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지난달 22일 서울 국제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인 ADEX2021 행사에서 우리 공군의 C130 수송기(C130H)를 탔습니다. C130 기종은 공군의 주력 수송기로 1990년대부터 소말리아와 동티모르 평화유지군, 이라크 파병 등에 참전했던 수송기입니다. 최근 아프가니스탄의 한국인 협력자들을 국내로 수송한 ‘미라클 작전’ 에도 투입됐던 항공기(C130J)였습니다. 내부 소음이 심하다며 귀마개도 줍니다. “뭐 얼마나 시끄럽겠어?” 라고 가볍게 생각했지만, 내부 소리가 너무 커서 귀마개가 없으면 없었다면 큰일 날 뻔 했습니다. 수송기 후미쪽 문이 내려오고 걸어서 탑승을 했습니다. 내부의 모습은 마치 거대한 공장 같았습니다. 처음 보는 장비들과 장치들이 가득했고, 3m 이상 돼 보이는 천장을 보려면 고개를 한참 젖혀야 했습니다. 엔진 소리가 너무 커서 옆 사람 이야기가 들리지 않았습니다. 영화 속에서 수송기를 탄 공수부대가 낙하를 하기 전에 비장한 얼굴로 가만히 앉아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요. “큰 소리로 외치지 않는 이상 옆 사람과 대화 자체가 어려우니 마음을 다잡을 수밖에 없구나” 싶었습니다. 이날도 군 관계자가 간단한 수신호로 탑승객들에게 상황을 안내 했습니다. 지시에 따라 좌석에 앉았습니다. 여객기 좌석처럼 딱딱한 의지가 아니라 해먹처럼 빨간색 그물로 만들어진 의자였습니다. 캠핑이나 낚시를 할 때 쓰는, 엉덩이 부분이 움푹 들어가는 느낌의 그물 의자였는데요. 처음엔 신기했지만, 어딘가 모르게 불편하고 어색해서 계속 몸을 이리 비틀고 저리 비틀게 되더군요. 길다란 봉에 그물을 엮어서 만든 모양의 좌석이어서 필요에 따라 탈 부착이 가능해 보였습니다. 바닥은 항공기 화물기와 비슷했습니다. 전차나 군수물자, 컨테이너 박스 등을 실어 나를 수 있도록 고박 장치(레일)를 깔아 놨습니다. C130 수송기는 1950년부터 미국에서 생산이 시작된 C130 수송기는 전 세계에서 2500대 이상이 주문됐을 정도로 많이 사용되는 수송기입니다. 초기 모델이 나온 이후에 동체가 연장 되거나 화물칸 용적이 늘어나는 등 개량을 거치기도 했습니다. C130 버전 마다 차이는 있지만, 대략적으로 항공기 높이는 약 11m, 길이는 30m, 너비는 약 40m입니다. 이날 탑승한 C130H은 조종사와 부조종사, 항법사, 기내 정비사, 적재사 등 5명의 승무원이 탑승합니다. 155mm 곡사포 또는 6대의 재급유 트레일러 등의 화물수송이나 60여 명의 완전무장 병력수송 가능합니다. 4508마력의 T56-A-15 터보프롭 엔진장착 했고, 프로펠러의 블레이드가 4개입니다. 최고 시속은 약 590km입니다. C130H-30 버전 항공기는 C-130H의 동체를 4.57m 정도 연장해서 7개의 화물 운반대와 128명의 완전무장 병력수송 가능하다고 합니다. C130 중에서도 최신형이자 우리 공군이 보유하고 있는 C130J는 1991년부터 개발을 시작한 항공기인데요, 조종사와 부조종사 등 승무원 3명 정도 탑승을 한다고 합니다. 최고 시속은 약 670km, 6개의 블레이드를 가진 프로펠러와 4591마력의 신형 AE 2100 D3D 터보프롭 엔진장착 했습니다. 3300~4000km 정도를 날 수 있다고 하는데요. 약 20t의 화물을 실을 수 있고, 120여명 이상 탑승이 가능합니다. 수송기는 여객기와는 다르게 비포장 도로 등 험지에서 이착륙이 가능합니다. 수송기 탑승감은 여객기와는 차원이 다릅니다. 수송기가 오프로드를 달리는 4륜 구동의 SUV 느낌인데요. 수송기를 타고 있자니 여객기는 고급 세단처럼 느껴질 정도였습니다. 엔진 소리와 항공기의 떨림 때문인지 멀미를 하기도 했습니다. 착륙을 한 뒤에도 어지러움이 쉽게 가라앉지 않았는데요. 수송기를 타고 작전을 하는 병사들과 탑승객들이 새삼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C130 창문은 성인 얼굴 정도 크기였지만, 창문 밖으로 수송기 프로펠러가 돌아가는 모습과 지상의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수송기 창을 통해 내려다본 어느 가을날의 우리 강산은 너무 아름다웠습니다. 수송기를 타서인지 어딘가 모르게 비장함도 느껴졌습니다. 제가 공군병 출신이어서 전역 13년여 만에 공군의 일원이 된 느낌도 들었습니다. 이날 비행은 일반인들을 위한 체험 비행이라 고도를 조금 낮게 해서 30분 동안 진행이 됐습니다. 서울 공항에서 출발해서 서울 남동권과 경기 용인 에버랜드 지역 등을 돌았습니다. 대한민국을 지키는 가장 높은 힘인 공군 수송기를 탄 경험은 정말 잊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밤낮으로 대한민국과 우리 국민들을 지키고 있는 C130 수송기 체험은 2년마다 있는 ADEX에서 해보실 수 있습니다. 기회가 되신다면 미리 일정을 확인하시어 탑승을 해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필승!변종국기자 bjk@donga.com}

CJ대한통운이 2조5000억 원을 투자해 물류 플랫폼을 확장하고 첨단 물류 기술과 인재 확보 등에 나선다. 앞으로 3년 동안 플랫폼과 문화, 첨단 기술 등 미래 혁신 성장 분야에 10조 원 이상 투자한다는 CJ그룹의 중기 비전에 발맞춰 투자를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14일 CJ대한통운에 따르면 강신호 CJ대한통운 대표이사는 15일 회사 창립 91주년을 맞아 2023년까지 2조5000억 원을 투자해 인프라 확장과 첨단 기술 및 인재 확보, 조직문화 변화 등에 나서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강 대표는 직원들에게 보내는 기념사에서 “과거 우리의 강점이었던 넓은 부지와 큰 창고, 경험 기반의 운영능력은 당분간 시장에서 비교우위를 지키는 데는 도움이 될지 모르지만 미래에는 생존조차 보장받기 힘든 방식”이라며 “물류산업은 노동집약, 경험집약 구조에서 디지털집약 구조로 급변하고 있다. 첨단기술 확보와 고객에게 최상의 가치를 제공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하겠다”고 강조했다. CJ대한통운은 이를 위해 이커머스와 택배, 신 라스트마일 딜리버리(주문한 상품이 소비자에게 전달되기까지의 전 과정) 시스템 구축 등 물류 플랫폼 확장에 집중한다. 2023년까지 수도권 곳곳에 이커머스 핵심 거점을 마련하고 상온·냉장·냉동 등이 모두 가능한 3온도 풀필먼트 센터를 추가 구축하는 등 풀필먼트 인프라를 현재보다 8배 이상 확장한다. 이미 운영 중인 곤지암, 용인, 군포 풀필먼트 센터뿐 아니라 전국 각지에서 물건을 받아 배송할 수 있는 물류 거점을 만들어 그물망 형태로 전국을 연결하는 ‘이커머스 매트릭스’를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신규 풀필먼트 인프라에는 자율주행 로봇을 도입하고,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기반의 시스템을 더해 물류 관련 비용과 시간을 단축할 계획이다. 택배부문은 소형 상품 분류설비인 멀티포인트(MP) 등을 통해 취급 능력을 높이기로 했다. 택배 처리 시간을 단축해 소비자들에게는 다양한 물건을 빠르게 배송하고 택배 근로자의 업무 강도를 줄일 수 있게 된다. 특히 CJ대한통운은 첨단기술 개발과 상용화, 인재 확보에도 나선다. 2023년까지 자체 기술연구소인 TES물류기술연구소 규모를 2배 이상 키우고, 800명 수준의 전문 인력도 확보할 방침이다. 신기술 확보를 위한 기술 스타트업과의 협업도 강화한다. CJ대한통운은 인사제도도 대폭 개편하기로 했다. 7단계 이상 세분화된 직급체계를 단순화하고 나이에 상관없이 역량만 있다면 조직을 이끄는 리더가 될 수 있도록 인사제도를 손질할 예정이다. 또한 성과를 내면 파격적인 보상을 제공해 개인의 만족과 조직의 성장이 연계될 수 있도록 했다. 변종국 기자 bjk@donga.com}

박용만 전 대한상공회의소 회장(66·사진)이 두산경영연구원 회장 직에서 사임하고 그룹을 떠난다고 두산그룹이 10일 밝혔다. 박 전 회장 두 아들도 그룹 임원에서 물러나기로 하면서 부자(父子) 모두 두산그룹에서 독립하게 됐다. 재계에서 그룹 회장을 지낸 뒤 아들들과 함께 독립하는 건 드문 사례다. 두산그룹 측은 “박 전 회장은 두산인프라코어 매각 후 그룹의 모든 직책에서 사임하겠다고 이야기해 왔다. 매각 이후 경영 실무는 관여하지 않았고 매각이 마무리되면서 자연스럽게 사임을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박 전 회장은 본인이 회장과 이사회 의장을 맡았던 두산인프라코어가 올해 8월 현대중공업그룹으로 매각되면서 사임 의사를 계속해서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회장은 본인의 페이스북을 통해 “연초부터 공언한 대로 그룹의 모든 자리를 떠나기로 했다. 그룹의 실무를 떠난 지는 이미 오래됐고 상징적 존재로 있던 자리까지 모두 떠난다”고 밝혔다. 박 전 회장은 “이렇게 두산을 떠나는 것이니 나도 독립이다. 이제부터는 그늘에 있는 사람들 더 돌보고 사회에 좋은 일 하며 살아가기로 했다. 삼부자 모두가 각각 독립하는 셈”이라고 덧붙였다. 박 전 회장은 이사장을 맡고 있는 재단법인 ‘같이 걷는 길’에서 지역 사회 봉사와 소외계층 구호사업 등은 이어나갈 계획이다. 장남인 박서원 오리콤 부사장(43)은 크리에이티브 콘텐츠 및 패션 관련 유망 회사 육성과 디자인 제품 개발 등의 일을 할 예정이다. 차남인 박재원 두산중공업 상무(37)는 미국 실리콘밸리 등에서 스타트업 투자 사업을 본격적으로 할 계획이다. 박 부사장은 이날 두산그룹을 통해 내놓은 입장문에서 “관련 업계에서 유망 회사들을 육성하는 일에 이미 관여하고 있었다”며 “이제 본격적으로 관련 사업을 확장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고 박두병 두산그룹 초대 회장의 5남인 박 전 회장은 그룹 내 ‘형제경영’ 전통에 따라 박용현 전 회장 뒤를 이어 2012∼2016년 두산그룹 회장을 지냈다. 1983년 두산건설에 입사해 두산그룹 기획조정실장, ㈜두산 대표이사 부회장, 두산중공업 회장, 두산인프라코어 회장을 맡았다. 2013∼2021년에는 대한상의 회장을 역임했다. 2016년 3월에 조카인 박정원 현 회장에게 회장을 넘기면서 두산그룹은 4세 경영 체제에 들어갔다. 변종국 기자 bjk@donga.com}

4일 열린 제네시스 준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GV60’ 시승회. 현대차그룹의 순수 전기차 플랫폼 ‘E-GMP’를 단 제네시스의 첫 차량은 어떤 퍼포먼스와 디자인을 뽐낼지 기대가 됐다. GV60는 준중형 SUV면서도 쿠페형 디자인이라 미래지향적 느낌을 줬다. 제네시스의 상징인 두 줄로 된 전면부 램프에서 차량 후미 부분까지 이어지는 곡선은 세련된 느낌을 더해줬다. E-GMP는 평평한 사각형 모양 플랫폼이다. 엔진룸, 전선, 관 등이 사라지면서 같은 크기의 차인데도 내부 공간이 더 커지고 활용도 용이해졌다. 이 때문에 준중형 SUV인 GV60의 실내는 중형급 이상이라는 느낌을 줬다. GV60는 지문 인식과 안면 인식 기능을 갖췄다. 차량 설정을 할 때 지문과 얼굴을 등록하면 자동차 열쇠 없이도 차량 문을 열거나 시동을 걸 수 있다. 외부에서 운전석 차문 손잡이에 지문을 대면 차량 앞문과 뒷문 사이에 있는 카메라가 작동을 하고 얼굴을 인식한다. 실제 주행을 해 봤다. 전기차 특유의 정숙성이 느껴졌고 부드러운 주행감도 좋았다. 역동적인 가속과 주행 퍼포먼스를 느낄 수 있게 해주는 ‘부스트(BOOST)’ 버튼을 눌렀다. “제대로 달려보자”라고 말하는 듯 계기판이 붉은색으로 변했다. 버튼을 누르니 운전석 시트가 자동적으로 운전자의 허리와 등 부분을 감싸줬다. 운전자가 흔들리지 않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전기차는 회생제동 시스템이 있다. 속도가 줄어들 때 운동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전환해 배터리를 충전해 주는 시스템이다. 이 때문에 보통 전기차는 가속페달에서 발을 뗐을 때 제동력이 급격히 생긴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런데 GV60는 아이오닉5나 G80e 등 현대차의 다른 전기차들에 비해 제동력이 조금 덜한 느낌이었다. 가장 인상적인 건 변속기였다. GV60에는 ‘크리스털 스피어’ 라는 공 모양의 변속 조작계가 있다. 시동이 걸렸을 때는 변속 조작계가 나타나는데 시동을 끄면 변속 조작계가 180도 회전을 하면서 둥근 공 모양으로 바뀐다. 밤에는 감각적인 무드등 역할도 한다. 아이오닉5에서 처음 등장한 디지털 사이드미러도 옵션으로 장착할 수 있다. GV60는 아이오닉5와는 전혀 다른 느낌이었다. 아이오닉5가 공간 활용성에 중점을 둔 패밀리카라면 GV60는 고급스러우면서도 퍼포먼스를 강조했다는 느낌을 준다. GV60의 전비는 kWh(킬로와트시)당 4.1∼5.1km, 가격은 6379만 원(세제 혜택 등 적용 전 기준)부터다.변종국 기자 bjk@donga.com}

현대자동차그룹은 10일 온라인에서 ‘HMG 개발자 콘퍼런스’를 열고 내·외부 기술 개발자들과 기술 정보 교류 및 소통 행보에 나섰다고 밝혔다. 기술 공유와 인재 등용을 통해 미래 모빌리티 개발을 가속화하기 위해서다. 이날 행사는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의 여정’을 주제로 열렸다. 알버트 비어만 현대차·기아 연구개발본부장(사장)은 “소프트웨어 개발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으며 더 나은 삶을 창출하는 핵심 요소가 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사회적 가치를 창출할 더 많은 인재들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친환경 차량 개발뿐 아니라 수소, 자율주행, 로보틱스, 도심항공모빌리티(UAM) 등 현대차그룹이 준비하고 있는 미래 모빌리티 전략에 필요한 기술 융합 및 인재 발굴이 중요한다는 걸 강조했다. 특히 자체 인력뿐 아니라 외부 소프트웨어 개발자들과의 적극적인 소통 및 참여 보장을 하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행사에서는 그룹 미래 모빌리티를 이끄는 주요 임원들이 참여해 지속가능성, 탄소중립, 지능형 차량, 연결성 등을 설명했다. 현대차 인공지능 자문교수인 대니엘라 러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컴퓨터공학·인공지능 연구소 소장, 자율주행 관련 인공지능(AI) 산학 공동연구를 진행하는 송 한 교수의 특별 강연도 열렸다. 추교웅 현대차 연구개발본부 전자담당 전무는 전기차 플랫폼 E-GMP와 로보택시, 작업용 웨어러블 로봇 등의 성과를 공개하면서 “변화의 흐름을 주도하는 개발자를 존중한다”며 개발 인재들과의 소통을 강조했다. 변종국 기자 bjk@donga.com}

“만약의 상황을 대비해 통원 차량 이용 가정의 협조와 이해를 구합니다.” 경기도의 한 유치원은 최근 ‘요소수 부족으로 통원 버스 운행이 중단될 수 있다’는 가정 통신문을 보냈다. 이 유치원은 “기존 버스 운행이 중단되면 액화석유가스(LPG)를 쓰는 스타렉스 차량으로만 운행한다. 승차 가능 최대 정원이 11명이라 운행에 제한이 불가피하다”고 공지했다. 운행 노선과 탑승 시간을 모두 바꾸고, 걸어서 등·하원이 불가능하거나 꼭 통원차를 이용해야 하는 아이들에게 우선권을 줄 예정이다. 서울의 한 사립유치원 원장은 “정부가 요소수를 확보한다고 하지만 그 물량이 언제 어디에 풀릴지 알 수 없다. 우리한테까지 차례가 올지 장담할 수 없다”며 “요소수가 필요 없는 차를 빌릴지, 통학 차량 운영 시간을 조정할지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요소수 대란 해결을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일상에서는 이미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기 위해 다양한 자구책을 쥐어 짜내고 있다. 요소수 품귀 현상이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자 요소수가 필요한 사람들이 이른바 ‘플랜B’를 세워가며 대비에 나서고 있다. 요소수를 구하는 게 갈수록 어려워지자 해외 온라인 쇼핑몰에서 요소수를 직접구매(직구)하려는 사람도 늘고 있다. 배송비가 비싸고 통관 절차가 복잡하지만 요소수를 구할 수만 있다면 번거로운 절차 정도는 감수하겠다는 것이다. 이달 5일 요소수를 해외직구로 구입했다는 이모 씨는 “내가 산 요소수가 정품인지, 배송이 제대로 되기는 하는 건지 의심스럽지만 지금은 대안이 마땅치 않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일단 구매했다”고 말했다. 요소수 공장까지 가 줄서고 온가족 동원… ‘요찾사’ 카페도 생겨 요소수 자구책 찾는 시민들요소수를 구하기가 어려워지자 온 가족이 요소수 파는 곳을 찾아 몇 시간씩 줄을 서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 부산에서 화물차 운전을 하는 A 씨는 최근 요소수를 구하기 위해 아내에게 발품을 부탁했다. 운전하다가 주유소에 가서 요소수를 달라고 하면 “재고가 없다”는 대답만 돌아왔기 때문이다. 인터넷에서 요소수 파는 곳을 찾아 가족들을 동원해 판매점에 줄을 서게 했다. A 씨는 “요소수가 없으면 운행을 할 수 없어 아이들이 밤새 인터넷 해외 직구 사이트를 뒤지고 있다. 정비소, 요소수 공장까지 간 적도 있다”며 “동료 기사는 부인이 요소수가 있다는 곳에 밤늦게 달려가서 겨우 한 통을 사왔다고 한다”고 말했다. 9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화물차 운전하는 남편이 쓸 요소수 구합니다” “아버지가 연로해 직구를 못 하셔서 온 가족이 요소수를 구하는 중” 등의 글들이 올라왔다. 요소수 판매처와 재고 상황, 연락처 및 요소수 대란 대비책을 공유하는 ‘요찾사(요소수를 찾는 사람들)’라는 이름의 인터넷 카페도 개설됐다. 요찾사를 개설한 유모 씨는 “요소수 정보를 공유하려고 열흘 전에 만들었는데 500여 명이 모였다. 아버지를 대신해 요소수를 구하려는 회원도 있고, 화물차 운전사 출퇴근에 휘발유 차량을 이용하도록 도와주자는 아이디어를 올린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요소수가 귀하다 보니 가까스로 구한 요소수를 따로 모아두는 운전사들까지 생겨났다. 물류 운송업체를 운영하는 B 씨는 “일부 주유소가 요소수가 급한 화물차 한 대에 하루 10L씩만 요소수를 넣어준다. 그러다 보니 요소수를 받아온 뒤 일부를 차에서 빼내 따로 보관해 놓고 다시 요소수를 받으러 가는 기사들도 있다”고 말했다. 요소수 대란 장기화에 대비해 버틸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하고 있는 것이다. 일부 운송업체는 화물차 기사들을 위해 해외 직구, 요소수 공동 구매를 진행하고 있다. 한 물류업체 관계자는 “대형, 중견 물류 업체들이나 식자재 배송을 하는 업체들은 차가 멈추면 안 되니 비싼 돈을 주더라도 해외 직구 등을 통해 요소수 구하기에 나서고 있다. 화물이 멈추면 생계가 끊기니 어떻게든 요소수 물량을 확보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혼란이 커지자 요소수 개인 거래를 막는 사이트도 등장했다. 국내에서는 중고 거래 사이트 ‘중고나라’가 정부 요소수 불법 유통 단속에 맞춰 개인 간 요소수 거래를 일시적으로 제한하기로 했다. 요소수 판매 관련 사기 신고가 잇따라 접수되어서다. 요소수 부족에 따른 차질은 현실이 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건설 현장에서 요소수가 필요한 장비는 전체의 33%인 것으로 파악했다. 실제 전국건설노동조합이 7, 8일 조합원 25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32.4%는 요소수 문제로 장비를 가동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응답자 10명 중 4.3명은 해외 직구를 시도 중이라고 했다. 건설노조는 이날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정부 환경 정책에 따라 요소수 사용 규정을 잘 지켰는데 돌아온 건 요소수 대란이었다. 현 추세라면 일주일 내 장비 가동이 멈출 수 있다”고 했다. 지방자치단체들이 요소수 대란에 따른 자구책을 내놓으면서 일상생활에 불편을 겪는 시민들도 늘어나고 있다. 전남 순천시에서는 마을버스 노선 일부를 단축 운행하고 있다. 순천 조곡동 철도마을을 운행하는 마을버스 일부가 12인승 경유차 대신 24인승 압축천연가스(CNG) 버스로 대체되면서 아침 및 저녁시간대에 일부 구간을 운행하지 못하고 있다. 거리 낙엽도 제대로 못 치우고 있다. 최근 늦가을에 접어들고 비가 내리면서 거리에 낙엽이 쌓이고 있지만 이를 치울 차량 운행을 제대로 못 하는 것이다. 서울의 한 구청 관계자는 “요소수 부족으로 필수 업무 차량만 운행하면서 도로 청소는 쓰레기 수거 후순위 작업으로 미뤘다”고 말했다. 일부 지역에서는 쓰레기 수거 횟수를 줄이거나 가구 및 가전 등 대형 폐기물 수거를 일시 중단하기도 했다. 변종국 기자 bjk@donga.com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순천=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차량용 반도체 부족 사태로 인한 완성차 출고 지연이 계속되는 가운데 국내 주요 차량을 인도 받는 데 계약일로부터 평균 4개월 이상이 걸리는 것으로 조사됐다. 8일 신차 구매 정보 플랫폼 ‘겟차’에 따르면 현재 완성차 구매 계약을 한다면 현대자동차의 경우 아반떼가 5개월, 순수 전기차 아이오닉5가 8개월, 싼타페 하이브리드는 9개월 이상이 걸린다. 승합차 스타리아와 화물차 포터도 최소 4개월 이상 기다려야 한다. 제네시스도 상황은 비슷하다. 순수 전기차인 GV60는 1년 이상 대기해야 하고 GV70와 GV80도 6개월 이상이 걸린다. 기아의 경우 K5 4개월, K8와 스포티지는 8개월 이상, 쏘렌토 하이브리드는 11개월 이상 대기가 필요하다. 카니발과 화물차 봉고3 등도 8개월 이상 기다려야 차를 받을 수 있다. 부품 상황이 상대적으로 나은 현대 쏘나타와 팰리세이드, 제네시스 G90, 기아 K3, 스팅어 등은 1, 2개월 안에 받아 볼 수 있다. 겟차 관계자는 “반도체 부족 현상이 빠르게 해결될 것 같진 않기에 신차 구매 시 3개월 전부터 차량 구매 계획을 세우는 것을 추천한다”고 말했다.변종국 기자 bjk@donga.com}

차량용 요소 수입의 97%를 중국에 의존한 여파로 국내 요소수 공급 부족이 발생하면서 향후 안정적인 원료 수급을 위해 수입처를 다변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석탄, 천연가스 가격 상승으로 전 세계적으로 요소 확보가 어려워져 중국 외 공급망을 확보하기까지 적잖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8일 화학업계에 따르면 국내 기업들은 요소를 구하기 위해 일본, 인도 등 전 세계를 뒤졌지만 내년 1월 수입이 결정된 러시아산 외에는 추가 확보를 하지 못했다. 지난달 15일 이후 중국산 요소 수입이 막힌 뒤 롯데정밀화학, 금성이엔씨, KG케미칼, 휴켐스 등 국내 요소수 생산 업체들은 중국을 대체할 수입처를 찾기 위해 요소 생산시설을 보유한 국가 대부분과 접촉했다. 기업 및 개인 수입업자들도 한국과 가깝고 요소 자체 생산 능력을 갖춘 일본에 수출 의사를 타진했다. 하지만 일본 역시 지난해 기준 세계 9위의 요소 순수입국으로 한국에 수출할 만한 여유가 없는 형편이다. 한 물류업체 관계자는 “일본 정부가 수출 허가를 안 내준다는 정보를 받은 뒤로는 일본 측과 접촉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세계 2위 요소 생산국인 인도는 대부분 농업용 요소를 생산한다. 이마저도 부족해 중국산을 수입해 사용하고 있다. 올해 1∼9월 중국의 요소 수출 물량 중 48.2%가 인도로 향했다. 무역업자 A 씨는 “인도 측과 접촉해 봤는데 인도 역시 중국에서 요소를 못 들여와 차량용 요소수 생산이 안 되고 있다”고 전했다. 세계에서 요소를 가장 많이 수출한 국가는 러시아(698만 t·2019년 기준)다. 카타르(513만 t), 중국(495만 t) 등이 뒤를 잇는다. 정부와 업계에서는 러시아, 카타르, 인도네시아 등을 중국의 대체 수입처로 지목하고 있다. 실제로 롯데정밀화학은 내년 1월경 러시아산 요소를 소량이나마 도입하기로 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화학업계에서는 중장기적으로 이 국가들이 중국을 대체하기에 무리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한 화학업체 관계자는 “중국은 거리가 가까워 운반비가 적게 드는 장점이 있다. 요소는 제조 기술이 어렵지 않아 가격 경쟁력이 중요한데 유럽, 중동 등에서 많은 양을 수입하기에는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다”고 전했다. 실제로 러시아의 경우 요소 공장이 대부분 유럽과 인접한 발틱해 근처에 위치해 있다. 향후 한국 기업들이 중장기 공급망으로 확보한다고 해도 중국 대비 최소 5배 이상 물류비용을 지출해야 한다. 카타르, 이집트, 사우디아라비아 등에서 생산되는 요소도 물류비용이 걸림돌이다. 중동의 주 거래처인 유럽 기업과 경쟁해야 하는 부담도 있다. 석탄, 천연가스 가격이 오르면서 요소 가격이 상승한 것도 문제다. 무역업계 관계자는 “새로운 수입망을 확보하는 건 무엇보다 시간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단기간에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고 전했다. 업계에서는 완제품인 차량용 요소수를 들여와 급한 불을 끄는 ‘투트랙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그동안 한국은 고체 형태의 요소만 수입해왔다. 국내에 요소수 제조 공장이 있는 만큼, 부피가 크고 무거운 요소수를 수입할 필요가 없었던 탓이다. 차량용 요소수는 증류수에 요소 32.5%를 희석해 제조하기 때문에 요소 1t으로 요소수 약 3000L를 제조할 수 있다. 무역업계에서도 요소보다는 요소수를 구하는 게 용이하다고 보고 있고, 일부 업체를 중심으로 차량용 요소수 수입을 위한 검토 작업에 들어갔다. 문승욱 산업부 장관도 이날 “차량용 요소수 통관 검사를 20일에서 3∼5일로 단축해 신속한 수입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이건혁 기자 gun@donga.com변종국 기자 bjk@donga.com곽도영 기자 now@donga.com}
중국의 요소 수출 금지 조치에 유독 한국만 휘청거리는 것은 요소수가 반드시 필요한 경유차량의 비중이 높은 데다 요소수의 거의 대부분을 해외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요소수는 유럽연합(EU)의 경유차 배출가스 규제인 ‘유로6’가 2015년부터 국내에 도입되면서 경유차 운행에 필수품이 됐다. 2015년 이후 출시된 경유차량은 배기가스 저감을 위해 ‘선택적 환원 촉매장치(SCR)’를 의무적으로 달아야 한다. SCR는 미세먼지 주범인 질소산화물(NO)에 요소수를 분사해 질소와 물로 변화시키는 장치다. 최근 출시되는 대형 트럭들과 버스, 소방차, 제설차, 청소차 등 특수 차량 대부분도 요소수를 사용해야 하는 SCR를 달고 있다. 2017년경까지 판매된 압축천연가스(CNG) 버스도 요소수를 넣어야 한다. 한국은 다른 국가와 비교해 경유차 비중이 높은 편이다. 국내에서 운행 중인 차량 약 2600만 대 중 경유차는 약 1000만 대(38%)이며 유로6가 적용된 경유차는 400만 대(15%) 수준이다. 이 가운데 화물차가 약 200만 대다. 반면 미국과 중국, 일본은 디젤차 비중이 1∼3% 수준에 그친다. 그럼에도 중국은 요소수 생산 구조를 갖추고 있고, 일본도 자체 생산은 물론 수입처도 중국과 호주, 인도네시아 등으로 다변화한 상태다. 디젤차 비중이 30% 수준인 유럽도 자체적으로 요소 공급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다만 최근 들어 천연가스 가격이 급등하면서 유럽에서도 요소수 부족 현상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은 요소수의 원료가 되는 요소를 중국에 대부분 의존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등에 따르면 한국이 올해(1∼9월) 수입한 요소의 97.6%가 중국산이었다. 과거엔 국내에도 요소를 만드는 업체가 있었지만 문을 닫은 지 오래다.변종국 기자 bjk@donga.com}

“이대로 가다간 진짜 다음 주가 한계다.” 요소수 품귀 사태로 최근 물류 현장은 물류 대란이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화물차 기사들은 요소수를 1L라도 더 구하기 위해 필사의 사투를 벌이고 있다. 택배 차량 같은 소형 화물차를 운행하는 개인 사업자들도 “당장 일을 할 수가 없다”며 발만 동동 구르는 상황이다. 물류뿐만 아니라 경유차를 이용하는 각종 현장이 올스톱 위기에 놓이면서 일상이 멈춰 설 수 있다는 공포가 커지고 있다.○ 멈춰 선 화물차…물류 대란 공포 현실로 5일 오후 서울 양천구 서부트럭터미널. 여느 때라면 화물차들이 도로를 바삐 다녀 터미널이 비어 있어야 할 오후 4시에도 화물차 100여 대로 빼곡했다. 짐이 실린 차량도 있었다. 요소수를 구하지 못해 운행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화물차 기사 김모 씨는 “내 차는 이제 150km만 가면 멈춘다”며 “가벼운 짐을 싣고 가까운 곳 위주로 몇 번 운행하면 소진될 것”이라고 했다. 인천항에서 수출입 물량을 나르는 화물차 중 요소수가 없어 운행을 포기하는 사례가 속출하는 등 항만 상황도 심상치 않은 상황이다. 택배 업계에는 배송 중단에 대한 공포가 드리우고 있다. 특히 전국에서 물건을 중앙(허브) 터미널로 모으는 간선 택배 차량이 비상이다. 주행 거리가 길고 물건을 많이 실어야 해 3, 4일에 한 번씩 요소수가 필요하다. 택배 근로자 400여 명이 모여 있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대화방에서는 “간선차가 멈추면 끝장이다” “다음 주부터 배차에 문제가 생길 것 같다”는 의견이 오갔다. 요소수를 구하지 못한 일부 택배 종사자들은 궁여지책으로 자체 SNS 대화방을 통해 급한 기사에게 요소수를 나눠 주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 요소수 품귀 현상이 빚어지면서 요소수 도난 사건까지 발생했다. 제주시 외곽지역에서 요소수 유통을 하고 있는 A 씨는 최근 창고를 둘러보다 보관 중인 요소수 30통이 사라진 사실을 확인하고 경찰에 신고했다.○ 서민의 발도 묶인다 버스 대란 우려도 현실화되고 있다. 전국버스운송사업조합연합회에 따르면 전국 시내·외, 광역버스 등 노선버스의 34.8%가 요소수가 필요한 경유 차량인데, 연말이면 요소수 재고가 소진될 것으로 조사됐다. 요소수가 필요한 버스는 경기 47.6%, 충남·세종 58.1% 등 면적이 넓고 농어촌이 많은 도(道) 지역에 집중돼 있다. 버스 중단의 피해가 교통 여건이 열악한 농어촌 서민에 집중되는 것이다. 전남 순천시는 4일 요소수 부족으로 운행하지 못한 15인승 경유버스를 24인승 CNG버스로 대체했다. 경기 포천시의 한 업체는 시내버스 76대 중 13대에 필요한 요소수 재고가 3일 치만 남았다. 전체 시내버스 중 83.7%에 요소수가 필요한 제주를 비롯해 충북 옥천과 제천, 충남 부여 예산 청양 등 현재 요소수 재고만으로는 이달 중순 이후 버스 운행을 장담할 수 없는 지역도 속출하고 있다. 1799대 중 728대가 요소수를 필요로 하는 고속버스는 모든 업체가 다음 달 치 요소수를 구하지 못해 파행 운행이 불가피해지고 있다. 통학 및 통근용으로 쓰이는 전세버스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건설·청소도 위기… “일상이 멈춘다” 건설 현장은 레미콘, 시멘트 등 건설 자재를 나르는 차량 상당수가 요소수를 구하지 못해 멈추는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건설 현장 차량 절반 정도가 요소수 주입이 필요하다. 당장 1개월은 버티겠지만 요소수 부족이 길어질 경우를 대비해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했다. 건설 현장에 자재를 대는 협력사들은 납기 지연이 걱정이다. 한 중견 레미콘 업체 대표는 “다음 달 10일이면 요소수 재고가 바닥”이라며 “정부가 어떻게든 공급을 늘려주기만을 손놓고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도시 환경을 책임지는 청소차를 비롯해 겨울철을 앞둔 제설차 등 공공부문도 비상이다. 서울시가 5일 관내 폐기물 수거 차량용 요소수 비축량을 집계한 결과 자치구 직영 차량은 연말, 대행업체 소속 차량은 이달까지가 한계인 것으로 나타났다. 시 관계자는 “아직은 크게 우려할 상황은 아니지만 사태가 언제까지 계속될지 모르기 때문에 각 자치구 상황을 파악하는 중”이라고 했다. 농가도 비상이다. 마늘 주산지인 제주 서귀포시 대정지역은 요소비료 구하기가 힘들어졌다. 요소 수입이 사실상 중단되면서 비료 제조 업체가 요소비료 생산을 멈췄기 때문이다. 감귤농가도 노지감귤 수확 이후 수세 회복을 위해 요소 성분의 비료를 줘야 하지만 요소 품귀 현상으로 걱정이 커지고 있다.서형석 기자 skytree08@donga.com변종국 기자 bjk@donga.com부산=김화영 기자 run@donga.com}

중국의 요소 수출 금지 조치에 유독 한국만 휘청거리는 것은 요소수가 반드시 필요한 경유차량의 비중이 높은데다 요소수의 거의 대부분을 해외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요소수는 유럽연합(EU)의 경유차 배출가스 규제인 ‘유로6’가 2015년부터 국내에 도입되면서 경유차 운행에 필수품이 됐다. 2015년 이후 출시된 경유차량은 배기가스 저감을 위해 ‘선택적 환원 촉매장치(SCR)’를 의무적으로 달아야 한다. SCR은 미세먼지 주범인 질소산화물(NO)에 요소수를 분사해 질소와 물로 변화시키는 장치다. 최근 출시되고 있는 대형 트럭들과 버스, 소방차, 제설차, 청소차 등 특수 차량 대부분도 요소수를 사용해야 하는 SCR을 달고 있다. 경유버스 뿐 아니라 압축천연가스(CNG) 버스도 SCR을 장착했다면 요소수를 넣어줘야 한다. 국내에서는 2017년경까지 SCR이 장착된 CNG 버스가 판매됐다. 한국은 다른 국가와 비교해 경유차 비중이 높은 편이다. 국내에서 운행 중인 차량 약 2600만 대 중 경유차는 약 1000만 대(38%)이며 유로6가 적용된 경유차는 400만 대(15%) 수준이다. 이 가운데 화물차가 약 200만 대다. 반면, 미국과 중국, 일본은 디젤차 비중이 1~3% 수준에 그친다. 그럼에도 중국은 요소수 생산 구조를 갖추고 있고, 일본도 자체생산은 물론 수입선도 중국과 호주, 인도네시아 등으로 다변화한 상태다. 디젤차 비중이 30% 수준인 유럽도 자체적으로 요소 공급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다만 최근 들어 천연가스 가격이 급등하면서 유럽에서도 요소수 부족 현상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은 요소수의 원료가 되는 요소를 중국에 대부분 의존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등에 따르면 한국이 올해(1~9월) 수입한 요소의 97.6%가 중국산이었다. 과거엔 국내에도 요소를 만드는 업체가 있었지만 문을 닫은 지 오래다. 변종국 기자 bjk@donga.com}

청와대가 4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회의를 개최해 국내 요소수 부족 사태를 논의했다. 글로벌 공급망 불안에 따른 요소수 공급 대란에 화물, 택배 등 물류망은 물론이고 소방, 구급 등 국민 안전과 관련된 분야까지 영향권에 들어서자 청와대까지 상황 점검에 나선 것이다. 청와대는 문재인 대통령의 유럽 순방을 수행 중인 서훈 국가안보실장을 대신해 유영민 대통령비서실장 주재로 NSC 상임위원회가 열렸다고 밝혔다. 회의에는 요소수 부족 사태를 논의하기 위해 안일환 경제수석이 참여했다. 청와대는 “참석자들은 국내 요소수가 안정적으로 공급될 수 있도록 관련국과의 외교적 협의를 강화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전력난으로 요소 생산을 줄인 중국이 당장 수출을 재개할 가능성은 낮다. 이에 따라 요소수 공백에 따른 패닉은 더욱 커지고 있다. 8000원 안팎이던 요소수의 호가가 20만 원까지 치솟은 데다, 이마저도 구하지 못하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외교부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등에서도 요소수 사태 해결 방안을 찾겠다고 나섰지만 국민들의 불안을 잠재우지 못하고 있다. 외교부는 이날 정례브리핑을 통해 “한중 간 다양한 외교 채널을 통해 중국 내 유관 각 부문에 대해 수출 전 검사 절차 조기 진행 등 한국 측 희망사항을 지속적이고 구체적으로 제기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이 지난달 15일부터 요소에 대한 수출 전 검사를 의무화하는 방식으로 사실상 수출을 제한하는 것에 대해 검사 절차를 진행해주고, 이미 계약한 물량은 반입될 수 있도록 해달라는 것이다. “화물차들 운행 멈출판”… 러시아산 요소수는 내년초에야 도입[공급망 불안, 민생경제 충격파] 러시아산 물량, 中공급량 10% 불과… 산업용 요소수 차량용 전환도 검토 하지만 중국의 요소 수출 통로는 여전히 굳게 닫혀 있다. 국내 요소수 가격 폭등에 일부 소비자들은 중국 등에서 직접 구매에 나서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날 국내 한 배송대행업체는 “중국 세관 당국으로부터 차량용 요소수 관련 공문이 있었다. 이날(4일)부로 선적이 불가능하게 됐다는 내용이다. 요소수 주문을 취소해 달라”고 안내했다. 소비자들의 중국 직접구매 경로마저 막힐 가능성이 제기되는 것이다. 이 같은 사실들이 알려지면서 국내 요소수 가격은 더욱 치솟고 있다. 평소 10L(리터)짜리 1통에 8000원 안팎이던 요소수 가격은 중고거래 애플리케이션(앱) 등에서 이번 주초 10만 원을 호가하던 것이 하루 이틀 새 15만 원에서 20만 원까지 급등한 상황이다. 일부 화물차 운전사들은 인터넷 커뮤니티 등을 통해 “요소수 때문에 조만간 운행을 중단하겠다”고 하소연했다. 대안으로 제시되는 러시아산 요소의 도입도 당장 이루어지기는 어렵다. 러시아산 요소가 도입되기까지는 적어도 2, 3개월이 걸릴 것으로 추정된다. 그나마 이날 국내 요소수 시장의 약 50%를 점유하는 롯데정밀화학이 내년 1월부터 러시아산 요소를 공급받기로 했다. 하지만 이는 중국에서 들어와야 할 물량의 약 10% 수준에 불과하다. 롯데정밀화학 측은 “러시아산 요소도 생산 부족으로 가격이 오르고 있어 물량 확보가 쉽지 않았다”고 전했다. 민주당 송영길 대표는 이날 울산전시컨벤션센터에서 개최된 제3차 한-러시아 지방협력포럼 개회식 인사말에서 “긴급한 요소수 수입을 위해 러시아와의 협력이 아주 필요한 시점”이라며 방한한 러시아 상원의원들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정부는 요소수 확보를 위해 긴박하게 움직이고 있다. 국내 요소 재고는 약 한 달 치로 추정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환경부 등에 따르면 산업용 요소수 또는 일반 요소수를 차량용으로 제조해 사용할 수 있는지를 검토한 뒤 11월 셋째 주경 발표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현재 국립환경과학원 교통환경연구소가 산업용 요소와 요소수 시료를 확보한 뒤 자동차에 주입해 실내·실외 주행시험을 거치며 오염물질 배출 농도 등을 확인할 예정이다. 이건혁 기자 gun@donga.com강은지 기자 kej09@donga.com변종국 기자 bjk@donga.com}

요소수 품귀 사태로 경유차 운행에 차질이 커지는 가운데 공급망 쇼크 파장이 실리콘으로 옮겨 붙고 있다. 평소 흔하게 구할 수 있어 젖병, 주걱 같은 생활용품 및 자동차, 스마트폰 소재로 널리 쓰이던 실리콘이 연쇄적 물가상승이라는 ‘불의타(不意打·예상치 못한 문제)’를 촉발시킬 분위기다. 실리콘은 방수재료, 접착제 등의 원료로 건설, 자동차 제조 등 산업현장에서는 물론이고 가정용 인테리어 소재로도 없어서는 안 될 소재다. 실리콘 공급난이 심각해지면 민생 경제와 공공 분야에 타격을 입히는 ‘제2의 요소수 사태’가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 중국 전력난이 불러온 ‘광물 품귀 현상’이 각종 필수 소재 공급난으로 이어지면서 어디로 튈지 모르는 예측 불허 상황이 심각해지고 있다.○ 한 박스 6만 원 실리콘 접착제, 3개월 만에 16만 원요4일 건축업계에 따르면 KCC, 신에츠 등 실리콘 제조사들은 마감재로 쓰이는 실런트(실리콘 접착제) 가격을 이달 출고분부터 10∼60%씩 올렸다. 8월 10L 한 박스가 6만 원에 거래되던 석재용 실런트는 현재 16만 원에 팔리고 있다. 그나마 이 가격에도 없어서 못 구한다. 공장에서는 중국산 원료 공급이 막혀 제품을 제때 만들지 못하고 도매상은 재고로 버티는 형국이다. 한 실리콘 총판 대표는 “다음 달이면 남은 물량이 바닥난다. 2, 3배 오른 단가에 겨울 공사를 포기하겠다는 고객도 있다”고 말했다. 실리콘 품귀는 중국 전력 부족에서 비롯됐다. 실리콘은 복잡한 화학적 제조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다른 소재 생산에 비해 전기 소비량이 많다. 이 때문에 원가의 상당액이 전기료이고 중국에서도 전기 요금이 싼 지역에서 주로 생산하고 있다. 중국에 전력난이 빚어지면서 실리콘 원료인 메탈실리콘(규소)의 중국 내 생산량 20%를 차지하는 윈난성 공장들은 올 12월까지 규소 생산을 8월 대비 90% 줄이라는 명령을 받았다. 공급 축소로 규소 가격은 지난달 t당 6만1000위안(약 1100만 원)으로 8월 초 대비 약 260% 올랐다. 알루미늄 합금 원료인 마그네슘과 시멘트 핵심 원료인 유연탄 가격도 중국 전력난 때문에 가격이 크게 오르고 있다. 중국산 마그네슘 60%를 생산하는 산시성의 제련소들은 전력소비 제한에 따라 9월부터 생산량이 반 토막 났다. 공장 50곳 중 15곳은 내년 봄 생산을 중단한다. 8월 2만 위안이던 마그네슘 가격은 지난달 5만 위안까지 뛰었다. 유럽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이미 마그네슘 가격 인상과 재고 부족으로 생산 차질을 겪고 있다.○ “예측 불가 공급망 쇼크에 핵심광물 관리 필요” 중국 건설 붐도 나비효과의 한 축이다. 중국 정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한 경기 부양책으로 고속철도 등 대규모 인프라 건설에 나서면서 수출용 광물을 내수로 돌리고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국내로 들어오는 건자재 20%를 중국과 동남아시아에서 수입하는데 이 물량을 중국이 흡수하며 국내 수급량이 80%로 줄었다”고 말했다. 설상가상으로 지난달 중국 최대 석탄 생산지인 산시성 폭우로 60개 탄광이 폐쇄돼 발전용 석탄 부족이 심화됐다. 6월엔 대형 실리콘 공장에서 화재까지 발생해 실런트 원가 상승을 부추겼다. 중국은 전 세계 규소의 67%, 마그네슘의 87%를 공급하는 최대 생산지다. 그야말로 ‘퍼펙트 스톰’이 불어 닥친 것이다. 공급망 쇼크가 언제 끝날지는 예측하기 어렵다. 9, 10월에 정점을 찍은 원자재 가격은 최근 다소 조정됐지만 실리콘 등의 주요 생산지인 윈난, 신장, 쓰촨에서 생산 통제가 유지되고 있다. 물류 대란마저 겹쳐 건자재 가격 상승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시멘트는 제조원가의 30%를 차지하는 유연탄 가격이 1년 새 3배 이상 올라 불안하다. 전문가들은 희귀금속을 비롯해 다양한 광물에 대한 공급망 관리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한다. 조달청, 한국광해광업공단 등이 일부 희소광물을 비축하고 있지만 마그네슘 등은 빠져있다. 미국, 유럽연합(EU) 등은 25∼35종을 핵심광물로 지정해 관리하고 있다. 임경묵 생산기술연구원 희소금속산업기술센터장은 “소량만으로 반도체 전기차 등 소재 성능을 좌우하는 희소금속은 없어서는 안 되는데도 체계적 관리가 미흡하다. 공급처 다변화 등을 통한 자원 확보와 동시에 대체재 개발 및 효율화 기술 연구에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신동진 기자 shine@donga.com변종국 기자 bjk@donga.com}

현대자동차그룹이 탄소중립 실현 및 미래 전기차 기술 확보를 위해 서울대 내에 배터리 공동연구센터를 설립한다. 3일 현대차그룹은 서울 관악구 서울대 관악캠퍼스 행정관에서 ‘현대차그룹-서울대 배터리 공동연구센터’ 설립 및 중장기 공동연구를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현대차그룹-서울대 배터리 공동연구센터는 △누구나 불편함 없이 사용할 수 있고 △누구나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으며 △한국의 우수 연구진으로 전 세계 탄소중립 실현에 기여할 수 있어야 한다는 3가지 비전을 중심으로 차세대 배터리 기술을 개발하기 위한 중장기 선행 연구를 공동 추진한다. 전기차 주행거리를 비약적으로 늘리고 충전시간을 단축할 수 있는 차세대 배터리 선행 기술도 연구한다. 배터리의 상태를 면밀히 모니터링할 수 있는 첨단 기술 연구도 병행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공동연구센터는 △배터리 관리 시스템(BMS) △전고체 배터리(SSB) △리튬메탈 배터리(LMB) △배터리 공정 기술 등을 중심 연구 분야로 지정했다. 현대차그룹은 공동연구를 지원하기 위해 향후 10년간 300억 원 이상을 투자할 계획이다. 특히 2022년 말까지 서울대에 공동연구센터 전용 연구공간을 구축하고 최고 사양의 실험 장비를 설치하기로 했다. 센터장으로는 배터리 분야의 세계적인 석학으로 꼽히는 최장욱 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 교수가 위촉됐다. 서울대를 중심으로 KAIST, 울산과학기술원(UNIST),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성균관대 등 국내 대학의 15명으로 구성된 교수진과 100명 이상의 석박사급 우수 인재들도 연구에 참가한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이번 협력이 현대차그룹에는 미래 모빌리티 사업의 리더십을 공고히 할 수 있는 기반이, 서울대에는 배터리 연구 생태계 구축의 근원이 될 것”이라며 “완성도 높은 기술과 세계 최고의 인력들을 배출하는 데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변종국 기자 bjk@donga.com}

서울시와 소방청이 요소수 긴급 관리에 나선 건 중국발 석탄 부족이 촉발한 요소수 부족 사태가 단기간에 해소되기 어렵다고 봤기 때문이다. 소방당국 관계자는 “소방차, 구급차 등의 운행은 국민 생명과 직결되기 때문에 요소수가 부족해 차량 운행이 중단되는 최악의 상황은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평소에 값싸고 흔한 제품이라 재고 관리 필요성이 작았던 요소수의 공급 대란이 나타나면서 경유차로 생계를 유지하는 국민들은 물론 공공 부문까지 위기에 노출되고 있다. 이번 기회에 중국 의존도가 높은 주요 공산품의 공급망을 재점검하고 위험을 분산시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짜로 나눠줬는데…” 귀한 몸 된 요소수 요소수 부족 사태는 중국과 호주의 갈등에서 시작됐다. 2018년 호주 정부가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를 제재하고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원지에 대한 국제적 조사를 요구하면서 갈등이 터졌다. 무역 보복을 위해 중국은 호주산 석탄 수입 금지에 나섰는데, 이 여파로 중국에서 전력난이 빚어지더니 세계 최대 요소 생산국이자 수출국인 중국의 요소 생산 감소를 불러왔다. 요소는 고급 기술이 필요하지 않고 가격 경쟁력이 중요해 글로벌 공급망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았다. 중국발 요소 수출 제한에 한국은 큰 타격을 입고 있다. 3일 무역협회에 따르면 한국의 중국산 요소 의존도는 올해 1∼8월 기준 80%라 중국 수입이 막히면 공급 차질이 막대하다. 지난해에는 66% 수준이었지만 인도네시아 등 대체 수출국도 요소 부족을 겪으면서 중국산 의존도가 오히려 높아졌다. 자체 요소 생산시설이 있는 일본, 유럽과 달리 한국은 수입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문제는 중국이 당장 요소 수출을 재개할 가능성이 낮다는 데 있다. KOTRA 베이징무역관은 “수출 억제로 중국 내 요소 가격은 안정됐지만 석탄 등 생산 원료 가격이 계속 오르고 있어 수출 제한은 한동안 계속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국 내 석탄 수요가 많은 겨울이 다가온 것도 수출 재개를 기대하기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요소수 부족은 민간과 공공을 막론하고 경유차를 쓰는 분야에 직격탄이 되고 있다. 소방청이 각 소방서에 1주일 단위로 요소수 재고를 관리하고 최대한 비축할 것을 주문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소방청 관계자는 “과거에는 주유소에서 무료로 넣어줬던 요소수를 갑자기 관리하려니 당황스럽다”고 했다. 서울시도 구급차의 공회전을 금지시키는 등 요소수 쥐어짜기에 나섰다. 국가 물류 및 필수 생활기반 관리를 맡고 있는 다른 공공기관들도 비상이 걸렸다. 우체국택배 등을 위탁받아 배달하는 우체국물류지원단은 2일 각 지사에 공문을 보내 “요소수를 최대한 확보하라”고 지시했다. 요소수 부족으로 집배차량 운행에 차질이 빚어지면 우편물 배달 대란이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 물류지원단 관계자는 “거래처를 통해 최대한 요소수를 확보하고 있지만 여의치 않다. 가격이 오른 데다 물량이 없다”고 전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는 요소수 부족 우려에 대응하고자 정부 비축농산물 비상운송 대책 마련에 나섰다. 한국전력은 전력 송전 관리차량 등에 필수인 요소수 품귀에 대응하기 위한 자체 방안을 마련해 전국 지사와 공유했다. 제주특별자치도는 제설차량에 쓰일 요소수를 미리 구매했다. ○ 중국 의존 공급망 취약성 드러나 경유차를 운행하는 사업자들은 생계를 위협받고 있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경기도의 한 유치원 원장은 “차에 요소수를 못 넣어 일부 통원차량 운행을 중단했다. 주유소는 물론 정비소까지 뒤졌는데 물량이 언제 들어올지 모른다는 말만 듣고 있다”며 발을 굴렀다. 시외버스, 통근용 전세버스, 고속버스 등도 영향권에 있다. 서울 등 대도시 시내버스는 압축천연가스(CNG), 전기 등을 연료로 쓰지만 시외버스 등은 대부분 경유차다. 김경훈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 연구위원은 “요소수는 생산하기 어려운 제품이 아니라 이런 사태로 부족할 것이란 예상을 하기 어려웠다. 가격 이점 때문에 중국에 의존하고 있는 물품들을 점검해 공급망 다변화를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구멍 난 글로벌 공급망으로 부족 사태가 벌어진 건 비단 요소수뿐이 아니다. 지난해 말부터 본격화된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은 당초 올해 하반기(7∼12월) 중 나아질 것으로 예상됐지만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세계 자동차 생산 1위인 도요타자동차는 10월과 11월 생산량을 당초 계획보다 30% 줄였다. 한국에서도 현대차, 기아 등 완성차 5개사의 10월 판매대수가 지난해보다 22.2% 줄었다. 신차 생산 차질 여파로 중고차 가격이 전 세계적으로 급등하는 이상현상이 발생하기도 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열린 이탈리아 로마에서 공급망 문제를 다루는 별도의 글로벌 정상회의를 열어 한국, 호주, 인도, 영국 등 미국 동맹국과 핵심 우방국을 대거 참석시켰다. 미국은 반도체 공급 대응을 위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에 이달 8일까지 반도체 공급망 관련 정보를 제출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건혁 기자 gun@donga.com서형석 기자 skytree08@donga.com변종국 기자 bjk@donga.com}

고용노동부가 전국택배노동조합 조합원에게 괴롭힘을 당한 비노조 택배 근로자가 낸 진정에 대해 “택배 근로자는 근로기준법 적용 대상이 아니라 괴롭힘 방지 조항을 적용할 수 없다”고 결론을 낸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사안을 조사한 고용청의 관계자는 “내용상으로는 괴롭힘이 맞지만 법적으로 직장 내 괴롭힘 조항을 적용할 수 없는 사안”이라고 밝혔다. 직장 내 괴롭힘으로 판단되지만, 택배 근로자나 골프장 캐디 등은 근로자가 아닌 특수고용직 종사자라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해도 법적으로 보호해 주기 어렵다는 뜻이다. 법적 사각지대에 놓인 특수고용직 종사자를 보호해줄 수 있도록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일 고용부와 택배업계에 따르면 경기 김포시에서 택배 일을 하고 있는 A 씨는 올해 초부터 택배노조 조합원에게 폭언을 듣고 ‘갑질’을 당했다. 택배노조가 파업을 하는 과정에서 일부 물건을 배송하지 않아 물류 차질이 생기자 이를 대신 처리했더니 택배노조원들이 “왜 남의 물건을 배달하느냐”고 항의를 하고 차량을 가로막는 등의 행동을 했다. 택배노조 조합원 일부는 택배 작업장에서 여성인 A 씨의 신체 일부를 밀치고 폭언, 욕설을 했다. 정신과 치료까지 받은 A 씨는 올해 8월 중부지방고용노동청에 ‘직장 내 괴롭힘’ 진정을 넣었다. 고용청은 2개월간 사건을 조사한 끝에 “진정인과 피진정인(택배노조원) 간에 사용 종속적 관계가 성립하지 않아 근로기준법상 직장 내 괴롭힘 적용 대상이 아니라 행정 종결한다”고 최근 A 씨에게 통지했다. 사용 종속적 관계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 요건을 판단하는 기준이다. 택배근로자는 택배 대리점과 계약을 맺고 일을 하는 개인사업자라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니다. 이 때문에 A 씨는 근로자를 대상으로 하는 근로기준법 76조의 직장 내 괴롭힘 처벌 조항을 적용받을 수 없게 됐다. 직장 내 괴롭힘이 인정되면 회사는 문제가 되는 근로자를 징계하거나 근무 장소 변경, 피해자로부터 분리 또는 격리 조치 등을 할 수 있다. 다만 고용청은 A 씨가 근무하는 택배 대리점에 △사업장 내 괴롭힘 실태 진단 △사내 규정에 직장 내 괴롭힘 행위 반영 △직장 내 괴롭힘 근절 예방 활동 실시 등의 내용을 담은 ‘직장 내 괴롭힘 근절 및 상호존중을 위한 권고문’을 발송했다. 하지만 말 그대로 권고문을 건네준 것에 불과해 지키지 않는다고 처벌이 가해지는 것은 아니다. A 씨는 “택배노조는 노동법에 따라 쟁의권을 갖고 있는데 비노조원들은 특수고용직이라는 이유로 직장 내 괴롭힘 조항을 적용받을 수 없다는 건 모순이다. 권고 조치를 한다고 해서 달라지는 건 없다. 택배노조의 괴롭힘을 받고 있는 비노조원들은 호소할 곳이 없다”고 말했다. A 씨는 택배노조 조합원을 상대로 형사 고소를 했다고 밝혔다. 특수고용직이 직장 내 괴롭힘 조항으로 보호를 받지 못하는 사례는 종종 발생하고 있다. 올해 2월 경기 파주시의 한 골프장 캐디는 직장에서 인격 모독 및 폭언 등 직장 내 괴롭힘을 호소하며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당시에도 고용청은 조사 끝에 캐디가 근로자가 아니어서 직장 내 괴롭힘 관련 규정 적용이 어렵다고 판단했다. 업계 관계자는 “직장 내 갑질 적용 범위를 현실적으로 바꾸는 등의 법적 개선이 필요하다”며 “택배 비노조원들이 보호받을 수 있는 장치를 택배업계 내에서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변종국 기자 bjk@donga.com}

고용노동부가 택배 노조원에게서 괴롭힘을 당한 비노조 택배근로자가 낸 진정에 대해 “직장내 괴롭힘으로 볼 수 있지만, 택배 근로자는 근로기준법 적용 대상이 아니어서 사건을 종결한다”고 판단했다. 택배 근로자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닌 특수고용직 근로자여서 근로기준법의 직장 내 괴롭힘 금지 조항을 적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택배 근로자, 골프장 캐디 등 특수고용직 종사자들도 직장 내 괴롭힘 보호를 받을 수 있는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일 고용부와 택배업계에 따르면 경기 김포시에서 택배 일을 하고 있는 A씨는 올해 초부터 택배노조 조합원에게 폭언을 듣고 갑질을 당했다. 택배 노조가 파업을 하는 과정에서 일부 물건을 배송하지 않아 물류 차질이 생기자 이를 일부 대신 처리했는데 택배 노조원들이 “왜 남의 물건을 배달하느냐”며 A씨의 차량을 가로 막는 등 위협적인 행동을 했다. 또 택배 노조원 일부는 택배 터미널 작업장에서 노조에 협조적이지 않는 A씨를 향해 신체 일부를 밀치거나 폭언 또는 욕설을 하기도 했다. A씨는 택배노조 갈등으로 정신과 치료까지 받았고 올해 8월 중부지방고용노동청에 직장내 괴롭힘 진정을 넣었다. 고용청은 2달 동안 사건을 조사한 끝에 최근 “진정인과 피진정인(택배노조원) 간에 사용 종속적인 관계가 성립하지 않아 근로기준법 상의 직장내 괴롭힘 적용 대상이 아니라 사건을 행정 종결한다”고 통지했다. 사용 종속적인 관계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의 요건을 판단하는 기준이다. 택배근로자는 택배 대리점과 계약을 맺고 일을 하는 개인사업자라 근로기준법 상 근로자가 아니다. 결국 A씨는 근로자가 아니라 직장 내 괴롭힘 처벌 조항을 적용받지 못하게 됐다. 직장 내 괴롭힘이 인정되면 회사는 문제가 되는 근로자를 징계하거나, 근무 장소를 바꾸거나, 피해자로부터 분리 또는 격리 조치 등을 할 수 있다. 다만 고용청은 A씨가 근무하는 택배 대리점에 △사업장 내 괴롭힘 실태 진단 △사내 규정에 직장 내 괴롭힘 행위 반영 △직장 내 괴롭힘 근절 예방활동 실시 등의 내용을 담은 ‘직장 내 괴롭힘 근절 및 상호준중을 위한 권고문’을 발송했다. 이에 대해 A씨는 “택배 노조에게는 노동법에 따라 쟁의권을 주면서 비노조원들이 특수 고용직이라는 이유로 직장 내 괴롭힘 조항을 적용받을 수 없다는 건 모순이다. 택배노조에게서 괴롭힘을 받고 있는 비노조원들은 호소할 곳이 없다”고 말했다. 고용청 관계자는 “내용상으로는 괴롭힘이 맞다. 그러나 노조법상으로는 근로자로 인정해주면서 근로기준법 상으로는 근로자로 인정하지 않는 건 법률상 불일치로 현실에 맞지 않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특수고용직의 직장 내 괴롭힘 사건은 종종 있지만 이 모순 때문에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다. 올해 2월 경기 파주시의 한 골프장 캐디는 직장 내 괴롭힘을 호소하며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당시 고용청은 직장 내 괴롭힘이 맞다고 인정하면서도 캐디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니라 직장 내 괴롭힘 관련 규정 적용이 어렵다고 판단했다.변종국 기자 bjk@donga.com}

미국과 유럽연합(EU)이 3년 넘게 이어졌던 철강과 알루미늄 관세 분쟁을 일단락하기로 했다. EU의 대미(對美) 수출이 용이해지면서 한국산 철강의 대미 수출이 상대적으로 어려워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AP통신 등에 따르면 백악관은 이날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행정부 시절 시작된 EU와의 관세 갈등을 해소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날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 조 바이든 미 행정부 당국자들은 “유럽산 철강과 알루미늄의 일정량이 관세 없이 미국에 들어올 수 있게 됐다”고 발표했다. 발디스 돔브로우스키스 EU 무역담당 집행위원 역시 트윗을 통해 “우리는 무역 분쟁을 멈추기로 미국과 합의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행정부는 2018년 6월 국가안보상 위험을 이유로 유럽을 비롯한 거의 모든 외국산 철강에 25%, 알루미늄에 10%의 관세를 각각 부과했다. 특정 품목이 미국의 국가안보를 위협한다고 판단되면 해당 품목의 수입을 제한할 수 있도록 하는 무역확장법 232조를 적용했다. 그러자 EU는 미국을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는 등 거세게 반발했다. 버번 위스키, 피넛 버터, 오렌지주스 등 78억 달러에 해당하는 미국 수출품에 보복 관세를 매겼다. 이후 3년간 대립했던 양측이 이날 발표를 통해 분쟁 종식에 합의한 셈이다. 미국과 EU는 이번 합의에서 중국산 철강이 유럽을 경유해 미국에 들어오지 못하게 하는 내용도 포함시켰다. 지나 러몬도 상무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중국은 너무 오랫동안 값싼 철강을 유럽과 다른 시장을 통해 미국으로 들여보냈다. 이는 가격을 떨어뜨렸고 미국의 철강과 알루미늄 산업이 경쟁하는 것을 본질적으로 불가능하게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양측은 무역 합의와 동시에 중국을 견제하겠다는 의사를 노골적으로 나타낸 것이다. 이번 합의가 한국의 대미 수출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 한국은 트럼프 행정부와의 협상을 통해 관세 면제를 받는 대신, 철강과 알루미늄 수출을 2015∼2017년 평균 물량의 70%로 제한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미국 내 철강 수요가 늘어도 일정량 이상으로 제품 수출을 하지 못하는 제한을 받는 것이다. 쿼터제가 그대로 유지되는 한 국내 철강업계는 대미 수출이 계속 위축될 수밖에 없다. 한국은 미국의 5대 철강 수입국 중 하나다. EU산 철강 가격은 관세 합의로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EU산 철강의 경쟁력이 한국보다 상대적으로 높아지는 셈이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미국과 EU가 구체적으로 어떤 합의를 했는지 면밀히 살핀 뒤 대응 방안을 찾아야 할 것 같다”면서도 “경쟁 국가의 관세 규제가 풀리는 것은 한국 철강사들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한국 정부 또한 미국과 쿼터 제한 해지 등을 적극 논의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변종국 기자 bjk@donga.com}
현대자동차와 기아가 올해 선보인 전용 전기차 아이오닉5와 EV6가 누적 판매 5만 대를 넘어섰다. 31일 현대차와 기아에 따르면 올해 9월까지 판매된 아이오닉5와 EV6는 총 5만589대였다. 현대차가 4월 출시한 아이오닉5는 내수 1만5467대, 수출 2만3050대 등 총 3만8517대가 팔렸다. 기아 EV6는 8월 출시 이후 두 달 만에 내수 4564대와 수출 7508대 등 총 1만2072대를 팔았다. 두 모델은 사전 계약 때부터 인기 몰이를 했다. 아이오닉5는 사전계약 첫날 2만3760대가 계약됐다. 전기차를 포함해 국내 완성차 모델 전체에서 사전계약 물량으론 역대 최다였다. EV6도 사전계약 첫날에만 2만116대가 예약됐다. 두 모델은 현대차그룹의 순수 전기차 플랫폼인 ‘E-GMP’를 단 첫 작품이다. 안전성과 기술력뿐 아니라 공간 활용성 등이 세계적인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독일 자동차 전문지 아우토차이퉁은 지난달 아이오닉5를 가장 우수한 전기차로 뽑았다. 현대차는 E-GMP 플랫폼을 기반으로 하는 중형 세단인 아이오닉6을 내년쯤,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아이오닉7을 2024년쯤 출시할 계획이다.변종국 기자 bjk@donga.com}
정부의 항공업계 고용유지지원금 지원이 종료되면서 11월부터 저비용항공사(LCC)들이 무급휴직을 시행한다. 31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진에어와 티웨이항공 등은 11월 1일부터 직원들의 유급휴직을 무급휴직으로 전환한다. 정부가 올해 1월부터 항공사들에 유급휴직 고용유지지원금을 지원해 휴업수당의 90% 정도를 지급해 왔지만 11월부터 지원이 중단되는 데 따른 것이다. 업계에 따르면 항공사 직원 50∼70%가량이 무급휴직에 들어갈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내년 1월에는 항공사들이 새롭게 고용유지지원금 지원을 신청할 수 있다. 제주항공은 11월 유급휴직을 실시하다가 12월 무급휴직을 시행할 계획이다. 대한항공은 자체적으로 인건비를 충당하거나 연차 소진 등의 방식으로 유급휴직을 유지하며 아시아나항공은 기존대로 유급 출근과 무급휴직을 병행할 계획이다. 변종국 기자 bj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