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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이 시원치 않지.” “잘 모르겠는데….” “특별한 계획은 없다.” “그걸 어떻게 아나. 당해 봐야지.” 24일 경남 양산시 통도사 해장보각에서 열린 대한불교조계종 제15대 종정(宗正) 성파 스님(82)의 첫 간담회에서는 웃음이 자주 터져 나왔다. 종단 최고 어른의 간담회라 무거운 분위기가 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겸손과 유머, 파격이 넘쳤다. 그는 인사말에서 “절에서는 대표이고 종정이라고 하지만 일개 산승(山僧)으로 간담회를 한다고 하니 격(格)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며 “차나 한잔 마시는 자리로 여기면 좋겠다”고 했다. 그는 잘 모른다고 자신을 낮추면서도 사람들의 마음을 쥐락펴락하는 ‘허허실실(虛虛實實)’ 화법의 고수(高手)였다. 종정 추대법회는 30일 오후 2시 서울 조계사에서 열린다. ―‘예술가 종정’으로 알려져 있다. “예술, 그것은 종정으로 한 게 아니다. 승려가 생활 속에서 글도 쓰고 그림도 그리며 산 것이다. 어디서는 된장 스님이 종정됐으니 귀추가 주목된다고 하더라. 앞으로를 어떻게 아나? 종정이라는 자리와 결부시키지 않았으면 좋겠다. ‘니 뭐 하노’ 하지 말고, 그냥 놔뒀으면 좋겠다.” ―같은 통도사 방장과 종정을 지냈던 은사 월하 스님의 가르침 중 기억나는 것은 뭔가. “평상심(平常心)이 도(道)라는 말씀인데, 바로 상식이 도라는 거다. 그걸 벗어나지 않으면 그게 중노릇 잘하는 것 아닌가 싶다.” ―코로나 시대, 희망의 메시지가 궁금하다. “어떤 고난이 있더라도 포기나 좌절하지 않고 살아가면 되지 않겠느냐. 답이 시원치 않지(웃음).” ―그 이치를 사람들은 왜 모를까. “부처가 부처가 되는 게 아니라 범부가 바뀌면 성인이 되는 것이다. 누구나 평상심이 있으면 부처도 될 수 있다.” ―종정 예경실(비서실)은 변화가 있나. “그동안 예경실을 뒀으나 화합이 안 되는 수가 있었다. 통도사 상좌들이 모두 한식구이니 그 역할을 하면 되지 않겠나.” ―선거를 거치면서 우리 사회가 양극화됐다. “코로나보다 더 악랄한 것이 인간이 악하게 마음먹는 악심(惡心)이다. 봄바람이 불고 꽃과 잎이 피듯 선심(善心), 선한 마음을 가져야 한다. 모두 한 걸음씩 양보하고 선심을 쓰기를 바랄 뿐이다.” ―21세기 조계종 어떤 모습이어야 한다고 생각하나. “한국 정신문화의 주축이 되어야 한다. 조금 주제넘을 수 있지만 (종단이) 문화의 심벌 역할을 하기를 바란다.” ―새 정부에 대한 바람은 무엇인가. “(바랄 게 아니라) 내가 잘해야지. 불교계가 자정하고 새로운 마음을 가지면 된다. 자기 잘못은 모르고 남 탓 하면 안 된다. 새 정부에 특별히 바랄 게 없고 잘할 것이라고 믿는다. 뭘 드러내 놓고 공격하면 안 된다.” ―전쟁과 재난으로 어려운 이들이 많다. “개인과 지역, 나라 모두 자신들의 ‘살림살이’를 잘 꾸렸으면 좋겠다. 자신은 맞고 남은 틀리다는 인아상(人我相)을 무너뜨리고 공덕의 숲을 키워야 한다. ‘입도끼’로 쪼아대고 소리 없는 총성이 이어지면 나라가 편하지 않다.”양산=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천주교마산교구장인 배기현 주교(사진)의 책 ‘늙은 아버지와 고독한 아들’이 최근 출간됐다. 그의 첫 책으로 37편의 에세이를 비롯해 주교로서 발표한 교서와 담화문 등이 담겨 있다. ‘늙은…’은 유쾌한 참회록이자 자전적 에세이로 흥미로운 일화들이 소개돼 있다. “일이 이렇게 되고 말았습니다.” 2016년 마산 교구 제5대 교구장 서품 및 착좌식 중 배 주교의 답사 첫마디다. 여기저기서 웃음이 터져 나왔지만 그는 진지한 표정으로 하느님께서 자신이 ‘불쌍해서’ 주교로 불러주셨음을 고백했다. 서울 말씨의 여성을 짝사랑한 소년의 ‘환상 교향곡’, 음주와 흡연 등으로 여러 차례 정학을 당하고도 퇴학의 문턱에서 어렵게 살아남은 고교 시절의 ‘전과 기록’, 12년 만에 턱걸이로 신학교를 졸업한 뒤 펼치는 사목 이야기가 펼쳐진다. 하느님 자비와 섭리를 찾아가는 진솔한 영적 성찰을 엿볼 수 있다. 배 주교는 알코올 의존자가 된 친구를 보듬어 안으면서도, 스스로는 하느님께 완전히 본인을 맡기지 못하고 사는 인간임을 깨닫는다. 그는 이 친구를 통해 “하느님께서 훌륭한 신부인 듯 위선 속에 살아온 허영심을 깨우치게 해주신 것”이라고 고백한다.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서울 여의도에서 불교 포교당을 찾는 것은 쉽지 않다. 이곳은 여의도순복음교회를 비롯한 개신교회의 영향력이 큰 지역이다. 대한불교조계종을 비롯한 몇몇 불교 종단들이 포교에 나섰지만 모두 실패하고 떠났다. 불교 사각지대나 다름없는 이곳에서 1985년 설립 이후 38년째 자리를 지키고 있는 포교당이 있다. 여의도포교원장이자 국제구호단체 ‘월드 머시 코리아’ 대표인 현진 스님(72)을 18일 만났다. “왜 여의도로 왔냐?”고 묻자 그의 말머리는 1980년으로 거슬러 올라갔다. “모든 게 하나의 인연이다. 일본에서 유학을 위해 어학연수를 하던 1980년 신군부가 법당에 난입해 스님들을 강제 연행하는 10·27 법난(法難) 화면이 TV에 나왔다. 사찰이 쑥대밭이 됐다는 얘기에 바로 귀국했다.” 그해 12월 찾은 조계사에서 그의 귀에 들어온 신도들의 대화는 충격 그 자체였다. “스님들이 얼마나 잘못했으면 이런 일을 당했겠느냐”는 것. 자신의 공부가 중요한 게 아니라 ‘한국불교가 정말 많이 아프다’는 생각에 정신이 번쩍 났다. “세상사에 어둡고, 복만 바라는 신앙관에 머물러 있었다. 사람은 잘잘못이 있고 부패하고 달라질 수 있지만 불법(佛法)은 영원한 진리다. 세상 속에서 사람들과 만나며 제대로 진리를 전하는 ‘대중 불교’가 필요했다.” 유학은 뒷전, 거리에서 불교를 알리는 복사물을 만들어 나눠주는 일에 매달렸다. 그 모습을 며칠간 지켜보던 한 불자가 “스님 하고 싶은 일 하시라”며 서울 용산구의 한 공간을 내줬다. 포교원은 다시 목동을 거쳐 1985년 여의도에 자리를 잡았다. 어린이 한문교실과 성인들을 위한 불교 교양대학, 일요법회를 시작했다. 어렵다는 여의도 포교를 38년째 이어가는 비결을 묻자 그는 “전통사찰과 비교할 때 신도 수는 많지 않지만 이곳에 ‘깨어 있는 부처(신도)’들이 많다”고 했다. 현진 스님은 3선 연임을 시도하던 서의현 총무원장에 맞서 1994년 종단 개혁에 나서는 한편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했다. 2010년 설립된 국제구호단체 ‘월드 머시 코리아’는 국내외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전달하고, 미얀마와 라오스 등 동남아 지역에 15개 학교를 건립했다. 여의도포교원은 개원 당시와 달라진 모습이 거의 없다고 한다. “화려한 외관의 절이 없어서 한국 불교가 어려워진 것은 아니다. 보시하는 마음이 온전히 전해지도록 비용을 최소한으로 줄이고 있다.” 현진 스님은 최근 동해안 산불 피해자와 우크라이나를 돕기 위한 성금으로 각각 5000만 원을 조계종에 기탁했다. “인류가 하나라는 부처님 가르침에 따르면 우리가 우크라이나인이자 산불 피해자들이다. 지금 세상에 필요한 것을 영어로 하면 ‘저스트 러브(just love)’, 그냥 사랑하는 것 아니겠나.”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팔만대장경을 소장해 법보사찰(法寶寺刹)로 불리는 해인사(주지 현응 스님·사진)가 ‘대방광불화엄경 완독대법회’를 시작한다. 이 법회는 80권 화엄경 전권을 총 39회로 나누어 매달 1회씩 39개월에 걸쳐 스님들과 신도들이 한자리에 모여 읽고, 법문하고, 사경하는 형식으로 진행한다. 해인사는 19일 오후 1시 개막 법회를 시작으로 3년여의 정진에 들어간다. 개막 법회에서는 불교 의례에 이어 방장 원각 스님의 법어, 불교계 대표적 학승인 무비 스님의 강설법어 등이 이어진다. 해인사는 화엄경의 가르침을 통해 대한민국과 인류가 질병에서 벗어나 건강한 삶으로, 빈부격차 대신 고루 번영하는 사회로, 대립과 전쟁을 중단하고 화합과 평화의 세상을 만들자는 희망의 메시지를 기원한다. 법회 일정은 해인사 홈페이지와 유튜브(해인사 TV)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해인사는 12일 ‘만불보전 개원 법회’를 봉행했다. 해인사성보박물관에 소장했던 관세음보살상과 지장보살상이 고려 시대에 조성된 국보급 문화재라는 사실을 확인한 뒤 만불보전에 봉안했다. 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봉암사 세계명상마을 개원을 기념하는 ‘간화선(看話禪) 대법회’가 다음 달 20∼26일 경북 문경시 명상마을에서 열린다. 4월 21일 공식 개원하는 이곳은 2015년 고우, 적명, 의정 스님 등 대표 선승들이 봉암사에 모여 간화선 중흥과 세계화를 위해 건립하기로 결의한 국제 선(禪)센터다. 희양산 봉암사 곁에 명상관과 명상숙소, 웰컴센터 등이 조성된다. 간화선 대법회는 2013년 서울 조계사에서 개최된 후 올해 4회를 맞는다. 1, 2차 각각 3박 4일 일정으로 참선과 법회, 수행문답과 지도가 이어진다. 법회에서는 대원 스님(학림사 조실), 영진 스님(백담사 유나), 지유 스님(범어사 방장), 정찬 스님(대흥사 유나), 무여 스님(축서사 조실), 혜국 스님(석종사 조실), 성파 스님(통도사 방장)이 매일 돌아가며 법문에 나선다. 지유 스님은 범어사 밖에서 하는 첫 법문이고, 마지막 날인 26일에는 대한불교조계종 종정으로 추대된 성파 스님이 설법자로 나서 관심을 모은다. 종립 선원으로 평소 외부인이 출입할 수 없는 봉암사는 매일 1시간씩 개방한다. 법회 참가자들은 이 시간 봉암사 경내에서 참배와 걷기 명상을 할 수 있다. 참선뿐 아니라 수행의 어려움을 주제로 대화할 수 있는 수행 문답도 한다. 봉암사 세계명상마을 선원장이자 이번 법회 준비위원장인 각산 스님, 의정 스님(상원사 용문선원장), 월암 스님(한산사 선원장), 지범 스님(보문사 선원장) 등이 선수행을 지도한다. 각산 스님은 “간화선 대법회를 통해 세계명상마을을 자연스럽게 알릴 계획”이라며 “명상마을은 국내 수행자뿐 아니라 해외 수행자들도 찾는 선센터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홈페이지를 통해 참가 신청을 할 수 있다.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과 전계대화상, 쌍계총림 방장을 지낸 고산 스님(사진)의 입적 1주기 다례 및 부도(탑) 제막식이 13일 경남 하동군 쌍계사에서 열렸다. 선(禪)·교(敎)·율(律)에 두루 능했던 스님은 ‘불식촌음(不息寸陰·시간을 헛되이 보내지 말라)’의 가르침을 전하며 부산 혜원정사와 부천 석왕사, 통영 연화사를 창건하는 등 포교에 힘썼다. 이날 제막된 부도 이름도 고산 스님의 정신을 기려 불식촌음으로 정했다. 조각가인 최인수 서울대 명예교수가 쌍계사 창건 이념인 선교율과 쌍계사를 상징하는 차, 불교음악 범패(梵唄)를 바탕으로 형상화했다. 행사에는 스님과 신자 등 300여 명이 참석했으며 해금 연주자이자 음악감독인 강은일의 추모 공연도 열렸다. 황지우 시인은 헌시를 통해 “당신의 귀를 지나갔던 지리산 쌍계사의 물소리여, 그 물로 달인 차 한 잔, 달빛 묻은 문고리 당겨 스님 방에 넣어드리고 싶네”라고 추모했다. 고산 스님의 맏상좌이자 쌍계사 주지인 영담 스님은 “앞으로 부도전을 정비하고 쌍계사에서 은사가 쓰시던 방을 정리해 기념관으로 조성할 계획”이라며 “세상에 힘든 일이 많은데 한순간도 헛되이 쓰지 말라던 가르침을 따르면 어떤 어려움도 이겨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천주교 전주교구 문정성당 안봉환 신부(54)는 로마 유학파를 비롯해 학구적인 신부들 사이에서 전설적 존재다. 그 어렵다는 ‘로마 금메달’을 두 개나 땄기 때문이다. 최근 전북 전주시 완산구 문정성당에서 만난 그는 금메달이 화제에 오르자 빙그레 웃으며 액자 하나를 꺼냈다. 로마 유학 중 취득한 박사 학위증서다. “여기 노랗고 동그란 금박 보이죠. 이게 공부하는 신부들 사이에서 금메달로 통해요 하하. 교구 비용으로 유학 갔으니 금메달 따서 귀국하려고 고생들 참 많이 하게 됩니다.” 그는 10년간 유학하면서 교황청립 성 안셀모대와 라테라노대에서 각각 전례학과 아우구스티노 교부학 전공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은메달 격인 석사 학위까지 보태면 금2, 은3 보유자다. 국내 가톨릭 사제로 두 개의 금메달을 보유한 이는 그와 원주교구의 한 신부뿐이다. 그뿐만 아니다. 그는 외국어 실력도 뛰어나 이탈리아어 라틴어 그리스어 스페인어 영어 프랑스어 독일어 등 무려 7개 언어에 능통하거나 수준급으로 구사한다. 귀국 뒤 그는 2011년 전북 완주군 고산성당 주임 신부에 이어 전주 가톨릭신학원장과 광주가톨릭대 교수를 지냈다. 이때까지만 해도 공부하는 사제의 길이 확실해 보였다. 그런데 하느님 뜻을 어찌 알 수 있으랴? 그는 2018년 천주교주교회의 홍보국장으로 임명됐다. 그가 생각하지도 않은 업무를 맡자마자 사제와 관련된 미투 사건, 극단적인 성향으로 논란을 일으킨 워마드의 성체(聖體) 훼손 사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이어졌다. “3년간 홍보국장으로 일하면서 제 삶을 성찰하고, 가톨릭교회와 우리 사회 전체를 다시 보게 됐습니다.” 지난해 고향에서 멀지 않은 문정성당에 부임한 그는 오랜만에 본당 사목 소임을 맡고 보니 기쁘기도 하지만 두렵고 떨린다고 했다. 보좌 신부로 2년, 시골 본당의 주임으로 1년을 보낸 것이 본당 생활의 전부이기 때문이다. 비가 새고 균열이 심한 가건물 상태의 본당을 새롭게 건축하는 것도 그의 과제다. 그는 “본당 주임신부는 사제 생활에서 ‘꽃 중의 꽃’이라고 하는데, 저는 그 경험으로 따지면 왕초보에 가깝다”며 “신자들이 새 성전에서 안전하고 편안하게 신앙생활을 할 수 있도록 힘을 모으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말이나 내년 초 교황청을 비롯해 가톨릭교회의 구조와 관행을 일목요연하게 볼 수 있는 책도 번역해 출간할 예정이다. 하느님의 선물로 금메달을 두 개나 받았다는 그의 꿈은 소박하다. “갑작스럽게 여기저기로 보내는 하느님 속을 어떻게 알겠어요?(웃음) 다만, 신자들과 잘 어울리는 사제, 화를 내지 않는 사제가 되는 게 제 목표입니다.”전주=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몽골의 이동식 천막집 게르에서 손님은 허벅지를 드러내서는 안 된다. 고기를 먹을 때 첫입은 적게 먹은 뒤 양이 많고 넉넉한 것처럼 과장하며 씹어야 한다. 주인은 늑대가 손님의 말을 물어 가면 “산의 신이 당신의 말을 데려갔다”고 말한 뒤 다른 말을 내어줘야 한다. 몽골에는 주인과 손님의 관계를 정리한 구전 격언 ‘요스’가 있다. 낯선 것, 낯선 이들과의 경계와 이를 뛰어넘을 때 열리는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한 에세이다. 문학과 철학, 인류학과 역사학을 가로지르는 다양한 사례와 흥미로운 해석이 등장한다. 원제는 ‘Hello, Stranger’. 고대 로마인들은 문턱을 위험과 가능성이 공존하는 곳으로 여겼다. 두 얼굴을 지닌 야누스는 문턱을 관장하는 신으로 가정집의 문, 도시의 관문, 서로 다른 공동체의 접경지대를 끊임없이 감시했다. 책은 1부 ‘낯선 세상을 맞이하다’와 2부 ‘미지의 세상에 들어서다’로 구성돼 있다. 이른바 문 안쪽은 안전하지만 고립된 공동체이고, 문 밖은 두렵지만 새로운 연대와 가능성이 존재하는 세계다. 저자는 인간이 친밀하게 느낄 수 있는 인원은 대략 150명이라며 관계의 동심원을 넓히라고 권유한다. “어쩔 수 없이 문을 걸어 잠가야 하는 지금이야말로 삶을 축소하려는 유혹에 저항하고 이방인이 가져다줄 수 있는 미래를 상기해야 한다.”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충북 속리산 청운사 여여선원장으로 있는 무각 스님의 ‘자유로운 선과 치유의 세계’(사진)가 최근 출간됐다. 중국 남송시대 무문(無門) 혜개(慧開) 선사의 저술 ‘무문관(無門關)’에 나오는 공안(公案·화두)을 중심으로 수행 중 겪는 병통(病痛)과 치유법을 다뤘다. 혜개 선사는 ‘개에게도 불성(佛性)이 있는가’라는 질문으로 알려진 ‘조주구자(趙州狗子)’를 포함해 48개 공안을 뽑아 간화선(看話禪·화두를 들고 수행하는 참선법)의 지침서로 전했다. 책은 공안의 원문을 소개하면서 병통 치유의 예를 10가지로 나눠 설명했으며 현대적 의미의 간화선 수행법에도 적용했다. 동국대와 여러 선원에서 ‘종횡무진 화엄경 강설과 선치료 법회’를 진행하고 있는 무각 스님은 “‘무문관’에 나타난 병통 및 치유에 대한 고찰을 통해 수행자들이 정법(正法)의 안목을 갖는 데 보탬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전북 전주시 황방산 기슭의 서고사(西固寺)는 후백제를 세운 견훤이 완산주(完山州·전주)에 도읍을 정한 뒤 908년 외침을 막기 위해 동서남북에 각각 세운 사찰의 하나로 알려져 있다. 시인 기형도(1960∼1989)는 여행을 마치고 습작노트에 메모 형태로 적어놓은 ‘짧은 여행의 기록’에 서고사 가는 길을 묘사하기도 했다. 금산사의 말사(末寺)로 명맥을 이어가던 서고사는 새로운 변화를 맞고 있다. 단출한 옛 사찰 옆에 세계평화명상센터가 들어서는 것.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을 두 차례 지낸 뒤 ‘깨달음의 사회화’를 실천하다 지난해 7월 입적한 월주 스님의 ‘마지막 프로젝트’다. 월주 스님의 막내 제자로 센터 건립 마무리에 한창인 주지 화평 스님을 3일 서고사에서 만났다. ―명상센터 건립은 어떤 의미가 있나. “은사 삶의 신조가 ‘나의 삶 자체가 임종게(臨終偈·입적 전 내놓는 게송)’라는 것이었다. 그런 은사가 마지막까지 관심을 기울이고, ‘화평, 네가 한번 잘해 보라’는 말씀을 주신 게 명상센터 건립이었다. 문도들 모두 은사의 마지막 당부로 여기며 힘을 모으고 있다.” ―작업은 어디까지 진행됐나. “센터는 복합교육관(4층)과 본관(3층), 대웅전 격인 목조명상관으로 조성되는데 현재 95% 정도 완성된 상태다. 4월 9일 목조명상관에 봉안되는 부처님 점안식(點眼式)을 완공 행사로 치른다. 명칭에서 알 수 있듯 이 센터는 전주뿐 아니라 한국, 나아가 세계명상문화 발전에 기여하겠다는 은사의 염원이 담겨 있다.” ―어떤 프로그램이 운영되나. “이곳은 산중 사찰과 달리 도심에서 가까워 새벽이면 도시가 막 깨어나는 느낌을 얻을 수 있다. 아침 예불을 시작으로 식사 뒤 출근까지 이어지도록 운영하는 게 목표다. 요가와 차, 쉼을 위한 각종 명상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숲속 작은 음악회도 열 계획이다. 지역 주민을 위한 작은 도서관과 세미나실도 마련돼 있다.” ―20년간 맡아온 서울 광진노인종합복지관장직을 최근 내려놓았다. “이전에 사회봉사 10년, 산에서 책만 보며 10년, 나와서 법문 10년, 이런 계획을 세운 적이 있다. 돌이켜보니 10년 책 볼 시간은 못 지키고 복지관에서 20년을 활동했다. 은사의 뜻이 담긴 명상센터에 전념하면서 수(修)와 행(行)을 함께 다지자고 재발심(再發心)을 했다.” ―20년 사회복지 활동에 대한 평가는 어떤가. “자비사상과 사회복지는 다른 길이 아니었다. 은사가 큰 방향을 잡아주신 그 길 위에서 가장 열정적인 나이에 에너지를 쏟았다고 자부한다. 그래서 즐겁고 행복한 시간이 됐다. 아쉬운 점은 정부와 지자체의 정책 변화에 따라 맞추다 보니 숨이 찰 때가 많았다. 차전놀이할 때 기수 깃발에 따라 끝에 있는 사람들은 엄청나게 움직여야 하지 않나.(웃음) 일선 복지기관의 자율성 부족은 아쉬운 점이다.” ―월주 스님 1주기 계획은 무엇인가. “문도회에서 은사의 문집을 10여 권 정도로 재정리할 예정이다. 또 수행과 보살사상, 종단, 승가 등에 관해 은사와 제자들이 나눈 문답집도 출간할 계획이다.” ―어느 때 은사의 빈자리를 크게 느끼나. “18세 때 출가했는데 은사는 스승이자 아버지였다. 엄할 뿐 아니라 따뜻하셨다. 길을 가고 있는데, 잘 가고 있는지 아닌지 답답할 때가 있다. 간섭받지 않으면 자유롭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닌 것 같다. 제대로 점검받지 못할 때 은사의 빈자리가 더 크게 느껴진다. 은사가 계시면 뭐라고 하실까, 스스로에게 물어보곤 한다.”전주=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25일 찾은 서울 영등포구 신길교회에는 ‘호텔급’ 카페가 있다. 대형 TV 화면은 물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감안해 설치한 1인 공간과 4인용 룸 등 다양한 좌석이 있다. 약 600m²(180평)에 250석 규모다. 지난해 12월부터 ‘셀럽 토크콘서트’가 매달 1회 이곳에서 열렸다. 영화음악 감독인 조성우 이동준, 개그우먼 정선희, 패션 디자이너 이상봉, 기타리스트 함춘호가 게스트로 무대에 올랐다. 교회 지하에는 아이와 엄마가 함께 쉴 수 있는 키즈 카페(150석), 2층에는 어르신들을 위한 시니어 카페(100석)가 있다. 이 카페에서 이기용 담임목사(57)를 만났다. ―정말 호텔급 카페 분위기다. “세상과 만나기 위한 교회의 작은 노력이다. 옛날 교회에 오면 무언가 재미있고 풍성한 느낌이 들었다. 그런 추억을 살리면서 지역 주민과 함께 하는 문화적 공간으로 자리 잡을 수 있기를 바란다.” ―셀럽 토크콘서트 반응은 어떤가. “방역 때문에 정해진 인원만 입장했지만 반응은 뜨겁다. 코로나19 상황이라 사람들의 문화적 갈증은 더 커졌고, 교회와 세상의 오해도 심각해졌다. 카페와 콘서트는 멀어진 교회와 세상을 잇는 작은 다리다. 하지만 의미보다는, 요즘 정말 힘든데 격(格)이 있는 문화 콘텐츠를 부담 없이 즐기시라, 이런 마음이 더 크다.” ―카페 운영에 어려움은 없나. “풀타임 근무자 6명에 파트타임 근무자 10명이 일한다. 카페를 운영해 보니 소상공인이 버틸 수 없겠구나 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임차료를 낸다면 답이 없겠더라. 경비를 뺀 수익금은 지역의 어려운 분들을 위해 쓰고 있다.” 1946년 창립된 신길교회는 성결교단의 대표적 교회 가운데 하나다. 홀몸노인과 한부모가정 등 사회적 약자 돕기, 지역 코로나19 방역, 해외선교와 구제활동 등 나눔 활동에 적극적인 교회다. ―올해 교회 표어가 ‘더불어 일어나 약속의 땅으로’인데…. “우리 근대사를 보면 한국 교회는 지금보다 신자 수가 훨씬 적었지만 근대화와 민주주의 발전 과정에서 큰 리더십을 발휘했다. 신자와 교회 수는 크게 늘어난 요즘, 오히려 그 영향력은 많이 줄어들었다. 교회, 우리들만의 리그가 아니라 ‘더불어’가 절실한 이유다.” ―지역과 미래 세대를 위해 헌신하는 교회로 알려져 있다. “대기업만 크고 중소기업이 몰락하면 모두 무너진다는 게 경제 생태계의 상식이다. 유럽 교회도 작은 교회를 돕지 않아, 나중에는 큰 교회조차 카페와 식당으로 바뀌었다. 자신이 목회를 잘해 교회가 성장했다는 식으로만 생각해서는 안 된다. 한국 교회의 경쟁력은 세상과 마찬가지로 상생에 달려 있다.” ―힘든 이들을 위한 조언을 주시면…. “요즘 10명 중 4명이 우울증을 겪는다는 통계를 봤다. 코로나19 시기에 교회와 멀어진 분들도 있고, 거꾸로 너무 공허해 교회라도 가봐야겠다며 오는 분들도 있다. 교회나 세상 모두 ‘진짜’를 찾는 시대가 됐다. 어려운 시기이지만 포기하지 않고 버틴다면 이겨낼 수 있다. 교회도 진짜가 된다면 생존할 수 있다.”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가족이 지켜보는 가운데, 모리야마는 마지막으로 크게 숨을 쉬고 호흡을 멈췄다. … ‘아빠한테 박수.’ 세 모녀가 박수를 쳤다.” 40대 후반의 간호사 모리야마 후미노리의 임종 모습이다. 가족이 박수를 친 이유는 모리야마의 부탁 때문이었다. 모리야마는 박수 속에 숨을 거둔 다른 환자의 모습에 큰 감동을 받았고, 자기도 그렇게 보내 달라고 했다. 일본 논픽션 작가인 저자는 7년간 재택의료 현장에서 환자, 보호자, 의료진을 취재한 결과를 생생하게 담아냈다. 재택의료는 질병이나 부상으로 병원을 찾기 어렵거나 집에서 치료받기를 원하는 말기 환자들을 위해 의사와 간호사가 방문해 의료 행위를 하는 것을 의미한다. 저자는 재택의료 취재에 도움을 받기 위해 진료소에서 근무하던 모리야마를 처음 만났다. 여러 도움을 주며 친구처럼 지냈던 모리야마가 어느 날 말기 암 판정을 받는다. 책은 모리야마의 사연을 중심으로 여러 사람의 이야기를 교차해 구성했다. 영화를 연상시키는, 삶과의 아름다운 이별 장면들이 섬세하게 묘사돼 있다. 2∼4주의 시한부 판정을 받은 한 환자는 벚꽃이 흩날리는 자신의 집을 몹시 사랑한다. 그의 집에서 사람들이 모여 하프 콘서트를 연다. 또 다른 환자는 임종 전 가족과의 마지막 추억을 만들기 위해 조개 캐기 여행을 떠난다. “나에게는 다른 사람을 화나게 하거나, 뭔가를 슬퍼하거나 할 시간이 없어요.” 모리야마가 자주 했던 말이다.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복합명상문화센터 ‘쿠무다’(이사장 주석 스님)가 부산 전시에 이어 3월 8일까지 서울 종로구 인사아트센터에서 ‘인(因)·연(緣)’전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에는 총 80여 점이 출품됐다. 불교 작품 50여 점, 일반 회화 20여 점, 도자기 3점과 공예 3점 등 전통과 현대를 아우르는 작가 20여 명의 작품이다. 대한불교조계종 종정으로 추대된 영축총림 통도사 방장 성파 스님의 글씨와 전통 불화기법을 빌린 박경귀 작가의 ‘자비’, 귀여운 동물 캐릭터를 통해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성찰하는 노준 작가의 ‘명상하는 슬리부(sleebu)’, 김윤희 작가의 여러 추상화가 눈길을 끈다. 전시를 기획한 주석 스님은 “불교는 문화를 통해 현대인에게 먼저 다가가야 한다”며 “청법가(請法歌)의 한 구절, ‘옛 인연을 이어서 새 인연을 맺도록’에서 모티브를 얻었다”고 말했다. 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기독교와 명리학(命理學)의 공존 가능성을 모색한 책 ‘기독교, 명리학과 만나다’(사진·훈스토리)가 최근 출간됐다. 저자는 성공회 이남호 신부로 동방문화대학원대학에서 주역과 명리학을 전공하고 철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는 서문에서 “기독교와 명리학이 이질적이지만 그렇다고 한쪽의 존재 가치가 부정당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명리학은 사주(四柱)에 근거해 사람의 길흉화복(吉凶禍福)을 알아보고, 나아가 우주의 삼라만상을 다루는 분야로 알려져 있다. 책은 기독교와 명리학의 자연관과 인간관, 사회관과 운명관의 비교를 통해 공존 가능성을 모색한다. 예를 들어 기독교의 자연관은 근대 이후 데카르트 이원론과 그에 따른 기계론적 자연관이 성립돼 인간과 자연 사이에 질적인 차이를 두게 됐고, 이에 따라 자연은 인간에 의해 무분별하게 개발 또는 파괴의 대상이 됐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명리학에서는 유학과 음양오행론, 천지인삼재론 등을 통해 자연관을 구체적으로 살펴본다. 책은 결론격인 마지막 장에서 기독교 예정론과 명리학 운명론에 접근한다. 저자는 “기독교 예정론은 신의 직접적인 개입에 의한 특별섭리로, 명리학 운명론은 신에 의해서 위임된 일반 섭리로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지옥에 있는 모든 중생을 구하기 전에는 성불하는 것도 미루시고 지금도 지옥의 문 앞에서 육환장을 들고 연민의 눈물을 흘리는 지장보살님!” 1992년 환경 시위에 참여했다가 서울 종로구 조계사를 찾은 한 직장인의 삶을 바꾼 불교 기초교리서의 구절이다. 믿지 않으면 벌을 주는 게 아니라 끝없는 연민을 가르치는 불교의 매력에 빠져든 그는 얼마 뒤 운전면허증과 신용카드를 가위로 자르고 전남 순천 송광사로 향했다. 그는 송광사와 경남 합천 해인사에서 행자 생활을 한 뒤 제주 약천사를 찾아 혜인 스님(2016년 입적)을 은사로 출가했다. 제주 약천사 주지를 두 차례 지내고 현재 중증장애인을 돕는 ‘약천사 자광원’의 원장을 맡고 있는 성원 스님(60)의 출가 사연이다. 자광원에서 16일 만난 그는 “부처님 법(法)은 백천만겁 지나도록 만나기 어렵다고 하니 경전과 은사의 가르침을 듣는 시간에 잠시도 딴청을 부릴 수 없었다”고 했다. 지금의 약천사는 동양 최대 규모의 대적광전을 자랑하며 불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명소가 됐지만 1996년 완공될 때까지 공사 현장 자체였다. 성원 스님은 큰 불사(佛事)를 돕고 은사가 입적할 때까지 곁을 지키면서 그 가르침을 따랐다. “은사는 부처님이 주신 시간과 돈을 허투루 쓰지 않는 ‘호랑이 스님’이었죠. 그런데 다른 곳에 법문을 나간 사이 화재로 초가 두 채 중 한 채가 불탔습니다. 모두 조마조마한 순간인데, 은사가 ‘절의 환란은 여러분 잘못이 아니라 주지 잘못이다’라며 부처님 앞에 참회의 절을 하는 순간 여기저기서 눈물이 터져 나왔습니다.” 은사와의 마지막 시간도 잊을 수 없는 기억이다. “한 주 전쯤 곡기를 끊은 채, ‘나, 이제 간다. 죽었을 때 나를 위해 살아 있는 꽃을 꺾지 말라’고 당부했어요.” 자광원 설립의 주춧돌은 바로 불교와 은사의 가르침이라는 게 성원 스님의 말이다. “사찰이 중증장애인을 돕는 시설을 운영하는 것은 어렵다고 주변에서 만류했죠. 하지만 많은 이들의 도움으로 약천사가 좋아지고 있는데, 그 덕(德)을 지역에 돌리지 않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습니다. 사람 사는 곳이 법당이 되어야죠.” 현재 약 40명의 중증장애인이 이곳에서 생활하고 있다. 성원 스님은 부임하는 사찰마다 어린이합창단을 창단하고 2017년 약천사 신제주불교대학 ‘보리왓’을 개원하는 등 제주 지역의 불교 포교 문화에 새바람을 일으켰다. 스님은 출가 초기의 다짐을 가슴에 새기고 있다. “경북 안동의 한 사찰에서 겨울을 나는데 절에 쌀이랑 초가 떨어지더군요. 그 순간 나는 쌀 한 되, 된장 한 쪽박만 있으면 되니 세상에 휘둘리지 않겠다고 결심했어요.”제주=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부인인 김건희 씨가 17일 서울 강남구 봉은사를 방문해 대한불교조계종 전 총무원장인 자승 스님을 비공개로 만난 것으로 확인됐다. 봉은사와 불교계에 따르면 김 씨는 이날 오전 11시경 봉은사에서 자승 스님, 봉은사 주지 원명 스님, 불교신문사 주간 오심 스님 등과 1시간가량 차담을 나눴다. 자승 스님은 봉은사 어른 스님인 회주(會主)로 있다. 오심 스님은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제가 조계종 총무원 문화부장 시절부터 김건희 씨가 불교문화에 관심이 많아 인연을 맺었다”며 “불교 고행상 전시회 등 여러 얘기를 나누다 봉은사 방문이 이뤄졌다”고 말했다. 김 씨는 흰색 셔츠에 검은색 긴 치마 정장 차림으로 수행원 없이 직접 차를 운전해 봉은사를 찾았다. 오심 스님은 “김건희 씨가 좋은 말씀을 들려 달라고 청해 참석한 스님들이 주로 ‘상생하고 봉사해 달라’ ‘불교문화발전을 위해 노력하기를 바란다’는 당부의 말을 많이 했다”고 전했다. 한 참석자가 “여러 일로 힘들지만 지나치게 위축되지 말고 외부활동도 열심히 하라”고 권하자 김 씨는 “스님들의 좋은 기운을 받아 잘 실천하겠다”고 답변했다고 한다. 앞서 김 씨는 14일 개신교 방송인 극동방송을 찾아 이사장인 김장환 목사를 만나기도 했다.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최근 출간된 ‘믿음 안에서 평안을 찾다’(오메가출판사·사진)는 30여 년간 사목 현장에서 활동한 추교윤 신부(62)의 신앙 안내서다. 1989년 사제품을 받은 그는 서울대교구와 의정부교구의 여러 본당을 거쳐 현재 의정부교구 정발산 본당에서 사목 중이다. 프랑스 파리 가톨릭대에서 석사학위, 고려대에서 사회학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각각 받았다. 이 책은 사제이자 학자로 살아온 그의 믿음에 관한 글을 모았다. “하느님을 믿으면서도 불안해하고 걱정하는 모습으로 살아가는 신자들에게 믿음의 힘이 얼마나 큰지 알려주고 싶은 마음이 컸다”는 게 그의 말이다. 책은 ‘믿음의 정석(定石)’ ‘믿음으로 얻는 열매’ ‘믿음을 키우는 신앙생활방법’ 등 3부로 구성돼 있다. 성경에 대한 해석은 물론이고 다양한 에피소드가 어우러져 있어 믿음에 대한 고민을 쉽게 되새겨볼 수 있다. 그는 하느님의 전능하심, 섭리, 현존, 사랑, 영광과 완성을 믿는 것 등 다섯 가지를 믿음의 정석으로 꼽았다. 추 신부는 ‘무지개 원리’ 등 여러 책을 통해 행복과 희망을 전파했던 차동엽 노르베르또 신부(2019년 선종)와 오랜 인연을 맺었다. 그는 책 후기에서 “‘놀벤또 형’이라고 불렀던 형이 그립다.…재주는 없지만 나라도 그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이었다”고 썼다.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7일 찾은 경기 용인시 새에덴교회 예배당 뒤편에는 호랑이 그림과 함께 ‘포효(咆哮)와 창의(創意)가 만나다’는 글이 적혀 있었다. 맨손과 맨몸, 맨땅에서 일어선 ‘3M’ 목회의 산증인이자 ‘노래하는 목회자’로 불리는 소강석 목사(60)와 어울리는 문구다. 그는 천상병귀천문학대상과 윤동주문학상을 수상하며 11권의 시집을 냈다. 지난해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 대표회장과 예수교장로회 합동 교단장 임기를 마친 그는 최근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와 통합작업을 주도하고 있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지난해 여러 중책을 맡았다. 몇 점을 줄 수 있을까. “스스로에게 점수를 잘 못 주는 편이다. 앞에서 스포트라이트 받기보다 뒷마당 총회장과 대표회장이 되려고 노력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초기 교회 규모와 관계없이 19명으로 예배 인원을 제한한 건 큰 문제였다. 당시 국민 정서와 유연성 없는 방역정책으로 인해 운신의 폭이 좁았던 게 사실이다. 현장예배와 관련해 친정부적이었다는 비판에는 동의할 수 없다.” ―성과와 아쉬운 점은 각각 뭔가. “성과는 마지막까지 현장예배를 지키면서 방역에 최선을 다했다는 것이다. 종교개혁가 장 칼뱅(1509∼1564)은 전염병이 창궐했을 때 성직자 중심으로 현장예배를 지켰다. 칼뱅의 시스템처럼 현장과 비대면 예배를 조화시키려고 노력했다. 바로 ‘하이브리드 교회’다. 코로나19 상황이라 정부와의 관계는 물론이고 교계 내부에서조차 갈등이 불가피했던 재미없는 시기에 총회장, 대표회장을 했다. 그래서 하나님이 시키신 것 같다(웃음).” ―보수 성향 개신교는 한교총이 대변하고 있어 통합에 의미가 있느냐는 지적도 있다. “여러 우려가 있다는 걸 알고 있지만 성경적 원리와 역사적 측면에서 통합은 숙원사업이다. 정부와 대화하면서 교계를 대표하는 원(one) 메시지와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걸 절실히 느꼈다. 반대로 통합을 안 하면 어떻게 되겠는가. 기독교계 연합기관이 분열돼 있을 때 폐해를 눈으로 보지 않았나. 국민들은 한교총과 한기총을 구분하지 않는다. 삼국통일 하는 것만큼이나 힘들어도 반드시 이뤄져야 하는 게 통합이다.” ―통합 작업은 현재 어디까지 왔나. “18일 기본합의서 논의 후 채택하는 과정이 있을 예정이다. 상호 존중과 공동 리더십 발휘, 한국 공교회를 위한 플랫폼 기능 수행 등이 중요하다. 양측 모두 금권선거를 하거나 1인이 전횡할 수 있는 체제로 가서는 안 된다는 데 동의하고 있다.” 소 목사는 6일 저녁예배 때 필리핀 선교 30주년 기념관 건립을 추진 중인 임종웅 선교사에게 후원금을 전달했다. 둘 사이에는 배고픈 시절의 ‘동치미 인연’이 있다. “그분과 광주신학교 입학 동기다. 라면을 배부르게 끓여 먹는 게 소원이던 시절인데 선배가 준 라면 2개를 연탄불에 올려놓고 기다리다 잠들어 버렸다. 연탄가스에 중독돼 의식을 잃었는데 그분이 창문을 열고 동치미 국물을 먹여줘 살았다. 나는 선교사로 나가지 못했는데 언제든 도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2007년 시작한 새에덴교회의 6·25전쟁 참전용사 초청 행사는 대표적인 민간교류 행사로 자리 잡았다. “올해 코로나19 상황이 좋아지면 참전용사뿐 아니라 미국 전직 의원들도 초청할 계획이다. 7월 미국 알링턴 국립묘지에 조성 중인 추모의 벽이 완공된다. 이영훈 목사(여의도순복음교회)와 함께 행사에 참석하는데 추모의 시를 영어로 낭독할 계획이다.” ―요즘 어떤 시를 쓰고 있나. “힘들고, 누군가를 그리워할 때 사랑의 대상이 있어야 시가 나온다.” 그러면서 그는 연작시로 쓰고 있는 호랑이에 관한 시를 읊조렸다. ‘사랑을 잃고 흘리는 눈물은 붉다 못해 검붉었어요/나의 사랑이 일본군에 의해 포획되던 날부터/백두대간을 밤낮으로 떠돌아다니며/얼마나 울부짖었는지/하지만 그 사랑이 마지막이 아니었다는 것을 아시나요….’용인=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의 부인 김건희 씨(사진)가 종교계 원로를 잇달아 만나며 선거운동을 지원하기 위한 공개 행보에 시동을 거는 모습이다. 개신교계에 따르면 김 씨는 공식 선거운동 시작일을 하루 앞둔 14일 서울 마포구 극동방송국에서 극동방송 이사장인 김장환 목사를 3시간가량 비공개로 만났다. 김 씨는 이후 극동방송국 앞에서 한 언론과 만나 “김 목사께서 인생의 지혜를 말씀해주셨다”며 “정기적으로 만나 뵙고 좋은 말씀을 듣고 함께 기도 한다. 많은 위로를 받아 스스로 돌아보는 계기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씨가 지난해 12월 허위 이력 논란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한 뒤 언론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 씨는 ‘윤 후보를 돕기 위해 공개 행보에 나설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문화, 예술, 종교 분야에서 공개 행보를 시작하라는 조언이 많아서 (선거 지원 여부를) 검토하고 있는 중”이라고 밝혔다. 향후 공개 행보를 할 가능성에 여지를 남긴 것이다. 김 씨는 최근 불교계와도 접촉한 것으로 전해졌다. 불교계 등에 따르면 김 씨는 이달 초 서울 강남구 봉은사를 찾아 조계종 전 총무원장인 자승 스님을 만났다. 윤 후보도 10일 비공개 일정으로 봉은사에서 자승 스님을 예방했다. 불교계 한 관계자는 “윤 후보 부부가 대선에 출마하기 전부터 자승 스님과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김 씨가 공식 선거운동을 하루 앞두고 언론에 모습을 드러내면서 김 씨의 공개 행보가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다만 김 씨가 윤 후보에 대한 지원사격에 나서더라도 비공개로 활동한 뒤 사후에 이를 알리는 방식이 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배우자 리스크’가 재점화될까 조심스러워하는 내부 기류도 있다”고 전했다. 조아라 기자 likeit@donga.com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의 부인 김건희 씨가 종교계 원로를 잇달아 만나며 선거운동을 지원하기 위한 공개 행보에 시동을 거는 모습이다. 개신교계에 따르면 김 씨는 공식 선거운동 시작일을 하루 앞둔 14일 서울 마포구 극동방송국에서 극동방송 이사장인 김장환 목사를 3시간가량 비공개로 만났다. 김 씨는 이후 극동방송국 앞에서 한 언론과 만나 “김 목사께서 인생의 지혜를 말씀해주셨다”며 “정기적으로 만나 뵙고 좋은 말씀을 듣고 함께 기도한다. 많은 위로를 받아 스스로 돌아보는 계기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씨가 지난해 12월 허위 이력 논란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한 뒤 언론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 씨는 ‘윤 후보를 돕기 위해 공개 행보에 나설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문화, 예술, 종교 분야에서 공개 행보를 시작하라는 조언이 많아서 (선거 지원 여부를) 검토하고 있는 중”이라고 밝혔다. 향후 공개 행보를 할 가능성에 여지를 남긴 것이다. 김 씨는 최근 불교계와도 접촉한 것으로 전해졌다. 불교계 등에 따르면 김 씨는 이달 초 서울 강남구 봉은사를 찾아 조계종 전 총무원장인 자승스님을 만났다. 윤 후보도 10일 비공개 일정으로 봉은사에서 자승스님을 예방했다. 불교계 한 관계자는 “윤 후보 부부가 대선에 출마하기 전부터 자승스님과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김 씨가 공식 선거운동을 하루 앞두고 언론에 모습을 드러내면서 김 씨의 공개 행보가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다만 김 씨가 윤 후보에 대한 지원사격에 나서더라도 비공개로 활동한 뒤 사후에 이를 알리는 방식이 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배우자 리스크’가 재점화 될까 조심스러워 하는 내부 기류도 있다”고 전했다. 조아라 기자 likeit@donga.com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장관석 기자 jk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