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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기는 두려움의 부재가 아니라 두려움에도 불구하고 행동할 수 있는 능력이다.” 그의 인생은 그의 말처럼 소신을 지키려는 용감한 싸움의 연속이었다. 25일(현지 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히든밸리 자택에서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향년 82세로 눈을 감은 미국 공화당 존 매케인 상원의원(애리조나·6선). 그는 말기 뇌종양 소식이 알려진 지 9일 만인 지난해 7월 28일 ‘오바마케어(전 국민 건강보험법) 폐지’ 법안 찬반 투표가 진행 중이던 상원 회의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혈전 제거 수술로 왼쪽 눈썹 위엔 아물지 않은 수술 자국이 선명했다. 그는 조용히 상원 투표 관리자들에게 다가가 오른손 엄지를 아래로 떨어뜨리며 “노”라고 말했다. 결국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공화당이 당론으로 밀던 오바마케어 폐지 법안은 1표 차로 부결됐다. 매케인은 “대체 입법이 없는 오바마케어 폐지는 반대한다”며 끝까지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1982년 공화당 하원의원, 1986년부터 6선 상원의원을 지낸 그는 ‘매버릭(독불장군)’이라고 불렸다. 뼛속까지 보수주의자였지만 때로는 당파 논리에 맞서 자신만의 목소리를 냈다. 특히 그는 공화당 내 몇 안 되는 ‘트럼프 저격수’였다. 지난해 10월 ‘필라델피아 자유의 메달’을 수상한 그는 수상 소감을 통해 “어설프고 거짓된 민족주의를 위해 세계 리더십 의무를 거부하는 것은 비애국적”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을 강하게 비판했다. 올해 출간된 그의 회고록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미국의 가치를 못 지킨 인물”이라며 쓴소리를 했다. 하지만 그는 상대방을 음해하지는 않는 품격 있는 정치인이었다. 2000년 당내 대선 후보 경선에서 조지 W 부시에게 밀린 뒤 2008년 공화당 대선 후보로 지명됐던 그는 민주당 후보 버락 오바마를 깎아내리지 않았다. 대선 출구조사 결과 패색이 짙자 그는 지지자들 앞에서 “흑인 대통령을 선출한 미국인은 위대한 국민”이라며 “나라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할 수 있는 한 오바마를 돕겠다”며 깨끗하게 패배를 인정했다. 쉽지 않은 싸움에 늘 뛰어들었던 그는 군인 출신이다. 1936년 미국령 파나마 운하를 지키는 코코솔로 해군기지에서 출생한 그는 해군 제독이었던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뒤를 이어 해군사관학교에 진학했다. 1958년 졸업한 뒤 해군 전투기 조종사로 근무했다. 1967년 베트남전에 참전했던 그는 폭격 작전 수행 중 전투기가 격추되면서 월맹(북베트남)에 전쟁포로로 붙잡혔다. 월맹은 이듬해 그의 아버지 잭 매케인이 미 태평양사령관이 되자 그의 석방을 제안했다. 하지만 그는 미군 수칙을 들어 “나보다 먼저 들어온 군인들이 나가기 전까진 나갈 수 없다”며 거절했다. 그는 5년 반 동안 수용소에서 모진 고문을 견뎠다. 자살 시도를 할 정도로 고통스러운 시간이었다. 1973년 베트남전이 끝난 뒤 미국으로 돌아온 그는 ‘전쟁 영웅’이라는 칭호를 얻었다. 하지만 인생의 마지막 싸움에선 결국 이기지 못했다. 지난해 말부터 의정 활동을 전면 중단하고 병마와 싸웠지만 24일 의학 치료 중단을 선택한 지 약 하루 만에 숨을 거뒀다. 전 세계에서 애도의 메시지가 이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 “매케인 의원의 가족에게 가장 깊은 연민과 존경을 전한다”고 썼고, 백악관은 조기를 게양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성명을 통해 “우리는 서로 달랐지만 수 세대의 미국인과 이민자들이 지키기 위해 싸우고, 행진하고, 희생해온 이상을 공유해 왔다”고 전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26일 “고인은 한미 동맹의 굳은 지지자이며 양국 간 협력을 위해 노력해 왔다”고 밝혔다. 장례식은 워싱턴국립성당에서 거행되며 시신은 메릴랜드주 아나폴리스 해군사관학교 묘역에 묻힐 예정이다. 오바마 전 대통령과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이 추도 연설을 부탁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의 장례식 참석을 원치 않는다는 그의 뜻에 따라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대신 참석할 것으로 보인다.위은지 wizi@donga.com·전채은 기자}
다음 주로 예정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4차 방북길에 종이인형 ‘플랫 스탠리’도 동행한다고 헤더 나워트 국무부 대변인이 23일(현지 시간) 밝혔다. 미국인에게 친숙한 만화 캐릭터를 북한 인사들에게 소개하면서 개방된 체제의 장점을 설명하려는 의도도 있어 보인다. 나워트 대변인은 폼페이오 장관의 내주 방북 일정과 신임 대북정책특별대표 인선 발표 뒤 이뤄진 브리핑에서 “내가 북한에 뭘 가져갈지 아느냐. 보여주겠다”며 투명 파일에 담긴 색칠한 플랫 스탠리를 꺼내 보였다. 플랫 스탠리는 1964년 미국에서 출간된 동화책의 주인공으로 모험의 아이콘으로 통한다. 한밤중에 잠든 사이 몸 위로 떨어진 게시판 때문에 몸이 종이처럼 납작해지는데, 이후 봉투에 담긴 채 여행을 가고 닫힌 문 아래로 미끄러져 들어갈 수도 있는 것으로 동화에 소개됐다. 종이인형 동행 발언은 “폼페이오 장관이 로켓맨 CD를 가져가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답변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로켓맨은 지난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사일 시험 발사를 반복하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조롱하기 위해 붙인 별명이다. 폼페이오 장관은 지난달 3차 방북 때 엘턴 존의 로켓맨 CD 선물을 챙겨 갔으나 김 위원장을 만나지 못해 전달하지 못했다. 이에 나워트 대변인은 “일리노이주 페루에 사는 친구가 보내준 것”이라며 플랫 스탠리를 꺼내 보이고는 “나는 다른 어딘가로 플랫 스탠리를 보내야 한다. 나는 북한이 좀 더 낫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동화책의 내용처럼 플랫 스탠리를 봉투에 담아 다른 곳의 지인에게 보내며 여행시키는 ‘플랫 스탠리 프로젝트’를 북한에서 이어가겠다는 것이다.전채은 기자 chan2@donga.com}

일부 유럽 국가에서 무슬림 여성들의 부르카 착용 금지가 논란이 된 가운데 가장 기본적인 인사법인 악수를 놓고 스위스와 스웨덴에서 문화충돌이 벌어졌다. 스위스 로잔시는 17일 북아프리카 출신 한 무슬림 부부에게 시민권을 주지 않기로 했다. 결정적인 이유는 악수였다. 이 부부는 친인척 이성과만 신체적 접촉을 허용하는 이슬람 전통에 따라 인터뷰 과정에서 다른 이성과의 악수를 거부했다. 스위스 당국은 이들의 악수 거부는 사회 구성원들과 인사조차 제대로 나누기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판단했다. 사회 질서와 종교적 신념이 충돌하는 상황에서 전자의 손을 들어준 셈이다. 종교적 신념만큼이나 성평등 인식과 사회 질서 역시 중요하다는 게 판단의 요지다. 로잔시는 “그들이 시민권을 받지 못한 것은 종교적 신념 때문이 아니라 성평등에 대한 존중이 부족했기 때문”이라며 “우리 법은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지만 그것이 법의 바깥에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스위스는 과거에도 비슷한 결정을 내린 적이 있다. 2016년 스위스의 한 학교에서 시리아 출신 무슬림 남학생 두 명이 여성 교사와 악수하기를 거부하자 이 학생들의 학부모에게 벌금을 부과했다. 스위스 교육당국은 “스위스 국민은 학생들의 종교의 자유만큼이나 성평등 인식과 사회 통합에 관심이 많다”며 학부모에게 벌금 5000달러(약 560만 원)씩을 부과했다. 교사와 학생 간의 악수가 단순한 인사에 그치는 게 아니라 교사를 향한 존경 표출의 방식이라고 본 것이다. 스위스 로잔시가 악수 거부를 이유로 무슬림 부부에게 시민권 발급을 거부하기 하루 전인 16일에는 스웨덴에서 정반대의 판결이 나왔다. 스웨덴 노동법원은 취업 면접 자리에서 면접관과의 악수를 거부했다는 이유로 면접 기회를 박탈당한 무슬림 여성이 낸 소송에서 이 여성의 손을 들어줬다. 무슬림 여성 파라 알하제흐 씨(22·사진)는 2년 전 스톡홀름 북서쪽 웁살라의 한 통역회사에 통역사로 취업하려고 해당 회사를 찾았다. 면접장에 들어갔을 때 남성 면접원이 악수를 청했지만 그는 “종교적 이유로 악수할 수 없다”며 거절했다. 당황스러워 얼굴이 빨개진 면접관이 “모든 사람들은 (성별에 관계없이) 악수를 해야 한다”며 면접을 중단했고 돌려보냈다. 알하제흐 씨는 회사가 종교를 이유로 차별을 했다며 이 회사를 상대로 스웨덴 옴부즈맨에 신고하고 소송을 냈다. 법원은 “악수와 같은 인사법으로만 예를 표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회사가 원고에게 4만 크로나(약 490만 원)를 보상하라고 판결했다. 법원은 또 “이 회사는 무슬림도 받아들일 수 있는 인사법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알하제흐 씨는 성차별을 면접 중단의 이유로 내세우는 회사의 항변에 대해 “나는 면접장에 있던 두 남성 면접관과 한 여성 면접관 모두에게 가슴에 손을 얹는 방식으로 차별 없이 인사했다”고 주장했다.전채은 기자 chan2@donga.com}

스쿠버다이빙에 나선 인도네시아 여행객들이 멸종위기종인 고래상어 등에 올라타 다이빙을 즐긴 사실이 알려지면서 동물 학대 논란이 일자 경찰이 이들을 체포했다. 고래상어는 인도네시아에서 법으로 보호받는 동물이다. 16일 다이빙 전문매체 다이브매거진 등은 고래상어의 등에 올라타고 지느러미를 붙잡는 등 고래상어를 학대한 인도네시아 스쿠버다이버들이 경찰에 체포됐다고 보도했다. 고래상어 학대 장면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오른 동영상을 통해 알려졌다. 22초 분량의 동영상 속에서 스쿠버다이버 4명은 길이가 채 3m도 안 돼 보이는 고래상어 등에 올라타고 지느러미를 붙잡았다. 무게를 이기지 못해 버둥거리며 가라앉는 고래상어 등에 올라타 카메라를 향해 손으로 ‘오케이(OK)’ 사인을 보내기도 했다. 다 자란 고래상어의 몸길이는 12m 정도로 영상 속 고래상어는 새끼인 것으로 보인다. 이 영상은 인도네시아 ‘국민밴드’ 슬랭크(Slank)의 보컬 악하디 위라 사트리아지(활동명 ‘카카’)가 9일 자신의 트위터에 올렸다. 사트리아지는 “(다이버들이) 고래상어 위에 올라타고 있다. 어떤 사람들은 이것이 (인도네시아 파푸아 주 해양국립공원) 첸드라와시 만에서 찍힌 것이라고 한다”는 문구와 함께 이 영상을 올리며 수지 푸지아스투티 수산부장관을 ‘태그(tag·다른 사용자를 호출할 수 있는 트위터의 한 기능)’했다. 영상은 SNS를 통해 빠르게 퍼지며 누리꾼들의 공분을 샀다. 논란이 커지자 푸지아스투티 장관은 13일 “범인들이 잡혔다”고 밝혔다. 당국은 다이버들의 신원과 정확한 혐의를 밝히지 않았지만 현지 언론들은 이들이 남 술라웨시 마카사르 출신의 사업가와 그의 친구들이라고 전했다. 세계자연기금(WWF) 인도네시아지부 활동가 드위 아르요 팁토한도노는 “이런 행동은 고래상어를 죽음에 이르게 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전채은 기자 chan2@donga.com}
“사제들은 어린 소년과 소녀들을 성폭행했다. 그들(피해자들)을 책임져야 할 주님의 사람들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은 숨겨져 버렸다.” 14일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검찰은 주내 가톨릭 교구 성직자들의 성폭력 사건 조사 결과를 담은 A4 용지 1356쪽 분량의 보고서에 이렇게 적었다. 검찰은 “상습적이고 광범위한 아동 성폭력이 자행됐으며 각 교구는 이를 묵인해 왔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주내 6개 가톨릭 교구(앨런타운·이리·그린스버그·해리스버그·피츠버그·스크랜턴) 성직자 300여 명은 1940년대부터 최근까지 70여 년간 최소 1000명 이상의 아동을 성추행·성폭행했다. 신원을 밝히는 데 동의한 피해자만 1000명이 넘는 것이어서 실제 피해자는 훨씬 더 많을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보고서는 충격적이고 엽기적인 성적 학대의 실태를 상세하게 기록했다. 사제들은 7세짜리 소녀를 상대로도 성폭행을 저질렀고 9세 소년에게 구강성교를 강요한 혐의도 받고 있다. 피츠버그의 한 소년은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처럼 포즈를 취한 채 나체로 사진을 찍혔다. 이런 변태적 행위를 한 사제는 해당 소년을 포함해 성적 학대를 가한 아이들에게만 금목걸이를 걸어줘 ‘구분 표시’를 했다고 검찰은 밝혔다. 학대를 당하다 사망에 이른 경우도 있었다. 13세 때부터 2년간 반복적으로 사제에게 성폭행을 당했던 한 소년은 그 영향으로 척추의 극심한 고통을 호소하게 됐고 진통제를 과다 복용하는 바람에 숨졌다. 대부분의 피해자가 10대 중반이거나 그보다도 더 어린 미성년자였다고 검찰은 전했다. 보고서에는 가톨릭 교구가 아동 성 학대를 감추기 위해 조직적으로 움직인 정황도 담겨 있었다. 각 교구가 자체적으로 실시한 성폭력 조사는 같이 생활하는 동료 성직자들에게 맡겨졌으며 이들은 ‘강간’이라는 표현 대신 ‘부적절한 접촉’이라는 완곡한 표현을 사용하는 등 사안의 중대성을 약화시키는 데 주력했다. 지역사회에 성적 학대 사실이 알려져도 해당 사제의 성직자 자격을 박탈하는 대신 다른 지역으로 근무지를 옮기는 데 그쳤다. 뉴욕타임스(NYT)는 “보고서에는 가톨릭 교구들이 그들(사제들)의 혐의를 무마하는, 다양하고 창조적인 방식이 기록돼 있다”고 비판했다. 이번 사건은 2002년 매사추세츠주 보스턴에서 존 게이건 신부를 포함해 사제 약 90명이 아동들을 대상으로 성추행한 사실이 폭로된 이른바 ‘게이건 사건’과 판박이다. 30여 년에 걸쳐 130명 이상의 아동에게 피해를 입혔던 게이건 사건 때도 가톨릭 교구는 문제 해결이나 성직자 처벌보다는 사건 은폐에 주력해 사회적 비난을 받았다.전채은 기자 chan2@donga.com}
호주 빅토리아주는 이번 달부터 매달 첫 번째 수요일을 ‘데이 데이(they day)’로 정했다. ‘데이 데이’라는 표현은 ‘그들(they)’이 성(性) 중립적인 단어라는 점에 착안해 만들었다. 남성과 여성만으로 성별을 표시하는 것보다 성 소수자도 포함할 수 있는 중립적인 표현 사용을 권장하기 위해 만든 지정일이다. 캠페인 형태로 운영되기 때문에 단어 사용을 강제하거나 어겼다고 해서 처벌을 받는 것은 아니다. 세계 주요 국가들에서 여성이나 성소수자 인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남과 여 두 가지로만 존재했던 기존의 성별 구분을 세분하고 불필요한 성별 간 장벽을 없애기 위한 정부 차원의 노력들이 이뤄지고 있다. 남성과 여성뿐 아니라 성소수자까지 포용할 수 있는 성 중립적인 단어 사용을 장려하고 남성 중심적인 표현을 지양하자는 것이다. 과거에도 사회 곳곳에서 이런 움직임이 있었지만 최근에는 일부 시민들이 아닌 정부 차원의 노력이 두드러지고 있다. 한국에선 아직 개념조차 생소한 ‘성 중립 화장실’이 미국에선 3년 전 백악관을 시작으로 대학과 공공기관 곳곳에 등장했다. 성 중립 화장실은 남성과 여성뿐만 아니라 동성애자나 트랜스젠더 같은 성소수자도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사용할 수 있는 화장실이다. 세면대를 사용하는 공용 공간이 있고 화장실 칸마다 바닥부터 천장까지가 옆 칸과 빈틈없이 막혀 있는 개인 공간으로 나눠진다. 플로리다주는 6일 주내 공공기관 중에서는 최초로 올랜도 시청에 성 중립 화장실을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캘리포니아주는 지난해부터 모든 공공기관에 성 중립 화장실을 설치하는 사업을 추진 중이다. 국가(國歌)나 법조문에 사용되는 표현에 손을 대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양성평등장관을 겸하고 있는 스페인 부총리 카르멘 칼보는 지난달 평등위원회 회의에 참석해 “우리 헌법은 마치 남성인 것 같다”며 “이제 법조문에 여성을 포함시킬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스페인어 단어는 남성형과 여성형이 나뉘는데 남녀를 모두 칭할 때는 언제나 남성 명사를 사용한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이럴 경우 남성형 단어가 주어인 문장은 남성만을 가리키는 것인지 아니면 남녀 모두를 지칭하는 것인지 모호해진다. 캐나다는 109년 된 국가의 가사를 바꾸는 파격 행보를 보였다. 캐나다는 2월 국가 ‘오 캐나다(O Canada)’의 가사 중 ‘모든 그대의 아들들(all the sons)’을 ‘우리 모두(all of us)’라는 성 중립적 표현으로 바꾸는 법안을 만들어 통과시켰다. 하지만 이 같은 노력들이 순탄하게 진행되는 것만은 아니다. 캐나다에 이어 독일도 3월에 크리스틴 로제뫼링 성평등장관이 국가 가사 변경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편지를 앙겔라 메르켈 총리에게 보냈지만 총리는 “국가의 전통적 형태에 만족한다”며 반대 의사를 나타냈다. 호주 국방부도 얼마 전 논란에 휩싸여 애를 먹었다. 군인 연수 프로그램에서 ‘그(he)’, ‘그녀(she)’와 같이 남녀 성별을 특정하는 단어 대신 성 중립 표현을 장려하는 내용을 교육했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논란이 되자 국방부는 “사용을 강제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전채은 기자 chan2@donga.com}
호주 빅토리아주는 이번 달부터 매달 첫 번째 수요일을 ‘데이 데이(they day)’로 정했다. ‘데이 데이’라는 표현은 ‘그들(they)’이 ‘성(性) 중립적인 단어라는 점에 착안해 만들었다. 남성과 여성만으로 성별을 표시하는 것보다 성 소수자도 포함할 수 있는 중립적인 표현 사용을 권장하기 위해 만든 지정일이다. 캠페인 형태로 운영되기 때문에 단어 사용을 강제하거나 어겼다고 해서 처벌을 받는 것은 아니다. 세계 주요 국가들에서 여성이나 성소수자 인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남, 녀 두 가지로만 존재했던 기존의 성별 구분을 세분화 하고 불필요한 성별 간 장벽을 없애기 위한 정부 차원의 노력들이 이뤄지고 있다. 남성과 여성뿐 아니라 성소수자까지 포용할 수 있는 성중립적인 단어 사용을 장려하고 남성 중심적인 표현을 지양하자는 것이다. 과거에도 사회 곳곳에서 이런 움직임이 있었지만 최근에는 일부 시민들이 아닌 정부 차원의 노력이 두드러지고 있다. 한국에선 아직 개념조차 생소한 ’성중립 화장실‘이 미국에선 3년 전 백악관을 시작으로 대학과 공공기관 곳곳에 등장했다. 성중립화장실은 남성과 여성뿐만 아니라 동성애자나 트랜스젠더 같은 성소수자도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사용할 수 있는 화장실이다. 세면대를 사용하는 공용공간이 있고 화장실 각 칸마다 바닥부터 천장까지가 옆 칸과 빈틈없이 막혀 있는 개인 공간으로 나눠진다. 플로리다주는 6일 주내 공공기관 중에서는 최초로 올랜도 시청에 성중립화장실을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캘리포니아주는 지난해부터 모든 공공기관에 성중립화장실을 설치하는 사업을 추진 중이다. 국가(國歌)나 법조문에 사용되는 표현에 손을 대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양성평등장관을 겸하고 있는 스페인 부총리 카르멘 칼보는 지난 달 평등위원회 회의에 참석해 “우리 헌법은 마치 남성인 것 같다”며 “이제 법조문에 여성을 포함시킬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스페인어 단어는 남성형과 여성형이 나뉘는데 남녀를 모두 칭할 때는 언제나 남성 명사를 사용한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이럴 경우 남성형 단어가 주어인 문장은 남성만을 가리키는 것인지 아니면 남녀 모두를 지칭하는 것인지 모호해진다. 캐나다는 109년 된 국가의 가사를 바꾸는 파격 행보를 보였다. 캐나다는 2월 국가 ’오 캐나다(O Canada)‘의 가사 중 ’모든 그대의 아들들(all the sons)‘를 ’우리 모두(all of us)‘라는 성중립적 표현으로 바꾸는 법안을 만들어 통과시켰다. 하지만 이 같은 노력들이 순탄하게 진행되는 것만은 아니다. 캐나다에 이어 독일도 3월 에 크리스틴 로제-모링 성평등 장관이 국가 가사 변경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편지를 앙겔라 메르켈 총리에게 보냈지만 총리는 “국가의 전통적 형태에 만족한다”며 반대 의사를 나타냈다. 호주 국방부도 얼마 전 논란에 휩싸여 애를 먹었다. 군인 연수 프로그램에서 ’그(he)‘, ’그녀(she)‘와 같이 남녀 성별을 특정하는 단어 대신 성중립 표현을 장려하는 내용을 교육했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논란이 되자 국방부는 “사용을 강제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전채은기자 chan2@donga.com}

2016년 4월 6일 오전 1시경 중국 상하이 공항. 일행으로 보이는 중국 내 북한식당 종업원 13명이 불안한 표정으로 부산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이들의 최종 행선지는 한국. 이미 식당에서 공항까지 오는 길에 종업원 7명이 이탈한 상황이었다. 숨 가쁘게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행 비행기에 오른 지배인 허강일 씨는 이륙 직전인 오전 1시 20분 남측 정보기관 인사에게 전화를 걸어 출발 소식을 알렸다. 수화기 너머로 환호와 박수소리가 들려왔다. 중국 내 북한식당 종업원 집단탈북 사건과 관련해 탈북을 주도했던 식당 지배인 허 씨가 다시 입을 열었다. 저장(浙江)성 닝보(寧波)의 식당에서 일하던 허 씨와 여성 종업원 12명은 말레이시아를 거쳐 2016년 4월 7일 한국에 들어왔다. 뉴욕타임스(NYT)는 5일(현지 시간) 허 씨와의 인터뷰를 토대로 탈북 배경과 긴박했던 당시의 탈북 과정, 현재의 상황을 전했다. 허 씨는 29살 때 노동당에 들어갈 만큼 북한 정권의 신뢰를 받는 인물이었다. 그는 외화를 벌어들이기 위해 2013년부터 종업원 22명과 함께 북-중 접경지역인 지린(吉林)성 옌지(延吉)의 한 식당으로 보내졌다. 식당 소유주는 중국인이었지만 종업원 고용과 교육 등 식당 운영의 제반을 모두 허 씨가 관리했다. 그에게 할당된 임무는 매년 10만 달러(약 1억 1200만 원)를 본국에 송금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허 씨는 식당 종업원들을 감시하기 위해 북한에서 파견 나온 감시요원들에게 과도한 뇌물 상납 요구에 시달렸다고 말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북한 정권의 숙청 바람에 북한에 살던 허 씨의 친구들이 정치범 수용소로 보내졌다는 소식도 듣게 됐다. 회의를 느낀 허 씨는 이를 계기로 남쪽에서 일하며 통일을 위해 힘쓰고 싶다는 꿈을 꾸기 시작했다. 2014년 허 씨는 식당 단골이었던 조선족 손님에게 다가가 “한국의 정보기관 인사를 아느냐”고 물었다. 이렇게 소개받은 사람을 통해 남측의 인사와 소통하기 시작했다. 그는 2015년까지 북한의 엘리트 층 친구들로부터 입수한 북한의 미사일과 잠수함 프로그램 관련 정보를 이 남측 정보기관 인사에게 전달했다. 허 씨는 남측에 충성 서약까지 했다고 NYT에 전했다. 하지만 몇 달 뒤 문제가 생겼다. 허 씨를 남측 인사에게 연결시켜 준 조선족 손님이 “북한 당국에 남측과의 접촉 사실을 폭로하겠다”고 협박하며 10만 달러를 요구하기 시작한 것. 끈질기게 돈을 요구하자 허 씨는 결국 종업원들과 함께 닝보에 있는 다른 식당으로 일터를 옮겼다. 하지만 조선족 손님은 그곳까지 쫓아와 허 씨를 협박했다. 허 씨는 남측과의 접촉 사실이 알려지는 것은 이제 시간문제라고 판단했다. 결단을 내린 허 씨는 2016년 초 연락을 주고받던 남측 정보기관 인사에게 “나를 남쪽으로 보내달라”고 부탁했다. 이들은 같은 해 5월 30일을 허 씨의 탈북 날짜로 잡았다. 그러나 얼마 안가 이들의 약속은 뒤집어졌다. 탈북을 돕기로 한 정보기관 인사가 날짜가 4월 3일로 바꾸고 같은 식당에서 일하는 종업원 19명도 함께 데려오라고 요구한 것이다. 이 요구를 거절하면 남측과의 접촉 사실을 북측에 알릴 것이고, 승낙하면 수백만 달러로 보상하겠다는 협상안도 내밀었다. 허 씨는 북한에 있는 가족들의 안전을 위해 자신들의 탈북 사실을 공개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아내고 이 제안을 받아들였다. 허 씨는 4월 6일 쿠알라룸푸르행 비행기 티켓 20장을 준비했다. 자신을 제외한 종업원 19명은 다른 식당으로 이동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을 뿐 말레이시아를 경유해 한국으로 향하는 행선지를 알지 못했다고 허 씨는 주장했다. 비행기에 오르기까지의 과정도 순탄치만은 않았다. 심상찮은 분위기를 감지했는지 상하이 공항으로 출발하기 수 시간 전 휴식시간을 이용해 종업원 5명이 어디론가 사라졌다. 계획이 탄로 날 위기에 처하자 허 씨의 마음은 더욱 급해졌다. 그는 나머지 종업원 14명과 택시 5대를 나눠 타고 상하이 공항으로 향했다. 하지만 닝보 식당의 주인이 손해를 우려해 차를 타고 이들 일행을 따라 붙어 결국 종업원 두 명이 탄 택시 한 대를 들이 받았다. 그렇게 쿠알라룸푸르행 비행기에는 허 씨를 포함해 총 13명만이 올라탔다. 허 씨에 따르면 나머지 종업원들은 말레이시아 주재 한국 대사관에 도착해서야 그들의 행선지를 알아챘다. 한국 대사관에서 무장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타고 다시 쿠알라룸프르 공항으로 가 대기 중이던 대한항공 여객기에 몸을 실은 이들은 다음날 아침 한국 땅을 밟았다. 허 씨는 이륙 당시 남측 정보기관 인사와 나눴던 통화에서 “나를 영웅이라고 칭하는 소리를 수화기 너머로 들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남으로 넘어온 뒤에 벌어진 일들은 탈북을 후회하게 만들었다고 전했다. 탈북 사실을 알리지 않겠다던 당초의 약속과 달리 정부는 하루 만에 기자회견을 열어 이들의 집단탈북을 전 세계에 공개했기 때문이다. 허 씨는 당시 TV로 그 장면을 보던 종업원 모두가 울음을 터뜨렸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북에 남은 허 씨의 부모님과 누이들은 사라져버렸다. 수백만 달러를 주겠다던 정보기관 인사가 건넨 돈은 3만5500 달러(약 3990만 원). 그는 현재 편의점 캐셔와 트럭 운전을 함께 하며 지내고 있다. 허 씨는 한국의 보수 정당이 2016년 총선에서 지지율을 높이기 위해 투표를 며칠 앞두고 탈북 시점을 골랐다고 믿고 있다.전채은기자 chan2@donga.com}

한국전쟁 미군 전사자 유해를 맞기 위해 하와이로 출발한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의 전용기 ‘에어포스투’는 ‘특별한 손님들’을 태우기 위해 캘리포니아에 잠시 착륙했다. 각각 네 살과 세 살 때 한국전쟁에서 아버지를 잃은 다이애나 브라운 샌필리포 씨와 릭 다운스 씨였다. 두 사람은 한국전쟁 전사자 유가족을 대표해 유해 봉환식에 참가했다. 샌필리포는 네 살 때 공항에서 아버지에게 작별인사를 했던 순간을 기억하고 있다. 네바다 방위군 소속이던 아버지 프랭크 살라자르 중위는 1952년 12월 31일 P-51기를 타고 북한 상공에서 정찰임무를 수행하던 중 대공포에 격추됐다. 샌필리포는 이후 어머니가 재혼하면서 아버지에 대한 기억을 잊고 살았다. 그러다 10대에 비행복을 입은 아버지 사진을 처음 보게 됐고 평생 아버지를 그리워했다. 샌필리포는 나중에 P-51 조종법까지 배웠다. “지금까지 늘 이런 질문에 시달려 왔어요. 아빠는 비행기에서 탈출했을까. 혹 고문을 당했을까.” 샌필리포는 하와이에서 열린 봉환식 내내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그는 “비록 이번에 돌아온 유해가 아버지가 아니더라도, 같은 아픔을 나누고 있는 미국의 유가족들은 누구의 가족이 돌아왔다는 사실에 모두 자기 일처럼 기뻐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운스의 아버지 할 다운스(당시 26세)는 B-26 폭격기 레이더 관제사로 한국전쟁에 참전했다. 폭격기가 북한 상공에서 피격됐을 때 조종사와 항법사는 비상탈출에 성공했다. 그들은 다운스에게 “비행기가 언덕에 추락해 폭발하는 것이 우리가 본 마지막”이라고 아버지의 최후 순간을 들려줬다. 펜스 부통령은 하와이에 도착한 뒤 트위터에 에어포스투에서 이들과 함께 찍은 사진을 공개하면서 “진주만 히컴 기지로 오는 도중에 다이애나 브라운 샌필리포와 그의 남편 로버트가 합류하게 돼 나와 (아내) 캐런은 영광으로 생각한다”고 썼다. 백악관도 이날 한국전쟁 전사자 유족들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내온 편지 2통을 소개했다. 해군 125함대에 배치돼 대북 공격 임무를 수행하던 중 전사한 존 C 매킬 중령의 조카 더그 씨는 편지에서 ‘대공황기에 성장했고 나라를 위해 복무한 자신의 삼촌이 얼마나 특별한 사람이었는지’라고 썼다. 펜실베이니아에 거주하는 매리언 씨는 1951년 9월부터 한국에서 작전을 수행하다 실종된 삼촌 앤드루 보이어 하사의 헌신을 잊지 않기 위해 거실에 사진을 걸어 놓고 있다고 밝혔다. 세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유족들은 사랑하는 이가 집으로 돌아오길 60년 넘게 기다렸다. 유해들의 신원이 확인돼 유족들이 평화를 찾기를 바란다”고 말했다.주성하 zsh75@donga.com·전채은 기자}
미국 법원이 3차원(3D) 프린터로 플라스틱 총을 만들 수 있는 설계도 공개를 한시적으로 금지하기로 지난달 31일 결정했다. CNN 등 현지 언론은 이날 시애틀 연방지방법원 로버트 래스닉 판사가 전날 워싱턴 등 8개 주 법무장관이 ‘3D 프린터 플라스틱 총 설계 도면이 전국적으로 배포되는 것을 막아 달라’고 한 요청을 받아들였다고 보도했다. 래스닉 판사는 “(설계도가 인터넷 등을 통해 배포되면) 회복할 수 없는 피해가 생길 가능성이 있어 당분간은 도면이 공개돼선 안 된다. 10일 후속 공청회에서 이 문제를 따져볼 것”이라고 밝혔다. 8개 주는 설계도 공개(1일)를 이틀 앞둔 지난달 30일 “설계도가 배포되면 테러와 범죄에 악용될 위험이 크다”며 배포 금지를 법원에 요청했다. 미국 연방정부는 당초 설계도 배포에 부정적이었으나 총기 소유에 긍정적인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선 뒤인 올 6월 배포를 허용했다.전채은 기자 chan2@donga.com}
주황색 죄수복을 입은 동영상 속 남성이 복면을 한 채 총으로 무장한 2명의 조직원 사이에 무릎을 꿇고 앉아 있다. 일본 정부와 언론은 이 남성을 2015년 시리아에서 극단주의 무장 세력에 납치된 일본인 기자 야스다 준페이(44)로 파악했다. 동영상 제목도 ‘시리아의 일본인 인질로부터의 호소’라고 달렸다. 하지만 이 남성은 예상 밖의 발언을 했다. “와타시노 나마에와 우마르데쓰. 강코쿠진데쓰.(나의 이름은 우마르입니다. 한국인입니다)” 야스다로 보이는 남성이 등장하는 이 동영상이 지난 달 31일 일본 언론에 전달됐다. 영상 전달자는 자신을 ‘누스라 중개인 측’이라고 밝혔다. 야스다로 추정되는 남성을 처음 억류한 조직인 시리아의 극단주의 무장 단체 ‘자바트 알누스라’와 관련이 있는 인물인 것으로 보인다. 동영상 전달자는 일본 언론에 ‘야스다의 신병이 다른 조직에 넘겨졌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20초 가량 되는 동영상에 등장하는 남성은 일본어로 자신을 한국인이라고 밝혀 의문을 남겼다. 그는 이어 쫓기는 듯한 목소리로 “지금은 2018년 7월 25일입니다. 극심한 환경에 있습니다. 지금 당장 도와주십시오”라고 호소했다. 이 남성이 왜 자신을 한국인이라고 했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은 1일 기자회견을 통해 “영상 속 남성은 야스다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 외교부 역시 영상 속 남성이 한국인일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 1997년 일본의 한 신문사에서 기자생활을 시작한 야스다는 2003년 퇴사 후 프리랜서 기자로 활동해 왔다. 이라크와 시리아 인도네시아 등 전쟁과 재난 현장을 취재하던 야스다는 2015년 5월 시리아 북서부 이들리브주로 들어간 이후 연락이 끊겼다. 야스다가 다시 모습을 드러낸 것은 2016년으로 이 해 3월 시리아 무장세력에 인질로 잡힌 그의 동영상이 공개됐고 이어 5월에는 “도와주세요. 이것이 마지막 기회입니다”라고 적힌 종이를 들고 있는 야스다의 사진이 공개됐다. 그리고 약 2년 만인 올해 7월 초 “가족을 만나고 싶다”고 말하는 영상이 공개됐었다. 일본 언론은 동영상 전달을 억류 조직이 교섭을 통해 인질의 몸값을 받아내려는 의도로 해석하고 있다.전채은기자 chan2@donga.com}
미국 연방법원이 지난달 31일(현지 시간) 3차원(3D) 프린터를 이용해 플라스틱 총을 만들 수 있는 설계도의 공개를 한시적으로 금지하기로 결정했다. 당초 연방정부는 설계도 제작자와의 법적 공방 끝에 이달 1일부터 이 설계도를 인터넷에 배포하는 것을 허용했었다. 그러나 총기 등록이 안 되고 금속탐지기로도 적발이 어려워 안전성 문제가 크다는 여론이 다시 일면서 ‘3D 프린터 총기’에 대한 법적 공방이 재연될 조짐이다. CNN 등 현지 언론은 지난달 31일 시애틀 연방지법의 로버트 래스닉 판사가 워싱턴, 메사추세츠, 펜실베이니아 등 8개 주 법무장관들이 3D 프린터 플라스틱 권총 도면의 인터넷 공개를 금지해달라며 낸 ‘임시 금지 명령’ 요청을 받아들였다고 보도했다. 래스닉 판사는 “회복 불가능한 피해 가능성이 있어 당분간 3D 프린터로 총기를 만들 수 있는 도면이 공개돼서는 안 된다”며 “10일 후속 공청회에서 이 문제를 진지하게 따져볼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이 8개 주는 도면의 공개를 이틀 앞둔 지난달 30일 “3D 프린터로 권총을 만드는 방법이 알려질 경우 테러와 범죄에 악용될 위험이 커 공공의 안전을 위협한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캘리포니아와 뉴욕 등 21개 주 정부의 법무장관들도 같은 날 “공공 안전에 전례 없는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성명을 통해 설계도 공개의 금지를 촉구했다. 3D 프린터 플라스틱 권총 도면을 당초 허용일(1일)보다 며칠 앞서 임의로 공개하기 시작했던 비영리단체 ‘디펜스 디스트리뷰티드’의 홈페이지에는 연방법원의 한시적 공개 금지 결정 직후 “이 사이트는 워싱턴주 연방법원의 폐쇄 명령을 받았다”는 안내문이 게시됐다. 설계도면을 내려받을 수 없는 상태로 전환됐다. 이 단체의 창립자인 코디 윌슨(30)은 1일 BBC와 인터뷰를 통해 “3D 총은 공공 안전을 위협하지 않는다”며 “나는 여태까지 이것(3D 프린터 플라스틱 권총)을 이용해 범죄를 저지른 사람을 본 적이 없다”며 법원의 결정에 반발했다. 반면 바버라 언더우드 뉴욕주 법무장관은 성명을 통해 “연방 법원이 우리의 요청을 받아들여 상식과 공공의 안전을 위한 큰 승리를 거뒀다”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이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허용한 것은 범죄자에게 추적과 적발이 불가능한 3D 프린트 총을 쥐어주는 것, 바로 그것이다”며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런 여론을 의식한 듯 이미 지난달 31일 자신의 트위터에 “3D 플라스틱 총이 일반에 판매되는 것을 살펴보고 있다. 이미 전미총기협회(NRA)에 말했다시피 (일반 판매는) 적절하지 않을 것 같다”고 밝혔다. 전채은 기자 chan2@donga.com}
3차원(3D) 프린터를 이용해 플라스틱 총을 만들 수 있는 설계도의 인터넷 공개(1일)를 앞두고 미국에서 찬반 논란이 뜨거워지고 있다. 캘리포니아와 뉴욕 등 21개 미국 주정부는 지난달 30일 “공공안전에 전례 없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설계도를 공개해선 안 된다고 연방정부를 압박했다. 21개 주정부의 법무장관들은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제프 세션스 법무장관에게 보낸 공개서한에서 “(설계도 배포 허용은) 테러리스트의 무장을 도울 뿐 아니라 법적으로 총기 소유가 금지된 사람들도 이를 소유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3D 프린터 플라스틱 총이 허용되면 신원 조회를 거치지 않고도 총기를 소유할 수 있게 돼 총기와 관련된 참사 발생을 앞으로도 막기 어렵다는 것이다. 공항의 보안검색대도 무사통과할 가능성이 크고 별도의 등록번호가 없어 추적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래서 ‘유령 총(ghost gun)’으로도 불린다. 그러는 사이 설계도 공개 찬성 진영은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총기 소유를 지지하는 비영리단체 ‘디펜스 디스트리뷰티드’는 이미 지난 주말부터 권총 ‘리버레이터(liberator)’와 AR-15 반자동 소총 등의 3D 프린터용 설계도를 인터넷으로 배포하기 시작했다. AR-15 소총 설계도의 경우 지난달 27∼29일 사흘간 1000건 이상의 다운로드 횟수를 기록했다. 이 단체는 플라스틱 총의 대중화가 ‘표현의 자유’ 문제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정부와 합의한 날짜(1일)보다 일찍 설계도를 공개한 이유에 대해선 설명하지 않았다. 3D 프린터를 이용한 플라스틱 총 제조법은 2013년 당시 텍사스주 오스틴에 거주하던 법대생이자 디펜스 디스트리뷰티드 창립자인 코디 윌슨(30)의 머리에서 나왔다. 완전한 형태로 사용이 가능한 플라스틱 총 개발에 세계 최초로 성공한 것이다. 그는 그해 4월부터 3D 프린터를 이용해 장난감 블록인 ‘레고’의 재질과 동일한 플라스틱으로 만드는 총의 설계도를 인터넷에 올리기 시작했다. 당시 언론 인터뷰에서 자유를 위한 ‘혁명’을 위해 설계도를 공개했다고 밝힌 그는 배포 2주 만에 다운로드 횟수가 10만 건에 도달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당초 미 연방정부는 플라스틱 총에 대해 부정적이었다. 미 국무부는 당시 외국인이 해당 설계도를 통해 총기를 제작하게 된다면 국제무기거래규정(ITAR) 위반이란 논리를 내세워 설계도 게재 및 배포를 금지했다. 윌슨은 이에 연방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며 수년간 법정 공방을 벌여왔다. 하지만 총기 소유에 긍정적인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선 뒤인 올해 6월, 연방정부는 윌슨과 합의하기로 전격 결정하고 설계도 배포를 허용했다. 올 2월 플로리다주 마저리스톤먼더글러스 고등학교에서 발생한 총기난사 사건으로 14세 딸을 잃은 프레드 거튼버그 씨는 지난달 27일 워싱턴포스트(WP)에 “어떻게 사안이 이 지경까지 왔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시민들의 목숨이 위험에 처하게 됐다”고 우려했다. 워싱턴, 매사추세츠, 펜실베이니아 등 8개 주 법무장관들도 지난달 30일 설계도 배포를 전국적으로 막는 ‘임시 금지 명령’을 내려 달라고 연방법원에 요청했다. 하지만 설계도 공개 허가가 떨어진 데다 시행일이 임박해 이를 막기엔 이미 늦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달 27일 텍사스주 연방지방법원은 총기 규제를 지지하는 3개 단체가 정부의 설계도 인터넷 공개 허용 결정에 반발해 낸 소송을 기각한 바 있다. 소송을 제기한 시민단체 ‘총기폭력 예방을 위한 브래디 센터’의 조너선 로이 부회장은 WP에 “지니(‘알라딘과 요술램프’에 등장하는 램프 속 요정)가 한 번 병에서 빠져나오면 돌아가기 어려운 것처럼, 설계도가 인터넷에 공개되는 순간 상황을 되돌리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31일 아침에 올린 트윗에서 “3D 플라스틱 총이 일반인들에게 판매되는 문제를 살펴보고 있다. 이미 전미총기협회(NRA)와 얘기해봤는데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고 적었다.한기재 record@donga.com·전채은 기자}

‘오버투어리즘’은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대표적인 곳이 북촌 한옥마을이다.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북촌 한옥마을 골목 입구엔 평일인데도 관광버스가 주차돼 있었다. 잠시 뒤 40명가량의 단체 관광객이 골목을 훑고 지나갔다. 한옥마을의 골목 안 곳곳에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북촌 한옥마을 주민도 인간답게 살고 싶다’ ‘관광버스 매연 속에 주민은 숨 막힌다’는 글이 현수막을 덮고 있다. 집집마다 대문엔 ‘조용히 해 달라’는 경고문을 붙여 놓았다. 이날 북촌 한옥마을을 찾은 독일인 관광객 모니카 씨(32·여)는 ‘우리는 관광객들 때문에 고통 받고 있다’고 영어로 적어 놓은 현수막을 보고서 “여기 오기 전까지는 주민들한테 이런 불만이 있는 줄 몰랐다”며 당황스러워했다. 관광객들이 버리는 쓰레기도 주민들을 힘들게 한다. 주민 조모 씨(46·여)는 “쓰레기 버리는 날에 대문 밖에 쓰레기봉투를 내놓으면 그 옆으로 관광객들이 쓰레기를 잔뜩 버리고 간다”고 말했다. 건물 높이가 낮고 아파트에 비해 방음이 잘되지 않는 한옥 구조의 특성 때문에 소음 피해도 만만치 않다. 이곳 주민들에 따르면 새벽부터 벨을 눌러 “집 안을 구경시켜 달라”고 하는 관광객이 있는가 하면 다짜고짜 “맛집을 추천해 달라”는 관광객들도 있다고 한다. 참다못한 북촌 한옥마을 주민들은 4월부터 매주 토요일마다 마을 입구에 모여 “주민의 사생활을 보호해 달라”며 집회를 열고 있다.전채은 기자 chan2@donga.com}
싱가포르 국민들의 건강정보 데이터베이스가 해킹 공격을 당해 리셴룽(李顯龍) 총리를 포함해 약 150만 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됐다. 싱가포르 역사상 최대 규모의 정보 유출 사건이다. 싱가포르 일간 스트레이츠타임스에 따르면 싱가포르 보건부와 정보통신부는 20일(현지 시간) 성명을 통해 2015년 5월 1일부터 이번 달 4일까지 싱가포르의 국립 의료기관인 ‘싱헬스(SingHealth)’의 외래병동을 방문한 환자 150만 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됐다고 밝혔다. 해커들은 싱헬스의 서버에 침투해 악성코드에 감염된 컴퓨터를 이용해서 지난달 27일부터 이달 4일까지 일주일간 환자의 신상정보와 처방약 등 개인정보를 빼냈다. 싱헬스는 산하에 4개 공공병원과 5개 국립전문센터, 8개 종합병원을 두고 있는 싱가포르 최대 의료기관이다. 특히 이번 공격은 리 총리의 의료정보를 빼내는 데 주력한 것으로 싱가포르 정부가 긴장하고 있다. 당국은 “리 총리의 정보를 해킹하려는 시도가 명확하고 반복적으로 이뤄진 흔적이 포착됐다”고 밝혔다. 리 총리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나 역시 이번 사건의 피해자이고 이것은 우연이 아니었다”며 “해커들이 무엇을 찾기를 바랐는지를 알 수 없다. 아마 국가기밀이나 나를 공격하거나 당황스럽게 하는 무언가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만약 그렇다면 그들은 실망했을 것이다. 내 의료기록은 놀라울 것도 없는 (평범한) 기록이다”라고 덧붙였다. 당국은 이번 공격이 단순 해커의 소행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 싱가포르 정부 산하 사이버보안기구(CSA)는 “이 공격은 의도적이고 목표가 명확한 공격이었다”며 “단순 해커나 범죄조직이 벌인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글로벌 사이버 보안업체 파이어아이는 싱가포르 언론 채널뉴스아시아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공격은 고도로 발달된 사이버 기술을 사용하는 국가급 해커 집단만이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싱가포르 당국은 이 사건의 진상 규명을 위해 별도의 조사위원회를 신설할 계획이다. 개인정보가 유출된 환자에게는 20일부터 5일 동안 문자메시지(SMS)를 통해 이 사실을 알리고 있다. 전채은 기자 chan2@donga.com}

‘법칙 1. 로봇은 인간을 다치게 해서는 안 되며 행동하지 않음으로써 위험에 처한 인간을 방관해서도 안 된다. 법칙 2. 법칙 1에 위배되지 않는 한 로봇은 인간의 명령에 복종해야 한다.’ 로봇과 함께 살아가는 인간 사회의 모습을 그린 공상과학(SF) 영화 ‘아이, 로봇’(2004년)에 등장하는 ‘로봇의 법칙’일부다. 유명 SF 작가 아이작 아시모프가 1950년 세운 로봇의 원칙을 차용했다. 2035년을 배경으로 한 이 영화는 미래 로봇에 대한 인간의 기대감과 두려움을 함께 보여줬다. 기술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빠르게 발전했다. 로봇에 관한 법칙이 영화의 배경이 된 시기보다 17년 일찍 선언된 것이다. 전 세계 36개국 150개 기업 2400명 이상의 인공지능(AI) 연구자들은 18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 ‘2018 국제 인공지능 협력 회의(IJCAI)’에서 ‘인간을 식별하고 공격하는 무기를 만드는 데 참여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책임 있는 기술 개발을 위해 결성된 단체 ‘미래의 삶 연구소(Future of Life Institute)’는 전 세계 2400여 명의 연구자가 이 같은 내용의 동의서에 서명했다고 밝혔다. 이 동의서에는 구글 딥마인드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 개발자 데미스 허사비스, 전기자동차 업체 ‘테슬라’와 민간 우주업체 ‘스페이스X’의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 등 정보기술(IT) 업계의 유명 CEO들과 엔지니어들이 서명했다. 이들은 공개 선언서에서 “AI는 이미 군사 시스템에서 더 많은 역할을 할 준비가 끝났다”며 세계 리더들이 AI 기술 사용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시점이 됐다고 촉구했다. 또 “AI를 이용한 자율살상무기는 핵이나 생화학무기와 완전히 다른 특성을 갖는다. 일단 한쪽이 이를 도입하면 전 세계가 끝없는 군비 경쟁으로 치닫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AI 기술이 무기 제작에 사용돼서는 안 된다는 연구자들의 목소리가 나온 것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AI와 로봇 전문가 100여 명은 유엔에 ‘AI 무기가 제3의 전쟁을 불러올 것’이라는 내용의 공개서한을 보냈다. 자율살상무기를 개발하고 있다는 의혹이 불거져 기업이나 국가기관이 연구를 중단한 사례도 있다. 지난해 4월 구글 직원 3000여 명은 구글이 미 국방부와 협력해 진행하는 ‘메이븐 프로젝트’가 공격용 AI 드론 개발로 이어질 수 있다는 논란이 일자 순다르 피차이 CEO에게 서한을 보내 연구를 중단시켰다. 한국의 KAIST도 한 차례 홍역을 치렀다. 올해 4월엔 KAIST가 한화그룹 계열사인 한화시스템과 국방인공지능 연구센터를 열자 세계 로봇학자들이 ‘자율살상무기를 개발하는 것 아니냐’며 KAIST에 ‘연구 보이콧’을 선언했다. 이 논란은 KAIST가 “연구센터는 방위산업과 관련한 물류 시스템 개발에 활용될 것”이라고 해명한 끝에야 잠잠해졌다. 모든 전문가들이 ‘AI 디스토피아론’을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는 대표적인 AI 낙관론자다. 저커버그는 지난해 “기술은 지금까지 항상 좋은 곳에도, 나쁜 곳에도 사용돼 왔다. 어떤 일이 일어날지 미리 생각할 필요가 없다”며 AI의 발전 속도에 제동을 걸려는 이들을 비판했다.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도 AI 낙관론을 펴고 있다.전채은 기자 chan2@donga.com}

“그는 러시아 정부의 요원이 아닙니다. 미국에서 자신의 길을 찾으려 한 젊은 학생일 뿐입니다.” 18일(현지 시간) 오후 미국 워싱턴 연방법원 4번 법정에서 열린 공판에서 변호사 로버트 드리스콜은 피고의 무죄를 항변했다. 그가 변호하는 오렌지빛 머리에 주황색 죄수복을 입은 여성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무표정한 얼굴로 긴 머리카락을 손으로 여러 번 쓸어내릴 뿐이었다. 러시아 시베리아 출신인 이 여성은 마리야 부티나(29)로 불법으로 러시아 정부의 비밀 스파이로 활동하고 음모를 꾸민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은 러시아 정부의 스파이인 부티나가 ‘미인계’를 이용해 미 정치권에 접근했고, 미국 정계와 러시아 사이 막후 채널을 만들려 했다고 밝혔다. 미-러 정상회담 직후 러시아 스파이 사건이 터지면서 러시아의 미 대선 개입 의혹을 부정하는 듯한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켰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더욱 난처한 상황에 처하게 됐다. 검찰은 미 연방수사국(FBI)이 수집한 정보들을 증거로 제시했다. 그의 전화번호부에는 러시아연방보안국(FSB)과 관련된 이메일 계정이 있었고, 자택에서는 “어떻게 FSB의 일자리 제안에 답해야 할까?”라고 쓰인 메모를 발견했다. 또한 미 정부가 러시아 정보당국 관계자로 추정한 러시아 외교관과 부티나가 올해 3월 워싱턴의 한 식당에서 식사하는 사진을 증거물로 확보했다. 미 대선 개입의 핵심 인물로 지목됐던 세르게이 키슬랴크 전 미국 주재 러시아 대사와 부티나가 함께 찍은 사진도 나왔다. 부티나는 미 보수 정치권에 접근하기 위해 총기 옹호 단체를 이용했다. 2011년 러시아에서 ‘총기를 소지할 권리’라는 단체를 만든 그는 2015년 3월경부터 미 공화당과 건설적인 관계를 만들기 위해 전미총기협회(NRA)에 접근했다. 부티나는 2016년 NRA 컨벤션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장남인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와 같은 테이블에 앉기도 했다. 부티나가 ‘미인계’로 접근한 남성은 최소 두 명이다. 미 언론들은 이 중 한 명이 NRA 회원이자 공화당 전략분석가인 폴 에릭슨(56)이라고 추정한다. 에릭슨은 2016년 5월 트럼프 대선캠프 관계자에게 e메일을 보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사이 비밀 만남을 주선할 수 있다”고 제안했던 인물이다. 부티나는 자신보다 27세나 많은 에릭슨과 동거하며 그의 네트워크를 활용해 정치권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인사들과 접촉했다. 검찰은 부티나가 특수이익집단에서 일자리를 얻는 대가로 에릭슨이 아닌 다른 한 명의 미국인과 성관계를 했다고 밝혔다. 2014년부터 여행비자로 미국을 방문했던 그는 2016년 8월 학생 비자를 받아 올해 5월 워싱턴 소재 아메리칸대에서 국제관계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그는 에릭슨의 도움을 받아 학교 과제를 해간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부티나의 배후에 러시아의 올리가르히(신흥재벌) 알렉산드르 토르신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푸틴 대통령의 측근인 그는 현재 러시아 중앙은행 부총재를 맡고 있으며 2015년까지 러시아 상원의원을 지냈다. 미 재무부의 제재 대상에 올라 있기도 하다. 토르신의 특별 보좌관으로 일한 경력이 있는 부티나는 그를 “자금 조달자”라고 여러 차례 언급했다고 검찰은 밝혔다. 2016년 미 대선 한 달 전 부티나는 트위터 개인 메시지로 토르신에게 “지금은 모든 것이 조용하고 조심스러워야 한다”고 했고, 대선 날 밤에는 “다음 지시를 기다리고 있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식 날 부티나는 워싱턴 의회의사당 앞에서 찍은 사진을 토르신에게 보냈다. 이에 토르신이 “너는 무모한 여자구나!”라고 답하자 “훌륭한 선생님들 (덕분)!”이라고 답장을 보냈다. 또한 토르신은 지난해 3월 “네 추종자들이 네 사인을 요청하진 않니? 너는 안나 차프만의 인기를 가로챘다”는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차프만은 미국에서 암약하다 2010년에 체포된 미모의 러시아 스파이로 미-러 스파이 맞교환 방식으로 러시아로 추방됐다.위은지 wizi@donga.com·전채은 기자}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88·사진)이 올해도 4조 원어치에 가까운 주식을 자선단체에 기부하기로 했다고 16일(현지 시간) CNBC 등의 언론이 보도했다. 버핏은 2006년부터 해마다 자신의 주식 중 일부를 자선단체에 내놓고 있다. 버핏은 이날 버크셔해서웨이 성명을 통해 자신이 보유한 주식 약 34억 달러(약 3조8400억 원)어치를 빌앤드멀린다게이츠재단을 포함한 5개 자선단체에 기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빌앤드멀린다게이츠재단은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 부부가 세운 자선단체다. 버핏과 게이츠는 ‘내 개인 재산의 절반 이상을 사회에 내놓겠다’고 기부를 서약한 세계 억만장자들의 모임 ‘더 기빙 플레지’를 2010년에 함께 결성하기도 했다. CNBC는 버핏이 2006년부터 지금까지 자선단체에 기부한 재산은 현재 시장가치로 약 467억 달러(약 52조8500억 원)에 이른다고 전했다. 전채은 기자 chan2@donga.com}
미얀마에 살던 로힝야족 14세 소녀 하시나(가명)는 지난해 자신의 집에서 미얀마 군인에게 성폭행을 당했다. 하시나와 그녀의 가족은 도망치듯 방글라데시의 로힝야족 난민캠프로 삶터를 옮겼다. 하지만 한 가지 시련이 더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수개월이 지나도 하시나는 생리가 없었다. 캠프 내 이웃들에게 들킬까 두려워 스카프를 겹겹이 둘러봤지만 배는 부지런히 불러왔다. 하시나는 5월 동그란 얼굴에 눈이 작은 여자아이를 낳았다. 로힝야족 여성들을 상대로 한 미얀마군의 성폭력이 광범위하게 자행된 지 10개월이 지났다.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는 지난해 11월 보고서에서 미얀마 군부가 인종청소의 일환으로 지난 3개월간 여성을 상대로 성적 학대를 저질렀다고 밝혔다. 방글라데시에서 HRW 인터뷰에 응한 로힝야족 여성 52명 중 절반 이상인 28명이 미얀마 군인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진술했다는 것이다. HRW는 “성폭력 피해자라는 오명을 쓰고 싶지 않아 로힝야족 여성들은 성폭행을 당해도 신고하거나 도움을 요청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미얀마군의 성폭행은 결혼 여부와 자식 유무를 가리지 않고 자행됐다. 또 다른 피해자인 드레디아(가명)는 미얀마에서 남편과 함께 자식 셋을 키우는 단란한 가정의 어머니였다. 남편이 집을 비운 사이 집에 들이닥친 미얀마 군인들은 아들을 구타하고 드레디아를 성폭행했다. 이들이 남긴 것은 배 속의 아이와 오른쪽 젖가슴 위의 선명한 잇자국. 구타당한 두 살 된 아들은 결국 숨졌다. 얼마 전 드레디아는 남자아이를 출산했다. 드레디아는 성폭행 피해를 수치스럽게 여기는 공동체 문화 탓에 처음에는 남편에게 성폭행 피해 사실을 숨기고 “구타당하기만 했다”고 둘러댔다. 로힝야족의 성폭행 피해자들은 성폭행에 더해 ‘피해자’라는 낙인과 원치 않는 임신이라는 삼중고를 겪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상당수 피해 여성들은 자신이 성폭행을 당했다는 것에 죄책감을 느끼며 피해 사실을 밝히지 않는다. 임신한 여성들이 주변에 도움을 요청하지 않아 목숨이 위태로워지는 일도 생긴다. 싸구려 낙태약을 하혈할 때까지 먹는 방법도 횡행하고 있다. 로힝야족 난민캠프의 조산사 아크터 씨는 “성폭행으로 임신한 한 여성이 민간요법으로 낙태를 하다 자궁에 나무 막대기가 박힌 채 병원을 찾았지만 결국 숨졌다”고 말했다. 구호단체들은 당초 이맘때쯤 출산율이 급증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아직까지 출산율에 가파른 변화는 보이지 않고 있어 다수의 산모들이 임신을 ‘은밀하게 처리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국경없는의사회의 성폭력 전문가 대니얼 카시오 씨는 “많은 산모들이 임신 중에, 혹은 분만 중에 사망하고 있다고 확신한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미얀마군은 여전히 ‘모르는 일’이라는 입장이다. 미얀마군은 지난해 11월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민간인 학살과 성폭력, 고문은 없었다”고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미얀마군은 꾸준히 로힝야족 반군 토벌을 빌미로 민간인 학살과 방화 등 인종청소를 자행해 왔다는 국제사회와 인권단체의 비판을 받고 있지만 이를 인정한 적은 한 번도 없다. 1880년대 영국이 미얀마를 식민 지배하던 시절에 지배를 수월하게 하기 위해 미얀마에 유입시킨 이슬람 소수민족인 로힝야족은 미얀마의 독립 이후 ‘불법 이민자’로 박해를 받아 왔다.전채은 기자 chan2@donga.com}
‘태국 동굴소년’ 무사귀환의 일등공신 에까뽄 찬따웡(25) 유소년 축구팀 보조코치가 정식으로 태국 국적을 갖게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코치와 함께 고립됐던 소년 12명 중 태국 국적이 없었던 3명에게도 국적이 주어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11일(현지 시간) AFP통신은 유소년 축구팀 ‘무빠(야생 맷돼지)’의 난민인 에까뽄 코치와 역시 태국 국적이 없는 소년 아둘 삼온(14), 마크, 티에게 정식 국적을 주기 위한 절차가 시작됐다고 보도했다. 무빠의 설립자 놉빠랏 칸타봉은 AFP에 이 같은 사실을 알리며 “국적을 갖는 것이 소년들의 가장 큰 희망”이라고 말했다. 놉빠랏에 따르면 태국 국적이 없는 이들은 여권이 없어 영국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초대에도 응할 수 없는 상황이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10일 소년들이 무사히 전원 구조됐다는 소식을 듣고 공식 트위터를 통해 “돌아온 무빠와 구조대를 올드 트래포드에 초대하고 싶다”고 밝혔다. 올드 트래포드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홈구장이다. ‘무빠’의 무사 귀환에는 이들 난민의 공이 절대적이었다. 에까뽄 코치는 동굴에 갇힌 순간부터 소년들에게 ‘살아서 나갈 수 있다’는 희망을 심어 주며 17일간 정신적 지주 역할을 했다. 명상을 하게 해 체력을 아끼고 소년들이 가져온 과자를 나눠 먹게 해 건강을 지켜줬다. 극한의 공포를 느꼈을 법한 소년들이 별다른 사고 없이 발견돼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할 수 있었던 데에는 에까뽄 코치의 노력이 컸다. 태국 국적이 없는 소년 중 한 명인 아둘 삼온의 공도 작지 않았다. 미얀마 출신으로 태국어뿐만 아니라 영어, 버마어, 중국어 등 다양한 언어를 구사할 줄 아는 아둘은 구조대원과 축구팀원들 사이의 소통에 큰 도움을 줬다. 아둘이 다니는 학교의 교장인 푸나윗 텝수린은 “무국적이라는 그의 배경이 그를 강하게 만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엔난민기구에 따르면 태국에 사는 난민은 약 48만 명이다. 특히 동굴이 있는 매사이 지역은 상당수의 소수족 출신 무국적자들이 살고 있다. 엑까뽄 코치도 ‘타이루(Tai Lue)’로 알려진 동남아시아의 소수족 출신으로 미얀마에서 태국으로 넘어왔다. 태국 앰네스티인터내셔널의 관계자는 “동굴에 고립됐던 소년들의 사연이 태국에 경종을 울려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의 드라마와 같은 이들의 이야기는 앞으로도 이 동굴에 오랫동안 남겨질 전망이다. 구조현장을 지휘했던 나롱싹 오솟따나꼰 전 치앙라이 지사는 11일 이 동굴을 “박물관이자 관광지로 개발할 것”이라고 밝혔다. 나롱싹 전 지사는 “이번 구조에서 얻은 교훈은 세계인에게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박물관을 만들기 위해 이미 구조 장비를 모두 모았고, 구조 활동에 눈부신 기여를 한 잠수사들의 명단도 확보했다”고 말했다. 이번 구조에 참여했던 다국적 구조팀은 열악한 환경에서 재난 구조의 모범답안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는다.전채은기자 chan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