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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4일 서울시 종로구 창신동의 한 작은 주택가. 주말이 되자 마을 어르신 100여 명이 인근에서 큰 한 교회로 예배를 드리기 위해 모여들었다. 동네 어르신들의 왕래가 꽤 잦은 교회 정문 옆 골목을 따라 30m 정도 들어가니 쓰러져가는 한옥집이 보였다. 최근까지 한모 씨(82)와 그의 아들 이모 씨(51)가 살던 곳이었다. 주민들은 “저 집에서 누가 죽었다고 들었는데…”라며 한 씨와 이 씨에 대해 떠올려 보려 했지만 대부분은 “본 적은 있는데 왕래가 끊긴 지 좀 됐다. 기억이 잘 안 난다”고 했다. 모자는 1930년대 지어진 한옥을 소유하고 있다는 이유로 기초생활급여를 받지 못했고, 궁핍과 지병으로 어려움을 겪다가 세상을 떠났다. 경찰 관계자는 “부검 결과 3월 초 아들 이 씨가 먼저 지병으로 사망하고, 뒤이어 어머니 한 씨가 심근경색으로 사망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20일 모자의 주검을 발견한 것은 수도사업본부 직원이었다. 올해 1, 2월 수도요금이 90만 원 넘게 청구돼 미납된 것을 미심쩍게 생각한 직원이 집을 방문했던 것. 사망 시점부터 발견까지 약 한 달 동안 아무도 모자의 죽음을 몰랐다. 취재 결과 생전 모자는 동네 주민 등 주변과의 관계가 거의 단절됐던 것으로 파악됐다. 모자는 지병이 악화되고 생활고가 심해지면서 마치 섬처럼 점점 더 고립돼갔다고 주민들은 말했다.● “이웃과 어울릴 시간도 없었을 것”모자는 1980년대부터 이곳에 살았다고 한다. 주민들은 어머니 한 씨를 ‘고생만 하다 간 사람’으로 기억했다. 창신동에 60년 넘게 살았다는 문모 씨(80)는 한 씨를 두고 “남편 없이 혼자 아들을 키우느라 평생 일만 했지, 이웃과는 자주 어울릴 시간도 없었을 것”이라며 안타까워했다. 모자의 집 근처에 사는 김모 씨(79)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생계를 위해 짐수레를 끌고 다니며, 폐지를 줍고 닥치는 대로 일만 하던 사람이었다. 3년 전쯤부터 몸이 불편해서 집에 누워만 있었다”고 떠올렸다. 주민들은 아들 이 씨를 ‘말수가 없어 다가가기 쉽지 않았던 사람’으로 기억했다. 인근 교회 관계자는 “매일 집 앞 골목에 나와 하염없이 비둘기에게 먹이를 주는 모습을 봤다”며 “주민들과는 거의 어울리지 않았고 외로워보였다”고 했다. 모자와 같은 골목에 사는 이모 씨(81)는 “평소엔 집 밖에 잘 나오지 않다가 인적이 드문 밤 11시 반쯤 되면 나와 골목을 산책했다”고 회상했다. 인근 교회를 방문하느라 이 동네를 자주 찾았다던 B 씨는 “가끔 비둘기 먹이를 주던 아들이 있었다. 당시엔 다가가기 좀 망설여졌다”면서 “어느 순간부터 안보였다”고 했다. 모자가 그나마 자주 방문하며 교류가 있었던 곳은 한 약국이었다. 약국 직원 A 씨에 따르면 모자는 지난해 9월까지 두 달에 한 번꼴로 약을 사 갔다. 주로 혈압약을 받아갔다고 했다. A 씨는 “3년 전까지 어머니 한 씨가 약을 받아 가셨는데 거동이 불편해지면서 그 뒤론 아들이 와서 약을 받아갔다”고 했다. 이 직원은 아들 이 씨가 용달 등의 사업을 몇 차례 시도했는데 번번이 실패한 것으로 안다고 했다. 그러면서 점점 더 말수가 적어졌고, 최근에는 전혀 말을 하지 않고 묵묵히 약만 받아갔다고 했다. 어머니 한 씨도 거동이 불편해지기 전 약국에 찾아왔을 때는 A 씨에게 경제적 어려움을 자주 털어놓곤 했다. A 씨는 “2017년 한 씨가 약국에 와서 ‘아들이 용달 사업을 다시 해보려고 집을 팔려 하는데 어떡하면 좋겠냐’고 물었다”며 “저를 포함 주변 사람들은 낡은 집을 팔아도 얼마 돈이 나오지도 않는데다, 살 곳이 없어진다고 만류했다”고 전했다.● “생활고 시달리며 더욱 고립돼”모자는 노모가 몸이 불편해지면서 일을 그만 둬야했던 3년 전부터는 국민·기초연금 54만 원을 빼면 별다른 소득이 없었다. 50년 넘게 인근에서 방앗간을 운영해온 박모 씨(82)는 “약 3년 전부터 모자가 집에서도 나오지 않으니 가끔 집을 찾아가서 식재료를 건네줬다”면서 “그런데 1년 전부터 아들 이 씨가 ‘찾아오지 말라’고 해서 교류가 완전히 끊겼다”고 말했다. 동네 주민 최모 씨(78)는 “아들 이 씨에게 ‘어머니가 아프신데 일이라도 좀 구해보라’고 해도 말을 듣지 않았다. 심적으로 위축돼 보였다”고 회상했다. 뚜렷한 소득 없이 생활을 이어가던 2019년 9월. 한 씨는 처음으로 수도요금 9만5000원마저 낼 수 없는 지경이 됐다. 수도요금에 이어 전기요금, 통신비, 케이블 TV 요금, 신용카드 대금이 줄줄이 연체됐다. 요금이 밀리자 1~2년 전 한국전력, 중부수도사업소 관계자들도 집을 방문한 적이 있다. 대부분 “문이 잠겨 있었고 연락도 되지 않았다”고 한다. 지난달 28일 찾은 모자의 집 대문 앞에는 각종 요금 납부 독촉장이 떨어진 채 그대로였다. 종로구청 관계자는 “모자가 수입이 없고 지원도 없던 가운데 관계 단절과 고립 속에서 죽어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이승우 기자 suwoong2@donga.com}

최근 서울 종로구 창신동에서 80대 노모와 50대 아들이 생활고에 시달리다 숨진 지 한 달여 만에 발견됐다. 아들은 지난해 두 번이나 구청을 찾아 기초생활보장 생계급여를 신청했지만 1930년대 지어진 쓰러져가는 한옥을 소유하고 있다는 이유로 급여를 받지 못했다. 이를 두고 급여 지급 기준인 소득인정액 환산 방식의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당연한 지적인데 기자가 살펴본 결과 그 밖에도 사회복지 안전망이 이들 모자를 발견할 기회가 적어도 세 번은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먼저 2014년 ‘송파 세 모녀 사건’을 계기로 2개월마다 전기요금, 가스비 등 각종 공과금 미납 정보를 취합하는 ‘복지 사각지대 발굴 시스템’이 있었다. 이 시스템으로 모자가 지난해 9월부터 6개월 넘게 전기요금을 내지 못했던 걸 발견했다면 ‘찾아가는 복지 서비스’ 대상자로 선정될 수 있었다. 그런데 모자의 월평균 전기 사용량이 216kWh였던 것이 문제였다. 이 시스템은 월평균 전기 사용량이 200kWh를 넘으면 가구 형편이 어렵다고 보지 않는다. 전기를 써야 하는 사정은 가정마다 다른데 납득하기 어려웠다. 또 거동이 불편한 노모는 2020년 2월 요양보호사가 가정을 방문하는 ‘방문요양급여’ 대상자로 선정됐다. 요양보호사가 정기적으로 집을 방문했다면 시신이 한 달 넘게 방치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노모는 사망할 때까지 한 번도 방문 서비스를 받지 못했다. 인근 노인복지센터 관계자는 “방문요양 비용의 10%(월 약 8만 원)를 부담해야 하다 보니 아예 신청조차 하지 않은 것 같다”고 했다. 생활고에 허덕이던 모자에겐 사실상 없는 복지 서비스와 다름없었다. 아들은 지난해 12월경 구청을 방문해 생계·의료·주거급여를 신청했다. 노후 주택의 수리비를 지원하는 주거급여는 현장 조사가 필수다. 주택 노후 상태를 살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역시 모자의 한옥 소유가 문제였다. 재산 평가액을 더한 소득인정액이 선정 기준을 초과해 모자는 현장 조사 대상에 오르지 못했다. 모자의 형편은 언제나 현장 조사 없이 서류로만 판단됐다. 그 결과 복지 ‘사각지대’에 방치됐던 모자는 숨진 지 한참이 지나서야 수도요금이 과다 청구된 걸 이상하게 여긴 수도사업소 직원에 의해 발견됐다. 이 같은 죽음을 막기 위해선 서류상 숫자가 보여주지 못하는 현실을 일선 사회복지 인력이 살필 수 있어야 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도 꺾인 만큼 지금이라도 부족한 복지 인력을 확충하고 방문조사 범위를 대폭 확대하는 등의 대책이 나오길 기대해 본다. 이승우·사회부 기자 suwoong2@donga.com}

1930년대 지어진 낡은 집에서 생활고에 시달리다 최근 노모와 숨진 채 발견된 50대 아들이 지난해 말을 전후해 구청을 두 차례 방문해 기초생활보장 생계급여를 신청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관할 구청은 방문 조사 한 번 없이 서류상 집 한 채가 있다는 이유로 이들을 급여 대상에서 제외했다. 24일 서울 혜화경찰서와 종로구 등에 따르면 서울 종로구 창신동에서 어머니 한모 씨(82)를 모시고 살던 아들 이모 씨(51)는 지난해 12월을 전후해 두 차례 구청을 방문했다. 이 씨는 “일자리가 없어 생활고를 겪고 있다”며 지원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청의 안내에 따라 이 씨는 기초생계급여를 신청했다. 신청 2개월 후인 올 2월 말 모자는 기초생계급여 대상에서 최종 제외됐다는 통보를 받았다. 기초생계급여는 소득과 재산 평가액을 더한 ‘소득인정액’이 2인 기준 97만8026원 이하여야 받을 수 있다. 모자는 거의 소득이 없었지만 1930년대 지어진 쓰러져가는 한옥을 소유한 게 문제였다. 이들의 소득인정액은 선정 기준의 3배가 넘는 316만 원으로 매겨졌다. 이 과정에서 구청의 방문 조사는 한 차례도 이뤄지지 않았다. 구청 관계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전파 우려에 방문 조사를 최소화하면서 (모자의 상황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기준이 있기 때문에 방문 조사를 했더라도 생계급여 선정 결과가 달라지진 않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를 두고 이들의 심각한 상황을 알았더라면 다른 복지혜택과 연계할 수 있었을 거란 지적이 나온다. 이승우 기자 suwoong2@donga.com}

1930년대 지어진 낡은 집에서 생활고에 시달리다 최근 노모와 숨진 채 발견된 50대 아들이 지난해 말을 전후해 구청을 두 차례 방문해 기초생활보장 생계급여를 신청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관할 구청은 방문 조사 한 번 없이 서류상 집 한 채가 있다는 이유로 이들을 급여 대상에서 제외했다. 24일 서울 혜화경찰서와 종로구청 등에 따르면 서울 종로구 창신동에서 어머니 한모 씨(82)를 모시고 살던 아들 이모 씨(51)는 지난해 12월을 전후해 두 차례 구청을 방문했다. 이 씨는 “일자리가 없어 생활고를 겪고 있다”며 지원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청의 안내에 따라 이 씨는 기초생계급여를 신청했다. 신청 2개월 후인 올 2월 말 모자는 기초생계급여 대상에서 최종 제외됐다는 통보를 받았다. 기초생계급여는 소득과 재산 평가액을 더한 ‘소득인정액’이 2인 기준 97만8026원 이하여야 받을 수 있다. 모자는 거의 소득이 없었지만 1930년대 지어진 쓰러져가는 한옥을 소유한 게 문제였다. 이들의 소득인정액은 선정 기준의 3배가 넘는 316만 원으로 매겨졌다. 이 과정에서 구청의 방문 조사는 한 차례도 이뤄지지 않았다. 구청 관계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전파 우려에 방문 조사를 최소화하면서 (모자의 상황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기준이 있기 때문에 방문 조사를 했더라도 생계급여 선정 결과가 달라지진 않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를 두고 이들의 심각한 상황을 알았더라면 다른 복지혜택과 연계할 수 있었을 거란 지적이 나온다. 질병과 생활고에 시달리던 이들 모자는 이달 20일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이들이 발견되기 약 한 달 전 사망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승우 기자 suwoong2@donga.com}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와중에도 MZ세대의 소소한 기부는 유행처럼 늘고 있다. 자른 머리카락을 기꺼이 내놓고, 걸을 때마다 적립되는 돈도 기부한다. 여행지에서 봉사활동도 함께 한다. 주머니가 가벼워도 가능한 이색 기부를 알아봤다.》MZ세대 생활 속 나눔문화 “머리를 기르고 기부하는 데 돈이 드는 건 아니잖아요. 제 머리칼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된다는 게 참으로 기뻤습니다.” 하진솔 씨(29)는 최근 3년간 길러온 머리카락을 30cm가량 잘라 암과 싸우는 어린이들의 가발 제작에 쓰도록 기부했다. 전남 목포의 한 극단에서 배우로 일하는 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공연이 멈춰서면서 설 수 있는 무대가 절반 이하로 줄었다. 하 씨는 “주머니는 가벼워져도 머리카락은 멈추지 않고 계속 자라난다. 모두가 힘든 시기에 기부를 하면 더욱 뜻깊을 것 같았다”며 미소를 지었다. 코로나19 사태가 2년 넘게 이어지면서 기부, 봉사가 위축됐지만 큰돈이나 많은 시간을 들이지 않고 실천할 수 있는 활동을 찾아 나서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가 적지 않다. 걸을 때마다 적립되는 소소한 금액을 기부하고 여행을 떠난 관광지에서 쓰레기를 줍는가 하면, 해외로 가는 김에 입양되는 유기견을 함께 데리고 가기도 한다. 이 같은 활동을 하는 이들은 “기부와 봉사는 경제적, 시간적 여유가 있는 이들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며 “마음만 있다면 얼마든지 필요한 곳에 힘을 보탤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주머니 가벼워도 나눌 수 있어요”코로나19가 확산되는 중에도 ‘어머나운동본부’(어린 암 환자들을 위한 머리카락 나눔 운동)에는 기부자가 크게 늘었다. 2018년 1730명이던 기부자는 코로나19 사태가 일어난 2020년 2만2260명으로 늘었다. 모발 기부는 코로나19의 경제적 여파와 무관하게 참여할 수 있었던 데다 MZ세대를 중심으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분 ‘머리카락 기부 인증’ 바람의 덕을 보기도 했다. 4년 동안 기른 머리카락 30cm를 잘라 지난해 12월 어머나운동본부에 기부한 신윤하 씨(28)도 SNS에서 우연히 본 머리 긴 초등학생의 사연을 보고 모발 기부를 결심했다고 했다. “한 초등학생 남자아이가 머리카락을 기부하겠다면서 주변 친구들이 놀리는 와중에도 꿋꿋이 머리를 기른다는 내용이었어요. 귀여우면서도 기특했지요. ‘돈 드는 일도 아닌데 취업준비생인 나도 해보면 어떨까’ 하는 마음이 생겼죠.” 신 씨는 “취준생이라 심적, 경제적 여유가 없었지만 그래도 기부할 수 있다는 게 기분이 좋았다”며 뿌듯했던 경험을 떠올렸다. 유튜브에서도 머리카락 기부 경험을 다룬 콘텐츠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SNS에서 ‘모발 기부’ ‘머리카락 기부’ 등의 키워드를 검색하면 결과물이 5000건 이상 나온다. 발레를 하며 14세 때부터 긴 생머리를 고수해 온 김모 씨(29) 역시 최근 머리카락을 40cm가량 잘라 기부했다. 발레리나는 긴 머리를 유지하다가 무대에 오를 때 단단히 묶는 것이 보통이다. 코로나19로 설 수 있는 무대가 1년가량 전무했던 것이 도리어 기부의 기회가 됐다. 김 씨는 “내겐 당장 필요하지 않은 긴 머리칼이 어린 암 환자들에게는 절실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지금이 아니면 기회가 없을 것 같아 기부를 결심했다”고 말했다. ‘걸음 기부’도 꾸준히 인기를 끌고 있다. 측정된 걸음 수를 토대로 소액을 적립할 수 있는 휴대전화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서다. 앱 이용자가 걸은 걸음만큼 캠페인 후원 기업이 비영리단체에 일정액을 기부하게 된다. 이용자들은 걷는 행위 자체만으로도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있다’는 뿌듯함을 느낄 수 있다고 말한다. 5년째 공황장애를 앓고 있는 A 씨는 “걷는 게 공황장애를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말을 듣고 매일 5000∼6000보를 걷고 있다”면서 “최근에는 일주일 동안 5만 보를 걸으며 기부 앱으로 일정액을 적립해 유기동물보호센터에 기부했다”고 했다. A 씨는 “치료 삼아 걷기를 시작했는데, 아픔이 있는 다른 동물에게도 도움을 줄 수 있으니 뿌듯함까지 느낀다”면서 “코로나19 기간의 우울한 감정을 덜어내는 데도 걸음 기부가 도움이 됐다”고 했다.○ 놀며, 운동하며 하는 봉사여행이나 운동 등 취미생활과 동시에 할 수 있는 봉사활동도 각광받고 있다. 김하운 씨(28)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다니던 실내수영장이 문을 닫자 즐기기 시작한 등산이 봉사가 됐다. 김 씨는 1년 전부터 한 달에 한두 번씩 쓰레기봉투를 들고 등산을 한다. 그는 “환경 문제가 화두인데 등산하는 김에 산에 있는 쓰레기를 주우면 좋겠다 싶어 ‘등산 플로깅(Plogging)’을 하고 있다”면서 “하산 뒤 가득 찬 쓰레기봉투를 버릴 때면 등산로를 깨끗이 했다는 뿌듯함을 느낀다”고 했다. ‘플로깅’은 스웨덴어로 ‘줍다’와 ‘조깅’을 합성한 말로 ‘조깅하며 쓰레기 줍기’를 뜻한다. 전국 명산을 찾아다니며 ‘등산 플로깅’을 한다는 김 씨는 “운동하는 김에 눈에 보이는 대로 쓰레기를 주우면 취미생활에 봉사를 살짝 곁들인 느낌”이라고 덧붙였다. 바다에서도 플로깅을 한다. 김은지 씨(29)는 최근 강원 속초 해변에서 ‘서핑 플로깅’을 즐겼다고 했다. 평소 서핑을 할 때면 파도에 휩쓸려 해변에 밀려든 쓰레기들이 눈에 밟혔다는 김 씨는 “쓰레기들이 보일 때마다 하나씩 줍기 시작했더니 어느새 가져갔던 가방이 가득 찼다”며 “앞으로도 서핑할 때 해변 쓰레기를 주울 생각”이라고 했다. 직장인 이모 씨(27)는 6개월 전부터 ‘출퇴근 플로깅’을 시작했다. 서울 관악구 집과 서울 용산구 직장 사이를 달리기로 출퇴근하는 이 씨는 최근 손목에 쓰레기봉투를 달고 다닌다. 이 씨는 “달리기를 하며 쓰레기까지 주우니, 약간의 노력만으로 출퇴근길을 깨끗하게 만들 수 있어 더욱 보람차다”고 했다.○ 비행기 타며 유기견도 함께코로나19로 해외여행의 제약이 컸던 상황에서 해외 파견 근무나 이민, 유학 등을 위해 어렵게 비행기에 오른 기회를 활용해 ‘유기견 해외 이동 봉사’를 하는 이들도 있다. 결혼 후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거주하는 이정현 씨(33)는 한국을 방문한 후 다시 미국으로 돌아갈 때면 유기견과 함께한다. 최근에도 한국에 온 이 씨는 ‘미국으로 돌아갈 때 유기견 한 마리를 데리고 가 달라’는 유기견 해외 입양 지원 단체의 제안을 지인을 통해 받고 흔쾌히 받아들였다. 유기견 입양 지원 단체가 동물들의 비행기 탑승 비용과 서류 등을 준비하고, 봉사자와 함께 비행기에 탑승할 수 있도록 수속 및 출국 절차를 돕는다. 봉사자는 도착한 공항에서 기다리는 입양자에게 유기견을 넘겨주면 된다. 코로나19로 국경을 넘는 데 제약이 생기면서 반려견의 해외 입양이 수월치 않은 상황이어서 입양 지원 단체에 적지 않은 도움이 된다고 한다. 이 씨는 “따로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 것도 아니어서 크게 고민하지 않고 제안을 수락했다”면서 “유기견이 무사히 입양돼 새 주인 품으로 가는 걸 돕게 돼 기쁘다”고 했다. 그는 앞으로도 한국과 미국을 오갈 때마다 유기견 해외 이동 봉사에 참여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스페인에서 직장을 구한 김민경 씨(30) 역시 6개월 전 스페인행 비행을 처음 보는 강아지와 함께했다. 김 씨는 “출국 전 평소보다 1시간 정도 공항에 일찍 도착해 유기견과 먼저 만나 인사하면 되고, 품도 크게 들지 않아 별로 부담이 되지 않았다”면서 “지인들에게 이 봉사활동을 추천하고 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효율성을 추구하는 MZ세대의 성향이 기부와 봉사에서도 드러나고 있다고 분석한다. 코로나19로 각종 활동이 제약된 가운데 젊은 층이 공력을 크게 들이지 않으면서도 심리적 만족감과 즐거움, 의미를 동시에 발견하고 있다는 것이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기부나 봉사활동은 육체적 노력이나 시간을 상당히 소모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있었다”면서 “실용성과 가성비를 추구하는 MZ세대는 기부와 봉사에서도 큰 노력을 들이지 않고 본인들의 즐거움까지 함께 얻을 수 있는 활동을 선호하는 경향이 두드러진다”고 분석했다. 신진욱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기존에는 사회적, 공익적 가치를 추구하려면 ‘경건함’과 책임감이 동반돼야 한다는 인식이 오히려 참여에 심리적 벽으로 작용한 측면이 있다”면서 “요즘 세대는 사회적 가치가 있다고 판단되면 작은 일이라도 주저 없이 실천하는 경향이 뚜렷하다”고 했다. 신 교수는 이어 “기부와 봉사문화도 다양한 기준에 따른 여러 방식이 실험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음식배달 주문 때 “일회용품 빼주세요” 생활 속 작은 실천 2022 기부 트렌드 들여다보니울진산불 때 무료식사 식당에… MZ세대 ‘돈쭐’ 기부도 줄이어 ‘일상 속에서 가볍게’, ‘가치에 맞게’, ‘재밌게’. MZ세대(밀레니얼+Z세대)에게는 기부가 각자의 가치에 맞는 재미를 추구하는 수단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월 사랑의열매가 발간한 ‘2022 기부 트렌드 보고서’는 MZ세대가 △일상 속 실천도 기부로 여기고 △가치 있는 소비나 투자처럼 기부를 대하며 △거창한 기부보다 재미와 자기만족을 중시한다고 분석했다. ‘돈쭐’(돈+혼쭐·구매로 누군가를 응원하는 것)은 이 같은 특성에서 생겨난 새로운 기부 문화다. 온라인 게임 ‘로스트아크’의 게임사인 ‘스마일게이트’는 지난해 12월 ‘돈쭐’이 났다. 이 게임사가 유료 아이템을 구매해 생겨난 수익 일부를 이용자들에게 되돌려 주겠다고 하자 MZ세대들이 “이용자로서 선한 영향력을 보여주자”며 기부에 나선 것. 이용자들이 게임사가 운영하는 사회공헌재단에 각자 5000∼5만 원을 기부하면서 일주일 만에 1만2000건, 약 3억 원의 기부금이 모였다. 지난달에는 경북 울진 산불 당시 소방대원에게 무료 식사를 제공한 식당에 ‘돈쭐’ 행렬이 이어졌다. 소식을 접한 누리꾼들은 배달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이 식당에서 음식을 주문하고 결제한 뒤 “음식은 받지 않겠다”고 하는 식으로 기부에 동참했다. 거창하지는 않아도 생활 속 작은 실천으로 환경 문제 등의 해결에 도움이 되려는 것도 MZ세대의 문화다. 배달 음식을 주문할 때 “일회용품을 빼 달라”고 요청하거나 카페 이용 시 일회용 컵 대신 텀블러를 사용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쓰레기, 폐기물 등을 남기지 않는 ‘제로 웨이스트 운동’에 동참하기도 한다. 2월 발간 사랑의열매 보고서에 따르면 MZ세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기부와 사회문제에 대한 인식 조사’에서 응답자의 절반가량이 ‘일회용품 사용 안 하기’ ‘착한 소비’ 등을 실천해본 것으로 나타났다. 기부금을 내봤다는 응답자는 30%에 못 미쳤다. 울진 식당에 대한 ‘돈쭐’ 행렬에 참여했던 대학생 이준성 씨(26)는 “사회를 나은 방향으로 변화시키는 일에 조금이나마 힘을 보태고 싶었다”며 “특정 기관에 다달이 기부하는 것도 좋지만 그때그때 작은 행동에 동참하면서 재미까지 느낄 수 있었다”고 했다.최미송 기자 cms@donga.com이승우 기자 suwoong2@donga.com}

80대 어머니와 50대 아들이 한집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두 사람은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었지만 90년 전 지어진 낡은 집을 보유했다는 이유로 기초생활보장 급여 대상에서 제외됐던 것으로 나타났다. 22일 서울 혜화경찰서에 따르면 20일 오전 10시 50분경 서울 종로구 창신동의 한 낡은 1층 한옥 집에서 어머니 한모 씨(82)와 아들 이모 씨(51)가 숨져 있다는 신고를 접수했다. 경찰은 이들이 약 한 달 전에 사망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부검 결과 지병을 앓던 아들이 먼저 사망했고 뒤이어 거동이 불편한 어머니가 숨진 것으로 추정된다”며 “자세한 사망 경위는 조사 중”이라고 말했다.○ 공과금 등 내지 못할 정도로 생활고20일 모자의 사망을 처음 발견한 사람은 중부수도사업본부 직원이었다. 1, 2월 수도 요금이 90만 원 넘게 청구된 것을 이상하게 생각해 집을 찾은 것. 이 직원은 경찰 조사에서 “인기척은 없는데 물 새는 소리가 들렸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숨진 모자는 각종 공과금을 내지 못할 정도로 경제적으로 어려웠던 것으로 보인다. 22일 찾아간 집 안에는 각종 고지서와 독촉장이 쌓여 있었다. 6개월 치 전기요금 약 26만 원을 내지 못해 ‘전기 공급을 제한한다’는 통지문도 문에 붙어 있었다. 아들 이 씨는 올 2월까지 신용카드 대금 약 152만 원을 납부하지 않아 매달 독촉장을 받고 있었다. 통신비(22만 원)와 케이블TV 요금(52만 원)도 밀려 있었다. 쓰러지기 직전인 집 안에는 쓰레기 더미가 가득했고 퀴퀴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주방 한쪽에는 곰팡이 핀 냄비가 그대로 남아 있었다. 싱크대는 손만 대면 쓰러질 듯 겨우 버티고 있었다. 오랫동안 두 사람을 알고 지내던 이웃들은 모자의 죽음을 안타까워했다. 이웃들은 어머니 한 씨가 3년 전 건강이 갑자기 나빠지면서 집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고 기억했다. 50년 전부터 창신동에서 방앗간을 했다는 박모 씨(82)는 “아들은 직업이 없었고 어머니는 불편한 몸을 이끌고 청소하러 다니다 3년 전부터 일을 쉰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문모 씨(80)도 “어머니 한 씨와 60년 가까이 한동네에서 살았는데 남편 없이 홀로 아들을 키우다 고생만 하고 갔다”며 안타까워했다.○ 낡은 집 있어 기초수급 대상에서 제외동아일보가 입수한 모자의 사회보장급여 대상 제외 통지서를 보면 한 씨는 지난해 기초생계급여를 두 차례 신청했으나 소득인정액이 선정 기준(97만 원·2인 기준)을 초과한다는 이유로 올 2월 말 대상에서 최종 제외됐다는 통보를 받았다. 서울시에서 산정한 모자의 소득 및 재산 내역은 주택을 포함해 1억7000여만 원. 이를 생계급여 소득인정액으로 환산할 경우 선정 기준의 3배가 넘는 316만 원이라는 계산이 나온 것이다. 한 씨는 1930년대 지어진 이 집을 2020년 매물로 내놨지만 거래가 이뤄지지 않았다. 공인중개사 송모 씨(64)는 “집이 팔렸다면 이런 비극이 없지 않았겠느냐”며 안타까워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날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돌아가신 분들은 다 쓰러져 가는 집이 있다는 이유로 지원을 받지 못했다.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분들이 가슴 아픈 일을 겪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이승우 기자 suwoong2@donga.com}

“2년 만에 거리 두기가 풀렸는데 월요일 밤이라는 게 대수인가요?” 19일 오전 1시경 서울 강남구 강남역 인근 한 클럽. 클럽 앞에 줄을 선 직장인 김모 씨(27)는 일행 3명과 함께 춤추고 노래하며 입장을 기다리고 있었다. 김 씨는 들뜬 표정으로 “밤을 새우고 출근하더라도 오늘은 마음껏 즐길 생각”이라고 했다.○ 2년 만에 도심 유흥가 불야성18일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사회적 거리 두기가 해제되자 서울 홍대입구역 근처 골목과 강남역 인근의 클럽 및 술집은 자정이 넘은 시각에도 북새통을 이뤘다. 20∼30명이 줄서서 입장을 기다리는 가게가 부지기수였다. “오랜만에 거리 두기도 해제됐는데 놀다 가라”며 호객하는 모습도 심심찮게 보였다. 이날 술집을 찾은 대학생 정형근 씨(24)는 “그동안 늦은 시간까지 놀고 싶어도 여는 곳이 없었는데, 이제 마음 편히 놀 수 있다”며 거리 두기 해제를 반겼다. 심야 영업을 재개한 노래방도 손님맞이에 분주했다. 서울 강남구의 한 노래방은 19일 오전 1시를 넘긴 시각에도 방마다 8∼10명씩 들어차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노래방 업주는 “지난주 월요일에 비해 매출이 3배 이상으로 늘었다”며 기뻐했다. 영업시간 제한으로 몰래 영업을 이어왔던 일부 클럽은 ‘정상 영업’을 하게 됐다. 강남의 한 클럽 직원 김모 씨(34)는 “단속반이 올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건물 밖에 차를 대 놓고 망을 보며 비밀리에 심야 영업을 했다”고 털어놓으며 “이제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고 했다. 갑작스러운 변화가 우려스럽다는 시민들도 있었다. 18일 밤 12시경 버스를 기다리던 시민 A 씨는 “첫날부터 이렇게 풍경이 달라질 줄 몰랐다”며 “아직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매일 10만 명 안팎으로 나온다는데 마스크를 계속 잘 쓰고 조심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또 영업 제한할지 몰라” 불안도자정 이후 영업을 재개한 자영업자들은 ‘기대 반 걱정 반’이었다. 서울 강남구에서 24시간 문 여는 식당을 운영하는 김모 씨(60)는 “하루 사이 매출이 늘긴 했지만 아직까지 코로나19 이전에는 못 미친다”고 했다. 서울 강남구에서 호프집을 운영하는 민시헌 씨(50)는 “자정을 넘겨도 많은 손님이 찾아오는 것이 반갑다”면서도 “코로나19 확진자가 늘어나면 언제 또 영업 제한이 재개될지 모른다”며 불안해했다. 일부 식당들은 야간에 일할 직원을 미리 구하지 못해 일찍 문을 닫았다. 서울 영등포구에서 호프집을 운영하는 문영태 씨(45)는 “심야 직원 시급을 1만2000원까지 올려 구인 공고를 올렸지만 결국 아르바이트생을 구하지 못했다”며 “일할 사람이 없어 밤 12시에 문을 닫을 것”이라고 했다. 이창호 전국자영업자비상대책위원회 공동대표는 “‘언제 거리 두기 규제가 재개될지 모른다’는 불안도 있고, 일할 직원을 급히 구하지 못한 자영업자도 적잖아 야간 영업 정상화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이승우 기자 suwoong2@donga.com}

“2년 만에 거리두기가 풀렸는데 월요일 밤이라는게 대수인가요?” 19일 오전 1시경 서울 강남구 강남역 인근 한 클럽. 클럽 앞에서 줄을 선 직장인 김모 씨(27)는 일행 3명과 함께 춤추고 노래하며 입장을 기다리고 있었다. 김 씨는 들뜬 표정으로 “밤을 새고 출근하더라도 오늘은 마음껏 즐길 생각”이라고 했다.●2년 만에 도심 유흥가 불야성 18일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되자 서울 홍대입구역 근처 골목과 강남역 인근의 클럽과 술집은 자정이 넘은 시각에도 북새통을 이뤘다. 20~30명이 줄서서 입장을 기다리는 가게가 부지기수였다. “오랜만에 거리두기도 해제됐는데 놀다 가라”며 호객 하는 모습도 심심찮게 보였다. 이날 술집을 찾은 대학생 정형근 씨(24)는 “그동안 늦은 시간까지 놀고 싶어도 여는 곳이 없었는데, 이제 마음 편히 놀 수 있다”며 거리두기 해제를 반겼다. 심야 영업을 재개한 노래방도 손님맞이에 분주했다. 서울 강남구의 한 노래방은 19일 오전 1시를 넘긴 시각에도 방마다 8~10인이 들어차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노래방 업주는 “지난주 월요일에 비해 매출이 3배 이상으로 늘었다”며 기뻐했다. 영업시간 제한으로 몰래 영업을 이어왔던 일부 클럽은 ‘정상 영업’을 하게 됐다. 강남의 한 클럽 직원 김모 씨(34)는 “단속반이 올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건물 밖에 차를 대 놓고 망을 보며 비밀리에 심야 영업을 했다”고 털어놓으며 “이제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고 했다. 갑작스러운 변화가 우려스럽다는 시민들도 있었다. 18일 밤 12시경 버스를 기다리던 시민 A 씨는 “첫날부터 이렇게 풍경이 달라질 줄 몰랐다”며 “아직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매일 10만 명 가까이 나온다는데 마스크를 계속 잘 쓰고 조심할 생각”이라고 말했다.●“또 영업 제한할지 몰라” 불안도 자정 이후 영업을 재개한 자영업자들은 ‘기대 반 걱정 반’이었다. 서울 강남구에서 24시간 문 여는 식당을 운영하는 김모 씨(60)는 “하루 사이 매출이 늘긴 했지만 아직까진 코로나19 이전에는 못 미친다”고 했다. 서울 강남구에서 호프집을 운영하는 민시헌 씨(50)는 “자정을 넘겨도 많은 손님이 찾아오는 것이 반갑다”면서도 “코로나19 확진자가 늘어나면 언제 또 영업 제한이 재개될지 모른다”며 불안해했다. 일부 식당들은 야간에 일할 직원을 미리 구하지 못해 일찍 문을 닫았다. 서울 영등포구에서 호프집을 운영하는 문영태 씨(45)는 “심야 직원 시급을 1만 2000원까지 올려 구인 공고를 올렸지만 결국 아르바이트생을 구하지 못했다”며 “일할 사람이 없어 밤 12시에 문을 닫을 것”이라고 했다. 이창호 전국자영업자비상대책위원회 공동대표는 “‘언제 거리두기 규제가 재개되지 모른다’는 불안도 있고, 일할 직원을 급히 구하지 못한 자영업자도 적잖아 야간 영업 정상화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이승우 기자 suwoong2@donga.com}

《사회적 거리 두기 해제 첫날 도심 식당가와 거리는 회식 등을 즐기는 인파로 모처럼 북적였다. 사적모임 인원제한이 사라지면서 결혼식과 돌잔치, 동문회 등 대규모 행사를 진행할 호텔 연회장 예약 문의는 평소의 2배로 치솟았고 예복, 정장 등 행사용 의류 구입도 크게 늘었다.》#1. 18일 오후 7시 서울 중구 무교동 먹자골목은 퇴근 후 회식하는 직장인들로 북적였다. 일부 식당 앞에서는 직장인들이 들뜬 표정으로 입장을 기다렸다. 직장인 선모 씨(46)는 “2년여 만에 회사 팀원 12명이 한 테이블에 다 모여 저녁을 먹으러 왔다”고 했다. 야외에 설치된 테이블도 손님들로 문전성시를 이뤘다. 한 호프집 주인은 “이제야 활기가 도는 것 같다”며 기뻐했다. #2. 올가을 결혼을 앞둔 이모 씨(37)는 결혼식 계획을 뒤엎고 다시 짰다. 당초 100명 규모의 호텔 연회장을 예약했지만 300명 규모의 대형 웨딩홀로 식장을 바꿨다. 그는 “호텔 서너 곳에 문의했지만 모두 올해 말까지 토요일 예약이 마감됐다고 해서 일요일 저녁으로 겨우 예약했다”고 했다. 사회적 거리 두기 해제 첫날인 18일 서울 도심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전의 일상으로 돌아가려는 인파로 넘쳐났다. 사적 모임 인원 제한과 가게 영업시간 제한이 사라지자 그동안 만나지 못했던 동료나 지인들과의 모임이 곳곳에서 열렸다. 소규모로 조촐하게 진행됐던 결혼식과 돌잔치 등의 모임 규모를 키우고 단체 여행도 재개하는 분위기였다. ○ 사회적 거리 두기 해제에 ‘보복 회식’ 이날 서울 시내 사무실 밀집지는 사회적 거리 두기 해제를 기념하려는 직장인들이 적지 않았다. 서울 마포구 공덕역 인근에서 부서원 7명과 함께 고깃집을 찾은 직장인 이모 씨(33)는 “8명이 함께 모일 식당을 예약하기도 힘들 정도로 자리가 찬 곳이 많았다”며 “얼마 만인지 생각도 안 날 만큼 오랜만에 부서원 전체가 모여 즐겁다”고 했다. 직장인 커뮤니티에는 회식 인증샷과 함께 ‘보복 회식’이라는 표현까지 등장했다. 코로나19로 억눌렸던 소비 욕구를 분출한다는 ‘보복소비’에 빗대어 그동안 못 했던 회식을 집중적으로 한다는 뜻에서였다. 한 대리운전기사는 “17일 ‘12시 콜’(밤 12시에 대리운전을 부르는 콜)이 폭발했다. 노래방 야간 영업까지 풀려 자정 넘어서까지 3차 손님이 쏟아졌다”고 했다. 호텔가도 모처럼 대목을 맞이했다. 서울 강서구 메이필드호텔에는 이달 15일부터 돌잔치 문의가 평소 2배 이상으로 쇄도했다. 지금까지는 돌잔치를 하면 사적 모임 인원 제한(10명)으로 주로 직계가족만 참석하는 모임만 받았다. 메이필드호텔 관계자는 “10명 이상 못 모이던 회갑연 등 가족 행사 문의가 늘었다”고 말했다. 학교 동문회와 대형 포럼 일정도 속속 잡히고 있다. 서울 강남구의 한 호텔 관계자는 “6월 이후부터 정보기술(IT) 업체 위주로 500명 이상 대규모 행사 예약이 잡히고 있다. 동창회는 물론이고 송년회 예약까지 벌써 하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예비부부들은 대형 웨딩홀로 갈아타거나 하객 수를 늘리기 위해 분주한 분위기였다. 올 들어 지난달까지 주요 호텔과 웨딩홀 결혼식 예약 문의는 전년 동기보다 30∼50% 증가했다. 신라호텔, 롯데호텔 등 호텔 예식은 연말까지 대부분 마감됐고 내년 예식 일정도 인기 시간대 위주로 빠르게 채워지고 있다. 각종 행사가 늘어난 데다 사무실 근무까지 재개되며 정장도 많이 팔리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에 따르면 올해 3월 1일부터 이달 17일까지 남성패션복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20.5% 늘었다. LF 신사복 마에스트로의 슈트 매출은 최근 일주일 새 전년 동기 대비 40% 증가했다. ○ 콘서트 떼창·영화관 팝콘 관람도 부활 여행업계도 가족 단위 여행 문의가 몰리고 있다. 인터파크 투어에서 이달 국내 숙박 예약은 전월 대비 80% 이상 증가했다. 여행업계 관계자는 “해외 항공편이 아직 정상화되지 않아 국내로 여행 수요가 쏠리고 있다”고 했다. 박수와 손짓으로만 응원을 보낼 수 있었던 콘서트장에선 일명 ‘떼창’이 부활할 것으로 전망된다. 300명 이상 대규모 공연이나 스포츠대회 등에 적용됐던 관계 부처의 사전 승인 절차가 사라지면서 초대형 콘서트도 열릴 수 있게 된다. 다음 달 공연 예정인 가수 임영웅, 아이돌 그룹 등의 콘서트에서 코로나19 이전과 같은 광경을 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방역 당국이 25일부터 실내 취식을 허용하기로 함에 따라 13개월 만에 극장 상영관에서 영화를 보며 팝콘 등 음식까지 먹을 수 있게 됐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코로나19 확산으로 2년간 중단했던 ‘봄 박물관 정원 산책’ 해설 등 각종 프로그램을 23일부터 본격적으로 재개한다.신동진 기자 shine@donga.com임희윤 기자 imi@donga.com이승우 기자 suwoong2@donga.com}

서울 금천구 시흥동의 한 빌라에서 8, 9세 두 아들을 숨지게 한 40대 여성 A 씨가 경찰에 자수해 조사를 받고 있다. 8일 금천경찰서는 “5일 초등학생 두 아들을 살해한 A 씨가 7일 오후 경찰에 자수했다”고 밝혔다. 그는 경찰에서 남편이 1억 원 가량 도박 빚을 지면서 생활고를 겪다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A 씨는 남편과 별거 중이며 혼자 두 아들을 양육해왔다. 8일 사건 현장 인근에서 만난 이웃들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는 반응이었다. 인근 주민 B 씨는 “아이들 손을 잡고 등하교를 하던 모습이 기억난다. 그런데 어느 순간 카카오톡 프로필에 있던 아이들 사진이 다 삭제됐더라”고 전했다. 그에 따르면 A 씨는 남편이 없어 집수리 문제 등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한다. B 씨는 “A 씨가 ‘남편이 집에 안 들어온다, 차라리 바람난 거면 좋겠다’고 말했던 게 기억난다”며 도박 빚 등을 암시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고 전했다. 같은 빌라에 거주하는 다른 주민은 “아이들이 인사를 잘 했다. 우리 아이들과 비슷한 또래라 잘 어울렸다. 아이스크림을 사주기도 했는데 더 챙겨주지 못해 미안한 마음”이라며 “어머니 혼자 아이들을 키우는 것을 워낙 힘들어했다”고 기억했다. 주민들에 따르면 A 씨는 평소 아이들의 건강을 걱정하는 등 다른 부모와 다를 것 없는 모습을 보였다고 한다. 같은 빌라 주민들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 속 A 씨의 프로필 사진은 두 아들의 모습이었다. 커뮤니티에는 지난해 9월 밤에 공사가 진행되는 것을 두고 A 씨가 “아이들이 내일 학교에 가야 하니 오후 8시 50분 이후에는 양해 부탁드린다”고 쓴 글이 남아 있었다. 2015년에는 “두 아이가 습기 때문에 피부염에 걸릴까봐 매일 환기 중이니 빠른 보수 부탁한다”고도 했다. A 씨는 2019년 6월부터 2020년 2월까지 거주하는 빌라의 대표도 맡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동대표를 끝낼 때는 주민들이 “그동안 고생 많으셨다,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기도 했다. 인근 주민들은 A 씨가 밝은 모습으로 다녀 생활고에 시달리는지 몰랐다고 입을 모았다. 후임 대표를 맡은 김모 씨(34)는 “A 씨가 2014년부터 8년 동안 자가로 거주하는 걸로 알고 있다. 빚과 생활고에 시달린다는 걸 전혀 몰랐다”고 했다. A 씨의 두 아들이 다녔던 초등학교는 슬픔에 잠긴 모습이었다. 학교 관계자는 “평소 밝은 모습만 봐서 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잘 알지 못했다”며 “두 아이를 맡았던 담임선생님들 역시 안타까운 소식을 듣고 큰 충격과 슬픔에 잠겼다”고 전했다. 금천구청에 따르면 A 씨 가정은 기초생활수급자 등 복지 대상자가 아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금천구청 관계자는 “복지 혜택을 못 받은 이유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아마 거주 형태가 자가였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했다. 경찰은 8일 오후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 관계자는 “A 씨가 정신질환을 앓고 있진 않은 걸로 보인다”며 “구체적인 범행 동기를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A 씨는 경찰 조사 과정에서 ‘죽고 싶다’는 말을 반복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범행 현장에는 A 씨가 극단적 선택을 시도한 흔적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김윤이 기자 yunik@donga.com이승우 기자 suwoong2@donga.com}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완치자에게 유전자증폭(PCR) 검사나 신속항원검사를 면제해주는 기간이 해외여행, 등교, 병원 출입 시 등 경우에 따라 달라 곳곳에서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방역당국은 확진 후 최대 3개월까지는 죽은(불활성) 바이러스 때문에 완치자가 PCR 검사 양성 판정을 받을 수 있다고 본다. 완치자가 격리해제 때 별도 PCR 검사를 실시하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완치자에 대해 어느 정도 기간 동안 검사를 면제해 주는지는 기관마다 다르다. 방역당국이 기준을 통일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현행 방역지침상 해외 출국 시에는 출국일 기준으로 10∼40일 전 확진됐던 코로나19 완치자에 한해 PCR 음성확인서 대신 격리해제 확인서를 제출하도록 하고 있다. 반면 학생들이 사용하는 교육부 자가진단 애플리케이션(앱)은 ‘완치자의 경우 확진일로부터 45일간 신속항원검사를 실시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45일이 지난 후부터는 다른 학생들처럼 매주 2회씩 자가검사가 권고된다. 지난달 14일 코로나19에 감염됐다가 완치된 이모 씨(28)는 “해외여행을 갈 계획인데 음성확인서를 준비하는 게 번거로울 것 같아 여행 일정을 앞당겼다”면서 “학교는 45일 동안 검사 면제라는 뉴스를 봤는데 기간이 달라 하마터면 일정을 실수할 뻔했다”고 말했다. 병원 등의 출입 규정은 또 다르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은 코로나19에서 완치된 보호자는 격리해제일로부터 3개월까지 추가 검사를 실시하지 않는다. 지난달 코로나19에 확진됐던 김모 씨(26)는 “보건소나 지방자치단체도 어떤 경우에 검사를 언제까지 면제하는지 알려주지 않았다”고 했다. 방역당국은 최초 확진일로부터 90일 이후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재검출된 경우와 최초 확진일 이후 45∼89일에 재검출된 이들 중 증상이 있거나 확진자와 접촉한 경우를 재감염으로 보고 있다. 다만 동시에 “확진일로부터 45∼80일의 경우 재감염 가능성이 낮다”고도 해 혼선을 가중시키고 있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없다 보니 기관마다 기준이 상이해진 것”이라며 “최근 연구결과에 따르면 확진 25일 후에도 재감염될 수 있다고 한다. 완치자 통계를 토대로 새로 통일된 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이승우 기자 suwoong2@donga.com유채연 기자 ycy@donga.com}

인천의 한 중학생이 온라인에서 구입한 헬륨가스를 마신 뒤 질식해 숨지는 사고가 발생하면서 헬륨가스 유통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헬륨가스를 마시면 목소리가 잠시 변하는 까닭에 장난스럽게 흡입하고 노는 어린이와 청소년이 적지 않지만 과도하게 마시면 질식할 위험이 있다는 사실은 잘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지나치게 흡입하면 질식 위험6일 인천 남동경찰서에 따르면 전날 오후 5시 50분경 인천 남동구의 한 아파트 방에서 중학생 A 군(14)이 머리에 비닐봉지를 뒤집어쓰고 숨진 상태로 발견됐다. 경찰은 A 군이 헬륨가스를 과도하게 흡입해 질식사한 것으로 보고 정확한 사건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외출에서 돌아온 부모가 A 군을 발견하고 신고했다”며 “부모에 따르면 A 군은 최근 인터넷으로 헬륨가스를 주문한 것으로 보인다. 정확한 구매 경위를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앞서 2002년에도 경남 함안에서 중학생 2명이 애드벌룬에 있는 헬륨가스를 마시고 목소리를 변조하는 장난을 하다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전문가들은 헬륨가스가 독성은 없지만 그렇다고 안전한 건 아니라고 지적했다. 박은정 경희대 의대 교수는 “헬륨가스를 지나치게 흡입하면 폐의 산소 공급을 차단해 심한 경우 사망에 이를 위험이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유튜브에선 5∼10세가량의 어린이들이 헬륨가스를 마시고 목소리를 변조하는 영상이나 상당량의 가스를 한꺼번에 들이마시는 모습을 보여주는 이른바 ‘헬륨가스 먹방’ 등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한 유튜브 채널의 ‘헬륨가스를 마시고 리코더 불기’ 영상은 조회 수가 34만 회에 이른다. 파티, 모임 등에서 장난처럼 헬륨가스를 흡입하는 놀이 문화도 문제로 지적된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명예교수는 “유튜브 영상을 모방해 헬륨가스를 흡입하는 아동, 청소년이 적지 않다”며 “장난의 일환으로 들이마셔도 괜찮다는 인식을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문가 “위험성 고지 의무 강화해야”헬륨가스 과다 흡입의 위험성을 홈페이지상에 고지한 온라인 판매처는 많지 않았다. 6일 본보가 헬륨가스 및 헬륨 풍선을 판매하는 온라인 사이트 20곳을 확인해 보니 “헬륨가스를 과다 흡입할 경우 질식 우려가 있다”고 공지한 판매처는 7곳에 불과했다. 일부 사이트가 “만 14세 미만은 이용을 삼가 달라”고 권고한 정도였다. 헬륨가스 판매 사이트 운영자 B 씨는 “포장 박스에는 위험성과 사용법을 표기해야 할 법적 의무가 있지만, 홈페이지에 명시할 의무는 없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헬륨가스 위험성을 소비자가 쉽게 인식할 수 있도록 사업자의 고지 의무를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은정 교수는 “구매자에게 위험성을 설명하는 문구를 더 명확하게 표시하게 하고 동시에 ‘흡입하지 말라’는 경고를 판매처가 홈페이지에 명시하도록 의무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헬륨가스 흡입의 위험성을 알리고 판매자가 위험성을 고지하도록 계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이승우 기자 suwoong2@donga.com인천=공승배 기자 ksb@donga.com}

《“급격히 상승한 배달 수수료를 안정화하기 위해 매달 배달 수수료를 조사해 공개하겠습니다.”이억원 기획재정부 제1차관은 올해 1월 21일 물가관계차관회의에서 “2월부터 ‘배달비 공시제’를 시행한다”며 이같이 도입 배경을 밝혔다. ‘배달비 1만 원 시대’라는 말이 등장할 정도로 배달비 부담이 과도하다는 여론이 일자 정부 차원의 대책을 내놓은 것이다.‘배달비 공시제’ 도입 2개월이 지났지만 소비자와 음식점주,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측은 물론 배달 라이더까지 “제도의 실효성이 없다”고 입을 모은다. 치솟은 배달비는 사회적 거리 두기로 인한 배달 수요의 증가 및 배달 앱의 단건 배달 서비스 도입, 라이더 부족 등이 종합적으로 작용한 현상임에도 정부가 너무 안이하게 접근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 관계자는 뒤늦게 “정보 제공 차원이었다”며 발을 빼는 모습이다.》○ 공시와 실제 배달비 달라 동아일보 조사 결과 공시된 배달비부터 실제와 차이가 났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소단협)는 정부 위탁을 받아 ‘배달의민족’ ‘요기요’ ‘쿠팡이츠’ 등 3개 앱의 배달비를 조사해 지난달 31일 공개했다. 2월 발표에 이은 두 번째 공시였다. 서울의 중국 음식점 485곳과 피자 전문점 413곳을 대상으로 했다. 그러나 동아일보 취재팀이 이달 1∼3일 해당 배달 앱 3곳에서 서울 강남구와 관악구 중국음식점 40곳(각 20곳)의 배달비를 조사해 보니 18곳은 소단협이 공시한 최고가보다 배달비가 비쌌다. 관악구는 ‘단건 배달비’가 ‘2km 이내 최고 3900원’이라고 공시됐지만 조사결과 20곳 중 절반인 10곳이 그보다 비쌌다. 5810원이나 받는 경우도 있었다. 강남구는 거리별 최고가가 2540∼5000원으로 공시됐지만 20곳 중 8곳이 공시 가격을 초과했다. 소단협과 취재팀의 조사 시점이 다르다는 점을 감안해도 차이가 상당한 것이다. ‘배달 앱별 배달비 차이’도 실제와 다른 점이 발견됐다. 같은 음식점에서 주문해도 배달 앱별로 배달비가 다르다는 지적이 나오자, 정부는 공시제를 도입하면 앱별 배달비 차이가 드러나 소비자의 배달 앱 선택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했다. 공시에는 강남구 중국음식점의 경우 앱별로 배달비가 최고 3000원 차이 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취재팀 조사 결과 배민과 쿠팡이츠의 배달비 차이는 4000원으로 그보다 컸다. 상황이 이렇게 되면서 경기 지역 일부 자영업자들은 공시 자료를 못 믿겠다면서 배달비를 자체적으로 조사해 공개하겠다고 나서기도 했다. 소비자들은 근본적으로 각 식당의 상호명이 배달비와 함께 공개되지 않는 이상 공시를 들여다볼 이유가 없다고 지적한다. 배달비 공시로는 업소별 상세 배달비를 알 수 없다. 거의 매일 배달 앱을 사용한다는 강모 씨(29)는 “공시를 봐도 식당의 앱별 배달비가 얼마인지 몰라, 실제 주문할 때는 다시 배달앱에서 배달비를 확인해야 한다. 한마디로 쓸모가 없다”고 혹평했다.○ 점주, 라이더도 “도움 안 된다” 자영업자들도 배달비 공시제를 외면하고 있다. 음식점주는 배달 앱에 내는 수수료와 별도로 거리에 따라 달라지는 배달비를 소비자와 나눠 부담한다. 하지만 배달 업체에서 배달비 분담 내역을 공개하지 않는 상황에서 공시제 역시 소비자가 내는 배달비만 조사하는 까닭에 전체 배달비가 어떻게 분담되는지는 전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서울 노원구에서 햄버거 가게를 운영하는 박모 씨(39)는 “배달 앱에서 주문이 올 때마다 식당이 내야 하는 배달비가 먼저 떠오른다”면서 “소비자와 자영업자가 얼마씩 나눠 부담하는지에 대한 전모가 밝혀져야 배달비가 오르는 근본 원인을 파악할 수 있고, 인하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울 중랑구에서 치킨집을 운영하는 A 씨도 “지금과 같은 공시제 정책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라이더들도 배달비 공시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한다. 배달 라이더 박모 씨(27)는 “배달비는 경매와 유사해 날씨나 시간대에 따라 변동 폭이 큰데, 매달 1회 조사만으로 이 같은 변수들이 모두 반영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폭우나 폭설이 발생했을 때나 배달이 몰리는 점심·저녁 시간에 라이더 수가 부족하면 배달비가 건당 1만∼2만 원으로 상승하는 일도 드물지 않다는 것이다. 박정훈 라이더유니온위원장은 “배달비 공시제는 라이더와 배달 앱을 중개하는 배달 플랫폼 수수료 정보 등이 담겨 있지 않은 반쪽짜리”라고 지적했다. 배달 앱 업체도 배달비 공시제에 회의적이다. 배민 관계자는 “배달비는 매장 상황이나 메뉴, 라이더 낙찰 금액에 따라 변하는데 이 같은 요인이 적절하게 반영되지 않고 있다”고 했다.○ 형식적 조사로 인하 기대 어려워 정부는 배달비 공시제 도입 당시 공시제가 배달비 부담을 낮추는 데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최근 비판 여론이 빗발치자 한발 물러서는 모양새다. 기재부 관계자는 최근 본보와의 통화에서 “배달비를 낮추겠다는 목적보다 정보 제공 차원에서 한 조사”라며 “배달비는 민간 자율로 결정되기 때문에 정부 개입에 한계가 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월 1회 형식적인 조사만으로는 배달비 인하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며, 배달 플랫폼의 특성을 이해하지 못한 탁상행정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승훈 가천대 경영학과 교수는 “배달앱, 배달 대행 등 플랫폼이 복잡하게 얽힌 상황에서 단순 배달비 공개만으로 가격을 인하한다는 발상 자체가 실현 불가능한 얘기”라며 “플랫폼이 배달 과정에서 각각 어느 정도 비용을 부담하는지 투명하게 공개해야 배달비 인하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배달비 인하를 위해 근본적으로 라이더가 늘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늘어난 배달 수요에 비해 배달 라이더 수는 상대적으로 늘지 않았다는 것이다. 단건 배달 서비스를 제공하는 배달 앱이 늘면서 라이더 한 명이 한번에 처리할 수 있는 주문의 양이 줄어든 것도 인력 부족 문제를 심화시킨 요인으로 꼽힌다. 요기요 관계자도 “배달비 상승의 주요 원인은 라이더 인력 부족 문제”라고 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배달 라이더 부족 문제가 가장 심각한데 단순히 소비자들이 지불하는 배달비로 시장의 구조적 문제를 보여줄 순 없다”며 “정부 차원에서 배달 앱, 배달 대행업체 측 배달 건수당 수익이 얼마나 되는지 비교 조사한 후 과도하게 수익을 챙긴 정황이 파악되면 제재하는 등의 적극적 개입과 감시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승우 사회부 기자 suwoong2@donga.com최미송 사회부 기자 cms@donga.com}

채널A ‘팩트맨’ 팀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허위정보 팩트체크 연속 보도’로 29일 제5회 한국팩트체크대상 우수상을 받았다. 배정근 심사위원장은 29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해외 보건 당국에 직접 연락을 시도하는 치밀한 취재 노력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고 심사평을 밝혔다. 이승우 기자 suwoong2@donga.com}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중증 환자와 사망자가 폭증하는 가운데 격리 기간을 기준으로 한 정부의 장례비 및 치료비 지원이 불합리하다는 비판이 확산되고 있다. 하루 이틀 차이로 장례비를 받지 못하거나, 치료 기간이 길어져 거액의 병원비 부담을 지는 이들이 적지 않은 탓이다. 박모 씨(45)의 아버지는 지난달 23일 코로나19에 확진돼 치료를 받다 이달 2일 숨을 거뒀다. 박 씨는 시청에 장례지원금 1000만 원을 신청했다. 코로나19 여파로 실직한 박 씨에게 큰 도움이 될 수 있는 액수였다. 그러나 시청은 “격리 기간 7일이 지나고 하루 후 사망했기 때문에 지급 대상이 아니다”라고 했다. 박 씨는 “장례비 받자고 연명치료를 포기할 수도 없는 거 아니냐. 격리 기간을 기준으로 장례비 지급 여부가 갈리는 건 패륜적”이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정부는 장례비 1000만 원이 제한적인 장례 진행에 유족이 협조하는 것에 대한 위로금이라고 설명한다. 코로나19 사망자 장례는 유리창 너머로 시신이 담긴 밀봉 비닐 백을 잠깐 열어 고인 얼굴을 보여주는 식으로 진행된다. 중앙방역대책본부 측은 “격리가 해제되면 시신에 의한 전파 위험이 없다고 보고 장례 절차도 제한하지 않는다. 당연히 지원금도 지급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장례식장 대부분은 정부 지침과 달리 격리 해제 후 사망자도 격리 기간 내 사망자와 동일한 방식으로 장례를 진행한다. 서울 성북구 한 장례식장 관계자는 “사망진단서에 코로나19가 명시돼 있다면 격리 해제 여부와 관계없이 코로나19 장례로 진행한다”고 했다. 위중증 환자 치료비 지원도 논란이 되는 건 마찬가지다. A 씨(33)의 어머니(71)는 지난해 12월 21일 확진 후 열흘 동안 음압병동 격리 치료를 받았다. 이 기간 치료비는 전액 정부 지원을 받았다. 그러나 격리 해제 후 일반 중환자실로 옮겨 인공호흡기와 에크모(ECMO·인공심폐기) 치료를 받은 3개월 동안의 병원비 5200만 원은 온전히 A 씨 몫이 됐다. 중앙사고수습본부는 “입원치료비는 전파 우려가 높아 강제 격리한 부분에 대해 지급하는 것”이라며 “격리 해제 후에는 지급 의무가 없다”고 했다. 그러나 A 씨는 “어머니는 코로나19로 호흡부전이 왔고, 폐가 섬유화됐다”면서 “코로나19는 사회적 재난인데 부담은 개인이 떠안고 있다”며 억울해했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정부가 각종 재난지원금을 남발했지만 정작 코로나19 위중증 환자나 사망자 등을 위한 보장제도 확충에는 소홀했다”며 “피해자를 실질적으로 보듬는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이승우 기자 suwoong2@donga.com}

은행 현금자동입출금기(ATM) 창구 안에서 담배를 피우고 불을 지른 50대 여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22일 서울 방배경찰서는 방화 혐의로 50대 여성 A 씨를 입건했다고 밝혔다. A 씨는 20일 오후 2시 33분경 서초구 방배동에 있는 한 은행 ATM 창구 안에서 담배를 피운 뒤 가지고 있던 라이터로 종이에 불을 붙여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당시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한 소방당국은 차량 14대와 인력 43명을 투입해 10분 만에 불을 껐다. 다행히 건물로 옮겨 붙지는 않아 추가적인 피해는 없었다. 경찰은 폐쇄회로(CC)TV를 통해 A 씨를 특정하고 방배동 인근 길가에서 A 씨를 긴급체포했다. A 씨는 범행 당시 음주 상태는 아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A 씨가 아직 뚜렷한 범행동기를 밝히지 않고 있다”며 “흡연 중 홧김에 불을 저지른 것으로 보고 구체적인 범행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A 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이승우 기자 suwoong2@donga.com}
“집회 소음에 주말에도 편하게 못 쉬었는데, 동네가 조용해질 것 같네요.”(서울 종로구 효자동 주민 이모 씨) 대통령 집무실을 서울 용산구 국방부 신청사로 이전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는 가운데 17일 동아일보와 만난 청와대 인근 주민들은 대체로 이전을 환영하는 분위기였다. 그동안 잦은 집회 등으로 일상 불편이 적지 않았기 때문. 효자동에서 식료품 가게를 운영하는 홍모 씨(73)는 “청와대가 개방되면 더 많은 사람들이 동네를 찾아 상권이 활성화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전을 아쉬워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공인중개사무소를 운영하는 신모 씨(62)는 “광화문 일대가 예부터 ‘정치 1번지’였는데 대통령이 떠난다니 아쉽다”고 했다. 새 대통령 집무실 유력 후보지인 국방부 신청사 인근 주민들은 교통 혼잡을 걱정했다. 골프용품점을 운영하는 이모 씨(48)는 “지금도 교통 체증이 심한데 집무실 이전 후 교통 통제가 잦아지면 길이 더 막힐 것”이라고 했다. 반면 50년 넘게 용산구에 살고 있다는 김모 씨(62)는 “대통령 집무실이 오면 동네도 더 좋아지고 용산의 브랜드 가치도 높아질 것”이라고 했다.송진호 기자 jino@donga.com이승우 기자 suwoong2@donga.com전혜진 기자 sunrise@donga.com}

“활동지원사가 아니었다면 꼼짝없이 굶어 죽었을 겁니다.” 중증 지체장애인 추모 씨(58)는 1월 4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확진돼 10일간 자가격리했을 당시를 돌이키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39도 넘는 고열과 기침, 인후통과 오한도 힘들었지만 더 큰 문제는 생존 그 자체였다. 장애로 손발을 움직일 수 없는 추 씨는 정부가 비용을 지원하는 활동지원사 도움 없이는 간단한 식사도 할 수 없다. 그런데 코로나19로 격리된 상황에서 활동지원사에게 와 달라고 하기는 어려웠다. 활동지원사가 감염 위험을 무릅쓰고 그를 도울 의무도 없었다. 추 씨는 “이러다 죽을 수 있다는 공포감이 밀려왔다”고 했다. 추 씨는 보건소와 구청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담당이 아니다’라는 차가운 답만 돌아왔다. 그를 도운 건 “혼자 둘 수 없다”며 감염 위험을 무릅쓰고 그를 찾아온 활동지원사 홍모 씨(64)였다. 홍 씨는 민간 장애인자립생활센터가 지원한 방독면과 방호복을 착용한 채 추 씨에게 식사를 제공했다.○ 셀프 의료 체계서 소외된 장애인최근 코로나19 진단·치료 체계가 ‘셀프 검사’와 ‘재택 치료’ 중심으로 개편되면서 장애인과 그 가족의 괴로움은 더 심해졌다. 지난해 11월 말 ‘재택치료 우선’ 정책 시행 전에 장애인은 확진 뒤 생활치료센터에 입소해 의료진의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재택치료와 자가격리로 활동지원사마저 집에 오지 않아 추 씨처럼 홀로 남겨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지난달 초부터는 코로나19 증상이 있어도 자가검사키트에서 양성이 나와야 유전자증폭(PCR) 검사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장애인들에게는 ‘셀프 검사’ 역시 난관이다. 뇌병변장애가 있는 유진우 씨(27)는 “양손을 자유롭게 쓸 수 없다 보니 박스를 뜯고 면봉을 꺼내 코에 넣는 데만 1시간이 걸린다”고 호소했다. 남정한 실로암 시각장애인센터 소장은 “시각장애인은 검사용액통을 작은 구멍에 끼우는 것부터 어렵다. 활동지원사 도움 없이는 검사 결과를 확인할 수도 없다”고 지적했다. 선별진료소 대기도 ‘도전’이다. 뇌병변장애가 있는 아들을 둔 최모 씨(50)는 “지난달 중순 선별진료소에서 영하 10도 추위 속에 몸무게 50kg 아들을 안고 30분가량 대기했다”며 “미리 연락하면 돕겠다던 보건소는 내내 통화 중이었다”고 했다. 최근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장애인을 돌보던 가족이 확진되는 바람에 부담이 가중되는 경우도 늘었다. 최 씨는 “가족이 시간차를 두고 잇달아 확진 판정을 받았다. 아픈 채로 돌봄과 치료를 병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급 2000원 더 주면 해결?상황이 이렇게 되자 보건복지부는 뒤늦게 1일부터 확진된 장애인을 지원하는 활동지원사에게 수당을 시간당 2000원 더 주겠다고 발표했다. 경기도의 한 장애인복지관에서 일하는 활동지원사 이모 씨(53)는 “시급 2000원 더 준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라고 했다. 이형숙 서울시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장은 “활동지원사 감염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방호장비 등을 지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명숙 상지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재난 상황일수록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가 우선 돼야 하는데 우리 사회는 코로나19 사태로 장애인 소외가 더 심해졌다”고 지적했다.이승우 기자 suwoong2@donga.com유채연 기자 ycy@donga.com}

1일 서울 중구 청계광장에서 경찰 추산 약 8000명의 인파가 몰린 집회가 열렸다. 방역지침상 인원 제한 영향을 받지 않는 선거 유세 형태여서 경찰도 제지하지 않았다. 서울시 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는 집회가 끝난 후 뒤늦게 선거 유세에 해당하지 않는 부분이 있다며 위법성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3·1절인 이날 서울 시내 곳곳에서 대규모 집회가 열리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한층 더 확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청계광장에 8000여 명 운집이날 오후 2시경 서울 중구 청계광장은 보행이 불가능할 정도로 인파가 들어차 있었다.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담임목사가 주최한 ‘3·1절 광화문 1000만 국민기도회’ 참가자들이었다. 오후 2시 20분경 전 목사가 연단에 오르자 “전광훈 만세”, “문재인 물러가라” 등 구호가 터져 나왔다. 전 목사가 “선거에 나선 정치 지도자들이 나라는 망하든지 말든지 개인적 욕심만 부리고 있다”며 목소리를 높이자 참가자들은 “아멘”이라고 외쳤다. 현행 방역 지침에 따르면 집회의 경우 백신 접종 완료자 299명까지만 모일 수 있다. 하지만 이날 오전 11시경부터 열린 집회에는 제한 인원의 20배가 넘는 인파가 몰렸다. 주최 측은 이날 집회를 9일 대선과 함께 열리는 국회의원 보궐선거 출마자 선거 유세라고 주장했다. 현행법상 선거 유세엔 인원 제한이 없다. 하지만 전 목사가 대표인 국민혁명당 소속 구본철 후보의 선거 유세는 오전 11시부터 11시 50분까지만 진행됐다. 낮 12시경부터는 행사 제목에 나온 기도회로 전환됐다. 주최 측은 유세 차량에 붙어있던 구 후보 현수막을 내리고 ‘국민기도회’ 현수막을 붙였다. 이어 사랑제일교회 목사 등 연사들이 연단에 올라 기도회를 진행했다. ‘할렐루야’ 등을 외치고 태극기를 흔들며 찬송가를 불렀다. “이번 대선 ○○당 찍으면 안 된다”는 등 정치적 발언도 나왔다. 행사는 오후 4시 20분경 마무리됐다. 주최 측은 5일에도 유사한 행사를 열겠다고 예고했다. 경찰은 해당 집회가 진행되는 동안 약 1300명을 투입해 교통 통제와 질서 유지 활동을 했다. 다만 선관위로부터 통보가 없었다는 이유로 집회 자체를 제한하지 않았다. 하지만 서울시 선관위는 오후 늦게 집회의 성격이 낮 12시를 기점으로 달라졌다는 판단을 내놨다. 서울시 선관위 관계자는 “낮 12시 이후에는 선거 유세가 아니라 집회가 진행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관할 구청인 중구청과 함께 거리두기 지침상 인원 제한 위반 과태료 부과 대상인지를 검토할 것”이라고 했다.○ 마스크 내리고 흡연… 방역 구멍 우려이날 청계광장에 대규모 인파가 몰리면서 코로나19 방역에 대한 우려도 나왔다. 특히 청계광장에는 보행이 불가능할 정도로 인원이 몰렸음에도 곳곳에서 마스크를 내리고 음식을 나눠 먹거나 담배를 피우는 모습이 보였다. 시민들은 불편을 호소했다. 이날 약속 때문에 청계광장을 찾은 한모 씨(20)는 “태극기를 흔드는 팔에 계속 부딪치고 여러 사람과 몸이 밀착됐다. 불쾌했고 코로나19 전파도 걱정됐다”고 했다. 자녀와 함께 광화문을 찾은 양준영 씨(43·서대문구 거주)는 “최근 코로나19 일일 확진자가 17만 명을 넘을 정도로 위험한데 꼭 이렇게 모여야 하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이날 서울 도심 다른 곳에서도 집회가 이어졌다. 보수 성향의 일파만파애국자총연합 등은 이날 오후 2시부터 청계광장 맞은편인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에서 ‘3·1절 애국시민 시국대회’를 열었다. 집회를 마치고는 약 500명 규모의 행진을 진행했다. 3·1절 관련 집회도 이어졌다. 정의기억연대 등은 서울 종로구 수송동 평화의 소녀상 앞에서 ‘3·1운동 103주년 민족자주대회’를 열고 일본 역사 왜곡, 방사능 오염수 방류 추진 등을 규탄했다.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송진호 기자 jino@donga.com이승우 기자 suwoong2@donga.com}
“며칠 사이에 또 기준이 달라졌네요. 이유를 도저히 모르겠어요.” A 씨(21)는 27일 정부의 오락가락 방역 지침에 분통을 터뜨렸다. 그의 동생은 25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백신 2차 접종 후 90일이 지난 A 씨는 자가격리 대상자여서 다음 달 2일까지 집 밖에 나갈 수 없는 처지였다. 그런데 다음 달 1일부터 시행되는 정부의 새 동거가족 격리 기준이 소급 적용되며 격리가 28일까지로 줄었다. A 씨는 “정부가 새 기준을 4일만 일찍 적용했다면 아예 격리 없이 수동감시 대상이 됐을 것”이라고 했다. 자주 바뀌는 정부 지침으로 시민들의 혼선이 끊이지 않고 있다. 정부의 격리기준 완화조치에 따라 다음 달 1일부터 확진자 동거가족은 백신 접종 여부에 관계없이 3일 내 유전자증폭(PCR) 검사를 받고 음성 판정을 받으면 수동 감시 대상이 된다. 일각에선 밀접 접촉자인 동거가족의 격리를 지나치게 완화해 코로나19가 더 확산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확진 판정을 받은 최모 씨(50)는 “어제까지 자녀가 음성 판정을 받아 1일부터 정상적인 생활을 기대했는데 오늘 자녀가 열이 나 PCR 검사를 받으러 갔다”며 “가족끼리는 생활 반경이 겹쳐 언제 양성으로 바뀔지 모르는데 방역 지침이 완화되면 확진자가 폭증할 것 같다”고 했다.유채연 기자 ycy@donga.com이승우 기자 suwoong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