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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이냐, 아들이냐.’ 많은 부모들이 임신했을 때 가장 궁금해 하는 사안 아닐까. 나 역시 그랬다. 딸이든 아들이든 내 새끼는 다 예쁘지만 다른 사람과 마찬가지로 내게도 선호도가 있었다. 첫째는 딸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둘째는 딸이든 아들이든 크게 관계없었다. 막내는 아들을 바랐다. 결과는? 셋 모두 딸이었다. 아이를 낳고 알았다. 나라는 인간을 규정짓는 카테고리에 내 아이의 성별도 포함돼있다는 사실을. 세상은 딸 엄마냐, 아들 엄마냐에 따라 엄마를 구분했다. 엄마들 모임도 거기에 맞춰 따로 만들어졌다. 첫째의 첫 어린이집에서 만난 엄마들과 한동안 자주 만났다. 공교롭게도 대부분 딸만 가진 엄마들이었다. 그중 유일한 아들 엄마는 어느 새인가부터 모임에 나오지 않았다. 사이가 틀어지거나 초청하지 않은 것도 아니었다. 자연스레 그렇게 됐다. 아이들끼리 어울리기 애매해서, 화제가 달라서, 이질감을 느껴서 등 이유는 여러 가지일 테다.아이를 키워보니 확실히 딸이냐 아들이냐에 따라 궁금한 것, 사 달라고 조르는 물건, 놀러가자는 곳이 많이 다른 것 같다. 딸들은 장난감을 살 때도 ‘시크릿 쥬쥬’ ‘프리파라’, 디즈니 공주 드레스를 고른다. 반면 아들들은 ‘또봇’이니 ‘파워레인저’니 하는 로봇과 레고 시리즈를 사 모은다. 엄마들 성향도 마찬가지다. 딸 엄마는 키즈 카페를 가도 공주 풍의 키즈 카페를 가고, 캐릭터 룸 숙박을 해도 샤방샤방한 분위기의 방을 고른다. 딸들이 상대적으로 아들보다는 얌전하다는 생각은 어떨까. 물론 우리 집은 애가 셋이다 보니 딸들이라 해도 잡고 뛰며 놀 때가 많아 썩 조용한 편은 아니다. 그래도 아들 많은 집보다는 조용한 듯 하다.같은 아파트에 사는 친한 언니가 있다. 그 집은 아들만 둘이다. 그 집 둘째와 우리 첫째가 같은 어린이집 친구라 종종 왕래했다. 한 번은 아이들이 어린이집에서 팽이를 만들었다고 가져왔다. 그 다음 날 언니가 “팽이 때문에 난리가 났다. 우리 애(아들)가 팽이를 던지며 놀다가 TV 모니터와 천장 등이 깨졌다”고 했다. 우리 아이와 그 집 아이가 서로 내 거니, 네 거니 다투긴 했지만 오롯이 바닥에서 팽이를 굴리고 있는 우리 딸들을 보며 ‘아들 엄마는 준 조폭(?)이 된다더니, 역시 남자애들은 다른 건가’ 싶었다. 정말 아들은, 아들 엄마는 다를까? 사람은 늘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한 동경과 후회를 갖는다. 나 역시 ‘가져보지 않는 아이’에 대한 호기심과 선망이 있었다. 지인 중 아들을 낳은 엄마들이 아이 몸무게나 식성, 성향을 이야기할 때면 비슷한 월령의 아기를 키우는 엄마가 맞나 싶을 정도로 생소했다. 나는 대학에서 사회학을 전공했다. 우리가 생물학적 ‘성(sex)’에서 기인한다고 생각하는 많은 것이 사회적으로 ‘규정(gender)’된다고 배웠다. 막상 아이를 키우며 주변서 듣고 보는 건 그렇지 않은 듯했다. 딸은 아기 때부터 딸, 아들은 아기 때부터 아들이라고들 했다. 그래서인지 “넌 아들 안 키워봐서 모르는데”라고 하면 묘한 결여감마저 느껴졌다. 물론 이건 반대로 딸이 없는 엄마였어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형제·자매끼리는 동성인 게 좋다고 생각하면서도 딸, 아들 모두를 가진 엄마를 만나면 어쩐지 완전체 앞에 선 불완전체 같은 생각이 들곤 했다. 딸 셋을 데리고 나들이 나갈 때 참견하기 좋아하시는 어르신이라도 만나면 더 그랬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는데 다가와 “요샌 딸이 좋다더라”고 뜬금없이 위로를 하려 드시는 분들은 약과다. 아예 대놓고 “아들 하나 있어야 할 텐데”라거나 심지어 “아들 낳으려다 못 낳았구나”라 하는 분도 있다. 한 편으론 화가 나면서도 왜 한 편으론 주눅이 들까. 아들, 그게 뭐 대수라고. 지금이 조선시대도 아닌데. 하지만 여전히 일부 사람들 머릿속에 아들은 ‘하나 있어야 할’ 그런 것이었고, 난 그런 중요한 것을 못 가진 엄마였다. 덜컥 넷째가 생겼을 때 ‘어떻게 키울까’를 고민함과 동시에 성별에 대한 걱정이 들었던 이유도 그 때문이다. 이제는 그런 것쯤 초월했다는 초연한 생각도 있었지만 ‘그래도 기왕이면…’ 하는 마음은 어쩔 수 없었다. 임신 사실을 늦게 알아 한 달여만 지나면 성별을 알 수 있는 시기였기에 더욱 초조한 마음이 더했다.임신 중기를 넘어선 지금 복중 아기의 성별이 대략 밝혀졌다. 요새는 기계가 좋아 의사 선생님이 말하지 않아도 딸인지, 아들인지 보인다. 특히 이제 ‘초음파 해독의 준 전문가’가 된 내 눈엔 딱 보였다. 딸이든 아들이든 최선을 다해 키운다는 엄마 마음이 다를까. 유난한 ‘아들 앓이’를 했을 옛날 엄마들도, 시대가 달라져 ‘딸 앓이’를 하고 있을 요즘 엄마들도, 세상의 모든 엄마가 마찬가지다.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은 하나도 없다. 나 역시 4번째 손가락이 그저 무탈하게 건강하게 나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린다.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정부가 재활용하기 어렵게 만든 제품을 생산단계에서부터 걸러내기로 했다. 선진국처럼 애초 재활용하기 쉽도록 제품을 만들어 폐기물 발생량을 근본적으로 줄이기 위해서다. 환경부는 이르면 이달 중 생산제품의 유해성과 재활용성을 평가하는 ‘유해성 및 순환이용성 평가’를 시작한다고 8일 밝혔다. 생산제품이 소비자 건강과 환경에 유해하거나 색상과 재질, 내구성 등으로 재활용하기 어렵다고 판단되면 생산·가공·수입·판매자에게 개선 권고를 하는 제도다. 현재 유색이거나 다른 재질이 혼합돼 있는 플라스틱, 스티로폼 제품은 선별비용이 많이 들고 재활용 후 부가가치가 낮아 상당 부분 폐기 처리되고 있다. 일부 재활용 쓰레기 수거업체는 비용 부담을 이유로 아예 유색 제품의 수거를 거부하기도 한다. 이 때문에 지방자치단체는 분리 배출해야 하는 유색 제품을 종량제봉투에 담아 폐기하도록 안내하는 실정이다. 반면 일본은 플라스틱 포장재 생산업체와 재활용업체가 1992년부터 자발적 협약을 맺어 단일 색상의 플라스틱 제품을 만들고 있다. 재활용된 제품도 우리나라보다 훨씬 양질이라 비싼 가격에 팔린다. 독일 프랑스 등 유럽은 포장재의 재활용성에 따라 생산기업이 부담해야 하는 재활용 비용(EPR)을 차등해 재활용품의 순환이용성을 높이고 있다.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 결혼 1년차 새댁의 넋두리결혼 1년 차 새색시입니다. 저와 동갑인 남편에겐 다섯 살 터울의 여동생이 있어요. 남편과 오래 연애를 해 데이트 때 아가씨를 여러 번 만났어요. 결혼 전엔 이름을 부르고 반말을 했는데, 결혼하니 아가씨란 호칭이 영 입에 붙지 않네요. 저도 모르게 반말과 존댓말을 섞어 쓰다가 어른들에게 한 소리 들었어요. 명절이 오면 더욱 ‘대략 난감’입니다. 남편의 사촌동생 중엔 중학생도 있어요. 그들에게 “도련님, 식사하세요” “아가씨, 오랜만이에요” 하고 말할 때마다 ‘몸종 언년이’가 된 기분이에요. 대학생인 남편의 사촌동생은 저에게 “형수!”라며 ‘님’ 자를 빼고 부르더군요. 저도 ‘도련!’이라고 부르고 싶은 걸 꾹 참아요. 남편의 동생이 결혼하면 도련님이 아니라 ‘서방님’이라고 불러야 한다죠? 심지어 시누이의 남편도 서방님이라고 부르는 게 맞대요. 정말 이상하지 않아요? 멀쩡한 내 서방을 두고 왜 애먼 사람에게 서방님이라고 하는지…. 말 나온 김에 시댁(媤宅)과 처가(妻家)는 또 어떻고요. 시댁은 높여 부르면서 처가는 왜 ‘처댁’이라고 안 하죠? 처갓집은 ‘양념치킨’ 앞에나 붙였으면 좋겠어요. ■ 시대에 뒤처진 호칭 예법신혼부부에게 가장 어려운 것 중 하나가 ‘호칭’이다. 연상연하 부부들은 ‘호칭 갈등’이 더 크다. 이윤화(가명·39·여) 씨는 “남편이 나보다 여섯 살 어려 남편의 누나도 나보다 어리다”며 “그런데도 ‘형님’이라고 부르며 깍듯이 존댓말을 써야 하니 솔직히 불편하다”고 말했다. 그는 “애초 부를 일을 만들지 않는 게 최상”이라며 “꼭 해야 할 얘기가 있다면 호칭을 생략하거나 말끝을 흐린다”고 했다. “형님, 이번 어머니 생신 때 음식 해가면 되…나?” 하는 식이다. 무엇보다 젊은이들이 의아해하는 건 시댁 쪽 사람에겐 ‘님’ 자를 붙이면서 왜 처가 쪽엔 그렇게 하지 않느냐다. 예컨대 남편의 누나는 형님, 남편의 형은 아주버님, 남편의 여동생은 아무리 어려도 아가씨다. 남편의 남동생은 미혼일 땐 도련님, 결혼 후엔 서방님이라고 부르는 게 국립국어원이 규정한 예법에 맞는 표현이다. 하지만 처가 쪽은 다르다. 아내의 남동생은 처남, 아내의 여동생은 처제, 아내의 언니는 처형이다. 최서연 씨(38·여)는 “친오빠가 남편보다 다섯 살이나 많은데, 시부모님이 ‘형님이라고 부르는 건 전통이 아니다. 그냥 처남으로 불러라’고 해 불쾌했다”며 “전 저보다 열 살 이상 어린 남편의 사촌 여동생들에게까지 ‘아가씨’라고 하는데, 마음이 상하지 않을 수 있겠느냐”고 했다. 동갑과 결혼해도 특별히 나을 게 없다. 강민영 씨(35·여)는 “남편과 동갑이고 결혼 전에 서로 이름을 불렀는데 결혼하고 난 뒤 시댁에서 눈치를 줘 ‘신랑’ ‘○○아빠’라고 부르고 있다”고 말했다. 남편은 예전처럼 여전히 강 씨의 이름을 부른다. 하지만 시댁이나 처가에서 문제 삼지 않는다. 강 씨는 “심지어 내가 2개월 누나다”라며 억울해했다. 국어원이 지난해 4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국어원이 2011년 규정한 ‘표준 호칭’이 현실과 맞지 않는다는 평가가 나온다. 원래 남편 여동생의 남편은 ‘서방님’이라고 부르는 게 표준 호칭이지만 설문 응답자의 62.7%는 ‘고모부’라고 부른다. 만약 아이가 없다면 고모부라고 부르는 것도 어색하다. 마땅한 호칭이 없어 가족이면서도 가족 같지 않은 서먹한 관계로 남을 수밖에 없는 셈이다. 여성민우회는 2005년 우리나라의 성차별적인 호칭에 문제가 있다며 새로운 대안 명칭을 찾는 캠페인을 벌였다. 하지만 현재까지 뚜렷한 대안을 찾지 못했다. 여성민우회 최원진 성평등복지팀 활동가는 “당시만 해도 한국 사회의 개인은 가족제도 안에서 존재하다 보니 대안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이름을 부르자”는 의견이 많아지고 있다. 지난해 국어원 조사에서 ‘도련님이나 아가씨라는 호칭 대신에 다른 말을 쓴다면 무엇이 좋겠느냐’는 질문에 ‘이름을 부르자’는 의견이 33.8%로 가장 많았다. 아내의 동생을 부를 때도 36.3%는 이름을 부르자고 답했다. 공손하게 서로를 존중하는 차원에서 편하게 이름을 부르기보다 ‘○○ 씨’라고 존칭을 붙이자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시댁과 처가라는 말도 시대 흐름에 맞춰 바꿀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서로의 집안을 존중하는 차원에서 여성은 ‘남편 본가’(10.6%)를 선호했고, 남성은 ‘처댁’(19.1%)을 대안으로 꼽는 응답이 많았다. 국어원은 “이번 조사를 바탕으로 올해 대안 호칭을 만들어 보겠다”고 밝혔다.○ 당신이 제안하는 이 시대의 ‘신예기’는 무엇인가요. 으로 여러분이 느낀 불합리한 예법을 제보해 주세요.노지현 isityou@donga.com·이미지·유원모 기자}

이제 제법 머리가 큰 첫째는 재활용품을 구분해 버릴 줄 안다. 요구르트를 먹고 난 뒤 빨대와 뚜껑(은박지나 비닐), 용기를 따로 분리해 버리는 법을 알려줬더니 금세 익혀서는 재질별 분리수거함에 넣었다. 새로운 쓰레기는 “엄마, 이건 어디다 버려요?”하고 물어봤고 “플라스틱”하면 한글을 읽어 해당 수거함에 버렸다. 어느 날인가는 어린이집에서 자원재활용의 의미에 대해 배웠는지 “지구를 살리려면 분리수거해서 버려야 해요”라며 대견한 소리도 했다. 최근 벌어진 재활용품 수거 대란을 보면서 우리 집 쓰레기 발생량을 돌이켜봤다. 머릿수가 많은 다자녀 집은 당연히 쓰레기 발생량도 많다. 더구나 맞벌이 부부이다 보니 사다 먹을 때도 많고 그때그때 쓰기 좋게 나눠놓은 물품을 살 때가 많아서 배출 일회용품은 맞벌이가 아닌 다자녀 가정의 배에 가깝다. 결혼하고 나서야 우리 생활에서 배출되는 일회용품이 그렇게 많다는 걸 처음 알았다. 친정 엄마께선 ‘학생은 공부에 집중해라, 다른 일은 엄마가 알아서 할 테니’ 하는 주의라 본인 방 청소 외에 쓰레기 분리수거, 요리, 빨래 등 집안일을 거의 시키시지 않았다. 물론 집에서 재활용품을 분리해 버리긴 했지만 모인 재활용품과 폐기물을 내가 내다버리진 않으니 난 얼마 동안 얼마만큼의 쓰레기가 쌓이는지 알지 못했다. 주부가 되어 가사의 주무를 맡게 되면서 처음 생활쓰레기의 실체를 접했다. 내가 먹는 음료수, 제품 포장, 빵을 먹고 남은 비닐까지 모두 지나면 쓰레기가 됐다. 배송 포장 쓰레기는 그 양이 엄청나서 택배라도 도착하는 날이면 단번에 분리수거함의 절반이 가득 찼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가장 충격적이었던 건 며칠 만에 나오는 비닐쓰레기의 양이었다. ‘까짓 거 비닐이 쌓여봐야 얼마나 쌓이겠어?’ 했는데 사나흘이면 20L들이 크기의 비닐수거함이 꽉 찼다. 물건마다 비닐이 안 쓰인 데가 없었다. 그나마 이건 시작에 불과했다. 아이를 낳은 뒤 쓰레기의 양은 말 그대로 폭증했다. 첫 아이부터 막내까지 모두 천 기저귀를 썼는데 그런대도 일주일간 나오는 기저귀 쓰레기가 엄청났다. 물티슈, 분유통, 과자봉지 등 그밖에 부산물까지. 육아휴직 때는 웬만한 음식은 내가 다 요리해먹었는데도 식재료에서 나오는 쓰레기가 야금야금 모으니 적지 않았다. 음식쓰레기뿐만 아니라 야채를 싼 봉지 등 식재료 포장이 모이자 쓰레기통과 분리수거함을 사흘에 한 번씩 비워도 모자랐다. 아이들이 하나둘 늘어가면서 쓰레기도 당연히 2배, 3배 많아졌다. 아이들은 꼭 뭐든 똑같이 하고 싶어 했다. 떠먹는 요거트 하나를 먹어도 모두 똑같이 먹어야 했고, 장난감 하나를 사도 모두 똑같은 걸 사서 돌려야지 안 그러면 싸움이 났다. 장난감 하나 사면 박스에 고정 플라스틱에 스티로폼, 금속 끈 등 나오는 쓰레기가 왜 그리 많은지. 먹고, 놀고 나면 고스란히 쓰레기가 됐다. 여기에 애들이 크면서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서 만들어오는 ‘공작품’들이 더해졌다. 며칠 전 아이가 “엄마, 어린이집에서 ‘로켓’을 만들었어요”라며 자랑하는데 미안한 말이지만 내 눈에는 ‘페트병 하나와 폐지, 스티로폼으로 이뤄진 재활용 폐기물 모듬’으로 보였다. 어느새 분리수거함이 꽉 차 그 위에 박스며 플라스틱 포장을 탑처럼 쌓는 일이 일상이 됐다. 셋째를 낳고 회사에 복직하면서 일주일에 두 번 청소를 해주시는 가사도우미를 모셨지만 중간 중간 친정엄마가 비워주시지 않으면 분리수거함은 언제 비웠냐는 듯 또 가득 찼다. 지난 달 말 수도권 재활용품 처리업체들이 지난달 공동주택 수거를 거부하면서 우리 아파트도 이달 초까지 며칠간 재활용품 수거를 중단했다. 며칠 새 분리배출장이 있는 아파트 잔디밭에 수북이 쌓인 쓰레기를 보자 ‘내가 저렇게 많은 걸 아무렇지 않게 버리고 살았구나’하는 생각에 새삼 놀랍고 씁쓸했다. 그동안 일회용품의 역습이니, 매립지 한계 도달이니, 쓰레기 관련한 환경 기사를 수차례 쓰면서도 ‘그런가 보다’ 했는데 눈앞에 접하니 그제야 실감이 났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더니. 비록 쓰레기 소동으로 많은 국민들이 불편을 겪었지만 이번 일을 계기로 나처럼 자신과 가족이 배출하는 쓰레기를 돌아본 사람들이 많기를 바라본다. 내가 버린 쓰레기는 결국 미래 내 아이들이 자랄 땅과 물을 더럽히게 될 테니까. 마치 봄 새싹이 막 올라와 파아란 아파트 잔디밭에 가득 쌓였던 폐플라스틱들처럼 말이다. 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서울 영등포구에 사는 홍모 씨(35)는 5일 아파트 엘리베이터에 붙은 구청의 쓰레기 분리 배출 안내문을 꼼꼼히 살펴봤다. 재활용 쓰레기 수거업체의 ‘보이콧’으로 쓰레기 대란이 일어난 만큼 제대로 배출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홍 씨는 안내문을 읽다가 의아했다. 흰색 스티로폼은 분리 배출이 가능하지만 유색 스티로폼은 종량제봉투에 담아 배출하라고 쓰여 있었기 때문이다. 같은 재질인데도 배출법이 달랐다. 하지만 이는 재활용촉진법에 배치된다. 이 법에서는 색상에 무관하게 어느 정도 깨끗한 스티로폼은 분리 배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만약 지방자치단체의 안내대로 재활용이 가능한 스티로폼을 종량제봉투에 담아 버렸다가 적발되면 10만∼30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이처럼 ‘엉뚱한’ 안내를 하는 지역은 서울만이 아니다. 동아일보 취재팀 확인 결과 부산 대구 울산 등도 흰색 스티로폼은 분리 배출하되 색깔 있는 스티로폼은 종량제봉투에 담아 배출하도록 안내하고 있다. 이는 재활용 쓰레기 수거업체들이 선별하는 데 인건비가 드는 데다 재활용 효용도가 떨어져 유색 스티로폼을 가져가길 꺼리기 때문이다. 이런 혼선은 플라스틱 페트병에서도 똑같이 발생한다. 한국포장재재활용사업공제조합에 따르면 2015년 페트병 제품 3024종 중 재활용을 하기 좋은 1등급 제품은 단 3종(0.1%)에 불과했다. 99% 이상은 유색이거나 금속마개, 다른 재질의 라벨 등을 부착해 재활용하기 어려웠다. 전문가들은 시민들이 분리 배출을 잘하는 것 못지않게 배출된 쓰레기가 제대로 재활용되는 구조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이미경 환경재단 사무총장은 “색상이 있거나 각기 다른 소재를 쓴 제품은 재활용을 하는 데 많은 선별비용이 들어간다”며 “수거업체를 탓할 게 아니라 애초 제품을 제조할 때부터 재활용을 고려해 만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웃 나라 일본은 1992년부터 생산자와 재활용업자의 자발적 협약에 따라 재활용이 어려운 유색 페트병 생산과 이중 소재 마개 사용, 유성 본드를 사용한 라벨 부착 등을 사실상 금지하고 있다.이미지 image@donga.com·김하경 기자}

대부분의 시민들은 ‘내가 열심히 분리수거한 폐기물이 모두 친환경적으로 쓰일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분리수거를 해도 다 재활용에 쓰이지는 않는다. 한국포장재재활용사업공제조합에 따르면 2016년 기준으로 페트병의 재활용률은 79% 정도. 10개 중 2개는 재활용이 안 되고 소각되는 셈이다. 유리병은 42만6203t 중 68.7%(29만2984t), 종이팩은 6만9039t 중 단지 25.6%(1만7695t)만이 재활용됐다. 스티로폼(PSP) 역시 재활용률이 57.7%에 그쳤다. 조합 관계자는 “정부는 매년 목표치를 정하지만 재활용 목표치가 이에 미치지 못한다”고 말했다. ○ 유색 페트병, 스티로폼은 ‘천덕꾸러기’ 문제는 재활용이 어려운 제품 구조다. 한국순환자원유통지원센터와 재활용센터에 문의한 결과 색이 있는 페트병이나 스티로폼은 제조 과정이나 제품 생산 시 불리한 점이 많았다. 수거한 페트병은 선별업체나 재활용 공장으로 보내진다. 도착한 페트병을 사람이나 기계가 무색, 갈색, 녹색, 잡색으로 나눈다. 이후 조각으로 잘라낸 뒤 물로 세척한다. 탈수 및 건조 과정을 거쳐 색깔별로 포대에 담으면 재활용 제품이 된다. 이 중 가장 품이 많이 드는 공정은 선별 작업이다. 재활용 폐기물 처리업체 A사 대표는 “인부 1명이 하루에 페트병 500kg 정도를 선별하는데 하루 10t이 (처리장으로) 들어온다고 하면 20명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최근 최저임금까지 올랐는데 누가 이 인건비를 감당하며 유색 페트병을 골라내려 하겠느냐”고 말했다. 유색 페트병은 골라낸 뒤에도 ‘천덕꾸러기’다. 투명하고 접착제를 쓰지 않아 라벨이 잘 떨어지는 페트병은 1등급으로 조각이 kg당 800원이다. 반면 녹색 등 단일 유색은 2등급, 여러 색이 섞인 페트병은 3등급이다. 투명하고 깨끗한 1등급 페트병 조각은 투명하다 보니 옷, 부직포를 만드는 섬유로 재활용하기 편하고 사용 범위가 넓다. 반면 잡색이거나 이물질이 묻어 있으면 kg당 30∼100원에 불과하고 사용 범위도 작다. 재활용 폐기물 처리업체 B사 관계자는 “장기적인 인건비를 줄이려 선별기계를 들였지만 유색 페트병은 가격도 싸고 색상별 양도 적어 그냥 폐기물 처리를 하고 있다. 차라리 버리는 게 더 낫다”고 말했다. 스티로폼도 마찬가지다. 분리수거된 스티로폼은 공장에 도착해 흰색, 유색으로 선별된다. 이후 열을 가해 가래떡처럼 뽑은 후 잘게 썰어 완충재나 건축 소재로 쓴다. 한국순환자원유통지원센터 양동선 대리는 “일일이 사람이 스티로폼을 색깔별로 구분하고 스카치테이프 등을 떼어낸 후 열을 가하는 기계에 넣는다”며 “이 과정이 공정의 50%를 차지한다”고 말했다. 스티로폼 역시 깨끗한 하얀색 제품(A급)은 kg당 900원이지만 색깔이 있는 스티로폼은 가공하면 거무튀튀해져 kg당 200∼500원이 된다. 질이 낮은 유색 스티로폼(B급)이나 오염된 스티로폼(C급)은 아예 재활용을 하지 않고 소각하는 업체가 많다. ○ 환경부-지자체 분리수거 방식 놓고 혼선 일부 지자체가 ‘유색 스티로폼은 종량제 봉투에 버리라’는 잘못된 요령을 돌린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재활용업체들이 “색이 섞인 페트병·스티로폼은 수거하지 않겠다”고 반발하니 지자체가 대신 선별할 수 없을 바에야 시민들에게 ‘선별해서 버리도록’ 잘못된 분리수거 지침을 내리는 것이다. 재활용의 장애물은 색상만이 아니다. 7세, 2세 아이를 키우는 주부 김진영 씨(35)는 “아이들이 먹는 요구르트 뚜껑 은박지를 일일이 깨끗하게 떼기 힘들어 그냥 함께 분리수거함에 버린 게 한두 번이 아니다”고 말했다. 재활용업자들은 이렇게 이중 소재가 붙은 재활용품을 일일이 처리하는 데도 많은 시간과 비용을 들이고 있다. 음료업계는 유색 페트병 제조가 제품 차별화를 위해서 어쩔 수 없는 조치라고 주장한다. 롯데칠성음료 관계자는 “한 제품이 가진 정체성과 브랜드를 토대로 페트병 디자인을 차별화해 소비자에게 어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제품의 색깔, 모양, 재질 등을 통일해 재활용률을 높이면서도 제품의 개성을 살릴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고 말한다. 김미화 자원순환연대 사무총장은 “재활용 선진국들처럼 제품의 소재를 통부터 뚜껑까지 하나로 통일하거나 라벨을 떼기 쉽도록 만들어 재활용 과정이 어렵지 않게 규격을 통일해야 한다”고 말했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은 “일본은 페트병의 재질을 거의 동일하게 만들기 때문에 재활용 섬유를 만들더라도 우리보다 훨씬 양질의 섬유를 만든다. 재활용품의 부가가치도 우리 것보다 훨씬 높으니 재활용 업자들의 수익도 커져 일석이조다”라고 설명했다. 이미지 image@donga.com·김윤종 기자}

정부가 많은 쓰레기를 배출하는 과대 포장에 대한 관리감독에 나선다. 주요 타깃은 과대 포장의 주범으로 꼽히는 택배다. 환경부 관계자는 4일 “일반 제품 포장과 달리 포장 규제가 따로 없는 온라인 포장재(택배 포장재)의 적절한 재질과 양 등을 권고하는 지침을 만들어 올해 중 주요 업체에 배포하겠다”고 밝혔다. 환경부는 지침 마련을 위해 한국건설환경시험연구원 등 과대 포장을 검사해온 연구기관에 실태조사를 맡길 예정이다. 결과가 나오면 이를 토대로 택배 포장 가이드라인을 만들게 된다. 포장 폐기물은 하루 약 2만 t으로 전체 생활폐기물의 40%를 차지한다. 택배의 과다한 포장 탓이다. 일반 제품은 포장 규제가 있다. 예를 들어 제과류의 경우 내용물을 제외한 포장 공간이 20%를, 종합상품은 25%를 초과할 수 없다. 하지만 택배 포장엔 아무런 규정이 없다. 인터넷에 ‘과대 포장 끝판왕’이란 검색어를 입력하면 ‘손톱만 한 메모리카드 하나를 주문했는데 스티로폼 박스와 비닐 충전재, 박스까지 과일상자만 한 택배가 왔다’는 내용이 즐비하다. 2000년대 들어 온라인 주문이 폭발하면서 택배는 급속히 확대되고 있다. 한국통합물류협회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택배 물량은 전년 대비 13.3%가 늘어 23억1900만 개를 기록했다. 국민 1인당 한 해 45차례 택배를 이용한 셈이다. 이는 2000년 2.4회와 비교해 18배로 늘어난 것이다. 쓰레기를 양산하는 택배 포장 문제는 세계적으로 골칫거리다. 독일은 내년부터 포장 규제 대상을 일반 제조사뿐 아니라 온라인 유통기업으로 확대하는 신포장재법을 시행한다. 환경부는 택배 포장 가이드라인뿐만 아니라 이번 재활용쓰레기 대란 사태를 촉발한 비닐 사용량을 줄여 나갈 계획이다. 다음 달 재활용촉진법 시행규칙을 바꿔 제과점에서도 비닐을 유상 판매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현재는 마트와 편의점 등에서만 일회용 비닐봉투를 제공할 때 추가 요금을 받고 있다. 빠르면 8월부터 제과점에서 빵을 구입할 때도 비닐봉투 가격을 별도로 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대형마트나 슈퍼 청과물 코너에서 누구나 가져갈 수 있는 비닐봉투의 사용량도 줄일 계획이다. 환경부는 대형마트와 개별 협약을 맺어 청과물 코너 비닐봉투 등 전체 비닐 사용량을 30%가량 감축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와 함께 비닐을 전혀 사용하지 않는 ‘비닐 프리(free)’ 가게를 시범적으로 선보일 계획이라고 환경부는 밝혔다.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 재활용 쓰레기 수거 대란은 사흘째인 3일 ‘현재 진행형’이다. 2일 ‘정상 수거’를 발표했다가 말을 바꾼 환경부는 3일 “41개 업체로부터 전량 수거 약속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쓰레기 선별 업체들은 이날도 기계를 끄고 작업을 중단했다. 아파트 단지마다 재활용 쓰레기가 산처럼 쌓이고 있다. 애꿎은 아파트 경비원과 영세 수거업체는 몸살을 앓고 있다. 》 3일 오전 11시경 인천의 한 재활용 쓰레기 선별 업체. 100개 가까운 수거 업체로부터 쓰레기를 공급받는 대형 업체다. 평소 이 시간이면 선별장에서 쓰레기를 분류하는 작업이 한창이다. 선별 기계가 돌아가는 소리에 대화도 힘들다. 하지만 이날은 조용했다. 쉴 새 없이 움직이던 선별 기계도 멈춰 있었다. 그 대신 기계 옆에는 비닐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높이가 5m 가까이 됐다. 가까이 다가서자 악취가 코를 찔렀다. 이 업체는 환경부로부터 ‘정상 수거’ 협조 요청을 받은 수도권 48개 업체 중 하나다. 하지만 이날 예정대로 작업을 거부했다. 일부 수거 업체가 가져다 놓은 폐비닐이 선별장에 쌓여 가고 있다. 서울 강동구에 위치한 또 다른 선별 업체도 작업을 중단했다. 이 업체에 방치된 비닐과 스티로폼은 40t에 육박했다.○ 환경부-업계 갈등 여전 수도권 아파트 단지에서는 이날도 비닐과 스티로폼 등 재활용 쓰레기 수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벌써 사흘째다. 앞으로 상황도 밝지 않다. 환경부와 재활용 선별 업체들의 협의가 진행 중이지만 기 싸움만 팽팽하다. 환경부는 3일 “한국자원순환유통지원센터(유통지원센터)가 41개 수거 업체로부터 오염 여부와 상관없이 전량 수거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밝혔다. 전날 환경부는 업체들의 정확한 동의 없이 “수거를 재개하기로 했다”고 밝혀 ‘거짓 발표’ 논란을 일으켰다. 이에 대해 환경부는 “유통지원센터가 전화로 확인하는 과정에서 48개 업체 중 14개가 ‘깨끗한 폐비닐만 수거하겠다’고 답했는데 이를 완전 정상화로 잘못 발표했다”며 일부 잘못을 시인했다. 유통지원센터는 수거 약속을 한 업체로부터 서면 동의서를 받을 계획이다. 환경부는 또 48개 업체의 사업장을 방문해 현장 점검을 시작했다. 하지만 일부 업체는 여전히 “(환경부의) 전량 수거 방침에 동의한 적 없다”는 상황이다. 수거 업체 A사 관계자는 “일단 재활용 쓰레기를 받기는 할 것이다. 하지만 깨끗하지 않은 재활용 쓰레기가 있을 경우 (배출한 아파트 등이) 처리비용을 내지 않으면 쓰레기를 받지 않겠다”고 말했다.○ 현장 혼란, 언제까지 이어지나 재활용 대란이 여전히 속 시원하게 해결되지 못하자 아파트 주민과 관리사무소, 영세 수거 업체의 혼란도 커지고 있다. 이날도 취재진이 찾은 아파트 중에는 수거되지 않은 비닐과 스티로폼을 그대로 쌓아 놓은 곳이 많았다. 재활용 쓰레기 수거가 이뤄지는 일부 아파트도 상황은 비슷했다. 수거 업체들이 쓰레기 상태를 깐깐하게 확인한 뒤 문제가 있으면 수거를 거부하는 것이다. 이날 서울 중구의 한 아파트에서 만난 경비원 황모 씨(67)와 이모 씨(66)는 어른 몸통 만 한 대형 비닐봉투 10여 개를 하나하나 뜯고 있었다. 오전 일찍 수거 업체가 왔지만 “재활용할 수 없는 쓰레기가 섞여 있다”며 작업을 거부하고 떠났기 때문이다. 폐비닐이 들어 있는 봉투를 뜯을 때마다 라면 봉지와 오렌지 껍질 같은 쓰레기가 쏟아졌다. 경비원들은 비닐에 붙은 플라스틱 구성품도 일일이 오려냈다. 황 씨는 “재활용 쓰레기 분리를 제대로 하라고 하루 종일 하소연해도 입주민들이 듣지를 않는다. 다음 주에도 업체가 수거를 거부하면 어떻게 해야 하나 막막하다”고 말했다. 수거 업체도 난처하다. 한 수거 업체 사장은 “아파트에서는 ‘제발 가져가 달라’고 부탁하고, 선별 업체는 ‘안 된다’고 하니 중간에서 어쩌라는 건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한편 이낙연 국무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수도권 재활용 쓰레기 수거 혼란에 대해 사과했다. 이어 “제때에 대처하지 않고 문제가 커진 뒤에야 부산을 떠는 것은 책임 있는 행정이 아니다”라며 환경부를 비판했다.이지운 easy@donga.com·이미지·조유라 기자}

2일 오후 서울 양천구 A아파트. 30m² 남짓한 거실에 구겨진 비닐과 스티로폼, 페트병, 플라스틱 용기 등이 모아졌다. 휴일이었던 1일 낮부터 약 24시간 동안 이모 씨(55·여) 집에서 ‘생산된’ 재활용 쓰레기다. 펼쳐놓으니 거실의 절반가량을 차지했다. 일요일에 도착한 택배, 외식 대신 주문한 배달음식, 마트에서 구입한 저녁 반찬거리가 담겨 있던 포장들이다. 일반 가정에서 재활용품 없이 살기는 하루도 불가능하다. 비우고 또 비워도 매주 수거일마다 두 손 가득 쓰레기를 들고 나간다. 이 씨 가족도 마찬가지다. 1일 낮 12시 이 씨는 평소처럼 운동 후 집으로 오면서 가족 간식인 떡을 샀다. 작은 떡 하나에만 세 종류(스티로폼, 비닐 랩, 비닐봉지)의 포장이 사용됐다. 국내 1인당 비닐봉지 사용량은 연평균 420개. 핀란드의 약 100배, 아일랜드의 약 20배다. 오후 3시 마트 배송기사가 현관 벨을 눌렀다. 문 앞에 2L짜리 생수 페트병 6개가 있었다. 이 씨 가족은 정수기를 쓰지 않는다. 관리가 까다롭고 위생문제도 의심스러워 10년 넘게 생수를 주문해 먹는다. 가족이 모인 주말에는 식수와 조리를 위해 하루 2, 3개를 비운다. 재활용 바구니 공간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건 항상 페트병이다. 다른 지역에서 플라스틱 수거까지 거부한다는 말에 이 씨는 “정수기는 여전히 싫고, 페트병 생수를 안 마실 수도 없고…. 뭘 어떻게 해야 하냐”고 반문했다. ▼ 쓰레기 유발 과잉포장… “비쌀수록 더해” ▼주말에는 집집마다 재활용 쓰레기 배출이 급증한다. 가족이 함께 있으면서 배달음식을 주문하거나 마트에서 일주일 치 장을 보는 경우가 많다. 이 씨도 이날 오후 6시 마트를 찾았다. 저녁식사를 위해 생선과 삼겹살, 상추와 파 같은 채소, 사과와 딸기를 샀다. 생선과 삼겹살은 스티로폼 용기에 비닐 랩으로 포장됐다. 딸기는 스티로폼 용기에 비닐 덮개가 씌워져 있었다. 그나마 상추와 파, 사과는 크기가 각각 다른 비닐봉지에 들어 있었다. 이 씨는 “유기농이나 친환경 상표가 붙은 과일이나 채소는 하나하나 낱개 포장된 경우가 많다. 비쌀수록 포장이 더 요란한 것 같다”고 말했다. 2일 오전 10시 책 2권이 집으로 배송됐다. 이 씨는 보통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온라인으로 책을 구입한다. 구겨지거나 찢기는 걸 막기 위해 책은 두툼한 에어캡(뽁뽁이) 속에 들어있었다. 낮 12시 친한 손님이 찾아왔다. 외식 대신 분식집에서 라볶이와 김밥 등을 주문했다. 크고 작은 스티로폼 그릇 4개와 종이상자 1개에 담긴 음식이 도착했다. 단무지는 비닐에 들어 있었다. 이 씨는 “관리사무소에서 앞으로 일회용 스티로폼은 따로 배출해야 한다는데 이렇게 국물 묻은 그릇을 버려도 될지 안 될지 혼란스럽다”고 말했다. 이런 혼란은 이 씨만 겪는 게 아니다. 서울 및 수도권 대부분 그리고 지방의 일부 주민도 똑같은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다급해진 정부는 수거 거부 업체 37개와 협의해 2일부터 재활용 쓰레기 수거가 재개된다고 밝혔다. ‘쓰레기 대란’을 피했다는 것이다. 주민들은 안도했다. 하지만 이는 사실과 달랐다. 이날 본보가 서울의 아파트 단지 10곳을 돌아본 결과 환경부 방침에 따라 쓰레기 수거가 재개된 건 단 두 곳이었다. 대다수 수거 업체들은 “모든 업체가 다시 수거하는 것처럼 발표했는데 우리는 그럴 계획이 없다” “정부 지침을 지킬 곳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논란이 일자 정부는 뒤늦게 수거 업체와 직접 협의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쓰레기 대란 직전까지 손놓고 있던 정부는 뒤늦게 내놓은 대책마저 졸속이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구특교 kootg@donga.com·조응형·이미지 기자}

1일부터 시작된 재활용 쓰레기 대란을 두고 정부의 오락가락 해명에 시민 불만이 커지고 있다. 재활용 쓰레기 대란이 8개월 전부터 예고된 상황에서 손을 놓고 있던 정부는 대란이 현실화되자 하루 만에 해결한 것처럼 발표했지만 오히려 ‘거짓말’ 논란에 휩싸였다. 이 과정에서 정부는 재활용 수거업체에 직접 확인도 하지 않은 채 재활용품 수거가 정상화됐다고 발표한 것으로 드러났다. 담당부처인 환경부는 재활용 업체에 재(再)수거 동의를 구하는 중요한 일을 소관 기관에 떠넘겼고, 소관 기관은 재활용 업체의 의사를 명확히 확인하지 않은 채 환경부에 정상화를 보고했다.○ 환경부, “사실 우리가 연락한 건 아니다” 환경부는 2일 오전 10시 폐비닐과 페트병 등 재활용품 수거를 거부한 37개 업체를 설득해 거부 결정을 철회했다며 이날부터 서울 등 수도권에서 종전처럼 정상 수거가 이뤄진다고 발표했다. 환경부는 보도자료에서 ‘수거 거부를 통보한 재활용 업체와 협의한 결과’라고 적어 마치 해당 업체와 직접 협의한 것처럼 표현했다. 하지만 재활용품 업체 상당수가 “우리는 (환경부에) 협조하겠다고 한 적이 없다”고 밝히면서 오히려 혼선이 커졌다. 환경부가 수거 재개에 동의했다고 밝힌 업체 중 한 곳인 A사 대표는 “환경부가 도대체 누구와 협의했다는 것인지 모르겠다. 어수선한 틈을 타 정부가 졸속으로 발표한 것으로 보인다”고 협의 사실을 부인했다. 그는 “주변 업체 중에서 10개 정도가 연락을 받았는데 다들 정부 방침에 동의 의사를 밝힌 적이 없다고 말했다”고 환경부 발표를 부인했다. 또 다른 업체인 B사 관계자도 “정상 수거한다는 환경부의 발표를 보고 가짜 뉴스가 아닌지 의심했다”며 반발했다. 취재 결과 환경부는 해당 업체에 직접 연락한 적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해당 업체에 연락을 취한 것은 환경부 소관 기관인 한국자원순환유통지원센터(유통센터)였다. 규모가 큰 재활용 업체는 대부분 유통센터에 등록해 재활용 지원금을 받고 있다. 유통센터는 센터에 등록된 48개 업체 가운데 수거 거부에 들어간 37개 업체에 전화를 걸어 구두로 협조를 요청했다고 한다. 이어 환경부에 모든 업체가 수거 재개에 동의했다고 보고했다. 하지만 업체의 얘기는 달랐다. 37개 업체 중 한 곳인 C사 관계자는 “센터 측에서 ‘깨끗한 폐비닐이나 페트병 등은 계속 수거해 달라고 요청했을 뿐”이라며 “모든 배출 재활용품을 수거하겠다는 데 동의한 게 아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환경부는 “업체가 종전대로 일단 수거를 해 달라는 요청인 것을 뻔히 알면서도 갑자기 입장을 바꿔 엉뚱한 변명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일단 환경부와 유통센터는 3일까지 업체 측에 다시 연락을 돌려 서면 동의를 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마저도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동의를 받겠다’고 밝혀 근본적 대책과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 나온다. 설령 정부가 협의했다는 37개 업체가 모두 수거를 재개한다고 해서 ‘재활용 쓰레기 대란’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유통센터에 등록된 48개 업체 외에도 재활용품 수거를 하는 중소형 수거업체가 상당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처음부터 이들을 협의 대상에 포함하지 않았다. 전국 100여 개 수거업체를 조합원으로 두고 있는 한국재활용업협동조합연합회는 이날 “정부의 수거 방침에 동의하기 어렵다”며 수거 거부를 계속할 뜻을 분명히 했다. ○ 환경부의 대책 발표도 땜질식 이런 황당한 해프닝이 벌어지는 가운데 이날 수도권 아파트 단지 곳곳에서는 재활용 쓰레기가 수거되지 않아 혼란이 계속됐다. 서울 중구의 한 아파트 분리수거장에는 ‘비닐과 스티로폼을 수거하지 않는다’는 공고문이 그대로 붙어 있었다. 산더미처럼 쌓인 폐비닐과 폐스티로폼 사이로 악취가 흘러나왔다. 주민 강모 씨는 “정부에서는 정상화했다고 하는데 왜 쓰레기를 안 가져가는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경기 김포시의 한 아파트에서는 주민 김모 씨(70)가 “비닐을 버리지 말라”고 막는 경비원 김모 씨(66)를 폭행해 경찰에 입건됐다. 환경부는 이날 재활용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제도 개선 일정도 발표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닌 ‘미봉책’에 불과하다. 환경부는 이달 중 비닐 잔재물을 사업장폐기물이 아닌 생활폐기물로 처리할 수 있도록 폐기물관리법 시행규칙을 바꾸겠다고 했다. 생활폐기물이 되면 공공소각장을 이용할 수 있게 돼 민간 잔재물 처리업체를 이용할 때 드는 t당 20만∼25만 원의 소각비용을 4만∼5만 원으로 낮출 수 있다. 또 국내 재활용업체들의 폐기물 판로를 중국 시장 대신 동남아로 확대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올해 1∼2월 페트 파쇄품과 PVC 중국 수출량은 전년 동기 대비 92%나 줄었다. 반면 선진국으로부터 수입한 플라스틱 폐기물은 같은 기간 3.1배 늘었다. 이런 상황에서 잔재물 소각비용을 낮춘다 해도 국내 재활용품 활용률을 높이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의 안일한 대응을 두고도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중국이 재활용품 수입 거부를 공언한 것은 지난해 7월이다. 하지만 환경부는 8개월이 넘도록 사실상 손을 놓고 있었다. 이런 가운데 민간 잔재물 처리업체들이 소각비용을 올해 초 크게 올리면서 채산성 악화에 몰린 재활용품 수거업체들이 수거 거부를 선언하기에 이르렀다.이미지 image@donga.com·배준우·조유라 기자}

《‘예기(禮記)’는 중국의 고대 유교 경전입니다. 다양한 일상생활 속 예절을 다루고 있죠. 한국의 전통 예법 곳곳에 반영돼 아직까지도 우리에게 적잖은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로부터 수천 년이 흐른 지금, 때로 그 예법은 현대와 맞지 않아 오히려 갈등을 일으키죠. 이 시대에 맞는 새로운 예법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신(新)예기’ 첫 회는 한국인의 명절 스트레스 주범인 차례 및 제사에 대해 다룹니다. 죽은 조상님 모시다가 산 자손들 싸움난다는 제사. 조상을 기리면서도 가족의 화합을 도모할 방법은 없을까요.》 ■ 26년 제사 맏며느리의 하소연얼굴도 모르는 남편의 조상님들. 4월 6일 한식이 또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네요. 제게 한식이 왔다는 건 ‘시제(時祭)’ 제사상을 또 준비해야 한단 의미죠. 지난 설 명절 차례상 차리다 삐끗한 허리가 아직도 시큰거리는데…. 돌아서면 또 돌아오고, 눈을 뜨면 어느새 코앞인 제사가 이젠 정말 신물 납니다. 26년째니까요. 조금만 지나면 제가 제사상을 받을 판이네요. 지난 시간 저는 웃음과 공경의 마음보다 눈물과 원망의 마음으로 억지 제사를 준비했습니다. 요즘은 기독교다 뭐다 해서 아예 제사를 안 지내는 집도 많건만, 아버님은 “기일 제사는 4대까지 지내는 게 기본이고, 한식날 시제를 올리지 않는 집은 뼈대 없는 집안”이라며 맏며느리인 제게 매년 기제사 8번, 설·추석·시제 등 12번의 제사를 맡기셨죠. 남편 집안 뼈대를 세우느라 제 뼈는 녹아내렸습니다. 3년 전 무릎 수술을 한 다음 달에도 제사상을 차리라고 했을 땐 20년 넘게 쌓인 서러움이 터져 차라리 남편과 헤어지는 게 낫겠다는 생각까지 들더군요. 아가씨는 여자라고 빠지고, 서방님과 동서는 직장일이 바쁘다고 빠지고…. 맏며느리의 숙명이라지만 가끔 와서 차려놓은 밥만 먹고 가는 형제들을 볼 때면 속에서 천불이 납니다. 심지어 아버님은 “제사엔 여자가 나서는 게 아니다”라며 정작 제사를 올릴 때는 저를 뒤로 물러나게 하셨죠. 다음 주말이면 저는 또 묘소 끄트머리에 없는 듯 서 있을 겁니다. 이 집에서 전 가족인가요, 식모인가요. 이런 전통, 이제 저도 더는 싫습니다. ■ 하늘나라 시증조모의 조언 아가. 우릴 원망하는 증손자 매늘아가. 나는 저승에 사는, 니 시아부지의 할매 되는 사람이다. 니가 내가 사는 신줏단지를 하도 째려봐싸서 니 꿈속을 빌려 너에게 편지를 쓴다. 니가 그렇게 화를 내싸니 니 밥을 받아먹는 내 맴도 편치가 않다. 지난 설에 얻어먹은 제삿밥도 여즉 명치끝에 걸려있구나. 니가 일생 이 집안의 젯밥을 차리느라 고생한 것을 누구보다 내가 안다. 나도 그렇게 살았응게. 죽고 보니 나도 내 인생이 억울혀. 그래도 우리 때는 매느리만 아홉이고 식구도 많아 서로 도와감서 했다만, 시방은 너 혼자 20년 넘게 이게 먼 고생이다냐. 내가 저승에 와서 다른 집 자손들 사는 것을 보니 우리 집이 너무 고리타분혀. 내가 여그서 들었다만 요즘 젊은 사람들 말로 ‘참말로 조상복 받은 자손들은 제삿날 다 해외여행 가 있다’는 말이 있다믄서. 나는 너도 그렇게 한번 살아봤음 쓰것다. 그래야 조상복 받았다 할 것 아니냐. 내 신줏단지만 챙겨가믄 내가 귀신같이 알고 따라갈랑께. 거기 가서 느그들이 먹고자픈 현지 음식으로 제사상 차리고 즐겁게 먹어. 나도 덕분에 해외여행하면 을매나 좋냐. 내가 엊그저께 저승 경로당에서 김 씨 영감님을 만났는디, 그 양반의 손주가 그런다드만. 그 집은 4남 1녀인디 몇 년 전부터 부모, 조부모 제사를 1년에 한 번 어버이날이 있는 주 토요일로 합쳤단다. 2년 전부터는 다 같이 여행을 가서 거기서 제사를 지낸다는디 그렇게 화목할 수가 없다드만. 작년에는 제주도로 놀러가 제사를 지냈는디 덕분에 김 씨도 젯밥으로 전복부터 활어회, 오메기떡, 치킨, 아이스크림 케이크까지 별거 별거 다 먹어봤다고 죙일 자랑이여. 너도 그렇게 해부러라. 뭣이 중헌디? 그라고 요새는 종갓집들도 겁나게 간단하게 제사 지낸다 안 허냐. 1000원짜리에 그려진 퇴계 이황 선생 알지? 얼마 전 그 양반을 뵀는디 그 집이 종갓집이 되다 보니 여자들이 부담시럽다고 시집을 안 온다고 하더라고. 그 바람에 종가에서 제사를 엄청 쭐였다 하드만. ‘간소하게 차려라’가 그 집안 어른들의 가르침이란다. 이러코롬 설명을 했는디도 느그 시아부지가 계속 제사 타령을 하믄 “호호, 아버님도 돈을 좀 쓰세요”라고 함 혀봐. 지금 내 옆집에 충남이 고향인 이 씨 영감님이 사는디, 그 집 종친회는 제사 때 자손들 모을라고 묘제에 참석하면 무조건 인당 5만 원을 준다더라. 배 속의 아기까지 1명으로 쳐서 준다드만. 이 씨 영감님 아들은 매번 애들 싹 다 데려가서 수십만 원 벌어온다더라고. 그 말 듣고 우스워서 혼났다야. 솔직헌 얘기로다가 느그 시아부지가 하는 말 중엔 틀린 말도 많어. 원래 우리 제사는 기일 제사만 지내지 명절 제사는 지내는 것이 아니여. 명절에는 그저 묘소에다가 과일 하나 놓고 술 한 잔 올리믄 됐는디, 너도나도 양반이랍시고 경쟁하다 이 모양이 돼 부렀어. 명절 차례만 읎어져도 여자들이 한결 편안해질틴디 말여. 맏매느리니까 니가 다 하란 것두 거시기한 소리지. 내가 여그서 고려 때 조상님도 뵙고 조선 때 조상님도 뵀는디, 오히려 그때는 남녀 할 것 없이 형제간에 돌아가며 제사 지냈다 하더라고. 음식도 혼자 안 허고 형제마다 각자 혀서 한데 모아놓고 제사를 지냈단다. 딸만 있는 집은 사위가 장인 장모 제사 모시고 손녀가 외조부모 제사 지내는 집도 더러 있었다더라. 또 제사 때 너를 뒤로 빠지라 하는 것은 참말로 잘못된 것이여. 원래 종갓집들은 조상한테 올리는 술 석 잔 중 두 번째 잔은 무조건 맏매느리에게 맡긴다드라. 젯밥 차려준 당사자인디 을매나 고맙냐. 며느리 없이 집안이 돌아가냐고. 그것을 모르고 그런 말을 하면 안 되는 거여. 아가. 너도 들었겄지만 지난 추석 때 젊은이들이 ‘제사를 없애자’믄서 청와대에 6121명이나 청원을 했다지? 오죽하믄 자손들이 나라님께 청원을 다 혔겄냐. 내가 지금 꿈속에서 전한 말을 개꿈이라 생각허지 말구 새겨들어. 못 믿겠으믄 저 양반들헌테 물어봐. :: 도움말 주신 분들 ::△ 김경선 성균관 석전교육원 교수 △ 김미영 한국국학진흥원 수석연구위원 △ 김병일 도산서원 선비문화수련원 이사장 △ 김시덕 대한민국역사박물관 교육과장 △ 김연화 김포시 건강가정지원센터장 △ 김영란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 △ 안승준 한국학중앙연구원 고문서연구실장 △ 양무석 대전보건대 장례지도과 교수 △ 유건영 웰다잉 강사(‘명절증후군을 없애는 젊은이를 위한 제사법’ 저자) △ 이승현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 △ 이욱 한국학중앙연구원 장서각 연구원 △ 이치억 성균관대 초빙교수(퇴계 이황의 17대 종손)노지현 isityou@donga.com·이미지 기자}

수도권으로 제한됐던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앞으로 전국 공공기관으로 확대된다. 정부는 29일 현안점검회의를 열고 봄철 미세먼지 추가 대책을 발표했다. 대책의 핵심은 미세먼지가 심할 때 공공기관 차량 2부제를 실시하고 공공사업장 운영시간을 줄이는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의 대상에 민간 사업체를 넣고 적용 지역을 수도권에서 전국으로 넓히는 것이다. 환경부는 제철소 등 대기오염물질 자동 측정 장비를 갖춘 민간 사업장 193곳 중 39곳이 참여 의사를 밝혔고 나머지 154곳을 설득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과는 6월 환경협력센터를 연 뒤 양국 공동연구단이 ‘청천(맑은 하늘) 프로젝트’를 시행해 2020년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미세먼지 배출량 저감 목표는 지난해 9월 ‘2022년까지 현재보다 30% 감축’에서 이번에 ‘35∼40% 감축’으로 다소 높였다. 학교 미세먼지 대책은 다음 달 추가로 발표한다.조건희 becom@donga.com·이미지 기자}

서울 낮 기온이 19도까지 오르는 등 봄 날씨가 완연한데도 ‘방콕족(방에 콕 박힌 사람들)’이 늘었다. 한 온라인 업체는 봄꽃여행 상품 등 국내외 여행 매출이 전년 대비 10%가량 줄었다고 밝혔다. 연일 기승을 부리는 미세먼지 때문이다. 하지만 집 안에 ‘피신’해 있다고 미세먼지로부터 안전한 건 아니다. 집 안에도 미세먼지(PM10)는 물론 머리카락 굵기 20분의 1보다 작은 초미세먼지(PM2.5)를 만드는 발생원이 곳곳에 포진해 있다.○ 요리 때 환기는 필수 2016년 환경부는 고등어를 구울 때 미세먼지주의보(m³당 90μg·마이크로그램 이상) 기준의 25배에 달하는 초미세먼지가 나온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가 ‘미세먼지 원인을 고등어에 떠넘겼다’며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당시 의도치 않게 고등어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여론이 들끓었지만 전문가들은 요리 때 흡연 못지않게 많은 미세먼지가 발생한다고 강조한다. 당시 이 연구를 주도한 이윤규 한국건설기술연구원(KICT) 박사는 “조리 시 나오는 오염물질은 비흡연자의 폐암 발생 원인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며 “실제 조리할 때 포름알데하이드, 이산화질소 같은 오염물질뿐 아니라 초미세먼지가 다량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다양한 형태의 주택 30곳에서 재료 종류별로 조리 시 초미세먼지가 얼마나 나오는지 측정했다. 그 결과 오염물질의 발생량은 가스레인지, 인덕션 등 조리기기와 관계없이 음식 재료와 기름의 양에 좌우됐다. 예를 들어 고등어를 구울 때는 m³당 2290μg(1μg은 100만분의 1g), 삼겹살은 1360μg, 계란프라이는 1130μg, 볶음밥은 183μg의 초미세먼지가 발생했다. 고등어구이의 미세먼지 발생량이 많은 것은 조리 시 기름을 많이 두르고 고등어 자체에서 발생하는 기름 양도 많기 때문이다. 기름이 연소하거나 증발할 때 다량의 초미세먼지가 나오는데, 발연점이 낮을수록 발생량이 많다. 발연점은 올리브유가 낮고, 카놀라유나 아보카도오일이 높다. 조리 시 발생하는 미세먼지를 줄이려면 환기가 중요하다. 주방에서 요리할 때는 반드시 창문을 열고 환풍기를 가동해야 한다. 자연 환기와 인공 환기를 함께 할 때 효과가 더 좋다. 요리가 끝난 뒤에도 창문을 30cm 이상 열고 구이·튀김은 15분, 볶음·끓임 요리는 10분 이상 자연 환기를 시킨다. 실험 결과에 따르면 창문을 열고 환풍기를 15분간 돌리면 오염물질이 90% 이상 사라진다. 조리 시 조리도구의 덮개를 덮으면 미세먼지 발생량을 줄일 수 있다. 이윤규 박사는 “요리 재료를 굽거나 튀기기보다 찌거나 끓이면 미세먼지를 줄이고 여러모로 건강을 지키는 데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노약자나 아이들은 요리를 할 때 방에서 문을 닫고 머무르도록 하는 게 좋다.○ 기분 전환 위해 켜놓은 향초에서… 미세먼지에 찌든 하루를 보내고 귀가한 뒤 상쾌한 기분을 느끼고 싶어 페퍼민트향 향초를 켠다면 오히려 초미세먼지를 더 들이마실 수 있다. 한 실험 결과에 따르면 향초를 켠 뒤 실내 미세먼지 농도가 10배 이상 증가했다. 초의 재료인 파라핀은 석유의 부산물로 연소 시 초미세먼지를 발생시킨다. 향초 외에 방향제나 향수 등에도 미세먼지의 전구물질(다른 물질과 결합해 미세먼지를 만드는 전 단계 물질)인 휘발성유기화합물(VOCs)이 들어 있어 2차 미세먼지의 원인이 될 수 있다. 프린터나 복사기에서 나는 특유한 냄새도 미세먼지다. 심인근 국립환경과학원 생활환경연구과 박사는 “레이저프린터가 작동할 때 나는 독특한 냄새는 레이저로 탄소 가루를 종이에 붙여 인쇄할 때 가루가 날리며 나는 것”이라며 “잉크에 들어 있는 유해한 물질이 초미세먼지로 공기 중에 방사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미세먼지 유입을 막는다며 촘촘한 방충망 형태인 창문 필터 제품이 많이 팔리고 있는데 주의해서 구입해야 한다. 이 박사는 “실내외 온도 차 특성상 환기 시 공기가 아래에서는 실내로 들어오고 위에서는 나가는데 위쪽 창문에 필터 제품을 달아놓으면 오히려 실내 미세먼지가 밖으로 나가는 것을 저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고려사이버대는 명문사학 고려대의 교육철학을 사이버교육으로 이어가고 있다. 2001년 개교 이래 17년간 외형적 확대보다 질적 성장에 투자한 결과는 17개 4년제 사이버대학 중 신입생 경쟁률 5년 연속 1위, 127.4%의 재학생 충원율이라는 결과로 나타났다. 우수한 교육과정과 체계적인 학생지원, 국내외 최고기관들과의 산학협력을 통해 시대를 앞서가는 실무형 인재를 양성하고 있다. 2018학년도 전기 입시에서 인문사회계열과 공학계열에 걸쳐 6개 학부, 19개 학과, 3개 전공 신입생을 모집했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선도하는 창의적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국내 최초·최대로 평가받는 사이버대학 공학부 내에 에너지 전공을 신설하고, 소프트웨어교육 트랙을 운영하며 융합형 교육과정을 개발하고 있다. 또 다른 경쟁력의 핵심은 2018학년도에 신설한 미래학부와 2013학년도에 개원한 융합정보대학원의 차별화된 교육과정이다. 미래학부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특화한 인재를 길러내기 위해 인문사회과학과 공학을 포괄하는 융·복합적 교육을 추구한다. 유연한 사고의 인재를 키우는 곳인 만큼 교육과정 역시 유연하게 운영하고 있다. 전공 간의 경계를 허물어 빅데이터, 신산업기술경영, 국제협력·다문화 등 세 가지 전공 중 하나를 선택할 수도 있다. 또 세 가지를 모두 선택해 학습할 수도 있다. 2018학년도 전기 입시에서 대학교수, 종합병원 의사, 기업체 대표, 기업 정보 책임자 등 다양한 직종에서 활약하는 학생들이 미래학부에 대거 지원해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빅데이터 전공은 4차 산업혁명의 언어라 할 수 있는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현상을 분석하고 전략을 수립하는 전문 인력을 키우기 위해 만들어졌다. NCS(National Competency Standards·국가직무능력표준)와 연계한 빅데이터 분석 직무도 교육과정에 반영했다. 신산업기술경영전공은 기술 간 융합이나 정보통신기술의 전통산업 접목을 통해 신산업을 창출하여 부가가치를 만들어내는 전문가를 양성한다. 재학생들이 미래 사회의 변화에 대한 교양적인 지식을 학습한 뒤 ‘정보통신기술’, ‘일반 경영이론’과 같은 전문지식을 습득할 수 있도록 교육과정을 유기적으로 설계했다. 마지막으로 국제협력·다문화전공은 이민자의 한국사회 정착을 돕고 제3세계 국가의 인권과 복지 분야 서비스 개발에 기여하는 인력의 육성을 목표로 삼는다. 탄탄한 교과교육은 물론 이민·다문화 현장 실습 교육을 제공한다. 한국국제협력단(KOICA·코이카)이 주관하는 공적개발원조(ODA) 전문가 자격증 및 다문화사회전문가 2급 수료증 취득을 위한 과정도 마련돼 있다. 2013학년도 개원한 융합정보대학원은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데이터 전문가를 양성한다. 인간과 사회에 대한 폭넓은 시야와 정보학적 지식을 가르치고 있다. 세부전공에는 교육정보, 경영정보, 기술정보 세 가지가 있다. 2018학년도 전기 입시에서는 4.13 대 1의 높은 경쟁률을 기록한 바 있다. 융합정보대학원은 실시간 화상시스템과 개방형 강의 제도를 도입해 온·오프라인 강의 동시 진행이라는 독보적인 수업모델을 개발한 것으로 유명하다. 매년 ‘넥스트 임팩트 포럼(Next Impact Forum)’을 개최해 IT계열, 경영(전문직), 교육기관, 공공기관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로 구성된 재학생들이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사고를 교류하는 장도 마련하고 있다. 지난해 11월에 열린 포럼에서는 고려대 컴퓨터학과 인호 교수와 선대인경제연구소의 선대인 소장이 초청강연을 맡았다. 참석자들은 ‘4차 산업혁명’을 주제로 원탁토론 및 발표를 진행했다. 고려사이버대 김진성 총장은 “외형적인 콘텐츠보다 교육방법 개선을 통한 교육의 질을 경쟁력으로 삼겠다”며 “고등교육기관으로서의 책임을 충실히 실천하여 존경받는 대학이 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몇 번째 출산이세요?” “네 번째요.” “네???” 보건소 직원이 잘못 들었겠지 하는 얼굴로 재차 물었다. 나는 다시 또박또박 “넷째예요”라고 답했다. 직원은 “쌍둥이가 있으세요?”라고 물었다. 없다고 하니 더 놀라며 “애국자시네요” 했다. 어디서든 자녀 수 이야기를 할 때 흔히 벌어지는 풍경이다. 나는 네 아이의 예비 엄마다. 아이 넷 워킹맘이라니 식겁할지 모르겠다. 나 스스로도 뜨악한데 남들은 오죽하랴. 직장 다니며 하나둘 가진 대로 낳다 보니 어느 새 다자녀 엄마가 돼있었다. 그래도 넷까지 낳을 생각은 없었는데 얼마 전 계획에 없이 덜컥 넷째까지 생겨버렸다. 난임 인구 20만 명인 시대에 이렇게 임신이 잘 되는 것도 복이지만 앞으로 키울 생각을 하면 막막하다. 본래 ‘자녀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는 다자녀 예찬론자였다. 하지만 셋째를 낳고 복직한 뒤 생각이 바뀌었다. 스스로도 힘들었지만 특히 일과가 불규칙한 기자라는 직업 특성상 1주일에 한두 번은 남의 손 빌리는 ‘죄인’이 되는 게 괴로웠다. 아이가 한둘이면 모를까 셋은 외할머니인 친정 엄마에게도 버거운 일이었다. 야근 도중 종종 친정 엄마의 전화번호가 뜨면 간담이 서늘해진다. ‘뛰지 말라는 데 말을 안 듣는다,’ ‘목욕을 안 하려 한다,’ ‘좀체 자질 않는다’ 등 아이들에게 직접 호통을 쳐달라는 SOS였다. 아이가 많다보니 사건 사고도 많다. 지난해 12월 올림픽을 앞두고 평창 출장을 갔을 때다. 도착한 지 몇 시간이 채 안 돼 막내 어린이집에서 ‘아이가 열나더니 토 한다’며 전화가 왔다. 난감했다. 하필 친정 엄마가 여행을 가신 날이었다. 여동생은 직장에 다니고 남편과 시댁은 지방이었다(우린 주말 부부다). 아이들 하원 뒤 봐주시는 아이 돌보미가 오시려면 멀었다. 하다 못해 아이 친구 엄마까지 떠올려봤지만 똑같이 영·유아 키우는 집에 아픈 아이를 맡기는 건 예의가 아닌 것 같았다. 고민 끝에 아직 일을 하시는 친정 아빠에게 전화를 걸었다. 죽으란 법은 없는지 일정을 취소하고 애들을 봐주시겠다는 답이 돌아왔다. 지금껏 직장에 다니시는 만큼 손주들을 온전히 보신 적 없는 아빠였다. 종일 ‘불편한 동거’였겠지만 내 입장에선 그래도 그렇게나마 하루를 때울 수 있어 다행이었다. 뭔가 사고가 나지 않더라도 챙겨야 할 게 많다보니 무얼 까먹기도 일쑤다. 두어 달에 한 번은 꼭 세 아이 중 한 명의 특별활동비를 연체하는 것 같다(내는 날을 지나쳐서…). 언젠가는 첫째 소풍날인 걸 깜빡하고 슬리퍼를 신겨 보냈다. 가정 통신문을 받으면 아이들 일정을 빠짐없이 캘린더에 적어놓는 데도 불구하고 취재 일정과 같이 적다 보니 놓치는 게 꽤 많았다. ‘혼자 못 뛰어놀았으면 어쩌나’ 전전긍긍했는데 그날 집에 돌아가 첫째에게 물으니 태연스러운 답이 돌아왔다. “선생님이 아침에 어린이집에 있는 운동화 신겨주시던 걸?” 아, 이래서 학기 초 아예 운동화 한 켤레를 보내달라고 했나… 어린이집도 워킹맘에 적응해 가는가 보다. 세 아이 때도 이렇게 간신히 버텼는데 네 아이라니. 어느 순간에는 기자, 어느 순간에는 엄마로, 매일 ‘정신분열’ 중이라는 누구 말처럼 남은 내 정신이 하나 더 쪼개질 생각을 하니 눈앞이 깜깜했다. 과연 잘 할 수 있을까. 지금도 엄마, 기자 그 어느 하나 완벽하게 못 하고 있는데. 이런저런 생각으로 머리가 어지럽던 몇 주 전, 여느 때처럼 출근했다가 하혈을 발견했다. 세 아이를 낳아봤지만 임신 중기 하혈은 처음이었다. 머리가 아뜩했다. 그 다음 취재 일정을 어찌 다녔는지도 모르게 멍한 상태로 몇 시간을 보내며 간간히 모바일로 인터넷을 검색했다. ‘임신 중기 하혈’ ‘조산기’ ‘절박유산’까지. 결국 오후 취재일정을 조금 미루고 가까운 대학병원을 찾았다. 기다리는 동안 기사 확인하고 업무 연락을 돌리면서도 가슴이 쿵쾅거려 도통 집중이 되질 않았다. 엄마가 엄한 생각해서 미안하다, 아가야 무사하기만 해다오, 엄마가 잘못했다…. 진료실로 들어가자 의사는 바로 배 초음파를 보자고 했다. 엄마의 걱정이 무색하게 아기는 꼼지락꼼지락 잘 놀고 있었다. 자궁 경부에도 이상이 없었다. 곳곳을 살피고 내게 하혈 색 등을 물어본 의사는 “워낙 경산이라 태반이 조금 떨어져 나온 것”이라고 했다. 출산만 네 번째다 보니 자궁벽에서 태반이 쉽게 떨어져 나가고 그게 생리처럼 나온다는 이야기였다. 앞으로도 좀 더 나올 수 있으니 놀라지 말라며 회사를 다녀도 되고 누워있거나 쉴 필요도 없다고 덧붙였다. 몸에 긴장이 탁 풀렸다. 힘드니, 네 아이를 어찌 키우니 궁시렁궁시렁 했어도 엄마는 엄마였던가 보다. 병원을 나서며 아기가 어찌될지 몰라 마음 졸였던 순간을 떠올리자 돌연 픽 웃음이 났다. 걱정하실 분들을 위해 재차 확인을 해두면 현재 아기는 매우 건강하다. 내 몸에도 아무 이상이 없고 이어진 검진도 모두 무사통과했다. 한 차례 푸닥거리를 한 뒤 오히려 답답함이 가시고 마음은 편해졌다. 기왕 이렇게 된 거 ‘네 아이 엄마 기자’ 누구도 가본 적 없는 미지의 영역을 개척하는 선구자(?)가 돼보자는 생각도 생겼다. 앞으로 힘든 일, 즐거운 일, ‘+1’이 된 다자녀 육아를 하며 느끼는 일들이 많을 것이다. 소소하지만 매일 전쟁 같은 일상을 이곳에 나누어보고자 한다. 선구자는 오만을 떨어본 농담이고, 그저 누군가에게 공감이 되고 도움이 된다면 기쁘겠다. 사실 필자 스스로에게도 치유의 시간이 될 거라 생각한다. 네 아이 엄마 파이팅!이다.이미지기자 image@donga.com}

전북 익산 주요 돈사단지인 왕궁면. 마을 초입 진입로부터 분뇨 냄새가 코를 찔렀다. 수도권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발령된 26일 낮 12시 익산 3개 측정망 초미세먼지(PM2.5) 농도는 m³당 평균 111μg으로 ‘매우 나쁨’ 수준이었다. 전북지역 전체도 평균 70μg(나쁨)으로 수도권 못지않았다. 본보가 한국환경공단으로부터 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익산은 지난해 초미세먼지 관측망이 있는 전국 157개 기초지방자치단체 가운데 일평균 초미세먼지 농도가 ‘나쁨’(m³당 51μg이상) 수준 이상을 기록한 날이 68일로 가장 많았다. 다음은 경기 평택(60일), 여주(51일), 강원 원주(51일) 순이었다. 가장 청정한 지역은 충남 부여 예산, 경북 칠곡 등으로 지난해 미세먼지 고농도 일수가 단 하루였다. 지역별로 미세먼지가 발생한 원인은 천차만별이었다. 물론 국내 미세먼지 발생원을 따져보면 중국의 영향이 크지만 중국은 당장 어찌하지 못하는 변수인 만큼 정부와 지자체가 각 지역에 맞는 ‘족집게’ 미세먼지 대책을 내놔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목소리가 높다.○ 익산 고농도 미세먼지 발생일수 1위 고농도 초미세먼지가 30일 이상 발생한 지역은 25개 시군구였다. 이 중 수도권을 제외하면 전북이 익산 외에 정읍(36일), 김제(35일), 고창(30일) 등 4곳으로 가장 많았다. 전북은 지난해 17개 광역지자체 고농도 평균 일수에서도 30일로 1위였다. 동쪽에 노령산맥이 공기 흐름을 막는 것이 큰 원인이지만 최근 전북도 자체 조사에서 도내 축산 악취를 새로운 원인으로 지목했다. 송미정 전북대 지구환경과학과 교수는 “전북 초미세먼지 1차 배출량은 전국 2% 수준에 불과한데 2차로 미세먼지를 만드는 전구물질(서로 결합해 어떤 물질을 만드는 전 단계 물질)인 암모니아와 휘발성유기화합물(VOCs) 농도가 타 지역에 비해 월등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익산 정읍 등에 몰린 축산농가의 악취가 미세먼지 발생의 주원인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기도는 인구·차량·택지개발·배출사업장 수에서 전국 1위를 달리는 만큼 상위 30위 안에 가장 많은 16개 시군구가 이름을 올렸다. 특히 평택(60일), 여주(51일), 동두천(48일) 등 중·대형 산업단지들이 위치하거나 김포(44일), 양주(42일) 등 택지개발이 집중된 곳의 고농도 일수가 잦았다. 전국 3위를 기록한 원주는 지형적 영향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태백산맥을 등진 ‘막힌 지형’이 미세먼지 농도를 높이는 주요 원인으로 분석됐다. ○ 미세먼지 원인 천차만별, 지자체별 대책 달라야 흔히 고농도 미세먼지 발생 시 중국 등 국외 영향은 60∼80%로 알려졌다. 하지만 중국 미세먼지는 하루 이틀에 해결될 일이 아니다. 한국과 중국은 장기적으로 미세먼지 개선 관련 공동 연구를 위해 올해 6월 베이징(北京)에 한중환경협력센터를 설립할 예정이다. 이제 중국 타령만 하지 말고 정부와 지자체가 각 지역에 맞는 ‘맞춤형’ 미세먼지 대책을 철저히 세워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정용원 인하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흔히 청정할 거라 여겨지는 전원지역이 화목 난로나 노천 소각 등으로 미세먼지 농도가 더 높을 수 있다”며 “대도시뿐 아니라 지방 소도시까지 다각적인 분석 및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실제 수도권대기특별법으로 관리되며 초미세먼지 관측망이 밀집한 서울의 경우 지난해 상위 20위 안에 든 지자체가 마포구(35일) 한 곳에 불과했다. 반면 지방 소도시 등 고농도 일수가 높은 곳 중에 원인이 불분명해 보이는 곳이 많았다. 초미세먼지 관측망조차 설치되지 않은 지자체도 전국 기초지자체 226곳 중 69곳(30%)에 달한다. 인구 10만 명당 하나를 설치하도록 한 환경부의 관측망 설치 지침 때문이다. 27일부터 초미세먼지 대기환경기준이 미국 일본 등 선진국 수준으로 강화(m³당 51μg→36μg 이상)되면 나쁨 일수가 크게 증가함과 동시에 나쁨 다발지역에도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당장 27일 기준이 상향되면서 수도권에 비상저감조치가 발령됐다. 26일에 이어 올 들어 5번째 조치다. 새로운 대기환경기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전국의 고농도 일수 평균이 3배 이상 늘었다. 전북 익산의 나쁨 일수는 142일, 부산 사하구는 128일에 달했다.익산=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다음 주부터 미세먼지 ‘나쁨’ 기준이 선진국 수준으로 대폭 강화되는 가운데 이번 주말 고농도 미세먼지가 찾아온다. 23일부터 수도권을 비롯한 중서부지역과 내륙지역 미세먼지 농도가 나쁨 수준을 보이고 다음 주초까지 높은 농도의 미세먼지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국립환경과학원 대기질통합예보센터는 22일 밤부터 ‘중국발 미세먼지’가 유입되고 이후 대기가 정체하면서 23일 수도권과 강원 영서, 충청, 대전, 세종의 초미세먼지(PM2.5) 농도가 오전부터 나쁨 수준(m³당 51μg 이상)을 나타낼 것이라고 밝혔다. 전북과 영남 일부 지역도 오전 한때 높은 미세먼지 농도를 보일 예정이다. 중국에서 동쪽으로 이동하는 고기압이 한반도 상공에 이르는 24일에는 미세먼지가 더 심해진다. 앞서 쌓인 오염물질에 국내에서 배출된 미세먼지가 더해지면서 강원영동, 제주를 제외한 전국이 초미세먼지 나쁨 상태를 나타낼 것으로 보인다. 다음 주에는 이 고기압이 빠져나가지만 또 다른 고기압의 영향권에 들면서 남서풍이 불어 중국 남부지역의 미세먼지가 우리나라를 계속 괴롭힐 수 있다. 27일부터 초미세먼지 나쁨 기준이 대폭 강화돼 전국 곳곳에 미세먼지 나쁨 예보가 내려질 가능성이 크다. 나쁨 발령 기준은 현재 m³당 51μg 이상에서 36μg 이상으로 강화된다. 미세먼지 농도가 높은 날에는 가급적 외출을 자제하고 외출해야 한다면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인증한 미세먼지 전용 보건용 마스크를 쓰는 게 좋다. 자가용 운전이나 폐기물 소각 같은 대기오염 유발 행위는 가급적 자제해야 한다.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다음 주부터 미세먼지 ‘나쁨’ 기준이 선진국 수준으로 대폭 강화되는 가운데 이번 주말 고농도 미세먼지가 찾아온다. 23일부터 수도권을 비롯한 중서부지역과 내륙지역 미세먼지 농도가 나쁨 수준을 보이고 다음 주 초까지 높은 농도의 미세먼지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국립환경과학원 대기질통합예보센터는 23일 수도권과 강원 영서, 충청, 대전, 세종의 초미세먼지(PM2.5) 농도가 오전부터 나쁨 수준(㎥당 51μg 이상)을 나타낼 것이라고 밝혔다. 전북과 영남 일부 지역도 오전 한때 높은 미세먼지 농도를 보일 예정이다. 중국에서 동쪽으로 이동하는 고기압의 영향으로 24일에는 미세먼지가 더 심해진다. 고기압이 다가오면서 서풍을 일으켜 ‘중국발 미세먼지’가 유입되고, 한반도를 덮은 뒤엔 공기가 정체돼 오염물질이 축적될 것으로 보인다. 다음 주에는 이 고기압이 빠져나가지만 또 다른 이동성 고기압의 영향권에 들면서 남서풍이 불어 중국 남부지역의 미세먼지가 우리나라를 계속 괴롭힐 수 있다. 27일부터 초미세먼지 나쁨 기준이 대폭 강화돼 전국 곳곳에 미세먼지 나쁨 예보가 내려질 가능성이 크다. 나쁨 발령 기준은 현재 ㎥당 51μg 이상에서 36μg 이상으로 강화된다. 미세먼지 농도가 높은 날에는 가급적 외출을 자제하고 외출해야 한다면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인증한 미세먼지 전용 보건용 마스크를 쓰는 게 좋다. 자가용 운전이나 폐기물 소각 같은 대기오염 유발행위는 가급적 자제해야 한다. 정부는 22일 지하역사 초미세먼지 관리 기준을 신설한다고 밝혔다. 지하철역 등 지하역사에는 좁고 환기가 되지 않는 공간에 많은 사람들이 몰림에도 그동안 미세먼지(PM10) 기준만 있고 이보다 더 유해한 초미세먼지 기준은 아예 없었다. 정부는 역내 미세먼지 자동측정기기를 설치하고, 지하철 등 공공 실내시설을 전문적으로 관리하는 ‘실내 공기질 관리사’ 자격증도 도입할 예정이다. 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초미세먼지(PM2.5) 대기환경 기준이 선진국 수준으로 대폭 강화된다. 강화된 기준을 적용하면 미세먼지 ‘나쁨’ 일수가 지금의 평균 5배가량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미세먼지가 심한 겨울과 봄철 사이엔 사흘에 한 번꼴로 나쁨 예보가 이어질 수 있다. 이렇게 되면 학교나 어린이집의 야외활동이 크게 위축된다. 하지만 정부는 시민 불편을 감수하더라도 ‘미세먼지와의 전쟁’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최대 10배 늘어나는 나쁨 일수 환경부는 환경정책기본법 시행령 개정안이 20일 국무회의를 통과함에 따라 27일부터 초미세먼지 예보 기준을 바꾼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보통’ 기준은 m³당 50μg(마이크로그램·1μg은 100만분의 1g) 이하였지만 앞으로 35μg 이하로 크게 강화된다. 이는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 수준이다. ‘나쁨’ 기준은 현재 m³당 51μg 이상에서 36μg 이상으로 크게 낮춰진다. 20일 오후 3시 부산의 미세먼지 농도는 38μg이었다. 현행대로라면 특별히 주의할 필요가 없는 보통 수준이지만 27일 이후부터는 마스크를 착용해야 하는 나쁨이 된다. 미세먼지 주의보와 경보의 발령 기준도 바뀐다. 현행 m³당 90μg 이상이면 주의보를, 180μg 이상이면 경보를 발령한다. 앞으로는 주의보 기준은 75μg 이상, 경보는 150μg 이상이다. 이 기준은 7월 1일부터 적용된다. 기준이 대폭 강화되면서 나쁨 일수나 주의보 발령 일수가 급증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전국 평균 나쁨 일수는 12일이었지만 강화된 기준을 적용하면 57일로 5배가량으로 껑충 뛴다. 경남은 4일에서 34일로 8.5배, 전남은 2일에서 20일로 10배로 늘어난다. 서울은 20일에서 61일로 증가한다. 전북의 미세먼지 나쁨 일수는 강화된 기준대로라면 연간 나흘에 한 번꼴인 94일이나 된다. 정부가 환경 기준을 선진국 수준으로 대폭 강화한 건 강력한 대책을 추진하지 않으면 대기 질 개선이 요원하다는 판단에서다. 현재 우리나라의 연평균 미세먼지 농도는 m³당 25μg 수준으로 미국이나 일본 등 선진국(연평균 13μg 전후)과 비교해 크게 높다. 문재인 정부는 임기 내인 2022년까지 미세먼지 배출량을 2016년 대비 30% 감축해 연평균 농도를 18μg 수준으로 떨어뜨리겠다고 밝혔다.○ 나쁨 일수 급증으로 혼란 불가피 미세먼지가 집중되는 겨울이나 봄철에는 강화된 기준에 따라 사흘에 한 번꼴로 ‘나쁨’ 예보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나쁨 예보가 급증하면 당장 학교의 야외활동이 크게 위축된다. 교육부의 ‘학교 고농도 미세먼지 대응 실무 매뉴얼’에 따르면 초미세먼지가 나쁨 수준이거나 미세먼지 주의보 또는 경보가 발령되면 학교장은 실외수업을 줄이거나 휴교할 수 있다. 이에 교육부는 학생들의 체육활동을 보장하기 위해 2019년까지 체육관이 없는 979개교에 실내체육시설을 마련할 계획이다. 이날 교육부는 새로운 대기환경 기준에 맞춰 학교 실내 초미세먼지 권고 기준을 35μg 이하로 하겠다고 밝혔다. 환경부는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이틀 연속 초미세먼지 나쁨일 때 발령하는 ‘수도권 비상저감조치’ 기준은 현행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나쁨 기준은 m³당 36μg 이상으로 바뀌지만 비상저감조치는 현행대로 51μg 이상이 계속될 때 발령하겠다는 것이다. 비상저감조치가 발령되면 공공기관은 차량 2부제를 시행하고 공공사업장은 조업을 단축해야 한다. 그 대신 비상저감조치 발령 시 조업을 단축해야 하는 대상을 공공부문에서 민간사업장으로 확대하는 등 실질적인 미세먼지 저감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또 바뀐 대기환경 기준에 따라 제철이나 석유정제 등 미세먼지 다량 배출 사업장의 배출 허용 기준을 강화하기 위해 산업계와 협의에 들어간다.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정부는 화장(火葬) 포화상태를 해결하기 위해 2022년까지 전국에 화장시설 52곳을 추가로 짓는다. 이 중 절반에 가까운 25곳은 서울과 경기 지역에 들어선다. 현재 전체 사망자의 약 40%가 수도권에 몰려 있지만 수도권 내 화장시설은 89곳으로 전국 화장시설(342곳)의 26%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수도권 일부 지역의 유족들은 최대 20배에 이르는 초과 사용료를 부담하며 ‘원정 화장’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가 화장시설을 대거 확충하는 것은 2022년 전국의 화장률이 90%에 이를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나무나 화초 아래 유골을 묻는 자연장지도 134곳을 추가로 조성한다. 장사시설과 장례용품의 바가지요금 피해를 막기 위해 6월부터 품목별 거래명세서 발급을 의무화하고 장사시설별 가격비교 서비스를 도입할 예정이다.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