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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하면서도 깊이 있는 서양미술사 소개로 꾸준한 사랑을 받은 시리즈 ‘난생처음 한번 공부하는 미술 이야기’(난처한 미술 이야기)의 5권(사회평론·2만 원·사진)이 26일 출간됐다. 저자는 서양 미술의 발전을 상업주의와 연결지은 연구로 주목을 받은 양정무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 교수(51)다. 앞서 ‘난처한…’에서 원시·고대 미술과 중세 미술을 소개했던 저자는 이번 책에서 자신의 주 전공인 르네상스 미술을 다뤘다. 르네상스 시기에 지은 이탈리아 피렌체 대성당을 1970년 서울에 지은 삼일빌딩과 비교하는 등 우리 시각에서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하는 방식은 그대로다. 사회평론은 “미술뿐 아니라 도시의 발전과 시민의 생각, 통치자의 이상, 천재들의 삶을 비롯해 르네상스 시대 사람들의 모습도 공들여 조명했다”고 밝혔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저희들도 사람입니다. … 병이 무섭기도 합니다. 하지만 저희들의 손길을 기다리는 환자들이 있기에 병원을 지키고 있습니다. … 차가운 시선과 꺼리는 몸짓 대신 힘주고 서 있는 두 발이 두려움에 뒷걸음치는 일이 없도록 용기를 불어넣어 주세요.” 에세이 ‘나는 간호사, 사람입니다’(김현아 지음·쌤앤파커스)에 나오는 구절로 메르스 사태 당시 환자를 간호하며 쓴 편지의 일부다. 저자는 메르스에 의한 첫 사망자가 나온 한림대 동탄성심병원의 외과중환자실 책임간호사로 일했다. 법관이나 의사 등 엘리트 직업 위주로 출간돼 독자들의 주목을 받았던 직업 에세이 도서 시장에 잔잔한 새바람이 불고 있다. 간호사를 비롯해 아파트 관리소장이나 버스 운전사, 편의점 주인처럼 상대적으로 평범한 직업을 가진 이들이 쓴 책들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것. 쌤앤파커스에 따르면 올해 4월 발간된 ‘나는 간호사…’는 최근 28쇄를 찍었다. 외과중환자실 간호사로 21년간 환자를 돌본 간호사가 열악한 처우와 환경 속에서도 환자를 살리기 위해 애쓰는 이야기가 핍진하게 묘사돼 독자의 공감을 샀다는 분석이 나온다. 올해 5월 출간된 ‘나는 그냥 버스기사입니다’(허혁 지음·수오서재)는 1만 권이 팔렸고 아파트 관리소장이 쓴 ‘따로, 또 같이 살고 있습니다’(김미중 지음·메디치미디어), 6년 차 편의점 점주의 ‘매일 갑니다, 편의점’(봉달호 지음·시공사)도 올 9월 발간돼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정상태 쌤앤파커스 편집자는 “과거에는 특정 직업을 갖기 위해 갖춰야 할 소양 등 취업이나 자기계발 측면에서 쓴 책이 많았다면 최근에는 직업 현장의 애로와 기쁨 등 살아 있는 이야기를 다루면서 직업적 사명감과 보람을 잘 버무린 에세이에 독자들이 공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직업 에세이가 특정 직업에 대한 오해를 줄이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황은희 수오서재 편집장은 “직업이 달라도 삶의 애환과 성찰은 모두 맞닿아 있다”며 “평범한 이들의 직업 에세이가 서로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고 있다”고 말했다. 책을 내본 적이 없는 사람도 쉽게 독자와 만날 수 있는 ‘브런치’ 같은 온라인 플랫폼의 성장도 이런 현상을 가속화했다. 화재 진압 현장의 치열함과 소방관 처우 문제 등을 다룬 ‘어느 소방관의 기도’(오영환 지음·쌤앤파커스) 역시 ‘브런치북 프로젝트’ 수상작으로 2015년 12월 출간돼 지금까지 11쇄를 찍었다. 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장은 “앞으로도 잘나가는 특정 직업군의 글보다는 자신의 장점을 살리면서 자신만의 오솔길이나 샛길을 성실하게 걸어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 더욱 유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나와 가족에게만 집중했던 삶이었는데, 토론을 하면서 타인의 삶을 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됐습니다. 앞으로 제2의 인생을 살아가며 사회에 공헌할 것이 무엇인지 고민해 보겠습니다.” 충북 청주시 흥덕구의 은세계 작은 도서관에서 영화인문아카데미 강좌를 들은 60대 후반 여성의 후기다. 이 아카데미는 노년에 타인을 만나고 우정을 나누는 내용 등이 담긴 여러 다양성 영화를 올해 16회에 걸쳐 함께 보고 토론했다. 호응이 높아 수강생이 정원을 초과하기도 했다. 은세계 작은 도서관은 청주가경노인복지관에 마련돼 있는 노인 친화 도서관이다. ‘배우고 있는 한 당신은 늙지 않는다’는 모토처럼 삶의 활기를 북돋우고 제2의 인생을 가치 있게 만들어 나가는 데 도움을 주는 여러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이미 고령사회에 진입한 우리나라에서 작은 도서관이 나아갈 여러 방향 가운데 하나를 보여준다. “봄볕처럼 화사한/라일락 향이 나는 사람…끌어안아 안기고픈 넉넉한 사람” 도서관 이용자 구명숙 씨(64)가 펴낸 시집 ‘머리맡에 둔 편지’에 담긴 ‘이런 사람이 좋더라’의 한 구절이다. 구 씨는 도서관이 진행한 ‘1인 1책 펴내기’ 프로그램을 통해 시집을 냈다. 3, 4년에 걸쳐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책 한 권을 정성 들여 만드는 이도 있다. 도서관이 해마다 네 번 여는 시낭송회는 작은 음악회와 함께 열리는데 참여자가 70명가량 될 정도로 인기가 많다. 도서관에는 시력이 좋지 않은 시니어층이 읽기 쉽도록 큰 글씨로 출판한 책도 적지 않다. 박영순 씨(73)는 “큰 글씨로 나온 혜민 스님의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을 막 다 읽었다”며 “애들 키울 때는 바빠서 책을 가까이 하지 못했다. 요즘은 매주 두 번 도서관에 오는데, 큰 글씨 책이 많아서 너무 좋다”고 했다. 이 도서관은 KB국민은행과 사단법인 ‘작은도서관만드는사람들’(대표 김수연 목사)의 도움으로 올 10월 리모델링을 했다. 서가 공간이 배로 넓어졌고, 아이들이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도 별도로 마련했다. 어린이를 위한 그림책도 1000권 정도 새로 들였다. 최근에는 어르신들이 어린이에게 동화를 구연하는 동아리도 만들고 있다. 오미정 청주가경노인복지관 작은 도서관 담당 팀장은 “인근 어린이집 아이들에게 동화책을 읽어주는 프로그램을 운영했더니 어르신 봉사자와 어린이 모두 만족하며 즐거워했다”면서 “노인 친화 도서관에서 지역 사회 도서관으로 역할을 확대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조종엽 기자 jjj@donga.com}

21일 서울 성북구의 한 롤러장. 1990년대 인기그룹 ‘듀스’의 ‘나를 돌아봐’가 흘러나오자 30여 명이 환호했다. 이 노래가 나온 1993년에 태어난 김민영 씨(25·여)는 익숙한 듯 팔과 다리를 휘저었다. 김 씨는 “유튜브로 당시 공연을 찾아보면서 춤을 익혔다”며 “옛날 감성을 느낄 공간을 찾다 보니 일주일에 한 번씩 이곳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추억팔이’로 소비되던 복고문화가 최근 10대와 20대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중장년층의 향수를 자극했던 복고 열풍과는 다르다. 경험하지 못한 옛것에 열광하는 청년들이라는 점에서 ‘뉴트로(New-Tro·새로움과 레트로를 합친 신조어)’ ‘영트로(Young-Tro)’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1970, 80년대를 주름잡던 롤러장은 1990년대 사라졌다 지난해부터 젊은이들에게 ‘핫 플레이스’로 떠올랐다. 청남방에 청바지 등 ‘청청패션’이나 교련복을 입고 오는 손님들도 적지 않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복고 콘셉트로 롤러장 인증사진을 올리는 문화도 자리 잡았다. 이날 롤러장을 찾은 김민지 씨(22·여)는 “복고 의상의 ‘성지’인 광장시장에서는 영화 ‘써니’ 사진을 붙여놓고 청바지 등을 팔고 있다”고 했다. 음악영화로 국내 최다인 830만 명을 동원한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의 흥행도 청년층의 영향이 컸다. CGV리서치센터에 따르면 관람객 가운데 20, 30대 비중은 60%에 육박한다. ‘싱얼롱’(극장에서 영화를 보며 노래를 따라 부르는 것) 문화에 대한 반응도 폭발적이다. 강유정 영화평론가는 “2002년 월드컵처럼 세대를 초월해 카타르시스를 느낄 만한 사회적 이벤트가 없었다”며 “무한 경쟁에 익숙한 젊은층이 극장에서 ‘싱얼롱’을 하고 함께 어울리는 경험이 새로웠던 것”이라고 말했다. 윤성은 영화평론가는 “일렉트로닉댄스뮤직(EDM)을 비롯해 비트 중심의 음악을 향유했던 젊은이들에게 멜로디가 강하고 중독성 있는 퀸의 노래가 신선하게 다가갔을 것”이라고 했다. 옛것에 대한 젊은이들의 관심은 개화기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구한말 콘셉트 사진으로 지난해 문을 연 대구의 산격동사진관은 1년 만에 서울과 부산에 진출했다. 노웅희 대표는 “복고 의상을 대여해 주다 보니 호기심 많은 청년들이 주로 사진관을 찾는다”며 “개화기 의상은 전통 한복과 다르게 남성 고객들도 큰 관심을 갖고 있다”고 했다. 남성은 깔끔한 스리피스 슈트에 붉은 계열의 넥타이를 매고, 여성은 프릴 장식이 달린 붉은 드레스를 입고 사진을 찍는다. 서울 종로구 익선동은 그야말로 옛것의 향연이다. 22일 ‘최신 게임 없음’ ‘16비트 컬러’ 등이 써 붙여진 ‘콤콤오락실’에서 10여 명의 젊은이가 테트리스, 뿌요뿌요 등 고전게임에 몰두하고 있었다. 김종민 씨(20)는 “그래픽 좋은 요즘 게임들보다 흥미롭다”며 “‘슈퍼컴보이’를 집에 놓고 친구들과 게임을 하는 것도 취미가 됐다”고 했다. 익선동 ‘만홧가게’에서는 추억의 만화 월간지 ‘챔프’, ‘윙크’가 인기다. ‘엉클비디오타운’에서는 개봉된 지 5년 이상 된 영화를 빔프로젝터로 상영한다. 라면땅과 핫도그 같은 추억의 간식을 먹으러 이곳을 찾는 청년들도 적지 않다. 낡은 옛 건축물도 ‘힙’한 공간으로 재탄생하고 있다. 종로구 서대문여관과 보안여관은 30년이 넘은 여관 건물의 외관은 그대로 유지한 채 내부를 전시회장, 게스트하우스로 꾸몄다. 부티크 호텔로 변신한 종로구 여관 ‘낙원장’에 묵은 이정미 씨(24·여)는 “요즘 호텔에 비해 낡고 허름하지만 객실에 LP 플레이어가 있어 옛날 느낌이 물씬 나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고 했다. 트렌드 분석가인 김용섭 날카로운상상력연구소장은 “기성세대는 복고에서 추억을 떠올리지만 젊은 세대는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새로움’에 열광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신규진 newjin@donga.com·조종엽 기자}

21일 서울 성북구의 한 롤러장. 1990년대 인기그룹 ‘듀스’의 ‘나를 돌아봐’가 흘러나오자 30여 명이 환호했다. 이 노래가 나온 1993년에 태어난 김민영 씨(25·여)는 익숙한 듯 팔과 다리를 휘저었다. 김 씨는 “유튜브로 당시 공연을 찾아보면서 춤을 익혔다”며 “옛날 감성을 느낄 공간을 찾다보니 일주일에 한 번씩 이곳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추억팔이’로 소비되던 복고문화가 최근 10대와 20대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중장년층의 향수를 자극했던 복고 열풍과는 다르다. 경험하지 못한 옛 것에 열광하는 청년들이라는 점에서 ‘뉴트로(New-Tro·새로움과 레트로를 합친 신조어)’ ‘영트로(Young-Tro)’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1970, 80년대를 주름잡던 롤러장은 1990년대 사라졌다 지난해부터 젊은이들에게 ‘핫’한 공간이 됐다. 청남방에 청바지 등 ‘청청패션’이나 교련복을 입고 오는 손님들도 적지 않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복고 컨셉으로 롤러장 인증사진을 올리는 문화도 자리 잡았다. 이날 롤러장을 찾은 김민지 씨(22·여)는 “복고 의상의 ‘성지’인 광장시장에는 영화 ‘써니’ 사진들을 붙여놓고 청바지 등을 팔고 있다”고 했다. 음악영화로 국내 최대인 830만 명을 동원한 영화 ‘보헤미안 렙소디’의 흥행도 청년층의 영향이 컸다. CGV리서치센터에 따르면 관람객 가운데 20·30대 비중은 60%에 육박한다. ‘싱어롱(극장에서 영화를 보며 노래를 따라 부르는 것)’ 문화에 대한 반응도 폭발적이다. 강유정 영화평론가는 “2002년 월드컵처럼 세대를 초월해 카타르시스를 느낄 만한 사회적 이벤트가 없었다”며 “무한 경쟁에 익숙한 젊은층이 극장에서 ‘싱어롱’을 하고 함께 어울리는 경험이 새로웠던 것”이라고 말했다. 윤성은 영화평론가는 “일렉트로닉댄스뮤직(EDM)을 비롯해 비트 중심의 음악을 향유했던 젊은이들에게 멜로디가 강하고 중독성 있는 퀸의 노래가 신선하게 다가갔을 것”이라고 했다. 옛 것에 대한 젊은이들의 관심은 개화기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구한말 컨셉트 사진으로 지난해 문을 연 대구의 산격동사진관은 1년 만에 서울과 부산에 진출했다. 노웅희 대표는 “복고 의상을 대여해주다보니 호기심 많은 청년들이 주로 사진관을 찾는다”며 “개화기 의상은 전통한복과 다르게 남성 고객들도 큰 관심을 갖고 있다”고 했다. 남성은 깔끔한 쓰리피스 슈트에 붉은 계열의 넥타이를 매고, 여성은 프릴 장식이 달린 붉은 드레스를 입고 사진을 찍는다. 종로구 익선동은 그야말로 옛 것의 향연이다. 22일 ‘최신게임없음’ ‘16비트칼라’ 등이 써 붙여진 ‘콤콤오락실’에서 10여 명의 젊은이들이 테트리스, 뿌요뿌요 등 고전게임에 몰두하고 있었다. 김종민 씨(20)는 “그래픽 좋은 요즘 게임들보다 흥미롭다”며 “‘슈퍼컴보이’를 집에 놓고 친구들과 게임을 하는 것도 취미가 됐다”고 했다. ‘만홧가게’에서는 추억의 만화 월간지 ‘챔프’, ‘윙크’가 인기다. ‘엉클비디오타운’에서는 개봉된 지 5년 이상 된 영화를 빔프로젝터로 상영한다. 라면땅과 핫도그 같은 추억의 간식을 먹으러 이곳을 찾는 청년들도 적지 않다. 낡은 옛 건축물도 ‘힙’한 공간으로 재탄생하고 있다. 종로구 서대문여관과 보안여관은 30년이 넘은 여관 건물의 외관은 그대로 유지한 채 내부를 전시회장, 게스트하우스로 꾸몄다. 부티크 호텔로 변신한 종로구 여관 ‘낙원장’에 묵은 이정미 씨(24·여)는 “요즘 호텔에 비해 낡고 허름하지만 객실에 LP 플레이어가 있어 옛날 느낌이 물씬 나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고 했다. 트렌드 분석가인 김용섭 날카로운상상력연구소장은 “기성세대는 복고에서 추억을 떠올리지만 젊은 세대는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새로움’에 열광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신규진기자 newjin@donga.com조종엽기자 jjj@donga.com}
크리스마스트리의 기원이 유라시아의 신목(神木) 신앙이라는 설명을 읽었습니다. 유목민족인 훈족이 5세기에 게르만족을 밀어낼 때 그들의 신목 신앙을 전파했다는 겁니다. 유럽에서는 크리스마스트리의 연원을 북게르만이라고 여깁니다. 실제 게르만 신화의 영웅 지크프리트의 아내 크림힐트는 남편이 살해당한 뒤 훈족의 왕 아틸라와 재혼하지요. 트리 맨 위에 다는 큰 별은 유목민의 길잡이 별 북극성이라는군요. 신간 ‘유라시아 신화여행’(최혜영 등 지음·아모르문디)에서 김윤아 이야기공작소 ‘파수’ 대표가 소개한 내용입니다. 산타할아버지가 순록들이 끄는 썰매를 타고 하늘을 날아다니는 것도 같은 맥락이랍니다. 하늘로 비상하는 사슴은 신화의 모티브로 하늘과 땅을 관통하고 연결하는 ‘세계 축’에 해당한답니다. 사슴뿔은 나무와 모양이 비슷하지요. 전통시대 마을 어귀마다 있던 서낭당의 금줄 두른 나무와 크리스마스트리의 연원이 같다니…. 신화로 보면 우리 명절이니 해외 명절이니 따지는 것은 별로 중요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조종엽 기자 jjj@donga.com}

한국인의 정체성을 규정하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서울’이다. 서울에 사회 각 분야의 자원이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행정수도 이전이 정국을 가르고, 새 신도시가 서울에서 얼마나 가까운지가 주요 이슈가 되고, 대학의 ‘인(in) 서울’ 여부를 따지기도 한다. 한마디로 ‘서울 공화국’이다. 그런 서울의 1960, 70년대 사회사를 문학 작품을 통해 들여다본 책이다. “서울은 넓다. … 그러나 이렇게 넓은 서울도 삼백 칠십만이 정작 살아 보면 여간 좁은 곳이 아니다. 가는 곳마다, 이르는 곳마다 꽉꽉 차 있다.”(이호철, 1966년 동아일보 연재소설 ‘서울은 만원이다’에서) 오늘날과도 별로 다르지 않은 서울의 이미지다. 당시 사람들이 ‘진짜 서울’로 생각한 지리적 반경은 ‘사대문 안’이었다. “서울에서도 문밖이란다. 서울이랄 것도 없지.”(박완서, ‘엄마의 말뚝’에서) 저자는 “1960년대 중반까지도 사람들의 인식 속에서 서울의 반경은 식민지 시기의 일제가 계획한 ‘대경성’ 지역과 거의 다르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 좁은 서울로 사람들이 꾸역꾸역 몰려들었다. ‘이촌향도’의 1차적 요인은 먹고살기 위해서였지만, 문화적 정서적 욕구를 충족하려는 욕망도 적지 않게 작용했다. “서울을 향한 향수병, 전도된 노스탤지어”가 생겨난 것. “서울 생활에서의 탈락은 곧 삶의 한 모서리가 무너지는 것이며 자기를 지탱하고 있는 끈이 끊어져 내리는 것과 같다는 강박관념을 지니고 있었다.”(최일남, ‘서울의 초상’에서) 소설가 이청준(1939∼2008)도 직접 쓴 자신의 연보에서 “언제까지나 이 도시의 자랑스러운 시민으로서 영구불변한 나의 소지(巢地·둥지가 있는 곳)를 마련할 결심이었다”고 했다. 김승옥의 소설 ‘무진기행’의 인물들 역시 ‘서울에 대한 동경과 갈망’을 앓는다. 그러나 ‘세련된 서울내기’는 밖에서 만들어낸 환상에 불과했다. 진짜 서울 사람이란 “이리저리 부대끼고 씻기다 보면 간덩이도 붓고 몽글몽글하게 모가 없어져서 적당히 닳아빠진”(서울의 초상) 이들을 뜻했다. 6·25전쟁 이후 경제적 궁핍이 낳은 아귀다툼 탓이다. 저자는 “단언컨대 1960년대나 지금이나 서울 사람은 서울 토박이가 아니다. 토박이의 목소리는 거의 힘을 내지 못했다”면서 “상경민(上京民)과 월남민, 비서울 출신이 서울 인구의 대다수였다”고 말했다. 서울 사람의 정체성은 이주민, 곧 떠돌이라는 것이다. 저자는 이어 개발의 시대를 맞이한 1960년대 후반의 서울, 1970년대 강남 개발과 중산층의 등장을 조명하면서 서울의 초상을 그려나간다. 1970년 와우아파트 붕괴 사건이나 1971년 주민들이 정부의 무계획적인 도시 정책과 졸속 행정에 반발해 지역을 점거한 ‘광주대단지 사건’ 등도 당대의 문학 텍스트를 통해 책에 담았다. 성공회대 학술연구교수인 저자는 기존 문화연구가 서양의 근대화와 유사한 부분이나 그보다 열등한 부분들을 취사선택해 보고 싶은 부분만 바라보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역사적 체험과 생활의 실감’ 속에서 서울의 도시문화사와 사회사를 그려볼 필요성을 느꼈다고 한다. 작가 16인의 소설 110여 편을 사료처럼 활용하면서도, 실제 현실과 문학이 재현한 현실 사이에서 긴장을 잃지 않는다. 그 결과 역사책도 아니고 문학책도 아니면서, 둘 다인 흥미로운 책이 태어났다.조종엽 기자 jjj@donga.com}

“검정 블라우스 너무 예뻐서 가져갑니다.” “핫팩 주머니, 잘 쓸게요.” “예쁜 양말 잘 신을게요! 멋진 책갈피도요!” 14일 찾은 부산 중구 동영로(영주동)의 글마루작은도서관 2층 한편에는 공룡인형, 장갑, 마법천자문 카드, 장식용 병 등이 곱게 놓여 있었다. 위쪽에는 물건을 가져간 주민들이 고마운 마음을 글로 써서 남긴 포스트잇이 빼곡하게 붙어 있었다. 이 도서관이 운영하는 물품 공유 서비스 ‘함께해 존(zone)’이다. 팔찌, 손수건, 딱풀, 티셔츠, 치마를 비롯해 주민들이 쓰지 않는 작은 물건들이 이곳에서 새 주인을 찾는다. 부산민주공원 아래, 터널이 지나가는 언덕에 위치한 이 도서관은 KB국민은행과 사단법인 작은도서관만드는사람들의 도움으로 개관한 부산 중구의 1호 구립도서관이다. 마을은 6·25전쟁 당시 몰려든 피란민이 산복도로를 중심으로 집을 짓고 살면서 생겨났다. 지금은 젊은 신혼부부와 노인층이 많이 산다. 공중화장실 터였던 곳에 2010년 12월 문을 연 이 도서관은 마을의 사랑방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었다. “주민 모임도 여기서 많이 해요. 더 큰 도서관도 있지만 가깝고 친숙하니까 여기로 오지요.” 도서관이 생기기 전부터 이 동네에 살았다는 박명화 씨(61)가 중국어 책을 보다가 말했다. 도서관은 학부모들을 비롯해 모일 곳이 마땅치 않은 주민들에게 장소를 무료로 빌려준다. 물품뿐 아니라 장소도 공유하는 셈이다. 도서관의 책 읽기 모임에서 활동해 온 주민 김경애 씨(50)는 “도서관은 주민들이 편하게 들를 수 있는 또 하나의 집”이라고 말했다. 가을이면 ‘글마루 가을 잔치’가 열린다. 책이나 의류 바자회, 음악 공연, 시 낭송 같은 프로그램이 진행되는데 주민 100여 명이 모이기도 한다. 방학 때는 초등학생들이 도서관에서 하룻밤을 지내는 캠프를 연다. 초등생 독서 지도 프로그램은 5년 넘게 사랑받고 있다. 공예와 예술 교육 프로그램은 주부에게 특히 인기다. 주민 전현옥 씨(44)는 “어릴 때부터 함께 도서관을 다니던 아들이 이제 고교생이 된다”며 “자연스럽게 자원봉사도 하게 돼 해마다 환경, 인권, 평화 같은 주제를 정해 아이들과 함께 책을 읽었다”고 말했다. 이날도 인근 유치원생들이 도서관에 모여 동화구연 선생님이 들려주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사서 김은지 씨(30)는 “누구나 편하고 자유롭게 문을 열고 들어오는 도서관을 만들기 위해 주민들과 열심히 소통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조종엽 기자 jjj@donga.com}

도서 시장에서 일본 소설의 점유율이 한국 소설을 올해 처음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교보문고에 따르면 올해 판매된 소설 가운데 일본 소설의 점유율은 31.0%로 한국 소설(29.9%)을 앞질렀다. 2011년 한국 소설(38.2%)이 일본 소설(19.3%)을 크게 앞섰던 것과 비교하면 상전벽해다. ‘돌이킬 수 없는 약속’(야쿠마루 가쿠 지음)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히가시노 게이고) 등이 꾸준히 베스트셀러 상위에 머무른 결과다. ‘2018 출판산업콘퍼런스’(주최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에서 18일 이 같은 자료를 발표한 교보문고 브랜드관리팀 김현정 씨는 “‘82년생 김지영’, ‘나미야…’가 밀리언셀러에 올랐지만 소설 분야는 전반적으로 판매가 감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 대신 위안을 주는 에세이 분야가 강세를 보였다. 교보문고와 예스24에서 올해 가장 많이 판매된 책은 ‘곰돌이 푸, 행복한 일은 매일 있어’였고, 교보문고의 베스트셀러 종합 10위에 위로와 공감을 주제로 한 에세이가 6종이나 됐다. 교보문고는 “위로의 대상이 국제통화기금(IMF) 체제 외환위기 당시에는 아버지였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는 어머니였으며, 현재는 ‘나’로 변화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책을 구매한 5명 중 1명은 40대 여성으로 이들이 서점가의 ‘큰손’으로 자리 잡은 것으로 나타났다. 교보문고는 “판매비중의 19.5%를 차지한 40대 여성은 아동과 중고교 학습 도서뿐 아니라 소설도 많이 구매해 자녀와 자신의 책을 고루 찾았다”고 밝혔다. 남녀를 불문하고 50대 이상 독자들의 구매 점유율도 꾸준한 상승세를 보였다. 성별·연령별 도서 선호도 차이는 뚜렷했다. 알라딘 이용자가 투표로 선정한 ‘올해의 책’ 1위는 ‘골든아워’(이국종)였지만 10대 여성은 ‘곰돌이 푸…’, 30, 40대 남성은 ‘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유발 하라리), 50대 이상 남성은 ‘역사의 역사’(유시민)를 1위로 꼽았다. 예스24 조사에서도 ‘역사의 역사’가 1위인 가운데, 10대는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백세희)를 꼽았다. 책은 점점 얇아지고 있었다. 2016년 시·에세이 신간은 평균 216.2쪽이었지만 올해는 211.9쪽이었고, 소설도 같은 기간 363.3쪽에서 350.5쪽으로 줄었다. 인문, 경제경영 도서도 마찬가지였다. 조선영 예스24 도서사업팀장은 “2019년 출판계는 독립출판이나 크라우드펀딩을 통한 독자의 저자화, 팬덤 현상, 인플루언서의 영향력 강화가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언젠가는 아픔이란 게 아예 없는 세상이 올까요. 출판인, 학자, 문화예술인 등 45명에게 ‘2018년 올해의 책’을 5권씩 꼽아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한 번이라도 추천된 책은 모두 119권. 그 가운데 상위 10권을 ‘올해의 책’으로 꼽아 보니 우리 사회의 여러 아픔에 관한 책이 6권이나 됩니다. 저자와 독자, 출판이 세상의 고통을 직시하고 있다는 뜻일 테지요. 분주한 연말 독자의 책 선택에 도움이 되길, 모두가 조금은 덜 아픈 새해를 맞기를 바라며 ‘올해의 책’을 소개합니다. 동아일보 문화부 출판팀》●골든아워 / 이국종 지음·1권 438쪽, 2권 388쪽·흐름출판 “책의 힘을 보여준 올해의 문제작”(백원근 책과사회연구소 대표)은 ‘골든아워’(전 2권)였다. 선정위원의 절반에 가까운 20명이 ‘올해의 책’으로 추천해 압도적으로 많은 선택을 받았다. 이 책은 대한민국의 낙후한 중증외상 의료 현실에 대한 보고서다. 이국종 아주대병원 교수(권역외상센터장·사진)가 2002년 외상외과에 발을 들인 뒤 올 상반기까지 17년 동안의 진료, 수술 기록과 기억을 바탕으로 사선에서 싸우는 환자와 의사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진정성 가득한 글의 핍진성이 독자를 사로잡았다는 평가다. 표정훈 출판평론가는 “한 개인의 분투와 사회 현실을 갈마들며 소설 같은 논픽션 수작(秀作)이 탄생했다”고 추천 사유를 밝혔다. 고세규 김영사 대표는 “치열하고 고귀한 현장의 분투가 날것 그대로 담겼다”고 말했다. 이 같은 찬사는 우리나라에 국제 표준 중증외상 치료 시스템을 정착시키기 위한 저자의 고투에 대한 것이기도 하다. 또 의료 현실에 대한 문제 제기를 넘어 삶과 사회에 메시지를 던지기에 더 큰 울림을 갖는다고 선정위원들은 입을 모았다. “외상외과뿐 아니라 우리 사회와 삶의 모습을 오버랩하고 있다”(이치억 충남역사문화연구원 선임연구원), “지켜야 하는 누군가가 있다면 최선을 다해 읽어야 하는 책”(김영건 속초 동아서점 운영자)이라는 평가가 나온다.박상준 민음사 대표는 “이름 없는 사람들의 분투가 명확하고 담담한 문장으로 담겨 있음이 놀랍다”며 “이 책은 기록을 넘어 문학이 되고, 메시지가 되고, 정치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김훈 소설가의 팬으로 책에서 문체를 모사하기도 했다. ‘올해의 책’ 선정 소식을 들은 그는 “책이 될 감이 안 되는 참담한 현실을 활자화된 기록으로 나타낼 수 있게 허락해 주신 김훈 선생님과, 묵직한 현장 이야기에 공명해주신 독자 여러분 모두에게 감사드린다”고 소감을 전했다. ●말이 칼이 될 때 / 홍성수 지음·264쪽·어크로스 “혐오 표현에 대한 사회적 성찰을 불러일으켰다.”(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 한국 사회의 혐오 표현에 대한 문제를 파고든 숙명여대 법학부 교수의 책이다. 강성민 글항아리 대표는 “저자 자신이 남성으로서 예민한 의식을 갖지 못하다가, 왜 조그만 혐오 표현이라도 문제가 되는지 점점 자각하는 과정을 잘 밝혔다”며 추천했다. 김수진 푸른숲 부사장은 “한국에 사는 우리가 도달한 혐오 표현과 표현의 자유에 대한 기준으로 인정할 만하다”고 호평했다. 오제연 성균관대 교수는 “혐오의 연쇄를 끊어내는 실천의 모색을 가능하게 해 준다”고 했다. ●열두 발자국 / 정재승 지음·400쪽·어크로스 “자기계발서 같은, 뇌 과학자의 유쾌 발랄 상큼한 강연.”(강맑실 사계절 대표) ‘뇌’의 관점에서 인간의 본질을 탐구했다. 인공지능(AI)이 화두인 시대에 “오늘의 독자들이 목말라 하는 지식이 무엇인지 잘 보여줬다”(황서현 휴머니스트 주간)는 평가다. 뭣보다 ‘술술 읽힌다’는 게 강점으로 꼽혔다. 정은숙 마음산책 대표는 “더 나은 삶, 오지 않은 세상을 탐구한 명강의를 정리해 쉽고 깊이 있게 읽힌다”고, 윤철호 대한출판문화협회장은 “과학교양과 미래사회에 대한 성찰을 대중 눈높이에 맞게 잘 만든 교양서”라고 추천 사유를 밝혔다. ●어디서 살 것인가 / 유현준 지음·380쪽·을유문화사 도시와 건축을 인문학적으로 다룬 건축가의 책. “우리가 살아가야 할 공간에 대한 혜안이 담겼다”(이구용 KL매니지먼트 대표), “도시의 경관이 아니라 기능과 가능성에 주목한 책”(권은희 까치글방 편집팀장)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주연선 은행나무 대표는 “행복한 삶으로 이끄는 공간과 건축에 대한 상상을 손에 잡힐 듯 구체적인 언어로 보여 준다”면서 “의미 있는 공간에 대한 감각을 확장했다”고 추천 사유를 밝혔다. “부동산 하면 재테크가 떠오르는 요즘 세상에 ‘집이란 우리에게 어떤 의미인가?’라는 질문이 신선하다.”(박영규 교보문고 대표)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 / 백세희 지음·208쪽·흔 독립출판물이 출판시장에서도 폭발적 인기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 책이다. 저자가 자신의 기분부전장애 치료기를 담았다. “전문가인 의사의 이야기보다 실제 환자의 치료 후기에 더 깊이 독자들이 공감했다는 점”(김형보 어크로스 대표)이 특징. 고세규 김영사 대표는 “우리 내면의 어두운 면을 솔직하게 포착했다”며, 강인욱 경희대 교수는 “겉으로는 밝지만 숨 막히는 경쟁을 겪어 온 20대의 진솔한 속마음을 느꼈다”며 추천했다. “정신과 치료를 알려도 되는 일로 만든 것만으로도 많은 이에게 힘이 됐다”(김수진 푸른숲 부사장)는 평도 나왔다. ●경애의 마음 / 김금희 지음·356쪽·창비 소설로는 유일하게 ‘올해의 책’에 올랐다. 저자의 첫 장편소설로 추천 사유가 강렬하다. 박상준 민음사 대표는 “젊은 작가에게서 가장 전통적인 방식으로 탄생한 가장 새로운 장편소설”이라며 “독자로 하여금 한국 소설의 저력을 다시 한번 신뢰하게 만들었다”고 찬사를 보냈다. 정은숙 마음산책 대표도 “새로운 세대의 문학을 피부로 느끼게 한 작품으로 우리 시대의 아픔과 부서진 마음을 바느질 자국이 느껴지지 않는 능숙한 솜씨로 깊게 표현한 올해의 수작”이라고 했다. “우리가 소설을 읽는 이유를 확인하게 해준다. 마음은 무슨 일을 하는가?”(김수진 푸른숲 부사장) ●역사의 역사 / 유시민 지음·340쪽·돌베개 경제학도, 정치가, 지식소매상에서 최근에는 방송인으로도 활동하는 유시민 작가의 책이다. 동서양의 역사가 16인과 그들이 쓴 역사서 18권에 대한 이야기를 담아냈다. 이치억 충남역사문화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역사에 대한 다양한 관점과 문헌이라는 구슬을 작가의 일관된 시각이라는 실로 꿰고 있는 책”이라며 추천했다. 송영석 해냄 대표는 “역사적으로 꼭 읽어봐야 할 역사책의 장단점을 꼼꼼하게 짚었다”고 했다. “역사란 무엇이고, 왜 역사책을 읽어야 하며,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의 대답은 이 책에 모두 담겨 있다.”(김기중 더숲 대표) ●검사내전 / 김웅 지음·384쪽·부키 “현직 검사이면서도 검찰과 검사의 세계를 솔직하고 흥미롭게 서술했다.”(표정훈 출판평론가) 18년간 검사로 일한 자칭 ‘생활형 검사’가 차진 글솜씨를 발휘했다. “정치색을 드러내지 않고도 자신의 분야에서 한국사회의 민낯을 이리 두텁게 묘사하는 게 쉽지 않았을 것”(박혜숙 푸른역사 대표)인데도 “대표적 권력집단의 하나인 검사의 세계를 실상에 근접해 이해하도록 안내한다”(안대회 성균관대 교수). 유정연 흐름출판 대표는 “재미가 있을 뿐 아니라 진지한 사유로 사회의 그늘진 풍경에 대한 비판과 자성의 목소리를 들려준다”며 이 책을 추천했다. ●당신이 옳다 / 정혜신 지음·316쪽·해냄출판사 “태풍과 쓰나미가 지구의 병이 아니듯이 우울과 무력감은 삶의 보편적인 바탕색일 뿐이다.” 염종선 창비 이사가 책을 읽고 느낀 점을 담아 밝힌 추천 사유다. 우리 사회 곳곳에서 트라우마를 입은 피해자들을 상담했던 정신과 의사가 사람의 마음에 대한 통찰과 치유의 길을 담은 책이다. 김기중 더숲 대표는 “몸과 마음의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현대인들을 위로하는 강력한 치유제”라고 평가했다. “정혜신의 눈 맞춤과 포옹을 경험하면 나도 타인에게 그런 사람이고 싶어진다. 그 단단한 내공을 전하는 이 책은 우리 사회의 산소호흡기다.”(황서현 휴머니스트 주간) ●슬픔을 공부하는 슬픔 / 신형철 지음·428쪽·한겨레출판사 “이 시대 글을 읽고 쓰는 까닭에 대한 곡진한 질문.”(김수한 돌베개 편집주간) 문학평론가의 산문집이다. 문학 작품 안에만 머무르지 않고 여러 사회적 이슈에 대한 시선을 담은 글을 묶었다. 염종선 창비 이사는 “많은 슬픔은 막연하고 애매한 감성의 영역이 아님을 알려 준다”, 안대회 성균관대 교수는 “감성적인 언어가 일반 독자들도 비평의 세계에 몰입하도록 안내한다”고 평했다. “천천히 집중해서 읽어야만 하는 책을 기꺼이 선택한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확인하게 해줬다.”(김수진 푸른숲 부사장):: 올해의 책 선정위원(45명·가나다순) ::강맑실(사계절 대표) 강성민(글항아리 대표) 강인욱(경희대 사학과 교수) 고세규(김영사 대표) 권은희(까치글방 편집팀장) 김기중(더숲 대표) 김보통(만화가) 김소영(문학동네 편집장) 김수진(푸른숲 부사장) 김수한(돌베개 편집주간) 김영건(속초 동아서점 운영자) 김영준(열린책들 주간) 김형보(어크로스 대표) 박상준(민음사 대표) 박영규(교보문고 대표) 박윤우(부키 대표) 박혜숙(푸른역사 대표) 백선희(번역가) 백원근(책과사회연구소 대표) 서현(한양대 건축학부 교수) 송영석(해냄 대표) 안대회(성균관대 한문학과 교수) 여태훈(진주문고 대표) 염종선(창비 이사) 오제연(성균관대 사학과 교수) 유정연(흐름출판 대표) 윤양미(산처럼 대표) 윤철호(대한출판문화협회 회장) 이광호(문학과지성사 대표) 이구용(KL매니지먼트 대표) 이로(유어마인드 대표) 이상욱(한양대 철학과 교수) 이수은(스윙밴드 대표) 이정모(서울시립과학관장) 이치억(충남역사문화연구원 선임연구원) 장은수(편집문화실험실 대표) 정병설(서울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정상준(을유문화사 편집주간) 정은숙(마음산책 대표) 정재승(KAIST 바이오 및 뇌공학과 교수) 주연선(은행나무 대표) 표정훈(출판평론가) 한기호(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장) 한성봉(동아시아 대표) 황서현(휴머니스트 주간) 조종엽 jjj@donga.com·유원모 기자}

언젠가는 아픔이란 게 아예 없는 세상이 올까요. 출판인, 학자, 문화예술인 등 45명에게 ‘2018년 올해의 책’을 5권씩 꼽아달라고 요청했습니다. 한번이라도 추천된 책은 모두 119권. 그 가운데 상위 10권을 ‘올해의 책’으로 꼽아보니 우리 사회의 여러 아픔들에 관한 책이 6권이나 됩니다. 저자와 독자, 출판이 세상의 고통을 직시하고 있다는 뜻일 테지요. 분주한 연말 독자의 책 선택에 도움이 되길, 모두가 조금은 덜 아픈 새해를 맞기를 바라며 ‘올해의 책’을 소개합니다. ■ 골든아워이국종 지음·1권 438쪽, 2권 388쪽·흐름출판“책의 힘을 보여준 올해의 문제작”(백원근 책과사회연구소 대표)은 ‘골든아워’(전 2권)였다. 선정위원의 절반에 가까운 20명이 ‘올해의 책’으로 추천해 압도적으로 많은 선택을 받았다.이 책은 대한민국의 낙후한 중증외상 의료 현실에 대한 보고서다. 이국종 아주대병원 교수(권역외상센터장)가 2002년 외상외과에 발을 들인 뒤 올 상반기까지 17년 동안의 진료, 수술 기록과 기억을 바탕으로 사선에서 싸우는 환자와 의사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진정성 가득한 글의 핍진성이 독자를 사로잡았다는 평가다. 표정훈 출판평론가는 “한 개인의 분투와 사회 현실을 갈마들며 소설 같은 논픽션 수작(秀作)이 탄생했다”고 추천 사유를 밝혔다. 고세규 김영사 대표는 “치열하고 고귀한 현장의 분투가 날것 그대로 담겼다”고 말했다. 이 같은 찬사는 우리나라에 국제 표준 중증외상 치료 시스템을 정착시키기 위한 저자의 고투에 대한 것이기도 하다. 책의 인기에 한국사회의 그늘을 지켜온 한 의사와 외상외과 팀에 대한 응원이 담겨 있다는 분석이다. 또한 의료 현실 문제제기를 넘어 삶과 사회에 대한 메시지를 던지기에 더 큰 울림을 갖는다고 선정위원들은 입을 모았다. “외상외과 뿐 아니라 우리 사회와 삶의 모습을 오버랩하고 있다”(이치억 선임연구원), “한국 사회의 시스템을 총체적으로 들여다볼 수 있다”(김소영 문학동네 편집장), “지켜야 하는 누군가가 있다면 최선을 다해 읽어야 하는 책”(김영건 속초 동아서점 운영자), “세상의 변화를 위해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온몸으로 알려 준다”(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장)는 평가다. 박상준 민음사 대표는 “이름 없는 사람들의 분투가 명확하고 담담한 문장으로 담겨있음이 놀랍다”며 “이 책은 기록을 넘어 문학이 되고, 메시지가 되고, 우리에게 필요한 정치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 역사의 역사유시민 지음·340쪽·돌베개 경제학도, 정치가, 지식소매상에서 최근에는 방송인으로도 활동하는 유시민 작가의 책이다. 동서양의 역사가 16인과 그들이 쓴 역사서 18권에 대한 이야기를 담아냈다. 이치억 충청남도역사문화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역사에 대한 다양한 관점과 문헌이라는 구슬을 작가의 일관된 시각이라는 실로 꿰고 있는 책”이라며 추천했다. 송영석 해냄 대표는 “역사적으로 꼭 읽어봐야 할 역사책의 장단점을 꼼꼼하게 짚었다”고 했다. “역사란 무엇이고, 왜 역사책을 읽어야 하며,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의 대답은 이 책에 모두 담겨 있다.” (김기중 더숲 대표) ■ 말이 칼이 될 때홍성수 지음·264쪽·어크로스 “혐오표현에 대한 사회적 성찰을 불러일으켰다.”(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 한국 사회의 혐오 표현에 대한 문제를 파고든 숙명여대 법학부 교수의 책이다. 강성민 글항아리 대표는 “저자 자신이 남성으로서 예민한 의식을 갖지 못하다가, 왜 조그만 혐오표현이라도 문제가 되는지 점점 자각하는 과정을 잘 밝혔다”며 추천했다. 김수진 푸른숲 부사장은 “한국에 사는 우리가 도달한 혐오 표현과 표현의 자유에 대한 기준으로 인정할 만 하다”는 호평했다. 오제연 성균관대 교수는 “혐오의 연쇄를 끊어내는 실천의 모색을 가능하게 해 준다”고 했다. ■ 슬픔을 공부하는 슬픔신형철 지음·428쪽·한겨레출판사 “이 시대 글을 읽고 쓰는 까닭에 대한 곡진한 질문”(김수한 돌베개 편집주간) 문학평론가의 산문집이다. 문학 작품 안에만 머무르지 않고 여러 사회적 이슈에 대한 시선을 담은 글을 묶었다. 염종선 창비 이사는 “많은 슬픔은 막연하고 애매한 감성의 영역이 아님을 알려 준다”, 안대회 성균관대 교수는 “감성적인 언어가 일반 독자들도 비평의 세계에 몰입하도록 안내한다”고 평했다. “천천히 집중해서 읽어야만 하는 책을 기꺼이 선택한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확인하게 해줬다.”(김수진 푸른숲 부사장) ■ 어디서 살 것인가유현준 지음·380쪽·을유문화사 도시와 건축을 인문학적으로 다룬 건축가의 책. “우리가 살아가야 할 공간에 대한 혜안이 담겼다”(이구용 KL매니지먼트 대표), “도시의 경관이 아니라 기능과 가능성에 주목한 책”(권은희 까치글방 편집팀장)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주연선 은행나무 대표는 “행복한 삶으로 이끄는 공간과 건축에 대한 상상을 손에 잡힐 듯 구체적인 언어로 보여 준다”면서 “의미 있는 공간에 대한 감각을 확장했다”고 추천 사유를 밝혔다. “부동산하면 재테크가 떠오르는 요즘 세상에 ‘집이란 우리에게 어떤 의미인가?’라는 질문이 신선하다”(박영규 교보문고 대표). ■ 당신이 옳다정혜신 지음·316쪽·해냄출판사 “태풍과 쓰나미가 지구의 병이 아니듯이 우울과 무력감은 삶의 보편적인 바탕색일 뿐이다.” 염종선 창비 이사가 책을 읽고 느낀 점을 담아 밝힌 추천 사유다. 우리 사회 곳곳에서 트라우마를 입은 피해자들을 상담했던 정신과 의사가 사람의 마음에 대한 통찰과 치유의 길을 담은 책이다. 김기중 더숲 대표는 “몸과 마음의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현대인들을 위로하는 강력한 치유제”라고 평가했다. “정혜신의 눈 맞춤과 포옹을 경험하면 나도 타인에게 그런 사람이고 싶어진다. 그 단단한 내공을 전하는 이 책은 우리 사회의 산소호흡기다.”(황서현 휴머니스트 주간) ■ 경애의 마음김금희 지음·356쪽·창비 소설로는 유일하게 ‘올해의 책’에 올랐다. 저자의 첫 장편소설로 추천 사유가 강렬하다. 박상준 민음사 대표는 “젊은 작가에게서 가장 전통적인 방식으로 탄생한 가장 새로운 장편소설”이라며 “독자로 하여금 한국 소설의 저력을 다시 한번 신뢰하게 만들었다”고 찬사를 보냈다. 정은숙 마음산책 대표도 “새로운 세대의 문학을 피부로 느끼게 한 작품으로 우리 시대의 아픔과 부서진 마음을 바느질 자국이 느껴지지 않는 능숙한 솜씨로 깊게 표현한 올해의 수작”이라고 했다. “우리가 소설을 읽는 이유를 확인하게 해준다. 마음은 무슨 일을 하는가?”(김수진 푸른숲 부사장) ■ 열두 발자국정재승 지음·400쪽·어크로스 “자기계발서 같은, 뇌 과학자의 유쾌 발랄 상큼한 강연.”(강맑실 사계절 대표) ‘뇌’의 관점에서 인간의 본질을 탐구했다. 인공지능(AI)이 화두인 시대에 “오늘의 독자들이 목말라하는 지식이 무엇인지 잘 보여줬다”(황서현 휴머니스트 주간)는 평가다. 뭣보다 ‘술술 읽힌다’는 게 강점으로 꼽혔다. 정은숙 마음산책 대표는 “더 나은 삶, 오지 않은 세상을 탐구한 명 강의를 정리해 쉽고 깊이 있게 읽힌다”고, 윤철호 대한출판문화협회장은 “과학교양과 미래사회에 대한 성찰을 대중 눈높이에 맞게 잘 만든 교양서”라고 추천 사유를 밝혔다. ■ 검사내전김웅 지음·384쪽·부키 “현직 검사이면서도 검찰과 검사의 세계를 치우침 없이 솔직하고 흥미롭게 서술했다.”(표정훈 출판평론가) 18년간 검사로 일한 자칭 ‘생활형 검사’가 차진 글 솜씨를 발휘했다. “정치색을 드러내지 않고도 자신의 분야에서 한국사회의 민낯을 이리 두텁게 묘사하는 게 쉽지 않았을 것”(박혜숙 푸른역사 대표)인데도 “대표적 권력집단의 하나인 검사의 세계를 실상에 근접해 이해하도록 안내한다”(안대회 성균관대 교수). 유정연 흐름출판 대표는 “재미가 있을 뿐 아니라 진지한 사유로 사회의 그늘진 풍경에 대한 비판과 자성의 목소리를 들려준다”면서 추천했다. ■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백세희 지음·208쪽·흔 독립출판물이 출판시장에서도 폭발적 인기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 책이다. 저자가 자신의 기분부전장애 치료기를 담았다. “전문가인 의사의 이야기보다 실제 환자의 치료 후기에 더 깊이 독자들이 공감했다는 점”(김형보 어크로스 대표)이 특징. 고세규 김영사 대표는 “우리 내면의 어두운 면을 솔직하게 포착했다”며, 강인욱 경희대 교수는 “겉으로는 밝지만 숨 막히는 경쟁을 겪어 온 20대의 진솔한 속마음을 느꼈다”며 추천했다. “정신과 치료를 알려도 되는 일로 만든 것만으로도 많은 이에게 힘이 됐다”(김수진 대표)는 평도 나왔다. ▼‘올해의 책’에 아쉽게 선정되지 못 한 책▼ 이론물리학자 제프리 웨스트의 ‘스케일’(김영사)이 11위(4표)에 선정돼 아쉽게도 ‘올해의 책’ 10권에는 들지 못했다. 저자는 이 책에서 생물계와 사회 시스템이 모두 ‘규모 증감의 법칙’을 따른다고 주장한다. 권은희 까치글방 대표는 “가장 작은 규모의 세포에서 거대한 기업까지 생물학을 넘어 세상을 움직이는 보편 법칙을 탁월하게 추적하는 책”이라고 평가했다. “‘우리는 왜 도시에 사는가’에 대한 놀라운 통찰이 담겼다”(정재승 KAIST 바이오및뇌공학과 교수)는 평도 나왔다. 공동 12위에 오른 4권은 나란히 3표를 받았다. 1급 지체장애인인 김원영 변호사의 ‘실격당한 자들을 위한 변론’(사계절)을 추천한 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는 “저자의 진솔한 이야기를 통해 인간 존엄의 의미를 되새기게 하는 책”이라고 했다. 황서현 휴머니스트 주간은 “실격당한 자들을 위한 ‘마지막’ 변론이 되었으면 좋겠다”며 이 책을 평가했다. 백선희 번역가는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의 신작 ‘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김영사)을 꼽으며 “‘사피엔스’로 인류의 과거를, ‘호모데우스’로 인류의 미래를 탐색한 그가 인류의 현재에 던지는 더없이 명철한 진단”이라고 했다. 김희경 작가의 ‘이상한 정상 가족’(동아시아)은 “국가, 사회가 인정하고 보호하는, ‘정상’의 기준을 흔든 책”(김수진 푸른숲 부사장)이라는 평을 받았다. 한승태 작가가 양계장, 도축장 등에서 일하면서 쓴 ‘고기로 태어나서’(시대의창)는 “경험과 인식이 드러난 글쓰기의 전형을 보여준다. 책이 삶을 바꿀 수 있다는 힘을 느꼈다”(여태훈 진주문고 대표)는 지지를 받았다. 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장은 “한국 르포르타주의 가능성을 열어준 책”이라고 했다. ▼올해의 책 선정위원(가나다순·45명)▼강맑실(사계절 대표) 강성민(글항아리 대표) 강인욱(경희대 사학과 교수) 고세규(김영사 대표) 권은희(까치글방 편집팀장) 김기중(더숲 대표) 김보통(만화가) 김소영(문학동네 편집장) 김수진(푸른숲 부사장) 김수한(돌베개 편집주간) 김영건(속초 동아서점 운영자) 김영준(열린책들 주간) 김형보(어크로스 대표) 박상준(민음사 대표) 박영규(교보문고 대표) 박윤우(부키 대표) 박혜숙(푸른역사 대표) 백선희(번역가) 백원근(책과사회연구소 대표) 서현(한양대 건축학부 교수) 송영석(해냄 대표) 안대회(성균관대 한문학과 교수) 여태훈(진주문고 대표) 염종선(창비 이사) 오제연(성균관대 사학과 교수) 유정연(흐름출판 대표) 윤양미(산처럼 대표) 윤철호(출협 회장) 이광호(문학과지성사 대표) 이구용(KL매니지먼트 대표) 이로(유어마인드 대표) 이상욱(한양대 철학과 교수) 이수은(스윙밴드 대표) 이정모(서울시립과학관장) 이치억(충청남도역사문화연구원 선임연구원) 장은수(편집문화실험실 대표) 정병설(서울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정상준(을유문화사 편집주간) 정은숙(마음산책 대표) 정재승(KAIST 바이오 및 뇌공학과 교수) 주연선(은행나무 대표) 표정훈(출판평론가) 한기호(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장) 한성봉(동아시아 대표) 황서현(휴머니스트 주간) 조종엽기자 jjj@donga.com유원모기자 onemore@donga.com신규진기자 newjin@donga.com}

“선녀와 나무꾼 이야기는 우리나라에만 있는 게 아녜요. 비슷한 이야기가….” 올 초 공릉행복발전소 공릉도서관(서울 노원구 동일로)에서 어른들을 대상으로 인문학 특강 ‘한국 전래 동화의 이해’가 펼쳐졌다. 강사는 얼마 전 이 도서관에서 손녀들에게 책을 읽어주던 할아버지. 전통 문학을 연구한 교수로 은퇴해 시간이 나자 재능기부를 한 것이다. 6일 만난 한윤경 도서관 운영위원장(48)은 “공릉도서관은 주민들이 재능을 나누는 공간”이라고 소개했다. 내년 전국에 200여 개의 작은 도서관이 새로 태어날 예정이지만 중요한 건 알찬 프로그램을 비롯한 ‘내실’이다. 2016년 개관한 공릉도서관은 강의를 비롯해 주민 대상 프로그램의 상당수를 주민들의 재능 기부로 꾸려나가고 있다. 동네 주민이자 국립수목원에서 일하는 곤충학 박사 이봉우 씨는 방학을 맞은 아이들을 위해 ‘재밌는 곤충 이야기’ 강좌를 열었는데 70명 넘게 몰렸다. 고등학생도 팔을 걷어붙였다. 인근에 있는 경희여고 2학년 언니들이 초등학생들에게 영어동화를 들려줬다. 다음 해에는 그 후배들이 이 재능기부 프로그램을 물려받았다. 혜성여고 학생들은 과학실험을 가르쳤다. 전 국어교사인 주민이 주말에 ‘어린이 기자단’을 운영했고 한학을 공부한 주민과 환경전문센터 강사가 독서 모임을 주관했다. 공릉도서관은 1, 2층을 더해 약 372m²로 ‘작은도서관’치고는 작지 않은 규모다. 하지만 구청에서 월급을 받는 이는 사서 1명뿐. 물론 인력이 부족하다. 도서관은 주민들로 구성된 운영위원회와 자원봉사자들이 이끌어가고 있다. 도서 대출 업무와 북카페 운영을 비롯해 수많은 실무는 약 50명의 자원봉사자가 맡는다. 원래 도서관 자리는 다소 음침한 분위기가 나는 공터였다. 2013년 동네 꼬마 전재영 군(14)이 지나가던 구청장에게 “학교 끝나고 책 읽을 곳이 없다”고 건의한 게 설립의 계기가 됐다. 주민들은 건축 때부터 꼼꼼히 의견을 내 반영시켰다. 이전까지는 동네에 주민들이 편하게 만날 수 있는 공간이 없었다. 주민들은 독서를 함께하고 향이 좋은 북카페 커피를 함께 마시며 이웃이 됐고 “조용한 동네인 줄 알았는데 이렇게 많은 사람이 사는지 몰랐다”고들 했다. 자원봉사자 정은영 씨(46)는 “도서관은 ‘내 삶의 놀이터’”라고 말했다. 경로당과 지역아동센터도 도서관과 같은 건물에 있다. 문화와 복지 서비스가 어우러진 것이다. 도서관과 아동센터가 경로당에서 미니 공연을 펼치기도 한다. 사서 장유진 씨(27)는 “독서왕 프로그램 참여자가 남녀노소 200명”이라며 “연말 시상식은 주민들의 잔치가 된다”고 말했다.조종엽 기자 jjj@donga.com}

《국내 소설가, 그림책 작가 작품의 해외 진출이 활발해지고 있는 가운데 출판저작물 수출을 이끌어 온 ‘출판 한류(韓流)’의 강자는 어린이를 위한 학습만화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 주인공은 ‘살아남기’ ‘Why?’ ‘Who?’ 등 어린 자녀를 둔 부모라면 알 만한 유명 학습만화 시리즈들. 해외에서도 이들의 성공은 엄청나다. 》 미래엔은 2001년부터 ‘살아남기’ ‘보물찾기’ ‘내일은 실험왕’ 등 학습만화 시리즈 저작권을 미국 프랑스 일본 중국 등 14개국에 수출했는데 해외 누적 판매 부수가 3500만 부에 이른다. 특히 ‘살아남기’ 시리즈는 일본과 중국에서 각각 700만 부 이상, ‘보물찾기’도 중국에서만 700만 부 이상 팔렸다. 최근 5년간 저작권 수익이 125억 원이었다.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KPIPA)이 조사한 2014∼2016년 저작권 수출 건수에서도 48.5%(2821건)가 아동 분야였고 특히 만화가 18.6%(1083건)를 차지했다. 학습만화 수출이 활발한 지역은 동남아시아를 비롯해 대체로 교육열이 높은 아시아 지역이다. 예림당의 학습만화 ‘Why?’ 시리즈는 2001년 첫 권이 나온 이후 지금까지 총 13개 언어로 번역돼 46개국에 수출됐다. 가장 반응이 좋은 곳은 인도네시아. 예림당 관계자는 “현지의 높은 교육열에 부응했기에 ‘Why?’가 성공할 수 있었다”라며 “인도네시아에서는 중학생을 타깃으로 판매되고 있다”고 말했다. ‘Who?’ 시리즈(다산어린이), ‘마법 천자문’(아울북) 등도 동남아 시장에서 적지 않은 인기를 끈다. 미래엔 관계자는 “미국 회사와 합작해 2015년 낸 ‘브리태니커 만화백과’ 시리즈 역시 대만 등 5개국 주요 출판사와 저작권 수출 계약을 맺었다”고 밝혔다. 이러다 보니 해외 출판사와 학습만화를 공동 제작하는 사례도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예림당은 영·유아 사운드북, 플랩북(접힌 부분을 펼쳐 볼 수 있는 책)을 이탈리아 프랑스 등의 출판사와 공동 제작했고 일부 도서는 현지에서 6쇄 이상 중쇄하기도 했다. 하지만 걱정거리도 없지 않다. 2016년까지 출판저작권 수출의 50∼80%를 차지했던 중국 상황이 사드 갈등으로 타격을 입은 뒤 여전히 회복되지 않고 있다. 출판계에서는 지난해 10월 한중 정상회담 등을 통해 관계가 개선됐지만 여전히 ‘한한령’의 여파가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KPIPA에 따르면 2016년 상반기 정점을 찍었던 중국에 대한 출판저작권 수출은 2017년 ‘0’에 가깝게 떨어졌고 올해 하반기 일부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극히 미미한 수준이다. 정관성 수출지원팀장은 “북중미와 동남아에서 ‘찾아가는 도서전’을 여는 등 수출 지역 다변화에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긍정적인 시그널도 잡히고 있다. 최근 출판저작물 수출이 다소 편중되는 경향을 벗어나 ‘K-스릴러’를 비롯한 다양한 장르로 분야가 확대되는 모양새다. 출판저작물 수출 에이전트인 이구용 케이엘매니지먼트 대표는 “한국에 대한 관심도가 전반적으로 높아지면서 문학을 중심으로 자기계발서, 건강 미용 생활을 비롯한 실용서까지 수출 영역이 넓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국사편찬위원회(위원장 조광)는 고려 건국 1100년을 기념해 개성의 고려 유적 사진 320여 장을 수록한 자료집 ‘개성의 역사와 유적’(사진)을 간행했다고 11일 밝혔다. 1909년 순종의 순행(巡幸) 사진과 1925∼1935년경 조선사편수회가 촬영한 사진을 중심으로 만월대, 개성성곽, 남대문, 첨성대, 왕건릉, 공민왕릉, 선죽교 등의 모습을 담고 있다. 학계 연구 성과와 발굴 결과를 정리한 글도 함께 수록했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강맑실 사계절 대표(62), 한성봉 동아시아 대표(57), 김형보 어크로스 대표(45) 등 3인이 ‘최고의 출판인’ 공동 1위로 꼽혔다. 출판인 25명에게 물은 결과다. 강맑실 대표는 “30년 넘게 1600여 종의 책을 발간하며 어린이, 청소년 문학과 교양분야에서 꾸준히 스테디셀러를 냈고, 국내 작가 발굴과 해외 진출에 큰 기여를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사계절 출판사의 편집기획력과 함께 강 대표가 한국출판인회의 회장으로 일하며 출판계 공익에 헌신하고 있다는 점을 높이 산 응답자가 많았다. 한성봉 대표는 최근 몇 년간 출판시장에 새로운 활기를 가져왔다는 평가를 받았다. 한 편집자는 “동아시아 출판사는 ‘아픔이 길이 되려면’(김승섭 지음), ‘떨림과 울림’(김상욱), ‘이상한 정상가족’(김희경) 등을 통해 여러 분야에서 알려지지 않았던 저자를 소개하고, 새로운 담론을 만들어냈다”고 추천 사유를 밝혔다. 독자에게 친숙한 과학책을 만들어 시장을 넓힌 점도 높이 평가됐다. 비교적 젊은 세대인 김형보 대표가 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 건 주목할 만하다. 편집자 출신으로 웅진지식하우스 대표로도 일했던 김 대표는 “비교적 짧은 기간에 다양한 기획을 선보여 미래가 더욱 기대되는 출판인” “출판 기획과 운영의 탁월한 균형감각” “‘말이 칼이 될 때’(홍성수 지음) ‘열두 발자국’(정재승 지음) 등 방향성이 뚜렷한 책으로 저자와 독자를 연결하는 힘이 있다”란 평가를 받았다. 다양한 실용서적을 주로 내 온 이종원 길벗 대표(56)가 4위에 올랐다. 이 대표는 ‘지속 가능한 규모의 출판’ 모델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철저한 기획으로 컴퓨터, 어학, 학습, 여행, 인문 등 출간 분야마다 질과 양 모두 눈부신 성과를 냈다”는 것. 1인 출판물의 강세와 동네 책방의 확산을 반영하듯 ‘최고의 출판인’에 독립출판인과 독립서점을 꼽은 응답도 있었다. ‘올해 가장 두드러진 성과를 낸 출판사’에는 ‘흐름출판’(대표 유정연)이 꼽혔다. 이 출판사는 최근 베스트셀러가 된 ‘골든아워’(이국종 지음)를 냈다. “‘숨결이 바람 될 때’ ‘라틴어 수업’ 등 해마다 굵직한 논픽션을 출간한 출판사의 내공을 바탕으로 두각을 드러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올해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백세희 지음)로 돌풍을 일으킨 1인 출판사 ‘흔’이 4위에 오른 것도 눈에 띈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신간 ‘아톰 익스프레스’(조진호 지음·위즈덤하우스)는 원자의 존재 탐구 역사를 담은 그래픽노블입니다. 주인공은 기차를 타고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부터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을 비롯한 현대 물리학자까지 연구사에 업적을 남긴 인물을 차례로 만납니다. 영국 물리학자 맥스웰(1831∼1879)을 두고는 “(연구 방식이) 전설적인 축구스타 지단을 떠올리게 한다”고 하네요. 중력을 다룬 전작 ‘그래비티 익스프레스’(2012년), 유전자를 다룬 ‘게놈 익스프레스’(2016년)부터 팬층이 뚜렷한 시리즈입니다. 깊이를 추구하면서도 독자가 혼란스러워질 만하면 멈추면서 흥미를 유지해나가는 이야기 솜씨가 대단합니다. 자명한 것으로 암기했던 과학적 개념이 사실은 치열한 논쟁 끝에 변화해온 설명 모델이라는 걸 알려줍니다. 고교 생물교사로 일했던 저자는 이 시리즈를 내기 전에 만화를 그려본 적이 없고, 장편의 글도 써본 적이 없었다고 합니다. 혜민 스님이 신간에 담은 말마따나 “꿈은 자동판매기에서 뽑으면 나오는 완성품이 아니고,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작은 것부터 시작하면 하나씩 보이는 것”이군요.조종엽 기자 jjj@donga.com}

시린 바람 부는 연말, 되새겨 읽어볼 만한 에세이 두 권이 잇따라 나왔다. “우리가 다른 사람들의 일에 지나치게 간섭하는 것은 어쩌면 자신의 삶을 충실히 살고 있지 않기 때문일지 모른다. 자신의 삶을 사는 것은 용기가 필요하지만 남 인생 간섭하는 것은 입만 있으면 된다.” 혜민 스님이 3년 만에 출간한 에세이 ‘고요할수록 밝아지는 것들’에 담은 일침이다. 그는 무작정 ‘괜찮아’라고 위로하기보다, 괜찮아지려면 어떤 마음가짐과 행동을 해야 하는지 조근조근 들려준다. 그래서 그의 글을 ‘힐링 에세이’로 부르는 건 절반만 맞다. 문장은 때로 채찍이다. “어른 스님께서 말씀하셨다. ‘하든지 안 하든지 둘 중에 하나지 그냥 노력하겠다는 말로 대충 넘어갈 생각하지 마라’.” 저자 스스로 오래도록 곱씹으며 고민한 흔적과, 독자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자세에서 묻어나오는 진심은 조언에 무게감을 더한다. 읽다 보면 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친구와 숲길을 걷는 듯하다. 저자는 말한다. ‘나도 그랬다.’ 어릴 적 형편이 나았던 큰아버지 댁에만 가면 ‘피아노가 놓인 방’에 질투가 나 우울했던 이야기, 유학 시절 룸메이트와 사소한 일로 갈등하다가 싸우고 멀어진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베스트셀러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등을 낸 뒤에도 저자는 꾸준히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대중과 고민을 나누며 호흡해왔다. 그만큼 내공은 깊어졌다. ‘멈추면…’의 제목이 불교 수행용어 ‘지관(止觀)’을 현대어로 풀었듯이 이번 책의 제목은 ‘적적성성(寂寂惺惺·고요함 가운데 깨어 있음)’을 풀었다고 한다. ‘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 역시 제목에서 만만치 않게 ‘깨달음’의 냄새를 풍긴다. “우리는 시체를 짊어지고 다니는 불쌍한 영혼들에 불과하다”는 로마 철학자의 말을 인용한 프롤로그만 보면 이것도 스님의 책이라고 오해할 수도 있겠다. 사실 저자는 칼럼 ‘추석이란 무엇인가’로 올 추석 SNS를 뜨겁게 달군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다. 책은 주로 칼럼을 모았고, 영화 비평이나 인터뷰도 담겼다. 정치사상 연구자에게 질서가 당연하지 않은 건 당연하다. 얼핏 봐서는 논지를 한두 문장으로 정리하기 어려운 그의 문장은 독자가 당연해 보이는 것을 삐딱하게 보도록 이끈다. 그는 샤워하다 발견한 자신의 뱃살을 들여다보다가 ‘적대를 일삼는 이 사회의 정치언어는 사실 모두가 한패라는 사실을 감추기 위한 것이 아닐까’ 의심한다. 심장도 머리도 뱃살처럼 지방으로 가득 차 있는 모습을 떠올리면서 말이다. 이런 삐딱함은 더 나은 세상을 향한 열망의 또 다른 모습이다. “부고는 늘 죽음보다 늦게 온다. … 나와 공동체는 이미 죽었는데 현재 부고가 도달하는 데 시간이 걸리는 것뿐. … 혹시 남아 있을지 모르는 자신의 생과 이 공동체의 미래에 대해 생각해 보는 거다.”(책과 제목이 같은 칼럼에서)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높이 2m의 합숙소 판자벽 위에는 철사가 박혀 있었다. 1944년 황해도 곡산에서 콩밭을 매던 저자(1928∼2014)가 징용으로 끌려간 곳은 일본 규슈 사가현의 스미토모(住友) 탄광. 그는 굶주림에 시달리고, 어머니 유품인 반지를 나라에 바치지 않았다는 이유로 ‘비국민’이라는 욕설과 함께 혼쭐이 난다. 자기도 모르게 고향 방향인 ‘북(北)’자를 땅바닥에 쓸 정도로 탈출을 염원하다가 7개월 만인 1945년 1월 1일 간신히 외출 허가를 받고 탈출한다. 운 좋게도 항구의 조선인 노동자들 틈에 섞여든다. 책에는 저자가 우여곡절 끝에 광복을 맞고 귀국하기 위해 하카타(博多)항에 도착하기까지의 과정이 담겼다. 끝내 귀국선을 타지 못한 그는 일본에서 고철상을 운영하며 살았다. 딸 동순 씨는 중학교 3학년이던 1977년 선생님의 권유로 아버지의 역사를 정리하기 시작해 수 년에 걸쳐 원고를 완성했다. 아베 일본 총리는 최근 징용의 강제성을 부정하며 ‘조선반도 출신 노동자 문제’라고 했다. 저자는 말한다. “징용인들 중에 일본에 오고 싶어서 스스로 온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다.” 스미토모광업은 강제동원 핵심 3대 기업 가운데 하나다. 전후에도 승승장구했다. 저자는 “패전 후 일본은 ‘앞으로 일절 너희들에게 관여하지 않겠다’는 한마디로 징용인들을 원상복구할 책임에서 도망쳤다”고 꼬집었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시린 바람 부는 연말, 되새겨 읽어 볼만한 에세이 두 권이 잇달아 나왔다. “우리가 다른 사람들의 일에 지나치게 간섭하는 것은 어쩌면 자신의 삶을 충실히 살고 있지 않기 때문일지 모른다. 자신의 삶을 사는 것은 용기가 필요하지만 남 인생 간섭하는 것은 입만 있으면 된다.” 혜민 스님이 3년 만에 출간한 에세이 ‘고요할수록 밝아지는 것들’에 담은 일침이다. 그는 무작정 ‘괜찮아’라고 위로하기보다, 괜찮아지려면 어떤 마음가짐과 행동을 해야 하는지 조근조근 들려준다. 그래서 그의 글을 ‘힐링 에세이’로 부르는 건 절반만 맞다. 문장은 때로 채찍이다. “어른 스님께서 말씀하셨다. ‘하든지 안 하든지 둘 중에 하나지 그냥 노력하겠다는 말로 대충 넘어갈 생각하지 말아라.’” 저자 스스로 오래도록 곱씹으며 고민한 흔적과, 독자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자세에서 묻어나오는 진심은 조언에 무게감을 더한다. 읽다보면 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친구와 숲길을 걷는 듯 하다. 저자는 말한다. ‘나도 그랬다’. 어릴 적 형편이 나았던 큰아버지 댁에만 가면 ‘피아노가 놓인 방’에 질투가 나 우울했던 이야기, 유학 시절 룸메이트와 사소한 일로 갈등하다가 싸우고 멀어진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베스트셀러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등을 낸 뒤에도 저자는 꾸준히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대중과 고민을 나누며 호흡해왔다. 그만큼 내공은 깊어졌다. ‘멈추면…’의 제목이 불교 수행용어 ‘지관(止觀)’을 현대어로 풀었듯이 이번 책의 제목은 ‘적적성성(寂寂惺惺·고요함 가운데 깨어 있음)’을 풀었다고 한다. ‘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 역시 제목에서 만만치 않게 ‘깨달음’의 냄새를 풍긴다. “우리는 시체를 짊어지고 다니는 불쌍한 영혼들에 불과하다”는 로마 철학자의 말을 인용한 프롤로그만 보면 이것도 스님의 책이라고 오해할 수도 있겠다. 사실 저자는 칼럼 ‘추석이란 무엇인가’로 올 추석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뜨겁게 달군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다. 책은 주로 칼럼을 모았고, 영화 비평이나 인터뷰도 담겼다. 정치사상 연구자에게 질서가 당연하지 않은 건 당연하다. 얼핏 봐서는 논지를 한두 문장으로 정리하기 어려운 그의 문장은 독자가 당연해 보이는 것을 삐딱하게 보도록 이끈다. 그는 샤워하다 발견한 자신의 뱃살을 들여다보다가 ‘적대를 일삼는 이 사회의 정치언어는 사실 모두가 한패라는 사실을 감추기 위한 것이 아닐까’ 의심한다. 심장도 머리도 뱃살처럼 지방으로 가득 차 있는 모습을 떠올리면서 말이다. 이런 삐딱함은 더 나은 세상을 향한 열망의 또 다른 모습이다. “부고는 늘 죽음보다 늦게 온다.…나와 공동체는 이미 죽었는데 현재 부고가 도달하는데 시간이 걸리는 것 뿐.…혹시 남아있을지 모르는 자신의 생과 이 공동체의 미래에 대해 생각해 보는 거다.”(책과 제목이 같은 칼럼에서)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한 권 값에 다 봤지.” “베스트셀러를 무제한으로 읽어 보세요.” 최근 넷플릭스(영상)나 멜론(음원)처럼 월 1만 원 안팎을 결제하면 원 없이 전자책(e북)을 볼 수 있는 전자책 월정액 구독 서비스가 대중화하고 있다. 2014년 미국 아마존이 선보인 ‘킨들 언리미티드’와 같다. 물론 탈퇴하면 더 이상 전자책을 볼 수 없다. 선발 주자는 스타트업 기업 ‘밀리의 서재’다. 지난해 2월 베타 서비스, 올 7월 무제한 서비스를 본격 시작했다. 월 9900원(앱스토어 수수료 제외)을 내면 현 시점 기준 2만5000여 권을 자유롭게 읽을 수 있다. 누적 회원 수(탈퇴 회원 포함)가 최근 26만 명을 넘었다. 동시에 전자책 시장의 강자 ‘리디북스’도 올 7월 ‘리디셀렉트’를 내놓으며 월정액 구독자 모집 경쟁에 뛰어들었고 대형 온라인 서점 ‘예스24’가 11월 하순 월정액 ‘북클럽’(월 5500원 또는 7700원)을 내놓으면서 시장이 화끈 달아오르고 있다. 당장 볼 수 있는 도서는 밀리의 서재가 가장 많다. 업체들은 각자 장점을 내세워 독자들의 회원 가입을 유도하고 있다. 매달 6500원으로 12월 기준 3100여 권을 볼 수 있는 리디셀렉트는 ‘최신 화제작’을 강조한다. 지난달 출간된 미셸 오바마의 자서전 ‘비커밍’을 종이책과 동시에 서비스했다. 베스트셀러로 떠오른 이국종 교수의 ‘골든아워’는 올해 말까지 전자책 월정액 서비스 가운데 독점해 제공한다. 밀리의 서재는 귀로 들을 수도 있는 ‘리딩북’을 월정액 모델 안에서 서비스하고 있다. 여러 낭독자가 책을 30분 안팎 분량으로 해설하고 일부 분량을 읽어주는 서비스다. 배우 이병헌의 목소리로 녹음된 ‘사피엔스’(유발 하라리 지음)의 리딩북은 서비스 일주일 만에 1만5000명이 들었다고 업체 측은 밝혔다. 월정액 모델이 향후 독서 시장에 얼마나 큰 변수가 될지 현재로서는 알 수가 없다. ‘1개월 무료’ 혜택을 받은 뒤 회원을 탈퇴하는 사람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 업체들은 정확한 가입자 수 증가세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월정액 대여만큼 전자책의 판매가 줄어드는 ‘제 살 깎아먹기’가 될 소지도 있다. 그러나 리디북스는 “리디셀렉트로 볼 수 있는 책은 그렇지 않은 책에 비해 판매도 더 많이 되고 있다”면서 “리디셀렉트 가입자들의 독서량이 가입 전보다 한 달 평균 2.3배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출판 생태계에 악영향을 미칠까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월정액 구독 서비스는 도서의 ‘판매’가 아닌 ‘대여’ 개념이어서 도서정가제를 직접 적용받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향후 출판업계에 미치는 영향에 따라 정가제 위반 논란이 일어날 소지도 아예 없지는 않다. 전자책 업체가 ‘수십 년 대여’라는 형식으로 사실상의 편법 할인 판매를 하자 올 5월 출판계 등이 ‘건전한 출판유통 발전을 위한 자율협약’을 통해 대여 기간을 최대 90일로 정한 사례도 있다. 백원근 책과사회연구소 대표는 “월정액 무제한 대여 모델은 전자책 업체가 저자와 출판사에 공정하게 수익을 배분하면서 함께 성장하는 모델을 만들어야만 오래 지속될 수 있다”고 말했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