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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거리 8000km 이상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쥐랑(巨浪)-2를 탑재한 중국의 ‘094형 전략 핵잠수함’이 남중국해에서 첫 항해를 마쳤다고 홍콩 밍(明)보가 1일 보도했다. 인민해방군 남해함대는 9월 29일 하이난(海南) 섬 싼야(三亞)의 야룽(亞龍) 만 잠수함기지에서 첫 항해를 성공적으로 마친 ‘잠수함 제1부대’ 부대원 41명에게 중앙군사위원회가 수여하는 ‘일등공(一等功)’ 수여식을 가졌다. 쥐랑-2 미사일은 2011년 12월 30일 보하이(渤海) 만에서 해상 시험 발사에 성공한 데 이어 올해 1월 23일 해저 발사 실험도 성공했다. 미 국방부는 중국이 올해 말 094형 잠수함에 쥐랑-2를 장착한 ‘미사일 장착 순항’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했으나 예상보다 빨리 이뤄졌다고 밍보는 전했다. 길이 13m, 직경 2m인 쥐랑-2에는 3∼6개의 핵탄두 장착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쥐랑-2는 하와이 부근에서 발사될 경우 미국 본토 전역을 타격할 수 있다. 현재 남중국해에 속한 베트남 필리핀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 주변국들이 094형 잠수함을 탐지하는 기술을 보유하지 않고 있어 094형 잠수함이 실전 배치되면 중국이 남중국해에서 우위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094형 잠수함에는 쥐랑-2 미사일 12기를 탑재할 수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쥐랑-2를 장착한 094형 잠수함은 올해 말부터 실전 배치될 수 있다”며 “이는 미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잠수함 발사 핵미사일을 보유한 중국이 어떤 공격을 당해도 다양한 선택을 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라고 의미를 설명했다. ▼ 年 20조원 예산으로 무기개발-수출… 군사대국화 이끌 ‘방위장비청’ 출범 ▼일본 군수산업의 사령탑이 될 방위장비청이 1일 출범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군사대국 노선을 뒷받침할 이 조직은 정부와 민간의 힘을 합쳐 첨단 무기를 개발하고 수출하는 역할을 맡는다. 일본 정부는 본격적인 방위산업 육성을 위해 지난해 4월 무기 수출을 사실상 금지한 ‘무기 수출 3원칙’을 일정 조건만 맞으면 수출을 허용하는 ‘방위장비 이전 3원칙’으로 바꿨다. 여기에는 그동안 규정에 묶여 자위대에만 군수품을 팔아온 군수기업들의 강한 요청도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일본 방위성 및 자위대와 거래 관계에 있는 일본 군수기업은 4600여 곳에 달한다. 실제로 ‘무기 수출 3원칙’ 폐지 이후 미쓰비시중공업과 가와사키중공업은 호주 잠수함 수주전에 참여했고, 후지중공업은 미국 기업과 함께 다목적 헬기 개발에 착수했다. 여기에 최근 안보법 통과로 집단적 자위권 행사가 가능해진 데다 방위청 출범까지 더해지면서 군수기업들은 ‘최대의 기회’를 맞았다는 분위기다. 신형 공중급유기 도입, 이지스함 건조, 무인정찰기 도입 등 방위성의 핵심사업 진행 속도도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이날 출범한 방위청 인원은 1800명가량이며 예산은 방위예산의 40%가량인 2조 엔(약 19조6000억 원)으로 정부 외청 가운데 가장 많다. 나카타니 겐(中谷元) 일본 방위상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장비 취득 관련 부서를 통합해 고품질 장비를 저렴하게 취득하는 것을 도모하는 동시에 외국과의 방위장비 기술 협력 과제에 대해서도 전문적 지식을 집약해 일관된 ‘책임 체제’로 임할 것”이라고 말했다.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도쿄=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
25일(현지 시간) 미국 백악관에서 열린 미중 정상회담에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북한 핵·미사일 프로그램 저지 방안을 가장 중요하고 긴급한 의제로 논의했다. 북한이 다음 달 10일 노동당 창건 70주년 기념일을 앞두고 장거리 로켓 발사와 4차 핵실험 가능성을 내비친 상황에서 두 정상이 한목소리로 “추가 도발하지 말라”는 경고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해석된다. 양국 정상은 전날 오후 시 주석이 워싱턴에 도착한 직후 백악관 영빈관인 블레어하우스에서 진행된 비공식 업무 만찬에서도 북한의 위협을 심도 깊게 논의했다. 이어 25일 오전 이어진 단독 및 확대 정상회담 등을 통해 “북한의 도발은 동북아 안정은 물론이고 미중 양국관계의 안정적인 발전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공통의 인식을 확인했다. 유엔 총회에 참석 중인 박근혜 대통령이 25일 블룸버그통신과 인터뷰에서 “북한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을 위반하는 도발적 행동을 계속한다면 확실한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단호하게 밝힌 것도 미중 정상의 이러한 공통된 인식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블룸버그통신은 24일 보도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시 주석에게 중국의 지렛대 역할을 요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해 미중 정상이 북한의 추가 도발을 막기 위해 논의할 것임을 시사했다. 실제로 미중 양국 안보 담당자들은 정상회담을 앞두고 여러 차례 공개 발언을 통해 ‘북핵 불용’이라는 한목소리를 내왔다. 수전 라이스 백악관 안보보좌관은 21일 조지워싱턴대 연설에서 “미중은 북한을 결코 핵보유국으로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며 “중국은 북한에 영향을 끼치는 ‘지렛목(fulcrum of influence)’인 만큼 이번 회담은 북한이 핵 보유와 경제 발전 중 어느 한쪽을 분명히 선택하도록 하는 또 다른 기회가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앞서 중국의 왕이(王毅) 외교부장도 19일 베이징(北京) 댜오위타이(釣魚臺) 국빈관 팡페이위안(芳菲苑)에서 열린 9·19 공동성명 기념 세미나에서 “6자회담 구성원들은 모두 유엔 헌장을 준수할 책임이 있고 유엔 결의를 이행할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연일 장거리 로켓 발사 가능성을 흘리고 있는 북한에 중국 측이 강력한 경고를 보낸 것으로 풀이됐다. 그렇다고 강경 일변도만 고집하는 것은 아니다. 미중 양국은 북한이 도발을 중단하고 진정성 있는 비핵화의 의지를 보인다면 협상으로 문제를 해결할 가능성은 열어둔 상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5일 “오바마 대통령이 시 주석과의 만남을 통해 (자신의 임기가 끝나는) 내년까지 두 나라가 집중했으면 하는 이슈들의 윤곽을 그렸으며 특히 북한과의 긴장 완화가 그중 하나”라고 보도했다. 양국 정상은 이런 기조하에서 정상회담 직후 발표할 공동선언문의 수위와 최종 문안 등을 막판까지 신중하게 검토해 왔다. 정상들은 또 북한이 국제사회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도발을 감행할 경우 현실화될 각국과 양국, 유엔 차원의 제재 방안에 대해 구체적인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중 양국의 움직임에 반발하는 북한은 자신의 장거리 로켓 발사 실험에 대해 유엔과 미국 등이 새로운 제재를 가할 경우 이를 핑계로 4차 핵실험 카드를 꺼내들 것으로 여러 전문가들은 우려하고 있다. 미국의 북한 전문 사이트인 38노스는 미중 정상회담 하루 전인 24일 이러한 우려를 뒷받침하는 새로운 위성사진을 공개했다. 이달 18일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 상공에서 촬영한 상업위성 사진을 판독한 결과 2009년과 2013년에 핵실험이 이뤄진 서쪽 갱도 입구에 4대의 대형 트럭이 나란히 주차된 모습이 발견됐다는 것이다. 실험장으로 들어가는 길목을 지키는 경비대 검문소에 이례적으로 대형 차량이 주차하고 있는 장면이 목격되는 등 전반적으로 새로운 활동이 부쩍 늘어났다. 지금까지 한 번도 사용되지 않아 4차 핵실험 장소로 유력시돼온 남쪽 갱도의 경우 2012년 이전에 굴착된 첫 번째 터널 앞 지역이 확장됐으며 폐석 더미를 이용해 땅을 평평하게 고르는 평탄화 작업이 이뤄진 것으로 드러났다. 터널 앞에는 모래와 자갈이 깔려 있었고 주변에서는 작업 차량과 장비들이 발견됐다고 38노스는 전했다. 워싱턴의 한 대북 소식통은 “북한은 미국의 정찰위성이 자신들의 움직임을 잘 관찰할 수 있도록 날씨가 좋을 때를 골라 움직이고 있다”며 “최근 풍계리 움직임은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을 자극하기 위한 의도적인 행보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북한의 핵·미사일 프로그램의 고도화를 막지 못한 채 원론적인 수사(修辭)적 대응에만 그치는 미중 정상회담의 근본적인 한계를 지적하기도 한다. 하지만 ‘핵 없는 세상’을 추구하는 미국과 북한의 생명선을 쥐고 있는 중국이 북한 비핵화의 당위성에 공감하고 대북정책을 조율하는 것 자체로도 북한에는 큰 압박이 되고 있다는 평가다.워싱턴=신석호 kyle@donga.com /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24일 오후 7시 반경(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 인근 펜실베이니아 애버뉴 길거리. 2박 3일간의 시애틀 일정을 마치고 이날 오후 전세기 편으로 워싱턴에 도착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의 안내를 받으며 수행원들과 함께 길을 건너고 있었다. 행선지는 시 주석의 숙소이자 이날 오바마 대통령과의 비공식 실무 접촉이 열릴 영빈관인 블레어하우스. 이번이 다섯 번째 회담인 두 사람의 모습은 적어도 겉보기에는 오래된 친구 사이처럼 허물없어 보였다. 모두 넥타이를 풀어헤친 노타이 차림이었고, 심지어 오바마 대통령은 왼손을 바지 주머니에 찔러 넣은 채 편안한 표정으로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 포착되기도 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시 주석에게 중국어로 ‘니하오(안녕하세요)’라고 인사하기도 했다. 관영 중국중앙(CC)TV가 “지난해 11월 베이징(北京)의 잉타이(瀛臺)에서 두 정상이 달빛 아래 산책을 하는 분위기가 워싱턴의 가을밤에 그대로 재현됐다”고 전했을 정도였다. 이튿날 정상회담에 앞서 열린 이날 저녁식사를 곁들인 비공식 만남에 미국 측에서는 조 바이든 부통령, 수전 라이스 국가안보보좌관 등 핵심 인사를 중심으로 한 극소수만 참석했다. 시 주석은 이날 만찬에서 “중국은 (미국이 주도한) 현 국제사회 질서의 참여자이자 동시에 수혜자”라며 “중국이 현 체제를 개혁하고 개선하는 것은 ‘다른 살림을 차리려는 것은 아니다((령,영)起爐조)’라고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자신이 밝힌 미중 간 ‘신형대국관계’가 다른 체제를 추구하는 게 아니며 공정하고 합리적인 양국의 발전을 추구하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시 주석은 또 “(중국이 주도한)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등은 모두 개방, 투명, 포용을 주창하고 있으며 이에 참여한 국가들의 발전에 부합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오바마 대통령은 “중국의 평화적 굴기는 환영한다”며 “안정되고 번영된 중국은 중국인은 물론이고 미국과 국제사회 이익에도 부합한다”고 화답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중국이 세계에서 보다 큰 역할을 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25일 정상회담 후 백악관의 가장 큰 방인 ‘이스트룸’에서 열리는 공식 국빈 만찬은 중국적 요소를 많이 가미했다. 특히 중국의 전통 명절인 중추절(27일)을 앞두고 있는 만큼 중국 전통음식인 ‘웨빙(月餠)’을 비롯해 식탁보와 꽃 장식, 메뉴판 색깔까지 중국적 색채를 가미하려 했다. 중국 런민(人民)일보가 공개한 국빈 만찬 메뉴판에 따르면 이날 테이블에 오를 술은 중국 8대 명주 중 하나인 사오싱주(紹興酒·소홍주). 오바마 대통령은 4월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의 백악관 국빈 만찬에서도 아베 총리의 고향에서 생산된 사케로 건배를 한 바 있다. 식사 메뉴로는 애피타이저로 검은 송로버섯을 곁들인 야생버섯수프를 비롯해 미국 메인 주에서 잡힌 바닷가재와 중국 음식인 시금치, 표고버섯, 부추로 감싼 쌀국수 롤이 오른다. 이어 메인 요리로 미 콜로라도산 양고기 허릿살구이, 디저트로는 양귀비 씨로 만든 빵과 리즈로 만든 셔벗이 준비된다. 백악관 수석요리사 크리스테타 커머퍼드 씨는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메인 주 바닷가재가 살이 제대로 차올라 요즘이야말로 제철”이라고 말했다. 콜로라도산 양고기와 메인 바닷가재는 미국이 자랑하는 음식들이다. 아열대 과일 리즈는 중국에서 ‘과일의 왕’이라고 불리는 것으로 특히 당나라 현종의 비인 양귀비가 좋아해 윈난(雲南) 성에서 당시 수도인 장안까지 공급하게 한 것으로 유명하다. 이번 만찬은 커머퍼드 씨와 함께 중국계 미국인 요리사인 애니타 로 씨가 준비했다. 백악관 측은 만찬음식의 테마를 “중국 뉘앙스로 곁들인 미국 요리”라고 설명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만찬장 뒤편에는 초대형 장미가 동서 양쪽에서 시작해 가운데서 하나로 모아지는 모양새를 만드는데, 이는 미중 간의 화합과 협력을 상징하는 것이라고 워싱턴포스트는 보도했다. 미중 관계자 수백 명이 참석할 이번 만찬에는 2009년 그래미상을 받은 유명 리듬앤드블루스(R&B) 가수인 니요가 특별공연을 펼칠 예정이다.워싱턴=이승헌 ddr@donga.com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북한이 다음 달 10일 노동당 창건 70주년을 맞아 장거리 로켓 발사 등 도발 가능성과 관련해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할 수 없으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안을 무시한 행동에는 단호히 대처한다”는 데 원칙적으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미중 양국이 북한의 도발 가능성에 대해 공개적으로 경고 메시지를 보낸 것이어서 향후 북한의 대응이 주목된다. 두 정상은 25일(현지 시간) 오전 미 워싱턴 백악관에서 미중 정상회담을 갖고 이같이 논의했다고 복수의 워싱턴 외교 소식통이 전했다. 다만 시 주석은 이 자리에서 북핵 사태 해결을 위한 6자회담의 조속한 개최의 필요성을 언급하면서 “대화를 통해 한반도 비핵화를 이루자”는 기존 입장을 재차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함께 두 정상은 양국 간 민감한 현안인 사이버 해킹, 남중국해 이슈 등에 대해서는 이견을 확인하고 추가적인 갈등을 막기 위한 대책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 주석은 기후변화 이슈와 관련해 오염물질을 줄이기 위해 탄소배출권 거래제를 본격 도입해 2017년부터 중국 전역에서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회담에 앞서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오전 백악관에서 열린 환영식 인사말에서 “양국이 협력하더라도 서로의 차이점은 솔직히 인정해야 한다. 미국은 언제나 근본적인 진실을 위해 목소리를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미중 간 갈등을 빚고 있는 중국의 사이버 해킹 의혹과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그리고 중국 인권 문제를 공개적으로 거론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시 주석은 즉답을 피한 채 “우리는 상대의 이익과 관심을 존중하며 서로의 다름과 견해차에 대해 열린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중 간 차이를 인정하고 자신이 주장해 온 신형대국관계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앞서 시 주석은 전날 오바마 대통령과의 업무 만찬에서 “중국은 우리의 주권과 안전, 발전의 이익을 굳게 지킬 것이며 신형대국관계 구축은 (계속 발전할) 생명력을 가진 것”이라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중국의 평화적 굴기를 환영한다”며 “대국 교체기에 서로 충돌할 수밖에 없다는 ‘투키디데스 함정’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워싱턴=이승헌 ddr@donga.com /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미국을 국빈 방문하면서 양국 간에 우호 분위기가 조성된 듯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양국 군용기가 충돌 직전까지 가고 미국에서 중국 인민해방군에 의한 해킹 의혹이 제기되는 등 군사적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미 국방부는 22일 RC-135 정찰기가 15일 서해상에서 정찰 비행 중 중국 전투기 2대에 근접 추격 비행을 당했으며 충돌 위기가 있었다고 발표했다. RC-135 정찰기가 산둥(山東) 성 해안에서 128km가량 공해상을 비행할 때 중국의 젠훙(殲轟)-7, 페이바오(飛豹·나는 표범)라는 별명이 붙은 중국 전투기 2대가 정찰기 앞을 가로질러 ‘저지 비행’을 시도했다. 홍콩 밍(明)보는 “두 항공기 간 거리는 150m까지 좁혀져 충돌 직전까지 갔다”며 “시 주석이 방미 첫 일정으로 시애틀에 도착한 날 미국이 이 사건을 발표한 것이 의미가 있다”고 전했다. 한편 남아시아 국가의 민간기관에 대한 광범위한 해킹으로 악명 높은 해커그룹 ‘나이콘(Naikon)’이 중국군과 관련이 있다는 보고서가 나왔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3일 보도했다. 방미 중인 시 주석이 미국의 추궁에도 불구하고 기존 사이버 해킹 의혹을 정면으로 부인하는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파문이 예상된다. 사이버 보안회사 스레트커넥트와 보안컨설팅회사 디펜스그룹(DGI)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e메일에 멀웨어를 심어 개인정보를 빼내는 ‘나이콘’의 해킹 경로를 추적한 결과 중국 인민해방군 소속 연구원의 이름이 나왔다”고 밝혔다. 스레트커넥트는 e메일을 통해 빼낸 정보가 ‘그린스카이27(greensky27)’이라는 도메인으로 이동하는 사실을 발견했다. 해당 서버는 윈난(雲南) 성 쿤밍(昆明)에 위치하고 있었으며 도메인 운영자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에서 ‘거싱(Ge Xing)’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인물로 그는 인민해방군 78020부대 소속이라는 것이다. 제임스 멀버넌 DGI그룹 관계자는 WSJ에 “SNS상에서 거싱은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의 정부와 군 기관을 공격하는 해커”라며 “중국의 사이버 해킹은 광범위하고 뿌리가 깊다”고 말했다. 78020부대는 청두 인민해방군 관할 지방 군부대로 티베트의 안보와 중국 서부지역 치안을 관리하고 있다. 앞서 미국은 연방인사관리처(OPM) 전산망 사이버 공격으로 2150만 명의 개인정보와 560만 명의 지문정보가 유출된 사건을 포함해 자국 내 주요 사이버 해킹의 배후로 중국을 지목해 왔다.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 이설 기자}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22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 주 시애틀에 도착해 취임 후 첫 미국 국빈 방문을 시작했다. 시 주석의 방미를 계기로 열리는 미중 정상회담(25일)은 세계 정세를 주도하는 주요 2개국(G2) 정상의 만남으로 국제사회 주요 이슈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전 세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시 주석은 취임 후 지금까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4번 했으며 국빈 방문을 통한 정상회담은 처음이다. 워싱턴에서 열릴 미중 정상회담은 북한이 다음 달 10일 노동당 창건 70주년을 맞아 장거리미사일 발사 등 도발을 공언한 상황에서 열리는 만큼 북핵 문제가 주요하게 다뤄질 것이 확실시된다. 오바마 대통령은 시 주석 방미 전날인 21일 수전 라이스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통해 회담에서 북핵 문제에 관한 중국의 태도 변화를 강하게 요구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라이스 보좌관은 이날 조지워싱턴대에서 한 연설에서 북핵 문제에 대해 “미중은 북한을 결코 핵보유국으로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며 “중국은 북한에 영향을 끼치는 ‘지렛목(fulcrum of influence)’인 만큼 이번 회담은 북한이 핵 보유와 경제 발전 중 어느 한쪽을 분명히 선택하도록 하는 또 다른 기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중국이 기존의 대북 원칙론을 넘어 북한이 핵개발과 경제 발전을 동시에 추구하는 ‘병진 노선’을 포기할 만큼의 무게감 있는 메시지를 내놓으라는 공개 압박이어서 회담 결과가 주목된다. 워싱턴에선 북한 도발에 대한 중국의 불만이 고조되고, 북-중 관계가 악화된 상황에서 열리는 이번 정상회담이 중국의 역할 확대를 이끌어낼 좋은 기회라는 관측이 많다. 그레그 브래진스키 조지워싱턴대 교수는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시 주석은 북한의 도발에 실망하고 있는 것 같다. 한미중 3국이 북핵 문제에 대해 긴밀하게 공조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며 “시 주석도 더 명확하게 북한의 핵 도발에 경고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은 북핵과 더불어 양국 간 주요 현안도 이번 회담에서 의제에 대거 올릴 태세다. 라이스 보좌관은 이날 연설에서 북핵 외에 △사이버 해킹 △남중국해 영유권 △중국 내 인권 탄압 △중국의 국내 기업 편향적 경제 정책 △종교 자유 등을 주요 의제로 설정했다. 특히 중국의 사이버 해킹 의혹은 이번 회담에서 가장 심도 깊게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라이스 보좌관은 “미국의 우려를 전달하는 데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는 중국의 사이버 스파이 행위를 ‘사소한 불만(mild irritation)’이 아니라 미국 경제와 안보에 대한 위협이자 양국 관계에 긴장감을 조성하는 사안으로 보고 있다”고 경고했다. 남중국해 문제와 관련해서도 라이스 보좌관은 “미국은 국제법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선 어디든 자유롭게 항해하고 비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중국은 지금까지 “남중국해 문제는 영토주권에 관한 문제”라며 한 치도 양보할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해왔다. 중국의 경제 정책에 대해서도 공방이 예상된다. 제이컵 루 재무장관은 이날 월스트리트저널에 기고문을 싣고 “외국 제품에 대한 과도한 규제, 갑작스러운 위안화 절하 등 최근 중국 경제 정책들은 시장 주도의 경제 체제를 만들겠다고 한 중국의 약속에 의심이 들게 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하지만 어느 때보다 양국 교역 규모가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교착 상태인 양자투자협정(BIT) 등에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회담이 긴장 일변도로만 흐르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또 기후변화 등 오바마 대통령의 핵심 어젠다를 추진하기 위해선 중국의 협조가 꼭 필요하다는 것이다. 워싱턴의 한 외교 소식통은 “고속철, 발전소 등 양국 간에 진행되고 있는 경협 분야 이슈가 워낙 많다”고 말했다. 중국 관영 차이나데일리는 22일 “시 주석 방미 기간에 미중 양국이 기후변화와 관련한 협약을 포함해 40개 이상의 합의와 협정을 도출해낼 것으로 전망된다”고 전했다. 시 주석도 22일 월스트리트저널과 가진 서면 인터뷰에서 “중국과 미국의 이익이 점점 더 서로 얽히고 있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중국은 미국과 손잡고 세계 현안과 지역 관심사에 대해 공동 대응하기를 원한다”며 양국 간 협력 필요성을 강조했다.워싱턴=이승헌 ddr@donga.com /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미국 시애틀 방문 기간인 23일 열리는 ‘폴슨 연구소 원탁토론회’에는 미국과 중국을 대표하는 기업인 15명씩이 참석한다. 특히 미국에선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시스코가, 중국에서는 바이두(百度) 알리바바 텅쉰(騰訊) 등 이른바 BAT 인터넷 3사가 모두 토론회에 나올 예정이다. 이 밖에 미국 쪽에선 ‘투자의 귀재’로 통하는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을 비롯해 제너럴모터스, 보잉, 아마존, 디즈니, 스타벅스 등의 최고경영자가 두루 참석한다. 중국에서는 화려한 미국 측 참석자 명단을 놓고 ‘시진핑 주석의 힘을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중국 측은 공상은행과 중국은행을 비롯해 금융 자동차 에너지 식량 건축 화학 분야의 최고경영진이 대거 참석할 예정이다. 시 주석은 시애틀에서 기업인 토론회 외에 미중 인터넷산업 포럼, 지방정부 지도자 포럼, 현지 기업 및 학교 방문, 화교들과의 간담회 등 다양한 일정을 소화한다. 시 주석이 시애틀을 첫 방문지로 선택한 것은 상호 기대가 높은 경제 협력을 통해 사이버 보안, 남중국해 영토분쟁 등 양국 간 난제를 해결하기 위한 우호적인 환경을 조성하겠다는 의도가 담겨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 18일 북-중 접경지대에서 중국으로 넘어간 북한군이 중국 민간인 차량에 총격을 가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북한군 소속 정찰총국 특수요원들이 한국인을 납치하다가 중국 공안에 붙잡히는 사건이 보도된 직후에 북한군이 또 다른 사건을 일으킨 것이다. 북한군의 일탈 행위는 지난해 12월 북한 탈영병에 의한 조선족 살해 사건 이후 최근까지 끊이지 않고 있다. 국경 지대와 양국 관계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했다는 관측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이 사건들은 북-중 관계가 냉랭한 가운데 양국 외교 마찰을 확대하는 요인으로 떠올랐다. 》북한과 중국의 관계가 냉랭해진 가운데 18일 북한군이 중국 접경지역에서 중국 민간인이 탄 차량에 총격을 가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북-중 국경지대에서 북한군에 의한 총격이나 예사롭지 않은 사건이 잇달아 일어나면서 북-중 국경과 양국 관계에 비상이 걸렸다는 관측이 점점 설득력을 얻고 있다. 20일 중국 현지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에서 중국 국경을 넘어간 북한 군인은 18일 오후 9시경 지린(吉林) 성 창바이(長白) 현 국도에서 민간인 차량에 총격을 가했다. 이 사건으로 2명이 부상했으며 1명은 중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군이 몇 명인지는 확인되지 않았으며 사용한 총기는 권총이 아닌 소총인 것으로 전해졌다. 총격을 가한 북한 군인은 북한으로 다시 넘어갔을 가능성이 높으며 현지 공안이 추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소식통은 “사건 발생 시간과 장소에는 일반 시외버스가 다니지 않는데, 무슨 차량이 왜 그 시간에 한적한 국도로 갔는지가 사건의 실마리를 푸는 관건”이라고 말했다. 이 소식통은 “변경지역에서는 북한 병사가 밀수 등 동업자인 중국인을 변경으로 불러 살해하는 일이 자주 일어났다”며 “차량에 타고 있던 사람들을 조사하면 내용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 양강도 혜산시와 압록강을 사이에 두고 있는 창바이 현은 평소에도 탈북 루트로 많이 이용되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이곳에서는 또 북-중 간 밀수가 끊이지 않아 국경을 넘나드는 이권 다툼에 의한 보복 살해 등 인명 사고가 계속 일어나 중국 당국이 병력을 동원해 국경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 또 다른 소식통은 “2010년 6월 랴오닝(遼寧) 성 단둥(丹東)에서도 중국인 밀무역업자 3명이 북한 경비병의 총격을 받고 사망한 사건이 일어났다”며 “이번에 총을 쏜 사람들이 국경을 넘어온 북한 군인들이 아니라 국경 건너편에 있던 군인들이고, 총탄을 맞은 사람이 밀수꾼이라는 얘기도 들었다”고 전했다. 이번의 차량 총격 사건은 북한 정찰총국 소속 해외 암살 및 납치 공작조가 지린 성 옌볜(延邊)조선족자치주에서 한국인을 납치해 북한으로 끌고 가려다 중국 당국에 체포됐다는 소식이 알려진 직후 알려졌다. 정찰총국 요원들의 납치 시도는 북한 내 충성 경쟁에서 비롯된 것으로 전해졌으며, 이들이 중국 당국에 붙잡힌 것은 중국이 더이상 이들의 활동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의중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가뜩이나 예민해진 중국 공안당국이 북한에 차량 총격 사건에 대한 강력한 항의와 재발 방지책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이번 사건은 또 지난해 12월 말부터 중국 측의 국경 경비가 강화된 이후에 발생했다. 당시 중국은 북-중 변경지역에 철책을 더 단단히 두르고 마을 경보 체제를 도입하는 등 경계를 강화해 왔다. 당시에는 지린 성 허룽(和龍)에서 국경을 넘어온 북한 군인이 민가에 침입해 조선족 교포 부부 4명을 살해한 사건이 일어났다. 중국 외교부는 북한 측에 해명과 보상을 요구했다. 이런 전례로 볼 때 이번 사건 역시 북-중 외교 문제로 비화돼 한 단계 높은 대책을 요구하는 수순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소식통들이 분석했다.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와 4차 핵실험을 앞두고 중국이 “유엔 결의를 이행할 의무가 있다”며 북한에 대한 경고에 나섰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은 19일 베이징(北京) 댜오위타이(釣魚臺) 국빈관 ‘팡페이위안(芳菲苑)에서 열린 9·19 공동성명 기념 세미나에서 “6자회담 구성원들은 모두 유엔 헌장을 준수할 책임이 있고 유엔 결의를 이행할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6자회담 구성원은 모두 유엔 회원국”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중국 외교부 훙레이(洪磊) 대변인은 15일 정례 브리핑에서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 예고에 대해 “북한은 우주 공간의 평화적 이용에 대한 권리가 있지만 유엔 결의는 마땅히 철저하게 지켜져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왕 부장의 발언은 장거리 로켓 발사와 추가 핵실험 등을 시사한 북한에 대한 강력한 경고 메시지로 풀이된다. 왕 부장이 ‘유엔 결의’를 거론한 것은 북한이 추가 도발하면 중국도 유엔 결의에 따라 대북 제재에 동참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되고 있다. 왕 부장은 “6자회담에 참가하는 각국은 한반도와 동북아 지역에 책임 있는 태도를 유지하며 긴장을 조성할 수 있는 그 어떤 새로운 행동도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중국 외교부 산하 중국국제문제연구원은 이번 세미나에 북한을 포함한 5개국에 모두 초청장을 보냈으나 북한 측 인사들은 불참했다. 2013년 9·19 공동성명 기념 세미나에는 북측에서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과 6자회담 수석대표인 이용호 외무성 부상, 최선희 부국장 등이 참석했다.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22일부터 3박 4일 일정으로 첫 미국 국빈 방문을 시작한다. 시 주석의 이번 방미는 일본이 19일 집단자위권 법안 등 안보법제를 의회에서 통과시켜 미일동맹을 강화하고 중국을 겨냥한 군사대국화를 가속화하고 있는 시점에서 이뤄져 특히 주목된다. 앞서 중국은 3일 베이징(北京)에서 열린 전승절 열병식에서 첨단 신무기들을 대거 선보이며 미국의 대중 포위 전략을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시 주석의 방미는 또 미중 양국 관계의 새로운 이정표를 만드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관련해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은 16일 내외신 기자회견에서 “(시 주석의 방미는) 역사적인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쑤거(蘇格) 중국국제문제연구원 원장은 “시 주석 방미의 의미는 1979년 덩샤오핑(鄧小平)의 방미 못지않다”고 지적했다. ○ 달라진 환경과 양국 관계 속 중 지도자 방미 중국의 국가최고지도자였던 덩샤오핑은 1979년 국무원 부총리 신분으로 미국을 방문(1월 28일∼2월 5일)했다. 당시 덩샤오핑의 방미는 그해 1월 1일 이뤄진 양국 수교를 기념하기 위한 것이었다. 당시에는 미중이 소련이라는 공동의 적과 대응하고자 하는 전략적 이해가 맞아떨어졌다. 생애 마지막 해외 순방이었던 덩샤오핑의 여정은 워싱턴에서 시작해 필라델피아, 애틀랜타, 휴스턴을 거쳐 시애틀에서 마무리됐다. 이번에 시 주석은 22일 시애틀에 도착한 뒤 25일 워싱턴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28일엔 첫 유엔총회 연설을 한다. 덩샤오핑의 방미 당시 휴스턴 외곽에서 10달러짜리 카우보이모자를 쓰고 찍은 사진은 방미의 상징이자 미중 수교의 상징이 됐다. 당시 덩샤오핑은 방미를 정리하며 시애틀에서 “양국은 바다를 보고 마주한 이웃이다. 태평양은 장애가 되기보다 이후 서로를 이어주는 연결 고리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덩샤오핑 방미 이후 36년. 중국은 세계 2위 경제대국으로 부상했고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주요 2개국(G2)의 한 축이 됐다. 공동의 적이었던 러시아가 미국과 다시 신냉전을 맞고 있으나 중국과는 ‘역사상 최고의 협력 관계’를 맺고 있다. 미국과 중국 모두 새로운 전환기를 맞이한 것이다. 무엇보다 아시아에서 ‘미국의 아시아 재균형 전략’ ‘미일동맹 강화’ ‘일본의 군사대국화와 보통국가화’ ‘남중국해에서의 중국과 주변국의 영토 갈등 및 미국의 개입’ 등으로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덩샤오핑의 방미 때와는 전략적인 환경이 아주 달라졌다.○ ‘사이버 공간 군축’ 등 공동 과제도 많아 미중 간에는 갈등 요소도 많지만 협력해야 할 분야도 많다. 북한 핵문제, 테러, 환경 등이 대표적이다. 최근 ‘사이버 해킹’을 둘러싼 갈등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양국이 ‘사이버 공간 군축협정’에 관한 협상을 벌이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9일 보도했다. 평화 시 상대국의 주요 인프라 시설을 마비시키기 위한 사이버 무기 선제 사용 금지 등이 골자인 것으로 알려졌다. NYT는 협상이 타결되면 최초의 ‘사이버 공간 군축협정’이 될 것이라며 시 주석의 방미에 맞춰 발표하기 위해 협상을 서둘러왔다고 전했다. 미 진보진영 싱크탱크인 ‘미국진보센터’의 비크람 싱 국제안보담당 부소장은 미중 사이버 공간 협상에 대해 “사이버 공간이 핵무기나 생화학 무기처럼 관리할 필요가 있는 군사력으로 간주되기는 처음일 것”이라고 의미를 평가했다.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한미 양국은 북한이 다음 달 10일 노동당 창건 70주년을 맞아 평안북도 동창리 기지에서 장거리미사일을 발사할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을 방문해 북핵 해결 방안을 논의하고 있는 정부 고위 관계자는 17일(현지 시간) 워싱턴 특파원들과 간담회를 갖고 “현재 북한 발표 등을 분석한 결과 장거리미사일 발사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발사 장소는 평북 동창리라는 곳을 예의주시하고 있는데, 확장공사를 어느 정도 마무리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은 통상 미사일 시험 발사를 한 뒤 유엔이 이에 대해 조치를 취하면 그것을 빌미로 다시 핵실험을 하는 패턴을 갖고 있다”며 “이번에도 그렇게 한다는 법은 없지만 현재로서는 위성 발사를 가장한 장거리미사일 시험 가능성이 더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중국의 북한 압력 행사 가능성에 대해서는 “북한이 미사일 발사를 시사한 데 대해서는 중국도 분명히 반대 의사를 표명하고 있다”며 “중국이 구체적으로 언제, 어떤 메시지를 북한에 보냈는지는 우리가 언급할 문제가 아니지만 중국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위반하는 행위에 대해 상당히 분명한 어조로 반대 의사를 표명하는 것이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김장수 주중대사는 18일 중국 베이징(北京) 주중대사관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 “증축 공사가 끝난 평북 동창리 시설로는 사거리 1만5000km 이상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도 발사할 수 있다”며 “북한은 언제든 발사가 가능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 대사는 “구체적인 징후를 갖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북한은 ‘결심만 서면 발사할 수 있다’는 말을 자주 해왔고 이번에도 비슷한 말을 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 대사는 “북한이 이번에 장거리 미사일 발사에 성공하면 ICBM이 실전 사용 수준에 도달하게 된다는 의견에 동의하느냐”는 물음에 “그렇다”고 대답했다. 김 대사는 북한이 장거리미사일을 발사하면 중국이 유엔 차원의 제재에는 동참할 것이라고 말했다.워싱턴=이승헌 ddr@donga.com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미국 정부는 일본 국회의 안보법안 통과로 집단자위권 행사가 가능해진 것에 대해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존 커비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17일 브리핑에서 “미일 동맹을 강화하고, 일본이 지역과 국제적인 안전 보장에서 더 적극적인 역할을 맡게 됐다”며 “안보법안 심의 과정이 일본 국내 문제이긴 하지만 4월 미일 정부가 개정한 방위협력지침(가이드라인) 정신에도 합치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데이비드 시어 미 국방부 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도 이날 미 의회 상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 제출한 서면 보고서를 통해 안보법제 통과에 대해 “미일 협력 범위가 평시의 해양 감시에서 폭넓은 우발 사태에 대처할 수 있는 정도까지 확대됐다”고 밝혔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아시아 재균형 정책’의 핵심인 미일 군사협력을 위한 또 하나의 제도적 기틀이 마련됐다는 것이다. 반면 중국은 비판 일색이었다. 관영 환추(環球)시보는 18일 “법안 통과의 배경에 중국의 굴기(굴起·떨쳐 일어남)가 미국과 일본으로 하여금 우려를 일으킨 것이 깔려 있다”며 “이번 법안 통과와 미일방위지침 개정 등은 서로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분석했다. 신문은 “미일 동맹이 중국을 억누르려 시도하면 말이 필요 없고 군사력을 강화해 일본을 넘어서는 등 실질적인 행동만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일본 집단자위권법안 통과가 중-일 간 군비 경쟁을 촉발할 수도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신문은 이어 “이번 법안은 일본이 전후 제체를 벗어나려는 긴 장정(長征)의 일부분으로 일본이 공격 능력이 강대해진 군사력을 갖게 되면 아베는 ‘일본 군사부흥의 아버지’가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반관영통신 중국신원왕(新聞網)은 “일본의 집단자위권법안 통과로 아시아 지역 형세가 더욱 불안해졌다”며 “미국이 일본 군사력 강화를 적극 지지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통신은 일단 일본이 강대해지면 통제를 벗어나 심지어 ‘제2차 진주만 사건’을 일으킬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앞서 중국 외교부는 최근 “일본은 주변국의 정의의 목소리를 듣고 역사의 교훈을 깨달아 평화 발전의 길을 가기를 바란다”고 지적했다.워싱턴=이승헌 ddr@donga.com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중국 정부가 올해 상반기 경제성장률을 7.0%로 발표했으나 실제로는 이보다 훨씬 낮은 5%에 머물고 있다는 분석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고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17일 보도했다. 심지어는 4% 이하로 보는 전문가도 있다고 전했다. 많은 전문가는 중국 정부가 고속 성장기에는 성장률을 실제보다 낮게 발표하고 지금처럼 침체기에는 성장률을 높게 발표하는 일이 많다고 의심하고 있다. FT는 일부 전문가는 중국 정부의 성장률을 ‘선전 도구’에 불과한 것으로 깎아내리기도 한다고 전했다. 이어 FT는 최근 중앙은행인 런민(人民)은행이 위안화 환율을 올린(평가 절하) 것은 중국의 실제 경제상황이 공식 발표한 수치보다 좋지 않다는 증거라고 지적했다. 통화가치를 평가 절하하면 자국 상품의 수출 경쟁력이 높아져 경기부양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이 최대 소비국인 석유 동 철광석 등의 원자재 가격이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있는 것도 중국의 성장률이 공식 발표보다 낮다는 증거라고 FT는 지적했다. 일부 전문가는 중국 경제가 어떤 상황인지를 제대로 알려면 공식 성장률보다는 ‘리커창(李克强) 지수’를 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지수는 리커창 총리가 경제 현황을 파악할 때 주목하는 전력생산량, 철도 물동량 등의 여러 지표를 종합한 것이다. 리커창 지수가 위축세를 보이고 있어 중국 성장률은 7%가 아니라 5%에 가깝다는 게 이들의 추론이다. 영국 경제연구소 롬바드스트리트리서치의 경우는 올해 상반기 중국의 성장률을 4.7%로 보고 있으며 씨티은행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윌럼 부이터는 4% 이하로 보고 있다. 이 같은 수치는 시장조사기관 컨센서스 이코노믹스가 최근 경제예측 전문가들에게 성장률을 물은 뒤 평균해 발표한 올해 2분기 성장률 4.3%와도 비슷하다고 FT는 전했다. 아메리카 메릴린치 은행이 펀드매니저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앞으로 3년간 중국 성장률을 4.1∼5.0% 정도로 예상했다. FT는 중국 경제 상황에 많은 부침이 있는데 중국 국내총생산(GDP) 통계는 눈에 띄게 순조로워 많은 전문가가 그 신빙성을 의심해 왔다며 지방 정부의 GDP를 합산하면 중앙 정부의 합계와 맞지 않는 것이 한 가지 예라고 지적했다. FT는 중국 경제가 실제로는 5% 또는 그보다 낮게 성장하고 있을 수 있다면서 이럴 경우 연착륙 희망이 깨지고 사회 불안이 야기될 수 있기 때문에 실제 성장률을 근거로 한 긴급한 경기부양 조치가 필요할 수 있다고 전했다.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북한의 4차 핵실험 강행 시사에 중국 관영 매체들이 이례적으로 신속하고 강경한 어조로 북한을 비판하고 나섰다. 관영 신화통신은 15일 북한이 영변 핵시설이 재가동되고 있다고 밝힌 지 5시간 만인 오후 10시 9분(한국 시간) 인터넷을 통해 “2008년 6월 냉각탑을 파괴하며 핵시설을 폐쇄하겠다고 밝힌 북한이 영변 핵시설이 정상으로 가동되고 있다고 밝힌 것은 처음”이라며 “한국 미국 일본 등은 이를 좌시하지 않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조치를 촉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신화통신은 내부 연구소 연구원과의 인터뷰 형식으로 이같이 전했지만 사실상 중국 정부가 북한의 행동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뜻을 나타낸 것으로 풀이된다. 관영 영자지 차이나데일리도 16일 “북한의 전술은 미국과의 대화를 위한 것이지만 중국과의 관계에도 (부정적인) 타격을 준다는 전문가들의 분석이 있다”고 전하면서 북-중 관계가 악화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신문은 주펑(朱鋒) 난징(南京)대 교수가 “중국도 유엔 제재에 찬성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공산당 기관지 런민(人民)일보의 국제판 자매지 환추(環球)시보도 같은 날 “북한은 6자회담으로 9·19합의를 이룬 후에도 핵 보유 길로 나아갔다. 하지만 안전을 얻지 못하고 가장 큰 손실을 얻었다”고 지적했다. 당과 정부 입장을 대변하는 관영 매체들의 이 같은 지적은 시진핑(習近平) 주석 방미(22일) 및 유엔총회 연설(28일)을 앞두고 미국을 의식한 것으로도 풀이된다. 훙레이(洪磊)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북한은 주권국가로서 우주의 평화적 이용 권리가 있지만 이 권리는 유엔 안보리 관련 결의의 제한을 받고 있다”고 밝혀 로켓 발사 및 핵실험 등이 안보리 결의 위반임을 분명히 했다.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25일 미국 백악관에서 만나 정상회담을 갖고 국빈 만찬을 함께한다고 양국이 15일 동시에 공식 발표했다. 다음 달 10일 당 창건 70주년을 계기로 인공위성을 가장한 장거리미사일 발사와 4차 핵실험을 암시하고 있는 북한을 억제하는 문제가 가장 시급한 의제로 떠오른 가운데 양국 정상이 북한의 행동에 강력한 반대와 경고를 내놓을지 주목된다. 조시 어니스트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성명을 내고 “오바마 대통령이 25일 시 주석을 국빈 방문 형식으로 백악관에 초청했다”며 “대통령 부부는 시 주석과 부인 펑리위안 여사에게 이날 저녁 국빈 만찬을 베풀 예정”이라고 말했다. 중국 외교부도 이날 “시 주석이 22∼25일 나흘간 미국을 국빈 방문한다”고 밝혔다. 시 주석은 22일 미국 시애틀에 도착해 ‘미중 인터넷 산업 포럼’에 참석하는 것으로 방미 일정을 시작한다. 워싱턴 국빈 방문을 마친 뒤에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초청으로 26∼28일 뉴욕 유엔본부를 방문해 28일 집권 후 처음으로 유엔총회에서 연설을 할 예정이다. 미중 정상회담 의제와 관련해 어니스트 대변인은 “시 주석의 방문은 상호 이해가 겹친 세계, 지역, 양국 현안 등에서 양국의 협력을 확대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성명 발표에 앞선 정례 브리핑에서 “양국은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북한의 위협을 봉쇄하는 데 있어 효과적으로 협력해 왔다”고 소개했다. 왕이(王毅) 외교부장은 16일 외교부와 공공외교학회가 공동으로 주최한 ‘란팅(藍廳)포럼’ 기조연설에서 북한 핵문제 등 글로벌 이슈에 대한 미중 양국 협력이 강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시 주석의 방미 기간에 미중 양국은 한반도 비핵화 추진, 이란 핵문제, 반(反)테러 및 법집행 문제, 아시아태평양 협력 등 국제 및 지역 문제에 대한 협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왕 부장은 특히 미중 양국 간 최대 갈등요인으로 부상하고 있는 ‘사이버 안보’와 관련해 “대화를 강화해 모든 형태의 인터넷 범죄를 척결하고 인터넷 안보를 수호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화를 통한 해결 의지를 내비친 중국과 달리 미국은 자국 내 정부기관과 연구소 등에 대한 중국의 사이버 해킹이 심각한 수준이라고 주장하고 있어 이 문제를 짚고 넘어갈 가능성이 크다. 왕 부장은 “이번 시 주석의 방미는 첫 국빈방문으로서 ‘의심을 풀고 신뢰를 높이는(增信釋疑)’ 여정으로 중미 관계와 세계 평화 발전에서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방미 의미를 설명했다. 한편 미국의소리(VOA) 방송은 15일 중국 정부가 지난해 10월 홍콩의 반(反)중국 민주화 시위를 지지했다는 이유로 베이징에서 체포됐던 인권운동가 궈위산(郭玉閃·38)을 14일 전격 석방했다고 보도했다. 시 주석 방미를 앞두고 인권 문제에 유연하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워싱턴=신석호 kyle@donga.com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장거리 로켓 발사 및 4차 핵실험을 시사한 북한의 언동에 대해 중국 관영 매체들이 약속이나 한 듯 일제히 내놓은 북한 비판은 우선 과거 북한의 미사일 발사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신속하고 강경했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다. 핵실험 가능성만 시사한 것인데도 빠르게 비판 여론을 내놓은 것도 전례가 없다. 더구나 북한이 실제로 발언을 행동에 옮길 경우 가장 손해를 보는 나라는 ‘중국’이라거나 가장 큰 피해는 서울 시민이 입게 될 것이라는 표현까지 있어 변화된 한중, 북-중 관계를 시사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영변 핵시설이 재가동되고 있다고 북한이 밝힌 지 5시간 만인 15일 오후 10시 9분(한국 시간)에 신속하게 “영변의 핵 활동, 조선(북한)은 무슨 신호를 보내나?”라는 ‘독점 인터뷰’를 인터넷판에 실었다. 신화통신이 운영하는 자체 연구소인 ‘세계문제연구중심’의 가오하오룽(高浩榮) 연구원과의 단독 인터뷰 기사 형식이었지만 중국 정부가 간접적으로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와 4차 핵실험에 대해 반대를 나타내며 경고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통신은 “북한의 행동은 얼마 전 성과를 거둔 남북 당국 회담에 영향을 줄 것이며 특히 다음 달 이산가족 상봉이 실현될지 우려를 더하고 있다”며 남북 관계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북한이 위성 발사 시기를 특정하지는 않았지만 실제로 발사되면 제재가 더욱 가중되는 것을 배제할 수 없다고도 했다. 이어 “무엇보다 영변 핵시설을 운영할 경우 미국 일본 한국은 가만히 두고 보지 않을 것이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조치를 촉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제재 주체로 한미일을 언급한 간접 발언이긴 하지만 혈맹으로까지 불리는 북한에 대한 제재를 촉구하고 여기에 대해 중국 정부도 동의한다는 뜻을 담은 발언으로 해석된다. 통신이 북한의 행동을 세 가지 의도로 분석하는 설명에서 “새로운 동작을 취하는 것(일을 벌이는 것)은 국제사회의 관심을 끌기 위해 북한이 ‘습관적으로 하는 수법(慣常做法)’”이라고 표현한 것이나 국제사회를 ‘무시’하고 스스로를 ‘과시’하려 한다는 표현도 북한을 자극할 수 있는 민감한 대목이다. 반관영통신 중국신원왕(新聞網)도 16일 오전 1시 43분에 인터넷에 장문의 분석 및 해설을 올렸다. 이 통신은 “안보리 제재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핵무기 보유를 고집하는 것은 북한 주도의 통일을 이루기 위한 것”이라는 장롄구이(張璉괴) 중앙당교 교수의 말을 전했다. 이어 영변 핵시설로 매년 4, 5개의 핵무기를 만들 수 있다는 한국 언론 보도를 전하면서 “한국 수도권의 2000만 명 인구가 머리에 폭탄을 이고 있는 것으로, 무슨 사고라도 나면 그 피해는 서울까지 미친다”며 남한 상황을 걱정하는 발언까지 실었다. 중국신원왕은 또 “이란 핵협상이 타결된 후 북한 핵협상이 (지구촌의 마지막) 관심이 되고 있으나 그(이란)와 같은 ‘가장 좋은 기회’를 북한은 놓치고 있는 듯 보인다”며 “언제 다시 그런 기회가 올지도 예상할 수 없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고도 했다. 관영 환추(環球)시보는 16일 ‘북한의 행동으로 가장 곤란한 나라는 중국’이라고 했다. 환추시보는 ‘북한의 위성 발사와 핵시설 재가동은 악순환 초래’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북한이 이번에 ‘위성’을 발사한다면 안보리 제재를 받을 것이고 북한은 이에 반발해 4차 핵실험을 할 위험이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며 “이는 북핵문제 해결에 있어 매우 실망스러운 악순환의 고리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신문은 ‘북한이 평화적으로 우주를 개발할 권리는 있겠지만 대륙간탄도미사일이 아닌 기상 위성이라고 하는 (북한의) 주장이 국제사회, 특히 한미일 3국을 믿게 할 수 없다는 것이 문제’라면서 ‘북-중 정상이 취임 이후 한 번도 만나지 않은 것은 분명히 비정상적’이라고 표현해 한반도 위기 국면에서 중국의 대북 영향력이 커져야 함을 간접적으로 암시했다. 중국은 2013년 2월 북한의 3차 핵실험 이후 한미가 협의한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 결의안을 미국과 논의하는 과정에서 북한에 유리한 방향이 담길 것을 주장해 결의안 내용을 약화시켰다. 중국 관영매체의 주장은 곧 당과 정부의 입장이니만큼 이번에 이례적으로 북한에 대한 강경 발언을 쏟아낸 시진핑(習近平) 정부가 향후 북한의 행동에 대해 단지 말이 아닌 실질적 행동을 보여줄지 주목된다.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중국 정부가 실적이 저조한 ‘강시(좀비) 국유기업’을 퇴출하고 회생 능력이 없는 일부 국유기업의 파산을 허용하는 등 강력한 개혁 방안을 14일 발표했다. 장시우(張喜武) 국유자산감독관리위원회 부주임은 14일 국무원 주최 기자회견에서 “장기간 손실을 보고 있고 경영 효율이 떨어지는 ‘강시 기업’을 정비하고 퇴출토록 하겠다”며 “주식 및 재산권 매매 등 합법적인 방법을 통해 자본시장에서 공개가격으로 기업 자산을 처분토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 같은 개혁을 통해 국유기업을 더 크게, 더 강하게, 더 우량하게 만든다는 원칙을 확고히 하겠다”고 강조했다. 앞서 중국 정부는 13일 ‘공룡’ 국유기업의 부분 민영화와 시장경제 요소 도입을 골자로 하는 개혁 방안도 내놓았다. 중국식 사회주의 시장경제가 자본주의 시장경제로 한 걸음 더 나아가는 전환점이 될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 정부가 이날 발표한 ‘국유기업 개혁 지도의견’은 국유기업을 크게 ‘상업성 기업’과 ‘공익성 기업’으로 나눈 뒤 상업성 기업에 대해서는 민간 자본을 끌어들이는 ‘(민관) 혼합소유제’로 가고, 주식시장 상장도 적극 추진키로 했다. 민영기업은 국유기업의 주식 혹은 전환사채를 사들이거나 주식 스와프 거래 등을 통해 소유권을 나눠 갖는다. 이 같은 개혁은 2020년까지 5년간 점진적으로 추진된다. 기업 운영에서도 ‘유명무실한 이사회’와 ‘기업 1인자의 전권 행사’ 등이 제한된다. 이사회의 독립성을 강화하기 위해 ‘법이 권한을 부여하지 않은 그 어떤 정부 기관과 기구도 간섭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부분 민영화된 국영기업의 경우에는 노동생산성과 연동된 임금 체계가 도입되며 경영 책임자의 임금도 경영 성과에 연동된다. 다만 국유기업의 권력 남용, ‘혼합 소유’에 따른 국유 자산 유출을 막기 위한 관리 감독도 강화되며 국유기업 내 공산당 조직에 대한 법적 지위와 권한도 명확하게 제도화할 방침이다. 현재 중국의 국유기업은 중앙정부 관할 111개를 포함해 교통 에너지 통신 은행 호텔 등에 걸쳐 줄잡아 15만5000여 개에 이르며 종사자도 수천만 명에 달한다. 중국 정부가 이처럼 개혁의 칼을 빼든 것은 국유기업이 개혁 개방 이후 투자주도형 성장 과정에서 큰 기여를 했지만 점차 성장성과 수익성이 떨어지면서 경제의 발목을 잡기 시작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국유기업의 부가가치 증가율은 2007년 13.8%에서 지난해 4.9%까지 떨어지고, 올해 상반기에는 1.9%로 추락했다. 거대 국유기업 경영자들이 잇따라 비리에 연루된 것도 개혁을 자초한 요인이다. 중국기업연구원의 리진(李錦) 수석연구원은 14일 징화(京華)시보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개혁 방안은 ‘계획도’에 불과하며, 앞으로 (성패는) 시행 과정에서 정부와 공공기관이 얼마나 권력을 내려놓느냐에 달렸다”고 말했다.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1970년대 미중 핑퐁외교의 주역인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92·사진)이 중국 공산당 기관지 런민(人民)일보와 인터뷰를 통해 양국의 협력 필요성을 강조했다. 키신저 장관은 22일부터 시작되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미국 방문을 주제로 한 이번 인터뷰에서 “미중 양국이 충돌하면 양국 모두에 불행이며, 그 어느 쪽도 충돌의 대가를 감당할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13일 런민일보에 따르면 키신저 전 장관은 미중 갈등이 ‘임계점’에 도달했다는 일각의 분석에 대해 “지난 50년간 그런 말을 여러 번 들었다. 그러나 8명의 미국 대통령과 5명의 중국 지도자는 모두 ‘협력’이라는 같은 정책을 선택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중 양국이 처음 교류를 시작했을 때에는 공통의 적(옛 소련)이 있었지만 오늘날에는 공통의 기회와 마주하고 있다”며 “기후변화, 환경오염, 핵 확산, 대량살상무기, 인터넷 안전 위협은 중국이나 미국 혼자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라고 설명했다. 이어 “시 주석의 첫 국빈 방문은 양국 관계에서 중대한 역사적 사건이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키신저 전 장관은 “시 주석은 매우 결단력 있고 풍부한 인생 경험을 가진 인물로 걸출한 중국 지도자 중 한 명이라고 여긴다”고 인물평을 했다. 키신저 전 장관은 여러 차례 시 주석과 만나 미중 관계를 논의했고, 시 주석은 키신저 전 장관을 ‘미중 관계의 아이스브레이커(icebreaker·대립관계를 누그러뜨린 인물이란 뜻)’로 평가한 바 있다. 한편 키신저 전 장관은 미 공화당 대선 주자들이 경쟁적으로 ‘중국 때리기’를 하는 것에 대해 “위험을 초래하는 어리석은 짓”이라고 비판했다고 워싱턴포스트가 최근 전했다. 키신저 전 장관은 “중국을 비난하는 주장들을 들으면 마치 중국이 일련의 경제적 군사적 정책들로 미국을 위협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 수 있으나 중국도 거대한 경제적, 정치적 변혁을 겪고 있는 중”이라며 “오늘날 중국 내부의 동요는 문화 대혁명 시기에 비교할 만하다”고 말했다.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3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전승절 70주년 기념 열병식을 전후로 중국이 남북한을 대하는 태도에 변화가 있다는 분석이 잇따른다. 북-중이 과거 '항미(抗美) 원조전쟁'(6·25전쟁의 중국식 표현)을 같이한 혈맹이었지만 2013년 2월 3차 핵실험 이후 냉각돼 이제는 동맹국이라고 부를 수도 없을 정도로 소원해졌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장면이 시진핑 국가주석이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를 대신해 참석한 최룡해 비서를 면담하지 않았고 중국 관영TV는 열병식을 현장에서 생중계하면서 톈안먼 성루 위에 선 최룡해를 전혀 비추지 않았다는 것이다. 반면 박근혜 대통령은 열병식 전날 시 주석과 정상회담을 하고 이번 열병식 참석 정상 가운데 유일하게 단독 오찬을 했다. 또 톈안먼 성루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다음으로 시 주석과 함께 자리함으로써 중국과 남북 간 관계 변화를 극적으로 보여줬다. 박 대통령은 4일 상하이를 거쳐 귀국하면서 ‘중국과 조만간 한반도 통일 논의를 하겠다’고 말했고 이튿날 청와대가 한중 간 여러 채널을 통해 ‘통일 논의’가 진행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국이 어떤 의도로 한국과 한반도 통일 논의를 하려는지 알 수 없다. 다만 한중 정상회담 후 나온 당국 설명이나 관영 언론 보도 어디에도 ‘한중 간 한반도 통일 논의’에 대한 언급이 없다. 한 중국 전문가는 “비록 북한과의 관계가 최근 몇 년간 냉각 상태지만 그렇다고 북한을 빼고 한중이 한반도 통일 논의를 하는 것은 북한과의 관계를 끝장내지 않고서는 할 수 없다”고 말했다. 베이징의 한 소식통은 “중국과 한반도 통일 논의를 하는 것은 자칫 중국이 (한반도 문제에) 개입하는 빌미를 줄 수 있어 바람직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남북한 문제에 주변 강대국이 훈수를 두는 상황을 만들면 결정적인 순간에 동의를 구해야 하는 자충수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중국은 ‘최룡해 홀대설’도 부인하고 나섰다. 중국 외교부는 7일 정례브리핑에서 최룡해가 중국 지도자와 만나지 못한 것이 ‘중국이 북한에 불만을 표시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 “사실과 다르다”고 말했다. 이튿날 관영 환추시보는 사설에서 “한중 관계가 뜨거워진다고 한미 관계가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은 것처럼 중국이 한국과 관계를 발전시킨다고 북한을 냉대할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중국이 ‘북핵 예방’을 위해 6자회담을 주재하는 바로 그 기간에 북한은 세 차례나 핵실험을 하면서 사실상 핵보유국이 됐다. 하지만 중국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제재 결의안에 소극적으로 동의했고 국제사회가 기대하는 만큼의 매서운 회초리를 든 적이 없다. 북한이 중국의 과거 혈맹이어서가 아니라 북한의 현재와 미래 지정학적 전략적 가치가 더욱 커졌기 때문이다. 미국이 ‘아시아 재균형’ 정책과 미일 동맹 강화로 아시아에서 중국을 포위, 압박하는 데 최전선은 한반도와 대만이다. 중국의 한 북한 전문가는 “중국이 북한에 대해 가장 우려하는 것은 ‘미국에 투항하는 것’”이라는 말을 한 적이 있다. 중국에 불만이 커지면 북한은 미국 등 서방과 가까워지는 패를 꺼내 중국으로부터 자신들의 전략적 가치에 상응하는 대우를 받아 챙겨왔고, 챙기려고 한다는 것이다. 중국이 북한으로 가는 석유의 대부분을 공급하는 등 ‘생명줄’을 쥐고 있지만 북한도 중국에 꺼낼 카드가 없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중국에 이런 북한의 전략적 가치가 변하지 않는 이상 열병식을 전후로 어떤 이벤트가 있었든, 최룡해를 홀대했든 하지 않았든 중국과 남북한 간 관계 변화를 너무 지나치게 해석해서는 곤란하다.구자룡 베이징 특파원 bonhong@donga.com}

중국을 대표하는 공상과학(SF) 소설 작가인 류츠신(劉慈欣·52)의 소설 ‘삼체(三체·사진)’가 지난달 ‘SF 소설의 노벨상’이라고 불리는 ‘휴고(HUGO)상’ 73회 수상자(장편소설 최우수상)로 선정되면서 다시 한번 중국 독자들을 매료시키고 있다. 이 상의 수상은 중국은 물론 아시아에서 처음이다. 이 소설은 지구 밖 4광년(光年·1광년은 초당 30만 km를 가는 빛이 1년간 가는 거리)에 있는 외계 문명인 ‘삼체 문명’과 지구의 운명을 건 한판 승부가 주요 줄거리다. 지구가 외계인을 발견해 교신하고 접촉한 뒤 대전을 벌이는 과정에 중국이 중심에 있다는 설정이 주요 2개국(G2)으로 부상하고 있는 중국인의 자긍심을 자극하고 있다. 큰 상을 받은 것에 더해 이 같은 시기적인 배경도 2008년 출판된 이 책이 다시 서점가를 달구는 요인이 되고 있다. 이 소설은 ‘지구의 지난 일(地球往事)’ 시리즈의 첫 번째 작품으로 그 후에 2부 ‘흑암삼림(黑暗森林·2008년)’과 3부 ‘사신영생(死神永生·2010년)’이 이어졌다. ‘삼체’는 한국에서도 2013년 번역돼 나왔다. 벌써 ‘삼체’는 올 4월 영화 촬영에 들어가 내년 7월경 개봉 예정이다. ‘문화대혁명의 불길이 타오르던 시기 중국 군부에서는 외계 문명의 흔적을 찾으려는 비밀 프로젝트 ‘홍안(紅岸)공정’을 진행했으며 큰 진전을 이뤘다. 그러던 중 예원제(葉文潔)라는 여성 대원이 4광년 밖의 ‘반인반마(半人半馬) 자리’에 지구처럼 생명이 있는 행성을 발견한다. 이곳에 있는 ‘삼체 문명’은 100여 차례의 소멸과 부활을 거치면서 모(母)행성에서 벗어나고 싶어 했다. 바로 이때 예원제가 신호를 보내 지구의 위치를 알려주면서 지구의 운명을 바꿔 놓는다. 삼체인들이 방대한 규모의 우주 함대를 이끌고 지구를 침공하기로 하고 지구로 향한다. 지구는 ‘구원파와 강림파’로 나눠진다. 구원파는 삼체 문명이 와서 구해 주기를 바라는 것이고, 강림파는 멸망시켜 주기를 바라는 것이다.’ 1부 ‘삼체’는 여기까지다. 2부. 삼체 문명이 방대한 우주함대를 이끌고 태양계로 들이닥쳐 지구 문명을 깨끗이 없애 버리려는 전대미문의 위기를 맞아 지구에서도 우주함대를 구성한다. 삼체인들은 뇌파로 의사소통을 하면서 모든 통신 내용이 공개되는 치명적인 약점을 드러내는데 이를 이용해 지구는 ‘면벽(面壁) 계획’을 세워 비밀리에 반격에 나선다. 3부. 하지만 삼체 문명과 비교하면 지구 문명은 마치 아이처럼 이제 걸음마 수준이고 삼체와 경쟁할 능력도 없는 수준인 것이 드러난다. 한 여주인공의 판단 착오로 지구는 멸망에서 벗어날 기회를 잃는다. 지구뿐 아니라 태양계 전체가 3차원에서 2차원인 얇은 한 폭의 그림으로 바뀌어 소멸한다. 류츠신은 휴고상 수상 이전에도 “단기필마로 중국의 SF 소설을 세계적인 수준까지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았다. ‘중국 SF 소설 은하장’ ‘자오수리(趙樹理)문학상’ ‘화위(華語) SF성운(星雲)상 장편소설 최고상’ 등 많은 상을 휩쓸었다. ‘휴고’상은 ‘SF 잡지의 아버지’로 불리는 미국의 휴고 게른스백이 1953년 세계공상과학대회에서 제정한 뒤 매년 ‘세계과학소설협회(WSFS)’가 수여하는 상이다. 회비를 내는 협회 회원의 추천과 투표로 선정된다.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