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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2021년 중국공산당 창당 100년을 맞아 연예계, 빅테크, 인터넷 등 사회 전반에 대한 이념 단속을 한층 강화했다. 당국을 비판하거나 도덕성 문제로 도마에 오른 연예인들은 ‘례지(劣迹·품행 불량)’로 분류돼 활동을 중단해야 했다. 이들을 두고 ‘홍색 정풍(整風)운동’의 희생양이라는 말이 나왔던 이유다. 대표적 예가 ‘황제의 딸’ 등 각종 드라마에서 주연으로 활약하며 한국에서도 유명한 톱스타 자오웨이(趙薇·47)다. 그는 같은 해 8월 이후 지금까지도 행방이 묘연하다. 주요 포털 사이트에서 그의 이름을 검색하면 아무런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 그의 팬클럽은 물론이고 자오의 개인 소셜미디어 계정도 폐쇄됐다. ‘황제의 딸’을 포함해 영화 ‘적벽대전’ ‘뮬란: 전사의 귀환’ 등 그가 출연한 작품의 출연진 목록에서도 이름이 지워졌다. 자오가 사라진 시점도 묘하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2021년 8월 17일 중국공산당 중앙재경위원회에서 ‘공동부유(共同富裕·함께 잘살기)’ 개념을 제시했다. 그는 ‘부의 재분배’를 주창하는 이 개념을 앞세워 알리바바 등 주요 빅테크 기업, 재산이 많은 유명 연예인들을 전방위적으로 옥죄었다. 자오는 공동부유 개념이 등장한 지 불과 9일 후 사라졌다. 프랑스 도피설 등 그의 행방을 둘러싼 각종 추측이 아직도 나돌고 있다. 당시 시 주석은 자신의 3연임이 결정되는 지난해 10월 공산당 20차 전국대표대회(당대회)를 1년 2개월 앞두고 있었다. 공산주의에 걸맞지 않은 극단적인 빈부격차를 좁히는 것이 자신의 장기 집권 및 정권 안정에 도움이 되리라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자오는 중국 금융당국의 낙후된 규제를 ‘전당포 영업’이라고 공개 비판한 뒤 역시 철퇴를 맞은 마윈(馬雲·59) 알리바바 창업주와도 가깝다. 자오는 2009년 싱가포르 부동산 재벌과 결혼한 후 각종 투자로 꾸준히 재산을 불렸다. 자오의 퇴출을 계기로 당시 런민일보 등 관영언론은 일제히 “악행을 저지른 모든 연예인에 대한 철저한 청산이 이뤄져야 한다”고 보도했다. 자오가 본보기가 됐다는 의혹이 힘을 얻었다. 같은 해 12월 업계 1위 쇼호스트 웨이야(薇娅·38) 또한 탈세 혐의로 13억4100만 위안(약 2500억 원)의 천문학적인 벌금을 부과받았다. 이어 추종자가 8000만 명이 넘는 그의 ‘타오바오’ 계정이 삭제됐고 이후 종적을 감췄다. 중국 매체 차이신은 “웨이야 사건은 당국이 라이브 커머스 업계에 보내는 경고의 ‘첫발’”이라며 추가 단속을 경고했다. 가수 연습생 출신 주부였던 그는 2017년 무렵 중국에서 급격하게 성장한 라이브 커머스 시장에서 기회를 잡아 빠르게 부를 축적해 화려한 생활을 자랑했다. 2021년 당시에는 총자산이 약 1조6000억 원에 이르렀던 것으로 추산된다. 비슷한 시기 라이브 커머스 쇼호스트 쉐리(雪梨)도 탈세 혐의로 막대한 벌금을 부과받았다. 당국은 아이돌 팬덤에도 칼을 겨눴다. 2021년 웨이보는 팬들의 모금 활동을 금지했다. 이 와중에 방탄소년단(BTS) 멤버 지민의 중국 팬들이 웨이보에서 생일 축하 광고 비용을 모아 제주항공 비행기를 지민의 사진으로 장식하는 일이 발생했다. 당국은 해당 팬클럽 계정을 60일간 정지시켰다. 또 팬덤의 금품 살포 등 고액 소비를 막기 위해 각종 오디션 프로그램에서서의 인기 투표 등도 규제했다. 이를 두고 중국 내에서조차 시진핑식 문화대혁명(1966∼1976년)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시 주석이 홍위병을 앞세워 반대파를 무차별적으로 숙청했던 마오쩌둥(毛澤東) 시절의 정책을 소환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마오는 국공 내전이 한창이던 1940년대 당시 “공산당 내 각종 비리를 척결하고 기강을 바로잡겠다”며 정풍 운동을 벌였다. 공동부유 개념 또한 마오가 1955년 제시한 ‘공부론(共富論)’에서 유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중국, 러시아에 둘러싸인 완전한 내륙국 몽골과 미국을 바로 잇는 하늘길이 열린다. 미국을 방문 중인 루브산남스라인 오윤에르데네 몽골 총리와 카멀라 해리스 미 부통령은 2일 내년 2분기(4∼6월)부터 양국 직항 노선을 개설하는 등 ‘오픈스카이’ 협정에 합의했다. 현재는 양국을 잇는 직항 노선이 없다. 두 나라는 첨단산업의 필수 소재이며 최근 미중이 대립하고 있는 희토류에 대한 협력 또한 강화하기로 했다. 몽골은 세계 10대 자원 부국이지만 자본과 인프라 부족으로 충분히 빛을 보지 못했다. 미국으로서도 1일부터 중국이 갈륨, 게르마늄에 대한 수출 통제에 나선 상황에서 몽골의 광물자원을 직접 공수할 길이 열린다면 ‘천군만마’를 얻는 것이나 다름없다. 몽골은 칭키즈칸의 후예로 한때 천하를 호령했지만 현재 물류를 비롯한 경제 전반을 중-러에 크게 의존하면서 쥐여사는 신세가 됐다. 그런 몽골이 생존을 위해 미국과 손을 잡고 있다. ● 美 유학파 총리, 영어로 모두발언오윤에르데네 총리와 휴가 중인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을 대신한 해리스 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내년에 양국 직항편을 개설하는 오픈스카이 협정에 합의했다. 미 하버드대 케네디스쿨에서 공공정책 석사학위를 딴 ‘미국통’ 오윤에르데네 총리는 영어 모두발언을 통해 “몽골의 민주화 과정에 미국은 파트너 그 이상의 마치 북극성과 같은 존재였다”면서 “이번 협정으로 양국의 우정과 전략적 파트너십의 새 장을 열었다”고 강조했다. 오픈스카이는 국가 간 항공편을 개설할 때 양국 정부의 사전 승인 없이 신고만 하면 취항할 수 있도록 하는 협정이다. 미국은 현재 세계 130여 개국과 이 협정을 맺었다. 바다가 없는 설움을 톡톡히 겪는 몽골에 미국과의 직항편 개설은 반가운 일이다. 오윤에르데네 총리는 “몽골은 물류에 있어 큰 어려움을 직면하고 있는 내륙국”이라며 “우리는 국제무대에서 이런 문제들과 관련해 미국의 지지를 원한다”고 밝혔다. 중-러가 툭하면 몽골 국경 철로에서 통관을 시켜주지 않는 바람에 물류대란을 겪고 있는 처지를 토로한 것이다. 두 나라는 또 광물 협력을 대폭 강화하기로 했다. 이날 회담 후 발표한 성명문에서는 “광물, 친환경 에너지, 식량 안보 등의 분야에서 협력 관계를 강화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오윤에르데네 총리는 로이터통신 인터뷰에서 “희토류, 구리를 포함한 핵심광물 채굴에 대한 협력을 논의했다”고 직접 공개했다.● 경제난에 中-러 대신 美와 손잡아전통적인 친중, 친러 국가였던 몽골이 미국과의 협력을 강화하는 이유는 ‘경제난’ 때문이다. KOTRA에 따르면 몽골은 세계 희토류 매장량의 16%를 보유하고 있는 자원 부국이다. 그러나 지난해 국제통화기금(IMF) 기준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5033달러(약 654만 원)에 불과할 정도로 좀처럼 경제 발전의 계기를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이는 내륙국의 특성상 자원을 개발한다고 하더라도 중-러에 둘러싸여 수송로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중-러가 각종 핑계로 막으면 물류 운송이 멈춰서다 보니 자원 및 인프라 개발을 위한 해외 자본 유치도 쉽지 않고 정치도 친중, 친러로 갈려 불안정했다. 결과적으로 공산품 수입의 각각 35%, 30%를 중국과 러시아에 의존하는 처지가 됐다. 하지만 팬데믹 사태와 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로 중-러 모두 경제 사정이 여의치 않자 몽골까지 덩달아 영향을 받았다. 특히 중국의 ‘제로 코로나’ 여파로 몽골은 당시 식료품과 연료 등의 공급에 상당한 차질을 빚었다. 이런 상황에서 두 나라에만 기대다간 민생 경제가 파탄 날 수 있다는 절박함이 몽골을 미국으로 이끌었다는 것이다. 몽골에서 근무했던 재계 관계자는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이 적용되는 나라가 바로 몽골”이라며 “중-러에 휘둘리지 않기 위해서라도 미국에 가까이 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완전한 내륙국이며 중국과 러시아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몽골과 미국을 바로 잇는 하늘길이 열린다. 미국 워싱턴을 방문 중인 롭상남스라이 어용에르덴 몽골 총리는 2일(현지 시간) 카멀라 해리스 미 부통령과 만나 내년 2분기(4~6월)부터 양국 직항 노선을 개설하는 등 ‘오픈스카이’ 협정에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현재는 양국을 잇는 직항 노선이 없다. 두 나라는 첨단산업의 필수 소재이며 최근 미국과 중국이 대립하고 있는 ‘희토류’에 대한 협력 또한 강화하기로 했다. 몽골은 석탄, 철광석, 구리 등이 풍부하며 중국, 러시아와 모두 국경을 맞대고 있다. 1일부터 중국이 갈륨, 게르마늄 등 주요 광물 자원의 수출 통제에 나선 상황에서 중국과 국경을 맞댄 몽골의 광물 자원을 직접 공수할 길이 열린다면 미국 입장에서는 ‘천군만마’를 얻은 것이나 다름 없다. 고질적 경제난에 시달리는 몽골 또한 중국, 러시아 대신 미국과 손을 잡으려는 움직임이 뚜렷하다. ● 유학파 몽골 총리, 영어로 모두 발언롭상남스라이 총리와 해리스 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내년에 양국 직항편을 개설하는 ‘오픈스카이’ 협정에 합의했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휴가 중이어서 해리스 부통령이 대신 자리했다. 미 하버드대에서 공공정책 석사 학위를 딴 ‘미국통’ 롭상남스라이 총리는 이날 회담에 앞서 영어로 모두 발언을 했다. 오픈스카이는 국가 간 항공편을 개설할 때 양국 정부의 사전 승인 없이 신고만 하면 취항할 수 있도록 하는 협정이다. 특히 양국 항공사의 신규 노선 개설이 간편해진다. 한정된 운수권을놓고 여러 항공사가 경쟁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한국 또한 일본과 오픈스카이 협정을 맺었기에 도쿄, 오사카는 물론 가고시마, 구마모토 등의 소도시에도 한국 항공사가 정기 직항 노선을 운영할 수 있다. 미국은 현재 세계 130여개 국과 이 협정을 맺었다. 양국은 특히 광물 협력을 대폭 강화할 뜻을 밝혔다. 이날 회담 후 발표한 성명문에서는 “광물, 친환경 에너지, 식량 안보 등의 분야에서 협력 관계를 강화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롭상남스라이 총리는 로이터통신 인터뷰에서 “희토류, 구리를 포함한 핵심광물 채굴에 대한 협력을 논의했다”고 직접 공개했다. ● 경제난에 中-러 대신 美와 손잡아전통적인 친중, 친러 국가였던 몽골이 미국과의 협력을 강화하는 이유는 ‘경제난’ 때문이다. 코트라에 따르면 몽골은 세계 희토류 매장량의 16%를 보유하고 있는 자원 부국이다. 그러나 지난해 국제통화기금(IMF) 기준 1인당 국가총생산(GDP)이 5033달러(약 654만 원)에 불과할 정도로 좀처럼 경제 발전 계기를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내륙국의 특성상 몽골은 제조업과 물류 기반이 매우 취약하다. 현재 공산품 수입의 각각 35%, 30%를 중국과 러시아에 의존한다. 중국에서는 주로 화물차, 통신기기를, 러시아에선 석유제품, 비료, 전력 등을 들여온다. 하지만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 중국 경제는 부동산 침체 및 당국 규제 등으로 좀처럼 호조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당시 중국의 ‘제로코로나’ 여파로 몽골은 당시 식료품과 연료 등의 공급에 상당한 차질을 빚었다. 이런 상황에서 두 나라에만 기대다간 민생 경제가 파탄날 수 있다는 절박함이 몽골을 미국으로 이끌었다는 것이다. 과거 몽골에서 근무했던 재계 관계자는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이 적용되는 나라가 바로 몽골”이라며 자원 부국이라 발전 가능성은 높지만 이를 현실화할 인프라가 지극히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정치적으로도 친러파와 친중파의 대립이 심해 정치적 불안정성이 높으며, 외국인 직접투자가 지지부진한 것도 이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그간 물류 운송을 중국과 러시아에 의존했던 몽골이 이번 협정에 큰 기대를 거는 이유다.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총괄적인 혁신 정책을 개발하기보다는 (정부부처 간) 예산을 재조정해 새 우선순위에 대응하는 식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한국 정부의 과학기술 혁신 정책에 대해 이같이 평가했다. 과학기술 혁신을 이끌 큰 그림을 그리는 대신 부처 간 기존 사업을 조정해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방식의 정책 추진에 과도하게 힘을 쓰고 있다는 것이다. 또 민간 분야에서는 연구개발(R&D) 활동이 대기업과 제조업 분야에 집중돼 있는 점을 지적했다. 이로 인해 스타트업이 확장하거나 서비스업의 생산성을 높이는 데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과학기술-경제발전 연계한 계획 필요” OECD는 지난달 31일(현지 시간) ‘OECD 혁신 정책 리뷰: 한국 2023년’ 보고서를 발간했다. OECD는 한국이 첨단기술을 빠르게 외국에서 들여온 데다 중앙집중적인 강력한 집행 체제로 고도의 경제성장을 이룩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한국 경제에 ‘퀀텀 점프(대도약)’가 필요한 현 시점에서 혁신에 제약이 되는 요소들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무엇보다 과학기술과 경제발전 전략을 아우를 범정부 차원의 국가 개발 로드맵이 없다는 점을 짚었다. 일례로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020년 ‘과학기술미래전략 2045’를 발표했다. 기획재정부도 장관 자문기구인 중장기전략위원회를 2021년(5기), 올 6월(6기) 출범시켰다. OECD는 이에 대해 “과기부는 전반적인 경제발전 비전과 과학기술 전략을 연계하지 않았고, 기재부는 과학기술 분야를 고려하지 않은 채 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다”며 “두 부처가 명시적으로 (정책을) 조율하고 연계해야 한다”고 했다. 큰 그림이 없다 보니 부처 간 조율을 마치 기존 사업의 조정이나 예산 재조정으로 좁게 이해하고 있는 문제도 지적했다. 과기정통부는 지난해 기준 30조 원을 넘는 전 부처의 과학기술 R&D 사업을 조정하고 있다. OECD는 “현재 조정 프로세스는 로드맵에 따른 새 사업을 구상하기보다는 부처 간 자원 할당과 예산 경쟁을 관리하는 데 중점을 둔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이어 “프로그램 관리와 규정 준수 등의 작업을 다른 부처나 기관에 위임하고 과기정통부와 대통령 직속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는 전략 수립에 집중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대기업-제조업 중심 구조 변화해야”OECD는 한국을 ‘첨단기술 강국’으로 평가하면서도 중소기업, 서비스업 혁신이 뒷받침되지 못해 위험 요소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혁신 활동이 대기업과 제조업에 집중돼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한국의 R&D 국내총지출은 국내총생산(GDP)의 4.9%로, OECD 28개 회원국 가운데 두 번째로 높았다. 하지만 지출의 74.3%가 기업 분담이었으며, 이 가운데 62.5%를 대기업이 지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단적으로 OECD는 “한국 근로자의 83%가 중소기업에 고용돼 있지만 중소기업의 생산성은 대기업의 26% 수준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를 두고 OECD는 “한국 중소기업은 OECD 회원국 평균보다 생산성이 현저히 낮은 반면 대기업은 생산성이 높다”며 “한국의 산업구조가 불균형하다”고 분석했다. OECD는 한국 대기업의 제조업 편중 현상도 지적했다. OECD는 지난해 4월 스마트폰 세계 시장 점유율 약 24%를 달성한 삼성을 한때 세계 휴대전화 점유율 1위를 차지했던 핀란드의 노키아와 비교했다. 보고서는 “삼성은 한때 노키아가 거둔 성공과 매우 흡사하다”며 “애플과의 경쟁에서 실패한 노키아의 쇠퇴는 2008∼2014년 핀란드 GDP 하락과 고용 손실을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기업 R&D에서 서비스업 등 비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9년 기준 10.6%에 불과했다. OECD는 한국이 기술 중심화 산업 전략을 채택해 성장한 만큼 이를 활용해 지식집약적 서비스 부문에서 혁신을 독려하고 중소기업에 혁신 기술을 전파해야 한다고 조언했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원료인 리튬 생산에 뛰어든 미국 최대 석유기업 엑손모빌이 테슬라, 삼성SDI, SK온 등 주요 전기차 및 배터리 업체와 납품 논의에 착수했다. 엑손모빌이 전기차 수요 급증에 ‘백색 황금’으로 불리는 리튬 사업에 속도를 내면서 중국이 70%가량 점유한 리튬 가공 산업에서 구도 재편이 이뤄질지 주목된다. 블룸버그통신은 지난달 31일(현지 시간) 여러 관계자를 인용해 “엑손모빌이 테슬라, 포드, 폭스바겐 등 각국 자동차 업체 및 삼성SDI, SK온 등 배터리 업체와 리튬 공급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리튬 생산에 대한 엑손모빌의 관심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보도했다. ‘백색 황금’으로 불리는 리튬은 전기차 배터리 생산에 꼭 필요한 광물이다. 전기차 배터리 원가의 40%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리튬 시장 또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영국 리서치업체 ‘벤치마크미네랄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올해 전 세계 연간 리튬 수요량은 90만 t으로 지난해보다 27% 늘었다. 2026년에는 연 수요량이 150만 t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엑손모빌은 최근 리튬이 매장된 것으로 알려진 미 남부 아칸소주 내 10만 에이커(약 405㎢)의 부지를 사들여 리튬 채굴도 시작했다. 특히 전통적인 광물 채굴 방식이 아니라 자신들이 보유한 원유 시추의 경험을 살려 지하 소금물에서 리튬 원재료를 뽑아내겠다고 밝혔다. 엑손모빌을 비롯한 주요 석유회사들은 전기차 수요 급증과 원유에 의존하는 사업 구조의 한계 때문에 리튬 생산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셰브론, 옥시덴털 페트롤리엄, SLB 등도 리튬 사업을 이미 추진하거나 관련 사업을 고려하고 있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사진)이 중국 인민해방군의 창건일인 건군절(1일)을 앞두고 지난달 26일(현지 시간) 신장위구르와 티베트를 관할하는 부대를 전격 시찰했다. 중국은 이달 중 신장위구르에서 아랍에미리트(UAE)와 첫 합동 훈련도 실시한다. 중국이 신장위구르 지역 소수민족에 대해 인권 탄압을 하고 있다는 서방의 비판에 아랑곳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지난달 30일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시 주석은 4일 전 쓰촨성 청두의 인민해방군 서부전구 공군 부대를 찾았다. 시 주석은 이 자리에서 “군사 투쟁 준비를 심화하고 빈틈 없는 방공(防空)으로 안보를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민해방군의 사상적 무장이 필요하다고도 했다. 시 주석은 “당이 사상, 정치, 조직적으로 군을 확실히 장악하도록 보장해야 한다”며 중국공산당과 인민해방군은 한 몸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서부전구는 신장위구르, 티베트, 쓰촨성, 간쑤성 등 총 6개 지역을 관할한다. 인민해방군 내 5대 전구 중 담당 지역이 가장 넓다. 소수민족의 분리독립 문제가 주기적으로 대두되며 서방은 ‘인권 탄압’을 비판하고 중국은 ‘내정 간섭’으로 맞서고 있는 신장위구르 지역을 포함할 뿐 아니라 인도와의 국경 분쟁 최전선이기도 해 전략적 중요성이 매우 높다. 중국 국방부는 하루 뒤 “8월 중 신장위구르에서 UAE와의 첫 공군 합동훈련 ‘보라매방패-2023’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대표적인 수니파 이슬람국인 UAE는 과거 미국의 우방으로 꼽혔다. 그러나 지난해 1월 ‘시아파 맹주’ 이란의 지원을 받는 예멘의 후티 반군이 수도 아부다비에 미사일 공격을 한 뒤 미국이 이를 강하게 제재하지 않자 이에 반발해 중국과 군사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폭염에 시달리는 유럽 알프스 산봉우리 빙하가 녹아 37년 전 실종된 산악인 유해가 발견됐다. 남극해에서는 해빙(海氷)이 갑자기 줄어 44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27일(현지 시간) 스위스 남부 발레주(州) 경찰은 “남부 체어마트의 마터호른 정상 부근 테오둘 빙하에서 등산객들이 12일 발견한 유해가 1986년 9월 실종된 독일 산악인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유해와 함께 빨간 신발끈 등산화와 아이젠도 발견됐다. 이 산악인은 37년 전 38세일 때 실종돼 대대적인 수색 작업을 벌였으나 아무런 흔적도 찾지 못했다. 테오둘 빙하는 한여름에도 스키를 탈 수 있는 곳으로 유명했지만 빙하량이 줄면서 지난해 여름에는 스키장 운영이 중단됐다. 스위스 국립기후서비스센터(NCCS)는 “지난해 스위스 빙하량은 1850년의 40%밖에 되지 않는다”며 “비슷한 기간 세계 지표면 온도가 평균 0.9도 상승할 때 스위스는 2도가 오른 영향”이라고 밝혔다. 영국 BBC 방송은 “유럽 생태계에 영향을 주는 알프스 빙하량이 줄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화물선 운항이 어려울 정도로 독일 라인강 수위가 낮아졌다”고 전했다. 2100년경 알프스 빙하가 거의 다 녹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남극해 빙하도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9일 영국 일간 가디언은 “남극해 해빙량이 관측을 시작한 1979년 이래 가장 적다”며 남극해 해빙 생태계 붕괴가 우려된다고 전했다. 매년 녹았다 얼었다를 반복하는 해빙은 남반구 겨울인 현재 생겨나는 때다. 그러나 26일까지 만들어진 해빙 면적은 1410만 km²로 7월 평균 해빙 면적(1640만 km²)보다 14% 작다. 멕시코(197만 km²)보다 큰 넓이의 해빙이 얼지 못한 것이다. 미국에서는 애리조나 지역 명물인 사과로 선인장이 폭염을 견디지 못해 쓰러지고 있다고 CNN 방송이 27일 보도했다. 높이 10∼20m인 사과로 선인장의 수명은 150년 이상이다. 그러나 최고기온이 46∼48도에 이르자 하나둘 말라간다는 것. 지역 식물원 관계자는 “고온으로 인한 스트레스 때문에 안쪽부터 썩어 하룻밤 새 갑자기 쪼그라든다”고 설명했다. 애리조나 주도(州都) 피닉스는 29일 기준 30일째 하루 최고기온이 42도를 넘었다. 이 기간 최고기온은 48도였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뉴질랜드는 6·25전쟁에 참전했을 뿐 아니라 아직도 군인 12명이 유엔군사령부 소속으로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등에서 복무하고 있습니다. 뉴질랜드가 그만큼 한국의 가치에 공감한다는 점을 보여줍니다.”신디 키로 뉴질랜드 총독(65)은 28일 서울 중구 주한 뉴질랜드대사관에서 동아일보와 만나 이렇게 말했다. 뉴질랜드 총독은 영연방인 뉴질랜드에서 영국 군주를 대행한다. 그는 2021년 원주민 마오리족 여성 최초로 뉴질랜드 총독에 발탁됐다.키로 총독은 정전 70주년 및 유엔군 참전의 날(27일)을 맞아 우리 정부 초청으로 방한했다. 그는 26일 판문점을 방문했을 뿐 아니라 전쟁 당시 19세 해군으로 한국에 왔던 자국 참전용사 존 바넷 씨(91)도 만났다.소수계인 키로 총독은 다문화 사회 초입에 선 한국에 “인종, 언어, 문화적 배경 등이 달라도 하나의 국가를 이룰 수 있다는 인식이 중요하다. 이런 인식을 만들려면 사회적 대화 체제를 상시 운영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뉴질랜드는 2000년 내무부 산하에 다민족공동체실을 설치했고 2021년 이를 다민족공동체부로 승격시켰다.키로 총독은 방한 첫날인 25일 윤석열 대통령을 접견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마오리 민요 ‘포카레카레 아나(Pōkarekare Ana)’를 불렀다. ‘비바람이 치던 바다/잔잔해져 오면’으로 시작하는 노래 ‘연가’의 원곡이다. 6·25전쟁 당시 참전한 마오리족 출신 뉴질랜드군을 통해 한국에 번안돼 전해진 것으로 추정된다. 그는 “뉴질랜드인과 한국인은 가족, 음식, 노래, 춤을 통해 얻는 삶의 기쁨이 크다는 인식을 공유한다”고 강조했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폭염에 시달리는 유럽 알프스 산봉우리 빙하가 녹아 37년 전 실종된 산악인 유해가 발견됐다. 남극해에서는 해빙(海氷)이 갑자기 줄어 44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27일(현지 시간) 스위스 남부 발레주(州)경찰은 “남부 체어마트의 마터호른 정상 부근 테오둘 빙하에서 등산객들이 12일 발견한 유해가 1986년 9월 실종된 독일 산악인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유해와 함께 빨간 신발끈 등산화와 아이젠도 발견됐다. 이 산악인은 37년 전 38세일 때 실종돼 대대적인 수색 작업을 벌였으나 아무런 흔적도 찾지 못했다.테오둘 빙하는 한여름에도 스키를 탈 수 있는 곳으로 유명했지만 빙하량이 줄면서 지난해 여름에는 스키장 운영이 중단됐다. 스위스 국립기후서비스센터(NCCS)는 “지난해 스위스 빙하량은 1850년의 40% 밖에 되지 않는다”며 “비슷한 기간 세계 지표면 온도가 평균 0.9도 상승할 때 스위스는 2도가 오른 영향”이라고 밝혔다.영국 BBC 방송은 “유럽 생태계에 영향을 주는 알프스 빙하량이 줄어 지난해 이어 올해도 화물선 운항이 어려울 정도로 독일 라인강 수위가 낮아졌다”고 전했다. 2100년경 알프스 빙하가 거의 다 녹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남극해 빙하도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9일 영국 일간 가디언은 “남극해 해빙량이 관측을 시작한 1979년 이래 가장 적다”며 남극해 해빙 생태계 붕괴가 우려된다고 전했다. 매년 녹았다 얼었다를 반복하는 해빙은 남반구 겨울인 현재 생겨나는 때다. 그러나 26일까지 만들어진 해빙 면적은 1410만 ㎢로 7월 평균 해빙 면적(1640만 ㎢)보다 14% 작다. 멕시코(197만㎢)보다 큰 넓이의 해빙이 얼지 못한 것이다.미국에서는 애리조나 지역 명물인 사구아로 선인장이 폭염을 견디지 못해 쓰러지고 있다고 CNN 방송이 27일 보도했다. 높이 10~20m인 사구아로 선인장 수명은 150년 이상이다. 그러나 최고기온이 46~48도에 이르자 하나둘 말라간다는 것. 지역 식물원 관계자는 “고온으로 인한 스트레스 때문에 안쪽부터 썩어 하룻밤 새 갑자기 쪼그라든다”고 설명했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왕이(王毅)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70)은 급작스레 면직된 친강(秦剛) 전 외교부장(장관) 후임으로 7개월 만에 다시 외교부장을 맡자마자 제3세계와의 다자 협력을 강조했다. 미국을 견제해온 그간의 흐름 속에 중국과 러시아의 밀착이 강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러시아 대통령실인 크렘린궁도 25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0월 중국을 방문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외교부장을 10년 맡았던 ‘베테랑’ 왕이의 재기용을 두고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기존 대외 정책의 안정화를 꾀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 “푸틴 방중” 발표… 중-러 밀착 강화 왕 부장은 25일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에서 열린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 고위급 안보 회의에 참석해 “우리는 일방주의와 패권주의 관행에 저항하고 폐쇄적, 배타적 소집단으로 다자 협력의 대가정을 파괴하는 것을 반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중국은 글로벌 안보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브릭스 동반자들과 더 실질적인 협력을 추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국과 러시아는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방의 ‘일극 체제’에 도전하는 ‘다극 체제’의 핵심축으로 브릭스를 여기고 있다. 왕 부장의 발언은 브릭스 회원국 간 협력을 강화함으로써 중국 견제를 위해 안보와 경제 등 광범위한 그물망을 치고 있는 미국 및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대응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전날 열린 브릭스 사이버안보 회의에는 5개 회원국 말고도 벨라루스, 이란,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등이 참석해 세를 과시했다. 중국과 러시아의 밀착은 더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크렘린궁은 이날 “푸틴 대통령이 10월 중국에서 열리는 ‘일대일로(一帶一路) 국제협력 정상 포럼’에 참석할 의향이 있다”고 발표했다. 10월 방중이 이뤄지면 우크라이나 침공 이래 처음이자 올 3월 시 주석의 러시아 국빈 방문 이후 7개월 만이다. 일대일로는 2013년부터 중국이 추진해온 경제영토 확장 사업으로, 푸틴 대통령의 방중은 시 주석의 국빈 방문에 대한 답방 성격인 동시에 중국의 서방 견제용 프로젝트에 힘을 실어주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中 외교정책 변화 없을 것” 미 국무부는 25일 ‘친강 해임-왕이 재기용’에 따른 미중 관계 영향에 대해 “왕 부장을 비롯한 중국 관료들과 소통을 계속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앞서 친 전 부장을 미국에 초청한 것과 관련해 “왕 부장의 미국행 발표는 중국이 발표할 사안”이라며 말을 아꼈다. 전문가들은 왕 부장의 재기용을 두고 중국 대외 정책 변화를 최소화하려는 선택이라고 분석했다. 양갑용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중국 외교정책은 ‘시진핑-왕이’ 라인에서 결정해 외교부장이 실행하는 구조”라면서 “정책의 일관성이나 연관성은 더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공산당 정치국원이 외교부장을 겸한 사례도 처음은 아니다. 저우언라이(周恩來) 총리도 외교부장을 겸했다. 다만 친 전 부장의 대외 활동 중단 한 달 만에 전격적으로 이뤄진 이번 인사가 임시방편 성격이라는 분석도 있다. 왕 부장은 외교부 아주국장, 주일 중국대사를 거친 ‘아시아통(通)’이다. 일본어에도 능통하다. 김흥규 아주대 미중정책연구소장은 “중국으로서는 현재 대미 외교보다 주변국 외교가 중요한 시점이라 안정적인 아시아통을 선택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국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대체로 우호적으로 알려져 한동안 소원했던 한중 관계가 진전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왕 부장은 14일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서 박진 외교부 장관을 만난 자리에서 “한중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가 건전하고 안정적인 발전 궤도로 복귀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23일 치러진 스페인 총선에서 제1야당인 중도우파 국민당(PP)이 페드로 산체스 총리가 이끄는 중도좌파 집권 사회노동당(PSOE)을 제치고 1당에 올랐다. 국민당은 5월 지방선거에서도 17개 광역자치주 중 11개를 석권한 데 이어 이번 총선에서도 사회당을 눌렀다. 전 유럽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고물가와 반(反)난민 기조가 확산되면서 복지를 강조하는 좌파 정당이 힘을 못 쓰는 흐름이 뚜렷하다. 다만 국민당과 사회당 모두 하원 350석의 과반(176석) 확보에는 실패해 다른 정당과의 연정이 불가피해졌다. 당분간 스페인 정계의 혼란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개표 결과 국민당은 2019년 총선(89석) 때보다 47석이 증가한 136석을 얻었다. 사회당은 122석으로 4년 전(120석)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반난민, 반낙태 및 동성애, 카탈루냐와 바스크의 독립 반대 등을 외치는 극우 정당 ‘복스’는 33석을 가져갔다. 좌파 정당 연합 ‘수마르’는 31석을 차지했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국민당의 승리 배경으로 “소득 재분배 같은 좌파 이념보다 투자 촉진 같은 경제성장 화두를 제시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경제난 또한 야당에 유리하게 작용했다. 2019년 12월 0.8%에 불과했던 스페인의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7월 10.8%까지 치솟았다. 유권자가 피부로 느끼는 식료품 물가는 올 6월 10.3%를 기록했다. 반면 지난해 4분기(10∼12월) 가구당 가처분소득은 2019년 4분기에 비해 2.4% 줄었다. 같은 기간 유럽연합(EU) 전체가 1.3% 증가한 것과 대조적이다. 최근 전 유럽을 강타한 폭염 등 이상기후로 스페인이 큰 타격을 입은 가운데 산체스 정권의 지지부진한 기후위기 대응을 질타하는 목소리도 높다. 다만 4년 전 총선에서 52석을 얻었던 복스가 19석을 잃는 바람에 국민당이 복스와 연정을 구성한다 해도 과반에는 7석 못 미치는 169석에 그친다. 1975년 스페인의 민주화 후 사상 처음으로 극우 정당이 집권에 참여할 가능성을 경계한 유권자들의 반극우 표가 결집한 것으로 보인다. 사회당과 수마르의 합계 의석은 이보다 더 적은 153석이다. 국민당과 사회당 모두 바스크국민당, 카나리아연합 등 군소정당과의 추가 연합이 불가피해 상당 기간 정국 혼란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연정 협상에는 시간 제한이 없어 몇 달 동안 협상을 진행하는 것도 가능하다. 일각에서는 아예 총선 재실시 가능성마저 거론한다. 알베르토 누녜스 페이호 국민당 대표는 산체스 총리를 제치고 정국 주도권을 쥐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그는 1당이 확정된 후 연설에서 “국가를 통치하기 위해 모든 정당과 대화하겠다”며 연정 협상에 주력하겠다고 강조했다. 북서부 갈리시아주 출신으로 주(州) 우정공사 사장, 주 주택장관 등을 지냈으며 중도우파 개혁주의자를 자처하고 있다. 지난해 4월 국민당 대표로 취임한 지 1년 3개월 만에 총선 승리를 일궈냈다.박효목 기자 tree624@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23일 치러진 스페인 총선에서 제1야당인 중도우파 국민당(PP)이 페드로 산체스 총리가 이끄는 중도좌파 집권 사회노동당(PSOE)을 제치고 1당에 올랐다. 국민당은 5월 지방선거에 서도 17개 광역자치주 중 11개를 석권한 데 이어 이번 총선에서도 사회당을 눌렀다. 전 유럽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고물가와 반(反)난민 기조가 확산되면서 복지를 강조하는 좌파 정당이 힘을 못 쓰는 흐름이 뚜렷하다. 다만 국민당과 사회당 모두 하원 350석의 과반(176석) 확보에는 실패해 다른 정당과의 연정이 불가피해졌다. 당분간 스페인 정계의 혼란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개표 결과 국민당은 2019년 총선(89석)보다 47석이 증가한 136석을 얻었다. 사회당은 122석으로 4년 전(120석)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반난민, 반낙태 및 동성애, 카탈루냐와 바스크의 독립 반대 등을 외치는 극우 정당 ‘복스’는 33석을 가져갔다. 좌파 정당 연합 ‘수마르’는 31석을 차지했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국민당의 승리 배경으로 “소득 재분배 같은 좌파 이념보다 투자 촉진 같은 경제성장 화두를 제시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경제난 또한 야당에 유리하게 작용했다. 2019년 12월 0.8%에 불과했던 스페인의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7월 10.8%까지 치솟았다. 유권자가 피부로 느끼는 식료품 물가는 올 6월 10.3%를 기록했다. 반면 지난해 4분기(10~12월) 가구당 가처분소득은 2019년 4분기에 비해 2.4% 줄었다. 같은 기간 유럽연합(EU) 전체는 1.3% 증가한 것과 대조적이다. 최근 전유럽을 강타한 폭염 등 이상기후로 스페인이 큰 타격을 입은 가운데 산체스 정권의 지지부진한 기후위기 대응을 질타하는 목소리도 높다.다만 4년 전 총선에서 52석을 얻었던 복스가 19석을 잃는 바람에 국민당이 복스와 연정을 구성한다 해도 과반에는 7석 못 미치는 169석에 그친다. 1975년 스페인의 민주화 후 사상 처음으로 극우 정당이 집권에 참여할 가능성을 경계한 유권자들의 반극우 표가 결집한 것으로 보인다. 사회당과 수마르의 합계 의석은 이 보다 더 적은 153석이다. 국민당과 사회당 모두 바스크국민당, 카나리아연합 등 군소정당과의 추가 연합이 불가피해상당기간 정국 혼란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연정 협상에는 시간 제한이 없어 몇 달 동안 협상을 진행하는 것도 가능하다. 일각에서는 아예 총선 재실시 가능성마저 거론한다. 알베르토 누녜스 페이호 국민당 대표는 산체스 총리를 제치고 정국 주도권을 쥐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그는 1당이 확정된 후 연설에서 “국가를 통치하기 위해 모든 정당과 대화하겠다”며 연정 협상에 주력하겠다고 강조했다. 북서부 갈리시아주 출신으로 주(州) 우정공사 사장, 주 주택장관 등을 지냈으며 중도우파 개혁주의자를 자처하고 있다. 지난해 4월 국민당 대표로 취임한 지 1년 3개월 만에 총선 승리를 일궈냈다.박효목 기자 tree624@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24일(현지 시간) 미국 대중문화 매체 버라이어티 등에 따르면 21일 북미 동시 개봉한 영화 ‘바비’와 ‘오펜하이머’가 23일까지 사흘간 각각 1억5500만 달러(약 1994억 원), 8050만 달러(약 1035억 원) 흥행 수입(추정치)을 올렸다. ‘바벤하이머(바비+오펜하이머)’ 축제 분위기 속 지난 주말은 북미 역대 4번째로 티켓 판매액이 많았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역대 1위는 ‘어벤져스: 엔드게임’, 2위는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3위는 ‘스타 워즈: 깨어난 포스’가 각각 개봉한 주말이었다. 미국 영화관에는 바비를 떠올리는 분홍색 옷을 입고 두 영화를 잇달아 보러 온 관객도 적지 않았다. 바비에는 여성, 오펜하이머에는 30대 이상 관객이 몰릴 거란 예상도 깨졌다. 바비 관객 중 남성은 35%, 오펜하이머 관객 중 18~24세가 32%를 차지했다. 소문난 영화광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은 23일 미 로스앤젤레스(LA)에서 오펜하이머 관람을 마치고 바비 영화표를 사는 모습이 포착돼 화제가 되기도 했다. 타란티노 감독과 이날 같이 바벤하이머를 본 영화 ‘펄프픽션’ 각본가 로저 애버리는 트위터에 “멋진 관객들과 상영관에서 다같이 소리치고 환호하며 영화를 봤다. 바비 등장인물처럼 입고 온 관객도 많았다. 이런 경험은 오랜만이었고 정말 좋았다”고 썼다. 특히 오펜하이머는 푯값이 비싼 아이맥스 상영관 흥행에도 성공했다. 오펜하이머는 주말 관객 47%가 아이맥스 상영관에서 봤다. 아이맥스 측은 “새벽 4시 상영도 매진될 정도로 관객이 많았다”고 말했다. 오펜하이머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의 원자폭탄 개발 작업인 ‘맨해튼 프로젝트’를 지휘한 천재 물리학자 로버트 오펜하이머를 다룬 영화다. ‘인터스텔라’(2014년) ‘덩케르크’(2017년) 그리고 ‘배트맨’ 시리즈 같이 아이맥스용으로 촬영한 대작 흥행에 성공한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 신작이다.바비는 근심 걱정 없이 행복과 즐거움으로 가득한 바비랜드에 살던 바비가 현실 세계로 떠나는 여정을 통해 성장하는 이야기를 담았다. 연출과 각본을 맡은 그레타 거위그 감독은 영화 ‘레이디 버드’(2017년)로 골든글로브 최우수 작품상을 받았고 ‘작은 아씨들’(2019)로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 6개 부문 후보에 오른 명감독이다.마블이나 DC에서 제작한 프렌차이즈 시리즈가 아닌 오리지널 각본 영화가 관객을 영화관으로 끌어낸 것은 오랜만이라고 미국 언론은 평가했다. 성격이 판이한 두 영화가 오히려 시너지를 낸 데다 잘 만들어진 웰메이드 작품이어서 만족감이 컸다는 것이다.버라이어티는 ‘바벤하이머’는 영화관에 가는 이유를 상기시키는 이정표가 될 사건”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두 영화는 바비와 오펜하이머라는 대중에게 잘 알려진 IP(지식재산권)에 새 생명을 불어넣는 것에 그치지 않았다”며 “거윅은 거윅답게, 놀란은 놀란답게 관객에게 두세 시간 영화 속으로 빠져드는 경험을 선사했다”고 평가했다. 두 작품은 미국 영화 평점 사이트 ‘로튼토마토’의 신선도 평점도 각각 90%, 94%를 받으며 인정받았다.북미 밖에서도 바벤하이머 열풍은 불었다.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 사는 28세 여성 노에리아 나이그로 씨는 “아르헨티나에서도 두 영화가 동시 개봉하기를 기도했다. 바벤하이머는 인생에 한 번 경험할까 말까 한 특별한 일”이라며 하루에 두 편을 다 보겠다고 버라이어티에 말했다. 북미를 제외한 세계 주말 실적은 바비 1억8820만 달러, 오펜하이머 9370만 달러로 집계됐다. 한국에서 19일 개봉한 바비는 23일까지 전국에서 26만 명이 관람했다. 오펜하이머는 다음 달 15일 개봉한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23일 치러진 캄보디아 총선에서 집권 캄보디아인민당(CPP)의 훈 센 총리(71)가 또다시 연임에 성공했다. 1985년부터 38년 넘게 장기 집권 중인 그는 이번 승리를 바탕으로 이르면 다음 달 장남 훈 마넷(46)에게 총리직을 물려줄 계획이다. 아시아에서 가장 오래 집권한 국가수반인 훈 센 총리가 이에 그치지 않고 ‘부자(父子) 승계’까지 하는 것이다. 캄보디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이날 선거가 투표율 84.2%로 끝난 가운데 CPP가 2018년 총선에 이어 국회(하원) 125석 전석을 싹쓸이했다. 이번 총선을 두고 훈 센 총리의 ‘1인 경주’였다는 평가가 나왔다. CPP에 대적할 야당이 없는 상태에서 치러졌기 때문이다. 한때 의석 55석을 차지했던 최대 야당 캄보디아구국당(CNRP)은 직전 총선을 1년 앞둔 2017년 반역 혐의로 해산됐다. 이후 CNRP 인사들로 촛불당(CP)이 설립됐지만 올 5월 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한 서류가 미비해 총선에 참여할 수 없다는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받았다. 훈 센 총리는 2021년 장남 훈 마넷을 후계자로 지명했다. 이어 20일 공개된 홍콩 펑황(鳳凰)TV 인터뷰에서 “향후 3, 4주 안에 훈 마넷이 총리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캄보디아 총리는 국회 제1당이 국왕에게 추천하면 국왕이 임명하는 절차를 거친다. 훈 마넷은 1999년 캄보디아인 최초로 미 육군사관학교(웨스트포인트)를 졸업했다. 이후 미 뉴욕대에서 경제학 석사를, 영국 브리스틀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1995년 캄보디아군에 입대했고 2018년 장군으로 승진했다. 그가 아버지의 뒤를 이어 총리에 오른다 해도 캄보디아의 대외 정책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대외 원조에 의존하는 캄보디아는 자국 내 중국의 해군기지 건설을 용인하는 등 중국과 밀착 행보를 보이고 있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1000조 원에 육박하는 우리 국민의 해외 금융투자 자산 규모가 지난해 기준 국내총생산(GDP)의 약 46% 수준이지만 중장기적으로는 56%까지 늘어날 것이라고 국제통화기금(IMF)이 19일(현지 시간) 전망했다. IMF는 이날 ‘대외부문 평가보고서’ 연례 보고서를 통해 “지난해 한국인의 해외 직접투자가 크게 늘고 외국인의 한국 포트폴리오 투자가 줄어든 영향으로 GDP 대비 순대외금융자산 비율은 2021년에 비해 약 8% 늘어난 46.3%였다”고 밝혔다. 순대외금융자산은 대외금융자산(대외투자)에서 대외금융부채(외국인투자)를 뺀 수치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순대외금융자산은 지난해 말에는 7713억달러(약 994조2000억원)였고, 올 1분기(1∼3월)에는 7730억 달러(약 996조4000억 원)로 더 늘었다. IMF는 한국 순대외금융자산의 60%가량이 달러표시 자산이라 원화 가치 하락 시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봤다. 해외 투자 자산은 외화를 공급해주는 역할을 해 외환시장 안정화에 도움을 줄 수 있다. 1분기 순대외금융자산은 5일 기준 한국 외환보유액(4214억 달러)의 2배에 육박한다.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1000조 원에 육박하는 우리 국민의 해외 금융투자 자산 규모가 지난해 기준 국내총생산(GDP)의 약 46% 수준이지만 중장기적으로는 56%까지 늘어날 것이라고 국제통화기금(IMF)이 19일(현지 시간) 전망했다. IMF는 이날 ‘대외부문 평가보고서’ 연례 보고서를 통해 “지난해 한국인의 해외 직접투자가 크게 늘고 외국인의 한국 포트폴리오 투자가 줄어든 영향으로 GDP 대비 순대외금융자산(우리 국민의 해외 금융투자 자산) 비율은 2021년에 비해 약 8% 늘어난 46.3%였다”고 밝혔다. 순대외금융자산은 대외금융자산(대외투자)에서 대외금융부채(외국인투자)를 뺀 수치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순대외금융자산은 지난해 말에는 7713억달러(약 994조2000억원)였고, 올 1분기(1~3월)에는 7730억 달러(약 996조4000억 원)로 더 늘다. IMF는 한국 순대외금융자산의 60%가량이 달러표시 자산이라 원화 가치 하락 시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봤다. 해외 투자 자산은 외화를 공급해주는 역할을 해 외환시장 안정화에 도움을 줄 수 있다. 1분기 순대외금융자산은 5일 기준 한국 외환보유액(4214억 달러)의 2배에 육박한다. 지난해 한국 경상 흑자는 GDP의 1.8%를 기록했다. 2021년 4.7%에 달했으나 반도체 경기 둔화, 원자재 가격 상승 여파 등으로 지난해 상승세가 대폭 둔화했다. 다만 IMF는 “올해 한국의 경상 흑자가 2.2%로 올라간 후 중기적으로는 3.5%까지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로 올해 해외 배당과 이자로 벌어들인 투자 소득은 현재까지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 1~5월 투자 소득은 153억 달러 흑자다. 이지윤기자 asap@donga.com}

인도 도미노피자는 지난해 2월 한 판에 49루피(약 750원)인 피자를 출시했다. 세계 도미노피자 메뉴 중 가장 싸다. 지름이 성인 한 뼘도 안 되는 7인치(약 18cm)에 토핑도 적은 ‘1인 피자’이지만 인기가 높아 올 4월 2종을 추가로 내놨다. “도(밀가루 반죽)밖에 씹히지 않는다”는 불만도 있지만 업체로서는 고물가 대응 전략이다. 20일 로이터통신은 장기간 고물가에 시달리는 인도에서 글로벌 패스트푸드 프랜차이즈들이 수익을 포기하며 벌이는 출혈 경쟁을 조명했다. 이 49루피짜리 피자에 맞서 피자헛은 지난해 79루피 피자를 출시했다. 맥도널드도 저가 경쟁에 가세해 지난달 버거 ‘2+1’ 행사를 벌였다. 사메르 케타르팔 인도 도미노피자 최고경영자(CEO)는 “걷잡을 수 없이 치솟는 물가에 소비자는 지갑을 닫고, 기업은 수익을 짜내려고 노력한다”며 “49루피 피자는 생존을 위한 필살기”라고 로이터에 말했다. 인도 도미노피자는 저가 상품 출시뿐 아니라 비용 절감 노력도 펼치고 있다. 지난해 12월부터 포장 주문 고객에게는 뚜껑 없는 피자 박스를 제공한다. 피자 한 판당 0.6센트를 아끼는 데 불과하지만 전체 매출의 63%가 포장 주문이어서 큰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인플레이션으로 상자 값이 지난해 약 30% 상승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월별 인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020년 이후 4% 아래로 떨어지지 않고 있다. 지난달에는 전년 동기 대비 4.8% 올랐다. 채소류 가격은 12%나 올랐다. 특히 토마토는 한 달 만에 288%나 올라 맥도널드는 이달 7일 버거에서 토마토를 뺀다고 발표했다. 여기에 인도 북부 수해로 향후 식료품 가격 상승 폭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프랜차이즈들이 저수익을 감수하고도 이 같은 전략을 펴며 인도 시장 점유율을 지키려는 것은 세계 최대 인구(14억 명) 대국 인도 시장의 성장 잠재력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현재 21억 달러(약 2조6670억 원) 규모인 인도의 피자, 버거, 치킨 시장은 2027년까지 매년 15%씩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20일 1970년대 미중 수교의 물꼬를 튼 ‘핑퐁외교’의 주역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을 만났다. 시 주석은 집권 이후 여러 차례 키신저 전 장관을 만났다. 하지만 미중 양국이 반도체 규제,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문제 등을 두고 갈등을 좀처럼 풀지 못하는 상황에서의 만남이라 이목이 쏠렸다. 시 주석이 특히 키신저 전 장관을 향해 ‘라오펑유’(老朋友·오랜 친구)라며 우호적인 메시지를 보내면서 잇단 미 고위급 인사의 방중에도 진전을 보지 못하는 관계 정상화에 돌파구가 마련될지 주목된다. ● ‘오랜 친구’ 키신저 환대한 中관영 중국중앙(CC)TV에 따르면 시 주석은 이날 베이징 댜오위타이(釣魚臺) 국빈관 5호에서 키신저 전 장관을 접견하고 “키신저 박사가 최근 100세 생일을 맞았고 중국을 100번 이상 방문했다”면서 “‘두 개의 100’이 겹쳤다는 점에서 이번 방중은 특별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덕이 있는 사람은 장수한다는 뜻의 ‘대덕필수(大德必壽)’라는 성어도 언급했다. 이날 두 사람이 만난 국빈관 5호는 1971년 당시 비밀리에 방중한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키신저가 저우언라이(周恩來) 총리를 만났던 곳이다. 시 주석은 “52년 전 마오쩌둥(毛澤東) 주석, 저우 총리, 닉슨 대통령과 당신은 탁월한 전략적 안목으로 중-미 협력이란 올바른 선택을 했다”면서 “이는 양국을 이롭게 할 뿐만 아니라 세계를 변화시켰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중국인들은 정을 소중히 여기며 우리는 라오펑유를 잊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중국은 신뢰하는 외국의 고위급 인사를 지칭할 때 ‘라오펑유’라는 표현을 쓴다. 시 주석은 “중국과 미국은 다시 한 번 갈림길에 섰다”면서 현재 미중 관계에 대해서도 거론했다. 그는 자신이 제안한 미중 관계의 3대 원칙 ‘상호 존중, 평화 공존, 협력 상생’을 강조한 뒤 “이를 바탕으로 중국은 양국 관계의 안정적인 발전에 대해 논의할 용의가 있고, 이는 양국 모두는 물론 세계에도 이익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당신과 미국의 지식인들이 중-미 관계를 올바른 궤도로 되돌리기 위해 건설적인 역할을 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를 두고 시 주석이 미중 수교의 발판을 만든 키신저 전 장관을 만나 양국 간 긴장을 관리하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키신저는 “미중 관계가 회복되는 것은 세계 평화와 인류 사회의 진보와도 직결된 문제다”라고 화답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소식통을 인용해 키신저 전 장관이 개인 자격으로 베이징을 찾았지만, 귀국하면 현지에서 받은 인상을 미 정부에 전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 케리 기후특사, ‘빈손 방중’ 마쳐키신저 전 장관은 18일 중국 방문 직후 가장 먼저 미국의 제재 대상인 리상푸(李尙福) 국방부장(장관)을 만났고, 19일에는 왕이(王毅)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과도 회담했다. 이를 두고 미 정부가 사실상 리 부장에 대한 제재를 해제하는 수순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분석과 함께 양국 간 단절된 군사 소통이 재개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재닛 옐런 재무장관 등 미 고위급들의 잇단 방중에도 미중 갈등에 직접적인 돌파구를 마련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16일부터 베이징을 방문한 존 케리 미 백악관 기후특사도 공동성명 없이 19일 일정을 마쳤다. 케리 특사는 “솔직한 대화를 나눴고 결과에 실망하지 않는다. 대화 자체가 진전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반면 시 주석은 19일 한 행사에서 “온실가스 감축에 이르기 위한 수단과 속도는 중국 스스로 결정하고 다른 이들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연설했다. 문흥호 한양대 국제학대학원 중국학과 교수는 “양국 간 대표적인 협력 분야로 꼽히는 기후변화 이슈에서도 중국은 ‘미국에 끌려다니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낸 것”이라고 분석했다.박효목 기자 tree624@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인도 도미노피자는 지난해 2월 한 판에 49루피(750원)인 피자를 출시했다. 세계 도미노피자 메뉴 중 가장 싸다. 지름이 성인 한 뼘도 안 되는 7인치(약 18cm)에 토핑도 적은 ‘1인 피자’이지만 인기가 높아 올 4월 2종을 추가로 내놨다. “도우(밀가루 반죽) 밖에 씹히지 않는다”는 불만도 있지만 업체로서는 고물가 대응 전략이다. 20일(현지 시간) 로이터통신은 장기간 고물가에 시달리는 인도에서 글로벌 패스트푸드 프렌차이즈들이 수익을 포기하며 벌이는 출혈 경쟁을 조명했다. 이 49루피짜리 피자에 맞서 피자헛은 지난해 79루피 피자를 출시했다. 맥도널드도 저가 경쟁에 가세해 지난달 버거 ‘2+1’ 행사를 벌였다. 사미르 케타팔 인도 도미노피자 최고경영자(CEO)는 “걷잡을 수 없이 치솟는 물가에 소비자는 지갑을 닫고, 기업은 수익을 짜내려고 노력한다”며 “49루피 피자는 생존을 위한 필살기”라고 로이터에 말했다. 인도 도미노피자는 저가 상품 출시뿐 아니라 비용 절감 노력도 펼치고 있다. 지난해 12월부터 포장 주문 고객에게는 뚜껑 없는 피자 박스를 제공한다. 피자 한 판당 0.6센트를 아끼는 데 불과하지만 전체 매출 63%가 포장 주문이어서 큰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인플레이션으로 상자 값이 지난해 약 30% 상승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월별 인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020년 이후 4% 아래로 떨어지지 않고 있다. 지난달에는 전년 동기 대비 4.8% 올랐다. 채소류 가격은 12%나 올랐다. 특히 토마토는 한 달 만에 288%나 올라 맥도널드는 이달 7일 버거에서 토마토를 뺀다고 발표했다. 여기에 인도 북부 수해로 향후 식료품 가격 상승 폭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프랜차이즈들이 저수익을 감수하고도 이 같은 전략을 펴며 인도 시장 점유율을 지키려는 것은 세계 최대 인구(14억 명) 대국 인도 시장의 성장 잠재력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현재 21억 달러(2조6670억 원) 규모인 인도의 피자, 버거, 치킨 시장은 2027년까지 매년 15%씩 성장할 전망이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18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을 견학하다가 군사분계선(MDL)을 넘어 북한으로 간 주한미군은 트래비스 킹 이병(23·사진)이라고 미국 언론이 미 국방부를 인용해 보도했다. AP통신에 따르면 2021년 1월 미 육군에 입대해 기병정찰병 보직을 받은 킹 이병은 지난해부터 주한미군으로 경기 평택시 캠프 험프리스에서 복무했다. 지난해 10월 서울 마포구에서 술에 취한 채 민간인에게 폭력을 휘두르다가 경찰에 현행범으로 체포된 뒤 순찰차를 수차례 걷어차 벌금 500만 원을 선고받았다. 그는 이와 별개로 올 5월 또다시 서울 서대문구 신촌에서 술에 취해 주차된 차량을 부수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미 헌병에 인계돼 구금된 킹 이병은 이달 17일 추가 징계를 받기 위해 미 텍사스 포트블리스 기지로 송환되는 길에 인천국제공항에서 자취를 감췄다. 미 당국자는 미 CNN방송에 “호송 인력이 공항 내 세관까지 따라갈 수 없었기 때문에 그가 공항을 벗어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킹 이병은 18일 JSA 견학 투어에 자신을 민간인이라고 밝히고 참가한 뒤 판문점 건물을 견학할 때 갑자기 크게 웃더니 (북쪽으로) 뛰어갔다고 미 CBS방송은 전했다. 그가 공항에서 약 85km 떨어진 JSA까지 어떻게 이동했는지 등은 알려지지 않았다. 미군 이병의 월북을 계기로 북-미 군사 당국 간 대화가 성사될지 여부에도 이목이 쏠리고 있다. 커린 잔피에어 미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미군이 자발적으로(wilfully) 당국 허가 없이 MDL을 넘어 북한으로 갔다”며 “미 국방부가 북한 인민군과 접촉 중이고 스웨덴 및 한국과도 협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존 애퀼리노 미 인도태평양사령관은 “북한과의 소통은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미 위스콘신주 러신에 사는 킹 이병 어머니는 ABC방송에 “(아들이) 정신이 나간 것 같다”면서도 “집으로, 미국으로 돌아오기만을 바란다”고 말했다.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