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한

이진한 기자

동아일보 정책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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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국민이 ‘몸신’처럼 건강하게 되는 날까지 열심히 소통하겠습니다.

likeday@donga.com

취재분야

2025-11-07~2025-12-07
건강77%
칼럼17%
인사일반3%
보건3%
  • 건선, 신체면적 중 10%이상 있다면 건강보험 적용돼

    지난달 17일 동아일보가 건선에 대한 잘못된 상식을 바로잡기 위해 개최한 건강 토크쇼 ‘톡투 건선’. 이날 송해준 고려대 구로병원 피부과 교수(대한건선학회 회장)와 박해진 일산백병원 피부과 교수(대한건선학회 기획이사)가 건선과 관련한 환자들의 궁금증에 일문일답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김성기 대한건선협회 회장은 “딱딱하고 무거운 질환인 건선을 토크쇼 형태로 쉽게 풀어 낸 톡투 건선의 참신함에 환우 전체를 대표해 감사드린다”며 “더구나 유튜브에 토크쇼 내용을 올린 것은 앞으로 건선관리 교육에 새로운 장을 열었다는 점에서 좋은 시도”라고 말했다. 이날 환자들이 주로 궁금해 한 건선 관련 내용을 정리해봤다. ▽지루성 피부염으로 오해하기 쉬운 두피건선 관리법=두피 건선은 지루성 피부염과 유사해 일반인이 구별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진단이 힘들 뿐만 아니라 초기 치료 시기를 놓치기도 한다. 떨어지는 각질과 가려움 때문에 점점 더 강한 세정력의 샴푸로 머리를 감는데 이는 건선을 더욱 악화시킨다. 두피건선이 있다면 강한 세정은 피하고 두피에 보습제와 처방받은 약을 꾸준히 발라야 한다. 광선 치료의 경우 두피를 덮고 있는 머리카락으로 인해 병변에 제대로 빛이 닿지 않아 효과가 덜하다. 생물학적 제제는 사용할 수 있다. 다만 이 경우 전체 몸 표면적의 10% 이상에 병변이 있어야 건강보험이 적용된다. ▽건선으로 인한 관절염 관리법=건선성 관절염은 가장 흔한 건선의 동반 질환이다. 보통 10∼15% 이내의 건선 환자들에게서 나타난다. 건선 발병 뒤 오랜 시간이 지나서 관절 증상이 나타나기도 하고 건선 관절염이 먼저 생긴 뒤 피부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특히 손톱에 건선 증상이 나타나는 환자라면 특별한 이유 없이 손가락이나 무릎 등 특정 관절이 붓고 아플 수 있다. 이때는 반드시 피부과 의사와 건선 관절염 여부에 대해 상의해야 한다. 현재 건선을 치료하는 약 중에는 건선 관절염을 동시에 치료할 수 있는 약들이 있다. ▽손·발바닥에 생긴 건선 치료법=손·발바닥 건선은 치료하기 힘든 건선이다. 최근엔 손·발바닥에만 국소적으로 레이저를 쏘는 치료법이 나왔다. 일주일에 두 번 레이저 치료를 받으면 효과가 있다. 손·발바닥을 포함한 전체 신체 면적 중 건선이 10% 이상 있다면 보험 적용을 받아 생물학적 제제를 처방받을 수 있다. ▽임신과 출산 계획이 있다면 건선 치료는 어떻게 해야 하나=건선 치료에 사용하는 약물 중 비타민A 계통의 약물이나 메토트렉세이트 등은 임신과 출산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대표적 약물이다. 비타민A 계통의 약물은 기형아 출산율을 높여 가임기 여성들에게 권하지 않는다. 메토트렉세이트는 여성뿐 아니라 남성도 복용 후 최소 3개월은 피임할 것을 권한다. 생물학적 제제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정한 임산부 약물등급 중 사람에게 위험하다는 증거가 없는 B등급에 속해 다른 약물보다 비교적 안전하다. 다만 건선은 아직 완치법이 없다. 하지만 피부과 전문의와 상담을 통해 적절치 치료하면 완치에 가까운 상태에서 일상생활을 할 수 있다. 따라서 희망을 갖고 본인에게 맞는 최선의 치료법을 찾아 실행하는 게 중요하다.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 2018-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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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카드뉴스]40세 넘으면 임신 안 된다? 난임에 대한 오해와 진실

    1. 난임에 대한 오해와 진실2. 보통 2~3년은노력해도안되면난임판정을받는다? 그렇지않습니다. 세계보건기구 WHO의정의를말씀드리자면정상적인부부관계에서 35세미만의여성이 1년간, 35세이상여성이 6개월동안아기가생기지않는것을난임이라고진단합니다.3. 난임치료는집팔아야할정도로돈이많이든다?아닙니다. 2017년 10월부터난임치료에서국민건강보험적용이시작됐습니다. 소득수준과상관없이치료비의 30%만본인이부담하면됩니다. 4. 난임의책임은대부분은여자에게있다?그렇지않습니다. 사람이나이가들면생식능력에도당연히노화가시작됩니다. 여성이나남성둘다나이들수록의학적수치상임신확률이낮아집니다. 또, 환경이나상황상심리적인부분이큰영향을미치기때문에다양한원인으로난임이발생할수있습니다. 5.여자가 40살넘으면난임치료해도소용없다?전혀그렇지않습니다. 고령의산모도난임치료를통해충분히임신및출산의기쁨을맛볼수있습니다. 다만, 그확률이낮아질수있으니빨리진단받고치료받는것이매우중요하다는겁니다.6. 난임에 대한 오해와 진실유튜브에서동아일보이진한기자의톡투건강핫클릭영상에서난임에대한더많은진실을확인하세요! (유튜브에서만나요~)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 2018-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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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라이나50+어워즈’, 중장년의 삶 빛나게 하는 모두에게 열려있죠”

    라이나전성기재단은 중장년층의 건강하고 활기찬 삶을 위한 문화복지사업과 건강캠페인을 전개하기 위해 라이나생명이 2013년 설립한 공익재단이다. 재단은 중장년을 위한 사회공헌활동을 펼친 개인이나 단체를 대상으로 ‘라이나50+어워즈’ 상을 수여하고 있다. 2017년 제정해 올해 두 번째다. 총상금만 5억 원에 이른다. 4일 라이나전성기재단 한문철 상임이사(사진)를 만나 상의 취지와 재단 활동에 대해 알아봤다. ―이 상을 왜 제정했나. “‘라이나50+어워즈’를 통해 우리 사회 발전의 주역인 50+세대의 빛나는 업적을 기리고 격려함으로써 대한민국 중장년의 삶이 더욱 풍요로워지길 바라는 마음에서 제정했다. 국내 최고의 상으로 자리매김하길 바란다.” ―‘라이나50+어워즈’의 시상 분야는 어떻게 되나. “생명존중, 사회공헌, 창의혁신 등 세 개 부문별로 시상한다. 생명존중 부문은 50+세대의 삶의 질 개선이나 건강 증진에 기여한 개인 및 단체를 대상으로 한다. 의학, 과학 분야뿐 아니라 생명존중 이념을 담은 영화나 책, 예술 작품 활동을 꾸준히 해온 분도 수상 대상이다. 사회공헌 부문은 삶을 풍요롭고 따뜻하게 만드는 데 기여한 개인과 단체가 대상이다. 두 부문은 추천을 통해 시상자를 선정한다. 창의혁신 부문은 50+세대를 위한 독창적인 제품 및 서비스를 보유한 초기 단계 벤처기업이 대상이다.” ―분야별 상금은 어떻게 되나. “생명존중, 사회공헌 부문 상금은 각각 1억 원이다. 창의혁신 부문은 1등 1억 원, 2등 3000만 원, 3등 2000만 원이다. 더불어 5000만 원 상당의 창업 프로세스를 별도로 지원한다. 부문별 수상자 중 대상을 선정해 1억 원을 추가로 수여한다. 지난해에는 생명존중 부문과 대상에 한국 여성 최초로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로 임용된 의대 이진형 교수가, 사회공헌상에 국내 최초 마이크로크레디트 기관인 사회연대은행이 선정됐다. 창의혁신 부문 수상자는 없었다.” ―일반인도 추천할 수 있나. “물론이다. 후보자 추천은 언제나 열려 있다. 라이나전성기재단 홈페이지에서 자세한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재단의 다른 활동은 어떤 게 있나. “‘사랑 잇는 전화’라고 독거노인(홀몸노인)과 상담사를 연결해 독거노인에게 안부 전화를 드려 일상을 확인하는 ‘독거노인 결연사업’을 하고 있다. 이 사업은 최근 보건복지부 장관상을 받았다. 또 ‘독거노인 보호사업 공모전’에서 수기 부문 대상을, 결연 어르신의 주거환경 개선작업을 촬영한 사진이 사진 부문 우수상을 받기도 했다. 우리 재단은 자동심장충격기를 전국 곳곳에 설치하고 심폐소생술 교육 확산에도 힘쓰고 있다. 이 활동을 조계종에서 높이 평가해 얼마 전 특별상을 받았다.”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 2018-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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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0세 넘으면 임신 안 된다? “난임 치료로 충분히 가능”

    2017년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역대 최저인 1.05명이다. 이는 인구 유지를 위해 필요한 합계출산율(2.1명)에 크게 못 미칠 뿐 아니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1.68명)보다도 턱없이 낮다. ‘출산=애국’인 시대지만 난임 환자 수는 가파르게 늘고 있다. 2012년 약 19만 명에서 지난해 상반기에만 25만 명을 돌파했다. ‘톡투 건강 핫클릭’ 네 번째 순서로 국내 최대 난임센터를 보유한 서울마리아병원 이원돈 원장과 함께 난임에 대한 오해와 진실을 풀어봤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이 기자)=난임과 불임의 차이점은 무엇인가요? ▽이원돈 원장(이 원장)=불임은 생물학적으로 임신이 불가능이지만 난임은 생물학적으로 이상이 없음에도 임신이 어려운 상태입니다. 피임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35세 이상 여성은 6개월간, 35세 미만 여성은 1년간 아기가 생기지 않는다면 난임으로 정의합니다. ▽이 기자=난임의 원인은 어떤 것들이 있나요? ▽이 원장=여성 난임의 주요 원인으로는 다낭성 난소 증후군, 무월경, 난소 낭종 등 배란장애와 자궁관 복막 이상, 자궁내막증, 면역 및 유전적 이상 등 자궁 이상을 꼽을 수 있습니다. 남성은 정자무력증, 희소정자증, 무정자증 등이 있습니다. 예전엔 난임을 여성의 문제로 알았지만 요즘은 남성 난임이 늘어나 굳이 비율을 따지면 50 대 50으로 봅니다. ▽이 기자=난임의 책임이 여자에게 있다는 생각은 정말 잘못된 편견이군요. 난임 치료에 많은 돈이 들지 않나요? ▽이 원장=국내의 시험관 시술 비용은 세계적으로 싼 편입니다. 미국은 우리보다 5, 6배 비쌉니다. 특히 지난해 10월부터 난임 치료에 건강보험 혜택을 주고 있습니다. 소득 수준과 상관없이 치료비의 30%만 본인이 부담하면 됩니다. 건강보험 혜택은 인공수정 3회, 체외수정 시술 7회(난자를 채취해 신선배아를 이식하는 시술 4회, 동결배아 이식시술 3회)까지 가능합니다. ▽이 기자=마흔이 넘은 여성은 난임 치료를 해도 소용이 없다는데 사실인가요? ▽이 원장=맞을 수도, 틀릴 수도 있는 애매한 문제입니다. 다만 40세 이상 고령 산모도 난임 치료를 통해 얼마든지 출산이 가능합니다. 난임 치료 기술은 매년 놀랍게 발전하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방치하면 절대 안 됩니다. 43, 44세로 넘어갈수록 임신율은 급격히 떨어집니다. 평균 임신율을 40∼50%라고 했을 때 43, 44세가 넘으면 10% 미만입니다. ▽이 기자=많은 분들이 난임 시술 시 주사를 매일 맞는 것을 힘들어합니다. ▽이 원장=예전에는 난임 치료를 한다고 하면 지레 겁부터 먹었죠. 하지만 현재 주사제가 많이 좋아졌습니다. 마취 기술이 많이 발전해 아프지 않게 난자를 채취할 수도 있습니다. 예전에 과배란 주사는 엉덩이에 맞았는데, 지금은 피하주사로 배에 자가 주사가 가능합니다. 주사를 아예 쓰지 않고 난자를 채취하거나 주사 용량을 적게 쓰는 방법도 있습니다. ▽이 기자=요즘은 난자 냉동을 많이 이용한다고 들었습니다. ▽이 원장=조금이라도 젊은 나이에 건강한 난자와 정자를 채취해 냉동했다가 가족계획 시기에 맞춰 인공수정을 진행하는 것입니다. 난자 냉동에 적합한 나이는 35∼40세입니다. 시술 비용은 병원마다 다르고, 보관 비용이 별도로 발생합니다. 이 원장은 “40대 이상 여성도 충분히 임신할 수 있는 다양한 의료 기술이 계속 개발되고 있다”며 “임신을 포기하지 않으면 언젠가는 성공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 병원에서도 체외수정 과정 중 배아 배양 성공률을 높이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며 “조만간 고령 난임 환자들에게 희망을 줄 만한 소식을 전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고 말했다.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 2018-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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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진한의 메디컬 리포트]건강에 더 좋은 담배? 끊어야 건강하다

    최근 흡연자와 비흡연자 구분이 쉽지 않다는 이야기를 금연담당 의사들에게서 종종 듣는다. 궐련형 전자담배라 불리는 일명 가열담배가 지난해 시판된 뒤 이 담배를 피우는 사람은 치아가 누렇게 착색되지 않고 몸에 찌든 담배 냄새가 배지 않기 때문이다. 심지어 가열담배 흡연자 중에는 ‘담배로 담배를 끊었다’는 말까지 나온다. 가열담배는 담뱃잎을 태우지 않고 열로 찌는 방식이다. 역한 냄새가 없어 국내뿐 아니라 일본 등 해외에서도 인기다. 최근 기획재정부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가열담배는 10월까지 2억6300만 갑이 팔렸다. 전체 담배시장 점유율은 9.1%다. 이런 가열담배의 인기가 금연 열풍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담배회사들은 가열담배가 일반담배보다 덜 유해하다는 점을 적극 홍보한다. 캐나다 등에선 금연이 어려운 골초들에게 건강을 위해 전자담배를 권한다고 한다. 여기서 말하는 전자담배는 가열담배 훨씬 이전에 나온 제품인 ‘액상형 전자담배’인데도 일부에선 마치 가열담배도 이 범주에 포함되는 것처럼 호도한다. 가열담배의 유해성을 두고 담배회사와 정부의 공방이 한창이다. 필립모리스는 지난달에 식품의약품안전처의 ‘궐련형 전자담배 유해성 분석 결과’ 발표 근거에 대한 정보공개 소송을 제기했다. 식약처는 17일 정보공개 요청에 대한 답변서를 서울행정법원에 제출하며 법적대응에 나섰다. 국내 금연 관련 학회와 전문가들은 가열담배의 유해성을 적극 알리는 데 힘을 보태고 있다. 대한금연학회는 최근 입장문을 통해 “어떤 종류의 담배 제품도 건강에 덜 유해한 것은 없기 때문에 흡연자는 건강을 위해 가열담배를 포함한 모든 종류의 담배 제품 사용을 즉시 중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전문가들은 가열담배에 포함된 니코틴만으로도 충분히 건강을 위협한다고 강조한다. 인체에 투입된 니코틴은 혈압 상승 및 심근수축 증가로 심장 질환을 유발한다. 또 심장동맥 혈류의 이상반응과 심장근육세포의 능력 저하를 일으킬 수 있다. 하루에 한 개비라도 담배를 피우면 심장질환과 뇌중풍(뇌졸중) 위험이 크게 증가한다는 해외 연구 결과는 가열담배의 위험성을 엄중히 경고하고 있다. 빠르게 늘고 있는 가열담배 흡연자들이 냄새가 심하지 않다는 이유로 실내외를 가리지 않고 흡연하는 탓에 간접흡연 피해도 상당하다. 담배회사는 ‘가열담배는 배출물에 의한 간접흡연 노출 위험이 없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가열담배에서 배출한 연기는 기체 상태 안에 고체 또는 액체 성분이 포함돼 있는 ‘에어로졸’이다. 이 에어로졸 안에는 니코틴이나 발암물질 등 독성물질이 포함돼 있다. 눈에 잘 보이지 않고 냄새가 심하지 않더라도 일반담배 연기와 마찬가지로 주변 사람들에게 간접적으로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를 뒷받침하는 국제 연구 자료도 충분하다. 이탈리아 국립암연구소 연구팀은 일반담배, 가열담배, 전자담배의 연기 성분을 측정한 결과 가열담배에서도 미세먼지와 발암성 물질인 알데히드 등 인체에 유해한 성분이 배출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문제는 가열담배 판매량이 증가하는 만큼 금연 시도는 감소하고 있다는 점이다. 오랜 기간 피워온 담배를 한번에 끊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금연을 돕는 다양한 방법이 있고, 정부는 병·의원 금연치료 지원사업을 통해 흡연자의 금연치료 비용을 전액 지원하고 있다. 12주 동안 6회 이내 의료진 상담료와 금연약 비용을 연 3회까지 지원한다. 의사의 금연 권고나 금연상담, 약물치료를 병행할 경우 금연성공률을 최대 7배까지 높일 수 있다. 정부의 금연치료 지원사업 중에는 4박 5일 전문 치료형 금연캠프도 포함돼 있다. 지난해 기준으로 전문 치료형 금연캠프에 참가한 사람은 2869명이다. 이 중 6개월 이상 금연에 성공한 사람은 1846명으로, 10명 중 6명 이상(64.3%)이 금연에 성공했다. 세상에 ‘좋은 담배’란 없다. 올해 초 미국 식품의약국(FDA)도 가열담배가 건강에 덜 해롭다는 주장에 찬성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명백한 진실은 하나다. 건강을 위한 최선은 금연이라는 점이다. 일반담배든, 가열담배든 예외는 없다. 일반담배를 가열담배로 바꾸는 건 그저 담배를 끊을 기회를 놓치는 일일 뿐임을 꼭 기억했으면 좋겠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 likeday@donga.com}

    • 2018-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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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희망의 약 ‘혁신치료제’ 정부의 지원 절실

    의학의 눈부신 발전에도 불구하고 아직 정복되지 못한 병들이 많습니다. 우리나라 사망 원인 1위인 암도 마찬가지입니다. 수술, 항암제로 완치 가능성이 매우 높은 암이 있는가 하면 아직까지 치료약이 거의 없는 암도 있습니다. 다행인 것은 이 순간에도 항암제는 계속 발전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암뿐 아니라 이전까지 큰 진전이 없던 질환에서 획기적인 효과를 보여주고 있는 ‘희망의 약들’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면역항암제입니다. 면역항암제는 기존 항암화학치료제나 표적항암제와 달리 인체 면역시스템에 작용해 암세포를 공격하는 새로운 기전을 가지고 있습니다. 항암화학치료제는 암을 직접 공격하는 방식으로 지금도 다양한 암 치료에 쓰이지만 주변 정상세포를 손상시키는 부작용이 있습니다. 또 표적항암제는 특정 유전자변이를 가진 환자들에게만 사용 가능한 데다 내성이 생기는 단점이 있습니다. 반면 면역항암제는 이 두 치료제의 단점을 보완한 항암제로 우리 몸속 면역세포를 활성화해 암세포를 공격하는 만큼 기존 항암제와 비교해 부작용과 내성 우려가 적습니다. 다만 특정 유전자가 있는 환자에게만 적용이 가능한 점은 아쉬운 대목입니다. 통상 암 환자의 30% 정도만 면역항암제를 사용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대표적인 면역항암제는 키트루다, 옵디보, 티쎈트릭 등입니다. 키트루다는 국내 암 사망률 1위인 폐암의 첫 치료제(1차 치료제)로 허가를 받아 폐암의 장기생존 가능성을 높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키트루다는 폐암과 흑색종, 두경부암, 방광암, 호지킨림프종 환자가 대상입니다. 옵디보는 폐암, 흑색종, 두경부암, 호지킨림프종, 방광암(요로상피암), 신세포암, 위암이 대상이고, 티쎈트릭은 폐암, 방광암(요로상피암) 치료에 쓰입니다. 다만 암 종류에 따라 치료효과를 미리 예측할 수 있는 바이오마커 검사가 필요한 경우가 있습니다. 혁신치료제 개발은 유방암 분야에서도 눈에 띕니다. 특히 생존율이 90%를 넘는 초기 유방암과 달리 전이성 유방암(4기)은 5년 생존율이 38.3%에 그치고 있습니다. ‘입랜스’라는 치료제는 이런 환자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주고 있습니다. 이 치료제도 모든 유방암 환자가 대상이 아닙니다. 이 약을 효과적으로 듣게 하는 유전자인 호르몬 수용체(HR)가 있어야 사용할 수 있습니다. 현재 입랜스는 기존 치료제들보다 부작용이나 효능 면에서 개선된 효과를 보이고 있습니다. 2년 이상 종양이 커지지 않는 ‘무진행 생존기간’ 연장을 입증해 혁신치료제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성인 아토피 피부염 치료제인 ‘듀피젠트’도 혁신치료제로 꼽힙니다. 아토피 피부염 환자들은 계속되는 가려움증으로 일상생활에 큰 불편을 겪습니다. 이 때문에 아토피 피부염이 심한 성인 환자들 중 검증되지 않은 민간요법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듀피젠트는 중등도 및 중증 성인 아토피 피부염 치료제 분야에서 약 20년 만에 등장한 신약입니다. 지금까지 제한적으로 사용한 전신 면역억제제는 이상반응 때문에 장기 사용이 어려웠습니다. 반면 듀피젠트는 장기(52주) 임상시험을 통해 그 효과를 입증 받아 기존 치료제와의 차별화에 성공했습니다. 문제는 이런 혁신치료제의 가격입니다. 기존에 없던 치료제로 환자들에게 희망을 주는 약인 만큼 정부의 지원이 절실합니다.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 2018-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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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호진 ‘황제 보석’ 논란에… 檢, 취소검토 뒷북 요청

    검찰이 14일 병보석으로 불구속 재판을 받으며 자택이나 병원이 아닌 곳에서 술을 마신 것으로 알려진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56·사진)의 병보석 취소 검토를 법원에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 전 회장은 회삿돈을 빼돌린 혐의 등으로 실형을 선고받았지만 간암 진단을 받고 구속집행정지와 병보석으로 7년 8개월 동안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아왔다. 그러나 이미 2년 2개월 전부터 언론과 정치권 등에서 이 전 회장이 아프지 않은 사람처럼 집 밖에서 활동한다는 의혹이 여러 차례 제기됐다. 법조계에선 검찰의 보석 취소 검토 요청이 늑장 대응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검찰 “이호진 건강 나쁘지 않아 보여” 서울고검은 13일 이 전 회장의 재파기환송심 재판부인 서울고법 형사6부(부장판사 오영준)에 ‘보석 취소 검토 요청서’를 제출했다. 서울고검 관계자는 “대법원이 유죄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고, 언론 보도 등을 종합하면 이 전 회장의 건강 상태가 나쁘진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또 “요청서에는 재판부가 조속히 재파기환송 재판을 심리해 달라는 내용이 포함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전 회장이 환자가 아닌 것처럼 생활하고 있다는 의혹이 처음 제기된 시점은 2016년 9월이다. 당시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은 이 전 회장이 집과 병원이 아닌 사찰 등에 있는 사진을 공개하며 “간암 3기 환자로 보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또 검찰에 보석 취소를 요청하는 진정서를 제출했다. 검찰은 이 진정서를 그대로 법원에 전달했다. 하지만 검찰 스스로 재판부에 보석 취소 검토 요청을 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최근 이 전 회장의 전 수행비서가 언론을 통해 “이 전 회장이 올해 초 서울 마포와 강남, 이태원 일대 술집에 자주 들렀다”고 폭로하면서 보석 취소가 불가피하다는 여론이 거세지자 검찰이 뒤늦게 직접 나선 것이다. ○ 법원, 건강 상태·동선(動線) 검토 예정 법원은 이 전 회장의 ‘건강 상태’와 ‘동선’을 심리한 뒤 보석 취소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2012년 6월 29일 이 전 회장 2심 재판부는 이 전 회장의 간암, 대동맥류 질환 등 건강상의 이상을 인정해 보석을 허가하며 집과 병원만 오가야 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당시 이 전 회장의 담당 의사가 직접 법정에 출석해 보석이 필요하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형사소송법상 재판부는 이 전 회장이 보석 조건을 위반하는 경우 보석을 즉각 취소할 수 있다. 이 전 회장 재파기환송심 재판부는 첫 재판인 다음 달 12일 이 전 회장을 법정에서 직접 대면한 뒤 보석 취소 여부를 결정할 가능성이 높다. 이 전 회장은 2011년 5월 간암 절제술을 받은 뒤 질병관리본부 장기이식관리센터(KONOS)에 간 이식을 위한 등록을 했다고 한다. 또 당뇨병 등 다른 질병을 앓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전 회장이 과거 입원 치료를 받았던 서울아산병원 측은 “간암은 재발이 잦기 때문에 이 전 회장은 현재도 치료와 관리를 받고 있는 상태”라고 밝혔다.이호재 hoho@donga.com·전주영 기자·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 2018-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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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심혈관질환 부르는 ‘이상지질혈증’… “국가적 대책 필요”

    최근 질병관리본부가 발간한 ‘심혈관질환의 예방관리’ 관련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사망 원인 1위 질환인 심혈관 질환을 막으려면 고혈압과 이상지질혈증 개선 및 금연이 매우 중요하다고 합니다. 보건당국에서도 중요성을 잘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죠. 갑자기 이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이상지질혈증을 짚어보기 위해서입니다. 이상지질혈증은 쉽게 말해 혈관 속에 지방이 낀 상태를 말합니다. 의학적으로 말하면 혈중에 총콜레스테롤, LDL콜레스테롤(나쁜 콜레스테롤), 중성지방이 증가된 상태이거나 HDL콜레스테롤(좋은 콜레스테롤)이 감소된 상태입니다. 보건복지부는 날씨가 추워지면서 심혈관질환과 뇌혈관질환 환자들이 늘어나는 것을 줄이기 위해 9월 심뇌혈관질환 관리 종합계획을 발표했습니다. 2022년까지 질환의 인식 개선과 예방, 치료, 재활 인프라 등을 포함한 종합대책입니다. 이를 통해 심뇌혈관 걱정 없는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 보건당국은 보건소와 동네의원에서 고위험군을 관리할 수 있도록 임상진료지침을 개발 보급해 선행질환(고혈압 당뇨병) 관리의 효과를 높이도록 했습니다. 이러한 정부 대책을 살펴보다 이상한 점을 발견했습니다. 심뇌혈관질환의 중요 원인에 해당하는 고혈압 당뇨병 예방과 관리 등의 대책은 포함돼 있었지만 이상지질혈증에 대해서는 대책이 쏙 빠져 있었기 때문입니다. 많은 관련 전문가들도 당황하는 상황입니다. 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김효수 교수는 “구체적인 계획 마련 시기에 정부 측 인사의 무관심과 참여한 일부 의학자, 예방의학자 등의 분야 이기주의 때문에 고지혈증이 누락되는 황당한 사건이 생겼다”며 “고지혈증이 누락된 문제점에 대해 한국지질동맥경화학회(KSOLA) 등 많은 관련 학회가 지적을 해 왔고 국민건강을 위해서도 지속적으로 알려나가겠다”고 말했습니다. 당시 이상지질혈증에 대한 대책을 뺀 이유에 대해 복지부 측에선 예산과 인력 부족을 이유로 들었습니다. 물론 이상지질혈증이 국민들 상당수가 가지고 있는 질환이기 때문에 국가 입장에서도 고혈압이나 당뇨병과는 달리 관리가 쉽지 않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런데 종합관리 대책에 이상지질혈증이 빠지다 보니 혈관 문제의 중요한 원인 중에 하나인 이상지질혈증이 자칫 간과되지 않을까 걱정이 앞섭니다. 실제로 올해 초 발표된 건강보험공단의 국가건강검진제도 개편안에서도 콜레스테롤 등 지질검사 주기가 기존 2년에서 4년마다로 연장이 됐습니다. 즉 국민들은 2년마다 한 번씩 혈액검사를 통해 혈액 속에 건강상태를 파악했으나 올해부터는 4년마다 한 번씩 받는다는 것입니다. 이상지질혈증은 심근경색, 뇌졸중과 같은 죽상경화성 심혈관질환의 발병과 직접적 연관성이 밝혀진 중요한 원인인자입니다. 또 국내외 의학계에서는 수십년 전부터 혈압, 혈당과 함께 지질(콜레스테롤)을 심혈관질환의 위험도를 예측하는 데 주요한 변수로 규정했습니다. 이렇게 중요한 이상지질혈증임에도 관련 대책이 쏙 빠지는 바람에 반쪽짜리 예방 대책이라는 비난을 전문가뿐만 아니라 국민들로부터 받지 않을까 우려됩니다.이진한 의학전문기자 의사 likeday@donga.com}

    • 2018-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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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국종 교수 “헬기서 랜턴 비춰 응급수술하는 현실”

    채널A 건강 프로그램인 ‘나는 몸신이다’ 200회 특집을 맞아 ‘몸신 특별주치의’로 이국종 아주대병원 외상외과 과장(경기남부권역외상센터장·사진)이 출연한다. 그는 방송에서 지금까지 한 번도 공개한 적이 없는 야간 헬기에서 환자의 가슴을 절개해 직접 심장 마사지를 하는 긴박한 순간을 공개한다. 이국종 교수에 따르면 한 중년 남성 환자가 교통사고로 다발성 손상을 입은 채 야간에 소방헬기로 이송되다가 심장이 멈췄다. 출혈이 많아 가슴 부위를 두 손으로 압박하기보다 가슴을 절개해 심장을 직접 압박하는 심폐소생술이 시급한 상황이었다. 문제는 어둠 속 헬기 안에서 조명을 환하게 밝히면 헬기 조종에 방해가 된다는 점이었다. 결국 이 센터장이 “불 좀 켜주세요”라고 절박하게 수차례 외치고 랜턴을 비추면서 어둠 속에서 급하게 환자의 가슴을 절개하고 심장 마사지를 시작했다. 다행히 환자는 생명을 구했지만 야간에도 응급시술이 가능한 닥터헬기가 없다는 사실에 이 센터장은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그는 “외상환자는 시간을 가리지 않는다”며 “야간에 헬기를 띄우는 것도 쉽지 않지만 (설령 헬기를 띄운다 해도) 야간 비행 시 수술용 조명 하나 없이 치료해야 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제때 치료를 받았으면 살 수 있는 환자가 죽는 ‘예방 가능한 환자의 사망률’은 한국의 경우 30%에 이른다. 반면 일본은 10%, 미국 메릴랜드주는 2%에 불과한 실정이다. 또 이 센터장은 성숙한 시민의식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서울 강북 한 소방서의 헬기장 폐쇄 문제를 지적했다. 강북에서 유일하게 헬기 착륙시설을 갖춘 A소방서가 2015년 갑자기 민원 등의 이유로 헬기장을 폐쇄했다. 그 대신 중랑천에 헬기장을 만들었는데, 유도등이 없어 야간 이착륙이 힘든 데다 착륙장 옆에 자전거길이 있어 사람 통제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이 센터장은 “소방서에선 ‘지역 주민들 민원 때문에 (헬기장 이전이) 어쩔 수 없다’고 하고, 지역 주민들은 ‘(소방서가 관리하기) 귀찮아 옮겨 놓고 우리 핑계를 댄다’고 하더라. 사람들은 대부분 남 핑계만 댄다. 낙후된 시민의식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 센터장은 “성숙한 시민을 만들려면 국가가 한 명의 생명을 살리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며 “미국은 주한미군이 한 명이라도 크게 다치면 계급과 상관없이 본토에서 중환자실 수준의 시설과 장비를 갖춘 보잉 747기 크기의 에어 앰뷸런스를 보낸다. 한국은 과연 어떨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200회 특집 방송은 6일 오후 9시 반부터 90분간 방영된다.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 2018-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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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둠 속에 손전등 켜고 가슴 절개한 이국종…긴박한 순간 첫 공개

    채널A 건강 프로그램인 ‘나는 몸신이다’ 200회 특집을 맞아 ‘몸신 특별주치의’로 이국종 아주대병원 외상외과 과장(경기남부권역외상센터장)이 출연한다. 그는 방송에서 지금까지 한 번도 공개한 적이 없는 야간 헬기에서 환자의 가슴을 절개해 직접 심장 마사지를 하는 긴박한 순간을 공개한다. 이국종 교수에 따르면 한 중년인 남성 환자가 교통사고로 다발성 손상을 입은 채 야간에 소방헬기로 이송되다가 심장이 멈췄다. 출혈이 많아 가슴 부위를 두 손으로 압박하기보다 가슴을 절개해 심장을 직접 압박하는 심폐소생술이 시급한 상황이었다. 문제는 어둠 속 헬기 안에서 조명을 환하게 밝히면 헬기 운전에 방해가 된다는 점이었다. 결국 이 센터장이 “불좀 켜주세요”라고 절박하게 수차례 외치면서 어둠 속에서 급하게 환자의 가슴을 절개하고 심장 마사지를 시작했다. 다행히 환자는 생명을 구했지만 야간에도 응급시술이 가능한 닥터헬기가 없다는 사실에 이 센터장은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그는 “외상환자는 시간을 가리지 않는다”며 “야간에 헬기를 띄우는 것도 쉽지 않지만 (설령 헬기를 띄운다 해도) 야간비행 시 수술용 조명 하나 없이 치료해야 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제때 치료를 받았으면 살 수 있는 환자가 죽는 ‘예방 가능한 환자의 사망률’은 한국의 경우 30%에 이른다. 반면 일본은 10%, 미국 메릴랜드주는 2%에 불과한 실정이다. 또 이 센터장은 성숙한 시민의식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서울 강북 한 소방서의 헬기장 폐쇄 문제를 지적했다. 강북에서 유일하게 헬기 착륙시설을 갖춘 A소방서가 2015년 갑자기 헬기장을 폐쇄했다. 그 대신 중랑천에 헬기장을 만들었는데, 유도등이 없어 야간 이착륙이 힘든 데다 착륙장 옆에 자전거길이 있어 사람 통제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이 센터장은 “소방서에선 ‘지역 주민들 민원 때문에 (헬기장 이전이) 어쩔 수 없다’고 하고, 지역 주민들은 ‘(소방서가 관리하기) 귀찮아 옮겨 놓고 우리 핑계를 댄다’고 하더라. 사람들은 대부분 남 핑계만 댄다. 낙후된 시민의식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 센터장은 “성숙한 시민을 만들려면 국가가 한 명의 생명을 살리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며 “미국은 주한미군이 한 명이라도 크게 다치면 계급과 상관없이 본토에서 중환자실 수준의 시설과 장비를 갖춘 보잉747기 크기의 에어 앰뷸런스를 보낸다. 한국은 과연 어떨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200회 특집 방송은 6일 오후 9시 반부터 90분간 방영된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likeday@donga.com}

    • 2018-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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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항생제 남용, 아토피-비염 위험 키운다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항생제를 자주 먹으면 오히려 면역력이 약해져 아토피 피부염이나 알레르기 비염, 천식 등 ‘알레르기 질환’에 걸릴 가능성이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사실은 서울성모병원 이비인후과 김수환, 김도현 교수 연구팀이 2006∼2015년 알레르기 질환으로 진료를 받은 19세 미만 소아청소년 562만 명을 분석한 결과 확인됐다. 31일 연구팀에 따르면 알레르기 질환으로 진료 받은 소아청소년을 연간 항생제 복용 일수에 따라 △1∼15일 △16∼30일 △31∼60일 △61∼90일 △91일 이상 등 다섯 그룹으로 나눈 뒤 한 번도 항생제 처방을 받지 않은 그룹과 비교해 알레르기 질환 발생 위험도를 살펴봤다. 그 결과 아토피 피부염의 경우 항생제를 한 번도 먹지 않은 그룹에 비해 31∼60일 항생제를 처방받은 그룹은 발생 위험이 2.74배로 높았다. 61∼90일 처방 그룹은 5.19배, 91일 이상 처방 그룹은 무려 10.45배로 아토피 피부염 발생 위험이 높아졌다. 항생제 처방 일수와 질환 간 상관관계가 가장 높은 것은 알레르기 비염이었다. 31∼60일 항생제 처방 그룹은 항생제를 처방받지 않은 그룹에 비해 알레르기 비염 발병 위험도가 7.4배로 높았다. 61∼90일 처방 그룹은 10.63배, 91일 이상 처방 그룹은 13.45배로 발병 위험도가 급격히 올라갔다. 연구팀은 항생제 사용이 높을수록 알레르기 질환 발생 위험이 높아지는 이유를 ‘위생가설’로 설명했다. 위생가설은 너무 깨끗한 환경 때문에 오히려 병원체와 접촉할 기회가 적어지면 면역체계가 약해져서 병에 더 잘 걸린다는 이론이다. 김수환 교수는 “항생제를 자주 사용하면 우리 몸에 균이 줄고 균과 접촉해야 강해지는 면역력조차 약해지는 결과를 초래해 알레르기 질환을 유발시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국내 항생제 사용 빈도가 세계적으로 매우 높다는 점이다. 2016년 기준 국내 하루 항생제 사용량은 1000명당 34.8DDD(Defined Daily Dose·의약품 규정 1일 사용량)다. 하루에 국민 1000명 중 34.8명이 항생제를 처방받고 있다는 의미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평균 항생제 소비량은 21.1DDD로 국내의 60% 수준이다. 서울대병원 조상헌 알레르기내과 교수도 “영유아 시절 항생제 남용은 장내 유해균뿐 아니라 유익균 손상을 가져오고 결국 전신 면역에 영향을 준다”며 “이 때문에 알레르기 질환을 일으킬 수 있다. 이번 연구는 이런 사실을 입증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번 연구 논문은 천식 및 알레르기 분야 국내 최고 영문학술지인 AAIR(Allergy, Asthma & Immunology Research) 최근호에 실렸다.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 2018-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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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진한의 메디컬 리포트]수술실 CCTV 설치, 머리 맞대보자

    2014년 6월 동아일보는 환자 눈높이에 맞는 의료 시스템을 갖춘 전국 병원들을 소개하는 코너인 ‘우리 동네 착한 병원’ 시리즈의 하나로 관절수술 장면을 생중계하는 병원 두 곳을 소개한 적이 있다. 이 병원들은 수술실 천장에 매달린 고화질 카메라로 촬영한 수술 영상을 환자 보호자 대기실 모니터나 보호자의 스마트폰으로 전송했다. 환자 보호자들은 이를 통해 현재 수술이 어느 정도 진행됐는지, 언제 끝날지 등을 아는 데 도움이 됐다고 입을 모았다. 그 당시에도 수술 장면을 생중계하는 것은 의사에게 큰 부담이었다. 당시 해당 병원 원장은 “수술이 오래 걸리면 의사는 그 이유를 설명할 책임이 있다”며 “수술 생중계가 환자와 보호자의 신뢰도와 만족도를 높인다”고 말했다. 수술 전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면 불필요한 오해를 줄일 수 있다. 분명 환자 중심 의료 시스템인 셈이다. 그럼에도 최근 수술실에 폐쇄회로(CC)TV를 설치하는 것을 두고 의료계가 들썩이고 있다. 근본적으로 의사를 믿지 못해 설치해야 한다는 여론에 의사들은 발끈하고 있다. 수술실 CCTV 설치 목소리가 커진 것은 의료기기 영업사원들이 수술실에 들어가 대리수술을 하는 병원이 잇달아 적발됐기 때문이다. 만약 대리수술을 했다면 대한의사협회 차원에서 자율징계 등 강력하게 대응해야 한다. 몇몇 병원의 이 같은 비윤리적인 문제로 전체 의료계에 대한 신뢰가 무너져선 안 된다. 하지만 의사들 가운데는 새로운 의료기기 도입 초기에 임상 적용 시 작동 방법을 누구보다 잘 아는 영업사원의 조언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실제 많은 병원이 신규 장비 도입 시 사용법에 대한 교육을 필수적으로 진행한다. 의료진이 바뀌는 등 사용자의 요구가 있으면 수시로 교육하기도 한다. 한 관절전문 병원의 원장은 “외국에서도 영업사원이 수술실에 들어온다. 다만 이들은 수술대에서 떨어져 레이저 포인터를 이용해 의사에게 기기 사용법을 설명해준다”고 말했다. 이번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대리수술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국립중앙의료원 신경외과 전문의가 척추수술을 하면서 의료기기 영업사원을 참여시켰고, 이 영업사원이 단순 수술 보조 역할을 넘어 마무리 수술을 담당했다는 것이다. 병원 측은 다른 병원처럼 영업사원은 참관만 하고 동료 의사가 마무리 수술을 마치고 나왔다고 반박했다. 대리수술 논란에 대해 환자 단체의 입장은 단호하다.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응급실에도 CCTV가 설치돼 있는데, 수술실에는 왜 CCTV를 설치하면 안 되느냐”며 “CCTV 설치는 대리수술과 유령수술 등을 효과적으로 막을 수 있는 조치”라고 말했다. 다만 수술실 내 CCTV를 자율이 아닌 강제로 설치하는 게 해법인지는 고민해 봐야 한다. CCTV 강제 설치는 의사들을 믿지 못하겠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이런 상황에서 마음 편히 소신껏 수술할 수 있는 의사가 얼마나 되겠나. 또 환자 중에는 자신의 몸이 CCTV에 고스란히 노출된다는 사실을 반기지 않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대안은 없을까. 대리수술 의혹을 받은 국립중앙의료원은 수술실 안이 아닌 수술실 밖에 CCTV를 설치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수술실에 들어오는 사람을 점검해 외부인 출입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영업사원이 의사들을 교육하기 위해 수술실로 들어가는 대신 교육센터를 만들어 운영하는 방법도 있다. 최초 국산 로봇수술 의료기기 ‘레보아이’를 만든 업체는 처음 수술로봇을 접하는 의사들을 위해서 실제 수술에 가까운 시뮬레이션을 개발해 교육하고 있다. 로봇수술 기기인 ‘다빈치’를 만든 회사도 서울 마포구 상암동 디지털미디어시티(DMC) 첨단산업단지에 수술혁신센터를 만들어 의료진 교육을 돕고 있다. 별도의 교육공간을 만들 수 없는 영세 업체들을 위해 정부가 통합교육센터를 만드는 것도 한 방법이다. 또 환자 눈높이에서 신뢰를 높이기 위해 자율적으로 CCTV를 설치하는 병원에 정부가 인센티브를 줄 수도 있다. 만약 부족한 의료 인력 때문에 영업사원을 불러 수술에 참여시킬 수밖에 없는 병원이 있다면 인력 부족의 원인을 따지고, 병원의 윤리적 조치 등을 점검해 각각 상황에 맞는 대책을 세워야 한다. 대리수술 논란은 의료진 몇몇을 희생양으로 삼고 덮기에는 의료계에 남긴 숙제가 너무 많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 2018-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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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형 간염은 완치 힘들다? 8∼12주만 약 먹으면 99% 완치돼

    20일 간의 날을 맞아 대한간학회가 전남 구례군과 함께 주민 3000여 명을 대상으로 연말까지 C형 간염 진단과 치료를 통해 ‘청정구례 만들기’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최근 완치할 수 있는 C형 간염 치료제가 나왔지만 국가검진에 들어 있지 않다 보니 예방이나 조기 발견이 쉽지 않다. 이에 학회가 ‘대한간학회가 간(肝)다’라는 캠페인을 통해 C형 간염의 중요성을 알리게 위해 발 벗고 나선 것이다. 대한간학회 양진모 이사장은 “C형 간염은 대부분 증상이 없어 악화되기 전까지 감염자의 상당수가 감염 사실을 모르는 경우가 많다”며 “이 때문에 감염자는 자신도 모른 채 ‘감염원인 제공자’가 될 수 있어 진단을 통한 조기 발견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본보 기자는 ‘톡투 건강 핫클릭’ 두 번째 시리즈로 구례군 진료 현장에서 만난 대한간학회 학술이사인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안상훈 교수와 C형 간염에 대한 오해와 진실을 ○× 퀴즈로 풀어봤다. 질문은 평소 C형 간염에 대해 잘못 알려진 상식을 위주로 만들었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이하 이)=첫 번째 질문입니다. 비교적 쉬운 질문부터 시작하겠습니다. ‘C형 간염을 방치하면 간암이 되나요?’ ▽안상훈 교수(이하 안)=정답은 ‘○’입니다. C형 간염은 한번 걸리면 만성화되기 쉽고, 적절한 치료를 받지 않아 만성화되면 간경화, 간암 등으로 발전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간암의 10∼15%는 C형 간염에서 기인합니다. 검진을 통한 조기 발견과 치료가 꼭 필요한 질환입니다. ▽이=결국 간염을 방치하면 간경변, 간암으로 연결될 수 있군요. 다음 질문입니다. ‘C형 간염환자와는 음식을 함께 먹어서는 안 된다?’ ▽안=×입니다. C형 간염은 혈액을 매개로 하는 바이러스 감염질환으로 환자와 음식을 같이 먹는다고 해서 전염되지 않습니다. 혈액이 묻은 오염된 주사기의 재사용, 문신이나 피어싱에 이용하는 도구, 목욕탕 사우나 등에서 공동으로 이용하는 손톱깎기 등이 감염원이 되어 C형 간염 바이러스를 전파시킬 수 있습니다. ▽이=환자와 함께 일상생활을 해도 지장이 없군요. 일반인도 많이 궁금해하는 질문이었습니다. 세 번째 질문으로 넘어갑니다. “C형 간염에 걸리면 얼굴이 검어진다?” ▽안=정답은 ×입니다. C형 감염 때문에 얼굴이 검게 되지는 않습니다. C형 간염은 대부분 무증상으로 나타납니다. 일부 사람들은 피로를 느끼기도 하는데, 그 역시 간염에 의한 증상으로 알아차리기는 어렵습니다. 물론 C형 간염을 방치해 간경화, 간암으로 진행되면 얼굴이 검게 되는 증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이=이번 문제도 많이 틀렸군요. 자 이제 네 번째 질문을 던져 보겠습니다. “C형 간염은 국가건강검진에 포함돼 있다?” ▽안=×가 정답입니다. C형 간염은 국가검진에 포함되어 있지 않을 뿐 아니라 직장에서 시행하는 건강검진에도 C형 간염 항목이 거의 들어있지 않습니다. 그래서 본인이 C형 간염에 걸려도 알아차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C형 간염은 예방할 수 있는 백신이 없고 대부분 증상이 없어 검진을 통한 조기 발견이 중요합니다. 그래서 세계보건기구(WHO)에서는 2030년까지 C형 간염 퇴치를 위해 신속한 검진과 치료를 권고했습니다. 하루빨리 국내에서도 국가검진 항목에 C형 간염이 포함될 필요가 있습니다. ▽이=그렇군요. 현재는 본인이 비용을 들여 검사를 받아야 되는 상황이군요. 국가검진 도입이 안 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안=국가검진에 포함되려면 ‘유병률 5% 이상’ 기준에 부합해야 합니다. 이는 7년 전 2011년 WHO 가이드라인을 참조한 것으로, C형 간염 치료의 패러다임 변화 등을 반영하지 못한 기준입니다. 국내 C형 간염 발병 상황에 맞춰 유병률이 큰 특정 연령대를 대상으로 국가검진을 시행하는 것이 C형 간염으로 인한 간암, 간경화 등 심각한 질병을 예방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입니다. ▽이=이제 마지막 질문입니다. ‘C형 간염은 완치가 힘들다?’ 과연 정답은 무엇입니까. ▽안=×입니다. C형 간염은 완치가 가능한 질환입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주사제밖에 치료법이 없어 치료가 힘들다는 인식들이 널리 퍼졌지만, 이제는 좋은 먹는 약들이 개발돼 진단 후 8∼12주 정도만 약을 복용하면 거의 99% 완치됩니다. ▽이=C형 간염은 완치가 가능한 만큼 조속히 국가검진에 포함돼야겠네요. 많은 사람이 조기에 C형 간염을 발견해 치료한다면 전남 구례군뿐 아니라 우리나라 전체가 C형 간염이 없는 청정지역으로 거듭날 수 있겠습니다.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 2018-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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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삼-인삼, 항암치료 피로 줄여준다”

    홍삼과 인삼이 항암치료 시 동반되는 항암 피로도를 현저히 낮추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MD앤더슨 암센터의 스리남 예뉴 교수팀이 암 환자 24명을 대상으로 항암제 투여 뒤 하루 800mg의 인삼추출물을 4주 동안 매일 복용하게 한 결과 항암제 복용 피로도가 인삼추출물 복용 전 23.08에서 복용 후 14.21로 유의미하게 감소했다. 예뉴 교수는 “인삼이 일반인뿐 아니라 암 환자에게도 안전하고 효과적인 건강식품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국내 연구진도 암 환자가 홍삼을 지속적으로 섭취하면 항암 화학요법 치료 시 피로도가 크게 개선된다는 점을 확인했다. 고려대 안암병원 종양혈액내과 김열홍 교수 등 15개 대학병원 연구진이 항암치료를 받는 대장암 환자 43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연구에서다. 연구진은 홍삼군과 위약군을 219명씩 무작위로 나눈 뒤 홍삼군 환자에겐 항암제 치료 16주 동안 홍삼추출물 1000mg을 매일 2회 복용하게 했다. 그 결과 위약군과 비교해 홍삼군의 피로도가 유의미하게 개선됐다. 연구팀에 따르면 항암치료를 받기 전 피로도를 100이라고 할 때 항암치료 16주간 ‘전반적 피로도’는 홍삼군 81.07, 위약군 78.10이었다. ‘일상적 피로도’는 홍삼군 78.00, 위약군 73.73으로 나타났다. ‘피로가 대인관계에 지장을 준 정도’는 홍삼군 86.43, 위약군 81.31 등으로 홍삼 복용 환자의 점수가 전반적으로 높았다. 여기선 수치가 높을수록 피로도가 낮다는 의미다. 이런 연구 결과는 23일부터 나흘간 서울 용산구 드래곤시티호텔에서 열리는 12회 국제인삼 심포지엄에서 발표됐다. ‘인삼과 홍삼의 항암 및 피부노화 개선 효과에 관한 다양한 연구 성과’를 주제로 한 이번 심포지엄에선 홍삼의 사포닌 성분이 자외선으로 인한 염증 유발 신호인자를 억제해 피부 노화를 예방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주목받았다. 경희대 유전공학과 황재성 교수팀은 쥐의 피부 각질세포에 자외선B를 3∼6시간 쪼이면 생체 내 염증 유발 신호인자가 발현된다는 점을 확인하고 사포닌을 바른 실험군과 대조군을 비교했다. 그 결과 사포닌을 바른 실험군은 대조군에 비해 염증 유발 신호인자가 68.6%나 억제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홍삼을 섭취했을 때 아토피피부염이나 염증 등 피부 개선 효과가 있다는 기존 연구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홍삼을 직접 피부에 발라도 자외선으로 인한 노화를 예방할 수 있다는 점이 이번 연구를 통해 과학적으로 입증됐다”고 말했다.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 2018-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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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형 간염 청정지역 만들자” 주민 찾아가 무료 검진-치료

    20일 전남 구례군 구례보건의료원 1층. 주민 350여 명이 한꺼번에 몰려와 의료원 로비를 가득 메웠다. 서울에서 온 전문의들에게 진료를 받기 위해서다. 이날은 대한간학회가 전남 구례군에서 ‘C형 간염 청정구역 만들기’ 선포식을 연 날이다. 간염 예방을 정부가 아닌 민간 차원에서 주도한 것은 처음이다. 학회는 ‘대한간학회가 간(肝)다’라는 구호 아래 12월까지 구례군 주민을 대상으로 간 건강 교육과 함께 C형 간염 진단 및 치료를 ‘원스톱’으로 지원한다. C형 간염은 2015년 서울 양천구의 한 의원에서 주사기를 재사용했다가 집단발병 사건이 일어나면서 일반인에게도 널리 알려졌다. 국내 C형 간염 환자는 30만여 명에 이른다. 이들 중 치료를 받는 환자는 5만 명에 불과한 실정이다. 자신이 이 질환에 걸린 사실 자체를 모르는 경우가 태반이다. C형 간염은 70∼80%가 만성간염으로 진행돼 간경변증과 간암의 주요 발병 원인으로 꼽힌다. 간암은 국내 암 사망률 2위다. 대한간학회 양진모 이사장은 “구례군은 노인인구 비율이 34.4%로 매우 높고 의료시설이 많지 않아 보건의료 지원에 적합한 곳”이라며 “군(郡) 차원에서 주민들의 간 건강을 지키기 위해 여러 노력을 하고 있어 군과 함께 C형 간염 청정구역 사업을 펼치기로 했다”고 말했다. C형 간염은 증상이 없어 조기에 진단이 이뤄지지 않으면 다른 사람에게 옮길 가능성이 있다. 학회는 12월까지 이 지역 주민 3000여 명을 대상으로 C형 간염 항체검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C형 간염 치료 시 1인당 1000만 원에 이를 정도로 많은 비용이 들지만 학회는 확진 환자가 나오면 치료까지 지원하기로 했다. 이렇게 지속적으로 C형 간염 환자를 발굴하고 치료해 구례군을 전국에서 유일한 C형 간염 청정지역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날 진료를 받은 주민 김모 씨(66)는 “평소 매일 소주 1, 2병씩을 마셔 간 건강이 걱정돼 찾아왔다”며 “오늘 진료를 받고 간 건강 강좌를 들으면서 많은 것을 배웠다. 앞으로 술을 줄이고 채식 위주로 소식을 해 간 건강을 되찾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 김모 씨(42)는 이날 C형 간염 진단을 받았다. 김 씨는 “지금까지 간염이 있는지 전혀 몰랐다”며 “이제라도 알게 돼 정말 다행이다”라고 했다. 이어 “앞으로 치료를 잘 받아 완치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학회가 아무런 부담 없이 치료까지 해준다니 정말 고맙다”고 말했다. 이날 주민 350여 명의 혈액을 검사한 결과 3명이 C형 간염 확진 판정을 받았다. 유병률이 1% 가까이 되는 셈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30년까지 C형 간염 퇴치를 전 세계에 촉구하며 최근 검진 가이드라인을 제정해 발표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국가 검진 시 C형 간염 검사가 빠져 있다. 양 이사장은 “미국 등 선진국은 C형 간염 조기 검진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며 “우리 학회 차원에서 조기 검진에 나서겠지만 한계가 있는 만큼 정부의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김순호 구례군수는 “C형 간염은 완치가 가능한 질환인데, 이 질환에 걸렸는지 모른 채 병을 키우는 환자가 많다”며 “이번 캠페인을 통해 단 한 사람의 구례군 주민도 C형 간염에 걸리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구례=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 2018-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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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병원 가기도 힘든 나홀로 노인 느는데… 원격진료, 도시는 불허

    《 고혈압 당뇨병 등 만성질환자이면서 거동이 불편한 환자들이 해가 갈수록 늘고 있다. 이들은 상당수가 병원 이용이 쉽지 않은 고령 환자다. 의사의 원격진료가 필요한 이유다. 하지만 국내 원격진료는 의료계 반대로 군부대, 교정시설, 산간도서벽지 등에 한해 제한적으로만 시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원격진료로 확대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  “할머니! 건강은 어떠세요. 혈압 수치를 확인하니 129에 71로 고혈압이 많이 좋아졌네요. 140이 안 넘도록 혈압약 매일 드세요.” 이승태 충남 구항보건지소장의 얼굴이 태블릿PC에서 영상으로 나오자 이희준 할머니(77)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충남 홍성군 구항면에 있는 집에 누워 있을 때가 많은 이 할머니는 거동이 불편해 병·의원을 찾기 힘들다. 이 할머니가 “요즘 오른쪽 허벅지와 양쪽 발이 많이 저린다”고 하자 간호사는 할머니의 통증 부위가 자세히 보이도록 허벅지 부위에 카메라를 갖다 댔다. 이를 살펴본 이 소장은 “간호사와 함께 간 물리치료사가 물리치료를 해줄 테니 잘 받으면 된다. 다음 주에 독감주사 맞으러 보건지소에 와야 하니 그때 통증 부위를 다시 확인하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부터 홍성군은 고혈압 당뇨병 등 만성질환자를 대상으로 원격진료 시범사업을 진행 중이다. 이날 이 할머니의 집에 원격가정방문 간호사가 방문해 원격의료를 도왔다. 할머니의 남편인 최영부 할아버지(79)는 “한 달에 두 번 정도 집에서 원격진료와 함께 물리치료를 받으니 아내가 좋아한다”고 말했다.○ 정부, 의료사각지대의 원격진료만 추진 가정에서 계속적인 치료와 관리가 필요해 간호사가 찾아가는 가정간호 건수는 매년 늘고 있다. 2013년 25만9975건에서 2014년 26만3355건, 2015년 27만1814건, 2016년 33만3621건, 2017년 48만3284건으로 늘었다. 가정간호 대상자는 고혈압, 당뇨병 등 만성질환이나 암, 뇌경색, 치매 등을 앓는 65세 이상 노인이 대부분이다. 현재는 거동이 불편해도 의사의 진료와 처방을 위해서는 병원에 가야 한다. 국내에서 정보통신기술(ICT)을 이용한 원격진료는 ‘의사-의료인(의사, 간호사 등 병을 치료하는 일에 종사하는 사람을 총칭) 간’만 가능하다. ‘의사-환자 간’은 일부 지역에서 시범사업만 이뤄지고 있다. 정부는 의료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제한적 원격의료 도입을 추진 중이다. 군부대, 교정시설, 원양어선, 산간도서벽지에 한해 ‘의사-환자 간 원격의료’를 제한적으로 허용할 예정이다. 의료사각지대가 아닌 도심에 있는 일반인 환자 대상 원격의료는 제외됐다. 문제는 앞으로 돌봐줄 보호자가 없는 1인 고령자 가구가 계속 늘고 있다는 점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16년 1인 고령자 가구 수는 129만4000가구로 전체 고령 가구 대비 33.5%를 차지하고 있다. 2045년엔 371만9000가구로 두 배 이상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의 홍석원 연구위원은 “앞으로 도심에 살고 있는 홀몸노인 중 거동이 불편한 환자 상당수가 의료에서 소외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직접 병원을 찾아가기 쉽지 않아 원격의료 같은 제도를 활성화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 원격의료에 원격처방·약 배달도 포함돼야 정부가 원격진료만 허용한다고 해서 거동이 불편한 환자의 편의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원격진료를 도와줄 여러 정책이 함께 가야 된다. 즉 ‘원격진료→원격처방→원격 약 배달 서비스’까지 환자가 집에서 ‘원스톱’으로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원격처방은 물론 원격 약 배달 서비스의 실현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의료법뿐만 아니라 약사법까지 개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의료법 제34조에서는 의사-환자 간 원격의료를 금지하고 있다. 또 약 배달의 경우 약사법에 의하면 약사가 아니면 약을 판매할 수 없고 약국이 아닌 곳에서 약을 보관할 수 없다. 약 배달은 약사의 협조 없이는 불가능한 셈이다. 현재 시범사업을 하고 있는 홍성군의 경우 간호사나 보호자가 대신 의사의 처방을 받아 약을 약국에서 받고 있다. 원격진료가 활성화된 일본에서는 원격진료를 받은 환자가 약국까지 가지 않아도 약을 배달 서비스로 받을 수 있다. 일본은 4월부터 원격진료를 건강보험에서 지원하고 있다. 원격진료라는 애매한 용어 대신 ‘온라인진료’로 통일했다. ○ 6개월 대면진료 뒤 원격진료 전환도 대안 국내에서는 의사단체와 시민단체들이 원격진료 도입에 반대하고 있다. 정성균 대한의사협회 대변인은 “대면진료도 오진이 많은 상황인데 원격진료는 더 많은 오진이 생길 가능성이 높고 대형병원으로의 쏠림 현상이 심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일본처럼 6개월 동안 지속적으로 대면진료를 한 뒤 그 뒤부터 원격진료가 가능하도록 하는 정책으로 오진을 막을 수 있다고 말한다. 원격진료를 하다가 환자의 상태가 갑자기 악화되면 20∼30분 내에 대면진료를 할 수 있는 대책도 있다. 또 대형병원에선 원칙적으로 원격진료를 볼 수 없도록 하면 된다. 시민단체가 우려하는 원격의료로 인한 의료 민영화와 의료비 상승 등은 국민건강보험에서 직접 담당하는 방안도 있다. 연세대 의대 보건대학원 정형선 교수는 “집에서 누워 있는 환자조차 매번 병원을 찾아야 한다는 건 환자를 불편하게 할 뿐 아니라 매우 비효율적이고 환자 안전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왕진, 온라인진료(원격진료), 방문간호제도 중에서 환자가 하나만 선택할 수 있게 할 것이 아니라 동시에 활성화시켜야 된다”고 말했다. 홍성=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 원격의료 ::환자가 직접 동네 병·의원을 방문하지 않고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한 의료장비로 의사의 진료를 받을 수 있는 서비스.}

    • 2018-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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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혈압이 많이 떨어졌네요” 충남 구항보건지소 원격 진료 현장 가보니…

    “할머니! 건강은 어떠세요. 혈압수치를 확인하니 129에 71로 고혈압이 많이 좋아졌네요. 140이 안 넘도록 혈압약 매일 드세요.” 이승태 충남 구항보건지소장의 얼굴이 태블릿PC에서 영상으로 나오자 이희준 할머니(77)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충남 홍성군 구항면에 있는 집에 누워 있을 때가 많은 이 할머니는 거동이 불편해 병·의원을 찾기 힘들다. 이 할머니가 “요즘 오른쪽 허벅지와 양쪽 발이 많이 저리다”고 하자 간호사는 할머니의 통증 부위가 자세히 보이도록 허벅지 부위에 카메라를 갖다댔다. 이를 살펴본 이 소장은 “간호사와 함께 간 물리치료사가 물리치료를 해 줄테니 잘 받으면 된다. 다음주에 독감주사 맞으러 보건지소에 와야 하니 그때 통증 부위를 다시 확인하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부터 충남 홍성군은 고혈압 당뇨병 등 만성질환자를 대상으로 원격진료 시범사업을 진행 중이다. 이날 이 할머니의 집에 원격가정방문 간호사가 방문해 원격의료를 도왔다. 할머니의 남편인 최영부 할아버지(79)는 “한 달에 두 번 정도 집에서 원격진료와 함께 물리치료를 받으니 아내가 좋아한다”고 말했다. ● 정부, 의료사각지대의 원격진료만 추진 가정에서 계속적인 치료와 관리가 필요해 간호사가 찾아가는 가정간호 건수는 매년 늘고 있다. 2013년 25만9975건에서 2014년 26만3355건, 2015년 27만1814건, 2016년 33만3621건, 2017년 48만3284건으로 늘었다. 가정간호 대상자는 고혈압, 당뇨병 등 만성질환이나 암, 뇌경색, 치매 등을 앓는 65세 이상 노인들이 대부분이다. 현재는 거동이 불편해도 의사의 진료와 처방을 위해서는 병원에 가야한다. 국내에서 정보통신기술(ICT)을 이용한 원격진료는 ‘의사-의료인 간’만 가능하다. ‘의사-환자 간’은 일부 지역에서 시범사업만 이뤄지고 있다. 정부는 의료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제한적 원격의료 도입을 추진 중이다. 군부대, 교정시설, 원양어선, 산간도서벽지에 한해 ‘의사-환자 간 원격의료’를 제한적으로 허용할 예정이다. 의료사각지대가 아닌 도심에 있는 일반인 환자 대상 원격의료는 제외됐다. 문제는 앞으로 돌봐줄 보호자가 없는 1인 고령자 가구가 계속 늘고 있다는 점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16년 1인 고령자 가구 수는 129만4000가구로 전체 고령 가구 대비 33.5%를 차지하고 있다. 2045년엔 371만9000가구로 두 배 이상 늘어날 전망이다.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의 홍석원 연구위원은 “앞으로 도심에 살고 있는 독거노인 중 거동이 불편한 환자 상당수가 의료에 소외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직접 병원을 찾아가기 쉽지 않아 원격의료 같은 제도를 활성화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 원격의료에 원격처방·약 배달도 포함돼야 정부가 원격진료만 허용 한다고 해서 거동이 불편한 환자의 편의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원격진료를 도와줄 여러 정책이 함께 가야 된다. 즉 ‘원격진료→원격처방→원격 약 배달서비스’까지 환자가 집에서 ‘원스톱’으로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원격처방은 물론 원격 약 배달서비스의 실현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의료법 뿐만 아니라 약사법까지 개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의료법 제34조에서는 의사-환자 간 원격의료를 금지하고 있다. 또 약 배달의 경우 약사법에 의하면 약사가 아니면 약을 판매할 수 없고 약국이 아닌 곳에서 약을 보관할 수 없다. 약 배달은 약사의 협조 없이는 불가능한 셈이다. 현재 시범사업을 하고 있는 충남 홍성의 경우 간호사나 보호자가 대신 의사의 처방을 받아 약을 약국에서 받고 있다. 원격진료가 활성화 된 일본에서는 원격진료를 받은 환자가 약국까지 가지 않아도 약을 배달 서비스로 받을 수 있다. 일본은 4월부터 원격진료를 건강보험에서 지원하고 있다. 원격진료라는 애매한 용어 대신 ‘온라인진료’로 통일했다. ● 6개월 대면진료 뒤 원격진료 전환도 대안 국내에서는 의사단체와 시민단체들이 원격진료 도입에 반대하고 있다. 정성균 대한의사협회 대변인은 “대면진료도 오진이 많은 상황인데 원격진료는 더 많은 오진이 생길 가능성이 높고 대형병원으로의 쏠림 현상이 심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일본처럼 6개월 동안 지속적으로 대면진료를 한 뒤 그 뒤부터 원격진료가 가능하도록 하는 정책으로 오진을 막을 수 있다고 말한다. 원격진료을 하다가 환자의 상태가 갑자기 악화되면 20¤30분 내에 대면진료를 할 수 있는 대책도 있다. 또 대형병원에선 원칙적으로 원격진료를 볼 수 없도록 하면 된다. 시민단체가 우려하는 원격의료로 인한 의료 민영화와 의료비 상승 등은 국민건강보험에서 직접 담당하는 방안도 있다. 연세대 의대 보건대학원 정형선 교수는 “집에서 누워있는 환자조차 매번 병원을 찾아야 한다는 건 환자를 불편하게 할 뿐 아니라 매우 비효율적이고 환자 안전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왕진, 온라인진료(원격의료), 방문간호제도 중에서 환자가 하나만 선택할 수 있게 할 것이 아니라 동시에 활성화 시켜야 된다”고 말했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 2018-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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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진한의 메디컬 리포트]고령사회 왕진 제도가 뿌리내리려면

    “의사가 직접 찾아와주니 정말 고맙고 얼마나 편한지 모르겠네요.” 최근 기자가 의사로서 서울성모병원 가정의학과 신현화 전임의와 함께 치매와 고관절 골절로 거동이 불편한 이모 씨(92·여) 집에 왕진을 갔을 때 이 씨의 딸 기덕임 씨(61)는 “어머니를 모시고 병원에 가는 게 정말 쉽지 않다”며 연신 감사함을 표했다. 왕진은 의사가 병원을 찾기 어려운 환자를 찾아가 진료하는 것을 말한다. 이 씨는 5년 전 치매 진단을 받고 치료제를 복용하는 상황에서 올해 1월 집에서 넘어져 고관절 골절 사고를 당했다. 만약 이 씨를 병원으로 모시려면 사설 앰뷸런스를 불러야 하는데, 병원까지 왕복 비용이 18만 원 이상 들어 치료비는 둘째 치고 교통비조차 감당하기 힘들다. 이뿐만이 아니다. 병원에 도착해 환자를 옮기려면 이동 침대가 필요하다. 작은 병원엔 갈 수조차 없다. 이렇게 이동이 쉽지 않은 환자의 고통을 줄이려면 왕진 제도가 활성화돼야 한다. 특히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다. 거동이 불편한 환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다. 간호사가 거동할 수 없는 환자의 집에 방문하는 가정간호의 경우 2013년 25만9975건에서 2015년 27만1814건, 지난해 48만3284건으로 급증했다. 고혈압이나 암, 뇌경색, 당뇨병, 치매 등을 앓는 80세 이상 노인이 주 대상자들이다. 일본에선 방문 진료가 활성화되면서 왕진이나 방문 진료를 전문적으로 하는 의원이 많아지고 있다. 일본은 정기적으로 주 1, 2회 환자 집을 방문하는 진료를 ‘방문 진료’, 환자의 요청에 따라 그때그때 환자의 집을 찾는 것을 ‘왕진’이라고 구분한다. 왕진이나 방문 진료 전문의원들은 보통 하루에 10∼15곳을 방문 진료한다. 또 환자가 급히 요청하면 찾아가는 ‘응급 왕진’ 서비스도 제공한다. 이를 위해 일본 보건당국은 주간, 야간, 심야, 휴일 등 방문시간 및 진료시간에 따라 수가를 달리 책정해 다양한 왕진 서비스가 이뤄지도록 지원하고 있다. 일본의 월평균 방문 진료는 70만 건, 왕진은 14만 건에 이른다. 연간 방문 진료와 왕진이 1000만 건을 넘고 있다. 지난달 우리나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선 왕진 수가의 근거를 마련한 국민건강보험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하지만 국내에서 왕진이 정착하려면 아직 갈 길이 멀다. 해당 법안은 환자나 보호자의 요청으로 의료진이 왕진을 한 경우 요양급여 비용을 가산할 수 있도록 하는 기본적인 내용만을 담고 있다. 최근 보건복지부와 대한병원협회, 대한의사협회, 대한개원의협의회 등 의료계 단체들은 간담회를 열어 왕진 필요성에 동의했다. 하지만 적정 수가를 두고 벌써부터 신경전이 치열하다. 의사협회는 왕진 수가가 7만∼9만 원, 교통비가 8000원 정도로 책정될 수 있다는 말이 나오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에 복지부는 “아직 구체적으로 수가 논의를 시작하지도 않았는데, 왜 이런 말이 나오는지 모르겠다”며 황당해하고 있다. 왕진 제도가 뿌리내리려면 내년 초 시범사업을 거쳐 사업 성과를 평가해야 할 뿐 아니라 일본처럼 다양한 형태의 왕진이 논의돼야 한다. 당장 1차 의료기관인 동네의원과 대형병원의 왕진 대상은 다르다. 대형병원은 수술 후 환자나 말기 암 환자 관리가 주를 이룰 것이고, 동네의원은 만성질환자 관리가 중심이 될 가능성이 높다. 또 왕진이 활성화된다고 해도 왕진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부분이 많다. 고령 환자나 치매 환자의 경우 수시로 환자 상태를 살피는 게 중요하다. 왕진과 함께 가정간호가 중요한 셈이다. 가정방문 간호사 경력 14년 차인 최복순 간호사는 “일주일에 2, 3번 환자 집에 방문해 환자 상태를 살피고 환자의 말동무가 되어 드린다”며 “왕진을 통해 환자의 상태를 파악한 뒤 환자들을 지속적으로 관리하려면 우리 같은 가정방문 간호사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따라서 이번에 왕진 제도를 구체화할 때 의사의 왕진뿐 아니라 가정방문 간호사의 활성화와 환자 전화상담의 활성화 등도 함께 논의해야 한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 likeday@donga.com}

    • 2018-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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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피 토하던 조선 왕들, 폐 기생충 때문?

    국내 최초로 조선시대 미라의 폐에서 폐흡충(포유류의 허파에 기생하는 기생충)과 폐흡충의 알이 발견됐다. 미라의 폐에서 기생충이 발견된 것은 세계적으로 사례를 찾기 힘들다. 지금까지 조선시대 역사서에서 흔히 나오는 객혈(피를 토함)의 주 원인을 결핵균으로 추정했으나 이번 발견으로 조선시대에 폐흡충이 존재했음이 확인됐다. 폐흡충은 게나 가재, 민물고기 등을 날것이나 덜 익혀 먹었을 때 감염되는 기생충으로 객혈이나 가슴 통증 등을 유발한다. 고려대 구로병원 병리과 김한겸 교수팀은 2016년 경기 의정부시에서 발견한 김의정(가명) 미라의 폐 조직을 현미경으로 정밀 관찰한 결과 비정상적으로 보이는 왼쪽 폐에서 미라가 된 폐흡충의 성충과 수많은 알을 발견했다고 18일 밝혔다. 알을 품은 성충의 단면은 5mm였고, 알의 길이는 0.08mm였다. 김 교수팀은 김의정 미라의 폐를 떼어내 80여 조각을 낸 뒤 1년 넘게 현미경으로 관찰했다. 김 교수는 “조선시대 왕 중 성종과 헌종 철종 등이 폐결핵으로 사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하지만 폐결핵은 보통 영양 상태가 좋지 않은 사람들이 걸리는 질환이다. 영양 상태가 좋았을 조선시대 왕들이 객혈을 하고 사망했다고 해서 반드시 폐결핵에 걸렸다고 단정 지을 수 없다는 것이 이번 미라 폐흡충 발견의 의미 중 하나”라고 말했다. 김의정 미라는 2016년 의정부에서 발견된 남자 미라로, 고려대 의대 병리학교실과 해부학교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이 협력해 이 미라의 건강 상태와 사인 등을 밝히기 위해 2년 넘게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김의정 미라는 사망 당시 40대 초중반으로 추정되며, 비만 체형에 내장비만과 지방간, 간경화 증세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또 심장 동맥 경화 증세도 발견됐다. 따라서 이 미라의 사망 원인은 폐흡충 감염으로 인한 폐 손상과 간경화, 심장질환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김 교수는 “조선시대 미라는 우리의 소중한 의학적 유산”이라며 “철저한 관리와 체계적이고 정밀한 조사를 통해 한국인의 질병 역사를 탐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럼에도 의학적 가치가 높은 ‘파평 윤씨 모자(母子) 미라’나 ‘학봉 장군 부인 미라’ 등이 갈 곳을 찾지 못해 병원 해부학교실 냉동고에 보관되고 있다”며 “국립박물관 등 국가 기관에서 보존해 의학적 가치를 오랫동안 이어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 2018-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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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국내 최초 조선시대 미라서 폐흡충 발견…조선왕들 사망원인 밝혀질까?

    국내 최초로 조선시대 미라의 폐에서 폐흡충(포유류의 허파에 기생하는 기생충)과 폐흡충의 알이 발견됐다. 미라의 폐에서 기생충이 발견된 것은 세계적으로 사례를 찾기 힘들다. 지금까지 조선시대 역사서에서 흔히 나오는 객혈(피를 토함)의 주 원인을 결핵균으로 추정했으나 이번 발견으로 조선시대에 폐흡충이 존재했음이 확인됐다. 폐흡충은 게나 가재, 민물고기 등을 날것이나 덜 익혀 먹었을 때 감염되는 기생충으로 객혈이나 가슴 통증 등을 유발한다. 고려대 구로병원 병리과 김한겸 교수팀은 2016년 경기 의정부시에서 발견한 김의정(가명) 미라의 폐 조직을 현미경으로 정밀 관찰한 결과 비정상적으로 보이는 왼쪽 폐에서 미라가 된 폐흡충의 성충과 수많은 알을 발견했다고 18일 밝혔다. 알을 품은 성충의 단면은 5mm였고, 알의 길이는 0.08mm였다. 김 교수팀은 김의정 미라의 폐를 떼어내 80여 조각을 낸 뒤 1년 넘게 현미경으로 관찰했다. 김 교수는 “조선시대 왕 중 성종과 헌종 철종 등이 폐결핵으로 사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하지만 폐결핵은 보통 영양 상태가 좋지 않은 사람들이 걸리는 질환이다. 영양 상태가 좋았을 조선시대 왕들이 객혈을 하고 사망했다고 해서 반드시 폐결핵에 걸렸다고 단정 지을 수 없다는 것이 이번 미라 폐흡충 발견의 의미 중 하나”라고 말했다. 김의정 미라는 2016년 의정부에서 발견된 남자 미라로, 고려대 의대 병리학교실과 해부학교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이 협력해 이 미라의 건강 상태와 사인 등을 밝히기 위한 2년 넘게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김의정 미라는 사망 당시 40대 초중반으로 추정되며, 비만 체형에 내장비만과 지방간, 간경화 증세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또 심장 동맥 경화 증세도 발견됐다. 따라서 이 미라의 사망 원인은 폐흡충 감염으로 인한 폐 손상과 간경화, 심장질환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김 교수는 “조선시대 미라는 우리의 소중한 의학적 유산”이라며 “철저한 관리와 체계적이고 정밀한 조사를 통해 한국인의 질병 역사를 탐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럼에도 의학적 가치가 높은 ‘파평 윤씨 모자(母子) 미라’나 ‘학봉 장군 미라’ 등이 갈 곳을 찾지 못해 병원 해부학교실 냉동고에 보관되고 있다”며 “국립박물관 등 국가 기관에서 보존해 의학적 가치를 오랫동안 이어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likeday@donga.com}

    • 2018-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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