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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중국이 한국인 여행객에 대한 비자를 돌연 면제했다. 소셜미디어에는 중국 도시들의 마천루와 명품 매장, 고속철도 같은 첨단 인프라의 모습들이 넘쳐난다. 반면 유튜브나 페이스북까지 닫아 놓는 정보 통제도 그곳에 존재한다. ‘서울에서 가장 가까운 외국’의 사람들은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 미국인인 저자는 두 세대에 걸쳐 중국의 젊은 세대에게 깊숙이 다가갈 수 있었다. 1990년대에 평화봉사단의 일원으로 당시 쓰촨성에 속했던 소도시 푸링의 사범대에서 2년 동안 강의했다. 이후 중국 주재 잡지 기자로 일했고 2019년 충칭의 쓰촨대에서 논픽션을 강의하기 시작했다. 그의 쌍둥이 딸들은 관영 초등학교에 보냈다. 한 세대 전 학생들과의 인연은 편지 교신으로 이어졌다. 긴 시간을 건너뛴 두 개의 강의 경험이 책의 중심을 이룬다. 한 세대 전의 젊은 사범대 학생들은 소박하고 특징 없는 옷을 입었다. ‘연애를 하다 적발되면 공산당 입당 금지’ 같은 어처구니없는 규율이 존재했고, 교재에는 ‘자본주의가 동성애를 만든다’ 같은 주장들이 적혀 있었다. 30년 가까이 지나 젊은이들은 키가 커졌고 개성 있는 옷을 입게 됐지만 예전과 바뀌지 않은 것들도 있었다. 정치적으로 민감한 얘기를 할 때마다 강의실은 조용해졌고 학생들은 고개를 떨어뜨리거나 눈길을 피했다. 많은 학생이 서구 사회의 자유로움을 동경했지만 중국 체제의 문제점을 거론하는 해외의 시각에는 ‘애국적’ 분노를 표했다. 쌍둥이 딸들의 학교 얘기도 책의 중요한 부분을 이룬다. 아이들의 증조부인 저자 아내의 조부는 중국인으로 미국에 건너갔다가 돌아와 광산업을 하다 공산당원들에게 살해당했다. 그의 증손녀들이 공산주의를 상징하는 장식물을 하고 학교 활동에 참여하는 것을 보는 저자의 마음은 복잡하다. ‘중국 교육은 미국식 소그룹 탐구 대신 효율성과 전문성에 집중한다’는 설명은 공산주의와 무관한 오늘날 한국의 교육 현장과도 통하는 것처럼 들린다. 2019년 쓰촨대 게시판에는 ‘헤슬러가 계속 강의하도록 하는 것은 반역 행위’라는 글이 올라왔다. 학생이 교수를 고발하는 이른바 ‘쥐바오(擧報)’가 저자에게 일어난 것이다. 그 직전, 우한에서 코로나19가 처음 문제로 대두되던 시기에 저자는 강의실에서 “미디어의 역할 중 하나는 정부가 숨기고 싶은 것을 보도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당시엔 위기를 넘겼지만 저자는 2년 만에 명확한 이유 없이 대학에서 재계약을 거부당했고 미국으로 돌아온다. 우한에서 저자가 만난 작가 팡팡(方方)의 말은 오늘날 중국 체제의 문제를 대변한다. 팡팡은 팬데믹 발생 전후의 얘기를 담은 ‘우한일기’를 썼고, 초기의 정부 대처의 문제점 못지않게 이후의 효율적 대처도 소개했지만 책은 출간이 금지됐다. 그는 저자에게 이렇게 말한다. “당은 바이러스를 다루는 방식과 똑같은 방식으로 과거를 다룹니다. 톈안먼 광장 학살 같은 특정 역사의 장면들을 격리시켜 버리죠.” 원제 ‘Other Rivers’(2024년).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인생은 끝없는 여정이고 방랑입니다. 세계를 다니며 여러 언어로 노래를 부르다가 고국에서 내 언어를 찾았죠. 여기서 내가 보여줄 수 있는 걸 보여주자고 마음먹었습니다.”(사무엘 윤) 베이스바리톤 사무엘 윤(서울대 교수)이 음악과 무용, 무대미술이 어우러진 ‘종합예술적’ 리사이틀을 펼친다. 16일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열리는 ‘방랑자, 영웅의 여정’ 공연이다. 비주얼 아티스트 박귀섭(BAKi), 피아니스트 박종화(서울대 교수), 현악4중주단 아벨 콰르텟과 함께 성악 공연의 경계를 넓히는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7월 소프라노 홍혜경과 베이스 연광철의 무대로 이어진 예술의전당 ‘보컬 마스터 시리즈’의 마지막 편이기도 하다. 공연은 ‘고독’ ‘슬픔’ ‘혼돈’ ‘절망과 죽음’ ‘구원과 소망’의 다섯 스테이지로 구성된다. ‘고독’에서는 사무엘 윤이 부르는 슈베르트 가곡 ‘방랑자’와 박종화가 연주하는 슈베르트의 피아노곡 ‘방랑자 환상곡’이 한데 어울린다. ‘절망과 죽음’에서는 슈베르트 가곡 ‘죽음과 소녀’와 아벨 콰르텟이 연주하는 현악4중주 ‘죽음과 소녀’가 함께한다. 이 외에 말러 교향곡 5번 4악장, 브람스 교향곡 3번 3악장 등도 편곡 연주되며 인간의 고독에서 구원까지를 그려내는 오디세우스적 편력의 무대가 펼쳐진다.6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사무엘 윤은 “예전부터 방랑에서 구원까지의 스토리가 있는 음악극을 생각해 왔다. 인간이 가진 절망과 희망, 밝은 기쁨의 이미지까지 펼쳐 보이겠다”고 의욕을 다졌다. 그는 2022년 9월 마포아트센터 M클래식축제에서 바리톤 김기훈과 듀오 콘서트 ‘도플갱어’를 열며 연극적인 요소를 무대에 도입한 바 있다. 그는 박귀섭의 작품전을 보러 갔다가 ‘꽂혀서’ 그에게 무대 작업을 부탁하게 됐다고 밝혔다. “저는 의도가 명확히 드러나는 아티스트를 좋아하죠. 이분이 최고라고 생각했습니다.” 발레리노 출신으로 미디어 영상 작업을 해온 박귀섭은 사무엘 윤으로부터 공연 의도를 전달받은 뒤 전체 줄거리를 ‘하루’라는 이미지로 표현하겠다는 아이디어가 떠올랐다고 말했다. “새벽과 아침이 푸른색이라면 오후는 노란색이죠. 어둠과 빛의 이미지에 가사의 해석과 추상화를 닮은 무용수들의 춤을 더할 예정입니다.” 정처 없는 방랑자의 모습은 무대 위의 의자들로 표현할 계획이다. “주인공은 의자를 발견하고 앉으려 하지만 의자의 방향 때문에 앉을 수 없습니다. 이를 통해 정착할 수 없는 방랑자의 이미지를 연출하게 되죠.” 이번 공연에서는 아벨 콰르텟도 무대 의상을 입고 서서 연주하는 등 새로운 시도들에 동참한다. 아벨 콰르텟 리더인 바이올리니스트 윤은솔은 “우리도 새로운 시도를 많이 하고 싶은 팀이기에 가능한 한 다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교향곡을 현악4중주와 피아노로만 연주하는 등 낯선 부분들도 있지만 편곡이 절묘하게 돼 다행”이라고 전했다. 피아니스트로 참여하는 박종화에 대해 사무엘 윤은 “감정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 피아니스트다. 악보에 없는 부분이 무대에서 나올 수 있다”며 ‘자세한 것은 비밀’이라고 웃음을 지었다. “저는 가곡에 대한 호기심에서 성악가가 됐지만 유럽에서 오페라 가수로 살았습니다. 2년 전 ‘도플갱어’ 무대에서 시가 함께한 무대에 엄청난 가능성이 있다는 걸 알았죠. 관객들이 온전히 집중해서 몰입할 수 있는 무대를 꾸며 보겠습니다”라고 사무엘 윤은 다짐했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이달 29일은 이탈리아 오페라 작곡가 자코모 푸치니가 세상을 떠나고 100주년이 되는 날. 푸치니는 대중 유행음악 시대 이전 서구의 극장 산업을 평정한 ‘최후의 오페라 작곡가 셀럽’이었다. 9월 서울시오페라단의 ‘토스카’가 소프라노 안젤라 게오르규의 ‘테너 앙코르 항의 사건’을 낳았고 솔오페라단의 잠실 KSPO돔 ‘투란도트’가 관객 동원에 성공하는 등 푸치니 서거 100주년은 여러 화제를 불러왔다. 남은 두 달, 지금까지보다 많은 푸치니 오페라가 연말 관객들을 기다린다. 글로리아오페라단은 8∼10일 ‘나비부인’을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한다. 미국 해군에게 버림받은 게이샤의 비극을 그린 이 오페라에는 일본 국가 ‘기미가요’가 미국 국가와 함께 짧게 등장하는데 올해 광복절에 공영방송의 전파를 탔다가 논란을 빚기도 했다. 주인공 초초상 역에는 빈 국립오페라 등 유럽 주요 극장에서 같은 역을 노래한 소프라노 임세경이 소프라노 조현애와 더블캐스팅으로 출연한다. 미 해군 핑커턴 역은 테너 김재형 이정원이 맡는다. 서울시오페라단은 푸치니 최고 흥행작 ‘라보엠’을 21∼24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무대에 올린다. 이 오페라단 창단 39년 동안 이 작품 공연은 처음이다. 소프라노인 여주인공 미미 역에는 2011년 차이콥스키 콩쿠르 우승자 서선영과 2014년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우승자 황수미가 출연한다. 테너인 남주인공 로돌포 역은 2013년 서울국제음악콩쿠르 3위 입상자이자 베르디 콩쿠르, 비냐스 콩쿠르, 툴루즈 콩쿠르에서 우승했고 런던 로열 오페라에서 같은 역으로 성공을 거둔 테너 김정훈이 벨베데레 콩쿠르, 비오티 콩쿠르, 비냐스 콩쿠르에서 수상한 문세훈과 실력을 겨룬다. 화가 마르첼로 역은 바리톤 이승왕과 2023년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우승자 김태한이 출연한다. 국립오페라단은 2021년 공연한 푸치니표 서부극 ‘서부의 아가씨’를 3년 만인 12월 5∼8일 다시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무대에 올린다. 여주인공 미니 역에는 소프라노 임세경이 거듭 푸치니 여주인공으로 모습을 보인다. 올해 게오르규와 더블캐스팅으로 출연한 서울시오페라단 ‘토스카’와 글로리아 오페라단 ‘나비부인’에 이어 연속으로 맡는 푸치니 히로인이다. 미니 역에 소프라노 김은희가 실력을 겨루며 남주인공인 딕 존슨 역에는 테너 박성규 한윤석이 출연한다. 12월 22∼31일에는 서울 코엑스 D홀에서 ‘어게인 2024 오페라 투란도트’가 공연된다. 지휘에 테너 출신인 플라시도 도밍고와 호세 쿠라, 투란도트 역에 소프라노 아스믹 그리고리안과 마리아 굴레기나, 칼라프 왕자 역에 테너 유시프 에이바조프 등 호화 캐스팅을 선보일 예정이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이달 29일은 이탈리아 오페라 작곡가 자코모 푸치니가 세상을 떠나고 100주년이 되는 날. 푸치니는 대중 유행음악 시대 이전 서구의 극장 산업을 평정한 ‘최후의 오페라 작곡가 셀럽’이었다. 9월 서울시오페라단의 ‘토스카’가 소프라노 안젤라 게오르규의 ‘테너 앙코르 항의 사건’을 낳았고 솔오페라단의 잠실 KSPO돔 ‘투란도트’가 관객 동원에 성공하는 등 푸치니 서거 100주년은 여러 화제를 불러왔다. 남은 두 달, 지금까지보다 많은 푸치니 오페라가 연말 관객들을 기다린다. 글로리아오페라단은 8~10일 ‘나비부인’을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한다. 미국 해군에게 버림받은 게이샤의 비극을 그린 이 오페라에는 일본 국가 ‘기미가요’가 미국 국가와 함께 짧게 등장하는데 올해 광복절에 공영방송의 전파를 탔다가 논란을 빚기도 했다. 주인공 초초상 역에는 빈 국립오페라 등 유럽 주요 극장에서 같은 역을 노래한 소프라노 임세경이 소프라노 조현애와 더블캐스팅으로 출연한다. 미 해군 핑커튼 역은 테너 김재형 이정원이 맡는다. 서울시오페라단은 푸치니 최고 흥행작 ‘라보엠’을 21~24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무대에 올린다. 이 오페라단 창단 39년 동안 이 작품 공연은 처음이다. 박혜진 서울시오페라단 단장은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와 차이콥스키 콩쿠르 우승자를 포함한 세계적 수준의 캐스팅을 선보일 것”이라고 밝혔다. 소프라노인 여주인공 미미 역에는 2011년 차이콥스키 콩쿠르 우승자 서선영과 2014년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우승자 황수미가 출연한다. 테너인 남주인공 로돌포 역은 2013년 서울국제음악콩쿠르 3위 입상자이자 베르디 콩쿠르, 비냐스 콩쿠르, 툴루즈 콩쿠르에서 우승했고 런던 로열 오페라에서 같은 역으로 성공을 거둔 테너 김정훈이 벨베데레 콩쿠르, 비오티 콩쿠르 비냐스 콩쿠르에서 수상한 문세훈과 실력을 겨룬다. 화가 마르첼로 역은 바리톤 이승왕과 2023년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우승자 김태한이 출연한다. 국립오페라단은 2021년 공연한 푸치니표 서부극 ‘서부의 아가씨’를 3년 만인 12월 5~8일 다시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무대에 올린다. 여주인공 미니 역에는 소프라노 임세경이 거듭 푸치니 여주인공으로 모습을 보인다. 올해 게오르규와 더블캐스팅으로 출연한 서울시오페라단 ‘토스카’와 글로리아 오페라단 ‘나비부인’에 이어 연속으로 맡는 푸치니 히로인이다. 미니 역에 소프라노 김은희가 실력을 겨루며 남주인공인 딕 존슨 역에는 테너 박성규 한윤석이 출연한다. 12월 22~31일에는 서울 코엑스 D홀에서 ‘어게인 2024 오페라 투란도트’가 공연된다. 2003년 장이머우 연출로 서울 상암 월드컵공연장에서 공연된 ‘투란도트’의 성공을 잇는다는 뜻을 담았다. 지휘에 테너 출신인 플라시도 도밍고와 호세 쿠라, 투란도트 역 소프라노 아스믹 그레고리안과 마리아 굴레기나, 칼라프 왕자 역 테너 유시프 에이바조프 등 호화 캐스팅을 선보일 예정이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BBC 프롬스는 ‘최고의 음악을 가능한 한 많은 사람에게 제공한다’는 창립 모토를 따릅니다. 이런 축제의 중요한 요소들을 스냅숏(순간 포착 사진)처럼 맛보실 수 있을 겁니다.”(데이비드 피카드 BBC 프롬스 예술감독) ‘세계에서 가장 많은 사람이 감상하는 클래식 음악 축제’ BBC 프롬스가 한국을 찾아온다. 12월 2∼8일 8개 프로그램으로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리는 ‘BBC 프롬스 코리아’다. BBC 프롬스는 1895년 시작돼 5200여 석의 대형 콘서트홀인 로열앨버트홀을 비롯한 곳곳에서 공연이 진행되며 TV와 라디오를 통해 송출된다. 그동안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와 호주 멜버른,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일본 도쿄 등에서 이 축제의 콘셉트를 적용한 해외 BBC 프롬스가 열렸다. BBC 프롬스 코리아에서는 라이언 위걸즈워스 지휘 BBC 스코틀랜드 심포니 오케스트라(BBC SSO)가 12월 2일(협연 첼리스트 한재민), 8일(협연 바이올리니스트 힐러리 한, 바리톤 김태한)에 무대를 꾸민다. 6일엔 같은 악단이 중심이 되는 웨스트엔드 뮤지컬 갈라 콘서트, 7일엔 이 악단 수석급 연주자와 한재민이 출연하는 실내악 무대가 열린다. 현대음악 앙상블인 앙상블 블랭크의 공연(3일), 자라섬 재즈 나잇과 보컬리스트 리즈 라이트 콘서트(4일), KBS교향악단과 협연하는 이지윤, 최하영의 브람스 이중 협주곡(5일) 무대도 마련된다. 2015년부터 올해까지 이 축제 예술감독으로 재직하는 피카드 감독은 동아일보와의 e메일 인터뷰에서 “BBC 프롬스 코리아에서는 공연 외 BBC SSO 연주자들이 서울 롯데백화점 키즈 오케스트라와 워크숍을 진행하며 클래식 축제의 비전을 논의하는 콘퍼런스도 개최한다”고 밝혔다. 그는 ‘음악 축제에선 악장 사이의 박수도 상관없다’는 생각을 밝힌 바 있다. “악장 사이에 박수가 나오는 것은 콘서트에 처음 온 사람들이 많다는 신호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들이 다시 오는 것을 주저하게 만들고 싶지 않습니다. 모차르트도 이런 일이 생기면 좋아했죠.” 지난여름 BBC 프롬스에 데뷔한 피아니스트 임윤찬에 대해 ‘믿을 수 없는 재능을 가진 연주자’라고 영국 언론을 통해 평가했던 그는 “임윤찬은 나이를 뛰어넘는 놀라운 성숙함을 보였다. 그에게 매우 흥미진진한 미래가 펼쳐져 있음을 확신한다”고 밝혔다. 피카드 감독은 영국 BBC 프롬스에서 유색인종 오케스트라인 치네케 오케스트라를 데뷔시켰고 여성 지휘자와 작곡가의 비중을 늘렸다. 그는 “축제에서 우리가 선보이는 것은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의 구성을 반영해야 한다. 이런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프롬스 감독이 되기 전 오페라 페스티벌인 글라인드본 페스티벌과 계몽시대 오케스트라의 감독을 지낸 그는 올해 BBC 프롬스를 끝으로 현역에서 은퇴한다며 “1986년 첫 직장이었던 로열 오페라단과 함께 서울을 방문했었다. 다시 서울에 오는 것은 경력의 시작으로 돌아가는 느낌”이라고 감회를 표현했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이달 14일 서울 금호아트홀 연세에서는 피아니스트 김준형(27)의 리사이틀 ‘종을 향하여’가 열린다. 순례의 해 1권 ‘스위스’ 중 ‘제네바의 종’, 초절기교 연습곡 11번 ‘밤의 선율’ 등 회화적이고 기교적인 리스트의 곡만으로 꾸민 프로그램이다. 이 리사이틀은 올해 금호아트홀 상주음악가인 김준형이 직접 프로그래밍한 네 개의 ‘엽편소설(葉篇小說)’ 리사이틀 마지막 순서다.12월 6일에는 서울 마포아트센터 아트홀 맥에서 ‘김동현 바이올린 리사이틀 II’가 열린다. 피아니스트 박재홍과 함께 드뷔시, 풀랑크, 메트네르 등 명료한 감각이 두드러지는 근대 작곡가들의 소나타 세 곡을 연주한다. 바이올리니스트 김동현(24)은 올해 마포아트센터의 상주음악가 격인 ‘M 아티스트’다. 김동현은 2022년 금호아트홀 상주음악가로도 활동했다.젊은 두 연주가를 묶는 키워드는 또 있다. K클래식의 수도 서울에서 열리는, 유일한 국제음악콩쿠르 세계연맹(WFIMC) 가입 국제음악콩쿠르인 ‘LG와 함께하는 서울국제음악콩쿠르’에서 1위를 차지했다는 점이다. 김동현은 바이올린 부문으로 열린 2018년 대회에서, 김준형은 피아노 부문으로 열린 2020년 대회에서 우승의 영예를 안았다.상주음악가로는 서울 롯데콘서트홀의 ‘인 하우스 아티스트’도 빼놓을 수 없다. 2022년 롯데콘서트홀 인 하우스 아티스트로는 피아니스트 신창용(30)과 첼리스트 문태국(30)이 호흡을 맞췄다. 2017년 서울국제음악콩쿠르에서 우승한 신창용은 10월 2일 체코 브르노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롯데콘서트홀 콘서트에서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협주곡 3번을 협연하며 빛나는 기교를 과시했다.젊은 예술가에게 집중적인 연주와 프로그래밍의 기회까지 제공하는 세 ‘상주음악가’ 자리에 서울국제음악콩쿠르 입상자들의 활약이 유독 빛나는 것은 이 대회가 가진 권위와 중요성을 상징하는 한 가지 사례일 뿐이다. 1996년 탄생한 이 대회는 첫 회 피아니스트 아비람 라이케르트(서울대 교수)를 우승자로 배출한 것을 비롯해 바이올린 부문으로 열린 다음 회에서 백주영(서울대 교수)과 리비우 프루나루(로얄 콘세르트허바우 오케스트라 악장)를 공동 우승자로 선정하는 등 국내외에서 활동하는 수많은 명인을 세상에 소개했다.바이올리니스트 클라라 주미 강, 올해 미국 인디애나대 교수로 임용된 피아니스트 한지호, 바리톤 김기훈, 공병우 등 역대 우승자 외에도 피아니스트 알레시오 박스, 안티 시랄라, 김태형, 예수아, 이택기, 바이올리니스트 이지윤 신아라, 바리톤 이응광 김주택, 테너 스테판 마리안 포프, 테너 김건우 이명현, 베이스바리톤 길병민 등 수많은 입상자가 국내외 무대에서 마음껏 예술혼을 발휘하고 있다.역대 심사위원의 면면도 화려하다. 국내 음악계의 별들뿐만 아니라 피아니스트 존 오코너, 아리에 바르디, 미셸 베로프, 안 케펠레크, 작곡가 로웰 리버먼, 바이올리니스트 제라르 풀레, 피에르 아무아얄, 소프라노 에디트 마티스, 셰릴 스투더, 에다 모저, 메조소프라노 피오렌차 코소토, 테너 프란시스코 아라이사, 자코모 아라갈, 지크프리트 예루살렘, 바리톤 레나토 브루손, 안드레아스 슈미트 등 해외 정상급 아티스트를 비롯해 세계적 음반 그룹 최고경영자(CEO)와 유명 극장장 등을 망라한다.“예술이 순위를 가릴 수 있는 건가?”라는 의문은 늘 존재한다. 2014년 이 대회 심사위원이었던 해미시 밀른(1939∼2020)은 대회 기간 중 이렇게 말했다. “콩쿠르가 항상 최고를 뽑는 건 아니죠. 심사위원도 사람이니까.” 좌중이 조용해졌다. 그가 말을 이었다. “하지만 최고들은 대부분 콩쿠르를 통해 나오죠.” 심사위원들은 긍정의 끄덕임과 웃음을 지었다.올해 ‘LG와 함께하는 서울국제음악콩쿠르’는 12월 1∼13일 서울교대 종합문화관과 서울아트센터 도암홀에서 열린다. 12, 13일 서울아트센터 도암홀에서 열리는 결선에서는 1, 2차 예선과 준결선을 통과한 차세대 거장들이 오케스트라와 협연하는 불꽃 대결을 감상할 수 있다. 주희성 서울대 교수와 ‘임윤찬의 스승’으로 알려진 손민수 뉴잉글랜드 음악원 교수, ‘정경화의 예술적 동반자’로 알려진 케빈 케너 등이 심사위원을 맡는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BBC 프롬스는 ‘최고의 음악을 가능한 한 많은 사람에게 제공한다’는 창립 모토를 따릅니다. 이런 축제의 중요한 요소들을 스냅샷(순간 포착 사진)처럼 맛보실 수 있을 겁니다.”(데이비드 피카드·BBC 프롬스 예술감독)‘세계에서 가장 많은 사람이 감상하는 클래식 음악 축제’ BBC 프롬스가 한국을 찾아온다. 12월 2~8일 8개 프로그램으로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리는 ‘BBC 프롬스 코리아’다. BBC 프롬스는 1895년 시작돼 5200여석의 대형 콘서트홀인 로열 앨버트 홀을 비롯한 곳곳에서 공연이 진행되며 TV와 라디오를 통해 송출된다. 그동안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와 호주 멜버른,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일본 도쿄 등에서 이 축제의 컨셉트를 적용한 해외 BBC 프롬스가 열렸다.BBC 프롬스 코리아에서는 라이언 위글스워스 지휘 BBC 스코틀랜드 심포니 오케스트라(BBC SSO)가 12월 2일(협연 첼리스트 한재민), 8일(협연 바이올리니스트 힐러리 한, 바리톤 김태한)에 무대를 꾸민다. 6일엔 같은 악단이 중심이 되는 웨스트앤드 뮤지컬 갈라 콘서트, 7일엔 이 악단 수석급 연주자와 한재민이 출연하는 실내악 무대가 열린다. 현대음악 앙상블인 앙상블 블랭크의 공연((3일), 자라섬 재즈 나잇과 보컬리스트 리즈 라이트 콘서트(4일), KBS교향악단과 협연하는 이지윤, 최하영의 브람스 이중 협주곡(5일) 무대도 마련된다.2015년부터 올해까지 이 축제 예술감독으로 재직하는 피카드 감독은 동아일보와의 e메일 인터뷰에서 “BBC 프롬스 코리아에서는 공연 외 BBC SSO 연주자들이 서울 롯데백화점 키즈 오케스트라와 워크숍을 진행하며 클래식 축제의 비전을 논의하는 컨퍼런스도 개최한다”고 밝혔다.그는 ‘음악 축제에선 악장 사이의 박수도 상관없다’는 생각을 밝힌 바 있다. “악장 사이에 박수가 나오는 것은 콘서트에 처음 온 사람들이 많다는 신호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들이 다시 오는 것을 주저하게 만들고 싶지 않습니다. 모차르트도 이런 일이 생기면 좋아했죠.”지난여름 BBC 프롬스에 데뷔한 피아니스트 임윤찬에 대해 ‘믿을 수 없는 재능을 가진 연주자라고 영국 언론을 통해 평가했던 그는 “임윤찬은 나이를 뛰어넘는 놀라운 성숙함을 펼쳐 보였다. 그에게 매우 흥미진진한 미래가 펼쳐져 있음을 확신한다”고 밝혔다.피카드 감독은 영국 BBC 프롬스에서 유색인종 오케스트라인 치네케 오케스트라를 데뷔시켰고 여성 지휘자와 작곡가의 비중을 늘렸다. 그는 “축제에서 우리가 선보이는 것은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의 구성을 반영해야 한다. 이런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프롬스 감독이 되기 전 오페라 페스티벌인 글라인드본 페스티벌과 계몽시대 오케스트라의 감독을 지낸 그는 올해 BBC 프롬스를 끝으로 현역에서 은퇴한다며 “1986년 첫 직장이었던 로열 오페라단과 함께 서울을 방문했었다. 다시 서울에 오는 것은 경력의 시작으로 돌아가는 느낌”이라고 감회를 표현했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이 책의 부제는 ‘아편의 감춰진 이야기’다. 중국 청나라가 아편 교역을 금지하자 영국은 1840년 아편전쟁을 일으켰고 열강의 동아시아 침략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근대 세계사를 들여다보았다면 누구나 아는 이야기다. 저자 고시는 영국 옥스퍼드대 사회인류학 박사 출신의 인도 소설가다. 영국에서 50만 부 이상이 팔린 ‘유리 궁전’을 비롯해 여러 베스트셀러를 썼고 메디치상과 아서 클라크상을 받았다. 아편전쟁 직전을 배경으로 쓴 역사소설 ‘아이비스 3부작’은 그가 이 책에 착수하는 배경이 됐다. 이 책에서 우리는 아편과 관련해 영국과 청나라에 가려 잘 보이지 않았던 ‘인도’를 만나게 된다. 고시가 근대사를 바라보는 시선은 그 시대가 자원을 추출하고 타자의 권리를 박탈하는 소수 백인 특권층의 역사라는 데서 출발해 왔다. 여기 더해 그는 ‘물질의 행위 주체성’을 강조한다. 전작인 논픽션 ‘대혼란의 시대’에선 화석연료가, ‘육두구의 저주’에서는 향신료가 역사를 만들어온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이 책에서는 연기를 발생시키고 재를 남기는 아편이 그 주인공이다. 중국의 차(茶)는 18세기 초부터 영국 경제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차에 부과된 세금이 재정의 10분의 1을 차지했다. 문제는 영국이 중국에 판매할 게 없다는 사실이었다. 막대한 은이 중국으로 유출됐고 이 문제의 해결책이 인도에서 생산한 면과 아편이었다. 양귀비 생산에는 집중적인 관리와 인력, 정교한 조직이 필요했다. 영국은 인도의 파트나(현재의 비하르)와 말와에 거점을 마련하고 100만 명 이상의 농민에게 양귀비를 경작시켰다. 이렇게 거대한 산업을 탄생시키고도 영국인들은 ‘아편은 전통적인 인도 약물이며’ ‘중국인들이 아편을 원하므로 자유시장에 맡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영국령 인도 제국 수입의 5분의 1이 아편에서 나왔지만 그 폐해는 아시아인들의 책임으로 돌렸다. 의외로 아편 거래에서 영국 다음으로 득을 본 나라는 미국이었다. 포브스와 루스벨트 가문을 비롯한 여러 엘리트 가문이 아편으로 초기의 부를 축적했고, 그 부의 많은 부분이 ‘아이비리그’ 대학으로 흘러 들어갔다. 식민시대의 담론 구조는 오늘날에도 계속된다. 옛 제국의 대변인들은 ‘아편 무역이 중단되면 인도 농부들이 굶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늘날 에너지 회사들이 ‘화석연료 산업이 중단되면 세계 빈곤층이 피해를 본다’고 주장하는 것과 같은 전략이다. 물질로서의 아편도 계속해서 이야기를 남긴다. 아편 성분에서 나온 헤로인 등 ‘오피오이드’ 마약이 계속해서 현대 사회에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으며, 오늘날 심각한 문제로 대두된 펜타닐 역시 합성된 오피오이드다. 저자 고시는 역설적으로 아편의 시대적 궤적에서 오늘의 희망을 본다. 거대한 대영제국의 탄압 속에서도 여러 국적과 인종의 시민들이 연합해 20세기 초 아편 산업을 축소시켰다. 오늘날 환경 문제의 중심에 있는 화석연료 기업들에 대해서도 가능한 일 아닐까. 저자가 우리에게 던지는 숙제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건축자재 전문기업 이건이 주최하는 제35회 이건음악회가 캐나다 시대악기 연주단체인 타펠무지크 바로크 오케스트라 초청 콘서트로 열린다. 25일 인천 아트센터인천을 시작으로 11월 1일 서울 롯데콘서트홀, 11월 2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등 5개 도시에서 6회 공연을 갖는다.9월 이 악단 수석 객원 감독으로 취임한 ‘바로크 바이올린 여왕’ 레이철 포저가 리더 격인 감독 겸 솔로를 맡아 바흐 바이올린협주곡 BWV 1041, 퍼셀 ‘요정 여왕’ 모음곡, 바흐 오보에와 바이올린을 위한 협주곡 BWV 1060R 등을 들려준다. 서울 바로크 앙상블 리더이자 네덜란드 위트레흐트 국립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오보에 수석인 신용천이 협연한다. 타펠무지크는 바로크 시대 독일에서 ‘연회음악’을 뜻하던 말. 타펠무지크 바로크 오케스트라는 1979년 캐나다 토론토에서 창단됐다. 주로 17∼18세기 바로크 음악을 당시 연주법을 바탕으로 하되 자유로운 감각을 가미하며 연주해 왔다. 24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포저는 “바로크 음악에는 시대를 초월해 감정을 흔드는 요소가 있다. 디테일을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악단 바이올리니스트인 크리스티나 자카리아스는 “연회음악이라는 뜻처럼 우리는 서서 무대 위를 돌아다니며 서로 얼굴을 쳐다보고 미소를 지으며 파티 같은 기분으로 연주한다. 지휘자가 없는 대신 각각의 파트가 서로에게 호흡을 맞춘다”고 소개했다. 바흐 협주곡을 협연할 오보이스트 신용천은 “지휘자가 있는 경우 내 뜻과 다른 부분도 맞춰줘야 할 때가 있는데 타펠무지크 바로크 오케스트라는 모든 단원이 서로 대화하듯이 합주하기 때문에 더 즐겁게 연주하게 된다”고 전했다. 첼리스트 마이클 언터먼은 “한국에 존재하는 ‘정(情)’이라는 감정처럼 타펠무지크는 단원 사이 서로 애정을 가지고 아끼면서 상호작용을 한다. 이런 특별한 에너지가 한국 관객들과 소통될 것이라고 기대한다”고 말했다. 시대악기 또는 고음악 연주의 지역별 차이에 대해 포저는 “바이올린을 예로 들면 네덜란드에서는 악기에서 턱을 떼도록 가르치지만 다른 곳에서는 현대 바이올린처럼 턱에 받치게 하는 등 다른 부분들이 있다. 고음악은 유럽에서 먼저 연구가 시작된 만큼 북아메리카에서도 음악가들이 유럽에서 배운 지역의 특징을 반영하게 된다”고 전했다. 포저는 본국인 영국에서 ‘바로크 바이올린의 탁월한 영국적 영광’(더타임스)으로 불리면서 바로크 바이올린의 대표 해석가로 꼽혀 왔다. 2004년 비발디 ‘라 스트라바간차’ 협주곡집으로 그래머폰 협주곡부문상을, 2016년 비버 로자리 소나타집으로 건반악기 연주자 마르친 시비옹트키에비치 등과 함께 그래머폰 바로크 기악부문상을, 2018년 그래머폰 올해의 예술가상을 받는 등 그래머폰상을 3회나 수상했다. 가브리엘리 콘소트 리더, 잉글리시 콘서트 리더, 계몽주의 오케스트라 객원감독 등 여러 앙상블의 리더로 활동해 왔다. 2019년 LG아트센터에서 계몽시대 오케스트라 협연으로 비발디 ‘사계’를 연주한 바 있다. 1990년 시작된 이건음악회는 베를린 슈타츠카펠레 현악4중주단(34회), 뷔르템베르크 체임버 오케스트라 하일브론(31, 33회) 등 명성 높은 앙상블과 독주자들을 초대해 왔다. 26일에는 대구 대구콘서트하우스, 27일 부산 부산문화회관, 29일 광주 광주예술의전당에서 공연이 열린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건축자재 전문기업 이건이 주최하는 제35회 이건음악회가 캐나다 시대악기 연주단체인 타펠무지크 바로크 오케스트라 초청 콘서트로 열린다. 25일 인천 아트센터인천을 시작으로 11월 1일 서울 롯데콘서트홀, 11월 2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등 5개 도시에서 6회 공연을 갖는다. 9월 이 악단 수석 객원 감독으로 취임한 ‘바로크 바이올린 여왕’ 레이첼 포저가 리더 격인 감독 겸 솔로를 맡아 바흐 바이올린협주곡 BWV 1041, 퍼셀 ‘요정 여왕’ 모음곡, 바흐 오보에와 바이올린을 위한 협주곡 BWV 1060R 등을 들려준다. 서울 바로크 앙상블 리더이자 네덜란드 위트레흐트 국립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오보에 수석인 신용천이 협연한다. 타펠무지크는 바로크 시대 독일에서 ‘연회음악’을 뜻하던 말. 타펠무지크 바로크 오케스트라는 1979년 캐나다 토론토에서 창단됐다. 주로 17~18세기 바로크 음악을 당시 연주법을 바탕으로 하되 자유로운 감각을 가미하며 연주해 왔다. 24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포저는 “바로크 음악에는 시대를 초월해 감정을 흔드는 요소가 있다. 디테일을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악단 바이올리니스트인 크리스티나 자카리아스는 “연회음악이라는 뜻처럼 우리는 서서 무대 위를 돌아다니며 서로 얼굴을 쳐다보고 미소를 지으며 파티 같은 기분으로 연주한다. 지휘자가 없는 대신 각각의 파트가 서로에게 호흡을 맞춘다”고 소개했다. 바흐 협주곡을 협연할 오보이스트 신용천은 “지휘자가 있는 경우 내 뜻과 다른 부분도 맞춰줘야 할 때가 있는데 타펠무지크 바로크 오케스트라는 모든 단원이 서로 대화하듯이 합주하기 때문에 더 즐겁게 연주하게 된다”고 전했다. 첼리스트 마이클 언터맨은 “한국에 존재하는 ‘정(情)’이라는 감정처럼 타펠무지크는 단원 사이 서로 애정을 가지고 아끼면서 상호작용을 한다. 이런 특별한 에너지가 한국 관객들과 소통될 것이라고 기대한다”고 말했다. 시대악기 또는 고음악 연주의 지역별 차이에 대해 포저는 “바이올린을 예를 들면 네덜란드에서는 악기에서 턱을 떼도록 가르치지만 다른 곳에서는 현대 바이올린처럼 턱에 받치게 하는 등 다른 부분들이 있다. 고음악은 유럽에서 먼저 연구가 시작된 만큼 북아메리카에서도 음악가들이 유럽에서 배운 지역의 특징을 반영하게 된다”고 전했다. 레이첼 포저는 본국인 영국에서 ‘바로크 바이올린의 탁월한 영국적 영광’(더 타임스)로 불리면서 바로크 바이올린의 대표 해석가로 꼽혀왔다. 2004년 비발디 ‘라 스트라바간자’ 협주곡집으로 그래머폰 협주곡부문상을, 2016년 비버 로자리 소나타집으로 건반악기 연주자 마르친 시비옹트키에비치 등과 함께 그래머폰 바로크 기악부문상을, 2018년 그래머폰 올해의 예술가상을 받는 등 그래머폰상을 3회나 수상했다. 가브리엘리 콘소트 리더, 잉글리시 콘서트 리더, 계몽주의 오케스트라 객원감독 등 여러 앙상블의 리더로 활동해 왔다. 2019년 LG아트센터에서 계몽시대 오케스트라 협연으로 비발디 ‘사계’를 연주한 바 있다. 1990년 시작된 이건음악회는 베를린 슈타츠카펠레 현악4중주단(34회), 뷔르템베르크 체임버 오케스트라 하일브론(31,33회) 등 명성 높은 앙상블과 독주자들을 초대해 왔다. 26일에는 대구 대구콘서트하우스, 27일 부산 부산문화회관, 29일 광주 광주예술의전당에서 공연이 열린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어른이 되면 동아음악콩쿠르에서도 꼭 우승해야지’ 하고 다짐했어요. 그 생각을 이루게 돼 신기하면서도 기쁩니다.” 제64회 동아음악콩쿠르에서 첼로 부문 1위를 차지한 맹지연 씨(22·연세대 4년)는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체임버홀에서 열린 시상식 직후 이렇게 말했다. 2017년 열린 제1회 동아주니어음악콩쿠르 당시 중학교 3학년이었던 그는 중등부 첼로 부문 1위를 차지했다. 맹 씨는 2년 전 제62회 동아음악콩쿠르에서도 본선 무대에 올랐지만 순간적인 착각으로 연주를 멈췄고 입상하지 못했다. 그는 “그 후 대곡에 대한 공포증까지 생겼는데 이제 완전히 극복한 것도 다행”이라면서 밝은 웃음을 지었다. 동아일보사가 주최한 올해 동아음악콩쿠르는 서울교육대 후원으로 열렸다. 올해 콩쿠르에서는 각 부문 1위 입상자 5명을 비롯해 총 18명이 입상의 영예를 안았다. 부문별 격년제로 개최하는 이 콩쿠르는 9월 30일부터 10월 11일까지 서울교육대 종합문화관에서 1, 2차 예선을 거친 7개 부문 24명이 21∼23일 세종체임버홀에서 열린 본선에 올라 기량을 겨뤘다. 시상식에서는 첼로 1위를 수상한 맹 씨가 세계적인 첼리스트 고 버나드 그린하우스와 그 제자들이 주축이 돼 설립한 그린하우스재단의 그린하우스재단상을 받았다. 바이올리니스트 고 우금 양해엽을 기리는 우금상과 호른 부문 1위에게 수여되는 이석준호른상, 베이스트롬본 연주자가 트롬본 부문 1위를 수상할 경우 수여하는 빅트롬본상은 올해 수상자를 내지 못했다. 25일부터 동아음악콩쿠르 홈페이지(www.donga.com/concours/music)에서 심사위원별 채점표를, 31일부터 심사평을 확인할 수 있다. 본선 연주 동영상은 11월 말부터 유료로 서비스할 예정이다. 다음은 입상자 명단. ▽바이올린 △2위 송예지(21·서울대 3년) △3위 김수연(20·한예종 3년) ▽비올라 △1위 장한나(20·한예종 4년) △2위 박예림(22·한예종 3년) ▽첼로 △1위 맹지연 △2위 한예림(19·한예종 3년) △3위 이윤지(19·서울대 1년) ▽콘트라베이스 △1위 김태균(24·한양대 4년) △2위 장우진(19·서울대 1년) △3위 박현우(23·한예종 2년) ▽호른 △2위 임재호(22·한예종 4년) △3위 설호원(23·서울대 3년) ▽트롬본 △1위 이현빈(18·전주예술고 3년) △2위 이창연(24·연세대 3년) △3위 송승표(25·한양대 졸) ▽트럼펫 △1위 심정음(19·한예종 1년) △2위 손장원(23·서울대 졸) △3위 고형민(21·서울대 1년)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얍 판 츠베덴 서울시립교향악단 음악감독(사진)이 1월 취임 콘서트에서 지휘한 말러 교향곡 1번 연주가 18일 애플뮤직 클래시컬에서 음원으로 공개됐다.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 콘서트 실황과 4, 5월 같은 장소에서 추가 녹음한 연주를 편집했다. 츠베덴 감독은 “서울시향과 말러 교향곡 전곡을 연주하고 녹음하겠다”는 계획을 밝혀온 바 있다. 서울시향은 2011년 정명훈 당시 음악감독 지휘로 도이체 그라모폰(DG)에서 같은 곡을 음반으로 발매한 바 있다. 츠베덴 감독은 “나는 로열 콘세르트허바우 오케스트라나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를 처음 지휘하는 공연에서도 이 곡을 지휘했다. 나는 이 곡과 성장해 왔다”며 “이 작품은 청년 말러의 고뇌와 방황, 극복을 담고 있다. 말러의 모든 감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고 오케스트라의 능력을 보여줄 수 있는 곡이다”라고 말했다.음원으로 듣는 이 곡에서 츠베덴은 다양한 색채의 음향과 정밀한 표현력을 이끌어낸다. 첫 악장에서 새벽의 신비를 표현하는 서주부를 지나 주선율로 들어서는 동안 첼로의 주제에 다른 성부들이 가세하면서 각 파트의 조화가 편안히 잡혀 나갔다. 모서리마다 빛이 살아 있는, 서로를 듣는 유기적인 표정이다. 츠베덴은 적당한 부분마다 개성 있는 악센트를 부여하면서 단조로움을 피해 나갔다. 목관 주자들이 선보인, 때론 나른하고 때론 생동하는 음색들이 악장의 회화성을 살렸다. 3악장의 유대인의 ‘클레츠머’ 음악을 흉내 낸 악구에서는 현이 진한 색깔과 큰 볼륨으로 애절한 표정을 이끌어 냈다. ‘길가에 보리수 서 있었다’ 주제도 템포를 당겨 잡고 또렷한 윤곽이 드러나도록 했다. 4악장의 지시어는 ‘폭풍처럼 움직이며’다. 츠베덴 감독은 굉음처럼 몰아치는 합주 가운데서도 밸런스를 놓치지 않았다. 시작부의 혼돈이 가라앉아 가는 순간에 금관의 흐트러짐 없는 합주가 돋보였다. 마지막 종결부에서 템포는 한껏 당겨졌다. 고음현이 질풍같은 분산화음을 수놓는 가운데 관이 쉬는 박자에서는 자칫 음향의 밸런스가 무너지기 쉽지만 츠베덴이 당겨 잡은 박자가 그런 ‘빈’ 느낌을 해소해 주었다. 서울시향과 애플뮤직 클래시컬은 23일 오후 5시 서울 중구 애플명동에서 ‘투데이 앳 애플 세션 쇼케이스: 공간 음향으로 서울시립교향악단의 말러 교향곡 1번에 흠뻑 빠져보기’를 진행한다. 츠베덴 감독과 웨인 린 서울시향 부악장, 이번 녹음을 진행한 최진 톤마이스터가 대담에 나선다. 서울시향은 2025년에 말러 교향곡 2번과 7번을 녹음하며 순차적으로 말러 교향곡 전체 녹음을 완성할 계획이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얍 판 츠베덴 서울시립교향악단 음악감독이 1월 취임 콘서트에서 지휘한 말러 교향곡 1번 연주가 18일 애플뮤직 클래시컬에서 음원으로 공개됐다.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 콘서트 실황과 4, 5월 같은 장소에서 추가 녹음한 연주를 편집했다. 츠베덴 감독은 “서울시향과 말러 교향곡 전곡을 연주하고 녹음하겠다”는 계획을 밝혀온 바 있다. 서울시향은 2011년 정명훈 당시 음악감독 지휘로 도이체 그라모폰(DG)에서 같은 곡을 음반으로 발매한 바 있다. 츠베덴 감독은 “나는 로열 콘세르트허바우 오케스트라나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를 처음지휘하는 공연에서도 이 곡을 지휘했다. 나는 이 곡과 성장해왔다”며 “이 작품은 청년 말러의 고뇌와 방황, 극복을 담고 있다. 말러의 모든 감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고 오케스트라의 능력을 보여줄 수 있는 곡이다”라고 말했다. 음원으로 듣는 이 곡에서 츠베덴은 다양한 색채의 음향과 정밀한 표현력을 이끌어낸다. 첫 악장에서 새벽의 신비를 표현하는 서주부를 지나 주선율로 들어서는 동안 첼로의 주제에 다른 성부들이 가세하면서 각 파트의 조화가 편안히 잡혀나갔다. 모서리마다 빛이 살아있는, 서로를 듣는 유기적인 표정이다. 츠베덴은 적당한 부분마다 개성있는 액센트를 부여하면서 단조로움을 피해나갔다. 목관 주자들이 선보인, 때로 나른하고 때로 생동하는 음색들이 악장의 회화성을 살렸다. 3악장의 유대인의 ‘클레츠머’ 음악을 흉내 낸 악구에서는 현이 진한 색깔과 큰 볼륨으로 애절한 표정을 이끌어냈다. ‘길가에 보리수 서있었다’ 주제도 템포를 당겨 잡고 또렷한 윤곽이 드러나도록 했다. 4악장의 지시어는 ‘폭풍처럼 움직이며’다. 츠베덴 감독은 굉음처럼 몰아치는 합주 가운데서도 밸런스를 놓치지 않았다. 시작부의 혼돈이 가라앉아가는 순간에 금관의 흐트러짐 없는 합주가 돋보였다. 마지막 종결부에서 템포는 한껏 당겨졌다. 고음현이 질풍같은 분산화음을 수놓는 가운데 관이 쉬는 박자에서는 자칫 음향의 밸런스가 무너지기 쉽지만 츠베덴이 당겨 잡은 박자가 그런 ‘빈’ 느낌을 해소해 주었다. 서울시향과 애플뮤직 클래시컬은 23일 오후 5시 서울 중구 애플명동에서 ‘투데이 앳 애플 세션 쇼케이스: 공간 음향으로 서울시립교향악단의 말러 교향곡 1번에 흠뻑 빠져보기’를 진행한다. 츠베덴 감독과 웨인 린 서울시향 부악장, 이번 녹음을 진행한 최진 톤마이스터가 대담에 나선다. 서울시향은 2025년에 말러 교향곡 2번과 7번을 녹음하며 순차적으로 말러 교향곡 전체 녹음을 완성할 계획이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이탈리아 피아노계의 대표 주자 중 한 사람인 피아니스트 베아트리체 라나(31)가 28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7년 만의 내한 리사이틀을 갖는다. 2021년 코로나19 확산으로 내한 공연이 취소됐던 아쉬움을 달랠 이번 무대에서 그는 멘델스존 ‘무언가’ 발췌와 브람스 소나타 2번, 라벨의 ‘밤의 가스파르’ ‘라 발스’를 들려준다. 라나는 2011년 18세로 몬트리올 국제콩쿠르에서 우승했고 2년 뒤 밴 클라이번 콩쿠르에서 준우승과 청중상을 차지했다. 그의 위상은 오늘날 음반계에서 더 빛난다. 바흐 골드베르크 변주곡, 쇼팽 연습곡집, 프로코피예프와 차이콥스키의 피아노협주곡 등 워너 레이블로 발매하는 음반마다 그래머폰, 프레스토 등 음반 전문지의 주목과 상찬을 받으면서 화제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독일 쥐트도이체차이퉁은 “무심한 듯한 표정으로 불처럼 타오르는 소리를 만들어 낸다”고, 뉴욕타임스는 “음악적 야성과 지성을 함께 갖췄다”고 그의 연주를 평했다. 동아일보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라나는 “피아니스트라는 직업은 다양한 아이디어와 역사, 기회로 가득 찬 일”이라며 “악보에 쓰이지 않은 것에서 자유를 찾을 수 있고 그 해석의 과정이 가장 매력적”이라고 밝혔다. ―중기 낭만주의 멘델스존의 곡과 후기 낭만주의의 브람스, 근대 작곡가 라벨의 곡을 연주합니다. 이번 공연에서 청중이 집중했으면 하는 포인트가 있을까요. “이번 공연의 주제는 ‘환상’이라고 표현하고 싶습니다. 각각의 작품들이 저마다의 이유로 혁신적이죠. 멘델스존은 아름다운 선율과 화성으로 작품을 엮어 내는데, 그의 곡들은 짧은 시간 안에 시각적으로 이야기를 만들어 냅니다. 브람스 소나타 2번은 실제로는 그가 작곡한 첫 피아노 소나타이자 클라라 슈만에게 헌정한 곡입니다. 삶에 대한 갈망의 에너지로 가득찬 곡이죠. 라벨 ‘밤의 가스파르’는 공포소설과 같은 작품이고, ‘라 발스’는 낭만주의의 환상을 마지막에 무너뜨리는 작품입니다.” ―연주가들은 악보가 규정하는 것과 자신의 독창성 사이에서 균형을 찾아나갑니다. 그 ‘적절함’이란 어떤 것일까요. “제 개성이 작곡가의 개성을 압도하거나 그 반대의 경우라면 그 작품을 압도할 자신감이 없어집니다. 그래서 레퍼토리를 선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작곡가는 악보에 모든 것을 담으려 하지만 이는 불가능하기 때문에 다양한 해석의 여지가 주어지는 거죠. 이 여지가 연주가에게는 매력적으로 다가옵니다.” ―앞으로 탐구하고 싶은 작곡가가 있다면…. “슈베르트 작품을 무대에서 연주한 경험이 없어요. 슈베르트는 앞으로 탐구해 나갈 첫 번째 작곡가입니다.” ―유년기를 보낸 이탈리아 동남부의 레체에 대해 소개해 주실 수 있을까요. “레체는 바로크 양식의 예술적인 도시로서 ‘남부의 피렌체’라고 불립니다. 도시 전체가 빛에 차 있는 느낌을 줍니다. 제 할아버지는 교외에서 포도주를 만드셨는데, 아름다운 자연의 환경이 제 예술에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해요.”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이탈리아 피아노계의 대표 주자 중 한 사람인 피아니스트 베아트리체 라나(31)가 28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7년 만의 내한 리사이틀을 갖는다. 2021년 코로나19 확산으로 내한 공연이 취소됐던 아쉬움을 달랠 이번 무대에서 그는 멘델스존 ‘무언가’ 발췌와 브람스 소나타 2번, 라벨의 ‘밤의 가스파르’ ‘라 발스’를 들려준다.라나는 2011년 18세로 몬트리올 국제콩쿠르에서 우승했고 2년 뒤 반 클라이번 콩쿠르에서 준우승과 청중상을 차지했다. 그의 위상은 오늘날 음반계에서 더 빛난다. 바흐 골드베르크 변주곡, 쇼팽 연습곡집, 프로코피예프와 차이콥스키의 피아노협주곡 등 워너 레이블로 발매하는 음반마다 그라머폰과 프레스토 등 음반 전문지의 주목과 상찬을 받으면서 화제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독일 쥐트도이체 차이퉁은 “무심한 듯한 표정으로 불처럼 타오르는 소리를 만들어낸다”고, 뉴욕타임스는 “음악적 야성과 지성을 함께 갖췄다”고 그의 연주를 평했다.동아일보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라나는 “피아니스트라는 직업은 다양한 아이디어와 역사, 기회로 가득 찬 일”이라며 “악보에 쓰이지 않은 것에서 자유를 찾을 수 있고 그 해석의 과정이 가장 매력적”이라고 밝혔다.―중기 낭만주의 멘델스존의 곡과 후기 낭만주의의 브람스, 근대 작곡가 라벨의 곡을 연주합니다. 이번 공연에서 청중이 집중했으면 하는 포인트가 있을까요.“이번 공연의 주제는 ‘환상’이라고 표현하고 싶습니다. 각각의 작품들이 저마다의 이유로 혁신적이죠. 멘델스존은 아름다운 선율과 화성으로 작품을 엮어내는데, 그의 곡들은 짧은 시간 안에 시각적으로 이야기를 만들어냅니다. 브람스 소나타 2번은 실제로는 그가 작곡한 첫 피아노 소나타이자 클라라 슈만에게 헌정한 곡입니다. 삶에 대한 갈망의 에너지로 가득찬 곡이죠. 라벨 ‘밤의 가스파르’는 공포소설과 같은 작품이고, ‘라 발스’는 낭만주의의 환상을 마지막에 무너뜨리는 작품입니다.”―연주가들은 악보가 규정하는 것과 자신의 독창성 사이에서 균형을 찾아나갑니다. 그 ‘적절함’이란 어떤 것일까요.“제 개성이 작곡가의 개성을 압도하거나 그 반대의 경우라면 그 작품을 압도할 자신감이 없어집니다. 그래서 레퍼토리를 선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작곡가는 악보에 모든 것을 담으려 하지만 이는 불가능하기 때문에 다양한 해석의 여지가 주어지는 거죠. 이 여지가 연주가에게는 매력적으로 다가옵니다.”―앞으로 탐구하고 싶은 작곡가가 있다면.“슈베르트 작품을 무대에서 연주한 경험이 없어요. 슈베르트는 앞으로 탐구해 나갈 첫 번째 작곡가입니다.”―유년기를 보낸 이탈리아 동남부의 레체에 대해 소개해주실 수 있을까요.“레체는 바로크 양식의 예술적인 도시로서 ‘남부의 피렌체’라고 불립니다. 도시 전체가 빛에 차있는 느낌을 줍니다. 제 할아버지는 교외에서 포도주를 만드셨는데, 아름다운 자연의 환경이 제 예술에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해요.”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바그너 오페라 ‘탄호이저’ 2막. 노래자랑 대회가 열리는 큰 홀이다. 1930년대 사무원 복장의 여성들이 타이프라이터를 치며 자료를 정리하고, 히틀러유겐트를 연상시키는 복장의 청소년들도 서 있다. 조카 엘리자베트의 손을 잡은 영주는 어딘가 탐욕스러워 보인다. 원작에서는 1막에만 등장하는 욕정의 여신 베누스(비너스)가 돌아다닌다. 카메라맨이 무대 위에서 그의 표정을 찍고 그 영상은 무대 뒷면에 투사된다. 베누스의 표정은 진정한 사랑을 잃고 고뇌에 빠진 여인을 연상시킨다. 17∼20일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되는 바그너 오페라 ‘탄호이저’의 15일 리허설 현장이다. 국립오페라단이 바그너가 32세 때의 중기 대작 오페라 ‘탄호이저’를 1979년 한국 초연 이후 45년 만에 무대에 올린다. 연출은 독일을 중심으로 유럽에서 활동해 온 한국인 연출가 요나 김이 맡는다. 그는 2015년 국립오페라단 ‘후궁으로부터의 도주’와 2022년 대구국제오페라축제 ‘니벨룽의 반지’를 통해 한국 청중과 만난 바 있다. 프로그램북에 게재한 연출가 노트에서 요나 김은 “이 오페라는 에로스와 헌신적 여성을 모두 갈구한 바그너의 자기모순에 대한 이야기”라고 밝혔다. 그는 “베누스는 사랑에 충실했던 정열적인 여자일 수도, 엘리자베트는 이타적 사랑을 강요당한 희생자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베누스는 악, 여주인공 엘리자베트는 선이라는 이분법을 배제하겠다는 의도다. 원작에 나타난 금욕주의와 쾌락주의를 균등하게 표현하기 위해 그는 바그너가 이 작품을 위해 내놓은 여러 버전을 섞었다. 1막에는 베누스의 비중이 크고 그의 캐릭터가 입체적으로 표현되는 파리 버전을 택하는 한편 장식성이 강조된 발레 장면은 뺐다. 2막과 3막에서는 ‘생생함이 살아있는’ 초연 드레스덴 버전을 사용한다. 리허설에서 구원의 여인 엘리자베트 역을 맡은 소프라노 레나 쿠츠너는 이 역을 위해 도면을 그리고 잘라낸 가수 같았다. 순수하고 투과력 강하며 볼륨이 큰 소리가 객석 뒤편까지 선명히 뻗어나갔다. 탄호이저 역의 테너 하이코 뵈르너도 반세기 전 독일의 전형적 헬덴(영웅적) 테너들의 특징적인 소리를 선보였다. 흥미로운 출연자는 경건한 기사 볼프람 역의 톰 에릭 리였다. 비브라토가 강하고 여러 결의 소리가 합성된 듯한 개성적인 음색이었으며 힘들이지 않고 소리를 냈다. 그가 노래하는 ‘저녁별의 노래’는 그 어떤 가수와도 달랐다. 쿠츠너와 뵈르너, 리는 17일과 19일에 출연한다. 베누스 역은 메조 소프라노 쥘리 로바르장드르, 영주 헤르만 역은 베이스 최웅조가 맡는다. 18, 20일 공연은 탄호이저 역 애런 코울리와 엘리자베트 역 문수진, 베누스역 양송미, 볼프람 역 김태현, 헤르만 역 하성현이 출연한다. 2016년 국립오페라단 ‘로엔그린’으로 한국 관객을 만난 필립 오갱이 지휘를 맡았다.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와 국립합창단, 노이오페라코러스가 출연한다.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바그너 오페라 ‘탄호이저’ 2막. 노래자랑 대회가 열리는 큰 홀이다. 1930년대 사무원 복장의 여성들이 타이프라이터를 치며 자료를 정리하고, 히틀러유겐트를 연상시키는 복장의 청소년들도 서있다. 조카 엘리자베트의 손을 잡은 영주는 어딘가 탐욕스러워 보인다. 원작에서는 1막에만 등장하는 욕정의 여신 베누스(비너스)가 돌아다닌다. 카메라맨이 무대 위에서 그의 표정을 찍고 그 영상은 무대 뒷면에 투사된다. 베누스의 표정은 진정한 사랑을 잃고 고뇌에 빠진 여인을 연상시킨다. 17~20일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되는 바그너 오페라 ‘탄호이저’의 15일 리허설 현장이다. 국립오페라단이 바그너 32세 때의 중기 대작 오페라 ‘탄호이저’를 1979년 한국 초연 이후 45년 만에 무대에 올린다. 독일을 중심으로 유럽에서 활동해 온 한국인 연출가 요나 김이 연출을 맡는다. 그는 2015년 국립오페라단 ‘후궁으로부터의 도주’와 2022년 대구국제오페라축제 ‘니벨룽의 반지’를 통해 한국 청중과 만난 바 있다. 프로그램북에 게재한 연출가 노트에서 요나 김은 “이 오페라는 에로스와 헌신적 여성을 모두 갈구한 바그너의 자기모순에 대한 이야기”라고 밝혔다. 그는 “베누스는 사랑에 충실했던 정열적인 여자일 수도, 엘리자베트는 이타적 사랑을 강요당한 희생자일 수 있다”고 말했다. 베누스는 악, 여주인공 엘리자베트는 선이라는 이분법을 배제하겠다는 의도다. 원작에 나타난 금욕주의와 쾌락주의를 균등하게 표현하기 위해 그는 바그너가 이 작품을 위해 내놓은 여러 버전을 섞었다. 1막에는 베누스의 비중이 크고 그의 캐릭터가 입체적으로 표현되는 파리 버전을 택하는 한편 장식성이 강조된 발레 장면은 뺐다. 2막과 3막에서는 ‘생생함이 살아있는’ 초연 드레스덴 버전을 사용한다. 리허설에서 구원의 여인 엘리자베트 역을 맡은 소프라노 레나 쿠츠너는 이 역을 위해 도면을 그리고 잘라낸 가수 같았다. 순수하고 투과력 강하며 볼륨이 큰 소리가 객석 뒤편까지 선명히 뻗어나갔다. 탄호이저 역의 테너 하이코 뵈르너도 반세기 전 독일의 전형적 헬덴(영웅적) 테너들의 특징적인 소리를 선보였다. 흥미로운 출연자는 경건한 기사 볼프람 역의 톰 에릭 리였다. 비브라토가 강하고 여러 결의 소리가 합성된 듯한 개성적인 음색이었으며 힘들이지 않고 소리를 냈다. 그가 노래하는 ‘저녁별의 노래’는 그 어떤 가수와도 달랐다. 쿠츠너와 뵈르너, 리는 17일과 19일에 출연한다. 베누스 역은 메조 소프라노 쥘리 로바르장드르, 영주 헤르만 역은 베이스 최웅조가 맡는다. 18, 20일 공연은 탄호이저 역 애런 코울리와 엘리자베트 역 문수진, 베누스역 양송미, 볼프람 역 김태현, 헤르만 역 하성현이 출연한다. 2016년 국립오페라단 ‘로엔그린’으로 한국 관객을 만난 필립 오갱이 지휘를 맡았다.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와 국립합창단, 노이오페라코러스가 출연한다.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피아노 신동 출신의 러시아 피아노 거장 예브게니 키신(53)이 11월 20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내한 리사이틀을 연다. 3년 만의 내한인 이번 공연에서는 베토벤 피아노소나타 27번, 쇼팽 녹턴 Op.48-2, 환상곡 Op.49, 브람스 4개의 발라드와 프로코피예프 소나타 2번을 연주한다. 키신은 12세에 모스크바에서 리사이틀을 열며 주목을 받았고 6년 뒤 미국 뉴욕 카네기홀 무대에 올라 신들린 연주로 세계적인 스타덤에 올랐다. 지휘자 카라얀의 딸 아라벨은 “내 생에 딱 한 번 아버지가 우시는 모습을 보았다. 음반 발매를 위한 키신 오디션 뒤였다”고 회상했다. 이번 공연 주최사 크레디아는 “2006년 이후 키신의 내한 공연은 예외없이 전석 매진을 기록했고 30회 넘는 커튼콜과 1시간에 걸친 10곡의 앙코르 등 늘 화제를 남겼다”고 전했다. 키신은 1990년부터 해외에 거주해 왔으며 영국과 이스라엘 시민권을 갖고 있다. 2021년 반정부 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의 석방 요구 운동에 참여했고 2022년에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공개 비난했다. 올해 7월에는 러시아 법무부가 그를 스파이에 해당하는 개념인 ‘외국 대리인’으로 지정했다. 러시아는 작가 보리스 아쿠닌 등 정부를 비판하는 개인이나 단체를 같은 명목으로 통제해 왔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한국 오페라 초기의 역사를 알 수 있는 의미 깊은 자료들을 만난다. 한국오페라역사박물관(KOHM)은 첫 기획전 ‘한국오페라 첫 15년의 궤적 1948-1962’를 10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 1층에서 개막했다. 1948년 공연된 첫 국내 오페라 ‘춘희’(베르디 ‘라 트라비아타’) 프로그램북을 비롯해 오페라 한글 번역 대본 등 문서 자료와 모형, 영상 등 47점을 선보인다. 2022년 설립된 한국오페라역사박물관은 원로 성악가 박수길(전 국립오페라단장)과 오페라 애호가인 성규동 이오테크닉스 회장이 공동대표를 맡아 2022년 설립했다. 변두리 고서점까지 자료가 있을 만한 곳을 찾아다니는 한편 오페라 관련 인사와 가족 등의 기증도 받아 지금까지 1000여 점의 자료를 수집했다. 2027년 경기 과천시에 박물관 건물을 마련하는 것이 목표이며 지금까지 수집한 자료는 경기 안양시 이오테크닉스 사옥에 보관하고 있다.이번 전시에서는 보존 상태가 좋지 않아 보관만 하고 있던 ‘춘희’와 카르멘 한국 초연(1950년) 프로그램북, 국내 첫 창작 오페라인 현제명 ‘춘향전’(1950년)의 1951년 피란지 대구 프로그램북도 사본으로 공개됐다. 전시 개막일인 10일 오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 박물관 사무총장인 손수연 단국대 교수(문화예술학)는 “‘춘희’와 ‘카르멘’ 프로그램북은 당시 공연 제작을 맡은 테너 이인선의 유족들이 기증해 확보했다”며 “원로 오페라인들이 세상을 떠나면서 자료들이 사라지고 있어 국가 차원의 아카이빙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수길 공동대표는 “앞으로 더 많은 자료가 모이기를 기대한다. 예술가들이 나서서 박물관 건립을 해야겠지만 경제적 뒷받침이 없으면 어려운 일”이라며 사회적 관심과 지원을 호소했다. 이 전시는 내년 3월 30일까지 열리며 다음 달 28일에는 연계 세미나 ‘한국 오페라의 여명과 태동’을 개최한다. 서울시립대 박물관은 8일부터 내년 8월 11일까지 개관 40주년 기념 특별전 ‘클래식 서울’을 개최한다. 소프라노 이금봉(1917∼2004)의 가족이 기증한 공연 포스터와 프로그램북 등을 통해 광복 직후 한국 음악계의 동향 및 한국 음악가의 해외 진출과 해외 연주가의 내한 등 1970년대까지 클래식 음악계의 성장과 변화를 살펴볼 수 있는 자리다. ‘전시 속 전시’로 한국-이탈리아 수교 140주년을 기념하는 ‘140년의 아리아’ 특별전도 열린다. 이탈리아 외교관 카를로 로세티가 촬영한 1900년대 초 서울 사진과 미공개 연구 자료를 볼 수 있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나를 멸시한 사람들에 대한 사랑을 품고 먼 길을 돌아다녔다. 사랑을 노래하려고 하면 고통이 되었고, 고통을 노래하려고 하면 사랑이 되었다.”(슈베르트의 산문 ‘나의 꿈’) 작곡가 프란츠 슈베르트(1797∼1828)가 먼 길을 여행했다는 기록은 찾기 힘들다. 31세라는 짧은 삶 속에서 그가 다닌 지역은 오늘날의 오스트리아 일대 및 그가 살았던 빈에서 가까운 슬로바키아 일부 정도다. 그렇지만 ‘방랑’은 그의 예술이 가진 핵심 키워드다. 가곡집 ‘아름다운 물방앗간 아가씨’와 ‘겨울 나그네’가 방랑하는 젊은이를 다뤘고, 가곡 ‘방랑자’는 같은 제목의 피아노 환상곡이 됐다. 가사가 있는 그의 곡만 방랑을 연상시키는 것이 아니다. 슈베르트의 교향곡 9번 ‘더 그레이트’는 네 악장 모두 저벅저벅 걷는 듯한 변화 없는 속도가 끝없는 여정의 환상을 불러일으킨다. 교향곡 8번 ‘미완성’의 첫 악장에 대해서도 ‘눈물지으며 달려가는 듯한’ 느낌을 얘기하는 이가 많다.슈베르트와 거의 같은 시대에 역시 짧은 삶을 살았던 시인 빌헬름 뮐러(1794∼1827)는 사정이 달랐다. 그는 나폴레옹 전쟁에 프로이센 군인으로 참전해 여러 전투를 치렀으며 전쟁이 끝나고 나서는 이탈리아를 여행한 뒤 로마 여행기를 남겼다. 그는 일기에 이렇게 썼다. “내가 선율을 만들 수 있다면 내 노래(시)는 훨씬 많은 즐거움을 줄 텐데. 기운을 내자! 이 시 뒤에 숨은 곡조를 듣고 이를 돌려줄 비슷한 영혼이 분명 있을 테니까.” 뮐러가 염두에 둔 사람이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는 가곡집 ‘겨울 나그네’가 된 시들을 아들 막스 뮐러(소설 ‘독일인의 사랑’ 작가)의 대부(代父)인 오페라 ‘마탄의 사수’ 작곡가 카를 마리아 폰 베버에게 헌정했던 것이다. 베버는 그 후 오래잖아 세상을 떠났고 뮐러가 소망한 ‘비슷한 영혼’은 그가 만나본 적 없는 슈베르트에게 돌아갔다. 뮐러도 슈베르트가 이 시들에 곡을 붙인 1827년 세상을 떠났으므로 이 가곡집의 선율들을 들어볼 수 없었을 것이다. 이 글도 가곡집 ‘겨울 나그네’의 공연 소식들을 전하기 위해 뮐러나 그의 주인공처럼 먼 길을 돌아왔다. 겨울 방랑자가 가을부터 곳곳의 공연장을 채운다. 25일 영국 테너 이언 보스트리지가 피아니스트 랄프 고토니와 함께 서울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겨울 나그네’를 노래한다. ‘중부 유럽 여행’이 주제인 올해 서울국제음악제의 프로그램 중 하나다. 다음 날인 26일엔 독일 바리톤 마티아스 괴르네가 피아니스트 마리아 주앙 피르스와 경기 성남아트센터 콘서트홀 무대에 이 곡을 올린다. 두 해외 명인의 무대 뒤에 국내 연주가들의 리사이틀이 따른다. 11월 1일 경기 안양 평촌아트홀에서는 베이스바리톤 한혜열과 피아니스트 윤호근이 ‘겨울 나그네’를 협연한다. 음악학자 김정미가 해설을 맡는다. 11월 28일엔 ‘고귀한 목소리’ 테너 김세일이 피아니스트 김수연과 서울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같은 곡을 연주한다. 12월 17일에는 음악 칼럼니스트 유혁준이 해설하는 김세일의 ‘겨울 나그네’가 서울 강남구 포니정홀에서 열린다. 그러고 나서 달력은 실제 겨울로 접어든다. 12월 4일엔 서울 마포아트센터 아트홀맥에서 베이스 연광철이 피아니스트 박은식 반주로 ‘겨울 나그네’를 노래한다. 마포아트센터 M클래식축제의 M연가곡 시리즈 중 한 무대다. 올해 M클래식축제는 ‘보헤미아의 숲에서’가 주제다. 우연이지만 서울국제음악제의 주제 ‘중부 유럽 여행’과 결이 비슷하다. ‘보헤미안’은 예술혼을 지닌 방랑자의 상징이기도 하다. 흔히 보기 힘든 무대들도 마련된다. 12월 3일 대구 수성아트피아 소극장에서는 소프라노 김은형이 노래하는 ‘겨울 나그네’를 들을 수 있다. 이 곡 가사에는 주인공을 떠난 연인이 ‘그녀(sie)’로 표기되어 있으며 19세기에 여성 혼자 방랑하는 것은 드문 일이었기 때문에 이 작품은 주로 남자의 영역으로 여겨져 왔다. 12월 13일에는 첼리스트 박유신이 서울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피아니스트 플로리안 울리히 반주로 ‘가사 없는’ 겨울 나그네 전곡을 연주한다. 이 곡의 음반도 곧 발매 예정이며 리사이틀에선 슈베르트의 ‘아르페지오네 소나타’ 전곡도 연주된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