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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 장착 가능한 대출력 고체연료 로켓엔진 시험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지난달 미 본토 전역을 타격 가능한 ‘괴물 ICBM’ 화성-17형의 시험발사에 성공한 뒤, 이번엔 고체연료 엔진까지 갖춰 사실상 미사일 위협의 마지막 단계에 도달한 것. 특히 북한의 주장대로라면 이번 엔진은 미국의 ‘3대 핵전력’ 중 하나인 ‘미니트맨3’ ICBM 엔진의 추력(발사체를 밀어올리는 힘)까지 훌쩍 능가해 한국과 미국에 엄청난 위협이 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16일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북한은 전날 오전 평안북도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에서 140tf(톤포스) 추력의 ‘대출력 고체연료 발동기(로켓엔진)’의 첫 지상분출 시험에 성공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현지에서 직접 참관했다. 고체연료는 미사일 탑재 즉시 발사가 가능해 연료 주입 과정에서 미 정찰위성 등에 노출될 위험이 적다. 기존 액체연료의 경우 연료 주입에만 최소 30분∼수 시간이 소요됐다. 고체연료를 사용하면 ICBM을 이동식발사차량(TEL) 등에 미리 장착해둘 수도 있어 발사 명령 수십 초 만에 기습타격이 가능하다. 북한 고체연료 엔진의 추력이 140tf에 달할 경우 미니트맨3의 고체연료 엔진 추력(80tf)을 능가한다. 미니트맨3는 미국 본토에서 발사하면 30분 이내에 평양을 비롯해 지구상 어디든 도달할 수 있는 핵전력으로, 2020년 북한이 열병식에서 화성-17형을 공개하자 미국은 3주 뒤 미니트맨3를 전격 시험발사한 바 있다. 북한의 이번 고체연료 엔진은 액체연료 엔진 2개를 결합해 160tf가량의 추력을 얻은 화성-17형 수준에도 육박한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북한 주장을 검증하려면 시간이 더 필요할 것”이라면서도 “주장이 맞는다면 미 본토에 도달 가능한 ICBM의 ‘심장’까지 얻은 만큼 한미 역시 다른 차원의 대응이 필요할 것”이라고 했다. 일각에선 북한이 곧 이 엔진을 장착한 화성-17형 시험발사에 이어 7차 핵실험까지 나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날 현장을 참관한 김 위원장은 “최단기간 내 또 다른 신형 전략무기의 출현을 기대한다”고 말했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한미일 북핵수석대표가 13일 “북한의 그 어떤 도발에도 ‘완전한 비핵화’라는 국제사회의 목표는 확고부동하다”고 확인했다. 또 “북한이 사이버 활동 등을 통해 핵·미사일 자금 조달에 나서는 걸 차단하고, 대북제재 회피 시도를 막기 위한 노력도 배가해 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김건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이날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성 김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 후나코시 다케히로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과 함께 3국 북핵수석대표 협의를 갖고 이같이 합의했다. 3국 수석대표가 대면으로 만난 건 3개월여 만이다. 3국 수석대표는 “올해 전례 없는 수준의 미사일 도발을 감행해 한반도 및 역내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는 북한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이어 “북한이 7차 핵실험을 감행할 경우 한미일이 연대해 도발을 통해 얻을 게 없음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본부장은 이날 협의에 앞서 모두발언에서 “국제사회가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북한은) 그런 희망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정신 차리고 현실을 직시하는 것이 좋다”고 직격했다. 이어 “국제사회는 30년간 북한의 비핵화라는 공통된 목표를 확고히 지켜왔다”며 “이를 재검토하는 일은 앞으로 백만 년 동안 없을 것”이라고도 했다. 3국 수석대표는 대북제재 등에 소극적인 중국을 향해선 ‘건설적 역할’을 독려했다. 앞서 전날 한중 외교장관 화상회담에선 왕이(王毅)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한반도 문제에 대해 “건설적인 역할을 해 나갈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다만 우리 외교부 발표와 달리 중국 측은 북한 문제와 관련해 “한반도 정세 및 공통 관심인 국제지역 문제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고 짤막하게 한 줄만 포함해 온도차를 드러냈다. 방한 중인 대니얼 크리튼브링크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도 이날 최영삼 외교부 차관보를 만나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의지보다 국제사회의 비핵화 의지가 강하다는 점을 보여줘야 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고 외교부가 전했다. 또 두 차관보는 “북한의 무력도발에 맞서 한미연합 방위태세를 굳건히 유지하는 동시에 북한의 대화 복귀를 위한 외교적 노력도 함께 경주해 가자”고 했다. 그러면서 “내년 ‘한미동맹 70주년’을 맞아 (한미의) 글로벌 포괄적 전략동맹이 더욱 발전할 수 있도록 협의해 가자”는 데도 뜻을 함께했다. 크리튼브링크 차관보는 동아시아 지역 정책을 실무 총괄하고 있다.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일본 정부가 1일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하시마섬(일명 군함도) 탄광 등 메이지 산업혁명 유산에 조선인을 강제동원한 사실을 또다시 부인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가 13일 홈페이지에 공개한 ‘메이지 산업혁명 유산 이행경과보고서’에서 일본 정부는 “하시마섬의 탄광 노동은 모든 광부들에게 가혹했다. 조선인에게 더 가혹했다고 신뢰할 만한 증거는 지금까지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한반도 출신 노동자는 일본 출신과 동일한 환경에서 일했으며, 노예 같은 노동을 하도록 강제당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번 보고서는 유네스코가 하시마섬 탄광 등 메이지 산업혁명 유산을 2015년 세계유산으로 등재하며 일본 정부에 “강제동원의 역사를 제대로 알리는 후속 조치를 취하라”고 경고한 데 따라 제출한 것이다. 하지만 일본은 보고서에서 “희생자들은 출신지와 관계없이 근대산업시설에서 사고 또는 재난으로 고통 받거나 숨진 이들을 일컫는다”고 주장했다. 강제노동으로 희생된 조선인들을 따로 기릴 필요가 없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일본 정부는 오히려 “유네스코와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 공동조사단이 당시의 징용 정책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억지 주장을 되풀이했다. 한국 정부는 즉각 유감을 나타냈다. 임수석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내고 “세계유산위원회의 거듭된 결정과 일본 스스로 약속한 후속 조치가 이행되지 않는 데 대해 유감을 표한다”며 “일본은 약속대로 후속 조치를 충실히 이행하라”고 촉구했다. 정부는 일본 측에 유감을 표하고 한인 피해자들에 대한 불충실한 설명을 보완하라고 요구할 예정이다. 최훈진 기자 choigiza@donga.com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미국이 10월 내놓은 대(對)중국 첨단 반도체 수출 규제에 반도체 장비 강국 네덜란드는 물론이고 일본도 동참할 것이라고 블룸버그통신이 13일 보도했다. 일본은 14nm(나노미터·1nm는 10억분의 1m) 이하 반도체 제조 장비의 중국 수출 금지 등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일본과 네덜란드는 수주 안에 미국의 수출 규제안에 원칙적으로 합의하고 일부를 받아들인다는 성명을 발표할 예정이다. 미국은 첨단 반도체 생산 장비, 인공지능(AI)에 쓰이는 고성능 반도체의 중국 수출을 금지하면서 일본, 네덜란드의 동참을 요구했다.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12일(현지 시간) 미국과 일본, 네덜란드 간 중국 반도체 공급 규제 합의에 대해 “논의 강도에 매우 만족하고 있다”며 합의 발표가 임박했음을 내비쳤다. 니시무라 야스토시 일본 경제산업상도 “미국을 포함한 관계국과 계속 의견을 교환해 나갈 생각”이라고 밝혔다. 블룸버그는 시장 애널리스트 발언을 인용해 “(이제) 중국이 독자적으로 첨단 반도체 산업을 건설할 방법은 없다”고 전했다. 한국은 아직 미국으로부터 수출 규제에 동참해 달라는 공식 요청은 받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정부 관계자는 “관련국과 소통하며 동향을 주시하고 있다. 반도체 생태계에서 한국의 지위가 높은 만큼 반도체를 둘러싼 미중 갈등이 우리에게 영향을 크게 끼칠 것”이라고 했다. 중국은 반발했다. 중국 외교부가 12일 한중 외교장관 화상 회담 뒤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왕이 외교부장은 박진 외교부 장관에게 “이런 일방적인 괴롭힘에 함께 저항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중국 상무부도 미국의 반도체 수출 통제에 대해 세계무역기구(WTO)에 분쟁 해결 절차를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한미일 북핵수석대표가 13일 “북한의 그 어떤 도발에도 ‘완전한 비핵화’라는 국제사회의 목표는 확고부동하다”고 확인했다. 또 “북한이 사이버 활동 등을 통해 핵·미사일 자금 조달에 나서는 걸 차단하고, 대북제재 회피 시도를 막기 위한 노력도 배가해 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김건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이날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성 김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 후나코시 다케히로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과 함께 3국 북핵수석대표 협의를 갖고 이같이 합의했다. 3국 수석대표가 대면으로 만난 건 3개월여 만이다. 3국 수석대표는 “올해 전례 없는 수준의 미사일 도발을 감행해 한반도 및 역내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는 북한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이어 “북한이 7차 핵실험을 감행할 경우 한미일이 연대해 도발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게 없음을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본부장은 이날 협의에 앞서 모두발언에서 “국제사회가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북한은) 그런 희망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정신 차리고 현실을 직시하는 것이 좋다”고 직격했다. 이어 “국제사회는 30년간 북한의 비핵화라는 공통된 목표를 확고히 지켜왔다”며 “이를 재검토하는 일은 앞으로 백만 년 동안 없을 것”이라고도 했다. 3국 수석대표는 대북 제재 등에 소극적인 중국을 향해선 ‘건설적 역할’을 독려했다. 앞서 전날 한중 외교장관 화상회담에선 왕이(王毅)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한반도 문제에 대해 “건설적인 역할을 해 나갈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다만 우리 외교부 발표와 달리 중국 측은 북한 문제 관련해 “한반도 정세 및 공통 관심인 국제지역 문제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고 짤막하게 한 줄만 포함해 온도차를 드러냈다. 방한 중인 대니얼 크리튼브링크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도 이날 최영삼 외교부 차관보를 만나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의지보다 국제사회의 비핵화 의지가 강하다는 점을 보여줘야 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고 외교부가 전했다. 두 차관보는 또 “북한의 무력도발에 맞서 한미연합 방위태세를 굳건히 유지하는 동시에 북한의 대화 복귀를 위한 외교적 노력도 함께 경주해가자”고 했다. 그러면서 “내년 ‘한미동맹 70주년’을 맞아 (한미의) 글로벌 포괄적 전략동맹이 더욱 발전할 수 있도록 협의해가자”는 데도 뜻을 함께했다. 크리튼브링크 차관보는 동아시아 지역 정책을 실무 총괄하고 있다.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일본 정부가 1일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하시마섬(일명 군함도) 탄광 등 메이지 산업혁명 유산에 조선인을 강제 동원한 사실을 또 다시 부인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가 13일 홈페이지에 공개한 ‘메이지 산업혁명 유산 이행경과보고서’에서 일본 정부는 “하시마섬의 탄광 노동은 모든 광부들에게 가혹했다. 조선인에게 더 가혹했다고 신뢰할 만한 증거는 지금까지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한반도 출신 노동자는 일본 출신과 동일한 환경에서 일했으며, 노예 같은 노동을 하도록 강제당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번 보고서는 유네스코가 하시마섬 탄광 등 메이지 산업혁명 유산을 2015년 세계유산으로 등재하며 일본 정부에 “강제동원의 역사를 제대로 알리는 후속 조치를 취하라”고 경고한데 따라 제출한 것이다. 하지만 일본은 보고서에서 “희생자들은 출신지와 관계없이 근대산업시설에서 사고 또는 재난으로 고통 받거나 숨진 이들을 일컫는다”고 주장했다. 강제노동으로 희생된 조선인들을 따로 기릴 필요가 없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일본 정부는 오히려 “유네스코와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 공동조사단이 당시의 징용 정책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억지 주장을 되풀이했다. 한국 정부는 즉각 유감을 나타냈다. 임수석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내고 “세계유산위원회의 거듭된 결정과 일본 스스로 약속한 후속 조치가 충실히 이행되지 않는데 대해 유감을 표한다”며 “일본은 약속한 후속 조치를 충실히 이행하라”고 촉구했다. 정부는 일본 측에 유감을 표하고 한인 피해자들에 대한 불충한 설명을 보완하라고 요구할 예정이다. 최훈진 기자 choigiza@donga.com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한중 외교장관이 12일 화상회담을 갖고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 등 정상 간 교류 모멘텀을 계속 이어갈 수 있도록 긴밀히 소통해 나가기로 했다. 지난달 15일(현지 시간) 한중 정상회담에서 소통의 폭을 넓힌 양국이 앞으로도 이러한 기조를 이어가자는 의사를 분명히 한 것. 양국 장관은 ‘(외교·국방) 차관급 2+2 대화’ 등 고위급 교류도 속도감 있게 추진하기로 했다. 최근 북한의 고강도 도발이 이어진 가운데 박진 외교부 장관은 북한이 핵실험 등 추가 도발을 자제하고 비핵화 대화의 길로 나오도록 한중 간 긴밀한 협력을 강조했다. 이에 왕이(王毅)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한반도 문제에 대해 “건설적인 역할을 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우리와 달리 중국 외교부는 회담 결과를 발표하며 시 주석의 방한 등은 아예 언급하지 않았다. 대신 “미국은 국제 규칙의 건설자가 아니라 파괴자”라는 등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에서 중국을 배제하는 미국을 겨냥한 날 선 비판을 쏟아냈다. 외교수장이 양자 외교 회담에서 제3국을 실명으로 비판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시진핑 방한 등 통해 정상 간 교류 모멘텀 지속이날 외교부에 따르면 한중 장관은 1시간 15분가량 회담을 갖고 한중관계, 한반도 문제, 지역·국제 정세 등을 논의했다. 앞서 8월 중국 산둥성 칭다오에서 대면 회동한 데 이어 4개월 만에 화상으로 만난 것. 시 주석의 3연임 확정 후 양국 장관이 회담을 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두 장관은 지난달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당시 개최된 한중 정상회담이 상호존중·호혜·공동이익에 입각한 새로운 한중협력 시대를 여는 중요한 이정표가 됐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시 주석의 방한 등 정상 간 교류 모멘텀이 이어질 수 있도록 소통해 가기로 했다. 두 장관은 외교장관 상호 방문을 포함해 (외교·국방) 차관급 2+2 대화, 1.5트랙(반관반민·半官半民) 대화, 외교차관 전략대화, 인문교류촉진위원회 등 고위급 교류도 추진하기로 했다. 박 장관은 이날 7차 핵실험까지 임박한 것으로 알려진 북한의 도발에 우려를 표했다. 박 장관은 또 “중국 측이 윤석열 정부의 비핵화 로드맵인 ‘담대한 구상’ 등 대북 대화 노력을 적극 지지해 주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에 왕 부장은 “앞으로 한반도 문제에 대해 건설적인 역할을 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두 장관은 또 공급망 소통 확대,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서비스투자 공식 협상 조속히 재개, 항공편 증편, 인적 교류 확대 및 문화콘텐츠 교류 활성화 등에서도 실질 협력의 가시적인 성과를 달성하기 위해 적극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 특히 이러한 논의를 계기로 중국이 한국에 가한 경제 보복 조치인 ‘한한령(限韓令·한류 금지령)’을 해제할지에 관심이 쏠린다. ○ 中 외교부 발표는 우리와 온도차 역력 다만 몇 시간 뒤 중국 외교부가 발표한 회담 결과 자료는 우리와 온도차가 역력했다. 발표에서 “양국 정상의 중요한 공감대를 확실히 이행한다”고 했지만 전반적으론 미국 견제 메시지에 방점을 찍은 것. 중국 측은 미국의 반도체과학법 및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등과 관련해 왕 부장이 “미국의 이런 행위는 분명히 중국과 한국을 포함해 각국의 정당한 권익을 해친다고 강조했다”고 전했다. 왕 부장은 또 “각국은 떨쳐 일어나 이런 글로벌화에 역행하는 낡은 사유와 일방적인 괴롭힘(바링·覇凌)에 함께 저항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북한 문제와 관련해서도 중국 측 발표에는 “한반도 정세 및 공통 관심인 국제지역 문제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고 짤막하게 한 줄만 포함됐다.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한중 외교장관이 12일 화상회담을 갖고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 등 정상 간 교류 모멘텀을 계속 이어갈 수 있도록 긴밀히 소통해 나가기로 했다. 지난달 15일(현지 시간) 한중 정상회담에서 소통의 폭을 넓힌 양국이 앞으로도 이러한 기조를 이어가자는 의사를 분명히 한 것. 양국 장관은 ‘(외교·국방) 차관급 2+2 대화’ 등 고위급 교류도 속도감 있게 추진하기로 했다. 최근 북한의 고강도 도발이 이어진 가운데 박진 외교부 장관은 북한이 핵실험 등 추가 도발을 자제하고 비핵화 대화의 길로 나오도록 한중 간 긴밀한 협력을 강조했다. 이에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은 한반도 문제에 대해 “건설적인 역할을 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시진핑 방한 등 통해 정상 간 교류 모멘텀 지속 이날 외교부에 따르면 한중 장관은 1시간15분가량 회담을 갖고 한중관계, 한반도 문제, 지역·국제 정세 등을 논의했다. 앞서 8월 중국 산둥성 칭다오에서 대면 회동한 데 이어 4개월 만에 화상으로 만난 것.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애초 왕 부장은 연말 방한 방안을 검토했지만 중국 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방역 상황 등을 감안해 화상으로 선회한 것으로 전해졌다. 시 주석의 3연임 확정 후 양국 장관이 회담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두 장관은 지난달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당시 개최된 한중 정상회담이 상호존중·호혜·공동이익에 입각한 새로운 한중협력 시대를 여는 중요한 이정표가 됐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시 주석의 방한 등 정상 간 교류 모멘텀이 이어질 수 있도록 소통해가기로 했다. 지난달 정상회담에선 윤석열 대통령이 시 주석에게 한국 방문을 공식 요청했을 당시 시 주석은 “코로나 상황이 어느 정도 안정되면 기쁘게 응하겠다”고 답했다. 다만 시 주석은 윤 대통령의 방중을 역제안하기도 했다. 두 장관은 외교장관 상호 방문을 포함해 (외교·국방) 차관급 2+2 대화, 1.5트랙 대화, 외교차관 전략대화, 인문교류촉진위원회 등 고위급 교류도 추진하기로 했다. 양국은 특히 정부 인사들에 민간 전문가들이 더해진 ‘반관반민(半官半民)’ 형태의 대화 체제인 1.5트랙 관련해선 늦어도 내년 봄 이전에 시작하기로 하고 세부 논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中외교장관 “한반도 문제에 건설적 역할 할 것” 박 장관은 이날 7차 핵실험까지 임박한 것으로 알려진 북한의 도발에 우려를 표했다. 또 중국 측이 윤석열 정부의 비핵화 로드맵인 ‘담대한 구상’ 등 대북 대화 노력을 적극 지지해주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에 왕 부장은 앞으로 한반도 문제에 대해 건설적인 역할을 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지난달 윤 대통령이 “중국의 적극적이고 건설적인 역할”을 강조했을 당시엔 시 주석은 “한국이 남북관계를 적극적으로 개선해 나가기를 희망한다”며 다소 거리를 둔 바 있다. 두 장관은 또 공급망 소통 확대,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서비스투자 공식협상 조속한 재개, 항공편 증편, 인적교류 확대 및 문화콘텐츠 교류 활성화 등에서도 실질협력의 가시적인 성과를 달성하기 위해 적극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 특히 이러한 논의를 계기로 중국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이유로 한국에 가한 경제 보복 조치인 ‘한한령(限韓令·한류 금지령)’을 해제할 지에 관심이 쏠린다. 중국이 최근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플랫폼에서 한국 드라마를 방영하는 등 변화가 생기자 일각에선 한한령 해제의 신호탄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신진우기자 niceshin@donga.com}

정부가 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난 뒤 진행될 재건 사업에 뛰어들 준비에 본격적으로 착수했다. 우크라이나 회복 및 경제성장 등을 위한 15대 과제와 관련해 분야별로 어떻게 관여할 수 있을지 검토에 들어간 것.4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정부는 ‘전쟁으로 파괴된 핵심시설 긴급 복구 단계’는 물론이고 ‘종전 직후 신속 복구 단계’까지 동시에 염두에 두고 우크라이나 재건 계획을 짜고 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아직 전쟁 중인 상황에서 재건을 논하기에 부담스러운 측면이 있다”면서도 “주요국들이 이미 재건 사업과 관련해 ‘소리 없는’ 전쟁을 치르고 있는 만큼 우리도 (재건 사업) 준비는 꼼꼼하게 해둬야 하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7월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침공으로 초토화된 자국 재건에 필요한 비용을 7500억 달러(약 962조 원)로 추산했다. 정부는 앞서 한국과 서방 주요국 등이 참여한 ‘우크라이나 복구 회의’ 결과 도출된 15대 과제를 중심으로 재건에 관여할 세부 계획을 검토 중이다. 이 과제에는 ‘국방력 및 안보 강화’ ‘기업 환경 활성화’ 등이 포함됐다. 정부는 또 내년 초 우크라이나 당국자 등을 연수 형식으로 초청해 6·25전쟁 이후 발전 경험 및 국가개발전략 등을 공유할 계획이다. 우크라이나 측에선 특히 정보통신을 기반으로 한 도시관리 체계 및 교통 시스템과 관련한 노하우를 공유받고 싶다는 의사를 거듭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인도적 지원은 물론이고 의료·보건 분야를 중심으로 공적개발원조(ODA)도 늘려나갈 방침이다. ODA로는 ‘재활의료 역량 강화’에 65억 원, ‘현대적 진단 및 치료 역량 강화’에 3억4000만 원 등을 이미 책정했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좀 놔뒀으면 좋겠다.” 문재인 정부와 윤석열 정부에서 요직을 거친 외교 당국자의 얘기다. 문재인 정부 때 그는 ‘북한’ ‘통일’에 꽂힌 청와대의 노골적인 압박에 몸서리쳤다. 그런 그가 요즘 다시 신경질적인 자신을 발견하곤 한단다. “용산 그곳(당국자의 표현)”의 은근한 압박이 잦아져서다. 작은 외교 행사 하나 기획할 때도 ‘경제’ ‘산업’ ‘통상’ 키워드부터 매번 따지는 게 정상이냐고 그는 반문했다. 확실히 윤 대통령의 “경제를 살리자” 메시지는 요즘 날이 섰다. 지난달 수석비서관회의에선 “모든 순방은 한미일 안보협력 등 긴요한 국가 안보사항을 제외하고 기업들의 비즈니스 이슈에 맞춰 진행하라”고 지시했다. 10월 생중계된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선 전 부처가 산업부란 자세로 임해 달라고 주문했다. 마무리 발언에선 “국방부는 방위산업부로 뛴다는 자세로 일해 달라”고 방점까지 찍었다. 이런 절박함이 이해 안 되는 바는 아니다. 올해 연간 무역수지는 14년 만의 적자가 확실시된다. 내년 1%대 성장이란 우울한 전망도 나온다. 수출로 먹고사는 국가에서 수출까지 힘겹다 보니 대통령이 조급해할 만하다. 문제는 메시지 관리다. 요즘 관가에선 ‘전 부처의 산업부화’ 취지는 알겠는데 어떻게 하란 건진 모르겠단 말이 자주 들린다. 통상(通商) 업무에 잔뼈가 굵은 관료는 “세부 로드맵까지 빈틈없이 짠 뒤에야 큰 방향을 말할 수 있는 분야가 경제통상”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오너(대통령)가 급한 마음에 메시지부터 내고 보면 밑에 관료들은 그 메시지에 꽂혀 진짜 할 일을 뒷전으로 미룬다”고 꼬집었다. 더 큰 문제는 외교안보 사안에까지 경제 기조가 무리하게 주입된다는 데 있다. 전 세계가 총성 없는 경제안보 전쟁을 치르고 있다지만 경제 기조를 외교안보 이슈에 무리하게 접목하면 재앙을 부른다. 목적과 가치가 뚜렷한 외교안보 사안들에 어울리지 않는 옷을 입히면 나라를 지탱하는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단 얘기다. 문재인 정부는 북한 등 이념에 치우친 정치색을 무리하게 덧칠해 외교안보의 나침반을 흔든 적이 많았다. 실속도 제대로 못 챙겼다. 바통을 이어 받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대선 후보 당시 미국 상원의원을 만나 “일본에 한국이 합병된 이유는 미국이 ‘가쓰라-태프트 협약’을 통해 승인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외교적 결례란 지적이 나왔다. 민주당 김의겸 대변인은 한술 더 떴다. 지난달 주한 유럽연합 대사를 만난 뒤 “‘윤석열 정부에는 대화 채널이 없어 (북한 도발에) 대응하는 데 한계가 있는 것 같다’고 대사가 말했다”고 발표했다가 ‘거짓’ 논란의 중심에 섰다. 대사는 김 대변인이 전한 발언이 사실과 다르단 취지로 외교부에 직접 해명까지 했다. 대통령실이 주도하는 ‘외교안보의 산업화’는 이런 ‘정치화’ 못지않게 위험하다. 외교안보는 묵직함과 신중함이 특히 요구되는 필드다. 대통령이 “국방부는 방위산업부”라고 툭 던진 한마디로 안보 최전선에 있는 누군가는 당연한 우선순위를 당연하지 않게 인식할지 모른다. 그 책임은 누가 질 건가. 신진우 정치부 차장 niceshin@donga.com}

백범 김구 선생의 증손녀가 태국 최대 그룹 집안의 자제와 결혼했다. 모친끼리 인연으로 알게 된 두 사람은 26일(현지 시간) 태국 왕실의 축하까지 받으며 결혼식을 치른 것으로 전해졌다. 27일 외교가에 따르면 이번에 결혼한 증손녀는 김구 선생의 막내 손자인 김휘 씨(작고)의 2녀 중 둘째다. 신랑은 태국 재계 1위인 CP그룹 회장의 아들이다. CP그룹은 식품분야 ‘CP푸드’, 유통분야 ‘CP올’, 통신·미디어분야 ‘트루’ 등을 운영하며 지난해 기준 약 72조 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번에 결혼한 두 사람은 오랜 기간 알고 지낸 모친 간 인연으로 자연스럽게 만난 사이로 알려졌다. 이들은 미국에서 유학 생활을 할 당시에도 친구로 지내는 등 인연을 이어오다 결혼까지 하게 됐다고 한다. 결혼식에는 한국과 태국 양측에서 1000명가량이 초청된 것으로 전해졌다. 신랑의 모친은 수파낏 치라와논 CP그룹 회장의 부인인 마리사(한국명 강수형) CP그룹 특별고문. 마리사 특별고문은 한국계로 한국에서 태어나 고등학교까지 마치고 미국 뉴욕대에서 공부했다. 수파낏 회장과 마리사 특별고문은 19일 태국 방콕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참석한 한덕수 국무총리 간담회에 참석하기도 했다. 김휘 씨의 부인은 작고한 한상태 전 세계보건기구 서태평양지역 사무처장의 딸이다. 신랑은 미국 하버드대를 졸업한 후 스위스 금융회사에서 애널리스트로 근무하다가 현재는 CP그룹의 자회사로 대형마트인 ‘마크로’에서 최고경영자로 재직 중이다. 신부도 미국에서 대학을 졸업한 후 미국의 다국적 기업에서 근무한 것으로 알려졌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조 바이든 미 행정부에)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시행을 연기하라고 촉구하겠다. 해결책을 찾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8일(현지 시간) 치러진 미국 중간선거에서 재선에 성공한 영 김 연방 하원의원(공화당)은 27일 동아일보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IRA와 관련된 입장을 묻자 이같이 말했다. IRA는 한국산 전기차에 대한 차별적 조항을 포함해 국내에서 우려가 매우 큰 상황. IRA가 중간선거 후 민주당과 공화당 간 최대 정치 쟁점이 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이런 가운데 김 의원은 “IRA는 인플레이션을 낮추는 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서 “오히려 모든 미국인의 세금을 올리고, 납세자와 기업 모두에게 피해를 준다”고 직격했다. 또 “미국의 직업 창출을 돕고 미국에 투자하는 회사들은 이 법안의 혜택을 동등하게 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도 했다. 현대자동차 등 미국에 진출한 기업들이 피해를 받아선 안 된다는 취지다. 한국계인 김 의원은 백인 남성이 주류인 공화당에서 아시아계 여성으로 당당히 재선에 성공했다. 특히 그가 당선된 캘리포니아주는 민주당 강세 지역이란 점에서 의미가 적지 않다. 김 의원은 “인플레이션을 유발시키고 삶을 피곤하게 만드는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들이 미국 국민에게 고통을 주고 있다”면서 “저는 비용을 낮추고, 미국인들이 성공할 수 있는 기회를 넓히고, 지역사회를 안전하게 지키고, 국가 안보를 튼튼히 하는 등 상식에 부합된 정책들을 추진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런 의정 활동을 주민들이 좋게 봐준 것 같다”고 했다. 김 의원은 최근 집중 도발을 이어가는 북한과 관련해선 “북한은 이런 미사일 발사로 바이든 대통령의 관심을 끌려고 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어 “비핵화가 미국 대북 정책의 핵심 순위가 돼야 한다”며 “가장 기본적인 논의조차 꺼리는 (북한의) 적대적 태도에 대해 힘으로 맞대응을 해야 한다”고 했다. 또 중국을 겨냥해서도 강경한 대응을 주문했다. 그는 “중국 공산당은 세계를 지배하기 위해선 인권이나 자유, 체면쯤은 얼마든지 경시할 수 있단 사실을 보여줬다”면서 “중국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미국의 힘, 리더십, 단결이 필요하다. 특히 대만과 다른 동맹국이 이미 구매한 무기들은 꼭 전달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서 김 의원은 “미국은 합의에 의거해 우크라이나 국민에게 원조를 제공했다”면서도 “지원한 구호품이 올바르게 사용되는지 그 내역은 점검해야 한다”고 말했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한국과 중국이 경제통상 분야가 중심이 된 ‘1.5트랙’ 대화를 늦어도 내년 봄 이전에 시작하기로 하고 세부 논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양국은 고위급 경제협력체도 가동하기로 하고 사전 논의에 착수했다. 정부는 최근 경제 활성화에 총력을 집중하는 가운데 최대 수출 시장인 중국과의 관계 강화가 이에 필수적이란 판단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또 7차 핵실험이 임박한 북한을 압박하기 위해서라도 대중(對中) 협력 필요성은 커진 상황. 중국 역시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3연임을 확정한 가운데 한국이 미국에 지나치게 치우치지 않도록 우군으로 확보할 필요성이 커지면서 자연스럽게 한중 간 교류의 폭을 넓힐 수 있는 공간이 열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중 1.5트랙, 밀도 있게 운영될 것”24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한중 양국은 최근 각종 협의 채널을 가동하기 위해 활발하게 논의하고 있다. 특히 눈에 띄는 건 1.5트랙이다. 1.5트랙은 정부 인사들에 민간 전문가들이 더해진 ‘반관반민(半官半民)’ 형태의 대화 체제다. 시 주석은 15일(현지 시간)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한중 정상회담 당시 윤석열 대통령에게 “양국 간 1.5트랙 대화 체제를 구축하자”고 제안한 바 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늦어도 내년 봄 이전에는 (1.5트랙을) 시작하기로 하고 (중국과)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양국은 올해 수교 30주년을 맞아 한중 관계 미래상 제언 등을 목적으로 지난해 8월부터 1년간 한중 관계 미래발전위원회라는 1.5트랙 협의체를 운영한 바 있다. 이 협의체에는 양국이 각각 22명씩 44명이 위원으로 참여해 분야별 정책 제언을 담은 보고서도 냈다. 내년 초 가동될 것으로 전망되는 1.5트랙 체제는 올해 종료된 협의체보다 훨씬 밀도 있게 운영될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관계자는 “(1.5트랙은) 양국 정부가 주요 현안별로 무엇을 할지, 어떻게 협의해 나갈지 등 밑그림을 그리는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양국은 이달 정상회담 전 이미 1.5트랙 체제에 대한 실무 논의를 시작했고, 최근 이 체제의 구성·형태·방식 등과 관련해 논의를 진전시킨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외교통상 채널을 통해 중국과의 고위급 경제협의체를 정기적으로 운용하기 위한 실무 논의에도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선 양국 간 수출 통상 및 공급망 안정을 위한 소통 협력 방안 등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한중 관계 변곡점… 한한령 해제 이어질지 주목윤석열 정부는 출범 직후 미국과의 동맹 강화를 최우선 기조로 내세웠다. 하지만 최근 정부의 대중 기조는 다소 달라진 기류다. 취임 초와 비교해 중국에 상대적으로 크게 공을 들이고 있는 것. 정부의 다른 관계자는 “한중 관계가 변곡점에 들어섰다”면서 “이제 중국과의 관계도 좀 더 밀착하는 방향으로 재설정에 나설 단계”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한중 양국의 최대 현안 중 하나인 ‘한한령(限韓令·한류 금지령)’이 해제될지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중국 외교부는 23일 브리핑에서 “중국 정부는 단 한 번도 이른바 한한령을 시행한 적이 없다는 점을 재차 강조하고 싶다”면서도 “중국은 한국과의 문화교류 협력에 개방적인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일각에선 이번 OTT 조치가 한한령 해제의 신호탄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

북한이 18일 ‘괴물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17형 시험발사에 처음으로 성공했다. 최대 사거리로 쏠 경우 미국 본토 타격이 가능한 신형 ICBM의 실물을 2020년 10월 공개한 뒤 2년 1개월 만에, 6번째 시도 끝에 그 성능까지 입증한 것. 한미일이 최근 정상회의를 하고 미국의 확장억제 강화 공약을 재확인하는 등 전방위 압박에 들어간 가운데 북한이 가장 위력적인 미사일 카드로 맞받아치면서 한반도를 둘러싼 벼랑 끝 대치가 최고조로 치닫고 있다. 이미 준비가 끝난 것으로 알려진 북한의 7차 핵실험도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관측이 나온다. 군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15분경 평양 순안 일대에서 화성-17형 1발이 동해로 고각(高角) 발사됐다. 이 미사일은 마하 22(음속의 22배), 최대 고도 6100km로 1시간 이상 약 1000km를 날아간 뒤 일본 배타적경제수역(EEZ) 내 떨어졌다. 일본 해상보안청은 오전 11시 23분경 홋카이도 오시마섬 서쪽 약 200km 해상에 떨어졌다고 발표했다. 정상 각도로 쐈다면 최대 1만5000km 이상 비행해 미 본토 어디든 도달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앞서 5월 북한은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처음으로 화성-17형을 쐈지만 1단만 분리돼 실패했다. 이후 가장 최근인 3일 발사한 화성-17형은 1, 2단 추진체 분리까지 성공했지만 비행 중 추력이 낮아 일찍 떨어졌다. 하지만 북한이 18일 발사한 화성-17형은 1·2단 추진체 분리에 성공하고, ICBM 기준 속도인 마하 20까지 충족시켰다. 최종 성공 여부는 정밀 분석이 필요하지만 사실상 시험비행에 성공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은 북한의 미사일 도발 직후 열린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찾아 “한미 간 합의한 대북 확장억제 실행력 강화 방안을 적극 이행하고, 한미일 안보 협력을 강화하라”고 지시했다. 또 “미국 및 국제사회와 함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응을 포함한 강력한 대북 규탄과 제재를 추진하라”고 했다. 미국 백악관도 “미국은 동맹국인 한국과 일본, 미국 본토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확장억제 강화 조치를 재확인했다. 우리 군은 이날 ICBM 발사에 대응해 F-35A 스텔스전투기 등을 동원해 북한의 이동식발사대(TEL)를 모의표적으로 삼은 훈련에 나섰다. 공군의 주력 자산인 F-35A가 대북 무력시위 차원의 타격 훈련에 참가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우리 F-35A 4대는 미 공군의 F-16 전투기 4대와 함께 한미 연합 공격편대군 비행도 실시했다.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한일 정상이 13일 오후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문제와 관련해 조속히 해결돼야 한다고 뜻을 모으면서 향후 협의 방향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우리 정부는 최대 현안인 강제징용 피해자 문제에 대해 양국 정상이 물꼬를 튼 만큼 협의에 속도를 붙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실무 및 고위급 협의를 병행해 빠르면 연내 돌파구 마련도 기대해 볼 수 있지 않겠느냐는 것. 정부는 이미 일본 측에 기존 재단을 활용하는 방식을 우선으로 하는, 복수의 안까지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일본 측이 세부안 협의 단계에선 여전히 소극적인 입장을 유지해 조기 해결을 낙관하기 어렵다는 관측도 나온다.○ “정상이 책임 의지 보여준 자체가 큰 의미”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는 이번 정상회담에서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문제를 긴밀히 논의하고 조속한 해결을 위해 계속 협의해 나가자고 했다. 14일 정부 고위 관계자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민감한 현안을 정상들이 직접 책임지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자체가 상징성이 있고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양국 정상이 두 달 전처럼 약식이 아닌 정식 정상회담을 갖고 ‘조속한 해결’까지 언급함에 따라 향후 협의에 나설 정부 당국자들의 부담을 덜어줬다는 것. 이 관계자는 또 “일본은 민감한 사안을 두곤 계산이 철저하다”면서 “그런 일본이 이번 회담에 의미를 부여해 나섰다는 게 관계 개선에 대한 일본 측의 달라진 기류를 보여준 것”이라고 했다. 양국은 이미 지난달 한일 외교차관 회담 등을 갖고 강제징용 문제와 관련해 의견을 교환해 왔다. 향후 실무 및 고위급 차원에서 협의에 더욱 속도를 붙일 것으로 보인다.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우리 정부는 시한을 정하진 않았지만 강제징용 문제를 풀기 위한 돌파구를 가급적 연내 찾는 걸 우선순위로 고려하고 있다. 해결 방안으론 행정안전부 산하의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을 활용하는 안을 중심으로 논의하자는 우리 정부 제안에 일본 측도 큰 거부감을 보이진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기존 채무자(미쓰비시중공업 등 전범기업)의 채무를 제3자인 재단이 대신 갚는, ‘병존적 채무인수’ 방식을 내세워 배상 문제를 풀겠다는 것이다. 양국 정부는 특히 안보협력도 주요 의제로 병행해 협의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증대해 안보협력 중요성이 커진 만큼 이를 병행하여 논의해 나갈 경우 상대적으로 민감한 강제징용 문제를 협의할 공간의 폭도 넓어질 가능성이 크다.○ 日, 여전히 세부안 논의에는 소극적다만 일본 측이 각론에선 여전히 소극적이란 게 걸림돌이다. 우리가 제안한 재단 활용 방안 등에 대해 특별히 거부감을 보이진 않았지만 명확한 입장도 전달하지 않고 있다는 것. 우리 정부는 어떤 형태로든 일본 기업이 참여해야 협의가 가능하다고 보는 분위기다. 하지만 일본 아사히신문은 이날 “일본 기업이 기부 등 명목으로 재단에 갹출하는 것에 대해 일본 정부는 난색을 보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일본 TBS방송도 “양국이 조기 해결에 의견이 일치했지만 이제까지 방침을 확인한 것에 그쳐 큰 진전은 없다”고 지적했다. 일본 정부 대변인 마쓰노 히로카즈 관방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한일 정상이 외교 당국 간 협의 가속화를 바탕으로 현안을 조속히 해결하기로 재차 합의했다”고 말했다. 다만 “일본의 일관된 입장으로 한국과 긴밀히 소통하겠다”고도 했다. ‘일본의 일관된 입장’이란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으로 문제가 해결됐다는 것을 가리킨다. 일본에서 강제동원 문제 해결의 가장 큰 장애물은 기시다 총리의 낮은 지지율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외교 소식통은 “(자민당 내부) 파벌 간 견제가 심하다”면서 “소수파인 기시다 총리 입지로 볼 때 보수 지지층 반발을 감안해 (강제징용 해결에 나설) 결단을 내릴지는 회의적”이라고 내다봤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윤석열 대통령이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차 11일 출국하면서 ‘북핵 대응 슈퍼위크’의 막이 올랐다. 13일 한미일·한미 정상회담에 이어 14일에는 미중 정상회담이 이어진다. 한일·한중 정상회담 가능성도 열려 있다. 북한의 7차 핵실험이 임박한 가운데 한반도 문제와 관계 깊은 주요 국가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이번 정상 간 회담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북한이다. 특히 한미일은 이번 회담을 계기로 안보협력을 강화하고 새 대북제재 방안까지 내놓을 가능성이 크다. 이번 다자 정상외교 무대는 윤석열 정부에 신(新)냉전 구도 속 새로운 외교적 지평을 넓힐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동시에 미중 간 진영 대립 한복판에서 힘든 선택을 강요받는 살얼음판 도전이 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한미일 정상은 13일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만나 북한 핵·미사일 대응 방안을 집중 논의한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미국의 확장억제 실행력을 높이고 북한 도발 수위에 따른 맞춤형 대북제재 확보 방안 등까지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10일(현지 시간) “한미일 정상회담에서 북한 문제에 대해 공조를 강화할 것”이라고 전했다. 특히 “사이버 분야에서 북한이 제기하는 광범위한 위협이 한미 정상 간 대화의 주제가 될 것”이라고도 했다. 같은 날 진행되는 한미 정상회담에선 안보협력은 물론이고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등과 관련해 의미 있는 의견 교환이 이뤄질지도 관심사다. 미 정부는 최근 각국을 대상으로 IRA와 관련된 2차 의견 수렴에 착수했다. 그런 만큼 윤 대통령도 이번 회담을 통해 한국산 전기차가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어떤 식으로든 조 바이든 대통령을 설득할 가능성이 크다. 14일에는 바이든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첫 대면 정상회담을 갖는다. 통상, 대만 문제 등은 물론이고 북한 문제도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당국자는 “북한의 최근 도발을 포함한 현안들도 논의될 것”이라고 전했다. 윤 대통령은 11일 프놈펜에서 열린 한-아세안 정상회의에 참석했다. 그는 ‘한-아세안 연대 구상’(KASI)을 제시하며 한국과 아세안의 관계를 2024년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시킬 것을 공식 제안했다. 또 윤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서 “힘에 의한 일방적인 현상 변경은 용인돼선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세안 지역 등 인도태평양에서 중국의 힘을 앞세운 팽창주의를 겨냥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프놈펜=장관석 기자 jks@donga.com}

북한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와 비밀 교역에 나선 정황을 정부가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북한이 비밀리에 러시아에 수천 개의 포탄 등을 지원하고 있다는 ‘북-러-중동 무기 커넥션’을 제기한 가운데 우리 정부 역시 별도로 유사한 무기 거래 정황을 포착해 분석 중이라는 것. 미국이 러시아에 무기를 지원하는 국가에 강력한 제재를 예고한 만큼 북-러 무기 거래 사실이 구체적으로 드러날 경우 고강도 대북 제재가 예상돼 관심이 모아진다. 10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정부는 북한이 제3국을 우회해 러시아를 수신지로 무기 수출에 나선 첩보를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소식통은 “북한이 러시아에 보내려는 무기 종류가 다양한 것으로 안다”며 “액수로 환산해도 적지 않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무기들이 실제 러시아까지 흘러들어갔는지는 불분명한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CNN 등 미국 언론은 바이든 행정부 당국자를 인용해 북한이 러시아에 포탄 등을 수송하기 위해 중동과 북아프리카로 향하는 해운 수송품인 것처럼 무기들을 위장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2일(현지 시간) “북한은 엄청난 규모의 포탄을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지원하고 있다”고 직접 밝혔다. 시아 켄들러 미국 상무부 수출관리 담당 차관보도 10일 서울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러시아가 탄약을 북한으로부터 들여오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윤석열 정부의 외교안보 행보 중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한미동맹 강화와 한일 관계 정상화 추진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한미 관계가 안보, 경제 등을 통합한 포괄적 동맹 관계로 강화됐다”고 자평했다. 한미 정상은 5월 윤석열 정부 출범 후 11일 만에 정상회담을 가진 데 이어 6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9월 유엔 총회 등을 계기로 만나 포괄적 경제협력 등을 약속했다. 최근 한미 연례안보협의회의(SCM)에선 양국이 미 전략자산을 적시에 전개하기로 합의하는 등 안보 협력 수준도 대폭 끌어올렸다. 한일 관계도 회복 중이다. 양국 정부는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문제 해결을 위해 협의에 나서고 있다. 이달 동남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정상회의 등을 계기로 양국 정상이 만나 협의에 물꼬를 틀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다만 일본 측 사죄 문제 등을 놓고 양국 간 이견이 커 실질적 관계 진전은 어려울 것이란 비관론도 적지 않다. 한중 관계는 걸림돌로 꼽힌다. 윤석열 정부가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에서 ‘안미경세’(안보는 미국, 경제는 세계) 기조를 정하는 등 미국의 대중(對中) 견제 노선에 동참하면서 갈등 요소가 부각됐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문제 등을 둘러싼 입장차도 걸림돌이다. 윤석열 정부는 북핵 로드맵인 ‘담대한 구상’을 내놓으며 대북 관계 개선을 꾀했다. 하지만 북한은 오히려 집중 도발로 화답했다. 이에 뚜렷한 대북 억제 방안이 없다는 것도 현 정부가 해결해야 할 외교안보 과제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한일 관계를 얼어붙게 한 이슈는 언제나 ‘치킨게임’의 연속이었다. 둘 다 직진하면 대참사지만 어느 한쪽도 먼저 피할 생각이 없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 수출규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갈등 등 어느 하나 이런 양상이 아닌 적이 없었다. 그때마다 양국 정부는 매듭지을 생각은 물론 비켜갈 의지조차 없던 적이 많았다. 그중에서도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문제는 난도 최상의 치킨게임이란 게 한일 당국의 공통된 인식이다. 무엇보다 2018년 우리 대법원의 판결이 결정타였다. 일본 전범기업에 강제징용 피해자 손해배상을 하라는 ‘사법부의 판단’이 내려지자 우리 정부 운신의 폭이 좁아졌다. 기업 자산 현금화가 사실상 한일 관계의 레드라인이라던 일본은 더욱 자세를 고쳐 잡고 귀를 닫고 날선 메시지만 쏟아냈다. 이젠 한일 정상의 입지까지 불안 요소로 꼽힌다. 30%대 지지율을 오르내리는 동병상련을 겪어서인지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얼굴에선 먼저 관계를 리드해보겠단 자신감을 찾아보기 힘들다. 그래도 호재가 있긴 하다. 당국자들 설명에 따르면 관계 회복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는 양국 정부 모두 꽤 높은 수준에서 형성된 듯하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까지 쏘아대며 “끔찍한 대가를 치를 것”이라며 위협하는 북한에 맞서 한미일 안보협력 필요성이 높아진 건 한일 관계에는 호재다. 실제 강제징용 협의에 나섰던 고위 당국자는 “밖에서 보는 것보단 일본 측과 비공개 회동 분위기는 훈훈했다”고 귀띔했다. 일본의 미묘한 자세 변화도 눈에 띈다. 요즘 일본 외교관들은 경제 관료 못지않게 한국인 방문객 숫자 등을 꿰고 있다고 한다. 일본 입장에서도 관계 개선에 따른 실익이 많다고 판단하는 기류라는 얘기다. 강제징용 문제를 풀려면 우선 피해자들 입장부터 더 들어보는 게 우선이다. 그런 뒤 상식적인 방식으로 협의해 가면 된다. 물론 이 과정 자체가 난관의 연속이겠지만 요즘 관가에서 자주 들리는 고행의 봉우리는 따로 있다. 고양이 목에 ‘누가’ 방울을 다느냐다. 다른 고위 당국자는 “결국 협상이 논의를 넘어 협의 단계까지 가려면 누군가 책임지고 나서야 한다”며 “우리나 저쪽(일본)이나 이 팽팽한 풍선을 누가 손에 쥐느냐를 두고 눈치게임이 시작됐다”고 했다. 최근 한일 관계의 무게를 실감하는 상황이 잇따랐다. 대통령실이 9월 한일 정상회담을 앞두고 “흔쾌히 합의했다”고 섣불리 일정을 발표했다가 두들겨 맞은 게 대표적이다. 그렇다 보니 관가에선 몸을 사리는 분위기가 없지 않다고 한다. 야당 대표가 동해상 한미일 연합훈련을 겨냥해 “욱일기가 다시 한반도에 걸릴 수 있다”며 서슬 시퍼런 친일 공세에 나서는데 훨씬 민감한 강제징용 문제의 키를 누가 쥘 수 있겠느냐는 자조까지 들린다. 결국 양국 정상이 책임지고 나서야 한다. 이때 가장 피해야 할 건 밀실 합의다. 당장 민감한 국민 정서를 의식해 뒤에서 주고받기식 합의에 나서다 정권 바뀌고 발목 잡힌 경우를 우리는 너무 많이 봐왔다. 신진우 정치부 차장 niceshin@donga.com}

북한이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인 ‘화성-17형’을 3일 발사했다. 전날 분단 이후 처음으로 동해 북방한계선(NLL)을 넘어 경북 울릉도 방향으로 탄도미사일을 쏜 데 이어 하루 뒤엔 세계 최대 규모의 ‘괴물 ICBM’까지 날리며 도발 수위를 더 끌어올린 것. 한미는 이날 북한의 도발에 맞서 당초 4일까지 예정된 한미 연합 공중훈련인 ‘비질런트 스톰’ 기간을 하루 더 연장하기로 합의했다. 그러자 북한 군부 1인자인 박정천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은 이 연장 결정을 겨냥해 “돌이킬 수 없는 엄청난 실수를 저지른 것을 알게 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박정천 담화 후 55분 만에 북한은 보란 듯이 동해상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SRBM)을 3발 발사하며 야간 도발까지 감행했다. 북한이 핵실험 직전 실행할 것으로 관측된 ICBM 시험발사 버튼을 누르면서 7차 핵실험도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날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북한은 오전 7시 40분경 평양 순안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ICBM을 쐈다. 북한은 이어 평안남도 개천 일대에서 KN 계열의 단거리탄도미사일(SRBM) 2발도 동해로 잇달아 발사했다. 이날 쏜 ICBM은 정점고도 1920km를 찍고, 760km까지 날아갔다. 최고 속도는 음속의 15배(마하 15). 이 미사일은 1, 2단 추진체 분리에도 성공했다. 다만 이후 탄두부(핵 장착 부위)가 비행 중 추력이 낮아 제대로 속도를 내지 못해 일찍 떨어졌다. 정상 발사에는 사실상 실패한 셈이다. 그럼에도 이번 ICBM은 북한이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처음으로 쏜 화성-17형보다 성능 면에서 진일보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앞서 5월 25일 북한은 한일 순방을 마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귀국하던 날 화성-17형을 발사했다. 당시엔 1단 분리만 이뤄졌다. 이번보다 정점고도(540km)가 낮고, 거리(360km)도 짧았다. 북한이 미 본토까지 타격 가능한 ICBM까지 동원해 전격 도발에 나선 건 비질런트 스톰은 물론이고 이날 열린 한미 연례안보협의회의(SCM)까지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한미 국방장관은 3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한미 SCM을 열고 미국의 확장억제를 획기적으로 강화하는 방안들을 논의했다. 윤석열 대통령도 이날 북한 ICBM 도발 직후 “한미 확장억제 실행력을 더욱 강화하라”고 지시했다. 미국 백악관은 북한의 ICBM 도발과 관련해 성명을 내고 “미 본토와 한국 일본 등 동맹국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하겠다”고 경고했다.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워싱턴=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