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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수입차 업계는 4년 만에 역성장을 했는데 볼보자동차코리아는 미소를 지은 몇 안 되는 회사다. 전년 대비 17.9% 늘어난 연간 1만7018대를 판매해 1998년 한국 법인이 생긴 이후 최다 판매를 기록했다. ‘독일 3사’(BMW·메르세데스벤츠·아우디)에 이어 사상 첫 수입차 4위. 10년간 최고경영자(CEO)로 회사를 이끈 이윤모 볼보자동차코리아 대표(58)는 회사 실적이 좋아서인지 29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사무실에서 진행한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만면에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실적 이야길 묻자 이 대표는 “아시아태평양(중국 제외)에서 지난해 한국이 판매 1등”이라며 “원래 볼보가 굉장히 강세였던 일본도 처음으로 제쳤다”고 말했다. 비결이 뭐냐고 묻자 의외로 간단했다. 그는 “수입차 중에서는 거의 유일하게 가격을 굉장히 합리적으로 정한 다음 추가 할인 없이 판매하고 있다”며 “할인을 하면 차를 싸게 사고서도 ‘더 싸게 살 수도 있지 않았나’며 찜찜해할 수 있다”고 했다. 볼보는 ‘찜찜한 차’가 아니라는 신뢰가 쌓여 지금의 성적이 나왔다는 것이다. ‘안전의 볼보’라는 이미지 덕이 있지 않냐고 묻자 내향형이라고 스스로를 소개했던 이 대표의 입에서 격한 표현들이 쏟아져 나왔다. 그는 “볼보는 진짜 안전에 관해서는 특별한 집착이 있다”며 “그러니까 좋은 말로 하면 타협이 없고, 편한 말로 하면 약간 ‘또라이 정신’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볼보 본사가 있는 스웨덴에서는 별로 큰 사고가 아닌데도 견인차보다 볼보 교통사고 조사팀이 먼저 온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며 “사고로 승객이 어떤 식의 충격을 입었는지 몇십 년 동안 데이터를 계속 축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2014년 볼보자동차코리아 수장으로 취임해 올해까지 10년 동안 한자리를 지켜오고 있다. 수입차 회사들은 본사에서 파견된 외국인 대표가 몇 년 일하다 떠나는 것이 일반적인데 이 대표는 특이 케이스라고 할 수 있다. 오랫동안 자리를 지켜온 원동력과 관련해 이 대표는 “벌써 20년 동안 매일 오전 5시쯤에 일어나 피트니스클럽에서 1시간 정도 운동을 하고 있다”며 “CEO라는 직업 특성상 늘 크고 작은 결정을 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선 건강한 몸과 마음은 기본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10년을 돌이켜 보면 2019년에 처음으로 연간 1만 대를 판매했을 때 제일 뿌듯했다”며 “1만 대 정도는 해야 서비스센터도 갖추고 광고도 하는 등 최소한의 비즈니스를 본격적으로 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볼보는 안전뿐 아니라 한국 상황에 맞는 현지화에도 힘을 쓰고 있다. 국내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내비게이션 서비스 업체인 티맵모빌리티와 손잡고 2021년 300억 원을 투입해 티맵 인포테인먼트 서비스를 개발한 것이다. 또한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누적 3000억 원을 투입해 현재 서비스센터 및 전시장을 30여 개씩 운영 중인데 올해는 이를 각각 40여 개로 늘릴 예정이다. 이 대표는 “볼보가 독자적인 내비게이션을 갖춘 것은 중국 시장 이외에 한국뿐”이라며 “서비스센터와 전시장을 늘리는 데에는 올해만 1000억 원을 추가 투입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에게 볼보자동차코리아 수장으로서 이루고 싶은 바가 뭐냐고 묻자 대범한 목표가 튀어나왔다. 이 대표가 취임한 2014년 판매량이 약 3000대였는데 10배로 늘리는 것이다. 지난해 판매량의 두 배 가까운 수치다. 이 대표는 “대표로 있는 동안 연간 3만 대 정도를 팔고 싶다”며 “국내 수입차 연간 판매가 25만∼30만 대 정도 되는데 약 10%를 차지하는 회사가 되면 브랜드가 좀 더 안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한재희 기자 hee@donga.com}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회장(사진)이 중대재해처벌법이 5인 이상 50인 미만 모든 사업장으로 확대 적용된 것에 대해 “중대재해법은 재해 예방에 초점이 맞춰져야 하는 만큼 하루빨리 보완 입법이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29일 손 회장은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경제계의 호소에도 불구하고 50인 미만 사업장에 중대재해법을 유예하는 법안이 처리되지 않아 안타깝다”면서 “(중대 사고를) 처벌로 예방할 수 있다는 생각에는 조금도 동의할 수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중대재해법은 국회에서 유예안의 여야 합의가 무산돼 27일부터 산업재해가 많은 제조업, 건설업 외에 식당과 카페, 마트 등 서비스 업종에도 적용된다. 중대재해법은 근로 중에 노동자가 사망하거나 중대한 부상을 입을 경우 사업주가 충분한 예방 조치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면 처벌받도록 하고 있다. 경총은 대안으로 처벌이 아닌 예방에 초점을 둔 보안 입법을 강조하고 나섰다. 경총은 중대재해 발생 위험이 큰 분야를 중심으로 예방 활동을 강화하기 위해 ‘중대재해 예방 실무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할 계획이다.한재희 기자 hee@donga.com}
수출 기업인들의 ‘가업승계’를 가로막는 가장 큰 벽은 과중한 상속세·증여세이고, 이 때문에 매각·폐업까지 고려하는 기업들도 상당하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한국무역협회는 지난해 12월 협회 회원사 799곳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내용을 담은 ‘수출기업의 원활한 가업승계를 위한 제언’ 보고서를 28일 발간했다. 이에 따르면 ‘기업의 영속성과 지속경영을 위해 가업승계가 중요하다’는 답변은 77.3%(매우 중요 57.9%, 중요 19.4%)를 차지했다. 가업승계 계획에 대해선 45.1%가 ‘있음’이라고 했고, ‘없음’은 23.8%, ‘아직 결정 못함’은 31.2%였다. 이 중 가업승계를 고려하는 이들에게 이유를 묻자 ‘책임경영 가능’(46.4%·중복응답), ‘유·무형 재산 상속’(37.9%) 등으로 답했다. 반면 가업승계를 고려하지 않는 이들에게선 ‘조세부담’(40.2%), ‘어려운 경영 환경’(31.8%) 순으로 답이 나왔다. 전체 설문 대상자에게 ‘가업승계 이슈 애로사항’(중복응답)을 묻자 ‘조세 부담’(74.3%), ‘후계자 교육’(29.5%), ‘부정적 사회인식’(20.8%) 순으로 답했다. 세금 문제 등으로 가업승계 대신 매각·폐업까지 고려했냐는 질문의 답변엔 ‘있음’이 42.2%였다. 또 무역협회는 2015∼2019년 수출 업력이 30년 이상인 기업의 연평균 수출 실적은 1473만 달러(약 198억 원)로 10년 미만 기업의 평균 수출 실적(94만 달러)보다 15.7배 많다며 가업승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무역협회는 “최소한 주요국들과 동등한 여건에서 비즈니스를 영위할 수 있도록 상속세율 인하 등 제도 전반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한재희 기자 hee@donga.com}

HD현대는 1만6200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급 메탄올 추진 초대형 컨테이너선 ‘아네 머스크호’의 명명식을 열었다고 28일 밝혔다. 26일 울산 HD현대중공업에서 열린 명명식엔 정기선 HD현대 부회장과 세계적인 해운그룹 AP몰러-머스크의 로베르트 머스크 우글라 의장 등이 참석했다. 메탄올 추진선은 기존 선박유에 비해 오염물질 배출량을 대폭 줄일 수 있어 조선업계가 주목하는 ‘미래 먹거리’로 꼽힌다. HD현대는 2021년 7월부터 19척의 메탄올 컨테이너선을 머스크로부터 수주했다. 그중 가장 크기가 작은 2100TEU급 세계 최초의 메탄올 추진 컨테이너선을 지난해 9월 머스크에 인도했다. 이번에 명명식을 가진 아네 머스크호는 나머지 18척의 초대형 메탄올 컨테이너선 중 가장 먼저 인도되는 선박이다. 아네 머스크호의 이름은 머스크 우글라 의장의 모친인 아네 머스크 매키니 우글라 AP몰러 홀딩스 의장의 이름을 땄다.한재희 기자 hee@donga.com}

현대자동차·기아가 지난해 창사 이래 최대치인 27조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친환경차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 등 고부가가치 차량 판매가 늘어난 영향이 크다. 북미, 유럽 등 ‘빅마켓’에서 약진한 효과도 봤다. 이에 현대차와 기아는 14년간 상장사 영업이익 1위를 지켰던 삼성전자를 제치고 지난해 영업이익 1, 2위를 차지하게 됐다. 하지만 올해 경기 침체로 수요가 위축될 가능성이 있는 데다 전기차 시장의 성장세가 둔화되는 등 넘어야 할 산이 만만치 않다. 현대차와 기아는 25일 지난해 연결 기준으로 연간 영업이익 15조1269억 원, 11조6079억 원을 각각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년 대비 현대차는 54.0%, 기아는 60.5% 뛰었다. 두 회사 합산 영업이익은 26조7348억 원에 달했다. 이로써 현대차와 기아는 반도체 시황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삼성전자의 영업이익(6조5400억 원·잠정치)을 크게 앞질렀다. 지난해만 따지면 자동차가 반도체를 제치고 국내 대표 업종으로 등극한 셈이다. 지난해 매출은 현대차가 162조6636억 원, 기아가 99조8084억 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14.4%, 15.3% 증가했다. 영업이익률도 크게 개선됐다. 특히 기아의 지난해 영업이익률은 역대 최고치인 11.6%로 고급 브랜드 완성차 수준으로 개선됐다. 두 회사의 합산 영업이익률은 10.2%로 테슬라(8.2%)를 넘어섰다. 사상 최대 실적의 배경은 고부가가치 차량을 통해 수익성을 개선했기 때문이다. 2010년대에는 이익이 적은 소형 세단 위주로 많이 팔았는데, 최근에는 대당 단가가 비싼 SUV의 비중이 높아졌다. 현대차는 지난해 전 세계 판매량 가운데 SUV 비중(제네시스 제외)이 53.9%에 달했다. 지난해 현대차·기아의 친환경차 판매량은 127만1000대로 전년 대비 27.9% 증가했다. 현대차의 고급 브랜드인 제네시스의 판매 비중도 5.3%를 기록했다. 일본 도요타의 고급 브랜드인 렉서스가 전체 매출의 5%를 넘기기까지 32년 걸린 것을 고려하면 가파른 성장세다. 제네시스는 2015년 출범했다. 이와 함께 시장 규모가 큰 북미와 유럽에서 현지 맞춤형 차량을 앞세운 것도 주효했다. 현대차의 경우 북미(108만4000대), 유럽(63만6000대) 판매량이 각각 14.2%, 11.6% 늘었다. 기아도 미국(78만2000대), 서유럽(57만2000대)에서 각각 12.8%, 5.4% 증가했다. 하지만 올해 상황은 녹록지 않다. 고금리가 장기화되면서 내수를 비롯한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 수요가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 이와 함께 전기차 시장 성장세가 둔화된 가운데, 미국 정부가 중국 기업에서 배터리의 부품과 핵심 광물을 조달한 전기차에 대해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른 보조금을 지급하지 않겠다고 발표하면서 가격 경쟁력이 약화된 상황이다. 2016년 한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계기로 중국 내 점유율이 곤두박질친 데다, 환율 변동성이 커지면서 ‘고환율 효과’를 기대하기도 어려워졌다. 현대차와 기아는 ‘정공법’으로 극복하겠다는 전략이다. 연말 현대차그룹은 미국 조지아주에서 첫 해외 전기차 전용 공장을 가동할 계획이다. 이곳에서 생산한 전기차는 보조금 일부를 받을 수 있게 된다. 또 현대차는 올해 연구개발(R&D) 및 시설 등 투자에 12조4000억 원을 투입한다. 기아는 경기 광명 전기차 공장에서 올해부터 순수전기차 ‘EV3’ ‘EV4’를 본격적으로 생산한다. 중저가 라인업을 늘려서 위기를 돌파하겠다는 목표다. 이를 통해 현대차는 올해 전 세계에서 424만 대, 기아는 320만 대를 판매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지난해보다 각각 0.6%, 3.6% 높은 수치다.한재희 기자 hee@donga.com}
미국의 자동차 ‘빅3’ 제너럴모터스(GM), 포드, 스텔란티스가 세계 최대 정보기술(IT)·가전 전시회 ‘CES 2024’와 미식축구리그(NFL) 결승전인 ‘슈퍼볼’ 광고에서 자취를 감췄다. 지난해 있었던 노조 파업과 전기차 성장세 둔화 여파로 긴축 경영에 나선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24일 오토모티브뉴스와 포천 등 외신에 따르면 다음 달 11일 열리는 슈퍼볼 중계방송 광고에 자동차 업체 중 BMW와 폭스바겐, 기아만 참여할 전망이다. 광고비가 30초에 약 90억 원에 달하는 미국 최대 스포츠 이벤트인데, 정작 미국 회사들이 모두 빠진 것이다. 포천에 따르면 GM, 포드, 스텔란티스, 도요타가 전부 슈퍼볼 광고서 빠진 것은 23년 만이다. 또한 지난해 CES에는 GM과 스텔란티스가 참석했지만 올해는 빅3가 이례적으로 일제히 불참했다. 미국 완성차 업체들이 소극적으로 변한 것은 지난해 9∼10월 6주간 이어져 3사에 93억 달러(약 12조 원)에 달하는 손실을 입힌 전미자동차노조(UAW) 파업 탓이 크다. 스텔란티스의 경우엔 UAW 파업 때문에 CES에 불참한다는 설명자료를 지난해 10월 내놓기도 했다. 전기차 성장 둔화도 원인이다. 포드는 최근 전기차 ‘F-150 라이트닝’의 생산을 줄이겠다고 했고, GM도 지난해 10월 40억 달러(약 5조 원) 규모 전기 트럭 공장 개설을 1년 연기했다. 스텔란티스는 지난해 두 차례에 걸쳐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빅3의 빈자리는 현대자동차그룹이 공략하고 있다. 지난해 현대차·기아는 미국에서 연간 165만 대를 판매해 스텔란티스(153만 대)를 제치고 사상 첫 4위에 오른 것으로 추정된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CES에 7개 계열사가 역대 최대 규모로 부스를 차렸고, 올해 슈퍼볼 광고엔 기아가 전기차 ‘EV9’ 홍보에 나선다.한재희 기자 hee@donga.com}
현대모비스는 32가지 상황에 맞춰 다양한 색상과 밝기로 차량 내 불빛을 비추는 ‘휴먼 센트릭(인간 중심) 인테리어 조명 기술’을 개발했다고 24일 밝혔다. 이 기술을 활용하면 운전자가 스트레스가 많을 때, 하차 시 문 부딪힘 우려가 있을 때, 차에서 화장을 할 때, 음악을 감상할 때 등 상황에 맞춰 각자 다른 차량 조명이 등장한다. 사용자가 쾌적한 환경에서 운전할 수 있도록 조명을 활용해 보조하는 기술인 것이다. ‘휴먼 센트릭 조명 기술’에는 사람의 시선 추적 기능, 생체신호 제어 기술, 카메라 센서 기술 등이 융합해 적용됐다. 카메라나 센서 등을 통해 운전자의 심박수나 눈 깜빡임을 분석해 스트레스 지수가 높으면 붉은색 조명을 켜는 식이다. 또한 하차 시 센서로 옆 차와의 거리를 계산해 문끼리 부딪힐 위험이 높으면 문 쪽의 조명을 밝혀 경고를 주기도 한다.한재희 기자 hee@donga.com}

CJ대한통운이 택배기사들과의 단체교섭을 거부한 것은 부당노동행위라는 1심 판결이 항소심에서도 유지됐다. 서울고등법원 행정6-3부(부장판사 홍성욱 황의동 위광하)는 24일 CJ대한통운이 “단체교섭 거부는 부당노동행위라는 재심판정을 취소하라”며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1심과 같이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택배기사들로 구성된 전국택배노동조합은 2020년 3월 단체교섭을 요구했지만 CJ대한통운은 이를 거부했다. 이에 택배노조는 지방노동위원회에 원청이 교섭에 응하지 않는다고 구제 신청을 냈는데, 지방노동위원회는 CJ대한통운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중앙노동위원회는 지노위 판정을 뒤집고 단체교섭 거부는 부당노동행위가 맞다고 판정했다.이에 CJ대한통운은 2021년 7월 중노위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냈고 서울행정법원은 지난해 1월 1심에서 “중노위의 재심 판정은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당시 1심 재판부는 대법원 판례에 나온 ‘사용자’의 정의를 ‘노조 조직 개입’에 의한 부당노동행위를 판단할 때뿐 아니라, 이번 사례와 같은 ‘단체교섭 거부’에도 적용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2심 재판부 역시 이날 1심의 판단에 문제가 없다고 보고 CJ대한통운의 항소를 기각했다.CJ대한통운 측은 2심 판결에 대해 즉각 반발했다. CJ대한통운 측은 “기존 대법원 판례에 반한 무리한 법리 해석과 택배 산업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판결에 동의하기 어렵다”며 “판결문이 송부되는대로 면밀하게 검토한 뒤 상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재계에서도 “산업 현장이 소송으로 몸살을 앓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다. 근로계약 관계가 아님에도 ‘실질적 지배력’을 이유로 원청이 교섭에 나서야 한다는 하청노조의 요구가 빗발칠 것이란 전망이다.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대법원은 ‘명시적·묵시적 근로계약 관계가 없는 원청기업은 하청노조의 단체교섭 상대방이 아니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며 “이번 판결은 기존 대법원의 입장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단체교섭에서는 임금 및 근로조건이 의무적 교섭 대상이므로 근로계약 관계가 있는 자가 교섭 상대방이 되는 것이 당연하다”며 “이번 판결에 따르면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의 취지가 몰각될 뿐만 아니라, 산업현장은 하청노조의 원청기업에 대한 교섭 요구와 파업, 그리고 ‘실질적 지배력’ 유무에 대한 소송으로 몸살을 앓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최미송 기자 cms@donga.com한재희 기자 hee@donga.com}

‘30조 원대 폴란드 무기 수출’ 성사의 전제 조건인 한국수출입은행법(수은법) 개정안에 대한 국회 논의가 지지부진하자 정부와 기업들이 나섰다. 국회가 총선 체제로 완전히 전환되면 법안이 언제 통과될지 모르니 경쟁국에 계약을 빼앗기지 않도록 국회의원들에게 법안 처리를 호소하는 것이다. 23일 방산업계 및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김병환 기획재정부 1차관은 17일에 국회를 찾아 기획재정위원회 여야 간사인 류성걸 국민의힘 의원과 유동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만나 수은법의 통과 필요성에 대해 설명했다. 수은법 개정안은 기재위 소위원회에 계류돼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해당 법안이 방산만을 위한 게 아니라는 점을 이야기했다”며 “대형 원전 수출 프로젝트나 중소기업들의 수출에도 도움이 되는 법안이라고 직접 설명한 것”이라고 말했다. 현행 수은법상 수은은 특정 대출자에 대해 자기자본(18조 원)의 40%(7조2000억 원) 이상을 대출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수은은 한국 방산업체들의 폴란드 1차 계약에서 폴란드에 6조 원가량의 대출을 제공해 한도를 대부분 소진했다. 2차 계약에 대출해 줄 여력이 거의 없는 것이다. 방산과 같이 대규모 금액의 수출을 할 때는 수은은 수입국에 저리로 대출해주고 무역보험공사는 수출보험을 제공하는 조건으로 계약을 맺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번에는 계약 규모가 크다 보니 수은이 대출해 줄 수 있는 금액이 한도에 부닥쳤다. 다만 수은법을 개정해 수은의 자본금 한도를 높이면 문제가 해결된다. 정성호 민주당 의원은 한도를 25조 원으로, 윤영석 국민의힘 의원은 30조 원으로, 양기대 민주당 의원은 35조 원으로 상향 조정하는 법안을 이미 대표 발의한 바 있다. 하지만 총선을 앞두고서 여야의 쟁점법안이 늘면서 수은법 개정안은 논의의 우선순위에서 밀리고 있다. 윤희성 한국수출입은행장도 지난주 기재위 여야 간사와 일부 위원들을 대상으로 전화를 돌려 수은법 개정안의 취지를 설명했다. 윤 은행장은 “수은법을 이번 회기에 꼭 통과시켜 주십사 하는 설득 전화였다”며 “국회 기재위 위원들을 빠른 시일 내 직접 만나 추가로 설명하고 싶다는 의견도 전했다”고 말했다. 폴란드에 K9 자주포와 K2 전차를 수출하려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현대로템은 자칫 폴란드와 약속된 계약 물량이 취소될까 봐 현지 네트워크를 총동원해 폴란드 정부에 설명하고 있다. 수은의 대출 한도, 국회에 법 계류 상황 등을 폴란드 정부 인사들에게 설명하는 것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도날트 투스크 폴란드 총리나 마리우시 브와슈차크 국방부 장관 측과 접촉해 의견을 전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임시 국회가 다음 달 8일까지인데 아직도 기재위 소위 일정조차 잡히지 않아서 애가 타는 상황”이라며 “독일이나 영국같은 유럽 방산 국가들이 폴란드에 접촉해 기존 계약 상황이 뒤집어질까 봐 걱정된다”고 말했다.한재희 기자 hee@donga.com}

근로자가 연장근로 한도를 초과했는지 따질 때 앞으로 ‘하루 8시간’이 아니라 ‘일주일 40시간’이 기준이 된다. 지난해 12월 나온 대법원 판결에 따라 고용노동부가 그동안의 행정해석을 바꾼 것이다. 22일 고용부는 “대법원 판결에 따라 연장근로 한도 관련 행정해석을 변경했으며 이는 현재 조사, 감독 중인 사건부터 곧바로 적용된다”고 밝혔다. 현행 근로기준법은 근로시간이 일주일간 40시간, 하루 8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당사자끼리 합의하면 일주일에 최대 12시간까지 연장근로가 가능하다. 이에 따라 고용부는 하루 근로시간 중 8시간을 초과한 부분을 모두 더해 일주일에 12시간을 넘기면 위법으로 판단했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7일 대법원은 연장근로시간 한도를 하루가 아닌 일주일을 기준으로 따져야 한다고 판결했다. 하루 15시간씩 사흘을 일해도 일주일로 따지면 총 45시간을 일했기 때문에 대법원 기준으로는 합법이 된다. 바뀐 행정해석에 따르면 주 52시간만 지키면 일이 몰릴 때 연이틀 밤샘 근무도 가능하다. 이날 황용연 한국경영자총협회 노동정책본부장은 “연장근로는 근로자 동의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일각에서 우려하는 근로자 건강권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 반면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은 “노동시간 단축이라는 시대적 흐름에 역행하는 행정해석 변경”이라고 비판했다.주애진 기자 jaj@donga.com한재희 기자 hee@donga.com}

근로자가 연장근로 한도를 초과했는지 여부를 따질 때 앞으로 ‘하루 8시간’이 아니라 ‘일주일 40시간’이 기준이 된다. 지난달 나온 대법원 판결에 따라 고용노동부가 그 동안의 행정해석을 바꾼 것이다.22일 고용부는 “대법원 판결에 따라 연장근로 한도 관련 행정해석을 변경했으며 이는 현재 조사, 감독 중인 사건부터 곧바로 적용된다”고 밝혔다.현행 근로기준법은 근로시간이 일주일간 40시간, 하루 8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당사자끼리 합의하면 일주일에 최대 12시간까지 연장근로가 가능하다. 이에 따라 고용부는 하루 근로시간 중 8시간을 초과한 부분을 모두 더해 일주일에 12시간을 넘기면 법 위반이라고 판단해 왔다.하지만 지난달 7일 대법원은 연장근로시간 한도는 하루가 아닌 일주일을 기준으로 따져야 한다는 판결을 내놨다. 하루 15시간씩 일주일에 3일 근무한 경우 총 45시간을 일했기 때문에 대법원 기준으로는 합법이 된다. 바뀐 행정해석에 따르면 주 52시간만 지키면 일이 몰릴 때 연이틀 밤샘 근무도 가능하다.경영계는 이번 행정해석 변경으로 산업 현장의 혼란이 줄어들 것이라며 환영의사를 밝혔다. 황용연 한국경영자총협회 노동정책본부장은 22일 “연장근로는 근로자 동의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일각에서 우려하는 근로자 건강권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노동계는 반발했다. 이날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은 “근무일 간 휴게시간 보장 규정이 없다보니 하루 21.5시간까지 압축노동이 가능하다”며 “하루 8시간을 법정 노동시간으로 정한 취지를 무색하게 하고 노동시간 단축이라는 시대적 흐름에 역행하는 행정해석 변경”이라고 비판했다.주애진 기자 jaj@donga.com한재희 기자 hee@donga.com}

재계 순위 5위인 포스코가 국내 철강 업계 최초로 ‘주 4일제 실험’에 나서자 제조업계가 들썩이고 있다. 주로 정보기술(IT)·온라인 업체를 중심으로 불던 주 4일 근무제 바람이 제조업 전반으로 확산될지가 화두로 떠오른 것이다. 포스코는 22일부터 상주 근무 직원 1만여 명을 대상으로 ‘격주 주 4일제’를 시작한다고 21일 밝혔다. 2주 단위로 평균 주 40시간 근무 시간을 채우면 첫째 주는 본래대로 5일, 둘째 주는 하루 줄어든 4일 근무가 가능해진 것이다. 완전한 주 4일제는 아니지만 미리 근무시간을 채우면 연차를 안 쓰고도 쉴 수 있는 ‘절충적 격주 주 4일제’인 것이다. 제조업계에선 주 4일제가 흔한 일은 아니다. 그동안 국내 주요 철강, 자동차, 조선, 배터리 업체 중에서 주 4일제를 도입한 곳은 없었다. 반도체 인력 확보 경쟁이 치열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정도만 제한적 주 4일제를 도입했을 뿐이다. IT·온라인 업계에선 SK텔레콤, 카카오게임즈, 비바리퍼블리카, 우아한형제들, 여기어때, 휴넷 등이 수년 전부터 각자의 방식으로 ‘주 4일제 실험’에 나선 것과 대조적이다. 제조업은 연속된 생산 공정이 멈춤 없이 돌아가야 하는 구조다. 잠시라도 인력이 비면 누군가 대체해야 하는데 이때 인건비가 상승한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포스코도 사무직만 주 4일제 적용 대상이고 생산직은 기존의 교대근무 체제를 유지한다. 이마저도 생산직과의 협업 업무에 차질이 생길 것이란 회의적인 시각이 있었지만 직원 복지 차원에서 ‘주 4일제 실험’을 강행한 것이다. 산업계는 포스코발(發) ‘주 4일제 파장’에 주목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주 4일제 도입’을 공약으로 내걸고 당선된 문용문 신임 현대자동차 노조지부장이 향후 사측에 포스코의 사례를 앞세워 주 4일제 도입을 주장할 수도 있다. 이와 관련해 전미자동차노조(UAW)는 지난해 9월 파업에 돌입하며 ‘임금 삭감 없는 주 32시간 4일 근무제’를 주장하기도 했다. 제조업에서도 로봇과 인공지능(AI)이 적극 도입되면서 생산성이 폭발적으로 늘고 있기 때문에 그만큼 인간의 노동 시간을 줄이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재혁 고려대 경영대 교수는 “포스코와 경쟁하는 철강업체 내부에서 주 4일제 요구가 강하게 나올 수 있다”며 “업종·기업마다 여건이 다른데 마치 주 4일제를 도입하지 않으면 근로 조건이 나쁜 기업으로 인식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산업계에선 시기상조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산업계 관계자는 “충분한 준비 없이 떠밀리듯 주 4일제에 나선 기업은 생산성이 급격히 떨어지는 어려움을 겪을 수 있기에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한재희 기자 hee@donga.com}

재계 순위 5위인 포스코가 국내 철강 업계 최초로 ‘주4일제 실험’에 나서자 제조업계가 들썩이고 있다. 주로 정보기술(IT)‧온라인 업체를 중심으로 불던 주 4일 근무제 바람이 제조업 전반으로 확산될지가 화두로 떠오른 것이다.포스코는 22일부터 상주 근무 직원 1만여 명을 대상으로 ‘격주 주 4일제’를 시작한다고 21일 밝혔다. 2주 단위로 평균 주 40시간 근무 시간을 채우면 첫째 주는 본래대로 5일, 둘째 주는 하루 줄어든 4일 근무가 가능해진 것이다. 완전한 주 4일제는 아니지만 미리 근무시간을 채우면 연차를 안 쓰고도 쉴 수 있는 ‘절충적 격주 주4일제’인 것이다.제조업계에선 주 4일제가 흔한 일은 아니다. 그동안 국내 주요 철강, 자동차, 조선, 배터리 업체 중에서 주 4일제를 도입한 곳은 없었다. 반도체 인력 확보 경쟁이 치열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정도만 제한적 주4일제를 도입했을 뿐이다. IT‧온라인 업계에선 SK텔레콤, 카카오게임즈, 비바리퍼블리카, 우아한형제들, 여기어때, 휴넷 등이 수년 전부터 각자의 방식으로 ‘주4일제 실험’에 나선 것과 대조적이다.제조업은 연속된 생산 공정이 멈춤없이 돌아가야 하는 구조다. 잠시라도 인력이 비면 누군가 대체해야 하는데 이 때 인건비가 상승한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포스코도 사무직만 주4일제 적용 대상이고 생산직은 기존의 교대근무 체제를 유지한다. 이마저도 생산직과의 협업 업무에 차질이 생길 것이란 회의적 시각이 있었지만 직원 복지 차원에서 ‘주4일제 실험’을 강행한 것이다.산업계는 포스코 발(發) ‘주4일제 파장’에 주목하고 있다. 지난달 ‘주4일제 도입’을 공약을 내걸고 당선된 문용문 현대차 신임 노조지부장이 향후 사측에 포스코의 사례를 앞세워 주4일제 도입을 주장할 수도 있다. 이와 관련해 전미자동차노조(UAW)는 지난해 9월 파업에 돌입하며 ‘임금 삭감 없는 주32시간 4일 근무제’를 주장하기도 했다. 제조업에서도 로봇과 인공지능(AI)이 적극 도입되면서 생산성이 폭발적으로 늘고 있기 때문에 그만큼 인간의 노동 시간을 줄이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이재혁 고려대 경영대학 교수는 “포스코와 경쟁하는 철강업체 내부에서 주4일제 요구가 강하게 나올 수 있다”며 “업종·기업마다 여건이 다른데 마치 주4일제를 도입하지 않으면 근로조건이 나쁜 기업으로 인식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산업계에선 시기상조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산업계 관계자는 “충분한 준비 없이 떠밀리듯 주4일제에 나선 기업은 생산성이 급격히 떨어지는 어려움을 겪을 수 있기에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한재희 기자 hee@donga.com}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차로 2시간가량 떨어진 캘리포니아시티의 현대자동차그룹 모하비 주행시험장은 극한의 환경을 갖춘 곳이다. 11일(현지 시간) 찾은 시험장은 사방을 둘러봐도 지평선까지 사막과 산밖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황량했다. 7월에는 최고기온이 섭씨 40도에 달하고 지표면 온도가 54도까지 달궈진다. 반면 겨울철에는 온도가 0도 가까이로 떨어지는 데다 모래폭풍이 몰아치기도 해 계절의 매서움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사람이 살기 쉽지 않아 조슈아 나무나 야생동물들이 지키던 지역이다. 규모도 여의도(290만 ㎡)의 약 6배인 1770만 m²(약 535만 평)에 달해 한눈에 담기 어려울 정도로 거대했다. 현대차·기아가 2005년 6000만 달러(약 800억 원)를 투입해 마련한 모하비 주행시험장은 현대차그룹의 북미 점유율을 끌어올리는 데 핵심 역할을 했다. 극한의 날씨를 이겨내며 최악의 상황을 가정한 비포장도로 테스트를 거쳐 차량 품질을 개선한 덕이다. 연 300대가량의 차량이 비포장도로, 염수 부식시험로, 고속 주회로 등에서 12가지 혹독한 테스트를 받는다. 그 결과 주행시험장이 완성되기 직전인 2004년 현대차그룹의 연간 미국 판매량은 약 69만 대였으나 지난해에는 165만 대로 2.4배로 늘었다. 미국 오토모티브뉴스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스텔란티스를 누르고 처음으로 미국 시장 판매 4위를 차지한 것으로 집계됐다. 현대차그룹은 영토가 넓은 미국에 비포장도로가 많다는 점을 고려해 본래 1곳이던 비포장 코스를 현재 7곳으로 늘렸다. 이날 북미에서만 판매하는 현대차의 픽업트럭 ‘싼타크루즈’를 타고 시험장 내 비포장도로 코스 한 곳을 내달려 봤다. 포트홀이 파여 있듯 울퉁불퉁한 길을 지날 때는 차체와 바퀴를 연결해 주는 서스펜션이 버텨줘 차량의 덜컥거림이 크지 않았다. 비탈길에서도 잡목과 돌부리 가득한 도로를 힘 있게 올라서는 것이 느껴졌다. 이승엽 현대차그룹 미국기술연구소 부소장은 “북미 시장에서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 60%, 픽업트럭이 20%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어 실질적으로 약 80%의 차들이 비포장 도로를 주행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며 “특별히 여러 가지 비포장도로 시험장을 따로 설치해 개별 단계별로 검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엔 기아의 고성능 전기차인 ‘EV6 GT’를 타고 아스팔트가 깔린 ‘와인딩(급커브) 테스트 도로’를 시속 100km로 고속주행을 해봤다. 직선 구간에선 빠르게 치고 나가는 재미를 느꼈다가도 급커브 구간이 연달아 두 번 나오자 우왕좌왕하며 운전대를 꺾느라 식은땀이 났다. 또한 ‘재료환경 시험장’에서는 마치 빨래처럼 널려 있는 각종 자동차 부품을 볼 수 있었다. 모하비의 뜨거운 태양과 거센 바람을 부품들이 얼마나 견뎌내는지 살피기 위한 곳이다. 앞으로는 계속 차종이 늘어날 전기차에 대한 테스트가 관건이다. 차량 하부에 설치되는 전기차 배터리가 비포장도로 돌부리에 부딪히더라도 여간해선 문제점이 없는지 내구성 테스트에 집중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전기차는 배터리 때문에 동급 내연기관 차량에 비해 300∼400kg 무겁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매슈 알 시어 모하비 주행시험장 운영 파트장은 “전기차는 최대 토크(회전력)에 금방 도달하기 때문에 바퀴가 갑자기 미끄러지는 ‘휠 슬립’ 현상도 발생하기 쉽다”며 “이에 대한 시험과 연구를 집중적으로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캘리포니아시티=한재희 기자 hee@donga.com}

“테일러 스위프트입니다. 포장 문제로 못 팔게 된 3000개 르쿠르제(프랑스 주방용품 브랜드) 조리기구 세트를 팬 여러분께 무료로 드리려 합니다. 광고를 누르고 질문에 답해주세요.” 최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테일러 스위프트가 출연한 광고 영상이 논란이 됐다. 인공지능(AI)으로 조작한 가짜 목소리 ‘딥보이스’인 것으로 판명 났기 때문이다. 이 영상엔 실제 목소리와 조작된 목소리가 섞여 있었지만 일반인의 귀로는 구분하기가 매우 어렵다. 12일(현지 시간) 폐막하는 세계 최대 정보기술(IT)·가전 전시회 CES 2024에서는 AI의 부작용을 막기 위한 AI 기술이 주목받았다. 미국 대선을 앞두고 딥보이스 및 AI로 조작된 가짜 영상 ‘딥페이크’ 등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데다 보이스피싱 등 범죄로도 악용되고 있어 글로벌 IT 업체들이 진위를 판별하거나, 조작을 방지하는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다. 보안 소프트웨어업체 맥아피는 11일 CES에서 AI가 만든 가짜 음성을 판독하는 AI 기술 ‘프로젝트 모킹버드(흉내 내는 새)’를 통해 스위프트 광고 영상을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모킹버드는 말하는 사람의 행동과 상황적 맥락, 음역과 사용된 언어 범주 등을 분석해 음성의 진위를 판단하고 결과를 그래프로 보여준다. 진짜 목소리에 가까울수록 0, 가짜 음성으로 판단될수록 1에 가까워진다. 스위프트 허위 광고 속 목소리는 한 문장 속에서도 진짜와 가짜가 섞여 있어 그래프가 들쭉날쭉 요동 치는 형태를 보였다.맥아피 측은 “90%의 정확도로 AI가 만든 가짜 목소리를 탐지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맥아피가 지난해 12월 설문조사를 한 결과, 미국인의 84%가 딥페이크의 악용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응답자의 52%는 딥페이크가 선거에 영향을 미치고, 미디어에 대한 신뢰를 훼손하고(48%), 공인을 사칭하는 데 사용될 것(49%)이라고 우려했다. 스티브 그로브먼 맥아피 최고기술책임자(CTO)는 “딥페이크를 탐지하는 AI 기술의 사용 사례는 광범위할 것”이라며 “소비자가 ‘칩페이크’(짧은 시간과 적은 노력을 들여 위·변조하는 것) 사기를 피할 수 있도록 돕고, (미 대선에서) 대통령 후보 영상의 진위를 즉각 알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빅테크들도 허위 정보와의 전쟁에 뛰어들었다. 인텔은 지난해 7월 ‘페이크캐처’라는 딥페이크 감지 기술을 공개했다. 영상 속 인물의 혈류량과 눈의 움직임 등을 감지해 가짜 여부를 잡아내는 방식이다. 사람은 말을 할 때 혈류의 변화가 생기는데, 딥페이크는 혈류 변화가 없다는 것에 착안한 기술이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딥페이크 여부를 탐지하는 ‘MS비디오 어센티케이터’를 발표했다. 사람의 턱과 같은 경계선에서 흐릿함의 정도와 명도 등을 통해 진위를 판단하는 기술이다. 이를 기반으로 영상에 대한 신뢰 점수를 부여한다. 국내 기업 중에서는 딥브레인AI가 지난해 가짜 음성 및 영상 탐지 솔루션을 내놨다. 음성의 주파수와 시간 등을 고려해 음성 합성 및 조작 여부를 판단하고, 자사의 가상 얼굴 생성 기능, 특정인의 얼굴로 교체하는 기능 등을 활용해 조작된 영상인지를 판단하는 기술이다. 12일에는 공간의 제약에서 벗어나 클라우드 환경에서도 운영할 수 있는 솔루션을 추가했다. 구글의 AI 개발조직 딥마인드는 AI로 생성된 이미지에 ‘꼬리표’를 달아 악용을 막기 위한 기술 ‘딥마인드 신스ID’를 내놨다. 이미지에 육안으로 식별할 수 없는 워터마크를 삽입하는 방식이다. 사람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워터마크이기 때문에 이를 편집해서 없애기 쉽지 않다. 가짜임을 알려주는 표시를 남기는 기술인 셈이다.라스베이거스=변종국 기자 bjk@donga.com한재희 기자 hee@donga.com남혜정 기자 namduck2@donga.com}
기아가 승차 공유 서비스 기업인 우버에 최적화된 목적기반차량(PBV) 개발에 나서기로 했다. 기아는 10일(현지 시간) 세계 최대 정보기술(IT)·가전 전시회 ‘CES 2024’가 열린 미국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LVCC)에서 우버와 파트너십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두 회사는 우버 플랫폼을 이용하는 차량 호출 운전자와 탑승객들을 위한 맞춤형 PBV 모델을 생산·공급할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운전자와 승객의 요구를 적극 반영하기로 했다. 향후 우버에 제공될 PBV는 기아 최초의 PBV인 ‘PV5’를 기반으로 제작된다. 중형 전기차인 PV5는 기존 택시 모델보다 내부 공간이 넓은 것이 장점이다. 두 회사는 차량 데이터 분석을 바탕으로 최적의 운행 패턴과 전기차 충전 경로를 제안하는 소프트웨어 개발도 함께 추진할 예정이다.라스베이거스=한재희 기자 hee@donga.com}

정기선 HD현대 부회장이 세계 최대 정보기술(IT)·가전 전시회 ‘CES 2024’의 기조연설자로 나서 인공지능(AI)을 비롯한 첨단 기술로 건설산업 혁신에 나서겠다고 강조했다. 정 부회장은 10일(현지 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베네시안 호텔에서 CES 기조연설을 통해 “AI와 디지털, 로봇 등 첨단기술이 더해진 HD현대의 사이트(Xite) 혁신은 건설을 넘어 인류가 미래를 건설하는 근원적 방식을 변화시킬 것”이라며 화두로 ‘사이트 트랜스포메이션(Xite Transformation)’을 제시했다. 사이트는 물리적 건설 현장을 뜻하는 ‘사이트(site)’를 확장한 개념이다. HD현대 측은 “건설장비의 무인 자율화와 디지털 트윈, 전동화 등 미래 기술을 활용해 인류의 더 나은 삶을 위한 스마트 건설 현장을 구현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 정 회장은 “건설업은 우리 일상과 일터를 위한 모든 기반을 마련했지만, 현재 기술과 혁신에서 가장 느린 행보를 보인다”라며 “식량, 보건, 환경, 기술에 이르기까지 인류 안전과 관련한 모든 측면이 건설과 연관되므로 이를 혁신하지 않고는 미래를 바꿀 수 없다”라고 말했다. 이날 HD현대는 사이트 혁신을 달성하기 위한 기술 ‘엑스와이즈(X-Wise)’와 ‘엑스와이즈 사이트(X-Wise Xite)’를 공개했다. 엑스와이즈는 장비 운용의 안전성과 효율성을 극대화해 무인 자율 작업이 가능하게 하는 AI 플랫폼이다. 모든 산업 솔루션에 기반 기술로 적용한다는 것이 HD현대의 방침이다. 엑스와이즈 사이트는 이 기술이 적용된 건설 장비들을 실시간으로 연결해 최적의 생산 인프라를 구축하는 지능형 현장 관리 솔루션이다. 이번 행사에는 HD현대와 협업을 진행 중인 스위스의 자율 중장비 업체 ‘그라비스 로보틱스’의 마르코 후터 창업자가 자율형 4족 보행 로봇에서 출발한 자율 굴착기의 개발 목적과 건설 장비 로봇의 가능성을 발표했다. 최근 구글 클라우드의 필립 모이어 부사장도 생성형 AI를 활용한 HD현대와의 협업 로드맵을 공개했다.라스베이거스=한재희 기자 hee@donga.com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

“인공지능(AI) 셰프(요리사)가 이곳에 계십니다.” 10일(현지 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 최대 정보기술(IT)·가전 전시회 ‘CES 2024’ 푸드테크 전시관. 영국 스타트업 시어그릴스의 직원이 AI 기능이 탑재된 그릴 ‘퍼펙타’를 가리키며 이같이 말했다. 생고기를 넣고 부위와 굽기 정도를 선택하면 3분 안에 스테이크 요리가 완성된다. 제품 위에 탑재된 AI 센서가 고기의 형태와 두께, 부위 등을 파악해 최적의 맛을 내는 열을 가해 요리하는 방식이다. 닭, 피자, 꼬치 등 다양한 음식을 더 빠르게 완성하는 것뿐만 아니라 필요에 따라 AI가 스스로 요리 방식을 바꿔가며 완성도를 높인다는 점을 높게 평가받아 CES 2024 혁신상을 받았다. 올해 CES에선 각국의 푸드테크 기술이 관람객들의 이목을 끌었다. 조리 시간을 줄일 수 있는 데다 AI가 식재료별로 적합한 조리법을 찾아 일정한 레시피로 요리하는 만큼 완성도를 높이고 일관된 맛을 낼 수 있는 것이 큰 장점이다. 개인은 물론이고 구인난을 겪고 있는 식당, 급식, 병원 등에서 활용 가능성이 높다. 일본 테크매직의 ‘아이로보’도 많은 관람객의 발길을 멈추게 했다. 스마트폰에서 요리를 선택했더니 수박만 한 크기의 통 안으로 기름이 채워졌다. 통이 45도 정도 기울어지더니 빙글빙글 돌면서 예열했다. AI를 기반으로 요리법을 익힌 아이로보의 지시에 따라 시간에 맞춰 재료만 넣으면 됐다. 2분이 채 안 돼 태국식 채소볶음 요리가 완성됐다. 세척도 스스로 했다. CES 측은 아이로보에 대해 “‘세계 최초의 요리 로봇’이다. 인력 문제에 직면한 식당들에 훌륭한 솔루션을 제공한다”며 혁신상을 수여했다. 두산로보틱스는 CES 2024에서 이용자의 기분 상태에 맞춰 칵테일을 추천해주는 로봇 ‘믹스마스터 무디’를 소개했다. 이용자가 스크린 앞에서 카메라를 보고 사진을 찍으니 마이크로소프트(MS)의 AI가 표정 등을 분석해 기분 상태에 맞는 칵테일을 추천해줬다. 어떤 칵테일을 만들지 결정한 뒤 로봇이 집게 팔을 이용해 칵테일 재료를 컵에 담고 마구 흔들어 섞었다. 마지막으로 미리 준비된 과일을 칵테일에 띄워 건네주는 동작까지 했다. 국내 스타트업 두잉랩은 AI 음식 분석 솔루션 ‘칼로AI’를 공개했다. 사진만 찍으면 요리에 들어간 재료와 양, 성분, 칼로리 등의 정보를 보여준다. 수많은 음식 사진과 재료, 요리법 등을 학습시킨 결과다. 두잉랩 측은 “보험사들이 칼로AI 서비스를 통해 고객들이 건강을 관리하도록 돕고 있다”며 “보험 가입자들이 건강을 유지하면 보험금 지급이 줄어드는 효과가 나타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푸드테크의 핵심은 AI 학습 기능이다. 제품을 사용할수록 요리와 음식 분석 등의 완성도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두잉랩 관계자는 “처음 보는 음식은 한 번에 완벽하게 분석하거나 요리하지 못한다. 그러나 AI가 스스로 학습하다 보면 완성도가 크게 올라간다”며 “푸드테크는 건강 관리, 음식 조절 및 분석 등 많은 분야에서 활용될 것”이라고 말했다.라스베이거스=변종국 기자 bjk@donga.com한재희 기자 hee@donga.com}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이 4년 만에 ‘CES 2024’를 찾아 “인공지능(AI) 기술과 우리 비즈니스의 연계를 살피고 사업 기회를 찾겠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10일(현지 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LVCC)에 있는 두산그룹 부스를 방문해 “AI 발전이 어디까지 왔는지, 전통 제조업에 어떤 변화가 있을지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며 “두산도 이번에 선보인 협동로봇, 건설기계 분야에서 AI를 적용한 기술과 제품을 갖고 있고, 높은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AI 기술은 정보기술(IT) 기업들의 전유물이 아니다”라며 “다른 모든 사업 분야에서도 AI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회장은 두산그룹 부스를 돌던 중 ‘CES 2024 혁신상’을 받은 두산밥캣의 완전 전동식 스키드 로더 ‘S7X’에 직접 탑승하기도 했다. 이어 AI로 표정을 분석해 그에 맞춰 로봇이 만들어주는 칵테일을 마시며 “처음 마셔 보는 맛”이라고 평가해 주위의 웃음을 자아냈다. 박 회장은 두산 부스 참관을 마친 뒤 삼성전자, LG전자, 메르세데스벤츠, 모빌아이 등의 전시관을 둘러봤다. 박 회장은 “앞으로의 경영에 참고할 만한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어 좋았다”고 평가했다.라스베이거스=한재희 기자 hee@donga.com}

똑똑해진 청소 로봇들이 실내를 벗어나 물속이나 정원, 도로 등 야외로 무대를 넓히고 있다. 인공지능(AI)과 고성능 레이더 등을 장착한 덕에 장애물을 피하고 자율주행도 가능해지면서 사용 영역이 확장되고 있는 것이다. 로봇회사 아이퍼는 10일(현지 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LVCC)에서 진행된 세계 최대 정보기술(IT)·가전 전시회 ‘CES 2024’에 수중 청소 로봇 ‘스쿠버’를 내놨다. 스쿠버는 물이 가득찬 수영장에 들어가 바닥과 벽면을 기어 다니며 물을 흡입해 필터로 거른 뒤 내뱉으며 청소를 한다. 물속에 있는 사람의 각질과 같은 작은 이물질들을 걸러내 수질을 높여주는 것이다. 태양광으로 충전이 되고, 장애물 반응 속도가 경쟁사 대비 2∼3초 더 빠른 점 등을 인정받아 올해 ‘CES 2024 혁신상’을 수상했다. 정원이 딸린 단독주택 거주자가 많은 미국에서 열리는 전시회답게 맘모션이 내놓은 잔디깎이 로봇 ‘루바’도 주목받았다. 루바는 AI 비서가 장착돼 음성으로 작동할 수 있다. 정원의 지표면이 울퉁불퉁한 경우도 많은데 루바는 최대 38도의 경사진 곳을 스스로 올라갈 수 있다. 초음파 레이더가 장착돼 길이가 1인치(2.54cm)에 불과한 작은 장애물도 피할 수 있어 안전한 제초작업이 가능하다. 로터스로보틱스는 도로 청소 로봇 ‘로보큐브’를 공개했다. 악천후 등 극한의 조건이 아니라면 대체로 운전자 없이 구동할 수 있는 ‘레벨4’ 수준의 자율주행 능력을 갖췄다. 사람이 앞으로 뛰어들어도 긴급 제동이 가능하도록 소프트웨어가 설계돼 안전성도 높였다. CES 전시장에서 만난 한 로봇업계 관계자는 “요즘 로봇들은 AI 기능을 적용해 과거에 비해 청소 완성도가 더 높다”며 “인간들은 로봇에 청소를 맡기고 삶을 더 즐기면 된다”고 말했다.라스베이거스=한재희 기자 h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