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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신생아 집단 사망으로 논란의 중심에 선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중환자실이 새롭게 탈바꿈한다. 기존 신생아 중환자실 병상은 총 22개였다. 칸막이가 없는 19개 병상과 격리실 3개 병상이었다. 칸막이가 없다 보니 감염에 취약했다. 8월 새롭게 문을 여는 신생아 중환자실은 병상 수를 기존의 절반인 11개로 줄였다. 특히 모두 벽을 설치해 1인실로 바꾼다. 감염된 미숙아 치료를 위해 음압시설을 갖춘 격리실도 2개 설치한다. 외부의 공기가 안으로 유입되지 않는 양압 격리실도 1곳 마련한다. 모두 환자의 감염을 원천 차단하기 위한 조치다. 리모델링 비용만 22억 원이 들어갔다. 1개 병상당 2억 원을 투자한 셈이다. 이렇게 탈바꿈하면 신생아 중환자실로는 서울아산병원 정도를 제외하고는 국내 최고 수준이 된다. 서울아산병원 신생아 중환자실은 총 병상이 58개에 음압 및 양압 병상 수가 6개다. 삼성서울병원 신생아 중환자실엔 음압 및 양압 병상이 없다. 또 이대목동병원은 간호사가 영양주사제를 신생아 중환자실에서 조제하는 관행을 뿌리 뽑기 위해 약사를 6명 충원했다. 영양주사제를 조제하는 멸균 공간인 클린벤치도 국내 최고급 시설로 두 대 설치했다. 클린벤치 1대당 가격은 1000만 원을 넘는다. 8월 리모델링 이후 신생아 중환자실의 간호사 한 명당 환자 수가 5명에서 2명으로 줄어든다. 그만큼 집중 케어가 가능하다. 문병인 이화의료원장은 11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지난해 신생아 집단 사망 사건 이후) 감염 예방과 관련해 최고의 병원을 만들겠다는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일본과 미국 등 여러 병원을 다녀왔다”며 “진료 환경을 바꾸고 인력 수준을 높이기 위해 대대적인 혁신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유족과 국민 여러분께 사죄하는 마음을 잊지 않고 앞으로 섬김과 나눔이란 이화의료원의 정신을 제대로 실천해 나가겠다”고 다짐했다.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팔 다리 뼈에 금이 가거나 부러졌을 때 오래전부터 정형외과에선 흔히 흰색 석고로 뼈가 아무는 동안 움직이지 않도록 고정시키는 치료를 했었는데요, 이를 캐스트라고 합니다. 석고 캐스트는 1850년대에 네덜란드 군의관이 최초로 개발해 정형외과 분야의 골절 및 염좌 치료에 사용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깁스’는 석고의 독일어 표현입니다. 120년 동안 석고 캐스트를 사용하다가 1970년대 미국 3M사가 석고 대신 플라스틱(fiber glass)을 사용하는 캐스트를 개발했습니다. 현재는 세계적으로 석고와 플라스틱 캐스트가 동시에 사용되고 있습니다. 플라스틱 캐스트는 외부 재질이 석고에서 플라스틱으로 대체된 점을 빼면 캐스트의 구조적 측면에서 석고 캐스트와 동일합니다. 결국 캐스트는 170년간 기술적으로 큰 변화 없이 사용되는 세계적 장수기술 중 하나입니다. 소아 때는 팔 부위에 골절이 흔히 생겨 캐스트를 많이 사용하는 시기입니다. 또 다리 수술 뒤 성장판 손상을 예방하기 위해 캐스트를 사용하기도 합니다. 뼈가 부러진 곳에 핀을 박아 고정할 때도 보조적 수단으로 캐스트를 사용합니다. 그러나 캐스트 사용 중에 뼈가 엉뚱하게 붙거나 피부 부위에 괴사나 욕창이 생길 수 있습니다. 신경 마비 등 부작용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문제는 캐스트가 시멘트를 바르는 것처럼 시술 부위의 피부를 완전히 가리고 있어 이를 관찰하기 힘들다는 점입니다. 대개 골절이나 심각한 염좌, 인대 손상 등을 치료하려면 환자들은 짧게는 2∼3주에서 길게는 1∼2개월까지 신체 부상 부위를 캐스트로 꽁꽁 싼 채 지내야 합니다. 이 때문에 작은 부작용을 제때 확인하기 힘들어 더 큰 손상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또 공기가 잘 안 통해 가려움 등 피부병을 유발하거나 물 사용이 힘들어 냄새가 나는 등의 문제도 빼놓을 수 없는 캐스트의 단점입니다. 최근 이런 문제를 획기적으로 줄이는 새로운 개념의 오픈 캐스트(그물망 캐스트)가 한국 기술로 개발됐습니다. 오픈 캐스트는 특수 플라스틱(열가소성복합수지)으로 만들어져 80∼90도의 열을 가하면 부드럽게 변형시킬 수 있어 탈·부착이 쉽습니다. 오픈 캐스트는 기존 캐스트와 달리 그물망으로 돼 있어 공기와 잘 통할뿐 아니라 외부에서 쉽게 병변 부위를 지속적으로 관찰할 수 있습니다. 또 오픈 캐스트는 그물 구조여서 육안으로 피부 상태를 확인할 수 있으며 땀 증발이 용이합니다. 그만큼 기존 석고 또는 플라스틱 캐스트 착용 시 발생하는 냄새나 가려움, 갑갑함, 피부병 유발의 가능성이 매우 낮습니다. 다만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기존 깁스의 경우 환자 본인부담금이 2만∼5만 원이지만 오픈 캐스트는 아직 비(非)급여 품목이어서 약 25만 원을 환자가 전액 부담해야 합니다. 환자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하루빨리 오픈 캐스트에 건강보험이 적용되기를 바랍니다.이진한 의사·기자 likeday@donga.com}

“뇌 자기공명영상(MRI) 검사 보험급여 기준을 보건당국은 9월까지 마무리 짓자고 한다. 환자의 부담을 줄이기 위한 정책이어서 동의하지만 아직 관련 6개 전문학회, 병원, 의원 등과 조율할 일이 너무 많다. 정부가 왜 이렇게 서두르는지 모르겠다.”(의사협회 관계자) “서울에서 과거 치매지원센터들을 구축하는 데 4년이 걸렸다. 그런데 올해 안으로 전국 218곳에 치매안심센터를 설치하라고 한다.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의료 인력이 안 따라준다. 예산도 지방자치단체가 일부 부담해야 한다. 급하게 서두르다가 문제가 생길까 봐 걱정이다.”(치매안심센터 운영 관계자) 현 정부가 중점 추진 중인 뇌 MRI 급여화 및 치매안심센터 설치 등이 무리한 일정으로 현장 곳곳에서 잡음을 일으키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6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치매안심센터의 경우 인력과 시설 미비 등의 이유로 현재 완전 개소한 곳은 총 218곳 중 69곳에 불과한 상황이다. 더구나 농어촌 등 의료 사각지대에 있는 대부분의 치매안심센터는 의사 등 필수 인력이 부족해 올해 말까지도 완전 개소가 힘들어 보인다. 이 때문에 일률적으로 한꺼번에 센터를 개소하는 것보단 시범사업 시행 등을 통해 지역 규모에 맞는 치매안심센터 모델을 만들어 가야 한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전국적으로 치매 관련 전문의사도 부족하다. 그러다 보니 보건당국은 현재 치매 전문의사가 아닌 일반 의사를 대상으로 단기간 교육을 해 치매 진단 및 예방 사업에 투입하고 있다. 또 현재 운영 중인 센터들은 치매 검사 건수 및 진단율 중심으로 평가를 받다 보니 중증 치매 환자 관리와 예방 사업보다 치매 진단율을 높이기 위한 쪽으로 인력이 편중돼 있다. 검사 건수를 높이기 위한 꼼수도 눈에 띈다. 경로당이나 홀몸노인을 찾아가 치매 진단부터 무조건 하는 식이다. 정작 조기 진단 뒤 이들을 위한 다음 단계의 조치는 부족한 상황이다. 이 모든 것이 급하게 서두르면서 생기는 문제들이다. 외국의 경우 국내 시설 서비스와는 달리 치매 환자들을 위한 재가(在家) 서비스에 더 중점을 두고 있다. 치매 환자들을 되도록 가정에서 돌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이야기다. 가령 프랑스는 치매 환자가 집에서 간병인의 도움으로 생활할 수 있게 지원한다. 독일이나 네덜란드는 재가 케어 활성화 차원에서 재가 이용자에게는 현금 급여를 주는 등 인센티브를 부여하고 있다. 일본에서도 시설 케어 입소에 제한을 두고, 배회하는 치매 환자들을 위해 아파트 문을 색깔별로 구분하거나 도로표지판을 개선하는 등 도시환경을 바꾸는 데 역점을 두고 있다. 현장 전문가들은 우리나라도 치매 친화적인 사회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한데, 현재는 치매 환자를 조기에 찾아내 요양원이나 요양병원 등 시설로 밀어내는 데 힘을 쏟고 있는 느낌마저 든다며 허탈해하고 있다. 현재 병원에서 30만∼50만 원 하는 뇌 MRI의 경우 급여를 통해 환자의 부담을 절반 이상 줄이는 것이 문재인 케어의 핵심이다. 하지만 이러한 뇌 MRI를 전면 급여화할 경우 일부 의료진이나 환자들이 이를 악용하는 도덕적인 해이가 발생할 수 있다. 가령 가벼운 두통 환자가 와서 MRI 검사를 요구한다면 이런 환자에게까지 급여를 지급할 필요가 있느냐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 이런 논의는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최근 의정(醫政) 실무협의체의 대한의사협회 협상단 및 뇌 MRI 관련 6곳 전문학회는 본격적인 논의도 하기 전에 복지부가 급여 범위 및 적용 시기를 성급하고 일방적으로 발표한 것에 항의하는 성명서를 발표하며 거세게 반발하는 상황이다. 의료정책의 경우 잘못 추진하면 큰 효과를 보지 못하면서 사실상의 국민 세금인 의료비는 기하급수적으로 빠져나갈 수 있다. 특히 뇌 MRI 검사의 경우 졸속 추진으로 수많은 시행착오를 하기보다 처음에 그 틀을 잘 만들어 가야 한다. 그래야 △2019년 복부, 흉부 MRI △2020년 척추 MRI △2021년 근골격계 MRI 등 앞으로 예정된 부위별 MRI 보험 급여 기준을 만들 때 잡음이 없다. 이는 치매 정책에도 똑같이 적용되는 사안이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 likeday@donga.com}
뇌혈관 환자를 주로 보는 지방의 A병원은 1일 시행된 주 52시간 근로제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 병원 의료진은 한밤중에 실려 오는 뇌출혈 환자를 수술하고 중증 입원환자를 돌보기 위해 주당 평균 60시간씩 일해 왔지만 앞으로 이런 초과근로는 불법이다. 현재 직원이 400여 명인 이 병원은 주 52시간을 맞추려면 응급실 간호사 등 직원 40여 명을 더 뽑아야 하지만 지방병원에서 간호사 구하기는 만만치 않다. 원장 B 씨는 “(6개월간 처벌 유예가 끝나는) 내년 1월부터는 응급환자들을 돌려보내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 의료 현장도 ‘주 52시간제 태풍’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만약 노사가 근로기준법 특례적용에 합의하지 않으면 봉직의(페이닥터)와 간호사도 다른 직종과 똑같이 주 52시간까지만 일할 수 있다. 현재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보건의료산업노조는 병원의 특례적용에 반대하고 있어 300인 이상 중대형 종합병원 대다수가 노사 합의를 이루지 못한 상태다. 야간 근무가 잦은 응급실이나 권역외상센터, 뇌심혈관센터 등에선 초과근로의 불법을 피하려면 인력 충원이 시급하지만 격무 부서를 기피하는 탓에 이조차 쉽지 않다.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의료진의 갑작스러운 근로시간 단축이 환자의 안전이나 의료의 질 저하로 이어지지 않도록 정부가 시급히 인력수급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지적했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경기 A요양병원에선 70세가 넘은 의사가 야간에 혼자서 노인 입원환자 200여 명을 돌보게 될지도 모른다. 현행 의료법상 요양병원은 야간(오후 6시∼다음 날 오전 9시) 당직의사를 둬야 한다. 현재는 15시간 근무가 되는데 1일부터 시행된 주 52시간 근로제에 맞추려면 현재 1명인 당직의사를 2명으로 늘려야 한다. 원장 B 씨는 “높은 연봉을 주고 젊은 의사를 데려올 형편이 안 된다”며 “진료 현장에서 은퇴한 고령 의사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과로가 일상인 의료 현장, 주 52시간 충격 커 주 52시간제 시행을 맞은 의료 현장 곳곳에서 예상치 못한 혼란이 나타나고 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조사에 따르면 간호사와 방사선사 등 보건업 종사자 중 주 52시간 초과 근로자 비율은 10.8%에 이를 정도로 장시간 근로가 일상화돼 있다. 이런 상태에서 준비 없이 주 52시간제를 맞으니 충격이 클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의사와 간호사, 방사선사 등이 포함된 보건업은 운송업 4개 업종(육상, 수상, 항공, 기타)과 함께 ‘근로시간 특례업종’으로 지정돼 있다. 다른 업종과 달리 주당 근로시간 상한이 없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노사가 특례 조항을 적용하기로 합의했을 때만 가능한 얘기다. 병원 측이 근로자 대표와 서면으로 합의하지 않으면 의사와 간호사도 다른 업종과 똑같이 주 52시간제를 지켜야 한다. 현재 주 52시간제가 우선 적용된 근로자 300인 이상 중대형 종합병원 대다수는 아직 노사 합의를 이루지 못한 상태다. 보건의료노조는 “특례 조항을 적용하면 사실상 ‘무제한 근로’가 가능해진다”며 특례 적용을 거부하고 있다.○ 구인난에 시달리는 응급환자 부서 병원 내에서 주 52시간제 적용으로 혼란이 큰 대표적 장소는 24시간 진료 체계를 유지해야 하는 응급실과 권역외상센터다. 한 권역외상센터에서 응급수술과 헬기 출동을 전담하는 간호사 전모 씨(37·여)는 하루 13시간씩 나흘 일하고 이틀 쉬는 근무 일정을 반복해 주 61시간 이상 일한다. 전 씨는 “지금보다 근무시간을 줄이면 간호사 한 명당 한꺼번에 돌봐야 할 중증외상환자가 현재의 2, 3명에서 4, 5명으로 늘어난다”며 “사실상 환자를 살리는 걸 포기하라는 얘기”라고 말했다. 새 일손을 뽑으면 해결될 일이지만 사람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 수준이다. 상당수 권역외상센터가 지방에 있는 데다 업무 강도가 세기로 유명해 구직자가 기피하기 때문이다. 중환자실도 마찬가지다. 대형병원 중환자실 간호사는 3교대로 주 48∼52시간 일하는 경우가 많지만 지방병원은 인수인계를 명목으로 하루 2, 3시간씩 초과근로를 하는 게 보통이다. 한 중환자실 간호사는 “동료가 환자에게 심장마사지를 벌이는 판에 누가 ‘주 52시간제를 지키겠다’며 퇴근할 수 있겠느냐”며 “결국 위법을 피하기 위해 시간외수당도 받지 못하고 일하게 될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11시간 연속 휴식’ 조항도 복병 노사가 특례업종 적용에 합의해 주 52시간제 적용을 피하더라도 9월부터 시행될 ‘연속 11시간 휴식’ 조항이 복병이 될 것으로 보인다. 자정에 퇴근하면 오전 11시까지는 반드시 쉬게 하는 식으로 최소한의 휴식권을 보장하는 것으로 특례업종에만 적용되는 조항이다. 이게 적용되면 의료진이 온콜(on-call·비상대기) 상태에 있다가 응급수술을 하는 일이 불가능해진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 혈관이식외과에서 일하는 임상강사 박모 씨(37)는 “새벽에 응급 이식수술을 했다고 그날 예정돼 있는 정규 이식수술을 취소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서울의 한 대학병원은 아예 특례업종 적용을 포기했다. 연속 11시간 휴식보다는 주 52시간제를 지키는 게 차라리 쉬울 것 같다는 이유에서다.조건희 becom@donga.com·유성열 기자·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경기 A 요양병원에선 70세가 넘은 의사가 야간에 혼자서 노인 입원환자 200여 명을 돌보게 될지도 모른다. 현행 의료법상 요양병원은 야간(오후 6시~오전 9시) 당직 의사를 둬야 한다. 현재는 15시간 근무가 되는 데 1일부터 시행된 주 52시간 근로제에 맞추려면 현재 1명인 당직 의사를 2명으로 늘려야 한다. 원장 B 씨는 “높은 연봉을 주고 젊은 의사를 데려올 형편이 안 된다”며 “진료 현장에서 은퇴한 고령 의사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과로가 일상인 의료 현장, 주 52시간 충격 커 주 52시간제 시행을 맞은 의료 현장 곳곳에서 예상치 못한 혼란이 나타나고 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조사에 따르면 간호사와 방사선사 등 보건업 종사자 중 주 52시간 초과 근로자 비율은 10.8%에 이를 정도로 장시간 근로가 일상화돼있다. 이런 상태에서 준비 없이 주 52시간제를 맞으니 충격이 클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의사와 간호사, 방사선사 등이 포함된 보건업은 운송업 4개 업종(육상, 수상, 항공, 기타)과 함께 ‘근로시간 특례업종’으로 지정돼 있다. 다른 업종과 달리 주당 근로시간 상한이 없다. 4시간 일할 때마다 30분씩 주어지는 의무 휴게시간 조항에서도 제외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노사가 특례 조항을 적용하기로 합의했을 때만 가능한 얘기다. 병원 측이 근로자대표와 서면으로 합의하지 않으면 의사와 간호사도 다른 업종과 똑같이 주 52시간제를 지켜야 한다. 현재 주 52시간제가 우선 적용된 근로자 300인 이상 중대형 종합병원 대다수는 아직 노사 합의를 이루지 못한 상태다. 보건의료노조는 “특례 조항을 적용하면 사실상 ‘무제한 근로’가 가능해진다”며 특례 적용을 거부하고 있다.● 구인난에 시달리는 응급환자 부서 병원 내에서 주 52시간제 적용으로 혼란이 큰 대표적 장소는 24시간 진료 체계를 유지해야 하는 응급실과 권역외상센터다. 경기의 한 권역외상센터에서 응급수술과 헬기출동을 전담하는 간호사 전모 씨(37·여)는 하루 13시간씩 나흘 일하고 이틀 쉬는 근무 일정을 반복해 주 61시간 이상 일한다. 전 씨는 “지금보다 근무시간을 줄이면 간호사 한 명당 한꺼번에 돌봐야할 중증외상환자가 현재의 2, 3명에서 4, 5명으로 늘어난다”며 “사실상 환자를 살리는 걸 포기하라는 얘기”라고 말했다. 새 일손을 뽑으면 해결될 일이지만 사람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 수준이다. 상당수 권역외상센터가 지방에 있는 데다 업무강도가 높기로 유명해 구직자가 기피하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가 3월부터 권역외상센터의 간호사 추가 채용 인건비(1명당 연 4000만 원)까지 지원하고 있지만 부산대병원과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에선 오히려 간호사가 1명씩 줄었다. 기존 인력도 붙잡기 어려운 상태라는 뜻이다. 중환자실도 마찬가지다. 대형병원 중환자실 간호사는 3교대로 주 48~52시간 일하는 경우가 많지만 지방병원은 인수인계를 명목으로 하루 2, 3시간씩 초과근로를 하는 게 보통이다. 한 중환자실 간호사는 “동료가 환자에게 심장 마사지를 벌이는 판에 누가 ‘주 52시간제를 지키겠다’며 퇴근할 수 있겠느냐”며 “결국 위법을 피하기 위해 시간외수당도 받지 못하고 일하게 될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11시간 연속 휴식’ 조항도 복병 노사가 특례업종 적용에 합의해 주 52시간제 적용을 피하더라도 9월부터 시행될 ‘연속 11시간 휴식’ 조항이 복병이 될 전망이다. 자정에 퇴근하면 다음날 오전 11시까지는 반드시 쉬게 하는 식으로 최소한의 휴식권을 보장하는 것으로 특례업종에만 적용되는 조항이다. 이게 적용되면 의료진이 온콜(on-call·비상대기) 상태에 있다가 응급수술을 하는 일이 불가능해진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 혈관이식외과에서 일하는 임상강사 박모 씨(37)는 “새벽에 응급 이식수술을 했다고 다음날 예정돼있던 정규 이식수술을 취소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서울의 한 대학병원은 아예 특례업종 적용을 포기했다. 연속 11시간 휴식보다는 주 52시간제를 지키는 게 차라리 쉬울 것 같다는 이유에서다. 주 52시간제가 근로자 50~299인 사업장(2020년 1월)과 5~49인 사업장(2021년 7월)으로 각각 확대되면 혼란은 더 커질 수 있다. 밤에도 의료진을 둬야 하는 소규모 호스피스의원 등에도 주 52시간제가 적용되기 때문이다. 정재수 보건의료노조 정책실장은 “환자의 생명권을 위해서라도 의료 인력을 반드시 확충해야 한다”고 말했다.조건희기자 becom@donga.com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likeday@donga.com}

날이 더워지면서 일본뇌염 모기가 곳곳에서 일찍 발견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추세라면 질병관리본부는 조만간 일본뇌염 경보를 발령할 것으로 보입니다. 일본뇌염 경보는 일본뇌염 감염 환자가 발생하거나 일정 정도 이상의 일본뇌염 모기 밀집도가 관찰된 경우 발령하게 됩니다. 일본뇌염은 일본뇌염 바이러스를 가진 작은빨간집모기에 물리면 생깁니다. 다만 모두가 뇌염에 걸리는 것은 아닙니다. 즉 일본뇌염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발생하는 뇌염의 99% 이상은 무증상이거나 열을 동반하는 가벼운 증상만 보입니다. 건강한 성인이라면 대부분은 증상이 없습니다. 하지만 드물게 발열, 심한 두통, 구토, 경련 등의 증상을 보이며 급성뇌염으로 진행될 수 있습니다. 특히 후유장애로 의식변화, 국소신경장애, 운동장애, 혼수상태, 뇌전증 같은 위중한 질환으로 나타날 수 있습니다. 특히 급성 뇌염의 20∼30%는 사망에까지 이를 수 있기 때문에 각별히 주의해야 합니다. 모기를 완전히 차단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백신 접종이 유일한 예방책입니다. 정부는 일본뇌염을 국가예방접종사업 대상이 되는 제2군 감염병으로 분류하고 신생아에게 필수 예방접종을 무상으로 제공하고 있습니다. 무료 일본뇌염백신엔 생백신과 사백신 두 종류가 있습니다. 생백신은 생후 12개월부터 1년 간격을 두고 2회 맞으면 추가접종이 필요 없습니다. 반면 사백신은 생후 12∼23개월에 1차 접종 뒤 7∼30일 사이 2차 접종을 하고 12개월 뒤, 만 6세, 만 12세 등 총 5회 접종을 해야 평생 동안 일본뇌염에 대해 면역력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사백신은 5회 접종이다 보니 접종 편의성이 떨어져 무료임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90%에 턱걸이하는 영유아 접종률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는 2016년 92.7%에 비해 더 떨어진 수치입니다. 생백신은 접종 편의성은 높지만 살아있는 바이러스를 주입하므로 면역력이 약하면 백신을 맞고 오히려 바이러스에 감염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습니다. 그러나 통계적으로 보면 사백신 접종으로 인한 부작용과 생백신 접종으로 인한 부작용은 빈도나 심각성에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전량 수입해 사용하는 무료 생백신(씨디 제박스·동물유래백신)의 경우 의료기관마다 구비해 놓은 상황이 달라 원한다고 쉽게 맞을 수 없는 게 현실입니다. 이 경우엔 예방접종도우미 홈페이지 또는 관할 보건소를 통해 무료생백신을 갖춘 의료기관을 확인한 뒤 미리 전화로 알아본 뒤 접종하는 것이 좋습니다. 다행히 최근엔 백신으로 인한 감염 걱정이 필요 없는 세포배양 생백신(이모젭)이 국내에 출시됐습니다. 세포배양생백신은 바이러스를 약화시켜 넣은 기존 세포배양 백신이 아니라 바이러스의 일부분만 배양해서 백신으로 만든 것이어서 안전성이 높아졌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백신은 아직 국가예방접종사업의 대상이 아니어서 다른 백신과 달리 적지 않은 부담을 해야 됩니다. 결국 공급 부족과 비용의 문제로 인해 일본뇌염 백신접종현장에선 접종 편의성이 높은 생백신이 사백신에게 밀리고 있습니다. 질병 예방에 더 유리한 백신이 더 환영받아야 한다는 점을 생각하면 정부의 노력이 아쉬운 대목입니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최근 더위가 기승을 부리면서 체력과 면역력이 떨어지기 쉬운 시기입니다. 이 시기 중·장년층에서 흔하게 생기는 질환 중 대표적인 것이 대상포진인데요. 실제로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발표한 2014년 월별 대상포진 진료환자 분석 자료에 따르면 대상포진 발병률은 기온이 오르는 여름철(7∼9월)에 가장 높았습니다. 대상포진은 수두·대상포진 바이러스가 원인입니다. 어렸을 적 수두를 일으킨 바이러스가 몸속에 잠복해 있다가 노화, 과로, 스트레스 등으로 면역력이 저하됐을 때 얼굴 허리 다리 등에 띠 모양의 수포와 통증을 동반한 대상포진으로 나타납니다. 대상포진은 통증과 부위별 다양한 합병증이 생깁니다. 통증의 양상은 다양해 △벌레가 기어가는 느낌 △찬물을 끼얹은 듯한 느낌 △칼로 살을 베는 느낌 등과 같은 증상을 호소합니다. 환자의 96%가 급성 통증을 경험한 적이 있으며 이 중 45%는 통증을 매일 겪고 있습니다. 한 통증 척도에 따르면 대상포진의 통증은 산통, 수술 뒤 통증보다 심각할 정도입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면역력이 약하거나 스트레스가 많은 50대 이상의 경우 대상포진 백신을 맞기를 권장합니다. MSD의 조스타박스는 2006년 미국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승인 받은 이후 10년 이상 유일한 대상포진 백신으로 전 세계 60개국 이상에서 사용돼왔습니다. 하지만 최근에 조스타박스의 대항마들이 속속 나오고 있습니다. SK케미칼은 자체 기술로 개발한 ‘스카이조스터’에 대해 지난해 9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시판 허가를 받아 국내에 공급하고 있습니다. 스카이조스터는 3상 임상시험을 통해 조스타박스와 면역원성 및 안전성에서 비열등성(기존 약과 동등함)을 입증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다만 이 백신이 어느 정도 효과가 있는지는 좀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조스타박스의 경우 임상연구에서 50대 이상 성인에서 51∼70% 예방효과를 보였습니다. 진료환경 내 연구에서는 55%의 예방 효과가 확인됐습니다. 스카이조스터도 이와 비슷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런데 국내에선 아직 허가 받지 못한 GSK의 대상포진 백신 ‘싱그릭스’가 외국에서 상당한 돌풍을 몰고 있습니다. 싱그릭스는 미국과 캐나다에 이어 유럽에서 시판 허가를 받아 조스타박스와 글로벌 백신 시장을 두고 본격적인 경쟁에 들어갔습니다. 국내엔 당장 출시 계획이 없어 싱그릭스를 맞으려면 내년까지 기다려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일단 싱그릭스는 약효가 상당히 탁월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관련 자료에 따르면 3만8000명 이상을 대상으로 한 3상 연구 프로그램에서 싱그릭스는 50세 이상 성인에서 90% 이상의 높은 예방효과를 보였습니다. 이 효과는 4년 추적 연구 기간 유지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다만 조스타박스, 스카이조스터가 1회 투여하는 것과 달리 싱그릭스는 2회 투여해 편리함은 떨어집니다. 또 싱그릭스의 경우 주사 뒤 주사 부위 통증, 발적(빨갛게 부어오름) 등이 다른 백신에 비해 좀 더 심한 것으로 알려져 있어 국내 시장 진입에 앞서 이런 약점을 어떻게 극복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likeday@donga.com}

흔히 소아과 의사들은 ‘소아는 성인의 축소판이 아니다’라고 강조한다. 이는 같은 질병이어도 소아는 약물을 대사시키는 간과 신장의 크기가 작고 생리기전도 다르기 때문에 치료법이 완전히 달라진다는 의미다. 따라서 성인이 사용하는 감기약이나 소화제를 소아에게 절반이나 3분의 1로 줄인 용량을 투여하면 치료가 되지 않을 뿐 아니라 오히려 약의 부작용 위험이 클 수 있다. 그런데 소아는 성인과 달리 임상시험을 통과한 약이 많지 않다. 이 때문에 병원에선 성인에게만 사용하는 약을 부작용 위험을 감수하면서 소아에게 투여하는 경우가 많다. 소아에게 안전성, 유효성 확인 없이 사용되는 약은 오프라벨 약(미승인 약물, 허가 외 약)으로 불린다. 국내 통계에 따르면 소아에게 쓰는 약 중 60% 이상이 오프라벨 약이다. 이러한 사실을 아는 부모들이 과연 얼마나 될까. 특히 아이를 수술할 때 사용하는 마취제의 대부분이 성인에게만 허용된 약이다. 연예인들의 상습 투여 마취약으로 잘 알려진 프로포폴도 3세 미만의 소아에게는 투여하는 게 금기이지만 병원에선 어쩔 수 없이 사용한다. 비아그라도 소아에겐 오프라벨 약이다. 발기부전치료제로 유명하지만 소아에겐 폐동맥고혈압치료제로 사용된다. 외국에선 1999년부터 오프라벨로 사용하다 2011년 5월 유럽에서 임상을 근거로 소아용 폐동맥고혈압치료제로 승인을 받았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여전히 소아에게 미승인 폐동맥고혈압치료제로 사용 중이다. 이러한 소아의 오프라벨 약들이 최근 의료계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오프라벨 약을 널리 알리는 데 불을 지핀 것은 다름 아닌 ‘스모프리피드’였다. 이 약은 지난해 말 이대목동병원에서 신생아 사망 사건의 원인으로 밝혀진 지질 영양제인데 유럽과 한국에서는 신생아에게도 사용하지만 미국에선 신생아나 미숙아에게 사용이 금지된 오프라벨 약이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선 신생아에게 스모프리피드를 사용하는 것에 대해 아직 안전성, 유효성 임상시험의 승인이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체재가 없기 때문에 미국에서도 중환자실에 입원한 신생아에겐 어쩔 수 없이 투여하고 있다. 미승인 약물의 사용이 유독 소아에게 많은 이유는 뭘까. 무엇보다 소아 대상 임상연구를 거의 안 하기 때문이다. 지금도 사회의 약자인 아이를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한다는 것은 비윤리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또 성인에 비해 낮은 빈도의 발병 질환이 많아 제약사들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 많은 비용을 들여 약을 개발해도 그만큼의 수익을 보장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최근 국립중앙의료원 공공보건의료연구소에서 ‘소아의 미승인 약물 사용의 실태와 현실적인 대책’이라는 심포지엄이 열렸다. 심포지엄에서 국내 약물임상(2014∼2016년) 개수를 조사한 결과 총 224개 중 소아용 임상시험 약물은 겨우 4개였다. 소아암에도 쓸 약이 부족했다. 1948년에서 2003년 사이 미국 FDA 승인을 받은 120개 항암제 중 15개만 소아에게 허가됐다. 소아에게 오프라벨 약을 사용한다는 것은 안전성과 유효성이 검증되지 않은 약을 복용시키는 것이다. 실제로 이러한 약물을 사용할 때 약의 부작용 빈도가 높아진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더구나 허가 사항이 아닌 약을 복용하기 때문에 환자들은 ‘건강보험 혜택’도 받지 못한다. 이러한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인 미국에선 국회의원들이 앞장섰다. 즉 소아에 대한 임상연구의 활성화를 위해 신약 및 기존 약품에 대한 신규 사용 승인 시 개발업체로 하여금 소아 용도에 대한 연구 내용까지 포함시킨 소아연구동등법을 2003년에 제정했다. 또 신약 개발 시 소아 임상시험을 포함하면 특허를 6개월 연장해주는 인센티브도 운영 중이다. 유럽의 경우 2008년 7월 이후 소아에 대한 임상시험이 있어야 신규 허가 승인을 내준다. 최근엔 미국도 유럽과 같은 소아임상을 하는 조건으로 허가를 내주는 제도가 생겼다. 국내는 어떨까? 안타깝게도 이에 대한 법 제도가 전무하다. 저출산 시대에 아픈 아이들에게 안심하고 투여할 약이 턱없이 부족하다. 의사들이 환아를 살리기 위해 소위 불법으로 투여해서라도 치료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안타깝기만 하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 likeday@donga.com}
제약사의 가격 인상 요구로 품귀 현상을 빚었던 간암 치료제 ‘리피오돌’이 10일부터 국내에 추가 공급된다. 리피오돌을 독점 생산하는 프랑스 게르베그룹의 한국 계열사인 게르베코리아는 1일 대한간학회, 대한인터벤션영상의학회 등에 보낸 서한에서 “(보건복지부와) 논의를 진행하는 동안 공급을 재개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게르베코리아 측은 항공을 통해 늦어도 10일에는 추가 물량을 들여오기로 했다. 리피오돌은 국내 간암 환자의 90%가 투약하는 필수 치료제이지만 최근 게르베코리아가 “값을 5배로 올려 달라”며 수입을 중단해 전국 병원에서 재고가 바닥을 드러냈다. 다만 게르베코리아는 “천연 양귀비 오일로 만드는 탓에 원하는 만큼 생산량을 늘릴 수 없는데, 전 세계적으로 수요는 늘고 있어 공급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며 “(한국으로) 수입해 올 수 있는 물량이 제한적이니 의료 현장에서 투약량을 효율적으로 조절해 달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설명의 배경엔 중국이 있다. 중국은 2015년 9월 게르베그룹과 리피오돌 공급 계약을 맺은 뒤 이듬해부터 본격적으로 수입해 3년 만에 수입량을 22배로 늘렸다. 지난해 국내 리피오돌 소비량은 3만 개였지만 중국은 무려 6만 개에 달했다. 올해 중국 수요량은 12만 개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리피오돌 개당 가격도 30만 원 가까이 쳐준다. 반면 한국에선 개당 가격이 2012년 8740원에서 5만2560원으로 오른 뒤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퇴장방지 의약품’으로 분류돼 약값을 생산 원가 수준으로 정하기 때문이다. 복지부는 국제 시세에 맞게 가격을 협상할 방침이지만 의료계는 정부와 게르베코리아의 협상이 일러도 내년 초에야 종료될 것으로 내다본다. 이에 당분간 품귀 현상이 지속돼 환자들의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국내 간암 환자들의 필수 치료제인 ‘리피오돌’(사진)이 대형병원에서 품귀 현상을 빚고 있다. 독점 제약사가 약값 인상을 요구하며 공급량을 10분의 1로 줄인 탓이다. 두 달 전부터 ‘리피오돌 대란’이 예상됐음에도 보건복지부가 안일하게 대응하면서 간암 환자들의 피해가 우려된다. 31일 의료계에 따르면 연세대 세브란스병원과 서울성모병원의 리피오돌 재고량은 2, 3일 치에 불과하다. 다른 대형병원들도 다음 주에 리피오돌 재고량이 바닥날 것으로 보인다. 리피오돌은 간의 암덩어리에 영양을 공급하는 동맥에 항암제를 투여해 효과적으로 암을 제거하는 주사제다. 암세포에 항암제가 잘 들어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또 몸 안에 출혈이 있을 때 리피오돌을 주입해 출혈 위치를 파악하는 용도로도 쓰인다. 간암 환자의 최대 90%가 이 치료를 받고 있다. 리피오돌 품귀 현상이 빚어진 것은 이 약을 독점 생산하는 프랑스계 제약사인 게르베코리아가 보건당국과 약값 문제를 두고 갈등을 빚자 공급량을 10분의 1로 줄였기 때문이다. 현재 리피오돌 하나의 가격은 5만2560원이다. 업체 측은 이 가격을 26만2000원으로 무려 5배로 올려 달라고 요구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이 리피오돌 가격을 30만 원으로 올려주면서 업체 측은 중국에 물량을 몰아주고 있다. 리피오돌의 대체재가 있지만 비용이 60만 원으로 비싼 데다 고름이 생기는 등 부작용이 있어 일부 환자에게만 쓰인다. 병원들은 제약사의 횡포에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세브란스병원 관계자는 “가격을 원하는 만큼 안 올려주면 공급을 중단하겠다는 것은 독점 제약사의 갑질이자 환자를 대상으로 한 협박”이라고 지적했다. 정부의 무사안일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크다. 한 병원 관계자는 “두 달 전부터 리피오돌 대란이 예상됐는데 아직까지 가격 협상을 매듭짓지 못했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라고 했다. 일본은 최근 2, 3년 안에 20만 원으로 약값을 올려주는 조건으로 리피오돌 가격을 10만 원 선까지 올렸다. 복지부는 지금까지 리피오돌이 환자 진료에 필수적이라고 보고 ‘퇴장방지 의약품’으로 지정해 관리하고 있다. 일반적인 의약품의 가격은 수입·제조사와 정부가 약값을 협상해 결정하는데 이때 국제 시세가 반영된다. 반면 퇴장방지 의약품은 생산 원가를 보장하는 수준에서 정부가 가격을 정한다. 곽명섭 복지부 보험약제과장은 “리피오돌을 퇴장방지 의약품에서 빼고 약값 협상의 대상으로 전환해 국제 시세를 반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환자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업체와 최대한 빨리 협의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조건희 기자}

최근 정신질환자가 본인 동의 없이 강제 입원하는 비자의(非自意) 입원율이 지난해 4월 말 58.4%에서 올해 4월 37.1%로 21.3%포인트나 떨어졌습니다. 정신질환자의 인권이 점점 중요시되는 상황에서 반가운 소식입니다. 더구나 정신건강복지법에 따라 30일부터 ‘입원적합성 심사위원회’를 가동합니다. 즉 본인 동의 없이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한 환자는 1개월 안에 위원회의 입원적합 여부 심사를 받게 됩니다. 이처럼 강화된 인권 덕분에 강제입원은 더 줄어들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똑같은 정신질환자이면서도 치료에 차별을 받는 인권사각지대 환자들이 여전히 있습니다. 바로 의료급여(생활이 어려워 국가에서 치료비 전액 지원) 환자들입니다. 이들은 2016년 기준으로 8만2898명으로 전체 조현병 환자(20만2060명)의 약 41%를 차지합니다. 특히 조현병으로 입원한 의료급여 환자는 일반 건강보험 환자에 비해 선택할 수 있는 치료 서비스가 매우 제한돼 있습니다. 이들은 입원 시 어떤 차별을 받을까요?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이모 씨(20)는 2011년에 처음 조현병 진단을 받고 하루에 두 번 알약을 복용하다가 상태가 악화돼 2016년 전문정신병원에 입원했습니다. 다행히 기존 치료보다 편리하면서 치료효과도 좋은 ‘장기지속형 치료제(주사제)’로 변경하고, 심리치료와 같은 정신요법 덕분에 6개월 이상 재발이 없이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집안이 어려워 의료급여 환자로 전환되자 이 씨는 장기지속형 치료제(1회 비용 약 21만3000원)를 더 이상 사용할 수 없게 됐습니다. 의료급여 입원환자는 국가에서 1인당 하루에 3만3400∼5만5300원만 지원하는 ‘일당 정액수가’이기 때문입니다. 즉 그 돈으로 입원비와 약제비, 정신요법료, 식비, 검사비 등을 모두 해결하라는 것입니다. 결국 이 씨는 장기지속형 치료제 대신 기존 알약으로 치료제를 다시 바꾸면서 잦은 재발로 장기 입원이 불가피하게 됐고, 사회 복귀는 점점 멀어지고 있습니다. 반면 조현병 건강보험 입원환자의 경우 하루에 드는 비용은 평균 7만7455원입니다. 의료급여 환자에게 드는 비용에 비해 1.4배∼2.3배나 높습니다. 건강보험과 의료급여 환자 모두 식대비를 제외한 입원비 등 병원 관리비용이 동일하다고 가정하면 환자가 정신요법료와 약제비 등 치료에 필요한 비용을 줄일 수밖에 없는 것이죠. 만약 이 씨가 필요한 치료를 충분히 받을 수 있는 환경을 제공했다면 그의 인생은 많이 달라졌을 것입니다. 최봉영 정신건강정책연구소장은 “의료급여 환자는 낮은 정액수가로 충분한 치료를 받지 못하다 보니 장기 입원이라는 부작용이 발생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따라서 의료급여 환자가 차별받지 않게 하려면 일당 정액수가를 행위별 수가로 바꿔야 합니다. 이게 힘들다면 최소한 일당 정액수가에서 입원료 외 식대 약제비 등의 항목을 분리해야 합니다. 그렇게 건강보험 환자와 균등한 의료서비스를 제공해야 이들의 장기 입원이나 재발을 줄일 수 있습니다. 2015년 12월 정신질환 의료급여 환자 10명은 현행 의료급여법이 정기적이고 합리적인 수가 인상 제도를 마련하고 있지 않아 인간의 존엄성과 건강권을 해치고 있다며 헌법소원을 냈습니다. 해당 헌법소원은 7월경 판결이 나올 것으로 보입니다. 입원환자의 차별은 인권의 문제입니다. 보건 당국의 선제적인 지원이 필요해 보입니다.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분당서울대병원이 21일 처음 공개하는 의료 질 지표는 중증질환별 수술 건수와 합병증 발생률, 사망률 등을 포함해 모두 60여 개다. 미국 최상위권 병원인 클리블랜드 클리닉은 매년 130여 개 의료 질 지표를 공개하고 있어 이에는 못 미친다. 하지만 분당서울대병원의 자발적인 수술 성적 공개가 다른 병원에도 상당한 자극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당장 한림대의료원도 동참 의사를 밝혔다.○ 분당서울대병원이 공개한 지표 살펴보니 분당서울대병원이 각종 질환별 수술 성적표를 과감하게 공개한 데엔 타 병원에 뒤지지 않는다는 자신감이 깔려 있다. 위암 수술의 경우 협착이나 누출 등 재수술이 필요한 큰 합병증 발생률이 2003년 6.1%에서 2008년 5.3%, 2013년 4.5%, 지난해 2.35%로 매년 줄고 있다. 위암 수술 사망률도 2003년 1.05%에서 지난해 0.12%로 크게 줄었다. 심근경색 수술 사망률은 최근 3년간 5% 전후로 클리블랜드 클리닉(10% 전후)의 절반이다. 심부전 수술 뒤 30일 내 재입원율도 2016년 14%로 클리블랜드 클리닉(20%)보다 낮았다. 질환별 수술 뒤 입원 기간도 크게 줄고 있다. 폐암 수술 뒤 평균 입원 기간이 2003년 10일에서 2016년 5.6일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 췌장암의 경우 수술 뒤 평균 입원 기간은 2004년 29.4일이었지만 지난해 9.38일로 3분의 2나 줄었다. 복강경과 로봇수술 등 수술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는 데다 수술 뒤 관리가 효율화되면서 환자의 입원 기간이 크게 단축되고 있는 것이다. 입원 기간이 줄면 환자는 일상생활로 빠르게 복귀할 수 있고, 입원비 등 재정적 부담도 줄일 수 있다. 분당서울대병원 전상훈 원장은 “현재 우리나라의 의료가 세계적으로 경쟁력을 가진 부분이 많지만 여전히 부족한 면도 상당히 있다”며 “우리 병원의 의료 질 지표 공개가 잘하는 부분은 더 잘할 수 있도록 촉진하고, 부족한 부분은 적극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병원 내 ‘치부’도 공개 분당서울대병원이 자신감 있는 지표만 공개한 건 아니다. 민감한 내용도 적지 않다. 대표적인 것이 의료사고에 해당하는 병원 내 낙상사고 건수다. 매년 분기별로 1% 안팎의 낙상사고가 나는 것으로 조사됐다. 1000병상이 있는 병원에서 매일 하루 한 건의 낙상사고가 발생했다는 얘기다. 분당서울대병원은 1326병상으로 국내 단일 병원으로는 그 규모가 6위에 해당한다. 분당서울대병원은 의료진의 손 씻기 등 손위생 수행률도 공개했다. 매 분기 89∼92% 수준이다. 의료진 10명 중 1명은 진료나 시술에 앞서 적절한 손 씻기를 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21일 공개하는 지표엔 유방암 간암 전립샘암 췌장암 담도암 신장암 방광암 두경부암 등의 수술 사망률과 합병증 발생률이 빠져 있다. 이에 대해 병원 측은 “올해 처음 시작하는 것이어서 질환별로 데이터 정리가 완벽하게 이뤄지지 않았다”며 “올해 시스템을 보완해 내년에는 모든 질환의 데이터를 일관성 있게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병원은 질환의 합병증과 사망률, 낙상사고, 감염 위험 등을 더 줄이기 위해 매달 지표 현황을 파악하고 개선책을 논의하기로 했다. 또 환자 퇴원 뒤 추적관찰을 더 세밀하게 하고, 여러 과가 함께 진료하는 다학제 간 치료를 활성화할 예정이다.○ 다른 병원도 정보 공개에 동참할까 분당서울대병원의 수술 성적 공개는 다른 대형 병원에 ‘신선한 충격’이다. 정기석 한림대 의료원장은 “이런 시도는 쉽지 않지만 앞으로 병원의 자발적인 정보 공개가 꼭 필요하다”며 “분당서울대병원의 용기 있는 시도를 매우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우리 병원도 질환별로 정리가 되는 대로 공개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의료계 일각에선 질환별 성적 공개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보건 당국에서 질환별 성적을 병원 평가의 기초 자료로 활용해 병원에 불이익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전상훈 원장은 “질환별 지표는 환자들을 위한 참고 자료일 뿐”이라며 “정부가 평가 자료로 활용하는 순간 병원들의 자발적 참여는 기대하기 힘들다”고 말했다.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암 환자’가 병원을 선택하기 전 가장 궁금한 것은 각 병원의 암 수술 건수와 수술 사망률, 수술 합병증 발생률 등 수술 성적일 것이다. 하지만 병원들이 이런 예민한 정보를 공개할 리 없다. 결국 환자는 평판만을 믿고 병원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환자들의 이런 불만을 해소하기 위해 분당서울대병원이 생명과 직결된 중증질환의 수술 성적표를 국내 병원 최초로 공개한다. 환자 입장에선 알권리를 충족하고, 병원 입장에선 수술 성적을 공개해 내부 문제점을 개선하겠다는 취지다. 분당서울대병원은 △위암 △대장암 △폐암 △자궁암 △부정맥 △심근경색 △뇌중풍(뇌졸중) 같은 중증질환의 수술 건수와 합병증 발생률, 사망률 등 60여 개의 의료 질 지표를 21일부터 병원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한다. 낙상이나 감염 등 환자 안전과 관련된 지표도 일부 공개한다. 이를 위해 병원은 2003년 개원 이후 누적된 자료 수백만 건을 분석했다. 동아일보가 사전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분당서울대병원의 폐암 수술 건수는 2003년 28건에서 2016년 414건으로 13년 만에 약 15배로 늘었다. 폐암 수술이 늘면서 폐암 수술 뒤 일어나는 합병증 중 하나인 폐렴 발생도 함께 늘었다. 이 병원의 폐암 수술 합병증 발생률은 2003년 0%였지만 2013년 3.7%, 2016년 8.7%로 증가했다. 반면 폐암 수술 사망률은 2003년 3.6%에서 2016년 0%로 줄었다. 분당서울대병원 전상훈 원장은 “미국의 클리블랜드클리닉에선 130여 개의 의료 질 지표에 대한 성적표를 매년 공개하고 있다”며 “처음 진료지표를 공개하자고 했을 때 교수들의 반대가 심했지만 자료 공개의 공익적 가치를 강조하고, 질적 성장의 동력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설득해 공감대를 이뤘다”고 말했다. 분당서울대병원을 시작으로 한림대의료원도 동참 의사를 밝혀 대형 병원들의 수술 성적 공개가 확산될지 주목된다.이진한 의학 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직장인들이 건강검진 때 흔히 받는 검사 중 여러 번 반복 시도해야 하는 검진이 있습니다. 바로 ‘폐 기능 검사’입니다. 폐 기능 검사는 입에 마우스피스(입에 대는 부분)를 물고 숨을 크게 들이마신 뒤 6초 이상 길게 숨을 내쉬는 것으로 폐의 건강 상태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폐 기능 검사로 만성폐쇄폐질환(COPD)을 조기에 진단할 수 있지요. 마치 암을 조기 진단하는 것과 비슷합니다. COPD는 일반인에게 생소할 수 있습니다. 이는 폐에 만성적인 염증이 생기고, 염증에 의해 기도가 좁아지는 병으로 기침, 가래, 호흡곤란 등의 증상이 나타납니다. 이 질환은 노인에게서 급격하게 늘어나는 대표적인 폐질환입니다. 유해한 입자나 가스 흡입에 의해 발생합니다. 대표적인 발생 원인은 흡연입니다. COPD의 사망률은 세계적으로 3위, 국내에선 7위일 정도로 심각한 질환입니다. 국내에는 COPD 환자가 약 330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지만 이 중 5%만 병원에서 치료받을 정도로 인지도가 매우 낮은 질환입니다. 더구나 최근 미세먼지가 증가하면서 COPD가 악화돼 병원을 찾는 경우가 많습니다. 조기 진단을 통해 증상이 악화되는 것을 미리 막는 것이 더욱 중요해진 거죠. 하지만 초기 증상이 거의 없다 보니 상당수가 기침이나 호흡곤란이 심해져 병원을 찾습니다. 이때는 이미 말기일 가능성이 높아 치료가 힘듭니다. 11일 대한결핵 및 호흡기학회와 자유한국당 김승희 의원이 주관한 미세먼지 토론회에서 학회는 폐 기능 검사를 56세부터 10년 단위로 국가가 무료로 검사해주는 ‘국가건강검진’에 포함시키자고 제안했습니다. 폐 기능 검사비는 외국에서 10만 원이 넘지만 국내에선 1만 원 정도입니다. 비용 대비 효과가 높은 거죠. 56세 인구가 70만 명 정도 이니 총 검사 비용은 70억 원 정도입니다. 정기석 한림대 의료원장(호흡기 내과)은 “국내에 COPD 진단을 받은 환자가 적은 것은 직장인을 제외하고 일반인들이 폐 기능 검사를 잘 하지 않기 때문”이라며 “폐 기능 검사를 통해 경증 환자들을 많이 찾아 조기에 관리 및 치료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COPD 환자를 상대로 폐 기능 검사를 하지 않는 것은 당뇨병 환자를 상대로 혈당을 재지 않고 고혈압 환자의 혈압을 측정하지 않는 것과 같습니다. 흡연과 미세먼지 등이 COPD의 주요 원인인 만큼 검사비용을 담뱃세로 마련한 국민건강증진기금에서 충당해도 될 것입니다. 현재 건강증진기금으로 지원하는 국가필수백신 접종비용만 3000억 원이 넘다 보니 흡연자들의 불만이 많습니다. 자신들이 낸 세금이 정작 자신들에겐 쓰이지 않기 때문이죠. 따라서 흡연자나 간접흡연자의 폐 건강을 돌보는 ‘폐 기능 검사’에 건강증진기금을 지원한다면 흡연자들의 환영을 받을 것입니다. 다만 보건당국은 아무런 증상이 없는 사람을 대상으로 폐 기능 검사를 하는 것이 과연 비용 대비 효과가 있는 것인지 따져봐야 한다며 2009년부터 유보적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고령화가 가속화되면 COPD로 인한 사망률이 국내에서도 지속적으로 올라갈 수밖에 없습니다. 더구나 COPD는 저소득층, 저학력자등 사회적 약자에게서 더 많이 발생하는 질병이어서 국가적 관리가 시급합니다. 사람의 생명과 직결된 것인 만큼 보건복지부의 전향적 정책 추진을 기대해봅니다.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성균관대가 주최하고 동아일보가 후원한 제35회 전국 영어·수학 학력경시대회 시상식(사진)이 14일 성균관대 600주년기념관 조병두국제홀에서 열렸다. 시상식에서는 서울 대도초교 변은우 양(초등 3학년 영어 부문) 등 23명이 개인 부문 대상을 받았다. 이 외에도 금상 53명, 은상 167명, 동상 253명, 장려상 972명 등 모두 1468명이 상을 받았다. 최우수 학교에는 한영외국어고교 등 17개 학교가 선정됐다. 이진한 기자 likeday@donga.com}
한양사이버대학교 대학원이 14일~6월 14일, 한달 간 2018년도 2학기 석사과정 신입생을 모집한다. 이번 모집에는 경영대학원, 휴먼서비스대학원, 부동산대학원, 교육정보대학원, 디자인대학원 등 총 5개 대학원 12개 전공에서 정원내 135명, 정원외로 89명의 신입생을 선발한다. 전형방법은 1차 서류전형과 2차 면접전형으로 진행되며 서류전형은 25점, 학업계획서 25점 등 50점 만점 기준으로 30점 이상이면 합격이 가능하다. 대학원 관계자는 “면접을 통해 전공에 대한 학업계획 전공분야지식, 개인소양과 학구적 태도를 중시한다”면서 “동점자가 다수일 때 면접 학업계획서 자기소개서 순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한양사이버대학교 대학원 입학에 대한 자세한 사항은 한양사이버대학원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이진한 기자 likeday@donga.com}
최순실 씨(62·구속 기소)가 자궁근종 수술을 받기 위해 10일 서울 강동성심병원에 입원했다. 최 씨는 11일 오전에 전신마취를 한 뒤 2시간가량 복강경 수술을 받을 예정이다. 수술을 마치면 17일까지 입원해 치료를 받을 예정이다. 최 씨는 입원하기 전 서울고법 형사4부(부장판사 김문석) 심리로 9일 열린 항소심 공판에서 “재판 중에 수술을 받을 수 있도록 허락해 주신 데 대해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수술이 끝나면 성실히 재판에 임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수술 전에 딸 정유라 씨(21)에 대한 면회가 이뤄지지 않은 것에 대해 최 씨는 “천륜을 막는 게 자유 대한민국이 맞는지 어제는 회한과 고통의 하루였다”며 불만을 드러냈다. 또 최 씨는 “수술 들어가 전신마취 때문에 정신이 없어질까 봐 미리 말씀드리고 싶다”며 “저는 맹세컨대 삼성이나 기업들로부터 뇌물을 안 받았다”고 주장했다. 최 씨는 “제가 이런 말을 하는 것은 저로 인해 삼성 등 대기업들이 죄를 받게 되면 국민과 어렵게 기업 일궈낸 사람들에게 죄짓게 되기 때문”이라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우리나라 일등 대표 기업의 많은 직원과 국민의 삶을 책임지는 사람이다. 저는 누구의 편도 아니다. 진실을 밝혀주시길 재판부에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김윤수 기자 ys@donga.com·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2011년 어느 날, 호주의 17세 소녀 대니엘라 미즈발로는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잠자리에 들었다. 하지만 그녀는 잠들기 전 부모와 나눈 짧은 인사를 마지막으로 영영 부모 곁에 돌아오지 못했다. 당시만 해도 이 소녀의 허망한 죽음을 두고 관심을 가진 이는 많지 않았다. 대니엘라는 제1형 당뇨병을 앓았다. 제1형 당뇨병은 어릴 때 췌장이 망가진 탓에 혈당의 오르내림이 급격해 고혈당과 저혈당을 수시로 부르는 질환이다. 특히 그녀의 저혈당은 밤낮을 가리지 않아 취침 중 혈당이 심하게 내려가면서 사망했다. 제1형 당뇨병으로 갑자기 혈당이 떨어져 사망하는 것을 ‘침대사망증후군’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소녀의 안타까운 죽음은 오래지 않아 호주 사회에 엄청난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2012년 대니엘라의 부모는 자신의 딸에게 닥친 불행이 다른 아이들에게서 벌어지지 않도록 ‘대니재단’을 만들었다. 2015년 대니재단은 21세 이하 연속혈당측정기 국가지원을 위한 국회 청원 행사를 열었다. 행사장 벽에는 160여 명이나 되는 침대사망증후군 희생자의 사진이 내걸렸다. 이 일로 제1형 당뇨병의 심각성을 호주 정부가 인식했다. 이후 연간 400만 원에 이르는 연속혈당측정기를 제1형 당뇨병을 앓는 청소년과 아동에게 전액 무료로 지원하기 시작했다. 이제 호주에선 제1형 당뇨병 환자와 가족이 저혈당 걱정에 잠을 설치는 일은 사라졌다. 연속혈당측정기가 5분마다 환자의 혈당을 측정해 유사시 가족에게 알려 주기 때문이다. 이런 의미 있는 변화를 정보기술(IT) 강국인 한국에서도 기대할 수 있을까? 현재까지 상황을 보면 누구도 ‘그렇다’고 자신할 수 없다. 최근 국내에서도 호주와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 제1형 당뇨병을 앓는 아이의 삶을 바꿔 보고자 스스로 길을 찾아 나선 김미영 씨가 그 주인공이다. 그녀는 2015년 연속혈당측정기가 아이와 가족의 ‘삶의 질’을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당시 해외에서만 판매하는 이 기기를 직접 구매해 사용법을 익혀 아이에게 사용했다. 또 주변의 환자와 부모에게 이 기기의 사용법을 전수했다. 엔지니어 출신인 그녀는 스마트폰과 연동해 언제 어디서나 아이의 혈당을 쉽게 체크할 수 있도록 했다. 그래서 김 씨의 삶은 달라졌을까? 매우 달라졌다. 그녀는 현재 ‘무허가 의료기기의 사용과 타인 판매’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다. 국내 보건의료체계가 제때 연속혈당측정기 같은 해법을 제공했다면 김 씨가 검사 앞에 앉는 일은 원천적으로 없었을 것이다. 지금도 많은 제1형 당뇨병 아이들은 하루에 많게는 20번이나 고사리 같은 손을 바늘로 찔러 피를 뽑고 또 다른 바늘로 인슐린을 주사하고 있다. 그래도 잡히지 않는 혈당 때문에 건강과 자신감을 잃고, 마음껏 뛰어놀 수 없어 또래들로부터 멀어져 간다. 자신의 질병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친구들로 인해 불결한 화장실에 숨어 인슐린 주사를 맞는 경우도 많다. 집에서는 아이의 부모는 늘 비상대기다. 잠을 자다가도 아이를 흔들어 깨워 의식을 확인한다. 잠든 아이의 손끝에서 피를 뽑아 혈당을 확인하는 일이 일상이다. 이 문제를 풀고자 정부는 지난해 11월 ‘제1형 당뇨병 어린이 보호대책’을 내놓았다. 소아당뇨병 환자의 실태를 파악하고, 아이들을 돕기 위한 인력과 인프라를 확충하고, 이 질병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난달 24일 정부가 개최한 간담회에서 연속혈당측정기에 대한 추가 지원은 없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지금까지 정부는 제1형 당뇨병 어린이를 위해 6개월에 45만 원을 지원하고 있다. 이 지원금은 조금도 오르지 않는다. 소모품까지 포함하면 연속혈당측정기 구입비는 1년에 400만 원 정도 든다. 정부 지원비는 현실적이지 않은 금액이다. 이런 소식을 접한 환자 부모들은 “정부의 추가 지원으로 고생을 한결 덜 줄 알았는데 허무하다”고 했다. 소아당뇨 어린이들은 또다시 하루에도 몇 번씩 자신의 손끝에서 피를 뽑으며 정부의 추가 지원을 기다려야 할 판이다. 소아당뇨 보호대책에 정작 어린이는 빠져 있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 likeday@donga.com}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모습은 장시간 국내 방송에 공개됐다. 김 위원장의 영상 속 모습으로 그의 건강과 심리 상태를 전문가들과 함께 분석했다. 지난달 우리 대북특사단 방문 때 조선중앙TV에 공개됐던 김 위원장의 모습과 비교하면 약간 체중을 줄인 것으로 보이지만 키 170cm에 몸무게가 125∼130kg으로 여전히 고도비만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김 위원장은 북측 판문각에서 남측 평화의집까지 약 200m를 이동했는데 평화의집에서 방명록에 서명할 때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또 발언 중간에 숨이 찬 듯 말을 쉬거나 숨을 깊이 들이마시곤 했다. 비만인 데다 운동량이 적고 흡연을 즐기기 때문으로 보인다. 조준성 국립중앙의료원 호흡기센터장은 “살이 찌면 보통 사람에 비해 몇 겹의 옷을 더 겹쳐 입은 상태가 된다”며 “폐가 쪼그라들어 결국 폐활량이 줄면서 숨이 차게 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의 목덜미 일자형 주름도 자주 보였다. 대개 살이 찌면 앞쪽에 목주름이 두드러지는 반면 김 위원장은 목덜미에 강한 주름이 잡혀 지방종 가능성이 있다. 김 위원장은 2014년 통풍으로 크게 고생한 적이 있다. 당시만 해도 다리를 저는 모습을 보였지만 이번에는 비교적 양호해 보였다. 하지만 걸음걸이를 자세히 보면 걸을 때 오른발이 지면에 더 오래 머물고 왼발을 딛는 게 불편한 듯했다. 신규철 제일정형외과병원 원장은 “체중 때문에 왼쪽 무릎 연골이 손상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콩팥에 이상이 있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목소리 분석 전문가인 조동욱 충북도립대 생체신호분석연구실 교수는 “말할 때 탁한 소리가 나오는 건 콩팥 질환자의 특징”이라고 밝혔다. 65세의 문 대통령보다 한참 어린 나이(34세)를 감안하면 행동은 여유로웠다. 지난달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만났을 때에는 긴장한 모습이 역력했지만 이번엔 달랐다. 시종 웃음을 띠며 자신감 넘치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아직 외교적 스킬은 부족한 편이었다. 행동심리분석 전문가 김형희 한국바디랭귀지연구소장은 “눈을 자주 깜박이거나 시선이 왔다 갔다 하는 것은 외교 협상 자체가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라며 “본인의 감정과 생각이 무의식중에 표정에 다 드러나는 스타일”이라고 말했다. 목소리 높낮이와 억양은 안정적인 편이었다. 조동욱 교수는 “음성 높낮이를 나타내는 주파수가 일반 남성은 평균 100∼180Hz(헤르츠)인데 김 위원장은 130Hz 안팎으로 다소 낮은 목소리를 냈다”며 “자신감을 드러내려는 의도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평양냉면에 대해 언급할 때 “멀리(에서) 온…, 멀다고 하면 안 되갔구나”라고 농담하며 음성 높이를 올린 것은 ‘정상회담 자리를 편안하게 느끼고 있다’고 과시하려는 의도였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의학적으로 김 위원장 체질은 태음인에 가깝다. 간대폐소(肝大肺小), 즉 간 기능이 좋고 폐 기능이 취약하기 쉬운 체질이다. 한진우 대한한의사협회 대변인은 “예전에 날씬한 편이었던 김 위원장이 선대의 영향으로 리더십을 보여주기 위해 살을 일부러 찌웠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유성열·조건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