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이렇게 물이라도 나르면서 산불 진화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입니다.” 9일 오전 경북 울진군 울진읍 신림리의 한 비닐하우스 앞. 산불이 나서 대피한 다른 주민들이 엿새째 돌아오지 않은 마을을 주민 최민주 씨(50)가 홀로 지키고 있었다. 옷이 흠뻑 젖은 최 씨는 농수 공급용 호스를 들어 자신의 1t 화물차에 실린 물탱크에 열심히 물을 채웠다. 그는 “연기가 피어오르는 곳마다 찾아가 소방차 등 진화 장비에 물을 공급하고 있다”며 “지금도 빨리 물탱크를 채우고 저쪽으로 가야 한다”고 했다. 최 씨가 손가락으로 가리킨 야산 곳곳에는 여전히 크고 작은 연기가 나고 있었다. 최 씨는 “끝없이 물을 나르다 보면 춥고 힘들기도 하지만 아직까지는 체력이 남아 있어 다행이다. 이웃의 집을 지킬 수 있다면 물값, 기름값쯤은 내 돈으로 내도 괜찮다”고 말한 다음 서둘러 산불 현장으로 떠났다. 울진에서 발생한 역대급 산불이 6일째 이어지는 상황에서 산불 진화와 이재민을 돕기 위해 발 벗고 나선 자원봉사자들이 줄을 잇고 있다. 이 지역 레미콘 차량 운전사들은 산불 진화 헬기가 사용할 물이 부족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팔을 걷어붙였다. 레미콘 차량에 물을 가득 채워 죽변비상활주로에 설치된 헬기용 임시급수조에 물을 공급하기로 한 것. 물을 나르던 레미콘 운전사 김모 씨(48)는 “생계 챙기는 걸 잠시 미루고 진화 작업을 최대한 도운 후 공사판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밝혔다. 자영업자들도 의기투합했다. 울진읍의 한 중국음식점 업주는 배달 애플리케이션에 ‘산불 작업을 하시는 분들과 이재민분들 식사를 무료로 보내드립니다’라는 공지를 띄우고 음식 무료 배달에 나섰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전국 각지에서 “음식은 안 주셔도 된다”며 음식값을 결제하는 이들이 줄을 이었다. 업주 A 씨는 “실제 주문 없이 음식값으로 결제한 금액에 개인 기부금을 더해 500만 원을 경북사회복지공동모금회 측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일명 ‘착한 노쇼(no show·예약불이행)’ 운동도 펼쳐지고 있다. 숙박 예약 플랫폼을 통해 울진 지역 숙소를 예약한 뒤 실제로는 방문하지 않은 채 진화 인력이나 이재민이 대신 묵도록 하자는 운동이다. 우크라이나 피란민을 돕는 노쇼 운동을 울진 지역까지 확대한 것. 낚시인 봉사단체 ‘낚시하는 시민연합’의 김욱 대표(54)는 “수많은 낚시인이 울진 등 동해안 지역을 매년 찾고 있다. 도울 방법을 찾다가 노쇼 운동을 고안했다”며 “현재까지 4곳의 예약을 지원해 드렸고 여러 회원이 동참 의사를 밝히고 있다”고 했다. 희망브리지 전국재해구호협회에 따르면 9일 오후 3시까지 기부에 참여한 이들은 55만2933명, 기부 금액은 약 343억 원에 달한다.울진=명민준 기자 mmj86@donga.com유채연 기자 ycy@donga.com}

경북 울진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이 6일째 이어진 가운데 산림당국이 9일에도 주불을 진화하지 못하면서 사태가 장기화되는 모습이다. 특히 이날 불줄기가 핵심 방어지역인 금강송 군락지 경계선을 여러 차례 넘으며 긴박한 상황이 반복됐다. 산림당국에서 특수진압대까지 투입하며 필사적으로 진화해 다행히 큰 피해로 이어지진 않았다. 산림당국이 밝힌 이날까지 진화율은 75%다. 현재까지 울진-삼척 산불 피해구역은 1만8671ha로 서울 면적(6만524ha)의 30%에 달한다. 진화가 끝난 강릉·동해 산불(4000ha)까지 포함할 경우 조만간 피해 면적이 역대 최대였던 2000년 동해안 산불(2만3794ha)을 넘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다시 위협당한 금강송 군락지 최병암 산림청장은 이날 오전 브리핑에서 “기상 상태가 양호하니 봉쇄적으로 진화하겠다. 전체 진화율을 더 끌어올릴 예정”이라는 각오를 밝혔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진화율은 전날(70%)보다 5%포인트 올라가는 데 그쳤다. 화마(火魔)는 이날도 금강송 군락지를 여러 차례 위협했다. 불줄기가 세 번이나 군락지 안으로 들어왔고 산림당국은 그때마다 사투 끝에 간신히 불길을 잡아냈다. 이후에도 불씨가 살아나지 않도록 쉴 새 없이 물을 뿌렸다. 다행히 불줄기가 덮친 곳은 군락지 핵심지역과는 거리가 있어 피해는 크지 않았다고 한다. 최 청장은 “(불줄기가 침입한) 지역은 소나무가 많지 않은 곳”이라고 설명했다. 산림청은 산불이 모두 진화된 후 금강송 피해 규모를 정밀 조사할 계획이다. 군락지의 핵심 보호수인 대왕소나무도 안전한 상황이라고 한다. 산림청은 수령 500년 이상인 대왕소나무 주변에 남부지방산림청 소속 진화 요원을 배치하고 산불지연제(리타던트)를 살포하며 철저한 방어 태세를 갖췄다. 주변에서 밤을 새우며 나무를 지키던 진화요원은 8일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사명감을 갖고 반드시 나무를 사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기 안개로 헬기 역할 한계 산림청은 진화를 위해 설정한 14개 구역 가운데 금강송 군락지 등 9개 구역의 경우 잔불까지 진화하는 성과를 거뒀다. 하지만 다른 구역은 주불도 잡지 못한 상태다. 이날 오전 연기와 안개로 시계가 좁아지면서 헬기를 투입하지 못한 탓이다. 오후 2시부터 헬기가 투입됐지만 다시 시계가 안 좋아져 진화율을 생각만큼 끌어올리지 못했다. 최 청장은 “(금강송 군락지 인근인) 소광리 뒤편에서 계속 불길이 들어오고, 불티가 꺼졌다가도 다시 살아난다”며 “야간에 드론 진화대도 운영해 불줄기를 제압하겠다”고 했다. 특히 삼척지역의 경우 7일 진화율 80%에 도달했지만 이날까지 이틀째 진전이 없는 상태다. 진화한 면적만큼 불이 번지면서 제자리걸음만 반복하는 것. 이날도 진화율을 높이는 데 실패했고 피해 면적은 오후 6시 기준 1253ha로 늘었다. 울진과 삼척 모두 주불 진화에 실패하면서 전체 피해 면적도 늘고 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9일 오후 5시 기준으로 울진·삼척의 피해 면적은 1만8671ha로 만 하루 만에 250ha 늘었다. 진화가 끝난 강릉·동해 산불 피해 면적(4000ha)을 합할 경우 피해 면적은 2만2671ha로 늘어난다. 진화 작업이 6일째 밤낮없이 이어지면서 진화대원들의 피로도도 높아지고 있다. 산림당국은 다른 지역 대원과 교대로 인력을 투입하는 등 장기전에도 대비하고 있다. 역대급 산불이 발생한 원인 규명에 대한 수사도 지지부진하다. 경찰은 울진군 북면 두천리의 최초 발화 지점 인근을 지나던 4대의 차량번호를 파악해 산림청에 보냈다. 하지만 아직 실화자를 특정하진 못한 상태다. 산림청은 “감식반에서 경찰이 통보한 내용을 토대로 조사 중이며 실화자가 특정되면 경찰로 넘길 것”이라고 밝혔다.울진=장영훈 기자 jang@donga.com명민준 기자 mmj86@donga.com}

“여기는 난방이 안 돼서 밤에 쌀쌀해. 자고 일어났는데도 몸이 무거워.” 경북 울진 산불 발생 닷새째인 8일 오후 2시. 화재 당일부터 울진국민체육센터에 머물고 있는 김모 씨(81·여)의 울진군 북면 소곡리 자택은 화마(火魔)가 완전히 집어삼켜 흔적도 남지 않았다. 밖에서 일하던 중 황급히 대피한 김 씨가 챙긴 살림살이는 지금 입고 있는 얇은 옷이 전부. 이날부터 이재민 대피소에서 세탁 봉사가 시작됐지만 갈아입을 옷이 없으니 세탁을 맡길 수도 없었다. 김 씨는 “속옷과 양말은 2개씩 줘서 갈아입었는데, 누가 외투라도 구해주면 좋겠다”며 한숨을 쉬었다. 이곳에 머물고 있는 이재민은 약 160명. 고령자가 절대 다수인 이재민들의 표정에는 상실감과 피곤함이 역력했다. 대부분 지붕이 뚫린 텐트 안에 말없이 누워 있어 대피소 안에는 적막이 감돌았다. 이재민들은 대피소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할지 모른단 생각에 불안해했다. 대부분 고령인 데다 대피소 생활을 하면서 면역력이 떨어진 상태다. 대피소의 한 공무원은 “아직 확진자가 나오진 않았지만, 집단감염이 발생할지 모른다는 우려 때문에 모두가 조심하고 있다”고 했다. 정부도 임시 대피소에 언제까지 이재민을 둘 수 없다는 판단에서 울진군 북면 덕구리의 덕구온천호텔에 임시 숙소를 마련했다. 이재민들은 이르면 9일 대선 투표를 마치고 거처를 옮길 예정이다. 다만 호텔을 에워싼 응봉산과 장재산 역시 산불 위험지역이어서 안전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코로나19 때문에 힘들던 지역 상인들은 산불까지 겹치자 망연자실한 표정이다. 울진군 1년 지역내총생산(GRDP) 중 관광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40%. 매년 약 300만 명이 울진을 찾는데 이번 산불로 관광객이 대폭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죽변항에서 횟집을 운영하는 배모 씨(61)는 “코로나19 발생 후 매출이 3분의 1로 줄었는데 산불까지 났다”며 “장사한 지 20년인데 지금까지 이런 경우는 없었다”며 울상을 지었다.울진=남건우 기자 woo@donga.com울진=명민준 기자 mmj86@donga.com}

경북 울진에서 발생한 산불이 닷새째 잡히지 않는 가운데 8일 오전 핵심 방어구역으로 꼽았던 울진군 소광리 ‘금강송 군락지’에도 화마(火魔)의 손길이 미쳤다. 산 능선의 불줄기가 군락지 경계를 넘으면서 금강송 일부가 불에 탄 것. 산림당국은 군락지 사수를 위해 총력전을 펼쳤고 다행히 군락지 핵심으로 불길이 번지기 전에 막아냈다. 산림청과 소방청은 이날도 진화에 안간힘을 쏟았지만 시시각각 방향이 바뀌는 바람과 자욱한 연기 탓에 주불 진화에 실패했다. 최병암 산림청장은 브리핑에서 “화선(불줄기)이 약 60km로 방대하고 화세도 강한 상황”이라며 “솔직히 장기전도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불길에 뚫린 금강송 군락지이날 산림당국의 목표는 200년 이상 된 금강송 8만5000여 그루가 분포한 국내 최대 금강송 군락지 사수였다. 하지만 오전 7시경 군락지로 불똥이 튀었고 이어 오전 10시경 불길 중 하나가 금강송 군락지로 번졌다. 군락지 주변은 산세가 험하고 숲이 빽빽해 진화대원의 접근이 어렵다. 특히 계곡 쪽에 있는 핵심 군락지는 산불이 옮겨붙을 경우 대처가 어려운 여건이라 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여기에 오후 바람이 동풍으로 바뀌면서 화선 서편에 위치한 군락지 방어가 더 어려운 상황이 전개됐다. 이에 맞서 산림당국은 일출과 동시에 헬기 82대를 투입해 군락지 방어에 나섰다. 산불 구역 10개 가운데 군락지를 둘러싼 4, 6, 7, 10구역에 헬기를 집중 투입했다. 그럼에도 불길이 번지자 물 8000L를 실을 수 있는 초대형 헬기 2대와 물 4000L를 실을 수 있는 헬기 4대 등 헬기 6대를 추가 동원해 불길 확산을 저지했다. 군락지 주변에는 소방차 37대와 고성능 화학차 5대 등을 배치해 방화선을 구축했다. 하루 종일 결사항전에 나선 끝에 군락지에 큰 피해가 미치는 것은 막아냈다. 최 청장은 오후 브리핑에서 “(군락지로 확산된 불길은) 거의 진화됐다. (군락지) 경계선상에서 잡혀 더는 확산되진 않을 것”이라며 “일부 고사목들이 좀 탄 거 같지만 큰 피해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 핵심 군락지는 경계선과는 떨어져 있어 안전한 상태다.○ 산불 피해, 역대 최대 규모 육박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후 5시 기준으로 울진·삼척 산불의 피해 면적은 약 1만8421ha로 여의도 면적(290ha)의 64배에 달한다. 진화율이 전날(50%)보다 15%포인트 늘어난 65%에 불과해 피해 면적은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진화율 95%인 강릉·동해 산불을 포함한 피해 면적은 약 2만2421ha로 역대 최대 규모인 2000년 동해안 산불(2만3794ha)에 육박하고 있다. 이날 산림청은 헬기 82대와 지상진화장비 329대, 진화인력 4554명을 투입하며 총력전을 펼쳤다. 하지만 산불 범위가 워낙 넓고 불머리 진화가 여의치 않아 장기화가 불가피한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최 청장은 “9일에는 헬기를 총동원해 진화율을 상당히 높일 계획”이라며 “목표는 이번 주가 지나가기 전 정리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산불이 급격히 확산됐음을 입증하는 통계도 나왔다. 경북소방본부가 119신고 접수를 집계한 결과 4일 오전 11시 17분 최초 신고를 시작으로 7일 밤 12시까지 신고 총 2533건이 접수됐다. 소방 관계자는 “산불이 빠르게 확산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8일 대형 산불로 피해를 본 강원 강릉시와 동해시를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했다. 문 대통령은 앞서 6일 경북 울진군과 강원 삼척시를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한 바 있다.울진=장영훈 기자 jang@donga.com울진=명민준 기자 mmj86@donga.com울진=남건우 기자 woo@donga.com}

“여기는 난방이 안 돼서 밤에 쌀쌀해. 자고 일어났는데도 몸이 무거워.” 경북 울진 산불 발생 닷새째인 8일 오후 2시. 화재 당일부터 울진국민체육센터에 머물고 있는 김모 씨(81·여)의 울진군 북면 소곡리 자택은 화마(火魔)가 완전히 집어삼켜 흔적도 남지 않았다. 밖에서 일하던 중 황급히 대피한 김 씨가 챙긴 살림살이는 지금 입고 있는 얇은 옷이 전부. 이날부터 이재민 대피소에서 세탁 봉사가 시작됐지만 갈아입을 옷이 없으니 세탁을 맡길 수도 없었다. 김 씨는 “속옷과 양말은 2개씩 줘서 갈아입었는데, 누가 외투라도 구해주면 좋겠다”며 한숨을 쉬었다. 이 곳에 머물고 있는 이재민은 약 160명. 고령자가 절대 다수인 이재민들의 표정에는 상실감과 피곤함이 역력했다. 대부분 지붕이 뚫린 텐트 안에 말없이 누워 있어 대피소 안에는 적막이 감돌았다. 이재민들은 대피소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할지 모른단 생각에 불안해했다. 대부분 고령인데다 대피소 생활을 하면서 면역력이 떨어진 상태여서다. 대피소의 한 공무원은 “아직 확진자가 나오진 않았지만, 집단감염이 발생할지 모른다는 우려 때문에 모두가 조심하고 있다”고 했다. 정부도 임시 대피소에 언제까지 이재민을 둘 수 없다는 판단에서 울진군 북면 덕구리의 덕구온천호텔에 임시 숙소를 마련했다. 이재민들은 이르면 9일 대선 투표를 마치고 거처를 옮길 예정이다. 다만 호텔을 에워싼 응봉산과 장재산 역시 산불 위험지역이어서 안전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코로나19 때문에 힘들던 지역 상인들은 산불까지 겹치자 망연자실한 표정이었다. 울진군 1년 지역내총생산(GRDP) 중 관광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40%. 매년 약 300만 명이 울진을 찾는데 이번 산불로 관광객이 대폭 줄어들 전망이다. 죽변항에서 횟집을 운영하는 배모 씨(61)는 “코로나19 발생 후 매출이 3분의 1로 줄었는데 산불까지 났다”며 “장사한지 20년인데 지금까지 이런 경우는 없었다”며 울상을 지었다. 울진=남건우 기자 woo@donga.com울진=명민준 기자 mmj86@donga.com}

“여기서 불을 막지 못하면 인근 민가는 물론이고 금강송 군락지가 있는 소광리까지 불길이 번질 수 있습니다.” 7일 오전 10시 20분경 경북 울진군 울진읍 신림리. 약 1m 높이로 타오르는 산불을 보며 한 주민이 발을 동동 구르는 사이 소방헬기 4대가 시야에 나타났다. 헬기가 대당 3000L의 물을 야산 위로 뿌리고 지상에 있던 소방차 1대가 ‘지원 사격’에 나서자 산불은 절반 이상 진화됐다. 잠시 안도의 한숨을 내쉬던 주민은 “남은 불씨가 어떻게 커질지 모른다”고 우려했다.○ 36번 국도 방어선에 민관군 집결경북 울진 산불 발생 4일째인 이날 산림청과 소방당국은 울진군을 동서로 가로지르는 신림리, 대흥리, 두천리, 소광리 일대에 산불 저지선을 구축하고 진화에 총력전을 펼쳤다. 소방당국이 ‘36번 국도 방어선’이라 부르는 이 저지선은 200년 이상 된 금강송 8만5000여 그루가 분포된 금강송 군락지(1378ha)와 울진읍내를 지키는 최전선이다. 이날 동아일보 취재팀은 산림청 정책 자문기구인 ‘365산림사랑평가단’으로 활동하는 이희세 씨(61)와 방어선을 동행 취재했다. 국도 36호선 일대의 산불지역은 연기와 재가 가득해 숨을 쉬기 어려웠고 앞도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소방헬기들은 곡예에 가까운 비행을 하며 날아들어 물을 뿌렸다. 소방관과 공무원, 육군과 지역 주민들은 금강송과 민가를 사수하기 위해 방어선 곳곳에서 하나로 뭉쳐 화마(火魔)와 맞섰다. 진화 상황을 바라보던 이 씨는 “소나무가 좋아 10년 전 서울에서 아내와 함께 이주했는데, 산림이 불에 타는 걸 보니 허무하다”며 “금강송 군락지만은 꼭 지켜야 한다는 생각에 매일 산불 현장 곳곳의 사진을 찍어 산림청에 참고자료로 제공한다”고 했다. 산불이 처음 발화된 북면 두천리 진화 작전도 긴박하게 펼쳐졌다. 7일 오전 9시 반경부터 산을 타고 내려온 불은 1시간 만에 민가 두 채 30m 앞 지점까지 접근했다. 소방관 2명이 호스로 물을 뿌렸고, 공무원 20여 명은 가파른 산비탈에서 15L 물통을 짊어 메고 물을 뿌리며 손을 보탰다. 이어 최대 물 1만1000L를 실을 수 있는 거대 소방차 ‘로젠바워판터’가 등장해 50m 반경에 동시에 물을 뿌린 뒤에야 불길은 잠잠해졌다. 주민 이모 씨(50)는 “산불이 난 뒤로 4일째 한숨도 못 자고 있다”고 했다. 인근 100m 지점까지 불길이 닿은 신림리 용천사에는 소방관 5명이 대기 중이었다. 용천사 여경 스님은 “어젯밤만 하더라도 당장 절을 집어삼킬 것처럼 불기둥이 솟구쳤다”고 했다.○ 진화 진전 더뎌… 장기화 우려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후 6시 기준 울진·삼척 산불 피해구역은 1만7685ha(울진 1만6913ha, 삼척 772ha)로 여의도 면적(290ha)의 61배에 달한다. 산림청과 소방당국은 이날까지 주불을 잡기 위해 총력전을 펼쳤지만 실패했다. 오전에 50%까지 진화율을 높였지만 오후엔 진화율이 그대로였다. 최병암 산림청장은 “10개 구역으로 나눠 진화 중인데 각 구역이 보통 대형산불 수준과 비슷한 면적이라서 진화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산림청은 금강송 군락지 일대에 산불지연제인 ‘리타던트’를 살포했다. 산림청 등은 8일 국방부 등의 헬기와 강릉 화재에 투입된 헬기를 지원받아 울진·삼척 일대에 총 82대의 헬기를 가동할 예정이다. 하지만 나흘째 진화에 실패하면서 이번 산불이 장기화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최 청장도 “현재로서는 언제까지 진화할 수 있다고 예측하기 어렵다. 화세가 여전히 강한 상태라 상당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했다. 이번 산불이 최초 발화지점 인근을 지나던 자동차에서 버려진 담뱃불 등으로 인한 실화로 추정되는 가운데 울진경찰서는 발화 직전 발화지점 인근을 지나간 4대의 차량 번호를 확인했다. 경찰 관계자는 “차량 번호와 종류 등을 울진군과 산림청에 통보할 방침”이라고 했다. 해당 차량 운전자의 실화 여부는 산림청이 조사할 예정이다.울진=남건우 기자 woo@donga.com울진=명민준 기자 mmj86@donga.com대전=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안 두렵다면 거짓말이죠. 그래도 주민들의 생명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뿐입니다.” 7일 오전 경북 울진군 울진읍 신림리 산불 진화 현장. 올해 임관한 안기범 소방사(27·울진119안전센터)는 가만히 서 있기조차 힘든 비탈길에서 꿈틀거리는 호스를 잡고 온몸으로 버텼다. 헬기가 접근하지 못하는 지역에서 주택가 인근 야산을 태우는 불길이 마을로 번지지 않게 하는 것이 그의 임무. 다행히 불길이 조금씩 사그라지자 매캐한 연기가 능선을 가득 메웠다. 그제야 한숨 돌린 안 소방사의 얼굴은 그을음범벅이었다. 안 소방사는 이달 3일 배치받고 다음 날 바로 산불 현장에 투입됐다. 근무 하루 만에 평생 잊지 못할 화마와 마주한 것. 그는 “처음 출동했을 때 생전 처음 보는 광경에 입이 벌어졌다. 여기저기서 시뻘건 화염이 치솟아 오르는데 금방이라도 몸을 덮칠 것 같았다”고 돌이켰다. 그럼에도 물러서지 않고 4일째 잠도 제대로 못 자면서 사명감으로 버티는 중이다. 안 소방사처럼 화재 현장 곳곳에서 소방관들은 목숨을 걸고 역대 2번째 규모의 산불과 사투를 벌이고 있다. 전남에서 지원을 왔다는 윤장군 소방사(29·강진소방서)는 7일 울진군 죽변면 화성리 진압현장에서 소방차를 운전하며 쉴 새 없이 물을 퍼 나르고 있었다. 소방차에 2800L의 물을 채우지만 15분이면 바닥을 드러내 4km 떨어진 소방서를 하루에도 10여 차례 오간다. 윤 소방사는 “소방차에 물을 채우면 운전이 쉽지 않다. 농로도 좁아서 거의 곡예운전”이라며 “위험하다는 생각보다 빨리 가서 불을 꺼야겠다는 마음이 앞선다”고 했다. 역시 화성리에서 만난 영덕 의용소방대 소속 이진우 씨(51)는 낙엽을 끌어 모으는 갈퀴를 지팡이 삼아 화재 현장 구석구석을 누비며 잔불 정리를 하고 있었다. 그는 기자를 보자마자 신발 바닥부터 보였다. 이 씨는 “10시간 넘게 잔불정리를 하면 신발이며 옷가지가 성한 곳이 없다. 잠을 못 이룰 정도로 발바닥이 후끈거리지만, 집을 잃은 주민들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라며 각오를 다졌다.울진=명민준 기자 mmj86@donga.com울진=남건우 기자 woo@donga.com}

경북 울진에서 발생해 강원 삼척 등으로 확산된 산불이 사흘째 계속되고 있어 피해가 커지고 있다. 6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후 4시 현재 산불 피해 지역은 1만3351ha(울진 1만2695ha, 삼척 656ha)다. 여의도(290ha) 넓이의 46배 규모다. 2000년 동해안 산불(2만3794ha) 이후 역대 두 번째로 큰 산불이다. 4일 오전 울진군 북면 두천리의 한 야산에서 시작된 불은 강한 바람을 타고 빠르게 북상했다가 5일 새벽부터 불길이 남쪽으로 향하면서 진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중대본은 6일 헬기 54대와 장비 345대, 인력 5320명을 투입하며 진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산불로 단일지역에 헬기 50대 이상을 투입한 것은 처음이다. 투입 인력도 가장 많다. 하지만 불이 울진군에서만 모두 8개 구역으로 나누어 진화해야 할 만큼 동시 다발적으로 확산되면서 진화 작업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오후 5시 현재 주택 262채 등 모두 391개 시설이 완전히 불에 탔다. 이날까지 진화율은 약 40%이다. 불은 금강송 군락지가 있는 소광리 인근까지 번졌다. 이곳은 2247ha 면적에 수령이 200년이 넘는 노송 8만 그루, 수령 520년의 보호수 2그루가 있다. 6일 현재 울진·삼척 외에 강릉·동해, 영월 등 강원 동해안 일대에 대형 산불이 이어지고 있다. 경찰은 토치를 이용해 강릉에서 산불을 일으킨 60대 남성을 이날 구속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6일 울진·삼척 지역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했다. 산불로 인한 역대 네 번째 특별재난지역 선포다. 이에 따라 피해 시설에 대한 복구비 일부를 국비로 지원하고 피해 주민에게는 지방세 납부유예와 공공요금 감면 등의 혜택을 준다.화염-연기 뒤덮인 하늘, 통신망 끊겨 신고도 못해… “여기가 전쟁터” [경북-강원 산불]화마 할퀸 울진-삼척 르포곳곳서 ‘타닥타닥’ 나무 타는 소리…소방차-헬기굉음까지 전쟁터 방불인력-장비 총동원에도 진화 어려워“불길둘레 60km… 현재 진화율40%”사흘간 불에 진압요원 체력도 바닥…“문화재 보호” 소방차-인력 배치도 “바로 여기가 전쟁터네요.” 5일 오전 11시경 경북 울진군 죽변면 국도 7호선 죽변교차로 앞에서 만난 주민 김성만 씨(65)의 눈에는 공포가 가득했다. 눈앞에는 대형 소방차가 사이렌을 울리며 쉴 새 없이 지나가고 있었다. 하늘에는 소방헬기 10여 대가 요란한 소리를 내며 물을 실어 날랐다. 재난 영화의 한 장면이 눈앞에 펼쳐지는 모습에 할 말을 잃은 모습이었다. 김 씨 주변에는 검붉은 화염과 거대한 연기가 사방팔방에서 피어올라 하늘이 거의 보이지 않을 지경이었다. ‘타닥타닥’ 나무 타들어가는 소리가 곳곳에서 들렸다.○ 여의도 46배 잿더미…주민 대피 도로 통제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6일 오후 4시까지 울진·삼척 산불로 산림 1만3351ha(울진 1만2695ha, 삼척 656ha)가 피해를 입었고 주택과 창고 등 391곳이 소실됐다. 집이 완전히 불에 타거나 위험 지역 내에 있는 4150가구 주민 6497명이 학교 체육관과 임시 대피소 등에 몸을 피했다. 4일 오전 경북 울진군 북면 두천리에서 시작된 울진·삼척 산불은 같은 날 순간 풍속 초속 25m의 강한 바람을 타고 북상해 강원 삼척까지 빠르게 퍼졌다. 5일 새벽부터 바람 방향이 바뀌면서 불길은 남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국도 7호선 주변 야산을 타고 확산되면서 일대 통행이 전면 통제됐다. 5일 낮에는 울진 죽변면과 울진읍 일대에 통신망이 끊기면서 119 신고조차 불가능한 일촉즉발의 상황이 전개됐다. 이날 낮 12시경 울진군 죽변면 화성3리에서 만난 이갑도 씨(66)는 집으로 다가오는 불길을 막으려 아내 김현주 씨(63)와 물동이를 들고 집 안을 오가며 불을 끄려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이 씨는 취재를 하던 기자에게 다급한 목소리로 “지금 119 전화도 불통이다. 소방차 좀 불러 달라”고 외쳤다. 이 씨 집을 포함해 일대 통신망이 두절되자 군청 등 공공기관 직원들이 마을 주민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대피를 안내했다. 이날 오후 1시경에는 울진읍에 있는 가스충전소 목전까지 화염이 들이닥쳐 대형 폭발이 우려되는 상황이 발생했다. 다행히 충전소 200m 이내에 차량 진입을 막고 주민들을 대피시켜 피해를 막았다.○ 급속도로 번지는 불길에 ‘속수무책’ 산림청과 소방당국은 역대 2번째 규모의 대형 산불을 진화하기 위해 6일 오후 4시 기준으로 헬기 54대와 장비 345대, 인력 5320명 등을 동원했다. 하지만 불길이 빠르게 번지면서 화재 진압에 애를 먹는 모습이었다. 최병암 산림청장은 이날 오후 5시 브리핑에서 “화선(火線·불길의 둘레)이 약 60km로 굉장히 방대하다”며 “현재 산불 진화율은 40%가량”이라고 설명했다. 군까지 동원했지만 당초 목표로 했던 6일 내 주불 진화는 어려운 상황이다. 최 청장은 “다행히 내일(7일) 아침부터는 종일 바람 속도가 낮을 것으로 보인다. 불머리 진압은 내일 가능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소방당국은 6일 밤∼7일 오전에는 최우선 과제인 서면 소광리 금강송 숲 보호를 위해 총력을 다할 방침이다. 현재 불길은 금강송 숲 앞 500m 지점까지 접근한 상황이다. 사흘간 이어진 진화작업에 화재 진압 인력도 체력이 바닥났다. 영덕 의용소방대 소속 이진우 씨(51)는 “불이 꺼졌지만 땅에 열기가 남아 있어 잔불 정리 과정에서 신발이 다 녹아 내렸다. 발이 뜨거워서 더 이상 진입하지 못할 지경”이라고 하소연했다. 불길이 울진 전역으로 확산되면서 1400년의 역사를 가진 사찰 불영사의 문화유적도 보호 대상에 올랐다. 문화재청은 보물로 지정된 불영사 응진전, 대웅보전 주변에 물을 뿌리고 낙엽 제거 및 가지치기 작업 등을 진행했다. 또 만약을 대비해 불영사 주변에 소방차 6대가 대기 중이며, 20여 명의 인력을 배치했다.울진=명민준 기자 mmj86@donga.com동해=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울진=남건우 기자 woo@donga.com사지원 기자 4g1@donga.com}

“마을에 50가구가 사는데 30가구 넘게 집이 불에 몽땅 탔다고 해요. 일흔을 넘긴 나이에 어디 가서 뭘 해 먹고살아야 할지 생각하면 가슴이 답답합니다.” 경북 울진군 울진읍 국민체육센터에 마련된 이재민 대피소에서 5일 만난 장인열 씨(73)는 긴 한숨부터 쉬었다. 장 씨의 집은 산불 피해가 가장 컸던 지역 중 하나인 울진군 북면 소곡1리에 있다. 산불로 이 마을에서만 전소된 주택은 41채다. 장 씨의 집은 간신히 화마를 피했지만 창고가 모두 불에 탔다. 장 씨는 “값비싼 농기구가 창고에 있었는데 싹 다 타버렸다. 올해 농사는 아무래도 포기해야 할 것 같다”며 답답해했다. 6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후 4시 기준으로 울진·삼척 화재 때문에 대피한 주민은 6497명에 달한다. 주택 창고 등 시설 391곳이 소실됐다.○ “자식들 돈으로 집 고쳤는데…” 4일 오전 11시 16분 울진군 북면 두천리 마을에서 신고 접수된 불은 남서풍을 타고 2∼3시간 만에 인근 마을 전체를 삼켰다. 두천리 북쪽으로 8km가량 사이에 있는 소곡1리, 신화2리의 피해가 특히 심했다. 5일 이재민 대피소에 자리를 잡은 소곡1리 주민들은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마음을 진정시키려 애쓰는 모습이었다. 울진국민체육센터 2층 체육관에 마련된 은색 돗자리 위에 앉아 있던 남정희 할머니(80)는 ‘집은 괜찮으냐’는 동아일보 기자의 질문에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할머니는 “2년 전 자식들의 도움으로 집을 새로 지었는데,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불에 타버렸다”며 “남편을 먼저 보내고 혼자 살고 있는데 어떻게 살아갈지 막막하다”고 했다. 급하게 대피하느라 옷가지도 제대로 챙기지 못한 할머니는 외투도 걸치지 못한 채 긴팔 티에 얇은 조끼만 입은 차림이었다. 추위에 몸을 웅크리던 할머니는 인터뷰 도중에도 여러 차례 “자식들에게 미안하다”며 눈물을 훔쳤다. 같은 마을에 사는 김순남 할머니(81)는 4일 오전 사전투표를 마친 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불이 났다는 소식을 듣고 대피소로 발길을 돌렸다. 할머니는 “대피소에 있다가 지난해 자식들 도움으로 새로 고친 집이 다 타버렸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망연자실한 표정을 지었다.○ “6남매 살던 집인데”… 화마가 삼킨 고향집산불 소식을 접하고 부모님이 사는 고향으로 달려온 자식들도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5일 오후 북면 신화2리 어머니 집 앞에 서 있던 전모 씨(52·울산)는 “연락을 받고 대피소에 계신 어머니를 대신해 집에 왔다”고 했다. 집은 폭삭 무너져 내렸고 검은 잔해만 남아 있었다. 차에서 내려 천천히 집으로 발길을 옮기던 전 씨는 “이거 참…”이라며 탄식을 내뱉었다. 전 씨는 언론에 보도된 산불 피해 사진을 보던 동생이 ‘여기 우리 집 같다’는 말을 할 때까지만 해도 ‘설마’라고 여겼다. 전 씨는 “여섯 남매가 이 집에서 태어나 고등학교 졸업할 때까지 함께 살았다”고 말한 뒤 휴대전화를 꺼내 불에 탄 집 구석구석을 찍었다. 기자에게 “가족 형제들에게 굳이 불에 타 쓰러진 집 사진을 보낼 생각은 없다. 마음만 더 아프지 않겠느냐”며 한참 자리를 떠나지 못하고 집 주변을 서성였다. 소곡1리가 고향이라는 장모 씨(44)는 “여기가 부모님과 함께 살았던 본가이고 근처에서 직장 생활하며 부모님 농사일을 돕고 있다”며 “처음 두천리에서 불이 났다고 했을 때 통신 장애로 부모님과 연락이 안 돼 속이 탔다”고 했다. 그는 “다행히 부모님은 무사히 대피했는데, 농기계와 비료가 모두 타버려 앞으로 농사일이 걱정”이라고 말했다. 울진군 관계자는 “진화 작업이 끝나는 대로 주민들을 대상으로 정확한 피해 규모를 조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울진=남건우 기자 woo@donga.com울진=명민준 기자 mmj86@donga.com}

“바로 여기가 전쟁터네요.” 5일 오전 11시경 경북 울진군 죽변면 7번국도 죽변교차로 앞에서 만난 주민 김성만 씨(65)의 눈에는 공포가 가득했다. 눈 앞에는 대형 소방차가 싸이렌을 울리며 쉴새없이 지나가고 있었다. 하늘에는 소방헬기 10여 대가 요란한 소리를 내며 물을 실어날랐다. 재난 영화의 한 장면이 눈 앞에 펼쳐지는 모습에 할 말을 잃은 모습이었다. 김 씨 주변에는 검붉은 화염과 거대한 연기가 사방팔방에서 피어올라 하늘이 거의 보이지 않을 지경이었다. ‘타닥타닥’ 나무 타들어가는 소리가 곳곳에서 들렸다.● 여의도 46배 잿더미…주민대피 도로통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6일 오후 4시까지 울진·삼척 산불로 산림 1만3351㏊(울진1만2695㏊, 삼척656㏊)이 피해를 입었고 주택과 창고 등 391곳이 소실됐다. 집이 완전히 불에 타거나 위험 지역 내 4150가구 주민 6497명이 학교 체육관과 임시 대피소 등에 몸을 피했다. 4일 오전 경북 울진군 북면 두천리에서 시작된 울진·삼척 산불은 같은 날 순간 풍속 초속 25m 강한 바람을 타고 북상해 강원 삼척과 동해까지 빠르게 퍼졌다. 5일 새벽부터 바람 방향이 바뀌면서 불길은 남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7번국도 주변 야산을 타고 확산되면서 일대 통행이 전면 통제됐다. 5일 낮에는 울진 죽변면과 울진읍 일대에 통신망이 끊기면서 119 신고조차 불가능한 일촉즉발의 상황이 전개됐다. 이날 낮 12시 경 울진군 죽변면 화성3리에서 만난 이갑도 씨(66)는 집으로 다가오는 불길을 막으려 아내 김현주 씨(63)와 물동이를 들고 집안을 오가며 불을 끄려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이 씨는 취재를 하던 기자에게 다급한 목소리로 “지금 119 전화도 불통이다. 소방차 좀 불러달라”고 외쳤다. 이 씨 집을 포함해 일대 통신망이 두절되자 군청 등 공공기관 직원들이 마을 주민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대피를 안내했다. 이날 오후 1시경에는 울진읍에 있는 가스충전소 목전까지 화염이 들이닥쳐 대형 폭발이 우려되는 상황이 발생했다. 다행히 충전소 200m 이내에 차량 진입을 막고 주민들을 대피시켜 피해를 막았다.● 급속도로 번지는 불길에 ‘속수무책’ 산림청과 소방당국은 역대 2번째 규모의 대형 산불을 진화하기 위해 6일 오후 4시 기준으로 헬기 54대와 장비 345대, 인력 5320명 등을 동원했다. 하지만 불길이 빠르게 번지면서 화재 진압에 애를 먹는 모습이었다. 최병암 산림청장은 이날 오후 5시 브리핑에서 “화선(火線·불길의 둘레)이 약 60km로 굉장히 방대하다”며 “현재 산불 진압률은 40% 가량”이라고 설명했다. 군까지 동원했지만 당초 목표로 했던 오늘 내 주불 진화는 어려운 상황이다. 최 청장은 “다행히 내일 아침부터는 종일 바람 속도가 낮을 것으로 보인다. 불머리 진압은 내일 가능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소방당국은 6일 밤~7일 오전에는 최우선 과제인 서면 소광리 금강송 숲 보호를 위해 총력을 다할 방침이다. 현재 불길은 금강송 숲 앞 500m 지점까지 접근한 상황이다. 사흘간 이어진 진화작업에 화재 진압 인력도 체력이 바닥났다. 영덕 의용소방대 소속 이진우 씨(51)는 “불이 꺼졌지만 땅에 열기가 남아있어 잔불정리 과정에서 신발이 다 녹아 내렸다. 발이 뜨거워서 더 이상 진입하지 못할 지경”고 하소연했다. 불길이 울진 전역으로 확산되면서 1400년의 역사를 가진 사찰 불영사의 문화유적도 보호 대상에 올랐다. 문화재청은 보물로 지정된 불영사 응진전, 대웅보전 주변에 물을 뿌리고 낙엽 제거 및 가지치기 작업 등을 진행했다. 또 만약을 대비해 불영사 주변에 소방차 6대가 대기 중이며, 20여 명의 인력을 배치했다. 울진=명민준 기자 mmj86@donga.com울진=남건우 기자 woo@donga.com}

경북 울진에서 강원 삼척으로 확산된 대형 산불이 4일 처음 발생한 것으로 보이는 영상이 확인됐다. 영상에는 강풍과 건조한 날씨 탓에 발화 지점에서 연기가 피어오른 지 약 7분 만에 불길이 산 전체로 번지는 모습이 담겼다. 5일 산림당국에 따르면 이번 산불 최초 발화 지점은 경북 울진군 북면 두천리의 한 야산으로 추정된다. 동아일보는 최초 발화 지점 인근 사유지의 폐쇄회로(CC)TV 영상을 입수했다. 영상에는 4일 오전 11시 14분경 연기가 피어오르다 1분 뒤 불길이 솟아오르는 모습이 담겼다. 이어 오전 11시 21분경 불길이 산 전체로 번지기 시작했다. 이 곳은 개울가를 따라 뻗은 왕복 2차선 도로변이다. 100m 가량 떨어진 거리에 위치한 펜션 외에는 불이 날 만한 시설이 없다보니 차량 운전자나 행인의 담뱃불 등 실화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CCTV에는 연기가 나기 직전인 오전 11시 6~14분 사이 차량 3대가 최초 발화지점 인근을 지나가는 장면이 포착됐다. 자연발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산림당국 관계자는 “정확한 화재 원인은 조사해 봐야 알 수 있다”고 밝혔다. 개울가 건너편에서 화재 발생 당시를 목격한 윤석현 씨(56)는 “‘타닥타닥’ 소리와 함께 연기가 나서 곧바로 119에 신고했다”고 전했다. 오전 11시 16분 윤 씨의 신고를 접수한 소방은 오전 11시 35분경 현장에 도착했다. 산림당국은 최초 발화 추정 지역의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조만간 정확한 사고 원인에 대한 조사를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다.이번 산불은 울진에서 삼척 강릉 등으로 확산되며 오후 3시까지 주택 159채를 포함해 216개 시설이 소실됐다. 산림 피해는 6352헥타르(ha)로 축구장 9000개 면적에 해당한다. 울진, 삼척, 강릉, 동해에서 6280명이 대피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5일 "신속한 복구와 피해 지원을 위해 피해 지역에 대한 특별재난지역 선포를 검토하라"고 지시했다.울진=남건우 기자 woo@donga.com울진=명민준 기자 mmj86@donga.com}

경북 울진 일대에서 4일 대형 산불이 발생해 이날 오후 10시 반 현재 주택 50여 채가 불에 타고 주민 약 4600명이 긴급 대피했다. 경북소방본부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 20분경 울진군 북면 두천리 야산에서 시작된 산불이 순간 초속 20m를 넘는 강풍을 타고 급속도로 번졌다. 산불은 최초 발화지점에서 약 10km 떨어진 국도 7호선을 가로질러 해안 쪽과 강원 삼척까지 확산됐다. 산불의 영향권에 놓인 지역이 약 3300ha(헥타르)에 이르러 최근 10년 내 최대 규모가 될 가능성이 있다. 산불은 해안에 있는 한울원전 코앞까지 번졌다. 이날 오후 불티가 원전 구역으로 날아들자 한국수력원자력은 자체 방재 시스템을 가동해 진화했다. 한수원은 “원전은 안전한 상태이고 방사능 누출도 없다”고 밝혔다. 산불은 삼척 액화천연가스(LNG) 생산기지 인근 2km 지점까지 퍼졌다. 소방청과 산림청은 소방차 230여 대와 소방헬기 43대 등을 투입해 진화에 총력전을 펼쳤다. 정부는 경북과 강원 지역에 재난사태를 선포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최우선 목표를 인명 피해 방지에 두고 한울원전 안전 조치에도 만전을 기하라”고 지시했다.강풍 탄 울진 산불, 축구장 4621개 규모 피해 초속 25m 강풍에 삼척까지 확산… 국가위기 경보 ‘심각’ 단계 발령“최근 10년 최대규모 산불 될수도”… 발화 3시간후 11km거리 원전 위협정전에 사전투표 중단되기도… 소방청, 삼척 LNG기지 방화선 구축 “가족들을 데리러 급히 뛰어가는데 어마어마한 불길과 연기에 너무 놀랐다.” 4일 오후 2시경 한국수력원자력 직원 A 씨가 근무하던 경북 울진군 북면 한울원자력본부 사무실이 갑자기 정전됐다. 한울원전본부는 “산불이 번지고 있으니 가족들과 함께 대피하라”고 지시했고, A 씨는 사택으로 달려가 남편, 아이와 함께 바닷가 숙박업소로 대피했다. 그는 통화에서 “불길이 국도 7호선을 넘어 차를 덮칠 듯이 달려들었고, 겁먹은 아이들을 달래느라 혼비백산하며 대피했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11시 20분경 울진군 북면 두천리 야산에서 발생한 산불은 순간 풍속 초속 25m의 바람을 타고 순식간에 동해안과 강원 삼척으로 확산됐다. 산림청과 소방청에 따르면 이날 오후 10시 반 기준 축구장 4621배에 달하는 3300ha가 산불 영향권에 들면서 주택 50여 채와 창고 5개동, 비닐하우스 4개동 등이 불에 탔다. 산림청 관계자는 “산불 영향권에는 불에 조금이라도 탔을 것으로 추정되는 지역이 모두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국도 7호선은 차량 운행이 통제됐고, 일부 지역에서는 휴대전화 통신 장애가 발생했다. 주민 약 4000명이 마을회관 등으로 신속히 대피하면서 인명 피해는 없었다. 산림청은 국가위기경보 ‘심각’ 단계를 발령하고 헬기를 총동원하는 등 진화에 안간힘을 썼다. 소방청도 ‘전국 소방 동원령 1호’를 4차례에 걸쳐 발령했는데, 한 건의 화재로 동원령 1호가 4차례 연속 발령된 것은 처음이다. 포항해병대 등 군도 진화 작업에 투입됐다. 그러나 산불은 남서풍을 타고 3시간여 만에 직선거리로 11km 떨어진 한울원전까지 확산됐고, 저녁엔 삼척의 액화천연가스(LNG) 기지 인근까지 번졌다. 한울원전은 자체 소방대를 출동시켜 진화하는 한편 출력을 50%만 가동했다. 소방당국은 대용량 방사포 시스템 등 특수장비를 총동원해 원전 주변에 방화선을 구축하며 확산을 막아냈다. 삼척 주민 600여 명도 이날 저녁 긴급 대피했고, LNG 기지 인근엔 방화선이 구축됐다. 정부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구성하고 오후 10시 경북과 강원 지역에 재난사태를 선포했다. 이날 산불로 한울원전 사택에 마련된 3·9대선 사전투표소가 오후 1시 반경 정전돼 투표가 중단되기도 했다. 울진군선관위는 “5일 투표는 정상적으로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울진=명민준 기자 mmj86@donga.com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경북 울진 일대에서 4일 대형 산불이 발생해 주택 22채가 불에 타고 주민 3900여 명이 긴급 대피했다. 산불은 이날 오후 한 때 한울원자력발전소까지 위협했지만 원전은 안전한 상태라고 당국은 밝혔다. 경북소방본부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 20분경 울진군 북면 두천리 도로변에서 시작된 산불이 인근 야산으로 옮겨 붙었다. 산불은 순간 초속 20m를 넘는 강풍을 타고 급속도로 확산됐고, 최초 발화지점에서 약 10㎞ 떨어진 7번 국도를 가로질러 해안 쪽과 강원 삼척까지 확산됐다. 산불은 해안에 있는 한울원전 코앞까지 번졌다. 이날 오후 불티가 원전 구역으로 날아들자 한국수력원자력은 자체 방재시스템을 가동해 진화했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원전은 안전한 상태고 방사능 누출도 없다”고 밝혔다. 산불로 변전소 선로가 자동으로 정전되면서 인근 한수원 사택에 마련된 20대 대선 사전투표소는 오후 1시 30분부터 투표가 중단되기도 했다. 소방청과 산림청은 전국 소방동원령 1호와 국가위기경보 심각 단계를 발동하고 소방차 140여 대와 소방헬기 11대 등을 투입해 진화에 총력을 펼쳤다. 특히 바닷물을 방수할 수 있는 대용량방사포 2기를 울산에서 한울원전과 강원 삼척 LNG 기지로 옮겨 각각 배치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최우선 목표를 인명피해 방지에 두고 한울원전 안전 조치에도 만전을 기하라”고 지시했다. 울진산불, 초속 25km 바람타고 확산…3시간만에 11km거리 원전까지 위협 “사무실이 갑자기 정전돼 급히 뛰어 나왔다. 가족들을 데리러 집으로 뛰어가는데 어마어마한 불길과 연기에 너무 놀랐다.” 4일 오후 2시경 경북 울진군 북면 한국수력원자력 한울원자력본부 사무실이 갑자기 정전됐다. 울진 일대에 대형 산불이 발생하면서 인근 변전소 선로가 자동으로 정전된 것. 한울원전본부는 “산불이 번지고 있으니 직원들은 가족들과 함께 대피하라”고 지시했고, A 씨는 바로 사택으로 달려가 남편, 아이와 함께 바닷가 인근 숙박업소로 대피했다. A 씨는 “불길이 7번 국도를 넘어 차를 덮칠 듯이 달려들었고, 겁먹은 아이들을 달래느라 혼비백산하며 대피했다”며 “불길이 사택까지 덮칠까봐 걱정”이라고 했다. 경북과 강원 지역에 건조경보가 발생한 가운데 이날 오전 11시 20분경 울진군 북면 두천리 야산에서 발생한 산불은 순간풍속 초속 25m의 바람을 타고 순식간에 확산됐다. 이날 축구장 700배에 달하는 500㏊의 산림이 화마에 휩싸이면서 주택 22채와 창고 5채, 비닐하우스 4채가 불에 탔고, 주민 3900여 명이 매캐한 연기를 뚫고 마을회관 등으로 대피했다. 특히 산림을 태운 연기가 하늘을 뒤덮으면서 시야 확보가 어려워지자 7번 국도는 차량 운행이 통제됐고, 일부 지역에서는 휴대전화 통신 장애가 발생했다. 산림청은 오후 2시 산불재난 국가위기경보 ‘심각’ 단계를 발령하고 소방헬기 11기를 총동원해 진화에 안간힘을 썼다. 소방청도 이날 ‘전국 소방 동원령 1호’를 4차례에 걸쳐 발령하고 전국의 소방력을 총동원했다. 소방청에 따르면 한 건의 화재로 동원령 1호가 4차례 연속 발령된 것은 처음이다. 육군 50사단과 포항해병대 등도 진화 작업에 투입됐다. 그러나 산불은 강력한 남서풍을 타고 3시간여 만에 직선거리로 11㎞ 떨어진 한울원전까지 확산됐다. 한울원전은 자체 소방대를 출동시켜 진화했고, 안전성을 높이기 위해 출력을 50%만 가동했다. 소방당국은 대용량방사포시스템 등 특수장비를 총동원해 원전 주변에 방호선을 구축하며 확산을 막아냈다. 한수원 측은 “한울원전 5기는 모두 안전한 상황”이라며 “송전 계통의 안전이 확보되면 출력을 회복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산불이 이날 저녁 강원 삼척까지 번지면서 액화천연가스(LNG) 기지까지 위협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어 소방당국은 또 다시 비상이 걸렸다. 삼척 주민 600여 명도 이날 저녁 긴급 대피했고, 소방청은 불길 확산을 막기 위해 LNG 기지 인근에 방호선을 구축했다. 이날 산불로 한울원전 사택에 마련된 3·9대선 사전투표소가 오후 1시 반경 정전돼 투표가 중단됐다. 오후 4시부터 전기가 들어왔지만, 투표소에도 대피령이 내려져 사전투표가 사실상 중단됐다. 울진군선관위는 “5일 사전투표는 정상적으로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울진=명민준기자 mmj86@donga.com세종=구특교기자 kootg@donga.com}
경북 동해안 캠핑장이 전국의 주목을 받는 관광 명소로 떠오르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언택트(비대면) 관광 수요가 크게 늘면서 캠핑 동호인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경북도에 따르면 영덕과 경주, 울진, 포항, 울릉에 공공 캠핑장 7곳과 민간 캠핑장 13곳 등 모두 20곳이 운영 중이다. 이 가운데 영덕 고래불해수욕장 국민야영장이 가장 유명하다. 17만5000m² 규모로 솔숲텐트장 110동, 오토캠핑장 13동, 야영장 148동 등을 갖췄다. 조형전망대와 해안루, 해양산책로 등 볼거리도 다양하다. 사슴 코끼리 모양의 카라반 25동은 수개월 전에 예약을 해야 할 정도로 인기다. 지난달 준공한 경주 감포읍 나정고운모래해변 오토캠핑장은 원래 주차장으로 쓰던 곳으로 1만1200m² 규모에 이동식 카라반 주차면 32면과 오토캠핑장 9동이 있다. 온라인에서는 차에서 숙박하는 ‘차박’ 명소로 주목을 받고 있다. 포항 국민여가캠핑장과 경주 오류캠핑장, 울진 구산오토캠핑장, 울릉 국민여가캠핑장 등도 평일 주말 할 것 없이 예약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명민준 기자 mmj86@donga.com}

《9일 대선과 함께 치러지는 대구 중-남구 국회의원 보궐선거가 달아오르고 있다. 막판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는 무소속 단일화가 최대 관심사다. 이번 선거는 국민의힘 곽상도 전 의원이 사퇴하면서 치러진다. 국민의힘이 무공천한 가운데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무소속(4명) 등 후보 6명이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최대 변수 무소속 단일화 가능할까 출마한 무소속 후보 4명 모두 사실상 보수 성향이라는 관측이 많다. 분산된 보수 표심 영향으로 여당 후보에게 이점이 생겼다는 이야기가 적지 않다. 이 같은 분석은 최근 여론 조사에서도 드러났다. 경북매일신문이 지난달 24∼26일 중-남구 만 18세 이상 남녀 70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에서 무소속 임병헌 후보(68)가 23.9%로 가장 높은 지지를 얻었다. 이어 더불어민주당 백수범 후보(43) 18.6%, 무소속 도태우 후보(52) 12.5%, 무소속 주성영 후보(63) 11.8%, 국민의당 권영현 후보(45) 8.4%, 무소속 도건우 후보(50) 6.4% 순으로 나타났다. 자세한 조사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임 후보와 백 후보가 오차범위(95% 신뢰수준에 ±3.7%) 내에서 접전을 벌이고 있다. 보수표가 여러 무소속 후보들에게 흩어지면서 나타난 현상이라는 분석이 각 선거 캠프에서 나온다. 임 후보는 다른 무소속 후보들에게 단일화를 촉구하고 있지만 성사 가능성은 오리무중이다. 주 후보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정식)제안이 오면 수락할 수 있다”고 했고, 도건우 후보 역시 단일화에 긍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도태우 후보는 “정치쇄신과 세대교체, 정치선진화 같은 대의명분이 없다면 반대한다”고 말했다. 임 후보는 “보수 성향 후보가 당선되더라도 압도적으로 득표하지 못한다면 민심을 아우를 수 없다. 선거 막바지까지 단일화를 염두에 두고 나머지 후보들을 설득할 것”이라고 말했다. 무소속 단일화 움직임에 대해 백 후보는 ‘구태정치’라고 비판했다. 그는 “사실상 무소속 후보들끼리 뒤늦게 국민의힘 경선을 하겠다는 것이다. 낡아빠진 정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권 후보는 “단일화는 신경 쓰지 않겠다. 민심 현장을 둘러보는 것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양한 공약, 누가 민심 파고들까 현직 변호사인 백 후보는 대통령 직속 국가균형발전위 평가자문단을 지냈다. 경북 영풍석포제련소 낙동강 오염 문제 등 굵직한 사건의 법률 대응을 도맡아 이름을 알렸다. 백 후보는 대법원 대구 이전과 프랑스의 세계적인 정보기술(IT) 교육기관인 에콜42 유치를 핵심 공약으로 내세웠다. 그는 “대법원 이전 관련 법안이 마련된 만큼 이전 가능성은 매우 높다. 에콜42를 유치해 대구의 신성장동력이 되도록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권 후보는 대구가톨릭평화방송에서 아나운서로 활동했다. 현재 국민의당 중앙선대위 대변인 겸 중-남구 지역위원장을 맡고 있다. 독일식 전일제 교육을 벤치마킹한 한국형 교육 시스템을 도입하겠다는 공약이 눈길을 끈다. 권 후보는 “공공 교육기관이 장시간 아이들을 돌봐주는 시스템이다. 여성의 경력 단절 해소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직 변호사인 도태우 후보는 박근혜 전 대통령 변호인 및 소송 대리인을 지냈다. 그는 “중구 중심 상업지역을 주택 등 각종 개발이 가능한 일반 상업지역으로 조정하는 공약을 마련했다. 침체된 도심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17, 18대 국회의원을 지낸 주 후보는 “3선 의원으로 당선해 그동안 축적한 경험과 역량, 중앙권 인맥 등을 바탕으로 중-남구 발전을 이룩하겠다”며 의욕을 보이고 있다. 주 의원의 주요 공약은 대구시청 이전 터 개발과 경상감영 복원 등이다. 임 후보는 남구청장 3선 이력으로 중-남구 속사정을 어느 후보보다 잘 알고 있다는 장점을 내세우고 있다. 그는 “지역을 가장 잘 아는 50년 토박이 정치인이다. 청년 정치 인재를 육성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이 주요 공약”이라고 말했다. 도건우 후보는 대구경북경제자유구역청장과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경력을 앞세워 경제전문가임을 내세우고 있다. 그는 “경제에 관해서는 어느 후보보다 수준급 역량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당선되면 남구 미군부대 전면 이전과 미래도시 설계, 소상공인 및 전통시장 활성화 특별법 제정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장영훈 jang@donga.com·명민준 기자}
경북 포항시는 이달부터 북구 환호공원의 체험형 조형물인 ‘스페이스워크’를 야간에도 운영한다고 2일 밝혔다. 이에 따라 스페이스워크 운영시간은 평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8시까지, 휴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9시까지로 늘어난다. 기존에는 오후 5, 6시에 문을 닫아 관광객들의 아쉬움이 적지 않았다. 스페이스워크는 별도 예약 없이 무료로 입장할 수 있다. 동시 체험 인원이 150명을 초과하거나 강우 강풍 등 기상 여건이 좋지 않을 때는 안전을 위해 출입을 금지한다. 포스코는 공사비 117억 원을 들여 지난해 11월 환호공원에 스페이스워크를 만든 뒤 포항시에 기부했다. 지난해 11월 20일 일반에 공개한 이후 3개월여 만에 방문객이 24만 명을 넘어서며 새로운 관광 명소로 거듭나고 있다. 포항시는 방문객 편의를 위해 스페이스워크 주변에 화장실을 설치하고 등산로를 정비하는 등 관광 인프라 확충에 나설 예정이다.명민준 기자 mmj86@donga.com}

“‘한국의 건설도시 대구’의 재건을 이끌겠습니다.” 대구에 본사를 둔 ㈜태왕 노기원 대표이사 회장(57)은 1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10년이 초석을 다지는 시기였다면 앞으로 10년은 태왕이 전국 브랜드로 입지를 구축하는 시간이 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노 회장은 “건설업은 파급력이 큰 만큼 침체된 지역 경제를 살리는 데 큰 보탬이 될 것”이라며 “대구 대표 건설기업이라는 막중한 책임감을 갖고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한 든든한 버팀목이 되겠다”고 말했다. 올해를 대도약의 원년으로 삼은 노 회장은 연초부터 과감하고 도전적인 행보로 주목받고 있다. 지난달엔 대구 첫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단 창단 소식을 알렸다. 최근 골프가 대중 스포츠로 크게 각광받고 있는 가운데 업체 대표 아파트 브랜드인 ‘태왕아너스’를 중계방송 등 미디어매체에 활발히 노출시켜 전국적인 인지도를 높인다는 전략이다. 노 회장은 “골프단을 통해 태왕아너스 브랜드 이미지 고급화도 함께 노리고 브랜드 파워 및 수주 경쟁력 강화를 위해 올해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내 영업사무소도 구축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 회장은 업체 성장의 기반이 될 역량과 경험을 지난 10여 년 동안 탄탄히 다져왔다며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실제로 그가 법정관리 중이던 회사를 인수한 2010년 이후 태왕이 걸어온 길은 상전벽해로 평가된다. 노 회장은 인수 당시 600위권 밖에 머물렀던 전국 시공능력평가 순위를 지난해 72위까지 끌어올렸다. 그는 “주거문화 트렌드에 맞춰 아파트 내부 구조에 다양한 변화를 준 것이 주효했다”며 “무결점 시공을 목표로 공정별 협력업체 교육을 철저히 시행했고 확실한 사후서비스 시스템을 구축한 덕에 고객 신뢰를 얻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노 회장은 또 “내부 결집력이 가장 중요하다는 신념으로 인수 당시 회사명은 물론이고 직원들까지 그대로 승계했다. 회사가 어려워도 직원들을 떠나보내는 상황은 절대 만들지 않겠다는 생각을 한순간도 잊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노 회장의 확고한 신념으로 인수 당시 30여 명이던 임직원 수는 현재 260여 명으로 늘었다. 노 회장은 “내부 결집력은 위기가 닥쳤을 때 더욱 빛났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와 경기침체 위기 속에도 지난해 수주 4000억 원, 매출 3000억 원을 달성했다”고 말했다. 특히 지난해 4월 분양한 만촌역 태왕디아너스는 그해 대구지역 최고 청약경쟁률인 68.54 대 1을 기록하기도 했다. 태왕은 올해도 힘찬 발걸음을 이어간다. 올해 수주 목표액은 8000억 원, 매출 목표는 4000억 원으로 설정했다. 다만 신규 아파트 공급 물량은 연평균치의 절반 수준인 1500가구로 줄였다. 노 회장은 “지역 부동산 시장 공급 과잉 등에 따른 불확실성의 증가로 내실 있는 경영이 매우 중요한 시기”라며 “영천 고형연료(SRF) 저온 열분해가스화발전소 공사와 고령 월성산업단지 및 폐기물 매립장 공사 등 토목환경공사를 활발히 진행하면 목표치 달성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가운데 노 회장은 근로자들의 안전의식 고취에도 집중하고 있다. 그는 “회사 차원의 세심한 지원을 위해 최근 안전보건실을 대표이사 직속기관인 본부로 승격했다. 현장의 안전조치가 미비할 경우 근로자가 작업거부권도 행사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방안도 마련했다”고 말했다. 노 회장은 대한주택건설협회 대구시회 회장으로도 활동 중이다. 그는 “침체된 대구 경제 회생을 위해 파급효과가 큰 지역 건설업이 살아나야 한다는 소신을 갖고 있다”며 “216개 회원사를 대변하는 회장으로서 상호 협력을 통해 역량을 강화해 건설도시 대구의 명성을 되찾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명민준 기자 mmj86@donga.com}

지난달 28일 경남 합천군의 야산에서 시작된 산불이 축구장(7140㎡) 945개와 맞먹는 675만㎡를 태우고 27시간 여 만에 꺼졌다. 지난달 발생한 경북 영덕 산불(400만㎡)보다 1.7배 이상 피해가 컸다. 1일 소방청과 산림청에 따르면 불은 지난달 28일 오후 2시 26분경 합천군 율곡면 노양리 뒷산에서 처음 발생했다. 며칠 전 건조주의보가 발생됐을만큼 숲은 메마른 상태였고, 초속 7m의 강한 남서풍을 타고 순식간에 도(道) 경계를 넘어 인접한 경북 고령군 쌍림면 야산으로 번졌다. 산림청은 3시간 만에 ‘산불3단계’와 산불재난 국가위기경보 ‘심각’을 동시에 발령했다. 산불 3단계는 △광역 단위 산불진화헬기 전체 △관할기관 진화대원 전원 △인접기관 진화대원 50%를 투입하게 된다. 하지만 불길은 좀처럼 잡히지 않아 진화 작업은 다음날인 1일까지 이어졌다. 고령군 율곡면과 쌍림면 189가구 주민 525명이 인근 마을회관과 초등학교로 대피했다. 쌍림면의 한 주민은 “혹시 불이 집으로 번질까봐 밤새 한숨도 못 잤다. 함께 대피한 주민들도 모두 뜬 눈으로 밤을 지샜다”고 말했다. 소방당국은 불이 마을 민가 등으로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소방차와 대원들을 마을 주변에 배치했고, 저지선을 구축한 뒤 밤샘 진화 작업을 벌였다. 1일 오전 6시부터 소방공무원과 의용소방대, 공무원 등 인력 2000여 명이 동원됐으며, 장비 190대, 진화헬기 39대를 투입됐다. 불은 발화 27시간 34분 만인 1일 오후 6시경 꺼졌다. 가옥 화재나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산림청은 국립산림과학원과 한국산불방지기술협회 소속 전문가 4명으로 조사반을 꾸려 발화지점과 원인, 확산 경로 등을 조사할 방침이다. 고의 방화 가능성에 대해서도 살펴볼 예정이다. 최병암 산림청장은 “전국 대부분 지역이 매우 건조해 올해 산불이 예년에 비해 2.5배 많이 발생하고 있다”며 “산행을 할때 화기물을 가지고 가지 말고 논밭두렁, 쓰레기 소각은 절대 하지 말아야 한다”고 당부했다.고령=명민준기자 mmj86@donga.com합천=최창환기자 oldbay77@donga.com}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조치인 방역패스(접종증명·음성확인제) 적용이 1일부터 전국에서 중단된다. 식당 카페를 비롯해 유흥시설과 실내체육시설 등 기존 적용시설 11곳 모두 코로나19 백신 미접종자가 출입할 수 있게 됐다. 지난해 11월 방역패스가 도입된 이후 4개월 만이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28일 이 같은 내용의 방역패스 잠정 중단 결정을 발표했다. 정부는 당초 4월에 적용하기로 했던 청소년(12∼18세) 방역패스 적용 계획도 철회했다. 이번에 발표된 방역패스 적용 중단 기한은 정해지지 않았다. 방역패스가 중단되면서 그동안 식당 카페 등을 드나들 때마다 인증해야 했던 ‘QR체크인’도 이날부터 폐지된다. 2020년 6월 첫 도입 이후 1년 8개월 만이다. 방역패스는 도입 이후 적지 않은 논란에 시달렸다. 국민 기본권을 과도하게 침해한 것이란 지적이 나와 전국 각지에서 18건의 소송이 진행되고 있다. 특히 지난달 23일 법원이 대구의 60세 미만 식당 카페 방역패스 적용을 중단하라고 집행정지 결정을 내리자 혼란이 더욱 커졌다.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은 이날 전국적인 방역패스 적용 중단 이유에 대해 “(방역패스의) 연령별 지역별 형평성 문제를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국내 코로나19 방역 상황은 계속 악화하고 있다. 특히 사망자는 지난해 12월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기승을 부릴 때보다도 많아졌다. 28일 0시 기준 하루 신규 사망자는 114명으로 코로나19 확산 이래 가장 많았다. 입원 중인 위중증 환자도 이날 715명까지 늘어났다. 방역당국은 향후 코로나19 확산세가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9일 코로나19 중환자가 1200명 이상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3월 중순 위중증 환자가 2750명에 이를 것이란 예측도 있다. 한편 1일부터 코로나19 백신 접종 여부와 관계없이 재택치료 환자의 동거 가족 격리 의무가 해제된다. 자가검사키트 온라인 판매 금지 조치는 이달 말까지 연장되고 임신부에게는 7일부터 1명당 키트 10개씩 나눠 주기로 했다.정부, 방역패스 중단 계획 없다더니… 사흘만에 “전면 일시중단” 내달 청소년 방역패스도 철회… 사실상 ‘방역패스’ 폐지 수순18건 진행 ‘방역패스 소송’이 계기… ‘6인-10시’ 거리두기 완화도 검토전문가 “시기상조… 정점 더 높일것”… “유흥시설까지 해제는 과도” 지적도 정부가 28일 전국의 방역패스(접종증명·음성확인제) 적용 일시 중단을 발표하자 “갑작스럽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실제 방역당국은 지난달 25일까지만 해도 “가장 위험한 시설이 식당과 카페다. 이들 시설의 방역패스를 전국에서 중단할 계획은 없다”(이기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제1통제관)고 말한 바 있다. 3일 만에 방역 방침이 180도 바뀐 것이다. 1일부터 적용되는 방역 완화는 식당, 카페, 유흥시설 등 11종 시설의 방역패스 철회에 그치지 않는다. 미접종자의 집회·행사(50∼299명 규모) 참여도 허용하기로 했다. 정부가 방역패스의 ‘일시 중단’을 강조하고 있지만 새로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가 나타나지 않는 한 되살리지 않을 방침이라 사실상 방역패스가 폐지 수순을 밟게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거리 두기 추가 완화도 검토”정부의 이번 결정은 18건이 동시 진행 중인 ‘방역패스 소송’이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대구에선 이미 법원 판단에 따라 60세 미만 방역패스 적용이 중단됐다. 나머지 지역에서 제도를 유지해 봐야 갈등과 혼란이 생길 것이란 우려가 컸다. 그동안 방역패스 해제를 요청했던 대구·경북은 이날 환영 입장을 내놨다. 정부는 방역패스 중단의 또 다른 이유로 ‘보건소 업무 효율화’를 들었다. 미접종자들이 신속항원검사를 통해 음성확인서를 발급받는 사례가 하루 평균 12만4000여 건에 달했다. 이 업무를 줄여 이들 인력을 고위험군 보호에 투입하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날 적극적인 추가 방역 완화에 나설 뜻도 밝혔다. 대표적인 게 ‘모임 인원 6명, 영업제한 오후 10시’인 사회적 거리 두기다. 이날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거리 두기도 추가로 완화할 부분이 있는지 검토하겠다”고 했다. 해외 방문도 지금보다 자유롭게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도 밝혔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해외 입국자 중 예방접종을 완료한 사람은 자가격리를 면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적절한 시기에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방향은 맞지만 시기상조” 지적도많은 전문가들이 방역패스 폐지 등 방역 완화가 언젠가는 시행해야 할 방향이었다는 점에 대해선 공감하고 있다. 하지만 해제 시점이 ‘시기상조’라는 지적이 계속 나온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1, 2주 더 지켜본 뒤에 방역패스를 해제하는 방향이 맞다고 본다”며 “잇따른 방역 완화 신호가 코로나19 유행의 정점을 더 높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 여기에 바이러스 전파 위험이 높은 유흥시설에까지 방역패스를 해제한 것이 과도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편 중앙방역대책본부는 이날 국내외 연구기관이 내놓은 코로나19 향후 유행 예측 자료를 종합 발표했다. 위중증 환자 전망을 내놓은 4개 기관 모두 이달 9일 코로나19 중환자 수가 1200명을 넘어설 것으로 봤다. ‘델타 변이’ 유행의 정점이었던 지난해 12월 29일 1151명보다 더 많을 것이란 얘기다. 한 기관은 16일 위중증 환자가 2750명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이 경우가 현실화되면 전국의 코로나19 중환자 병상(27일 기준 2704개)을 100% 가동해도 환자를 감당하지 못할 수 있다.이지운 기자 easy@donga.com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대구=명민준 기자 mmj86@donga.com}

서울에 사는 A 씨(74·여)는 23일 오전 갑자기 39도의 고열이 났다. 함께 사는 가족 중 2명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걸려 재택치료 중인 터라 자가검사키트로 검사를 해보니 A 씨도 양성이었다. 하지만 A 씨를 받아준다는 병원이 없었다. “유전자증폭(PCR) 검사 결과가 있어야 입원시킬 수 있다”는 이유였지만, 꼬박 하루가 걸리는 PCR 검사 결과를 기다릴 여유가 없었다. A 씨는 병원에 가보지도 못한 채 이날 오후 사망했다. A 씨 가족의 비대면 진료를 담당한 의사는 “응급 환자만이라도 신속항원검사 결과를 ‘확진’으로 인정해 줬더라면 살릴 수도 있었던 환자”라며 안타까워했다. ○ 영·유아 재택 환자도 사망 속출 오미크론 변이의 치명률이 0.13%로 낮다지만 확진자가 워낙 많다 보니 사망자가 급증하고 있다. 24일 기준으로 최근 일주일간 하루 평균 64.4명이 코로나19로 사망했다. 델타 위기(2021년 11월 17일∼2022년 1월 19일) 동안 하루 평균 사망자 수인 47.1명을 이미 뛰어넘었다. 특히 백신 접종 대상이 아닌 영·유아 확진자 중에서 사망자가 속속 나오고 있다. 경북 예천군에선 재택치료 중이던 6세 B 양이 20일 복통과 흉통 증세를 보여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22일 숨졌다. 사인은 급성 심근염으로 알려졌다. 경기 수원시에선 생후 4개월 된 영아 C 군이 재택치료 중 숨졌다. C 군의 부모는 22일 오후 “아이가 숨을 쉬지 않는다”며 119에 신고했다. C 군은 신고 후 약 30분 만에 병원에 도착했지만 회복하지 못했다.○ “델타와는 다른 형태의 위기” 방역당국은 델타 위기를 거치며 코로나19 중환자 전담 병상을 2배 이상으로 늘렸다. 정부는 “중환자 2000명까지는 대응이 가능하다”며 병상 관리가 안정적이라고 강조한다. 하지만 의료진은 델타 유행과는 다른 형태의 위기가 현실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의 진단이 현장과 동떨어져 있다고 지적한다. 코로나19 확진자는 무증상이나 경증이라 하더라도 다른 질환이 중할 경우 일반 중환자 병상이 아닌 코로나19 중환자 병상으로 가야 한다. 코로나19 증상이 중한 경우만 고려하면 안 된다는 게 의료진의 설명이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코로나는 가벼운데 심근경색, 뇌졸중 등 다른 질환 때문에 코로나 중환자 병상에 입원하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실제 24일 기준 코로나19 위중증 환자는 581명이지만 중환자 전담 병상에 입원 중인 환자는 1051명(23일 오후 5시 기준)으로 2배에 가깝다. 정부 발표에 따르면 23일 중환자 병상 가동률은 39.1%, 준중환자 병상은 60.4%다. 이 수치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환자가 폭증하며 방역당국 전산망에 환자가 등록되는 시점이 점점 늦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 상급종합병원은 이미 ‘풀 베드’에 가까워진 상황도 나온다. ○ 복지부 장관 “의료체계 감당 가능” 현장은 급박하게 돌아가는데 정부는 연일 한가한 메시지를 내놓고 있다.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은 24일 기자 간담회에서 “3월 중순 (유행이) 최정점을 찍은 이후 감소 추세로 가면 의료 대응 체계가 감당할 수 있다”며 “(그때부터) 오미크론 변이의 특성에 맞는 일상 회복으로 가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상주하는 ‘코로나 전담 응급센터’를 현행 4곳에서 이달 말 10곳으로 늘리겠다고 이날 밝혔다. 또 소아 전문 응급의료센터를 거점별로 확대하고, 119구급대와 병원, 방역당국 간 ‘핫라인’을 구축하기로 했다. 이지운 기자 easy@donga.com대구=명민준 기자 mmj86@donga.com수원=이경진 기자 lk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