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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선수들을 ‘페이스 투 페이스(Face to Face)’로 만나 ‘하트 투 하트(Heart to Heart)’ 로 통했다는 것 자체가 운명 아닐까요.” 20년 가까이 한국 축구 대표팀 선수들의 재활 치료에 힘썼던 최주영 전 대한축구협회 의무팀장(67·사진)이 박항서 베트남 축구 대표팀 감독 곁에서 의무팀 수석 트레이너로 인생 2막을 연다. 출국 전날인 지난달 23일 만난 최 전 의무팀장은 ‘운명’이라며 지난날의 의미를 되새겼다. 최 전 팀장은 2002년 한일 월드컵 때 박항서 당시 코치와 함께 거스 히딩크 감독 밑에서 손발을 맞췄다. 최근 쌀의 주산지인 베트남의 히딩크라는 뜻으로 ‘쌀딩크’로 불리는 박 감독이 축구협회 업무에서 물러나 있던 최 전 팀장에게 손짓했다. 히딩크 감독처럼 박 감독은 베트남 선수들의 체력을 끌어올리는 데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 자연스레 최 전 팀장의 역할도 중요해졌다. 오랜 트레이너 생활로 다져진 그이지만 새로운 도전이 부담스럽지 않을 리 없다. 최 전 팀장은 “베트남에서도 선수들에게 신뢰감을 주는 게 먼저”라고 했다. 그는 둥지를 옮기려니 국가대표 선수들과의 인연이 스쳐 지나간다고 했다. 40세에도 현역으로 뛰고 있는 이동국(전북)을 먼저 떠올렸다. “2002년, 2006년 월드컵에 불운하게 못 갔던 동국이는 2010년 남아공 월드컵도 못 갈 뻔했다. 실은 엔트리 발표 3주 전에 동국이가 햄스트링을 다쳤다. 병원에서 5주 진단이 나왔는데 내가 허정무 감독께 3주면 된다고 하고 정성을 다해 재활을 시켰다. 마지막 오스트리아 전지훈련 때 정상이 되더라. 아찔했다”고 했다. 요즘 방송인으로 활약 중인 안정환 얘기를 하니 “2002년 월드컵 직전에 정환이가 제주도 캠프에서 마지막 평가전을 하고 발목을 다쳤다. 23명 엔트리에 못 들어갈까 봐 조마조마하면서 재활을 시켰던 기억이 난다”고 했다. 기적적으로 역전승했던 16강 이탈리아전을 앞두고는 안정환에게 테이핑을 해주다 테이핑 테이프가 끊어졌다고 했다. 그 일을 생각하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난다고 했다. 혹시 불길한 전조가 될까 봐 가슴을 졸였다는 것이다. “전반에 정환이가 페널티킥을 실축하는 거야. 환장하겠더라고요. 연장전에 결승골을 넣어서 얼마나 다행이었는지 몰라요.” 2014년 브라질 월드컵을 앞두고는 무릎 반월상판(반달 모양의 바깥쪽 연골판) 부상을 당해 수술 진단을 받았던 이근호(울산)를 수술 대신 재활로 월드컵을 보낸 것도 손에 꼽는 보람된 기억이다. 그는 “운명처럼 이 길을 가고 있다. 난 뼛속까지 트레이너인 게 맞다”는 그는 “달콤한 예전 추억들이 힘을 내게 한다. 새로운 현장에서 재활의 진수를 보여줄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11일부터 3일간 네팔의 수도 카트만두 시내 타멜파크호텔에서는 특별한 행사가 열렸다. 재단법인 ‘엄홍길휴먼재단’이 2010년부터 네팔의 오지에 건립한 17개 휴먼스쿨의 교장과 운영위원장들이 첫 번째 워크숍을 가진 것. “우리 학교는 학생들이 매일 교실에 붙여 놓은 양식에다 교사의 수업이 어땠는지 만족도를 체크합니다. 처음에는 교사들이 반대를 했지만 지금은 학생, 교사 모두 만족하고 있어요.” 12일 행사 둘째 날 첫 일정에 발표자로 나선 12차 휴먼스쿨(푸룸부 지역)의 교장이 놀랄 만한 학교 운영 사례 한 가지를 소개하자 장내가 술렁거렸다. 나머지 학교도 각자의 성과를 경쟁적으로 알렸다. 9차 휴먼스쿨(마칼루) 교장은 “이 학교가 들어선 이후 주변 사립학교 한 곳이 문을 닫고 130명의 학생이 전학을 왔다”고 자랑스러워했다. 7차 휴먼스쿨(타토바니) 교장은 “PC 교실에서 휴먼스쿨 주변 10개 학교 강의를 들을 수 있도록 했다. 다른 학교의 커리큘럼을 보고 더 수준 높은 프로그램을 고민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14차 휴먼스쿨(둘리켈) 교장은 “성적 순위보다는 인성이 우선이라는 것에 관해 학생과 교사가 격의 없이 생각을 공유하는 커리큘럼을 아예 정식 수업으로 만들었다. 네팔 대표 리더를 양성하는 명문 학교로 만들겠다”고 열의를 보였다.○ 네팔 오지 학생들에게 ‘내 꿈’ 찾아주다 이날 오후 워크숍 소식을 듣고 행사장을 찾은 휴먼스쿨 졸업생 프레러나 처우더리 씨(20·여)는 네팔에서도 가장 낙후된 건지에 세워진 11차 휴먼스쿨에 다니면서 꿈이 생겼다. 현재는 네팔의 명문 국립대학인 만모한기념대 간호학과에 재학 중인 그는 “오늘은 환자의 기도에 파이프를 꽂아 음식물을 투입하는 실습을 했다”며 “대학을 졸업하면 1, 2년 병원에서 근무한 다음 임상 경험을 살려 석사 과정을 밟고 싶다”고 웃었다. 엄홍길휴먼재단 이의재 네팔지부장(전 대한산악연맹 사무처장)은 “평생 먹고사는 것만 걱정하던 ‘교육 사각지대’ 출신 학생이 나라의 인재가 되겠다며 학업에 집중하는 건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다. 이 자체가 휴먼스쿨이 지향하는 모델”이라고 말했다. 휴먼스쿨 학생들에게 실질적인 지원을 하고, 학교의 중·장기 발전 계획을 설계하는 현지 자문위원회가 올해 꾸려진 것도 가시적인 성과다. 네팔의 교육, 문화관광, 항공 사업 영역에서 큰 영향력을 가진 5명의 자문위원이 위원회를 이끌고 있다. 네팔 교육계의 거물인 겅가랄 투라덜 전 네팔 교육부 장관은 자문위원으로 네팔 교육이 그동안 간과했던 학생 맞춤 교육, 전문 인재 양성 등과 관련해 휴먼스쿨이 이를 선도적으로 시도하는 작업을 사실상 총 지휘하고 있다. 겅가랄 전 장관은 “잘 관리된(Managed) 기본 교육에 전문적인(Something Extra) 교육을 통해 무엇이 옳고 그른지 가려내고 과감한 비판을 할 수 있는 인재를 길러야 한다. 휴먼스쿨이 이 숙제를 풀고 있는데, 앞으로 네팔 교육의 좋은 본보기가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 함께 네팔 교육의 돌파구를 보다 나라 형편상 당장 먹고사는 문제가 급하다 보니 학생들이 자기가 원하는 분야에서 지역 사회와 국가에 기여하는 ‘선순환’을 기대하기 쉽지 않은 게 네팔 교육의 가장 큰 고민이다. 이번 워크숍 행사에 네팔 교육 분야 정부 인사와 학자들이 대거 참석해 강의를 자처하고 성공 사례를 경청한 것도 휴먼스쿨을 통해 뭔가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에서다. 첫날 오후 강의에 나선 두르버 라즈 레그미 네팔 교육부 부부차관(국제부장)은 휴먼스쿨 교장들에게 “학교만의 커리큘럼을 만든 교장은 손을 들어보라”고 했다가 대다수 손을 들자 깜짝 놀랐다. 마을에 대나무가 많다는 학생 얘기에 곧바로 나무로 바구니와 식기를 만드는 법을 배우는 커리큘럼을 만들었다는 한 교장의 말에 감탄사를 내뱉었다. 그는 “네팔의 기존 학교와 다른 시각을 갖고 있다는 자체가 신선하다. 당장 필요하면서도 전문적인 배움의 기회를 늘 제공하겠다는 자세는 네팔 교육계가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할 부분”이라고 평가했다. 둘째 날 행사에 참석한 디 퍽 설마 교육부 부차관(교육인재부 부본부장)도 휴먼스쿨 교장들과 토론을 하다 그들의 철학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네팔에서 절실한 교육 플랜이란?” 같은 질문으로 답변을 유도하던 그는 “학교, 교사, 학부모가 학생들의 꿈을 찾아주는 것”이라는 교장들의 설명을 듣고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겅가랄 전 장관은 “학교가 학생을 중심에 놓고 잘 다져진 기본 교육과 전문 교육 체계를 탄탄하게 구축하면 결국 하고 싶은 것을 하는 학생이 늘어날 것이라는 희망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국가 총 예산의 10%를 교육에 쓰고 있는데 앞으로 17%까지 늘려야 하고, 특히 네팔의 강점인 수력 발전과 농업, 관광 분야 인재 양성에 집중적으로 투자해야 한다는 소신을 휴먼스쿨 워크숍을 통해 더 확실히 느끼게 됐다. 10년간 휴먼스쿨의 내실을 다지겠다고 약속한 엄홍길 대장이 나에게 목표를 줬다. 감사하다”고 덧붙였다.카트만두=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지난 11일부터 2박3일간 네팔의 수도 카트만두 시내 타멜 파크호텔에서는 특별한 행사가 열렸다. ‘엄홍길휴먼재단’이 세운 17개 휴먼스쿨의 교장과 운영위원장들이 첫 번째 워크숍을 가진 것. 휴먼스쿨은 이 재단이 2010년 팡보체 지역을 시작으로 네팔의 오지에 유명무실하다시피 방치돼 있던 공립학교를 헐고 최신식으로 건립한 학교다. 한국의 나눔·사회 공헌 관련 단체가 세운 현지 학교의 관계자들이 한 데 모인 건 처음 있는 일이라 네팔 교육부 고위급 인사와 저명한 교육학 분야 학자 다수가 워크숍 현장을 찾았다. “저희 학교는 학생들이 매일 교사의 수업이 어땠는지, 또 지도 방법과 소통에 대해 어느 정도 만족하는지 교실에 붙여놓은 양식에 체크를 합니다. 처음에는 교사들이 반대를 했지만 지금은 학생, 교사 모두 만족하고 있어요. 교사들이 스스로 자질을 계속 끌어올리고 있습니다.” 12일 행사 둘째 날 첫 일정에 발표자로 나선 12차 휴먼스쿨(푸룸부)의 교장이 놀랄 만한 학교 운영 성공 사례 한 가지를 소개하자 장내가 술렁거렸다. 이어 나머지 학교들도 각자 의 성과를 경쟁적으로 알렸다. 9차 휴먼스쿨(마칼루) 교장은 “휴먼스쿨이 들어선 이후 마칼루 지역 주변 사립학교 한 개가 문을 닫고 130여명의 학생이 전학을 왔다”고 자랑스러워하면서 학교 발전의 의지를 다졌다. 지난해 12월 준공된 14차 휴먼스쿨(둘리켈) 교장은 워크숍 내내 학생들의 뿌리박힌 생활 습관과 인식을 바꿨다는 점을 알리느라 분주했다. 이 교장은 “학교가 건립된 이후 깨끗하게 사는 습관의 중요성, 또 성적 순위보다는 인성이 우선이라는 것에 관해 학생과 교사가 격의 없이 대화를 나누고 생각을 공유할 수 있는 커리큘럼을 아예 정식 과목으로 만들었다. 14차 휴먼스쿨을 네팔의 대표 리더를 양성하는 명문 학교로 성장시키겠다”고 열의를 보였다. ● 네팔 오지 학생들에게 ‘마이 드림’ 찾아주다 이날 오후에는 휴먼스쿨을 졸업한 여학생 프레러나 쳐우더리(20)가 워크숍 행사장을 찾아왔다. 네팔 오지에서도 가장 낙후된 건지 지역에서 태어난 쳐우더리는 어린 시절 남들이 버린 책으로 글을 봤던 학생. 원대한 목표나 꿈을 그릴 형편이 안 됐다. 그렇지만 이 지역에 건립된 11차 휴먼스쿨에 다닐 수 있게 되면서 꿈이라는 것을 찾게 됐다. 현재는 네팔의 명문 사립대학인 만모한기념대학 간호학과에 재학 중이다. 쳐우더리는 “오늘은 환자의 기도에 파이프를 꽂아 죽 같은 음식물을 투입하는 실습을 했다”며 “대학을 졸업하면 1~2년 병원에서 근무한 다음 임상 경험을 살려 석사 과정을 밟고 싶다”고 웃었다. 세계적 인기를 얻고 있는 K-POP스타인 방탄소년단(BTS)의 팬이기도 한 쳐우더리는 한국의 대학에서 간호학을 더 심도 있게 공부하고픈 꿈도 있다. 엄홍길휴먼재단 이의재 네팔지부장(전 대한산악연맹 사무처장)은 “평생 먹고 사는 것을 걱정하던 ‘교육 사각지대’ 출신 학생이 나라의 인재가 되겠다며 학업에 집중하겠다는 건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다. 이 학생이 가는 길 자체가 휴먼스쿨이 지향하는 모델”이라고 말했다. 엄홍길휴먼재단은 앞으로 휴먼스쿨을 중심으로 한 외부 활동도 장려할 방침이다. 이 지부장은 “예를 들어 네팔의 경우 재학생-졸업생 또 졸업생 선후배 간의 네트워크가 상당히 약한 편인데 같은 학교 출신이라는 자긍심을 고취시키고, 지역간 인재 교류를 활성화하는 차원에서 전체 휴먼스쿨 혹은 각 학교별로 동창회, 동문회를 설립하는 부분도 세밀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 네팔 출신 자문위원단, “휴먼스쿨을 네팔 교육 롤모델로 키울 것” 휴먼스쿨 안팎으로 실질적인 지원을 하고, 중·장기 혁신 계획을 설계하는 현지 자문위원회가 올해 꾸려진 것도 주목할만한 가시적인 성과다. 기존 네팔 수도 카트만두에서도 명문이라는 공립, 사립학교에서도 볼 수 없는 전방위 지원 체계다. 현재 자문위원 5명이 위원회를 주도적으로 이끌고 있다. 이들은 엄홍길 대장과는 오랜 인연으로 현지의 교육, 문화 관광, 요식, 항공 사업 등에서 큰 영향력을 갖고 있다. 특히 네팔 교육계의 거물인 겅가랄 뚜라덜 전 네팔 교육부장관이 자문위원으로 전격 가세한 건 크게 화제가 됐다. 겅가랄 전 장관은 네팔 교육계가 그동안 간과했던 전문 인재 양성 등과 관련해 각 휴먼스쿨이 선도적으로 시도하는 기반 작업을 사실상 총 지휘하고 있다. 겅가랄 장관은 “네팔 교육은 열정은 크나 세계 추세를 외면하고 있다. 11~12학년(한국의 고교 2~3학년) 때까지 만족스러운 교육을 못 받으니 젊은 사람들이 대부분 중동 지역 등으로 나가 단순하게 힘으로 돈버는 일만 하고 있다”며 네팔 교육의 현실을 냉정하게 진단했다. 그는 “돈을 몇 명이나 버는지 숫자가 전부가 아니다. 이제 무엇이 맞고, 틀린지 특정 사안에 대해 정확하게 해석하고 비판할 줄 아는 인재를 일찌감치 길러내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연쇄적으로 대학의 경쟁력도 상당히 떨어져 있다고 짚었다. “네팔 최고의 명문인 트리부반 대학도 20년 전에는 한국의 서울대처럼 유명했지만 지금은 아니다”는 그는 “하버드, 캠프리지 등 세계적으로 존경받은 대학처럼 우리도 그렇게 가야한다. 최소한 네팔에서 석, 박사를 한 학생이 한국, 마국에서 해당 전문 분야 강의를 받을 수 있는 수준까지 돼야 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어릴 때부터 잘 관리된(Managed) 기본 교육과 전문적인(Something Extra) 교육을 받는 게 필수다. 만약 수학에 재능 있는 학생이 흥미를 잃고 다른 분야로 관심을 돌리려 할 때 학교는 어떻게 해야 될까. 방법론에 대한 고민이 많아야 한다. 휴먼스쿨이 이 숙제를 풀고 있는데 아마 네팔 교육의 좋은 본보기가 될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 함께 네팔 교육의 돌파구를 보다 언급한대로 네팔 교육의 한계는 학생들이 어릴 때부터 자신의 삶을 개척하면서 지역 사회와 국가에 기여하는 ‘선순환’을 기대하기 쉽지 않다는 점이다. 이번 워크숍 행사에 네팔 교육 분야 정부 인사와 학자들이 대거 참석해 강의를 자처하고 성공 사례를 경청한 것도 휴먼스쿨을 통해 뭔가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에서다. 첫 날 오후 강의를 준비해 나선 두르버 라즈 레그미 네팔 교육부 부부차관(국제부장)은 각 학교의 교장들에게 “학교만의 커리큘럼을 만든 교장은 손을 들어보라”고 했다가 대다수가 손을 들자 깜짝 놀랐다. 마을에 밤부나무(대나무)가 많다는 학생 얘기에 곧바로 나무로 바구니와 식기를 만드는 커리큘럼을 만들었다는 한 교장의 말에 감탄사를 내뱉었다. 그는 “네팔 기존 학교와 다른 시각을 갖고 있다는 자체가 신선하다. 당장 필요하면서도 전문적인 배움의 기회를 계속 제공하겠다는 자세는 네팔 교육계가 진지하게 받아들여야할 부분”이라고 평가했다. 둘째 날 행사에 참석한 디 퍽 설마 교육부 부차관(교육인재본부 부본부장)도 학교 발전 계획을 어떻게 설계할지 휴먼스쿨 교장들과 토론을 하다 그들의 철학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 “네팔에서 절실한 교육 플랜이란?” 질문으로 답변을 유도하던 그는 “교사, 학부모가 학생들의 꿈을 찾아주는 것”이라는 한 교장의 말을 듣고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겅가랄 전 장관은 “학생들을 중심에 놓고 교육을 하면 결국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하는 학생들이 늘어날 것이라는 희망을 갖게 됐다”고 했다. 그는 “현재 국가 총 예산의 10%를 교육에 쓰고 있는데 앞으로 17%까지 늘려야 하고, 특히 네팔의 강점인 수력 발전과 농업, 관광 분야 인재 양성에 투자를 집중해야 된다는 소신을 휴먼스쿨 워크숍을 통해 더 굳건히 하게 됐다. 향후 10년간 휴먼스쿨의 내실을 다지겠다고 약속한 엄 대장이 나에게 목표를 줬다. 감사하다”며 첫 워크숍의 소감을 전했다.카트만두=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한국야쿠르트는 1969년 국내에 유산균 발효유를 처음 소개했다. 당시에는 생소했던 유산균 발효유는 점차 인기 건강 음료로 자리 잡으면서 국민 건강 향상에 크게 기여했다. 현재도 발효유 시장에서 40%가 넘는 시장 점유율을 나타내고 있다. 1976년 한국형 유산균의 메카로 설립된 한국야쿠르트 중앙연구소는 다양한 시료에서 순수 분리해낸 4500여 종의 ‘균주 라이브러리’를 구축했다. 여기서 야쿠르트를 비롯해 윌, 쿠퍼스와 같은 인기 제품이 탄생됐다. 2000년 국내 최초로 기능성 발효유 시대를 연 ‘헬리코박터 프로젝트 윌’ 은 위 건강을 위한 기능성 제품으로 누적 판매량이 39억 개에 달한다. 국내를 대표하는 간 건강 기능식품인 ‘쿠퍼스’는 2004년 기능성 발효유로 출발해 2009년 건강기능식품 ‘헛개나무 프로젝트 쿠퍼스’로 진화했다. 이어 창립 50주년을 맞는 올해 4년간의 연구 끝에 국내 최초 이중제형(캡슐과 액상 형태의 물질을 한 병에 담은 제품) ‘장케어 프로젝트 MPRO3’ 건강기능식품을 출시했다. MPRO3 개발은 윌, 쿠퍼스에 이어 위-장-간 프리미엄 제품 라인업을 구축하는 것으로 의미가 크다. 균주는 한국야쿠르트가 갖고 있는 유산균 3종(HY2782, HY8002, HY7712)의 조합으로 결정했다. 환경에 민감한 균의 특성상 제품 형태로 만들었을 때 사멸하는 등 순탄치 않는 작업이었지만 숱한 연구를 통해 복합했을 때 각 균주가 시너지 효과를 내는 결과를 얻었다. MPRO3 균주의 기능성은 대한외과대사영양학회와 공동 연구를 통해 진행했다. 3월 한국야쿠르트와 대한외과대사영양학회는 프로바이오틱스 기능성 제품 개발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5월 미국에서 열릴 세계소화기학회(Digestive Disease Week)에서도 균주의 기능성 에 대한 연구 결과를 발표 예정이다. MPRO3는 제품 출시 후 하루 평균 15만 개가 넘게 팔리는 인기 제품으로 자리 잡았다. 변경구 한국야쿠르트 마케팅 상무는 “앞으로 다양한 프로바이오틱스 제품을 출시해 시장을 선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장애 학생들도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진학 또는 취업의 기로에 서게 된다. 다만 장애 학생들은 졸업 후 바로 취업을 하지 않고, ‘전공과’를 거쳐 취업을 노리기도 한다. ‘전공과’란 고등학교를 졸업한 특수교육 대상자에게 1년 이상의 진로·직업교육을 제공하는 과정이다. 교육부에서 발간한 2018년 특수교육 통계에서 장애 학생 취업률을 살펴보면, 2018년 2월 기준 특수학교 고등학교 과정 졸업자의 취업률은 8.6%다. 그러나 전공과를 거쳐 취업한 학생은 42.3%에 이른다. 장애 학생에 대한 진로·직업교육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실제로 최근 3년간 특수학교 고등학교 과정을 졸업한 장애학생 중 전공과 진학률은 약 50%에 달한다. 그러나 고등학교 졸업 후 바로 취업으로 연계될 수 있는 전문 직업훈련 체계가 마련된 특성화고교가 신설될 경우, 사회 진출 시기를 앞당길 수 있다. 더 체계 적인 직업교육을 받을 수도 있다. 이러한 취지에서 공주대는 장애 학생 대상 직업교육 특성화고교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공주대 곽승철 교수(특수교육과)는 “고등학교를 졸업한 장애 학생의 취업률은 최근 3년간 평균 24.5%이다. 이 중 단순 노무직인 제품 제조 분야 취업률이 31.8%로 전체 취업자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며 “공주대는 산업과학, 예술, 간호, 농생명 분야 및 예술·서비스 분야 전공과 연계해 특성화 학과를 개설할 계획이어서 취업 다양화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교육부 전우홍 학생지원국장(사진)은 “국립대 부설 특성화고교 설립 추진은 장애 학생의 교육권을 보장하기 위한 국가적 의지”라며 “장애 학생 진로의 길을 넓히고 아울러 국내 최초의 전국 단위 학생 모집을 통한 특성화 교육 제공으로 장애 극복은 물론 재능도 살릴 수 있을 것”라고 밝혔다. 공주대 부설 직업 교육 특성화고교는 18학급(126명) 규모로 2021년 개교를 목표로 하고 있다. 부산대 부설 특수학교처럼 전국 단위 모집의 기숙사제 학교로 지어질 예정이다. 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사람이 180도 달라 보이기도 쉽지 않다. 외모가 바뀌거나 또는 뭔가 인생에 큰 변화가 있지 않다면…. 배우는 더 그럴까. 시대를 넘어 회자될 만큼 강렬한 인상을 남긴 연기를 했다면, 그것 때문에라도 각인된 이미지를 깨기 힘들다. 요즘 세대를 넘나들며 화제가 되는 배우 김영철 씨(66)의 이야기일 수도 있겠다. 그는 20년 전 안방의 화제가 됐던 드라마 ‘태조 왕건’에서 후고구려를 건국한 궁예 역을 맡아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로 방송사 연기대상까지 받았다. 그 뒤로는 뭘 해도 사람들 눈에 궁예의 이미지만 보였다. 게다가 ‘야인시대’의 김두한, ‘아이리스’의 백산 국장 등 궁예와 비슷한 ‘보스’ 역할을 주로 맡았다. 그런데 그가 최근 달라 보인다. 그의 극 중 명대사들이 광고로 연이어 패러디되면서 ‘친근하고 핫한 아저씨’가 됐다. 전성기 작품을 알 리 없는 초딩(초등학생)들에게는 햄버거 광고에 등장하는 ‘사딸라(4달러) 아저씨’다. 김두한 역할로 미군과 협상을 벌이는 장면에서 나온 “사딸라”라는 대사는 뒤늦게 국민적 유행어가 됐다. 다시 각광받는 그를 22일 만났다.》 ―광고계의 ‘블루칩’이 됐다. “처음 느끼는 전성기인 것 같다. 예전에 길거리에서 내가 지나가면 사람들이 눈을 못 맞추고 고개를 숙이면서 ‘궁예다’ 했다. 지금은 ‘사딸라, 사딸라’라며 다가온다. 한편으로는 실존했던 인물이 희화화되는 것이 미안하기도 하다. 사람들이 역사 속 인물을 제대로 봐주면 좋겠다. 희비가 교차하는 삶이라고나 할까.” ―그야말로 ‘김영철 전성시대’다. 광고는 물론 드라마 케이블TV에서는 ‘태조 왕건’과 ‘야인시대’가 하루에도 몇 번씩 재방송되고 있다. “쑥스럽다. 왜 연기를 저렇게 했을까 생각도 든다. 20년 가까이 지났는데 좋게 봐주시는 시청자들이 많아 감사하다. 고생한 다른 배우들, 제작 스태프도 많은데 나만 특혜를 받는 것 같아 미안하다.” ‘사딸라’ 말고도 “누가 기침 소리를 내었는가”라는 대사 역시 화제다. ‘태조 왕건’에서 궁예가 ‘관심법’으로 신료들의 마음을 꿰뚫어 보고 있던 중에 신하 한 명이 기침을 하자 역정을 내며 한 대사다. 결국 그 신하를 죽여 결국 폐주(廢主)로 가는 면모를 드러낸 명장면이다. 한 아이스크림 광고에서 패러디돼 재조명된 데 이어 70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인기 만화 유튜버의 패러디로 또 한 번 히트를 쳤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에서는 ‘김영철’이 이 대사로 감기약 CF를 찍게 될지 재밌는 설전이 오가고 있다. 그는 “재밌게 패러디되고 있지만 극 중에선 궁예가 정신적으로 문제가 생기는 시발점이 되는 아주 중요한 장면”이라고 설명했다. ―변화무쌍한 연기였다. 궁예 연구를 많이 했나. “역사적으로 기록 자료 10줄 정도만 남아 있다. 배우들은 상상력을 통해 인물을 조각내서 세밀하게 분석한다. 그런 능력이 정점이었을 때 그 인물을 맡았던 것 같다. 아내가 평소에도 너무 왕 같다고 할 정도로 궁예에 ‘빙의’된 것 같았다. 궁예를 가장 오래, 가장 깊이 연구했다는 이재범 교수(경기대 사학과 명예교수)가 신문 인터뷰에서 역사의 궁예보다 더 궁예같이 연기를 했다고 평가하신 걸 봤다. 저를 향한 가장 의미 있는 칭찬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그의 말대로 국내 대하드라마 역사에서 으뜸으로 꼽을 만한 궁예 연기를 펼쳤지만 연기 인생에서 마이너스가 된 부분도 분명히 있다. 태조 왕건 이후 2년 만인 2003년 초 ‘야인시대’에서 김두한 역으로 복귀했지만 이미지와 연기의 카리스마가 궁예와 겹친다는 냉정한 평가도 있었다. ―고민이 컸을 텐데…. “배우 율 브리너(1920∼1985)도 영화 ‘왕과 나’에서 돋보이는 연기를 하고 나서 더 큰 역할을 못했다. 강렬한 연기의 굴레에서 벗어나기 힘든 부분이 있다. 보는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배역마다 맛을 살리려 했다. 김두한의 ‘사딸라’ 대사는 통 크게 고집을 부려 관철시키는 맛이 있었다. ‘아이리스’의 백산 국장은 정보기관의 수장답게 냉철하면서도 여린 면모가 보이는 사람이었다. 궁예는 다소 무모하지만 큰 그림을 그릴 줄 아는 인물이었다. 그래서 연기의 차원이 달랐던 것 같다. 나중에 아버지 역할을 자주 하면서 궁예의 이미지를 조금 벗은 것 같다. ‘사딸라’ 햄버거 광고를 찍은 것이나 얼마 전 방송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한 것도 궁예를 조금 더 지워냈으면 하는 바람에서 한 것이다.” 김영철 하면 빼놓을 수 없는 배우가 이병헌이다. 드라마 ‘아이리스’, 영화 ‘달콤한 인생’ 등 여러 명작을 함께했다. 최근에는 게임 광고도 같이 찍었다. ‘달콤한 인생’에서 조직의 보스로 나온 장면을 재현했는데 반응은 폭발적이다. ―이병헌 씨는 연기 인생에서 아주 중요한 ‘파트너’가 아닐까. “병헌이와 연기를 하면 깊이가 달라진다. 서로 대사를 주고 받다 보면 저절로 배려, 양보, 믿음이 생겨 ‘연기는 이렇다’는 한계를 넘어서게 한다. 병헌이의 형으로 나온 드라마 ‘바람의 아들’에서 내가 병헌이 무릎 위에서 죽어가는 장면이 있었다. 나는 죽어야 되는데, 나를 붙잡고 오열하는 병헌이가 연기를 너무 잘해서 눈물이 나더라. 친한 고교 친구의 조카인데 6년 전 방송연기자협회 회장을 할 때도 많은 도움을 받았다. 삼촌 친구라면서. 너무 고마운 후배다.” ―교양 프로그램 진행자로 사람 냄새가 나는 전국의 동네 구석구석을 찾아다니고 있다. “이 프로그램을 하면서 내 옆에 있는 사람의 중요성을 절실하게 느끼고 있다. 너무 나 위주로 살아온 것에 대해 반성하는 기회가 되고 있다. 얼마 전 성수동을 갔는데, 전북 고창에서 42세에 서울로 올라 오셔서 40년 동안 가게에서 더덕을 파시는 할머니를 만났다. 얼마 수입도 안 될 텐데 팔리는 대로 매일 주변 갈 곳 없는 할머니 20명에게 밥을 해주시더라. 당신 자신의 작은 마음을 나눠준다는 것이 너무 짠했다. 요즘 후배 배우들한테 ‘연기 못해도 주변 사람들하고 잘 지내야 한다’는 말을 자주 하는데 다시 깨닫게 됐다.” ―수준 높은 드라마, 자연스럽고 감동적인 연기를 보고 싶어 하는 시청자들의 갈증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공짜는 없다. 얼마만큼 노력하고 쏟느냐, 이것은 인성과도 연결돼 있다. 연기를 더 잘하기 위해선 절제하고 겸손해야 한다고 스스로 주문해야 한다. 1973년에 연기를 시작하면서 대사 없는 웨이터, 인력거 기사 같은 단역을 오래 해봤다. 그러면서 작품에 대한 이해력이 생기기 시작했다. 연기 전공 학교를 다니지 못했지만 그 과정에서 나만의 ‘커리큘럼’을 구축할 수 있었다. 나만의 ‘연기 은행’에서 역할에 대한 정보를 뽑아 쓰고 다시 채워놓기를 반복해왔다. 앞으로도 은행에 잔액이 부족하면 또 공부할 것이다.” ―앞으로 어떤 역할을 해보고 싶나. “꿈꾸는 건 꼭 이뤄지더라. 언젠가 연세가 100세이신 김형석 명예교수(연세대)께서 ‘60대 중반에서 70대 중반까지가 우리 인생의 절정이다’고 말씀하신 적이 있다. 항상 뭔가 하려면 늦은 게 아닐까 싶었는데 그분 이야기를 듣고 자신감을 얻었다. 다양한 아버지를 해보고 싶다. 로맨스가 있는 아버지, 혼자 사는 슬픈 아버지 등등 이 시대 모든 아버지의 삶을 연기해보고 싶다.” 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추위는 지나갔지만 일교차가 큰 환절기가 다가왔다. 밤낮의 일교차가 10도 가까이 나면 신체는 균형을 잃고 면역력이 떨어지게 된다. 특히 올해는 미세먼지가 일상생활을 위협할 수준으로 심각해지면서 면역력, 호흡기 건강에 대한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공기가 차고 건조하면 호흡기 점막의 방어력이 약화된다. 그러면 미세먼지와 함께 세균이나 바이러스가 걸러지지 않고 체내에 들어오게 된다. 면역력이 약한 사람일수록 감기, 독감 등 질환에 걸리기 쉽다. 그래서 봄철이 되면 면역력을 높이는 식품이 인기를 모을 수밖에 없다. 홍삼은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면역력 증진, 피로 개선, 혈소판 응집억제를 통해 혈액 흐름, 기억력 개선, 항산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인정받았다. KGC인삼공사의 ‘정관장 홍삼톤 청’은 환절기 건강관리를 하려는 고객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홍삼톤 청’은 6년근 홍삼농축액을 주원료로 도꼬마리, 맥문동, 유백피, 도라지 등 식물혼합농축액에 대추, 도라지, 배, 생강 등의 부원료를 넣은 제품이다. 2018년 1월 출시 이후 소비자에게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다. 올해 들어서도 1∼3월에 전년 동기 대비 약 2배에 가까운 매출 신장을 보이고 있다. ‘홍삼톤 청’은 하루 한 포로 홍삼 1일 권장량을 충족한다. 허브추출물이 함유돼 섭취 후 목에서 청량감을 느낄 수 있다. 홍삼은 본연의 향과 맛을 느낄 수 있는 뿌리삼, 간편하게 진한 홍삼의 맛을 즐길 수 있는 농축액, 다양한 식물성 소재와 함께 홍삼을 섭취할 수 있는 액상 파우치 등의 제품군이 있다. 정관장의 대표적 액상 파우치 제품인 홍삼톤 시리즈는 2001년 출시된 후 꾸준한 인기를 모으고 있는 스테디셀러 제품이다. 남녀노소 누구나 쉽고 간편하게 섭취할 수 있어 매년 100만 개 이상 판매된다. ‘홍삼톤 골드’, ‘홍삼톤 마일드’ 등 6년근 홍삼농축액을 주원료로 제품 특성에 맞춘 식물성 부원료를 배합해 소비자들의 다양한 수요에 맞추고 있다. 한편 KGC인삼공사는 내달 14일까지 전국의 정관장 매장에서 환절기 건강관리를 하려는 고객을 위해 ‘홍삼톤 청’ 구매 시 ‘홍삼캔디 후’(160g)를 추가 증정하는 홍삼톤 청 프로모션을 진행한다.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우리 교육의 구조적 한계를 지적할 때마다 항상 미국식 교육이 모범 사례, 배워야 할 시스템으로 언급이 된다. 제주영어교육도시 내에 설립된 첫 번째 미국 국제학교로 2017년 10월 개교한 ‘세인트존스베리아카데미 제주’(SJA 제주)는 미국 교육의 흐름을 잘 반영한 학교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학교는 176년 전통 미국의 명문 사립 고교다. SJA 제주에서는 유치부(만 3세 이상), 초등부(1∼5학년), 중등부(6∼8학년), 고등부(9∼12학년) 등 총 4개 학교를 운영하고 있으며 620여명의 학생이 재학 중이다. 이곳은 한국의 학교 모습과 어떠한 차이가 있을까. 제주로 날아가 피터 토스카노 총교장을 만났다. 학교에 대해 이런저런 설명에 앞서 학생들이 조금이라도 스트레스를 덜 받도록 고민하고 있다는 그의 첫말부터가 신선하게 와닿았다. ○ 학교 다니는 재미, 그것이 시작이다 주변에서 마주치는 학생들에게 “학교 다니기 어때”라고 물어보면 대다수가 “힘들다”는 답이 돌아온다. 학교라는 이름만 들어도 부담과 스트레스가 크다. 전문가들은 국내 학교 시스템이 학생들의 성장 지원보다는 수업에서 이탈하지 못하도록 하는 데 더 신경을 쓰기 때문이라는 점에 대부분 공감한다. 학력으로 줄을 세우는 구조에서 학업 성취도가 떨어진 학생들에게는 학교를 다니는 것조차 동기 부여가 안 된다. 토스카노 총교장은 학교의 존재 이유부터 분명하게 짚고 넘어갔다. ―학생들의 표정이 밝다. “밖에서 만나는 SJA 제주 학생들 대부분이 ‘학교 다니기 즐겁다’고 말한다. 학교의 존재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믿는다. 미국의 학교는 종합적으로 학생들에게 접근한다. 지적인, 교육적인 부분 외에도 심리, 정서 영역에서의 발달도 중요하게 여긴다. 모든 면에서 점점 향상되는 성취를 느끼게 해주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한국 학생들이 학교를 다니면서 필요 이상의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는 얘기를 하던 도중 토스카노 총교장은 1995년 부산에서 1년간 30여개 공립학교에서 영어 강의를 할 당시에 느낀 기억을 꺼냈다. 토스카노 교장은 “한국 학교는 학생들이 교실에 머물고 교사들이 움직여서 신기했다. 미국은 반대로 학생들이 강의에 따라 이동한다. 학급 친구가 고정된 한국 학교에서 교우 관계 역시 일종의 스트레스로 다가갈 수 있다고 본다”고 했다.―학교에 흥미를 느끼게 하는 특별한 포인트가 있을 것 같은데… “과정 중심의 교육을 추구한다. 선생님들이 학생들에게 일방적으로 주입하는 하향식(Top-down)이 아닌 학생들이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상향식(Bottom-up) 수업을 지향해 가능한 한 학생들이 많은 질문을 던질 수 있도록 유도한다.” ―상향식 수업을 통해 얻는 것 무엇인가. “학생들의 관심사가 무엇인지 파악하는 거다. 선생님들이 학생들을 면밀히 관찰하고 기록한다. 학생들은 본인이 주제를 선택하고 이를 탐구하는 기회를 얻는다. 어제는 지구 온난화, 오늘은 나비 등, 이런 식으로 학생들의 관심사를 따라가는 교육을 진행한다.” ○ 흥미와 강점을 동시에 살려 ‘야무진’ 전문성으로… SJA 제주에서는 학생들의 흥미와 강점을 동시에 살핀다. 학교 입장에서는 학생들의 관심사도 듣고 어떤 분야에 능한지 파악하면 학생 개개인의 진학 학교와 전공에 대한 계산이 선다. 이런 스펙트럼하에서 학생들은 스스로 찾은 관심 주제에 대해 교사에게 조언을 받고 혼자 연구해 문제를 해결하는 경험을 여러 차례 반복하게 된다. SJA 제주에서는 본교 12학년만 운영하는 심화 교육 과정인 캡스톤(Capstone) 프로그램을 도입해 초등부에서 고등부까지 마지막 학년(5, 8, 12학년)을 대상으로 실시하고 있다. 해당 학년 학생들은 전체 교과 과정에서 얻은 종합적 지식과 학습 능력을 활용해 특정 주제 선정부터 연구, 분석을 통한 실질적 해결 방안을 모색한다. 중학교 졸업반인 8학년 때는 학생들이 직접 ‘스타트업(혁신형 기술과 아이디어를 보유한 초기 창업 기업)’의 대표로 제품 혹은 서비스를 개발하고 성공 가능성, 지속 가능성을 객관적으로 진단해 보는 캡스톤 프로그램도 경험한다. ―대학 이전에 특정 관심 분야를 집중 공부할 수 있다는 게 놀랍다. “SJA 제주를 졸업하면 한국 학력이 인정되는데, 여기에 더해서 특정 분야에 대해 많은 공부를 했다는 증명을 남기고 싶다.” 토스카노 총교장은 이 대목에서 “리서치(연구)”를 여러 차례 강조했다. 여기에 연구 경험과 향후 발전 가능성 일체를 ‘포트폴리오’로 만들 수 있는 능력까지 갖춰지면 ‘금상첨화(錦上添花)’다. ―미국의 교육, 입시 경향(트렌드)이라 할 수 있나. “최근 매사추세츠공과대(MIT), 예일 등의 대학에서 학생 선발 때 ‘연구’ 능력을 아주 중요하게 판단한다. 캡스톤은 학생들이 심도 있게 주제 탐구를 하고, 학우들 앞에서 발표하는 프로젝트다. 작년에 본교에 방문했을 때 시니어 캡스톤(12학년)을 볼 수 있었는데 인상적인 사례가 있다. 한 중국인 학생 얘기다. 이 학생은 아버지가 중국에서 공장을 운영 중이었는데, 공장 설비를 개선한 기계를 캡스톤 프로젝트를 통해 만들고 특허까지 제출했다. SJA 제주에서도 내년 36명의 1회 졸업생이 시니어 캡스톤을 하게 되는데 무척 기대가 크다.” 토스카노 총교장은 학생들이 특정 관심사나 이슈에 대해 실질적이고 창의적 연구 경험을 쌓고 대학입시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계속 새로운 것을 접하고 혁신되길 원한다. 그의 교육 목표이기도 하다. 그래서 캡스톤 프로그램과 연계해 본교에서도 진행하지 않는 ‘아카데믹 콘센트레이션’이라는 프로그램 아이디어를 내고 고등부에서 시행할 준비를 하고 있다. ―대학에서 전공 관련 과목을 집중적으로 신청하는 것과 유사한데… “고등부 학생들에게 관심 과목을 집중적으로 수강하게 하는 거다. 예를 들면 생물학, 화학, 물리학, 환경 과학 등과 같은 특정 분야의 과목을 집중해서 들으면 수료증을 주는 것이다.” SJA 제주에서는 고등부 4년간 대학처럼 심화 학습 과목을 수강할 수 있는 ‘블록 스케줄’ 프로그램이 기존에 있다. 한 학년을 두 학기로 나눠, 학기마다 4학점을 신청해 이수할 수 있다. 4년 동안 8학기에 32학점 신청이 가능한데 28학점이면 졸업이 가능하다. 그래서 남는 4학점을 관심 심화 학습 과목에 집중하도록 하는 것이다. ―정말 한 우물을 제대로 파게 만드는 아이디어다. “대학 입학 때 장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과학, 예술, 수학만이 아니라 엔지니어링 분야로 넓히려 한다. 여기서 한 가지를 정해 ‘아카데미 콘센트레이션’을 진행할 경우, 시니어 캡스톤 주제도 동일해야 한다. 궁극적으로 학생들이 한 분야에서 확실한 전문성과 정통성을 갖게 하는 것이다.” ○ 학생의 미래와 함께 가는 ‘엔드 포인트’ “‘커리큘럼’은 계속 변화합니다. 가장 중요한 건 어떻게 성취하느냐죠.” 토스카노 총교장이 말하는 SJA 제주의 교육 ‘End point’(지향점·최종목표)는 학생 개개인에게 맞는 능력 개발에 토대를 둔 유기적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경험과 숙달된 학습 능력, 기술이 충분히 축적된 상황이다. 학생의 목표에 따라 고교 때까지의 총체적인 여정일 수도 있고 졸업 이후일 수도 있다. 토스카노 총교장은 “캡스톤의 경우, 학생들은 얼마나 자신의 인생에 도움이 되는 프로젝트인지 모르고 그저 즐겁고 재미있게 하다가 축적의 산물을 느낀다. 그게 지향점”이라며 “학생들에게는 대학 이후에도 삶이 있기 때문에 우리의 지향점은 학생들이 졸업한 이후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재학생의 90% 이상이 한국 학생인 SJA 제주를 이끌고 새로운 도전을 하는 책임감은 남다르다. “여기는 나의 학교가 아닌 우리의 학교예요. 공동체들과 학교를 끌고 나가는 것이 매우 자랑스럽습니다. 학부모들과 대화해 보면 생각이 많이 변한 것 같아요. 대학 진학 얘기가 아니라 ‘우리 아이가 행복했으면 좋겠다’, ‘생각할 수 있는 아이로 자랐으면 좋겠다’는 얘기를 해요. 이런 부분들이 나에게 큰 원동력이 되고 있습니다.”▼ “자율 아래서 책임감을 배웠다” ▼SJA 제주는 일정 자격 요건을 갖춘 학생들을 대상으로 본교와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SJA 제주 학생들이 본교에서 교육을 경험했고, 본교 학생도 현재 2명이 SJA 제주에 다니고 있다. 교환학생으로 본교를 다녀온 양진호 학생(11학년)은 “미국 고교를 경험해 보길 꿈꿔 왔다. 교환학생 기간 동안 보다 자립적이 되고, 영어로 나 자신을 제대로 표현하는 것을 목표로 했는데 성과가 좋았던 값진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이민규 학생(10학년)은 “본교는 수업과 과외 활동 때 엄청난 자율성을 주면서도 자신의 행동에 스스로 책임을 지게 한다. 결과에 대한 책임의 중요성을 새롭게 느낀 계기가 됐다”고 전했다. 이번 학기 본교에서 SJA 제주로 온 여학생 다우셔 엘리자베스는 “전문적이고 최신식 시설을 갖춘 이곳 캠퍼스에 놀랐다. 내가 무엇을 해야 할지 혼란을 느끼지 않도록 관심을 가져주는 선생님과 친구들이 있어 즐겁게 학교를 다니고 있다”고 말했다. 제주=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동원F&B의 간판 제품인 동원참치와 양반죽이 회사 역대 최고 실적에 크게 기여했다. 동원참치와 양반죽은 출시된 지 각각 36년, 28년이 됐다. 전통의 장수 브랜드로 다양한 마케팅 전략과 새로운 제품 가치로 동원F&B의 매출 성장에 지속적으로 기여하고 있다. 1982년 출시된 이후 업계 점유율 1위를 지킨 동원참치는 옴니채널(소비자가 온라인, 오프라인, 모바일 등을 넘나들며 상품을 검색하고 구매할 수 있도록 한 서비스) 마케팅 전략으로 소비자들에게 더욱 가까이 다가가고 있다. 이로 인해 지난해 판매량도 2017년 대비 10% 이상 늘었다. 동원F&B는 최근 인기 캐릭터인 ‘뽀로로’를 활용한 어린이 맞춤형 참치캔인 ‘동원 뽀로로 참치’를 출시했다. 3월부터는 롯데월드 내 ‘뽀로로 파크’ 잠실점에서 어린이들을 위한 다양한 참치 요리를 선보일 예정이다. 이 밖에도 다양한 이벤트가 현장에서 진행된다. 동원F&B는 2017년 미니언즈 캐릭터를 넣은 ‘미니언즈 악동매콤참치’를 출시했다. 24종의 귀여운 미니언즈의 표정을 디자인했다. 지난해 5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라이선싱 엑스포 2018’에 초청받아 전시되기도 했다. 동원F&B는 동원참치를 더 알리기 위해 다양한 형태의 팝업스토어를 지속적으로 선보이고 있다. 팝업스토어에서는 고객이 동원참치로 만든 다양한 요리를 직접 먹어보며 참치의 가치를 경험하게 된다. 2017년 서울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에서 운영한 동원참치 최초의 팝업스토어 ‘더 참치밥집’은 10일 동안 누적 방문객이 1만 명이나 됐다. 지난해 롯데백화점 잠실점에서 열었던 동원참치 미니언즈 팝업스토어는 일평균 방문객 2만 명, 누적 방문객이 41만 명에 달할 정도로 문전성시를 이뤘다. 동원F&B는 최근 ‘동원참치 쿡캔’ 발매를 기념해 참치마요 덮밥, 참치 미역국, 참치 김치전 등 다양한 참치 요리 레시피를 담은 디지털 광고 영상을 유튜브와 네이버TV, 카카오TV를 통해 공개했다. 동원참치의 디지털 광고 집행은 이번이 최초다. ‘동원참치 쿡캔’은 지난해 7월 출시된 세계 최초의 레시피 참치캔이다. 캔 뚜껑에 소비자들에게 익숙한 한식부터 서양식까지 55종의 다양한 참치 요리 레시피가 그려져 있다. 이 같은 동원F&B의 옴니채널 마케팅은 최근 한국능률협회컨설팅(KMAC)이 주최한 ‘고객중심 경영혁신 콘퍼런스’에서 차별적 고객 경험을 제공한 우수 사례로 초청돼 소개됐다. 동원F&B는 최근 아침 식사를 자주 거르는 현대인들을 대상으로 ‘양반죽 아침 먹기 캠페인’을 진행하며 적극적인 수요 확대에 나섰다.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이 진행한 2017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국민 10명 중 3명이 아침 식사를 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양반죽의 열량은 즉석밥의 약 40%, 라면의 약 13% 수준이다. 탄수화물과 지방 함량을 낮추고 단백질 함량 비율을 높여 다이어트 식단으로도 각광받고 있다. 동원F&B는 최근 광주공장에 약 3000평 규모의 양반죽 생산 라인을 준공해 맛과 영양 수준 상승을 꾀했다. 지난해 양반죽 매출은 2017년 대비 30% 이상 성장했다. 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최근 강남을 배경으로 자식의 명문대 의대 진학을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부유층 학부모와 입시 전문 컨설턴트 등을 다룬 한 방송 드라마가 크게 인기를 끌면서 한국의 교육 현실을 곱씹는 목소리가 커졌다. 분명 드라마는 극소수에 해당되는 스토리다. 그렇다 할지라도 부모의 돈과 정보력이 학생들의 진로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우리 교육의 실제 현실. 그래서 내용이 조금 부풀려지고 과장됐더라도 공감은 컸다. 학력이라는 이름으로 학생들을 줄을 짓게 하는 우리 교육 구조가 얼마나 심각한 휴유증을 남기는지 고민하는 계기도 됐다. 그렇다면 과거의 국내외 교육 체계를 연구해온 역사학자들이 생각하는 한국 교육의 방향은 어떠할까. 고전연구가인 신동준 21세기 정경연구소 소장으로부터 한국과 중국의 역사에서 참고할 만한 교육의 관점과 방향을 들어봤다. ● 자기 충실을 위한 공부가 없다 신 소장은 드라마 내용 일부가 사실과 가깝다는 점을 전제로 우리 교육의 방향, 학교의 존재 목적이 본질에서 많이 벗어나 있다고 지적했다. 신 소장은 “돈과 계층의 대물림을 위한 학업과 진로 선택이 이뤄지고 있다. 공부를 하는 주체인 학생들이 무엇을 위해 학업을 하는지에 대한 설정부터가 잘못됐다”고 진단했다. 신 소장은 “공자(孔子)가 말하길 군자(君子)나 대인(大人)은 자기 자신을 충실히 하고자 공부를 하고 소인(小人)은 남을 위해서 공부한다고 했다. 지금 우리 교육 구조에서 결국 내 부모의 기대, 주변의 시선, 경제적인 이익만을 좇아 공부를 하는 학생들이나 이를 묵인하고 부추기는 교육 관계자들이 의미심장하게 상기시켜 봐야 할 얘기”라고 했다. 학벌, 직업, 배경 등 소위 ‘간판’으로 사람의 능력과 인격을 평가하는 인식에서 교육에 대한 근본적인 존중이 부족하다고 꼬집었다. 이런 상황에서는 부모의 능력에 따라 일정 부분 학력의 성취도나 서열이 좌우되고, 상위권에서 밀려난 중하위권 학생들은 공부를 포기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 악순환이 계속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수준 높은 교육을 받는 것에서부터 높은 진입 장벽이 생기게 됐고, 학생 개개인에 맞는 창의적, 전인적 성장 교육은 ‘언감생심’일 수밖에 없는 현실. 그러면서 교사와 제자, 학부모 사이의 관계, 교육 방법도 비정상적으로 형성됐다고 봤다. 교사와 학생 사이의 신뢰는 상당히 떨어져 있고, 학부모가 교사의 운명을 쥐고 흔들거나 특정 학생의 성적 향상을 위해 비정상적으로 결탁하는 일이 빈번하다. 신 소장은 “인류 최초의 대중 교사라 할 수 있는 공자는 제자들이 속수(束脩·스승에게 인사 치례로 주는 수업료나 물품)가 없더라도 리더가 되고 ‘수기치인(修己治人)’하겠다고 하면 귀족뿐만 아니라 서인들도 다 받아줬다. 그러면서 제자들에게 ‘생산자’가 될 것인가 ‘지도자’를 할 것인가의 전문적인 영역 기준에서 제자들에게 맞는 교육을 했다”고 말했다. 신 소장은 “지금은 학생-학부모-교육자의 관계가 많이 변질됐지만 유학의 오경(五經) 중 하나인 예기(禮記)에서는 교학상장(敎學相長), 스승은 제자를 가르치며 성장하고 학생은 배우면서 진보한다고 했다. ‘가르치는 게 배우는 것, 그러면서 성장한다’는 이치가 당연하게 받아들여졌다. 순자(荀子)도 제자가 스승보다 낫다는 청출어람(靑出於藍)의 취지를 갖고 학문을 권했다”고 설명했다. ● “신숙주를 떠올려라” “결국 신숙주 같은 사람을 발굴하는 것을 교육의 목표로 삼아야 하지 않을까요.” 신 소장은 한국 교육의 방향성을 묻는 질문에 조선시대 전기의 문신인 신숙주(1417~1475)를 떠올렸다. 신숙주는 과거 한국사에서 이론과 실무에 어학, 업무 조정 능력 등까지 두루 겸비한 인재를 꼽을 때 대표 인물로 꼽힌다. 세종 때 과거에 급제해 성종 때까지 병조·예조판서, 우찬성, 대사성, 직제학, 우의정, 좌의정, 영의정 등 안 거친 요직이 없다. 예문관(왕의 칙명과 교서를 기록, 정리하는 임무를 맡아보는 관청)과 홍문관(궁중의 경서와 사적, 문서를 관리하는 관청)의 대제학(정2품 벼슬)을 겸임하기도 했다. 신 소장은 “다독을 좋아하고 제자백가(諸子百家)의 사상을 통달했던 신숙주의 과거 시험 당시 답안지는 틀에 박힌 답이 아니어서 채점관이 정성적 평가를 하기 힘들 정도였다고 한다. 그래서 문과 시험에서 가장 성적이 좋은 갑과(3명)가 아닌 을과(7명)로 합격을 했을 정도”라며 “그렇지만 병서와 음양서까지 꿰찬 그의 능력은 관직 생활을 하고부터 여러 분야에서 크게 꽃을 피웠다”고 말했다. 신 소장은 “교육에 있어서 두루 읽는 독서가 왜 중요한지를 알게 해주는 단적인 인물”이라며 “결국 독서로 가까운 학문의 연구 영역을 계속 확대했는데, 주희(朱熹·1130∼1200)가 대학장구(大學章句)에서 말한 격물치지(格物致知·사물이나 현상 속에 내재하고 있는 여러 이치를 잘 탐구해 완벽하게 지식을 쌓는다)를 가장 잘 실천한 인물”이라고 말했다. 신 소장은 “장자의 책을 읽고 ‘중간자’ 발견에 영감을 얻어 결국 일본의 최초 노벨상(물리학상)을 수상하게 된 물리학자 유카와 히데키도 좋은 사례”라고 말했다. 입시 공부에만 매달릴 수밖에 없는 학생들은 다양한 지식을 접할 기회가 많지 않다. 짧은 시간에 교과 과목에 관한 많은 정보를 처리하고 문제를 푸는 데만 익숙해져 있다. 이 경쟁에서 밀려나는 학생들은 ‘공부 못하는 애’ 취급을 받는다. 현 교육 체계에서 학력의 핵심이 창의성 함양과 거리가 있다. 인재들이 사회 적재적소에 효율적으로 배분되지 못하고 있는 것도 결국 획일적인 지식 잣대로 서열을 짓는 교육 평가 구조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한국 교육의 왜 변해야 하는가’를 고민할 때 가장 우선적으로 되돌아봐야 할 인물이라는 게 신 소장의 말이다. 그래서 장기적으로는 대학 입시 방식을 대학 자율에 맡기고, 단기적으로 대학 내에서 학부를 더 내실 있게 통합 운영하고 대학원 코스를 세부적으로 전문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신 소장은 “사람마다 능력이 다르고 취향 차이가 있다. 공자는 거일반삼(擧一反三)이라는 교육법으로 자기 주도형 학습을 권장했다. 하나를 알려주면 셋을 알아차린다는 얘기로 스스로 ‘리서치’하고 다음 것을 가르쳤다”며 “이런 교육이 돼야 폭넓은 지식과 시야로 세상을 잘 읽는 인적 자원들이 많이 배출될 수 있다. 어떠한 일을 하든지 국가 공동체와 경제 생산성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이 교육의 우선 목표로 전제가 돼야 한다. 교육에서 바로 이런 말을 해줘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신동준 소장은…· 1956년생· 경기고-서울대 정치학과-서울대 정치학 석·박사· 조선일보, 한겨레신문 기자· 일본 도쿄대 동양문화연구소 객원연구원· 도서출판 학오재 대표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50대 이후 중장년층 사이에 당구 인기가 심상치 않다. 목 좋은 당구장에는 어김없이 5060세대들이 포진해 있다. 그들은 단순히 당구장에서 게임만 즐기는 것이 아니라 옛날을 추억하고 건강도 챙긴다. 이런 이유로 골프 마니아를 자처하던 이들도 당구장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덩달아 내리막을 타던 당구 산업도 회생하고 있다. 골목길에서 사라져가던 당구장이 다시 늘어나 어느새 PC방 수를 앞질렀다. 이들이 뒤늦게 빠져든 당구의 매력은 무엇일까. 일단 비용 부담이 크지 않다는 게 주머니가 얇아진 5060세대에게 어필하고 있었다. 또래 친구들과 사회적 관계를 이어갈 수 있다는 점도 한몫했다. 여기에 의학적으로 건강 효과가 상당하다는 연구 결과도 영향을 미쳤다. 5060세대의 당구 열풍을 해부해 봤다.》 설을 앞둔 1일 오후 1시 반경 서울 종로구 안국역 인근에 위치한 명인당구장. 점심시간 직후라 그런지 한산한 분위기였다. 8대의 당구대 중 7대가 비어 있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3명의 손님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또 오셨어요?” 당구장 주인이 밝은 목소리로 맞았다. 이들은 대기업에서 은퇴한 후 퇴직자 모임에서 만난 당구 동호인들. 어느덧 친해져 당구장을 함께 찾는 사이가 됐다. 박세득 씨(73)는 스스로를 ‘돌아온 초보’라고 했다. 한 달 전, 50년 만에 큐대를 잡았다. 박 씨는 “은퇴 후 골프도 치고 다른 취미생활을 해봤지만 당구만 한 게 없다. 몸에 무리도 안 가고 또래와 쉽게 어울릴 수 있다”며 웃었다. 박 씨는 며칠 전 스코어 150을 돌파했다. 몸이 기억하는 게 신기했다. 함께 온 곽철호 씨(67)는 2년 전 시작한 당구에 푹 빠져 당구 예찬론자가 됐다. “골프, 등산은 갈수록 힘이 부쳐요. 저렴하게 즐기고 두뇌 회전에도 도움이 되니, 일석삼조 아니겠어요.” 최근 50대 이후 중장년층들에게 당구가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 쓰러져가던 당구 산업을 이들이 살렸다는 말까지 나온다. 한국인이라면 죽을 때까지 끊기 어렵다는 골프도 포기하고 당구의 세계로 뛰어든 이도 많다.○ 당구장마다 ‘5060’ 북적북적 1일 오후 동아일보 취재팀이 서울 여러 지역의 당구장을 동시에 찾았다. 대부분 비슷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20, 30대 젊은층도 간혹 있지만 주류는 50대 이후였다. 성동구 마장로 3층짜리 건물의 2층에 있는 삼성당구장. 중절모에 한껏 멋을 부린 60대 노인 4명이 게임을 하고 있었다. 이 당구장은 성동구에서 노인들 사이에 명소로 꼽힌다. 목요일이나 금요일에는 빈자리가 없을 정도다. 이 당구장 김원근 사장은 “매일 낮 12시부터 오후 5시까지 ‘실버할인’을 시행해 입장료 5000원만 받는다. 여성은 할인 폭이 더 커 3000원만 내면 된다. 이 때문에 낮에 중장년층이 많이 몰린다”고 소개했다. 박 씨라고 성만 밝힌 60대 노인은 “푼돈으로 이보다 더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레저가 있느냐”고 반문했다. 강남구 신사동의 J빌리어드 당구장은 고교 동문 팀이 자주 찾는다. 이날도 대전고 동문 3명이 게임을 하고 있었다. 이들 외에도 60대로 구성된 고교 동문 4, 5개 팀이 거의 매일 이곳에서 게임을 즐긴다. 이 당구장 음종성 사장은 “5060 세대 고객은 낮에 와서 2, 3시간 게임을 즐긴 후 저녁 식사나 술 한잔하러 가는 게 일반적이다. 삶을 즐긴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는다”고 귀띔했다. 정기적으로 중장년층을 대상으로 당구대회를 여는 당구장도 제법 많다. 이런 인기에 힘입어 복지관도 잇달아 당구교실을 열고 있다. 성동구 사회복지사 지현호 씨는 “최근에는 60대 여성 신청자가 크게 늘고 있다”며 “모집 정원(144명)의 절반 이상이 여성”이라고 말했다.○ 재미 넘치는 ‘불황’형 소비 이장영 국민대 사회학과 교수(스포츠 여가·문화사회학 전공)는 “은퇴 또는 명예퇴직한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가 당구에 몰리는 것은 사회 분위기를 그대로 반영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주머니 사정이 좋지 않다 보니 지출이 적어야 하고, 건강에 무리가 가지 않는 운동을 찾다 보니 그게 당구라는 것. 최근 들어 당구 전용 케이블 채널에 각종 대회까지 열리는 것도 5060세대 당구 열기를 부추겼다. 이 교수는 “(자신도) 매주 토요일 당구 동호회에서 2, 3시간씩 게임을 즐긴다”며 “당분간 당구가 은퇴자들의 가장 보편적이고 일상적인 레저 자리를 지킬 것”이라고 전망했다. 당사자인 5060세대는 어떤 이유로 당구에 끌릴까. 50대 회사원 이기호 씨는 저렴한 이용료를 첫 번째 이유로 꼽았다. “2만 원 정도만 내면 2시간을 즐길 수 있어 스크린골프의 절반 값이다. 회사 동료들과 저녁 때 1차로 소주 한잔하고 2차로 당구장에 간다. 진 팀이 게임비와 맥주 한잔 값을 추가로 내지만 이 또한 큰 부담은 아니다.” 거의 매일 당구장을 찾는다는 당구 마니아 김선수(가명·55·자영업자) 씨는 저렴한 비용 외에 접근성과 편의성에 높은 점수를 줬다. “골프 테니스 배드민턴 같은 종목은 개인장비를 갖추고, 필요한 시설을 갖춘 곳을 찾아가야만 한다. 반면 당구장은 도심 빌딩에 위치한 데다 장비가 갖춰져 있어 몸만 가면 된다.” 결국 당구가 적은 돈으로 최고의 ‘가성비’를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인기를 얻고 있다는 뜻이다. 이는 장기간 계속되고 있는 경기 침체와 무관하지 않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아날로그 감성에 만족감 극대화 여기에 중장년층 사이에 불고 있는 복고 열풍도 당구 인기에 한몫했다. 학창 시절 당구장에서 친구들과 어울렸던 추억 등 ‘아날로그’ 감성에 자극을 받아 당구로 다시 눈을 돌리고 있다는 것이다. 회사원 김현태 씨(50)는 “요즘 당구장에 가면 고교 시절 선생님 몰래 치면서 가슴 졸였던 생각이 난다”며 “세상에서 제일 맛이 있다는 ‘당구장 짜장면’을 먹을 수 있지만 담배를 못 피우는 것은 좀 아쉽다”고 털어놨다. 사업가 조영채 씨(51)도 “당구는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 젊은 날 친구들과 추억을 나눌 수 있는 유희문화로 본다”고 말했다. 이런 분위기에 편승해 당구장 산업도 활력을 되찾고 있다. PC방이 생기면서 20대가 대거 당구장을 떠나는 바람에 당구장은 1999년 2만8300여 곳에서 2003년 1만4900여 곳, 절반 가까이로 쪼그라들었다. 그런데 최근 5060세대의 당구 열풍에 전국 당구장 수는 지난해 말 기준 2만2000여 개까지 늘어난 것으로 추산된다. 실제 J빌리어드 당구장 음 사장도 불황의 틈을 노려 3년 전 이곳을 인수했다. 이곳은 그 일대에서 유명한 단란주점이나 나이트클럽이었다. 이 일대의 노래방이나 찜질방 등이 문을 닫으면서 당구장이 자리를 채운 셈이다. 창업 트렌드 전문가 허건 행복한가게연구소장은 “여가 시간은 늘어났지만 가처분 소득이 줄어든 중장년층이나 은퇴한 베이비붐 세대에게 당구는 제격이다”라며 “불황형 소비이기도 하지만 불황형 창업 아이템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 50대 이후에 권할 만한 저강도 운동 당구가 5060세대의 건강에도 도움이 된다는 분석도 빼놓을 수 없는 인기 요소다. ‘당구 마니아’ 김선수 씨는 “당구는 실내에서 안전하게 즐길 수 있고 관절에도 무리가 가지 않는다. 동년배들과 어울리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나면 마음도 즐거워진다”고 예찬론을 펼칠 정도다. 이런 믿음은 실제로 근거가 있다. 2014년 덴마크 코펜하겐의 노후건강연구소가 60, 70대를 대상으로 당구와 노년 건강의 관계를 조사한 결과 주 4회 이상 당구 게임을 즐기는 사람일수록 건강 상태가 양호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중장년층 남성들이 당구를 즐기면서 다른 사람들과의 유대감을 높임으로써 삶의 질이 향상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국내 의학자들도 이런 견해에 대체로 동의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당구대 한 바퀴를 돌면 10∼13m를 걷게 된다. 1시간 당구를 즐긴다면 적게는 2km에서 많게는 4km까지 걷는 셈이다. 박윤길 강남세브란스병원 재활의학과 교수는 “당구는 과격한 신체 접촉이 없고 몸에 무리가 가지 않는 저강도 운동으로, 만성질환이 있을 수 있는 50대 이후 세대에게 권할 만하다”고 말했다. 공을 칠 때 취하는 기마 자세는 하체 근력 향상에도 도움을 준다. 박 교수는 “다만 허리를 굽혔다 폈다 하는 동작을 반복하기 때문에 허리가 약한 중년에게는 다소 무리가 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선 사전에 충분하게 스트레칭을 하는 것이 좋다. 당구공을 칠 때는 상당히 집중해야 한다. 초보라면 공을 치기 전에 계산할 게 별로 없지만 실력이 늘수록 공략법이 복잡해진다. 머릿속에서 계산하는 횟수가 많아지면서 두뇌 활동도 활발해진다. 게다가 친구들과 게임을 하면서 사회적 만족감도 얻을 수 있다. 이로 인해 뇌와 관련된 질병을 막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박 교수도 “또래들과의 사회 활동이 활발해지면 인지장애와 치매를 막는 데 도움을 준다”며 이 같은 의견에 동의했다.김상훈 corekim@donga.com·송진흡·유재영 기자}

명절 연휴 인천국제공항은 외국으로 나가려는 인파로 복잡하다. 이번 설 연휴에도 약 100만 명이 국제선을 이용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설 연휴 앞에 주말이 끼어 있어 인천공항에 긴 연휴를 보내려는 인파가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 탑승 수속, 출국 심사와 보안 검색까지 한참을 기다려야 한다. 서울 강남구 코엑스 한국도심공항에서 탑승 심사와 출국 심사를 미리 끝낼 수 있어 유용하다. 10∼25분 간격으로 운행(첫차는 오전 4시 10분)되는 리무진 버스를 이용해 인천공항에 도착하면 별도의 수속 과정 없이 출국장 측면 전용출국통로(외교관, 승무원 전용 출국 통로)로 나가 보안 검색을 받은 뒤 바로 출국 심사대를 통과할 수 있다. 코엑스 도심공항에서는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제주항공, 이스타항공, 진에어 등 국내 5개 항공사를 비롯해 유나이티드, 에어프랑스, KLM, 등 11개 외국 항공사 여객기의 탑승 수속이 가능하다. 지난해 10월부터는 대한항공이 운항하는 공동운항편 탑승 수속도 할 수 있다. 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9일 오전 강원 고성군 죽왕면 한해성수산자원센터. 동해 바닷가가 한눈에 들어오는 이곳의 명태동 컨테이너 건물 출입문을 열고 들어가니 수산시장에서나 맡을 수 있는 싱싱한 생선 비린내가 코를 찌른다. 서주영 해양수산연구사(42·이학박사)는 매일 수조 탱크에서 양식 중인 명태들을 살핀다. 마치 인큐베이터에 있는 자식을 보듯 물고기의 움직임을 관찰한다. 가끔씩 수면 위로 올라와 숨을 쉬는 명태와도 눈을 맞춘다. 얼마 전 아내와 자녀들이 강릉으로 이사 가면서 서 연구사는 센터 내 관사에서 홀로 살고 있다. 서 연구사에게 명태는 가족보다 더 자주 보는 사이다. 서 연구사는 센터가 2014년부터 진행해 오고 있는 ‘명태 살리기 프로젝트’를 주관하는 실질적인 실무 책임자다. 서 연구사는 다른 명태들이 자라는 어류동 건물로 발걸음을 옮겼다. 다시 ‘자식들’의 상태를 살핀다. 2015년 얻은 인공 1세대 명태들을 기르는 수조 탱크를 들여다보니 50cm 남짓 크기의 명태 한 마리가 바닥에서 미동도 하지 않는다. 서 연구사는 “수온, 먹이를 최적의 조건으로 만들어줘도 생존율이 5%에 불과한 게 명태다. 폐사할 때마다 내 살이 떨어지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서 연구사는 짧은 한숨을 내쉬고 다시 명태동과 어류동을 분주히 오갔다. 명태 살리기 프로젝트와 관련한 기관 회의에 참석하는 것도 일이다. 명태에서 시작해 명태로 끝나는 것이 그의 하루 일과다.○ “최근 보도 아쉬워… 실패 아닌 가능성 확인” 기자가 센터를 찾은 건 지난 10년 가까이 자취를 감췄던 자연산 명태가 최근 강원도 앞바다에서 2만 마리가량 잡혔다는 기사를 보고서다. 수산 당국이 이동 경로를 파악하고 있다고 했다. 자연산 명태 어획 소식은 센터의 명태 살리기 프로젝트 성과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 객관적인 자료를 토대로 센터에서 눈으로 보고 듣고 확인한 것으로 프로젝트의 성과를 알아보고 싶었다. 그래서 일부러 지난해 말부터 최근까지 자연산 명태 어획 관련 기사들은 자세히 읽어보지 않았다. 참고만 하려고 제목만 훑어봤을 뿐이다. 다수의 최근 기사 제목은 이번에 잡힌 명태가 유전자 분석을 통해 모두 자연산으로 판명이 났고, 그러면 센터가 양식으로 방류했던 명태는 어디로 갔느냐는 의문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몇몇 기사에는 ‘명태 미스터리’ 등 센터의 명태 살리기 프로젝트가 실패한 것처럼 보이는 제목이 붙기도 했다. 독자들이야 호기심을 갖겠지만 노력도 하고 고충도 컸을 센터 연구사와 직원들이 보기에는 서운할 수도 있겠다 싶었다. 명태동 사무실에서 인공 1세대 명태와 2세대 명태들의 일일 개체수를 확인하던 서 연구사는 최근 보도에 아쉬움을 먼저 표시했다. 서 연구사는 “기사의 ‘팩트’는 맞지만 보도 방향이나 제목은 우리가 프로젝트 성과를 평가하는 관점과 180도 다르다”고 설명했다. 센터는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고성 앞바다에 인공 1세대, 2세대 명태 총 122만6000마리를 방류했다. 이 중 2017년(5월, 12월)에 2세대 30만 마리, 지난해(5·6월, 12월)에 2세대 91만 마리 등 121만 마리가 집중적으로 방류됐다. 2016년 방류한 1세대 명태 1000마리는 확인이 쉽도록 등에 표지를 부착해서 바다에 풀었다. 이 가운데 다시 바다에서 잡힌 건 4마리다. 2016년 6월 강원 속초에서 2마리, 지난해 3월 고성에서 1마리가 잡혔는데, 유전자 검사를 통해 모두 센터에서 방류한 인공 부화 명태로 확인됐다. 2017년 2월에는 표지가 붙은 명태 1마리가 강원 양양에서 잡혔다. 어획 시기로 본다면 2017년과 지난해 방류한 121만 마리를 제외하고, 사실상 이전에 방류한 1만6000마리 중에 포함된 명태인 셈이다. 서 연구사는 “최근 일부 기사에서 ‘방류된 명태로 확인된 개체는 4마리에 불과하다’ ‘총 4마리가 전부다’라고 썼는데 접근이 잘못됐다”고 했다. 서 연구사는 “넓고 넓은 동해에 방류한 명태가 4마리나 확인된 것은 ‘고작’이 아니라 긍정적인 성과다. 잡히지 않은 인공 부화 명태가 많다는 것을 전제로, 어린 명태가 살아남아 드넓은 바다에서 그물에 잡힐 만큼 성장했다는 데 상당한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 민감한 명태, 24시간 보금자리 환경 관리 서 연구사에게는 작은 명태 치어 한 마리라도 애지중지할 수밖에 없는 기억이 있다. 2015년 1월 30일 새벽, 평소 알고 지내던 어민으로부터 귀한 자연산 암컷 명태를 잡았다는 전화를 받았다. 그 전해 죽은 암컷 명태에게서 알을 채취해 어렵게 인공 수정을 시켜 명태 치어 9만4000마리를 부화시켰다가 모두 폐사하는 경험을 했던 서 연구사로서는 그만큼 반가운 소식이 없었다. 한달음에 달려갔다. “크기가 70cm가량 됐는데 배가 불러 있었죠. 어렵게 살려 전년 확보한 자연산 수컷 2마리를 같은 수조에 넣어놨는데 수컷들이 수정을 하려고 암컷을 따라다니더라고요. 제대로 수정이 되겠다 싶었죠.” 2월 암컷과 수컷이 만든 수정란에서 치어 3만 마리를 얻었다. 이 중 1만5000마리를 방류했고 이들이 방류한 명태 122만6000마리의 시초가 됐다. 그 이후로 새벽에 건강한 어미 개체가 잡혔다는 전화만 오면 차에 물을 싣고 주저 없이 항구로 나갔다. 하지만 2015년 1월과는 달리 마음 아픈 기억만 많아졌다. “어민들 입장에서도 명태 프로젝트가 잘되면 크게 이득을 볼 수 있잖아요. 그래서 암컷이 나오면 협조를 잘해 줬죠. 하지만 아무래도 깊은 심해에서 그물에 걸려 올라오다 보니 멀쩡할 리가 있겠어요. 물고기가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으니 정상일 리가 없죠. 짧게는 당일, 길게는 열흘 살아 있다 죽더라고요. 그렇게 허무할 수가 없어요.” 그러다 보니 아무리 인공 부화 명태라 할지라도 내 자식처럼 철저하게 보살핀다. 122만6000마리를 방류한 뒤 센터가 명태 살리기 프로젝트용으로 현재 보유하고 있는 명태는 1세대 1100여 마리, 2세대 1500여 마리다. 2014년 2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확보했던 자연산 어미 명태는 203마리. 이 중 현재 2마리만 남아 있다. ‘국산 명태’ 귀환의 명운을 짊어졌던 보물들이다. 한 마리 한 마리가 소중하다. 연구사를 포함한 9명의 직원이 교대로 당직을 서면서 어류동과 명태동 수조 탱크들의 상황을 24시간 관리한다. 명태 양식에서 가장 민감한 수온은 오전, 오후 실시간 모니터링해 적절한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서 연구사는 휴대전화에 모니터 프로그램을 깔아놓고 건물 밖에 있을 때도 수시로 들여다보고 있다. 겨울철 어종인 명태가 살기에 적합한 물의 최적 온도는 섭씨 8.6도다. 주로 바닷물 표층수를 파이프를 통해 수조로 들여오지만, 온도가 높아지면 저온의 저층수를 들여 수온 조절을 한다. 수온이 설정한 최적 기준 온도에서 벗어나면 곧바로 위험 경보가 울린다. 겨울이야 바닷물 표층수의 온도가 평균 9.9도 정도로 낮기 때문에 조절에 큰 어려움이 없지만 여름에는 큰일이다. 표층수의 온도가 20도 이상으로 높아진다. 저층수는 물론이고 온도가 더 낮은 수심 60m 아래 심층수를 섞어 적정 수온을 유지시켜야 한다. 예전에는 심층수 공급 업체에서 1일 1200t 정도 구입해 썼으나 지난해 11월 해수취수관 시설을 만든 이후에는 바다에서 직접 심층수를 얻을 수 있게 됐다.○ 3번째 알 낳는 1세대… 명태 자원 회복 ‘도전’ 건강한 자연산 암컷 명태 모체를 계속 얻는 것과 1세대 명태로부터 얻은 개체들의 생존율을 높이는 것은 센터가 짊어진 숙제다. 최근 2015년에 얻은 1세대들에게서 2017년과 지난해에 이어 3번째로 수정란이 나오고 있다. 명태는 여러 번 산란할 수 있는 어종이다. 1월부터 4월까지가 산란기인데 3, 4월에 산란이 절정에 달한다. 1세대 명태 수조 탱크와 파이프로 연결된 수정란 수집통에는 이들 암컷과 수컷이 만든 수정란이 물을 따라 흘러 모인다. 수정란 알은 수집통 아래 설치된 그물에 걸리고 물은 밖으로 빠져나간다. 이 수정란은 다시 개별 수조 탱크로 옮겨져 150일이 지나면 부화한다. 서 연구사는 수정란의 상태를 구별하는 방법을 꼼꼼하게 일러줬다. “보이시죠? 알이라고 다 같은 알이 아닙니다.” 서 연구사는 “같은 수정란이라 할지라도 정상적인 란은 수면으로 뜨고 죽은 란은 가라앉는다. 2015년산 1세대들이 3번째 낳은 알인데, 알의 질이 방류 명태 수를 결정짓는 관건이 될 것”이라고 했다. 질 좋은 명태들을 더 많이 키워 방류할 수 있느냐 없느냐는 결국 국내 명태 자원의 완전 회복 진전과 직결된다. 하지만 명태 살리기 프로젝트를 주관하면서 ‘명태 아버지’라는 별명까지 얻은 그도 스스로 “쉽지 않은 싸움”이라고 냉정하게 바라봤다. “같은 사람이 같은 방법으로 수온을 조절하고 먹이를 줘도 명태의 상태가 달라질 때가 많아요. 명태 키우는 가이드라인은 있을지 몰라도 정답은 없습니다.” 명태 살리기 프로젝트가 언제 성공할 것인지를 단언하는 것을 경계하는 것도 당연했다. “이건 일회성 프로젝트가 아닙니다. 이제 최소한의 여건과 기반을 만들었다고 할 수 있어요.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겨울에 다시 명태잡이가 활성화되고, 어민들이 만족할 만한 소득을 올릴 때가 진정한 명태 자원 회복 시점이라고 봐요.” 과정이 지루하고 힘들지만 성과는 부풀리지 않겠다는 게 그를 비롯한 센터 직원들의 마음가짐이다. 서 연구사는 2016년 자신의 손으로 나흘에 걸쳐 1세대 명태 1000마리의 등에 일일이 표지를 부착했던 경험, 또 자연산 어미로부터 얻은 명태를 키워 제주의 한 해양수족관에 분양해 보낸 경험을 추억처럼 꺼내놓으며 초심을 다졌다.고성=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세계 최초로 히말라야 16좌를 완등한 세계적인 산악인 엄홍길 대장이 국내의 수많은 산 가운데 의미 있는 새해 첫날 일출을 보기 위해 찾은 곳은 어디일까. 2019년 1월 1일, 기해(己亥)년을 알리는 첫해가 뜨기 직전 새벽. 강원 평창군 용평리조트 드래곤프라자 내 관광케이블카 탑승장 앞이 시끌벅적했다. 용평리조트를 품고 있는 발왕산 정상에서 새해 첫 일출을 보기 위해 몰려든 사람들 때문이다. 이들 가운데 엄 대장도 섞여 있었다. 일출 예상 시간인 오전 7시 30분에 맞추기 위해 6시 15분 탑승장에 모습을 드러낸 엄 대장은 사람들과 ‘기(氣). 기. 기’를 외치는 특유의 기합 인사와 함께 악수를 건넸다. 중견 배우 박상원 서울예술대(공연학부 연기전공) 교수도 탑승장 인파에 섞여 사람들과 덕담을 주고받았다. 그는 1959년 기해년에 태어나 올해로 환갑을 맞는다. 그만큼 2019년 새해 첫날의 의미는 남다르다. 박 교수는 “일출을 보면 지나간 60년 인생이 스쳐 지나갈 것 같다”며 설레는 심정을 감추지 못했다.○ 숨은 명산 발왕산 발왕산은 아직까지는 아는 사람만 아는 명산이다. 해발 1458m로 남한의 산 중 12번째로 높지만 비슷한 높이의 오대산(1563m), 소백산(1439m)에 비해 인지도는 떨어진다. 산 이름을 처음 들어봤다는 사람도 있다. 발왕산이 한류 드라마의 원조격인 ‘겨울연가’와 인기 드라마 ‘도깨비’의 촬영지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도 많지 않다. 지난해 평창 겨울올림픽 때 스키 알파인 회전, 대회전 종목이 열린 곳이기도 하다. 국내에서 1000m 이상 되는 산 정상을 케이블카를 타고 20여 분 만에 올라갈 수 있는 곳은 발왕산과 덕유산(1614m) 두 곳뿐이다. 길이는 왕복 7.4km를 오가는 발왕산 케이블카가 가장 길다. 케이블카를 타고 산을 오르자 탑승객들의 ‘갬성’(개인화된 감성) 자극이 뿜어지기 시작했다. 여기에 불을 붙인 것은 엄 대장. 최대 8명이 탑승할 수 있는 케이블카 구석에 자리 잡은 그가 케이블카의 블루투스 디바이스 기기에 자신의 휴대전화를 접속했다. ‘넬라 판타지아’가 스피커를 통해 나오자 분위기는 절정에 달했다. 엄 대장은 “산은 눈으로만 보는 게 아니다. 오감이 자극되면 더 많은 것을 볼 수 있다”며 활짝 웃었다. 시계가 7시 31분을 가리키자 발왕산 정상의 어둠이 완전히 걷혔다. 동시에 해가 얼굴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전망대 정면에 위치한 두타산(1325m)을 중심으로 좌(左)로 백봉령과 동해시, 우(右)로는 노추산(1322m) 사이에서 황금빛을 쏟아내면서 등장한 것. 산 정상에서 보아서인지 태양은 지상에서보다 훨씬 커 보였다. 히말라야에서 숱하게 일출을 봤을 엄 대장도 환호하는 사람들 틈에서 휴대전화를 꺼내 연신 카메라 버튼을 눌렀다. 올해는 정상에 스카이워크가 건설될 예정이어서 더 큰 감동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발아래 유리를 통해 산 정상 위를 걸으며 일출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덕담이 오간 산 정상 해가 완연히 몸을 드러내고 주변 경관이 시야에 들어오자 산 정상에 모인 이들은 서로 신년 덕담을 주고받기 바빴다. 임신 5개월 차 아내와 산에 오른 김정환 씨(40)는 “황금돼지띠 해에 출산을 하게 돼서 아내와 일출을 꼭 보고 싶었다. 아내가 83년생 돼지띠라 안 올 수 없었다. 인생 최고의 추억이 될 듯하다. 배 속의 아이도 돼지띠인데, 정말 태어나서 매년 여기에 오자고 조를 것 같다”며 뿌듯해했다. 2007년 돼지띠 해에 큰딸을 얻었다는 정우석 씨(46)는 “딸한테 지금까지 ‘네가 황금돼지띠야’라고 했는데 딸이 올해가 황금돼지띠라는 걸 알고 많이 실망했다”며 복주머니 메모지에 ‘딸아, 속인 거 미안하고 아빠가 새해에는 더 잘할게’라고 적어 전망대 앞에 걸어 놓았다. 배우 송일국 씨도 삼둥이 아들(대한, 민국, 만세)들과 함께 정상에서 일출을 지켜봤다. 일출에 비친 삼둥이의 모습을 찍어 추억에 남기려고 덩치 큰 몸을 부지런히 움직였다. 1971년생인 송 씨는 돼지띠다. 송 씨의 어머니이자 ‘장군의 손녀’인 김을동 전 국회의원도 엄 대장의 손을 잡고 “올해 돼지띠인데 나라도 그렇고, 주변분들 모두가 행복했으면 좋겠다”며 덕담을 건넸다. ○ 발왕산의 숨은 보석들 발왕산은 최근 들어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지난해 봄 이후 발왕산의 뛰어난 자연 환경과 역사를 테마로 하는 ‘콘셉트’(기성 개념에 없는 새로운 관점이나 시각)가 더해지고, 산의 특징을 보여주는 다양한 ‘스토리텔링’ 장치가 입혀진 게 효과를 거두고 있다. 발왕산 정상에서 산 높이와 같은 ‘1458’이라는 숫자가 자주 눈에 띄는 것만 봐도 그렇다. 용평리조트에서는 ‘1458 와인’과 ‘1458 맥주’까지 만들었다. 임진왜란이 1592년, 3·1운동이 1919년과 연결돼 일반인에게 기억되듯 1458과 발왕산을 기억하게 만들겠다는 아이디어 상품들이다. 엄 대장과 박 교수가 새해 첫날부터 발왕산을 찾은 이유도 재미있게 산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엄 대장은 “숨겨진 명산이라 부를 만한 발왕산은 산에서 다양한 재미를 느끼고 마음을 치유하려는 사람들의 감성을 건드릴 것”이라고 치켜세웠다. 산 밑이든, 정상이든 이곳을 찾는 사람들은 어디서나 발왕산의 역사 이야기를 접할 수 있다. 용평리조트의 신달순 대표는 발왕산의 유래와 역사 스토리텔링과 관련 콘텐츠 발굴에 무척 공을 들이고 있다. 발왕(發旺)산이 원래 팔왕(八王·하늘, 대지, 구름, 별, 물, 바람, 해, 나무)의 묫자리가 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는 옛 전설과 기록을 메인 스토리텔링의 소재로 삼았다. 발왕산의 높이 1458m(해발고도 기준)를 각각 더한 18(1+4+5+8)을 활용해 8월 18일을 발왕산의 생일로 정하는 이벤트도 만들어냈다. 또 18이라는 숫자를 2018 평창 겨울 올림픽의 개최지 중 한 곳이라는 의미로도 확장해 사용하고 있다. 발왕산을 걸어서 등반하면 명품 나무들의 기운을 느낄 수 있다. 특히 발왕산에는 둘레만 3∼4m에 이르는 주목 260여 그루가 모인 군락이 있다. 수령이 수천 년 이상인 나무들이어서 산림청에서 유전자보호림으로 지정했다. 엄 대장은 “굵은 주목 기둥에 이마를 대면 나무가 뿜어내는 엄청난 기운을 받을 수 있다”고 자랑했다. 둘레길 초입에는 활처럼 휘어진 나무(‘겸손의 문’) 서울대 정문을 닮은 나무(‘서울대 나무’) 승리를 의미하는 Victory의 ‘V’를 닮은 나무(‘승리 주목’) 등도 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볼거리 올리기에 열광하는 젊은층들이 좋아할 만한 아이템들이다. 산 정상에서 40m 밑 암반 지대에 위치한 약수터는 발왕산의 ‘보물 창고’로 불린다. 암반지대를 뚫고 300m 깊이 지하에서 솟아나오는 물에는 극히 일부 자연산 약수에서만 검출된다는 바나듐 성분이 함유된 것으로 확인됐다. 바나듐은 혈당을 짧은 기간에 내려준다. 또 동맥경화 예방과 고혈압, 중성지방 등 혈관계 질환 개선 등의 효과도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대신 나트륨 성분은 극히 적고 암을 유발하는 불소 성분은 ‘제로’다. 이를 관리하고 있는 용평리조트 직원들은 발왕수에 ‘어머니의 양수’라는 별명까지 붙였다. 발왕수가 임신부의 양수 성분과 비슷한 미네랄 밸런스를 유지하고 있어서 붙인 일종의 ‘스토리텔링’이다. 용평리조트는 발왕수를 마시며 힐링할 수 있는 ‘마더스 워터 가든(Mother‘s Water Garden)’을 연내 약수터 주변 일대에 조성할 계획이다. ○ 한류 탄 인기 관광지 다시 케이블카로 출발 지점으로 내려오니 동남아 관광객들이 밀어닥쳤다. TV 드라마를 통해 발왕산이 소개된 이후 나타난 현상이다. 최근에는 말레이시아 초등학생들이 ‘겨울연가’를 보고 발왕산을 찾았을 정도다. 신 대표는 “대만과 중국의 여행사들을 중심으로 관광객 유치가 어느 정도 가시권에 들어 왔다”고 귀띔했다. 필리핀에서는 현지에서 가장 큰 영화 제작사가 1, 2월에 발왕산에서 영화 전체를 촬영할 예정이다. 엄 대장과 박 교수는 산을 내려온 이후에도 카멜레온처럼 변신한 발왕산의 여운에 빠져 있었다. 최근 10년간 히말라야에 학교 16곳을 짓고 있는 엄 대장은 “앞으로 10년 동안은 내실 있게 학교를 운영하는 데 집중하겠다는 결심을 하고 다짐을 할 곳이 필요했는데 그곳이 발왕산이었다”고 말했다. 촬영 중인 드라마가 중반부를 넘어선 박 교수도 “재충전이 필요할 찰나에 찾은 발왕산에 푹 취했다”며 활짝 웃었다. 발왕산의 변신을 주도한 신 대표는 “처음에 여기에 왔을 때 산이 완전히 감춰져 있었다. 출입금지 등 웬 ‘금지’들이 많은지…. 그래서 처음 한 것이 무조건 금지를 풀었던 거다. 야간 조명을 설치하고 오후 4시 30분에 케이블카 운행이 종료되는 것을 야간에도 운행시켰다. 산을 못 믿는 것도 아니고 창피한 것도 아닌데 오히려 다 보여주자고 했다”며 앞으로도 이런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지난해 말 발간된 ‘트렌드 코리아 2019’에서 올해 소비 성향 트렌드를 예측한 김난도 서울대(소비자학) 교수는 “결국 죽는 것은 오프라인이 아니라 변화하지 않는 재미없는 공간”이라며 소비자들을 끌어모으는 트렌드의 하나로 소비 공간의 재탄생을 강조했다. 발왕산의 변신은 그런 흐름의 한가운데 있는 셈이다.평창=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한 해를 마무리하는 연말은 모든 사람에게 특별한 시간이다. 집이나 회사 주변을 벗어나 의미 있는 곳에서 가족 또는 연인, 친구들과 오래 잊히지 않을 추억을 남기고 싶어 하는 사람이 많다. 60년 만에 찾아온다는 황금돼지 해를 앞둔 이번 연말에는 전국적으로 다양한 볼거리와 이벤트가 펼쳐지는 곳이 적지 않다. 녹차로 유명한 전남 보성군 보성읍 한국차문화공원과 보성차밭 일원에서는 보성차밭빛축제가 열린다. 올해 16번째로 내년 1월 13일까지 축제가 벌어진다. 차밭과 차밭 능선, 비탈면 등에 특수 조명과 빛 조형물이 설치돼 오후 6시 점등 시간부터 화려한 영상미를 볼 수 있다. 물결과 같은 차밭 영상을 내는 은하수 빛터널과 실내 정원에서는 다채로운 레이저 빛쇼가 연출된다. 한국차박물관에는 고대부터 삼국, 고려, 조선시대, 근·현대에 이르기까지 우리의 차 문화와 유물을 전시해놓았다. 토요일에는 버스킹 공연도 열린다. 인천으로 행선지를 정한 사람들은 월미도나 차이나타운에 이미 몇 번 가봤다면 영종도로 가보는 게 어떨까. 인천공항을 통해 해외로 출국하거나 입국하고 나서 들러 봐도 좋은 곳이다. 인천 영종도 파라다이스시티호텔 내 ‘아트스페이스’에서는 내년 2월까지 현대 미술 기획전이 열린다. 파라다이스그룹이 수집한 주요 미술품과 기획전을 선보인다. 상설전시실에서는 세계적인 현대미술 작가 제프 쿤스와 데이미언 허스트의 작품이 전시돼 있다. 이달 14일부터는 디지털 첨단 기술과 감성 예술의 공존을 담아 세계적으로 각광받는 미디어아티스트 콰욜라의 개인전도 열리고 있다. 본인의 아시아 최대 규모 개인전이다. 야외 공간인 아트 가든에서는 가로 70m, 세로 20m의 건물 외벽을 스크린 삼아 구현되는 디지털 페인팅도 선보인다. 산이 많은 강원도는 아래가 내려다보이는 곳에서 연말을 보내는 재미가 쏠쏠하다. 오대산의 대표적인 사찰인 월정사와 상원사, 대관령 양떼목장에 이르는 여정은 특히 강원도 평창 여행의 백미다. 월정사 입구 주변의 전나무 숲길은 국내 대표적인 걷기 코스다. 인기 드라마 ‘도깨비’의 촬영 배경지이기도 하다. 월정사 안에는 국보 48호인 8각9층 석탑 등 문화재가 넘쳐 난다. 월정사 템플스테이는 자연으로 돌아가 한 해 동안 쌓은 스트레스와 피로, 잡생각을 떨쳐 내려는 가족, 연인, 친구, 나홀로족과 외국 관광객들에게 인기다. 31일부터 내년 1월 1일, 1박 2일간 새해맞이 템플스테이를 운영한다. 신청자들은 먼저 사찰 예절을 배우고 예불과 108염주 만들기 체험을 한다. 별빛 포행과 함께 비로봉 해맞이를 하고, 사자암에서 떡국공양도 한다. 월정사에 가면 반드시 찾아야 할 또 다른 사찰이 있다. 월정사에서 계곡을 따라 이어진 선재길을 따라 약 9km, 3시간가량을 트레킹하듯 올라가면 상원사가 나온다. 월정사의 말사(末寺)로 해발 1200m에 있다. 상원사에는 우리나라에서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동종(국보 36호)이 있다. 월정사 인근 평창 대관령 양떼목장은 산책로를 중심으로 탁 트인 경관을 자랑한다. 겨울에는 목장에서 뛰노는 양떼들을 볼 수 없지만 먹이주기 체험장과 축사에서 양들을 만날 수 있다. 겨울의 태백산도 새해맞이 명소다. 1567m 정상 장군봉과 천제단에서 새해 첫 일출을 보려고 연말이면 인파로 넘쳐난다. 동해안 최북단인 강원 고성군 통일전망대도 연말 깊은 추억을 남길 수 있는 곳이다. 기존 통일전망대는 북한 음식점으로 바뀌고 새로 지은 해돋이 통일전망타워가 28일 문을 연다. 기존 통일전망대보다 30m 높은 곳에 지어져 북한 땅을 더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다. 금강산의 대표 봉우리인 일출봉, 월출봉, 육선봉, 옥녀봉 등과 해금강 등이 보인다. 일출을 보려는 관광객들을 위해 새해 1월 1일은 오전 6시부터 출입이 가능하다. 거제도를 관광한다면 당일치기 혹은 1박 2일 연말 나들이 코스로 지심도가 있다. 거제도 장승포에서 배로 15분 거리에 있다. 겨울이지만 섬 전체에서 11월부터 꽃이 피는 동백꽃을 접할 수 있다. 동백나무 탐방로는 산책하기 좋고, 몽돌해수욕장에서는 해안선을 따라 파도와 조류 등에 의해 자연적으로 깎여 형성된 해식절벽 절경을 감상할 수 있다. 일제강점기 당시 광복 직전까지 일본군이 주둔했던 곳이어서 일본식 건물과 포진지 등도 남아 있다. 31일에는 배에서 새해맞이 해돋이를 보고 낚시를 할 수 있는 투어 프로그램도 있다. 수도권에는 경기 가평군 아침고요수목원이 ‘핫 플레이스’다. 잣나무 숲에서 삼림욕을 즐길 수 있어 인기가 높다. 여러 영화와 드라마 배경이 됐던 장소다. 이달 5일부터 오색별빛정원 빛축제가 열리고 있다. 10만여 평 정원에 화려한 조명을 설치해 로맨틱한 분위기가 난다. 커플들이 인생 샷을 건지기에 딱 어울리는 분위기다. 주변에 남이섬, 자라섬, 쁘띠프랑스 등 명소도 많다. 제주도의 설경을 보고 연말 등산을 한다면 한라산 영실코스를 추천한다. 한라산 서남쪽으로 정상에 오르는 코스로 영실탐방안내소에서 출발해 영실휴게소∼병풍바위∼노루샘∼윗세오름(1700m)∼남벽분기점에 이르는 6km의 탐방로다. 7일부터 이틀간 눈이 내린 탓에 마치 설국(雪國)이 연상되는 절경을 볼 수 있다. 제주 애월은 드넓은 바다 절경을 볼 수 있는 대표적인 곳이다. 최근 애월 일대 해안도로를 따라 테마 호텔과 라운지 바, 이색 기념품·소품 가게 등이 생겨나면서 볼거리도 많아졌다. 양초(캔들)를 직접 만들어 볼 수 있는 체험 공간도 생겼다. ‘캔들 속 제주’는 애월의 인기 소품 가게로 자리 잡았다. 채널A 예능프로그램 ‘도시어부’에 출연 중인 이덕화, 이경규 씨 등 많은 연예인이 다녀가면서 입소문이 났다. 제주를 상징하는 푸른 바다 배경에 제주 모래와 조개껍데기, 진주, 귤나무, 한라봉 등으로 양초를 만들어보는 체험장과 매장이 운영 중이다. 아이들과 함께 즐기기에도 좋다. 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한 해를 마무리하는 연말은 모든 사람들에게 특별한 시간이다. 집이나 회사 주변을 벗어나 의미 있는 곳에서 가족 또는 연인, 친구들과 오래 잊혀지지 않을 추억을 남기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많다. 60년 만에 찾아온다는 황금 돼지띠를 앞둔 이번 연말에는 전국적으로 다양한 볼거리와 이벤트가 펼쳐지는 곳이 적지 않다. 녹차로 유명한 전남 보성군 보성읍 한국차문화공원과 보성차밭 일원에서는 보성차밭빛축제가 열린다. 올해 16번째로 내년 1월 13일까지 축제가 벌어진다. 차밭과 차밭 능선, 비탈면 등에 특수 조명과 빛 조형물이 설치돼 저녁 6시 점등 시간부터 화려한 영상미를 볼 수 있다. 물결과 같은 차밭 영상을 내는 은하수 빛 터널과 실내 정원에서는 다채로운 레이저 빛쇼가 연출된다. 한국차박물관에는 고대부터 삼국, 고려, 조선시대, 근·현대에 이르기까지 우리의 차 문화와 유물을 전시해놓았다. 토요일에는 버스킹 공연도 열린다. 인천으로 가고 싶다면 월미도나 차이나타운에 이미 몇 번 가봤다면 영종도로 가보는 게 어떨까. 인천공항을 통해 해외로 출국하거나 입국하고 나서 들러 봐도 좋은 곳이다. 인천 영종도 파라다이스시티호텔 내 ‘아트스페이스’에서는 내년 2월까지 현대 미술 기획전이 열린다. 파라다이스그룹이 수집한 주요 미술품과 기획전을 선보인다. 상설전시실에서는 세계적인 거장 제프 쿤스와 데미안 허스트의 작품이 전시돼 있다. 이달 14일부터는 디지털 첨단 기술과 감성 예술의 공존을 담아 전 세계적으로 각광받고 있는 미디어아티스트 콰욜라의 개인전도 열리고 있다. 본인의 아시아 최대 규모 개인전이다. 야외 공간인 아트 가든에서는 가로 70m, 세로 20m의 건물 외벽을 스크린 삼아 구현되는 디지털 페인팅도 선보인다. 산이 많은 강원도는 아래가 내려다보이는 곳에서 연말을 보내는 재미가 쏠쏠하다. 오대산의 대표적인 사찰인 월정사와 상원사, 대관령 양떼목장에 이르는 여정은 특히 강원도 평창 여행의 백미다. 월정사 입구 주변의 전나무 숲길은 국내 대표적인 걷기 코스다. 인기 드라마 ‘도깨비’의 촬영 배경지이기도 하다. 월정사 안에는 국보 48호인 8각9층 석탑 등 문화재가 넘쳐 난다. 월정사 템플스테이는 자연으로 돌아가 한 해 동안 쌓은 스트레스와 피로, 잡생각을 떨쳐 내려는 가족, 연인, 친구, 나홀로족과 외국 관광객들에게 인기다. 31일부터 내년 1월 1일, 1박2일간 새해맞이 템플스테이를 운영한다. 신청자들은 먼저 사찰 예절을 배우고 예불과 108염주 만들기 체험을 한다. 별빛 포행과 함께 비로봉 해맞이를 하고, 사자암에서 떡국공양도 한다. 월정사에 가면 반드시 찾아야할 또 다른 사찰이 있다. 월정사에서 계곡을 따라 이어진 선재길을 따라 약 9km, 3시간 가량을 트레킹하듯 올라가면 상원사가 나온다. 월정사의 말사(末寺)로 해발 1200m에 있다. 상원사에는 우리나라에서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동종(국보 36호)이 있다. 월정사 인근 평창 대관령 양떼목장은 산책로를 중심으로 탁 트인 경관을 자랑한다. 겨울에는 목장에서 뛰노는 양떼들을 볼 수 없지만 먹이주기 체험장과 축사에서 양들을 만날 수 있다. 겨울의 태백산도 새해맞이 명소다. 1567m 정상 장군봉과 천제단에서 새해 첫 일출을 보려고 연말이면 인파로 넘쳐난다. 동해안 최북단인 강원도 고성군 통일전망대도 연말 깊은 추억을 남길 수 있는 곳이다. 기존 통일전망대는 북한 음식점으로 바뀌고 새로 지은 해돋이 통일전망타워가 28일 문을 연다. 기존 통일 전망대보다 30m 높은 곳에 지어져 북한 땅을 더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다. 금강산의 대표 봉우리인 일출봉, 월출봉, 육선봉, 옥녀봉 등과 해금강 등이 보인다. 일출을 보려는 관광객들을 위해 새해 1월1일은 새벽 6시부터 출입이 가능하다. 거제도를 관광한다면 당일치기 혹은 1박2일 연말 나들이 코스로 지심도가 있다. 거제도 장승포에서 배로 15분 거리에 있다. 겨울이지만 섬 전체에서 11월부터 꽃이 피는 동백꽃을 접할 수 있다. 동백나무 탐방로는 산책하기 좋고, 몽돌해수욕장에서는 해안선을 따라 파도와 조류 등에 의해 자연적으로 깎여 형성된 해식절벽 절경을 감상할 수 있다. 일제강점기 당시 광복 직전까지 일본군이 주둔했던 곳이어서 일본식 건물과 포진지 등도 남아 있다. 31일에는 배에서 새해맞이 해돋이를 보고 낚시를 할 수 있는 투어 프로그램도 있다. 수도권에는 경기 가평군 아침고요수목원이 ‘핫 플레이스’다. 잣나무 숲에서 삼림욕을 즐길 수 있어 인기가 높다. 여러 영화와 드라마 배경이 됐던 장소다. 이달 5일부터 오색별빛정원 빛 축제가 열리고 있다. 10만여 평 정원에 화려한 조명을 설치해 로맨틱한 분위기가 난다. 커플들이 인생 샷을 건지기에 딱 어울리는 분위기다. 주변에 남이섬, 자라섬, 쁘띠프랑스 등 명소도 많다. 제주도의 설경을 보고 연말 등산을 한다면 한라산 영실코스를 추천한다. 한라산 서남쪽으로 정상에 오르는 코스로 영실탐방안내소에서 출발해 영실휴게소~병풍바위~노루샘~윗세오름(1700m)~남벽분기점에 이르는 6km의 탐방로다. 지난 7일부터 이틀간 눈이 내린 탓에 마치 설국(雪國)이 연상되는 절경을 볼 수 있다. 제주 애월은 드넓은 바다 절경을 볼 수 있는 대표적인 곳이다. 최근 애월 일대 해안도로를 따라 테마 호텔과 라운지 바, 이색 기념품·소품 샵 등이 생겨나면서 볼거리도 많아졌다. 양초(캔들)를 직접 만들어 볼 수 있는 체험 샵도 생겼다. ‘캔들 속 제주’는 애월의 인기 소품 샵으로 자리 잡았다. 채널A 예능프로그램인 도시어부에 출연 중인 이덕화, 이경규 씨 등 많은 연예인들이 다녀가면서 입소문이 났다. 제주를 상징하는 푸른 바다 배경에 제주 모래와 조개껍질, 진주, 귤나무, 한라봉 등으로 양초를 만들어보는 체험장과 매장이 운영 중이다. 아이들이 즐기기에도 좋다. 유재영 기자elegant@donga.com}

“항서는 절대로 물에 가지 마라. 물에 가면 안 된데이.” 베트남 축구 대표팀을 이끌며 영웅이 된 박항서 감독(59)의 모친 박순정 여사(96)에게는 내년 환갑이 되는 막내아들 항서에게 아직도 이런 걱정의 말을 한다. 박 감독이 5남매 중 막내로 태어난 고향인 경남 산청군 생초면에는 강정이라는 곳이 있다. 남강의 본류인 경호강과 엄천강이 만나는 지점이다. 박 감독의 고향 선배 배성한 씨는 “강정에는 어린 시절 박 감독을 비롯해 동네 선후배들이 많이 어울렸던 백사장이 있는데 가끔 익사 사고가 난다. 박 감독 모친께서는 강정 백사장에서 뛰놀던 아들 걱정이 아직도 남아있는 것 같다”고 했다. 박 여사는 다리가 불편하고 치매 증상이 있어 산청의 한 요양병원에 입원해 있다.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경기 직후인 9월, 기자는 박 감독 고향 지인들의 도움으로 요양병원에서 박 여사를 만날 수 있었다. 박 여사는 기자를 보자마자 “항서 동생이가?”라며 손을 꼭 잡고 놓아주질 않았다. 박 여사의 눈에는 그렁그렁 눈물이 고였다. 준비해간 박 감독의 현역 시절 사진을 넣은 액자를 건네자 박 여사는 “항서 맞네. 잘 돌봐주지도 못한 우리 막내다”라며 사진 속 박 감독의 얼굴을 연신 손으로 쓰다듬었다. 박 여사는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경기 축구 4강전 베트남과 한국전(한국 3-1승)을 요양병원에서 지켜봤다. 전담 요양사는 “박 감독이 화면에 비칠 때마다 박수를 치고 기뻐하셨다”고 했다. 박 여사는 짧은 면회시간이 끝나기 직전 기자의 손을 꼭 잡고 “항서가 내 아들이지만 그래도 한국이 무조건 이겨야 한다”고 했다. 박 여사는 아들이 베트남 우승을 이끈 스즈키컵도 지켜봤다. 박 감독의 고향 지인들은 박 감독이 모친의 기질을 꼭 닮았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고향 친구 박재식 씨는 “박 감독의 어머니가 지금으로 얘기하면 ‘여걸’ ‘여장부’다. 경남 사천시 축동면 출신이라 ‘축동댁’으로 불리셨는데 억척스럽고 당차면서도 정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그 옛날에 진주여고를 졸업하고 대학까지 나오셔서 자식 교육열도 대단했던 분”이라며 “주위에 늘 사람이 많고 리더십도 있는 박 감독은 어머니의 성격을 그대로 물려받았다”고 말했다. ○ 내려놓고 지금도 내려놓는 축구 인생 박 감독은 부모가 고향에서 약방을 운영(약사는 아님)해 큰 경제적 어려움 없이 자랐다. 생초초등학교에서 축구를 하면서 공부를 병행했던 박 감독은 서울 경신고에 진학해 당시 이경이 축구부 코치를 찾아가 본격적으로 축구 선수의 인생을 시작한다. 남들보다 늦게 뛰어든 엘리트 축구 선수의 길. 불도저 같은 투지와 왕성한 활동량이 돋보이는 미드필더(링커)로 청소년 대표를 거쳐 한양대와 실업 제일은행, 프로 럭키금성(FC서울의 전신)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하지만 조광래, 박창선 등 당대 같은 포지션 스타들과의 경쟁에서 이름값에 밀려 1980년대 국가대표 1진(화랑) 진입의 문턱을 넘어보지 못했다. 경쟁 선수들은 장점이 부각됐지만 박 감독은 이상하리만큼 작은 키와 몸집의 핸디캡이 장점을 가렸다. 국가대표로 뛴 A매치는 단 1경기. 1981년 3월 한일 정기전에서 전반 17분 교체 투입돼 73분간 뛴 게 전부다. 그가 지금도 가장 아쉬워하는 선수 시절 커리어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그는 29세에 현역에서 은퇴했다. 남들이 봤을 때는 급했다. 은퇴한 럭키금성에서 박 감독의 첫 직책은 트레이너. 박재식 씨는 “당시 왜 은퇴했는지 궁금하기도 해서 진주 전지훈련장으로 가보니 박 감독은 후배들에게 자리를 내주고 길을 열어줄 수 있는 상황이 좋다고 하더라”고 했다.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한때 박 감독 이름 앞에 ‘영원한 트레이너’ ‘영원한 코치’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감독과 선수 사이 가교 역할을 하는 능력과 성실함을 높이 평가하는 표현이다. 국가대표 스타 출신이라는 꼬리표만 붙으면 현역 은퇴 후 곧바로 감독도 할 수 있는 시절, 박 감독은 2002년 한일 월드컵까지 프로와 국가대표팀을 오가며 13년간 화려한 조명과는 거리가 먼 트레이너와 코치로 살았다. 박재식 씨는 “한편으로는 ‘내공’이 쌓였겠지만 힘들고 외로웠을 것”이라고 했다. 연세대와 고려대 출신으로 대표되는 주류 학연과 지연에 속하지 않는 박 감독에게는 유난히 책임을 지고 자리에서 물러나는 일이 많았다. 1994년 트레이너로 참가한 미국 월드컵이 끝난 뒤 대표팀 감독이 바뀌고 코치로 임명됐으나 6일 만에 팀을 나와야 했다. 2002년 월드컵에서 한국이 4강 신화를 이룰 때 거스 히딩크 감독 밑에서 코치를 맡았으나 그를 주목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더욱이 그해 부산 아시아경기 축구 대표팀 감독을 맡았으나 동메달에 그치자 3개월 만에 경질됐다. 박 감독의 지인들은 ‘인간 박항서’의 축구 인생을 ‘내려놓는 역사의 반복’이라고 말한다. 처음으로 맡은 부산 아시아경기 축구대표팀 감독에서 경질된 뒤 이듬해에는 후배를 감독으로 모시고 다시 코치로 백의종군했다. 후배 밑에서 선배가 코치를 한다는 건 지금도 드물다. 배성한 씨는 “포항 최순호 감독이 도와달라고 부탁을 해서 코치 생활을 다시 하게 됐는데, 박 감독은 그때가 지도자 인생에서 가장 내공을 많이 쌓은 시간이었다는 얘기를 한다”고 말했다. 2005년 고향 팀인 경남FC의 초대 감독으로 임명돼 돌풍을 일으키고도 2년 만에 ‘자의 반 타의 반’ 자리를 내려놓았다.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간다는 노래 가사가 생각나는 박 감독의 축구 인생 스토리는 현재도 진행형이라고 지인들은 말한다. 박재식 씨는 “경남FC를 나오고 전남, 상무 감독을 거쳐 창원시청 감독도 했지만 박 감독은 정말 ‘끝나면 빈털터리’다. 그 정도 지도자 생활을 했으면 재산도 모았을 텐데 다 내주고 없다. 베트남도 국내에서 능력 있는 후배들의 자리를 차지하면 안 된다고 해서 간 것”이라고 했다. 박 씨는 “베트남에서도 우승 포상금, 보너스 등을 전부 기부했는데 이런 삶이 박 감독의 운명이 아닐까 싶다”고 했다. ○ 베트남의 성지된 생초… 박항서 박물관 설립 구상 베트남 영웅이 된 박 감독의 인기는 상상을 초월한다. 박 감독이 태어난 경남 산청군 생초면 생가가 이제 한국을 찾는 베트남 관광객의 단골 여행 코스가 됐다. 베트남 관광객들이 아예 서울에서 버스를 전세 내 찾는다. 베트남 현지 항공사와 여행사들의 산청군 답사가 이어지고 있다. 생가는 현재 박 감독의 셋째 형인 박삼서 씨가 살고 있다. 산청군은 박 감독의 생가와 모교인 생초초교, ‘생초 박항서 축구장’을 중심으로 박항서 박물관 건립 등 관광화 계획 수립에 착수했다. 생초에 국내 최초로 ‘축구 행정학교’를 세우자는 논의도 있다. 배성한 씨는 “축구 선수도 육성하면서 축구 관련 직업에 종사할 수 있는 행정 인력을 양성하는 학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재식 씨는 “박 감독은 아직 자신의 이름이 마케팅에 활용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생초축구장을 ‘박항서 축구장’이라고 이름을 붙일 때도 꺼렸다”고 전했다. 스즈키컵 우승의 감격도 잠시, 곧바로 아시안컵 대비에 들어간 박 감독에게 한 가지 마음 편치 않은 일이 생겼다. 어머니를 모시면서 생가를 지켜 늘 마음의 빚이 있었던 형 삼서 씨가 최근 식도암으로 수술을 받았다. 박 감독으로서는 다시 한번 기적을 써야 할 동기가 생겼다고 지인들은 말한다. 산청=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항서는 절대로 물에 가지 마라. 물에 가면 안 된 데이.” 베트남 축구 대표팀을 이끌며 영웅이 된 박항서(59) 감독의 모친 박순정(96) 여사에게는 내년 환갑이 되는 막내 아들 항서에게 아직도 이런 걱정의 말을 한다. 박 감독이 5남매 중 막내로 태어난 고향인 경남 산청군 생초면에는 강정이라는 곳이 있다. 남강의 본류인 경호강과 엄천강이 만나는 지점이다. 박 감독의 고향 선배 배성한 씨는 “강정에는 어린 시절 박 감독을 비롯해 동네 선후배들이 많이 어울렸던 백사장이 있는데 가끔 익사 사고가 난다. 박 감독 모친께서는 강정 백사장에서 뛰놀던 아들 걱정이 아직도 남아있는 것 같다”고 했다. 박 여사는 다리가 불편하고 치매 증상이 있어 산청의 한 요양원에 입원해 있다. 자카르타 아시안게임 직후인 9월, 기자는 요양원에서 박 여사를 만날 수 있었다. 박 여사는 기자를 보자마자 “항서 동생이가?”라며 손을 꼭 잡고 놓아주질 않았다. 박 여사의 눈에는 그렁그렁 눈물이 고였다. 준비해간 박 감독의 현역 시절 사진을 넣은 액자를 건네자 박 여사는 “항서 맞네. 잘 돌봐주지도 못한 우리 막내다”라며 사진 속 박 감독의 얼굴을 연신 손으로 쓰다듬었다. 박 여사는 자카르타 아시안게임 축구 4강전 베트남과 한국전(한국 3-1승)을 요양원에서 지켜봤다. 전담 요양사는 “박 감독이 화면에 비춰질 때마다 박수를 치고 기뻐하셨다”고 했다. 박 여사는 짧은 면회 시간이 끝나기 직전 기자의 손을 꼭 잡고 “항서가 내 아들이지만 그래도 한국이 무조건 이겨야 한다”고 했다. 박 여사는 아들이 베트남 우승을 이끈 스즈키컵도 지켜봤다. 박 감독의 고향 지인들은 박 감독이 모친의 기질을 꼭 닮았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고향 친구 박재식 씨는 “박 감독의 어머니가 지금으로 얘기하면 ‘여걸’, ‘여장부’ 다. 경남 사천시 축동면 출신이라 ‘축동댁’으로 불리셨는데 억척스럽고 당차시면서도 정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그 옛날에 진주여고를 졸업하고 대학까지 나오셔서 자식 교육열도 대단했던 분”이라며 “주위에 늘 사람도 많고 리더십도 있는 박 감독은 어머니의 성격을 그대로 물려받았다”고 말했다. ● 내려놓고 지금도 내려놓는 축구 인생 박 감독은 부모가 고향에서 약방을 운영해서 크게 경제적 어려움 없이 자랐다. 생초초등학교에서 축구를 하면서 공부를 병행했던 박 감독은 서울 경신고에 진학해 당시 이경이 축구부 감독을 찾아가 본격적으로 축구 선수의 인생을 시작한다. 남들보다 늦게 뛰어든 엘리트 축구 선수의 길. 불도저 같은 투지와 왕성한 활동량이 돋보이는 미드필더로 청소년 대표를 거쳐 한양대와 실업 제일은행, 프로 럭키금성(FC서울의 전신)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하지만 당대 같은 포지션 스타들과의 경쟁에서 이름값에 밀려 국가대표 1진 진입의 문턱을 넘어보지 못했다. 경쟁 선수들은 장점이 부각됐지만 박 감독은 이상하리만큼 작은 키와 몸집의 핸디캡이 장점을 가렸다. 국가대표로 뛴 A매치는 단 1경기. 1981년 3월 한일정기전에서 전반 17분 교체 투입돼 73분간 뛴 게 전부다. 그가 지금도 가장 아쉬워하는 선수 시절 커리어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그는 29살에 현역에서 은퇴했다. 남들이 봤을 때는 급했다. 은퇴한 럭키금성에서 박 감독의 첫 직책은 트레이너. 박재식 씨는 “당시 왜 은퇴했는지 궁금하기도 해서 진주 전지훈련장으로 가보니 박 감독은 후배들에게 자리를 내주고 길을 열어줄 수 있는 상황이 좋다고 하더라”고 했다.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한 때 박 감독 이름 앞에 ‘영원한 트레이너’, ‘영원한 코치’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감독과 선수 사이 가교 역할을 하는 능력과 성실함을 높이 평가하는 표현이다. 국가대표 스타 출신이라는 꼬리표만 붙으면 현역 은퇴 후 곧바로 감독도 할 수 있는 시절, 박 감독은 2002년 한일월드컵까지 프로와 국가대표팀을 오가며 13년간 화려한 조명과는 거리가 먼 트레이너와 코치로 살았다. 박재식 씨는 “한편으로는 ‘내공’이 쌓였겠지만 힘들고 외로웠을 것”이라고 했다. 연세대와 고려대 출신으로 대표되는 주류 학연과 지연에 속하지 않는 박 감독에게는 유난히 책임을 지고 자리에서 물러나는 일이 많았다. 1994년 트레이너로 참가한 미국월드컵이 끝난 뒤 대표팀 감독이 바뀌고 코치로 임명됐으나 6일 만에 팀을 나와야 했다. 2002년 월드컵에서 한국이 4강 신화를 이룰 때 거스 히딩크 감독 밑에서 코치를 맡았으나 그를 주목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더욱이 그해 부산 아시아경기 축구 대표팀 감독을 맡았으나 동메달에 그치자 3개월 만에 경질됐다. 박 감독의 지인들은 ‘인간 박항서’의 축구 인생을 ‘내려놓는 역사의 반복’이라고 말한다. 처음으로 맡은 부산 대표팀 감독에서 경질된 뒤 이듬해에는 후배를 감독으로 모시고 다시 코치로 백의종군했다. 후배 밑에서 선배가 코치를 한다는 건 지금도 드물다. 배성한 씨는 “포항 최순호 감독이 도와달라고 부탁을 해서 코치 생활을 다시 하게 됐는데, 박 감독은 그 때가 지도자 인생에서 가장 내공을 많이 쌓은 시간이었다는 얘기를 한다”고 말했다. 2005년 고향 팀인 경남FC의 초대 감독으로 임명돼 돌풍을 일으키고도 2년 만에 ‘자의 반 타의 반’ 자리를 내려놓았다.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간다는 노랫말 가사가 생각나는 박 감독의 축구 인생스토리는 현재도 진행형이라고 지인들은 말한다. 박재식 씨는 “경남 FC를 나오고 전남, 상무 감독을 거쳐 창원시청 감독도 했지만 박 감독은 정말 ‘끝나면 빈털터리’다. 그 정도 지도자 생활을 했으면 재산도 모았을 텐데, 다 내주고 없다. 베트남도 국내에서 능력있는 후배들의 자리를 차지하면 안 된다고 해서 간 것”이라고 했다. 박 씨는 “베트남에서도 우승 포상금, 보너스 등을 전부 기부했는데 이런 삶이 박 감독의 운명이 아닐까 싶다”고 했다. ● 베트남의 성지된 생초… 박항서 박물관 및 국내 최초 축구 행정학교 설립도 구상 베트남 영웅이 된 박 감독의 인기는 상상을 초월한다. 박 감독이 태어난 경남 산청군 생초면 생가가 이제 한국을 찾는 베트남 관광객의 단골 여행 코스가 됐다. 베트남 관광객들이 아예 서울에서 버스를 임대해 찾는다. 베트남 현지 항공사와 여행사들의 산청군 답사가 이어지고 있다. 생가는 현재 박 감독의 셋째 형인 박삼서 씨가 살고 있다. 산청군은 박 감독의 생가와 모교인 생초초교, ‘생초 박항서 축구장’을 중심으로 박항서 박물관 건립 등 관광화 계획 수립에 착수했다. 생초에 국내 최초로 ‘축구 행정학교’를 세우자는 논의도 있다. 배성한 씨는 “축구 선수도 육성하면서 축구 관련 직업에 종사할 수 있는 행정 인력을 양성하는 학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재식 씨는 “박 감독은 아직 자신의 이름이 마케팅에 활용되는 것을 좋아하지는 않는다. 생초축구장을 ‘박항서 축구장’이라고 이름을 붙일 때도 꺼려했다”고 전했다. 스즈키컵 우승의 감격도 잠시, 곧바로 아시안컵 대비에 들어간 박 감독에게 한 가지 마음 편치 않은 일이 생겼다. 어머니를 모시면서 생가를 지켜 늘 마음의 빚이 있었던 형 삼서 씨가 최근 식도암으로 수술을 받았다. 박 감독으로서는 다시 한 번 기적을 써야 할 동기가 생겼다고 지인들은 말한다. 산청(생초)=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결혼 비용 1억 달러(약 1129억 원)에 세계적인 명사들을 불러 모으며 12일 치러진 인도 재산 순위 1위와 24위 가의 초호화 결혼식이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인도 경제의 잠재력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이벤트라는 해석도 있지만 빈부 격차의 그늘을 보여준다는 지적도 없지 않다. 신부는 인도 첫 번째 부자로 릴라이언스그룹 무케시 암바니 회장(61)의 딸 이샤 암바니(27), 신랑은 인도 24번째 부자인 피라말그룹 아자이 피라말 회장(63)의 아들 아난드 피라말(33). 결혼 이틀 전 열린 축하연에는 힐러리 클린턴 전 미국 국무장관, 팝스타 비욘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이 참석했다. 클린턴 전 장관이 참석한 것은 암바니 회장이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퇴임 후 설립한 클린턴 재단 주요 기부자인 것과 무관치 않다. 삼성전자는 릴라이언스그룹 계열사 ‘릴라이언스 지오 인포컴’(가입자 2억 명으로 인도 최대 통신사)과 인도의 4세대(4G) LTE 전국망 구축에 이어 5G 이동통신 분야도 협력하는 사업 파트너이다. 미 경제지 포브스에 따르면 암바니 회장은 재산 470억 달러(약 53조1000억 원)로 올해 중국 마윈(馬雲) 알리바바 회장을 제치고 아시아 1위 부자에 올랐다. 세계 부호 순위는 19위다. 릴라이언스그룹 창업주 디루바이 암바니(1932∼2002)는 16세에 예멘으로 건너가 다국적 석유회사 셸의 한 주유소 주유원으로 근무하기도 했다. 인도로 돌아와 30대에 5만 루피(약 80만 원)로 무역회사를 세우고, 이후 작은 방직회사를 차린 자수성가형 사업가였다. 창업자 사후 두 아들 간 갈등이 있었지만 ‘왕자의 난’으로 가지 않고 장남 무케시는 석유 가스 부문, 동생 아닐은 전력 통신 부문을 나눠 맡아 회사를 성장시켰다. 무케시 회장은 2013년 ‘릴라이언스 지오 인포컴’을 설립해 동생이 하지 않던 통신의 무선 브로드밴드 사업에도 진출했고 딸 이샤를 2014년 회사 이사로 앉혔다. 무케시 회장의 사돈가인 피라말 가문 재산도 100억 달러(약 11조3000억 원)에 이른다. 1930년대 섬유 산업으로 시작해 현재는 부동산과 의약품 분야까지 확장했다. 아난드 피라말은 아버지 회사에서 사업 경험을 쌓은 뒤 2011년 독립해 설립한 부동산 회사에서 뭄바이 및 인근 지역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신부 이샤는 결혼식에서 순금이 발린 인도 전통 의상과 블라우스, 다이아몬드가 장식된 웨딩 가운을 입었다. 인도 언론은 이 옷의 가격만 약 9억 루피(약 141억 원)에 달한다고 추정했다. 다이아몬드와 잠비아 에메랄드 목걸이 등 화려한 보석도 하객들의 주목을 끌었다. 두 재벌가의 결혼식을 두고 블룸버그통신은 “영화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에 나온 허구의 결혼식을 초라하게 만들 정도로 세계에서 가장 비싼 결혼식이 열렸다”고 비꼬았다. 뉴욕타임스는 결혼식 기사에서 ‘올해 세계 불평등 보고서에 따르면 인도 인구 상위 10%가 국가 소득의 63%를 통제하고 있다’며 부의 불평등을 지적하기도 했다. 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히말라야 산을 오를 때보다 더 떨리고 오금이 저린 10년이었던 것 같습니다.” 세계 최초로 히말라야 8000m급 봉우리 16좌를 등정한 산악인 엄홍길 대장(58·엄홍길휴먼재단 상임이사)은 28일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자신을 죽음으로부터 지켜주고 명예도 얻게 해준 히말라야의 은혜에 보답했던 지난 10년을 이렇게 회고했다. 히말라야를 품고 있는 네팔 오지의 청소년 교육, 의료 지원과 환경 사업 등을 목적으로 2008년 설립한 ‘엄홍길휴먼재단’은 밀레니엄서울힐튼호텔에서 30일 창립 10주년 행사를 갖는다. 1988년 에베레스트(8848m)를 시작으로 2007년 로체샤르(8400m)까지 16좌를 오르고 은퇴한 엄 대장은 이듬해 재단을 세웠다. ‘히말라야에 진 마음의 빚을 갚는다’는 마음에서였다. 그는 네팔 오지에 16개 학교(휴먼스쿨) 건립을 ‘제2의 16좌 등정’ 목표로 삼아 사비를 털고 후원자들을 모았다. 그는 “학교 건물만 지어주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에게 가방과 교복 등 필요한 것 들을 모두 마련해 주고 싶은 마음에 지금도 후원자를 찾아다니고 있다”고 말했다. 2010년 네팔 팡보체(4060m)에 첫 학교를 세운 이후 다음 달 8일 둘리켈(1586m) 지역에 14번째 학교 준공식을 갖는다. 15번째 심파니 학교는 낙후된 공립학교를 재건축했다. 엄 대장은 “네팔 수도 카트만두 인근에 세울 16번째 학교는 유치원에서 중고교, 대학교, 일반인 교육센터 등이 같이 들어서는 ‘종합교육 타운’으로 조성 중”이라며 “많은 비용이 추가로 필요해 뜻을 같이하는 분들의 후원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제2의 16좌 등정’을 눈앞에 두고 있는 엄 대장은 “오로지 먹고사는 데 급급한 오지의 청소년들이 학교를 다니고 상급 학교에 진학해 직업을 갖는 꿈을 꾸는 기적이 펼쳐지고 있다는 것에 의미를 두고 싶다”며 뿌듯해했다. 현재까지 지어진 학교에 다니는 학생 수만 해도 4800여 명에 이른다. 엄 대장은 “지난 10년간은 학교 설립 등 ‘하드웨어’ 구축에 노력했으나 앞으로 10년은 보다 내실 있는 학교 운영이 되도록 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그는 최근 ‘휴먼스쿨’을 졸업한 뒤 어떻게 학업을 이어가고 있는지 실태 조사를 벌여 도움이 필요한 경우 지속적인 도움을 주는 활동을 시작한 것을 한 예로 꼽았다. 네팔에서도 가장 낙후된 지역인 건지에 건립한 11번째 ‘휴먼스쿨’을 졸업하고 네팔 국립대 간호학과에 지망하려 했던 프레라나 차우더리 씨는 비싼 입학금과 등록금 때문에 입학을 포기하려고 했다. 이런 사정을 알게 된 재단이 대학 입학을 할 수 있도록 도와 무사히 입학했다. 엄 대장은 “앞으로도 국내 교육 전문가, 아동심리학 전문가 등으로 네팔 지부 자문위원회를 구성해 휴먼스쿨에서 교육을 받은 학생들이 네팔 국내는 물론이고 세계적인 인재로 성장할 수 있도록 실질적인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엄 대장은 내년부터는 국내 산악인 지원에도 더 신경을 쓸 계획이라고 말했다. 10월 산악인 후배인 김창호 대장이 네팔 구르자히말에서 사고로 세상을 떠난 소식을 접하고 결심을 했다. 2012년부터 이어오고 있는 국내 산악인 유가족이나 부상자 가족 지원 대상자(현재 7명)를 계속 늘려갈 계획이다. 엄 대장은 남북 화해 분위기에 맞춰 매년 여름 청소년, 대학생들을 상대로 개최했던 비무장지대(DMZ) 평화통일 대장정 횡단 프로젝트를 한라에서 백두산으로 이어지는 종단 프로젝트로 추진해 보겠다는 의지도 보였다. 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