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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력이 있는 한 배우를 하고 싶어요. 75세가 됐을 때 영화 ‘집으로…’의 할머니 같은 역할을 하면 정말 좋겠어요.”(2010년 동아일보 인터뷰) 7일 오후 3시경 향년 56세로 별세한 한국 최초의 ‘월드 스타’ 강수연은 늘 그랬듯 영화에 오롯이 헌신하고자 했다. 올해 공개하는 넷플릭스 영화 ‘정이’로 복귀한 뒤 연기를 본격적으로 재개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뇌출혈에 따른 심정지로 5일 쓰러진 그는 결국 병상에서 일어서지 못했다. 빈소가 마련된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을 8일 찾은 임권택 감독은 “좋은 연기자를 만난 행운 덕분에 내 영화가 더 빛날 수 있었다. 워낙 영리한 배우라 숱한 세월을 함께했음에도 촬영에 지장을 준 적이 한 번도 없었다. 감사한 배우”라며 비통해했다. 봉준호 감독은 “영정사진이 영화 촬영 소품같이 느껴질 정도로 실감이 안 난다”고 말했다. 고인이 걸어온 길은 한국 영화사와 맥을 같이한다. 1969년 세 살 때 길거리 캐스팅으로 데뷔한 후 초등학생 때 어린이 드라마 ‘똘똘이의 모험’(1976년)과 ‘정의의 번개돌이’(1978년)에 출연하며 아역 스타로 떠올랐다. 고교 시절인 1982년 영화 ‘깨소금과 옥떨매’, 1983년 드라마 ‘고교생 일기’에 출연하며 TV와 스크린을 넘나들었다. 정식 영화 데뷔작은 1976년 ‘핏줄’이다. 이후 영화 ‘별 3형제’(1977년), ‘어딘가에 엄마가’(1978년)에 아역으로 출연했다. 1985년 김수형 감독의 ‘W의 비극’, 배창호 감독의 ‘고래사냥2’에 출연하며 배우로서 본격적인 도약을 예고했다. 배 감독은 “아역 시절부터 재능이 특출해 눈여겨봤는데 성인이 돼서도 그 참신함이 여전하더라. 발랄하고 매사에 적극적이던 모습이 생생하다”고 회고했다. 20대 초반에 ‘젊은 거장’ 배우가 된 데에는 임권택 감독의 공이 컸다. 고인은 1987년 임 감독의 ‘씨받이’에서 주인공 ‘옥녀’ 역을 맡아 그해 베니스국제영화제 여우주연상을 거머쥐었다. 한국 배우가 세계 주요 영화제에서 수상한 건 처음이었다. 1989년 임 감독의 ‘아제 아제 바라아제’로 모스크바영화제 여우주연상을 받으며 명실상부한 ‘월드 스타’로 떠올랐다. 김동호 전 부산국제영화제조직위원회 집행위원장은 “1997년 인도 트리반드룸에서 열린 영화제에 참석했는데 현지인들이 ‘영화 ‘씨받이’를 봤다. 강수연 연기가 정말 좋았다’고 말해 깜짝 놀랐다”며 “고인은 한국영화와 한국 배우를 세계에 알리는 데 크게 기여했다”고 말했다. 고인은 2011년 방송에서 “당시 모두가 노출 연기에만 관심을 가져 큰 상처를 받았다. 상을 타고 나니 갑자기 다들 ‘너 어쩌면 그렇게 연기를 잘하느냐’고 물어 상처가 싹 치유됐다”고 했다. 영화 ‘우리는 지금 제네바로 간다’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 ‘경마장 가는 길’ ‘그대 안의 블루’ 등 1980, 90년대 화제작에 다수 출연했다. 특히 1990년대에는 ‘처녀들의 저녁식사’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등 여성의 성적 주체성을 강조하거나 여성이 겪는 차별을 들여다본 작품에 출연했다. 2000년대 드라마 ‘여인천하’(2001∼2002년)의 주인공 정난정 역으로 압도적인 연기를 펼쳐 연기대상을 받았다. 공개되지 않은 ‘정이’를 제외하면 가장 최근작은 2013년에 개봉한 단편영화 ‘주리’다. 시드니국제영화제 심사위원(2013년),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 심사위원(2012년),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2015∼2017년)을 역임하며 국내외 영화계 발전에도 기여했다. 고인은 영화에 대해 “끊임없이 답을 안 주는 짝사랑 같은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쓰러지기 3주 전까지 ‘정이’ 후시녹음을 하며 한순간도 영화를 손에 놓지 않았다. 장례는 영화인장으로 치른다. 김동호 전 위원장이 장례위원장을, 임 감독과 배우 김지미 박중훈 안성기 박정자 등이 장례 고문을 각각 맡았다. 10일 오후 10시까지 조문을 받은 뒤 11일 오전 영결식을 한다. 영결식은 영화진흥위원회 유튜브 채널로 생중계한다. 영화 ‘베테랑’ 명대사의 원작자스태프 챙기는 인간적인 면모 유명비구니역 삭발-겨울 얼음물 입수 등“다른 수식어가 필요 없는 배우”“우리가 돈이 없지 가오가 없어?” 영화 ‘베테랑’(2015년)에서 형사 서도철(황정민)이 내뱉은 이 대사의 원작자는 배우 강수연 씨다. 스태프를 챙길 때나 사석에서 이 말을 자주 한 고인은 류승완 감독과 만나 농담처럼 말했다. 이 말이 ‘베테랑’에 나오며 돈의 유혹에도 자존심을 포기하지 않는다는 뜻의 명대사로 회자되고 있다. 고인은 의리 있고 인간적인 면모로 유명했다. 그를 월드 스타에 오르게 한 임권택 감독에 대해서는 특히 각별했다. 2008년 부산 동서대가 임권택영화예술대학을 출범시키자 고인은 특강 강사들을 다 섭외했다. 임 감독은 2010년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강사료로) 몇백만 원은 줘야 하는 배우나 스태프들을 수연이가 다 데려온다”고 했다. 카리스마 있고 불의 앞에서 단호히 행동해 ‘깡수연’으로도 불렸다. 과거 제작자가 나쁜 의도로 그를 호텔에 불렀을 때 주저 없이 뺨을 때렸다. 그는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함부로 하는 건 나이와 지위를 막론하고 못 받아들인다”라고 잘라 말했다. ‘말술’로도 잘 알려져 있다. 영화계 유명한 애주가들도 그를 술로 이겨 본 적이 없다고 한다. ‘삭발 투혼’은 뗄 수 없는 단어. 영화 ‘아제 아제 바라아제’에서 비구니 역을 위해 삭발하던 모습은 한국영화사의 역사적인 장면으로 꼽힌다. 고인은 당시 “머리는 또 자라는 법”이라며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드라마 ‘여인천하’(2001∼2002년)에선 얇은 소복만 입고 한겨울 얼음물에 장시간 들어가 화제가 됐다. 배우 손숙은 “강수연이야말로 배우다. 다른 수식어가 없다. 오롯이 인생을 거기에 바친 사람”이라고 했다. 고인은 아버지의 사업 실패로 고등학교 때부터 사실상 가장 역할을 했다. 이에 “가정환경 때문에 결혼하지 않는 것 아니냐”는 질문을 자주 받았다. 그는 “독신주의자는 절대 아니다”라며 “결혼해서 아이도 낳고 싶지만 결혼은 인연이 있어야 하지 않느냐”라고 답했다. 당당함은 고인을 표현하는 말이었지만 그 이면엔 여린 모습이 있었다. 고인은 “언제 가장 외롭냐”는 질문에 “당당한 척할 때, 그때가 가장 외롭다”고 했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배우 강수연의 별세로 유작이 된 공상과학(SF) 영화 ‘정이’는 임권택 감독의 ‘달빛 길어올리기’(2011년) 이후 고인이 11년 만에 출연한 장편영화다. 최고 여배우의 복귀작인 데다 제작비가 200억 원 넘게 투입된 대작으로 화제가 된 ‘정이’는 지난해 크랭크인 단계부터 주목 받았다. 고인은 영화 ‘부산행’과 드라마 ‘지옥’을 통해 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린 연상호 감독과 손잡고 ‘정이’ 주인공을 맡은 것을 계기로 영화 인생의 새로운 막을 열 예정이었다. ‘정이’는 극심한 기후변화로 인류가 더 이상 지구에서 살기 힘들어진 22세기를 배경으로 한다. 인류가 만든 피난처 ‘셸터’에서 일어난 내전에서 이기기 위해 전설의 용병 ‘정이’의 뇌를 복제한 로봇을 제작하려는 이들의 고군분투를 담았다. 고인은 뇌 복제와 인공지능(AI) 기술을 개발하는 연구소 팀장 서현 역을 맡아 열연했다. 정이 역은 김현주가, 연구소장 상훈 역은 류경수가 각각 연기했다. 연 감독은 8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정이’는 구상 단계부터 강수연 선배님을 염두에 두고 시작한 영화”라며 “선배님이 출연을 거절했다면 이 영화를 아예 안 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선배님이 한창 영화 활동을 할 당시 단연 최고의 배우로 각인된 데다 드라마 ‘여인천하’를 접하며 그 아우라를 익히 알고 있었다”며 “한국영화를 상징하는 분이 영화의 중심을 잡아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SF 영화인 만큼 신작에는 컴퓨터 그래픽 이미지(CGI)가 많이 들어간다. SF 영화 출연이 처음인 데다 1980, 90년대 영화에 주로 출연한 고인으로서는 촬영 환경이 낯설 수 있는 상황이었다. 연 감독은 “거의 처음 접하는 새로운 환경에도 선배님은 스태프들이 전혀 힘들지 않도록 많이 배려해주셨다”고 말했다. 고인은 약 3주 전 연 감독을 만나 후시녹음을 하는 등 후반 작업에 참여했다. 그때 고인은 연 감독에게 “CGI 작업이 된 장면이 보고 싶다”고 요청했다고 한다. 연 감독은 “CGI가 어떻게 들어갔는지 궁금해하셨고 매우 보고 싶어 하셨는데 작업이 진행 중이어서 중간 완성본을 못 보여드렸다. 그게 가슴에 한이 된다”고 했다. 넷플릭스는 연내 ‘정이’를 190여 개국에 동시 공개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50대 중반인 강수연의 원숙한 연기를 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인터뷰 중 여러 번 말을 잇지 못한 연 감독은 “남은 사람들이 최선을 다해 선배님의 마지막 작품을 마무리하겠다. 많은 분들이 선배님을 기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넷플릭스도 7일 공식 인스타그램에 “항상 현장에서 멋진 연기, 좋은 에너지를 보여주신 고 강수연 님과 함께할 수 있어 영광이었습니다. 좋은 작품을 위해 최선을 다해 주신 배우 강수연 님의 모든 순간을 잊지 않겠습니다”라는 추모 글을 올렸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한국 영화를 세계에 알린 원조 ‘월드스타’ 고 강수연 씨의 장례가 11일까지 나흘간 영화인장으로 치러진다. 8일 고인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에는 조문이 이어졌다. 고인을 월드스타로 만든 영화 ‘씨받이’와 ‘아제 아제 바라아제’를 연출한 임권택 감독은 부인 채령 씨와 한걸음에 달려왔다. 전날도 빈소를 찾은 임 감독은 내내 굳은 표정이었다. 임 감독은 “더 활동할 수 있는 나이인데 세상을 떠나 아깝다”라며 비통해했다. 김동호 전 부산국제영화제조직위원회 집행위원장은 전날에 이어 이날 오전 9시 반쯤 가장 먼저 빈소를 찾아 자리를 지켰다. 이날 그는 자필편지를 통해 “청천벽력이라는 말밖에 표현할 길이 없다. 압구정동 만둣국 가게에서 점심을 나누고 카페에서 이야기를 나눈 것이 불과 한 달도 되지 않았는데…. 스물한 살부터 ‘월드스타’라는 멍에를 짊어지고 살았다. 어쩌면 수연 씨의 숙명이었는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이어 “응급실에 누워 있을 때, 임종할 때, 세파에 시달렸고 어렵게 살아왔던 수연 씨가 처음으로 평화로운 모습으로 누워있는 것을 목도했다. 명복을 빈다”고 애도했다. 갑작스러운 비보에 영화계 인사들은 비통해했다. 배창호 감독은 “10대 때부터 배우로 성장하는 과정을 쭉 지켜봤고, (고인이) 더 무르익은 연기를 보여줄 때가 됐는데 우리 곁을 떠나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이장호 감독은 “고인은 톱스타가 될 수밖에 없었다. 그만큼 노력했고 참을성 있게 연기에 임했다”고 밝혔다. 이용관 부산국제영화제 이사장은 “부산국제영화제를 같이 만들어 여기까지 오게 한 분”이라고 애도했다. 고인과 함께 연기한 배우들도 안타까워했다. 배우 박정자 씨는 “영화 ‘웨스턴 애비뉴’(1993년)를 같이 하며 본 강수연은 아주 똑 부러지는 배우였다”며 “지나치게 잘나서 많이 외로웠을 것 같다”고 말했다. 배우 김학철 씨는 “영화 ‘지독한 사랑’을 같이 촬영했다. 늘 고마웠고 꼭 한 편 더 좋은 영화를 함께 찍고 싶었다”며 울먹였다. 배우 김혜수 이미연 김윤진 문근영 한지일, 영화감독 윤제균 봉준호 김태용 박정범 임순례를 비롯해 가수 노영심도 빈소를 찾았다. 온라인에서도 추모가 이어졌다. 고인의 유작이 된 영화 ‘정이’를 연출한 연상호 감독은 이틀 연속 빈소를 찾은 데 이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편히 쉬세요. 선배님과 함께한 지난 1년은 영원히 잊지 못할 겁니다”라고 추모했다. 영화감독 겸 배우인 양익준은 인스타그램에 “누나 같았고 따뜻했고 사랑스러웠던 분”이라며 “누나라고 한번 불러봤어야 했는데”라고 썼다. 정치권에서도 추모가 이어졌다.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학창 시절 강수연 님의 연기를 보며 성장했다. 명연기를 평생 기억하겠다”고 애도했다.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정부가 올겨울에 고인에게 훈장을 추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고인은 1987년 ‘씨받이’로 베니스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후 옥관문화훈장을 받았다.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김부겸 국무총리,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 박찬욱 감독, 배우 엄앵란 안성기 전도연 이병헌 송강호 강동원, 박기용 영화진흥위원장은 조화를 보내 고인을 추모했다. 영결식은 11일 오전 10시에 열린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영화계 원조 월드스타’ 고 강수연의 장례가 나흘간 영화인장으로 치러진다. 별세 이틀째인 8일 배우 강수연 씨의 빈소가 차려진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에는 영화인 등 각계 인사들의 조문 발길이 이어졌다. 고인이 평소 아버지처럼 따랐던 김동호 전 부산국제영화제조직위원회 집행위원장은 전날에 이어 이날 오전 9시 반쯤 가장 먼저 빈소를 찾아 자리를 지켰다. 김 전 위원장은 “(고인은) 영화계 최초의 ‘월드 스타’로서 전 세계에 한국을 알리는 역할을 했고, 그 뒤에 부산국제영화제 공동집행위원장을 맡으면서 영화계와 한국 영화산업에도 크게 기여한 사람”이라고 고인을 평가했다. 배우 강수연을 월드스타로 만들어준 영화 ‘씨받이’ ‘아제아제 바라아제’를 연출한 임권택 감독도 아내 채령씨와 함께 한걸음에 달려왔다. 전날도 빈소를 찾았던 임 감독은 거동이 불편해 지팡이를 짚고 부인의 부축을 받으며 내내 굳은 표정을 지었다. 임 감독은 “(너무 슬퍼) 할말이 없다”면서도 “살면서 더 활동할 수 있는 나이인데 먼저 세상을 떠나 아깝다. 워낙 영리한 배우라 숱한 세월을 함께 했음에도 영화 촬영 과정에서 지장을 준적이 한번도 없었다. (강수연이라는) 좋은 배우를 만나 내 영화가 좀 더 빛날 수 있었다. 감사한 배우”라고 회고했다. 빈소를 찾은 봉준호 감독은 “몇 달 전에도 만나 뵀는데 실감이 안난다”며 “종종 뵙고 이야기도 길게 나누곤 했다. 그래서인지 빈소의 영정사진도 영화촬영 소품같이 느껴질 정도로 실감이 안난다”며 애통해 했다. 장례위원회 고문을 맡은 배우 박정자는 “과거 영화 ‘웨스턴 애비뉴’란 작품을 같이 출연하며 본 강수연은 아주 똑부러지는 배우였다”며 “지나치게 똑소리나고 잘나서 많이 외로웠을 것 같다. (떠나는 그를) 많이 응원하고 또 사랑해주시길 바란다”고 전했다.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도 빈소를 찾아 고인을 애도했다. 황 장관은 “강수연 씨의 존재감이 너무 컸기에 (사망 소식이) 너무 충격적이었다”며 “앞으로도 대한민국 영화사에 크게 역할을 하실 분인데 너무 일찍 가셔서 안타깝다. 정부는 올 겨울에 훈장을 추서하려고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온라인에서도 추모가 이어졌다. 고인의 유작이 된 영화 ‘정이’를 연출한 연상호 감독은 전날 빈소를 찾은데 이어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선배님 편히 쉬세요. 선배님과 함께한 지난 1년은 영원히 잊지 못할 겁니다”라고 애도했다. 영화 ‘경마장 가는 길’에서 상대 배우로 출연한 배우 문성근은 “강수연 배우, 대단한 배우, 씩씩하게 일어나기를 기도했는데 너무 가슴 아픕니다. 명복을 빕니다”라는 글을 남겼다. 배우 김규리는 2015년 부산 국제영화제에서 고인을 만난 일화를 전하며 “저희에게, 저에겐 등대 같은 분이셨습니다. 빛이 나는 곳으로 인도해주시던 선배님을 아직 어떻게 보내드려야 할지 모르겠네요”라고 안타까움을 전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김부겸 국무총리,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배우 엄앵란 안성기, 박기용 영화진흥윈원장 등은 조화를 보내 고인을 추모했다. 영화인장으로 치러지는 고인의 장례식의 장례위원장은 김동호 전 부산국제영화제조직위원집행위원장이 맡았고 동료 영화인 강우석 강제규 봉준호 설경구 등 49명이 장례위원으로 참여했다. 영결식은 11일 오전 10시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에서 거행될 예정으로, 영화진흥위원회 공식 유튜브 채널에서 생중계될 예정이다.손효주기자 hjson@donga.com김태언 기자beborn@donga.com}

“기력이 있는 한 배우를 하고 싶어요. 75세가 됐을 때 영화 ‘집으로’의 할머니 같은 역할을 하면 정말 좋겠어요.” 7일 오후 3시 별세한 배우 강수연 씨(56)가 생전 했던 말이다. 고인은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남은 생도 영화에 오롯이 헌신하고 싶어 했다. 하지만 노년의 배우로서 연기하는 그의 모습은 끝내 볼 수 없게 됐다. 뇌출혈에 따른 심정지로 5일 쓰러진 그가 쾌유하길 많은 이들이 간절히 염원했지만 그는 끝내 병상에서 일어서지 못했다. 원조 ‘월드 스타’였던 고인이 눈감았다는 소식에 영화계와 팬들은 황망해하고 있다.고인은 1987년 임권택 감독의 영화 ‘씨받이’로 한국 배우 최초로 당시 세계 4대 영화제 중 하나인 베니스 국제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으며 영화계 변방이었던 한국을 세계에 알리는데 큰 공을 세웠다. 1989년엔 또 다른 세계 4대 영화제였던 모스크바영화제에서도 여우주연상을 받으며 한국영화의 위상을 또 한 번 끌어올리는 등 한국영화사에 큰 획을 그었다. 고인은 올해 1월 말 넷플릭스 영화 ‘정이’ 촬영을 마치고 최근까지도 후반작업을 하는 등 1969년 데뷔한 이후 50년이 지났음에도 영화와 연기에 대한 열정을 그대로 간직한 모습을 보였다. 그는 임권택 감독 영화 ‘달빛 길어올리기’(2011년) 이후 11년만에 출연한 장편영화 ‘정이’ 출연을 계기로 공식 활동을 재개할 준비를 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유작이 된 ‘정이’를 연출한 연상호 감독은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건강에 전혀 문제가 없어 보였다. 정말 밝고 활발했다. 연출부도 얼마나 잘 챙겨줬는지 모른다”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고인과 함께 1980, 90년대 영화계에서 활동한 이장호 감독은 “최근까지도 아주 건강했다”며 “너무나 좋은 배우, 너무나 아까운 배우가 이렇게 가버렸다”라고 말했다. 고인이 걸어온 길은 한국 영화사와 맥을 같이 한다. 고인은 1969년 세 살 때 길거리캐스팅으로 데뷔한 이후 초등학교 때 어린이 드라마 ‘번개돌이’ ‘똘똘이의 모험’에 출연하며 아역 스타가 됐다. 고교 시절인 1982년 영화 ‘깨소금과 옥덜매’ 1983년 드라마 ‘고교생 일기’에 출연하는 등 TV와 스크린을 넘나들며 임예진 이덕화 전영록 등의 ‘얄개 1세’ 배우들에 이어 ‘얄개 2세’를 대표하는 하이틴 스타로 자리매김했다. 고인에게 ‘최고의 여배우’라는 수식어가 붙게 해준 분야는 단연 영화계였다. 그의 정식 영화 데뷔작은 1976년 ‘핏줄’. 이후 ‘별 3형제(1977년)’ ‘어딘가에 엄마가(1978년)’ 등 여러 영화에 아역으로 출연하며 연기 내공을 다졌다. 1985년 김수형 감독의 ‘W의 비극’, 배창호 감독의 ‘고래사냥2’에 출연한 것을 계기로 본격적으로 성인 역할을 맡으며 한국 최고 배우로의 도약을 예고했다. 배창호 감독은 “아역 시절부터 재능이 특출해 눈여겨보던 배우였는데 성인이 돼서도 그 참신함이 여전하더라. 그래서 내가 직접 캐스팅했다. 발랄하고 매사에 적극적이던 모습이 생생하다”라고 회고했다. 고인이 20대 초반에 ‘어린 거장’ 배우 반열에 오를 수 있었던 것에는 임권택 감독의 공이 컸다. 고인은 1987년 개봉한 임 감독 작품 ‘씨받이’에서 주인공 ‘옥녀’ 역을 맡았다. 그는 이 역할로 그해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거머쥐었다. 한국배우가 세계 주요 영화제에서 수상한 건 고인이 최초였다. 당시 본보는 고인의 수상 소식을 전하며 “강수연의 수상은 한국영화 60년 사상 첫 쾌거”라며 “이번 수상은 한국 영화 발전의 신기원을 이룩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보도했다. 뒤이어 1989년에는 임 감독의 ‘아제 아제 바라 아제’로 모스크바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으며 명실상부한 ‘월드 스타’로 떠올랐다. 한국 최고 여배우 지위도 일찌감치 굳혔다. 당시 모스크바영화제는 칸국제영화제, 베를린국제영화제, 베니스국제영화제와 함께 세계 4대 영화제로 꼽혔다. 김동호 전 부산국제영화제조직위원회 집행위원장은 “1997년 인도 남부 지역에 있는 도시 트리반드룸에서 열린 인도영화제에 강수연 씨, 임권택 감독과 함께 참석했는데 현지 주민들이 ‘씨받이를 봤다. 강수연 연기가 정말 좋았다’고 말해 깜짝 놀랐다”라며 “한국영화와 한국배우를 전 세계에 알리는데 그만큼 큰 기여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생전 고인이 “내 인생의 어른”이라며 아버지라고 불렀던 임 감독은 2010년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당시 한국영화 시스템이 요즘만 같았어도 강수연은 더 큰 스타가 됐을 것”이라고 했다. 임 감독은 말을 제대로 할 수 없을 정도의 큰 충격을 받았다. 임 감독의 아내 채령 여사는 “수연이는 우리 부부의 딸이나 마찬가지다. 최근 우리 부부를 찾아왔기에 임 감독이 ‘너 왜 요즘 작품 안하냐’고 장난처럼 나무랐는데, ‘연상호 감독과 작품한다’며 밝게 말하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라고 했다. 영화 ‘우리는 지금 제네바로 간다’ ‘감자’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 ‘경마장 가는 길’ ‘그대 안의 블루’ 등 1980, 90년대 많은 영화에 출연했다. 특히 1990년대에는 ‘처녀들의 저녁식사’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등 여성의 성적 주체성을 강조하거나 여성이 겪는 차별 문제를 들여다보는 등 여성에 대한 사회적 변화를 작품을 통해 보여줬다. 드라마 ‘여인천하’(2001~2002)에서 주인공 정난정 역을 맡아 대중을 압도하는 연기를 선보여 연기대상을 받는 등 2000년대엔 다시 드라마에서도 활약했다. 2007년엔 드라마 ‘문희’의 문희 역으로 열연하며 연기 내공을 과시했다. 대종상영화제 및 청룡영화상 여우주연상 등을 받았다. 시드니 국제영화제 심사위원(2013년), 제10회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 심사위원(2012년),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2015~2017)을 역임하며 국내외 영화계 발전에도 큰 기여를 했다. 가장 최근 출연한 영화는 아직 공개되지 않은 ‘정이’를 제외하면 2013년 단편영화 ‘주리’다. 마지막 장편영화는 임권택 감독의 101번째 작품으로 2011년 개봉한 ‘달빛 길어올리기’였다. 고인은 영화에 대해 “끊임없이 답을 안 주는 사랑 같은 것”이라고 했다. 그는 영화에 온 마음과 힘을 바쳤고 마지막까지 영화를 놓지 않은 진실한 영화인이었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배우 강수연 씨가 뇌출혈로 쓰러져 치료를 받던 중 7일 오후 3시경 별세했다. 향년 56세. 고인은 5일 뇌출혈로 쓰러져 심정지 상태로 발견돼 병원으로 후송된 후 뇌사 판정을 받았고 7일 숨졌다. 경찰과 소방당국에 따르면 강 씨는 5일 오후 5시 14분쯤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자택에서 두통 등 통증을 호소하다 가족 신고로 출동한 소방대원들에게 심정지인 상태로 발견됐다. 의료진이 수술을 해도 호전될 가능성이 낮고 위험이 있다고 진단을 내리자 강 씨의 가족은 수술을 받지 않기로 결정했다. 강 씨는 의식이 없는 상태로, 인공호흡기를 단 채 6일 새벽 응급실에서 중환자실로 옮겨졌지만 결국 눈을 감았다. 고인과 최근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정이’ 관련해 작업을 한 연상호 감독은 “최근까지도 후시 녹음 등 ‘정이’ 후반 작업을 위해 만났다. 건강했고 평소처럼 엄청 밝은 모습이었는데 믿을 수 없다. 갑작스럽게 비보를 듣게 돼 당황스럽다”고 했다. 강 씨는 최근 ‘정이’ 연출부 스태프에게 밥을 사며 “촬영하느라 고생이 많았다”고 말했다고 한다. 김동호 전 부산국제영화제조직위원회 집행위원장은 “지난달 함께 점심을 먹고 차도 마셨는데 매우 밝은 모습이었다. 다만 건강이 좋지 않아 대학병원을 계속 다니고 있어 ‘정이’를 찍는다고 했을 때 걱정됐다”고 말했다. 이장호 감독은 “지난해 10월 강릉영화제에서 만났을 때 아주 건강했다. 너무나 안타깝다”고 말했다. 세 살 때 길거리 캐스팅으로 데뷔한 고인이 걸어온 길은 한국 영화사와 맥을 같이 한다. 초등학교 때 어린이 드라마 ‘번개돌이’ ‘똘똘이의 모험’에 출연하며 아역 스타로 떠올랐다. 영화 데뷔작은 1976년 ‘핏줄’이다. 1987년 임권택 감독의 ‘씨받이’에 옥녀 역으로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거머쥐며 한국배우 최초로 세계 주요 영화제에서 수상하는 기록을 세웠다. 1989년 임 감독의 ‘아제 아제 바라 아제’로 모스크바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으며 명실상부한 ‘월드 스타’로 떠올랐다. 당시 모스크바영화제는 칸영화제, 베를린국제영화제, 베니스국제영화제와 함께 세계 4대 영화제로 꼽혔다. 1985년 영화 ‘고래사냥2’를 함께 작업한 배창호 감독은 “아역 배우 때부터 엄청난 재능을 가진 배우였고 성인이 돼서도 참신한 모습이 여전해 직접 캐스팅했다”라며 “대단한 가능성을 보였고 항상 발랄했던 배우였다”라고 말했다. 고인에게 아버지 같은 존재인 임 감독은 “통이 크고 의리가 있고 최선을 다하는 배우”라고 했다. 영화 ‘우리는 지금 제네바로 간다’ ‘감자’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 ‘경마장 가는 길’ 등 1980, 90년대 많은 영화에 출연했다. 드라마 ‘여인천하’(2001년)의 정난정 역, 2007년 드라마 ‘문희’의 문희 역으로 열연했다. 대종상영화제 여우주연상, 청룡영화상 여우주연상 등을 받았다. 시드니 국제영화제 심사위원(2013년), 제10회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 심사위원(2012년),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2015~2017년)을 맡아 국내외 영화계 발전에도 큰 기여를 했다. 가장 최근 출연한 영화는 아직 공개되지 않은 ‘정이’를 제외하면 2013년 단편영화 ‘주리’다. 마지막 장편영화는 임권택 감독의 101번째 작품인 ‘달빛 길어올리기’(2010년)였다. 고인은 생전 의리 있고 인간적인 면모로 유명했다. 불의 앞에서는 상대의 지위고하를 가리지 않고 당당하고 단호하게 처신한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특히 그를 월드 스타 반열에 오르게 해준 임권택 감독에 대한 의리를 지켜왔다. 2008년 부산 동서대는 임권택영화예술대학을 출범시켰다. 당시 임 감독을 위해 고인이 특강강사들을 다 섭외했다고 한다. 임 감독은 2010년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한 번 (강사로) 불러오려면 몇 백 만 원은 줘야하는 배우나 스태프들을 수연이가 다 데려온다. 특강료는 대학에 다 기부하고… 참 재주도 좋다”라고 말했다. 고인이 ‘깡수연’으로도 불린 건 카리스마 넘치는 행동 덕분이었다. 과거 영화 제작자가 나쁜 의도를 가지고 그를 호텔에 불렀을 때 주저 없이 뺨을 때렸다고 한다. 그는 이 같은 사실에 대해 부인하지 않은 뒤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함부로 하는 건 나이와 지위를 막론하고 못 받아들인다”라고 잘라 말한 바 있다. 영화 ‘베테랑’(2015년)에서 주인공 황정민이 내뱉는 “우리가 돈이 없지 가오가 없나”라는 대사의 원작자는 고인이다. 과거 류승완 감독을 만나 농담처럼 한 말인데 영화 대사로 쓰이면서 돈 등 각종 유혹 앞에서도 자존심을 포기하지 않는다는 뜻을 담은 명대사로 회자되고 있다. 고인은 ‘말술’로도 잘 알려져 있었다. 과거 남녀 배우, 제작자, 감독들과 어우러져 술을 마시면 늘 고인만 살아남았다는 일화가 전해진다. 영화계의 유명한 애주가들도 고인에게 술로 이겨본 적이 없을 정도라고 한다. ‘삭발 투혼’은 고인과 떼려야 뗄 수 없는 단어. 고인을 월드스타로 만든 ‘아제 아제 바라 아제’에서 비구니 역을 하기 위해 삭발을 하던 모습은 한국영화사를 상징하는 역사적인 장면으로 손꼽힌다. 고인은 당시 “머리는 또 자라는 법”이라는 말도 남겼다. 삭발 장면은 2016년 열린 ‘한국영화 100년 사진전’ 등에 여배우의 열정을 상징하는 모습으로 전시되는 등 두고두고 회자되고 있다. 고인은 아버지의 사업 실패로 고등학교 때부터 사실상 가장 역할을 하며 살았다. 이 때문에 고인에겐 생전 “가정 환경 때문에 결혼하지 않는 것 아니냐”는 질문이 따라다녔다. 그는 그때마다 “독신주의자는 절대 아니다”라며 “나도 결혼해서 아이도 낳고 싶지만 결혼은 인연이 있어야 하지 않느냐”라고 답하곤 했다. 생전 고인은 “기력이 있는 한 배우를 하고 싶다. 75세가 됐을 때 영화 ‘집으로’의 할머니 같은 역할을 하면 정말 좋겠다”고 말했다. 세계에 한국 영화를 알리고 한국 영화사에 빛나는 자취를 굵고 깊게 남긴 고인은 마지막 순간까지 영화와 함께 한 영화계의 진정한 별이었다. 영화계는 영화인장으로 장례를 치를 예정이다. 김동호 전 이사장을 위원장으로 장례위원회를 꾸리기로 했다. 빈소는 삼성서울병원. 조문은 8일부터다. 발인은 11일.영화배우 강수연이 걸어온 길1966년 서울 출생1969년 동양방송 전속 아역배우 데뷔1987년 영화 ‘씨받이’로 베니스국제영화제 여우주연상, 옥관문화훈장, ‘미미와 철수의 청춘스케치’ 미미 역1989년 영화 ‘아제 아제 바라 아제’로 모스크바영화제 여우주연상, 영화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 윤주 역1991년 영화 ‘경마장 가는 길’ J역1992년 청룡영화상 여우주연상1995년 영화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혜완 역2001년 드라마 ‘여인천하’ 정난정 역2007년 드라마 ‘문희’ 문희 역2012년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 심사위원2013년 시드니국제영화제 심사위원2015~2017년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2022년 영화 ‘정이’ 서현 역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세계 최고의 음향기기 회사 중 하나인 글로벌 기업 ‘보스’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감소했음에도 32억 달러(약 4조500억 원)에 달했다. 이 우량기업의 주식은 사고 싶어도 거래소에선 살 수가 없다. 세계적인 기업 중엔 비상장을 고집하는 곳이 많다.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로 재무금융 전문가인 저자는 “‘주주우선주의’ 역시 (비상장의) 주요 원인임을 부인하기 어렵다”고 주장한다. 벌어들인 돈을 미래를 위해 재투자해야 하는데, 주주들은 대부분 오랜 세월이 지나야 성과가 드러나는 장기 투자를 참지 못한다. 주주의 이익을 위해 이들이 원하는 배당과 자사주 매입 등에 돈을 써버리고 나면 투자는 위축된다. 기업이 수많은 주주에게서 돈을 받아 투자가 용이하도록 해주는 것이 자본시장이 존재하는 이유인데 주주들에게 발목이 잡혀 성장하지 못할까봐 상장하지 않는 이상한 일이 벌어지는 것이다. 올 2월 국내 주식 거래 활동 계좌 수는 6000만 개를 넘어서며 국민 1명당 1개 이상 계좌를 보유한 ‘전 국민 주식 투자 시대’가 됐다. 국민 대부분이 상장기업 주주가 됐다는 뜻이다. 저자는 ‘동학개미’로 불리는 대다수 국민이 ‘기업의 주인’인 주주가 된 만큼 주주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하는 주주우선주의의 부작용도 알아둘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초단타 거래를 하는 주주도 회사의 주인인가. 임직원, 노동자, 채권자, 소비자 등의 이해관계자들은 기업의 주인이 아닌가. 저자는 주주우선주의의 맹점을 분석하며 기업의 주인 밝히기에 나선다. 주인인 주주와 이들의 대리인인 경영자 사이에서 발생하는 끊임없는 대립의 원인을 분석하고 해법도 제시한다. 기업이 이른바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경영으로 경영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는 점도 강조한다. 자본시장과 기업에 관한 전문적인 이야기를 쉽게 쓰려 노력한 흔적이 곳곳에서 보인다. 기업 내부 생태계를 쉬우면서도 깊이 있게 풀어낸 만큼 동학개미들이 좀 더 가치 있게 주식투자를 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배우 강수연 씨(56·사진)가 5일 뇌출혈로 쓰러진 뒤 6일에도 의식을 되찾지 못하자 그의 쾌유를 기원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강 씨는 서울 강남구 자택에서 뇌출혈로 쓰러져 심정지 상태로 5일 서울 강남세브란스 병원으로 이송됐다. 의료진이 수술을 해도 호전될 가능성이 낮고 위험이 있다고 진단을 내리자 강 씨의 가족은 일단 수술을 받지 않기로 결정했다. 강 씨는 의식이 없는 상태로, 인공호흡기를 단 채 6일 새벽 응급실에서 중환자실로 옮겨졌다. 소속사 없이 활동하는 강 씨를 도와주고 있는 에이플래닛 엔터테인먼트는 이날 공식 자료를 통해 “수술 여부는 현재 경과를 지켜보고 있다”고 밝혔다. 김동호 전 부산국제영화제조직위원회 집행위원장은 “강 씨가 빨리 쾌유하길 간절하게 기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영화계에 기여한 바가 말할 수 없이 크고 나이가 더 들면 노년 역할 연기도 하고 싶어 했다. 잠재력이 큰 배우로, 앞으로 할 일이 정말 많다”고 덧붙였다. 강 씨의 영화 복귀작인 ‘정이’의 후반작업을 최근 같이 한 연상호 감독은 “강한 분인 만큼 이겨낼 거라 믿는다”라고 말했다. 강 씨와 영화 ‘씨받이’ ‘아제 아제 바라아제’를 함께 한 임권택 감독도 그의 회복을 빌고 있다. 임 감독의 부인 채령 여사는 “강 씨는 임 감독을 ‘아버지’라고 불렀다. 우리 부부에겐 딸과 마찬가지인데 날벼락 같은 일이 벌어졌다. 빨리 건강해져 예전처럼 활발한 모습을 볼 수 있길 바라고 있다”라고 말했다. 배우 안성기 씨도 “최대한 빨리 일어나 건강하게 활동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영화 ‘아제 아제 바라아제’에 함께 출연한 배우 한지일 씨는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월드스타 수연 쾌차하길 빈다. 팬 여러분도 많이 기도해 주시길 부탁드린다”고 썼다. 국민들도 강 씨의 쾌유를 기원하고 있다. 누리꾼들은 그의 소식을 전하는 기사에 ‘그 시절 우리들의 배우, 무사히 돌아오길 빌어요’ ‘쾌차하십시오. 어린 시절 당신이 있어 행복했습니다’ 등 수많은 댓글을 올리고 있다. ‘제발 깨어나세요. 뉴스에 의식 회복이라는 속보가 나오길 간절히 바랍니다’ ‘얼른 깨어나세요, 얼른 나으세요, 꼭!’ ‘이제 인생 반밖에 안 왔어요. 남은 반 채워야 합니다’ 등 간절함을 담은 글이 이어지고 있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배우 강수연 씨(56)가 5일 뇌출혈로 쓰러진 뒤 6일에도 의식을 되찾지 못하자 그의 쾌유를 기원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강 씨는 서울 강남구 자택에서 뇌출혈로 쓰러져 심정지 상태로 5일 서울 강남세브란스 병원으로 이송됐다. 의료진이 수술을 해도 호전될 가능성이 낮고 위험이 있다고 진단을 내리자 강 씨의 가족은 일단 수술을 받지 않기로 결정했다. 강 씨는 의식이 없는 상태로, 인공호흡기를 단 채 6일 새벽 응급실에서 중환자실로 옮겨졌다. 소속사 없이 활동하는 강 씨를 도와주고 있는 에이플래닛 엔터테인먼트는 이날 공식 자료를 통해 “수술 여부는 현재 경과를 지켜보고 있다”고 밝혔다. 김동호 전 부산국제영화제조직위원회 집행위원장은 “강수연 씨가 빨리 쾌유하길 간절하게 기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영화계에 기여한 바가 말할 수 없이 크고 나이가 더 들면 노년 역할 연기도 하고 싶어 했다. 잠재력이 큰 배우로, 앞으로 할 일이 정말 많다”고 덧붙였다. 강 씨의 영화 복귀작인 ‘정이’의 후반작업을 최근 같이 한 연상호 감독은 “강한 분인 만큼 이겨낼 거라 믿는다”라고 말했다. 강 씨와 영화 ‘씨받이’, ‘아제 아제 바라 아제’를 함께 한 임권택 감독도 그의 회복을 빌고 있다. 임 감독의 부인 채령 여사는 “강수연 씨는 임 감독을 ‘아버지’라고 불렀다. 우리 부부에겐 딸과 마찬가지인데 날벼락 같은 일이 벌어졌다. 빨리 건강해져 예전처럼 활발한 모습을 볼 수 있길 바라고 있다”라고 말했다. 배우 안성기 씨도 “최대한 빨리 일어나 건강하게 활동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영화 ‘아제 아제 바라 아제’에 함께 출연한 배우 한지일 씨는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월드스타 수연 쾌차하길 빈다. 팬 여러분도 많은 기도해 주시길 부탁드린다”고 썼다. 국민들도 강 씨의 쾌유를 기원하고 있다. 누리꾼은 그의 소식을 전하는 기사에 ‘그 시절 우리들의 배우, 무사히 돌아오길 빌어요’, ‘쾌차하십시오. 어린 시절 당신이 있어 행복했습니다’ 등 수많은 댓글을 올리고 있다. ‘제발 깨어나세요. 뉴스에 의식 회복이라는 속보가 나오길 간절히 바랍니다’, ‘얼른 깨어나세요, 얼른 나으세요, 꼭!’, ‘이제 인생 반 밖에 안 왔어요. 남은 반 채워야 합니다’ 등 간절함을 담은 글이 이어지고 있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배우 강수연 씨(56·사진)가 5일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이송돼 치료를 받고 있다. 경찰과 소방당국에 따르면 강 씨의 가족은 이날 오후 5시 14분경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자택에서 ‘강 씨가 극심한 통증을 호소한다’며 119에 신고했다. 구급 대원이 현장에 도착했을 당시 강 씨는 이미 쓰러져 있었고 심정지 상태로 파악됐다. 강 씨는 심폐소생술(CPR)을 받으며 119구급대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졌다. 강 씨는 오후 10시 현재까지 의식이 돌아오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의료진은 기도삽관을 통해 인공호흡을 시도 중이라고 한다. 강 씨는 이날 오전에도 두통 증상을 호소해 119에 신고가 접수된 것으로 파악됐다. 구급 대원이 현장에 도착했지만 본인이 이송을 거절해 구급대가 철수했다고 한다. 강 씨는 평소 지병을 앓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범죄 혐의점이나 극단적 선택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강 씨는 1969년 ‘길거리 캐스팅’ 되면서 아역배우로 데뷔했다. 드라마 ‘고교생 일기’(1983년)에 출연해 큰 인기를 얻으며 1980년대 초반 최고의 청춘스타로 떠올랐다. 정식 영화 데뷔는 1976년 이혁수 감독의 ‘핏줄’이다. 이후 영화 ‘씨받이’로 1987년 베니스국제영화제, ‘아제 아제 바라아제’로 1989년 모스크바영화제에서 각각 여우주연상을 받으며 한국 영화 사상 최초의 ‘월드 스타’로 자리매김했다. 2001년에는 SBS 드라마 ‘여인천하’에 정난정 역할로 출연해 연기대상을 받았다. 올해 연상호 감독의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정이’로 9년 만에 스크린 복귀를 앞두고 있었다. 연 감독은 “최근까지도 ‘정이’ 후반 작업을 위해 만났다”며 “건강했고 평소처럼 엄청 밝은 모습이었다”고 말했다. 강 씨는 최근까지도 ‘정이’ 연출부 스태프에게 밥을 사며 “촬영하느라 고생이 많았다”고 격려했다고 한다. 강 씨와 친분이 깊은 김동호 전 부산국제영화제조직위원회 집행위원장은 “우울증 등 정신적인 문제는 없었던 것으로 안다”며 “다만 최근까지도 계속 대학병원을 다닐 정도로 건강이 안 좋다는 얘기는 들었다”고 말했다.송진호 기자 jino@donga.com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어린이날인 5일 영화 ‘액션동자’가 개봉한다. 주인공은 어릴 때 부모를 잃고 홀로 자신을 키우던 할머니마저 돌아가신 뒤 절에서 살게 된 열 살 소년 진구(홍정민)다. 진구와 동자승들은 절에 침입해 불상과 탱화를 훔친 도둑들을 잡으러 나선다. 우여곡절 끝에 이들은 절에서 연마한 무술과 기지를 활용해 도둑 소탕에 성공한다. 이 영화가 반가운 이유는 오랜만에 극장에서 상영하는 국산 어린이 실사 영화라는 점이다. 국산 어린이영화는 한동안 사실상 명맥이 끊겼다. 어린이영화가 쏟아졌던 1980, 90년대엔 개그맨 심형래가 주인공인 ‘영구와 땡칠이’ 시리즈가 인기를 끌었다. ‘서편제’ ‘장군의 아들’ 등 임권택 감독 작품의 제작사로 유명한 태흥영화사도 1988년 ‘어른들은 몰라요’, 1993년 ‘참견은 노 사랑은 오예’ 등 어린이영화 제작에 뛰어들었다. ‘어른들은 몰라요’는 서울 관객 22만 명을 모으며 그해 한국영화 중 흥행 3위를 기록했다. ‘왕의 남자’(2005년)로 천만감독 대열에 오른 이준익의 데뷔작 역시 어린이영화 ‘키드캅’(1993년)이었다. 2000년대부터 어린이영화는 사양길을 걸었다. ‘마법경찰 갈갈이와 옥동자’(2004년) ‘서유기 리턴즈’(2011년) 이후 애니메이션 외의 어린이 실사 영화는 사실상 실종됐다. 2018년 ‘번개맨의 비밀’이 개봉했지만 뮤지컬을 스크린에 담은 것이었다. 이마저도 미취학 아동 대상이었다. 과거처럼 초등학생까지 아우르는 오락물 성격의 어린이영화는 자취를 감춘 것. 할리우드 대작 애니메이션 등 외국산 영화에 국산 어린이영화 시장은 잠식당한 상태다. 수십 년이 지난 뒤에도 어린 시절 관람한 어린이영화를 추억하는 이들이 상당하다. ‘키드캅’ 관람평을 남기는 네이버 페이지엔 개봉 29주년인 현재도 “정말 잊을 수 없는 영화” 같은 감상평이 다양하게 달리고 있다. 이준익 감독은 본보와의 전화 통화에서 “당시 어린이들이 ‘나홀로 집에’ 등 외국 어린이영화를 보는 게 아쉬워 만든 영화였다”며 “연출력은 미숙했지만 만듦새를 떠나 누군가의 동심에 큰 영향을 줬다면 감사한 일”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어린이영화 시장이 부활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액션동자’ 역시 어린이영화 부활의 신호탄이 아니라 일회성으로 끝날 것이라는 것. 박기수 한양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는 “유튜브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에서 콘텐츠가 쏟아지고 있는 환경이어서 국산 어린이영화 시장이 되살아날 가능성은 없다”라고 했다. 성인 콘텐츠를 자주 접하며 어린이들 눈높이가 성인 수준에 맞춰진 것도 어린이영화 부활을 어렵게 한다. 영화진흥위원회는 어린이영화를 포함한 가족영화에 대해 제작 지원을 해오던 사업을 2017년을 끝으로 진행하지 않고 있다. ‘액션동자’는 2018년 영진위 지원을 받긴 했지만 장르는 독립예술영화로 분류됐다. 극장 개봉으로 큰 수익을 거두기 어려운 장르인 데다 영진위 역시 별도 장르로 분류해 지원하지 않는 만큼 향후 ‘액션동자’ 외에 또 다른 국산 어린이영화가 등장해 명맥을 이을 가능성은 낮다. 이준익 감독은 “나도 다시 어린이영화를 해보고 싶지만 어린이영화는 투자자들이 선호하지 않는 것이 현실”이라고 했다. ‘액션동자’를 연출한 용민네(본명 최영민) 감독은 “한국영화의 다양성 확보 차원에서 어린이영화를 별도 장르로 분류해 1년에 한두 편 정도만 지원해도 국산 어린이영화 시장이 유지되고 어린이들에게도 추억을 만들어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마블 영화 중 가장 무서운 영화가 될 겁니다.”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의 주연 베네딕트 컴버배치가 2일 화상으로 한국 기자들을 만나 신작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2016년 개봉한 ‘닥터 스트레인지’ 후속편인 이 영화는 4일 개봉한다. 감독은 호러 영화 ‘이블 데드’ 시리즈와 히어로 영화 ‘스파이더맨’ 시리즈를 만든 샘 레이미. 서로 다른 두 장르에서 독보적인 입지를 구축한 만큼 히어로물의 압도적인 규모와 빠른 속도감에 공포물의 숨 막히는 긴장감을 버무린 새로운 마블 영화를 탄생시켰다. 컴버배치는 “관객들은 여러 종류의 공포를 느끼면서 널리 알려진 레이미 감독의 공포물 연출력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편은 천재 신경외과 의사 스트레인지가 교통사고로 손 신경에 손상을 입는 시련을 겪은 뒤 다중세계(멀티버스)를 넘나드는 초능력을 가진 마법사가 되는 과정에 초점을 맞췄다. 전편에선 다중세계가 열리며 벌어지는 일은 맛보기 정도로 다뤘는데, 이번엔 다중세계가 주인공이다. 시공간이 뒤엉키는 과정에서 스트레인지는 다른 세계의 적들을 만나는 것은 물론이고 다른 차원에 사는 또 다른 자신도 만난다. 컴버배치는 “인간에게는 누구나 여러 가지 면이 있다. 아버지로, 또 아들로 여러 역할로 살지 않냐”며 “이 영화는 다중세계를 활용해 ‘우리는 과연 누구인가’라는 철학적인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라고 말했다. 컴버배치는 이번 영화에서 각각의 세계에 사는 스트레인지 역을 맡아 1인 다역을 소화해냈다. 영화에서는 스트레인지와 또 다른 스트레인지가 만나기도 한다. 그는 “스트레인지는 원래부터 다양한 면을 가진 캐릭터인데, 이런 인물이 다중세계를 만나면서 여러 버전으로 진화하게 된다”며 “닥터 스트레인지란 누구인가를 깊이 있게 들여다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영화는 스트레인지가 또 다른 세계의 스트레인지와 맞서는 장면을 통해 삶에 있어 가장 큰 적은 자기 자신일 수 있다는 메시지도 전한다. 다중세계가 열리며 발생한 대혼돈을 막기 위해 나서는 또 다른 히어로 캐릭터 ‘아메리카 차베즈’(소치 고메즈)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아메리카 차베즈는 다중세계의 포털을 만들어 여러 세계로 이동할 수 있게 만드는 굉장한 캐릭터로 다양성이나 포용성 면에서 큰 의미를 지닌다”고 소개했다. 그는 한국 영화에 출연하고 싶다는 뜻도 밝혔다. 그는 “한국에는 세계 최고의 배우들과 감독들이 있다”며 “기회가 주어진다면 당연히 한국영화에 참여하고 싶다”고 했다. ‘닥터 스트레인지…’는 극장가를 뒤덮은 팬데믹 그늘을 완전히 제거해줄 작품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2일 오후 6시 기준으로 이 영화의 누적 예매 관객 수는 72만 명을 넘어서며 팬데믹 이후 개봉 이틀 전 기준 사전예매 최다 기록을 세웠다. 서울 용산구 CGV 용산아이파크몰 IMAX관의 경우 개봉 첫날인 4일 7회차까지 모두 매진됐다. 7회차는 5일 오전 2시 10분에 시작해 오전 4시 26분에 끝난다. 영화관 업계에선 ‘닥터 스트레인지…’가 관객들의 관심에 불을 지피고 다음 달부터 잇달아 개봉하는 한국 영화 대작들이 관객들의 발길을 붙잡기 시작하면 극장가가 팬데믹 이전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커지는 분위기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화려한 도시로 손꼽히는 프랑스 파리가 흑백영화에 담겼다. 다음 달 12일 개봉하는 영화 ‘파리, 13구’를 연출한 자크 오디아르 감독(70·사진)은 최근 화상 인터뷰에서 “파리는 아름답지만 박제된 도시이기도 하다. 가장 파리 같지 않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 흑백영화를 택했다”고 말했다. 오디아르 감독은 2015년 프랑스 이민자의 삶을 다룬 영화 ‘디판’으로 칸 영화제에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받았다. 2009년에는 ‘예언자’로 칸 영화제에서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했다. ‘파리, 13구’는 강력범죄를 주로 다룬 전작들과 결을 달리한다. 파리에서도 인종·문화적 다양성이 두드러지는 13구를 배경으로 20, 30대 네 남녀의 사랑 이야기를 그린다. 영화는 데이팅앱을 통해 낯선 이를 만나자마자 성관계를 하고 헤어지는 에밀리(루시 장)와 이성과 즐기는 것 외에 진지한 관계에는 관심이 없는 까미유(마키타 삼바) 등 자유롭게 살아가는 4인 4색 젊은이들의 일상을 따라간다. 이들의 솔직하고 거침없는 연애를 그리기 위해 감독은 주인공들을 여러 차례 전라로 등장시킨다. 오디아르 감독은 “수위가 높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젊은 사람들은 종종 앱을 통해 잠자리 상대를 찾는데, 이들이 육체적 관계를 가진 후 어떤 이야기들을 나누는지를 보여주려면 사랑을 나누는 장면을 정확하게 담을 필요가 있었다”고 했다. 영화의 원작은 미국 작가 에이드리언 토미네의 ‘킬링 앤드 다잉’ 등 3편의 단편 그래픽 노블이다. 각본에는 2019년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으로 칸 영화제 각본상을 받은 프랑스의 또 다른 거장 셀린 시아마 감독(42)이 참여했다. 프랑스 선후배 거장이 만나 빚어낸 작품이어서 더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이 영화는 스스로 생각하는 자신과 실제 자신 사이에 괴리가 있는 인물들이 진짜 자신을 찾아가는 영화입니다. 배우들과 행복하게 찍은 작품인 만큼 한국 관객들도 제가 이 영화를 찍을 때 느꼈던 기쁨을 함께 느꼈으면 합니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상영관 내 취식 제한이 13개월 만에 해제되면서 영화관에 활기가 돌고 있다. 관객들이 돌아오기 시작한 것. 취식 허용 첫날인 25일 서울 용산구 CGV 용산아이파크몰 매점 키오스크 앞에는 영화를 보며 먹을 간식을 사려는 관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취식 제한이 풀리면서 국내 대형 배급사들도 길게는 2년 넘게 개봉을 미뤄온 한국 영화 대작 개봉을 줄줄이 확정해 발표하고 있다. 영화업계에서는 영화관의 마지막 장애물로 여겨진 취식 제한이 풀리고 나면 정부가 방역수칙을 다시 강화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언제 어떻게 방역수칙이 바뀔지 몰라 전전긍긍하며 개봉 시기를 확정하지 못하던 배급사들이 하나둘 묵혀둔 대작 보따리를 풀고 있다. 전통적인 성수기였던 7, 8월 여름 극장가에는 예년처럼 한국 영화 대작들이 대거 개봉해 정면대결을 벌이는 춘추전국시대가 열릴 것으로 보인다. 첫 테이프를 끊는 작품은 한국 거장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과 일본 거장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첫 한국 영화 ‘브로커’. 두 작품은 다음 달 17일 개막하는 제75회 칸 영화제 경쟁부문 공식 초청작으로 선정됐다. CJ ENM은 ‘브로커’와 ‘헤어질 결심’을 각각 6월 초, 6월 말에 개봉할 예정이다. CJ ENM은 두 영화로 분위기를 띄운 뒤 이르면 7월에 영화 ‘도둑들’과 ‘암살’로 각각 1000만 명 넘게 관람한 기록을 세운 최동훈 감독의 ‘외계+인’을 개봉할 계획이다. 윤제균 감독의 ‘영웅’, 김용화 감독의 ‘더 문’ 등 스타 감독들의 대작도 올해 안에 개봉될 것으로 전망된다. 조영용 CJ ENM 영화 콘텐츠 사업국장은 “취식 허용으로 영화관이 팬데믹 이전의 문화공간으로 돌아감에 따라 관객들이 더 많이 영화관을 찾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우선 여름 시장을 겨냥해 블록버스터 개봉 예정작에 대한 마케팅 준비를 시작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올해 1월 개봉하려다 방역수칙 강화로 개봉을 무기한 연기했던 쇼박스의 ‘비상선언’도 이르면 7월 개봉할 것으로 보인다. ‘비상선언’은 이병헌 송강호 전도연 김남길 임시완 등 스타 배우들이 대거 출연하는 데다 마케팅비를 제외한 순제작비만 260억 원에 달하는 항공 재난 블록버스터인 만큼 극장가 분위기를 팬데믹 이전으로 돌려놓는 데 큰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되는 영화다. 롯데엔터테인먼트는 역대 최다인 1760만 관객을 기록한 영화 ‘명량’을 만든 김한민 감독의 차기작 ‘한산: 용의 출현’을 7월 말 개봉하기로 했다. ‘한산’의 흥행 추이와 방역 관련 상황을 지켜본 뒤 지난해 6월 촬영을 마친 후속작 ‘노량: 죽음의 바다’와 2020년 초 촬영을 끝낸 배우 소지섭의 스크린 복귀작 ‘자백’의 개봉도 확정한다는 방침이다. 묵혀둔 대작들이 일시에 풀리면 관객들은 오랜만에 영화를 골라 보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이에 비해 배급사나 제작사는 한정된 관객을 나눠 가져야 해 출혈 경쟁을 할 수밖에 없다는 우려도 나온다. 극장가 경쟁 구도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개봉일을 놓고 벌이는 눈치 싸움은 팬데믹 국면에서보다 오히려 더 치열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전쟁영화 명작으로 꼽히는 ‘1917’ ‘덩케르크’ ‘라이언 일병 구하기’는 배경이 전투 현장이라는 공통점을 지녔다. 영화 ‘민스미트 작전’은 결이 다르다. 속고 속이는 첩보전을 정면으로 다룬다. 총탄과 포탄이 오가는 전장 이면에 전쟁 판도를 바꾸고자 조용하고 치밀하게 진행된 기만작전이 소재다. 배경은 제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43년 영국 런던. 영국군 중심의 연합군은 히틀러의 독일군에 맞서 전세를 역전시킬 방안을 강구한다. 이에 기획된 작전이 ‘민스미트 작전’. 부랑자 시신에 전투복을 입혀 ‘윌리엄 마틴’이란 이름의 영국군 해병대 소령으로 위장한다. 작전을 기획한 영국군 장교 몬태규(콜린 퍼스)와 첨리(매슈 맥퍼딘)는 윌리엄에게 팸이라는 이름의 약혼녀가 있는 것으로 설정하고 그들이 처음에 어떻게 만났는지 등 ‘윌리엄 스토리’를 세세하게 창조하며 그를 실존 인물처럼 꾸민다. 이 가짜 소령의 임무는 잠수함에서 바다로 던져진 뒤 스페인 해안가에서 발견되는 것. 그는 연합군이 곧 그리스에 상륙할 것이란 내용이 포함된 연합군 수뇌부의 가짜 극비문서와 팸의 연애편지가 담긴 가방을 매달고 있다. 이 문서가 스페인에 있는 독일 첩보원을 거쳐 히틀러에게 전달되고, 히틀러가 전략적 요충지인 시칠리아의 병력을 그리스로 분산 배치하면 연합군이 그 틈에 시칠리아를 점령한다는 것이 작전 목표다. ‘윌리엄 소령’은 인간 미끼였던 셈이다. 영화는 남성 시신을 수배하는 과정부터 가상의 약혼녀 ‘팸’의 편지를 쓰고 이를 윌리엄이 소지하도록 하는 장면 등 작전 기획 단계부터 실행에 이르기까지 기만작전의 모든 것을 보여준다. 모든 변수를 고려해 작전을 실행했지만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변수가 튀어나오는 장면을 속도감 있게 보여주며 관객을 초조하게 만든다. ‘셰익스피어 인 러브’로 1999년 아카데미에서 작품상 등 7개 부문을 휩쓴 존 매든 감독의 신작이다. 알려진 대로 ‘민스미트 작전’은 2차 대전 판도를 연합군 우위로 바꿔 종전(終戰)으로 이끄는 데 기여한 성공한 작전이었다. 그러나 감독은 작전 성공에 환호하기보다 별다른 감흥이 없는 몬태규와 첨리의 모습을 보여주는 데 집중한다. 작전을 성공시키기 위해 시칠리아 해안에 상륙해 진격하다 산화한 연합군 병사들을 담담하게 보여준다. 역사상 가장 위대한 기만작전으로 꼽히는 작전도 결국은 누군가의 희생을 딛고 거둔 결과일 뿐임을 강조한다. 비장함을 배제한 감독의 담백한 연출력이 돋보인다. 전쟁은 누가 승리하든 결국 비극이라는 메시지를 던지며 전쟁과 승리란 무엇인지 곱씹어보게 하는 명작 전쟁영화다. 다음 달 12일 개봉.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태초의 모습 그대로인 듯한 도미니카공화국의 정글은 위압감이 느껴질 정도로 아름답다. 스크린에 펼쳐진 초록의 풍광은 관객들을 현실에서 벗어나게 해준다. 장대한 자연을 무대로 담아낸 내용은 ‘병맛 코드’로 가득한 B급 감성 코미디. 배경과 이야기의 부조화는 관객의 호기심을 자극해 몰입도를 끌어올린다. 영화 ‘로스트 시티’ 얘기다. 베스트셀러 소설가 로레타(샌드라 불럭)는 북콘서트가 끝난 뒤 호텔을 나서다 언론 재벌 아들 페어팩스(대니얼 래드클리프)에게 납치된다. 페어팩스는 자신이 찾는 전설의 고대 보물이 있는 화산섬이 어딘지를 로레타의 책을 보고 알아낸 인물. 그는 보물의 구체적 위치가 담긴 양피지의 문자를 해독할 수 있는 이가 로레타뿐이라는 사실을 알고 로레타를 섬으로 데려가 해독을 강요한다. 로레타의 책 표지 모델로 납치 직전 로레타에게 막말을 했던 앨런(채닝 테이텀)은 죄책감을 씻기 위해 로레타를 구하러 화산섬으로 들어간다. 영화는 아무 생각 없이 볼 수 있는 요소를 두루 갖췄다. 이야기는 로레타와 앨런의 섬 탈출기로 단순하다. 단순한 이야기를 맛깔나게 만드는 건 불럭과 테이텀이 시종일관 진지한 표정으로 주고받는 유머를 녹인 스몰토크. 구시렁거림에 가까운 이들의 대화는 관객들을 킥킥거리게 만드는 일등공신이다. 불럭이 떨떠름한 표정으로 소화하는 코미디 연기는 30년이 넘는 연기 내공을 실감케 한다. 불럭과 테이텀은 억지로 웃기려 하지 않을 때 가장 웃긴다는 사실을 잘 아는 듯하다. 앨런의 부탁으로 화산섬에 들어가는 잭 트레이너 역의 브래드 피트의 연기도 관람 포인트다. 그는 긴박한 상황에도 차분한 액션 연기를 펼치며 짧은 출연에도 강한 인상을 남긴다. 래드클리프의 악당 변신도 눈길을 끈다. 신사적으로 보이려 애쓰는 악당의 모습을 입체적으로 표현했다. “아무리 영화지만 너무하다” 싶을 정도의 일부 과도한 설정은 아쉬운 대목. 뻔한 로맨스를 빼고 끝까지 코미디에 집중했더라면 더 좋았을 것이란 아쉬움이 남는다. 20일 개봉.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이 마을에서 18∼40세의 건강한 남성을 찾아오는 사람에게 100위안을 드리죠.” 저자가 과거 중국 농촌지역에 데려간 미국 학생이나 연구자에게 농담처럼 이 말을 했을 때 해당하는 남성을 찾아오는 이는 거의 없었다. 그러나 2016년 이후 상황은 변했다. 농촌 곳곳에서 젊은 남성들이 발견됐다. 대부분 도시에서 일하다가 일자리를 잃고 반강제로 귀향한 이들이다. 중국은 1991∼2018년 27년간 경제성장률이 연 6% 이하로 내려간 적이 없을 정도로 급성장했다. 그러나 2019년 경제성장률은 6.1%. 1990년 3.9% 이후 최저치였다. 2020년엔 팬데믹 여파로 2.3%까지 떨어졌다. 지난해엔 8.1%였지만 분기별로 보면 1분기(1∼3월) 18.3%에서 4분기(10∼12월) 4%로 곤두박질치는 양상이다. 저자는 “중국이 중진국 함정에 빠졌다. 급격한 부상 뒤에 숨겨진 엄청난 약점들이 드러나기 시작했다”고 분석한다. 중국은 가난한 농촌 출신의 저학력 저숙련 저임금 노동자들을 내세워 해외 기업을 유치했고 이들에게 의존하며 성장했다. 그러나 이들의 임금이 오르자 기업들은 또 다른 저임금 시장인 베트남 등으로 공장을 옮겼다. 여기에 자동화 기술까지 더해져 농촌 출신 노동자들은 설 자리를 잃었다. 저자는 중국이 한국 같은 고소득 국가가 되려면 ‘보이지 않는 중국’인 농촌지역에서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후진국형 단순 제조업에서 탈피해 고생산성, 혁신 기반 경제로 전환하려면 중국 인구의 64%를 차지하는 농촌 인구를 제대로 교육해야 한다는 것. 농촌 어린이들에게 더 나은 교육 서비스를 제공해 도시 어린이들과의 교육 격차를 줄이고 고급 인력으로 키워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 책의 주저자는 40년 넘게 중국을 연구해온 미국 스탠퍼드대 선임연구원. 중국을 잘 아는 비중국인인 만큼 그의 제언은 깊이 있고 냉철하다. “중국이 잘돼야 모두에게 이익이 된다”는 주장은 반중 정서를 지닌 이들에게 다소 불편할 수 있지만 대중 경제 의존도가 높은 한국 입장에서 흘려들을 수만도 없는 얘기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허허벌판에 커다란 구(球)가 떠 있는 이미지가 떠오르더라고요. 그 이미지에 맞는 이야기를 구상하다 보니 공상과학(SF) 장르가 됐어요.” 21일 개봉하는 영화 ‘헝거’를 연출한 강다연 감독(28)은 13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시각적인 이미지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그는 “영화는 보는 것인 만큼 매력적인 이미지를 구현해 관객들이 보고 빠져들게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헝거’는 20대 강 감독의 첫 장편영화다. 제작비 4000만 원이 채 안 들어간 저예산 영화지만 감각적인 비주얼을 중시하는 MZ세대 감독답게 시각적인 것에 공을 들인 흔적이 역력하다. 주인공인 중학생 유지(김유나)는 초자연적 현상으로 자신이 살던 부촌 ‘빌딩도시’가 파괴되고 남동생을 제외한 가족들 생사도 알 수 없게 되자 생존자 집결지로 향한다. 이 과정에서 등장하는 검은색 초대형 구는 관객 눈을 사로잡는다. 유지가 구로 들어가자 다른 차원의 세계에 사는 또 다른 자신이 있다. 강 감독은 “유지는 4남매 중 장녀로 엄마 역할을 해야 한다는 압박 속에 짓눌려 산다”며 “해석은 관객 몫이지만 다른 차원의 유지는 마침내 억눌린 현실에서 벗어난 유지 자신으로도 해석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영화는 부촌에 사는 유지가 인근 판자촌을 동경하는 모습도 그려진다. 강 감독은 “현실에서 탈출하고 싶어 하는 순수한 소녀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며 “헝거(Hunger), 즉 굶주림이라는 제목도 늘 무언가 결핍돼 있는 소녀를 상징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번 작품은 규정된 틀에서 벗어난 만큼 관객들이 낯설게 느끼실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런 낯섦도 그 나름대로의 재미로 받아들여주시면 좋겠습니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프랑스 칸 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한국 영화 2편이 진출했다. 칸 영화제 집행위원회는 14일(현지 시간) 다음 달 17일 개막하는 제75회 영화제 경쟁부문 초청작 18편을 발표했다. 이 중에는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과 일본 거장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만든 첫 한국 영화 ‘브로커’가 포함됐다. 박 감독이 칸 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된 것은 2016년 영화 ‘아가씨’ 이후 6년 만이다. 신작 장편영화 ‘헤어질 결심’은 배우 탕웨이와 박해일이 출연한다. 사고로 남편을 잃고 용의자로 의심을 받는 ‘서래’(탕웨이)와 그에게 관심을 품는 형사 ‘해준’(박해일) 사이에서 벌어지는 일을 다룬다. 앞서 박 감독은 칸 영화제에서 ‘올드보이’로 2004년 심사위원 대상을, ‘박쥐’로 2009년 심사위원상을 각각 수상했다. 고레에다 감독의 ‘브로커’는 송강호 배두나 강동원 이지은(아이유) 등 국내 스타 배우들이 출연하는 영화로 ‘베이비박스’를 둘러싼 이야기를 그렸다. 외국 감독이 연출한 한국 영화가 해외 주요 영화제의 경쟁부문에 오른 건 처음이다. 고레에다 감독은 2018년 일본 영화 ‘어느 가족’으로 칸 영화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받는 등 박 감독과 더불어 칸이 사랑하는 감독으로 꼽힌다. 이에 따라 이번 영화제에서 두 작품 중 하나가 황금종려상을 받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2019년 칸 영화제에서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황금종려상을 받았다. 드라마 ‘오징어게임’으로 글로벌 스타가 된 배우 이정재의 감독 데뷔작 ‘헌트’는 비경쟁 부문인 ‘미드나이트 스크리닝’에 초청됐다. 이 영화는 이정재와 정우성이 공동 주연을 맡았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무슨 얘기가 그래?” 홍상수 감독의 신작 ‘소설가의 영화’는 영화 속 시인(기주봉)의 대사처럼 ‘무슨 얘기가 이런가’ 싶다. 소설가 준희(이혜영)는 연락이 끊긴 후배가 운영하는 책방을 찾아간다. 후배와 대화를 나누고 홀로 인근 전망대에 갔다가 영화감독 부부를 만난다. 공원으로 내려와서는 영화배우 길수(김민희)를 만나 길수 부부가 주연인 영화를 만들어보고 싶다며 출연을 설득한다. 준희와 길수는 함께 후배 책방으로 가고 노시인 등과 어우러져 막걸리를 마시며 소소한 이야기를 나눈다. 홍 감독 영화들이 그렇듯 ‘이야기 같은 이야기’는 없다. 소설가의 하루를 따라가고 그가 나누는 대화를 담아낼 뿐이다. 시인의 대사는 그의 작품들에 특별한 서사가 없는 것을 두고 “무슨 영화가 이러냐”고 비판하는 일각의 목소리를 떠오르게 한다. “나는 그냥 이야기가 있는 영화를 만들되 단순한 이야기일 수도 있다”란 준희의 대사는 홍 감독의 해명처럼 들린다. 준희가 말하는 “좋아하는 배우를 가장 편한 상태에 놓고 자연스러운 모습을 온전히 기록하지만 다큐멘터리와는 다른 것”은 그의 영화 스타일을 정의하는 말이기도 하다. 주인공들의 연기는 대화 중간에 흐르는 침묵까지 현실감이 넘친다. 너무 현실적이어서 오히려 영화로는 어색하게 느껴질 정도다. 평온한 듯하다가 갑자기 직설적인 말을 쏟아내며 화를 내는 이혜영의 정색 연기는 영화를 보는 재미를 더한다. 홍 감독의 기존 영화들과 다를 게 없는 ‘자기복제작’이란 혹평도, 평범하기 그지없는 일상을 그만의 스타일로 또 한 번 섬세하게 변주한 작품이라는 호평도 예상된다. 영화는 올 2월 베를린 국제영화제에서 은곰상 심사위원대상을 받았다. 영화제 측은 홍 감독의 27번째 ‘섬세한 변주’를 높이 평가한 것으로 보인다. 21일 개봉.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