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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지만 위헌 여부를 둘러싼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조만간 헌법재판소에 공수처법 관련 헌법소원을 제기할 방침이어서 위헌 공방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법조계와 정치권에서 제기하는 쟁점은 크게 네 가지다. 먼저 헌법에 명시된 검사의 영장청구권을 공수처 검사에게도 부여할 수 있느냐는 것. 헌법 12조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검사의 신청에 의해 법관이 발부한 영장을 제시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한국당은 “헌법에 규정된 검사는 검찰청법에 의해서 임명받는 검찰청장의 지휘를 받는 검사”라며 공수처 검사의 영장청구권은 위헌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헌법에 검사라고 규정돼 있지만 어떻게 임명하는지 언급이 없어 문제없다”는 입장이다. 고위공직자들의 평등권이 침해된다는 주장도 있다. 고위공직자만을 대상으로 하는 수사기관이 생기면서 공무원이라는 이유로 법 적용이 달라질 가능성이 있는 것은 평등법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민주당 박주민 의원은 “평등권을 침해한다고 하는데 지금까지 수많은 특검들이 있어 왔다”고 설명했다. 공수처가 입법부, 사법부, 행정부 등 어디에 속하지 않아 헌법이나 정부조직법상 근거가 없다는 주장도 나온다. 허영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우리 헌법에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서 임명하는 수사기관의 장은 검찰총장이 유일하다. 검찰총장은 헌법에 근거를 둔 법률상의 기관”이라며 “헌법에 근거가 없이 검찰총장보다 상위 슈퍼 수사기관을 두는 것은 명백한 위헌”이라고 밝혔다. 공수처법에서 ‘수사처의 조직 및 운영에 관해 필요한 사항은 수사처 규칙으로 정한다’고 규정한 것도 논란이다. 한국당은 “헌법상 규칙 제정권을 가진 기관이 아닌 공수처가 권한 밖의 일을 하겠다는 것은 위헌”이라고 주장했다. 한국당 심재철 원내대표는 지난해 12월 31일 공수처법을 “대통령이 공수처장과 공수처 검사를 자기 멋대로 임명할 수 있게 하는 법”으로 규정하며 “‘공수처’라는 단어를 쓰겠지만 국민들은 ‘문재인 보위부’ ‘친문의 충견’이라고 읽을 것”이라고 비판했다.황형준 constant25@donga.com·윤다빈 기자}

문재인 대통령(사진)은 지난해 12월 31일 “2020년 국민들께 보답하는 한 해가 되겠다”며 “어려움 속에서도 꿋꿋이 이겨내며 소중하게 틔워낸 변화의 싹을 새해에는 확실한 성과로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배포한 새해 인사에서 “이웃을 사랑하고 정의를 실천하는 따뜻하고 뜨거운 국민들이 있어 늘 행복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문 대통령이 ‘정의 실천’을 강조한 것은 ‘조국 사태’ 국면에서 지지층을 중심으로 검찰 개혁 목소리와 전날 여야 극단 대치 속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안이 국회를 통과한 데 대한 소회를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이어 문 대통령은 “국민과 함께 희망을 품고 2020년 경자년 새해를 맞이한다. 국민 모두가 삶이 더 밝고 더 행복한 새해를 소망한다”며 “함께 잘사는 나라, 도약하는 대한민국을 향해 더욱 힘차게 나가겠다”고 덧붙였다.박효목 tree624@donga.com·황형준 기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지만 위헌 여부를 둘러싼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조만간 헌법재판소에 공수처법 관련 헌법소원을 제기할 방침이어서 위헌 공방은 이어질 전망이다. 법조계와 정치권에서 제기하는 쟁점은 크게 네 가지다. 먼저 헌법에 명시된 검사의 영장청구권이 공수처 검사에게도 부여할 수 있느냐는 것. 헌법 12조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검사의 신청에 의해 법관이 발부한 영장을 제시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한국당은 “헌법에 규정된 검사는 검찰청법에 의해서 임명받는 검찰청장의 지휘를 받는 검사”라며 공수처 검사의 영장청구권은 위헌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헌법에 검사라고 규정돼 있지만 어떻게 임명하는지 언급이 없어 문제 없다”는 입장이다. 고위공직자들의 평등권이 침해된다는 주장도 있다. 고위공직자만을 대상으로 하는 수사기관이 생기면서 공무원이라는 이유로 법 적용이 달라질 가능성이 있는 것은 평등법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민주당 박주민 의원은 “평등권을 침해한다고 하는데 지금까지 수많은 특검들이 있어 왔다”고 설명했다. 공수처가 입법부, 사법부, 행정부 등 어디에 속하지 않아 헌법이나 정부조직법상 근거가 없다는 주장도 나온다. 허영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우리 헌법에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서 임명하는 수사기관의 장은 검찰총장이 유일하다. 검찰총장은 헌법에 근거를 둔 법률상의 기관”이라며 “헌법에 근거가 없이 검찰총장보다 상위 슈퍼 수사기관을 두는 것은 명백한 위헌”이라고 밝혔다. 공수처법에서 ‘수사처의 조직 및 운영에 관해 필요한 사항은 수사처 규칙으로 정한다’고 규정한 것도 논란이다. 한국당은 “헌법상 규칙 제정권을 가진 기관이 아닌 공수처가 권한 밖의 일을 하겠다는 것은 위헌”이라고 주장했다. 한국당 심재철 원내대표는 31일 공수처법을 “대통령이 공수처장과 공수처 검사를 자기 멋대로 임명할 수 있게 하는 법”으로 규정하며 “‘공수처’라는 단어를 쓰겠지만 국민들은 ‘문재인 보위부’ ‘친문의 충견’이라고 읽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황형준기자 constant25@donga.com윤다빈기자 empty@donga.com}

30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내년 7월 고위공직자만을 수사하기 위한 독립기구가 신설된다. 고위공직자의 비리를 척결해 국가의 투명성과 공직사회의 신뢰성을 높이자는 게 도입 취지지만 공수처가 사정기관의 ‘옥상옥’이 되면서 공수처의 입맛에 맞지 않는 검경의 수사는 원천 차단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공수처장, 검사 임명 방식부터 논란 공수처는 고위공직자 7000여 명과 그 가족을 수사 대상으로 한다. 대통령과 4촌 이내 친척은 물론이고 △국회의장 및 국회의원 △대법원장 및 대법관 △헌법재판소장 및 헌법재판관 △판사 및 검사 △청와대 3급 이상 공무원 △광역시장 및 시도지사, 교육감 등이 포함된다. 공수처 검사는 25명 이내로 재판, 수사 또는 조사 업무를 5년 이상 수행한 경력이 있는 변호사(자격 10년 이상 유지)가 임용되며 수사관은 40명 이내에서 임명할 수 있다. 하지만 공수처장 임명 방식부터 논란이 되고 있다. 공수처장은 여야 추천 인사 각각 2명, 법무부 장관, 법원행정처장, 대한변호사협회장 등 7명의 공수처장후보추천위원 중 6명의 찬성으로 후보자 2명이 추천되면 대통령이 그중 1명을 임명하게 된다. 이에 대해 야당은 “청와대가 입맛에 맞는 사람을 세울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여당은 “추천위원 7명 중 6명이 찬성해야 되는 만큼 야당이 절대적인 비토권을 가지고 있다”고 반박한다. 공수처가 신설되더라도 검찰이나 경찰 등 수사기관은 관련 범죄에 대해 수사할 수 있다. 다만 공수처가 사건 이첩 요구권을 가지고 있는 만큼 사건을 계속 수사할지, 공수처로 사건을 넘길지에 대해 공수처장의 판단에 따라야 한다. 이 때문에 공수처가 고위공직자 범죄 혐의에 대한 수사를 컨트롤하면서 정권을 향한 수사도 자의적으로 조정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게 자유한국당 등 야당의 시각이다. 가령 검찰이 인지한 여권 인사 관련 비리 혐의를 공수처가 사건을 넘겨받은 뒤 수사를 지연시켜버리는 식으로 사건을 뭉갤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다른 수사기관이 범죄 수사 과정에서 고위공직자 범죄를 ‘인지한’ 경우 그 사실을 즉시 공수처에 통보해야 한다”는 법 24조 2항이 추가된 부분은 “공수처가 고위공직자 수사에 대한 초법적, 독점적 기구로 기능할 수 있다”는 비판을 부르고 있다. 논란이 이어지자 4+1 협의체는 이날 본회의 전 “공수처장은 다른 수사기관이 인지한 고위공직자 범죄를 통보받은 경우, 공수처의 수사 개시 여부를 최대한 신속하게 회신하도록 수사처 규칙에 특정해 구체적으로 명시한다”고 추가로 합의했지만 독소조항의 부작용에 대한 근본적인 우려는 해소되지 않았다는 게 중론이다. 공수처 검사의 자격 요건을 재판·수사·조사 경력 10년에서 5년으로 낮춘 부분도 논란이 일고 있다. 일각에선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또는 각종 정부 산하 위원회에서 활동한 친여권 성향의 변호사를 쉽게 발탁할 수 있게 만든 조항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비대한 검찰 권력 분산” vs “문재인 정권 범죄 은폐처” 이날 공수처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자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는 “공수처법이 통과됨으로써 비대한 검찰 권력이 분산되고 견제와 균형에 의한 민주적 통제의 자리로 검찰이 돌아와 국민의 검찰로 다시 태어난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공수처 도입이 검찰 권한 견제에 방점을 두고 있다는 점을 자인한 것이다. 여권이 공수처 도입에 드라이브를 건 배경에도 노무현 전 대통령 수사 등 검찰 수사에 대한 뿌리 깊은 불신이 깔려 있다. 반면 한국당 심재철 원내대표는 “북한 보위부, 나치 게슈타포 같은 괴물이 될 것”이라며 “공수처로 인해 대한민국의 국격은 북한이나 나치 같은 저열한 수준으로 떨어질 것”이라고 반발했다.황형준 constant25@donga.com·강성휘·김정훈 기자}

‘4+1’(더불어민주당, 바른미래당 당권파, 정의당, 민주평화당+대안신당) 협의체가 30일 국회 본회의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법안을 결국 표결 처리했다. 여권은 총선을 앞두고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의 두 축인 선거제 개편과 공수처 설치를 위한 입법 전쟁을 사실상 마무리했다. 자유한국당은 여권의 일방 독주에 항의하며 ‘의원직 총사퇴’를 결의했다. 여야가 향후 100여 일간 펼쳐질 총선 전쟁에 본격 돌입한 양상이다. 국회는 이날 오후 7시 3분경 본회의에서 4+1 협의체가 제출한 공수처법을 재석 177명 중 찬성 160명, 반대 14명, 기권 3명의 표결로 통과시켰다. 한국당 의원들은 본회의가 예정된 오후 6시경부터 국회의장석 주변을 둘러싸며 문희상 국회의장의 진입을 막았다. 30여 분 뒤 문 의장은 질서유지권을 발동한 뒤 의장석으로 이동해 개의를 선포했다. 한국당은 무기명 투표로 표결 변경을 요구했지만 부결되자 일제히 본회의장을 퇴장했다. 4+1 협의체는 의결정족수(과반 출석에 출석 과반, 최대 148표)를 여유 있게 넘기며 공수처법을 통과시켰다. 공수처는 내년 7월부터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한다. 청와대 고민정 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을 내고 “역사적인 순간이 아닐 수 없다”고 말했다. ‘독소조항’ 논란에 휩싸인 공수처법 수정안을 두고 4+1 협의체 소속 의원들이 대거 이탈할 수 있다는 전망은 빗나갔다. 공수처법 찬성은 선거법 개정안 찬성(156명)보다 오히려 4명 더 많았다. 이날 오후 민주당 등 4+1 협의체가 ‘농산어촌의 지역 대표성을 최대한 보장하는 방향으로 선거구 획정이 이뤄지도록 권고 의견을 제시한다’고 추가 합의안을 도출한 것이 영향을 끼쳤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에 한국당 심재철 원내대표는 “위헌이 분명한 공수처법에 대해 즉각 헌법소원을 제기할 것”이라고 반발했다. 심 원내대표는 또 “한국당 의원들의 분노를 한데 모아 의원직 사퇴를 결의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통과된 공수처 설치법은 검경이 고위공직자 범죄를 인지한 즉시 공수처에 통보해야 한다는 조항 등 이른바 ‘독소조항’이 그대로 살아있어 청와대 입맛에 맞지 않는 검경의 수사는 원천 차단하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황형준 constant25@donga.com·최고야·박효목 기자}

‘4+1’(더불어민주당, 바른미래당 당권파, 정의당, 민주평화당+대안신당) 협의체가 30일 국회 본회의에서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법안을 결국 표결 처리했다. 이로써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의 두 축인 선거제 개편과 공수처 설치를 위한 입법 전쟁이 1차로 마무리됐다. 하지만 검경이 고위공직자 범죄를 인지한 즉시 공수처에 통보해야 한다는 조항이 추가되는 등 공수처 설치로 청와대 입맛에 맞지 않는 검경의 수사는 원천 차단하려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 국회는 이날 오후 7시 3분경 본회의에서 4+1 협의체가 제출한 공수처법을 재석 176명 중 찬성 159명, 반대 14명, 기권 3명의 표결로 통과시켰다. 공수처법은 선거법이 통과된 27일 본회의에서 상정됐고 28일까지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가 이어진 뒤 새 임시회 첫 안건으로 자동 표결이 이뤄졌다. 한국당 의원들은 본회의가 예정된 오후 6시경부터 ‘문 정권 범죄은폐처=공수처’라고 적힌 현수막을 들고 국회의장석 주변을 둘러싸며 문희상 국회의장의 진입을 막았다. 30여분 뒤 문 의장은 질서유지권을 발동한 뒤 의장석으로 이동해 개의를 선포했다. 한국당은 4+1협의체 소속 의원들의 표 이탈과 균열을 기대하며 무기명 투표로 표결 변경을 요구했지만 부결되자 일제히 본회의장을 떠났다. 4+1협의체는 한국당 의원들이 자리를 비운 상태에서 의결정족수(과반 출석에 출석 과반, 최대 148표)를 여유있게 넘기며 공수처법을 통과시켰다. 공수처는 내년 7월부터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한다. 이제 민주당은 문재인 정부 1호 공약인 공수처 설치와 검찰 개혁을 성과로 내세우고 자유한국당은 여권의 일방독주와 정권 심판론을 정면으로 부각시키며 향후 100여일 간 본격적인 총선 전쟁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공수처법 통과 후 청와대 고민정 대변인은 서면브리핑을 내고 “역사적인 순간이 아닐 수 없다”고 말했고 조국 전 법무부 장관도 페이스북에 “되돌릴 수 없는 검찰개혁의 제도화가 차례차례 이루어지고 있기에 눈물이 핑돌 정도로 기쁘다”고 밝혔다. 반면 심재철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문재인 대통령 관련 모든 범죄는 암장하겠다는 폭거”라며 “한국당은 위헌이 분명한 공수처법에 대해 즉각 헌법소원을 제기할 것”이라고 반발했다. 문 의장은 이날 나머지 패스트트랙 법안인 검경 수사권 조정법안은 상정하지않은 채 회의를 마쳤다. 4+1 협의체는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 없이 새해를 보낸 뒤 빠르면 내년 1월 3일부터 검경 수사권 조정법 상정과 처리 작업에 나설 계획이다.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4+1’(더불어민주당, 바른미래당 당권파, 정의당, 민주평화당+대안신당) 협의체가 30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법안의 표결 처리를 시도한다. 27일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처리한 데 이어 ‘문재인 정부 1호 공약’인 공수처법이 통과되면 내년 총선을 앞두고 패스트트랙 정국의 양대 산맥을 연내에 넘게 되는 것이다.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29일 국회 기자회견에서 “어떤 상황이 되더라도 국회법이 보장하는 절차를 밟아가며 검찰개혁을 이루겠다”며 공수처법 강행 처리를 예고했다. 반면 심재철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4+1의 틀 안에 갇혀 있는 분들 가운데 이 악법(공수처법)만은 안 된다는 분이 꽤 있는 것으로 안다. 그분들이 양심에 따라 용기 있게 행동해 주시기를 부탁한다”고 말했다. 4+1 협의체가 마련한 공수처법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내부적으로 있다는 점을 파고든 것. 4+1 안에 반발해 공수처의 기소권 폐지를 골자로 한 공수처법 수정안(바른미래당 권은희 의원 대표발의)에는 4+1에 참여해 온 박주선 김동철 등 바른미래당 당권파 의원 6명이 동참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4+1 중 일부가 이탈해도 의결정족수(재적 의원 과반 출석에 출석 의원 과반 찬성·전체 295명 중 과반 출석은 148석)를 넘기는 데 문제가 없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원내대표는 “156명 의원이 공동 발의자라서 (처리는)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고 했다. 4+1 협의체는 30일 공수처법을 처리한 뒤 새해에 다시 검경수사권 조정 법안을 잇달아 상정할 것으로 전해졌다. 황형준 constant25@donga.com·이지훈 기자}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었지만 ‘4+1’(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 당권파·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 협의체 논의 과정에서 수정에 수정을 거듭한 탓에 제도 도입 취지와 효과를 둘러싼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이 선거제의 비례성과 대표성을 높일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누더기’가 되면서 기대했던 효과가 반감될 것이라는 부정적 평가가 점차 확산되는 양상을 보인다. 일단 이번 개정안에 대해 사표(死票)를 방지해 민심을 이전보다 조금이라도 더 제대로 반영하는 효과가 있고, 고착화된 양당제에 충격 효과를 줄 것이라는 시각은 존재한다. 손호철 서강대 정치학과 명예교수는 “부족하지만 선관위가 4년 전에 제의했던 선거법 개혁, 결국 사표를 줄이고 민의가 의석수에 제대로 반영되도록 하는 데 첫발을 내디뎠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지역구 253석, 비례대표 47석인 현행 룰에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도입된 것은 기대 효과가 미미할 것이라는 회의론도 만만치 않다. 비례대표 47석 중 의석 몇 개를 군소 정당이 좀 더 나눠 가지는 수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권역별 비례대표제와 석패율제 도입이 무산된 데다 정당 득표율 3% 이상을 얻어야만 비례대표 의석을 할당받는 봉쇄 조항도 현행 그대로여서 원내에 진입하는 정당도 당초 예상보다 크게 늘어나기 어려울 수 있다. 여기에 선거법 개정 막판에 비례전담 위성정당 창당이 돌발 변수로 불거지면서 선거제 개편으로 군소 정당이 정당 득표율만큼의 혜택을 볼지도 알 수 없다. 일각에선 ‘비례한국당’에 맞서 ‘비례민주당’까지 창당되면 군소 정당들이 가져갈 의석수는 거의 사라질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김만흠 한국정치아카데미 원장은 “위성정당 창당에 대해 ‘꼼수’라는 비판적 여론 때문에 실제 창당까지 이어질지 지켜봐야 한다”면서도 “이번 선거제 개편이 군소 정당에 기회가 될지는 아직 미지수”라고 말했다. 선거법 개정에 대한 찬반을 떠나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의석 할당 방식이 복잡하고 이해하기 어려워 ‘깜깜이 투표’가 될 것이라는 지적은 공통적으로 나오고 있다. 유권자가 행사한 정당 투표가 어떤 결과를 낳을지 예측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에선 유권자들이 행사한 표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알기 어렵다”며 “국민의 선택권이 제약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다 보니 위헌 논란까지 이어지고 있다. 최원목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각 정당의 지역구 의원이 몇 명이 되느냐에 따라 연동률을 적용해 비례 의석수를 산출하는 만큼 유권자들이 비례대표 의원 선출과의 연관성을 명확히 인식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정당 투표를 하게 된다”며 “직접선거라는 헌법 취지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자유한국당 심재철 원내대표도 29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위헌 선거법에 대해 한국당은 조만간 헌법재판소에 위헌 여부를 가려 달라는 헌법소원을 낼 것“이라고 밝혔다. 황형준 constant25@donga.com·이지훈 기자}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4+1’(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 당권파·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 협의체가 30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법안의 표결 처리를 시도한다. 27일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골자로 한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처리한 데 이어 공수처법이 통과되면 내년 총선을 앞두고 패스트트랙 정국의 양대 산맥을 연내에 넘게 되는 것이다.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29일 국회 기자회견에서 “어떤 상황이 되더라도 국회법이 보장하는 절차를 밟아가며 검찰개혁을 이루겠다”며 공수처법 강행 처리를 예고했다. 반면 심재철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4+1의 틀 안에 갇혀있는 분들 가운데 이 악법(공수처법)만은 안 된다는 분들이 꽤 있는 것으로 안다. 그분들이 양심에 따라 용기 있게 행동해주시기를 부탁한다”고 말했다. 4+1 협의체가 마련한 공수처법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내부적으로 있다는 점을 파고든 것. 4+1 안에 반발해 공수처의 기소권 폐지를 골자로 한 공수처법 수정안(바른미래당 권은희 의원 대표발의)에는 4+1에 참여해온 박주선 김동철 등 바른미래당 당권파 일부 의원이 동참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4+1 중 일부가 이탈해도 의결정족수(과반 출석에 출석 의원 과반 찬성·전체 295명 중 과반 출석은 148석)을 넘기는데 문제가 없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4+1 협의체는 30일 공수처법을 처리한 뒤 검경수사권 조정 관련 법안인 검찰청법을 상정할 계획이다.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이낙연 국무총리(사진)는 한일 갈등과 관련해 “이번에 경제 마찰을 겪으면서 한일 양국이 서로 깊게 끼어들어 있는 톱니바퀴 같은 관계라는 점을 (양국 모두) 깨닫게 됐다”며 “양국 경제계는 이를 잘 살려나가는 게 서로에게 이익이란 점을 충분히 인식했는데 아직 일본 정부가 인식하지 못하는 게 아쉽다”고 말했다. 이 총리는 퇴임을 앞두고 22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가진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내가 일본의 지도자라면 때론 한국이 마음에 들지 않아도 한국을 끌어당기려고 할 것 같다”며 “정부를 떠나도 일본 정부와 신뢰를 회복하고 우호를 두텁게 하기 위해 (현재 양국에 드리워진) 정치라는 더께를 벗겨내는 일을 할 것이다. 몇 번의 계기가 있을 것이며 그 문제는 문재인 대통령께도 간단히 말씀드렸다”고 말했다. 20일 일본의 수출규제 부분 완화 조치가 나온 뒤 24일 한일 정상회담이 열리는 만큼 이 총리가 퇴임 후에도 양국 관계 정상화를 위해 모종의 역할을 할 것임을 시사한 것이다. 1987년 민주화 이후 최장수 총리(23일로 937일째)이자 강한 내각 장악력으로 ‘책임총리’ ‘군기 반장’으로 통했던 그는 “각론이 없는 정치, 행정이나 정책은 공허할 뿐이다. 마치 신발을 신고 발바닥을 긁는 격” “국민들이 묻기 전에 미리 답을 드릴 수준은 되어야 한다”고 했다. 내년 총선과 관련해선 말을 아꼈다. 이 총리는 인터뷰 내내 “당이 필요로 하는 것은 무엇이든 하겠다”는 말을 벗어나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이낙연의 정치적 미래’를 ‘실용적 진보주의’로 규정하며 구체적인 구상을 감추지 않았다. 이 총리는 “세상이 더 공정하고 정의롭게 발전해야 한다는 믿음이 진보주의라면, 그 과정에서 구체적으로 성과를 내고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 바로 실용주의”라고 강조했다. 길진균 leon@donga.com·황형준 기자}

《“그날 강풍이 불었다. 손을 쓰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이걸 어떡하지, 어떡하지’ 하면서 새벽까지 기다렸다. 굉장히 긴 밤이었다. 그래도 눈앞이 캄캄해진 사람들에게 위로만 할 게 아니라 눈앞을 보이게 해드리는 것이 정부가 할 일이라고 생각했다.” 이낙연 국무총리(67)는 22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총리 이낙연의 인생 장면’을 꼽아 달라는 질문에 올해 4월 4일 강원 고성군에서 발생한 산불 사태를 들며 당시를 회상했다. “책임 있는 정치 지도자와 정부라면 각론을 갖고 그런 분들께 삶의 앞날을 보여드려야 한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전날(21일)에도 화재 발생 이후 네 번째로 고성군을 찾아 이재민들의 상태를 살피고 피해 복구 상황을 챙겼다. 》 정치권에선 이 총리가 최근까지 차기 대선 주자 여론조사에서 1위를 달리고 있는 배경 중 하나로 어느덧 그의 트레이드마크가 된 현장 중심 디테일 행정을 꼽는 사람이 적지 않다. 역대 많은 정치 지도자가 말로는 현장 행정 구현을 외쳤지만 실제론 국민들에게 제대로 체감되지 않는 대목이기도 하다. 이 총리는 “현장은 문자 그대로 시작이자 끝이다. 정치, 행정, 정책도 모두 현장에서 나와서 현장에서 끝난다”며 “뭐가 문제인지, 그것이 과연 해결됐는지 알아보려면 결국 현장을 가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세균 후보자의 국무총리 지명으로 이제 정치권의 시선은 그의 퇴임 후 행보에 쏠리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으로 복당해 내년 4월 총선에서 어떤 역할을 할지, 당의 대주주인 친문(친문재인) 그룹과의 역학 관계는 어떻게 설정할지 하나하나가 여권 내 정치 지형은 물론이고 차기 대선 흐름에도 영향을 미칠 요소들이다. 이 총리는 총선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도 구체적인 역할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그렇지만 총선 이후 펼칠 ‘이낙연식 정치’에 대해서는 ‘실용적 진보주의’라는 기조 아래 디지털 경제부터 한반도 주변 강국과의 신뢰 외교까지 풀어냈다. 출산율 저하 대책에 대해선 가장 어려운 이슈라며 ‘문화인류학적 고민’까지 털어놓았다. 이날 동아일보와의 단독 인터뷰는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 집무실에서 2시간가량 이어졌다. ○ “정치·행정, 각론 부족하면 국민은 답답” ―차기 지도자 여론조사에서 1위를 오래 지키고 있는 것은 안정감과 함께 이 총리 특유의 업무 처리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다. “우리의 정치와 행정이 아직도 총론에 맴도는 경향이 있다고 본다. 국민의 삶은 각론으로 고통받는데, 정치와 행정은 각론이 부족하다면 국민은 답답하게 생각할 것이다. 저라고 특별히 다르겠냐만 현장을 다른 사람보다 조금 더 아는 편이라고 국민이 느끼는지 모르겠다.” ―기존 정치인에게 여전히 부족한 부분이라고 보나. “강원도 산불 때 보통의 정치인들에게서는 보기 어려운 것들을 본 게 아닌가 싶다. 총리가 현장에 가서 (집에서 빠져나오느라) 혈압약 챙겼느냐고 묻고, 볍씨 탄 것 무상으로 드리겠다고 하자 ‘희한한 사람이다’라고 했을 것이다. 하지만 각론이 없는 정치행정이나 정책은 공허하다. 각론도 매우 구체적인, 개개인의 삶에서 가장 갈급한 문제에 대한 해답이 필요하다. 예전 김대중(DJ) 전 대통령이 야당 국회의원일 때 호남선 복선화에 35년이 걸렸다. 그때 DJ가 이랬다. ‘개미가 기어가도 갔겄소.’(웃음) 그런 답답한 느낌이 국민에게 있지 않나 싶다.” ―재임 기간 동안 공직사회의 태도 변화를 많이 이끌어냈다고 평가하나. “지난주 총리실 직원들과 송년 만찬을 했는데 ‘과거보다 훨씬 더 총리실 위상이 높아진 것 같다’고 하더라. 부처들이 훨씬 협조적이고 자기들도 적극적으로 변했다고 하더라. 여러 부처가 참여하는 회의 안건을 내가 사전에 보고받는다. 미세한 보완도 있고 어떤 건 통렬하게 얘기한다. ‘회의에 상정하지 않아도 좋으니 전개의 순서나 각론의 보충이라든가, 이유로서 설명되는 걸 대대적으로 보완해 달라’고 하면 듣는 사람은 땀이 날 거다. 지금까지는 격화소양(隔靴搔양), 신발을 신고 가려운 발바닥을 긁는 것처럼 현실과 거리가 먼 정책이 더러 있었다.” ―정치인으로서 공직사회에서 쓴소리를 많이 하는 데 대한 부담은 없나. 다 우군으로 만들고 싶은 사람들 아닌가. “있다. 있지만 그것 때문에 (공직 변화를) 포기할 순 없었다. 인심을 얻기 위해서 ‘이래도 좋다 저래도 좋다’, 나는 그게 잘 안된다(웃음). 주변에서 ‘칭찬을 많이 해 달라’ ‘살살해라’고 한다. 나는 야단을 쳐도 목소리를 높이진 않는다. 그런데 똑같은 말을 여러 번 해도 안 바뀌면 언성이 높아진다. 내 앞이니까 그러는지 몰라도 많은 걸 배웠다는 얘기들은 한다.” ―향후 정치적 행보와 관련해 가장 자주 거론하는 게 ‘실용적 진보주의’ 아닐까 싶다. DJ가 언급했던 ‘서생적 문제의식과 상인적 현실감각’의 이낙연식 표현인가. “DJ의 오랜 축적이 반영된 말씀과 비교되기엔 과분하다. (영향을 받은 것은 맞나.) 그렇다고 할 수 있다. 같은 기류다. 워낙 다종다양한 문제들이 생기기 때문에 방향 하나만 보고 그런 문제들을 경시하고 갈 수 없다는 거다. 국민은 각론으로 고통받는데, 자꾸 총론적 방향만 얘기해선 안 된다. 실용과 진보 중 뭐가 더 중요한지도 미리 정할 필요가 없다. 방향성을 가지면서도 수단은 실용적이어야 한다는 뜻이다.” ―최근 정부가 내놓은 부동산 정책에 대한 평가는 어떤가. “부동산 문제는 인간의 욕망과 거의 씨름하다시피 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미 돈이 있는 사람이 특별한 노동을 하지 않고 돈을 많이 벌고, 그로 인해 절대 다수의 국민이 상실감을 느끼고 있다. 그런데 그것을 도와주기 위해 금융기관이 돈까지 빌려주는 게 과연 옳은가. 이를 막겠다는 건 정부가 충분히 할 수 있는 정책이라고 본다.” ―총리 재임 기간에 가장 후회하거나 아쉬운 게 있다면…. “후회보다는 마음이 가장 무거운 게 출산율 저하 문제다. 천재지변이나 전쟁이 아니고서야 지구상의 모든 개체는 늘어나게 돼 있다. 저출산은 지구 생명체로서 처음 겪는 일이다. ‘나로서 살고 싶다’는 청년 여성들의 고민을 이해한다. 정부가 더 노력해야 하지만, 행정으로 정책으로 변화를 유도하는 데 한계가 있다. 인생을 먼저 살아보신 선배 여성들이 따님들과 인생, 가정, 행복에 대해 얘기하는 것도 의미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굉장히 무거운 고민이다.”○ “디지털 경제 이해, 약자에 대한 연민 필요” ―다음 정치 지도자가 인식하고 준비해야 할 이슈, 시대정신은 무엇인가. “무엇보다 디지털 경제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한다. DJ가 정보기술(IT) 강국의 초석을 놨다면 문재인 정부는 ‘디지털 경제의 초석을 놨다’고 평가받아야 한다고 문 대통령께도 말씀드렸다. 사회 분야에선 갈등의 조정이 가장 중요하다. 기본적으로 지도자라면 감수성이 있어야 한다. 약자에 대한 ‘심퍼시(sympathy)’, 즉 연민을 가져야 한다. 시장 질서대로 내버려둔다면 정부가 필요하지 않다.” ―국제 정치 지형에서 한국의 위치에 대한 정치 지도자의 고민이 더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어떤 스탠스가 필요한가. “이럴 때일수록 신뢰가 중요하다. 큰 나라들 사이에 놓여 있는 우리로선 그게 숙명이다. 안보에서는 미국과의 신뢰가 흔들려서는 안 되고, 경제 관계에선 중국과의 신뢰가 흔들려선 안 된다. 일본과는 역사에서 시작된 문제가 최근 일본 지도자의 태도 때문에 감정적인 선으로까지 커졌다. 일본을 우정으로 대하는 사람으로서, 일본이 더 많이 후회할 거라고 생각한다.” ―대학생 때 하숙비를 못 낼 정도로 가난한 성장기를 보냈다. 이런 경험이 이 총리의 정치에 어떤 영향을 줬나. “내 몸에 그런 정서가 피처럼 흐르고 있다. 대학 시절 1학년 때부터 아버지가 하숙비를 못 보냈다. 1년은 입주 가정교사를 했고 이후 친구 자취방과 선배 하숙방을 전전했다. 내 대학 졸업 앨범에는 시신을 찍어놓은 것 같은 얼굴이 하나 있는데 그게 나다. 입대 영장이 나오자마자 하루도 지체하지 않고 군대를 갔다. 그런 경험이 약자에 대한 연민 같은 걸로 작동하는 것 같다. 나의 청춘도 그랬으니까 말이다.” ―이제 다시 새로운 정치의 무대로 나서게 된다. 총리의 정치 인생에서 가장 큰 변곡점은 언제인가. “전남도지사 시절이다. 기자와 국회의원은 왕성한 문제의식으로 일한다. 그러나 정책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수행되며, 때로는 왜곡되거나 악용되는지에 대해서는 충분히 모른다. 그것을 지사와 총리로 일하면서 더 알게 됐다. 선거 역시 도지사 선거가 가장 모험적인 도전이었다. 정치권에선 다들 (내가) 진다고 했다. 조직에선 내가 밀린 게 맞다. 그런데 그게 전부는 아니다. (정치권은) 기존에 입력된 데이터로 미래를 예측하는 버릇이 있다 보니 다이내믹한 변화를 미처 못 본 거다.”▼ “안보에선 美와, 경제에선 中과 신뢰 흔들려선 안돼” ▼“상대 짓누른다고 이기는 게 아니다… 험한 말 하는 사람들이 단명하더라”―대선 주자로서는 세력과 계파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지금 국면에선 그 생각을 별로 하고 있지 않다. 기본적으로 (나를) 돕는 사람이 필요한 건 맞다. 다만 계파나 조직에 너무 함몰되는 정치가 발전적일까에 대한 의문이 있다. 좀 (상황을) 보자.” ―내년 총선에서 서울 종로 출마 가능성이 있는가. “아직 뭐라 얘기하기가 적절치 않다. 당의 생각을 알기도 전에 내 의사를 조금이라도 내비친다는 것은 당에 부담이 될 것 같다.” ―국회가 꽉 막혀 있다. 어떻게 해야 야당과의 협치가 가능할까. “전무후무한 2017년 대통령 탄핵 여진이 이어지면서 최근 몇 년간 한국 정치는 특수한 상황에 놓였다. 내년 총선이 한국 정치의 큰 분기점이 될 것이다. 총선 결과에 따라 협치의 가능성이 열릴지, 아니면 극단의 정치가 지금보다 기승을 부릴지 갈림길에 있다. 자칫 유럽을 휩쓰는 것 같은 극단의 정치가 득세할 수도 있다. 정당들이 자기 쪽만 돌아보면서 기대려 하지 말고 상대를 쳐다보면서 국가대계를 건설적으로 꾸려가야 한다.” ―이 총리 하면 ‘사이다 발언’으로 상징되는 말과 글이다. 그런데 요즘 정치의 말과 글이 너무 거칠다. 후배 정치인들에게 조언을 해준다면…. “상대편을 짓누른다고 이기는 게 아니다. 우리 캠프, 반대 캠프가 아닌 그 가운데 회색 지대에 놓인 사람을 끌어오는 게 중요하다. 후임 대변인들에게도 이를 많이 이야기해 줬다. 그리고 대체로 보면 험한 말을 하는 사람들이 단명하더라.”○ “문 대통령, 친구들과 막걸리라도 한잔 했으면…” ―역대 대통령들과의 추억이 남다를 듯하다. DJ, 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까지 각각 어떻게 기억돼 있는가. “DJ는 말과 글에 대한 집념이 대단했다. 기자나 교수 출신이 연설문을 써도 ‘혼이 없다’며 당신이 다시 쓰셨다. DJ가 존경받는 지도자라면 노 전 대통령은 사랑받는 지도자였다. 때로는 거칠게 보이는 것마저도 대중적 사랑의 원천이었다. 대통령 후보 시절 말실수를 한 게 화가 나서 대변인으로서 전화했더니 ‘제가 사고 쳤죠. 소주 한잔 합시다’ 이러더라. 미워할 수 없는 매력이 있다. 문 대통령은 진지하고 신념이 강하다. 굉장히 치밀하게 생각하면서도 사람을 대할 때 따뜻하다. 술을 드셔도 흐트러지지 않는다. 농담을 하지 않고 선을 지킨다.” ―문 대통령이 총리의 향후 거취와 관련해 “이제 자신의 정치를 할 수 있도록 놓아드리는 게 도리”라고 표현했다. “과분한 말씀을 해주셨구나 생각했다. (지금의 평가는) 제 역량 때문이 아니라 대통령의 따듯함과 배려가 반영됐다. 얼마 전 주례회동에서 ‘중점 관리 대상인 28건의 갈등 과제 중 18개가 개선됐거나 개선 과정에 있다’고 (퇴임 전) 결산보고를 드렸다. 그랬더니 ‘하나하나가 오랜 세월을 끈 문제였는데 총리님께서 참 수고 많이 하셨다’고 하시더라. 대통령은 자신의 뜻과 다르더라도 ‘왜 이렇게 못하냐’가 아니라 당신의 생각을 말씀해주신다.” ―떠나면서 문 대통령에게 고언을 해준다면…. “조금 더 여유 있게 일하셨으면 좋겠다. 때론 피로 기미도 보이신다. 친구들과 막걸리도 한잔 하면서 조금씩 쉬시는 게 좋을 거 같다.” ―스스로 “이낙연은 ○○○ 총리였다”고 평가한다면…. “많은 국민으로부터 과분한 사랑을 받았다. 세월이 흘러도 ‘좋은 총리였다’고 기억된다면 영광이겠다.” 인터뷰=이승헌 정치부장 / 정리=황형준 constant25@donga.com·김지현 기자 ▼ 李총리, 바지 뒷주머니엔 항상 ‘깨알 수첩’ ▼정책구상-대화내용 빼곡히 적어… 4월 강원산불 8쪽 메모 화제공무원들에도 업무문화로 확산… 수첩 한권 다 쓰는데 한달 안걸려이낙연 국무총리의 바지 오른쪽 뒷주머니엔 항상 종이 수첩 한 권(사진)이 들어있다. 매일 만난 사람들의 이름과 주요 발언부터 순간순간 떠오르는 정책 구상이나 아이디어까지 빼곡히 적는 ‘깨알 수첩’이다. 올해 4월 강원도 산불 당시에도 통신장애부터 잔불 정리, 뒷불 감시, 이재민 대책 등 재난 발생에 따라 필요한 조치들이 8쪽에 걸쳐 적힌 그의 수첩이 화제가 됐다. 22일 인터뷰를 할 때도 뒷주머니에 수첩이 있었다. 하루 전날인 21일 산불 발생 후 네 번째로 방문한 고성 산불 피해 복구 현장에서 파악한 추가 관련 조치들을 적었다. 글씨는 금세 알아볼 수 있게 굵은 사인펜으로 큼직하게 적혀 있었다. 어느덧 자신의 아이덴티티 중 하나가 된 수첩에 대해 이 총리는 “하다 보니 쓰는 게 습관이 됐다”고 했다. 21년 기자 생활을 하면서 굳어진 습관이다. 그는 “쓰면 훨씬 더 기억이 되고 머릿속에 남는다”고 했다. 이 총리는 “20여 명과 저녁에 막걸리를 마시며 간담회를 하더라도 메모를 하기 때문에 끝날 때쯤엔 전원의 성함과 직함을 기억할 수 있다”며 “30명까진 즉석 암기가 가능하다”고도 했다. 이 총리의 메모 습관은 그가 총리로 재직하는 2년 6개월여 사이 공무원들 사이에서도 하나의 업무 문화로 자리 잡았다. 이 총리는 “(회의에) 배석하는 국장이나 차관이 (수첩에) 메모도 하지 않고 멀뚱멀뚱 있거나, 회의 자료 뒤쪽에 끄적이는 걸 보면 ‘나중에 어떻게 하려고 저러지’ 싶어 갑갑하기도 했다”며 “내가 배석자들에게 일일이 답변을 요구한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점점 수첩에 메모하는 고위공무원들이 늘더라”고 했다. 그는 평소 다 쓴 수첩은 침대 머리맡 서랍에 보관하다 서랍이 꽉 차면 다른 서랍으로 옮겨둔다고 했다. 수첩 한 권을 다 쓰기까지 한 달이 채 안 걸린다고 했다.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여의도 정치권 복귀를 앞둔 이낙연 국무총리(사진)가 “국민이 갈증을 느끼는 건 정치에서의 품격과 신뢰감”이라며 “정치로 되돌아간다면 진중하고 무겁게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총리는 19일 세종시 총리공관에서 열린 출입기자단과의 만찬에서 “제가 돌아가는 곳(정치권)이 정글 같은 곳이지만 모처럼 국민이 저에게 신망을 보여준 그런 정치를 하려고 생각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자신의 거취 얘기를 나눴던 부분을 공개하기도 했다. 이 총리는 “2차 개각이 있던 올여름 무렵에 대통령이 ‘총리가 정부에서 더 일했으면 좋겠지만 생각이 어떠신가’라는 취지의 질문을 하셨다”며 “그래서 저는 ‘문재인 정부 후반기에 가장 중요한 문제가 총선이고, 정부 여당에 속한 사람으로서 할 일이 있다면 어떤 일이든 해야 한다’고 말씀드렸다”고 했다. 문 대통령에 대해선 “그 연세의 한국 남자로서는 거의 유래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진중하시고 배려가 많으시다”며 “한 번도 빼지 않고 (내게) ‘님’자를 붙여 부른다”라고 했다. 이 총리는 차기 대선 주자로서 당내 기반이 약하다는 지적에 대해선 “정치인에게는 조직 내 기반도 필요하지만 국민에 대한 호소력이 그 못지않게 필요하고, 후자가 더 중요해지는 시대”라며 “어려운 시대를 건너가는 것이 정치의 역할이라면 작은 조직 논리로만 접근하는 것이 정치인 임무에 부합할까 하는 의문을 갖는다”고 했다. 그는 앞으로 시대정신에 대해 ‘성장과 포용’을 제시하며 “그런 문제들을 실용적 진보주의 관점에서 접근하고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문제를 실질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관점에서 실용은 포기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4+1’협의체의 패스트트랙 협상이 장기화 되는 가운데 자유한국당의 ‘비례한국당’ 창당 구상을 놓고 정치권은 ‘위성정당’ 공방에 휩싸였다. 한국당 심재철 원내대표는 20일 당 원내대책회의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반대하지만 (더불어민주당 등이) 정 강행하면 그에 맞춰서 움직일 수밖에 없지 않겠냐”면서 전날 밝힌 비례한국당 창당 구상을 재차 강조했다.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가 “자기네 의석수만 생각하는 것”이라고 비판한데 대해 한국당 김재원 정책위의장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낯짝 두껍기가 곰발바닥보다 더하다. 제도가 잘못 만들어지니 거기에 적응하기 위한 또 다른 변칙을 쓰는 상황”이라 받아쳤다. 실제 한국당 내에선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시행되면 오갈데 없는 우파 성향의 표를 흡수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당 관계자는 “연동형제 하에선 정당투표에서 한국당을 찍은 표는 모두 사표가 된다”면서 “새로운보수당이나 우리공화당을 찍기 싫어하는 우파 표를 모을 ‘깔때기’가 필요한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으로선 정의당 등이 완벽한 우군은 아니기 때문에, 비례한국당이 출연한다면 맞대응 전략이 필요한 상황이다. 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는 이날 당 회의에서 “위성정당용 비례한국당을 만든다는 계획 등 황교안식 극우공안정치가 국회를 극단의 대결로 내몰고 있다”고 비판했다. 설훈 최고위원은 라디오에서 “괴물을 만들어 내놓겠다라고 하는데 국민들이 그걸 받아들일까”라고 했다. 정의당 심상정 대표도 “어떻게 공당이 주권자의 뜻을 노골적으로 왜곡하겠다는 망언을 할 수 있느냐”라며 “법률적·제도적인 조처가 뒤따라야 할 것”이라고 했다. 실제 4+1협의체 내에선 “다른 정당이나 후보자를 위한 선거운동을 할 수 없도록 한 공직선거법 88조를 보강하는 등 ‘비례한국당 방지법’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한편, 새 회계연도 시작이 열흘 남짓 남았는데 여야는 내년도 예산부수법안 처리 일정도 잡지 못하고 있다. 국회 관계자는 “위성정당 공방 등 패스트트랙 논의가 산으로 가는 통에 예산부수법안, 민생법안들을 원포인트 본회의로 처리하자는 주장들은 힘을 잃어가고 있다”고 꼬집었다.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여의도 정치권 복귀를 앞둔 이낙연 국무총리가 “국민이 갈증을 느끼는 건 정치에서의 품격과 신뢰감”이라며 “정치로 되돌아간다면 진중하고 무겁게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총리는 19일 세종시 총리공관에서 열린 출입기자단과의 만찬에서 “제가 돌아가는 곳(정치권)이 정글 같은 곳이지만 모처럼 국민이 저에게 신망을 보여준 그런 정치를 하려고 생각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자신의 거취 얘기를 나눴던 부분을 공개하기도 했다. 이 총리는 “2차 개각이 있던 올여름 무렵에 대통령이 ‘총리가 정부에서 더 일했으면 좋겠지만 생각이 어떠신가’라는 취지의 질문을 하셨다”며 “그래서 저는 ‘문재인 정부 후반기에 가장 중요한 문제가 총선이고, 정부 여당에 속한 사람으로서 할 일이 있다면 어떤 일이든 해야 한다’고 말씀드렸다”고 했다. 문 대통령에 대해선 “그 연세의 한국남자로서는 거의 유래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진중하시고 배려가 많으시다”며 “한 번도 빼지 않고 (내게) ‘님’자를 붙여 부른다”라고 했다. 이 총리는 차기 대선 주자로서 당내 기반이 약하다는 지적에 대해선 “정치인에게는 조직 내 기반도 필요하지만 국민에 대한 호소력 못지않게 필요하고, 후자가 더 중요해지는 시대”라며 “어려운 시대를 건너가는 것이 정치의 역할이라면 작은 조직논리로만 접근하는 것이 정치인 임무에 부합할까라는 의문을 갖는다”고 했다. 그는 앞으로 시대정신에 대해 ‘성장과 포용’을 제시하며 “그런 문제들을 실용적 진보주의 관점에서 접근하고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문제를 실질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관점에서 실용은 포기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정세균 국무총리 후보자가 19일 “정치를 바꾸기 위해 국가의 기본법인 헌법을 고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 제 생각”이라며 “개헌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정 후보자는 이날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빌딩에서 개최한 ‘국민미션포럼’ 기조강연에서 “현재 우리 사회가 유례없는 ‘초갈등 사회’라는 데 저도 동의한다”며 “이런 갈등을 해소하는 것이 정치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지금 국회에서 벌어지는 상황을 보면 ‘정치 현주소가 한심하다’라고 생각할 것”이라며 “주된 원인은 선거구제 개편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밥그릇 싸움’이라고 하는 국민의 말이 맞다”며 “개헌과 함께 공정한 게임의 룰을 만드는 게 시급하다”고 언급했다. 최근 선거법 등을 둘러싼 여야 대치가 격렬한 가운데 개헌론자로서의 소신을 드러내는 동시에 개헌의 중요성을 다시금 환기한 것으로 풀이된다.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일제 강제 징용 피해자 단체 대표들이 19일 문희상 국회의장을 만나 문 의장이 최근 발의한 한일 양국 기업과 국민이 자발적인 기금을 조성하는 내용의 이른바 ‘1+1+α’ 법안의 조속한 국회 통과를 촉구했다. 이들은 피해자 1만여명의 서명이 담긴 동의서를 문 의장에게 직접 전달했다. 국회의장실에 따르면 문 의장은 이날 오후 3시 20분경 국회를 찾아온 강제징용 피해자들을 만나 “동트기 직전이 가장 어두운 것 같지만 새벽이 또 온다”며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앞으로 정치를 그만둔다는 각오로 최선을 다 해보겠다”고 말했다. 유족 측이 문 의장에게 “의장님을 뵙기까지 80년이 걸렸다”고 하자 문 의장은 “여러분, 그동안 고생 많이 하셨다. 나라를 잃고 수모를 당한 것도 서러운데 정부가 수립된 지 100년이 지나도록 아직까지 국가가 책임있는 행동을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날 피해자 측에서는 이주성 일제강제동원희생자유가족협동조합 이사장, 김봉시 전국일제피해자연합회 회장, 백장호 일제피해자연합회 대표 등 희생자 유족 10여명이 참석했다. 이들은 이 자리에서 문 의장이 전날(18일) 대표발의한 ‘기억·화해·미래재단법안’과 ‘대일항쟁기 강제동원 피해조사 및 국외강제동원 희생자 등 지원에 관한 특별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빠른 시일 내에 통과시켜 줄 것을 주문했다. 유족 측은 또 일부 강제 동원 피해자들이 문 의장의 법안 통과를 강력 반대하고 있는 데 대해 우려를 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국회가 규제 입법을 쏟아내듯 정부도 규제 양산을 즐기고 있는 게 아닌지 우려된다.” 정세균 국무총리 후보자가 총리실 간부들에게 첫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이 같이 말하며 규제 개혁 문제에 대해 높은 관심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19일 총리실에 따르면 정 후보자는 전날(18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금융연수원에 마련된 인사청문회준비단 업무보고를 받으면서 “중국은 사후 입법이라 우리보다 규제가 적다”며 “우리가 게임체인저(시장의 판도를 바꾸는 것)인 4차 산업 혁명에서는 중국보다 뒤처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정부가 이런 규제 혁신 정책을 하고 있는데 왜 국민이 체감을 못 하느냐”고 반문하며 “정부가 노력하고 있지만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 후보자는 또 “공직자의 마인드가 중요하다”며 공직자들이 경제 주체들의 시각에서 행정에 적극적으로 임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또 입법부 수장을 지낸 뒤 행정부 2인자인 총리직에 오게 된 것을 두고 3권 분립 논란을 의식한 듯 “고심 끝에 총리직을 수락하게 됐다”며 “그동안 국가와 국민에게서 많은 은혜를 받았는데 지금 국내외 난제가 있고 내가 소용이 될 수 있다면 이런저런 격식을 넘어서 받아들이고 나서는 게 보은이라 생각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더불어민주당과 군소 정당들이 18일에도 선거법 개정안 합의안 도출에 실패했다. 이날 오전 민주당을 제외한 바른미래당과 정의당, 민주평화당 등 야3당과 대안신당 대표들은 △21대 총선에 한해 ‘연동형 캡(상한선) 30석 적용’ △석패율제 도입 등을 담은 합의안을 민주당에 제안했지만, 민주당은 이날 오후 의원총회에서 석패율제 도입에 대해선 재고를 요청하기로 했다. 석패율제를 둘러싼 견해차가 좁혀지지 않으면서 4+1 협의체 공조를 통한 선거법 개정안의 연내 처리도 불투명해지고 있다.○ 선거법 합의 놓고 엎치락뒤치락 4+1 민주당을 제외한 3+1 협의체 대표들은 이날 오전 회동에서 연동형 캡 30석 등 선거법 합의 사항을 발표했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는 회동 후 “우리 4당 대표는 확고한 공조로 선거제 개혁, 검찰 개혁이라는 시대적 사명을 완수해나갈 것”이라며 “이에 따라 선거제 개혁 논의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석패율제에 대해선 “우리나라 정치의 아주 큰 병폐인 지역 구도를 철폐하고 완화하기 위해 최소한이라도 도입해야 한다”며 “이것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그렇게 절실히 원하던 바이기도 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후 3시간가량 이어진 민주당 의총에선 석패율제 도입에 대한 반대 의견이 쏟아졌다. 당초 ‘지역구 225석, 비례대표 75석’의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지정된 선거법 원안과 달리 현재처럼 ‘지역구 250석, 비례대표 50석’의 선거법 개정이 추진되는 상황에서 석패율제 도입은 원래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낙선한 지역구 출마자들이 비례대표 의원으로 당선되는 만큼 실질적으로는 비례대표가 아니라 ‘지역구 의원’이 늘어난다는 주장이다. 민주당의 한 수도권 초선 의원은 “현재 47석보다 겨우 3석만 비례대표 의원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석패율제가 도입되면 상당수가 지역구 의원이나 출마자로 채워질 수 있다”며 “석패율제를 도입할 명분이 없다”고 반대했다. 석패율제가 정의당 심상정 대표 등 중진 의원 재선용에 그칠 수 있다는 것도 민주당 의원들의 반대 이유 중 하나다. 박찬대 원내대변인은 의총이 끝난 뒤에 “석패율에 대해선 부정적 의견이 훨씬 더 많이 나왔다”며 “석패율제에 대해 재고해 달라고 한 것은 3+1 합의에 나온 석패율을 우린 못 받는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은 일단 4+1 협의체를 통해 선거법 개정안의 연내 처리를 위해 협상을 이어갈 계획이다. 이를 위해 의총을 통해 협상 전권을 이인영 원내대표에게 위임했다. 원내지도부의 한 의원은 “정의당 심상정 대표가 말한 대로 중진 의원들에게 석패율제가 적용되지 않도록 단서 조항을 단다면 타협점을 찾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이 석패율제 재고를 요청하자 합의했던 야3당과 대안신당은 발끈했다. 손 대표는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오늘 합의문이 사실상 우리의 최후통첩이었다”며 “민주당이 선거법을 안 받으면 검찰 개혁 법안 등 처리도 안 되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유성엽 대안신당 창당준비위원장도 “납득하기 어렵다”며 “안하무인으로 나오면 총리 인사청문회 등 다른 현안에 당연히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 민주당, 원포인트 국회 제안했지만… 민주당은 이날 의총에서 자유한국당과 4+1 협의체에 예산 부수법안과 민생법안을 처리할 원포인트 본회의를 열자고도 제안했다. 박 원내대변인은 “원포인트 국회를 열자고 야당 전체에 제안할 것”이라며 “회기 결정 안건을 두고 다툼이 있었기에 (본회의 개최 일정에 대한) 협의가 같이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선거법을 둘러싼 협상이 진통을 겪는 상황에서 4+1 협의체 소속 정당들이 본회의 개최에 협조할지는 미지수다. 일각에선 민주당이 선거법 등을 놓고 견해차가 좁혀지지 않자 패스트트랙 법안의 연내 처리를 사실상 포기하기로 전략을 수정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실제 이날 의원총회에서 한 의원은 “지금 상황에서 석패율제를 갖고 계속 이야기하는 것은 의미 없다. 일단 올해 안에 선거법은 안 하기로 약속하고 민생 법안부터 처리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 연동형 캡(cap) ::연동률을 적용할 비례대표 의석 최대치. 전체 비례대표 50석 중 30석에 ‘캡’을 씌운다면 30석이 연동형으로 나눌 수 있는 비례대표 의석 최대치가 된다.:: 석패율제 ::지역구 선거에서 가장 높은 득표율로 낙선한 2위 후보를 비례대표 의석으로 구제하는 제도. 이를 위해 지역구와 비례대표 선거에 중복 입후보를 허용할 수 있다. 황형준 constant25@donga.com·김지현·최고야 기자}

“이제 자신의 정치를 할 수 있도록 놓아드리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17일 정세균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인선을 발표하며 이낙연 총리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이 총리의 향후 정치적 행보를 염두에 둔 교체라는 점을 명확히 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책임 총리로서의 역할에 탁월한 능력을 보여줬고, 현장 중심 행정으로 국민과의 소통에도 부족함이 없었다”며 “저로서는 매우 아쉽지만 국민들로부터 폭넓은 신망을 받고 있다”고 그간 노고를 치하했다. 2년 7개월 동안 차기 대선 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20%를 넘는 지지율로 장기간 1위를 유지하고 있는 데다 당내 일각에서 총선 역할론이 나오고 있는 이 총리를 계속 내각에 두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했다는 얘기다. 문 대통령이 이어 “앞으로 어떤 선택을 하든, 어느 자리에 서든 계속 나라와 국민을 위해 봉사해 주시리라 믿는다”고 한 것도 이 총리가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스스로 정치적 영역을 확장하길 기대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차기 총리 발표 시점도 이 총리와 상의해 결정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총리 지명을 발표하며 이 총리를 예우하면서 ‘문재인의 사람’이라는 도장을 확실하게 찍어준 셈”이라고 말했다. 이 총리도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어제 (문 대통령과의) 주례회동 직후 제게 말씀해 주셨다”며 “대통령께서 ‘내일 직접 발표하겠다’는 말과 함께 ‘총리님도 이제 자기의 정치를 할 때가 되지 않았느냐”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어 “그것이 경찰 용어로 ‘훈방(訓放·훈계하고 풀어줌)한다’는 표현”이라며 “국민과 대통령께 고마운 마음이 제일 크다”고 화답했다. 자신의 향후 행보에 대해선 “당의 생각도 있어야 될 것이고, 후임 총리님의 임명 과정이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 하는 것을 조금은 지켜봐야 하지 않겠나”라고 말을 아꼈다. 실제 이 총리 측근 그룹에서는 “아직 당에서 이 총리의 역할에 대해 아무런 언질을 주지 않아 답답한 상황”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민주당 내에선 이 총리가 정세균 후보자 지명으로 자리가 빈 서울 종로에 나설지 아니면 비례대표로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아 총선 지원에 나설지가 초미의 관심이다. 일각에선 정 후보자 인사 청문 절차가 끝나기 전이라도 이 총리가 사퇴한 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총리 대행을 맡는 방안도 거론된다. 이 총리가 어디로 나서든 이해찬 대표와 함께 내년 총선에서 상임공동선대위원장을 맡는 방안에는 큰 이견이 없다. 당 관계자는 “이 총리가 총선 출마에 방점을 두기보다는 대선을 염두에 두고 선거 운동 등을 통해 자기 세력을 형성하는 방안을 우선적으로 생각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 대표가 총선 승리 전략을 고민하며 회의를 주재하고 이 총리는 유세장을 돌아다니며 당 얼굴 역할을 하면서 역할을 분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권에선 대선 주자 선호도 1위를 달리는 이 총리가 얼마나 자기 세력을 만드느냐가 향후 대선 가도의 관건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한편 정 후보자 지명으로 집권 후반기를 위한 내각 개편 논의도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당에서 요구하고 본인이 동의하면 대통령은 언제든지 보낸다는 생각”이라며 총선용 개각 가능성을 내비쳤다.황형준 constant25@donga.com·문병기 기자}
국회가 갈수록 ‘선거법 블랙홀’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밥그릇 챙기기에 골몰하는 군소 야당들과 결사반대를 외치는 자유한국당 사이에서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갈팡질팡하며 눈치작전만 이어갔다. 각 당의 힘겨루기 속에 시급한 내년도 예산부수법안과 200개 가까운 민생법안이 인질로 붙잡혔다는 지적이 나온다.○ 눈치 보다 ‘자승자박’ 민주당 당초 ‘4+1’ 협의체는 여야 원내대표 3당 회동이 결렬되면 16일 선거법 등 합의안을 마련해 본회의에서 상정하려고 했다. 하지만 4+1 협의체는 이날도 상정은커녕 연동형 캡 30석과 석패율제 도입을 둘러싼 견해차를 좁히지 못해 단일안 마련에 실패했다. 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이제 4월에 패스트트랙에 올린 원안의 정신과 원칙으로 다시 돌아가기로 했다”고 배수진을 쳤다. 지역구 225석+비례 75석을 골자로 하는 선거법 개정안 원안에 대해서는 지역구 의석수 감소 등의 이유로 반대하는 의원이 적지 않다. 원안 상정 시 자칫 여권이 추진하는 선거제도 개편이 물 건너갈 수 있다. 그만큼 정의당과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등 군소 야당들과 한국당 사이에서 외줄타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정의당 심상정 대표는 “민주당은 ‘4+1’ 협상이 뜻대로 안 되면 원안을 상정해 부결돼도 상관없다는 식으로 (우리를) 압박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민주당이 전날부터 꺼내 들고 있는 ‘당 중진 재선 보장용 석패율제’라는 비판에 대해선 페이스북을 통해 “걱정하신다면 중진에게 석패율제가 적용되지 않도록 선거법에 명문화할 것을 제안한다. (저는) 당당히 지역구민의 선택으로 승부하겠다”고도 했다. 하지만 이날까지도 4+1 합의안이 진전이 없자 정치권에선 민주당이 패스트트랙 최우선 과제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처리를 위해 선거제 개정을 ‘미끼’로 4+1 협의체를 구성하려다가 자승자박(自繩自縛)에 빠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여당 관계자는 “이대로 가면 아무것도 안 될 수 있다. 부결되더라도 원안대로 상정하는 게 낫다”며 “내년 총선에서 공수처 설치 등 개혁을 위해 국회선진화법의 장벽을 뚫고 법안을 단독 처리할 수 있는 180석을 달라고 호소해야 한다. 공수처 설치법은 21대 국회에서 처리해도 된다”고 말했다.○ 협상 사실상 거부하며 거리로 나선 한국당 제1야당인 한국당이 패스트트랙 결사반대를 외치면서 극단적인 대치만 이어가는 것도 국회 파행의 한 원인이다. 한국당은 지난달 29일 199개 안건에 대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 신청을 시작으로 13일엔 ‘임시국회 회기 결정의 건’에 대해 필리버스터를 신청해 민생법안 처리를 가로막으며 번번이 본회의 개최를 무산시켰다. 황교안 대표는 “여권 (4+1 협의체) 정당들이 의석 나눠먹기 밥그릇 싸움을 하다가 욕심을 다 못 채우니 파투가 났다”며 “연동형 비례제는 정계 은퇴해야 마땅한 구태 정치인들의 연명 장치이자 노후 보장제도라는 게 드러난 것”이라고 말했다. 문희상 의장은 이날 본회의 연기를 선언한 뒤 입장문을 통해 “한국 정치에 데모크라시는 온데간데없고, 비토크라시(Vetocracy)만 난무하고 있다”며 “대화와 타협이 아닌 거부와 반대만 일삼는 정치, 상대를 경쟁자, 라이벌이 아닌 에너미, 적으로 여기는 극단의 정치만 이뤄지는 상황에 자괴감을 느낀다. 책임을 통감한다”고 했다.황형준 constant25@donga.com·김지현·최고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