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윤종

유윤종 기자

동아일보 문화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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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음악 분야를 전담하고 있습니다. '푸치니:토스카나의 새벽을 무대에 올린 오페라의 제왕' '클래식, 비밀과 거짓말' 등의 책을 썼습니다.

gustav@donga.com

취재분야

2024-04-23~2024-05-23
음악57%
인사일반17%
문학/출판13%
칼럼10%
문화 일반3%
  • [유윤종의 클래식感]슈트라우스가 유대인 작가에게 보인 ‘인간에 대한 예의’

    7일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축제극장의 ‘모차르트의 집’에서 글루크의 오페라 ‘오르페오와 에우리디체’를 감상했다. 감흥으로 두근거리는 가슴을 안고 극장 앞 막스 라인하르트 거리로 나오자 거리 끝 동쪽의 잘츠부르크 대성당이 조명을 받아 빛나고 있었다. 5년 전 이 극장 바로 위 ‘츠바이크의 집’에서 밤의 대성당을 내려다본 기억이 떠올랐다. 소설가 겸 극작가 슈테판 츠바이크(1881∼1942)도 모차르트가 유아세례를 받은 이 성당을 매일같이 바라보았을 것이다. 그의 숨결이 느껴지는 거리에서 츠바이크와 역시 오스트리아의 문인이었던 후고 폰 호프만스탈(1874∼1929), 독일 작곡가 리하르트 슈트라우스(1864∼1949)라는 세 천재를 떠올렸다.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은 제1차 세계대전이 독일과 오스트리아의 패전으로 끝난 직후인 1920년 호프만스탈과 슈트라우스, 공연기획자 막스 라인하르트의 주도로 창립됐다. 오늘날도 매년 축제 개막일이면 대성당 앞에서 행진이 펼쳐지고 호프만스탈의 연극 ‘예더만’이 공연된다. 츠바이크는 전쟁 중에 잘츠부르크로 이사해 살고 있었다. 축제의 창립에 관여하지 않았던 츠바이크는 자서전인 ‘어제의 세계’에 이렇게 적었다. “군주들, 백만장자, 영화배우, 음악애호가, 예술가들이 잘츠부르크에 모여들었다. (…) 언덕 위의 우리 집은 유럽의 집이 되었다. 로맹 롤랑과 토마스 만이 묵었고 문인 호프만스탈, 조이스, 베르펠, 발레리, 슈니츨러와 음악가 라벨, 슈트라우스, 베르크, 발터, 버르토크가 나의 손님이 되었다.” 자서전 앞부분에서 츠바이크는 호프만스탈에 대해 ‘우리를 매혹시키고, 도취시키고, 감격시킨 한 사람, 단 한 번의 기적적 현상’이라고 적었다. 필명으로 데뷔하며 오스트리아 전 문단을 주목하게 만든 호프만스탈이 십대 소년의 모습으로 나타나자 사람들이 경악했다는 일화도 곁들였다. 호프만스탈은 슈트라우스의 오페라 ‘장미의 기사’ ‘낙소스섬의 아리아드네’ 등 여섯 편의 대본을 쓰며 ‘황금 콤비’를 이룬 작가이기도 했다. 그가 세상을 떠나면서 대본 작가를 잃은 슈트라우스는 츠바이크에게 다음 작품의 대본을 의뢰했다. 두 사람이 오페라 ‘말없는 여인’을 작업 중이던 1933년 히틀러의 나치가 독일의 정권을 장악했다. 옆 나라 오스트리아에 살던 츠바이크는 유대인이었다. 슈트라우스는 ‘대본 작가의 이름을 밝힌 가운데’ 이 작품을 초연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고, 히틀러는 예외를 허용할 수밖에 없었다. 단 두 번 공연 뒤 츠바이크의 표현을 빌리면 ‘번갯불이 하늘에서 번쩍였다’. 이후 공연들은 취소되고 슈트라우스는 ‘독일제국음악성’ 대표직에서 해임됐다. 슈트라우스가 츠바이크에게 보낸 편지가 경찰에게 압수된 것이다. “내가 ‘순수’ 독일인이라는 생각을 가진다고 생각하십니까? 모차르트가 작곡을 하면서 ‘나는 아리아인’이라고 생각했겠습니까? 내게는 두 가지 사람만 있을 뿐입니다. 재능 있는 사람과 재능 없는 사람이죠.” 츠바이크는 1938년 나치가 오스트리아를 병합하기 전 영국을 거쳐 브라질로 이주했고, 자서전 ‘어제의 세계’를 쓴 뒤 일본이 진주만을 폭격하면서 전쟁이 세계로 확대되자 절망 속에 스스로 삶을 정리했다. 슈트라우스는 나치 독일 치하에서 활동을 계속했다. 유대인이었던 며느리와 그 자녀들(자신의 손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나치의 요구에 응했던 것이다. 전쟁이 끝나고 3년 뒤인 1948년, 그는 뮌헨의 ‘탈나치화 법정’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고 다음 해 세상을 떠났다. 한때 ‘나치 협력자’라는 비난의 시선을 받았지만 슈트라우스가 다시 여러 나라에서 사랑받는 작곡가로 지위를 회복한 점은 한때 ‘파시스트가 사랑한 작곡가’로 비난받았던 이탈리아 작곡가 오토리노 레스피기(1879∼1936)와도 비슷하다. 그는 파시스트의 어떤 공직도 맡지 않았으며 반파시스트인 지휘자 토스카니니가 시위대의 공격에 둘러싸이자 앞장서서 그를 구출했다. 관현악의 표현적 기능을 최고로 발휘한 작곡가였다는 점 외에도 슈트라우스와 레스피기에게 공통된 점은 권력의 압력 속에서 보인 ‘인간에 대한 예의’였다. 츠바이크와 토스카니니가 각각 남긴, 두 사람에 대한 감사가 이를 뒷받침한다.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3-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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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기후변화 막을 거대한 ‘탄소 저장고’… 그냥 두실 건가요?

    올해 여름 지구는 많이 아팠다. 앞으로도 좋은 소식들이 기다리지는 않을 듯하다. 어떻게 할 것인가. 탄소 배출 억제에 대한 얘기는 많이 들었다. 한데 이미 대기에 퍼진 이산화탄소는 어떻게 해야 할까. 미국 환경운동가이자 다큐멘터리 영화감독인 저자는 희망적인 소식을 전한다. 탄소를 잡아 땅속에 넣어두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자연은 이미 오랫동안 그 일을 해왔다. 건강한 토양 생태계에서 식물과 미생물들은 탄소를 포집해 격리시킨다. 탄소는 토양 깊숙이 유기 미네랄 복합체의 형태로 퇴적되고 저장된다. 숫자로 들여다보자. 인간은 1만 년 전 농업의 탄생 이래 500기가t(5000억 t)의 이산화탄소를 대기 중으로 배출했고 오늘날 해마다 탄소 4.3기가t을 배출한다. 지구의 토양은 1500기가t의 탄소를 함유하고 있으므로 땅속 탄소를 해마다 0.4% 증가시킬 수 있다면 6기가t의 탄소를 땅속에 저장할 수 있다. 즉,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줄여 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탄소 배출 증가는 지구온난화 측면에서만 위험한 것이 아니다. 땅이 탄소를 흡수하지 못하면 바다가 이산화탄소를 빨아들인다. 바다에서 이산화탄소는 탄산으로 바뀌어 바닷물을 산성으로 만들고, 산소의 절반 이상을 생산하는 식물성 플랑크톤을 죽인다. 더운 지구와 산소 부족이라는 이중의 위기를 막기 위해서도 땅이 탄소를 붙들어 두도록 하는 것은 필수적이다.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까. 언뜻 보기에 그 방법론은 기존 농업 환경론자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옥수수나 콩 같은 단일 품종을 대량 재배하기 위해 땅을 갈아엎거나 제초제와 살충제를 대량으로 사용하는 일을 막아야 한다. 땅 위를 여러 종의 식물들로 계속 덮어줘야 하고 맨땅으로 내버려 두지 말아야 한다. 그 목적은 ‘건강한 먹거리 공급’에 그치지 않는다. 토양 위에는 여러 식물이 함께 자라면서 대기에서 이산화탄소를 끌어들여 땅속으로 보낸다. 땅속에서는 미생물이 이 탄소를 사용해 토양 안에 물을 저장하는 미세한 공간들을 만든다. 동일 작물을 더 많이 생산하기 위해 제초제와 농약을 쏟아붓는 농법은 이 생태계를 파괴해 왔다. 이 생태계를 복원하는 농법을 사용하면 최선의 경우 2040년경부터는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줄여 나갈 수 있다는 것이 저자의 핵심 주장이다. 책과 같은 제목의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기 위해 찾아다닌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자연식품 박람회, 캘리포니아 일대의 재생 농업 농장, 유명 레스토랑 등의 르포가 현장감을 더한다. 이 책을 읽는 독자 대부분은 농부가 아니다. 저자는 도시에 사는 사람도 기후 변화를 역전시키는 ‘초보 혁명가’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책 말미에 실린 ‘초보자 안내서’의 지침을 요약하면 이렇다. “채소를 더 많이, 고기와 가공식품을 적게 섭취하라. 가공식품으로 가득한 냉장고를 정리하라. 일주일 치 음식을 계산하라, 부엌에 있는 감미료를 바꿔라, 음식 찌꺼기를 퇴비로 만들라, 가족이 함께 도시락을 싸라, 모든 음식은 성스럽다는 것을 기억하고 용서와 감사를 실천하라.”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3-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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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예술의전당 달굴 늦여름의 음악축제

    올해로 세 번째를 맞는 서울 예술의전당 여름음악축제가 22∼27일 예술의전당 음악당 내 콘서트홀, IBK챔버홀, 리사이틀홀 등 3개 공간에서 열린다. 공연예술경영협회가 함께 주최하는 올해 이 축제에서는 바이올리니스트 빅토리아 물로바, 피아니스트 백건우 등 유명 연주자들의 6개 공연과 치열한 공모를 거쳐 선발된 연주자들의 10개 공연이 펼쳐진다. 예술의전당 인춘아트홀에서 17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올해 축제 조직위원장을 맡은 김민 코리안챔버오케스트라 음악감독은 “팬데믹 국면에서 열린 지난 두 차례 축제는 공모를 통해 국내 연주자들에게 기회를 줬다. 내년 이후엔 본격적인 여름 국제 음악축제로 발돋움하려 하기에 이를 위해 올해 축제는 ‘투 트랙’으로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서고우니 예술의전당 공연예술본부장은 “나이 등의 제한을 두지 않고 프로그램 구성은 연주자에게 맡기되 다양한 성격의 공연이 어우러질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콘서트홀에서 22일 열리는 개막 콘서트와 27일 같은 곳에서 열리는 폐막 콘서트는 안토니오 멘데스가 SAC 페스티벌 오케스트라를 지휘한다. 개막 콘서트에서는 말러 교향곡 중 가장 인기 있는 교향곡 5번을, 폐막 콘서트에서는 백건우가 협연하는 모차르트 피아노협주곡 26번 ‘대관식’과 올해 탄생 150주년을 맞은 라흐마니노프의 교향곡 2번을 연주한다. 지휘자 멘데스는 “세계 최고 오케스트라에서 활약하는 멤버들이 고국에 모여 연주에 참여하는 모습이 인상 깊다. 각각 다른 오케스트라들이 가진 열정에서 시너지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며 “여러 도전이 기다리겠지만 여기서 조화로움을 끌어내는 것도 내게 좋은 경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23일엔 피아니스트 백건우가 바이올리니스트 최송하, 첼리스트 문태국 등과 함께하는 실내악 무대 ‘스페셜 스테이지 위드 백건우’가 콘서트홀에서 열린다. 러시아 출신으로 바로크에서 오늘날의 창작음악까지 권위 있는 해석을 선보여온 바이올리니스트 빅토리아 물로바는 26일 콘서트홀에서 브람스 바이올린 소나타 1, 3번 등을 들려준다. 콘서트홀에서 25일 열리는 프랑스 명문 3중주단 ‘트리오 반더러’ 콘서트, IBK챔버홀에서 26일 열리는 트리오 가온(피아노 김태형, 바이올린 이지혜, 첼로 사무엘 루츠커) 리사이틀도 눈길을 끈다. 공모 선발 공연도 ‘무명 신인 무대’에 머무르지 않는다. IBK챔버홀에서 23일 열리는 ‘프로젝트 띵’ 콘서트 ‘tHinG’는 서울대 교수인 거문고 연주자 허윤정과 피아니스트 박종화가 러시아 작곡가 세르게이 프로코피예프의 손자인 가브리엘 프로코피예프의 ‘더 띵’을 세계 초연한다. 24일 IBK챔버홀 무대에서는 바로크 첼리스트 강효정, 리코더 연주자 권민석, 테오르보(낮은 음을 낼 수 있는 류트족 악기) 연주자 윤현종이 출연하는 알테무지크 서울의 ‘비발디의 사계, 우리들의 사계’ 콘서트가 열린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3-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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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독주에서 8인 앙상블까지… 첼로의 모든 것 선뵌다

    “독일 크론베르크 첼로 페스티벌이나 네덜란드 첼로 비엔날레 암스테르담 같은 세계적 축제로 키워 나가고 싶습니다.”(홍채원 모스틀리 첼로 페스티벌 음악감독) 두 해째를 맞는 ‘모스틀리 첼로 페스티벌’이 서울 중구 서소문성지역사박물관 콘솔레이션 홀에서 22일 막을 올린다. ‘산티(Santi)의 낮과 밤’이라는 제목으로 22일 첼리스트 산티아고 카뇬발렌시아 무반주 리사이틀, 24일 카뇬발렌시아와 피아니스트 김태형의 듀오 리사이틀, 26일 피날레 ‘메신저’ 등 세 차례 공연을 펼친다. 올해 페스티벌의 주인공 격인 산티아고 카뇬발렌시아(28)는 콜롬비아 보고타 출신의 스타급 첼리스트. 현악 전문지 스트라드가 “기술적으로 완벽하다. 작곡가의 특징을 완벽히 꿰뚫는 연주자다”라고 찬사를 보냈다. 2018년 첼리스트 슈터르케르 야노시(야노스 슈타커)를 기리는 슈타커 재단 상을 받았고 이듬해 차이콥스키 국제 콩쿠르 2위와 청중상을 수상했다. 첼리스트일 뿐 아니라 작곡가, 화가, 사진작가로 많은 팬을 거느린 특이한 이력의 전방위 아티스트이기도 하다. 첫날인 22일 카뇬발렌시아 무반주 리사이틀에서는 바흐 무반주 첼로 모음곡 2번과 바흐 ‘샤콘’ 첼로 편곡판, 카뇬발렌시아의 자작곡인 ‘심층으로의 상승(Ascenso Hacia lo Profundo)’를 선보인다. 24일 듀오 리사이틀에선 ‘산티의 밤’이라는 제목으로 드뷔시의 첼로 소나타와 현대 에스토니아 작곡가 페르트의 ‘형제들(Fratres)’ 등을 연주한다. 마지막 날인 26일 ‘메신저’는 카뇬발렌시아와 심준호 임재성 김민지 이경준 이호찬 이길재 박건우 홍채원 윤설 등 국내 첼리스트 9명이 함께 하는 무대다. 퀸 엘리자베스 국제 콩쿠르 입상자인 윤설이 아르메니아 작곡가 쿠도의 독주곡을 연주하는 것을 시작으로 터키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 파즐 사이, 아르메니아 작곡가 아담 후도얀, 불가리아 작곡가 율리아 타바코바, 우크라이나 현존 대표 작곡가 실베스트로우 등의 동시대 작품들이 펼쳐진다. 마지막에 라벨의 ‘쿠프랭의 무덤’을 첼리스트 8명이 함께 연주한다. 홍채원 음악감독은 “지금 전쟁으로 고통받고 있는 우크라이나와 지진 피해를 입은 튀르키예 등 위로의 손길이 필요한 나라들의 음악을 중심으로 하면서 세계 음악의 중심에서 한발 떨어진 다양한 문화권의 작품들로 프로그램을 구성했다”고 밝혔다. 전석 5만 원.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3-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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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스마트폰은 잠시 끄고, 밤하늘 보며 감탄했던 그때로

    “우리는 외롭고, 삶의 의미를 모르고 과중한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들이 벌이는 디지털 생존 경쟁으로 미쳐버린 세상에 살고 있다. 사람들은 ‘켜져’ 있고 연결되어 있지만 재충전은 허용되지 않는다.” 신경심리학자로서 2016년 어린이들의 화면 중독을 경고한 책 ‘Glow Kids’로 미국 사회에 경종을 울린 저자가 이번에는 유튜브와 소셜미디어로 둘러싸인 청년과 성인 모두에게 경고장을 냈다. 뭐가 문제라는 걸까. 저자의 진단이 아주 놀랍거나 새롭지는 않다. 거대 기술기업들의 플랫폼은 중독성을 염두에 두고 설계됐다. 사용자는 조회 수나 ‘좋아요’ 수에 일희일비하고, 보상을 받으면 더 빠져들며, 우울함을 느끼면 그런 감정에서 탈출하기 위해 더욱 디지털 세상으로 도피한다. 저자의 표현을 빌리면 ‘디지털 마약’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는 사정을 더 악화시켰다. 코로나 기간 원격 활동이 삶의 다른 표준이 됐고, 디지털 화면을 보며 지내는 시간은 두 배로 늘었다. 고립적인 생활 방식은 우울함을 자극하고 사람들은 더 많은 디지털 마약을 사용한다. 디지털 플랫폼은 끝없이 반복적으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한번 빠져들면 일상적인 활동이나 상황은 지루하게 느끼게 된다. 대뇌의 쾌락 제동 시스템이 손상되는 것이다. 여기서 받는 보상은 마약과 마찬가지로 신기루에 불과하다. 소셜미디어에서 사람들은 과도하게 비교당한다. 타인들은 행복하지만 ‘내’ 인생은 그렇게 멋지지 않다고 느낀다. 자살 충동을 느낀 10대 중 영국 소셜미디어 사용자의 13%와 미국 사용자의 6%가 그 계기로 인스타그램을 지목했다. 디지털 중독은 개인을 넘어 사회에도 악영향을 끼친다. 이미 본 것과 연관된 내용을 반복 노출하는 유튜브와 소셜미디어의 알고리즘은 사용자를 더 극단적인 콘텐츠로 몰고 가 계속 참여하게 만든다. 사용자가 이미 가진 생각을 더욱 강화하는 확증 편향 시스템이 작동하는 것이다. 이슬람 수니파 극단주의 테러단체인 이슬람국가(IS)의 영상을 반복 시청하다 살인을 저지른 미국 청년 코리 존슨의 경우는 그 일부일 뿐이다. 이런 경향은 사회 전반의 분열과 대립을 강화한다. 저자가 더욱 우려하는 것은 디지털 거대 기업들에 수익 극대화를 넘은 어마어마한 목표가 있다는 점이다. “기술 억만장자들은 세상을 지배하고 우리가 보는 것, 사고방식, 사는 방법까지 통제하려 한다.” 이들은 우리의 행동과 데이터를 수집해 인류를 통제하고 나아가 불멸에 이르려는 ‘신(神) 콤플렉스’를 갖고 있다는 진단이다. “오늘날 인간의 마음은 전쟁터이고, 거대 기술기업은 이 전쟁터를 지배하기 원한다.” 이 무한루프에서 어떻게 탈출할 수 있을까. 그리스계 미국인인 저자는 ‘그리스식 해법’을 주문한다. “소크라테스와 플라톤은 밤하늘을 올려다보고 감탄하는 법, 존재의 본질과 인간이 자신의 역할을 고찰하는 법을 가르쳤다.” 저자는 고대인이 강조한 ‘철학자 전사 예술가’의 속성, 즉 지혜와 이성과 분별, 용기와 명예, 창조력을 회복하자고 주문한다. 동아시아에 사는 우리로서는 고대 동양의 현인들로부터도 그런 지혜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저자는 청년기에 뉴욕에서 여러 유명 나이트클럽을 운영했으나 중독 문제를 겪고 혼수상태에서 살아나는 등 여러 경험을 겪은 뒤 중독 전문가로 변신했다. 원제 ‘디지털 광란(Digital Madness·2022년)’.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3-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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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름밤 식힐 ‘클래식 레볼루션’… 올해 주제는 ‘레너드 번스타인’

    “음악을 이해하기 위해 음정이나 화음 등 많은 걸 알아야만 하는 건 아니죠. 멋진 점은, 음악이 줄 수 있는 다양한 감정에는 한계가 없다는 겁니다.”(레너드 번스타인) 서울 롯데콘서트홀 여름 음악축제 ‘클래식 레볼루션’의 올해 주제는 작곡가로, 지휘자로 20세기 음악에 뚜렷한 발자국을 남긴 레너드 번스타인(1918∼1990)이다. 서울시립교향악단과 KBS교향악단 등 7개 교향악단이 참여하는 오케스트라 콘서트 7개와 2개의 실내악 콘서트를 11일부터 20일까지 펼친다. 올해 예술감독은 최근 지휘자로 활동 영역을 넓혀온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클라리넷 수석 안드레아스 오텐자머가 맡았다. 번스타인은 지휘자로서 1957∼1969년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음악감독으로 활동했다. CBS와 도이체 그라모폰 등의 레이블로 방대한 녹음을 남겼고, 교향곡 작곡가 구스타프 말러 붐을 이끌었다. 뮤지컬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등 많은 작품으로 예술성과 흥행 모두를 성취한 작곡가이자 ‘청소년 음악회’ 시리즈로 유명한 음악교육가, 음악이론가이기도 했다. 오텐자머는 “클래식 레볼루션은 이름처럼 전통과 혁신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축제다. 이런 정신을 대표하는 인물로 레너드 번스타인을 올해 주제로 정했다”고 밝혔다. 11일 개막 공연은 오텐자머가 지휘하는 서울시향이 번스타인 ‘캔디드 서곡’을 시작으로 드보르자크 교향곡 9번 ‘신세계에서’ 등을 연주하며, 대만 출신 바이올리니스트 레이 첸이 브람스 바이올린 협주곡을 연주한다. 축제 기간 피아니스트 윤홍천 신창용, 바이올리니스트 에스더 유와 조진주, 첼리스트 한재민, 플루티스트 김유빈, 소프라노 황수미가 협연 무대를 갖는다. 번스타인의 작품으로는 그가 작곡한 뮤지컬 유명 넘버와 지금까지 소개될 기회가 적었던 ‘세레나데’ ‘녹턴’, 교향곡 2번 ‘불안의 시대’ 등이 소개된다. 19일 폐막 공연에서는 KBS 교향악단이 지중배 지휘로 드보르자크 교향곡 7번과 윤홍천이 협연하는 브람스 피아노 협주곡 2번을 선보인다. 실내악 공연(14, 15일) 3만∼6만 원, 오케스트라 공연 3만∼9만 원.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3-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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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극장 vs 대극장… 푸치니의 ‘투란도트’ 두 가지 색으로 온다

    “아무도 잠들지 말라, 아무도 잠들지 말라!/오 공주여, 그대도 차가운 방 안에서/사랑과 희망으로 떠는 별들을 보고 있으리…”(‘투란도트’ 중 칼라프 왕자의 아리아 ‘잠들지 말라’) 내년 서거 100주기를 맞는 푸치니 최후의 오페라 ‘투란도트’가 서울 무대에 두 가지 색으로 찾아온다. 서울 예술의전당은 1000석 규모의 중극장 CJ토월극장에서 8월 15∼20일 ‘투란도트’를 공연한다. 서울시오페라단은 3000여 석 규모의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무대에 10월 26∼29일 ‘투란도트’를 올린다. 아리아 ‘잠들지 말라(Nessun dorma)’로 유명한 ‘투란도트’는 푸치니가 죽고 2년 뒤 그가 끝내지 못한 마지막 부분을 후배 작곡가 알파노가 완성해 선보인 작품. 2003년 장이머우(張藝謀) 감독의 연출 버전으로 서울 마포구 월드컵경기장에서 공연돼 흥행 대성공을 거두었고 2009년 한 설문조사에서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오페라’에 선정되기도 했다. 푸치니 특유의 ‘희생의 히로인’인 시녀 류와 바그너 식 ‘초월의 히로인’ 투란도트 공주, 두 여성 주역이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예술의전당이 CJ토월극장에서 공연하는 ‘투란도트’는 투란도트 역에 소프라노 이승은 김은희, 그와 결혼하기 위해 수수께끼 풀이에 도전하는 칼라프 왕자 역에 테너 이범주 이다윗, 류 역에 소프라노 김신혜 신은혜가 출연한다. 홍석원 광주시립교향악단 예술감독이 지휘봉을 들고 코리아쿱오케스트라가 반주를 맡는다. 연출가 표현진은 “무대 위에서 위아래로 움직이는 거대한 황금 지붕, 태양과 달, 12지신으로 표현된 궁중 인물들의 화려한 의상 등 볼거리가 많은 무대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4만∼9만 원. 서울시오페라단이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하는 ‘투란도트’는 연극, 창극, 마당놀이, 2002 월드컵 개막식 등 다양한 장르에서 활약해 온 연출가 손진책의 오페라 데뷔 무대로 관심을 끈다.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등 세계 최고의 무대에 서 온 테너 이용훈을 비롯해 테너 신상극 박지응이 칼라프 역으로, 소프라노 이윤정 김라희가 투란도트 역으로, 소프라노 서선영 박소영이 류 역으로 출연한다. 이용훈은 영국 런던 로열 오페라, 오스트리아 빈 국립 오페라와 독일 베를린 도이체오퍼 등에서 테너 주역으로 활약해 왔지만 국내 오페라는 이번이 데뷔 무대다. 그는 2021∼2022시즌 호주 오페라와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에서 ‘투란도트’에 칼라프로 출연했으며 독일 드레스덴 젬퍼오퍼의 ‘투란도트’에도 출연할 예정이다. 서울시오페라단은 “이용훈의 한국 오페라 무대 출연을 위해 그동안 여러 시도를 했지만 일반적으로 3년 전에 스케줄을 확정하는 세계 오페라 프로덕션 특성상 성사되지 못했다”며 “이번에 최고의 리리코 스핀토(서정적이고도 강렬한) 테너로 꼽히는 이용훈의 매력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5만∼15만 원.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3-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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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판 올스타 오케스트라’… 올해도 잠실 뜨겁게 달군다

    ‘오케스트라의 올스타 팀.’ 세계 톱클래스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여름마다 화음을 맞추는 스위스의 루체른 페스티벌 오케스트라를 일컫는 별명이다. ‘한국판 올스타 오케스트라’ ‘한국판 루체른 페스티벌 오케스트라’로 불리는 ‘고잉홈 프로젝트’가 두 해째 축제를 연다. 8월 1∼3일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신세계’ ‘볼레로: 더 갈라’ ‘심포닉 댄스’ 등 세 프로그램으로 청중을 만난다. 지난해 시작한 고잉홈 프로젝트에는 해외 40여 개 오케스트라에서 활동하는 음악가들이 자발적으로 모인다. 한국인 연주자 외 한국 오케스트라 활동 등 한국과 인연이 깊은 연주자들도 함께한다. 유럽 등 세계 대부분의 지역에서 정기공연이 없는 여름 시즌을 택해 연주를 한다. 2018년 평창대관령음악제에 처음 모인 평창페스티벌오케스트라가 계기가 됐다. 첼리스트 김두민, 플루티스트 조성현, 호르니스트 김홍박, 클라리네티스트 조인혁이 팔을 걷어붙여 프로젝트를 이뤄냈다. 올해 첫 공연인 8월 1일 ‘신세계’는 지난해 첫날 공연 ‘봄의 제전’처럼 지휘자 없이 연주한다. 단원들이 곡 해석을 의논하면서 리허설 하고 바이올리니스트 스베틀린 루세브가 악장을 맡는다. 번스타인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중 ‘심포닉 댄스’와 피아니스트 손열음이 협연하는 거슈윈 ‘랩소디 인 블루’, 드보르자크 교향곡 9번 ‘신세계’ 등 신세계(미국)에서 작곡된 작품들로 꾸민다. 드보르자크 교향곡 ‘신세계’는 2악장 주선율이 ‘꿈속의 고향(going home)’이란 노래로 편곡돼 사랑받고 있다. ‘고잉홈’이란 프로젝트 이름과 맞는 선곡이다. 2일 ‘볼레로: 더 갈라’는 지난해 같은 제목으로 열린 콘서트처럼 단원들이 솔리스트로 등장하는 협연 무대다. 그리그의 ‘심포닉 댄스’를 시작으로 모차르트 호른 협주곡 3번(김홍박 협연), 로시니 바순 협주곡(유성권 협연), 메르카단테 플루트 협주곡(조성현 협연), 드뷔시 ‘첫 번째 랩소디’(조인혁 클라리넷 협연), 쇼스타코비치 첼로 협주곡(김두민 협연) 등을 선보인다. 3일 ‘심포닉 댄스’에서는 1부에서 호주 작곡가 나이절 웨스트레이크의 오보에 협주곡 ‘스피릿 오브 더 와일드’를 함경의 오보에 협연으로 한국 초연하고, 후반부에는 올해 탄생 150주년과 서거 80주년을 맞이한 라흐마니노프의 ‘심포닉 댄스’를 우크라이나 태생 지휘자 발렌틴 우류핀 지휘로 연주한다. 첫날과 둘째 날 공연에 각각 번스타인과 그리그의 ‘심포닉 댄스’가 있으므로 ‘심포닉 댄스’는 올해 공연 전체를 묶는 키워드이기도 하다. 3만∼12만 원.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3-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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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윤종의 클래식感]푸치니가 ‘투란도트’에서 표현한 민중의 모습은

    2003년, 서울 마포구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푸치니 오페라 ‘투란도트’ 야외공연의 감흥은 지금도 새롭다. 이 공연 이전 중국 자금성 특설무대부터 같은 공연을 펼쳐 세계인의 화제를 낳았던 장이머우(張藝謀) 감독의 육중한 영웅적 미학은 듣던 대로 대단했다. 가장 마음 깊이 다가온 것은 작품 속 군중의 처리였다. 검은 옷을 입은 군중은 거대한 무대에서 모이고 흩어지며 장관을 이뤘다. “그래, 이것이 푸치니가 생각한 군중이겠지.” ‘투란도트’는 1924년, 푸치니의 죽음과 함께 미완성으로 남은 오페라다. 다른 작곡가가 마지막 부분을 완성해 1926년 초연했다. 이 작품에서 푸치니와 그의 대본작가들은 이제껏 없던 캐릭터를 창조했다. 이 오페라의 시작부터 이 캐릭터를 부르는 호명(呼名)으로 시작한다. 그것은 베이징의 군중(Popolo)이다. 거의 모든 오페라에는 합창이 나온다. 그러나 대부분의 장면에 맞춰 다양한 역할로 분(扮)할 뿐이지, ‘군중’이라는 단일한 역할을 맡지는 않는다. 그렇다면 ‘투란도트’ 속 군중은 어떤 성격을 가진 캐릭터일까? 그들은 지배질서에 의해 핍박과 고통을 받는다. 명령 한마디로 하룻밤 잠까지 박탈당하면서 죽음의 위협을 받는다. 관리들이 채찍을 휘두르거나 밀칠 때마다 비명과 한숨을 내뱉는다. 한편으로 이 군중은 기존 질서의 도전자에게 자신들의 꿈을 투사하고 성원을 보낸다. 투란도트 공주의 수수께끼 풀기에 도전한 칼라프 왕자에게 보내는 그들의 응원이 그렇다. 그러나 희생 제물을 찾는 순간 그들은 한순간에 표변해 지배질서와 함께 희생자를 박해한다. 칼라프 왕자의 이름을 아는 시녀 류를 투란도트 공주가 찾아내자 군중은 투란도트 편에서 ‘젊은이의 이름을 말하라’고 압박한다. 호기심의 시선을 빛내며. 그러나 류가 스스로 목숨을 끊자 언제 그랬냐는 듯 류에게 한없는 동정을 보낸다. 한마디로 이 오페라에서 군중 또는 민중은 쉽게 변하며 쉽게 조종당하는 존재다. 왜 이렇게 그려졌을까? 20세기가 끝나던 시점, 영국 공영방송 BBC는 20세기를 민중의 세기(People’s Century)로 정의한 다큐멘터리를 반영했다. 큰 반향을 불러온 이 다큐멘터리에서 보듯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민중’ ‘인민’ ‘국민’이란 개념은 공산권과 자유진영 모두에서 긍정적인 의미를 담게 됐다. 그러나 그 이전에는 꼭 그렇지만은 않았다. 독일과 이탈리아, 스페인 등의 파시스트 진영이나 소련의 볼셰비키는 민중이 가진 힘에 주목하고 그들의 조직화에 큰 힘을 쏟았다. 그러나 그들은 민중이 쉽게 조작될 수 있다는 점을 잘 알고 있었다. 그들의 정치철학은 과두정(oligarchy)이었고 민중은 의사결정의 주체가 아니었다. 당시 민중에 대한 대표적인 시각은 파시스트가 아니었던 스페인 사상가 호세 오르테가 이 가세트(1883∼1955)가 스페인 내전 이전에 발표한 ‘대중의 반란(La rebelion de las masas·1930년)’에서도 읽어낼 수 있다. 이 책에 나타난 대중의 모습은 변덕스럽고 쉽게 휘둘리며 독립적인 사고 능력이 없는 의심스러운 존재다. 말하자면 푸치니 오페라 ‘투란도트’에 묘사된 대중은 그 시대 지식인들이 인식한 전형이었다. 오늘날 대중 또는 민중은 이보다 훨씬 주체적이고 능동적이며 합목적적이고 긍정적인 가치를 갖는 걸로 묘사된다. 그렇다면 ‘투란도트’에 묘사된, 그리고 이 가세트가 경고한, 수동적이고 비인격적이며, 쉽게 표변하고 조종당하며, 억압에 동참하기까지 하는 대중은 이제 사라진 것일까. 인류는 자신이 가짜뉴스의 생산자이면서 기존 미디어를 ‘가짜뉴스’라고 공격하는 인물이 세계 초강대국의 지배자가 되는 것을 지켜봤다. 그는 그 나라의 유력한 차기 대권 주자이기도 하다. 한편으로는 스탈린을 연상시키는 개인숭배의 그림자가 다른 초강대국에 드리워지고, 그쪽 대중의 다수가 그 체제를 지지하는 사실도 보고 있다. 서울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는 8월 15∼20일 ‘투란도트’가 공연된다. 서울시립오페라단도 10월 26∼29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투란도트’를 공연한다. 두 자리에서 푸치니의 시대와 이 시대 ‘대중’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보려 한다.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3-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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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흐 父子의 개성, 목관으로 살렸어요”

    목관 연주계의 젊은 대표주자인 플루티스트 조성현(32·연세대 교수)과 오보이스트 함경(30·핀란드 방송교향악단 종신 수석)이 명문 음반 레이블인 데카에서 듀오 음반 ‘바흐’를 내놓았다. 대(大) 바흐로 불리는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1685∼1750)와 그의 아들들인 빌헬름 프리데만 바흐(1710∼1784), 카를 필리프 에마누엘 바흐(1714∼1788)의 플루트와 오보에 작품들을 담았다. 조성현과 함경은 많은 시간을 함께했다. 두 사람은 목관5중주단 바이츠 퀸텟의 창단 멤버로 2015년 덴마크 칼 닐센 국제 실내악 콩쿠르에서 준우승에 올랐다. 베를린 콘체르트하우스 오케스트라 단원을 지낸 점도 같다. 음반 프로그램북에 실린 작곡가 손일훈과의 인터뷰에서 조성현은 빌헬름 프리데만 바흐의 ‘여섯 개의 이중주’가 앨범의 토대가 됐다고 소개했다. “프리데만의 음악은 아버지와 다른 여러 개성이 묻어나면서 다양한 색채감과 화려함이 담겨 있죠. 즉흥적, 열정적, 독창적, 역동적 등 여러 수식어가 빠짐없이 어울리는 매력적인 음악입니다.” 본디 플루트 두 대를 위한 소나타이지만 플루티스트 볼프강 슐츠와 오보이스트 한스외르크 셸렌베르거가 합주한 음반을 듣고 함경과 함께 플루트와 오보에의 이중주로 하기로 마음먹었다고 그는 밝혔다. 프리데만의 이중주 외에는 조성현이 연주한 대(大) 바흐의 플루트 솔로를 위한 파르티타 BWV 1013과 함경이 연주한 카를 필리프 에마누엘 바흐의 소나타 A단조가 실렸다. 카를 필리프 에마누엘 바흐의 소나타는 원곡이 플루트 곡이지만 오보에로 연주했다. 함경은 “바흐 가족 중에서 이 작곡가의 음악이 가장 마음에 와 닿는다. 바로크 음악과 고전주의 음악 사이에서 파격적이고 개성적인 음악을 펼친 인물”이라고 소개했다. “그의 마법 같은 음악을 최대한 자연스럽게, 마치 말하는 듯한 느낌을 살리려 했습니다.” 자연스럽고 말하는 듯하다는 점은 두 사람의 연주에서 나타나는 공통된 색감이기도 하다. 억지로 풍요한 음색을 지어내려 하지 않고 소박하면서도 자연스러운 억양을 살려낸다. 목가적(牧歌的)이라는 표현이 꼭 들어맞는다. 두 사람은 음반 발매에 앞서 5월 5일 서울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바흐 가문의 작품 외에 비발디와 헨델 등의 목관 작품으로 듀오 리사이틀을 선보인 바 있다. 함경은 8월 10일 서울 금호아트홀 연세에서 피아니스트 문재원과 함께 ‘아름다운 목요일’ 공연을 갖는다. 바흐 플루트 소나타 BWV 1035 오보에 편곡판과 현역 스위스 작곡가 다니엘 슈나이더의 오보에 소나타 등을 연주한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3-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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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힐링하러 바다로, 숲으로… 본능적 끌림엔 이유기 있었네

    “육체는 슬퍼라, 나는 모든 책을 읽었건만, 떠나자, 멀리 떠나버리자/새들도 낯선 물거품과 하늘 사이에서 취해 있구나….”(스테판 말라르메, ‘바다의 미풍’) 지쳤다, 장마와 무더위 사이에서, 바쁜 업무와 일상 속에서. 지금 바로 바다나 계곡으로 떠나고 싶다. 깊은 숲도 좋을 듯하다. 그런데 잠깐, 우리가 자연 속에서 휴식을 찾는 이유는 무엇일까. “긴 시간 동안 자연에 친숙했던 인류의 뇌가 인공적인 생활에 적응하기에 산업혁명 이후의 200년이란 기간은 짧다.” 놀랍거나 새로운 얘기는 아니다. 그러나 이 책은 수많은 연구 결과를 인용해 자연이 인간에게 주는 긍정적 영향을 전한다. 신경과학자로 프랑스 국립보건의학연구소장인 저자는 6년 전 안면마비가 찾아와 교외에서 지내며 자연의 치유력을 실감했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으로 인한 봉쇄(록다운) 중 창밖 공원의 나무에서 위안을 얻은 뒤 이 책을 썼다. 1984년 과학전문지 ‘사이언스’에 게재된 한 논문이 세계인의 주목을 받았다. 복부 외과 수술을 받은 뒤 자연이 보이는 병실에서 지낸 환자는 회색 콘크리트 벽만 본 환자에 비해 진통제가 덜 필요했고 평균적으로 하루 먼저 퇴원했다. 이 뉴스는 자연이 주는 회복력의 논의에 불을 붙였다. 연구 결과 숲에서 걸은 집단은 도시에서 걸은 집단에 비해 이완과 휴식을 주는 부교감 신경 활동이 100% 증가했다. 긴장과 스트레스에 간여하는 호르몬인 코르티솔의 농도는 16% 감소했다. 다른 연구에서 숲에서 걸은 사람은 심박수과 혈압도 눈에 띄게 줄었다. 숲은 창의성에도 영향을 준다. 철학자나 사상가뿐 아니라 과학자에게도 마찬가지다. ‘불확정성 원리’를 정립한 물리학자 베르너 하이젠베르크(1901∼1976)는 바이에른 알프스 숲을 산책하면서 처음 원자의 세계에 대한 깊은 통찰을 얻었다고 말했다. 바다의 치유력도 숲에 뒤지지 않는다. 바다의 푸른빛은 망막 색소인 멜라놉신을 증가시켜 인지능력 향상에 큰 도움을 준다. 바다의 소리와 물빛은 인간의 뇌에서 위협 경보를 발령하는 편도체를 쉬게 한다. 숲이나 바다로 갈 형편이 안 된다면? 도시에서도 나무 몇 그루 아래서나 공원, 정원에서 충분히 자연과 공명할 수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사무실에 식물을 갖다놓는 것만으로도 긍정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다. 2015년 세계 직장인 7600명을 대상으로 직장 환경을 조사했더니 자연친화적 환경에서 일하는 직원들의 생산성과 창의성이 훨씬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뜰에서 흙냄새를 맡아도 좋다. 땅에 퍼져 있는 마이코박테리움 백케이 박테리아는 항우울 효과가 있는 세로토닌의 분비를 증가시킨다. 반려동물도 힐링을 주는 자연의 일부다. 동물과 눈을 마주치는 것만으로도 불안을 감소시키는 호르몬 옥시토신이 대뇌의 시상하부에서 분비된다. 저자는 헨리 데이비드 소로가 ‘월든’에서 한 말로 책을 닫는다. “자연은 매 순간 당신의 안녕을 돌본다. 다른 목적은 없다. 그러니 자연에 저항하지 말자.”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3-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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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말러리안’ 198명 뭉쳐… 100분의 감동 말러 3번 교향곡 선사

    오케스트라 ‘말러리안’은 30일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예술감독 진솔(36)의 지휘로 오스트리아의 교향악 거장 구스타프 말러(1860∼1911)의 교향곡 3번을 연주하는 ‘말러리안 시리즈 6’을 공연한다. 말러의 교향곡 3번은 6개 악장에 연주 시간만 100분 남짓이다. 말러의 번호 붙은 교향곡 10곡 중에서도 가장 길다. 연주 인원도 방대해 대규모 오케스트라와 여성 합창, 어린이 합창, 알토 독창이 요구된다. 말러의 교향곡 중 합창이 포함되는 곡은 세 곡으로, 말러리안 시리즈에서 합창이 포함된 교향곡을 공연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콘서트 연주 인원은 오케스트라 106명, 합창단 90명, 지휘자와 알토 독창을 포함해 일반적인 오케스트라 콘서트의 3배 이상인 198명에 이른다. 메조소프라노 김세린과 말러리안 페스티벌 여성합창단, 위너오페라합창단과 위자드콰이어 어린이합창단이 함께한다. 말러리안은 교향곡 거장 말러의 작품을 연주하기 위해 2016년 창단됐다. 2017년 교향곡 10번(말러가 1악장만 완성)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말러의 교향곡 5, 1, 6, 9번을 섭렵했다. 지난해 실내악단 규모로 축소해 공연한 시리즈 5.5를 제외하면 정식 공연은 이번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 이후 3년 만이다. 진솔 감독은 "예전에는 전공 구분 없이 오디션을 실시해 아마추어 연주자의 비중이 꽤 높았지만 기악을 전공하고도 큰 연주에 못 서보고 졸업하는 젊은 연주자가 많아 최근 네 차례의 오디션을 거쳐 전공자들로 악단을 재구성했다"고 말했다. 예산이 충분하지 않지만 티켓 판매 외에 서울문화재단의 후원을 받으며 후원 시 에코백 등 굿즈를 제공하는 ‘텀블벅’ 크라우드 펀딩도 하고 있다. 진솔 감독은 유럽 대표 콘서트홀인 로열콘세르트허바우와 빈 무지크페라인에서 베를린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슬로바키아 방송교향악단을 지휘하는 등 국내외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2017년부터 실용 오케스트라 음악 플랫폼인 플래직 대표이사도 맡아 정통 클래식 레퍼토리뿐만 아니라 영화 음악, 애니메이션 음악, 게임 음악 등 폭넓은 레퍼토리를 지휘해 왔다. 진솔 감독은 “말러 교향곡 3번은 만하임 음대 재학 시절 스승이었던 고 클라우스 아르프가 가장 좋아하셨던 곡”이라며 “인원이 많은 만큼 연습 일정과 장소 계획 등 신경 써야 하는 일이 많지만 기쁘게 참여하는 청년 연주가들과 말러 팬들의 응원에 힘입어 즐겁게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말러리안 시리즈를 통해 앞으로 3번 교향곡보다 길이는 짧지만 연주자는 더 많이 필요한 교향곡 2번 ‘부활’과 ‘1000명의 교향곡’이란 별명이 있는 교향곡 8번 등 말러 교향곡 전곡 연주를 마흔 전까지 완성하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3-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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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람 목소리와 어울리는 클라리넷 매력 맛보세요”

    2016년 미국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오케스트라 관악기 수석 주자로 195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선발됐던 클라리네티스트 조인혁(40·한양대 교수)이 27일 서울 서대문구 금호아트홀 연세 ‘아름다운 목요일’ 무대에 선다. 20세기 초 프랑스 작곡가 앙리 라보의 ‘솔로 드 콩쿠르’로 시작해 브람스 클라리넷 소나타 2번까지 여섯 곡을 연주한다. 조인혁은 6월 13일 서울 예술의전당 교향악축제에서 여자경 지휘 대전시립교향악단과 베버의 클라리넷협주곡 2번을 유려한 솜씨로 협연해 갈채를 받았다. 이달 14일 그와의 전화 통화에서 그때 얘기를 꺼냈더니 뜻밖의 얘기를 했다. “사실은 감기가 들어 컨디션이 엉망이었어요. 콧물이 계속 흘러 감기약을 먹었는데, 약 기운 때문이었는지 떨지 않고 오히려 편하게 연주했죠.” 이번 연주곡에는 비교적 친숙한 브람스의 소나타 외에 라보의 곡이나 갈루아몽브룅의 ‘클라리넷과 피아노를 위한 협주곡’ 등 웬만한 음악 팬도 잘 모를 수 있는 곡들이 섞여 있다. “프랑스 파리고등음악원은 졸업 시즌이 다가오면 이 학교 출신이나 교수인 작곡가가 졸업생을 위해 곡을 써주는 전통이 있죠. 라보나 갈루아몽브룅의 곡은 이렇게 쓰인 작품이고요. 이 곡들과 드뷔시의 곡을 묶어 프랑스 클라리넷 음악의 줄기를 찾아보고, 한편으로 덴마크 작곡가 가데의 ‘환상소곡집’ 과 베르크의 ‘네 개의 소품’, 브람스의 소나타 등 게르만 계통 작곡가들의 줄기를 대조해 보려 했습니다.” 세계 최고 권위의 오페라극장 오케스트라에 참여했던 일이 클라리네티스트로서 흔한 경험은 아니다. “흥미로운 사건도 많았고, 그걸 즐겼죠. 뉴스에도 나왔는데 어떤 관객이 오케스트라 피트에 흰 가루를 뿌려 경찰이 출동하는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어요. 나중에 밝혀졌지만 오페라를 너무 사랑했던 관객이 죽자 지인이 화장해서 유골을 뿌렸던 겁니다.” 그는 “클라리넷 소리는 특히 사람의 목소리와 잘 어울려 오페라에도 사람 목소리와 클라리넷이 대화하도록 한 경우가 많다. 감각적인 음색 때문에 오페라에 클라리넷 솔로도 많이 나오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클라리넷 제작사의 대명사 격인 뷔페 크랑퐁사와 클라리넷 리드(떨림판)의 대표주자 반도렌의 전속 아티스트로도 활동 중인 그는 2021년 한양대 음대 교수로 임용됐다.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에서 일하기 전 스위스 바젤 심포니 오케스트라 등을 포함하면 해외 악단에서만 9년 동안 활동했어요. 실내악이나 협주, 독주를 더 하고 싶다는 욕구가 커졌죠. 제가 가진 역량을 후배를 육성하는 데 쏟고 싶다는 생각이 컸습니다. 마침 코로나19로 미국에서 활동이 제한됐던 것도 큰 계기였죠.” 이번 리사이틀은 피아니스트 김재원과 함께 한다. “어릴 때부터 잘 알던 친구고, 클라리넷 반주를 잘하기로도 입소문이 많이 났죠. 그걸 떠나 워낙 훌륭한 피아니스트라 항상 의지하는 편입니다.” 전석 5만 원.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3-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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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산 금난새뮤직센터 “9일간의 여름음악축제”

    부산 수영구의 복합문화공간 F1963에서 국내외 유명 연주자들이 출연하는 9일 동안의 음악축제가 펼쳐진다. F1963 내 음악홀인 금난새뮤직센터(GMC)는 22일부터 30일까지 GMC를 주무대로 F1963 내 아트 라이브러리와 정원의 그린하우스 등 실내외 공간에서 ‘GMC 서머 페스티벌’을 개최한다고 밝혔다. 지휘자 금난새와 12개 실내악 팀 등 60여 명의 음악가가 참여한다. 총 19회의 음악회를 통해 솔로부터 체임버 오케스트라, 클래식부터 재즈까지 다양한 규모와 장르의 음악을 무료로 선사한다. 22∼28일에는 오전 11시와 오후 7시 반 두 차례 공연이 열리고 29, 30일에는 오후 4시 공연이 더해진다. 연주자로는 바이올리니스트 김다미 김재원 백주영, 첼리스트 이정현 주연선, 피아노 일리야 라시콥스키 서형민, 반도네온 연주자 후안 파블로 호프레, 현악 4중주단 리수스 콰르텟, 뉴월드 체임버 오케스트라 등이 참여한다. 일본 차세대 피아니스트로 주목받는 가즈사 사가와가 첫 한국 무대를 선보인다. 지난해 이 페스티벌에 참여해 갈채를 받은 영국 피아니스트 일라이어스 애컬리도 다시 무대에 선다. 페스티벌 음악감독 금난새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 이후 F1963에서 진행하는 첫 대규모 페스티벌로서 클래식 공연계가 완전히 회복했음을 알리는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연주자들이 관객과의 교감을 통해 새로운 영감과 실내악의 묘미를 선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F1963은 고려제강이 2016년 부산비엔날레를 계기로 옛 공장 터를 살려 만든 복합문화공간이다. 2021년 4월 이곳에 GMC를 연 뒤 실내악 콘서트 ‘GMC 체임버 시리즈’ 등 60회 이상의 콘서트를 열고 청소년 오케스트라 아카데미와 바이올린 아카데미 등 음악교육 프로젝트도 함께 진행해 왔다. 이번 페스티벌의 각 공연은 네이버 예약을 통해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만 7세 이상 입장 가능하며, 금난새 뮤직 페스티벌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에서 19개 공연의 상세 일정 및 신청 방법을 확인하면 된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3-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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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럽 9개 교향악단, 서울 빅매치… 10, 11월은 ‘클래식 천국’

    9개나 되는 유럽 정상급 오케스트라가 10, 11월 서울 무대에 연달아 오른다. 한국 클래식 공연사상 유례가 없는 대격돌이다. 조성진과 임윤찬의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4번 대결, 베를린 필과 로열 콘세르트헤바우의 같은 날 대결, 런던 필과 취히리 톤할레 오케스트라의 브람스 1번 교향곡 대결 등 비교해 볼 재미도 풍성하다. 음악 팬들에게는 행복한 고민을 던져주지만 “익숙한 악단과 스타급 협연자에 쏠림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는 걱정도 나온다. 한 공연기획자는 “최근 피아니스트 부흐빈더의 베토벤 피아노소나타 전곡 연주(전 7회)가 흥행에 성공할 만큼 클래식 팬 층이 두꺼워져 우려할 필요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예매는 11일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11월 16일 공연)부터 시작됐다. 이 외 공연들도 이달 중 티켓 판매를 시작해 ‘예매 전쟁’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런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수석지휘자 에드워드 가드너가 10월 7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무대에서 지휘봉을 잡는다. 2019년 서울시립교향악단 ‘올해의 음악가’ 크리스티안 테츨라프가 브람스 바이올린 협주곡을 협연한다. 이 외 베토벤 에그몬트 서곡과 브람스 교향곡 1번이 연주된다.● 취리히 톤할레 오케스트라도이치 카머필하모니 등과 함께 자주 내한한 파보 예르비가 2020년부터 수석지휘자로 재임 중이다. 김봄소리가 닐센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협연하고 브람스 교향곡 1번으로 콘서트를 닫는다. 10월 13일 서울 예술의전당.● 체코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러시아 출신 수석지휘자 세묜 비치코프가 ‘카니발 서곡’, 피아노 협주곡 G단조, 교향곡 7번 등 체코 작곡가인 드보르자크 곡만으로 프로그램을 꾸민다. 2019년 차이콥스키 콩쿠르 2위 입상자인 일본 클래식계의 기대주 후지타 마오가 협연한다. 10월 24일 서울 예술의전당.● 오슬로 필하모닉 오케스트라22세 때 이 악단 수석지휘자로 지명됐고 파리 오케스트라 음악 감독이자 로열 콘세르트헤바우 오케스트라 차기 수석지휘자인 27세의 지휘계 기린아 클라우스 메켈레가 처음 내한한다. 자닌 얀선이 시벨리우스 바이올린 협주곡을 협연한다. 이 외 ‘투오넬라의 백조’와 교향곡 5번을 연주하는 ‘올 시벨리우스 프로그램’이다. 10월 30일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세계 음악 수도라 불리는 빈의 자존심을 대표하는 악단. 부인이 한국계인 중국 피아노 스타 ‘랑서방’ 랑랑이 협연자로 나선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지지 성명을 거부해 지난해 볼쇼이 극장 음악 감독에서 해임된 투간 소키예프가 지휘봉을 든다. 연주곡은 아직 미정. 11월 6일 서울 롯데콘서트홀, 7∼8일 서울 예술의전당. ●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2019년 이 악단의 열두 번째 수석지휘자가 된 키릴 페트렌코가 지휘봉을 든다. 11월 11일에는 협연자 없이 모차르트 교향곡 29번, 베르크 ‘오케스트라를 위한 세 개의 작품’, 브람스 교향곡 4번을 연주한다. 11월 12일에는 조성진이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4번을 협연하며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영웅의 생애’가 메인곡이다. 서울 예술의전당.● 로열 콘세르트헤바우 오케스트라영국 음악전문지 ‘그래머폰’이 평론가들의 의견을 바탕으로 ‘세계 최고 악단’으로 선정한 오케스트라. 이탈리아 지휘자 파비오 루이지 지휘로 11월 11일 베버 오베론 서곡과 차이콥스키 교향곡 5번을 연주한다. 피아니스트 예핌 브론프만이 리스트 피아노 협주곡 2번을 협연한다. 서울 롯데콘서트홀.●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라트비아 출신 카펠마이스터(수석지휘자 격) 안드리스 넬손스가 처음 내한한다. 11월 15일 멘델스존 ‘아름다운 멜루지네’ 서곡에 이어 조성진이 슈만 피아노 협주곡을 협연하고 멘델스존 교향곡 3번 ‘스코틀랜드’로 문을 닫는다. 11월 16일은 협연자 없이 바그너 ‘트리스탄과 이졸데’ 중 ‘전주곡과 사랑의 죽음’, 브루크너 교향곡 9번으로 이어진다. 서울 예술의전당.● 뮌헨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정명훈이 ‘올 베토벤’ 프로그램을 책임진다. 11월 26일에는 임윤찬이 협연하는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4번에 이어 베토벤 교향곡 3번 ‘영웅’을 연주하고, 11월 30일에는 강주미가 협연하는 베토벤 바이올린 협주곡에 이어 베토벤 교향곡 7번으로 문을 닫는다. 서울 예술의전당. 11월 29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도 30일과 같은 협연자와 프로그램으로 콘서트가 열린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3-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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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야금 금상 유소은씨-작곡 최지운씨

    “동료 연주가나 관객과 폭넓게 소통할 수 있는 연주자가 되겠습니다.” 12일 막을 내린 제39회 동아국악콩쿠르에서 가야금 부문 일반부 금상을 받은 유소은 씨(23·서울대 4학년)가 말했다. 3년 전 제36회 동아국악콩쿠르에서 동상을 받은 유 씨는 “상보다는 당시 연주에 아쉬움이 남아 다시 도전했다. 값진 결과를 얻어 감사하다”며 기뻐했다. 동아일보사가 주최하고 서울아트센터와 동아꿈나무재단 후원, 롯데그룹 협찬으로 지난달 12일부터 서울 종로구 서울아트센터에서 열린 올해 동아국악콩쿠르에서는 일반부 7명, 학생부 6명의 금상 수상자를 포함해 39명의 입상자가 나왔다. 작곡 부문 수석 입상자에게 수여하는 전인평 국악작곡상은 금상 수상자인 최지운 씨(27·한국예술종합학교 전문사 졸업)가 받았다. 민속국악사(대표 조대석)가 악기를 부상으로 주는 민속국악사상은 거문고 일반부 금상 수상자인 오지연 씨(20·한예종 2학년)와 학생부 금상 수상자인 이주언 군(17·국악고 3학년)에게 돌아갔다. 올해 콩쿠르에서 처음으로 민요 부문 수석 입상자에게 수여하는 경기음악연구회상은 가야금병창·민요 부문 금상 수상자인 사랑 씨(20·한양대 2학년)가 받았다. 심사 결과와 심사평은 17일 이후 동아국악콩쿠르 홈페이지(www.donga.com/concours/classical)에서 확인할 수 있다. 본선 실황 영상은 8월 중 동아국악콩쿠르 홈페이지에서 유료로 서비스한다.부문별 수상자◇작곡 ▽일반부 △금상 최지운 △은상 최은아(21·한양대 4학년) △동상 강준원(25·한예종 전문사 과정) ◇판소리 ▽일반부 △은상 박재혁(20·한예종 2학년) 김경헌(29·이화여대 대학원) ▽학생부 △금상 김한별(18·전통예고 3학년) △은상 정윤서(17·국악고 2학년) △동상 이창준(18·전통예고 3학년) ◇가야금 ▽일반부 △금상 유소은 △은상 김지원(20·한예종 2학년) △동상 최서우(20·한예종 2학년) ▽학생부 △금상 김은서(18·전통예고 3학년) △은상 이하은(18·전통예고 3학년) 이미소(16·국악고 2학년) ◇거문고 ▽일반부 △금상 오지연 △동상 소승연(20·서울대 1학년) ▽학생부 △금상 이주언 △은상 이지윤(18·국악고 3학년) △동상 표현(17·국악고 2학년) ◇피리 ▽일반부 △금상 최한샘(25·한예종 4학년) △은상 김석언(22·이화여대 대학원) △동상 임지우(20·서울대 1학년) ▽학생부 △금상 황돈규(16·국악고 2학년) △은상 이승수(18·국악고 3학년) △동상 최시우(18·국악고 3학년) ◇대금 ▽일반부 △금상 하지훈(23·한양대 3학년) △은상 양인성(20·서울대 3학년) △동상 김동희(23·단국대 3학년) ▽학생부 △금상 김민결(17·전통예고 3학년) △은상 허가은(16·국악고 2학년) △동상 김범진(16·국악고 2학년) ◇해금 ▽일반부 △금상 강현지(22·서울대 4학년) △동상 신지민(22·한예종 4학년) ▽학생부 △금상 이유찬(19·국악고 3학년) △은상 이윤아(16·국악고 2학년) △동상 심예린(18·전통예고 3학년) ◇가야금병창·민요 ▽일반부 △금상 사랑 △은상 양은별(24·한양대 졸업) △동상 이채은(21·한예종 3학년)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3-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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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럽 9개 교향악단, 서울 빅매치… 10, 11월은 ‘클래식 천국’

    9개나 되는 유럽 정상급 오케스트라가 10, 11월 서울 무대에 연달아 오른다. 한국 클래식 공연사상 유례가 없는 대격돌이다. 조성진과 임윤찬의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4번 대결, 런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취히리 톤할레 오케스트라의 브람스 1번 교향곡 대결을 비교해보는 재미도 풍성하다.음악 팬들에게는 행복한 고민을 던져주지만 “이름이 익숙한 악단과 스타급 협연자에 쏠림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는 걱정도 나온다. 한 공연기획자는 “최근 피아니스트 부흐빈더의 베토벤 피아노소나타 전곡 연주(전 7회)가 흥행에 성공할 만큼 클래식 팬 층이 두터워져 큰 우려할 필요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예매는 11일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11월 16일 공연)부터 시작됐다. 이외 공연들도 이달 중 티켓 판매를 시작해 ‘예매 전쟁’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런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런던 심포니, 필하모니아와 함께 ‘세계 오케스트라 수도’ 런던을 대표하는 오케스트라. 2021년 수석지휘자가 된 에드워드 가드너가 10월 7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무대에서 지휘봉을 잡는다. 2019년 서울시립교향악단 ‘올해의 음악가’로 친숙한 크리스티안 테츨라프가 브람스 바이올린 협주곡을 협연한다. 이외 베토벤 에그몬트 서곡과 브람스 교향곡 1번이 연주된다.●취리히 톤할레 오케스트라스위스 로망드, 루체른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함께 스위스를 대표하는 오케스트라인 취리히 톤할레 오케스트라도 한국을 찾는다. 도이치 카머필하모니 등과 함께 자주 내한한 파보 예르비가 2020년부터 수석지휘자로 재임 중이다. 김봄소리가 닐센의 바이올린협주곡을 협연하고 브람스 교향곡 1번으로 콘서트를 닫는다. 10월 13일 서울 예술의전당.●체코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2018년부터 수석지휘자를 맡고 있는 러시아 출신 지휘자 세묜 비치코프가 ‘카니발 서곡’, 피아노협주곡 G단조, 교향곡 7번 등 체코 작곡가인 드보르자크 곡만으로 프로그램을 꾸민다. 2019년 차이콥스키 콩쿠르 2위 입상자인 일본 클래식계의 기대주 후지타 마오가 협연한다. 10월 24일 서울 예술의 전당.●오슬로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22세 때 이 악단 수석지휘자로 지명됐고 파리 오케스트라 음악 감독이자 로열 콘세르트허바우 오케스트라 차기 수석지휘자인 27세의 지휘계 기린아 클라우스 메켈레가 처음 내한한다. 야니네 얀선이 시벨리우스 바이올린 협주곡을 협연한다. 이 외에 ‘투오넬라의 백조’와 교향곡 5번을 연주하는 ‘올 시벨리우스 프로그램’이다. 10월 30일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세계 음악 수도라 불리는 빈의 자존심을 대표하는 악단이다. 부인이 한국계인 중국 피아노 스타 ‘랑서방’ 랑랑이 협연자로 나선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지지 성명을 거부해 지난해 볼쇼이 극장 음악 감독에서 해임된 투간 소키예프가 지휘봉을 든다. 연주곡은 아직 미정. 11월 6일 롯데콘서트홀, 7~8일 서울 예술의 전당.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사이먼 래틀의 뒤를 이어 2019년 이 악단의 열두 번째 수석지휘자가 된 키릴 페트렌코가 지휘봉을 든다. 11월 11일에는 협연자 없이 모차르트 교향곡 29번, 베르크 ‘오케스트라를 위한 세 개의 작품’, 브람스 교향곡 4번을 연주한다. 11월 12일에는 조성진이 베토벤 피아노협주곡 4번을 협연하며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영웅의 생애’가 메인곡이다. 서울 예술의 전당.●로열 콘세르트헤바우 오케스트라영국 음악전문지 ‘그라머폰’이 평론가들의 의견을 바탕으로 ‘세계 최고 악단’으로 선정한 오케스트라. 이탈리아 지휘자 파비오 루이지 지휘로 11월 11일 베버 오베론 서곡과 차이콥스키 교향곡 5번을 연주한다. 피아니스트 예핌 브론프만이 리스트 피아노 협주곡 2번을 협연한다.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1743년 창립된 세계 최고(最古)의 민간 오케스트라. 라트비아 출신으로 미국 보스턴 심포니 오케스트라 음악 감독도 맡고 있는 지휘자 안드리스 넬손스가 첫 내한한다. 11월 15일에는 멘델스존 ‘아름다운 멜루지네’ 서곡에 이어 조성진이 슈만 피아노 협주곡을 협연하고 멘델스존 교향곡 3번 ‘스코틀랜드’로 문을 닫는다. 11월 16일은 협연자 없이 바그너 ‘트리스탄과 이졸데’ 중 ‘전주곡과 사랑의 죽음’, 브루크너 교향곡 9번으로 이어진다. 서울 예술의 전당.●뮌헨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 수석 객원지휘자를 맡고 있는 정명훈이 ‘올 베토벤’ 프로그램을 책임진다. 11월 26일에는 임윤찬이 협연하는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4번에 이어 베토벤 교향곡 3번 ‘영웅’을 연주하고, 11월 30일에는 강주미가 협연하는 베토벤 바이올린 협주곡에 이어 베토벤 교향곡 7번으로 문을 닫는다. 서울 예술의 전당.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3-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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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윤종의 클래식感]미-레-도, 베토벤의 고별과 말러의 작별

    쉬운 개념을 어려운 용어로 푸는 방법은 많다. 다음의 표현도 그렇다. ‘장음계의 가온음(mediant)에서 윗으뜸음(supertonic)을 거쳐 으뜸음(tonic)으로 향하는 진행.’ 골치 아프지만 ‘미-레-도’라는 단순한 음형을 설명했을 뿐이다. 나란히 붙은 세 음이니 흔히 들을 수 있는 ‘선율 조각’이다. 이 음형에 각별한 의미를 붙인 사람이 베토벤이다. 피아니스트 루돌프 부흐빈더는 베토벤 피아노 전곡 시리즈 사흘째인 이달 1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세 번째 곡으로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26번 ‘고별’을 연주했다. 지난달 28일 기자간담회에서 부흐빈더는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32곡 중 그가 직접 제목을 붙인 소나타는 8번 ‘비창’뿐”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26번 소나타가 ‘고별’로 불리는 데 베토벤은 반대하지 않을 듯싶다. 베토벤은 E플랫장조의 ‘미-레-도’로 시작하는 이 곡 1악장 첫머리 악보에 ‘안녕히(Lebewohl)’라고 적었다. 1809년 나폴레옹의 공격으로 빈을 떠나는 후원자 루돌프 대공에게 헌정하는 뜻이었다. 우연이지만 피아니스트 부흐빈더의 이름도 ‘루돌프’다. 악보 출판사가 프랑스어로 ‘les adieux(고별)’라는 제목을 붙이자 베토벤은 화를 냈다. 하지만 이는 ‘les adieux’에 ‘Lebewohl’과 다른 뜻이 있기 때문이었다. ‘Lebewohl’은 잘(wohl) 지내세요(lebe)라는 인사말이다. 재회를 기약한다. 프랑스어 아듀(adieu)는 신(dieu) 앞에서 만나자는, 이생에서의 마지막 만남을 시사한다. 100년이 지난 1909년, 작곡가 말러는 심근내막염으로 삶의 마지막을 내다보고 있었다. 그는 마지막이 될지 모르는 교향곡 9번의 끝 악장을 차이콥스키 교향곡 6번 ‘비창’처럼 비통하게 시작해 고요하게 끝나는 느린 악장으로 꾸몄다. 이 악장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맡은 동기가 D플랫장조의 ‘미-레-도’다. 유명한 ‘서양음악사’의 저자 그라우트를 비롯해 많은 사람이 이 음형을 베토벤 ‘고별’의 인용으로 해석했다. 말러는 이 곡에 앞서 교향곡적 가곡집인 ‘대지의 노래’에서도 ‘미-레-도’ 음형을 사용했다. “사랑하는 대지 어디에나 봄이 오면 꽃이 피고 지평선에는 푸른빛이! 영원히, 영원히….” 여기서 ‘미-레-도’는 대지와 영원의 상징이 된다. 프랑스어의 ‘adieux’에 가깝다. 지난달 25일 최수열 지휘 부산시립교향악단은 서울 예술의전당 교향악축제에서 말러 교향곡 9번을 연주했다. 여러 관객이 이 곡을 이날 막을 내린 교향악축제에 대한 고별의 뜻으로 해석했다. 공연에서는 고요하게 끝나는 4악장에서 지휘자가 손을 내리기 전에 박수가 터져 나와 여러 관객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떠나고 싶은 주인공의 손을 잡아채고 흔들어대는 것 같은 일이다. 이와 대조적으로 9일 먼저 같은 프로그램과 출연자로 부산문화회관에서 열린 콘서트에서는 끝까지 침묵을 지켜낸 성숙한 관객이 감탄을 일으켰다. 베토벤의 고별은 영원하지 않았다. 그는 고별 소나타의 2악장에 ‘부재(不在)’, 3악장에 ‘재회’라는 메모를 붙였고 이듬해 전쟁이 멈추자 대공은 빈으로 돌아왔다. 그러나 말러는 미완성으로 끝난 교향곡 10번의 원고를 남겨둔 채 1911년 영원으로 떠났다. 어떤 사람들은 교향곡 9번에 나타난 말러의 ‘고별’을 개인적 차원을 넘어 1914년 제1차 세계대전으로 막을 내린 19세기 부르주아 문화의 아름다운 시대, ‘벨 에포크’의 몰락에 대한 예언으로 본다. 고별의 4악장에 앞서 들려오는 3악장의 광란은 전쟁 직전 시대의 광기를 반영한 것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말러에게 예언자와 같은 예지력이 있지는 않았겠지만 그의 민감한 예술적 감각은 붕괴 직전 유럽 사회의 아슬아슬한 기류를 읽어냈을지 모른다. 부흐빈더는 9일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곡 연주를 마쳤다. 마이크를 들고 “일곱 번 연속으로 무대에 오르니 한국 청중이 가족처럼 느껴진다”고 말한 뒤 그는 우리말로 “감사합니다”라고 했다. 그는 내년에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5곡을 지휘까지 겸해 연주하기 위해 다시 찾아올 예정이다. 그때까지 안녕히(wohl) 계시(lebe)길.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3-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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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이올린·첼로·피아노 스타연주자, 전국 투어 펼친다

    서울대학교 교수인 바이올리니스트 김다미, KBS 클래식FM ‘송영훈의 가정음악’ 진행자인 첼리스트 송영훈, 콘서트 시리즈 ‘양성원의 냉정과 열정사이’로 친숙한 피아니스트 양성원. 세 아티스트가 국내 투어에 나섰다. 콘서트 제목은 ‘비르투오소들의 조우(遭遇)’. 비르투오소란 한 악기에 완전히 숙달해 기교와 예술성을 뽐내는 연주가를 뜻한다. 6월 경남 함안을 시작으로 13일 대구콘서트하우스, 15일 부산 동래문화회관, 19일 경기 광명문화회관에서 콘서트를 연다. 11월 이후에는 안동, 창원 거제에서도 공연이 열린다. 마스네 ‘타이스의 명상곡’, 쇼팽 녹턴 C샤프단조 등 귀에 익은 곡으로 시작해 2부에는 베토벤의 대곡인 피아노3중주 5번 ‘유령’을 연주한다. 13일 오후 7시 반 대구콘서트하우스에서 열리는 공연은 청소년에게 수준 높은 예술 체험 기회를 주기 위해 전석 무료로 진행되며 대구광역시교육청이 대구콘서트하우스와 공동 주최한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3-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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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판소리 명창부터 첼로 거장까지… 전주서 ‘상생과 회복’ 한마당

    4년 만에 전면 대면 축제로 열리는 전주세계소리축제가 ‘상생과 회복’을 주제로 9월 15일부터 24일까지 열흘간 다양한 장르의 89가지 ‘세계 소리’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전주 한국소리문화의전당을 비롯해 전주한옥마을 등 전라북도 내 14개 시군에서 한국 외 호주, 캐나다 등 13개 나라의 소리문화가 담긴 공연들이 펼쳐진다. 이왕준 전주세계소리축제조직위원장(명지의료재단 이사장)은 5일 서울 성북구 삼청각에서 열린 축제 프로그램 발표회에서 “K팝, K무비, K클래식까지 한국 문화가 세계로 뻗어나가는 지금이야말로 국악과 판소리가 르네상스를 펼칠 수 있는 시기”라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각 세부 분야의 예술분과위원회 시스템을 구축하고 각 분야 전문가들의 협업을 통해 축제의 예술적 수준을 높이도록 했다고 밝혔다. 김희선 집행위원장은 “한국의 무형유산이 많은 전북에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축제로 커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9월 15일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모악당에서 열리는 개막공연은 전주시립교향악단과 가야금 연주자 문양숙, 소리꾼 고영열 김율희, 바리톤 김기훈, 소프라노 서선영이 장르를 뛰어넘는 소리의 향연을 펼친다. 축제의 대표 프로그램인 ‘판소리 다섯마당’은 조상현(86), 김일구(84), 신영희(80), 정순임(80), 김수연(76) 명창 등 원로 명창들이 전주한옥마을 내 동헌(東軒)에서 제자들과 함께 펼치는 ‘국창열전 완창판소리’로 꾸민다. 김일구 명창은 “우리의 소리를 아끼고, 부족한 점이 있으면 새롭게 만들어 세계에 수출해야 한다. 전주세계소리축제도 영국 에든버러 페스티벌이나 프랑스 아비뇽 페스티벌 못지않은 세계적인 페스티벌로 발돋움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모악당에서 9월 17일 오후 3시 진행되는 ‘클래식 & 대중음악: 소리 인터페이스’에서는 장한나가 디토오케스트라를 지휘하고 장한나의 스승인 첼리스트 미샤 마이스키가 협연자로 나선다. 전주경기전에서 오전 10시에 열리는 마티네 콘서트 ‘경기전의 아침’ 시리즈도 눈길을 끈다. 첫 회인 9월 16일 무대는 정가 명인 강권순과 하프시코드 연주자 이민주가 함께 꾸민다. 24일 두 번째 무대는 피아니스트 김대진(한국예술종합학교 총장)과 제자인 피아니스트 박재홍이 포핸즈 피아노 무대를 연다. 24일 폐막공연 ‘이희분 오방신과 춤을’에서는 민요계 스타 이희문과 밴드 오방신이 관객들과 어울려 신명난 춤판을 펼친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3-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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