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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집 말소리부터 코 고는 소리까지 너무 잘 들려요. 하루이틀이 아니니 옆집 주민과 다툴 때도 많죠.” 15일 오후 1시경 서울 종로구 돈의동 쪽방촌에서 만난 이모 씨(81)는 이같이 말했다. 이날 동아일보 기자가 직접 다섯 가구를 섭외해 소음 측정기로 옆집 생활 소음을 측정해 보니 최대 55dB(데시벨)이 나왔다. 이는 드럼세탁기 작동음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이틀 전 이 쪽방촌에선 소음 문제로 갈등을 빚던 60대 남성이 이웃을 살해하려 한 일이 있었다. 생활 소음이 벽 너머 옆집까지 전달되는 ‘벽간 소음’으로 인한 갈등이 끊이지 않지만, 이를 규제할 법적 장치는 없어 사각지대라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층간 소음처럼 시공 단계부터 벽간 소음을 규제할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살인까지 부른 벽간 소음, 한 해 민원 200여 건 고시원과 쪽방촌, 오피스텔 등 이웃과 벽을 맞댄 채 밀집 생활을 하는 이들이 주로 벽간 소음에 노출된다. 서울 마포구의 한 오피스텔에 사는 성모 씨(27)는 두 달째 벽 너머 소음에 시달리고 있다. 성 씨는 “늦은 밤 소음이 들릴 땐 잠을 못 자 멜라토닌 등 수면유도제를 먹고 잠든다”고 말했다. 서울 양천구의 한 빌라에 거주하는 김모 씨(34)는 “오전 6시마다 옆집에서 ‘쿵쾅’대는 소리에 깬다”며 “직접 찾아가면 혹시라도 보복당할까 봐 무서워 관리실에만 문의하고 있다”고 밝혔다.이런 갈등이 범죄로 이어지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13일 종로구 돈의동 쪽방촌에서는 한 60대 남성이 ‘시끄럽다’는 이유로 크게 싸웠던 같은 층 70대 남성을 살해하려 한 혐의로 경찰에 붙잡혔다. 지난해 12월 대구 북구의 한 원룸에서는 옆집에 살던 20대 여성과 소음 문제로 다투던 50대 남성이 흉기를 휘둘러 검거됐다. 2023년 2월 경기 수원시에선 한 20대 남성이 벽간 소음 문제로 다툰 이웃 주민을 목 졸라 살해한 뒤 자수했다. 한국환경공단 층간 소음 이웃사이센터에 따르면 벽간 소음 신고는 지난해 228건이 접수됐다. 2021년엔 267건, 2022년 255건, 2023년 252건으로 해마다 200건을 웃도는 추세다.● 고시원 등 225만 가구인데 벽간 소음 규제 없어 통계청 등에 따르면 2023년 기준 고시원, 쪽방촌, 오피스텔 등 ‘주택 이외의 거처’는 225만742가구로, 전체 주택 2272만8163가구의 약 9.9%에 이른다. 한국인 10명 중 1명꼴로 벽간 소음에 노출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문제는 시공 단계에서 벽간 소음에 대한 규제가 사실상 없다는 점이다. 주택건설기준 등에 관한 규정 제14조의 2는 각 층간 바닥은 충격에 의한 소음인 충격음이 49dB 이하로 건설하게끔 돼 있다. 하지만 벽간 충격음에 대한 기준은 없다. 경계벽의 경우 두께와 소재 기준만 있을 뿐이다. 공동주택의 경계벽은 철근콘크리트조일 경우 두께가 15cm 이상, 무근콘크리트조 또는 석조일 경우 두께가 20cm 이상이어야 한다. 하지만 이는 설계 단계에서의 방침일 뿐 준공 후 실제 현장 충격음을 확인하는 내용은 없다. 전문가들은 벽간 소음에 대한 인식을 높임과 동시에 실질적인 법적 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차상곤 주거문화개선연구소 소장은 “현재로선 집을 지을 때 벽간 충격음을 규제할 수 있는 기준이 아예 없는 상황”이라며 “오래전부터 벽간 소음으로 인한 갈등이 생기고 있는 만큼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조원철 연세대 토목환경공학과 명예교수는 “최근 건축물은 콘크리트의 강도 중심으로 설계가 이루어졌으나 충격음 등을 막기 위한 구조적 기준이 필요하다”고 했다.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서지원 기자 wish@donga.com}

대학병원 수술실에서 불이 나 환자와 의료진 수십 명이 대피했다. 소방당국은 의료기기에 전원을 공급하는 24구짜리 멀티탭에서 불이 붙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정확한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최근 4년간 의료기관 화재가 월평균 14건씩 발생하고 있어 병원 화재 안전 점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4일 광주소방안전본부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 12분경 광주 동구 학동 조선대병원 신관 3층에 있는 7번 수술실에서 불이 났다. 직원들이 자체 진화해 불은 10분 만에 꺼졌지만, 환자와 의료진 40여 명이 대피했고 이 중 36명은 연기를 마셔 치료받았다. 소방당국과 경찰은 수술실 천장에 설치된 전기가스집중(전력공급)장치에서 불이 시작된 것으로 파악했다. 이 장치는 수술실에서 사용하는 각종 의료기기의 전원을 연결할 수 있도록 한 24구짜리 의료용 멀티탭으로, 사각기둥 형태다. 소방당국은 화재 당시 이 장치에 일부 의료기기 전원이 연결돼 있었던 것으로 파악하고 누전이나 전력 과부하 등에 의해 불이 붙었는지 정밀 조사 중이다. 국가화재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7월 13일까지 전국 의료기관에서 발생한 화재는 총 89건이다. 병원(20건)과 요양병원(15건), 의원(14건) 등에서 주로 불이 났다.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간 의료기관 화재는 총 670건으로, 월평균 14건 수준이었다. 의료기관 수를 감안할 때 절대적으로 많다고 할 순 없지만, 의료기관 화재는 단 한 건이라도 큰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14일 취재팀이 서울의 병의원을 둘러보니 일부는 유사시 대피가 수월하게 이뤄지기 어려운 환경이었다. 서대문구의 한 건물에는 마취통증의학과와 치과, 성형외과가 입주해 있었는데 화재 발생 시 대피로로 사용되는 비상구 계단에 금고와 간이계단, 화분 등이 놓여 있었다. 평소에는 문제가 없지만 화재로 시야가 제한되면 큰 지장을 줄 수 있다. 아동발달클리닉과 산부인과, 정신건강의학과 등이 모인 또 다른 빌딩에는 각 층에 설치된 유도등의 불이 꺼져 있었다. 유도등 및 유도 표지의 화재안전성능기준에 따르면 유도등은 항상 켜진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비상계단 앞에 병원을 홍보하기 위한 사람 크기만 한 배너를 놓아둬 통행에 지장을 주기도 했다. 영등포구의 한 병원에서 만난 환자 이모 씨(67)는 “나이가 많거나 몸이 불편한 사람은 불이 났을 때 비상구가 어디인지 다른 사람 도움 없이 찾긴 힘들 것 같다”며 “병원은 불이 나면 대피해야 할 환자가 많은데 안전요원이 상시 배치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병의원 내 화재 대피로를 점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환자의 경우 대피에 시간이 오래 걸리면서 인명 피해가 발생하거나 커질 가능성이 있다”며 “침상 환자들은 계단을 통해 내려가기 어려우니 같은 층 내 안전한 장소로 대피하는 ‘수평 피난’이 가능하도록 충분한 시설과 공간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권구용 기자 9dragon@donga.com서지원 기자 wish@donga.com광주=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대학병원 수술실에서 불이 나 환자와 의료진 수십 명이 대피했다. 소방당국은 의료기기에 전원을 공급하는 24구짜리 멀티탭에서 불이 붙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정확한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최근 4년간 의료기관 화재가 월평균 14건씩 발생하고 있어 병원 화재 안전 점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4일 광주소방안전본부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 12분경 동구 학동 조선대병원 신관 3층에 있는 7번 수술실에서 불이 났다. 직원들이 자체 진화해 불은 10분 만에 꺼졌지만, 환자와 의료진 40여 명이 대피했고 이 중 36명은 연기를 마셔 치료받았다.소방당국과 경찰은 수술실 천장에 설치된 전기가스집중(전력공급)장치에서 시작된 것으로 파악했다. 이 장치는 수술실에서 사용하는 각종 의료기기의 전원을 연결할 수 있도록 한 24구짜리 의료용 멀티탭으로, 사각기둥 형태다. 소방당국은 화재 당시 이 장치에 일부 의료기기 전원이 연결돼 있었던 것으로 파악하고 누전이나 전력 과부하 등에 의해 불이 붙었는지 정밀 조사 중이다.국가화재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7월 13일까지 전국 의료기관에서 발생한 화재는 총 89건이다. 병원(20건)과 요양병원(15건), 의원(14건) 등에서 주로 불이 났다.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간 의료기관 화재는 총 670건으로, 월평균 14건 수준이었다. 의료기관 수를 감안할 때 절대적으로 많다고 할 순 없지만, 의료기관 화재는 단 한 건이라도 큰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거동이 불편한 환자가 많이 상주하다보니 대피하기 어려운 상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14일 취재팀이 서울의 병의원을 둘러보니 일부는 유사시 대피가 수월하게 이뤄지기 어려운 환경이었다. 서대문구의 한 건물에는 마취통증의학과와 치과, 성형외과가 입주해 있었는데 화재 발생 시 대피로로 사용되는 비상구 계단에 금고와 간이계단, 화분 등이 놓여 있었다. 평소에는 문제가 없지만 화재로 시야가 제한되면 큰 지장을 줄 수 있다. 아동발달클리닉과 산부인과, 정신건강의학과 등이 모인 또 다른 빌딩에는 각 층에 설치된 유도등의 불이 꺼져 있었다. 유도등 및 유도 표지의 화재안전성능기준에 따르면 유도등은 항상 켜진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비상계단 앞에 병원을 홍보하기 위한 사람 크기만 한 배너를 놓아둬 통행에 지장을 주기도 했다.》 영등포구의 한 병원에서 만난 환자 이모 씨(67)는 “나이가 많거나 몸이 불편한 사람은 불이 났을 때 비상구가 어디인지 다른 사람 도움 없이 찾긴 힘들 것 같다”며 “병원은 불이 나면 대피해야 할 환자가 많은데 안전요원이 상시 배치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병의원 내 화재 대피로를 점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환자의 경우 대피에 시간이 오래 걸리면서 인명 피해가 발생하거나 커질 가능성이 있다”며 “침상 환자들은 계단을 통해 내려가기 어려우니 같은 층 내 안전한 장소로 대피하는 ‘수평 피난’이 가능하도록 충분한 시설과 공간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권구용 기자 9dragon@donga.com서지원 기자 wish@donga.com광주=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서울 서대문구에 거주하는 직장인 김수연 씨(29)는 7월 초 생전 처음 식중독으로 의심되는 구토 증상과 복통을 겪었다. 통증이 일주일 넘게 이어지며 체중도 3kg 넘게 빠졌다. 김 씨는 13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스스로 날음식을 피하는 등 조심해도 더운 날씨 탓인지 식중독에 걸렸다”며 “특히 올해 더 덥다는데 음식 먹기가 두려워진다”고 말했다. 예년보다 이른 더위로 전국 곳곳에 ‘역대급 폭염’이 이어지면서 식중독 감염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실제 올해 식중독 환자 수는 이미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배에 육박했다. 전문가들은 올여름 기온이 평년보다 높을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개인 차원의 예방 활동과 지자체 위생 점검 등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식당-급식소서 집단 식중독 속출 최근 식중독 의심 신고가 잇따르고 있다. 13일 서울 서초구 등에 따르면 방배동의 한 김밥집에서 식사를 한 130여 명이 9일부터 고열과 복통 등 집단 식중독 증상을 보여 보건 당국이 조사에 착수했다. 당국은 역학조사 결과에 따라 영업정지 등 행정처분을 검토할 방침이다. 해당 김밥집은 현재 ‘폐업한다’는 안내문을 가게에 붙여 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광주 북구의 한 초등학교에서는 최근 급식을 먹은 학생과 교사 총 43명이 식중독 의심 증세를 보였으며 이 중 3명은 입원 치료를 받았다. 인천 부평구의 한 고등학교에서도 이달 2일 30여 명이 식중독 증상을 호소했다. 울산과 경남 양산시의 기업 8곳에서 집단 식중독 의심 증상이 발생해 보건 당국이 역학조사에 나섰다. 파악된 유증상자는 290여 명으로, 당국은 이들이 6월 말 양산시 용당동의 한 급식업체가 납품한 급식을 먹은 것으로 보고 있다.● 때 이른 더위에 식중독 환자 2.9배로특히 ‘역대급 더위’가 예고된 올해엔 일찍 온 여름부터 식중독 환자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올해 5월 식중독 신고 환자는 1492명으로 지난해 5월(517명)의 2.9배였다. 올해 1월 1일부터 5월 2일까지 학교 등 집단 급식 시설에서 발생한 식중독 의심 신고도 총 110건으로 2022년부터 지난해까지 같은 기간 평균(84건)보다 약 31% 증가했다.식중독은 6월에서 7월로 넘어가는 기간에 환자 수가 폭증하는 대표적 여름철 질환이다. 식약처에 따르면 지난해 식중독 환자 수는 6월 450명에서 7월 1794명으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을 비교하면 2023년엔 403명에서 1563명으로, 2021년엔 343명에서 1293명으로 급등했다. 또 살모넬라로 인한 식중독은 최근 5년간 발생했던 204건 중 절반 이상(약 52%)이 7∼9월에 집중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익혀 먹고 위생 점검 강화해야” 폭염이 일찍 찾아온 올해는 5월부터 식중독 사례가 늘고 있어 개인과 지자체가 보다 적극적으로 식중독 예방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준용 세브란스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고온 환경에서는 음식물 내 미생물 증식과 독소 생성이 활발해져 식중독 발생 가능성이 커진다”며 “(여름철에) 음식점이나 급식 시설에 대한 위생 점검을 강화해 식중독 의심 사례가 생길 시 신속한 역학조사를 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보건 당국은 여름철에 주로 발생하는 식중독을 예방하기 위한 생활 수칙을 철저히 지켜 달라고 당부했다. 주요 수칙은 올바른 손 씻기 생활화, 음식 충분히 익혀 먹기, 물 끓여 마시기, 채소와 과일은 깨끗한 물에 씻어 먹기, 용도별로 조리 기구 구분해 사용하기 등이다. 또 가금류 등은 교차 오염이 발생하기 쉬워 생닭 등을 가장 마지막에 씻는 순서도 중요하다. 질병관리청 관계자는 “동일한 음식을 먹고 2인 이상에서 설사나 구토 등의 의심 증상이 발생할 경우 가까운 보건소에 즉시 신고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향후 식중독 발생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식약처는 삼계탕·염소탕·냉면·맥주 전문 음식점과 김밥, 토스트 등 달걀을 주요 식재료로 사용하는 음식점을 대상으로 14일부터 18일까지 17개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집중적으로 점검할 예정이다.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정서영 기자 cero@donga.com서지원 기자 wish@donga.com}

10대 청소년들이 또래 여고생을 모텔 방에 장시간 가둔 채 집단 폭행하고 불법 촬영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13일 서울 강북경찰서는 11일 감금, 특수상해, 성폭력처벌법상 불법 촬영 등 혐의로 10대 여성 2명과 10대 남성 1명을 현행범 체포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날 오전 1시 반경 강북구 번동의 한 모텔에 피해 여고생을 9시간가량 감금해 폭행하며 휴대전화로 불법 촬영한 혐의를 받는다. 피해 학생은 오전 10시 반경 가해자들이 잠든 틈을 타 화장실에 숨어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휴대전화 위치 추적을 통해 주변을 수색한 끝에 모텔 방에서 탈출하던 여학생을 발견해 구조했다. 이후 가해자 3명을 모텔 방 안에서 현행범 체포했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가해자 중 일부는 피해 학생과 아는 사이로, “(피해 학생이) 연락을 받지 않아 기분이 나빠 범행을 저질렀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가해자 3명은 모두 고등학교를 중퇴한 ‘학교 밖 청소년’으로 확인됐다. 경찰청 ‘2023년 통계연보’에 따르면 범죄를 저질러 검거된 중고등학생 수는 2021년 4만5541명, 2022년 5만1536명, 2023년 5만7117명으로 증가세다. 이 가운데 학교를 중퇴한 상태에서 범죄를 저지른 청소년은 2023년 기준 9325명(16.3%)에 달했다.형사 처벌이 면제되는 촉법소년(만 10세 이상∼14세 미만)과 달리 만 14세 이상 18세 미만 ‘범죄소년’은 성인과 동일하게 형사 처벌을 받을 수 있다. 경찰 관계자는 “가해자 3명에 대한 구속영장 신청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서지원 기자 wish@donga.com}

서울 서대문구에 거주하는 직장인 김수연 씨(29)는 7월 초 생전 처음 식중독으로 의심되는 구토 증상과 복통을 겪었다. 통증이 일주일 넘게 이어지며 체중도 3kg 넘게 빠졌다. 김 씨는 13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스스로 날음식을 피하는 등 조심해도 더운 날씨 탓인지 식중독에 걸렸다”며 “특히 올해 더 덥다는데 음식 먹기가 두려워진다”고 말했다. 예년보다 이른 더위로 전국 곳곳에 ‘역대급 폭염’이 이어지면서 식중독 감염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실제 올해 식중독 환자 수는 이미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배를 넘어섰다. 전문가들은 올해 여름 기온이 평년보다 높을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개인 차원 예방 활동과 지자체 위생 점검 등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식당-급식소서 집단 식중독 속출최근 식중독 의심 신고가 잇따르고 있다. 13일 서울 서초구청 등에 따르면 방배동의 한 김밥집에서 식사를 한 130여 명이 9일부터 고열과 복통 등 집단 식중독 증상을 보여 보건 당국이 조사에 착수했다. 당국은 역학조사 결과에 따라 영업정지 등 행정처분을 검토할 방침이다. 해당 김밥집은 현재 ‘폐업한다’는 안내문을 가게에 붙여 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광주 북구의 한 초등학교에서는 최근 급식을 먹은 학생과 교사 총 43명이 식중독 의심 증세를 보였으며 이 중 3명은 입원 치료를 받았다. 인천 부평구의 한 고등학교에서도 이달 2일 30여 명이 식중독 증상을 호소했다. 울산과 경남 양산시의 기업 8곳에서 집단 식중독 의심 증상이 발생해 보건당국이 역학조사에 나섰다. 파악된 유증상자는 290여 명으로, 당국은 이들이 6월 말 양산시 용당동의 한 급식 업체가 납품한 급식을 먹은 것으로 보고 있다.● 때 이른 더위에 식중독 환자 2.9배로특히 ‘역대급 더위’가 예고된 올해엔 일찍 온 여름부터 식중독 환자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올해 5월 식중독 신고 환자는 1492명으로 지난해 5월(517명)의 2.9배였다. 올해 1월 1일 5월 2일까지 학교 등 집단 급식 시설에서 발생한 식중독 의심 신고도 총 110건으로 2022년부터 지난해까지 같은 기간 평균(84건)보다 약 31% 증가했다.식중독은 6월에서 7월로 넘어가는 기간에 환자 수가 폭증하는 대표적 여름철 질환이다. 식약처에 따르면 지난해 식중독 환자 수는 6월 450명에서 7월 1794명으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을 비교하면 2023년엔 403명에서 1563명으로, 2021년엔 343명에서 1293명으로 급등했다. 또 살모넬라로 인한 식중독은 최근 5년간 발생했던 204건 중 절반 이상(약 52%)이 7~9월 사이 집중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익혀 먹고 위생 점검 강화해야”폭염이 일찍 찾아온 올해는 5월부터 식중독 사례가 늘고 있어 개인과 지자체가 보다 적극적으로 식중독 예방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준용 세브란스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고온 환경에서는 음식물 내 미생물 증식과 독소 생성이 활발해져 식중독 발생 가능성이 커진다”며 “(여름철에) 음식점이나 급식 시설에 대한 위생 점검을 강화해 식중독 의심 사례가 생길 시 신속한 역학조사를 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보건 당국은 여름철에 주로 발생하는 식중독을 예방하기 위한 생활 수칙을 철저히 지켜 달라고 당부했다. 주요 수칙은 올바른 손 씻기 생활화, 음식 충분히 익혀 먹기, 물 끓여 마시기, 채소와 과일은 깨끗한 물에 씻어 먹기, 용도별로 조리 기구 구분해 사용하기 등이다. 또 가금류 등은 교차 오염이 발생하기 쉬워 생닭 등을 가장 마지막에 씻는 순서도 중요하다. 특히 식중독이 자주 발생하는 달걀의 경우 껍데기가 살모넬라균에 오염돼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껍데기를 깬 이후에는 이른 시간 내 조리해야 한다. 질병관리청 관계자는 “동일한 음식을 먹고 2인 이상에서 설사나 구토 등의 의심 증상이 발생할 경우 가까운 보건소에 즉시 신고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향후 식중독 발생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식약처는 삼계탕·염소탕·냉면·맥주 전문 음식점과 김밥, 토스트 등 달걀을 주요 식재료로 사용하는 음식점을 대상으로 오는 14일부터 18일까지 17개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집중적으로 점검할 예정이다.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정서영 기자 cero@donga.com서지원 기자 wish@donga.com}

10대 청소년들이 또래 여고생을 모텔 방에 장시간 가둔 채 집단 폭행하고 불법 촬영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13일 서울 강북경찰서는 11일 감금, 특수상해, 성폭력처벌법상 불법 촬영 등 혐의로 10대 여성 2명과 10대 남성 1명을 현행범 체포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날 오전 1시 반경 강북구 번동의 한 모텔에 피해 여고생을 9시간가량 감금해 폭행하며 휴대전화로 불법 촬영한 혐의를 받는다. 피해 학생은 오전 10시 반경 가해자들이 잠든 틈을 타 화장실에 숨어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휴대전화 위치 추적을 통해 주변을 수색한 끝에 모텔 방에서 탈출하던 여학생을 발견해 구조했다. 이후 가해자 3명을 모텔 방 안에서 현행범 체포했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가해자 중 일부는 피해 학생과 아는 사이로, “(피해 학생이) 연락을 받지 않아 기분이 나빠 범행을 저질렀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가해자 3명은 모두 고등학교를 중퇴한 ‘학교 밖 청소년’으로 확인됐다. 경찰청 ‘2023년 통계연보’에 따르면 범죄를 저질러 검거된 중·고등학생 수는 2021년 4만5541명, 2022년 5만1536명, 2023년 5만7117명으로 증가세다. 이 가운데 학교를 중퇴한 상태에서 범죄를 저지른 청소년은 2023년 기준 9325명(16.3%)에 달했다.형사처벌이 면제되는 촉법소년(만 10세 이상~14세 미만)과 달리 만 14세 이상 18세 미만 ‘범죄소년’은 성인과 동일하게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 경찰 관계자는 “가해자 3명에 대한 구속영장 신청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서지원 기자 wish@donga.com}

폭염 속 길거리에서 농작물을 파는 노점상 할머니에게 소중히 모은 용돈을 건넨 한 중학교 남학생의 선행이 화제가 되고 있다. 9일 경기 동두천중학교 등에 따르면 이 학교 2학년에 재학하는 옥모 군(14)은 7일 하교하던 중 도로변에서 땀을 흘리며 농작물을 판매하는 할머니를 마주쳤다. 옥 군은 도롯가에 펼쳐진 농작물을 허리 숙여 들여다보다 “이건 어떤 채소냐”며 할머니에게 말을 건넸다.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한참 바지 주머니를 뒤적거리며 할머니 곁에 머물던 옥 군은 이내 인근 상점에 들러 현금을 찾아왔다. 그리고 수중의 용돈 5만 원 중 3만 원을 할머니에게 건넸다. 할머니는 고마운 마음에 부추 등 채소를 챙겨주려 했으나, 옥 군은 손사래를 치며 사양했다. 할머니가 계속 ‘가져가라’고 권하자 옥 군은 강낭콩 한 봉지만 받았다. 이어 할머니에게 “감사하다”며 고개 숙여 인사한 뒤 자리를 떠났다. 이날 옥 군의 선행은 인근에서 공방을 운영하는 김지애 씨(43)가 영상으로 촬영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리며 알려졌다. 해당 영상은 SNS에서 80만 회 넘는 조회수를 기록했다. 김 씨는 “평소 동네에 자주 오시는 할머님인데, 중학생 남자아이가 살갑게 말을 붙이는 모습이 기특해 영상으로 담았다”며 “중학생에게는 큰돈일 텐데, 어르신을 돕고자 한 마음이 정말 예뻤다”고 말했다. 옥 군은 9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무더운 날씨에 할머님이 햇볕 아래 앉아 계신 모습이 안쓰러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싶었다”며 “칭찬을 바라며 한 일은 아니어서 쑥스럽다”고 말했다. 이이호 동두천중 교감은 “다른 학생들에게도 본보기가 된 옥 군에게 모범상을 수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서지원 기자 wish@donga.com}

폭염 속 길거리에서 농작물을 파는 노점상 할머니에게 소중히 모은 용돈을 건넨 한 중학교 남학생의 선행이 화제가 되고 있다. 9일 경기 동두천중학교 등에 따르면 이 학교 2학년에 재학하는 옥모 군(14)은 7일 하교하던 중 도로변에서 땀을 흘리며 농작물을 판매하는 할머니를 마주쳤다. 옥 군은 도롯가에 펼쳐진 농작물을 허리 숙여 들여다보다 “이건 어떤 채소냐”며 할머니에게 말을 건넸다.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한참 바지 주머니를 뒤적거리며 할머니 곁에 머물던 옥 군은 이내 인근 상점에 들러 현금을 찾아왔다. 그리고 수중의 용돈 5만 원 중 3만 원을 할머니에게 건넸다. 할머니는 고마운 마음에 부추 등 채소를 챙겨주려 했으나, 옥 군은 손사래를 치며 사양했다. 할머니가 계속 ‘가져가라’고 권하자 옥 군은 강낭콩 한 봉지만 받았다. 이어 할머니에게 “감사하다”며 고개 숙여 인사한 뒤 자리를 떠났다.이날 옥 군의 선행은 인근에서 공방을 운영하는 김지애 씨(43)가 영상으로 촬영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리며 알려졌다. 해당 영상은 SNS에서 80만 회 넘는 조회수를 기록했다. 김 씨는 “평소 동네에 자주 오시는 할머님인데, 중학생 남자아이가 살갑게 말을 붙이는 모습이 기특해 영상으로 담았다”며 “중학생에게는 큰돈일 텐데, 어르신을 돕고자 한 마음이 정말 예뻤다”고 말했다. 옥 군은 9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무더운 날씨에 할머님이 햇볕 아래 앉아 계신 모습이 안쓰러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싶었다”며 “칭찬을 바라며 한 일은 아니어서 쑥스럽다”고 말했다. 이이호 동두천중 교감은 “다른 학생들에게도 본보기가 된 옥 군에게 모범상을 수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서지원 기자 wish@donga.com}

납북자가족모임이 대북 전단 살포 중단을 공식 선언하며 다른 단체들에도 전달 살포를 멈춰달라고 요청했다.8일 최성룡 납북자가족모임 대표는 경기 파주시 임진각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늘부로 대북 전단 살포를 전면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최 대표는 “이재명 정부 들어 남북 대화를 통해 가족 생사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이 생겼다”며 “남북정상회담이 조속히 이루어질 수 있도록 다른 단체들도 전단 살포를 멈춰달라”고 촉구했다. 납북자가족모임은 지난달 24일 정동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 김남중 통일부 차관 등과 통화한 뒤 전단 살포 중단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납북자가족모임은 2008년부터 납북자 피해 문제를 알리기 위한 대북 전단을 날려왔으며, 2013년 정부 요청에 따라 중단했다가 지난해 10월 활동을 재개했다. 이후 지난해 10월과 올해 4월 두 차례 임진각에서 공개 살포를 시도했지만 경찰 제지와 주민 반발로 무산됐다. 4월 27일 파주 임진각, 5월 8일 강원 철원군, 지난달 2일 파주 접경지에서 기습 살포를 감행하기도 했다. 지자체는 대북 전단 살포에 방지를 위한 대응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날 이종돈 경기도 안전관리실장은 “군·경과 협력해 김포·파주·연천을 위험구역으로 지정하고 전단 살포에 대한 불시 단속을 실시 중”이라고 밝혔다. 파주=서지원 기자 wish@donga.com}

고려대가 6개 대륙 35개 대학 학생이 참여하는 국제 기후 교육 프로그램을 7일 개최했다. 전 세계에서 모인 학생들이 기후 위기 해결을 위한 전략 발굴에 나섰다. 이날 서울 성북구 고려대 안암캠퍼스에서 ‘기후행동단 여름 학교(Climate Corps Summer School)’ 개회식을 진행했다. 이번 프로그램은 ‘기후 위기 해결을 위한 국경 간 협력’을 주제로 학생들이 기후 정책과 기술 등을 모색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지난해 고려대가 기후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결성한 세계 대학 연합체인 ‘기후행동단’이 진행하는 첫 공식 프로그램이다. 이날 아시아를 비롯한 유럽, 아프리카, 북미, 중남미, 오세아니아 등 6개 대륙에서 모인 130명의 학생은 머리를 맞대고 기후 위기 해결을 위해 논의했다. 프로그램에 참여한 나이지리아 이바단대 농업기술학 박사과정 아킴 노이푸 씨(43)는 “기후변화 영향이 국가마다 다른 만큼, 다양한 경험을 공유하며 시야를 넓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립대만대에서 법학을 전공하는 줄리아 린 씨(21)는 “각국의 아이디어를 조합하면 현명한 기후 위기 해법을 마련할 수 있으리라 본다”고 밝혔다. 김동원 고려대 총장은 개회식에서 “이번 행사를 계기로 고려대는 지속 가능성에 대해 끊임없이 탐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도 영상 메시지를 통해 “기후 위기는 전 세계가 함께 마주한 과제”라며 “우리가 힘을 합친다면 지속 가능한 미래를 만들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해당 프로그램은 12일까지 6일간 진행된다.서지원 기자 wish@donga.com}

서울 도봉구 방학동에서 택시가 인도로 돌진해 50대 보행자 1명이 숨지고 4명이 다쳤다. 경찰과 소방 당국에 따르면 3일 오후 4시 20분경 서울 도봉구 방학사거리에서 택시 한 대가 인도를 향해 돌진했다. 택시는 방학사거리에서 수유동 방향으로 달리던 중 인도로 돌진해 나무를 들이받고 버스 정류장 옆에서 멈춰 섰다. 이 사고로 길을 걷던 50대 남성이 택시에 부딪혀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결국 숨졌다. 택시 운전사 A 씨(64)는 심정지 상태로 병원으로 이송돼 현재 치료 중이다. 이 외에도 택시 승객 1명, 인근에서 주행 중이던 차량 운전자 1명, 그리고 보행자 1명 등 총 3명이 경상을 입고 병원으로 이송됐다. A 씨가 몰던 차량은 전기차였다. 경찰 관계자는 “차량 블랙박스와 인근 폐쇄회로(CC)TV 영상 등을 토대로 급발진 여부 등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최근 차량이 인도와 식당 등으로 돌진하는 사고가 잇따르며 시민 불안이 커지고 있다. 1일에는 서울 마포구 상암동 디지털미디어시티역 인근 도로에서 50대 여성이 몰던 전기차가 인도로 돌진해 벤치에 앉아 있던 40대 남성이 치여 숨졌다. 2일에는 강원 강릉시의 한 휴게소에서 80대 여성이 몰던 차량이 식당가로 돌진해 10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같은 날 오전 인천 연수구 송도동에서 70대 남성이 몰던 택시가 승용차 2대와 버스 1대를 잇달아 들이받아 5명이 다치기도 했다.서지원 기자 wish@donga.com}

늦은 밤 부모가 집을 비운 사이 어린 자녀들이 화재로 숨지는 안타까운 사고가 또 발생했다. 불과 9일 전에도 부모 없이 집에 홀로 남겨진 자매가 숨진 데 이어 유사한 사고가 잇따르면서 아이를 홀로 남겨두는 상황에 대한 사회적 인식 전환과 함께 정책적 대응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3일 부산소방재난본부와 부산경찰청에 따르면 전날 오후 10시 58분경 부산 기장군의 한 아파트 6층에서 불이 났다. 소방당국이 사고 현장에서 8세와 6세 자매를 발견해 인근 대학병원으로 옮겼지만 둘은 끝내 목숨을 잃었다.● 9일 만에 또 어린 자매 숨져 경찰에 따르면 아이들은 거실 발코니 앞과 현관 쪽 중문 근처에서 각각 발견됐다. 두 자매는 부모와 함께 살았지만, 화재 당시 부모는 집을 비운 상태였다. 부부는 함께 식당을 운영하는 맞벌이 부부로, 밤늦게까지 일을 한 뒤 개인적인 용무를 보기 위해 집을 비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 현장을 목격한 주민들은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인근 주민 김현옥 씨(45)는 “동네서 잘 알려진 식당을 운영하는 가족이라 주민들이 대부분 가족을 알고 있다”며 “불 속에서 탈출구를 찾아 헤맸을 아이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미어진다”고 했다. 또 다른 주민은 “가게 작은방에서 공부하던 자매가 우애 깊어 보였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화재 원인은 전기적 요인으로 추정된다. 한 주민은 “오후 8시 15분쯤 정전이 발생했고, 40분 뒤 전기가 복구됐다”며 “밤 10시 20분에는 ‘에어컨·선풍기 가동을 자제하라’는 안내방송도 있었다”고 전했다. 소방과 경찰의 합동 감식 결과 불은 거실에 놓인 스탠드형 에어컨 주변에서 시작된 것으로 확인됐다. 에어컨 전원선이 연결된 멀티탭에서는 전선 내부 구리선 등이 손상된 흔적도 발견됐다.● ‘1시간 이상 혼자’ 어린이 28.1% 불과 9일 전인 지난달 24일에도 부산 부산진구의 한 아파트에서 화재가 발생해 잠자던 10세, 7세 자매가 숨졌다. 당시 부모는 새벽 청소 일을 나간 상태였다. 화재 원인은 역시 전기적 문제로 추정됐다. 이재명 대통령은 사고 이틀 뒤 “열 살, 일곱 살밖에 되지 않은 자매가 밝은 미래를 펼쳐 보지도 못한 채 우리 곁을 떠났다는 사실에 가슴이 미어진다. 사고 원인을 철저히 조사해 이런 비극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소방청에 따르면 2021∼2023년 발생한 어린이 안전사고 10만8759건 중 절반에 가까운 5만906건(46.8%)이 가정 내에서 발생했다. 학교(9515건) 등 교육 시설과 비교해 5배 이상 높은 수치다. 일반적으로 ‘집이 가장 안전하다’는 인식이 널리 퍼져 있지만, 실제로는 가정이 어린이 안전사고가 가장 많이 발생한 장소인 셈이다. 정부는 보호자가 없는 상황에 대비해 ‘아이돌봄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생후 3개월∼12세 아동이 있는 가정을 대상으로 돌보미가 직접 방문해 돌봄을 제공하는 제도로, 정기·단기·긴급 서비스로 나뉜다. 단기 서비스는 최소 4시간 전, 긴급돌봄은 2시간 전까지 신청이 가능하다. 그러나 이용 접근성이 낮다. 아이돌봄 서비스 평균 대기 기간은 2022년 27.8일, 2023년 33일, 2024년 상반기 기준 32.8일로 3년 연속 한 달 가까이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다. 특히 늦은 밤이나 주말에 이용할 수 있는 긴급돌봄의 경우 신청자 10명 중 4명은 매칭에 실패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남희 동덕여대 아동학과 명예교수는 “돌봄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긴급돌봄 대응 인력을 충분히 확보하고, 지역 기반의 촘촘한 돌봄망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미국은 보호자 없는 아동 방치를 ‘방임’으로 보고 법적으로 엄격히 제재한다”며 “한국은 아이를 홀로 두는 위험에 둔감한 경향이 있는데 이런 인식도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부산=김화영 기자 run@donga.com서지원 기자 wish@donga.com}

서울 도봉구 방학동에서 택시가 인도로 돌진해 50대 보행자 1명이 숨지고 4명이 다쳤다. 경찰과 소방 당국에 따르면 3일 오후 4시 20분경 서울 도봉구 방학사거리에서 택시 한 대가 인도를 향해 돌진했다. 택시는 방학사거리에서 수유동 방향으로 달리던 중 인도로 돌진해 나무를 들이받고 버스 정류장 옆에서 멈춰 섰다. 이 사고로 길을 걷던 50대 남성이 택시에 부딪혀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결국 숨졌다. 택시 운전자 A 씨(64)는 심정지 상태로 병원으로 이송돼 현재 치료 중이다. 이외에도 택시 승객 1명, 인근에서 주행 중이던 차량 운전자 1명, 그리고 보행자 1명 등 총 3명이 경상을 입고 병원으로 이송됐다. A 씨가 몰던 차량은 전기차였다. 경찰 관계자는 “차량 블랙박스와 인근 폐쇄회로(CC)TV 영상 등을 토대로 급발진 여부 등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최근 차량이 인도와 식당 등으로 돌진하는 사고가 잇따르며 시민 불안이 커지고 있다. 1일에는 마포구 상암동 디지털미디어시티역 인근 도로에서 50대 여성이 몰던 전기차가 인도로 돌진해 벤치에 앉아 있던 40대 남성이 치여 숨졌다. 2일에는 강원 강릉시의 한 휴게소에서 80대 여성이 몰던 차량이 식당가로 돌진해 10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같은 날 오전 인천 연수구 송도동에서 70대 남성이 몰던 택시가 승용차 2대와 버스 1대를 잇달아 들이받아 5명이 다치기도 했다.서지원 기자 wish@donga.com}

늦은 밤 부모가 집을 비운 사이 어린 자녀들이 화재로 숨지는 안타까운 사고가 또 발생했다. 불과 9일 전에도 부모 없이 집에 홀로 남겨진 자매가 숨진 데 이어 유사한 사고가 잇따르면서 아이를 홀로 남겨두는 상황에 대한 사회적 인식 전환과 함께 정책적 대응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3일 부산소방재난본부와 부산경찰청에 따르면 전날 오후 10시 58분경 부산 기장군의 한 아파트 6층에서 불이 났다. 소방당국이 사고 현장에서 8세와 6세 자매를 발견해 인근 대학병원으로 옮겼지만 둘은 끝내 목숨을 잃었다. ● 9일 만에 또 어린 자매 숨져경찰에 따르면 아이들은 거실 발코니 앞과 현관 쪽 중문 근처에서 각각 발견됐다. 두 자매는 부모와 함께 살았지만, 화재 당시 부모는 집을 비운 상태였다. 부부는 함께 식당을 운영하는 맞벌이 부부로, 밤늦게까지 일을 한 뒤 개인적인 용무를 보기 위해 집을 비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 현장을 목격한 주민들은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인근 주민 김현옥 씨(45)는 “동네서 잘 알려진 식당을 운영하는 가족이라 주민들이 대부분 가족을 알고 있다”며 “불 속에서 탈출구를 찾아 헤맸을 아이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미어진다”고 했다. 또 다른 주민은 “가게 작은방에서 공부하던 자매가 우애 깊어 보였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화재 원인은 전기적 요인으로 추정된다. 한 주민은 “오후 8시 15분쯤 정전이 발생했고, 40분 뒤 전기가 복구됐다”며 “밤 10시 20분에는 ‘에어컨·선풍기 가동을 자제하라’는 안내방송도 있었다”고 전했다. 소방과 경찰의 합동 감식 결과 불은 거실에 놓인 스탠드형 에어컨 주변에서 시작된 것으로 확인됐다. 에어컨 전원선이 연결된 멀티탭에서는 전선 내부 구리선 등이 손상된 흔적도 발견됐다. 바닥에는 층간소음 방지 매트 등 가연성 소재가 깔려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1시간 이상 혼자’ 어린이 28.1%불과 9일 전인 지난달 24일에도 부산진구의 한 아파트에서 화재가 발생해 잠자던 10세, 7세 자매가 숨졌다. 당시 부모는 새벽 청소 일을 나간 상태였다. 화재 원인은 역시 전기적 문제로 추정됐다. 이재명 대통령은 사고 이틀 뒤 “열 살, 일곱 살밖에 되지 않은 자매가 밝은 미래를 펼쳐보지도 못한 채 우리 곁을 떠났다는 사실에 가슴이 미어진다. 사고 원인을 철저히 조사해 이런 비극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소방청에 따르면 2021~2023년 발생한 어린이 안전사고 10만8759건 중 절반에 가까운 5만906건(47.4%)이 가정 내에서 발생했다. 학교(9515건) 등 교육시설과 비교해 5배 이상 높은 수치다. 일반적으로 ‘집이 가장 안전하다’는 인식이 널리 퍼져 있지만, 실제로는 가정이 어린이 안전사고가 가장 많이 발생한 장소인 셈이다. 그러나 여성가족부 조사결과 2023년 기준 초등학생 자녀가 방과 후 1시간 이상 혼자 있는 비율이 28.1%에 달했다. 아이들이 가정 등에서도 안전사고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정부는 보호자가 없는 상황에 대비해 ‘아이돌봄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생후 3개월~12세 아동이 있는 가정을 대상으로 돌보미가 직접 방문해 돌봄을 제공하는 제도로, 정기·단기·긴급 서비스로 나뉜다. 단기 서비스는 최소 4시간 전, 긴급돌봄은 2시간 전까지 신청이 가능하다.그러나 이용 접근성이 낮다. 아이돌봄 서비스 평균 대기 기간은 2022년 27.8일, 2023년 33일, 2024년 상반기 기준 32.8일로 3년 연속 한 달 가까이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다. 특히 밤 늦은 시각이나 주말에 이용할 수 있는 긴급돌봄의 경우 신청자의 10명 중 4명은 매칭에 실패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남희 동덕여대 아동학과 명예교수는 “돌봄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긴급 돌봄 대응 인력을 충분히 확보하고, 지역 기반의 촘촘한 돌봄망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미국은 보호자 없는 아동 방치를 ‘방임’으로 보고 법적으로 엄격히 제재한다”며 “한국은 아이를 홀로 두는 위험에 둔감한 경향이 있는데 이런 인식도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부산=김화영 기자 run@donga.com서지원 기자 wish@donga.com}

지난해 7월 1일 서울 시청역 앞에서 차량 역주행 사고로 시민 9명이 사망한 참사가 발생한 지 1년 되는 날, 서울에서 또다시 차량 돌진으로 시민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서울시는 시청역 사고 이후 차량과의 충돌 사고에서 보행자를 보호할 수 있는 수준의 가드레일(방호 울타리)을 추가 설치하는 등 보행자 안전을 강화하겠다고 했지만, 비슷한 사고가 반복되면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일 경찰 등에 따르면 전날 오후 4시경 서울 마포구 상암동 디지털미디어시티(DMC)역 인근 도로에서 50대 여성이 운전하는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 갑자기 인도로 돌진해 벤치에 앉아 있던 40대 남성이 치여 숨졌다. 경찰은 운전자가 ‘페달을 잘못 조작했다’고 진술한 점을 토대로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 중이다. 음주나 약물 복용 정황은 없었다고 한다. 사고 현장에는 가드레일이 설치돼 있었지만, 1년 전 시청역 참사 때처럼 차량용이 아니어서 돌진하는 차량을 막지 못했다. 2일 찾은 현장에는 전날 차량 충돌로 쓰러진 가드레일 자리에 ‘안전제일’ 문구가 적힌 띠가 대신 설치돼 있었다. 인근 가드레일들 역시 충격의 여파로 휘어진 채였다. 인도와 차도를 구분하고 무단횡단을 막는 ‘보행자용 가드레일’이 설치돼 있었다. 시청 참사 후 1년이 지났지만 서울 시내 차량용 가드레일은 여전히 부족하거나 부실하다. 서울시는 지난해 시청 참사를 계기로 취약 구간 101곳에 8t 차량이 시속 55km로, 15도 각도로 충돌해도 보행자를 보호할 수 있는 차량용 가드레일을 설치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지난해 기준으로 서울 전체에 설치된 가드레일 중 80%가 보행자용이고 관리가 부실한 곳이 적지 않았다. 이날 오전 찾은 서울 마포구 아현동 아현시장 일대 사거리에는 보행자용 가드레일은 있었지만 차량용은 없었다. 관악산 자연공원 인근 일부 가드레일은 지지대 부분이 붉게 녹슬어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었다. 시청역 사고 현장에도 차량용 가드레일이 설치돼 있긴 했지만, 사고가 난 30m 구간에만 설치돼 있었고, 건너편 도로나 인근 구역에는 여전히 보행자용 가드레일만 있었다. 국명훈 한국교통안전공단 교수는 “차량용 방호 울타리 설치를 빠르게 확대해야 하고, 최소한 인구와 차량이 많이 몰리는 곳에 우선적으로 설치해야 한다”라고 조언했다.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서지원 기자 wish@donga.com최효정 기자 hyoehyoe22@donga.com오승준 기자 ohmygod@donga.com}

지난해 7월 1일 서울 시청역 앞에서 차량 역주행 사고로 시민 9명이 사망한 참사가 발생한 지 1년 되는 날, 서울에서 또다시 차량 돌진으로 시민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서울시는 시청역 사고 이후 차량과의 충돌사고에서 보행자를 보호할 수 있는 수준의 가드레일(방호울타리)를 추가 설치하는 등 보행자 안전을 강화하겠다고 했지만, 비슷한 사고가 반복되면서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2일 경찰 등에 따르면 전날 오후 4시경 서울 마포구 상암동 디지털미디어시티(DMC)역 인근 도로에서 50대 여성이 운전한 전기 SUV 차량이 갑자기 인도로 돌진해, 벤치에 앉아 있던 40대 남성이 치여 숨졌다. 경찰은 운전자가 ‘페달을 잘못 조작했다’고 진술한 점을 토대로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 중이다. 음주나 약물 복용 정황은 없었다고 한다. 사고 현장에는 가드레일이 설치돼 있었지만, 1년 전 시청역 참사 때처럼 차량용이 아니어서 돌진하는 차량을 막지 못했다. 2일 찾은 현장에는 전날 차량 충돌로 쓰러진 가드레일 자리에 ‘안전제일’ 문구가 적힌 띠가 대신 설치돼 있었다. 인근 가드레일들 역시 충격의 여파로 휘어진 채였다. 인도와 차도를 구분하고 무단횡단을 막는 ‘보행자용 가드레일’이 설치돼있었다. 인근에서 만난 직장인 이지희 씨(29)는 “울타리가 있어도 사망 사고가 나다니 1년 전 사고가 떠올라 불안하다”고 말했다.시청 참사 후 1년이 지났지만 서울 시내 차량용 가드레일은 여전히 부족하거나 부실하다. 서울시는 지난해 시청 참사를 계기로 취약 구간 101곳에 8t 차량이 시속 55km로, 15도 각도로 충돌해도 보행자를 보호할 수 있는 차량용 가드레일을 설치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지난해 기준으로 서울 전체에 설치된 가드레일 중 80%가 보행자용이고 관리가 부실한 곳이 적지 않았다.이날 오전 찾은 서울 마포구 아현동 아현시장 일대 사거리에는 보행자용 가드레일은 있었지만 차량용은 없었다. 아현역 앞 일부 가드레일은 이미 15도 가까이 기울어져 충격을 제대로 흡수하기 어려운 상태였다. 관악산 자연공원 인근 일부 가드레일은 지지대 부분이 붉게 녹슬어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었다. 시청역 사고 현장에도 차량용 가드레일이 설치돼 있긴 했지만, 사고가 난 30m 구간에만 설치돼 있었고, 건너편 도로나 인근 구역에는 여전히 보행자용 가드레일만 있었다.전문가들은 보행자용 가드레일로는 차량 돌진을 막기 어려운 만큼 차량용을 늘려야 한다고 제안한다. 국명훈 한국교통안전공단 교수는 “차량용 방호 울타리를 설치를 빠르게 확대해야 하고, 최소한 인구와 차량이 많이 몰리는 곳에 우선적으로 설치해야 한다”라고 조언했다.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서지원 기자 wish@donga.com최효정 기자 hyoehyoe22@donga.com오승준 기자 ohmygod@donga.com}

국가유산 명승인 ‘성북동 별서’ 내 목조 건물 ‘송석정’이 지난달 30일 원인 미상의 화재로 크게 훼손된 가운데, 해당 건물에 스프링클러 등 자동 소화설비가 전혀 갖춰져 있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초기 진화에 실패하면서 결국 굴착기로 기와지붕을 뜯어내는 일까지 발생했다. 전문가들은 대부분 목조 건축물로 이루어진 문화유산의 특성을 고려하면 자동 소화설비 도입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화재는 지난달 30일 낮 12시 45분경 서울 성북구 명승 제118호 성북동 별서 내 송석정에서 시작됐다. 불은 4시간 넘게 이어졌고, 지붕과 내부 구조 대부분이 불에 타 건물이 반소됐다. 기와지붕 특성상 물이 내부에 잘 스며들지 않아 진화에 어려움을 겪은 소방당국은 국가유산청과 협의 끝에 굴착기를 동원해 지붕 일부를 뜯어내고 불을 껐다. 자칫하면 인근 고목과 별서 전체로 불이 번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이 건물에는 스프링클러 같은 자동 소화설비가 설치돼 있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스프링클러 등 초기 화재 진압에 필수적인 장비가 없어 피해가 커졌다는 게 소방당국의 설명이다. 국내 대부분의 목조 문화유산도 상황이 다르지 않다. 임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가유산청에서 제출받은 ‘목조 문화유산 방재시설 현황’ 자료에 따르면 국내 주요 목조 문화유산 중 자동 소화설비를 갖춘 곳은 한 곳도 없었다. 대부분이 소화기나 소화전, 방수총 등 수동 소화설비만 설치돼 있었다. 서울 흥인지문(보물), 경남 합천 해인사 장경판전(국보) 등 대표적 문화유산도 예외는 아니다. 명승 내 목조 건물에서 발생한 화재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4월 전북 김제 망해사 극락전에서도 불이 나 건물이 전소됐다. 이곳 역시 스프링클러는 없고 분말형 소화기만 설치돼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현행 소방시설 설치 및 관리에 관한 법률(소방시설법)은 국가유산에 자동 소화설비를 설치하도록 의무화하고 있지 않다. 소화전이나 경보설비 등 기본적인 소방시설에 대한 규정은 있지만, 자동 소화설비에 관한 명확한 기준이나 설치 요건은 빠져 있다. 일각에서는 문화유산 특성상 자동 소화설비를 무리하게 설치하기 어렵다는 주장도 나온다. 목조 건축물에 설비를 설치하는 과정에서 구조를 훼손하거나 외관을 해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자동 소화설비 도입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김동현 전주대 문화재방재연구소장은 “수동 소화설비는 연결과 작동에 시간이 걸려 화재 발생 직후 골든타임을 놓치기 쉽다”며 “목조 문화유산에는 맞춤형 자동 소화 시스템이 필요하다. 무인 진화 장비 등도 고려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백민호 국가유산방재학회장은 “문화유산은 관리와 예방이 생명”이라며 “정기 점검과 함께 자동 소화설비 등 다단계 대응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서지원 기자 wish@donga.com}

국가유산 명승인 ‘성북동 별서’ 내 목조 건물 ‘송석정’이 지난달 30일 원인 미상의 화재로 크게 훼손된 가운데, 해당 건물에 스프링클러 등 자동소화설비가 전혀 갖춰져 있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초기 진화에 실패하면서 결국 굴삭기로 기와지붕을 뜯는 ‘파괴 진화’까지 진행됐고, 문화유산 상당 부분이 무너져 내렸다.화재는 지난달 30일 오후 12시 45분경 서울 성북구 명승 제118호 성북동 별서 내 송석정에서 시작됐다. 불은 4시간 넘게 이어졌고, 지붕과 내부 구조 대부분이 불에 타 건물이 반소됐다. 기와지붕 특성상 물이 내부에 잘 스며들지 않아 진화에 어려움을 겪은 소방당국은 국가유산청과 협의 끝에 굴삭기를 동원, 지붕 일부를 뜯어내고 불을 껐다. 자칫하면 인근 고목과 별서 전체로 불이 번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그러나 이 건물에는 스프링클러 같은 자동소화설비가 전혀 설치돼 있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국가유산을 보존하는 현장에서 가장 기본적인 화재 대응 수단조차 갖춰져 있지 않아 대응이 늦어졌고, 결국 국가유산 파손이라는 최악의 결과로 이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더 큰 문제는 성북동 별서만의 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임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가유산청에서 제출받은 ‘목조 문화유산 방재시설 현황’ 자료에 따르면, 국내 주요 목조 문화유산 중 자동소화설비를 갖춘 곳은 단 한 곳도 없었다. 대부분이 소화기나 소화전, 방수총 등 수동소화설비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서울 흥인지문(보물), 합천 해인사 장경판전(국보) 등 대표적 문화유산도 예외는 아니다.명승 내 목조 건물에서 발생한 화재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4월 전북 김제 망해사 극락전에서도 불이 나 건물이 전소됐으며, 이곳 역시 스프링클러는 없고 분말형 소화기만 설치돼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하지만 현행 소방시설 설치 및 관리에 관한 법률(소방시설법)은 국가유산에 자동소화설비를 설치하도록 의무화하고 있지 않다. 소화전이나 경보설비 등 기본적인 소방시설에 대한 규정은 있지만, 자동소화설비에 관한 명확한 기준이나 설치 요건은 빠져 있다.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문화유산 특성상 자동소화설비를 무리하게 설치하기 어렵다는 주장도 나온다. 목조 건축물에 설비를 설치하는 과정에서 구조를 훼손하거나 외관을 해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그럼에도 전문가들은 목조 건축물의 특성을 고려할 때 초기 화재 진압이 결정적이라며, 자동화 설비 도입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김동현 전주대 문화재방재연구소장은 “수동 소화설비는 연결과 작동에 시간이 걸려 화재 발생 직후 골든타임을 놓치기 쉽다”며 “목조 문화유산에는 맞춤형 자동소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백민호 국가유산방재학회장은 “문화유산은 관리와 예방이 생명”이라며 “정기 점검과 함께 자동소화설비 등 다단계 대응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서지원 기자 wish@donga.com}

16일 오후 인천 서구 검단의 한 사거리. 차량용 신호등은 빨간불, 보행자 신호등은 녹색불인데 대형 화물차가 일시정지도 안 하고 ‘쓱’ 비보호 우회전을 했다. 그러자 뒤에 따라오던 다른 대형 화물차 한 대도 똑같이 일시정지를 하지 않고 우회전을 했다. 15분 뒤에 나타난 또 다른 화물차는 방향지시등도 안 켜고 비보호 우회전을 했다. 우회전 시 일시정지가 시행된 지 3년이 지났지만 동아일보 교통기획팀이 살펴본 현장에서는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었다. 특히 보행자와 사고 시 심각한 인명 피해가 발생하는 대형 화물차는 일시정지를 지키는 경우를 오히려 찾아보기 힘들었다. 일반 승용차가 비보호 우회전을 하다가 사고를 낸 경우와 대형 화물차가 같은 사고를 낸 경우를 비교하면 후자의 사망률이 2배 이상으로 높았다.● 대형 화물자 15대 중 13대 일시정지 위반 경찰에 따르면 전방의 차량용 신호등이 ‘빨간불’일 땐 우회전하기 전 무조건 일시정지를 해야 한다. 이후 횡단보도에 보행자가 있으면 또 한 번 일시정지 해야 한다. 보행자가 없는 게 확인된 뒤 천천히 우회전할 수 있다. 차량용 신호등이 ‘녹색불’이라면 우측 횡단보도에 보행자가 있으면 일시정지 하고, 없을 땐 일시정지 하지 않고 천천히 우회전하면 된다. 이날 취재팀은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전문가와 함께 화물차 우회전 교통사고가 빈번한 인천 검단 지역 사거리 3곳을 2시간 동안 다니며 점검했다. 그 결과 덤프트럭 등 대형 화물차 15대 중 13대는 일시정지를 해야 하는 상황에서도 멈춤 없이 그냥 우회전을 했다. 초등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 이모 씨(46)는 “아들이 둘인데 자전거를 타거나 걸어서 등하교를 한다. 공사 현장 화물차는 운전석도 엄청 높이 있고 사각지대도 많아 보여서 아이들을 못 보고 그냥 우회전을 하다 사고를 낼 것 같다”고 우려했다. 실제 운전석 위치가 높은 대형 화물차는 일반 승용차에 비해 사각지대가 넓다. 박요한 삼성교통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일반 승용차는 운전자 눈높이가 1.2m 정도에 불과하지만, 대형 화물차는 2.3∼2.6m”라며 “일시정지 하지 않고 우회전을 하다간 아이들을 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한국도로교통공단 분석 결과 대형 화물차의 경우 운전자 시선에서 오른쪽 시야 사각지대가 일반 승용차보다 2배가량 길다. 14t 이상 화물차의 우측 사각지대는 길이로 8.3m지만, 승용차는 4.2m 정도다. 키 140cm 어린이가 대형 화물차 오른쪽에서 2.4m 이내에 서 있으면 운전자가 못 볼 가능성이 크다. ● 작년 30명 숨져… “감지 장치 등 도입 필요”경찰청에 따르면 화물차가 우회전하다 교통사고로 보행자가 숨진 경우는 2020년 35명, 2021년 32명, 2022년 24명, 2023년 24명, 지난해 30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전체 우회전 교통사고의 사망률은 0.6%였지만, 화물차 우회전 사고 사망률은 1.5%였다. 같은 기간 우회전 교통사고로 숨진 106명 중 30명(28%)은 화물차 사고였다. 이달 10일에도 횡단보도를 건너던 70대 여성이 우회전하던 덤프트럭에 치여 숨졌다. 3월에는 경기 김포시에서 횡단보도를 건너던 자전거와 우회전하던 25t 화물차가 부딪쳐 70대 노인이 숨졌다. 전문가들은 강력한 단속뿐만 아니라 기술 도입을 통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화물차가 방향지시등을 켰을 때 보행자가 다가오면 차량 카메라로 이를 감지해 경고음을 울리는 ‘사각지대 감지 장치’가 거론된다. 한국교통안전공단이 경기, 전북 등 일부 지역에서 시범 도입 사업을 한 결과 우회전 시 일시정지 횟수가 늘었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화물차 우회전 사고가 잦은 이유는 사각지대 때문인데, 감지 장치는 이를 상당 부분 해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가 사각지대 감지 장치 도입 지원 확대와 함께 보행자들에게도 우회전 차량으로부터 2m 이상 거리를 유지하도록 하는 홍보를 병행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우회전할 때 보행자를 인식하고 제동을 거는 첨단운전자지원시스템(ADAS) 중 하나인 비상자동제동장치(AEB) 기술을 개발하고 화물차에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 외에도 일본은 사고 위험성이 높은 지역에선 교차로에 ‘도마레(일시정지)’ 표시를 해두고, 3초 이상 멈춰 있도록 시간을 규정한다. 만약 이를 위반하다 적발될 경우 9000엔(약 8만4900원)의 벌금을 내야 하는데, 이를 국내에 적용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조준한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일본에선 골목길 등에 주로 ‘도마레’ 표지판이 설치돼 있다”며 “골목길 우회전 사고를 줄이는 데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말했다. 우회전 사고가 잦은 지역에 우회전 전용 신호등을 늘리는 방안도 거론된다. 최재원 한국도로교통공단 연구 교수는 “사고가 잦은 지역에 우선적으로 우회전 신호등을 설치해야 한다”며 “보행자 신호등이 차량 신호등보다 3초 정도 빨리 바뀌게 하는 방법도 검토할 만하다”고 제안했다. 보행자가 이미 길을 건너고 있으면 운전자가 알아차리기 쉽고, 사고 위험도 줄어들 것이라는 판단이다.400개로 늘린다던 우회전 전용 신호등, 전국 327개뿐부산 105개-서울은 7개 차이 커대전 충북 등서 사망 사고 잇달아비보호 우회전 사고를 막기 위해서는 우회전 전용 신호등을 늘려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정부는 이를 400개로 늘리겠다고 했지만 현재 327개에 그치고 있다.29일 경찰청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기준 전국에 설치된 우회전 신호등은 327개로 집계됐다. 전국에 설치된 신호등(6만5779개) 가운데 단 0.5%만이 우회전 신호등이다. 지난해 국토교통부는 ‘2024년 교통사고 사망자 감소 대책’을 발표하며 우회전 사고 다발 구간에 우회전 신호등을 설치하겠다고 발표했다. 당시 국토부는 전국의 우회전 신호등을 지난해 400개까지 늘리겠다고 했지만 아직 목표치를 채우지 못했다. 우회전 신호등이 설치되면 교차로에서 신호를 받아야 우회전이 가능하다.지역별 설치율도 차이가 크다. 부산에선 우회전 신호등이 105개 설치됐지만 서울에는 7개뿐이다. 세종과 전북에는 각각 1개씩만 설치됐다. 지난해 세종에서는 114건, 전북에서는 353건의 우회전 교통사고가 발생했다. 대전은 3개, 충북과 충남은 각각 4개에 불과했다. 지난해 대전에서는 3명, 충북에서는 4명, 충남에서는 9명이 우회전 사고로 숨졌다.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우회전을 할 때 언제 일시정지를 해야 하는지 헷갈려하는 운전자가 생각보다 많다”며 “우회전 신호등을 설치하면 이런 혼란을 줄여 일시정지를 자연스럽게 유도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조준한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수속연구원은 “보행자나 교통량이 많은 지역 등에는 우선적으로 우회전 신호등을 설치해야 한다”며 “어린이 보행자 등에겐 우회전 차량 운전자와 눈을 마주친 뒤 신호등을 건너는 교육 등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공동 기획: 행정안전부 국토교통부 경찰청 소방청 서울시 한국교통안전공단 손해보험협회 한국도로공사 한국도로교통공단 한국교통연구원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교통 문화를 개선하기 위해 독자 여러분의 제보와 의견을 e메일(lifedriving@donga.com)로 받습니다.특별 취재팀▽팀장 이상환 사회부 기자 payback@donga.com▽김보라(국제부) 김수연(경제부) 박종민(산업1부) 서지원(사회부) 오승준(산업2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