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미송

최미송 기자

동아일보 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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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나침반처럼 늘 고민하겠습니다. 고민에 고민을 더해주시는 분들을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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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분야

2025-11-06~2025-12-06
검찰-법원판결63%
사건·범죄16%
정치일반13%
사회일반8%
  • ‘셀프치료’ 각자도생 나선 시민들… 상비약-검사키트 등 불티

    정부가 10일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택치료자 대부분이 ‘셀프 치료’를 하도록 방역·의료 체계를 바꾸겠다고 밝히자 불안한 시민들이 상비약 세트를 앞다퉈 구매하는 등 각자도생에 나서는 모습이다. 9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의 한 약국은 ‘코로나 재택치료 대비’라고 적힌 종이 쇼핑백에 해열진통제와 종합감기약, 염증치료제 등 11개의 상비약을 담아 팔고 있었다. 가격은 3만∼4만 원대로 포함된 약의 종류에 따라 차이가 있었다. 약사는 “비슷한 약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 아예 묶음을 만들었다”고 했다. 자가검사키트는 품절인 곳이 많았다. 이날 본보가 돌아본 마포구와 영등포구의 약국 10곳 중 7곳에서는 검사키트가 다 팔렸다고 했다. 인터넷에는 자가검사키트를 구할 수 있는 사이트와 약국 정보를 공유하는 글이 쏟아지고 있다. 발열 시 쓰는 얼음팩도 평소보다 잘 팔리고 있다. 정부 방침에 따르면 10일부터 60세 이상 등 집중관리군을 제외한 일반관리군은 코로나19에 확진될 경우 자택에서 스스로 건강상태를 확인해야 한다. 하지만 지금까지도 재택치료키트 수령이 지연되거나 보건소와 전화 연결이 안 되는 등의 경우가 많다 보니 셀프 치료 시스템이 제대로 운영될지 우려가 크다. 7일 코로나19에 확진된 이모 씨(26)는 “(재택치료 담당자와의 통화에서) 몸살 기운이 있다고 하니 ‘집에 있는 약을 복용하라’고 하더라. 상비약이 충분하지 않았는데 ‘약을 신청하면 격리가 끝나고 도착할 수도 있다’고 해 당황스러웠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오미크론에 대응하기 위한 상비약 목록’ ‘스마트폰에 장착된 산소포화도 측정 기능을 사용하는 방법’ 등의 글이 올라와 호응을 얻고 있다. 신속항원검사 음성으로는 불안한 이들이 자비로 유전자증폭(PCR) 검사를 받으려면 어느 병원이 저렴한지 등의 정보도 주고받는다. 코로나19 이후 한시적으로 허용된 원격의료 플랫폼 이용자도 증가 추세다. 비대면 진료와 약 처방을 받을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 ‘닥터나우’ 관계자는 “이달 들어 이용자 수 증가율이 지난달 대비 3배가량이나 됐다”면서 “재택치료자들이 자비로 비대면 서비스 이용에 나선 영향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최미송 기자 cms@donga.com전혜진 기자 sunrise@donga.com김윤이 기자 yunik@donga.com}

    • 2022-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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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상비약-아이스팩 등 셀프치료 용품 불티…인터넷엔 각자도생 꿀팁도

    정부가 10일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택치료자 대부분이 ‘셀프 치료’를 하도록 방역·의료 체계를 바꾸겠다고 밝히자 불안한 시민들이 상비약 세트를 앞 다퉈 구매하는 등 각자도생에 나서는 모습이다. 9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의 한 약국은 ‘코로나 재택치료 대비’라고 적힌 종이 쇼핑백에 해열진통제와 종합감기약, 염증치료제 등 11개의 상비약을 담아 팔고 있었다. 가격은 3만~4만 원대로 포함된 약의 종류에 따라 차이가 있었다. 약사는 “비슷한 약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 아예 묶음을 만들었다”고 했다. 마포구 온누리약국의 김성건 씨(40)도 “셀프 치료로 전환된다니 불안심리 때문에 상비약을 구하는 사람들이 상당히 늘었다”고 했다. 자가진단키트는 품절인 곳이 많았다. 이날 본보가 돌아본 서울 마포구와 영등포구의 약국 10곳 중 7곳에서는 진단키트가 다 팔렸다고 했다. 인터넷에는 자가진단키트를 구할 수 있는 사이트와 약국 정보를 공유하는 글이 쏟아지고 있다. 발열 시 쓰는 얼음팩도 평소보다 잘 팔리고 있다. 정부 방침에 따르면 10일부터 60세 이상 등 집중관리군을 제외한 일반관리군은 코로나19에 확진될 경우 자택에서 스스로 건강상태를 확인해야 한다. 필요하면 전화로 비대면 진료·상담을 받을 수 있고 약은 동거가족을 통해 받거나, 1인가구의 경우 보건소에서 배달받을 수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도 재택치료키트 수령이 지연되거나, 보건소와 전화 연결이 안 되는 등의 경우가 많다 보니 셀프치료 시스템이 제대로 운영될지 우려가 크다. 7일 코로나19에 확진된 이모 씨(26)는 “(재택치료 담당자와의 통화에서) 몸살 기운이 있다고 하니 ‘집에 있는 약을 복용하라’고 하더라. 상비약이 충분하지 않았는데 ‘약을 신청하면 격리가 끝나고 도착할 수도 있다’고 해 당황스러웠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오미크론에 대응하기 위한 상비약 목록’, ‘스마트폰에 장착된 산소포화도 측정 기능을 사용하는 방법’ 등의 글이 올라와 호응을 얻고 있다. 신속항원검사 음성으로는 불안한 이들이 자비로 유전자증폭(PCR) 검사를 받으려면 어느 병원이 저렴한지 등의 정보도 주고받는다. 코로나19 이후 한시적으로 허용된 원격의료 플랫폼 이용자도 증가 추세다. 비대면 진료와 약처방을 받을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 ‘닥터나우’ 관계자는 “이달 들어 이용자 수 증가율이 지난달 대비 3배 가량이나 됐다”면서 “코로나19 재택치료자들이 보건소와 연락이 잘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보니 자비로 비대면 서비스 이용에 나선 영향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최미송 기자 cms@donga.com전혜진 기자 sunrise@donga.com}

    • 2022-0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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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졸업식 사라진 대학가… “Z세대, 셀프 졸업사진 찍어요”

    한성대 경제학과 학생 장선아 씨(25)는 졸업을 앞둔 이달 3일 서울 종로구의 한 사진관에서 학사모를 쓴 채 카메라를 바라보고 리모컨으로 셔터를 눌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탓에 오프라인 졸업식이 열리지 않자 ‘셀프 졸업사진’을 찍은 것. 장 씨는 “졸업 전 모습을 직접 남기고 싶어 혼자 찍었다”며 “내가 원하는 구도와 모습으로 사진을 찍을 수 있어 오히려 좋았다”고 말했다. 7일 대학가에 따르면 졸업 시즌을 맞아 ‘셀프 졸업사진’을 촬영하는 졸업생이 늘고 있다. 각 대학은 오미크론 확산 우려를 감안해 올해도 졸업식을 취소하거나 비대면으로 열고 있다. 졸업 앨범도 안 만드는 경우가 많다. 기껏해야 교내에 포토존을 설치하고 학사모와 가운을 대여해 알아서 찍으라고 하는 정도다. 그렇다 보니 자신만의 개성과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는 ‘셀프 졸업사진’이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이다. 장 씨는 “원하는 방식으로 나만의 모습을 남길 수 있는 셀프 졸업사진이 ‘Z세대(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 세대)’의 감성과 맞아떨어지는 것 같다”고 했다. 비용도 크게 비싸지는 않은 편이다. 장 씨가 셀프 사진관에서 20분 동안 촬영하고, 사진 파일 4개와 출력된 사진 2장(A4용지 절반 크기)을 받는 데 지불한 비용은 4만 원이었다. 코로나19 사태가 햇수로 3년째 이어지면서 ‘셀프 졸업사진’은 어느덧 대학가의 문화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지난해 한국외국어대 영문학과 졸업 당시 친구들과 스튜디오를 빌려 셀프로 졸업사진을 찍었다는 박성은 씨(27)는 “(코로나19로) 졸업식이 열리지 않아 나만의 사진을 남기고자 했다. 한 시간 남짓 독사진과 단체사진을 다양하게 찍으면서 시간 가는 줄 몰랐다”고 돌이켰다. 일부 사진관은 손님이 직접 졸업사진 등을 찍을 수 있도록 공간을 빌려주기도 한다. 서울 동대문구의 한 사진관 관계자는 “요즘 사진사의 손을 빌려 졸업사진을 남기려는 학생들이 적어 장사가 안 된다”며 “자리라도 대여해주고 비용을 받는 게 좋겠다 싶어 사진관 내에 ‘셀프 촬영’ 공간을 따로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친했던 이들끼리 모여 함께 사진을 찍고 배달음식을 시켜먹는 것으로 ‘자체 졸업식’을 대신하기도 한다. 이화여대 졸업을 앞두고 있는 장모 씨(25·여)는 “방역 지침에 따라 친한 동아리 사람들 6명만 모이기로 했다”며 “동아리 방에서 서로 사진도 찍고 같이 음식도 먹으면서 우리만의 작은 졸업식을 가질 예정”이라고 말했다.최미송 기자 cms@donga.com남건우 기자 woo@donga.com}

    • 2022-0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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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친구들과 모여 학사모 쓰고 찰칵…코로나 속 ‘셀프 졸업 사진’이 뜬다

    한성대 신문방송학과 학생 장선아 씨(25)는 졸업을 앞둔 이달 3일 서울 종로구의 한 사진관에서 준비된 학사모를 쓴 채 카메라를 바라보고 리모콘으로 셔터를 눌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탓에 오프라인 졸업식이 열리지 않을 것으로 보이자 ‘셀프 졸업사진’을 찍은 것. 장 씨는 “졸업 전 모습을 직접 남기고 싶어 혼자서 찍었다”며 “내가 원하는 구도와 모습으로 사진을 찍을 수 있어 오히려 좋았다”고 말했다. 7일 대학가에 따르면 졸업 시즌을 맞아 ‘셀프 졸업사진 촬영’을 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코로나19 방역 규제 등으로 대학의 졸업식 자체가 취소되거나 비대면 방식으로 열리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일부 대학은 교내에 포토존을 설치하고 학사모와 가운을 대여해 기념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기존 졸업 사진이 획일적이라고 느끼는 학생들은 자신만의 개성과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는 ‘셀프 졸업사진’을 선호한다. 장 씨는 “졸업앨범에 들어가는 사진은 일일이 보정을 요청하기도 불편하고, 결과물이 마음에 안 든다는 이들도 적지 않다”며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나만의 모습을 남길 수 있는 셀프 졸업사진이 ‘MZ세대(밀레니얼+Z세대)’의 감성과 맞아떨어지는 것 같다”고 했다. 비용도 비싸지 않은 편이다. 장 씨가 셀프 사진관에서 20분 동안 촬영하고, 사진 파일 4개와 출력된 사진 2장(A4용지 절반 크기)을 받는데 지불한 비용은 4만 원이었다. 코로나 사태가 햇수로 3년째 이어지면서 이같은 ‘셀프 졸업 사진’이 대학가의 문화로 자리잡아가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한국외국어대 영문학과 졸업 당시 친구들과 스튜디오를 빌려 셀프로 졸업사진을 찍었다는 박성은 씨(27)는 “(코로나19로) 졸업식이 열리지 않는 상황에서 나만의 사진을 남기고자 했는데, 한 시간 남짓 친구들과 함께 찍으니 시간가는 줄 몰랐다”고 했다. 일부 사진관은 손님이 직접 졸업사진 등을 찍을 수 있도록 한쪽 공간을 새로 단장하기도 한다. 서울 동대문구의 한 사진관 관계자는 “요즘 사진사의 손을 빌려 졸업사진을 남기려는 학생들이 적어 장사가 되지 않는다”며 “자리라도 대여해주고 비용을 받자 싶어 사진관 내에 ‘셀프 촬영’ 공간을 따로 마련했다”고 했다. 친했던 이들끼리 모여 함께 사진을 찍고 배달음식을 시켜먹는 것으로 ‘자체 졸업식’을 하는 학생들도 늘고 있다. 이화여대 졸업을 앞두고 있는 장모 씨(25·여)는 “친한 동아리 사람들 6명이 모여 동아리 방에서 우리만의 작은 졸업식을 가질 예정”이라고 말했다. 최미송 기자 cms@donga.com}

    • 2022-0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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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대재해법 적용 첫날… 건설현장 대부분 작업 ‘일시중지’, 새벽인력시장선 “일감 없어 공쳤다”

    “이번 주 들어 일거리를 못 구한 건 오늘이 처음이네요.” 27일 오전 5시 반. 서울 구로구 남구로역 인근 인력시장을 찾은 박모 씨(66)는 허탈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날 인력시장을 찾은 인부 대부분이 상황은 비슷했다. 오전 4시부터 길거리에 수백 명이 줄지어 일거리를 기다렸지만 기자가 세어본 결과 4명 중 1명 정도만 일을 구해 자리를 떴다. 남은 이들은 서로 “왜 집에 안 가느냐”면서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담배를 입에 문 채 한참 거리를 서성였다. 한 시간 반 동안 대기하다가 끝내 집으로 돌아가던 박 씨는 못내 아쉬운지 사무소를 돌아보며 “이거 참 어떡하나…”라면서 말을 잇지 못했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첫날인 27일 상당수의 건설사들이 ‘1호 처벌 대상만은 피하겠다’며 공사 현장을 멈추면서 하루 벌어 하루 사는 일용직 건설 노동자들이 대거 일감을 잃었다. 남구로역 인근의 한 인력사무소 직원은 “어제보다 일거리가 절반 이상 줄었다”며 “지난주부터 대형 건설사 사이에 ‘시범 케이스가 되지 말자’는 말이 돌았다”고 했다. 이날 남구로역 인력사무소를 방문한 이모 씨(60)는 설명을 들은 후 “설 연휴 지나면 나아지려나 싶다”면서 포기하고 발걸음을 돌렸다. 실제로 서울 시내 곳곳에서 작업이 ‘일시 중지’된 건설 현장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서울 영등포구 당산역 인근 신축 공사 현장에서는 일부 근로자들이 공구를 정리하거나 청소만 할 뿐 여느 때처럼 벽돌을 쌓는 등의 작업은 일절 하지 않았다. 현장에서 만난 한 노동자는 “갑자기 오늘은 건물 올리는 작업을 안 한다고 하더라”고 했다. 중대재해법이 나이가 많은 근로자들을 노동시장에서 몰아낼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인력시장에서 일거리를 구하던 성모 씨(49)는 “요즘에는 현장에서 60세 이상은 잘 안 쓰려고 하는 탓에 나이 든 분들은 인테리어 같은 작은 현장만 가는 것 같다”고 했다. 다만 현장의 안전 관리 인력은 다소 보강되는 분위기다. 이날 만난 문래역 인근 공사 현장 노동자는 “안전 관리 인력이 최근 현장에 10명 넘게 새로 배치됐다”고 전했다. 건설 조경 분야의 한 중소기업 대표 김모 씨(64)도 “설 연휴가 끝날 때까지 안전 관리 인력을 최우선으로 보강할 계획”이라고 했다.남건우 기자 woo@donga.com최미송 기자 cms@donga.com}

    • 2022-0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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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지옥 같았다” 분양합숙소, 가출청소년 꾀어 착취-폭행

    “진짜 악마 같은 놈들이었어요. 자기보다 약한 애들을 사실상 가둬놓고 세뇌시킨 거죠.” 이달 초 서울의 한 부동산 분양합숙소에서 20대 남성이 도주 중 빌라 7층에서 추락한 사건의 배경에는 취약계층 청년과 가출 청소년 등을 교묘하게 조종한 분양대행팀장 박모 씨(29·구속) 등의 착취와 폭행이 있었다는 증언이 나왔다. 박 씨 일당은 가상화폐 ‘리딩방’(불법유사 투자자문 행위가 이뤄지는 온라인 대화방)에서 ‘큰돈을 벌 수 있다’며 팀원을 모집한 뒤 미분양 부동산을 팔아넘기는 방식으로 거액의 수수료를 챙겼다. 특히 박 씨가 오갈 데 없는 팀원들을 합숙시키면서 폐쇄회로(CC)TV로 감시하거나 대화를 못 하게 하는 등의 수법으로 “팀원들을 꼭두각시처럼 조종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가출 청소년 꼬드겨 분양 일 시켜지난해 박 씨 일당과 함께 수개월 동안 분양 홍보 일을 했다는 A 씨는 24일 본보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옥 같은 2021년이었다”며 “후회스럽다”고 말했다. A 씨가 박 씨를 접한 건 지난해 1월경 가상화폐 ‘H리딩방’이었다. 박 씨 일당 중 한 명이 이른바 ‘경주마’(급등하는 코인)를 추천하면서 유료 회원 가입을 유도했다. 박 씨는 유료 회원에게 “전망이 좋고 엄청난 호재가 있는 부동산 물건이 있는데 안 사는 사람은 ‘호구’”라며 추천했다. 자신과 함께 분양대행을 할 팀원도 모집했다. 주로 금융채무 불이행자나 고정적 수입이 없는 청년들이 유혹에 넘어갔다. A 씨 역시 박 씨의 말에 따라 계약금도 절반은 대출을 받아 인천 숙박시설 3채를 분양받았다. A 씨가 박 씨와 함께 일하며 본 업무 모습은 정상이 아니었다. 박 씨는 은근히 팀원들에게 직접 분양받을 것을 권유했다. 수익성이 좋다고 보기 어려운 물건들이었다. 지난해 2월 박 씨에게 분양 업무를 맡겼던 한 분양대행 업체는 “요즘 (분양이) 쉽지 않았던 상업시설이었다”고 했다. 박 씨는 자신이 수수료를 건당 50만∼60만 원만 받는다고 했지만 알고 보니 뒤로 수백만 원을 몰래 챙겼다고 A 씨는 주장했다. 박 씨 일당은 지난해 5월 가상화폐의 인기가 시들해지면서 팀원 모집이 어려워지자 가출 청소년으로 눈을 돌렸다. ‘숙식을 제공하겠다’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가출 청소년이나 오갈 데 없는 청년들을 꼬드긴 뒤 전단이나 전화 돌리는 일을 시켰다. A 씨는 “(박 씨가) 가출 청소년들에게 숙식을 제공하는 대신 수수료를 다 가지면 되겠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며 “숙박하는 팀원은 박 씨가 키우는 강아지 배변, 어항 치우기, 빨래, 청소 등 잡일도 다 했다”고 전했다. 집 안에서는 도난을 방지한다며 반려견용 CCTV로 직원들을 감시했다.○ “꼭두각시처럼 조종”합숙을 하지 않은 사람까지도 밤 12시까지 붙잡고 평일과 주말, 공휴일을 가리지 않고 일하게 했다. A 씨는 “(팀원들이) 서로 이야기를 못 하게끔 떨어뜨렸다. 꼭 학창 시절 불량한 애들처럼 움직였다”며 “박 씨가 맨 위에서 (팀원을) 꼭두각시처럼 조종했다”고 말했다. A 씨는 “이미 부동산 분양 계약을 해서 손해를 본 사람들은 더 이상 빼먹을 게 없다는 걸 알고 붙잡지 않지만 힘없는 피해자는 계속 부려먹어야 하니까 더 붙잡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폭행도 있었다. 일당이 한 여성 팀원을 때리는 장면을 목격했다고 A 씨는 말했다. 이들의 범행은 합숙하던 김모 씨(21)가 3번째 탈출하다가 7층에서 추락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서울남부지법은 “도주와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며 24일 박 씨의 분양팀에서 근무한 김모 씨(22) 등 2명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앞서 서울 강서경찰서는 19일 박 씨 등 일당 4명을 특수중감금치상 혐의로 검찰에 구속 송치했다. 경찰은 보완 수사를 마무리하는 대로 박 씨의 범행에 가담한 부인 원모 씨(22)에 대해서도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다.이소정 기자 sojee@donga.com최미송 기자 cms@donga.com}

    • 2022-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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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편의점주 “李의혹 제보자, 상태 안좋아 보였다”…모텔 계단 오르다 휘청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의 ‘변호사비 대납 의혹’을 제보했던 이모 씨(55)의 사망 원인이 ‘대동맥 박리 및 파열’로 추정된다는 1차 부검 소견이 나왔다. 서울경찰청은 13일 브리핑을 통해 “이 씨 시신 전반에서 사인(死因)에 이를 만한 특이 외상은 발견되지 않았다”며 “대동맥 박리 및 파열로 인한 사망으로 추정된다는 것이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의의 구두 소견”이라고 밝혔다. 심장과 이어진 대동맥의 안쪽 막이 길게 찢어져 바깥쪽 막과 분리됐고(박리), 일부는 바깥쪽 막까지 터져 있었다(파열)는 뜻이다. 한편 동아일보는 이 씨가 숨진 채 발견된 서울 양천구의 모텔 내부 폐쇄회로(CC)TV 영상기록을 입수해 분석했는데, 8일 오전 이 씨가 객실에 마지막으로 들어간 후 11일 오후 모텔 관계자에 의해 시신으로 발견될 때까지 객실 문을 통해 드나든 사람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은 “이 씨는 관상동맥에 중증도 이상의 경화 증세가 있었고, 심장 비대증도 있었다”며 “지병이 없었다는 일부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밝혔다. 경찰은 추후 약물 및 독극물 검사 등을 실시해 최종 부검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CCTV에 담긴 제보자 마지막 모습‘마지막 외출’ 전날인 7일…비틀거리며 소화제-진통제 구매8일 오전엔 죽 산 뒤 돌아와전문가 “대동맥 박리 수술 안하면 환자 90%는 일주일 이내 사망”지인들 “아파보여” “아니다” 갈려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의 ‘변호사비 대납 의혹’을 제보한 시민단체 대표 이모 씨(55) 사망 사건을 조사 중인 경찰은 타살이나 극단적 선택을 의심할 만한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는 1차 부검 소견을 13일 발표했다. 이 씨는 11일 오후 8시 42분경 서울 양천구의 한 모텔 객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서울경찰청이 이날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의 구두 소견을 인용해 잠정적으로 밝힌 이 씨의 사인(死因)은 혈관질환의 일종인 ‘대동맥 박리 및 파열’이다. 대동맥 혈관 벽은 여러 겹으로 이뤄져 있는데, 안쪽 막이 찢어져 바깥쪽 막과 분리되는 대동맥 박리는 대동맥 파열로 이어질 수 있다. 김경환 서울대 의대 흉부외과학교실 교수는 “대동맥 박리나 파열은 혈관 벽이 선천적으로 약하거나 혈압이 높은 경우 발생할 수 있다”며 “응급수술을 받지 않으면 환자의 90%는 일주일 이내 사망한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생전 이 씨에게 심장질환이 있었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국과수 1차 부검에서 관상동맥(심장에 혈액을 공급하는 혈관) 경화증이 있었고, 그 정도가 중증 이상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는 것이다. 또 이 씨는 심장 크기가 보통 사람의 2배 가까이 되는 심장 비대증이 있었다고도 했다. 발견 당시에 대해서는 “이 씨가 이불을 덮고 누워있는 상태였다”며 “시신 상태에 특이한 점은 없었다”고 밝혔다. 동아일보는 이 씨가 숨지기 직전 거주하던 서울 양천구 모텔 내부 폐쇄회로(CC)TV 영상 6∼11일분을 입수했는데, 시신으로 발견되기 4일 전인 7일 오후 9시 32분 이 씨가 계단을 오르다 걸음을 멈추고 휘청거리는 모습을 확인했다. 당시 이 씨는 무릎을 굽힌 뒤 바닥에 손을 짚고 10초가량 쉬었다가 나머지 계단을 올랐다. 이 씨는 이날 모텔 근처 편의점에서 소화제와 해열진통제를 구매한 것으로 나타났다. 13일 동아일보 기자와 만난 이 편의점 점장은 “평소에도 약봉투를 자주 들고 다녔는데 그날따라 이 씨의 걸음이 유독 휘청거렸다. 안색도 나빴고 전반적으로 상태가 굉장히 안 좋아 보였다”고 말했다. CCTV에 생전 마지막 모습이 기록된 것은 8일 오전이었다. 이날 오전 9시 2분경 방을 나선 이 씨는 전날 소화제를 샀던 편의점에서 즉석 죽을 산 후 오전 10시 46분경 방으로 돌아왔다. 이후 11일 오후 시신으로 발견될 때까지 이 씨 객실의 문을 드나든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유족 측 대리인으로 나선 유튜브 채널 운영자 백광현 씨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경찰 결과에 대한 유족 측의) 수긍이나 반론이 있겠나. 지금은 그럴 상황이 아니다”라고 했다. 또 “공익제보자였던 고인이 끝까지 밝히고자 했던 변호사비 대납 의혹에 집중해주시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12월 30일 이 씨와 술자리를 했다는 지인 A 씨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이 씨가) 몸이 좋지 않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반면 이 씨와 교류했던 대장동게이트진상규명범시민연대 유호승 공동대표는 “최근에도 이 씨와 만나면 서너 시간씩 이야기를 했다. 이 씨가 아팠다는 걸 인정할 수 없다”고 했다.송진호 기자 jino@donga.com김윤이 기자 yunik@donga.com최미송 기자 cms@donga.com이소정 기자 sojee@donga.com}

    • 2022-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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