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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쾰른에서 벌어진 ‘집단 성폭력’ 사건 이후 이민포용 정책에 대한 비판이 잇따르자 6일 “난민 수를 크게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메르켈 총리는 이날 기독사회당(CSU) 정책협의회에 참석해 기자들에게 “이민 발생의 근본원인 제거와 국가적 조치를 통해 난민 숫자를 현저하게 줄이는 것이 내게는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메르켈 총리는 망명 신청이 거부된 이들을 효과적으로 돌려보내는 방책을 국가적 조치의 사례로 제시했다. 메르켈 총리는 최근 바이에른주총리를 맡고 있는 호르스트 제호퍼 CSU 당수가 “매년 받아들이는 난민신청자를 20만 명으로 제한하자”며 ‘난민상한제’를 제안했으나 거부한 바 있다. 그러나 지난달 31일 밤 독일 서부 쾰른에서 중동 및 북아프리카계 이민자들로 보이는 남성들에 의해 발생한 ‘집단 성폭력’ 사건이후 난민포용 정책에 대한 비판이 잇따르자 입장을 달리한 것이다. 이날 토마스 데메지에르 내무장관은 지난해 난민신청자가 총 109만1894명이었다는 공식 통계를 발표했다. 올레 슈뢰더 내무차관은 올해 들어서도 하루 평균 3200명이 유입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이번 성폭력 사건 피해자 가운데는 사복을 입은 여경도 있었다고 독일 언론이 보도했다. 피해 신고를 한 여성은 100명을 넘어섰다. 경찰은 사건 현장이었던 쾰른 중앙역 앞 광장의 CCTV를 분석해 용의자 7명을 붙잡아 조사하고 있다. 독일 경찰은 쾰른에서 40㎞ 떨어진 뒤셀도르프에 근거를 둔 북아프리카 출신 계열 주도의 범죄조직과 연계된 것으로 보고 수사 중이다. 여성들을 상대로 특정 신체부위를 만지고 소지품을 훔치는 등의 집단적 범죄 행각이 지난 2년여에 걸쳐 뒤셀도르프에서 발생한 사건들과 유사하다는 이유에서다. 데메지에르 내무장관은 “난민 전체를 의심해선 안 되지만, 논의에는 어떤 금기도 있어선 안된다”고 말했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독일 쾰른의 새해맞이 축제에서 이민자들로 보이는 남성들이 저지른 집단 성폭력 사건으로 앙겔라 메르켈 총리(사진)의 ‘난민 포용 정책’이 최대 위기에 몰렸다. 메르켈 총리는 5일 “역겨운 인권 침해와 성폭력 행위들에 격하게 분노한다. 범죄자들의 출신국이나 배경에 관계없이 처벌될 수 있도록 전력을 기울여야 한다”며 쾰른 시장에게 신속한 처벌을 요구했다. 독일 경찰은 당시 쾰른 중앙역 광장에서 ‘중동과 북아프리카 출신’으로 보이는 1000명가량의 남성이 여성들을 상대로 성추행과 협박, 강도 등의 범죄를 저질렀다는 신고가 최소 90건 이상 접수됐다고 밝혔다. 피해 여성들은 가해자가 “독일어도 영어도 못하는 젊은 외국인들”이라고 증언했다. 메르켈 총리의 강도 높은 발언에도 분노한 여론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지난해 이민자 100만 명을 받아들인 메르켈 총리의 ‘관대한 난민 수용 정책’에 대한 불만이 극우정당은 물론이고 집권 연정과 일반 시민들로부터 한꺼번에 터져 나오고 있다. 중세 고딕 양식으로 유명한 쾰른 대성당 앞에는 이날 300명이 넘는 시민이 몰려들었다. 이들은 독일 정부와 언론이 ‘난민 정책’의 역풍을 고려해 이번 사건을 덮으려 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항의 시위를 벌였다. ‘메르켈은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는가? 무서워 죽겠다’라고 적힌 피켓을 든 한 여성은 “그동안 난민보호소에서 벌어진 여성에 대한 성희롱 사건을 정부가 심각하게 다루지 않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메르켈 총리와 ‘보수 동맹’을 맺고 있는 기독사회당(CSU)의 호르스트 제호퍼 당수는 “이민자를 연간 20만 명으로 제한하자”며 연초부터 메르켈 총리를 압박하고 있다. 집권 다수당인 기독민주당(CDU) 소속의 슈테펜 빌거 연방의원도 “난민을 줄이고 국경을 통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쾰른에서는 다음 달 10일 대대적인 카니발 축제가 열린다. 헨리테 레커 쾰른 시장은 “시 공무원과 경찰이 참가 여성들을 직접 보호하고 이주민들에게 지켜야 할 규범을 명확히 설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이코 마스 법무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문제는 범죄자의 ‘출신’이 아니라 범죄의 ‘실체’”라면서 이번 사건과 난민 문제를 연결짓는 데 반대했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과거와 맞설 줄 알아야 합니다. 독일의 과거사 인정과 사죄가 없었다면 독일 통일도, 유럽연합(EU)도 맞이하기 어려웠을 겁니다. 동아시아의 강대국인 한중일 간에도 실질적인 협력을 위해선 과거사에 대한 진정한 화해가 필요합니다.” 프랑스를 대표하는 국제정치학자 파스칼 보니파스 국제관계전략연구소(IRIS) 소장(60)은 4일 동아일보와의 신년 인터뷰에서 최근 한일 간에 이뤄진 ‘위안부 합의’에 대해 양국이 화해를 위한 기초를 놓았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보니파스 소장은 “일본이 과거 한국에 가했던 끔찍한 범죄와 가해 사실을 인정함으로써 두 나라가 화해와 협력으로 가는 길이 열렸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한 번 사죄했다고 모든 것이 끝나는 것은 아니며 과거를 모두 덮어 버려서도 안 된다”며 “자라나는 후손들이 역사의 교훈을 잊지 않도록 교과서에 기록하는 등 양국이 끊임없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위기와 분쟁의 아틀라스’ ‘세계의 진실을 가리는 50가지 고정관념’ 등으로 유명한 그는 유럽과 중동의 국제 관계와 핵문제, 군축 등을 다룬 50여 권의 저서를 펴냈다. 현재 파리 8대학 유럽학연구소 교수로 있으며, 글로벌 정치 전략 연구가들의 ‘바이블’로 통하는 ‘전략연감’과 ‘국제전략학술지’의 발행인 겸 편집주간을 맡고 있다. 공교롭게도 그와의 인터뷰 장소인 IRIS는 파리 11구의 대로변에 있었다. 지난해 1월 테러가 발생했던 풍자 주간지 샤를리 에브도 사무실, 11월에 파리 최악의 인질극 중심지였던 바타클랑 극장에서 각각 800m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이다. 그는 “지난해 프랑스는 끔찍한 한 해를 보냈다”며 “유럽인은 이제 테러가 일상화된 사회에서 살고 있다”고 진단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최근 한일 간에 ‘위안부 문제’에 대해 역사적인 합의가 이뤄졌지만, 아직도 양국 여론은 부정적이다. 합의를 이행하고 발전시키려면 무엇이 필요한가. “민족 간의 화해는 시간이 필요하다. 1950년대 프랑스와 독일의 관계를 생각해 보면 알 수 있다. 정치권에서 과거 전범(戰犯) 행위에 대해 인정하는 것은 진정한 화해의 첫 단계로, 아주 중요한 일이다. 시간이 지나면 이 의지가 일반 국민에게도 전해진다. 가령 1950년대에는 프랑스인과 독일인의 결혼은 상상도 할 수 없었지만 요즘은 아주 일상적인 일이 되지 않았나. 다만 이를 위해서는 ‘과거사의 교훈’을 끊임없이 후손에게 교육하는 것이 중요하다. 현재 프랑스와 독일에는 양국의 역사가들이 공동 집필한 역사 교과서가 있다. 이처럼 한국과 일본이 교과서를 함께 발행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 ―독일의 전후 사죄와 보상 노력이 전후 유럽 체제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 “서독의 빌리 브란트 총리가 1970년 12월 폴란드 바르샤바를 방문해 유대인 추모비 앞에서 무릎 꿇고 사죄한 행동은 유럽인들의 마음을 녹였다. 이후로 프랑스와 독일 간에는 더 이상 적개심이 없다. 이것은 역사의 무게를 뛰어넘은 정치적 의지의, 그야말로 역사적인 예시다. 과거 잘못에 대한 인정이 없었다면 독일은 소련이나 바르샤바조약기구 국가들과 외교 관계를 개선할 수 없었을 것이다. 당연히 독일 통일도 불가능했을 것이다. 브란트 전 총리는 독일의 전범 행위를 모두 인정함으로써 독일 정부의 외교 영역을 크게 넓혔다. 이러한 시각에서 그는 위대한 애국자다.” ‘핵의 세계’라는 저서에서 미국과 소련, 중동과 북한 등의 핵무기 전략을 분석했던 보니파스 소장은 유엔 군축자문위원회 위원(2001∼2005)을 지내기도 했다. 그에게 북한 김정은 정권이 이란처럼 핵을 포기하고 개방하는 전략을 쓸 것인가에 대해 물었다. 보니파스 소장은 “북한 정권에 핵은 생명보험과도 같은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북한은 패배가 확실시되는 새로운 전쟁을 일으키기보다는 핵을 보유함으로써 외세의 군사작전을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절대로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북한은 이라크가 2003년에 핵을 보유하고 있었더라면 미국이 그들을 공격하지 않았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이 새해 벽두부터 시아파 성직자 처형을 계기로 외교 관계를 단절하고 정면충돌하고 있다. 수니파와 시아파의 맹주 국가인 양국이 왜 죽기 살기로 싸우나. “사우디와 이란의 라이벌 경쟁은 역사적으로 다양한 측면에서 지속돼 왔다. ‘왕국 대 공화국’ ‘수니파 대 시아파’ ‘아랍인 대 페르시아인’ ‘미국의 최우방국 대 주적’…. 이런 상황에서 지난해 7월 14일 서방과 이란의 핵 협상 타결은 상황을 반전시키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즉 이란의 핵 무장에 대한 우려는 사라졌지만 사우디는 이 합의로 이란이 중동에서 세력을 확산시키는 것을 막을 수 없어 걱정스럽다. 두 나라는 시리아, 이라크, 예멘에서 동맹국을 통해 대리전을 벌이고 있다. 사우디와 이란은 이미 유가 하락으로 국력이 크게 약화된 상태다. 이 위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신뢰할 만한 중재자를 찾아야 한다.” ―미국, 프랑스, 러시아, 아랍연맹 등 국제 동맹군의 ‘이슬람국가(IS)와의 전쟁’이 한창이다. 국제사회의 공습이 IS를 궤멸시킬 수 있다고 보나. “IS와의 전쟁에 참여한 국제 동맹은 규모는 크지만 각자 속셈은 다르다. 터키는 쿠르드족의 독립을 막는 것이 목적이고, 사우디는 이란의 강대국화를 견제하고 싶어 한다. 이란은 시리아에 중요 전략적 거점을 지키면서 레바논의 헤즈볼라와 관계를 지속하는 것이 목표이고, 러시아는 시리아에 알 아사드 정권을 유지하기를 원한다. 모든 국가가 IS를 제거하기 위해 공습만으로 충분치 않다고 생각하면서도 서방 국가나 러시아 혹은 시아파의 지상군 직접 개입은 피해야 한다는 점에 동의하고 있다. 지상군 투입은 IS가 원하는, 가장 큰 함정이다. 지상군 투입은 수니파에 의해 이뤄져야 한다. 가장 유용한 조치는 IS의 주 수입원인 원유 수출을 막아 경제적 생명선을 끊는 것이다.” ―지난해 샤를리 에브도 테러 사건, 파리 테러 사건으로 프랑스는 국가적 위기를 겪었다. 프랑스가 집중 타깃이 된 이유는 무엇인가. “수니파 무장 집단 IS는 프랑스가 말리에 파병해 IS가 그곳을 점령하는 것을 막았기 때문에 프랑스를 적으로 간주하고 있다. 또 프랑스는 인구의 10%가 무슬림으로 유럽에서 가장 많다. IS는 프랑스에서 ‘이슬람 혐오’ 감정을 부추기고자 테러를 자행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 프랑스만 테러의 표적이 된 것은 아니다. 터키, 영국, 스페인, 덴마크, 미국…. 현재 유럽을 비롯한 모든 국가는 일상에서 테러의 위협을 겪고 있다.” ―파리 테러 이후 각국에서 이슬람에 대한 증오 범죄가 발생하고 있다. 급기야 미국에서는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가 ‘무슬림 입국 금지’ 발언까지 했는데…. “이슬람 혐오와 테러리즘은 ‘동전의 양면’이라고 볼 수 있다. IS는 서구권 국가를 공격하면서 해당 국가에 사는 무슬림 인구에 대한 혐오 감정을 유발해 이들이 이슬람 극단주의로 넘어가도록 하는 전술을 쓰고 있다. 이 함정에 빠지는 트럼프와 같은 정치 지도자들은 테러와 맞서 싸운다면서 테러를 도와주고 있는 셈이다. 무슬림과 IS가 행하는 테러 행위를 동일시하면 안 된다. ‘11·13 파리 테러’에서 사람들은 인종과 신앙을 불문하고 공격받았다.” ―지난해 말 프랑스 지방선거 1차 투표에서 극우 정당인 국민전선(FN)이 1위에 오르는 돌풍을 일으켰다. 유럽 곳곳에서 반(反)이민, 반EU를 내건 정당이 득세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높은 실업률이 첫 번째 이유다. 어떤 정당이 집권하더라도 일부 국민에게는 현재의 경제적, 사회적 위기와 실업 공포에 대한 표적이 필요하다. 좋은 뉴스는 자국(自國) 정권의 치적으로 포장하고, 문제점은 EU 탓으로 돌리는 나라가 늘어나고 있다. EU는 세계 인구의 6%,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22%를 차지하지만 복지에는 세계의 50% 정도를 지출한다. 이 때문에 EU 밖의 국민은 유럽 모델이 굉장히 성공적이고 매력적으로 보여 가입하고 싶어 한다. 그러나 정작 내부의 유럽인들은 EU의 경쟁력 상실에 실망하고 있다.” ―테러와 난민 위기에 맞서기 위해 유럽 각국에서 국경에 장벽을 세우고 통제를 강화한다. 유럽 내 자유로운 통행을 보장하는 솅겐조약이 사라지는 것이 바람직한가. “지금 상황은 서유럽과 구공산권 바르샤바조약 국가들의 분열이다. 서유럽은 이주민을 받아들인 경험이 많지만 바르샤바조약 국가들은 이런 경험이 전혀 없어 난민 수용에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이슬람에 대한 거부감도 매우 크다. 해당 국가에 무슬림 인구가 거의 없는데도 말이다.” 세계는 새해부터 테러와 분쟁, 실업과 난민으로 고통을 겪고 있다. 유럽에서는 ‘그렉시트’(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등으로 EU가 사라질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도 잇따르고 있다. 국제정치학자로서 유럽연합의 미래를 어떻게 보는지 물었다. 보니파스 소장은 “지난 2년간 ‘유로화의 죽음’이 거론됐지만 유로화는 결국 살아남았다”며 “인간의 합리적 이성과 상호 존중의 정신을 바탕으로 세워진 유럽연합은 결코 해체의 길로 나아가고 있지 않으며, 위기를 겪을수록 더욱 새롭게 발전할 것”이라고 희망을 피력했다.※ 파스칼 보니파스는 ○ 1956년 프랑스 파리 출생○ 1985년 파리 정치대(시앙스포) 국제정치학 박사○ 1991년 프랑스 국제관계전략연구소(IRIS) 창설 ○ 1999∼2003년 프랑스 국제협력최고자문위원회 위원○ 2001∼2005년 유엔 군축자문위원회 위원○ 2013년 프랑스 국가 공로훈장 기사장과 레종 도뇌르 기사장○ 현재 파리 8대학 유럽학 연구소 교수○ ‘전략연감’과 계간 ‘국제전략학술지’ 발행인 겸 편집주간○ 주요 저서: ‘위기와 분쟁의 아틀라스’ ‘세계의 진실을 가리는 50가지 고정관념’ ‘핵의 세계’ ‘4차 세계대전이라고?’ 등 50여 권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중동의 양대 맹주국인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이 3일(현지 시간) 외교 관계를 단절했다. 두 나라의 극한 대립으로 국제 유가가 급등하고 아시아 주식시장이 출렁거렸으며 중동 정세도 요동치고 있다. 사우디의 아델 알주바이르 외교장관은 이날 국영TV 연설에서 “사우디에 주재하는 모든 이란 외교관은 48시간 내에 본국으로 떠나라”고 요구했다. 이란 주재 사우디 외교관들은 이란의 사우디 외교공관 공격 이후 전원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로 피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슬람 수니파 종주국 사우디와 시아파 종주국 이란이 외교 관계를 끊어버린 것은 사우디가 2일 시아파 유명 성직자를 포함해 47명을 집단 처형한 뒤 이란 시위대가 사우디의 외교공관에 불을 질렀기 때문이다. 이어 이란의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가 “신의 보복이 있을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위협하자 사우디는 이란과의 단교를 전격 선언했다. 수니-시아 종파 분쟁이 일촉즉발의 긴장으로 확산되자 4일 국제 유가가 급등했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의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2월 인도분은 전자 거래에서 최대 3.5% 오른 38.32달러까지 치솟았다. 사우디가 단교 카드를 꺼내 든 것은 궁지에 몰린 사우디 정부의 위기 타개책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각각 수니파와 시아파를 대표하는 사우디와 이란의 단교는 종파 간 대립 격화를 불러올 것으로 우려된다. 실제로 바레인과 수단도 사우디의 뒤를 이어 4일 이란과의 외교 관계를 단절한다고 발표했다. AP통신은 사우디의 초강경 노선을 주도하고 있는 인물로 살만 빈 압둘아지즈 사우디 국왕(80)을 꼽았다. 살만 국왕은 지난해 1월 취임 직후부터 수니파 맹주로서 위상을 다지기 위해 거침없는 행보를 보여 왔다. 국내적으론 반대파에 대한 사형 집행이 급증해 국제사회의 비판을 초래했다. 사우디는 지난해에만 150명 이상을 처형했는데 이는 전년의 두 배 수준이다. 그러나 건강이상설이 돌고 있는 살만 국왕은 현재 내우외환(內憂外患) 상태다. 아들인 ‘실세’ 무함마드 빈 살만 알사우드 제2 왕위 계승자 겸 국방장관이 주도하고 있는 예멘 내전이 10개월째 수렁에 빠져 있다. 여기에 저유가로 오일 머니가 바닥을 드러내며 경제 위기는 악화일로에 놓여 있다. 지난해 사우디 재정 적자는 국내총생산(GDP)의 15%인 3670억 리얄(약 114조 원)로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여기에 지난해 이란과 서방의 핵협상 타결은 사우디에 발등의 불이다. 이란의 경제 제재가 완전히 풀리면 이란의 석유 수출량이 크게 늘어난다. 이렇게 되면 사우디가 갖고 있는 석유수출국기구(OPEC) 내 절대적인 원유 증산·감산 능력이 더 이상 유지될 수 없다. 사우디는 이란 등 국제사회의 강력한 항의에도 불구하고 사우디 내 시아파 성직자 셰이크 니므르 알니므르의 처형을 강행했다. 이는 니므르가 시아파 거주지이자 걸프 연안 최대 원유 생산지인 동부 아와르 유전 지대의 분리 독립을 주장했기 때문이다. 오일 머니에 의존하고 있는 사우디로선 니므르는 ‘돈줄’을 위협하는 존재인 셈이다. 사우디는 니므르의 처형을 통해 이란의 영향력이 동부 유전지대로 확대되는 것을 막고 민주화의 싹도 자르겠다는 효과를 노린 것으로 보인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권재현 기자}
사우디아라비아가 2일 반(反)정부 시아파 지도자를 포함한 테러 혐의자 47명을 처형함에 따라 이란이 보복을 천명하고 사우디 정부는 이란 주재 대사를 소환하는 등 중동 내 수니파와 시아파 간 종파 갈등이 심화하고 있다. 사우디 정부는 이날 2011년 ‘아랍의 봄’ 시위 때 사우디의 시아파에 대한 차별에 항의하는 시위를 선동한 혐의로 구속된 지도자 셰이크 니므르 알 니므르(56)의 사형을 집행했다. 사우디에서 시아파는 인구의 15%밖에 안 되는 소수다. 사우디와 중동 지역 헤게모니를 놓고 대립해온 ‘시아파의 맹주’ 이란은 격하게 반응했다. 이란의 최고 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는 3일 성명을 내고 “사우디에 신의 복수가 닥칠 것”이라며 강력한 ‘보복’을 천명했다. 하메네이는 “‘순교자’ 니므르는 사람들이 무력 행동을 하도록 부추기지도 않았고 비밀리에 공격 음모를 꾸미지도 않았다”며 “그가 한 일은 자신의 종교적 열의에서 공개적으로 비판한 것뿐”이라고 반박했다. 이란 반관영 ISNA통신에 따르면 니므르의 처형에 극도로 분노한 이란 시위 군중이 이날 일찍 수도 테헤란의 사우디 대사관에 난입해 화염병을 던지고 지붕에서 규탄 전단을 뿌렸다. 이란의 제2도시 마슈하드의 사우디 총영사관 앞에선 이란 시위대가 총영사관에 돌을 던지고 사우디 국왕의 사진을 불태웠다. 시아파 정권이 집권하고 있는 이라크에서도 지난해 25년 만에 개설한 사우디 대사관을 다시 폐쇄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고, 시아파가 다수인 바레인에서도 항의 시위가 벌어졌다. 레바논의 시아파 무장집단 헤즈볼라는 “니므르 처형은 암살이자 추악한 범죄”라며 복수를 다짐했다. AP통신은 “중동의 종파 갈등이 전쟁을 방불케 하는 언어로 확대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사우디 정부는 이란의 반발에 항의하는 뜻에서 이날 오후 11시(현지 시간) 이란 주재 대사를 본국으로 소환했다. 사우디 외교부는 성명을 통해 테러 혐의자 처형에 대한 이란의 비판은 “뻔뻔한 내정간섭”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시아파와 충돌할 것이 뻔한데도 사우디가 니므르의 처형을 감행한 것은 최근 사우디를 둘러싼 ‘위기론’을 잠재우려는 결의를 과시하기 위한 것이라고 뉴욕타임스가 보도했다. 사우디의 사우드 왕가는 유가 급락과 예멘 내전의 장기화로 권위가 흔들리고 있다. 인근 이란과 이라크 바레인 레바논 등 ‘시아파 벨트’에 미치는 정치 외교적 파장보다 정권에 도전하는 세력을 엄단하는 의지가 우선임을 대내외에 선언한 것으로 해석된다. 영국 BBC는 “사우디는 중동지역에서 이란의 시아파 세력의 확대를 크게 우려하고 있다”며 이번 사건의 배경을 분석했다. 사우디와 이란은 수년째 이어진 예멘과 시리아 내전에서 서로 다른 종파를 지원해 결과적으로 내전을 부추겼다. 또 사우디는 지난해 서방과의 이란 핵협상 당시 이란에 대한 경제 제재를 해제하는 데 반대하기도 했다. 사우디 동부지역의 시아파 집단거주촌 태생인 니므르는 이란과 시리아 유학 후 귀국해 사우디 왕가를 날카롭게 비판하는 설교로 유명해졌다. 그는 2011년 ‘아랍의 봄’ 당시 사우디 동부와 바레인에서 민주화 시위를 이끌었다. 중동의 대국인 사우디와 이란의 갈등이 격화하자 서방국도 우려하고 있다. 미국 국무부 존 커비 대변인은 “사우디는 종파 갈등과 긴장 완화를 위해 중동지역의 모든 공동체 지도자들과 협력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성명에서 “사우디의 인권을 무시한 47명 집단처형에 경악한다”고 유감을 표시했고, 사우디 대사관을 공격한 이란 시위대에는 자제를 촉구했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사우디아라비아가 반정부 시아파 지도자를 포함한 테러 혐의자 47명을 한꺼번에 처형함에 따라 새해 벽두부터 중동 내 수니파와 시아파 간 종파 갈등이 다시 불붙었다. 사우디 정부는 2일 이란 이라크 등 시아파 국가가 사면을 요청한 사우디의 시아파 지도자 셰이크 님르 바크르 알님르의 사형을 집행했다. 알님르는 2011년 아랍의 봄 시위 때 사우디의 소수 시아파에 대한 차별에 항의하는 시위를 선동한 혐의로 체포됐다. 사우디에서 시아파는 인구의 15%밖에 안 된다. 사우디가 지난해 만든 법에 따르면 개혁을 요구하거나 부패를 폭로하는 반정부적 행동을 하는 사람은 누구든 테러범으로 처형할 수 있다. 시아파와 충돌이 뻔한데도 사우디가 알님르의 처형을 감행한 것은 최근 사우디를 둘러싼 ‘위기론’을 잠재우려는 결의를 과시하기 위한 것이라고 뉴욕타임스가 보도했다. 사우디 알사우드 왕가는 유가 급락과 예멘 내전의 장기화로 권위가 흔들리고 있다. 인근 이란과 이라크 바레인 레바논 등 ‘시아파 벨트’에 미치는 정치외교적 파장보다 정권에 도전하는 세력을 엄단하는 의지가 우선임을 대내외에 선언한 것으로 해석된다. 사우디와 중동 지역 헤게모니를 놓고 대립해온 ‘시아파의 맹주’ 이란은 격하게 반응했다. 수도 테헤란에서는 2일 밤 사우디의 집단 처형을 규탄하는 시위를 벌이던 군중이 사우디 대사관에 화염병을 던져 불을 질렀다. 이란의 제2도시 마슈하드의 사우디 총영사관 앞에선 이란 시위대가 총영사관에 돌을 던지고 사우디 국왕의 사진을 불태웠다. 이란 외무부는 테헤란 주재 사우디 대사대리를 불러 강력히 항의했고, 사우디 정부는 “내정 간섭 말라”고 맞섰다. 일부 언론은 이란이 보복조치로 자국 교도소에 수감된 수니파 성직자 20여명을 처형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시아파가 정권을 잡은 이라크에서도 지난해 25년 만에 개설한 사우디 대사관을 다시 폐쇄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레바논의 시아파 무장조직 헤즈볼라는 성명에서 “알님르 처형은 암살이자 추악한 범죄”라며 “사우디 체제를 보호하는 미국과 그 동맹들도 책임이 있다”고 싸잡아 비난했다. 영국 BBC는 “사우디는 중동지역에서 시아파의 세력을 확대하는 이란을 크게 걱정하고 있다”며 이번 사건의 배경을 분석했다. 사우디와 이란은 수년째 이어진 예멘과 시리아 내전에서 서로 다른 종파를 지원해 결과적으로 내전을 부추겼다. 또 사우디는 지난해 서방과의 이란 핵협상 당시 이란에 대한 경제제재 해제에 반대하기도 했다. 중동의 대국인 사우디와 이란의 갈등이 격화하자 서방국도 우려를 표했다. 미국 국무부 존 커비 대변인은 “사우디는 종파 갈등과 긴장 완화를 위해 중동지역의 모든 공동체 지도자들과 협력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성명에서 “사우디의 인권을 무시한 47명 집단처형에 경악한다”고 유감을 표시하고, 사우디 대사관을 공격한 이란 시위대에는 자제를 촉구했다.파리=전승훈특파원 raphy@donga.com}

5년 전 구제금융을 받았던 아일랜드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국내총생산(GDP)이 7%대로 늘었다. 선진국 중 가장 빠른 성장세다. 한때 금융위기에 몰렸던 나라가 ‘켈틱 호랑이 2.0’으로 부활해 포효하고 있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는 29일 올해 아일랜드의 GDP 성장률이 유럽연합(EU) 28개 회원국 중 최고 수준으로 중국도 제칠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아일랜드가 내년에도 34개 회원국 중 성장률 1위를 차지할 것으로 예측했다. 아일랜드는 2010년 부동산 경기 ‘버블 붕괴’로 인해 디폴트(채무불이행)를 선언하고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670억 유로 규모의 구제금융을 받았다. 그렇지만 5년이 지나 ‘켈틱 호랑이’로 복귀하며 놀라운 반전을 이룬 것이다. 요즘 이 나라의 경제성장은 2008∼2010년 당시 건설경기가 주도한 붐과는 질적으로 다르다는 분석이 나온다. 블룸버그통신은 “부동산과 금융의 허브 대신 제조업과 정보기술(IT)의 허브로 산업 구조를 바꾸면서 경제의 펀더멘털(토대)이 튼튼해졌다”고 평가했다. 특히 이 나라의 투자 매력도가 급상승했다. 구글, 애플, IBM, 마이크로소프트(MS), 페이팔, 이베이 등 거대 기업들이 아일랜드의 수도 더블린에 유럽 본부를 두고 있다. 최근에는 막대한 외국인직접투자(FDI)를 끌어들이는 ‘자석’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외국 자본이 밀려오면서 2012년 이후로 민간 분야에서 13만6000개의 일자리가 창출됐다. 2012년 15%나 됐던 실업률은 지난달 8.9%로 떨어졌다. 해외로 나갔던 젊은이들도 고국으로 유턴하고 있다. 2010년 구제금융을 받은 이후 2014년까지 아일랜드에서는 30만 명이 해외로 떠났다. 이민자의 대부분은 16∼45세의 고학력자들이었다. 아일랜드의 경제 부활에는 정치권이 크게 기여했다. 2011년 3월 조기 총선에 승리하고 14년 만에 정권 교체에 성공한 엔다 케니 총리(64·사진)는 4년여간 긴축과 경제 개혁에 매달렸다. 공공자산을 매각하고 공무원 임금을 동결하며 280억 유로의 재정 지출을 줄였다. GDP 대비 재정적자 비율도 유로존 목표치(3%)에 근접한 수준(4.8%)까지 낮췄다. ‘수돗물 무상 공급’을 폐지하며 국민도 고통을 분담하도록 했다. 그의 최우선 정책은 제조업 활성화다. 이를 위해 법인세를 유럽 최저인 12.5%로 내렸다. 한국 법인세의 절반 수준이다. 내년부터는 이 나라에서 연구개발(R&D) 결과로 소프트웨어 특허를 내 돈을 버는 기업들은 법인세를 6.25%까지 더 내려준다. 조세 회피처라는 논란도 있지만 이 같은 정책으로 수출은 지난해보다 12% 늘어났다. 법인세도 올해 예상치보다 30억 유로나 더 걷혀 재정적자를 줄이는 데 톡톡히 한몫했다. 하지만 일부 외신들은 아일랜드에 과거의 교훈을 잊지 말 것을 조언했다. 최근 20년 동안 ‘경기 붐’과 ‘갑작스러운 거품 붕괴’의 온탕과 냉탕을 오가는 악순환을 경험한 나라이기 때문이다. 여전히 GDP 대비 부채 비율이 100%에 이르는 아일랜드는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복지예산 증가와 개인소득세 감면 등 선심성 재정 지출 증가에 대한 유혹도 심해지고 있는 형편이다. 패트릭 호노한 전 아일랜드 중앙은행장은 “아일랜드 정부가 자만에 빠지거나 주머니 끈을 너무 빨리 풀어 버리면 2007년의 실수를 반복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이라크 정부군이 28일 수니파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로부터 안바르 주의 최대 도시 라마디를 탈환했다. 이라크 합동작전사령부 대변인인 야히아 라술 준장은 이날 국영TV로 중계된 연설에서 “라마디는 해방됐고 정부군이 라마디에 있는 정부청사에 이라크 국기를 올렸다”고 밝혔다. 이로써 이라크군은 5월 IS에 라마디를 빼앗긴 지 7개월 만에 라마디를 되찾았다. 라마디 탈환 소식에 이라크 시민들은 거리로 나와 국기를 흔들며 승리를 자축했다. 바그다드에서 서쪽으로 약 100km 떨어진 라마디는 시리아와 바그다드를 잇는 전략적 요충지다. 11월 초부터 시작된 이라크군의 라마디 수복작전 결과 약 400명의 IS 전사가 죽거나 동부 외곽으로 달아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성과는 이라크 정부군이 종파 간 보복전을 피하기 위해 시아파 민병대의 도움 없이 단독 작전으로 거둔 첫 승리여서 의미가 크다. 약체로 평가받던 이라크군이 이젠 미군 등의 공중 지원을 받고 IS와 동등하게 전투를 치를 수 있을 만큼 전투력을 회복한 것이기 때문이다. 라마디 수복에 힘을 얻은 하이다르 압바디 이라크 총리는 IS의 또 다른 거점인 북부 모술까지 탈환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한편 시리아에서도 IS가 수도로 삼고 있는 락까 북부에서 13km 떨어진 티슈린 댐을 미국이 지원하는 반군 시리아민주군(SDF)이 장악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7일 보도했다. 이 댐은 시리아 북부의 핵심 전력 공급원으로, 미국과 반군이 IS 수도 락까에 대한 전기와 수도 공급까지 차단할 수 있어 큰 전과로 평가된다. 영국의 군사정보 컨설팅업체인 IHS제인은 “올해 IS가 시리아와 이라크에서 영토의 약 14%를 잃었다”고 보고서에서 밝혔다. IS는 시리아와 터키 국경지역의 요충지인 탈아브야드, 이라크의 티크리트를 뺏겼고 시리아 동부 데이르에조르에 있는 원유지대와 정제시설도 심각하게 파괴돼 재정적 타격이 크다. 또한 IS는 시리아 락까와 이라크 모술을 연결하는 고속도로를 빼앗겨 인구 150만 명의 모술을 방어하기 위한 무기 및 식량 공급처 확보에 애를 먹고 있다. CNN은 26일 IS의 최고지도자인 아부 바크르 알 바그다디가 7개월 만에 육성 메시지를 공개한 데 대해 “IS의 건재를 과시하고 싶었겠지만, 시리아와 이라크의 여러 전선에서 수세에 몰리고 있는 상황에 대한 절망적 호소일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유럽에서 젊은층의 극우화 물결이 거세게 일고 있다. 젊은 유권자들은 반(反)이민, 반유럽연합(EU)의 기치를 내건 극우 정당의 선거 돌풍에서 핵심 축이 됐다고 유럽 언론이 보도했다. 외국인 혐오와 국경 통제를 주장하는 극우의 목소리는 더 이상 나이가 지긋한 보수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것이다. 적어도 유럽에선 좌파에 젊은이들의 목소리가 많다는 것은 이제 성립하지 않는 등식이 됐다. 젊은층의 극우화 물결은 이달 6일 실시된 프랑스 지방선거 1차 투표에서 두드러졌다. 당시 마린 르펜이 이끄는 극우 정당 국민전선(FN)은 28%의 지지율로 1위에 등극했다. 이 가운데 18∼34세 젊은 유권자층에선 35%의 지지를 받았다. 사회당은 22%, 공화당은 19%를 얻는 데 그쳤다. 2차 투표에서 지는 바람에 FN이 최종 승리를 거두지 못했지만 젊은층의 극우화 돌풍에 유럽은 충격에 빠졌다. 10월에 치러진 오스트리아 빈 시장 선거에서는 ‘난민 저지용 장벽 설치’를 주장하는 극우 자유당(FPO)이 30세 이하 유권자들로부터 30.7%의 득표율을 올렸다. 독일의 극우 집회인 ‘페기다’(PEGIDA·서구의 이슬람화를 반대하는 유럽의 애국자들)의 과격 집회를 주도하는 층도 대부분 20, 30대 청년이다. 독일 일간 도이체벨레는 “20년 동안 만성화된 높은 청년실업률과 사회복지 감소를 지켜본 유럽 젊은이들이 미래에 대한 불안감에 극우 정치에 빠져들고 있다”고 분석했다. 20, 30대 젊은이들의 지지를 확보하기 위한 극우 정당의 변신 노력도 한몫 거들고 있다. 오스트리아 FPO의 하인츠크리스티안 슈트라셰 대표(46)는 정장 대신 청바지와 선글라스를 즐겨 쓴다. 그는 래퍼 ‘MC블루’와 함께 선거 캠페인용 뮤직비디오도 촬영했다. 이 동영상에서 젊은이들은 오스트리아 작곡가 요한 슈트라우스의 왈츠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를 배경 음악으로 깔고 “HC, HC”(하인츠크리스티안의 애칭)을 외쳐댔다. 프랑스 FN의 ‘떠오르는 스타’는 26세인 금발 미녀 정치인 마리옹 마레샬르펜이다. FN 창립자인 장마리 르펜의 손녀이자 르펜 당수의 조카인 마레샬르펜은 이번 지방선거 1차 투표에서 돌풍을 일으켰다. FN 지지자인 마티유 멜릴리 씨(30)는 “파리의 ‘보보스’(부르주아 보헤미안) 정치인들에겐 환멸을 느꼈는데 그녀의 젊음이 우리를 들끓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럽의 정치분석가들은 ‘젊은층의 극우 바람’을 유럽 쇠퇴의 징조로 본다. 극우 정당의 반이민 구호가 먹히는 것은 앞으로 30년 안에 비(非)백인 이민자와 자녀가 유럽 전체 인구의 절반 이상을 차지할 것이라는 우려가 높기 때문이다. 특히 교육 수준이 낮은 청년층에서 극우 정당의 인기가 높다. 이들은 올해만 100여 만 명이 지중해를 건너 유럽으로 몰려든 난민들이 저숙련 일자리를 빼앗아갈 것을 두려워한다. 네덜란드 극우 정당 ‘자유당’의 헤이르트 빌더르스 당수는 최근 국회 연설에서 “지금 유럽의 이슬람화를 막지 못한다면 ‘유라비아’(Eurabia·유럽과 아라비아의 합성어) 시대가 곧 도래할 것”이라고 선동했다. 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성탄절인 25일 전국의 가톨릭 성당과 개신교 교회에서는 예수 탄생을 축하하는 미사와 예배가 열렸다. 천주교 서울대교구장인 염수정 추기경은 이날 낮 12시 서울 중구 명동대성당에서 성탄 미사를 집전했다. 염 추기경은 강론에서 “아기 예수님의 거룩한 탄생의 기쁨과 축복이 이 땅의 모든 이에게 함께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명동대성당은 이날 오전 9시 외국인을 위한 영어미사 등 10여 차례의 미사를 봉헌했다. 개신교회에서도 새벽 기도회를 시작으로 성탄 예배가 이어졌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는 이날 오후 서울광장에서 ‘고난 받는 이들과 함께 하는 성탄절 연합예배’를 열었다. 앞서 NCCK는 김영주 총무 이름의 성탄 메시지에서 “우리 사는 세상에 진정한 화해가 이뤄져 이 땅에도 새로운 삶의 희망이 넘쳐 나기를 소망한다”고 말했다. 이영훈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대표회장도 성탄 메시지에서 “고통 가운데 살아가고 있는 소외된 이웃을 섬기며 사랑을 나누는 삶을 살아갈 것을 다짐한다”고 말했다. 한편 프란치스코 교황은 24일(현지 시간)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당에서 집전한 성탄전야 미사에서 “이 사회는 소비주의, 쾌락주의, 부유함과 사치함, 외모지상주의와 자기애에 너무나 취해 있다”며 “가난하게 태어난 아기 예수처럼 소박하고 균형 잡히고 분별 있는 삶을 살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 / 파리=전승훈 특파원}

“코팡(Kopan) 주세요.” 17일(현지 시간) 오전 11시 프랑스 파리의 노트르담 성당 인근 ‘파리바게뜨’ 1호점. 가장 잘 보이는 한가운데 진열장에는 단팥빵, 곰보빵, 소시지빵, 슈크림빵, 밤크림빵, 산딸기크림빵, 시폰케이크 등 한국의 빵집에서 흔히 볼 수 있는 7가지 종류의 ‘코팡’이 놓여 있었다. 점원인 실비 카이요 씨는 “빵 안에 소시지를 넣은 한국식 ‘소시지빵’이 최고 인기”라고 말했다. 빵집을 찾은 세바스티아나 씨(53)는 “프랑스인들은 원래 팥은 소금에 절인 것만 먹는데 이렇게 단맛이 나는 팥이 빵에 들어 있는 것은 처음 먹어본다”며 흥미로워했다. 빵과 화장품, 향수의 본고장 프랑스에서 한국 기업들이 ‘K푸드’와 ‘K뷰티’라는 새로운 한류를 만들어 내고 있다. 현지인들에게 생소한 단팥을 넣은 빵과 인삼으로 만든 천연 화장품 같은 차별화 전략으로 프랑스 시장을 공략하고 있는 것이다. ‘삼립빵’으로 유명한 한국의 SPC그룹은 지난해 7월 파리 한복판에 파리바게뜨 1호점을 냈다. 이어 올해 7월에 오페라 가르니에 극장 인근에 2호점(오페라점)을 오픈했다. 프랑스 전통 빵인 ‘바게트’가 하루 평균 700∼800개씩 팔리는 데다 단팥빵, 곰보빵 등 한국식 ‘코팡’이 인기를 끌면서 점포당 평균 매출이 국내 매장의 3배에 육박한다. 특히 프랑스의 전통 브리오슈에 한국식 팥을 넣은 코팡은 11월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의 방한 당시 박근혜 대통령이 만찬 디저트로 내놓으면서 한불 문화교류의 상징으로 떠올랐다. 처음엔 바게트와 마카롱 등 철저히 현지인들의 입맛에 맞춘 전략을 펼쳤다. 하지만 차별화 전략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올해 5월부터 한국식 ‘코팡’을 본격적으로 소개했고 그 결과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코팡’은 현재까지 프랑스 내 누적 판매량 1만 개를 돌파했다. 프랑스 일간 르피가로는 “한국의 ‘파리바게뜨’가 한국, 중국, 미국, 베트남에서 글로벌 빵집 체인으로 성장해 26년 만에 빵의 본고장인 파리까지 접수하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파리바게뜨가 프랑스에서 성공한 또 다른 비결은 한국식 ‘카페’ 형태의 빵집 전략이다. 파리바게뜨 오페라점은 1층은 빵집, 2층은 좌석이 22개가 있는 한국식 카페로 꾸몄다. 파리크라상 서래마을점에서 3년간 일했던 제빵 총책임자 기욤 팔레즈 씨는 “인터넷을 쓸 수 있는 고급스러운 카페에서 커피, 차와 함께 빵을 먹는 문화가 프랑스인들에게 신선하게 다가온 것 같다”고 설명했다. 올해 5월 파리 오페라 가르니에 극장 앞에 문을 연 한불 합작 화장품 브랜드 ‘에르보리앙’ 매점에도 늘 파리 여성들로 북적댄다. ‘파리·서울’이라는 간판이 선명한 매장 곳곳은 인삼, 유자, 동백 등 한국의 허브 재료, 부채와 인형 등으로 꾸며져 있었다. 매장 점원인 마티아 상타린 씨는 “나이와 상관없이 영원한 젊음과 동안(童顔)을 추구하는 한국 여성들의 완벽한 피부 관리는 프랑스에서도 잘 알려져 있다”며 “한류에 관심이 많은 유럽 여성들에게선 요즘 천연허브 재료를 이용한 ‘코리안 스킨 세러피(Korean Skin Therapy)’가 화두”라고 설명했다. 에르보리앙은 본래 ‘심비오즈’라는 한국 중소기업 한방화장품 회사에서 시작됐다. 프랑스 유학파 출신인 이호정 씨(50)와 프랑스 화장품 기업 로레알에서 근무했던 카탈린 베르니 씨(52)가 함께 손잡고 2006년 창업했다. 에르보리앙은 ‘아시아의 허브(Herbe d‘Orient)’라는 뜻의 프랑스어 발음을 변형한 신조어 브랜드다. 2012년엔 프랑스의 세계적인 화장품 회사 록시땅(L’occitane)이 에르보리앙을 인수해 유럽과 미국, 러시아 등 전 세계에 유통하기 시작했다. 아모레퍼시픽도 ‘향수’의 본고장인 프랑스에서 향수시장에 도전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1997년 향수 브랜드 ‘롤리타 렘피카’를 출시했으며, 2011년에는 럭셔리 향수 브랜드 ‘아닉구딸’도 인수했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20일 치러진 스페인 총선에서 신생 정당들이 약진하면서 30년 동안 유지됐던 국민당(우파)과 사회당(좌파)의 양당 구도가 무너졌다. 개표 결과 집권 국민당은 총 350석 중 가장 많은 123석을 얻었으나 과반(176석) 의석 확보엔 실패했다. 국민당의 123석은 2011년 총선 당시 186석에 비해 63석이나 적은 수치다. 제1야당인 사회당도 기존 110석에서 90석으로 줄어들었다. 반면 극좌 성향의 신생정당 ‘포데모스’는 69석, 우파 성향의 ‘시우다다노스’는 40석을 각각 얻으면서 처음으로 의회 진출에 성공했다. 집권당의 잇따른 부패 스캔들과 긴축 조치, 높은 실업률 등에 불만을 품은 유권자들이 신생 정당에 표를 던진 것으로 분석된다. 이로써 스페인 정치는 1975년 프랑코 총통 사망 이후 30년간 이어진 양당 체제가 붕괴되고 ‘4당 체제’라는 새로운 시대를 맞게 됐다. 포데모스의 파블로 이글레시아스 당수(37)는 20일 지지자들 앞에서 “스페인의 양당 체제는 끝났다”며 “부패와의 싸움에 나서겠다”고 선언했다. 포데모스와 시우다다노스는 2010년 이후 지속돼 온 유로존 위기와 구제금융사태가 낳은 새로운 정치 세력이다. 포데모스(스페인어로 ‘우리는 할 수 있다’란 뜻)는 지난해 1월 창당 4개월 만에 치른 유럽의회 선거에서 8%의 득표율로 5석을 확보하면서 바람을 일으켰다. ‘스페인에서 가장 위험한 남자’로 불리는 이글레시아스 당수가 이끄는 포데모스는 무분별한 노동자 해고 및 민영화 반대, 교육과 보건의 국영화, 최저 임금 현실화, 기득권층의 부패 일소 등을 내세운 점이 긴축과 생활고에 지친 보통 스페인인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시우다다노스(스페인어로 ‘시민’이란 뜻)는 포데모스의 ‘우파 버전’으로 불린다. 카탈루냐 분리 독립을 추진하는 좌파 민족주의에 맞서기 위해 우파가 결집해 만든 정당이기 때문이다. 친기업 노선을 추구한다. 포데모스처럼 부패와 무능에 빠진 기성 정치권에 대한 강력한 개혁을 주장하면서 전국적으로 급속한 지지를 얻었다. 법률가 출신인 알베르트 리베라 시우다다노스 당수(36)는 2006년 카탈루냐 지방의회 선거에 출마했을 당시 “숨길 것이 없다”는 의미로 선거 포스터에 자신의 나체 사진을 실어 화제를 일으켰다. 집권 국민당의 마리아노 라호이 총리는 21일 “여전히 국민당이 제1당”이라며 “연정을 구성하겠다”고 약속했다. 정치전문가들은 이번 총선 결과로 국민당이 친기업 성향의 시우다다노스와의 연합만으로 과반수 의석을 확보할 수 없다면서 연정협상 정국이 장기간 안갯속으로 빠져들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망한다. 사회당이 포데모스와 시우다다노스 또는 다른 군소 정당과 연합해 집권할 가능성도 있다. 만약 국민당과 사회당 모두 연정 구성에 실패한다면 재선거가 불가피해진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영국 왕위 계승 서열 3위인 조지 왕자(2)가 내년 1월부터 서민들이 다니는 유아원에 다닌다고 켄싱턴 궁이 18일(현지 시간) 발표했다. 런던에서 북쪽으로 180km 떨어진 노퍽 주 킹스린 인근에 있는 윌리엄 왕세손의 자택 근처 몬테소리 유아원으로 하루 수업료가 33파운드(약 5만8000원) 정도 하는 곳이다. 원아 27명 중 23명이 정부 지원을 받을 정도로 넉넉하지 않은 가정 출신이고 특수교육을 받아야 하는 어린이도 있다. 조지 왕자가 런던 거처인 켄싱턴 궁 인근에 있는 유아원을 다닌다면 연간 1만8000파운드(약 3200만 원)가 든다. 데일리 텔레그래프는 “윌리엄 왕세손 내외가 아이들은 가능하면 평범하게 길러야 한다는 양육 소신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윌리엄 왕세손 역시 어린 시절 고(故) 다이애나 왕세자빈의 손을 잡고 일반 유치원에 등원하며 수업을 받았다. 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파리 시민들이 테러에 저항하는 방식 중의 하나는 바로 ‘책’이다. 야만의 불길이 거셀수록 지성의 뿌리로 돌아가 해법을 찾는 것이다. 전 세계를 경악하게 한 ‘11·13 파리 테러’ 직후 프랑스에서는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파리는 날마다 축제’가 3주 만에 12만 부가 팔렸다. 올해 1월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이 벌인 시사 풍자 주간지 샤를리 에브도 테러 사건 때에는 프랑스 계몽주의 철학가 볼테르의 ‘관용론(Le Trait´e sur la tol´erance)’이 시민들의 ‘지성적 저항’을 상징하는 책으로 떠올랐다. ‘파리는 날마다 축제’는 50년, ‘관용론’은 무려 250년 전에 출간된 책이지만 테러가 고전 작품에 다시 생명을 불어넣고 있는 것이다. ‘파리는 날마다 축제’는 1921년부터 1926년까지 미국 신문이나 잡지에 글을 기고하는 파리 특파원으로 살았던 헤밍웨이가 썼던 소설 형식의 자서전이다. 가난한 젊은 작가의 눈에 비친 파리의 거리와 식당, 술집에서의 일상이 따뜻하게 그려졌다. 특히 파리에서 활동하던 소설가 스콧 피츠제럴드, 거트루드 스타인, 제임스 조이스와 시인 에즈라 파운드와의 만남이 상세히 기록돼 있어 우디 앨런 감독의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의 소재로도 활용됐다. 테러 직후 BFM TV와 인터뷰한 여성 변호사인 다이엘르 씨(77)는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리스트들이 겨냥한 것은 프랑스식 생활 방식과 문화”라며 헤밍웨이의 책을 읽을 것을 제안했다. 이후 레퓌블리크 광장, 카리용 카페, 바타클랑 극장과 같은 파리 테러를 추모하는 장소에서 꽃과 촛불 사이에 ‘파리는 날마다 축제’ 책이 수없이 놓여지고 있다. 이 책은 ‘나는 테라스에 있다(Je suis en Terrase)’라는 슬로건, 존 레넌의 노래 ‘이매진’과 함께 상처를 입은 파리 시민들의 마음을 위로하는 평화의 메시지를 전달해 주고 있다. 또한 1968년 유엔총회에서 채택된 ‘세계인권선언(La D´eclaration universelle des droits de l‘homme)’도 서점가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이 책은 원래 샤를리 에브도 테러 1주년을 앞두고 르셴 출판사가 32명의 화가들이 삽화를 그려 넣어 편집한 것. 그런데 11·13 파리 테러 이후 독자들의 뜨거운 반응으로 벌써 20만 부가 인쇄됐다. 인간은 누구나 평등하고, 존엄하며, 자유를 누릴 권리가 있다는 세계인권선언의 30개 조항이 삽화와 함께 소개돼 있다. 삽화가 들어간 고급 양장본은 14.9유로(1만9000원)이지만, 96쪽짜리 문고판은 2.5유로(3200원)에 불과하다. 파비엔 크리겔 ‘르셴’ 편집장은 “세계인권선언은 야만에 대항하는 우리의 방패이며, 인간성을 저버리는 사상에 대항해 싸우는 도구”라며 “누구나 어디서든 쉽게 찾아볼 수 있도록 세계인권선언을 출판하게 됐다”고 말했다. 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이란이 2009년 이후 핵무기 개발을 중단했다’는 내용의 최종 보고서를 채택했다. 이란이 13년 만에 핵 개발 의혹을 완전히 벗게 됨에 따라 국제사회의 대이란 경제제재 해제 조치가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원유 매장량 세계 4위인 이란의 원유 수출 재개와 증산이 내년 국제 원유 시장의 최대 변수로 떠올랐다. IAEA는 15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특별 집행이사회를 열어 이란의 핵무기 개발 의혹에 대한 사찰 보고서를 승인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아마노 유키야 IAEA 사무총장은 “이란이 2003년 말 이전부터 핵무기 개발 관련 활동을 해왔지만, 2009년 이후로는 핵무기를 개발했다는 신뢰할 만한 징후를 발견하지 못했다”며 “획득한 핵물질을 핵무기를 만들 수 있도록 변환한 어떤 징후도 발견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이날 집행이사회는 지난해 7월 미국 등 주요 5개국과의 핵 협상 결과물인 ‘포괄적 공동행동계획(JCPOA)’에 따라 IAEA가 이란의 핵무기 개발 의혹을 조사한 보고서를 승인하기 위해 열렸다. IAEA는 JCPOA 이행 여부를 검증한 뒤 대이란 제재가 풀리는 ‘이행일’을 결정할 예정이다. BBC는 “이르면 내년 1월 중순부터 해제될 것”이라고 전했다. 레자 나자피 IAEA 주재 이란 대사는 “이행일을 최대한 앞당기도록 2, 3주 안에 JCPOA의 조건 이행을 끝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란은 내년 1월 경제제재가 해제되면 원유 수출을 두 배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올해 7월 기준 하루 평균 286만 배럴인 원유 생산량은 내년 말까지 430만 배럴 수준으로 늘어난다. 1979년 석유 감산으로 세계에 2차 오일쇼크를 일으켰던 이란이 이번에는 증산으로 ‘역(逆)오일쇼크’ 진원지로 등장하는 셈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5일 “공급량이 넘치고 있는 세계 원유 시장에서 내년에는 ‘이란발(發) 충격’이 최대 변수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비잔 남다르 장게네 이란 석유장관은 14일 “제재가 끝나면 곧 일일 50만 배럴을 증산할 수 있다. 반년 정도면 제재 이전 수준으로 돌아갈 것“이라며 “유가가 떨어지더라도 원유 증산 계획을 늦추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앞으로 벌어질)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 등 석유수출국기구(OPEC) 주요국의 공급량 늘리기 ‘치킨게임’에 러시아까지 가세하면서 ‘전면적인 가격 전쟁’이 발생할 위험이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국제신용평가사인 무디스는 서부텍사스산 원유(WTI)의 2016년 가격 전망치를 배럴당 48달러에서 40달러로, 브렌트유는 53달러에서 43달러로 대폭 낮췄다. 한편 셰일가스가 생산되는 미국에선 휘발유값이 갤런당 평균 2달러 선까지 떨어져 우유, 커피 가격보다 싸지면서 에너지 기업 파산과 감원이 줄을 잇고 있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11월 13일 파리 테러 한 달 만인 13일 프랑스 지방선거 결선투표에서 극우정당 국민전선(FN)이 완패했다. ‘반(反)이민 반이슬람’을 기치로 내건 FN은 6일 1차 선거에서 테러 후 고조된 반이슬람 정서에 힘입어 1위에 올랐으나 1, 2위 득표자들을 상대로 한 결선투표에선 고배를 마셨다. 결선투표 중간집계 결과 FN은 13개 도(道) 중 단 한 곳에서도 1위를 차지하지 못했다. 니콜라 사르코지 전 대통령이 이끄는 중도 우파 공화당은 7곳, 중도 좌파 집권 사회당은 5곳에서 이겼다. 특히 공화당은 수도권에서 17년 만에 승리했다. 득표율로는 공화당이 40.7%로 1위, 집권 사회당이 2위(31.6%), FN이 3위(27.4%)였다. 당초 당선이 유력시됐던 마린 르펜 FN 당수는 북부 노르파드칼레피카르디에서 공화당 후보 그자비에 베르트랑 전 노동장관에게 43% 대 57%로 패했다. 르펜 당수의 조카 마리옹 마레샬르펜 후보도 남부 프로방스알프코트다쥐르에서 공화당 크리스티앙 에스트로시 니스 시장에게 45.5% 대 54.5%로 졌다. 사회당은 FN의 승리를 저지하기 위해 두 곳 모두에서 자기 당 후보를 사퇴시키고 공화당을 지지했다. 즉, 1차 투표에서의 FN의 선전에 위기감을 느낀 공화당과 사회당이 연합작전을 펼쳤고, 중도 성향 유권자도 대거 투표소로 향한 것이 2차 투표에서 FN의 패배를 이끌었다는 설명이다. 실제 5년 전 43%였던 지방선거 결선 투표율은 이번에 58%로 올랐다. 다만 FN이 결선투표에서 682만 명의 거대한 지지 기반을 확인해 2017년 대선에서의 교두보를 확보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르펜 당수는 이날 “이번 선거로 FN의 상승세를 막을 수 없다는 것이 확인됐다. 대선에서 복수하겠다”고 공언했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14일 프랑스의 한 유치원에서 이슬람 극단주의자로 추정되는 괴한이 흉기 난동을 벌였다. 이날 오전 7시경 파리 교외 센생드니의 한 공립 유치원에 복면을 쓴 괴한 한 명이 침입해 혼자서 수업을 준비하던 남성 교사를 흉기로 여러 차례 찔렀다. 검찰은 괴한이 교사를 공격할 당시 “이슬람국가(IS)다. 이것은 경고다”라고 외쳤다고 밝혔다. 괴한은 유치원에 침입할 당시 무기를 갖고 있지 않았으며 교실 내에 있는 커터칼 등을 집어 휘두른 것으로 알려졌다. 교사는 목과 옆구리를 찔렸으나 다행히 생명에 지장은 없다고 경찰은 전했다. 범인은 사건을 저지른 뒤 달아났으며, 프랑스 대테러 전담 수사관들이 사건을 조사 중이라고 BBC가 보도했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해 전 세계가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도록 규정한 ‘파리 기후변화 협정(Paris Agreement)’이 체결됐다.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의 195개 회원국은 12일(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제21차 총회(COP21)에서 2020년 이후의 신(新)기후체제 수립을 위한 최종 합의문을 채택했다. 협정은 지구 평균 온도 상승 폭과 관련해 “산업화 이전 대비 2도 이내의 ‘상당히 낮은 수준’으로 유지하며, 1.5도 이하로 제한하기 위해 노력한다”고 명시했다. 국가별 온실가스 감축량은 각국이 제출한 자발적 감축목표(INDC)를 그대로 인정하되 5년마다 상향된 목표를 제출하도록 했다. 이와 함께 정기적인 이행 상황 및 달성 경과보고를 의무화하고, 이를 점검하기 위한 국제사회의 ‘종합적 이행 점검’ 시스템을 도입하기로 합의했다. 선진국들은 개도국의 온실가스 감축을 지원하기 위해 매년 1000억 달러(약 118조 원) 규모의 재원을 마련하기로 했다. 파리 협정은 55개국 이상이 비준하고 동시에 글로벌 온실가스 배출량의 총합 비중이 55% 이상에 해당하는 국가들이 비준해야 발효된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 이정은 기자}

한 달 전인 지난달 13일 금요일 밤. 나는 파리 인질극 테러가 벌어진 바타클랑 극장에서 4km쯤 떨어진 한 카페에 앉아 있었다. 카페 안에 설치된 TV에서는 독일과 프랑스 국가대표 축구 경기가 생중계되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창밖에서 앰뷸런스 소리가 끊임없이 들리기 시작했다. 곧이어 파리 시내에서 동시다발 테러가 발생했다는 소식을 접했다. 이상했던 것은 축구 경기를 생중계하는 프랑스 최대 민영방송 TF1 화면에는 ‘폭탄테러 발생’이라는 자막 한 줄 나오지 않았던 것.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고 나서야 TF1은 ‘뉴스 속보’로 테러 현장을 연결해 보도하기 시작했다. 바타클랑 극장뿐 아니라 축구장 인근에서도 자폭테러가 발생했다는 사실을 나중에 알게 된 뒤 나는 고개가 갸웃거려졌다. 한국 같았으면 속보 자막이 신속하게 나왔을 텐데…. 그날 밤부터 몇 주간 파리에서 ‘종군기자’ 역할을 했다. 테러범 검거 작전이 펼쳐지는 생드니 현장에서 직접 총소리를 듣고, 총탄 자국과 혈흔이 선연한 거리를 돌아다녔다. 파리 특파원 부임 이후 이집트 한국인 관광객 폭탄테러, 시리아 내전, 우크라이나 분쟁 같은 분쟁지역 취재를 많이 다녔지만 올해 테러의 표적이 된 파리의 상황은 여느 중동 국가 못지않았다. 1월 주간지 ‘샤를리 에브도 테러’ 사건과 ‘11·13 파리 연쇄테러’ 사건을 취재하면서 프랑스 언론과 시민들의 위기대응 방식에 새삼 놀라곤 했다. 수많은 혁명을 겪은 나라여서 그런지 시민들은 비극적 사건에도 침착하고 차분했다. 그중 가장 인상 깊은 점은 ‘희생양 찾기’나 ‘마녀사냥’이 없다는 점이다. 경찰이 테러범을 번번이 놓치고, 요주의 인물 감시망에 구멍이 뚫린 터라 우리 같았으면 벌써 장관이나 경찰청장이 몇 명쯤 옷을 벗었을 것이다. 하지만 프랑스 언론은 테러를 저지른 ‘이슬람국가(IS)’에 대한 비판과 대응에 초점을 맞출 뿐이었다. 오히려 ‘군기 빠진 프랑스 경찰’ ‘무능한 프랑스 정보기관’ 같은 비난은 한국의 일부 언론이나 누리꾼들 사이에서 제기됐다. 대표적인 것이 ‘축구장 8만 관중 놔두고 나 홀로 피신한 프랑스 대통령’을 비판한 기사이다. 프랑스 언론에서는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의 침착한 대처에 대해 높이 평가하고 있었는데 정작 관련도 없는 한국에선 논란이 되는 것을 보니 쓴웃음이 나왔다. 사실 IS가 이날 밤 가장 원했던 것은 전 세계로 생중계되는 축구 경기 도중에 자폭테러로 관중이 패닉에 빠져 수백 명이 압사하는 것이었을 것이다. 만일 첫 번째 폭발음이 들렸을 때 경기를 중단하고 대피 소동을 벌였다면 밖에서 기다리던 제2, 제3의 테러리스트가 수만 명의 군중 틈에서 손쉽게 자폭테러를 벌였을 것이다. 이날 프랑스 경찰은 대통령 참석 행사라 철저한 검문검색이 이뤄진 경기장 내부가 경기장 밖보다 더 안전이 확보된 상황이라고 판단하고 경기를 진행했다고 한다. 올랑드 대통령은 경기장을 떠나기 직전 VIP 관람석에 있던 정부 관료와 축구협회 관계자들에게 “모두들 제자리를 지켜 달라”고 부탁했다고 한다. 한꺼번에 귀빈들이 자리를 뜰 경우 관중이 불안해할 것을 우려한 것이다. 1월 샤를리 에브도 테러 때에도 프랑스 국민들은 차분하게 일상으로 돌아가 지구촌의 주목을 받았다. 이번 테러에 대한 충격은 그보다 더 크지만 바타클랑 극장은 다시 문을 열었고 테러가 일어났던 카페에도 사람들이 다시 모였다. IS에 대한 가장 큰 복수는 ‘일상으로의 복귀’라고 말하는 파리 시민들에게 박수를 보낸다.전승훈 파리 특파원 raphy@donga.com}

“가장 아름답고 평화적인 혁명이 이뤄졌다. 지구를 위한 위대한 날로 기억될 것이다.”(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 “지구를 구하기 위한 최선의 기회이자 전 세계를 위한 전환점이다.”(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글로벌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파리협정(Paris Agreement)’이 12일 타결되자 전 세계 주요 지도자들은 한목소리로 환영했다.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간의 팽팽한 신경전 속에 막판까지 협상이 난항을 겪었지만 양측이 한 발씩 양보하면서 극적으로 합의 도출에 성공했다.○ 신기후체제 청사진 완성 교토의정서를 대신해 2020년부터 발효되는 파리협정은 신기후체제를 끌고 가게 될 청사진으로 평가받는다. 교토의정서가 선진국에만 온실가스 감축 의무를 의무적으로 부과했던 것과 달리 파리협정은 개도국을 포함한 195개 당사국이 자발적으로 참여한다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29개항으로 구성된 협정문에는 △감축 목표 △적응 △재원 마련 △기술 지원 등의 합의 내용이 빼곡히 담겼다. 우선 지구 온도 상승의 제한 폭과 관련해 회원국들은 ‘2도보다 상당히 낮은 수준’으로 유지하면서 ‘1.5도 이하’의 목표 달성을 위해 노력하기로 합의했다. 각국의 감축 목표량이 모두 달성된다 하더라도 2.7도 상승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허리띠를 더 졸라매야 한다’는 메시지다. 이는 몰디브, 투발루를 비롯한 도서 국가들의 요구사항을 대폭 수용한 것. 이 국가들은 “2도 상승은 섬나라들이 물에 잠겨 없어진다는 의미” “우리에겐 절박한 생존의 문제”라며 상승폭을 1.5도 밑으로 해야 한다고 강력히 요구해왔다. 초미의 관심사였던 법적 구속력과 관련해 감축목표(NDC) 부분에서는 자발적인 기여를 인정해 각국이 제출한 목표치를 그대로 받아들였고 구체적인 의무 할당량 수치나 미(未)이행 시 처벌조항 등은 넣지 않았다. 그 대신 5년마다 이행 상황 보고를 의무화하고 이를 위한 국제사회 공동의 이행점검(Global Stocktaking) 시스템을 만들도록 해 형식적으로는 법적 구속력을 갖췄다. 중국과 인도가 의무화에 반대했지만 결국 받아들이는 쪽으로 선회했다.○ ‘윈윈(win-win) 전략’ 통했다 선진국들이 개도국 지원을 위한 재원 마련에 합의한 것도 주목할 부분이다.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들은 매년 1000억 달러(약 118조 원)를 지원하고 기술 전수와 정보 공유 등에도 협력하기로 했다. 협정은 또 유엔협약 중심의 탄소시장 외에도 당사국 간의 자발적 협력을 통해 국제탄소시장 메커니즘을 설립할 수 있도록 했다. 개도국의 배출량 검증 및 가격 산정의 투명성 문제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시장을 통한 거래 활성화의 필요성을 인정한 결과다. 막판까지도 치열한 협상전을 벌였던 선진국과 개도국은 파리협정에 대체로 만족하는 분위기다. 협정문이 최종 통과되자 총회장에 모여 있던 2000여 명의 각국 대표는 기립박수를 쳤고 서로 껴안으며 인사를 주고받았다고 외신들이 보도했다. 선진국들은 개도국들에 대한 보상 및 지원 책임을 인정하면서도 관련 조항들의 의무화는 피해가는 성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받는다. 블룸버그통신은 “미국과 일본, 유럽 국가들은 개도국의 손실과 피해 지원에 법적 구속력을 두는 것을 넘을 수 없는 금지선(red line)으로 여겼다”고 전했다. 개도국들은 지구 온도 상승 목표치와 재원 규모 등에서 요구사항이 상당히 반영됐다는 점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인도 중국 사우디아라비아 등 20개 개도국 그룹인 ‘LMDC’의 구르디알 싱 니자르 대변인은 “개도국들의 이해를 고려한, 균형 잡힌 합의”라고 평가했다.○ 위기이자 기회, 그 새로운 시작 구체적인 이행 노력이 뒷받침되지 않을 경우 협정이 ‘말잔치’에 그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항공우주국(NASA) 출신의 기상학자인 제임스 핸슨 박사는 이번 협정에 대해 “행동이 수반되지 않는 의미 없는 약속일 뿐”이라고 혹평했다. 국내에서는 위기이자 기회인 신기후체제로의 전환에 본격적으로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환경운동연합은 성명을 내고 “화석연료 시대의 종말을 알리는 강력한 신호”라며 “재생에너지 확대 등을 통해 에너지 정책을 전면적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기업들은 온실가스 감축의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제조기업의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유환익 전국경제인연합회 산업본부장은 “한국의 산업 현실을 감안할 때 온실가스 감축 의무 부과는 경제성장을 위축시키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자업계 관계자도 “신재생에너지 기술 개발, 에너지 효율화 등을 통해 온실가스를 추가로 줄이도록 노력하겠지만 대폭 감축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반응을 내놨다.이정은 lightee@donga.com·박형준 기자 / 파리=전승훈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