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11월 14일 오전 테러 사건이 발생한 프랑스 파리 레퓌블리크 광장과 생마르탱 운하 근처의 10, 11구 식당들을 찾은 기자는 아직도 남아 있는 테러 흔적에 몸서리를 쳐야 했다. 10구에 있는 식당 ‘르 프티 캉보주’와 술집 ‘카리용 카페’의 유리창엔 총탄 자국이 선명했고, 도로까지 흥건하게 고인 피를 가리기 위해 경찰이 톱밥을 뿌려놓았다. 횡단보도에 어지러이 찍힌 붉은 발자국들은 당시 끔찍했던 상황을 증언하고 있었다.‘카리용 카페’ 정문 앞에 장미꽃을 놓고 촛불을 켜며 희생자들을 추모하던 앙토니 마차스(27) 씨는 아직도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듯 멍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기자에게 어젯밤 함께 술을 마셨던 친구들의 모습이 담긴 휴대전화 사진을 보여주면서 울먹였다. 사진에는 카페 앞 테라스에 널브러져 있는 젊은이 시신 10여 구가 담겨 있었다. 피바다로 변한 테라스석‘11·13 동시다발 테러’가 휩쓴 뒤 파리 분위기는 크게 달라졌다. 미국 뉴욕 맨해튼 풍경이 9·11테러 이전과 이후에 같을 수 없었던 것과 마찬가지다. 11월 18일 파리 북부 생드니에서는 테러범 검거 작전으로 치열한 총격전이 벌어졌다. 이날 저녁 예정돼 있던 샹젤리제 조명 점등식도 전격 취소됐다. 연말 시즌 화려하게 수놓던 조명과 함께 따뜻한 와인 ‘뱅쇼(Vin Chaud)’를 즐길 수 있는 샹젤리제의 크리스마스 노점상 마켓은 13일 개장했지만 테러 이후 폐쇄돼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마저 자아낸다.가장 피부에 와 닿는 변화는 카페 앞 테라스 자리다. 파리지앵의 ‘테라스석’ 사랑은 못 말릴 정도다. 아무리 날씨가 추워도, 자동차가 매연을 뿜고 지나가도, 실내보다 야외 테라스석에서 수다 떨기를 좋아한다. 그러나 요즘 샹젤리제 거리의 카페와 레스토랑들은 테라스석을 모두 치웠다. 11·13 동시다발 테러 당시 테라스석에 앉아 있던 사람들이 주요 표적이 됐기 때문이다. 당시 테러범들이 카페와 식당 앞에 앉아 있던 사람들에게 자동소총을 난사하면서 테라스석은 온통 피바다로 변했다. 1월 전 세계를 경악에 빠뜨린 프랑스 주간지 ‘샤를리 에브도’ 테러 사건 당시만 해도 테러범들의 공격 대상과 메시지는 명확했다. 테러범들은 주간지 편집실에 난입해 이슬람교와 마호메트를 풍자한 만화가들을 한 명 한 명 조준 사격했고, 또 다른 테러범은 유대인 슈퍼마켓에서 인질극을 벌였다. 그러나 이번에는 카페, 술집, 콘서트장 등 불특정 다수가 이용하는 공공장소에서 무차별 난사를 했다는 점에서 파리 시민과 관광객들에게 더욱 큰 충격을 안겼다.연쇄테러가 집중적으로 발생한 10, 11구 생마르탱 운하 인근의 카페와 바는 관광객보다 현지 ‘힙스터족’(대중적인 유행을 따르지 않고 자신만의 고유한 취향을 찾는 부류) 젊은이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프랑스인 여학생 아가트 모로(24) 씨는 사건 당시 ‘르 프티 캉보주’ 식당 테라스석에 친구와 함께 앉아 있었다고 했다. 테러범들이 식당 안으로 총을 쏘기 시작했을 때 모로 씨와 친구는 마시던 음료수를 집어던지고 무조건 뛰기 시작했다. 그는 “레퓌블리크 광장까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무조건 뛰었다. 등 뒤에서 총소리가 끊임없이 들렸다. 고개를 들었을 때는 곁에서 모든 사람이 울부짖으며 우리처럼 뛰고 있었다”고 말했다.파리 시민들은 요즘 폭죽이나 경보음 소리만 나도 집단공황 상태에 빠진다. 11월 15일 오후 5시 반 레퓌블리크 광장에서는 갑자기 ‘펑, 펑’ 하는 소리가 들려 희생자들을 추모하고자 광장의 공화국 탑 앞에 모여 있던 시민 수백 명이 비명을 지르며 일제히 뛰는 소동이 벌어졌다. 꽃과 촛불 위로 넘어지는 사람도 있었고, 많은 사람이 수백m를 달려 주변 레스토랑과 카페로 숨어들었다. 인근 운하의 차가운 강물 속으로 뛰어드는 사람도 있었다. 경찰 조사 결과 폭죽소리에 시민들이 과민반응한 것으로 확인됐다. 영국 ‘채널4’ 기자가 레퓌블리크 광장에서 리포트 도중 시민들이 뛰어가는 모습에 놀라는 모습이 생중계되기도 했다. 소동은 인근 마레 지구에서도 일어났다. 영국 BBC 마크 마르델 기자는 “한 여성이 ‘레퓌블리크 광장에 총을 든 남자가 나타났다’고 소리치자 인근 카페 점원들이 모든 손님을 레스토랑 안으로 들어오게 하고 일제히 철제 셔터를 내렸다”고 말했다. 손님들은 30분간 카페 바닥에 엎드려 쥐죽은 듯 있다 서둘러 귀가했다고 한다.“‘파리인의 삶’으로 돌아가자”이 같은 패닉 현상에 대해 마뉘엘 발스 프랑스 총리는 다음 날 RTL 라디오와 인터뷰에서 “지금은 전시(戰時) 상황”이라며 “평소와 다른 고도의 경계 속에서 침착하고 냉정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국민에게 주문했다. 11월 13일 밤 동시다발 테러 당시 독일-프랑스 국가대표 친선축구장에서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만 조용히 홀로 빠져나간 것에 대해 프랑스 언론들이 ‘합리적 대응’이었다는 평가를 주로 내놓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8만 명이 운집한 축구장에서 관중이 동요했을 경우 집단공황 상태에 빠진 시민들이 달려 나가다 수천 명이 압사당하는 사고가 TV로 생중계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상황에서는 테러범들이 접근하지 못한 축구장 내부가 오히려 안전했고, 관중이 외부로 우르르 몰려나올 경우 더 위험했을 수도 있었다는 것이다. 파리 시민들은 점차 일상을 되찾으려 노력하고 있다. 월요일부터 학교도 문을 열고, 주요 박물관과 공연장도 다시 개방했다. 그러나 에펠탑은 문을 열었다 직원들이 안전상의 이유로 업무를 거부해 다시 폐쇄하기도 했다. 학생들도 교내에서 수업을 하지만 현장학습은 모두 취소됐다. 시민들은 테러를 극복하는 최선의 방법은 의연하게 ‘파리 시민의 일상’으로 돌아가는 것임을 알고 있다.미국 ‘뉴욕타임스’는 파리지앵의 삶과 떼어놓을 수 없는 ‘카페에서의 일상’이 새로운 방식의 ‘레지스탕스(저항)’ 운동이 되고 있다고 11월 17일 보도했다. 그 어떤 테러도 자유롭고 여유 있는 ‘프랑스인의 삶’을 해칠 수 없음을 보여주고자 시민들이 파리 문화를 상징하는 카페로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누리꾼들은 1월 샤를리 에브도 테러 사건 이후 나온 ‘나는 샤를리다’ 구호를 본떠 ‘나는 (카페)테라스에 있다(Je suis en terrasse)’나 ‘우리 모두 카페에(Tous au bistrot)’라는 문구에 해시태그를 붙이며 ‘파리인의 삶’으로 돌아가자고 독려하고 있다.라데팡스에 사는 건축가 바네사 루코 씨는 “이번 테러는 우리 삶의 방식에 대한 공격이다. 카페에 가는 단순한 행위로 우리는 테러리스트에게 결코 프랑스의 심장을 빼앗을 수 없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승훈 동아일보 파리 특파원 raphy@donga.com}

독일 수도 베를린 한복판에 한반도 통일 염원을 담은 ‘통일정자’가 들어섰다. 25일 준공식을 여는 ‘통일정(統一亭)’은 독일 통일의 상징인 옛 베를린 장벽 옆 포츠담 광장 남단에 있다. 통일정은 창덕궁 낙선재 후원 언덕에 있는 누각인 ‘상량정’을 그대로 재현했다. 가로 세로 3m, 높이 6m의 육각형 형태인 정자로 강원 화천군이 운영하는 화천한옥학교가 국내산 소나무 목재와 석재를 이용해 제작했다. ‘통일정’ 현판은 경복궁 흥례문과 창덕궁 주요 현판, 숭례문 상량문 등을 휘호한 정도준 서예가가 썼고, 중요무형문화재 각자장 보유자인 김각한 명장이 그 글씨를 현판에 새겨 넣었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프랑스 파리 테러를 저지른 ‘이슬람국가(IS)’를 상대로 한 국제연합군의 격퇴 작전이 본격화된 가운데 러시아 공군의 수호이-24 전투기가 24일 시리아와 터키의 접경지대에서 격추됐다. 터키 관영 아나돌루통신은 이날 오전 터키 F-16 전투기가 러시아 수호이-24 전투기를 격추해 시리아 투르크멘족이 거주하는 지역인 라타키아 주 야마디 마을에 떨어졌다고 보도했다. 러시아 전투기 조종사 2명은 낙하산으로 비상 탈출했으나 1명은 숨졌다. 격추된 러시아 전투기가 터키 영공을 침범했다고 터키 군이 밝히자 러시아 국방부가 터키 영공을 침범하지 않았다고 반박하는 등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터키 군 관계자는 BBC에 “격추 전 미확인 항공기가 터키 영공을 5분가량 침범했고 경고를 10차례 보냈다”며 교전수칙에 따라 대응했다고 밝혔다. 터키 군은 또 러시아 전투기가 터키 영공을 침범했음을 보여주는 비행추적 자료를 공개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자국 전투기가 시리아 상공에서 터키 F-16 전투기가 발사한 공대공 미사일에 격추됐다며 “이는 뒤통수를 치는 행위”라고 비난했다. 푸틴 대통령은 또 터키와의 관계에 중대한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격추된 전투기가 러시아 공군기로 확인되자 아흐메트 다부토을루 터키 총리는 외교부에 이번 격추와 관련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 유엔, 관련국 등과 협의하라고 지시했다. 터키는 언어와 민족적 특성이 같은 시리아 내 투르크멘족이 러시아와 시리아 정부군으로부터 공격을 받자 최근 이 문제를 유엔에 안건으로 올릴 방침이었다. 나토는 24일 긴급회의를 열어 러시아기 격추와 관련한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시리아-터키 접경지대에서 발생한 이번 격추는 미국, 러시아, 프랑스 그리고 아랍 국가들이 대거 IS 공습 작전에 참여하면서 우려됐던 일이다. 각국 전투기들이 시리아와 이라크에 걸쳐 있는 IS의 군사 목표물들을 파괴하기 위해 접근하다 보면 터키 영공을 침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막으려면 각국 간에 정보 공유가 잘 이뤄져야 하나 아직 부족한 편이다. 이에 앞서 지중해 동부에 배치된 프랑스 핵 추진 항공모함 샤를드골함은 23일부터 IS 군사시설을 목표로 대대적인 공습작전을 시작했다. 프랑스 국방부는 샤를드골함에서 발진한 라팔 전투기들이 이라크 라마디와 모술, 시리아 락까 등 IS의 주요 거점 도시의 석유시설, 사령부, 신병모집소 등의 목표물을 파괴했다고 밝혔다. 미군은 23일 A-10 선더볼트와 AC-130H 스펙터 지상 공격기 등을 동원해 시리아 동부의 유전에서 IS 유조차 283대를 파괴했다고 밝히는 등 IS 자금줄 차단에 주력하고 있다. 한편 미 국무부는 23일 전 세계적으로 테러 위험이 커지고 있다며 자국민을 상대로 여행경보를 발령했다. 이번 경보는 전 세계적으로 발령되는 것으로 내년 2월 24일까지 3개월간 지속된다. 프랑스 정보기관은 이날 프란치스코 교황의 아프리카 3개국 순방(25∼30일) 도중 테러리스트의 공격을 받을 위험이 크다고 바티칸에 경고했다.파리=전승훈 raphy@donga.com /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벨기에 연방검찰은 23일 “수도 브뤼셀 전역과 벨기에 남부 도시에서 이틀 동안 대대적인 검거작전을 벌여 테러 용의자 22명을 체포했으며 화학무기 제조에 쓰는 화학물질과 총기류를 대량으로 발견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프랑스 파리 테러의 주범으로 검거작전의 핵심이었던 살라 압데슬람(26)은 경찰의 대대적인 단속망을 빠져나간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22일 오후 7시 30분께 벨기에 동부 리에주 인근에서 BMW 차량을 탄 압데슬람을 발견했으나 놓쳤으며, 이후 독일 쪽으로 달아난 그는 바숑 지역에서 다시 한 번 경찰의 검문을 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파리 테러범 중 ‘스타드 드 프랑스’ 축구경기장에서 자폭한 세 번째 용의자도 ‘위장 난민’인 것으로 밝혀졌다. 프랑스 정부는 그가 시리아 난민으로 위장해 지난달 3일 그리스 레로스 섬에 들어온 ‘무함마드 알마흐무드’라며 신원과 사진을 공개했다. 또 경기장 앞 맥도널드에서 자폭한 프랑스 국적의 빌랄 하드피(20)의 신원도 공개했는데 현재까지 신원이 밝혀진 테러범 중 가장 나이가 어려 ‘동안(童顔) 자폭 테러범’으로 불려왔다. ‘이슬람국가(IS)’는 이날 파리의 명물 에펠탑을 폭파하는 동영상을 공개했다. 동영상 속에서 에펠탑은 서서히 기울더니 그대로 무너져 내리고,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던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 앞에서도 폭탄이 터진다. 13일 파리 테러 이후 로마, 뉴욕, 워싱턴, 백악관에 이어 벌써 다섯 번째 협박 영상이다. IS의 협박 수위가 날로 높아지면서 미국 시카고에선 100층짜리 존행콕센터 빌딩에서 연기가 피어오르자 테러로 오인한 시민들이 놀라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22일 미 정부가 IS를 격퇴하기 위해 국제연합군이 결성된 이후 처음으로 미군 특수부대원 지상군 수십 명을 시리아로 공식 파병한 가운데 18일 프랑스를 떠난 항공모함 샤를드골함은 23일 지중해 동부 시리아 연안에 배치됐다. 장이브 르 드리앙 프랑스 국방장관은 “샤를드골함의 가세로 시리아 IS 공습능력이 3배로 확대됐다”고 밝혔다. 앞서 19일 영국은 샤를드골함을 지원하고자 해군 전투함 ‘HMS 디펜더함’을 파견한다고 밝혔고 중동에 배치될 미 해군 핵 항공모함 해리트루먼 전단도 여기에 합류할 가능성이 크다. 러시아 육군도 지난달 초부터 시리아 정부군이 대규모 지상전을 전개해 온 북서부 라타키아와 이들리브 주 사이의 알갑 평야에서 지난 주말 T-90 탱크와 러시아 공군전투기 수호이25M의 지원을 받으며 단독으로 지상전을 벌여 이슬람 반군을 격퇴했다고 전했다. 러시아는 또한 17일 IS의 본거지인 시리아 북부 락까에 대한 공습에 최신예 크루즈(순항) 미사일인 ‘Kh-101 미사일’ 34발을 실전에 처음 사용했다고 밝혔다. 미국의 군사안보 전문 매체 더내셔널인터레스트는 ‘Kh-101’의 최대 사거리는 9600km로 오차범위는 9.1m에 불과해 초정밀 타격이 가능하다고 전했다. 23일 프랑스를 방문한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올랑드 대통령과 함께 파리 테러로 90명이 숨진 바타클랑 극장을 찾아 헌화했다. 올랑드 대통령과 캐머런 총리는 엘리제 궁에서 정상회담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IS에 최대한의 피해를 가하도록 공습을 강화할 것”이라며 “잔인한 IS에 맞서고자 양국은 힘을 합치겠다”고 선언했다. 올랑드 대통령은 이날 캐머런 총리와의 회담을 시작으로 24일 워싱턴을 방문해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25일에는 파리를 방문하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26일에는 모스크바를 찾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IS 대응방안을 의논할 계획이다. 올랑드 대통령의 지지율은 이번 테러 이후 지난달보다 7%포인트 상승한 27%를 기록했다. 한편 중국 정부는 IS 공습에 나선 러시아를 지지하면서도 자국은 공습에 동참하지 않을 것이란 입장을 우회적으로 피력했다. 훙레이(洪磊)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3일 “우리는 시리아 문제는 정치적인 방식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국제사회에서는 중국인 판징후이(樊京輝) 씨가 최근 IS에 의해 살해된 사실이 확인되면서 중국도 IS 격퇴전에 참여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제기돼 왔지만 군사 개입을 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밝힌 셈이다. 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 전주영 기자}
프랑스 파리 연쇄테러에 가담한 살라 압데슬람(26)이 벨기에에서 자폭 테러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비상이 걸렸다. 테러 직후 압데슬람의 도주를 도와준 혐의로 기소된 함자 아투(21)는 “압데슬람이 폭탄 조끼를 터뜨릴 수 있다”고 말했다고 영국 인디펜던트가 21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벨기에 정부는 이날 압데슬람뿐만 아니라 복수의 이슬람국가(IS) 추종 세력이 테러를 준비하고 있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경보 수준을 가장 높은 4단계로 올렸다. 브뤼셀 대중교통 운행회사인 STIB는 22일에도 브뤼셀의 지하철과 수도권 철도 운행을 중단했다고 밝혔다. 한편 22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국 뉴욕에서 터키 이스탄불로 향하던 터키 항공기가 폭발 협박을 받고 캐나다 동부 핼리팩스의 공항에 비상착륙했다. 앞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20일 “IS 격퇴를 위해 유엔 회원국들이 국제법에 따라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해 달라”고 요청하는 결의문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한편 아프리카 말리 수도 바마코의 래디슨블루호텔에서 20일 발생한 이슬람 무장단체의 인질극으로 인질 19명과 테러범 2명 등 모두 21명이 숨졌다. 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18일 파리 경찰의 검거 작전 과정에서 사살된 테러 총책 압델하미드 아바우드(27)는 어떻게 시리아에서 프랑스로 잠입할 수 있었을까. 벨기에 국적인 그는 1월 프랑스 주간지 샤를리 에브도 테러 직후 벨기에에서 테러를 계획하다 적발되자 시리아로 도망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베르나르 카즈뇌브 프랑스 내무장관은 19일 “파리 연쇄 테러가 난 3일 뒤인 16일에 유럽연합(EU) 회원국이 아닌 다른 국가 정보기관으로부터 아바우드가 최근까지 그리스에 머물고 있었다는 첩보를 전달받았다”고 했다. 그렇다면 아바우드는 시리아가 아닌 그리스에 있다가 난민들 틈에 끼여 ‘위장 난민’으로 파리로 들어온 게 아니냐는 추측이 신빙성을 얻고 있다. 프랑스 정보당국은 아바우드가 파리로 들어온 사실을 테러가 발생한 뒤에야 인지했다. 이처럼 단속망에 구멍이 뚫렸음에도 불구하고 그나마 재빠르게 아바우드를 추적할 수 있었던 것은 테러 직후 바타클랑 극장 밖에서 발견된 테러범들의 휴대전화 덕분이었다. 프랑스 정보당국 관계자는 “휴대전화에 테러범들이 주고받은 문자메시지와 아바우드 사촌으로 알려진 아스나 아이트불라센(26·여·자폭 사망)의 연락처가 들어 있어 아이트불라센이 살고 있는 생드니 아파트 급습 검거 작전에 나설 수 있었다”고 전했다. 한편 아바우드의 아버지(모로코 거주)는 “아들을 평소 ‘사이코패스나 악마’라고 생각해 왔다. 죽은 게 오히려 마음이 놓인다”고 토로했다고 19일 CNN방송이 보도했다. 또 아바우드와 함께 아파트에서 사망한 아이트불라센 지인들은 그녀가 “‘술고래’에 담배를 피웠으며 나이트클럽에서 파티를 즐겼다. 꾸란(이슬람경전)을 읽거나 모스크(이슬람교 사원)에 예배 드리러 간 적도 거의 없다”고 전했다. 테러에 사용된 폭탄 조끼를 제조한 폭발물 전문가 무함마드 쿠알레드(사진)는 19일 경찰에 자수했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파리 테러 용의자에 대한 대대적인 검거작전이 펼쳐진 파리 북부의 생드니 코르비용가 8번지의 3층짜리 아파트 앞. 7시간에 걸친 대작전이 끝나고 18일 오후 2시(현지 시간)쯤 기자가 이곳을 찾았을 때에는 진압작전이 끝나고 3시간이 지난 뒤였는데도 총탄과 폭발의 매캐한 냄새가 진동해 작전이 얼마나 격렬했는지를 느끼게 했다. 아파트 주변은 작전이 종료됐는데도 현장을 떠나지 못하는 시민들이 많았다. 용의자 2명이 사망하고, 8명이 체포된 현장인 이 아파트는 파리의 수호성인을 기리는 생드니 대성당에서 불과 200m 떨어진 도심 한복판에 위치해 있었다. 7시간 넘게 총소리와 폭탄이 터지는 소리를 들은 주민들은 “전쟁이라도 난 줄 알았다”며 공포에 떨었다. ○ 유리창 모두 박살나 이날 테러 진압부대의 작전은 오전 4시 20분경 시작됐다. 상공에 정찰용 헬기와 드론이 날아다니고, 군경 110명과 저격수 6명이 동원된 전쟁을 방불케 하는 작전이었다. 목격자들에 따르면 경찰이 3층 아파트를 완전히 포위했던 오전 6시경, 긴 금발머리의 한 여성이 창문 뒤에 숨어 손을 흔들며 “도와줘요”라고 외쳤다고 한다. 현지 TFI TV가 입수해 공개한 영상을 보면 경찰이 “네 친구(파리 테러 총책 압델하미드 아바우드)는 어디 갔냐”고 두 번 물었고 그때마다 여성은 “그는 내 친구가 아니다”고 외쳤다. 한 목격자는 “경찰과 대화하는 여인의 손이 잠깐잠깐 보이지 않았는데 어디론가 전화하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경찰은 “손을 들고 창문에 서지 않으면 사살하겠다”고 소리쳤다. 그러자 잠시 정적이 흐른 뒤 방 안에서 엄청난 폭발이 일어났다. 여성이 자살폭탄 벨트를 터뜨린 것. 목격자들은 폭발과 함께 살점이 섞인 건물 잔해들이 거리에 떨어졌다고 했다. 르파리지앵은 아파트 바닥 일부가 무너질 정도로 폭발이 강력했다고 전했다. 이 여인은 아바우드의 사촌 아스나 아이트불라센(26)이었다. 평범한 건설회사 직원이었지만 이번 파리 테러 과정에서 테러범들을 은신시켜 주었다. 자살폭탄 테러가 있고 나서도 경찰은 건물로 즉각 진입하지 못했다. 누군가 경찰을 향해 총을 쏘기 시작한 것. 폭발음만 10번 넘게 들렸다고 이웃 주민들은 증언했다. 총격전은 4시간 가까이 이어졌다. 경찰이 수색 작전 이후 7시간 동안 퍼부은 총탄은 5000발이 넘었다. 저항하던 테러범이 저격수의 총에 맞아 쓰러진 뒤에야 경찰은 진입에 성공했다. 장미셸 포베르그 프랑스 경찰특공대(RAID·레드) 대장은 “아파트 문이 강화 철제문으로 봉쇄돼 있었고 뒤에 무거운 바퀴 같은 것으로 바리케이드까지 쳐놓아 폭발물을 터뜨린 후에야 안으로 진입할 수 있었다”고 르피가로에 말했다. 경찰은 사망한 두 명의 시신이 모두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었다고 말했다. 한편 경찰에 앞서 아파트에 올라가던 7년생 경찰견 ‘디젤’이 테러범의 총에 맞아 숨졌다. 경찰이 트위터를 통해 이 소식을 알리자 이용자들은 샤를리 에브도 테러 당시 확산됐던 ‘내가 샤를리다’를 인용해 ‘내가 개다(#Je Suis Chien)’라는 해시태그를 달아 추모하기도 했다.○ “총격전 영상 팔겠다” 흥정 이날 생드니 길거리에서는 히잡(무슬림 여성이 머리에 두르는 스카프)을 쓴 여성을 쉽게 볼 수 있었다. 북아프리카계 이민자 집단 거주지역인 이곳은 청년 실업률이 50%에 이르고 범죄율이 가장 높은 최악의 우범지대다. 폭력 사건 발생률도 1000명당 31건으로 유럽에서 가장 높다. 2005년 지구촌을 떠들썩하게 했던 ‘파리 폭동’도 인근 지역에서 발생했으며 1월 샤를리 에브도 테러범 쿠아시 형제도 이 지역에 살았다. 총 39가구가 있는 문제의 아파트는 마약과 총기 거래, 매춘으로 악명이 높았다. 생드니 학부모 대표인 그레구아르 반뒤플 씨(48)는 “동네 아이들은 대부분 학교에 가지 않고, 이 주변을 서성이며 대마초를 구입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날 취재 도중 한 무리의 청소년들이 기자에게 다가오더니 스마트폰을 꺼내 “테러범들이 경찰에 체포돼 나오는 영상을 우리 집 창문에서 찍었다. 20∼30유로에 팔겠다”며 흥정을 하려고 했다. 히잡을 쓴 한 할머니는 “나와 인터뷰하려면 돈을 먼저 달라”고 말했다. 생드니의 이슬람사원(모스크)에서 일한다는 엘바카니 이샴 씨(30)는 “이번 파리 테러범들이 이곳 출신이 아니란 것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그들은 벨기에 몰렌베이크 등 외국에서 온 IS 대원들”이라고 말하기도 했다.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마뉘엘 발스 프랑스 총리가 19일(현지 시간) “파리 연쇄 테러 이후에도 테러범들이 생화학 무기를 사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발스 프랑스 총리는 이날 의회에서 “극단주의(이슬람국가·IS를 말함) 지도부의 소름끼치는 행동과 상상력에는 한계가 없다”며 국가비상사태를 3개월간 연장해 달라고 의회에 요청했다. 프랑스 하원은 이날 법안을 곧바로 통과시킨 뒤 상원에 넘겼다. 프랑스 검찰은 이날 “13일 발생한 파리 테러 총책 압델하미드 아바우드(27·사진)를 전날 생드니 경찰 급습작전 때 사살했다”고 밝혔다. CNN, 블룸버그통신 등은 프랑스 검찰이 아바우드가 경찰의 급습으로 사망했으며, 지문을 이용해 시체의 신원을 확인했다는 성명을 냈다. 벨기에 경찰도 19일 브뤼셀 일대를 6차례 급습해 폭탄 조끼를 제작한 인물로 알려진 ‘무함마드 K’라는 용의자를 쫓고 있다고 현지 언론이 전했다. 이번 테러가 일어나기 전인 올해 5월 미 정보당국은 아바우드가 테러를 저지를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했지만 프랑스 당국이 그의 행방을 찾아내지 못했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미 정보분석국이 5월에 발간한 평가서에는 아바우드의 사진과 함께 ‘그가 그리스 아테네 은신처에서 휴대전화를 이용해 벨기에 테러를 지시했으며 유럽 각국이 그에 대해 수사를 벌이고 있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한편 IS가 18일 발간한 자신들의 영문판 홍보잡지 ‘다비끄’에서 중국 베이징(北京) 출신의 판징후이(樊京輝·50) 씨와 노르웨이인 올레 요한 그림스고르오프스타 씨(48)를 두 달 전 살해했다고 공개하면서 중국도 테러 공포에 휩싸였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19일 “중국은 어떤 형태의 테러에도 반대하며 인류 문명의 최저 한계선에 도전하는 그 어떤 테러 범죄 활동도 강력히 타격할 것”이라고 말했다. IS는 이날 자살폭탄 조끼를 입은 대원이 미국 뉴욕 중심가를 활보하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을 새로 공개하며 미국을 겨냥한 테러 가능성을 강하게 암시했다. 뉴욕 경찰은 “가장 높은 경계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 연방수사국(FBI)은 이탈리아의 관광 명소인 성 베드로 대성당 등이 IS의 다음 표적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해 로마와 밀라노에서도 경보가 내려졌다. 국제사회는 반IS 공조에 속도를 올리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18일 프랑스가 IS에 대응하기 위한 결의안 초안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보냈으며, 이르면 다음 주 초에 상정될 것이라고 예상했다.파리=전승훈 raphy@donga.com /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11·13 파리 연쇄테러’ 총책인 ‘이슬람국가(IS)’ 조직원 압델하미드 아부 우드를 검거하기 위한 프랑스 군경의 작전이 18일 오전 4시 20분(현지 시간)부터 파리 외곽에서 대대적으로 벌어졌다. 군경이 파리 북부 외곽 생드니의 아파트를 급습하자 용의자들은 총을 쏘며 저항했고 양측 사이에 치열한 총격전이 펼쳐졌다. 검거 작전은 용의자 한 명이 아파트 안에서 극렬하게 저항한 탓에 오전 11시 40분까지 장장 7시간 20분가량 계속됐다. 이날 작전으로 아파트에 은신해 있던 용의자 2명이 숨지고, 경찰도 5명이 다쳤다. 남성 용의자 1명은 경찰 저격수가 쏜 총과 수류탄 파편에 맞아 숨졌고, 여성인 나머지 용의자는 작전 초반 자살폭탄 조끼를 스스로 터뜨려 목숨을 끊었다고 프랑스 검찰은 밝혔다. 프랑스 BFM방송은 이 여성이 파리 테러 총책 아부 우드의 친척이라고 보도했다. 프랑스 검찰은 또 현장에서 용의자 7명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이 중 3명은 아파트 안에서 붙잡혔다. 체포되거나 사살된 용의자 중에 아부 우드가 포함됐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당초 아부 우드는 시리아에서 파리 테러를 원격 지휘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프랑스 당국이 통신 감청 등으로 그의 소재를 추적한 결과 생드니 아파트에 머물고 있을 가능성이 제기돼 검거 작전이 실시됐다. 경찰 소식통은 CNN에 “생드니 용의자들은 테러 작전을 실행에 옮기려 했다”고 말해 추가 테러가 임박했었음을 시사했다. 생드니는 13일 자폭테러가 발생했던 축구장 ‘스타드 드 프랑스’가 위치한 지역으로 북아프리카와 서아프리카 출신 이민자들이 다수 거주하며 범죄율도 전국적으로 가장 높다. 특히 프랑스 군경이 검거 작전을 편 아파트 건물은 테러 현장인 축구장에서 불과 2km 떨어진 곳에 있다. 한편 파리 테러 공포가 전 세계로 확산되는 가운데 17일 밤 독일 하노버에선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참석할 예정이던 독일과 네덜란드 축구대표팀의 친선경기가 테러 우려로 경기 시작 91분 전에 전격 취소됐다. 프랑스 정보당국이 이라크 잠복 조직이 하노버를 공격할 계획이라는 정보를 독일에 제공했다고 CNN은 전했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프랑스 파리 연쇄테러 사건의 여파가 유럽의 축구장, 콘서트홀, 기차역은 물론이고 여객기 테러 위협까지 계속해서 번지고 있다. 17일 독일 하노버에서 독일과 네덜란드 축구대표팀의 친선경기가 테러 우려로 취소됐다. 독일은 관중 4만9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하노버 HDI 스타디움을 겨냥한 폭탄 공격 가능성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를 입수하고 시작 91분 전에 경기 취소를 결정했다. 이날 경기는 파리 테러 희생자들에 대한 연대를 위해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정부 고위 관계자 등 최소 3명이 현장에서 관전할 예정이었다. 폴커 클루베 하노버 경찰청장은 “누군가 경기장에서 폭발물을 터뜨릴 수 있다는 ‘구체적인 경고’를 받았다”며 “관중 출입문을 개방하고 나서 15분 뒤에도 테러가 임박했다는 경고가 있었다”고 밝혔다. 관중은 “신속하게, 그러나 패닉에 빠지지 말라”는 대피령을 지시받고 차분하게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이날 경기장에서 대피령이 내려지기 전에 도시 간(IC)철도 기차에서도 수상한 물체가 발견돼 하노버 중앙역 일부가 폐쇄됐다. 테러 목적의 폭탄을 실은 구급차가 축구장에 들어왔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또한 하노버 문화센터에서 열릴 예정이던 펑크 뮤지션 마체오 파커의 콘서트도 테러 위협 때문에 취소돼 900여 명의 관객이 귀가했다. 축구장과 기차역, 콘서트홀 등 사람이 많이 모인 곳에서의 테러 시도는 13일 파리 동시다발 테러와 똑같은 방식이라고 독일 일간 빌트지가 분석했다. 토마스 데메지에르 독일 내무장관은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위험 징후들이 초저녁을 지나며 점점 뚜렷해졌다”며 “안전을 위해 직접 취소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독일 시사주간 슈피겔 온라인판은 “프랑스 정보당국이 독일에 ‘북아프리카계 테러조직이 소총과 자살폭탄 조끼를 입고 하노버를 공격할 계획을 세웠다’는 정보를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이라크의 ‘슬리퍼 에이전트’(긴급상황 대기 정보요원)가 하노버 공격을 계획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슈피겔이 전했다. 그러나 보리스 피스토리우스 니더작센 주 내무장관은 “아직까지 실제로 폭탄이 발견되거나 테러 위협과 관련해 체포된 사람은 없다”고 밝혔다. 같은 날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릴 예정이던 벨기에와 스페인의 축구 국가대표팀 평가전도 브뤼셀의 안전 문제로 취소됐다. 그러나 영국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는 프랑스와 영국의 국가대표팀 친선 축구경기가 예정대로 진행됐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와 윌리엄 왕세손 등이 관람하는 가운데 경기 시작 전 파리 테러를 애도하고 연대감을 표시하는 차원에서 프랑스 국가인 ‘라 마르세예즈’를 함께 불렀다. 한편 미국을 출발해 파리로 향하던 에어프랑스 여객기 2대가 익명의 폭탄 테러 위협을 받고 미국으로 방향을 돌리는 소동도 벌어졌다. 미국 연방항공국(FAA)에 따르면 17일 에어프랑스 소속 에어버스 A380기가 총 497명을 태우고 로스앤젤레스에서 파리로 향하던 중 테러 위협을 받고 목적지를 바꿔 솔트레이크시티에 착륙했다. 또한 이날 워싱턴 인근 덜레스 국제공항을 출발한 파리행 에어프랑스 소속 보잉777 여객기(262명 탑승) 1대도 테러 위협을 받아 캐나다 노바스코샤 주 핼리팩스 국제공항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에어프랑스는 성명을 통해 “이륙 이후 익명으로부터 테러 위협을 받았다”며 “모든 필요한 보안 상황을 점검하기 위해 안전 규정을 적용해 두 비행기 모두 착륙을 결정했다”고 전했다. 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의 테러 공포가 전 세계를 휩쓸고 있다. IS가 다음 테러 대상국으로 지목한 미국은 경계 수위가 최고조에 달했다. 9·11테러로 큰 희생을 치른 뉴욕은 16일(현지 시간) 사상 처음으로 각종 화기로 중무장한 대(對)테러 전담 특수경찰 100명을 원월드트레이드센터, 타임스스퀘어 등 테러 가능성이 큰 랜드마크 주변에 배치했다. 매사추세츠 주의 명문 하버드대에서는 이날 폭파 위협 때문에 학생과 직원 수백 명이 긴급 대피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이날 정오쯤 웹사이트를 통해 폭파 위협을 받은 하버드대는 기숙사 등 4개 건물을 소개했으며 본관 등 교정 주변 출입을 전면 통제했다. 수색 결과 폭탄은 발견되지 않아 대피령은 해제됐다. 존 브레넌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IS는 살인적인 소시오패스(sociopath) 집단”이라며 “파리 테러는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기 때문에 유럽뿐 아니라 미국도 경계해야 한다”고 밝혔다. 프랑스 인접 국가들에는 테러 비상이 걸렸다. 스웨덴 정보기관 사포(SAPO)는 이날 “총리와 정부에 ‘다음 날 공격이 있을 것’이라는 협박 e메일이 배달됐다”며 “안보기관들이 경계태세에 돌입했다”고 밝혔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지난 1년간 영국은 시리아 출신 테러리스트의 테러 시도를 7건 적발해 저지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테러 대응 인원을 1900명 증원하고 특수부대 전력을 보강하는 데 약 3조5500억 원(20억 파운드)을 증액한다는 내용의 대테러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존 소어스 전 영국 대외정보국(MI6) 국장은 “IS가 추가 테러를 할 것이 확실시되며 독일과 영국이 가장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중국의 화약고로 불리는 신장위구르 자치구의 우루무치 국제공항에서는 위구르족 2명이 테러 혐의로 기내에서 체포됐다. 위구르족은 중국 내 IS 대원이 가장 많은 소수민족으로 알려졌다. 21, 22일 동남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정상회의를 앞두고 있는 말레이시아에서도 테러를 모의한 IS 지지자 5명이 체포됐다. IS를 응징하려는 국제 공조도 가속화하고 있다.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파리 테러를 다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소집을 요구하며 다음 주 미국을 방문해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IS 격퇴 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러시아도 17일 장거리 폭격기와 해상 발사 크루즈 미사일을 동원해 IS 근거지인 시리아 락까에 대한 대대적 공습에 나섰다. 유럽연합(EU)은 회원국 영토에서 무장공격으로 희생자가 발생하면 다른 회원국들이 지원하도록 규정한 ‘리스본 조약’을 처음으로 적용해 프랑스에 안보 구호와 지원에 나서기로 했다.뉴욕=부형권 bookum90@donga.com / 파리=전승훈 특파원}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이 파리 연쇄테러 배후인 이슬람국가(IS)와의 전쟁을 선포한 뒤 ‘전시(戰時) 지도자’로 변신하고 있다. 올랑드 대통령은 16일(현지 시간) 베르사유궁에서 취임 후 처음으로 상하원 합동 연설을 하면서 “현재 프랑스는 전쟁 중”이라며 “IS와 맞서 테러리즘을 궤멸시키겠다”고 역설했다. 이를 두고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프랑스 역사상 가장 호전적인 프랑스 대통령의 연설이라는 평이 나왔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이 9·11테러 이후 내놓은 정치적 수사(修辭)와 비견되는 역사에 남을 연설”이라고 보도했다. 올랑드 대통령은 연설 내내 IS 대신 지난해부터 프랑스 정부가 써 온 ‘다에시’(Daesh·IS를 국가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의미를 담아 낮춰 부르는 아랍어. ‘짓밟다’는 뜻의 다샤(daasha)와도 비슷하다)라는 표현을 썼으며 그들을 ‘야만인’ ‘적’이라고 불렀다. 중도좌파 사회당 출신인 올랑드 대통령은 평소 갈등을 회피하는 유약한 이미지로 ‘마시멜로(부드럽고 물렁물렁한 양과자)’라는 별명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이날 연설에선 “이 전쟁은 문명사회의 일원이 아닌 세계를 위협하는 지하디스트(성전주의자) 테러리즘과의 전쟁”이라며 단호한 태도를 보였다. 이어 “야만인들이 우리를 무너뜨리려고 공격해 와도 프랑스는 변함없이 프랑스로 남을 것이다. 그들은 절대로 프랑스의 영혼을 망치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IS 격퇴를 논의하기 위해 조만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만날 예정”이라고 밝혔으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소집도 요구했다. 연설이 끝나자 정부 각료 및 상하원 의원들은 모두 기립해 박수를 보냈으며 국가 ‘라 마르세예즈’를 합창했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공화정이 설립된 1848년 후 베르사유궁에서 대통령이 연설한 것은 프랑스 역사상 세 번째”라며 이번 연설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헌법 개정 등 국가적 중대사를 논의할 때만 프랑스 상하원은 베르사유궁에 모인다. 올랑드 대통령이 ‘11·13 파리 연쇄테러’ 사건 직후 ‘전쟁’을 선포한 것은 프랑스군을 시리아나 이라크로 깊숙이 보내기 위한 사전 조치로 보였다. 프랑스군이 독자적인 군사 행동을 하기 위해서는 자위권이나 집단자위권 행사를 위한 전쟁 선포가 불가피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올랑드 대통령은 16일 이웃 국가를 향해 “유럽연합(EU)이 국경 통제를 하지 못하면 결국 EU가 해체될 것”이라며 국경 강화를 요구했다. 올랑드 대통령의 행보에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이 먼저 화답했다. 케리 장관은 16일 파리를 깜짝 방문해 프랑스와 함께 하겠다는 방침을 재확인했다. 케리 장관은 이날 오후 파리 시내 미국대사관에서 열린 테러 희생자 추모식에 참석해 “다에시와 그들의 비열한 이데올로기를 공유하는 세력을 모두 분쇄하고 처단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우리는 모두 파리지앵”이라며 “프랑스와 미국은 동맹을 넘어 친구이며 가족”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프랑스는 1만여 명의 잠재적 테러 용의자 정보를 담은 ‘S파일’의 관리를 미국과 정보 공유를 통해 강화할 계획이다. 파리 테러범들이 이미 S파일에 포함돼 있었지만 당국은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그러나 올랑드 대통령의 ‘전시 행보’에 대해 비판적 시각도 있다. 도미니크 드빌팽 전 총리는 프랑스 라디오에서 “올랑드 대통령이 ‘전쟁’을 언급한 것은 실수”라며 “IS에 지나치게 무게를 실어줄 뿐만 아니라 과거 중동 정책의 실책을 고려하지 않은 것”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올랑드 대통령이 테러와 맞서 싸우기 위한 개헌의 필요성까지 주장하자 “너무 나갔다”는 말이 쏟아졌다. 올랑드 대통령은 테러 공격으로 유죄 선고를 받은 이중 국적자의 프랑스 시민권 박탈 절차를 간소화하도록 법률을 개정하고, ‘국가 안보에 심각한 위협을 가하는’ 외국인의 신속한 강제추방 등을 골자로 한 테러 대응 계획을 내놓았다. 프랑스는 16일에 이어 17일 새벽에도 자국 내 테러조직 은신처 128곳을 급습해 23명을 체포하고 로켓 발사기를 포함한 무기류 31개를 압수했다. 프랑스 정부의 한 소식통은 16일 시리아에서 귀국하는 모든 자국민을 가택 연금하고 엄중 감시할 수 있다고 AFP통신에 밝혔다. 베르나르 카즈뇌브 프랑스 내무장관은 전날 “증오를 설파하는 모스크를 해체할 수 있다”고 경고했고, 마뉘엘 발스 총리도 ‘극단주의자를 숨겨주는 모스크’의 문을 닫을 수 있다고 압박해 프랑스의 ‘톨레랑스(관용)’ 전통이 사라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파리=전승훈 raphy@donga.com /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프랑스 파리 동시다발 테러에 벨기에가 관련된 것으로 속속 드러나면서 벨기에가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리스트의 은신처로 부각되고 있다. 특히 벨기에 수도 브뤼셀 서부 외곽도시 몰렌베이크 지역은 ‘유럽 극단주의 이슬람 테러의 전진기지’로 꼽히고 있다. 벨기에 경찰은 파리 동시다발 테러 용의자 중 2명이 몰렌베이크 지역에 거주하던 프랑스 여권 소지자라고 밝혔다. 테러 뒤 파리 바타클랑 극장 인근에서 범인들이 버리고 간 것으로 보이는 벨기에 등록 차량 2대에서는 몰렌베이크 지역 주차권이 발견됐다. 몰렌베이크는 최근 18개월 동안 국제적인 대형 테러사건 5건에 연루된 테러리스트들의 ‘양성소’로 악명이 높다. 올해 8월 파리행 고속열차 테러를 기도한 아유브 엘 카자니도는 이곳에 거주했으며 지난해 사망자 4명을 낸 브뤼셀의 유대인 박물관 테러범, 2004년 마드리드 테러범도 이곳 출신이다. 또 벨기에 베르비에에서 사살된 지하디스트 2명도 몰렌베이크에서 살았으며 올해 1월 파리 샤를리 에브도 테러 당시에도 벨기에 경찰은 이곳에서 조직의 대규모 테러 기도를 적발하고 총격전 끝에 이슬람 극단주의자로 추정되는 용의자 2명을 사살하고 1명을 체포했다. 몰렌베이크는 인구 10만 명 중 30%가 이슬람교 신자다. 브뤼셀 인근 13개 도시 평균 인구밀도의 2배에 이를 정도로 인구가 많은데 대부분은 모로코 등 북아프리카의 이슬람 국가 출신이다. 구역에 따라 주민의 80%가 북아프리카 출신인 곳도 있으며 범죄율이 높아 경찰도 함부로 못 들어가는 ‘게토화’된 도시다. 파리 테러 후 벨기에 당국은 몰렌베이크 구역은 사실상 ‘통제 불가’라고 인정했다. 얀 얌본 벨기에 내무장관은 15일 공영 VRT 방송에 “우리는 현재 몰렌베이크에 대한 통제력을 상실한 상태”라고 말했다. 샤를 미셸 벨기에 총리도 “유럽의 테러 사건은 항상 몰렌베이크와 연계됐다”며 “우리가 너무 방심했으며 부주의에 대한 값을 치르고 있다”고 토로했다. 프랑스 일간 르피가로는 15일 “현재 몰렌베이크는 1980년대 10년간 장기 집권했던 필리프 무로 좌파 시장 시대의 실패작”이라고 평가했다. 무로 시장은 북아프리카인들을 벨기에 사회에 통합시키는 정책에 무관심했으며 이후 30년 동안 이 지역 북아프리카인 수는 4배가 늘었다는 것. 신문은 “이 과정에서 북아프리카인들에게 벨기에 사회에 대한 권리와 의무가 있다는 사실을 인지시키지 못했으며 이들을 받아들이기 위한 정책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몰렌베이크는 테러의 온상으로 자라났다”고 보도했다. 유엔 전문가그룹에 따르면 2011년 시리아 내전 발발 후 벨기에 청년 500명이 시리아나 이라크 내전에 가담했으며 이 중 77명이 전사했고 128명이 귀국한 것으로 파악됐다. 벨기에는 유럽 국가 중 인구 대비 지하드(이슬람 성전) 참전 비율이 가장 높은 나라로 파악됐다고 텔레그래프가 보도했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터키 안탈리아에서 막을 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각국 정상들은 132명의 목숨을 앗아간 파리 연쇄 테러를 규탄하고 공동 대응 의지를 밝힌 특별공동성명을 채택했다. G20 정상 전체가 반(反)테러 공동 성명을 발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6일(현지 시간) 주요 외신들에 따르면 정상들은 G20 정상회의를 마무리하는 자리에서 테러 대응을 위한 국제 공조 의지를 담은 ‘테러리즘 대응에 관한 G20 성명’을 채택했다. 정상들은 테러가 종교 민족 인종 등과 무관하다는 점을 재확인하고 테러 대응에 대한 국제적인 연대를 이어가기로 했다. 또 유엔이 중심적인 역할을 맡아 유엔헌장 및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유엔 글로벌 대테러전략 이행 등으로 테러를 예방하고 진압하기로 했다. 테러 단체의 돈줄을 끊기 위해 테러 자산 동결 등을 추진하고 이슬람국가(IS) 등의 디지털 선전에도 적극적인 대응책을 내기로 의견을 모았다. 테러범과 관련해서는 정보 공유, 출입국 관리 등에서 협조하기로 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이날 따로 양자회담을 갖고 시리아 내전과 테러 대응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파리 연쇄 테러 직후 ‘IS와의 전쟁’을 선포했던 프랑스는 15일 IS의 수도 격인 시리아 락까에 최대 규모의 공습을 단행하며 IS에 대한 적극 응징에 나섰다. 프랑스 국방부는 이날 “공군기 12대가 락까의 IS 사령부와 훈련소, 탄약고 등에 20발의 폭탄을 투하해 타격했다”고 밝혔다. 9월부터 시리아에서 미국이 주도하는 IS 공습에 동참하고 있는 프랑스가 시리아에서 가한 최대 규모 공습이다. 프랑스 국방부는 또 유럽 최대 핵 항공모함인 샤를드골 전단을 아라비아 해 걸프 해역으로 보내 IS 응징 작전을 지원할 계획이다. 이번 작전은 프랑스의 대테러 헌병특수부대(GIGN), 경찰특공대(RAID) 등 특수부대들이 주도적 역할을 하고 있다고 알자지라 등이 보도했다. 미 국방부 피터 쿡 대변인은 “애슈턴 카터 미국 국방장관과 장이브 르 드리앙 프랑스 국방장관이 15일 통화를 하고 IS에 대한 연합 군사작전 강화 방안을 협의했다”고 밝혔다. 한편 마뉘엘 발스 프랑스 총리는 16일 “며칠 혹은 몇 주 안에 프랑스와 다른 유럽 국가에 대한 또 다른 테러 공격이 준비되고 있음을 알고 있다”며 추가적인 테러 가능성을 언급했다. 이날 IS는 미국의 수도를 공격하겠다고 위협하는 새로운 동영상을 공개했다고 dpa통신이 보도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파리 테러에 대해 “이슬람 극단주의에 빠진 ‘외로운 늑대(자생적 테러리스트)’가 스스로 계획한 공격이 아니라 IS 본부가 직접 기획과 실행에 관여하여 파리 현지 자생적 테러리스트와 연합해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안탈리아=박민혁 기자}

화창하게 갠 일요일인 15일 오후. 동시다발 테러 발생 후 첫 주말 파리의 대표적 관광지인 몽마르트르 언덕에서는 평소와 다름없이 길거리 화가들이 수많은 관광객의 초상화를 그려주고 있었다. 카페 테라스에 앉아 있던 파리 시민 델핀 브르오 씨(42)는 “우리는 테러범들의 위협에 절대 겁먹지 않는다. 다시 카페에서 차를 마시고, 지하철 가판대에서 신문을 사고, 축구장을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테러의 충격이 채 가시지 않았지만 파리는 천천히 일상을 되찾고 있는 모습이다.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에는 ‘나는 테라스에 있다(Je suis en Terrasse)’라는 구호와 함께 테러범의 총기난사에 표적이 됐던 카페 테라스에 나와 커피를 마시는 시민들의 사진들이 올라오고 있다. 16일 오후 1시부터 루브르 박물관, 에펠탑, 공연장 등 테러 이후 폐쇄됐던 주요 문화 관광시설도 사흘 만에 다시 문을 열었다. 초중고교와 대학도 16일 일제히 수업을 재개했다. 한때 취소가 논의됐던 잉글랜드-프랑스, 독일-네덜란드 축구 경기도 예정대로 17일 열릴 계획이다. 89명이 희생된 ‘바타클랑’ 극장도 16일 록 공연을 예정대로 열기로 했다. 이 공연장 앞에는 애도 물결이 이어지고 있다. 공연장 앞에는 ‘잊지 않고, 기도하겠습니다’ ‘우리 모두 단결해 이 야만적인 일에 대항합시다’라는 메시지를 적은 쪽지들이 놓여 있었다. 여덟 살짜리 딸과 함께 헌화하던 샤를로트 이자벨 씨(35·여)는 “부디 희생자들이 평화로운 세상에서 편안하게 눈감길 빈다”고 했다. 이날 오후 6시 노트르담 대성당에서는 희생자들을 위한 추모미사에 1500여 명이 몰려 성당 밖 광장까지 가득 메웠다. 미사 봉헌 예절 시간에는 노트르담 대성당의 오르간에서 프랑스 애국가인 ‘라 마르세예즈’가 연주됐다. 파리 대교구장인 앙드레 뱅트루아 추기경은 미사강론에서 “신(神)의 위대함을 보여주는 것은 참수(斬首)가 아니다”라며 “한없이 약한 인간에 대한 연민과 사랑”이라고 말했다. 이날 노트르담 대성당 앞 광장에서는 무장 경찰이 혹시 모를 테러에 대비해 삼엄한 경계를 펼쳤다. 성당 앞 광장에 있던 피에르 주아 씨(74)는 “수많은 사람들이 모인 공간이 두려울 수 있지만 파리 시민들의 ‘연대(solidarit´e)’를 느낄 수 있는 시간”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시민들은 폭죽이나 사이렌 소리만 나도 집단 공황 상태(패닉)에 빠지는 등 테러 공포에서 벗어나지 못한 모습도 보이고 있다. 15일 오후 5시 반 파리 레퓌블리크 광장에서는 갑자기 ‘펑, 펑’ 하는 소리가 들려 광장 공화국 탑 앞에 희생자들을 추모하기 위해 모여 있던 시민 수백 명이 비명을 지르며 일제히 뛰는 소동이 벌어졌다. 꽃과 촛불 위로 넘어지는 사람도 있었고, 많은 사람들은 수백 m를 뛰어가 인근 레스토랑과 카페로 숨었다. 인근 운하의 차가운 강물에 뛰어드는 사람도 있었다. 경찰 확인 결과 단순 폭죽 소리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인근 마레 지구에서도 한 여성이 “레퓌블리크 광장에 총을 든 남자가 나타났다”고 소리치자 카페 점원이 손님을 모두 카페 안으로 들어오게 하고 셔터를 내리는 일이 발생했다. 손님들은 30분간 카페 바닥에 엎드려 쥐죽은 듯 있다가 아무 일이 일어나지 않았음을 확인하고 서둘러 귀가했다고 한다. 이 소동에 대해 마뉘엘 발스 총리는 16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지금은 전시(戰時) 상황이어서 언제나 냉정하게 최고의 경계태세를 유지해야 한다”며 동요하지 말 것을 주문했다.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국가비상사태를 3개월로 연장하길 원한다는 뜻을 15일 의회에 전달했다. 30일부터 다음 달 11일까지 파리에서 각국 정상이 참석한 가운데 열리는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를 감안한 결정이다. 한편 파리 시내 최대 이슬람사원인 ‘그랑드 모스케’는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가 발생한 이후 문을 폐쇄했고 무장경찰들이 삼엄한 경비를 펼치고 있다. 압달라 제크리 이맘은 “이번 테러는 ‘이슬람국가(IS)’의 범죄이지 이슬람의 범죄가 아니다”라며 “이슬람에 대한 증오범죄가 일어나지 않도록 신중한 처신을 부탁드린다”고 프랑스 일간 르피가로에 말했다. 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1월 주간지 샤를리 에브도에 이어 10개월 만에 다시 사상 초유의 동시다발 테러로 대규모 희생자를 낸 프랑스 파리에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처음으로 야간 통행금지가 실시됐다. 내무장관은 각 지자체가 필요하면 통금을 실시할 수 있다고 밝혀 확대를 시사했다. 대통령궁인 엘리제궁에는 조기가 걸렸고 에펠탑과 루브르 박물관은 문을 닫아걸었다. 국회의사당 앞에는 무장군인이 삼엄한 경비를 서고 있어 텅 빈 파리는 준(準)전시상태나 다름없었다. ‘13일의 금요일’이었던 13일 밤부터 14일 새벽까지 3시간여에 걸쳐 일어난 파리 시내 축구장 공연장 식당 등 6곳에서 동시에 발생한 총기난사 테러로 129명이 사망하고 352명이 부상했다. 부상자 중 100여 명은 위중한 상태여서 사망자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각국 지도자들은 이번 사건을 2001년 미국의 심장부를 겨냥한 9·11테러가 일어난 지 14년 만에 유럽의 심장부를 겨냥한 ‘유럽판 9·11테러’로 규정했으며 프란치스코 교황은 ‘제3차 세계대전의 한 부분’이라고 했다. 이번 테러를 “수니파 무장조직 IS(이슬람국가) 소행”이라고 밝힌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테러리스트에게 톨레랑스(관용)는 없다. IS와의 전쟁’에 직면했다”고 선포했다. 마뉘엘 발스 총리는 15일 TV에 출연해 “프랑스와 유럽, 시리아와 이라크에서 이번 테러의 주범을 찾아 전쟁에서 승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IS는 최근 러시아 여객기 폭파사건을 비롯해 지난 보름 동안 아프리카, 아시아(중동), 유럽 3개 대륙에서 대규모 테러를 일으켜 전대미문의 ‘범(汎)대륙 연쇄 테러’를 자행했다. 파리 테러 직후 지지자들은 ‘다음 공격 대상은 로마, 런던, 워싱턴’이라는 글을 올렸다. 미국과 영국 이탈리아 등의 주요 도시에 대한 경계가 한층 강화됐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테러범을 끝까지 법정에 세울 것”이라고 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긴급안보회의를 소집해 시리아에 지상군을 파병하는 방안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프랑스 정부의 조사 결과 이번 테러는 난민을 가장하고 두 달여 전 파리로 들어온 IS 테러리스트와 프랑스 내 자생적 테러리스트의 첫 합작으로 밝혀지고 있어 유럽 국가들의 난민봉쇄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프랑스 벨기에 네덜란드 이탈리아 등은 14일부터 국경통제를 강화했다. 한국 정부는 15일 파리를 비롯한 프랑스 수도권에 여행경보 2단계에 해당한 ‘여행 자제’ 경보를 발령했다. 외교부는 이날 “파리 테러로 인한 한국인 교민이나 여행객의 피해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한편 터키 안탈리아에서 열리고 있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자들은 16일 정상회의에서 테러와 관련한 별도의 공동성명을 발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27일로 예정된 국회 정보위는 새누리당을 중심으로 현재 계류 중인 테러 관련 법률안에 대한 조속한 심의를 촉구할 것으로 전해졌다.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13일의 금요일’ 밤 파리의 동시다발 테러에서 15명의 희생자를 낸 파리 10구의 식당 ‘프티 캉보주’와 ‘카리용 카페’ 앞. 참사 발생한 다음 날인 14일 아침에 찾아가 본 현장은 아직도 도로에까지 피가 흥건히 고여 있을 정도로 끔찍했다. 현장은 파리의 노트르담 대성당에서 불과 2.5km 떨어진, 파리의 ‘힙스터족’(대중적인 유행을 좇지 않고 자신만의 고유한 문화를 즐기는 부류) 젊은이들이 자주 찾는 명소. 카페 정문은 ‘폴리스 라인’으로 봉쇄돼 있었고, 유리창에는 어지러이 난사된 총알 자국이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 카페 앞 도로의 횡단보도 위에까지 부상자들이 남긴 붉은색 발자국들이 어지러이 남아 있어 당시의 긴박했던 상황이 그대로 전해졌다. ‘카리용 카페’ 정문 앞에 장미꽃을 놓고, 촛불을 켜며 희생자를 추모하고 있던 앙토니 마차스 씨(27)는 아직도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듯 멍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휴대전화에 카페 앞 테라스에 널브러져 있는 젊은이 10여 명의 시신 사진을 기자에게 보여 주며 “내 친구도 여기에 있다”고 울먹였다. 여기서 걸어서 15분(1.2km)가량 떨어진, 100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한 바타클랑 극장 주변도 철통같은 경찰의 봉쇄가 이뤄지고 있었다. 3시간 동안 인질극을 벌이다 자폭한 테러범들과 민간인 희생자들의 시신이 훼손돼 감식 작업이 한창 이뤄지고 있었다. 대량 학살극이 벌어진 공연장은 천막으로 완전히 둘러싸 입구와 안을 들여다볼 수 없게 돼 있었다. 주변에 살고 있는 주민들은 경찰의 엄격한 검문검색을 통과하고도 경찰의 인솔하에 3, 4명씩 짝을 지어야 집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시민들은 충격에 빠진 표정으로 꽃다발을 들고 와 출입이 통제된 공연장 대신 주변 건물 앞에 놓았다. 꽃다발과 촛불 사이에는 시민들이 써 놓은 메시지들도 놓여 있었다. ‘더는 이런 비극이 없기를’ ‘자유,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글이 적힌 종이들이 눈에 띄었다. 바닥에 꿇어앉아 흐느끼거나 두 손을 모으고 기도하는 시민들도 있었다. 14일 낮 바타클랑 극장 인근 거리에는 독일 출신의 음악가 다비드 마르텔로 씨가 자전거로 바퀴가 달린 검은색 피아노를 끌고 와 존 레넌의 명곡 ‘이매진’을 연주했다. 그는 “죽이지도 않고 죽을 일도 없고 종교도 없고. 모든 이가 평화롭게 살아가는 삶을 상상해 봐요”라는 가사로 테러 희생자들을 추모했다. 14일 아침 파리에는 비까지 내린 데다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이 이날부터 사흘간을 애도 기간으로 선포하면서 엘리제궁에도 조기가 내걸려 도시 전체가 거대한 침묵 속으로 들어간 듯 우울하고 무거웠다. 정부가 경찰력에 더해 1500여 명의 병력을 시내에 긴급 투입하면서 곳곳에 총을 든 군인들의 모습이 보였다. 하원 의사당에는 몇 m 간격으로 무장한 군인들이 소총을 들고 길거리를 지나는 시민뿐 아니라 자동차까지 유심히 살피고 있었다. 평소 보기 어렵던 군용 트럭도 의사당 앞에 세워져 ‘전시 상황’이라는 것이 실감나게 했다. 거리는 텅 비었고, 돌아다니는 사람을 잘 찾아볼 수 없었다. 언제 어디서 테러가 다시 발생할지 모르기 때문에 프랑스 정부가 파리 시민들은 모두 외출을 자제할 것을 권유했기 때문이다. 에펠탑과 루브르 박물관도 문을 걸어 잠갔다. 이날 예정된 모든 집회와 행사는 취소됐고, 학교와 박물관, 도서관, 쇼핑센터 등도 대부분 문을 닫았다. 파리를 포함한 수도권인 알드 프랑스의 교육청은 일제히 이날 관내 전 학교에 휴교를 공고하고 일선 학교는 학생들에게 e메일로 통지했다. 지하철 운행도 곳곳에서 중단됐다. 베르나르 카즈뇌브 프랑스 내무장관은 14일 대국민 연설에서 “19일까지 프랑스 내 모든 시위를 금지할 것”이라며 “각 지자체도 필요하다면 통행금지령을 내리라”고 권고했다. 이날 파리 시민들과 교민, 여행객들은 하루 종일 전화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서로의 안부를 걱정했다. 다음 주 파리에는 샹젤리제 거리의 크리스마스트리 조명 점등식이 열릴 예정으로 본격적인 연말 시즌을 즐기는 관광객들이 몰려들 시기였다. 에펠탑 부근에서 만난 한국인 관광객 김희연 씨(37·여)는 “원래 2주 계획으로 관광을 왔는데 에펠탑 조명도 꺼지고, 박물관도 문을 닫아 서둘러 파리를 떠나고 싶은 마음”이라고 말했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최악의 테러가 벌어진 프랑스 파리는 깊은 충격에 빠져 있다. 올해 프랑스 문단의 화두는 ‘유럽과 이슬람’이었다. 수니파 과격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의 테러 배후설이 나오는 가운데 주간지 샤를리 에브도 테러사건 등 잇달아 터진 IS의 위협 때문이다. 또 유럽으로 밀려오는 중동 출신 난민들의 물결은 문학에도 커다란 영향을 끼치고 있다. 2022년 프랑스가 이슬람 정부를 선출한다는 논쟁적 예언을 담은 미셸 우엘베크의 ‘복종’이 베스트셀러에 오른 것이 대표적이다. 3일 프랑스 문단 최고 권위의 공쿠르상은 동서양의 문화적 교류에 관한 탐구소설을 쓴 마티아스 에나르(43)의 ‘부솔(Boussole·나침반·사진)’이 수상했다. 작가의 아홉 번째 소설의 주인공은 오스트리아 빈 출신의 음악 연구가인 프란츠 리터. 불면증에 시달리는 그가 밤에 잠에서 깨어 응답 없는 프랑스 여인에 대한 사랑을 포함해 유럽과 중동 간의 다양한 문화와 역사에 대한 생각을 탐험하는 지적인 소설이다. 마치 아라비안나이트의 ‘천일야화’처럼 오스트리아에서 중세의 이슬람 계몽시대, 시리아의 IS에 의한 처형까지 시대를 뛰어넘는 다양한 인물이 등장하는 이야기 구조다. 1972년 프랑스에서 태어난 에나르는 파리 동양어전문대(INALCO)에서 아랍어와 페르시아어를 전공했다. 이후 이란과 레바논 등지에서 살다가 현재 스페인 바르셀로나에 거주하고 있다. 에나르는 시리아 터키 등지로 수없이 다닌 중동지역 여행을 문학의 소재로 삼아 왔다. 2003년 데뷔작 ‘완벽한 조준’에서 리비아 내전의 저격수를 주인공으로 내세웠고, 2008년작 ‘지대(Zone)’는 주인공이 500쪽에 이르는 한 문장의 독백으로 유럽의 잔인함에 대해 말하는 소설로 수많은 문학상을 받은 바 있다. 그는 수상 소식을 들은 뒤 ‘라 바카라!’(축복)라고 외쳤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이 상은 2010년 사망한 알제리의 존경받는 역사가 셰이크 아브데라만과 레바논의 수호성인 성 조지의 축복 때문”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공쿠르상은 해마다 파리 오페라가(街)에 있는 유서 깊은 드루앙 레스토랑에서 10명의 심사위원이 양고기 스튜로 점심을 먹은 뒤 최종 후보작 4편에 대해 투표로 결정한다. 지난달 튀니지의 수도에 있는 국립 바르도 박물관에서 발표된 후보작 4편은 모두 유럽과 이슬람의 관계에 대한 작품이었다. 바르도 박물관은 3월에 이슬람 지하디스트의 테러 공격으로 22명이 희생된 곳이다. 최종 후보작에 올랐던 프랑스 출신 튀니지 소설가 에디 카두르의 ‘원칙들’은 1920년대 북아프리카의 프랑스 제국주의를 다룬 소설이고, 토비 나단의 ‘당신과 닮은 이 나라’는 유대인으로 이집트 카이로에 살았던 어린시절을 되돌아보며 이방인에 대한 관용을 잃어버린 현실을 꼬집는다. 또 나탈리 아줄레의 ‘티튜스는 베레니스를 사랑하지 않았다’도 로마시대 팔레스타인 여왕의 캐릭터를 통해 현대 중동의 정세를 은유한 소설이다. 알제리 작가 부알렘 상살의 ‘2084’는 조지 오웰의 ‘1984’를 빗대 이슬람 칼리프 국가의 디스토피아적 전망을 다뤘다. 상살은 2010년 공쿠르상 수상자인 ‘복종’의 작가 우엘베크로부터 전폭적 지지를 받았지만 최종 4인 후보에 들지는 못했다. 공쿠르상은 1903년 첫 회 수상부터 지금까지 상금은 10유로(약 1만2000원)에 불과하지만 수상작은 하루 사이에 베스트셀러에 오르는 영광을 얻는다. 마르셀 프루스트의 ‘꽃 파는 아가씨들의 그늘 아래’, 생텍쥐페리의 ‘야간비행’, 앙드레 말로의 ‘인간의 조건’, 시몬 보부아르의 ‘레 망다랭’, 마르그리트 뒤라스의 ‘연인’이 대표적 수상작이다. 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위대한 유럽인이 떠났다.” 10일(현지 시간) 헬무트 슈미트 전 독일 총리가 96세 나이로 독일 함부르크 자택에서 타계했다는 소식에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이 한 말이다. 그는 외국 정상 중 가장 먼저 성명을 발표했다. 슈미트 전 총리가 재임 시절 프랑스와 정례 경제협력 채널을 가동하면서 오일쇼크에 따른 경제위기를 유럽 통합의 발판으로 삼은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통독 전 동독에서 줄곧 성장했지만 서독 함부르크 태생이기도 한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이날 TV 생중계로 발표한 추모 연설에서 고인과의 개인적 추억을 언급하기도 했다. 메르켈 총리는 “고인이 함부르크 시정부에서 경찰 담당으로 있던 1962년 이 지역에 기상 재난이 닥쳤는데 라디오를 통해 당시 인기가 높았던 ‘슈미트’라는 이름을 처음 접했다”며 “지금의 G20(주요 20개국)의 맹아였다고 할 수 있는 프랑스와의 경제협력협의체 가동, 적군파 테러 억제, 소련 위협에 맞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대한 양면전략 등 슈미트의 판단력은 내게 특별한 의미가 있다. 고인은 하나의 ‘정치 기관 자체’”라고 했다. 냉전시대 서독의 부흥을 이끌면서 ‘최고의 현자(賢者)’로 불리며 독일에서 가장 대중적으로 사랑받았던 전직 총리였다 해도 과언이 아닌 그의 타계 소식에 독일은 물론이고 유럽 정치인들과 언론들이 추모 메시지를 쏟아내고 있다. ‘세계적 비전을 가졌던 독일의 글로벌 총리’(영국 가디언), ‘독일과 프랑스, 유럽의 과거사 화해 협력의 예술가’(프랑스 르몽드), ‘냉전시대 좌파 테러리즘에 맞섰던 합리적인 중도 리더’(월스트리트저널)…. 장클로드 융커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도 “유럽은 정치적 용기로써 많은 변화를 이끌어냈던 특별한 인물을 잃었다”고 베르너 파이만 오스트리아 총리는 “평화와 통합의 유럽을 설계한 중요한 정치인이 눈을 감았다”고 슬픔을 표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고인은 후임자인 헬무트 콜 전 총리가 독일 통일이라는 과업을 마무리할 수 있게 기반을 제공한 사람”이라고 했다. 독일 시사주간지 ‘슈피겔’은 슈미트를 ‘세기의 조종사(Pilot of Century)’로 평가했다. 중도좌파 사회민주당(SPD) 출신의 고인은 1974년 빌리 브란트 총리가 보좌관의 간첩 행위 파동으로 물러난 후 총리로 선출된 이후 1982년까지 8년간 냉전시대 서독의 최고지도자로서 독일의 경제성장을 이끌었다. 전임자인 브란트 총리의 동방정책을 동독에서 구소련 및 동유럽으로 확대 발전시킨 ‘데탕트 외교’로 독일 통일의 초석을 마련했고, 프랑스의 발레리 지스카르데스탱 대통령과 정례 경제협력틀을 마련해 유로화 체제의 기틀을 닦았다. 1977년 적군파 테러 광풍이 몰아쳤을 때에는 적군파에 피랍된 한스마르틴 슐라이어 독일산업연맹(BDI) 회장이 희생되는 불상사 속에서도 승객들을 구해내 ‘슈미트 리더십’을 대중에게 각인시켰다. 또 구소련의 SS20 중거리 핵미사일의 배치로 안보위기가 닥쳤을 때에도 소련과 협상하되, 실패 시 독일 중심으로 중거리 핵미사일을 배치한다는 양면 전략을 구사해 나토의 중심을 잡았다. 정치계를 떠난 뒤에는 주간지 디 차이트의 공동발행인으로 변신해 저널리스트 겸 저술가로서 국내외 이슈에 대해 적극적인 발언을 해왔다. “정상회담은 최선을 택하는 것이 아니라 최악을 피하는 것” 등 ‘촌철살인의 어록’으로 사랑받았다. 고인은 2005년 독일의 정치인, 문화인, 예술인, 체육인에 대한 선호도 조사에서 96%의 지지를 받아 ‘최고의 현자’로 선정됐다. ‘애연가’로 유명해 담배와 관련한 일화도 많다. 총리 재직 시 흡연이 허용된 TV 인터뷰에서는 1시간여 방송 동안 담배 10개비를 해치워 화제가 됐으며, 90세가 넘어서도 줄담배를 피우는 모습이 ‘노익장’으로 인식되기도 했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영국 기상청은 올 들어 9월까지 지구 기온이 1850∼1900년의 평균온도보다 1.02도 높았다고 9일(현지 시간) 밝혔다. 2차 산업혁명이 시작된 1800년대 말에 비해 평균기온이 1도 이상 오른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영국 기상청은 “지구 온난화가 대재앙의 관문까지 딱 절반에 이른 것”이라고 했다. 스티븐 벨처 센터장은 “지구 온난화에 따른 재앙의 관문으로 여겨지는 지구 온도는 2도 상승인데 올해 1도가 올랐다는 것은 절반에 다다랐다는 의미”라며 “우리는 지금 무서운 속도로 ‘우리가 알지 못하는 영역’에 진입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국제 환경단체들도 지구 평균기온이 산업화 이전 기준 2도 이상 오를 경우 대대적인 기후변화가 발생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유엔 정부간기후변화위원회(IPCC)에 따르면 지구 온도가 1도씩 오를 때마다 알프스의 만년설과 극지방의 빙하가 녹아 기후변화에 의한 자연재해와 생태계 파괴가 발생한다고 분석했다. 만약 지구 평균 기온이 2도 이상 상승하면 여름철 폭염으로 유럽에서만 수만 명이 사망하고 세계 각종 생물의 3분의 1이 멸종위기에 내몰릴 것으로 예상했다. 세계기상기구(WMO)는 이날 대기 중에 있는 이산화탄소 농도도 지난해 평균 397.7ppm으로 또다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고 밝혔다. 1990년부터 2014년 사이 온실가스 양은 36% 증가했다. 특히 이산화탄소보다 온실화 지수가 21배나 높고, 기후에 미치는 영향도 300배나 큰 메탄의 농도가 사상 최고치인 1833ppm을 기록했다. 한편 세계 각국 대표는 30일부터 12월 11일까지 프랑스 파리에 모여 온실가스 방출 규제 방안을 논의하는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당사국 총회(COP21)에 참가한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