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4월 중순임에도 전 세계 곳곳이 때 이른 여름을 맞았다. 20일 우리나라 대부분 지역의 낮 기온이 20∼30도를 기록하며 초여름 날씨를 보였다. 불과 한 달 전 이상한파가 강타한 서유럽도 이번엔 이상고온으로 수십 년 만에 가장 더운 4월을 맞고 있다. 20일 서울의 낮 최고기온은 26.3도로 같은 날 기온으로 1989년 29.1도 이후 29년 만에 가장 높았다. 1907년 관측이 시작된 이래로 따져도 세 번째로 높은 기온이었다. 이날 전북 임실(30.6도)과 장수(28.9도), 경남 거제(27.9도) 등은 관측 이래 최고 기온을 찍었다. 기온이 오르면서 전국 곳곳에서 올해 첫 오존주의보가 발령됐다. 오존은 기온이 높고 일사량이 많은 여름철에 주로 발생한다. 이날 부산, 충북 청주, 전북 완주, 전남 순천 등에 올해 첫 오존주의보가 내려졌다. 경기 지역은 19일에 이어 이틀째 오존주의보가 이어졌다. 지난해보다 11일 빠른 발령이다. 이번 더위는 북반구 중고위도를 흐르는 찬 기운의 파동이 한반도 북쪽으로 크게 치우치면서 우리나라에 따뜻한 남쪽 기류가 대거 유입돼 나타났다. 서유럽도 비슷한 이유로 더운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 찬 기운의 파동이 북쪽으로 치우친 사이 포르투갈 등 남쪽에서 더운 공기가 몰려온 것이다. 19일 영국 런던 북서쪽 노솔트 지역의 기온은 28.8도를 기록해 1949년 29.4도 이후 69년 만에 가장 높은 기온을 나타냈다. 런던의 4월 평균 최고기온은 11.9도다. 기상청은 “때 이른 더위는 지구온난화의 영향이기보다 파동의 흐름에 따른 일시적인 현상”이라며 “다만 전 세계의 평균 기온이 조금씩 오르는 것에는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전 세계의 평균 기온은 평년 대비 0.46도, 우리나라는 0.6도 높아졌다. 포근한 날씨는 주말까지 이어진다. 21일에도 서울 낮 최고기온 24도, 충북 충주 27도, 대구 30도 등 초여름 같은 날씨를 보이겠다. 일요일인 22일 오후부터 전국에 비가 내리면서 기온이 떨어지지만 다음 주에도 평년보다 1, 2도가량 높은 기온을 유지할 것으로 기상청은 전망했다.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다자녀 집은 돈이 많이 든다. 아이가 많으니 당연한 일이다. 첫 아이가 치즈를 먹기 시작할 즈음, 조금이라도 아껴보겠다고 온라인카페 공동구매를 이용해 아기용 슬라이스치즈를 샀었다. 스티로폼 박스 가득 수백 장의 치즈가 배달됐는데 아이가 하루에 1장, 많아야 2장 먹으니 통 줄어들질 않았다. 결국 몇 달 뒤 남은 치즈 수십 장을 내가 꾸역꾸역 요리에 넣어 먹었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이젠 다르다. 난 이제 세 아이의 엄마가 됐고 머리가 큰 세 아이는 하루에도 슬라이스치즈를 2장씩 먹는다. 하루에 최소 6장. 300장 들이 세트를 사도 두 달이 못 가 동이 난다. 어린이날이나 크리스마스 시즌이면 각종 장난감 프로모션이 뜨는데 다자녀 엄마에게는 대부분 ‘그림의 떡’일 뿐이다. 세일해도 10만 원이 넘는 고가 장난감들을 다른 집처럼 사줬다간 한 달 생활비가 거덜 나기 십상이다. 그렇다고 누군 비싼 거, 누군 싼 거 사주면 아이들 눈에도 보이는지 대번에 전쟁이 난다. 결국 저렴한 장난감으로 ‘하향평준화’의 길을 택할 수밖에 없다. 지난해 크리스마스 때도 인터넷에서 할인하는 2만원대 공주 장난감 세트를 세 아이 모두 비슷하게 맞춰 준비했다. 머리가 제법 큰 첫째는 “친구들은 다 ‘시크릿 셀카폰’이랑 ‘소피루비 시계’ 있어요”하며 구체적인 제품명을 내밀었으나 “산타할아버지는 그런 요새 장난감은 잘 모르셔”라는 말도 안 되는 핑계로 둘러댔다. 그러곤 미안한 마음에 알아보니 장난감 가격이 생각보다 비싸지 않았다. ‘저렇게 원하는데 하나 사줄까?’ 결국 못 이긴 척 하나를 주문했다. 그런데 아뿔싸, 하나를 사니 셋이 서로 갖겠다며 싸웠다. 어쩔 수 없이 셀카폰도 하나 더, 시계도 하나 더 장만하면서 10만원 훌쩍 넘는 돈을 써야 했다. 역시 함부로 사주는 게 아니었다. 아이들 옷값은 또 왜 그리 많이 드는지. 셋 다 동성이라 다 물려 입으면 되겠다고 생각했던 건 오산이었다. 내복은 자주 빨다 보니 길어야 두 아이만 입으면 해어졌다. 겉옷은 아이들마다 태어난 계절이 다르고 성장 속도가 달라 물려 입을 수 없는 옷이 많았다. 예를 들어 첫째는 늦은 봄 태생이라 돌 때 여름옷을 입었다. 반면 겨울에 태어난 둘째는 첫 여름에는 6개월, 그 다음 여름에는 18개월이었기에 언니 여름옷을 물려 입을 수가 없었다. 늦여름 태생인 셋째도 마찬가지로 간극이 발생했다. 결국 이렇게 저렇게 틈을 메우는 과정에서 야금야금 옷값이 들었다. 그나마 둘째, 셋째는 어떻게라도 물려 입지, 첫째는 물려 입을 데도 없었다. 신랑이나 나나 모두 양가에서 개혼인데다 지인들 통틀어서도 아이를 빨리 낳은 축에 속했기 때문이다. 나들이 갈 때는 또 어떤가. 다자녀는 숙박 시 추가요금을 내야할 때가 많다. 애초 예약 자체가 안 되는 곳도 다수다. 얼마 전 아이들을 좀 편하게 놀릴 요량으로 키즈 풀빌라란 곳에 가봤다. 예약을 잡으려고 여기저기 검색하는데 5인부터는 두 가족이 머무는 방을 잡아야 하는 곳이 많았다. 즉 4인 초과 가족이 묵으면 단순히 인당 요금을 추가해야 하는 게 아니라 아예 두 가족 요금을 내야 했다. 추가요금 없이 5인을 받아주는 곳은 없었다. 이러다 보니 애들 특별히 좋은 것 입히고 먹이는 것도 아닌데 월급날이 오기도 전에 통장 잔고는 늘 바닥을 헤맸다. 나는 자연히 구두쇠 엄마가 되어갔다. “안돼, 못 사줘.” “엄마는 안 사줘.” 아이들은 이제 뭐 사고픈 게 있으면 슬며시 아빠에게 간다. 엄마는 어차피 사주지 않는 걸 알기 때문이다. “요새 다자녀면 국가가 다 키워주는 거 아냐?” 사람들은 이야기한다. 하지만 생각보다 많은 혜택이 우리 가족을 비껴간다. 다자녀 가정 대학등록금만 해도 우리 가족은 소득제한에 걸려 받을 수 없다. 다자녀 자동차 취·등록세 감면, 청약 우선공급 혜택은 말 그대로 청약을 신청하고 새 차를 사야 받을 수 있다. 도시가스, 전기세, 수도세 할인은 받지만 다 합해야 몇 만 원 수준. 물론 저출산이 국가적 문제라 해서 다자녀 가정이 엄청난 혜택을 받아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그저 알려진 것보다 혜택이 적으니 아껴 쓰고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아이 하나만 성인까지 키우는 데도 3억 원이 든다지 않나. 이제 곧 한 명 더 늘고 나면 4명. 하루에 슬라이스 치즈가 8장씩 사라질 걸 생각하면 아뜩하다. 피자 한 번 시켜먹으려 해도 한 판으로는 모자라고 치킨은 3마리쯤 시켜야겠지. 책상은 어쩌나. 옷은? 학원비는? 이런 고민을 하고 있으면 신랑은 심드렁하게 답한다. “100만원 벌고, 200만원 벌어도 다 키워. 어찌 저찌 있는 돈 안에서 크게 돼있어.” 아니, 뭐 저렇게 태평한가 싶다가도 결국 그게 정답이라는 생각이 든다. 부족함 없이 자라서 ‘땅콩회항’ 시키고 ‘물벼락 갑질’하는 자녀들도 있지 않나. 중요한 건 ‘어떻게 키우는가’이지, ‘얼마로 키우는가’는 아닐 테다. 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대학 학자금 대출을 많이 받은 여성일수록 결혼을 늦게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균관대 배호중, 한창근 박사가 한국교육고용패널조사(KEEP) 자료를 이용해 4년제 대학을 졸업한 여성 507명의 혼인 여부를 조사한 결과 학자금 대출을 받은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혼인 가능성이 37.2% 낮았다. 대출 총액을 0원에서 1500만 원까지 4단계로 나눠 혼인 여부를 살핀 결과 학자금 대출 총액이 한 단계 증가할수록 혼인 가능성은 6.3% 떨어졌다. 대출액이 많을수록 결혼이 더 늦어진다는 뜻이다. 조사 대상 여성 중 학자금 대출을 받은 사람은 34.3%였다. 총 대출액은 700만∼1500만 원 이하가 12.6%로 가장 많았고, 700만 원 미만 12.2%, 1500만 원 초과 9.5%였다.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대학 학자금 대출을 많이 받은 여성일수록 결혼을 늦게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균관대 배호중, 한창근 교수가 한국교육고용패널조사(KEEP) 자료를 이용해 4년제 대학을 졸업한 여성 507명의 혼인 여부를 조사한 결과 학자금 대출을 받은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혼인 가능성이 37.2%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출 총액을 0원에서 1500만 원까지 4단계로 나눠 혼인 여부를 살핀 결과 학자금 대출 총액이 한 단계 증가할수록 혼인 가능성은 6.3% 떨어졌다. 대출액이 많을수록 결혼이 더 늦어진다는 뜻이다. 가구 소득, 부모 학력, 출신 대학, 자격증 취득 여부 등 결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다른 변수들을 고려하지 않았을 때 나온 결과다. 학자금 대출은 청년들이 처음 지는 거액의 부채다. 연구진은 경제적 부담이 혼인 지연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고 결론 내렸다. 조사 대상 여성 중 학자금 대출을 받은 사람은 34.3%였다. 총 대출액은 700만 원~1500만 원 이하가 12.6%로 가장 많았고, 700만 원 미만 12.2%, 1500만 원 초과 9.5%였다. 학자금 대출 여부와 무관하게 대기업이나 공공기관 등에 취업한 경우 그렇지 않은 때보다 혼인 가능성이 2.5배 높았다. 다만 첫 직장의 임금수준은 혼인과 큰 관련성이 없었다.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12∼15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리는 ‘이브이(EV·Electric Vehicle) 트렌드 코리아’ 전시회에서는 전기화물차와 전기버스를 만날 수 있다. 이날 전시될 전기화물차는 중소 제작사인 ㈜파워프라자가 만든 0.5t 경형트럭이다. 2015년부터 판매된 이 작은 트럭은 현재 국내에서 정부 성능 평가를 통과해 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 유일한 전기화물차다. 전기차는 화석연료를 때지 않아 미세먼지를 배출하지 않는다. 미세먼지를 만드는 물질인 질소산화물도 내뿜지 않는다. 온실가스 발생량 역시 km당 전기차는 94g, 하이브리드차는 141g, 경유차는 189g, 휘발유차는 192g으로 전기차가 가장 적다. 박지영 한국교통연구원 박사는 “앞으로 화력발전 중심의 전력 구조가 친환경적으로 개편될 것인 만큼 전기차의 친환경성은 더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빠르면 올해부터 대형 자동차 제조사들도 전기화물차 시장에 뛰어든다. 친환경 화물차를 영업용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한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안이 2월 국회를 통과했기 때문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시장이 생기는 만큼 제조사들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고 전했다. 르노삼성은 빠르면 올해, 현대자동차는 내년 말까지 각각 전기트럭을 시판할 예정이다. 하지만 전기화물차가 얼마나 빨리 확산될지는 미지수다. 정부의 파격적인 보조금 정책에도 불구하고 2011년 전기차 보급이 시작된 이래 팔린 전기화물차는 모두 47대에 불과하다. 같은 기간 전기승용차는 2만4653대가 늘어났다. 전기화물차 구입 시 국가 보조금은 경형 1100만 원, 소형 2000만 원에 이른다. 선택의 폭이 좁고, 인프라가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은 점을 감안하면 전기화물차 구입의 이점이 크지 않은 셈이다. 허성호 한국교통연구원 박사는 “현재 국내에서 팔리는 전기화물차는 다 합해 5종이 안 된다”고 했다. 그나마 국가 보조금이 주어지는 것은 한 종에 불과하고, 이마저도 기존 경유트럭에 전기엔진을 넣은 개조 차량이다. 화물차량 대부분 주행거리가 길고 높은 출력이 필요한데 충전소나 정비소 시설도 부족하다. 전기화물차 보급과 함께 인프라 구축이 시급한 이유다.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한동안 코가 뻥 뚫릴 듯 하늘이 맑았는데 또 미세먼지다. 환경부 대기질통합예보센터는 중국 고비사막과 내몽골 인근에서 날아온 황사와 베이징(北京) 대기오염 물질의 유입으로 11일 전국 곳곳의 미세먼지(PM10) 농도가 ‘매우 나쁨’을 기록할 것으로 예보했다. 여기에 수도권과 강원 영서 등에선 초미세먼지(PM2.5) 농도도 ‘나쁨’을 나타낼 것으로 보인다. 이번 미세먼지는 12일에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미세먼지를 근본적으로 줄일 대책이 먼 현실에서 시민들이 스스로를 지킬 유일한 ‘방패’는 마스크뿐이다. 해외 연구에 따르면 미세먼지 농도가 높은 날 마스크를 쓰는 것만으로 기침과 구역질 증상이 절반 수준으로 떨어진다. 하지만 매번 챙겨 쓰는 마스크가 미세먼지를 얼마나 걸러내는지, 혹시 마스크 틈새로 미세먼지가 새어 들어오는 건 아닌지 불안해하는 사용자가 적지 않다. 동아일보 취재팀은 시판 중인 마스크의 실제 효과를 테스트해보기 위해 5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지정한 공식 시험검사 기관인 경북 경산시 경북테크노파크 첨단메디컬융합섬유센터를 찾았다. 식약처는 이곳에서 마스크의 △누설률(마스크와 얼굴 틈으로 미세먼지가 새는 비율) △분진포집효율(마스크가 먼지를 걸러내는 비율) △흡기저항(숨쉬기 어려운 정도) 등 세 가지를 시험해 합격한 제품에만 미세먼지용 마스크 마크(KF)를 붙여준다. 김상곤 첨단메디컬융합섬유센터장은 “제품 하나를 테스트하는 데 이틀이 걸릴 정도로 절차가 엄격해 (테스트) 대기 순번이 1년이나 밀려 있다”고 말했다. 테스트 공간인 인공 미세먼지실에는 미세먼지를 뿜어내는 기계와 트레드밀(러닝머신), 피험자의 마스크와 연결된 고무호스가 있다. 피험자가 마스크를 쓴 채 다양한 동작을 취하는 동안 미세먼지실과 마스크 안의 먼지 농도를 비교해 누설률을 계산하는 방식이다. 검사에 쓰이는 미세먼지는 염화나트륨으로 만들어 호흡기에 무해하다. 33세 남성인 기자는 우선 KF80 마크가 달린 ‘대형’ 사이즈 마스크를 착용하고 인공 미세먼지실에 들어갔다. 아래턱 너비가 14.7cm로 한국 남성 평균(11cm)보다 넓은 기자는 평소 약국이나 마트에서 턱과 볼을 완전히 가릴 수 있는 대형 마스크를 구입한다. 코핀을 눌러 코와 마스크 사이에 빈 공간이 없도록 하고 고무줄을 조여 얼굴에 완전히 밀착시킨 뒤 트레드밀에서 30분간 시속 6km로 걸었다. 그 결과 해당 마스크의 누설률은 0.5%에 불과했다. 마스크의 필터 부분을 우회해 직접 코와 입으로 들어간 미세먼지가 거의 없다는 뜻이다. 반면 코핀을 고정하지 않은 채 포장지에서 꺼낸 그대로 대형 마스크를 착용한 뒤 테스트했을 때는 누설률이 18배인 9.8%로 치솟았다. 다음은 똑같은 KF80 등급의 ‘소형’ 사이즈 마스크로 실험해 봤다. 기자가 쓰니 아래턱이 마스크 밖으로 비죽 나왔다. 볼은 절반밖에 가려지지 않았다. 코핀을 단단히 눌렀지만 말을 하거나 웃으면 얼굴 근육의 움직임과 함께 마스크가 위로 말려 올라갔다. 마스크가 벗겨지지 않도록 주의하며 테스트를 받았지만 누설률은 12.3%로 얼굴 전체를 가렸을 때보다 훨씬 높게 나왔다. 큰 사이즈가 무조건 좋은 건 아니었다. 아래턱 너비가 기자보다 5cm가량 좁은 강예원 동아일보 인턴(20)이 대형 마스크를 착용하자 ‘측정 불가’ 판정이 나왔다. 걸을 때마다 마스크가 흘러내려 미세먼지 차단 효과가 거의 없었다. 실제 마스크 시험 검사 때는 남녀 각각 5명이 5차례씩 마스크를 착용한 채 테스트를 한다. 총 50번의 검사 중 92%에 해당하는 46번 이상 기준치를 넘어서야 합격이다. 마스크를 세탁하면 아무 소용이 없다는 점도 수치로 확인했다. 취재팀이 구입한 똑같은 KF94 마스크 2개 중 하나는 새 제품 그대로, 다른 하나는 전날 세탁한 뒤 말려서 테스트해보니 마스크의 필터가 미세먼지를 걸러내지 못하는 비율은 각각 5.8%, 36.2%로 나타났다. 마스크를 빨면 필터 성능이 6분의 1 이하로 떨어진다는 뜻이다. 김춘래 식약처 의약외품정책과장은 “미세먼지 마스크는 얼굴형에 맞춰 구입하고, 한 번 사용하면 버려야 한다”며 “일반 마스크를 미세먼지용으로 거짓 광고하는 사례가 많으니 ‘KF’ 마크를 꼭 확인해 달라”고 당부했다.경산=조건희 becom@donga.com / 이미지 기자}
서울지역 아파트 10곳 중 2곳이 여전히 폐비닐 수거가 이뤄지지 않는 것으로 집계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10일 국무회의에서 조속한 대책 마련을 지시했다. 환경부는 국무회의에서 서울시 전체 아파트단지 3132곳 중 수거가 중단된 1610개 단지의 78.4%인 1262곳의 폐비닐이 정상 수거되고 있다고 보고했다. 이에 환경부는 폐비닐 재활용량을 늘리기 위해 폐기물을 이용한 ‘고형연료’의 제조 규제도 일부 완화한다. 연 15회에 이르렀던 제조공장 검사 횟수를 줄이고 품질기준 1회 위반 시 바로 영업정지 조치를 내리던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도 손볼 계획이다. 폐비닐을 가공해 만든 고형연료는 화력발전소의 보조 연료로 쓰인다. 또 중국의 재활용 폐기물 수입 거부로 국내 폐지 물량이 쌓이면서 올해 폐지 가격이 지난해 대비 30% 이상 급락한 만큼 적체된 폐지물량을 긴급 매수하기로 국내 제지업체와 합의했다고 밝혔다. 최민지 환경부 자원재활용과장은 “지난해 폐지 가격이 오르면서 국내 제지업체들이 한시적으로 수입량을 늘렸다”며 “늘어난 수입량을 국내 물량으로 대체하고, 관련 비용을 정부가 일부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날 문재인 대통령은 “중국의 재활용 폐기물 수입 거부가 지난해부터 예견됐지만 관계부처의 대응이 미진했다”며 “수거·처리뿐 아니라 생산·소비·배출 등 순환 사이클 단계별로 개선할 수 있는 중장기적인 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주문했다.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한동안 코가 뻥 뚫릴 듯 하늘이 맑았는데 또 미세먼지다. 환경부 대기질통합예보센터는 중국 고비사막과 내몽골 인근에서 날아온 황사와 베이징(北京) 대기오염물질의 유입으로 11일 전국 곳곳의 미세먼지(PM10) 농도가 ‘매우 나쁨’을 기록할 것으로 예보했다. 여기에 수도권과 강원 영서 등에선 초미세먼지(PM2.5) 농도도 ‘나쁨’을 나타낼 것으로 보인다. 이번 미세먼지는 12일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미세먼지를 근본적으로 줄일 대책이 먼 현실에서 시민들이 스스로를 지킬 유일한 ‘방패’는 마스크뿐이다. 해외 연구에 따르면 미세먼지 농도가 높은 날 마스크를 쓰는 것만으로 기침과 구역질 증상이 절반 수준으로 떨어진다. 하지만 매번 챙겨 쓰는 마스크가 미세먼지를 얼마나 걸러내는지, 혹시 마스크 틈새로 미세먼지가 새어 들어오는 건 아닌지 불안해하는 사용자가 적지 않다. 동아일보 취재팀은 시판 중인 마스크의 실제 효과를 테스트해보기 위해 5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지정한 공식 시험검사기관인 경북 경산시 경북테크노파크 첨단메디컬융합섬유센터를 찾았다. 식약처는 이곳에서 마스크의 △누설률(마스크와 얼굴 틈으로 미세먼지가 새는 비율) △분진포집효율(마스크가 먼지를 걸러내는 비율) △흡기저항(숨쉬기 어려운 정도) 등 세 가지를 시험해 합격한 제품에만 미세먼지용 마스크 마크(KF)를 붙여준다. 김상곤 첨단메디컬융합섬유센터장은 “제품 하나를 테스트하는 데 이틀이 걸릴 정도로 절차가 엄격해 (테스트) 대기 순번이 1년이나 밀려있다”고 말했다. 테스트 공간인 인공 미세먼지실에는 미세먼지를 뿜어내는 기계와 트레드밀(러닝머신), 피험자의 마스크와 연결된 고무호스가 있다. 피험자가 마스크를 쓴 채 다양한 동작을 취하는 동안 미세먼지실과 마스크 안의 먼지 농도를 비교해 누설률을 계산하는 방식이다. 검사에 쓰이는 미세먼지는 염화나트륨으로 만들어 호흡기에 무해하다. 33세 남성인 기자는 우선 KF80 마크가 달린 ‘대형’ 사이즈 마스크를 착용하고 인공 미세먼지실에 들어갔다. 아래턱 너비가 14.7㎝로 한국 남성 평균(11㎝)보다 넓은 기자는 평소 약국이나 마트에서 턱과 볼을 완전히 가릴 수 있는 대형 마스크를 구입한다. 코핀을 눌러 코와 마스크 사이에 빈 공간이 없도록 하고 고무줄을 조여 얼굴에 완전히 밀착시킨 뒤 트레드밀에서 30분간 시속 6㎞로 걸었다. 그 결과 해당 마스크의 누설률은 0.5%에 불과했다. 마스크의 필터 부분을 우회해 직접 코와 입으로 들어간 미세먼지가 거의 없다는 뜻이다. 반면 코핀을 고정하지 않은 채 포장지에서 꺼낸 그대로 대형 마스크를 착용한 뒤 테스트했을 때는 누설률이 18배인 9.8%로 치솟았다. 다음은 똑같은 KF80 등급의 ‘소형’ 사이즈 마스크로 실험해 봤다. 기자가 쓰니 아래턱이 마스크 밖으로 비죽 나왔다. 볼은 절반밖에 가려지지 않았다. 코핀을 단단히 눌렀지만 말을 하거나 웃으면 얼굴 근육의 움직임과 함께 마스크가 위로 말려 올라갔다. 마스크가 벗겨지지 않도록 주의하며 테스트를 받았지만 누설률은 12.3%로 얼굴 전체를 가렸을 때보다 훨씬 높게 나왔다. 큰 사이즈가 무조건 좋은 건 아니었다. 아래턱 너비가 기자보다 5㎝가량 좁은 강예원 동아일보 인턴(20)이 대형 마스크를 착용하자 ‘측정불가’ 판정이 나왔다. 걸을 때마다 마스크가 흘러내려 미세먼지 차단 효과가 거의 없었다. 실제 마스크 시험 검사 때는 남여 각각 5명이 5차례씩 마스크를 착용한 채 테스트를 한다. 총 50번의 검사 중 92%에 해당하는 46번 이상 기준치를 넘어서야 합격이다. 마스크를 세탁하면 아무 소용이 없다는 점도 수치로 확인했다. 취재팀이 구입한 똑같은 KF94 마스크 2개 중 하나는 새 제품 그대로, 다른 하나는 전날 세탁한 뒤 말려서 테스트해보니 마스크의 필터가 미세먼지를 걸러내지 못하는 비율은 각각 5.8%, 36.2%로 나타났다. 마스크를 빨면 필터 성능이 6분의 1 이하로 떨어진다는 뜻이다. 김춘래 식약처 의약외품정책과장은 “미세먼지 마스크는 얼굴형에 맞춰 구입하고, 한 번 사용하면 버려야 한다”며 “일반 마스크를 미세먼지용으로 거짓 광고하는 사례가 많으니 ‘KF’ 마크를 꼭 확인해 달라”고 당부했다.경산=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자녀가 1명인 부부(3인 가구)는 소득과 재산을 합한 월 소득인정액이 1170만 원 이하이면 매달 10만 원의 아동수당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만 6세 미만 아동 중 95.6%가 아동수당을 받게 될 전망이다. 보건복지부의 의뢰를 받아 아동수당 기준을 마련해온 한국보건사회연구원(보사연)은 9일 아동수당 수급대상 최종선정기준안을 발표했다. 아동수당은 만 0~5세 영·유아 가정의 육아부담을 줄이기 위해 매달 국가가 영·유아 한 명당 10만 원을 지급하는 제도다. 애초 문재인 정부는 소득에 관계없이 모든 가구에 아동수당을 지급하려 했으나 야당 요구로 전체 가구 중 소득 상위 10%는 제외하기로 했다. 보사연은 아동수당 지급을 위한 소득인정액 기준안을 만들었다. 소득인정액은 소득평가액과 재산의 소득환산액을 더한 값을 말한다. 이 기준에 따르면 소득인정액이 △3인 가구 월 1170만 원 △4인 가구 월 1436만 원 △5인 가구 월 1702만 원 △6인 가구 월 1968만 원 이하면 아동수당을 받을 수 있다. 보사연은 소득인정액 산출에 맞벌이·다자녀 가구 공제를 도입했다. 맞벌이·다자녀 가구가 상대적으로 양육비가 많이 드는 것을 배려했다. 아동수당은 올해 9월부터 신청한 가구를 대상으로 지급한다. 복지부는 보사연 연구결과를 기반으로 토론회 등을 거쳐 4월 안에 최종안을 확정지을 방침이다. 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딸이냐, 아들이냐.’ 많은 부모들이 임신했을 때 가장 궁금해 하는 사안 아닐까. 나 역시 그랬다. 딸이든 아들이든 내 새끼는 다 예쁘지만 다른 사람과 마찬가지로 내게도 선호도가 있었다. 첫째는 딸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둘째는 딸이든 아들이든 크게 관계없었다. 막내는 아들을 바랐다. 결과는? 셋 모두 딸이었다. 아이를 낳고 알았다. 나라는 인간을 규정짓는 카테고리에 내 아이의 성별도 포함돼있다는 사실을. 세상은 딸 엄마냐, 아들 엄마냐에 따라 엄마를 구분했다. 엄마들 모임도 거기에 맞춰 따로 만들어졌다. 첫째의 첫 어린이집에서 만난 엄마들과 한동안 자주 만났다. 공교롭게도 대부분 딸만 가진 엄마들이었다. 그중 유일한 아들 엄마는 어느 새인가부터 모임에 나오지 않았다. 사이가 틀어지거나 초청하지 않은 것도 아니었다. 자연스레 그렇게 됐다. 아이들끼리 어울리기 애매해서, 화제가 달라서, 이질감을 느껴서 등 이유는 여러 가지일 테다.아이를 키워보니 확실히 딸이냐 아들이냐에 따라 궁금한 것, 사 달라고 조르는 물건, 놀러가자는 곳이 많이 다른 것 같다. 딸들은 장난감을 살 때도 ‘시크릿 쥬쥬’ ‘프리파라’, 디즈니 공주 드레스를 고른다. 반면 아들들은 ‘또봇’이니 ‘파워레인저’니 하는 로봇과 레고 시리즈를 사 모은다. 엄마들 성향도 마찬가지다. 딸 엄마는 키즈 카페를 가도 공주 풍의 키즈 카페를 가고, 캐릭터 룸 숙박을 해도 샤방샤방한 분위기의 방을 고른다. 딸들이 상대적으로 아들보다는 얌전하다는 생각은 어떨까. 물론 우리 집은 애가 셋이다 보니 딸들이라 해도 잡고 뛰며 놀 때가 많아 썩 조용한 편은 아니다. 그래도 아들 많은 집보다는 조용한 듯 하다.같은 아파트에 사는 친한 언니가 있다. 그 집은 아들만 둘이다. 그 집 둘째와 우리 첫째가 같은 어린이집 친구라 종종 왕래했다. 한 번은 아이들이 어린이집에서 팽이를 만들었다고 가져왔다. 그 다음 날 언니가 “팽이 때문에 난리가 났다. 우리 애(아들)가 팽이를 던지며 놀다가 TV 모니터와 천장 등이 깨졌다”고 했다. 우리 아이와 그 집 아이가 서로 내 거니, 네 거니 다투긴 했지만 오롯이 바닥에서 팽이를 굴리고 있는 우리 딸들을 보며 ‘아들 엄마는 준 조폭(?)이 된다더니, 역시 남자애들은 다른 건가’ 싶었다. 정말 아들은, 아들 엄마는 다를까? 사람은 늘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한 동경과 후회를 갖는다. 나 역시 ‘가져보지 않는 아이’에 대한 호기심과 선망이 있었다. 지인 중 아들을 낳은 엄마들이 아이 몸무게나 식성, 성향을 이야기할 때면 비슷한 월령의 아기를 키우는 엄마가 맞나 싶을 정도로 생소했다. 나는 대학에서 사회학을 전공했다. 우리가 생물학적 ‘성(sex)’에서 기인한다고 생각하는 많은 것이 사회적으로 ‘규정(gender)’된다고 배웠다. 막상 아이를 키우며 주변서 듣고 보는 건 그렇지 않은 듯했다. 딸은 아기 때부터 딸, 아들은 아기 때부터 아들이라고들 했다. 그래서인지 “넌 아들 안 키워봐서 모르는데”라고 하면 묘한 결여감마저 느껴졌다. 물론 이건 반대로 딸이 없는 엄마였어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형제·자매끼리는 동성인 게 좋다고 생각하면서도 딸, 아들 모두를 가진 엄마를 만나면 어쩐지 완전체 앞에 선 불완전체 같은 생각이 들곤 했다. 딸 셋을 데리고 나들이 나갈 때 참견하기 좋아하시는 어르신이라도 만나면 더 그랬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는데 다가와 “요샌 딸이 좋다더라”고 뜬금없이 위로를 하려 드시는 분들은 약과다. 아예 대놓고 “아들 하나 있어야 할 텐데”라거나 심지어 “아들 낳으려다 못 낳았구나”라 하는 분도 있다. 한 편으론 화가 나면서도 왜 한 편으론 주눅이 들까. 아들, 그게 뭐 대수라고. 지금이 조선시대도 아닌데. 하지만 여전히 일부 사람들 머릿속에 아들은 ‘하나 있어야 할’ 그런 것이었고, 난 그런 중요한 것을 못 가진 엄마였다. 덜컥 넷째가 생겼을 때 ‘어떻게 키울까’를 고민함과 동시에 성별에 대한 걱정이 들었던 이유도 그 때문이다. 이제는 그런 것쯤 초월했다는 초연한 생각도 있었지만 ‘그래도 기왕이면…’ 하는 마음은 어쩔 수 없었다. 임신 사실을 늦게 알아 한 달여만 지나면 성별을 알 수 있는 시기였기에 더욱 초조한 마음이 더했다.임신 중기를 넘어선 지금 복중 아기의 성별이 대략 밝혀졌다. 요새는 기계가 좋아 의사 선생님이 말하지 않아도 딸인지, 아들인지 보인다. 특히 이제 ‘초음파 해독의 준 전문가’가 된 내 눈엔 딱 보였다. 딸이든 아들이든 최선을 다해 키운다는 엄마 마음이 다를까. 유난한 ‘아들 앓이’를 했을 옛날 엄마들도, 시대가 달라져 ‘딸 앓이’를 하고 있을 요즘 엄마들도, 세상의 모든 엄마가 마찬가지다.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은 하나도 없다. 나 역시 4번째 손가락이 그저 무탈하게 건강하게 나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린다.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정부가 재활용하기 어렵게 만든 제품을 생산단계에서부터 걸러내기로 했다. 선진국처럼 애초 재활용하기 쉽도록 제품을 만들어 폐기물 발생량을 근본적으로 줄이기 위해서다. 환경부는 이르면 이달 중 생산제품의 유해성과 재활용성을 평가하는 ‘유해성 및 순환이용성 평가’를 시작한다고 8일 밝혔다. 생산제품이 소비자 건강과 환경에 유해하거나 색상과 재질, 내구성 등으로 재활용하기 어렵다고 판단되면 생산·가공·수입·판매자에게 개선 권고를 하는 제도다. 현재 유색이거나 다른 재질이 혼합돼 있는 플라스틱, 스티로폼 제품은 선별비용이 많이 들고 재활용 후 부가가치가 낮아 상당 부분 폐기 처리되고 있다. 일부 재활용 쓰레기 수거업체는 비용 부담을 이유로 아예 유색 제품의 수거를 거부하기도 한다. 이 때문에 지방자치단체는 분리 배출해야 하는 유색 제품을 종량제봉투에 담아 폐기하도록 안내하는 실정이다. 반면 일본은 플라스틱 포장재 생산업체와 재활용업체가 1992년부터 자발적 협약을 맺어 단일 색상의 플라스틱 제품을 만들고 있다. 재활용된 제품도 우리나라보다 훨씬 양질이라 비싼 가격에 팔린다. 독일 프랑스 등 유럽은 포장재의 재활용성에 따라 생산기업이 부담해야 하는 재활용 비용(EPR)을 차등해 재활용품의 순환이용성을 높이고 있다.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 결혼 1년차 새댁의 넋두리결혼 1년 차 새색시입니다. 저와 동갑인 남편에겐 다섯 살 터울의 여동생이 있어요. 남편과 오래 연애를 해 데이트 때 아가씨를 여러 번 만났어요. 결혼 전엔 이름을 부르고 반말을 했는데, 결혼하니 아가씨란 호칭이 영 입에 붙지 않네요. 저도 모르게 반말과 존댓말을 섞어 쓰다가 어른들에게 한 소리 들었어요. 명절이 오면 더욱 ‘대략 난감’입니다. 남편의 사촌동생 중엔 중학생도 있어요. 그들에게 “도련님, 식사하세요” “아가씨, 오랜만이에요” 하고 말할 때마다 ‘몸종 언년이’가 된 기분이에요. 대학생인 남편의 사촌동생은 저에게 “형수!”라며 ‘님’ 자를 빼고 부르더군요. 저도 ‘도련!’이라고 부르고 싶은 걸 꾹 참아요. 남편의 동생이 결혼하면 도련님이 아니라 ‘서방님’이라고 불러야 한다죠? 심지어 시누이의 남편도 서방님이라고 부르는 게 맞대요. 정말 이상하지 않아요? 멀쩡한 내 서방을 두고 왜 애먼 사람에게 서방님이라고 하는지…. 말 나온 김에 시댁(媤宅)과 처가(妻家)는 또 어떻고요. 시댁은 높여 부르면서 처가는 왜 ‘처댁’이라고 안 하죠? 처갓집은 ‘양념치킨’ 앞에나 붙였으면 좋겠어요. ■ 시대에 뒤처진 호칭 예법신혼부부에게 가장 어려운 것 중 하나가 ‘호칭’이다. 연상연하 부부들은 ‘호칭 갈등’이 더 크다. 이윤화(가명·39·여) 씨는 “남편이 나보다 여섯 살 어려 남편의 누나도 나보다 어리다”며 “그런데도 ‘형님’이라고 부르며 깍듯이 존댓말을 써야 하니 솔직히 불편하다”고 말했다. 그는 “애초 부를 일을 만들지 않는 게 최상”이라며 “꼭 해야 할 얘기가 있다면 호칭을 생략하거나 말끝을 흐린다”고 했다. “형님, 이번 어머니 생신 때 음식 해가면 되…나?” 하는 식이다. 무엇보다 젊은이들이 의아해하는 건 시댁 쪽 사람에겐 ‘님’ 자를 붙이면서 왜 처가 쪽엔 그렇게 하지 않느냐다. 예컨대 남편의 누나는 형님, 남편의 형은 아주버님, 남편의 여동생은 아무리 어려도 아가씨다. 남편의 남동생은 미혼일 땐 도련님, 결혼 후엔 서방님이라고 부르는 게 국립국어원이 규정한 예법에 맞는 표현이다. 하지만 처가 쪽은 다르다. 아내의 남동생은 처남, 아내의 여동생은 처제, 아내의 언니는 처형이다. 최서연 씨(38·여)는 “친오빠가 남편보다 다섯 살이나 많은데, 시부모님이 ‘형님이라고 부르는 건 전통이 아니다. 그냥 처남으로 불러라’고 해 불쾌했다”며 “전 저보다 열 살 이상 어린 남편의 사촌 여동생들에게까지 ‘아가씨’라고 하는데, 마음이 상하지 않을 수 있겠느냐”고 했다. 동갑과 결혼해도 특별히 나을 게 없다. 강민영 씨(35·여)는 “남편과 동갑이고 결혼 전에 서로 이름을 불렀는데 결혼하고 난 뒤 시댁에서 눈치를 줘 ‘신랑’ ‘○○아빠’라고 부르고 있다”고 말했다. 남편은 예전처럼 여전히 강 씨의 이름을 부른다. 하지만 시댁이나 처가에서 문제 삼지 않는다. 강 씨는 “심지어 내가 2개월 누나다”라며 억울해했다. 국어원이 지난해 4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국어원이 2011년 규정한 ‘표준 호칭’이 현실과 맞지 않는다는 평가가 나온다. 원래 남편 여동생의 남편은 ‘서방님’이라고 부르는 게 표준 호칭이지만 설문 응답자의 62.7%는 ‘고모부’라고 부른다. 만약 아이가 없다면 고모부라고 부르는 것도 어색하다. 마땅한 호칭이 없어 가족이면서도 가족 같지 않은 서먹한 관계로 남을 수밖에 없는 셈이다. 여성민우회는 2005년 우리나라의 성차별적인 호칭에 문제가 있다며 새로운 대안 명칭을 찾는 캠페인을 벌였다. 하지만 현재까지 뚜렷한 대안을 찾지 못했다. 여성민우회 최원진 성평등복지팀 활동가는 “당시만 해도 한국 사회의 개인은 가족제도 안에서 존재하다 보니 대안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이름을 부르자”는 의견이 많아지고 있다. 지난해 국어원 조사에서 ‘도련님이나 아가씨라는 호칭 대신에 다른 말을 쓴다면 무엇이 좋겠느냐’는 질문에 ‘이름을 부르자’는 의견이 33.8%로 가장 많았다. 아내의 동생을 부를 때도 36.3%는 이름을 부르자고 답했다. 공손하게 서로를 존중하는 차원에서 편하게 이름을 부르기보다 ‘○○ 씨’라고 존칭을 붙이자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시댁과 처가라는 말도 시대 흐름에 맞춰 바꿀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서로의 집안을 존중하는 차원에서 여성은 ‘남편 본가’(10.6%)를 선호했고, 남성은 ‘처댁’(19.1%)을 대안으로 꼽는 응답이 많았다. 국어원은 “이번 조사를 바탕으로 올해 대안 호칭을 만들어 보겠다”고 밝혔다.○ 당신이 제안하는 이 시대의 ‘신예기’는 무엇인가요. 으로 여러분이 느낀 불합리한 예법을 제보해 주세요.노지현 isityou@donga.com·이미지·유원모 기자}

이제 제법 머리가 큰 첫째는 재활용품을 구분해 버릴 줄 안다. 요구르트를 먹고 난 뒤 빨대와 뚜껑(은박지나 비닐), 용기를 따로 분리해 버리는 법을 알려줬더니 금세 익혀서는 재질별 분리수거함에 넣었다. 새로운 쓰레기는 “엄마, 이건 어디다 버려요?”하고 물어봤고 “플라스틱”하면 한글을 읽어 해당 수거함에 버렸다. 어느 날인가는 어린이집에서 자원재활용의 의미에 대해 배웠는지 “지구를 살리려면 분리수거해서 버려야 해요”라며 대견한 소리도 했다. 최근 벌어진 재활용품 수거 대란을 보면서 우리 집 쓰레기 발생량을 돌이켜봤다. 머릿수가 많은 다자녀 집은 당연히 쓰레기 발생량도 많다. 더구나 맞벌이 부부이다 보니 사다 먹을 때도 많고 그때그때 쓰기 좋게 나눠놓은 물품을 살 때가 많아서 배출 일회용품은 맞벌이가 아닌 다자녀 가정의 배에 가깝다. 결혼하고 나서야 우리 생활에서 배출되는 일회용품이 그렇게 많다는 걸 처음 알았다. 친정 엄마께선 ‘학생은 공부에 집중해라, 다른 일은 엄마가 알아서 할 테니’ 하는 주의라 본인 방 청소 외에 쓰레기 분리수거, 요리, 빨래 등 집안일을 거의 시키시지 않았다. 물론 집에서 재활용품을 분리해 버리긴 했지만 모인 재활용품과 폐기물을 내가 내다버리진 않으니 난 얼마 동안 얼마만큼의 쓰레기가 쌓이는지 알지 못했다. 주부가 되어 가사의 주무를 맡게 되면서 처음 생활쓰레기의 실체를 접했다. 내가 먹는 음료수, 제품 포장, 빵을 먹고 남은 비닐까지 모두 지나면 쓰레기가 됐다. 배송 포장 쓰레기는 그 양이 엄청나서 택배라도 도착하는 날이면 단번에 분리수거함의 절반이 가득 찼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가장 충격적이었던 건 며칠 만에 나오는 비닐쓰레기의 양이었다. ‘까짓 거 비닐이 쌓여봐야 얼마나 쌓이겠어?’ 했는데 사나흘이면 20L들이 크기의 비닐수거함이 꽉 찼다. 물건마다 비닐이 안 쓰인 데가 없었다. 그나마 이건 시작에 불과했다. 아이를 낳은 뒤 쓰레기의 양은 말 그대로 폭증했다. 첫 아이부터 막내까지 모두 천 기저귀를 썼는데 그런대도 일주일간 나오는 기저귀 쓰레기가 엄청났다. 물티슈, 분유통, 과자봉지 등 그밖에 부산물까지. 육아휴직 때는 웬만한 음식은 내가 다 요리해먹었는데도 식재료에서 나오는 쓰레기가 야금야금 모으니 적지 않았다. 음식쓰레기뿐만 아니라 야채를 싼 봉지 등 식재료 포장이 모이자 쓰레기통과 분리수거함을 사흘에 한 번씩 비워도 모자랐다. 아이들이 하나둘 늘어가면서 쓰레기도 당연히 2배, 3배 많아졌다. 아이들은 꼭 뭐든 똑같이 하고 싶어 했다. 떠먹는 요거트 하나를 먹어도 모두 똑같이 먹어야 했고, 장난감 하나를 사도 모두 똑같은 걸 사서 돌려야지 안 그러면 싸움이 났다. 장난감 하나 사면 박스에 고정 플라스틱에 스티로폼, 금속 끈 등 나오는 쓰레기가 왜 그리 많은지. 먹고, 놀고 나면 고스란히 쓰레기가 됐다. 여기에 애들이 크면서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서 만들어오는 ‘공작품’들이 더해졌다. 며칠 전 아이가 “엄마, 어린이집에서 ‘로켓’을 만들었어요”라며 자랑하는데 미안한 말이지만 내 눈에는 ‘페트병 하나와 폐지, 스티로폼으로 이뤄진 재활용 폐기물 모듬’으로 보였다. 어느새 분리수거함이 꽉 차 그 위에 박스며 플라스틱 포장을 탑처럼 쌓는 일이 일상이 됐다. 셋째를 낳고 회사에 복직하면서 일주일에 두 번 청소를 해주시는 가사도우미를 모셨지만 중간 중간 친정엄마가 비워주시지 않으면 분리수거함은 언제 비웠냐는 듯 또 가득 찼다. 지난 달 말 수도권 재활용품 처리업체들이 지난달 공동주택 수거를 거부하면서 우리 아파트도 이달 초까지 며칠간 재활용품 수거를 중단했다. 며칠 새 분리배출장이 있는 아파트 잔디밭에 수북이 쌓인 쓰레기를 보자 ‘내가 저렇게 많은 걸 아무렇지 않게 버리고 살았구나’하는 생각에 새삼 놀랍고 씁쓸했다. 그동안 일회용품의 역습이니, 매립지 한계 도달이니, 쓰레기 관련한 환경 기사를 수차례 쓰면서도 ‘그런가 보다’ 했는데 눈앞에 접하니 그제야 실감이 났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더니. 비록 쓰레기 소동으로 많은 국민들이 불편을 겪었지만 이번 일을 계기로 나처럼 자신과 가족이 배출하는 쓰레기를 돌아본 사람들이 많기를 바라본다. 내가 버린 쓰레기는 결국 미래 내 아이들이 자랄 땅과 물을 더럽히게 될 테니까. 마치 봄 새싹이 막 올라와 파아란 아파트 잔디밭에 가득 쌓였던 폐플라스틱들처럼 말이다. 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서울 영등포구에 사는 홍모 씨(35)는 5일 아파트 엘리베이터에 붙은 구청의 쓰레기 분리 배출 안내문을 꼼꼼히 살펴봤다. 재활용 쓰레기 수거업체의 ‘보이콧’으로 쓰레기 대란이 일어난 만큼 제대로 배출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홍 씨는 안내문을 읽다가 의아했다. 흰색 스티로폼은 분리 배출이 가능하지만 유색 스티로폼은 종량제봉투에 담아 배출하라고 쓰여 있었기 때문이다. 같은 재질인데도 배출법이 달랐다. 하지만 이는 재활용촉진법에 배치된다. 이 법에서는 색상에 무관하게 어느 정도 깨끗한 스티로폼은 분리 배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만약 지방자치단체의 안내대로 재활용이 가능한 스티로폼을 종량제봉투에 담아 버렸다가 적발되면 10만∼30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이처럼 ‘엉뚱한’ 안내를 하는 지역은 서울만이 아니다. 동아일보 취재팀 확인 결과 부산 대구 울산 등도 흰색 스티로폼은 분리 배출하되 색깔 있는 스티로폼은 종량제봉투에 담아 배출하도록 안내하고 있다. 이는 재활용 쓰레기 수거업체들이 선별하는 데 인건비가 드는 데다 재활용 효용도가 떨어져 유색 스티로폼을 가져가길 꺼리기 때문이다. 이런 혼선은 플라스틱 페트병에서도 똑같이 발생한다. 한국포장재재활용사업공제조합에 따르면 2015년 페트병 제품 3024종 중 재활용을 하기 좋은 1등급 제품은 단 3종(0.1%)에 불과했다. 99% 이상은 유색이거나 금속마개, 다른 재질의 라벨 등을 부착해 재활용하기 어려웠다. 전문가들은 시민들이 분리 배출을 잘하는 것 못지않게 배출된 쓰레기가 제대로 재활용되는 구조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이미경 환경재단 사무총장은 “색상이 있거나 각기 다른 소재를 쓴 제품은 재활용을 하는 데 많은 선별비용이 들어간다”며 “수거업체를 탓할 게 아니라 애초 제품을 제조할 때부터 재활용을 고려해 만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웃 나라 일본은 1992년부터 생산자와 재활용업자의 자발적 협약에 따라 재활용이 어려운 유색 페트병 생산과 이중 소재 마개 사용, 유성 본드를 사용한 라벨 부착 등을 사실상 금지하고 있다.이미지 image@donga.com·김하경 기자}

대부분의 시민들은 ‘내가 열심히 분리수거한 폐기물이 모두 친환경적으로 쓰일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분리수거를 해도 다 재활용에 쓰이지는 않는다. 한국포장재재활용사업공제조합에 따르면 2016년 기준으로 페트병의 재활용률은 79% 정도. 10개 중 2개는 재활용이 안 되고 소각되는 셈이다. 유리병은 42만6203t 중 68.7%(29만2984t), 종이팩은 6만9039t 중 단지 25.6%(1만7695t)만이 재활용됐다. 스티로폼(PSP) 역시 재활용률이 57.7%에 그쳤다. 조합 관계자는 “정부는 매년 목표치를 정하지만 재활용 목표치가 이에 미치지 못한다”고 말했다. ○ 유색 페트병, 스티로폼은 ‘천덕꾸러기’ 문제는 재활용이 어려운 제품 구조다. 한국순환자원유통지원센터와 재활용센터에 문의한 결과 색이 있는 페트병이나 스티로폼은 제조 과정이나 제품 생산 시 불리한 점이 많았다. 수거한 페트병은 선별업체나 재활용 공장으로 보내진다. 도착한 페트병을 사람이나 기계가 무색, 갈색, 녹색, 잡색으로 나눈다. 이후 조각으로 잘라낸 뒤 물로 세척한다. 탈수 및 건조 과정을 거쳐 색깔별로 포대에 담으면 재활용 제품이 된다. 이 중 가장 품이 많이 드는 공정은 선별 작업이다. 재활용 폐기물 처리업체 A사 대표는 “인부 1명이 하루에 페트병 500kg 정도를 선별하는데 하루 10t이 (처리장으로) 들어온다고 하면 20명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최근 최저임금까지 올랐는데 누가 이 인건비를 감당하며 유색 페트병을 골라내려 하겠느냐”고 말했다. 유색 페트병은 골라낸 뒤에도 ‘천덕꾸러기’다. 투명하고 접착제를 쓰지 않아 라벨이 잘 떨어지는 페트병은 1등급으로 조각이 kg당 800원이다. 반면 녹색 등 단일 유색은 2등급, 여러 색이 섞인 페트병은 3등급이다. 투명하고 깨끗한 1등급 페트병 조각은 투명하다 보니 옷, 부직포를 만드는 섬유로 재활용하기 편하고 사용 범위가 넓다. 반면 잡색이거나 이물질이 묻어 있으면 kg당 30∼100원에 불과하고 사용 범위도 작다. 재활용 폐기물 처리업체 B사 관계자는 “장기적인 인건비를 줄이려 선별기계를 들였지만 유색 페트병은 가격도 싸고 색상별 양도 적어 그냥 폐기물 처리를 하고 있다. 차라리 버리는 게 더 낫다”고 말했다. 스티로폼도 마찬가지다. 분리수거된 스티로폼은 공장에 도착해 흰색, 유색으로 선별된다. 이후 열을 가해 가래떡처럼 뽑은 후 잘게 썰어 완충재나 건축 소재로 쓴다. 한국순환자원유통지원센터 양동선 대리는 “일일이 사람이 스티로폼을 색깔별로 구분하고 스카치테이프 등을 떼어낸 후 열을 가하는 기계에 넣는다”며 “이 과정이 공정의 50%를 차지한다”고 말했다. 스티로폼 역시 깨끗한 하얀색 제품(A급)은 kg당 900원이지만 색깔이 있는 스티로폼은 가공하면 거무튀튀해져 kg당 200∼500원이 된다. 질이 낮은 유색 스티로폼(B급)이나 오염된 스티로폼(C급)은 아예 재활용을 하지 않고 소각하는 업체가 많다. ○ 환경부-지자체 분리수거 방식 놓고 혼선 일부 지자체가 ‘유색 스티로폼은 종량제 봉투에 버리라’는 잘못된 요령을 돌린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재활용업체들이 “색이 섞인 페트병·스티로폼은 수거하지 않겠다”고 반발하니 지자체가 대신 선별할 수 없을 바에야 시민들에게 ‘선별해서 버리도록’ 잘못된 분리수거 지침을 내리는 것이다. 재활용의 장애물은 색상만이 아니다. 7세, 2세 아이를 키우는 주부 김진영 씨(35)는 “아이들이 먹는 요구르트 뚜껑 은박지를 일일이 깨끗하게 떼기 힘들어 그냥 함께 분리수거함에 버린 게 한두 번이 아니다”고 말했다. 재활용업자들은 이렇게 이중 소재가 붙은 재활용품을 일일이 처리하는 데도 많은 시간과 비용을 들이고 있다. 음료업계는 유색 페트병 제조가 제품 차별화를 위해서 어쩔 수 없는 조치라고 주장한다. 롯데칠성음료 관계자는 “한 제품이 가진 정체성과 브랜드를 토대로 페트병 디자인을 차별화해 소비자에게 어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제품의 색깔, 모양, 재질 등을 통일해 재활용률을 높이면서도 제품의 개성을 살릴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고 말한다. 김미화 자원순환연대 사무총장은 “재활용 선진국들처럼 제품의 소재를 통부터 뚜껑까지 하나로 통일하거나 라벨을 떼기 쉽도록 만들어 재활용 과정이 어렵지 않게 규격을 통일해야 한다”고 말했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은 “일본은 페트병의 재질을 거의 동일하게 만들기 때문에 재활용 섬유를 만들더라도 우리보다 훨씬 양질의 섬유를 만든다. 재활용품의 부가가치도 우리 것보다 훨씬 높으니 재활용 업자들의 수익도 커져 일석이조다”라고 설명했다. 이미지 image@donga.com·김윤종 기자}

정부가 많은 쓰레기를 배출하는 과대 포장에 대한 관리감독에 나선다. 주요 타깃은 과대 포장의 주범으로 꼽히는 택배다. 환경부 관계자는 4일 “일반 제품 포장과 달리 포장 규제가 따로 없는 온라인 포장재(택배 포장재)의 적절한 재질과 양 등을 권고하는 지침을 만들어 올해 중 주요 업체에 배포하겠다”고 밝혔다. 환경부는 지침 마련을 위해 한국건설환경시험연구원 등 과대 포장을 검사해온 연구기관에 실태조사를 맡길 예정이다. 결과가 나오면 이를 토대로 택배 포장 가이드라인을 만들게 된다. 포장 폐기물은 하루 약 2만 t으로 전체 생활폐기물의 40%를 차지한다. 택배의 과다한 포장 탓이다. 일반 제품은 포장 규제가 있다. 예를 들어 제과류의 경우 내용물을 제외한 포장 공간이 20%를, 종합상품은 25%를 초과할 수 없다. 하지만 택배 포장엔 아무런 규정이 없다. 인터넷에 ‘과대 포장 끝판왕’이란 검색어를 입력하면 ‘손톱만 한 메모리카드 하나를 주문했는데 스티로폼 박스와 비닐 충전재, 박스까지 과일상자만 한 택배가 왔다’는 내용이 즐비하다. 2000년대 들어 온라인 주문이 폭발하면서 택배는 급속히 확대되고 있다. 한국통합물류협회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택배 물량은 전년 대비 13.3%가 늘어 23억1900만 개를 기록했다. 국민 1인당 한 해 45차례 택배를 이용한 셈이다. 이는 2000년 2.4회와 비교해 18배로 늘어난 것이다. 쓰레기를 양산하는 택배 포장 문제는 세계적으로 골칫거리다. 독일은 내년부터 포장 규제 대상을 일반 제조사뿐 아니라 온라인 유통기업으로 확대하는 신포장재법을 시행한다. 환경부는 택배 포장 가이드라인뿐만 아니라 이번 재활용쓰레기 대란 사태를 촉발한 비닐 사용량을 줄여 나갈 계획이다. 다음 달 재활용촉진법 시행규칙을 바꿔 제과점에서도 비닐을 유상 판매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현재는 마트와 편의점 등에서만 일회용 비닐봉투를 제공할 때 추가 요금을 받고 있다. 빠르면 8월부터 제과점에서 빵을 구입할 때도 비닐봉투 가격을 별도로 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대형마트나 슈퍼 청과물 코너에서 누구나 가져갈 수 있는 비닐봉투의 사용량도 줄일 계획이다. 환경부는 대형마트와 개별 협약을 맺어 청과물 코너 비닐봉투 등 전체 비닐 사용량을 30%가량 감축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와 함께 비닐을 전혀 사용하지 않는 ‘비닐 프리(free)’ 가게를 시범적으로 선보일 계획이라고 환경부는 밝혔다.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 재활용 쓰레기 수거 대란은 사흘째인 3일 ‘현재 진행형’이다. 2일 ‘정상 수거’를 발표했다가 말을 바꾼 환경부는 3일 “41개 업체로부터 전량 수거 약속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쓰레기 선별 업체들은 이날도 기계를 끄고 작업을 중단했다. 아파트 단지마다 재활용 쓰레기가 산처럼 쌓이고 있다. 애꿎은 아파트 경비원과 영세 수거업체는 몸살을 앓고 있다. 》 3일 오전 11시경 인천의 한 재활용 쓰레기 선별 업체. 100개 가까운 수거 업체로부터 쓰레기를 공급받는 대형 업체다. 평소 이 시간이면 선별장에서 쓰레기를 분류하는 작업이 한창이다. 선별 기계가 돌아가는 소리에 대화도 힘들다. 하지만 이날은 조용했다. 쉴 새 없이 움직이던 선별 기계도 멈춰 있었다. 그 대신 기계 옆에는 비닐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높이가 5m 가까이 됐다. 가까이 다가서자 악취가 코를 찔렀다. 이 업체는 환경부로부터 ‘정상 수거’ 협조 요청을 받은 수도권 48개 업체 중 하나다. 하지만 이날 예정대로 작업을 거부했다. 일부 수거 업체가 가져다 놓은 폐비닐이 선별장에 쌓여 가고 있다. 서울 강동구에 위치한 또 다른 선별 업체도 작업을 중단했다. 이 업체에 방치된 비닐과 스티로폼은 40t에 육박했다.○ 환경부-업계 갈등 여전 수도권 아파트 단지에서는 이날도 비닐과 스티로폼 등 재활용 쓰레기 수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벌써 사흘째다. 앞으로 상황도 밝지 않다. 환경부와 재활용 선별 업체들의 협의가 진행 중이지만 기 싸움만 팽팽하다. 환경부는 3일 “한국자원순환유통지원센터(유통지원센터)가 41개 수거 업체로부터 오염 여부와 상관없이 전량 수거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밝혔다. 전날 환경부는 업체들의 정확한 동의 없이 “수거를 재개하기로 했다”고 밝혀 ‘거짓 발표’ 논란을 일으켰다. 이에 대해 환경부는 “유통지원센터가 전화로 확인하는 과정에서 48개 업체 중 14개가 ‘깨끗한 폐비닐만 수거하겠다’고 답했는데 이를 완전 정상화로 잘못 발표했다”며 일부 잘못을 시인했다. 유통지원센터는 수거 약속을 한 업체로부터 서면 동의서를 받을 계획이다. 환경부는 또 48개 업체의 사업장을 방문해 현장 점검을 시작했다. 하지만 일부 업체는 여전히 “(환경부의) 전량 수거 방침에 동의한 적 없다”는 상황이다. 수거 업체 A사 관계자는 “일단 재활용 쓰레기를 받기는 할 것이다. 하지만 깨끗하지 않은 재활용 쓰레기가 있을 경우 (배출한 아파트 등이) 처리비용을 내지 않으면 쓰레기를 받지 않겠다”고 말했다.○ 현장 혼란, 언제까지 이어지나 재활용 대란이 여전히 속 시원하게 해결되지 못하자 아파트 주민과 관리사무소, 영세 수거 업체의 혼란도 커지고 있다. 이날도 취재진이 찾은 아파트 중에는 수거되지 않은 비닐과 스티로폼을 그대로 쌓아 놓은 곳이 많았다. 재활용 쓰레기 수거가 이뤄지는 일부 아파트도 상황은 비슷했다. 수거 업체들이 쓰레기 상태를 깐깐하게 확인한 뒤 문제가 있으면 수거를 거부하는 것이다. 이날 서울 중구의 한 아파트에서 만난 경비원 황모 씨(67)와 이모 씨(66)는 어른 몸통 만 한 대형 비닐봉투 10여 개를 하나하나 뜯고 있었다. 오전 일찍 수거 업체가 왔지만 “재활용할 수 없는 쓰레기가 섞여 있다”며 작업을 거부하고 떠났기 때문이다. 폐비닐이 들어 있는 봉투를 뜯을 때마다 라면 봉지와 오렌지 껍질 같은 쓰레기가 쏟아졌다. 경비원들은 비닐에 붙은 플라스틱 구성품도 일일이 오려냈다. 황 씨는 “재활용 쓰레기 분리를 제대로 하라고 하루 종일 하소연해도 입주민들이 듣지를 않는다. 다음 주에도 업체가 수거를 거부하면 어떻게 해야 하나 막막하다”고 말했다. 수거 업체도 난처하다. 한 수거 업체 사장은 “아파트에서는 ‘제발 가져가 달라’고 부탁하고, 선별 업체는 ‘안 된다’고 하니 중간에서 어쩌라는 건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한편 이낙연 국무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수도권 재활용 쓰레기 수거 혼란에 대해 사과했다. 이어 “제때에 대처하지 않고 문제가 커진 뒤에야 부산을 떠는 것은 책임 있는 행정이 아니다”라며 환경부를 비판했다.이지운 easy@donga.com·이미지·조유라 기자}

2일 오후 서울 양천구 A아파트. 30m² 남짓한 거실에 구겨진 비닐과 스티로폼, 페트병, 플라스틱 용기 등이 모아졌다. 휴일이었던 1일 낮부터 약 24시간 동안 이모 씨(55·여) 집에서 ‘생산된’ 재활용 쓰레기다. 펼쳐놓으니 거실의 절반가량을 차지했다. 일요일에 도착한 택배, 외식 대신 주문한 배달음식, 마트에서 구입한 저녁 반찬거리가 담겨 있던 포장들이다. 일반 가정에서 재활용품 없이 살기는 하루도 불가능하다. 비우고 또 비워도 매주 수거일마다 두 손 가득 쓰레기를 들고 나간다. 이 씨 가족도 마찬가지다. 1일 낮 12시 이 씨는 평소처럼 운동 후 집으로 오면서 가족 간식인 떡을 샀다. 작은 떡 하나에만 세 종류(스티로폼, 비닐 랩, 비닐봉지)의 포장이 사용됐다. 국내 1인당 비닐봉지 사용량은 연평균 420개. 핀란드의 약 100배, 아일랜드의 약 20배다. 오후 3시 마트 배송기사가 현관 벨을 눌렀다. 문 앞에 2L짜리 생수 페트병 6개가 있었다. 이 씨 가족은 정수기를 쓰지 않는다. 관리가 까다롭고 위생문제도 의심스러워 10년 넘게 생수를 주문해 먹는다. 가족이 모인 주말에는 식수와 조리를 위해 하루 2, 3개를 비운다. 재활용 바구니 공간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건 항상 페트병이다. 다른 지역에서 플라스틱 수거까지 거부한다는 말에 이 씨는 “정수기는 여전히 싫고, 페트병 생수를 안 마실 수도 없고…. 뭘 어떻게 해야 하냐”고 반문했다. ▼ 쓰레기 유발 과잉포장… “비쌀수록 더해” ▼주말에는 집집마다 재활용 쓰레기 배출이 급증한다. 가족이 함께 있으면서 배달음식을 주문하거나 마트에서 일주일 치 장을 보는 경우가 많다. 이 씨도 이날 오후 6시 마트를 찾았다. 저녁식사를 위해 생선과 삼겹살, 상추와 파 같은 채소, 사과와 딸기를 샀다. 생선과 삼겹살은 스티로폼 용기에 비닐 랩으로 포장됐다. 딸기는 스티로폼 용기에 비닐 덮개가 씌워져 있었다. 그나마 상추와 파, 사과는 크기가 각각 다른 비닐봉지에 들어 있었다. 이 씨는 “유기농이나 친환경 상표가 붙은 과일이나 채소는 하나하나 낱개 포장된 경우가 많다. 비쌀수록 포장이 더 요란한 것 같다”고 말했다. 2일 오전 10시 책 2권이 집으로 배송됐다. 이 씨는 보통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온라인으로 책을 구입한다. 구겨지거나 찢기는 걸 막기 위해 책은 두툼한 에어캡(뽁뽁이) 속에 들어있었다. 낮 12시 친한 손님이 찾아왔다. 외식 대신 분식집에서 라볶이와 김밥 등을 주문했다. 크고 작은 스티로폼 그릇 4개와 종이상자 1개에 담긴 음식이 도착했다. 단무지는 비닐에 들어 있었다. 이 씨는 “관리사무소에서 앞으로 일회용 스티로폼은 따로 배출해야 한다는데 이렇게 국물 묻은 그릇을 버려도 될지 안 될지 혼란스럽다”고 말했다. 이런 혼란은 이 씨만 겪는 게 아니다. 서울 및 수도권 대부분 그리고 지방의 일부 주민도 똑같은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다급해진 정부는 수거 거부 업체 37개와 협의해 2일부터 재활용 쓰레기 수거가 재개된다고 밝혔다. ‘쓰레기 대란’을 피했다는 것이다. 주민들은 안도했다. 하지만 이는 사실과 달랐다. 이날 본보가 서울의 아파트 단지 10곳을 돌아본 결과 환경부 방침에 따라 쓰레기 수거가 재개된 건 단 두 곳이었다. 대다수 수거 업체들은 “모든 업체가 다시 수거하는 것처럼 발표했는데 우리는 그럴 계획이 없다” “정부 지침을 지킬 곳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논란이 일자 정부는 뒤늦게 수거 업체와 직접 협의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쓰레기 대란 직전까지 손놓고 있던 정부는 뒤늦게 내놓은 대책마저 졸속이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구특교 kootg@donga.com·조응형·이미지 기자}

1일부터 시작된 재활용 쓰레기 대란을 두고 정부의 오락가락 해명에 시민 불만이 커지고 있다. 재활용 쓰레기 대란이 8개월 전부터 예고된 상황에서 손을 놓고 있던 정부는 대란이 현실화되자 하루 만에 해결한 것처럼 발표했지만 오히려 ‘거짓말’ 논란에 휩싸였다. 이 과정에서 정부는 재활용 수거업체에 직접 확인도 하지 않은 채 재활용품 수거가 정상화됐다고 발표한 것으로 드러났다. 담당부처인 환경부는 재활용 업체에 재(再)수거 동의를 구하는 중요한 일을 소관 기관에 떠넘겼고, 소관 기관은 재활용 업체의 의사를 명확히 확인하지 않은 채 환경부에 정상화를 보고했다.○ 환경부, “사실 우리가 연락한 건 아니다” 환경부는 2일 오전 10시 폐비닐과 페트병 등 재활용품 수거를 거부한 37개 업체를 설득해 거부 결정을 철회했다며 이날부터 서울 등 수도권에서 종전처럼 정상 수거가 이뤄진다고 발표했다. 환경부는 보도자료에서 ‘수거 거부를 통보한 재활용 업체와 협의한 결과’라고 적어 마치 해당 업체와 직접 협의한 것처럼 표현했다. 하지만 재활용품 업체 상당수가 “우리는 (환경부에) 협조하겠다고 한 적이 없다”고 밝히면서 오히려 혼선이 커졌다. 환경부가 수거 재개에 동의했다고 밝힌 업체 중 한 곳인 A사 대표는 “환경부가 도대체 누구와 협의했다는 것인지 모르겠다. 어수선한 틈을 타 정부가 졸속으로 발표한 것으로 보인다”고 협의 사실을 부인했다. 그는 “주변 업체 중에서 10개 정도가 연락을 받았는데 다들 정부 방침에 동의 의사를 밝힌 적이 없다고 말했다”고 환경부 발표를 부인했다. 또 다른 업체인 B사 관계자도 “정상 수거한다는 환경부의 발표를 보고 가짜 뉴스가 아닌지 의심했다”며 반발했다. 취재 결과 환경부는 해당 업체에 직접 연락한 적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해당 업체에 연락을 취한 것은 환경부 소관 기관인 한국자원순환유통지원센터(유통센터)였다. 규모가 큰 재활용 업체는 대부분 유통센터에 등록해 재활용 지원금을 받고 있다. 유통센터는 센터에 등록된 48개 업체 가운데 수거 거부에 들어간 37개 업체에 전화를 걸어 구두로 협조를 요청했다고 한다. 이어 환경부에 모든 업체가 수거 재개에 동의했다고 보고했다. 하지만 업체의 얘기는 달랐다. 37개 업체 중 한 곳인 C사 관계자는 “센터 측에서 ‘깨끗한 폐비닐이나 페트병 등은 계속 수거해 달라고 요청했을 뿐”이라며 “모든 배출 재활용품을 수거하겠다는 데 동의한 게 아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환경부는 “업체가 종전대로 일단 수거를 해 달라는 요청인 것을 뻔히 알면서도 갑자기 입장을 바꿔 엉뚱한 변명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일단 환경부와 유통센터는 3일까지 업체 측에 다시 연락을 돌려 서면 동의를 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마저도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동의를 받겠다’고 밝혀 근본적 대책과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 나온다. 설령 정부가 협의했다는 37개 업체가 모두 수거를 재개한다고 해서 ‘재활용 쓰레기 대란’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유통센터에 등록된 48개 업체 외에도 재활용품 수거를 하는 중소형 수거업체가 상당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처음부터 이들을 협의 대상에 포함하지 않았다. 전국 100여 개 수거업체를 조합원으로 두고 있는 한국재활용업협동조합연합회는 이날 “정부의 수거 방침에 동의하기 어렵다”며 수거 거부를 계속할 뜻을 분명히 했다. ○ 환경부의 대책 발표도 땜질식 이런 황당한 해프닝이 벌어지는 가운데 이날 수도권 아파트 단지 곳곳에서는 재활용 쓰레기가 수거되지 않아 혼란이 계속됐다. 서울 중구의 한 아파트 분리수거장에는 ‘비닐과 스티로폼을 수거하지 않는다’는 공고문이 그대로 붙어 있었다. 산더미처럼 쌓인 폐비닐과 폐스티로폼 사이로 악취가 흘러나왔다. 주민 강모 씨는 “정부에서는 정상화했다고 하는데 왜 쓰레기를 안 가져가는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경기 김포시의 한 아파트에서는 주민 김모 씨(70)가 “비닐을 버리지 말라”고 막는 경비원 김모 씨(66)를 폭행해 경찰에 입건됐다. 환경부는 이날 재활용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제도 개선 일정도 발표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닌 ‘미봉책’에 불과하다. 환경부는 이달 중 비닐 잔재물을 사업장폐기물이 아닌 생활폐기물로 처리할 수 있도록 폐기물관리법 시행규칙을 바꾸겠다고 했다. 생활폐기물이 되면 공공소각장을 이용할 수 있게 돼 민간 잔재물 처리업체를 이용할 때 드는 t당 20만∼25만 원의 소각비용을 4만∼5만 원으로 낮출 수 있다. 또 국내 재활용업체들의 폐기물 판로를 중국 시장 대신 동남아로 확대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올해 1∼2월 페트 파쇄품과 PVC 중국 수출량은 전년 동기 대비 92%나 줄었다. 반면 선진국으로부터 수입한 플라스틱 폐기물은 같은 기간 3.1배 늘었다. 이런 상황에서 잔재물 소각비용을 낮춘다 해도 국내 재활용품 활용률을 높이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의 안일한 대응을 두고도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중국이 재활용품 수입 거부를 공언한 것은 지난해 7월이다. 하지만 환경부는 8개월이 넘도록 사실상 손을 놓고 있었다. 이런 가운데 민간 잔재물 처리업체들이 소각비용을 올해 초 크게 올리면서 채산성 악화에 몰린 재활용품 수거업체들이 수거 거부를 선언하기에 이르렀다.이미지 image@donga.com·배준우·조유라 기자}

《‘예기(禮記)’는 중국의 고대 유교 경전입니다. 다양한 일상생활 속 예절을 다루고 있죠. 한국의 전통 예법 곳곳에 반영돼 아직까지도 우리에게 적잖은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로부터 수천 년이 흐른 지금, 때로 그 예법은 현대와 맞지 않아 오히려 갈등을 일으키죠. 이 시대에 맞는 새로운 예법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신(新)예기’ 첫 회는 한국인의 명절 스트레스 주범인 차례 및 제사에 대해 다룹니다. 죽은 조상님 모시다가 산 자손들 싸움난다는 제사. 조상을 기리면서도 가족의 화합을 도모할 방법은 없을까요.》 ■ 26년 제사 맏며느리의 하소연얼굴도 모르는 남편의 조상님들. 4월 6일 한식이 또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네요. 제게 한식이 왔다는 건 ‘시제(時祭)’ 제사상을 또 준비해야 한단 의미죠. 지난 설 명절 차례상 차리다 삐끗한 허리가 아직도 시큰거리는데…. 돌아서면 또 돌아오고, 눈을 뜨면 어느새 코앞인 제사가 이젠 정말 신물 납니다. 26년째니까요. 조금만 지나면 제가 제사상을 받을 판이네요. 지난 시간 저는 웃음과 공경의 마음보다 눈물과 원망의 마음으로 억지 제사를 준비했습니다. 요즘은 기독교다 뭐다 해서 아예 제사를 안 지내는 집도 많건만, 아버님은 “기일 제사는 4대까지 지내는 게 기본이고, 한식날 시제를 올리지 않는 집은 뼈대 없는 집안”이라며 맏며느리인 제게 매년 기제사 8번, 설·추석·시제 등 12번의 제사를 맡기셨죠. 남편 집안 뼈대를 세우느라 제 뼈는 녹아내렸습니다. 3년 전 무릎 수술을 한 다음 달에도 제사상을 차리라고 했을 땐 20년 넘게 쌓인 서러움이 터져 차라리 남편과 헤어지는 게 낫겠다는 생각까지 들더군요. 아가씨는 여자라고 빠지고, 서방님과 동서는 직장일이 바쁘다고 빠지고…. 맏며느리의 숙명이라지만 가끔 와서 차려놓은 밥만 먹고 가는 형제들을 볼 때면 속에서 천불이 납니다. 심지어 아버님은 “제사엔 여자가 나서는 게 아니다”라며 정작 제사를 올릴 때는 저를 뒤로 물러나게 하셨죠. 다음 주말이면 저는 또 묘소 끄트머리에 없는 듯 서 있을 겁니다. 이 집에서 전 가족인가요, 식모인가요. 이런 전통, 이제 저도 더는 싫습니다. ■ 하늘나라 시증조모의 조언 아가. 우릴 원망하는 증손자 매늘아가. 나는 저승에 사는, 니 시아부지의 할매 되는 사람이다. 니가 내가 사는 신줏단지를 하도 째려봐싸서 니 꿈속을 빌려 너에게 편지를 쓴다. 니가 그렇게 화를 내싸니 니 밥을 받아먹는 내 맴도 편치가 않다. 지난 설에 얻어먹은 제삿밥도 여즉 명치끝에 걸려있구나. 니가 일생 이 집안의 젯밥을 차리느라 고생한 것을 누구보다 내가 안다. 나도 그렇게 살았응게. 죽고 보니 나도 내 인생이 억울혀. 그래도 우리 때는 매느리만 아홉이고 식구도 많아 서로 도와감서 했다만, 시방은 너 혼자 20년 넘게 이게 먼 고생이다냐. 내가 저승에 와서 다른 집 자손들 사는 것을 보니 우리 집이 너무 고리타분혀. 내가 여그서 들었다만 요즘 젊은 사람들 말로 ‘참말로 조상복 받은 자손들은 제삿날 다 해외여행 가 있다’는 말이 있다믄서. 나는 너도 그렇게 한번 살아봤음 쓰것다. 그래야 조상복 받았다 할 것 아니냐. 내 신줏단지만 챙겨가믄 내가 귀신같이 알고 따라갈랑께. 거기 가서 느그들이 먹고자픈 현지 음식으로 제사상 차리고 즐겁게 먹어. 나도 덕분에 해외여행하면 을매나 좋냐. 내가 엊그저께 저승 경로당에서 김 씨 영감님을 만났는디, 그 양반의 손주가 그런다드만. 그 집은 4남 1녀인디 몇 년 전부터 부모, 조부모 제사를 1년에 한 번 어버이날이 있는 주 토요일로 합쳤단다. 2년 전부터는 다 같이 여행을 가서 거기서 제사를 지낸다는디 그렇게 화목할 수가 없다드만. 작년에는 제주도로 놀러가 제사를 지냈는디 덕분에 김 씨도 젯밥으로 전복부터 활어회, 오메기떡, 치킨, 아이스크림 케이크까지 별거 별거 다 먹어봤다고 죙일 자랑이여. 너도 그렇게 해부러라. 뭣이 중헌디? 그라고 요새는 종갓집들도 겁나게 간단하게 제사 지낸다 안 허냐. 1000원짜리에 그려진 퇴계 이황 선생 알지? 얼마 전 그 양반을 뵀는디 그 집이 종갓집이 되다 보니 여자들이 부담시럽다고 시집을 안 온다고 하더라고. 그 바람에 종가에서 제사를 엄청 쭐였다 하드만. ‘간소하게 차려라’가 그 집안 어른들의 가르침이란다. 이러코롬 설명을 했는디도 느그 시아부지가 계속 제사 타령을 하믄 “호호, 아버님도 돈을 좀 쓰세요”라고 함 혀봐. 지금 내 옆집에 충남이 고향인 이 씨 영감님이 사는디, 그 집 종친회는 제사 때 자손들 모을라고 묘제에 참석하면 무조건 인당 5만 원을 준다더라. 배 속의 아기까지 1명으로 쳐서 준다드만. 이 씨 영감님 아들은 매번 애들 싹 다 데려가서 수십만 원 벌어온다더라고. 그 말 듣고 우스워서 혼났다야. 솔직헌 얘기로다가 느그 시아부지가 하는 말 중엔 틀린 말도 많어. 원래 우리 제사는 기일 제사만 지내지 명절 제사는 지내는 것이 아니여. 명절에는 그저 묘소에다가 과일 하나 놓고 술 한 잔 올리믄 됐는디, 너도나도 양반이랍시고 경쟁하다 이 모양이 돼 부렀어. 명절 차례만 읎어져도 여자들이 한결 편안해질틴디 말여. 맏매느리니까 니가 다 하란 것두 거시기한 소리지. 내가 여그서 고려 때 조상님도 뵙고 조선 때 조상님도 뵀는디, 오히려 그때는 남녀 할 것 없이 형제간에 돌아가며 제사 지냈다 하더라고. 음식도 혼자 안 허고 형제마다 각자 혀서 한데 모아놓고 제사를 지냈단다. 딸만 있는 집은 사위가 장인 장모 제사 모시고 손녀가 외조부모 제사 지내는 집도 더러 있었다더라. 또 제사 때 너를 뒤로 빠지라 하는 것은 참말로 잘못된 것이여. 원래 종갓집들은 조상한테 올리는 술 석 잔 중 두 번째 잔은 무조건 맏매느리에게 맡긴다드라. 젯밥 차려준 당사자인디 을매나 고맙냐. 며느리 없이 집안이 돌아가냐고. 그것을 모르고 그런 말을 하면 안 되는 거여. 아가. 너도 들었겄지만 지난 추석 때 젊은이들이 ‘제사를 없애자’믄서 청와대에 6121명이나 청원을 했다지? 오죽하믄 자손들이 나라님께 청원을 다 혔겄냐. 내가 지금 꿈속에서 전한 말을 개꿈이라 생각허지 말구 새겨들어. 못 믿겠으믄 저 양반들헌테 물어봐. :: 도움말 주신 분들 ::△ 김경선 성균관 석전교육원 교수 △ 김미영 한국국학진흥원 수석연구위원 △ 김병일 도산서원 선비문화수련원 이사장 △ 김시덕 대한민국역사박물관 교육과장 △ 김연화 김포시 건강가정지원센터장 △ 김영란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 △ 안승준 한국학중앙연구원 고문서연구실장 △ 양무석 대전보건대 장례지도과 교수 △ 유건영 웰다잉 강사(‘명절증후군을 없애는 젊은이를 위한 제사법’ 저자) △ 이승현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 △ 이욱 한국학중앙연구원 장서각 연구원 △ 이치억 성균관대 초빙교수(퇴계 이황의 17대 종손)노지현 isityou@donga.com·이미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