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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은 17일 민주당원의 댓글 사건 및 김기식 전 금융감독원장의 위법 행위 진상 규명을 위해 ‘김경수·김기식 특검법’ 수용을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 요구하며 국회에서 천막 농성을 시작했다. 원내 3, 4당인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도 특검 도입에 맞장구를 쳤다. 한국당 의원 110명은 최교일 의원 대표 발의로 ‘민주당원 댓글 조작 사건 및 김경수 의원 등 연루 의혹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을 제출했다. 또 ‘전 금융감독원장 김기식의 뇌물수수, 업무상 횡령 등 범죄혐의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도 함께 제출했다. 당원권이 정지된 의원 6명을 제외한 한국당 의원 전원이 동참했다. 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특검으로 가야 진실을 밝힌다. 정권의 정통성·정당성과도 연결될 수 있는 이 사건은 모든 국회 일정을 걸고서라도 국민 앞에 명명백백히 밝히겠다”고 적었다. 바른미래당도 특검 도입을 찬성했다. 서울시장 예비후보인 안철수 바른미래당 인재영입위원장은 “문재인 대통령 연루까지도 의심되는 부분이라 조속히 특검을 도입해야 할 사항”이라고 주장했다. 민주평화당도 특검 찬성 의사를 밝혔다. 다만 민주평화당과 공동교섭단체를 구성 중인 정의당은 판단을 유보했다. 반면 민주당은 “지방선거용이자 정략적 특검”이라며 수용 불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다만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는 데다 4월 임시국회 현안 및 개헌 등과도 맞물려 있어 여론 추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국회선진화법상 원내 1당인 민주당(121석)의 동의 없이는 특검법 처리가 불가능하다. 민주당이 반대하면 상임위 통과가 어렵고, 민주당 출신인 정세균 국회의장이 직권 상정할 가능성도 낮기 때문이다.박훈상 tigermask@donga.com·김상운 기자}
김기식 금융감독원장 외유성 출장 논란에 이어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으로 꼽히는 더불어민주당 김경수 의원이 ‘댓글 여론조작’ 사건에 연루됐다는 의혹이 터져 나오면서 6·13지방선거를 앞두고 정국이 흔들리고 있다. ‘강원랜드 채용비리’ 등으로 수세에 몰렸던 자유한국당은 어느새 특별검사 임명 등을 주장하며 집중 공세를 펴고 있다. 민주당은 댓글 의혹 확산 차단에 총력을 기울이면서도 곤혹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홍준표 “안희정도, 김기식도, 김경수도 가는 중” 한국당은 15일 김 의원에 이어 청와대의 댓글 조작 연루 가능성까지 제기하고 나섰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집권여당 현역 의원(김경수)의 실명이 거론되고 일각에서는 청와대 핵심 관계자 이름까지 거론되고 있다. 국민의 뒤통수를 치는 메가톤급 충격”이라고 주장했다. 댓글 조작을 주도한 ‘드루킹’이 김 의원뿐만 아니라 지난해 대선에서 문 대통령의 선거를 담당했던 청와대 고위 관계자들과도 연락을 주고받았을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이다. 그러면서 “정권 차원의 여론 조작과 국기 문란 의혹이 제기되는 만큼 특검을 추진하는 방안도 깊게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당은 3선의 김영우 의원을 단장으로 ‘민주당원 댓글조작 진상조사단’을 구성하고 총공세에 나섰다. 김 의원은 “드루킹의 인사 청탁 내용 및 김 의원의 거절 경위, 김 의원의 윗선 연계 가능성, 여론 조작 세력의 경제적 후원자 등을 특검이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당은 이번 사건이 적폐 청산으로 수세에 몰렸던 당의 처지를 만회할 수 있는 둘도 없는 호재로 보고 있다. 특히 댓글 사건으로 ‘흥했던’ 민주당에 댓글 사건이 부메랑이 됐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홍준표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안희정도 가고 김기식도 가고 김경수도 가는 중이다. 6·13지방선거까지 아직 가야 할 사람이 많이 남았다”며 “댓글과 여론 조작으로 잡은 정권이 민심을 이겨낼 수 있을까. 좌파의 민낯이 드러나기 시작한다”고 주장했다. 한국당은 김 의원과 함께 김기식 금감원장을 엮은 이른바 ‘KKS(김기식 김경수) 쌍끌이’ 공세를 강화한다는 복안이다. 한국당은 이날도 “2016년 민주당 의원 모임인 ‘더좋은미래’에 5000만 원을 셀프 기부했던 김 원장이 2014년에도 1000만 원을 송금한 사실이 발견됐다”며 의혹 제기를 이어갔다.○ 민주당 “빨리 의혹 불식해야 악재로 안 번져” 민주당은 댓글 조작을 주도한 ‘드루킹’이 무리한 요구를 해온 점에 집중하며 김 의원을 적극 옹호하고 나섰다. 특히 민주당은 6·13지방선거를 58일 앞둔 상황에서 이번 사건이 선거 지형에 미칠 영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문 대통령의 최측근 중 한 명인 전해철 의원은 이날 트위터에서 “매크로 불법행위의 배후에 김 의원이 있다고 호도하는 것은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허위 주장으로 지방선거에 영향을 주려는 정치공세”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이달 말부터 본격적인 선거운동을 시작하려 했던 민주당의 선거 전략엔 빨간불이 켜졌다. 민주당은 김경수 의원이 나선 PK(부산경남)의 지방권력 교체를 이번 지방선거의 하이라이트 중 하나로 보고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우리 팀 대표선수를 향한 의혹 자체가 선거에는 악재”라고 전했다. 야권 지방선거 후보자들의 공세도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서울시장 후보인 안철수 바른미래당 인재영입위원장은 댓글 조작 작업이 벌어진 파주의 출판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 의원이 댓글 조작에 관여한 사실이 드러나면 부정 대선이었던 만큼 엄중하게 처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당 서울시장 후보인 김문수 전 경기지사도 국회 앞에서 진상조사 촉구 1인 시위를 열었다. 김 의원이 출마할 예정인 경남지사 선거 경쟁자인 김태호 전 경남지사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안타까운 일이다. 사실이 아니길 바란다”고 말했다.박훈상 tigermask@donga.com·박성진·홍정수 기자}
경남지사 선거는 일찌감치 리턴매치 대진표가 확정됐다.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 더불어민주당 김경수 의원의 등판에 자유한국당은 군수, 지사, 국회의원 등 6번의 선거에서 한 번도 패한 적이 없는 김태호 전 경남지사를 대항마로 선택했다. 2012년 경남 김해을 국회의원 선거에서 김 전 지사와 맞붙어 4.2%포인트 차이로 진 김 의원으로서는 6년 만의 복수에 나서는 셈이다. 경남 고성 출신으로 진주에서 초중고를 졸업한 김 의원은 17일 창원에서 공식 출마 선언을 하고 본격 활동에 나선다. 부산경남(PK)에서 열리는 지방선거에서 민주당 깃발을 처음 꽂고야 말겠다는 것이다. 김 의원은 “30년 가까운 (경남의) 1당 지배체제를 이제는 뒤집어야 무너져 가는 지역 경제와 민생을 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경남 지역 인사를 만나며 지역 여론을 수렴 중이다. 낙후된 지역 경제 상황을 부각하며 ‘과거’와 ‘미래’의 구도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김 의원 측 관계자는 “전국 성장률에 못 미치는 경남이 미래를 선택할 것이냐, 과거로 회귀할 것이냐는 구도가 될 것”이라고 했다. 경남 거창 출신인 김 전 지사는 두 차례 경남지사를 지낸 경험이 최대 강점이다. 일각에서 ‘올드보이’란 지적이 나오자 ‘경남의 오랜 친구’임을 강조하며 정면 돌파하고 있다. 김 전 지사는 “지역 내 조선 산업이 불황이다. 주민들의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한국당도 경남에서만큼은 승리를 자신하고 있다. 당 관계자는 “김 전 지사가 ‘선거 끝날 때까지 내 찾지 마소’란 말만 남기고 경남으로 떠났다. 살아 돌아올 것을 확신한다”고 밝혔다. ‘양 김’ 구도 속에 바른미래당은 40대 벤처기업인 김유근 KB코스메틱 대표의 출마를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박훈상 tigermask@donga.com·장관석 기자}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이 19대 국회의원 임기 만료를 앞둔 5개월간 정치 후원금을 3억7000만 원이나 ‘땡처리’ 하듯 썼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자유한국당은 “정치자금법 취지에 벗어난 사적 경비, 부정한 용도로 사용됐다”며 신속한 검찰 수사를 요구했다. 11일 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는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김 원장이 19대 국회의원 임기 만료(2016년 5월 29일)를 10일 앞두고 더불어민주당 연구단체인 ‘더좋은미래’에 5000만 원을 연구기금 명목으로 한꺼번에 계좌이체 했다”고 말했다. 더좋은미래는 김 원장이 소속됐던 민주당 초·재선 의원 모임이다. 한국당이 공개한 김 원장의 정치자금 수입·지출부에는 더좋은미래 사무실이 김 원장의 의원 사무실 주소인 국회 의원회관 902호로 돼 있다. 더좋은미래는 김 원장이 임기 만료 뒤 소장을 맡은 더미래연구소로 이어졌다. 김 원내대표는 “김 원장이 더좋은미래에 ‘셀프 후원’을 한 것”이라고 했다. 김 원장은 동료 의원 등에게도 후원금을 돌렸다. 그해 3월 25일부터 일주일간 같은 당 남인순 박홍근 의원, 박수현 전 청와대 대변인 등 3명에게 200만 원씩을, 우원식 김현미 이학영 의원 등에게 100만 원씩 총 16명에게 모두 2000만 원을 후원했다. 임기 만료 9일 전에는 보좌진 6명에게 200만∼500만 원씩 2200만 원을 지급했다. 김 원내대표는 “전별금 형식의 퇴직금은 개인 계좌를 통한 지출은 무방해도 정치자금 계좌에서 이체할 수 있는 게 아니다”고 비판했다. 정치자금 수입·지출부에 따르면 김 원장은 임기 만료를 앞둔 5개월간 3억7000만 원을 동료 의원 후원, 보좌진 퇴직금, 해외 시찰 등에 사용했다. 임기 만료 이후 소속 당인 민주당에는 405만 원을 계좌로 이체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국회의원은 임기 만료 시 남은 정치자금을 소속 당이나 국고로 반납해야 한다. 한편 김 원장이 19대 국회의원을 지내는 동안 신고한 재산은 2013년 4억7730만 원에서 2016년 12억5630만 원으로 늘어났다. 정치 후원금 계좌의 3억여 원을 빼더라도 4억 원 이상이 증가한 것이다.홍정수 hong@donga.com·박훈상 기자}

자유한국당 지지세가 강한 TK(대구경북) 지역의 6·13지방선거 여야 대진표가 윤곽을 드러냈다. 본선보다 치열한 예선전을 벌여온 한국당 경북지사 경선에선 이철우 의원이 9일 후보로 확정됐다. 그동안 3선의 이철우 김광림 의원, 재선의 박명재 의원 등이 예선전에 참여했다. 이 의원은 대구시·경북도당 강당에서 열린 경선을 통해 선거인단 투표와 여론조사 환산 투표를 합친 결과 1만6392표를 얻어 1위를 차지했다. 이어 2∼4위는 각각 김광림 의원(1만5028표), 박명재 의원(1만3385표), 남유진 전 구미시장(5537표) 등 순서다. 경북 김천 출신인 이 의원은 경북도 정무부지사를 거쳐 18대 총선 때 김천에서 당선된 뒤 내리 3선을 지냈다. 이에 앞서 더불어민주당은 3일 경북지사 후보로 공모에 응한 2명 가운데 오중기 전 청와대 선임행정관을 단수 공천했다. 오 전 선임행정관은 민주당 경북도당위원장을 지냈고 출마 직전 대통령비서실 균형발전비서관실에서 재직했다. 같은 장소에서 열린 한국당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선 권영진 현 대구시장이 후보로 확정돼 재선에 도전한다. 권 시장은 1만7942표로 이재만 전 최고위원(1만853표)을 따돌리고 1위를 차지했다. 경북 안동 출신인 권 시장은 2006년 서울시 정무부시장을 거쳐 2008년 18대 총선 서울 노원을에서 한나라당 후보로 출마해 당선됐다. 민주당 대구시장 후보는 이상식 전 국무총리실 민정실장, 이승천 전 국회의장 정무수석비서관, 임대윤 전 대구 동구청장이 3인 경선을 거쳐 최종 확정할 예정이다.박훈상 tigermask@donga.com·박성진 기자}
국정 농단 사태로 탄핵된 뒤 수감 중인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1심 법원이 6일 징역 24년과 벌금 180억 원이라는 중형을 선고하자 정치권에선 반응이 크게 엇갈렸다. 청와대는 선고 직후 김의겸 대변인 명의로 낸 논평에서 “기억하지 않는 역사는 되풀이된다. 오늘을 잊지 않겠다”고 밝혔다. 박근혜 정부의 국정 농단을 거울로 삼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어 김 대변인은 “나라 전체로 봐도, 한 인생을 봐도 가슴 아픈 일”이라며 “박 전 대통령에 대한 느낌은 다들 달랐을 것이다. 그러나 오늘 모두의 가슴에는 메마르고 스산한 바람이 불었다”고 밝혔다. 환영 입장 대신 안타까움을 내비친 것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 구속에 이어 박 전 대통령이 중형을 선고받은 데 대한 일각의 반발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정당들은 ‘인과응보’ ‘사필귀정’이라며 법원의 판결을 반겼다. 더불어민주당 강훈식 원내대변인은 “헌정을 유린하고 온 국민을 상실감에 빠뜨린 국정 농단에 대한 죄와 벌은 인과응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제 ‘이게 나라냐’라는 분노와 상실감을 딛고 ‘이게 나라다’라는 희망을 찾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형량이 가볍다는 비판도 나왔다. 판사 출신인 민주당 박범계 수석대변인은 “형사범으로서의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선고형량은 합당할진 모르겠으나 헌법상의 국정농단사범으로서는 다소 형량이 약하다는 비판도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바른미래당은 국정 농단 사태가 제왕적 대통령제에서 불거진 것임을 강조하며 개헌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6·13지방선거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한 안철수 바른미래당 인재영입위원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제왕적 권력은 실패한다는 또 한 번의 사례다. 반드시 대통령 권한의 분산을 전제로 한 개헌으로 이어져야 할 것”이라는 글을 올렸다. 유승민 바른미래당 공동대표는 “우리 헌정사의 큰 불행이라고 생각한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정치권이 여야나 보수, 진보를 떠나 정말 같이 각성할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민주평화당 역시 “대통령을 잘못 보좌한 한국당은 석고대죄해야 한다”고 지적했고, 정의당은 “오늘 선고된 형으로 그 죄를 다 감당하는 것은 턱없이 부족하다”고 비판했다. 반면 한국당은 선고 직후 “오늘 이 순간을 가장 간담 서늘하게 봐야 할 사람은 문재인 대통령”이라고 날을 세웠다. 한국당 전희경 대변인은 논평에서 “오늘 재판부 판결 내용은 이미 예견됐던 것이다. 재판 과정을 스포츠 중계하듯 생중계한 것은 매우 개탄스러운 일”이라며 불만을 나타냈다. 한국당 김진태 의원은 페이스북에 “먼저 탄핵을 시켜놨으니 답은 정해진 것”이라며 “오늘을 기억하자. 역사는 반복된다”고 썼다. 한 친박(친박근혜)계 의원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할 말을 잃었다. 과중한 처벌이다. 아직 두 번의 선고가 더 있는데 (TV로 생중계하는 것은) 대통령 망신 주기일 뿐이다”라고 참담한 심정을 전했다. 최고야 best@donga.com·박훈상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제주도4·3사건과 관련해 “국가 폭력으로 말미암은 고통과 노력에 대해 대통령으로서 다시 한번 깊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3일 제주4·3평화공원에서 열린 4·3 희생자 추념일 추념사에서 “더 이상 4·3의 진상 규명과 명예 회복이 중단되거나 후퇴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현직 대통령이 4·3 추념식에 참석한 것은 2006년 노무현 전 대통령 이후 12년 만이다. 문 대통령은 “4·3의 진실은 어떤 세력도 부정할 수 없는 분명한 역사의 사실로 자리를 잡았다는 것을 선언한다”며 “국가권력이 가한 폭력의 진상을 제대로 밝혀 희생된 분들의 억울함을 풀고 명예를 회복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4·3사건은 1948년 4월 3일 제주에서 일어난 소요사태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민간인 희생 사건이다. 이 사건으로 약 3만 명의 제주 주민이 희생된 것으로 추정된다. 문 대통령은 “아직도 4·3의 진실을 외면하는 사람들이 있다. 아직도 낡은 이념의 굴절된 눈으로 4·3을 바라보는 사람들이 있다”며 “이제 우리는 아픈 역사를 직시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희생자들을 위한 정부 차원의 배상 및 보상과 국가트라우마센터 건립 등을 약속했다. 또 문 대통령은 “오늘의 추념식이 4·3 영령들과 희생자들에게 위안이 되고, 우리 국민들에겐 새로운 역사의 출발점이 되길 기원한다”며 “제주에 봄이 오고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4월 3일엔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마지막 경선이 치러진 탓에 추념식에 참석하지 못했다. 당시 문 대통령은 “정권 교체를 이루고 내년 추념일에는 대통령의 자격으로 기념식에 참석하겠다”고 약속했다. 문 대통령은 추념식 뒤 열린 유가족들과의 오찬에서 “제가 약속을 지키게 됐구나라는 안도감이 든다”고 말했다. “4·3의 완전한 해결을 위해 흔들림 없이 나아갈 것”이라는 문 대통령의 말에 유가족들은 “고맙수다”라고 외치며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청와대는 당초 27일 열리는 남북 정상회담의 개최 장소 중 하나로 제주를 검토했다. 청와대는 “4월 정상회담 뒤 후속 정상회담이 남측에서 열린다면 ‘평화의 땅’이라는 상징성이 있는 제주는 여전히 유력한 후보지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 역시 이날 “제주는 깊은 상흔 속에서도 지난 70년간 평화와 인권의 가치를 외쳐 왔다”며 “이제 그 가치는 한반도 평화와 공존으로 이어지고 인류 전체를 향한 평화의 메시지로 전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4월 3일은 제주 양민들이 무고한 죽임을 당한 날과는 아무런 연관이 없는 좌익 무장폭동이 개시된 날”이라며 “특별법을 개정할 때 무고한 양민이 희생된 날을 추모일로 고쳐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홍 대표는 “이날을 제주 양민이 무고하게 희생된 날로 잡아 추념한다는 것은 오히려 좌익 폭동과 상관없는 제주 양민들을 모욕하는 것”이라며 “김대중 전 대통령도 1998년 미국 CNN 방송과 인터뷰할 때 제주 4·3은 ‘공산 폭동’이라고 말한 바가 있다”고 주장했다.한상준 alwaysj@donga.com·박훈상 기자}

황일웅 청와대 의무실장(사진)이 최근 사임한 사실이 2일 뒤늦게 확인됐다. 황 실장은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의 의무실장을 지낸 데 이어 지난해 5월부터 문재인 대통령의 의무실장으로 일해 왔다. 이 때문에 ‘삼대(三代) 의무실장’으로 불리기도 했다. 육사 46기로 서울대 의대와 대학원을 졸업한 뒤 국군 의무사령관 등을 지냈다. 주치의는 대통령 건강에 이상이 있을 때 청와대를 찾아 치료하지만 의무실장은 청와대 본관 인근 건물에 상근하면서 매일매일 대통령의 건강을 살핀다. 이 때문에 문 대통령 임기 초에 황 실장이 그만둔 것을 놓고 정상 근무가 어려운 일신상의 이유가 생겼다는 얘기와 함께 대통령경호처 등 청와대 내부 조직과의 갈등설도 돌고 있다. 이에 청와대 관계자는 “황 실장이 개인적인 사정으로 그만뒀다”고만 했다.최우열 dnsp@donga.com·박훈상 기자}
자유한국당이 김문수 이인제 김태호 등 6·13 지방선거에 나설 유력 후보들에 대한 일각의 ‘올드보이’ 비판에 ‘인물론’으로 반박하고 나섰다. 한국당은 이번 주에 서울시장 충남지사 경남지사 후보를 확정해 발표할 계획이다. 2일 ‘충남지사 후보 추대 결의식’을 연 이인제 전 의원에 이어 5일에는 김태호 전 경남지사의 ‘경남지사 후보 추대 결의식’을 열 예정이다. 주중으로 김문수 전 경기지사의 ‘서울시장 후보 추대 결의식’을 열고 출마를 확정하겠다는 계획이다. 한국당은 이들 지방선거 후보를 놓고 ‘올드보이’란 비판이 나오자 김경수 의원 등 더불어민주당의 광역단체장 후보군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 선거캠프의 팀장급’이라고 일축하며 맞불을 놨다. 한국당 홍문표 사무총장은 이날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우리 사회는 경험 없는 사람들이 정치하는 것을 두렵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국당 홍준표 대표도 이날 “이인제가 어떻게 올드보이냐. 충남의 큰 인물”이라고 감쌌다. 또 홍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탄핵 및 대선 때와는 달리 보수 우파들의 결집이 반드시 있을 것이다”고 설명했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바른미래당 안철수 인재영입위원장이 4일 오전 10시 30분 서울시장 출마를 공식 발표한다. 6·13지방선거 때 서울시장은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의 3자 구도로 치러질 가능성이 더욱 높아졌다. 안 위원장의 서울시장 도전은 2011년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저울질하다가 중도 포기한 후 7년 만이다. 안 위원장은 출마 선언문에 7년 전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아름다운 양보’를 했을 때와 달라진 생각을 시민들에게 설명하는 내용을 담을 것으로 알려졌다. 또 자신의 장점을 살려 4차 산업혁명과 관련해 미래 서울에 대한 구상과 미세먼지 대책 등 살기 좋은 도시에 대한 비전을 담을 것으로 보인다. 출마 선언 장소는 서울광장 등을 물색하고 있으며, 선거 캠프는 종로구 안국역 인근에 마련할 것으로 알려졌다. 안 위원장은 시장직과 한국당 무력화란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독한 마음을 품은 것으로 알려졌다. 안 위원장은 최근 주변 사람들에게 “이번 지방선거가 끝나면 한국당은 무력화될 것이다. 내가 그렇게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박 시장이든 누구든 민주당 후보와 경쟁해 이기거나, 지더라도 한국당 후보보다 많은 득표를 얻어 ‘의미 있는’ 2위를 한다면 한국당의 존재감을 확실히 약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3자 이상의 다자구도에선 민주당을 이기기 쉽지 않은 만큼 바른미래당과 한국당에서 야권연대 차원의 후보 단일화가 거론되고 있지만 안 위원장은 여전히 부정적이다. 안 위원장은 1일 인재영입 행사를 마친 뒤 야권 단일화 가능성에 대해 “한국당은 싸우고 이겨야 할 대상이라는 점을 일관되게 말해왔다”고 했다. 안 위원장은 사석에서도 “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나의 서울시장 당선을 편하게 보고만 있지 않을 것이다. 누구든 내보내 훼방을 해야 한국당이 버틸 수 있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장 후보 찾기에 번번이 실패해온 한국당은 그야말로 비상이다. 그래서 당 지도부까지 나서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를 내세우는 데 공들이고 있다. 3선 국회의원과 경기도지사를 두 차례 지낸 김 전 지사는 다른 후보군보다는 그나마 인지도가 높다. 한국당으로선 3자 구도를 형성해 보수 우파를 확실히 묶어 보겠다는 전략이다. 반대로 김 전 지사의 ‘박근혜 탄핵 반대’ 경력이 중도우파의 등을 돌리게 하는 자충수가 될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김 전 지사는 지난달 2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한국당은 박근혜, 이명박 대통령과 관련자들의 구속에 대해 잊어버리거나, 잊어버린 척해서는 안 된다”고 썼다. 첫 3선에 도전하는 박원순 서울시장은 야권 표가 분산되는 상황을 관망하고 있다. 특히 최근 남북, 북-미 정상회담 이슈로 지방선거에 대한 관심이 낮아지면서 선거전에 늦게 뛰어드는 게 오히려 유리하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박 시장 측 관계자는 “다음 달 이후에나 선거운동에 나설 예정”이라고 밝혔다. 박 시장에게 도전하는 민주당 우상호, 박영선 의원은 지난달 후보 등록을 마치고 일찌감치 선거운동을 시작했다. 우 의원은 2025년까지 서울 시내버스의 50%를 전기버스로 교체하고, 방탄소년단 레드벨벳 등 한류스타의 이름을 내건 버스를 도입하겠다는 공약을 1일 발표했다. 박 의원은 “2012년 대선에서 문재인, 안철수 후보가 단일화를 할 때 내가 협상팀장으로 직접 안 후보를 상대했다. 그만큼 내가 안철수에게 더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박훈상 tigermask@donga.com·최고야·김상운 기자}
“통일이 되는 그날까지 매년 여러분을 찾겠다는 약속을 지킬 수 없게 돼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합니다.” 수감 중인 이명박 전 대통령의 페이스북에는 천안함 피격 8주년인 26일 이 같은 글이 올라왔다. 이 전 대통령은 “저 대신 저와 함께 일한 참모들이 참배하는 것으로 저의 안타까운 마음을 전한다”는 글처럼 측근을 통해 옥중 메시지를 전한 것이다. 이 전 대통령은 퇴임 뒤 매년 3월 천안함 46용사 묘역을 참배해 왔고, 구속 전인 지난달 26일에는 천안함기념관을 찾았다. 이재오 전 의원과 류우익 전 대통령실장 등 측근 10여 명은 이날 이 전 대통령을 대신해 국립대전현충원 천안함 46용사 묘역을 참배했다. 김효재 전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은 ‘이명박 대통령을 대신해’라며 “비록 직접 찾아가 만나진 못하지만 여러분의 조국에 대한 헌신은 결코 잊지 않고 가슴 깊이 새기고 있다”라는 글을 방명록에 남겼다. 이 전 의원은 “이 전 대통령이 구속되기 전 꼭 (천안함 묘역을) 참배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했다”고 전했다. 홍상표 전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7년 전 이맘때쯤 당시 (이명박 전) 대통령을 수행해 아랍에미리트 바라카 원전 기공식에 참석했었다. 죽을 때까지, 통일 될 때까지 기일에 46용사의 묘소를 참배하겠다던 그분은 지금 문정동(서울동부구치소)에 계신다. 마음이 착잡하다”는 글을 올렸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다음 달 말 남북 정상회담이 열리는 판문점 남측 ‘평화의 집’이 시설 공사에 들어갔다. 판문점에서의 회담 정례화 가능성을 언급한 정부가 시설적인 면에서도 정례 회담을 여는 데 문제가 없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정부 당국자는 25일 동아일보에 “평화의 집이 현재 공사 중”이라며 “편의제공 등 여러 가지를 고려해 정비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국가정보원이 관리하는 평화의 집은 1989년 12월 19일 준공돼 30년 가까이 지나 정상회담을 치르기에는 낙후됐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총 3층짜리 건물의 1층 기자실엔 인터넷 랜선이 설치돼 있지 않아 1월 남북 고위급 회담 때는 기자들이 인근 자유의 집으로 이동해 기사를 송고하기도 했다.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도보로 군사분계선을 넘어 평화의 집으로 올 것을 대비해 이동로도 점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당국자는 “2층엔 회담장이 있고, 3층 대회의실이 있다. 3층을 연회장으로 활용해 오·만찬을 진행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평화의 집이 공사 중이기 때문에 29일 정상회담을 위한 남북 고위급 회담도 북측 지역인 통일각에서 열린다. 우리 측은 조명균 통일부 장관을 수석대표로 한 3명이, 북측은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장을 수석으로 한 3명이 나온다. 북측은 5일 우리 특사단이 김정은을 평양에서 만난 뒤 2주가 넘은 24일에야 실무회담에 답하는 등 남북 정상회담에 신중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황인찬 hic@donga.com·박훈상 기자}
이명박 전 대통령의 구속 기간이 3분 차이로 하루 앞당겨졌다. 검찰은 23일 “이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 집행 시각은 22일 오후 11시 57분”이라며 “1차 구속 기간(10일)은 31일까지”라고 밝혔다. 검찰이 정확한 영장 집행 시각을 밝힌 이유는 이 전 대통령의 신병을 확보한 시각이 23일 0시 2분으로 잘못 알려진 것을 바로잡기 위해서다. 잘못된 정보가 알려지면서 ‘검찰이 구속기한을 하루 더 확보하기 위해 날짜가 바뀐 직후에 영장을 집행한 것 아니냐’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구속 기간은 시간과 관계없이 영장을 집행하는 날이 1일 차로 산정되기 때문에 집행 시각이 자정을 넘기는지가 중요하다. 이 전 대통령의 경우 자정을 3분 남기고 집행됨으로써 22일이 구속 기간 1일 차가 됐다. 따라서 구속 기간 산정에서 이 전 대통령은 하루를 번 셈이고, 검찰은 기소 전까지 수사할 수 있는 시간이 하루 줄어든 셈이다. 형사소송법상 피의자 구속 기간은 10일이고 한 차례 연장할 수 있어 검찰은 최장 20일간 수사한 뒤 재판에 넘긴다. 이 전 대통령의 구속 기간은 4월 10일까지다. 앞서 22일 이 전 대통령은 서울 강남구 논현동 자택에서 구속이 확정된 순간 “이제 가야지”라고 말했다고 이재오 자유한국당 상임고문(73)이 23일 라디오에서 밝혔다. 자택에는 측근 50명이 모였고, 이 전 대통령은 시종일관 담담하게 기다렸다고 한다. 영장 발부 직후 이 전 대통령은 “내 심정이 이것이다. 차분하게 대응하자”며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읽었다. 그러고는 가족들을 한 명씩 끌어안았고, 아들 이시형 씨(40)가 오열하자 “왜 이렇게 약하냐. 강해야 한다”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전 대통령은 천안함 묘역에 못 가게 된 것을 아쉬워하면서 측근들에게 “여러분이라도 꼭 가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전 대통령이 23일 0시 1분 서울동부구치소로 떠난 이후 측근 30여 명은 자택 인근의 설렁탕 집에서 새벽까지 통음했다. 측근들은 “일치단결하고 더 분발해서 명예를 회복하자. 5년간 열심히 일한 것에 대한 정당한 평가가 이뤄져야 한다”고 울분을 토로했다고 한다. 권오혁 hyuk@donga.com·박훈상 기자}

지난해 유럽에선 30대 리더 열풍이 불었다. 에마뉘엘 마크롱이 만 39세 나이로 최연소 프랑스 대통령에 당선됐다. 이어 리오 버라드커 아일랜드 총리도 만 37세에 지도자가 됐다. 유럽 최연소 리더는 31세의 제바스티안 쿠르츠 오스트리아 총리다. 대통령제의 원조인 미국도 35세 이상이 출마가 가능하다. 젊은 리더는 활발한 소통과 친화력으로 정치권에 새바람을 불어넣었다. 지금까지는 한국에서 이 같은 젊은 리더는 나올 수 없었다. 청와대가 26일 발의할 문재인 대통령 개헌안에는 ‘한국판 마크롱’의 길을 열어주는 내용이 포함됐다. 기존 헌법은 대통령 출마 자격을 ‘국회의원의 피선거권이 있고 선거일 현재 40세에 달하여야 한다’로 규정했다. 만 40세 미만은 대선 출마가 불가능했다. 개헌안에는 나이 제한을 없앴다. 대신 국회의원 출마가 가능한 25세 이상만 되면 대선 출마도 가능해진다. 개정 헌법이 시행된다면 다음 대통령 선거 때 만 25세 대통령의 등장도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진성준 대통령정무기획비서관은 23일 “대통령이 40세 이상이어야 한다는 것은 참정권 제한이란 취지로 국회의원과 일치시키는 게 좋겠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정치적인 의미가 적지 않거나 현 정권의 생각을 읽을 수 있는 ‘숨어있는 조항’이 개헌안 곳곳에 있었다. 국회 조약 체결·비준에 대한 동의권과 관련해 ‘강화조약(講和條約)’이 신설됐다. 문 대통령은 21일 남북 정상회담 준비위원회에 참석해 “남북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내용을 제도화해야 한다. 그래야 정치 상황이 바뀌더라도 합의 내용이 영속적으로 추진된다”고 말했다. 남북미 정상회담 성공 개최 뒤 정전협정이 평화협정으로 바뀌면 국회비준까지 추진하겠다는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진 비서관은 “정부가 국회의 동의를 얻어야 할 사항이라 판단하면 현행 헌법에서도 국회 비준동의를 청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대통령 권한 대행 사유에 사고 외에 ‘질병 등’을 추가해 전형적인 사고에 포함하기 어려운 원인을 추가했다. 직무를 수행하기 어려운 대통령이 복귀 의사를 표시하면 헌법재판소가 복귀 여부를 결정하도록 했다. 권한대행은 그 직을 유지하는 한 대통령 선거에 입후보할 수 없도록 했다. 소수정당을 배려하는 조항도 기존에 알려진 선거구제에 비례성을 강화한 조항 외에 추가가 된 것이 있었다. 개정헌법 8조 3항은 ‘국가는 정당한 목적과 공정한 기준으로 법률로 정하는 바에 따라 정당운영에 필요한 자금을 보조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청와대는 “국고보조제도가 소수 정당의 정치활동을 지원하려는 취지가 있음에도 실제 운영과정에서 거대 정당에 유리하게 운영될 소지가 있었다”고 했다. 소수정당에 국고보조를 더 할 여지를 남긴 것이다. 다문화시대를 위한 개정 방향도 눈에 띈다. 헌법 9조 ‘민족문화의 창달’ 대목을 삭제하고, ‘문화의 자율성과 다양성 증진’으로 고쳤다. 대통령 취임 선서에도 ‘문화의 창달’을 추가했다. 여성과 장애인을 위해 ‘국가는 성별 또는 장애 등으로 인한 차별상태를 시정하고 실질적 평등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조항도 추가했다. 또 ‘고용·임금 및 노동조건에서 임신, 출산, 육아 등에 따른 차별 금지’(33조 5항)도 있었다. 청와대는 “임신, 출산, 양육이 여성만의 문제가 아님을 분명히 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대통령 개헌안 발의를 앞둔 청와대는 22일 국회에 국민투표법 개정을 촉구했다. 국회가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을 받고도 방치하고 있는 국민투표법부터 개정해 개헌안을 국민투표에 부칠 수 있는 길을 열어달라는 것이다. 진성준 대통령정무기획비서관은 “26일 대통령 개헌안이 발의돼도 5월 초까지 국회의 시간이 남아 있다. 여야가 합의해 개헌안을 마련해 주실 것을 다시 한번 당부드리고 촉구한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우선 개헌안을 국회에 발의한 뒤 대통령의 국회 연설을 추진할 계획이다. 또 각 당 지도부, 국회 헌법개정 및 정치개혁 특별위원회와의 회동을 통해 국회 개헌 논의를 설득할 방침이다. 특히 청와대는 헌법 불합치 결정이 난 국민투표법을 다음 달 27일까지 국회가 개정해 달라고 강조했다. 헌법재판소는 2014년 재외국민의 국민투표를 제한하는 국민투표법 제14조 제1항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국민투표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으면 6월 지방선거에서 개헌안에 대한 국민투표가 불가능하다고 유권해석을 내렸다. 청와대는 재외국민 투표 등록 등 행정 절차를 감안할 때 다음 달 27일까지는 국민투표법이 개정돼야 한다고 보고 있다. 청와대 주도 개헌이 ‘국무위원 심의를 거쳐야 한다’는 헌법에 배치돼 위헌 소지가 있다는 일부 지적에 대해 반박했다. 조국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은 “발의는 국무위원 심의를 거치게 된다. 국무회의를 거쳐 발의하기 전 국민들에게 알리는 것은 합헌”이라고 말했다. 한병도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은 이날 국회를 찾아 여야 지도부에 대통령 개헌안을 전달했다. 야 4당 중에는 정의당과 바른미래당만 한 수석과 만났고 자유한국당과 민주평화당은 거절했다.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는 한 수석을 만난 자리에서 “대통령이 개헌안을 발의하는 26일 이후 5당 협의체를 만들어 본격적인 개헌 협상에 들어갈 것을 야당에 제안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는 예정된 의원총회에서 “대통령 개헌안을 발의하면 하는 것이지 이걸 3일에 걸쳐 쪼개기 식으로 광을 파는 개헌쇼를 벌이고 있다”고 비판했다.박훈상 tigermask@donga.com·문병기 기자}

이명박 전 대통령은 구속영장 발부가 결정된 직후인 22일 오후 11시 15분경 페이스북에 입장문을 내놨다. 560여자 분량으로 직접 적은 3장의 메모지 사진도 함께 공개했다. 이 전 대통령은 “지금 이 시간 누굴 원망하기보다는 이 모든 것은 내 탓이라는 심정이고, 자책감을 느낀다”며 메모를 시작했다. 이어 그는 “지나온 날을 되돌아보면 기업에 있을 때나 서울시장, 대통령직에 있을 때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한다. 특히 대통령이 되어 ‘정말 한번 잘해 봐야겠다’는 각오로 임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과거 잘못된 관행을 절연하고 깨끗한 정치를 하고자 노력했지만 오늘날 국민 눈높이에 비춰 보면 미흡한 부분이 없지 않았다”고 다시 한번 자책했다. 그는 검찰 수사 과정을 언급하면서 “지난 10개월 동안 견디기 힘든 고통을 겪었다. 가족들은 인륜이 파괴되는 아픔을 겪고 있고, 휴일도 없이 일만 했던 사람들이 나로 인해 고통받는 것을 생각하면 잠을 이룰 수가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내가 구속됨으로써 나와 함께 일했던 사람들과 가족의 고통이 좀 덜어질 수 있으면 좋겠다. 바라건대 언젠가 나의 참모습을 되찾고 할 말을 할 수 있으리라 기대해 본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그는 이 글에서 “나는 그래도 대한민국을 위해 기도할 것이다”라고 적었다. 이 전 대통령은 실제 영장 발부보다 하루 빠른 2018년 3월 21일 새벽으로 날짜를 적었다. 이 전 대통령의 측근은 “구속을 예감하고 미리 작성해 둔 것”이라고 전했다. 이 전 대통령 스스로도 법원의 구속영장 발부를 각오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동관 전 대통령홍보수석은 “발부 소식을 듣고 이 전 대통령은 ‘생각보다 빨리 했네’라고 한마디 했다. (발부를) 예상한 듯 담담한 기색이었다”고 전했다. 이 전 대통령은 영장 발부 전에 현장을 찾은 측근들에게 “나 때문에 불철주야 고생 많다” “지방선거 정세는 어떠냐”는 말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배현진 전 MBC 아나운서는 요즘 단기속성 정치 과외를 받고 있다. 이번 달에만 7일 MBC 사표, 9일 자유한국당 입당, 16일 서울 송파을 당협위원장 선출까지 숨 가쁘게 달려왔다. 6·13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 출마해야 하니 시간이 촉박하기 때문이다. 과외 교사는 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 이른 아침 식사를 함께하며 정치 신인을 키운다. 김 원내대표는 “화려한 조명 아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방송인의 물을 빼고 있다. 스파르타식 수업”이라고 말했다. 그는 배 위원장을 위한 비밀 교재도 준비했다. 정치인의 말과 행동수칙, 홍보, 당협 운영방법 등이 A4용지 10장 분량에 요약돼 있다. ‘구전 홍보단’을 꾸려 자신을 띄우고, 상대 후보를 아프게 비판하는 법까지 3선 의원의 현실 정치 비법이 녹아 있다. 이 중 ‘정치적-전략적 행동수칙’은 모두 10가지다. 단순하게 말하고 행동하라, 메시지를 반복하라, 존재감을 드러내라, 어떠한 이슈도 회피하지 마라, 반대를 즐겨라, 상대를 규정하라, 대중의 말로 대중에게 말하라, 상대를 가르치려고 하지 마라, 자기 방식으로 싸워라, 사람의 이야기를 하라 등이다. 가장 먼저 ‘반대를 즐겨라’는 조언이 눈에 띈다. “뛰어난 정치인은 반대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입당식 현장을 이 수칙과 한번 비교해 보자. 한 기자가 “송파을과 연고가 있는지, 현역에 있을 때부터 정치권에 입문할 생각을 했느냐”고 물었다. 이에 배 위원장은 “(송파을 전략 공천은) 결정된 사실이 아닌 게 팩트다. 방송을 하면서 느꼈던 것들과 이 나라에서 지켜야 할 기본적인 가치들을 바로 세우는 데 헌신하겠다”고 답했다. 흡족한 설명은 아니었다. 다음 질문자로 MBC 기자가 나섰다. 그러자 홍준표 대표는 “반대 당사자니까 됐어”라고 잘랐다. 홍 대표가 자리를 뜨자 배 위원장도 당직자의 안내를 받아 따라 나갔다. 순간 장내는 기자들의 항의로 아수라장이 됐다. 장제원 수석대변인이 정리에 나섰지만 씁쓸한 뒷맛을 남겼다. 교재대로라면 “실패하는 정치인은 반대를 두려워한다”. 한국당 정치 선배들부터 교재대로 실천했어야 했다. ‘사람의 이야기를 하라’는 조언도 빠져 있었다. “사람의 이야기는 거의 유일하게, 대중이 가장 쉽게 감동하는 소재의 하나다.” 배 위원장은 인사말에서 “자유민주주의, 자유시장경제의 ‘자유’라는 가치가 파탄에 놓인 것 아닌가 하는 걱정과 우려를 느꼈다”고 정치 입문 계기를 밝혔다. 사람 냄새 나는 대목이 없었다. 솔직한 생각을 드러낼 수 있는 질의응답 시간을 생략했으니 사람 배현진은 그 자리에 없었다. 준비된 원고만 읽는 아나운서 배현진만 어색하게 앉았다. 여왕 이미지를 지워 줄 대학 시절 면접용 구두를 가방에 넣고 다니면서 방송사 시험을 보던 경험을 털어놓을 기회도 놓쳤다. 배 위원장은 아르바이트를 하며 산 구두가 닳을까 아까워 쉽게 신지도 못했다고 했다. ‘죽은 물고기만이 강물을 따라 흘러간다.’ 배 위원장이 2012년 MBC 아나운서 달력 표지 모델로 나섰을 때 직접 고른 문구다. 배 위원장은 기자에게 “노력은 보답한다. 어려움이 있을 때마다 돌파한다는 원칙이 있었다”고 했다. 보수를 향한 국민적 지지와 신뢰가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가운데 그 물길을 어떻게 거슬러 올라갈지 걱정이다. 정치인의 말은 ‘암기’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박훈상 정치부 기자 tigermask@donga.com}

“법리적인 대응은 하되 국민 눈높이에 맞는 대응을 같이 하는 게 좋겠다.” 20일 오전, 이명박(MB) 전 대통령의 서울 강남구 논현동 자택. 서울중앙지법이 이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 일정을 22일 오전이라고 공개하자 이 전 대통령은 참모들과 회의한 뒤 이 같은 취지로 말했다고 한다. 이 전 대통령의 한 참모는 “마지막까지 검찰과 대립하며 맞서는 모습이 국민들 보기엔 좋지 않다는 생각을 하신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전 대통령의 자택엔 이날 오전 9시부터 이재오 전 특임장관, 이동관 전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 김효재 전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 등 참모들이 속속 도착했다. 이들은 이 전 대통령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 참석해야 할 것인지를 놓고 토론했다. “정해진 법적 절차에 따르는 게 옳다”는 의견과 “전직 대통령이 법원에까지 가서 구구절절 불구속을 주장하는 게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이 맞섰다고 한다. 일부 참모는 전날부터 ‘심사 불응론’을 주장했다. 일부는 MB가 ‘법원에 출석해 구속 여부 심사를 받겠다’고 한다면 강하게 의사를 개진해 만류하려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토론이 진행되자 “검찰과 굳이 대치하는 모습을 보이지 말자”는 의견이 우세해졌다. 결국 이 전 대통령은 “검찰에서 입장을 충분히 밝힌 만큼 법원의 심사에 출석하지 않겠다”고 결정했고, 오전 11시 15분경 언론에 입장문을 냈다. 심사를 받지 않기로 한 이 전 대통령의 결정엔 ‘법원의 심사에 출석할지와 무관하게 구속이라는 결론은 달라지지 않을 것’이란 현실적인 판단도 깔려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참모는 “지금 법원에 가서 아무리 항변을 해도 법원이 다른 판단을 할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지난해 3월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받기 위해 법원을 오가는 장면이 국민들에게 좋게 보이지만은 않았다는 생각도 있었다고 한다. “전직 대통령이 구속을 면하기 위해 마지막까지 법리 논쟁을 하는 모습을 국민들에게 보이길 원치 않았다”는 것이다. 이 전 대통령은 이날 심사 불출석을 결정한 뒤 “대통령으로서 깨끗하게 해오려고 했는데 이런 상황이 오게 돼 참담한 심경이다. 경위야 어떻든 결과적으로 내 책임 아니겠느냐”고 말했다고 한다. 이 전 대통령은 법원이 구속영장을 발부하면 마지막 대국민 메시지를 발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현 정권에 대한 원망이나 ‘정치 보복’이란 주장보다는 전직 대통령으로서 현 상황에 대한 ‘성찰적 메시지’가 될 것이란 게 참모들의 예상이다. MB 측은 향후 재판 진행 과정에서도 필요할 때 메시지를 낼 계획이다. 이 전 대통령은 이날 회의를 마치고 자택에서 참모들과 떡국으로 간단히 점심을 했다고 한다. 또 다른 관계자는 “외식하거나 자택에서 별도의 식사를 준비할 경황이 없었다”고 했다.최우열 dnsp@donga.com·박훈상 기자}
“‘이명박 죽이기’로 이미 예상됐던 수순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 측은 19일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 사실이 알려진 지 1시간여 만에 ‘대한민국 제17대 이명박 대통령 비서실’ 명의로 99자 분량의 짤막한 내용의 자료를 공개했다. 이 전 대통령은 “문재인 정권 출범 이후 지난 10개월 동안 정치검찰을 비롯한 국가권력이 총동원되어 진행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자신의 영장범죄 사실을 부인하면서 정치 보복을 위한 망신 주기, 짜맞추기, 먼지떨이 수사라는 것이다. 올해 1월 기자회견 때 “검찰 수사는 노무현 전 대통령 죽음에 대한 정치 보복”이라고 했던 것과 같은 맥락이다. 그러면서 이 전 대통령은 “검찰이 덧씌운 혐의를 인정할 수 없다. 법정에서 진실을 밝히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 전 대통령은 20일 오전 측근들을 서울 강남구 논현동 자택으로 불러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대통령 측근은 동아일보와의 전화 통화에서 “재임 당시 대통령실장, 수석 등이 모이기로 했다. 향후 대응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 전 대통령은 19일에는 몇몇 측근이 모인 삼성동 사무실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한 측근은 “검찰이 피의 사실을 언론에 흘리며 여론 재판을 해왔다. 영장 청구 결정도 사법 절차라기보다 요식행위”라고 주장했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일부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들이 문 대통령의 노벨 평화상 수상을 추진하기 위한 단체를 만들기로 해 논란이 일고 있다. ‘대한민국직능포럼’이란 단체는 20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사무실에서 ‘문재인 대통령 노벨 평화상 추진위원회’를 결성하기 위한 첫 발기인 모임을 갖는다고 19일 밝혔다. 대한변호사협회 대한법무사협회 한국손해사정사협회 등 120여 단체가 가입해 있다고 포럼은 밝혔다. 이 포럼의 정일봉 상임회장은 보도자료를 내고 “북한 핵실험과 탄도미사일 발사로 고조된 한반도의 전쟁 위기에서 문 대통령이 적극적인 중재로 대화 국면을 이끌어냈다. 평창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개최하고 여자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을 성사시켜 인류의 보편적 가치인 평화의 소중함을 전 세계에 알렸다”고 노벨상 추진 배경을 밝혔다. 정 회장은 “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김정은의 3자 공동 수상도 추진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포럼은 5월 8일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추진위 창립대회를 열 예정이다. 정 회장은 지난해 문 대통령 대선 캠프 주변에서 활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단체가 문 대통령의 노벨 평화상 수상을 추진한다는 게 알려지자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는 노벨상 추진위를 폐지해야 한다는 청원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남북 정상회담이 어떻게 진행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노벨상을 추진하겠다는 것이야말로 적폐다” “권력의 눈치를 보고 기생하려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잇따랐다. 논란이 확산되자 청와대 관계자는 “노벨상을 추진한다는 단체를 들어본 적도 없고 청와대 측과 논의한 바도 없다”며 “남북 및 북-미 정상회담을 앞둔 상황에서 이런 이야기가 나오는 건 적절치 않다”고 밝혔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아직 남북 정상회담을 시작도 안 했는데 김칫국부터 마신다며 역풍이 불까 우려스럽다”고 했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