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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부가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문제 관련 해결 방안을 다음 달 일본 정부에 제시할 방침이다. 정부는 기존 재단을 활용하되 일본 정부나 기업도 배상 주체로 참여시켜 피해자들에게 배상하는 안을 우선순위로 고려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가 한일 관계 개선에 걸림돌인 강제징용 해법 마련에 속도를 내는 건 일본 전범기업 자산을 강제 현금화하라는 대법원 결정이 다가오는 만큼 더 지체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6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정부는 2014년 설립된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을 활용해 피해자들에게 배상하는 안을 우선 검토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 핵심 관계자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기금 신설 등 절차를 밟기엔 시간이 촉박한 게 사실”이라며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 이제 정상화되고 있는 만큼 이를 주체로 내세우기에 걸림돌도 없다”고 밝혔다. 정부는 일본에 우리가 정리한 배상 방안을 전달할 때 일본 역시 배상에 일정 부분 기여해 달라고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들이 특히 일본 기업의 배상 참여를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나 기업의 사과를 어떻게 받아낼지도 관건이다.정부, ‘징용 해결’ 강한 의지… 日측 배상 참여 여부가 관건 日에 내달 해법 제시 방침 이달 유엔총회서 정상회담 성사시尹, 기시다에 협조 요청할 수도 정부가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문제와 관련해 우리가 마련한 해법을 다음 달 일본 정부에 제시하기로 한 건 이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본격 나서겠다는 의지가 반영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최근 대법원은 일본 미쓰비시중공업의 특허권 2건에 대한 특별현금화명령 사건을 좀 더 들여다보겠다며 최종 판단을 늦췄다. 정부 입장에선 한일 관계 최대 뇌관으로 꼽히는 강제징용 배상 문제를 풀기 위한 시간을 일단 벌게 된 것. 다만 향후 대법원이 매각명령에 대한 판단을 달리할 가능성이 매우 낮은 만큼 시한폭탄은 여전히 안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불안한 상황 속에서 정부는 박진 외교부 장관이 2일 피해자들을 직접 만났고, 5일 4차 민관협의회를 끝으로 그동안 각계각층 의견도 어느 정도 수렴했다고 보고 이제 일본과 본격적으로 강제징용 문제를 풀기 위해 나설 시점이라고 판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우선 염두에 두고 있는 해법은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을 통한 ‘대위변제’ 방안이다. 대위변제는 채무자 대신 제3자가 우선 배상한 뒤 채권자로부터 권리를 넘겨받아 이후 구상권을 행사하는 방식이다. 일본 요미우리신문도 이날 한국 정부가 강제동원 문제 해법을 찾기 위해 마련한 민관협의회에서 기존 재단이나 새롭게 창설할 기금 등이 문제 해결 주체가 되고 한일 양국 기업이 갹출한 자금을 재원으로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쪽으로 의견이 모였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또 한국 정부는 일본 기업이 지급할 돈을 기금 등으로 대체해도 법적으로 원고(강제동원 피해자) 동의가 필요하지 않다는 견해를 전문가들로부터 확보했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우리가 먼저 변제해주더라도 어떤 식으로든 일본 정부나 기업의 배상 참여는 필요하다고 보는 만큼 일본 정부를 상대로 설득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이달 중순 유엔총회에서 한일 정상회담이 성사될 경우 윤석열 대통령이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총리에게 이러한 해법과 관련해 이해를 구하고 협조를 요청할 가능성도 있다. 다만 정부는 일본의 사과나 유감 표명 방식 등에 대해선 우선 어떻게 우리 입장을 정할지 고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미쓰비시중공업 강제징용 피해자인 양금덕 할머니(91)는 2일 박 장관을 만나 “일본의 사죄를 받기 전에는 죽어도 죽지 못하겠다”고 말했다.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시행에 따른 우려를 전달한 우리 정부 합동대표단에 11월 중간선거 등 국내(미국) 상황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는 취지로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IRA 통과가 중간선거에 앞서 바이든 행정부의 최대 성과 중 하나였던 만큼 우리 정부가 원하는 IRA 개정 등이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입장을 우회적으로 내비친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대통령은 1일 미국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의 투자 발표를 환영하며 “전기차와 반도체는 미국에서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에 직접 투자하는 반도체 기업에 세액 공제 등을 해주는 ‘반도체육성법’과 IRA를 토대로 미국 중심 공급망을 확보하겠다는 의지를 재차 드러낸 것이다. 미 측 기류를 종합하면 IRA 시행으로 한국산 전기차가 미국 시장에서 보조금을 받지 못하게 된 만큼 우리 정부가 전방위 대응에 나서고 있지만 대책 마련은 쉽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김성한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도 1일 미국 하와이에서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아키바 다케오(秋葉剛男) 일본 국가안전보장국장과 3자 회의를 갖고 IRA와 관련해 적극 협조를 당부했지만 설리번 보좌관은 일단 “관심을 갖고 지켜보겠다”는 취지로만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바이든 “전기차-반도체 美서 만들것”… 마이크론-혼다 잇단 美투자 전기차 보조금 논란 바이든 “도요타-코닝 등도 투자 약속”기업투자 랠리, 인플레법 성과로 과시로이터 “현대차-기아 최대 희생양”美는 “살펴보겠다” 수준 답변만 미국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은 1일(현지 시간) 10년간 150억 달러를 들여 마이크론 본사가 있는 아이다호주 보이시 주변에 메모리 반도체 공장을 짓는다고 발표했다. 미국에 새 메모리 반도체 공장이 건설되는 것은 20년 만에 처음이다. 이에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성명을 통해 “마이크론 투자는 미국의 또 다른 승리”라며 “나의 경제 계획의 직접적인 결과로 이번 주에만 퍼스트솔라, 도요타, 혼다, 코닝이 미국에 대규모 투자와 고용을 약속했다”고 밝혔다. 이어 “미래에 우리는 미국에서 전기차, 반도체, 광학섬유와 핵심 부품을 만들 것이다. 우리는 밑바닥부터 중간까지 (공급망을 갖춘) 경제를 건설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미국에 반도체 투자를 확대하도록 유도하는 반도체법, 전기차와 재생에너지 투자 확대를 유도하는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의 성과로 미국에 대한 기업들의 투자 랠리를 강조한 것이다. 이런 가운데 로이터통신은 이날 현대자동차와 기아가 북미산 전기차에만 보조금을 지급하는 IRA의 최대 희생양이 됐다고 분석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달 미국에서 전년 대비 17.7% 많은 13만5526대를 판매해 역대 최대 실적을 올렸다. 전기차 판매량은 4078대로, 103.9%가 늘며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었다. 현대차그룹은 미국 전기차 시장에서 테슬라에 이어 2위를 달리고 있다. 하지만 이번 법으로 한국에서 생산해 미국으로 수출하는 전기차가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되면서 큰 타격을 입게 됐다. 일본 자동차 업체들도 보조금이 끊겼지만 전기차 모델 수가 적고 미국 시장 점유율이 낮다. 독일의 경우 폭스바겐이 8월부터 미국 테네시주 전기차 공장을 가동해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이 5월 현대차가 조지아주 전기차 공장 신설 계획을 발표했을 때 “투자 결정에 실망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한 것을 뒤집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현대차 관계자는 로이터에 “미국 전기차 시장 성장에 발맞춰 보조금을 받기 위해 공장 신설을 계획했는데, 새 법은 우리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직접적으로 미친다”고 토로했다. 이처럼 IRA 시행으로 한국산 전기차 피해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정부는 미 측에 지속적으로 우려를 전달하며 대책 마련을 고심 중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더그 듀시 미국 애리조나 주지사를 접견하고 “IRA에 대해 우리 기업의 우려가 큰 만큼, 우리 진출 기업들이 차별 없이 미국 기업들과 동등한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주 정부 차원에서도 적극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김성한 국가안보실장도 미국 하와이에서 열린 한미일 안보수장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집에 돌아가서 모두 IRA를 숙독해보자’고 했다”고 전했다. 이어 “IRA는 전기차에 국한된 법이라기보다는 공급망, 특히 자유주의 국가들 간 공급망 문제를 어떻게 재정립해나갈 것인지에 대한 전략적 방향성이 담겨 있는 측면이 있다고 미국 측이 강조했다”고도 했다. 다만 일각에선 미 측에서 이처럼 “살펴보겠다”는 수준으로만 답하는 현재 상황이 그만큼 해법을 찾기 쉽지 않다는 방증이란 지적도 나온다. 실제 미국은 최근 방미한 우리 정부 합동대표단에 IRA와 관련해 뚜렷한 대안을 제시하진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바이든 행정부가 역점 법률인 IRA를 우리 측 요구에 따라 손댈 가능성이 현재로선 낮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19일 윤석열 정부의 대북(對北) 로드맵인 ‘담대한 구상’을 겨냥해 “실현과 동떨어진 어리석음의 극치”라고 맹비난했다. 또 “윤석열 그 인간 자체가 싫다”고 윤 대통령을 직격하며 거부 의사를 분명히 했다. 대통령실은 이날 김여정 담화 뒤 즉각 “대통령을 실명으로 거론하며 무례한 언사를 하고 핵 개발 의사를 지속하겠다고 표명한 것에 대해 매우 유감”이라고 밝혔다. 김여정은 이날 담화를 통해 “세상에는 흥정할 것이 따로 있는 법”이라며 “우리의 국체(國體)인 핵을 경제협력과 같은 물건짝과 바꿔보겠단 발상이 윤석열의 푸르청청한 꿈이고 희망이고 구상”이라고 비아냥댔다. 이어 “‘북한이 비핵화 조치를 취한다면’이라는 가정부터가 잘못된 전제”라고 쏘아붙였다. 앞서 윤 대통령은 15일 광복절 경축사에서 ‘담대한 구상’을 밝혔고, 이틀 뒤(17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선 “(북한이 비핵화의) 확고한 의지만 보여주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다 도와주겠다”고 한 바 있다. 북한은 이러한 제안을 일축하면서 이미 핵·미사일 고도화에 성공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웬만한 비핵화 협상에는 응하지 않겠다는 뜻을 드러낸 것이다. 특히 김여정은 이날 담화에서만 윤 대통령 실명을 9차례나 언급하며 ‘말 폭탄’을 쏟아냈다. 김여정은 “개는 엄지(어미)든 새끼든 짖어대기 일쑤라더니 명색이 대통령이란 것도 다를 바 없다”면서 “한때 그 무슨 ‘…운전자’를 자처하며 뭇사람들에게 의아를 선사하던 사람이 사라지니 이젠 그에 절대 짝지지 않는 사람이 나타났다”며 ‘한반도 운전자론’을 주창했던 문재인 전 대통령까지 싸잡아 비난했다. 대통령실은 입장문을 내고 “북한의 이러한 태도는 북한 스스로의 미래뿐 아니라 한반도 평화와 번영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받아쳤다. 정부 핵심 관계자는 “북한이 ‘담대한 구상’을 구체적으로 거론한 것 자체가 관심이 있다는 방증일 수 있다”며 “일단 북한의 추가 반응을 지켜보겠다”고 했다.‘담대한 구상’ 남북 충돌… 北 “어리석음 극치” 대통령실 “무례” 김여정 “尹 자체가 싫다” 원색 비난정부선 “金 발언 선 넘었다” 격앙새정부 초부터 남북 경색 국면北, 한미훈련 맞춰 도발 가능성일각 “긴장 높인뒤 대화 열릴수도”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윤석열 정부의 대북(對北) 로드맵인 ‘담대한 구상’을 겨냥해 “어리석음의 극치” “황당무계한 말” 등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내면서 가뜩이나 얼어붙은 남북 관계가 더욱 경색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특히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여동생으로 사실상 대남(對南) 총책 역할을 맡은 김여정이 윤 대통령 실명까지 9차례 거론하며 “윤석열 그 인간 자체가 싫다”는 등 직격하자 우리 정부에선 “선을 넘었다”는 반응이 나왔다. 대통령실도 즉각 “매우 유감”이라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다만 일각에선 북한이 ‘담대한 구상’을 직접 언급하며 반응을 보인 것 자체가 남북 관계에 극적 반전을 기대할 수 있는 시그널로 볼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정부 핵심 관계자는 “북한이 ‘담대한 구상’을 조목조목 반박한 건 그만큼 뜯어보고 분석했다는 의미”라며 “이렇게 비난 수위를 높인 게 협상에 앞서 몸값을 최대한 끌어올리려는 의도일 수 있다”고 내다봤다.○ 김여정 “‘비핵·개방·3000’의 복사판”김여정은 이날 ‘담대한 구상’을 가리켜 “검푸른 대양을 말려 뽕밭을 만들어 보겠다는 것”이라고 비아냥댔다. 특히 이명박 정부 시절 대북정책인 ‘비핵·개방·3000’까지 언급하며 “동족 대결의 산물로 버림받은 ‘비핵·개방·3000’의 복사판”이라고 깎아내렸다. 또 “‘북이 비핵화 조치를 취한다’는 가정부터가 잘못”이라며 7차 핵실험 등 핵개발 강행 의지도 분명히 했다. ‘담대한 구상’을 “넘치게 보여준 무식함”이라고 매도한 김여정은 윤 대통령을 향해선 “오늘은 담대한 구상을 운운하고 내일은 북침 전쟁연습을 강행하는 파렴치한 이”라고 비난했다. 또 “개는 엄지(어미)든 새끼든 짖어대기가 일쑤라더니 명색이 대통령이란 것도 다를 바 없다”는 등 막말도 쏟아냈다. 그러면서 “가뜩이나 경제와 민생이 엉망진창이어서 어느 시각에 쫓겨날지도 모를 불안 속에 살면서 언제 그 누구의 ‘경제’와 ‘민생’ 개선을 운운할 겨를이 있겠는가”라고 비아냥댔다. 북한이 윤 대통령까지 거론하며 ‘담대한 구상’에 대해 사실상 거부 의사를 밝히자 정부에선 전방위적으로 ‘유감’을 표명하며 즉각 맞섰다. 대통령실은 “북한이 대통령 실명을 거론하며 무례한 언사를 이어가고 우리의 ‘담대한 구상’을 왜곡하면서 핵개발 의사를 지속적으로 표명한 데 대해 매우 유감”이라고 밝혔다. 권영세 통일부 장관과 외교부도 “매우 유감”이란 입장을 밝혔다. 국민의힘은 논평에서 “‘담대한 구상’은 3대를 이어 폭압으로 정권을 유지하는 김정은 정권이 아닌 북한 주민의 인간다운 삶을 위한 제안”이라며 “북한이 대화의 길로 나온다면 평화의 문은 담대히 열어둘 것”이라고 했다.○ 北 도발 수위 끌어올릴 듯…극적 대화 가능성도일단 북한이 윤석열 정부가 고심 끝에 내놓은 대북정책 자체에 거부 의사를 밝힌 만큼 당분간 긴장 수위는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이미 윤 대통령 취임 100일인 17일에 순항미사일 2발을 쏘며 도발을 재개한 북한이 탄도미사일, 핵실험 등으로 도발 수위를 높일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특히 22일부터 한미 연합훈련이 시작되는 만큼 북한이 이를 명분 삼아 집중 도발에 나설 수도 있다. 다만 북한이 그동안 협상 국면에 접어들기 직전 협상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긴장 수위를 최대치로 끌어올린 전례가 많은 만큼 이번에도 극적인 대화 수순으로 접어들 것이란 기대도 있다. 탈북 외교관 출신인 국민의힘 태영호 의원은 이날 “(북한의) 윤석열 정부 길들이기 작전이 시작된 것 같다”면서도 “‘난 네가 싫어’ 하고 공개적으로 외치는 것은 상대에게 관심이 있다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김대중 대통령의 ‘햇볕정책’이 처음 나왔을 때도 북한은 강경하게 거부한 바 있다”고 덧붙였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박진 외교부 장관(사진)이 17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7차 핵실험 등 중대 도발을 감행한다면 우선 대량살상무기(WMD) 생산·개발에 관여한 개인·기업 등을 우리만의 추가 독자제재 대상으로 지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사이버, 해상, 수출통제 분야에서도 제재 조치를 검토할 것”이라고 했다. 미 국무부도 17일(현지 시간) “북한이 근본적인 접근법과 행동을 바꾸지 않는 한 대북제재는 계속 유지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박 장관은 “북한이 7차 핵실험을 자제하는 것을 (비핵화) 진정성의 출발점으로 보고 있다”면서 북한이 일정 기간 중대 도발을 자제하면 기존 대북제재 ‘면제(exemption)’를 위해 미국 등 관련국들과 협의하겠다고 했다. ‘한반도 자원 식량 교환 프로그램(resources-food exchange program)’ 등을 위한 대북제재 면제 논의에 적극 나서겠다는 것. 박 장관은 최근 중국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3불’(사드 추가 배치 불가, 미국 미사일방어체계 불참, 한미일 3각 군사동맹 불가)뿐 아니라 배치된 사드 운용을 제한하는 ‘1한(限)’까지 주장하고 나선 것을 두곤 “중국의 일반적인 입장이 그렇다고 생각하면 된다”고 했다. 9일 한중 외교장관회담에선 중국이 사드 3불 등과 관련해 “문재인 정부의 ‘입장 표명’이라고 표현했다”고도 했다. “北 핵실험 여부가 비핵화 진정성 판단 기준… 美와 제재 면제 협의” 박진 외교부 장관 본보 인터뷰“대북제재 해제 아닌 사안별로 면제, 확장억제 강화에 전술핵 검토 안해강제징용 피해자와 직접 소통 검토, 배상문제 논의 민관협의회는 진행칩4 참여, 인력양성 등 국익에 도움… 美-中사이 가교역할도 할 수 있어” 박진 외교부 장관은 17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7차 핵실험 등 중대 도발에 나서는 지 여부가 북한의 비핵화 진정성을 판단하는 ‘시금석’이라고 강조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이에 앞서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북한이) 확고한 의지만 보여주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다 도와주겠다”고 했다. 박 장관은 ‘핵실험 등 도발 자제’를 윤 대통령이 밝힌 ‘확고한 의지’를 판단하는 중요한 기준으로 분명히 밝힌 것이다. 박 장관은 이렇게 북한의 의지만 확인된다면 윤 대통령이 대북(對北) 로드맵인 ‘담대한 구상(Initiative)’에서 밝힌 경제 인센티브 제공을 위해 미국 등과 대북제재 면제(exemption)를 위해 적극 협의하겠단 의사도 전했다. 박 장관은 또 일제 강제징용 기업들의 자산 현금화가 임박한 가운데 “강제징용 피해자들을 직접 만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처음 밝혔다. 이어 “대법원 결정에 따라 현금화가 진행되더라도 배상문제 해결을 위해 만든 민관협의회는 계속 진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이 주도하는 반도체공급망협력체인 ‘칩4’에 대해선 “한국이 (미중 간) 가교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우리 정부가 구상 중인 인도태평양 전략 관련해선 “가능하면 연내 정리해서 발표하겠다”면서 “우리만의 구상이 담긴 제목(이름)을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담대한 구상’에 따르면 초기 비핵화 협상 과정에서부터 북한에 단계적 지원을 할 수 있다고 했다. 북한의 비핵화 진정성을 어떻게 판단하나. “담대한 구상의 큰 틀은 실질적 비핵화 후 완전한 비핵화로 가는 과정에서 정치·경제·군사 분야에 필요한 조치를 단계적으로 해 나간다는 것이다. 북한의 추가도발 여부가 바로 진정성이 있는지에 대한 시금석이라고 본다. 북한이 7차 핵실험을 자제하는 게 진정성의 출발점이라고 보고 있다. 로드맵이 정교하게 만들어져있어도 북한이 먼저 호응을 해야 하고 실제 현실에서 어떻게 전개될지는 북한과 직접 협상해봐야 된다.” ―북한이 얼마나 도발을 자제하면 비핵화를 향한 초기 의지가 있다고 볼 수 있나.“몇 개월이다 이렇게 단정할 순 없다. 누구나 느끼기에 북한이 태도를 바꿨구나, 변화 했구나 느낄 수 있는 합리적인 기간이 필요하다고 본다.”―북한이 비핵화 진정성을 보일 경우 대북제재 면제는 어떻게 이뤄지나. “(이를 테면) 한반도 자원-식량 교환 프로그램의 경우 제재 해제(lifting)가 아닌, 면제(exemption)받는 제도를 활용하려고 한다. 대북제재 틀을 유지해 가면서 기존의 제재를 사안별로 승인 받겠다는 것이다. ‘케이스 바이 케이스’로 심사가 되기 때문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이사국 간 컨센서스(의견일치)에 의해 승인이 이뤄져서 대북제재 면제가 된다. 북한이 진정성을 가지고 비핵화 협상에 나올 경우 안보리 이사국, 관련국들과 대북제재 면제 문제에 대해 긴밀히 협의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대통령실은 비핵화 협의 과정이 이뤄질 수 있다면 미국도 안보리 조치에 대해 당사국들과 논의할 의향이 있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은 북한이 대화에 복귀한다면 북한의 제반 관심사안에 대해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을 거듭 밝힌 바 있다. 그런 입장을 재확인한 것으로 이해한다.”―북한 비핵화에 따른 상응 조치로 ‘북-미 관계 정상화’를 하겠다고 했는데 로드맵이 있나. “우선 미국이 ‘적대시 정책’을 펼치고 있다고 북한이 자꾸 이야기하고 있지 않나. 사실 북한에 대해서 적대시 정책을 취하는 것은 없다. 우선 북한이 이를 오해하지 않고 제대로 인식하도록 설명하고 어떤 형태로든 입장을 전달할 것이다. 무엇보다 북한의 진정성 있는 비핵화 의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그렇게 해야지만 북-미 관계 정상화가 이뤄질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다고 본다.”―윤 대통령이 북한의 핵 위협 고도화시 ‘확장 억제’를 강화하겠다고 했다. “전략자산 전개 등이 적시에 이뤄져야 한다는 차원에서 말씀하신 걸로 이해한다. 전술핵 재배치는 검토하고 있지 않다.”―북한이 7차 핵실험에 나서면 어떻게 제재하나. “핵실험 등 중대 도발을 감행할 경우 우선 대량살상무기(WMD) 생산과 개발에 관여한 개인과 기업 등을 우리 정부 차원에서 추가 독자제재 대상으로 지정할 것이다. 나아가 사이버, 해상, 수출통제 분야에서도 제재 조치를 검토할 수 있다. 또 신규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 채택을 포함해 미국 일본 등 관련국들과 국제사회의 강력하고도 단합된 대응이 이뤄지도록 공조할 것이다”―일제 강제징용 배상 문제를 놓고 피해자들 반발이 거세다. “피해자분들과도 만나 직접 소통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민관협의체를 하면서 당사자, 전문가, 피해자 대표하는 분들 의견을 경청하고 있지만 참여하지 않은 피해자도 있어서 외교부가 직접 찾아가서 설명 드리고 있다. 그런 노력은 앞으로도 진정성 있게 지속할 것이다.”―외교부가 지난달에 의견서를 제출한 데 맞서 피해자들도 현금화를 진행해달라고 지난주 대법원에 준비서면을 제출했다. “외교부 의견서는 법령에 따라 외교적인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한 외교 활동에 대한 내용을 요약정리해서 참고하라고 보낸 것이다. 대법원에서 판단은 알아서 할 것이다. 원고나 피고 측에서는 의견을 개진할 권리가 있기 때문에 그 의견을 표현한 걸로 보고 있다. 저희는 재판에 관여하거나 영향을 미칠 의사가 전혀 없다.” ―대법원 결정으로 현금화가 완성되더라도 민관협의회는 계속 진행되나. “민관협의회는 다양한 의견을 경청해서 수렴하는 과정이라 당연히 진행이 필요하다. 할 수 있는 노력은 최선을 다하려고 한다.”―결국 법원에서 배상 판결이 내려진다면 ‘플랜B’가 있나. “법원 판결을 예단해서 이야기하는 건 적절치 않은 것 같다. 사법부의 판단은 존중해야 한다.”―과거사 문제에 대해 민간이 주도하는 기급 설립과 추모기념사업 등에 대한 대안들이 나오고 있다. “민관협의회 등을 통해 기금설립 등을 포함한 다양한 방안들이 논의되고 있는 건 맞다.”―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정상화에 나서겠다고 밝힌 바 있다. 진전된 상황이 있는가. “최근 북핵·미사일 위협 및 역내 불안정성 확대에 따라 안보 분야에서 한미일 공조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이에 3국간 실질적·효과적으로 안보협력이 이뤄져야 할 필요가 있다. 지소미아 문제는 한일간 여타 현안과 더불어 종합적인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9일 한중 외교장관회담 이후 중국 정부 차원에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1한(배치된 사드 운용 제한)’을 언급해서 논란이 됐다. 회담에서 ‘1한’까지 거론됐나. “(사드 문제는) 중국의 일반적인 입장이 그렇다고 생각하면 된다. 사드 ‘3불(사드 추가 배치 불가, 미국 미사일방어체계 불참, 한미일 3각 군사동맹 불가) 1한’은 문재인 정부의 ‘입장표명’이니 새 정부도 지켜달라는 입장이다.”―이번 외교장관회담에서 장관은 사드에 대한 우리 입장을 이야기했다고 보면 되나. “그렇다. 우리의 사드가 중국을 겨냥하는 것이 아니고 북한의 핵과 미사일로부터 우리를 보호하기 위한 자위적 방어수단이기 때문에 오해 없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중국과 우리의 입장은 다르다. 서로 입장 차이는 있지만 사드문제가 한중 관계의 모든 것은 아니고 모든 것이 돼서도 안 된다. 조화를 추구하며 서로 입장이 다른 건 인정하자고 했다. 중국과 전략적 소통채널이 있으니 중국이 사드 관련 오해가 있다면 고위급 전략대화나 (차관급 외교안보대화인) ‘2+2회의’에서 객관적 사실에 기초해 이야기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외교장관회담에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을 요청했다. 앞서 윤 대통령 취임식 당시엔 중국 사절단으로 방한한 왕치산(王岐山) 국가부주석이 윤 대통령을 예방한 자리에서 중국으로 초청하겠단 의사를 밝혀 논란이 된 바 있다. “시 주석에게 상호 편리한 시기에 한국을 방문해주시길 바란다고 얘기했다. 중국 측에선 ‘방한 초청해준 것에 대해 감사하다, 시 주석께 보고하겠다’고 했다. 중국 측에서도 상호 편리한 시기에 윤 대통령 방중(訪中)을 초청했다.”―칩4 예비회의가 곧 열린다. 우리가 미 측에 ‘역제안’할 경우 어떤 내용들이 포함되나. “미 측과 예비회의 시기, 장소, 참여범위, 주제 등을 조율할 예정이다. 칩4에 참여 시 공급망 안정을 위한 우리 입장을 얘기할 수 있다. (칩4는) 인력양성·연구개발 분야에서 우리 국익에 도움이 되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칩4 참여 시 중국 반발이 우려되는데. “한국이 (칩4를 통해 미중 간) 가교 역할을 할 수 있다. 중국과는 공급망의 안정적 관리를 위해 (별도 협의체 등이 아닌) 기존 채널을 이용해 소통할 수 있다.”―인태전략은 언제 무슨 내용을 발표하나. “연내 적절한 시기에 윤곽이 나올 것이다. 인도태평양 지역에 부합하되 고유한 우리만의 구상이 담긴 제목(이름)이 나오지 않겠나 싶다.”―인태전략에 무엇을 넣어야하나. “우리의 역내 협력목표, 원칙과 구체적인 협력방안이 담길 예정이다. 특히 핵심가치와 이익을 공유하는 국가들이 참여하는 네트워크를 강화해 규칙 기반 질서를 증진하는 데 기여해 나간다는 방향성을 담을 것이다.”―최근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 방한 당시 윤 대통령이 만나지 않은 것과 관련해 방한 전후로 공식이든 비공식이든 미측으로부터 부정적인 입장을 확인한 바 있나. “펠로시 의장 방한과 관련해 미 측과 계속 소통하고 있었다. 대통령 휴가 일정과 펠로시 의장 방한이 겹쳐 예방일정을 잡기 어렵다고 사전 설명했고, 펠로시 의장 측도 이해를 해줬다.”―윤석열 정부 외교에 대해 일각에선 ‘사면초가 외교’란 비판이 나온다. “사면초가가 아니라 사면의 협력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한미 관계는 강화되고 있고, 한중 관계는 재정립되고 있고, 한일 관계는 회복 중 아닌가. 남북관계는 정상화 되고 있어 우리가 대외적인 협력관계를 확대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드는 중이라고 보면 되겠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윤석열 대통령이 17일 북한 비핵화에 따른 상응 조치로 “미-북·북-미 관계 정상화를 위한 외교적 지원, 재래식 무기체계의 군축 논의에 나설 수 있다”고 밝혔다. 15일 광복절 경축사에서 밝힌 대북(對北) 로드맵인 ‘담대한 구상(Initiative)’과 관련해 앞서 내세운 경제적 인센티브 외에 정치·군사 부문 상응 조치까지 꺼내들며 추진 의지를 내비친 것. 윤 대통령은 “(북한이) 확고한 의지만 보여주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다 도와주겠다”고도 했다. 선비핵화 후지원 방식이 아닌 초기 비핵화 협상 과정에서부터 북한에 단계적 지원을 할 수 있다는 입장을 거듭 강조한 것이다. 다만 남북 정상회담 제의 가능성에 대해선 “북한과의 대화는 필요하다”면서도 “정치적인 ‘쇼’가 돼선 안 된다”며 신중한 입장을 내비쳤다.○ 북-미 관계 정상화 등 ‘담대한 구상’ 언급윤 대통령이 이날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북한 비핵화에 따른 북-미 관계 정상화, 재래식 무기 군축 등 세부 방안까지 언급한 건 그만큼 ‘담대한 구상’을 축으로 얼어붙은 남북 관계를 풀어가겠단 의지가 강하단 의미로 풀이된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담대한 구상’이 단순히 우리만의 일방적 제안이 아닌, 북한이 호응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구상임을 알리는 의미가 담긴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광복절 경축사와 관련해 “북한이 핵 개발 명분으로 내세우는 ‘안전 보장 우려’에 대한 해소 방안이 빠져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자 이를 의식해 ‘보완’ 차원에서 언급한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윤 대통령은 광복절 경축사에서 북한에 대한 대규모 식량 공급, 발전과 송배전 인프라 지원 등 대북 경제 지원책은 6가지나 언급했지만 최대 관심사인 정치·군사 조치에 대해선 따로 언급하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이날 “우리 정부는 북한 지역에 어떤 무리한 힘에 의한 현상 변경이 (일어나길) 전혀 원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체제 안전 보장이라고 하는 것은 대한민국 정부가 해줄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이같이 말한 것. 그러면서 “제일 중요한 것은 남북한 간 지속가능한 평화의 정착”이라며 “우리가 북한에 대해 여러 가지 경제적·외교적 지원을 한 결과 북한이 그에 따라서 자연스럽게 변화한다면 그 변화를 환영하는 것”이라고도 했다. 이는 현재의 정전 체제가 주한미군 주둔 및 유엔군사령부 지위 등 한미동맹 핵심 현안과 직결되는 만큼 미국 입장 등을 고려해야 한다는 전제를 깔면서도 북한이 우려하는 무력에 의한 현상 변경 가능성은 일축한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정부 관계자는 “북한이 윤석열 정부의 제안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협상 테이블에 나오도록 하기 위한 나름의 전향적 제안으로 보인다”고 했다.○ 남북 정상회담 관련 “정치적 쇼 돼선 안 돼”윤 대통령은 ‘담대한 구상’에 의미를 부여하며 “(북한이) 확고한 의지만 보여주면 거기에 따라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들을 다 도와주겠다는 것이기에 종전과는 다른 이야기”라고 강조했다. 북한 비핵화에 따른 일괄 보상 방식이 아닌, 비핵화 논의 초기 단계부터 대북 지원이 가능한 방안이란 점에서 보다 적극적인 대북 메시지를 전달한 셈이다. 권영세 통일부 장관도 16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비핵화를 선언하고 여러 협력에 시동을 거는 초기 단계부터 안전보장 측면에선 남북 사이 연락채널 확보, 경제협력 측면에선 식량 교환 프로그램 등을 즉시 제공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윤 대통령은 전임 문재인 정부 당시 3차례나 한 남북 정상회담은 물론이고 남북 고위당국자 회담 제안 가능성에 대해서도 “정치적 쇼가 돼선 안 되고, 실질적인 한반도·동북아 평화 정착에 유의해야 한다”고 했다. 문재인 정부 때 남북 정상회담이 실질적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인식이 반영돼 신중론을 유지한 것으로 보인다.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권영세 통일부 장관(사진)이 16일 “부분적 대북 제재 완화 또는 유예, 면제 등은 (미국과) 논의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날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전날(15일) 윤석열 대통령이 밝힌 ‘담대한 구상’과 관련해 “본격적인 북한 인프라 구축이나 관계 사업, 발전 지원 등은 대북 제재에 포함될 수 있는 사안”이라면서 이같이 말했다. 권 장관은 “담대한 구상과 관련해 미국 정부에서 특별한 이의 제기가 없는 걸로 안다”며 “비핵화 논의 처음부터 미국과 협의할 예정”이라고도 했다. 또 “북한 문제를 논의하는 (한미) 워킹그룹 등 실무적 협의체 구상 등도 생각해 볼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미 국무부는 15일(현지 시간) 정례 브리핑에서 한국의 대북 제재 부분 면제 구상 관련 질문에 “현재로선 완전히 가설에 따른(hypothetical) 질문”이라며 “북한이 외교나 대화에 관심을 보인다는 어떠한 신호도 보이지 않고 있다”고 했다. 대북 제재 완화 등과 관련해 다소 신중한 입장을 내비친 것이다. 권 장관은 이날 또 “북한이 실질적 비핵화로 넘어간다면 평화체제 구축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담대한 구상의 정치·군사적 남북 협력 로드맵 중 하나로 평화체제 구축을 내세운 것. 다만 앞서 문재인 정부가 추진했던 한반도 종전선언에는 “담대한 구상에 포함돼 있지 않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권 장관은 탈북 어민 강제 북송 사건 및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과 관련해선 “누구라도 책임 있는 자들이 조사받는 게 정상”이라며 “탈북민 전원 수용 원칙을 (윤 대통령에게) 건의했다”고 말했다.“北제재 완화 다룰 한미 워킹그룹 검토… 종전선언 추진 계획없어” 권영세 통일장관 본보 인터뷰“北 비핵화 시동걸면 즉시 식량지원, 남북간 연락채널 확보해 안전 보장실질적인 비핵화땐 평화체제 구축… 발전시설 현대화-인프라사업 지원금강산 관광-개성공단 경협도 포함… 북한매체 보도 가급적 빨리 개방” 권영세 통일부 장관은 16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비핵화를 선언하고 여러 협력에 시동을 거는 초기 단계부터 안전보장 측면에선 남북사이 연락채널 확보, 경제협력 측면에선 식량교환프로그램과 농업부분 기술 전수 및 인프라 구축 기초기술을 즉시 제공할 수 있다”고 밝혔다. 북한이 실질적 비핵화 단계로 나아가면 “평화체제 구축에 나설 수 있다”고도 했다. 북한 비핵화에 따른 각종 인센티브를 현실화하는 과정에서 대북 제재를 부분적 완화하는 것을 두곤 “미국과의 워킹그룹 같은 실무적 협의체 구상은 생각해볼 만하다”고 강조했다. 권 장관은 2019년 11월 탈북어민 강제북송 사건 논란 관련해선 “윤석열 대통령께 탈북민 전원수용원칙을 건의했다”며 “탈북민의 귀순 의사를 확인하는 절차나 시기를 시행령으로 규정해 원칙을 재확인하고자 한다”고 예고했다. 민족 동질성 회복 차원에서 사실 보도 위주의 언론매체를 시작으로 가급적 빨리 북한 매체를 개방할 방침이라고도 밝혔다. 또 북한 인권보고서는 “탈북민 개인 신상 문제로 공개는 하지 않을 예정”이라면서도 북한 인권 상황은 ‘인권 백서’ 형식으로 공개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아래는 권 장관과의 1문1답. ―15일 윤 대통령이 경축사에서 밝힌 ‘담대한 구상’에서 북한 안전보장 관련해선 구체적인 언급이 없다. “담대한 구상은 북한이 느끼는 체제 위협에 대해 체제 안전을 보장하는 내용이 들어간다. 그런 점에서 이명박 정부의 비핵·개방·3000과 차이가 있다. 북한의 수요를 망라한 포괄적인 구상이다.” ―북한 비핵화는 어떻게 나누고 각각 어떤 인센티브들을 단계적으로 제공할 수 있다는 건가. “북한 비핵화는 비핵화를 선언하고 여러 협력에 대한 시동을 거는 ‘초기 준비’ 단계, 핵활동 동결·신고·검증, 일부 핵시설이나 프로그램을 폐기하는 ‘실질적 비핵화’ 단계, 그리고 핵물질 완전 폐기, 핵무기를 외부로 반출해서 해제하는 식의 ‘완전한 비핵화’ 단계로 나눌 수 있다. 비핵화 초기(준비) 단계부터 경제적으로는 식량공급이나 초기 기술지원이 가능하다. ‘한반도 자원 식량 교환프로그램’(알펩, rfep·resources-food exchange program)과 농업부분 기술 전수, 인프라 제공에서도 초기적 기술 제공은 바로 시행 가능하다. 안전보장 측면에서는 남북 사이의 연락채널을 확보할 수 있다. 본격적인 발전시설 현대화나 인프라 사업은 실질적 비핵화단계에 진입해야 가능하고 세계 금융시장에 북한을 편입시켜주는 건 최종단계에서 이뤄질 수 있다. 북한이 실질적 비핵화로 넘어간다면 평화체제 구축에 나설 수 있다. 다만 종전선언은 개인적으로 반대한다. 담대한 구상에도 포함돼 있지 않다” ―식량과 자원을 어떻게 교환한다는 건가. “‘한반도 자원 식량 교환프로그램’(알펩, rfep·resources-food exchange program)에는 단순히 식량뿐만 아니라 마스크, 콩기름 등 다른 인도적 협력 물자들도 포함되는 개념이다. 1:1로 물물교환보다는 북한이 토석, 철광석, 희토류를 팔면 제3자를 낀 에스크로 계좌(제3자가 돈을 보관했다가 물건 배달이 확인된 뒤 사업자에게 지급하는 계좌)를 통해 북한이 대금을 지불하고 우리가 마스크나 식량 등 필요한 것들을 제공하는 식이 될 것이다. 단 RFEP을 하더라도 인도적 지원 성격의 식량 무상지원은 제한적으로 가능하다.” ―부분적 제재 완화에 대한 한미간 논의와 대북 협상 전망은? 북한이 핵실험을 할 경우 담대한 구상에도 변화가 있나. “담대한 구상 관련해 조 바이든 미 행정부서 특별한 이의 제기는 없는 걸로 안다. 미국과 북한 문제를 중심으로 하는 워킹그룹 등 실무적 협의체 구상은 얼마든지 생각해볼 만하다. 다만 제재 관련해서 북한과의 협상은 1~2년 내로 끝나는 게 아닌 긴 과정일 것이다. 제재는 완전한 비핵화 단계까지 유지돼야 하지만 부분적 제재 완화·유예·면제 등은 처음부터 논의가 가능하다. 다만, 북한이 핵실험을 할 경우 담대한 구상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건 부인할 수 없다. 비핵화는 인내심이 필요하다.” ―담대한 구상 속 경제협력 인센티브에 금강산 관광이나 개성공단같은 전통적 남북경협은 제외됐나. “금강산, 개성공단 경협이 끝났다는 게 아니다. 크게 봐선 ‘담대한 구상’에 포함된다. 다만 벌크캐시(대규모 자금)가 들어가고 제재 면제나 유예를 대규모로 받아야 하기 때문에 실질적 비핵화 단계서 검토할 내용이다. 새로 추진 시 투자보장 확약 가능한 제도적 장치 마련할 것이다. 북한이 최근 금강산 시설을 폐기하는 데 정부가 대응할 방안이 마땅치 않은데 그래도 북한에 신뢰를 해치는 행위임을 분명하게 경고할 필요가 있다” ―북한인권보고서 공개는 언제쯤 이뤄지나. “북한인권보고서는 탈북민 면접조사라서 개인 신상 이유로 공개는 하지 않을 예정이다. 대신 북한 인권 관련 여러 내용들을 전반적으로 종합해 그해의 북한인권 상황을 인권백서 형식으로 공개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이다.” ―2020년 서해공무원 피살과 2019년 탈북어민 강제북송사건 수사가 진행 중이다. 문재인 정부 당시 남북 정상회담 및 남북 정보수장 간 핫라인에 대한 국가정보원 조사도 이뤄지고 있다. “수사기관에서 책임이 있다고 결론내면 누구든지 합당한 책임을 져야한다. 두 경우 모두 국가가 국민의 생명과 신체를 보호할 의무를 위반했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 정부가 문제 있다고 선언한 것, 책임있는 자들이 조사받는 것 모두 정상인데 그게 논쟁거리가 된다는 게 통일부 장관으로선 아쉽다. 남북간 대화가 비밀스럽게 이뤄져야 할 필요가 있는 건 이해하지만 헌법과 법률을 위반하는 건 문제가 있다. 구체적 단서가 있는 상태에서 그것을 외면하고 가는 것은 옳지 않다.” ―탈북민 전원수용원칙을 윤 대통령께 건의하겠다고 했다. “이미 대통령께 건의했다. 수용 원칙은 헌법에 나와 있어서 다시 제도화할 필요는 없지만 시행령을 통해 원칙을 재확인하는 절차는 필요하다고 본다. 귀순의사를 밝히는 시기나 절차 등을 규정하는 시행령을 통일부 장관이 선언하는 방식을 검토하고 있다.” ―업무보고 때 민족 동질성 회복 차원에서 북한 매체 개방을 언급했는데 진행상황은. “북한 매체는 가급적 빨리 개방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검열을 통한 일부 개방이 아닌 전체 개방 방식이 바람직하다. 상호성을 확보하려면 사실보도 같은 언론 분야부터 시작하는 게 어떨까 싶다. 국민들 인식이 성숙했고 법적으로도 문제없어 보인다. 아직 반대하는 분들에 대해서는 계속 설득 중이다.” ―최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대북전단 살포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유입됐다고 맹비난했다 “북한이 코로나19 종식 선언을 하면서 체제 결속을 하고 우월성 제시하는 과정에서 실체가 있는 적을 만든 것이다. 김여정의 말로 도발 가능성이 높아진 건 틀림없는 사실이다. 철저히 대비하고 도발에는 강하게 응징해야 한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중국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등과 관련해 ‘3불’(사드 추가 배치 불가, 미국 미사일방어체계 불참, 한미일 3각 군사동맹 불가)은 물론이고 이미 배치된 사드 운용까지 제한하는 ‘1한(限)’까지 “문재인 정부가 선서했다”고 공개적으로 주장한 가운데 사드를 둘러싼 논쟁이 한미일 3국 간 공방으로 가열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12일 사드 논란 등과 관련해 “우리 외교의 원칙과 기준은 철저한 국익”이라고 밝혔다. 중국을 겨냥해 사드가 결코 협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전한 것.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주한미군사령관으로 근무했던 로버트 에이브럼스 전 사령관(사진)은 자신의 재임 기간 중 사드 운용에 제한을 받은 적이 없었다고 밝혔다. ‘1한’이 한중 정부 간 약속이었다는 중국 측 주장을 일축한 것이다. 반면 중국은 “사드 갈등은 미국이 야기한 것”이라며 오히려 사드 논란에 대한 미국 책임론을 주장하고 나섰다. ○ 尹 “우리 외교 원칙은 철저한 국익”윤 대통령은 이날 출근길에서 “불필요하게 어떤 나라와 마찰을 빚거나 오해가 생길 일이 없도록 늘 상호 존중과 공동 이익을 추구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사드 논란 등으로 불거진 최근 미중 갈등 속에서 ‘우리의 외교 원칙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국익”을 원칙이자 기준으로 제시하면서 이같이 말한 것. 윤 대통령은 또 “한미 안보 동맹, 그리고 안보 동맹을 넘어서서 경제 안보까지 아우르는 동맹은 우리가 추구하는, 전 세계를 상대하는 글로벌 외교의 기초가 된다는 말씀을 늘 드렸다”고도 했다. 미국에서도 우리 정부 입장에 동조하며 중국을 견제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에이브럼스 전 사령관은 자유아시아방송(RFA)의 논평 요청에 “중국 외교부는 한국에 배치된 사드가 어떻게 중국의 전략적 안보이익을 침해하는지 명확히 설명해야 한다”고 했다. 에이브럼스 전 사령관은 또 “2018년부터 2021년까지 주한미군사령관으로 한국에 있으면서 사드 체계는 탄도미사일을 제압하고 한국인들과 기반 시설을 보호하는 방어 임무를 완전히 수행할 수 있었다”고 했다. 베던트 파텔 미 국무부 수석부대변인도 이날 “사드를 포기하라는 (중국의) 한국 정부 비판이나 압박은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거듭 한국에 손 내미는 中 반면 중국은 사드를 빌미로 미국을 겨냥한 공세에 나섰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이날 “미국의 목적은 한국을 미국에 줄 세우려는 것”이라며 “한국은 미국 압력 때문에 국익을 희생하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동시에 한국을 향해선 손을 잡으려는 모양새도 취했다. 이날 중국 외교부 홈페이지는 왕이(王毅) 외교부장이 전날 “화이부동(和而不同)은 군자의 사귐이다. 서로 다름을 존중하면서 실현한 조화(和)가 더 공고하고 오래간다”고 말한 내용을 전했다. 앞서 9일 박진 외교부 장관이 한중 외교장관회담에서 “화이부동 정신으로 협력하자”고 발언한 것에 대한 공감대를 드러낸 것. 이를 두고 베이징 외교가에선 한국은 달래고 미국은 공격해 양국 사이를 멀어지게 하려는 ‘갈라치기 전략’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이런 상황에서 문재인 정부가 중국과 ‘1한’을 실제 이면 합의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잦아들지 않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전임 박근혜 정부의 사드 배치를 외교적 실패로 봤던 만큼 중국과 모종의 약속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 다만 대통령실은 당시 한중 간 어떤 논의가 오갔는지 굳이 들여다보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정부 핵심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가 대중(對中) 저자세 외교를 한 건 확실하다”면서도 “남아 있지도 않은 당시 자료를 찾아보진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

대통령실이 11일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는 북한 핵·미사일로부터 우리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한 자위적 방어 수단이며 안보 주권 사안”이라고 밝혔다. 전날 중국이 ‘사드 3불’(사드 추가 배치 불가, 미국 미사일방어체계 불참, 한미일 3각 군사동맹 불가)뿐 아니라 이미 배치된 사드 운용까지 제한하는 ‘1한(限)’까지 “(문재인 정부가) 선언했다”고 공개적으로 주장하자 “사드는 결코 협의 대상이 될 수 없다”며 일축한 것. 대통령실은 사드 기지가 이달 말 정상화될 것이라며 정부 기조대로 사드 기지 조기 정상화 방침도 확인했다. 다만 싱하이밍(邢海明) 주한 중국대사는 이날 본보 인터뷰에서 “한국은 사드 3불 입장을 (문재인 정부 당시) 천명했다”며 “사드가 중국을 겨냥하는 한 중국은 절대 수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날 ‘전 정부에서 사드 3불 1한 관련해 중국에 약속이나 협의한 것으로 파악하느냐’는 질문에 “분명히 말씀드리지만 협의나 조약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사드 3불 관련해서는 어떤 관련 자료가 있는지를 포함해 (전 정부로부터) 인수·인계받은 사안이 없다”고도 했다. 정부 핵심 관계자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문재인 정부가 몰래 3불 1한에 동의했는지는 당시 상황에 대해 남긴 문건이 없어서 모른다”면서도 “우리가 받은 게 없으니 당연히 지킬 이유도 없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미 국무부는 이날 중국이 한국에 사드 관련 3불 1한 이행을 요구한 데 대해 “사드는 북한에 대응하기 위한 신중하고 제한적인 자위적 방어 역량”이라며 “한국에 자위적 방어 수단을 포기하라고 압박하거나 비판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비판했다. 韓 “사드, 결코 협의대상 될 수 없다”… 美 “中은 한국 압박 말라” 정부, 中 반발속 “이달 사드 정상화”대통령실 “국민 생명 지켜낼 수단”국방부 “中 반대해도 정책 안바꿔”“韓정부 ‘3不1限’ 표명” 中 주장엔“물려받은 것도 지킬 이유도 없다” 중국이 “한국 정부는 공식적으로 대외에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3불(不) 1한(限)’ 정책을 선언했다”고 주장하며 이미 배치된 사드 운용 제한까지 요구하자 11일 대통령실을 비롯해 외교안보 부처가 전방위 반박에 나섰다. 윤석열 정부는 ‘상호 존중에 기반한 당당한 대중 외교’를 표방하고 있다. 이에 사드 등 안보주권 문제에서만큼은 중국과의 초반 기 싸움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날 브리핑에서 “사드는 북한 핵·미사일 위협으로부터 우리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한 자위적 방어수단이며, 안보주권 사안”이라며 “결코 협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달 말 경북 성주 주한미군 사드 기지가 정상화될 경우 중국의 경제 보복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도 “거기에 대해서 보탤 것도 뺄 것도 없다”고 말했다. 안보주권 문제인 만큼 중국 정부의 입장에 영향받을 게 없다는 뜻이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도 이날 기자 간담회를 열어 “사드 배치는 안보주권에 해당하고, 중국이 그런 논의를 한다고 해서 하지 않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중국의 반대에 의해 사드 정상화 정책을 바꾸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앞서 중국은 10일 문재인 정부가 ‘3불(사드 추가 배치 불가, 미국 미사일방어체계 불참, 한미일 3각 군사동맹 불가)’뿐만 아니라 이미 배치된 사드 운용을 제한하는 ‘1한’까지 약속했다고 주장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3불’은) 전 정부의 입장으로, 어떤 계승할 합의나 조약은 아니다”라며 “윤석열 정부는 윤석열 정부의 입장이 있다”고 선을 그었다. 일각에선 문재인 정부가 중국과 ‘1한’에 대한 이면 논의를 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다만 대통령실은 이에 관해 인수인계 받은 사안도 없을뿐더러 굳이 알려고 들지도 않겠다는 방침이다. 문재인 정부에서의 논의를 알려고 했다가 자칫 중국의 주장을 확인해주는 격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우리는 (전 정부로부터) 물려받은 게 없으니 당연히 지킬 이유도 없다”라고 말했다. 중국 외교부는 전날 “한국 정부가 대외적으로 ‘3불 1한’을 ‘선서(宣誓)’했다”고 표현했다가 이날 ‘널리 알린다’는 뜻의 ‘선시(宣示)했다’로 표현을 바꿨다고 우리 정부는 설명했다. 선서(宣誓)와 선시(宣示)는 중국어로 발음과 성조가 같지만 선서는 대외적 공식 약속을 뜻하는 반면 선시는 사람들에게 입장을 널리 표명했다는 뜻에 가깝다. 중국이 뒤늦게 표현을 순화한 것을 두고 한국 정부의 반발을 고려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열린 첫 한중 외교장관회담 이후 중국이 공개적으로 사드 문제를 압박하자 즉각 반박에 나섰다. 미 국무부는 10일(현지 시간) “사드는 전적으로 북한의 대량살상무기(WMD)와 탄도미사일 위협으로부터 한국과 한국 국민, 동맹군을 보호하기 위한 방어적 수단”이라며 “사드 배치는 한국과 미국 동맹 차원의 결정”이라고 지적했다. 한미 동맹 간 합의에 중국이 개입하려는 데 불쾌감을 드러낸 것이다. 대만해협 사태로 미중 간 군사적 긴장이 높아진 가운데 중국의 ‘3불 1한’ 요구가 한중 관계는 물론이고 미중 갈등 격화의 불씨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홍수영 기자 gaea@donga.com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사진)이 북한 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병 책임을 남측으로 돌리면서 “강력한 보복성 대응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코로나19 유입이 남측에서 보낸 “삐라(전단)와 화폐, 너절한 소책자, 물건짝들” 등 때문이라며 책임을 묻겠다는 것. 통일부는 “북한이 근거 없는 억지 주장을 되풀이한다”면서 “우리 측에 대해 무례하고 위협적인 발언을 한 데 대해 강한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북한이 보복을 예고함에 따라 한미 연합훈련 등을 빌미로 국지성 도발 등에 나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김여정은 10일 “이번 방역투쟁은 적들과의 실제적인 전쟁이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만약 적들이 공화국에 비루스(바이러스)가 유입될 수 있는 위험한 짓거리를 계속 행하는 경우 비루스는 물론 남조선 당국 것들도 박멸해버리는 것으로 대답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이런 가운데 김 위원장이 코로나19에 감염됐던 정황도 드러났다. 김여정이 이날 “이 방역 전쟁의 나날 고열 속에 심히 앓으면서도 자신이 끝까지 책임져야 하는 인민들 생각으로 한순간도 자리에 누우실 수 없었던 원수님(김정은)”이라고 언급한 것. 북한이 최고지도자의 건강 상태를 대외적으로 공개한 건 이례적이다.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2500만 달러(약 325억 원). 사석에서 만난 고위 당국자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필요한 최소한의 ‘뒷돈’을 이렇게 추산했다. 이 정도 외화만 매달 안정적으로 수급하면 평양에 밀집한 권력층에게 사치품, 선물 등을 뿌리는 데 지장 없다는 게 그의 계산이다. 여기서 의문 하나. 북한 인구가 2500만 명에 달하는데 2500만 달러만으로 일편단심 충성심이 유지될까. 평양 밖 주민들의 배고픔이 수령님에 대한 분노로, 그 분노가 폭동의 심지가 되진 않을까. 당국자가 말한 해답은 ‘장마당’이었다. 북한 주민들은 이미 10년 전에 당국에 대한 기대를 접었다. 그 대신 주민들은 장마당 경제로 자생했고, 북한 당국은 이를 눈감아줬다. 덕분에 지배층에 대한 불만이나 평양에 대한 상대적 박탈감이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았고 그럭저럭 불만 없이 굴러왔다는 거다. 2020년. 그렇게 유지되던 장마당 경제가 위기에 봉착했다. 코로나19 태풍이 덮쳐서다. 국경 폐쇄로 북-중 무역이 막히니 장마당이 휘청거렸다. 장마당이 흔들리니 평양 밖 주민들의 분노는 스멀스멀 번졌다. 올해 5월 김정은이 현철해 인민군 원수의 빈소에서 손수건까지 꺼내 들어 눈물을 펑펑 훔치는 모습을 공개한 게 주민들 분노를 감성으로 누그러뜨리려는 고육지책이란 해석까지 나왔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김정은의 과제는 더욱 또렷해졌다. 장마당 붕괴로 무력해진 주민들을 구워삶을 외화가 절실해진 것. 이렇게 절박한 김정은의 눈에 들어온 노다지가 바로 사이버 범죄다. 코로나19 이후 비대면·재택·원격 근무가 확산되면서 보안 틈새가 벌어진 상황은 특히 호재였다. 국가 차원에서 해커를 양성하고 관리하던 북한이 노골적으로 해킹에 뛰어든 이유다. 중국 등 해외로 ‘수출’한 사이버 전사들이 벌어들인 외화의 90% 이상은 본국으로 상납된다고 한다. 코로나19 이후 김정은이 연 1조 원 가까이 사이버 외화벌이를 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북한 소식에 정통한 소식통은 “요즘 북한에는 해커를 양성하는 일종의 ‘학원’까지 우후죽순 생겼다”고 했다. 암호화폐 가치의 상승은 이런 북한 해킹 공작에 날개를 달아줬다. 암호화폐는 상대적으로 디지털 방어가 약하고 제재 회피가 쉽다. 최근 7조 원에 육박하는 국내 은행권의 수상한 외환 거래에도 그 해외 송금의 끝단에 북한이 있을지 모른다. 문제는 이런 해킹에 맞서야 할 우리 정부가 공세적 대응은커녕 방어조차 힘겨워한다는 데 있다. 북한이 해킹으로 축적한 자금은 이제 핵·미사일 개발에까지 전용된다. 그런데도 우린 범부처 차원 컨트롤타워 구성조차 힘겨운 실정이다. 이른바 사이버안보법 부재로 민간 분야 보안 집행은 막혀 있고, 사이버안보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사이버워킹그룹은 간판에 비해 대응 역량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앞서 5월 한미 정상회담 뒤 공동성명에선 ‘사이버안보’만 무려 12번 언급됐다. 하지만 의지만으론 절박한 김정은의 해킹을 따라잡을 수 없다. 신진우 정치부 차장 niceshin@donga.com}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이 9일 “(한중 양국은) 원활한 공급망과 산업망을 수호해야 한다”고 밝혔다. 미국 중심의 공급망 재편을 견제하는 동시에 조 바이든 미 행정부가 주도하는 반도체 공급망 협의체인 이른바 ‘칩(Chip)4’에 한국이 참여를 검토하는 것에 대해 불편한 심정까지 표출한 것. 이에 박진 외교부 장관은 “공급망의 안정적 관리 등을 통해 새로운 도전들을 함께 극복해 나가자”고 했다. 또 “우리 국내 관계부처 간 긴밀한 검토를 거쳐서 예비회담에 참석하기로 결정했다는 점을 오늘 왕이 부장에게 통보했다”고 외교부 당국자가 밝혔다. 왕 부장은 이날 중국에서 열린 한중 외교장관회담에서 양국이 지켜야 할 5가지 요구사항을 제시했다. △독립자주를 견지하고 외부의 장애와 영향을 받지 말 것 △서로의 중대 관심 사항을 배려할 것 △안정적이고 원활한 공급망과 산업망을 수호할 것 △서로의 내정에 간섭하지 말 것 △다자주의를 견지해 유엔 헌장의 취지와 원칙을 견지할 것 등이다. 미국 견제 의지가 뚜렷한 이 5가지를 두고 그는 “중한(한중) 양국 국민 뜻의 최대공약수”라고 강조했다. 중국 측이 원하는 사실상의 ‘레드라인’을 제시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날 박 장관은 “북한이 도발 대신 대화를 선택하도록 건설적 역할을 해달라”고 당부했다. 또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연내 방한을 기대한다”고도 했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문제도 거론됐다. 외교부 당국자는 “사드 문제가 한중관계 발전에 걸림돌이 돼서는 안 된다는 점에 명확하게 공감했다”고 했다. 이날 회담을 앞두고 중국 관영 환추시보는 사드 문제와 관련해 “중국은 한국에 어떤 친구를 사귀어야 하는지 등을 시시콜콜 말하지 않지만 한국은 결코 친구(미국)가 건네는 칼(사드)을 받아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박진 “북핵 협력을”… 왕이, ‘사드 3不’ 등 5가지 요구 쏟아내왕이, 칩4-대만 문제 조목조목 거론… “응당 해야할 5가지” 레드라인 제시中외교부 발표엔 북핵 언급 없어… 中매체 “친구가 건네는 칼 받지말라” 9일 중국 산둥성 칭다오에서 열린 한중 외교장관 회담은 한중 수교 30주년을 기념하는 덕담으로 시작됐지만 각종 민감한 사안들이 논의되면서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특히 200분간 이어진 회담에서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은 5가지 요구까지 내걸며 미중 갈등 속 ‘미국 편에 서지 말라’는 메시지로 한국을 압박했다. ○ 中 ‘미국 편 서지 말라’ 전방위 압박 회담 모두발언부터 양국의 온도차는 감지됐다. 박진 외교부 장관은 북한 비핵화, 한한령 해제 등을 언급했지만 중국 외교부 발표에는 관련 내용이 전혀 없었다. 그 대신 “현재 한중 양국 국민 뜻의 최대공약수이자 시대적 흐름의 필요적 요구”라면서 5가지 요구사항을 제시했다. 왕 부장의 요구들은 미국을 강하게 견제하는 동시에 한국의 안보나 국익을 크게 고려하지 않은 중국식 일방주의에 가까웠다. 첫 번째 요구인 ‘독립자주를 견지하고 외부의 장애와 영향을 받지 말아야 한다’는 건 미국 편에 서서 중국을 견제하지 말라는 의미로 풀이된다. 한국의 인도태평양 전략 참여 등을 견제하려는 의도가 담긴 발언인 셈이다. 두 번째 ‘서로의 중대 관심 사항을 배려해야 한다’는 주장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3불(사드 추가 배치 않고 미국의 MD·한미일 군사동맹 불참)’을 중국 입장에서 고려해 준수해 달라는 의미인 것으로 보인다. 중국 관영 환추시보도 이날 ‘한국이 독립·자주 외교를 견지한다면 자연히 존중받을 것’이란 사설에서 “중국은 한국에 어떤 친구를 사귀어야 하는지 등을 시시콜콜 말하지 않지만 한국은 결코 친구가 건네는 칼을 받아서는 안 된다”며 사드 문제에 대한 협박성 경고를 보냈다. 여기서 ‘친구’는 미국, ‘칼’은 사드를 가리킨다. 회담 직후 외교부 당국자는 “양국 외교장관 모두 깊이 있게 각자의 사드 관련 입장을 명확하게 개진했다”고 전해 사드와 관련해 입장차가 있었음을 시사했다. 왕 부장은 세 번째로는 ‘안정적이고 원활한 공급망과 산업망을 수호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미국이 주도하는 반도체 공급망 협력체인 ‘칩4’에 한국이 참여하는 데 대한 우려를 표시한 것. 박 장관은 이날 ‘공급망 안정’에 역점을 두겠다고 했지만 중국은 ‘수호’에 방점을 둔 셈이다. 박 장관은 한국이 관계부처 회의를 통해 미국이 주도하는 칩4 예비회의에 참여하기로 했다고 통보하면서 “특정 국가를 배제할 의도가 결코 없다”고 안심시키면서도 “앞으로 우리는 오직 국익에 기초해 판단하겠다”는 원칙도 중국 측에 전달했다. 한중은 공급망 문제에 대한 소규모 역내 협의 내지 대화체를 추진하는 방향도 논의했다. 네 번째 ‘내정 간섭하지 말아야 한다’는 요구는 대만 문제에 대한 간섭을 하지 말라는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다자주의를 견지해 유엔헌장의 취지와 원칙을 견지해야 한다’는 주장은 결국 미국의 각종 제재 등에 동참하지 말라는 메시지로 해석된다. 중국 외교부는 이날 한중 외교장관 회담 내용을 발표하면서 “5가지 응당 해야 할 것을 견지하라”는 제목을 붙여 이 요구들이 한중 관계의 ‘레드라인’임을 분명히 했다. ○ 박진 외교장관 “시 주석, 연내 방한 기대” 박진 외교부 장관은 7차 핵실험이 임박한 것으로 알려진 북한의 도발을 막기 위한 중국의 역할을 당부했다. 박 장관은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이 전례 없이 위협받고 있다”며 “북한이 도발 대신 대화를 선택하도록 중국이 건설적 역할을 해달라”고 요청했다. 박 장관은 “한중 양국은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로서 최고위급의 전략적 소통을 강화해 나가야 한다”면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연내 한국을 방문해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또 고위급 소통을 더욱 활성화하자며 올해 하반기에 차관급 외교안보대화 ‘2+2’를 개최하자고 했다. 칭다오=외교부 공동취재단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정부가 미국이 주도하는 반도체 공급망 협의체인 이른바 ‘칩(Chip)4’ 예비회의에 참여하기로 결정하면서 최종적으로 칩4에 참여할지 관심이 쏠린다. 정부는 일단 ‘국익’ 중심으로 종합적으로 판단해 칩4에 들어갈지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내부적으론 결국 참여 쪽으로 기울 가능성이 크지 않겠느냐는 반응이 우세하다. 그 대신 참여하더라도 우리가 구상하는 이 협의체의 방향을 미측에 충분히 전달하는 동시에 중국 반발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식으로 협의체 성격을 규정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대통령은 8일 오전 대통령실 출근길 문답에서 칩4 참여와 관련해 “지금 정부 각 부처가 그 문제를 철저히 우리 국익의 관점에서 세심하게 살피고 있다”면서 “관련 부처와 잘 살피고 논의해서 우리 국익을 잘 지켜내겠다”고 말했다. 다음 달 초가 유력한 예비회의는 물론 추가 논의까지 충분히 거쳐 우리에게 도움이 될지 등을 따져본 뒤 참여할지 결정하겠다는 것. 정부는 참여 시점에 대해서도 “정해진 게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정부는 내부적으론 칩4 불참 시 우리 경제안보가 안게 될 부담이 너무 클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8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참여 시 중국의 반발로 인한 손실과 불참 시 우리가 주요 공급망 전선에서 이탈하면서 생길 손실을 비교해 보면 그림이 그려지지 않느냐”고 했다. 중국(홍콩 포함)이 국내 반도체 수출의 60%가량을 차지하는 핵심 시장이긴 하지만 칩4에 참여하지 않아 핵심 공급망 전선에서 소외된다면 우리 경제에 치명타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그럼에도 정부는 우리가 칩4 결성에 앞장서거나 서두를 필요는 전혀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괜히 섣불리 중국을 자극해 반발을 살 필요까진 없다는 것. 박진 외교부 장관도 이날 왕이(王毅) 외교부장과의 외교장관회담(9일)을 위해 중국 방문에 앞서 “칩4는 어느 특정 국가를 배제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라면서 “이러한 여러 가지 문제들을 중국과 함께 논의하고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은 우리의 최대 무역 상대국이고 또 공급망 분야에서도 중요한 상대”라고도 했다. 다른 정부 관계자는 “칩4를 바라보는 외교부와 산업통상자원부 등 부처 간 입장도 조금씩 다르다”며 “우리 입장부터 정리한 뒤 조 바이든 행정부 등과 논의를 거쳐 신중하게 최종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전했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박진 외교부 장관이 8일 2박 3일 일정으로 중국을 방문해 한중 외교장관회담(9일) 등을 갖고 현안을 논의한다. 대만 문제로 미중 갈등이 고조된 상황에서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고위급 인사의 첫 방중(訪中)인 만큼 어떤 얘기가 오갈지 관심이 모아진다. 특히 양국 장관은 대만 문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관련 3불(不) 방침, 칩(Chip)4, 북핵 문제 등 민감한 현안들을 모두 논의할 것으로 보여 임기 초반 윤석열 정부의 대중국 기조가 이번 박 장관 방중 결과에 따라 크게 영향을 받을 거란 관측도 나온다. ○ 북핵 해결 소통 강화… 칩4는 우리 입장 적극 설명박 장관은 6일 기자들과 만나 “특히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중국과의 전략적 소통을 강화하고, 경제안보 분야에서 공급망의 안정적 관리를 위한 협력 방안에 대해서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 칭다오에서 가질 왕이(王毅) 외교부장과의 외교장관회담과 관련해 이렇게 설명한 것. 7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박 장관은 일단 북핵 문제의 경우 양국 간 입장이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보고 적극 협조를 당부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핵심 관계자는 “북핵 문제는 그나마 양국이 현 시점에서 무난하게 접근할 수 있는 사안인 만큼 우선적으로 언급하고 비핵화 메시지까지 공유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이 주도하는 반도체 공급망 협의체인 이른바 ‘칩4’와 관련해선 박 장관이 중국 측에 우리 입장을 주로 설명하는 모양새가 될 것으로 보인다. 칩4가 중국 등을 배제하기 위한 배타적 협의체가 아니라는 점 등을 강조하며 이해를 구하겠다는 것. 정부 관계자는 “미중이 충돌하는 반도체 공급망 문제와 관련해서 기본적으로 중국을 지나치게 자극하지 않는 ‘로키(low-key)’가 우리의 기본 전략”이라며 “이번 외교장관회담에선 공급망과 관련해 중국에만 적용 가능한 별도 협력 메시지도 낼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대만 직접 거론 안 할 듯… 사드는 정면돌파정부가 이번 중국 방문에서 가장 난제로 여기는 부분은 역시 대만 문제다. 앞서 5일(현지 시간) 동아시아정상회의(EAS) 외교장관 회의에서 박 장관은 중국의 ‘대만 봉쇄’ 훈련으로 인한 대만해협 긴장 고조 등과 관련해 “심각하게 우려한다”고 밝혔다. 다만 “하나의 중국을 지지한다”며 동시에 수위 조절에도 나섰다. 한미 동맹 강화를 기조로 내걸고 있지만 하반기 중국과의 관계 개선까지 꾀하는 현 정부의 고민이 그대로 반영된 것. 이번 중국 방문에서 박 장관은 가급적 대만 문제에 대해선 직접 언급하지 않을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군사적 충돌이나 경제적 불안정을 초래하는 긴장 조성 행위에 반대한다는 식으로 간접적인 견제 메시지를 낼 가능성은 있다. 다른 정부 관계자는 “핵심은 중국의 태도”라며 “중국이 미국을 강하게 비판하며 우리에게도 대만 문제로 압박하면 박 장관이 중국을 겨냥해 긴장 조성 행위 등에 대한 비판 메시지를 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정부는 ‘사드 3불’(사드 추가 배치 불가, 미국 미사일방어체계 불참, 한미일 3각 군사동맹 불가)에 대해선 중국이 약속을 이행하라고 주장할 경우 “합의도 약속도 아니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며 정면 돌파할 방침이다. 중국은 지난달 27일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새로운 관리(지도자)는 옛 장부를 외면할 수 없다”는 등 최근 사드 3불을 지키라며 압박하고 있다.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윤석열 대통령이 4일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사진)과 40여 분간 통화를 갖고 “펠로시 의장의 방문은 한미 간 강력한 대북 억지력의 징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펠로시 의장의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방문과 관련해 이같이 언급한 것. 펠로시 의장은 통화 직후 지난해 1월 조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선 이후 미 고위급 인사로는 처음으로 JSA를 방문해 “한미 동맹 강화가 한반도 안보의 핵심”이란 취지로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일본으로 출국한 펠로시 의장은 1박 2일 방한 일정 중 중국, 대만 문제 등에 대해선 직접 언급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윤 대통령은 “글로벌 포괄적 전략동맹 발전을 위해 성원을 보내 달라”고 당부했다. 앞서 5월 한미 정상회담에선 양국 간 전통적인 군사 동맹을 기술, 공급망 등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는 글로벌 포괄적 전략 동맹으로 발전시키기로 합의한 바 있다. 펠로시 의장은 “한미 간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 질서를 가꿔 나가자”고 강조했다.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은 통상 미국이 중국을 겨냥해 쓰는 표현으로 에둘러 중국에 비판적인 입장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경제안보 분야에선 이른바 ‘반도체법’ 관련 혜택이 한국에도 돌아갔으면 좋겠다는 취지의 대화가 오간 것으로 전해졌다. 미 하원은 지난달 반도체 산업 육성 등을 위해 2800억 달러 규모를 투입한다는 내용을 중심으로 한 반도체법을 통과시킨 바 있다. 펠로시 의장은 이날 김진표 국회의장과 회담 뒤엔 공동언론발표를 통해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강력하고 확장된 대북 억지력을 바탕으로 실질적 북한 비핵화에 나서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날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이 미 권력 서열 3위인 펠로시 의장을 만나지 않은 것을 두고 일각에서 제기된 ‘중국을 의식해 홀대한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선 “(윤 대통령의 휴가 일정 등을 고려해 미 측에) 방한 2주 전 이미 양해를 구했다”고 일축했다.尹-펠로시 “동맹 발전 협력”… 美-中입장 고려해 면담 대신 통화 尹, 서초구 자택서 40분간 전화美측 펠로시외 美대사 등 5명 배석… 스피커폰으로 확대회담 형식 진행펠로시 “자유롭고 개방된 印太 유지”… 尹 “포괄적 동맹, 美의회와도 협력”‘尹휴가’ 설명에 펠로시 “가족이 우선”윤석열 대통령은 4일 방한 중인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과 대면 면담 대신 40분의 긴 통화를 선택했다. ‘대(對)중국 강경파’로 꼽히는 펠로시 의장의 대만행에 거세게 반발하는 중국과 미 권력서열 3위의 정계 거물을 홀대해선 안 된다는 목소리를 모두 고려한 결정으로 보인다. 다만 대통령실은 ‘깜짝 통화’ 성사에 대한 확대 해석에는 선을 그었다. ○ 尹-펠로시, 한미 동맹 전략적 중요성 공감휴가 중인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2시 반부터 40분 동안 서울 서초구 자택에서 펠로시 의장과 전화 회담을 했다. 펠로시 의장 외에 방한에 동행한 미 하원 의원단과 필립 골드버그 주한 미국대사 등 5명이 배석해 스피커폰으로 진행한 확대회담 형식의 통화였다. 펠로시 의장은 먼저 “최근 워싱턴에서 ‘추모의 벽’ 제막식이 거행됐듯 수십 년에 걸쳐 수많은 사람의 희생으로 지켜온 평화와 번영을 양국이 지키고 가꿔 나가야 할 의무가 있다”며 한미 동맹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이에 윤 대통령은 펠로시 의장의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방문을 거론하며 “한미 간 강력한 대북 억지력의 징표가 될 것”이라고 화답했다. 이날 통화에서 윤 대통령과 펠로시 의장 간 중국 문제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없었다고 한다. 다만 펠로시 의장은 “한미 간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 질서를 함께 가꿔 가자”고 윤 대통령에게 제안했다.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은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역내 협력을 강조할 때 관용구처럼 쓰는 표현이다. 윤 대통령은 5월 21일 한미 정상회담을 거론하며 “조 바이든 대통령과 약속한 글로벌 포괄적 전략동맹을 앞으로 발전시키는 데 미국 의회와도 긴밀해 협력해 나가겠다”고 답했다. 아울러 윤 대통령은 배석한 미 의원단에 “각 지역구에서 코리안 아메리칸 한인들을 각별히 배려해 달라”고 당부했다. 또 한 명씩 돌아가며 개별 의원의 관심사에 대한 대화도 나눴다. ○ 펠로시 “Family is first”, 면담 불발 양해대통령실은 이날 면담 대신 전화 회담이 이뤄진 배경에 대해 길게 설명했다. 중국을 의식한 행보라는 정치권 안팎의 해석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면담 불발에 대해 “약 2주 전 펠로시 의장에게 면담이 가능한지 전갈이 왔고, 그때 (대통령의) 지방 휴가 계획을 확정해 두고 있었다”면서 “꼭 그 기간에 서울에 와야 한다면 (면담이) 힘들지 않겠느냐, 양해가 이뤄졌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펠로시 의장도 ‘가족과 보내는 시간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우리 미국인들도 정확히 알고 있다’면서 ‘Family is first’(가족이 최우선)를 몇 번씩 강조했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다가 결국 방한 이튿날인 이날 오전 조율을 통해 회담에 준하는 통화가 진행됐다는 게 대통령실의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대통령은 ‘면담이 성사되지 않았지만 전화로라도 따뜻한 인사를 하고 싶다’는 의향을 오늘 아침 일찍 타진했고, 펠로시 의장은 흔쾌히 ‘기쁘다’고 하면서 통화 시간이 잡히고 꽤 긴 통화가 이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과 펠로시 의장 간 면담이 불발된 뒤 전날까지 양측 간 적절한 소통 방식을 놓고 고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은 정치적 확대 해석을 경계했지만 펠로시 의장발(發) 미중 갈등에 휘말리지 않을 방법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바이든 행정부도 펠로시 의장의 대만행을 꼭 반긴 것은 아니라 면담 대신 전화 통화를 진행한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이 대만 방문 직후 3일 밤 1박 2일 일정으로 방한했다. 특히 펠로시 의장은 4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을 찾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름휴가 중인 윤석열 대통령은 펠로시 의장과 회동 일정이 잡히지 않았지만 자칫 미 권력서열 3위의 정계 거물을 홀대하는 듯한 인상을 줄 수 있는 만큼 두 사람 간 깜짝 만남이 성사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펠로시 의장은 일본으로 떠나기에 앞서 JSA를 방문한다. 지난해 1월 조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선 이후 미 최고위급 인사가 JSA를 방문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19년 6월 30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전격적으로 판문점에서 회동을 한 후 미 행정부 또는 의회 고위 인사가 JSA를 방문한 적은 없다. 펠로시 의장은 판문점에서 임박한 것으로 알려진 북한의 7차 핵실험 및 인권 상황 등에 대한 우려를 표시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JSA는 최근 논란이 된 2019년 11월 탈북 어민 강제 북송이 이뤄졌던 장소이기도 해 북한을 겨냥한 메시지에 더욱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방한한 펠로시 의장은 4일 김진표 국회의장과 회동 및 오찬을 갖는다. 오찬에는 여야 원내대표 등이 함께한다. 이후 경기 평택시 오산공군기지로 이동해 주한미군 등을 격려한 뒤 저녁에 일본으로 출국할 예정이다. 다만 윤 대통령과의 만남은 불투명하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3일 “펠로시 의장의 방한 일정이 윤 대통령 휴가와 겹쳐 두 분이 만나는 일정은 잡지 않았다”고 했다. 정부는 펠로시 의장이 의회를 대표하는 인사인 만큼 카운터파트인 김 의장과 만나는 게 맞는다는 입장이다. 중국의 거센 반발이 예상됨에도 윤 대통령과 펠로시 의장의 깜짝 만남이 거론되는 이유는 한미 동맹이란 상징성 때문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이날 “펠로시 의장의 무게감을 고려할 때 휴가를 이유로 대면 인사조차 하지 않는다면 향후 윤 대통령이 미 측 고위 인사를 만날 때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러한 가운데 윤 대통령과 펠로시 의장의 만남 가능성을 놓고 대통령실은 이날 혼선을 빚기도 했다. 대통령실은 오전 브리핑에선 만남에 선을 그었지만, 오후 들어 깜짝 만남 가능성이 있다는 일부 언론 보도가 나오자 “다시 만남을 조율하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대변인실은 이후 언론 공지를 통해 “오전 브리핑 내용에서 달라진 것이 없다”고 정정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회동을 위한) 조율 과정도 없었다”고 부연하기도 했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이종섭 국방부 장관과 김승겸 합참의장이 지난달 5일 발생한 해군 구축함 ‘최영함’의 통신두절 상황을 뒤늦게 보고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 장관은 1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지난달 최영함 통신 두절 사건과 관련해 실시간 보고를 받았는지 묻는 더불어민주당 김병주 의원의 질의에 “보고를 못 받았다”고 답했다. 이어 관련 조사를 하고 있느냐는 질의에는 “제가 (오늘) 아침에 보고를 받았다”며 “직접 지시를 못 했다”고도 했다. 작전 지휘권이 있는 김 의장 역시 이날 보고받은 시점을 묻자 “지난주에 받았다”고 답했다. 통신두절 상황이 처음 언론 보도로 알려진 시점이 지난달 28일인 점을 감안하면 김 의장은 언론 보도 직후 이 내용을 보고받은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 장관은 오전 발언으로 논란이 된 뒤 오후에는 최영함 관련 질의에 “다시 확인해보니 이미 해군작전사령부에서 전비태세검열단을 보내 조사 중”이라며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다. 결과를 보고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최영함은 지난달 통신 음영 지역에 진입하면서 근무자 실수로 통신망을 전환하지 않아 통신이 두절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해군 작전사령관과 합참 작전본부장 등에게는 이 사실이 보고됐지만 이 장관과 김 의장에게까진 즉시 보고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비가 내리던 26일(현지 시간) 오후 미국 워싱턴 한국전쟁 참전용사 기념공원에 들어선 앤 임리 씨(67)의 손에 하얀 장미꽃이 들려 있었다. 그는 둘레 130m, 높이 1m의 거대한 화강암에 새겨진 이름들을 하나하나 짚어가다 한 이름 앞에 멈춰 섰다. ‘로버트 킹웰 임리.’ 6·25전쟁에서 전사한 미군과 한국인 카투사(KATUSA) 4만3808명의 이름이 새겨진 ‘추모의 벽(Wall of Remembrance)’에서 앤 씨는 삼촌의 이름과 마주했다. 그는 밝게 웃는 23세 청년의 모습이 담긴 낡은 삼촌 사진을 이름 옆에 뒀다. 그러곤 정성스럽게 연필로 탁본을 떴다. 다음 날인 27일 이 공원에서는 7000여 명의 6·25전쟁 참전용사와 유가족이 참석한 가운데 추모의 벽 제막식이 열렸다. ‘잊혀진 전쟁’으로 불리던 6·25전쟁을 ‘승리한 전쟁’으로 기리기 위해 미국 참전용사들이 건립을 추진한 지 18년 만이다. 피를 나눈 3만6634명의 미군과 7174명의 카투사 전몰장병의 이름이 새겨진 역사적 상징물이 백악관에서 직선거리로 불과 1.4km 떨어진 곳에 세워진 것이다. 제막식의 첫 순서로 6·25전쟁에서 가족을 잃은 미국인 유족들과 한국인 참전용사들이 호명되자 참석자들은 환호와 박수를 보냈다. 이날 행사에선 미국 각 군의 군가와 함께 아리랑과 애국가가 울려 퍼졌다. ‘전쟁 영웅’ 윌리엄 웨버 예비역 대령(1925∼2022) 등 참전용사들이 정전협정 체결 60주년인 2013년 건립을 목표로 2004년부터 추진해 온 이 사업은 우여곡절 끝에 정전 69주년인 올해 결실을 맺었다. “세상을 뜨기 전 추모의 벽을 보고 싶다”던 웨버 대령이 타계한 지 석 달 만이다. 한미 정상은 이날 한목소리로 한미 동맹 강화를 다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박민식 국가보훈처장이 대독한 축사에서 “추모의 벽은 한미 혈맹의 강고함을 나타낸다”며 “역사적 상징물이자 평화의 공간으로 영원히 기억될 것”이라고 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을 대신해 축사에 나선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남편 더글러스 엠호프는 “미국과 한국 청년들이 자유와 한미 동맹을 지키기 위해 희생한 것을 기념하는 날”이라며 “추모의 벽은 양국이 앞으로도 나란히 함께 설 것이란 영원히 지속될 약속을 상징할 것”이라고 말했다.“한국 지키려 모든걸 바친 삼촌… 영웅으로 기억해준 한국에 감사” 한미동맹 영웅 새기다 4만3808명 이름 새긴 ‘추모의 벽’… 제막식 하루 앞 500여명 헌화식친구 이름 찾고 눈시울 붉힌 80대… 오빠 사진 그려진 셔츠 착용 70대새겨진 부친 이름 탁본 한국인 등… “추모의 벽이 우리의 근거지 됐다” 26일 워싱턴 한국전쟁 참전용사 기념공원에 있는 ‘추모의 벽’을 찾은 앤 임리 씨(67)의 삼촌 로버트 씨는 1950년 7월 제2보병사단 소속으로 가장 먼저 한국 땅을 밟았다. 로버트 씨는 1950년 11월 평양 인근에서 부대가 중공군에 포위돼 전멸 위기에 몰리자 전우들이 후퇴할 수 있도록 부상당한 손으로 끝까지 기관총을 놓지 않았다. 앤 씨는 “삼촌에 대해 물으면 할머니와 아버지는 늘 고개를 돌렸다. 두 분은 세상을 떠날 때까지 먼 한국 땅에서 실종된 삼촌을 그리워했다”고 말했다. 삼촌의 유해는 실종 50년 만인 2000년 발견됐다. 미군은 유전자검사를 통해 삼촌의 신원을 확인한 뒤 2007년 국립묘지에 안장하고 은성훈장을 수여했다. 앤 씨는 추모의 벽에 새겨진 삼촌의 이름을 어루만지며 말했다. “할머니와 아버지도 하늘에서 기뻐하고 있을 거예요. 전우들을 살리고 한국을 지키기 위해 모든 것을 바친 삼촌을 영웅으로 기억해준 한국에 감사합니다.” 6·25전쟁 참전용사와 유가족 500여 명은 제막식을 하루 앞둔 이날 추모의 벽을 찾아 헌화식을 했다. 휠체어를 타고 온 노병부터, 아빠 손을 잡고 한 번도 만나보지 못한 증조할아버지를 찾아온 어린아이까지 다양했다. 참전용사의 이름을 새긴 티셔츠를 맞춰 입은 유족들도 있었다. 캘리포니아 샌디에이고에서 온 참전용사 로버트 자무디오 씨(88)는 친구인 제임스 크리번 씨의 이름을 찾고 있었다. 크리번 씨는 쌍둥이 형과 함께 나이를 속이고 1950년 18세에 참전했다. 1953년 경기 연천군 전초기지를 방어하던 크리번 씨는 중공군의 공격으로 전우 40여 명과 함께 전사했다. 약 1km 후방에 배치됐던 형 월터 씨는 박격포탄에 부상을 입은 채로 동생을 찾으려 구호소의 시신을 하나하나 뒤졌지만 끝내 데려오지 못했다. 자무디오 씨는 빼곡한 이름들 속에서 친구의 이름을 찾자 “이제 내 소망이 이뤄졌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1950년 청천강 전투에 참전했다 실종된 오빠 조지프 셀버그 씨의 동생 재닛 씨(71)는 ‘결코 잊지 말라(Never Forget)’는 문구와 함께 오빠의 사진과 이름, 실종 장소가 새겨진 티셔츠를 입고 있었다. 재닛 씨는 아직 오빠의 유해를 찾지 못했다. 그는 “미 정부로부터 받은 파일 안에는 돌아가신 아버지가 전장에 있던 오빠에게 보낸 수많은 편지들이 그대로 있었다”며 “미국인들이 오빠의 이름 앞에 경의를 표하는 추모의 벽이 가족을 잃은 우리의 근거지”라고 했다. 이날 헌화식에는 한국인 카투사 장병 유족들도 참석했다. 1952년 경기 연천군 ‘포크촙 힐’ 전투에서 아버지 한상순 씨를 잃은 신희 씨(72)는 카투사 유가족을 대표해 추모의 벽을 찾았다. 그는 박민식 국가보훈처장과 함께 추모의 벽에 새겨진 아버지의 이름을 탁본하며 “세계의 중심인 워싱턴에 이름이 각인됐다는 게 아버지의 원을 풀어드리는 것 같다”고 했다. 박 보훈처장은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는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기꺼이 포화 속으로 뛰어든 영웅들의 헌신을 잊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조태용 주미 대사도 참석자들에게 “여러분 가족들의 희생 덕분에 한국은 경제와 민주주의 발전을 이뤘다”고 했다. 백악관과 미 전역 연방정부는 제막식이 열린 27일 6·25전쟁 정전 기념일을 맞아 조기(弔旗)를 게양했다. 미국은 2009년부터 현충일인 메모리얼데이에 이어 두 번째로 6·25전쟁 정전일에도 조기를 달아 기념하고 있다.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김민 기자 kimmin@donga.com}

비가 내리던 26일(현지 시간) 오후 미국 워싱턴 한국전쟁 참전용사 기념공원에 들어선 앤 임리 씨(67)의 손에 하얀 장미꽃이 들려 있었다. 그는 둘레 130m, 높이 1m의 거대한 화강암에 새겨진 이름들을 하나하나 짚어가다 한 이름 앞에 멈춰 섰다. ‘로버트 킹웰 임리.’ 6·25전쟁에서 전사한 미군과 한국인 카투사(KATUSA) 4만3808명의 이름이 새겨진 ‘추모의 벽(Wall of Remembrance)’에서 앤 씨는 삼촌의 이름과 마주했다. 그는 밝게 웃는 23세 청년이 담긴 낡은 삼촌 사진을 이름 옆에 뒀다. 그러곤 정성스럽게 연필로 탁본을 떴다. 다음 날인 27일 이 공원에서는 7000여 명의 6·25전쟁 참전용사와 유가족이 참석한 가운데 추모의 벽 제막식이 열렸다. ‘잊혀진 전쟁’으로 불리던 6·25전쟁을 ‘승리한 전쟁’으로 기리기 위해 미국 참전용사들이 건립을 추진한 지 18년 만이다. 피를 나눈 3만6634명의 미군과 7174명의 카투사 전몰장병의 이름이 새겨진 역사적 상징물이 백악관에서 직선거리로 불과 1.4km 떨어진 곳에 세워진 것이다. 제막식의 첫 순서로 6·25전쟁에서 가족을 잃은 미국인 유족들과 한국인 참전용사들이 호명되자 참석자들은 환호와 박수를 보냈다. 이날 행사에선 미국 각 군의 군가와 함께 아리랑과 애국가가 울려 퍼졌다. ‘전쟁 영웅’ 윌리엄 웨버 대령(1925~2022) 등 참전용사들이 정전협정 체결 60주년인 2013년 건립을 목표로 2004년부터 추진해 온 이 사업은 우여곡절 끝에 정전 69주년인 올해 결실을 맺었다. “세상을 뜨기 전 추모의 벽을 보고 싶다”던 웨버 대령이 타계한 지 석 달 만이다. 한미 정상은 이날 한목소리로 한미 동맹 강화를 다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박민식 국가보훈처장이 대독한 축사에서 “추모의 벽은 한미 혈맹의 강고함을 나타낸다”며 “역사적 상징물이자 평화의 공간으로 영원히 기억될 것”이라고 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을 대신해 축사에 나선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남편 더글러스 엠호프는 “미국과 한국 청년들이 자유와 한미 동맹을 지키기 위해 희생한 것을 기념하는 날”이라며 “추모의 벽은 양국이 앞으로도 나란히 함께 설 것이란 영원히 지속될 약속을 상징할 것”이라고 말했다.“한국 지키려 모든걸 바친 삼촌…영웅으로 기억해준 한국에 감사 ” 한미 양국 혈맹의 상징인 ‘추모의 벽’이 27일 완공되기까지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추모의 벽 건립이 처음 구상된 것은 2000년대 초로 거슬러 올라간다. 미국 워싱턴의 내셔널몰에는 한국전쟁기념공원을 비롯해 2차대전기념공원, 베트남전참전기념비 등이 자리 잡고 있다. 하지만 전사자 이름이 음각으로 새겨진 다른 시설물과 달리 한국전쟁기념공원에만 전사자 이름이 빠져 있었던 것. 이에 미국의 6·25전쟁 참전용사들은 한국전쟁기념공원 주변에 미군과 한국군 카투사 전사자의 이름을 새긴 유리벽 형태의 추모의 벽 건립 운동에 나섰다. 6·25전쟁에서 적의 공격으로 오른쪽 팔과 다리를 잃은 윌리엄 웨버 예비역 대령(전 한국전참전용사기념재단회장·올해 4월 별세)은 미 의회에 관련 법안 통과를 호소하는 등 백방으로 뛰었다. 이 같은 노력으로 2011년 미 하원에 건립 법안이 상정됐지만 관할 기관의 반대에 부딪혔다. 내셔널몰을 관리하는 미 공원관리국은 관리 비용 증가 등 예산 조달에 난색을 표했고, 조형물을 심사하는 국립미술위원회는 베트남전참전기념비와 비슷하다는 이유로 추모의 벽 건립에 제동을 걸었다. 법안은 의회에 장기간 계류되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인 2016년 10월 가까스로 미 상원을 통과됐다. 사실상의 ‘건축허가’가 난 것이다. 하지만 270여억 원의 건립 비용을 확보하지 못하는 바람에 5년 넘게 첫 삽조차 뜰 수 없었다. 게다가 2017년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뒤 전 정부 추진 사업이라는 이유로 사업이 보류되고, 이를 추진하던 보훈처 관계자들이 내부 감사를 받기도 했다. 민간에선 건립 사업 주체인 한국전참전용사기념재단(KWVMF)과 한미 양국의 재향군인회 등이 건립 비용 모금 운동에 나섰고, 현지 교포들과 삼성그룹 SK그룹 현대자동차그룹 풍산그룹 등 민간 기업들도 동참했다. 각계의 지원 노력과 함께 북-미, 남북 대화가 이어진 2019년 우리 정부도 전체 건축비의 90%(약 266억 원)를 부담하기로 결정하면서 건립 법안이 통과된 지 5년 만인 지난해 5월에 착공식을 가질 수 있었다. 추모의 벽은 미 국립공원관리청에서 기본 관리를 맡고, 한국전참전용사기념재단이 조경과 조명, 보수 등 종합 관리를 담당한다. 노후 등으로 개·보수가 필요할 경우 국가보훈처에서 예산을 지원할 예정이다.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6·25전쟁에서 전사한 미군과 한국인 카투사(KATUSA) 4만3808명의 이름이 새겨진 ‘추모의 벽(Wall of remembrance)’이 27일(현지 시간) 공식 제막했다. ‘잊혀진 전쟁’으로 불리던 6·25전쟁을 ‘승리한 전쟁’으로 기리기 위해 미국 참전용사들이 건립을 추진한지 18년 만이다. 이날 오전 미국 워싱턴 한국전쟁기념공원에서 2000여명의 6·25전쟁 참전용사와 유가족이 참석한 가운데 제막식이 열렸다. 둘레 130m, 높이 1m의 화강암으로 제작된 추모의 벽에는 3만6634명의 미군과 7174명의 카투사 전몰장병의 이름이 새겨졌다. 전장에서 피를 나눈 한미 장병들 이름이 새겨진 역사적 상징물이 미국 민주주의의 상징인 링컨기념관에서 불과 200m 떨어진 곳에 세워진 것이다. 2차 세계대전과 베트남전 기념공원 참전비에는 전사자 이름이 있는데 6·25전쟁 관련해선 이 같은 기념비가 없어 아쉽다는 지적이 많았다. 추모의 벽은 6·25전쟁에서 오른팔과 다리를 잃은 ‘전쟁 영웅’ 고(故) 윌리엄 웨버 대령(1925~2022) 등 참전용사들이 정전협정 체결 60주년인 2013년 건립을 목표로 2004년부터 추진해왔다. 2016년 미 의회에서 관련 법안이 통과돼 속도를 냈지만, 2017년 우리 정부가 예산지원 문제로 감사에 나서는 등 우여곡절 끝에 지난해 착공해 정전선언 69주년인 올해 결실을 맺었다. “세상을 뜨기 전 추모의 벽을 보고 싶다”던 웨버 대령이 타계한지 석 달 만이다.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기념메시지를 통해 한 목소리로 한미동맹 강화를 다짐했다. 윤 대통령은 박민식 국가보훈처장이 대독한 축사에서 “추모의 벽은 한미혈맹의 강고함을 나타낸다”며 “미국인과 전 세계인에게 한국전쟁을 알리는 역사적 상징물이자 평화의 공간으로 영원히 기억될 것”이라고 했다. 미국에선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남편인 ‘세컨드 젠틀맨’ 더글러스 엠호프가 제막식에 참석해 바이든 대통령의 축사를 대독했다. 백악관과 미 전역 연방정부는 이날 6·25전쟁 정전 기념일을 맞아 조기(弔旗)를 계양했다. 미국은 2009년부터 현충일인 메모리얼데이에 이어 두 번째로 6·25전쟁 정전일에도 조기를 달아 기념하고 있다.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6·25전쟁에서 전사한 참전용사 4만여 명의 이름이 새겨진 ‘추모의 벽’ 제막식에 미측 대표로 백악관 비서실장을 지낸 데니스 맥도너 보훈부 장관이 참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참석을 검토했지만 일정 등 이유로 불참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 소식통은 “바이든 대통령이 영상 메시지를 전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26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27일(현지 시간) 미 수도 워싱턴의 한국전쟁 참전 기념공원에서 거행될 제막식에는 맥도너 장관이 미 고위급 대표로 참석한다. 백악관에선 커트 캠벨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인도·태평양 조정관 등이 참석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복수의 소식통에 따르면 미 측에서도 이번 행사의 의미를 높게 평가하고, 관심이 많았던 만큼 백악관에선 바이든 대통령에게 참석을 검토하기 위한 행사 관련 자료 등은 전달했다고 한다. 이에 바이든 대통령도 참석 가능성까지 열어 두고 검토했지만 결국 불참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든 대통령을 대신해 미 측 대표로 거론됐던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 등도 일정상 이유로 참석이 무산됐다. 오스틴 장관은 대신 제막식에 영상 축사를 보낼 예정이다. 맥도너 장관은 미국에서 손꼽히는 유력 인사 중 한 명이다. 소식통은 “맥도너 장관의 참석은 미 측이 배려할 수 있는 최선의 카드”라고 강조했다. 이어 “한국에서 박민식 국가보훈처장이 대표로 참석하는 만큼 적절한 카운터 파트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박 처장은 행사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메시시를 대독할 예정이다. 맥도너 장관은 2007년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상원의원 시절 수석 외교정책 보좌관으로 합류해 2008년 오바마 대선 캠프에서 외교정책을 담당했다. 2009년 백악관 NSC 비서실장을 거쳐 2010년 10월부터 NSC 부보좌관으로 일했다. 이후 조 바이든 정부가 출범한 후 2021년 2월 보훈부 장관에 취임했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