각 트랜스젠더와 전쟁 속 피해자를 소재로 삼아 감각적 연출을 선보인 수작으로 평가받았다. 이들은 코로나19로 힘든 시기를 겪은 연극계가 더 큰 응원과 창작극 지원을 통해 활력을 되찾기를 소망했다. 이경미 동아연극상 심사위원장(연극평론가)은 “2020년은 연극이 무엇인지, 무엇이어야 하는지에 대해 거듭 질문했던 해다. 대상을 선정하진 못했으나 극장이 문 닫는 상황에서 무대에 오른 작품 하나하나가 전부 소중했다”고 밝혔다. ‘우리는 농담이(아니)야’로 연출상을 수상한 구자혜 연출가는 제작진과 논의 끝에 작품상 상금 전액을 청소년 성소수자 위기지원센터 ‘띵동’에 기부하기로 결정했다. 구 연출가는 “작품을 올리기까지 극단 스태프, 성북문화재단의 큰 도움이 있었다. 창작진 모두의 마음을 하나로 모아 청소년 성소수자를 응원하는 데 상금 전액을 후원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연기상을 받은 전중용 배우는 “여러 연극인을 한자리에서 만나니 우리 안에 정말 많은 이야기와 각자의 삶이 있음을 느꼈다. 앞으로 더 열심히 연기하며 살 것”이라고 했다. 함께 연기상을 받은 이리 배우는 “누군가는 말해야 할 성소수자 이슈를 꼭 기억했으면 한다”고 밝혔다. 신인연출상은 ‘무릎을 긁었는데 겨드랑이가 따끔하여’의 김풍년 연출가, 유인촌신인연기상은 ‘우리는 농담이(아니)야’의 박수진, ‘팜 Farm’의 권정훈 배우가 각각 수상했다. 희곡상은 ‘왕서개 이야기’의 김도영 작가가 받았으며, 무대예술상은 ‘무릎을 긁었는데…’에서 안무를 맡은 금배섭에게 돌아갔다. 새개념연극상은 장애인을 무대 안으로 끌어들인 신재 연출가, 특별상은 그간 공공극장으로서 좋은 작품을 선보인 남산예술센터에 돌아갔다. 이날 시상식에는 심사위원인 최용훈 청운대 뮤지컬학과 교수, 전인철 연출가, 김옥란 평론가를 비롯해 유인촌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박제균 동아일보 논설주간 등 30여 명이 참석했다. 올해 시상식은 코로나19로 최소 인원만 참석한 가운데 진행했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

    • 2021-0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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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생생한 영상이 생명” AI-VR 등 첨단기술 총동원

    팬데믹 속에서 콘텐츠 업계는 “발상부터 바꾸지 않으면 살아남기 힘들다”는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이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가 장기간 이어질 거라 보고 생존 전략 차원에서 새로운 콘텐츠의 형태와 전달 방식을 고민하고 있다. 콘텐츠 업계의 최대 변수는 ‘비대면’과 ‘모바일 이용량 증가’다. 매년 메가 이벤트인 ‘엠넷 아시안 뮤직 어워즈(MAMA)’를 진행했던 CJ ENM은 지난해 말 처음으로 시상식을 온라인으로 진행했다. 박진감 넘치는 방송 영상을 위해 4축 와이어캠을 비롯한 첨단 촬영 장비를 갖춰야만 했다. 모바일 콘텐츠 소비량이 늘면서 콘텐츠의 길이도 주요 변수가 되고 있다. 시간,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볼 수 있는 짧은 콘텐츠도 중요하고, 동시에 OTT 시장 진출을 염두에 둔 다소 긴 콘텐츠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회당 5∼15분 내외로 구성한 쇼트폼(short-form)과 25∼35분 길이로 확장한 미드폼(mid-form) 콘텐츠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제작사 ‘플레이리스트’ ‘와이낫미디어’ 등은 방송사와 협업해 쇼트폼, 미드폼 드라마를 제작 중이다. 관객이 급감한 영화업계는 공간 활용법을 고민하고 있다. 서울극장, 메가박스 등은 소수 관객에게 상영관을 통째로 빌려주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중소 규모 극장은 개봉작 위주 상영에서 벗어나 특정 주제의 테마관을 확충하는 추세다. 글로벌 협업을 많이 하는 영화 제작사들은 더빙, 녹음, 그래픽 작업 등을 동시에 원격으로 할 수 있는 플랫폼 구축에 나섰다. 엔터테인먼트·공연업계는 팬들의 눈앞에 얼마나 실감 나게 이벤트와 공연을 펼쳐낼 수 있느냐에 집중해 인공지능(AI)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등 첨단 기술을 총동원하고 있다. 자체 라이브 공연 플랫폼 ‘위버스’를 갖춘 빅히트엔터테인먼트를 비롯해 네이버의 ‘브이라이브’, 엔씨소프트의 ‘유니버스’ 등은 생생한 영상 전달을 목표로 기술력을 집약했다. 화면 분할 스트리밍, 다수 화면을 동시 시청하는 멀티뷰 등은 연극·뮤지컬계에도 도입됐다. 웹뮤지컬을 제작한 김지원 EMK엔터테인먼트 대표는 “무대를 영상화하는 것을 넘어 반대로 영상 안에 뮤지컬을 녹이는 방식으로 기획 단계부터 발상을 전환해야 한다”고 했다. 팬데믹을 거치면서 이용자를 많이 확보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기반 콘텐츠 기업이나 OTT 업계는 다른 업계와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모바일에 최적화한 ‘세로형’ ‘소통형’ 콘텐츠가 핵심이다. 틱톡과 카카오M이 선두주자로 꼽힌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

    • 2021-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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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피렌체-파리에 다시 가고 싶나요? 음악과 사진으로 그리움 달래세요

    뭔가 하지 못하는 상황에선 이상하게 더 하고 싶어진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여행을 떠나기가 쉽지 않다. 최근까지 동네 카페에 앉아 맘 편히 음악을 감상하며 커피도 마실 수 없었다. 옴짝달싹하기 힘든 상황일수록 여행에 대한 그리움은 짙어졌고, 평범하면서도 소중했던 일상에 대한 열망은 커져만 간다. 코로나19와 버킷리스트의 합성어인 ‘코킷리스트’(코로나 이후 하고 싶은 일을 적은 리스트) 만들기가 유행이 된 것도 이 때문이다. 모두가 여행에 대한 그리움을 품고 있을 때 유튜브 크리에이터들이 이 틈새를 파고들었다. 해외 유명 관광지의 사진, 영상과 함께 분위기에 어울리는 선곡 리스트를 업로드하는 ‘유튜브 DJ’ 채널이 최근 인기다. 과거엔 가고픈 여행지나 원하는 장소에 방문해 스마트폰 음악을 재생하면 될 일이었다. 하지만 코로나 시대 시청자들은 유튜브에서 여행지, 카페 등의 분위기를 상상하며 노래로 위안을 얻고 있다. 여러 채널에선 “지친 심신을 달래준다” “팬데믹 정상화 때까지 버틸 힘을 준다”는 반응이 잇따르고 있다. 구독자 19만 명의 유튜브 채널 ‘리플레이LEEPLAY’는 감각적인 노래 선곡에 여행지의 낭만을 한껏 불러일으키는 사진과 글을 덧붙여 인기몰이 중이다. ‘우리 나중에 피렌체 여행 가면 노을 보면서 같이 듣자’ ‘파리 여행 가면 에펠탑 보면서 같이 듣자’는 식의 구체적인 제목과 풍경사진을 곁들이는 식이다. 운영자는 “다시 보고 싶은 순간과 다시 듣고 싶은 음악을 기록한다”고 했다. 댓글 창에는 “코로나 끝나고 다시 갈 곳” “여행 중에는 몰랐는데 지금은 추억이 소중하다”는 반응들로 가득하다. 유튜브 특성상 영상을 덧붙이는 방식도 효과적이다. 채널 ‘우든체어 wooden chair’에 올라온 ‘여행 가고 싶은 마음 듬뿍 담은 기분전환용 JAZZ MUSIC’ 영상에는 수십 개의 재즈곡과 유럽의 길거리 풍경이 담겨 있다. 영상 길이는 총 4시간 25분이지만 약 7초짜리 영상만 계속해 반복 재생된다. 어찌 보면 동일한 장면만 4시간 이상 반복하는 지루한 영상일 수 있다. 하지만 시청자들은 음악과 함께 흐르는 영상을 보며 “현실은 코로나로 집콕ㅠㅠ 그래도 기분 전환”이라고 반응한다. 여행지뿐 아니라 코로나19 이후 직접 방문하기 힘든 장소나 누리기 힘든 분위기도 유튜브 DJ들의 주요 콘텐츠가 된다. 최근까지 방문이 힘들었던 카페는 단골 소재. 구독자 45만 명의 ‘essential;’ 유튜브 채널에 올라온 ‘트렌디한 카페에서 흐르는 팝송’은 조회수 180만 회를 넘겼다. “테이크 아웃 커피만 한 달째” “카페에서 책 보던 때가 그립다”는 반응이 많다. 해외에선 구독자 742만 명의 힙합 채널 ‘ChilledCow’의 실시간 영상에 약 3만 명이 동시 접속해 채팅으로 팬데믹 속 서로의 안부를 물었다. 유튜브 DJ 채널이 전문 음원사이트나 라디오 음악프로그램의 기능을 대체하기 시작한 건 최근 일은 아니다. 무료로 즐길 수 있는 영상, 음악이 무궁무진한 데다 유료 서비스에 가입할 경우 광고 없이도 즐길 수 있어서다. 결국 선곡에 맞는 영상과 이미지를 덧붙여 음악 외적인 분위기도 같이 즐기도록 만든 게 팬데믹 와중에 유튜브 DJ 채널의 강점으로 통했다. 앞으로도 이 채널들의 인기는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12월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이 국민 2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포스트 코로나 시대 문화·관광 전망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 가장 원하는 여가활동으로 여행(69.6%)이 꼽혀 코킷리스트 1위를 차지했다. 여행지 영상과 함께 ‘치유음악’을 업로드한 팝피아니스트 이권희 씨는 “여행을 자유롭게 다니고 보고 싶은 사람도 자유롭게 만나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 잠시나마 음악으로 치유와 위로의 시간을 주고 싶다”고 했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

    • 2021-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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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 주인공 안죽었다면”… 팬심 채워주는 ‘팬비드’

    지난해 방영한 tvN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 마지막 회에 구승준(김정현)이 예상치 못한 죽음을 맞자 많은 시청자가 안타까워했다. 그리고 곧 이런 상상에 빠졌다. ‘만약 구승준이 죽지 않았다면?’ 팬들의 상상은 현실(?)이 됐다. 드라마 종영 후 유튜브에는 ‘구승준×서단 커플이 해피엔딩이라면?’과 같은 제목으로 팬들이 맘껏 상상한 내용이 영상으로 올라왔다. 구승준과 서단(서지혜)이 드라이브하는 장면을 편집해 둘이 연인이 되는 결말로 재탄생시킨 것. 드라마나 영화 혹은 배우의 팬들이 다양한 영상을 각색하고 조합해 새로운 이야기를 만드는 ‘팬비드(Fanvid·Fan+Video)’가 1020세대의 놀이가 되고 있다. 이들은 여러 작품의 캐릭터를 가져다가 새로운 조합(케미)을 창조한다. 드라마 ‘호텔 델루나’의 장만월(이지은)과 ‘도깨비’의 김신(공유)이 친구라거나, ‘스카이캐슬’ 한서진(염정아)과 ‘펜트하우스’ 천서진(김소연)이 싸우는 영상이 그 예다. 기존 영상의 순서나 대사를 편집해 아예 다른 줄거리를 만들기도 한다. 이는 ‘상상플레이’나 ‘페이크드라마’라는 이름으로도 불린다. 팬비드 크리에이터들은 원작 드라마나 영화의 전개가 ‘고구마’처럼 답답하거나 줄거리에 아쉬운 점이 있으면 더 흥미로운 버전을 만들어 제시한다. ‘지선우의 딸이 강예서였다면?’이라는 영상이 대표적이다. 드라마 ‘부부의 세계’에서 지선우(김희애)의 아들 캐릭터가 답답하다는 평이 나오자 드라마 ‘SKY캐슬’에서 직설적인 캐릭터인 강예서(김혜윤)를 대입한 것. 해당 영상에는 “진짜 사이다다” “속이 다 시원하다” “대리만족하고 간다”는 댓글이 줄줄이 달렸다. 약 5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한 팬비드 전문 채널의 운영자 이모 씨(28)도 줄거리에 변화를 주는 걸 즐긴다. 이 씨는 2006년에 방영한 드라마 ‘궁’을 보고 팬비드에 빠졌다. 이 씨는 “내가 경험하지 못한 시대나 배경을 접하고 ‘내가 이 상황이라면 어떻게 할까? 이런 로맨스가 나에게도 일어날까?’ 상상하는 게 재밌었다”며 “좋아하는 드라마로 희소성 있는 나만의 영상을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팬비드 영상이 팬들의 일방적 판타지로 끝나지 않고 실제 작품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팬비드로 먼저 탄생했던 지창욱, 김지원 배우 커플은 카카오TV의 새 드라마 ‘도시남녀의 사랑법’에서 만났다. 팬비드가 작품 제작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팬비드는 콘텐츠 제작사에서도 활용하고 있다. 자사의 작품을 짜깁기 영상에 포함시켜 홍보하는 것이다. 넷플릭스는 10일 인스타그램을 통해 오리지널 시리즈인 ‘스위트홈’과 ‘좋아하면 울리는’을 조합한 영상을 올렸다. tvN의 유튜브 계정인 ‘Diggle’에서는 ‘디글페이크스튜디오’ 채널을 따로 운영하며 tvN 드라마를 홍보한다. 전문가들은 팬비드가 소비자 주권이 발현되는 콘텐츠의 대표작이라고 설명한다. 김성수 대중문화평론가는 “편집물로써 작품에 대한 자신의 해석과 느낌을 세상에 표출하는 것이 현 시대의 언어가 됐다”며 “노래 ‘강남스타일’ ‘깡’의 성공도 ‘원본 콘텐츠를 얼마나 많이 가지고 노느냐’가 관건이라는 걸 파악한 제작사들이 이를 활용한 것”이라고 말했다.김태언 beborn@donga.com·김기윤 기자}

    • 2021-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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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中 김치공정’ 맞서 NYT에 김치광고

    ‘한국의 김치, 모두를 위한 것(Korea’s Kimchi, It’s for everyone).’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47·사진)가 18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타임스 미주판과 유럽·아시아판(인터내셔널 뉴욕타임스)에 김치 광고를 게재했다. 최근 중국이 김치를 자국 문화로 왜곡하는 이른바 ‘김치 공정’ 사례가 잇따르자 이에 대항해 한국 김치의 전통과 우수성을 알리기 위해서다. 서 교수가 게재한 광고는 ‘한국의 김치, 모두를 위한 것’이라는 큰 문구 아래 “김장 문화는 2013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역사적으로 수천 년 동안 한국의 대표 음식 문화로 이어져 왔다. 현재 세계인이 사랑하는 발효식품이 됐다. 김치는 한국의 것이지만 이제는 세계인의 음식이 됐다”는 설명을 달았다. 광고에는 접시 위에 정갈하게 놓인 김치와 지구본 사진이 삽입됐다. 서 교수는 19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김치뿐만 아니라 한복, 판소리 등을 자국 문화라고 우기고 편입하려는 중국의 역사·문화 공정이 계속되고 있다. 이에 지난해 12월부터 광고 제작을 기획했다”고 말했다. 이어 “모든 도발에 일일이 대응하기보다는 김치가 유네스코 문화유산이라는 간결한 팩트를 세계인에게 전하는 방식을 택했다”고 덧붙였다. 광고비는 한 단체의 후원을 받아 마련했다. 서 교수는 지면 광고에 이어 향후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김치 관련 챌린지, 다국어 홍보 영상 등을 배포할 계획이다. 그는 “뉴욕타임스에서 글로벌 리더들에게 김치가 한국의 문화유산임을 알렸다면, 봄부터는 SNS에서 세계인들에게 김치를 홍보할 계획”이라며 “팬데믹 상황에서 면역력 증강에 효과가 있는 김치의 과학적 우수성도 함께 알릴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유명 ‘먹방(먹는 방송)’ 유튜버 ‘햄지’는 지난해 11월 업로드한 유튜브 영상에서 김치가 한국 음식이라고 발언했다가 중국 누리꾼들에게 공격을 받은 데 이어 중국 광고업체로부터 계약 해지를 통보받았다. 또 구독자 약 1400만 명을 보유한 중국인 유튜버 ‘리쯔치’가 9일 김장 영상을 올리며 “중국의 요리법” “중국의 음식”이라고 발언해 논란을 빚었다. 김기윤 기자 pep@donga.com}

    • 2021-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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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빼앗긴 무대, 봄은 오고야 말리라

    올해 공연계에는 매년 초 쏟아지던 신작과 해외 초청공연 예고가 눈에 띄게 줄었다. 그 대신 지난해 코로나19로 연기된 공연들과 흥행이 보장된 인기작들이 관객을 만날 준비를 하고 있다. 사회적 거리 두기 연장으로 일부 공연이 다시 연기되는 등 어려움은 여전하지만 공연계는 관객들이 마음껏 환호하던 ‘화양연화’를 꿈꾸며 무대를 다지고 있다. 대극장 뮤지컬 중에는 익숙한 작품이 많다. 최근 한국뮤지컬어워즈에서 3관왕을 차지한 창작 뮤지컬 ‘스웨그 에이지: 외쳐, 조선!’이 5일 막을 올려 2월 28일까지 공연한다. 시조 국악 랩 힙합을 버무려 시대상을 그린 이 작품은 2019년 초연 후 작품성, 대중성을 고루 인정받았다. 지난해 12월 무대에 오를 예정이었지만 두 차례 개막을 연기한 ‘맨 오브 라만차’에는 흥행보증수표 조승우 홍광호 류정한이 출연해 2월 초 관객과 만난다. 박은태 최재림 오만석을 앞세운 ‘젠틀맨스 가이드’ 역시 다음 달 2일 재개를 앞두고 있다. 뮤지컬 ‘캣츠’는 서울 세종문화회관으로 자리를 옮겨 22일부터 내한 앙코르 공연을 연다. 25주년을 맞은 뮤지컬 ‘명성황후’를 비롯해 ‘위키드’ ‘시카고’ ‘빌리 엘리어트’ ‘베르나르다 알바’도 무대에 오른다. 이 밖에도 이미 흥행을 검증받은 작품들이 줄줄이 이어진다. ‘몬테크리스토’ ‘팬텀’ ‘레베카’ ‘광화문연가’ ‘브로드웨이 42번가’가 관객들을 찾아간다. 눈길을 끄는 신작도 드문드문 보인다. CJ ENM과 세종문화회관이 공동 주최하는 ‘비틀쥬스’는 6월 국내 초연한다. 팀 버턴 감독의 동명 영화를 무대로 옮긴 이 작품은 2019년 4월 브로드웨이 공연 후 처음 해외 라이선스 무대를 갖는다. 토니상 8관왕을 차지한 ‘하데스타운’을 비롯해 ‘포미니츠’ ‘검은 사제들’도 기대작이다. 지난해 취소된 ‘그레이트 코멧’도 상반기 공연을 목표로 날짜를 조율 중이다. 연극도 낯익은 작품이 많다. 장진 감독이 연출한 연극 ‘얼음’이 이달 8일 개막해 5년 만에 관객들과 만나고 있다. 3월 21일까지 공연한다. 국립극단의 ‘파우스트 엔딩’ ‘SWEAT 스웨트’는 지난해 공연을 하려다 연기한 작품. 각각 2월, 5월에 첫 무대에 오른다. 4월에는 제54회 동아연극상 대상을 거머쥔 고선웅 연출가의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이 다시 한 번 펼쳐진다. 국립발레단이 선보일 총 7편의 작품 중 신작은 ‘쥬얼스’다. 에메랄드 루비 다이아몬드를 각 음악에 맞춰 춤으로 표현한다. ‘해적’ ‘말괄량이 길들이기’도 무대에 오른다. 유니버설발레단(UBC)은 ‘돈키호테’ ‘지젤’ ‘잠자는 숲속의 미녀’ 등을 선보인다. 국립극장 작품 중에는 신작이 비교적 많은 편이다. 20일 개막하는 기획공연 ‘명색이 아프레걸’을 시작으로 창극 ‘나무, 물고기, 달’ ‘귀토’, 무용 ‘새날’ ‘산조’가 관객과 만날 예정이다. 공연 개막 시기가 예고돼 있지만 상황이 밝지만은 않다. 객석 띄어 앉기를 할 경우 손익분기점을 넘기기가 쉽지 않은 데다 언제 다시 확산할지 모르는 팬데믹 특성상 라인업을 확정하기도 쉽지 않다. 한국뮤지컬협회는 “현행 좌석 두 칸 띄어 앉기가 실질적 공연이 어려운 ‘희망 고문’임을 알리고 정책 재고를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

    • 2021-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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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로나로 멈춘 1년… 몸으로 희망 그려보고 싶어”

    30년 넘게 무대를 누빈 발레리노의 몸은 구석구석 성한 데가 없지만 열정만큼은 결코 식지 않았다. 김용걸 한국예술종합학교(한예종) 무용원 교수(48)는 전성기 때에 비해 키가 3∼4cm 줄었다. 무대에서 격한 동작을 소화하느라 연골과 인대가 심하게 닳아서다. 그는 지난해를 안식년으로 보냈다. 다른 교수들은 여행도 다니고 편히 쉰다지만 그는 고장 난 몸을 돌보느라 한 해를 썼다. 발레리나를 수시로 들어올리던 어깨는 양치질을 하기 힘들 만큼 망가졌다. 지난해에만 세 번이나 수술대에 올랐다.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후배 무용수와 제자들도 공연을 멈춰야 했다. 김 교수는 “의도치 않게 2020년은 32년 발레 인생을 돌아볼 기회였다”고 했다. 국내 발레리노 가운데 ‘최초’라는 수식어를 가장 많이 갖고 있는 그를 서울 서초구 한예종 캠퍼스에서 만났다. 김 교수는 1998년 김지영과 파리국제무용콩쿠르 클래식발레 커플 부문에서 한국인 최초로 우승했다. 수상 직후 그는 투박한 사투리로 “한국에도 이런 무용수가 있다는 걸 알려 뿌듯하다”며 기뻐했다. 국립발레단 주역으로 활약하던 그는 2000년 과감한 도전에 나섰다. 프랑스에서 봤던 ‘섹시하고 세련된’ 발레를 잊지 못했다. 오디션 끝에 그는 동양인 남성 최초로 파리오페라발레단에 합격했다. 김 교수의 연구실 한쪽 벽면은 각종 상패, 사진으로 가득했다. 그는 “부산 촌놈이 출세했다”며 사진마다 얽힌 일화를 풀어냈다. 프랑스 공연 직후 자크 시라크 전 프랑스 대통령 부인으로부터 100년산 와인을 받았고, 파리오페라발레단에선 23년 동안 수석무용수(에투알)를 지낸 마뉘엘 르그리(현 이탈리아 스칼라극장 발레단장)와 한 무대에 섰다. 그는 “늦은 나이에 엄마 손에 이끌려 죽도록 싫어하던 발레학원에 가던 ‘중학생 김용걸’에게는 모든 게 어마어마한 일”이라고 했다. 이어 “이때처럼 무대를 마음껏 휘젓고 힘껏 점프하던 때가 좋았다”며 미소 지었다. ‘쫄쫄이 타이츠’가 수줍어 발레에 정을 붙이지 못하던 그는 부산예고에 진학한 뒤 달라졌다. “무대에서 넌 때깔이 난다”는 스승의 칭찬에 힘입어 발레에 빠져들었다. 당시엔 귀했던 해외 무용수들의 영상을 수십 번씩 돌려봤다. 1994년 대학 4학년 땐 동아무용콩쿠르에서 금상을 탔다. “삼수 끝에 얻은 결실이라 부모님과 같이 미친 듯 기뻐했다”고 했다. 김 교수는 지난해는 정적으로 보냈지만 올해는 벌써부터 지방 공연장을 바쁘게 오가며 예열 중이라고 했다. 다음 달 4일 광주시립발레단의 ‘발레 살롱 콘서트’, 4월 16∼18일 세월호 이야기를 다룬 ‘빛, 침묵 그리고…’ 등 여러 무대를 선보일 예정이다. 그는 “지난해 어려움이 많았고 지금도 힘들지만 고난 뒤에는 늘 교훈이 남는다”며 “무대의 소중함을 떠올리며 나중에도 이 시기를 잊지 않겠다. 발레만 보며 진심으로 살았던 김용걸로 기억되고 싶다”고 했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

    • 2021-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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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줄로 이어진 우리사회는 공정한가?

    “지금 한국 사회는 정말 공정한가요?” 흡사 연극 연출가나 학자의 입에서 나올 법한 질문이다. 그런데 김남진 안무가(53·사진)는 무용수들의 거친 몸짓으로도 이 무거운 주제를 건드리기로 했다. 줄곧 굵직하고 직설적인 메시지를 던져온 그가 신작 ‘LINE·줄’을 선보인다. 작품은 학연, 지연, 혈연 등 여러 가지 줄이 뻗어있는 사회가 과연 공정하게 돌아갈 수 있는지 묻는다. 공연은 15, 16일 서울 종로구 일민미술관 내 전시관에서 열린다. 막바지 연습 중인 그를 11일 일민미술관에서 만났다. 김 안무가는 “고위층 자녀 특혜 논란 등을 계기로 정부가 외친 ‘공정’이 과연 존재하는지 의문이 들었다. 지금이 작품을 올릴 적기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우린 태어나서 줄을 잡지 않거나, 어딘가 속하지 않으면 곧 도태된다. 이 모습을 몸부림으로 그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자녀와 함께 지하철을 탄 일상에서 작품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플랫폼에 길게 늘어선 줄 사이로 한 승객이 새치기를 해 빈자리를 차지했다. 그는 “그 장면은 정작 노력한 사람은 보상받지 못하고 누군가 연줄을 이용해 반칙을 일삼는 사회를 닮아 있었다”며 “같이 지켜본 초등학생 자녀에게 뭐라고 가르쳐야 할지 아직도 답을 찾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작품에는 탯줄, 넥타이, 디아볼로 등 ‘줄’을 뜻하는 다양한 소품이 등장한다. 엄마의 탯줄을 부여잡는 동작을 시작으로, 무용수들이 향하는 곳 어디든 줄이 계속 따라다닌다. 연극인 듯 무용인 듯 작품 안에선 이따금씩 무용수들이 대사도 뱉는다. “제 라인을 잡으세요”라거나 “낙하산” “엄마 찬스” 같은 대사는 쓴웃음을 짓게 한다. 그는 “거친 숨을 내쉬며 끊임없이 떠도는 무용수 한 명은 어느 라인에도 속하지 못한 약자”라고 설명했다. 배우 송강호의 동기로 경성대에서 연극을 배운 그는 우연히 들었던 무용 수업에서 춤에 푹 빠졌다. 늦은 나이에 경상대에 입학해 무용을 시작한 그는 한국인 최초로 프랑스 국립현대무용단, 벨기에 ‘세드라베’ 무용단 등을 거치며 10여 년간 무용수, 안무가로 활약했다. 그가 대표를 맡은 ‘댄스시어터 창’은 유려하면서도 직설적인 무용 언어를 갖췄다는 평을 받고 있다. 그는 “무용이 작품 안에만 갇혀선 안 된다. 누구나 공감할 메시지를 던지는 게 제 예술관”이라고 강조했다. 작품의 처음과 끝에는 대형 훌라후프처럼 보이는 서커스용 기구 시어휠(cyr wheel)이 등장한다. “선의 양 끝을 이으면 원 모양이 됩니다. 우리 사회도 원처럼 굳이 선이 필요 없는 사회가 올까요?”김기윤 기자 pep@donga.com}

    • 2021-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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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7년 만에 돌아온 ‘브로드웨이 여신’

    “너를 위해서라면 내 인생 모든 걸 줄게.” 브로드웨이 4대 뮤지컬 ‘미스 사이공’에서 여자 주인공 ‘킴’은 1막 후반에서 너를 위해서라면 뭐든 하겠다며 애절하게 노래한다. 여기서 너는 극 중 그의 아들. 1995년 한국인 최초로 브로드웨이 뮤지컬 주인공을 꿰차고 이 넘버를 소화한 이소정(48·사진)에게 인생을 관통하는 너는 ‘노래’다. 중학교 시절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을 보고 “나도 노래하고 싶다”는 꿈을 키웠다. 열망 하나로 18세 때 홀로 미국 땅에 건너가 유학하며 고군분투했다. 뮤지컬 주연 배우로서 세계적 명성을 얻은 뒤 작가, MC, 앨범 제작자, 작사가, 보컬리스트로 활동하면서도 목이 허락하는 한 노래는 놓지 않았다. 올해로 데뷔 27년 차, 다시 그의 마음속 ‘고향’ 뮤지컬 무대를 떠올렸다. 22일 서울 정동극장에서 개막하는 뮤지컬 ‘베르나르다 알바’에서 이소정이 주인공 ‘알바’ 역할로 팬들과 만난다. 국내 뮤지컬 무대는 2014년 이후 7년 만이다. 최근 정동극장서 만난 그는 “BTS, 봉준호 감독이 상을 받는 시대에 나의 ‘한국인 최초’ 타이틀은 더는 중요치 않다. 비련의 여주인공에서 벗어나 표독스럽고 고독한 어머니로 변신해 부르는 노래를 지켜봐 달라”고 했다. 뮤지컬 ‘베르나르다 알바’는 스페인 출신 페데리코 가르시아 로르카의 희곡을 각색해 뮤지컬로 재탄생시킨 작품이다. 2018년 국내 초연 때 전석 매진 돌풍을 일으키며 관객과 평단의 찬사를 받았다. 초연에 참여한 정영주가 프로듀서이자 이소정과 함께 ‘알바’ 역할을 겸한다. 1930년대 스페인의 농가에서 남편의 8년 상을 치르는 동안 다섯 딸들에게 절제된 삶을 강요하는 어머니 ‘알바’와 딸들의 갈등을 그렸다. 이소정은 그의 배역을 “뭣들 하고 있어” “조용히 못 해?”라는 대사로 대신 설명했다. 그가 뱉는 대사 중 절반 이상이 딸들을 다그치는 말이다. 이소정은 “알바는 딸들과 한 공간에 있어도 고립된 왕따나 마찬가지”라며 “그는 남편으로부터 여성의 역할을 강요당한 피해자인 동시에 이를 딸들에게도 강요하는 가해자”라고 했다. 극 후반부 그는 죽은 남편을 떠올리며 “나는 너의 창녀”라며 분노를 토해낸다. 여성 배우들로 가득 찬 무대에서 정열적 플라멩코로 서사를 풀어내는 방식도 극의 또 다른 매력이다. 극 중 춤은 억압에 저항하는 몸부림이다. 이소정은 “춤이 제일 어려울 줄 알았는데 마스크를 쓰고 연습하니 노래와 고함이 더 어렵다”며 “동료, 제작진이 ‘더 세게 소리쳐 보라’고 하는 게 연습실 일상”이라며 웃었다. 이번 작품은 그에게 ‘이소정=미스 사이공’이라는 공식을 깰 도전이기도 하다. “제 노래 인생을 비유하자면 마치 첫 직장으로 일류 대기업에 취업한 뒤 뛰쳐나와 개인 스타트업을 차린 것과 비슷해요. 그간 제 앨범과 노래가 두드러진 결과를 내진 않았어도 알바를 포함한 모든 역할이 ‘이소정’을 만들었다 생각해요.” 22일부터 3월 14일까지 서울 중구 정동극장, 전석 7만 원, 14세 관람가. 김기윤 기자 pep@donga.com}

    • 2021-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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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쉿! 투명망토 쓰고 책읽는 소리… BTS 멤버 정국의 타자소리…

    스슥 책장 넘기는 소리, 뽀드득 눈 밟는 소리는 묘한 안락함을 준다. 이 소리에 상상력을 한 스푼 더하면 어떨까. 해리포터 마법학교 기숙사에서 책장을 넘기고, 겨울왕국의 ‘엘사’와 함께 걷는 눈길을 상상해본다. 이런 장면을 떠올리며 소리를 접한 이들은 “콘셉트 때문에 더 깊게 소리에 중독된다”며 열광한다. ASMR(자율 감각 쾌락반응)가 진화하고 있다. 해외에서는 2010년대부터, 국내에서는 5, 6년 전부터 인기를 끈 ASMR는 청각 자극을 통해 심리적 안정감을 주는 콘텐츠 장르다. 기존에는 낙엽 밟는 소리나 빗소리처럼 듣기 좋은 소리만 모아서 반복하는 콘텐츠가 주류였으나 최근에는 이야기와 결합하며 경계를 넓히고 있다. 주로 팬 층이 두꺼운 인기 영화나 소설에서 소재, 장면, 모티브 등을 가져와 일종의 ‘세계관’을 구축하는 방식을 통해서다. 시청자들은 이를 하나의 놀이로 여기며 소리의 마력에 빠져들고 있다. 유튜브 채널 ‘Tigger ASMR’에 올라온 한 콘텐츠는 언뜻 들으면 책장 넘기는 소리, 필기소리만 가득한 일반 도서관의 백색 소음과 크게 다를 바 없다. 하지만 해리포터 호그와트의 자습실을 소리로 구현했다는 설정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채널 운영자는 ‘투명 망토를 쓰고 공부하는 소리’ ‘필치 아저씨 발자국 소리’처럼 소설 속 구체적 장면과 소리를 연결지어 설명했다. 특히 24시간 방송하는 영상에는 실시간 채팅방에서 운영자, 시청자의 소소한 놀이가 벌어진다. 채팅을 통해 시청자들은 기숙사를 선택하고 출석체크도 한다. 운영자는 출석을 확인하며, 규칙을 어기는 이를 ‘아즈카반 감옥’에 수감하기도 한다. 채팅방 자습실에는 1만3000번 이상 꾸준히 출석하며 ‘덕질’을 하는 모범생도 보인다. 누워서 듣기만 하던 ASMR가 시청자가 직접 참여하는 놀이로 확장한 셈이다. 유튜브 채널 ‘낮잠 NZ Ambience’의 운영자는 몰입감을 위해 직접 쓴 짧은 소설을 덧붙였다. 시청자들은 소리를 들으며 이어질 소설 줄거리를 상상해 댓글로 적는다. 운영자는 “원본이 없는 순수 창작물이다. 판타지 세상의 이야기를 담은 편안한 소리를 만든다”고 밝혔다. 일부 시청자들은 “중세 시대 연회장에서 나와 분수대 앞에서 달을 바라보는 장면의 소리를 제작해달라”고 구체적인 요청을 하기도 한다. 애니메이션 ‘하울의 움직이는 성’, 드라마 ‘스위트홈’, 게임 ‘메이플 스토리’ 등 ASMR의 소재와 장르에는 경계가 없다. 실존 인물을 활용한 ASMR도 가능하다. 방탄소년단의 멤버 정국을 모티브로 삼은 한 제작자는 “다이너마이트 뮤직비디오 속 춤추는 정국을 보고 영감을 얻었다. 방에서 가을밤 펑크음악을 들으며 게임하는 그를 상상했다”고 했다. ASMR 트렌드를 포착한 콘텐츠 업계의 움직임도 활발하다. 디즈니플러스는 지난해 유명 애니메이션 속 대사와 음악을 소음으로 대체한 영상 시리즈 ‘제니메이션’을 내놨다. 음악업계가 생활잡음, 공업소음 등을 음악에 활용하는 ‘앰비언트 뮤직’을 활발히 제작하면서 음악과 ASMR의 경계도 희미해지고 있다. ASMR 콘텐츠의 성패는 상상력과 결합한 소리가 얼마나 공감을 얻느냐에 달렸다. 심재웅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는 “듣기 좋은 소리에 익숙해진 시청자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까지 깃든 신선한 콘텐츠를 찾으면서 ASMR도 진화한 것”이라며 “오디오북처럼 듣는 콘텐츠의 성장과 맞물려 ASMR는 취향에 맞게 세분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

    • 2021-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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