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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6월 동아일보는 환자 눈높이에 맞는 의료 시스템을 갖춘 전국 병원들을 소개하는 코너인 ‘우리 동네 착한 병원’ 시리즈의 하나로 관절수술 장면을 생중계하는 병원 두 곳을 소개한 적이 있다. 이 병원들은 수술실 천장에 매달린 고화질 카메라로 촬영한 수술 영상을 환자 보호자 대기실 모니터나 보호자의 스마트폰으로 전송했다. 환자 보호자들은 이를 통해 현재 수술이 어느 정도 진행됐는지, 언제 끝날지 등을 아는 데 도움이 됐다고 입을 모았다. 그 당시에도 수술 장면을 생중계하는 것은 의사에게 큰 부담이었다. 당시 해당 병원 원장은 “수술이 오래 걸리면 의사는 그 이유를 설명할 책임이 있다”며 “수술 생중계가 환자와 보호자의 신뢰도와 만족도를 높인다”고 말했다. 수술 전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면 불필요한 오해를 줄일 수 있다. 분명 환자 중심 의료 시스템인 셈이다. 그럼에도 최근 수술실에 폐쇄회로(CC)TV를 설치하는 것을 두고 의료계가 들썩이고 있다. 근본적으로 의사를 믿지 못해 설치해야 한다는 여론에 의사들은 발끈하고 있다. 수술실 CCTV 설치 목소리가 커진 것은 의료기기 영업사원들이 수술실에 들어가 대리수술을 하는 병원이 잇달아 적발됐기 때문이다. 만약 대리수술을 했다면 대한의사협회 차원에서 자율징계 등 강력하게 대응해야 한다. 몇몇 병원의 이 같은 비윤리적인 문제로 전체 의료계에 대한 신뢰가 무너져선 안 된다. 하지만 의사들 가운데는 새로운 의료기기 도입 초기에 임상 적용 시 작동 방법을 누구보다 잘 아는 영업사원의 조언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실제 많은 병원이 신규 장비 도입 시 사용법에 대한 교육을 필수적으로 진행한다. 의료진이 바뀌는 등 사용자의 요구가 있으면 수시로 교육하기도 한다. 한 관절전문 병원의 원장은 “외국에서도 영업사원이 수술실에 들어온다. 다만 이들은 수술대에서 떨어져 레이저 포인터를 이용해 의사에게 기기 사용법을 설명해준다”고 말했다. 이번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대리수술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국립중앙의료원 신경외과 전문의가 척추수술을 하면서 의료기기 영업사원을 참여시켰고, 이 영업사원이 단순 수술 보조 역할을 넘어 마무리 수술을 담당했다는 것이다. 병원 측은 다른 병원처럼 영업사원은 참관만 하고 동료 의사가 마무리 수술을 마치고 나왔다고 반박했다. 대리수술 논란에 대해 환자 단체의 입장은 단호하다.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응급실에도 CCTV가 설치돼 있는데, 수술실에는 왜 CCTV를 설치하면 안 되느냐”며 “CCTV 설치는 대리수술과 유령수술 등을 효과적으로 막을 수 있는 조치”라고 말했다. 다만 수술실 내 CCTV를 자율이 아닌 강제로 설치하는 게 해법인지는 고민해 봐야 한다. CCTV 강제 설치는 의사들을 믿지 못하겠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이런 상황에서 마음 편히 소신껏 수술할 수 있는 의사가 얼마나 되겠나. 또 환자 중에는 자신의 몸이 CCTV에 고스란히 노출된다는 사실을 반기지 않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대안은 없을까. 대리수술 의혹을 받은 국립중앙의료원은 수술실 안이 아닌 수술실 밖에 CCTV를 설치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수술실에 들어오는 사람을 점검해 외부인 출입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영업사원이 의사들을 교육하기 위해 수술실로 들어가는 대신 교육센터를 만들어 운영하는 방법도 있다. 최초 국산 로봇수술 의료기기 ‘레보아이’를 만든 업체는 처음 수술로봇을 접하는 의사들을 위해서 실제 수술에 가까운 시뮬레이션을 개발해 교육하고 있다. 로봇수술 기기인 ‘다빈치’를 만든 회사도 서울 마포구 상암동 디지털미디어시티(DMC) 첨단산업단지에 수술혁신센터를 만들어 의료진 교육을 돕고 있다. 별도의 교육공간을 만들 수 없는 영세 업체들을 위해 정부가 통합교육센터를 만드는 것도 한 방법이다. 또 환자 눈높이에서 신뢰를 높이기 위해 자율적으로 CCTV를 설치하는 병원에 정부가 인센티브를 줄 수도 있다. 만약 부족한 의료 인력 때문에 영업사원을 불러 수술에 참여시킬 수밖에 없는 병원이 있다면 인력 부족의 원인을 따지고, 병원의 윤리적 조치 등을 점검해 각각 상황에 맞는 대책을 세워야 한다. 대리수술 논란은 의료진 몇몇을 희생양으로 삼고 덮기에는 의료계에 남긴 숙제가 너무 많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20일 간의 날을 맞아 대한간학회가 전남 구례군과 함께 주민 3000여 명을 대상으로 연말까지 C형 간염 진단과 치료를 통해 ‘청정구례 만들기’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최근 완치할 수 있는 C형 간염 치료제가 나왔지만 국가검진에 들어 있지 않다 보니 예방이나 조기 발견이 쉽지 않다. 이에 학회가 ‘대한간학회가 간(肝)다’라는 캠페인을 통해 C형 간염의 중요성을 알리게 위해 발 벗고 나선 것이다. 대한간학회 양진모 이사장은 “C형 간염은 대부분 증상이 없어 악화되기 전까지 감염자의 상당수가 감염 사실을 모르는 경우가 많다”며 “이 때문에 감염자는 자신도 모른 채 ‘감염원인 제공자’가 될 수 있어 진단을 통한 조기 발견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본보 기자는 ‘톡투 건강 핫클릭’ 두 번째 시리즈로 구례군 진료 현장에서 만난 대한간학회 학술이사인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안상훈 교수와 C형 간염에 대한 오해와 진실을 ○× 퀴즈로 풀어봤다. 질문은 평소 C형 간염에 대해 잘못 알려진 상식을 위주로 만들었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이하 이)=첫 번째 질문입니다. 비교적 쉬운 질문부터 시작하겠습니다. ‘C형 간염을 방치하면 간암이 되나요?’ ▽안상훈 교수(이하 안)=정답은 ‘○’입니다. C형 간염은 한번 걸리면 만성화되기 쉽고, 적절한 치료를 받지 않아 만성화되면 간경화, 간암 등으로 발전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간암의 10∼15%는 C형 간염에서 기인합니다. 검진을 통한 조기 발견과 치료가 꼭 필요한 질환입니다. ▽이=결국 간염을 방치하면 간경변, 간암으로 연결될 수 있군요. 다음 질문입니다. ‘C형 간염환자와는 음식을 함께 먹어서는 안 된다?’ ▽안=×입니다. C형 간염은 혈액을 매개로 하는 바이러스 감염질환으로 환자와 음식을 같이 먹는다고 해서 전염되지 않습니다. 혈액이 묻은 오염된 주사기의 재사용, 문신이나 피어싱에 이용하는 도구, 목욕탕 사우나 등에서 공동으로 이용하는 손톱깎기 등이 감염원이 되어 C형 간염 바이러스를 전파시킬 수 있습니다. ▽이=환자와 함께 일상생활을 해도 지장이 없군요. 일반인도 많이 궁금해하는 질문이었습니다. 세 번째 질문으로 넘어갑니다. “C형 간염에 걸리면 얼굴이 검어진다?” ▽안=정답은 ×입니다. C형 감염 때문에 얼굴이 검게 되지는 않습니다. C형 간염은 대부분 무증상으로 나타납니다. 일부 사람들은 피로를 느끼기도 하는데, 그 역시 간염에 의한 증상으로 알아차리기는 어렵습니다. 물론 C형 간염을 방치해 간경화, 간암으로 진행되면 얼굴이 검게 되는 증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이=이번 문제도 많이 틀렸군요. 자 이제 네 번째 질문을 던져 보겠습니다. “C형 간염은 국가건강검진에 포함돼 있다?” ▽안=×가 정답입니다. C형 간염은 국가검진에 포함되어 있지 않을 뿐 아니라 직장에서 시행하는 건강검진에도 C형 간염 항목이 거의 들어있지 않습니다. 그래서 본인이 C형 간염에 걸려도 알아차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C형 간염은 예방할 수 있는 백신이 없고 대부분 증상이 없어 검진을 통한 조기 발견이 중요합니다. 그래서 세계보건기구(WHO)에서는 2030년까지 C형 간염 퇴치를 위해 신속한 검진과 치료를 권고했습니다. 하루빨리 국내에서도 국가검진 항목에 C형 간염이 포함될 필요가 있습니다. ▽이=그렇군요. 현재는 본인이 비용을 들여 검사를 받아야 되는 상황이군요. 국가검진 도입이 안 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안=국가검진에 포함되려면 ‘유병률 5% 이상’ 기준에 부합해야 합니다. 이는 7년 전 2011년 WHO 가이드라인을 참조한 것으로, C형 간염 치료의 패러다임 변화 등을 반영하지 못한 기준입니다. 국내 C형 간염 발병 상황에 맞춰 유병률이 큰 특정 연령대를 대상으로 국가검진을 시행하는 것이 C형 간염으로 인한 간암, 간경화 등 심각한 질병을 예방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입니다. ▽이=이제 마지막 질문입니다. ‘C형 간염은 완치가 힘들다?’ 과연 정답은 무엇입니까. ▽안=×입니다. C형 간염은 완치가 가능한 질환입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주사제밖에 치료법이 없어 치료가 힘들다는 인식들이 널리 퍼졌지만, 이제는 좋은 먹는 약들이 개발돼 진단 후 8∼12주 정도만 약을 복용하면 거의 99% 완치됩니다. ▽이=C형 간염은 완치가 가능한 만큼 조속히 국가검진에 포함돼야겠네요. 많은 사람이 조기에 C형 간염을 발견해 치료한다면 전남 구례군뿐 아니라 우리나라 전체가 C형 간염이 없는 청정지역으로 거듭날 수 있겠습니다.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홍삼과 인삼이 항암치료 시 동반되는 항암 피로도를 현저히 낮추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MD앤더슨 암센터의 스리남 예뉴 교수팀이 암 환자 24명을 대상으로 항암제 투여 뒤 하루 800mg의 인삼추출물을 4주 동안 매일 복용하게 한 결과 항암제 복용 피로도가 인삼추출물 복용 전 23.08에서 복용 후 14.21로 유의미하게 감소했다. 예뉴 교수는 “인삼이 일반인뿐 아니라 암 환자에게도 안전하고 효과적인 건강식품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국내 연구진도 암 환자가 홍삼을 지속적으로 섭취하면 항암 화학요법 치료 시 피로도가 크게 개선된다는 점을 확인했다. 고려대 안암병원 종양혈액내과 김열홍 교수 등 15개 대학병원 연구진이 항암치료를 받는 대장암 환자 43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연구에서다. 연구진은 홍삼군과 위약군을 219명씩 무작위로 나눈 뒤 홍삼군 환자에겐 항암제 치료 16주 동안 홍삼추출물 1000mg을 매일 2회 복용하게 했다. 그 결과 위약군과 비교해 홍삼군의 피로도가 유의미하게 개선됐다. 연구팀에 따르면 항암치료를 받기 전 피로도를 100이라고 할 때 항암치료 16주간 ‘전반적 피로도’는 홍삼군 81.07, 위약군 78.10이었다. ‘일상적 피로도’는 홍삼군 78.00, 위약군 73.73으로 나타났다. ‘피로가 대인관계에 지장을 준 정도’는 홍삼군 86.43, 위약군 81.31 등으로 홍삼 복용 환자의 점수가 전반적으로 높았다. 여기선 수치가 높을수록 피로도가 낮다는 의미다. 이런 연구 결과는 23일부터 나흘간 서울 용산구 드래곤시티호텔에서 열리는 12회 국제인삼 심포지엄에서 발표됐다. ‘인삼과 홍삼의 항암 및 피부노화 개선 효과에 관한 다양한 연구 성과’를 주제로 한 이번 심포지엄에선 홍삼의 사포닌 성분이 자외선으로 인한 염증 유발 신호인자를 억제해 피부 노화를 예방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주목받았다. 경희대 유전공학과 황재성 교수팀은 쥐의 피부 각질세포에 자외선B를 3∼6시간 쪼이면 생체 내 염증 유발 신호인자가 발현된다는 점을 확인하고 사포닌을 바른 실험군과 대조군을 비교했다. 그 결과 사포닌을 바른 실험군은 대조군에 비해 염증 유발 신호인자가 68.6%나 억제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홍삼을 섭취했을 때 아토피피부염이나 염증 등 피부 개선 효과가 있다는 기존 연구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홍삼을 직접 피부에 발라도 자외선으로 인한 노화를 예방할 수 있다는 점이 이번 연구를 통해 과학적으로 입증됐다”고 말했다.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20일 전남 구례군 구례보건의료원 1층. 주민 350여 명이 한꺼번에 몰려와 의료원 로비를 가득 메웠다. 서울에서 온 전문의들에게 진료를 받기 위해서다. 이날은 대한간학회가 전남 구례군에서 ‘C형 간염 청정구역 만들기’ 선포식을 연 날이다. 간염 예방을 정부가 아닌 민간 차원에서 주도한 것은 처음이다. 학회는 ‘대한간학회가 간(肝)다’라는 구호 아래 12월까지 구례군 주민을 대상으로 간 건강 교육과 함께 C형 간염 진단 및 치료를 ‘원스톱’으로 지원한다. C형 간염은 2015년 서울 양천구의 한 의원에서 주사기를 재사용했다가 집단발병 사건이 일어나면서 일반인에게도 널리 알려졌다. 국내 C형 간염 환자는 30만여 명에 이른다. 이들 중 치료를 받는 환자는 5만 명에 불과한 실정이다. 자신이 이 질환에 걸린 사실 자체를 모르는 경우가 태반이다. C형 간염은 70∼80%가 만성간염으로 진행돼 간경변증과 간암의 주요 발병 원인으로 꼽힌다. 간암은 국내 암 사망률 2위다. 대한간학회 양진모 이사장은 “구례군은 노인인구 비율이 34.4%로 매우 높고 의료시설이 많지 않아 보건의료 지원에 적합한 곳”이라며 “군(郡) 차원에서 주민들의 간 건강을 지키기 위해 여러 노력을 하고 있어 군과 함께 C형 간염 청정구역 사업을 펼치기로 했다”고 말했다. C형 간염은 증상이 없어 조기에 진단이 이뤄지지 않으면 다른 사람에게 옮길 가능성이 있다. 학회는 12월까지 이 지역 주민 3000여 명을 대상으로 C형 간염 항체검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C형 간염 치료 시 1인당 1000만 원에 이를 정도로 많은 비용이 들지만 학회는 확진 환자가 나오면 치료까지 지원하기로 했다. 이렇게 지속적으로 C형 간염 환자를 발굴하고 치료해 구례군을 전국에서 유일한 C형 간염 청정지역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날 진료를 받은 주민 김모 씨(66)는 “평소 매일 소주 1, 2병씩을 마셔 간 건강이 걱정돼 찾아왔다”며 “오늘 진료를 받고 간 건강 강좌를 들으면서 많은 것을 배웠다. 앞으로 술을 줄이고 채식 위주로 소식을 해 간 건강을 되찾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 김모 씨(42)는 이날 C형 간염 진단을 받았다. 김 씨는 “지금까지 간염이 있는지 전혀 몰랐다”며 “이제라도 알게 돼 정말 다행이다”라고 했다. 이어 “앞으로 치료를 잘 받아 완치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학회가 아무런 부담 없이 치료까지 해준다니 정말 고맙다”고 말했다. 이날 주민 350여 명의 혈액을 검사한 결과 3명이 C형 간염 확진 판정을 받았다. 유병률이 1% 가까이 되는 셈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30년까지 C형 간염 퇴치를 전 세계에 촉구하며 최근 검진 가이드라인을 제정해 발표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국가 검진 시 C형 간염 검사가 빠져 있다. 양 이사장은 “미국 등 선진국은 C형 간염 조기 검진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며 “우리 학회 차원에서 조기 검진에 나서겠지만 한계가 있는 만큼 정부의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김순호 구례군수는 “C형 간염은 완치가 가능한 질환인데, 이 질환에 걸렸는지 모른 채 병을 키우는 환자가 많다”며 “이번 캠페인을 통해 단 한 사람의 구례군 주민도 C형 간염에 걸리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구례=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 고혈압 당뇨병 등 만성질환자이면서 거동이 불편한 환자들이 해가 갈수록 늘고 있다. 이들은 상당수가 병원 이용이 쉽지 않은 고령 환자다. 의사의 원격진료가 필요한 이유다. 하지만 국내 원격진료는 의료계 반대로 군부대, 교정시설, 산간도서벽지 등에 한해 제한적으로만 시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원격진료로 확대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 “할머니! 건강은 어떠세요. 혈압 수치를 확인하니 129에 71로 고혈압이 많이 좋아졌네요. 140이 안 넘도록 혈압약 매일 드세요.” 이승태 충남 구항보건지소장의 얼굴이 태블릿PC에서 영상으로 나오자 이희준 할머니(77)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충남 홍성군 구항면에 있는 집에 누워 있을 때가 많은 이 할머니는 거동이 불편해 병·의원을 찾기 힘들다. 이 할머니가 “요즘 오른쪽 허벅지와 양쪽 발이 많이 저린다”고 하자 간호사는 할머니의 통증 부위가 자세히 보이도록 허벅지 부위에 카메라를 갖다 댔다. 이를 살펴본 이 소장은 “간호사와 함께 간 물리치료사가 물리치료를 해줄 테니 잘 받으면 된다. 다음 주에 독감주사 맞으러 보건지소에 와야 하니 그때 통증 부위를 다시 확인하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부터 홍성군은 고혈압 당뇨병 등 만성질환자를 대상으로 원격진료 시범사업을 진행 중이다. 이날 이 할머니의 집에 원격가정방문 간호사가 방문해 원격의료를 도왔다. 할머니의 남편인 최영부 할아버지(79)는 “한 달에 두 번 정도 집에서 원격진료와 함께 물리치료를 받으니 아내가 좋아한다”고 말했다.○ 정부, 의료사각지대의 원격진료만 추진 가정에서 계속적인 치료와 관리가 필요해 간호사가 찾아가는 가정간호 건수는 매년 늘고 있다. 2013년 25만9975건에서 2014년 26만3355건, 2015년 27만1814건, 2016년 33만3621건, 2017년 48만3284건으로 늘었다. 가정간호 대상자는 고혈압, 당뇨병 등 만성질환이나 암, 뇌경색, 치매 등을 앓는 65세 이상 노인이 대부분이다. 현재는 거동이 불편해도 의사의 진료와 처방을 위해서는 병원에 가야 한다. 국내에서 정보통신기술(ICT)을 이용한 원격진료는 ‘의사-의료인(의사, 간호사 등 병을 치료하는 일에 종사하는 사람을 총칭) 간’만 가능하다. ‘의사-환자 간’은 일부 지역에서 시범사업만 이뤄지고 있다. 정부는 의료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제한적 원격의료 도입을 추진 중이다. 군부대, 교정시설, 원양어선, 산간도서벽지에 한해 ‘의사-환자 간 원격의료’를 제한적으로 허용할 예정이다. 의료사각지대가 아닌 도심에 있는 일반인 환자 대상 원격의료는 제외됐다. 문제는 앞으로 돌봐줄 보호자가 없는 1인 고령자 가구가 계속 늘고 있다는 점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16년 1인 고령자 가구 수는 129만4000가구로 전체 고령 가구 대비 33.5%를 차지하고 있다. 2045년엔 371만9000가구로 두 배 이상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의 홍석원 연구위원은 “앞으로 도심에 살고 있는 홀몸노인 중 거동이 불편한 환자 상당수가 의료에서 소외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직접 병원을 찾아가기 쉽지 않아 원격의료 같은 제도를 활성화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 원격의료에 원격처방·약 배달도 포함돼야 정부가 원격진료만 허용한다고 해서 거동이 불편한 환자의 편의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원격진료를 도와줄 여러 정책이 함께 가야 된다. 즉 ‘원격진료→원격처방→원격 약 배달 서비스’까지 환자가 집에서 ‘원스톱’으로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원격처방은 물론 원격 약 배달 서비스의 실현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의료법뿐만 아니라 약사법까지 개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의료법 제34조에서는 의사-환자 간 원격의료를 금지하고 있다. 또 약 배달의 경우 약사법에 의하면 약사가 아니면 약을 판매할 수 없고 약국이 아닌 곳에서 약을 보관할 수 없다. 약 배달은 약사의 협조 없이는 불가능한 셈이다. 현재 시범사업을 하고 있는 홍성군의 경우 간호사나 보호자가 대신 의사의 처방을 받아 약을 약국에서 받고 있다. 원격진료가 활성화된 일본에서는 원격진료를 받은 환자가 약국까지 가지 않아도 약을 배달 서비스로 받을 수 있다. 일본은 4월부터 원격진료를 건강보험에서 지원하고 있다. 원격진료라는 애매한 용어 대신 ‘온라인진료’로 통일했다. ○ 6개월 대면진료 뒤 원격진료 전환도 대안 국내에서는 의사단체와 시민단체들이 원격진료 도입에 반대하고 있다. 정성균 대한의사협회 대변인은 “대면진료도 오진이 많은 상황인데 원격진료는 더 많은 오진이 생길 가능성이 높고 대형병원으로의 쏠림 현상이 심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일본처럼 6개월 동안 지속적으로 대면진료를 한 뒤 그 뒤부터 원격진료가 가능하도록 하는 정책으로 오진을 막을 수 있다고 말한다. 원격진료를 하다가 환자의 상태가 갑자기 악화되면 20∼30분 내에 대면진료를 할 수 있는 대책도 있다. 또 대형병원에선 원칙적으로 원격진료를 볼 수 없도록 하면 된다. 시민단체가 우려하는 원격의료로 인한 의료 민영화와 의료비 상승 등은 국민건강보험에서 직접 담당하는 방안도 있다. 연세대 의대 보건대학원 정형선 교수는 “집에서 누워 있는 환자조차 매번 병원을 찾아야 한다는 건 환자를 불편하게 할 뿐 아니라 매우 비효율적이고 환자 안전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왕진, 온라인진료(원격진료), 방문간호제도 중에서 환자가 하나만 선택할 수 있게 할 것이 아니라 동시에 활성화시켜야 된다”고 말했다. 홍성=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 원격의료 ::환자가 직접 동네 병·의원을 방문하지 않고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한 의료장비로 의사의 진료를 받을 수 있는 서비스.}

“할머니! 건강은 어떠세요. 혈압수치를 확인하니 129에 71로 고혈압이 많이 좋아졌네요. 140이 안 넘도록 혈압약 매일 드세요.” 이승태 충남 구항보건지소장의 얼굴이 태블릿PC에서 영상으로 나오자 이희준 할머니(77)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충남 홍성군 구항면에 있는 집에 누워 있을 때가 많은 이 할머니는 거동이 불편해 병·의원을 찾기 힘들다. 이 할머니가 “요즘 오른쪽 허벅지와 양쪽 발이 많이 저리다”고 하자 간호사는 할머니의 통증 부위가 자세히 보이도록 허벅지 부위에 카메라를 갖다댔다. 이를 살펴본 이 소장은 “간호사와 함께 간 물리치료사가 물리치료를 해 줄테니 잘 받으면 된다. 다음주에 독감주사 맞으러 보건지소에 와야 하니 그때 통증 부위를 다시 확인하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부터 충남 홍성군은 고혈압 당뇨병 등 만성질환자를 대상으로 원격진료 시범사업을 진행 중이다. 이날 이 할머니의 집에 원격가정방문 간호사가 방문해 원격의료를 도왔다. 할머니의 남편인 최영부 할아버지(79)는 “한 달에 두 번 정도 집에서 원격진료와 함께 물리치료를 받으니 아내가 좋아한다”고 말했다. ● 정부, 의료사각지대의 원격진료만 추진 가정에서 계속적인 치료와 관리가 필요해 간호사가 찾아가는 가정간호 건수는 매년 늘고 있다. 2013년 25만9975건에서 2014년 26만3355건, 2015년 27만1814건, 2016년 33만3621건, 2017년 48만3284건으로 늘었다. 가정간호 대상자는 고혈압, 당뇨병 등 만성질환이나 암, 뇌경색, 치매 등을 앓는 65세 이상 노인들이 대부분이다. 현재는 거동이 불편해도 의사의 진료와 처방을 위해서는 병원에 가야한다. 국내에서 정보통신기술(ICT)을 이용한 원격진료는 ‘의사-의료인 간’만 가능하다. ‘의사-환자 간’은 일부 지역에서 시범사업만 이뤄지고 있다. 정부는 의료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제한적 원격의료 도입을 추진 중이다. 군부대, 교정시설, 원양어선, 산간도서벽지에 한해 ‘의사-환자 간 원격의료’를 제한적으로 허용할 예정이다. 의료사각지대가 아닌 도심에 있는 일반인 환자 대상 원격의료는 제외됐다. 문제는 앞으로 돌봐줄 보호자가 없는 1인 고령자 가구가 계속 늘고 있다는 점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16년 1인 고령자 가구 수는 129만4000가구로 전체 고령 가구 대비 33.5%를 차지하고 있다. 2045년엔 371만9000가구로 두 배 이상 늘어날 전망이다.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의 홍석원 연구위원은 “앞으로 도심에 살고 있는 독거노인 중 거동이 불편한 환자 상당수가 의료에 소외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직접 병원을 찾아가기 쉽지 않아 원격의료 같은 제도를 활성화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 원격의료에 원격처방·약 배달도 포함돼야 정부가 원격진료만 허용 한다고 해서 거동이 불편한 환자의 편의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원격진료를 도와줄 여러 정책이 함께 가야 된다. 즉 ‘원격진료→원격처방→원격 약 배달서비스’까지 환자가 집에서 ‘원스톱’으로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원격처방은 물론 원격 약 배달서비스의 실현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의료법 뿐만 아니라 약사법까지 개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의료법 제34조에서는 의사-환자 간 원격의료를 금지하고 있다. 또 약 배달의 경우 약사법에 의하면 약사가 아니면 약을 판매할 수 없고 약국이 아닌 곳에서 약을 보관할 수 없다. 약 배달은 약사의 협조 없이는 불가능한 셈이다. 현재 시범사업을 하고 있는 충남 홍성의 경우 간호사나 보호자가 대신 의사의 처방을 받아 약을 약국에서 받고 있다. 원격진료가 활성화 된 일본에서는 원격진료를 받은 환자가 약국까지 가지 않아도 약을 배달 서비스로 받을 수 있다. 일본은 4월부터 원격진료를 건강보험에서 지원하고 있다. 원격진료라는 애매한 용어 대신 ‘온라인진료’로 통일했다. ● 6개월 대면진료 뒤 원격진료 전환도 대안 국내에서는 의사단체와 시민단체들이 원격진료 도입에 반대하고 있다. 정성균 대한의사협회 대변인은 “대면진료도 오진이 많은 상황인데 원격진료는 더 많은 오진이 생길 가능성이 높고 대형병원으로의 쏠림 현상이 심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일본처럼 6개월 동안 지속적으로 대면진료를 한 뒤 그 뒤부터 원격진료가 가능하도록 하는 정책으로 오진을 막을 수 있다고 말한다. 원격진료을 하다가 환자의 상태가 갑자기 악화되면 20¤30분 내에 대면진료를 할 수 있는 대책도 있다. 또 대형병원에선 원칙적으로 원격진료를 볼 수 없도록 하면 된다. 시민단체가 우려하는 원격의료로 인한 의료 민영화와 의료비 상승 등은 국민건강보험에서 직접 담당하는 방안도 있다. 연세대 의대 보건대학원 정형선 교수는 “집에서 누워있는 환자조차 매번 병원을 찾아야 한다는 건 환자를 불편하게 할 뿐 아니라 매우 비효율적이고 환자 안전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왕진, 온라인진료(원격의료), 방문간호제도 중에서 환자가 하나만 선택할 수 있게 할 것이 아니라 동시에 활성화 시켜야 된다”고 말했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의사가 직접 찾아와주니 정말 고맙고 얼마나 편한지 모르겠네요.” 최근 기자가 의사로서 서울성모병원 가정의학과 신현화 전임의와 함께 치매와 고관절 골절로 거동이 불편한 이모 씨(92·여) 집에 왕진을 갔을 때 이 씨의 딸 기덕임 씨(61)는 “어머니를 모시고 병원에 가는 게 정말 쉽지 않다”며 연신 감사함을 표했다. 왕진은 의사가 병원을 찾기 어려운 환자를 찾아가 진료하는 것을 말한다. 이 씨는 5년 전 치매 진단을 받고 치료제를 복용하는 상황에서 올해 1월 집에서 넘어져 고관절 골절 사고를 당했다. 만약 이 씨를 병원으로 모시려면 사설 앰뷸런스를 불러야 하는데, 병원까지 왕복 비용이 18만 원 이상 들어 치료비는 둘째 치고 교통비조차 감당하기 힘들다. 이뿐만이 아니다. 병원에 도착해 환자를 옮기려면 이동 침대가 필요하다. 작은 병원엔 갈 수조차 없다. 이렇게 이동이 쉽지 않은 환자의 고통을 줄이려면 왕진 제도가 활성화돼야 한다. 특히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다. 거동이 불편한 환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다. 간호사가 거동할 수 없는 환자의 집에 방문하는 가정간호의 경우 2013년 25만9975건에서 2015년 27만1814건, 지난해 48만3284건으로 급증했다. 고혈압이나 암, 뇌경색, 당뇨병, 치매 등을 앓는 80세 이상 노인이 주 대상자들이다. 일본에선 방문 진료가 활성화되면서 왕진이나 방문 진료를 전문적으로 하는 의원이 많아지고 있다. 일본은 정기적으로 주 1, 2회 환자 집을 방문하는 진료를 ‘방문 진료’, 환자의 요청에 따라 그때그때 환자의 집을 찾는 것을 ‘왕진’이라고 구분한다. 왕진이나 방문 진료 전문의원들은 보통 하루에 10∼15곳을 방문 진료한다. 또 환자가 급히 요청하면 찾아가는 ‘응급 왕진’ 서비스도 제공한다. 이를 위해 일본 보건당국은 주간, 야간, 심야, 휴일 등 방문시간 및 진료시간에 따라 수가를 달리 책정해 다양한 왕진 서비스가 이뤄지도록 지원하고 있다. 일본의 월평균 방문 진료는 70만 건, 왕진은 14만 건에 이른다. 연간 방문 진료와 왕진이 1000만 건을 넘고 있다. 지난달 우리나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선 왕진 수가의 근거를 마련한 국민건강보험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하지만 국내에서 왕진이 정착하려면 아직 갈 길이 멀다. 해당 법안은 환자나 보호자의 요청으로 의료진이 왕진을 한 경우 요양급여 비용을 가산할 수 있도록 하는 기본적인 내용만을 담고 있다. 최근 보건복지부와 대한병원협회, 대한의사협회, 대한개원의협의회 등 의료계 단체들은 간담회를 열어 왕진 필요성에 동의했다. 하지만 적정 수가를 두고 벌써부터 신경전이 치열하다. 의사협회는 왕진 수가가 7만∼9만 원, 교통비가 8000원 정도로 책정될 수 있다는 말이 나오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에 복지부는 “아직 구체적으로 수가 논의를 시작하지도 않았는데, 왜 이런 말이 나오는지 모르겠다”며 황당해하고 있다. 왕진 제도가 뿌리내리려면 내년 초 시범사업을 거쳐 사업 성과를 평가해야 할 뿐 아니라 일본처럼 다양한 형태의 왕진이 논의돼야 한다. 당장 1차 의료기관인 동네의원과 대형병원의 왕진 대상은 다르다. 대형병원은 수술 후 환자나 말기 암 환자 관리가 주를 이룰 것이고, 동네의원은 만성질환자 관리가 중심이 될 가능성이 높다. 또 왕진이 활성화된다고 해도 왕진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부분이 많다. 고령 환자나 치매 환자의 경우 수시로 환자 상태를 살피는 게 중요하다. 왕진과 함께 가정간호가 중요한 셈이다. 가정방문 간호사 경력 14년 차인 최복순 간호사는 “일주일에 2, 3번 환자 집에 방문해 환자 상태를 살피고 환자의 말동무가 되어 드린다”며 “왕진을 통해 환자의 상태를 파악한 뒤 환자들을 지속적으로 관리하려면 우리 같은 가정방문 간호사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따라서 이번에 왕진 제도를 구체화할 때 의사의 왕진뿐 아니라 가정방문 간호사의 활성화와 환자 전화상담의 활성화 등도 함께 논의해야 한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 likeday@donga.com}

국내 최초로 조선시대 미라의 폐에서 폐흡충(포유류의 허파에 기생하는 기생충)과 폐흡충의 알이 발견됐다. 미라의 폐에서 기생충이 발견된 것은 세계적으로 사례를 찾기 힘들다. 지금까지 조선시대 역사서에서 흔히 나오는 객혈(피를 토함)의 주 원인을 결핵균으로 추정했으나 이번 발견으로 조선시대에 폐흡충이 존재했음이 확인됐다. 폐흡충은 게나 가재, 민물고기 등을 날것이나 덜 익혀 먹었을 때 감염되는 기생충으로 객혈이나 가슴 통증 등을 유발한다. 고려대 구로병원 병리과 김한겸 교수팀은 2016년 경기 의정부시에서 발견한 김의정(가명) 미라의 폐 조직을 현미경으로 정밀 관찰한 결과 비정상적으로 보이는 왼쪽 폐에서 미라가 된 폐흡충의 성충과 수많은 알을 발견했다고 18일 밝혔다. 알을 품은 성충의 단면은 5mm였고, 알의 길이는 0.08mm였다. 김 교수팀은 김의정 미라의 폐를 떼어내 80여 조각을 낸 뒤 1년 넘게 현미경으로 관찰했다. 김 교수는 “조선시대 왕 중 성종과 헌종 철종 등이 폐결핵으로 사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하지만 폐결핵은 보통 영양 상태가 좋지 않은 사람들이 걸리는 질환이다. 영양 상태가 좋았을 조선시대 왕들이 객혈을 하고 사망했다고 해서 반드시 폐결핵에 걸렸다고 단정 지을 수 없다는 것이 이번 미라 폐흡충 발견의 의미 중 하나”라고 말했다. 김의정 미라는 2016년 의정부에서 발견된 남자 미라로, 고려대 의대 병리학교실과 해부학교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이 협력해 이 미라의 건강 상태와 사인 등을 밝히기 위해 2년 넘게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김의정 미라는 사망 당시 40대 초중반으로 추정되며, 비만 체형에 내장비만과 지방간, 간경화 증세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또 심장 동맥 경화 증세도 발견됐다. 따라서 이 미라의 사망 원인은 폐흡충 감염으로 인한 폐 손상과 간경화, 심장질환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김 교수는 “조선시대 미라는 우리의 소중한 의학적 유산”이라며 “철저한 관리와 체계적이고 정밀한 조사를 통해 한국인의 질병 역사를 탐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럼에도 의학적 가치가 높은 ‘파평 윤씨 모자(母子) 미라’나 ‘학봉 장군 부인 미라’ 등이 갈 곳을 찾지 못해 병원 해부학교실 냉동고에 보관되고 있다”며 “국립박물관 등 국가 기관에서 보존해 의학적 가치를 오랫동안 이어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국내 최초로 조선시대 미라의 폐에서 폐흡충(포유류의 허파에 기생하는 기생충)과 폐흡충의 알이 발견됐다. 미라의 폐에서 기생충이 발견된 것은 세계적으로 사례를 찾기 힘들다. 지금까지 조선시대 역사서에서 흔히 나오는 객혈(피를 토함)의 주 원인을 결핵균으로 추정했으나 이번 발견으로 조선시대에 폐흡충이 존재했음이 확인됐다. 폐흡충은 게나 가재, 민물고기 등을 날것이나 덜 익혀 먹었을 때 감염되는 기생충으로 객혈이나 가슴 통증 등을 유발한다. 고려대 구로병원 병리과 김한겸 교수팀은 2016년 경기 의정부시에서 발견한 김의정(가명) 미라의 폐 조직을 현미경으로 정밀 관찰한 결과 비정상적으로 보이는 왼쪽 폐에서 미라가 된 폐흡충의 성충과 수많은 알을 발견했다고 18일 밝혔다. 알을 품은 성충의 단면은 5mm였고, 알의 길이는 0.08mm였다. 김 교수팀은 김의정 미라의 폐를 떼어내 80여 조각을 낸 뒤 1년 넘게 현미경으로 관찰했다. 김 교수는 “조선시대 왕 중 성종과 헌종 철종 등이 폐결핵으로 사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하지만 폐결핵은 보통 영양 상태가 좋지 않은 사람들이 걸리는 질환이다. 영양 상태가 좋았을 조선시대 왕들이 객혈을 하고 사망했다고 해서 반드시 폐결핵에 걸렸다고 단정 지을 수 없다는 것이 이번 미라 폐흡충 발견의 의미 중 하나”라고 말했다. 김의정 미라는 2016년 의정부에서 발견된 남자 미라로, 고려대 의대 병리학교실과 해부학교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이 협력해 이 미라의 건강 상태와 사인 등을 밝히기 위한 2년 넘게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김의정 미라는 사망 당시 40대 초중반으로 추정되며, 비만 체형에 내장비만과 지방간, 간경화 증세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또 심장 동맥 경화 증세도 발견됐다. 따라서 이 미라의 사망 원인은 폐흡충 감염으로 인한 폐 손상과 간경화, 심장질환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김 교수는 “조선시대 미라는 우리의 소중한 의학적 유산”이라며 “철저한 관리와 체계적이고 정밀한 조사를 통해 한국인의 질병 역사를 탐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럼에도 의학적 가치가 높은 ‘파평 윤씨 모자(母子) 미라’나 ‘학봉 장군 미라’ 등이 갈 곳을 찾지 못해 병원 해부학교실 냉동고에 보관되고 있다”며 “국립박물관 등 국가 기관에서 보존해 의학적 가치를 오랫동안 이어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likeday@donga.com}

《동아일보와 동아닷컴이 생생한 건강정보를 전하는 ‘톡투 건강 핫클릭’ 코너를 마련했다. 의사 출신인 이진한 의학전문기자가 각 분야 전문가와 함께 잘못 알려진 건강정보를 바로잡고 건강하게 100세 시대를 맞을 수 있는 비법을 전한다. 전체 대담을 담은 동영상은 동아닷컴에서 운영하는 기자블로그(Donga Journalists)와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에서 볼 수 있다. 톡투 건강 핫클릭의 첫 번째 주제는 26일 ‘세계 피임의 날’을 맞아 김정연 산부인과 전문의와 함께 피임약에 대한 오해와 진실을 살펴봤다.》▽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이하 이)=피임의 중요성을 알려면 우선 국내 낙태 현황부터 살펴봐야 할 것 같습니다. ▽김정연 산부인과 전문의(이하 김)=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10년 국내 낙태 건수는 약 16만8000건으로 하루 평균 약 450건입니다. 하지만 집계되지 않은 숨은 낙태까지 고려하면 훨씬 많은 생명이 빛을 보기 전에 사라지고 있습니다. 대한산부인과학회는 국내 하루 평균 낙태 건수를 약 3000건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이=‘피임’은 원치 않는 임신을 막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죠. 하지만 피임에 대한 이해와 실천이 저조합니다. 검증되지 않은 정보는 피임 실천을 방해하는 원인입니다. 대표적인 것 중 하나가 경구피임약을 오래 먹으면 불임이 된다는 것인데요. ▽김=정말 잘못된 얘기입니다. 피임약의 장기(2년 이상) 복용은 여성의 가임 능력에 영향을 미치지 않습니다. 유럽에서 임신을 원하는 여성 2064명을 대상으로 피임약 복용 중단 뒤 임신이 되기까지 소요 시간을 추적한 결과 복용 중단 뒤 1년간 79.4%가 임신에 성공했습니다. 이를 2년 이내로 늘리면 임신 성공 확률은 88.3%입니다. 이는 피임약을 복용하지 않은 환자군의 2년간 임신 성공률과 비슷합니다. ▽이=또 하나의 오해가 있는데 경구피임약은 부작용이 심하다는 것입니다. ▽김=경구피임약 복용 시 일부 여성들은 메스꺼움과 두통, 가슴 당김, 불규칙한 출혈 등의 증상을 경험합니다. 이런 증상은 복용 초기 우리 몸이 호르몬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데, 대부분 그 정도가 심하지 않습니다. 3개월 정도 지나면 자연스럽게 사라집니다. ▽이=피임약 복용 시 드물지만 구토를 심하게 하는 여성도 있다는데요. ▽김=그럴 경우 에스트로겐 함량이 낮은 저용량 피임약(처방전 필요)으로 바꾸는 게 좋습니다. ▽이=경구피임약이 다른 용도로도 사용된다는데요. ▽김=의사 처방에 따라 일부 경구피임약은 여성의 월경 질환 치료를 목적으로 사용합니다. 경구피임약을 복용하고자 하는 여성의 월경곤란증(월경통)이나 월경 전 불쾌장애 치료 시, 또 14세 이상 초경 후 중증도 여드름 개선을 위해 경구피임약을 처방할 수 있습니다. 치료 목적으로 경구피임약을 복용하려면 반드시 전문의와 상담해야 합니다. ▽이=월경주기법과 같은 자연주기법도 피임법에 속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김=아닙니다. 자연주기법은 비과학적 피임법으로 컨디션에 따라 피임 성공을 보장할 수 없습니다. 생리주기가 규칙적이라면 배란기를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난자와 정자가 평균 생존기간보다 오래 생존할 수 있고, 스트레스 정도나 컨디션에 따라 배란일이 바뀌기도 합니다. 자연주기법의 피임 성공률은 75% 정도에 불과합니다. 자연주기법은 현대적 피임법이 개발되기 이전 과학적 근거 없이 사용된 것인데,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는 가장 많이 활용되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이=사용 목적에 따라 피임법을 소개해 주세요. ▽김=경구피임약은 정해진 용법에 따라 복용 시 99% 이상의 피임 효과를 나타냅니다. 만약 피임약 복용을 잊었다면 즉시 복용해야 하며, 2알 이상을 먹지 않았다면 즉시 복용과 동시에 콘돔 등 보조피임법을 병행해야 합니다. 평소 피임약 복용을 자주 잊거나 매일 복용하기 어려운 생활 패턴을 가진 여성이라면 자궁 내 장치 피임을 추천합니다. 응급피임약은 고용량의 호르몬제를 복용해 배란을 방해하거나 수정란의 착상을 차단하는 방법입니다. 고용량의 호르몬에 노출되므로 말 그대로 응급 상황에서만 사용해야 합니다.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동아일보와 동아닷컴이 생생한 건강 정보를 전하는 ‘톡투건강 핫클릭’ 코너를 마련했다. 의사 출신인 이진한 의학전문기자가 각 분야 전문가와 함께 잘못 알려진 건강정보를 바로잡고 건강하게 100세 시대를 맞을 수 있는 비법을 전한다. 전체 대담을 담은 동영상은 동아닷컴에서 운영하는 기자블로그(Donga Journalists)와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에서 볼 수 있다. 톡투건강 핫클릭의 첫 번째 주제는 26일 ‘세계 피임의 날’을 맞아 김정연 산부인과 전문의와 함께 피임약에 대한 오해와 진실을 살펴봤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이하 이)=피임의 중요성을 알려면 우선 국내 낙태 현황부터 살펴봐야 할 것 같습니다. ▽김정연 산부인과 전문의(이하 김)=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10년 국내 낙태 건수는 약 16만8000건으로 하루 평균 약 450건입니다. 하지만 집계되지 않은 숨은 낙태까지 고려하면 훨씬 많은 생명이 빛을 보기 전에 사라지고 있습니다. 대한산부인과학회는 국내 하루 평균 낙태 건수를 약 3000건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이=‘피임’은 원치 않는 임신을 막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죠. 하지만 피임에 대한 이해와 실천이 저조합니다. 검증되지 않은 정보는 피임 실천을 방해하는 원인입니다. 대표적인 것 중 하나가 경구피임약을 오래 먹으면 불임이 된다는 것인데요. ▽김=정말 잘못된 얘기입니다. 피임약의 장기(2년 이상) 복용은 여성의 가임 능력에 영향을 미치지 않습니다. 유럽에서 임신을 원하는 여성 2064명을 대상으로 피임약 복용 중단 뒤 임신이 되기까지 소요 시간을 추적한 결과 복용 중단 뒤 1년간 79.4%가 임신에 성공했습니다. 이를 2년 이내로 늘리면 임신 성공 확률은 88.3%입니다. 이는 피임약을 복용하지 않은 환자군의 2년간 임신 성공률과 비슷합니다. ▽이=또 하나의 오해가 있는데 경구피임약은 부작용이 심하다는 것입니다. ▽김=경구피임약 복용 시 일부 여성들은 메스꺼움과 두통, 가슴 당김, 불규칙한 출혈 등의 증상을 경험합니다. 이런 증상은 복용 초기 우리 몸이 호르몬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데, 대부분 그 정도가 심하지 않습니다. 3개월 정도 지나면 자연스럽게 사라집니다. ▽이=피임약 복용 시 드물지만 구토를 심하게 하는 여성도 있다는데요. ▽김=그럴 경우 에스트로겐 함량이 낮은 저용량 피임약(처방전 필요)으로 바꾸는 게 좋습니다. ▽이=경구피임약이 다른 용도로도 사용된다는데요. ▽김=의사 처방에 따라 일부 경구피임약은 여성의 월경 질환 치료를 목적으로 사용합니다. 있습니다. 경구피임약을 복용하고자 하는 여성의 월경곤란증(월경통)이나 월경 전 불쾌장애 치료 시, 또 14세 이상 초경 후 중증도 여드름 개선을 위해 경구피임약을 처방할 수 있습니다. 치료 목적으로 경구피임약을 복용하려면 반드시 전문의와 상담해야 합니다. ▽이=월경주기법과 같은 자연주기법도 피임법에 속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김=아닙니다. 자연주기법은 비과학적 피임법으로 컨디션에 따라 피임 성공을 보장할 수 없습니다. 생리주기가 규칙적이라면 배란기를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난자와 정자가 평균 생존기간보다 오래 생존할 수 있고, 스트레스 정도나 컨디션에 따라 배란일이 바뀌기도 합니다. 자연주기법의 피임 성공률은 약 75% 정도에 불과합니다. 자연주기법은 현대적 피임법이 개발되기 이전 과학적 근거 없이 사용된 것인데,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는 가장 많이 활용되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이=사용목적에 따라 피임법을 소개해주세요. ▽김=경구피임약은 정해진 용법에 따라 복용 시 99% 이상의 피임효과를 나타냅니다. 만약 피임약 복용을 잊었다면 즉시 복용해야 하며, 2알 이상을 먹지 않았다면 즉시 복용과 동시에 콘돔 등 보조피임법을 병행해야 합니다. 평소 피임약 복용을 자주 잊거나 매일 복용하기 어려운 생활패턴을 가진 여성이라면 자궁 내 장치 피임을 추천합니다. 응급피임약은 고용량의 호르몬제를 복용해 배란을 방해하거나 수정란의 착상을 차단하는 방법입니다. 고용량의 호르몬에 노출되므로 말 그대로 응급상황에서만 사용해야 합니다.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likeday@donga.com}

지난해 가을과 겨울에는 유독 독감에 걸린 아이들이 많았습니다. 분명 독감 예방주사를 맞았는데도 독감에 걸렸다는 이들도 적지 않습니다. 이는 생후 6개월부터 만 12세까지 무료로 접종하는 독감 백신에 포함되지 않은 독감 바이러스가 유행한 탓입니다. 이를 독감 백신과 유행 독감 간의 ‘미스매치’라고 합니다. 독감 백신은 세계보건기구(WHO)의 권고에 따라 A형 바이러스 2종(H1N1, H3N2)과 B형 2종(빅토리아, 야마가타) 중 그해 유행할 것으로 예상되는 바이러스를 조합해 만듭니다. 3가 독감 백신은 A형 2종이 모두 포함되고 B형 2종 중 하나만 포함합니다. 3가란 쉽게 말해서 3가지 독감 바이러스를 예방한다고 보면 됩니다. 반면 4가 독감백신은 A형 2종과 B형 2종을 모두 포함합니다. 하지만 4가 백신은 환자가 4만 원가량을 자비로 부담해야 하는 유료 접종입니다. 이 때문에 부모들 사이에서는 “3가 백신을 무료로 접종했는데 아이가 독감에 걸렸다”면서 “돈 아끼지 말고 4가 백신을 맞힐 걸 그랬다”는 후회 섞인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이런 고민을 갖게 만드는 또 다른 백신이 있습니다. 바로 자궁경부암 백신입니다. 2016년부터 자궁경부암의 예방을 위해 만 12세 여아에게 무료로 접종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국가에서 지원하는 백신은 자궁경부암 2가 백신과 4가 백신, 두 종류입니다. 그런데 시중에는 이미 자궁경부암 9가 백신이 나와 있습니다. 9가 백신은 국가에서 지원하지 않기 때문에 두세 차례 맞히는 비용을 가정에서 부담해야 합니다. 회당 비용은 20만 원입니다. 경제적 여유가 있는 가정에선 딸의 건강을 위해 9가 백신을 접종하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한 제약사의 9가 백신 매출 자료에 따르면 서울 25개 자치구 중 강남 지역의 매출이 서울 전체 9가 백신 매출의 약 65%를 차지했습니다. 또 강남구 서초구 송파구 등 소위 강남 3구의 매출은 강북에서 매출이 가장 높은 3개구(마포구 서대문구 은평구)보다 약 3배 높았습니다. 2, 4가 백신에 비해 9가 백신에는 더 많은 바이러스 유형을 포함하고 있어 자궁경부암을 90%까지 예방할 수 있습니다. 또 9가 백신은 자궁경부암, 질암, 항문암 등 각종 암을 유발하는 ‘고위험’ 유형의 바이러스를 막아줍니다. 그러나 현재 국가에서 지원하는 2, 4가 백신은 이 바이러스로 인한 질병을 예방하지 못합니다. 일본뇌염 백신도 동일한 상황입니다. 일본 뇌염 백신은 생백신과 사백신이 있는데 현재 국가예방접종에는 사백신이 포함돼 있습니다. 사백신은 생후 12개월에 2회를 맞고 24∼36개월, 만 6세, 만 12세에 각 1회를 맞아 12년 동안 총 5회 접종을 해야 합니다. 반면 생백신은 영유아에서 생후 12개월, 24∼35개월 사이에 1회씩 2번 정도 맞으면 됩니다. 대신 회당 7만 원의 비용이 듭니다. 사백신에 비해 적게 맞아도 되다 보니 역시 강남 3구의 생백신 매출이 서울 전체 매출의 18%를 차지합니다. 경제적으로 여유로운 부모들은 국가가 지원하는 예방접종 대신 자비를 내서라도 더 효과가 좋고, 더 편리한 백신을 자녀에게 맞히고 있는 것입니다. 모든 국민에게 평등하게 부여하는 국가예방접종 혜택이 서민 부모들을 오히려 서럽게 만드는 역설적 상황이 발생하는 셈이죠. 정부 입장에선 예산상 비싼 백신을 제공할 수 없겠지만 만약 제때 예방하지 못해 감염병에 걸린다면 이후 더 많은 사회적 비용이 들어간다는 점도 고려해봐야 하지 않을까요.이진한 의사·기자 likeday@donga.com}

술에 취한 환자가 응급실에서 여의사를 주먹으로 때리고 간호사를 발로 차는 의료인 폭행사건이 또 발생했다. 18일 대한의사협회에 따르면 4일 서울 A병원 응급실에서 술과 수면제를 과다 복용한 환자가 치료 도중 1년차 여성 전공의 B씨의 뺨을 주먹으로 때리고 간호사를 발로 찼다. 이 환자 옆에 있던 다른 환자의 보호자는 이 장면을 동영상으로 촬영했다. 전공의 B씨는 “환자의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피검사를 하는 도중 환자가 간호사의 가슴을 발로 찼다”며 “환자에게 ‘(당신을) 구하려는 사람을 어떻게 발로 찰 수 있느냐’고 말하자 내 뺨을 때렸다”고 말했다. B 씨는 왼쪽 귓불 부위가 찢어져 피가 났고, 정신적 충격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14일에는 지방 B병원에서 소란을 피우고 보안요원을 폭행해 경찰에 연행된 환자가 다시 내원해 유리조각을 들고 의료진을 협박하며 난동을 부린 사건도 있었다. 정성균 의협 대변인은 “일선 경찰서는 경찰청이 발표한 대응·수사매뉴얼을 철저히 준수해야 한다”며 “의협은 진료실 내 폭행현장에서 매뉴얼 준수가 잘 이루어지는지 경찰청에 점검을 요청하는 한편 가해자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요구하겠다”고 말했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정부가 공공의료 서비스의 핵심인 국립중앙의료원을 확장 이전하려던 계획이 기초자치단체의 ‘님비(지역이기주의)’로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10일 의료계에 따르면 서울 서초구는 2022년 국립중앙의료원을 서초구 소재 원지동으로 이전하는 계획을 반대하고 나섰다. 본보가 입수한 서초구의 ‘국립중앙의료원 중앙감염병병원 별도 건립 저지 대책’에는 병원 건립 저지를 위해 주민설명회 개최, 청와대 국민 청원, 보건복지부 항의 방문 등에 나서겠다는 계획이 상세히 적혀 있다. 국립중앙의료원을 원지동에 새로 건립하는 방안은 15년 전인 2003년 처음 나왔다. 당시 서울시가 원지동 일대를 서울추모공원 부지로 확정하자 주민들이 반대했다. 서울시는 지역 주민들을 설득하기 위해 반대급부로 현재 서울 중구 을지로에 있는 국립중앙의료원 이전을 추진했다. 이후 사업 타당성 검토 등을 거쳐 2014년 말 사업계획이 최종 승인됐다. 정부는 2015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를 겪은 뒤 국립중앙의료원을 중앙감염병병원으로 지정했다. 중앙감염병병원은 메르스와 같은 신종 감염병 환자의 치료와 임상 연구를 담당하는 핵심 시설이다. 서초구는 감염병 전문 기관이 지역 내에 생기면 추가 감염에 대한 불안감으로 지역주민들이 반발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서초구 측은 뒤늦게 “기피 시설인 추모공원 건립에 대한 보상 차원으로 국립중앙의료원 건립을 원했는데 감염병원까지 함께 설치하는 것은 주민을 기만하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국립의료원은 2022년까지 원지동에 600병상 규모의 새 병원을 건립하려던 계획에 차질을 빚고 있다. 김철중 기자 tnf@donga.com·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부동산 우울증’을 호소하는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4일 현재 10건이 넘는다. 지난달 30일 글을 올린 한 청원자는 “나는 회사에서 동료들에게 무주택자라고 조롱받고, 내 아내는 아파트 단지 사람들에게 조롱받고 있다. 왜 이렇게 살아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집값 때문에 국민 절반이 우울증 걸릴 것”이라거나 “정부 대책을 믿고 주택 구입을 미뤘는데 우울증을 넘어 분노가 생긴다”는 글도 있다. 이 청원들은 대부분 집값이 급등한 올해 1, 2월과 8월에 작성됐다. 정신과 전문의인 오승준 새하늘병원 원장은 “지금 부동산 상황은 누구나 스트레스 받을 정도로 비정상적”이라며 “이럴 때는 ‘괜찮다’거나 ‘힘내라’는 식의 위로는 상태를 더 악화시킬 수 있다. 서로 조심하면서 담담히 지켜봐 주는 게 좋다”고 했다. 하루 종일 부동산만 생각하는 사람도 늘고 있다. 증권회사에 다니는 무주택자 성모 씨(41)는 “회사에 있다가도 틈만 나면 스마트폰으로 습관처럼 부동산 매물을 들여다보게 된다”고 했다. 실제 ‘네이버 데이터 랩’에 따르면 해당 포털 사이트에서 ‘서울 부동산’을 찾아본 일별 검색량은 지난달 27일이 2016년 이후 가장 많았다. 이날 네이버 이용자들이 ‘서울 부동산’을 찾아본 최대 검색량을 100으로 놓고 볼 때, 지난해 8·2부동산대책 당시의 같은 키워드 검색량은 39.4에 그쳤다. 이미 서울 부동산에 대한 관심이 8·2대책 당시를 뛰어넘은 것으로 해석된다. 5, 6월 서울 부동산에 대한 검색량은 10∼20 수준에 그쳤다. 서울 집값 상승이 계속되면서 서울에서 경기로 이사하는 사람도 늘어나는 추세다. 통계청 인구이동통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6월) 서울에서 경기로 주소지를 옮긴 사람이 18만6993명인 데 반해 서울로 들어온 경기도민은 12만714명에 그쳤다. 서울에서 경기로 이동한 ‘순이동자 수’가 6만6279명에 이르는 것으로 이는 전셋값 상승에 따라 ‘탈(脫)서울’ 붐이 일었던 2015, 2016년보다 많다.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16일 전남 순천 모 종합병원에서 노모 응급의학과 과장이 응급실 환자 박모 씨(57)에게 막무가내로 구타를 당했다. 노 과장은 “환자가 다짜고짜 ‘날 아느냐’며 물어 ‘모른다’고 하니 갑자기 뺨을 때렸다”며 “나중에 환자 차트를 보니 2년 전 응급실에서 난동을 부려 경찰에 신고한 기록이 있었다”고 했다. 2년 만에 보복폭행이 일어난 것이다. 매 맞는 의사가 해마다 늘고 있다. 2016년 560건에서 지난해 893건으로 껑충 뛰었다. 올해는 상반기에만 500여 건에 달한다. 병원 내 폭행은 대부분 경찰에 신고하기 전 합의하는 경우가 많아 드러나지 않은 폭행 사건은 이보다 3, 4배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의사들이 얼마나 ‘묻지마 폭행과 폭언’에 시달리는지 직접 체험하기 위해 의사인 본보 의학전문기자가 응급실 근무를 지원했다. 서울 관악구 H+양지병원 응급실에서다. 17, 18일 이틀간 오후 9시부터 다음 날 오전 2시까지 근무했다. 이 병원 주변엔 유흥가가 많아 술에 취해 다친 환자들이 응급실에 몰린다. 이들에 의한 의료진 폭행과 폭언, 기물 파손은 매달 5∼10건 발생한다.○ 주말 응급실은 ‘분노의 도가니’ 오후 11시까지는 비교적 한산한 응급실이 밤 12시를 넘기자 20병상 가득 환자가 찼다. 환자 3명 중 한 명은 술에 취한 상태였다. 대부분 정신을 잃은 채 119로 실려 왔다. 이 중 이모 씨(28)는 노래방에서 동료가 내리친 마이크에 머리가 2∼3cm가량 찢어져 피를 흘리고 있었다. 기자가 치료를 권하자 그는 “크게 다치지 않았는데 치료할 필요 없다. 담배 피우러 가겠다”며 막무가내로 응급실을 빠져나가려 했다. 계속 말리다가는 소란이 더 커질 것 같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유모 씨(27)는 친구와 소주 2병을 나눠 마신 뒤 갑자기 화가 난다며 술집 유리창을 내려쳐 손을 크게 다친 채 응급실을 찾았다. 이 경우 건강보험 혜택을 받지 못해 치료비가 두 배 정도 비싸진다는 병원 측 설명을 듣고는 분을 삭이지 못해 식식대며 계속 병동을 돌아다녔다. 술을 마시다 갑자기 얼굴에 두드러기가 나 응급실을 찾은 배모 씨(61)는 “도대체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느냐”며 고함을 질렀다. 오토바이가 넘어져 머리가 살짝 찢어진 김모 씨(19·여)도 “왜 빨리 치료를 해주지 않느냐”며 불만을 나타냈다. 대부분 응급실에서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는 기다림을 참지 못해서다. 하지만 이는 응급실 체계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데서 비롯된다. 응급실은 은행처럼 오는 순서대로 진료하지 않는다. 위급한 1단계 환자부터 상태를 지켜만 보면 되는 5단계 환자까지 내부적으로 분류해 진료 순서를 정한다.○ ‘친절한 안내’가 부족한 것도 문제 응급실을 찾은 환자는 자신의 상태를 제대로 알지 못해 불안감이 크다. 이럴 때 의료진이 환자의 얘기를 들어주거나 간단한 요구 사항을 해결해주면 환자는 안정을 되찾는다. 하지만 응급실 내 의료진은 눈코 뜰 새 없이 바빠 환자를 차분히 돌봐주지 못한다. 박상후 H+양지병원 홍보팀장은 “응급실 환자들은 대기시간에 불만이 많다. 진료 안내 서비스를 전담하는 인력이 있다면 응급실 내 문제를 상당 부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병원은 사설 경비원 4명을 두고 있다. 하지만 야간 근무 인원은 한 명이다. 출입관리와 순찰 업무를 하기에도 버거운 상황에서 술에 취한 환자를 상대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민간 병원에도 청원경찰을 의무 배치하자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전국 500여 개 응급의료센터에 청원경찰을 배치하려면 2000∼3000여 명이 추가로 필요해 현실성이 떨어진다. 이 때문에 의료계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인근 경찰서나 파출소와 핫라인으로 연결된 비상벨을 설치해 주기를 바라고 있다. 정성균 대한의사협회 대변인은 “응급의료 관리료를 신설해 국가가 경비원 비용을 지원해 주는 방법이 있다”며 “하지만 병원에서 폭력 사건이 발생하면 경찰이 바로 출동해야 사태를 조기에 수습할 수 있는 만큼 경찰과의 핫라인이 훨씬 필요하다”고 말했다.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16일 전남 순천 모 종합병원에서 노모 응급의학과 과장이 응급실 환자 박모 씨(57)에게 막무가내로 구타를 당했다. 노 씨는 “환자가 다짜고짜 ‘날 아느냐’며 물어 ‘모른다’고 하니 갑자기 뺨을 때렸다”며 “나중에 환자 차트를 보니 2년 전 응급실에서 난동을 부려 경찰에 신고한 기록이 있었다”고 했다. 2년 만에 보복폭행이 일어난 것이다. 매 맞는 의사가 해마다 늘고 있다. 2016년 560건에서 지난해 893건으로 껑충 뛰었다. 올해는 상반기에만 500여 건에 달한다. 병원 내 폭행은 대부분 경찰에 신고하기 전 합의하는 경우가 많아 드러나지 않은 폭행 사건은 이보다 3, 4배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의사들이 얼마나 ‘묻지마 폭행과 폭언’에 시달리는지 직접 체험하기 위해 의사인 본보 의학전문기자가 응급실 근무를 지원했다. 서울 관악구 신림동 H+양지병원 응급실에서다. 17, 18일 이틀간 오후 9시부터 다음달 새벽 2시까지 근무했다. 이 병원 주변엔 유흥가가 많아 술에 취해 다친 환자들이 응급실에 몰린다. 이들에 의한 의료진 폭행과 폭언, 기물파손은 매달 5~10건 발생한다.● 주말 응급실은 ‘분노의 도가니’ 오후 11시까지는 비교적 한산한 응급실이 자정을 넘기자 20병상 가득 환자가 들이찼다. 환자 3명 중 한 명은 술에 취한 상태였다. 대부분 정신을 잃은 채 119로 실려 왔다. 이 중 이모 씨(28)는 노래방에서 동료가 내리친 마이크에 머리가 2~3cm가량 찢어져 피를 흘리고 있었다. 기자가 치료를 권하자 그는 “크게 다치지 않았는데 치료할 필요 없다. 담배 피우러 가겠다”며 막무가내로 응급실을 빠져나가려 했다. 계속 말리다가는 소란이 더 커질 것 같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유모 씨(27)는 친구와 소주 2병을 나눠 마신 뒤 갑자기 화가 난다며 술집 유리창을 내려쳐 손을 크게 다친 채 응급실을 찾았다. 이 경우 건강보험 혜택을 받지 못해 치료비가 두 배 정도 비싸진다는 병원 측 설명을 듣고는 분을 삭이지 못해 식식대며 계속 병동을 돌아다녔다. 술을 마시다 갑자기 얼굴에 두드러기가 나 응급실을 찾은 배 모씨(61)는 “도대체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느냐”며 고함을 질렀다. 오토바이가 넘어져 머리가 살짝 찢어진 김모 양(19)도 “왜 빨리 치료를 해주지 않느냐”며 불만을 나타냈다. 대부분 응급실에서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는 기다림을 참지 못해서다. 하지만 이는 응급실 체계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데서 비롯된다. 응급실은 은행처럼 오는 순서대로 진료하지 않는다. 위급한 1단계 환자부터 상태를 지켜만 보면 되는 5단계 환자까지 내부적으로 분류해 진료 순서를 정한다.● ‘친절한 안내’가 부족한 것도 문제 응급실을 찾은 환자는 자신의 상태를 제대로 알지 못해 불안감이 크다. 이럴 때 의료진이 환자의 얘기를 들어주거나 간단한 요구 사항을 해결해주면 환자는 안정을 되찾는다. 하지만 응급실 내 의료진은 눈코 뜰 새 없이 바빠 환자를 차분히 돌봐주지 못한다. 박상후 H+양지병원 홍보팀장은 “응급실 환자들은 대기시간에 불만이 많다. 진료 안내 서비스를 전담하는 인력이 있다면 응급실 내 문제를 상당 부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병원은 사설 경비원 4명을 두고 있다. 하지만 야간 근무 인원은 한 명이다. 출입관리와 순찰 업무를 하기에도 버거운 상황에서 술에 취한 환자를 상대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민간병원에도 청원경찰을 의무배치하자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전국 500여 개 응급의료센터에 청원경찰을 배치하려면 2000~3000여 명이 추가로 필요해 현실성이 떨어진다. 이 때문에 의료계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인근 경찰서나 파출소와 핫라인으로 연결된 비상벨을 설치해 주기를 바라고 있다. 정성균 대한의사협회 대변인은 “응급의료 관리료를 신설해 국가가 경비원 비용을 지원해주는 방법이 있다”며 “하지만 병원에서 폭력사건이 발생하면 경찰이 바로 출동해야 사태를 조기에 수습할 수 있는 만큼 경찰과의 핫라인이 훨씬 필요하다”고 말했다.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올해 4월 일본은 원격진료에 건강보험을 적용해 그 활용도를 넓혔다. 그리고 원격진료라는 애매모호한 용어 대신 일반인도 이해하기 쉽도록 ‘온라인 진료’라는 말로 바꾸었다. 일본 후생노동성에 따르면 △고혈압, 당뇨병, 이상지질혈증 등 만성질환자 △암 등 난치병 △모야모야병, 파킨슨병 등 특정 질환 △치매, 정신질환 등 증상이 안정된 환자는 온라인 진료 시 환자는 진료비의 30%만 부담하면 된다. 나머지는 건강보험으로 지원한다. 온라인 진료 수가는 3만 원 정도다. 일본에선 올 초 온라인 진료기관이 1600여 곳에 이른다. 단, 온라인 진료를 받을 수 있는 대상 환자는 제한이 있다. 초진은 반드시 ‘대면진료’를 해야 한다. 또 6개월 동안 지속적으로 대면진료를 한 뒤 7개월째부터 온라인 진료가 가능하다. 의사가 환자에 대해 충분히 안 뒤 온라인 진료를 시작하도록 한 것이다. 또 온라인 진료 시 환자의 상태가 갑자기 악화되면 20∼30분 내에 대면진료를 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하도록 했다. 온라인 진료는 대면진료의 보조적 수단임을 분명히 한 셈이다. 일본은 이 같은 철저한 관리 속에서 온라인 진료 전용 애플리케이션(앱)인 포켓닥터나 클리닉스 등이 활성화돼 있다. 병원에서 초진을 받은 환자는 앱을 통해 언제 어디서나 온라인 진료를 받을 수 있다. 현재 두 곳에만 의료기관 1150여 곳이 참여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30년 전인 1988년에 이미 시범사업으로 서울대병원과 경기 연천보건소 간에 원격진료를 했다. 이후 2002년 의료법 개정으로 의사-의료인 간 원격진료 제도가 도입됐다. 하지만 의사와 환자 간의 원격진료는 안전성과 의료 영리화 논란 등으로 진척된 게 없다. 최근에야 의료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도서·벽지 주민 △격오지 군부대 장병 △원양선박 선원 △교정시설 재소자 등 대면진료가 불가능하거나 어려운 경우에 한해 의사-환자 간 원격의료 도입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일본은 21년 전인 1997년 이미 낙도 및 산간벽지를 대상으로 온라인 진료를 시작했다. 최근 여야는 원격진료 확대에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지만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여전히 강경한 입장이다. 직접 보지 않고 진료하면 오진이 많아지고, 대형병원 쏠림 현상이 심해진다는 이유에서다. 그 대신 의협은 도서·벽지에는 노인 인구가 많으므로 의사의 방문 진료와 병원선 운영, 응급헬기 지원 등을 활성화하자고 주장한다. 교정시설이나 군부대는 이미 상주하는 의료인을 통해 의료인 간 원격진료를 활용하면 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시대는 빠르게 변하고 있다. 최근 한국은 일본보다 7년 빨리 고령사회로 접어들었다. 사회 구조의 변화에 따라 과거 급성감염성 질환에서 이제는 만성퇴행성 질환이 대세다. 노인 재택 케어 환자나 요양병원 요양원 등 요양 서비스를 받는 환자도 늘고 있다. 몸이 불편해 매번 병·의원을 찾는 게 쉽지 않은 환자가 늘고 있다는 얘기다. 이제는 환자가 병원을 찾는 것이 아니라 의료진이 환자를 찾아가는 시대에 접어들었다. 의협이 주장하는 왕진 개념만으로는 충분한 의료 서비스를 받기 힘든 환자들이 너무 많다. 또 헬기나 병원선 운영에는 유지비용이 많이 든다. 도서·벽지까지 의사들의 방문 진료가 활성화될지도 의문이다. 물론 의협의 주장처럼 우리나라에선 원격진료의 안전성 여부가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 환자를 하루 100명은 봐야 돈을 버는 병원 수익 구조도 손봐야 한다. 하지만 일본의 사례를 보더라도 ‘초진 대면진료’를 원칙으로 하면 원격진료의 안정성 문제를 어느 정도 담보할 수 있다. 온라인 진료의 활성화가 반드시 대형병원 쏠림 현상으로 이어지는 것도 아니다. 다만 일본은 개업한 의사들이 평소 왕진이나 전화 상담 등을 통해 동네 주치의 역할을 하고 있다. 반면 국내에는 주치의 개념 자체가 약한 게 현실이다. 원격진료에 대한 정부의 노력과 의협의 주장은 모두 국민 건강을 지키기 위한 것이다. 서로 조금씩 양보하면 얼마든지 합의점을 찾을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는 상황에서 병원 이용이 쉽지 않은 환자가 왕진이든, 방문 간호든, 온라인 진료든 직접 선택할 수 있도록 다양한 옵션을 주는 일이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올해 4월 일본은 원격진료에 건강보험을 적용해 그 활용도를 넓혔다. 그리고 원격진료라는 애매모호한 용어 대신 일반인도 이해하기 쉽도록 ‘온라인 진료’라는 말로 바꾸었다. 일본 후생노동성에 따르면 △고혈압, 당뇨병, 이상지질혈증 등 만성질환자 △암 등 난치병 △모야모야병, 파킨슨병 등 특정 질환 △치매, 정신질환 등 증상이 안정된 환자는 온라인 진료 시 환자는 진료비의 30%만 부담하면 된다. 나머지는 건강보험으로 지원한다. 온라인 진료 수가는 3만 원 정도다. 일본에선 올 초 온라인 진료기관이 1600여 곳에 이른다. 단, 온라인 진료를 받을 수 있는 대상 환자는 제한이 있다. 초진은 반드시 ‘대면진료’를 해야 한다. 또 6개월 동안 지속적으로 대면진료를 한 뒤 7개월째부터 온라인 진료가 가능하다. 의사가 환자에 대해 충분히 안 뒤 온라인 진료를 시작하도록 한 것이다. 또 온라인 진료 시 환자의 상태가 갑자기 악화되면 20∼30분 내에 대면진료를 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하도록 했다. 온라인 진료는 대면진료의 보조적 수단임을 분명히 한 셈이다. 일본은 이 같은 철저한 관리 속에서 온라인 진료 전용 애플리케이션(앱)인 포켓닥터나 클리닉스 등이 활성화돼 있다. 병원에서 초진을 받은 환자는 앱을 통해 언제 어디서나 온라인 진료를 받을 수 있다. 현재 두 곳에만 의료기관 1150여 곳이 참여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30년 전인 1988년에 이미 시범사업으로 서울대병원과 경기 연천보건소 간에 원격진료를 했다. 이후 2002년 의료법 개정으로 의사-의료인 간 원격진료 제도가 도입됐다. 하지만 의사와 환자 간의 원격진료는 안전성과 의료 영리화 논란 등으로 진척된 게 없다. 최근에야 의료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도서·벽지 주민 △격오지 군부대 장병 △원양선박 선원 △교정시설 재소자 등 대면진료가 불가능하거나 어려운 경우에 한해 의사-환자 간 원격의료 도입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일본은 21년 전인 1997년 이미 낙도 및 산간벽지를 대상으로 온라인 진료를 시작했다. 최근 여야는 원격진료 확대에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지만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여전히 강경한 입장이다. 직접 보지 않고 진료하면 오진이 많아지고, 대형병원 쏠림 현상이 심해진다는 이유에서다. 그 대신 의협은 도서·벽지에는 노인 인구가 많으므로 의사의 방문 진료와 병원선 운영, 응급헬기 지원 등을 활성화하자고 주장한다. 교정시설이나 군부대는 이미 상주하는 의료인을 통해 의료인 간 원격진료를 활용하면 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시대는 빠르게 변하고 있다. 최근 한국은 일본보다 7년 빨리 고령사회로 접어들었다. 사회 구조의 변화에 따라 과거 급성감염성 질환에서 이제는 만성퇴행성 질환이 대세다. 노인 재택 케어 환자나 요양병원 요양원 등 요양 서비스를 받는 환자도 늘고 있다. 몸이 불편해 매번 병·의원을 찾는 게 쉽지 않은 환자가 늘고 있다는 얘기다. 이제는 환자가 병원을 찾는 것이 아니라 의료진이 환자를 찾아가는 시대에 접어들었다. 의협이 주장하는 왕진 개념만으로는 충분한 의료 서비스를 받기 힘든 환자들이 너무 많다. 또 헬기나 병원선 운영에는 유지비용이 많이 든다. 도서·벽지까지 의사들의 방문 진료가 활성화될지도 의문이다. 물론 의협의 주장처럼 우리나라에선 원격진료의 안전성 여부가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 환자를 하루 100명은 봐야 돈을 버는 병원 수익 구조도 손봐야 한다. 하지만 일본의 사례를 보더라도 ‘초진 대면진료’를 원칙으로 하면 원격진료의 안정성 문제를 어느 정도 담보할 수 있다. 온라인 진료의 활성화가 반드시 대형병원 쏠림 현상으로 이어지는 것도 아니다. 다만 일본은 개업한 의사들이 평소 왕진이나 전화 상담 등을 통해 동네 주치의 역할을 하고 있다. 반면 국내에는 주치의 개념 자체가 약한 게 현실이다. 원격진료에 대한 정부의 노력과 의협의 주장은 모두 국민 건강을 지키기 위한 것이다. 서로 조금씩 양보하면 얼마든지 합의점을 찾을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는 상황에서 병원 이용이 쉽지 않은 환자가 왕진이든, 방문 간호든, 온라인 진료든 직접 선택할 수 있도록 다양한 옵션을 주는 일이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도서산간 등 소외 지역과 군대 등에 한해 의사와 환자 간 원격의료를 허용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정부 여당이 은산분리 완화에 이어 원격의료 규제 완화에 나서면서 소득주도성장에서 혁신성장 중심으로 정책 전환이 본격화되고 있다. 동아일보가 22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9명(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제외)에게 소외 지역 의사와 환자 간 원격의료를 허용하는 방안에 대해 물은 결과 답변한 8명 중 반대는 1명뿐이었다. 5명이 찬성했으며 유보적 입장을 밝힌 2명도 실제론 찬성에 가까운 것으로 알려졌다. 원격의료는 스마트폰 등을 이용한 진료로, 현행 의료법은 의사끼리 자문을 하는 등의 원격의료만 허용하고 있다. 시민단체와 민주당 등 진보 진영이 원격의료 허용을 의료 영리화라며 반대해 왔기 때문이다. 원격의료에 대해 민주당이 입장을 바꾼 것은 문재인 대통령의 규제혁신 드라이브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이미 시범사업을 통해 안전성이 검증된 원격진료를 원천 차단하는 현행 의료법을 은산분리처럼 시대착오적인 ‘붉은 깃발법’으로 본 것. 앞서 문 대통령은 16일 청와대에서 열린 여야 원내대표 초청 오찬에서 “도서벽지에서 의료 혜택을 받기 어려운 환자를 원격의료로 (진료)하는 것은 선(善)한 기능”이라며 직접 원격의료 확대 의지를 내비쳤다. 동아일보의 설문에 응한 민주당 A 의원은 “문 대통령의 발언과 관련해 지난주 당정청이 모여 소외 지역에 한해 의사-환자 간 원격의료를 허용하기로 의견을 모았다”며 “야당, 의사협회 등과 협의되는 대로 의료법 개정안을 (정기국회에) 제출할 것”이라고 전했다. 자유한국당도 원격의료 확대에 찬성하는 만큼 법안이 발의되면 국회 통과 가능성은 높다. 다만 여당은 섬 지역 주민 등 대면진료가 어려운 부득이한 경우에만 우선 원격진료를 허용한다는 입장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재진 환자의 원격진료 허용에 대해서는 당내에서도 여전히 반대 의견이 있다. 소외 지역에 한해 원격진료를 허용하는 것은 의료 영리화와는 관련이 없다”고 못 박았다. 정성균 대한의사협회 대변인은 “미국 캐나다 등은 지역이 넓어 병원 접근성이 나빠 원격의료가 대안이지만 한국은 의사를 쉽게 접할 수 있기 때문에 원격의료는 의미가 없다”고 했다.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