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21일(현지 시간) 저녁 이란 수도 테헤란 중심부 발리아스르 거리. 이란의 ‘샹젤리제’로 불리는 이곳의 멜라트 공원 부근은 주말(이란은 목요일과 금요일) 밤을 즐기려는 젊은이들로 북적댔다. 남자 친구와 데이트를 하는 젊은 여성들은 대체로 다채로운 색깔의 최신 유행 히잡(무슬림 여성들이 머리를 가리려고 쓰는 스카프)을 머리 뒤에 간신히 걸친 채 머리카락의 대부분을 내놓은 채였다. 한 젊은 여성에게 “요즘엔 히잡 단속이 심하지 않으냐”고 묻자 그녀는 “잡혀가도 한두 시간이면 풀려 나온다”며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했다. 옆에 있던 남자 친구 아미르 씨(26)는 “색깔 히잡이 아니라 보라, 노랑, 분홍 빛깔로 머리를 염색한 여자들이 얼마나 많은지 아느냐”며 “이슬람 국가지만 이란 여성들은 매우 다르다”고 말했다. 이어 “요즘 이란의 젊은 여성들은 스키도 승마도 자유롭게 즐길 뿐 아니라 밤에 고속도로에서 남자들과 카레이싱을 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기자가 이란을 처음 방문했던 1990년대 후반과는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당시는 여성들이 히잡을 쓰고 앞머리를 내놓거나, 귀를 보이기만 해도 종교경찰이 심하게 단속했다. 레스토랑이나 카페에서 젊은 남녀가 한자리에 앉아 있으면 종교경찰이 다가와 “결혼한 사이인가”라고 묻고 아니면 풍속사범으로 잡아가곤 했다. 시내의 쇼핑몰과 공원, 물담배(한 번 물을 거친 담배 연기를 들이마심)를 피우는 카페와 식당에도 젊은이들이 가득했다. 유명 서구 브랜드가 직접 들어올 수 없기 때문에 이란 식으로 개조한 ‘짝퉁’ 영업점이 많았다. 테헤란의 최대 쇼핑몰인 ‘하이퍼스타’는 6년 전에 프랑스 할인점 카르푸가 한국 매장을 철수한 뒤 이란으로 인력과 시설을 옮겨와 지은 쇼핑몰이다. 치킨 전문 패스트푸드점인 미국 ‘KFC’의 짝퉁인 ‘SFC’ 매장도 인기였다. SFC에서 만난 마시 씨(24·여·디지털광고 디자인 회사)는 “앞으로 프랑스, 독일, 러시아, 중국, 한국에서 많은 투자가 들어오면 젊은이들을 위한 일자리도 많아질 것”이라며 “맥도널드, KFC, 스타벅스 등 서구의 ‘오리지널’ 브랜드도 직접 들어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타렉 씨(37·무역업)는 “아프가니스탄은 이란보다 10배나 못살았는데 전쟁으로 미국이 들어온 뒤 이란과 비슷한 수준으로 발전하지 않았느냐”고 말했다. 하지만 인근 재래시장에서 만난 보수적인 사람들은 미국 문화가 침투하고 개방 바람이 거세질까 우려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수염을 기르고 히잡을 깊게 눌러쓴 부인과 쇼핑몰에 나온 알리 씨(60)는 “핵무기 개발을 포기해 미국과 자존심을 건 싸움에서 졌다”며 “경제 제재가 해제돼도 우리의 종교와 정치 체제를 위협하는 미국인들과 미국 문화는 절대 들어와선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란인들의 종교와 체제를 수호하는 강경보수파 ‘혁명수비대’와 ‘바시즈 민병대’의 역할에 대해서도 논쟁이 한창이었다. 바히드 아마디 씨(25)는 “이란에서 폭탄 테러가 발생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느냐”며 “혁명수비대 등의 확실한 통제 덕분에 이란이 안전한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요세프 이룬파리 씨(32)는 “전임 대통령이 아마디네자드 정권 시절 혁명수비대에 국가의 이권 사업을 대거 넘겨 ‘이란판 올리가르히(러시아 신흥 재벌)’라는 말이 생겼다”며 “요즘 혁명수비대는 히잡 단속보다 돈벌이에 더 관심이 많다”고 비아냥댔다. 현지 TV들은 22일 이란을 방문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일거수일투족을 보도했다. 그랜드 바자르에서 신발 수입 사업을 하는 유수프 씨(60)는 “중국은 서방의 경제 제재하에서도 유일하게 이란의 원유를 사줬다”며 “미국의 제재하에서도 버틸 수 있게 해준 은인 국가”라고 말했다. 그러나 젊은이들은 “화폐 가치 하락으로 물가가 치솟자 정부는 중국의 싼 물건을 대량 수입해 서민들의 불만을 잠재우려 했다”며 “이제 젊은이들은 싸구려 ‘짝퉁’보다는 질 좋은 ‘오리지널’을 원한다”고 말했다. 중동 3개국 방문 마지막 일정으로 이날 테헤란에 도착한 시 주석은 전날 관영 ‘이란보’에 ‘중국과 이란의 아름다운 미래를 함께 건설하자’는 기고문을 싣고 “양국은 과거 서로 낙타 방울 소리가 들리고 배의 노가 서로 보일 정도로 가까운 이웃으로 육상과 해상의 실크로드를 통해 교류했다”고 밝혔다. 또 이란이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21세기 육상과 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 정책 추진에 중요 파트너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전날 이집트 카이로의 아랍연맹 연설에서 중국이 앞으로 중동 평화와 안정에 적극 참여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테헤란=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21일 이란의 수도 테헤란 최대 시장인 그랜드바자르. 수천 년 역사의 그랜드바자르는 중동 최대 시장 중 하나로 이란 경제의 엔진 역할을 하고 있다. 카펫, 귀금속, 향신료, 견과류, 의류 등 거의 모든 물품을 취급하는 가게들로 빼곡하다. 시장 통로를 모두 이으면 10km를 웃돈다. 이곳에서 만난 테헤란 시민들은 37년 만에 서방 국가의 경제 제재가 풀리자 한껏 기대에 부풀어 있었다. 의류 상인 하산 씨(45)는 “경제 제재가 해소됐다는 사실만으로도 소비와 투자 심리에는 큰 영향을 끼친다”며 “그동안 돈을 꽤나 가지고 있던 사람들도 무엇을 해야 할지 몰랐다. 이젠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는 분야에 투자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상인은 “앞으로 외국인 관광객들이 이란을 많이 찾게 되면 사정이 나아질 것”이라고 낙관적으로 전망했다. 중국과 이란이 합작한 엔터테인먼트 회사를 운영하는 알리 소브하니 씨(36)는 이날 기자와 만나 “중국과 한국은 서방의 경제 제재 당시에도 건설, 전자업체 등이 사무실을 유지하면서 이란과 경제 교류를 해왔다”며 “유럽뿐 아니라 아시아 국가들이 이란의 인프라 건설에 많은 투자를 해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새로운 미래에 대한 기대가 큰 게 사실이지만 이란 당국은 제재 해제를 계기로 외부 세력이 이란에 침투하는 것을 경계하는 분위기다. 한 외교소식통은 “이란이 서방과 핵 협상을 타결한 이후 분위기가 좋아져 외국인이 많이 들어오고 있는 게 사실”이라면서도 “이란 당국이 이를 신경 쓰고 있다”고 전했다. 아직 이란에서는 미국, 유럽 등 서방 국가의 다국적 신용카드를 사용할 수 없다. 그동안 서방 국가에서 금융 제재를 받아왔기 때문에 비자, 마스터 등의 국제 신용카드는 현지에서 통용되지 않았다. 현지에서 물건을 구입하려면 미국 달러, 유로화 등을 가져가 현지 은행, 환전소 등에서 이란 리알화로 바꿔야 한다. 유가 하락의 여파로 리알화는 요동치고 있다. 지난해 7월 핵협상이 타결됐을 때만 해도 달러당 3만3000리알 안팎이었던 리알화의 가치는 21일 현재 달러당 3만6000리알로 떨어졌다. 물가도 핵협상 타결 이후 경제 제재가 풀리면서 상당히 떨어졌다.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서방의 경제 제재가 가해진 2013년의 경우 물가상승률이 40%를 넘기도 했지만 지금은 질레트 면도날 1상자의 가격은 4년 전과 비교할 때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 그랜드바자르의 한 수공예품 가게 판매원은 “이란인들은 우리 제품에 별 관심이 없다. 그러나 관광객들은 다르다. 그들은 우리 제품에 관심이 많다. 경제 제재가 풀렸으니 가게 매출이 크게 늘 것”이라고 말했다. 이란의 국내 소비시장은 양극화 현상이 매우 뚜렷하다. 국민 대부분은 소득의 70%를 식비와 주거 임차료에 사용한다. 소비품은 대체로 저가인 중국산과 대만산, 터키산을 선호한다. 그러나 중산층 이상은 LG, 애플 등 고급 전자제품이나 승용차를 구입하려고 한다. 테헤란 거리에는 낡은 중고 자동차들이 매연을 뿜고 다녔으나 한국의 현대자동차도 많이 보였다. 부유층은 서방 국가의 상류층 이상이다. 명품 브랜드와 최고급 제품을 선호한다. 테헤란 거리에서도 벤츠, BMW 등의 자동차가 간혹 눈에 띈다. 그 대신 대다수 제품의 공급량이 크게 부족한 탓에 시장 자체는 공급자가 좌우하는 구조다. 현지 기업들은 물량을 상당 부분 확보해도 한꺼번에 유통하기보다 시장 현황을 보면서 유통 물량과 가격을 조절하고 있다. 이란 정부는 국산품을 장려하기 위해 생산량이 적어도 자국 제품이 있으면 높은 관세, 수입제한 조치 등을 실시하고 있다. ‘테헤란의 청담동’이라고 할 만한 북부 부촌에 자리한 ‘팔라디움몰’은 명품가게, 고급 음식점, 수영장, 피트니스클럽 등이 입주한 고급 쇼핑몰이다. 몽블랑, 스와로브스키, 훌라, 나이키 등 해외 유명 브랜드가 입점해 있다. 지난해 7월만 해도 팔라디움몰에는 빈 공간이 꽤 많았으나 현재는 거의 모든 공간이 채워졌다. 가잘레 파티 씨(35)는 “팔라디움몰은 유럽의 여느 쇼핑몰과 비교해도 전혀 뒤떨어지지 않는다”면서도 “다만 수입품에 관세를 높게 매겨 외국보다 가격이 너무 비싸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명품 가게는 사람들로 붐볐다. 대부분은 서구식 옷차림을 한 여성으로 히잡(무슬림 여성들이 머리를 가리려고 쓰는 스카프)을 머리 뒷부분에 살짝 걸친 채 스마트폰을 들고 쇼핑을 하고 있었다. 1979년 2월 이란의 이슬람 혁명 이전만 해도 이란 여성들은 서구식 옷차림을 하고 히잡을 쓰지 않았다. 패션의 자유를 누려서 가슴과 허벅지의 일부를 드러낸 옷을 입기도 했다. 과거 이란 왕정은 여성을 덴마크 대사로 임명하기도 했다. 에르위나 알라스 씨(27·여)는 “경제 제재가 풀리면서 이란 경제가 상당 부분 회복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여성에게도 과거보다는 훨씬 자유로운 분위기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팔라디움몰 밖으로 나가자 고가 시계인 오메가의 광고 간판도 보였다. 인근에선 명품 전문 쇼핑몰이 2곳이나 건물을 짓고 있었다. 이 가운데 한 쇼핑몰에선 완공 전임에도 불구하고 지하에서 식료품 판매점이 운영되고 있었다. 가게 직원은 “유럽 고급 식재료와 가공식품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고 전했다.테헤란=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이란 경제의 미래는 결국 유가가 결정하는 게 아닐까요.” 21일 오전(현지 시간) 이란의 수도 테헤란에서 남서쪽으로 30km 떨어진 이맘호메이니국제공항. 비행기에서 막 내린 압둘 씨(40)는 기자가 미국의 제재가 풀린 후 이란이 어떻게 될지를 묻는 질문에 이렇게 말했다. 입국장을 빠져나오자 환영 피켓을 들고 외국인투자가들을 기다리는 이란인들이 수십 명이나 눈에 들어왔다. 지난해 7월 서방국가들과 이란의 핵협상 타결 이후 테헤란을 찾는 글로벌 기업인들이 부쩍 늘었다. 기자가 탑승한 카타르 도하발 이란행 항공기도 거의 만석이었다. 옆 좌석에 앉았던 네덜란드 사업가 라울 폰 아키첸 씨(47)는 “이란의 해외 동결 자산만 1000억 달러”라며 “이란의 부동산 경기가 살아나게 되면 인구 8000만 명의 새로운 시장이 열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테헤란의 날씨는 봄날처럼 따뜻했다. 공항의 출구 앞에는 외국에서 온 글로벌 비즈니스맨들을 픽업하러 나온 사람들이 100명 넘게 몰려 있었다. 택시 운전사 알리 레자 씨(58)는 “지난해 핵협상이 타결된 후부터 테헤란 공항에 내리는 비행기가 늘 만석이다”며 “외국인이 이렇게 찾아오는 걸 보면 이번엔 진짜 변화가 생길 듯한 분위기”라고 말했다. 공항 앞에 늘어선 노란색 낡은 택시를 골라 탔다. 택시 운전사 알리 씨(37)는 “자동차를 수입할 수 없어서 테헤란에서 운행되는 400만 대 차량 중 절반이 차령 20년을 넘긴 고물차”라며 “경제 제재가 풀려 앞으로는 신형차가 거리를 뒤덮을 것”이라고 말했다. 도로엔 기아자동차의 프라이드와 비슷한 차량이 자주 보였다. 기아자동차는 이란에서 프라이드 조립공장을 운영하다 2005년 현지 기업에 시설을 넘기고 철수했다. 이후 현지 이란기업이 프라이드를 ‘사바’라는 모델명으로 생산하고 있다. 이란 자동차의 40%가 사바다. 인구 8000만 명의 이란은 소비품의 50% 이상을 수입에 의존한다. 정상적인 경제활동을 위해서는 연간 240억 달러 이상의 원료, 완제품 등을 수입해야 한다. 37년 만에 서방 국가의 경제 제재가 풀리면서 이란 현지는 기대감에 한껏 부풀어 있었다. 그러나 국제유가가 급락하면서 이런 기대감이 이어질지는 불투명하다.테헤란=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프랑스 파리 교외의 중산층 거주 지역에 살던 컴퓨터 전문가 아베카시스 씨(32)는 익숙한 프랑스 생활을 접고 지난해 말 이스라엘로 이주했다. 유대인인 그는 2012년 아들 노아가 태어나기 전에는 프랑스를 떠날 생각이 없었다. 하지만 아이가 태어날 무렵 툴루즈에 있는 유대인 학교에서 총기 난사 사건이 벌어져 학생과 교사 4명이 숨졌다. 그 후로 유대인 학교 앞에는 무장 경찰이 삼엄한 경계를 펴고 있다. 그는 “아이가 마음 놓고 학교에 다니고, 이방인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는 곳에서 살고 싶다”고 말했다. 프랑스는 유럽에서 유대인이 가장 많이 사는 곳이다. 50만 명쯤 거주한다. 그런데 이 중 20만 명이 유대인의 이스라엘 이주를 뜻하는 ‘알리야’를 꿈꾼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유대인기구(JA)에 따르면 지난해 알리야를 실행한 서유럽 거주 유대인은 9880명이며 이 중 8000명이 프랑스 거주 유대인이었다. 왜 프랑스에서 이스라엘로 역(逆)엑소더스를 하는 걸까. 우선 지난해 1월 시사풍자 잡지 ‘샤를리 에브도’와 유대인 슈퍼마켓 테러 사건, 11월 파리 테러 사건 등이 가장 큰 요인으로 꼽힌다. 최근에는 마르세유에서 터키 쿠르드족 출신 15세 소년이 유대인 학교 교사에게 칼을 휘두르는 등 반(反)유대인 정서도 짙어지고 있다. 프랑스에서 유대인 인구 비중은 1% 미만이지만 지난해 발생한 모든 인종주의 증오 공격의 절반 이상이 유대인을 겨냥한 것이었다. 지난해 유튜브에는 반유대인 정서를 생생히 보여주는 영상이 올라왔다. 유대인 뉴스매체 NRG의 기자가 유대인들이 애용하는 ‘키파(모자)’를 쓰고 파리 곳곳을 걷는 영상이었다. 몰래카메라로 찍은 동영상에는 기자에게 “개”라고 부르거나 침을 뱉고, “팔레스타인 만세”를 외치는 사람도 있었다. “유대인이라는 이유만으로 공격당하거나 위협당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프랑스 거주 유대인 비율이 60%라는 여론조사도 있다. 이슬람 극단주의를 막기 위해 프랑스 정부가 내세우는 엄격한 정교(政敎)분리 원칙도 종교 생활을 중시하는 유대인들을 떠나게 하는 요인이다. 반대로 2008년 건국 60주년을 맞은 이스라엘 정부는 귀국 유대인들에게 10년간 해외에서 취득한 모든 자산과 소득에 면세 혜택을 주면서 이들을 환대하고 있다. 알리야를 꿈꾸는 유대인들은 대부분 고학력 중상류층이고 금융과 경제에 영향력을 가진 기업인이 많아 프랑스 정부의 고민이 깊다. 다니엘 벤하임 유대인기구 프랑스지부장은 “유대인 이주자들 중 다수는 비싼 세금과 반유대주의 분위기를 피하려는 중산층과 부유층”이라며 “하위층 유대인들은 프랑스의 관대한 사회복지 혜택 때문에 떠나지 않는다”고 전했다. 마뉘엘 발스 프랑스 총리는 지난해 테러 사건이 벌어질 때마다 “유대인은 프랑스 공화국의 전위대”라고 강조했지만 유대인의 탈출 행렬을 막지 못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경제장관도 지난해 9월 이스라엘을 방문해 유대인들에게 프랑스로 돌아오라고 호소했다. 그러나 당시 간담회에 참석했던 청년 창업자 제레미 브라베 씨(32)는 “프랑스에서 유대인으로 살면서 아무도 내게 볼을 패스하지 않는 축구팀에 있는 느낌을 받았다”며 “프랑스는 휴가 때만 갈 것”이라고 말했다. 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천연가스 매장량 세계 1위, 석유 매장량 4위의 자원부국이자 인구 8000만 명의 중동 내 최대 내수시장을 가진 이란이 국제무대에 전격 복귀하게 됐다.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서방의 고강도 경제 및 금융제재가 시작된 지 37년 만이다. 이슬람 시아파 맹주인 이란이 정치 경제적인 고립에서 벗어나 미국 등과의 협력을 강화해 이슬람국가(IS) 퇴치에 기여해 나가는 반면 사우디아라비아와 같은 수니파 걸프국가와는 중동 패권을 놓고 치열한 다툼을 벌일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 경제에는 새 활로가 뚫릴 것으로 보인다. 저유가, 중국 성장세 둔화 등으로 어려움을 겪던 건설, 정유, 항공 분야의 기업들에 수출길이 넓어질 것으로 보인다. 건설업계에 따르면 이란은 가스와 정유 등 원유 관련 시설 개·보수 및 신설에 앞으로 1300억∼1450억 달러(약 157조3000억∼175조4500억 원)를 투자할 계획이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은 그동안 핵무기 개발 의혹과 관련해 이란에 부과했던 경제·금융제재를 16일(현지 시간) 상당 부분 해제했다고 밝혔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이날 이란이 핵합의안(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의 핵프로그램 제한 의무를 성실히 이행함으로써 서방의 제재 해제 조건을 충족했음을 검증했다고 확인했다. 특히 미국은 이란과 거래하는 비(非)미국 기업 및 개인에 대한 이른바 ‘2차 제재(secondary sanction)’를 해제했다. 이에 따라 이란은 원유 판매 대금 등 1000억 달러(약 122조 원) 규모의 해외 동결 자산을 되찾을 수 있게 됐다. 원유와 각종 상품 교역에 대한 제재에서도 풀려났다. 이란 중앙은행을 비롯한 금융기관들도 외국과 자금 거래를 다시 할 수 있게 됐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이란 핵합의 이행은 중대한 이정표”라며 환영했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도 17일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교장관에게 축하 서한을 보내 “이란 핵합의 및 제재 해제가 북핵 문제 해결에 대한 희망의 준거가 될 수 있다”며 협력을 당부했다.파리=전승훈 raphy@donga.com /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 조은아 기자}

이슬람 시아파의 맹주 이란이 경제 제재를 풀고 국제사회 일원으로 합류하게 되면서 국제 정치와 경제에도 상당한 지형 변화가 예상된다. 전통적으로 러시아와 우방이던 이란이 미국과의 관계를 정상화하면서 국제 정치 및 경제적인 영향력을 키울 것으로 전망된다. 대(對)이란 경제 제재 해제로 가장 큰 정치적 이득을 얻은 사람은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다. 야당인 공화당과 이스라엘 등의 반대에도 주요 6개국(유엔 안보리 5개 상임이사국+독일)과 이란이 지난해 7월 타결한 핵협상의 정당성을 확인받게 됐다. 아울러 미국은 수니파 테러 조직인 ‘이슬람국가(IS)’ 격퇴전에 이란에 대한 협력 요구를 확대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몇 년이 걸릴지 모르는 IS와의 전쟁에 최대 우군을 만난 만큼 이란을 국제연합군의 주축으로 활용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정부도 북한과 전통적인 우방 관계였던 이란을 적극 포용하고 나섰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이란의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외교장관에게 축하 서한을 보낸 것은 이란의 핵 합의 경험을 북한에도 전파하고 국제사회와의 협력으로 유도해 달라는 당부로 해석된다. 조준혁 외교부 대변인도 “이란 핵 합의의 성실한 이행이 국제 비확산 체제 강화와 더불어 중동지역의 평화와 안정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논평했다. 하지만 이란과 적대국인 사우디아라비아 이스라엘 등이 반발하면서 중동 내 갈등의 골은 더 깊어지게 됐다. 특히 ‘수니파 종주국’ 사우디가 대이란 견제를 강화하면서 이란과 사우디의 중동 지역 내 패권 경쟁이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시장은 일단 이란의 손을 들었다. 제재 해제 후 첫 거래일인 17일 사우디아라비아 등 걸프 지역 증시가 일제히 폭락했지만 이란 증시는 상승했다. 사우디 타다울증시는 이날 5.65% 하락한 5,508.02를 나타내며 2011년 3월 이후 5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테헤란증시(TEDPIX)는 제재 해제 기대감에 16일 2.11% 올랐고 제재 해제 후인 17일에도 0.86% 올라 상승세를 이어갔다. 이스라엘도 이란의 군사적 위협을 한층 경계하는 분위기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제재 해제 결정 후 성명을 내고 “이란은 핵무기 개발과 테러 조직 지원을 포기하지 않을 것인 만큼 이스라엘의 안보를 지키기 위해 모든 필요한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비판했다. 이란산 원유 추가 공급에 따른 유가 하락과 산유국 경제 불안이 세계 경제 침체를 가속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지만 중동 단일 국가로서는 최대인 이란의 내수 시장을 놓고 글로벌 기업들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이란은 그동안 혹독한 제재 탓에 자동차, 항공기, 기반 시설 등이 낙후됐다. 그러나 이란 인구의 70%가 30대 미만이고 고졸 학력 이상 고급 노동력도 풍부해 성장 잠재력이 큰 편이다. 세계은행은 2017년 이란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7%로 예상했다. 우선 항공기와 자동차 관련 글로벌 기업들이 이란 시장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유럽의 에어버스는 이란 제재 해제가 발표되기도 전에 이란 측에 항공기 114기를 판매키로 했다는 사실이 이란 현지 언론을 통해 공개됐다. 카를로스 곤 르노닛산 얼라이언스 회장은 “현재 100만 대 규모인 이란 자동차 시장은 150만∼200만 대 규모로 커질 것”이라며 “매우 유망한 시장”이라고 전망했다. 이란과 밀접한 관계를 유지해 온 러시아도 이란과 연간 무역액을 16억 달러(약 1조9000억 원)에서 100억 달러(약 12조1000억 원) 수준으로 대폭 끌어올릴 계획이다. 러시아 국영 철도회사는 이란의 철도를 전철로 바꾸기로 했다. 프랑스의 토탈, 이탈리아의 ENI 등 서방 에너지 기업들도 이란 기업들과 협력 계약을 체결해 진출을 가시화했다.파리=전승훈 raphy@donga.com /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미국과 독일 일본 등 주요 선진국도 ‘청정에너지’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석탄과 원자력 등 기존 에너지에 수반되는 비용과 환경오염도 문제지만 지구에 매장된 자원이 서서히 바닥을 드러내는 상황에서 미래의 에너지원을 찾기 위한 절박한 몸부림인 셈이다. 미국에서 청정 재생에너지 개발에 앞장서고 있는 사람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다. 지난해 8월에는 구체적 청사진인 ‘청정 전력 계획(Clean Power Plan)’을 발표했다. 미국 50개 주가 15년 뒤인 2030년까지 달성해야 할 발전소 탄소 배출량 감축 목표(2005년 배출량 대비)를 당초 30%에서 32%로 높이고 풍력이나 태양광과 같은 청정 재생에너지를 통한 발전 비중 목표치를 22%에서 28%로 늘리는 것이 뼈대다. 이 계획은 연방정부가 태양광과 풍력 등 청정에너지 발전에 투자하는 주에 각종 인센티브를 주도록 했다. 석탄 에너지 의존도가 높고 공화당이 장악하고 있는 상당수 주의 연방 의원들은 이번 계획에 반대하고 있지만 주 정부들은 이미 ‘대세’를 따라 청정에너지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미국 언론들은 전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또 대체에너지 개발에 유력 경제인들을 끌어들였다. ‘투자의 귀재’로 알려진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은 대체에너지 분야 투자를 300억 달러(약 36조 원)까지 확대할 방침이다. 이미 2012년 세계 최대 규모의 캘리포니아 주 ‘토파즈 태양광 단지’에 20억 달러를 투자한 데 이어 아이오와 주 풍력 발전 단지에도 투자하고 있다. 일조량과 일조의 질이 한국의 3분의 1에 불과한 독일도 태양광 육성 정책을 펴 시민의 삶을 바꾸고 있다. 앙겔라 메르켈 정부는 출범 이후 ‘탈(脫)원전 정책’을 펴면서 태양광 풍력 바이오에너지 생산을 장려했다. 그 결과 2014년 대체에너지 비중은 27.8%로 석탄 에너지 비중을 처음으로 앞질렀다. 독일의 목표는 이 비중을 2020년까지 35%로 끌어올리는 것이다. 이 기간 대체에너지 장려 정책은 일반 독일 국민의 삶 속에 깊이 뿌리내렸다. ‘피리 부는 사나이’의 전설로 유명한 독일 북부의 소도시 하멜른은 10년 전부터 일반 가정집의 에너지 리모델링을 시청이 적극 지원해 ‘태양광의 도시’로 탈바꿈했다. 하멜른 시청은 도시 내 모든 건물의 지붕에 태양전지 패널을 설치했을 때 경제성이 어떤지를 추정해 ‘빨강’과 ‘노랑’ 두 가지 색깔로 구분한 ‘태양광 등급별 주택 지도’를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있다. 빨간색은 적합, 노란색은 부적합이다. 시청은 언제든지 시민에게 태양전지 패널 설치 정보를 설명해 주고 은행에 설치비 대출을 알선해 주기도 한다. 이 도시에선 시민과 공무원이 함께 태양광 시설을 운영하는 협동조합을 결성했다. 조합은 모아진 돈으로 학교나 공공기관에 태양광발전소를 설치해 사업체로 키운다. 시민들은 식수 개발이나 열 병합 및 바이오 발전, 수력 개발과 가스 관련 조합에 투자한다. 프랑스도 원자력 에너지 의존도가 가장 높은 나라지만 신재생 에너지 확대로 정책 변화를 꾀하고 있다.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은 2025년까지 원자력 의존도를 75%에서 50% 선까지 낮출 것이라고 약속했다. 유럽풍력에너지협회(EWEA)에 따르면 프랑스는 2020년까지 풍력에너지에서 얻는 전기량을 현 8.2GW에서 19GW로 높이겠다는 목표다. 일본 역시 ‘세계 에너지 혁명 시대’를 선도하겠다는 각오로 정부와 기업이 함께 재생에너지 활용에 나서고 있다. 일본 전자회사들은 태양광 발전으로 전기를 만들고 저장한 뒤 가전제품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하는 홈 에너지 기술이 뛰어나다. 한화큐셀 저팬 관계자는 “지진이 많은 일본은 외부에서 전기가 공급되지 않아도 생활할 수 있는 ‘제로 에너지 하우스’ 분야에 연구를 집중하고 있다”며 “해당 분야에서 세계에서 가장 앞서 있다”고 분석했다. 대표 기업인 파나소닉은 2014년 일본 가나가와(神奈川) 현 후지사와(藤澤) 시에 1000가구 규모의 일본 최대 스마트시티를 구축했다. 현재는 미국 콜로라도 주 덴버 시 교외에 태양광 발전 설비를 갖춘 스마트시티를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건설하고 있다. 터만 160만 m²에 이르는 대규모 사업이다. 소프트뱅크 등 정보기술(IT) 기업도 재생에너지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소프트뱅크는 최근 홋카이도(北海道)에서 3만 가구의 연간 소비 전력에 해당하는 11만1000kW 규모의 일본 최대 태양광 발전소를 가동했다. 지난달에는 35만 kW 규모의 태양광 발전 사업을 인도에서 수주했으며 장기적으로 인도에서 2000만 kW 규모의 발전을 목표로 삼고 있다. 일본 정부는 2030년까지 전체 발전량 중 22∼24%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태양광 외에도 지열 풍력에 대한 연구개발도 진행하고 있다. 미쓰비시중공업은 지난해 7월 후쿠시마 앞바다에 7000kW짜리 풍력발전소를 띄우는 데 성공했다. 세계 최대의 부유식 풍력발전소다. 일본 정부는 지난해 지열 발전을 활성화하기 위해 국립공원 관련 규제를 풀었다. 화산 지대를 활용해 0.3%인 지열 발전 점유율을 2030년까지 1%로 확대하기로 했다.파리=전승훈 raphy@donga.com/ 도쿄=장원재 특파원}
그리스가 자국에 대해 가혹한 개혁을 요구해온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 참여를 전면적으로 수용했다. 14일(현지 시간) 예룬 데이셀블룸 유로그룹(유로존 재무장관 협의체) 의장은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재무장관 회의 시작에 앞서 “그리스 정부가 860억 유로(약 113조 원) 규모의 3차 구제금융에 IMF의 참여를 전면 수용했다”고 밝혔다. IMF는 2010년과 2012년 1, 2차 그리스 구제금융에 참여했으나 3차 구제금융에는 그리스의 개혁 약속이 미흡하고 채무 구조조정 의지가 부족하다는 이유를 들어 참여를 유보했다. 그리스 정부도 IMF가 가혹한 개혁을 요구할 것을 우려해 IMF의 구제금융 참여에 반대해왔다.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는 지난해 12월 IMF는 필요 없다면서 그리스에 대한 구제금융에서 빠질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독일은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만으로는 그리스의 개혁 이행을 압박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IMF의 참여 필요성을 강조했다. 미국 경영전문지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는 지난해 그리스가 국제채권단을 상대로 구사한 구제금융 협상전략을 ‘2015년 최악의 협상전략’으로 14일 선정했다. HBR은 “그리스가 860억 유로의 구제금융을 추가로 받았지만, 협상을 벼랑 끝으로 몰고 가는 과정에서 자국 경제를 더 악화시켰고 당초 요구 조건도 거의 관철하지 못했다”고 최악으로 선정한 이유를 밝혔다. 급진좌파연합 시리자의 대표로 작년 1월 총선거에서 정권을 잡은 치프라스 총리는 집권 초기부터 EU, 유럽중앙은행(ECB), IMF로 구성된 국제채권단을 맹렬히 비난했다. 긴축정책을 강요해 그리스인의 생활을 어렵게 했다는 것이다. 국제채권단은 ‘그렉시트(그리스의 EU 탈퇴)’를 우려해 초기엔 유화적 태도를 보였지만 그리스가 계속 강경한 자세로 나오자 반감을 갖기 시작했다. 작년 2월 시작한 협상은 6월이 지나도록 갈피를 못 잡았다. 그동안 그리스는 은행 영업이 중단됐고, IMF 부채를 갚지 못해 채무불이행을 선언했다. 신용등급은 ‘CCC-’로 추락했다. HBR은 “치프라스 총리가 구제금융 조건과 관련해 국민투표를 치르는 무리수까지 뒀지만 작년 7월 12일 국제 채권단과 17시간에 걸친 ‘끝장 회담’에서 완전히 무너졌다”고 평가했다. 그리스는 긴축 정책도 폐기하지 못했고 500억 유로 상당의 국유 자산을 매각하기로 합의했다. HBR은 “그리스 협상을 통해 어려운 상황에서 대담한 요구를 할 때는 ‘벼랑 끝 전술’ 보다 상대를 달래는 편이 훨씬 유리하다는 교훈을 얻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파리=전승훈특파원 raphy@donga.com}
프랑스 북부 칼레의 난민캠프에서 만난 4살짜리 난민 소녀의 불법 밀입국을 도와주었던 영국인에게 프랑스 법원이 14일(현지 시간) 무죄를 선고했다. 전직 군인인 영국인 로브 로리 씨(49)는 런던 북부 귀즐리에서 카페트 세탁업을 하며 네 아이를 키우던 평범한 가장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9월 언론을 통해 터키 해안에서 시신으로 발견된 세 살배기 시리아 난민 아이 알란 쿠르디의 사진을 접한 뒤 삶이 바뀌었다. 로리는 자신의 일을 그만두고 프랑스 칼레항 부근과 뒹게르크 등을 오가며 난민 쉼터를 짓는 등 봉사를 시작했다. 그는 ‘정글’로 불리는 열악한 난민촌에서 만난 아프가니스탄 난민 레자 아마디로부터 부탁을 받았다. 자기 대신 네 살배기 딸 ‘브루’(마하르 아마디의 애칭)만이라도 구해줘 영국 북부에 사는 친척에게 맡겨달라는 부탁이었다. 그는 몇 번이고 거절했지만 난민촌의 참혹한 환경 속에서도 환하게 웃는 아이를 외면하지 못했다. 결국 로리는 브루를 자신의 승합차에 숨긴 채 페리선을 타고 영국에 들어가려다 경찰에 적발됐다. 에리트레아 난민 2명이 그의 승합차에 몰래 타고 있다가 적발되면서 브루도 들켰다. 경찰이 끌어낸 아이는 몸을 웅크린 채 곰 인형을 가슴에 안고 있었다. 대표적 난민 도시 칼레에는 아프간 등에서 온 난민 4200여 명이 열악한 환경에서 살고 있다. 시 당국에 따르면 지난 6개월 간 이 지역에서 죽은 난민은 확인된 수만 17명에 이른다. 특히 겨울에 비라도 오면 추위를 막아줄 텐트가 무너질까 두려움에 떨어야 한다. 로리는 “비 내리던 밤 아이가 내 무릎을 베고 잠든 걸 보고 도저히 이런 곳에 남겨둘 수 없단 생각이 들었다”고 회상했다. 로리는 결국 영국에 불법 밀입국을 도운 혐의로 프랑스 법정에 섰다. 유죄가 인정될 경우 최대 징역 5년 또는 3만 유로(약 3900만원)의 벌금을 물게 될 상황이었다. 안타까운 소식이 알려지자 로리의 페이스북에는 그를 ‘영웅’이라 부르며 무죄를 청원하는 이들이 몰렸다. 로리는 이 같은 반응에 “영웅은 자신의 목숨을 걸고 사람들을 구한 오스카 쉰들러나 마틴 루터 킹이지, 나 같은 사람이 아니다”라며 “그저 자유를 잠깐 담보 잡힌 전 세탁소 주인일 뿐”이라고 고개를 저었다. 프랑스 법원은 14일 불법 밀입국 협조 혐의와 관련해 로리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법원은 난민 소녀를 승합차 좌석이 아니라 차 뒤에 숨겨 생명을 위태롭게 했다면서 1000 유로의 벌금을 부과했다.파리=전승훈특파원 raphy@donga.com}
프랑스 정부가 프랑스의 대표적 완성차 업체인 르노 본사와 공장을 압수수색한 것으로 확인됐다. 프랑스 일간 르피가로는 14일 르노의 성명을 인용해 “프랑스 경제부 산하 경쟁·소비·부정방지국(DGCCRF) 직원들이 르노 본사와 공장의 기술센터 등을 수색해 관련서류를 압수했다”고 보도했다. 르노 노동조합도 “이번 수색은 엔진제어부문을 대상으로 진행됐다”면서 “수사관들이 책임자의 컴퓨터 등을 들고 갔다”고 전했다. 이번 수색을 계기로 독일 폴크스바겐에 이어 르노도 배출가스 조작과 관련이 있을지 모른다는 추측이 나왔다. 이에 따라 르노 주가는 이날 하루 시가총액이 26억 유로(약 3조5000억원)나 증발했다. 파리 증시에서 르노 주가는 장중 한때 20% 넘게 폭락했으나 이후 하락 폭이 줄어 10.3% 떨어진 채 마감했다. 르노 측은 성명에서 “폴크스바겐 사태이후 프랑스 환경부 요청에 따라 당국이 100여종의 차량에 대해 배출가스 검사를 실시했다”며 “그러나 폭스바겐과 달리 르노는 배출가스를 조작하지 않았으므로 압수수색이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엠마뉘엘 마크롱 경제부 장관도 이날 압수수색에 대해 ‘정상적인’ 점검이었을 뿐 르노에 추가적인 배출가스 조작의혹은 아니라고 말했다. 세골렌 루아얄 프랑스 환경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테스트 결과 르노의 디젤차량에서는 폴크스바겐처럼 배출가스를 조작한 차량은 나오지 않았다”며 “(르노) 주주들과 직원들은 안심해도 된다”고 말했다. 루아얄 환경장관은 “그러나 르노를 비롯해 일부 수입 차량에서 배출가스 배출 기준량을 초과한 것으로 나왔기 때문에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르노는 지난달 5000만 유로(약 660억원)를 투입해 실제 배출가스를 공식 테스트 수준으로 낮추겠다고 밝힌 바 있다. 르노에 대한 압수수색 소식에 프랑스의 대표적인 완성차 업체인 ‘푸조’의 주가 총액도 5% 하락했다. 푸조는 이날 프랑스 에너지 환경 당국의 조사에서 자사는 배출가스 한계도 넘지 않았으며, 배출가스 조작 장치도 발견되지 않았다고 해명했지만 주가 하락을 막을 수 없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주식시장에서 폴크스바겐, 다임러, BMW의 주가도 르노의 압수수색 소식에 일제히 하락했다.파리=전승훈특파원 raphy@donga.com}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가 저지른 12일 터키 이스탄불 폭탄 테러의 사망자 10명 전원이 독일인이고, 15명의 부상자 중에서도 독일인이 9명으로 가장 많은 것으로 밝혀졌다. 테러의 배후를 자처한 단체가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터키 정부는 13일 사우디아라비아 출신 시리아 국적자인 IS 남성 조직원 나빌 파들리(28)의 소행이라고 발표했다. 누만 쿠르툴무쉬 부총리는 “테러범이 최근 시리아 국경을 넘어 터키에 입국했다”며 “그러나 정부의 테러리스트 감시 명단에는 들어 있지 않았다”고 밝혔다. 에프칸 알라 내무장관은 이번 테러와 관련한 용의자 1명을 검거했다고 발표했다. 이 용의자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터키 경찰은 이날 전국에서 동시에 IS 검거 작전을 펼쳐 용의자 68명을 체포했다. 체포된 용의자 중에는 IS 조직원으로 보이는 러시아인 3명도 포함됐다고 터키 도안통신이 보도했다. 이날 수도 앙카라에서는 IS 조직원으로 의심되는 시리아인 15명과 터키인 1명이 검거됐다. IS가 장악한 시리아 북부와 접경한 샨르우르파에서도 21명이 체포됐고, 킬리스에서는 외국인 6명이 밀입국하다 검거됐다. 한편 쾰른의 난민 집단 성범죄 사건으로 반(反)난민 정서가 고조된 와중에 IS 테러에 독일인이 다수 희생되면서 난민 포용에 앞장서 온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사면초가’에 빠졌다. 메르켈 총리는 “파리든 이스탄불이든 국제테러리즘이 노리는 것은 인간의 자유로운 삶”이라며 테러에 의연히 대처할 방침임을 밝혔다. 메르켈 총리가 이끄는 독일 대연정은 12일 범죄를 저지른 난민을 종전보다 쉽게 추방할 수 있도록 하는 쾰른 사태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한편 한국 정부는 13일 자살폭탄 테러가 발생한 터키 이스탄불에 대한 여행경보를 ‘여행유의’(남색)에서 ‘여행자제’(황색)로 한 단계 올렸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독일에서 2015년도 ‘올해의 못된 유행어’로 “바른 사람”(Gutmensch)이 선정됐다. 다름슈타트 지역 언어학자, 언론인, 작가가 주축이 된 ‘올해의 못된 유행어’ 선정위원회가 12일(현지 시간) 이같이 발표했다고 독일 언론이 보도했다. 이 단어는 윤리·정치적 관점에서 ‘올바름이 지나치다’는 가치 판단을 담아 특정인을 ‘공상적 박애주의자’(영어로 Do-gooder)로 폄하할 때 사용된다. 지난해 난민 위기가 몰아친 독일에서 이 말은 ‘난민 포용론자’를 지칭할 때 많이 쓰였다. 이 단어는 2011년부터 유력한 수상 후보로 점쳐져 왔다. 지난해 여름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헝가리 국경에 있던 시리아 난민들을 제한 없이 받아들이기로 결정하자 독일 극우단체들은 총리의 난민 포용정책에 대한 반대토론 때마다 ‘바른 사람’이라는 단어를 반복적으로 사용해왔다. 선정위는 성명에서 ‘바른 사람’이라고 하는 데에는 “관용과 도우려는 의지를 순진하고도 어리석고, 남에게 잘 속아 넘어가는 것으로 깎아내리는 함의가 있다”고 선정 취지를 밝혔다. 선정위는 “심지어 도덕적 제국주의 성향까지 보이는 이 표현은 민주적인 의견교환과 실질적인 토론을 막고 있으며, 심지어 주류 언론에까지 등장한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선정위는 연말마다 ‘올해의 단어’를 발표하는 독일어협회와 별개로 1991년 초부터 지난해 언론에 대중적으로 쓰인 말 가운데 본뜻을 왜곡하거나 인권 침해 또는 반사회적 요소가 있는 합성어를 선정해왔다.파리=전승훈특파원 raphy@donga.com}

터키 이스탄불의 대표적 관광지에서 자살 폭탄 테러가 발생해 최소 10명이 숨졌다. 터키 당국은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의 소행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수사에 나섰다. 12일 터키 정부에 따르면 이번 폭발은 오전 10시 20분경(현지 시간) 술탄아흐메트 광장 ‘독일 분수’ 근처에서 발생했다. 이로 인해 광장에 있던 10명이 숨지고 15명이 부상했다. 폭발 현장 부근에 있던 한국 단체관광객 중 대학생 1명도 손가락에 부상을 입었다. 현장 근처에 있던 독일인 관광객 카롤린 씨는 AFP통신에 “강력한 폭발음으로 땅과 건물들이 흔들리고 화약 냄새가 코를 찔렀다. 폭발 후 딸과 함께 무작정 뛰어 인근 건물에 1시간 반 동안 숨어 있었는데 너무나 무서웠다”고 말했다. ▼ 터키 관광산업 타격 노린 IS 소행 추정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이날 수도 앙카라에서 가진 터키 외교관들과의 모임에서 “시리아 출신 자폭 테러범 소행”이라고 밝혔다. 아흐메트 다부토을루 터키 총리는 각 부처 장관과 국가정보국(MIT) 국장 등이 참석한 긴급 안보회의를 열어 대책을 논의했다. 누만 쿠르툴무쉬 부총리는 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용의자의 시신을 조사한 결과 1988년생 시리아 태생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술탄아흐메트 광장은 그 앞의 술탄아흐메트 자미(블루 모스크)와 터키의 상징인 성소피아 박물관, 톱카프 궁전과 함께 술탄아흐메트 지구로 묶여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돼 있다. 터키를 찾는 연간 3700만여 명의 외국인 관광객이 대부분 찾는 곳이다. 현지 일간 휘리예트 뉴스는 유명 관광지에서 관광객과 민간인들을 노렸다는 점이 IS의 과거 테러와 유사하다고 분석했다. 또 터키군은 지난해 12월부터 동남부에서 쿠르드족 반군인 PKK를 소탕하는 대규모 작전을 벌이고 있어 분리 독립을 꿈꾸는 쿠르드족 반군의 소행일 가능성도 제기된다. 외교부는 1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관계부처 긴급대책회의를 열었다. 이기철 외교부 재외동포대사는 “터키 전 지역에 대한 여행 경보를 기존의 ‘여행유의’(남색경보)에서 ‘여행자제’(황색경보)로 상향 조정하는 것을 적극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 조숭호 기자}

‘실업률을 낮추지 못한다면 다음 대선에 나서지 않겠다.’(2012년 5월 취임 당시) 내년 대선에서 재선을 노리는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사진)이 ‘실업률과의 전쟁’에 돌입했다. ‘테러와의 전쟁’을 하고 있는 그가 실업률 낮추기에 안간힘을 쓰는 이유는 국민과의 약속 때문이다. 올랑드 대통령의 취임 당시 실업률은 9.8% 수준. 하지만 글로벌 경기 침체와 경직된 노동시장 때문에 실업률이 슬금슬금 올라 10.8%까지 상승했다. 실업률이 떨어지지 않는 한 “다시 나라를 맡겨 달라”고 유권자들을 설득할 명분이 없게 됐다. 올랑드 대통령은 18일로 예정된 ‘실업률 대책’ 발표를 계기로 노동 개혁 드라이브를 강하게 걸 방침이다. 노동시장이 바뀌지 않는 한 경제 정책이 성과를 내기가 어렵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대통령 발표에 앞서 11일 마뉘엘 발스 총리는 총리 관저로 노조연맹 대표와 경영자 대표들을 초청해 노동시장을 유연하게 만들 개혁 방안을 논의했다. 18일 발표에는 노동법 개혁을 비롯해 세금 감면, 비용 절감, 규제 완화 등 모든 분야가 망라될 것이라고 프랑스 일간 레제코가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우선 50만 명의 실업자에 대해 400∼500시간에 이르는 직업훈련을 실시할 계획이다. 여기엔 10억 유로의 예산이 들어간다. 종업원 50명 이하의 중소기업이 근로자를 신규 채용할 경우 직원 1인당 1000∼2000유로의 지원금을 받게 된다. 프랑스 언론은 △주당 35시간 노동제 폐지 △장기 실업자 실업수당을 삭감해 노동 의욕 고취 △노동재판 간소화 및 해고소송 보상금 상한제 실시 △노동법 개정으로 해고가 가능한 정규직 도입 등 ‘깜짝 놀랄 만한 조치들’이 포함될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에서는 노사정 대타협이 지지부진하지만 프랑스에서는 대통령이 대선 후보직을 걸고라도 노동 개혁을 이루겠다는 태세다. 올랑드 대통령이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려면 실업률이 9.8% 아래로 떨어져야 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사회당 대선 후보를 선출하는 전당대회가 열리는 10월 실업률 예상치는 10.8%. 이대로 전당대회를 맞았다간 고전을 면치 못하게 된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올랑드 대통령으로선 18일 발표가 차기 대선 후보 출마 여부를 가를 분수령이 될 수 있다. 프랑스 경제인연합회(MEDEF) 등 경영자 단체도 10일 일간지 주르날뒤디망슈를 통해 ‘고용 촉진을 위한 5가지 긴급 법안’을 도입하라는 내용의 공개편지를 대통령에게 보냈다. 이들은 노동법 규제를 완화해 △매출 감소 △프로젝트 실패 △경영 목표 달성 미흡 등의 이유로도 해고할 수 있는 새로운 정규직 계약을 신설할 것을 요구했다. 또 향후 2년간 중소기업이 정규직을 채용할 때는 사회적 분담금을 전액 면제해 줄 것도 요청했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메르켈 아웃(Merkel out)!” 9일 독일 쾰른 대성당 주변에서 극우 시위대 1700여 명이 정부의 난민 수용 정책을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유럽의 이슬람화를 반대하는 애국적 유럽인들(PEGIDA·페기다)’과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을 위한 시민운동(PRO NRW)’ 등 극우단체 회원들이 맥주병과 폭죽을 던지며 앙겔라 메르켈 총리의 퇴진을 요구하는 구호를 외쳤다. 시위대는 지난해 12월 31일 저녁 쾰른 시 도심에서 일어난 집단 성폭행의 범인 상당수가 난민이라는 점에서 ‘강간(rape)’과 ‘난민(refugee)’이라는 단어를 합성해 ‘Rapefugee는 환영하지 않는다’라고 쓴 팻말을 들고 행진을 벌였다. 경찰은 최루가스, 물대포 등을 이용해 시위대를 해산시켰다. 이 과정에서 양측의 물리적 충돌이 빚어졌다. 같은 장소에서 극우 시위대를 비난하는 시위도 열렸다. 독일 사회에 잠재된 갈등이 폭발하는 모습이다. 맞불 집회에 나선 시위대 1300여 명은 페기다 시위대를 향해 “나치 아웃(Nazis out)”, “파시즘은 범죄” 등의 구호를 외쳤다. 영국 BBC는 지난해 난민 110만 명을 받아들인 메르켈 총리가 이제는 독일의 관용에도 한계가 있음을 분명히 해야 한다는 압박에 처해 있다고 전했다. 지난 10년간 그리스 등 유럽의 재정 위기와 우크라이나 위기를 넘기며 ‘유럽의 여제(女帝)’로 군림해 온 그이지만 지금은 난민 위기라는 진짜 위기를 만났다는 분석이다. 여론에 떠밀린 메르켈 총리는 이날 집권 여당인 기독민주당(CDU) 정책회의에 나와 범죄를 저지른 난민에 대해 추방명령을 내릴 수 있도록 법률을 개정하겠다고 밝혔다. 현행법에 따르면 난민 지위를 신청한 사람의 경우 범죄를 저질러 징역 3년형 이상을 선고받고 본국 송환 땐 난민의 안전에 위협이 없다고 판단돼야 모국으로 추방할 수 있다. 사실상 난민을 추방할 수 없게 하는 조항이나 마찬가지다. 연정 파트너인 사민당의 지그마어 가브리엘 부총리도 “왜 외국인 범죄자를 위한 감옥에 독일 국민의 세금이 들어가야 하느냐”며 범죄를 저지른 난민 추방 방침에 동의했다. 사민당 출신의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총리는 “가슴만 뜨거울 뿐 전략이 없다”며 메르켈 총리의 난민정책을 비난했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1960년대 세계적으로 미니스커트를 유행시킨 프랑스의 패션 디자이너 앙드레 쿠레주(사진)가 7일 파리 자택에서 별세했다. 향년 92세로 오랫동안 파킨슨병을 앓아 왔다.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쿠레주는 혁명의 창조자이자 한 시대를 이룬 디자이너로 프랑스 패션에 큰 자취를 남겼다”고 평가했다. 1923년 프랑스 서남부의 포에서 태어난 쿠레주는 토목·건축을 전공한 후 1940년대 프랑스 패션계에 발을 내디뎠다. 스페인 출신의 프랑스 디자이너인 크리스토발 발렌시아 밑에서 10여 년간 일했던 그는 1961년 독특한 ‘스페이스 룩’을 발표하면서 유명해졌다. 흰색의 각진 미니스커트와 흑백 바지, 우주복에서 착안한 헬멧과 고글을 활용한 패션으로 ‘미래 스타일의 혁명가’라는 평가를 받았다. 카트린 드뇌브, 재클린 케네디 등 세계의 많은 유명 여성이 그의 옷을 즐겨 입었다. 프랑스 언론은 그가 “미니스커트의 아버지”였으며 “미니스커트에 고급스러움을 더해 세계적 유행을 불렀다”고 추모했다. 쿠레주의 흰색 미니스커트는 ‘흔들리는 60년대(Swinging Sixties)’를 상징하는 이미지였다. 그러나 미니스커트 창시자 타이틀을 둘러싸고는 영국 디자이너 마리 퀸트와의 사이에서 논란이 있기도 했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유럽에 살면서 가장 부러웠던 것은 차를 갖고 국경을 넘는 일이었다. 한국인에게 국경이라고 하면 철조망, 지뢰, 감시병, 검문소 등의 무시무시한 단어부터 떠오른다. 그런데 트렁크에 캠핑 장비를 가득 싣고 속도도 줄이지 않은 채 국경을 무사히 통과하는 기분은 짜릿하기 그지없다. 휴가 때 룩셈부르크에 놀러갔을 때다. 모젤 강가에 위치한 좋은 화이트와인 산지를 찾아가는 길에 우연히 ‘솅겐(Schengen) 5km’라는 안내판이 눈에 띄었다. 강가 언덕에 포도밭이 그림처럼 펼쳐진 솅겐은 한국으로 치면 읍면 소재지 정도의 작은 시골마을이었다. 4억 유럽인들의 자유로운 통행을 보장하는 ‘솅겐조약’이 파리도, 로마도, 베를린도 아닌 이런 작은 시골마을에서 맺어졌다니 놀라울 따름이었다. 아마 룩셈부르크에서 다리를 건너면 독일이고, 아래쪽으로 내려가면 프랑스인, 3국 접경의 상징적인 지점이기 때문일 듯했다. 강가에 세워진 ‘솅겐조약’ 기념관에는 1985년 모젤 강 위 유람선 ‘프린세스 마리아스트리드호’ 선상에서 유럽 5개국 대표가 자유통행 조약에 사인하는 사진이 전시돼 있다. 이후 솅겐조약은 26개국으로 확대돼 유로화와 더불어 유럽연합(EU)을 지탱하는 두 기둥으로 자리 잡았다. 유럽에서는 노르웨이 북극해변의 ‘노스케이프’에서 스페인 지중해변의 타리파까지 5671km를 여권을 한 번도 보여주지 않고 달릴 수 있다. 솅겐조약으로 유럽은 경제적 단일시장으로 성장했다. 무엇보다 1, 2차 세계대전을 겪었던 유럽에 솅겐조약은 정치적 평화의 상징이었다. 그런데 요즘 유럽에서는 30년 만에 솅겐조약이 무너질 위기에 처했다. 파리 테러 이후 이슬람 극단주의자 테러리스트들이 난민 사이에 섞여 들어올 것이라는 우려 때문에 유럽은 다시 장벽을 세우고 있다. 스웨덴과 덴마크를 비롯해 6개 나라가 국경을 통제하기 시작했다. 2017년 ‘EU 탈퇴 국민투표’를 앞둔 영국에서는 그야말로 ‘떠날 것이냐, 말 것이냐(To leave or not to leave)’가 화두다. 솅겐조약을 이대로 두면 수십 년 안에 유럽 대륙이 ‘유라비아(Eurabia·유럽과 아랍의 합성어)’가 될 것이라는 극우 정당들의 목소리도 높다. 그러나 ‘난민 유입을 제한한다’는 명목으로 솅겐조약을 폐기하려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유럽 각국이 국경을 닫는다면 ‘단일 시장’이라는 경쟁력 상실로 난민을 수용하는 비용보다 더 큰 경제적, 정치적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 그런데도 유럽의 정치인들은 ‘난민 공포’를 내세운 극우 정당의 인기에 놀라 표를 얻기 위해 감정적인 대응에 골몰하고 있다. 솅겐 지역이 아닌 영국에서도 이민자 문제는 심각하다. 아무리 국경을 통제하고 솅겐조약을 폐기한다고 해도 난민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난민의 갑작스러운 증가는 유럽 외부의 문제이며 외교정책 실패의 결과이지 솅겐조약 때문이 아니다. 세계 최대 경제권인 동북아시아 한중일 간에도 국경 검문이 사라지고 자유로운 통행이 가능한 날이 올까. 두만강 하구에 북한의 나진선봉(나선), 중국의 훈춘, 러시아의 하산으로 연결되는 3국 접경지역이 있다. 통일이 되면 그곳에서 아시아판 ‘솅겐조약’을 맺으면 좋겠다. 새해부터 북한의 수소폭탄 실험으로 뒤숭숭하지만 나는 평화의 꿈을 꿔본다.전승훈 파리 특파원 raphy@donga.com}
덴마크에서 유학 중이던 외국인 학생이 아르바이트를 너무 많이 했다는 이유로 추방됐다. 8일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오르후스대 대학원에서 엔지니어링을 전공하는 마리우스 요비 씨(30)는 덴마크 취업 규제 당국에 적발돼 7일 고국인 카메룬으로 쫓겨났다. 유럽에서 가장 엄격한 이민법을 둔 덴마크에서는 외국인 학생이 주당 15시간까지 아르바이트를 할 수 있다. 그러나 요비 씨는 이보다 1시간 30분 많은 주당 16시간 30분씩 청소 아르바이트를 했다. 당국의 불시 조사에서 이런 사실이 적발된 것이다. 그는 출국 직전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4년 반 동안 일하고 배웠던 게 모두 쓸모없어졌다”며 허탈해했다. 유학생 신분으로 등록금과 숙식비를 해결하기 위해 몸부림을 쳤지만 정작 그에게 돌아온 것은 본국으로의 추방이라는 가혹한 처벌이었다. 이 학교의 브리안 베크 닐센 총장은 덴마크 이민청에 편지를 보내 “요비는 최고의 모범 학생이었다. 벌금도 냈는데 추방은 너무 가혹한 처사”라며 선처를 호소했다. 요비 씨의 추방을 막기 위한 청원 운동에도 1만8100명이 참여했다. 이들은 유럽연합(EU) 회원국 출신이 아닌 요비 씨가 학기당 약 4600유로(약 600만 원)인 등록금에 생활비까지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했다며 덴마크의 관용을 보여주자고 호소했다. 덴마크에서는 극우 덴마크 국민당이 지난해 6월 총선거에서 21%를 득표하는 등 우파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덴마크는 이달 초 난민 신청자를 줄이기 위해 스웨덴과 함께 국경 통제를 강화했다. 라르스 뢰케 라스무센 덴마크 총리는 난민 제한을 위해 1951년 체결된 난민 지위에 관한 협약(제네바 협약)을 개정하자고 제안했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이 8일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에게 보낸 서한에서 “사우디아라비아가 중동 전체를 분쟁과 갈등으로 몰고 가고 있다”고 비난했다. AP통신이 입수한 서한에 따르면 자리프 외무장관은 “이란은 이웃과의 긴장 고조를 원하지 않는다”며 “사우디가 극단주의자들을 지원하고 종파 간 증오를 부추길 것인지 아니면 선린(善隣)과 지역안정을 촉진할 것인지 선택해야 한다”고 밝혔다. 자리프 외무장관은 사우디가 이란과 서방이 핵 합의안 협상 타결에 도달하지 못하도록 막거나 좌절시키려 애쓴 점을 지적했다. 그는 “사우디가 2013년 11월 핵협상 잠정 타결 이후부터 모든 역량을 이를 무력화하는 데 집중했다”면서 “중동 전체를 분쟁과 갈등으로 몰고 가려는 징후가 보인다”고 우려했다. 아울러 자리프 장관은 그간 있었던 예멘 민간인 폭격, 사우디 공항직원의 이란 청소년 성추행, 메카 성지순례 압사 사고 등을 구체적으로 거론하면서 사우디가 핵 합의를 좌초시켜 중동의 긴장을 증폭하려 한다는 음모론을 제기했다. 자리프 장관은 또 하산 로하니 대통령이 선출된 첫날부터 지역 안정을 촉진하고 불안정한 극단주의 폭력과 싸우기 위해 사우디와 대화와 협상을 할 준비가 돼 있음을 알리는 신호를 공개적으로 보냈다고 말했다. 자리프 장관은 이 서한을 반기문 총장뿐 아니라 유엔 회원국의 각 외무장관, 사우디가 주도하는 수니파 이슬람 국가기구인 이슬람협력기구 사무총장에게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란에서는 8일 수도 테헤란을 포함한 전역에서 사우디를 규탄하는 대규모 시위가 열렸다. AFP통신에 따르면 이날 테헤란에서는 약 1000명의 시위대가 사우디 왕가인 ‘알사우드 가족에 죽음을’이라는 구호를 외쳤다. 또한 일부 시위대는 사우디에 처형된 님르 알 님르의 사진을 들고 시위를 벌였으며, ‘미국에게 죽음을’ ‘이스라엘에 죽음을’이란 구호도 나왔다고 통신은 덧붙였다. 파키스탄 수도 이슬라마바드에서도 1500명이 운집한 가운데 이번 처형에 반대하는 시위가 열렸다. 그동안 중동 문제에 좀처럼 개입하지 않았던 세계최대 이슬람 인구대국 인도네시아가 사우디와 이란 간의 종파분쟁 중재에 나섰다. 조코위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마르수디 외무장관을 특사 자격으로 이란과 사우디에 보낼 예정이라고 9일 현지 언론이 보도했다. 조코위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전화로 이야기하는 것보다는 특사를 보내는 것이 우리가 갈등 해결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음을 잘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인도네시아는 비(非) 중동국가이기 때문에 중동권의 첨예한 갈등에서 한발짝 떨어져 중재에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나오고 있다.파리=전승훈특파원 raphy@donga.com}
프랑스 풍자주간지 ‘샤를리에브도’ 테러 1주년인 7일 가짜 폭탄 조끼를 두른 채 파리 북부18의 구트 도르 경찰서에서 칼로 경찰관을 위협하다 사살당한 테러 용의자의 신원이 20세 모로코인으로 밝혀졌다. AFP통신에 따르면 파리 경찰은 지문 조사 결과 2013년 남부 바르 지역에서 경미한 강도혐의로 체포된 전과가 있는 카사블랑카 출신 알리 살라 임을 밝혀냈다. 살라는 2013년 경찰에 체포됐을 당시 자신이 프랑스에 불법 입국한 노숙자라고 진술했다. 범행 도중 아랍어로 ‘알라는 위대하다’고 외친 살라는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의 깃발이 인쇄된 종이를 소지하고 있었다. 종이에는 아랍어로 “IS에 충성을 맹세한다. 프랑스가 시리아에서 벌인 죽음을 복수한다”는 등의 내용이 적혀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그가 소지한 휴대폰에서 IS의 지도자 알 바그다디에게 충성을 맹세하는 내용의 메시지가 발견됐다고 8일 교도통신이 보도했다.파리=전승훈특파원 rap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