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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백악관은 7, 8일 미국에서 열리는 미중 정상회담에서 북한 핵 문제가 핵심 의제로 논의될 것이라고 4일(현지 시간) 밝혔다. 익명의 백악관 고위 당국자는 정상회담을 앞두고 이날 언론과 가진 콘퍼런스콜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관심사 중에 북한이 가장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두 정상은 북한이 핵무기와 탄도미사일로 역내 안정에 위협을 가하는 것을 막기 위한 구체적인 행동 방안과 공통 관심 영역을 찾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젠 사키 국무부 대변인도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북핵 문제는 우리가 중국과 긴밀하게 협의하고 있는 사안”이라며 “이번 주말 (미중 정상회담에서) 논의되고 진전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오바마 대통령 2기 출범과 시 주석 취임 후 처음으로 캘리포니아 주 휴양지 서니랜즈에서 열리는 이번 회담은 주요 2개국(G2) 정상 간 국제 질서 새판 짜기 작업이라는 의미에서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백악관은 북핵 문제 외에 사이버 안보, 중국 인권, 경제협력, 동아시아 영토 분쟁 등이 이번 회담에서 다뤄질 것이라고 밝혔다.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

무려 57년 5개월 26일 동안 미국 연방의회 의원으로 활동해온 존 딩걸 하원의원(87·민주·미시간)이 최장 재임 의원으로 우뚝 서게 됐다. 딩걸 의원이 7일로 재임 기간 2만996일을 기록해 로버트 버드 전 상원의원(민주·웨스트버지니아)이 갖고 있던 기록(2만995일)을 갈아 치우게 됐다고 유에스에이투데이 등이 3일 보도했다. 딩걸 의원은 ‘직업이 의원’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다. 1926년생인 그는 1955년 29세 때 미시간 웨인카운티 검사였다가 부친 존 딩걸 시니어 전 하원의원이 별세한 직후 지역구를 물려받아 의회에 진출했다.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대통령 시절 의원이 된 그는 57년 넘게 의회에서 존 F 케네디 대통령 암살, 흑인 민권운동, 달 착륙, 워터게이트 사건 등 역사적 순간을 지켜봤다. 그의 이번 기록은 상원과 하원을 통틀어 최장 재임 의원이 된 것이다. 하원에서는 이미 2009년 최장 기록을 갈아 치웠다. 딩걸 의원은 87세의 나이에도 아직 정정하게 하원 에너지통상위원회 소속 의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192cm의 장신인 그는 요즘도 지팡이를 짚거나 자동 스쿠터를 타고 의회 건물을 여기저기 돌아다닌다. 같은 위원회 소속인 조 바턴 의원은 “딩걸 의원은 누구보다 날카로운 판단력을 갖고 있다”며 “청문회에서 그가 송곳 질문을 던지는 것을 보면 거의 예술 같다”고 말했다. 진보 성향의 딩걸 의원은 국민연금과 메디케어(노인 의료보장) 제도가 정착하는 데 큰 역할을 했으며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건강보험 개혁안 통과를 주도하기도 했다. 또 제2차 세계대전 참전용사이기도 한 그는 2011년에 이어 올해 다시 의회에 제출된 6·25전쟁에서 전사한 미군과 카투사 병사들의 이름을 모두 새겨 넣는 ‘한국전쟁 참전비 추모의 벽 건립 법안’에 공동 발의자로 참가했다. 미 의회는 존 베이너 하원의장, 낸시 펠로시 하원 민주당 대표, 해리 리드 상원 민주당 대표, 미치 매코널 상원 공화당 대표 등 지도부가 총출동한 가운데 13일 4년마다 대통령 취임 오찬이 열리는 유서 깊은 스태튜어리 홀에서 딩걸 의원의 최장 기록을 기념하는 행사를 갖는다.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
강제 북송된 탈북 청소년 9명 중 한 명인 정광영(20)은 2010년 12월 중국 지린(吉林) 성 창바이(長白) 현의 쓰레기 더미에서 꽃제비들과 함께 살았다. 중국 공안에게 매를 맞아 앞니가 부러졌다. 공안의 총부리가 머리를 짓이겨 정수리 왼쪽에 피고름이 가득했다. 이 9명의 탈북을 도운 주모 선교사는 박선영 물망초재단 이사장에게 “짜낸 피고름이 한 대접이었다”고 전했다. 2011년 3월 주 선교사가 다시 찾았을 때 광영은 혼자였다. 모두 북송됐다고 했다. 주 선교사를 붙들고 애원했다. “제발, 저 좀 살려주세요.” 광영은 중국 단둥(丹東)의 은신처에서 생활하면서 몰라보게 밝아졌다. 다시는 굶지 않으려는 듯 늘 식판에 수북이 밥을 담았다. 주 선교사와 처음 만났을 때 장국화(17·여)의 양손과 두 발은 동상으로 부르트고 갈라져 있었다. 단둥 생활 1년 만에 상처는 깨끗이 사라졌다. 박선영 이사장은 4일 주 선교사의 증언을 토대로 탈북 청소년 9명 중 유일하게 함흥 출신인 백영원(20)을 제외한 꽃제비 출신 8명의 참혹했던 시절 등을 소개했다. 문철(23)은 고아원에서 자랐고 3번을 탈북했다. 심성이 착해 꽃제비 시절 훔치거나 주워온 걸 다른 친구들에게 나눠줬다. 동상으로 오른쪽 발가락을 전부 잃었다. 문철과 함께 생활한 류광혁(19)은 지능이 낮은 편이라 문철의 도움이 없었으면 굶어 죽었을 것이라고 한다. 류철용(16)은 아버지도 꽃제비였다. 철용이 훔쳐오거나 주워오는 물건을 다 뺏고 폭력을 행사하는 아버지를 피해 탈북했다. 노정연(15·여)은 인신매매로 중국에 팔려가 성적 착취까지 당했다. ‘노애지’라는 이름으로도 불렸는데 애교가 많아 붙은 별명이었다. 박 이사장은 국제적 관심인물로 떠오른 백영원에 대해선 “다른 아이들에 비해 키가 크고 피부가 하얬고 그림을 무척 잘 그렸다”고 전했다. 한편 흐엉 세인 라오스 외교부 공보담당 부국장은 이날 언론 인터뷰에서 “판단능력이 미숙한 10대의 어린 학생들이 정치적 망명을 요청한 건 인정할 수 없다”며 “인신매매에 대응한 것”이라는 기존 주장을 되풀이했다. 이에 대해 박 이사장은 “9명의 강제 북송을 자유의사 없는 미성년자의 인신매매 사건으로 호도해 자신들의 비인도적 강제 추방을 정당화하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윤완준 기자·워싱턴=정미경 특파원 zeitung@donga.com}
강제 북송된 탈북 청소년 9명의 안전을 보장하도록 미국이 나서 달라는 청원이 백악관 청원 사이트에 올라온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올라온 청원은 “굶주림 때문에 북한을 탈출한 9명의 어린이가 남한에 정착하려는 희망을 품었으나 북한이 이들을 빼돌려 다시 돌려보냈다. 이들이 혹독한 처벌을 받을 위험에 처했으니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나서서 구해 달라”는 내용이다. 이 청원을 올린 뉴욕 거주 재미교포 박준희 변호사(47)는 1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북송된 아이들이 공개 처형을 당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곧바로 청원을 올렸다”며 “교포들이 힘을 합쳐 미 정치권의 관심을 환기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탈북 청소년 9명의 강제 북송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도 커지고 있다. 7일 열리는 오바마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간의 첫 정상회담에서 중국 내 탈북자 강제 북송 문제가 논의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2일 알려졌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번 회담의 공식 의제는 아니더라도 시 주석을 비롯한 중국 지도부에 탈북자들의 강제 북송 자제 및 인도적 처리 희망과 관련한 메시지를 전달할 것으로 알려졌다. 에드 로이스 미 하원 외교위원장은 이날 시 주석에게 보낸 공개 항의 서한에서 “중국이 탈북 청소년들을 즉각 북송한 데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며 “중국 정부가 미국 등과 긴밀히 협조해 강제 송환에 대한 대안을 찾아 나가길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탈북 청소년 9명을 북한 측에 전격적으로 넘긴 라오스 정부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판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라오스 외교부는 이날 “(선교사) 한국인 부부가 인신매매를 자행했다”는 일방적 주장을 폈다고 자유아시아방송(RFA)이 전했다. 새누리당은 ‘라오스 북송규탄 결의안’을 추진해 이르면 이번 주에 처리할 예정이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한국이 라오스에 지원하는 공적개발원조(ODA) 규모를 줄여야 한다는 주장도 내놓고 있다. 이번에 라오스에 엄중한 경고의 메시지를 보내지 않으면 유사 사건이 재발하는 것은 물론이고 주변의 다른 동남아 국가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라오스는 한국의 ODA 중점협력국으로 지정돼 거액의 원조를 받아왔다.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
미국 50개 주 가운데 유일하게 총기 휴대를 불법으로 간주해온 일리노이 주가 지난달 31일 일부 공공장소에서의 총기 휴대 합법화 법안을 승인했다. 2011년 11월 위스콘신 주에서 총기 휴대 허용법이 발효되면서 총기 휴대가 금지된 유일한 주로 남게 된 지 1년 6개월 만의 일이다. 법안의 주요 내용은 주류를 판매하더라도 음식류 판매량이 총매출의 50% 이상을 넘는 레스토랑 등 공공장소에서 총기를 소지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그러나 버스 전철 기차 등 대중교통 수단이나 카지노 관공서 학교 병원 종합경기장 등 ‘총기 소지 금지구역(gun free zone)’으로 규정한 곳에서는 현재와 같은 규제를 적용한다.}

강제 북송된 탈북 청소년 9명에 앞서 미국에 입국한 탈북 고아 3명은 현재 미국 학교에서 적응 중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의 탈출 계획을 도운 수잰 숄티 북한자유연합 대표(사진)는 1일 동아일보에 미국에 정착한 3명의 근황과 사진을 전하며 “미국에 도착한 지 4개월밖에 안 됐지만 놀랄 정도로 잘 적응하고 있다”며 “캘리포니아에서 정상적으로 학교에 다니고 있다”고 말했다. 숄티 대표는 “이들의 신변 보호를 위해 현재 거주지나 미국 가정 입양 여부 등 구체적인 정보는 밝힐 수 없는 점을 이해해 달라”며 “2년여에 걸친 계획 끝에 태국을 거쳐 미국에 도착한 힘든 여정이었지만 이들은 구김살 없이 잘 생활하고 있다”고 전했다. 숄티 대표가 지난달 30일 본보에 공개한 탈북 청소년 15명의 사진에 이어 이날 추가로 공개한 사진에는 미국에 안착한 3명의 이름과 나이, 활짝 웃는 얼굴 모습이 담겨 있다. 위쪽에는 ‘자유!(Free!)’라는 단어와 함께 이들이 미국에 도착한 날짜(2013년 2월 8일)가 적혀 있고 아래쪽에는 미국 입국 작전명으로 유명해진 ‘비상하는 독수리 작전(Operation Rising Eagles)’이라고 명시돼 있다. 숄티 대표는 이 사진이 “북한자유연합이 보관 중인 탈북자 미국 성공 입국 사례의 일부“라고 전했다. 숄티 대표가 공개한 자료에는 이들 3명이 선교사 주모 씨의 도움으로 중국을 빠져나오기 전까지 굶주림과 체포의 공포 속에 거지 생활을 해야 했던 꽃제비들의 힘든 삶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이들은 중국의 한 안가에서 생활하던 당시에 쓴 글에서 “꽃제비들을 잡아 두는 북한의 구호소는 햇빛이 전혀 들지 않고 매끼 식사로 강냉이 80알만 주는 곳이었다”며 “풀려나면 또 중국으로 갔다가 잡혀서 두들겨 맞고 구호소로 돌아오는 일이 반복됐다”고 전했다. 3명 중 1명은 “북한의 화폐개혁이 진행되던 2009년 12월에는 정말 너무 배가 고팠다”며 “중국에서는 잘 먹었지만 공안에게 잡힐까 봐 무서워서 늘 숨어 지내야 했다”고 밝혔다. 다른 1명은 다리 밑에서 박스나 비닐봉지를 깔고 자면서 쓰레기통을 뒤져 먹을 것을 찾는 생활을 했다. 나머지 1명은 북한 당국의 꽃제비 감시가 심해지자 이모 집으로 들어갔으나 이모가 “먹을 것이 없다”며 거리로 쫓아냈다. 40번 넘게 중국으로 탈출했다가 북송되는 과정을 되풀이했다고 한다. 탈북 청소년들이 지낸 중국 안가의 삶 역시 힘겹기는 마찬가지였다. 2011년 5월 이들을 방문했던 숄티 대표측 관계자의 당시 일기에 따르면 안가의 창문은 모두 커튼으로 가려져 있었고 아이들은 외부에 소리가 새어나갈까 봐 뛰거나 소리를 내지 말라는 주의를 항상 받았다. 누군가 문을 노크하면 아이들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벽장 속, 침대 밑 등 각자가 정해 놓은 곳에 숨는 방법을 연습해 왔던 것이다. 당시 오전 5, 6시쯤 하루를 시작했던 이들의 첫 일과인 기도의 내용은 “하나님, 중국 경찰의 눈을 가려 저희를 보지 못하게 하시고 그들의 귀를 막아 저희 소리를 못 듣게 하소서”였다고 숄티 대표는 일기에 적었다.워싱턴=정미경 특파원·이정은 기자 mickey@donga.com}

라오스에서 추방돼 강제 북송된 탈북자 9명을 이끌었던 선교사 주모 씨 부부는 2006년부터 중국의 은신처에서 탈북 청소년을 돕는 활동을 시작했다. 이들 부부가 최근까지 한국에 데려온 탈북자는 20여 명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에 강제 북송된 9명도 다른 탈북자 7명과 함께 이 은신처에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김희태 북한인권개선센터 사무국장은 “이 은신처에서 제3국으로 가기 위해 대기하던 다른 탈북 청소년 13명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해졌다”며 “9명의 강제 북송 건 때문에 꽃제비 탈북 청소년에 대한 지원 활동이 크게 위축될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 탈북 청소년 16명의 엇갈린 운명 수잰 숄티 북한자유연합 대표가 본보에 제공한 사진에 등장하는 탈북자는 모두 15명이다. 여기에는 피랍 일본 여성의 아들이나 다른 의미의 요인(要人)으로 추정되는 백영원 씨(20)는 포함되지 않았다. 김 사무국장은 “백 씨는 올해 들어서 뒤늦게 합류했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이번 탈북 그룹은 모두 16명인 것이다. 사진에 찍힌 탈북자들은 오랜 ‘꽃제비’ 생활과 결핵 등 질병의 영향 탓인지 전반적으로 체구가 왜소하다. 특히 가장 연장자인 23세 문철 씨가 최연소인 15세 노애지 양과 키가 비슷하다. 다른 사람들도 16∼20세로 나이가 다양하지만 하나같이 성장은 15세에서 멈춘 것처럼 보인다. 8명과 백 씨는 5월 중국을 가로질러 라오스로 이동했다가 체포됐다. 그리고 18일간 외부의 도움을 받지 못한 채 구금돼 있다가 북한 요원의 손에 이끌려 강제 북송됐다. 길게는 3년을 기다렸던 한국행이 한순간에 물거품이 됐다. 박선영 물망초 이사장은 31일 종합편성TV 채널A에 출연해 “아이들이 라오스 구금시설에서 ‘한국 간다’는 말에 신이 나 짐 안에 자신의 사진, 성경책을 하나도 안 빼고 다 넣었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들은 (탈북 시도에 불법 종교가 더해진) 누범(累犯)으로 북한에 송환되면 곧바로 죽음을 맞게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박 이사장에 따르면 이들 9명은 라오스 이민국에 있을 때 외출이 허락되면 30분 거리인 미국 대사관까지 매번 가서 ‘대사관 담 높이가 얼마나 되는지’를 측정했다. 작은 체구의 이 9명은 “우리도 (대사관) 담을 충분히 넘을 수 있다”고 했다고 한다. 사진 속 15명 가운데 3명은 올 2월 미국에, 4명은 지난해 한국에 안착했다. 특히 미국으로 간 아이 3명은 올해 1월 미국 의회에서 ‘북한 어린이복지법(로이스 법안)’이 통과되면서 혜택을 받았다. 이 법은 외국에서 유랑하는 탈북 어린이에게 ‘즉각적인 보호 지원 입양’을 제공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대표적 탈북 꽃제비 은신처도 타격 중국 은신처에서 다음 차례를 기다리던 아이들 13명도 발각 위험에 빠져 체포와 도망자 신세 중 하나를 강요당하게 됐다. 사진 속 15명 중 김모 군(16)은 올해 미국 입국 과정에서 작성한 증언서에서 “항상 배가 고팠어요. 한번은 중국 공안에 잡혔는데 여러 명이 저를 마구 때리는 거예요. 그 바람에 이빨이 다 부러져 버렸어요”라며 중국 내 생활의 비참함을 전했다. 선교사 주 씨 부부는 처음부터 탈북을 목적으로 꽃제비 일행을 도운 것은 아니었다고 한다. 그들은 굶주린 아이들을 먹이고 재우고 치료하는 것을 목적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북한 당국이 수시로 장마당을 돌며 꽃제비를 체포해 ‘구호소’라고 불리는 꽃제비 전문 수감시설에 가두기 때문이다. 구호소에서는 가혹 행위와 굶주림이 일상화돼 있으며 심지어 갇혀 있는 동안 사망에 이르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 씨는 아이들에게 ‘치료가 끝나고 원한다면 북으로 돌아가라’고 말해 왔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바깥 물정을 알아 가면서 ‘한국에 가고 싶다’는 말을 아이들 스스로 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번에 은신처가 노출되면서 주 씨의 이런 구호 활동은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될 것으로 우려된다. 조숭호 기자·워싱턴=정미경 특파원·김정안 채널A기자 shcho@donga.com}

“망연자실(devastated)할 뿐이다.” 수잰 숄티 북한자유연합 대표(54·여·사진)는 29일 동아일보 기자에게 ‘꽃제비’ 출신 탈북 청소년 9명의 강제북송에 대해 이같이 심경을 밝혔다. 워싱턴에 본부를 둔 북한 인권단체 북한자유연합을 이끄는 숄티 대표는 선교사 주모 씨와 함께 이번 탈북 계획에 처음부터 관여해왔다. 그는 “2년여에 걸친 탈북 계획이 이렇게 허망하게 끝날 줄 몰랐다”며 “이렇게 어린 아이들이 무슨 잘못을 했다고 다시 잡아가느냐”며 분을 삭이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다음은 인터뷰 내용. ―탈북 청소년 9명이 강제북송된 것을 언제 알았나. “이들이 라오스 이민국에 억류된 뒤 선교사 주 씨와 계속 국제전화로 통화하면서 사태 진전 상황을 체크했다. 주 씨는 지난주 금요일(24일)까지만 해도 ‘한국에 갈 수 있을 것’이라고 낙관했다. 그런데 월요일(27일) 아침 갑자기 주 씨로부터 9명이 추방됐다는 소식을 들었다. 한국 시간으로 27일 늦은 저녁이다. 지난 주말에 사태가 급변한 것이 분명하다.” ―탈북 청소년 9명은 어떤 아이들인가. “북송된 9명을 포함해 12명의 탈북 청소년이 그룹을 이뤄 선교사 주 씨의 도움 아래 중국에서 6개월에서 최장 3년까지 지냈다. 이들이 올해 초 탈북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중국 공안의 단속을 피해 숨어 사는 것이 너무 힘들고 상황이 악화돼 탈출하기로 했다.” ―탈출 그룹은 어떻게 나눴나. “12명 본인의 의사에 따라 한국행 그룹과 미국행 그룹으로 분류했다. 미국행 그룹은 12, 13세의 가장 어린 아이 2명과 학습장애가 있는 16세 1명 등 3명이었다. 어린애들과 지적 장애가 있는 탈북자는 아무래도 미국으로 가는 것이 나을 듯하다는 주 씨의 의견도 참작했다.” ―탈출 계획은 언제 시작됐나. “1년 8개월쯤 전인 2011년 9월 미국행 계획에 먼저 착수했다. 작전명은 ‘비상(飛翔)하는 독수리 작전(Operation Rising Eagle)’이었다. 나는 탈북 어린이가 직접 쓴 편지를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 보냈다. 답장을 받지 못했지만 미 국무부와 긴밀하게 공조해 미국행 계획을 진행했다. 한국 측도 도왔다. 2012년 8월 3명을 비교적 협조적인 태국으로 데리고 나오는 데 성공했다. 나머지 9명의 안전 때문에 이들의 미국 입국 사실을 그동안 공개하지 않았다.” ―곧바로 한국행 계획이 이어졌나. “미국행이 성공하자 한국행 계획에 착수했다. 미국행 루트대로 태국을 거쳐 한국으로 갈 계획이었다. 그런데 중간에 거쳐 가는 라오스에서 예기치 않게 불심검문에 걸린 것이다.” ―탈북자를 이송시킬 때 라오스를 경유한 적은 이번이 처음인가. “아니다. 과거 여러 차례 라오스를 거친 적이 있다. 라오스는 최근까지만 해도 탈북자 문제에 협조적이었는데 북한이 그동안 라오스를 자기편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많은 손을 쓴 듯하다.” ―지난해 중국의 탈북자 강제송환 때 관련 청문회 개최를 주도하고 주미 중국대사관 앞에서 시위를 벌이는 등 각종 노력을 펼친 바 있는데…. “이번에도 한국과 미국을 포함해 세계 각국은 라오스에 항의해야 한다. 탈북자들이 북송되면 고문을 받고 심하면 사형에 처해질 수 있는데도 이를 눈감고 보낸 라오스의 처사를 그냥 넘겨서는 안 된다.” ―김정은 체제 이후 탈북이 줄었다고 하는데…. “탈북 지원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다. 탈북 방지 감시체제가 훨씬 강화됐다. 배고픔을 참지 못해 탈출한 어린이까지 추적해 데려가는 것은 김정은 독재가 얼마나 악랄한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또 김정은 체제가 그만큼 허약하다는 것을 드러내는 것이기도 하다.”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
한국 정보당국이 북송된 탈북자 9명 중 일본인 납북 피해자 여성의 아들이 있는 것 같다는 첩보의 진위 파악에 나선 가운데 이들 중 1명은 꽃제비(일정한 거주지 없이 먹을 것을 찾아다니는 떠돌이)가 아닌 20세 청년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 9명의 탈북을 도운 주모 씨는 29일 밤 동아일보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20세의 탈북 남성은 꽃제비들과 다른 북한 지역에서 왔으며 어머니로부터 ‘가족을 꼭 찾으라’는 말을 듣고 탈북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30일 외교소식통에 따르면 꽃제비들이 북-중 접경지역인 양강도 혜산시 출신인 것과 달리 이 남성은 접경지역에서 한참 떨어진 동해안의 함경남도 함흥에서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름이 백영원으로 알려진 이 탈북 청년은 주 씨와 중국에서 6개월∼3년을 같이 생활한 꽃제비 8명과 달리 올해 2월에야 주 씨와 처음 만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소식통은 “정보 당국이 북송된 탈북자 9명 중 ‘함흥을 거쳐 온, 일본인 납치 피해자 여성의 아들이 있다’는 첩보를 확인하고 있는데 이 20세 청년이 함흥 출신이어서 주목된다”며 “이 청년의 어머니가 그 일본인 여성일 개연성이 있다”고 말했다. 한국에 거주하는 탈북자들 사이에서도 “9명 중 1명의 어머니가 일본인”이라는 얘기가 돌고 있다. 그러나 주 씨는 “청년의 어머니가 일본인이라는 얘기는 들은 적이 없다”고 했다. 다른 외교소식통은 “문제의 청년이 다른 의미의 요인(要人)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교도통신과 NHK 등 일본 언론은 일본인 납북 여성의 아들이 북송된 9명에 포함돼 있다면 그 어머니는 1977년 돗토리(鳥取) 현 요나고(米子) 시의 자택을 나간 뒤 행방불명된 마쓰모토 교코(松本京子)일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30일 “관계국과 연락을 취하면서 외교 루트를 통해 사실 관계를 확인 중”이라고 밝혔다. 한편 27일 강제 북송된 탈북자 9명은 원래 12명으로 이뤄진 탈북 그룹의 일원이었고 이 중 3명은 올 2월 이미 미국에 입국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의 탈북을 도와온 수잰 숄티 북한자유연합 대표는 29일(현지 시간) 동아일보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히고 “12명 중 미국행을 희망한 3명은 지난해 태국을 거쳐 올해 미국에 들어와 현재 캘리포니아 학교에 다니고 있다”고 말했다. 숄티 대표는 또 북송된 9명의 명단을 공개하며 “앞으로 국제 무대에서 이들의 구출 문제를 적극 이슈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엔은 북한 당국에 북송된 9명의 안전 보장을 요구했다. 마르주키 다루스만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은 30일(현지 시간) 북한 당국이 대부분 고아로 알려진 9명의 탈북 청소년을 제대로 보호할지 우려된다며 이같이 밝혔다.윤완준 기자·워싱턴=정미경 특파원·도쿄=배극인 특파원 zeitung@donga.com◇숄티 대표가 공개한 북송 탈북자 9명 명단 △문철(23) △정광영(20) △백영원(20) △류광혁(19) △박광혁(18) △이광혁(18) △류철룡(16) △장국화(16) △노애지(15)}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크리스 크리스티 뉴저지 주지사가 7개월 만에 다시 찰떡궁합을 과시했다. 민주당 출신의 오바마 대통령과 공화당 소속의 크리스티 주지사는 28일 어깨를 나란히 하고 허리케인 샌디가 7개월 전 강타했던 뉴저지 해변의 피해 복구 현장을 둘러봤다. 오바마 대통령이 “크리스티 주지사가 이끄는 주 당국의 노력 덕분에 뉴저지 해변이 다시 돌아왔다”고 치하하자 크리스티 주지사는 “우리 모두가 합심한 덕분”이라고 화답했다. 샌디가 맺어준 두 사람의 ‘찰떡’ 인연을 두고 미 언론은 ‘브로맨스(bromance·남성 간의 진한 우정) 2탄’이라며 각별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미 대선을 앞두고 막판 밋 롬니 공화당 후보에게 지지율이 역전당할 위기에 처했던 오바마 대통령은 10월 말 크리스티 주지사와 샌디 피해 현장을 둘러보는 ‘초당적 행보’를 보여줌으로써 리더 이미지를 굳히고 승기를 잡았다. 당시 크리스티 주지사는 오바마 대통령과 친밀한 행보를 과시해 보수진영 일각으로부터 “크리스티 주지사 때문에 선거에서 졌다”는 말까지 들었다. 그러나 크리스티 주지사는 주민으로부터는 “정치적 계산 없이 피해 복구에 전력을 다한다”는 좋은 평을 받았고, 2016년 공화당 대선 후보군에서 선두권에 나서게 됐다. 이번 방문도 최근 국세청(IRS)의 보수단체 표적 세무조사, 리비아 벵가지 영사관 테러 은폐·축소 등 갖가지 스캔들에 시달리는 오바마 대통령이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리기 위해 크리스티 주지사를 다시 동원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의 시선이 공화당 쪽에서 나오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오바마-크리스티 관계는 ‘정치는 뜻밖의 친구를 만든다’는 속담을 다시 한번 되새기게 한다”고 전했다.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
미국 정부가 소유하고 있는 유일한 우라늄 농축 시설인 퍼두커 공장이 경영난으로 다음 달 문을 닫는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6일 보도했다. 미국은 앞으로 핵 발전에 쓰일 연료인 농축우라늄을 러시아로부터 수입하거나 뉴멕시코에 있는 유럽계 업체로부터 공급받게 된다. 민간 부문의 핵 발전을 위한 연료 공급에는 차질이 없지만 정부 소유 우라늄 농축 공장이 폐쇄되면서 국제법규에 따라 미국이 핵무기 제조용으로 쓸 수 있는 핵연료 생산은 일단 중단된다고 NYT는 전했다. 1952년 농축우라늄 생산과 핵무기 제조를 위해 켄터키 주 서부 퍼두커 시 인근에 지어 미국우라늄농축공사(USEC)가 운영해온 이 공장은 제2차 세계대전 중 일본 히로시마(廣島)에 투하했던 원자폭탄에 쓰인 기체 확산 기술을 사용한다. 현재의 원심분리 공법과 비교하면 전력 소모가 20여 배나 많아 적자가 누적된 상태였다. 미국은 원심분리 공법의 우라늄 농축 공장을 3곳에 건설 중이다. 미국 정부는 러시아와의 핵무기 감축 협정으로 핵무기 재고가 넘쳐나 정부 소유의 농축 우라늄 공장을 유지할 필요가 없었으며, 공장 폐쇄로 1000여 명이 일자리를 잃게 됐다. 그러나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국가 안보용으로 우라늄 농축 능력을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는 필요성이 제기됨에 따라 USEC는 미 에너지부의 지원을 받아 실험실 규모로 우라늄 농축 시설을 유지키로 했다고 NYT는 전했다.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

유럽연합(EU)이 시리아 반군에 한해 무기 수출 금지 제재를 해제키로 했다. 반군을 위한 직접적인 무기 지원의 길을 열어 놓은 것이다. 윌리엄 헤이그 영국 외교장관은 27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12시간에 걸친 EU 외교장관 회의 뒤 이같이 발표하고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을 향해 유럽이 매우 강력한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고 말했다. 헤이그 장관은 이어 “당장 시리아에 무기를 보낼 계획은 없지만 상황이 계속 악화될 경우 대응을 할 탄력성이 생긴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EU는 알아사드 정권에 대한 각종 제재 조치는 향후 1년간 유지하기로 했다. 올해 2월 EU는 2월 말이 시한이었던 시리아에 대한 무기금수 제재를 5월 말까지 3개월 연장한 상황이었다. 이날 최대 논점이었던 반군에 대한 직접적인 무기 지원 결정은 유보됐다. 캐서린 애슈턴 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8월 1일 재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합의는 반군에 대한 무기 지원 등 적극적 개입을 요구해온 영국 프랑스와 제재 유지를 주장해온 독일 스웨덴 오스트리아 등이 타협한 결과다. 프랑스와 영국은 EU가 무기금수를 해제하지 않더라도 독자적으로 무기를 제공하겠다며 다른 회원국을 압박했다. 반면 독일 등 다수 회원국은 반군에 지원되는 첨단 무기들이 테러조직 알카에다와 연계한 알누스라 등에 넘어갈 가능성이 많다며 반대했다. 그러나 최근 레바논의 시아파 무장 정당인 헤즈볼라가 알아사드 정권을 돕기 위해 내전에 적극 개입하기 시작하고, 27일 프랑스 르몽드의 보도처럼 시리아 정부군의 화학무기 사용 정황이 잇따르면서 독일을 비롯한 제재 유지파가 한 발 물러섰다는 분석이다. 반면 영국과 프랑스는 회원국 다수가 무기금수 해제에 반대하는 마당에 곧바로 무기지원까지 관철시키는 것은 무리였다. 8월에 다시 논의하겠지만 당장 EU 차원의 무기 지원은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이번 무기금수 해제는 시리아 정권에 미사일을 제공해온 것으로 알려진 러시아를 견제하는 동시에 미국과 러시아가 다음 달 스위스 제네바에서 개최를 추진 중인 ‘제네바2’ 회의(시리아평화국제회의)에 알아사드 정권과 반군이 모두 참여해 정치적 해결책을 내놓도록 압박하는 데 초점이 있다고 외신은 전했다. 하지만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은 27일 파리에서 미국 프랑스 외교장관과 회담한 뒤 “시리아 내전 종식을 위한 평화회담 조직은 쉽지 않다”고 말했다. 반군은 회의 참여 여부조차 결정하지 않았고 이란의 참석에 대해서도 서방국 내 이견이 많다. 한편 미 의회에서 시리아 반군에 대한 군사 지원을 촉구해 온 대표적인 인물인 존 매케인 공화당 상원의원이 27일 시리아를 전격 방문해 자유시리아군(FSA) 최고군사위원회 지도자인 살렘 이드리스 장군 등 반군 지도자들과 만났다고 미국 온라인 매체 데일리비스트가 전했다. 반군 지도자들은 매케인 의원에게 미국의 무기 지원과 비행금지구역 설정, 알아사드 정권에 대한 공습 등을 요청했다.파리=이종훈·워싱턴=정미경 특파원 taylor55@donga.com}

“대통령은 두 손으로 저의 왼손을 꼭 쥐고 한동안 아무 말도 못 했습니다. 그러더니 ‘대령님 같은 분의 희생이 있었기에 오늘의 한국이 있을 수 있었습니다. 고맙습니다’라며 경의를 표했습니다.” 6·25전쟁 참전용사인 윌리엄 웨버 ‘한국전 참전용사 기념재단’ 회장(87·예비역 대령)은 26일(현지 시간)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달 초 미국을 방문한 박근혜 대통령을 만난 순간을 이렇게 기억했다. 그는 6일 워싱턴 한국전 참전 기념비를 방문한 박 대통령을 수행해 달라는 요청을 주미 한국대사관 측으로부터 받고 행사에 참석했다. 6·25전쟁에서 오른쪽 팔꿈치 아랫부분과 오른쪽 무릎 아래를 잃어 의족을 착용한 그가 행사장을 돌아다니는 일은 쉽지 않았다. 19인의 군인을 형상화한 조각상 중 한 팔이 잘린 조각상의 실제 모델이 바로 웨버 회장이라는 소개를 받은 박 대통령은 그의 앞에서 걸음을 멈추었다. “대통령은 저의 성한 왼손을 잡은 채 제 얼굴과 (전쟁에서 잃은) 오른쪽 팔을 번갈아 쳐다볼 뿐이었습니다. 안타까움과 연민이 교차하는 눈빛이었습니다. 제가 목숨 바쳐 싸웠던 나라의 대통령으로부터 고맙다는 얘기를 들으니 저야말로 눈물이 날 정도로 고마웠습니다.” 웨버 회장은 “조그만 체구의 한국 여성 대통령이 강단 있게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모습에 감명을 받았다”고 말했다. 기념비 참배 다음 날 스미스소니언 박물관에서 열린 한미동맹 60주년 기념만찬에도 참석했던 그는 “박 대통령이 만찬사에서 참전용사에게 각별히 경의를 표한 것도 고마웠다”고 덧붙였다. 소감을 한마디로 표현해 달라고 하자 웨버 회장은 “오해하지 말고 들어 달라”는 말과 함께 미소를 지으며 “매력적인 여성(lovely lady)”이라고 말했다. 1951년 1월 강원 원주 전투에서 큰 부상을 입은 웨버 회장은 전역 이후 불편한 몸을 이끌고 6·25전쟁을 기념하는 일에 누구보다 앞장섰다. 그는 올해 7월 27일 정전 60주년 기념일을 맞아 야심 찬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웨버 회장은 “7월 25일 오전 10시부터 26일 오후 4시까지 30시간 동안 한국전 기념비 앞에서 미군 희생자 3만6536명의 이름을 일일이 부르는 행사를 할 계획”이라며 “날씨가 좋든 나쁘든, 밤이든 낮이든 쉬지 않고 희생자들을 호명하고 기억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당초 한국 군인과 카투사 희생자도 호명하려고 했지만 시간이 너무 많이 걸려 포기했다. 그 대신 희생자 수를 분명히 밝히기로 했다”고 밝혔다. 참전 미군 60여 명이 돌아가며 호명 행사를 이어가고 미국에 사는 한국군 참전 용사와 한인 교포 자녀들이 현장에서 홍보 책자를 나눠주며 힘을 모을 예정이다. 웨버 회장은 한국전 기념비 주변에 유리로 만든 ‘추모의 벽’을 설치해 참전 용사의 이름을 새기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심상돈 카투사 전우회 명예회장은 추모의 벽 건립에 써달라며 오세영 화백의 그림을 기증하겠다고 밝혔다. 웨버 회장은 지난해 미 하원에서 추모의 벽 설치 법안 통과를 위해 백방으로 노력했으나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그는 올해 또다시 법안 통과를 위해 뛰고 있다. 랠프 홀 하원의원(공화·텍사스) 등 의원 20명이 공동 발의자로 참가했다. 웨버 회장은 “미국인에게 한국전은 ‘잊혀진 전쟁(forgotten war)’이라고 하는데 실상은 ‘알려지지 않은 전쟁(unknown war)’이라는 표현이 더 적절할 정도”라며 “한국전쟁이 미국에서 제대로 평가받도록 하는 데 여생을 바칠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 美의회, 한국전 참전부대 기념물 추진 ▼ 미국 의회가 6·25전쟁 당시 북한군과 첫 전투를 벌인 미 육군 제24보병사단 부대원들을 위한 기념물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 26일(현지 시간) 외교소식통에 따르면 브라이언 히긴스 하원의원(민주·뉴욕)은 최근 육군 제24보병사단 소속으로 명예훈장을 받은 전쟁영웅 14명의 넋을 기리는 기념물을 알링턴 국립묘지에 설치하는 내용의 결의안을 하원 군사위원회와 보훈위원회에 제출했다. 결의안은 “미국의 자유를 지키려고 수많은 희생을 한 제24보병사단의 자랑스러운 역사를 기리고 명예훈장을 받은 14명의 장병들을 감사와 슬픔, 존경으로 기억한다”며 “이들 14명의 장병을 기리는 기념물을 설치할 수 있도록 알링턴 국립묘지 내부의 적절한 장소를 제공해 줄 것을 육군장관에게 요청한다”고 밝혔다.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오른쪽에서 두 번째)의 프롬(고교 졸업무도회) 파트너는 메건 휴스라는 금발의 백인 여고생(오른쪽)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시사주간지 타임 최근호가 공개한 1979년 오바마 대통령의 프롬 사진에 따르면 하와이 푸나후 고교를 졸업한 오바마 대통령은 인근 피에트라 여고에 다니는 휴스 양을 프롬에 데리고 갔다. 오바마 대통령이 대학 재학 중 사귄 앨릭스 맥니어라는 여성과 대학 졸업 후 18개월 동안 사귄 제네비에브 쿡이라는 여성도 모두 백인이었다. 미셸 오바마 여사의 프롬 파트너는 데이비드 업처치라는 흑인 남성이었다. 출처 타임 웹사이트}
미 국립해양대기청 산하 국가위험기상연구소(NSSL)는 “20일 오클라호마 주 무어 시를 강타한 토네이도의 피해 규모와 풍속을 추산한 결과 최고 등급인 ‘EF-5’에 해당한다”고 21일 밝혔다. 연구소는 “이런 토네이도의 발생 빈도는 전체의 1%도 되지 않는다”며 당초 측정했던 것보다 한 단계 높은 등급으로 정정했다. 기상학자들은 이번 토네이도가 생성에서 소멸까지 뿜어낸 에너지를 실시간 측정한 결과 1945년 일본 히로시마에 떨어진 원자폭탄의 약 600배로 평가했다고 AP통신이 전했다. 구조 작업을 벌여 온 재난당국은 더는 생존자나 추가 시신이 없다고 판단하고 수색을 마무리한 후 복구 작업으로 전환했다. 대피했던 주민들도 집으로 돌아와 피해 상황을 점검하고 있지만 아직 2만9000여 가구에는 전기 공급이 중단된 상태다. 경제적 피해 규모는 2011년 미주리 주 조플린을 강타해 사망자 158명을 낸 초강력 토네이도 발생 때와 비슷한 수준으로 추산된다. 자연재해 피해 분석업체 키네틱 애널리시스는 이날 피해액을 20억 달러(약 2조2000억 원)로 예상했다. 토네이도의 직격탄을 맞은 플라자 타워스와 브라이어우드 초등학교는 제대로 된 대피시설을 갖추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 때문에 일부 학생은 화장실 칸막이 안에 대피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한편 오클라호마시티 검시소 측은 전날 사망자가 91명이라고 발표했으나 일부 사망자를 중복 집계했다며 21일 24명으로 정정했다. 어린이 사망자는 9명으로 집계됐다.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
“여기저기서 말, 차, 지붕이 하늘로 솟구쳐 날아다녔다. 영화 ‘트위스터’가 내 앞에서 펼쳐지는 것 같았다.” “이웃이 감쪽같이 사라졌다. 세상의 종말을 보는 듯했다.” 20일 오후 2시 56분경 미국 중남부 오클라호마 주를 강타한 초대형 토네이도로 21일 오전 9시 20분(한국 시간 21일 오후 10시 20분) 현재 최소 24명이 숨지고 120 여명이 다쳤다. 특히 토네이도가 오클라호마 주의 초등학교 2곳을 휩쓸고 지나감에 따라 9명의 어린이가 숨졌다. 아직 건물 잔해에 깔려 있는 사람도 상당수인 것으로 알려져 사망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20일 오후 2시 40분경 미국 기상청의 첫 번째 경고가 나온 뒤 불과 16분 만에 토네이도가 들이닥치는 바람에 오클라호마 주민들은 대피할 틈도 없었다. 이에 따라 인명 피해도 커졌다. 풍속 시속 약 320km의 이번 토네이도는 최대 지름이 3.2km에 이를 정도로 피해 범위가 넓었다. 토네이도가 덮치고 단 40분 만에 24명의 사망자가 난 것은 이번 토네이도의 위력이 얼마나 막강한지를 잘 보여주는 증거라고 CNN은 전했다. 이번 토네이도는 오클라호마 주의 주도인 오클라호마시티와 인구 4만1000명의 소도시 무어 지역을 초토화시켰다. 수백 채의 집과 차가 산산조각났고 전기선이 끊겨 3만8000가구가 정전됐다. 벽돌과 콘크리트 잔해가 몇 m 높이로 쌓여 있으며 토네이도에 휩쓸려 날아간 자동차들이 건물 벽에 처박혀 있다고 미국 언론은 전했다. 어린이 사망자가 많이 발생한 이유는 무어의 플라자타워스 초등학교와 오클라호마시티의 브라이어우드 초등학교가 토네이도의 직격탄을 맞았기 때문이다. 플라자타워스 초등학교는 철골로 된 건물 뼈대가 완전히 뒤틀리고 벽도 무너졌다. 구조요원들이 건물 잔해에서 몇몇 아이를 구조하기도 했지만 10여 명의 아이가 아직 건물 잔해에 깔려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브라이어우드 초등학교도 사정은 비슷하다. 플라자타워스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들을 둔 지역 주민 노마 바우티스타 씨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어떻게,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할 말을 잃었다”며 “내 아들은 간신히 목숨을 구했지만 그 아이에게 학교, 집, 친구들이 순식간에 사라졌다는 사실을 어떻게 설명해줘야 할지 막막하다”고 토로했다. 이번 토네이도는 16일 텍사스 주에서 처음 발생한 후 계속 세력을 확장하며 오클라호마 캔자스 아이오와 미주리 미네소타 위스콘신 등 미 중부 지역에 막대한 피해를 입혔다. 유에스에이투데이는 최근 5일간 발생한 토네이도로 3억5000만 달러(약 3897억 원)의 경제적 손실이 발생했다고 분석했다. 토네이도 피해가 커지자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이날 오클라호마 일대를 중대재난지역으로 선포하고 연방정부 차원의 전폭적 지원을 약속했다. 오클라호마 당국도 피해가 극심한 지역에 주 방위군 인력을 구조 작업에 긴급 투입하고 파괴된 가스관 복구에 전력을 쏟고 있으나 여전한 강풍, 정전, 열악한 도로 사정 등으로 구조 작업이 큰 차질을 빚고 있다. 미 기상청은 “21일이 이번 토네이도의 최대 고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워싱턴=정미경 특파원·하정민 기자 mickey@donga.com}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테인 세인 미얀마 대통령이 20일 백악관에서 역사적인 정상회담을 했다. 미얀마의 최고 지도자가 백악관에서 미국 대통령을 만난 것은 1966년 네윈 국가혁명평의회 의장의 방문 이후 47년 만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공동기자회견에서 “미국과 미얀마 간에 긴장관계가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지만 세인 대통령이 주도하는 개혁·개방정책을 지지한다”며 “지난 2년간 세인 대통령의 지도력 아래 아웅산 수지 여사를 포함한 정치범이 석방됐고 선거도 민주적 절차에 따라 정착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이슬람 소수인종에 대한 폭력이나 종교 소요사태 등은 중단돼야 한다”며 미얀마 정권의 인권침해 우려를 지적했다. 세인 대통령은 “미얀마에 민주주의가 정착된 지 2년밖에 되지 않았다”며 “미얀마가 개혁하는 데 많은 도전이 있지만 이를 해결하겠다”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이 지금까지 공식적으로 써온 ‘버마’라는 국호를 단 한 번도 쓰지 않고 미얀마 정부가 사용하는 ‘미얀마’를 16차례나 언급해 양국 간 화해 무드를 과시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미얀마를 방문해 수지 여사와 세인 대통령을 만났을 때 버마와 미얀마라는 국호를 혼용했다. 1989년 미얀마 군부는 버마라는 국명이 영국 식민지시대의 잔재라며 미얀마로 개칭했지만 미 정부는 쿠데타로 집권한 군사정부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명분으로 버마로 불러왔다. 미국은 세인 대통령의 방문을 통해 미얀마가 생산하는 제품에 대한 무관세 적용 등 파격적인 혜택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방문에는 중국에 대한 경제적 군사적 의존도가 높은 미얀마와 우호관계를 구축해 중국을 견제하려는 오바마 행정부의 계산이 깔려 있다고 워싱턴포스트는 분석했다. 지난해 미얀마 방문 때 북한을 향해 “버마(미얀마)의 길을 따르라”고 촉구했던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회견에서 북한을 따로 언급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세인 대통령의 방미에는 오바마 대통령이 북한에 보내는 개혁·개방 메시지가 담겨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세인 대통령은 19일 미국의 소리(VOA) 방송 주최 간담회에서 미얀마와 북한 간의 핵기술 교류설에 대해 “북한과 외교관계만 있을 뿐 군사관계는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국세청(IRS)의 보수단체 표적 세무조사, 연방검찰의 AP통신 통화기록 압수, 리비아 벵가지 사태 보고서 조작 의혹 등 3대 스캔들에 시달리면서도 지지율은 견고한 것으로 나타났다. CNN방송이 19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오바마 대통령의 직무수행 지지율은 53%로 집계됐다. 4월 초 같은 조사에서 지지율이 51%였음을 감안하면 오히려 상승했다. 이번 조사는 ‘3대 악재’가 모두 터진 후인 17, 18일 실시됐다. 응답자들은 3대 스캔들에 대해서는 ‘용납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10명 가운데 7명은 IRS 표적 세무조사에 대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답했으며 58%는 오바마 행정부의 벵가지 사태 대응이 만족스럽지 못했다고 답했다. 또 52%는 AP 통화기록 조회에 대해 “용납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CNN은 오바마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에 대해 ‘대부분의 국민이 3대 스캔들을 심각하게 보고 있지만 오바마 대통령이 직접 관련됐다고 보지 않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10명 중 6명은 IRS 세무조사에 대해 사전에 몰랐다는 오바마 대통령의 해명이 “사실을 말했을 것”이라고 답했다. 3대 스캔들로 인해 최악의 한 주를 보낸 오바마 대통령은 23일 워싱턴 국방대 연설에서 인권침해 논란을 빚고 있는 쿠바 관타나모 수용소와 무인항공기(드론) 사용에 대한 정책방향을 밝힐 예정이다. 드론 공격으로 인한 민간인 사상, 관타나모 수감자에 대한 인권침해를 놓고 국제 인권단체들이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오바마 대통령이 어떤 해결책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오바마 대통령은 19일 조지아 주 애틀랜타의 명문 흑인대학인 모어하우스칼리지 졸업식 연설에서 중산층 일자리 만들기를 2기 행정부의 핵심 정책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오바마 대통령이 최근 중산층 정책을 강조하는 것이 3대 스캔들에서 벗어나기 위한 노력으로 보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흑인 대학생들에게 “자신의 뿌리를 기억하라”며 “흑인사회에 귀감이 되는 인재가 되어 달라”고 당부했다.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
인권 침해 논란을 빚고 있는 쿠바 관타나모 미군기지 수용소의 운영비가 엄청나게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18일 CNN방송에 따르면 2002년 세워진 관타나모 수용소 운영 예산은 한 해 1억5000만 달러 이상인 것으로 추산됐다. 현재 수감자가 166명인 점을 감안하면 1년에 1인당 평균 90만3600달러(약 10억 원)의 돈이 드는 것. 이는 미국 일반 연방 교도소에 수감된 죄수에게 투입되는 연간 비용 2만5000달러의 약 36배에 이른다. 또 ‘유나바머’로 알려진 테러범 시어도어 카진스키, 애틀랜타 올림픽 폭발사건을 일으킨 에릭 루돌프 등이 갇혀 있는 미국에서 가장 경비가 삼엄하기로 유명한 콜로라도 주 ‘슈퍼맥스’ 교도소의 1인당 운영비용 6만 달러에 비해서도 15배나 높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수차례 관타나모 수용소의 폐쇄 필요성을 강조했지만 관타나모 수용소에서는 지금도 개보수 공사가 진행되고 있어 엄청난 연방정부 예산이 지속적으로 투입되고 있다. 가장 비밀스러운 7번 수용소 보수에 5000만 달러가 투입될 예정이며 수용소를 감시하는 군인 1900명의 숙소와 주방 등도 보수가 시급하다. 이런 가운데 최근 약 100명의 수감자가 단식농성을 벌이면서 인권침해 논란도 가열되고 있어 오바마 행정부로서는 예산 부담과 인권 논란의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고 CNN방송은 전했다. 17일로 100일째를 맞은 단식농성을 막기 위해 국방부는 30여 명을 의자에 묶고 코에 튜브를 넣어 영양성분을 강제로 주입하고 있다. 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의 성추행 의혹 사건을 수사 중인 미국 워싱턴 경찰국의 폴 멧캐프 대변인은 15일(현지 시간) “이번 사건을 중범죄 수준으로 중요하게 다루고 있다”고 다시 한 번 확인했다. 멧캐프 대변인은 이날 동아일보와의 2차 인터뷰에서 “우리는 이번 사건을 심각하게 다루고 있다(take this case seriously)”며 “경범죄 사건이지만 중범죄 사건과 같은 중요도를 부여하고 있다(put as much importance as on felony cases)”고 수차례 강조했다. 멧캐프 대변인은 본보와의 후속 인터뷰에서 자신의 발언 의미를 자세히 설명했다. 그는 “내가 말한 ‘중범죄 수준의 수사’ ‘중범죄만큼 중요한 수사’라는 발언은 ‘중범죄 혐의 수사’라는 의미가 아니다”라며 “‘중범죄에 버금가는 비중을 두고 중요하게 다루고 있다’는 경찰의 강력한 의지를 밝힌 것이 왜 ‘중범죄 수사’라는 의미로 둔갑돼 해석되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동아일보가 멧캐프 대변인을 단독 인터뷰해 “미 경찰, 윤창중 사건 중범죄 수준으로 수사”라는 제목으로 15일자 A1면 머리기사로 보도한 데 대해 일부 한국 언론이 “멧캐프 대변인이 중범죄 수사가 아니라고 말했는데 동아일보가 중범죄 수사인 것처럼 보도했다”고 강변하자 이를 바로잡은 것이다. 다음은 일문일답. ―이번 사건과 관련해 한국 언론에서 많은 취재 요청이 있었나. “자세히 문의해 온 것은 13일 동아일보가 처음이었다. 그때 경찰 수사에 대해 내가 말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온 더 레코드(보도를 전제로 얘기하는 행위)’로 얘기했다. 그랬는데 그 다음 날(동아일보 보도가 나간 후) 정신없을 정도로 한국 언론 매체에서 전화가 많이 걸려 왔다. 이게 무슨 일인가 싶었다. 2시간여 동안 무려 50여 건의 통화를 했다. 그중에는 나를 ‘경찰국장(chief)’으로 잘못 알고 있는 매체도 있었다. 다들 서두르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여러 각도에서 자세히 문의해온 동아일보와는 달리 대부분 2, 3개의 질문을 던지는가 싶더니 바삐 끊었다. 그렇게 짧게 얘기했으니 두 시간 동안 50여 건의 통화를 할 수 있었던 것 아니겠느냐.” ―어떤 식의 질문이었나. “동아일보 보도 후 나에게 전화한 매체들은 모두 한 가지 질문에 집중했다. ‘이 사건이 경범죄 수사냐, 중범죄 수사냐’라는 양자 선택의 질문이었다. 경범죄 혐의의 수사가 진행되고 있으니 당연히 “경범죄 수사”라고 답했다. 내가 동아일보와 나눴던 ‘중범죄 수준 수사’ 발언의 의미를 자세히 묻는 곳은 없었다.” ―‘중범죄 수사’와 ‘중범죄 수준의 수사’의 차이를 명확하게 설명해 달라. “현재까지 이번 사건은 경범죄 사건이다. 그렇지만 경범죄 사건이라고 해서 경찰이 중범죄 사건에 못 미치는 관심을 갖는 것이 아니다. 우리에게 모든 사건은 똑같이 중요하다. 그것이 경찰 수사의 기본 원칙이다. 실제로 경찰은 현재 윤창중 사건에 그 어떤 사건 못지않은 중요성을 두고 수사에 임하고 있다. 이번 사건에 중범죄와 같은 비중(same weight)을 두고 수사하고 있다는 말을 ‘중범죄 수사’라는 식으로 해석했다면 그것은 내 발언의 의미를 잘못 읽은 것이다. 한마디로 그 언론이 혼동해 잘못 보도했다는 뜻이다.” ―한국 언론의 집중 취재를 받고 난 후 기분은 어떤가. “대변인을 하면서 단시간 내에 그렇게 많은 전화를 받은 것은 처음이었다. 나중에 ‘내 발언이 어떻게 잘못 이해될 수 있을까’ 하고 곰곰이 생각해 봤다. 번역하면서 의미가 완전하게 전달되지 못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은 했지만 ‘중범죄만큼 중요하게 수사하고 있다’는 내 발언의 의미가 ‘중범죄 수사’식으로 해석될 수는 없다.” ―이번 수사가 언제 종결될 것으로 보는가. 비슷한 다른 성 경범죄 사건에 비춰 대략적으로라도 얘기해 달라. “그건 불가능하다. 모든 사건은 각자 독특한 특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사건도 마찬가지다. 수사 기간은 얼마든지 변할 수 있다. 추가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서다. 추가 수사에 따라 혐의 내용도 바뀔 수 있다.”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