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언

김태언 기자

동아일보 문화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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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김태언 기자입니다.

beborn@donga.com

취재분야

2026-02-25~2026-03-27
문화 일반45%
음악15%
인사일반13%
문학/출판9%
만화6%
경제일반2%
역사2%
연극2%
미술2%
기타4%
  • 성기능장애 공시생 그린 ‘유미업’… “고개 숙인 청춘에 ‘괜찮다’ 말해주고파”

    지난달 31일 공개된 국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웨이브의 첫 오리지널 드라마 ‘유 레이즈 미 업’은 약 2주간 소셜네트워크상에서 화제였다. 발기부전을 소재로 했기 때문이다. 여기까지만 말하면 굉장히 도발적으로 보인다. 하지만 소재가 전부인 드라마는 아니다. 발기부전은 여러 번의 공무원시험 탈락으로 자존감이 바닥난 30대 청년 도용식(윤시윤)의 극한 상황을 비유할 뿐. 드라마는 그런 용식이 첫사랑이자 비뇨기과 의사인 루다(안희연), 친구 꽃보살(김설진)의 도움을 받아 성장하는 모습을 응원하게 되는 따뜻한 작품이다. 작품은 용식의 변화를 따라가기에 윤시윤(35)의 연기에 주목할 수밖에 없다. 14일 화상으로 만난 윤시윤은 자위를 하다 발기부전임을 깨닫고 충격 받는 장면을 두고는 “가장 어려웠던 연기다. 목숨 걸고 한 큐에 가고 싶었다”면서도 “주제가 갖는 힘이 있어 참여에 전혀 망설임이 없었다”고 했다. 거북목과 굽은 어깨마저 연기한 윤시윤은 회차를 거듭하면서 웅크린 몸을 조금씩 펴나가며 용식의 회복을 보여준다. “나만의 공간에 있던 사람이 문을 열고, 사람을 똑바로 바라보고, 마음을 정확히 표현하고, 사랑을 이뤄나가는 순서를 능동적으로 표현하고자 했다”는 윤시윤의 말은 작품의 주제를 정확히 관통한다. 모지혜 작가(33)는 용식에게 자신을 투영했다. 모 작가는 스무 살부터 습작생, 당선작가, 보조작가를 반복했다. 그는 “저는 안정적인 취업 대열에 합류하지 못한 용식에 가까웠다. 그때 한 자기 계발서를 읽었는데 혼나는 느낌이었다. 나를 예뻐하고 싶다가도 그런 글을 읽다보면 고개를 숙일 것 같았다”고 했다. 이 작품도 5년 전 4부작 아이템으로 만들어놓은 ‘서다’를 원작으로 한다. SBS ‘스토브리그’의 정동윤 감독이 당시 입봉작으로 준비하다 무산됐고, 그 후로도 매년 제작제의가 왔지만 좌초됐다. 그러다 지난해 12월 이 작품을 다시 기억하고 꺼내든 건 김장한 감독(35)이었다. ‘서다’를 준비하던 시절 조연출이었던 김 감독은 “이 대본보다 기억에 남는 게 없었다”고 했다. 김 감독은 무게감에 재미를 더했다. “자칫 불편할 수 있는 소재나 장면을 은유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여러 소품을 준비했다”는 그의 말마따나 발기부전 검사를 받기 위해 엎드린 자세를 대체한 고양이 모형, 어린 환자 무릎 위에 있던 고래 인형, 바람 빠진 풍선 등 재치있는 미장셴은 불쾌함을 유쾌함으로 전환시킨다. 음악도 “파격적인 소재라 연출에서 최대한 힘을 빼려 했다”는 이유로 톤 다운된 곡이 주가 됐다. 감독은 요아리, 천단비에게 직접 OST를 제안했는데, 작품 주제처럼 실력에 비해 빛을 못 보는 것 같다는 생각 때문이었다고 한다. 작품의 제목이자 유명곡인 ‘You Raise Me Up’은 극중 딱 한 번, 감독이 생각하는 가장 중요한 장면에서 나온다. 분홍색 마니아인 용식을 보고 납치범으로 오해한 경찰과 주민들이 무서워 집안으로 숨은 용식이 스스로 나와 결백을 주장하는 장면에서다. 김 감독은 “자신의 약한 모습을 깨고 일어서는 용식을 표현하고 싶어 원작의 옥탑방 설정을 반지하로 바꿨다”고 했다. 그렇게 서서히, 결국 우뚝 선 용식이 결정한 건 공무원 시험 포기다. 타인의 재단에서 벗어나 진정 자신이 하고 싶은 일과 감정을 찾은 용식은 마지막에 카메라를 응시하며 웃는다. 가만히 그 웃음을 보다가 울음을 터뜨리는 시청자에게 작가와 배우는 말한다. “응원해준 주변의 기대를 떨치고 경험해보지 못한 것에 도전하는 사람들에게 ‘괜찮다’고 말해주고 싶어요.”(모 작가) “괜찮아요. 오늘 맛있는 것 드시고요. 좋은 사람들이랑 수다 떠세요.”(윤시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 2021-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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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軍소재 웹툰 관심 커져… 장르 확장해 우주배경 작품 도전”

    비무장지대 내 GP(Guard Pos) 초소 경계근무를 서며 북한군의 활동을 감시·보고하는 4사단 14연대 수색중대 2소대 2분대 소속 일병 조충렬. 여느 때와 같던 평범한 날, 그의 앞에 북한군이 나타난다. 그리고 실수로 그를 사살한다.2019년 12월부터 올 5월까지 네이버 웹툰에서 연재된 ‘민간인 통제 구역’은 GP내 총기사고를 다룬 작품이다. 밀폐된 군대에서 발생하는 부조리를 담아낸 이 작품은 국내 유일한 만화상인 부천만화대상에서 올해 신인만화상을 받았다. 올해 신설될 신인만화상은 커지는 웹툰 시장의 신예들 중 잠재력 있는 작가에게 수상했다.작품은 무게감이 꽤 있는 팩션(Faction·사실을 기반으로 상상력을 가미한 허구)에 가깝다. 최영식 작가(24·필명 OSIK)는 2017년 3월부터 2018년 12월까지 경기 연천군 소재 군대에서 복무하며 GP 생활을 했다. 최근 본보와 만난 그는 “직접 작전에 참여하진 않았지만 제가 복무할 당시 ‘귀순자를 잘 포섭했다’는 성공 사례를 건너 들었다. 그때 ‘만약 반대의 상황이었다면?’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기획 배경을 설명했다.상상은 제대가 가까워질 때 즈음 구체화됐다. 복무기간 공상과학(SF) 장르를 취미로 그리던 그는 군대의 향수를 만화로 남기면 좋겠다는 생각에 제대 후 SNS에 5회 단편 웹툰을 올렸다. 그는 “가상의 부대지만 어딘가에 있는 부대, 실제 사건처럼 받아들여지길 바랐다”며 현실성을 최우선 과제로 여겼다. 작품에는 제대를 앞두면서 달라지는 감정이나 옷매무새 등 치밀한 묘사도 포함돼 더욱 긴장감을 갖게 된다는 댓글이 많다.정식 연재를 위해 5개월간의 준비 기간을 거치며 바뀐 건 결말이었다. 초기작에서는 조충렬이 죄책감에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하지만 작품에서는 타살된 조충렬의 죽음이 은폐되는 내용으로 각색됐다. 그는 “북한군을 사살한 조충렬의 실수가 은폐된 상황이 조충렬 자신의 죽음과 오버랩되는 장면을 그리면서 상황의 아이러니함을 강조했다”고 말했다.작품은 최근 넷플릭스 ‘D.P.’ 흥행으로 언급량이 늘고 있는 군 소재 웹툰 중 하나다. ‘D.P.’의 시청자이기도 한 최 작가는 “연재 초기에는 군대 스릴러라는 장르가 마이너하다고 생각했는데, 재밌게만 풀어낸다면 성별이나 나이 구분 없이 충분히 관심을 가져주신다는 걸 ‘D.P.’를 통해 다시 한 번 깨달았다.”고 말했다. 최 작가의 차기작 또한 ‘민간인 통제 구역’보다 15년 앞선 시간대를 그리는 프리퀄이다. 과거 간부였던 인물들을 찾아 인터뷰를 하는 등 사전조사 중이다. 다만 그는 자신의 필모그래피의 한계를 군 관련 장르에 두지 않았다. 특히 하고 싶은 장르는 우주를 배경으로 한 모험과 전쟁을 소재로 하는 ‘스페이스 오페라’. 평소 ‘스타워즈’를 즐겨본다는 그는 “우리나라에서는 스페이스 오페라 장르가 해외에 비해 인기가 많지 않은 편이다. 그래서 오히려 더 도전해보고 싶은 장르다”라고 말했다. 부천=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 2021-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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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댄서의 열정, 깨끗한 승복… ‘춤 배틀’ 멋지네

    서로를 노려보며 견제하는 듯한 47명의 여성 댄서들. 여성들의 신경전인 듯했다. 그러나 곧이은 장면에선 날카로운 눈빛으로 진지하게 댄스에 임하고 경연이 끝나면 서로를 응원한다. 기 싸움이 아닌 실력전이다. 지난달 24일 시작한 엠넷 ‘스트릿 우먼 파이터’(스우파)는 케이팝 아티스트가 독점하던 스포트라이트를 댄서들에게도 비추겠다는 의도로 기획됐다. 총 8개 크루, 47명의 여성 댄서들은 방송 시작과 동시에 고른 인기를 모으고 있다. 입소문의 중심에는 서사가 있다. ‘홀리뱅’ 허니제이와 ‘코카N버터’ 리헤이의 댄스 경연이 대표적이다. 7년간 한 팀에서 활동하다 헤어진 과거 때문이었다. 결별한 지 5년 만에 재회한 두 사람은 경연이 끝난 후 끌어안으며 눈시울을 붉혔다. 제작진은 본보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댄서로 걸어온 시간이 상당한 인물들인 만큼 다양한 관계 이야기와 크루를 승리로 이끌려는 리더 간의 대단한 신경전이 공존한다”고 설명했다. 시청자들이 특히 환호하는 건 리더와 팀원 간의 우애와 스포츠 정신. ‘훅’의 리더 아이키는 팀원 중 한 명이 워스트 댄서로 지목되자 마이크를 집어 들어 공개적으로 칭찬해 기를 살려줬고, 이를 본 다른 댄서들은 “멋있다”며 박수쳐 준다. ‘라치카’ 피넛은 한 번도 이겨보지 못한 ‘프라우드먼’ 립제이에게 대결을 신청한다. 결국 이기지 못했지만 결과에 깔끔하게 승복한다. ‘악마의 편집’으로 유명한 엠넷 특유의 뻔한 경쟁 구도가 존재함에도 시청자들이 출연진의 진정성을 믿는 이유다. 특색 있는 크루별 퍼포먼스는 코로나19로 중단된 각종 공연에 대한 갈증을 해소시켜 주기도 한다. 제작진은 “크루 간의 양보 없는 전쟁 뒤편에 댄서들의 춤에 대한 진심과 열정, 그리고 미션 후나 카메라 뒤에서 서로를 존중하는 모습이 있다는 점이 승부 그 이상의 감동을 주는 것 같다. 또 크루들의 활약상을 통해 춤이 얼마나 매력적인 예술인지도 알리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 2021-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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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뻔한 기싸움 아닌 실력전…‘스우파’, 백댄서 비춘 스포트라이트

    서로를 노려보며 견제하는 듯한 47명의 여성 댄서들. 여성 참가자들의 신경전인 듯 했다. 그러나 곧 이은 장면에선 날카로운 눈빛으로 진지하게 댄스에 임하면서도 경연이 끝나면 서로를 응원한다. 기싸움이 아닌 실력전이다. 지난달 24일 시작한 엠넷 프로그램 ‘스트릿 우먼 파이터’(스우파)는 케이팝 아티스트가 독점하던 스포트라이트를 댄서들에게도 비추겠다는 의도로 기획됐다. 총 8개 크루, 47명의 여성 댄서들은 방송 시작과 동시에 고른 인기를 모으고 있다. TV 분석기관 굿데이터코퍼레이션에 따르면 8월 4주차 비드라마 TV 화제성 TOP10에서 스우파는 12%가 넘는 비율로, 2위 ‘걸스플래닛 999’(4%)와 큰 격차를 내며 1위를 차지했다. 입소문의 중심에는 서사가 있다. ‘홀리뱅’ 허니제이와 ‘코카N버터’ 리헤이의 댄스 배틀이 대표적이다. 7년간 한 팀에서 활동하다 헤어진 과거 때문이었다. 결별한 지 5년 만에 처음으로 재회한 두 사람은 배틀이 끝난 후 서로를 끌어안으며 눈시울을 붉혔다. 서로 약속이나 한 듯 비슷한 안무를 추는 두 사람의 모습은 함께 한 세월의 깊이를 보여주기도 했다. 제작진은 본보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댄서로 걸어온 시간이 상당한 인물들인 만큼 다양한 관계 이야기와 크루를 승리로 이끌려는 리더 간의 대단한 신경전이 공존한다”고 설명했다. 시청자들이 특히 환호하는 건 리더와 팀원 간의 우애와 스포츠 정신이다. ‘훅’의 리더 아이키는 팀원 중 한 명이 워스트댄서로 지목되자 마이크를 집어 들어 공개적으로 칭찬해 기를 살려줬고, 그 모습을 본 다른 댄서들은 “멋있다”며 박수쳐준다. ‘라치카’ 피넛은 한 번도 이겨보지 못한 ‘프라우드먼’ 립제이에게 대결을 신청한다. 이번에도 이기지 못했지만 결과에 깔끔하게 승복한다. ‘악마의 편집’으로 유명한 엠넷 특유의 뻔한 경쟁 구도가 존재함에도 시청자들이 출연진의 진정성을 믿고 따라가는 이유다. 특색 있는 크루별 퍼포먼스는 코로나19 사태로 중단된 각종 공연에 대한 갈증을 해소시켜주기도 했다. 실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는 걸스힙합·왁킹·락킹·크럼핑·팝핀 등 댄스 종류나 배틀 용어에 대해 해설해놓은 게시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프라우드먼’의 리더 모니카는 12일 팬들과 함께 있는 단체 채팅방에서 “부정적인 평가마저 고맙다. 정말 간절한 마음으로 방송에 나왔다. 모두가 댄서라는 직업에 무관심해지고, 공연도 없어지고, 하나씩 주변에서 춤을 그만두려는 모습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는데 모두가 누군가의 팬이 되어 댄서의 상황에 공감해주고 있다는 사실이 감사하고 기쁘다”고 전했다. 제작진은 “크루 간의 양보 없는 전쟁 뒤편에는 댄서들의 춤에 대한 진심과 열정, 그리고 미션 후나 카메라 뒤에서 서로를 존중하는 모습이 승부 그 이상의 감동을 주는 것 같다. 또 크루들의 활약상을 통해 춤이 얼마나 매력적인 예술인지도 알게 되는 듯하다”고 말했다. 이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크루에게 팬들이 더 많이 생겼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전했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 2021-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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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권순철 작가, 15평 작업실서 드로잉展 여는 까닭은?

    서울 종로구 창성동 샛길을 걷다 보면 빼꼼 모습을 드러낸 작은 한옥. 성인 여성 키만 한 노란색 문 옆에는 ‘창성동 실험실’이라는 작은 녹색 팻말이 붙어 있다. 종종 전시를 여는 이 공간에서는 현재 전시 ‘CHEOL’이 열리고 있다. 장소만큼이나 비밀스럽게 열리는 듯한 이 전시에서는 한국인의 원형을 찾는 작가, 권순철(77)의 작품 55점을 볼 수 있다. 작가가 이 장소에서 전시를 연 데에는 이유가 있다. 창성동 실험실을 운영하는 이기진 서강대 물리학과 교수(61)가 그의 제자다. 가수 CL의 아버지로도 잘 알려진 이 교수는 미대 진학을 꿈꿨을 정도로 미술에 관심이 많다. 대학 시절 그가 이화여대와 서강대 합동 미술동아리에 들어가면서 인연은 시작됐다. 1978년부터 1984년까지 동아리 지도교수로 있었던 권 작가는 “평일 방학 할 것 없이 방방곡곡을 다니며 스케치하고 도자기를 구웠는데 미대 강의보다 재밌었다”고 했다. 이 교수는 “대학 시절을 황금 같은 시간으로 만들어주신 애틋한 선생님”이라며 그 시절을 추억했다. 이번 전시는 “예나 지금이나 일관된 예술가의 삶을 살고 계신 것 같다”는 이 교수의 말처럼 권 작가의 과거를 떠올리게 한다. 대학 시절, 권 작가는 영등포역에 가 노인들의 얼굴을 그렸다. 6·25전쟁으로 아버지와 삼촌을 여읜 작가는 한국 근현대사의 아픔을 함축한 얼굴에 집중했다. “한국인의 얼굴을 잘 표현하면 인간으로서의 모든 것을 승화시키는 얼굴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올해 7, 8월 그는 서울역에 나가 그때와 같이 드로잉을 했다. 작품 ‘서울역’을 보면 마스크를 쓴 노숙인의 모습을 통해 지금의 시대상도 엿볼 수 있다. 그는 “이제는 젊은이들의 얼굴도 살펴보려 한다”며 앞으로의 과업을 고민했다. 그의 드로잉은 기초 작업으로 간주되어 온 드로잉에 관한 색안경을 벗게 한다. 인왕산을 산책하며 발견한 꽃을 그린 작품 ‘들꽃’ ‘무궁화’의 획들은 단순히 재현을 위한 도구라기보다는 리듬감을 품은 작가의 동작에 가깝다는 느낌을 준다. 전시는 대작 유화보다는 스케치북에 그린 드로잉들이 주가 됐다. “15평 정도인 협소한 공간을 관람객이 편안하게 느꼈으면 한다”는 의도도 있지만 “한국에서 저평가되는 드로잉의 가치를 조명하고 싶었다”는 게 기획자이자 권 작가의 딸인 권정원 씨(35)의 설명이다. 이제껏 ‘얼굴’ ‘예수’ ‘넋’ 등 하나의 테마에 집중한 것과 달리 작가를 상징하는 여러 요소들이 모두 섞여 있는 점도 이번 전시의 특징이다. 작품 ‘등’은 고문, 태형을 당한 역사를 생각하며 그린 누군가의 등이다. 권 작가는 “인체에도 역사성과 표정이 있다”고 말했다. 누드 드로잉 5점은 작가가 매주 참여하는 드로잉 모임에서 만들어 온 작품들 중 일부다. 프랑스 파리와 한국을 오가며 작업하는 권 작가는 약 2년 만인 다음 달에 파리로 간다. 올해 말이나 내년 초 이강소, 오천용 작가와 같은 공간에서 3인전을 열 계획이다. 권 작가는 “서촌에서 이강소와 함께 작업실을 썼던 1964년을 추억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전시는 12일까지.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 2021-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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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역병과 불황 덮친 세상에 대한 사고실험”

    문유석 작가(52·사진)는 드라마 작가로 데뷔하기 전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를 지냈다. 당시 그는 ‘개인주의자 선언’ ‘판사유감’ 등의 책을 펴내며 판사의 시각에서 현실비판 인식을 드러냈다. 이상적인 법원을 꿈꾸는 초임 판사 박차오름(고아라)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문 작가의 드라마 데뷔작 ‘미스 함무라비’(2018년)에도 자신의 경험이 반영돼 있다. 최근 종영된 tvN 드라마 ‘악마판사’는 판사가 주인공인 법정물로 전 국민이 참여하는 라이브 법정 쇼, 디스토피아 대한민국 등 흥미로운 가상 요소들이 가미됐다. 문 작가는 동아일보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드라마 작가를 시작하는 입장에서 가장 잘 아는 이야기를 쓴 것일 뿐 코미디, 공상과학(SF), 정치물, 사극, 애니메이션까지 경계 없이 다양한 이야기를 써 보고 싶은 욕심이 있다”고 밝혔다. 악마판사는 한 재단이 국가를 장악한 대한민국에서 적폐들과 맞선 판사 강요한(지성)의 이야기를 그렸다. 강요한은 금고 235년형, 태형 등 파격적인 판결로 국민적 영웅으로 떠오른다. 문 작가는 “미스 함무라비 방영 당시 완전히 반대되는 톤의 이야기를 써보면 어떨까 생각해 마련한 작품”이라며 “분위기가 다를 뿐 실은 그다지 다르지 않은 이야기다. 박차오름이 당한 핍박과 고난을 떠올리면 세상은 그때나 지금이나 장밋빛은 아니지 않냐”고 했다. 드라마 속 세계는 시민들의 건강한 연대를 기대할 수 없다. 나라를 휩쓴 역병과 이에 따른 경제 붕괴로 사회 불만이 극에 달해 약탈과 폭동이 벌어진다. 혼란을 틈타 막말을 일삼는 유튜버 허중세(백현진)가 인기를 끌며 대통령이 된다. 문 작가는 “코로나 사태 당시 스페인에서의 요양원 노인 방치, 미국 트럼프 지지 시위대의 국회의사당 습격 등 세계가 한순간에 달라지는 걸 보면서 무서움을 느꼈다”며 “이런 추세가 계속되면 어떨까를 상상하다 ‘블랙 미러’나 ‘브이 포 벤데타’ 등 근미래 디스토피아물처럼 일종의 사고 실험을 해보기로 했다”고 말했다. 재판 장면에는 현실의 사건들이 반영됐다. 역병이 퍼졌다는 이유로 빈민촌 주민들을 탄압하려는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주민 폭행에 앞장선 죽창(이해운)에 대한 재판이 대표적이다. 죽창은 재판에 앞서 “신념을 가진 한 사람은 이익만을 좇는 백만 명의 힘에 맞먹는다”는 구절로 시작되는 선언문을 낭독한다. 2011년 노르웨이에서 77명의 무고한 생명을 앗아간 극우 테러리스트 브레이비크의 트위터 글에서 따온 것이다. 극중 ‘사이다 재판’은 통쾌함을 선사하지만 극약 처방이 과연 옳은 방식인지를 자문하게 한다. 허중세 등 적폐는 사라졌지만 그 자리를 대신한 지도자들도 별반 다르지 않다. 이들을 보며 “난 이제 무얼 해야 할까? 요한이 필요 없는 세상을 위해서”라고 독백하는 판사 가온(진영)의 대사는 작가의 고민과 맞닿아 있다. 문 작가는 “아직 늦지 않았으니 그런 세상을 만들지 말자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며 “시민들은 정치, 사법, 언론 등 책임 있는 위치에 있는 이들이 다크 히어로가 되어 주기를 원하는 게 아니다. 그저 자기 할 일을 묵묵히 잘해 다크 히어로가 필요하지 않은 세상을 만들어주길 바랄 뿐”이라고 덧붙였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 2021-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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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악마판사’ 문유석 작가 “코로나로 변한 세계 담아… 일종의 사고 실험”

    ‘언어의 마술사’ ‘흥행 보증수표’ 따위의 흔한 말이 붙는 드라마 작가들 사이, 문유석(52)에게는 꼭 ‘판사 출신’이란 수식이 붙는다. 그는 드라마 작가로 데뷔하기 전 ‘개인주의자 선언’, ‘판사유감’ 등의 책을 통해 전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였다는 사실이 대중에 각인됐다. 드라마 데뷔작인 ‘미스 함무라비’(2018년) 역시 강강약약인 이상적인 법원을 꿈꾸는 초임 판사 박차오름(고아라)을 주인공으로 내세우며 자신의 경험이 녹아 있는 사례들과 판사들의 고민을 다뤘다. 그런 그가 3년이 지난 올해에는 조금 더 작가적 상상력을 담은 드라마를 만들었다. 지난달 22일 종영한 tvN ‘악마판사’는 “시작하는 입장에서 우선 가장 잘 아는 이야기를 쓴 것일 뿐, 코미디, SF, 정치물, 사극, 애니메이션까지 경계 없이 다양한 이야기를 써 보고 싶은 욕심이 있다”는 문유석의 작가적 도전이 더 돋보이는 작품이었다. 판사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법정물이긴 하지만 전 국민이 참여하는 라이브 법정 쇼, 디스토피아 대한민국 등 가상의 요소가 주가 됐다. 악마판사는 한 재단이 국가를 장악한 대한민국에서 적폐들과 맞선 판사 강요한(지성)의 이야기를 담는다. 강요한은 금고 235년형, 태형 등 파격적인 재판으로 국민적 영웅으로 떠오른다. 문 작가는 서면 인터뷰에서 “미스 함무라비 방영 당시 완전히 반대되는 톤의 이야기를 써보면 어떨까 생각해 마련한 작품”이라면서도 “톤 앤 매너가 다를 뿐 사실 그다지 다르지 않은 이야기다. 박차오름이 당했던 핍박과 고난을 떠올려 보시면 세상은 그때나 지금이나 장밋빛은 아니지 않냐”고 했다. 작품 속 세계는 시민들의 건강한 연대 따위를 기대할 수 없다. 나라를 휩쓴 역병과 이에 따른 경제 붕괴로 사회 불만이 극에 달해 약탈과 폭동이 벌어진다. 급기야 막말을 일삼는 유튜버 허중세(백현진)가 인기를 끌며 대통령까지 된다. 문 작가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스페인 요양원 노인 방치 사건, 트럼프 지지시위대의 국회의사당 습격 등 세계가 한 순간에 달라지는 걸 보며 무서움을 느꼈다”며 “이런 추세가 계속된다면 어떨까를 생각하다가 ‘블랙 미러’나 ‘브이 포 벤데타’ 같은 근 미래 디스토피아물처럼 일종의 사고 실험을 해보기로 했다”고 말했다. 재판 곳곳엔 우리네들 현실 사건이 반영되기도 했다. 역병이 퍼졌다는 이유로 빈민촌 주민들을 탄압하려는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주민 폭행을 앞장선 추종자 죽창(이해운)의 재판이 대표적이다. 죽창은 재판에 앞서 선언문을 낭독하는데, 그 첫 마디인 “신념을 가진 한 사람은 이익만을 좇는 백만 명의 힘에 맞먹는다”는 2011년 노르웨이에서 77명의 무고한 생명을 앗아간 극우 테러리스트 브레이빅의 트위터 내용에서 따 온 것이다. 극 중 사이다 재판은 통쾌함을 선사하면서도 강요한 식의 극약 처방이 옳은 정의인지를 생각해보게 한다. 결국 허중세 등 적폐는 사라졌지만, 그 자리를 대신한 자들 역시 별반 다르지 않다. 그런 그들을 보며 “난 이제 뭘 해야 할까? 요한이 필요없는 세상을 위해서”라 독백하는 판사 가온(진영)의 대사는 작가의 고민과 맞닿아있다. 문 작가는 “아직 늦지 않았으니 그런 세상을 만들지 말자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며 “시민들은 정치, 사법, 언론 등 책임 있는 위치에 있는 이들이 다크 히어로가 돼주길 원하는 게 아니다. 그저 자기 할 일을 묵묵히 잘 해 다크 히어로가 필요하지 않은 세상을 만들어주길 바랄 뿐”이라 말했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 2021-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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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궁극의 아름다움? 우리가 사랑한 고전은 없다

    미술사의 근간이라 평가되는 고전 미술, 미술사의 혁신이라 여겨지는 초현실주의 미술. 이 수식어는 어떻게 탄생하게 된 것일까. 이 수식어를 만들어 온 사람들은 대체 누구일까. 사람들은 흔히 미술이라 하면 고상하고 품위 있는 세계에 속한 것이라 생각한다. 특히 고전 미술, 즉 기원전 6세기∼기원전 4세기 그리스 미술은 서구에서 수천 년 동안 아름다움의 기준이 돼 왔다. 이에 대해 한국예술연구소 소장이자 책 ‘벌거벗은 미술관’의 저자는 “고전은 없다”고 말한다. 더 정확히는 “짝퉁”이라며 미(美)에 대한 대개의 관념에 질문을 던진다. 독일 출신 고전주의자 요한 요아힘 빙켈만(1717∼1768)은 ‘벨베데레의 아폴로’와 같은 그리스 고전 조각을 ‘자연과 정신 그리고 예술이 만들어 낼 수 있는 최고의 것’이라 평했다. 그런데 현대 연구에 따르면 이 조각은 그리스에서 제작된 것이 아니다. 기원전 4세기의 그리스 조각을 로마시대에 재제작한 복제본이다. 루브르 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밀로의 비너스’(기원전 130년∼기원전 100년)도 기원전 4세기에 제작된 원본을 로마 시대에 복제한 것이다. 즉, 고전의 정수를 보여준다고 칭송했던 작품들이 알고 보면 복제본이거나 고전기에서 한발 떨어진 시기에 제작된 작품인 것이다. 그런데도 한국 미술교육 체계가 고전 미술을 중심으로 짜여 온 이유는 무엇일까. 드로잉의 기본 모델로 여겨지는 줄리앙의 조각상도 사실 르네상스 시대 화가 미켈란젤로의 조각 ‘줄리아노 데 메디치’를 프랑스에서 본뜬 것이다. 이탈리아를 점령하며 그리스·로마 조각을 대량으로 가져왔던 프랑스 측이 나폴레옹 실각 후 조각을 되돌려 보내는 과정에서 석고로 복제해 팔 수 있는 권리를 얻은 것. 당시는 원본을 볼 기회가 적어 프랑스가 제작한 석고상은 귀한 대접을 받으며 전 세계로 팔려나갔다. 한국도 19세기 말 이를 흡수했고 미술교육에 적극 활용했다. 저자는 “고전이라 믿어왔던 것들의 실체는 생각보다 모호했고, 그랬기에 역설적으로 고전 미술을 향한 예찬이 극적으로 이뤄졌을지 모른다”고 설명한다. 책 ‘초현실주의자들의 은밀한 매력’은 초현실주의 작가 32명의 작품보다는 삶에 초점을 맞춘다. 초현실주의는 비합리적인 잠재의식과 꿈의 세계를 탐구해 표현의 혁신을 꾀한 예술 운동으로, 1920년대 초 프랑스를 중심으로 전 세계에 퍼졌다. 저자 또한 초현실주의 운동의 마지막 세대 작가로서 직접 그들과 어울리며 얻은 체험을 토대로 책을 만들었다. 그중 한 명이 살바도르 달리(1904∼1989)다. 달리는 25세가 되던 해, 초현실주의 집단의 정회원이던 친구 루이스 부뉴엘과 영화를 찍으면서 프랑스 파리 초현실주의 세계에 알려지게 된다. 하지만 5년 후 달리는 초현실주의를 이끈 작가 앙드레 브르통(1896∼1966)에게 자신이 히틀러에게 매료됐다는 내용의 편지를 보냈고, 브르통은 그를 축출하려 했다. 달리는 그런 그를 향해 브르통이 “모든 금기를 금지하라”고 말했음을 상기시키면서 “도덕도, 검열도, 두려움도 자신을 막지 못할 것”이라 말했다. 책에는 작가들이 초현실주의 운동의 전성기 때 그린 작품이 1점씩 포함돼 있는데, 달리 파트에는 작품 ‘욕망의 수수께끼, 또는 내 어머니, 내 어머니, 내 어머니’(1929년)가 있다. 이 시기 달리는 운명적인 뮤즈 갈라를 만났는데, 갈라는 예민하던 달리에게 어머니와 같은 존재였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달리의 어머니는 달리가 태어나기 3년 전 동명의 아이를 낳았지만, 아이는 금방 사망했다. 이후 그는 달리를 달리(죽은 형)의 무덤에 데려가곤 했고, 달리는 무덤 앞에 서서 묘석에 새겨진 자기 이름을 바라보곤 했다. 훗날 달리는 자신이 했던 악명 높은 무절제한 행동이 자신이 죽은 형이 아님을 증명하기 위해서였다고 말했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 2021-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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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MBC ‘뉴스데스크’ 70% 사전녹화… 노조 “시청자 기만”

    MBC ‘뉴스데스크’가 전체 뉴스의 70% 이상을 생방송이 아닌 사전녹화로 채워 논란이 일고 있다. 통상 방송사의 메인 뉴스는 생방송일 거라는 시청자 인식과 어긋난다는 지적이 나온다. 26일 MBC노동조합(3노조)은 ‘창사 이래 처음 녹화물 70%, 시청자 기만한 뉴스데스크’라는 성명을 내고 “24일과 25일 뉴스데스크의 상당수 리포트가 앵커 멘트까지 사전 제작된 녹화물인데도 생방송 뉴스인 것처럼 방영됐다”며 “이는 MBC가 메인 뉴스를 진행하면서 오랜 세월 시청자와 쌓은 ‘생방송 뉴스의 원칙’을 무너뜨린 일”이라고 밝혔다. 노조는 24일 방송은 19개 뉴스 중 15개(79%), 25일은 23개 뉴스 중 16개(70%)가 앵커 멘트까지 사전 녹화됐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MBC 본사는 확인 결과 24일 방송은 노조의 주장과 일치하고, 25일은 23개 뉴스 중 15개(65%)가 사전 녹화였다고 밝혔다. MBC 관계자는 “게스트 출연 등 특수한 상황에 따라 뉴스 사전녹화를 진행한다. 컴퓨터그래픽(CG) 등의 효과가 들어가면 앵커 멘트도 미리 녹화한다”고 말했다. 사전녹화 비율이 이처럼 높은 게 처음인지에 대해선 “평소 관련 통계를 내지 않아 확인할 수 없다”고 답했다. 다른 방송사 뉴스 관계자는 “상황에 따라 메인 뉴스에서 3∼5개 정도를 사전 녹화하기도 하지만 생방송 뉴스의 대부분을 사전 녹화한다는 건 상식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방송통신심의규정 제55조는 ‘시사, 보도, 토론, 운동경기 중계 등의 프로그램 또는 그 내용 중 일부가 사전 녹음, 녹화 방송일 때에는 생방송으로 오인되지 않도록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25일 뉴스데스크에서 왕종명 앵커가 국민의힘 홍준표 의원을 인터뷰하는 장면에서는 오른쪽 상단에 ‘사전녹화’ 문구가 표시됐다. 하지만 다른 뉴스들에는 사전녹화 문구가 없었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 2021-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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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촬영장서 ‘이병 정해인’ 말해 NG… 군대 다시간 아찔한 느낌”

    “차렷, 경례!” “충성!” 25일 열린 넷플릭스 드라마 ‘D.P.’의 온라인 제작발표회는 출연진의 우렁찬 경례로 시작됐다. 군 생활반을 연상시키는 세트장에 들어선 이들은 배우 정해인, 구교환, 김성균, 손석구와 한준희 감독. 27일 공개되는 이 드라마는 총 6부작이다. DP는 군무이탈 체포전담조(Deserter Pursuit)를 말한다. 실제 우리나라 육군에 소속된 군사경찰 보직이다. 주로 조장과 조원이 2인 1조로 다니며 탈영병 체포 임무를 수행한다. 소수의 군인만 차출되는데 임무를 위해 머리를 기르거나 사복을 입고 병영 밖을 돌아다닌다. 드라마는 DP에 차출된 이병 안준호(정해인)가 상병 한호열(구교환)과 함께 가정 문제, 폭력 등 다양한 사연을 가진 탈영병들을 쫓으며 낯선 현실을 마주하는 이야기를 그렸다. 최근 국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시장에서 고전하고 있는 넷플릭스는 ‘D.P.’에 기대를 걸고 있다. 원작 웹툰 ‘D.P 개의 날’(2015년)은 누적 조회수 1000만 뷰 이상을 기록했다. 여기에 영화 ‘차이나타운’(2015년), ‘뺑반’(2019년)을 만든 한준희 감독과 대세배우 정해인 구교환 등 화려한 배우진이 가세했다. 드라마는 원작의 캐릭터와 조금 다르다. 원작에서 상병 계급으로 조장이던 준호를 드라마에선 이등병 조원으로 설정했다. 그 대신 새로운 조장 호열을 투입해 차분한 준호와 상반되는 능글맞은 선임으로 그려 적재적소에 유머를 넣었다. 실제 DP로 군복무를 마친 원작 웹툰 작가 김보통이 공동 각본 작업에도 참여했다. 배우들은 “남자들의 최고 악몽인 ‘두 번 군대 가는 꿈’을 꾸는 느낌일 것 같다”는 제작발표회 MC 박경림의 말에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생활반을 옮겨놓은 듯한 리얼한 세트장 등의 영향으로 극 중 캐릭터 이름이 아닌 자신의 본명으로 관등성명을 댄 배우들도 많았단다. 정해인은 “촬영 현장에서 너무 긴장한 나머지 ‘이병 정해인’이라고 본명을 말해 NG가 난 적이 있다. 다시 훈련을 받는 아찔한 느낌이 들었다”며 웃었다. 배우들의 숨은 노력도 빛을 발했다. 권투 이력으로 DP에 차출된 준호를 연기한 정해인은 촬영 전 3개월간 권투를 배웠다. 정해인은 “무술감독님이 원테이크로 찍기를 원해 무더운 여름날 열심히 연습했다”고 했다. 구교환과 손석구는 DP 출신 지인들을 직접 인터뷰하며 캐릭터를 연구했다. 헌병대에 새로 부임한 대위 임지섭 역을 맡은 손석구는 “나의 병사 시절을 기준으로 장교 캐릭터를 연기하면 이상할 것 같았다. 군 복무 당시 부대 소대장이던 지인을 자주 찾아가 ‘어떻게 하면 장교처럼 보일 수 있는가’ 등을 비롯해 거의 모든 장면을 논의했다”고 말했다. 한 감독은 이번 작품에서 스토리에 무게를 뒀다. 그는 “원작에 굉장히 많은 에피소드가 있는데 이 중 시청자들이 공감할 수 있는 순간이나 대사가 있는 에피소드와 인물들을 가져왔다. 건조하고 깊이 있는 다큐멘터리가 원작이라면 저는 확장성을 고민했다”고 말했다. 이어 “군대를 긍정이나 부정의 시각으로 바라보는 게 아니라 ‘군대가 저랬구나’를 깨닫고 어떤 순간엔 아파하고 어떤 순간엔 극복하는 지점을 느낄 수 있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 2021-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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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MBC 뉴스데스크, 80% 가량이 ‘사전녹화’…노조 “시청자 기만”

    MBC ‘뉴스데스크’가 전체 뉴스의 80% 가량을 생방송이 아닌 사전녹화로 채워 논란이 일고 있다. 통상 방송사의 메인 뉴스는 생방송일 거라는 시청자 인식과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26일 MBC노동조합(3노조)은 ‘창사 이래 처음 녹화물 70%, 시청자 기만한 뉴스데스크’라는 성명을 내고 “24일과 25일 뉴스데스크의 상당수 리포트가 앵커 멘트까지 사전 제작된 녹화물인데도 생방송 뉴스인 것처럼 방영됐다”며 “이는 MBC가 메인 뉴스를 진행하면서 오랜 세월 시청자와 쌓은 ‘생방송 뉴스의 원칙’을 무너뜨린 일”이라고 밝혔다. 노조는 24일 방송은 19개 뉴스 중 15개(79%), 25일은 23개 뉴스 중 16개(70%)가 앵커 멘트까지 사전 녹화됐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MBC 본사는 확인 결과 24일 방송은 노조의 주장과 일치하고, 25일은 23개 뉴스 중 15개(65%)가 사전 녹화였다고 밝혔다. MBC 관계자는 “게스트 출연 등 특수한 상황에 따라 뉴스 사전녹화를 진행한다. 컴퓨터그래픽(CG) 등의 효과가 들어가면 앵커 멘트도 미리 녹화한다”고 말했다. 사전녹화 비율이 이처럼 높은 게 처음인지에 대해선 “평소 관련 통계를 내지 않아 확인할 수 없다”고 답했다. 다른 방송사 뉴스 관계자는 “상황에 따라 메인 뉴스에서 3~5개 정도를 사전 녹화하기도 하지만 생방송 뉴스의 대부분을 사전 녹화한다는 건 상식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방송통신심의규정 제55조는 ‘시사, 보도, 토론, 운동경기 중계 등의 프로그램 또는 그 내용 중 일부가 사전 녹음, 녹화 방송일 때에는 생방송으로 오인되지 않도록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25일 뉴스데스크에서 왕종명 앵커가 국민의힘 홍준표 의원을 인터뷰하는 장면에서는 오른쪽 상단에 ‘사전녹화’ 문구가 표시됐다. 하지만 다른 뉴스들에는 사전녹화 문구가 없었다. 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 2021-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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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긴 머리에 사복 입은 군인…탈영병 잡는 ‘DP’, 그들이 마주한 현실은

    “차렷, 경례” “충성!” 25일 열린 한 온라인 제작발표회는 출연진들의 우렁찬 경례로 시작됐다. 군 내무반을 연상시키는 세트장에 들어선 이들은 정해인, 구교환, 김성균, 손석구, 한준희 감독. 27일 넷플릭스에서 공개되는 6부작 드라마 ‘D.P.’를 알리는 자리였다. DP는 ‘Deserter Pursuit’(군무이탈 체포전담조)의 줄임말이다. 실제 대한민국 육군에 실제로 있는 헌병 보직인데, 주로 조장과 조원 2인 1조로 다니며 탈영병 체포 임무를 수행한다. 소수의 군인만이 차출되며, 임무를 위해 머리를 기르거나 사복을 입은 채 군대 밖을 다니기에 군필자들에게도 낯선 존재다. 이 드라마는 DP에 차출된 이병 안준호(정해인)가 상병 한호열(구교환)과 함께 가정문제, 폭력 등 다양한 사연을 가진 탈영병들을 쫓으며 미처 알지 못했던 현실을 마주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최근 국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시장에서 고전하고 있는 넷플릭스지만 ‘D.P.’만큼은 기대작이라는 분위기다. 누적 조회수 1000만 뷰 이상을 기록한 원작부터 영화 ‘차이나타운’(2015년), ‘뺑반’(2019년) 등을 만든 감독, 대세배우 정해인 구교환 등 배우진 모두 화려하기 때문이다. 작품은 레진코믹스에서 연재한 ‘D.P 개의 날’(2015년)을 원작으로 한다. 다만 캐릭터는 조금 다르다. 원작에서 조장이던 준호를 상병이 아닌 이등병으로 설정했다. 대신 새로운 조장 호열을 투입해 차분한 준호와 상반되는 능글맞은 선임으로 그리며 적재적소에 유머를 가했다. DP로 군 복무한 경험을 살려낸 원작 작가 김보통이 공동 각본에 참여했다. 배우들은 하나같이 “남자들의 최고 악몽인 ‘두 번 군대 가는 꿈’을 꾸신 느낌일 것 같다”는 제작발표회 MC 박경림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내무반을 옮겨다놓은 듯한 리얼한 세트장 탓에 극 중 캐릭터 이름 대신 본명으로 관등성명을 한 주조연 배우들도 많았다고 한다. 정해인은 “실제로 현장에서 너무 긴장한 나머지 ‘이병 정해인’이라고 본명을 말해 NG가 난 적이 있다. 다시 훈련 받는 아찔한 느낌이 들었다”며 웃었다. 숨은 노력들도 있었다. 권투를 했던 이력 때문에 DP에 차출된 준호를 연기한 정해인은 촬영 전 3개월간 실제 권투를 배웠다. 정해인은 “무술감독님이 원테이크로 찍길 원하셔서 무더운 여름날 열심히 연습했다”고 했다. 구교환과 손석구는 DP 출신 지인들을 직접 인터뷰하며 고증을 채워갔다. 헌병대에 새로 부임한 대위 임지섭 역을 맡은 손석구는 “제 병사 시절을 기준으로 장교 캐릭터를 연기하면 이상할 것 같았다. 실제 군 복무 때 부대 소대장이었던 지인을 자주 찾아가 ‘어떻게 하면 장교처럼 보일 수 있는가’ 등 거의 모든 씬을 함께 논의했다”고 말했다. 한 감독은 이번 작품에 스토리에 무게를 많이 뒀다. 끄는 “원작에 굉장히 많은 에피소드가 있는데 시청자들이 공감할 수 있는 순간이나 대사가 있는 에피소드와 인물 중심으로 가져왔다. 건조하고 깊이 있는 다큐멘터리가 원작이라면 저는 확장성을 고민했다”고 했다. 이어 “군대를 긍정이나 부정의 시각으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군대가 저랬구나’를 깨닫고 어떤 순간은 아파하고, 어떤 순간에는 그럼에도 극복하는 지점들을 느낄 수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 2021-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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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리맨’과 함께… 인간과 자연의 공존을 꿈꾼다

    달무리가 진 밤, 색색의 꽃과 풀이 바람에 흩어져 날아간다. 나부끼는 수풀들 사이로 똑바로 선 사람. 아니, 나무. 그는 ‘MY PLANET’라 적힌 티셔츠를 통해 무언가를 넌지시 알린다. 이곳은 실존하는 곳일까. 사람이 살 수는 있는 곳일까. 회화 작품 ‘Lost in Thought 64’(2021년)에서 보듯 히라코 유이치(平子雄一·39·사진)는 인간과 자연의 공존 같은 거대 담론을 화폭에 끌어들인다. 그의 작품세계에 항상 출연하는 이는 ‘트리맨(Tree Man)’. 인간이 나무를 뒤집어쓴 것 같기도, 인간을 닮은 나무 같기도 한 묘한 이미지다. 히라코는 서울 용산구 갤러리바톤에서 개인전 ‘마리아나 산’을 열고 트리맨을 소재로 한 17점의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자연이 반영된 작품은 그의 경험에 따른 것이다. 히라코는 산지가 발달한 일본 오카야마현 출신이다. 최근 동아일보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그는 “산기슭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으며, 아버지 집안이 대대로 어부여서 배를 자주 탔다. 자연은 어릴 때부터 나와 매우 가까운 존재”라고 했다. 6년간의 영국 생활도 그에게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다. 인간의 정신적 위안을 위해 꾸며진 자연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는 것. 그는 “도시에서 자연은 본연의 모습이 아닌 복제품, 혹은 일부만으로 존재한다. 도심 공원을 거닐던 친구가 ‘역시 자연이 좋다’고 이야기했는데 그 말이 수년 동안 신경 쓰였다”고 말했다. 그는 작품에서 식물의 처지에 깊이 몰입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회화 ‘Gift 15’(2021년)는 꽃의 입장에서 선물이 갖는 의미를 생각하게 한다. 사람들은 누군가를 축하할 때 꽃다발을 건네곤 한다. 하지만 이는 꽃 생명의 마감을 뜻한다. 작품에서 꽃다발 뒤에 놓인 액자들은 한때 화려한 생명력을 유지한 꽃들의 영정사진처럼 보인다. 삶이 얼마 남지 않은 꽃다발이지만 품에는 또 다른 생명을 끌어안고 있다. 가로 333.3cm, 세로 248.5cm의 큰 캔버스에 담긴 이 역설적인 장면은 관람객들에게 살아있는 것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의미는 다소 무겁지만 작품 자체는 동화적이다. 회색에 가까운 하늘색 등 현실에서 보기 어려운 색감 때문이다. 그렇다고 낭만적이란 뜻은 아니다. 오히려 스산하다. 히라코는 ‘Lost in Thought’ 연작을 통해 인간의 발길이 닿지 않는 지구 저편을 그린다. 연작 중에는 흑백사진 같은 작품도 있어 자연이 주는 색의 아름다움을 강조한다. 설화를 연상시키는 설정은 전시 제목에서도 드러난다. ‘마리아나 산’은 실제로 존재하는 지명이 아니다. 지구에서 가장 깊은 태평양 마리아나해구에서 착안한 가상의 공간이다. 히라코는 “식물과 자연에 관한 논문, 뉴스부터 동네 주민들의 화분까지 다양한 곳에서 작품의 영감을 얻는다”고 했다. 환경 문제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이지만 그의 작품에 고발의 느낌은 별로 없다. 그는 “내 역할은 환경에 대한 다양한 관점을 작품에 녹여내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시는 다음 달 16일까지.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 2021-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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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우환 ‘동풍’ 생존작가 첫 30억 넘어

    한국 대표 추상화가 이우환(85)의 작품이 국내 생존 작가 중 처음으로 경매가 30억 원을 넘겼다. 미술품 경매사 서울옥션은 25일 “전날 열린 경매에서 이우환의 그림 ‘동풍(East winds·사진)’(1984년)이 31억 원에 낙찰됐다”고 밝혔다. 이는 올해 6월 경매시장에서 팔린 그의 다른 연작 ‘점으로부터(From Point)’(1975년)의 기존 최고 낙찰가(22억 원)를 자체 경신한 것이다. 앞서 이우환의 작품들은 주로 20억 원대에 거래됐다. 2012년 홍콩 경매시장에서 ‘점으로부터’(1977년)가 약 21억 원에 팔린 데 이어 2014년 소더비 뉴욕 경매에서 ‘선으로부터’(1976년)가 23억 원에 거래됐다. 이번에 낙찰된 ‘동풍’도 2019년 10월 홍콩 경매시장에서 약 20억 원에 팔렸다. 2년도 안 돼 그림 값이 10억 원가량 오른 것이다. ‘동풍’은 자유로운 운율과 역동적 리듬을 보여주는 이우환의 연작 ‘Winds’ 시리즈 대표작으로 꼽힌다. 2019년 방탄소년단 리더 RM이 부산시립미술관의 이우환 작품 전시를 방문해 ‘Winds’ 시리즈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드러내 대중에게도 알려졌다. 이우환은 지난해 추상화가 김환기(1913∼1974)를 제치고 작가별 낙찰 총액 1위(약 149억7000만 원)에 올랐다. 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 2021-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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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행복했던 과거의 기억… 현재 버팀목일까? 미래 족쇄일까?

    “과거만큼 중독적인 것은 없다.” 25일 개봉하는 영화 ‘레미니센스’의 주요 대사다. 행복했던 과거의 기억은 현재를 견디게 하는 버팀목일까, 아니면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가지 못하게 하는 족쇄일까. 해수면 상승으로 도시 절반이 바다에 잠긴 미래, 탐정 닉(휴 잭맨)은 고객들이 잃어버린 기억에 다가서도록 도와준다. 두 다리를 잃은 참전 용사는 반려견과 막대 던지기를 하며 보냈던 때를 회상하고, 사랑했던 연인의 감촉을 그리워하는 여성은 그 기억을 반복해 끄집어낸다. 희망이 사라진 도시에서 과거로 회귀하고 싶어 하는 이들을 지켜보는 닉은 단조로운 삶을 살아간다. 사건은 어느 날 잃어버린 물건을 찾기 위해 기억을 살펴보려는 고객 메이(레베카 퍼거슨)가 찾아오면서부터 시작된다. 닉은 메이에게 첫눈에 반하는데, 두 사람의 관계가 깊어져 갈 즈음 메이가 갑자기 사라진다. 닉은 여러 사람의 기억을 헤집으며 메이를 찾아 나서는데, 다른 이들의 기억 속 그녀의 모습은 낯설다. 재벌, 마약, 범죄조직과 연관된 듯한 메이의 정체가 드러날수록 닉의 혼란은 커지지만 사랑하는 여인을 포기하지 못한다. 관객은 닉의 시선을 따라 무질서한 순서대로 나열된 기억의 조각들을 함께 맞춰 나간다. 이 과정에서 여러 번 반복되는 반전은 관객에게 혼란을 줄 수밖에 없다. 영화는 후반부 닉이 메이의 선택과 사랑을 확인하는 장면에서 감정의 고조를 이룬다. 하지만 이를 위해 마련한 오르페우스 신화(오르페우스가 지하세계로 죽은 아내 에우리디케를 찾아 나서지만 신의 조건을 어기고 뒤를 돌아봐 아내를 잃은 이야기) 등 극 초반의 설명이 길어진 탓에 지루한 면도 있다. 영화는 미국 HBO TV 시리즈 중 대작으로 꼽히는 ‘웨스트월드’의 공동감독 리사 조이가 각본과 연출을 맡았다. 그의 남편이자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동생인 조너선 놀런은 제작자로 참여했다. 조이 감독은 “대개 어두운 누아르가 아닌 아름다움으로 가득한 누아르를 만들고 싶었다”고 밝혔다. 그의 말처럼 단순히 기억을 소재로 한 SF(공상과학) 장르는 아니다. 미스터리, 스릴러, 로맨스 모두를 섞어놓았지만 디스토피아적 배경이나 사람의 기억을 읽는다는 조건을 제외하면 비슷한 소재를 다룬 기존 영화들에 비해 차별화 포인트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기억 속을 헤매는 방식은 ‘인셉션’(2010년)을, SF 액션 스릴러가 섞인 건 ‘블레이드 러너’(1993년)를 연상시킨다는 것. 미국의 영화 평점 사이트 로튼토마토의 신선도 지수도 38%다. 그럼에도 영화를 빛내는 건 영상미와 배우들의 열연이다. 물에 잠긴 미래의 수중도시는 촘촘한 상상력으로 리얼리티를 살렸다. 컴퓨터그래픽(CG) 대신 허물어져 가는 놀이공원 안에 침몰 도시를 재현했다. ‘위대한 쇼맨’(2017년) 이후 4년 만에 스크린에 복귀하는 휴 잭맨은 “과거를 잊고 현재를 살아야 한다”는 주변 조언에도 절절한 사랑 앞에서 과거에 집착할 수밖에 없는 섬세한 감정을 능숙하게 연기했다. 영화는 그런 닉을 통해 과거를 어떻게 남겨두느냐에 대해선 정답이 없음을 암시한다. 분명 과거는 지나간 시간이지만, 잊히지 않는 데는 그만한 까닭이 있다는 듯 말이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 2021-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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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시가 끝나도 여운은 오래오래

    기한을 놓쳐 전시를 관람하지 못한 경험이 있는가. 사진 촬영이 금지된 곳이었다면 작품을 구경할 기회를 날렸을 것이고, 작품 사진을 구했다 해도 갤러리 공간과 어우러진 작품의 분위기만큼은 느끼지 못했을 테다. 전시 공간이 다른 문화 공간으로 기록돼 사용된다면 어떨까. 전시는 끝났지만 그 공간이 재활용되면서 작품이 재조명될 수 있을 것이다. 23일 경기 파주시 갤러리박영에서는 약 한 달간 이어진 특별전 ‘ON SUBLIME’이 마무리됐다. 김동현 정재철 작가 2인전으로 이란의 핸드메이드 페르시안 카펫과 두 작가의 회화 작품을 마주 놓아 강렬한 에너지를 느낄 수 있었다. 현재 전시장에서 작품은 철거됐지만 10월 9일 다른 공간에서 다시 만나볼 수 있다. 바로 온라인 EDM 페스티벌 ‘STAYHERE’다. 페스티벌에 참가하는 999 프로젝트팀의 최우리 DJ(34)는 지난달 22일 갤러리박영에서 3시간가량 디제잉을 했다. 촬영본을 녹화해 페스티벌에 송출하기 위해서였다. 최 DJ는 촬영장 선정 이유로 작품 분위기를 꼽았다. 그는 “김동현 작가 작품이 굉장히 몽환적이고 반추상적인데 제가 하는 음악인 ‘사이키델릭 트랜스’와 느낌이 비슷하다. 다른 분야의 예술이지만 닮았기에 함께 기록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사이키델릭 트랜스는 테크노 음악보다 빠른 템포와 켜켜이 쌓인 멜로디가 특징이며 그 분위기가 어둡고 자극적이다. 최 DJ 뒤로 놓인 김 작가의 작품 ‘Fake identity’(2020년)는 디지털 세계를 떠올리듯 푸르른 색감이 눈에 띈다. 실제 김 작가는 작업할 때 일렉트로닉 음악을 주로 듣는다고 한다. 김 작가는 “일렉트로닉 문화계에서 선호하는 화려한 색채들이 작품에 많이 반영됐다. 또 전자악기로만 구성된 일렉트로닉 음악에는 다양한 음이 겹쳐져 있는데, 실제 내 작품도 하나의 선, 면이 아닌 겹겹이 쌓인 층이 캔버스 안에서 하나의 형상을 이룬다”고 했다. 작품과 함께 놓여있는 카펫도 인상적이다. 카펫은 두 작가의 작업 방식에 따라 다른 종류가 배치됐다. 정교한 장인의 카펫은 구상회화에 가까운 김 작가의 작품과, 도면 없이 상상력으로 만들어내는 유목민의 카펫은 추상회화에 가까운 정 작가의 작품과 나란히 걸렸다. 정 작가의 작품 ‘Contradictory boundary’(2019년)는 무언가에 얽매이지 않으려는 듯 힘차게 그어놓은 굵고 뭉툭한 선의 생명력이 잘 느껴진다. 영상 속에서 부활한 작품들을 보면 공간 재활용으로 인해 작품 전시 기간은 늘어난 듯한 느낌을 준다. 하지만 페스티벌이나 축제 등을 앞세우지 않은 일반 갤러리가 떠들썩한 공간으로 변주되는 것은 흔치 않은 사례다. 안수연 갤러리박영 대표는 “코로나19로 인해 모든 예술인의 힘든 사정을 잘 알고 있다. 예술의 경계를 지우고 복합예술의 의의를 되새겨보고 싶어 촬영을 수락했다”고 말했다.파주=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 2021-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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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회화 작품과 디제잉의 만남’…전시공간 변주로 부활한 작품들

    기한을 놓쳐 전시를 관람하지 못한 경험이 있는가. 사진 촬영이 금지된 곳이었다면 작품을 구경할 기회를 날렸을 것이고, 작품 사진을 구했다 해도 갤러리 공간과 어우러진 작품의 분위기만큼은 느끼지 못했을 테다. 전시 공간이 다른 문화 공간으로 기록돼 사용된다면 어떨까? 전시는 끝났지만 그 공간이 재활용되면서 작품이 재조명될 수 있을 것이다. 23일 경기 파주시 갤러리박영에서는 약 한 달간 이어진 특별전 ‘ON SUBLIME’이 마무리됐다. 김동현·정재철 작가 2인전으로, 이란의 핸드메이드 페르시안 카펫과 두 작가의 회화 작품을 마주 놓아 강렬한 에너지를 느낄 수 있었다. 현재 전시장에서 작품은 철거됐지만, 10월 9일 다른 공간에서 다시 만나볼 수 있다. 바로 온라인 EDM 페스티벌 ‘STAYHERE’이다. 페스티벌에 참가하는 999 프로젝트팀의 최우리 DJ(34)는 지난달 22일 갤러리박영에서 3시간가량 디제잉을 했다. 촬영본을 녹화해 페스티벌에 송출하기 위해서였다. 최 DJ는 촬영장 선정 이유로 작품 분위기를 꼽았다. 그는 “김동현 작가 작품이 굉장히 몽환적이고 반추상적인데, 제가 하는 음악인 ‘사이키델릭 트랜스’와 느낌이 비슷하다. 다른 분야의 예술이지만 닮았기에 함께 기록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사이키델릭 트랜스는 테크노 음악보다 빠른 템포와 켜켜이 쌓인 멜로디가 특징이며 그 분위기가 어둡고 자극적이다. 최 DJ 뒤로 놓인 김동현 작가의 작품 ‘Fake identity’(2020년)는 디지털 세계를 떠올리듯 푸르른 색감이 눈에 띈다. 실제 김동현 작가는 작업할 때 일렉트로닉 음악을 주로 듣는다고 한다. 김 작가는 “일렉트로닉 문화계에서 선호하는 화려한 색채들이 작품에 많이 반영됐다. 또 전자악기로만 구성된 일렉트로닉 음악에는 다양한 음이 겹쳐져 있는데, 실제 제 작품도 하나의 선, 면이 아난 겹겹이 쌓인 층이 캔버스 안에서 하나의 형상을 이룬다”고 말했다. 작품과 함께 놓여있는 카펫도 인상적이다. 카펫은 두 작가의 작업 방식에 따라 다른 종류가 배치됐다. 정교한 장인의 카펫은 구상회화에 가까운 김동현 작가의 작품과, 도면 없이 상상력으로 만들어내는 유목민의 카펫은 추상회화에 가까운 정재철 작가의 작품과 매치됐다. 정재철 작가의 작품 ‘Contradictory boundary’(2019년)는 무언가에 얽매이지 않으려는 듯 힘차게 그어놓은 굵고 뭉툭한 선의 생명력이 잘 느껴진다. 영상 속에서 부활한 작품들을 보면 공간 재활용으로 인해 작품 전시 기간은 늘어난 듯한 느낌을 준다. 하지만 페스티벌이나 축제 등을 앞세우지 않은 일반 갤러리가 떠들썩한 공간으로 변주되는 것은 흔치 않은 사례다. 안수연 갤러리박영 대표는 “코로나19로 인한 모든 예술인들의 힘든 사정을 잘 알고 있다. 예술의 경계를 지우고 복합예술의 의의를 되새겨보고 싶어 촬영을 수락했다”고 말했다.파주=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 2021-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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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려말 자수에서 현대 귀고리까지… 국내 공예의 변천 한눈에

    서울지하철 3호선 안국역 1번 출구에서 오른편으로 1분 정도 걸으면 넓은 마당이 나온다. 담장과 문이 없는, 누구나 가볍게 들를 수 있는 이곳은 지난달 16일 종로구에서 개관한 서울공예박물관이다. 이 박물관은 국내 유일의 공립 공예박물관이다. 서울시가 공예문화 부흥을 위해 옛 풍문여고 부지를 2017년 매입해 리모델링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개관식이 무산되는 와중에도 관람객들의 방문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하루 6회, 회당 90명까지 온라인 사전예약을 받고 있는데, 22일 기준으로 다음 달 7일까지 예약이 모두 찼다. 총 6개동, 8개관으로 구성된 박물관에서는 4개의 상설전과 4개의 기획전이 열리고 있다. 고대부터 일제강점기까지 공예사를 연대순으로 살피는 ‘장인, 세상을 이롭게 하다’를 필두로 한 상설전은 전통에 초점을 맞췄다. 이에 비해 ‘공예, 시간과 경계를 넘다’ 등의 기획전은 현대공예의 세련미에 주목하고 있다. ‘자수, 꽃이 피다’ ‘보자기, 일상을 감싸다’ 상설전은 한국자수박물관의 허동화 박영숙 씨 부부가 기증한 5000여 점 중 356점으로 꾸려졌다. 자수전에서는 현존하는 자수 유물 중 가장 오래된 4첩 병풍 ‘자수사계분경도’(보물 제653호)를 감상할 수 있다. 고려 말 작품으로 연꽃, 매화 등 사계절을 상징하는 그림이 눈길을 끈다. 보자기 전시에서는 귀중품과 옷, 가구를 싸기 위해 만들어진 다양한 크기와 소재의 보자기를 선보인다. 보자기를 직접 싸보거나 자수를 놓아보는 체험공간도 마련돼 있다. 전시 1동에서 열리는 ‘공예, 시간과 경계를 넘다’ 기획전도 눈여겨볼 만하다. 1960년대 후반 외국의 도자공예를 배우고 귀국한 도예가들을 중심으로 대학에서 도예 실기교육이 이뤄졌다. 이후 전통 도자기의 형식을 변형하거나, 실용성보다 예술성을 강조한 공예작업이 본격화됐다. 익숙한 듯 새로운 현대공예 작가 80명의 작품 185점을 통해 도자, 목공, 유리공예 등 다양한 분야에서 발전한 현대공예의 흐름을 파악할 수 있다. 같은 건물에서 열리고 있는 ‘귀걸이, 과거와 현재를 꿰다’ 기획전도 빼놓을 수 없다. 한쪽 끝에 홈을 내 사용하는 신석기시대의 고리모양 귀고리, 금과 보석을 더해 길고 화려하게 만든 삼국시대 귀고리, 플라스틱·한지·쌀 등 다양한 소재로 만든 개성 강한 현대 귀고리까지. 인류가 즐겨 착용한 귀고리의 역사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예컨대 귀에 구멍을 뚫는 대신 귓바퀴에 거는 조선시대 귀고리를 보면 그 시대의 사회상을 짐작할 수 있다. 조선 전기까지만 해도 귀를 뚫은 흔적으로 조선인과 외국인을 판별할 정도로 남성의 귀고리 착용이 성행했다. 하지만 성리학자들의 반대로 1572년 선조는 남성의 귀고리 착용을 국법으로 금했다. 하루 만에 박물관을 모두 둘러보기는 힘들다. 전시품이 많은 데다 전시장 구조도 초행길에는 다소 복잡할 수 있다. 산책하듯 들러 서서히 익숙해지면 좋을 공간이다. 박물관 중간에 400년 넘은 은행나무 아래에 놓인 이재순 작가의 석문 ‘화합Ⅰ’과 돌벤치 ‘화합Ⅱ’는 언제든 쉬면서 즐길 수 있는 공간이다. 박물관 밖에 놓인 의자들도 공예작품이라 일상에 스며든 공예의 소중함을 경험할 수 있다. 모든 전시 무료.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 2021-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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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전 세계적 미투 운동… 맨 앞에 그들이 있었다

    2017년 10월 세계 곳곳에서 미투 물결이 일었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었다. 2018년 현직 여성 검사가 검찰 간부의 성폭력을 공개적으로 밝혔고, 정계와 문화계 등 각계에서 여러 인사들이 가해자로 지목됐다. 이는 드러나지 않았던 성폭력 문제를 수면 위로 끌어올린 동시에 홀로 고통받던 피해자를 끔찍한 과거로부터 끌어올리기도 했다. 이 지류의 시작에는 한 기사가 있었다. 2017년 10월 뉴욕타임스(NYT)에 할리우드 거물의 성추행 및 성적 착취에 대한 기사가 나갔다. 와인스틴 컴퍼니의 설립자이자 공동 회장인 유명 영화제작자 하비 와인스틴이 30여 년에 걸쳐 배우, 영화사 직원 등을 성추행했다는 내용이었다. 충격적인 일로 가득한 세상에서 왜 유독 이 사건이 변화의 진원이 됐을까? 확고하고 압도적인 증거를 제시한 NYT의 두 기자 조디 캔터와 메건 투히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녀가 말했다’라는 문장이 적히기까지 공포와 싸우며 입을 뗀 피해자들이 있었다. 2017년 5월 “대화를 나누고 싶다”는 캔터의 e메일에 배우 로즈 맥고언은 “성차별 문제에 있어 NYT는 자성이 필요하다”며 거절 답변을 보내왔다. 맥고언이 이전에 한 영화제작자가 자신을 성폭행했다고 주장했는데, NYT가 이를 뉴스난이 아닌 스타일난에서 다뤘기 때문이었다. 캔터의 거듭된 부탁 끝에 성사된 전화 통화 내용은 매우 구체적이었다. 이를 시작으로 기자들은 배우들을 직접 만나고 3년 넘게 수백 건의 인터뷰를 하며 법적 기록, e메일 등을 일일이 확인해 이 책에 담았다. 물론 어떤 여성들은 입을 열지 않았다. 하지만 분명 변화는 있었다. 에필로그에는 피해자들과 취재 과정에서 만난 이들을 2019년 한곳에 초대해 미투 이후 변화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을 소개한다. 이 자리에는 20여 년 전 와인스틴으로부터 성폭행을 당할 뻔한 그의 비서 로웨나 추도 있었다. 추는 기자들과 만났지만 침묵을 지키다 이 모임 이후 자신의 이야기를 NYT에 전했다. 끔찍한 이야기를 털어놓는 데는 얼마나 오랜 세월이 걸렸든 상관이 없다고, 더 이상 혼자 고통 속에 살지 말라고 말해주는 듯하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 2021-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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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화랑과 작가는 결혼한 사이… K미술 이끌 젊은 작가들에 힘 보탤 것”

    10년 전, “무명에 가까웠던 작가들을 발굴해 키운 것이 가장 보람된 일”이라고 말했던 이화익갤러리의 이화익 대표(64)는 개관 20주년을 맞은 올해에도 “젊은 작가들에게 힘을 보태고 싶은 마음은 여전하다”고 했다. 18일 서울 종로구 이화익갤러리가 개관 20주년 기념 전시를 열었다. 이화익갤러리와 인연이 깊은 작가 24명의 작품 약 50점이 두 번에 걸쳐 전시된다. 18일부터 31일까지는 김덕용 김동유 설원기 오치균 이강소 등 12명이, 다음 달 2일부터 15일까지는 김미영 안두진 이이남 이정은 이환권 등 12명이 나선다. 1부에서는 신작 15점을 포함해 총 21점이 전시된다. 2부에서는 신작 20점가량을 포함해 30여 점을 선보일 예정이다. 금융위기 여파가 이어진 2001년 9월 이 대표는 주변의 만류에도 자신의 이름을 내건 갤러리를 세웠다. 국립현대미술관 제1기 전문직 큐레이터로 6년, 갤러리현대에서 디렉터로 6년을 일했던 그에게는 목표가 있었기 때문이다. “거장보단 젊은 작가를 발굴해 키워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로부터 10년 동안 그는 김동유 김덕용 최영걸 작가를 후원했고 이들은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중진 작가로 성장했다. 또다시 흐른 10년간 그 명단에는 임동식 작가가 포함됐다. 자연을 그려온 임 작가는 지난해 박수근미술상을 받았다. 이 대표는 “미술작가로서 인생의 정점을 찍는 시기를 함께한 화랑으로서 매우 뿌듯하다”고 했다. 이 대표가 임 작가를 알게 된 건 약 15년 전 열린 한 전시의 뒤풀이. 불 꺼진 방 한편에 걸려 있던 작품 4점을 보고 그는 곧장 임 작가의 충남 공주시 작업실로 향했다. “임 작가가 전국으로 시간강사를 다닐 때라 터미널 옆 단칸방 같은 관광호텔에서 작업하고 있었다. 작업실에 있는 대작 38점을 당장 서울로 가져가겠다고 했다.” 그렇게 2008년 이화익갤러리에서 임동식 개인전이 열리며 인연을 쌓았다. 이날 20주년 전시는 이 대표의 작가에 대한 애정을 보여줬다. 다음 달 2부 전시에 참여하는 김미영 작가는 꽃을 들고 찾아와 “2016년 지서울 아트페어에 이화익갤러리를 통해 참여했다. 그때 인연으로 이만큼 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 2003, 2005년 개인전을 열었던 강운 작가도 방문했다. “화랑과 작가는 결혼하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것이 이 대표의 신념이다. 현재 이화익갤러리의 전속계약 작가는 김미영 안두진 차영석. 이 대표는 이들에 대한 확신이 있다. 이 대표는 “앞으로 케이팝 못지않게 우리 작가들이 주목받는 시기가 올 것이다. 제가 후원해 온 작가들이 세계 미술사에 거장이 되는 날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 2021-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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