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종엽

조종엽 차장

동아일보 문화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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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조종엽 차장입니다.

jjj@donga.com

취재분야

2025-11-24~2025-12-24
문학/출판30%
역사21%
정치일반10%
문화 일반10%
사회일반10%
칼럼7%
검찰-법원판결3%
인사일반3%
산업3%
만화3%
  • [어린이 책]전쟁터에서 도망친 장군, 농부 할아버지를 만나다

    부하들이 모두 죽고 싸움터에서 간신히 도망친 장군이 농부 할아버지의 오두막에 숨어든다. 농부는 장군에게 먹을 것과 잠자리를 준다. 전선이 가까이 다가오자 장군은 다시 도망치며 농부에게 자신을 보호하라고 명령한다. 장군은 음식도 혼자 많이 먹는다. 바닷가에 이르자 농부에게 배를 만들라고 하고 자신은 쉰다. 바다를 표류하다 무인도에 정착해서도 장군은 농부만 일하게 하고 편히 쉬는데…. 어느 날 멀리서 다가오는 배 한 척. 두 사람에게 어떤 일이 벌어질까. 누가 진짜 백성들의 ‘장군님’일까. 1988년 출간된 단편 동화를 그림책으로 펴냈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 2018-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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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DNA로 먼 과거도 밝혀” 40년째 유효한 유전자론

    1976년 처음 출간돼 25개 이상의 언어로 번역되며 인류의 세계관에 지대한 영향을 준 ‘이기적 유전자’ 40주년(2016년) 기념 판본이다. “인간은 이기적 유전자의 복제 욕구를 수행하는 생존 기계”라는 이 책의 메시지는 그 선명함만큼이나 인간의 이기성만 강조했다는 비판도 받았다. 그러나 30주년 기념판 서문에서 저자는 “생물 개체들은 종의 이익을 위해 이타적으로 행동할 것이라고 기대할 수 있다. 유전자의 이기주의는 개체의 이타주의로 모습을 바꾸기도 한다”면서 “그러나 생명의 여러 계층 구조 속에서 자연선택이 작용하는 ‘이기적’ 수준은 결국 유전자”라고 재반박했다. 40주년 기념판에도 에필로그가 새로 수록됐다. 그는 “생명을 유전자의 관점에서 보는 건 단지 이타성이나 이기성의 진화를 밝힐 수 있는 것만이 아니다”라며 “아주 오래된 과거 또한 밝힐 수 있다”고 강조했다. 분자유전학이 지속 발전하면 한 동물 유전체로부터 그 조상이 살았던 환경도 읽어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는 것이다. “원칙대로라면 두더지의 DNA는 축축하고 깜깜하며 지렁이 냄새, 잎이 썩는 냄새, 딱정벌레 애벌레 냄새로 가득한 지하 세계를 드러내야 한다.…아라비아 낙타의 DNA에는 고대 사막, 모래바람, 사구, 목마름이 코딩돼 있을 것이다.” 또 다른 오해를 낳을 소지만큼이나 매력적인 문장이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 2018-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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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린이 책]알사탕 한알 입에 쏘옥~ 행복한 소리 귀에 쏘옥?

    쉽게 먼저 말을 건네지 못하는 성격의 동동이는 친구가 없어 구슬치기를 하며 혼자 논다. 동동이가 가게에서 산 알사탕을 입에 넣는 순간 소파가 말을 걸고, 강아지 구슬이와 이야기를 나누는 경험을 한다. 집에 돌아온 아빠는 잔소리를 왕창 늘어놓지만 동동이가 다시 알사탕을 먹자 아빠의 마음속 소리가 들린다.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알사탕만 먹으면 돌아가신 할머니의 목소리도, 나무가 “안녕” 하고 인사하는 소리도 들을 수 있다. 하나 남은 투명한 알사탕. 하지만 이번에는 아무리 빨아도 아무 소리도 나지 않는데…. 알사탕이 동동이에게 일으킨 진짜 마법은 무엇일까?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 2018-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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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임시정부 품에서 자란 소년’ 90세에 회고록

    ‘영원한 임시정부 소년.’ 항일 비밀결사 ‘조선민족대동단’ 총재였던 동농(東農) 김가진(1846∼1922)의 손자로 김구, 이동녕, 이시영 선생 등 독립운동가들의 품에서 자란 김자동 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사업회 회장(90·사진)이 이 같은 제목의 회고록(푸른역사·2만 원)을 냈다. 김 회장은 책 머리말에서 “대한민국임시정부를 몸으로 겪은 이가 이제는 거의 없다”며 “누구라도 그때의 임시정부를 증언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김 회장은 1928년 10월 상하이의 프랑스 조계에서 태어나 김가진 선생, 아버지 김의한 선생, 어머니 정정화 여사와 함께 상하이에서 항저우, 난징, 창사, 충칭으로 임시정부와 한 몸처럼 옮겨 다녔다. 이만열 숙명여대 명예교수는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17일 열린 출판기념회에서 “기록만으로는 찾아내기 어려운 임정 독립운동가들의 삶과 생각이 고스란히 책에 담겨 있다”고 축사를 했다. 김 회장이 보성중학교, 서울대 법대를 다니며 겪은 해방정국과 민족일보 등에서의 기자생활, 이후 사업과 사회활동, ‘한국전쟁의 기원’을 번역했던 군부독재 시절 이야기 등도 책에 담겼다. 한완상 3·1운동 및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기념사업추진위원장은 “김 회장의 회고록은 민족이 겪은 일제 강점과 분단의 고통에 대한 값진 증언”이라고 평가했다. 출간기념회가 열린 이날은 김 회장의 아흔 번째 생일이기도 했다. 김 회장은 “살날이 얼마 안 남았는데, 한반도에 어쩌면 이제 평화가 정착될 것 같고 통일의 기운이 보이는 듯하다”고 말했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 2018-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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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올해 60주년 맞는 전국역사학대회 ‘대중과 역사학’ 주제 19, 20일 열려

    1958년 서울대에서 시작돼 역사학계 최대 연례행사가 된 전국역사학대회가 올해로 60주년을 맞는다. 전국역사학대회협의회(조직위원장 송양섭)는 제61회 전국역사학대회(주최 역사학회)를 19, 20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에서 연다고 밝혔다. 이번 역사학대회의 공동주제는 ‘역사 소비 시대, 대중과 역사학’이다. ‘역사 대중화’와 관련한 문제의식이 주제 선정의 배경이다. 오늘날 상품 형태로 소비하는 역사의 현실을 짚어본다. 주최 측은 “사람들은 역사를 읽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먹고, 냄새 맡고, 듣고 보며 즐긴다. 역사는 영화, TV 드라마, 다큐멘터리, 광고 등 일종의 ‘상품’이 되어 대중을 파고들고 있다”며 “이 같은 역사 소비 시대를 맞아 역사학은 고유의 방법론이나 전문성에 기대는 것만으로는 독자 영토를 지켜내기 어려운 형편에 처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역사학대회는 이에 따라 역사학이 대중의 일상에 깊숙이 뿌리내리는 ‘공공역사학’의 확산을 모색하는 자리가 될 예정이다. 주최 측은 “역사학자가 대중을 계도한다는 사고에서 벗어나, 대중문화가 역사를 활용하고 소비하는 방식을 이해하면서 사람들의 삶과 호흡을 같이해야 역사학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 2018-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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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모든 소리 표기하는 완벽한 문자” 한글 우수성 알린 헐버트 박사

    “한글은 완벽한 문자.” 케이팝 등의 효과로 한글을 배우는 세계인이 늘고 있는 가운데, 한글의 우수성을 학술적으로 서양에 알린 최초의 글이 새로 확인됐다. 김동진 헐버트박사기념사업회장(68·사진)은 ‘고종의 밀사’ 호머 헐버트 박사(1863∼1949)가 1889년 미국 ‘뉴욕트리뷴’에 기고한 글 ‘The Korean Language(조선어)’를 최근 동아일보에 공개했다. “조선에는 모든 소리를 자신들이 창제한 고유의 글자로 표기할 수 있는 완벽한 문자가 존재한다”는 문장으로 시작하는 이 기고문은 한글의 과학성을 깊이 있게 논증했다. 지금까지 학계는 헐버트 박사가 3년 뒤인 1892년 1월 최초의 영문 월간지 ‘한국소식(The Korean Repository)’을 창간하고 발표한 논문 ‘The Korean Alphabet(한글)’을 한글의 우수성을 해외에 알린 최초의 학술적 글로 파악해왔다. 이번 기고문이 실린 뉴욕트리뷴은 시기도 앞서는 데다 당시 미국에서 발행부수가 가장 많아 해외 여론에 큰 영향력을 지녔던 신문이다. 김 회장이 공개한 지면에는 영어 알파벳 사이에 한글 모음 ‘ㅏ’ ‘ㅗ’ ‘ㅣ’ ‘ㅜ’가 선명하다. 헐버트 박사는 이 기고문에서 “글자 구조상 한글에 필적할 만한 단순성을 가진 문자는 세상 어디에도 없다”며 한글 자모가 얼마나 읽고 쓰기 쉬운지 소개했다. 김 회장은 “국제사회에 최초로 한글 자모를 소개한 것”이라며 “한글과 한국어의 우수성을 제대로 평가한 최초의 글”이라고 평가했다. 신문 기사 250줄가량의 장문인 기고문은 내용이 학술 논문 수준이다. 헐버트 박사는 “영미에서 그토록 오랫동안 갈망하고 식자들이 심혈을 기울였으나 그다지 성공을 거두지 못한 과제가 이곳 조선에서는 수백 년 동안 현실로 존재했다”며 글자와 발음의 일대일 대응을 설명했다. 알파벳은 모음 철자가 ‘a, e, i, o, u’밖에 없기에 읽을 때마다 다르게 소리가 나지만, 한글은 ‘ㅏ’에 획 하나를 더하면 ‘ㅑ’가 되는 것처럼 간편히 발음마다 여러 모음 글자를 따로 쓰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어가 지닌 구조적 아름다움과 단순성도 함께 설명했다. 기고문은 김 회장이 헐버트 박사의 손자 브루스 헐버트 씨로부터 2009년 스크랩된 형태로 넘겨받았다. 하지만 그동안 기고 시점을 정확히 확인할 수 없었다. 김 회장은 최근 헐버트 박사가 쓴 편지를 연구하다가 1889년 6월 9일 어머니에게 보낸 편지에서 ‘The Korean Language’라는 글을 써서 신문사에 보낸다는 구절을 확인했다. 김 회장은 “헐버트 박사는 같은 해 형에게 보낸 편지에서도 당시 쓰이지 않는 훈민정음의 자모 3개(옛이응, 여린히읗, 반시옷)를 찾아냈다며 흥분을 감추지 못할 정도로 훈민정음 연구에 열정적이었다”고 설명했다. 헐버트 박사는 뉴욕트리뷴 기고 2년 뒤인 1891년 조선 최초의 순 한글 교과서 ‘사민필지’를 출판하기도 했다. 미국인인 헐버트 박사는 고종의 최측근으로 헤이그에 파견된 특사 가운데 한 명이다. 이상설의 헤이그 특사증도 헐버트 박사가 이회영을 통해 전했다. 조선에서 교육자, 언론인, 독립운동가, 선교사로 활약했다. 역사학자, 한글학자로도 활동해 서양인으로서 한국학을 개척한 인물로도 평가된다. 한글의 존재를 서양에 최초로 알린 글로는 헨드릭 하멜의 ‘하멜 표류기’가 꼽힌다. 하지만 관련 내용이 소략하고, “배우기가 매우 쉽고, 전에 결코 들어보지 못한 것도 표기할 수 있다”고 소개하는 정도에 머물렀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 헐버트 박사의 ‘뉴욕 트리뷴’ 1889년 기고 발췌 ▼ 조선어 조선에는 모든 소리를 자신들이 창제한 고유의 글자로 표기할 수 있는 완벽한 문자가 존재한다. 음소문자인 조선 문자는 음절문자인 일본 문자와 매우 다르며, 각 음절은 자음과 모음의 조합으로 이루어진다. …한글은 완벽한 문자가 갖춰야 하는 조건 이상을 갖추고 있다. 훌륭한 문자는 간단해야 하고 소리의 미묘한 차이를 정확하게 혼란 없이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 다시 말해 모든 소리를 모호함 없이 표현할 수 있을 정도만 글자 수가 있어야 한다. 즉, 최소의 글자로 최대의 표현력을 발휘해야 한다. … 글자 구조상 한글에 필적할 만한 단순성을 가진 문자는 세상 어디에도 없다. 모음은 하나만 빼고 모두 짧은 가로선과 세로선 또는 둘의 결합으로 만들어진다. ‘ㅏ’는 ‘a’의 긴 발음, ‘ㅗ’는 ‘o’의 긴 발음, ‘ㅣ’는 ‘i’의 대륙식 발음, ‘ㅜ’는 ‘u’ 발음과 같다. 이렇게 글자를 모두 쉽게 구별할 수 있기에 읽기 어려운 글자 때문에 발생하는 끝없는 골칫거리가 한글에는 없다. …조선어 철자법은 철저히 발음 중심이다. 영국이나 미국에서 그토록 오랫동안 갈망하고 식자들이 심혈을 기울였으나 그다지 성공을 거두지 못한 과제가 이곳 조선에서는 수백 년 동안 현실로 존재했다. 즉, 글자 하나당 발음이 딱 하나씩이다. … 표음문자 체계의 모든 장점이 여기 한글에 녹아 있다. … ‘ㅑ’ 등의 이중 모음을 만들기 위해서는 매번 글자를 하나 더 쓰는 대신에 간단하게 획 하나만 추가하면 된다. 예를 들어 긴 ‘a’ 발음은 ‘ㅏ’이고, 긴 ‘ya’ 발음은 ‘ㅑ’이다. 긴 ‘o’는 ‘ㅗ’, 긴 ‘yo’는 ‘ㅛ’이다. 아주 간단한 이 방법은 조선어를 복잡하게 만들지 않고, 간결성을 크게 높여 준다. …단어 ‘quick’의 발음을 들으면 ‘kuik’으로 써야 하는데도 영어에서 그러지 않는 것이 조선인에게는 단어 ‘fun’을 ‘phugn’으로 쓰는 것만큼 어리석게 느껴질 것이다. … 번역: 김동진 헐버트박사기념사업회장}

    • 2018-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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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권위에 도전하고 질문하라”… ‘창업 천국’ 이스라엘의 혁신 DNA

    이스라엘의 아밋 고퍼 박사는 1996년 교통사고로 등 아래쪽이 마비된 뒤 장애인이 휠체어를 타는 대신 다시 걸을 수 있도록 돕는 기기에 대한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그리고 2004년 시제품 기기를 완성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하체 마비 장애인용 로봇 ‘리워크(ReWalk)’의 탄생이다. 허리 아래가 마비된 영국 여성 클레어 로마스는 이 기기를 착용하고 2012년 런던 마라톤 풀코스를 16일에 걸쳐 완주했다. 이스라엘 하면 먼저 가자지구 봉쇄를 비롯한 팔레스타인과의 갈등이 떠오르는 게 자연스럽다. 다음 이미지는 아마 ‘스타트업 천국’일 것이다. 이스라엘에서 탄생한 각종 기술 혁신을 다룬 책이다. ‘리워크’는 안전성에 대한 논란이 남아 있지만 유럽과 미국에서 승인이 나 판매가 되고 있다. 연구 개발부터 시장에 내놓기까지의 난관을 고퍼 박사는 어떻게 헤쳐 나갔을까. 고퍼 박사는 처음에는 발명에 드는 비용을 모두 부담했다. 2006년 ‘테크니온 인큐베이터’ 프로그램에 선정돼 자금과 멘토링, 교육 등 창업 초기 단계의 지원을 받았다. 이스라엘 정부의 ‘트누파 인센티브’ 프로그램에서 보조금을 받기도 했다. 정부는 이 프로그램에 선정된 기업이 성공하면 보조금을 대출로 간주하고, 실패하면 정부 손실로 처리한다. 어떤 경우에도 스타트업 기업의 지분을 받지는 않는다. 고퍼 박사는 이 프로그램을 통해 이미 성공한 기업들과 네트워크도 구축할 수 있었다. 창업자들에게 이스라엘이 왜 낙원인지 리워크의 사례는 보여준다. 물론 정부가 ‘판을 깐다고’ 다 되는 건 아니다. 이스라엘인 특유의 ‘후츠파 정신’(대담함, 당돌함, 도전정신을 뜻함)이 배경에 있다. 한국 산업화의 한 비결이었고, 지금은 ‘삽질 문화’로 조롱받기도 하는 “하면 된다” 정신과 후츠파 정신은 좀 차이가 있다. 기업가이자 중동 전문가인 저자는 “이스라엘의 혁신적인 성공 바탕에는 권위에 도전하고 질문하며, 누구나 아는 뻔한 일은 거부하는 문화가 있다”고 말했다. 혁신을 통해 이스라엘은 자연적 조건을 이겨냈다. 척박한 사막에서 물을 최대한 절약할 수 있는 현대적 점적관수(點滴灌水·농작물에 물방울을 떨어뜨리는 등 소량의 물을 공급) 기술, 저가의 밀폐형 곡물포대, 태양열 집열기 개발이 그것이다. 최초의 인터넷 방화벽, 캡슐 내시경, 음경 포피에서 추출한 인터페론(항바이러스성 단백질) 등 첨단 혁신 사례도 두루 책에 담겼다. 물론 철저히 유대인의 시각에서 쓰였기에 읽기 썩 편치 않은 구석도 적지 않다. 일례로 책은 ‘아이언 돔’(이스라엘의 로켓포 요격 시스템)을 주요 혁신 사례로 소개하며 “아랍인과 유대인 모두를 협상 테이블로 나오게 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믿는다”고 했다. 그 협상은 이스라엘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협상일 것이다. 모터사이클을 미니 앰뷸런스로 활용하는 ‘앰뷰사이클’은 훌륭한 아이디어이지만, 현실의 이스라엘군은 부상한 시위대를 치료하러 온 팔레스타인 의료진에 총이나 최루탄을 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난감 매장 ‘토이저러스’에서 구입한 부품을 사용해 요격 미사일의 제조 단가를 낮춘 것은 철저한 실용적 사고의 단면을 보여준다. 겉으로만 그럴싸해 보이는 결과에 집착하면서 막상 실학(實學)은 잃어버린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만든다.조종엽 기자 jjj@donga.com}

    • 2018-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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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화문 서재]‘그립다’와 ‘그리다’

    부활 3집에 ‘그리움 그리운 그림’이라는 곡이 있지요. ‘그리다(戀)’와 ‘그리다(畵)’의 어원이 혹시 같은 게 아닐까요? 그리운 건 그림으로 그리고 싶을 테니까요. 한데 아닌가 봅니다. 그림은 선(線)을 쓰는 것이어서 ‘그리다(畵)’의 어근 ‘글’은 ‘(선을) 긋다’의 어근 ‘긋’과 마찬가지로 ‘선’이라는 뜻일 가능성이 있다고 하네요. 한편 그리워하는 건 본디 누군가를 생각하는 언어적 행위이기에, ‘그리다(戀)’의 어근 ‘글’은 본디 뜻이 ‘말’이라고 합니다. 고(故) 서정범 경희대 명예교수(1926∼2009)가 지은 ‘새국어어원사전’(보고사)에 나오는 내용입니다. 책은 고인이 2000년 낸 ‘국어어원사전’의 새로운 판본으로 최근 발간됐습니다. 또 다른 신간 ‘B끕 언어, 세상에 태클 걸다’(권희린 지음·우리학교)는 청소년들이 쓰는 비속어의 어원과 맥락에 관해 교사가 썼습니다. ‘거지같다’부터 ‘깝치다’ ‘쌩까다’ 등을 거쳐, ‘×같다’ ‘쌍×’ 등 신문 지면에 옮기기 망설여지는 말까지요. ‘쪼개다’는 주로 “(실실) 쪼개지 마!”처럼 강자가 약자를 위협할 때 쓰기에 “비민주적인 맹종을 강요하는 단어”랍니다. 고운 말도 험한 말도, 곰곰이 들여다보는 재미가 있습니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 2018-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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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북한은 정말 달라졌을까… 전문가 6인의 한반도 진단

    올 4월 9일 북한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회의. 노동신문이 게재한 사진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 주재로 열린 이 회의 참석자들은 거수로 투표를 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이종석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전 통일부 장관)은 “북한 연구를 30년 이상 해왔지만 저렇게 둥근 탁자에 앉아 각자 손을 들어 뭔가를 결정하는 모습의 사진은 처음 봤다”며 “자신들이 나름대로 민주주의를 도입하고 있다는 걸 외부 세계에 보여주고 싶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북한은 정말 변화하고 있을까. 혹 시간벌기용 ‘쇼’는 아닐까. 변화했다면 얼마나 어떻게?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 김준형 한동대 교수,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박영자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 등 남북관계 전문가 6명의 강연을 책으로 묶었다. 비핵화와 종전선언은 어떤 과정과 의미를 포함하는지, 주변 강대국의 전략은 무엇인지, 평양 시민을 비롯한 북한 사람들의 현 모습은 어떤지 등을 설명했다.조종엽 기자 jjj@donga.com}

    • 2018-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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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32회 인촌상 시상식, 각계 인사 300여명 참석… 4개부문 상금 1억원씩

    인촌 김성수(仁村 金性洙) 선생의 유지를 기리기 위해 제정된 제32회 인촌상 시상식이 11일 오후 서울 중구 을지로 롯데호텔 크리스털볼룸에서 열렸다. 이 상은 암울한 일제강점기에 동아일보를 창간하고 경성방직과 고려대를 설립한 민족 지도자 인촌 선생의 뜻을 잇기 위해 1987년 제정됐다. 재단법인 인촌기념회(이사장 이용훈)와 동아일보사는 매년 인촌 선생의 탄생일(10월 11일)에 맞춰 시상식을 열고 있다. 이날 수상자인 △김종기 푸른나무 청예단 설립자(교육) △한태숙 연극연출가·극단 ‘물리’ 대표(언론·문화) △이정식 펜실베이니아대 명예교수(인문·사회) △황철성 서울대 교수(과학·기술)는 각각 상장과 기념메달, 상금 1억 원을 받았다. 이 이사장은 인사말에서 “올해도 인촌 선생이 사업을 벌인 각 분야에서 누구보다도 업적을 많이 낸 분들을 찾아냈다”며 “남다른 열정과 신념으로 업적을 쌓으며 사회에 보탬이 된 수상자들이 더 큰 성과를 내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백완기 고려대 명예교수(대한민국학술원 회원)는 축사에서 “인촌 선생은 전 생애를 통해 국권회복과 자주독립을 위한 국력 배양을 추구했다. 선생의 정신이 빛나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한승주 인촌상운영위원회 위원장이 수상자 선정 경위를 보고했다. 앞서 인촌상운영위는 외부 심사위원 16명을 위촉하고, 7월부터 회의를 열어 최종 후보를 선정한 뒤 수상자를 확정했다. 23년 동안 학교폭력 예방과 피해자 치유에 헌신한 교육 부문 수상자 김종기 푸른나무 청예단(청소년폭력예방재단) 명예이사장(71)은 “이번 수상은 존경하는 청예단 임직원과 후원자, 자원봉사자의 덕”이라면서 “사람의 가슴과 가슴을 따듯하게 이으며 사회 변화를 이끌어내는 비정부기구(NGO)의 소임과 본질을 명심하겠다”고 말했다. 연극인으로서는 처음 인촌상을 수상(언론·문화 부문)한 한태숙 극단 ‘물리’ 대표(68)는 “삶의 본질을 묻는, 성가신 질문을 계속하는 게 연극이라고 생각한다”며 “내 질문을 계속하도록 격려해 주셔서 감사하다. 사회의 부조리를 고민하며 진실을 향해 나아갔던 소중한 시간들을 잊지 않겠다”고 말했다. 인문·사회 부문 수상자인 이정식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명예교수(87)는 “우리 겨레가 외세의 속박에 놓여 있던 시절, 민족이 가야 할 길을 가리키고 이끈 인촌 선생의 공로는 길이 기억하고 기념해야 할 좌표라고 생각해 왔다”며 “인촌 선생을 기념하는 상을 받게 돼 무척 감사하다”고 말했다. 과학·기술 부문 수상자인 황철성 서울대 재료공학부 교수(54)는 “반도체 과학과 기술에 대한 내 연구가 후손의 삶에 긍정적 기여를 해달라는 격려라고 생각한다”며 “더욱 정진하고 노력해 인류의 미래에 작은 기여를 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시상식에는 각계 인사 약 300명이 참석했으며, 바리톤 서정학 씨가 축하 공연을 펼쳤다.조종엽 jjj@donga.com·유원모 기자   주요 참석자 명단▽정·관·법조계=고건 이홍구 전 국무총리(이하 가나다순) 김경근 전 주요르단대사, 김병준 자유한국당 혁신비상대책위원장, 김진현 전 과학기술처 장관, 양성철 전 주미대사, 윤영찬 대통령국민소통수석비서관, 이세중 이진강 전 대한변호사협회장, 정성진 대법원 양형위원장, 조완규 전 교육부 장관, 최광식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 현인택 전 통일부 장관 ▽학계·교육계=공정식 고려대 관리처장, 국양 삼성미래기술육성재단 이사장, 권기붕 경희대 평화복지대학원 원장, 권순달 수원대 교수, 김경동 서울대 명예교수, 김경성 서울교대 총장, 김동기 대한민국학술원 회장, 김동환 고려대 그린스쿨 대학원장, 김병수 전 연세대 총장, 김병준 강남대 교수, 김성훈 동국대 교수, 김승환 포스텍 교수, 김용덕 서울대 명예교수, 김용학 연세대 총장, 김용호 인하대 교수, 김원희 고려사이버대 총무처장, 김재욱 고려대 기획예산처장, 김재호 고려중앙학원 감사, 김정배 전 고려대 총장, 김종필 중앙고 교장, 김주선 중앙교우회 사무총장, 김준영 전 성균관대 총장, 김진성 고려사이버대 총장, 김흔 전 중앙고 행정실장, 명순구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장, 문국진 고려대 명예교수, 문세준 고려중앙학원 사무국장, 박길성 고려대 교육부총장, 박만섭 고려대 교무처장, 박명식 고려중앙학원 상임이사, 박연정 고려사이버대 교학처장, 박종웅 고려대 의무기획처장, 박찬욱 서울대 총장직무대리, 박찬종 중앙교우회 회장, 서성규 고려대 기획처장, 서영준 서울대 교수, 손혁상 경희대 교수, 송창범 고대부중 교감, 신수정 서울대 명예교수, 신현석 고려대 교수, 양재룡 우송대 교수, 염재호 고려대 총장, 오정소 한국정보기술연구원 이사장, 유병현 고려대 대외협력처장, 유준상 한국정보기술연구원 원장, 이경호 고려대 정보전산처장, 이관영 고려대 연구부총장, 이기수 전 고려대 총장, 이남진 고대부고 교감, 이민영 고려사이버대 입학대외처장, 이용균 중앙고 교감, 이의길 고려사이버대 연구개발처장, 이재열 서울대 교수, 이재호 동신대 교수, 이종찬 국민대 교수, 이필상 전 고려대 총장, 장승문 중앙중 교장, 전호환 부산대 총장, 정진곤 한양대 명예교수, 정진석 한국외국어대 명예교수, 조관수 성균관대 명예교수, 진덕규 이화여대 명예교수, 최덕 명지대 교수, 최정호 울산대 석좌교수, 최종택 고려대 교학처장, 한금선 고려대 간호대학장, 한상복 서울대 명예교수, 허도영 고대부고 교장, 허순자 서울예대 교수, 홍일식 전 고려대 총장 ▽경제계=강병원 인지컨트롤스 부회장, 권영민 전 태영건설 상무, 권이상 전 경방 감사, 김명하 김앤에이엘 회장, 김병휘 삼양염업사 회장, 김선휘 삼양염업사 고문, 김정환 호텔롯데 대표이사, 민병성 민스파닷컴 대표, 박승구 GKL그랜드코리아레져 감사, 안병모 유창건축사무소 사장, 오세정 한국금융투자협회 본부장, 이병연 세화애드컴 대표, 이용수 서울낫도 대표, 장재훈 TCK인베스트먼트 상무, 홍성훈 삼양홀딩스 감사 ▽언론·출판·문화·체육계=고승철 나남출판 사장, 고연옥 극작가, 고의홍 전 국민일보 전무, 김광희 전 대한언론인회 부회장, 김기경 한국오리엔티어링연맹 명예회장, 김달수 울산김씨대종회 회장, 김복수 전 동아일보 관리국 부국장, 김상준 울산김씨대종회 부회장, 김영주 토지문화재단 이사장, 김은 인촌기념회 이사, 김일동 동우회 상임이사, 김정일 전 동아애드넷 대표, 김종규 문화유산국민신탁 이사장, 김종태 평화의마을 대표, 김지하 시인, 김태선 동우회 명예회장, 김헌곤 호암재단 상무, 남시욱 화정평화재단 이사장, 박문두 전 동아일보 사진부장, 박정자 배우, 박진오 동아일보 감사, 배인준 EBS 감사, 성낙연 청암재단 상무, 성낙오 전 영남일보 사장, 손병두 호암재단 이사장, 손인석 청암재단 부장, 송상현 유니세프한국위원회장, 송대근 전 스포츠동아 사장, 신행식 동우회 이사, 심규선 전 동아일보 상무, 안평선 한국방송인회 회장, 양철화 전 동아일보 관리국장, 어경택 화정평화재단 감사, 예수정 배우, 오동호 청암재단 이사, 윤철호 대한출판문화협회 회장, 이규민 한국시장경제포럼 운영위원장, 이기웅 도서출판 열화당 대표, 이대훈 전 동아일보 이사, 이두환 전 동아일보 출판영업국장, 이승열 아리랑국제방송 사장, 이연택 대한체육회 명예회장, 이영근 전 동아일보 국장, 이종세 한국체육언론인회장, 전만길 전 서울신문 사장, 전용호 한국어문언론인협회 부회장, 정구현 화정평화재단 감사, 정복근 극작가, 정준기 전 동아일보 광고국장, 조강환 동우회 회장, 조천용 동우회 이사, 천진환 화정평화재단 이사, 최규철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고문, 최동욱 한국방송디스크자키협회장, 최명우 안전신문 주필, 홍공선 동우회 이사, 홍성훈 동아꿈나무재단 이사, 홍인근 전 동아일보 편집국장}

    • 2018-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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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다는 예술이고 음식이며 역사… 박물관서 이 모든 것 즐길 수 있어야”

    “바다는 음악이고 미술이고 건축이고 문학일 뿐 아니라 음식, 역사, 산업입니다. 국립해양박물관을 이 모든 것을 체감하고 즐길 수 있는 융·복합적 공간으로 만들겠습니다.” 취임한 지 석 달이 된 주강현 국립해양박물관장(63)을 8일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에서 만났다. 국립해양박물관은 2012년 부산 영도구 해양로에 개관해 상설전시관 8개와 어린이박물관, 해양도서관 등을 갖추고 있다. 해양을 주제로 한 국내 유일의 국립박물관으로 2016년에는 관람객이 100만 명을 넘기도 했다. 주 관장은 “박물관을 국내 해양 문화의 메카로 만들고, 세계 유수의 해양박물관과 어깨를 겨루는 수준으로 발전시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해양박물관은 역사도 다루지만, 역사만 다루는 박물관은 아니에요. 바다를 소재로 한 심미안을 길러주고, 아이들이 바다의 꿈을 꿀 수 있게 해야 합니다. 환경과 지속가능한 미래에 대한 인식을 넓히는 것도 우리 박물관의 역할이지요. 11월 여는 남극 기획전시에는 기후변화를 경고하는 내용이 담길 겁니다.” 주 관장은 “부산 제1부두 북항의 여객선터미널 리노베이션을 통해 생겨나는 항만역사관을 해양박물관이 운영하기로 했다”며 “거기에 해양문화센터와 ‘오션 아트갤러리’를 만들고자 한다”고 말했다. 2019년 특별전으로는 ‘북한의 바다’를 준비하고 있다. “북한 나진에는 물개 수백 마리가 사는 물개섬이 있습니다. 바다와 항구가 덜 개발된 상태로 남아있는 거지요. 다른 한편 나진선봉지구를 통해 새로운 물류를 개척하려는 중국, 북극항로의 경유지로 북한 영해를 활용하려는 러시아, 제국주의 시절처럼 환(環)동해를 오가고자 하는 일본 등 주변국은 ‘북한의 바다’가 열리기를 기다리고 있어요.” 주 관장은 “일제강점기 금강산 해금강으로 수학여행을 갔고, 신포항의 ‘북청명태’가 유명했지만 이제는 분단으로 함흥 청진 나진항의 위치도 잘 모르는 게 당연하게 됐다”며 “특별전을 통해 이 같은 역사적 기억을 되살리고자 한다”고 말했다. 해양박물관은 메르카토르 도법으로 1646년 이탈리아에서 편찬된 세계 최초 해도첩 ‘바다의 신비’ 등 주요 유물을 소장하고 있지만 막상 선박 유물은 작은 배 몇 척을 빼면 없는 것이나 다름없는 실정이다. 주 관장은 “리스본 제노바 오슬로 등 해외 주요 국립해양박물관은 선박이 가장 중요한 수집품”이라며 “앞으로 인도네시아 등에서 배를 수집하고 전통 어로기구도 체계적으로 모아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물관은 해양과학기술원과 함께 12월 ‘오션 마이크로 아트 테마전’을 연다. 내년에는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어민들의 항일운동을 조명하고 테마전시 ‘제국의 바다, 식민의 바다’를 열 계획이다. 주 관장은 “국사편찬위원회와 공동으로 소외돼 온 한국 해양문화사 총서를 편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 2018-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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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글날 기념 학술대회 잇따라 외솔회 11일, 한글학회 12일

    세종대왕 즉위 600주년과 572돌 한글날(9일)을 기념하는 학술대회가 잇따라 열린다. 한글학회(회장 권재일)는 ‘훈민정음 연구의 현황과 전망’을 주제로 한 국어학 국제학술대회를 12일 오전 9시 반 세종문화회관(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예인홀에서 연다. 주최 측은 “나라 안팎의 명망 있는 학자들이 참가해 중국과 일본의 훈민정음 연구 현황은 물론이고 북한에서의 훈민정음 연구 동향까지 소개하는 뜻깊은 자리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외솔회(회장 성낙수)도 ‘제10회 집현전 학술대회’를 11일 오전 10시 국립고궁박물관(서울 종로구 효자로) 별관 강당에서 연다. ‘한글의 탄생과 우리 겨레의 삶’을 주제로 7명의 학자와 전문가가 발표한다. 훈민정음이 우리 겨레의 삶에 미친 여러 효과와 훈민정음 창제에 공헌한 집현전 학자들의 활동상, 학문을 조명할 예정이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 2018-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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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극로 박사 “말은 민족의 정신이요 글은 민족의 생명”

    “말은 민족의 정신이요 글은 민족의 생명입니다.” 일제강점기 한글맞춤법 통일안과 ‘조선말 큰사전’ 편찬의 주역이었던 고루 이극로 박사(1893∼1978)가 광복 뒤 한글 반포 500주년(1946년)을 맞아 쓴 글이 8일 공개됐다. 이 박사는 일제강점기 조선어사전 편찬위원, 한글맞춤법 제정위원, 조선어학회 간사장을 역임하며 문화운동을 통한 독립투쟁에 앞장섰다. 조선어학회 사건으로 3년간 옥고를 치르기도 했다. 박용규 고려대 한국사연구소 연구교수(55)는 이 박사가 ‘학생신문’ 제13호(1946년 10월 9일)에 기고한 ‘한글 반포 5백주년 기념일을 맞으며’를 본보에 공개했다. 200자 원고지 약 5장의 이 글에서 이 박사는 “정신(우리말)과 생명(우리글)이 있을진댄 그 민족은 영원불멸할 것이니, 또한 행복은 필연적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이극로는 일제의 조선어 말살 정책에 맞서 언어 독립 투쟁을 전개했고, 그의 ‘언어―민족 일체관’은 광복 이후에도 이어졌다”며 “이극로에게 언어는 민족의 중심핵이었다”고 설명했다. 이 박사는 이 기고에서 “성군 세종대왕께서 반포하신 이 한글은 말소리를 잘 적을 수 있는 과학적으로 된 세계적으로 우수한 글이요, 조선 민족의 가장 큰 보배이었으나, 모진 비바람을 만났음은 이루 다 헤아릴 수 없다”면서 한글이 일제강점기까지 겪은 수난을 서술했다. 광복의 감격도 기고에 드러나 있다. 이 박사는 “해방의 종소리가 온 누리를 울리자 거보를 내디디게 된 해방, 오로지 말과 글의 해방으로 우리 민족의 새 생명이 약동하고 있다”며 글을 맺었다. 박 교수는 책 ‘미 군정기의 한글 운동사’(이응호 지음·성청사·1974년 출간)에서 인용된 기고를 확인했다. “한강에 가을물이 깨끗이 흘러간다/기러기 줄을지어 남국을 도라오니/아마도 살기좋은곳 이땅인가 하노라//남산에 단풍들어 나뭇잎 아름답다/씩씩한 청소년들 떼지어 올라가네/보아라 신흥조선의 남아인가 하노라//곳곳에 쌓인것이 무배추 무뎅이(무더기)다/맛좋은 조선김치 뉘아니 즐기겠니/세계에 자랑거리는 김치인가 하노라.” 이 박사가 1945년 12월 ‘해방기념시집’(중앙문화협회)에 실은 시조 ‘한양의 가을’ 전문이다. 조선어학회 사건으로 함흥형무소에서 옥고를 치르다 1945년 8월 17일 풀려난 뒤 서울 종로구 화동에 있던 조선어학회 회관에서 국어정책을 연구할 무렵 지은 것. 이 시조도 발견해 함께 본보에 공개한 박 교수는 “우리 국토와 문화, 미래를 짊어질 청소년에 대한 이극로의 애정이 시조에 드러나 있다”며 “국어 교과서에 실어 후세에 알리면 좋겠다”고 말했다.조종엽 기자 jjj@donga.com}

    • 2018-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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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10년마다 ‘자동 이혼’… 결혼생활도 달라질까

    부부가 결혼한 지 10년이 되면 국가가 ‘십 년마다 이혼’ 통지서를 보내고, 부부가 이에 동의하면 자동으로 이혼이 이뤄진다는 설정의 장편소설이다. 천부적 재능을 지닌 조각가 ‘우린’은 과거 부모가 헤어져 상처를 받았다. 이 때문에 남녀 간의 사랑에 반감을 갖고 있다. ‘의주’는 학생 때부터 그런 우린에 대한 순애보를 간직한 채 살아왔다. 우린은 모종의 사건으로 고통을 겪는 의주를 절망의 구덩이에서 꺼내주고, 두 사람은 결혼한다. 겉으로 평범해 보이는 결혼생활을 한 지 10년이 흐르는 동안 우린은 아내에게 소홀히 했고, 의주는 지쳐 간다. 그런 의주 앞에 완벽해 보이는 남자 ‘차린’이 나타나는데…. ‘자동 이혼’이란 규범은 이들의 운명을 어떻게 흔들까. 혼인 제도의 맹점을 파헤치며 관계의 색깔과 변화를 조망했다고 한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 2018-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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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슈퍼리치들은 어떻게 시장을 장악했나

    10억 달러(약 1조1300억 원) 이상 소유한 빌리어네어들이 부를 축적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음은 짐작할 수 있는 바다. 그런데 어떻게? 고대 로마의 거부(巨富)나 오늘날 미국 포브스지를 장식하는 엄청나게 부유한 이들, 곧 ‘슈퍼리치(super-rich)’들이 어떻게 경쟁자를 물리치고 시장을 장악했는지 다룬 책이다. 일부 경제사가는 고대 로마인이 쌓은 부는 당시 기준뿐 아니라 세계사를 통틀어도 쉽게 찾기 어렵다고 본다. 추정이지만 서기 1년경 로마에서 가장 부유한 시민 10명의 재산은 요즘으로 치면 약 22억 달러(약 2조4900억 원)에 이른다고 한다. 삼두정으로 잘 알려진 마르쿠스 크라수스(기원전 115년∼기원전 53년)는 어떻게 거부가 됐을까. 내전에서 장군 술라(기원전 138년?∼기원전 78년) 편에 서서 승리한 그는 술라를 대신해 ‘살생부’를 작성했고, 정적과 그 지지자들, 지지자들의 지지자들까지 제거한 뒤 압류한 재산을 가로챘다. 동시대 다른 상인들이 수많은 경쟁자를 물리쳐야 했던 것과 달리 크라수스의 부는 좋게 말해 정치적 지위를 이용한 셈이다. 사실 칼춤과 피바다 위에 이룩된 것이었다. 거부들은 법의 허점을 이용해 합법적으로 시장을 독점한다. 인도 최대 기업 릴라이언스 그룹을 창업한 디루바이 암바니(1932∼2002)는 정부가 독점을 규제하기 위해 만든 라이선스 제도를 역이용해 인도의 합성섬유 시장을 독점했다. 19세기 후반 미국의 기업가들인 밴더빌트(1794∼1877), 카네기(1835∼1919), 록펠러(1839∼1937) 역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독점을 추구했다. 이들은 신성로마제국 당시 배에 멋대로 통행료를 물렸던 영주들에 빗대어 ‘강도 귀족(Robber baron)’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저자는 영국 옥스퍼드대 산하 경제조사기관인 옥스퍼드 이코노믹스의 비즈니스리서치 장(長)으로 일했다. 저자는 ‘성공의 열쇠’를 보여준다지만, 치부(致富)의 치부(恥部)를 파헤친 책으로도 읽힌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 2018-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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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화문 서재]괜찮다는 말은 그만

    아들러 심리학을 연구한 기시미 이치로의 새 책 ‘마흔에게’(다산초당)가 이번 주에 번역돼 나온 걸 보고 복잡한 감정이 들었습니다. 앞서 나온 저자의 책과 내용이 일부 겹치기는 하지만 이번 책도 물론 저자의 철학이 잘 드러난 좋은 책입니다. 다만 개운치 않은 건 저자의 기록적 베스트셀러 ‘미움 받을 용기’가 국내 신간의 한 축을 상당 기간 차지하고 있는 ‘…해도 괜찮아’ 류의 자기계발서의 원조 격이라고도 볼 수 있는 탓입니다. 자기계발서도 다른 장르처럼 함량이 높거나 낮은 책들이 섞여 있게 마련입니다. 하지만 고만고만한 내용에다 때로 ‘아무 말 대잔치’ 같은 책들도 꾸준히 나오는 건 계속 독자에게 읽히기 때문일까요. 이언 샤피로 미국 예일대 교수가 2005년 쓴 ‘현실에서 도피하는 인문사회과학’(인간사랑)도 최근 나왔네요. 표지의 홍보 문구가 눈에 띄었습니다. “개소리로 떠드는 자로부터 방어하는 일에 헌신하는 지성인이 필요한 시대가 있다면, 지금이 바로 그때입니다.” 원 문장의 맥락은 정확히 모르겠습니다만, 어쨌든 매력적인 구절이군요. ‘뭐든 괜찮다’는 책의 위로만으로 진짜 독자의 삶이 나아질까요. 쓴소리 마다하지 않을 용자(勇者)가 어디 계시면 평범한 독자에게 다가갈 수 있는 책 좀 부탁드립니다.조종엽 기자 jjj@donga.com}

    • 2018-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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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선시대 희귀 고문헌-장서인 등 한곳에

    국립중앙도서관(서울 서초구 반포대로)은 희귀 고문헌을 볼 수 있는 전시 ‘동혼재의 고문헌 사랑, 기탁으로 빛나다’를 4일부터 연다. 이번 전시는 고문헌 연구자인 석한남 씨(59)가 최근 기탁한 장서 133종, 168점 가운데서 선보인다. 15세기 금속활자로 간행된 중국 역사서 ‘사기’, 임진왜란 이전 목판으로 찍은 법첩(法帖)인 ‘순화각첩’, 조선 광해군의 조카인 낭선군 이우(1637∼1693)가 소장했던 ‘논어대문’ 등이다. 조선 중기 학자 조문수가 자식 사랑을 담아 아들에게 보낸 편지도 볼 수 있다. 이 밖에 조선시대 문인들의 장서인과 함께 전서(篆書)에서부터 해서(楷書)까지 다양한 서체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필사본도 감상할 수 있다. 전시는 다음 달 25일까지 국립중앙도서관 본관 1층.조종엽 기자 jjj@donga.com}

    • 2018-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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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2P 재단’ 창립자 미셸 바우웬스 “디지털 공유지로 대안경제 모색”

    “20억 명의 사용자가 없다면 페이스북은 존재하지 않겠지요. 그러나 페이스북이 창출하는 상업적 가치 가운데 사용자의 몫은 제로입니다. ‘공유지(Commons·커먼스) 경제’와 자본주의의 모순이 심화하고 있어요. 가치를 공정하게 분배하는 구조를 만드는 게 필요합니다.” 최근 국내 출간한 ‘네트워크 사회와 협력 경제를 위한 미래 시나리오’(갈무리·1만6000원)의 공저자이자 ‘P2P(peer to peer) 재단’ 창립자인 미셸 바우웬스(60·벨기에)는 1일 서울 마포구에서 만나 이렇게 말했다. ‘P2P재단’은 개인들이 자율 협력해 가치를 만드는 ‘공유지 경제’ ‘협력 경제’를 현대 자본주의 대안으로 주목하는 연구자 네트워크. 리눅스 같은 오픈소스 프로젝트, 드론이나 제어기판의 설계 공개, 개방형 디자인 커뮤니티 등이 사례다. 이런 ‘커먼스’는 자연자원뿐 아니라 정보 및 지식도 해당한다. 바우웬스는 지난해 벨기에 겐트시(동플랑드르주의 주도)에서 했던 작업을 소개했다. 에너지 협동조합이나 공동체가 지원하는 농업, 비영리 자동차공유 시스템 등 여러 ‘커먼스’의 지도를 그렸다는 것. 그는 “이 도시에서 공유한 자동차 1대는 개인이 가진 자동차 10대 이상의 역할을 한다”며 “이 같은 공유는 주거나 농업에 적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무임승차하려는 개인으로 인해 황폐화되는 ‘공유지의 비극’은 없을까. 바우웬스는 “그건 아무나 자원에 접근해 남용하며 생겨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사유지가 아닌데도 오래도록 무성한 숲은 공동체가 규칙을 갖고 잘 관리한 덕입니다. 커먼스는 자치로 관리하는 자원입니다. 규칙을 어기면 접근할 수 없지요.” ‘협력 경제’도 기여자에 대한 보상은 역시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재단이 지지하는 프로젝트 중 ‘레즈넌스’라는 블록체인 기반 서비스는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 ‘스포티파이’보다 창작자 몫이 훨씬 큽니다.” P2P재단은 최근 ‘홀로체인’이란 새로운 기술 개발자들과 협력하고 있다. “가상통화는 생태 중심적 관점을 반영해야 합니다. 비트코인에 쓰이는 전기량은 네덜란드와 아일랜드를 합친 정도예요. (거래 장부를 따로 가진) 홀로체인 기술은 에너지가 덜 필요합니다. 자연자원의 총량과 연동된 화폐를 만들 수도 있습니다. 회계는 인간이 자연에 무엇을 하는지 드러내는 것이 돼야 합니다.” 그렇다면 ‘협력 경제’가 지식재산권과 자원을 사유하며 이윤을 남겨 혁신에 투자하는 사기업들과 경쟁할 수 있을까. 바우웬스는 “3D 프린팅 기술은 특허권 만료 뒤에 비로소 확산됐다. 특허는 오히려 혁신을 저해하기도 한다”며 “시장은 공유지와 연계해 더 잘 작동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 2018-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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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선시대 대표적 서원 6곳의 정신문화 조명

    조선의 대표적 인문학 공간이었던 전통 서원 6곳과 그 안에 담긴 정신문화를 조명한 책이 나왔다. 한국학중앙연구원(원장 안병욱)이 최근 펴낸 ‘석실서원’ ‘도산서원’ ‘덕천서원’ ‘옥산서원’ ‘돈암서원’ ‘필암서원’이다. 기존 서원 관련 도서가 주로 건축물이나 관광지로서 서원을 다룬 데 비해 이 책들은 인문정신문화 자산으로서 서원의 가치를 재조명했다. 서원과 제향(祭享)된 인물의 사상과 활동을 중심으로 관련 철학 문학 역사 예술 민속에서 서원의 건축과 경제 분야까지 망라했다. 분야별 전문가 31명이 필자로 참여했다. ‘한국의 서원’은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심사 중이며, 2019년 7월 열리는 세계유산위원회에서 등재 여부가 최종 결정된다. 한국학중앙연구원은 해마다 새로운 서원과 그 서원과 관련된 인물, 사상, 정신을 책으로 소개할 계획이다. 한국학중앙연구원은 “서원은 조선시대 사립 고등교육 기구로, 지성의 요람이자 성리학 발전의 중심지였을 뿐만 아니라 각 지역의 교육과 문화, 여론의 구심점이었다”며 “지역과 학파, 정파에 따라 서원에 드러난 특색에도 초점을 맞춰 책을 서술했다”고 밝혔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 2018-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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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화문 서재]추억은 방울방울

    무심코 신간 ‘사랑의 입자’(문학동네)를 집어 들고, 맨 앞에 실린 김민령 작가의 ‘혜성이 지나가는 밤’을 읽었다가 코끝이 살짝 찡했습니다. 퇴락해가는 도시, 인문계 여고생과 특성화고에 다니는 남고생의 이야깁니다. 아직 자신의 힘만으로 살아가기는 어려운데 어른의 보살핌도 부족한 두 아이가 머뭇머뭇하며 마음을 나눕니다. 아무것도 기약할 수 없는 나이이기에 더 애틋하네요. ‘청소년 테마 소설’ 시리즈로 나온 ‘청소년 문학’이 어른의 마음도 흔들어 놓았습니다. 출판사 ‘자음과 모음’의 청소년 문학 시리즈 70권 출간 기념 소설집 ‘십대의 온도’도 나왔네요. 책에 실린 이상권 작가의 ‘어느 날 갑자기’는 고교 시절 기숙사를 빠져나와 보러 갔던 바다의 바람결을 떠올리게 만들었습니다. 10대 자녀에게 참고서만 쥐여 주지 말고 좋은 청소년 문학책을 골라 권하면 어떻겠습니까. 본인도 함께 읽으면 ‘비 올 때 피어오르는 먼지 냄새’나 ‘밤공기 중에 희미하게 나는 풀냄새’(혜성이 지나가는 밤)처럼 추억이 아련할 테니 더욱 좋지 않겠습니까.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 2018-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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